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내리던 날부터 몸살을 앓기 시작한 헬레네는 근 사흘간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던 적이 드물었습니다.
아주 크게 앓았었지만 어젯밤을 기점으로 점점 열이 내려가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며칠이나 너를 괴롭히던 열이 내려가고 있자 긴장된 것이 풀렸는지 그대로 침대 시트에 얼굴을 푹 묻는다.)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당신이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봄까지 아프기는 너무 잔인하잖아요.
아실링이 침대 시트에 얼굴을 폭 묻으면, 헬레네가 작게 앓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뜹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 ... (열이 다 떨어지지 않은 탓에 붉게 달아오른, 그러나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으로 작게 잔기침을 한다. 당신의 말은 제대로 듣지 못한 건지 피곤하고 멍한 표정으로 잔뜩 잠긴 목소리를 낸다.) 목말라요...
아실링 펜들레엄:(열이 많이 내리기는 했다만 그동안 고생한 것 때문에 수척해진 네 모습에 다시 울적해졌다.) 환자는 절대안정을 취해야 해요. 그대로 있어요. (컵에 물을 따르더니 네가 일어서서 마시지 않아도 되게끔 빨대까지 꽂아서 네 입가로 가져가 준다.) 많이 힘들죠..?
헬레네 L. 라세리온:(누운 그대로 입가에 닿은 빨대를 통해 물을 몇 모금 마신다. 여전히 당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정신이 없는 건지 제대로 된 대답이 없다가, 문득 눈꺼풀을 들어 시선을 짧게 마주했다.)
본시 밝고 화사한 생기가 가득하던 헬레네의 표정이 어쩐지 공허합니다.
늘 당신을 향해 반짝이던 푸른 눈동자에서 전에 없던 무심함이 읽힙니다.
오래지 않아 그는 다시금 눈꺼풀을 내리감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 ... 더 자고 싶어요. (나직히 속삭였다.)
아실링 펜들레엄:안색이 아직 안 좋네요.. 그래요 헬리. 좀 더 쉬세요. 자고 일어나면 한결 더 괜찮아질 거예요. (제 두 손으로 네 손을 감싸고는 그대로 기도하듯이 입 맞춘다.) 좋은 꿈 꾸세요.
...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지만, 아무래도 며칠 내내 아팠으니 피곤한 탓일 겁니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씻은 듯이 나을 테죠. 더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와는 별개로, 맞닿은 입술이 생각보다도 더 차갑습니다.
열이 내려갔다고는 해도 실내 기온보다 더 낮은 것 같은데…
아실링 펜들레엄:(이렇게 차가워도 괜찮은 걸까..? 빠르게 체온계로 체온을 확인한다.)
체온계를 사용해보면... 정상적인 수치로 나옵니다.
체온계가 고장난 걸까요? 아니면 당신의 착각인 걸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착각이겠거니 하고 네 어깨까지 이불을 제대로 덮어준다.)
그래요, 착각이겠죠. 더 이상 열이 나지 않는 게 다행일 것입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분명 원래의 상냥하고 다정한 헬레네의 모습으로 돌아올 거예요...
...거실에서 이번 겨울 추위는 매서울 거라는 TV 소리가 언뜻 들린 것 같았습니다.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헬레네를 살피다 그대로 침대 근처에 앉아 곯아떨어졌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집 안이 왜이리 한기가 들지?
ㅡ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보니 침대가 텅 비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핸드폰]과 [지역 신문] 한 부가 놓여진 채 헬레네만 어딘가로 사라져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창문을 열어뒀나 싶어 살며시 눈 뜨자 제 곁에 있어야 할 네가 없어 당황해한다.) 헬리..? 핸드폰도 두고 어딜 간 건지. (헬리의 핸드폰을 확인한다.)
핸드폰을 만지는 순간, 얼음장같은 냉기가 벼락처럼 손끝에 닿아옵니다.
기기는 꺼진 채로 전원 버튼을 눌러도 켜지지 않습니다.
<관찰>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기 뒤편에 살얼음이 끼인 것을 알아챕니다.
웬 얼음이죠?
아실링 펜들레엄:얼음..? 이게 왜? (핸드폰 전원을 눌러 켜보려고 한다.)
단단히 얼어버린 탓인지 전원 버튼을 눌러도 켜지지 않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일단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신문을 확인한다.)
어제 아실링이 가져왔던 이번 달 지역 신문입니다.
지역 이슈를 설명하는 페이지를 펼치자 펜으로 거칠게 체크 표시된 장소들이 보입니다.
도서관 X. 병원 X. 시청 X. 공원… 호수 O.
공원의 호수에만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군요.
아실링 펜들레엄:(호수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지 빠르게 옷을 챙겨 입고 신문을 손에 쥔 체 바깥으로 나간다.)
아실링이 서둘러 집 밖으로 나오자,
...현관 앞에서부터 주변 거리, 최소한 눈에 보이는 저편까지,
세상이 모두 얼어 있습니다.
마치 잠식당한 것처럼 온 도시가 얼음에 덮였습니다.
거리를 지나는 소수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거리를 걷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면, 하나같이 눈에 생기가 없습니다.
위기감도, 혼란도, 아무런 희노애락도 담지 않은 채 자신의 길만을 걸어갈 뿐입니다.
도로에는 운전석이 빈 채 얼어버린 자가용 몇 대가 보입니다. SANC (1/1D3)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이성 2 감소
<아이디어>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저 눈빛들은 어제 잠깐 보았던 헬레네의 공허한 눈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쩌면 그가 저 사람들과 같은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나만 빼고 단체로 무슨 병 걸린 것도 아니고..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몇몇 사람들을 보자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분이 찜찜한지 빠르게 호수 쪽으로 달려간다.)
그 때, 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망가진 줄 알았더니? 핸드폰을 꺼내서 확인한다.) 헬리한테서 온 전화라면 좋겠는데..
헬레네에서 온 전화였으면 좋겠지만, 화면에 뜬 것은 안전 안내 문자입니다.
[재난본부청 - ㅁㅁ지역, 일부 구간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차량 통제 중. 인근 주민은 집 바깥으로의 외출을 자제 바랍니다.]
얼어붙는 것만이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지금은 달리 선택지가 없겠죠.
아실링은 서둘러 호숫가로 달려갑니다.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얼어버린 세상에,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 당신.
하나 둘 불확실한 생각들이 차오르는 가운데 공원에 도착합니다.
이곳 또한 평소의 안온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잃어버린 채 전부 얼음에 덮였습니다.
넓은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면 호수가 눈에 들어옵니다.
주변은 낮은 갈대와 잔디가 둘러쌌고,
꽤 깊이가 있는 탓에 완전히 얼어붙진 않았는지 얼음 아래로 물 속 기포층이 비치어듭니다.
그리고, 그 위에 헬레네가 서 있습니다.
주황빛 머리칼이 찬바람에 겹겹이 휘날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네가 있는 쪽으로 다급하게 달려가다가 바닥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멈춘다.)
헬리? 내 말 들리나요? (섣불리 행동하다가는 얼음이 깨질 것 같은 지 네 이름을 크게 부른다.)
커다랗게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헬레네가 고개를 천천히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전부 괜찮아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그 살얼음같은 기대를 가차없이 부수어버리듯, 동그랗고 고운 낯에서 다정함이라고는 한 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와중에도 투명하게 빛을 발하는 푸른 눈동자로 물끄러미 시선을 맞출 뿐,
당신을 볼 때면 으레 휘어지곤 했던 눈가와 입꼬리는 차가울 정도로 얼어붙은 채.
수줍음이나 사랑스러움, 걱정, 당혹감, 그 어느 것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 당신을 마주합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미래에도 보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딱딱한 무표정.
가슴이 저릿할 정도의 무감함입니다.
첫만남으로부터 십 년이 훌쩍 넘어가는 시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낯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 ... (어떤 생각도 읽을 수 없는 눈으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당신을 응시하기만 한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위험하니까 조심해요! 잘못하면 얼음이 깨질 수도 있고.. (어째서 네가 말없이 자신을 떠나 그 위험한 호수까지 간 건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럼에도 너를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는 건지 네 쪽으로 손을 뻗는다.)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할게요. (호수 얼음 위로 한 발자국 이동한다.)
헬레네 L. 라세리온:... 오지 마세요. (냉담한 음성이었다. 그가 그런 음성을, 그것도 당신에게 낼 수 있으리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터다.)
(당신이 그 자리에 멈칫거리면, 감정의 고저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담담히 말한다.) 제가 이상해졌어요, 아실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어떤 감정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했었는데, 분명히 그랬었는데 이제는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울음도, 웃음도, 분노도.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아실링 펜들레엄:(함께 온 시간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한 냉담한 목소리에 두 눈이 커졌다.) 헤, 헬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손만 벌벌 떨다가 겨우 정신이 드는지 네 쪽으로 한 발자국 더 움직인다.) 헬리. 일단 거기서 나와봐요. 거긴 너무 위험하단 말이에요..!
(앞으로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이야기에 적지 않게 충격을 먹었는지. 그대로 발을 멈춘다.)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 장난치는 거 안 좋아하잖아요. 일단 이리로 와봐요. 그리고 집에 가서 얘기해요. 여기는 너무 위험하고 당신은 환자니까.. 그러니.. 네? 제발요, 헬리.
헬레네 L. 라세리온:(커지는 푸른 눈, 벌벌 떨리는 손이 전부 새겨지듯 시야에 들어온다. 보통 이럴 때는 어떠한 감정이 들어야만 했더라. 어떤 연민도 미안함도 꽃을 피워내지 못하고 냉기에 얼어붙어 시들어버린다.) 저는 좀처럼 장난을 치는 일이 없었죠. 제가 이런 걸로 장난을 치는 성격도 아니었고요. 기억은 여전해요.
하지만, 당신에게 갈 수는 없어요. 당신도 오면서 보셨겠지요. 제가 움직이는 대로 세상이 전부 얼어붙고 있어요.
저는 지금도 당신마저 얼리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어요. 그러니 제게 다가오지 마세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작게 한 발 더 뒷걸음질쳤다.)
제가 사라지지 않으면... 결국 당신도 저 수많은 사람들처럼 감정 없는 이가 되고 말겠지요. (조용히 말을 맺는다.)
아실링 펜들레엄:(지나온 시간 속에서 네가 이러한 모습을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기에 지금 이 상황이 더욱 두렵게만 느껴졌다. 다만 그 두려움 때문에 네 곁을 떠날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얼음이 깨지지 않도록 천천히 더 걸어간다.)
당신이 갈 수 없다면 내가 가겠어요. 내가 얼어붙는 것 따위 전혀 두렵지 않으니까. .. 헬리. 괜찮을 거예요. 같이 돌아가요. 의사라던가.. 아무튼 도움을 청하면 해결될 거예요. 나는 어떻게 되던지 상관없으니까.. 네?
헬레네 L. 라세리온:... ... 저는 괜찮아요. 그러니 저를 떠나세요. 다가오지 말아요. (더 말을 잇지 않은 채로, 다가오는 당신을 피하듯 호수 중심으로 한 발짝씩 걸어간다.)
걸어가는 발밑의 얼음에 쩌저적, 하나 둘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헬레네는 신경쓰지 않은 채 점점 더 안쪽으로 걸어갑니다.
이윽고 완전히 걸음을 멈춘 헬레네가 다시금 천천히 당신을 돌아봅니다.
이럴 때면 헬레네는 언제나 두 눈을 사랑스럽게 휘며 환하게 웃음지었었습니다.
지금도, 그래야만 했는데.
헬레네 L. 라세리온:...이상하죠.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됐어요.
쩌저적!
위태롭게 금 가던 호수가 끝내 갈라져 그대로 헬레네를 집어삼킵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
헬레네가 얼핏 당신을 향해 작은 손을 뻗는 듯합니다.
그가 검은 호수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 아주, 아주 느리게 느껴집니다.
이대로 떠나보내야 하나요, 이 사람을?
아실링 펜들레엄:(정말이지 잔인한 말. 사형선고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사랑이 한순간에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네게 달려가 그 손을 잡는 것을 본다면 아직 자신은 그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차갑게 자신과 너를 집어삼킬 호수가 두렵지 않다며 그대로 함께 가라앉는다.)
아무리 한순간에 마음이 변해 당신을 밀어낸다고 한들,
아직 그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한순간에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헬레네의 손을 잡기 위해 호수에 빠져들면 싸늘한 냉기가 온몸을 에워쌉니다.
서서히 가라앉는 헬레네가 보입니다.
당신은 겨우 그의 손을 맞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이 호수가 이렇게까지 깊었던가?
발 아래의 끝없는 어둠에 아차 싶은 순간,
그대로 눈 앞이 어두워집니다.
......
툭, 툭.
어딘가에서 희미한 물소리가 들립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눈 앞에서 헬레네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생기가 가득했던 푸른빛 눈은 마치 인형처럼 무감해보입니다.
일단은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할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이건 사실 꿈은 아닐까? 손을 뻗어 네 볼에 가져간다.) 꿈은.. 아니네요.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 헬리. 아까 왜 그랬나요..
꿈이 아님에 안도하며 손을 뻗어 뺨을 어루만지자니, 그의 태도가 어쩐지 이상합니다.
마치 거리를 두는 것처럼 머뭇거리는 모습.
그 모습에 서서히 이상함이 피어오를 때쯤 그가 입을 엽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죄송하지만... (당신의 손길을 어색하게 피한다.) 누구신가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그게 무슨..? (멈칫하더니 그대로 네 어깨를 잡는다.) 기억이 없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깨를 잡은 손을 곤란하게 바라보지만 직접 떼어내지는 않는다.) 헬리...? 그게 제 이름인가요?
아실링 펜들레엄:맙소사.. 정말 기억나지 않나요?? (울컥하더니 네 어깨를 잡은 상태로 눈물을 펑펑 흘린다.) .. 헬레네 레테 라세리온. 그게 당신의 이름이고요. 그리고.. (훌쩍) 저는 당신의 연인, 아실링이잖아요. 왜 잊어버린 건가요..!(엉엉엉)
헬레네 L. 라세리온:헬레네 레테 라세리온... 아실링... 연인...? (단어들을 처음 들어보는 것처럼 의아하게 되풀이한다.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에 조금은 당황했는지 조심스럽게 당신의 눈가를 쓸어준다.) 죄송해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울지 마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말을 할 틈도 없이 서럽게 울어대다가 손등으로 거칠게 눈가를 닦는다.) 괜찮..아요. 당신이 헬레네고 저는 아실링, 그리고 우리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돼요. 아! 그리고 우리는 헤어질 일 같은 건 정말로 없다는 것도요! (강조)
헬레네 L. 라세리온:그렇게 세게 닦으면 눈가에 상처가 날지도 몰라요. (걱정이라기보다는 지극히 객관적인 사실을 읊는 투로 말한다.) ...사랑하는 사이였고 헤어질 일이 없다구요...? 저는 당신의 이름밖에 모르는데... (눈을 땡그라니 떴다가 일단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실링 펜들레엄:괜찮아요. 그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 혹시 상처 난 제 얼굴은 별로일까요? (멈칫하고 눈치 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에게만큼은 예뻐 보여야죠.. (훌쩍)
당신 이름도 몰랐잖아요. 제 말 믿어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당신의 연인이에요. 못 믿겠다면.. 증명해 보도록 할게요.
헬레네 L. 라세리온:(고개 도리도리 저음) 별로인지 어떤지의 기준을 잘 모르겠는걸요. 별로라면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무척 아름다우세요, 아실링. (눈가를 한 번 더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뭐든지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다.)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아름답나요? 그래요. 저에게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은 당신이 유일했죠. 아, 제 눈에는 당신이 제일 아름다워요. 알겠죠? (서럽게 울던 것은 언제였냐는 듯 헤헤 웃는다.)
음..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주위에 뭔가 있나 둘러본다.)
헬레네 L. 라세리온:어렵다면 굳이 증명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눈 깜박깜박) 당신이 그리 말하시기에. 그런데 제가 유일했다는 말은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당신의 고운 은빛 머리칼과 짙푸른 눈을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흘끔 바라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반투명한 세상입니다.
아니, 전부 얼음입니다.
얼음으로 쌓아올려진 견고한 벽,
얼핏 보면 크리스탈이라고 착각할 듯한 얼음 샹들리에,
섬세하게 세공된 얼음 가구들까지...
이 무채색의 공간에서 유일하게 색이 덧입혀진 건 바닥에 깔린 검붉은 노르딕 카펫 정도입니다.
여긴 대체 어디죠? 분명 호수에 빠졌던 게 아니었나요? (SANC 0/1D2)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출입문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뿐입니다.
계단 앞에는 [얼음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뭘 해야.. 당신이 제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지.. 하라는 거 다 해볼게요! (자신 있다는 얼굴)
헬레네 L. 라세리온:...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요.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거의 없어서... (자신있어하는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맥빠지는 답을 내놓는다.)
제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신다면 믿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그랬다면 정말 제가 당신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게 될 테고요.
아실링 펜들레엄:(네가 뭘 원할지 몰라 속으로 잔뜩 긴장하다가 뒤이어 들은 말에 입꼬리를 씰룩거린다.) 당신은 정말.. 기억을 잃었음에도 변함없이 사랑스럽네요!
(크흠흠..) 사랑이 무엇이냐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람을 가장 강하게 만들 수도 있고, 약하게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요. 당신이 내게 뭔가를 원한다면 나는 그것이 뭐든 이루어주려고 할 거예요. 숭배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내 종교가 될 것이고, 불길을 걸으라고 한다면 걸을 거예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서운 게 없어질 테니 저는 강해진 거겠죠. 반대로 당신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저는 정말로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라고 여길 거예요. 나를 그렇게 약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신이 유일해요, 헬리.
이해하기 좀 어려울까요? 그럼 앞으로 함께하면서 증명할게요. 사랑이라는 것이 뭔지!
헬레네 L. 라세리온:제가 사랑스러운가요? 사랑스럽다는 건 뭘까요, 그것도 사랑과 일맥상통하는 것일까요? (제 두 뺨을 가만히 감싸본다. 그리곤 이어지는 거침없는 설명에 잠시 놀라는가 싶다가도 이내 열심히 경청한다. 저는 사랑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진심 가득한 말들을 듣고 있자니 당신은 그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구나 싶었다. 조금은 알아가고픈 마음이 들었다. 세간에서는 호기심이라 명명하는 감정일지도.) 가장 강해질 수 있다면 긍정적이겠지만, 사랑 때문에 스스로를 하찮게 여긴다는 건 단점으로 들려요. 제가 당신을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게 신기하고,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아직은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그런 개념들이구나, 싶지만 당신이 도와주신다면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고개를 순순히 끄덕였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런 것이죠. 음.. 기억을 잃었다면 고양이를 어떻게 느꼈는지도 다 잊은 건가요? 당신은 무척이나 고양이를 좋아했어요. 정말 사랑스러운 모든 것을 다 합쳐서 고양이를 만들어 둔 것 같았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당신은 같네요. 물론 지금은 기억에 없겠지만.. 당신은 제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것을 안 좋아했어요. 그래서 당신 덕분에 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요. 당신이 없다면 다 잊어버릴 것 같지만요..
함께해 주겠다는 말이죠.(자신을 괴롭히고 있던 걱정들이 다 날아간 것 같다며 그대로 네 손을 잡는다.) 그래요. 우리 같이 알아가도록 해요. (주위를 둘러보다 얼음 테이블을 확인한다.)
헬레네 L. 라세리온:고양이... (기억 속에서 되살려보려는 듯 곰곰이 고민한다.) 여전히 모르겠어요. 털이 포근했거나, 따뜻했거나 같은 건 기억나지만요.
사랑은 꼭 타인에게만 베풀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으니까요. 저 덕분에 배우게 되셨다니 앞으로도 잊어버리면 안 되겠네요, 계속 곁에 있을게요. (어째 책임감을 느끼는 듯)
네, 함께요. (손은 여전히 차갑지만 호수에 빠지기 전 말했던 것처럼 당신을 얼려버리지는 않는다. 맞잡은 두 손이 여전히 어색하지만 빼내려거나 하는 시도는 하지 않은 채로 당신을 종종 따라간다.)
아실링 펜들레엄:이건 꼭 챙겨가야 겠네... 그리고 꽃들도. (조심스럽게 얼음꽃 세 송이를 꺾는다.)
가느다란 줄기와 꽃대 위에 얇은 꽃잎들이 오밀조밀 돋아 있습니다.
얼음꽃들은 손이 닿아도 녹지 않고 그저 부드럽게 흔들릴 뿐입니다.
적당히 차가우며, 향은 없습니다.
꽃들을 꺾으면, 어디선가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연속 세 번
아실링 펜들레엄: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7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왕을 믿지 마세요”
“소중한 것을 가져갈 거예요.”
“이를테면 사랑이라던가.”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이 흩어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제 옆에 있는 헬리를 바라보다가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쥔다) 우리 좀 더 안으로 가볼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손을 꾹 잡아오는 것을 영문 모르고 의아한 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정원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섬세하게 조형된 얼음 문이 나옵니다.
문에는 당길 만한 손잡이도 없고, 그렇다고 밀릴 것 같은 덩치도 아닙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음..? (잠시 고민하다가 오르골 태엽을 다시 돌려본다.) 얘가 이번에도 방법을 알려주려나?
아실링의 생각이 맞았는지, 아까와 같은 멜로디와 함께 여왕 모형이 한 바퀴씩 돌 때마다 목소리를 냅니다.
얼음 모형:문이 열리면 이번엔 네가 잘 아는 곳으로 데려다 주마.
너희 둘의 '추억이 깃든 물건'을 가지고 오렴.
오르골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멈춥니다.
거의 동시에 커다란 문이 열리며 한기를 품은 안개가 눈 앞을 가득 메워갑니다.
...
완전히 문 안으로 들어온 후에야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헬레네와 아실링이 함께 사는 집입니다.
다시 돌아온 걸까요?
우리가 들어왔던 문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떠나기 전과 완벽히 같은 모습입니다.
거실에서 [현관문]과 [텔레비전], [창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여기는.. 우리 집이잖아요. 헬리, 혹시 여기 기억나요? (현관문을 확인한다.)
헬레네 L. 라세리온:... 우리는 함께 살았었나요? (고개를 젓는다.)
이 현관문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현관은 얼음 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꽁꽁 얼어 있습니다.
이래서야, 손잡이를 돌릴 수도 없겠군요.
아실링 펜들레엄:네. 서로 너무 사랑해서 같이 살았어요. 아무래도 아직 기억이 없나보군요.. (텔레비전을 확인한다.)
텔레비전을 켜면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지역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얼어붙고 있으며,
특정 시간대 외출한 주민들은 이상 증세를 보인다는 내용입니다.
감정 자체가 사라진 듯한 증세가 대표적이라는군요.
일단은 그들을 격리했으나 마땅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는 모양입니다.
전부 헬레네가 벌인 일이라니...
아실링 펜들레엄:... (창문으로 바깥을 확인 할 수 있을까? 확인한다.)
언젠가부터 헬레네가 창문 쪽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옆으로 다가가면, 창문 너머로 온통 새하얗게 얼어붙은 거리와 텅 빈 도로가 보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정말 제가 바깥을 전부 얼려버린 건가요? 텔레비전의 소리를 들었어요. (감정은 묻어나지 않으나, 혼란스러운 듯 눈동자가 작게 흔들린다.)
아실링 펜들레엄:..괜찮아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고칠 수 있을 거고요. 사망자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네? (네 손을 잡고 어떻게든 안심시켜 보려고 한다.)
헬레네 L. 라세리온:녹일 수 있을까요? 여름의 열기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어려워 보여요. (침잠한 낯으로 성에가 낀 창문에 여리게 손끝을 얹는다. 그 자세로 가만 멈추어있다가, 문득 작게 중얼거린다.) ...추워요.
<아이디어>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부엌에서 따뜻한 음료라도 가져오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지역이 얼어붙긴 했어도 전기는 끊기지 않은 것 같으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잠시만 기다려요, 헬리. 곧 따뜻하게 마실 것을 가져올게요. (소파에 앉게 하고는 이불을 가져와 네 몸에 돌돌 두르게 한다.) 기다려요!
(부엌에 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는 그대로 코코아가루를 넣는다.) 마시멜로도 넣을까..?
헬리는 단것을 좋아했죠.
마시멜로도 넣어도 좋겠군요!
아실링 펜들레엄:(코코아 가루가 든 컵에 따뜻한 물을 붓고는 그 위에 마시메로도 넣어준다.) 헬리~ 코코아 마셔요! (쟁반에 올려놓고 네게로 다가간다.)
따뜻한 음료를 가져오는 사이 헬레네는 거실 테이블 근처에서 무언가를 보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건… 아실링과 헬레네, 두 사람이 찍었던 사진들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코코아 잔을 받아들며, 사진 몇 장을 당신에게 건넨다.) 당신과 저인가요?
사진 속의 둘은 몹시도 행복해보이는군요.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때의 추억이 떠올라 절로 미소짓게 됩니다.
...아깝긴 하지만, 이 사진들 중 하나를 재료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아, 봤나요? 귀엽죠~ 네, 저와 당신의 사진이에요. 이건 봄에 벚꽃 보러 갔었을 때랑.. 옆에 이건 바다로 놀러 갔던 거네요. 그리고 이 뒤에 있는 건 단풍 보러 간 초가을에 데이트했던 거고.. 그리고.. (겨울에 사이좋게 눈 위에 누운 사진을 보고 멈칫한다.) .. 우리에게 다시 이 계절들이 돌아오면 좋겠어요.. 정말로. (겨울에 찍은 사진을 챙긴다.)
헬레네 L. 라세리온:(사진 뒤 배경은 사계절을 담고 다채로이 변해가는데, 그 안 두 사람의 표정은 변함없이 언제나 행복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띄고 있다. 당신의 설명을 하나하나 들으며 다시금 사진을 들여다본다. 사실 소중한 사람이었고 연인이었다는 말이 아직까지도 잘 믿어지지 않았지만, 이런 사진들까지 보니 전부 실재하던 과거고 현실이었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어서.) ... 왜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 걸까요. 분명 아름다운 시간이었을 텐데.
계절과 기억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겨울이 빠진 세 계절의 사진을 가만히 손끝으로 쓸어본다.)
아실링 펜들레엄:(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너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네 어깨에 가볍게 입 맞췄다.) 걱정 말아요. 당신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잊은 것이겠어요? 적어도 제가 아는 헬리는 그렇지 않아요. 곧 기억이 되돌아올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행복하겠죠. 더 많은 계절들이 우리와 함께할 거고요. 앞으로 사진도 더 많이 찍어둬요.
헬레네 L. 라세리온:만약 기억이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저와 계속 함께해주실 건가요? (어깨에 닿는 입맞춤 역시 과거의 제겐 무척이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이었겠지. 조심스러운 물음을 던진다.)
아실링 펜들레엄:그건 제 대답이 중요하지 않는 문제예요. 당연한 것이니까요. (네 머리카락에 볼을 부비다가 그대로 팔을 뻗어 어깨를 끌어안는다.) 기억이 되돌아오지 않아도 당신은 제가 사랑하는 헬리에요. 그리고 저는 당신을 위한 아실링이고. 당신 곁에서 있게 해달라고 제가 빌 것 같지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제 어깨를 감싼 팔에 한 손을 부드럽게 올려두었다.)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네요. 그래도, 빌 정도로 매몰차게 구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저조차 모르는 저를 이렇게나 아껴주시는 분인걸요.
아실링 펜들레엄:(이러니 아무 일도 없었던 일상 같아 살포시 웃는다.) 제가요? 만약에 제가 매몰차게 군다면 그건 저인척하는 아주 못된 놈일 테니 발등을 아프게 밟고 도망치세요! 알겠죠? 아주 아프게 콱콱이요! 음.. 확실히 말하면 저보다 당신을 아끼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물론 저보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사람은 많을 것.. 같지만..? (울적.)
헬레네 L. 라세리온:발등을 밟으면 아프잖아요... 아픈 건 좋은 게 아니랬어요. (이런 점은 여전함)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을 동안 계속 함께했으니, 당신이 저를 가장 행복하게 해 주셨을 것 같아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아마 가장 기쁜 것이겠지요. 그 감각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무감한 표정으로 손을 두어 번 쥐었다가 폈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제가 사랑한 헬리네요. 기억을 잃었어도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요? (방긋 웃으며 평소처럼 네 볼에 입술을 부비려다가 지금의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멈칫한데.) 네. 그러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제가 당신을 도울 테니까요. (꼭 기억을 되찾게 한 후 마구 뽀뽀할 테다!)(오르골 태엽을 돌린다.)
오르골 태엽을 돌리자 맑은 노랫소리와 함께 여왕 모형이 돌아갑니다.
얼음 모형:그게 너희들의 추억이 깃든 물건이구나...
이제 하나만 더 구해오면 된단다. 아주 쉬워.
다음 방의 테이블 위에서토파즈를 가져오렴.
여왕 모형과 노랫소리가 함께 멈추고, 동시에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방향을 쳐다보면 아까까지만 해도 언 채로 굳게 닫혀있던 현관문이 반쯤 열린 상태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어..? 현관문이. (갑자기 열린 것을 보자 긴장했는지 네 손을 꽉 쥔다.) .. 가요, 헬리. 당신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아요. (그대로 손을 잡고 현관문을 나선다.)
문 바깥으로 나와 본 세상은 온통 하얗습니다.
그림 속 풍경처럼 천천히 눈이 쏟아지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두텁게 껴입은 채 들뜬 표정으로 걸어갑니다.
어디선가 달콤한 노랫소리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까 전의 풍경은 다 어디로 간 거지?
꼭 오늘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예를 들면 첫 눈이 오던 그 날…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정면을 보면,
집 근처 대로변에 나와 눈을 맞고 있는 헬레네가 보입니다.
언제 저기까지 걸어갔는지.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언제 거기까지 간 건가요? 같이 가요! (네게 달려가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보려고 한다.)
하나 둘 떨어지는 눈송이들,
그리고 조용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당신.
그 눈동자에 이전처럼 맑은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ㅡ꿈 같은 모습이었다고, 그렇게 말해 줄 수도 있었겠지요.
데이트라도 가자고, 오늘 저녁은 뭐가 좋겠냐고…
그에게 달려가던 당신은 눈 사이로 무언가 살랑거리며 내려오는 것을 목격합니다.
<관찰>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작은 얼음 결정입니다.
결정은 순식간에 헬레네의 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헬레네는 갑갑한 듯 손등으로 눈을 비비다가, 고개를 내려 당신을 돌아봅니다.
그 눈동자는 싸늘하고 차갑게 굳어 있습니다.
다시 감정이 사라진 사람처럼.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눈에 뭔가 들어갔나요? 잠깐 눈 좀 보여주세요..!
당신이 헬레네의 눈을 확인하려 가까이 다가가면, 문득 이질감이 듭니다.
거리는 언제 사람이 오갔냐는 듯 조용해지고,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습니다.
헬레네는 감정 없는 눈동자로 아실링의 손을 잡고, 고개를 가까이 해 속삭입니다.
<듣기>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헬레네 L. 라세리온:
그렇게 말한 헬레네의 입가로 빠르게 선혈 한 줄기가 흘러내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금방이라도 네가 자신을 떠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그대로 너를 껴안는다.) 여왕의 심장? 그게 뭔가요? .. 난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예요. 그러니.. 내게서 사라지지 마세요, 헬리. 다른 사람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해서요..
헬레네는 당신을 가만히 마주 끌어안았다가, 이내 한 걸음 떨어집니다.
얼핏, 그가 웃은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손에 무언가 쥐어지는 감각이 듭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손에 쥐어진 것이 뭔지 확인한다.)
내려다보면 그것은 열쇠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 ... 아실링, 아실링?
어디선가 헬레네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옵니다.
순식간에 눈 앞이 까무룩 흐려집니다.
문득 어지러운 정신을 붙잡고 정면을 쳐다보면 여태 보았던 바깥풍경은 흔적도 없습니다.
당신은 방 안 테이블을 붙든 채 쓰러질 듯 간신히 서 있고,
헬레네는 그런 자신을 흔들며 부르고 있었습니다.
...모두 환각이었던 걸까요? SANC (0/1)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헬레네 L. 라세리온:...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 아실링? (당신을 올려다보는 두 눈에 걱정이 얼핏 비쳤다가 사라지는 듯하다.) 방에 들어와서 보석을 집어드시더니 갑자기 금세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셔서...
아실링 펜들레엄:아.... 전부 제 환각이었나요? 하지만 제가 본.. 것은. (머리를 감싸 쥐고 생각을 정리하다가 이어지는 네 말에 눈이 커진다.) 네..? (보석을 살펴본다.)
어라. 손에는 육각형의 토파즈가 쥐어져 있습니다.
분명 다른 물건이었는데...
헬레네 L. 라세리온:...무엇을 보셨기에... (토파즈와 당신을 번갈아본다.)
아실링 펜들레엄:그건.. 나중에 말해 줄게요. (지금의 네게 얘기한다면 불안만 커질 것 같은지 입을 꾸욱 다문다. 잠시 고민하더니 오르골에 있던 구멍에 토파즈를 끼워 맞춰본다.)
토파즈가 오르골의 열쇠였던 걸까요,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하단부가 열립니다.
열린 오르골 안에는 작은 심장 모양의 얼음이 담겨 있습니다.
언뜻 크리스탈 장신구로도 보이는 이것은 손으로 잡아도 녹지 않습니다.
토파즈는 다시 챙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의미심장하게 생긴 얼음이네.. (얼음과 토파즈를 챙기고는 오르골에 있는 태엽을 돌린다.)
태엽을 돌리면 여왕 모형이 다시금 목소리를 냅니다.
얼음 모형:여기까지 잘 와주었구나, 아가야.
이제 내 방으로 들어오렴. 약을 만들 차례란다.
모형의 대사가 끝나는 대로 화려한 문이 서서히, 소리도 없이 열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같이 가주시겠어요? 만약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계속 있을게요. 저한테는 당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얼음 모형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약을 먹으면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것이죠. 저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당신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싶어요. 감정을 되찾고 싶어요. 그러니 함께할게요.
아실링 펜들레엄:네, 알겠어요. 꼭 약 마시고 기억을 되찾기로 해요. 다시 우리의 삶이 되돌아올 수 있도록. (네게 가깝게 다가가 이마를 콩 맞댔다가 네 손을 잡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간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이 다시 닫힙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데 비해 최소한의 가구만 놓인 방은 마치 거대한 얼음 조형 같습니다.
눈의 여왕:어서오렴. 나는 이 얼음성의 주인, 눈의 여왕이란다.
그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당신은 곧 벽에 붙은 전신거울 속의 여자가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SANC 0/1)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온통 순백인 여자는 화려한 차림새이며,
눈을 감은 채 품위 있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안녕하세요, 눈의 여왕님. (일단 예를 갖춰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혹시 헬리.. 제 옆에 있는 사람의 눈에 뭐가 들어간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한 원인도요.
눈의 여왕:이상하게 변한 이유라면 네 옆에 있는 그 아이 때문이지. 괜찮다. 저주를 풀 약을 마시면 전부 나아질 테니.
아실링 펜들레엄:(어디서 말 피하기야..) 눈에 분명 얼음결정이 들어갔는데.. 뭔지 자세히 알려주실 생각은 없는 건가요..?
눈의 여왕:우선 차라도 마시며 머리를 식히렴. 어차피 급한 일은 아니잖니. 저주를 풀고 나면 너희가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줄 테니.
두 사람은 [테이블], [얼음 장식장], 그리고 [소파]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헬리 손을 꼬옥 붙잡고 테이블을 살펴본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테이블과 의자는 맑은 크림색 천으로 덮인 모습입니다.
테이블 위에는 도자기로 된 찻잔과 찻주전자가 놓여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찻잔과 찻주전자를 확인한다.)
각자의 앞에 하나씩 놓인 찻잔이군요.
안에는 찻물이 담겨 은은하게 김이 피어오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차에 뭐가 들었을지 모르니 패스하고 얼음 장식장을 본다.)
얼음 장식장은 따로 문 없이 개방된 형태로, 똑같은 오르골이 가득 차 있습니다.
두 사람이 지금까지 가지고 온 오르골과 같은 것입니다.
모든 오르골에는 “영원한 눈의 여왕”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되,
딱 하나만 다른 문구입니다.
“영원도 독에는 녹아버리고”
아실링 펜들레엄:(영원도 독에는 녹아버리고..?) (소파를 살펴본다.)
아실링이 소파를 살피기 위해 뒤도는 순간,
와장창!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오르골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여왕님 눈치 본다. 괜찮냐는 손짓 발짓)
눈의 여왕은 어떤 반응도 없이 고요히 앉아 있습니다.
다만 다른 오르골들의 문구가 바뀌어 있군요.
“배신자!”
아실링 펜들레엄:(... 소파로 눈을 돌린다..)
얼음으로 된 소파 위에 동물 털이 넓게 깔려 있어, 쉬어가기 딱 좋아 보입니다.
바닥에는 무언가 깨진 흔적인지 얼음조각이 흩어져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얼음 조각들을 살펴본다.)
흩어진 조각들을 좇던 아실링은 소파 바닥에 무참히 깨진 오르골이 숨겨져있음을 발견합니다.
오르골에 새겨진 문구는 난도질되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나를 위해 ...의 심장을 녹여줘, 겔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방 안을 전부 살피고 나면, 여왕이 말합니다.
눈의 여왕:테이블에 앉으렴. 들을 준비가 된 것 같구나.
아실링 펜들레엄:약에 관한 것인가요? 네, 그럴게요. (소파에 앉아서 눈치만 본다.)
테이블 위에는 쪽지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눈의 여왕:바깥세상은 얼어붙고 사람들은 감정을 잃었으니, 누군가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겠지.
그 쪽지는 너희가 만들어야 할 독약이다.
아가야, 독약을 네 연인이 마시면 얼어붙었던 모든 것이 녹아내릴 거란다. 그 아이의 심장만 빼고 말이다.
반대로 네가 마시면, 네 연인은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연인만 돌아온 채로, 네가 살던 곳은 차디찬 얼음 속에 잠길 거야.
어떤 선택을 하겠니?
누가 벌을 받을지 결정하고 나면, 만들어진 것을 차에 섞어 마시도록 하려무나.
얼어붙은 도시와 헬레네의 마음, 둘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면…
...아실링, 당신에게 그건 무게로 잴 수 있는 것들인가요?
기억을 잃은 눈 앞의 연인은 담담하게 찻잔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아... (쪽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의미 모를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세 가지 재료들을 찻주전자에 넣는다.) 이제 알겠어요. 죽음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이군요. (너무나도 환한 얼굴로 너를 보며 미소 짓는다.) 헬리. 전에 본 저와 당신의 사진.. 어때 보였나요? 정말 행복해 보이지 않았나요? 그 감정이 당신에게 제대로 전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헬레네 L. 라세리온:... ... (독이라는 말에도 그저 무감하게 앉은 채 당신이 재료를 넣는 모습을 지켜본다. 당신의 환한 웃음에는 다소 얼떨떨한 듯 순하게 처진 눈매를 두어 번 깜박였으나.) 명확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행복이란 감정을 사진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분명 그때의 모습이리라고 여겼었지요.
저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거예요, 아실링. 저주받아 사람들을 얼려버린 이로서는 선택권이 있는 것 같지 않네요. 죗값을 받으라 해도 달게 받아야겠지요. 후회하진 않을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래요. 분명 그때의 우리는 행복했어요.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옛 기억을 회상하는 것인지 눈을 감는다.) 흥미롭지 않던 내 인생에 당신은 늘 선물 같았어요.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고, 밤에 눈을 감을 때면 다음날이 기대됐죠. 당신에게도 그랬다면 좋았겠네요. 우리에게 다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당신도 그랬는지 물어볼 텐데..
(찻잔에 독약을 따르고는 그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다.) 세상에.. 헬리. 당신에게 어떻게 죄가 있다는 건가요? 아니에요. 내 눈에 당신은 절대로 죄인이 아니에요. 당신이 죄인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 옆에 같이 있을 더욱 흉악범일 거예요. 그것도 끝이 좋지 않게 끝날.
헬레네 L. 라세리온:제가 당신에게 그토록 기꺼운 존재였군요. (손끝으로 쓸었던 사진의 촉감을 상기한다.) 아마 저 역시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예요. 저는 거짓말에 그렇게 능숙한 것 같지 않거든요. 그 오랜 시간 동안 거짓된 마음으로 당신의 곁에 있을 순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분은 벌을 받아야 한다 말하시는걸요. (손을 뻗어 한때 눈물범벅으로 발개졌던 눈가를 다시금 조심스럽게 쓸어준다. 당신의 손에 잡힌 찻잔에 점점이 시선을 떨어뜨리며.)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저보다 더한 범죄자가 되나요? 이것도 당신의 사랑방식인가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마워요. 그래주지 않았다면.. 저 너무 무서웠을지도 몰라요. 저한테는 당신뿐이라. 당신까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건 너무.. 비참하잖아요..
당신은 정말이지 너무 상냥해서.. (네 손길에 감았던 눈을 뜨고 그대로 눈웃음 짓는다.) 네. 확실히 벌을 받을 사람은 있죠. 누구인지 너무나도 잘 알아요. 그래서.. 좀 떨리네요. 아무래도 이래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어색하게 웃다가 찻잔을 들어 올린다.) ... 지금 제 행동을 원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 본다면 무척이나 속상해할 거예요. 엄청 혼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당신은 저한테 있어서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어쩌면 이런 제 이기적인 선택도 용서해 줄지도 몰라요.
헬레네 L. 라세리온:당신을 무섭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이건 당신의 말대로 제가 원래 상냥한 사람이어서일까요. 혹은... 과거의 당신에 대한 기억이 조금은 남아 있기 때문일까요.
(당신의 선택에 따르겠다고는 하였지만, 막상 당신이 금세라도 독약을 입에 흘려넣을 것처럼 찻잔을 들어올리자 얼어버린 가슴 한구석에서 파열음이 울리는 것 같다. 이것은 불안감이라는 것일까? 여전히 표정이라고는 없는 낯이지만, 당신에게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기억이 돌아온다면 당신을 용서할지, 용서하지 못할지 장담을 할 수가 없군요. 어느 쪽이든 죽음이라는 것은 온전한 끝을 맺는 일, 쉬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기로 하였으니. 단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드릴 따름이에요. (고저 없는 목소리가 가벼운 끝을 맺었다.)
아실링 펜들레엄:아.. 당신을 슬프게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정말이에요. 당신을 슬프게 하다니.. 그것도 제가 그런 짓을 한다면.. 마음 편하게 죽지도 못할게 뻔해요.
.. 아, 마지막일지도 몰라서 그런 거니까.. 이런 저를 너무 미워하지는 마세요. (몸을 네 쪽으로 기울이더니 그대로 입술에 짧게 입 맞춘다.) 사랑해요. 세상에 있는 그 무엇보다, 누구보다.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요. 그리고.. 당신은 죄인이 아니에요. 나의 가장 소중한 헬리. 우리에게 다음이 있다면 더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럼 이제 죄인은 벌을 받아야겠죠?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 유지하다가 말고 소름 끼칠 정도로 새파란 눈을 빛낸다.) 여기에 죄인이 한 명 말고 누가 있겠어요. 그렇죠? (그러고는 찻잔에 얼음 심장을 떨어뜨린다.) 도박 같은 건데요.. 아, 몰라. 당신을 무척이나 사랑해요! 헬리!
세 가지 재료를 넣고 만들어진, 달콤한 향이 나는 갈색 액체.
그것을 붓자 얼음 심장은 소리없이 녹아내립니다.
동시에 여왕이 담긴 거울 또한 녹기 시작합니다.
드문드문 흉하게 녹아내리는 탓에 여왕의 자취는 그 사이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고,
두 사람은 치켜뜬 백색 눈동자 안에서 분노를 읽습니다.
눈의 여왕:너희에게 친히 친절을 베풀었는데... 감히,감히!
품위 있던 목소리가 이제는 비명처럼 들립니다.
곧 거울은 완전히 녹아 뚝뚝 흘러내리는 물방울만으로 그녀의 자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이 사라진 얼음성 또한 위부터 천천히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로 조금씩 고개를 내미는 찬란한 빛.
이제 전부 끝난 건가, 이대로 괜찮은 건가?
그런 의문을 품고 헬레네를 돌아보면…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단 두 음절의 애칭이, 모든 것을 설명할 것입니다.
무감하고 싸늘하기 그지없던 눈동자에 다시 여름바다와 같은 청량한 생기가 감돌아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왜요, 나의 헬리?
헬레네 L. 라세리온:... 죄송, 죄송해요. (다시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몸으로 당신을 꼬옥 끌어안고 어깨에 살을 부비었다.)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눈가에 얼음 결정이 반짝이는 듯한 눈물이 그렁거린다.) 당신 역시 제 인생을 더 밝고 찬란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선물이에요. 아침부터 달이 지는 새벽까지, 벚꽃이 피고 눈이 내리는 사계를 함께해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미안할게 뭐가 있어요. 미안해하지 말고 저 칭찬해 줘요. 잘했다고 칭찬이요. (그제서야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처럼 눈가가 붉어졌다.) 못 알아볼 수도 있죠. 당신이라면 괜찮아요. 다시 기억해 주기만 하면 돼요. (손으로 네 눈가에 있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다가 그대로 이마를 맞댄다.) 네. 계속해서 당신과 함께할게요. 저의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어줄 당신과 함께요. 오늘도 너무나도 많이 사랑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네, 잘하셨어요. 너무도 고생하셨어요. 기억 못하는 저를 포기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고 함께 헤쳐나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번에는 확연히 따스해진 손길로 붉어진 살결을 쓰담아주다가 보드랍게 입을 맞추었다.) 앞으로는 다신 잊거나 잃어버리는 일 없을 거예요. 당신을 잊어버릴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제 삶의 크나큰 의미를 차지하는 행복을 어떻게 제 손으로 놓아버릴 수 있겠어요. (이마를 맞대고, 손을 겹쳐쥐고, 그렁거리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이 손을 놓지 말아주세요.
흩어지는 빛과 함께 그의 얼굴 위에도 밝은 웃음기가 떠오릅니다.
당신의 몸을 가득 끌어안고 맞닿은 이마의 체온이 전처럼 따뜻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두 사람이 서 있는 공간은 천천히 백색에 잠겨듭니다.
이윽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문득, 헬레네는 속삭였습니다.
...
주변에서 드문드문 끊겨 들리는 말소리와 기계음.
눈을 뜬 아실링은 여기가 병원임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멍한 정신으로 병실 안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얼어붙은 도시와 이상 증세를 보이던 사람들은 벌써 일주일 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