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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4~200825] 메리엘&비올라 - 바다아이
초현_c
2020. 8. 25. 16:12
플레이타임 : 약 7시간
바다아이
W. 티셰
KPC 비올라 카지안
PC 메리엘 영
-
꿈을 꿉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바닷물이 일렁이는 해변 위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어린 시절의 비올라.
해사하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는 얼굴이지만,
어째서인지 사무치도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손을 뻗으면……
번쩍.
그 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가며 메리엘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바람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습니다.
그 상냥한 손길에 감겨 있던 눈꺼풀이 서서히 올라갑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 싱그러운 풀내음, 흩날리는 노란 꽃잎들.
손 끝에 닿는 그 감촉은 풀잎입니다.
눈을 다시금 감아내립니다.
아름다운 광경을 눈 앞에 두고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어쩐지 안타까운 느낌의 꿈을 꾸어서일까요?
그건 무슨 의미의 꿈이었을까요?
분명 피부에 닿는 공기는 따뜻하지만 몸은 서늘한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감기기운이라도 있는 걸까요?
그런 메리엘의 위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익숙한 목소리.
어떤 상황에서도 한결같은 그 목소리는 비올라의 것입니다.
어깨 위에서 찰랑이는 연보랏빛 머리칼,
녹음을 한가득 담은 눈.
옷에 묻은 꽃잎을 떼어주는 손길은 여느 때와 같이 다정합니다.
메리엘은 비올라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왜 여기서 잠들어 있었죠?
언제부터?
여기가 어디더라?
어째서인지 가장 최근의 기억이 흐릿합니다. (SAN 0/1)
기준치: | 37/18/7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비올라...? (자신이 알던 여전히 다정한 음색에 풀어지다가도 꿈을 꾼 탓인가? 어쩐지 자기 전의 기억이 흐릿하다)
그런 메리엘이 멍한 정신을 채 가다듬기도 전에 비올라가 미소지으면서 말을 겁니다.
함께 들판에 난 작은 돌길을 따라 걷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주변의 풍경과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리는 산책로입니다.
함께 걷는 비올라도 산책이 기분 좋은지 평소보다 조금 더 들뜬 얼굴입니다.
메리엘, 하늘을 향해 <관찰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들뜬 비올라 옆에서 평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맑은 하늘이 두 사람의 머리 위에 드넓게 펼쳐집니다.
하늘의 둥근 부분을 따라 시선을 쭉 옮기면 넓은 들판이 보이고,
언덕 아래의 바다 너머로 짙은 구름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시원할 정도로 탁 트인 들판에 바람이 가볍게 불고 있습니다.
들판 여기저기에는 노란 꽃들이 활짝 피어있습니다.
원래 이 들판에 이 꽃이 피었었던가?
<자연(식물학)> 판정
기준치: | 30/15/6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새로 파종한 꽃인가? 하늘은 넓고 바다는 청향하고 들판은 푸르다니, 어쩐지 오늘의 우리를 환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메리엘은 이 꽃이 옛날에 책에서 보았던 ‘복수초’라는 것을 생각해냅니다.
산책로를 어느 정도 걷다보면 길의 끝에 작고 아담한 정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산책로의 마지막에 자리한 작은 정자.
안에는 이런 저런 잡다한 물건들이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꽤 최근까지도 누군가의 손길을 탄 것 같은 모양입니다.
메리엘은 일어났을 때부터 이름모를 서늘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정자에 올라갑니다.
나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통, 통 맑게 울립니다.
아담한 느낌의 정자는 마치 두 사람을 위해 지어진 것 같습니다.
바닥에는 폭신한 러그가 깔려 있으며 그 위에는 [겉옷]과 [작은 가방]이 놓여 있습니다.
겉옷을 살펴보면 메리엘의 자켓이 맞습니다.
<관찰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그냥 내집같은 편안함만 느끼며 입는다)
내집같은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가방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비올라의 물건이 들어 있습니다.
비올라의 가방인 것 같습니다.
가방 안에는 [수첩], [사진], [손목시계], [보온병]이 들어있습니다.
손수건은 없군요!
수첩은 다이어리 같습니다.
다이어리 안의 달력에는 드문드문 날씨가 적혀 있으며,
가끔 짧게 그날 해야 할 일 정도가 적혀 있기도 합니다.
페이지를 계속 넘기면 최근의 달력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관찰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요즘 바빴나봐요? 요 얼마간 텅 비어있어요. (팔락팔락 넘기며 묻는다)
날씨를 잘 살펴보면 대부분 맑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메리엘은 맑음으로 적힌 날들 대부분이 비올라와 함께 만나 놀았거나 여행을 왔었던 날짜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메리엘과 비올라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메리엘이 기억하기로는 이건 메리엘이 가지고 있던 사진인데…?
손목시계를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익숙하게 봐 오던 비올라의 시계.
<관찰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쑤댐당하며 시계를 요리조리 본다)
시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시계침이 반대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고장이라도 난 걸까요?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에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SAN 0/1)
기준치: | 37/18/7 |
굴림: | 2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비올라... 시계를 고칠 틈도 없이 바빴구나. 느긋한 생각과 달리 오싹한 기분에 보온병을 찾는다)
보온병을 살펴보면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흔들어 보면 안에서 뭔가 찰랑거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비올라의 것이니 비올라에게 물어볼까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면,
걸친 겉옷과 따뜻한 차 때문인지 몸이 노곤해집니다.
금방이라도 잠들어버릴 듯한 느낌이군요.
메리엘은 이내 폭신한 러그 위로 몸을 누이고, 언제 잠든지도 모른 채 잠에 빠집니다.
잠들기 전, <듣기> 판정
기준치: | 54/27/10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득해지는 정신 너머로 언뜻 비올라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꿈을 꿉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바닷물이 일렁이는 해변 위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어린 시절의 비올라.
해사하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는 얼굴이지만,
어째서인지 사무치도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손을 뻗으면 비올라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이제……거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네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만……
번쩍.
그 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가며 메리엘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메리엘은 급하게 몸을 일으킵니다.
서늘했던 몸에 약간의 온기가 도는 기분이 듭니다.
언제 잠들었었지? 왜 갑자기 잠든 걸까?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주변을 둘러봅니다.
잠들기 전의 풍경과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관찰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메리엘이 누워있던 정자의 풍경은 어스레하게 보이는 하늘에 약간 구름이 낀 것 빼고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어느새 구름이 이만큼 끼었죠?
<듣기> 판정
기준치: | 54/27/10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주변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뭔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
눈 앞에 보인 것은 몇 년 전 모습의 비올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메리엘을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SAN 1/1d2)
기준치: | 37/18/7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1d2 굴려주세요.
rolling 1d2
(
)
1
1
이성 1 감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비올라를 쳐다보면 비올라가 고개를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메리엘은 비올라의 손을 잡고 별장으로 향합니다.
함께 걷다보면 카지안의 별장 앞에 도착합니다.
현관문은 마치 두 사람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활짝 열려 있습니다.
비올라가 별장을 신기하다는 듯 둘러봅니다.
별장으로 함께 여행을 왔었던 기억마저도 없는 것이겠지요.
조금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두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메리엘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별장입니다.
돈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 티나는 모던한 석조 건물.
집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깔끔하게 정돈된 [거실]과 연결된 [부엌],
[방1], [방2]와 [서재]가 보입니다.
거실을 둘러봅니다.
현관문에서 꺾어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벽 한 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유리창문 너머의 테라스입니다.
테라스 너머로 저 아래쪽에 탁 트인 해변과 바다가 보입니다.
이렇게 보니 집이 꽤 높은 지형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파] 뒤편의 벽에는 [작은 액자]가 몇 개 걸려있으며
가로로 긴 테이블에는 [달력]이 놓여 있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소파 위에는 가지런히 개여진 옷이 한 벌 올려져 있습니다.
살펴보면 비올라에게 선물받았던 메리엘의 원피스입니다.
이 옷이 왜 비올라의 집에...?
작은 액자가 몇 개의 줄로 연결되어 걸려있는 형식입니다.
모두 메리엘과 함께 찍은 사진들 위주입니다.
가장 왼쪽에 걸린 사진은 가장 어린 시절의 두 사람의 모습이며,
오른쪽으로 갈수록 두 사람이 점점 자라는 모습이 보입니다.
메리엘도 잘 기억나는 사진들입니다.
처음 여행을 왔을 때부터 비올라와 이런 저런 사진들을 찍곤 했었죠.
<관찰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우리의 추억과 시간... 흐뭇하게 본다)
액자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어?
그런데 맨 마지막 사진 하나는 메리엘이 못 보던 사진입니다.
별장 근처 바다에서 찍은 사진.
날짜는 가장 최근의 메리엘의 생일이며,
분명 자신과 비올라의 모습이긴 한데 어째서 메리엘은 이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요?
(미지의 불안에 불쾌함을 느껴 시선을 돌린다. 달력, 내 지난 생일도 맑음 표시가 되어 있을까?)
달력을 보기 전,<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메리엘은 액자의 마지막 사진에 있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소파 위의 옷과 겉옷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달력을 봅니다.
며칠 전의 날짜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으며 [메리엘 생일!]이라고 크게 적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은 메리엘의 생일이었죠.
그런데 메리엘은 자신의 생일에 뭘 했죠?
왜 기억이 나지 않을까요?
의아한 생각에 비올라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그 대답을 들려줄 ‘현재의 비올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SAN 0/1)
기준치: | 36/18/7 |
굴림: | 1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비올라...... 나 조금 무서워요...... 지금 없는 비올라를 속으로 부르며 어깨를 떨었다. 나는 온전히 나일까?)
단정하게 정돈된 부엌이지만 마치 사람의 손길이 별로 닿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찬장이나 냉장고를 열어보면 조리해 먹을 만한 음식 재료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습니다.
하늘에 천천히 어둠이 깔려오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금 큰 사이즈의 침대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침대 옆에는 꽤 큰 크기의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면 왠지 익숙한 잡동사니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 안의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이 평소에 자주 쓰던 물건들, 아끼던 물건들이라는 것을 알아챕니다.
어째서 자신의 물건들이 상자 안에?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불길하기만 했다. 상자를 뒤적인다)
자신의 물건들이 왜 상자에 정리되어 있을까요? 영문을 모르겠네요.
또 하나의 작은 방입니다.
손님용으로 사용하는 방인 듯 작은 사이즈의 침대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침대의 이불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으며 침대 옆 [수납장]에 올려진 스탠드의 빛이 은은하게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메리엘은 이 수납장이 꽤 익숙합니다.
종종 비올라네 집에 놀러와서 이 방을 사용했으니까요.
맨 밑칸부터 열어보면 메리엘이 놓고 갔지만 가져가는 것을 매번 까먹던 물건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 이번에는 꼭 가져가야지… 하고 생각하며 맨 윗칸을 열면 낯선 쪽지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쪽지를 살펴보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요?
파도라는 단어에 왠지 불안한 기분이 엄습합니다.
(혼란스런 머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다. 불안과 이질감을 이 쪽지가 물꼬를 튼 것 같아 쪽지를 손에 쥐고 방 밖에 나가 서재를 찾아본다)
방 밖으로 나가기 전,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순간 메리엘의 머리로 어떠한 장면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거친 물 소리와 함께 시야를 가득 채운 물, 물, 물.
몸을 움직이려 하면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습니다.
일렁이는 시야 너머로 놀란 표정의 비올라가 보입니다.
손을 뻗어보려 하지만 순식간에 몸이 뒤로 넘어갑니다.
답답한 느낌에 헉, 하고 숨을 들이쉬면 다시 방 안에 있습니다.
그건 무슨 영상이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혼란스러워집니다. (SAN 1/1d3)
기준치: | 36/18/7 |
굴림: | 2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1 감소
메리엘은 숨을 고르다 서재로 향합니다.
서재의 문고리를 돌려 열어봅니다.
철컥, 철컥,
어라? 서재의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비올라, 아직 바깥 보고 있나요? 피곤하지 않아요?
메리엘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생각보다 몸이 많이 피로한 느낌입니다.
잠들기 전, <관찰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비몽사몽한 시야 사이로 비올라가 한참 동안 메리엘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듣기> 판정
기준치: | 54/27/10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비올라아...? (잠에 취한 목소리로 겨우 입밖에 낸다)
비올라가 입술을 달싹이는 것 같지만,
잠들기 직전인 탓인지 잘 들리지가 않네요.
메리엘은 깊은 피로감으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할 것도 없이 잠에 빠집니다.
...
꿈을 꿉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바닷물이 일렁이는 해변 위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어린 시절의 비올라.
해사하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는 얼굴이지만,
어째서인지 사무치도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손을 뻗으면 비올라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나는 이제 바다로 갈 거야.”
그 순간, 거대한 파도가 비올라를 잡아먹듯 집어삼킵니다.
미처 구할 새도 없이 다급한 숨을 짧게 들이쉬면─
…아, 드디어 기억났습니다.
저 파도는……
번쩍.
그 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가며 메리엘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생생한 꿈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따뜻한 온기가 몸에 가득합니다.
베개에 얼룩진 것이 눈물인지 땀인지도 구분이 안 되며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떠오릅니다.
대체 뭐가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꿈은 단지 꿈일 뿐일 텐데…….
(어린 비올라는 아직 있을까? 시간축이 뒤틀린 거라면 큰일이라 얼른 돌아가면 좋을 텐데... 위험하게. 간단히 세안하고 거실로 내려간다)
시계를 보니 이른 아침입니다.
원래라면 해가 떠야 할 시간이지만 어쩐지 어두컴컴합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이 거센 바람도 부는 것 같습니다.
문이 열린 메리엘의 방 바깥이 어쩐지 고요합니다.
거실은 텅 비어있습니다.
메리엘은 비올라가 잠든 방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비올라가 잠들어 있던 자리는 어딘지 모르게 서툴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비올라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가 비올라를 찾아보려 하자,
침대 구석에 올려진 비올라의 [가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찰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제 보았던 보온병과 수첩, 시계가 들어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메리엘이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주머니가 가방 제일 안쪽에 있습니다.
손을 뻗어 주머니의 지퍼를 열어보면 그 안에는 작은 열쇠가 있습니다.
어딘가의 문을 열 수 있을지도.
(서재로 향한다)
메리엘은 열쇠를 챙겨 서재로 향합니다.
달칵.
아주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서재의 문이 열립니다.
서재의 찬 공기가 메리엘을 맞이합니다.
수많은 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기장처럼 보이는 [노트]입니다.
[3월 11일]
: 메리엘의 생일까지 앞으로 3일. 올해에는 뭘 갖고 싶냐고 물어보니 새 옷이 가지고 싶다고 했다. 하루종일 패션 잡지를 뒤진 것 같다. 잘 어울리는 옷을 사주고 싶은데…
[3월 12일]
: 내 맘대로 샀다가 메리엘의 맘에 들지 않을까 봐 걱정이 돼서 결국 메리엘과 함께 쇼핑을 하러 갔다. 캐주얼하고 심플한 재킷에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원피스를 선물했다. 메리엘이 웃는 모습을 보니 역시 같이 쇼핑을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봄에 태어나서 그런지, 너의 웃음은 꼭 봄을 닮았어.
[3월 13일]
: 생일 당일날은 같이 바다에 놀러가서 놀기로 했다. 전날 저녁에 메리엘을 우리 집으로 초대해 바비큐 재료를 같이 준비했다. 생일까지 D-1.
(생일 당일의 일기는 없다.)
[3월 20일]
: 메리엘이 세상을 떠난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나는 도저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아직도 이 별장에는, 내 기억에는 네가 한가득인데… 메리엘이 입고 있던 옷은 내 마지막 선물이 되었고, 함께 했던 여행은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내가, 내가 이곳으로 여행을 오자고 하지만 않았더라면... 전부 내 잘못이야. 미안해. 미안해, 메리엘.
그런 내 앞에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 찾아왔다. 그가 내게 메리엘을 살리고 싶지 않냐고 물어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쫓아냈지만 그는 메리엘을 삼켰던 그 거대한 파도를 내 눈앞에서 다시 불러내었다.
나는 그가 진짜 ‘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3월 21일]
: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 기억에서 메리엘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메리엘을 다시 살려낼 수만 있다면.
아마 이건 지금의 ‘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일기.
.
.
.
흐릿했던 최근의 기억이 드디어 떠올랐습니다.
맑은 날씨,
무릎까지 오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비올라를 바라보던 메리엘,
그런 메리엘을 향해 맑게 웃고 있는 비올라.
그리고, 순식간에 메리엘을 덮친 거대한 파도까지. (SAN 1/1d6)
기준치: | 35/17/7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대실패로 최대 수치인 6 감소합니다.
메리엘, <지능> 판정 해주세요. 성공시 광기에 걸립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는, 나는... 비올라,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비올라, 나는......)
발작적 행동이나 감정 폭발 |
1D10 라운드 동안 웃거나, 울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하느라 다른 행동은 전혀 못 합니다. |
For 10 rounds. |
메리엘은 10분간 감정 폭발 광기에 휩싸입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세상 속에 홀로 남겨진 나를 깨운 건 결국 시간이었다.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 흐르자 목은 따갑고 얼굴은 눈물이 말라붙어 당겨왔다. 비올라, 그래서 당신은 어딨어?)
......바다. (모든 시작과 끝은 바다였다. 그래, 고요하지만 파도가 멈추지 않던 바다. 세상에게서 날 앗아간 바다로 향했다.)
바다로 걸음을 옮기려는 참입니다.
일기장 사이에서 작은 편지지가 하나 떨어집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비올라의 필체입니다.
비올라, 비올라 카지안!
(쉬어빠진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짖으며 바다로 향한다)
메리엘은 바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바다는 거센 비바람과 파도 소리만이 한없이 들려올 뿐입니다.
세게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 곳을 바라보면...
아.
낯설면서도 익숙했던, 추억 속의 비올라.
가장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의 어린 비올라가 해변에 발을 담그고 서서 메리엘을 바라보며 해사하게 웃습니다.
…그래요. 이건 아마도,
들판에서 깨어나던 순간부터 계속, 계속 꾸었던 꿈.
그때 네가 웃는 모습이 어째서 그렇게 안타까웠을까.
그건 아마도 그것이 비올라 당신이 정한 마지막 웃음이어서였겠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그 모습에 불안감이 피어오릅니다.
그런 메리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올라는 메리엘을 바라보며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 입을 엽니다.
돌아와......
... ... 이제... 몰라도 상관없으려나... (맑은 목소리, 좁은 어깨, 이제 막 익어가기 시작한 사과처럼 엷은 붉은빛을 띈 뺨. 당신이 본 소심하고 겁 많고 어리숙했던 비올라 카지안의 처음. 파도가 조금이라도 세게 치면 잠긴 다리가 꺾여 무너질 것처럼 연약하고 여린 모습이건만, 그럼에도 쉬이 손을 뻗어 잡을 수가 없는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래, 그것은 아마 너를 위해 자신의 생을 포기한 용기이자, 네가 없는 세상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 당신에게 똑같이 잃음의 아픔을 주고 마는 이기심.)
비올라가 바다를 한 번 쳐다봅니다.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는 금방이라도 비올라를 집어삼킬 것 처럼 무섭게 일렁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표정은 아련할 정도로 평온합니다.
바다에 시선을 한참 두던 비올라는 천진한 목소리로 메리엘에게 말합니다.
누군가와 약속했어요. 이렇게 해야 당신이 돌아갈 수 있다고.
(바닷물이 마르지 않는 것은 누군가의 눈물이요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찼으니. 여기서 바다를 채워봤자 늦은 걸 안다. 하지만 차마 당신을 두고 뒤돌 수 없다, 후회해서? 절망해서? 슬퍼서? 아니... 그보다 훨씬 전, 사랑하는 당신을 두고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
결국 비올라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내어줌으로써 메리엘의 멈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해준 것입니다.
마지막의 비올라에게 남은 것은 자신도 모르는 먼 미래의 소중한 사람뿐.
어느새 두 사람의 추억이 담겨있던 주변의 배경은 모두 무너져 내리고,
바다와 비올라와 메리엘만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은 햇살처럼 빛나는 사람이예요. 또 따뜻한 사람이예요. 당신을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저는 그렇게 느껴요... 그러니까 당신은, 이겨내실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을래요.
안녕, 메리엘.
비올라가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더 깊은 바다로.
이대로 비올라를 놓치면 메리엘은 비올라를 영영 보지 못하겠죠.
하지만 비올라를 잡는다면 여태까지 비올라가 메리엘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것들이 모두 의미 없는 것들이 될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비올라를 보며 메리엘은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메리엘이 비올라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가는 길 앞에 파도가 얼마나 몰아쳐도 상관 없습니다.
어느 이름 모를 신이 써내려간 이야기대로 정해질 미래라면,
차라리 자신이 다시 그 상실의 무게를 질 테입니다.
그렇게 마음먹자 거센 파도가 잠잠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천천히 내딛다가 점점 빠르게 비올라에게 달려갑니다.
참방, 참방, 물에 튀기는 발소리가 점점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고,
비올라를 쳐다보면 어째서인지 놀란 눈으로 메리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비올라와 시선이 점점 맞추어진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아마도,
비올라와 같은 아이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이윽고 비올라만큼 작아진 두 팔을 뻗어 비올라를 꽉 잡으면 거대한 파도가 두 사람을 덮칩니다.
숨을 참고, 눈을 꼭 감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
.
.
이윽고 정신을 차리면, 잔잔하게 찰랑이는 바닷물이 발목을 시원하게 적십니다.
감았던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람은…
… 아아, 소중한 나의 사람.
기적처럼 돌아온 현재의, 자신과 같은 시간을 걸어가는 나의 비올라.
...나도 보고 싶었어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웃습니다.
잔잔한 파도 소리가 두 사람을 반겨주는 것 같습니다.
해수면으로 복수초 한 송이가 춤추듯 흘러갑니다.
복수초의 또 다른 꽃말은 ‘영원한 행복’.
두 사람의 시간도 영원히 행복하게 흘러가겠지요.
ED 1. 더 낮은 곳에, 깊은 바다로
비올라 생환, 메리엘 생환
생환 보상 SAN 2D6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