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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00708] 메리엘&비올라 - 장미정원과 티파티

초현_c 2020. 7. 8. 04:02

 

플레이타임 : 약 12시간

 

장미정원과 티파티
w. 랴망
KPC 비올라 카지안
PC 메리엘 영
-
【 1st Day, PM 12 : 26 】
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창틀을 아슬하게 넘어와서는,
방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잠시간 휴식을 즐기던 메리엘의 머리칼을 간지럽힙니다.
붉은 장미가 만개하는 5월이라 그런가,
열어둔 창문 사이로 장미향이 미미하게 흘러 들어와요.
특히 이 저택의 주변에는 유독 가득한 붉은 장미와 비올라 소유의 장미정원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저택 뒷편에 만들어진 장미정원은 5월이 되면 만개한 붉은 장미로 가득찹니다.
건강한 큰 주인님과 다른 가족과는 달리 비올라는 유별리 몸이 약해서,
꽤나 오래 전 큰 주인님이 선물로 내주었던 곳이었죠.
이해는 갑니다.
실낱같은 바람이라도 비올라의 몸을 스치면 비올라는 꼭 탈이 나서는,
바깥에 제대로 나간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니까.
저택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은 큰 주인님의 마음이겠죠.
당신도 그 마음에 포함되는 거였을지도 몰라요.
큰 주인님은 바쁘니 비슷한 나잇대의 당신을 전속 집사로 고용해서는,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이 항상 옆에 있도록,
거대한 저택에서 외롭지 않도록.
그래서일지, 우리의 작은 주인님은 이 저택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골이 나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관찰> 판정
메리엘 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고개를 잠깐 돌렸더니 언제부턴지 옆에 와있는 이 새라던가?
그래요, 이렇게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에 부를 일이 생기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꼭-
잘 훈련시킨 새의 발목에 할 말이 적힌 종이를 묶어서 보내곤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오늘을 포함한 평소에 비올라가 메리엘을 혹사시키는 건 아니지만…
휴식을 그만두는 건 언제나 아까운 법이죠.
오늘의 비올라는 어떤 말을 남겼을까요?
메리엘 영:우리 작은 주인님이 무슨 일이실까~ (반갑게 웃으며)
종이를 펼쳐보면,
【 메리엘, 간만에 티파티를 해보려고 해.
장미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비올라 】
……?
쪽지를 새에게서 가져오면 새는 어쩌면 비올라가 있을 장미정원으로 날아갑니다.
티파티?
…다만 새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메리엘은 당황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꽤 오래 전에 딱 한 번.
메리엘과 티파티를 했던 이후로 티파티는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뭐, 부르라면 부르는 대로 가야하는 게 전속 집사의 운명 아니겠어요?
비올라의 부름에 답하기로 합시다, 메리엘!
메리엘 영:(정원으로 최대한 빠르게 걸어갑니다. 간만의 티파티에 기쁜 낯으로 주인의 모습을 반기며) 비올라 아가씨, 부르셨어요?
지금 메리엘이 있는 방은 2층의 중앙복도에 위치해 있고, 그 옆에 비올라의 방이 있습니다.
저택은 총 3층으로, 각 층마다 방은 굉장히 많지만.
주로 비올라의 생활반경인 1층의 [서재], [식당],
2층의 [비올라의 방], [메리엘의 방],
3층의 [큰 주인님의 집무실]
…그리고 저택 뒷편의 [장미정원] 정도다 보니,
오랜 시간을 이 저택에서 지내서 내부는 손바닥 안인 메리엘이지만 주로 그 정도로만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은 날이 좋으니, 비올라의 변덕에 어울리는 것도 괜찮은 일이 되겠죠.
메리엘은 저택 뒷편의 장미정원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 1st Day, PM 12 : 43 】
자박자박―
이 저택은 참 넓어서, 장미정원으로 가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장미정원은 저택의 뒷편에 있다보니 저택 뒷편과 연결된 작은 뒷문으로 나오는 편이 조금 더 빨랐었죠.
그 정도야 이 저택에 오랜 시간 있던 메리엘에게 모를 일은 아닙니다.
뒷문의 문고리를 잡아 밀면,
문이 열리는 미약한 소음과 함께 눈 앞에 정원사의 손을 타 잘 정돈된 뒷뜰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맘때의 초목은 제멋대로 푸르러서,
5월의 바람에 또 제멋대로 나부꼈죠.
그 풍경이 보기 나쁘진 않네요.
머지않아 보이는 장미정원의 입구 앞에는 언제부턴가,
아치형의 지지대를 세워서 장미가 그를 따라 자라도록 했습니다.
누가봐도 장미정원의 입구임을 알 수 있도록요.
장미정원은 유리 온실로 되어 있어 정오와 같은 지금이 되면 따스한 햇빛이 투명한 유리를 통과해 들어옵니다.
몸이 약한 비올라가 감기에 걸릴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비올라 카지안:...메리엘?
몸이 약한 사람은 약한 만큼 예민하다고 했던가요.
반쯤 열려있던 유리온실의 입구로 들어와 숨 막히게 피어 있는 장미와 장미 사이를 헤집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을 찾으려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새 기척을 눈치채고 한 마디 건네는 모습이 그 말을 증명합니다.
메리엘 영:비올라 아가씨! (몹시 반가운 기색으로 종종거리며 걸어온다) 오늘 날이 좋아서 마침 아가씨가 생각난 참이었어요. 이 멋진 날에 티파티라니, 어찌나 기쁘던지.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면 장미정원의 중앙입니다.
평소에 장미정원의 중앙은 의자나 몸이 약한 비올라를 위한 담요라던가, 그런 게 있곤 했죠.
대개 있는 것은 작은 부피의 것들이라,
항상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비올라였지만…
오늘만큼은 크림색의 테이블보가 티파티 테이블에 구김없이 잘 펴져있는 모양새와,
고품질의 찻주전자와 찻잔, 디저트 따위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비올라의 필체로 적힌 쪽지의 내용은 괜히 적은 게 아니었나봐요.
비올라 카지안:정말? 날 생각해줬다니 기뻐. (수줍게 볼을 붉히며 웃었다. 최근 들어 자주 쓰러지는 등 몸이 점점 더 약해진 터라 예민해졌음에도, 그 소심하면서도 상냥한 천성은 변하질 않는다.) 앉을래? 맞은편에 의자를 뒀어.
메리엘 영:제게 맡기셨어도 됐는데, 언제부터 계획하셨나요? 이런 일 준비에 빠지면 저 섭섭해요...(농처럼 서운하다며 괜히 우는 소릴하고 맞은편에 앉는다)
(앉은 채로 장미향에 감싸여 혹시 열이 오르진 않는지 기색을 살피며) 아가씨, 어느 새 이런 장미가 피는 계절까지 왔는지. 시간 참 빨라요. 저택에 온 지 엊그제 같은데~
비올라 카지안:깜짝 티파티,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다른 고용인들에게 부탁했는데... 티파티는 오랜만이잖아. 이런, 많이 서운했어? (농담에도 쩔쩔매는 성정 역시 여전하다.)
그러게. 우리 둘 다 아주 어릴 때 네가 이곳에 왔으니까... 벌써 10년이 훌쩍 넘게 지났네. 너를 처음 만나던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비올라는 곱게 부푼 식빵을 잘게 떼내어 메리엘에게 찾아왔던 새에게 건네듯 테이블 위 한 구석에 두었습니다.
콕콕콕, 식빵을 쪼아 먹는 새를 뒤로 하고,
비올라는 손수 자리에서 일어나 찻주전자를 듭니다.
메리엘 영:앗, 제게...! (화들짝 일어나 허공에서 손을 죄암거린다. 감히 손수 빼앗긴 어렵다는 듯 눈치 보며) 아녜요, 서운은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아가씨가 무엇을 하든 제겐 다 기쁨인걸.
비올라 카지안:내 변덕으로 티파티를 하자고 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아. 찻잔을 못 들 정도로 힘들지도 않으니까. (부드럽게 웃으며 차를 따른다. 흰색의 깔끔한 찻잔이 실론티로 메워진다. 옆에 놓인 사과잼을 가져오고는) 사과잼도 조금 넣을까? 사과홍차는 어때?
메리엘 영:(입을 꾹 다물다 조금 비죽이며) 힘들어서가 아녜요, 아무리 곁에 오래 있었어도 아가씨가 직접 움직이는 건 기쁘지만 과분한 일인걸요... 감사합니다. (잔을 받아들고 깊이 숨을 들이쉰다. 실론과 장미향이 어우러져 기분마저 단내로 풀어지며) 사과홍차도 좋아요. 비올라 아가씨, 오늘은 단 게 좋으신가요?
비올라 카지안:메리엘은 나의 집사지만, 동시에 친구기도 한걸. 친구한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라고 책에서 읽었는데... 내가 잘못 읽었나? (고개를 살짝 갸웃하다 사과홍차를 한 숟갈 덜어 홍차 안에 넣었다. 티스푼으로 찻잔을 느릿하게 휘저으며) 으응, 원래도 단 걸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어쩐지 좀 더 끌리네. (찻잔에 입을 대고 천천히 한 모금 마신다.) 티푸드들도 사양 말고 먹어. (마카롱, 쿠키, 스콘 등의 간식들을 당신의 앞으로 밀어준다.)
메리엘 영:(친구라는 말에 평소에도 혈색 좋은 얼굴이 점차 붉어져 정원처럼 물든다. 몽글몽글 차오르는 행복에 찻잔으로 무너지는 얼굴을 가리며 홀짝 마시곤) 정말~, 아가씨에겐 못 당하겠어요. 그런 상냥한 말 들으면 뭐든 들어드리고 싶다니까요? 제 마음속에 울새가 지저귀는 기분이라고요. (감사의 눈인사하고 마카롱을 베어문다) 단게 당기시니 오늘 저녁 디저트는 체리파이로 할까요? 아직 체리가 나오긴 이르지만, 썩 달콤한게 절여 먹으면 딱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차를 홀짝이면 사과잼의 사과 맛이라던가,
실론 특유 감귤류의 향과 맛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차도, 잼도, 무엇 하나 고품질의 것이 아닌 게 없으니 맛은 좋을 수밖에요.
비올라 카지안:딱히 뭔가를 바라고 그런 말을 했던 건 아닌데... (부끄러운 듯 괜히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시선을 피한다. 장차 큰주인의 뒤를 이어 가주직을 이어받을 것인데도 이리 사소한 말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성격은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는 듯하다.) 어때, 마카롱은 맛있어? (당신의 반응 하나하나에 신경쓰는 모습은 평소보다도 더 다정한 듯하다.) 체리파이도 좋겠다. 체리파이에 장미 차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 꽃차도 꽤 풍미가 좋다고 하더라구. 메리엘도 함께 먹자. 메리엘은 어떤 걸 좋아해? 파이라던가, 차라던가.
메리엘 영:(몹시 사랑스러운 제 주인을 빤히 보며 줄어든 차를 조금 더 따라준다) 이곳의 모든 게 좋아요. 향기롭고 달콤한게 모두 아가씨를 닮아서, 아니, 어쩌면 아가씨가 여기를 가득 채운 지도 모르죠. (평소보다 다정한 것처럼 느껴져 사랑을 담아 곱게 웃었다) 마침 장미가 이렇게 만개했으니 장미차도 좋겠죠. 붉고 붉은 디저트 시간이 되겠네요? (이 평화로운 분위기에 실실 웃고는 잠시 골몰하다가) 파이라고 하면 어떤 내용물이든 좋아요. 차는... 역시 달콤한 종류의?
비올라 카지안:붉고 붉은 디저트... (어감이 마음에 드는 듯 살며시 웃었다. 차가 따라지는 대로 사과잼을 조금 더 덜어 휘젓는다.) 메리엘도 단 걸 좋아하는구나. 장미꽃 몇 송이를 테이블에 장식해도 좋겠다. 이따금 이렇게 바깥에 나오고 싶어. 가능한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너와 있으면 너를 처음 만난 순간과 지금이 겹쳐보이듯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고 보니, 요즘 지내는 건 어때? 잠자리나 식사가 불편하지는 않아? 다른 고용인들이 널 나쁘게 대하지는 않고? 최근에 주치의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널 많이 신경써주지 못했네.
메리엘 영:불편한 건 하나도 없어요, 이 저택에 온 후로 매일이 즐겁고 보람찬걸요? 우리 아가씨 곁에는 모두 상냥한 사람 뿐인지 다들 얼마나 샹냥하고 좋은 분들인데요.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듯 손사래 치고 입이 마른지 한 번 축이고) 장미가 지면 여름이 오겠죠. 그 여름도 이렇게 아가씨와 함께할 게 분명하고... 언제나 첫 만남과 지금까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거짓말 하는 거 본 적 있나요? 아가씨가 가주님 될 때까지 계~속! (언뜻 자신에게 다짐하듯 들릴 정도로 말을 늘어놓는다. 언제까지나, 계속 이 일상이 지속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목소리로)
비올라 카지안:장미가 지면, 여름이 오겠지. 여름이 가면 또 가을이 올 거야. 그 아름다운 계절들에...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거고. (여상한 투로 말하며 장미정원을 쭉 둘러본다. 당신의 목소리에 동의하듯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고.)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의 햇빛이 유리온실의 창 근처를 멤돌아,
이 티파티 테이블에는 더위를 탔다면 더울 정도의 햇볕이 들어 옵니다.
햇볕향이 있다면 이 곳의 장미향과 어울려 제법 근사한 향을 내었을 것 같습니다.
약간 열어 둔 유리온실의 문으로 미미한 바람이 들어오고,
그 바람이 메리엘의 머리카락을 살랑였다는 감각이 들 그때.
쨍그랑!
소리의 원천은 당신의 앞, 비올라입니다.
비올라 몫의 찻잔이 보기 좋게 깨져서 정원 바닥을 뒹굴고 있군요.
비올라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입니다.
찻잔이 깨진 자리를 보는 비올라의 손이 미세하게 떨립니다.
메리엘 영:아가씨! (흡사 경악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치곤 품에 있던 손수건으로 급하게 당신의 젖은 곳을 훑고선 깨진 찻잔을 덮었다) 어디 안 다치셨어요? 데인 곳이나 베인 곳은요? 어떡해, 아직 찻물이 뜨거웠는데, 아니 티세트 관리하던 사람에게, (상냥한 당신이 혹여 그 상대에게 마음을 쓸까 말을 끊고 다친 곳이 없나 샅샅이 살핀다) 후... 괜찮으신가요?
비올라 카지안:아, 나, 나는 괜찮아. 메리엘은? 안 다쳤어?
(다행히 파편이 튀지 않아 상처는 나지 않았으나 피부가 미미하게 빨갛게 달아올랐다.) 순간적으로 손에 힘이 풀렸나 봐. 조금 이따 고용인을 불러서 치우라고 할게... 너를 놀라게 했네.
메리엘 영:아유, 놀란 건 제가 아니라 아가씨겠죠. 어쩌다 잔이 깨졌담... (열상을 후후 불어주며 식히려 하다 허락을 구하며) 화상은 얼른 차게 식혀주지 않으면 내내 따끔거리고 흉이 져요. 제가 찬물을 가져와도 괜찮을까요...? 저 완전 빠르게 다녀올텐데. (제가 다 아프다는 듯 계속 후후 분다)
비올라 카지안:정말로 괜찮은데... (후후 불어주는 당신에게 못내 미안한지 곤란한 기색으로 바라보다 고갤 살짝 젓는다.) 아냐, 물에 완전 젖은 게 아니라 살짝 튄 거라 곧 나아질 거야. 그리고... 평소에도 주치의께 자주 가는데 이런 사소한 일로도 그곳에 가고 싶지는 않아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평소처럼 엷게 미소지었다.) 메리엘을 괜히 움직이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나랑 조금 더 같이 있자.
메리엘 영:으우......(몹시 갈등하는 얼굴로 상처와 당신을 번갈아 보다가 깨진 잔을 대강 수습하고 이내 자리에 앉는다) 아가씨가 괜찮다니까 넘어가는 거예요. 다음이 있으면 안되지만, 만~일 다음에 또 다치면 바로 단짝 들고 가버릴 거예요? (입을 비죽이며 툴툴거린다)
비올라 카지안:앗, 다른 고용인 시키려고 했는데. (당신이 정리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듯 손을 뻗다가 이내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아버린다.) 너 손 다치면 안 되잖아.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알겠어, 알겠어. 대신 메리엘도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해.
이래서야, 비올라는 찻잔도 없이 티파티를 하게 생겼어요.
비올라의 옆에서 몇 년을 지켜온 집사의 입장에서 이런 디테일을 챙기지 않을 수 없죠.
어디, 여유 찻잔이 있을까요?
메리엘 영:(비올라의 집사로 살아온 최대의 눈치로 여유 찻잔을 찾아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곱게 부푼 식빵에 약간의 스콘과 그에 곁들일 오렌지 마멀레이드,
사과잼, 하얀 생크림이 차곡차곡 올려진 스펀지 케이크와 여전히 실론티가 들어있는 찻주전자와….
아, 저 한 구석에 있는 찻잔이 있습니다.
저걸 사용하길 권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메리엘 영:아가씨, 잠시만요. 여유 찻잔을 찾은 것 같아서. (구석의 찻잔을 들고 와 먼지나 흠이 없는지, 아까처럼 깨지지 않을 지 몰래 흔들어 보다가 차를 따라준다) 이번엔 멀쩡한 것 같아요.
비올라 카지안:아, 잠깐! (당신이 가져온 찻잔을 보고는 눈에 띄게 당황해서 차를 따르려는 것을 만류한다.) 그 찻잔은... 우리 아버지가 쓰시는 찻잔인데, 내가 실수로 잘못 가져왔나 봐. 차는 더 마시지 않아도 되니까, 그건 쓰지 말자.
메리엘 영:아니, 큰 주인님께서...? (잔은 들어 훑어본다) 그랬나요? 식기 담당이 아니라 제가 잘 몰랐나봐요. 그럼 이제 일어날까요? (후후, 당신의 열상에 찬 수건을 댈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웃고 지나치게 당황한 모습을 의아해하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비올라 카지안:(당신이 다시 잔을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그래. 티파티는 이제 그만하자. ...맞아. 심부름을 하나 해 줄래?
메리엘 영:네? 물론이죠. 말씀만 하세요. (심부름 다녀오는 사이 찬 수건을 가져다달라고 다른 고용인에게 부탁할테다. 그럼 다른 고용인이 아가씨 말벗도 해줄테고... 그리 생각하며 흔쾌히 대답한다)
비올라 카지안:주소는… 여기야. 마차를 타고 번화가에 다녀와줘. (미리 적어둔 듯 주소지가 적혀있는 듯한 접힌 종이를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테이블은 다른 사용인에게 치우라고 할게. 마차가 있는 곳까지 같이 갈까? (가볍게 덧붙이고 당신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모습은 언제나처럼 배려심이 가득하다.)
메리엘 영:(종이를 챙기고 굳이 배웅해준다는 말에 다시 가슴 속에 단내가 차오른다) 무언가 주문하셨나요? 다녀오면서 뭔가 더 필요한 건 없고요? (언제나 눈에 보이는 배려에 저도 상냥히 웃으며 일어나 발맞춰 걷는다)
비올라 카지안:으응. 그거 말고 더 필요한 건... 쪽지에 적어두었으니 갈 때 확인해줘.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나선다.)
여전히 날은 너무 좋고,
정원 곳곳의 초목은 옅은 바람에 잔잔히 흔들립니다.
빈말로도 세다고는 할 수 없는 바람이지만 그렇게 잔잔한 채로 꽤 길게 바람이 불었다가, 어느 순간에 멈춥니다.
그제서야 바람을 타고 미미하게 날아드는 장미향이 멎습니다.
어느새 마차를 두는 곳이 코앞입니다.
마차 관리를 담당하는 고용인에게 비올라가 무어라 말하는가 싶더니,
고용인이 메리엘에게 비올라의 마차를 내어 줍니다.
어, 어라?
저택이 번화가와는 꽤 떨어진 편이라,
이 저택의 고용인이라면 누구든 저택에서 구비한 마차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감히 비올라의 마차 같은 걸 이용하지는 않는 게 보통일 텐데요?!
메리엘 영:잠시만요, 아가씨... 아가씨 마차 아닌가요? (혹시 아가씨가 직접 가야하는 곳은 아닌지 물으려다 경솔함을 깨닫고 눈을 굴린다) 저 진짜 금방 다녀올게요. 체리도 한 가득 사올게요!
비올라 카지안:어차피 나는 잘 나가지도 못하니까. 이왕 가는 거 편하게 다녀왔으면 좋겠기도 하고. (금방 다녀오겠다는 말에 눈가가 휘어진다.) 마부에게 미리 행선지를 말해뒀으니까, 종이는 가는 길에 확인해 봐.
오늘따라 유독 상냥한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그저 오랫동안 옆을 지킨 집사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걸까요.
어느 쪽이든 썩 나쁜 기분은 아닙니다.
메리엘 영:우리 아가씨가 이렇게 상냥하셔서 이 메리엘 언제나 행복해요...! (두손모아 입을 가리고 환호를 죽인다) 금방! 다녀올게요! (마차에 올라타고 손을 포다닥 흔든다)
비올라 카지안:응, 잘 다녀와. (손을 마주 흔들어준다. 바람자락이 장미향을 실어나르고, 하얀 원피스 자락은 그에 물든 듯이 바람결을 따라 잔잔하게 휘날린다.)
비올라의 호의를 받아 마차에 오르면,
과연 고용인이 쓰던 마차와는 내부의 분위기마저 다른 것 같습니다.
메리엘이 자리를 잡고 마차의 문을 닫으면,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창 너머로 비올라가 멀어지고,
몸을 돌려 저택으로 돌아가는 비올라가…
<관찰> 판정
메리엘 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우리 아가씨 상냥하고 곱기도 하시지...)
…어쩐지 꽤나 격한 기침을 하는 듯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티파티는 나름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했다고 생각했는데…
비올라에겐 부족했던 걸까요?
상냥하면서도 그리 몸이 약하니 걱정입니다.
메리엘 영:(주여 어찌 제게 이런, 마차 안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손톱을 깨문다) 아가씨, 역시 티파티는 무리였나 봐... 빨리 돌아가야겠어.
그렇게 비올라도, 저택도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에 바깥을 보면,
맑은 하늘에 크림을 떠다놓은 듯한 구름이 몇 있습니다.
행선지는 미리 말해두었다 하니 도착하기 전까지 잠시 풍경을 보거나,
조금 전 받아두었던 접힌 종이를 확인하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리엘 영:(종이를 펴들고 찬찬히 읽는다)
로즈 스트리트 분수대가 있는 곳에서 내려 세 블록, 더 올라가서 우측으로 한 블록. 와인색 외벽의 가게.
'비올라가 주문한 걸 찾으러 왔다'고 하면 물건을 내어줄 거야.
그리고 번화가에 어떤 게 있는지 전부 보고 와서, 전부 말해줄래?
메리엘 영:으음, 무슨 일이지...? (종이를 읽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이렇게 된 이상 보고 들은 걸 모두 말해드려야지. (평소 밖을 자주 나가지 못하는 아가씨를 생각하며 기운을 낸다)
(오늘따라 멀고 먼 번화가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유난히 날씨가 좋네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
【 1st Day, PM 03 : 48 】
덜컹―
종이를 확인하고 슬슬 번화가에 도착할 즈음이 아닐까, 싶으면 과연 마차가 서서히 멈춰 섭니다.
내려도 괜찮겠어요.
메리엘 영:(폴짝 내리고 마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행선지를 중얼거리며 분수대를 찾으며) 분수대, 분수대에서 세 블록...
(분수대 관찰 가능한가요?)
분수대는 딱히 볼 만한 것은 없습니다!
종이에 적혀 있던 대로 머지 않은 곳에 분수대가 보입니다.
번화가라 그런가, 역시 오늘도 사람이 많네요.
분수대에 기대어 쉬는 사람부터 물줄기에 손을 대보려고 안달인 어린 아이에,
지팡이를 짚고 그 사이를 노련히 헤집는 노인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리에 색을 칠합니다.
딸랑―
메리엘은 비올라가 적어준 대로 따라 와인색 외벽의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간판에 '셀리나의 장신구점'이라고 박혀있었죠.
간판의 이름을 반영하듯 내부는 여느 장신구점에서 볼 법한 풍경입니다.
유리로 덮여진 진열대에 색색의 보석이 작거나 크게 박힌 반지나,
꽃모양으로 잘 세공된 브로치,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진주목걸이 따위가 죽 진열되어 있습니다.
꽤나 섬세한 솜씨네요.
…그 안쪽에는 어딘가 불성실한 태도의 주인이 있습니다.
유독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인 제법 큰 체구의 중년 여성입니다.
메리엘이 들어오는 걸 눈으로 흘금 보고도 인사도 하지 않습니다.
섬세한 장신구와는 꼭 반대의 사람입니다.
셀리나:무슨 볼 일 있나? 돈 없으면 안 받아.
거기에다 누가 봐도 속물스런 태도까지!
가게 주인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비올라가 받아오라 했던 건 받아와야겠죠.
말을 걸어봅시다!
메리엘 영:(으음, 여기 장신구처럼 섬세한 사람인가보네...) 안녕하세요, 저는 카지안 가에서 온 집사 영입니다. 비올라 아가씨가 맡기신 물건을 받을 수 있을까요?
셀리나:비올라 아가씨?
가게주인은 느릿느릿 주문서로 추정되는 문서더미에서 비올라, 비올라…. 하며 이름을 찾더니,
찾은 듯한 순간 내내 의자에 기대 누워 있다시피 했던 자세가 쫙 펴집니다.
눈이 커지고, 문서와 메리엘의 이름을 번갈아 보더니 꽤나 속물스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셀리나:...진작 말하시지 그러셨어요~
(안쪽으로 들어가며) 주문하신 건 제대로 준비해뒀습니다요. 이 셀리나의 솜씨를 믿고 거액을 지불하셨으니 이 정도는 당연지사죠. 게다가 추가금까지 얹어주신 만큼 특별히 더 신경썼답니다. (사탕발린 소리를 연달아 늘어놓는다.)
저 사람의 장신구와 같은 섬세함은 돈 앞에서만 한정되나 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갈색 포장지에 붉은색 리본을 정성스레 동여 맨 작은 상자를 들고 가게 주인이 나타납니다.
셀리나:오래 기다리셨죠~ (유리 진열대 위에 상자를 올려놓는다.)
이곳 진열대의 장신구만큼이나 섬세한 포장이군요.
역시 돈이 최고입니다.
메리엘 영:(우리 아가씨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하셨나...? 받아들고) 네, 감사합니다. 마담 셀리나의 솜씨는 이 주변에 자자하니까요, 저희 아가씨도 그를 믿고 맡긴 것일테지요.
셀리나:그래요, 그래요. 아주 잘 알고 계시는군요. (칭찬에 퍽 기분이 좋아진 듯 입술을 말아올려 웃는다.) 그분도 참 안목이 좋다니깐요.
메리엘 영:혹시 이 안에 무엇이 들었나 알 수 있을까요? 가는 길에 어떤 아름다움이 있을 지 상상하며 가고 싶어서요. (내용물도 알지 못한 채 전해주는 건 아니라 생각해 슬쩍 물어보며)
셀리나:그건 주문하신 고객님께서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요~.
굉장히 친절하고 나긋한 톤으로 설명하는 이 사람은 가게에 들어온 아까 전의 사람과는 꼭 딴판입니다.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부모님께 선물이라도 하려는 걸까요?
이렇게 당신에게까지 비밀로 해서는…
나름 그래도 옆을 지켜온 세월이 몇 년인데,
조금 서운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니까요.
메리엘 영:네, 알겠습니다. 작품 감사하고, 오늘도 부디 좋은 하루되시길. (아쉬움을 접고 단정하게 인사 후 가게를 나선다)
셀리나:안녕히 가세요~
딸랑― 문이 닫히는 소리를 뒤로 하고,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 딴판의 반응을 마지막으로 가게를 나옵니다.
한 손에는 갈색 포장지로 둘러싸인 상자를 들고 와인색 가게를 뒤로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비올라가 당신에게 부탁했던 일이 있었죠.
'그리고 번화가에 어떤 게 있는지 전부 보고 와서, 전부 말해줄래?'
…라고.
바깥을 통 돌아다니진 않는 당신의 작은 주인님이니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무래도 비올라의 고용인인지라 비올라의 생활반경과 비슷하게 지내다보니,
메리엘도 번화가에 나온 건 꽤 간만인 것 같죠.
요즘의 번화가는 어떨까요?
여기저기 살펴보도록 합시다.
메리엘 영:(이 번화가의 모든 걸 들려주겠단 마음으로 눈을 빛내며 걸음을 옮긴다)
온갖 화려한 드레스를 파는 옷가게, 알록달록 맛있는 디저트를 늘어놓은 베이커리, 꽃집, 과일가게, 카페...
온갖 가게들이 늘어서 있네요.
예전에 나왔을 때보다 더 많은 상점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에서는 듣기 좋은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는군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보니 리라를 뜯으며 노래하는 음유시인이 보입니다.
메리엘 영:시간 참 빨라~ 별 게 다 생겼네... (노랫소리에 이끌려 음유시인에게 다가간다)
리라를 뜯으며 노래하는 목소리가 청명하게 울려퍼집니다.
음유시인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만 듣고 있자니,
메리엘과 같은 관객들 사이에서 ‘평안 기원제’라는 단어가 들리는군요.
평안 기원제…
그러고 보니 여름을 앞둔 이 시기에는 꼭 그런 걸 했던 것 같습니다.
여름은 더워서, 해가 작열하면 어린 아이나 노인은 픽픽 쓰러지곤 했죠.
그렇게 쓰러지지 않도록,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여름을 무사히 넘기고 건강하도록.
흥겨운 풍의 음악과, 누구든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로즈 스트리트를 따라 춤을 추고,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번화가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행사입니다.
굳이 끝에서 끝까지 춤을 출 필요는 없어서,
기원제의 마지막 즈음에 남은 사람은 평균적으로 처음의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과 끝까지 남은 사람들은 그 관계도 내내 평안하리라―
정도의 미신이 있는 행사입니다.
더불어 길의 가장자리에는 원래 있던 가게를 비롯해 그 시기만을 노린 노점상들은 또 얼마나 많고요!
그 노점상 중에 꽤 괜찮은 곳은 이미 아는 사람 사이에선 다 알려져 있습니다.
생긴 지는 이제 겨우 십 년 남짓 되지만 꽤 괜찮은 행사죠.
사람1: 평안기원제가 벌써 내일이라지?
사람2: 그래그래. 뭘 입을지 준비는 해 뒀어?
사람1: 그럼, 물론이지.
……그런데 그 행사가 마침 내일이라고 하네요.
벌써 그렇게 됐나?
메리엘 영:언제 축제가 또 돌아왔지... 우리 아가씨랑 나와서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데 역시 무리려나아... ( 그 기원에 함께하고 싶지만 오늘도 크게 기침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풀이 죽는다)
체리나 한 가득 사가야겠다. (과일가게로 걸음을 옮깁니다)
과일가게로 걸음을 옮기니, 가판대에 온갖 신선해 보이는 과일들이 가득 늘어서 있습니다.
주인: 어서오세요~ 뭘 드릴깝쇼?
메리엘 영:안녕하세요~ 혹시 체리 들어온 거 있나요? 요즘 날이 푹푹해서 그런지 벌써 체리가 영글었더라고요. 파이 해먹을 거니까 많이요!
주인: 우리 가게가 과일 품질 하나는 끝내주지! 달콤한 체리들로 가득 담아드리겠수다. (체리를 한 바가지로 담아 건네주며) 파이는 평안기원제 기념으로 만들어 드시려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이번 평안기원제에는 피레타 연극단이 온다고 하던데.
피레타 연극단? 그게 뭐죠?
한 번 물어볼까요?
메리엘 영:(값을 지불하며 묻는다) 아유 요새 하도 평화로워서 전 기원제도 까먹었어요. 아까 요 앞에서 듣고서야 아차, 했다니까요? 그나저나 피레타 연극단? 이번엔 춤 말고 연극단도 볼 수 있나요?
주인:아유, 처음 들어봤어요? 최근 이 번화가의 완~전 뜨거운 감자인데! (돈을 받으며) 연기가 워낙 실제같아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정말 사랑을 하는 것 같고,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은 진짜 복수를 하는 것 같다고 명성이 자자합디다. 어디서 이런 실력자들만 모은 건지! 피레타 연극단이 올 때는 다른 연극단들은 발도 못 붙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니까요. 마침 그 연극단이 내일 평안기원제를 맞이해서 온다지 않습니까! 이번 연극내용은 새드엔딩이래요. 장르는 로맨스 같다는데, 정확하진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평안기원제가 시작할 시간에 딱 맞춰 끝나도록, 늦은 오후에 시작한대요.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피레타 연극단의 또 남다른 점이 이거죠~ 연극을 하는 날짜와 시간만 알려주고, 정확히 어디에서 하는지, 표를 어디서 파는지는 알려주질 않아요! 아마 표를 사재기하려는 사람들이나 있으신 분들이 자리 뺏는 걸 막으려고 그러는 거겠지요. 모두가 동등하게 연극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의라나? 아무리 보고 싶어도 운이 좋아야 하는 거죠. 어차피 전 장사하느라 보러 가지도 못하겠지만서도요.
메리엘 영:세상에, 이게 바로 실력파 연극단의 굉장한 점인가요...? (문화적 충격을 받으며) 하나도 몰랐어요, 자주 나오는게 아니라... 실제같은 연기라니 너무 보고 싶네요, 하필 기원제 당일이라 장사도 못 접고, 아쉬우겠어요... (입은 줄줄 말하지만 사실 가게 주인은 안중에도 없고 어떻게든 우리 아가씨를 데려올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우선 더위를 피할 양산과 부채, 약간의 물과 사탕... 사람이 많을테니 마차는 약간 떨어진 곳에 세우고...) 감사합니다, 내일 꼭 나와봐야겠어요!
주인:하나도 몰랐다니 꽤나 바쁜 삶을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요. 주인이 일을 웬만치 많이 시키는 게 아닌가봐요? 그래요, 그래요. 연극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으실 수 있다면 좋겠네요!
메리엘 영:많기는요, 번화가에 번듯하게 자리 잡은 사장님만 할까요! (하하 웃으며 많이 파세요, 인사하고 자리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꽃집에 들러본다)
메리엘은 꽃집으로 향합니다.
수국이며 국화, 장미, 안개꽃, 히스꽃 등 화려한 꽃들이 제 색을 뽐내고 있네요.
주인:어떤 꽃들을 드릴까?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메리엘 영:안녕하세요~ 저 푸른 수국 한 다발이랑 국화는 색 섞어서 한 다발, 거기에 안개꽃으로 장식해주세요. 아, 선물할 거예요! 되도록 예쁘게 해주세요.
주인:알겠습니다~ 바로 만들어 드릴게요, 거기 예쁜 꽃들 구경하시면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메리엘이 말한 대로 꽃들을 골라서 솜씨 좋게 묶어 포장한다.) 누구에게 선물해 드리려고~?
메리엘 영:(꽃을 살펴보다 사장님 말에 조금 수줍게 웃으며) 사실, 저기 카지안 가에서 일하거든요. 저희 아가씨한테 깜짝 선물 해드리려고... 갑작스레 받는 선물은 늘 특별하니까요? 그러니까 되도록 예쁘게 해주셔야 해요! (환하게 웃을 아가씨를 떠올리며 활짝 웃는다)
주인:아이고, 그 카지안 가문에서 일하신단 말이야? (깜짝 놀라 되묻는다.) 대단한 가문인 만큼 바쁠 것 같은데, 아가씨에게 깜짝 선물까지 해드린다니 사이가 많이 좋은가 봐요. 보통 그러기 쉽지 않은데. 알겠습니다, 최대한 신경써서 곱게 만들어 드릴게요. (잠시간의 간극 사이, 연보라색 포장지에 감긴 푸른 수국과 국화, 안개꽃 다발을 당신에게 내민다.) 다 됐습니다!
메리엘 영:세상에, 감사해요! (세상천지 이만큼 고운 게 없다는 듯 기뻐하고 돈을 지불한다) 역시 이 거리에 굉장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니까. 다음에 또 올게요! (세상천지 이보다 수만 배 고울 우리 아가씨를 그리며 번화가를 눈으로 쭉 훑고 마차로 돌아간다)
번화가를 돌아다니고 물건을 사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나 있습니다.
마차는 아까 처음 왔던 로즈 스트리트의 분수대 앞에 그대로 있습니다.
마차를 이끄는 사람은… 졸고 있네요!
그럴 만도 하죠, 꽤 오래 걸렸으니까요.
마부를 깨워서 저택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메리엘 영:날이 따땃해서 잠이 솔솔 오셨구먼. (마부석 근처를 탁탁 치며 깨운다) 저 왔어요, 조금 오래 걸렸죠? 이거 아까 산 체리인데 좀 드세요. (체리를 일부 덜어주고 마차에 탄다)
덜컹, 덜컹―
메리엘이 마차를 이끄는 사람을 깨우고, 마차에 타면 이내 마차는 천천히 가속합니다.
비올라의 마차는 승차감이 좋지만,
그래도 미약하게 흔들리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죠.
꽤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서 그런가,
등받이에 풀썩, 소리가 나게 기대면 이제사 여태 번화가를 돌아다닌 피로가 느껴져요.
바깥으로 마차의 속도에 따라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보면,
꼭 저녁의 나른함도 온 몸을 감싸는 기분입니다.
돌아가면 비올라에게 무엇이 든지 모를 상자를 줘야죠.
번화가에서 듣고 본 이야기도 해줘야 하고……
그리고…… 또……….
【 1st Day, PM 07 : 12 】
마부: 도착했습니다.
마부의 덤덤한 한 마디에 퍼뜩 정신이 깹니다.
어느 틈에 살짝 졸았나 보네요.
주변을 돌아보면 아직 해가 저물진 않았습니다.
곧 있으면 지려나요?
번화가에서부터 시간은 꽤 오래 보냈던 것 같은데,
여름이 가까워져서인지 해도 늦게 지네요.
메리엘 영:허어어, 감사합니다, 마차 너무 잘 몰아주셔서 세상 모르고 잠들었어요... (마차에서 내려 가다리고 계실 아가씨를 찾으러 간다)
마차에서 내려 저택으로 걸어 갑니다.
저택엔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요.
끼이익― 저택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용인들은 저녁준비로 한창 바쁩니다.
비올라는 어디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누군가 뒤에서 접시를 품에 한가득 들고는 당신을 부릅니다.
지나가던 고용인: 너! 작은 주인님 전속으로 일하는 애 맞지?
메리엘 영:예, 지금 복귀했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퍼득 놀라 대답한다)
지나가던 고용인: 작은 주인님이 너 바깥에 나갔다고, 돌아오면 서재에서 기다릴 테니 오라고 하셨어. 아휴, 바쁘다, 바빠! (제 말만 남긴 채 쌩하니 사라진다.)
비올라가 지나가는 고용인을 아무나 붙잡고 부탁했던 모양입니다.
서재는 분명 1층이었죠.
메리엘 영:(히히, 서재로 헐레벌떡 종종걸음으로 갑니다)
메리엘이 서재로 발걸음을 옮기면,
죄 저녁을 준비하느라 식당으로 인원이 몰려 이곳만은 적막이 감돕니다.
굳게 닫힌 문.
방해하지 말라는 듯한 표시 같지만, 당신은 비올라에게 용건이 있으니까요.
노크 정도는 해볼까요?
메리엘 영:(뚝딱딲 노크하며) 똑똑~ 아가씨, 저 메리엘이에요. 들어가도 괜찮으신가요?
똑똑.
메리엘이 가볍게 노크를 해도 들려오는 반응은 없습니다.
서재에서 하던 일에 꽤나 집중한 걸까요.
메리엘 영:(쓰러졌을지도 모르니 한 번 더 뚝딱하고) 아가씨, 저 들어갈게요? (조심스레 문을 연다)
끼이익―
목재로 정교하게 세공된 문이 열릴 때만큼은 본래 목재의 낡은 소음을 냅니다.
이어서 문을 닫으면 마찬가지의 소음이 귓전을 울리죠.
그렇게 들어간 서재 안에서는….
… …
메리엘은 잠시 할 말을 잃습니다.
한 벽면이 전부 창문이라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서재의 구조는,
조금이라도 추우면 몸이 아픈 비올라를 위해 갈아엎은 결과물이란 건 분명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꼭 오늘 처음 알게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투명한 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오렌지빛의 햇살이란,
보는 사람의 눈이 다 아릴 정도로 눈부십니다.
오렌지빛 햇살을 그대로 머금은 채로 푹신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그대로,
눈을 감고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은 비올라.
그 앞의 탁상에 규칙성없이 올려진 두꺼운 서적.
기이하리만치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
……짧은 시간 강렬하게 타오르다시피 했던 오렌지빛 햇살은 이내 가라앉고,
그 정적인 풍경 속에서 비올라가 머금은 빛만이 천천히 색을 달리합니다.
푸르게 내려 앉는 어스름.
하지만 메리엘이 할 말을 잃은 이유는,
조금 전의 그 풍경이 눈이 부셔서 따위는 아닙니다.
사실, 이 풍경이……
<지능> 판정
메리엘 영: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이 아스라한 풍경이 마치 아가씨를 황혼으로 데려갈 듯 창백하게 물들기 시작한다. 아직은, 아직은 아닌데. 황금빛으로 찬란하던 세상에서 색을 빼앗기는 것 같아 조금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다가가며) 아가씨...?
…모르겠습니다. 이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
착각이라고 믿고 싶어질 만큼 간절하고 절박해지는……
기묘한 감각에 메리엘, SANC (1/1D3)
메리엘 영: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세상에)
1d3 굴려주세요... 메리엘....
메리엘 영:
rolling 1d3
(
3
)
=
3
이성 3 감소
비올라 카지안:... ... 메리엘?
비올라가 장미정원을 헤매는 당신을 불렀을 때와 같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그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이 천천히 깨집니다.
비올라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로 눈을 깜빡이고,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한참 말이 없습니다.
…곧 비스듬히 기댄 자세를 바르게 하더니,
마른 세수를 한 번 하고는 당신을 온전히 마주합니다.
비올라 카지안:다녀왔구나. 메리엘은 분명 잘 다녀올 거라 생각했어.
물건도 잘 가져온 것 같고, ...주변도 많이 둘러보고 왔어? 고생 많았겠다.
비올라의 목소리에 순간 할 말을 잃었던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좀 전의 것은 착각이었나요.
그래요, 이렇게 멀쩡하게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에게 말하는데.
왜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까요.
괜한 불안감이겠죠? 지는 해에 홀렸던 걸지도 몰라요.
메리엘 영:(조금 목이 잠겨 헛기침하고) ...아가씨, 주문하신 물건이랑, 여기요. 돌아오려다 아가씨를 닮은 푸른 수국이 보여서. (물건과 꽃다발을 내밀고 입꼬리를 올렸다) 나가서 무얼 봤고, 무얼 들었는지 아세요? 잊고 있었는데 내일이 평안 기원제더라고요. 햇살이 이리 눈부시고 따스한데, 내일 아침에 한 번 나가보시지 않겠어요? 모두들 웃는 얼굴로 행사에 참여할 거예요. 마침 행사에 맞춰 아주 유명하고, 연기가 실감나는 '피레타 연극단'이 온다고 해요. 연기가 어찌나 실감나는지 근방에서 소문이 자자하더라니까요? 한 번 가보시겠어요?
비올라 카지안:(피곤한 기색이지만, 꽃다발을 보고는 눈가가 천진하게 휘어진다. 꽃다발만 기쁘게 받아들고는) 그랬구나. 원래는 바로 물건을 받고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서. 아무래도 저녁을 먹고 밤에 듣는 게 맞을 것 같아. 밤이 되면 내 방으로 와 줄래? 그때까지 그 물건은 네가 갖고 있어줘. 내게 들려줄 얘기도.
그래요, 생각해보니 조금 전에 저택에 왔을 때도 다들 저녁준비로 분주했죠.
비올라가 규칙성없이 쌓아둔 서적을 난감해하더니,
이내 소파를 벗어나 메리엘의 앞으로 다가옵니다.
비올라 카지안:(꽃다발의 향을 맡고는 웃으며) 먼저 나갈게. 저녁 먹고 밤에 보자. (그리곤 당신을 스쳐 밖으로 지나간다.)
본래 목재의 낡은 소음이 귓전을 울립니다.
…메리엘도 슬슬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죠.
메리엘 영:(물건을 고쳐 안고 난감하게 본 서적을 일렬로 정리하고 나간다)
(서적 관찰할 수 있을까요?)
정리하는 서적들은 죄다 《 고대의 의식 》,《 의식의 성립요건 》,《 기이한 사건 모음집 》,《 주술의 이해 》
……따위의 꽤 음산하고, 왜 골랐는지 모를 서적들입니다.
메리엘은 책장을 넘기며 내용을 살펴보았지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주문같은 말들의 연속뿐입니다.
책 이곳저곳에 밑줄 표시가 그어져 있네요.
중간중간 알아볼 수 없이 흘려쓴 메모도 적혀 있습니다.
무언가 꼭 찾고자 하는 내용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메리엘, <행운> 판정 해주세요. 어려운 성공 이상을 요구합니다.
메리엘 영:아가씨, 아무리 힘드시다지만 흑마술에도 관심이 생긴 걸까...? (서적을 살펴보다 또 눈물이 찔끔 난다. 만일 흑마술이 필요하다면...)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와잣)
복잡한 책들의 내용을 대충 훑어내려가던 그 때,
한 책장의 귀퉁이에 작게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 '...주문을 건 매개체에 술자와 대상이 동시에 입을 대는 특수한 경우 예외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군요.
책이 워낙 두꺼운지라 발견하지 못한 건지, 찾지 못한 건지 아무런 표시도 되어있지 않네요.
비올라는 왜 이런 책을 읽고 있던 걸까요?
이해할 수 없는 비올라.
메리엘, SANC. (0/1)
메리엘 영:어떡해, 정말 흑마술에 빠지셨나 봐......(어쩐지 서러워 찔끔거린다)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하하, 여차하면 내가 몸 던지지 뭐. 이내 괜찮아지며)
이성 감소 없음
이제 볼 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군요.
메리엘 영:저녁 먹으러 가야지~ (흥얼흥얼) 오늘 디저트는 체리파이...! (서적을 잘 정리하고 품에 물건을 고쳐 안은 채 서재를 나선다)
【 1st Day, PM 09 : 43 】
모두 저녁식사를 끝낼 즈음이 되면 식당은 설거짓거리를 처리하는 움직임으로 바빠지다가,
식당이나 저택 어디를 가릴 것 없이 고요해집니다.
저벅저벅― 적막이 내려앉은 저택을 당신의 발소리가 메웁니다.
당신은 비올라의 방에 볼일이 있으니까요.
이 상자도, 얘기도. 전부 전해주기로 했으니까.
메리엘 영:(아가씨 방에 아까처럼 뚝딱딱 노크한다) 똑똑, 아가씨, 저 메리엘이에요. 들어가도 되나요?
비올라 카지안:응, 들어와도 괜찮아.
비올라의 방 앞에 서서 가볍게 문을 두드리면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들려옵니다.
…서재에서의 고요함은 잊힐 정도로, 나긋하지만 분명합니다.
메리엘 영:아가씨, 부탁하신 물건이요. (물건을 조심스레 건네주며) 번화가라 그런지, 볕이 좋아 그런지 밖에 사람이 많았어요. 마담 셀리나의 가게 안은 온갖 섬세하고 아름다운 장식품이 많았는데 그보다 볕 아래의 사람들 얼굴이 훨씬 빛나지 뭐예요. (푸스스 웃고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 분수대에 물이 산란하는 것도 어찌나 곱던지, 내일 기원제에 가보시는 건 어떠신지...오늘은, 괜찮으셨나요...? (떠날 때 본 뒷모습이 잊히지 않아 목소리를 약간 줄이며 안색을 살핀다)
비올라는 침대 헤드에 기대 앉아 당신을 봅니다.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 꽤 편한 옷차림이네요.
비올라 카지안:기다리고 있었어, 옆에 앉을래? (제 옆자리의 방석이 깔린 의자를 가리킨다. 물건을 받으며 조곤조곤 들려오는 당신의 목소리를 주의깊게 듣는다.) ...마담 셀리나가 그리 친절하시지는 않지. (중간중간 반응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기원제? 평안기원제 말이지, 그게 벌써 내일이 됐어? 평안기원제라니...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네. (기억하지 못했던 듯 되묻다가 당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오늘 별로 한 것도 없는걸. 오히려 네가 힘들었을 거 같은데.
메리엘 영:오늘도 힘든 일은 없었어요. 전 항상 사람들 사이에서 기운을 얻는 걸요. (다정하게 웃으며 의자에 앉는다) 내일은 모처럼 행사 끝날 때까지 연극단이 자리한다니까... 아가씨가 괜찮으시다면 끝까지 있고 싶어요. 왜, 이 행사 마지막에 남는 사람들은 내내 평안하리란 말도 있잖아요. (부디 아가씨가 쭉 평안할 수 있도록, 내일만이라도 건강하길 바라며 바라본다)
비올라 카지안:사람들 사이에서 기운을 얻어서, 네가 내게도 그런 밝은 기운을 전해주는 건가 봐. 연극단? ...아, 그러고 보니까 아까 네가 피레타 연극단에 대해 말했었던 것 같아. (피곤한 듯 침대 기둥에 기댄 채 이야기를 듣다가 깜박깜박 졸기도 한다.) ...맞아, 그런 말이 있었지... 끝까지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나른한 목소리로 당신의 옷끝을 살짝 잡는다.) 내일 내 몸상태가 좋으면, 번화가로 나가자. 아주 오랜만에 나가보는 거라 정말 즐거울 것 같아.
목소리도 그렇고, 당신의 작은 주인님의 약한 몸은 한계를 맞이했나봐요.
평소에 열지도 않는 티파티를 연다느니,
일부러 당신을 신경써서 마차가 있는 곳까지 바래다 준다느니.
메리엘에겐 무리가 없을 일들이지만 당신의 비올라는 조금 다르겠죠.
오늘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해볼까요.
비올라가 침대에 눕고, 언젠가 잠이 깰 때와 같이 눈을 깜빡입니다, 만…
비올라 카지안:메리엘, 내가 잠들기 전까지만 곁에 있어줄래?
...네 건강이 내게도 옮으면, 내일 번화가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허황된 소리를 하며 웃는다.)
농담같은 소리를 덧붙이고 비올라는 미약하게 웃습니다.
졸려서 어리광을 피우는 걸까요.
평소엔 그러지도 않던 사람이….
메리엘 영:(늘어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허락 없이 손을 잡는다) 잠들 때까지 곁에 있을게요. 건강이 옮는 걸 넘어서 다 가져가셔도 전 언제나처럼 웃을 테니까, 가져가시고 부디 따뜻한 꿈을 꾸세요. 분명 내일은 건강하게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약간 느릿하고 조용히 말하며 잠들 때까지 곁을 지킨다)
비올라 카지안:...그럼 안 되지. 네 건강은 네 건데... (눈을 반밖에 뜨지 못한 채로 몽롱하게 중얼거린다.) 그런 말은 농담으로라도 하지 말아. ...그냥, 너도 건강하고 나도 건강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 내 몸은 왜 이리 약한 걸까? (그다지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듯한 푸념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다 어느 순간 조용해진다.)
새근새근.
미약한 웃음은 미약한 숨소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잠들 때까지 있어달라고 했었죠.
슬슬 나가도 되련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숨을 들이키고 내뱉는 소리와,
이따금 창문을 울리는 조금 강한 바람 소리만이 이 방을 채우고,
커튼이 채 가리지 못한 달빛이 연푸르게 비올라 주위에서 일렁입니다.
기이하리만치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
메리엘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곧 서재에서 느꼈던 기묘하고, 하나로 단언할 수 없는 감각이 떠올랐기 때문이겠죠.
여전히 비올라의 숨소리는 꺼지지 않는데도,
왜 그런 이상한 예감이 밀려오는지…
메리엘 영:괜찮을 거야, 정말로......(저녁에 본 풍경이 잊혀지지 않아 잠든 아가씨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애써 괜찮을 거라 말해봐도 이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 한참을 바라만 보다 이내 일어서 창백한 방 안을 한 번 휙 둘러보고 나가며) 부디, 좋은 꿈을.
그래요.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들어가도록 해요.
메리엘은 비올라를 뒤로 하고 방을 나옵니다.
메리엘이 잠자리에 들면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내립니다.
【 2nd Day, AM 07 : 26 】
바깥부터 들리는 꽤 분주한 발걸음, 소음, 바깥에서부터 들리는 미약한 새소리…
아, 아침입니다. 그것도 꽤 이른 아침이요.
어제… 비올라의 방을 들렸다가, 그대로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엎어졌었죠.
머리맡에 폭신한 감촉이 느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아요.
<건강> 판정
메리엘 영: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흐어억, 팔이야, 다리야...... 어제 뭐 무리했나...?(뻐근한 몸에 괴이한 소리를 뚝뚝 흘리다 일어난다)
…오늘도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몸상태입니다.
오늘도 적당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네요.
어쨌든, 오늘 하루도 기지개라도 피면서 시작해보자고요!
비올라는 일어났을까요?
바깥이 분주한 걸 보면 곧 아침식사를 할 때가 되었을 거예요.
한 번쯤 방문을 두드려봐도 좋을 것 같아요.
메리엘 영:(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아가씨 방으로 향한다) 일어나셨으려나? (문을 뚝딱딱 두드린다) 아가씨, 일어나셨나요? 오늘도 화창한 아침이랍니다!
똑똑.
끼이익―
비올라의 방문을 두드리면 들어오라는 말 대신 안 쪽의 누군가가 방문을 열어줍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비올라네요.
비올라?
어쩐지 어색하군요.
그도 그럴게, 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비올라는 이렇게 나서서 문을 열어주기보다는 어제처럼 들어오라고 말을 건네는 편이었으니까요.
몸이 약하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비올라 카지안:좋은 아침이야, 메리엘.
게다가 오늘따라 어딘가… 묘하게 들떠보이지 않나요?
곧 그 의문이 사실이라는 듯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나, 오늘 몸상태가 정말로 좋은 것 같아. 이런 적, 아주 옛날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가뿐하게 제자리에서 빙글 돌아본다.)
이리 와 볼래, 메리엘? (옅은 아침 햇살을 등지고 있다가,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젖힌다.)
촤아악―
경쾌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걷힌 커튼,
달칵, 잠금쇠로 고정되어 있던 창문이 열리는 소리.
열리는 창문 틈새로 아침 특유의 선선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연보랏빛 머리칼이 바람의 흐름을 따라 어깨에서 찰랑입니다.
숲을 담은 녹색 눈은 창 너머의 바깥을 보는 듯 합니다.
비올라 카지안:(창밖을 바라보는 단아한 옆모습에서 숨길 수 없는 들뜸과 설레임이 읽힌다.) 오늘 날씨도 정말 좋네. 메리엘, 너는 어때? 컨디션은 좀 괜찮아?
메리엘 영:(모처럼 건강하고 쾌활한 아가씨에 감격해 웃음이 만개해) 오늘 날씨만큼, 아니 그보다 좋아요! 언제나처럼! 어제의 기도가 통했나봐요, 아가씨 오늘 어엄청 기운차 보이세요! (신난 개마냥 가만히 있지 못하고 기웃거리며) 아침 식사하고 바로 나가봐요. 행사 시작할 때!
(심리학 굴려봐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메리엘 영:(우리 아가씨가 혹시 상태 안 좋은데 일부러 이러시는 걸까)(혹시 모를 의심)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음~ 역시 잘 모르겠다! 신나서 뛰어나갑니다)
비올라는 원체 거짓말을 잘 못하는 편이었죠.
숲색 눈은 순수한 설레임으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메리엘 영:아가씨, 좋은 꿈은 꾸셨나요? 어제의 기도가 통했다면 이것도 통해야 할텐데. (안보이는 꼬리라도 달려있는 것처럼 붕방거리며) 하, 오늘 화창한게 제 기분과 같아요.
비올라 카지안:어제 자기 전에 네 손을 잡아서, 정말로 건강이 옮기라도 한 걸까? (가만있지 못하고 둥당거리는 모습에 마치 보이지 않는 꼬리가 달려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가를 가리고 쿡쿡 웃는다.) 으응, 너와 함께 춤을 추는 꿈을 꿨어. 메리엘도 컨디션이 좋다니 다행이야. (잠시 바깥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는 결심했다는 듯이) 그래, 아침을 먹고 나면 함께 번화가에 나가보자.
그래요, 평안기원제라느니, 연극단이라느니 온갖 볼거리는 오늘 다 몰리고,
비올라는 몸상태가 좋고, 날은 맑고.
무엇이 부족해서 나가지 못하겠어요?
이렇게 모든 조건이 잘 맞는 걸 보면 오늘은 특별한 날일지도요.
메리엘 영:(나와, 함께, 춤을!! 꿈마저 저를 기쁘게 해 걸음을 제대로 걷는 것 같지도 않다. 마치 허공을 딛는 것처럼 가볍게 날아다니며) 오늘은 완벽한 하루가 될 게 분명해요! 잔뜩 구경하고, 잔뜩 얘기해요. 자, 약속! (신나서 사리분별 못하고 손가락 쑥 내밀며)
비올라 카지안:(당신의 신난 모습에 결국 소리내어 아하하 웃어버린다.) 메리엘이 나보다 더 신난 것 같아. (하지만 자신도 마음만 먹으면 저 천장까지 뛰어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았다. 새끼손가락을 당신의 손가락에 단단히 걸었다.) 응, 약속이야. 완벽한 하루를 만들자. 그럼 조금 이따가 아침 먹고, 마차를 세워두는 곳에서 만나도록 할까?
메리엘 영:그렇게나 신나보이나요? 하하, 그럼 제대로 보신 거예요. (웃음소리에 약간 머쓱하게 손을 풀고 조금쯤 진정하며) 꼭꼭 약속했으니 완벽한 하루로 만들어 봐요. 그렇다고 무리는 하지 마시고! 조금 준비할테니 아침 드시고 마차 앞에서 봬요!
비올라 카지안:너와 함께라면 날이 좋지 않아도, 몸이 좋지 않아도 매일매일이 즐거운 하루지만. (장밋빛 웃음이 어린 채로 손을 내밀어 당신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좋아, 조금 이따 만나자.
너무 신난 탓에 아침이 어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준비를 마치고 마차 앞으로 향하면,
비올라는 평소 집에서 보던 편한 옷차림의 모습이 아닙니다.
오랜만에 하는 바깥 외출이라고 힘을 준 건지,
제비꽃 무늬가 새겨진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화려한 차림새네요.
비올라의 외모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장미향과 어우러지는 햇살 아래 서 있는 지금만큼은 무척이나 반짝여 보여요.
…그렇게 감상에 젖어있으면 그 새 눈 앞에는 어제도 탔던 비올라의 마차가 있습니다.
메리엘 영:아가씨, 꽃의 여신이 오늘을 축복해주러 인세에 내려온 줄 알았어요. 푸른색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건 역시 아가씨밖에 없다니까요? 자, 타실까요? (마차 앞에서 타는 걸 도와드리며)
비올라 카지안:(칭찬에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힌다.) 꽃의 여신이라니, 칭찬이 너무 과한걸. 그래도 어울린다니 기뻐. 예전에 외출할 때 입으려고 사뒀던 드레스인데, 드디어 입어보게 됐네. (당신의 손을 잡고 마차에 올라탄다.)
둘이 마차 안에 자리를 잡고 마차의 문을 닫으면,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어제와 같습니다.
서서히 창 너머로 저택이 멀어집니다.
그렇게 저택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에 바깥을 보면 풍경은 여전히 맑습니다.
비가 온다거나, 하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을 만큼 맑아요.
비올라는 바깥의 풍경을 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덜컹― 마차의 바퀴에 무엇인가 걸려 짧게 나는 단말마와 함께…
<관찰> 판정
메리엘 영:(부디 동물이나 사람만 아니게 해주십쇼, 빌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어쩌지 아가씨는 못보게 해야만)
아가씨, 괜찮으세요?
투명한 창가에 비친 비올라의 모습이 창가의 풍경에 집중하고 있단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조용히 밖을 바라보다, 한 박자 늦게 반응하네요.
비올라 카지안: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마차가 워낙 푹신하잖아. (창밖으로 바퀴에 걸린 것을 내다보며) 아마 돌이 걸린 것 같네.
마차는 잠시 멈췄지만 다시 나아갑니다.
【 2nd Day, PM 11 : 48 】
덜컹―
얼마나 지났을까요?
슬슬 번화가에 도착할 즈음이 아닐까, 싶으면 과연 마차가 서서히 멈춰 섭니다.
내려도 괜찮겠어요.
메리엘 영:(멈춘 마차에서 호닥 내리고 손을 뻗는다) 아가씨, 잘 잡고 내리세요. 오늘도 화창하고, 기분 좋은 날이에요!
비올라 카지안:도착했구나. (마차 안에서는 약간 가라앉은 모습이었으나, 도착한 것을 알고는 다시 신이 나서 손을 잡고 내린다.) 번화가는 정말 오랜만에 나와 봐.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어제와 같은 분수대가 보이는 곳입니다.
조금만 둘러봐도 번화가의 공기는 어제보다 들떠보이고,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 혼잡한 느낌이 물씬합니다.
어제 본 옷가게, 카페, 베이커리, 꽃집, 과일 가게에...
일찍이 장사를 시작한 노점상들도 보이는군요.
인파가 혼잡하니 비올라를 놓치지 않게 조심해야겠어요.
메리엘 영:(사심은 들어가 있지 않다는 듯 오로지 걱정만을 담아 말한다) 사람이 지나치게 많네요~ 이런 날 인파에 치여 길 잃는 건 위험하지요? 손 잡으시겠어요? (손을 내밀고)
비올라 카지안:그러게. 오늘 평안기원제라 다들 나왔나 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광경조차 생경한 것이었기에, 전부 두 눈에 담으려는 듯 시선이 이리저리 바삐 돌아간다.) 으응, 나 여기 길은 하나도 모르니까, 잃어버리면 그대로 미아가 되버릴지도 몰라. (얼른 손을 마주잡았다.) 뭐부터 할까? 뭐든 할래!
메리엘 영:(남은 손으로 얼굴을 잠시 가리고 숨을 크게 들이 쉰 후 언제나처럼 웃는다) 행사 시작 전에 옷가게에 먼저 들러보실래요? 오늘 같은 날 봄 옷 하나 장만하는 것도 나중에 다 추억이 되죠. 그 옷을 볼 때마나 오늘이 생각날 거예요. (옷가게로 이끈다)
드레스, 수트, 블라우스, 치마...
휘황찬란한 옷감들로 만들어진 빛나는 옷들이 당신들을 반깁니다.
비올라 카지안:(고급스러워 보이는 옷들을 보며 감탄한다.) 와, 와아... 내가 이런 것들을 입어도 잘 어울릴까...?
메리엘 영:(봄의 여신이 지상에 내려왔으니 어찌 그와 걸맞는 옷을 사지 않을 수 있습니까. 이건 사심이 아닌 신에 대한 품위유지이므로 마땅한 선택입니다. )(고대 그리스 명화나 조각에서 본 듯한 하늘거리는 옅은 푸른 빛 원피스를 고릅니다) 아가씨, 여기 아가씨 옷이 걸려 있어요! (사장님께 바로 꺼내달라 이르며)
옷가게 주인: 이 아가씨가 입어보실 건가요? 아주 잘 어울리겠네요! 지금 바로 꺼내드릴 테니 드레스룸에서 어서 갈아입어 보세요! (옷을 꺼내 비올라의 품에 안겨준다.)
비올라 카지안:우우... 이상해도 웃으면 안 돼? (어느새 품에 안긴 옷을 다소 허망하게 내려다보다가 우물쭈물 드레스룸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는 쭈뼛쭈뼛 문을 연다.) ...어때?
메리엘 영:(보자마자 영 맹한 얼굴로 빤히 보다가 기립박수를 시작한다) 와, 아가씨, 아니 제 선택에 그름 없이 명화에서 나오신 줄 알았어요! 피그말리온이 이런 기분이었겠죠, 하... 오늘을 지배하실 제 작은 신님, 다른 옷 더 안 필요하신가요?
비올라 카지안:
(To GM)rolling 1d100<25
(
23
)
=
1 Success
비올라 카지안:(당신의 칭찬에 머쓱하고 부끄러워져서 어쩔 줄 모르며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 그래? 명화라니,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그러면서도 거울에 제 모습을 이리저리 비추어보는 것이 퍽 마음에 든 모양새다. 당신의 칭찬에 아주 조금 자신감을 얻은 듯 다른 옷들도 둘러본다.) 어... 이건 어떤 것 같아? (하얀 보석으로 장식된 붉은 반팔 원피스와, 그와 색만 다른 녹색 원피스를 가리킨다.) 이거, 나랑 메리엘이랑 같이 입어보자. 나만 사기에는 미안하니까, 그리고 메리엘도 오랜만에 새 옷도 사면 좋고.
메리엘 영:(나의 작은 신이 설령 다른 옷을 입는다 해도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기에 눈을 데굴 굴리다가 흔쾌히 답한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이거 같이 입으면 손을 놓쳐도 금세 찾을 수 있겠죠? 아가씨는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릴테니...(푸른 옷을 조금 아쉽게 보다가 옷을 받아든다) 자아, 갈아입고 올까요?
비올라 카지안:메리엘이 집사복 말고 다른 옷을 입는 걸 보고 싶기도 했고... 이거 말고 다른 것도 사도 좋아. 응, 갈아입고 오자! (초록색 원피스를 들고 아까보다 좀 더 당당하게 드레스룸으로 들어가서 갈아입고 나온다.) 다 입었어, 메리엘?
메리엘 영:(갈아입고 나온 옷을 손으로 조금 팔락이며 나온다) 저 치마는 오랜만에 입는 것 같아요... 어색하진 않나요? (드물게 낯설단 얼굴을 하고 쭈뼛거리다 아가씨를 보고 허법 웃으며) 아가씨는 눈색도 그렇지만 초록색은 어찌 그렇게 잘 어울리시는지, 함께하는 모든 색이 다 아가씨라 행복해요. (제 원피스도 잊고 성큼 다가가 다시 손을 잡는다)
비올라 카지안:(당신의 모습을 보고는 제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는 것도 잊고 눈을 크게 뜨며 찬사를 내뱉는다.) 와아아! 정말 잘 어울려. 진짜 예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지도 몰라. 앞으로도 자주 입어주면 좋겠다. (행복하게 웃으며 당신과 손을 맞잡는다.) 그럼 이거랑, 아까 봤던 거랑... 또 사고 싶은 거 없어? 수트도 좋아, 메리엘은 뭐든 다 잘 어울리니까!
메리엘 영:(뭐든 잘 어울리는 건 우리 아가씨일텐데, 모처럼 행복하게 웃는 아가씨를 바라보며 마주 웃다가) 전 늘상 입는게 수트 종류라 괜찮은데 아가씨 옷이라면 가게의 옷 모두 입혀드리고 싶어요. (여상히 찬미하며) 다른 곳은 가지 않으셔도 괜찮나요? 모처럼의 축제인데 간식이라던가, 지난 번의 그 꽃집이라던가, 잠시 쉴 카페라던가. (오늘 컨디션이 좋더라도 혹여 지치진 않았는지 안색을 살핀다)
비올라 카지안:
(To GM)rolling 1d100<25
(
76
)
=
0 Successes
비올라 카지안:
(To GM)rolling 1d4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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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올라 카지안:이거, 계산해주세요. (방금 본 옷들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정리되는 것을 기다리다가, 갑작스레 손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헛구역질을 한다. 속이 울렁거리는 듯 비틀거리다 겨우 옆에 있는 당신을 잡았다.) ...아, 다른 곳... 좋아. 어디로, 갈까?
메리엘 영:( 안 괜 찮 았 다 ! ) (잠시라도 안심한 자신을 탓하며) 아가씨, 아가씨 괜찮으세요? 지금이라도 돌아갈까요...? 아니면, 근처에서 잠시 휴식을......
비올라 카지안:아, 아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돌아가긴 아깝잖아. (잠시 숨을 고르며 진정한 뒤 아무렇지 않은 척 몸을 일으킨다.) 나, 길거리 음식들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는데. 같이 먹지 않을래?
메리엘 영:(지금이라도 안아들까 손을 움찔거리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한숨을 내쉬고) 아무렴요, 아가씨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싶은 게 이 메리엘인걸요. 하지만 또 쓰러지실 것 같으면 바로 안아들어 마차로 돌아갈 거예요? 물론 그 때가 오면 아쉽다고 숨기지 마시고요! (내년에도 기원제는 열리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 동행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비올라 카지안:(메리엘이 자기를 들 수 있으려나? 무거울 텐데... 제 몸을 괜히 한 번 내려다보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도 쓰러질 것 같았던 건 아니고 잠깐 속이 울렁거렸던 것뿐인데... 알겠어. (계산한 옷을 받아들고 옷가게를 나서 길거리에 펼쳐진 좌판으로 향한다.)
과일꼬치, 떡꼬치, 염통꼬치 등 온갖 꼬치에 설탕을 묻힌 과일 사탕, 와플 등 길거리 음식들이 가득 늘어서 있네요.
메리엘은 무엇을 먹고 싶은가요?
메리엘 영:(오늘 두번째로 심각한 고민 하다가...하.......진짜 고민스레 바라보다... 떡꼬치 선택합니다) 아가씨, 떡 좋아하세요?
비올라 카지안:응, 떡 좋아해. 떡꼬치도 팔고 있어? (노점상 얼른 들여다본다. 빨간 소스가 가득 묻은 꼬치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보다가) 두 개 주세요! 메리엘도 먹을 거지?
메리엘 영:그럼요! 다 먹고 매우면 과일이나 와플도 먹을까요? (기쁘게 웃으며 떡꼬치를 받아들고) 이런 축제 오면 길거리 음식어 어찌나 좋던지, 어릴 땐 먹고 싶은 거 죄다 먹다가 하루 용돈을 다 쓴 적도 있어요. (짱 기쁘게 웃으며)
비올라 카지안:나 매운 음식은 꽤 잘 먹기는 해. 과일이랑 와플도 먹으면 정말정말 좋지. 길거리 음식들은 정말 하나같이 다 맛있어 보이잖아. 하루 용돈을 다 쓴 것도 이해가 가. 그래도 이제는 너도 카지안 고용인이니까, 먹고 싶은 거랑 사고 싶은 거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내 이름 대고 사. 알겠지? (떡꼬치 받아들고 한 입 베어문다. 아아... 인스턴트의 맛...! 눈이 번쩍 뜨인다.) 맛있어...!! 메리엘도 어서 먹어봐.
메리엘 영:(아앗, 잠시 소중한 아가씨 틈으로 고용주의 빛나는 모습이 보여 눈을 가늘게 떴다가 떡꼬치 입에 넣고 세상의 빛을 찾았다) 그럼 전, 이따 과일꼬치 두 개 먹을 거예요...... 아셨어요? 두 개! (념념 먹으며 행복을 누린다)
비올라 카지안:(욕심을 부린 게 두 개라니,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이번에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떡꼬치를 한 입 가득 베어물며 소리없이 웃는다.) 열 개도 사줄게. 과일사탕은 어때? 설탕을 입혀서 굳힌 거. 어제 메리엘도 단 걸 꽤 좋아한다고 했었잖아. (걸음을 옮겨 딸기와 사과 사탕을 하나씩 주문한다.) 어떤 게 좋아?
메리엘 영:허업, (눈부셔, 이게 '돈' 있는 자의 '사랑') 저, 전 딸기가 좋아요...(제 진토된 백골은 여전히 카지안 가 근처에 묻힐 것을 다짐하며 과일꼬치를 받아든다) 그럼 아가씨가 사과인가요? 어제도 사과잼을 찾으시더니, 봄이라 달콤한 게 끌리시는 걸까~
비올라 카지안:
(To GM)rolling 1d100<25
(
21
)
=
1 Success
비올라 카지안:그럼 메리엘이 딸기. (딸기 사탕을 건네주고 저는 사과 사탕을 낼름 핥아먹는다.) 그러게, 봄이라서 더 끌리는 걸까? 그러고보니 어제 메리엘이 체리를 잔뜩 사왔댔지? 집에 가면 체리파이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같이 먹자.
메리엘 영:(천사가 사과 사탕도 좋아하시는군... 낼룸낼룸 먹다 와삭 씹어먹으며) 너무 좋아요~ 아주 한 소쿠리를 사왔으니 파이용으로 넉넉할 거예요. 오늘 즐거운 일이 한 가득이네요~
그렇게 거리를 휘젓고 돌아다니기를 한참.
메리엘과 비올라는 길거리 음식으로 가득 배를 채우고, 여러 상점에도 들려 물건도 잔뜩 샀습니다.
【 2nd Day, PM 4 : 39 】
얼마나 번화가를 돌아다녔을까요?
꽤 느지막한 오후로 내내 부드럽게 내리쬐던 햇볕이 조금은 덜해질 시간입니다.
…그리고, 저기 붉은 벽돌 외벽의 건물 앞에서 로즈 스트리트가 떠나가라 소리치는 사람은...
피레타 연극단의 단원인가요?
단원: 자자, 줄 서세요 줄! 피레타 연극단의 놓칠 수 없는 오늘의 공연~
입장권 판매 진행중입니다~ 한 사람씩 차례로!
메리엘, <행운> 판정!
메리엘 영:(누구보다 빠르게 헤치고 줄 서본다)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흐아악 좋다 해냈습니다 아가씨!)
이제 막 입장권을 팔기 시작한 건지, 단원이 가리키는 줄에는 사람들이 막 모여드는 참입니다.
연극을 볼 예정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타이밍!
비올라 카지안:와아, 어제 말했던 연극단이 이거야? (잔뜩 신나서 메리엘 팔짱 끼고 총총걸음)
메리엘 영:(팔짱이 불편하지 않게 끌며 쇽쇽 앞으로 나아간다) 네, 이 사람들이라는데 연기가 그렇게 실감나고 굉장하데요. 오늘은 아마 새드 스토리라던가? (가물한 기억 더듬으며 설명한다)
비올라 카지안:연극은 아주 어릴 때 본 거 말고는 처음이야. 새드 스토리라니, 슬플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청 기대돼. (당신의 설명에 눈을 반짝거린다.)
둘이 줄로 다가가 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입장권을 구매합니다.
입장권 값의 걱정은 없어요.
그야, 비올라의 재력은 상당하잖아요?
……그나저나, 입장권에 새겨진 좌석이 바로 앞자리예요!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군요.
메리엘 영:보셨어요? 맨 앞 자리예요! (붕방 뛰며) 연극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오늘을 완벽한 날로 마치라는 신의 계시임에 틀림 없어요! 아마 아가씨와 함께 나와 그런 거겠죠? (자리에 착석하고 재잘댄다)
비올라 카지안:맨 앞자리라니, 잘됐다! (마주 신나서 도도도거림) (신난 두마리 강아지) (아니 토끼와 강아지인가) 메리엘도 연극을 보는 건 오랜만이지? 엄청 몰입하면서 볼 수 있겠다. (시계를 보고는) 다섯 시 시작이니까 20분쯤 남았네.
메리엘 영:20분이면 충분하네요, 뭐 마실 거라도 필요하신가요? 저라면 후다닥 다녀올텐데! (사랑스런 아가토끼를 위해서라면 저 인파를 헤쳐도 좋다는 듯 흘금인다)
비올라 카지안:아, 마침 군것질거리 파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작은 좌판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마시멜로도 팔고... 주스도 팔고 있네. 메리엘은 뭐가 좋아?
메리엘 영:오... (간만의 큰 행사에 노점상이 활발하군, 따위를 생각하며) 전 주스가 좋아요. 음, 레몬? 아가씨는요? (먼저 맛 보고 형편없으면 직접 과일을 짜오겠다는 다짐을 숨기며 묻는다)
비올라 카지안:메리엘은 레몬? 나는 오렌지 주스로 할게. (속내를 알지 못하는 천진한 낯으로 대답한다.) 스콘도 같이 주문하는 건 어떨까?
메리엘 영:좋아요! (벌써 호롭 마시며) 마침 꼬치는 다 소화됐답니다. (오늘 저택에 돌아가면 분명 수트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쉼없이 먹는다) (뇸념뇸)
짝짝짝짝짝―
자리에 앉아 간단한 간식거리를 먹다 보면,
주변의 박수소리와 함께 반쯤은 환했던 조명이 꺼집니다.
시작하려나 봐요.
꼬끼오―!
누군가의 성대모사일지 꽤 사실스러운 닭 울음소리가 무대를 메우고 사그라들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조명이 환해집니다.
무대는 평화로운 농가.
작은 농가에서 주황색의 머리칼을 하나로 올려 묶은 소녀가 나와서 기지개를 폅니다.
꽤나 성실해보이는 소녀의 이름은 레일리.
꽤 귀엽고, 호감이 가는 인상입니다.
그 인상대로 레일리는 마을사람들에게서 평판이 좋은 편입니다.
마을사람A: 레일리, 이걸 옆 집 아저씨에게 가져다주지 않겠니?
마을사람B: 아냐 레일리! 우리집 밭일 좀 도와줘.
마을사람C: 다들 그러지 말어, 애가 곤란해하잖아. …우리집에서 딸기잼 만드는 걸 도와주는 건 어때?
그건 바로 레일리가 호감가는 인상만큼이나 어떤 일이든 척척척! 해내기 때문이었죠.
마을 사람들은 곡식이나 합당한 만큼의 돈을 주며 레일리를 데려가려고 안달입니다.
그렇게 난처한 가운데,
레일리가 마을 사람들의 제안 사이에서 갈등하다 무언가를 '선택'하는 장면은 꽤 과장되어 있단 느낌이 들도록 연출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일리는 마을 촌장의 부탁을 받습니다.
마을 촌장: 레일리, 네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일을 잘하니 이번에 우리 마을에 온다는 부잣집 도련님을 돌봐주는 건 어떻겠니?
삯은 넉넉하게 챙겨준다고 하더구나.
소위 말하는 있으신 분에 해당하는 자제분이 이 마을에 온다지 뭐예요?
그런데 이상하죠.
그 잘났다는 집에서 이 시골에 데려올 고용인 하나 없었는지,
마을 촌장에게 이곳의 사람 한 명은 삼 년은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주며 괜찮은 사람을 소개시켜달라고 했답니다!
일단 그 삼 년치가 선금이고, 월급은 또 따로 주겠다네요!
이게 무슨 일이람?
그 행운의 주인공이 레일리가 된 거예요!
레일리는 여태 여러 고민들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했던 것과 달리,
말을 듣고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해버립니다.
그렇게 당장 일주일 뒤부터 시작된 도련님 모시기!
조명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면 으리으리한 저택의 내부입니다.
도련님은 이 시골에서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외진 곳의 큰 저택을 리모델링해 그곳에서 지냅니다.
무대를 등지고 있어 제법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도련님은 노크소리에 무대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척봐도 유약해보이는 인상, 예민해보이는 다크서클, 창백한 피부…
레일리가 친절히 몇 마디 붙여본 끝에 돌아오는 건 도련님이란 작자의 이름 뿐입니다.
에스칼 D. 라폰드네…라는데 그냥 에스칼이라고 부르라네요.
그러고는 또 말이 없습니다.
……저, 저 싹퉁바가지 없는 것을 봤나!
레일리가 여태 마을에서 좋은 평판을 갖고 일할 수 있었던 건,
일처리가 확실하기도 해서였지만 어느 정도는 사람과 잘 어울리는 활달하고 털털한 성격에,
적당히 화도 낼 줄 알았던 게 그 이유일 거예요.
레일리는 과장되게 발소리를 내며 에스칼에게 다가가더니, 머리를 한 대 쥐어박습니다.
에스칼은 당황한 듯이 레일리를 보고,
레일리는 에스칼을 보고 당당하게 양 팔로 제 옆구리를 짚고.
그게 둘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런 나레이션이 깔리고 조명이 꺼집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어쩌면 진부하고, 어쩌면 운명적으로.
둘은 친해집니다.
제가 돈 받은 몫 이상을 오기로 해내는 레일리와,
그런 레일리를 부담스러워하는 에스칼은,
좋든 싫든 긴 시간 붙어있을 수밖엔 없었으니까요.
저택은 마을 외곽에 있고,
그 큰 저택에 사는 건 에스칼과 레일리 뿐인 걸요?
그렇게 성실한 레일리는 기어코 거대한 저택 앞이 휑하다며 작은 장미정원을 가꿉니다.
에스칼과 어지간히 친해졌을 때였죠.
그 즈음부터 에스칼이 레일리를 유독 다정히 대하고,
누구는 두 손을 모아 입을 가리고 지켜볼 만한,
진부하고 뻔하고 전형적인 로맨스 연출이 몇 장면 이어집니다.
레일리:... ... 에스칼!
하지만 처음 봤던 유약한 인상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에스칼은 실제로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없는 병에 걸려있었고,
병세는 나날이 악화되었죠.
이렇게 레일리가 에스칼의 이름을 대놓고 부른 날은,
에스칼이 강도 높은 기침과 함께 쓰러진 날입니다.
다급히 불리는 이름과 함께 암전.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에스칼:레일리, 나는 아마 오늘을 넘기지 못할 거야.
네 일도 오늘 밤으로 끝이겠지. 그러니까, 챙길 걸 챙겨서 떠나.
이제 너는 자유야, 레일리.
어느덧 조명이 들어오고 바뀐 세트장은,
밤하늘의 배경에 하얀 별이 섬세하게 총총 박혀 있어 꽤 정교합니다.
장미정원을 이루는 장미모형또한 그 모양새가 세련된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카지안 저택의 장미정원만은 아니어도,
이런 모형으로 장미정원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신기하네요.
레일리와 에스칼은 그곳에 언젠가 레일리가 설치해 둔 2인용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에스칼은 여태 털어놓지 않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고,
레일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게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냐며 웃습니다.
약간의 훌쩍임은 레일리의 것이겠죠.
한 손으로는 붉게 물들어가는 눈가를 닦고 한 손으로는 에스칼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 깍지낍니다.
또 다시 정적.
이 얼마나 잊기 힘든 풍경인가요,
밤하늘의 별과 달은 하얗게 두 사람을 비추고,
장미는 만개해 두 사람 사이를 그 특유의 향으로 메웁니다.
레일리:그래요, 그날 밤.
그날 밤은 제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레일리의 방백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레일리에게 잠시 집중되고,
이어 에스칼이 입을 열면 스포트라이트는 에스칼에게 향합니다.
에스칼:마지막 부탁이 있어, 레일리.
내가 죽으면…… 네가 가꿨던 이 장미정원에 묻어줄래?
그 질문이 극장 내부를 잔잔히 울리고도 레일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도맡을 때에도,
도련님을 처음 맡겠다고 했을 때에도,
과장된 모양새로 연출되었던 '선택'의 순간은 지금에서는 그 선택, 본연의 모습으로 연출됩니다.
잔잔하고도 조용하게.
레일리:... ... 좋아요.
그 말뿐이었습니다.
그 뒤 에스칼과 레일리는 맞잡은 손을 견고히 하고 서로를 눈에 담으려는 듯 마주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잠이 몰려와 조는 레일리를 에스칼은 누구보다도 다정하게, 제 어깨에 기대도록 합니다.
무심한 듯 다정하게 시선은 하늘 어딘가를 올려다보듯 앞을 보면서,
맞잡지 않은 손으로 레일리의 눈을 감겨주듯 부드럽게 눈가를 쓸어내립니다.
에스칼:잘 자. 좋은 꿈 꿔.
그리고 무대는 천천히 암전됩니다.
암전되고 조명이 다시 돌아오는 그 사이에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쩌면 끝이 뻔한 이야기는 오히려 뻔해서 사람의 눈물을 자극하곤 하죠.
……다시 조명이 켜지고,
환해진 무대에는 익숙한 장미 모형에 익숙하지 않고 어설픈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 앞에서 가만히 서있는 레일리.
누가 말하지 않아도 에스칼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는 명백합니다.
마을사람A: 레일리― 짐 다 챙겼니?
레일리:네, 가요.
누군가가 레일리의 저택 생활 청산을 도우러 온 것일지 무대 밖에서 들리는 소리.
레일리는 대충 대답하고는 그 쪽으로 다가섭니다.
중간쯤 가다 뒤돌아보는 장미정원에는 장미만이 만개해 있습니다.
한 때 레일리가 사랑했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장미와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행복하겠죠.
레일리는 부탁을 들어줬고, 그는 추억의 잔재속에 소원대로 묻혔는걸요.
이 저택도, 이 장미정원도.
레일리가 발걸음하지 않는다면 이젠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곳이 될 겁니다.
이 저택은, 이 이야기는 이걸로 묻힐까요?
글쎄요, 기억해줄 당신만 있다면 이 이야기는 영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짝짝짝짝짝―
연극이 시작할 때와 비슷하지만, 더 큰 박수소리가 극장 내부를 메웁니다.
일부는 감동받은 듯 기립박수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연극에서 봤던 익숙한 레일리와 에스칼,
그 외 조연들이 무대에 나란히 서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과연, 피레타 연극단의 명성은 괜히 자자한 것이 아니었군요.
괜찮은 연출에, 괜찮은 배우, 괜찮은 소품으로 이루어진 잘 짜인 연극입니다.
메리엘, 감상은 어떤가요?
메리엘 영:너무, 너무 슬퍼요...... (훌쩍이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문댄다) 부탁한 에스칼도, 부탁 받은 레일리도 분명 함께 살아가고 싶었을 거예요. 어떻게 행복할거라 말할 수 있지? 아가씨, 아가씨는 만일 저런 일이 일어나도, 꼭 저한테 저런 부탁하시면 안돼요... 어떻게든 살 방법 찾아요, 아셨죠?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비올라도 연극이 꽤 만족스러웠던 건지 어째……
사람들이 슬슬 빠져나가는 지금도 어떤 생각에 골몰해있는 눈치네요.
비올라 카지안:(눈시울이 붉어진 채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다. 당신이 말을 걸자 잠시 놀란 듯 눈을 깜박이다) 배우분들이 연기를 정말 잘 하셔서 나도 모르게 몰입했나봐, 눈물이 나네... 메리엘도 많이 슬펐구나. (끝을 올리는 물음에 당신의 불그스레해진 눈가를 다정스레 닦아주며 말한다.) 그래, 꼭 그렇게 할게. 걱정 마.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곤) 아, 이제 거의 다 나간 것 같아. 우리도 나갈까?
메리엘 영:(다정한 행위에 얼굴을 가만히 하다 끄덕이며) 꼭 그렇게 하신다고 약속하신 거예요. 저희도 나가요, 연극이 실감난다더니 정말, 에스칼과 레일리의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줄 알았다니까요? 하필 카지안 가에도 장미정원이 있으니까... 저흰 저럴 일 없지만요.
비올라 카지안:(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배우분들이 마지막에 인사하러 나오지 않았으면 정말 실제 이야기라고 착각할 뻔했어. (메리엘의 손을 잡고 출구로 걸어간다. 여전히 연극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한 낯은, 출구로 가까워질수록 떠들썩하니 들려오는 바깥소리에 다시 들뜬 빛을 띈다.) 아, 이제 곧 평안기원제가 시작될 거 같아! 어서 나가자.
【 2nd Day, PM 6 : 34 】
비올라와 메리엘이 바깥으로 나오면,
어쩐지, 조금 전보다도 분위기가 업된 것 같지 않나요?
평소 같으면 다들 저녁 준비에 한창일 때라 꽤나 한산해질 시간의 거리가 한낮과 같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펑―!
그렇지만 역시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얼마간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폭죽소리가 평안기원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으니까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늘을 수놓는 붉은 색의 폭죽이 있습니다.
로즈 스트리트, 라는 이름답게 장미모양이에요.
펑, 펑― 폭죽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같은 색의 붉은 장미가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별들과 함께 하늘을 장식합니다.
저택의 붉은 장미와 비교하면 향도 없고, 모양도 금세 흐트러지는 것이지만,
한 순간 눈에 담기에는 부족함없는 광경이군요.
…폭죽은 짧습니다. 어디까지나 평안기원제의 시작을 알리기 위함이니까요.
원칙대로라면 로즈 스트리트의 시작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평안기원제는 순수한 즐거움과 다가올 여름의 안녕이 목적이니까요.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들뜬 발걸음으로 앞으로, 앞으로 걸어갑니다.
어린 아이는 부모로 보이는 어른의 손을 맞잡고,
손녀의 부축을 받아 발걸음을 옮기는 할머니가,
연인으로 보이는 둘은 깍지낀 손을 놓을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각자가 아끼는 사람에게 한 마디씩 건네는 소리는 거리 전체를 메워서, 소음마저도 혼잡합니다.
비올라 카지안:예쁘다, 그치?
그 광경이 꽤나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따스했나요.
잠시 정신을 어딘가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
다정하게 울리는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이 있겠죠.
작은 주인님은 설레임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비올라 카지안:우리도 얼른 갈까? (당신이 미처 발을 떼기도 전에 손을 잡은 채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어간다.)
메리엘 영:(오늘따라 굉장히 활기차시네, 오랜만에 축제라 즐거우신 것 같아 다행이라며 웃고 손을 꼭 잡는다) 앗, 천천히 가요 아가씨! 넘어져요!
정말이지, 이럴 때는 바깥에 잘 나오지 않았던 게 티가 난다니까요.
그 약한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난 걸지……
<지능> 판정
메리엘 영: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후후 활기찬 모습에 그저 웃습니다, 흡족하군요)
……그러고 보니, 오늘 꽤 오랜 시간 돌아다녔습니다.
정오가 채 되기 전에 번화가에 도착해서 하루종일 구경하다가,
또 연극을 보고, 또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걷고 있잖아요?
아, 자각하는 동시에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기분입니다.
메리엘 영:아가씨, 아가씨. 피곤하지 않으신가요? 오늘 기운차신 건 아는데, 그렇다고 이리 갑자기 무리하시면 내일 많이 힘드실 거예요. 조금만 천천히 가요. 네?
비올라 카지안:조금 피곤하긴 한데,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돌아다닐까, 싶어서. 메리엘이 맞추기 힘든 거라면 천천히 걸을게. (하지만 당신이 그러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에 맞춰 발을 내딛는다.)
메리엘 영:(제가 뭔가 보여드립니다)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음 아니군. 다시 한 번...!)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28
판정결과: 실패
(하하! 음악에 맞춰 걷는 아가씨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갑니다. )
비올라의 말대로 비올라는 오늘 상당히 상태가 좋아 보입니다.
메리엘과 비올라는 음악을 따라, 사람들 사이에 섞여 로즈 스트리트를 걸어갑니다.
메리엘 영:제가 힘든 게 아니라 걱정하는 거예요. 괜찮으시다니 이번 딱 한 번만 믿는 거예요, 아까 낮처럼 현기증이나 구역질이라도 나시면 얼른 돌아가요? 기원제는 내년에도 열리니. (잔소리처럼 조잘대며 성큼성큼 따라간다)
비올라 카지안:(져가는 저녁놀과 로즈 스트리트를 따라 쭉 밝혀진 전등의 빛이 섞여들어 비올라의 머리칼로, 콧잔등으로, 옷자락으로 내려앉는다. 짧게 눈을 감고 복잡스러운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다시 보이는 모든 것을 담으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음악에 맞추어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기도 한다. 오래도록 겪어보지 못했던 만큼 이 시간을 한껏 즐기고 싶어하는 듯.) 지금 나, 엄청 멀쩡해 보이지 않아? 실제로도 가뿐한 느낌인걸. 그리고 다같이 걷고 있으니까 괜히 더 신나는 것 같기도 하고. 메리엘도 이런 분위기, 좋아해?
메리엘 영:(경쾌한 음악과 활기찬 사람들, 평소와 다른 조명 아래 아가씨를 보니 이 시간이 영원하기만 바라고 말았다. 건강하고 즐거워보이는 모습이 드물다니 신도 무심하시지, 어찌 이런 분에게서 단 한 가지 건강을 앗아갔단 말인가. 기억을 잘라 저장하겠다는 듯 한참을 바라보다) 네, 좋아해요. 축제의 분위기도, 이 시간도, 제 옆의 아가씨까지도요. 오늘 정말, 기원이 하루 일찍 이루어졌는지 건강해보이셔서 저까지 종일 기운차네요.
비올라 카지안:('좋아해요'라는 말에 바삐 움직이던 시선이 당신을 향한다. 조명 아래 물든 뺨, 유순한 눈매를 휘어접으며 환히 웃는다.) 응, 나도야. 아마 혼자 이곳에 왔다면 이렇게까지 재밌진 않았을 거야. 가게에 들어갈 용기가 없어서 옷도 사지 못했을 거고,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못했을 거고, 연극도 못 봤을지도 몰라. 네 덕분이야, 메리엘.
메리엘 영:제가 한 건 연극단이 온다는 소식을 전달한 것 뿐이지만, 네에, 제가 없으면 옷도 안 사고 먹을 것도 조금만 먹고, 심심할 뻔 했죠? (장난스레 말하곤 와락 웃었다) 내년에는 연극단이 없을 테지만 그래도 여전히 즐거울 거예요. 저흰 함께 있을 테니까!
비올라 카지안:네가 종일 발품 팔아 돌아다녀서 얻은 소식이었으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이번 평안기원제에도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겠지. 그 향기 가득한 장미정원에서... (말끝을 흐리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극단, 내년에도 오면 좋을 텐데...
오늘 연극, 재밌었지?
물줄기가 낙하하는 소리가 비올라가 건넨 질문 사이를 메웁니다.
계속해서 걸어 도달한 이곳은 로즈 스트리트 분수대의 바로 앞이네요.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익숙한 이곳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그러고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서 가만히 손을 내밉니다.
저녁바람이 당신과 작은 주인님의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사람의 소음과 분수대의 소리 사이를 비올라가 비집는 것만 같습니다.
그제서야 경쾌한 톤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색이 귓가에 맺힙니다.
비올라 카지안:오늘이 마지막까지 즐거웠으면 해서.
(극장으로 들어가기 전 장난스레 했던 것처럼, 그러나 이번에는 정중하게 원피스 자락을 잡고 살짝 다리를 접었다 일어났다.) 메리엘, 나와 춤추지 않을래?
아, 그제서야 주변의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경쾌한 톤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색은 한 무리의 떠돌이 악단의 것으로,
그들은 로즈 스트리트의 분수대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여태 메리엘과 비올라의 곁에서 함께 걷던 사람들도 그 음색에 정신이 팔려,
분수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둥글게.
함께 온 사람과 춤을 추고 있네요.
스탭이 엉성해도, 한 바퀴 돌다가 넘어질 뻔 한 걸 잡아도, 누군가는 제 연인의 허리를 잡고 빙글 돌아도…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그저 즐거운 듯이.
이 틈에 끼어든다면 메리엘나 비올라가 춤에 익숙하지 않다 해도 상관이야 없겠죠.
즐겁기만 하면 될 테니까요.
메리엘 영:영광입니다, 아가씨. (간소한 격식을 차리며 인사하고 손을 내밀었다) 춤은 서툴지만, 그 서툰 모습마저 저희가 아니겠어요? 그저 흘러가요. 음악에 맞춰, 웃음 소리 가운데를 헤치며. (즐거우신가요? 이리 묻고 답 없이 손을 잡아 끌었다. 둥글게 도는 것이 마치 보름달 같다며 킥킥 웃으며)
비올라 카지안:(당신의 손을 마주잡고, 스텝을 딛기 시작한 뒤에야 다소 다급하게 속삭인다.) 발을 밟을지도 몰라.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리 사과할게. 춤추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라 어색하네... 사실 최근 들어서는 할 수 있었던 게 별로 없었지. (손을 잡고, 네가 돌거나 제가 돌 때마다 머리칼이며 색을 맞춰 입은 원피스 자락이 나부낀다. 바람결이 기분 좋게 몸을 스쳐간다.) 평안기원제가 끝나도 이렇게 종종 함께 춤춰줄래?
메리엘 영:물론이죠, 발을 밟아도, 저를 밀치셔도 모두 즐거울 거예요. 이 기원제가 아니어도 음악만 있다면 저택과 정원, 이 마을 전체가 연회장이니 지금은 걱정을 내려놓고, 제게 집중해주세요. (한바퀴 돌 때마다 올랐다 내려앉는 모든 것에 숨이 간지럽다. 소란한 마음에 웃음을 흘리며) 아가씨, 모든 건 제 기쁨이에요.
비올라 카지안:넘어지면 넘어졌지, 너를 밀칠 순 없는걸. (도리도리) 하지만 넘어지더라도 즐거울 거야. 아마 너는 나를 엄청 걱정하면서 들쳐업고 주치의께 뛰어갈지도 모르겠지만. 메리엘은 노래 잘 해? 나는 노래, 잘 못 부르는데. 메리엘이 노래해주면 그에 맞춰서 춤추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 ...네가 기쁘다니 나도 행복해.
메리엘 영:(아침을 깨우는 카나리아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못 부르신다니, 아마 겸손하셔서 재능을 숨기는 것이리라. 함께 분수대를 돌며 제 노래 실력을 생각하다가) 춤을 못 추더라도 즐거울게 뻔하니 차치하고, 제 노래요? 흥얼거린다면 모를까 생각해본 적 없는데... 어려운 일도 아니고 아가씨의 기쁨을 위해서라면 불러드리죠! (행복하다는 아가씨 보고 활짝 웃는다)
비올라 카지안:(메리엘의 표정을 보아하니 제 말을 믿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흥얼거리는 정도로도 괜찮아. 선율이 흐트러지더라도, 소리가 작더라도 마찬가지로 음악이잖아. 만약 못 부른대도 나도 마찬가지니까 걱정하진 않아도 돼. (승낙하는 웃음을 보고는) 벌써 그날만이 기다려질 것 같아.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음악에 맞춰 돌다 보면 처음에는 삐걱거렸던 몸도 점차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요.
비올라 카지안:...있지, 메리엘.
비올라가 눈을 맞춰 옵니다.
여전히 주변을 메우는 음색에 맞춰 움직이는 발과 발 사이로,
그 움직임에 흔들리는 머리칼 사이로……
비올라는 눈꼬리를 미세히 휘고,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즐겁다거나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표정.
그 사이 해가 집니다.
비올라 카지안:연극 있잖아,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
순간 비올라가 발을 멈춥니다.
분수대를 둘러싸며 춤을 추던 사람들이 멈칫하는 듯 싶다가도,
이내 자연스레 비올라와 메리엘을 피해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옮겨갑니다.
문득 작은 주인님과 시선을 맞춰 가만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경쾌한 음악소리도 흐려진다는 생각은 착각일까요.
메리엘 영:예? 네, 말만 하세요, 아가씨. (사람들과 부딪힐까 아가씨를 살살 끌어 외곽으로 향한다.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에 심리학 딱 굴리면 좋을 것 같은데 과연 허락해주실지)
<심리학> 판정 가능합니다.
메리엘 영: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언가 해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 아가씨의 얼굴을 빤히 본다)
여전히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
복잡한 혼란, 어쩌면 절박함, 동시에 초연함...
가볍게 불어오는 저녁바람은 발걸음을 옮길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비올라를 스칩니다.
비올라 카지안:...만약에 '에스칼'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네가 '레일리'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묘한 기시감.
메리엘은 잠시 할 말을 잃습니다.
문득 지는 해와 함께 비올라를 물들이는 오렌지빛의 햇살이란.
보는 사람의 눈이 다 아릴 정도로 눈부십니다.
…하지만 메리엘이 할 말을 잃은 이유는 그 풍경이 눈이 부셔서따위는 아닙니다.
비올라 카지안:그 방법이 '레일리'를 죽이는 일이어도, 너는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
오렌지빛 햇살을 그대로 머금은 채로 비올라는 시선을 돌립니다.
곁의 소음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
따라서 기이하리만치 정적이고 고요한 풍경.
…그 틈에서, 비올라는 당신과 춤을 추려 맞잡고 있던 손을 놓습니다.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은 그렇게 단순한 손짓으로도 쉽게 깨져버립니다.
비올라는 이내 미련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말합니다.
비올라 카지안:...슬슬 돌아가자. 아쉽지만 평안기원제, 끝까지 걷진 못할 것 같아. 아무래도 많이 피곤하네.
분명 그런 표정에 그런 말일 뿐일 텐데… 왜일까요?
어제 느꼈던 비올라가 영원히 눈을 감은 듯한 착각.
오늘은 더 놓을 미련은 없다고 말하는 듯한 비올라.
그 모든 것이 눈을 감고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았던 비올라와 겹치는 것은……
메리엘, SANC (1/1D3)
메리엘 영: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rolling 1d3
(
1
)
=
1
이성 1 감소
메리엘 영:아가씨, 아가씨! (닿은 손이 멀어지자 홀연히 옅어진 감각에 소리치고 만다) 저는 포기 안할 거예요. 레일리는 방법을 몰랐지만, 저는 어떻게든 찾아서 에스칼을 살려둘 거예요! 상대방이 살고 싶다고 말만 한다면 모두 들어줄 수 있어요.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비올라 카지안:...그래. (고작 잡고 있던 손을 놓았을 뿐인데도 순간적으로 당신에게서 아주 멀어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져가는 마지막 햇살 줄기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옅게 올라간 입꼬리를 비춘다.) 이만 마차로 가자, 메리엘.
메리엘 영:(오늘 일어난 일은 모두 꿈이었는지 아스라한 기분에 아가씨의 손을 다시 잡고 마차로 돌아간다) 아가씨, 모처럼 햇살이 황금빛이 될 때까지 밖에 있었는데. 즐거우셨나요?
비올라 카지안:그럼, 모든 시간이 즐거웠는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네. 내일도 이렇게 기력이 넘치면 좋을 텐데. 메리엘도 나 데리고 돌아다니느라 고생 많았어.
메리엘 영:이대로 쭉 건강해지신다면 좋을텐데. 기원제 마지막까지 있었으니 평안해지지 않을까요? 전 오늘 고생한 것 하나 없으니 자, 돌아가볼까요? (희망차게 웃는다_
(희망차게 웃는다!!!!)
비올라 카지안:네 웃음에 항상 기운을 얻는 것 같아.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마차에 올라탄다.)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자.
그래요, 벌써 밤이 깊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사람처럼 번화가를 둘러보고,
연극을 보고, 평안기원제의 행렬을 따라 걷고,
…경쾌한 음악소리와 섞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춤을 췄죠.
슬슬 돌아갈 때도 되었어요.
메리엘과 비올라는 분수대 근처 사람이 없는 쪽에 세워져 있던 마차에 올라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규칙적인 소음을 내며 저택을 향합니다.
창 밖으로는 어슴푸레 빛나는 달과 곳곳에 박힌 별만이 간혹 풍경을 메웁니다.
밤이라 부쩍 서늘해진 바람소리도 창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비올라는 마차에 올라 타서는 꽤나 피곤했던지 꾸벅꾸벅 조는가 싶더니,
잠에 빠져든 지가 꽤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가볍게 기댄지도 꽤 되었고요.
피곤하다면 따라 함께 자는 것도 좋겠네요.
메리엘 영:(아가씨의 머리가 흔들리지 않게 혹시 밤공기가 싸늘할까 챙겨둔 담요를 머리 사이에 끼워드리고 저도 꾸벅 좁니다)
평화롭네요.
이대로 돌아가면…… 내일은 또 당신과………
마부: 도착했습니다.
깜박 잠에 든 사이,
마차는 착실하게 달려 어느덧 저택 앞에 도착했습니다.
꽤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저택의 불이 켜져있는 건,
이 저택의 작은 주인님인 비올라가 아직 귀가하지 못해서겠죠.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 씻고 잘 채비를 하면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비올라?
뭔가 이상합니다.
마차가 도착함을 눈치채고 부스럭대는 소음이 필연적으로 따라오면,
자신에게 기대있던 비올라도 필연적으로 소음을 내야 했습니다.
몸을 뒤척이든, 눈을 깜빡이든.
그러나 기이하리만치 고요한 마차 안.
메리엘 영:...아가씨? (있으면 안되는 정적에 황급히 아가씨를 본다)
아가씨, 부르는 소리에도 비올라는 미동도 없습니다.
힘없이 늘어지는 손. 뜨지 않는 눈.
아니, 그전에.
원래부터 이렇게 손이 차가웠나?
원래부터 이렇게 숨이 불편했나?
원래부터 이렇게 이마가 뜨거웠나?
"나, 이상하게 오늘 몸상태가 좋은 것 같아."
"오늘은 같이 번화가로 나가자."
"메리엘, 어제 말했던 연극단이 저기지?"
"메리엘, 나와 춤추지 않을래?"
비올라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어지러이 엉킵니다.
이상하게 오늘은 몸상태가 좋다고 했잖아요.
번화가에서도, 춤을 출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잖아요.
이상한 질문을 하고, 미련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메리엘 영:아가씨, 정신 차려보세요, 아가씨! (급히 아가씨를 들쳐업고 저택으로 뛰어들어간다. 평소라면 흔들리지 않게 조심히 걸었겠지만 그럴 정신도 남지 않고 오로지 걱정과 자책만이 남았다) 아가씨, 아, 멍청이, 괜찮을 리가 없는데, 내가 더 주의했어야, 아니, 축제 얘기도 하지 말 걸... 아가씨, 눈 좀 떠보세요, 네? 아가씨!
몰려드는 사람의 소음, 밤바람을 가르는 다급한 발걸음, 아득히 일렁이는 불빛……
메리엘은 비올라를 들쳐업고 저택 안으로 뛰쳐들어갔습니다.
어디로 향하나요?
메리엘 영:(1층에 주치의가 있나요? 상주 의원이라면 주치의에게 데려가고 아니면 2층 아가씨 방으로 데려가며 고용인들에게 아가씨가 쓰러졌다고 소리칩니다)
주치의는 1층의 한 방에서 상주하고 있습니다.
메리엘은 비올라를 서둘러 주치의에게 달려가 보입니다.
주치의가 처치를 위해 당신을 비롯한 모두를 방에서 물리는군요.
부산스레 문앞에 서있는 당신과 고용인들 뒤로 큰주인님이 황급히 달려옵니다.
큰주인:비올라가 쓰러졌다고? (다급한 기색으로 달려온다. 메리엘을 엄중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분명 오늘 내내 비올라와 함께 있었던 건 자네였겠지? 상황이 정리되면... 내 집무실에서 보세. (날선 목소리로 말하곤 주치의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메리엘 영:(주눅든 채 방문에 찰딱 붙어 귀를 가져다댄다) (작은 주인님이 가주에 오르시면 감히 건강만 빼고 낳게 만든 당신을 이 자리에서 제거하겠단 마음으로 바짝 붙으며)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의지로 훔쳐듣는다)
주치의: ...아무래도 차가운 공기가...
큰주인:심각한 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서는...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메리엘도 일단은 잠시 돌아가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는 게 좋겠죠.
누구보다 놀란 건 당신일 테니까요.
메리엘 영:(깊게 심호흡하며 중얼거린다) 일찍 들어올 걸, 5월이여도 아직 밤공기가 찬데, 아가씨가 괜찮으셔야 하는데, 아가씨. 평안 기원제라고 했잖아요, 이게 무슨 평안이고 기원이야... (자책한다)
【 3nd Day, AM 12 : 14 】
큰주인:자네는 제정신인가?
조금 전… 아니, 시간은 꽤 지났나요?
밤늦게 번화가에서 돌아온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쓰러졌습니다.
머리는 불덩이, 손은 얼음더미, 불규칙적인 호흡…….
당신은 비올라를 바로 주치의에게 데려갔고,
그 때도 꽤 늦은 밤이었는데 새벽이 다 된 지금까지도 저택에는 불이 다 꺼지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사 대충 정리가 된 참이었죠, 아마……
그런 이유로, 당신은 지금에서야 큰 주인님의 말씀대로 3층의 [큰 주인님의 집무실]에 왔습니다.
큰 주인님의 말문이… 꽤 거친 말로 열리는군요.
큰주인:그렇게 오랜 시간 그 애를 바로 옆에서 봐온 사람은 자네가 제일일 걸세.
그걸 알면서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해?
쾅!
고급스러운 재질의 목재탁상이 큰 소리와 함께 울립니다.
탁상 위에 즐비하던 서류가 몇 장 함께 주변에 날립니다.
메리엘 영:죄송합니다,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사죄한다)
꽤 초조한 듯 보이는 큰 주인님은 당신의 사과를 듣기는 한 건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산만하게 움직입니다.
<듣기> 판정
메리엘 영: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아니 여기서)
큰주인:……그러게 진작 내 말을 듣고 ▒▒▒를 했으면 좀 좋았나!
……그런 와중에 문득 들려온 혼잣말은,
큰 주인님의 움직임말고는 쥐 죽은 듯 조용한 집무실에 서 있던 메리엘이 듣기엔 충분했습니다.
아무리 메리엘이 오랫동안 봐온 고용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혼잣말을 흘리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닐텐데요.
어지간히 조급하셨나 봅니다.
큰주인:...후.
그렇게 한참을 정신사납게 굴던 큰 주인님은,
어느 순간에야 진정이 된 것인지 탁상을 양 팔로 짚고 간신히 서있는 모양새입니다.
지쳐보이는 게, 그럴만도 했죠.
기억이 뚝 끊길 정도로 정신없었는걸요.
이런 밤에 저택의 전속 의사를 깨우고, 비올라를 옮기고, 온 고용인이 난리가 나서는…….
큰주인:내가 경솔했네. 자네는 비올라보다도 나이가 어리니 충분히 당황했을 텐데도...
...그래, 그 번화가도 비올라가 원하는 거였겠지. 자네가 비올라를 생각하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다시 한 번 미안하네.
수고했네. 들어가도 좋아.
그렇게 큰 주인님의 말씀이 있고서야 나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메리엘 영:(꾸벅 60도 인사하고 조용히 나온다) 하...아가씨...... (자기 전 아가씨 방에 방문한다)
비올라의 방을 지키고 있던 고용인이 메리엘을 막네요.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비올라가 익숙하지 않은 바깥 공기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있어서 몸이 무리를 한 것 같다고 했던가요.
뜨거운 이마도, 차가운 손도, 불규칙적인 숨도,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굳게 닫힌 문. 저 안에 비올라가 있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내버려두도록 해요.
일어나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번화가는 재미있었다고 상냥하고 다정하게 말해주겠죠.
<지능> 판정
메리엘 영: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오늘 일이 너무 충격이라 머리가 안 굴러가고 마는데)
……머리가 아파요. 지친 걸까요.
한계치에 이르렀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그래요.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들어가도록 해요.
메리엘 영:(아가씨를 뵙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방에 돌아와 침대에 쓰러진다)
달칵, 문고리를 잡아 열며 미세한 소음이 나고, 뒤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미미했습니다.
메리엘이 잠자리에 들면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내립니다.
【 Last Day, AM 02 : 12 】
콕! 콕콕콕콕!
……그렇게, 잠드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메리엘이 눈을 뜨면,
늦게 내린 저택의 밤이 해가 떠오르며 사라지기 한참 전입니다.
콕콕콕콕!
그리고… 정신이 점차 선명해질수록 함께 선명해져가는 딱딱하고 작은 부리로 손등을 쪼는 감각.
이건 비올라의 새가 아니던가요?
게다가, 새의 발목에는 쪽지가 매어져 있습니다.
미처 잠그지 못한 창문 틈새로 들어왔나봐요.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이런 시간에?
메리엘 영:내가 창을 안 닫았구나... 잠깐, 이 시간에? (새를 잡아 쪽지를 풀어 본다)
쪽지를 펼치면,
【 메리엘, 오늘 새벽에 티파티를 해보려고 해.
장미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비올라 】
【 누구도 깨우지 말고 너만. 】
……?
쪽지를 새에게서 가져오면 새는 어쩌면 비올라가 있을 장미정원으로 날아갑니다.
티파티?
…다만 새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메리엘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비올라는 조금 전에 쓰러져 방 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요?
비올라의 의중을 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새벽에 티파티라니요, 다들 단잠에 절어있을 시간에…
【 누구도 깨우지 말고 너만. 】
게다가 그 문구…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하지만 그런 떨떠름한 감각 속에서도,
부르라면 부르는 대로 가야하는 게 전속 고용인의 운명이겠죠.
메리엘 영:엊그제부터 티파티에 축제에... 우리 아가씨 자꾸... (불안하게, 평소와 다름을 인지하고 담요 하나를 챙겨 조용히 정원으로 향한다)
자박자박―
이 저택은 참 넓어서, 장미정원으로 가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장미정원은 저택의 뒷편에 있다보니 그 쪽에 있는 작은 뒷문으로 나오는 편이 조금 더 빨랐었죠….
의문과 불안함이 섞여 걸음이 빨라지고,
평소보다 서둘러 뒷문의 문고리를 잡아 밀면,
문이 열리는 미약한 소음과 함께 눈 앞에 정원사의 손을 타 잘 정돈된 뒷뜰의 모습이 보입니다.
새벽바람이 차갑습니다.
이맘때 초목 특유의 푸르름도 새벽의 어둠에는 묻히고 맙니다.
머지 않아 보이는 장미정원의 입구 앞에는 언제부턴가,
아치형의 지지대를 세워서 장미가 그를 따라 자라도록 했습니다.
이 새벽에도 누가봐도 장미정원의 입구임을 알 수 있는 걸 보면, 헛수고는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장미정원은 유리 온실로 되어 있어 내부가 훤히 비칩니다.
어둠이 내려앉고 장미조차 그 아래에서 숨을 죽이는 사이에서,
이질적이고 따스한 불빛이 장미정원 안 쪽에서 미약하게 일렁입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비올라 카지안:...메리엘.
장미정원에 들어서면,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끝이 갈라지며 당신을 부릅니다.
비올라 카지안:메리엘... 메리엘.
꽤 애타는 듯한 부름이 이어집니다.
몸이 약한 사람은 약한 만큼 예민하다고 했던가요.
추울 텐데도 당신을 환영하듯 활짝 열려있던 유리온실의 입구로 들어와 만개한 장미와 장미 사이를 헤집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을 찾으려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새 기척을 눈치채고 한 마디 건네는 모습은 그 말을 증명합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면 장미정원의 중앙입니다.
……도무지 오늘만큼은 비올라의 의중을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크림색의 테이블보가 티파티 테이블에 구김없이 잘 펴져있는 모양새와,
고품질의 찻주전자와…
언젠가 쓰기를 만류했던 찻잔 하나,
그리고 일렁이던 불빛의 정체였던 랜턴 하나가 테이블에 놓여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왔구나. 앉을래? 맞은편에 의자를 뒀어.
메리엘 영:...아가씨, 몸은...... 아직 날이 차요, 들어가요......(지금까지 지켜봐왔던 아가씨와 사뭇 다른 분위기와 영 좋지 않은 기색에 머뭇거리다 앉는다)
비올라 카지안:(대답 없이 당신이 자리에 앉는 양을 가만 지켜본다.) 고용인은 전부 자고 있어서 뭔가를 더 가져오진 못했어. 이해해줘.
그렇게 말하는 시선은 온전히 당신에게로 향해있습니다.
비올라는 눈꼬리를 미세히 휘고,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즐겁다거나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표정.
…익숙한 표정입니다.
문득 일렁이는 랜턴 새로, 창백한 안색과 떨리는 손끝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메리엘 영:(답하지 않는 것에 이내 포기하고 잔에 차를 따른다) 아가씨, 지난 티파티부터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 주전자 비우면 들어가셔야해요. 어제도 찬 공기 때문에 쓰러지셨으면서 새벽에 홀로 나오시면 어떡해요. (차만 따른 후 일어서 들고 온 담요를 아가씨께 덮어준다)
비올라 카지안:아, 아냐. 지금은...! (당신이 차를 따르려는 듯 주전자를 들자 황급히 찻잔을 제 쪽으로 가져온다. 시선을 떨군 채로, 여리게 떨리는 손길로 잔을 만지작거리기만 한다. 어깨에 덮이는 담요에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메리엘은 항상, 친절하구나. 늦은 시간에 불러내서 당황스러웠겠다. 미안해.
메리엘 영:당황보단 조금 궁금하죠? 우리 아가씨가 무슨 생각이실까~ 하고. 어차피 오늘 이르게 깨서 안 자고 있었어요. 아가씨는, 좋은 꿈 꾸셨나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꼬리 올리며 말한다)
비올라 카지안:정말 안 자고 있었어? (당신의 낯을 가늠하듯 고개를 든다. 여전히 시선은 마주보지 못한 채로.) ...응, 나도 많이 자진 않았지만 좋은 꿈을 꿨어. ...네가 나오는 꿈 말이야. (입술을 달싹거리다 새벽어스름에 젖어든 장미들을 바라본다.) 어제, 정말 즐거웠는데. 갑자기 그렇게 쓰러질 줄은 전혀 몰라서... 아버지께 많이 혼나진 않았어?
메리엘 영:그리 혼나진 않았는데 큰 주인님께서 아가씨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제 꿈을 꾸셨다니 꿈이라도 평안해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오래 밖에 나가 있는 건 당분간 자제해야할 것 같아요. 기억하시죠? 음악만 있다면 이곳도 모두 축제처럼 춤 출 수 있다고. 당분간은 저택과 정원에서 즐겁게 지내고, 다시 건강해지면 또 나가도록 해요. (어째서 낯을 안 보여주시지? 의아한 표정으로 본다)
비올라 카지안:아버지의 걱정은, 나도 많이 들었어. 아무래도 너무 들떠서 실제보다 더 괜찮다고 지레짐작해버렸나 봐. 그래도 어젠 정말 행복했었지... 또 나가기로 약속도 했었고, 네가 노래도 불러주기로 했었고. (담요를 두르고 있는데도 몸 안쪽에서부터 떨림이 번져오는 것만 같다. 새벽바람의 싸늘함 때문이 아니다, 이건... ...)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찻잔을 매만지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 감각. 심장의 박동이 제멋대로 어긋나는 듯하다.)
【 Last Day, AM 02 : 43 】
비올라 카지안:...메리엘, 차, 좋아했던가?
간간히 정적이 내려앉고,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던 비올라는 미미하게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갑자기, 차라니.
아무리 티파티라며 당신을 불렀던 비올라지만,
조금 전엔 쓰러지고,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여는 이게 어딜봐서 티파티인가요.
게다가, 찻잔은 오직 하나뿐인걸요.
이걸로는 둘이서 티파티 구색도 갖추지 못할 텐데….
당신의 의문에 상관없이 일어선 비올라가 찻주전자를 손에 쥡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찻주전자를 들고,
유일하게 테이블을 차지하던 찻잔에 천천히,
……아주, 아주, 천천히……
비올라 카지안:사과잼은 못 찾았어. 사과홍차로 해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 차, 꽤 달콤하니까.
……꼭 찻잔이 다 채워지길 바라지 않는 사람처럼.
그럼에도 찻잔은 차오르고, 언젠가에는 당신에게 내밀 만큼의 실론티가 찻잔을 메우겠죠.
차갑게 내려앉은 밤공기 사이로 이질적인 따뜻함이 공기 중에 피어오릅니다.
메리엘 영:(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하염없이 아가씨를 바라본다) 제가 따라도 되는데...... (온후한 차향이 코를 스쳐지나 잔과 아가씨를 번갈아 보고는) 엄..., 저 마시라고요?
비올라 카지안:글쎄...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다. 모호한 대답. 새를 보내어 당신을 부른 이 새벽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내 그런 태도일 뿐이다.)
차를 마시기 이전에, …다시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어, 메리엘.
찻잔이 메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 비올라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저 물음을 끝까지 들으면, 이 모든 것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비올라 카지안:만약에 '에스칼'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네가 '레일리'였다면 어떻게 했을 거 같냐고 물었었지.
번화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질문이 귓가를 메웁니다.
기이하리만치 고요한 정적을 찻잔을 메우는 소리가 뒤덮습니다.
비올라 카지안:그 방법이 '레일리'를 죽이는 일이어도, 너는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했지.
거기까지 말한 비올라의 목소리가 여리게 떨려옵니다.
비올라 카지안:……만약 우리가 지금 연극을 한다면, 메리엘.
네가 '레일리'고 내가 '에스칼'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래?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들린 듯한 기분입니다.
…곧이어 내내 찻잔을 메우던 소리가 끊겼습니다.
찻주전자는 크림색의 테이블보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이윽고 당신의 곁에선 작은 소음마저 흩어져 정적이 됐죠.
장미정원의 유리창 사이로 흘러온 달빛이 당신을 비췄고,
비올라 카지안:... ... 메리엘, 네 차에 독을 탔어.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는 명백한 울음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메리엘, SANC (1/1D4)
메리엘 영:
rolling 1d4
(
2
)
=
2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
메리엘 영:(머리가 어지럽다.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잘못 들었나? 이런 걸로 거짓말 할 분도 아니고, 게다가 우시나? 혼란스런 얼굴로 대충 구겨 넣은 손수건을 밀어준다) 어, 아가씨...? 우선 이거 받으시고......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비올라 카지안:... (손수건을 받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찻잔을 내려놓고, 의자에 주저앉는다. 이제는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려와서, 애꿎은 담요를 괜히 세게 쥐었다.) 메리엘, ...나는 오늘 해가 뜨기 전에 죽을 거야. 우리 가문 사람들은 대대로 몸이 약했어. 그래서 대부분이 10대 후반이나 20대에 요절하고는 했지. 그런데 어느 조상은, 살고 싶었나 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건강한 몸으로 오래도록... 그래서 이계의 신을 숭배하는 교단에 들어갔고, 타인의 건강과 자신의 건강을 맞바꿀 수 있는 주문을 손에 넣었대.
그 주문은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어. 카지안은 한창 부흥하고 있는 가문이었고, 누구든 죽음은 두려운 거잖아. ...이 찻잔에도 그 주문이 걸려있어. 이 차는, 네게 분명히 독이야... 네가 이 차를 마시면 나 대신 네가 죽게 될 테니까. (말을 잇다 말고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이런 더러운 비밀을 네게 말하고, 네게 독을 건넨 자신이 너무도 추악해서. 너무도 비참해서.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했다. 너와 함께했던 평안기원제, 일시적으로 좋아진 몸으로 온 사방을 돌아다니며 삶을 놓았다 생각했으나, 미련은 그리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 아니었으니.)
원래부터 넌 내 수명을 대신할 역할로 여기에 들어오게 된 거야. 아주 어렸을 때 했던 티파티에서 이 찻잔을 네게 건네서, 차를 마시게 한다면 너와 내 수명은 바뀌었을 것이고, 네가 살 수 있는 수명만큼 내가 살 수 있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어. (이제 목소리는 반쯤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떨려온다.) 어떻게 그래. 어떻게 내가 살자고 너를 죽여. 환한 봄을 담은 것처럼 웃는 네게 어떻게 독을 건넬 수 있었겠어... ...하지만 이제는 미룰 수가 없게 되었네.
울음기를 채 떨치지 못한 비올라가 입 안을 꽉 깨물듯 하더니,
익숙한 색의 포장지, 익숙한 색의 리본으로 감싸진 상자를 내밉니다.
비올라 카지안:그건 내 마지막 성의야. 어렸을 때부터 항상 내 옆에 있어줬던 네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선물.
비록 찻잔을 따랐지만, 이걸 네게 건네줄 수는 없어. 차마 네게 마시라고 말할 수 없어.
나는 오늘을 넘기지 못할 테니, 네 일도 이 새벽으로 끝이겠지. 그러니, 해가 뜨면 챙길 걸 챙겨서 떠나.
이제 너는 자유야, 메리엘.
그제서야 모든 걸 말한 듯이, 어쩌면 후련한 듯이 비올라는 한숨을 쉽니다.
메리엘 영:(내 봄님. 이 저택에 처음 들어왔던 때를 회상한다. 화려한 장미 정원과 시급에 이끌려 발을 옮긴 이 곳은 봄바람에 달큰한 장미향이 밀려왔으며 집사장을 지나 뵙게 된 내 작은 주인님은 마치 여린 봄꽃 같아 첫눈에 이곳에 내 봄이 왔음을 알았다. ) 작은 주인님, 내 아가씨, 비올라. 무엇이 두려워 지금 이 날까지 괴로워하며 지냈나요? 봄을 담은 것 같은 미소? 자신을 생각했어야죠. 내 안락한 삶에 붉고 푸른 계절을 입혀준 내 아가씨, 제게 이런 걸 주셨으면서 떠나길 바랐나요? (만져보지 않아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느껴진다. 이런 얼굴에 혹시 속상하시면 어쩌지? 통제되지 않는 표정과 생각에 이내 마음을 따르기로 한다) 비올라 아가씨, 마지막으로 한 번 웃어주세요. 웃음 나올 상황은 아니어도, 헤어지기 전에 한 번은 괜찮잖아요?
(선물인 듯한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본다)
……그런 비올라와 당신이 있는 이 장미정원에서,
당신은 잘 정돈된 리본을 풀고,
상자의 포장을 뜯고, 달칵, 상자를 엽니다.
달빛을 받아 어슴푸레 빛나는 것은…
장미모양으로 가공된 루비 브로치.
섬세한 세공은 비올라가 당신을 아끼는 마음과도 닮아있습니다.
아, 조금이라도 더 있다간 장미정원의 유리창 새로 보이는 캄캄한 밤하늘이 비올라를 잡아먹을 것 같았습니다.
하얀 별은 그 브로치와도 같이 밤하늘에 섬세하게 박혀있었습니다.
장미정원을 이루는 장미는 그 순간에만큼은 밤을 잊고 깨어나 장미향을 훅 내뱉습니다.
코끝이 아찔해지고 감각이 아득해질 것만 같은 새벽.
이 얼마나 잊기 힘든 풍경인가요.
밤하늘의 별과 달은 하얗게 두 사람을 비추고,
장미는 만개해 두 사람 사이를 그 특유의 향으로 메웁니다.
'레일리'는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레일리의 방백이 문득 머리를 울립니다.
'그래요, 그날 밤. 그날 밤은 제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연극이라면 좋을 새벽이 깊어갑니다.
비올라 카지안:...메리엘... (너는,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도 저를 먼저 생각하는가.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하고 죽음은 두려운 것이다. 저의 선조는 타인의 목숨을 빼앗아서라도 살고 싶을 만큼 생에 대한 의지와 욕심이 강했고-동시에 인간성이 없었고- 그렇기에 사교술의 힘까지 빌려 주문을 손에 넣었다. 저의 아버지도, 할머니도 전부 찻잔을 손에 들고 죄없는 이에게 죽음을 건네었다. 티파티라는 명목으로 수명을 바꾸고 아무렇지 않은 척 고용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런 의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게 이상하다는 건,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알아챘던 사실이었다. 본능적인 거부감은 제 앞에 데려와진 당신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더욱 극대화되었다. 저와 같은 또래에게, 오래 살지도 못하고 평생 끙끙 앓아야만 할 이 고통을 넘겨주라고? 인간 된 도리로서 그리 할 수는 없었다. 갈색 머리칼을 흩날리고 적색 눈을 깜박이며 저를 향해 웃어올 적마다 그 결심은 강해졌다. 다만 죽음이 두려운 것은 저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끝이 코앞까지 왔다는 것을 느꼈을 때 그만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너를 불러 찻잔을 내밀어버린 것이겠지. 그러나 당신의 낯을 보자마자 당장에 제 행동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놓지 못한 미련과 초연함이 범벅된 혼란의 손길로 따른 찻잔을 내밀면, 적어도 네가 거부할 것이라 생각했다. 저를 그런 목적으로 데려왔냐며 경멸의 눈빛이라 보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나는 네게 색을 입혀준 게 아니라 앗아가려 하는 사신이었을 뿐이야. 아아, 메리엘, 부탁이야. 이곳을 떠나줘. 내겐 용기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찻잔을 내던져 깨뜨려 줘. (눈물이 솟아나 손틈새를 타고 뚝뚝 떨어진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네가 아닌 내 입에서 나와야 하잖아. 어떻게 웃어? 내 죽음을 떠맡을 네게 어떻게 뻔뻔하게 웃어보일 수가 있겠어. 난 못해, 메리엘. 떠나줘, 제발...
메리엘 영:아이 참. 아가씨는 늘 생각도, 눈물도 많으셨지요... (겨우 평소와 닮은 모습에 다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결국 직접 눈물을 닦아내곤 한 번 꼭 껴안으며) 세상엔 그보다 잔인하고, 나쁜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이 곳에 온 지 얼마나 됐는지 잊으신 건 아니죠? 제 나이의 반보다 더 오래되었어요. 이 생에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또 소중해진 아가씨를 제가 어떻게 미워할까요? 정말, 걱정되서 떠날 수 없네...... (눈물이 많고 걱정은 더 많고 그 선함은 태양처럼 밝은 내 아가씨. 비올라, 내 사랑스런 가족. 제가 무슨 말을 더 붙여도 눈물만 가득하겠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역시 잘 안됐네. ) 우는 모습으로 안녕이라니 역시 저도 조금 슬프네요. 브로치 고마워요, 줬다 뺏을 분이 아니란 건 알지만, 그래. 이건 제 소원이예요. 당신이 아닌 절 위한 내 소원.
(껴안던 팔을 풀고 뒤돌아 잔을 든다) 당신이 잔인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어요. 또 믿고 있고요. 공동묘지에 묻힌다면 이 브로치와 함께 묻어주세요. 지금까지 충분히 행복했고, 고마웠어요. 그리고, 고맙고요. (차를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모두 마신다. 뭐야, 독이라더니, 이렇게 단 독이라면 첫 티파티 때 마셔버릴 걸. 그럼 잔기침도, 열도, 모두 볼 수 없었을텐데. 지금까지 지켜본 비올라는 어제 기원제를 제외하면 건강한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당신이 아플 때마다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던지, 큰 주인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마음 여린 내 아가씨가 이런 일을 숨기고 있었다니, 배신감마저 들었다. )
아가씨, 비올라. 내 작은 주인님. 당신이 가주가 되는 것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훗날의 후계자도, 임종도. 모두 보고 싶었어요. 당신의 인생이 어떤 색으로 칠해지는지 모두, 보고 싶었어...... (떠나달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파들거리며 무너진다. 아니, 안되는데, 마지막은 내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아. ) ...비올라. ......비올라. 당신이 나만큼 건강해져서, 부디, 오래 살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요. 괴롭다면 날 잊어도 좋아요, 다만 아주, 아주 늦게 오면 좋겠어요. 날 잊어도 기다릴테니까. (의자에 풀썩 주저 앉는다)
비올라 카지안:(저를 꼭 끌어안는 품, 한 번도 변치 않았던 그 따스한 품에 결국 슬픔이 터질 듯한 울음이 되어 잇새로 흘러나간다. 끝까지 저를 위하는 말이 너무도 다정해서, 떠난다는 그 말이 너무도 아파서 쉴새없이 눈물만이 차오르고 흘렀다. 너를 부르지 말았어야 했다. 마지막 미련을 담은 글씨를 눌러쓴 쪽지를 새에게 달려 보내지 말아야 했다. 제 손 안에서 찻잔을 깨뜨려야 했다. 창백한 피부가 파편에 긁혀 새빨간 피로 물들어도, 장미꽃잎의 붉음으로 묻어갈 수 있도록... 홀로 잦아들어갔어야 했는데.) 너는 나의 가족이야. 가족에게 독을 건네는 사람이 어디 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독을 건네는 사람이 어디 있냐구...
(뒤늦게 돌아서는 너를 붙잡으려 팔을 뻗었으나, 이미 찻잔은 당신의 손에 잡혀들었다. 언제나 밝게 올라가던 입가로 독이 흘러들어간다.) 아, 안 돼. 메리엘. 메리엘!!
쨍그랑!
온 몸을 타고 차오르는 이질적인 감각에 찻잔을 놓쳐버렸습니다.
조용하던 새벽의 장미정원이 찻잔이 깨지는 소리로 메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기우는 것도, 착각일까요.
비올라 카지안:메리엘... ...
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몸이 균형을 잃는 생소한 감각.
주문이 제대로 든 모양입니다.
메리엘, 주문의 대가로 이성 1D20 손실.
메리엘 영:
rolling 1d20
(
17
)
=
17
메리엘, 이성 17 감소
<지능> 판정 해주세요. 성공시 일시적 광기에 걸립니다.
메리엘 영: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1d3 굴려주세요.
메리엘 영:
rolling 1d3
(
1
)
=
1
손 끝이 떨리고, 온 몸의 체온이 훅 내려간 듯한 기분에,
여태 익숙했던 장미향이 갑자기 역하게 느껴지고,
비올라의 목소리는 머리를 전부 울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비올라의 도움 없이는 기울어진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 이제 비올라는 건강할 테니까.
이 정도 부탁이야 어렵진 않겠죠.
새로이 밀려오는 이상한 감각에 조금이나마 적응할 쯤이 되어서야 비올라의 안색이 눈에 띄는군요.
적당한 열기가 얼굴을 감싸고 활기를 띄는 모습.
당신의 건강은 제대로 바꿔치기 되었나 봅니다.
……비올라는 그 오랜 시간을 이런 몸으로 살아왔던 걸까,
이제서야 온 몸으로 체감합니다.
비올라 카지안:메리엘, 메리엘... (기울어진 당신의 몸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음을 토해낸다.) 아, 아아, 멜. 나의 멜... ...
메리엘 영:...진짜, 어이가 없어...... 이런, 몸으로...... 누굴... 생각한 거야......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을 맞으며 드는 생각이 이런 거라니 내가 당신을 많이 사랑하긴 했나 보다. 이 고운 사람을 두고 어딜 가지? 이제 내가 돌아갈 곳은 카지안 저택이 아닌 6피트 아래겠지만, 마지막 선물을 받았으니 지켜볼 수 있을까. ) ......있다면, 좋을 텐데......
비올라, ...... 울지 말고, 사랑하고, ...남은 삶을 살아요...... 사랑하는 내 아가씨......
(귀히 찾은 삶에 더 이상 아픔 없길 바라며 신록을 담고 눈을 감는다. 당신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지는 이 정원에 앞으로 나는 없겠지. 당신은 계속 살아갈터다. 내가 사랑하던 그 아름다운 삶을. )
비올라 카지안:(내 세계는 너의 색으로 가득찼었는데. 내 세계에 색을 입혀주던 게 너였는데. 네가 없으면 이제 누가 나의 세상을 칠해주지? 누가 내게 봄을 되돌려주지?) 함께 보고 싶었어. 가주의 자리에 오른 나의 곁에 네가 있길 바랬고, 사랑에 빠진 나의 곁에 격려하고 지켜봐주는 네가 있길 바랬고, 아이를 낳고, 끝내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너와 함께이길 바랬어... (눈물이 쉴새없이 턱을 타고 너의 뺨으로, 옷깃으로 떨어진다. 젖어든 너의 얼굴을 마구 떨리는, 그러나 혈색이 돌기 시작한 손으로 쓰다듬는다. 식어갈 몸에 조금이라도 온기를 나누어주려는 것마냥. 그러나 제게 안긴 당신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간다. 마지막까지 저만을 생각하는 너의 목소리가 점점 느려진다. 이 지독한 장미향에 네 죽음이 묻혀간다......)
(당신의 손을 맞잡고 제 뺨에 가져다댄다. 당신이 아직은 눈을 뜨고 있을 때, 5월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처럼 붉은 네 홍채가 아직 그 색을 유지하고 있을 때. 어떻게든 제 웃는 모습을 그 안에 담아주려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보지만, 서럽게 젖어든 울음에 먹혀들어 결국 꼴사납게 일그러져버리고야 만다.) 이 정원의 가장 아름답게 꽃이 피어난 곳에 브로치와 함께 너를 묻어줄게. 이곳에 올 때마다 너를 생각할 거야. 이 저택에서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고, 모든 삶을 너와 함께할 거야. 우리는, 지금껏 그랬듯 어디서든 함께일 거야...
(나는 이날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겠지. 너를 다시 만나는 날까지 잊지 못하겠지. 너의 목숨을 담보로 받아든 삶은 죄책감과 자책감에 수몰될 것이다. 그러나 네가 준 삶이기에 놓지 못하고 끝내 햇빛이 비쳐드는 곳으로 나아가겠지. 다시 봄을 맞는 날까지, 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춤을 출 수 있는 날까지.)
잘 자, 좋은 꿈 꿔.
이어지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비올라의 따뜻한 손이 당신의 눈을 감겨주듯 부드럽게 눈가를 쓸어내립니다.
……버틸 수 없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드럽게 눈가를 덮은 손 사이로, 아득해져가는 의식 사이에서 당신은 직감합니다.
저 멀리서부터 해가 뜨기 시작했구나, 하고.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
분명 익숙한 오렌지빛의 햇살이 당신과 비올라를 뒤덮고,
장미정원의 가득한 장미들도 따스한 햇살을 타고 깨어나 오늘의 장미향을 피워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이윽고 완전한 암전.
날은 밝았고 당신은 비올라를 대신해 죽었습니다.
한 때 아꼈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아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장미와 당신 사이에서……
행복할까요, 울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평안기원제도 막을 수 없던 비올라의 끝을 당신이 막았습니다.
비올라는 오늘을 살아갈 것입니다.
당신을 평생 가슴 속에 품고서요.
언젠가 비올라를 만나면 오늘의 티파티의 감상평 정돈 말해주도록 할까요.
오늘의 티파티는……
엔딩 B. 잊지 못할 티파티
비올라 생존, 메리엘 로스트.
: 비올라는 해가 뜨는 오늘을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걸로 묻힐까요?
글쎄요, 비올라가 당신을 기억한다면, 이 이야기는 영원할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