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 로그 백업
[201216~201220] 칼리마랴 - 히스클리프
초현_c
2020. 12. 20. 18:58
플레이타임 : 약 13시간 반
2020.12.16
히스클리프
w.숑곰
kpc : 칼리든 P. 달리에
pc : 마리아 L. 라크엠
내일은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당신의 가문, 라크엠은 가문의 부흥을 위해서
힘 없는 당신을 팔아치우듯 넘겨버렸습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당신은...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피곤한 일정입니다.
당신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엿보이지 않네요.
모두 이 결혼과 축하연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니,
모두는 아니죠.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칼리든입니다.
봐요. 지금조차.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당신이 알아차리기 전 서둘러 손을 들어 젖어든 뺨을 훔쳤다.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기뻐야만 하겠죠. 가문의 경사인걸요. (기쁘기는커녕 누가 들으면 사지로 끌려가기라도 하는 듯한 비탄에 잠긴 음성을 내면서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당신과 말 한 마디나마 교환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라는 걸 생각하면.) ...칼리든은,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묻는다.)
칼리든이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네요.
결혼식 전날, 파티.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라크엠 가문이 이렇게 커다란 연회를 열 힘은 없을테니, 아마 당신의 약혼 상대인 린튼 가에서 준비한 것이겠죠.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칼리든이 유지하는 침묵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기는 고요입니다.
주위는 어디를 봐도 왁자지껄하기만 합니다.
몇 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귀족 1: 오랜만일세, 마리아!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귀족 2: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곧 린튼 가의 안주인이 될 당신에게 줄을 대고 싶어서 친한 척 구는 거겠죠.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GM: 듣기 판정 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영애: 그러고보니, 린튼가에서 근래에 실종자들이 늘어났다며?
영식: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영애: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린튼 가 장남의 결혼이잖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마리아를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인사하려는 셈일까요.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페일 달리에: 안녕하세요, 라크엠 영애. 결혼 축하드려요. (우아하게 드레스 자락을 들어올려 인사한다)
...그러고보니 칼리든이 달리에 가문 사람이라고 한 적이 있던가요?
눈 앞의 영애도 아는 눈치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데 왜 마리아는 칼리든이 달리에 가문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는걸까요.
어쩌면 요 며칠 지나치게 피곤한 탓에 착각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페일 달리에: 물론이죠. 린튼가의 명성 답게, 화려한 파티네요. 이런 훌륭한 가문과 결혼하게 되셨으니, 영애께선 행복하시겠어요.
페일은 몇 가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갑니다.
별다른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피곤한 기분이에요.
잠시 숨을 돌리려 홀 안을 둘러보고 있으면, 저 먼 발치에 있는 결혼 대상 집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린튼가.
문득 마리아는 린튼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가장 명예로운 집안!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 했죠.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곁에 선 칼리든은 의아하게도, 린튼가를 보자 여태껏 잠잠했던 얼굴 위로 불쾌한 표정을 띄워냅니다.
마리아의 친척이 다가와 웃으며 잔을 건네는 순간에도요.
인사해야지, 이제 사돈인데 말이야.
칼리든은 그의 앞에서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장인 어른 될 분도 계시고, 린튼가는 왕족과 연결된 집안이기까지 하니..
잘 보여야지 않겠어요. 이 모든건 가문을 위한 일인데.
칼리든은 결국 당신을 따라가지 않고 뒤에 혼자 남습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모인 곳에 다가가면, 그들은 반갑게 당신을 맞이합니다.
에이번 린튼: 이게 누구야, 우리 새 가족 될 사람 아니야!
린다 린튼: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린튼가 사람들을 자세히 살피면, 대부분 눈동자가 흐립니다.
어째서인가 눈밑이 거뭇하고 대다수 낯빛이 창백합니다.
햇빛을 오래 보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한 사람들처럼.
... 혹시 피곤하시다면 저쪽에 게스트룸이 있으니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시면 된답니다.
에이번 린튼: 걱정까지 해주고, 마음씨도 곱군 그래.
린다 린튼: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약혼녀 한 번 잘 골랐지. 참, 그러고보니 아직 약혼자를 본 적이 없던가.
에이번 린튼: 아, 마침 저기 오는군 그래. 하퍼, 하퍼 린튼! 곧 부부 될 사람들끼리 춤 한 번 춰야하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하퍼 린튼: 하퍼라고 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정중히 인사한다)
당신과 결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리아 아가씨. (그를 보며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하퍼 린튼: 그리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후후, 부드럽게 웃어) 처음이고 하니.. 한 곡, 추실까요. (네게 손을 내민다)
그는 부드럽게 당신을 이끕니다.
정중하게 당신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마저도 귀족답네요.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칼리든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찰나입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속삭임.
하퍼 린튼: 당신 집사가 당신을 굉장히 아끼나봐요.
하퍼의 속삭임입니다.
하퍼 린튼: 그런가요. (나지막히 미소를 지어보인다)
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습니다, 영애. 저 눈빛이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 쪽은 썩 달갑지가 못해서요.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불쾌감이 명백히 드러나는 것도 같습니다.
왜 저런 반응인걸까요?
무어라 묻기도 전에, 타이밍 좋게 춤이 끝납니다.
하퍼 린튼: 그러면, 라크엠 영애. 내일 다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정중히 인사하고는, 네 손등에 입을 맞춘다)
내일 이 시간에는...부부로 뵙겠네요. (다정한 웃음을 지어보여)
하퍼는 정중히 인사하고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당장 내일 부부가 될 사이인데, 더 함께해주지도 않는다니. 기분이 별로 좋진 않지만...
오히려, 지금 만큼은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칼리든이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가볼까요?
정원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고요가 찾아옵니다.
시끌벅적하던 파티홀 내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입니다.
칼리든의 분위기는 아까보다는 온화해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시간은 밤 9시고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달빛을 등지고 문득 칼리든이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명백한 춤 신청입니다.
...제가 떠나도 계속 이 라크엠에 남아계실 건가요? 편지라도 자주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GM: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옷으로 감춰진 목 부분에 희미한 상처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팔뚝에도...
(귓가에 얹혀오는 자그만 음악소리를 감각하다가, 뒤늦게 기억나기라도 한 듯 춤을 마치는 신호로 드레스 자락을 잡고 살짝 무릎을 굽혔다 일어난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시는 이리 함께 손을 잡고 가까이서 당신의 온기를 느낄 일 없겠지. 부드런 바람결을 헤치며 그나마 나아졌던 기분이 그새 곤두박질치는 것만 같았다. 이 순간이 영원이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바람이다.)
노래와 함께 춤이 끝나고, 이제 돌아갈 시간입니다.
파티도 어느 정도 끝무렵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심지어 칼리든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칼리든이 당신을 붙잡는 건.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칼리든이 너무나 간절하게 말합니다.
결혼하지마세요.
결혼하지마세요, 제발...
왜, 이제야 그 말을 하시나요?
아무 소용 없다고, 당신의 입으로도 말했으면서. (참고 참았던 노력도 무색하게 망막에 습기가 어리어든다.)
제가 결혼을 하지 않는대도 저를 사랑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그런데도, 어쩌면 저는 그 말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고. 이미 시간이 너무도 흘러간 탓에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 없는 것을 아는데도. 그래서, 그래서... 자리에 붙박이듯 멈춰선 채 드레스 자락을 뜯어내듯 붙잡다가, 결국 얼굴을 두 손에 묻는다.) 너무해요. 이제 와서 그 말을 하는 건... 너무해요, 칼리든.
불가능을 알고 있는 일에 희망 한 조각이 더해진다 해도, 이미 가능성을 붙잡을 힘은 다 소진해 버렸는걸요...
... 안아주실래요? (두 팔을 벌려보였다.)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
칼리든은 조용히 당신을 놔줍니다.
이성을 차린 듯한 태도와 함께 그는 먼저 등을 돌려 사라집니다.
어째서인가 그 뒷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깁니다.
...심란함을 안은 밤이 지나갑니다.
이제 당신은 곧 식장에 가게 되겠지요.
결혼식 당일 아침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칼리든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보이네요.
...하기사, 그들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하죠.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여전히 칼리든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정도는 해주지.
사용인: 네? 칼리든씨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걸요. 안그래도 아침부터 안보이시더라구요. 바쁘신지...
어쩌면 몇 년이나 보좌해왔던 아가씨가 결혼하신다는 소식에 힘들어하시는걸지도요. 아가씨를 떠나보내야하잖아요.
(작게 중얼거리다가 결국 마차에 오른다. 저택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모습에서 미련이 뚝뚝 묻어났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유난히 사람들의 말이 뒤섞이는 가운데, 묘한 한 단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GM: 듣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경찰이 왔어!"라고 연신 속삭이는게 들려옵니다.
...경찰이요?
소란스러운 장소로 급히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의 시체입니다. SANc(0/1)
기준치: | 60/30/12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어떤 불행이 닥쳐오더라도 참아내야만 한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던 탓일까, 외려 그 불행을 안겨줄 주체가 무너져버렸다는 사실이 먼저 인식된다. 그럼에도 떨리는 목소리를 어쩌지 못한 채 서둘러 경찰에게 다가간다.)
경찰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검거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에 경찰 한 명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곤, 동정의 시선을 건넵니다.
그리고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힘이 들어간 문장을 내뱉습니다.
경찰: 사인은 총살입니다.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경찰: 총살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 살인 사건이라 할 수 밖에요.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경찰: 아직 조사 중입니다. 후보가 몇 명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GM: 살인 현장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비록 경찰과 린튼가의 사람들이 있지만, 갑자기 배우자를 잃은 새 가족이 충격에 점철된 낯으로 조금 살핀다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하지 않을테니까요.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카펫은 핏자국으로 너덜합니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딱 봐도 고급 재질, 비싼 카펫 같은데.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GM: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바닥에 떨어진 탄피가 보입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창문
창문 근처에는 마침 경찰이 있습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살피면,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크기는 키가 큰 성인 남성 정도의 사이즈네요.
...어쩐지 익숙한 크기입니다. 저 신발 자국도요.
장식장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느낌입니다.
사진에 대해 경찰이나 하인 등에게 묻는다면, 그건 린튼 가문의 사진이라 알려줍니다.
이곳에 없는 사촌분들까지 모두 모여 찍은 사진이라고요.
린튼의 시체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채 감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GM: 빼려고 한다면, 은밀행동 판정
기준치: | 35/17/7 |
굴림: | 41 |
판정결과: | 실패 |
GM: 재빠르게 민첩 추가로 굴려봅시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빼보면 찢어진 쪽지입니다.
쪽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이 그려져있네요.
이건 도대체 뭘까요? 난데없이 왠 거미?
얼추 주변을 둘러보고 나면, 경찰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정말 심각한 얼굴입니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 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경찰: ...혹시 칼리든씨를 아십니까?
경찰: ...당신의 전담 집사라고 들었는데요. 사이가 꽤나 좋으셨다고...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으셨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정원사가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칼리든씨와 비슷하다 증언하길레 말입니다. 혹 오늘 칼리든씨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경찰은 당신의 말에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칼리든을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이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그러나 마리아, 당신도 슬퍼했나요?
그건 모를 일입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게 느껴집니다.
무어라 위로의 한 마디라도 전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들은 당신의 애도에도 불구하고 당신만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으로 느껴질 정도네요.
이만 자리를 뜨고자 하여 린튼 가의 저택을 나설 경우,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가 저택 한 구석에 있는 풀숲 속.
GM: 원한다면, 관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하얗고 벌레처럼 생긴 무언가가 당신을 응시하다 사라집니다.
...그건 뭐였을까요.
저녁, 라크엠 저택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결혼식 대상이, 결혼 당일에.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나요?
...물을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허나 지금 이 상황에서 칼리든이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장 경찰이 한 말만 봐도 말이에요.
칼리든과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찝찝한 구석이 많은 사건입니다.
하지만 설마, 칼리든이요? 그가 그렇게 극단적인 성격이었던가요?
비록 결혼식 전날에 당신을 보고 가지말라며 붙잡기는 했지만...
당신의 마음을 알고도 잡아주지 않던 그가 아닌가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고민에 잠겨있으면 어느새 저택입니다.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자니, 창 밖으로부터 칼리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과 제 가족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칼리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급한 전갈이 있어 심부름을 다녀왔다고 답하는 것이 시야에 잡힙니다.
GM: 원한다면, 관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거리가 너무 먼 탓일까요, 흐릿한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기가 어렵습니다.
문득 창문 너머로 칼리든과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속을 알 수 없는 저 분위기... ...
칼리든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내에 주문 받은 물건을 사러 나갔고, 그 위치는 린튼 가 저택과 정반대 편이네요.
물건을 산 영수증과 구매한 상인까지 증인으로 내세우자 의심스러운 낯을 하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그럼 그렇죠. 칼리든이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기분은 뭘까요.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칼리든은 고요하기만합니다.
칼리든의 표정은 어쩐지 평소와 조금 다른 것도 같습니다.
그 비어버린 눈동자 속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던가요.
경찰이 칼리든을 다시금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자리를 떠납니다.
GM: 칼리든의 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짐가방 안에는 심부름과 무관해보이는 신문이 한 장 들어있네요.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린튼 가와 라크엠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GM: 자료조사 판정 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일정 페이지에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네요.
읽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새 칼리든이 이 쪽으로 오는 것이 보입니다. 신문은 어떻게 할까요?
알리바이는 확실히 증명된 거죠, 칼리든?
오늘은 놀랄 일만 가득이었네요. 결혼 상대가 그렇게... 결혼식 당일에 살해당할 줄이야. 이제 일이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어요. 할머니께서 화살을 제게 돌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저는 당신의 종이지 않습니까. (느릿한 손길이 마리아의 목덜미를 스쳤다)
그래요, 저는... 당신이 저를 좋아해주기를 바라요. 저를 원해주기를 바라요. (거의 알아듣기도 힘든 조그만 음성이었다.) 그래서 제가 가는 곳에 당신이 함께했으면 해요. ...하, 하지만 이루어질 리 없겠죠. 언제나 그랬으니까... 못 들은 걸로 하세요.
...(옅은 웃음이 어린 입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잔잔하다. 그렇게나 다정하게 입맞춤을 했던 사람 답지 않게 다시금 정중한 투로네게 속삭인다. 방금은 한 순간의 꿈이었다는 듯,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라는 듯이...) ...내일 린튼가 사람들께서 방문하신다고 합니다. 아마 취소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오시는 걸테죠. 아침 일찍 일어나계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가슴 속 호수는 파동이 몇 번이고 겹쳐 일어 이제 원래의 잔잔함이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게 흔들린다. 한순간 뜨겁게 불타올랐던 열기와 쾌감은 당신의 정중한 목소리에 한여름밤의 꿈처럼 훅 사그라든다. 그래, 어쩌면 정말로 꿈을 꿨는지도 몰라... 젖어든 입술이 서늘한 방 안의 공기에 닿아 메말라가는 것을 감각하며 고개를 가만 옆으로 돌린다.) ... 네, 알겠어요. 오늘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셨으니 들어가 쉬세요.
문을 닫고 나가는 칼리든의 뒷모습 뒤로 나지막한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잘된 일이야.
닫힌 문 너머 그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새벽이 가까워지고, 잠들 수 없는 밤이 지나갑니다.
뜬 눈으로 침대 위에 누워있다보면,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집니다.
...이 시간에 누가 돌아다니고 있는걸까요? 새벽이 깊었는데요.
복도로 나가면 끝에 위치한 칼리든의 방 불이 켜진 채 열려있습니다.
안자고 여태 뭘 하는걸까요?
잠도 오지 않는 밤, 그와 새벽을 지새는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칼리든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이네요.
꽤나 정신 없는 방이네요. 그의 방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긴 했지만...
물품을 대신 정리해줄 요량으로 살펴보고 있자면, 칼리든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이 눈에 띕니다. 저건 뭐죠?
수첩을 펴서 살펴보면, 이름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분명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일텐데, 너무나 익숙합니다. 왜?
GM: 지능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수첩을 넘기다 보면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하퍼 린튼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이건...탄피입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근원지를 살피니, 침대 밑입니다.
칼리든이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걸까요?
그러나 찝찝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GM: 지능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무래도 같아보입니다.
GM: 관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침대 안 쪽에 삐져나와있는 가시에 손 끝을 약간 찔렸지만
노트 한 권이 손에 잡힙니다.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거미 그림.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는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옆에 적힌 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자'
문득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일어나면 칼리든이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잠옷 차림의 칼리든은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팔은...
온갖 상처로 가득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당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치 챈 칼리든이 빠르게 겉 옷을 챙겨입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당신이 방문을 완전히 나서기 전, 칼리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곁. 내 곁...
대체 그가 품고 있는 비밀이 무엇이기에, 당신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는 걸까요.
칼리든은 당신의 대답에 나지막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닫습니다.
완전한 단절
아침이 옵니다.
둘째날
결혼식 다음날의 동이 텄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린튼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가족들의 분위기를 보면 좋지 못합니다. 좋을 수 있을리가요.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어쩌면 라크엠 가문이 일어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당신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겠지만요.
GM: 린튼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부엌],[휴게실],[뒷마당]에 가볼 수 있습니다.
부엌
하인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이 속닥속닥.
GM: 듣고 싶다면, 듣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하녀: 린튼 가 사람들이… …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였다더라.
하인: 그럼 뭐야? 그 부부만 ……거야?
하녀: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긴 했다는데 전부 ……면 대가 ……는 거겠지……
(가만히 자리를 떠나 휴게실로 향한다.)
휴게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있을 뿐입니다.
GM: [탁자]와 [벽난로]를 살필 수 있습니다.
탁자를 살펴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자 신문이네요.
신문을 펼치자,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칼리든.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입니다.
칼리든...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저게 뭐죠? 꺼내볼까요?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SANc (0/1)
기준치: | 60/30/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뭐지? (아이호트라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건만 본능적으로 불쾌한 기분이 든다. 쪽지를 가만 바라보다가 다시 벽난로 안에 던져넣었다. 온전히 타들어갈 때까지 지켜보다가 뒷마당으로 걸음한다.)
뒷마당으로 걸음하려는데, 카펫 아래에 삐죽 튀어나온 종이가 보입니다.
어디 책에서 뜯어온 듯한 종이 한 장이네요.
전부 지역입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GM: 교육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과거 학교에서 배웠던거 같은데, 이걸.
그러니까 해독하자면... 이름이군요.
낯선 퍼스트 네임과 익숙한 라스트 네임. 린튼.
거기다가 이 필체, 명백히 칼리든의 것입니다.
우선 이 린튼의 이름은 적어도 하퍼 린튼의 부모님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린튼인가요? 친척? 가문 구성원?
도대체 이걸 왜 적어둔 거죠? 뭘 위해? 그들이 지내는 지역은 왜 알아내는 거고?
(쪽지를 마저 벽난로에 던져넣어 타들어가도록 내버려두고 뒷마당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뒷마당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고 있는 칼리든이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도 잠잠한 낯입니다.
아가씨도 꽃에 관심이 많으셨으니 아시겠지만... 이건 에리카 꽃이에요. 히스라고도 부르죠.
...꽃말을 아시나요?
꽃말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칼리든은 알고 계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게 왜 그런 꽃말이 붙었을까요.
...저도 한 송이 꺾어주실래요?
(네 말에 가장 예쁘게 피어난 것으로 조심스레 꺾어서 건넨다) 마음에 드세요?
(쓸쓸히 말하다가, 건네받은 꽃을 가까이 가져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빙그레 웃었다.) 과연 무척 향이 좋아요. 칼리든이 열심히 가꾸신 보람이 있네요. 꽃말은 이래도 방에 꽃다발을 만들어 가져다둘까 봐요.
원하신다면 하나 만들어드릴까요. 안그래도 곧 오실 손님분들을 위해 작게나마 꽃다발을 만들까, 했거든요. 자식분을 잃으셨으니... 위로가 될까 해서요. (그를 죽인 용의자로 의심받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평이한 어조였다)
아, 네, 선물받는다면 물론 감사하죠. 그런데 린튼 가 분들께도요? (잠시간 의문이 담겨 있다가도, 이내 사그라든다.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분들이 꽃말을 알지 못하게 주의해야겠어요.
제가 이 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절 만나러 오세요.
그렇게 할게요. (무엇보다도 만나러 오라는 말이 기꺼웠기에.)
대체 이게 무슨 말이죠?
뭘 의미하는 이야기인가요?
칼리든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꽃다발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잠시 멍하니 서 있는 사이,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린튼 가족 내외가 찾아온 모양이에요.
하인이 찾아와 가족분들이 먼저 응대할테니 잠시 방에 가 있으셔도 된다고 이릅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탕
총소리가 울렸습니다.
명백한 총소리입니다.
근원지는 현관.
현관으로 향하면, 그 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칼리든이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칼리든을 응시합니다.
칼리든의 손을 보면,
그래요, 리볼버.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SANc(1/1d2)
기준치: | 60/30/12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2
(
)
2
2
(방금까지 꽃다발을 갖다준다고 하지 않았었나? 정말, 린튼 가를 전부 죽여버릴 생각이기라도 한 거예요? 카펫과 문틀을 타고 번져가는 새빨갛고 비릿한 선혈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살인에 쏠렸던 신경이 이내 주변인에게로 향한다. 경찰을 부를 텐데, 도망쳐야 해요...!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소리를 억누르며, 애가 타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피가 튄 뺨을 든 칼리든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쩐지 이 현상이 익숙한 얼굴.
웃는 낯에는 이유 모를 조소가 번져있습니다.
숨을 뱉은 그가 소리 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되뇌입니다.
그 중얼거림.
누군가 외칩니다. 날카로운 비명입니다.
살인자! 살인자야!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칼리든을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칼리든은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절박하던가요.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칼리든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칼리든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칼리든을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칼리든이 입을 벙긋댑니다.
권총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제가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저를 만나러오세요.
마침내 연행되는 칼리든이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살인마, 칼리든이 살인마라니.
어떻게 할까요, 마리아.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입니다.
(칼리든이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몸을 돌려 그의 방으로 뛰쳐올라간다. 침대 아래로 망설임없이 손을 뻗는다.)
칼리든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뚜껑을 열려고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할까요?
6
을 입력한다.)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립니다.
그 안에는, 여태껏 당신이 만들어주었던 향수들과...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종이를 펼치면 '라이덴 호텔'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이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귀퉁이에는 린튼의 성을 단 몇 명의 이름이 동그라미 표시되어 있네요.
그리고 하단에는...심상치 않은 제목의 주문이 적혀있습니다.
<시간을 돌리는 주문>이라고 적혀있네요.
그 방법은, 타살입니다.
믿기지가 않는 내용입니다. SANc(1/1d3)
기준치: | 58/29/11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
3
3
문득 정원에서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칼리든이 말했죠. 방아쇠를 당겨주길 바란다고.
그의 몸에 나있던 무수한 상처들.
설마
설마...
(뒷문을 열어제끼고 경찰서로 달음박질한다.)
당신은 칼리든이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망설임 없이 달려갑니다.
유치장
유치장에 도착하자, 당신이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총은, 가져오셨나요?
시간을, 돌렸어요? 몇 번이나? 그 상처도 전부... 당신이 이전의 시간에서 죽어서 생겨난 거예요? (목소리가 고통스럽게 갈라졌다.)
그리 말하는 칼리든은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그 표정에 깃든 건... 죄책감? 고통? 혹은 후련함? 시원한 복수심? 혹은 그 모든 것?
그는 끌려가면서 중얼거린 그 한 마디를 연신 반복합니다
얼마 남지 않았어...
그 어느 때보다도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왜 이렇게도.... 다정한 걸까요.
저를 죽여주세요.
...어떻게 할까요, 마리아?
... ... (아, 기어코 당신이 그 말을 하고 마는구나. 품 안에 넣어둔 묵직한 총신의 냉기가 천을 뚫고 박동하는 심장소리에 무겁게 얽혀든다.)
제가 어떻게... 어떻게 당신을... ... ...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미친 듯 경련하는 음성. 당신의 눈을 마주하지도 못한 채 오들오들 떨면서 바닥만을 바라본다.)
... ... (가까운 거리다. 한 발만 쏘아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무지한 저조차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총신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무채색 쇠창살 사이로 드러나는 당신의 몸을 향해 겨누고...)
(미친 듯 떨리던 손에서 총이 빠져나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구르는 것과 그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은 거의 동시였다.) 모, 못하겠어요.
도저히 못 하겠어요. 칼리든, 제발. 제발... (가녀린 어깨를 한껏 웅크린 채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낀다.) 어떻게 제가 당신을 죽일 수 있어요? 어떻게 당신에게 총을 쏠 수 있겠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이렇게 한심해서 미안해요. 바보같아서 미안해요. 그런데도...
당신을 제 손으로 죽이는 것만큼은, 도저히 할 수가 없어요. (뺨을 타고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음 약하고 여린 너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 품에 숨긴 것의 손잡이를 단단히 잡아쥔다)
그 속삭임이 뒤이은 후, 갑자기 마리아의 몸이 강하게 끌어당겨집니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발자국 소리가 뒤따르고
경찰들의 고함소리가 공기를 찢을 듯 울려퍼집니다.
이윽고 가까워진 소리는 철창을 울리고, 당신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던 손길이 떨어지고
다시금 고함, 몸싸움, 발길질과 짧은 단말마가 뒤섞이면
이내 그 모든 것을 가르는 소리가
탕
눈물이 번져 흐린 시야 속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경찰과
총을 들고 선 사람
그리고 총에 맞아 쓰러지는 칼리든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돌아온 시간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잠깐, 칼리든은 어디 있죠?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간 거예요?
칼리든? 칼리든, 어디 있어요? (그런데 왜 항상 제 곁에 자리하던 당신이 보이지 않는가. 방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사용인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 복도에서 당신을 소리쳐 부른다.)
복도를 달리며 그의 이름을 불러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그렇게 칼리든의 방까지 당도하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이불과 텅 빈 방안.
모든 짐이 빠져나간 장소.
...칼리든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용인: 예? 칼리든 집사님이요? 방금 떠나셨는데, 아가씨께 인사하고 가신게 아니셨나요?
떠났다고? 도대체 어디로?
전혀 모르겠다는 당신의 표정에 사용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이리 답합니다.
사용인: 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씀하시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떠나셨어요.
그의 방을 둘러본다면 어디로 향한건지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번 살펴볼까요?
책상 아래 서랍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채 닫지 못한 흔적입니다.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공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 지배한 숙주 명단]
[숙주의 근원지인 린튼 가문원 명단]
아이호트의 일족? 의문을 갖기도 잠시입니다.
이 명단,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나요?
GM: 지능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신문에 나았던 실종, 사망자의 명단.
칼리든이 죽인 이들의 이름과 일치합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그 수를 늘려가려 한 내용.
수를 늘려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그들의 다음 숙주로 점찍힌 이는,
당신입니다.
충격적인 사실에 SANc(1d2/1d4)
기준치: | 55/27/11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rolling 1d2
(
)
1
1
그 아래 필기체로 휘갈겨진 한 문장은 칼리든의 글씨체입니다.
'이번엔 안돼.'
칼리든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용인: 네, 그저 마지막이라고만...
GM: 지능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GM: (강행한번만해보자)
기준치: | 70/35/14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공책의 내용을 상기한다. 린튼의 구성원을 전부 죽이려는 목적이면 분명 그가 향한 곳도...)
(다시 방안에서 린튼 가가 머무를 만한 곳을 적어둔 표시가 있는지 열심히 뒤진다.)
책장에 남아있던 종이에 친척이 머무는 장소를 메모한 듯한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씨를 말릴 작정인 모양이죠.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든.
그 수많은 살인을 거듭해야만 했던 이유는 당신이었을까요?
손에 피를 그렇게 묻히고, 그렇게 죽어갈 가치가 있는 존재였단 말인가요, 그에게 당신은?
몸에 난 무수한 흉터들. 망가져가면서도 지켜야 했던 건가요?
...당신을?
사용인: 아, 아가씨. 잠시만요! 잊어버릴뻔 했네.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칼리든 집사님이.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모든 일을 알고도 내 곁에 있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기다리세요, 돌아갈게요.]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순간!
도대체 그 마지막 순간이 뭐길래. 정작 지금 곁에 없는 건 그 자신이면서!
그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대체 무슨 심정과 감정으로 이 모든 일을 행한걸까요.
그 답은 오로지 그만 알고 있을 겁니다.
(편지를 품 안에 넣고 문을 나섰다. 그에게 향하기 위하여.)
당신은 지도를 들고 칼리든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정합니다.
그래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함께 짊어져야죠.
호텔
칼리든이 향한 장소는 린튼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입니다.
호텔 안 쪽으로 발을 디디면 칼리든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직원: 호텔에 숙박하시는 분의 정보는 비관련인에게 함부로 전달할 수 없습니다.
GM: rp및 대인기능 판정이 필요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직원: 가까운 사이라고 하시면, 어떤 사이십니까?
기준치: | 65/32/13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직원: 아, 주인이셨군요. 그러시다면야 당연히 알려드려야죠. 603호실에서 머물고 계십니다.
직원: 결혼..이요? 그런 소식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GM: 대인기능 판정. 어려움 이상이 필요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직원: 죄송하지만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거짓말이실 수도 있으니까요. 확실히 결혼하실 예정이라면 모를까, 예정이신 걸로는 어렵습니다.
계단참쪽으로 향하는 와중에, 직원들의 수근거림이 들립니다.
"린튼가 사람들이야! 또 룸서비스를 시켰대. 돈도 많지..."
"이젠 외울지경인걸. 901호실 맞지?"
603호실에 도착하면, 조용합니다.
노크를 해도 들려오는 답이 없어요.
설마, 벌써?...
계단을 타고 올라 9층에 발을 딛기 무섭게 탕, 하는 총성이 들립니다.
얼어붙어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901호실 문이 열리고 그 곳에서 나오는 칼리든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예상하기라도 한 듯, 침착한 표정입니다.
총성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몰릴 조짐이 보이자, 칼리든은 즉시 비상구를 향해 달려갑니다.
뒤쫓아가야해요.
GM: 민첩 판정입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마리아는 계단 중간에서 칼리든을 붙잡는데 성공합니다.
이전보다 더 상처가 늘어나고, 어디서 얻은 건지 모를 거즈와 반창고까지 붙인 피곤한 얼굴은 더 많은 살인을 지나왔음을 알립니다.
항상 시키는대로 얌전히 계시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뺨에 난 상처를 손끝으로 미약하게 훑어내리다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와락 끌어안았다.) 묻고 싶은 건 많지만, ... 보고 싶었어요.
(그래, 어차피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니, 이정도는) ...돌아갈까요, 아가씨. (네 손을 잡는다)
두 사람은 함께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피로했던 탓인지, 칼리든은 기차에 타자마자 곧 잠들어버립니다.
기차 안에서 곤히 잠든 칼리든은 살인마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덜한, 살해를 거듭한 굳은 살이 박힌 손.
의자 앞자리에 꽂힌 신문 1면에는 속보로 뜬 린튼가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혀있습니다.
문득 복도 건너편의 누군가가 칼리든을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걸까요?
당신이 시야를 가리자, 그 시선도 곧 사라집니다.
딱히 경찰에 신고할 만한 낌새는 아니네요.
칼리든은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깹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입니다.
어느새 창 밖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보러가실래요?
정원
저택 뒤쪽에 난 정원으로 따라나가면 칼리든이 그 곳에 서 있습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칼리든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뺨에는 너덜한 거즈가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얻어온 흉터인지 모릅니다.
또 늘었군요.
또... 살인을, 함으로.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칼리든이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리든은 그저 웃고 있습니다.
마치 처음으로 보는 듯한, 일말의 괴로움이 섞이지 않은 밝은 웃음입니다.
저는 이제 드디어 사라질거에요.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래서 당신의 입에서 사라진다는 말이 흘러나올 때 그렇게 묵직한 소리와 함께 심장이 내려앉았던 것이라고. 순간 꽃향기 가득한 세상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고.)
사라, 사라진다뇨. 제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죠? 장난하는 거죠? 그런 장난은... 싫은데... (꽃다발을 만들고자 몇 송이 뜯었던 에리카가 목적을 잃고 손 안에서 우수수 떨어져내린다.)
그거 아세요, 아가씨? 아니.. 마리아 라크엠.
난 당신을 증오했어.
(그리 내뱉는 표정만큼은, 어울리지 않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
...총 10번이에요. 그 중에서 당신과 함께 했던 회차는 총 6번. 그 중 앞의 4번은... 달리에의 멸문을 막기 위해, 이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죠.
그 고귀하신 린튼가께서 어찌나 우리를 건드리지 못해 안달이던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말을 이어나가다 쿨럭, 강하게 기침을 한다. 몸이 많이 상했는지 피가 배어나온다) ...나는 그냥 그 아이만 무사하면 됐는데. 그래서 온갖 방법을 다 써봤어요. 데리고 도망치기도 하고, 그 아이만 빼내기도 하고, 아예 아무도 없는 외진 곳으로 가서 살기도하고...
...하지만 결국 그 모든 노력의 끝은 허사로 돌아갔죠. 린튼가는 결국 이 세상에 아이호트를 강림시키고, 모두를 지배하여 멸망을 불러왔으니까.
...나는 생각했어요. 아, 이걸 막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대체 뭘 해야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는건가. 내 목숨도 존재도 영혼도 아깝지 않았는데. 그래서 생각했죠. 이 원천을 막아야한다. 아이호트의 강림을 완성시킬 마지막 열쇠를 갖지 못하게 방해하고, 그 사이에 저들을 모두 죽여야만 한다...
...그 마지막 열쇠가 바로 당신이었어요. 마리아 루비 라크엠. 신의 강림을 완성시킬 마지막 제물.
멍청한건지 바보같은건지. 그 모든 순간 동안 당신은 나에게 사랑에 빠지더라구요. 아무도 의지할 곳이 없어서, 단 한 명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되었던 이에게 마음이 갈 수 밖에 없었나요? 마음을 알고도 받아주지 않는 이에게? 그 6번의 시간 동안 전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어요. 세계를, 우리를, 나를 몇 번이고 멸망시키고 이 지옥에 빠트린 당신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 아무것도 밝힐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던... (목소리가 잠겨든다. 눈시울이 붉다. 분명 기뻐야할텐데 기쁘지가 못했다. 왜? 이 순간을 그토록 기다려왔지 않았나. 당신의 절망을, 괴로움을. 내가 느껴왔던 고통의 일부나마 맛보길 바라지 않았나)
어때요? 괴로워요? 고통스럽나요? 그러길 바라요. 이 모든 복수는 당신 덕분이니까요. 그래요, 당신이...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표정이 일그러진다. 긴 시간을 반복하며 쌓아올려진 감정은 뭉치고 뒤섞여 이제 무슨 색깔인지 알 수 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아, 그래. 아마 그래서일거야. 지금 기쁘지 않은 건 그래서일거야. 당신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면서, 기쁘지 않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이유는...)
바보같이 당신이 이번에도 나를 사랑해준 덕분에...
(한탄과도 같은 고백이 끝을 맺는다. 전부 쏟아내고 그 끝에 남은 것은 기쁨도 희열도 절망도 고통도 아닌 공허였다.)
제가 마지막 열쇠였다는 걸 일찍 알았다면, 멸망이 오기 전에 차라리 스스로 죽음을 택할 걸 그랬어요. 그러면 당신이 시간을 좀 벌 수 있었을까요? 그랬다면 당신이 회귀를 택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린튼은 다른 숙주를 찾았을 테니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음에도.) 그럼 나 같은 것 때문에 당신이 덜 힘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꽃밭 위로 털썩 주저앉는다. 어깨를 움츠린 채 한참이나 눈물을 흘렸다. 이 순간까지도 마음껏 소리내지도 못한 채.)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괴로워요. 숨이 짓눌리고 심장이 갈라져 비산하는 것만 같아요. 당신의 복수가 드디어 이루어졌네요. 지금 당장 제 머리에 총을 쏘고 싶어졌거든요. (띄엄띄엄 흐느끼는 소리가 언뜻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 ...만족하시나요? 기쁘신가요? 그런데 왜 눈물을 흘리시나요. 왜... 울고 계세요? 전혀 후련해보이지도 행복해보이지도 않아요, 칼리든. 복수를 성공한 사람의 표정이 아닌걸요.
칼리든, 당신에게 그 사람을 살리고픈 마음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까요? 정원에서 저를 붙잡던 목소리와 키스해주셨던 그 순간까지 전부 계획을 위해 빚어냈던 거짓이었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도대체 무엇이 남죠? 이 수많은 회귀의 끝에 결국 사라져버리는 것만이 결말이라면, ... ... 너무 안쓰러운 끝이잖아요.
그래요, 저는 이 순간에도 당신을 동정해요. 지금껏 당신을 믿어온 시간이 송두리째 배신당하여 마음이 갈가리 찢겨나갔음에도 당신을 향한 시선을 거둘 수 없고, 손을 뻗고픈 충동이 들고, 안쓰럽고... (머리칼 위로 쏟아져 부서지는 달빛 아래, 기어코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
사람의 마음이 쉽게 변하는 것이었다면 정략혼 소식을 들었을 때 진작에 떼내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결혼식을 올린 뒤에도 어찌하면 당신과 연락할 수 있을까, 어찌하면 당신을 잠시라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수없이 했지만, 동시에 항상 거절당할 거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죠. 예상했던 가능성 중 하나가 이루어진 것뿐이에요. 그 정도로 부서질 만큼 제 마음이 약하지는 않아요... 단지 저를 바보같다 말하는 당신을, 상처 가득한 몸을 안아주고 싶을 뿐.
...모르겠어요. (그 긴 시간을 반복하고 반복하며 나라는 존재는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저 단 하나의 목적을 손에 쥔 채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숨을 억지로 이어붙여오던 순간들. 이제야 끝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복수를 이뤄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만 계속해서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슬픈걸까? 그렇다면 왜? 무엇때문에...) 모르겠다구요.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는지 전부 다! 아, 차라리 당신을 만나지 말고 죽어버렸으면 나았을까요. 아니면 계속해서 다정한 채를 하다 당신의 심장에 칼을 꽂을걸 그랬나요. (흐르는 눈물 아래로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인다. 웃어, 웃어야지 칼리든. 기쁜 순간이잖아. 그 모습이 마치 광인과도 같다. 애초에 이성이라고는 한참 전에 잃어버린지 오래였을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라면, 그냥 얌전히 당신의 품에 안겨 숨이나 거둘걸...(털썩, 네 품안으로 쓰러진다. 흐릿해져가는 형체가 달빛을 통과시켜 반짝인다.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젠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자신이 원했던 결과가 아니라는 것 만은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이나 나나, 가여운 존재네요... (사람의 마음은 왜 그렇게 복잡한걸까. 어째서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이렇게도 제멋대로 굴어 고통을 안겨주는걸까. 당신이나 저나, 닿지 못할 사랑을 애원하고, 알지 못할 헌신을 바치며, 그로 인해 남은 것은 망가지고 부숴져 기워내지 못할 몸과 마음 뿐이라고 해도 이렇게 웃고 있는 모양새가, 우습고도 가여웠다. 운명이 있다면 알고 있을까. 왜 우리는 이렇게 슬프고 힘들어야하는지...)
(두 팔을 벌려 제 품안으로 쓰러진 당신을 감싸안는다. 흐느낌에 여리게 떨리는 몸이었으나 적어도 흐려지는 당신의 몸보다는 단단하였고 또 따스하였다. 이성을 전부 잃어버리고 광인처럼 웃는 당신의 모습마저도 제 눈에는 사랑스럽게 보여요. 중증일까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와서 고치기에는 너무 늦었지요?) 차라리 정말로 당신이 제 심장에 칼을 꽂았더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까요. 당신이 회귀를 택하게 된 이유도, 제가 절망하게 된 이유의 원인도 사실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닌데. 우리의 삶은 불행해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렇게 가엾고 기구해서... (읊조리는 목소리의 끝이 괴로이 갈라졌다.) 당신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이 저의 유일한 희망이고 꿈이었는데, 실은 제가 당신에게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었다니. 하지만 당신에게 버려지는 것보다 당신을 잃어버리는 게 제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당신 없이 살아가는 인생에 더 이상 행복이란 빛이 비쳐들지 않을 것임을 알아요.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신은 우리에게 이토록 비참하고 아픈 운명을 내렸나. 복수심과 사랑이 얽히고설켜 회생할 수조차 없는 고통의 철망을 우리의 위로 던지는가. 당신의 길다란 머리칼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다가, 한 줌을 쥐어 그 끝에 입을 맞췄다.) ...제가 죽음의 순간마저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고 하면, 당신에겐 너무 끔찍한 일일까요?
그러니, 나의 주인님.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기꺼이.
에리카의 꽃말은 고독이라고 하던가요. 사라져 흩날릴 당신의 외로움과 이 꽃밭을 피로 적실 저의 외로움이 더해진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껏 우리를 괴롭혀왔던 지독한 괴로움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지옥으로 떨어지는 순간에도 춥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 함께 저주를 짊어져요. 함께 속죄의 짐을 진 채로 이 새카만 불행에 삼켜지기로 해요. (단 한 번, 시작이자 끝을 장식하는 당신의 진실 앞에 기꺼이 무릎 꿇어 입맞출 테니.)
(한 팔로는 당신의 어깨를 꼭 끌어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론 총을 들어 제 머리에 겨눈다. 탕! 둔중한 총소리가 꽃향기를 가르기 직전 눈물겨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쓰러진 네 시체를 부여잡고 눈을 감는다. 제 존재가 곧 흩어져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이 비통하기만 했다. 당신의 몸은 죽음 후에도 결국 혼자 남는구나. 아마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라크엠 가의 불쌍한 아가씨가 홀로 꽃밭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만큼은 서로의 마지막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눈을 감는다.)
이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그 끝조차 우리는 함께해야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서로의 끝에 다다라서야 깨닫고 말았습니다.
우리, 라는 단어에는 꽤 끔찍한 부분이 있어서
단 한 사람의 부재로도 우리, 가 성립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죽음도 기꺼울 수 없으나, 달빛에 반사되는 에리카 꽃의 꽃말은 고독이나,
함께라면 분명 외롭지 않을거에요.
비로소 우리는 생의 끝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시계 초침이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꽃향기가 강하게 풍기는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END 4. 친애하는 나의 캐서린
kpc 소멸, pc 로스트
보상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