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클리프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피곤함이 갑자기 극심히 몰려올지도 모르겠어요.
전혀 기쁘지 않은 일에, 당신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기뻐하다니.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하고선 답지 않게 어두운 낯이던 셀레온입니다.
차마 기쁨을 드러낼 수 없다는 듯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이라도 그런 표정을 지어줘서 기쁘네요. 어린애 투정 같겠지만.. 난 이 결혼이 싫어요. 할머님께는 비밀이에요. (조금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 경사스러운 행사에 표정이 좋지 못하다며 저를 책망하실 줄 알았습니다.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가,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들어온다. 빗을 들어 굽슬거리는 밀빛 머리칼을 천천히 빗어내렸다.) 당연히 비밀로 하겠습니다. ... ... 아가씨도 이 결혼을 원치 않으시는 겁니까.
발레리 C. 하인즈:제가요? (살짝 미소짓더니 걸어들어오는 당신응 가만히 바라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온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제 머리가락을 손수 빗어주는 당신을 보며, 지금이라도 저 손을 잡고 도망치는 마음을 내리누른다. 충동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으니까.) 가문을 위한 일이니 군말은 하지 않겠지만.. 이정도 투정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요. 당신 앞이니까요. 솔직히 누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겠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아가씨가 그럴 분이 아니시란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결혼을 받아들이고 떠나버릴 당신을 향한 나름의 투정인 셈이다. 참 답지 않은 일이다. 그토록 바위마냥 우직하고 무덤덤하던 이가 드러내놓고 부정적인 감정을 티내는 것도, 투정을 부리는 것도. 손끝에 감기는 머리칼이 한없이 부드러웠다. 이 위에 입맞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분의 벽이란 쇠로 만든 단단한 문처럼 도저히 넘어설 수 없었다.) 원치 않는 결혼이라면,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겁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모른다고 했으면 조금 서운할 뻔했어요. 몇 년을 같이 지냈는데 이정도도 모르면 슬프잖아요. (살며시 웃으며 말한다. 평소의 저였다면 그냥 당신이랑 야반도주나 할까요?라고 짓궂게 물으며 당신의 반응을 본 후 키득대었을 테지만, 쉽사리 입이 떼어지지 않는 이유는 말에 장난스러움이 아닌 진심이 묻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 탓이겠지.) 가문간의 이해관계라는 건 복잡해서, 그렇게 마음대로 굴었다간 큰일 날 걸요. (만약 하기 싫다고 안 해도 되는 것이었으면 자신이 가장 먼저 뛰쳐나갔겠지..)
셀레온 K. 카르디안:죄송합니다. 아가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아프게 하는 건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그게 제가 된다면 저는 무거운 자책을 하게 되겠죠. (파티가 오래 남지 않았으니 어서 준비를 끝마쳐야 할 텐데, 빗을 든 손길은 미적거리며 자꾸 늦어진다. 당신을 보내기 싫다.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고, 춤을 추며 웃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당신의 상대방은 제가 아니니, 그 무엇을 바란대도 이루어질 리 없지. 빗을 작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파티를 위해 준비된 새 드레스가 도착했으니, 갈아입고 나오시겠습니까. 뒤쪽의 끈을 묶어드리겠습니다. (함께 가져온 붉은빛 드레스를 건네준다.)
발레리 C. 하인즈:그럴 것 같아요. 정말이지, 주책이에요 그거.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레 말한다. 예전부터 자신을 위해주는 당신이 참 좋았다. 상냥하게 대해주고, 때로는 지켜주겠다 말하는 모습이 멋있어보였지. 물론 사실대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감정이 어쩌다가 이렇게 깊어지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감정을 끊어내야만 한다는 것. 답지 않게 빗질에 이리 긴 시간을 할애하는 당신의 행동이 기껍게만 느껴졌으니까. 계속 이러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렸으니까.. 이 상태라면 결혼하는 상대에게 실례일테지.) 빨리 입고 나올게요. 시간 많이 안 남았잖아요. (미적거리고 싶었으나 시간에 맞추지 않으면 할머님이 경을 치실테니, 발레리는 빠르게 옷을 입고 나왔다.) 어때요, 좀 예쁜가요? (제대로 옷이 정돈 된 것도 아니건만 그리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어쩔 수 없습니다. 저에겐 아가씨가 가장 중요한 분이니까요. (이 세상의 규율과 질서보다도 당신이 더 위에 있었다. 아주 어린 꼬마 적부터 당신의 하인으로서 길러졌고, 그 의무에 한 치도 반기를 들어본 적 없었다. 차분한 듯하면서도 통통 튀는 발랄한 장난기를 지닌 당신과 함께하는 삶은 언제나 기껍고 즐거운 책무였다. 동경의 감정이 어느 틈에 사랑이 되었는지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웃음소리를 더 듣고 싶고, 당신의 행복한 순간을 더 함께하고 싶었다. 하인이란 신분으론 당신을 행복히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저의 신분에 이토록 뼈저린 좌절감과 패배감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 ...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우십니다, 아가씨. (화려한 모습에 흠뻑 빠져, 한참이나 말을 잃었다. 화려한 말재주는 없었기에 입밖으로 내놓은 건 한 문장이 다였다. 그러나 당신을 본다면 파티장의 모두가 사랑에 빠지고 말겠지. 뒤쪽으로 다가가 허리 부근의 끈을 매듭지어 묶는다.) 안목이 좋은 양장사를 고르신다 하더니, 아가씨에게 잘 어울려서 다행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가장 중요하다. 이보다 더 다정하고 따스한 말이 세상에 존재할까? 당신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인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이곤 한다. 그래, 당신의 이런 면이 자꾸만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겠지. 당신의 신분이 저와 같았다면, 혹은 자신이 하인즈가 아니았다면 하는 가정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고마워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당신을 보며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최대한 강렬한 기억을 남겨주고자 최대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인다.) 어떤 양장사의 옷이든 저는 전부 소화해낼 자신이 있지만요. 그렇죠?
셀레온 K. 카르디안:(화려하기 그지없는 드레스도 당신의 미모에는 숨을 죽였다. 하물며 웃음이 어릴 적엔 더했다. 얼굴도 모르는 그 상대에게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당신을 모셔왔는데, 그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게 될 사람이라니... 그러나 차마 마주 웃을 수는 없었다.) 무슨 옷이든, 아가씨가 입으셨기에 빛을 발하는 것일 텝니다. (한쪽 무릎을 굽히고 구겨진 드레스 자락을 맵시 있게 펴고 정리한다. 그러는 사이 또 한참을 침묵했다. 몸을 한참 낮춘 그대로 제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 ... 결혼을 하시게 되어도, 이전처럼 아가씨와 가까운 사이라면 좋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후후, 알겠어요. 당신 지금 진실만 말하고 있는 눈빛이니까요. (제 발치에 서슴없이 몸을 낮춘 채로 정리해주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결혼하면 다시는 못 보게 되는 걸까. 데리고 갈 수는 없는 걸까.. 나란히 서있을 때는 고개를 들어야 마주칠 수 있었던 새하얀 눈동자가 아래에 있으니 묘한 기분이다. 물론 이 또한 익숙하긴 했지만.) .. 물론이죠. 저도 자주 만나고 싶어요. 레온이 없는 생활은 허전할 것 같으니까요.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이런 질문을 하는걸까. 이왕이면.. 저와 같은 이유로 이 결혼을 원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욕심이겠지만.)
셀레온 K. 카르디안:저는 아가씨를 오래도록 보필해 왔으니 상류계의 생활이 어떠한지 나름대로는 알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아마 더 바쁘시겠지요. 그래도... ... 이따금씩 시간을 내어주신다면 기쁘기 그지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 또한 자주 만나고 싶다는 화답에, 심장이 마구 쿵쾅거렸다.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이리 설레어오니, 중증은 중증이다. 약도 없을 병일 테다.) 그래도 아가씨는, 그곳에 가서도 잘 적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무엇이든 다 잘 해내시는 분이 아닙니까.
발레리 C. 하인즈:(사교 활동도 해야 될테고, 가문의 내부 관리도 해야하겠지..) 최대한 많이 올 수 있도록 해볼게요. 출가하긴 했지만 친정 좀 갈 수도 있는거죠. (장난스레 웃어보이며 어깨 으쓱인다. 이는 분명 슬픔을 누르기 위한 행동일테지.) 물론이죠. 어디서든 제 몫 정도는 할 수 있도록 교육 받았으니까요.
심리학
기준치: |
60/30/12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셀레온이 이 상황에 익숙하고, 익숙한 만큼 고통스러워 보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그날이 금방 오기를 바라게 되는군요. (이 또한 투정의 일환. 자신이 바란다고 바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저에게 신경을 써주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당신이 저를 잊고 새로운 곳에서 행복해지는 게 더 나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가씨의 지혜는 가히 뛰어나시죠. 모두가 그 재능을 알아준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하녀: 아래층에서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세요, 아가씨. 이제 내려오셔야 합니다.
흐르지 않길 바라던 시간도 결국엔 흐르고, 준비가 끝날 즈음 사용인이 찾아오고 마네요.
발레리 C. 하인즈:...이제 갈 시간이네 정말. (잘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움직인다. 정말 이대로 끝인걸까. 그러기는 싫은데. 게다가 아까 느낀 기시감도 신경쓰였다. 어째서 이 상황에 익숙한 것 같은걸까. 분명, 자신의 결혼은 이번이 처음일텐데.)
제 의지대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언제나처럼 당신의 곁에 서 있는 셀레온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숨통이 트일 만한 구석을 선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하는군요.
귀족1: 오랜만일세, 발레리!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귀족2: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발레리 C. 하인즈:말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함부로 제 이름은 부르지 않아주셨으면 하네요. 저는 경들의 성함조차 모르거든요. 자기 소개나 좀 해주시겠어요?
귀족1: 큼, 큼큼... 아 거, 모르는 거요? 나 하비요, 하비. 어릴 때 파티에서 많이 만나지 않았었나. 모른다니 서운하구만 이거...
발레리 C. 하인즈:이런, 그랬군요. 영 인상이 불분명하셔서 그런지 미처 알아보지 못했네요. 실례했어요 하비 경.
귀족1: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다.) 이것 참, 하인즈 가는 손님 대접을 이런 식으로 하나? 됐네. 대화는 여기까지 하지! (몸을 홱 돌려 떠난다.)
발레리 C. 하인즈:(별것도 아닌 거에 성내기는.. 아, 한심해.)
역시 어릴 적부터 사교계에 단련된 발레리... 떨쳐내는 솜씨가 예술이네요.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가 그리 즐거워서 저리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지..)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고보니 린튼 가에서 근래에 실종자들이 늘어났다며?”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로 계속 그렇다더군.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결혼이잖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발레리를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대인기능> 판정을 통해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위협
기준치: |
30/15/6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우르르 몰려오는 귀족들을 잠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사교용 해사한 미소를 걸치며 입을 연다.) 이런, 죄송해서 어쩌죠. 저도 여러분과 대화를 하고 싶은데 머리가 아파서요. 내일이 결혼식인지라 긴장했더니 그런것 같네요. 여러분들과의 대화는 나중으로 미뤄도 될까요? (원체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어 아파보이는 인상이었으니 꽤나 잘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이 결혼식인데 이리 안색이 안 좋아서야... 파티 음식들이 휘황하니 이것들 좀 먹고 기운 내게."
"호호, 저도 결혼식 전날 파티 때 한껏 긴장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럴 땐 괜히 붙잡아서 괴롭히면 안 되죠."
"그럼 린튼 부인이 된 다음에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는 건가? 하하!"
발레리 C. 하인즈:(린튼 부인..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어감이나 그저 웃어보인다. 티 내봤자 달라질 건 없으므로..) 아무래도 그럴 것 같네요. 그때는 다시 제 소개를 해야겠어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뛰어난 화술은 이번에도 여전하시군요. (뒤쪽에 그림자마냥 서 있다가 조용히 속삭인다.) 결혼하게 되면 쭉 저런 이들을 상대하게 되시는 겁니까?
발레리 C. 하인즈:칭찬 고마워요. (당신이 말을 걸 줄 알았다는 듯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웃는다.) 아마 그렇겠죠. 저들보다도 더 꼬장 꼬장할 귀부인들 상대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기운 빠지네요. 귀족의 의무라고는 해도요.
셀레온 K. 카르디안:... 전 도저히 상류계의 화술에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매번 빙글빙글 돌려 말하는 게 어렵지도 않은 걸까요.
발레리 C. 하인즈:그러게 말이에요. 왜 그렇게 어렵게 사는 걸까요. 매번 웃으면서 싸우기만 하는데 왜 굳이 대화를 하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투정부리듯 말하며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사교란 참 어려운 것이군요... (고개를 내젓는다.)
자리를 이동하며 홀 내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어디 앉을 데 없을까요. 아프다는 핑계를 대었으니 쉬는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요. (두리번..)
앉을 곳을 찾으며 홀을 살펴보면 저 먼 발치에 있는 결혼 대상 집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문득 발레리는 린튼 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했죠.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곁에 선 셀레온은 린튼 가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냅니다.
발레리의 친척이 다가와 잔을 건네는 순간에도요.
친척: 어서 가 인사해야지. 이제 사돈인데 말이야.
발레리 C. 하인즈:아, 네. 잠깐 쉬고 있었어요. 금방 인사드릴게요. (고개 끄덕이며 진정하라는 의미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당신의 손을 살짝 잡았다가 놓는다.)
친척이 사라진 이후 셀레온을 보면 꽤 놀랄지도 모릅니다.
대놓고 친척과 린튼 가문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으니까요.
백색 눈동자에 선명한 적대감이 어려 있습니다.
발레리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네요. 이런 감정을 가질 수도 있는 사람이었던가?
셀레온 K. 카르디안:... 아가씨. 인사는 나중에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곳은 시끄러우니 정원으로 나가죠.
발레리 C. 하인즈:....(단 한번도 본 적 없던 표정을 지은 당신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레온, 내일이 결혼식이니 인사를 드려야해요. 안 그러면 소문 생긴다고요. 답지 않게 왜 그러세요?
린튼 가 사람들과는 말조차 섞고 싶어하지 않는 기색입니다.
저렇게까지 싫어할 일인가요? 오늘따라 무척 이상하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아가씨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소문입니까? (감정을 갈무리하려는 듯 한 손으로 눈가를 쓸어내린다.)
발레리 C. 하인즈:예의가 없다는 정도의 소문이 붙겠죠? (악의적이게 곡해하는 소문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뭐, 레온이 모처럼 어디 가자고 제안해 준 건데 그냥 가죠 뭐. (감정 표현이 드물던 당신이었던 만큼 아까의 표정이 신경쓰였으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아닙니다. 저 때문에 아가씨에게 나쁜 소문이 따라다니게 되는 건 싫습니다. (뒤쪽으로 한 걸음 물러난다.) 무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다녀오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무례라니,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선을 그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애써 미소 띄운다.) 그럼 다녀올게요. 이제 가족이 되실 분들이니 너무 그렇게 보지는 말아주시고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예. 신경쓰겠습니다. (종복이 주인에게 으레 그러하듯 시선을 내리깐다.)
그래도 장인 어른 될 분도 계시고, 린튼 가는 왕족과 연관된 집안이고…
나쁜 소문이라도 따라붙으면 안 되죠. 이 모든 건 가문을 위한 일인데.
셀레온을 뒤로하고 린튼 가 사람들이 모인 곳에 다가가면 그들은 반갑게 발레리를 맞이합니다.
“이게 누구야, 우리 새 가족 될 사람 아니야!”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발레리 C. 하인즈:칭찬 감사합니다. 익히 들으신 것 보다 아마 더 뛰어날걸요? (붙임성 좋게 웃는다.) 기대해주세요.
"이거 참 기대되는군그래. 린튼 가도 하인즈 가도 경사가 되겠어."
"다시 없을 세기의 결혼식이 될 걸세. 그 화려한 식의 주인공으로 아주 걸맞는 아리따운 영애로군. 흡족하기 그지없어."
대화를 나누며 린튼 가 사람들을 자세히 살피면, 대부분 눈동자가 흐릿합니다.
어째서인가 눈밑이 거뭇하고 대다수 낯빛이 창백합니다.
햇빛을 오래 보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한 사람들처럼.
발레리 C. 하인즈:하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 거죠. 두 가문에게 이득이 될 결혼의 주인공이 되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어딘지 다른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을 보며 위화감을 느꼈으나 무시한다. 이러나 저러나 린튼 가는 명문이었으니.)
발레리가 얼추 인사를 하고 나면 그들은 발레리의 배우자 될 사람을 부릅니다.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하퍼 린튼:반갑습니다, 발레리 씨. (정중히 인사하고는 우아하게 한 손을 내민다. 왕가와 연결된 명문 귀족이라는 이름에 한 점 어긋남도 없는 완벽한 모습이다.) 하퍼 린튼입니다. 첫 춤을 함께 할 영광을 주시겠나요.
발레리 C. 하인즈:(초면에 곧바로 이름을 부르는 모습이 조금 신경쓰였으나 어차피 부부의 연을 맺게 될 이. 발레리는 딱히 지적하지 않고 가문에서 배운대로 우아하게 손을 올린다.) 물론, 당신과 함께 춤을 출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에요. 린.. 하퍼 씨.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하퍼 린튼:(한 손은 당신의 허리춤에 올리고, 한 손은 맞잡은 채로 유려하게 스텝을 내딛는다.) 처음 뵙게 되었으나, 저희의 결혼 생활이 벌써부터 좋을 것이라는 예감이 드네요. 이 첫 춤에서부터 합이 뛰어나니 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수작부리는 말같이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자꾸만 거부감이 들었지만 티내지 않고 미소를 그려보였다. 눈 앞의 상대는.. 배우자이고, 결혼생활을 순탄할 수록 좋은 것 일 테니.) ..리드를 잘하시네요. 춤을 많이 연습 하셨나봐요. (예법도 그렇고.)
하퍼 린튼:네. 귀족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교양이니 꽤 열심히 공들여 배웠답니다. 그대의 눈에 찬다면 좋겠군요. 오랜 시간 함께할 사이인데 밉보여 좋을 건 없을 테니까요. (시종일관 기름마냥 매끄러운 말투다.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턴을 시켜준다.)
발레리 C. 하인즈:한 눈에 보이네요. (정제되어있는 몸가짐이나 말투 하나하나를 보면 얼만큼의 교육을 받았는지 집작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난 저런 사람보다는 우직한 레온쪽이.. 아.) ...그건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해요. 하퍼 씨의 눈엔 제가 괜찮게 보이시나요? (빙글 돌고 다시금 당신과 몸을 가까이하며 물었다.)
하퍼 린튼:그럼요. 아까 제 친척분들과 나누시는 대화를 우연찮게 들었답니다. 하인즈 가도 린튼 가에 뒤지지 않게 교양있고 우아한 가문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지요. (빙글 도는 당신의 허리를 가벼이 받쳐준다) 어떤 가정을 만들어갈지, 어떤 미래를 보내게 될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답니다. 또,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예비 부부가 화기애애하게 춤추는 이 순간을 모두가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셀레온의 얼굴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없음이 드러납니다.
당신이 오랜 시간을 함께해와서 읽어낼 수 있다기엔, 오늘따라 그는 표정관리가 좀 어려운 모양입니다.
당신과 하퍼 린튼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응시하고 있으니까요.
하퍼 린튼:아까부터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저 하인 정도일까요.
발레리 C. 하인즈:.....(하퍼의 속삭임을 듣고 당신을 슬쩍 바라보더니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다시금 하퍼를 쳐다본다.) 표정 관리 하나는 뛰어난 이인데, 많이 서운했나보네요. 어릴때 부터 제 가문에서 일하던 이라서 말이에요. 귀엽게 봐주세요.
하퍼 린튼:어릴 적부터 이곳에 소속된 하인이었군요. 그렇다면 그대를 오래 봐 왔을 테니 서운한 것도 이해는 갑니다만... 혹여나 사심이 섞였을까 우려되어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희 쪽에선 썩 달갑진 않은 일이니까요. (호락호락 넘어가주질 않는 뱀과도 같은 말이다.)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사심이라니요. 하인 주제에 감히? (태연하게 미소 지어보이며 하퍼를 바라본다.) 자신의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 편이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거랍니다. 그보다, 제게 집중해주지 않으시겠어요? 당신의 예비 아내는 저잖아요. (물 흐르듯 화제를 돌리며 춤을 이어간다.)
하퍼 린튼:분명 그래야 하겠지요? 귀족을 넘보는 사용인이라니, 삼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긴 하네요. (작게 웃음짓는다) 오히려 그대를 더욱 챙기고자 불순물을 묻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습니다만, 그리 보였다면 제 불찰이겠지요. (다시금 능숙히 스텝을 밟는다. 이내 음악이 멈추고, 한 걸음 떨어져 정중히 목례한다.) 시간을 내주어 감사합니다. 내일, 결혼식 때 다시 뵙지요.
발레리 C. 하인즈:저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제 주제를 안다면 감히 그런 마음을 품지 않을 테니. (마주 미소하고) 하퍼 씨의 마음은 이해한답니다. 걱정 감사해요. (그리 말하곤 춤을 이어가더니 곡이 끝나자 치맛자락 우아하게 올리며 다리를 살짝 굽혀보인다.) 네, 그때 다시 뵈어요.
정중히 인사한 미래의 배우자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당신도 다시 셀레온에게 갈까요? 아니면, 조금 더 인사를 하고 와도 좋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인사는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짧은 인사를 남기고 셀레온에게로 향한다.) 다녀왔어요. 그리고 레온, 내게 표정 조심해달라고 했잖아요.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가 이내 순순히 사죄한다.) 죄송합니다. 그분이 제 표정을 지적하셨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표정을 보며 말한다.) 네. 어떻게든 넘기긴 했는데 괜한 오해를 살 것 같으니 조심해주세요.
셀레온 K. 카르디안: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하고는 한참 입을 다물었다가) ... 잠시 정원에 나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 한동안 눈에 띄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니 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제안에 잠깐 고민하더니) 좋아요. 하퍼 씨도 여기 없는 것 같고.. 하인을 대동하고 정원 산책한 거라고 말하면 되니까요. 가죠. (미소지어보이며 앞장선다.)
굳어 있던 셀레온의 표정이 당신이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금세 풀어집니다.
그저 자신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기쁜 모양입니다.
그래보아야 그가 가진 감정이 당신과 같은 것인지도 알 수 없는데 말입니다.
애정은 두 사람에게 좋은 결말을 내놓지 못할 겁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달빛을 등지고 당신을 올려다보던 셀레온이 문득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저와도 함께 춤춰주시겠습니까? 정식으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파티에서 시중을 들면서 눈대중으로 본 바는 있습니다. (언제 적대감을 드러냈냐는 듯 부드럽게 풀린 표정과 목소리였다.)
발레리 C. 하인즈:(아까와는 전혀 다른 표정과 말투, 목소리에 발레리는 결국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몸 쓰는 것 하나는 잘하니까 분명 능숙히 추시겠죠. (장난스레 웃더니) 아까 왜 그런 표정을 지은건지 알려주시면 같이 춤 춰드릴게요. 어때요?
셀레온 K. 카르디안:(저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었기에 당신이 웃자 안도하여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그 장난스런 웃음에는 또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려 하는구나- 직감하였지만, 어디 빠져나갈 수가 있겠는가. 언제나 당신에게 보기좋게 당하고 패배하는 게 일상이었다. 동시에 잃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는데.) ... ... 역시 아직 저에게 앙금이 남으신 겁니까?
발레리 C. 하인즈:네? 앙금이라니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어요. 제 말을 안 들어준 건 조금 서운했지만요. (웃고) 레온은 그런 감정도 그렇고.. 평소에 표정이 한결같은 편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원수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셔서 린튼 가문이 무슨 짓을 했나 했죠.
셀레온 K. 카르디안:바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인 걸 알면서도 물어보시니 말입니다. (말을 고르듯 뜸을 들인다. 이내 시선을 피한다. 부끄러운지 목소리가 평소보다 자그마하다.) ... ... 질투가 나서, 그랬습니다. 원수를 보는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자제가 안 되어 그랬나 봅니다.
발레리 C. 하인즈:하지만 대답해 주실거잖아요. 아닌가요? (장난스레 웃으며 그리 말한다. 예전부터 당신은 언제나 자신에게 져주었으니까.) ..질투요? (작게 흘러나온 목소리에 눈을 크게 뜬다. 자신이 생각하는 의미의 질투가 아닌 그저 친구를 향한 질투라는 것을 알면서도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니.. 이보다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장난을 친 것 뿐인데 사실은 그게 자기 무덤이었다니!) ..그, 그래요? 하하. 많이 서운하셨나보네요. 그래도 귀족가의 여식인 이상 정략결혼은 어쩔 수, 큼큼.. 없는거죠.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으니까 걱정마세요. (붉어진 귀를 식히려 빙글 돌아 당신을 등진 채 허둥지둥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당황한 듯한 반응에 오히려 그가 더 의아해진다. 셀레온 또한 발레리가 저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기에. 질투라고 털어놓으면서도 당신이 저의 진심을 알아채거나 받아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역시, 그런 걸까요. (귀족과 하인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걸까요... 쓸쓸한 뒷말은 바람에 묻혀 날아가 버린다.) ... 어쨌건 이유를 말씀드렸으니 춤을 춰주실 겁니까. 모두가 아가씨의 춤 솜씨를 칭찬하시더군요. 저는 그 정도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발레리 C. 하인즈:(답지 않게 말이나 더듬고 삑사리까지 내고.. 매우 민망했던지라 발레리는 당신을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어진 당신의 말에 묻어난 약간의 쓸쓸함을 느끼고 당신을 쳐다본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희미하게 웃더니) 좋아요. 흔쾌히 말해주셨으니 두 곡 추도록 하죠. 저 리드도 꽤 할 줄 아니까 걱정 마세요. 레온이 버벅대면 제가 커버 해드릴게요. (하며 손을 내민다.)
셀레온 K. 카르디안:두 곡이나 함께 춤출 수 있다니, 오늘의 저는 무척이나 행운아군요. (당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는다. 가만히 감싸쥐는 그 손끝에서 얼핏 떨림이 읽혔다면 착각일까. 홀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맞추어 느릿하게 발을 떼었다. 직접적으로 배운 적은 없어 몸짓이 다소 서투르고 투박하다. 그럼에도 박자에 맞춰 발을 딛는 놀림이 꽤나 능숙하고, 동작의 순서도 정확했다. 달빛 내비치는 밤. 정원에는 오직 단둘뿐. 사랑하는 이와 춤을 출 수 있는 이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시선은 오로지 당신에게로 꽂힌 채다.)
발레리 C. 하인즈:흔쾌히 대답해준 당신 덕분이죠. (씨익 웃더니 이내 손을 맞잡는다. 손에서 느껴진 약간의 떨림에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서투른 움직임에 작게 미소한다. 웬만한 것에는 능숙한 모습만을 보여준 당신이었으니, 이런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다만 박자도 동작도 완벽한 것이.. 몇 번 더 춰본다면 곧잘 추게 되겠지. 서투른 모습을 본 것이 자신이어서 기쁘다는 생각이 불쑥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당신과 춤출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 뿐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자꾸 이러면 안되는데. 백색의 눈동자엔 어떤 마력이라도 있는 것인지, 당신의 시선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잘 추시는데요? 몰래 연습한 것 아닌가 몰라~
셀레온 K. 카르디안:(바람결에 흩날리는 긴 머리칼도, 나부끼는 붉은 드레스 자락도, 당신의 이 체온도... ... 전부 오늘이 마지막. 끝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벼랑 끝에 몰아세우기도 하고 구덩이에서 끌어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저에게 해당되는 건 분명하게 전자였다. 맞잡은 손길을 놓고 싶지 않다. 빙글 돌아가는 당신의 몸을 꼭 끌어안고만 싶다. 저의 처지를 잊은 채 마음을 고백하고 싶다. 무한한 바람은 전부 현실이 될 수 없는 가정들뿐. 그저 가슴속에 꾹꾹 눌러담고 담아 넘쳐흐르려는 것을 막기에 급급하다.) ... ... 몰래 연습했다고 한다면 놀리실 겁니까?
발레리 C. 하인즈:(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귀족이 하인에게 연정을 품은 것을. 이 빌어먹을 신분제는 태어날때부터 둘을 갈라 놓았고, 진심 한 자락을 전하는 것조차 허용해주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도망가자고 말을 하고 싶은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순간을 즐기는 것 뿐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둘만의 춤을.) 놀려드릴까요? 원하신다면 해드릴게요.
셀레온 K. 카르디안:아닙니다. 딱히 원치는 않습니다. (미소했다. 결혼 소식이 확정된 후 편안한 마음으로 웃어본 게 얼마만인지.) 이 정도면 잘 추고 있습니까? 다른 사용인들에게 파트너가 되어 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어서 혼자 자세를 잡아보면서 연습했는데... 적어도 발은 밟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하퍼가 그러하였듯 당신을 턴 시켜주지만, 하퍼보다도 훨씬 더 부드럽고 다정한 몸짓이었다. 당신을 아끼는 것이 묻어나오는 몸짓.)
발레리 C. 하인즈:후후.. 몰래 연습한 걸 상상해보니 웃기긴 하네요. 귀엽다고 해야하나? (웃더니) 제대로 배운 적 없는 것 치고는 무척 잘 추고 계세요. 레온 말대로 제 발도 안 밟으시고. 레온한테 밟혔다면 제 발 뭉개졌을 거라고요~ (그리 말하며 키득거린다. 연회장에 있을 때와는 달리 편안하고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기에 편안한 미소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자신의 세상에 있는 것이 당신 뿐이라면 좋을텐데. 하퍼보다도 다정하고 부드러운 몸짓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새어나온다.) 정말, 레온은 절 참 유리 인형 다루듯이 하네요. 싫다는 건 아니고. 좋아서요.
셀레온 K. 카르디안:그래서 더 조심하고 있습니다. 혹여나 저 때문에 다치면 안 되니 말입니다. (손을 단단히 붙잡고 중심을 잡아준다. 유리 인형을 다루는 것 같다는 말에 움찔하며) ... 그만큼 귀한 분이시니까요. (단순히 신분이 높은 귀족이라는 이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당신을 사랑하기에 더 아끼고 귀히 여기고픈 마음이었다.)
턴을 하며, 자연스럽게 셀레온을 향해 중심이 기울어집니다.
발레리 C. 하인즈:..고마워요. 레온이 그렇게 말해줄 때마다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가분 좋아진다니까요. (배시시 웃어보이며 가볍게 빙글, 돈다.)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옷으로 감춰진 그의 목 부분에서 희미한 상처를 발견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뭐야 저게. 상처들을 본 순간, 가볍게 빙글 돌던 발레리는 움직임을 뚝 멈추고 상처들을 바라본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 바람에 손길이 흐트러져, 급하게 당신의 허리를 감싸안아 중심을 잡아주며) ... 왜 그러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손이 허리에 올라가 있음에도 상처에 관심이 전부 쏠려 있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로 상처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목 부근을 손을 들어 매만진다.) 이거, 뭐하다가 다친거에요?
셀레온 K. 카르디안:아. (그제야 아차한 듯 옷깃을 끌어올려 목덜미를 가렸다.) 별 것 아닙니다. 지난번에 일을 하다가 조금 다쳤을 때 난 상처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정말인가요? (단순히 난 상처라기엔.. 목에 저렇게 상처가 날 일이 있나? 하지만 더 캐물을 수 없다고 생각해 목을 만지던 손을 내린다.) 왜 말 안 했어요. 속상하잖아요.
셀레온 K. 카르디안:(고개를 끄덕인다.) 사소한 상처라,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젠 다 나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맞잡은 손도, 허리에 올렸던 손도 천천히 놓아준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심지어 셀레온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셀레온이 당신을 붙잡는 건.
왜 저리도 아련함이 읽히는 얼굴을 하고 있는지.
발레리 C. 하인즈:...레온?(의아하게 당신을 바라본다.) 오늘 따라 레온답지 않은 행동을 많이 보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싫은 건 아니지만.)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그가, 간절함이 어린 말투로 속삭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결혼하지 마십시오.
결혼하지 마세요, 제발.
... ... 그저, 그저... 제 곁에... ...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속삭임에 색이 다른 두 눈동자가 속절없이 흔들린다. 혹시, 당신도 저와 같은 마음인걸까? 그래서 이대로 떨어지는 게 싫은 걸까? 그래서 결혼 상대를 질투하고, 그래서 결혼하지 말라며 붙잡는 걸까?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레온, 혹시. 혹시 말이에요. 이렇게 붙잡는 거.. (이 이상을 입 밖으로 꺼내도 되는건가? 결혼 해야한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데.. 레온의 진심을 알면 더 괴로워지지 않을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 이만 들어가 봐야하니 놔주시겠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예. (옷깃을 붙잡은 손이 힘없이 떨어진다. 순간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저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 또다시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 와중에서도 끝끝내 자신의 진심은 전부 토로하지 못하는 것은 두 사람간의 견고한 차이를 드러내리라. 만약 토로한다 한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테니까.) 죄송합니다. (함께 자란 친우의 관계라도 유지하고 싶다면 이 이상 나서면 안 된다. 이만큼이라도 당신을 보고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야만 한다.)
방금 했던 말은, 무시해 주십시오. (쓴웃음을 지었다.)
어째서인가, 그 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깁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셀레온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거기 너, 레.. 셀레온 못봤니?
"셀레온 말이에요? 네, 아침부터 안 보이던데요."
가족과 친지들이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는 형식적인 인사를 던집니다.
그들에게는 축하할 만한 일이겠지요. 가문의 부흥에 일조할 테니까요.
하지만 과연 당신에게도 축하받을 만한 일이던가요, 이게.
발레리 C. 하인즈:(형식적인 축하에 형식적으로 답한지도 오래, 마지막. 정말 마지막인데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보이지 않는 당신에 서운함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은 전하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인사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발레리 C. 하인즈:(정말 이대로 가야만 하는 건가. 걸음을 옯기면서도 아쉬움에 발레리는 기어코 다시 한번 물어본다.) 셀레온은 정말 한번도 못 봤어?
발레리 C. 하인즈:그래..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셀레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어수선한 주위를 둘러보며 미간을 옅게 찌푸린다. 어제의 그 연회장 같은 들뜬 분위기여야 하는 거 아닌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만약 그런거라면 연락이 왔을 텐데..)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정말 무슨 일이 생긴건가..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연신 속삭이는 걸 듣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경찰이라니. (결혼식에 경찰이 왜 온 거지? 이유 모를 불안감이 느껴져 가만히 있던 발레리는 이내 걸음을 옮긴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직접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왜? 왜 이게 무슨 일이지? 왜...) ... (발레리는 이마를 짚고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니, 정리하고 말 것도 없지. 오늘은 자신의 결혼식이었고 결혼식 장에 도착해보니 결혼 상대가 죽어있었다. 그 뿐이니까.) ..대체 누가?
발레리 C. 하인즈:저기,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지나가던 경찰 한 명을 붙잡고 묻는다. 눈 앞에서 예비 배우자의 시체를 본 사람 치고는 침착한 목소리다.)
경찰은 발레리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동정의 시선을 건넵니다.
그리고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힘이 들어간 문장을 내뱉습니다.
경찰: 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총살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 살인 사건이라 할 수밖에요.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비록 경찰과 린튼 가의 사람들이 있지만, 갑자기 배우자를 잃은 새 가족이 충격에 점철된 낯으로 조금 살핀다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짝 고개를 까닥여 인사한 발레리는 곧 걸음을 옮겨 시체가 있던.. 그래, 살인 현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총살이라니, 그것도 결혼식 날 아침에? 이 결혼을 싫어하는 누군가의 짓일 수도, 적대 가문의 짓일 수도 있었다. 결혼이 싫기는 했으나 배우자가 죽기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일단.. 시체부터.. 발레리는 저와 맞춘 것이 분명한 예복을 보고 잠깐 머뭇거렸다가, 천천히 다가간다.)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 당신의 배우자가 되어야 했을...
이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이게 뭐지? (조금 주저하나 싶더니 이내 거침없는 손길로 손에 있는 것을 빼낸다. 현장 훼손이라고 경찰이 무어라 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발레리에게 그런 것을 신경 쓸 정신 따위는 없었다.)
발레리 C. 하인즈:
은밀행동
기준치: |
20/10/4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용건이 있으십니까?" 경찰이 의아하게 당신을 바라봅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위협
기준치: |
30/15/6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니, 아무것도 없어요. 일 보세요. (슬쩍 챙긴다.)
경찰은 발레리의 무심한 서늘함에 쫄았는지 "아, 네..." 하면서 멀어져갑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빼보면 찢어진 쪽지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악 깜짝이야! 쪽지 보자마자 던질 뻔 했다..) ..이런 걸 왜 가지고 있는 거지? 암호라도 되나?
발레리 C. 하인즈:(쓸데없이 찜찜하게.. 쪽지를 챙긴 발레리는 이제 고개를 돌려 카펫을 바라본다. 저기엔 또 뭐가 있을지. 지네 뭐 이런 건 아니겠지..)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행운 1 깎습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발레리 C. 하인즈:..하. 다행이네. 지네 나왔으면 분명히 소리 질렀을거야.. (리볼버를 주워들더니 이리저리 살펴본다. 이름이라도 새겨져 있지 않을까? ..뭐,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지만.)
(텃네 텃어. 그럼에도 탄피 소중히 챙기고 열려있는 창문으로 다가간다.) 뭐 없나~..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살피니,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어쩐지 익숙한 크기입니다. 저 신발 자국도요.
발레리 C. 하인즈:.. (하하.. 이상하다. 이게 왜 여기.. 아, 아니지. 흔한 신발이니까. 싼 신발일 테니까 많이들 신는 거겠지. 그런데 어째서 머리 속에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나는지.. ..분명 아침에 못 봐서.. 그러고 보니 아침에 어디를 간- 아니다. 그만 생각하자. 그만.)
(고개를 떨쳐 생각을 끊어낸 발레리는 이내 장식장으로 향한다.) .. (뒤적뒤적뒤적뒤적뒤적)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왜 저렇게 돼있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액자를 꺼내본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그 집의 사용인이라 들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발레리 C. 하인즈:물론 알고 있어요. 제 하인이니까요. (무언가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애써 담담하게 입을 연다.)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경찰: 그가 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요. (수첩을 넘긴다.)
정원사가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셀레온과 비슷하다 증언하길래 말입니다. 혹 그가 오늘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네,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결혼식을 못마땅하게 여긴 건 아니에요. 서운해서 그랬을 뿐이라고요. (서운한 것 치고는 과한 것 같았지만..) ...셀레온과 같았다고요? (겨우 무시하고 있던 불안감이 크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린튼 가문을 대놓고 노려보던 셀레온, 결혼을 하지 말라며 붙잡던 셀레온,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고, 창틀에서 봤던 신발자국을 낼 수 있는 신발의 주인.. 그리고 오늘 이 시각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글쎄요. 하지만 셀레온은 아닐거에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요.
경찰: 평소 행실은 그렇지 않았단 말씀이죠. ...흠. 일단은 알겠습니다.
경찰은 심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발레리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셀레온을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발레리 C. 하인즈:.....유감이라는 말씀밖에 드릴 길이 없네요. (가벼운 목례를 하며 그리 말하고는 몸을 돌린다. 무언가 더 말을 해줄 만큼의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안타까웠으나, 그 뿐이었다.)
하지만 발레리가 무어라 말을 해도 그들은 발레리만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이만 자리를 뜨고자 하여 린튼 가의 저택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 가 저택 한구석에 있는 풀숲 속.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하얗고 벌레처럼 생긴 무언가가 당신을 응시하다 사라짐을 발견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벌레? ..진짜 벌레?)
(진짜로..?)
스치듯 본 것인지라 확실한지는 알 수 없네요.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결혼 대상이.
발레리 C. 하인즈:(이걸 괜찮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사실 현실감조차 들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누가 생각해봤겠는가. 결혼식 날 마주한 것이 예비 남편의 시체일 줄은.)
아직까지도 당신이 아침에 마주한 일이 현실인지 믿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며 감정이 어떠하든, 지금 이 상황에서 셀레온이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셀레온과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설마, 셀레온이? 그렇게 극단적인 성격이었나?
일단 두 사람은 무려 13년이나 서로를 봐 온 사이잖아요? 서로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더 잘 알 텝니다.
창밖으로부터 셀레온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과 제 가족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떠네요.
발레리 C. 하인즈:(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난 발레리는 예법이고 뭐고 다른 이들처럼 밖으로 뛰어나가 당신 앞에 멈춰 선다. 잠시간 숨을 고른 발레리는 이윽고 고개를 들어 당신과 눈을 마주치더니) ...어디 있다가 이제 오는 거예요? 아침부터 보이지도 않고!
셀레온 K. 카르디안:(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인들에게 무어라 말하다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미미하게 반가움이 스친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심부름을 다녀왔습니다, 아가씨.
발레리 C. 하인즈:(반가움이 스치는 얼굴을 보자 입 속을 맴돌던 수많은 질문들이 사라져버리고, 발레리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누가 심부름을 시켰길래 당신이 어디갔는지 아무도 몰랐던 걸까요.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셀레온이 어딘가 피곤해보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결혼식 파티와 관련해 주문한 물건을 받기 위해서 시내에 다녀왔습니다. 방금 경찰관 분들에게 영수증과 상점의 연락처를 전해 드리고 확인을 받은 참입니다. (차분하게 말한다.) 린튼 씨가 살해당했다는 소식도 방금 처음 들었는데, 제가 의심받고 있었군요.
알리바이가 증명되자, 의심스러운 낯을 하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그럼 그렇죠. 셀레온이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셀레온은 그저 고요합니다.
그저 옅은 미소를 유지한 채 다정하게 당신을 응시할 뿐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결혼식을 준비하며 여러 상점들에게 주문을 넣다 보니, 아무래도 주인님이 잠시 잊으셨던 모양입니다. ... ... 알리바이도 증명됐으니 이만 올라갈까요, 아가씨?
발레리 C. 하인즈:(두어 번 눈을 깜빡이며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럴 리 없지. 게다가 알리바이도 충분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람.) 네, 그러죠. 일이 좀 여러가지로 일어나서 피곤하네요. 레온도 피곤하지 않아요? 하루 종일 심부름 했잖아요. (머릿속에서 맴돌던 신발 자국과.. 흰 벌레 같은 것은 한 쪽으로 치워둔다.)
방으로 돌아오면 마침내 셀레온과 발레리, 둘만 남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거리가 멀었던지라 조금 피로하긴 합니다. (수긍하며 문을 조용히 닫는다. 바깥의 소음이 멀어진다.) 그래도 아가씨의 고생에는 미치지 못하겠죠. 어젯밤엔 늦게까지 파티에 참석하신데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나가셨을 텐데 그런 일을 겪으셨잖습니까. (걱정이 가득 담긴 눈길이다.) 결혼식이 그리 되어 유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심리학
기준치: |
60/30/12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전혀 그렇게 여기는 기색이 아님을 알아차립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신경쓰고는 있으나, 네, 결혼식에 대해선 전혀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아닙니다.
발레리 C. 하인즈:.....(결혼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 쯤 알고 있었지만.. 이 위화감은 무엇일까? 뭔가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미래라도 보는 사람처럼 누군가의 죽음을 당연히 여긴다는 게.. 제가 알던 레온이 맞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입 밖으로 꺼내는 말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이런 게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뭐. 그나저나 결혼이 흐지부지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또 결혼 상대를 찾으려나.
셀레온 K. 카르디안:주인님의 생각을 제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바로 상대를 찾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린튼 가와 얽힌 여러 일도 정리해야 할 테니 말입니다. ... ... 그보다, 제가 너무 이 질문을 늦게 드렸군요. 괜찮으십니까. (당신이 강한 사람이란 건 알았지만, 다른 이도 아닌 예비 신랑의 시체를 목격하는 건 보통 충격적인 일이 아니었으니까.) 많이 놀라지는 않으셨는지요. 아가씨가 그 광경을 보지 못하게 사용인들이 막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발레리 C. 하인즈:그렇겠죠? 애초에 할머님 마음에 차는 가문이 쉽게 나올 리 도 없고요. 그동안은 좀 편하게 살 수 있겠네요. 아니다, 더 들볶아지려나.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더니 이어진 당신의 괜찮으냐는 물음을 듣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다.) 생각보다 괜찮아요. 현실감이 안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생각보다 강심장이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막았으면 내가 보겠다고 고집을 피웠을 거에요. 보호 받기만 하는 건 싫거든요! (당신도 잘 알면서. 눈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셀레온 K. 카르디안:... 역시, 아가씨다운 대답이십니다. 하지만 주인님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충격받은 척을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일반적으로 가장 놀란 이는 예비 신부일 테니까요. 그럼 한동안은 들들 볶아지실 일도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늘어지는 눈을 보며 옅게 웃음을 지었다.) 살해현장을 굳이 보아서 좋을 것이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당신 말을 듣더니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본다.) ..레온, 혹시 천재에요? 그러면 되겠네요. 내일부터 약 일주일간 충격에 앓아 누운 걸로 하고 놀아야겠어요! 그 이후에도 충격을 거론하면서.. 하아, 린튼 씨께는 죄송하지만.. 기회로 써먹어야겠네요. (한탄하듯 마지막 말을 중얼거리더니) 그거야 그런데 궁금하잖아요. 차라리 보고 충격을 받고 말지. 답답한 건 싫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원체 답답한 걸 싫어하기는 하셨었지요. 그러면서 저를 당황하게 만드신 일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기회로 써먹는다거나 궁금하다거나고 말하는 당신을 보며, 정말 큰 충격 없이 나름대로 가벼이 치부하는 것 같아 홀로 안심했다. 당신이 힘든 모습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제가 주인님께 아가씨의 상태를 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차라도 한 잔 드시겠습니까? 실제 상태와는 상관없이 안정에 한결 도움이 될 겁니다.
발레리 C. 하인즈:후후.. 칭찬으로 듣도록 할게요. 궁금한 게 있으면 알고 싶어지는 법이잖아요? (작게 웃어보이더니 이어진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네, 얼그레이로 부탁 할게요. (..) 제가 아파야 그쪽 가문에도 면이 설 테니.. 아파 보이는 화장도 해야겠어요. 일단 입술 색부터 없애야지..(하며 화장대 서랍을 연다.) 옷도 갈아입어야겠어요. 결혼식 예복이어서 그런가 불편하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칭찬이라 여기신다면 그런 것이겠죠. (딱히 부정은 안 한다. 바깥으로 나가려 일어서다가 다시 당신 쪽으로 다가온다.) 그럼 차를 가져오기 전에 옷을 갈아입는 것부터 도와드리겠습니다. 허리끈을 풀어드릴 테니 뒤쪽으로 돌아주시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알겠어요. (얌전히 뒤를 돌아 머리카락을 한데 그러 모은 후 앞으로 넘긴다. 허리끈을 풀기 쉽도록.) 이제 한 일주일 정도는 가벼운 실내 원피스만 입고 돌아다니고 싶네요. 코르셋 만든 놈.. (가만 안 두겠어. 중얼중얼)
셀레온 K. 카르디안:(여간 복잡하고 답답한 옷이 아니다. 허리끈의 매듭을 하나씩 빼내고 드레스 사이로 드러난 코르셋의 끈도 조심스럽게 풀어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 ... 그래도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십니다. 아침부터 심부름을 나가느라 드레스 차림을 뵙지 못했는데, 이렇게라도 볼 수 있게 되었군요. (감회가 새로운 듯)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이 옷을 풀러내는 동안 익숙하게 정자세로 가다리다가 당신의 감상평에 삼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뒤를 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상한 표정을 지어도 안 들킬테니까. 이번 결혼은 이렇게 넘어갔다지만.. 당신과는 이어질 수 없는 거겠지. 다음 상대는 또 다른 귀족 일테니.) 제가 좀 예쁘죠. 아침이 훨씬 더 예뻤는데, 그걸 놓치다니 아쉽네요? 나중에 다시 입어줄까요? 물론, 한 달정도는 절대 안 입을거지만요.
셀레온 K. 카르디안:그러게요. 아쉽습니다. (서로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는 상냥한 어조와 달리 무척이나 씁쓸한 표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다시 입어줄까 묻는 대답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당신이 다시 결혼식을 올린다 한들,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이번에도 자신이 아닐 테니까. 하퍼와의 결혼도 그토록 싫어했던 그였다.) ... ... 예복은 입는 방식이 무척이나 복잡하니, 아가씨가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저는 오늘 이 모습만 오래도록 간직해도 괜찮습니다.
(끈을 모두 한쪽 테이블에 올려두고는 문가로 다가선다.) 그럼, 차를 타 올 테니 옷을 갈아입고 계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그럼 한달 뒤에 입어주도록 할까요~ 원래 예쁜 건 햇빛 아래에서 보는 거라고요. (활짝 웃으며 부러 장난스럽게 말한다. 빠르게 뛰는 심장도, 간정도 절대 들켜서는 안된다. 이건 기만이니까.. ) 아, 버터쿠키! 버터쿠키도 있으면 가져와주세요!
셀레온 K. 카르디안:네, 분부하신 대로 가져오겠습니다. (뒷모습에 가벼이 목례하고는 문을 닫고 나선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지우다 보면, 셀레온이 짐을 남기고 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차피 다시 오긴 하겠지만 삐죽 튀어나온 신문이 신경쓰이네요.
발레리 C. 하인즈:....한번 꺼내볼까? (남의 짐을 함부로 뒤지면 안돤다는 건 알지만 호기심이 불쑥 치고 나와 어쩔 수 없었다. 조심스레 다가간 발레리는 신문을 잡고 꺼내보는데..)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린튼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발레리 C. 하인즈:
자료조사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일정 페이지에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명단을 보면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오래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온다. 찻잔과 쿠키가 든 접시를 올려둔 쟁반을 든 채다.)
발레리 C. 하인즈:(들고 있던 신문을 재빠르게 돌려놓은 뒤 최대한 태연한 미소로 당신을 반긴다.) 아, 생각보다 일찍 왔네요. 오, 버터 쿠키 있었군요? 다행이다. (웃더니 이내 방 안에 있는 테이블 쪽으로 다가가 의자를 꺼낸다.) 자자, 어서 여기 앉아요. 둘 이서 보내는 티타임도 오랜만인 것 같으니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아가씨가 좋아하는 것이니, 이전부터 항상 구비해달라고 주방에 말씀드려놓긴 했었습니다. 다행히 남아있더군요. (테이블 위에 찻잔과 티스푼, 쿠키 접시를 차례로 내려둔다. 쟁반을 한켠에 치워두고 당신이 꺼내둔 의자에 조심히 앉았다.) 그나저나, 제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는 소식엔 아무렇지도 않으셨는지요. 저는 집으로 돌아와 의심 심문을 받자마자 혹여 아가씨에게 누가 되진 않을까 걱정했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역시 세심하네요. 이런면이- (좋다니까. ..스스로가 하려던 말을 자각한 발레리는 부자연스레 입을 다물었다. 자꾸 의식하면 안되는데 제 마음은자신의 말을 따라주지 않았다. 언제나.) -큼. 아무튼 고마워요. 그리고 그때는.. 엄청요. 예비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보다 훨씬. (한숨) 당신이 그럴리 없는 사람인 걸 아는데 경찰들은 당신이 범인인 것 처럼 물어오니까 말이죠. (..)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됐어요. (이러며 버터 쿠키를 집어 당신의 입가에 가져다댄다. 아~)
셀레온 K. 카르디안:... 범인으로 몰린 이유가 있었겠지만, 제 딴에는 억울하더군요.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했지만 말입니다. (입가에 쿠키를 대어주자 무척이나 당황해서 그 자리에 굳은 채로 이도저도 못하고 눈만 굴린다.) 아, 아가씨. 일개 하인에게 이러시면... ...
발레리 C. 하인즈:그때 레온의 눈빛이 꽤 강렬하긴 했죠. (장난스레 말하지만 진심이다.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으니까..) 일개 하인이라니요. 친구잖아요. 친구한테 맛있는 거 먹여주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자, 빨리요. 저 팔 아파요. (사심채우기다.. 하지만 이런것 쯤은 해봐도 되지 않겠는가.)
셀레온 K. 카르디안:친구... ... (하인과 고용인에서 동등한 위치로 간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감격적인 일이었다. 친구 이상으로 가고픈 건 너무 큰 욕심이겠지.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꾹 쥐었다가, 결국 입을 벌려 받아먹는다.) 감사합니다. ... 맛있군요. 별로 달지 않고 고소한 맛입니다. (냠냠 먹고는) 이제 아가씨도 어서 드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네, 친구요. (입 안에서 서슴없이 튀어나가는 단어가 서글펐다.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였으면 어떨까? 하는 가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 하고있지만 현실은 친구라는 단어가 한계인 관계다.) 그렇죠? 그래서 제가 버터 쿠키를 좋아한다니까요. (먹는 모습 흐뭇하게 보더니) 아, 이제 먹어야.. (흐음, 이거 혹시 사심 채울 기회인가? 생각하더니 장난스레 웃어보인다.) 레온이 먹여줘요. 저도 먹여줬으니까 공평하게요!
셀레온 K. 카르디안:제가 말입니까...? (되물었다가도 곧 순순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쿠키를 집는다. 애초에 저에게 먹여줄 때부터 이 장난꾸러기 아가씨가 선사할 미래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바였다.) 아- (어색하고 뻣뻣하게 팔을 움직여 당신의 입가에 조심스레 쿠키를 대어준다. 심장이 마구 날뛰는 것만 같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야 할 텐데.)
발레리 C. 하인즈:네! 어서요. (태연하게 웃으며 입을 벌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애쓰고 있는 중이다. 이곳도 평소의 장난처럼 보이길 빌면서. 하지만 심장이 이렇게 뛰는데 이거 장난 맞나?) 아~ (이내 순순히 뻣뻣한 움직임으로 먹여주는 모습을 보고 인정했다. 이건 장난이다. 장난이니까 나중에도 또 해야겠다. 저 귀여운 모습을 꼭 다시 보고 말리라.) 아 역시, 레온이 먹여주니까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키득대더니) 레온도 제가 먹여줘서 맛있었죠?
셀레온 K. 카르디안:(손길을 거둬올 땐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반대쪽 손으로 덮어야만 했다. 사실 버터쿠키를 씹으면서도 무슨 맛인지 느끼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모든 신경이 당신에게 쏠려 있어서. 이런 감정도 감각도 전부 저만 느끼는 것이겠지. 티내지 않기 위해 기를 쓰며 가까스로 대답한다.) 예, 한결 더 맛있었습니다. 그래도 아가씨를 위해 구워진 쿠키니 아가씨가 드셔야지 않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더 맛있었다고 우직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자 다시금 심장이 떨렸다. 티 내지 않기 위해 천천히 심호흡한 발레리는 당신을 보며 미소 짓는다.) 저야 엄청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요 뭐. 그리고 제가 주는 거니까 편하게 먹어요! 차를 마실 때는 곁들여 먹을 게 필요하단 말이죠. (찻잔에 차를 따라 당신에게 내민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건 그렇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가씨가 너무 적게 드셔서 담당 사용인들이 항상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래서 이렇게 마르신 게 아닙니까. 굳이 코르셋이 필요없으실 정도인 것 같은데... (왜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불편한 속옷을 굳이 입어야 하는지, 내심 이 의복의례에 불만이 있었다.) ...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거절 않고 찻잔을 받았다. 당신의 잔에도 똑같이 차를 따라주고 나서야 잔을 입가에 가져다댄다.)
발레리 C. 하인즈:입맛이 없는데 억지로 먹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헤헤 웃더니) 그러게요. 도대체 누굴 위해서 허리를 이렇게나 조이는 건지. 코르셋으로 조이면너무 얇아서 징그럽지 않아요? (그리 묻고는 가만히 찻잔을 받는 당신을 보고 웃어 보인다. 옳지라고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니까 말 안 했지만.) 아, 역시. 레온이 타준 차는 맛있네요. (한 모금 마시더니 만족스러운 표정 지어 보인다.)
셀레온 K. 카르디안:어떻게 하면 아가씨의 입맛을 돌게 할 수 있을지가 사용인들의 주 관심사였던 시절도 있었지요. (징그럽다는 말에는 고개 가만히 젓는다) 그렇다기보단 불편하실 것 같아 걱정이 더 됩니다. (앞으로 당신이 결혼을 해서 상류계에 나가면 계속 그런 복장을 해야 하는 걸까. 결혼식이 엎어져 조금이나마 미루어진 게 다행이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찻잔을 천천히 내려두고 당신의 오드아이를 마주보았다.) 아가씨. 만일... 정말로 그 사건의 범인이 저였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과 물음이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랬었나요? 다들 나 모르게 고생 많이 했네. (피식 웃고) 다 헛수고였지만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잘 안 먹고 있으니까.) ..아, 그래요? 다행이다. 불편하기는 되게 불편하죠. 숨쉬기도 어렵고, 음식도 못 먹고. (얼굴에 약간 화색이 도는 듯 하다. 징그럽다고 대답했으면 어떻게해서든 코르셋을 입지 않았으리라. ) ...범인이 당신이요? (가정해보기도 싫은 물음에 미약하게 미간을 찌푸린다.) ..일단.. 어디 숨기거나.. 돈을 주고 멀리 보냈을 수도 있겠네요. 난 이기적이어서 내 사람이 감옥가는 꼴은 못 봐요. 나중에 이유를 묻겠죠. 이유에 따라 납득하거나 실망하거나 하지 않을까 싶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그렇습니까. (찻잔에 섬세하게 새겨진 무늬를 만지작거리다가 잔을 내려놓았다.) ... ... 범인이 아니라는 게 받아들여져서 다행입니다. 혹여라도 아가씨에게 실망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아서요.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은 정말 아가씨 같으십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아까 차를 가지러 갔을 때 들었는데, 내일 린튼 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취소된 결혼에 관해 이야기를 하러 오시는 것 같다고.
발레리 C. 하인즈:결혼? 나도 대동해서 말씀하시려나.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더니) 앓아 누운 척 말고 몸살 난 척 해야겠네.
셀레온 K. 카르디안:일단 아직까진 아가씨를 모셔오라는 분부는 듣지 못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움직여도 되실 것 같습니다.
... 이만 잠드실 시간입니다, 아가씨.
발레리 C. 하인즈:예비 신부기는 했지만 날 보면 아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단 말이죠.. (음) 일단 분부가 없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들은 조금 불편했다. 유감이라는 말을 전했을 때 보인 반응이 기묘했기에.)
그래요. 자야죠. 밤이 늦었는데. (다 마시지 못한 차가 담겨있는 찻잔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다.)
셀레온 K. 카르디안:잔은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쟁반에 아까보다 양이 줄어든 찻잔과 접시를 올려둔다. 그리곤 당신의 침대 위 이불을 다시금 정갈하게 정돈해둔다.) 부디 푹 주무시길 바랍니다, 아가씨.
발레리 C. 하인즈:늘 고마워요. (작게 웃더니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한 사람이 잠을 잔다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큰 침대 위에 풀썩 눕는다. 방금 정리해둔 이불인데..) 레온도 좋은 밤 보내요. (작게 손 흔든다.)
셀레온 K. 카르디안:(정중하게 인사하곤 쟁반을 들고 문을 나선다. 문득, 뒤돌기 전 그의 표정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친 듯했다.)
죽음이 감도는 무거운 어둠이 하늘을 짙게 물들이고, 당신은 뒤척거리다가 얕은 선잠에 빠져듭니다.
문득, 당신은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이렇게 일찍 깨는 사람이 있나? 사용인들도 아직 잘 시간인데.. (중얼거리더니 이내 침대에서 나와 문 앞으로 다가간다.)
문 앞으로 다가가 바깥을 바라보면, 복도 끝에 위치한 셀레온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 방의 불빛을 보자마자 방에서 나와 발소리가 나지 않게 당신의 방 앞으로 걸어간다.)
소리없이 셀레온의 방으로 다가가자,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새벽부터 산책이라도 나간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주위를 살펴본다.) 정말.. 없네 (그러고는 물품들 앞에 쪼그려 앉는다.)
방안에는 잡동사니들이 너저분하게 늘어져 있습니다.
보통 깔끔한 성격이 아닌 셀레온인데, 대체 이 늦은 밤까지 뭘 하고 있던 걸까요.
가장 눈에 띄는 건 셀레온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예전에 봤을 땐 정리 잘 되어있던 것 같은데.. (이상하다? 의문이 들지만 해결해줄 본인이 없으니 일단 수첩부터 보기로 한다.) 미안해요 레온, 좀 볼게요! 용서해줄거죠? (..이런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러게, 진짜 왜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나봤나?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것이 아까 신문에서 본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수첩을 넘기면 가장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왜 이 이름들이 레온의 수첩에 적혀있는거지? 도대체 왜?)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찝찝할 때는 무조건 본다. 기분 나빠하면 사과하면 되지..! 레온이라면 넘어 가주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튼 곧바로 몸을 숙여 침대 밑을 살펴본다.)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발레리 C. 하인즈:노트가 왜 침대 밑에.. (레온 성격에 마구잡이로 두지 않았을 테니.. 숨겨 놓은 것 아닐까 짐작해보며 노트를 펼친다.)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는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미치겠네. (흔들리는 눈동자로 노트 속 내용을 내려다보다가 급하게 노트를 다시 침대 밑으로 던지듯 밀어 넣는다.)
노트를 침대 아래로 밀어두고 일어나는 사이 방으로 들어오던 셀레온이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아가씨? 왜 제 방에...
그렇게 드러난 팔은……. 온갖 상처들로 가득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이 도처에 가득합니다.
당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치 챈 셀레온이 빠르게 겉옷을 챙겨 입었지만 이미 늦었죠. 모든 걸 봐버린 뒤인데.
발레리 C. 하인즈:(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와중에 마주한 당신의 상처들에 아무래도 단단하게 화가난 듯 하다. 아니, 속상한 걸까? ) ..야, 너 그 상처 뭐야. (정확한 감정을 모르겠는데 속에선 자꾸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라서 얼굴을 찌푸렸다.) 저번에도 대충 넘어가더니, 이번에도 일 하다가 다친 거라고 변명해보지 그래?
셀레온 K. 카르디안:(겉옷을 걸치며 팔을 가려보려 하지만, 그래보았자 당신의 눈을 가릴 순 없었다. 반말 섞인 추궁이며 찌푸린 표정까지, 화가 난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당혹스러워하며 당신을 응시했다가, 곧 시선을 피해버렸다.) 아무리 아가씨라도 멋대로 제 방에 들어오셔서는 안 됩니다. 상처는, 별 일 아닙니다. ... ... 이 말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 아가씨.
발레리 C. 하인즈:들어와도 되느냐에 대한 여부는 내가 정해. (시선을 피한 당신을 보고 괴롭게 표정을 찌푸린다. 도대체 무엇이기에 자신한테 말 해줄 수 없다는 걸까. 위험한 일을 한 건 아닌지, 걱정되고, 많이 아팠을까 걱정이 되는데...) ... (주먹을 꾹 말아쥐고 잠시간 감정을 갈무리한 발레리는 당신 얼굴을 잡아 돌리고 시선을 맞춘 후에야 말했다.) 이렇게 캐물어봤자 대답해주지 않을 걸 알아요. 당신 고집 세니까. ...뭘 하고 다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걱정한다는 건 기억해두세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맞습니다. 발레리 아가씨의 뜻을 따르는 게 저의 본분입니다. 하지만, 이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치 깃털이 다 뽑혀나간 처참한 날개의 모습을 들킨 것만 같았다. 저의 상처 따윈 아무렇지 않았다. 고통 정도야 참으면 그만이었으니까. 저로 인해 찌푸릴 만큼 신경을 쓰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그것이 더 괴로웠다.) ... ... (얼굴이 맞잡혀지자, 그 괴로움이 순간적으로 그대로 드러난다. 표정관리가 안 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꾹 감았다가 뜬다. 눈썹을 일그러뜨리면서도 서글프게 미소했다.) 예, 아가씨. 꼭 명심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보여드리고 싶지 않기는. 이걸 보여줬다고 해서 세상이 망해요? 내가 뭐 실망이라도 한대요? 이렇게 뒤늦게 아는 게 싫은 거에요 난. 당신은 내 하인이잖아요. 그런데 왜 내가 이런 것도 모르고있어야 하냐고요. (속상하다는 듯 툴툴대며 말하며, 당신의 서글픈 미소를 마주한다. 도대체 당신은 내게 뭘 숨기고 있는 것일까. 뭐길래 보기만해도 고통스러워 보이는 흉터들을 얻게된거냔 말이다.) ..그런데에 죄송하지 말고, 험하게 굴린 당신 몸한테 사과하세요. 당장. (단호하게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일갈에 할 말이 없어졌다. 다만 자신이 신경썼던 것은, 혹시나 당신이 놀라거나 저보다 더 마음아파할 것 같아서.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많은 신경을 쏟을 필요는 없다. 발레리에게는 더 중요한 것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입 밖으로 내놓지는 못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수가... (그러나 그것도 저지당한다. 제 몸에게 사과하라는 말에 어색하게 눈을 굴린다) 어떻게... ... 음. ...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험하게 굴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발레리는 연신 당신의 팔을 눈을 굴려 살피고 있었다. 흉터 없애는 약이 있던가.. 많이 아팠을 것 같아..) .. (죄송하다는 말에 눈을 치켜떴다가 이내 몸에게 사과하는 말을 듣고 바로 그거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요. 아주 잘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최대한 상처 안 내겠다고 약속하라고 하면 곤란한가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노력은 하겠지만, 곤란합니다. (솔직) 그보다, 아가씨. 아직 새벽입니다. 어째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제 방에 계신 것인지요. 어서 가서 마저 주무십시오. 당분간은 아침 일정도 딱히 없을 예정이니 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곤란하니까 말 돌리는 거 봐요! (눈 가늘게 떴다가 이내 한숨 푹 내쉰다.) 알았어요. 이번엔 물러나겠지만 다음에 흉터가 더 늘어나있다면..(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를 눈으로 말하고 있다.) 잠은.. 글쎄, 더 오려나 모르겠네요. 잠이 너무 확 깨버려서. (누구 때문에~ 장난스레 말하더니) 일단 누워있기는 해볼게요.
셀레온 K. 카르디안:...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당신의 손길이 닿았던 뺨이 괜시리 화끈거리는 것 같아 제 손등으로 톡톡 두드린다. 그러나 별개로 심정은 그닥 좋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당신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건만. 얼마나 많은 것을 봤을까.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았을까, 이 방에서...) 혹여 잠이 오지 않으신다면 호출해주십시오. 따뜻한 우유를 들고 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어젯밤 그랬던 것마냥 인사한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요. 양해해주는 거라고요. (흥! 하며 새침한 척 콧소리를 내더니) 알겠어요. 레온 귀찮지 않도록 한번에 잘 자볼게요. (장난스레 웃고는) 레온도 잘 자요. 새벽에 일어난 건 마친가지잖아요.
셀레온 K. 카르디안:귀찮지 않습니다. 아가씨를 보필하는 게 제 책무인 것을요. ... 좋은 밤 보내십시오.
발레리가 방을 완전히 나가기 직전, 문득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마지막 순간... ... 만일,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그때 제 곁에 있어주실 텝니까.
발레리 C. 하인즈:뭐예요 레온, 그런 소리를...(불안하게 당신을 쳐다보다가 붙잡을까 생각해뵜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행동을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다만 말정도는 전해도 되겠지..) ..물론이에요. 친구잖아요. 그리고 불길하게 그런소리 마세요.
셀레온이 근래에 유난히 자주 언급하는 말입니다.
발레리의 대답을 들은 그는 슬픈 미소와 함께 방문을 닫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린튼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린튼 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발레리는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깜빠깜빡. 눈을 몇 번 깜빡이던 발레리는 배가 고파 부엌으로 향한다. 식당에 가서 식사하기엔 분위기가 영 아니었으니까.)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무슨 얘기들을 저렇게 한담..)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요리 소리에 묻혀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립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였다더라.”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긴 했다는데 전부 ……면 대가 ……는 거겠지…….”
발레리 C. 하인즈:(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가 끊긴다는 것 같은데. 하필이면....)
(사용인들이 떠드는 곳에 끼어들기 뭐했던 발레리는 이내 발걸음을 휴게실로 옮긴다. 눈을 좀 붙이면 배고픔이 괜찮아지겠지. 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여기는 조용하고 좋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소파에 풀썩 앉아버린다. 그러다가 탁자를 보게 되는데..)
탁자를 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자 신문이네요.
발레리 C. 하인즈:여기서 린튼 가 사람들을 맞이하는 건가. (작게 중얼거리고는 오늘자 신문을 집어든다.) 분명 1면에 크게 대서특필 되어있겠지. 린튼 가의 비극 어쩌고...
당신의 예상대로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의심을 전부 벗은 줄 알았는데, 아직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모양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하아.. 무능하고 멍청한 경찰 같으니.. 범인하나 빨리 못잡아서 자꾸 무고한 사람.. 을. (..정말 무고한가? 새벽에 방에서 본 그 노트는.. 탄피랑 빌어먹을 거미 그림도..) ...아 머리 복잡해. (신문을 툭 내던져버린다.)
(그러다가 다시 신문을 집어 들더니 벽난로에 집어넣을 작정으로 다가간다. 이런 거 린튼 가 사람들이 봐봤자 기분만 나빠지지. 정말 그들을 위해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뭐야. 이게 왜.. (근데 저기에 손을 넣어도 되나? 잠깐 고민하지만 이내 빠르게 쇽 집어서 가져온다. 궁금한 건 못 참으니까..)
종이 조각을 쇽 집어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죠? SAN (0/1)
발레리 C. 하인즈:(아이호트는 둘째 치고 숙주는 뭐야...)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발레리 C. 하인즈:...(거미그림을 보고 손을 움찔거린다. 사건 현장에도, 레온의 방에도 그림이 있었지. ..이 거미는 아이호트라는 집단.. 같은 것의 상징인가? 무슨 지배를 하겠다는거야. 미친놈들 아냐..)
벽난로를 지나치려는데,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또 종이야? (이정도면 사용인들이 청소를 하는 게 맞나 싶은데.. 아무튼 허리를 숙여 집어든다. 이번엔 또 뭐가 써있을지..)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이상한 글자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다.)
교육
기준치: |
75/37/15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과거 가정교사에게서 배웠던 기억이 나는 것 같은데.
발레리 C. 하인즈:(이런걸 가정교사한테서 배우는구나. 귀족이란)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우선 이 린튼의 이름은 적어도 하퍼 린튼의 부모님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린튼인가요? 친척? 가문 구성원?
발레리 C. 하인즈:도대체 뭐냐고, 뭔데? (범인이 아니라는 알리바이가 있는데 왜 자꾸 얘가 린튼이랑 관련된 거에서 나오는 건데. ....하..)
(발레리는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자 휴게실을 나왔다. 물론, 미심쩍은 종이는 잘 챙겨 들고서.) ..뒷마당에 가서 하늘이나 실컷 볼까? (그럼 이 답답한 마음이 사라질지도 모르지.)
복잡하기 그지없는 심경을 조금이나마 달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연찮게도 그곳엔 당신의 심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주역이 마당 정원을 가꾸고 있네요.
발레리 C. 하인즈:....(한대 때릴까. ..아니야. 참자. 레온 때문도 아니고..아닌가. 레온 때문인가.) 레온! 거기서 뭐해요?
셀레온 K. 카르디안:아, 일어나셨습니까. (꽃을 한 다발 꺾어 매만지다가 몸을 돌려 인사한다. 잠잠한 낯이다.) 꽃다발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이 들고 있는 꽃다발을 빤히 쳐다보다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다.) 누구 주려고요? (..헙.)
셀레온 K. 카르디안:린튼 가의 주인님과 주인마님께 드리려 합니다. 자제분을 잃으셨으니 말입니다. (부드럽게 깔리는 목소리다.) 꽃이 참 아름답습니다. 향을 맡아보시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아. (난그것도모르고무심코다른사람한테그런의미로아아아아아....) ... ... 아, 네. 하하. 좋아요. 맡아볼래요. (꽃을 향해 고개를 기울이고 향을 가져오는 척 얼굴에 손 부채질을 한다. 무슨 생각을 한거야 나는..!) 오, 이거 향기 좋네요! (정신없어서 향이 나는지 안 나는 지조차 모르지만.) 이 꽃은 레온이 키운건가요?
셀레온 K. 카르디안:예, 정원 한 켠에 관리하지 않는 땅이 있어, 개인적으로 꽃 몇 종류를 키워봤습니다. (향기를 맡는 당신의 모습에 미소짓는다.) 이름은 에리카인데, 히스라고도 합니다. 꽃말은... 고독이라고 하더군요.
발레리 C. 하인즈:그럼 여기 꽃은 전부 레온이? (당신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웃으며 꽃 앞에 쪼그려앉는다.) 아. 그렇군요. 에리카.. 꽃말은 고독.. ..네? 고독이요? (뭐지, 뭔가 메쉬 메리골드 같은 앞날을 응원해주는 꽃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거.. 뭔가 되게 저주하는 것 같네요! 하하, 그럴리가 없지만요! (그럴리 있다고 생각한다! 린튼 가문 사람들을 쳐다보던 눈빛이 굉장했으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저주의 뜻 같은 나쁜 마음을 담진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위로하고 애도하는 차원에서 만들었지요. (어딘가 기이하고 뜻모를 태도다. 태연하기 그지없는 반응.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눈에는 온기가 가득했다.) 아가씨를 위한 꽃다발과 화관도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노란빛과 흰 장미를 섞어 만들면 참으로 잘 어울리실 겁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닌 것 같은데요. (쌈박하게 말한다. 왜 그렇게 린튼 가문을 싫어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오. 이 생각하면 또 머리 복잡해진다. 저한테는 이렇게 부드럽기 짝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말이지..) 화관 좋죠! 만드는 방법 알면 나한테도 가르쳐줘요. 나도 만들어보고 싶거든요! (흰 장미랑.. 뭘 엮어보지. 아, 분홍 장미를 엮어서 줘볼까! 귀엽겠지!)
셀레온 K. 카르디안:제가 아니라고 말해도 믿어주실 생각이 없으시군요. (약간 곤란해하는가 싶지만, 그다지 크게 신경쓰는 것 같진 않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서일까?) 예, 다만 지금 만들기에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추후에 가르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뒤쪽에 핀 흰 장미꽃 하나를 꺾어 당신의 귓가에 섬세한 손길로 꽂아준다.) 오늘도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십니다. 발레리 아가씨. (봄볕마냥 따스한 미소가 번졌다. 살인 용의자이거나 상처가 가득한 몸을 가진 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발레리 C. 하인즈:물론이죠. (쌈박..) 그렇다고 뭐라고 할 생각은 아니지만요. 그 일은 유감이지만 이제 잘 보일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예의 바르게 행동하기는 해야겠지만요.(대수롭지 않은지 어깨를 으쓱인다. 복잡한 생각은 구석에 미뤄두기로 한 모양.) 아, 하긴.. 좀 걸리겠네요. (아쉽) 그럼 꼭 나중에 알려주셔야해요? 안 알려주면 계속 따라다닐 거니까요. (장난스럽게 미소하다가 귀에 꽃힌 장미를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꽃잎이 살아있네요. 열심히 키우셨나봐- ...뭐, 뭐... (그런, 저런 표정으로 말하면 반칙 아닌가? 자신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저 발레리는 그만 얼굴을 숙이고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고마워요...
셀레온 K. 카르디안:역시 아가씨는 저에게 관대하십니다. 주인님이 아셨다면 저는 모진 매질을 당했을 테죠. (장미꽃을 꽂아주며 그 옆의 밀빛 머리칼을 자연스럽게 보드라이 쓸어내린다.) 꼭 가르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둘도 없이 매혹적이고, 웃는 모습은 햇살마냥 찬란히 빛이 나고, 이리 두 손에 얼굴을 묻을 때면 아기새마냥 귀엽고 소중했다. 당신에게 느끼는 이 무한한 감정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잔잔한 대화 끝에 셀레온은 문득 당신을 응시합니다. 말없이 한참이나.
그 눈에 깊게 박힌 감정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맹목.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셀레온 K. 카르디안:침대 밑에 권총이 있습니다.
제가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저를 만나러 와 주시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일단, 일단 알겠지만.. 왜 떠날 것처럼 말을 하세요? ..오늘 새벽에도 그렇고... (불안한 듯 당신을 올려다보는 색이 다른 두 눈동자가 잘게 떨린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아가씨. 그리고 꼭,
방아쇠를 당겨주셔야만 합니다.
당신께서.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요. 뭘 의미하는 이야기인가요?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머리를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는다. 손길은 따뜻했다. 눈빛 또한 마찬가지로, 친애와 긴밀함이 가득히 얽혀있다. 다만 그 속내만이 암흑처럼 캄캄하다.)
발레리 C. 하인즈:..아니,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줘야 납득을 하죠. 저 보고 당신을 쏘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럼 적어도 이유는 설명해주실 수 있는 것 아니에요? (슬프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당신의 손길은 다정하기만 해서 괜시리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의문의 거미그림.) 그 이상한 거미 그림이랑 연관이 있는거에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아가씨. 모든 것은 그저, 당신을 위한 일입니다.
(그 한 문장만을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꽃다발을 든 채 몸을 돌린다.)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발레리가 붙잡기도 전, 셀레온은 꽃다발을 들고 자리를 떠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레온! (........)
때마침, 먼발치서 사용인 한 명이 당신을 부릅니다.
"손님이 오셨어요. 잠시 방에 가 계셔도 된다고 합니다."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발레리 C. 하인즈:(사용인의 말에 멍하니 방에 들어온 발레리는 창밖만을 바라본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보호 받는 건 싫다고 말했는데도 그랬겠다..
발레리 C. 하인즈:? (난데없는 총소리에 급하게 몸을 돌려 현관으로 뛰쳐나간다.)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셀레온을 마주합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셀레온을 응시합니다.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SAN (1/1d2)
발레리 C. 하인즈:(떨리는 눈동자로 상황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그러니까, 레온이.. 레온이 총을 들고.. 레온이..)
SAN Roll
기준치: |
84/42/16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발레리 C. 하인즈:...레온!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이건..... (살인이잖아요....)
피가 튄 뺨을 든 셀레온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그는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험악하거나 흥분에 젖어 있지 않습니다.
안개처럼 옅은 웃음에는 슬픔이 번져 있습니다.
숨을 뱉은 그가 소리 없이 발음한 건 당신의 이름입니다.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셀레온을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니... 아니야... 왜... 이게 뭐야. 이런식으로....) ..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떠오르는 그동안의 말..)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셀레온은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으니 한 번만 움직여도 그들을 떨쳐낼 수 있을 텐데도.
그 상태에서도 백색 눈은 오로지 당신에게로 향해 있습니다.
추락한 꽃다발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무참히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셀레온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셀레온의 어깨 너머로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셀레온을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발레리 C. 하인즈:(도망치게 해주기로 했는데, 돈을 주고.. 아.....) (당신의 간절한 시선이 뇌리에 박혀 떠나가질 않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제가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저를 만나러 오십시오.
마침내 연행되는 셀레온이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오롯이 모든 걸 결정할 텐데.
발레리 C. 하인즈:어떻게 하긴... (떨리는 손에 억지로 힘을 주어 주먹을 꾹 쥐더니 셀레온의 방으로 달려가 침대 밑에서 권총을 꺼낸다.) 이걸 쓰든 안 쓰든.. 만나보기는 해야할 것 아니야. (아직 아무것도 못 들었어. 아무런 설명을 못 들었다고.)
셀레온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발레리 C. 하인즈:뭐야 이건, 새벽엔 못 본 건데.. (상자를 꺼내어 뚜껑을 열어본다.)
꺼내 뚜껑을 열려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 할까요?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떨리는 손으로 양피지를 집어 천천히 풀어내기 사작한다.)
종이를 펼치면 <시간을 돌리는 주문>이 적힌 상태입니다.
SAN Roll
기준치: |
83/41/16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발레리 C. 하인즈:(꼬였던 무언가가 서서히 풀려가는 느낌에 눈을 크게 뜬다. 그러니까...)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어렴풋 떠오르는 셀레온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
발레리 C. 하인즈:죽임을......(너무 혼란스러운 나머지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자각하지 못했다.) ..흉터가, 그렇게나, 있.. 있었는데. 그러면 레온은 도대체... (몇 번을.)
(벌벌 떨리는 몸을 겨우 일으켜 총을 챙기고, 양피지도 챙긴 발레리는 유치장으로 향한다. 가면, 일단 얼굴에 양피지를 던질 것이다. 유치장을 양피지가 뚫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관심 밖이었다. 일단, 던진다. )
발레리가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철창살 너머에 앉아있는 셀레온은 고요한 낯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와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아가씨.
발레리 C. 하인즈:...감사하고 나발이고! (쾅! 정말 던진다. ..진짜로 양피지 두루마리 던졌다. 물론 당신에게 닿지는 않았겠지만.) 설명해. 지금 당장. 내가 이해한 것들이 맞는지 설명하라고. 린튼 가문 사람들이 계속 실종된 거. 그거 다 네 짓이지?
셀레온 K. 카르디안:(창살에 두루마리가 거칠게 부딪혀 떨어진다. 그 모습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무덤덤하게 지켜본다. 당신의 날카로운 질문에 한참 말이 없었다. 괴로운 것인지, 후련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혼재된 낯으로 당신을 묵묵히 응시하다 입을 연다.) 예. (유순한 대답이었다.) 시간을 몇 번이고 돌려서 그들을 죽여 왔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하...... (바라던 대답이었는데도 답을 들으니 오히려 탈력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도대체 왜. 무슨 연유로 당신이 그들을 죽여온걸까?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이고 저 자신도 죽음을 반복해왔을지..... 차마 그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입술을 꾹 깨문다.) ...그럼 왜 죽인 건데요. 왜 린튼 가문을 없애려고 한 건데. 도대체 뭘 위해서?
셀레온 K. 카르디안:... ... ... 모든 것은, 발레리. (당신의 고운 이름을 입에 담는다. 동시에 두 눈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유치장 속 홀로이 빛나는 흰빛 홍채에서 간절함과 애원함이 읽혔다.) 아가씨,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아가씨가 대신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제가 떠안아야 할 죄악이고 죄업일 테니.
... 총은 챙겨오셨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전부터 자꾸 날 위해서, 날 위해서! (창살을 붙잡고 앉아있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얼굴을 와그작 구긴다.)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요? 당신이 떠안아야 한다고? 웃기지 마요! 날 위해서라며, 그럼 내가 엮여있는 것 아니야? 그럼 뭐든 좋으니까 제발 말 좀 해주면 안돼?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당신은 살인 사건의 용의자라고 하고, 단서는 자꾸 당신을 가리키는데 믿기 싫었어. 그런데 이지경까지 와놓고, 진실까지 알게 해버렸으면 책임을 좀 져요 제발! 뭔가를 알았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었을 지도 모르잖아요! (분을 이기지 못한 건지, 슬픔을 이기지 못한건지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당신까지 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곳에 두려고 하는 거야? 빌어먹을 저택처럼! 그런 거냐고..! (당신의 마지막 물음을 무시하며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살인마로 의심받았을 때도, 흉터를 들켰을 때도, 유치장에 갇힌 지금도 두려움이나 격분 같은 일반적인 '죄인'의 감정 없이 그저 무덤덤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그였으나, 당신이 화를 내며 눈물을 흘리자 미간이 슬프게 일그러진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다가갔다. 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가만히 감쌌다.) 죄송합니다. 아가씨를 고뇌에 빠지게 만들어, 진실을 알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모든 것은 저의 욕심에서 비롯된 일... ... 끝내는 당신을 이토록 괴롭게 만들었군요. (그토록 서글퍼보였던 적이 있었던가. 죄업의 장막도 꿇리지 못한 의지가 당신의 성토에 간단히 무너질 것마냥 흔들거렸다.)
지금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발레리. 허나 약속드리겠습니다. 저는 반드시 당신의 곁에서 진실을 고할 것입니다. 결코 당신을 고립시키거나 악의를 품고 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 ... 발레리.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가씨라는 호칭 대신 당신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혀 위에 굴린다.) 저는 당신에게... ...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 친애받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 마지막 순간, 제 곁에 있어달라는 부탁을, 감히 드려도 되는 사람입니까?
발레리 C. 하인즈:.....(서럽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당신을 사납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창살 사이로 빠져나온 손이 볼을 감싸는 순간, 화보다는 서러움이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당신의 말을 들으니 더욱더. 아, 나는 결국 이 사람을 죽여야 되는 거구나. 지금, 나는.. 지금의 나는 그를 죽여야만 하는 거구나.) ...미안해 할 것 없어요. 나를 위해서 했다는 일에 사과하면 더 화낼 거에요. 난 그냥.... (속상해서. 당신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나 때문에 그런 짓을 하고 다녔다는 게 너무 슬프고 괴로워서. 그런데 이유도 말해주지 않아서. 그래서..) ..투정이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방금 그 말, 꼭 지켜야 해요. 언젠가 내게 모든 진실을 말해주겠다는 거요. 안 지키면 나 오늘처럼 화낼 거에요. 매일매일 화낼 거라고요. (잠깐 호흡을 고르며 눈물을 닦아내더니) 알아요. 날 조금만 힘들게 해도 죄송하다고 말하는 당신이 그럴 리가 없다는 것 쯤. 하루 이틀 같이 지낸 것도 아니고.. (조금 민망한지 고개를 돌리며 발을 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 당신 쳐다본다.) 방금, 나.. 날.. 발레리라고. (눈치 없는 심장은 이 한순간에 또 감격한 나머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를 또 어떻게 진정시켜야 하나 했지만, 이어진 말은.. 저 말은.. 왜, 자꾸 착각하게 만들지?) ..물론이죠. 당연하죠. 당신 말고 내가 곁에 있어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감히라는 말 같은 거 쓰지 마세요. 얼마든지 있어줄 테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뺨에 흐르는 눈물을 천천히 닦아준다. 언제나처럼 당신을 위한 느릿하고 안정적인 손길이었다. 그는 참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오래 전부터 품은 마음도. 그러나 표현력이 부족한데다 신분이란 넘을 수 없는 벽이 그 마음을 가로막아, 한 번도 터놓고 말할 수 없었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끝내는... 저같이 초라한 사람이 어떻게 모시던 주인을 향해 사랑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그저 당신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족하다. 당신이 저의 곁에 언제든 있어줄 거란 답을 듣는 것으로 족했다. 이것조차도 넘치도록 과분한 마음이었다. 희미했지만, 진심을 가득 담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발레리 또한 제게 미안해하실 것 없습니다. 오로지 저의 독단으로 일어난 일들에 응해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창살이 가로막고 있지만 않았다면, 당신을 이 품에 가득 차도록 끌어안아 줬을 텐데.)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전 당신과 한 약속을 어길 생각이 없습니다. 지나치게 화내는 건 건강에 좋지 않으니,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요.
... ... 괜찮습니다. (장미꽃을 꽂아주었을 적 그러했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게 마지막이니까요.
말도 안 돼. 다정함이라니. 다정할 수가 있다니…….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에게 부담을 안기게 되었지만,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발레리.
발레리 C. 하인즈:...꼭, 내가 해줘야만 하는 일인거죠.
총으로.. 가장 안 아프게 죽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어려우시다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당신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운 것 같아 안타깝다.) 다만 그렇게 된다면 눈을 감아주셔야 합니다. 모든 일이 지나갈 때까지.
발레리 C. 하인즈:미쳤어요? 자살은 안 된다면서요! 싫어요. 해야 된다면 내가 해. 말해요 어서. 어딜.. (후우..) 어딜 쏴야 바로 죽는지.
역시.. 머리일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 자살은 아닙니다. (방법을 설명해줄까 하다가도, 확고한 의지를 보이자 결국 입을 다문다.) 머리, 혹은... (자신의 왼쪽 가슴팍에 손을 올린다.) 심장을.
발레리 C. 하인즈:....알겠어요. (덜덜 떨리는 순으로 권총을 쥔다. 사격은 예전에 배운 적이 있으니 어렵지 않았고, 배우지 않았다고 해도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쏘기란 누워서 스프 먹기다. ) ...당신은 전부 기억하겠지. 그럼, 조금 이기적이게 되어볼까요. (두려움을 숨기려 억지로 미소 짓고는, 당신의 심장을 향해 총구를 조준한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사랑해요. (아마 이 소리는 발포 소리에 묻혔겠지.)
기꺼운 표정입니다. 이 순간이 너무나 익숙한 표정.
당신이 꺼낸 권총에 놀란 경찰들이 뛰어와 제압을 시도하려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방아쇠를 당깁니다. 들리지 않을 사랑을 속삭이며.
탕, 소리와 함께 그대로 총알이 셀레온의 심장을 관통하고…….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퍼뜩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입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또 이상한 짓을 꾸미는 건 아니겠지..
복도를 지나 셀레온의 방으로 향하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셀레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텅 비어있는 방의 모습에 동요를 숨기지 못하고 흔들리는 색이 다른 두 눈동자를 속절 없이 흔든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지? 모든 걸 설명해주겠다고 해놓고. 역시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책상 아래 서랍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저게 뭐지? (가까이 다가가 책상 서랍을 연다. 무언가 남겨져 있길 바라며..)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또 거미네. 진짜 이게 뭐지. (미간을 찌푸리고 거미를 노려보다가 공책을 집어 들어 펼친다.)
공책을 펼치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신문에 적혀있던 실종, 사망자의 명단이 셀레온이 죽인 이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수를 늘려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2/41/16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 아래 필기체로 휘갈겨진 한 문장은 셀레온의 글씨체입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직감이 듭니다.
발레리 C. 하인즈:(흔들리는 눈동자로 노트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도 잠시, 무언가에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음 숙주는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을 지키려고 한 셀레온이 마지막에 할 선택은..) 근데, 어디로 가야 되지?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사용인은 셀레온의 방에서 나오는 당신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합니다.
메이드: 아가씨? 왜 그애의 방에서 나오시나요?
발레리 C. 하인즈:마침 잘 만났네. (메이드의 질문은 무시하고, 조금 다급한 어조로 묻는다.) 셀레온이 어디 갔는지 아니? 방이 텅 비어있길래.
메이드: 셀레온은 방금 떠났는데, 아가씨께 인사하고 가지 않던가요? (고개를 갸웃한다.)
사용인은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이리 답할 뿐입니다.
메이드: 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하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나갔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책상의 종이를 떠올리면, 대강 유추가 됩니다.
린튼의 씨를 말릴 작정인 모양이죠.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든.
그 수많은 살인을 거듭해야만 했던 이유는 당신이었을까요?
손에 피를 그렇게 묻히고, 그렇게 죽어갈 가치가 있는 존재였단 말인가요, 그에게 당신은?
망가지고 다쳐가면서도 지켜야 했던 건가요? 당신을?
발레리 C. 하인즈:(도대체 왜 날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건지 모르겠어. 대체 왜. 그렇게 수많은 죽음을 견뎌가면서..) .. (일단 향해야 할 곳은 아마도 린튼가.) 꼭 만나서, 왜 그런건지 정확한 이유를 들어야만 해.
메이드: 셀레온이 아가씨께 이걸 전해달라 했어요.
발레리 C. 하인즈:(그걸 왜 이제 말하냐고 할 뻔 했지만 가까스로 참고 가만히 편지를 받아 펼쳐본다. 무슨 말을 해놓았을지..)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편지지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또 마지막 순간이다. 또. 마지막... 곁에 있어주는 거야 얼마든지, 오히려 이쪽에서도 제발 그렇게 있게 해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순간에 나는 당신 곁에 있을 수 없다니. 돌아오겠다는 말을 믿기 어려웠다.)
그래요.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 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깊이 애정했나 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목숨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험한 일을 해본적이 없으니, 그 각오를 쉬이 실감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위해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는 건 싫어. (발레리는 당연하게도, 저택을 나섰다. 아마도 셀레온이 있을 린튼 저택으로.)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지방의 한 호텔이었습니다, 분명.
아마 그쪽에 린튼의 구성원이 머물고 있던 모양이죠.
발레리 C. 하인즈:(당장 달.. 아니, 마차를 타고 가는 편이.. 잠깐 고민하던 발레리는 가문의 마차가 아닌 일반 마차에 돈을 내고 올라탔다. 가문 사람이 따라가면 어떻게 꼬일지 모르니까.)
당신은 셀레온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하여 일반 마차를 잡아탈 만큼 용의주도했죠.
누군가 진정 만류했다고 한들, 그런 게 중요하던가요?
셀레온이 향한 장소는 린튼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호텔 안쪽으로 발을 내딛지만, 셀레온의 흔적은 찾기 어렵네요.
당연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 계획적으로 움직여왔으니.
호텔 직원에게 린튼 가 일원의 행방과 셀레온의 행방을 물어볼까요?
발레리 C. 하인즈:(도착한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마자 다급함을 최대한 내리 누르고 직원에게 다가간다.) 린튼 가문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호텔 직원:죄송합니다만, 숙박하시는 고객의 정보는 비밀에 부치고 있습니다.
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인기능> 판정을 성공해야 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비밀이라니, 린튼 가의 일원이 될 나한테 그것 하나 알려주지 못하나요? (다급함을 숨기고 여유로운 미소를 가장하며 묻는다.) 이름이 뭐죠? 내가 기억 해놔야 할 것 같은데.
위협
기준치: |
30/15/6 |
굴림: |
55 |
판정결과: |
실패 |
호텔 직원:그게 호텔의 방침인지라... 그런데, 린튼 가의 일원이 되실 분이라고요?
발레리 C. 하인즈:그래요. 방침이고 뭐고 얌전히 말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가족 좀 보러가겠다는데 왜 막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네요.
위협
기준치: |
30/15/6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호텔 직원:으음... 가족이 되실 분이라면 마냥 막을 수는 없겠군요. 린튼 가 분들은 2주 전쯤부터 VIP룸에서 숙박하고 계십니다.
발레리 C. 하인즈:2주 전이요? 누구 만날 사람이라도 있다던가요? 저택을 놔두고 그리 오래 머물다니.
호텔 직원:바깥으로 거의 나오질 않으시고 룸서비스를 시켜도 문 앞에 놓고 가란 말씀만 하셔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저희 직원들도 모릅니다. 외출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급히 볼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발레리 C. 하인즈:내 지인이 같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럼 하나 더 물어보죠, 오늘 큰 체구에 피부색이 어두운 남성이 여길 찾지 않았나요?
호텔 직원:(떠올리는 듯 고민하다가) 혹시 그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발레리 C. 하인즈:셀레온 나이트 카르디안이에요.
호텔 직원: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온 손님 중에 그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분도 린튼 가 손님들을 찾았던 기억이 나네요.
바깥으로 유독 자주 돌아다니시던데... 근래, 밖에서 살인 사건이 자주 일어나 흉흉하다며 다른 손님들도 다들 외출을 꺼리는 판이십니다. 왜 굳이 위험하게 외출을 하시는지.
발레리 C. 하인즈:며칠 전? 정확히 얼마나 있었는지 아나요? 어딜 돌아다녔는지는 알리 없겠죠.
호텔 직원:대략 닷새쯤 된 것 같습니다. 어디로 외출하시느냐 여쭈어도 대답해주지 않으셔서, 그것까진 잘 모르겠지만요.
로비 내부에 귀를 기울이면, 마침 룸 서비스를 시키는 전화가 울립니다.
카운터 안쪽의 직원이 저들끼리 대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직원: 린튼 가 사람들이야! 또 룸서비스를 시켰대. 901호실 맞지?
발레리 C. 하인즈:(901호실에 린튼 가 사람들이 있다고? 그럼 가줘야지. 재주 좋게 호실을 들은 발레리는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에 셀레온이 있길.)
발레리는 망설임없이 9층을 향해 발을 내딛습니다.
901호실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셀레온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발레리? (엄지손가락으로 낯에 튄 피를 닦아내다가 당신을 발견하곤 일순 눈이 커진다. 그러나 퍽 침착하고 차분한 것이, 아마 당신이 찾아오리란 것을 어렴풋 짐작한 모양이다.)
총성이 들렸으니 곧 위험해질 겁니다. 어서! (그리곤 당신이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비상구로 뛰쳐간다.)
<민첩> 판정을 통해 사라지는 셀레온의 뒤를 쫓아갈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총성을 들은 직원들과 손님들로 뒤쪽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네요.
길고 긴 비상구 계단의 중간에서 셀레온을 붙잡습니다.
이전보다도 더 상처가 늘었고, 없었던 거즈와 반창고까지 덕지덕지 붙어있네요.
피곤하고 초췌해 보이는 낯은 그가 더 많은 살인을 지나왔음을 알립니다.
발레리 C. 하인즈:레온.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당신의 상태를 살핀다.) 뭘 한거에요? 린튼을 또 죽였나요? 아니, 아니다. 이건 상관없어요. 내게 제대로 설명해주겠다고 했잖아요. 아이호트 일족이라는 건 대체 어떻게 알게 된거고, 당신은 도대체 뭘 하려던거에요? 또다시 사라져서 뭘 하려고 했길래 편지에 다시 마지막 순간이라고 한 거냐고요. (제발 말해주기를. 일그러진 표정에 간절함이 담겼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이번이 마지막 타겟이었습니다. 당신에게 전부 설명해드리겠다고 했었지요. 그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피로에 찌든 낯이다. 당신의 시선이 닿는 것을 느끼곤 거즈를 떼어내야 하나 망설였지만, 지금은 겉모습이 어찌 보이느냐보다 더 간절하고 더 바라는 것이 있었다.) 어떻게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당신의 추진력이라면 그럴 거란 예상은 했지만... ... (말의 내용은 책망하는 투였지만, 오히려 표정은 반갑고 기뻐 보였다.)
끝이 머지않았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모든 걸 고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한 번만 당신을 안아봐도 될까요.
발레리 C. 하인즈:(피곤해 보이는 당신을 그저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자신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는 지 알 수 없었다. 혹시 당신은, 당신도 날..) 못 올 곳에 온 것도 아니잖아요. 일어나자 마자 당신이 없다는데 마냥 편지만 보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작게 미소했다가, 이어진 말에 입술을 꾹 깨문다. 뭘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너무 답답한데, 자신을 위해서 수많은 죽음을 감당한 당신에게 섣불리 무어라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거 일일히 묻지 마세요. 당신이라면 얼마든지 안아도 되니까.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이 대체 뭐예요. (..) 나 두고 가는 건 아니죠?
셀레온 K. 카르디안:원래 이리 먼 곳에 올 때는 제가 곁에서 시중을 들어야 하는 게 맞건만, 하인의 본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와중에도 사과의 말을 하면서, 두 팔 벌려 당신을 끌어안아본다. 이 품 안에 당신을 가득히 껴안는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었던가. 당신의 체향과 먼 바깥의 바람 내음이 희미하게 풍겨온다. 한참이나 당신의 체온을, 부드러운 머리칼과 옷의 촉감을 느끼며 눈을 감고 있었다. 저로 인해 벌어진 비상구 바깥의 소란과는 완전히 유리된 듯이. 그에게서는 주인을 알 수 없는 혈향이 풍겨왔다.) 때가 되면 전부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말뿐이었다.)
발레리 C. 하인즈:왜 이럴 때까지 그렇게 사과를 해요. 안 해도 된다고요. 미안해요. 당신이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어서. (미인함에 눈을 내리 깔고 순순히 당신이 아는대로 안기고, 마주 끌어안는다. 또다시 심장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뛰기 시작했다. 분명 바깥은 아까의 총성 때문에 혼란스러울 것임에도 자신에게 느껴지는 것은 당신의... ..잠깐, 이 향. 낯설지만은 않은, 최근 들어 자주 맡아봤던 향에 당신에게서 떨어져나와 당신을 쳐다본다.) 레온, 지금. 이거.. 피냄새. 당신한테서 나는 거죠? 어디 크게 다치기라도 한거에요? 때가 되면 알게 된다는 소리만 하지 말고, 나 혼자 두고 가지 않겠다고 약속이라도 해줘요 제발.
셀레온 K. 카르디안:... ... 린튼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제 숨길 이유도 없겠다 싶었는지 순순히 말해준다.) 살인을 해오며 흔히 겪었던 일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간단히 지혈도 마쳤고요.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쓸어내린다. 단둘만의 시간이 영원히 이어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끝내 소리로 내어 대답하진 않았다.) 시간에 맞춰 기차표를 예매해 두었습니다. 경찰이 오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가도록 하죠.
발레리 C. 하인즈:흔하게 겪었던 일이라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걱정을 안 할 수가 있어야죠. 진짜.. (당신을 질책하듯 바라보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손길은 거부하지 않는다. 자신의 질문에 끝내 소리내어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고, 불안했지만 더 이상 말해줄 거 같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마지막 순간이 그저 모든 일이 끝나고, 당신과 함께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순간이길..) 기차표까지.. 성실하네요. 알겠어요. 가죠.
셀레온 K. 카르디안:익숙해졌으니 괜찮다는 뜻이었습니다만, ... 자꾸 당신을 걱정시키기만 하는군요. (유치장에서부터 바뀐 호칭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던 것일까. 혹은 아직 설명하지 못하고 가슴 안에 품고만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 때문일까... 그저, 당신이 웃을 수 있기를,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은 채 계단을 내려가고 호텔의 뒷문으로 빠져나간다.)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는지, 셀레온은 기차에 올라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기차 안에서 곤히 잠든 셀레온은 살인마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덜한, 살해를 거듭한 굳은 살이 박힌 손.
셀레온이 잠든 사이 발레리는 신문을 볼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셀레온의 상처를 살피던 시선을 거두고 신문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어떤 내용이 실려있을까. 호텔에서의 살인사건?)
1면에는 속보로 뜬 린튼 가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힌 상태입니다.
문득 복도 건너편의 누군가가 셀레온을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걸까요?
발레리 C. 하인즈:(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발레리는 제가 쓰고 다니는 베일을 셀레온의 얼굴에 덮어주고는 쳐다보는 사람을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본다. 뭘 봐?라는.. 뜻을 담아서. 그러더니 다시 셀레온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발레리의 눈빛을 받은 상대방은 당황한 티를 내다가 급하게 다음 역에서 내립니다.
셀레온은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깹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눈을 깜박거리다가, 제 위에 씌워진 베일을 발견하곤 의아하게 만지작거린다. 곧 당신의 베일임을 깨닫고는) 어쩌다 이걸 제게...?
발레리 C. 하인즈:아, 신문에 아까 호텔에서 있었던 일이 쓰였거든요. 그것 때문에 자꾸 레온 쳐다보길래 그냥 가렸어요. (머쓱하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너무 잘 자고 있어서 차마 거두지도 못했다는 걸 말할 수도 없고, 깨기 전에 치울까 했는데.)
셀레온 K. 카르디안:그래도 당신의 것이니 귀한 옷감일 텐데... (이런 걸 자신에게 덮어줘도 되나, 하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래도 퍽 마음에 드는 듯 베일을 거두지 않은 채 끝부분을 몇 번이나 쓸어본다. 누군가 보면 꽤나 우스워했겠지. 건장한 남성이 베일을 쓰고 있으니.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은 지 한참이나 되었다.)
발레리 C. 하인즈:뭐 어때요. 그 주인인 내가 걸쳐주겠다는 데. (당신이 베일을 쓰고 만지작 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한다. 묘하게 잘 어울리는 듯한 모습이다. 아니, 그냥 눈에 뭐가 씌여서 그런 건가. 아무튼간에 자신의 것을 걸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이럴 상황이 아닌데도.)
셀레온 K. 카르디안:(실크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올렸다. 잔잔한 미소가 어린다.) 이제 거의 도착한 것 같군요. 이만 저택으로 돌아갈까요. 정원의 히스 꽃을 보고 싶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마주 미소지어주며 걸음을 옮긴다.) 그래, 같이 가야지. 저택을 아침에 나왔는데 밤이 되어서야 들어가네.
기차에서 내려, 걷고 걸어 저택으로 향합니다.
저택 뒤쪽에 난 정원으로 걸어갑니다. 셀레온이 꽃밭에 섭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셀레온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달빛 아래 눈을 감는다. 그의 잿빛 머리칼이 눈부신 달빛을 받아 마치 홍채마냥 흰색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이 왜 그리도 아련하고 애달프게만 보이는지. 지독하게 피로에 절어버린 모습 탓일까.)
그가 꽃무더기 사이로 주저앉듯 무릎을 꺾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 (그런 와중에서도 그는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오래 전부터 이 애칭을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당신이 말하는 마지막 순간은 결코 저가 바라는 것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당신이 힘없이 무릎을 꺾는 는 것을 보며, 심장이 꺼지는 것만 같았다. 부정하고 싶었다. 혼자두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저 고개 끄덕임일 뿐이었지만 그랬잖아. 조용한 걸음걸이고 당신의 옆으로 가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는다. 당신의 입에서 애칭이 나올 때가 하필이면 이런 때라니,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잖아. ...) ..나도, 당신에게 듣고 싶었어요. 내 애칭.. (목이 메이는 기분이 들어 말을 길게 이을 수 없었다.) ..지금이, 당신이 말했던 마지막 순간이에요?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셀레온이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런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빨리 용기를 낼 걸 그랬습니다. (한참이나 침묵하였다. 지난한 꽃향기가 풍겨오고, 달빛이 한가득이 쏟아지는 순간, 사랑하는 당신과 단 둘만이 함께하는 시간. 오래도록 바라왔던 순간이건만 순수히 기뻐할 수가 없었다.) ... ... 모든 것을 말씀드릴 시간만큼은 남아있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그는 슬프게 웃었다. 굳이 소리내어 말하지 않더라도 알겠지.
마지막이 임박하였음을.)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인영이 흐릿하게 보여 몇번이고 눈을 비비고, 부정해봤다. 그럼에도 눈앞의 현실은,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은 변하지 않아서. 결국은 인정이 눈동자를 넘어 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요, 말해줘요. 당신이 왜 그런 일을 시작한 건지, 지금의 상태는 뭔지. 그리고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전부.
셀레온 K. 카르디안:... ... 당신의 결혼 소식을 듣고 린튼 가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이 전부, 아이호트라는 기이한 존재의 일족이 차지한 숙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숙주가 린튼 가를 먹어치운 것에 만족하지 않고 번식하려 한다는 사실 또한. 그들이 다음 숙주로 고른 이가 바로 레리, 당신이었습니다. (느릿느릿 이어지는 목소리는 고저없이 담담하다.) 존재를 대가로 바쳐 시간을 돌렸죠. 이번이 마지막 회차였습니다. 그 안에 모든 숙주들을 죽여야만 했는데, 성공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지금껏 당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 ... 지금껏 지나온 회차에서는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을 털어놓으면 시간이 돌아갔을 때 기억이 남아있어 여러모로 일이 어려워지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마지막이기에... 당신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에.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가만히 감쌌다. 아직은 체온이 느껴졌으나, 이전보다는 희미한 온도였다.)
결혼 소식을 듣고 린튼을 조사한 것도, 수없는 상처를 입으면서도 시간을 돌리고 살인을 한 이유도... ... (이제 와서야 전부 털어놓는, 지금껏 간직하고만 있었던 마음.) 레리,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 오래 전부터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이제야 꽃을 틔울 수 있는 싹. 그러나 그 꽃은 피어나자마자 향기 한 번 풍기지 못한 채 스러지고 말겠지.) 그러나 하인의 처지로는 감히 털어놓을 수 없으니, 그저 당신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 제 고집으로 당신을 상처입히고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모든 것은 저의 아집이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러니까, 결국은 나를 살리려고 이렇게, 이런 일을.. (두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신을 숙주로 쓰기고 했다느니 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기도 했고 딱히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것은 자신을 위해 당신이 존재조차 버렸다는 것, 수많은 시간을 반복해오며 얼마나 괴로웠을지, 겨우 저 하나때문에 그걸 각오했다는 사실이..) ... (이어진 사랑 고백에는 그저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신분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런 상황에서 밖에 말을 못하게 하는가. 왜, 가장 기뻐야 할 고백에 슬픔만이 느껴지는 것인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대답은 해주어야 했기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최선을 다해 미소 지었다. 당신이 아름답다 해주었던 미소를.) ..미안해하지 말아요.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날 위해서였다는 것 만큼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 그리고 나도, 나도 당신을. (마지막이니까, 조금 더 욕심을 내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고개를 움직여 희미한 당신의 입술에 제 입술을 짧게 대었다가 뗀다.)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진심으로.
셀레온 K. 카르디안:(길고 지난한 여정을 걷기로 결심한 데에는 사랑뿐 아니라 자포자기의 심정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어차피 당신은 저 같은 하인을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 사랑해선 안 되는 것이니까. 귀족과 사용인의 세계는 하늘과 땅끝만큼 멀고 다르다. 당신을 긴 시간 모셔 오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 바였다. 마지막이기에 바늘구멍에 꽃을 집어넣는 심정으로 겨우겨우 어렵게 건넸던 고백이지만, 그걸 듣고 당신이 기분 나빠하며 저를 버리고 떠난다고 해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게 저의 처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제가 몇 번이고 반하였던 그 웃음을 지어주고, 입술을 열어 건네는 말은 저와 같은 마음을 담고 있어서. 그제야 삶을 향한 뒤늦은 미련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당신을 두고 떠난다는 고통이 아프게 심장을 찌른다. 담담하기만 했던 낯이 일그러졌다. 당신의 눈가를 닦아주는 손길이 떨려왔다.) 정말... 정말로 저를...? (흐려져 가는 중에도 입술의 촉감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눈을 내리감지 못한 채 당신이 와닿는 순간을 사진마냥 담았다. 다시는 볼 수 없을 순간일 테니. 다시는 닿을 수 없는 숨이고 온기일 테니... 눈물은 흐르지 않았으나, 목이 메어 차마 입을 떼지 못한 채 그저 사랑하는 이의 눈가를 부드럽게 쓸어줄 뿐이었다.)
발레리 C. 하인즈:(눈가를 닦아주는 손길이 상냥하기 그지없어 가만히 미소를 짓는다. 그 누가 예상했을까, 귀족이 사용인을 사랑한다니. 이는 아마 소설이 그저 허구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반증일 것이다. 이 감정이 당신에게 강요가 될까 저어되어 숨기기에만 급급했는데. 결국 내뱉어버린 것이다. 마지막까지 이기적이게도, 이러한 순간에.) 네, 정말로. 전부터 사랑했어요. 이런 때 말하게 되어서.... 미안해요. 정말, 보고싶을거에요. 당신을 잊지 않을게요. 평생.. (눈물을 흘리지 않는 당신을 대신 하겠다는 듯, 발레리의 눈에선 계속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결혼 같은 거,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테죠.
그저, 어디론가 도망쳐 버렸다면... ...
(이제 와 의미 없을 이야기들이다.)
잊지 않아준다는 말, 그 말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준다. 애정을 담은 손길이다.) 이 세상에서 소리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분께서 저를 기억해준다 하시니, 저의 이 비천한 삶도 마지막 순간 큰 의미를 가지는군요. 다만 너무 슬퍼하지는 마십시오. 당신이 그 아름다운 미소와 웃음을 간직하기 바라며 시작했던 일이니 말입니다.
너덜하고 상처투성이인 셀레온은 회한에 잠긴 채로도 평온한 낯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의 끝을 예감하고 받아들인 자의 모습입니다.
가시밭에 온몸이 찔리면서도 신음 한 번 내지 않을 테죠, 당신을 위해서라면.
셀레온 K. 카르디안:... ... 사랑하는 레리, 부디 행복하십시오. (점점 더 투명해지는 손길이 당신의 머리칼에서 목덜미로 내려갔다가, 어깨를 가벼이 감싼다. 고개를 틀고 입을 맞췄다. 아까보다 긴 입맞춤이었으나, 촉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여린 봄의 꽃잎이 금세 잊혀지고 말듯이.)
발레리 C. 하인즈:(가지 말라고 붙잡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눈물은 끝없이 흘러나오고, 목이 메였지만 당신의 입맞춤을 거부하지 않았다. 거부할 수 없었다. 비록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 입맞춤이더라도, 너무나 애틋하고 소중해서. 입을 떨어트리고는, 다시금 미소짓는다.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거에요 레온. 당신이 날 위해 해준 일들 잊지 않을게요.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이 바란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마지막으로 당신의 손을 잡아본다. 제대로 잡히지는 않았으나, 이정도로 충분했다.)
흐려져가는 채로도 셀레온은 손을 움직여 깍지를 낍니다.
그저 곁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이…
달빛 아래 당신을 쓰다듬어주던 셀레온은 어느 순간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수많은 히스-에리카의 꽃들이 향을 내뿜으며 당신의 주위를 감쌀 때,
빛이 허공에서 맴돌고 누군가의 체온이 완벽하게 사라집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무것도. 달빛이 비추는 아름다운 꽃밭에 오직 홀로 남아서, 하염없이, 그저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차바 마지막에 당신에게 짐이 될까 내뱉지 못한 말을 읊조리며.) ..가지 마요. 나만 두고 가지 말아요.. (이 중얼거림이 당신에게 닿을 일은 없겠지. 앞으로, 아마 영원히. 내 인생의 유일이었을 사람, 안녕. 고맙고, 미안했어요. ..당신이 행복해지길.)
묘하게도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이 바라는 것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