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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241026] 루린 - 나는 살아서 말하리라 ch 3. 적도편동풍을 타고 영원으로 가자

초현_c 2024. 11. 7. 03:12

 

플레이타임 : 15시간

 

 

main

 

 

GM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 동측 전선.
그림자가 사라진 남회귀선의 정오.
사막의 전투는 보통의 전투와 달리 낮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모든 활동은 해가 떨어진 이후에나 시작되지요.
이곳에서의 오후는 다른 지역의 새벽과도 같으니.
그러니 착륙장에 조용히 도착한 헬기 한 대는,
말하자면 야음을 틈탔다 보아도 무방하겠군요.
4개월 간의 별도 특수 작전을 마치고 본진으로 복귀한 두 사람의 헬기입니다.
해방군이 사용하는 특수 스마트워치에 불이 약하게 들어옵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통신 보안, 루돌프 펜더가스트도 아이린 테라코르도 본진으로 복귀했어. (본래대로라면 짤막하게 보고 식으로 올리는 것이 통상적인 의례겠으나, 그는 본래 타고나기를 그런 것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인도에 따라 움직일게.

 

 

GM

실제로 편제된 이름을 밝힐 수도 없고, 말할 필요도 없는,
해방군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두고 모든 병사들은 두 사람의 부대를 그저 '바로 그 부대' 정도로 불러오곤 했습니다.
어느 옛날 뉴욕이 그러하였듯, 통용된다면 굳이 다른 별명을 붙일 필요가 없지요.
헬기에서 내리자 익숙한 얼굴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충성, 고생 많으셨슴다. 짐 이쪽으로 주십쇼.

 

GM

많은 사람이 변했습니다.
전쟁은 너무 다양한 것들을 변질시켜 왔고요.
릴리안 웨즐리는 그런 일들의 표상같은 존재입니다.
키가 10cm 넘게 훌쩍 커서는,
큰 흉터를 달고 돌아와 한쪽 눈을 덮은 군인에게서
수줍어하던 소녀의 흔적은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나미브 북측 전선에서 작전 하나를 수행하고,
적군 특수 부대 둘을 섬멸한 후 막 비밀리에 돌아온 참입니다.
헬기에 채워 두었던 에너지 파동 감지 스텔스 장치를 풀어내고,
릴리안은 개조 워치에 두 사람의 도착 소식을 한 번 더 알리네요.
해방군은 정부 지급 스마트워치 따위 사용하지 않게 된지 오래니까요.
4개월만의 만남입니다. 이곳도, 릴리안과도.
그간의 근황을 물을 수도 있겠군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오랜만이구나. 흉터가 더 늘은 것 같아. (여러 장치와 벨트를 풀어내고 루돌프의 곁에서 일어나 나온다. 가벼운 짐만 릴리안에게 건네고) 최근에는 어땠니?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이런 식으로 자잘한 흉터 정도면 다행임다. 말도 마십쇼. XX, 우리 애들을 아주 전깃불에 튀긴 쥐처럼 만들어 뒀슴다. (짐을 훌렁 들처매고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사령부로 안내할 테니 따라오라는 신호. 꼬박 네 달만이라지만, 약속된 수신호가 무색할 만큼의 사이가 되지는 않았음을 안다.) 그래도 사령부 막사는 *아직* 깨끗함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일이 좀 많았나 보네,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두어 발짝 뒤에서 따라 내렸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승리가 더 많았으면 했지만…… 이번에도 바라는 대로만 되지는 않은 것 같아. (루돌프가 곁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릴리안의 뒤를 따라 발을 내딛었다.)

 

GM

걸음을 내딛어 나가면 희미하게 식사 짓는 냄새가 풍겨 옵니다.
온실 재배에 성공한 다카르의 곡창지대는 불행 중 다행으로
해방군 병사들에게 그럭저럭 먹고 죽지는 않을 만한 군량을 제공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지요.
이 와중에도 장교들은 와인 한 잔씩을 지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몫으로 세운 막사 텐트로 안내하면서,
릴리안은 주변의 보급관에게 부탁해 샴페인을 가져오게끔 하는 것을 잊지 않는군요.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아군 사망자 총 집계가 오늘로 422명임다. 비각성자 일반병 소대 둘이 모래폭풍에 휩쓸렸죠. 그 때 상대 측 X각성자를 맞닥뜨려 에너지 파동을 고스란히 맞았답니다. 미처 방비할 틈도 없이.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우리가 자릴 비웠던 동안에 그렇게나? (눈살을 살짝 찡그렸다.) 그 X각성자, 여간 귀찮은 게 아니네. 물량공세로 밀고 들어오니 우리로선 불리할 수밖에.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이 규모의 병력으로 전면전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쯧, 하고 가볍게 혀를 찼다. 막사를 걷고 들어가 간단한 식사가 차려진 테이블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본인은 맞은편에 마련된 자리에 대강 앉았고.) 그쪽 일은 잘 끝나셨슴까? 중간중간 보고를 듣긴 했슴다. 다만 직접 듣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건 다른 병사들 줘. (술이나 담배처럼 으레 군인의 기호품은 즐기지 않는 편이었다. 따지 않은 샴페인을 옆으로 밀어두고, 한 박자 늦게 루돌프에게 눈짓으로 양해를 구했다. 괜찮지?)
작전이 좀 길긴 했지. 4개월이나 소모했으니…… 그래도 가치는 있었어, 특수부대 둘을 없애는 데 성공했거든. 그 과정에서 '조금' 위험할 뻔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곳도 없고.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군량식에 비해서는 조금 더 단맛이 도는 다과나 하나 집어먹고 있다가 눈으로 양해를 구하는 양에 간단히 눈짓으로 긍정을 표했다. 군인의 기호품이라 하면 이쪽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닐 뿐더러, 설령 꽤나 좋아하는 품목이었다 하더라도 당신이 그럴 것을 제안한다면 한 번쯤은 물러설 수 있는 어른이 됐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했던 어린아이는 이제 우선순위가 필요한 순간이 무엇인지를 안다. 그냥, 이어지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아몬드나 하나 앞니로 반씩 잘라 먹다가.) '조금'이 아니지 않았어? (굳이 이 지점에서 태클을 걸고 들어가는 편.)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선배님께서 스스로의 위험을 '조금'이라 표현하는 건 늘상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었지요. (반쯤 동조하는 투로 말 거들었다. 남은 절반은 농담조지만.) 따로 치료가 필요하진 않으심까? 병상에 자리는 있을 검다. 부상자가 생각보다 별로 없어서. (전부 사망 처리되었으니 그렇다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때로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전달되는 것들이 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무사히 살아있으니 된 거잖니? (루돌프가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더라면 아주 난리를 쳤겠지만, 본인의 안위에 있어서는 예나 지금이나 무심하기 그지없다.)
조금 있다 한번 소독만 받으러 갈게. 병상에 누울 정도까진 아니거든. (이런 전시에 병상이 비어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굳이 말로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루, 너는 어때. 피곤하진 않니? (4년 전 재회한 끝에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면서 어느덧 자연스럽게 애칭이 입에 붙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방금 들었어? 린~이 이렇게나 나한테 너무한 구석이 있다니까. 반대였어 봐, 나 한 3개월쯤 전에 이미 여기로 돌아와서 침대에 묶여 있었을지도 모른다구. 안전 명목 하에. 그리고 나를 두고 혼자서도 할 수 있다며 린~은 다시 당당하고 호기롭게 나가는 거지. (무언가의 상상 ─ 나름대로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한 ─ 늘어놓으며 남은 아몬드 반쪽 깨물어 삼켰다.)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그럼 그렇게 하십쇼. 오늘 또 격전이 있었으니, 앞으로 이삼일 간은 전투가 없을 검다. 사령부 측에서 그리 예측했어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건 좋네, 하고 고개만 한 번 가볍게 까딱.) 보다시피 완─전 멀쩡한데. 내가 피곤했다면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건 내가 아니라 린~이 되지 않았으려나. 보통 그랬잖아. 네 쪽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루돌프가 줄줄이 늘어놓는 가정에 완전 찔려서 애꿎은 파운드케이크만 포크로 푹푹 찔렀다.) 아니야, 그래도 너 없이 혼자서는 안 나갔을……걸?
그쪽에서도 타격이 있었을 테니, 바로 전투를 걸어오진 않을 수도 있겠다만 마냥 안심해선 안 돼. 경비는 제대로 서고 있겠지? (릴리안에게 묻곤) 나도 오면서 얕은 잠을 자둬서 많이 피곤하진 않아. 의무실 잠깐 들렸다가 요한이나 보러 갈까.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파운드케이크 푹푹 찔리는 거 보다가 끄트머리 적당히 한쪽 잘라 먹으며.) 나갔을 확률이 안 나갔을 확률보다 더 높지 않아? 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좋더라. (이런 말들.) 요한을 보러 가는 건 찬성.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보초는 제대로 서고 있슴다. 충분히 교대도 해 주고 있고요. 아, 저녁에 사령부 측에서 브리핑을 해 주시기로 하셨슴다. 참모님은, (그러니까, 요한 에를리히 말이다.) 그 때 보시면 될 검다. 지금은 바쁘실걸요. 준비를 도맡아 하고 계셔서.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전선에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나갔겠지. (양심이 콕콕 찔리는 듯해 결국 수긍한다. 변명 덧붙였지만.) 위험한 행동은 안 했을 거야, 널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저녁 전까진 자유시간이라 이거네.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구나. 4개월 내내 긴장하면서 지냈더니 약간 신경쇠약 올 것 같아.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거야 그랬겠지만. (수긍할 건 또 잘만 수긍했다. 그야, 굳이 부정한다고 해서 따로 얻을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카드가 있으면 신경쇠약을, (카드게임 말이다.) 하자고 했을 텐데. 그럼 조금 돌아볼까? 린~이 필요하니까, (이쯤 단어에 약간의 강세를 뒀다.) 의무실도 가고.

 

GM

이쯤에서 당신은 설계:항법 판정.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99 항법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1 > 91 > 보통 성공

 

GM

당신은 이제 눈을 조금 굴려 의식적으로 서쪽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적의 동향은 얼추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인도 각인이고, 이후 두 사람이 시간을 보내며 각자 강해진 결과가 이것이지요.
적은 조용합니다.
암습할 계획도 없고, 각성자 부대는 소대 단위로 네 개 정도네요.
당신의 설계는 이제 극한까지의 기적에 잇닿아,
촘촘히 깐 그물망같은 에너지 흐름 추적으로 적의 동태마저 살피곤 했습니다.
그것이 이번 임무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소대 네 개쯤인가. 저녁 브리핑 때 전해줘야겠어.)
(으레 설계에 몰두할 때면 그렇듯 루돌프의 말에 대답하는 걸 잊었다가, 한 박자 늦게 입 열었다.) 아, 그러자꾸나. 그리고 카드가 없어도 너한테 안겨있음 다 괜찮아져. (릴리안이 들으면 왐마야~ 할 발언)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릴리안은 들었을까?)
cc<=50 듣기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 > 1 > 대성공
왐마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참 릴리안이랑 아직 같이 있었지) …… 못들은 걸로 하렴. (귀가 빨개짐)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다 들은 것 같은데? (말끝에 잔웃음을 섞어내고선 냉큼 두 팔 벌렸다.) 한 번 안았다가 일어날까. '괜찮아지기' 위해서.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양손에 얼굴 한 번 묻었다가…… '릴리안이 아직 있는데' 라고 거절할까 싶었다가…… 이미 가장 낯부끄런 말도 다 들은 판에 가릴 게 있나 싶어서 그냥 안겼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는 언제나 '좋은 게 좋은 거지'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으므로 익숙하게 한 번 꽉 안았다가 잘 놓아주었다. 아니, 크게 상관없지 않나 사실 이제 와서, 싶기도 하고.) 가자.

 

GM

생존이 헛된 농담이 된 시대에,
바깥 막사의 병사들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을 텐데도 시선을 마주하면 서로에게 고통스러운 평화가 찾아오는 것만 같지요.
해가 점차 고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막사를 나오면, 오후의 햇살이 무심하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사령부에 들러 브리핑을 듣기로 한 저녁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네요.
진지를 둘러볼 수 있겠어요.
이곳은 사령부 근처, 그 중에서도 가장 심층부의 장교 막사니까요.
진지를 제대로 둘러보고 일반병들을 살피려면 바깥쪽으로 더 나가야 할 겁니다. 의무실도 마찬가지고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바깥쪽으로 좀 더 걸어가면서 진지를 둘러본다. 4개월만이라 바뀐 게 많으려나.)

 

GM

진지 막사 곳곳에서는 병사들이 누워 자거나, 앞에 불을 피워놓고 물을 끓이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네요. 얼굴들이야 많이들 사라지고 새로 들어오고 했다지만.
하사관들의 고함 소리가 들리다가도 당신이 지나가면 입을 다물고 경례를 보내 옵니다.
경탄의 함성을 지르는 병사들도 이따금 보이네요.
한 병사가 단체 막사 앞에 앉아 칭칭 감은 붕대를 풀고 있습니다.
정황 상 저쪽이 간이 의무실로 쓰이고 있는 모양이지요.
병사들의 생활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 봐도 좋습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난 아직도 어색하더라, 저런 거. (저를 보고 태도를 바꾸는 하사관이라던지, 감탄의 빛이 어리는 병사들의 모습이라던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제는 익숙해질 때 된 거 아냐? (이쪽이야 뭐 태초부터 저 잘난 맛에 살아 왔으니 누가 격식을 차리든 차리지 않든 딱히 신경 안 쓰는 편이었지만서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쉽지 않구나. (낯을 가리는데다 사회성도 그닥 좋지 않으니 저를 향한 관심은 여전히 부담스럽기만 하다. 눈에 띄는 병사를 보고서도 제가 먼저 다가가기보단 루돌프 등만 콕 찔러본다.) 부상자가 많은가 봐. 현황이 많이 안 좋을까? (대신 물어봐달라는 눈빛)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릴리 말을 (그러니까, 릴리안 말이다.) 들을 때부터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았지. (하고 이쯤 콕 찔리며 병사와 당신 번갈아 보았다. 두어 번 가량. '내가 물어보라고?' 하고 입 모양으로 전한 질문은 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끄덕끄덕끄덕) 나 모르는 사람이랑 말 섞기 어려워하는 거 알잖아. (뻔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건 맞는 말이지만 병사와 나 사이의 대화? 내가 외향적인 것과 별개로 누군가 매우 고독하게 바빠질 것 같은데. 생각만 하며 뚜벅뚜벅 가긴 했다. 할 줄 아는 일에서라면야 딱히 망설일 이유도 없고.) 좀 괜찮아? 상태가 영 별로인 것 같아 보여서 왔어. 손을 보탤 일이 없을까 하고.

 

병사

(붕대를 풀다 말고 눈동자만 굴려 위를 보았다. 시선이 차차 올라가며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다가, 무감한 눈이 제게 말을 건 상대에게 닿자 튕기듯 놀라 일어섰다.) 추, 충성. 2보병연대 3대대 독립 중대 1소대 분대장 마키 허셔입니다. 아.

 

GM

붕대가 반쯤 풀려나간 발은 참혹해 보이네요.
푸르고 검게 썩어들어간 동상같은 흔적이 발등의 절반을 뒤덮고,
심한 악취가 풍겨 옵니다. 처치를 받긴 한 것 같은데 말이지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파 보이는데, 그런 의례 안 차려도 돼. (그냥 말 걸라고 하지 말걸. 상처 보고 약간 후회함)

 

병사

죄, 죄송합니다. 저, 참호전이 있었습니다. 아직 소식을 못 들으신 모양입니다…… (한 번 더 크게 휘청이다가 그대로 주저앉아 드문드문 말을 이었다.)

 

GM

전선이 고착화되니 참호를 파고 밤새도록 전선을 지키는 방식의,
아주 오래 전 1차 대전 무렵에나 유행했던 전투가 지속되었던 모양입니다.
구덩이에 물이 고여 찰박거리는 전투화를 신다 보면 이런 병에 걸리는 병사들이 많았지요.
의무병들이 매번 잔소리를 하고 예방책을 내놓았다지만,
모든 병사들을 관리하기는 어려운 법이니까요.

 

병사

그, 그래도 저는 비교적 경증인 편입니다. 가벼운 증상은 발을 잘라내야 할 처지가 아니라면야 의무실을 잠시 다녀오는 게 고작이니까요. 중상인 녀석들도 있고……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의례를 안 차려도 된다는 말에는 나도 동의해. (까딱,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이쪽도 쪼그려 앉아 시선을 마주하는 편을 택했다.) 병상에는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물자가 조금 더 있으면 괜찮아질까?

 

병사

(그 말엔 잠깐 입을 달싹이다가, 포기하려고 했다가, 당신과 시선을 마주했다. 루돌프가 아닌 아이린, 당신과. 어떠한 경외의 기저에 섞인 감정은 간절함이다. 그것은 아마 날 때부터 천재라는 수식언이 당연하다시피 붙어 온 금발의 청년보다도 당신이 더 잘 알아줄 것만 같아서.) ……문제는 의료 물자가 아닙니다. 치유 능력을 가진 각성자 분들이 아예 싸악 낫게 해 주시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도 의료 로봇이나 약이나 다, 요즘은 기술력이 좋지 않습니까. 낫는 건 금방 낫습니다. 낫지 못한다 해도, 전쟁에 나온 이상 팔다리 한 짝 잃어버리는 것도 다 자기 운이죠.
하지만, (잠시 침을 삼켰다. 꿀꺽.) 저희같은 놈들은 치료 자체가 별로 달갑진 않습니다. 실력 좋은 의사와 치유 각성자가 붙어 사흘 만에 낫게 해 주면, 사흘 만에 도로 전선으로 나가게 된다는 것 아닙니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언어적 표현보다 비언어적 표현이 익숙한 이는 부상을 입은 병사의 눈에서 어렵지 않게 그 감정을 읽어낸다. 이어지는 건 그 처지를 향한 공감. 누구라고 전쟁이 좋을까. 크리쳐와의 전투도 지긋지긋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인간끼리 총구를 겨누고 싸우고 있다. 4년이나 될 만큼 기간이 고착화되어온데다 최근에는 패색이 짙은 전투만 이어지니 사기가 높은 게 이상할 테지. 요한 같은 참모부의 실제 생각이 어떻든지간에, 일반 병사들은 자신들이 소모품처럼 취급당한다 여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자는 분대장. 분대장이 이 정도라면 그 휘하의 병사들은 또 얼마나……)
(루돌프가 기적같이 제게로 돌아와주지 않았더라면, 각인이 되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이 자와 크게 다른 처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이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허울 좋은 말을 늘어놓을 만한 화술도 없었을뿐더러 의미도 없다.)
당신의 마음을 이해해. (아이린은 마키 허셔의 발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최대한 빠르게 이 전쟁의 막을 내릴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할게.

 

병사

…… 저는 그다지 기가 죽는 성격도 아니고, 발가락 두 개 정도야 의지를 달면 그만이라 생각합니다. 허나 징집되어 온 어린 놈들은 울면서 집에 보내 달라고 합니다. 자유롭게 참전한 병사만 있는 것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내전이 되다 보니 이쪽 편 도시들에서도 사람을 닥닥 긁어 징집하기에 이르렀고…… 그런 놈들이 혁명이고 자유고 뭘 알겠습니까. 그냥…… 예. 말씀대로. 전쟁 자체가 끝나야…… 끝나야 됩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 모든 시간이 흐르며 전쟁과 혁명의 중심에 지속적으로 서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는 근본적으로 이런 류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꽤나 취약한 사람이었다. 특유의 긍정적인 면모와 낙천적인 사고 방식은 그가 지금껏 휘둘리거나 마모되지 않고 살아내는 것에 큰 영향을 선사해 왔으나, 그것은 곧 바꾸어 말하자면 이토록 '평범한 이들'의 삶이 어떠한 원동력 하에 굴러가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과도 같았다. 허나, 그래, 상관없는 일이다.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이는 지금 제 곁에 멀쩡히 있지 않은가. 그는 그것으로 아무렴 족하다고 생각하는 류의 사람이었고.) ……전쟁은 곧 끝날 거야. 얼마 남지 않았어. (그러니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말을 하기로 했다. 없는 근거도 있는 것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실체 없는 희망도 확신으로 둘러싸 내밀 수 있는 말들.)

 

GM

병사의 간절한 시선은 여전히 당신에게 닿고 있습니다.
마치 거대한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기적이 된 천사를 보듯이.
대명사로 지칭될 수 있는 고유명사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빌고 싶다는 낯으로.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저녁에 사령부의 브리핑이 있다고 들었어. 희망적인 내용이 있다면 당신에게 전해줄게. (그 시선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괴롭고 무겁게 느껴졌다. 책임감을 등에 업고서 선 위치가 다른 이들보다 높다 한들 전혀 자랑스레 여길 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그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이 전쟁이 우리의 승리로 끝날 거란 희망을 놓지 마. (저야말로 희망 같은 것에 휘둘리지 않는 비관적인 현실주의자인 주제에, 참 우스운 말이지.)

 

GM

전쟁은 언젠가 끝이 날 겁니다.
모든 역사가 그러해 왔듯이, 이 또한 언젠가는 몇 줄의 문장으로 기록될 테니까요.
우리는 언제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러한 나날들을 앞으로 몇 번이고 더 반복해야만 할까요.
멀리서 릴리안의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아, 여기 계셨슴까. 시간 남으시면 이쪽 자재 창고 좀 봐 주십쇼. 확인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 안건이 있어서……

 

GM

간절한 시선은 여전히 당신의 피부에 와닿습니다.
대단히 뛰어난 몇 사람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은 이미 어마어마한 공훈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
릴리안이 무례하게도 상관인 당신을 들들 볶아 창고 정리를 하는 동안,
어느덧 해는 저편으로 기웁니다.
이제야 활동하기 좀 편한 기온이 되었군요.
약속된 시간, 두 사람은 사령부 막사로 향합니다.
수뇌부가 머무르고 있는 것치고는 검소한 막사 안.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회의 탁자가 있네요.
상석에는 해방군 총사령관이 앉아 있고,
그 옆으로는 참모 요한 에를리히가 보입니다.

 

총사령관

왔나, 앉게. 고생 많았어. 다친 곳은 없고.

 

GM

복귀하면서 두 사람은 '극비 작전'이 있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지요. 보안을 우려해 상세한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공중에 지도를 띄워 홀로그램 패널을 모두가 볼 수 있게 펼쳤다.) 지금 우리는 왈비스만 동측 전선에 있다. ……모두 알 만한 이야기입니다만, 정리 차원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하고, 총사령관에게 고개만 가볍게 까딱했다.)
공화국은 X각성자를 무한히 생성해 재공급했어. 치유계 각성자들까지 미친 듯이 투입해서는 빠른 전선 복귀 시스템을 완성했고.
반면 우리는 여기서 더 병력을 긁어모으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해.
다카르도 이 이상의 군비 지출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으니까.
이대로는 안 돼. 이 인원으로 전쟁을 끝내야 해.
요점은 하나야. 우리는 스와콥문트로 향한다.

 

총사령관

재작년에 결국 스와콥문트로 대통령궁이 이적된 것을 기억하나?

 

GM

음,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죠.
전쟁 중이라는 사유로 결국 종신직이 된 로맹 바투타의 대통령궁이 스와콥문트로 이전되었습니다.
공적인 사유는 신변 보호였으나, 실제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총사령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대강 추측할 거라 생각되는군, 기억한다면. 어쨌든. 전선을 여기까지 끌어당기는 데에 성공했으니 지금이 적기라네.
대통령을 인질로 붙잡아 협상을 요구할 작정이야. 설령 생포에 실패하더라도 그 도시를 함락시키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을 테니.
찾아볼 정보도 충분할 테고. 자네들이 이야기해준 것들이 많지 않은가, 에를리히 군이 찾아낸 것을 포함해서.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예를 들면 4년 전…… 두 사람이 방위사령부 지하에 침입했을 때. SKYWAY, 라는 단어가 있었지. 거기서 우리는 정부가 하늘길 시스템을 수상한 곳에 쓰고 있다고 잠재적인 확인을 거쳤다.
그 하늘길 시스템의 서버 신호 전파가 스와콥문트 방향에서 감지되고 있고.

 

총사령관

헌데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해…… 그래서 자네들을 부른 것이네. 정찰이 필요해.
우리는 근처에서 끌어모을 수 있을 만큼의 병력을 끌어모아 대기하고, 두 사람이 먼저 침입해 길을 열어주기를 바라네.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적군은 이쪽이 열세에 몰렸다 여기고 있어.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러니 내일, 그들의 핵심 군단 두 개를 투입해 잔존 병력을 쓸어버리려 한다는 첩보가 들어왔어.
허나 그간의 패전은 작전 상 후퇴였지. 흩어져 있던 적 병력을 이쪽으로 모아 오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니…… 두 사람에게는 내일 전투에서 할 수 있는 한 적 측의 핵심 군단 섬멸을 부탁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적 병력을 크게 약화시킨 다음 스와콥문트로 침입한다면 적 측은 한동안 정신 없어 추적이 불가능할 거야. 할 수 있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저희가 맡는 역할에는 이견 없습니다. 스와콥문트로 침입하는 것 또한 현재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특유의 냉랭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통령 로맹 바투타는 정말 실존하는 인물인 겁니까? 실제로 그는 한 번도 공식 석상에 실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고, 항상 영상 속의 모습으로만 등장했었죠. 4년 전, 저와 루돌프는 참모총장의 지문을 얻기 위해 자선 파티에 참여했었습니다. 거기에서 그의 라이벌 격인 정치인이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참모총장의 반응이 석연치 않았어요. (아직도 시끄럽게 웃어대던 그 모습이 뇌리에 남아있다. 미간을 작게 찡그린다.) 대통령을 인질로 잡는다는 가정이 실패로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다'는 가정은 여기서는 안 하고 들어갈 거다. 인질로 잡는 데에 실패한다는 가정은 있을 수 있다만, 대통령의 존재까지 부정하고 들어가면 고려해야 할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앞에서 말했듯, '생포에 실패하더라도' 그 도시를 함락시키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고. 그 말은 즉 현 대통령의 신변 확보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혹은 애초부터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요한 에를리히는 이쯤 유리 모하에를 생각한다. 맥동하는 심장으로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까지도 유리 모하에는 그들의 상징으로 기능했고, 또한 ─ 부정하고자 한 적도 있었지만 끝내 단 한 번도 부정하지 못한 사실을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 저를 살아있게끔 만들었다. '잘 만들어진' 상징이란 그런 것들이다. 그것은 상대 측이 아주 잘 수행하는 분야의 일이었고……) ……작전에는 변동이 없다. 핵심 군단을 최대한 섬멸하고, 수습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도시를 함락시킨다. 설령 대통령이 그곳에 없더라도. 그거면 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확인했습니다. ('상징'이란 어느 시대에서든, 어느 상황에서든 큰 기능을 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그의 설계에서부터 빚어지는 보랏빛 나비와 루돌프의 황금빛 에너지는 그 빛깔만으로도 적과 아군 모두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했으니까.) 현재 서쪽에는 소대 네 개쯤 되는 각성자 부대가 있습니다. 변동이 있다면 바로 전달하겠어요.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소대 네 개. (병력을 가늠해 보려는 듯 입 속으로 단어를 반복하다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입맛이 썼다.) 보고에 감사한다. 참고하지.

 

GM

필요한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인 것 같네요.
회의를 마무리하고 두 사람의 막사로 돌아와도, 추가로 더 궁금한 점을 물어도 좋습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스와콥문트의 현재 동태라거나 방비 상태에 대해 입수한 건 없나요? (거기는 아직도 완전한 미지의 도시인가?)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없어. 그곳은 여전히 완전한 미지의 도시이자…… (잠시 단어를 골라내려는 듯 숨을 멈췄다. 느린 말이 이어진다.) 이 지상에서 유일한 그들만의 낙원이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낙원이란 존재할 수 없는 법이죠. (거짓으로 도배된 도시. 한때 그곳에서 찰랑인다던 새파란 바다를, 발에 한가득 묻어나는 모래를, 만발한 꽃 위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상상한 적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곳과 관련된 무엇도 믿지 않는다. 그 무엇도 꿈꾸지 않는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만 돌아가자, 루.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맞는 말이야, 하는 말이 목구멍을 간질였으나 구태여 짧은 긍정의 언사를 내뱉진 않았다. 대신 인사에 가벼운 목례로 응답했을 뿐.)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고개 순순히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갈까.

 

GM

회의를 마친 두 사람은 막사로 돌아옵니다.
작전 시행 일자는 내일이었지요.
남은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푹 쉬어 두는 편이 좋겠어요……
우리에겐 살아내야 할 내일이 존재하므로.
.
.
작전 개시까지 두 시간.
옷을 갖춰 입어야겠습니다.
더는 군인 제복은 입을 수 없고, 해방군의 대다수는 부족한 물자 탓에 어디 지나가는 도적떼같은 꼴이었지요.
그래도 장교는 그래서는 안 됐습니다……
그 때, 막사마다 설치된 안내 스피커에서 경보 소리가 울립니다.
새빨간 조명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 정찰조에서 본진에게 알림. 적군이 접근하고 있음. 반복. 적군이 접근하고 있음. 》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일찍 시작하려는 것 같은데? (깜박.)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제는 지긋지긋할 만큼 오래 들어온 소리지만, 그럼에도 듣자마자 전신이 빳빳하게 긴장된다.) 인원은…… 원하는 만큼 모였나? (항법 사용 가능할까요?)

 

GM

항법 사용 가능합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99 항법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3 > 93 > 보통 성공

 

GM

탄창이 필요 없는 권총, 탄창이 필요한 권총을 막사 곳곳에서 가리지 않고 허리와 허벅지에 차며 방어구를 걸치고 있습니다.
'충분하다'까지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못 나갈 정도도 아니네요.
사막에서의 전투인 만큼 양 자 간의 전투는 언제나 적어도 해가 진 뒤에 개시되도록 한 것이 암묵적인 합의였지요.
그러니 오늘 작전도 20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만, 적이 기습을 해 왔습니다.
어차피 20시 예정이었던 출격이 몇 시간 앞당겨진 것 뿐입니다.
아군은 진작부터 진형 배치를 시작하고 있었고,
새삼스레 혼란이 와 규격이 흐트러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 나는 적 병력이 더 모였나 보려던 거였는데 적은 그대론가?)

 

GM

휴식을 방해받은 데다가 뜨거운 날씨에 전투를 시작한다는 사실에, 아.
우리 병력 얘기가 아니었어?
뭐 일단 우리 병력 이야기부터 계속 들어보세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ㄱㄱㄱㄱ)

 

GM

열받은 기사들의 사기만 되려 올랐을 뿐.
적군은 일전 확인했던 네 개의 소대보다는 머릿수가 확연히 불어난 추세입니다.
의도대로라면 의도대로라 할 수도 있겠군요.
그만큼 더 위험을 지게 된 것 역시 사실입니다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사막에서 낮의 전투라니…… 알고는 있었지만 상도덕이 없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일단 우린 바로 출격이 가능하다고 전하자. (그 짧은 사이에 옷매무새까지 정돈하는 걸 잊지 않았다.) 물을 조금 더 챙겨 갈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 탈수가 오면 안 되니까. (마저 준비를 마친다. 군화에 발을 꿰어맞추며 조용히 말했다.) 어제 진지 근처에서 막 피어난 꽃을 봤어. 나비가 날아드는지 확인할 수 있었음 좋겠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다 해도 네 나비로 충분할 거야, 오늘은. (장갑 끄트머리를 쭉 잡아당겨 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제 앞머리를 빠르게 수선하고는.) 나 오늘 어때? (꼭 확인받으려는 듯이 물어온다. 이제는 루틴의 하나가 다 됐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러니? (희미하게 웃었다. 루돌프에겐 아무리 무거운 상황에서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재주가 있었다. 그의 앞머리와 매무새를 이리저리 살펴주는 것도, 아이린에게 새로이 자리잡은 루틴 중 하나.) 오늘도 아주 반짝이는구나.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반짝반짝해? 오늘도 역시 내가 가장 눈에 띌 것 같아? (만족스럽게 웃어 보이며 순순히 마저 정돈 받았다. 원체 눈에 띄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했고, 또한 전장의 소란 속에서는 그가 눈에 띄는 만큼 다른 이들이 눈에 띌 횟수가 줄어들기도 했다. 그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갈까, 그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너무 눈에 띄어서 걱정될 정도? (타인에게 가는 부담은 줄겠지만, 그만큼 집중포화를 한몸에 받게 될 위치기도 하다. 그건 저 또한 마찬가지지만.) 가자.

 

GM

두 사람은 모래바람을 헤치며 서걱서걱한 땅을 밟고 이륙장으로 향합니다.
오늘은 두 사람과, 그리고─ 기억하나요? 아주 오래 전 당신의 동료였으며 지금도 마찬가지인 이한영 씨 말이에요.
그와 그의 설계자까지 총 네 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한영

왔구나. (까딱.) 타. 자리 잡으면 바로 띄울게.

 

GM

급하게 닦아놓은 이륙장이라 소음도 바람도 심합니다.
한영의 능력이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니, 활주로 같은 것이 굳이 필요치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요.
민간인은 탑승조차 불가능하여 본 적도 없는 헬기를,
한영이 어찌어찌 조종법을 익히고 다룰 수 있게 되기까지도 몇 달이 걸렸습니다.
기실 지난 몇 달은 두 사람의 작전 수행 완료와 동시에, 한영이 준비되기를 기다리는 과정이기도 했지요.
한영과 설계자는 조종석에, 두 사람은 뒷좌석에 타 헤드셋을 걸칩니다.
스텔스 차폐막 드론이 붕붕거리며 작은 에너지 장벽으로 헬기 전체를 감싸 소리와 형상을 죽입니다.
현대전에서 제공권의 지위를 무시하는 지휘관은 없을 테지요.
그러나, '전쟁 필승 권장 수칙'같은 것을 명문화할 수 있다면,
*재앙의 날* 이후 그런 문서는 모조리 수정되었을 겁니다.
아프리카 공화국 영토에 존재했던 허브 공항은 대다수 무너졌고,
시민들에게 정밀한 방위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국가는 새로운 공항 건설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공군은 지극히 극소수 편제로 구성되어,
사상 검증을 철저히 받은 사람들만이 조종간을 쥘 영예를 허락받았지요.
국가 방침이 그러한 데다, 애초에 아프리카 공화국 영토 내에선 고공에서의 타격이 불가능했습니다.
툭하면 모래폭풍이 불고 낙진같은 비가 쏟아지는데,
시계 확보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습이 가능할 리가요.
양 자 모두 공습에 투입할 인력이나 군용기도 없었지만,
있다 쳐도 장벽 바깥에선 앞이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도시를 습격하자니 자국민을 참살하는 꼴이 되는데 어떤 정신 나간 지휘부가 그것을 승인하겠습니까?
그러나,
요한 에를리히는 작전 개시를 선언합니다. 그런 *상식*은 이쪽에겐 불필요한 것이니까요.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전황을 뒤집을 수 없다면 지형을 뒤집으면 된다.
폭탄을 떨어트릴 수 없어도 공중전은 가능해. 두 사람에겐 아예 처음도 아니고.
……스러진 병사들의 목숨값을 대납해 주도록.

 

GM

헬기는 묵묵한 재앙을 품고 적진 위로 날아갑니다.
지상에서는 보병들이 부딪히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모래 먼지가 피어올라 시야가 흐트러집니다.
그렇다면 슬슬 시작해 볼까요?
고공에서 헬기 문을 열고, 두 사람이 한 명의 구현에 의지해 허공을 걷는다…… 헬기 안에서 설계와 구현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마치 천사처럼, 혹은 전능한 신처럼, 어떠한 외우주의 존재처럼, 그렇게 활보하며 적을 섬멸하는 겁니다.
난처할 정도로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문이 열립니다. 펄럭거리는 고공의 바람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옷소매 사이로 펄럭여 피부를 긁어내립니다.
이거야 원, 이 고도에서는 아직 식지 않은 지면의 열기 따위는 그다지 상관이 없겠어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먼지가 자욱하다. 일반적으론 고공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어렵겠지. 하지만 멀리에서도 적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을 길렀으니, 정확히 '적'을 향한 경로를 구현하는 것쯤 어렵지 않다.)
(일단 허공에 두 사람의 발을 감쌀 수 있을 만한 나비들을 불러내었다.)
cc<=99 협채화(協彩和)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보통 성공
(포격이 닿지 않을 만한 높이까지 떠오른 뒤, 눈을 내리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아군과 적군이 뒤엉킨 난전. 적군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을 최우선적으로 타겟하고, 이외에도 아군이 난항을 겪고 있는 지점을 빠르게 파악해나간다. 손끝에서 피어오른 보랏빛 나비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더니 거미줄마냥 복잡하고 세밀한 경로를 구현해나간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제는 익숙해진 찬연한 나비 위로 발을 딛었다. 곧잘 부서져 스러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에 걸음에는 망설임이 실릴 이유 또한 없다. 제 옆의 설계자가 눈을 내리감으면, 저는 구현자로서의 몫을 다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한 시야를 유지한다. 군복이랄 것이 없어 마구잡이로 뒤엉킨 아군과 그만큼의 수와 체계로 이쪽을 순식간에 밀어 버리기를 바라마지않는 적군. 육안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적군의 피해를 극대화하는 전투 방식과는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그리고 그 '별개의 일'을 수행함에 있어 구현자의 부족한 부분은 설계자가 채워줄 수 있으리라. 경로의 시작점에 손을 뻗어 체내의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한도까지 끌어낸 빛을 뻗어내린 경로로 분사한다. 이곳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나여야만 한다. 반드시. 이 앞에 어떤 광경이 기다리고 있다 하여도.)
cc<=99 스타더스트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7 > 17 > 대단한 성공

 

GM

보랏빛 나비들이 발밑을 받쳐 주는 것이,
꼭 이제는 사라져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봄의 풀밭 위로 나비가 내려앉았다면 이런 정경이었을까요.
무선 이어폰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릴리안의 고함 소리로 추정되는 것이 얼핏 들려 옵니다.
해방군의 핵심 전력인 두 사람과, 중력을 다룬다는 중요한 이능력인 한영 페어가 동시에 떠나올 수 있는 까닭은 전부 그가 있기 때문이지요.
설계자도 없는 릴리안이 어떻게 아군 진지를 홀로 방어하고 있는지 이야기할 여백이 있을까요?
모를 일입니다.
전쟁은 사람의 역사를 하나하나 지우고,
또 새롭게 쌓아 올리는 과정이지요.
영웅은 탄생하는 것 자체로 발 아래 수많은 시체를 밟아 건너는 일을 행하므로 영웅인 것인데.
어떻게 해서든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더는 원군도, 보급도 없을 테니.
창공으로부터 지상으로 뻗어나간 경로 설계로 빛이 쏘아져내립니다.
아주 먼 옛날 어딘가의 종교 서적에나 적혀 있을 법한 빛의 범람이 이 대지에 완연히 내려앉습니다.
어쩌면 그 옛날 신을 숭배하던 이들이 이와 같은 광경을 목도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 당시의 설계자와, 그 당시의 구현자와……
그리고 지금은 당신들의 몫이 된 것들.
명멸하는 빛에 타격을 입은 적군이 하나둘 쓰러지면,
극비 작전을 알고 있었던 장교 몇이 넋을 놓고 하늘을 보고,
휘하의 병사들도 자신의 중대장이 당최 왜 저러나 따라 고개를 들어 보입니다.
나비의 날갯짓으로 이뤄진 보랏빛의 설계가 눈을 어지러이 할 만큼 빽빽하게도 나부끼고,
두 사람은 설계를 밟고 있는 채일 테죠.
눈앞에서는 적군들이 영문 모를 조화로 죽어 가는.
기적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면 이런 느낌일 겁니다.
눈이 돌아간 아군 병사들이 환호를 지르며 시체를 밟고 진격하기 시작합니다.
사기를 끌어올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번쩍이는 빛줄기네요.
저들은 알지 못할 겁니다.
두 사람이 밟고 선 저 하늘 위,
대지 아래가 아닌 대지 위에 미래가 존재한다는 것을.
탄창이 돌아가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뒤섞여 빛 아래로 스러집니다.
불어드는 모래 바람에도 나비 날갯짓만큼은 건재합니다.
그래요, 그 어느 먼 옛날에 이름 모를 학자가 분명 그리 말했다 하지 않았습니까.
한 마리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후일 어느 곳에서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요.
그렇다면, 이토록 많은 나비의 날갯짓이 이 사막 전역에 전황을 뒤집을 만한 모래 폭풍을 일으킨다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
.
『 그날, 아프리카 해방군은 몇 달 간의 패배를 완전히 뒤엎는 대승을 거둔다. 』
『 적군 4만 명의 병력 중 1/3 이상이 사망하거나 전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
─ 요한 에를리히의 통합 보고서에서 발췌.
.
.
전투 종료 후 보고까지 마친 두 사람은 막사로 향합니다.
앞에는 릴리안이 서 있네요.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단결. 고생하셨슴다. ……잠깐만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슴까? (하고, 루돌프 쪽에 시선을 뒀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랑? (나랑만? 하는 표정 되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음?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짧게 고개 끄덕여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나야 상관없지만. (깜박. 뭐 별 일 아니겠지, 싶기도 하고.) 먼저 들어갈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 뭔가 뒷담화당할 만한 일을 했니? (농담이다.)
응. 잘 얘기하고 와. (의아하긴 하지만서도 다 일이 있어서 그렇겠거니, 싶어 먼저 막사로 들어갔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런 거라면 앞에서 해도 될 텐데~ (마찬가지로 농담.) 오래 안 걸릴 거야. 얘기하고 들어갈게.

 

GM

당신은 막사로 들어오고,
두 사람은 막사 문 옆의 의자에 나란히 앉은 듯합니다.
뭐 딱히 비밀 이야기는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멀리 가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물병 따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전투에서 죽거나 다친 병사는 물론 많았습니다만,
적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요.
모래가 시체를 덮어 신원조차 파악하기 어렵게 된 이들이 여럿일 겁니다.
바깥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막사 문 틈 사이로 불어들어오고,
펄럭이는 막사 문 사이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굳이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바람결에 실려.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그 때 기억나심까? 저 살아 돌아왔을 때 말임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기억나지 그럼~ (말끝에 잔웃음을 섞어냈다.) 엄청 위험한 상태였잖아.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그 때 제가 소대장이었는데 말임다…… 아래 이백 명 애들을 다 잃어버리고 혼자 고립되어서는. 무너진 건물 안에 갇혔슴다.
적 각성자가 이성을 잃고 날뛰는 바람에 그리 되었죠. 기억나심까? 제가 갇혀 있던 기간이 스무 날이 꼬박 넘슴다.
……어떻게 살아남았을 것 같으심까.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보고서에는 이슬 받아 먹었다고 써 올렸던 것같은 기억이 나는데. (드문드문 말을 이었다.) 요한이 그게 말이 되냐며 엄청 추궁했잖아. 잔소리도 하고. 넌 절대 말 안 했지만.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그 때는 상황이 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느리게 목소리를 이었다.) 위층에서…… 죽은 놈이 있었는데, 그 피가 제 얼굴로 떨어지고 있었슴다. 도리가 있슴까? 받아 마셔야 살죠.
그런데 그게 X각성자였던 검다. 그 피를 마셨으니, 반쪽짜리였던 제가 설계자 없이도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거고요. 의무장교님은 아심다.
선배님. 산다는 건 선택의 연속임다…… 저희는 정말이지 더는 이 전쟁을 이끌어나갈 수 없슴다. 오늘 일은 옳았다고 할 수 없어도 옳은 검다. 그렇게 기록되어야만 하고요. 몇 명인가는 모르겠지만, 적 부대 몇 개를 섬멸해서 더 큰 죽음을 막을 수 있다면.

 

GM

두 사람은 이후 몇 마디 시답잖은 이야기를 더 하다가,
한쪽이 일어나는 소리를 끝으로 대화를 끝맺습니다.
아, 끝이 올까요. 이 지난한 날들에.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제야 막사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래 안 걸렸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런 얘기, 차라리 루돌프보단 나랑 하는 게 더 어울리지 않았으려나 싶은데. 굳이 다 들리는 입구에서 말한 걸 보면 우리 둘 다에게 말한 거나 다름없지만.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가 몸 일으킨다.) 응. 안 들으려고 해도 다 들리던데…… 엿들었다고 토라지진 않을 거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나는 이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는단 뜻인가?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는 거야~? 딱히 내 비밀 이야기도 아니었는걸, 거기에. (맞은편 제 몫의 침상에 대강 걸터앉았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릴리안 능력이 어느 순간부터 엄청 강해져서 기이하게 여겼던 적이 있긴 했지. 너와 비슷한 경우였구나. (추정상 노노이 라가힛도 X각성자의 실험체, 혹은 그 전 단계의 임상시험자로 써먹혔던 것 같으니까.)
나는 네가 전쟁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지금도 그렇고. (사실, 전쟁과 어울리는 사람이 그 누가 있겠냐마는…… 군인에게 요구되는 이미지나 책임을 두고 보면 루돌프보다는 제가 더 적임이라고 여겼다.) 지치진 않니?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훈련의 성과라고 생각했는데. 혹은 기적이거나. 가끔, 수세에 몰리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잖아…… (사뭇 낭만적인 소리나 하며 상체 뒤로 기울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풀썩 누웠다. 빈말로라도 양질은 못 될 매트리스가 푹 꺼지는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나면, 눈꺼풀을 반쯤 끌어내렸다. 시야에는 막사 천장을 담은 채로.)
전쟁과 어울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냥 하는 거지, 해야 하니까. 이유는 없어. 이게 옳다는 걸 알고 있을 뿐이야. (물론, 당신이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다만 굳이 따지자면 저는 당신이 그 '군인에게 요구되는 이미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 또한 바란 적 없어서.) 곧 끝날 텐데 이제 와서 약한 소리를 하면 곤란하잖아. 그러니까 여기선 '왕자는 이런 상황에서 지친다든가 하는 약한 소리는 안 해'라고 대답할래. (말끝에 잔웃음을 섞어냈다. 가볍게, 여상한 어조로.) 린~은 어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러게. 네가 나에게 4년 만에 변함없는 신념을 지닌 채로 돌아와준 것도 나름의 기적이라고 여겼지. (슥 일어나 루돌프의 곁에 걸터앉는다. 반쯤 눈 감은 그의 앞머리를 느린 손길로 정리했다.)
(릴리안의 말이 맞다. 무수한 피를 흩뿌리고 무수한 이들을 모래 밑에 파묻은 그 일련의 행위는, 옳지 않다고 해도 옳은 일이어야 한다. 그렇게 여기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그리 다짐하지 않으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가기만 할 테니까. 애초부터 아이린은 제 사람들 외에는 냉랭하기 그지없는 이였으므로 죽인 이의 수가 얼마나 늘어가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목표가 있고, 그걸 위해서는 가진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이뤄낸다. 역사에 쓰일 단 한 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는지.) 나는 공주다운 마인드랑은 안 어울려서 비슷한 대답은 못 하겠네. 그냥 '나도 지치지 않을 거야, 끝을 볼 때까지' 라고만 할래.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정리해주는 손길을 얌전히 받았다. '그건 예견된 일이었는데. 린~도 예상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했어.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네가 내 돌아올 곳이 되어 주기로 약속했잖아……' 따위의 말이 고른 숨 사이로 드문드문 섞여 나왔다.) 왜? 하지만 린~은 공주님인걸. (당신의 답은 마음에 들었으니, 대신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기로 한다. 자신이 왕자인 이상에야 제 곁에 ─ 당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원히' ─ 있기로 약조한 당신은 응당 공주님이 되는 것이 마땅한 자연의 섭리 같은 것 아닌가? 그는 딱 그 정도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장벽 바깥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난 거기에서 내 친구를 잃었었으니까. 너는 그애완 달리 힘을 지닌 각성자였지만, 미지나 다름없는 그곳으로 떠나간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조금씩 희망을 내려놨었어. 기약 없는 희망은 결국 나를 괴롭게 만들 뿐이었으니까. (죽지 못해 겨우 살아가는 삶이었다. 그러나 이 내용까진 굳이 꺼내놓지 않는다. 마음아파할 것이 뻔했기에.)
아직도 내가 공주라는 거 진지하게 미는 거니? (그만뒀을 거란 생각은 안 하기는 했지만서도)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공주처럼 예쁠지는 몰라도 착하지는 않은데?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리고 결국 나는 네게 돌아왔지. 기약 없는 희망이라니 섭한걸, 약속했잖아. 그 때 나와의 약속은 네게 신뢰를 주기에는 좀 불충분했어? 내가 그렇게나 믿음직스럽지 못했어? (가까운 쪽의 팔을 움직여 당신의 손등을 살살 간질였다.) 이상하지, 나는 한 번 했던 말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는데.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런데. (물론 그는 어느 정도 제게 유리한 방식으로 기억하려는 습관이자 버릇 같은 것이 있긴 했다마는.)
난 언제나 진심이었는데도~? 원래 왕자님은 공주님이랑 결혼해. 그리고 난 내가 왕자님인 걸 부정할 생각 없고, 그건 린~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어. 거기에 너는 나한테는 다정하잖아. (할 말 다 하는 편.)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니야. (피식 웃는다.) 네가 못미더운 게 아니라 상황이 못미더웠던 거지, 따지자면. 네가 정확히 언제 돌아오겠다고 말하지 않은 건 사실이잖니. 그리고 루 너는…… 네 성격 때문인지 상황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면이 있어서 사실이랑 좀 달라진 게 있을 수도 있어. (콩깍지 파워로 엄청나게 돌려말함)
난 사실 네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부터 부정하고 싶었단다. (이미 그때에도 열심히 부정했던 것 같긴 한데?) 천천히 적응하기는 했지만. 어쨌건, 음, 난 그런 잘난 척(?)이 힘든 것 같아. 너는 실제로 잘났지만 나는 딱히 스스로를 그리 본 적이 없고…… 근데 너 나랑 결혼할 거니? (갑자기)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고 그래서 가끔 착각한다는 말이야? (대충 얄팍한 이해를 시도했다.)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그야 당신은 제게 나쁜 말을 하는 법이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어련히 좋은 말이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이지 당신의 말대로다. 그에게는 상황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면모가 분명 있었다.)
사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게 되지는 않는걸. 잘난 척이라니? 진짜로 잘난 사람을 잘나지 않았다고 깎아내리는 것도 곤란한데…… (하다가, 이어지는 질문엔 2/3 가량 끌어내렸던 눈꺼풀 퍼뜩 밀어 올리더니 곧잘 눈 동그랗게 떴다.) 응. 왜? 넌 나랑 안 할 거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 가끔 네게 좋은 쪽으로 착각해서 기억하는 경우가 있단 뜻이었어. 당연히 나쁜 뜻은 아니지. (머리 복복 쓰다듬음. 루돌프가 떠나야만 했던 이유는 이미 그때에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쉽게 돌아올 수 없었던 것도 안다. 당신을 잃은 시간이 길어지며 느꼈던 제 감정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일이었을 뿐이다.)
나, 나도 만약 한다면 너랑 할 거라 생각은 했는데…… (급격히 말 더듬음: 이는 아이린이 부끄러울 때 보이는 모습이다) 네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랑 연애하고, 뭐하고 하는 거 다 상상도 하기 싫긴 했는데. 막상 들으니까 왠지 부끄럽구나…… 기쁘기도 하고.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복복 쓰다듬어지며.) 역시 그렇지~? 나도 린~말고 다른 사람이랑 하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럼 당연히 그게 맞지 않나, 하고. 전쟁도 곧 끝날 거잖아. 그럼 새로운 *일상*이 시작될 테고. 내 일상에도, 내 미래에도, 늘 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보통 그런 거에는 '평생의 반려'라든가 '결혼한 배우자'라는 말을 쓴다고들 하더라…… (하고선 만족스럽단 낯으로 다시 눈꺼풀 끌어내렸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니까. (낭만적인 말들엔 언제나 면역이 없다. 물론 루돌프가 그걸 의도하고 한 게 아닐지라도. 그는 평소엔 더없이 차갑게 생겨선 이런 류의 언행엔 쉽게도 볼을 붉히곤 했다.) 물론 나에게도 같아. 이제는 너 없는 삶이 잘 상상이 안 돼. 너…… 무슨 수를 써서 날 이렇게 홀렸니? 이것도 왕자님의 매력? (장난스럽게 그의 볼을 콕 찌른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특별히 긴장하고 해야만 하는 말도 아닌걸. (손등을 간질이던 쪽 팔을 뻗어 당신의 몸 앞으로 넘어온 머리카락 끄트머리만 가벼이 빗어내렸다.) 내가 뭘 했다고 그래~? 내가 너를 좋아했던 것처럼 너도 나를 좋아했던 거지. 조금 더 문학적으로 굴어 보자면, (허공에서 손을 멈추고는 검지와 엄지를 마찰시켜 경쾌한 소리를 한 번 냈다.) '운명'같은 걸지도 몰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넌 숨쉬듯 자연스럽게 그런 말을 하니까. 난 너처럼 굴려면 심호흡 세 번쯤은 하고 말해야 하거든? (머리칼 가만 내어준다. 운명. 허공에 딱, 하고 울리는 경쾌한 소리마냥 명확한 울림을 지닌 단어다.) 예전이라면 동화에나 나오는 얘기라며 들은 척도 않고 넘겨버렸을 텐데, 지금은 듣기 좋네.
(이 운명이 끊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언제까지고.)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심호흡 세 번 하고 말해주라. (냉큼. 이런 기회는 놓치지 않는 편이 좋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뭐? (당황해서 눈만 깜박깜박깜박함)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한 번 했어? (틈을 주지 않겠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갑자기 막 몰아쳐짐) 나 당황스러워.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심호흡 세 번은 당황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 (이제 두 번 했겠구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ㅠ.ㅠ?!) 자, 잠깐.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 (어딘가에서 파란색 기숙사 출신이었던 사람이란)
(그렇게 심호흡 다섯 번은 할 시간이 지나갔다)
……
난 네가……
내 평생의 반려가 되었음 좋겠어. (진심 이거 하려고 5분쯤 뜸들임)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리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는 5분 동안…… 드물게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중간에 살짝 분위기에 취해 졸 뻔했지만 다행히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표정 되며……) 나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너 진짜 이런 말 하나 듣자고 이러기야? (좀 빨개진 볼을 양손으로 감싼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네가 나한테 처음 해 주는 말이잖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두 근……!!!!!!)
(얼굴이 더 빨개져서 제 침상으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그렇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순식간에 옆 사람 잃은 얼굴 되며.) 자려구?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이불까지 뒤집어썼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직 잘 자라고 인사도 못 했는데. (얼굴도 못 보고 해서 조금 억울해진 사람 됐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인사는 인사고. 할 건 해야지.) 잘 자.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역시 원조는 못 따라가겠구나 싶어져서. (이불을 눈 아래까지만 끌어내리고 인사한다) …… 잘 자.

 

GM

두 사람은 그렇게 잠을 청합니다.
끝은 올 겁니다.
이 지난한 날들에도.
.
.
다음날, 전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무렵.
요한으로부터의 호출이 있습니다.
스와콥문트 돌입 전 해방군 전용 워치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고 가라는 이야기네요.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왔냐…… 거기 빈 자리에들 앉아.

 

GM

상석에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총사령관이 있고,
요한이 그 우측 옆자리, 루돌프가 좌측 옆자리, 그 옆이 당신……
펌웨어 업데이트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구도가 이상한데. 상견례같은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총사령관

그것도 해야지. 자네들 시계는 잠깐 풀어서 두게나.

 

GM

요한이 두 사람의 시계를 가져가 스크린 패널을 띄우고 이것저것 조작하는 사이,
총사령관이 손수 커피를 내려 앞에 내려 줍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왜 이렇게까지)

 

GM

음, 정정. 상견례보다는 블랙기업 탕비실에서 이뤄지는 인사고과평가 자리같은데요 이거.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쪽은 별 생각 없이 받아마시는 편.)

 

총사령관

뻔한 격언이긴 하지만…… 장교의 전쟁은 병사의 전쟁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네. 전황이 어찌될지는 모를 일이나 올해 안으로는 전쟁이 끝날 것이라 보고 있고. 그렇지 않은가.
하여, 끝나면 자네들은 무얼 할 작정인가? (이쪽이 본론인 듯.)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제 결혼하기로 했는데.)
(근데 그건 둘만의 얘기고! 총사령관한테 이런 것까지 시시콜콜 보고해야 하나? 잘 살겠죠. 이딴 대답 하고 싶음.)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잘 살겠지? (그럼 이딴 대답 해 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계속 군인을 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자연을 돌아보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기도 하고. (루의 대답 무마하려 대외적인 이유를 겨우겨우 끌어낸다)

 

총사령관

……그런가. (대강 납득한 기색을 표했다. 이걸?)
쉬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하네만, 전후 처리도 생각해야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네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지 않은가. 우리 시대에는 *상징*이 필요하다네. 신음하는 병사들을 어루만져 주려는 마─

 

GM

그 때, 무언가 퍽 하고 엎질러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오, 꼰대 발언 끊어준 이 고마운 소리는 뭐지)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아, 실례. (하나~도 실례하지 않은 표정으로 엎지른 커피 대강 닦아냈다.) 이런 이야기나 하시려고 애들 부르라고 하셨습니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역시 요한뿐이야 갑자기 평소엔 붙이지도 않던 선배 호칭까지 붙이고 싶어진다)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영웅의 삶을 왜 영웅 아닌 자가 강론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쯤 하시고, 다 끝나면 두 사람은 내버려 두십시오. 상징이건 영웅이건 사령관께서 직접 하시면 그만입니다. 그 과정에서 로맹 바투타처럼 되신다면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거고……
(방금 뭔가 좋고 불길한 느낌이 동시에 스쳐지나간 기분이)
잘하시면 뭐, 여기 두 사람보다야 대단한 위인이 되시겠지요. 역사란 기록하는 사람 마음대로니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제 2의 로맹 바투타라니, 그거 끔찍하네요.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상징이라는 게 다 그렇지. 과하면 독이 돼.

 

총사령관

거 젊은 친구들이 빡빡하게 굴기는…… (떼잉, 하고 꼰대같은 목소리로 혀 한 번 찼다. 그다지 기분이 상하거나 한 기색은 아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쩌다 루와 언약을 맺고 각인까지 하면서 여러모로 주목받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저는 예나 지금이나 한 번도 만인의 시선을 받길 원한 적 없습니다. (여기선 파트너와 의견이 살짝 갈릴지도 모르겠다만) 어떤 시대의 상징이 되는 건 더더욱 그렇고요.
각성자들은 계속 나타날 테니 언젠간 저보다도 더 뛰어난 사람이 나오겠죠. 지금도 카사블랑카에선 매년 후배들이 자라나고 있을 테고. 저희가 체제를 뒤엎으면 그들도 우리의 아군이 될 테니, 크리쳐 처리 같은 건 그애들에게나 맡기고 전 유유자적하며 쉴래요.

 

총사령관

때로는 원치 않은 일도 해야만 하는 때가 오는 법이라네. 자네들이 그리 원하지 않는다면야 나도 강요하지는 않겠으나, (끄응, 하고 얕은 신음을 말끝에 섞었다. 여기까지는 아마 예상하지 못했던 듯. 그러나 납득은 했다는 모양새로.) ……그래, 시기상조인 이야기였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네. 혹여나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언질들 주게나.

 

GM

어느 정도 수긍한 듯 총사령관은 편하게 있으라며 지휘부 막사를 나갑니다.
요한은 한숨을 쉬며 홀로그램 패널을 연신 두드리네요.
소기의 목적이었던 보안 업데이트를 이어 나가는 모양입니다.
혁명군은 더는 공화국 지급 시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카르에 독립적인 생산 라인을 구축해 두었으니까요.
두 사람이 4년 전 발견했던 *SYSTEM SKYWAY*가 하늘길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은 자명했지요.
국민을 감시하고, 총본산 서버에 데이터를 쌓아 두는 시스템이 OS로 적용된 시계는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어서.
그 때부터 요한을 주축으로 개발해 온 새로운 OS를 적용한 시계가 모든 해방군에게 보급되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요한이 홀로그램 패널을 두드리는 걸 구경하며 말한다) 나야 그렇게 말했지만…… 루, 너는 어때? 우리가 뛰어난 각성자 페어인 건 자명하니까, 네가 계속 여기 남고 싶다면 난 들어줄 수 있어.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지만 우리 어제 결혼하기로 약속했잖아. (커피 한 모금 마시고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린~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은 나도 안 할 건데.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둘이 나가서 이야기하면 안 되냐? (듣기 판정 안 해도 들릴 듯)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물 마시고 있었으면 뱉을 뻔함) 저, 저도 이 얘기가 여기서 나올 줄은 예상 못해서.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요한이 여기 있으라고 했잖아, 먼저. (적반하장 mindset)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아아무튼! 나중에 더 얘기하자. (푸쉬쉬 김올라오는 채로 몸 웅크림)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하…… 아무튼, 대충 말하면서 들어. (패널을 연신 두드리며 심드렁한 낯으로 말을 이었다.) 기억은 나는지 모르겠는데, 4년 전에. 너네 방위사령부 지하에서 어쩌다 위기에 처했는지 기억나냐?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열 오르는 낯에 손부채질하며) '아버지'.
그 단어에 의구심을 갖고 컴퓨터에 입력했더니 우리가 침입자란 걸 바로 알아챘죠.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그래. 거기 있는 로봇들이 모두 *아버지*라는 어떤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었고. 당시에는 너희나 나나 모두 아놀드 박사를 생각했는데……
(홀로그램 패널 하나를 크게 띄웠다.)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게 내 최근 결론이다. 당시 모든 로봇들의 관리 전파를 한 송신기에서 받아 오고 있었는데, 그건 짝을 이루는 두 개가 한 쌍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성자처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페어 진짜 좋아하네…….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너네가 떠나고 나서 뒷처리하러 들어갔던 우리 쪽 내부자가 송신기를 빼돌렸길래 내가 하나 분해해 봤거든. 모든 회로가 절반으로 잘려 있더군.
내 말이.
그리고 남은 하나의 짝 좌표값이 스와콥문트로 되어 있었고.
로봇들한테는 하늘길 시스템의 OS도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 아래를 파고들어 보면 최초로 '설계된' 시스템 신호는 스와콥문트로부터 받아 보고 있었단 거야. 그 말은 즉 그들을 '만든' 누군가가 스와콥문트에서 로봇을 관리하고 있다는 거고. (패널을 바삐 두들겼다.) 그게 곧 *아버지*라고 추론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지금까지의 내 생각.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놀드 박사도 스와콥문트로 향했다지 않았어요? 물론, 사실상 죽은 거나 마찬가지겠지만. 스와콥문트를 점령한다면 그 정체도 알 수 있겠네요. 내내 마음에 걸렸거든요.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그렇지. 물론 스와콥문트에 들어간다고 해서 너희가 *아버지*인지 뭔지 하는 놈을 단박에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그러니까 오늘은 그 작전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하는데, 뭔 사령관이 희한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밀렸잖아. (투덜투덜.)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이 들면 다 그렇게 꼰대가 되나.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렇구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 기억은 할 것이다 ─ 과자까지 알뜰살뜰하게 뜯었다.) 그런가 봐.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중에 요한이 제 3의 로맹 바투타가 되려고 하면 막아줄게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도 전력을 다해 막을게.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됐다.
사양하마. 아무튼, 너네는 스와콥문트를 정복하러 가는 게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러 가는 거니까. 일단은 그 도시의 생체 정보를 추적하는 게 우선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 가냐? '스와콥문트로 갔다'고 하는 그 많은 '공로자'들이 정말 거기 살고 있는지, 사람을 추적해 보자는 거다. 그건 내가 이번에 업데이트하는 스마트워치 어플리케이션으로 대충 해결할 수 있거든.
그 다음으로 대통령 궁이나, 핵심적인 시설이 설치된 장소를 찾아야 돼. 내부 상황을 모르니까 작전을 촘촘히 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요한 실력은 갈수록 뛰어나지네. (놀라워하지 않을 수가 없는걸)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일단 너희 둘의 목표는 이렇게 두 개. 그 밖에는 통신하면서 그때그때 대응하자. 허를 찔러 빠르게 몰아쳐야 하니까 사령부에서는 적어도 일주일 내로 작전 개시를 생각하고 있다. 아마 나흘 뒤가 되지 않을까 싶고…… 그렇게 비행기 태워도 뭐 더 안 나온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저는 빈말 안 하거든요? (진짜라는 듯 증인이 되어줄 루돌프 봄)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증인 등장) 응? 맞아.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패널 두드리는 거 멈추고서는 워치 하나씩 받기 좋게 던졌다.) 다 됐으니까 이제 가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흘 뒤, 기억해둘게요. (허공에서 착 잡아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요한이 우리 쫓아낸다. (찹.)

 

GM

전달받을 정보는 이 정도가 다인 것 같군요.
추가적으로 더 질문해도, 자리에서 일어서도 좋습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딱히 할 말 없고 요한도 굳이 더 듣고싶어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나가기로 한다)

 

GM

자리에서 일어서는 두 사람을 요한의 시선이 오래도록 좇습니다.
떠날 사람들을 이제라도 아로새기려는 것처럼.
.
.
두 사람이 공화국군을 절멸시킬 것만 같았던 전투로부터 며칠 뒤,
아군 병력은 새벽을 틈타 스와콥문트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부대 행보관들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얼굴이 되어서는 진군을 준비하네요.
하늘길 시스템의 지도는 사용할 수도 없을 뿐더러,
고의로 조작된 부분들이 상당하죠.
하나하나 정찰 드론을 먼저 보낸 다음 경로를 파악한 뒤에야 이동이 가능했기에,
진군 속도는 예상보다 한참 늦어졌습니다.
공간 이동 구현자들이 더러 있었긴 합니다만,
대부분 가 본 적도 없는 장소로는 이동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걸려 있었기에 선택할 수단은 한정되어 있었지요.
이동하는 아군의 진로로부터 한참 앞선 곳,
매서운 함신의 사이.
두 사람은 군용 오프로드 차량에 탑승해 있습니다.
기묘하게도 모래 폭풍은 스와콥문트에 접근할수록 잦아들었지요.
한치 앞도 짐작할 수 없는 사막에서 올바른 방위를 잡고 있다 일러 주듯이,
기상 상황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 끝엔 정말 지상낙원이 존재한다는 마냥.
차량의 자동 주행 기능은 지도 정밀성 문제로 믿을 수 없으니,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수동 운전을 시작해 봅시다.
다 들었지? 이제 누가 운전대를 잡을지 골라 봐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찰은 이미된건가여?)

 

GM

아니? 하지만 고르고 나서 정찰하면 됩니다. 어차피 항법은 공주가 할 거니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글쿤) 내가 영상을 분석하면서 실시간으로 길을 알려줄 테니, 루 네가 운전하는 게 어떻니?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래. (면허도 없지만 당당하게 운전대를 잡았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도 없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우연이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드론 날릴게? (항법 판정 하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수동 기어의 D와 P 사이에서 고민도 않고 그냥 냅다 당겼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괜찮은 건가 이거)
cc<=99 항법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8 > 78 > 보통 성공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45 자동차 운전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1 > 41 > 보통 성공

 

GM

어 뭐 차가 가긴 가네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와이에서 배웠어. (하와이 어딘지도 모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굴러만 가면 되지) 하와이가 어딘데?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글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아무튼 우리 루는 못하는 게 없어.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배운 적 없는 걸 배웠다고 할 때 쓰면 좋은 섬 이름이래. (학창 시절 주워들은 말.)
그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 나도 써먹어야겠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뭘 배웠다고 하려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음…… 루랑 교대해야 할 때를 대비해서 운전.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오…… 좋다.

 

GM

한창 씽씽 장애물 없이 달리던 차창 앞으로 모래폭풍이 다시금 불어듭니다.
다시 시야를 걷어 나아가 봅시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쯤에서 다시 드론 띄워야겠네. (차창 밖으로 날려보낸다)
cc<=99 항법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2 > 32 > 어려운 성공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기어 바꿔야 할까? (또 대충 당겼다.)
cc<=45 자동차 운전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 > 1 > 대성공
?

 

GM

아진심 이 차 왜 가는 거지 자동주행기능 있는 거 아니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루는 운전실력도 천재구나)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 좀 잘하는 것 같은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엄청 잘하고 있어. (기특)
나도 하와이에서 운전 배워와야겠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있으면 헛소리 빈도가 높아짐)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우리 다 끝나면 하와이 가서 운전 연수? 받자. (큰 꿈.)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러자. 면허도 따고. (멋진 꿈)

 

GM

그렇게 큰 꿈을 안고 나아가는 두 사람……
의 앞으로 다시금 모래폭풍이 불어듭니다. 한 번 더, 당신이 나설 차례가 왔군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스와콥문트로 갈수록 모래폭풍이 줄어드네. 어쩌면 폭풍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현상인 걸까?
cc<=99 항법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7 > 37 > 어려운 성공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게 가능하다면 굉장한 일 아냐? 걷어내는 것도 직접 할 수 있다는 거잖아.
cc<=45 자동차 운전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00 > 100 > 대실패
(화려하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술력을 보면 아주 못할 일도 아닌 것 같아서. (근데 방금 좀 큰일난 것 같지 않았나)

 

GM

방금 좀 큰일이 나긴 했습니다.
크게 미끄러지다가 차체는 중심을 잡았으나,
모래폭풍 사이로 낯선 ─ 어쩌면 낯익은 ─ 생명체가 튀어나옵니다.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서식한다 알려진 괴물.
모습은 사람과 비슷하나 이빨과 손은 곰과 같고,
눈은 제자리에 박힌 대신 발바닥에 있다고 하지요.
따라서, 물구나무를 서거나 발을 들어올려야만 앞을 볼 수 있다던.
기괴한 모습이나 지능은 낮은.
'재앙의 날' 당시 차원을 찢고 등장한 것들 중 하나로,
사막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더랬지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차가 흔들렸는데, 그건 지금 문제가 아니고. 폭풍 사이로 드러난 생명체를 알아보곤 즉시 벨트를 푼다.) 크리쳐야, 루.

 

GM

【에이가무차】와 조우, 전투를 시작합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런 것 같네.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라고 해서 딱히 반가운 건 아니고. 이쪽도 덩달아 벨트 풀었다. 차로 들이받는다는 가정도 안 해 본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멀쩡한 물건을 부숴먹으면 요한이 아까워하겠지…… 하는, 딱 이 정도의 마지막 양심을 동원해서.) 곧바로 갈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뒤쪽에 피해가 가지 않게 우리 선에서 얼른 처리하고 이동하자꾸나. (에너지의 흐름을 예리하게 파악해나가기 시작한다.)

 

GM

루돌프와 아이린은 둘 다 민첩이 같기 때문에... 1d100 굴려 봅시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1d100 (1D100) > 87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1d100 (1D100) > 52

 

GM

『 아이린 → 루돌프 → 에이가무차 → 에이가무차 』의 순서로 전투를 진행합니다. (에이가무차 라운드 당 공격 횟수 2회)
아이린의 턴입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왜 하필 여기서 크리쳐가 나타났을까? 사실 장벽 바깥에 크리쳐가 돌아다니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몇 년간은 크리쳐가 아니라 사람과만 줄기차게 싸워댄 탓인지 왠지 어색하게까지 느껴진다.)
(예리하게 펼쳐진 에너지의 흐름을 토대로 에이가무차의 약점을 파악하려 노력한다. 우선은 시야를 차단하는 게 좋으려나. 에이가무차의 다리를 향해 나비들이 떼지어 몰려간다.)
cc<=99 협채화(協彩和)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6 > 16 > 대단한 성공
2d4+0 피해(이능력) (2D4+0) > 6[3,3]+0 > 6

 

에이가무차

(눈은 발바닥에 붙어 있으니 시야 확보는 되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 다리로 몰려드는 느낌에 허공에 크게 팔 비슷한 것을 휘둘렀다.) (반격)
cc<=50 근접 격투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2 > 32 > 보통 성공

 

GM

에이가무차의 알량한 첫 반격 시도는 미수에 그칩니다.
에이가무차, HP -6.

메인

system

[ 에이가무차 ] HP : 14 → 8

main

 

GM

그리고 크리처를 조우한 두 사람……
조금 늦었지만 이성 판정을 굴리고 갑시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70 이성체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2 > 52 > 보통 성공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45 이성체크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실패

 

GM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여전히 낮은 정신력)

 

GM

루돌프 이성치 변동 없음. 아이린, SAN -1.

메인

system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SAN : 45 → 44

main

 

GM

루돌프의 턴입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위협적인 이빨을 무효화하면 될까, 싶어 입이 있는 방향으로 집중해 빛을 쐈다.)
cc<=99 스타더스트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보통 성공
2d4+1d4 피해(이능력) (2D4+1D4) > 5[2,3]+1[1] > 6

 

에이가무차

(그럼 이쪽은 입을 크게 벌려 무언가 물어뜯기를 시도했다.)
cc<=50 근접 격투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3 > 63 > 실패

 

GM

뻗어나간 광선이 에이가무차의 이빨을 가격합니다.
에이가무차, HP -6.

메인

system

[ 에이가무차 ] HP : 8 → 2

main

 

GM

에이가무차의 턴입니다.

 

에이가무차

(어차피 두 번을 노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루돌프와 아이린에게 각각 팔 엇비슷한 걸 휘둘렀다. 일단 루돌프부터.)
cc<=50 근접 격투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1 > 81 > 실패
(그럼 이제 아이린)
cc<=50 근접 격투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 > 5 > 대단한 성공

 

GM

 

에이가무차

1d8+1d4 피해 (1D8+1D4) > 3[3]+1[1] > 4

 

GM

시야를 차단한 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조금 알량해 보이는군요.
아이린, 회피 혹은 반격이 가능합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반격하면 좋겠지만, 그랬다가 다치면 루돌프가 속상할 테니 일단 피해보자)
cc<=35 회피 (1D100<=3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8 > 38 > 실패

 

GM

깎을거니?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

 

GM

네! 그렇다면 아이린은 행운 -3. 멋들어지게 회피합니다.

메인

system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행운 : 50 → 47

main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루, 나 피했어. 봤니? (이걸 자랑이라고)

 

GM

이것이 모래 폭풍을 피할 수 없는 한낱 크리처와 모래 폭풍의 지배자. 모래 폭풍의 제왕. 모래 폭풍의 여신. 의 차이인 것이죠.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박수 칠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박수는 괜찮으니깐 얼른 없애자. (과도한 칭찬은 아이린을 부끄럽게 해요)

 

GM

그래. 모래 폭풍의 신. 모래 폭풍의 귀재. 모래 폭풍의 화신. 모래 폭풍의 마스터. 모래 폭풍의 제왕. 모래 폭풍의 권위자. 모래 폭풍의 지배자. 뭐 어쩌고.
아이린의 턴입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ㅠㅠ)
(부끄러우니까 좀더 힘내서 에이가무차를 없애보자)
cc<=99 협채화(協彩和)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보통 성공
(적당히 힘내서 다리만 노림)

 

에이가무차

(피해량도 굴려주길 바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2d4+0 피해(이능력) (2D4+0) > 7[4,3]+0 > 7

 

에이가무차

그리고 에이가무차는 고민합니다. 이 나비 폭풍을 피할 수 있을지……

cc<=32 회피 (1D100<=32)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 > 9 > 어려운 성공
?

 

GM

그러나 이 사막을 터전으로 삼은 에이가무차의 민첩함도 만만찮습니다.
루돌프의 턴입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99 스타더스트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2 > 32 > 어려운 성공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빛을 한 번 튕겨내 쏩니다.)
2d4+1d4 피해(이능력) (2D4+1D4) > 4[1,3]+1[1] > 5

 

에이가무차

(그리고 한 번 민첩해진 에이가무차는 이번엔 다시 입을 벌렸다.)
cc<=50 근접 격투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 > 6 > 대단한 성공
아 왜
(1D8+1D4) > 8[8]+2[2] > 10

자…… 없던 일이다
나는 너희들의 피해량을 지배할 수 있다
1d8+1d4 피해 (1D8+1D4) > 5[5]+1[1] > 6

 

GM

번쩍이는 이빨이 빛줄기 끝에 맞붙어 스러집니다.
비록 최후의 발악으로 휘두른 것이 루돌프에게 사소한 생채기를 내긴 했습니다만,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일 겁니다.
에이가무차, HP -5. 루돌프, HP -6.

메인

system

[ 에이가무차 ] HP : 2 → 0
[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HP : 14 → 8

main

 

GM

에이가무차의 HP가 0이 되었으므로 전투를 종료합니다.
문득 오래 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각성자사관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겪었던 모의 전투에서의 일.

 

?

저것은 어떤 길짐승도, 어떤 날짐승도 닮지 않았다……
방사능 탓에 변이된 동식물이라기에는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GM

.
.
살짝 위험할 뻔하긴 했지만, 무사히 고비를 하나 더 넘겼군요.
재정비도 할 겸 잠시 운전을 멈추고 차량 내부에서 쉬어 가도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것이 남아 있잖아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에이가무차의 숨이 완전히 멎은 걸 확인하자마자 제 파트너에게로 뛰어갔다.) 루! 마지막에 맞은 것 같았는데. 다친 데 봐.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잠시 생명체 ─ 였던 것 ─ 의 끝에 시선을 뒀다가, 허공에서 가벼이 손을 털며 제게 다가오는 당신을 마주했다.) 조금~? 여기 봐, 쓸렸어~ (꼭 머리카락 끝이 상했다고 하는 사람마냥 가벼이 투정 부렸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쓸린 정도가 아닌데? 일단 차로 들어가서 응급처치부터 하자꾸나. (전장에 군인으로서 선 이상 부상은 필연적인 건데도 루돌프가 다치는 모습은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너는 아픈 티를 내지 않으니까 더더욱.)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지만 그러는 린~도 딱히 아픈 티를 내는 쪽은 아니지 않던가…… 하고, 당신의 생각을 들었다면 분명 그런 식으로 반박했을 것이다. 타인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재주는 갖추지 못했기에 해당 가정은 실행 이전 무산되었지만.) 처치하면서 호 불어주는 것도 해 줘야 해. (이런 쪽으로 까다로운 요구 사항이 있는 편.)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더 아프지 않으려나? (안 한다는 선택지는 없고, 대신 그게 통증을 더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 있다. 얼른 차로 되돌아가 구급함을 뒤적거렸다. 상처가 난 팔뚝 쪽의 옷을 조금 잘라내고, 소독약을 발라 상처를 씻어내고-여기서 요구사항대로 입바람도 불어줬다- 붕대를 단단히 감아준다.) 어떠니? 너무 세게 감았으면 말하렴.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더 아프지 않아. 내가 해 달라고 한 거잖아? 나도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정도는 질 줄 아는 어엿한 어른이 됐다구. (실상 제 수려한 외모에 흠집이 간 것이 아닌 이상에야 그는 아무렴 크게 상관없는 사람이었지만, 제 연인이 저를 위해 바지런히 움직여 주는 것은 언제 보아도 썩 나쁘지 않은 장면이었기에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좋게 포장하면 어리광이고 있는 그대로를 평가하면 일종의 수작과도 비슷한 것. 입바람을 부는 양에는 간지럽다는 양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흘렸고, 붕대가 완전히 감긴 뒤에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를 서너 번 가량 반복했다.) 지금 이대로가 딱 좋아. 봐, 잘 움직이잖아. (손 불쑥 내보인 것은 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도 통증이 심하면 심하다고 솔직히 말해야 돼. 상처가 덧날 수도 있으니까. 알겠지? (어른이 됐다고 말하는 모습마저 제 눈에는 귀엽게만 보인다. 중증인가……. 하지만 먼저 어리광 부린 건 루돌프니까 이런 생각도 당연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아이린이 좀 더 활발한 성격이었다면 루돌프를 박박 마구마구 쓰담아주고 뽀뽀도 해줬겠지만, 그런 쪽으론 거리가 멀었으므로 애정 어린 눈길만 보냈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사관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크리쳐의 생김새는 왜 저렇게 기이한 걸까. 동식물이 변이했다기엔 너무 이상해. 어쩌면 이것도 정부의 개입이 들어간 걸까. 함신이 아니라 크리쳐에.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적당히 심상적으로 박박 마구마구 쓰다듬 받았으니 일단 OK.) 으응~…… 좀 다르게 생기긴 했지? 변이됐다고 하긴 했지만, 린~말대로 어쩐지 처음 보는 모양새였고. (핸들에 손만 얹어 둔 채로 손가락을 놀려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가볍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저것까지도 어쩌면 정부가 만들어낸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는 가정이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 모래폭풍은 기후 탓에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각성자마저 만들어낸 정부야. 동식물은 인간보다도 훨씬 더 쉽게 다룰 수 있으니 크리쳐 같은 괴생명체를 창조해낸 건 아닐까 싶어져. …… 이 비밀도 스와콥문트에 가면 풀릴까.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으음. 크리처 같은 게 생긴 건 정부가 만들어진 것보다 조금 더 전이니까~…… (아닌가, 거의 비슷했던가. 희끄무레한 기억을 되짚어 보다가 이내 그만뒀다. 아카데미에서의 기억이 빈말로라도 썩 길지만은 않아서.) 정부를 세운 사람들이 몇 기를 미리 만드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을 테니, 린~ 말대로 시간은 크게 상관 없을지도. (그럼 결국 최후의 적은 인간이었다, 뭐 이런 전개가 되는 걸까. 꽤나 고전적인 소설에서나 유행했을 법한 전개라 생각하며 불규칙적으로 내던 소리의 템포를 늦췄다.) 응, 이대로 쭉 가면 스와콥문트였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과연 그곳에선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공로자'라 불리던 이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루돌프의 어머니들을 만날 수도 있을까? 그럼, 그때 너는 어떤 반응일까. 다시 핸들을 잡은 루돌프의 옆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일만 킬로미터라는 아득한 거리를 방패로 하여 숨어있을 모든 것들이, 너를 너무 아프게 하지는 않기를.)

 

GM

간소한 재정비와 휴식을 취한 후, 시간은 어느덧 이른 저녁으로 접어듭니다.
시동을 걸고 몇백 미터쯤 이동했을 때입니다.
갑작스레 두 사람의 스마트워치에서 건조한 음성이 들려옵니다.
【 전방 150미터 이내, 구조 요청 신호가 수신됩니다. 】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구조 요청? 아군의?

 

GM

【 발신자는 아놀드 밴에이슨,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조 요청 신호

나는 아놀드 박사, 아놀드 밴에이슨입니다.
내 시신을 발견한 당신이 만일 스와콥문트로 향하는 중인 각성자라면,
그 목적은 나와 같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곁에 있는 아치문을 작동시켜 주십시오.

 

GM

구조 요청 신호? 이 사막 한가운데에서요.
거기에 아놀드 밴에이슨…… *아놀드 박사*?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신호 잡히는 쪽으로 가 볼까? (핸들에서 살짝 손을 뗐다가 다시 쥐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놀드가 여기에서? …… 멀쩡히 살아있을 거란 기대는 안 했지만 시신을 사막 한가운데에 버려둔 건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보낸 구조신호인가?) 함정일 가능성도 생각해야 돼. 잠시만.
(설계로 탐지해볼 수 있을까요)

 

GM

(OK)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99 항법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6 > 96 > 보통 성공

 

GM

마땅한 생체 반응이나 적의가 감지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함정을 파 둔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네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응. 그쪽으로 가자.

 

GM

스마트워치가 알리는 방향으로 다가갑니다.
근처로 접근했을 즈음,
당신의 눈에 기묘한 형체가 하나 들어옵니다.
모래에 파묻힌…… 백골.
분명 사람의 백골 시신이네요.
옆에는 기이한 아치문이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뭔가 보여? (눈 가늘게 뜨며 모래바람 사이 살폈다.) 문? 같은 게 보이긴 하는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시신. 그리고 아치문이 보여. 시신은 아놀드 박사일 것 같은데. 대체 이 사막 한가운데에 왜 저런 게 있는 거지……?
(구조 요청에서 저걸 작동시켜달라고 했었지.) 근처로 가보자. 한 번 살펴봐야겠어.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뜬금없는 위치긴 하네. (깜박.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까이 다가가 차를 세웠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차에서 내려 다가간다. 우선 모래에 묻힌 백골부터 살폈다. 사막은 건조하니 백골화도 빠르다지만…… 언제부터 여기 버려진 거지.)

 

GM

낡은 방풍복이 반쯤 찢겨나갔고, 손에는 배낭과 낡은 신호 기기를 쥔 채 쓰러진 형상을 한 백골입니다.
아무래도 이 신호 기기가 문제의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고 있던 모양이네요.
태양열 발전으로 수명을 이어가고 있었던 듯합니다.
살점이 모두 풍화되어 뼈만 남은 사체임에도,
그러쥔 모양으로 깎여 나간 손가락뼈는 여전히 배낭과 신호 기기를 간절한 듯 쥐고 있습니다.
사막 환경에서 백골화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사망한지는 일 년 이상 되었겠군요.
그 밖에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신원을 확인할 만한 게 있으려나. 배낭을 열어 뒤져보았다.)

 

GM

배낭에서는 몇 번이나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며 낡아 부스러질 것 같은 책이 한 권 나옵니다.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언어가 적혀 있네요.
페이지를 넘겨 볼까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책이 부스러지지 않게끔 조심하며 페이지를 넘겨 읽어본다)

 

GM

중간쯤에 날카로운 필체로 문장 하나가 휘갈겨져 있습니다.

 

문장

각성자의 피 몇 방울, 약간의 마력과 정신력.
*나는 만지고 싶다. 느껴 보고 싶다.*

 

GM

일부 문장을 번역이라도 한 걸까요.
그 밖에는 말라비틀어진 건식 먹거리, 수분이 날아간 군용 수통……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의 흔적이 보입니다.
다만 이 사막을 홀몸으로 헤맸다기엔 준비가 마땅치 않았던 것 같네요.
애초에 여기까지 혼자 걸어오지는 않았을 텐데.
무슨 곡절로 스와콥문트를 목전에 둔 이곳에서 이리 된 걸까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만지고 싶다. 느껴 보고 싶다……? (무슨 뜻이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뭘? (뭘……? 옆에서 여실히 기웃대다가 고개만 기울이고 말았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각성자의 피를 요구하는 걸 보면 이능력과 관련이 있는 걸까? (마찬가지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피와 마력 등은 아치문을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인가? 기억해둔다. 사막을 건너기에 한참 미흡한 준비는 예기치 못하게 이곳에 낙오된 걸 의미한 것일지도.)
(신호 기기도 확인해본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럴지도~? 이 문이랑 관계가 있을까. (시신 옆으로 기묘한 문자가 새겨진 아치문을 잠깐 보다가 다시 시선 돌렸다.)

 

GM

평범한 신호 기기입니다.
용케 지금까지 작동해 왔군요.
태양열 발전으로 계속 구동은 될 수 있었다지만, 신호 기기도 이래저래 힘을 낸 것처럼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힘냈구나) (기기에 착용자의 신원이 표시되는 건 없으려나)

 

GM

딱히 없어 보입니다만……
스트랩에 A.B.하고 이니셜이 적혀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놀드 밴에이슨……. (이걸로 어느 정도 확실해진 셈이다. 시신을 두고 옆의 아치문으로 걸어간다.)

 

GM

사람 키 정도 되는 높이의 아치문입니다.
오래된 고대 유적처럼 흙 벽돌을 쪄 쌓아올린 모양새네요.
벽돌마다 스마트워치조차 번역해 내지 못하는 기이한 문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아까 보았던 낡은 책에 쓰인 것과 같은 구조의 문자네요.
반면, 아치 내부는 꽤나 이상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돌처럼 단단한 바람이나 만질 수 있는 구름처럼 환상적인 색채.
그것을 가진 채 반짝여 휘도는 물질이 맴돌고 있어 너머가 보이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심상찮게 생겼는데. 이건 대체 뭐지? (문득, 오래 전 사관학교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유리와 요한이 막 스와콥문트의 문제를 대대적으로 알렸던 때. 아놀드 박사가 스와콥문트에 가게 된 건……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 낸 공로 덕이라고. 설마 이 물질이? 그가 발견한 것이 정부에 반기를 드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이런 최후를 맞이한 걸까.)
(루돌프에게 제 추측을 간략하게 공유한다.)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여. 요한에게 보고하고 작동을 시켜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떠니?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요한은 똑똑하니까, 좋아. (아치문 안으로 가볍게 손을 뻗었다가 통, 하고 부드럽게 튕겨 나왔다. 만져지지는 않네. 딱히 뭔가 느껴지지도 않는 것 같고.) 린~이 연락해 줄 거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조심해, 루. (손 뻗는 모습에 살짝 놀랐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지만 이렇게 생긴 게 있으면 보통 만져보고 싶지 않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알려지지 않은 것에는 언제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돼. (약간 물가에 아이 내놓은 심정으로 루돌프를 보면서 요한에게 연락을 취했다. 자신이 발견한 것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아치문을 '작동'시켜보려 하는데, 여력이 될까요?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알았다. 일단 이쪽은 현재 작전 상 별 문제 없으니, 너희들 판단 하에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면 해 봐.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문제가 생긴다면 곧바로 보고할게요.
(루돌프를 본다. 매우 본다.) …… 내가 작동시켜 볼 테니 루 너는 경과를 확인하고, 이상이 생긴다 싶으면 요한에게 연락을 취해주겠니? 별거 아니라면 내가 보고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말이야.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알뜰살뜰하게 보여지는 중.) 왜 작동시키는 게 내 역할이면 안 돼? 지금 요한이랑 연락하고 있는 것도 린~이잖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피를 내야 하는 것 같아서. 이런 데엔 내가 더 익숙하잖니.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황당하네……하는 표정 되며.) 이거 지금 내가 수긍하면 되는 대목이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가 다치는 게 싫어서. (씨알도 안 먹히는 걸 깨닫고 본심을 말함)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하고. (손 뻗어서 손바닥으로 양 볼 꾹 누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우. (붕어가 되)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렇게 귀엽게 봐도 안 되는 건 안 돼. (하지만 될 것이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 (작정하고 미인계? 같은 걸 써봄.)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어이없네……)

 

GM

판정해 보시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루는 내 얼굴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될걸?)
cc<=85 외모 (1D100<=8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5 > 85 > 보통 성공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노력이 가상해서 봐줬다…… 나는 관대한 왕자니까……) 그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루, 나(의 얼굴) 좋아하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좀 고민했는데?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기분 탓이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 안 좋아해?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왜 결론이 그렇게 되지?
(사소한 걸로 길거리에서 탕후루 먹다가 싸우는 3년차 커플같은 말을 하고 있네 우리)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냥 물어보는 거야. (자꾸 루돌프가 안 좋아하는 짓만 한다는 걸 자각은 하고 있음)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날 믿지 않는 거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이프홀스터에서 칼을 꺼내곤 아치문 앞에 서서 슬쩍 돌아본다.) 믿어. (또 돌아봄) …… 믿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왜 두 번이나 돌아보는 거지? 시선 빤히 당신의 뒤통수에 뒀다가…… 그냥 아예 옆에 서서 구경하기로 했다. 가까이 간다.) 린~도 좀 고민한 것 같은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가 나한테 실망할까 봐. (약간 시무룩한 투로 대꾸하며 루돌프에게 안 보이게끔 몸을 살짝 돌렸다. 손날에 칼날을 가져다대곤, 살짝 힘을 주었다. 금세 아릿한 통증이 스쳐지나간다.) 물러서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휩쓸리기라도 하면……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더 실망할 게 남은 것처럼 이야기하네. 린~은 늘 그런 사람이었잖아, 이런 일이 처음 있었던 것도 아냐, 우리 사이에…… (말끝을 의도적으로 길게 늘이고서는 아치문 안으로 시선을 뒀다. 한 번 더 가볍게 손끝을 퉁, 하고 튕겼고.) 어차피 들어가지도 않는걸.

 

GM

각성자의 피 몇 방울, 그리고 약간의 마력과 정신력.
이것이 올바른 주문이라면, 당신의 피 몇 방울 외에도 지불해야 할 것이 있을 겁니다.
* 주문 사용을 원할 경우 이성 2점, 마력 2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실망하기는 했다는 뜻? (양심이 매우매우 쿡쿡 찔려서 아플 지경이다. 손바닥은 전혀 아프지도 않은데……) 그래도 막상 작동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잠깐 루돌프가 물러나기를 기다린다. 가만히 있는다고 하면 어쩔 수 없고)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제 있는 그대로의 린~을 받아들이기로 했단 뜻이야. (정 그런다면야 한 걸음 정도만 뒤로 물러섰다. 딱히, 어디에 있든 상관 없다고 생각은 했으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음. 나도 더 노력할게. (뭘 어떻게 노력한다는 건진 말 안 하고…… 이성과 마력을 지불합니다.)

메인

system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SAN : 44 → 42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MP : 9 → 7

main

 

GM

각성자의 피 몇 방울, 그리고 약간의 마력과 정신력.
주문에 필요한 것들을 지불하자 부드럽게 휘둘던 기체에서 미미한 파동이 입니다.
다만 아직은 조금 부족한 것 같네요.
여기서 잠깐! 이것은 진행자의 사심이 들어간 것은 아니라며 짤막한 변명을 하자면……
원래 각성자는 한 세트입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내 피를 더 많이 넣으면 안될까? 제발)

 

GM

(되겠냐?)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하 진짜 페어 엄청나게 좋아하네!!!!)
(무척 분한 낯으로 루돌프를 돌아봤다.) …… 나 혼자선 안 되는 것 같아. (너무 싫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중)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우린 둘이서 하나인걸. (무리도 아니지…… 하고 생각하며 한 걸음 다시 앞으로 다가섰다.) 똑같이 하면 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울적하게 대답한다.) 조금만 해, 알겠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으응. (말 잘 듣는 펜더가스트 씨는 조금만 상처를 내 당신이 한 행동을 엇비슷하게 따라했다. 노력도 들이고, 겸사겸사.)

메인

system

[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SAN : 70 → 68
[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MP : 14 → 12

main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렇게까지 했는데 쓸모있는 게 아니라면 아놀드를 부관참시하리라)

 

GM

(아놀드: 억울)
부드럽게 휘돌던 기체가 점차 형상을 갖춰 나가기 시작합니다.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어 졌으니 이제 주문을 외우는 일만 남았군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과연 뭐가 나올지 보기나 하자. 형상을 갖춰가는 기체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읊는다.) *나는 만지고 싶다. 느껴 보고 싶다.*

 

GM

루돌프까지 그 묘한 문장을 읊자 잠시 후,
완전히 형상을 갖춘 기체는 스크린처럼 매끄럽게 펼쳐집니다.
이윽고 영화가 재생되듯이,
내부에서 여러 장면이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
.

 

S#1

For the first time in its life, the universe will be permanent and unchanging.
Entropy finally stops increasing because the cosmos cannot get any more disordered.
Nothing happens, and it keeps not happening, forever.
생애 처음으로 우주는 영원하고 불변하게 됩니다.
우주는 더 이상 무질서해질 수 없기 때문에 엔트로피는 마침내 증가하길 멈추게 됩니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고, 일어나지도 않을 겁니다. 영원히.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그 가정에 무슨 의미가 있어, 닥터? 우리는 *축퇴의 시대*는커녕 제 4천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데.

캐릭터 인장

아놀드 밴에이슨

중요한 것은, 케펠 씨…… *최초의 설계자*는 그것을 *설계하려* 했다는 겁니다.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그래, 뭐 그렇다 쳐. 당신 가설을 전부 처음부터 되짚어 보자고. *재앙의 날* 당시 살아남은 아프리카의 일곱 도시가 모두 해안가와 인접하고 있다는 게 수상한 지점이었지?

캐릭터 인장

아놀드 밴에이슨

네. 운석 충돌 탓에 오염된 건 바다도 마찬가지니까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해안선을 따라 도시 일곱 개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기묘하지 않나요? 카사블랑카, 다카르, 몬로비아, 아비장, 두알라, 카빈다, 그리고. (지도를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마지막은.) 스와콥문트.
전부 아프리카 대륙의 서측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항구 도시죠. 그리고 카사블랑카로부터 스와콥문트까지는 정확하게 일만 km의 거리고요.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좋아…… 일단 동의할게, 이상하긴 해. 하지만 *최초의 설계자*에 관해서는? 뭐가 됐든 간에 *각성자*들이 나타난 건 *재앙의 날* 이후야. 재앙의 날 이전부터 어떤 사람이 자신의 *설계자*가 될 것을 예측하고 앞으로의 일을 대비할 수는 없을걸.

캐릭터 인장

아놀드 밴에이슨

그렇다면 이야기가 조금 더 과거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겠군요……

 

S#1

암전.

 

S#2

.
.
아놀드 박사, 방위사령부 지하 연구소에 틀어박힌 채입니다.
푸르게 빛나는 홀로그램 패널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캐릭터 인장

아놀드 밴에이슨

……이건 말도 안 돼. 하늘길 시스템은 100% 정확성으로 다음 선거 결과를 예측했어. 이게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한 영역이라고? 선거 결과 예측이라는 건 사람 심리를 파고드는 일이야. 게다가 후보의 사생활 사건이 터진 건 고작 어제 일이고. 그 여파가 '계산'되려면 언론 기사를 추합하고 사람들의 선택을 분석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마치, 꼭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S#2

암전.
.
.

 

S#3

아놀드 밴에이슨은 아프리카 대륙이 겪은 바 없던 규모의 허리케인이 해상 저편에서부터 나타나 몰려오는 것을,
그것이 굳건한 카사블랑카 장벽에 부딪혀 사라지는 장면을 목도합니다.
불안한 표정으로 광장, 집, 거리, 가게, 학교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저마다 환호를 내지릅니다.
저들 중 그 누구도 아놀드 밴에이슨의 절망감을 이해할 수 없겠죠.
하늘길 시스템이 재난을 예측했고,
방벽은 방비를 할 수 있었고,
시민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두려울까요.
F.O.
.
.

캐릭터 인장

아놀드 밴에이슨

더 깊이…… 더 깊이. 인간의 기저를 분석하는 것처럼…… 이 데이터 안을 살펴보면 뭔가 있을 거야. 아버지, 분명 아버지라고 불렀어……

 

S#4

엔트로피는 역전될 수 없겠으나,
회상은 인간의 편의에 따라 서술될 수 있습니다.
S#1로 돌아가자.

 

S#1

아놀드 밴에이슨은 주의 깊게 대화 상대를 들여다봅니다.

캐릭터 인장

아놀드 밴에이슨

하늘길 시스템은 AI를 아득히 능가하는 분석력을 보여 주고 있어요. 이 개발에 참여한 이들 중 누구도 그런 걸 만들어내려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보세요, 재작년의 선거. 후보의 사생활 사건이 터짐에 따라 승기는 여당이 잡았던 것을 기억하시죠. 의석 중 대다수를 여당이 가져갔어요. 헌데 시민들 중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누구도 없었어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오히려 국가를 향한 만족감만을 드러냈지요.
그 허리케인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아무리 지구 기후가 엉망이 되었다고 하지만,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 대서양을 건너는 대신 역방향으로 몰아닥치는 경우를 저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런데 그 결과는 어땠지요? 카사블랑카 장벽은 굳건히 시민을 지켜내고, 시민은 다시 자신들을 지켜 준 나라에 환호하기 바쁘고……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마치 모든 게 안배되어 있었다는 것처럼?

캐릭터 인장

아놀드 밴에이슨

네. 예측이 아니라, 미리부터 일어나기로 약속해 뒀던 사건에 사후 대응하는 것만 같아요. 하늘길 시스템은…… 아, 표현할 말이 마땅치 않은데, 지금……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음, 조금 문학적으로 접근해 볼까…… (펜을 손 안에서 돌리다가 종이 위로 쿡 찍었다.) 어떤 예언가가 일찍이 기술해 둔 지침서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 뭐 그런 의미?

캐릭터 인장

아놀드 밴에이슨

네. 그겁니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은 시민의 결속력, 나라를 향한 충성심을 굳건히 하는 데에 쓰이고요……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그 말은 즉, 당신이 주장하는 *최초의 설계자*, 로봇들의 *아버지*, 하늘길 시스템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다던 그 사람이…… 이 대화에서의 *예언가*와 동일 인물이라는 가정이지?

캐릭터 인장

아놀드 밴에이슨

반론의 여지 없이, 네, 그래요.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당신의 말이 맞다는 가정 하에, 정말로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를 미리부터 결정짓고 이끄는 손이 있다면, (펜을 아래쪽으로 주욱 그어 내렸다.) 누군가 자신이 신이기를 자처하며 세상을 모형 정원마냥 들여다보고 있는 거라면……
(짧게 심호흡 후 씩 웃어 보였다. 어쩌면 이쯤 당신은 이 사람과 당신이 아는 누군가의 웃는 표정이 꽤나 닮아 있다는 걸 깨달았을지도 모르고.) 할 일이 명료해서 좋네. 도울게. 나한테는 아델도 있고, 챙겨야 할 아들 녀석도 하나 있거든. 아, 방금 라임 좋았다.

 

GM

갑작스레 몸이 훅 끌어올려지는 감각이 듭니다.
지나치게 아치 안에 집중하고 있던 탓일까요? 머리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헬기에 탔다가 마구 흔들려진 것마냥 멀미가 나네요.
두 사람, 이성 판정.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42 이성체크 (1D100<=42)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2 > 32 > 보통 성공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68 이성체크 (1D100<=68)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7 > 47 > 보통 성공

 

GM

두 사람 모두 이성치 차감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았다가 의도적으로 꾹 눌러 폈다. 분명 보고 싶었던 사람이지만 이런 식으로 보고 싶었던 적은 없는데.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조우하게 되어 당황스럽다고 해야 하는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방금 건 박사가 남겨 두고 간 기억일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딘지 말투가 익숙한 것 같더라니. 하지만 그의 어머니들 중 한 명이 여기에서 나오리라고 전혀 상상도 못한 건 아이린도 마찬가지였으므로, 한동안 침묵만이 이어졌다.)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면 이 아치문을 작동시키라고 했었지. …… 잘 믿기지가 않는구나. 세상이 단 한 사람의 의지에 의해 제멋대로 돌아갈 수 있다니.
아놀드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냈을까? 그래서 제거당한 걸까. 여기에선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관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어. (스와콥문트에 가서 직접 알아보라는 것인지.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눈앞에 또 하나의 거대한 퀘스트라도 던져진 기분이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한 '사람'일까? (아무리 각성자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이들이라고 하지만, 이건 단순히 영역을 넘어선 수준이 아니라 몇 배로 더 거대한 의지인 것 같은데. 답지 않게도 꽤나 진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내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음으로써 대강 흩어냈지만.) 으음. 일단 최초의 설계자는 박사가 아니고, 추적하고 있던 누군가였다~는 흐름이었지. 가던 길로 쭉 가면 무언가 더 알 수 있,

 

GM

그 때, 두 사람의 스마트워치가 동시에 강하게 진동합니다.
발신자는 릴리안 웨즐리.

캐릭터 인장

릴리안 웨즐리

……이, (바람 소리) 미친 (바람 소리) 아! 아니 그러니까, 크리처가 지금 이동하던 아군 행로를 습격했슴다! 정찰병 말이, (바람 소리와 고함 소리) 저희뿐만 아니라 적 기지에도 크리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전달 똑바로 못 해! (수신기 너머에서 고함 지르더니 냅다 바꿨다.)
들리나? 아군은 웨즐리 중위 포함해서 각성자들이 충분히 상대 가능한 규모다. 적군은 대공습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크리처의 습격을 받고 있으니 오히려 이쪽에게는 기회야.
스와콥문트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정신 팔린 사이에 얼른 진입하면 방해받지 않고 갈 수 있어.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갑자기 크리쳐가? 저희도 아까 에이가무차 한 마리를 조우해서 처치했었어요. (눈살을 찡그린다. 크리쳐가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면 당연히 현 정부에 반기를 드는 우리를 공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설을 세운 지 두어 시간 만에 정면으로 반박당하는 기분이다.)
멀지 않습니다. 참고로, 아치문 너머에서는 어떠한 회상이 보였는데…… 이건 일단 진입하고 나서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보고할게요.
루, 어서 가자. (아치문을 다시 보면 또 다른 회상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없다. 그를 재촉했다.)

 

GM

요한의 간단한 대답과 함께 통신이 끊깁니다.
전방 8km 이내에 희고 거대한 장벽이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5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 (거리를 가늠하는 듯 싶더니 가볍게 고개 끄덕이며 다시금 차에 몸 실었다.) 더 챙길 건 없어?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책이 들었던 아놀드의 가방 자체만 챙겨왔다.) 책만 갖고 왔다간 금방 부스러질 것 같아. (서둘러 안전벨트를 맨다.) 난 준비됐어.

 

GM

차량은 빠르게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도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스와콥문트를 동경하던 자들,
아무도 우리에게 세상을 구하라 시키지 않았죠.
그러나 이제 비로소,
적도편동풍을 넘어……
.
.

 

S#8

항해 도중 적도를 통과하는 선박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의식을 행한다.

 

GM

그동안 누구도 스와콥문트에 가 보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각성자가 아니라면 장벽 바깥은 감히 나갈 수조차 없는 공간이고,
허가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열차는 카빈다를 종착역으로 하니까요.
철로는 스와콥문트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그곳으로 향하는 열차를 보았다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각성자라 해서 무어 달랐겠나요?
모든 각성자는 사관학교 시절부터 철저하게 그 행적이 관리되지요.
하늘길 시스템은 모두를 철창 안에 넣고 거친 숨을 내쉬며,
우리가 정도만을 걷기를 강제해 왔습니다. 꾸준하게도!
의문이 많은 도시임에도 이 난리통이 되어서야 비로소 와 볼 수 있었던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전개겠지요.
희고 웅장한 벽이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고대 도시를 감싼 성벽이라도 되는 것 같아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 위치에서는 문이 잘 안 보이는데. (깜박.) 혹시 설계로 한 번 찾아봐 줄 수 있어?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토록 의문으로 가득 차 있던 도시가 마침내 코앞에 있다. 심장이 점차 빠르게 뛰어온다. 이 박동의 근원은 긴장감일까, 불안감일까.) 그럴게.
cc<=99 항법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8 > 48 > 어려운 성공

 

GM

동쪽으로 이백 미터 정도 돌아간 위치에 작은 문이 있는데,
그 쪽문이 살짝 열린 채입니다.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도시라면 뭐 어디 감시탑이나 CCTV라도 있는 게 맞는 일이겠습니다만,
보다 범위를 넓혀 찾아 보려 해도 그저 흰 벽뿐이군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도시 내부에도 다 기계 시설 같은 것만 있는 거 아냐? 저 문은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왜 열려 있는 건지도 지금으로선 짐작할 수 없는 상황. 그래도, 진입할 수밖에.) 200미터 옆에 조금 열린 문이 있어. 하지만 안쪽에서 감지되는 게 별로 없구나. 신중하게 접근하자.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금방 가겠네. (당신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차를 틀었다.)

 

GM

쪽문을 통과하자 짧은 바람이 휙 불어옵니다.
문이 도로 닫힙니다.
무언가에 의해 제어되고 있는 듯이.
고개를 들면,
.
.
첫인상은 색을 지운 도시 같다는 것?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우릴 기다린 건가.)

 

GM

눈이 아프도록 새하얀 건물과 포장된 도로가 두 사람을 반깁니다.

 

S#8

푸른 나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푸르름도 땅도 없었다.
이 세계 어딘가에 나무들과 무지갯빛 꽃들로 뒤덮인 260제곱킬로미터의 자연 흙 위에 대통령의 궁전이 세워져 있다는 생각이, 언뜻.
그 궁전은 철강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과 같은 존재였으나 그들이 있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GM

이 가상의 낙원 속에서 하늘은 여전히 잿빛입니다.
카사블랑카에서조차 볼 수 있는 들꽃이나 나무 따위는 전혀 없네요.
상자 곽처럼 낮은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도시보다는 작은 마을에 가까운 인상.
높은 빌딩은 없어요.
언덕길을 따라 멀리, 마을 중앙에 아름다운 반구형 유리돔 하나 정도 보이네요.
유리 온실이나 정원처럼 생긴 돔입니다.
두 사람의 스마트워치는 반복해서
【 반경 5km 이내에 생체 반응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
주장하고 있네요.
누군가는 이 도시가 진짜 낙원이기를 간절하게도 바랐을 텐데.
야자수가 즐비하고, 종려나무 새순이 부드럽게 돋아나고,
우리는 살면서 본 적도 없는 그 백사장이란 것과 열대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대로 쭉 들어갈까? 중앙에 유리 돔 같은 게 보이긴 하는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미 이 도시에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고는 있었다만,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절로 미간이 찡그려진다. 작게 중얼거렸다.) 자연이 없는 도시라니, 불쾌해. (생체 반응이 전혀 없다면 이 수많은 건물은 대체 뭘 위해 지어진 것인가. 잘 포장된 도로는 무엇을 실어나르기 위해?)
잠시만. 통신이 되는지 확인해볼게. (요한과의 연락을 시도한다.) 요한. 들리나요?

 

GM

통신기 너머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와 고함 소리만이 들리다가 다시 끊깁니다.
통신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 같진 않으나, 상대 측에서 받을 여력이 되지 않는 모양이군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상황 보고는 나중으로 미뤄야겠군.) 저 돔으로 가보자. 그나마 있어보이는 거라곤 저거뿐이니.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요한도 바쁜가 보네. (하긴, 무리도 아니다. 주요 전력이 둘이나 이탈했으니. 그럼에도 요한 에를리히는 이 상황을 '괜찮다'고 평했고, 그가 그리 말한다면 그것은 높은 확률로 들어맞곤 했으니.)

 

GM

눈에 띄는 유리 돔을 목적지로 두고 얼마 간 차를 몰자,
두 사람의 시계는 점차 다른 알림을 띄우기 시작합니다.
이어폰 안으로 메시지 알림이 들려 옵니다.
【 반경 10km 수색을 완료했습니다. 】
【 마을 중앙, 현재 좌표에서 북서쪽으로 1.21km 위치에서 설계자의 에너지 파동이 관측됩니다. 】
시계가 홀로그램 창을 띄웁니다.
붉은 점이 3D 스캔을 완료해 띄운 맵 위에서 반짝입니다.
유리 돔 근처로 추정되는군요.
조금 더 나아가자, 길 한중간에 무언가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살아있는 설계자가 있는 건가?

 

GM

추락한 헬기 잔해.
그것만이 이 질색할 정도로 정신 나간 흰 빛깔 투성이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낡아가는 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퇴락한 도시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꾸며둔 것만 같은 여기에서.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럴지도. (위치랑은 좀 다르긴 한데. 깜박.) ……내려서 볼까? 여기서부터는 걸어 갈 만한 거리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한영의 헬기는 아니겠지? 갑자기 불안감이 덩치를 확 키운다.) 그러자. (주변을 둘러보곤 차에서 내려 헬기로 다가간다. 생존자가 있다면, 그건 아군인가 적군인가.)

 

GM

당신이 눈에 담은 적 있던 헬기의 모습은 아닙니다.
헬기 안에는 아무도 없지만, 계기판이나 사용된 부품 양식을 보아하니 또 그렇게까지 오래된 건 아니네요.
기껏해야 1-2년 사이에 추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앉았던 흔적이 뚜렷하고, 기능은 전부 망가진 채로요.
하긴, 이한영 정도 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헬기로 여기까지 정상적으로 들어와 내려앉는 건 무리였을 겁니다.
뒷좌석에는 찢겨 나간 책의 페이지 몇 장이 나뒹굴고 있네요.
아까 아놀드 박사의 시신 옆에서 발견한 책과 비슷한 언어로 쓰여 있습니다.
헬기가 추락했고,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맨몸으로 사막을 횡단하려다 쓰러져 사망하기라도 한 걸까요. 모를 일입니다.
여하튼, 생존자는 없어 보여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혹시 모르니 책의 페이지를 잘 챙겨 가방 안에 넣는다. 달리 눈에 띄는 건 없나?)

 

GM

조금 더 살펴보자, 꼬리 날개의 총탄 자국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요격당한 것 같지요, 이거.
더불어 각성자이자 설계자인 당신이라면 모를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설계의 흔적.
설계에 실린 공격은 그것이 그리는 경로를 따라 불탄 궤적 같은 것을 남기기 마련이니.
자, 이쯤 하나의 의문을 제기해 봅시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로맹 바투타의 신변 확보였지요?
대통령 궁을 이전했다고 했었잖아요, 여기로.
바로 얼마 전에도 입대를 독려하는 대통령 훈시 영상이 모든 시민에게 퍼졌댔고요.
도시에 '공로자'들이 없으리라는 것쯤이야 이미 예측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 유리 돔 안에 달랑 혼자 있는 게 로맹 바투타라는 것도 좀 기이하지 않나요?
그 흔해빠진 경호 인력 하나 없이 말입니다.
로맹 바투타는 어디로 간 걸까요?
아니, 정정합시다.
로맹 바투타는 처음부터 어디에 존재했지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괜스레 헬기의 먼지를 손으로 좀 털다가 관뒀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는 처음부터 의문을 제기한 바 있었다. 로맹 바투타가 가상의 존재일 가능성을. 어느 시대에나 '상징' 이란 중요한 법이니까. 애초에 저 유리 돔 근처에 있는 설계자가 로맹 바투타긴 할까? 난 대통령이 설계자란 말을 들어본 적은 없어.)
최소 헬기를 떨어뜨릴 수 있을 만한 실력의 설계자가 있다는 얘기인데…… 이 사람이 유리돔 쪽에 있는 그 사람이려나.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게 좋겠어. 그게 누구든지간에 확보해둬야겠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대통령이 설계자였던가……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한 기억력은 지극히 취약하다. 침침한 기억을 이리저리 더듬다가 이내 관뒀다.) 응.

 

GM

그런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길 멀리, 아지랑이처럼 사람 형상 하나가 '피어납니다'.
사막의 신기루와도 같이 떠오른 형체는 머리카락을 조용히 나부끼며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분명히 알 수 있어요, 형상 뒤가 조금 비쳐 보이는 걸 보니 저건 홀로그램입니다.
바닥의 조명 장치에서 떠올랐을 뿐인 형상의 잔재에 불과한 것.
허나 그런 것은 아무렴 사소한 사안에 불과합니다.
그야 상대는 당신도 익히 들어 온 사람이니까요. 직접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어쩌면 두 번째겠습니다만.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조금 더 가까이 오겠니? 아무래도 너희가 내게 묻고 싶은 게 꽤나 많을 것 같은데.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상황이 꿈만 같은 것인지, 혹은 이것이 실제로 제 꿈인지 분간할 만큼의 명석한 두뇌가 순간적으로 흐려질 뻔한 것을 숨을 삼킴으로써 가까스로 방지했다.) ……전에 얘기했던 거 기억나? 록시야. 아델은 없는…… 것 같지만. (이쯤 한 번 습관적으로 주위 둘러보았다. 그렇다 해서 달라지는 것 하나 없었으나.) ……가까이 갈래? 린~도 같이 갔으면 좋겠어. 내가 아는 록시가 맞다면, 우리한테 좋지 않은 일을 하진 않을 거거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저 형상이 워치에 잡힌 설계자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앞에 떠오른 이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습관적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루돌프처럼, 저 또한 저도 모르게 그의 낯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홀로그램일 뿐이라면 전투의 가능성은 없을 것 같고. 그런 현실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자신이 좀 짜증났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시선을 마주하자 습관적으로 씩 웃어 보였다. 어쩌면 당신이 박사의 기억 속에서 봤던 모습과 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웃을 때 눈썹 끄트머리가 살짝 처지는 부분이라든가 하는 아주 사소하지만 당신이라면 그냥 놓치지 않았을 것들이.) 가자. (하고선 익숙하게 손 내미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 웃음에는 복잡하던 머릿속이 단번에 정리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옅게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손을 단단히 맞잡았다. 살아서 만날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록시…… 맞으시죠? (약간 어색하게 인사했다.) 음. 그러니까…… 저희를 인식하실 수 있는 건가요?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그래, 록시. 내 아들이야 모를 리가 없고, 이쪽은 처음 보는 얼굴이로구나. 다만 어떤 관계인지는 대충 알 것 같고. (맞잡은 손에 시선을 뒀다가 이내 장난스런 웃음을 입가에 실었다.) 나에 대해 정확히 해 두자면 신기루야, 메아리라고도 할 수 있고. 조금 더 쉽게 이해하게끔 기술적으로 설명하자면, 인공 지능과 동화된 뇌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단다. 마지막 힘을 짜내 나의 정신 일부를 이 도시 관리 시스템 안으로 침투시켰거든. 그러니 나는 인공 지능이자, 이식체이자, 약간은 살아 있는 '통 속의 뇌'라고도 부를 수 있겠구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상황에 안 맞게 귀끝이 약간 빨개졌다. 관계를 직접 설명하지는 않아도 돼서 다행……이려나?) 저, 그럼…… (아델은? 루돌프를 흘끗 바라봤다. 이 질문을 내가 해도 되는 걸까? 아니, 이건 네 몫이야. 이렇게 만나게 된 건 놀랍기는 하지만 엄연히 말해 반갑다며 만남을 기뻐할 만한 상황은 아니니 말이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델도 록시~랑 비슷한 상황이야? (높은 확률로 긍정의 답이 돌아올 것임을 짐작하고는 있었으나, 맞잡은 손에 살짝 힘을 실으며 운을 뗐다. 확실히 듣는 것과 듣지 않는 것 사이에는 제법 간극이 있기 마련이니까.)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그런 셈이지. 내 똑똑한 아들이라면 묻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무래도 우리 아들을 좀 과대평가한 경향이 없지 않은 모양이야. (한쪽 손으로 제 턱을 받치고선 고개를 기울이며 웃어 보였다. 이미 세상을 등진 이에게는 농담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것이라.) 나의 뇌 일부를 이곳 인공지능에 이식하고, 내 몸은 죽었지. 이곳에서는 찾을 수 없을 거란다. 아델도 마찬가지야, 그 애는 스스로를 이 삭막한 곳에 남기고 싶지 않아 했다는 것 정도가 차이일까. 아무튼, 나는 본체인 록산나 케펠의 흔적을 따라 행동을 구사하고…… 또 프로그래밍된 코드대로 버릇을 구현하는 하나의 존재에 불과하단다. 그래도 꽤나 닮았지? 목적은 분명히 이해하고 있기도 하고. 이 도시의 시스템 안에 파고드는 게 '나'의 목적이었거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가끔은 입으로 듣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요. (무심코 루돌프를 두둔하듯 나선다.) 이 도시는…… 대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건가요? 여기에 있는 것들은 다 뭐죠? 대체 뭐였길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실 수밖에 없었던 건지. 뒷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무심코 두둔 받으며.)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이 도시에는 말이지~…… 하늘길 시스템 서버의 총본산이 있단다. 이렇게 말하면 좀 이해가 되니? 저 유리 정원의 지하에. 나는 시스템 안으로 아주 깊이 들어가 보았단다. 정말 엄청난 정보량이라 분석할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조금 깔짝대 본 결과 답을 얻는 건 어렵지 않았어. 하늘길 시스템은 시민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화하고, 나누었다 모아서 아주 가깝고 또한 멀리 있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쓰고 있더구나.
오는 길에 박사가 남긴 건 봤니? 분명 마지막에 나랑 같이 사이좋게 이곳에서 추락했는데 말이야, 장벽 바깥으로 어떻게든 나가려고 했었는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하늘길 시스템. (사실상 그걸 위해 만들어진 도시인 건가? 일단, 그 시스템을 어떻게든 파괴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려나. 록산나의 말을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바쁘게 다음 해야 할 일을 설계한다.)
네, 봤어요. 무슨 말인지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가깝고 멀리 있는 목표라면, 세상의 멸망이나 재해를 막는 것일까.) 그런데…… 여기엔 어떻게 들어오셨던 건가요? 스와콥문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갔다고 들었지만 결코 일반적인 장소는 아닌 것 같은데. 탈출하는 과정에서 적발되셨던 걸까요? (아델과 록시가 같은 끝을 맞이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건가?)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나와 박사는 공화국 군대에게 쫓기고 있었단다. '저걸' 타는 건 목숨을 거는 행위와도 다를 바 없었지. 아델은 말렸지만, 뭐, 당연한 일이야. 그 애는 결국 나를 말리다 못해 함께 이 기체에 올라탔어. *최초의 설계자*라는, 우리가 쫓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헌데 보다시피, 모래 폭풍에 휩쓸렸지 무어니~? 모래 때문에 시야가 하나도 밝지 않은데 웬 각성자의 설계가 꼬리 날개까지 숭덩 잘라 버리고 말이야. 사이좋게 추락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단다. 살아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내 '일부'를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고, 아델은 거절했으며, 박사는 어째서인지 장벽 밖으로 어떻게든 나가려고 용을 썼어. 얼마 못 갈 걸 알면서도. 그 뒤로는 생체 신호가 꺼졌단다. 내가 이렇게, (자신을 가볍게 가리켰다.) 이 도시의 시스템에 흡착되는 데에 성공한 후 CCTV 기록을 살펴 보니 너희가 발견했던 그 장소에서 목숨을 잃었더구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폭풍…… 때문이었던 거군요. (문득 하나의 의문이 더 생긴다. 아놀드 박사의 시체는 백골이 되어서나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헬기만이 있다. 만약 도시를 관리하는 인력이 있는 거라면 시신뿐 아니라 헬기도 함께 치웠어야 하는 게 아닌가?)
(어머니 둘을 한꺼번에 잃은 셈이다. 루돌프도 저도, 이미 짐작하고는 있던 사실이었지만 역시 직접 듣는 건 또 달라서. 음울한 기분으로 묻는다) 시스템에는 최초의 설계자의 흔적이 남아 있던가요.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누구인지 모를 각성자의 요격도 원인이 되었지. 무어, 이제 와서 실행자를 찾을 수는 없겠다마는. (팔을 교차하여 팔짱을 꼈다. 홀로그램으로서 별 의미 없는 행동임을 알고 있으나, 일종의 습관과도 같은 것.) 남아있었지, 그럼. 그 전에. 나와 아놀드 박사의 질의응답을 보았니? 어떤 사건들이 마치 예비된 것마냥 일어나고, 하늘길 시스템은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대처했다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 봤어요. (칼집을 냈던 손에서 희미한 통증이 꿈틀댄다.) 아버지나 최초의 설계자, 예언가가 모두 동일인물인 것처럼 추측하시더군요.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맞아. 그리고 아놀드 박사는 그걸 알아내려고 애를 쓴 모양이더구나. 너희들이 오는 길에 본 희한한 아치를 이용해 *예언가*의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려 부던히도 노력했지. 그러나 그런 기이한 유물 장치를 사용하는 데에는 대가가 필요했고, 박사는 자신 안의 어떠한 '대가'를 전부 소모한 끝에 죽어 버렸어. (이쯤 고개를 나직히 가로저었다.) 얘, 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떠니, 그 *예언가*. 앞날을 내다본 것 같니, 앞날을 계획한 것 같니?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런 거였군요. (사막을 헤맸던 것만이 원인은 아닌 셈이군. 하긴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은 아니었지.) 저로서는 정확한 추측은 어렵고 잘 믿기지도 않는 이야기지만, 앞날을 계획했다는 가설이 좀 더 확률이 높지 않나 싶어요. 후보의 사생활이라거나 갑자기 경로를 바꾸는 허리케인을 모두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역시 그렇지~? 박사와 나 역시 그렇게 예측했고, 실제로 그것이 정답이었단다. 어째서 계획했는가, 에 관해서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지만 그럼에도 이 시스템 안에서는 아주 많은 것들을 찾을 수 있었고. 예컨대 로맹 바투타가 이곳으로 '왔다'는 정보를 수집한 기록이라든가…… 해서, 이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 꽤 헤맸었지, 나도. 결론적으로 대신이라기엔 무엇하지만 대통령보다 배로 흥미로운 존재를 만나긴 했단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었지. 대단한 인물이었단다…… 그리고 아마, 나보다도 더 너희를 오래도록 기다렸을지도 몰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비슷한 처지? 더 오래도록?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저는 로맹 바투타가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눈 앞의 록산나처럼 시스템과 비슷한 존재여서 전산 정보로 이 스와콥문트에 '온' 건가?) 그가 누군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혹은, 직접 그를 찾으러 가는 게 좋을까요?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로맹 바투타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을 거란다. 보렴, 그런 재미없는 인물보다는 아무렴 더 중요한 것이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상한 점을 알아낸 게 하나 있거든…… (몸을 반쯤 돌려 유리 돔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저 유리 돔 주변을 보겠니?

 

GM

아직 거리가 제법 있어 돔 내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분명 있네요.
이 흰 도시에, 돔 주변으로만 파르란 풀잎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분명 무언가 있는 거란다…… 박사가 했던 말, 기억나니? 해안선을 따라 일곱 개 도시만이 살아난 건 기묘한 일이라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자연이라곤 없다고 생각했는데. 웬 풀이지? 그제야 눈이 크게 뜨인다.) 네. 카사블랑카와 스와콥문트까지는 정확히 일만 km의 거리였고요.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그래. 나라가 시민들의 정보를 끌어당겨 그걸 독재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희들이 소속된 군대에서는 이제 전부 다 알고 있는 일이 되었겠지. 그리고 공화국 시민들은 그런 소문만으로는 전부 다 설득되지 않았단다…… 다만. 지구가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분명 있는데 누군가 그 환경을 의도적으로 억제하고 있었다면, 그건 어떻게 될까……
(잠시 뜸을 들였다가 이내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자,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란다. 자세한 건 이제부터 너희들이 파헤쳐 보지 않으련? 너희를 기다리고 있는 이가 저곳에 있어.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의도적으로요? (그 또한 독재를 위해서인가? 사람이 제 손에 쥔 걸 놓지 않기 위해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는 이미 익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따금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곤 한다.)
(일단, 록산나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돔 쪽에 있는 설계자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루돌프를 올려다보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히 물었다.) 이곳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상…… 당신을 계속 만나뵐 수 있는 걸까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시선을 마주치자 습관적으로 눈을 휘어 웃어 보였다. 이어진 당신의 질문에는 저 또한 답을 듣고 싶다는 양 제 친애하는 어머니들 중 하나에게로 시선이 옮겨 갔지만.)

캐릭터 인장

록산나 케펠

글쎄…… 나를 추억하고 싶은 거라면 바다에 가려무나. 우리는 모두 스와콥문트를 동경하도록 배우고 자라났잖니? 너희가 잘 해낸다면, 분명 거기서 나를 추억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게 될 거야.

 

GM

반투명한 홀로그램의 형체가 저와 그리 닮지만은 않은 자녀를 감싸안습니다.
비록 그 무엇도 느낄 수 없었다지만 말이에요.
경보 부저처럼 애도와 언어가 무너져 떨어집니다.
지구가 이토록 훼손되었어도 바다는 빛깔이 푸르고, 그것은 산란의 법칙이 본래 그러한 까닭이랬던가요.
그리움이란 어째서 이토록 화상과도 같은 감각일까요……
이윽고 홀로그램 영상이 바람에 흩어지는 당귀마냥 흔들리는가 싶더니,
푸른 궤적을 남기며 위로 솟아 사라집니다.
아무래도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시간인가 보군요.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존재의 흔적이 사라진 자리에 한동안 시선을 뒀다. 눈동자를 굴리지 않은 채로 짧은 적막 끝에 입을 열었다.) ……가던 길로 마저 갈까? 여기서부턴 걸어가도 될 것 같아. 시간도 조금 늦은 것 같고. (도시의 지면은 온통 희다지만 해는 완전히 지평 너머로 가라앉았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한결 어두워진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루돌프는 어떻게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만약 이곳에 나타난 게 데린의 환영이었더라면 저는 크게 흔들려, 한동안 이곳을 벗어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서로를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단단히 결합된 존재지만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이토록 다르다.)
(어느덧 해가 졌구나. 온통 희기만 한 도시지만 낮과 밤은 구별할 수 있는 모양이다. 잠시 하늘을 응시하다가 여전히 손을 맞잡은 채로 유리 돔을 향해 걸었다. 그쪽에서 대체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지금으로선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GM

가까움을 느끼는 만큼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판단하였기에 두 사람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유리 돔을 목적지로 삼아 걸어나갑니다.
다가갈수록 유리 돔은 웅장한 위용을 드러냅니다.
거대한 신전에서 무너진 주춧돌처럼 낡게 휜 기둥,
어떤 역사를 지닌 것이 분명한 폐허,
유리 정원을 둥글게 휘감아 도는 시냇물……
새순과 풀, 작은 들꽃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당귀꽃도 두어 송이 보이네요.
자생종인지 크기는 꽤나 작습니다.
카사블랑카의 인조 정원이 아니면 본 적도 없는 자연.
인간의 손이 하나도 닿지 않은, 보석을 갈아 흩뿌린 것처럼 반짝이는,
그대로 숨쉬는,
책 속에서나 이야기하던 오랜 전설들.
근처로 나아갈수록 하늘마저 맑아집니다.
자연스레 넋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은 광경.
은하수를 본 기억이 있나요?
있을 리가, 다만 그런 것이 있었다고 어디선가 흘려 들었을 뿐이겠지요.
오르트 구름같은 별가루의 잔해가 검푸른 하늘 위로 펼쳐져 있습니다.
흙이 밟히는 소리가 나고, 시냇물에선 선연한 물 내음이 납니다.
분수대와 인공 물길의 소독약 향 따위가 아닌, 흙과 미생물이 섞여 들어간.
발치에는 종려나무 새순마저 보이네요.
카사블랑카와는 다릅니다.
그곳의, 이미 다 자라난 채로 옮겨 심긴 온실수들이 아니에요.
어째서 이 주변만 '재앙의 날' 이전과도 같은 별천지일까요?
무수한 별들이 발치를 걷는 인간을 바라봅니다.
지독할 정도로 아름다워 잔인하기까지 한 정경.
인간이 이런 광경을 빼앗겼다는 것이 얼마나 절실하고 비통한 일인지!
가져 보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 상실이지요……
유리 온실에는 문이 없습니다.
로코코 양식의 장식이 달린 흰 철제 아치를 통과하자,
빼곡하게 피어난 푸른 장미가 둘을 맞이합니다.
아래에는 어느덧 하얀 돌길이 깔려 있습니다.
깊숙한 곳으로 이쪽을 이끄는 듯한.
일부러 꾸며낸 온실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네요.
식물은 두서 없이 자랐으며, 종종 곤충 우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동물까지는 보이지 않는다지만 그것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천혜의 자연.
그리고 그 앞에는 긴 식탁이 보입니다.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만들어 올린 것인지 이해가지 않는 호화로운 저녁 식사가 탁자 위를 가득 채웁니다.
상석에는 한 노인이 뒷짐을 지고 서 있네요.
그가 천천히 뒤를 돌아봅니다.
여든 살도 넘은 것처럼 보이는 노인이나 아직 눈빛이 형형하고 정정하기 그지없는.

 

노인

(천천히 입을 열어 물음 하나를 던졌다. 다소 뜬금없이 느껴질지도 모를 류의 것.) ……비극을 좋아하는가, 희극을 선호하는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믿겨지지 않는 풍경이다. 아이린이 아주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싱그러운 향을 풍기는 풀꽃과 나무들, 맨발로 밟아보고픈 충동이 드는 흙과 부드러운 새순, 이따금 들려오는 곤충의 울음과 쏟아질 듯 가득한 별빛. 제 이능력이 흉내내는 나비들마저 가득히 날아다닐 것만 같은 곳. 스와콥문트 전체가 낙원이라는 말은 틀렸으나 이 유리 돔만큼은 자신이 상상했던 광경 그대로였다. 절로 시선을 빼앗겼으나 긴장마저 놓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아름답기에 또한 이질적인 자연.)
(휘황찬란한 식사가 차려진 식탁을 보았을 때 경계는 더욱 강해진다. 변변찮은 식사 한 끼 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들이 수도 없건만, 홀로 이 별천지에서 풍요로움을 누리는 당신은 대체 누구지?) 내 개인적인 호불호를 맞춰줄 용의라도 있나요?

 

노인

허허…… 내 나이가 들어 혼자 산 지가 오래다 보니 젊은이들을 보면 장난을 좀 치고 싶어지거든. 자네 말대로 희극이든 비극이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라네. 어쨌든, 자네들에게는 비극이고 내게는 희극인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겠지. (하고선 상석을 끌어내 자리에 앉으며, 두 사람에게도 앉으라는 듯이 턱짓했다.) 앉아서 들게나. 어린 송아지 등심은 아주 연하니 먹기 좋아. 자네들이 먹어 본 적 있는지는 모르겠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문득 부아가 치밀어오른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버텨아만 하는 삶 속에서 굴러오다가, 홀로 신선이라도 된 듯 평화 속에 사는 이를 만나서 이러는 걸까.)
(일단 의자에 앉기는 했으나 포크는 들지 않았다.) 한가로운 식사를 할 때가 아닐 텐데요. 우리는 당신에게 듣고 싶은 내용이 있고, 당신도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겠지. 빨리 대화하고 끝내죠. (별로 얼굴 마주댄 채 있고 싶지 않으니까.)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런 당신의 옆에 앉았다. 한가로운 식사를 할 때가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했으나 그는 또 눈앞에 놓인 것을 한 번쯤 찔러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이인지라 괜스레 식기로 가장 가까이 놓인 접시를 가벼이 휘저어 보긴 했다.)

 

노인

(두 사람이 앉자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프를 들었다. 스테이크를 자르는 손짓을 유심히 보았다면, 꽤나 기묘한 자태였다는 점을 눈치챘을 수도 있겠다.) 무슨 내용이 그리 듣고 싶나 그래? 이곳까지 친히 찾아와 준 젊은이들에게 내 질문할 기회를 주겠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자꾸 화가 치밀지만, 제대로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는 냉정해야겠지. 차분함을 되찾으려 노력하며 숨을 고른다.) 최초의 설계자. 그게 당신인가요?

 

노인

아, 통성명도 하지 않았군. (스테이크를 입에 밀어넣고 맛을 음미하듯 눈을 감았다.) 인류 최초의 설계자를 찾아왔나?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 맞췄어. 내 이름은 테케네 드그레…… 다만 예언 같은 건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수 없을 거라네. 사람들이 그리 착각하게 만들 용의야 조금 있다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제 이마를 살짝 짚었다. 록산나가 말한 사람이 정말 이 사람이 맞을까?) 왜죠?

 

노인

그것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필요한 요소니까. (내려 감았던 눈을 반쯤 떴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하늘길 시스템을 만든 것도, 아버지라 불리는 것도 모두 당신이겠군요. 이 스와콥문트도 당신이 하는 일에 필요한 요소인가요? 사람들을 통제하고, 부품처럼 쉽게 쓰고 버리며 공포감을 조장하는 일에?

 

노인

공포감을 조장한다는 표현은 조금 섭섭하군. 나는 완전한 인간의 시대가 도래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네. (스테이크를 한 입 정도 크기로 다시금 자르기 시작했다.) 하나 묻지. 자네들은 '완전한 인간'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완전한 인간의 시대……? 그거 정말 오만한 말이네. (차갑게 중얼거린다. 목소리를 별로 줄이지도 않았다.) 글쎄요. '완전한'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함의가 워낙 많아야죠.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게 완전한 인간이 되는 거 아냐? (적당히 제 입맛대로의 의견 내놓으며 샐러드의 잘 절인 토마토 하나 푹 찍어 입에 넣고 씹었다.)

 

노인

그래…… 정의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아직은'. 허면 재앙의 날 이전의 이야기를 해 볼까. 자원은 낭비되었고, 지구는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를 반복했고 인간은 죽어나갔으며 해수면은 상승했다네. 전쟁은 계속되었고 앞날을 생각하는 목소리들은 더 큰 목소리에 묻혀 묵살되기 십상이었어. 그 때의 나는 아주 어렸으니 그런 현상이 어떠하다고 판단할 만한 능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돌이켜 보면 분명 그러했네.
앞으로 일만 이천 년이라네. 인간이 마침내 서로 다투기를 멈추고,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지 않으면서, 자연을 아끼고 훼손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려면 일만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지. 나는 그것을 계산해 냈고, 이걸 두고 아놀드 박사는 *예언*이라 부르는 모양이더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일만 이천 년을 계산해서, 그 결과를 모두 하늘길 시스템에 입력했다 이건가요?

 

노인

일만 이천 년은 지나치게 길어. 나는 그것을 삼천 년으로 줄이는 일을 하고 있네.
하늘길 시스템은 나의 설계를 본따 만든 걸세. 설마 설계 능력으로 전투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겠나? 이리도 귀한 힘이거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스와콥문트는 무얼 위한 도시인 거죠? 해안가와 인접한 일곱 도시만 남긴 것도 이유가 있을 테죠.

 

노인

그것들만 남긴 것은 그게 계산 과정을 줄이는 데에 가장 효율적이었으니까. 물론 혼자 하지는 않았다네. 내 아내가 많은 부분에 기여했지. 생각해 보게나, 수없이 긴 세월을 버티는 동안 인류가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일만 이천 년이 지나고 나서 *완전성*을 획득할 인간이 남아 있겠나? 이런 지구에서? 그러니 시간을 줄여야 하는 걸세. 인간이 완전해지는 기간을 줄이기 위하여 단기간에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행동 반경의 통제였고.
그리고 스와콥문트는, (고기를 한 입 더 입에 넣고선 천천히 씹어 삼켰다.) 자네들과 같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된 도시라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기다렸어.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러니까, 이 모든 통제가 몇천 년 후의 '완전한 인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웃기지도 않는걸.)
우리같은 사람들은 또 뭐죠? 각인을 해낸 페어?

 

노인

내가 이 지난한 삶의 끝을 맞이하고 난 뒤 내 역할을 대신해 줄 이들. 자네가 말한 대로, 강력한 각성자지. 그 모든 것을 뚫고 각인을 해 낸 이들이기도 하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역할을 대신해? (눈살을 찡그린다.) 인류를 통제하는 것 말인가요? 이 거짓된 낙원에서 홀로 안락하게 살아가면서?

 

노인

혼자가 아니라네, 자네들은 둘이지. 삼천 년의 미래를 안배한 내가 자네들을 위해 못 해 줄 것이 무어 있겠나? 자네들이 동의만 한다면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다네…… 그래, *영원*을 믿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꿈꾸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이겠지. (사랑하는 이와 평화로운 곳에서 영영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하지만, 노인이 말했듯 나는 혼자가 아니다. 루돌프와 함께하기 위해 내리는 모든 결정에는 그의 의사도 있어야 한다.)
이른바 후계를 위해 우릴 기다렸다 이거군요. 그런데,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하는 말인가요? 우린 카사블랑카의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일어난 혁명군인데도. (냉소가 입에 걸린다.)

 

노인

그럼, 나는 자네들을 줄곧 지켜보았다네. 심지가 굳고 강한 힘을 가졌지. 자네들은 또 다른 로맹 바투타가 될 수 있어. 민중을 결집시킬 상징이 될 수 있다네. 인류에게는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외부의 안배된 '적'이 있을 때 더욱 강하게 뭉쳐 단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것을 이겨냈을 때 감사함을 배우게 되지. 그래, 예컨대 허리케인, 선거 결과, 재난, 사건, 반란, 해방군과 전쟁…… (이쯤 식기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내가 그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미리 알지 못했을 것 같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단결해나갈 수 있는 힘 맞나요? 우리와 싸우기 위해 연합 정부는 X각성자를 만들어내고 있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갈려나가는지도 알 수 있을 텐데. (서늘한 목소리로 일관하고 있지만, 적의가 숨겨지지 않는다.) 완전한 인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너무 오래 빠져 사느라 현실감각이 없어졌나 보네요.
해방군의 주요 전력인 우리더러, 연합 정부의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상징' 이 되라고 권유하는 걸 보면 말이야.

 

노인

연합 정부의 허수아비라니? 자네들이 그 정부를 장악하는 거라네. 꼭대기부터 단숨에. 사실상 그래, 인류의 만이천 년 후 미래 따위가 내게 무슨 상관이었겠나? 그래도 내가 이토록 오랜 시간 *설계*해 둔 것은 전부 아내 때문이라네. 아내가 그것을 원했지. 푸른 지구, 더 나은 세상, 서로 사랑하며 사는 세계, 사람들의 행복, 그러한 가치들. 그러니 내가 여즉 여기 있는 것이라네, 죽지도 않고 살아서…… 그녀를 기리며.
생각하게나, 인간은 언젠가 필연적으로 끝을 맞이한다네. 개개인에게 주어진 생은 지극히도 짧지. 자네도 다시금 불우한 사고로 자네의 소중한 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싶은 건 아닐 거야……

 

GM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마치 위대한 지도자라도 되는 양 낯설어 보이네요.
그 때,
두 사람의 이어폰에서 동시에 같은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캐릭터 인장

요한 에를리히

……급보, 지금 공화국 여섯 도시 각지에서 크리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쟁이 문제가 아니라 민간인이 죽게 생겼어! 우리 쪽 각성자의 수를 나눠 각 도시에 파견하려 한다. 그쪽 상황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 아직, 묻지 못한 게 있었다. 순식간에 등골을 저미는 오싹함을 애써 삼키며 입을 열었다.) 크리쳐 또한 당신이 안배한 것이겠지. 무엇을 위해 만들었죠? 무얼 위해 도시에 크리쳐를 풀었습니까? 우리를 압박하려는 의도인가요?

 

노인

그래…… 오늘 밤이었지, 다수의 크리처가 동시에 여러 도시를 습격하도록 정해진 날이.

 

GM

식사를 마친 노인이 일어서며 몸이 조금 움직이자,
시야 때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광경이 드러납니다.
뒤에 왜 이제껏 알아차리지 못했나 싶을 만큼,
어쩌면 어떠한 오묘한 힘으로 보이지 않게 숨겨 두었을지도 모를,
아름답고 거대한 분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분수대 가장 상단에는 이상한 문자가 새겨진 돌덩이가 얹혀 있어요.
황금색 사슬로 감싸여 고정된 채 덜그럭거리는 중이고,
뚜렷하게 금이 간 모양새의.
금을 따라 빛나는 선이 그어져 있네요.
애초에 조각난 것을 얼기설기 간신히 이어 놓은 듯합니다.

 

노인

허면 자네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을지도 모르겠군. 내 의사를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나가 저 밖의 가엾은 인류를 구하든…… 무엇이든 간에 선택을 해야 하지 않나? 아, 저 돌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하지. 자네들이 내 뜻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GM

관찰 혹은 정신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왜 이제껏 못 봤지? 아니지. 보이지 않게 한 거겠지.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으려 애쓰며 돌을 노려본다.)
cc<=65 관찰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7 > 27 > 어려운 성공

 

GM

이 장소에 자라난 들풀이나 자연의 형태가 정확히 돌을 정가운데 두고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돌 주변과 분수 바닥에는 아몬드 꽃잎이 넘쳐 흐르고,
주변을 벗어날수록 풀꽃이 드문드문해져요.
어쩌면 저 돌, 황폐화된 지구 환경을 돌리는 열쇠가 아닐까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일부러 억제해두고 있었다고 했지. 저 돌이 열쇠인 것인가.) 대답해. 크리쳐가 왜 만들어진 것인지.

 

노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것들은 '재앙의 날' 이후에 이 땅에 출현했지. 그리고 나는 '재앙의 날'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아니라네. 그러니 자네의 '왜 만들어졌는가'에 대해서는 답을 할 수가 없겠군. 저것들은 어느 순간부터 이 땅에 존재했을 뿐, 누군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니 말일세.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재앙의 날을 불러일으킨 건 누구지? (완전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시작은 거기에서부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우연이라고?)

 

노인

삿된 것들을 섬기던 이들의 얄팍한 희망이었지. 뭐 이계의 신을 이 땅에 소환하려고 했는데 여차저차해서 그 계획이 좀 어그러졌던 모양이야.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재앙의 날과 테케네 드그레의 계획은 별개로 진행되어 온 건가? 지금도 사람들이 덮쳐지고 있을 걸 생각하니 자꾸 집중력이 분산된다. 저 자는 '정해진 날'이라고 했어. 크리쳐를 다룰 수는 없는 건가.)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해. 빨리.) 황폐화된 지구의 현 환경은 당신이 인위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게 맞나? 그 돌을 통해서.

 

노인

아, 역시 총명한 재원이라는 평가답군. 정답이라네. 저것들은 원래 살아남은 일곱 개의 도시에 있었지, 그대로 각 도시에 있었다면 그것들을 중심으로 환경은 점차 회복되어 갔겠으나…… 그건 내가 원했던 그림이 아니라네. 그러니 저것들을 수거하여 능력을 억눌러 둔 채로 이곳 스와콥문트에 두었지.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자연을 사랑하는 완전한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대체 왜? (나비와 꽃을 찾아 데린과 헤매이던 과거가 눈앞을 스친다. 주먹을 꾹 쥐었다.)

 

노인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본디 가시밭길인 법이라네. 평범한 이들은 볼 수 없는 큰 그림을 그려내고 관철하는 것이 '설계자'의 몫 아닌가. 자네와 내가 그러하듯이.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요한에게 대체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눈앞이 아득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루돌프의 손을 당겼다.) 어서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아. 얘길 좀 하자꾸나.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토마토 위에 포크 꽂아둔 채로 순순히 잡아당겨져 일어나며.) 요한한테 가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거야. 언제 출발하든 간에.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좀 더 차분하게 결정할 만한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영원이 아닌 이상,)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테케네와 대화할 때는 시종일관 차가운 자세였지만, 사실 갈수록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그의 아내가 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더욱. 다시 대화를 나누지도 못한 채 먼저 떠나가 버린 저의 친구를 떠올린다. 스와콥문트는 기형적이나, 어쨌건 누군가를 위한 낙원이기는 하다. 이 도시에서라면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채, 누구의 위협도 받지 않은 채 영영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어떻게 하고 싶니? …… 권력 같은 거 하나도 관심없어. 정부의 위치를 이어받느니, 상징이 되느니 하는 것도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이미 말했었지. (혁명군의 총사령관과 나눴던 대화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흔들리는구나. 그가 바라는 세상은 일견 내가 원하는 것과 상통하기도 해서.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제가 이곳에서 떠나간 제 소중한 사람과 작별하였듯, 당신도 소중한 이와 한 차례 이별을 거치고 난 뒤에 저를 만났음을 안다. 그리고 아마 두 사람에게는 작별 인사를 나눌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리라는 것 역시. 다만 이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지금의 저는 어엿한 어른이고,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던 그때의 당신은 그럴 일 따위는 평생 몰라도 되었을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당신과 자신이 인간인 한 비단 두 사람 사이뿐 아니라 여지껏 구축해 왔고 또 앞으로 쌓아나갈 모든 관계에는 반드시 예견된 이별이 따라붙으리라. 그리고 저 노인은, 그런 건 아무렴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이곳 낙원을 약조해 주겠다 한 셈이고. 불행한 일이 찾아들지 않는 두 사람만의 세계라는 건 분명 좋겠지.)
나도 그런 건 잘 몰라. 어른의 사정같잖아, 물론 난 의젓한 어른이긴 하지만. (양 손으로 당신의 손을 감싸듯이 쥐고선 말을 이었다.) 린~이 원하는 세상이 어떤 건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인간이 다투기를 멈추고, 자연을 아낄 줄 아는 마음을 배운 세상.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게 아니라 꽃을 건넬 수 있는 세상. 테케네는 삼천 년이 있으면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다고 했어. …… 우리가 다음의 후계를 찾고, 그들이 또 다음의 후계를 찾고,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될 즈음이 오면 정말로 그런 세상이 올까? (잡힌 손으로 시선이 떨어진다. 그는 보랏빛 눈을 다시 들어올리지 못했다. 모든 말에는 확신이 없다. 이 스와콥문트 자체가 가정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어서.)
(루돌프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다. 그가 작은 부상만 입어도 놀라는 저인데 죽음은 오죽할까. 이별은 너무도 두려운 것이다. 아이였던 그때에도, 어른이 된 지금도. 그래서, 아이린은 이미 답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테케네의 권유를 단번에 떨쳐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마음 속의 어떤 목소리가 질문했다. 지금껏 관계를 쌓아온 모든 이들을 내버려두고 단둘이 이 낙원에 남는다면, 너는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결국 네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어서, 너만이 내 곁에 남는다고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너는 그렇지 않지? (저는 풀꽃 한 송이에도 몇 시간씩 매달려 관찰할 수 있지만 루돌프는 5분만 앉아 있어도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하품을 할 것이다. 네가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해도, 우리만이 있는 세상에 언젠가는 질리고 말겠지.) 네 마음을 말해줘.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모든 것이 저 사람의 뜻대로만 잘 풀리는 세상이라면 아마 그렇겠지? 나, 똑똑한 왕자님이 맞긴 하지만 (이 순간마저도 자신을 향한 칭찬을 곁들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삼천 년 뒤에 왕자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어서 잘 감이 오지는 않네. (아무래도 그렇겠지, 보통은. 소위 말하는 '기원전'에 존재하였던 나사렛의 목수조차도 예루살렘에 더 이상 그 누구도 살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제 열두 제자에게 가르침을 논하지는 않았을 터.)
린~이 아는 내가 그렇다면, 그래, 그게 맞아. 아마 정답이겠지? 너는 가끔씩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것처럼 굴잖아, 내가 그러는 것처럼. (그 말대로다. 하지만 말이다, 저는 당신보다 조금 ─ 어쩌면 많이 ─ 빨리 질리는 사람일 뿐이지 당신의 흥미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영원하지만은 않을 텐데도. 당신이 저를 아주 많이 좋아해 주고 또 사랑을 선사하며 마음을 써 주는 것을 알고 있으나, 세상에 당신과 저 둘만이 남는다면 '당신이 제게 질리지 않을 것이다'는 확증을 가질 수 있는가? 당신이 저를 보며 '언젠가는 질리고 말겠지'라 생각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당신조차도.)
(하지만, 역시 이런 식의 지지부진한 가정으로 뒤덮인 사고 방식은 저와는 영 어울리지 않아서. 눈을 습관적으로 아래로 휘어 눈가에 얕은 주름을 잡은 채로 웃어 보였다.) 왕자님은 이 세상이 아주 오래 갔으면 좋겠다고 하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카사블랑카에 도착해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인연들을 떠올려본다. 유리 모하에, 요한 에를리히, 릴리안 웨즐리. 저를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던 분대장. 엄밀히 말해 그들이 루돌프처럼 소중한 것은 결코 아니었으나, 그들은 아이린의 세계에 무시할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모두를 뒤로하고 단둘이 이 광막한 도시에 남는다 한들, 나는 몇 번이나 그들을 떠올리겠지. 인연을 맺는 데 배타적인 저도 이럴진대 루돌프는 얼마나 더할까.)
너도 종종 그랬지. 그래서 난 기뻤어. 우리가 그만큼 서로를 많이 알고 익숙해지게 되었다는 증거니까.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집단과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아이린은 평생을 사회에서 스스로를 소외하며 살았으나,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언제나 망설임없이 손을 내밀어주는 이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지의 세계에 발딛을 수 있게끔, 그는 언제나 저를 기다리고 이끌어주었다.)
(언젠가 단둘만의 낙원 속에서 그의 예상처럼 제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 테케네와 달리 우리는 미래를 점치는 방법을 알 수 없으므로. 그래도 아이린 테라코르가 루돌프 펜더가스트를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관학교에서 당신의 웃는 낯을 처음 만나고, 언약을 맺게 된 그 순간부터, 찬란한 금빛이 영영 지워지지 않도록 저를 물들였으니까.) 나는 네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어. 너의 행복이 곧 나의 기쁨이니까.
이별이 두려워지지 않도록, 네가 도와줄래? (마주 입꼬리를 올렸다. 가장 위태로울지도 모르는 선택지를 앞에 두고서 흐르는 웃음이란 아주 자연스럽고 또 아름다웠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우리'는 모두 스와콥문트를 동경하도록 배우고 자라났다. 그 말대로야. 이 말을 들려주었던 제 친애하는 어머니들 중 한 명도, 유리 모하에도, 요한 에를리히도, 릴리안 웨즐리도, 당신도, 그리고 저조차도 모두 이 도시에만 도착하면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정작 이 도시의 어느 곳에서도 '파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거리에 쏟아져 나오거나 하는 일도 없으며, 저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웬 영문 모를 불청객 노인 뿐이었으나.)
'사랑하면 닮는다더라' 같은 거야~? 린~이랑 내가 이런 쪽으로 '닮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물론 우리 둘 다 똑똑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은근슬쩍 당신과 제 총명함을 동등한 선 위로 올려둔 것은 덤.)
내가 행복해지는 걸로 린~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그렇게 할 수 있어. 그건 왕자님한테 가장 자신 있는 일들 중 하나기도 하거든…… ('행복해지지 않는 법'을 알지 못한다면 또 모를까, 행복해지는 방법이야 몇 번이고 끊임없이 찾아내 왔다. 저가 발을 딛고 선 세계가 어떻게 되어먹었든 간에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하지만, 린~도 알다시피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없으니까. 이 말은, 네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나는 네 곁에 있을 거라는 소리와도 같아…… (하고선 양 손을 모아 당신의 손을 감싸듯이 쥐고선, 고개를 가볍게 숙임과 동시에 제 쪽으로 끌어당겨 살짝 입을 맞추고 제자리로 돌려 두었다. 제 대답을 이것으로 대신하겠다는 양.)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낙원은 결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바꾸어 말하자면 어디건간에 자유로이 명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행복을 알고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곳. 서로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 자연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삭막한 곳이더라도 우리는 그곳을 단둘의 낙원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을 테니……) 그럼, 루는 똑똑하지. 너와 나는 여러모로 반대인 면이 많다고 생각헀는데 이렇게나 닮은 점도 있는 걸 보면 네 말이 맞나 봐.
(루돌프는 선한 사람이고, 용기를 바탕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때는 그 점이 원망스럽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그런 당신이라서 더욱 찬란히 반짝임을 안다. 어느새 당신의 빛이 저까지 비추어 왔었나. 내 개인만을 바라본다면 합리적인 선택지가 바로 보이는데도 내린 결론은 사뭇 달랐으니까.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울리지 않게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슬픔이나 절망의 눈물이 아니라 순수한 기쁨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아직 온기가 사라지지 않은 손길로 당신의 고개를 살짝 끌어당겼다. 눈을 내리감고 아주 잠시 이마를 맞대었다.) 가자.
(테케네에게 되돌아간다. 어쩌면 아직도 뒷짐을 지고 먼 곳을 보고 있을 노인에게 말한다. 침착하게 정돈된 음성이었다.) 나는 인간을 믿지 않아. 그들은 너무도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공존을 모르지. 하지만, 누군가의 독단적인 선택으로 인류의 미래를 통제하고 결정짓는 건 오만한 짓이라고 생각해. 악한 사람이 있다면 선한 사람도 존재하는 법이니까. 그 선을 믿고, 이 세상의 미래는 우리가 아닌 그들에게 걸어보도록 하겠어.
예언자니 선지자인 척 구는 거, 그만두란 뜻이야.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지만 당신 역시 선한 사람이고, 나아가기를 주저한 적은 있을지언정 끝내 '나아가지 않은 적은' 없지 않았던가. 당신이 저더러 찬란히 반짝이는 사람이라 평가한다면 저 또한 당신을 그리 평해야 할 것이다. 잠시 맞대었던 이마의 온기를 느끼는 동안 두어 차례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당신이 눈꺼풀을 밀어올릴 때 가장 먼저 자신의 시선과 마주할 수 있도록.) 응.

 

노인

(당신의 가정대로, 아직도 뒷짐을 진 채로 먼 곳을 보고 선 노인. 그는 굳이 뒤를 돌아보진 않았다. 목소리야 눈을 마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낼 수 있는 류의 것이었으므로.) 인간을 믿지 않는 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운 말이군. 해서, 나의 의지를 이어받지 않겠다 선언하는 겐가? 자네가 그리도 가지고 싶어했던 영원을 선사해 주겠다 내 약조하는데도?
아니, 아니야…… 자네가 내 계획에 감복할 가능성은 내 계산 상 98.89%였네. 사랑이라 이름이 붙여진 것에 불과한 한낱 감정에 휘둘리기에 자네에게 영원이란 단어가 가진 의미가 소중함을 내 모르지 않아. 헌데 이를 거절하겠다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난 당신이 만든 체제가 지독하게 싫거든. 내가 상징이 된다 한들 거기에서 뭐가 달라지겠어. 내가 그걸 직접적으로 겪지 않을 뿐 누군가는 또다시 나와 같은 무력함을, 분노를, 절망을 되풀이하겠지. …… 이제 됐어, 그런 세상. (어깨에서 힘을 뺀다. 결정을 내리고 나니 적진의 심장부에 들어와 있음에도 편안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주 오래도록 영원을 찾아 헤맸었지. 그런데 한낱 사랑이 나에게 가르쳐주었어. 영원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두렵지 않게 도와주겠다고. (루돌프의 손을 찾아쥔다. 눈을 마주보았다. 달을 닮은 그 색채를 보고 있자면 무엇이든 괜찮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만 돌아가지는 않는 법이지. 당신의 그 계획이라는 것도 언젠간 반드시 허점이 드러날 거야.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맞잡은 손에 가볍게 힘을 실었다. 반대쪽 손으로는 제 입가를 반쯤 가리는가 싶더니 짤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 상황에서 태평하게 웃기나 하는 게 그다지 도움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 아무리 저가 남 눈치 볼 줄 모르는 녀석이라 해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감추는 방법 또한 유감스럽게도 익히지 못한 터라. 그러니까 이건 그냥, 당신이 '어제보다 더 나은 누군가의 내일'에 대해 생각해 주게 되었다는 점이 누구보다도 기뻐서.)

 

노인

……내 계획에 허점이 있다고? 그리고 그것의 첫 시동이 '지금'이 된다고…… 아니, 아니야. 적어도 내가 이 두 눈을 감기 전까지는 완벽해야만 했다. 이 정도는 내가 계산했던 범주 내의─

 

GM

시뮬레이션 속에서 반복되었던 수만 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갑니다.
예상 밖의 부정을 목도한 노인은 빠르게 숨을 삼킵니다.
빠르게 무엇인가를 새로이 계산하려는 것처럼 홀로그램 패널을 끌어 옵니다.
계산, 설계, 그가 평생을 바쳐 해 온 어떤 것들.
그리고,
내부의 조명이 모조리 꺼집니다.
암전.
맑은 종소리 같은 것이 멀리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스피커로 누군가의 음성이 울립니다.

 

스피커

「사용자의 맥박 이상과 시동어를 감지했습니다.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됩니다.」
「프로토콜 ‘빛이 있으라’ 에 진입합니다.」

 

GM

찬란한, 무수히 찬란한 별들.
서글프도록 빛나는 열대의 달이 조명처럼 돔 내부를 비춥니다.
거대한 스크린이 장막처럼 펼쳐져 내려옵니다.
팟 소리와 함께 영상이 재생됩니다.
여즉 이쪽을 돌아보지 않고 있던 노인이 스크린에 시선을 두는가 싶더니,
그대로 쓰러져 앉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아무렴, 신경 쓸 만한 사안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래된 영상

안녕, 테케네. 이 프로토콜이 실행되었다는 건, 당신의 *계획* 중 하나가 심각하게 틀어졌다는 뜻이겠지?

 

GM

온유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여성.
멋쩍게 손을 흔든 그녀는 오래된 영상 속에서 말을 이어갑니다.

캐릭터 인장

스크린

이 프로토콜을 숨겨 놓느라 고생을 좀 했지 뭐야~ 당신이 개발 중인 하늘길 시스템 안에서 이 흔적을 발견해서는 안 되니까. 오로지 당신의 맥박, 당신의 말, 당신의 감정에만 반응하도록 꽁꽁 감춰 뒀거든. 당신은 어쩌면 평생 이 영상을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본다는 가정 하에 말하고 있으니까, 내 소감을 들려줄게……
굉장히 기뻐! 당신 계획이 망가졌다는 거잖아.

 

GM

야윈 얼굴을 하고도 어린 소녀처럼 빛나는 눈이 오랜 영상 너머로 전해져 옵니다.

캐릭터 인장

스크린

테케네, 나는 줄곧 말하고 싶었어.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과연 그렇게 계획대로 될 수 있는 일일까?
모집단이 어느 정도의 숫자를 유지하면 통계를 통해 계산해낼 수 있다는 당신 가정 말야, 올바른 걸까?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건 어떤 개념일까?
나는 당신을 알아. 아마 내가 당신보다 먼저 떠나리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을 테니, 대신 내가 바랐던 싸움 없고 평화로운 세상을 나 대신 '구현'해 두려는 작정인 거지. 당신은 나의 구현자니까.
그걸로 내가 죽어 없어진 뒤에도 나의 의지는 이 세상에 오롯이 남을 테고.
그것 외에는 관심도 흥미도 없고~ 내가 없으면 행복할 수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게 당신의 예상이잖아. 당신은 당신 자신까지도 계산 속에 넣고 있으니까.
그래도 테케네, 나는 당신이 그저 자유 의지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어. 인류의 먼 미래 같은 것은 놓아두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어떤 방향이 되든 간에 아무렴 좋으니 그저 지켜보는 방향으로.
그러다 보면 아침이 밝아올 거고, 새가 지저귈 거고, 풀벌레 오는 소리가 들릴 거야. 맑은 물이 다시 흐르겠지. 나는 살아서 다시 볼 수 없었던 지구의 새 아침을 당신이 맞이하는 거야.
살아가려는 의지만 있으면 어디든 에덴이 될 수 있어. 이 세상에 살아 있으니까 말이야.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는 어디든 있는 법이잖아? 나는 분명 그렇게 알고 있는걸.

 

GM

병색이 완연한 뺨에 홍조가 돌자 비로소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네요.
수십 년을 건넌 스크린 너머임에도.

캐릭터 인장

스크린

아, 그러니 내 마지막 부탁이야. 그 별돌은 제자리에 놓아 줄래? 그리고~ 이 영상을 다른 누군가 같이 보고 있다면.

 

GM

마치 화면 바깥을 보듯, 여자는 시선을 돌려 정확히 당신이 있는 방향을 응시합니다.

캐릭터 인장

스크린

왼쪽 복도로 내려가면 지하 서버실과 연결돼요. 메인 컴퓨터에 내가 설정해 둔 코드를 입력하면, 하늘길 시스템은 즉시 기동을 멈추고 공영 방송사로 이 시스템이 시민들을 어떻게 감시해 왔는지 폭로하도록 되어 있죠.
필요하다면 사용하세요. 코드는 이미 당신이 들었을 거예요…… 아이작 아시모프를 좋아하나요?

 

GM

그 뒤, 스크린의 시선은 다시 테케네에게로 옮겨 갑니다.

캐릭터 인장

스크린

안녕, 여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그러니 당신은 당신이 세워 둔 계산과 계획, 예상과 예측, 그 모든 예언과 실현을 벗어나서……
바르지 않은 길로 가기를 바랄게.

 

GM

그리고, 암전.
영상이 꺼집니다. 노이즈조차 남기지 않은 채로.

 

노인

…… (한동안 말이 없었다. 스크린은 꺼진지 오래이나, 여전히 그곳에 저가 그토록 바라왔던 누군가 존재하는 양 한참을 바라보았다가.) 코드……를 입력하면, 어쩌면 별돌을 묶고 있는 저 사슬도 풀릴지 모르겠군.

 

GM

그리고 노인의 목소리 또한 조용해집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테케네를 이해했다. 그리고 동정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의 말로. 데린을 잃은 채 홀로 살았더라면 저 역시 그와 비슷한 미래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별이 두렵지 않게 된다면, 언젠가는 이별을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방법도 배울 수 있게 되겠지. 루돌프와 함께라면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 보이는구나. 가자, 루. (그러나 두는 것은 시선뿐. 그 이상 대화를 시도하진 않았다. 왼쪽 복도로 향한다.)

 

GM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 국적인들을 '국민'이 아니라 '시민'이라 부르는 까닭은,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이 이성적인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진 현대인들에 의해 지극히 공화적인 절차를 밟아 주체적으로 건국된 나라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그 시각 카사블랑카에서는,
노노이 라가힛의 형이 총을 쥔 채 장벽 너머의 크리처에게 격발하고 있습니다.
스와콥문트 성벽 바로 앞까지 도달한 해방군 측에서는,
릴리안 웨즐리가 해방군의 깃발을 쥔 채 내달리며 핏물 섞인 고함을 내지릅니다.
요한 에를리히가 전황을 수습하려 고군분투하고,
다카르 시장은 죽어 가는 아이를 살리려 손수 환자를 업고 병원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전선은 머나먼 곳입니다. 현대전은 총력전이 아니니까요.
카사블랑카 시민들은 이 전선의 참상에 대해 그 무엇도 알지 못합니다.
이야기는 각자의 자리에서, 호된 자유 의지 속에서,
활자 너머에서 실로 살아 있는 존재가 되어 계속되고……
두 사람은 흰 벽돌로 짠 길을 밟아 내려가 지하로 향합니다.
마치 몇 해 전 방위사령부처럼 거대한 서버실 안에, 점점이 빛나는 항성처럼.
메인 컴퓨터만큼은 액정을 꺼트리지 않고 '최후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을 입력할까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내려가는 길은 결점 없이 새하얀 벽돌로 만들어져 있었으나 아이린에게는 피와 모래로 뒤덮인 사막 한복판처럼 느껴졌다. 아, 길고 지난한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진실의 한 줄기를 알아내고서부터 혁명군의 일원이 되기까지. 유리의 심장을 되찾아오고 마침내 카사블랑카에 도착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이들의 눈물과 고통과 울분이 양탄자처럼 앞길을 수놓았다. 이제는 결말을 내려 한다. 결론을 맺은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의 토대가 된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서사를 써내려갈 것이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짐작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유일하게 살아숨쉬는 별 같은 컴퓨터 앞에 섰다.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영원에서 눈을 돌리고 현재에 충실할 수 있게 하는 것. 진실을 알고서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 가져야만 하는……)
('의지'.)

 

GM

어두운 액정에 은청색 타이포가 새겨집니다.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었지요. 그간의 시간이 끝을 맺을 때입니다.
하나의 극이 막을 내리면, 다음 극이 막을 올리듯, 우리의 이야기도 그렇게.
액정의 퍼센테이지 바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이윽고 100%에 달합니다.
『정보 공개 프로세스로 돌입합니다. 지침 TK-G에 따릅니다.』
허나 당장 이 지하에서 변화를 알아보기는 어렵군요.
위로 올라가 볼까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크리쳐 문제로 바쁘다고 했을 텐데. 혼란이 더해지지는 않을지 조금 신경이 쓰이긴 한다. 루돌프에게 눈짓을 하고 함께 위쪽으로 향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당신의 눈짓을 간단히 받고 따라서 위로 향했다.)

 

GM

소란스러운 별들이,
무수히 찬란한 지상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인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인지 보이지 않고,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분수대 위에 별돌이라는 것이 고요히 놓여 있습니다.
황금빛 쇠사슬이 철컹거리며 벗겨져 나갑니다.
그리고 분수대 아래에,
석판 뚜껑이 열려 이제 모습을 드러낸 일곱 개의 빈틈이 보입니다.
별돌 조각을 이에 맞물리게끔 끼워넣을 수 있겠군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로 바다와 나비를 마음껏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 기대되지 않니? (돌을 함께 끼우자는 듯 조각 몇 개를 건넸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조각 몇 개를 선뜻 받아들었다. 손 안에서 잠시 굴려도 보고, 위기감 없이 하나쯤 공중에 던졌다가 다시 받아도 보고.) 응~ 바다를 보는 건 처음이니까. 아까 록시도 바다에서는 아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우리, 거기 발 담가 보자. 하얀 파도가 치는 것도 마음껏 구경하고. (돌 조각을 빈틈에 끼워넣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비가 날아들 때까지 기다려도 보고? (손을 뻗어 제 손에 쥔 것들도 마저 끼워넣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바닷가에도 나비가 많을지 궁금해졌어. (단둘이 이곳에서 함께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미래를 꿈꿀 수 있는걸.)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거기서는 몇 시간까지 기다릴 거야? (쓸데없는 걸 질문하는 편.)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3시간. (나름 줄인 거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세 시간이면 180분이지? (뭔가의 계산 시도)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긴가?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될 것 같아. 오늘은 어쩐지 그럴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어. (근거: 없음.)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 (화색이 된다.) 기뻐. 얼른 바닷가에 가보고 싶구나.

 

GM

그렇게 두 사람이 일곱 개를 전부 끼워 넣은 순간,
눈이 멀 것처럼 환한 빛이 폭발하며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당귀꽃이 수억 송이 피어난 것마냥,
노란색 속에 섞여들어간 보랏빛이 몰아닥쳤다 빠져나가는 썰물같이 도시를 뒤엎습니다.
스와콥문트 성벽에서 잠시 멈췄다가,
이내 도로 흘러가 사막까지 닿습니다.
빛의 물결이 닿는 곳마다 마른 모래에 습기가 젖어들고,
먼지와 구름이 가라앉아 날씨가 갭니다.
성벽의 서쪽으로는 바다가 있댔지요.
꽃망울 움트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두 사람을 안내하듯, 바다 방향으로 꽃망울이 무수히 피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스와콥문트 성벽 안은 도시라기보다는 마을 규모의 크기라, 서쪽 벽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흰 모래.
오염되고 낡아 언제라도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거친 먼지가 아니라,
부드러운 백사장과 연푸른 바다가 맞닿아 은청색 파도와 물방울을 꽃처럼 틔우고 있습니다.
등 뒤로는 동이 터 와요.
태양이 희붐하게도 차오르고 있습니다.
박명이 터 옵니다.
감미로운 볕이 피부를 적시고,
발목을 데우는 바닷물이 고요하고 우묵한 소음을 냅니다.
이곳에서라면 맨발로 파도를 밟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토록 깨끗한 자연을 본 적이 있었던가요……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우리의 색이 세상을 뒤덮고, 마치 마법이라도 일어나듯이 번져간다. 새 시작을 알리는 동이 터 온다. 그리고 눈앞에 마침내 고대하던 바다가 펼쳐진다…… 상상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광활하고 청수한 광경. 온몸이 떨려올 만큼 가슴 벅차오르는 풍경. 언제까지나 노닐어도 지겨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곳이다. 절로 피어나는 웃음을 막지 않았다. 루돌프를 돌아보는 낯이 아이처럼 밝고 맑았다.) 내 생각보다도 몇 배는 아름다운 곳이구나. 어서 가보자, 루.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당신은 언제나 차고 넘치게끔 아름다웠고 ─ 그는 타인의 아름다움을 논할 때 '제가 그렇듯이'라고 이쯤 꼭 첨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으나, 그건 당신을 상대로 했을 때만큼은 엄연히 논외였다 ─ 그것은 오늘도 그랬다. 저를 돌아보는 맑은 낯에 습관적인 웃음을 만면에 피웠다. 바다에 오면 그리운 사람들을 추억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했지. 록시의 말은 대체로 정답이었지만 어쩌면 이번만큼은 조금 오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누군가를 추억하기에 적합한 장소라기보다는, 함께하는 사람과의 내일을 꿈꾸기에 적합한 장소같은걸.) 응. 가자, 린.

 

GM

거칠고 매서웠던 폭풍이 지나간 후만 같아요.
윤슬이 반짝이는 수면은 박명이 내릴 때 금가루를 뿌려 녹인 보석처럼 변했습니다.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있자니, 해의 궤적을 따라 점점 느긋한 에메랄드 빛으로 바뀝니다.
실크같은 해변은 막 타오르다 꺼진 잉걸불처럼 무심히도 반짝이더니,
이윽고 태양을 온전히 수평선 위까지 잡아당겨 꺼냅니다.
마치 우리를 발견되지 않은 미지로 부르는 이정표처럼.
극지보다 싸늘한 절망 위를 날다 불시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이어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합니다.
스마트워치도 마찬가지예요.
사방에서 이상한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다카르에 갑작스럽게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이야기,
크리처들이 햇살 맞은 먼지처럼 타올라 사라진 이야기,
혼란스럽게 소식을 모으고 있는 요한과 해방군,
카사블랑카에 돌연 보도되기 시작한 독재 정부에 관한 소식.
그러나 두 사람은 여기 아무도 없는 해변에,
푸르고 흰 것만이 가득한 세상에 오로지 둘로서 존재합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새벽의 빛을 받아 차가운 푸른색을 띄던 바다는 태양을 토해내며 점차 그 붉은빛으로 물들어간다. 창공에 떠오르는 태양을 이토록 오래 시야에 담은 적 있었던가. 이토록 아름다운 빛깔인 적이 있었던가? 이날의 광경은 죽는 날까지 평생토록 잊히지 않으리라. 괴로운 나날이 올 때, 모든 것을 놓고 싶어지고픈 순간이 올 때 무엇보다 반짝이는 의지로서 기능하여 다시 일어나게끔 하리라. 기분 좋게 젖어드는 모래를 밟으며, 희게 부서지는 파도를 눈에 가득 담으며 다짐한다. 살아가리라고. 드넓은 바다를 언제까지고 가로지르는 빛줄기와 나비가 되어.)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떠오르는 태양이 바다의 푸름마저 타오르는 제 빛깔로 삼킬 무렵이면 유달리 색이 옅어 다른 색으로 물들기 쉬운 당신의 머리칼도 끄트머리부터 붉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제 눈동자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사안인지라, 당신만을 오롯이 시야에 담은 제 시선 또한 아마 비슷한 색을 머금고 있었으리라. 발끝에 속속들이 감겨 들어오는 파도의 촉감이 느껴지고, 눈을 깜박인다. 감았다 뜨는 그 짧은 순간마저도 눈꺼풀 아래쪽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당신의 머리카락이 들어차는 광경은 역시나 좋아서.)
……세 시간 하고도 이십 분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 오늘은. 지루해졌다고 어디 가지 않을게, 약속이야. (드물게도 의젓한 소리를 입에 담았다.) 대신 내가 깜박 잠들면 깨워줘야 해.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를 여기에서 더 기쁘게 할 수 있다니. 대단하구나, 루. (하도 웃음이 없고 시종일관 냉정하기만 해 얼음 같다고 불리던 시절이 그리 오래전도 아닌데, 웃음을 주체하기가 힘들다.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아름다운 광경과 제 곁에 있는 사람 덕분이겠지. 우리의 귓가에서는 같은 색의 나비 귀걸이가 흔들린다. 빛을 받을 때면 날개 부분의 장식이 바닷물의 윤슬처럼 반짝인다. 무얼 하더라도 괜찮을 것만 같고, 무얼 하더라도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순간.) 네가 자는 모습을 조금만 구경하다가 깨울게.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원래 왕자님은 예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게 맞는걸. (이런 말들.) 린~의 '조금만'은 몇 분인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왕자네. (곰곰이 고민한다) 이십 분?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 정도면 조금이 맞네, 좋아. (의외로 간단하게 납득하며.)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웃으며 고개 숙였다. 아주 신발을 벗고 얕은 바닷물에 발을 디딘다. 피부를 헤치는 물살이 시원하고 또 부드럽다.) 우리 바닷가에서 살까?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저도 덩달아 바닷물에 맨발을 그대로 담갔다. 언제나 해 보고 싶었던 일이고, 이건.) 좋아. 요한이랑 릴리안도 아예 잡아와서 옆집에 하나씩 넣어주자. (당사자의 의지는 고려되지 않은 미래 계획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후후, 그럼 매일 얼굴 볼 수 있겠네. (당신과 함께 참방거리며 물살을 즐기다가 두 팔을 벌려 보였다. 안아달라는 듯)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작전 회의실 같은 게 없어도 매일 찾아가는 거야. 요한은 커피를 잘 내리니까 커피는 거기서 마시고, (요한 에를리히의 의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릴리안은 소시지를 잘 구우니까 소시지는 릴리안한테 부탁하는 거지. (하고선 한 점 망설임 없이 당신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우리 둘이서 보내고.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좋아. 요한한테는 우리 결혼식 사회도 봐 달라고 하자. 릴리안한테는 축가 부탁할까? 그 애가 노래를 잘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편안한 안정감 속에서 그의 품에 기댄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잘 부르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 릴리안이 불러준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못 부르면 못 부르는대로 릴리안 생일 때마다 결혼식 축가 이야기 해 주자. (시답잖은 소리나 하며 고개를 살짝 수그려 당신의 목덜미에 뺨을 묻었다.)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랬다가 복수당할지도 몰라. 릴리안 결혼식 때 공동 축가 불러달라고 할지도? 루, 자신있니? (작게 웃었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내가 못하는 게 어디 있다고. (당당!)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하긴, 루는 뭐든 잘하니까. (등 가볍게 토닥인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내가 노래 부르는 거 들어볼래? 못하면 루가 가르쳐줘.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린~도 노래 잘 하지 않아? (파묻었던 고개 도로 들어서는 허리 펴 당신과 시선 마주하며 물었다. 빤히.) 공주님은 못 하는 게 없는데. (빤히.)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시선 엄청나게 피하고 싶어졌지만…… 볼이 조금씩 빨개졌지만…… 무진 애를 쓴 끝에 눈 마주보고 말하는 데 성공했다!!) 그,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지금 들어볼래? 예전에 데린이 흥얼거리던 노래를 아직 기억하고 있거든.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눈 마주치자마자 그것만을 기다렸다는 양 냉큼 활짝 웃어 보였다.) 그동안은 왜 안 들려줬지? (이런 말들.) 하지만 좋아, 들을래.

캐릭터 인장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간은 부끄러웠으니까. (귀끝이 새빨개진 채로 새침하게 말했다.)
(이내 목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연다. 과거의 푸르른 자연을 그리고 추억하는 잔잔한 곡조가 바다 위로 흐른다. 특유의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빚는 선율은 듣기에 나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캐릭터 인장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뭐든 간에. (정말로, 무엇이든 간에. 저는 이제 당신이 '무엇이든' 전부 좋아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잔잔한 곡조가 절반 가량을 넘어갈 무렵이면 저도 낮게 흥얼거리며 화음 엇비슷한 것을 넣었다. 선율을 이어가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GM

수 년의 세월이었습니다.
살기 위해 두드린 세상의 성벽이 결국 한금 부서지고,
그 사이로 파도가 들이치기 시작했지요.
비단이나 성기게 짠 그물 사이로 반짝여 들어오는 별빛처럼 태양이 산란합니다.
산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네 삶은 예언서에 적힌 한 줄짜리 운명 따위가 아닙니다.
우리는 줄곧 살아서 말하기 위해 애써 왔으니까요.
어떻게든 발버둥쳐 살아남아서,
가슴 안에 품은 것들을 말하고,
닫히지 않는 입술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발로 달려 나가길 원했으니.
지금 비로소 살아남았으므로 우리는 어떤 별종이 사람의 의지를 감히 계산하려 했고,
수많은 비극의 철로를 깔아 인간의 역사를 주무르려 했다고 증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공격하고 비난하고 억눌렀던 어떤 것에 대해 고함칠 수 있습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감히 남이 간섭하거나 계산하거나,
주사위 놀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나만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
한때 누군가의 구현자였던 노인의 주장과는 달리,
모든 선택은 스스로 한 것이지요.
예언자 따위는 예측할 수도, 계산할 수도, 설계할 수도 없는.
인간은 모형 정원에 들어간 이끼 따위가 아닙니다.
나 자신의 의지로 파괴될 수도 있어요. 그것이 사람다운 일이니.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순간입니다.
열대의 달은, 지구로 뛰어들고 싶은 듯이 은청빛 물결을 내려 보내며 반짝이고 있습니다.

 

-

둥근 것들은 둥근 만큼의 순리를 지니지
그래서 우리는 달로 가고만 싶었나봐 지구에서, 여기 다 벼려진 일곱 도시들을 버리고
사라진 자들이 이토록 많고 나의 우울은 도무지 겉잡을 수가 없어서
어느 날엔가는 불타는 아프리카의 해를 껴안고 타들어가고만 싶었어
도망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지
그러나 지금 여행은 망명이 아니야
사랑한다는 말로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의견을 나는 반대해
하나뿐이고 싶은 욕망이, 내 사랑은 타인보다 더 특별하다고 주장하려는 마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머나먼 표현을 찾게 해
그러니 이 사랑이 유독 우리에게 아름다운 까닭은
들어본 적 없이 멋진 시어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야
속삭이는 이름이 너와 나의 것이라서야, 오로지 그것뿐이야, 사랑은 이름을 수식하는 것
너이기에 하나뿐이야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치 않아
모든 말들은 주어로 너의 이름을 쓰기에 화사해진다
네가 특별하다 말하고 싶어, 그걸로 다였어
스와콥문트, 가본 적도 없는데 잊지 못하는 곳, 기나긴 백사장 위로 LP판 같은 파도가 도는 도시
적도편동풍을 타고 영원으로 가자
글자들의 음각에 포말이 들이칠 것을 바라고 쓰자 사, 랑, 해
거품이 묻어 잠기면 우묵한 틈새로 물이 고여
무엇도 지워내지 못한 말들이 드러날 테야
아, 사랑에 대해 떠올릴 수 있다니,
별처럼 노란 태양을 등지고 내가 아직 세상이 눈부시다고 느낄 수 있다니
1만 킬로미터를 걸어 카사블랑카로부터 스와콥문트까지 도망치지도 망명하지도 않았다니
해陽와 해海를 돌아
셀 수 없는 곶과 만을 넘어서
여기 도달한 순간 찬란하게 살아 있었어, 마주 쥔 손으로 해류를 가늠할 수 있었어
그러니까 이 모든 일들은
지나온 사막은
훼손이 아니었으므로 무엇도 우리를 부술 수 없었어 나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았어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 소리치지 않을 까닭을 모르겠어
들어, 살아서 이야기할 거야, 어떤 구전은 기록보다 강력하니까
오늘 우리는 길었던 고통에 비로소 마침표를 찍게 될 거야
나는
살아서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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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리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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