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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00708] 메리엘&비올라 - 장미정원과 티파티
초현_c
2020. 7. 8. 04:02
플레이타임 : 약 12시간
장미정원과 티파티
w. 랴망
KPC 비올라 카지안
PC 메리엘 영
-
【 1st Day, PM 12 : 26 】
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창틀을 아슬하게 넘어와서는,
방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잠시간 휴식을 즐기던 메리엘의 머리칼을 간지럽힙니다.
붉은 장미가 만개하는 5월이라 그런가,
열어둔 창문 사이로 장미향이 미미하게 흘러 들어와요.
특히 이 저택의 주변에는 유독 가득한 붉은 장미와 비올라 소유의 장미정원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저택 뒷편에 만들어진 장미정원은 5월이 되면 만개한 붉은 장미로 가득찹니다.
건강한 큰 주인님과 다른 가족과는 달리 비올라는 유별리 몸이 약해서,
꽤나 오래 전 큰 주인님이 선물로 내주었던 곳이었죠.
이해는 갑니다.
실낱같은 바람이라도 비올라의 몸을 스치면 비올라는 꼭 탈이 나서는,
바깥에 제대로 나간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니까.
저택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은 큰 주인님의 마음이겠죠.
당신도 그 마음에 포함되는 거였을지도 몰라요.
큰 주인님은 바쁘니 비슷한 나잇대의 당신을 전속 집사로 고용해서는,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이 항상 옆에 있도록,
거대한 저택에서 외롭지 않도록.
그래서일지, 우리의 작은 주인님은 이 저택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골이 나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관찰> 판정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고개를 잠깐 돌렸더니 언제부턴지 옆에 와있는 이 새라던가?
그래요, 이렇게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에 부를 일이 생기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꼭-
잘 훈련시킨 새의 발목에 할 말이 적힌 종이를 묶어서 보내곤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오늘을 포함한 평소에 비올라가 메리엘을 혹사시키는 건 아니지만…
휴식을 그만두는 건 언제나 아까운 법이죠.
오늘의 비올라는 어떤 말을 남겼을까요?
종이를 펼쳐보면,
【 메리엘, 간만에 티파티를 해보려고 해.
장미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비올라 】
……?
쪽지를 새에게서 가져오면 새는 어쩌면 비올라가 있을 장미정원으로 날아갑니다.
티파티?
…다만 새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메리엘은 당황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꽤 오래 전에 딱 한 번.
메리엘과 티파티를 했던 이후로 티파티는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뭐, 부르라면 부르는 대로 가야하는 게 전속 집사의 운명 아니겠어요?
비올라의 부름에 답하기로 합시다, 메리엘!
지금 메리엘이 있는 방은 2층의 중앙복도에 위치해 있고, 그 옆에 비올라의 방이 있습니다.
저택은 총 3층으로, 각 층마다 방은 굉장히 많지만.
주로 비올라의 생활반경인 1층의 [서재], [식당],
2층의 [비올라의 방], [메리엘의 방],
3층의 [큰 주인님의 집무실]
…그리고 저택 뒷편의 [장미정원] 정도다 보니,
오랜 시간을 이 저택에서 지내서 내부는 손바닥 안인 메리엘이지만 주로 그 정도로만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은 날이 좋으니, 비올라의 변덕에 어울리는 것도 괜찮은 일이 되겠죠.
메리엘은 저택 뒷편의 장미정원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 1st Day, PM 12 : 43 】
자박자박―
이 저택은 참 넓어서, 장미정원으로 가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장미정원은 저택의 뒷편에 있다보니 저택 뒷편과 연결된 작은 뒷문으로 나오는 편이 조금 더 빨랐었죠.
그 정도야 이 저택에 오랜 시간 있던 메리엘에게 모를 일은 아닙니다.
뒷문의 문고리를 잡아 밀면,
문이 열리는 미약한 소음과 함께 눈 앞에 정원사의 손을 타 잘 정돈된 뒷뜰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맘때의 초목은 제멋대로 푸르러서,
5월의 바람에 또 제멋대로 나부꼈죠.
그 풍경이 보기 나쁘진 않네요.
머지않아 보이는 장미정원의 입구 앞에는 언제부턴가,
아치형의 지지대를 세워서 장미가 그를 따라 자라도록 했습니다.
누가봐도 장미정원의 입구임을 알 수 있도록요.
장미정원은 유리 온실로 되어 있어 정오와 같은 지금이 되면 따스한 햇빛이 투명한 유리를 통과해 들어옵니다.
몸이 약한 비올라가 감기에 걸릴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몸이 약한 사람은 약한 만큼 예민하다고 했던가요.
반쯤 열려있던 유리온실의 입구로 들어와 숨 막히게 피어 있는 장미와 장미 사이를 헤집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을 찾으려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새 기척을 눈치채고 한 마디 건네는 모습이 그 말을 증명합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면 장미정원의 중앙입니다.
평소에 장미정원의 중앙은 의자나 몸이 약한 비올라를 위한 담요라던가, 그런 게 있곤 했죠.
대개 있는 것은 작은 부피의 것들이라,
항상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비올라였지만…
오늘만큼은 크림색의 테이블보가 티파티 테이블에 구김없이 잘 펴져있는 모양새와,
고품질의 찻주전자와 찻잔, 디저트 따위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비올라의 필체로 적힌 쪽지의 내용은 괜히 적은 게 아니었나봐요.
(앉은 채로 장미향에 감싸여 혹시 열이 오르진 않는지 기색을 살피며) 아가씨, 어느 새 이런 장미가 피는 계절까지 왔는지. 시간 참 빨라요. 저택에 온 지 엊그제 같은데~
그러게. 우리 둘 다 아주 어릴 때 네가 이곳에 왔으니까... 벌써 10년이 훌쩍 넘게 지났네. 너를 처음 만나던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비올라는 곱게 부푼 식빵을 잘게 떼내어 메리엘에게 찾아왔던 새에게 건네듯 테이블 위 한 구석에 두었습니다.
콕콕콕, 식빵을 쪼아 먹는 새를 뒤로 하고,
비올라는 손수 자리에서 일어나 찻주전자를 듭니다.
차를 홀짝이면 사과잼의 사과 맛이라던가,
실론 특유 감귤류의 향과 맛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차도, 잼도, 무엇 하나 고품질의 것이 아닌 게 없으니 맛은 좋을 수밖에요.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의 햇빛이 유리온실의 창 근처를 멤돌아,
이 티파티 테이블에는 더위를 탔다면 더울 정도의 햇볕이 들어 옵니다.
햇볕향이 있다면 이 곳의 장미향과 어울려 제법 근사한 향을 내었을 것 같습니다.
약간 열어 둔 유리온실의 문으로 미미한 바람이 들어오고,
그 바람이 메리엘의 머리카락을 살랑였다는 감각이 들 그때.
쨍그랑!
소리의 원천은 당신의 앞, 비올라입니다.
비올라 몫의 찻잔이 보기 좋게 깨져서 정원 바닥을 뒹굴고 있군요.
비올라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입니다.
찻잔이 깨진 자리를 보는 비올라의 손이 미세하게 떨립니다.
(다행히 파편이 튀지 않아 상처는 나지 않았으나 피부가 미미하게 빨갛게 달아올랐다.) 순간적으로 손에 힘이 풀렸나 봐. 조금 이따 고용인을 불러서 치우라고 할게... 너를 놀라게 했네.
이래서야, 비올라는 찻잔도 없이 티파티를 하게 생겼어요.
비올라의 옆에서 몇 년을 지켜온 집사의 입장에서 이런 디테일을 챙기지 않을 수 없죠.
어디, 여유 찻잔이 있을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곱게 부푼 식빵에 약간의 스콘과 그에 곁들일 오렌지 마멀레이드,
사과잼, 하얀 생크림이 차곡차곡 올려진 스펀지 케이크와 여전히 실론티가 들어있는 찻주전자와….
아, 저 한 구석에 있는 찻잔이 있습니다.
저걸 사용하길 권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여전히 날은 너무 좋고,
정원 곳곳의 초목은 옅은 바람에 잔잔히 흔들립니다.
빈말로도 세다고는 할 수 없는 바람이지만 그렇게 잔잔한 채로 꽤 길게 바람이 불었다가, 어느 순간에 멈춥니다.
그제서야 바람을 타고 미미하게 날아드는 장미향이 멎습니다.
어느새 마차를 두는 곳이 코앞입니다.
마차 관리를 담당하는 고용인에게 비올라가 무어라 말하는가 싶더니,
고용인이 메리엘에게 비올라의 마차를 내어 줍니다.
어, 어라?
저택이 번화가와는 꽤 떨어진 편이라,
이 저택의 고용인이라면 누구든 저택에서 구비한 마차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감히 비올라의 마차 같은 걸 이용하지는 않는 게 보통일 텐데요?!
오늘따라 유독 상냥한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그저 오랫동안 옆을 지킨 집사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걸까요.
어느 쪽이든 썩 나쁜 기분은 아닙니다.
비올라의 호의를 받아 마차에 오르면,
과연 고용인이 쓰던 마차와는 내부의 분위기마저 다른 것 같습니다.
메리엘이 자리를 잡고 마차의 문을 닫으면,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창 너머로 비올라가 멀어지고,
몸을 돌려 저택으로 돌아가는 비올라가…
<관찰> 판정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우리 아가씨 상냥하고 곱기도 하시지...)
…어쩐지 꽤나 격한 기침을 하는 듯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티파티는 나름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했다고 생각했는데…
비올라에겐 부족했던 걸까요?
상냥하면서도 그리 몸이 약하니 걱정입니다.
그렇게 비올라도, 저택도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에 바깥을 보면,
맑은 하늘에 크림을 떠다놓은 듯한 구름이 몇 있습니다.
행선지는 미리 말해두었다 하니 도착하기 전까지 잠시 풍경을 보거나,
조금 전 받아두었던 접힌 종이를 확인하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즈 스트리트 분수대가 있는 곳에서 내려 세 블록, 더 올라가서 우측으로 한 블록. 와인색 외벽의 가게.
'비올라가 주문한 걸 찾으러 왔다'고 하면 물건을 내어줄 거야.
그리고 번화가에 어떤 게 있는지 전부 보고 와서, 전부 말해줄래?
(오늘따라 멀고 먼 번화가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유난히 날씨가 좋네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
【 1st Day, PM 03 : 48 】
덜컹―
종이를 확인하고 슬슬 번화가에 도착할 즈음이 아닐까, 싶으면 과연 마차가 서서히 멈춰 섭니다.
내려도 괜찮겠어요.
(분수대 관찰 가능한가요?)
분수대는 딱히 볼 만한 것은 없습니다!
종이에 적혀 있던 대로 머지 않은 곳에 분수대가 보입니다.
번화가라 그런가, 역시 오늘도 사람이 많네요.
분수대에 기대어 쉬는 사람부터 물줄기에 손을 대보려고 안달인 어린 아이에,
지팡이를 짚고 그 사이를 노련히 헤집는 노인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리에 색을 칠합니다.
딸랑―
메리엘은 비올라가 적어준 대로 따라 와인색 외벽의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간판에 '셀리나의 장신구점'이라고 박혀있었죠.
간판의 이름을 반영하듯 내부는 여느 장신구점에서 볼 법한 풍경입니다.
유리로 덮여진 진열대에 색색의 보석이 작거나 크게 박힌 반지나,
꽃모양으로 잘 세공된 브로치,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진주목걸이 따위가 죽 진열되어 있습니다.
꽤나 섬세한 솜씨네요.
…그 안쪽에는 어딘가 불성실한 태도의 주인이 있습니다.
유독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인 제법 큰 체구의 중년 여성입니다.
메리엘이 들어오는 걸 눈으로 흘금 보고도 인사도 하지 않습니다.
섬세한 장신구와는 꼭 반대의 사람입니다.
셀리나:무슨 볼 일 있나? 돈 없으면 안 받아.
거기에다 누가 봐도 속물스런 태도까지!
가게 주인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비올라가 받아오라 했던 건 받아와야겠죠.
말을 걸어봅시다!
셀리나:비올라 아가씨?
가게주인은 느릿느릿 주문서로 추정되는 문서더미에서 비올라, 비올라…. 하며 이름을 찾더니,
찾은 듯한 순간 내내 의자에 기대 누워 있다시피 했던 자세가 쫙 펴집니다.
눈이 커지고, 문서와 메리엘의 이름을 번갈아 보더니 꽤나 속물스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셀리나:...진작 말하시지 그러셨어요~
(안쪽으로 들어가며) 주문하신 건 제대로 준비해뒀습니다요. 이 셀리나의 솜씨를 믿고 거액을 지불하셨으니 이 정도는 당연지사죠. 게다가 추가금까지 얹어주신 만큼 특별히 더 신경썼답니다. (사탕발린 소리를 연달아 늘어놓는다.)
저 사람의 장신구와 같은 섬세함은 돈 앞에서만 한정되나 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갈색 포장지에 붉은색 리본을 정성스레 동여 맨 작은 상자를 들고 가게 주인이 나타납니다.
셀리나:오래 기다리셨죠~ (유리 진열대 위에 상자를 올려놓는다.)
이곳 진열대의 장신구만큼이나 섬세한 포장이군요.
역시 돈이 최고입니다.
셀리나:그래요, 그래요. 아주 잘 알고 계시는군요. (칭찬에 퍽 기분이 좋아진 듯 입술을 말아올려 웃는다.) 그분도 참 안목이 좋다니깐요.
셀리나:그건 주문하신 고객님께서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요~.
굉장히 친절하고 나긋한 톤으로 설명하는 이 사람은 가게에 들어온 아까 전의 사람과는 꼭 딴판입니다.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부모님께 선물이라도 하려는 걸까요?
이렇게 당신에게까지 비밀로 해서는…
나름 그래도 옆을 지켜온 세월이 몇 년인데,
조금 서운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니까요.
셀리나:안녕히 가세요~
딸랑― 문이 닫히는 소리를 뒤로 하고,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 딴판의 반응을 마지막으로 가게를 나옵니다.
한 손에는 갈색 포장지로 둘러싸인 상자를 들고 와인색 가게를 뒤로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비올라가 당신에게 부탁했던 일이 있었죠.
'그리고 번화가에 어떤 게 있는지 전부 보고 와서, 전부 말해줄래?'
…라고.
바깥을 통 돌아다니진 않는 당신의 작은 주인님이니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무래도 비올라의 고용인인지라 비올라의 생활반경과 비슷하게 지내다보니,
메리엘도 번화가에 나온 건 꽤 간만인 것 같죠.
요즘의 번화가는 어떨까요?
여기저기 살펴보도록 합시다.
온갖 화려한 드레스를 파는 옷가게, 알록달록 맛있는 디저트를 늘어놓은 베이커리, 꽃집, 과일가게, 카페...
온갖 가게들이 늘어서 있네요.
예전에 나왔을 때보다 더 많은 상점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에서는 듣기 좋은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는군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보니 리라를 뜯으며 노래하는 음유시인이 보입니다.
리라를 뜯으며 노래하는 목소리가 청명하게 울려퍼집니다.
음유시인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만 듣고 있자니,
메리엘과 같은 관객들 사이에서 ‘평안 기원제’라는 단어가 들리는군요.
평안 기원제…
그러고 보니 여름을 앞둔 이 시기에는 꼭 그런 걸 했던 것 같습니다.
여름은 더워서, 해가 작열하면 어린 아이나 노인은 픽픽 쓰러지곤 했죠.
그렇게 쓰러지지 않도록,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여름을 무사히 넘기고 건강하도록.
흥겨운 풍의 음악과, 누구든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로즈 스트리트를 따라 춤을 추고,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번화가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행사입니다.
굳이 끝에서 끝까지 춤을 출 필요는 없어서,
기원제의 마지막 즈음에 남은 사람은 평균적으로 처음의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과 끝까지 남은 사람들은 그 관계도 내내 평안하리라―
정도의 미신이 있는 행사입니다.
더불어 길의 가장자리에는 원래 있던 가게를 비롯해 그 시기만을 노린 노점상들은 또 얼마나 많고요!
그 노점상 중에 꽤 괜찮은 곳은 이미 아는 사람 사이에선 다 알려져 있습니다.
생긴 지는 이제 겨우 십 년 남짓 되지만 꽤 괜찮은 행사죠.
사람1: 평안기원제가 벌써 내일이라지?
사람2: 그래그래. 뭘 입을지 준비는 해 뒀어?
사람1: 그럼, 물론이지.
……그런데 그 행사가 마침 내일이라고 하네요.
벌써 그렇게 됐나?
체리나 한 가득 사가야겠다. (과일가게로 걸음을 옮깁니다)
과일가게로 걸음을 옮기니, 가판대에 온갖 신선해 보이는 과일들이 가득 늘어서 있습니다.
주인: 어서오세요~ 뭘 드릴깝쇼?
주인: 우리 가게가 과일 품질 하나는 끝내주지! 달콤한 체리들로 가득 담아드리겠수다. (체리를 한 바가지로 담아 건네주며) 파이는 평안기원제 기념으로 만들어 드시려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이번 평안기원제에는 피레타 연극단이 온다고 하던데.
피레타 연극단? 그게 뭐죠?
한 번 물어볼까요?
주인:아유, 처음 들어봤어요? 최근 이 번화가의 완~전 뜨거운 감자인데! (돈을 받으며) 연기가 워낙 실제같아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정말 사랑을 하는 것 같고,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은 진짜 복수를 하는 것 같다고 명성이 자자합디다. 어디서 이런 실력자들만 모은 건지! 피레타 연극단이 올 때는 다른 연극단들은 발도 못 붙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니까요. 마침 그 연극단이 내일 평안기원제를 맞이해서 온다지 않습니까! 이번 연극내용은 새드엔딩이래요. 장르는 로맨스 같다는데, 정확하진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평안기원제가 시작할 시간에 딱 맞춰 끝나도록, 늦은 오후에 시작한대요.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피레타 연극단의 또 남다른 점이 이거죠~ 연극을 하는 날짜와 시간만 알려주고, 정확히 어디에서 하는지, 표를 어디서 파는지는 알려주질 않아요! 아마 표를 사재기하려는 사람들이나 있으신 분들이 자리 뺏는 걸 막으려고 그러는 거겠지요. 모두가 동등하게 연극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의라나? 아무리 보고 싶어도 운이 좋아야 하는 거죠. 어차피 전 장사하느라 보러 가지도 못하겠지만서도요.
주인:하나도 몰랐다니 꽤나 바쁜 삶을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요. 주인이 일을 웬만치 많이 시키는 게 아닌가봐요? 그래요, 그래요. 연극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으실 수 있다면 좋겠네요!
메리엘은 꽃집으로 향합니다.
수국이며 국화, 장미, 안개꽃, 히스꽃 등 화려한 꽃들이 제 색을 뽐내고 있네요.
주인:어떤 꽃들을 드릴까?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주인:알겠습니다~ 바로 만들어 드릴게요, 거기 예쁜 꽃들 구경하시면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메리엘이 말한 대로 꽃들을 골라서 솜씨 좋게 묶어 포장한다.) 누구에게 선물해 드리려고~?
주인:아이고, 그 카지안 가문에서 일하신단 말이야? (깜짝 놀라 되묻는다.) 대단한 가문인 만큼 바쁠 것 같은데, 아가씨에게 깜짝 선물까지 해드린다니 사이가 많이 좋은가 봐요. 보통 그러기 쉽지 않은데. 알겠습니다, 최대한 신경써서 곱게 만들어 드릴게요. (잠시간의 간극 사이, 연보라색 포장지에 감긴 푸른 수국과 국화, 안개꽃 다발을 당신에게 내민다.) 다 됐습니다!
번화가를 돌아다니고 물건을 사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나 있습니다.
마차는 아까 처음 왔던 로즈 스트리트의 분수대 앞에 그대로 있습니다.
마차를 이끄는 사람은… 졸고 있네요!
그럴 만도 하죠, 꽤 오래 걸렸으니까요.
마부를 깨워서 저택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덜컹, 덜컹―
메리엘이 마차를 이끄는 사람을 깨우고, 마차에 타면 이내 마차는 천천히 가속합니다.
비올라의 마차는 승차감이 좋지만,
그래도 미약하게 흔들리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죠.
꽤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서 그런가,
등받이에 풀썩, 소리가 나게 기대면 이제사 여태 번화가를 돌아다닌 피로가 느껴져요.
바깥으로 마차의 속도에 따라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보면,
꼭 저녁의 나른함도 온 몸을 감싸는 기분입니다.
돌아가면 비올라에게 무엇이 든지 모를 상자를 줘야죠.
번화가에서 듣고 본 이야기도 해줘야 하고……
그리고…… 또……….
【 1st Day, PM 07 : 12 】
마부: 도착했습니다.
마부의 덤덤한 한 마디에 퍼뜩 정신이 깹니다.
어느 틈에 살짝 졸았나 보네요.
주변을 돌아보면 아직 해가 저물진 않았습니다.
곧 있으면 지려나요?
번화가에서부터 시간은 꽤 오래 보냈던 것 같은데,
여름이 가까워져서인지 해도 늦게 지네요.
마차에서 내려 저택으로 걸어 갑니다.
저택엔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요.
끼이익― 저택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용인들은 저녁준비로 한창 바쁩니다.
비올라는 어디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누군가 뒤에서 접시를 품에 한가득 들고는 당신을 부릅니다.
지나가던 고용인: 너! 작은 주인님 전속으로 일하는 애 맞지?
지나가던 고용인: 작은 주인님이 너 바깥에 나갔다고, 돌아오면 서재에서 기다릴 테니 오라고 하셨어. 아휴, 바쁘다, 바빠! (제 말만 남긴 채 쌩하니 사라진다.)
비올라가 지나가는 고용인을 아무나 붙잡고 부탁했던 모양입니다.
서재는 분명 1층이었죠.
메리엘이 서재로 발걸음을 옮기면,
죄 저녁을 준비하느라 식당으로 인원이 몰려 이곳만은 적막이 감돕니다.
굳게 닫힌 문.
방해하지 말라는 듯한 표시 같지만, 당신은 비올라에게 용건이 있으니까요.
노크 정도는 해볼까요?
똑똑.
메리엘이 가볍게 노크를 해도 들려오는 반응은 없습니다.
서재에서 하던 일에 꽤나 집중한 걸까요.
끼이익―
목재로 정교하게 세공된 문이 열릴 때만큼은 본래 목재의 낡은 소음을 냅니다.
이어서 문을 닫으면 마찬가지의 소음이 귓전을 울리죠.
그렇게 들어간 서재 안에서는….
… …
메리엘은 잠시 할 말을 잃습니다.
한 벽면이 전부 창문이라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서재의 구조는,
조금이라도 추우면 몸이 아픈 비올라를 위해 갈아엎은 결과물이란 건 분명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꼭 오늘 처음 알게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투명한 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오렌지빛의 햇살이란,
보는 사람의 눈이 다 아릴 정도로 눈부십니다.
오렌지빛 햇살을 그대로 머금은 채로 푹신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그대로,
눈을 감고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은 비올라.
그 앞의 탁상에 규칙성없이 올려진 두꺼운 서적.
기이하리만치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
……짧은 시간 강렬하게 타오르다시피 했던 오렌지빛 햇살은 이내 가라앉고,
그 정적인 풍경 속에서 비올라가 머금은 빛만이 천천히 색을 달리합니다.
푸르게 내려 앉는 어스름.
하지만 메리엘이 할 말을 잃은 이유는,
조금 전의 그 풍경이 눈이 부셔서 따위는 아닙니다.
사실, 이 풍경이……
<지능> 판정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이 아스라한 풍경이 마치 아가씨를 황혼으로 데려갈 듯 창백하게 물들기 시작한다. 아직은, 아직은 아닌데. 황금빛으로 찬란하던 세상에서 색을 빼앗기는 것 같아 조금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다가가며) 아가씨...?
…모르겠습니다. 이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
착각이라고 믿고 싶어질 만큼 간절하고 절박해지는……
기묘한 감각에 메리엘, SANC (1/1D3)
| 기준치: | 45/22/9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대실패 |
(세상에)
1d3 굴려주세요... 메리엘....
rolling 1d3
(
)
3
3
이성 3 감소
비올라가 장미정원을 헤매는 당신을 불렀을 때와 같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그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이 천천히 깨집니다.
비올라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로 눈을 깜빡이고,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한참 말이 없습니다.
…곧 비스듬히 기댄 자세를 바르게 하더니,
마른 세수를 한 번 하고는 당신을 온전히 마주합니다.
물건도 잘 가져온 것 같고, ...주변도 많이 둘러보고 왔어? 고생 많았겠다.
비올라의 목소리에 순간 할 말을 잃었던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좀 전의 것은 착각이었나요.
그래요, 이렇게 멀쩡하게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에게 말하는데.
왜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까요.
괜한 불안감이겠죠? 지는 해에 홀렸던 걸지도 몰라요.
그래요, 생각해보니 조금 전에 저택에 왔을 때도 다들 저녁준비로 분주했죠.
비올라가 규칙성없이 쌓아둔 서적을 난감해하더니,
이내 소파를 벗어나 메리엘의 앞으로 다가옵니다.
본래 목재의 낡은 소음이 귓전을 울립니다.
…메리엘도 슬슬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죠.
(서적 관찰할 수 있을까요?)
정리하는 서적들은 죄다 《 고대의 의식 》,《 의식의 성립요건 》,《 기이한 사건 모음집 》,《 주술의 이해 》
……따위의 꽤 음산하고, 왜 골랐는지 모를 서적들입니다.
메리엘은 책장을 넘기며 내용을 살펴보았지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주문같은 말들의 연속뿐입니다.
책 이곳저곳에 밑줄 표시가 그어져 있네요.
중간중간 알아볼 수 없이 흘려쓴 메모도 적혀 있습니다.
무언가 꼭 찾고자 하는 내용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메리엘, <행운> 판정 해주세요. 어려운 성공 이상을 요구합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와잣)
복잡한 책들의 내용을 대충 훑어내려가던 그 때,
한 책장의 귀퉁이에 작게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 '...주문을 건 매개체에 술자와 대상이 동시에 입을 대는 특수한 경우 예외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군요.
책이 워낙 두꺼운지라 발견하지 못한 건지, 찾지 못한 건지 아무런 표시도 되어있지 않네요.
비올라는 왜 이런 책을 읽고 있던 걸까요?
이해할 수 없는 비올라.
메리엘, SANC. (0/1)
| 기준치: | 42/21/8 |
| 굴림: | 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하하, 여차하면 내가 몸 던지지 뭐. 이내 괜찮아지며)
이성 감소 없음
이제 볼 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군요.
【 1st Day, PM 09 : 43 】
모두 저녁식사를 끝낼 즈음이 되면 식당은 설거짓거리를 처리하는 움직임으로 바빠지다가,
식당이나 저택 어디를 가릴 것 없이 고요해집니다.
저벅저벅― 적막이 내려앉은 저택을 당신의 발소리가 메웁니다.
당신은 비올라의 방에 볼일이 있으니까요.
이 상자도, 얘기도. 전부 전해주기로 했으니까.
비올라의 방 앞에 서서 가볍게 문을 두드리면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들려옵니다.
…서재에서의 고요함은 잊힐 정도로, 나긋하지만 분명합니다.
비올라는 침대 헤드에 기대 앉아 당신을 봅니다.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 꽤 편한 옷차림이네요.
목소리도 그렇고, 당신의 작은 주인님의 약한 몸은 한계를 맞이했나봐요.
평소에 열지도 않는 티파티를 연다느니,
일부러 당신을 신경써서 마차가 있는 곳까지 바래다 준다느니.
메리엘에겐 무리가 없을 일들이지만 당신의 비올라는 조금 다르겠죠.
오늘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해볼까요.
비올라가 침대에 눕고, 언젠가 잠이 깰 때와 같이 눈을 깜빡입니다, 만…
...네 건강이 내게도 옮으면, 내일 번화가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허황된 소리를 하며 웃는다.)
농담같은 소리를 덧붙이고 비올라는 미약하게 웃습니다.
졸려서 어리광을 피우는 걸까요.
평소엔 그러지도 않던 사람이….
새근새근.
미약한 웃음은 미약한 숨소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잠들 때까지 있어달라고 했었죠.
슬슬 나가도 되련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숨을 들이키고 내뱉는 소리와,
이따금 창문을 울리는 조금 강한 바람 소리만이 이 방을 채우고,
커튼이 채 가리지 못한 달빛이 연푸르게 비올라 주위에서 일렁입니다.
기이하리만치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
메리엘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곧 서재에서 느꼈던 기묘하고, 하나로 단언할 수 없는 감각이 떠올랐기 때문이겠죠.
여전히 비올라의 숨소리는 꺼지지 않는데도,
왜 그런 이상한 예감이 밀려오는지…
그래요.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들어가도록 해요.
메리엘은 비올라를 뒤로 하고 방을 나옵니다.
메리엘이 잠자리에 들면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내립니다.
【 2nd Day, AM 07 : 26 】
바깥부터 들리는 꽤 분주한 발걸음, 소음, 바깥에서부터 들리는 미약한 새소리…
아, 아침입니다. 그것도 꽤 이른 아침이요.
어제… 비올라의 방을 들렸다가, 그대로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엎어졌었죠.
머리맡에 폭신한 감촉이 느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아요.
<건강> 판정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54 |
| 판정결과: | 실패 |
흐어억, 팔이야, 다리야...... 어제 뭐 무리했나...?(뻐근한 몸에 괴이한 소리를 뚝뚝 흘리다 일어난다)
…오늘도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몸상태입니다.
오늘도 적당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네요.
어쨌든, 오늘 하루도 기지개라도 피면서 시작해보자고요!
비올라는 일어났을까요?
바깥이 분주한 걸 보면 곧 아침식사를 할 때가 되었을 거예요.
한 번쯤 방문을 두드려봐도 좋을 것 같아요.
똑똑.
끼이익―
비올라의 방문을 두드리면 들어오라는 말 대신 안 쪽의 누군가가 방문을 열어줍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비올라네요.
비올라?
어쩐지 어색하군요.
그도 그럴게, 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비올라는 이렇게 나서서 문을 열어주기보다는 어제처럼 들어오라고 말을 건네는 편이었으니까요.
몸이 약하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게다가 오늘따라 어딘가… 묘하게 들떠보이지 않나요?
곧 그 의문이 사실이라는 듯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리 와 볼래, 메리엘? (옅은 아침 햇살을 등지고 있다가,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젖힌다.)
촤아악―
경쾌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걷힌 커튼,
달칵, 잠금쇠로 고정되어 있던 창문이 열리는 소리.
열리는 창문 틈새로 아침 특유의 선선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연보랏빛 머리칼이 바람의 흐름을 따라 어깨에서 찰랑입니다.
숲을 담은 녹색 눈은 창 너머의 바깥을 보는 듯 합니다.
(심리학 굴려봐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 기준치: | 10/5/2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음~ 역시 잘 모르겠다! 신나서 뛰어나갑니다)
비올라는 원체 거짓말을 잘 못하는 편이었죠.
숲색 눈은 순수한 설레임으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래요, 평안기원제라느니, 연극단이라느니 온갖 볼거리는 오늘 다 몰리고,
비올라는 몸상태가 좋고, 날은 맑고.
무엇이 부족해서 나가지 못하겠어요?
이렇게 모든 조건이 잘 맞는 걸 보면 오늘은 특별한 날일지도요.
너무 신난 탓에 아침이 어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준비를 마치고 마차 앞으로 향하면,
비올라는 평소 집에서 보던 편한 옷차림의 모습이 아닙니다.
오랜만에 하는 바깥 외출이라고 힘을 준 건지,
제비꽃 무늬가 새겨진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화려한 차림새네요.
비올라의 외모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장미향과 어우러지는 햇살 아래 서 있는 지금만큼은 무척이나 반짝여 보여요.
…그렇게 감상에 젖어있으면 그 새 눈 앞에는 어제도 탔던 비올라의 마차가 있습니다.
둘이 마차 안에 자리를 잡고 마차의 문을 닫으면,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어제와 같습니다.
서서히 창 너머로 저택이 멀어집니다.
그렇게 저택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에 바깥을 보면 풍경은 여전히 맑습니다.
비가 온다거나, 하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을 만큼 맑아요.
비올라는 바깥의 풍경을 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덜컹― 마차의 바퀴에 무엇인가 걸려 짧게 나는 단말마와 함께…
<관찰> 판정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2 |
| 판정결과: | 실패 |
(어쩌지 아가씨는 못보게 해야만)
아가씨, 괜찮으세요?
투명한 창가에 비친 비올라의 모습이 창가의 풍경에 집중하고 있단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조용히 밖을 바라보다, 한 박자 늦게 반응하네요.
마차는 잠시 멈췄지만 다시 나아갑니다.
【 2nd Day, PM 11 : 48 】
덜컹―
얼마나 지났을까요?
슬슬 번화가에 도착할 즈음이 아닐까, 싶으면 과연 마차가 서서히 멈춰 섭니다.
내려도 괜찮겠어요.
어제와 같은 분수대가 보이는 곳입니다.
조금만 둘러봐도 번화가의 공기는 어제보다 들떠보이고,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 혼잡한 느낌이 물씬합니다.
어제 본 옷가게, 카페, 베이커리, 꽃집, 과일 가게에...
일찍이 장사를 시작한 노점상들도 보이는군요.
인파가 혼잡하니 비올라를 놓치지 않게 조심해야겠어요.
드레스, 수트, 블라우스, 치마...
휘황찬란한 옷감들로 만들어진 빛나는 옷들이 당신들을 반깁니다.
옷가게 주인: 이 아가씨가 입어보실 건가요? 아주 잘 어울리겠네요! 지금 바로 꺼내드릴 테니 드레스룸에서 어서 갈아입어 보세요! (옷을 꺼내 비올라의 품에 안겨준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는 쭈뼛쭈뼛 문을 연다.)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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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꼬치, 떡꼬치, 염통꼬치 등 온갖 꼬치에 설탕을 묻힌 과일 사탕, 와플 등 길거리 음식들이 가득 늘어서 있네요.
메리엘은 무엇을 먹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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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리를 휘젓고 돌아다니기를 한참.
메리엘과 비올라는 길거리 음식으로 가득 배를 채우고, 여러 상점에도 들려 물건도 잔뜩 샀습니다.
【 2nd Day, PM 4 : 39 】
얼마나 번화가를 돌아다녔을까요?
꽤 느지막한 오후로 내내 부드럽게 내리쬐던 햇볕이 조금은 덜해질 시간입니다.
…그리고, 저기 붉은 벽돌 외벽의 건물 앞에서 로즈 스트리트가 떠나가라 소리치는 사람은...
피레타 연극단의 단원인가요?
단원: 자자, 줄 서세요 줄! 피레타 연극단의 놓칠 수 없는 오늘의 공연~
입장권 판매 진행중입니다~ 한 사람씩 차례로!
메리엘, <행운> 판정!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흐아악 좋다 해냈습니다 아가씨!)
이제 막 입장권을 팔기 시작한 건지, 단원이 가리키는 줄에는 사람들이 막 모여드는 참입니다.
연극을 볼 예정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타이밍!
둘이 줄로 다가가 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입장권을 구매합니다.
입장권 값의 걱정은 없어요.
그야, 비올라의 재력은 상당하잖아요?
……그나저나, 입장권에 새겨진 좌석이 바로 앞자리예요!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군요.
짝짝짝짝짝―
자리에 앉아 간단한 간식거리를 먹다 보면,
주변의 박수소리와 함께 반쯤은 환했던 조명이 꺼집니다.
시작하려나 봐요.
꼬끼오―!
누군가의 성대모사일지 꽤 사실스러운 닭 울음소리가 무대를 메우고 사그라들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조명이 환해집니다.
무대는 평화로운 농가.
작은 농가에서 주황색의 머리칼을 하나로 올려 묶은 소녀가 나와서 기지개를 폅니다.
꽤나 성실해보이는 소녀의 이름은 레일리.
꽤 귀엽고, 호감이 가는 인상입니다.
그 인상대로 레일리는 마을사람들에게서 평판이 좋은 편입니다.
마을사람A: 레일리, 이걸 옆 집 아저씨에게 가져다주지 않겠니?
마을사람B: 아냐 레일리! 우리집 밭일 좀 도와줘.
마을사람C: 다들 그러지 말어, 애가 곤란해하잖아. …우리집에서 딸기잼 만드는 걸 도와주는 건 어때?
그건 바로 레일리가 호감가는 인상만큼이나 어떤 일이든 척척척! 해내기 때문이었죠.
마을 사람들은 곡식이나 합당한 만큼의 돈을 주며 레일리를 데려가려고 안달입니다.
그렇게 난처한 가운데,
레일리가 마을 사람들의 제안 사이에서 갈등하다 무언가를 '선택'하는 장면은 꽤 과장되어 있단 느낌이 들도록 연출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일리는 마을 촌장의 부탁을 받습니다.
마을 촌장: 레일리, 네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일을 잘하니 이번에 우리 마을에 온다는 부잣집 도련님을 돌봐주는 건 어떻겠니?
삯은 넉넉하게 챙겨준다고 하더구나.
소위 말하는 있으신 분에 해당하는 자제분이 이 마을에 온다지 뭐예요?
그런데 이상하죠.
그 잘났다는 집에서 이 시골에 데려올 고용인 하나 없었는지,
마을 촌장에게 이곳의 사람 한 명은 삼 년은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주며 괜찮은 사람을 소개시켜달라고 했답니다!
일단 그 삼 년치가 선금이고, 월급은 또 따로 주겠다네요!
이게 무슨 일이람?
그 행운의 주인공이 레일리가 된 거예요!
레일리는 여태 여러 고민들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했던 것과 달리,
말을 듣고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해버립니다.
그렇게 당장 일주일 뒤부터 시작된 도련님 모시기!
조명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면 으리으리한 저택의 내부입니다.
도련님은 이 시골에서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외진 곳의 큰 저택을 리모델링해 그곳에서 지냅니다.
무대를 등지고 있어 제법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도련님은 노크소리에 무대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척봐도 유약해보이는 인상, 예민해보이는 다크서클, 창백한 피부…
레일리가 친절히 몇 마디 붙여본 끝에 돌아오는 건 도련님이란 작자의 이름 뿐입니다.
에스칼 D. 라폰드네…라는데 그냥 에스칼이라고 부르라네요.
그러고는 또 말이 없습니다.
……저, 저 싹퉁바가지 없는 것을 봤나!
레일리가 여태 마을에서 좋은 평판을 갖고 일할 수 있었던 건,
일처리가 확실하기도 해서였지만 어느 정도는 사람과 잘 어울리는 활달하고 털털한 성격에,
적당히 화도 낼 줄 알았던 게 그 이유일 거예요.
레일리는 과장되게 발소리를 내며 에스칼에게 다가가더니, 머리를 한 대 쥐어박습니다.
에스칼은 당황한 듯이 레일리를 보고,
레일리는 에스칼을 보고 당당하게 양 팔로 제 옆구리를 짚고.
그게 둘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런 나레이션이 깔리고 조명이 꺼집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어쩌면 진부하고, 어쩌면 운명적으로.
둘은 친해집니다.
제가 돈 받은 몫 이상을 오기로 해내는 레일리와,
그런 레일리를 부담스러워하는 에스칼은,
좋든 싫든 긴 시간 붙어있을 수밖엔 없었으니까요.
저택은 마을 외곽에 있고,
그 큰 저택에 사는 건 에스칼과 레일리 뿐인 걸요?
그렇게 성실한 레일리는 기어코 거대한 저택 앞이 휑하다며 작은 장미정원을 가꿉니다.
에스칼과 어지간히 친해졌을 때였죠.
그 즈음부터 에스칼이 레일리를 유독 다정히 대하고,
누구는 두 손을 모아 입을 가리고 지켜볼 만한,
진부하고 뻔하고 전형적인 로맨스 연출이 몇 장면 이어집니다.
레일리:... ... 에스칼!
하지만 처음 봤던 유약한 인상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에스칼은 실제로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없는 병에 걸려있었고,
병세는 나날이 악화되었죠.
이렇게 레일리가 에스칼의 이름을 대놓고 부른 날은,
에스칼이 강도 높은 기침과 함께 쓰러진 날입니다.
다급히 불리는 이름과 함께 암전.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에스칼:레일리, 나는 아마 오늘을 넘기지 못할 거야.
네 일도 오늘 밤으로 끝이겠지. 그러니까, 챙길 걸 챙겨서 떠나.
이제 너는 자유야, 레일리.
어느덧 조명이 들어오고 바뀐 세트장은,
밤하늘의 배경에 하얀 별이 섬세하게 총총 박혀 있어 꽤 정교합니다.
장미정원을 이루는 장미모형또한 그 모양새가 세련된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카지안 저택의 장미정원만은 아니어도,
이런 모형으로 장미정원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신기하네요.
레일리와 에스칼은 그곳에 언젠가 레일리가 설치해 둔 2인용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에스칼은 여태 털어놓지 않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고,
레일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게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냐며 웃습니다.
약간의 훌쩍임은 레일리의 것이겠죠.
한 손으로는 붉게 물들어가는 눈가를 닦고 한 손으로는 에스칼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 깍지낍니다.
또 다시 정적.
이 얼마나 잊기 힘든 풍경인가요,
밤하늘의 별과 달은 하얗게 두 사람을 비추고,
장미는 만개해 두 사람 사이를 그 특유의 향으로 메웁니다.
레일리:그래요, 그날 밤.
그날 밤은 제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레일리의 방백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레일리에게 잠시 집중되고,
이어 에스칼이 입을 열면 스포트라이트는 에스칼에게 향합니다.
에스칼:마지막 부탁이 있어, 레일리.
내가 죽으면…… 네가 가꿨던 이 장미정원에 묻어줄래?
그 질문이 극장 내부를 잔잔히 울리고도 레일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도맡을 때에도,
도련님을 처음 맡겠다고 했을 때에도,
과장된 모양새로 연출되었던 '선택'의 순간은 지금에서는 그 선택, 본연의 모습으로 연출됩니다.
잔잔하고도 조용하게.
레일리:... ... 좋아요.
그 말뿐이었습니다.
그 뒤 에스칼과 레일리는 맞잡은 손을 견고히 하고 서로를 눈에 담으려는 듯 마주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잠이 몰려와 조는 레일리를 에스칼은 누구보다도 다정하게, 제 어깨에 기대도록 합니다.
무심한 듯 다정하게 시선은 하늘 어딘가를 올려다보듯 앞을 보면서,
맞잡지 않은 손으로 레일리의 눈을 감겨주듯 부드럽게 눈가를 쓸어내립니다.
에스칼:잘 자. 좋은 꿈 꿔.
그리고 무대는 천천히 암전됩니다.
암전되고 조명이 다시 돌아오는 그 사이에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쩌면 끝이 뻔한 이야기는 오히려 뻔해서 사람의 눈물을 자극하곤 하죠.
……다시 조명이 켜지고,
환해진 무대에는 익숙한 장미 모형에 익숙하지 않고 어설픈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 앞에서 가만히 서있는 레일리.
누가 말하지 않아도 에스칼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는 명백합니다.
마을사람A: 레일리― 짐 다 챙겼니?
레일리:네, 가요.
누군가가 레일리의 저택 생활 청산을 도우러 온 것일지 무대 밖에서 들리는 소리.
레일리는 대충 대답하고는 그 쪽으로 다가섭니다.
중간쯤 가다 뒤돌아보는 장미정원에는 장미만이 만개해 있습니다.
한 때 레일리가 사랑했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장미와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행복하겠죠.
레일리는 부탁을 들어줬고, 그는 추억의 잔재속에 소원대로 묻혔는걸요.
이 저택도, 이 장미정원도.
레일리가 발걸음하지 않는다면 이젠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곳이 될 겁니다.
이 저택은, 이 이야기는 이걸로 묻힐까요?
글쎄요, 기억해줄 당신만 있다면 이 이야기는 영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짝짝짝짝짝―
연극이 시작할 때와 비슷하지만, 더 큰 박수소리가 극장 내부를 메웁니다.
일부는 감동받은 듯 기립박수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연극에서 봤던 익숙한 레일리와 에스칼,
그 외 조연들이 무대에 나란히 서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과연, 피레타 연극단의 명성은 괜히 자자한 것이 아니었군요.
괜찮은 연출에, 괜찮은 배우, 괜찮은 소품으로 이루어진 잘 짜인 연극입니다.
메리엘, 감상은 어떤가요?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비올라도 연극이 꽤 만족스러웠던 건지 어째……
사람들이 슬슬 빠져나가는 지금도 어떤 생각에 골몰해있는 눈치네요.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곤) 아, 이제 거의 다 나간 것 같아. 우리도 나갈까?
【 2nd Day, PM 6 : 34 】
비올라와 메리엘이 바깥으로 나오면,
어쩐지, 조금 전보다도 분위기가 업된 것 같지 않나요?
평소 같으면 다들 저녁 준비에 한창일 때라 꽤나 한산해질 시간의 거리가 한낮과 같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펑―!
그렇지만 역시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얼마간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폭죽소리가 평안기원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으니까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늘을 수놓는 붉은 색의 폭죽이 있습니다.
로즈 스트리트, 라는 이름답게 장미모양이에요.
펑, 펑― 폭죽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같은 색의 붉은 장미가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별들과 함께 하늘을 장식합니다.
저택의 붉은 장미와 비교하면 향도 없고, 모양도 금세 흐트러지는 것이지만,
한 순간 눈에 담기에는 부족함없는 광경이군요.
…폭죽은 짧습니다. 어디까지나 평안기원제의 시작을 알리기 위함이니까요.
원칙대로라면 로즈 스트리트의 시작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평안기원제는 순수한 즐거움과 다가올 여름의 안녕이 목적이니까요.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들뜬 발걸음으로 앞으로, 앞으로 걸어갑니다.
어린 아이는 부모로 보이는 어른의 손을 맞잡고,
손녀의 부축을 받아 발걸음을 옮기는 할머니가,
연인으로 보이는 둘은 깍지낀 손을 놓을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각자가 아끼는 사람에게 한 마디씩 건네는 소리는 거리 전체를 메워서, 소음마저도 혼잡합니다.
그 광경이 꽤나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따스했나요.
잠시 정신을 어딘가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
다정하게 울리는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이 있겠죠.
작은 주인님은 설레임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정말이지, 이럴 때는 바깥에 잘 나오지 않았던 게 티가 난다니까요.
그 약한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난 걸지……
<지능> 판정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6 |
| 판정결과: | 실패 |
(후후 활기찬 모습에 그저 웃습니다, 흡족하군요)
……그러고 보니, 오늘 꽤 오랜 시간 돌아다녔습니다.
정오가 채 되기 전에 번화가에 도착해서 하루종일 구경하다가,
또 연극을 보고, 또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걷고 있잖아요?
아, 자각하는 동시에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기분입니다.
| 기준치: | 10/5/2 |
| 굴림: | 31 |
| 판정결과: | 실패 |
(음 아니군. 다시 한 번...!)
| 기준치: | 10/5/2 |
| 굴림: | 28 |
| 판정결과: | 실패 |
(하하! 음악에 맞춰 걷는 아가씨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갑니다. )
비올라의 말대로 비올라는 오늘 상당히 상태가 좋아 보입니다.
메리엘과 비올라는 음악을 따라, 사람들 사이에 섞여 로즈 스트리트를 걸어갑니다.
오늘 연극, 재밌었지?
물줄기가 낙하하는 소리가 비올라가 건넨 질문 사이를 메웁니다.
계속해서 걸어 도달한 이곳은 로즈 스트리트 분수대의 바로 앞이네요.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익숙한 이곳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그러고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서 가만히 손을 내밉니다.
저녁바람이 당신과 작은 주인님의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사람의 소음과 분수대의 소리 사이를 비올라가 비집는 것만 같습니다.
그제서야 경쾌한 톤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색이 귓가에 맺힙니다.
(극장으로 들어가기 전 장난스레 했던 것처럼, 그러나 이번에는 정중하게 원피스 자락을 잡고 살짝 다리를 접었다 일어났다.) 메리엘, 나와 춤추지 않을래?
아, 그제서야 주변의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경쾌한 톤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색은 한 무리의 떠돌이 악단의 것으로,
그들은 로즈 스트리트의 분수대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여태 메리엘과 비올라의 곁에서 함께 걷던 사람들도 그 음색에 정신이 팔려,
분수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둥글게.
함께 온 사람과 춤을 추고 있네요.
스탭이 엉성해도, 한 바퀴 돌다가 넘어질 뻔 한 걸 잡아도, 누군가는 제 연인의 허리를 잡고 빙글 돌아도…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그저 즐거운 듯이.
이 틈에 끼어든다면 메리엘나 비올라가 춤에 익숙하지 않다 해도 상관이야 없겠죠.
즐겁기만 하면 될 테니까요.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음악에 맞춰 돌다 보면 처음에는 삐걱거렸던 몸도 점차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요.
비올라가 눈을 맞춰 옵니다.
여전히 주변을 메우는 음색에 맞춰 움직이는 발과 발 사이로,
그 움직임에 흔들리는 머리칼 사이로……
비올라는 눈꼬리를 미세히 휘고,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즐겁다거나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표정.
그 사이 해가 집니다.
순간 비올라가 발을 멈춥니다.
분수대를 둘러싸며 춤을 추던 사람들이 멈칫하는 듯 싶다가도,
이내 자연스레 비올라와 메리엘을 피해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옮겨갑니다.
문득 작은 주인님과 시선을 맞춰 가만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경쾌한 음악소리도 흐려진다는 생각은 착각일까요.
<심리학> 판정 가능합니다.
| 기준치: | 10/5/2 |
| 굴림: | 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언가 해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 아가씨의 얼굴을 빤히 본다)
여전히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
복잡한 혼란, 어쩌면 절박함, 동시에 초연함...
가볍게 불어오는 저녁바람은 발걸음을 옮길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비올라를 스칩니다.
묘한 기시감.
메리엘은 잠시 할 말을 잃습니다.
문득 지는 해와 함께 비올라를 물들이는 오렌지빛의 햇살이란.
보는 사람의 눈이 다 아릴 정도로 눈부십니다.
…하지만 메리엘이 할 말을 잃은 이유는 그 풍경이 눈이 부셔서따위는 아닙니다.
오렌지빛 햇살을 그대로 머금은 채로 비올라는 시선을 돌립니다.
곁의 소음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
따라서 기이하리만치 정적이고 고요한 풍경.
…그 틈에서, 비올라는 당신과 춤을 추려 맞잡고 있던 손을 놓습니다.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은 그렇게 단순한 손짓으로도 쉽게 깨져버립니다.
비올라는 이내 미련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말합니다.
분명 그런 표정에 그런 말일 뿐일 텐데… 왜일까요?
어제 느꼈던 비올라가 영원히 눈을 감은 듯한 착각.
오늘은 더 놓을 미련은 없다고 말하는 듯한 비올라.
그 모든 것이 눈을 감고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았던 비올라와 겹치는 것은……
메리엘, SANC (1/1D3)
| 기준치: | 42/21/8 |
| 굴림: | 98 |
| 판정결과: | 대실패 |
rolling 1d3
(
)
1
1
이성 1 감소
(희망차게 웃는다!!!!)
그래요, 벌써 밤이 깊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사람처럼 번화가를 둘러보고,
연극을 보고, 평안기원제의 행렬을 따라 걷고,
…경쾌한 음악소리와 섞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춤을 췄죠.
슬슬 돌아갈 때도 되었어요.
메리엘과 비올라는 분수대 근처 사람이 없는 쪽에 세워져 있던 마차에 올라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규칙적인 소음을 내며 저택을 향합니다.
창 밖으로는 어슴푸레 빛나는 달과 곳곳에 박힌 별만이 간혹 풍경을 메웁니다.
밤이라 부쩍 서늘해진 바람소리도 창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비올라는 마차에 올라 타서는 꽤나 피곤했던지 꾸벅꾸벅 조는가 싶더니,
잠에 빠져든 지가 꽤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가볍게 기댄지도 꽤 되었고요.
피곤하다면 따라 함께 자는 것도 좋겠네요.
평화롭네요.
이대로 돌아가면…… 내일은 또 당신과………
마부: 도착했습니다.
깜박 잠에 든 사이,
마차는 착실하게 달려 어느덧 저택 앞에 도착했습니다.
꽤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저택의 불이 켜져있는 건,
이 저택의 작은 주인님인 비올라가 아직 귀가하지 못해서겠죠.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 씻고 잘 채비를 하면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비올라?
뭔가 이상합니다.
마차가 도착함을 눈치채고 부스럭대는 소음이 필연적으로 따라오면,
자신에게 기대있던 비올라도 필연적으로 소음을 내야 했습니다.
몸을 뒤척이든, 눈을 깜빡이든.
그러나 기이하리만치 고요한 마차 안.
아가씨, 부르는 소리에도 비올라는 미동도 없습니다.
힘없이 늘어지는 손. 뜨지 않는 눈.
아니, 그전에.
원래부터 이렇게 손이 차가웠나?
원래부터 이렇게 숨이 불편했나?
원래부터 이렇게 이마가 뜨거웠나?
"나, 이상하게 오늘 몸상태가 좋은 것 같아."
"오늘은 같이 번화가로 나가자."
"메리엘, 어제 말했던 연극단이 저기지?"
"메리엘, 나와 춤추지 않을래?"
비올라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어지러이 엉킵니다.
이상하게 오늘은 몸상태가 좋다고 했잖아요.
번화가에서도, 춤을 출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잖아요.
이상한 질문을 하고, 미련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몰려드는 사람의 소음, 밤바람을 가르는 다급한 발걸음, 아득히 일렁이는 불빛……
메리엘은 비올라를 들쳐업고 저택 안으로 뛰쳐들어갔습니다.
어디로 향하나요?
주치의는 1층의 한 방에서 상주하고 있습니다.
메리엘은 비올라를 서둘러 주치의에게 달려가 보입니다.
주치의가 처치를 위해 당신을 비롯한 모두를 방에서 물리는군요.
부산스레 문앞에 서있는 당신과 고용인들 뒤로 큰주인님이 황급히 달려옵니다.
큰주인:비올라가 쓰러졌다고? (다급한 기색으로 달려온다. 메리엘을 엄중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분명 오늘 내내 비올라와 함께 있었던 건 자네였겠지? 상황이 정리되면... 내 집무실에서 보세. (날선 목소리로 말하곤 주치의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5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의지로 훔쳐듣는다)
주치의: ...아무래도 차가운 공기가...
큰주인:심각한 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서는...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메리엘도 일단은 잠시 돌아가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는 게 좋겠죠.
누구보다 놀란 건 당신일 테니까요.
【 3nd Day, AM 12 : 14 】
큰주인:자네는 제정신인가?
조금 전… 아니, 시간은 꽤 지났나요?
밤늦게 번화가에서 돌아온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쓰러졌습니다.
머리는 불덩이, 손은 얼음더미, 불규칙적인 호흡…….
당신은 비올라를 바로 주치의에게 데려갔고,
그 때도 꽤 늦은 밤이었는데 새벽이 다 된 지금까지도 저택에는 불이 다 꺼지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사 대충 정리가 된 참이었죠, 아마……
그런 이유로, 당신은 지금에서야 큰 주인님의 말씀대로 3층의 [큰 주인님의 집무실]에 왔습니다.
큰 주인님의 말문이… 꽤 거친 말로 열리는군요.
큰주인:그렇게 오랜 시간 그 애를 바로 옆에서 봐온 사람은 자네가 제일일 걸세.
그걸 알면서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해?
쾅!
고급스러운 재질의 목재탁상이 큰 소리와 함께 울립니다.
탁상 위에 즐비하던 서류가 몇 장 함께 주변에 날립니다.
꽤 초조한 듯 보이는 큰 주인님은 당신의 사과를 듣기는 한 건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산만하게 움직입니다.
<듣기> 판정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92 |
| 판정결과: | 실패 |
(아니 여기서)
큰주인:……그러게 진작 내 말을 듣고 ▒▒▒를 했으면 좀 좋았나!
……그런 와중에 문득 들려온 혼잣말은,
큰 주인님의 움직임말고는 쥐 죽은 듯 조용한 집무실에 서 있던 메리엘이 듣기엔 충분했습니다.
아무리 메리엘이 오랫동안 봐온 고용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혼잣말을 흘리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닐텐데요.
어지간히 조급하셨나 봅니다.
큰주인:...후.
그렇게 한참을 정신사납게 굴던 큰 주인님은,
어느 순간에야 진정이 된 것인지 탁상을 양 팔로 짚고 간신히 서있는 모양새입니다.
지쳐보이는 게, 그럴만도 했죠.
기억이 뚝 끊길 정도로 정신없었는걸요.
이런 밤에 저택의 전속 의사를 깨우고, 비올라를 옮기고, 온 고용인이 난리가 나서는…….
큰주인:내가 경솔했네. 자네는 비올라보다도 나이가 어리니 충분히 당황했을 텐데도...
...그래, 그 번화가도 비올라가 원하는 거였겠지. 자네가 비올라를 생각하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다시 한 번 미안하네.
수고했네. 들어가도 좋아.
그렇게 큰 주인님의 말씀이 있고서야 나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올라의 방을 지키고 있던 고용인이 메리엘을 막네요.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비올라가 익숙하지 않은 바깥 공기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있어서 몸이 무리를 한 것 같다고 했던가요.
뜨거운 이마도, 차가운 손도, 불규칙적인 숨도,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굳게 닫힌 문. 저 안에 비올라가 있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내버려두도록 해요.
일어나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번화가는 재미있었다고 상냥하고 다정하게 말해주겠죠.
<지능> 판정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오늘 일이 너무 충격이라 머리가 안 굴러가고 마는데)
……머리가 아파요. 지친 걸까요.
한계치에 이르렀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그래요.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들어가도록 해요.
달칵, 문고리를 잡아 열며 미세한 소음이 나고, 뒤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미미했습니다.
메리엘이 잠자리에 들면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내립니다.
【 Last Day, AM 02 : 12 】
콕! 콕콕콕콕!
……그렇게, 잠드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메리엘이 눈을 뜨면,
늦게 내린 저택의 밤이 해가 떠오르며 사라지기 한참 전입니다.
콕콕콕콕!
그리고… 정신이 점차 선명해질수록 함께 선명해져가는 딱딱하고 작은 부리로 손등을 쪼는 감각.
이건 비올라의 새가 아니던가요?
게다가, 새의 발목에는 쪽지가 매어져 있습니다.
미처 잠그지 못한 창문 틈새로 들어왔나봐요.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이런 시간에?
쪽지를 펼치면,
【 메리엘, 오늘 새벽에 티파티를 해보려고 해.
장미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비올라 】
【 누구도 깨우지 말고 너만. 】
……?
쪽지를 새에게서 가져오면 새는 어쩌면 비올라가 있을 장미정원으로 날아갑니다.
티파티?
…다만 새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메리엘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비올라는 조금 전에 쓰러져 방 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요?
비올라의 의중을 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새벽에 티파티라니요, 다들 단잠에 절어있을 시간에…
【 누구도 깨우지 말고 너만. 】
게다가 그 문구…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하지만 그런 떨떠름한 감각 속에서도,
부르라면 부르는 대로 가야하는 게 전속 고용인의 운명이겠죠.
자박자박―
이 저택은 참 넓어서, 장미정원으로 가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장미정원은 저택의 뒷편에 있다보니 그 쪽에 있는 작은 뒷문으로 나오는 편이 조금 더 빨랐었죠….
의문과 불안함이 섞여 걸음이 빨라지고,
평소보다 서둘러 뒷문의 문고리를 잡아 밀면,
문이 열리는 미약한 소음과 함께 눈 앞에 정원사의 손을 타 잘 정돈된 뒷뜰의 모습이 보입니다.
새벽바람이 차갑습니다.
이맘때 초목 특유의 푸르름도 새벽의 어둠에는 묻히고 맙니다.
머지 않아 보이는 장미정원의 입구 앞에는 언제부턴가,
아치형의 지지대를 세워서 장미가 그를 따라 자라도록 했습니다.
이 새벽에도 누가봐도 장미정원의 입구임을 알 수 있는 걸 보면, 헛수고는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장미정원은 유리 온실로 되어 있어 내부가 훤히 비칩니다.
어둠이 내려앉고 장미조차 그 아래에서 숨을 죽이는 사이에서,
이질적이고 따스한 불빛이 장미정원 안 쪽에서 미약하게 일렁입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장미정원에 들어서면,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끝이 갈라지며 당신을 부릅니다.
꽤 애타는 듯한 부름이 이어집니다.
몸이 약한 사람은 약한 만큼 예민하다고 했던가요.
추울 텐데도 당신을 환영하듯 활짝 열려있던 유리온실의 입구로 들어와 만개한 장미와 장미 사이를 헤집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을 찾으려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새 기척을 눈치채고 한 마디 건네는 모습은 그 말을 증명합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면 장미정원의 중앙입니다.
……도무지 오늘만큼은 비올라의 의중을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크림색의 테이블보가 티파티 테이블에 구김없이 잘 펴져있는 모양새와,
고품질의 찻주전자와…
언젠가 쓰기를 만류했던 찻잔 하나,
그리고 일렁이던 불빛의 정체였던 랜턴 하나가 테이블에 놓여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시선은 온전히 당신에게로 향해있습니다.
비올라는 눈꼬리를 미세히 휘고,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즐겁다거나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표정.
…익숙한 표정입니다.
문득 일렁이는 랜턴 새로, 창백한 안색과 떨리는 손끝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 Last Day, AM 02 : 43 】
간간히 정적이 내려앉고,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던 비올라는 미미하게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갑자기, 차라니.
아무리 티파티라며 당신을 불렀던 비올라지만,
조금 전엔 쓰러지고,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여는 이게 어딜봐서 티파티인가요.
게다가, 찻잔은 오직 하나뿐인걸요.
이걸로는 둘이서 티파티 구색도 갖추지 못할 텐데….
당신의 의문에 상관없이 일어선 비올라가 찻주전자를 손에 쥡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찻주전자를 들고,
유일하게 테이블을 차지하던 찻잔에 천천히,
……아주, 아주, 천천히……
그래도 이 차, 꽤 달콤하니까.
……꼭 찻잔이 다 채워지길 바라지 않는 사람처럼.
그럼에도 찻잔은 차오르고, 언젠가에는 당신에게 내밀 만큼의 실론티가 찻잔을 메우겠죠.
차갑게 내려앉은 밤공기 사이로 이질적인 따뜻함이 공기 중에 피어오릅니다.
차를 마시기 이전에, …다시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어, 메리엘.
찻잔이 메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 비올라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저 물음을 끝까지 들으면, 이 모든 것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번화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질문이 귓가를 메웁니다.
기이하리만치 고요한 정적을 찻잔을 메우는 소리가 뒤덮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비올라의 목소리가 여리게 떨려옵니다.
네가 '레일리'고 내가 '에스칼'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래?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들린 듯한 기분입니다.
…곧이어 내내 찻잔을 메우던 소리가 끊겼습니다.
찻주전자는 크림색의 테이블보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이윽고 당신의 곁에선 작은 소음마저 흩어져 정적이 됐죠.
장미정원의 유리창 사이로 흘러온 달빛이 당신을 비췄고,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는 명백한 울음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메리엘, SANC (1/1D4)
rolling 1d4
(
)
2
2
| 기준치: | 41/20/8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1 감소
그 주문은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어. 카지안은 한창 부흥하고 있는 가문이었고, 누구든 죽음은 두려운 거잖아. ...이 찻잔에도 그 주문이 걸려있어. 이 차는, 네게 분명히 독이야... 네가 이 차를 마시면 나 대신 네가 죽게 될 테니까. (말을 잇다 말고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이런 더러운 비밀을 네게 말하고, 네게 독을 건넨 자신이 너무도 추악해서. 너무도 비참해서.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했다. 너와 함께했던 평안기원제, 일시적으로 좋아진 몸으로 온 사방을 돌아다니며 삶을 놓았다 생각했으나, 미련은 그리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 아니었으니.)
원래부터 넌 내 수명을 대신할 역할로 여기에 들어오게 된 거야. 아주 어렸을 때 했던 티파티에서 이 찻잔을 네게 건네서, 차를 마시게 한다면 너와 내 수명은 바뀌었을 것이고, 네가 살 수 있는 수명만큼 내가 살 수 있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어. (이제 목소리는 반쯤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떨려온다.) 어떻게 그래. 어떻게 내가 살자고 너를 죽여. 환한 봄을 담은 것처럼 웃는 네게 어떻게 독을 건넬 수 있었겠어... ...하지만 이제는 미룰 수가 없게 되었네.
울음기를 채 떨치지 못한 비올라가 입 안을 꽉 깨물듯 하더니,
익숙한 색의 포장지, 익숙한 색의 리본으로 감싸진 상자를 내밉니다.
비록 찻잔을 따랐지만, 이걸 네게 건네줄 수는 없어. 차마 네게 마시라고 말할 수 없어.
나는 오늘을 넘기지 못할 테니, 네 일도 이 새벽으로 끝이겠지. 그러니, 해가 뜨면 챙길 걸 챙겨서 떠나.
이제 너는 자유야, 메리엘.
그제서야 모든 걸 말한 듯이, 어쩌면 후련한 듯이 비올라는 한숨을 쉽니다.
(선물인 듯한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본다)
……그런 비올라와 당신이 있는 이 장미정원에서,
당신은 잘 정돈된 리본을 풀고,
상자의 포장을 뜯고, 달칵, 상자를 엽니다.
달빛을 받아 어슴푸레 빛나는 것은…
장미모양으로 가공된 루비 브로치.
섬세한 세공은 비올라가 당신을 아끼는 마음과도 닮아있습니다.
아, 조금이라도 더 있다간 장미정원의 유리창 새로 보이는 캄캄한 밤하늘이 비올라를 잡아먹을 것 같았습니다.
하얀 별은 그 브로치와도 같이 밤하늘에 섬세하게 박혀있었습니다.
장미정원을 이루는 장미는 그 순간에만큼은 밤을 잊고 깨어나 장미향을 훅 내뱉습니다.
코끝이 아찔해지고 감각이 아득해질 것만 같은 새벽.
이 얼마나 잊기 힘든 풍경인가요.
밤하늘의 별과 달은 하얗게 두 사람을 비추고,
장미는 만개해 두 사람 사이를 그 특유의 향으로 메웁니다.
'레일리'는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레일리의 방백이 문득 머리를 울립니다.
'그래요, 그날 밤. 그날 밤은 제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연극이라면 좋을 새벽이 깊어갑니다.
나는 네게 색을 입혀준 게 아니라 앗아가려 하는 사신이었을 뿐이야. 아아, 메리엘, 부탁이야. 이곳을 떠나줘. 내겐 용기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찻잔을 내던져 깨뜨려 줘. (눈물이 솟아나 손틈새를 타고 뚝뚝 떨어진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네가 아닌 내 입에서 나와야 하잖아. 어떻게 웃어? 내 죽음을 떠맡을 네게 어떻게 뻔뻔하게 웃어보일 수가 있겠어. 난 못해, 메리엘. 떠나줘, 제발...
(껴안던 팔을 풀고 뒤돌아 잔을 든다) 당신이 잔인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어요. 또 믿고 있고요. 공동묘지에 묻힌다면 이 브로치와 함께 묻어주세요. 지금까지 충분히 행복했고, 고마웠어요. 그리고, 고맙고요. (차를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모두 마신다. 뭐야, 독이라더니, 이렇게 단 독이라면 첫 티파티 때 마셔버릴 걸. 그럼 잔기침도, 열도, 모두 볼 수 없었을텐데. 지금까지 지켜본 비올라는 어제 기원제를 제외하면 건강한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당신이 아플 때마다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던지, 큰 주인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마음 여린 내 아가씨가 이런 일을 숨기고 있었다니, 배신감마저 들었다. )
아가씨, 비올라. 내 작은 주인님. 당신이 가주가 되는 것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훗날의 후계자도, 임종도. 모두 보고 싶었어요. 당신의 인생이 어떤 색으로 칠해지는지 모두, 보고 싶었어...... (떠나달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파들거리며 무너진다. 아니, 안되는데, 마지막은 내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아. ) ...비올라. ......비올라. 당신이 나만큼 건강해져서, 부디, 오래 살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요. 괴롭다면 날 잊어도 좋아요, 다만 아주, 아주 늦게 오면 좋겠어요. 날 잊어도 기다릴테니까. (의자에 풀썩 주저 앉는다)
(뒤늦게 돌아서는 너를 붙잡으려 팔을 뻗었으나, 이미 찻잔은 당신의 손에 잡혀들었다. 언제나 밝게 올라가던 입가로 독이 흘러들어간다.) 아, 안 돼. 메리엘. 메리엘!!
쨍그랑!
온 몸을 타고 차오르는 이질적인 감각에 찻잔을 놓쳐버렸습니다.
조용하던 새벽의 장미정원이 찻잔이 깨지는 소리로 메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기우는 것도, 착각일까요.
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몸이 균형을 잃는 생소한 감각.
주문이 제대로 든 모양입니다.
메리엘, 주문의 대가로 이성 1D20 손실.
rolling 1d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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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메리엘, 이성 17 감소
<지능> 판정 해주세요. 성공시 일시적 광기에 걸립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0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1d3 굴려주세요.
rolling 1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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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이 떨리고, 온 몸의 체온이 훅 내려간 듯한 기분에,
여태 익숙했던 장미향이 갑자기 역하게 느껴지고,
비올라의 목소리는 머리를 전부 울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비올라의 도움 없이는 기울어진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 이제 비올라는 건강할 테니까.
이 정도 부탁이야 어렵진 않겠죠.
새로이 밀려오는 이상한 감각에 조금이나마 적응할 쯤이 되어서야 비올라의 안색이 눈에 띄는군요.
적당한 열기가 얼굴을 감싸고 활기를 띄는 모습.
당신의 건강은 제대로 바꿔치기 되었나 봅니다.
……비올라는 그 오랜 시간을 이런 몸으로 살아왔던 걸까,
이제서야 온 몸으로 체감합니다.
비올라, ...... 울지 말고, 사랑하고, ...남은 삶을 살아요...... 사랑하는 내 아가씨......
(귀히 찾은 삶에 더 이상 아픔 없길 바라며 신록을 담고 눈을 감는다. 당신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지는 이 정원에 앞으로 나는 없겠지. 당신은 계속 살아갈터다. 내가 사랑하던 그 아름다운 삶을. )
(당신의 손을 맞잡고 제 뺨에 가져다댄다. 당신이 아직은 눈을 뜨고 있을 때, 5월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처럼 붉은 네 홍채가 아직 그 색을 유지하고 있을 때. 어떻게든 제 웃는 모습을 그 안에 담아주려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보지만, 서럽게 젖어든 울음에 먹혀들어 결국 꼴사납게 일그러져버리고야 만다.) 이 정원의 가장 아름답게 꽃이 피어난 곳에 브로치와 함께 너를 묻어줄게. 이곳에 올 때마다 너를 생각할 거야. 이 저택에서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고, 모든 삶을 너와 함께할 거야. 우리는, 지금껏 그랬듯 어디서든 함께일 거야...
(나는 이날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겠지. 너를 다시 만나는 날까지 잊지 못하겠지. 너의 목숨을 담보로 받아든 삶은 죄책감과 자책감에 수몰될 것이다. 그러나 네가 준 삶이기에 놓지 못하고 끝내 햇빛이 비쳐드는 곳으로 나아가겠지. 다시 봄을 맞는 날까지, 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춤을 출 수 있는 날까지.)
잘 자, 좋은 꿈 꿔.
이어지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비올라의 따뜻한 손이 당신의 눈을 감겨주듯 부드럽게 눈가를 쓸어내립니다.
……버틸 수 없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드럽게 눈가를 덮은 손 사이로, 아득해져가는 의식 사이에서 당신은 직감합니다.
저 멀리서부터 해가 뜨기 시작했구나, 하고.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
분명 익숙한 오렌지빛의 햇살이 당신과 비올라를 뒤덮고,
장미정원의 가득한 장미들도 따스한 햇살을 타고 깨어나 오늘의 장미향을 피워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이윽고 완전한 암전.
날은 밝았고 당신은 비올라를 대신해 죽었습니다.
한 때 아꼈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아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장미와 당신 사이에서……
행복할까요, 울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평안기원제도 막을 수 없던 비올라의 끝을 당신이 막았습니다.
비올라는 오늘을 살아갈 것입니다.
당신을 평생 가슴 속에 품고서요.
언젠가 비올라를 만나면 오늘의 티파티의 감상평 정돈 말해주도록 할까요.
오늘의 티파티는……
엔딩 B. 잊지 못할 티파티
비올라 생존, 메리엘 로스트.
: 비올라는 해가 뜨는 오늘을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걸로 묻힐까요?
글쎄요, 비올라가 당신을 기억한다면, 이 이야기는 영원할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