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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6~201220] 칼리마랴 - 히스클리프

 

플레이타임 : 약 13시간 반

 

2020.12.16
히스클리프
w.숑곰
kpc : 칼리든 P. 달리에
pc : 마리아 L. 라크엠
내일은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당신의 가문, 라크엠은 가문의 부흥을 위해서
힘 없는 당신을 팔아치우듯 넘겨버렸습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당신은...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피곤한 일정입니다.
당신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엿보이지 않네요.
모두 이 결혼과 축하연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니,
모두는 아니죠.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칼리든입니다.
봐요. 지금조차.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칼리든 P. 달리에:...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아가씨. (어쩐지 이유 모를 감정이 섞인 얼굴로 너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예복을 들어올린다)
마리아 L. 라크엠:(결혼, 결혼식... 바로 내일로 다가왔는데도, 심지어 곧 축하 파티가 기다리고 있는데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 말. 아무리 눈가가 짓무르도록 눈물 흘려보아도 바뀌지 않는 현실. 몇 시간 전에도 제 직접 만든 향수를 담았던 유리병을 매만지다 결국 또다시 울음이 터진 탓에 불그스레해진 눈가로 멍하니 앉아있다가, 옷감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당신에게 시선을 들어올린다.) ... ... 네. (언제나 그랬듯, 유일하게 가까운 이에게조차 제대로 슬픔이나 격정의 감정을 털어놓지도 못한 채 순순하게 입술 열어 대답하곤 느릿하게 일어나 화려한 예복에 팔을 끼워넣었다.)
칼리든 P. 달리에:(네게 옷을 입혀주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단추를 하나하나 잠그며 레이스를 제자리에 맞춰준다. 그 과정 중에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서는) 머리를 손질해드리겠습니다. (마리아를 의자에 앉히고 길고 검은 머리칼을 부드러운 손길로 빗어내리며 장식을 꽂아, 문득 네게 조용히 묻는다) ...결혼식.. 괜찮으십니까? (네가 무슨 대답을 할지 뻔히 알면서도)
마리아 L. 라크엠:(당신이 제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요. 거의 반은 정신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당신의 손길을 받다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삽시간에 뺨을 타고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린다. 적어도 당신만은 제게 그리 묻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당신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있다면, 그럼에도 대답 한 번 내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고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안다면, 적어도 당신은...)
(당신이 알아차리기 전 서둘러 손을 들어 젖어든 뺨을 훔쳤다.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기뻐야만 하겠죠. 가문의 경사인걸요. (기쁘기는커녕 누가 들으면 사지로 끌려가기라도 하는 듯한 비탄에 잠긴 음성을 내면서도.)
칼리든 P. 달리에:...제게는 솔직하셔도 괜찮을텐데요. (네가 눈물 흘리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한 척 하면서 천천히 손을 움직인다. 얼핏 다정하기까지 한 음성이 귓가를 파고든다)
마리아 L. 라크엠:(제가 어떻게 솔직해질 수 있을까요? 실은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면, 당신이 저를 사랑해주길 바란다고 하면, 당신과 저 멀리로 도망쳐 함께 살고 싶다고 한다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는걸요. 체념하고 받아들여야만 하겠죠, 제가 항상 그래왔듯이.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테고요... (아, 저는 끝내 마음조차 자유를 누리지 못한 채 가문의 도구로 쓰이는구나. 절망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당신과 말 한 마디나마 교환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라는 걸 생각하면.) ...칼리든은,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묻는다.)
칼리든 P. 달리에:...제가 답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있을까요. (네 말에 그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그 어투는 마냥 침착하게만 들리면서도, 어찌보면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새어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아가씨 만큼이나, 힘 없는 사람이 저인 걸요. 바라지 못할 마음은 본디, 담지 않는 것이 상책이랍니다. 아가씨.
마리아 L. 라크엠:(아, 물어보지 말걸. 그래. 아무 소용 없을 텐데. 당신의 말 한 마디 흘러나온다고 해서 당장 결혼이 취소되는 것도 아닐 텐데. 설사 정말 취소된다고 해도, 제 마음을 당신이 받아들여줄 거란 보장도 없었는데. 이미 다 떨어지고 간신히 가지에 붙어있던 마지막 희망의 잎새가 툭 떨어져 바스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네, 알고, 있어요. (더 말을 이으면 그만 그대로 울음을 터뜨리고 말 것 같아,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파티에 갔다간 할머님에게 혼나고 말 테니 억지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꾹 감는다.) 아무래도 이곳을 떠나 아쉽고 슬픈 건 저뿐이었나 보네요.
칼리든 P. 달리에:...아가씨.
칼리든이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네요.
칼리든 P. 달리에:..예, 곧 나가겠습니다. 준비도 마쳤습니다. (네 손을 잡고 일으킨다) 가실 수 있겠습니까?
마리아 L. 라크엠:(눈가를 조심스레 손수건으로 찍어 닦아내었다. 누구에게도 제가 울었다는 사실이 티나지 않기를 바라며.) 나가요. (잠긴 목소리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지만.)
칼리든 P. 달리에:예. 괜찮으시다면. (너를 데리고 파티 홀 까지 걸어가, 입구에서 잠시 멈춰선다) ..저라고 아쉽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리 나지막하게 속삭이곤, 그대로 홀 안으로 너와 함께 발을 디딘다)
결혼식 전날, 파티.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라크엠 가문이 이렇게 커다란 연회를 열 힘은 없을테니, 아마 당신의 약혼 상대인 린튼 가에서 준비한 것이겠죠.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칼리든이 유지하는 침묵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기는 고요입니다.
주위는 어디를 봐도 왁자지껄하기만 합니다.
몇 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귀족 1: 오랜만일세, 마리아!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귀족 2: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곧 린튼 가의 안주인이 될 당신에게 줄을 대고 싶어서 친한 척 구는 거겠죠.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GM: 듣기 판정 가능.
마리아 L. 라크엠:아, 네... 감사합니다. (얼굴도 이름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의례적으로 인사를 되돌려 건네며 이 복잡하고 시끄러운 분위기에 힘겹게 적응하려 애써 본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영애: 그러고보니, 린튼가에서 근래에 실종자들이 늘어났다며?
영식: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영애: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린튼 가 장남의 결혼이잖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마리아를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인사하려는 셈일까요.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페일 달리에: 안녕하세요, 라크엠 영애. 결혼 축하드려요. (우아하게 드레스 자락을 들어올려 인사한다)
마리아 L. 라크엠:(실종자들이 늘어났다니 썩 이상한 소문이기도 하지. 하나 아무리 좋지 못한 소문이 돌아도 제 할머니가 린튼 가문처럼 부유한 가문과 연줄이 닿을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황망하게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익숙한 얼굴을 보고는 마주 드레스 자락을 잡고 목례한다.)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달리에 영애. (그러면서 칼리든의 눈치를 살짝 살핀다. 아무래도 하인의 신분으로 같은 가문원을 마주하는 건 썩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칼리든:(제게로 향한 시선을 느끼곤 너를 바라본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아가씨?
...그러고보니 칼리든이 달리에 가문 사람이라고 한 적이 있던가요?
눈 앞의 영애도 아는 눈치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데 왜 마리아는 칼리든이 달리에 가문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는걸까요.
어쩌면 요 며칠 지나치게 피곤한 탓에 착각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어라? 이상하다... 그러고 보니 분명 그가 그의 출신에 대해 말한 적은 없었는데... 순간 느껴지는 의아함에 눈을 몇 차례 깜박인다.) 아, 아녜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단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다시 눈 앞 영애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람을 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예의상으로나마 말을 건넨다.) 파티는 즐기고 계신가요?
페일 달리에: 물론이죠. 린튼가의 명성 답게, 화려한 파티네요. 이런 훌륭한 가문과 결혼하게 되셨으니, 영애께선 행복하시겠어요.
마리아 L. 라크엠:(그 말에는 잠시 멈칫했으나, 억지로 굳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지어 보였다.) 네, 이런 훌륭한 가문과 결혼하게 되다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페일은 몇 가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갑니다.
별다른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피곤한 기분이에요.
잠시 숨을 돌리려 홀 안을 둘러보고 있으면, 저 먼 발치에 있는 결혼 대상 집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린튼가.
문득 마리아는 린튼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가장 명예로운 집안!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 했죠.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곁에 선 칼리든은 의아하게도, 린튼가를 보자 여태껏 잠잠했던 얼굴 위로 불쾌한 표정을 띄워냅니다.
마리아의 친척이 다가와 웃으며 잔을 건네는 순간에도요.
인사해야지, 이제 사돈인데 말이야.
칼리든은 그의 앞에서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칼리든:...인사하러 가실겁니까? 아가씨.
마리아 L. 라크엠:(불쾌함이라니, 지금껏 한 번도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던 당신이...?) ... ...제가 가지 않기를 바라시나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차피 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칼리든:...가능하시다면요. (잠시 침묵하다 네게만 들릴 듯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하지만 네가 그러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마리아 L. 라크엠:... 왜, 이제 와서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파티의 시끄러운 음악에 묻혀 당신에게도 거의 들리지 않을 법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반쯤은 원망이었으며, 반쯤은 기쁨이었다. 기실 저희의 처지에선 원망의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퍼뜩, 제가 주제에도 맞지 않는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곤 죄책감이 몰려와 고개를 옅게 저었다.) 미안해요. 인사, 드리고 올게요. (친척에게 잔을 받아들고 린튼 가의 이들에게로 향한다.)
그래도 장인 어른 될 분도 계시고, 린튼가는 왕족과 연결된 집안이기까지 하니..
잘 보여야지 않겠어요. 이 모든건 가문을 위한 일인데.
칼리든은 결국 당신을 따라가지 않고 뒤에 혼자 남습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모인 곳에 다가가면, 그들은 반갑게 당신을 맞이합니다.
에이번 린튼: 이게 누구야, 우리 새 가족 될 사람 아니야!
린다 린튼: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린튼가 사람들을 자세히 살피면, 대부분 눈동자가 흐립니다.
어째서인가 눈밑이 거뭇하고 대다수 낯빛이 창백합니다.
햇빛을 오래 보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한 사람들처럼.
마리아 L. 라크엠:(어디 아프기라도 한가...? 그들의 낯빛에 기묘함을 느끼면서도, 얌전히 고개숙여 인사하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 혹시 피곤하시다면 저쪽에 게스트룸이 있으니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시면 된답니다.
에이번 린튼: 걱정까지 해주고, 마음씨도 곱군 그래.
린다 린튼: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약혼녀 한 번 잘 골랐지. 참, 그러고보니 아직 약혼자를 본 적이 없던가.
에이번 린튼: 아, 마침 저기 오는군 그래. 하퍼, 하퍼 린튼! 곧 부부 될 사람들끼리 춤 한 번 춰야하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하퍼 린튼: 하퍼라고 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정중히 인사한다)
당신과 결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리아 아가씨. (그를 보며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마리아 L. 라크엠:(나는 앞으로 이 사람과 일생을 살아가야 하겠지. 무어라도 좋으니, 나를 때리는 일만 없었으면... 표정이 어두워보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힘쓰며 마주 정중히 인사하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영식. 저 또한 영광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하퍼 린튼: 그리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후후, 부드럽게 웃어) 처음이고 하니.. 한 곡, 추실까요. (네게 손을 내민다)
마리아 L. 라크엠:그럼... (아예 어떤 생각도 하지 않기로 하고, 그 손 위에 제 손을 올려놓는다.)
그는 부드럽게 당신을 이끕니다.
정중하게 당신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마저도 귀족답네요.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칼리든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찰나입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속삭임.
하퍼 린튼: 당신 집사가 당신을 굉장히 아끼나봐요.
하퍼의 속삭임입니다.
마리아 L. 라크엠:... ... (움찔한다. 저 역시도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에 무척이나 신경이 쓰이던 차였기 떄문이다. 왜? 지금껏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굴었으면서... 그럼에도 당신의 말에는 최대한 모른 척 잡아떼기로 한다.) 아무래도 함께한 시간이 꽤 되었거든요.
하퍼 린튼: 그런가요. (나지막히 미소를 지어보인다)
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습니다, 영애. 저 눈빛이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 쪽은 썩 달갑지가 못해서요.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불쾌감이 명백히 드러나는 것도 같습니다.
왜 저런 반응인걸까요?
무어라 묻기도 전에, 타이밍 좋게 춤이 끝납니다.
하퍼 린튼: 그러면, 라크엠 영애. 내일 다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정중히 인사하고는, 네 손등에 입을 맞춘다)
내일 이 시간에는...부부로 뵙겠네요. (다정한 웃음을 지어보여)
마리아 L. 라크엠:(부부라는 무거운 단어에, 금세라도 절망의 파도가 물결쳐 주저앉으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희미하게 마주 웃었다.) ... 내일, 다시 뵈어요. (고작 그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하퍼는 정중히 인사하고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당장 내일 부부가 될 사이인데, 더 함께해주지도 않는다니. 기분이 별로 좋진 않지만...
오히려, 지금 만큼은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마리아 L. 라크엠:(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힌 것만 같아 작게 한숨을 내쉰다.)
칼리든이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가볼까요?
마리아 L. 라크엠:(점점 더 마지막이 가까워져 온다는 이 불안감과 좌절감과 조급함을 어찌하면 좋을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잠시 바람을 쐬겠다며 정원으로 향한다.)
정원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고요가 찾아옵니다.
시끌벅적하던 파티홀 내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입니다.
칼리든의 분위기는 아까보다는 온화해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시간은 밤 9시고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달빛을 등지고 문득 칼리든이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명백한 춤 신청입니다.
칼리든:...한 곡 추실까요?
마리아 L. 라크엠:(왜 그런 표정을 하셨나요, 왜 그런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셨어요? 마치 제가 결혼하기를 바라지 않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냐, 또 착각하지 말자. 상처만 받을 거야. 마지막 밤이었다, 이 짧은 시간의 유예 속 기쁨이나마 누리고 싶었다. 하퍼 린튼의 손을 반강제로 잡았던 것과 달리, 제 손을 올리는 동작이 비교적 경쾌했다.) 물론, 기꺼이요.
칼리든:허락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네가 제 손을 잡자 부드럽게 끌어당겨 허리를 감싸잡는다. 이윽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부드럽게 스텝을 밟는다. 특별한 말은 하지 않고 그저, 너와 시선을 마주하면서...)
마리아 L. 라크엠:(하늘을 점거한 무수한 별, 쏟아져내리는 달빛. 저 멀리서 아련히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맞추어 내딛는 발걸음... 이루어지지 못할 마음이라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영영 눈 안에 담은 채 가져가고 싶어. 당신의 푸른 눈을 마주할 때마다 울컥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꾸욱 눌러참으며 입을 연다.) 예전에 이렇게 칼리든이 춤을 가르쳐주던 게 기억나네요. 처음엔 잘 못할까 봐 무서웠는데, 다정하게 가르쳐주셔서 그런 마음도 금세 사라졌었어요.
칼리든:...그랬었죠. 아가씨께서 발을 밟을까 무섭다고 말씀하시는걸, 제가 괜찮다고 달래드렸던 기억도 나요. 몇 번 발을 내딛으시더니 이내 금새 익숙하게 스텝을 밟으셨죠. (후후, 작은 웃음을 짓는다) 매사에 영특하신 분이셨는데 말이에요. (너를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준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마리아 L. 라크엠:저를 정말 똑똑하다고 해 주시는 사람은 칼리든이 유일할 거예요. 다른 사람들의 말은 다 겉치레에 불과하겠죠. 그리고 저도 알아요, 제 스스로가 못난 사람이라는 것을... (제가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일찍이 라크엠에게서 도망칠 방법을 찾았겠지. 제가 조금 더 매력적이었다면 당신과 사랑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꼭 잡은 손을 영영 놓고 싶지 않았다.)
...제가 떠나도 계속 이 라크엠에 남아계실 건가요? 편지라도 자주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칼리든:...라크엠에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 머물렀던 건 오로지 당신 때문이었으니까요. (승진도, 더 편한 보직도 마다하고 몇 년 동안 내내 당신의 곁만 지켜온 그였다. 그 이유를 말한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방금 말은 진심이리라) ...하지만 편지는 여건이 된다면 보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저 때문에요? (되묻는 목소리가 조금은 커졌을까. 어렵지 않게 같은 것을 상기한다. 그래도 제가 당신에게 조금은 긍정적인 의미로 남았다면, 이제는 그것만으로도 좋아.) 그럼 어쩌면 일을 그만두실 수도 있겠네요. 가끔씩 라크엠에 돌아오는 날이 있으면 당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만약 떠나신다면, 이건 주제넘은 바람이지만, 제가 찾아가기 어렵지 않은 곳에 계셨으면 좋겠어요. ... 향수 선물을, 또다시 해 드리고 싶어서...
칼리든:...만약에 떠나게 된다면 편지로 주소를 남기고 가겠습니다. (나지막히 웃어보인다. 그렇게 말하는 표정은 조금 가라앉아있었을까. 선물에 대해서는 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GM: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마리아 L. 라크엠:기다리고 있을게요. (제게 선물받기를 원하지 않는 것일까? 아무래도 어린이 소꿉장난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향수여서...? 당신이 침묵하고 넘길수록 제 안에서 도사리는 불안과 슬픔은 한 줌씩 커져만 간다. 달빛 아래 한 바퀴 빙글 턴을 돌면서, 그저 당신의 모습이나마 오래도록 시선에 가둔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옷으로 감춰진 목 부분에 희미한 상처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팔뚝에도...
마리아 L. 라크엠:(눈을 살짝 찡그려보아도 틀림없는 상처다. 이어 팔뚝에도 상처가 난 것을 알아채곤, 그 자리에 가벼이 멈춰서 상처를 피해 팔 부분을 조심스레 매만진다.) ...칼리든, 다쳤어요? 상처가 있어요.
칼리든:(네가 상처를 만지자 눈에 띄게 움찔한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조금 실수했을 뿐이니까요. (살짝 팔을 거두며)
마리아 L. 라크엠:어쩌다 그런 실수를 했어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제 마음까지 아파오는 것 같아.) 흉터 남지 않게, 약 잘 챙겨 바르세요.
칼리든:...조심할게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어쩐지 씁쓸해보이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걱정시켜드리고 싶은건 아니었는데... 제가 부족해서 그만. 그리 큰 상처는 아니니까 정말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마리아 L. 라크엠:(거두어지는 팔을 못내 걱정스러이 바라본다.) 큰 상처가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네, 앞으로는 조금 더 조심하세요.
(귓가에 얹혀오는 자그만 음악소리를 감각하다가, 뒤늦게 기억나기라도 한 듯 춤을 마치는 신호로 드레스 자락을 잡고 살짝 무릎을 굽혔다 일어난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시는 이리 함께 손을 잡고 가까이서 당신의 온기를 느낄 일 없겠지. 부드런 바람결을 헤치며 그나마 나아졌던 기분이 그새 곤두박질치는 것만 같았다. 이 순간이 영원이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바람이다.)
노래와 함께 춤이 끝나고, 이제 돌아갈 시간입니다.
파티도 어느 정도 끝무렵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심지어 칼리든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칼리든이 당신을 붙잡는 건.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칼리든이 너무나 간절하게 말합니다.
칼리든:...마리아 아가씨.
결혼하지마세요.
결혼하지마세요, 제발...
마리아 L. 라크엠:... ...
왜, 이제야 그 말을 하시나요?
아무 소용 없다고, 당신의 입으로도 말했으면서. (참고 참았던 노력도 무색하게 망막에 습기가 어리어든다.)
제가 결혼을 하지 않는대도 저를 사랑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그런데도, 어쩌면 저는 그 말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고. 이미 시간이 너무도 흘러간 탓에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 없는 것을 아는데도. 그래서, 그래서... 자리에 붙박이듯 멈춰선 채 드레스 자락을 뜯어내듯 붙잡다가, 결국 얼굴을 두 손에 묻는다.) 너무해요. 이제 와서 그 말을 하는 건... 너무해요, 칼리든.
불가능을 알고 있는 일에 희망 한 조각이 더해진다 해도, 이미 가능성을 붙잡을 힘은 다 소진해 버렸는걸요...
칼리든:(두 손을 얼굴에 묻은 그에게 다가가 말 없이 손을 잡아 내려, 맞잡는다) ...그냥 저랑 같이 있어요. (어쩌면 절박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가 네 귓가를 울린다. 왜 이제와서. 왜 이제와서?) 그냥... ... (그럼에도 묻어나오는 감정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진심이다) 한 번만이라도...
마리아 L. 라크엠:당신은 너무 어려운 사람이에요, 칼리든. (손을 내리면 눈물범벅이 된 낯이 드러난다. 처연할 정도로 애처롭고 가련하게 온몸을 감싼 슬픔.)
... 안아주실래요? (두 팔을 벌려보였다.)
칼리든:...(네 말에 무어라 대답하지 못한다. 그래, 솔직히 지금의 자신은... 자기 자신조차도 알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기꺼이.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너를 끌어안는다)
마리아 L. 라크엠:(팔을 뻗은 그대로 당신의 허리를 감싼다. 눈을 내리감으면 속눈썹을 타고 흐른 눈물이 당신의 옷자락 위로 한두 방울 번져들었는지도. 당신과 맞닿은 채로 익숙한 체향을 느끼는 순간이 이렇게나 기껍고 따스한데. 남는 것은 오로지 후회뿐이다. 나는 언젠가 결혼하지 말라던 당신을 거절한 이 순간마저도 후회하게 되겠지. 하지만, 모든 것을 두고 도망친다는 선택지를 꺼내들었을 때 집요하게 따라붙을 제 할머니와 린튼 가문의 힘을 뿌리칠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끝까지 겁쟁이인 거야.)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
칼리든:...그게 아가씨의 선택이군요. (무어라 말을 덧붙이지 않고, 그저 힘주어 그를 끌어안는다. 그래, 이 번마저... 이게 너의 선택이라면)
칼리든은 조용히 당신을 놔줍니다.
이성을 차린 듯한 태도와 함께 그는 먼저 등을 돌려 사라집니다.
어째서인가 그 뒷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깁니다.
...심란함을 안은 밤이 지나갑니다.
이제 당신은 곧 식장에 가게 되겠지요.
결혼식 당일 아침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칼리든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보이네요.
...하기사, 그들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하죠.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여전히 칼리든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정도는 해주지.
마리아 L. 라크엠:... 저기, (사용인을 아무나 붙잡는다.) 칼리든은 어디에 있나요?
사용인: 네? 칼리든씨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걸요. 안그래도 아침부터 안보이시더라구요. 바쁘신지...
어쩌면 몇 년이나 보좌해왔던 아가씨가 결혼하신다는 소식에 힘들어하시는걸지도요. 아가씨를 떠나보내야하잖아요.
마리아 L. 라크엠:(그래도, 그래도 인사 정도는 해줄 수 있잖은가. 어제 제가 그 말을 거절한 탓에 상처를 받은 걸까? 이렇게나 빨리 후회의 짐을 떠안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제, 마지막인데...
(작게 중얼거리다가 결국 마차에 오른다. 저택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모습에서 미련이 뚝뚝 묻어났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유난히 사람들의 말이 뒤섞이는 가운데, 묘한 한 단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GM: 듣기 판정
마리아 L. 라크엠:(무슨 일이지? 일반적으로 결혼식 하면 떠오르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에 저택 안으로 발을 들이는 걸음이 쭈뼛쭈뼛 긴장에 젖어 있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경찰이 왔어!"라고 연신 속삭이는게 들려옵니다.
...경찰이요?
소란스러운 장소로 급히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의 시체입니다. SANc(0/1)
마리아 L. 라크엠:(허억,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키며 입을 틀어막는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어떤 불행이 닥쳐오더라도 참아내야만 한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던 탓일까, 외려 그 불행을 안겨줄 주체가 무너져버렸다는 사실이 먼저 인식된다. 그럼에도 떨리는 목소리를 어쩌지 못한 채 서둘러 경찰에게 다가간다.)
경찰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검거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에 경찰 한 명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곤, 동정의 시선을 건넵니다.
그리고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힘이 들어간 문장을 내뱉습니다.
경찰: 사인은 총살입니다.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마리아 L. 라크엠:총살, 이라니...
경찰: 총살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 살인 사건이라 할 수 밖에요.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마리아 L. 라크엠:... ... (원치 않는 결혼이기는 하였으나, 이렇게 짜맞춘 것처럼 결혼 상대가 사망하다니 기묘한 일이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저와 손을 맞잡고 춤을 춘 이가 지금은 저리 싸늘한 시체가 되어... 문득 구역질이 치밀어오를 것 같아 심호흡을 한두 차례 내뱉는다.) 범인은 검거하였나요?
경찰: 아직 조사 중입니다. 후보가 몇 명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GM: 살인 현장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비록 경찰과 린튼가의 사람들이 있지만, 갑자기 배우자를 잃은 새 가족이 충격에 점철된 낯으로 조금 살핀다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하지 않을테니까요.
마리아 L. 라크엠:(린튼 가는 이상한 소문이 돈다고 했으니 원한을 가진 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 개인적인 상황에 비추어보았을 때 바로 떠오르는 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혹시 그의 흔적이 있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천천히 주변을 돌아본다. 흔적을 발견한다면 감춰주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라는 못된 생각이 문득 뇌내를 스쳐간다.)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마리아 L. 라크엠:(아무리 그래도 그의 시체에는 아직 쉽사리 다가가기 무서웠으므로 카펫부터 살핀다.)
카펫은 핏자국으로 너덜합니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딱 봐도 고급 재질, 비싼 카펫 같은데.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GM: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마리아 L. 라크엠: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바닥에 떨어진 탄피가 보입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마리아 L. 라크엠:... (탄피의 모양을 주의깊게 봐 두고 창가로 다가간다.)
창문
창문 근처에는 마침 경찰이 있습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살피면,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크기는 키가 큰 성인 남성 정도의 사이즈네요.
...어쩐지 익숙한 크기입니다. 저 신발 자국도요.
마리아 L. 라크엠:(...정말로 당신일까? 추론에 한 줄기 가능성을 더하며 장식장을 살핀다.)
장식장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느낌입니다.
사진에 대해 경찰이나 하인 등에게 묻는다면, 그건 린튼 가문의 사진이라 알려줍니다.
이곳에 없는 사촌분들까지 모두 모여 찍은 사진이라고요.
마리아 L. 라크엠:(사진은 왜 빼내어간 거지? 잠시 사진을 바라보다가, 조금 머뭇거리며 시체로 다가간다.)
린튼의 시체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채 감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GM: 빼려고 한다면, 은밀행동 판정
마리아 L. 라크엠:(작은 몸집을 이용해서... 아무도 저를 보지 않을 때 살짝 몸을 굽혀 그의 손 안에 있는 것을 빼내어본다.)
은밀행동
기준치: 35/17/7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GM: 재빠르게 민첩 추가로 굴려봅시다
마리아 L. 라크엠: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빼보면 찢어진 쪽지입니다.
쪽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이 그려져있네요.
이건 도대체 뭘까요? 난데없이 왠 거미?
마리아 L. 라크엠:(거미... 무언가를 의미하는 걸까? 일단은 아무도 못 본 틈을 타 쪽지를 슬쩍 챙겨넣는다.)
얼추 주변을 둘러보고 나면, 경찰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정말 심각한 얼굴입니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 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경찰: ...혹시 칼리든씨를 아십니까?
마리아 L. 라크엠:(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으나,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가다듬으며 대답한다.) 4년 전쯤부터 라크엠 저택에서 사용인으로 일하는 분이에요.
경찰: ...당신의 전담 집사라고 들었는데요. 사이가 꽤나 좋으셨다고...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으셨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정원사가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칼리든씨와 비슷하다 증언하길레 말입니다. 혹 오늘 칼리든씨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마리아 L. 라크엠:분명 가까운 사이였던 건 맞지만... 지금 이 일과는 관련이 없는 것 같아서요. (최대한 침착하고 냉정한 척 목소리를 꾸며낸다. 만약 정말로 범인이 그라면 경찰에 잡혀들어가고 말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린튼 가를 건드렸으니 목숨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터다. 필사적으로 숨겨야만 한다는 마음이 몰아친다.) 오늘 아침부터 만나지 못해서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경찰은 당신의 말에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칼리든을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이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그러나 마리아, 당신도 슬퍼했나요?
그건 모를 일입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게 느껴집니다.
무어라 위로의 한 마디라도 전하는 것이 좋을까요?
마리아 L. 라크엠:(슬프다기보다는 상황의 참혹함에 당황하고 놀랐다는 말이 적확하겠지. 스스로도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결혼에 거부감이 너무 심했던 탓일까. 하나 그의 부모님은 엄청난 슬픔에 젖어있겠지. 마차에 오르기 전, 그들을 향해 예의를 갖추어 인사한다.) 영식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그들은 당신의 애도에도 불구하고 당신만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으로 느껴질 정도네요.
이만 자리를 뜨고자 하여 린튼 가의 저택을 나설 경우,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가 저택 한 구석에 있는 풀숲 속.
GM: 원한다면, 관찰 판정.
마리아 L. 라크엠: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얗고 벌레처럼 생긴 무언가가 당신을 응시하다 사라집니다.
...그건 뭐였을까요.
저녁, 라크엠 저택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결혼식 대상이, 결혼 당일에.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나요?
...물을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허나 지금 이 상황에서 칼리든이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장 경찰이 한 말만 봐도 말이에요.
칼리든과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찝찝한 구석이 많은 사건입니다.
하지만 설마, 칼리든이요? 그가 그렇게 극단적인 성격이었던가요?
비록 결혼식 전날에 당신을 보고 가지말라며 붙잡기는 했지만...
당신의 마음을 알고도 잡아주지 않던 그가 아닌가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고민에 잠겨있으면 어느새 저택입니다.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자니, 창 밖으로부터 칼리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과 제 가족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칼리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급한 전갈이 있어 심부름을 다녀왔다고 답하는 것이 시야에 잡힙니다.
GM: 원한다면, 관찰 판정
마리아 L. 라크엠:(제 방에서 초조하면서도 기묘하게 침착한 마음으로 앉아 있다가, 소란스러움이 일자 서둘러 창가로 다가간다. 아직 경찰을 만나지는 않은 걸까?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어야 할 텐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거리가 너무 먼 탓일까요, 흐릿한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기가 어렵습니다.
문득 창문 너머로 칼리든과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속을 알 수 없는 저 분위기... ...
칼리든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내에 주문 받은 물건을 사러 나갔고, 그 위치는 린튼 가 저택과 정반대 편이네요.
물건을 산 영수증과 구매한 상인까지 증인으로 내세우자 의심스러운 낯을 하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그럼 그렇죠. 칼리든이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기분은 뭘까요.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칼리든은 고요하기만합니다.
칼리든의 표정은 어쩐지 평소와 조금 다른 것도 같습니다.
그 비어버린 눈동자 속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던가요.
칼리든:..아가씨.(너를 보곤 말을 건다.) 괜찮으십니까?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만...
마리아 L. 라크엠:(경찰이 철수하는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지금껏 제가 알던 당신은 사람을 죽일 만한 인물은 아니었으나, 만일 정말로 죽였다고 한들 제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피해자에게는 죄책감의 마음이 들기도 하였으나, 제게는 눈 앞의 사랑이 더 중요하였기에. 그럼에도 시체를 눈 앞에서 본 충격이 아직 다 가시지는 아니하였으므로, 조금은 파리한 낯으로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저는 괜찮아요. ... 칼리든은 아침부터 바쁘셨던 모양이네요. 아무리 그래도 결혼식 날인데 인사도 하지 못하는 줄 알고 걱정했어요. 이런 식으로 금세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지만요.
칼리든:급한 전갈이었기에...죄송합니다. (너를 보고 나지막히 웃어보인다. 아까의 이질감은 어느샌가 지워지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웃음이다. 사람, 그것도 모시던 아가씨의 약혼자가 결혼식 당일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는 그랬다) ...그렇네요. 이렇게, 다시 만났죠.
경찰이 칼리든을 다시금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자리를 떠납니다.
GM: 칼리든의 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짐가방 안에는 심부름과 무관해보이는 신문이 한 장 들어있네요.
마리아 L. 라크엠:(혹시 벌써 살인사건이 퍼졌을까 하는 마음에 신문을 살짝 펼쳐본다.)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린튼 가와 라크엠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GM: 자료조사 판정 가능
마리아 L. 라크엠: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일정 페이지에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네요.
읽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새 칼리든이 이 쪽으로 오는 것이 보입니다. 신문은 어떻게 할까요?
마리아 L. 라크엠:(아무리 그래도 남의 물건을 몰래 만지는 건 좋지 않으니, 후다닥 신문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알리바이는 확실히 증명된 거죠, 칼리든?
칼리든:예, 다행스럽게도요. 의문은 확실히 풀린 것 같습니다. (네가 신문을 보고있었던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이만 방으로 올라가시는건 어떠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으신걸요.
마리아 L. 라크엠:다행이네요. (문득 제 뺨을 쓸어내린다.) 아... 그런가요? 아무래도 그때 놀랐던 게 아직 다 가라앉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고개를 끄덕이곤 당신과 함께 익숙한 제 방으로 향한다.)
칼리든:(방에 도착해 문을 닫는다) 아직 드레스를 입고 계시는군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게 도와드릴까요?
마리아 L. 라크엠:(그러고 보니 경황이 없어 옷을 갈아입는 것도 잊었다. 새삼, 어제 저녁에 당신이 파티 예복으로 갈아입혀주던 것이 상기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좌절과 슬픔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지금은 혼란스럽기는 해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네, 부탁드릴게요.
오늘은 놀랄 일만 가득이었네요. 결혼 상대가 그렇게... 결혼식 당일에 살해당할 줄이야. 이제 일이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어요. 할머니께서 화살을 제게 돌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칼리든:(네 옷의 지퍼를 내리고, 복잡하게 놓인 자수가 얽히지 않게 리본을 풀어나간다) ...아마 결혼은 취소될 겁니다. 상대가 없으니 할 수도 없을테지만요. (잠시 침묵하다가) 만족하십니까?
마리아 L. 라크엠:(가만히 당신의 손길을 받다가 지레 놀라 어깨를 흠칫 떤다.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퍼 린튼이 죽기를 바란 적은 맹세코 없었기에.) ...무슨 뜻으로 물어보시는지 모르겠는걸요. 그런 칼리든은 어떠신가요? 간밤에 제게 결혼하지 말라고 하셨었잖아요. (조심스런 어조로 되묻는다.)
칼리든:...결혼식을 원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서 여쭈었던 것입니다. (담담한 어조로 대답한다) 제게 다시 되물으신다면... 그렇다고 해둘까요. (등 뒤에 서 있어서 보이지 않았으나,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마리아 L. 라크엠:맞아요. 분명, 원치 않았었죠. 이런 형태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요. ... ... (당신의 표정이 짐작되는 것은 제 착각일까? 무엇이든 제게 긍정적인 의미였다면 좋을 텐데. 만약 제가 어젯밤 느꼈던 게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라면... 제 손을 매만지다가 조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 린튼 가문의 영식이 살해당했으니 한동안은 무척 시끄럽겠어요. 하지만 할머니께서도 다시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시겠죠? ... ...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떠나고 싶어요. (살짝 눈치를 보았다. 당신과 함께요, 가 생략된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칼리든:예, 분명 시끄럽겠지요. 본래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있던 이가 추락하는 것을 즐기니까요. (여전히 뒤에 선 채로, 네 머리장식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떠나고 싶으십니까? 가신다면, 어떤 곳으로요? (네가 말하지 않았어도, 누구와 떠나고 싶어하는지 정도는 그도 알 수 있을터였다.)
마리아 L. 라크엠:음... 꽃이 만발한 곳이 좋아요. 계속계속 향수를 만들고 싶거든요. 조향 말고는 마땅히 배운 것이 없으니 그런 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해보았던 듯 별다른 망설임없이 대답이 금세 흘러나온다. 홀로 수없이 꾸었던 꿈이었다.) ... ... 칼리든은... 어디가 좋아요? (같이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러니까 이건 그냥 개인 대 개인으로 물어보는 거니까... 합리화한다.)
칼리든:그렇습니까, 아가씨께서 만들어주시는 향수들은 향이 좋았죠. 제게 처음으로 만들어주셨던 향수도 꽃을 활용한 것이셨고... (엉킨 네 머리를 고운 빗으로 천천히 아프지 않게 빗어내린다) ...저는...글쎄요, 바다가 보이는 곳이 좋을까요. 파도치고 있는 바다를 보면...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거든요.
마리아 L. 라크엠:향이 좋았나요? 다행이에요. (제가 당신에게 선물한 것도 마음에 들어하면 좋을 텐데. 그러고 보니, 다시 향수를 선물해줄 수 있는 걸까...? 한 번 꽃망울을 틔운 기대감은 향후 미래에 아무런 확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퐁퐁 커져간다.) 바다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네요. 무척 아름답다고들 하던데...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라니 언젠가는 가볼 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바닷가 근처에 꽃무리가 가득한 땅도 있을까? 홀로 열심히 생각해본다.)
칼리든:언젠가는 가보실 수 있을겁니다. (정돈하던 손길을 마치고, 네게 실내용 원피스를 들고와 입혀준다) ...분명히요. (그러나 제가 데려다드리겠다거나, 언제 한 번 같이 가보자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저 너의 미래에 대한 확신만을 읊조린다)
마리아 L. 라크엠:(같이 가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 같은걸요. 이번에도 함께라는 말에 그 어떤 확신 한 점도 안겨주지 않는 말에 이제는 반쯤 체념한 채로 드레스 자락을 매만진다.) ...그렇겠죠.
칼리든:...(환복이 끝나자 네게서 한 걸음 물러난다) 이만 쉬시게 자리를 비켜드릴까요?
마리아 L. 라크엠:... (한참이나 머뭇거렸다.) 칼리든, 왜 제가 결혼하지 않기를 바라셨어요?
칼리든:(네 말에 잠시 멈칫한다. 이윽고 약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그 끝에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짧은 말 한 마디)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결혼이었으니까요.
마리아 L. 라크엠:... ... 그뿐인가요? (제게 일말이라도 호감의 감정이 있다거나 같은 이유는 전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나요?) 왜 이루어지면 안 되는지... 물어도 얘기해주지 않으실 거죠?
칼리든:...마리아 아가씨 .(조용히 네 이름을 불러,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원하시는 답이 있다면, 그렇게 말하라 명하십시오.
...저는 당신의 종이지 않습니까. (느릿한 손길이 마리아의 목덜미를 스쳤다)
마리아 L. 라크엠:하지만... (목덜미에 닿아오는 손길에 작게 움찔거렸으나, 이 역시 아무 뜻 없는 행동이리라고 판단하곤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다.) 그게 당신의 진심이 아니라면 아무 의미도 없잖아요. 더하여, 만약 제가 원하는 답과 당신의 진심이 정반대리가도 하면 어떡하나요? 저는 무서워요.
그래요, 저는... 당신이 저를 좋아해주기를 바라요. 저를 원해주기를 바라요. (거의 알아듣기도 힘든 조그만 음성이었다.) 그래서 제가 가는 곳에 당신이 함께했으면 해요. ...하, 하지만 이루어질 리 없겠죠. 언제나 그랬으니까... 못 들은 걸로 하세요.
칼리든:...(네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알아듣기도 힘들만큼 작고 여린 음성이 귓가에 맴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문장만큼은 선명하다. '이루어질리 없겠죠.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래, 이루어질리 없다. 왜냐하면...) 못들은걸로 하라고 하셨습니까. (네게 천천히 다가가, 어깨를 붙잡고 시선을 내려 눈을 마주한다. 깊고 어두운 남색 눈동자가 너를 응시해) 허면, 이것도 못 본걸로 해주시겠습니까? (네게 나지막히 속삭이며, 뺨을 손끝으로 천천히 어루만진다) ...싫으면 피하세요. (그리고 천천히, 너와 입술을 겹친다.)
마리아 L. 라크엠:(정말 못 들은 척 나갈 줄로만 알았는데. 항상 올려다보던 남색 시선이 같은 높이에서 가까이 맞닿아오자 어색함과 부끄러움이 스물스물 올라와, 절로 뺨에는 홍조가 어리기 시작하고 심장은 박동을 더한다. 두렵기도 하였으나 동시에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럴 마음 따위 들 리 없다. 홀로 그리고 그려온 상상 속에 수없이 자리했던 모습인걸. 헛숨을 작게 들이마시면서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만히 눈을 내리감으며 당신의 입맞춤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듯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쥔 채로 덜덜 떨고 있었지만.)
칼리든:(피하지 않고 눈을 내리감는 모습에 저 역시 멈추지 않는다. 어깨에 올려졌던 손은 자연스레 내려가 허리를 감싸안고, 다른 한 손은 네 머리를 가볍게 받쳐낸다. 부드럽게 몇 번 입술을 맞대다가, 조심스레 혀를 내어 네 입술을 살짝 핥고는 느릿하게 네 안을 탐한다. 네 상태를 살피고자 살짝 떠서 바라본 시야에 비친 떨리는 손을 보곤, 괜찮다는 듯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마리아 L. 라크엠:(제게 왜 이렇게 다정히 대해주는 걸까? 전부 밀어낼 것처럼, 제겐 아무 관심 없는 것처럼 굴었다가도 어젯밤 달빛 아래에서 저를 붙잡았던 순간이나 지금처럼 한순간에 상냥해지고 만다. 그런 당신을 제가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혼란스러움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그런 와중에도 입술을 겹치는 이 순간이 벅차도록 기쁘기만 하다. 혀가 얽혀들 때는 깜짝 놀라 한 차례 더 몸을 떨었으나, 이내 피어오르는 쾌락에 마치 중독될 것만 같은 고양감이 차오른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도, 허리를 감싸안는 손길도, 맞닿는 입술도 그 모든 것이 다감하기만 하여 어쩔 줄 모르고 매달리듯 팔을 뻗어 당신의 목을 끌어안았다. 서투르게 숨결을 겹치고 혀를 섞는다. 한참이나 맞닿던 입술이 겨우 떨어지면, 조심스레 떠올리는 눈가가 살짝 촉촉하다.) ... ... 대답을 들을 수 없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묻지 않을래요. 그저, 제 마음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칼리든:(평상시보다도 더 다정한 손길이 네 뺨을 쓸어내렸다. 말보다 행동이라고 했던가, 이 입맞춤이 마리아의 마음 속에서 다시 한 번 흔들림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칼리든 역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나, 왜인지 눈을 돌린다. 제가 던진 돌임에도 불구하고. 호흡이 섞여들고 다소 열기가 차오를라치면, 이윽고 네게서 떨어져 시선을 마주한다. 그 눈빛에, 언뜻 복잡한 감정이 스쳤던가) ...제가 아가씨의 마음을 모를까요.
...(옅은 웃음이 어린 입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잔잔하다. 그렇게나 다정하게 입맞춤을 했던 사람 답지 않게 다시금 정중한 투로네게 속삭인다. 방금은 한 순간의 꿈이었다는 듯,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라는 듯이...) ...내일 린튼가 사람들께서 방문하신다고 합니다. 아마 취소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오시는 걸테죠. 아침 일찍 일어나계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마리아 L. 라크엠:알고 계신다면... (금세 복잡한 심경이 되어 씁쓸히 미소지었다. 알고 있는데도 대답 한 점 내어주지 않는 모습이 얼마나 어렵기만 한지.)
(가슴 속 호수는 파동이 몇 번이고 겹쳐 일어 이제 원래의 잔잔함이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게 흔들린다. 한순간 뜨겁게 불타올랐던 열기와 쾌감은 당신의 정중한 목소리에 한여름밤의 꿈처럼 훅 사그라든다. 그래, 어쩌면 정말로 꿈을 꿨는지도 몰라... 젖어든 입술이 서늘한 방 안의 공기에 닿아 메말라가는 것을 감각하며 고개를 가만 옆으로 돌린다.) ... 네, 알겠어요. 오늘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셨으니 들어가 쉬세요.
칼리든:(네 씁쓸한 미소에 무어라 말을 건네려다 말고 그저 가벼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그나마의 배려였다. 왜 사람의 마음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건지.) ...안녕히 주무십시오.
문을 닫고 나가는 칼리든의 뒷모습 뒤로 나지막한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잘된 일이야.
닫힌 문 너머 그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새벽이 가까워지고, 잠들 수 없는 밤이 지나갑니다.
뜬 눈으로 침대 위에 누워있다보면,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집니다.
...이 시간에 누가 돌아다니고 있는걸까요? 새벽이 깊었는데요.
복도로 나가면 끝에 위치한 칼리든의 방 불이 켜진 채 열려있습니다.
안자고 여태 뭘 하는걸까요?
잠도 오지 않는 밤, 그와 새벽을 지새는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리아 L. 라크엠:(왜 이 시간까지... 망설이다가 문가로 다가가 조심스레 목소리를 낸다.) 칼리든?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칼리든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이네요.
마리아 L. 라크엠:(어디에 간 거지...? 물품이라도 정리해줄 셈으로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든다.)
꽤나 정신 없는 방이네요. 그의 방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긴 했지만...
물품을 대신 정리해줄 요량으로 살펴보고 있자면, 칼리든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이 눈에 띕니다. 저건 뭐죠?
마리아 L. 라크엠:(남의 물건을 몰래 보는 건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당신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수첩을 펼쳐본다.)
수첩을 펴서 살펴보면, 이름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분명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일텐데, 너무나 익숙합니다. 왜?
GM: 지능 판정
마리아 L. 라크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수첩을 넘기다 보면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하퍼 린튼
마리아 L. 라크엠:(겨우 이름 하나 써 둔 것으로 당신을 살인의 용의자로 올릴 수는 없겠지만, 무척이나 공교로운 일이다. 이 수첩을 남에게 들키지 말아야 할 텐데... 눈에 띄지 않도록 책상 한구석에 잘 올려놓는다.)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이건...탄피입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근원지를 살피니, 침대 밑입니다.
칼리든이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걸까요?
그러나 찝찝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마리아 L. 라크엠:(이 탄피는... 린튼의 집에서 본 것과 같은 것인가?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탄피를 유심히 바라본다.)
GM: 지능 판정
마리아 L. 라크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무래도 같아보입니다.
마리아 L. 라크엠:(한층 더 걱정스러워진 마음으로 허리를 굽혀 침대 밑을 바라본다.)
GM: 관찰 판정
마리아 L. 라크엠: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침대 안 쪽에 삐져나와있는 가시에 손 끝을 약간 찔렸지만
노트 한 권이 손에 잡힙니다.
마리아 L. 라크엠:아야... (노트를 빼내어 펼쳐본다.)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거미 그림.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는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옆에 적힌 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자'
마리아 L. 라크엠:이건... (하퍼 린튼이 쥐고 있던 쪽지를 기억한다. 그가 정말로 린튼 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게다가 거래자라니, 무슨 의미를 담은 말인 거지.)
문득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일어나면 칼리든이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잠옷 차림의 칼리든은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팔은...
온갖 상처로 가득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당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치 챈 칼리든이 빠르게 겉 옷을 챙겨입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칼리든:...아무리 아가씨라 해도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마리아 L. 라크엠:아, 미, 안해요. 그런데 칼리든... (자동반사적으로 사과의 말을 건네다가 당신의 팔뚝을 보고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순식간에 어젯밤 당신의 목과 팔에서 발견했던 희미한 흉터들이 오버랩된다.) 어떻게 된 거예요, 그 상처?
칼리든:...별거 아닙니다. 그냥 어쩌다가 생긴 거에요.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주무시러 가세요.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마리아 L. 라크엠:... ... 조금 늦게 자도 일어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어요. (당신에게 다가가 두 눈을 빤히 올려다본다. 당신이 무언가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 듯이.) 별 것 아니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상처가 너무 많잖아요. 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다쳐서... ... 험한 일이라도, 하고 있나요? (짐작도 가지 않는데도.)
칼리든:...딱히 험한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어렸을 적에 생긴 상처에요.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 둘러대기만 한다) 아가씨가 신경쓰실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어서 주무시러 가세요.
마리아 L. 라크엠:어렸을 적에요...? (그런 말로 납득될 리 없다는 흔적임을 당신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함의를 읽어내고는 입술을 꾸욱 다물었다. 그래, 제가 뭐라고.) ...지나치게 참견했다면 미안해요. 들어가 볼게요. (우울하게 당신을 스쳐 방문을 나선다.)
당신이 방문을 완전히 나서기 전, 칼리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칼리든:...모든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내 곁에 있을 수 있겠어요?
마리아 L. 라크엠:(그 자리에 가볍게 멈춰서서 시선을 들어올린다. 복도의 어둠에 파묻혔음에도 붉은 홍채가 기묘한 안광을 발한다.) 당신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어떤 진실이든 제겐 중요하지 않아요.
곁. 내 곁...
대체 그가 품고 있는 비밀이 무엇이기에, 당신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는 걸까요.
칼리든은 당신의 대답에 나지막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닫습니다.
완전한 단절
아침이 옵니다.
둘째날
결혼식 다음날의 동이 텄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린튼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가족들의 분위기를 보면 좋지 못합니다. 좋을 수 있을리가요.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어쩌면 라크엠 가문이 일어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당신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겠지만요.
GM: 린튼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부엌],[휴게실],[뒷마당]에 가볼 수 있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가문의 부흥. 세뇌되다시피 들어온 말이었지만, 이제는 무용하게만 느껴졌다. 부엌으로 향한다.)
부엌
하인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이 속닥속닥.
GM: 듣고 싶다면, 듣기 판정
마리아 L. 라크엠: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하녀: 린튼 가 사람들이… …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였다더라.
하인: 그럼 뭐야? 그 부부만 ……거야?
하녀: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긴 했다는데 전부 ……면 대가 ……는 거겠지……
마리아 L. 라크엠:(정확히는 들리지 않았으나, 가문에 관한 이야기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칼리든이 그를 죽였으리라고 반쯤 확신했음에도 이상하게 평이한 낯이었다.)
(가만히 자리를 떠나 휴게실로 향한다.)
휴게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있을 뿐입니다.
GM: [탁자]와 [벽난로]를 살필 수 있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탁자로 다가간다.)
탁자를 살펴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자 신문이네요.
마리아 L. 라크엠:(이제 정말 린튼 가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와 있겠지. 신문을 펼쳐본다.)
신문을 펼치자,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칼리든.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입니다.
칼리든...
마리아 L. 라크엠:(용의자가 유력히 특정되기 전에 그가 라크엠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이리저리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벽난로를 살핀다.)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저게 뭐죠? 꺼내볼까요?
마리아 L. 라크엠:(웬 종이조각이지? 벽난로 곁에 걸린 부지깽이를 들어 종이조각을 제 쪽으로 꺼내온다.)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SANc (0/1)
마리아 L. 라크엠: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뭐지? (아이호트라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건만 본능적으로 불쾌한 기분이 든다. 쪽지를 가만 바라보다가 다시 벽난로 안에 던져넣었다. 온전히 타들어갈 때까지 지켜보다가 뒷마당으로 걸음한다.)
뒷마당으로 걸음하려는데, 카펫 아래에 삐죽 튀어나온 종이가 보입니다.
어디 책에서 뜯어온 듯한 종이 한 장이네요.
마리아 L. 라크엠:(숨겨두려던 거면 좀 더 제대로 숨겨두지... 허리를 굽혀 종이를 빼내어 읽어본다.)
전부 지역입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GM: 교육 판정이 가능합니다.
마리아 L. 라크엠: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과거 학교에서 배웠던거 같은데, 이걸.
그러니까 해독하자면... 이름이군요.
낯선 퍼스트 네임과 익숙한 라스트 네임. 린튼.
거기다가 이 필체, 명백히 칼리든의 것입니다.
우선 이 린튼의 이름은 적어도 하퍼 린튼의 부모님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린튼인가요? 친척? 가문 구성원?
도대체 이걸 왜 적어둔 거죠? 뭘 위해? 그들이 지내는 지역은 왜 알아내는 거고?
마리아 L. 라크엠:(눈을 찌푸려가며 암호를 해독해 얻은 결과를 멍하니 내려다본다. 정말 하퍼를 그가 죽인 게 맞다면, 다른 린튼조차도 전부 죽여 버리려는 셈일까? 하지만 어째서? 그는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결혼'이라 하였었다. 무언가 연관이 있는 걸까.)
(쪽지를 마저 벽난로에 던져넣어 타들어가도록 내버려두고 뒷마당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뒷마당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고 있는 칼리든이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도 잠잠한 낯입니다.
칼리든:...말씀하신대로 일찍 일어나셨네요.
마리아 L. 라크엠:늦게 잠들어도 잘 일어날 수 있다고 했었잖아요. (여전히 당신의 팔에서 본 상처가 눈앞에 아른거려, 평소보다는 어두운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다가간다.) 무얼 하고 계셨어요?
칼리든:꽃을 가꾸고 있었어요. 아름답지 않나요? (손 끝으로 꽃잎을 살짝 쓸어내린다)
아가씨도 꽃에 관심이 많으셨으니 아시겠지만... 이건 에리카 꽃이에요. 히스라고도 부르죠.
...꽃말을 아시나요?
마리아 L. 라크엠:네, 무척 아름답네요. (당신의 손끝을 따라 파르르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본다.) 히스라면 들어본 적 있어요. 향기가 제법 좋아서 언젠가는 그걸 탑 노트로 한 향수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꽃말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칼리든은 알고 계세요?
칼리든:히스 꽃의 꽃말은, 고독이라고 해요. (한 송이를 가볍게 꺾어 손에 들고 향을 맡는다. 그 모습이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게 왜 그런 꽃말이 붙었을까요.
마리아 L. 라크엠:고독이었군요. (꽃말을 입안에서 재차 발음하여 굴린다. 보랏빛 꽃을 들어 향기를 맡는 당신의 모습은 평소보다도 더욱 고요하고 이상하도록 평온하여 시선을 오래도록 앗기고 만다.) 꽃말은 결국 정하는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그래도 이왕 붙여줄 거면 긍정적인 말을 쓰는 게 좋았겠네요.
...저도 한 송이 꺾어주실래요?
칼리든:꽃의 수보다도 긍정적인 말의 수가 더 모자랐던 모양이에요. 그렇다고 꽃말을 비워둘 수는 없으니, 뒤늦게 이름이 붙여진 꽃들은 그렇게나마 의미를 가져야했던걸지도요.
(네 말에 가장 예쁘게 피어난 것으로 조심스레 꺾어서 건넨다) 마음에 드세요?
마리아 L. 라크엠:그러게요. 세상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참 많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새로운 꽃들이 잎을 틔우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예쁜 꽃말을 얻는 게 있다면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꽃말도 붙여진다는 게 어쩐지 우리의 삶과 비슷하네요. 누군가가 행복하려면 누군가는 불행해져야 하잖아요. (할머니가 행복해지기 위해 저를 불행으로 내밀었듯이.)
(쓸쓸히 말하다가, 건네받은 꽃을 가까이 가져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빙그레 웃었다.) 과연 무척 향이 좋아요. 칼리든이 열심히 가꾸신 보람이 있네요. 꽃말은 이래도 방에 꽃다발을 만들어 가져다둘까 봐요.
칼리든:...그렇죠. 누군가가 행복하려면, 누군가는 불행해져야하는 삶. 그게 우리의 인생이니까요. (그 불행과 행복의 대상을 정해주는 것은 누구일까. 인간이 꽃에게 이름을 붙여주듯이, 인간에게도 그러한 운명을 결정지어주는 존재가 있는걸까. 만약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왜 그런 운명을 결정지었느냐고.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속으로 의문을 삼켜낸다)
원하신다면 하나 만들어드릴까요. 안그래도 곧 오실 손님분들을 위해 작게나마 꽃다발을 만들까, 했거든요. 자식분을 잃으셨으니... 위로가 될까 해서요. (그를 죽인 용의자로 의심받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평이한 어조였다)
마리아 L. 라크엠:행복을 얻는 이는 기쁘겠지만, 불행의 입장에 선 이들에게는 참 기구한 인생이에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균형의 추는 항상 공평해서, 저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희생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리라고.)
아, 네, 선물받는다면 물론 감사하죠. 그런데 린튼 가 분들께도요? (잠시간 의문이 담겨 있다가도, 이내 사그라든다.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분들이 꽃말을 알지 못하게 주의해야겠어요.
칼리든:네, 기구한 인생이죠. (네 말을 강조하듯 한 번 더 되뇌였다) 꽃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고들 하잖아요? 물론 꽃말이 신경쓰이실 수는 있지만... 지금 가장 예쁘게 피는 꽃이 에리카라서요. 시든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드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설사 꽃말을 알고 계신다고 해도, 오해하지만 않아 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말하는 내내 꽃을 조금씩, 조금씩 따 모은다. 어느새 품 한 가득 한아름 모인 꽃다발을 끌어안고 향을 맡는다. 그 미소가 언뜻 즐거워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마리아 L. 라크엠:(당신의 삶 역시도 기구한 것일까? 만약 당신이 제 곁에 있던 시간을 불행하게 여겼다면, 차라리 저를 떠나 행복해지기를 빌어주리라.) 시든 꽃을 선물드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죠.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하였다. 보랏빛과 분홍빛 꽃을 한가득 안은 채 향을 맡는 그 모습이 제 눈에 얼마나 아름답게 비치는지 당신은 알까. 잠깐이나마 누리는 이런 평화가 언제까지고 계속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래도록 붉은 홍채를 당신의 모습에 고정하고 있었다.)
칼리든:(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이었는지. 고개를 돌려 너와 눈을 마주한다. 푸른 눈동자에 붉은 빛이 반사되어 짙은 어둠을 자아낸다. 그 탓일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읽어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언뜻 언뜻 드러나는 것들의 조각을 짜맞춰보자면... 맹목에 가까웠다.) ...제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요.
제가 이 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절 만나러 오세요.
마리아 L. 라크엠:... ... 갑자기요? (가만 당신과 시선을 겹치던 중 들려오는 말이 의아스러워, 붉은 홍채를 두어 번 깜박거렸다. 그러나 더 묻지 않았다.)
그렇게 할게요. (무엇보다도 만나러 오라는 말이 기꺼웠기에.)
칼리든:...그리고 꼭 방아쇠를 당겨주세요.
대체 이게 무슨 말이죠?
뭘 의미하는 이야기인가요?
칼리든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꽃다발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잠시 멍하니 서 있는 사이,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린튼 가족 내외가 찾아온 모양이에요.
하인이 찾아와 가족분들이 먼저 응대할테니 잠시 방에 가 있으셔도 된다고 이릅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총소리가 울렸습니다.
명백한 총소리입니다.
근원지는 현관.
현관으로 향하면, 그 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칼리든이 서 있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 ... 칼리든...?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칼리든을 응시합니다.
칼리든의 손을 보면,
그래요, 리볼버.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SANc(1/1d2)
마리아 L. 라크엠: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2
)
=
2
(방금까지 꽃다발을 갖다준다고 하지 않았었나? 정말, 린튼 가를 전부 죽여버릴 생각이기라도 한 거예요? 카펫과 문틀을 타고 번져가는 새빨갛고 비릿한 선혈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살인에 쏠렸던 신경이 이내 주변인에게로 향한다. 경찰을 부를 텐데, 도망쳐야 해요...!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소리를 억누르며, 애가 타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피가 튄 뺨을 든 칼리든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쩐지 이 현상이 익숙한 얼굴.
웃는 낯에는 이유 모를 조소가 번져있습니다.
숨을 뱉은 그가 소리 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되뇌입니다.
칼리든:...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중얼거림.
누군가 외칩니다. 날카로운 비명입니다.
살인자! 살인자야!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칼리든을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칼리든은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절박하던가요.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칼리든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칼리든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칼리든을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칼리든이 입을 벙긋댑니다.
권총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제가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저를 만나러오세요.
마침내 연행되는 칼리든이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살인마, 칼리든이 살인마라니.
어떻게 할까요, 마리아.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입니다.
마리아 L. 라크엠:(날카로운 비명이 울리고, 사용인들이 그를 제압하고, 경찰이 들이닥치는 내내 당신에게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당신의 시선이 오로지 저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저를 만나러 오라 말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여전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어려운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니까.)
(칼리든이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몸을 돌려 그의 방으로 뛰쳐올라간다. 침대 아래로 망설임없이 손을 뻗는다.)
칼리든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뚜껑을 열려고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할까요?
마리아 L. 라크엠:(오로지 하나뿐이겠지. 6을 입력한다.)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립니다.
그 안에는, 여태껏 당신이 만들어주었던 향수들과...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향수들이 여기에... 전부 모아뒀구나. 한켠으로 새삼스런 기쁨을 느끼며 서둘러 상자 안 양피지를 펼친다.)
종이를 펼치면 '라이덴 호텔'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이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귀퉁이에는 린튼의 성을 단 몇 명의 이름이 동그라미 표시되어 있네요.
그리고 하단에는...심상치 않은 제목의 주문이 적혀있습니다.
<시간을 돌리는 주문>이라고 적혀있네요.
그 방법은, 타살입니다.
믿기지가 않는 내용입니다. SANc(1/1d3)
마리아 L. 라크엠:어떻게, 이런... (그럼 칼리든이 제게 권총을 들고 오라고 한 이유는... 양피지를 쥔 손이 벌벌 떨려왔다.)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3
)
=
3
문득 정원에서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칼리든이 말했죠. 방아쇠를 당겨주길 바란다고.
그의 몸에 나있던 무수한 상처들.
설마
설마...
마리아 L. 라크엠:(야속히도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는 금세 많은 것을 이해한다. 어쩌면 그 상처들은 전부... 아니어야 하는데. 아니었으면 하는데.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 아닌가. 한시가 급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자리에 붙박힌 듯 멍하니 주저앉아 있다가, 비틀거리면서 가까스로 총을 챙겨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발걸음이, 제가 쥔 이 총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었으나, 그럼에도 멈출 수는 없었다. 그가 저를 만나러 오라고 하였기 때문에.)
(뒷문을 열어제끼고 경찰서로 달음박질한다.)
당신은 칼리든이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망설임 없이 달려갑니다.
유치장
유치장에 도착하자, 당신이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칼리든:...오셨네요, 아가씨. (너를 보며 나지막히 웃어보인다)
총은, 가져오셨나요?
마리아 L. 라크엠:(어떻게, 무슨 정신으로 이곳까지 도달했는지도 모르겠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창살로 가로막힌 당신 앞에 선다. 이 총으로 무엇을 할지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것 같아 입술을 꾹 깨물은 채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칼리든. 칼리든...
시간을, 돌렸어요? 몇 번이나? 그 상처도 전부... 당신이 이전의 시간에서 죽어서 생겨난 거예요? (목소리가 고통스럽게 갈라졌다.)
칼리든:...보신건가요.(잘 숨겨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침대 밑을 언급한 것 부터가 내 실수였을까. 시간을 돌렸어요? 몇 번이나? 아, 그래요, 제가...) ...시간을 돌렸어요. 몇 번이나. 그렇게... 죽였고요.
그리 말하는 칼리든은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그 표정에 깃든 건... 죄책감? 고통? 혹은 후련함? 시원한 복수심? 혹은 그 모든 것?
칼리든:...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는 끌려가면서 중얼거린 그 한 마디를 연신 반복합니다
얼마 남지 않았어...
칼리든:...이게 마지막이고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왜 이렇게도.... 다정한 걸까요.
칼리든:...그러니 부탁드립니다, 마리아 아가씨.
저를 죽여주세요.
...어떻게 할까요, 마리아?
마리아 L. 라크엠:... ... 왜, 그랬어요? 어째서 시간을 돌리고, 그렇게 다쳐가면서까지 사람을 죽이고... 어째서 그러셨어요?
... ... (아, 기어코 당신이 그 말을 하고 마는구나. 품 안에 넣어둔 묵직한 총신의 냉기가 천을 뚫고 박동하는 심장소리에 무겁게 얽혀든다.)
제가 어떻게... 어떻게 당신을... ... ...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미친 듯 경련하는 음성. 당신의 눈을 마주하지도 못한 채 오들오들 떨면서 바닥만을 바라본다.)
칼리든:...(네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저 희미하게 웃고만다. 왜 그랬냐니. 당신에게 말하면 알기는 할까? 이해나 할까? 아니... 믿을수나 있을까. 그렇기에 그저 침묵을 유지한다) ...쏘지 않으실건가요. (그저 담담한 목소리로, 한 차례 더 묻는다)
마리아 L. 라크엠:(담담한 반응에 외려 더 미칠 것만 같은 압박감과 두려움이 저를 감싸온다. 결국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 이전에도, 이전에도 제게 이렇게 부탁하신 적이 있었나요?
칼리든:...아니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말에는 조용히 읊조린다) 이 번 만큼은 아무래도...상황이 여의치가 않았으니까요. 보시다시피. (유치장에 갇혀있는 제 신세를 말하는 듯, 차가운 철창으로 시선을 옮긴다)
마리아 L. 라크엠:... ... ... (제가 죽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을 텐데. 겨우겨우 품 안에 든 총을 잡아 꺼내는 움직임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 ... (가까운 거리다. 한 발만 쏘아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무지한 저조차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총신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무채색 쇠창살 사이로 드러나는 당신의 몸을 향해 겨누고...)
(미친 듯 떨리던 손에서 총이 빠져나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구르는 것과 그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은 거의 동시였다.) 모, 못하겠어요.
도저히 못 하겠어요. 칼리든, 제발. 제발... (가녀린 어깨를 한껏 웅크린 채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낀다.) 어떻게 제가 당신을 죽일 수 있어요? 어떻게 당신에게 총을 쏠 수 있겠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이렇게 한심해서 미안해요. 바보같아서 미안해요. 그런데도...
당신을 제 손으로 죽이는 것만큼은, 도저히 할 수가 없어요. (뺨을 타고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칼리든:(제게로 향한 총신을 보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발포음이 들리고 정신이 끊어지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리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뒤따른 것은 무거운 금속이 바닥과 부딪히며 나는 충돌음. 이윽고 들려오는 흐느낌에 다시 조용히 눈을 뜬다. 자꾸만 눈물을 흘리는 너를 보며 입술을 달싹이다. 다시 다물고 만다. 끝내 흘러나온 목소리는, 어쩌면 네겐 매정하게 들릴지 모르는 내용) ...그러면, 아가씨. 눈을 감아주시겠어요?
(마음 약하고 여린 너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 품에 숨긴 것의 손잡이를 단단히 잡아쥔다)
마리아 L. 라크엠:(애달픈 흐느낌에 그대로 잡아먹힐 것만 같다. 제가 잠시나마 사랑하는 이에게 총구를 겨눴다는 죄책감에 차마 당신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보지도 못하다가, 그 말에 겨우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춘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는 끝까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이 당신이 바라는 바라면.) 미안해요. (속삭이며, 눈을 내리감았다.)
칼리든:...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뜨지 말아요.
그 속삭임이 뒤이은 후, 갑자기 마리아의 몸이 강하게 끌어당겨집니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발자국 소리가 뒤따르고
경찰들의 고함소리가 공기를 찢을 듯 울려퍼집니다.
이윽고 가까워진 소리는 철창을 울리고, 당신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던 손길이 떨어지고
다시금 고함, 몸싸움, 발길질과 짧은 단말마가 뒤섞이면
이내 그 모든 것을 가르는 소리가
마리아 L. 라크엠:(무슨 일이 있어도 눈을 뜨지 말라고 했는데. 제 가슴을 꿰뚫고 숨을 뒤흔드는 듯한 날카로운 총성에 결국 미친 듯 눈물이 번진 눈을 떠, 제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고야 만다.)
눈물이 번져 흐린 시야 속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경찰과
총을 들고 선 사람
그리고 총에 맞아 쓰러지는 칼리든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돌아온 시간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잠깐, 칼리든은 어디 있죠?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간 거예요?
마리아 L. 라크엠:허억! (숨을 들이키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눈 앞에서 희미하게 웃으며 스러지던 그 낯이 선명하여, 뺨에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다. 젖어든 살갗을 훔치며 떨리는 손으로 달력을 살피면 칼리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한 달 전 날짜가 보인다. 그렇다면 칼리든도 살아있는 게 확실한 것이겠지? 제발, 그래야만 한다.)
칼리든? 칼리든, 어디 있어요? (그런데 왜 항상 제 곁에 자리하던 당신이 보이지 않는가. 방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사용인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 복도에서 당신을 소리쳐 부른다.)
복도를 달리며 그의 이름을 불러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그렇게 칼리든의 방까지 당도하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이불과 텅 빈 방안.
모든 짐이 빠져나간 장소.
...칼리든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이질적일 정도로 깔끔해진 방의 모습에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다. 변화는 있는데, 왜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서둘러 주변의 지나가는 사용인을 아무나 붙잡는다.) 저기. 칼리든, 칼리든을 봤나요? 어디 있어요?
사용인: 예? 칼리든 집사님이요? 방금 떠나셨는데, 아가씨께 인사하고 가신게 아니셨나요?
떠났다고? 도대체 어디로?
전혀 모르겠다는 당신의 표정에 사용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이리 답합니다.
사용인: 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씀하시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떠나셨어요.
마리아 L. 라크엠:남은 일처리라면... (예상이 가지 않는 바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제게 언질은 줄 수 있지 않았던가요.)
그의 방을 둘러본다면 어디로 향한건지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번 살펴볼까요?
마리아 L. 라크엠:(서둘러 그의 방으로 들어가 혹 눈에 띄는 것이 있는지 샅샅이 살핀다.)
책상 아래 서랍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채 닫지 못한 흔적입니다.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공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 지배한 숙주 명단]
[숙주의 근원지인 린튼 가문원 명단]
아이호트의 일족? 의문을 갖기도 잠시입니다.
이 명단,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나요?
GM: 지능판정이 가능합니다
마리아 L. 라크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신문에 나았던 실종, 사망자의 명단.
칼리든이 죽인 이들의 이름과 일치합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그 수를 늘려가려 한 내용.
수를 늘려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그들의 다음 숙주로 점찍힌 이는,
당신입니다.
충격적인 사실에 SANc(1d2/1d4)
마리아 L. 라크엠:(그제야 퍼즐조각처럼 흩어졌던 의문점이 맞아들어간다. 숙주라니, 저 거미 같은 게 제 몸에...? 반사적인 공포에 낯빛이 새하얗게 질린다.)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2
(
1
)
=
1
그 아래 필기체로 휘갈겨진 한 문장은 칼리든의 글씨체입니다.
'이번엔 안돼.'
칼리든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마리아 L. 라크엠:(이미 시간을 돌리는 마법까지 존재하는 상태에서 허황된 소리라고 치부할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절로 다리가 덜덜 떨려왔지만 머릿속에서는 냉정한 판단이 이루어진다. 휘갈겨진 익숙한 글씨체를 봤을 때는 절로 가슴이 아려왔으나, 공책을 덮고 서둘러 문 밖으로 향해 사용인을 찾는다.) 칼리든이 어디로 가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었나요?
사용인: 네, 그저 마지막이라고만...
GM: 지능판정
마리아 L. 라크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GM: (강행한번만해보자)
마리아 L. 라크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공책의 내용을 상기한다. 린튼의 구성원을 전부 죽이려는 목적이면 분명 그가 향한 곳도...)
(다시 방안에서 린튼 가가 머무를 만한 곳을 적어둔 표시가 있는지 열심히 뒤진다.)
책장에 남아있던 종이에 친척이 머무는 장소를 메모한 듯한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씨를 말릴 작정인 모양이죠.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든.
그 수많은 살인을 거듭해야만 했던 이유는 당신이었을까요?
손에 피를 그렇게 묻히고, 그렇게 죽어갈 가치가 있는 존재였단 말인가요, 그에게 당신은?
몸에 난 무수한 흉터들. 망가져가면서도 지켜야 했던 건가요?
...당신을?
마리아 L. 라크엠:(그가 그토록 무수한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오로지 저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제 마음에 한 번도 명확히 응답해준 적 없던 당신이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제가 찾아낸 단서들이 가리키는 사실은 더없이 명징하여서. 주소를 적은 쪽지를 소중히 간직한 채 제 방으로 돌아와 간단한 외출복으로 환복한다.) ... 잠시 외출을 하고 올게요. 할머님께는 말씀드리지 마세요.
사용인: 아, 아가씨. 잠시만요! 잊어버릴뻔 했네.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칼리든 집사님이.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모든 일을 알고도 내 곁에 있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기다리세요, 돌아갈게요.]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순간!
도대체 그 마지막 순간이 뭐길래. 정작 지금 곁에 없는 건 그 자신이면서!
그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대체 무슨 심정과 감정으로 이 모든 일을 행한걸까요.
그 답은 오로지 그만 알고 있을 겁니다.
마리아 L. 라크엠:... ... 당연한 일이잖아요. (작게 중얼거렸다.하 지만 미안해요, 기다릴 수는 없어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함께 짊어져요.)
(편지를 품 안에 넣고 문을 나섰다. 그에게 향하기 위하여.)
당신은 지도를 들고 칼리든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정합니다.
그래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함께 짊어져야죠.
호텔
칼리든이 향한 장소는 린튼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입니다.
호텔 안 쪽으로 발을 디디면 칼리든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쭈뼛거리며 호텔 직원에게로 다가간다.) 저, 혹시 칼리든 달리에라는 분이 이 호텔에 묵고 계시지 않나요?
직원: 호텔에 숙박하시는 분의 정보는 비관련인에게 함부로 전달할 수 없습니다.
GM: rp및 대인기능 판정이 필요합니다.
마리아 L. 라크엠:(잠시 망설이다가) 제가 그 분과 무척 가까운 사이인데, 급하게 만나뵈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요. 정말 급한 일이니 한 번만 호의를 베풀어주실 수 없으실까요?
설득
기준치: 65/32/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직원: 가까운 사이라고 하시면, 어떤 사이십니까?
마리아 L. 라크엠:사용인이에요. 말도 없이 떠난다는 편지만 놓고 가서, 주... 주인 되는 이로서 마땅히 만나봐야 할 일이지요. (위엄있는 척을 해본다.)
설득
기준치: 65/32/13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직원: 아, 주인이셨군요. 그러시다면야 당연히 알려드려야죠. 603호실에서 머물고 계십니다.
마리아 L. 라크엠:(먹혔나?) 감사합니다. ...저, 그리고 혹시 여기에 린튼 가문의 분께서도 머무르고 계신가요? ... ... 곧 그 가문과 결혼을 할 예정이거든요, 그 전에 미리 만나뵙고 싶어서요. (할 수 있다면 모든 정보를 캐내겠다는 일념으로 거짓말을 한다.)
직원: 결혼..이요? 그런 소식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GM: 대인기능 판정. 어려움 이상이 필요합니다.
마리아 L. 라크엠:네. 지금은 아직 소문이 많이 퍼지지 않았지만 곧 신문에도 오를 거예요. (뻔뻔한 척을 하느라 애쓴다.)
설득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직원: 죄송하지만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거짓말이실 수도 있으니까요. 확실히 결혼하실 예정이라면 모를까, 예정이신 걸로는 어렵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힝...) (더 말을 얹지는 못하고 일단 칼리든부터 만나러 계단참 쪽으로 향한다.)
계단참쪽으로 향하는 와중에, 직원들의 수근거림이 들립니다.
"린튼가 사람들이야! 또 룸서비스를 시켰대. 돈도 많지..."
"이젠 외울지경인걸. 901호실 맞지?"
마리아 L. 라크엠:(귀 쫑긋...) (잘 들어두고 일단은 칼리든을 만나기 위해 6층으로 향한다.)
603호실에 도착하면, 조용합니다.
노크를 해도 들려오는 답이 없어요.
설마, 벌써?...
마리아 L. 라크엠:(설마...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9층으로 달음박질한다.)
계단을 타고 올라 9층에 발을 딛기 무섭게 탕, 하는 총성이 들립니다.
얼어붙어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901호실 문이 열리고 그 곳에서 나오는 칼리든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예상하기라도 한 듯, 침착한 표정입니다.
칼리든:...기다리시라고 말씀 드렸는데도.
총성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몰릴 조짐이 보이자, 칼리든은 즉시 비상구를 향해 달려갑니다.
뒤쫓아가야해요.
GM: 민첩 판정입니다
마리아 L. 라크엠:... 하지만 제가 따라올 것도 알고 계셨던 거겠죠? (지금은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기 전 서둘러 그를 따라 뛰어간다.)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리아는 계단 중간에서 칼리든을 붙잡는데 성공합니다.
이전보다 더 상처가 늘어나고, 어디서 얻은 건지 모를 거즈와 반창고까지 붙인 피곤한 얼굴은 더 많은 살인을 지나왔음을 알립니다.
칼리든:이렇게 말을 안들으시는 줄은 몰랐는데요.
항상 시키는대로 얌전히 계시지 않았습니까.
마리아 L. 라크엠:이제는 얌전해지고 싶지 않아서요. (더욱 늘어난 상처를 낱낱이 훑는 시선에는 처연하도록 애정이 어려 있다.)
(당신의 뺨에 난 상처를 손끝으로 미약하게 훑어내리다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와락 끌어안았다.) 묻고 싶은 건 많지만, ... 보고 싶었어요.
칼리든:(끌어안겨오는 널 밀어내지 않고 그저 받아들인다. 그러나 같이 끌어안지도 않는다. 잠시 침묵하다가) ...일단 자리를 피하죠. 사람들이 찾아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이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아가씨.
마리아 L. 라크엠:(아주 잠깐, 혈향에 섞인 당신의 체향을 느끼며 짧게 뺨을 부비고는 떨어져나왔다.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 ... 같이, 돌아갈 거죠?
칼리든:...(네 말에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던가) 그러길 원하신다면.
(그래, 어차피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니, 이정도는) ...돌아갈까요, 아가씨. (네 손을 잡는다)
마리아 L. 라크엠:(당신의 표정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좋아 그저 넘기고 만다.) 네, 함께 돌아가요. 뒷일이 제법 복잡해질 것 같지만... 그건 가서 생각해봐도 되겠죠.
두 사람은 함께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피로했던 탓인지, 칼리든은 기차에 타자마자 곧 잠들어버립니다.
기차 안에서 곤히 잠든 칼리든은 살인마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덜한, 살해를 거듭한 굳은 살이 박힌 손.
마리아 L. 라크엠:(굳은살과 상처가 가득한 당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매만진다. 여전히 당신이 왜,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모든 일이 대략 끝난 것 같으니, 앞으로에 대해서 논의해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수사망을 잘 빠져나가야만 할 텐데, 아니면 아예 먼 곳으로 도망치는 것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의자 앞자리에 꽂힌 신문 1면에는 속보로 뜬 린튼가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혀있습니다.
문득 복도 건너편의 누군가가 칼리든을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걸까요?
마리아 L. 라크엠:(혹시나 경찰에 신고하면 어쩌지? 일단 서둘러 칼리든의 몸을 제 쪽으로 기울여 그의 시선에서 차단해본다.)
당신이 시야를 가리자, 그 시선도 곧 사라집니다.
딱히 경찰에 신고할 만한 낌새는 아니네요.
칼리든은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깹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입니다.
어느새 창 밖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칼리든:...(어두운 창 밖을 잠시 바라보다가) 저택 정원의 히스꽃이 아름답게 펴 있겠네요.
...보러가실래요?
마리아 L. 라크엠:피곤해 보이는데, 조금 더 쉬지 않아도 되겠어요? 칼리든만 괜찮다면, 저도 상관없지만요. 그러고 보니... (린튼 부부를 죽이기 전 정원에서 꽃다발을 만들던 때를 상기한다. 시간은 돌아갔으니 미래의 일이겠지만 제게는 바로 몇 시간 전의 일이다.) 제가 꽃다발을 만들어 드릴게요.
칼리든:...네. 그래주신다면야, 기꺼이.
정원
저택 뒤쪽에 난 정원으로 따라나가면 칼리든이 그 곳에 서 있습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칼리든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뺨에는 너덜한 거즈가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얻어온 흉터인지 모릅니다.
또 늘었군요.
또... 살인을, 함으로.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칼리든이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리든은 그저 웃고 있습니다.
마치 처음으로 보는 듯한, 일말의 괴로움이 섞이지 않은 밝은 웃음입니다.
칼리든:...아가씨.
저는 이제 드디어 사라질거에요.
마리아 L. 라크엠:(그래, 기차에서 돌아오는 내내, 정원의 꽃밭에 발을 디뎌 짙은 꽃향기를 코끝에 담을 때까지만 하여도 저는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피로에 파묻히고 상처에 뒤덮인 당신이 주저앉을 때까지도, 며칠 동안 푹 쉬면 나아질 거라는 안일함에 젖은 채였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당신의 머리칼이 문득 흐려짐을 알아채고서야, 입꼬리가 밝게 올라갈 때에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래서 당신의 입에서 사라진다는 말이 흘러나올 때 그렇게 묵직한 소리와 함께 심장이 내려앉았던 것이라고. 순간 꽃향기 가득한 세상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고.)
사라, 사라진다뇨. 제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죠? 장난하는 거죠? 그런 장난은... 싫은데... (꽃다발을 만들고자 몇 송이 뜯었던 에리카가 목적을 잃고 손 안에서 우수수 떨어져내린다.)
칼리든:(네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웃어보인다. 이 순간을 예감한 듯, 혹은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여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 표정은 일말의 동요 없이 편안하다. 얼핏 다정하기까지 보이는 눈빛과, 여전히 나지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입술이 흐릿해져가는 신체에도 불구하고 선명하다. 에리카 꽃의 향이 주위를 감싸면, 그의 입에서 나오는 고백은 꽃말 만큼이나 짙고 잔인해서...)
그거 아세요, 아가씨? 아니.. 마리아 라크엠.
난 당신을 증오했어.
(그리 내뱉는 표정만큼은, 어울리지 않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리아 L. 라크엠:(세상이 전부 무너져내리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면 바로 지금의 순간일 것이다. 낯빛도 머릿속도 그야말로 백짓장처럼 새하얘진 채, 어울리지 않게도 다정한 눈빛과 올라간 입꼬리와 환한 웃음을 멍하니 응시한다.) ... ...
칼리든:...(저를 바라보는 네 눈길에도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차분한 음성이지만, 이 순간을 계속해서 기다려 온 듯 묘한 고양감이 섞여있었다) 내가 이 빌어먹을 회귀를 몇 번이나 했다고 생각해요?
...총 10번이에요. 그 중에서 당신과 함께 했던 회차는 총 6번. 그 중 앞의 4번은... 달리에의 멸문을 막기 위해, 이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죠.
그 고귀하신 린튼가께서 어찌나 우리를 건드리지 못해 안달이던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말을 이어나가다 쿨럭, 강하게 기침을 한다. 몸이 많이 상했는지 피가 배어나온다) ...나는 그냥 그 아이만 무사하면 됐는데. 그래서 온갖 방법을 다 써봤어요. 데리고 도망치기도 하고, 그 아이만 빼내기도 하고, 아예 아무도 없는 외진 곳으로 가서 살기도하고...
...하지만 결국 그 모든 노력의 끝은 허사로 돌아갔죠. 린튼가는 결국 이 세상에 아이호트를 강림시키고, 모두를 지배하여 멸망을 불러왔으니까.
...나는 생각했어요. 아, 이걸 막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대체 뭘 해야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는건가. 내 목숨도 존재도 영혼도 아깝지 않았는데. 그래서 생각했죠. 이 원천을 막아야한다. 아이호트의 강림을 완성시킬 마지막 열쇠를 갖지 못하게 방해하고, 그 사이에 저들을 모두 죽여야만 한다...
...그 마지막 열쇠가 바로 당신이었어요. 마리아 루비 라크엠. 신의 강림을 완성시킬 마지막 제물.
칼리든:그래서 5번째 회차부터는 달리에의 이름을 버리고 당신의 곁에서 머물러왔죠. 린튼가가 당신을 가로채지 못하게, 그 전에 모두를 죽여버릴 수 있도록. 다행히도 가문 내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당신의 곁에 붙어있는건 어렵지 않더군요. 가끔 당신이 회귀 전 나와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나를 달리에라고 부르는 일도 있었지만... 그런건 상관 없었어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멍청한건지 바보같은건지. 그 모든 순간 동안 당신은 나에게 사랑에 빠지더라구요. 아무도 의지할 곳이 없어서, 단 한 명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되었던 이에게 마음이 갈 수 밖에 없었나요? 마음을 알고도 받아주지 않는 이에게? 그 6번의 시간 동안 전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어요. 세계를, 우리를, 나를 몇 번이고 멸망시키고 이 지옥에 빠트린 당신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 아무것도 밝힐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던... (목소리가 잠겨든다. 눈시울이 붉다. 분명 기뻐야할텐데 기쁘지가 못했다. 왜? 이 순간을 그토록 기다려왔지 않았나. 당신의 절망을, 괴로움을. 내가 느껴왔던 고통의 일부나마 맛보길 바라지 않았나)
어때요? 괴로워요? 고통스럽나요? 그러길 바라요. 이 모든 복수는 당신 덕분이니까요. 그래요, 당신이...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표정이 일그러진다. 긴 시간을 반복하며 쌓아올려진 감정은 뭉치고 뒤섞여 이제 무슨 색깔인지 알 수 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아, 그래. 아마 그래서일거야. 지금 기쁘지 않은 건 그래서일거야. 당신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면서, 기쁘지 않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이유는...)
바보같이 당신이 이번에도 나를 사랑해준 덕분에...
(한탄과도 같은 고백이 끝을 맺는다. 전부 쏟아내고 그 끝에 남은 것은 기쁨도 희열도 절망도 고통도 아닌 공허였다.)
마리아 L. 라크엠:(당신의 음성이 마치 사형 선고처럼 들린다. 함께해왔던 시간이, 행복하고 설레였던 순간이 전부 오롯이 홀로의 마음이며 기만에서 비롯되었음을 읊는 선고와 다를 바 없다. 당신이 바라던 것은 제가 아니라 오롯이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살리는 것이었고, 그리하여 수없이 시간을 돌려 멸망을 막아내려 애썼고, 가장 큰 방해물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 빙하보다도 차갑고 어느 곳보다도 깊은 심해로 저를 떠미는 칼날이다. 의식할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자기혐오라는 형벌이 순식간에 제 목을 내친다. 당신이 남겨둔 노트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숙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었지만, 그러니 엄연히 말하자면 자신의 탓이 아니었지만, 모든 화살을 제게로 돌리며 불행을 감내해온 이의 사고관은 이번에도 다를 바 없이 흘러간다.)
제가 마지막 열쇠였다는 걸 일찍 알았다면, 멸망이 오기 전에 차라리 스스로 죽음을 택할 걸 그랬어요. 그러면 당신이 시간을 좀 벌 수 있었을까요? 그랬다면 당신이 회귀를 택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린튼은 다른 숙주를 찾았을 테니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음에도.) 그럼 나 같은 것 때문에 당신이 덜 힘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꽃밭 위로 털썩 주저앉는다. 어깨를 움츠린 채 한참이나 눈물을 흘렸다. 이 순간까지도 마음껏 소리내지도 못한 채.)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괴로워요. 숨이 짓눌리고 심장이 갈라져 비산하는 것만 같아요. 당신의 복수가 드디어 이루어졌네요. 지금 당장 제 머리에 총을 쏘고 싶어졌거든요. (띄엄띄엄 흐느끼는 소리가 언뜻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 ...만족하시나요? 기쁘신가요? 그런데 왜 눈물을 흘리시나요. 왜... 울고 계세요? 전혀 후련해보이지도 행복해보이지도 않아요, 칼리든. 복수를 성공한 사람의 표정이 아닌걸요.
칼리든, 당신에게 그 사람을 살리고픈 마음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까요? 정원에서 저를 붙잡던 목소리와 키스해주셨던 그 순간까지 전부 계획을 위해 빚어냈던 거짓이었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도대체 무엇이 남죠? 이 수많은 회귀의 끝에 결국 사라져버리는 것만이 결말이라면, ... ... 너무 안쓰러운 끝이잖아요.
그래요, 저는 이 순간에도 당신을 동정해요. 지금껏 당신을 믿어온 시간이 송두리째 배신당하여 마음이 갈가리 찢겨나갔음에도 당신을 향한 시선을 거둘 수 없고, 손을 뻗고픈 충동이 들고, 안쓰럽고... (머리칼 위로 쏟아져 부서지는 달빛 아래, 기어코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
사람의 마음이 쉽게 변하는 것이었다면 정략혼 소식을 들었을 때 진작에 떼내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결혼식을 올린 뒤에도 어찌하면 당신과 연락할 수 있을까, 어찌하면 당신을 잠시라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수없이 했지만, 동시에 항상 거절당할 거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죠. 예상했던 가능성 중 하나가 이루어진 것뿐이에요. 그 정도로 부서질 만큼 제 마음이 약하지는 않아요... 단지 저를 바보같다 말하는 당신을, 상처 가득한 몸을 안아주고 싶을 뿐.
마리아 L. 라크엠:그러니 답해 주세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칼리든:...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걸까. 당신의 마음을 배신하고, 여태껏 함께해왔던 그 모든 시간은 제게 있어 복수를 위한 칼날이었노라고 선고한 이 순간에도, 어떻게 웃을 수 있는걸까. 그 심장은 이미 제가 내뱉은 언어에 난도질당해 형체조차 남지 않았을텐데. 네가 지어보이는 그 미소야말로 제게 있어 가장 잔인한 형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차라리 나를 원망하지 그래요. 바보같은 사람. 바보같고..가여운 사람.) 마지막까지도 그렇게 구는건지...
...모르겠어요. (그 긴 시간을 반복하고 반복하며 나라는 존재는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저 단 하나의 목적을 손에 쥔 채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숨을 억지로 이어붙여오던 순간들. 이제야 끝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복수를 이뤄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만 계속해서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슬픈걸까? 그렇다면 왜? 무엇때문에...) 모르겠다구요.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는지 전부 다! 아, 차라리 당신을 만나지 말고 죽어버렸으면 나았을까요. 아니면 계속해서 다정한 채를 하다 당신의 심장에 칼을 꽂을걸 그랬나요. (흐르는 눈물 아래로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인다. 웃어, 웃어야지 칼리든. 기쁜 순간이잖아. 그 모습이 마치 광인과도 같다. 애초에 이성이라고는 한참 전에 잃어버린지 오래였을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라면, 그냥 얌전히 당신의 품에 안겨 숨이나 거둘걸...(털썩, 네 품안으로 쓰러진다. 흐릿해져가는 형체가 달빛을 통과시켜 반짝인다.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젠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자신이 원했던 결과가 아니라는 것 만은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이나 나나, 가여운 존재네요... (사람의 마음은 왜 그렇게 복잡한걸까. 어째서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이렇게도 제멋대로 굴어 고통을 안겨주는걸까. 당신이나 저나, 닿지 못할 사랑을 애원하고, 알지 못할 헌신을 바치며, 그로 인해 남은 것은 망가지고 부숴져 기워내지 못할 몸과 마음 뿐이라고 해도 이렇게 웃고 있는 모양새가, 우습고도 가여웠다. 운명이 있다면 알고 있을까. 왜 우리는 이렇게 슬프고 힘들어야하는지...)
마리아 L. 라크엠:적어도 저의 사랑은 쉽게 스러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래도록 품어온 사랑을 한순간에 바람에 날려보낼 정도로 결단력있고 강한 성정도 되지 못하고요. (이미 잔뜩 젖어버린 뺨 위로 새로운 물줄기가 수없이 그어지는 와중에도 미소는 흐려지지 않았다.)
(두 팔을 벌려 제 품안으로 쓰러진 당신을 감싸안는다. 흐느낌에 여리게 떨리는 몸이었으나 적어도 흐려지는 당신의 몸보다는 단단하였고 또 따스하였다. 이성을 전부 잃어버리고 광인처럼 웃는 당신의 모습마저도 제 눈에는 사랑스럽게 보여요. 중증일까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와서 고치기에는 너무 늦었지요?) 차라리 정말로 당신이 제 심장에 칼을 꽂았더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까요. 당신이 회귀를 택하게 된 이유도, 제가 절망하게 된 이유의 원인도 사실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닌데. 우리의 삶은 불행해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렇게 가엾고 기구해서... (읊조리는 목소리의 끝이 괴로이 갈라졌다.) 당신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이 저의 유일한 희망이고 꿈이었는데, 실은 제가 당신에게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었다니. 하지만 당신에게 버려지는 것보다 당신을 잃어버리는 게 제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당신 없이 살아가는 인생에 더 이상 행복이란 빛이 비쳐들지 않을 것임을 알아요.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신은 우리에게 이토록 비참하고 아픈 운명을 내렸나. 복수심과 사랑이 얽히고설켜 회생할 수조차 없는 고통의 철망을 우리의 위로 던지는가. 당신의 길다란 머리칼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다가, 한 줌을 쥐어 그 끝에 입을 맞췄다.) ...제가 죽음의 순간마저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고 하면, 당신에겐 너무 끔찍한 일일까요?
칼리든:(당신의 말이 옳음을 안다. 제가 이 굴레에 빠져든 이유도, 당신이 절망하게 된 원인도 우리의 탓이 아니다. 그를 알고 있음에도 당신을 탓하는 이유는 원망할 상대라도 있지 않으면 도저히 그 모든 시간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 같기 때문에. 그래, 이 모든 것은 전부 내가 나약하기 때문이다. 이 지옥의 책임을 질 자가 필요했다. 마지막까지 죽지 않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사람이. 이제야 제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를 안다.) 이번에야말로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이 비참한 복수가 끝맺지 않기를 바랐다. 모든 절망을 홀로 끌어안고 죽기를 바랐다. 날 때부터 저주받은 인생. 탄생 자체가 죄인 나 혼자의 초라한 죽음이라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러지 말았어야하는 건데. 내 저주가 결국 당신마저 전염시켜버리고 말았구나. 반투명한 손을 뻗어 네 뺨을 쓸어낸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속죄이리라. 불쌍하고 가여운, 나의 죄. 나의 아가씨... 울 자격조차 없는 이가 감히 눈물을 흘린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실된 다정함을 담아 네게 속삭인다.)
그러니, 나의 주인님.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기꺼이.
마리아 L. 라크엠:당신이 제 인생에 아예 발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그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구슬피 미소지었다.) 하지만, 칼리든, 비록 당신은 진심이 아니었더라도 저는 당신으로 인해 잠시나마 광명을 얻었어요. 잠시나마 시름을 잊을 수 있었고, 잠시나마 부드러운 꽃향기에 취하여 웃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점점 흐려지기 시작하는 당신의 손을 감싸쥐었다.) 당신이 제게 사랑을 알려주신 거예요.
에리카의 꽃말은 고독이라고 하던가요. 사라져 흩날릴 당신의 외로움과 이 꽃밭을 피로 적실 저의 외로움이 더해진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껏 우리를 괴롭혀왔던 지독한 괴로움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지옥으로 떨어지는 순간에도 춥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 함께 저주를 짊어져요. 함께 속죄의 짐을 진 채로 이 새카만 불행에 삼켜지기로 해요. (단 한 번, 시작이자 끝을 장식하는 당신의 진실 앞에 기꺼이 무릎 꿇어 입맞출 테니.)
(한 팔로는 당신의 어깨를 꼭 끌어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론 총을 들어 제 머리에 겨눈다. 탕! 둔중한 총소리가 꽃향기를 가르기 직전 눈물겨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
칼리든:...그럴까요, 우리. 같이 지옥으로 떨어질까요... (네 말에 그저 힘없이 웃어보인다. 마지막 순간이나마 함께할 존재가 곁에 있어준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그 존재가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길 바랐던 당신이라는 것이 나의 마지막 저주일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 모든 과거와 불행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과 내가 함께있다는 것. 당신의 숨이 끊어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겨우 토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말.) ...사랑해요.
(쓰러진 네 시체를 부여잡고 눈을 감는다. 제 존재가 곧 흩어져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이 비통하기만 했다. 당신의 몸은 죽음 후에도 결국 혼자 남는구나. 아마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라크엠 가의 불쌍한 아가씨가 홀로 꽃밭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만큼은 서로의 마지막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눈을 감는다.)
이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그 끝조차 우리는 함께해야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서로의 끝에 다다라서야 깨닫고 말았습니다.
우리, 라는 단어에는 꽤 끔찍한 부분이 있어서
단 한 사람의 부재로도 우리, 가 성립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죽음도 기꺼울 수 없으나, 달빛에 반사되는 에리카 꽃의 꽃말은 고독이나,
함께라면 분명 외롭지 않을거에요.
비로소 우리는 생의 끝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시계 초침이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꽃향기가 강하게 풍기는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END 4. 친애하는 나의 캐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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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