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 : 16시간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KPC 셀레온 나이트 카르디안 / PC 발레리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보니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가 보입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발레리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 (0/1d2)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8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발레리 C. 하인즈:하.. 거지같네 진짜. (피와 엉겨붙어 엉켜있는 머리카락을 북북 빗어내리며 일어선다.)
발레리는 엉킨 머리카락을 마구 빗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총을 주울까요?
발레리 C. 하인즈:음 내 팔이 좀 대단하지. (능청스레 중얼거리며 총을 줍는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배고프네? (뺏어먹을 생각 가득.)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발레리를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발레리 C. 하인즈:거기, 음식 좀 남았어? 좀 주지그래?(총을 든 채로 협박한다.)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온기, 식량,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발레리 C. 하인즈:사람 무시해? 야! (총구로 툭툭 친다)
문득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짜증나게 하지 말고 죽어버려.
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어느덧 낯선 사람이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발,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발레리는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이성> 판정 (0/1D3)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발레리 C. 하인즈:(아니...
이게 무슨..##??~~*#?! ..나 죽나?) (어이없는 듯 합니다. 갑자가 이 상태가 되면 누구라도 그러겠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이없어하고 있을 무렵, 가물가물한 발레리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발레리 씨와 셀레온 씨에 의해, 제
68 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일시적인 기억 상실, 전투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일차적으로 한 번 리셋했으며,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 SYSTEM : 꺼져가는 의식의 틈을 비집고, 발레리의 '소중한' 기억이 회복됩니다. ]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보니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발레리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 (0/1d2)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발레리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이제 정신이 드셨습니까.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질문한다. 여전히 두 손은 총을 굳세게 쥐고 있는 상태다. 여차하면 당신을 다시 쏴야 하기 때문이겠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발레리 C. 하인즈:..아오 진짜 골 울리네. 이제 괜찮으니까 그거 내려놓지?(당신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미간을 꾹꾹 누르며 일어난다.)
셀레온 K. 카르디안:...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정상적으로 대답하자마자 곧장 총의 장전을 해제했다. 차라리 당신에 대해 잘 모르던 과거에는 발포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었다. 오로지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였으니까. 하지만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지며 외형이나 정신적으로나 인간과 흡사한 모습에 어느덧 정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이.)
울리는 머리를 꾹 누르며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발레리가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셀레온이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셀레온은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발레리가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이전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하였으나, 당신은 과다출혈로 죽고 말았습니다. (간결하게 브리핑을 한다.) 원래 '리셋' 때 자가소생의 시간이 복불복이라곤 하지만, 이번 소생은 어째서인지 유독 느렸습니다. 그래서 식사라도 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배고프진 않으십니까. (초코바 슥 꺼내서 건넨다)
발레리 C. 하인즈:흠.. 그래? (심드렁하게 브리핑을 듣고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초코바를 받는다.) 너 혼자 맛있는 거 먹으니까 좋디? (시비걸듯 말하며 초코바를 한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셀레온 K. 카르디안:...... 소생을 두 번 하는 바람에 다음 임무가 지체되었습니다. (식사할 시간을 따로 낼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항변이지만 왠지 변명처럼 들린다.) 맛 같은 건 느낄 틈도 없고요. 레토르트 식품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아 어쩌라고! 배고파서 날뛰면 한번 더 소생해야하는 거 아니야? (흘겨보며 초코바를 삼키고는) 하여간 재미 없다니까. 그래서 다음 임무는 뭔데.
셀레온 K. 카르디안:배고프다고 이성을 놓아 버리시면 안 됩니다. (훈계하듯 딱딱하게 읊는다. 재미없단 말이야 익숙했다.) 다음 임무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당신에게 설명하며, 지도를 함께 펼쳤다.) 시간이 부족하니 바로 돌입할 예정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놓겠니? 하여간 파트너에대한 신뢰가 없어요 신뢰가.(자기가 먼저 말해놓고 뻔뻔하다.) 흠...(지도를 보더니 혀를 한번 찬다.) 멍청하게 대피 실패나 하고.. 귀찮게 됐잖아.(못마땅하게 중얼거리고는) 빨리 가자.
셀레온 K. 카르디안:신뢰가 없다면 당신과 지금껏 어떻게 그 수많은 임무를 해내왔겠습니까. (조크를 조크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 ... 그런 말을 하시면 안 됩니다.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 (딱딱하기만한 태도에 혀를 찬다.) 저래서야 친구도 없겠네. 야, 너 친구없지.(이런다) 그게 내 알바야? 그 인간들 때문에 일이 번거로워졌잖아. 불가능하든말든 남의 사정이지. (심드렁하다.)
셀레온 K. 카르디안:제 친구가 몇이나 되는지는 이번 임무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같군요. (단호하게 잘라낸다.) 예상치 못한 임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어라 말해봐야 당신의 생각을 단번에 바꿔놓을 순 없으리란 걸 잘 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곤) 적어도 시민들 앞에서 그런 언행을 하진 마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진짜 재미없네. (혀 차고 이어진 말은 가볍게 넙긴다. 어차피 당신도 자기가 바뀔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을테니.) 글쎄, 그건 걔네 하기 나름이지.
셀레온 K. 카르디안:... ... 하아. (결국 한 차례 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고 만다.) 언행 교정 교육이라도 대신 신청해드려야 하는 건지 싶군요. 저희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 사명을 띄고 있는지는 인지하고 계십니까?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런 거 안받아도 임무엔 문제없거든? 과정이야 어찌됐든 인간 구하고 크리쳐 놈들 죽이면 되는거잖아. (말을 할 때마다 입김이 나와 미간을찌푸린다.) 아 거슬리네. 숨을 쉬지 말아야하나.
셀레온 K. 카르디안:... ... (목티를 좀 더 끌어올리라는 듯 제 옷깃을 매만지는 시늉을 한다) 단순히 임무만 끝내면 된다고 여기기엔, 저희의 어깨에 걸린 생명의 무게가ㅡ
셀레온이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발레리 C. 하인즈:추워죽겠는데 헬기 장난하냐.(짜증)
셀레온 K. 카르디안:탑시다. (군말없이 헬기에 오르곤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발레리 C. 하인즈:(내밀어진 손 힐끔 보더니 무시하고 혼자 올라탄다. 조금 버벅거리기는 했지만 아무튼)
셀레온 K. 카르디안:그러실 바엔 그냥 잡지 그러십니까... (봄...)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시끄럽다면서요? 하는 눈)
셀레온 K. 카르디안:(정자세로 앉아서 묵묵히 정면만 본다)
헬기가 날아가는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셀레온 K. 카르디안:...... (반응 없이 창 바깥의 눈 시리도록 푸른 야경과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잡은 어둠 같은 풍경이나 구경한다)
발레리 C. 하인즈:(계속 찌른다. 그냥 손이 심심해서 하는 행동인듯)
셀레온 K. 카르디안:(한참 쿡쿡 찔리다가 시선 안 준 채 입만 연다) ... 뭐하십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은 촉감놀이를 할 연령대는 아닙니다만. (손 잡아서 발레리 무릎 위에 얌전히 놓아준다)
발레리 C. 하인즈:(질색하면서 손 빼낸다.) 순순히 내 장난감이나 되시지. (쿡쿡)
셀레온 K. 카르디안:사람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굳-건)
셀레온 K. 카르디안:이럴 시간에 지도나 한 번 더 살펴보고 임무 내용이나 한 번 더 복기하십시오. (손 다시 잡아서 임무 내용지에 올려줌)
발레리 C. 하인즈:임무 복기는 무슨. 알고 있으니까 너나 하시든가. (당신 가슴팍에 임무 내용지 던지듯이 넘기기고는 계속 쿡쿡 찌른다..)
셀레온 K. 카르디안:하아...... (이런 아이 같은 장난에 익숙해질 때가 되긴 했는데 왜 익숙해지질 않는 것인지. 그냥 해탈한 표정으로 찰흙마냥 찔린다)
발레리 C. 하인즈:(해탈한 표정 보고 피식 웃더니 창밖으로 시선 돌린다. 여전히 쿡쿡 찌르면서.) 근데 언제 도착해? 더럽게 머네.
셀레온 K. 카르디안:(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걸 보고서야 저를 찔러대는 손길로 시선을 내린다. 손을 붙잡아 깍지 끼는 상상을 하며 무심하게 대답한다)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창백한 푸른빛을 띕니다.
가는 빛줄기 사이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 신속하게 진입해야겠군요.
발레리 C. 하인즈:흐음~..(저런 곳에서 임무 수행할 걸 생각했는지 혀 찬다.) 후딱 끝내야지 어휴..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셀레온과 발레리는 맨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허공을 한 바퀴 돈 발레리가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셀레온을 받아볼까요.
발레리 C. 하인즈:
민첩
기준치: |
99/49/19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셀레온 어깨에 들쳐맨다.)
턱, 소리와 함께 발레리는 셀레온을 가볍게 어깨에 들쳐맵니다.
셀레온은 상당히 거구이지만... 그 정도야 발레리에게 무거운 정도도 아닙니다.
발레리 C. 하인즈:어어 혹시 공주님 안기라도 기대했니? 그렇다면 유감이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런 건 아니지만... 갈비뼈가 눌린 것 같습니다. (두꺼운 방탄복을 감쌌으니 비교적 덜하긴 했지만, 안정적인 자세에 비해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듯)
발레리 C. 하인즈:안 부러졌으면 된거지 뭐. (던지듯 내려주고 손 탁탁 턴다.) 다음엔 그렇게 받아줘? (아까 그 자세가 효율 개똥인 자세라는 걸 자각한듯 묻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반쯤 던져짐) 됐습니다... 제가 더 단련하면 되겠죠.
셀레온 K. 카르디안:발레리... 당신 지금 몹시 유치하십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포기)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됐고 임무나 하자는 마인드) 미처 피난하지 못한 이들은 긴급 대피 구역에 뭉쳐있을 겁니다.
셀레온의 손가락 끝이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습니다.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어디부터 가면 좋겠습니까. (무심히 묻는다)
발레리 C. 하인즈:지하철부터. 불꺼지면 제일 곤란해 거긴.
셀레온 K. 카르디안:알겠습니다. 그곳의 대피구역은 A역이라는군요. 곧바로 이동하도록 하죠.
역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으며 신속히 진입합니다.
앞서 걷던 셀레온이 발레리가 있는 쪽을 흘낏 쳐다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왜 자꾸 시비십니까? 지하철을 타본 적 있냐고 여쭤보려 했을 뿐입니다만.
발레리 C. 하인즈:안부 인사지. 슬슬 익숙해질 때 되지 않았어? 그리고 임무 나갔을 때 타봤어. 참나 내가 갇혀살기만 한줄 아니? (맞음)
셀레온 K. 카르디안:안부인사에 좀 더 교양을 담아 주신다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시선이 컴컴한 역 내부로 떨어진다) 적어도 저와 함께한 3년간 그런 임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이전 파트너와의 일입니까?
발레리 C. 하인즈:바랄 걸 바래라. (손 휘적휘적 젓고는) 어. 대충 그래.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따라서 역 내부를 바라본다. 전 파트너에 대한건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 임무에 집중할 수 밖에.)
타본 경험은 있지만, 원체 옛날인지라 기억은 다소 가물가물합니다.
좀 갑갑하긴 한데, 셀레온은 말을 이어가며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처음 탔을 땐 적응하기 꽤 어렵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옛 파트너에 관해 궁금한 점이 없진 않았다. 사실, 많았다. 당신과 친밀해지고 정이 들수록 더더욱, 자신이 몰랐던 과거를 알고 싶어졌다. 하지만 당신이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아 하는 기색이었으니 이번에도 캐묻진 못할 수밖에.) 저는 종종 지하철이나 기차,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크리쳐가 나타난 이후론 어려워졌지만 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대충 배우긴 했어. (파트너가 알려준거지만) 썩을 노선이 복잡해서 짜증났었지. (어려웠다는 뜻이다. 자꾸 파트너가 생각나서 짜증나는지 머리 근처를 손으로 휘휘 젓는다.) ...어쩌라고. (인성..) 과거 자랑이라도 하잔거니? 난 갇혀있어서 하늘이 궁금했어. 끝. (빨리 가자는 듯이 척척 발걸음을 옮긴다. 과거는 그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매정한 반응은 이미 예상했는지, 묵묵하게 계단을 내려가다가 느릿하게 말 잇는다.) 하늘은 자주 보고 있으니 됐다 치고, 따로 가보고 싶은 곳은 없으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망가진 세계가 뭐가 좋다고. 됐어.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 걸음마다 바스러지는 모래사장과 한없이 새파랗게 펼쳐지는 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임에도, 어째서 그 장소가 생각났을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망가지기 전의 세계에서라도 상상해 보십시오. 책이나 영화 등의 매체엔 여전히 남아 있지 않습니까. 전 종종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영화들을 보곤 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 좋을 게 있다고. 현실은 망가진 곳인데. 상상에 의미가 있어? (머릿 속에 어딘가가 떠올랐지만 능숙하게 속내를 감추고 짜증스레 대답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 언젠가 이 사태가 종식되면 가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막힌 항로도 다시 뚫릴 테고, 폐쇄된 국경도 열릴 테니 말입니다. (언젠간 당신과 함께 여행을 가면 좋겠다고, 옅은 희망이 어렴풋 마음 속에 맴돈다. 저를 썩 좋아하지 않으니 요원하겠지만서도.)
발레리 C. 하인즈:이게 끝날거라고 생각해? (발레리의 세계는 좁았기에 외국은 가정에조차 없었다.) 그런건 나중에 생각하시지. 희망적인 생각보단 부정적인 생각이 정신건강에 이로울테니까. (플래그도 방지하고.)(..)
셀레온 K. 카르디안:보통 반대 아닙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거란 발상은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어떤 의도로 말하신 건지는 알겠습니다만. (의미없는 희망을 품어보았자 제 마음만 다친다는 뜻이겠지. 그 정도로 큰 희망도 되지 못했다. 그저 실바람같은 한 줄기 꿈일 뿐.)
... ... 언젠가는 끝날 거라고 믿어야죠. 모든 재난에도 끝은 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같잖은 희망을 가졌다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야. (가라앉은 눈빛으로 쳐다보곤) 그래, 알겠지. 그 나이 먹고 모르면 나잇값 못하는거니까. (금세 평소처럼 돌아와 어깨 으쓱) 글쎄? 난 잘 모르겠네. (소원처럼 들리기도 하는 당신의 말을 가볍게 넘긴다. 스스로도 원하고 있으면서.)
셀레온 K. 카르디안:저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버텨보이겠습니다. (바위마냥 굳건하고 단단한 사람, 그것이 저였으니까. 당신이 기대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뒷말은 차마 덧붙이지 못한다. 당신은 제가 아니어도 그 자체로도 독립적이고, 강했으니까.)
긴 계단을 내려가 역 내부로 들어서면, 비어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네가 과연? (말투에서는 신뢰가 묻어나지 않지만 내심 그러기를 원하고 있다. 3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흠.. 아무것도 없네. (역을 둘러보며)
발레리 C. 하인즈:아.. 허탕인가. 빨리 다른 쪽으로 가야겠네.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지하철역의 재난용 상비함에서 비상식량(섭취 시 HP 1D3 회복)을 발견합니다. 운이 좋았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조용하군요. 누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철로로 훌쩍 뛰어내려가 안쪽까지 샅샅이 훑어본다) 그럼 다음은 어디로 가면 좋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잠깐 고민하더니) 덜림판의 계시가 내려왔어. 학교로 가자.
셀레온 K. 카르디안:뭡니까, 그 이상한 발음은...?
발레리 C. 하인즈:뭔가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아무튼 학교로 가자.
셀레온 K. 카르디안:(어쩔티비와 비슷한 맥락인가 생각함)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발레리가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이곳의 긴급 대피 구역은 강당이라고 합니다. (지도를 들여다봤다가 고개를 든다. 학생이었던 과거를 상기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잠시 감상적인 표정이 스친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 근데 강당이 어디야. (감상적인 표정이고 뭐고 안내하라는 듯이 빤히 쳐다봄)
셀레온 K. 카르디안:그건 저도 좀 더 찾아봐야 합니다. 학교마다 구조가 같은 게 아니라서요. (표지판으로 다가가 표식들을 찾아본다.)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군요.
발레리 C. 하인즈:좋아 출발. (내비게이션 취급하는지 고개 끄덕이며 약간 뒤에 자리잡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인간 내비게이션이 되었다... 강당이라 적힌 곳으로 걸어가며) 전 3년 내내 부반장을 했었습니다. 선도부도 겸임해서, 매일 이 교문 근처에서 학생들의 복장을 점검하던 기억이 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부반장..? 아 2인자 같은건가. (선도부..) 둘 다 너랑 어울리는 거 알아? 특히 그 복장 점검하는 거. (근엄한 무표정 짓더니) 학생이면 학생답게 교복을 제대로 입으십시오. 이랬을 것 같은데. 맞지? (장난스레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렇죠, 학생 간의 위계에서 둘째 가는 자리입니다. 어울린다는 말은 자주 들었긴 했습니다. (근엄한 표정으로 말투 따라하는 모습 보며 자기도 모르게 작게 미소한다) 예, 너무 똑같아서 제 옛날 모습을 어디서 보고 오신 줄 알았습니다. 융통성이 없다며 걸린 학생들에게 미움도 많이 받았죠. 별 신경은 안 썼습니다만. 규율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웃지마. 웃으니까 소름돋아. (아니다. 그냥 해본 소리다.) ..(알만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참나, 크리쳐보다 못한 인간 같으니. (블랙 조크 날리기)
셀레온 K. 카르디안:...... 소름돋을 정도입니까. (손 올려 스르륵 입가 가린다) 전 당신이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곤) 아무리 그래도 크리쳐보다 못하단 말은 좀 심하지 않습니까. 저 성적도 좋고 선생님들께 항상 칭찬만 들으며 자랐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귀 후비적..) 아무튼 어. 좀, 소름돋아. (짓궂게 웃더니) 아하~ 나도 크리쳐인데 심하다? 그래 알겠어. 크리쳐가 다 그모양이지 뭐.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거지~ (놀리는 게 분명한 목소리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럼 앞으론 웃는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해야겠군요. (여남은 웃음기를 지우기라도 하듯 제 입가 손등으로 슥 문지른다.) 당신은 다릅니다. 그들은 지성 없이 무작정 공격만 해대지만 당신은 지성이 있고 뚜렷한 감정도, 의지도 있지 않으십니까. (퍽 단호하다. 그러면서도 당신의 마지막 말에는 문득 안타깝기도 했다. 몇 번이나 죽음과 소생을 반복하는 삶이 어떻게 좋고 편안할 수 있을까. 그러니 당신의 평안을 위해서라도 이 사태를 서둘러 끝내야만 했다.)
발레리 C. 하인즈:뭐 농담이고 좀 웃어 그래야 친구가 생기지. (여전히 딱딱한 반응에 어깨 으쓱인다.) 그래도 결국은 크리쳐야. 몇번을 죽여도 다시 살아나잖아. 인간은 못되지. (자신을 죽일때마다 망설이는 당신을 알지만 모른척 가볍게 말하며 선을 긋는다. 미련을 끊으라는 듯이.)
셀레온 K. 카르디안:친구는 더 없어도 괜찮습니다. 이미 있는 인간관계만으로 충분해서요. (그래도 농담이라는 말엔 안심한다. 손을 내릴 땐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으나 얼마간 부드런 온기가 돌고 있었다.) ... ...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연구소에서 태어났다고 했으니, 크리쳐를 만들 정도의 실력이라면 인간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념이 스쳤지만 그것 또한 의미 없는 이상일 뿐이었다. 당신의 말에 내포된 의미를 읽었으나 순순히 물러서고 싶진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
문득 이야기를 듣던 발레리는 학교의 꼭대기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목구멍 아래서부터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과분한 감정이네요.
발레리 C. 하인즈:(기분이 나빠져 얼굴을 사정없이 구긴다. 누가 날 조종하는 것도 아니고. 이딴 곳에서 그리움이라니, 불쾌했다.)
셀레온 K. 카르디안:(표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보곤) ... 뭔가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아니. 문제는 없어. 그냥 여기서 느낄 리 없는 걸 느껴서. (미간 꾹꾹누르며 표정 핀다.)
셀레온 K. 카르디안:(걱정스럽게 보다가) 그럼, 진입하겠습니다. (강당의 문을 연다.)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강당 한쪽에 놓인 새 음료수 (섭취 시 이성 1D3 회복) 를 발견합니다. 어째 먹을 것들만 얻어가네요.
발레리 C. 하인즈:많이 처먹고 더 구르라는건가. (떨떠름하게 음료수를 챙긴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이곳도 텅 비어있군요. (의아한 듯 고개 기울인다) 다음엔 어디로 가보시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허공을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병원으로.
발레리 C. 하인즈:(고개 끄덕이고 따라간다.)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병원의 긴급 대피 구역은 대기실이라는군요. (복도 걸어가며 병실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발레리는 왼쪽 병실들을 살펴 주십시오. 전 오른쪽을 훑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 (가볍게 고개 끄덕이더니 순순히 왼쪽 병실로 발을 옮긴다.) 빨리 끝내자. 냄새도 별로고 맘에 안들어 여기.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이 층의 마지막 병실 문을 닫으며 셀레온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은 오래 아파보신 적이 없겠죠. 그래서 병원 냄새에도 익숙치 않으신 걸까요.
발레리 C. 하인즈:아마? 애초에 금방 재생되기도 하고. 연구실에서 자주 맡아보긴 했지만. (그래서 더 싫은 걸 지도 모른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렇습니까, 연구실에서...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하지만 금방 재생되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겁니다.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아!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발레리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을지도요.
물론 발레리가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발레리 C. 하인즈:익숙해서 상관없어. 어차피 이런 용도로 쓰려고 데리고 있는 거잖아. (본인이 처한 위치에 큰 불만은 없어 보인다. 현실 자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셀레온 K. 카르디안:그래도 말입니다. (자신이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주제넘은 짓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당신이 크게 다치는 모습도, 당신을 죽여야만 하는 순간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꺼려지기만 했다. 군인인 이상 어느 정도의 부상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겠지만, 당신은 불사의 몸이라는 이유로 주변이나 스스로나 몸을 아끼지 않았으니까.)
다쳐서 오랫동안 누운 채 재활을 하는 게 긍정적이라는 뜻은 아니지만요. 좀 더... 본인을 중히 여기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 또한 폐를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볼 테니까요.
발레리 C. 하인즈:넌 네 일 알아서 잘 하잖아? (그저 사실을 읊을 뿐이라는 듯 목소리는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 한 거야. 몸뚱아리 보전하겠답시고 물러나면 시간이 너무 지체 되잖아. 어차피 재생되는데. (당신이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을 죽이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왜 쓸데없이 정같은 걸 자신한테 붙여서는. 당신이 자신에게 사무적인 감정 그 이상을 가지지 않기를 바랬다.)
셀레온 K. 카르디안:(보통, 사람을 '효율'만으로 따지는 이는 무정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이라며 손가락질당하곤 한다. 그러니 저 또한 당신이 효율만으로 판단받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당신이 사람과 흡사한 외형과 지능을 지녔기 때문일까. 분명히 자신이 처리하고자 하는 크리쳐의 한 종류인데, 당신도. 바로 직전 임무까지도 크리쳐들에게 아무런 사감 없이 총을 난사했었는데. 당신에게 정이 들고, 마음이 깊어갈수록 이기적이고 모순적으로 변해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폭풍우가 치듯 머릿속이 복잡했다. 씁쓸하기 그지없는 심정이었다.) ... ... 모두가 당신을 임무를 수월히 끝내고자 하는 '병기'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 예외에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셀레온 역시 인간입니다.
임무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제 그는 당신까지도 보호하기를, 혹은 보호받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기억이 있는 그 순간부터 보아왔던 인간들은 전부 자신을 병기로 생각했고 그 취급에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크리쳐라는 존재의 위치를 알고 더더욱 이렇게라도 멀쩡하게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매번 다쳐야하고, 죽어야하는 게 괴로웠던 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익숙해졌으니 된 거 아닌가? 자신을 병기로 보든 말든 자신이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온정에 기대봤자 현실은 변하지 않으니까.)..그래서 뭐 어쩌라는건데. 나 너무 힘들고 괴로워~거리면서 엉엉 울길 바래? 그래봤자 나는 다쳐야하고 너는 그런 날 죽여야하는 건 바뀌지 않는 걸. 쓸데없는 말 말고 임무에 집중하시지?
셀레온 K. 카르디안:그런 게 아니라... ... 긴급한 상황에서 본인의 몸을 던지는 일을 줄여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냉정하기 그지 없는 대답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바였다. 당신은 그러한 목적으로 탄생되었고, 주변의 모두가 병기로 취급해왔으니까. 실제로 저 역시 당신과 처음 파트너가 되었을 때는 그들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입맛이 더더욱 쓰디쓰다. 군인에게 가장 필요없는 것은 사적인 감정. 이미 버린 지 오래라고 여겼던 감정이 어째서 당신을 볼 때면 이리 되살아나고 마는 걸까.) ... ... 예, 죄송합니다. 대기실로 진입하죠.
발레리 C. 하인즈:그게 효율 좋고 괜찮지 않아? 죽이는 것도 이제 귀찮아지셨다 이건가? 의무에 충실하신 셀레온 카르디안이? (걱정하는 마음을 알면서도 부러 이죽이며 말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환경에서의 정은 독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잘라내야만 했다. 절대, 드러내서는 안됐다. 그러면 스스로가 인정해야 하니까.) 죄송한 걸 알면 됐어. 가자.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셀레온 K. 카르디안:죽이는 게 귀찮아졌다니,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어째서 말을 그런 식으로 하십니까. (서글프게 미간을 일그러뜨린다.) 당신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발레리. (주제넘은 짓을 알고 있음에도...)
발레리 C. 하인즈:아니면 말고. (당신 미간 꾹 누르며 펴버리고는) 누가 이런 표정지으래. 웃거나 무표정 짓거나 둘 중 하나만 해. (억지스러운 말이나 뻔뻔하게 씩 웃는다.) 걱정할 시간에 니 전투능력이나 더 올리시지? 쓸데없는데에 감정소모 하지마.(혀 한번 차더니) ..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기억이 떠올라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크리쳐가 감기라니, 굴러다니던 깡통이 비웃겠네. 인간도 아니고. 머릿속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소리쳤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이 표정이 심기에 거스르신다면, 노력해 보겠습니다. (평소엔 알겠다고 쉽게쉽게 단정하여 대답하더니, 이번만큼은 그러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당신에 관한 건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었으나 말을 삼킨 채 대기실의 문을 열어젖힌다.)
발레리 C. 하인즈:(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이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며 짜게 식은 표정을 짓는다. 슬슬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하여간 발전이라는 게 없네.. (작게 중얼거리고는 당신 뒤를 따라 걷는다. 굳이 오해를 풀어주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재미없는 셀레온을 따라 대기실로 들어섭니다.
털끝을 쭈뼛 서게 만드는 동물적인 직감이 당신을 사로잡습니다.
그와 동시에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듭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야. (주변을 경계하며 둘러본다.)
크리쳐
18마리가 어느새 두 사람을 포위한 채 몸을 둥글게 말며 뾰족한 돌기를 세웁니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금속 모형처럼 보이는 이 크리쳐는, 분명 금속형 크리쳐입니다.
턴은 발레리-셀레온-크리쳐-발레리.. 순이며, 살상탄의 데미지 숫자가 곧 처리한 크리쳐의 숫자가 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와 개미친놈들 이딴 데에 바글바글 모여있냐. (짜증난다는 눈빛으로 한숨을 쉬고는 라이플을 들어올린다.) 다 뒈져라 망할 것들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8 |
하.. 봤니? 이게 내 실력이라고. (씩 웃고는 총 도로 어깨에 맨다.)
발레리는 크리쳐들의 무리를 향해 라이플을 난사합니다.
탄환이 크리쳐들의 핵을 집요하게 쫓아 폭발하고,
크리쳐들은 금속이 맞부딪혀 울리는 듣기 싫은 소리들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고 맙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발레리, 언어를 좀 순화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자신이 나설 것도 없이 단숨에 쓸려나간 풍경 보곤 들어올렸던 총을 내린다.) 당신의 실력이야 항상 인정하고 있는 바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말을 순화하기는. 저런 것들한테도 존대해주고 싶니 너는? 쟤네 때문에 이렇게 굴려지고 있는 거 아니야 너나 나나. (무너져내린 잔해들을 발로 툭툭 차며 퉁명스레 말한다.) 뭐, 내가 좀 하지. (인정하는 말을 듣고 내심 기분이 좋아져 피식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크리쳐에게 존대를 하란 게 아니라, 듣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야 저뿐이지만 다른 시민들이 함께 있었다면 겁을 먹을 수 있습니다. 총기도 들고 있고요. (고지식하게 말하면서도) 고생하셨습니다. 일단, 여기엔 사람들이 더 없는 것 같군요. 벌써 세 곳이나 돌았는데 아직도 대피인원이 없다니...
발레리 C. 하인즈:야, 넌 무슨 시민들을 아기 대하듯 하냐.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징하다며 혀를 차더니) 자기들 구해주러 온 사람인건 대충 알겠지 뭐. (사람들이 겁을 먹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마지막 곳에는 있겠지 뭐. (심드렁하게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한숨) 시민들 중에 정말 아이가 있을 수도 있겠죠. 됐습니다. 일단 지금은 저뿐이었으니 더 얘기 않겠습니다.
그럼, 이제 남은 곳은 백화점이군요.
발레리 C. 하인즈:그렇겠지. 후딱 시민들 데리고 가자. (빨리 임무 끝내고 싶다는 티가 팍팍나는 표정이다)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백화점의 긴급 대피 구역은 주차장이라고 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 이리 번쩍번쩍해. 이 난리에도 문화 생활은 즐기고 싶으셨나 보지?(잔뜩 비꼬듯 투덜거리고는 주차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딘지 모르는 걸 깨닫고 앞장서라는 눈빛으로 당신을 빤히 쳐다본다.)
셀레온 K. 카르디안:...... 그보다는 채 전력을 내릴 시간도 없었다는 게 맞지 않을까요. 백화점이니만큼 예비 전력도 넉넉했을 테고요. (마치 유령 도시처럼 창백한 파란 빛이 감돌던 도시의 풍경을 상기한다.)
셀레온은 입구의 회전문을 강제로 멈추곤 뚜벅뚜벅 안으로 진입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 그거나 그거나. (그냥 짜증 내고 싶어서 한 말이었으므로 속사정은 알 바 아니었다. 놀라우리만치 거지 같은 인성이다.) 주차장 어디야?(졸졸 따라가며 묻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백화점의 구조 안내판을 살펴보곤) 저쪽 B구역 끝까지 가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될 것 같습니다. (계단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다가, 매대들에 가득 쌓인 상품들을 보며 입 연다.) 백화점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다는 실감이 나는군요. 저희는 이번에도 연휴 없이 임무를 수행해야겠지만요.
그러고 보니 발레리가 속한 연구실의 연구원들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여놓는다, 깜짝 선물을 한다 조잘거리곤 했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 (어차피 당신한테 맡길 생각이라 구조 안내판도 보지 않고 대충 대답한다.) 크리스마스? 벌써 그렇게 됐던가. (당신따라 매대에 시선을 주면서도 영 흥이 나지 않는 표정이다. 크리스마스를 즐긴 기억이 없으므로. 과거에 딱 한번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은 있으나 그 기억은 이미 슬픔으로 덧씌워진지 오래였으므로.) 인간들이 그 날엔 좀 집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크리쳐 잡을 때 방해된다고.
셀레온 K. 카르디안: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희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반쯤 동떨어진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매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래도 이런 곳에 올 때면 자신이 아직은 '평범한'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자각하게 된다.) 선물 하나쯤 살 시간은 있겠죠. 받고 싶거나 필요하신 건 없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반 뿐이겠어? 완전히 동떨어져있지. (잠깐 생각하더니) 아니다. 너는 반쯤이 맞겠네. (인간이니까.) 선물? ..나?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켰다가 생각에빠진다. 기쁜 기억이 슬픔으로 덧씌워지는 경험은 한번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나중에 기억할 것 하나쯤 남겨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이는 충동과도 비슷했고, 답지 않게 충동이 이끄는 대로 입을 열었다.) ...그럼 햄스터 인형. (나이에 어울리지 않다고 할 수 있었으나 발레리는 귀여운 것을 좋아했으므로.) 작은걸로. (강조했다.)
셀레온 K. 카르디안:햄스터 인형 말입니까...? (평소 시크하고 입 험하고 막나가는 당신이었던지라, 다소 의외의 대답이었다. 한 차례 되물었다가도 곧 고개를 주억인다.)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동물을 좋아하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어. 왜 이상해?(자기가 생각해도 좀 민망했는지 귀가 조금 달아올랐다.) 동물을 좋아하냐고? 당연하지. 귀엽잖아! 보는 맛이 있어. 작은 애들도 귀엽고 큰 애들도 귀엽고.. 특히 발바닥에 있는 젤리가..! (아. 순간 동물 얘기에 정신을 놨다. 하지만 동물을 언급하면 누구라도 이렇게 될테니 괜찮을 거라는 자기합리화를 마치고 퉁명스레 말했다.) 아무튼, 너는 뭐 가지고싶어? 안되는 거 빼고 사줄테니까 말해봐.
셀레온 K. 카르디안:아뇨. 이상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몰입해서 동물을 향한 찬사를 늘어놓는 발레리를 보다가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고 작게 웃는다.) 당신이 무언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걸 처음 보는 듯합니다. (이렇게 귀여운 면모도 있었나, 저도 모르게 감상이 스쳤다.) 아주 많이 좋아하셨군요. 진작 알았더라면 이전에도 관련된 것들을 드릴 걸 그랬습니다. (그러다 당신의 물음에 진짜로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며) 제 선물도 사 주시려고요?
발레리 C. 하인즈:..비웃니? (물구나무 서서 봐도 절대 비웃음이 아닌데. 그걸 알면서도 민망함에 시비조로 말한다.) 동물이 귀여운 건 사실이니까. 안 그래? (당연히 동의할 거라고 생각하며 묻는다.) 그런걸 받아봤자지. 애초에 예전에 줬으면 그냥 버렸을 것 같은데. (예전엔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었으니까.)..아니다. 동물은 죄가 없으니 가지고 있었을지도. (눈을 크게 뜬 모습에 그렇게 놀랄 일인가 싶어 미간 찌푸린다.) 아니, 받으면 돌려주는 게 당연하잖아. 그 표정 집어치우고 빨리 말하라고.
셀레온 K. 카르디안:진심에서 우러나온 웃음이었습니다. (절대 비웃음이 아니라는 듯 강조한다.) 예, 귀엽죠. 저는 동물에게 손만 대도 물리거나 도망치거나 해서 그다지 연이 없습니다만... ... (버린다는 말이 참 당신답다.) 당신은 저를 그닥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 솔직히 제가 드리는 선물도 관심 없다고 거절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럼, ... ... (한참 고민하다가) 임무 때 쓸 만한 가죽장갑이 괜찮겠군요. 격하게 움직이다 보면 금세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서요. 여분으로 준비해둔 게 다 떨어졌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오, 나도 알아. (고개 팍 돌리더니) 동물도 네 딱딱함을 알아보는거지. (피식 웃는다.) 뭐 나도 직접 본 적은 없네. 아니다. 시체는 좀 봤다. (임무 나갔을 때.) ..안 좋아하는 것 까지는- (아닌데.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그래도 되나 싶은 생각에 말을 끊는다. 안 그래도 자신을 죽이는 것을 망설이는데..) 아무튼 그 정도까지 인성이 바닥인 건 아니거든? (부자연스럽게 말을 끝 맺는다. 근데 초면이던 상태였으면 진짜 그랬을지도.) 아 그래? 그럼 나중에 사야.. 아니다. 나 그런 거 고르는 거 되게 못하거든? 그러니까 네가 좀 따라와야겠다. 가지고 싶은 거 골라. 돈은 내가 낼 테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동물은 사람보다 더 정확한 눈을 가졌다고들 하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외엔 딱히 관심이 없어서 이젠 별 생각도 없지만 말입니다. (말이 끊기자 의아하게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원체 둔한 탓에, 같이 쇼핑을 가자는 말에도 여전히 당신이 저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었다. 오히려 그렇게까지 해줄 이유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표는 내지 않았다.) 지금... 말입니까?
발레리 C. 하인즈:동물한테 관심이 없다고? (눈빛이 약간 맛이 간 듯 하다가 이내 납득한다. 3년의 세월을 허투루 보낸 것은 아니었으므로, 당신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난 임무 끝낸 다음 말한 거였는데. 그렇게까지 나랑 쇼핑이 하고싶었나봐? (뚝딱대는 반응을 기대하며 예쁘게 웃어보인다. 비록 목소리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셀레온 K. 카르디안:저를 좋아하지 않는 대상을 제가 굳이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나름 귀엽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동물을 좋아하는 당신의 심기에 거슬리지 않으려 변명하듯 덧붙였다.) ... 그, 저도 분명 임무가 끝난 후라고 짐작은 했습니다만. 그래도 일단은 여쭤보는 게 맞으니까... ...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매며 입술이 마치 빛나는 것처럼 고와서, 순간적으로 감전이라도 된 것마냥 굳어버린다. 당신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고 뻣뻣한 정자세로 뚝딱거린다. 채 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한 채로, 시선은 웃음에 고정된다.)
발레리 C. 하인즈:역시 그렇지? 너 뭘 좀 안다. (귀엽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듣자 만족스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뭐 그건 그래. 근데 어느정도 본심이 섞여있었던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농담을 던지며 뚝딱거리는 모습을 쳐다본다. 처음엔 전혀 저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런 장난에 저런 반응을 보여줬더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뭐 어떤가. 이 반응이 이젠 임무 중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 보지 않으면 좀 허전했다. ..아, 이거 좀 위험한가.) ..왜 그렇게 굳어있어? 내가 그렇게 예쁘니? (나중에 힘들어 할 만한 기억은 적당히 남기라고 머리가 경고했지만.. 발레리는 무시했다.)
셀레온 K. 카르디안:(한참 망설이다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 ... 본심이 섞여있었다고 하신다면, 화내실 겁니까. (사실 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당신이라면 화낼 게 뻔한데. 미래를 예측하면서도 말해버리고 만 것은, 당신의 장난스런 목소리에 자석이 상극에 붙듯이, 벌이 꽃향기에 홀리듯이 끌려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 굳지 않았습니다. 다 알고 계시면서 그리 물어보시는 것입니까. (기계 돌아가듯 고개를 뻣뻣하게 옆으로 돌리며 대답을 회피한다. 그러나 깨닫지도 못한 사이 붉게 열이 오른 귓가가 당신에게 보였을지도.)
발레리 C. 하인즈:.. (별 뜻 없는 농담이었는데 돌아온 게 진중한 대답이라니. 발레리는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화낼거냐고? 아니, 딱히 화내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왜인지는 몰라도 그랬다. 하지만 화를 내야만했다. 더 가까워지면 안된다. 정말 안된다. 당신의 말을 듣고 발레리는 정신을 차렸다. 감정 절제는 쉬웠다. 할 수 있었다. 해야만했다. 신체적 고통은 익숙하지만 속이 고통스러운건 도무지.. ) 하여간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것 하나는 선수네. (한숨 쉰다) 그런 감정은 곤란해. 자제해. (차마 화를 낼 수 없어 차갑게 끊어내기만 했다.) 아무튼 뭐, 맞아. 예쁜 건 사실이잖아. 안그러니? (분위기를 환기시키듯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붉어진 귓가를 보고도 모른 척 하면서.)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답이 늦어진다. 굳이 소리로 되어 듣지 않아도 내용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가 놓친 점이라면 어떤 고뇌와 고민들이 당신 안에서 소용돌이치는지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는 것이겠지.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잠시간 침묵했다. 그 끝에 사과의 말이 평소처럼 무덤덤한 투로 흘렀다.) 죄송합니다. 자제하겠습니다. (당신의 말이 맞다. 단순히 지금이 임무 중이어서뿐만이 아니라, 당신과 제 관계가 본질적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냉소적인 현실을 자각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미 품은 마음을 어떻게 되돌려야 할까. 더 커져만 가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데.) ... 맞습니다. 제가 지금껏 본 이들 중 가장 미인이십니다. (끊어내려고 하는 밧줄을 붙잡아보았자 폐만 될 것이다. 판단을 끝마치고는, 마치 책을 읽듯 사무적으로 대답하며 계단으로 진입한다.) 이 계단만 내려가면 주차장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무덤덤한 말투로 내뱉어진 사과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스스로가 궁금해 할 자격이 없다는 것 쯤 알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선 그어놓고 신경 쓰는 건 좀 꼴사납지 않겠는가. 발레리는 능숙하게 속내를 숨기고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인간들보다 더 예쁜 것 아닌가 몰라. (그리 말하더니 사무적으로 말하는 당신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속이 쿡쿡 쑤셔왔지만 무시했다.) 여기에 사람들이 있어야 될텐데.
두 사람은 빠르게 주차된 차의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셀레온 K. 카르디안:... 여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하....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이래서는 임무가 안 끝나잖아.
그때, 낮은 울음 소리와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발레리와 셀레온이 등을 맞댑니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발레리 C. 하인즈:미쳐 돌아버리겠네 징글징글한 놈들..
생체형 크리쳐
23마리가 스물거리며 두 사람을 에워쌉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오, 사람 찾으러 왔더니 이게 뭐냐고! (얼굴을 와락 찌푸리더니 라이플을 능숙하게 들어 크리쳐를 향해 겨눈다.) 얌전히 죽어라.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0 |
총 끝에서 불꽃이 번쩍 빛나고, 굉음과 함께 크리쳐들이 이리저리 박살나고 분해됩니다.
수도 없이 크리쳐를 사냥해 온 당신의 감각은 정확합니다. 당신이 겨냥한 크리쳐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못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이번엔 몇 마리 못 죽였네. 쯧. (작게 혀를 차고 셀레온 바라본다. 다 죽여버리라는 듯이)
셀레온 K. 카르디안:(말없이 몸을 낮추고 자세를 잡는다. 당신이 겨냥한 반대편의 적들을 노리고, 계산을 마치자마자 망설임 없이 탄환을 발포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75/37/15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4 |
당신의 총소리에 뒤이어 셀레온의 총끝에서도 탄환이 튀어나갑니다.
미처 다 잡지 못했던 잔당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이대로 끝입니까. (혹여나 더 나타나지는 않는지 계속 예의주시한다.)
발레리 C. 하인즈:글쎄. 일단 기척은 안 느껴지는데. (남은 크리쳐들을 전부 쓸어버린 걸 보고도 당연하다는 듯 아무 말 없이 넘겨버리곤 주위를 살핀다.)
두 사람은 주변을 더 살펴보았지만, 이 이상 잔당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탐색이 끝나자, 셀레온은 다시 지도를 꺼내 생각에 잠깁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명백히 이상하군요. 긴급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려우면서도 사람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설정된 구역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은 코빼기도 없고 크리쳐만 만나는 것일까요.
발레리 C. 하인즈:글쎄.. 다 뒤져서 크리쳐의 양분이 되었거나, 크리쳐들을 피해 다를 곳으로 옮겼거나. 둘 중 하나겠지. 솔직히 가능성 높은 건 전자라고 보지만.
셀레온 K. 카르디안:... ...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애초, 크리쳐가 한 장소에 이토록 많이 모여있는 모습을 처음 봅니다. 안전지대가 생긴 이후엔 크리쳐들이 도시 하나를 장악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적은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들에겐 안전지대를 뚫고 들어올 만한 지능이 없으니까요. ... ... 유별난 '예외'가 있다면 몰라도. (당장 제 옆의 당신 역시 크리쳐였다. 저쪽에도 지능을 가진 크리쳐가 존재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연구실에서 실험을 거친 당신만하진 못하겠으나.)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말을 가만히 듣더니 생각을 정리하는지 눈을 내리깐 후 가라앉은 눈빛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당신 쳐다본다.) .. 나 만큼은 아니어도 지능이 있는 크리쳐가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겠네.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네 말대로 크리쳐들 지능은 쓰레기니까. (미간을 찌푸린다.) 이 가정이 사실이 된다면 성가셔지겠어. 우연이었으면 좋겠는데. (혀 찬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저도 그 경우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대체 왜 이런 기묘한 사태가 벌어진 것인지...
발레리 C. 하인즈: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셀레온 K. 카르디안:방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까.
지도에 집중하던 그때, 셀레온이 의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무것도. (미간을 찌푸린다.)
아, 한 박자 늦게야 발레리는 웅웅거리는 듯한 미약한 소리를 듣습니다.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도 있겠네요.
발레리 C. 하인즈:...고막 찢었다가 다시 재생 시켜야되는 거 아닌가 몰라. (살벌하게 중얼거리더니) 저쪽에서 소리 들려. 일단 가보자.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은 정말 언어를 순화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지도 챙기며 일어선다.) 예, 가보죠.
발레리와 셀레온이 도착한 곳은 빈 공터입니다.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셀레온이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이게 함정이고 크리쳐가 나온다면..(인상 찌푸리더니) 아까의 가정이 사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지. (썩을..)
셀레온 K. 카르디안:... ... 역시, 함정일까요. (금세라도 총을 쏠 것마냥 고쳐쥔다.)
셀레온 K. 카르디안?:발레리...! 드디어 찾았군요. 대체 그간 어디 계셨습니까?
또 다른 셀레온이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이게 뭔 거지 같은 상황.. 어이없는 눈빛으로 셀레온 둘을 번갈아서 쳐다본다.)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셀레온을 보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심각해집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발레리, 당장 이쪽으로 도망치십시오.
저건 가짜입니다!
그 말을 들은 셀레온 (여태까지 당신 곁에 있었음)의 표정이 해괴해집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발레리 C. 하인즈:(어이없는 눈빛으로 둘을 번갈아서 쳐다보더니 이내) 너 혹시 쌍둥이니?
셀레온 K. 카르디안?:저 크리쳐가 제 장비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다른 크리쳐들관 달리 영악하고 지능이 높은 놈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인상을 찡그린다. 황당한 상황에 절로 목에 핏대가 선다.) 임무를 하달받고 쭉 함께 있었는데, 대체 바꿔치기를 할 틈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발레리 C. 하인즈:(똑같은 얼굴이 말다툼 하는 상황을 꽤 흥미진진하게 쳐다본다. 대충 개그 프로 보는 기분인듯.) 말다툼 더 안해? 재밌는데.
셀레온 K. 카르디안:발레리. 지금 이 상황이 재밌으십니까. 심각한 문제입니다.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재밌는 볼거리네요.
발레리 C. 하인즈:꽤 재미있는데. 당장 총 겨누는 것도 아니고. (피식 웃고 더 해보라며 부추긴다. 어차피 진짜라고 믿는 사람은 있으니 재미나 보자 싶은 생각이었다.)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98%의 하급 크리처들을 처리하는 게 당신들의 일이지만,
간혹 특수한 능력을 갖춘 상급 크리쳐와 조우하기도 했죠.
본능적으로 둘 중 하나는 상급 크리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런 면은 당신답군요. (한숨 내쉰다.) 당신을 속이고 외진 곳에 데려가 살해하려는 속셈입니다. 같은 상급 크리쳐라면 핵의 위치 정도는 파악하고 있겠죠.
병원에 갔을 때입니다. 그때 병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사이 크리쳐에게 습격을 당해 정신을 잃었고, 한참 후에 깨어나서 이곳까지 달려온 겁니다. 발레리, 당장 저자를 처치해야 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과연 상급은 상급이군요. 제 외형이며 말투까지 완벽하게 따라하다니. (차게 굳은 낯으로 저와 똑같은 얼굴을 한 이를 노려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발레리. 만약 제가 당했다 치더라도 당신이 알아채지 못했을 리 있겠습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상급이 왜 상급인지 모르나 보군요. 그 잠깐 사이에도 완벽히 흉내낼 수 있으니 상급이란 이름이 붙은 것 아니겠습니까?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게 들통났으니 순순히 진짜 모습을 드러내십시오,
가짜.
발레리 C. 하인즈:(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둘의 자신이 진짜다! 라고 외치는 주장을 듣는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상급 크리쳐는 모습만 바꾸는가 아니면 기억까지 가져가는가? 만약 가져갈 수 있다면 언제 까지의 기억을 가져갈 수 있을까.) 너네, 셀레온 1,2. (그래서 궁금증을 풀어보기로했다.)
셀레온 K. 카르디안:(황당) 셀레온 1, 2라뇨. 제가 유일한 셀레온 카르디안입니다만.
셀레온 K. 카르디안?: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인상 찡그림)
발레리 C. 하인즈:아, 일단 안 정해졌잖아. 아무튼 너네 (둘 바라보고)
내가 너 처음 봤을 때 뭐라고 했었지?
셀레온 K. 카르디안?:그 예전 일을 떠올리라고 말하시는 겁니까? (당신 흘겨보다가) 다사다난할 테지만 이것이 자신의 의무이니 함께 잘해보자는 뉘앙스였던 것 같습니다만.
셀레온 K. 카르디안:... ... 3년이나 지났지만, 결코 잊을 수 없죠. (낮은 음성으로, 회상하듯 속삭인다.)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 그때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문득 잔뜩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둘의 대답을 듣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짝짝 친다.) 자! 결과가 나왔습니다! (뜬금없는 발언이지만 본인은 당당한 듯.)
거기 셀레온 2(나중에 온 애). 너 가짜. 잘 죽어. (라이플 겨눈다.) 내가 초면인 인간한테 살가운 말을 할 리가 없잖아?
셀레온 K. 카르디안:이왕이면 넘버링은 안 붙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졸지에 셀레온 1 됨)
다른 누구도 아닌 셀레온을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진짜 셀레온을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셀레온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셀레온이 반쯤 날아갑니다.
발레리 C. 하인즈:XX놈이. (차분하게 욕한다.)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야? 아까는 잘만 지껄이더니. (셀레온이 날아간 곳을 흘긋 바라보며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발레리가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발레리 C. 하인즈:냄새나잖아. 안 치워? 역겹게. (성질을 부리며 크리쳐의 팔을 총으로 날려버린다. 아까운 탄환..)
크리쳐?:(팔이 날아가나,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꾸물거리며 재생된다. 그러나 이번엔 손대지 않은 채로)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발레리,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쪽이 크리쳐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쳐잖아, 부탁이 있어.
제발, 제발 나 좀 살려줘.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영문 모를 소리에 미간 찌푸리더니 이내 짜증스레 말한다.) 됐고, 너 뭔데 내 이름 불러? 뒤질래? 호칭 안 고쳐? (그쪽이 문제였나 보다.)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발레리 C. 하인즈:...(짜증스레 손을 턴다. 이름 고치게 한 뒤에 물어볼 게 많았는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셀레온이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선혈을 대강 닦아낸다.) 위험한 개체입니다.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 있어 보여? 그것보단 네가 더 심각한 것 같은데.(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의문을 풀어줄 존재를 없애버린 것에 대한 짜증이 속에서 가득 솟구쳤지만 윗선에 크리쳐와 대화했다는 정황이 흘러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에 화를 꾹꾹 누르며 물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전 괜찮습니다. 혹여나 그게 해를 끼치기라도 할까 걱정했습니다. 바로 제거하지 않으시고, 왜. (거리가 먼 탓인지 크리쳐가 대화를 시도하는 것까진 듣지 못한 듯하다.)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발레리 C. 하인즈:어딜 봐서 괜찮다는 거야. 나처럼 재생도 못하면서. 망할 새끼..(크리쳐를 향해 말하듯 중얼거렸으나 내심 셀레온에게도 일부 향한 말이었다. 자신 외엔 지능 있는 크리쳐가 없다고 했는데, 뭐였을까.)
셀레온 K. 카르디안:...?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크리쳐를 향해 하는 말인지 긴가민가한 듯 고개를 기울이다가 손짓한다.) 그보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셀레온이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왜. 뭐라도 있어? (몇 번의 심호흡으로 화를 가라앉히고 다가간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셀레온이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뭐야. 여기 모여있었어? (중얼거리더니) 용케 이런 곳을 찾았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셀레온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래도 생존자들을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이대로 소득 없이 돌아가나 했는데.
발레리와 셀레온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관심 없는지 무시하고 허공이나 바라보고 있다.)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발레리와 셀레온을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조자1: 저... 혹시, 사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수줍게 메모장 들이댄다)
구조자2: 죽다 살아난 기념이다. 저랑 사진 한 번만 찍어주세요! 절 살려주신 은인이세요. (스마트폰을 흔든다)
발레리 C. 하인즈:아니. 싫은데? (쌈박하게 대답하고 고개 돌린다.)
셀레온 K. 카르디안:죄송합니다. 저희의 임무는 구조 및 구출까지인지라 사적인 접촉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정중하게 거절한다.)
발레리 C. 하인즈:(저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셀레온 본다.)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발레리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울컥, 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발레리는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야. 또 뭔데. xx)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내가 니 말 안 들어줬냐? 저게 어디서 눈을 저따위로 떠? 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익숙한 고통에 한숨만 내쉴 뿐.)
셀레온 K. 카르디안:(살을 파고드는 익숙한 소리와 함께, 입가에서 피를 흘리는 당신의 모습. 무언가 생각의 갈피를 잡을 틈도 없이 이성이 날아간다.)
발레리!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발레리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발레리 C. 하인즈:(xx새x..다시는 말 안 들어준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발레리가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발레리를 셀레온이 받아냅니다.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발레리는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발레리는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성> 판정 (0/1d2)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게 왜....(작게 중얼거리다가 엄습하는 고통에 입술 깨문다.)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발레리가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 인형이 셀레온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발레리는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셀레온이 죽은 발레리를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발레리 C. 하인즈:...곰. (어딘지 셀레온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고통은 익숙하니까. 그러고는 곰인형을 들고 빤히 쳐다본다.) ..귀엽다. (기분이 조금 나아진 듯.)
곰 인형은 너덜너덜한 발레리와 달리 깔끔하고 부드럽습니다.
움직일 만하다면 거실로 나가 셀레온을 찾아볼까요?
발레리 C. 하인즈:아오 씨.. (움직일 때마다 아파서 미간을 조금씩 찌푸리면서도 주저 없이 걸어나간다. 손에 쥔 곰인형을 놓지 않은 채로..) 야, 있어? (방문을 열머 크게 말한다. 곧바로 격통이 찾아와서 후회했지만.)
거실로 나가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셀레온이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습니다.
발레리의 기척에 고개를 든 셀레온이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일어나셨군요, 발레리.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아니, 전혀. (숨을 쉴 때마다 아픈 것은 역시 거슬렸기에 발레리는 천천히 숨을 끊어 쉬며 당신 옆에 풀썩 앉는다.) 그건 그렇고 네 머리는? (언젠가 재생 될 것이라 안일하게 생각하며 당신에게로 관심을 옮긴다.)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평소의 그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네요.
단순히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기엔 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미간을 찌푸리며 미심쩍게 당신 쳐다본다.) 너 어디 아프지. 솔직히 말.. 흡,(고통에 잠깐 미간 찌푸렸다가) ..말해.
셀레온 K. 카르디안:지금 제가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무슨 일입니까, 발레리. (표정이 굳은 채로 당신을 살핀다.) 재생이 완전히 되지 않은 겁니까?
발레리 C. 하인즈:문제가 아니긴. (천천히 숨을 쉬더니) 재생이 다 안된 것 같긴 한데 금방 괜찮아지겠지. 그것보다 네가..(아오 씨.. 아픈지 말 멈췄다가) 더 문제거든? 네가 재생하기를 해 뭘 해? 빨리 불어. (숨도 안 쉬고 우다다 말하고는 뒤늦게 숨 몰아쉰다. 더럽게 아프다.)
셀레온 K. 카르디안:정말 재생이 다 되지 않았다고요? 이런 적은 처음이지 않습니까. 리셋을 하고 나면 가장 최상의 상태로 돌아와야 합니다. 지금껏 그래왔고요. 그런데 왜... ...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자신의 상태는 신경도 안 쓰였다. 쏟아내듯 말하고 숨 몰아쉬는 모습에 미간을 찡그리며 당신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도닥인다.) 무리하지 마십시오. 전, ... 발레리를 공격한 그 크리쳐와 전투를 하다가 조금 다쳤을 뿐입니다. 큰 상처는 아닙니다.
그렇잖아도 당신, 무려 3일이나 잠들어 계셨습니다. 재생 기간도 이례적으로 길었는데, 제대로 치유되지도 않았다니...
발레리 C. 하인즈:..뭐? 3일? (앞선 말에 무어라 하려 던 것도 잊고 경악스레 외친다. 그만큼이나 잤는데도 완전 재생이 되지 않다니.. 이게 무슨.) 아니, 아니다. 그것보다. (천천히 숨 쉬고) 어디 다쳤는데. 그 크리쳐 x끼.. (짜증나. ... 생각해보니 재생이 잘 안된 곳도 하필 그놈이 공격한 자리다.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건지..) 불어. 빨리. 네가 다친 곳. (천천히 끊어 말하며 빤히 쳐다본다. )
셀레온 K. 카르디안:예, 3일입니다. (천천히 되풀이한다. 경악스런 반응에 공감이 갔다. 침대에 누운 시간이 길어져갈수록 시한폭탄이 줄어드는 것마냥 초조한 심정이 되었었으니까. 그 긴 시간 끝에 겨우 깨어났는데 재생도 완전치 못하다니.) ... ... (당신의 시선을 피하듯 한참 말이 없다가 마지못해 말한다.) 흉부를 조금.
그보다, 현재 상황 브리핑이 더 중요합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빠르게 정리해서 말하겠습니다.
생존자들은 헬기에 태워 보냈으며, 2순위 사항인 크리쳐 제거로 임무가 넘어갔습니다. 다만 3일이란 시간이 흐르며 현재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크리쳐가 증식해버렸습니다.
현재 상부에서는 A시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안전지대 내부로 크리쳐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크리쳐와 함께 A시를 폭파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전 당신과 함께 조속히 빠져나오라는 전언을 받았습니다. 현재, 시를 날릴 규모의 폭탄을 실은 헬기가 이쪽으로 오고 있고요.
그런데... ...
방금 막, 구조 요청 신호를 확인했습니다. 위치는 X 제약회사.
셀레온은 특수한 신호가 뜨는 무전기의 화면을 발레리에게 보여줍니다.
발레리 C. 하인즈:솔직하게 말해라. 흉부 어디를 어떻게 얼만큼 다쳤는지 상세하게 브리핑해. (안 그러면 씹어먹을 거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고통은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겉으로 아픈 걸 크게 티내지 않고있다.)
,,골치 아프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A시는 크리쳐가 득시글해져서 폭탄으로 조질 예정이고 우린 빠져나가야 하는 데 구조 신호가 왔다는 거지? (뒷목을 주무르며 한숨을 내쉰다. 고통 때문에 이마에 식은 땀이 맺혀 대충 훔쳐내더니 당신 쳐다본다.) 어떻게 하고싶은데?
셀레온 K. 카르디안:됐습니다. 크리쳐에게 다친 상처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닙니까. 방탄복이 어느 정도 막아줘서 크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흉부이다 보니 호흡이 조금 어려울 뿐,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겁니다. (식은땀을 훔치는 당신을 걱정스럽게 응시하다가) 기상 악화로 인해 더 이상의 무전은 어렵습니다. 헬기에 폭격 지연 요청을 하려 했지만, 불가능할 것 같으니…… 저 혼자 가서 구해오겠습니다. 발레리는 부상이 심하니, 먼저 빠져나가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말이 진짜일까 가늠하듯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까지 물었는데 진실을 말한 거겠지 싶어서.) ..? 장난해? 숨 쉬기 어렵다면서 시간제한도 있는 상황에 혼자 가겠다고? 제정신이야?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시선으로 쳐다본다. 속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기어코 이성을 흔들기 시작했다.) 혼자 가긴 뭘 혼자 가. 나도 간다. 좀 아플 뿐이지 전투엔 지장 없어. (참는 게 뭐 어려운 거라고.)
셀레온 K. 카르디안:숨 쉬기 어려운 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전 체력이 강하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하면서도 사실 확신할 수 없었다. 몸상태가 최상이었더라도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부상까지 입은 꼴이니. 당신이 이 이상 위험에 처하는 것이 걱정될 뿐이었다.) 전투에 지장이 없긴요. 만약 또 '리셋'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땐 3일이 넘어서도 깨어나지 못한다면... ... 그러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당신을 그런 위험에 밀어넣을 순 없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나는 다시 재생 되잖아. 이번이 좀 늦었던 것 뿐이고. (절대 혼자 가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 안전하게 있다가 사망 소식을 듣는 것만큼 비참한 것도 없으니.) 아무리 늦어져도 난 깨어나. 그럴거야. 핵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안 죽는 거 너도 알잖아. 처음부터 혼자 싸우는 것보단 승산이 높겠지. 그러니까 같이 가자고. 너 혼자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 없잖아. 혼자 싸우니까 다쳤으면서. (다쳤다는 흉부를 흘긋 바라봤다가 다시 당신 쳐다보고 말한다. 고집스러운 표정이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처음 있었던 일이지만 또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죠. (고집스러운 표정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저 또한 혼자 가겠다고 더 고집을 부리고 싶었지만, 확고한 의지를 더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당신은 한 번 정한 건 꼭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으니까. 그리고 지적대로 혼자 갔을 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맞았다. 결국 한숨을 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대신 조심하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알고 있으니까 너나 조심해. (불퉁하게 말하며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혼자 보내지 않는다는 안도감에 내심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어차피 떼어 놓고 가려고 했어도 끝까지 따라붙었겠지만. 그를 감안하고서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겠거니 생각했다. 몸 상태는 여전히 아까와 같았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참는 건 자신 있으니까.) 빨리 가자. 안내해 내비게이터!
두 사람은 집을 나서, 제약회사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쿡쿡 쑤시는 가슴, 한 번 들이킬 때마다 통증이 따라오는 호흡이 고됩니다.
험난한 여정이라는 것을 알리듯, 길가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두 사람은 크리쳐
16마리와 조우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진짜.. 거지같네.(짜증)
턴은 이전과 동일하게 발레리-셀레온-크리쳐 순으로 진행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쉽게 가자 좀..(미간 찌푸리고 라이플을 들어 크리쳐들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4 |
그러고 보면, 당신이 이런 심한 부상을 입은 채로 싸우는 건 처음입니다. 항상 효율을 위해 크게 다치면 '리셋'을 하곤 했었으니까요.
통증에 팔이 떨리고, 자연스럽게 겨냥이 엇나가고 맙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오.. (쿡쿡 쑤시는 감각에 눈살 찌푸린다.) 쓰레기 다 됐네.
셀레온 K. 카르디안:본인을 그리 칭하시면 안 됩니다. (저 또한 몸상태가 최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신보다는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의 전투 경험이 있었다. 최대한 침착한 채 살상탄의 방아쇠를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75/37/15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4 |
그의 방아쇠 끝에서 불꽃이 튀는가 싶더니, 주변의 크리쳐들 대다수가 난잡하게 흩어져 사라집니다.
크리쳐:(역겨운 꾸물거리는 소리를 내며 촉수를 뻗는다.)
공격 대상 1. 셀레온 2. 발레리 1
촉수 공격
기준치: |
25/12/5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크리쳐의 촉수는 셀레온을 한참 비껴나갑니다. 느려.
발레리 C. 하인즈:저것도 쓰레기네. (비웃고) 이번엔 잘 쓸어볼게 그럼. (작게 혀 차고는 다시금 조준한다. 고통따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8 |
남은 잔당이 끔찍한 악취를 마지막으로 남기며 사그라듭니다.
발레리 C. 하인즈:하.. 이게 뭔 고생이냐 진짜.. 구조요청 보낸 놈들..(꿍얼..)
셀레온 K. 카르디안:예상 외의 전투를 하게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게 저희의 일이지 않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알고 있어. 언제나 하는 투정이지. (혀 차고) 그나저나 그 제약 회사라는 곳은 어디야?
셀레온 K. 카르디안:(지도를 펼친다. 빠른 시선으로 훑어내리곤) 이곳에서 다섯 블럭쯤 더 가야 합니다. 시간이 빠듯하니 최대한 서둘러 이동합시다.
발레리 C. 하인즈:엄청 멀지는 않네. (말할 때마다 아픈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그럼 뛰자. 빨리 인간이든 뭐든지간에 데리고 나가야 될 거 아니야.
셀레온 K. 카르디안:(고개 끄덕인다. 걸음 속도가 점차 빨라지다가, 뜀박질로 변한다.) 하지만 당신의 몸상태가 걱정입니다. 혹시 호흡이 어렵다면 제가 업고 갈 테니 말씀하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너도 멀쩡한 건 아니면서 업기는 개뿔. (신랄하게 말하더니) 죽을 만큼 아픈 건 아니니까 그냥 가자. (고통 무시하고 당신 따라 뛰어가며 말한다.)
얼마 뛰지 않았는데도 이전에 비해 숨이 부족하고, 근육은 비명을 지릅니다.
가까운 도로를 향해 달려, 사거리에 진입했을 때였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훑는다 싶더니, 삽시간에 크리쳐
25마리가 여러분을 둘러쌉니다.
발레리 C. 하인즈:쟤들 이정도면 지성 있는 거 아니야? 급할 때 미친듯이 나오네. 다 뒈져라.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4 |
셀레온 K. 카르디안:발길을 가로막는군요. (거슬린다. 눈을 찡그렸다가 당신의 반대편 쪽으로 총을 난사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75/37/15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1 |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느 곳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정확한 처리에 만족스러운 표정 짓는다.)
발레리가 넓은 범위로 탄을 마구 난사하면, 셀레온이 주변의 잔당을 섬세하게 조준하여 하나하나 처리합니다.
두 사람의 총구 앞에 살아남은 크리쳐는 없었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발길을 가로막혔군요. 시간이 더 지체되기 전에 움직입시다. (숨을 한 번 크게 내쉰다. 유난히 땀이 흘렀다. 개중엔 식은땀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 빨리 구해와야지. 그 회사라는 곳 건물도 전부 뒤져야 할 것 아니야? (평소보다 땀을 흘리는 당신 흘긋 쳐다보고는 미간 찌푸린다. 둘 다 상태가 안 좋은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뜀박질을 하고는 있었으나, 그 속도는 점차 느려졌습니다.
그러던 차, 드디어 시야 저 멀리로 제약회사의 빛나는 간판이 보입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당신들의 발목을 아득바득 잡겠다는 듯
발레리 C. 하인즈:미쳤냐고 진짜. 징글징글한 놈들. (미간 찌푸리더니 금세 집중하며 총을 들어 크리쳐들을 조준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9 |
셀레온 K. 카르디안:(힘겹게 숨을 가다듬는다. 제 상태를 억지로 외면하며 총구를 몸에 바짝 붙이고, 조준경을 통해 크리쳐들을 겨냥한다. 팔이 더 떨려오기 전 빠르게 끝내야 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0 |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발레리의 집중력은 과연 최강의 크리쳐다운 것입니다.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한번 발레리가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단숨에 사살당한 크리쳐들은 악취만을 남기고 무너져내립니다.
셀레온의 겨냥 실력 역시 일말의 변화 없이 날카롭게 크리쳐들의 핵을 꿰뚫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별 것도 아닌 것들이 귀찮게 구네 짜증나게. (손 떨림을 멈추려 주먹을 꾹 쥐곤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헉... (총구의 반동이 오늘따라 견디기 힘들다. 절로 가빠 오는 숨을 티내지 않으려 한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애써 호흡을 고른다. 움직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체력이 독이 빠진 항아리마냥 새나가는 느낌이었다.)
발레리 C. 하인즈:..너 괜찮냐? (아무리 숨기려고 해봤자. 3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도 아니고, 크리쳐의 청각을 얕보면 곤란했다. 평소보다 부자연스러운 숨소리를 모를 리가. 뭐.. 이쪽도 다를 바는 없었다. 식은땀이 뚝뚝 흐르고 있었으므로. ..버틸 수 있겠지. )
셀레온 K. 카르디안:... ... 예, 이상 없습니다. (평소답게 무심하고 사무적인 목소리를 꾸며낸다. 여전히 고개는 당신에게서 비스듬히 돌린 채였고, 목소리의 끝이 떨렸기에, 당신이 알아채지 못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아집이다.) 이동하죠.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하.. 그렇다면 됐어. (여기서 거짓말 하지 말라고 추궁해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니까.. 폭탄이 떨어지기 전에 구출을 해야하니까. 무엇보다.. 시간이 갈 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심해지는 고통 때문에 언제까지 움직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괘씸하니 나중에 등짝을 때리기로 결심한다.) 빨리 들어가자.
셀레온 K. 카르디안:... 감사합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할 정도로 크리쳐가 많군요. 도시 내부에 이토록 많은 크리쳐가 모인 건 본 적이 없는데. (주변을 둘러보곤 다시금 걸음을 옮긴다.)
걷고 걸어, 마침내 두 사람은 제약회사에 도착합니다.
셀레온의 말대로 크리쳐가 이상할 정도로 많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까까지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가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확실히 이상해. 그때 그 크리쳐가 모은 걸 수도. 지능이 있었잖아. 빌어먹을 놈. (주위 두리번 거리며 말한다.)
거듭된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그 이후로 전투를 하지는 않았으나, 우글대는 크리쳐들 무리를 피해서 돌아와야만 했죠.
여러분은 마침내 조심스럽게 제약회사의 안쪽으로 진입합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깊게 숨겨져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 좌측을 훑을 테니 발레리는 우측을 맡아주시겠습니까. (벽에 손을 짚으며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 그럼. 빨리 찾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고개 끄덕이더니 이내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당신처럼 연신 벽을 손으로 더듬어가면서.)
발레리 역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벽을 더듬어가던 중,
발레리 C. 하인즈:? 뭐야 이건. 작동되나? (컴퓨터 쪽으로 다가간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발레리 C. 하인즈:(왜 내부만 작동이 안되지.. 누가 끈 건가?)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무언가 기시감이 듭니다. 다시 한번 찾아볼까요?
발레리 C. 하인즈:역시 뭔가 이상한데... (고개 갸웃거리며 다시 화면 본다.)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이상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한숨 쉬고 다시금 모니터 세세하게 뜯어보기 시작한다. 크리쳐 시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화면을 세세히 뜯어보던 발레리는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발레리가 죽어버린 장소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야, 저게 왜 여기서 나와? (미간을 작게 찌푸린 발레리는 당장 화면을 확대해서 살피기 시작한다.)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레리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발레리 C. 하인즈:..진짜, 뭐냐고. (타닥타닥.. 키보드로 3일 전 날짜를 입력하고는 엔터를 누른다. 그때 자신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으니까..)
날짜를 입력하자, 저화질의 영상이 재생됩니다.
셀레온이 쓰러지는 발레리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당신의 몸을 보듬어 꼭 끌어안으며,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악문다.) 죄송합니다, 발레리. 당신을 더 이상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한탄하듯 말한 셀레온은 발레리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피에 젖은 머리칼을 가만히 쓸어준다.) ... 잠시만 쉬고 계십시오.
(그리곤 생존자들을 향해 다가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두 이쪽으로 모여주시겠습니까.
분명 죽었을 터인 발레리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셀레온이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발레리를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셀레온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발레리? 벌써 회복하신 겁니까? 하지만 이렇게 빨리 리셋이 완료된 경우는...
시민1: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시민2: 되살아난 거 맞지? 뭐야, 이상해...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발레리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셀레온은 발레리의 움직임을 채 따라가지 못하고,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그대로 발레리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셀레온이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크흑...! (바닥에 나동그라지며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한다.)
발레리는 셀레온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셀레온이 달려들어 당신의 몸을 억지로 짓누릅니다.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성> 판정 (1/1D3)
발레리 C. 하인즈:....뭐야, 이게. 뭐냐고. (흔들리는 눈으로 화면 쳐다본다. 저런 짓을 했다고, 내가? 내가... 그럼 걔가 다친 것도..)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어느덧 다가온 셀레온이 영상을 중간에 꺼 버립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하필 이게 여기에 찍혀 있었을 줄은. (시선을 마주할 수 없단 듯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중얼거린다.) 잊어버리십시오. 중요하지 않은 일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가 중요하지 않은 일인데. 내가 니 갈비뼈를 부러트린 게? 인간들을 죽이려고 한 게? (소름돋을 정도로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로 당신 응시한다. 속에서 몰아치는 감정들을 갈무리하고 있기에 그런 것이지만.. 당신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어쩔 수 없는 사고였습니다. 또한, 생존자들은 그 누구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습니다. 상부에서 입막음을 하기로 했으니, 퍼질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게 아니겠지. 그러면서도 외면하듯 다른 답을 내놓고 마는 건, 당신의 안에서 감정이 소용돌이치듯 저 또한 머릿속이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발레리 C. 하인즈:어쩔 수 없는 사고는 무슨. 너 아프잖아 지금. 뭐? 조금 다쳐? 말은 잘한다. (짜증스레 앞머리 넘기더니) 아무튼 상부에 보고 들어간 이상 제제는 커지겠네. 처분 결정을 내리기엔 내 쓸모가 더 남았나보지 다행히도. (비소를 짓고 말하더니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됐고, 이쪽엔 왜 왔어. 저쪽엔 아무것도 없었나봐?
셀레온 K. 카르디안:... ... 보고하지 않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시민들의 입을 통해 퍼진다면 더 큰 제재가 가해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좀 더 자세히 살폈어야 했는데. 아니, 애초에 그 크리쳐에게 당할 일이 없도록 처리를 완벽하게 했어야 했는데. (당신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 3일간, 얼마나 스스로를 꾸짖었는지 모른다. 죄책감이 폭풍마냥 몸을 삼켜가는 듯했다. 혹시 그 크리쳐에게 핵 근처를 공격당해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만약 영영 일어나지 못한다면 어떡해야 하지. 그 순간만큼은 '최고의 인류'로서 세계를 지키는 의무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발레리라는 이 자체에게 모든 신경이 집중되었다. 당신을 향한 저의 마음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서 찾아낸 것이다, 애정이란 감각을. 하지만 당신의 비웃음과 무표정 앞에서 저의 마음을 어찌 토해낼 수 있을까.) ... ... 개폐 버튼은 찾았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누가 뭐래? 좋은 판단이었어. 고맙다고는 해둘게. 그리고, 네 탓이 아니라 방심한 내 탓이지. 너랑 난 같이 싸우는 관계지 지켜지는 관계가 아니거든? (퉁명스레 말하더니 고개 돌린다. 무슨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데, 자신이 저지른 결과만 존재한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어서 머리가 복잡했고, 당신을 죽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최악이었다. 또다시 그런 상태가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래선 제대로 싸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하지만 이런 마음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아, 그래? 그럼 가자.
셀레온 K. 카르디안:감사 인사를 듣고 싶진 않습니다. (왜 말을 하지 않았냐며 화를 내고 책망하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고맙다는 말이 오히려 제 심장을 얼음 송곳으로 찌르는 것만 같았다. 표정이 괴롭게 일그러져서, 착잡하게 손으로 눈가를 가린다. 당신과 비슷한 고민을 했다. 자꾸만 걱정이 늘어나는 건, 그만큼 당신이 저의 안에서 차지한다는 자리가 커져간다는 뜻이리라.) ... ... 이쪽으로.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했지만, 빠듯한 시간과 임무의 책임 앞에서 결국 뒷전으로 밀려난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계십니까. (문을 두어 번 노크하곤 조심히 연다.)
발레리 C. 하인즈:..진짜 쓸데없이 정중하네 너. (노크하는 모습을 떨떠름하게 쳐다본다.)
셀레온 K. 카르디안:혹시 모르니 신중을 기해 확인하는 것뿐입니다. (딱-딱)
셀레온이 문을 열자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테이블/벽면의 서랍]을 볼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야, 혹시 죽었나? (중얼거리더니 남자에게 다가가 요리조리 살펴본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진짜 죽었네. 구조 신호 보낸 다음에 죽은 건가.
셀레온 K. 카르디안:크리쳐에게 당한 흔적은 없는데...
발레리 C. 하인즈:사람한테 당한 건가 그럼? 구조 요청을 혼자서 보낸건지 아니면 여러명이서 보낸건지도 모르겠고.
셀레온 K. 카르디안:다른 사람이 또 있을 수도 있겠군요. 조금 더 살펴봐야 하겠지만요.
발레리 C. 하인즈:(이번엔 테이블 구석구석 살펴본다. 뭐 없나..)
..(엎어진 남자 바라보다가 가운을 들춘다. 흔적 없나..)
가운을 들춰보자,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가 땡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발레리 C. 하인즈:역시 뭐 하나쯤은 나와줘야지. (열쇠 주워들고는) 흐음.. 어디 열쇠려나.
아마도 벽면의 서랍에 사용되는 열쇠인 듯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열쇠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일단 내버려두고 핸드폰을 집어들더니 이것저것 조작해본다.)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셀레온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진짜 이 사람이 보낸 게 맞나보네. (겨우 왔는데 죽어있는 꼴이나 보고. 짜증인지 착잡인지 모를 감정 느끼며 휴대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이내 테이블로 시선 돌린다. 뭐.. 없나?)
이곳저곳 조작하던 발레리의 눈에 메모장 앱이 띄네요..
테이블에는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나름대로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연구 일지를 들어 살펴본다.)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바다를 보며 해안선을 따라 걷던 일,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2/41/16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게 무슨 일인지, 전혀.. 이게...)
발레리 C. 하인즈:(갑작스럽게 떠오른 기억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평생을 크리쳐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는 게, 인간이었다는 게.. 그럼 나는 이용당했다는 건가?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셀레온 K. 카르디안:... 발레리? (혹여 더 남은 흔적이 없는지 남자를 살펴보다가, 당신의 표정에 의아함을 느끼고 다가온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무슨 일? 있었지. 그래. 있었어.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연구 일지를 당신에게 넘긴다.) 읽어봐. 좀 재미있을거야.
셀레온 K. 카르디안:(연구일지를 받아들고, 읽어내려간다. 경악스럽기 그지없는 내용에 이내 눈이 커지고, 표정은 차갑게 굳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핵을 제어하라며 저에게 내주었던 리모컨은... ... 충격에 빠진 채 당신을 천천히 응시한다.) 발레리. 그렇다면 당신은... ...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가. 당신이 정말 인간이라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지, 크리쳐로 만든 상부에게 먼저 분노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발레리 C. 하인즈:(연구 일지를 읽는 당신의 반응을 가만히 보더니 그저 삐뚜름하게 웃기만 한다. 화가 너무 나면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진다는 데, 딱 그 상태였다.) 그래, 인간이네 나. 인간이어서 재생이 안되는 거였어. 웃기지도 않지. 전부 죽여버리고 싶네, 진심으로. (차갑게 뚝뚝 끊어 말한다.) 휴가도 속임수였나? 이 개XX들..
(뭔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심호흡을 하고는 열쇠를 든다.) 열쇠 구멍 있는 서랍이.. 아. (벽면에 붙어있는 서랍에 열쇠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열쇠를 꽂아 넣는다. 이 회사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셀레온 K. 카르디안:... 인간으로, 되돌아오신 겁니까? (이 일지로는 당신을 크리쳐로 만들었다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까지만 읽어낼 수 있었다. 조금은 희망적인 게 아닐까, 그렇다면. 하지만 별개로 상부를 향한 분노는 커져만 갔다. 언제나 복종해야 할 대상이라 여기고 어떤 고난이도의 임무를 주어도 군말없이 행해 왔는데. 언젠가 저도 당신처럼 실험체로 써먹을 작정은 아니었던 것일까?)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 중 잠긴 칸에 열쇠를 쓰자, 정확히 맞아들어가며 열립니다.
서랍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발견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어, 놀랍게도, 이제 사람이네.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최강의 인류라고 굴려먹고, 그 다음은 크리쳐? 웃기지 말라고 해. 엿 먹일거다. 꼭.) (그리 생각하며 서랍에서 꺼낸 편지 꾸러미를 펼쳐본다. 뭐가 쓰여있을지 이젠 무섭기까지 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시간이 지났기에 자연스럽게 되돌아온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이 3일간 누워있었던 그 폭주는 오히려 긍정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 ... 이런 전말을 알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이제껏 안전지대가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은 없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편지 쥔 손에 힘을 주더니 이내 셀레온에게 넘긴다.) 읽어봐. 날 이용한 건 둘째치고, 여기서 일어난 일.. 전부 우연은 아닌 것 같으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아직도 알아야 할 내용이 더 있단 말입니까? (불안하게 편지를 받아들었다. 그의 불길한 예감대로, 편지의 내용은 연구 일지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 ... 어떻게 이런.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편지를 쥔 손이 떨렸다. 분노인지, 좌절감 때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럼, 저희가 지금까지 죽여온 크리쳐들이 실은... ... 시민들이었단 말입니까?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발레리 C. 하인즈:XX.. (도대체 뭘 지키고 뭘 위해왔던 건데? 으득, 이를 간다.)
SAN Roll
기준치: |
81/40/16 |
굴림: |
7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셀레온 K. 카르디안:(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만 같았다. 둔중한 충격에 할 말을 잃고, 그저 편지의 글줄만을 읽고 또 읽었다. 도저히 현실 같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고 방아쇠를 당겨 왔다. 그런데 그게 전부... ...)
(내용을 몇 번이고 되새기다 보면, 깜박이던 등에 불빛이 가 닿듯이 무언가 명징하게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 발레리.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어쩐지 이상하게 떨려 왔다.)
발레리 C. 하인즈:(과거엔 분명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 세계를 지키고 시민을 지키자는 확고한 목표가. 크리쳐로서 살아오며 흐지부지 되었지만.. 인간일 적 기억이 되살아나며 다시금 목표를 상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짓이 살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 게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왜 불러. (감정을 내리누르는지 약간 메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오히려 셀레온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잠깐만, 너..! (불현듯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다급히 당신 바라본다.)
셀레온 K. 카르디안:(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다면 좋았을 정도로, 현 상황을 잔인할 만큼 명징하게 이해하고 만다. 혈색은 무척이나 건강하고 활기차보였으나 그의 표정은 바싹 마른 잎사귀마냥 사색이 된 채였다.)
... ... 발레리. 전...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셀레온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셀레온일 게 뻔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본다.)
너.. (..) 그러니까. .. (저게 어떤 상태인지 잘 알았다. 저건..)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셀레온은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뿐이고요.
SAN Roll
기준치: |
80/40/16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발레리가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셀레온이 발레리의 복부를 걷어찹니다.
발레리는 대응할 틈도 없이 셀레온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발레리의 눈에,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섬뜩할 정도로 무감정한 셀레온의 얼굴이 비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인간이었을 적이나 크리쳐였을 적이나 고통의 정도는 똑같았으니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문제는..내가 너를 죽여야 된다는 거겠지 빌어먹을. 가빠지는 호흡에도 피식 웃음이 흘렀다. 상황이 뒤바뀌니 이렇게나..) ... (이 기억은 남지 않기를 바랬다. 저 놈은 무서울 정도로 고지식하고 의무감도, 책임감도 넘치는 녀석이니..)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에서 이명이 메아리치며 발레리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셀레온의 모습을 눈으로 좇지만…….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발레리 C. 하인즈:쿨럭! 쿨럭..! 하.. 어떡하긴, 저걸 그냥 내버려 둬? (후들거리는 몸으로 일어나 뒤를 쫓는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감각은 참 오랜만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발레리가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셀레온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발레리는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셀레온이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셀레온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진정된 듯 보이는 당신의 뒤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가간다. 항상 재생될 거라고 생각해서 몸을 마구잡이로 굴렸었는데. 이건 느낌이 지속되는 건 오랜만이라 낯설었다. 여전히 숨 쉴 때마다 괴롭고,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지만.. 최대한 멀쩡한 목소리로 말한다.) 거기서 뭐해? 야경이 맘에 드시나봐?
셀레온 K. 카르디안:... ... 왜 오셨습니까. (쇳소리가 나듯 거칠고 긁히는 목소리로 으르렁대듯 중얼거렸다. 도저히 몸의 주도권을 잡기가 어려웠다. 이성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이리저리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갔다. 당신은 언제나, 이런 감각과 싸워 왔었던 걸까. 그저 처리의 대상으로만 봐 왔던 크리쳐가 되다니. 참으로 어이없고도 우스운 일이었다. 비참하기 그지없는 심정이었다. 이대로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다시 살아날 거란 사실이 절망스러웠고, 끝내는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는 사실이 저를 괴롭게 갉아먹었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서... 물러나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왜 오긴. 그럼 너 혼자 내버려둬?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여러 의미를 내포한 말을 내뱉더니 당신을 가만히 응시한다. 괴로워도 죽지 못하고, 지겨워질 정도로 고통을 반복해야만 하며, 머릿속은 언제나 뒤죽박죽. 매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하는 상태는..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섣불리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또한, 당신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괴로워할 거란 것을 알고있어서.) 물러나? 웃기고 있네. 네가 뭔데 나한테 물러나라 마라야. 네가 통제할 수 없을 때 처리하는 건 내 역할이야. 너도 해와서 알잖아? 싸워온 경력이 얼만데, 나 무시하니? (일부러 시비걸듯 말한다. 다른 생각 없이 짜증만 냈으면 해서.)
그는 당신이 지성과 감정이 있기에 다른 크리쳐들과는 다르다고 했던가요?
모두가 당신을 ‘병기’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니라고 했던가요.
전부 위선으로 비칠 수 있는 말들입니다. 셀레온은 발레리가 아니기에 할 수 있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셀레온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발레리뿐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주먹을 꾹 쥔다. 힘을 조절할 수 없어 손톱이 파고든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그러나 터질 것만 같은 폭주의 여파와 혼란으로 인해 고통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자신은 이제 '관리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구나. 수틀리면 죽임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대체 무슨 염치로 지금껏 당신에게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해 왔는지. 직접 당신의 입장이 되어보자 과거의 저에게 비웃음만 흘러나왔다.) 어떻게 그 긴 시간, 이런 감각과 싸워왔던 겁니까. 이제... 이제 리셋시켜야 하는 건 당신, 리셋당하는 쪽은 제가 됐군요. 그래서 속이 시원하십니까? 저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십니까?! (아냐.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 인간으로 되돌아왔을 때 얼마나 반가웠었는데. 조금만 신경을 놓으면 그대로 이성이 끊길 것 같이, 온 세포 하나하나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기분이었다.)
발레리 C. 하인즈:(어떻게? 어떻게라, 별다른 방법이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냥 순응했을 뿐이다. 죽고 싶지 않아서 병기 취급에도 순순히 따랐다. 한낱 괴물이더라도, 자신이 괴로운 만큼 사람들이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을 뿐이다. 그 뿐이다. 그랬는데.. 사실은 인간이었고, 평범한 나날을 보낸 경험이 있었으며, 세상을 위해왔는데 돌아온 건 배신 뿐이란 걸 깨달았을 땐 조금, 아니. 많이 괴로웠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뭐라고? (복수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냐는 말이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그럴 리가 없잖아. 왜 내가 널 죽이는 걸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평소라면 분명 이 말이 당신의 진심이 아님을 쉽게 알아채고 나중에 땅 치고 후회할 말 하지 말라며 비아냥 댔을 것이다. 하지만.. ) 겨우 그 정도였어? 네가 생각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 거냐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감정을 절제하는 것도 잊었다. 때문에..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형편 없이 떨리고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선명했다. 눈에 서린 물기 또한..)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떨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어리고 젖어든 눈가가 보인 순간, 연구실에서 일지를 읽었을 때보다도 더 정신이 번쩍 깨는 기분이었다.) 아니... 아닙니다. 그러려던 게... ... 난, 당신을... (당신을 폭행한 것도 모자라 울게 만들다니. 죄책감에 가슴이 아려왔다.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품에 끌어안은 채, 굽슬거리는 머리칼을 쓸어주며 위로해주고 싶었다. 한 발짝 당신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잠깐이나마 맑아졌던 정신이 다시 안개가 낀 듯 흐려진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걸음을 멈춘다. 그러나 한 번 목표물을 인식한 크리쳐의 몸뚱이는 쉽게 가라앉질 않는다.) 제발, 떨어지십시오. (당장이라도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눈앞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픈 충동이 전신을 지배했다. 그런 저를 막으려 온몸에 힘을 준 채 떨다가, 결국 한쪽 무릎을 털썩 꿇으며 주저앉았다.) 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아. 제발...!
발레리 C. 하인즈:(아. 뒤늦게 눈가에 열이 몰렸다는 것을 깨닫고 물기를 닦아낸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최악이었다.) ...알아. 말이 헛 나온거야. 신경쓰지마. (여전히 당신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지만 티 내지 않았다. 그런 말 따위, 잊으면 그만일테니까.. 한걸음 다가오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괴로운 모습으로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 손을 움찔거린다. 저 감각은 잘 안다. 자신이 아닌 무언가가 몸을 지배하는 감각은 끔찍하지. 흡사 짐승이 된 기분이니까. 말을 들어줘야 될까, 아니면 그냥 다가갈까. ..고민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언제 당신의 말을 들은 적이 있던가? 막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다가간다.) 네 반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조금 신기하네. (당신 앞에 쪼그려 앉더니.) 내가 네 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레온.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목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무엇이든 부수고 망치고 싶은 욕구가 벌떼처럼 날아들었다. 치고 나가려는 몸을 제어하느라 자꾸만 어깨가 들썩거렸다.) 안 됩니다, 다가오지 마십시오. 당신을, 당신을 다치게 만들 겁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뇌까리며 스스로를 부정하듯 어지럽게 고개를 내저었다.
레온, 당신이 한 번도 부른 적 없던 애칭으로 저를 호명하였을 때 감정은 더더욱 강하게 충돌한다. 목에 핏대가 서고, 손등엔 핏줄이 도드라진다. 사실은 저도, 당신을 애칭으로 부르는 순간을 꿈꿔왔던 때도 있었는데...)
(고개를 든다. 당신의 옅은 눈 색이나 하얀 낯이, 가까이 있는데도 알아보기가 어렵게 번져갔다. 한계치에 다다랐음을 깨닫는다. 괴로이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간신히 입술을 열어 속삭였다.) 저를 멈춰주십시오.
당신은, 저에게, 더없이-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니까...
(뚝뚝 끊기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백색 눈동자에서 다시 한 번 빛이 온전히 꺼진다. 당신을 해하기 위해 야차처럼 달려들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전투의 욕구에 끝내 이성이 끊어지고 말았으나, 그럼에도 본능이 거부했다. 당신의 복부를 향해 아까보다 훨씬 어설픈 주먹이 날아든다.)
셀레온 K. 카르디안:
근접전(격투)
기준치: |
70/35/14 |
굴림: |
83, 64, 3 |
+2: |
극단적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실패 |
-1: |
실패 |
-2: |
실패 |
발레리에게 닿으려던 순간 부하를 걸었는지, 방탄복으로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손길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짜증나. (고통하나 느껴지지 않는 주먹에 입술 깨문다.죽이는 것보다 나은 선택지가 있는 이상, 발레리는 죽이지 않을 것이다. 설령 실패 한다고 해도 다시 시도할 테지.)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랬나.. 써봐야겠어.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셀레온 K. 카르디안:어째서 절 포기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를 공격하기는커녕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당신을 보며 반쯤 소리지르다시피 한다.) 당신을 해하게 될 겁니다. 어차피 이 도시는 폭파될 테니, 저를 두고 떠나십시오.
저를 버리란 말입니다! (당신을 원했고,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당신을 해치면서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진심이 반, 거짓이 반 섞여 있는 채로 고통스레 절규했다. 와중에도 몸은 저의 통제를 따르지 않아, 목을 조르려는 듯 손이 멋대로 뻗어나간다.)
근접전(격투)
기준치: |
70/35/14 |
굴림: |
27, 72, 65 |
+2: |
어려운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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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성공 |
0: |
어려운 성공 |
-1: |
실패 |
-2: |
실패 |
목덜미를 겨냥하고 뻗어오던 손길이 간발의 차로 빗겨나갑니다. 당신이 떨쳐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손을 피하며 눈살을 찌푸린다.) 버릴 수 있겠냐고. 잃는 건 더 이상 사절이야! 혼자 남는 기분은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고!
SAN Roll
기준치: |
79/39/15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정신
기준치: |
85/42/17 |
굴림: |
8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발레리가 마지막으로 남은 자장가를 외우자, 셀레온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며 그가 털썩 주저앉습니다.
잠이 들지는 않았으나 한눈에 보기에도 폭주가 진정된 모습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불안한 듯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가더니) 정말 진정된 건가.. (콕콕.. 찔러본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이건...? (터질 것처럼 전신을 압박하던 파괴욕이 빠져나간다. 회오리가 치던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된 기분이다. 자리에 주저앉은 채 당신을 올려다보는 눈길은 이전처럼 무덤덤한 듯하면서도 차차 온기가 찾아들었다.)
발레리 C. 하인즈:(가만히 당신 얼굴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만족스럽게 고개 끄덕인다.) 이거 몇 개? (개구지게 웃고 당신 눈 앞에 검지와 중지 세워서 흔들며 말한다. 편하게 말하기 위해 평소처럼 행동하는 것이리라.)
셀레온 K. 카르디안:두 개... ... ... 농담할 때가 아닙니다. (그러나 절로 피식 웃음이 샜다.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 ... 죄송합니다, 발레리. 당신을 해친 것도, 못된 말을 한 것도 전부. 제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내가 언제 때를 가려서 농담했다고. 아무튼 정상 맞네. (안 죽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웃다가 이어진 말에 도르륵, 눈 굴린다. 울 뻔했던 거 떠올려서 민망해진 탓이었다.) ..아. 알고 있으니까 다시 말하지 마! 그리고 나도 너 공격했었으니까 없는 셈 쳐. (툴툴거린다. 비록.. 몸 상태는 최악이지만 정신은 또렸해서 다행이었다.)
셀레온 K. 카르디안:폭주 끝에 당신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그건 오히려 다행인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크리쳐가 되면서 그때 입었던 상처도 다 나았고요. (이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미간을 살짝 찡그린다. 조금 붉어진 당신의 눈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팔을 뻗어 와락 끌어안았다.) ... ... 계속 당신과 좀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 왔습니다. 임무를 우선으로 해야 하는 저희의 삶 특성상, 숨겨야 했었지만... ...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너도 언젠간 돌아오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라앉은 눈빛으로 당신 쳐다보다가 이어진 행동에 굳는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밀쳐내고 싶다는 기분은 들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나 되게 이기적인 거 알아? (대뜸 말하더니) 이제 내가 인간이고 네가 크리쳐여서, 남는 쪽이 내가 아니게 되어서, ..거부 안 하는거야. 이 결정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레온.
셀레온 K. 카르디안:그렇다면, 당신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야겠군요. (밀쳐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발자국을 내딛은 기분이었다.)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파트너가 되기로 한 것도, 당신을 지키겠다 결심한 것도, 당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 ... 이제,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 (당신의 머리칼을 가만 쓸어주었다.) 저는 당신이 원하는 바를 따르겠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곁에 있었던 그때처럼.
발레리 C. 하인즈:그럼, 네가 날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 보자고. 물론 무력하게 있지는 않을 거지만 말이야. (처음 만난 날에 한 말처럼 말하곤 픽 웃었다.) 사랑이라.. 그럼 네가 좀 노력해야겠네? 열심히 유혹해 보시죠? 내가 넘어갈 수 있도록. (한 발자국을 내닫을락 말락한 상태의 발레리는 그가 조금만 당긴다면 넘어갈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러 이러는 것은 언제나의 장난일테다.) 나는.. 된다면 날 속인 놈들을 전부 부숴버리고 싶긴해. 그들이 일군 것 모두를. (가만히 쓰다듬 받으며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은 최강의 인류이니 당신이 저를 지켜주는 날도 있을지 모르죠. 지금까지 그래왔었던 것처럼. (부드럽게 미소했다. 당신이 크리쳐에서 인간으로 돌아오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 그렇다면 저도 아마 그 비슷한 시간이 걸리겠지.) 제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도 곁에 있어주시겠습니까? 그 기간 동안, 힘을 내서 유혹해볼 테니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긴 하지만요. (워낙 고지식한 그로서는 당신이 장난을 치는 줄도 모르고, 오랜 기간 제 진심을 피력하는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AOC의 수뇌부와 연구실을 부순다면, 아마 이전처럼 도시 내에서 살 수는 없을 겁니다. 안전지대 바깥에서 살아가야겠죠. 험난한 삶일 것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물론이지. 지켜지기만 하는 건 성미에 안 맞으니까.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하여간 여전히 농담의 농자도 모른다니까. 싫진 않지만. 유혹하는 걸로 잔뜩 놀려줄 생각을 하며 웃더니) 그래, 힘내봐. 하는 거 봐서 받아줄게~ (이런다.) 알고 있어. 하지만 이대로 이용 당할 생각은 너도 나도 없을 것 같아서 말이지. 최강의 인류가 괜히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거 쓸어서 살면 되겠지 뭐. 안 그래?
셀레온 K. 카르디안:예, 그들은 당신을 크리쳐로 만들고 바이러스를 만드는 끔찍한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죗값을 받아야 합니다. 수많은 이들이 크리쳐란 이유로 살해당하였으니 그들 또한 죽여 없애는 게 마땅하겠죠. (과격한 방식이라고 누군가는 손가락질할지도 모르나, 그런 것이 무슨 상관인가. 우리는 총을 쏘는 것이 직업인 자들이다.) 생존에 관한 교육도 받아왔으니,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안전지대를 나가서도 우리는 함께 살아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저의 파트너, 그리고 제가 유혹하고자 하는 연정의 대상, 저의
레리.
한 번만 더 애칭으로 저를 불러주시겠습니까? (새로운 길을 찾은 이의 안도감과 설레임, 벅찬 감정이 혼재된 낯이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 걔네들이 잘 먹고 잘사는 꼴은 눈꼴 시려서 못 보겠어. 어차피 그놈들이 저지른 짓이니 죗값을 치르게 해줘야지. 우리가 직접. (한순간 눈동자에 살기가 맺혔다가 바스라진다. 조금 익숙해지기는 했으나 진실을 알았을 때의 감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물론이지. 임무 나갔을 때도 종종 밖에서 묵었었고. 어렵지는 않을걸.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어진 말에 작게 움찔거린다. 지금.. 애칭 부른거야? 무슨.. 귓가가 뜨거워지는 기분에 눈동자를 데굴.. 굴린다. 괜스레 간지러워지는 기분이다.) ..어렵진 않은데. 뭔가 그렇게 말하니까 안 불러주고 싶다. (괜히.. 이런다. 당신 빤히 쳐다보며 말하다가 이내 예쁘게 웃어주며 어깨 으쓱인다.) 뭐, 장난이야 레온. 삐진 건 아니지?
셀레온 K. 카르디안:(저와 당신을 차례로 농락한 상부를 용서할 마음은 없었다. 잠깐 비치는 살기는 꼭 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처음 크리쳐가 되었을 때는 폭주와 더불어 비참하고 절망적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 셈이 되었군요. (인생의 2막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겠지. 애칭을 어색해하는 티가 나는 반응이 귀엽게만 보였다.) 당신이 저를 장난스레 놀리시는 것도 이제 나름대로 적응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 짓다가, 갑작스런 웃음 공격에 또 삐걱거린다. 말만 적응되었지,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다.) 삐... 삐지지 않았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 그렇지. 내 상태 이해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을 걸? 외로워하지 말라고. (장난스레 말하며 등 팍팍 친다.) 적응? 적응이 됐다고? 진짜? (아닌 것 같은데. 고개 갸웃거리다가 웃는 얼굴 보고 삐걱거리기 시작한 당신에 크게 웃는다. 심심할 때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웃어서 아픈지 흉부 쪽 옷자락을 움켜쥔다. 이놈의 몸.. 재생이 안되니까 불편하긴 했다.) ..그래 그래, 안 삐진걸로 하자. 예쁜 나랑 살면 어쩌려고 저렇게 뚝딱댄담~ (완전 놀리는 목소리다.)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와 파트너가 된 게 새삼 다행입니다. (등 맞아도 아픈 기색은 없이 멀-쩡하다) 음. (시선 마주하지 못하고 스르륵 내린다) 레리가 너무 아름다우셔서... 그렇게 웃어주실 때면 사고가 멈추는 느낌이랄까요. 그나저나 많이 아프신 겁니까? (걱정스럽게 당신이 움켜쥔 부근을 응시한다.) 역시 저 때문에... (죄책감이 드러난다)
발레리 C. 하인즈:(멀쩡한 모습 빤히 보고 짜증나서 몇 대 더 때린다. 그래봤자 아픈 건 자신이지만..) ..아악! 너 그런 솔직한 면이.. 당황스러운 거 알아?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비즈니스 적인 대화를 하다가 이러니 어색할 수 밖에..) 뭐.. 익숙하니까 괜찮아. 걸리적거리는 건 어쩔 수 없고. (당신 이마를 약하게 검지를 튕겨 친다.) 니가 팬 건 맞는데, 네 의지는 아니었으니까 됐어. 그런 표정 하지마. 웃거나 더 웃거나. 둘 중 하나만 해. (단호..!)
셀레온 K. 카르디안:예전엔 당신이 저를 싫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숨기기만 했었죠. 하지만 이젠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말입니다. 언제 상황이 뒤집혀버릴지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었으니, 시간이 있을 때 가능한 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정작 낯부끄러운 소리를 한 장본인은 태연하기만 하다. 그야 이런 대화를 나눌 순간을 기다려 왔기 때문이다. 아주 부끄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당신이 이렇게 웃어줄 때나 쑥스러운 듯.) 며칠 전엔 제가 웃으면 소름돋는다고 하시더니... (아니다 그건 농담이었다) 어쨌건, 그런 감정을 줄여보라는 의미시겠죠. 노력해보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가만히 당신이 하는 말 듣더니) 오해를 바로잡아주자면 싫어하지 않았어. 평범하게 멀리했을 뿐이야. 정 붙인 사람을 잃는 건 싫거든. (담담한 낯으로 그리 말하더니) 뭐.. 이제 그 노력은 무용지물 됐고, 시간이 있을 때 표현하고 싶다는 말도 합리적이니까.. 일단 익숙해져 볼게. (익숙해지기 전까진 반사적으로 비아냥거리거나 질색하는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살았더니 습관이 된 것이다.) 그건.. 어색해서 그런거고! 니가 평소에 웃었어야 말이지. (고개 살짝 돌리고 변명하듯 덧붙인다.) 아무튼, 맞아. 이왕이면 그런 감정을 아예 안 느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랬습니까...? (다소 놀란 듯하다) ... 저 말고도 파트너가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위치가 바뀌었으니, 당신이 파트너를 잃을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폭주할 때가 와도 당신이 아까 쓰신 그 주문이라면 절 죽일 필요 없을 테고 말입니다. (여전히 한 명의 인간과 한 명의 크리쳐지만, 환경은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 더 이상 죽이거나 죽임당하는 고통을 느낄 필요가 없어졌다. 이렇게 우리는 점점 더 긍정적으로 나아져 가겠지.) ... ... 군인은 감정을 절제하는 게 우선이다 보니. 이것도 바꿔보겠습니다. 하지만 레리의 웃음만큼 예쁘지는 않을 겁니다. (어색하게 제 입가 매만진다)
발레리 C. 하인즈:내가 그렇게 심하게 굴었나? (놀란 모습 떨떠름하게 쳐다보더니 과거를 조금 되짚어보다가.. 이내 관둔다. 좀 심했던 것 같기도 하고..) 서로한테 다양한 일이지. 애초에 그딴 바이러스를 안 만들었다면 좋았겠지만. (혀 찬다.) 죽이지 않는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야. 진심으로. (그 방법이 없었다면 분명히 당신을 죽여야만 했겠지. 망설이지는 않겠으나 그 고통을 알기에.. 서로가 괴로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흠, 그래? (입가 매만지는 당신 빤히 보더니 앞으로 척척척 걸어가 까치발을 들고 당신 양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댄 후 쭈욱 올린다. 결과물은 놀라웠다.) 풉. ... .....이, 이렇게.. 웃으면- 푸흡....(속절 없이 떨리는 어깨와.. 웃을 때마다 아픈 폐.. 총체적 난국이다..)
셀레온 K. 카르디안:(입꼬리가 억지로 올라가서 꼴이 아주 우습다.) .............. 재밌으십니까. (반쯤 해탈했음) 당신이 재밌다면 됐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푸흡, 응.. 그, 그래.. (겨우 대답하더니 다시 어깨 들썩인다. 사진으로 남겨 놓고 싶은 기분이다. 나중에 꼭 저 얼굴 만들고 사진 찍어야지.)
셀레온 K. 카르디안:...... 당신이 이렇게 웃으시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만.
(저의 개그 얼굴로 당신을 웃게 만들 수 있다면 이건 이것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발레리 C. 하인즈:솔직해지자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리고 이 얼굴을 보고 어떻게 안 웃니? (하.. 웃겼다. 말하며 손가락 치운다.) 덕분에 재미있었어.
셀레온 K. 카르디안:좀 더 자연스럽게 웃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입가 만지작거리다가 시계 확인한다.) 이제 곧 헬기가 올 시간입니다. 도착하면 짧은 시간 내로 행동을 결행하고 빠져나가야 합니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굳이 연습까지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다가 당신을 보고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어. 넌 좀 해야될 듯. (..) 준비는 언제든지 되어있어. 그놈들 쳐부술 준비.
그럼, 갑시다. (간결하게 말하곤 한 손 내민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 (피식 웃곤 당신 손위에 자기 손 올린다.)
저 멀리에서부터 미래를 까마득히 모르는 헬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날아옵니다.
단단히 붙잡힌 손에 약속과 신뢰가 얽혔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참 많이 바뀐 관계입니다.
그러니 언제까지라도 깨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게 됩니다.
푸른 빛 위를 부유하고 날아, 두 사람은 다시금 그곳으로 복귀했습니다..
검은색 의자에 앉아있던 마지막 사람이 뒤로 넘어가며,
회의실 내부는 혈향과 살덩어리로 채워졌습니다.
코를 찌르는 혈향을 뒤로 한 채 바깥으로 나가면 총을 느슨하게 든 셀레온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이쪽은 정리를 끝냈습니다.
복도 너머에서부터 셀레온이 있는 곳까지 길게 핏자국이 이어집니다.
이걸로 당신과 셀레온의 복수는 종료되었지만…….
뒤이어 찾아올 혼란은 아무것도 모르는 안전지대 시민들의 몫이겠죠.
발레리 C. 하인즈:잘했어. (시민들의 혼란? 그딴 거 제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며 당신 머리나 쓰다듬는다.) 이쪽도 끝이야.
셀레온 K. 카르디안:이제 온전히 저희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겠군요.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걸음을 옮긴다. 새로운 삶을 향하여.)
발레리 C. 하인즈:너도 고생 많았어. 어디 한번 야생을 즐겨보자고. 그정도까지는 아니려나? (피식 웃으며 당신과 함께 걸음을 옮긴다. 과거 따위는 제 손으로 부순 곳에 내버려둔 채로.)
셀레온 K. 카르디안:어떤 모습이든, 이곳에서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함께 행복해지기 위하여, 모든 과거를 두고 떠난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것인데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창밖, 검은 어둠 위로 새파란 야경이 번집니다.
목줄이 사라진 목은 허전할지언정 춥지 않습니다.
ED 2. 클리셰 SF 세계관의 인간도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