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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5~230211] 루이스&비올라 - 벨벳 고스트

* 웬디님

플레이타임 : 약 11시간 반

 

 

 
벨벳 고스트
 
w. 쩨스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어느 맑고 화창한 날.
 
루이스와 비올라는 근처 해변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합니다.
 
이번 드라이브의 운전 기사는 루이스가 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신은 지금 그의 집 거실에서 루이스가 외출 준비를 끝내기를 기다리는 중이죠.
 
기다리는 동안 잠시 서재와 거실을 둘러보면,
 
못 보던 그림이 한 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해변가의 집을 그린 풍경화 그림입니다.
 
미국 남부 양식으로 지어진 작은 이층집의 창문이 열려서 노란 벨벳 커튼이 흔들리고,
 
마당에는 금잔화가 가득 피어 있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이에요.
 
비올라 카지안:처음 보는 그림인데, 참 예쁘네. 언제 이런 걸 샀어?
 
루이스 레너드:아, 그 그림요? 산 건 아니고, 얼마 전에 지인이 선물로 준 거에요. 마침 거실 벽면이 허전해 보이길래 잘 됐다 싶어서 걸어놨죠.
저 준비 끝나려면 아직 조금 더 남았는데, 그림 좀 더 보고 계실래요? 가치가 상당한 물건이라 하더라고요. 준 사람 말로는.
 
비올라 카지안:오늘 행운의 색이 노란색이라던데. (예의 운세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온 듯, 그림을 집중하여 구경한다) 그럴게. 왜 가치가 상당한지 납득이 갈 것 같은걸.
 
조금 더 들여보면, 그린 사람의 애정이 잔뜩 묻어 나온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한편 색이 조금 바래서인지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비올라 카지안:(관찰 판정 가능한가요?)
 
감정 판정을 할 수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
감정
기준치: 5/2/1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관찰로 재도전..?
 
비올라 카지안:(미술에 조예가 깊진 않긴 하지...)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미술에 조예가 깊진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은 있습니다.
 
그림의 이름과 날짜를 보니... 이거, 수수께끼 아닌가요?
 
그러나 머리를 굴려 보아도 딱히 떠오르는 답은 없습니다.
 
비올라 카지안:(이름과 날짜가 어떻게 적혀 있기에?)
 
글쎄요? 일단 확실한 것은, 당신이 풀 수 없을만한 수수께끼라는 것입니다.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이름과 날짜를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하얀 빈티지 캐딜락의 점검을 끝낸 루이스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옵니다.
 
그 와중에 저 차는 또 뭐죠? 루이스에게 저런 차가 있었던가요?
 
오늘은 어쩐지 알 수 없는 일들 투성이입니다.
 
루이스 레너드:선배, 저 준비 끝냈어요. 기다리느라 지루하셨죠?
 
비올라 카지안:아냐. 그림이 보기에도 예쁘고, 왠지 신기한 점이 많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 그런데, 루이스 네 차가 원래 저거였던가? (내 기억이 잘못됐나? 그래도 종종 보는 사이인데, 차를 바꿨단 이야긴 듣지 못했다.)
 
루이스 레너드:신기한 점이요? (고개를 갸웃, 하고는 그림으로 눈을 돌린다.) ... 어, 그렇네요. 그냥 풍경화인줄 알았는데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었네요. (이름과 날짜를 가리키며) 으음... (미간을 잠시 찡그리며 고민한다.) ... 아, 알겠다. (휴대폰을 꺼내 거침없이 번호를 입력하고는 전화를 건다.)
음, 그렇군요. 네. 네네… 알겠습니다. 네, 전 좋아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옆에서 영문도 모르고 기다렸을 당신에게 웃으며 묻는다.) 선배, 우리 드라이브 가는 길에 잠시 이 그림을 그리신 화가 분 집에 들르는 건 어때요? 방금 통화했어요. 이름은 마세나 트로페즈, 목소리를 들어서는 여성 분이신 것 같아요. 무척 쇠약하고 아픈 느낌이라 확실하진 않지만요… 특별한 예술 협업을 위해 자기 그림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 사람을 찾고 있었대요. 간단한 인터뷰만 해 주면 된다는데요? 저 캐딜락은 그 분이 우리를 데려오기 위해 준비한 차에요. 그걸 타고 오는 것부터가 인터뷰의 시작이라고… 음, 그렇지만 선배가 싫으시면 안 될 것 같다고 다시 전화를 할게요.
 
비올라 카지안:으응...? 넌 수수께끼를 바로 푼 거야? (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기에, 신기함과 대단함이 섞인 눈으로 묻는다.) 예술 협업이라기엔 나, 예술 쪽으로는 아는 게 거의 없는데. 인터뷰에 잘 응할 수 있을까. (반사적으로 걱정부터 한다.) 싫은 건 아니지만 괜시리 걱정돼.
 
루이스 레너드:(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어요. 음, 잘 모르는 분야라 걱정이 되는 거라면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예술에 관한 인터뷰라기보단, 자유롭게 한 인물의 경험과 그것을 통해 했던 생각을 듣기 위한 거랬거든요. 유선상으로만 말한 거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기도 했고, 이 분 자택이 저희가 드라이브하기로 했던 해안가 국도의 끝 쪽에 있어서 위치 상으로도 좋고요!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설명한다.)
 
비올라 카지안:그래...? (어차피 드라이브를 가기 위해 가볍고 상쾌한 복장으로 나오기도 했고, 친한 후배와 함께여서인지 기분도 붕 뜬 상태다. 인터뷰 하나쯤 한다고 해서 드라이브가 크게 지체될 일도 없을 테고, 무엇보다 당신이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 같으니. 꼭 일일 이벤트가 생긴 듯하다. 그 정도로 가벼이 받아들이면 되겠지. 오래지 않아 고개 끄덕인다.) 좋아. 위치도 우리가 마침 가려던 쪽이라니 잘됐네. 차까지 준비해 주시다니... 루이스라면 잘 하겠지만 혹시나 모르니 조심해서 운전해. (미소하며 차로 향한다)
 
루이스 레너드:(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요. 그럼 차로 가실까요? (에스코트 하듯이 차 쪽을 향해 팔을 뻗는다.)
 
비올라 카지안:네에... (이런 낯간지러운 언사엔 면역이 없으므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하곤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가 앉는다.) 그런데 어떻게 풀었어, 그 수수께끼? 나는 아무리 봐도 전혀 모르겠던데.
 
루이스 레너드:그건 비밀이에요. (고개를 저으며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대신 답은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건 바로... 삶은 아름다운 문제로 가득하다는 거죠. (이내 조수석의 문을 닫고 자신도 차에 탄다.)
 
비올라 카지안:비밀이야...? (네가 그리 말한다면 더 물어볼 수야 없겠지만, 괜히 더 궁금해지는 느낌이다. 답을 들으니 더더욱. 삶은 아름다운 문제로 가득하다는 답을 가지는 수수께끼가 있었던가.)
 
가슴 한 구석에는 즐거움, 다른 한 구석에는 호기심을 품고서 출발한 드라이브는 퍽 설레는 기분입니다.
 
국도를 타고 왼편엔 해변이, 오른편엔 시카모어 메이플 숲이 보입니다.
 
열어둔 창에선 이제 막 풋풋하게 식어가는 바람이 스며들어 오고,
 
청량한 풀숲의 향과 빈티지 캐딜락에 뿌려진 자스민 향수가 기분 좋게 뒤섞입니다.
 
빈티지 라디오지만 주파수는 잘 맞습니다.
 
그리고 핸드폰도 있잖아요.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곡하고 간식을 나눠 먹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루이스 레너드:노래 마음에 드세요? 휴대폰에 있던 걸 랜덤으로 재생하긴 했는데, 선배랑 저랑 노래 취향이 맞을지 모르겠네요.
 
비올라 카지안:응, 너무 좋다. (열린 창문 너머로 적당히 시원한 온도의 바람이 기분 좋게 뺨과 팔뚝을 스쳤다. 음악은 부담없이 듣기에 딱 좋은 경쾌한 울림을 지니고 흘렀다. 절로 눈을 반쯤 내리감은 채 차창 너머로 내리쬐는 햇살과 바람, 차가 바람을 스치는 소리에 흠뻑 빠져든다.) 딱 맞게 골라온 것 같은걸. 참, 나도 간식을 챙겨왔는데. 쿠키 먹을래? (가방에서 주섬주섬 미리 챙겨온 쿠키 봉지를 꺼낸다.)
 
루이스 레너드:아, 감사합니다. (곁눈질을 하며 쿠키를 받아들고 쿠키를 한 입 베어문다.) 맛있네요. 선배가 구우신 거에요? 아니면 사오신 거? 안에 든 이건... 아몬드인가. (냠냠... 그 와중에 차에 부스러기를 흘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신경을 집중 중이다. 전방 주시... 그리고 부스러기 주시...!)
 
비올라 카지안:직접 만들까 했는데 재료 중에 하나를 깜박 잊고 안 사온 거 있지. 그래서 그냥 자주 가는 제과점에서 사왔어. 일부러 가루가 적게 떨어지는 촉촉한 쿠키 위주로 골라왔는데, 어떠니? (녹차맛 베이스에 아몬드와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는 쿠키다.) 초콜릿맛도 있어.
 
루이스 레너드:(씩 웃으며) 아주 만족스러워요. 여러모로. 역시 선배는 정말... 선배에요. (즐거운건지 답지않게 실없는 소리를 조금 한다. 처음 받은 쿠키를 와작와작 다 먹고 다시 손을 내민다.) 음, 초콜릿도 좋지만 녹차맛이 더 깔끔하고 좋네요. 그거 하나만 더 주세요.
 
비올라 카지안:만족스럽다니 다행이네. (안도하며 봉지에서 녹차맛 쿠키를 하나 더 꺼내 손 위에 잘 올려주고, 자신은 초콜릿맛 쿠키를 얌냠 베어문다.) 네가 원래 운전하던 차랑 승차감이 많이 차이나진 않아? 돌아오는 길엔 내가 운전할까 봐.
 
루이스 레너드:처음엔 조금 어색하긴 했는데, 조금 운전하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이 잡혀서 괜찮아요. 그리고...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선배도 느끼셨을진 모르겠는데, 이 차... 아무래도 몸값을 제대로 하는 것 같거든요. 덕분에 편해서 좋긴 한데 운전은... 운전자 본인이 조심한다고 해서 다 괜찮은 게 아니니까... 만일을 대비해서라도 책임 소재는 다 제가 맡아야죠. 트로페즈 씨에게 가자고 한 건 저니까요. ... 되게 거창하게 말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사고를 내겠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니까 걱정은 마시고요.
 
비올라 카지안:그... 그래? (갑자기 조마조마해졌다. 괜히 침 한번 꿀꺽 삼킨다) 그래도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책임이 다 네게만 있는 건 아냐. 나도 눈 제대로 뜨고 혹시나 위험한 요소가 있진 않은지 잘 살펴볼게.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괜히 편히 기대고 있던 자세 바로한다.) 예술 협업은 어떤 거려나. 네 집에 걸린 것처럼 멋진 그림의 영감을 받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르겠어. 목소리가 아파 보이셨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루이스 레너드:(작게 소리내어 웃으며) 이럴까봐 뒷 말을 덧붙인 거였는데. 지금은 도로에 저희밖에 없으니 그렇게 긴장 태세 취하지 않아도 된다구요. 쿠키나 하나 더 드세요. (아까 통화로 들었던 화가의 목소리를 떠올려보며) 음, 그러게요. 예술은 고통을 먹고 자란다더니... 그 분도 그런 걸까요? 그냥 목소리만 힘없는 타입이신 거면 좋겠는데.
아까 저랑 통화할 때는 즉홍성, 그리고 연민과 이타성을 강조해서 설명하셨거든요. 저도 예술에 크게 관심이나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이런 단어에서 소재를 얻는다면 사람을 주제로 해서 뭔가를 하려는 게 아닐까요?
 
비올라 카지안:으응. 그렇긴 한데. (허리는 여전히 꼿꼿이 세운 채로 남은 쿠키 마저 먹는다. 목을 축이도록 오렌지 음료수 뚜껑을 열어 건네주고) 예술이 쉬운 일이 아니라곤 하지. 사실 쉬운 일이란 건 어디에도 없는 것 같지만...
아까 네가 맞췄던 수수께끼 답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 삶은 아름다운 문제로 가득했다고 했었지.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하고 싶으신 걸까. 그걸 어떤 식으로 예술로 풀어내실지도 궁금하네.
 
루이스 레너드:그러게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분과의 대화가 더 기대돼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눌 인터뷰에서 얼마나 심도 깊은 인터뷰를 할 수 있을지가요. 의견을 주고받는 일은 언제나 즐겁잖아요. (약간 멋쩍은 듯이) 사실 그려질 그림이 어떨지 잘 상상이 안 가서 그렇기도 해요. 말로 하는 건 좋은데, 물질로 구체화하는 건 또 취향이 아니란 말이지...
 
비올라 카지안:난 내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게 어려워서, 토론 같은 건 질색인데 말이지.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하도 낯을 가려서 모르는 이들 앞에서 생각을 말한다는 것을 두려워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루이스 넌 토론대회가 열리면 곧잘 나갔을 것 같아. 그래도 그곳엔 그 화가님만 계시겠지? 곁에 너도 있고...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만큼 안심이 되니까. 우리 인터뷰가 반영된다고 생각하면 신기해.
 
루이스 레너드:뭐에요. 저 심리적 안정제 같은 거에요? (웃는다.) 안심이 되는 존재라니 과분할 정도로 고마운 말이네요. 그래도 인터뷰 대상은 저랑 선배 두 명이니까, 아무리 두려워도 선배만의 언어로 대답해야 할 순간에는 스스로 용기를 내셔야 한다는 거. 굳이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계실 거라고 믿어요. (바람을 맞으며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쉰다.) 충분히 그럴 만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비올라 카지안:그러엄... 네 답에 묻어가지만은 않을게. (약간 움찔하는 게 말을 거의 안 할 생각이었던 것 같긴 하다. 당신은 언제나 제 용기를 북돋아주곤 한다. 그 부드럽고 다정한 언어를 듣고 있자면 없던 힘도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네가 나를 좋게 봐주는 거겠지.
 
루이스 레너드:전 빈말 안 해요. 매번 말하는 거지만, 선배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니까요? (약간 놀리듯이 말한다.) ... 아, 거의 다 온 것 같네요. 저 쪽 해변에 집이 보여요.
 
루이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보면, 해변가에 위치한 집이 하나 보입니다.
 
그런데 잠시, 덜컹! 하는 소리가 납니다.
 
조수석 앞의 글로브 박스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아요.
 
비올라 카지안:으음? (글로브 박스를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안에는 [오래된 신문]과 [권총]이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웬 권총이지... 호신용으로 주신 건가? 살펴본다)
 
살펴보면 총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총알은 들어있지 않나봐요.
 
총의 종류는 전형적인 리볼버네요.
 
비올라 카지안:(우선 오래된 신문도 펼쳐본다)
 
무려 41년 전의 신문입니다.
 
해안 도로에의 실종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귀향하던 연인이 실종되었고 둘 중 한 명만 돌아왔지만,
 
돌아온 자는 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여서 한동안 살인사건 수사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해안 도로를 달리며 읽기에는 섬뜩한 기사입니다.
 
비올라 카지안:... (상황과 꽤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섬뜩한 내용이다. 왜 이렇게 오래전의 신문이, 하필 이 캐딜락에 들어있는 걸까?) 루이스, 이것 봐봐. 여기 글로브박스에 들어있었는데, 좀 이상하지.
 
루이스 레너드:(속도를 낮추고 고개를 살짝 돌려 신문의 헤드라인을 훑는다.) ...... 그러게요, 음... 신문을 읽다가 거기 넣어놓고 몇 십 년이나 잊어버린... 걸까요? 조금 무섭다. 나중에 돌아갈 때는 다른 도로로 돌아갈까봐요.
 
조금 이상한 신문 기사는, 음! 잠시 잊어버리도록 합시다.
 
이제는 정말로 도착했거든요.
 
차가 천천히 정지합니다.
 
당신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립니다.
 
비올라 카지안:(내리기 전에 총을 들고 잠깐 고민하다가, 이것도 루이스에게 보여준다.) 루이스. 이거, 호신용인진 몰라도 신문이랑 같이 들어있더라. 총알은 없지만... 혹시 모르니 챙겨갈까?
 
루이스 레너드:음... (팔짱을 끼고 살짝 고민하다가) 그래요, 필요 없으면 나중에 트로페즈 씨께 차랑 같이 돌려드리면 될 것 같으니까.
 
총을 챙기고 난 뒤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던 당신은 깜짝 놀랍니다.
 
이 집은 그림에 그려져 있던 집과 똑같습니다.
 
머스타드 색 커튼도, 남부 양식의 저택도.
 
심지어 건물이 바랜 정도까지 같습니다.
 
그림은 최근에 그려진 게 아닌 것 같던데 어떻게 된 걸까요?
 
비올라 카지안:이 집... 그 그림이랑 똑같이 생겼어. 그려진 지 꽤 오래 된 것 같았는데. 이 집을 보고 그렸던 걸까? (그런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집의 모습을 똑같이 유지해 왔다고? 과연 예술가라 일반인들과는 좀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걸까)
 
과연 예술가의 집이라는 감상이 나오는 풍경입니다.
 
그 위로 늦은 낮의 햇살이 내려앉아 신비감이 더해지는 듯합니다.
 
아, 저기 중문 너머 걸어오는 한 사람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관찰력 판정.
 
비올라 카지안: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2층 창문에서 커튼이 부자연스럽게 흔들립니다. 어쩐지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비올라 카지안:(으음? 우리 말고 또 손님이 있나? 일단 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린다)
 
커튼에서 눈을 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립니다.
 
마세나 트로페즈: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오느라 고생이 많았죠? 들어오세요. 응접실로 안내할게요.
 
비올라 카지안:안녕하세요. (예의 바르게 고개 숙여 목례하고는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선다.) 그림 속의 집과 똑같은 모습이라 놀랐어요.
 
마세나 트로페즈:후후, 그랬나요? 그림도 집도 모두 놀란 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다면 좋을텐데. 아, 소개가 늦었네요. 마세나 트로페즈에요.
 
비올라 카지안:아, 비올라 카지안이라고 해요. (그래도 친절하시고, 아직까진 불편하진 않은 것 같아... 어색하게나마 미소하며 제 소개를 한다.)
 
마세나 트로페즈:반가워요, 비올라. 초대가 갑작스러웠을지도 모르는데 흔쾌히 승낙해줘서 고마워요.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인터뷰 전에 잠시 준비할 것이 있으니, 여기 응접실에서 잠시 기다려 줄래요? 얼마 안 걸릴 거에요.
 
비올라 카지안:아니에요. 저희도 마침 이곳 근처로 드라이브를 올 예정이었거든요. 가는 길에 들렸으니 괘념치 않으셔도 돼요. (응접실 소파에 조심히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마세나는 잠시 응접실을 떠납니다.
 
왼손 약지의 금잔화를 세공한 반지와,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예술가라는 느낌을 두고서요.
 
주변을 살펴보면 집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푸른 잔디밭은 높은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고,
 
널찍한 정원에, 주변에는 시카모어 숲과 해변가, 그리고 도로만이 있기에,
 
한적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쓸데없이 사치스럽기보다는 포근한 시골집 느낌이네요.
 
집의 벽을 타고 녹색 담쟁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전경을 구경하고 난 뒤 마세나가 다시 들어옵니다.
 
마세나는 들고 들어온 질문지를 루이스에게 건네줍니다.
 
마세나 트로페즈:질문지를 읽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거실로 건너오도록 하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인터뷰에서 하도록 해요.
 
비올라 카지안:네에. (루이스 곁에서 질문지를 들여다본다.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까?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한다 생각하니 점점 더 가슴이 두방망이질치는 것 같다.)
 
마세나는 웃으며 응접실을 떠납니다.
 
비올라 카지안:이타성, 연민... (스스로를 그닥 좋게 보지 않는 성격답게 질문을 읽어내려가자마자 자신에게 이런 요소가 갖추어져 있나? 스스로에게 묻기부터 했다. 일단 연민은 있는 것 같고, 이타성은... 타인을 함부로 대하려 하지는 않는데.)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루이스?
 
루이스 레너드:음... 아무래도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해요. 그렇지만 즉홍적으로 대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으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겠죠. (긴장한 당신의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다.) 그렇지만... 선배, 그 전에 물어볼 게 있어요. 오늘 제가 너무 즉홍적으로 여길 오자고 했죠?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도 괜찮아요. 제가 원해서 오자고 한 거니까, 선배가 그걸 꼭 따를 필요는 없어요.
 
비올라 카지안:으응? 아니야. (제 표정이 너무 안 좋았나? 그저 생면부지 타인을 대할 때면 언제나 그러했듯 일상적으로 긴장했을 뿐인데. 제 얼굴을 손끝으로 더듬다가 옅게 미소지었다.) 즉흥적인 반응이 중요하다면 더더욱 횡설수설할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싫지만은 않은걸. 그림에 그려진 집이 오랜 세월 같은 풍경을 유지하고 있단 것도 무척 신기하고.
 
루이스 레너드:그래요, 괜찮다면 다행이지만... (질문지를 든 손을 내리며)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든 말해요. 선배 선택을 존중할게요.
 
비올라 카지안:그럼. 나도 네 선택을 존중할 테니, 너도 중간에 마음이 바뀌었다 싶으면 언제든 말해줘. 난 좀 더 고민해보고 있을게. (머릿속으로 짧게나마 떠오르는 단어의 편린들을 엮어 살을 붙여본다.)
 
루이스 레너드:그럴게요. (고개를 끄덕인다.) 전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 같은데, 선배는요? 지금 들어가도 괜찮나요?
 
비올라 카지안:(제 가슴팍에 한 손 얹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 ... 좋아. 가자. (별것 아냐. 그냥 인터뷰일 뿐이니까... 긴장하지 말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일어서서 거실로 향했다.)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당신과 루이스는 거실로 들어갑니다.
 
1층 발코니로 통하는 커다란 전면 창으로 오후의 석양이 들어옵니다.
 
고급스러운 벨벳 소파 앞에는 커피 테이블이 있고 미리 다과가 세팅되어 있습니다.
 
마세나는 카메라와 녹음기를 설치하고 소파에 앉습니다.
 
슬리퍼를 휙휙 벗어 던지고 옆으로 길게 기대는 게 무척 느긋해 보입니다.
 
그토록 깔끔한 걸 중시하는 루이스가 보기에는 마세나가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옷가지들이 거슬릴 법도 한데,
 
곁눈질로 바라본 루이스는 조금도 반응하지 않고 있네요.
 
손님의 입장이라 그런 것일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고요?
 
비올라 카지안:(아까 차에서만 해도 쿠키 부스러기를 흘릴까 엄청 걱정하지 않았었나...? 심리학 판정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비올라 카지안: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루이스는 정말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입니다. 적어도 당신이 보기에는요.
 
마세나 트로페즈:(잔뜩 늘어진 자세로 손짓을 하며) 어서 와서들 앉아요. 우리 인터뷰 전에 아이스 브레이킹이나 좀 할까요? 비올라 씨는 지금 너무 긴장한 것 같은데. 마음을 좀 편히 먹어봐요~ 잡아먹지 않으니까.
 
비올라 카지안:앗. (너무 티가 났나... 하긴, 표정 숨기는 데는 재능이 없었다. 머쓱하게 미소하며 어깨에서 힘을 빼려고 해본다.) 죄송해요. 제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어서.
 
마세나 트로페즈:에이, 그렇게 살면 인생이 너무 힘들지 않아요? (아까의 우아한 말투와는 다르게 약간 시건방진듯한 느낌이다.) 좀 안심을 시켜 줘야겠네. 내밀한 이야기는 묻지 않을 거에요. 말하기 싫다면 얼마든지 묵비권을 써도 되고. 근황 얘기를 해도 좋아요. 중요한 건 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니까요. 어때, 좀 괜찮아졌나요?
 
비올라 카지안:(슬리퍼를 벗어던지신 것도 그렇고, 굳이 격식을 차리지 않으시는 성격인가. 여전히 좀 긴장한 상태지만, 대화에 집중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좋아요. 그러고 보면, 맨 처음 이야길 들었을 때 궁금한 게 여럿 있었는데... 원래 그림에 수수께끼를 넣곤 하시나요?
 
마세나 트로페즈:삶의 방식의 일종이죠. 당신들 같은 사람을 찾고 있기도 했고. 후후...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더라도, 지금은 내가 당신들을 인터뷰하는 입장이니 질문은 내가 해야겠죠? 둘은 가족 관계가 어떻게 돼요?
 
루이스 레너드:저는 형과 부모님, 그리고 제 반려동물. 이렇게 다섯입니다.
 
비올라 카지안:(그림에 수수께끼를 넣는 게 삶의 방식의 일종이라니, 역시 특이하다.) 언니 한 명과 아래로 동생이 셋 있어요. 부모님까지 하면 일곱이네요.
 
마세나 트로페즈:나는 엄~청난 대가족 출신이에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들과 언니 오빠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분들의 부모님까지 총 삼 대가 같이 살았었죠. 게다가 친척들도 있었답니다? 제일 친했던 건 고종사촌언니에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얼마나 절 귀여워하던지~! 떠들썩하던 때가 벌써 그리워요.
흠, 그럼 다음 질문은... 근황으로 해 볼까요? 최근에 있었던 가장 불운한 일에는 뭐가 있었나요?
 
비올라 카지안:세상에. 삼 대가 함께 살았으면 집이 엄청 복작복작했겠어요. 형제가 다섯이어도 엄청 시끄럽고 부산스러운데요. (공감이 가기도 하면서 저보다도 더 대가족이면 얼마나 클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 얼굴이다.) 그 사촌언니 분과는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 지내시나요?
아, 불운한 일... 으음. (꽤나 많은데, 무얼 말하면 좋을까... 고민해보다) 저는 실은 운세를 무척 중시해서 매일 아침마다 오늘의 행운 아이템이나 색상을 꾸준히 챙기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는 행운 아이템도, 그 색에 맞는 옷들도 그날따라 보이지 않더군요. 친구에게 빌려주었거나, 언니가 옷을 빌려입거나 해서요. 그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그날 내내 실험에서 실수를 하고 중요한 보고를 빼먹어서 교수님께도 혼나고 말았어요. (왠지 치부를 고백하는 것 같아서 다소 머쓱해진다.)
 
루이스 레너드:저는... 음, 아침에 늦잠을 잔 일 정도려나요. 오전부터 할 일이 참 많았는데 어째서인지 휴대폰의 알람이 울리질 않아서... 알고보니 설정이,
 
마세나 트로페즈:어머! 나는요, 계단에서 굴렀던 일을 가장 불운한 일로 칠 수 있겠어요. 얼마 전의 일인데요, 2층에서 내려오려다가 그만 발을 헛디뎠지 뭐에요?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내가요, 그림 말고도 몸 쓰는 일이라면 뭐든 잘 하는데!
 
비올라 카지안:(눈을 크게 떴다가 안도한다.) 크게 다치지 않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참, 그러고 보니... 저희 말고도 또 다른 손님이 있나요?
 
마세나 트로페즈:다른 손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뇨, 없어요. 집안일 해 주시는 분들이 다녀가시긴 하는데, 오늘은 인터뷰 때문에 다 오지 말라고 했어요. 우리들뿐이에요.
아, 그나저나 불운한 일이라고 하니 물어보고 싶은 게 또 생각났어요. 다들 첫사랑 해 본 적 있어요?
 
비올라 카지안:그렇군요... (착각이었나, 2층의 인기척은.)
사... 사랑이요?! 아, 아뇨. 그런 건 아직...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라 손 휘휘 내젓는다) 마음을 가지기도 조심스럽지만, 상대방이 저와 같은 마음을 가져줄 거란 확신도 없어서요.
 
마세나 트로페즈:(루이스가 입을 열려고 하는 것을 무시한 채 자기 할 말을 한다.) 나는 첫사랑 생각만 하면 아주 짜증이 나요. 대차게 실패했거든요. 뭐, 어쨌든 제 잘못은 아니었어요. 그 남자가 하필이면 모델이었거든요. 얼굴값을 하겠다는 건지, 주변에 물든 건지... 뻔하죠? 바람이 났어요. 그 나쁜 자식, 아작을 내 줬어야 하는 건데... 맞바람이라도 피워줄 걸 그랬나!
 
비올라 카지안:(으... 응? 당황해서 두 사람 얼굴을 이리저리 돌아본다. 괜찮은 거야? 심리학 판정 하겠습니다.)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마세나는 이 대화에 별 감흥이 없고, 인터뷰에도 전혀 열정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까부터 질문지는 뒷전이고, 시답잖은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루이스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역시 대화에 큰 관심이 없어보이는 눈빛이에요.
 
비올라 카지안:...? (뭔가 이상하다. 출발할 때만 해도 인터뷰를 한단 것에 굉장히 신나 있지 않았었나? 고개 가까이 하고 속삭였다.) 루이스. 괜찮아? 그만두지 않아도 되겠어?
 
루이스 레너드:음... 전 아무렇지 않은데요. 왜 그러세요? (되려 당신에게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비올라 카지안:…… (내가 이상한 건가?) 네가 괜찮다면 다행인 거지만…… 저, 마세나 씨. 이제 아이스 브레이킹은 충분히 된 것 같으니 아까 주셨던 질문지에 대해 답해도 될 것 같아요.
 
마세나 트로페즈:아... 질문지요, (엉덩이로 깔고 앉은 질문지를 끄집어내며 질린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쳐다본다.) 그래... 이런 것도 있었지. (종이를 휙 집어 던져버린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비올라에게 묻는다.) 괴한이 당신들 앞에 서 있고 그가 총을 겨누고 있어요. 곧 루이스를 향해 총을 쏠 예정이죠. (루이스를 향해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겨눠 보인다.) 그럼 당신은 이때 달려들어서 루이스를 구하고 대신 총에 맞을 수 있나요? 음~ 다른 조건은 아무것도 없어요. 단순하죠. 괴한은 제압할 수 없고, 그럴 경우 둘 다 그저 개죽음을 맞이할 뿐인, 아주 간단한 이야기. 뛰어들면 루이스가 살고, 뛰어들지 않으면 비올라가 삽니다. 비올라, 당신은 타인을 구하고 대신 죽을 수 있나요?
 
비올라 카지안:…… 네? (갑작스럽게 쏟아지듯 이어지는 질문에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멍청하게 반문한다. 방금까지 분위기가 굉장히 좋지 않았었던가? 이타심과 연민에 관해 묻는다고 하여 심리나 철학적인 쪽으로 이야기가 빠질 줄 알았는데. 갑자기 괴한과 권총 이야기라니. 고작 손 모양일 뿐인데도 루이스를 향해 총이 겨눠지자 작게 흠칫한다.) 마세나 씨,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제 대답이 협업에 꼭 필요한 내용인가요?
 
마세나 트로페즈:(예스, 혹은 노의 대답이 아니라면 필요가 없다는 듯 당신이 한 말의 대부분을 무시하고 강요하듯 재차 묻는다.) 대답 안 할 건가요? 루이스를 예시로 든 게 싫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어요. 생면부지의 타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든 대입해서 상상해봐요. 타인을 구하고 대신 죽을 수 있나요?
 
비올라 카지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이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몸이 굳어가는 느낌이다. 어째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짐작할 수 없다. 더욱 기이한 건 이런 질문을 듣고 있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는 곁의 루이스다. …… 한 번만 더 선해해주어야 할까. 침착하려는 듯 양 손을 꾹 쥐며 느리게 말 이었다.) 생면부지의 타인이라면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족이나 친구처럼 소중한 사람이라면,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일 것 같아요. 루이스도 그래요. 누군가 루이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면, 무언가 계산할 틈도 없이 그 앞을 막아서지 않을까요. 머리 굴리는 데는 소질이 없어서요. … 그런 일,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요.
 
마세나 트로페즈:그 말은 즉, 대신 죽겠다는 소리인가요?
 
비올라 카지안:…… 그래요.
 
그렇다는 대답을 한 순간, 마세나는 웃으며 허리 뒤쪽에서 권총을 꺼냅니다.
 
그리고 가타부타 않고 당신을 쏘아 죽여버립니다.
 
살해 현장을 목격한 비올라, 이성 판정(1/1d3)
 
비올라 카지안: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
 
발포 소리와 화약 냄새,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선혈에...
 
그리고 끔찍한 고통까지 전해져옵니다.
 
당신이 뭐라고 항변하려고 하는 순간, 마세나는 손뼉을 짝짝 치며 활짝 웃습니다.
 
마세나 트로페즈:아하, 아하하! 농담이에요. 겁이 너무 많다, 비올라 씨는~... (웃으며 맞은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거, 페인트탄이에요. 진짜로 총알이었으면 지금쯤은 고통도 못 느끼고 죽었겠죠?
 
비올라 카지안:무슨, …… 대체. (총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움직여 루이스를 가리듯이 막아섰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초록빛 눈엔 그저 공포가 어린다.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가……) 마세나 씨……?
(그럼 이 고통은? 탄에 맞은 타박상일 뿐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총에 맞은 부분을 쓸어본다.)
 
마세나 트로페즈:에이, 너무 얼어붙어 있는 것 같아서 장난 좀 친 것 뿐이에요. 아까 그것도 당연히 농담이고~ 어때, 좀 재밌었나? (생글생글 웃는다.)
 
비올라 카지안:농담이라기엔 너무 심하지 않나요…! (아무리 선해해주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흐르는 선혈이 진짜 피가 아닌 페인트일 뿐임을 깨닫곤,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다.) 이런 게 인터뷰라면 더 하고 싶지 않아요. 루이스. 가자. 난 여기 더 못 있겠어.
 
마세나 트로페즈:(눈썹을 살짝 내려 불쌍한 표정을 짓고는) 정말로 장난이었다니까요? 화 많이 났나요? 미안해요. 우리 아직 제대로 된 대화도 못 했는데 벌써 이렇게 가 버리면 너무 아쉽잖아요. 네? 진심이에요.
 
루이스 레너드:(마세나와 비올라를 번갈아 보며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그래요, 선배. 장난이시라니까... 조금 아프긴 해도 크게 다치진 않았잖아요. 왜, 예술가들은 다들 조금 독특한 면이 있잖아요? 선배가 한 번만 용서해주기로 해요.
 
비올라 카지안:뭐…? (평소였다면 저보다도 당신이 더 화가 나서 당장 나가자 종용했을 텐데. 명백히 괴상한 상황이다. 기류가 좋지 않다. 당신이 저이에게 조종이라도 당하고 있는 건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인데, 그렇게밖에 의심이 가지 않았다. 상황이 불쾌하기도 했지만, 당신이 걱정되어서라도 더 여기 있고 싶지는 않았다.) ……루이스, 우린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마세나 씨, 이런 장난은 그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예술가가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는 걸진 몰라도, 적어도 이런 상황에선 더 인터뷰를 할 순 없을 것 같네요.
옷이 엉망이 되었으니 갈아입을 옷이나 덮을 겉옷이라도 주실 수 있겠나요?
 
마세나 트로페즈:흐음... (잠깐 고민하는 듯 손을 턱에 올리고 당신을 바라보다가) 그래요, 그럼. 제 옷을 드릴게요. 나를 싫어하게 된 것 같으니 직접 와서 받아가라고 하면... 역시 거절하겠죠? (루이스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그럼 루이스 씨, 당신이 잠깐 나를 따라오세요. 비올라 씨가 갈아입을 옷을 꺼내드릴게요.
 
루이스 레너드: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배, 잠시만 기다리세요.
 
비올라 카지안:… 괜찮겠어, 루이스? (솔직히 저이가 당신에게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아나. 지금 이렇게 순종적으로 변해버린 것도 이상하기만 한데. 마음 같아서는 그냥 자신이 받아오고 싶었지만, 솔직히 아까의 상황에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자리에서 제대로 일어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무슨 일 생기면 날 불러야 해. 알겠지? 내 이름.
 
루이스 레너드:(가볍게 미소지어 당신을 안심시킨다.) 괜찮아요. 저택 안에서 별 일이나 있겠어요?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자인 제 쪽이 더 유리하니 너무 걱정 마세요. 다녀올게요.
 
비올라 카지안:으응. (하지만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혹시라도 루이스한테는 진짜 총알이 든 권총을 겨누기라도 하면 어쩌지?)
 
마세나 트로페즈:5분에서 10분 정도 걸릴 거에요~ 잠시 앉아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루이스의 팔을 잡아 끌어, 처음 들어온 문의 반대편에 난 또 다른 문으로 사라진다.)
 
비올라 카지안:(불안해... 불안해서 견디기가 어렵다. 내가 여기에서 섣불리 루이스를 보낸 탓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주변에 도움될 만한 것이나 수상한 건 없는지 찾아볼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에 거실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쓸만한 물건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하는 수없이 앉아서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초조한 마음을 애써 꾹꾹 누르며 기다리길 5분, 10분...
 
긴 시계바늘이 벌써 몇 번이나 숫자를 넘어갔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져갑니다. 찾으러 가 봐야 하는 걸까요?
 
비올라 카지안:(안색이 갈수록 창백해져, 바늘이 숫자 여섯 개를 지나칠 즈음에는 거의 백짓장처럼 보일 정도였다. 역시 혼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따라가야 했어... 덜덜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딛으며 일어선다. 챙겨왔던 빈 권총을 손에 쥐었다. 탄약도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무기로나마 쓸 수 있는 것이었다. 문득, 낡은 신문기사가 뇌리를 스친다. 귀향하던 연인 중 한 명만 돌아왔다고 하였었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혹시 그들도 이 일과 연관되어 있을까? 하필이면 이이가 내어준 차 안에 신문이 들어있었단 게 마음에 걸린다.)
(총을 양손에 꼭 쥔 채로, 반대편에 있는 문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쥐고 빠끔히 열어본다.)
 
루이스와 마세나가 사라진 방 문을 살짝 열자 음악과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이곳은 식당인 것 같습니다.
 
긴 [테이블]은 이미 누가 한창 먹고 마신 자리 같습니다.
 
정중앙인 상석에 호스트인 마세나의 자리가 있고, 양옆으로 [루이스와 비올라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옷을 가져오겠다던 마세나와 루이스는 이미 와인을 한두 잔 걸친 듯 즐겁게 떠들며 웃고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 (황당해져 눈살을 찌푸린다.) 루이스! (초조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테이블로 다가간다.) 옷을 가져다달라고 부탁드렸지 않나요?
 
마세나 트로페즈:어~...? 비올라~씨~! (해실해실 웃으며 손짓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렇게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어서 우리끼리 다 먹어버렸지 뭐야~! 그래도 후식은 아직 안 먹고 남겨뒀어요. 잘 했지? 무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야!
 
비올라 카지안:(저는 삼십 분 넘게 공포에 떨고 있었는데, 이 사람은 이곳에서 태평하게 술이나 마시고 있었던 거야? 아무리 비올라가 천성이 순박하고 소심하다 한들, 이런 상황에서는 분노가 치밀지 않는 게 이상할 것이다. 적어도 루이스를 해친 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오지 않았다면 직접 찾으러 올 수도 있었을 테고, 무엇보다 제가 부탁드린 건 옷을 빌려달란 거였지 식사가 아니었어요! (테이블로 시선이 떨어진다.)
 
푸짐하게 차려진, 아니, 차려졌었던 식사 자리입니다.
 
뼈만 앙상한 로스트 치킨, 이미 반쯤 먹혀 무슨 운석이 떨어진듯한 매시드 포테이토에 차갑게 식은 수프.
 
초콜릿 케이크는 허물어져서 너저분하고 식기는 모두 더럽습니다. 와인도 몇 병이나 굴러다닙니다.
 
식사가 끝날 때쯤의 풍경이네요.
 
루이스 레너드:응... 선배? (눈이 풀린 채 즐겁게 웃는다.)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신 것 아녜요? 우리 아까 식사하러 간다고 했었잖아요. 마세나 씨의 쉐프는 요리를 정말 잘 하세요. 선배도 맛봤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비올라 카지안:루이스. 너 정말 왜 그래...! 여기에서 주는 걸 다 곧이곧대로 먹었어? (뭐가 들었을 줄 알고...! 직업 특성상 식사에 약을 섞어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안다. 초조하게 당신의 자리를 살펴본다. 무언가 좋지 않은 징조라도 있을까 싶어.)
 
상석인 마세나의 자리 왼편에 위치한 루이스의 자리에는 그저 평범하게 저녁식사를 즐긴 흔적만 있을 뿐입니다.
 
접시에는 반쯤 먹은 디저트가 있고, 손에는 와인잔을 든 채로 마세나와 즐겁게 떠들고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한숨만 나온다. 그럼 제 자리엔?)
 
루이스의 맞은편, 마세나의 오른편에 위치해있습니다.
 
식기가 정갈하게 놓여있는 것 이외에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한숨을 쉬는 동안, 술꾼 둘은 큰 소리를 내며 깔깔거립니다.
 
루이스 레너드:마세나 씨, 정말 최악의 첫사랑을 하셨네요. 들으면 들을 수록 어쩜 이럴 수 있나 싶어...
 
마세나 트로페즈:그쵸? 루이스, 당신도 절대로 변호사랑은 사귀지 말아요. 말을 하나하나 따박따박 반박하지 못해 안달을 낸다니까? 직업병인지 뭔지, 정말 지겨운 첫사랑이었어. 그래도 내가 뻥~ 차버렸으니 된 거겠지만요? 아하하!
 
비올라 카지안:(점점 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벗어나고만 싶을 뿐이다. 게다가 심지어, 아깐 첫사랑이 모델이라고 했었잖아? 루이스의 손을 붙든다.) 루이스, 이만 나가자.
 
마세나 트로페즈:(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과 루이스 사이에 끼어들어 루이스의 손을 채 간다.) 루이스, 우리 춤이나 한 번 더 춰요!
 
루이스 레너드:음, 그건 사양할게요. 아까 너무 돌았더니 약간 어지러워져서... (전축을 향해 걸어가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는) 대신 당신이 춤추는 모습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있어요. (비올라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의자를 마세나가 서 있는 방향으로 홱 돌리고는 그녀가 춤추는 모습을 구경한다.)
 
비올라 카지안:루이스! (목소리를 높여 그의 이름 부른다. 제 딴엔 나름 빽 소리친다고 한 것이었지만, 원체 목소리 볼륨이 작은 탓인지 그닥 강단있게 들리진 않았다. 손과 함께 음성도 이지러져 왔다.) 나 무서워. 돌아가자... 응?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야지. 우리 오늘 그냥 가볍게 드라이브 나온 거였잖아?
 
루이스 레너드:(이상하다는 듯 비올라를 바라보며) 선배, 아까부터 정말 왜 그래요? 아까는 즐겁게 놀았잖아요. 혹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분이 나빠진 거에요? 그럼 물이라도 좀 마시고, 앉아서 마세나 씨가 춤추는 거 같이 구경해요. 정말 잘 추지 않아요?
 
비올라 카지안:무슨 소리야. 루이스! 내 옷 안 보여? 아까 저 사람이 갑작스럽게 페인트탄을 쏴서 온통 더러워졌잖아. …… 방금까지 계속 거실에서 널 기다렸어. 식당에 있던 게 아니라.
만일 정말 저 사람이 춤을 잘 춘다고 해도, …… 내가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 내 말을 먼저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니? 반대의 상황이었어도 난 당연히 그렇게 했을 테고. (우린 친구잖아. 그리 중얼거릴 쯔음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당신이 뭐라고 하든 루이스는 그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세나를 비호할 뿐입니다.
 
정말 왜 이러는 걸까요?
 
아니, 어쩌면... 루이스의 말대로 비올라, 당신이 이상한 걸까요?
 
자꾸만 혼란스러워집니다.
 
아이디어 판정.
 
비올라 카지안:(어쩌면, 정말 루이스의 말대로... 내가 이상해지고 있는 걸까? 페인트탄을 맞은 것도 실은 꿈이 아닐까? 제 옷자락을 내려다보았다.)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혼란스러운 채로 아무리 생각해보더라도,
 
식사를 즐긴 적도, 저들과 함께 어울려 논 적도 없습니다. 당연하지 않나요?
 
이 집과 마세나란 인물에 대해 거부감이 듭니다.
 
어쨌든간에 마세나는 춤을 추고, 루이스는 구경합니다.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를 듣고 싶다면 듣기 판정.
 
비올라 카지안: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해 겨울 성대한 파티가 열렸지.
 
한 무정한 연인이 여인을 버리고 떠났어.
 
여인은 가슴이 아파 벨벳 커튼 뒤로 숨었는데
 
내가 그걸 보았지,
 
커튼 아래 초라한 발목을.
 
파티가 끝난 아침에도
 
벨벳 너머 웅크린 실루엣을 보았네.
 
그녀는 계속 거기에 있었어.
 
12년 후에도, 72년 후에도.
 
가여운 벨벳의 유령.
 
나는 죽은 후에야 여인의 자리에 서게 되었네.
 
그대, 벨벳의 유령.
 
삶은 아름다운 문제로 가득해.
 
답을 구하려 하지 마.
 
비올라 카지안:(황망하게 자리에 서 있자면 전축에서 흐르는 음악이 자연히 귀에 얽힌다. 이 가사 역시 아무 의미없이 틀어둔 건 아닐 것이다. 춤을 추는 마세나를 노려본다.) ……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뭔가요?
 
마세나 트로페즈:원하는 게 뭐냐니요, (춤을 끝낸 뒤 전혀 모르겠다는 순진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비올라. 우리 지금까지 즐겁게 놀았잖아요?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다.) 어머! 원하는 게 굳이 있다면 당신이 옷을 갈아입는 것 정도겠네요. 어쩜... 어쩌다 이렇게 지저분해졌어요? (고개를 돌려 루이스를 바라보며) 게다가 둘 다 술을 마셨으니 운전도 못 하겠네요. 내가 객실을 두 개 내어 줄게요.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출발하도록 해요.
 
비올라 카지안:전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옷이 더러워진 건 당신이 제게 가짜 총을 쐈기 때문이잖아요. (아무래도 이 둘은 제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꼭 벽에 대고 외치는 것만 같다. 차라리 당장 혼자서라도 돌아가고 싶지만, 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집에 루이스를 홀로 두고 갈 순 없다. 그랬다간 정말로 신문에 나온 연인과 같은 결말을 맞을지도 몰라. 어떻게든 루이스를 설득해야 하는데, …… 루이스는 술에 취했고 저는 감정적으로 너무 흔들리고 있어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대로 이곳에 머물러야만 한다니.)
(절망적인 심정에 한 손으로 입가 가린 채 몸을 그들에게서 모로 돌린다. 눈물을 쏟아내더라도 이 음악 소리에 갇혀 전혀 들리지 못하겠지. 날 발견해주지도 못하겠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뱉는다.) …… 객실은 어디인가요.
 
마세나 트로페즈:(긴 복도가 나 있는 문을 연다.) 여기로 쭉 걸어가면 방이 있어요. 각자 원하는 방을 고르면 된답니다. (아쉽다는 듯이) 객실까지 안내해주고 싶은데, 여길 정리해야해서 데려다주진 못하겠네요. 그렇지만 한 방향 길이니까 길 잃을 걱정은 말아요. 그냥 쭉 걸어가면 돼요.
 
비올라 카지안:…… 알겠어요. 루이스, 가자. 어디에서 잘래? (바로 옆방에서 잘 생각이다.)
 
루이스 레너드:글쎄요, 일단 가서 보고 결정할래요. (먼저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비올라 카지안:(대체 무엇이 널 이렇게 갑작스럽게 바꿔둔 걸까? 약이라도 탔나 싶다기엔, 응접실에서 거실로 이동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갈 할 순 없었을 텐데. 참담한 심정으로 뒤를 따른다.)
 
당신은 루이스의 뒤를 따라 어두컴컴한 복도로 향합니다.
 
그런데 잠깐, 여기는... 아까 식당으로 들어갈 때 열고 들어왔던 문 같은데.
 
아까는 혼란스러워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확실합니다.
 
이 집의 구조는 확실히 이상해요.
 
게다가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복도라뇨.
 
간신히 어둠을 헤치고 더듬어 걸어가면 벽에는 그림이 잔뜩 걸려 있단 걸 알게 됩니다.
 
복도 중간에는 큰 창이 나 있습니다.
 
창을 통해 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네요.
 
그런데 창가를 통해 바라본 곳에는 창고가 보입니다.
 
분명 아까 거실에서 뜰을 보았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이죠.
 
비올라 카지안:(대체 이 집은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 거지? 꼭 마법이라도 쓰는 것 같아. 원래 이 문을 열고 나오면 거실이나 응접실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핸드폰 불빛으로 그림을 비춰본다.)
 
그림은 아주 평범합니다.
 
루이스의 집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느낌의 풍경화네요.
 
비올라 카지안:(관찰 판정 가능한가요)
 
그림에서는 별 문제점을 찾을 수 없어 보입니다.
 
예술가의 집이니 으레 걸린 것이겠지요.
 
비올라 카지안:루이스, ... 나, 창고가 보고 싶은데. 같이 봐줄 수 있어? (불이 하나도 켜져 있지 않은데다 의심스러운 곳이니, 무섭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체 겁 많은 성격이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평소의 당신이라면 당연스럽게 고개 끄덕였을 테지만, 현재의 당신은 도저히 종잡을 수 없었으므로 무척 조심스럽게 물었다.)
 
루이스 레너드:창고요? (고개를 돌려 뜰을 바라보더니) 네, 뭐... 선배가 원하시면요. (당신이 우려한 것과 달리 흔쾌히 부탁을 승낙한다.)
(창문을 열고 먼저 훌쩍 나가서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여기요, 잡아드릴게요.
 
비올라 카지안:... 고마워. (몰래 안도의 한숨 내쉰다. 당신이 수월히 넘을 수 있도록 핸드폰 불빛으로 창문을 비춰주고는 자연스럽게 혼자 낑낑대며 오르려다가, 내밀어진 손에 멈칫한다. 아까까진 내 말은 전혀 듣지 않고 그리 매몰차게 굴었으면서, 왜 지금은 다시금 원래의 너처럼 구는 걸까. 그래. 우리에겐 이게 당연했는데. 괜히 감정이 울컥 치받아서 잠깐 고개를 돌리고 훌쩍거리는 소리를 냈다. 당신의 손을 잡고 창문을 타넘는다.)
 
루이스 레너드:(당신이 느끼는 서운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전혀 와닿지 않는 것인지, 그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앞장 서서 창고로 향할 뿐이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몇 걸음 걷고 나니 금방 창고 앞이다. 문을 살짝 열고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 잡동사니들 말곤 별 거 없는 것 같은데요?
 
창고 안에는 다행히 전구가 켜져 있습니다. 어두운 곳을 걷다 오니 어쩐지 따뜻한 느낌도 드네요.
 
창고 안은 루이스의 말대로 거창한 물건은 없습니다.
 
삼면에 정사각형을 켜켜이 쌓은 모양의 책장이 있고,
 
정면에 있는 것을 빼곤 책장들 모두 머스타드 색의 벨벳 커튼이 쳐져 가려져 있습니다.
 
칸마다 물건이 딱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가장 중앙의 칸은 비워져 있고,
 
그 칸을 중심으로 시계, 어린아이의 신발, 사진 필름, 다 쓴 향수병...
 
그때 금잔화가 새겨진 반지가 보입니다. 마세나의 반지입니다.
 
비올라 카지안:…… 대체 이게 다 뭐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들뿐이다. 잡동사니들이지만, 평범하게 배치되어 있지는 않았으니까. 설마 저 시계나 향수병 같은 건 저희처럼 이곳에 머물렀던 이들의 물건일까.)
(저 반지도, 아까부터 계속 눈에 띄었었지. 가까이서 반지를 살펴본다.)
 
당신이 반지를 건드리려고 하면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바로 지척.
 
노란 커튼 아래로 누군가의 초라한 발목이 보입니다.
 
하지만 커튼은 창문을 가리기 때문에,
 
누군가 그곳에 서 있었다면 커튼이 부풀었거나 창고에 들어섰을 때 루이스가 곧장 눈치를 챘을 것입니다.
 
저것이 유령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성 판정(0/1)
 
비올라 카지안: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유령은 가만히 서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조용히 질문합니다.
 
유령:이곳에서 떠나고 싶어?
 
비올라 카지안:(등골에 소름이 쫙 끼친다. 겁에 질려 반사적으로 루이스의 뒤쪽으로 반쯤 몸 숨긴 채 떨었다. 환영을 잘못 본 거라면 좋겠지만, 저 목소리는... 질문을 던지고 있잖아.)
(하지만 지금 제가 처한 이 현실을 꿰뚫고, 제가 바라는 것을 관통하는 듯한 질문이었다. 어떻게 해야만 하지. 순간 하얘진 뇌내를 진정시키려 애쓰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 어떻게든.
 
유령은 대답을 들은 뒤 사라집니다.
 
그리고 루이스는 그런 당신을 걱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루이스 레너드:... 선배, 정말 돌아가고 싶다면 애써 여기 있지 않아도 돼요. 지금이라도 괜찮아요. 운전이 힘들 것 같으면, 마세나 씨에게 부탁해 기사님께 운전해달라고 하면 되니까요. 어떻게 하실래요?
 
비올라 카지안:…… 그런 너는? (사라졌어. 그 유령은 무얼 바라고, 무엇 때문에 여기에 남아있는 걸까. 전축에서 들려오던 노래처럼, 연인에게 버려져 몇십 년이 지나도록 그 커튼 아래에 숨어있는 걸까. 안타까운 생이다.) 루이스, 너는 안 갈 거야?
 
루이스 레너드:저는... (알 수 없는 표정이다. 기쁜지 슬픈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읽어낼 수 없는.) 네, 저는 여기 있을 거에요. 그렇지만 이건 제 선택이고, 선배의 선택은 제 것과는 별개니까요. 저는 마세나 씨와 조금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비올라 카지안: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 사람이 그렇게 매력적이니? ... 아깐 네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끊었어.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고. 게다가 내게 한 짓을 봐, 비록 상처를 입진 않았지만, … 내가 없어지면 혼자 있는 네게 무슨 짓을 할지 알고? 같이 돌아가자, 응? 그러면 되잖아. (거의 애원하다시피 간절하게 설득한다.)
 
루이스 레너드:(약간 당황하며) 네, 에? 아... 그런 게 아니에요. (해명할 말을 고르기 위해 잠시 고민한다. 주홍색 전구 불빛을 받는 그 모습은 어쩐지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사람에게 매력을 느꼈다기 보다는... 음, 정확히 설명하기 힘들어요. 그렇지만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여기 계속 있는 거나, 마세나 씨와 둘이서만 남은 뒤 제 안위나 모두요. 그러니까 선배는 원하는 대로 하면 돼요. 전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빈말 안 하는 거 아시잖아요?
 
비올라 카지안:그래, 알지. ... 하지만 도저히 널 혼자 두곤 못 가겠어. 이곳에 와서부터 넌 내가 알던 모습과는 너무 달라졌거든. (페인트인 탓에 어두운 색으로 굳지도 않고, 여전히 선명한 빨간색으로 물든 제 옷을 흘긋 내려다본다.) 내일, 같이 돌아가자.
돌아갈 거지?
 
루이스 레너드:(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잠시 침묵한다.) ... 일단, 오늘 돌아가지 않을 거라면 객실로 가요. 밤이 너무 늦었어요. (짧게 내뱉고는 창고를 나선다.)
 
비올라 카지안:(왜 확답하지 못하는 거야? 어째서, 오늘 처음 본 이 집의 무엇이 너를 그렇게 사로잡아?)
(닿지 못할 질문만이 당신의 등 뒤로 피어올랐다 사그라든다. 씁쓸하게 창고를 나서 객실로 향했다.)
 
당신은 루이스의 뒤를 따라 다시 객실로 향합니다.
 
머지않아 도착한 객실은 매우 어둡습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인데도 루이스는 익숙하게 움직여 탁상의 불을 켭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지내왔다는 듯한 태도로요.
 
곧 방에 주황색 불빛이 차오릅니다.
 
빛이 루이스의 모습을 비추고,
 
그곳에는 10년은 넘게 늙은 루이스가 있습니다.
 
이성 판정(1/1d2)
 
비올라 카지안: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1
 
)
 
 
=
1
 
이성 1 감소.
 
비올라 카지안:...... 루이스...? (제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믿겨지지 않아 황망하게 눈꺼풀만 깜박거린다.)
 
루이스 레너드:네? (왜 그러느냐는 듯 당신을 바라본다.) 왜 그러세요?
 
비올라 카지안:너, 얼굴이...... 갑자기 나이가 든 것처럼 바뀌어버렸어. 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나도? 방에서 거울을 찾아본다.)
 
루이스 레너드:선배, 왜 그러세요?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걱정스럽게 당신을 바라본다.) 제 모습이 왜요? ... 혹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거에요? (거울을 찾아 방을 두리번거리는 당신의 행동을 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는다.) ... 저희, 이 집에서 10년을 같이 살았잖아요. 마세나 씨랑, 나랑, 그리고 선배랑. 그 모든 세월이 다 기억나지 않는 거에요?
 
비올라 카지안:뭐...?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린 오늘 드라이브를 하러 왔다가 잠시 이 집에 인터뷰를 위해 들렸을 뿐이잖아!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첩첩산중처럼 끝이 없이 이어진다. 제멋대로 바뀌는 집 구조며, 커튼 아래에 보이던 유령의 발목이며, 이제는 방에 들어왔을 뿐인데 10년이 지났다니.)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비올라, 당신 말이 맞습니다.
 
루이스는 이상해요.
 
우리는 그저 인터뷰를 위해 왔다가 잠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한, 단순한 여행객 신분이잖아요.
 
이 집에서 산 적이라곤 없는걸요.
 
그러나 루이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루이스 레너드:그래요, 우리가 인터뷰를 하러 오긴 왔었죠... 그렇지만 그 이후 여기에서 몇 년을 같이 살았는데, 그걸 다 잊었다니... (답답하다는 듯 가로막고 있던 자세를 푼다. 그리고 자꾸만 당신의 기억에는 전혀 없는 추억을 상기시키려고 노력한다.) 3년 전에 합동 전시회 했던 건요? 그때 기자들도 엄청 많이 왔었고, 신문에도 짧게 기사가 났었잖아요. 그때 찍은 사진 마음에 든다고 스크랩까지 했으면서.
 
비올라 카지안:전시회라니... 너와 내가? 마세나와 함께? (당연히 믿을 수 없는 말들뿐이다. 정말 10년이 흘렀다면 방금까지의 순간이 그리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눈 앞의 당신은 홀로 시곗바늘을 몇백 번이나 돌려버린 것 같은 외관이 되어있다. 꼭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이미 미쳐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난 예술에 소질이 없어. 알잖아.
 
루이스 레너드:그랬었죠. 하지만 이 집에 같이 살면서, 그림 그리는 것에 점점 흥미를 붙여 갔었잖아요. 마세나가 그때 얼마나 좋아했는데... (당황스럽다는 듯 머리카락을 쓸며 혼잣말을 한다.) ... 이런 식으로 기억상실증이 찾아오기도 하는 건가...? 병원... 에 가 봐야 하나, 하아...
 
비올라 카지안:(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반대쪽 손으로 감싸쥔다.) 방금까지 창고에 있다가, 이제 막 이곳에서 밤을 보내려 방에 들어온 참이었잖아. 거울을 보게 해 줘, 루이스. 정말 10년이 지난 거라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래.
(그리곤 제 옷을 내려다본다. 정말 10년이 지났다면 그 페인트가 튄 옷을 아직까지 입고 있을 리 없을 테니까.)
 
루이스 레너드:... 그렇게 하세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 그러나 탁자로 걸어가 그 위에 놓여 있던 작은 손거울을 가져와 건네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기억하던 그대로입니다. 아주 멀쩡해요.
 
그러나 어째서인지 루이스는 자신과 당신이 같은 나이대라고 여기는 듯합니다.
 
소란이 일어난 것을 들었는지, 마세나가 곧 객실에 들어옵니다.
 
그 역시 루이스처럼 나이를 먹은 모습이네요.
 
마세나 트로페즈:루이스, 비올라, 무슨 일이에요? 밤이 늦었는데 어서 잠들지 않고.
 
루이스 레너드:아, 마세나... (난처한 표정이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조금 머뭇거린다.) 비비 선배가...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우리가 여기 처음 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10년 간의 기억이 전혀 없나봐요.
 
마세나 트로페즈:어머...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비올라에게 다가간다. 따뜻하게 손을 꼬옥 잡으며 나긋나긋한 말투로 당신을 달랜다.) 비올라, 잠깐 사이에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인터뷰 이후 깊은 우정을 확인했고, 10년 동안 같이 살았어요. 마치 가족같은 친구들이었죠.
 
비올라 카지안:(손을 확 빼내며 뒤로 물러선다. 적대심 가득 어린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전 그 잠깐 사이에 당신이 루이스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하셨는지가 궁금하네요. (나만 빼고 이 집안의 시간이 흘러가기라도 한 걸까. 차라리 이 모든 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침대에서 잠들어 눈을 떴을 때, 다시 어제의 시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뤄질 수 없는 가정이란 걸 알기에 뼈아프게 사무쳤다.) 루이스, 네 눈엔 나도 너처럼 나이든 모습으로 보이니?
 
루이스 레너드:...? 네, 그럼요...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물어봐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재차 질문을 날리는 비올라, 다시 이성 판정.
 
비올라 카지안:적어도 내가 보는 거울 속 나는 여전해. 너에겐 10년 전의 과거가 되어버렸을지 몰라도 내겐 현실이란 말야...! (가슴이 무언가에 틀어막힌 듯 답답하다.)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1d2 굴려주세요.
 
비올라 카지안:
rolling 1d2
 
(
1
 
)
 
 
=
1
 
이성 1 감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의 뒤로 객실의 풍경이 보입니다.
 
창가에 노란 벨벳 커튼이 쳐진 아주 평범한 침실.
 
그 평범한 물건들 사이에 [이상한 액자]가 보입니다.
 
비올라 카지안:(저 커튼. 처음 이 집에 올 때부터 이상하게 느껴졌어. 그들을 뒤로하고 액자를 살펴본다.)
 
액자 안에는 집이 한 채 그려져 있습니다.
 
그 집은... 루이스의 집입니다.
 
이 집의 그림이 왜 여기? 하고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액자 안의 집과 풍경이 움직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먼저 듭니다.
 
비올라 카지안:(잠깐, 루이스의 집엔 이 그림이 걸려 있지 않았었나? 기시감에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자기도 모르게 작게 흠칫한다. 움직일 리가 없는 그림일 뿐인데?)
 
그림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관찰력 판정.
 
비올라 카지안: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림은 확실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치 밖을 관찰하는 것처럼 각도를 바꾸며 일렁이며 모습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성 판정(0/1)
 
비올라 카지안: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비올라 카지안:(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니, 이젠 놀라움이 들기보단 적응이 될 정도였다. 이 집에 있는 건 무엇이든 이상해지는 게 분명했다. 마세나는 여전히 방 안에 들어와 있나?)
 
마세나와 루이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 이 그림은 뭔가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물어본다.)
 
마세나 트로페즈:음? 그냥 그림이죠? (고개를 갸우뚱하며) 루이스의 집을 그린 그림. 내가 그렸고, 루이스가 조언을 해 줬고.
 
비올라 카지안:그림이 움직이고 있지 않나요? (이 사람들에겐 이것마저도 당연한 건가) 루이스, 네 집에 걸려있던 그림은 어떻게 했니?
 
마세나 트로페즈:움직인다고요...? (인상을 찌푸리며 루이스를 바라본다. 귓속말로 작게 속닥거린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비올라. 하지만 당신들은 여기서 살기로 결정한 이후 쭉 이 집에 있었으니, 루이스의 집에 걸려 있던 그림은 계속 그곳에 있겠죠?. 비올라... 아무래도 잠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많이 피곤한 것 같아요...
 
비올라 카지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순 없으나 결코 긍정적인 내용은 아니리라 확신한다. 아까 창고에 갈 때만 해도 잠깐이나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는데,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성격이 이리도 쉽게 휙휙 바뀌는지. 모든 상황이 공포스러웠고 질리기만 했다. 확실히, 이 괴이한 상황에 공분하느라 바빴던 탓인지 피로가 몰려오는 듯도 했다.) 그래요... 갈아입을 옷이나 주세요.
 
마세나 트로페즈:그래요, (따뜻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루이스에게 말을 건다.) 루이스, 비올라가 지금은 많이 불안한 것 같으니 방 문 앞에서 잠깐 자리를 지켜줘요. 나는 비올라를 위한 물건들을 가지러 잠시 다녀올게요.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둘은 방을 같이 나섭니다.
 
당신은 참을 수 없는 피로와 두려움에 침대에 살짝 걸터 앉아 숨을 천천히 내뱉습니다.
 
그러나 그 잠깐의 휴식도 허용할 수 없다는 듯,
 
방에는 점점 서늘한 기운이 돌고,
 
바람도 불지 않는데 노란 커튼이 부풀어 침대 가까지 살랑입니다.
 
이윽고, 창백한 손이 커튼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 당신을 붙들고 끌고 갑니다.
 
대항조차 불가한 기이한 현상.
 
이성 판정(0/1)
 
비올라 카지안: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비올라 카지안: 꺄악! (비명을 지르며 끌려간다. 아까도 커튼 뒤에서 유령의 목소리가 나타났었지. 그와 비슷한 존재일까. 머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힐 틈도 없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일에 한계까지 몰리는 기분이다.)
 
끝없이 한계로 내몰리는 기분을 느끼며 당신은 잠시 정신을 잃습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그곳은 어두운 공간입니다.
 
장대하고, 자신의 말소리와 숨소리가 울려서 얼마나 커다란지 알 수 없습니다.
 
압도적인 어둠에 놀라 있으면 희미한 빛이 듭니다.
 
비올라 카지안:(여긴, 어디지? 어둠에 잠식된 듯해 떨리는 숨을 뱉다가, 희미한 빛줄기를 따라 본능적으로 시선을 든다.)
 
빛을 따라가면 노란 벨벳 커튼이 보입니다.
 
벨벳 커튼의 틈새로 빛이 들고, 너머에선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비올라 카지안:(이 노란 커튼에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의미일지 짐작도 어렵다.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지 귀기울인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에, 들은 적 있는 것 같은 대화 내용이 흘러나옵니다.
 
... ...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 ...
 
... ... 아니에요. 저희도 마침 이곳 근처로 드라이브를 ... ...
 
비올라 카지안:...... (과거의 대화? 정말로 십 년이 흐른 거라면, 이 커튼 뒤에 세월이 숨겨져 있을까.)
(한참이나 머뭇거리며 서 있다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커튼을 살짝 걷어본다.)
 
커튼은 아주 조금, 딱 반틈 정도만 열리고 그 이상은 무언가에 막히기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벨벳이 마치 석고에 굳어버린 듯합니다.
 
그 조그마한 틈새로 커튼 너머를 확인하면,
 
루이스와 당신이 이 집에 막 도착했을 때의 모습이 보입니다.
 
두 사람과 그들을 맞는 마세나는 기억 속의 대화를 반복합니다.
 
부드러운 빛이 공간에서 감돌아서, 마치 필름을 덧씌운 옛날 영화처럼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이성 판정1/1D3+1.
 
비올라 카지안: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1
 
(
3
 
)
+1
 
 
=
4
 
이성 4 감소.
 
비올라 카지안:대체...... (커튼 너머에 영사기라도 있는 것만 같은 모습이다. 제 감정이나 정신은 절벽 끝까지 내몰린 것처럼 아슬하고 위태로운데, 저 너머의 광경만은 이질적이게도 아름다워서. 커튼 너머로 상영되는 과거를 바라보던 녹색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굴러떨어졌다.)
 
그래요, 과거입니다.
 
차라리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 하더라도,
 
돌아가서 이 만남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더라도,
 
그것은 그저 과거에 불과한 것이라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커튼을 닫아버리세요.
 
당신은 저 곳으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비올라 카지안:(날이 밝으면 루이스를 데리고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착각인지 혹은 정말 시간이 저만 두고 흘러가버린 건지는 몰라도, 10년이나 마세나와 이 집에서 머물렀다 말하는 이를 쉽게 끌고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걸까. 이 집에서 하루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가 모래처럼 겹겹이 쌓여 백사를 만든다. 그러나 홀로 떠나라던 루이스의 부탁을 거절한 것만큼은 후회하지 않았다. 함께 왔으니 함께 떠나는 게 당연할 터다.)
(눈물을 닦으며 커튼을 다시 쳐 버렸다. 닿지 못할 이상향은 한낱 꿈결과 다를 바 없다.)
 
커튼을 치고 눈을 돌리면 이전에 창고에서 본 작은 책장이 어둠 속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보았던 물건들은 없고 모두 [종이 더미]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그 책상에 내 물건이나 루이스의 물건도 놓이게 되는 걸까. 착잡하게 종이더미를 뒤져본다.)
 
종이 더미를 뒤져 보면 그것들이 모두 대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책장 가득히 대본들이 꽉꽉 들어 차 있습니다.
 
이 중에서 지금의 당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까요?
 
비올라 카지안:(대본... 그러고 보면, 어젯밤 루이스의 모습이 꼭 연기를 하는 이처럼 과장되어보이는 측면이 없잖아 있었다. 대본을 빠르게 훑어나가며 눈에 띄는 내용을 찾아본다)
 
자세히 찾고 싶다면 관찰 or 아이디어 판정.
 
비올라 카지안: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지능으로 재도전...?
 
비올라 카지안:(초조해서인지 내용이 잘 들어오질 않는다. 애써 심호흡을 하며 한 줄기 침착함이나마 잡으려 해보았다. 그리고 다시 읽어내려간다)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초조함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야말로 침착해야겠지요.
 
마음을 다시 한 번 가다듬어 봅니다.
 
비올라 카지안:(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이 이상한 곳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을지 가늠도 안 되는 상황에서, 또 바보마냥한심하게 굴지 말자, 비올라 카지안. 마른세수를 두어 차례 하고선 다시 눈을 부릅뜨고 읽어내려간다)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50/25/10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혼란스러운 마음은 계속해서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행운은 당신의 편인가봅니다.
 
책장을 건드리다가 대본 하나를 실수로 떨어트립니다.
 
대본이 있던 곳을 확인해보니... 마세나의 반지가 있던 칸입니다.
 
당신은 그 대본을 집어들어 천천히 읽기 시작합니다.
 
비올라 카지안:여긴, 그럼...... 무대 뒤편? (이 알 수 없는 공간과 희미한 빛은 그래서... 자신이 봤던 빛은 '무대'의 일부였나. 눈살을 찡그리며 페이지를 급히 넘긴다. 주연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이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 맞는 걸까?)
(우선, 대본을 잘 챙긴 채로 책장의 중심이 되는 위치에 선다. 왼쪽으로 세 걸음, 오른쪽으로 돌아 앞으로 여섯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다소 불안정했다.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와중에 대본의 글씨만이 뇌내를 시끄러이 활보했다. 무대에는 언제나 주연이 남아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대본을 챙겨 다락방으로 곧장 향하려던 것도 잠시,
 
[책장의 뒤]에 무기가 될만한 것이 있다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무작정 급하게 행동하기 보다는 그 무기라는 것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올라 카지안:(맞아, 신성한 문장이 있다고 했었지. 초조한 마음을 다스리려 애쓰며 조심히 책장의 뒤로 다가간다. 하지만 맨눈으로 보면 다친다고 했었는데... 옷자락을 찢어 어설프게 안대처럼 둘러보았다. 이래도 효용이 있을까.)
 
경고문을 떠올린 당신은 간이 안대를 쓰고 책장 뒤를 둘러봅니다.
 
천 조각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그 주변을 천천히 손으로 더듬은 끝에 나무로 된 총알 하나를 발견합니다.
 
비올라 카지안:(나무 총알...? 잠시 의아하게 내려다보다, 곧장 깨닫는다. 차에서 가져온 권총이 있었지...! 탄창에 넣어본다. 크기가 맞아야 할 텐데.)
 
총알은 캐딜락에서 가져온 권총에 아주 딱 맞습니다.
 
비올라 카지안:...... (왜 대본에 이런 것까지 적어두었을까? 내가 누군가를 쏘는 상황까지 상정해서? 그게 시나리오를 쓴 마세나가 되진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어서? 왠지 오기가 생기는 기분이다. 때로 분노는 공포를 이길 수 있는 좋은 자극제가 되곤 한다. 권총을 손에 꼭 쥔 채로 다시금 책장 앞 위치에 서 대본에 나온 대로 걸음한다.)
 
대본에 나온 대로 왼쪽으로 세 걸음, 오른쪽으로 돌아 으로 여섯 걸음을 내딛습니다.
 
그러면, 정말로 어둡고 막막한 공간 가운데 나무문 하나가 나타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다락방은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낡은 곳입니다.
 
밟을 때마다 마루에선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삼각 지붕 아래에 있는 듯, 천장은 양옆으로 기울어졌습니다.
 
먼지가 많고 기이하게 춥습니다.
 
정중앙에는 창문이 있는지, [노란 벨벳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데도 희미하게 빛이 스며들어옵니다.
 
여러 사람이 오간 듯 바닥에는 발자국이 남아 있고
 
각종 [골동품]이 쌓여 있습니다.
 
부자연스러운 [책상]이 중앙에 놓여 있고 위에 인형이 엎어져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기이한 공간을 둘러보다가, 골동품들을 먼저 살펴본다.)
 
시대도, 분위기도 모두 제각각으로 달라 보이는 골동품들입니다.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것들 모두 소리를 재생하는 것.
 
오르골, 구형 게임기, 축음기, 라디오, 그리고 화면이 들어오지 않는 휴대폰...
 
어쩐지 모두 각자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비올라 카지안:(그 수많은 대본들이, 전부 우리마냥 끌어들인 이들에 관한 내용이라면 필시 그렇겠지. 언젠가 나와 루이스가 갖고 왔을 소지품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이를 악물며 책상으로 다가간다.)
 
먼지 낀 책상 위에 낡은 [솜인형]이 있습니다.
 
[서랍]에는 사무 용구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를 [베일]도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엎어진 인형을 살펴본다)
 
인형을 들고 살피면 안에 딱딱한 녹음재생기가 있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누르면 말하는 종류의 인형입니다.
 
비올라 카지안:...... (재생 버튼을 누른다.)
 
인형을 누르면 사랑해, 안아줘 같은 말 대신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드디어 닿았구나, 정말 오랜 세월이었어...
 
이 목소리는 감동으로 젖어 있지만 동시에 우울하게 들립니다.
 
창고 안에서 들은 유령의 목소리와 닮았습니다.
 
비올라 카지안:(설마 그 연인을 잃었다던 사람인가? 글로브 박스 안에 들어있던 41년 전의 신문이 문득 머릿속을 스친다.)
 
유령:... ... 안녕, 새로운 벨벳의 유령.
 
비올라 카지안:(대화가... 돼? 깜짝 놀라 인형을 떨어뜨릴 뻔했다.) 새로운 벨벳의 유령이란 건, ... 저는 죽게 될 처지라는 것일까요.
 
유령:... 그건 네 선택에 달렸어. 그리고... 주연이 된다는 것이 꼭 죽음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야. 그저 가까워질 뿐이지.
... ... 우리는 모두 마세나 트로페즈가 주연이 되기 전 주연이었던 자들이야. 연인, 친구, 가족,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이곳에 동행했고 우리는 희곡을 계승하기 위해 이곳에 남았지. 이후 새로운 희곡이 시작되고, 우리는 주연 자리를 다른 이에게 넘겼어. 하지만... 무대에서 풀려날 수 없었고, 모두 유령인 채 이 저택의 뒤편에 남아있게 되었지.
 
비올라 카지안:... 대체 그 희곡이라는 게 무엇인가요? 풀려날 수 없었단 건, 마세나가 당신들을 잡아두고 있기 때문이고요?
 
유령:아니, 아니야...... 그녀는 주연이지만, 원흉은 아니야. 마세나도 우리도 당신도 모두 꼭두각시에 불과해. ... 대본을 보았겠지. 그리고 그 대본에 쓰인 대로 일어난 일을 보았을 거야. (대본을 넘기다 베여 피가 살짝 난 당신의 손가락을 건드린 것인지, 찬 기운이 약하게 스치는 느낌을 준다.) 우리는 모두 대본을 따를 수밖에 없어. 관객의 권위가 느슨해지는 이곳, 무대 뒤 편에서만 겨우 목소리를 낼 뿐이야... ...
그 희곡이 어떻게,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우리는 그저 주연이었던 꼭두각시에 불과하고, 지금은 한낱 유령일 뿐이니까...... (잠시 침묵.) 다음 주연이 당신의 친구라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어...
 
비올라 카지안:이곳은 이상해요. 대체 어째서 '당신들'이 희곡을 계승해야겠다 마음먹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어버린 그를 떠올린다. 대체 어떠한 대상이 멋대로 줄을 매달아 무대에 올리고, 꼭두각시로 움직이게 만드는가. 그건 도저히 짐작되지 않고, 짐작이 가지도 않는 사항이었다. 이만큼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라면 결코 평범한 존재는 아닐 것이란 직감이 묵직했다.)
...... 주연이 되면, 이곳에서 더는 벗어날 수 없는 거겠죠? 마세나의 자리를 그가 잇게 되는 건가요? (찬 기운이 피가 맺혔다 멎은 손가락에 닿는다. 이깟 대본이 뭐라고, 대체 이깟 대본이...... 누구보다도 행운이니 하는 미신적인 것에 집착하던 그였지만, 이렇게 멋대로 놀아나는 건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간절한 물음이었다. 수많은 목소리들이 유령으로 갇힐 만큼이나 희망은 거의 없단 걸 알면서도.)
 
유령:이미 벌어진 일은 막을 수 없지만...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있어. 그렇지만 조건이 있어... 우리를 도와줘. 제발......
 
비올라 카지안:되돌릴 수 있다면, 할게요. 어떤 방법이라도...! (이런 곳에 갇혀 대본을 연기하는 인생으로 남고 싶진 않아.)
 
유령:... ... 당신은 선택을 내리기 위해 곧 무대 위로 불려 올라갈 갈거야. 그때, 책상 서랍에 들어 있는 잉크로 대본을 고쳐 주었으면 해... 그 대본은 새 주연이 쓰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육신에 생채기를 내어 잉크를 숨겨왔고, 주연 자리를 물리치고 무대에서 퇴장할 때마다 몰래 이 공간에 모아 왔어... 하지만 남은 양은 아주 적고, 이미 쓰인 글자는 수정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지...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선택이 아주 중요해...
 
비올라 카지안:...... 저는 루이스와 함께 이곳을 빠져나갈 거예요. (그러지 못한다면 이 끔찍한 집에 남은 의미가 없으니까.) 대본을 어떤 내용으로 고쳐쓰길 바라시나요?
 
유령:... ... 함께... 빠져 나가겠다고. (어쩐지 목소리가 웅웅 울리는 것 같다. 여러 유령이 한꺼번에 말을 하는 것처럼.) 당신은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해. 떠나거나, 대신 남거나. 주연이 되는 것은 결코 거스를 수 없어...
 
비올라 카지안:...... 주연이 되는 걸 택할 수 있는 건가요. (이 얼마나 불합리한 운명인가. 내가 대신할 수 있다면...... 아아, 그렇지만 이 집에서 떠나지도 못하고 매인다는 건 너무나도 두려워. 내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진작......)
(밧줄에 심장이 조여지는 듯이 괴롭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양손에 고개 묻었다.) 대본을 고쳐야 할 방향성을 가르쳐주세요.
 
유령:(괴로워하는 당신이 가엽다는 듯 웅성거림이 커지다가 다시 잦아든다.) ... ... 외부에서 들여온 무기는 주연을 상처입힐 수 있어. 나무 총알을 넣은 총으로 마세나를 쏴. 그리고 무력해진 마세나를 대신해 잉크로 대본을 고쳐. 내용은 단순해. 모든 유령들과 네가 풀려난다고 적으면 돼. 그거면 돼... ...
네 친구가 저택에 남더라도, 살 수는 있을 거야... ...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적어도 죽음을 가장할 만큼이어야 해...
(두려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 극에는 아주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관객이 하나 있는데, 그가 흥미를 잃는다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곳에서 그가 힘을 잃을 때까지 존재하면... 바깥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일 테고, ... 죽어버릴지도 모르지.
 
비올라 카지안:이 대본의 내용대로 루이스가 다음 주연이 된다면, 또 다음의 주연이 언젠가 이 집에 찾아올 때까지 계속 머물러야만 하나요? 그리고 그 다음 주연이 온다면, 당신들처럼 이리 풀려나지 못한 채 유령의 신세가 되고요? 혹은, 유령으로도 남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겠죠...
관객? ...... (과연. 연극은 관객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지금껏 관객이라고 할 만한 존재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 관객이 누군지 좀 더 상세히 알려주실 순 없나요?
 
유령:말 할 수 없어...... 알지 못 해... 우리는 그저 꼭두각시일 뿐이야.
 
비올라 카지안:... 알겠어요. 대본은 최대한 고쳐쓸 수 있도록 해볼게요.
(서랍을 열어본다.)
 
사무 용구 사이에서 금빛 잉크와 펜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령들의 말대로 잉크는 아주 적은 양만이 남아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중하게 챙겨두고 베일을 본다.)
 
아까의 대본에 적혀 있던 경고문이 떠오릅니다.
 
맨 눈으로 보지 말라던 그 경고.
 
혹시 그 경고는 이 베일을 사용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 그런 생각이 듭니다.
 
비올라 카지안:(무대 위로 불려올라갈 거라 하였으니, 그때 그 문장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색하게나마 베일을 제 머리 위에 써서 시야를 한 겹 가려본다.)
(그리곤 노란 커튼으로 향했다.)
 
벨벳 커튼을 열면 여전히 루이스와 비올라, 마세나가 있던 그 인터뷰 장면이 보입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라 생각할 때쯤, 마세나가 품에서 총을 꺼냅니다.
 
마세나가 당신을 쏘았던 바로 그때입니다.
 
개입할 수 없는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무대의 시간이 멈춥니다.
 
정확히 하자면,
 
무대의 비올라는 멈추고 마세나와 루이스만 그대로 움직입니다.
 
마세나는 품속에서 대본을 꺼내 확인하더니 루이스와 짧게 대화합니다.
 
당신도 이해했겠죠? 초대장은 당신이 받았잖아요.
 
이 희곡이 고른 주연은 당신이에요.
 
루이스는 순응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루이스가 총에 맞습니다.
 
마세나는 커튼 너머의 당신과 정확히 눈을 맞추고 말합니다.
 
마세나 트로페즈:... 유감은 없어.
 
그리고 루이스도 고개를 돌려 커튼 너머의 비올라와 눈을 맞춥니다.
 
무언가 중얼거립니다.
 
루이스 레너드:... ... 저를 구하지 마세요, 선배.
 
총에 맞은 루이스의 몸에 뭉글거리고 이상한 금빛 문양이 생겼다가 사라집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행동할 새도 없이,
 
커튼이 닫혀 당신을 밀어냅니다.
 
비올라 카지안:(결국 당신이 기이하게 행동했던 건 전부 대본에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구나. 대본집을 구겨질 지경으로 꾹 쥐고 있는 지금에 와서야 이해가 갔다. 나에게 떠날 것을 종용했던 건 아마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이었겠지.)
아무것도 몰랐어. 미안해, 루이스... (힘없이 밀쳐진다. 커튼에 닿을 듯 말 듯 한 손을 올린 채로 눈 내리감는다. 어떻게 해야만 할까. 너와 함께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할 건가요, 비올라?
 
유령들도, 대본도, 모두 <주연은 남아서 극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선택을 내려야 합니다.
 
곧 당신은 무대 위로 다시 올라가야 하고,
 
더는 고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올라 카지안:...... (머릿속이 복잡하다. 저를 구하지 말라 중얼이던 루이스의 모습이 뇌리에 깊숙이 박힌 듯 옴짝달싹 않는다. 혼자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너를 대신해 이곳에 남을 용기도 없어...... 너 또한 이곳에 원해서 오게 된 게 아닐 텐데. 자괴감에 몸이 괴로이 떨린다.)
(정말 주연이 남아야만 하는 거라면, 차라리 이 희곡의 무대를 아주 망가뜨려 버릴 순 없는 것일까. 중요한 선택을 두고 회피하듯이 생각이 다른 길로 샌다.)
(반쯤 자포자기한 채로 그저 품 안의 금빛 잉크병만 쥔다. 어느 쪽도 쉬이 고를 수 없다. 아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는 고민하겠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하여 끝까지 고민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비올라, 관객 앞에서는 완벽한 연기를 잊지 마세요.
 
적어도 주연의 앞에서 NG를 내서는 절대 안 됩니다.
 
... 유령들이 그렇게 속삭이는 것이 들려옵니다.
 
자, 이제는 조연의 재등장입니다.
 
...
 
커튼이 펄럭이고 눈을 떠보면,
 
당신은 창가에 서서 커튼 뒤에 숨어 있는 것처럼 서 있습니다.
 
몸은 반쯤 커튼 밖으로 나와 있지만
 
벗어나지 않으려는 듯 부드러운 벨벳 커튼을 꽉 잡고 있습니다.
 
루이스가 커튼을 마저 열고 이리 오라며 평범하게 손짓합니다.
 
늙지도 않은, 인터뷰하러 왔던 그때의 그 모습입니다.
 
커튼이 열려 창에서는 저녁의 지는 햇빛이 쏟아지고,
 
아무 가구도 없는 방은 그대로 평화롭습니다.
 
문을 등지고 선 마세나가 당신을 어쩐지 슬픔과 기대에 차 있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올라 카지안:(난 지금 베일을 쓰고 있나? 커튼 뒤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루이스의 곁으로 향하지만, 다소 쭈뼛거리는 걸음이다. 저는 쑥쓰럼이 많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니 이 정도는 초면의 얼굴을 봤기에 그렇다고 넘겨줄 만 하겠지. 마세나와 눈을 맞추었다 이내 시선을 돌린다.)
 
마세나 트로페즈:... 좋아요, 루이스와 비올라. 둘 다 준비된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보도록 할게요. (처음 인터뷰를 했던 때와는 전혀 다르게, 차분하고 정돈된 목소리로 대화에 한껏 집중하는 모습이다.)
첫 번째 질문. 내가 있던 곳에서는 오직 죽음, 삶을 중단하고 알던 이들과 이별할 때야만 진정으로 삶을 느낄 수 있다 믿었어요. 당신은 언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나요?
 
비올라 카지안:...... (그리고 그 역시도, 지나치게 긴장하며 낯을 가리던 첫 인터뷰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다. 어둡고 슬퍼 보일 정도로 가라앉은 낯. 무릎 위에 올려둔 양 손이 가지런하나, 눈동자는 이따금 초점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시선은 차마 루이스도 눈앞의 마세나도 바라보지 못한 채 발치에만 머무른다.)
(대답이 이어지기까지의 침묵은 그리 길지 않았다.) 좋아하는 이들과 좋아하는 일을 누리고 있을 때. 그럼으로서 함께 웃음을 공유하고, 이 순간이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겠구나 깨닫는 순간. (여리지만, 성인다운 성숙함과 비탄이 동시에 깔린 음성으로 느리게 답한다.) 바로 그때가, 제가 살아가고 있음을 되새길 수 있는 순간이에요.
 
루이스 레너드:(비올라의 대답이 끝난 뒤 희미하게 웃으며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저 역시 비슷하게 생각해요. 선배가, 추억이 과거의 편린이 되어 사람의 안에 남아 있을 것을 기대한다면, 저는 현재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싶네요.
매 순간마다 할 수 있는 최선 그 이상을 행해 나의 완벽을 이루어 낼 때, 현재를 그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불태워 더는 이보다 무결할 수 없을 때 제가 온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요.
 
마세나 트로페즈:둘 다 정말 멋진 대답을 해 주었어요. ... 감동적이네요.
두 번째 질문은 이겁니다. 당신은 타인을 연민할 수 있나요? 당신은 이타적인 인간인가요?
 
비올라 카지안:...... 할 수는 있지만, 과연 제 주제에 누군가를 연민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어떤 확실한 도움을 줄 수도 없으면서 연민의 눈길만 보내는 건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가져야 하는 시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타적인 건... (처음 질문지를 받아들었을 때도, 지금도 감상은 같다.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 이타성이란 무릇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하고, 위하는 가치겠죠.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은 항상 해요. 그래서일지 모르겠지만 타인의 눈치를 과하게 본다는 지적을 꽤 많이 들어 왔죠. 그렇지만 바란다고 해서 쉽게 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 두려움이 많아서 자기희생을 쉽게 택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누군가 지금 이 순간 총구를 겨눈다면, 전 저도 모르게 루이스의 앞에 뛰쳐들어 막아서겠죠. 맞은 뒤에 고통스럽다며, 죽는 게 두렵다며 후회해봐야 늦었을 텐데. (희미하게 자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걸 제 안에 내재된 이타심이라 부를 수도 있겠네요.
 
마세나 트로페즈:... ... 확실히, 이타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확실히 장담할 순 없지만, 일이 벌어진 뒤에 후회를 할지라도, 결국은 타인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요.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작게 노래 가사를 흥얼거린다. 이전에 식당에서 부른 적 있는 노래다. ... '한 무정한 연인이 여인을 버리고 떠났어...' )
 
루이스 레너드:(마세나가 조용히 노래부르는 것을 들으며 운을 뗀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온전히 이타적인 인간이 있다면 그건 미친 사람이거나 신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그리고 전 그걸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이기심이란 결국... 생존 본능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저는 누군가를 연민할 수는 있어도, 그걸 이유로 타인을 위해 나의 피해를 온전히 감수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쉽사리 나서진 못 할 거에요.
그렇지만 공리적인 측면을 고려해 보았을 때, 나처럼 이기적인 성향에 가까운 인간들이 죄다 타인의 피해를 묵인하여 사회 전체가 불신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는 것보다야... 내가 조금의 피해를 입더라도 선의가 금방 돌아와 회복될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사회가, 훨씬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숲을 위해서라면 얼마든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게 맞겠죠.
 
마세나 트로페즈:... 마지막 질문이에요. 우리를 구해줄 건가요?
 
비올라 카지안:...... (루이스의 말을 듣는 내내, 금세라도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아 참느라 애를 써야 했다. 그런 건 대본에 나와있지 않을 테니까.)
(감정을 꾹꾹 삼키고 삼켜 겨우 추스린 끝, 이어지는 질문에 느리게 고개를 들어 마침내 시선을 마주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마세나는 대답을 듣고 조용히 총을 들어올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마세나 트로페즈:만약 괴한이 나타나 둘 중 한 명의 목숨을 뺏으려 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당신에게는 여기서 나갈 무기가 있어요. 그리고 그 괴한은 사실은 인형이라 누군가가 잡아당기는 줄에 따라 움직여요. 그들을 피하더라도 이 연쇄를 끊기 전까진 계속해서 누군가를 초대할 거예요. 계속해서 비극이 만들어질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비올라 카지안:연쇄를 끊길 때까지 계속해서 죄 없는 이들이 희생당해야만 한다면, 목숨을 위협받고 운명을 강제당해야만 한다면...
...... 인형을 조종하는 이를 쏘겠어요.
 
대답을 들은 마세나는 슬픈 눈빛으로 고개를 젓습니다.
 
금빛으로 일렁이는 마세나를 바라보면,
 
지금이 유령들이 말한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대본의 지문이 당신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마세나를 향해 총을 쏠 시간입니다.
 
비올라 카지안:(고개를 젓는 모습에, 심장이 떨어지는 것만 같다. 어떻게 해도 비극을 피할 수 없는 걸까? 인형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관객의 손에 놀아나야만 하는 걸까.)
(참담한 심정으로 총을 꺼내어, 마세나를 향해 겨눈다. 방아쇠를 당긴다. 손끝이 떨린 것도 같았으나 망설임은 없었다.)
 
방아쇠가 당겨지고 나무 총알이 마세나를 향해 날아갑니다.
 
마세나는 총에 맞아 쓰러집니다.
 
...
 
방금까지 평화로웠던 방은 사라지,
 
당신은 너저분한 마법진과 까맣게 탄 서류가 널려 있는 낡고 검은 방에 있게 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마도서], [이상한 책], 어떤 이상한 [오토마타]에 매달려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는 여러 개의 [모래시계]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전히 노란 벨벳 커튼이 이따금 펄럭여 당신과 루이스를 감싸고 있습니다.
 
루이스는 당신을 천천히 책상으로 안내합니다.
 
이제 결말을 지을 시간이라는 의미겠지요.
 
비올라 카지안:루이스... (그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잉크가 우리의 입을 꿰매고, 손을 틀어막는구나.)
(서글피 마도서를 펴들어본다)
 
부서진 양초들 사이에서 아직도 기름냄새가 나는 오래된 고서적들을 발견합니다.
 
책의 제목이 '마도서'라 함은, 이 집에 마법이 걸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것을 풀어낼 실마리는 묘연해 보입니다.
 
특히 로브를 쓴 이상한 인물이 그려진 책이 있는데 무척 꺼림칙하며 싫은 기분이 듭니다.
 
비올라 카지안:(이 책을 봐도 되는 걸까?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펼쳐본다.)
 
그 이상한 책을 만지는 순간 당신은 주문을 획득합니다.
 
비올라 카지안:(루이스가 총을 맞았을 때 빛나던 그 금빛 문양... 이걸 당했던 거구나. 입술을 깨물며 그 옆의 이상한 책도 살펴본다)
(책 내려두고 오토마타 본다)
 
정교한 수레바퀴 모양 오토마타에 모래시계가 여러 개 걸려 돌아갑니다.
 
오토마타에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왼쪽에는 세상을 오른쪽에는 무대를.
 
시계는 검은 6년과 금색의 하루.
 
무대에서는 72년이 한계이다.
 
왕이 흥미를 잃고 눈을 떼기 전에 새 주연을 초대하라.
 
비올라 카지안:(흥미를 잃게 만드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72년을 그대로 보내면 되는 건가? 하지만 마세나에게도 루이스에게도 감히 강요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모래시계로 시선 돌린다.)
 
왼쪽에는 검은 모래시계가, 오른쪽에는 금빛 모래시계가 걸려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부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건드릴 수는 있을 것 같네요.
 
시계를 통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이디어 판정.
 
비올라 카지안: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시계를 꺼낼 수 있으니... 두 시계의 위치를 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세상의 시계와 무대의 시계를 바꾼다면, 이 집에서 흘러가는 시간의 법칙에 간섭할 수 있습니다.
 
즉, 바깥에서 12일을 보내면 집 안에서는 72년이 흐르게 될 것이고,
 
이번 대의 주연은 살아있는 상태로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비올라 카지안:이 시계......! (이거라면,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위치를 바꾼다면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머무르지 않아도 돼.)
(대본의 내용은 추가되는 것 외에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희망이 보인다. 드디어 내내 침잠해 있던 낯이 조금은 밝아졌다.)
 
오토마타 앞에 서서 희망을 되찾은 당신에게 루이스가 천천히 걸어옵니다.
 
루이스 레너드:... 이제는 말을 해도 괜찮겠죠. 지금은 잠시 극 중에서 사소한 사고가 벌어진 참이니까.
선배, 저는... 처음부터 다음 주연이 될 운명인 걸 알고 있었어요. 어짜피 한 명은 꼭 남아야만 하고, 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 한 명이 저라는 걸 예감했어요. 어떤 징표가 제 몸 안에 깊이 박혀 있고, 어떤 거대하고...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마치 재해와 같은 존재가 그걸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요.
저는 아주 오랜 시간을 주연으로 버텨야 할 거에요. 한 인간이 태어나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을 만큼의 기간을. 마세나 씨가 이르기를... 집 안에서도 밖을 볼 수는 있다고 해요. 저희 집에 걸려 있던 액자... 기억나시죠? 그게 바로 통로에요. 그렇지만 액자 너머로 본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고, 주연들은 자기만 빼 놓고 흘러가는 세상에 안달나 다음 주연을 부르고야 말아요. 꼭... 개미지옥 같은 구조죠, 이 무대는.
... 그렇지만 저는 아마 버텨낼 수 있을 거에요. 연극의 관객이 질려 나가 떨어질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초대장을 보내지 않고 주연으로 있다가 내려올 수 있을거에요. ... 확신해요. (그렇게 말하는 눈빛은 어딘가 광기가 어려있는 듯도 하다.)
그러니 선배, 절 구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삶은 어짜피 풀 수 없는 아름다운 문제들로 가득하고, 이 또한 그런 아름다운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비올라 카지안:루이스...... (그 운명을 깨달은 순간 대체 어떤 기분이었을지, 저로선 도저히 짐작할 수조차 없다. 미간이 슬피 일그러진다. 당신은 타인을 연민할 수 있나요? 그 질문의 답이 지금 확고하게 주어진다. 당신을 연민했다. 마음 깊이.)
움직이던 액자가, 그런 기능을 갖고 있었던 거구나. ...... 그 누가 버틸 수 있겠어. 변해가는 바깥만을 바라보며 긴 세월을 홀로 버텨야만 한다는 건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잖아. 처음엔 화가 나고 이해가 어려웠지만 이젠 마세나 씨의 입장도 이해가 가.
나에게 황색 선물을 써 달라 부탁해도, 네가 들어주지 않을 테지? (지금껏 제가 알아 온 당신이라면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언젠가 이 삶이 지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어? ...... 네가 주연의 자리에서 내려온다 하여도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있을 거야. 지금의 나이에서 72년을 더해봐.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지.
이건 아름다운 문제가 아냐. (퍽 단호한 말이었다.) 너를 이 집 안에 가두어야만 비로소 세울 수 있는 극이라면, 결코 아름답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어.
나, 모래시계를 보고 깨달았어. (검은 모래시계와 금빛 모래시계를 차례로 가리켠다.) 이 두 개의 위치를 바꾼다면, ... 시간의 법칙에 간섭할 수 있을 거야. 바깥에서 12일만 보내면 이곳에서는 72년이 흐르는 셈이지. 그러니, 이곳에서 아주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데리러 올게. ...... 부디 그렇게 하게 해줘. 네가 맡은 역할을 대신하지 못하는 내 죄책감을 이해해줘, 루이스.
 
루이스 레너드:... ... (단호하게 극을 비판하고, 시간을 바꾸어 나를 꼭 데리러 오겠다는 굳은 다짐을 들으니 깊은 절망에 빠져있던 마음이 조금은 나아진 것만 같다. 여기서 버텨낼 자신은 당연히 있지만, 홀로 무대에 서는 건... 결코 희망적일 수가 없으니까. 당신이 참 고맙고, 또 그런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왜 이해 못 하겠어요. 처음에 내가 돌아가도 된다고 했을 때 돌아가지 않고 함께 집을 나가겠다고 해준 것만으로도, 난 정말 충분히 기뻤어요. 그 겁 많은 선배가 나를 위해 낸 용기를 아마 나는 평생 잊을 수 없겠죠. 어쩌면 무대에서 그 용기를 주제로 연기할지도 모르겠어요.
참 긴 세월이 되겠지만, 그래도 기다릴게요. 선배는 약속을 어기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무대 위에서의 현재를 열심히 살아내다가, 선배가 날 다시 데리러 오면 그 때 기쁘게 퇴장할게요. ... 그렇지만 커튼콜은 안 할래요. 72년이면 많이 해 준 거잖아요? (웃는다.)
 
비올라 카지안:너였더라도 그랬을 거잖아? 만약 징표가 나에게 생겼고, 내가 이곳에 갇히게 되는 입장이었더라도 날 두고 가지 않았겠지. 친구니까. (당신을 믿었다. 제가 알던 당신과 달리 보이더라도, 저에게 매몰차게 느껴지더라도 쉽게 떠나는 게 가능할 리 없었다. 우리 사이엔 긴 시간으로 다져진 신뢰와 우정이 징검돌처럼 놓여있었으니까. 돌은 풍파가 거세어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법이다.)
힘들겠지만, 부디 버텨낼 수 있기를. 너라면 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너를 이곳에 두고 떠나는 입장이었다면 미안함과 죄책감에 차마 이런 말조차 하지 못했겠지만, ... 이제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의지 깃든 이의 음성은 결연했다.)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나와서, 나와 함께 추억을 쌓고 웃으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체감할 수 있게 도와줘. 그리고 나 역시, 네가 삶을 최선을 다해 불길 붙일 수 있기를 힘껏 응원할게. 이곳의 관객에게 인사는 하지 말자. 대신, 무대 뒤에서 네게 꽃다발을 선물할게. (마주 미소지었다.)
 
루이스 레너드:기대하고 있을게요. (오른손을 당신에게 내밀며.) 그럼, 무대에 제대로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악수나 할까요. 잠시 동안 있을 이별에게 인사할 겸.
 
비올라 카지안:(네가 너무 힘들지 않기만을 바라며, 오른손 내밀어 당신의 손을 꾹 맞잡았다.) 꼭 데리러 올게. (지금은 그 말만을 했다.)
 
루이스 레너드:(고개를 끄덕인다. 악수가 끝난 뒤 손을 놓지 않고, 당신을 다시 책상으로 이끈다.) ... 이제 선배에게는 마지막, 저에게는 시작이에요. 대본에 비올라 카지안이 떠나고 모든 유령이 풀려난다라고 적으세요.
 
비올라 카지안:...... 그래. (대본이 마무리될 시간이다. 금빛 잉크와 펜을 꺼내고, 대본집의 끝마무리에 적어내려간다. 루이스 레너드가 주연이 된다. 비올라 카지안은 떠나고 모든 유령이 풀려난다. 이 무대에 얽혀 있었던 수많은 유령과, 맺혀 있을 시간과, 묵혀진 눈물에게 애도를. 이 희곡에 관객의 찬사는 필요없다.)
 
 
주연은 정해졌습니다.
 
비올라는 무대를 떠나고,
 
루이스는 비올라가 집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이층 창가에 기대어 오래도록 손을 흔듭니다.
 
당신은 12일 후에 다시 차를 몰아 이곳으로 돌아오고, 루이스를 데리고 가면 됩니다.
 
그러나 그간 루이스는 홀로 72년을 지새워야겠죠.
 
벨벳 커튼 뒤에 남아 있는 유일한 유령이 되어서요.
 
루이스 레너드는 오늘도 무대에 오릅니다.
 
이 연극의 유일한 배우로서.
 
루이스 레너드:나는 이제 무대에 올라 죽음과 삶,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겠죠. 타인에게 연민당할 나를 연민할 것이며, 이렇게 남고자 결정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후회도 할 겁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신의 뜻인지, 아니면 악의인지에 대해 궁금해할 거고요. 삶이 만들어낸 문제들에 골몰할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모든 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을 겁니다. 몇몇 문제들은 바깥을 떠올리게 하고, 선배를 떠올리게 해요. 그러다보면 정말로 꼭 답을 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집니다.
그냥 괜찮아져요. 언젠가 선배가 나를 데리러 올 거란 하나의 답이 있으니까.
시간이 오래 흘러, 약속한 날이 되면. 나는 벨벳 커튼의 뒤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거에요.
그날 아침부터, 언제까지나.
그리고 꽃다발을 든 선배가 푸른 잔디밭을 밟고 걸어 오겠죠.
나는 자연스럽게 커튼을 걷고 나와 따를 거에요.
 
루이스 레너드:그리고 그땐 자유롭게 갈 수 있겠죠. 선배가 원하는 곳이든, 내가 원하는 곳이든, 그 어디든 자유롭게.
 
비올라 생환.
 
루이스 로스트(?).
 
비올라는 1d10만큼의 이성을 회복합니다.
 
비올라 카지안:
rolling 1d10
 
(
10
 
)
 
 
=
10
 
이성 10 회복.
 
ENDING C. 나를 데려가줘 Carry Me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