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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8~230311] 단테&아이린 - 도망자를 위한 낙원은 없다.

세션카드 : 펭귄님

플레이타임 : 1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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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7th fanmade Scenario
 
타이포
 
2023.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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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한켠에는 작은 라디오가 지직 소리를 내며 마른 음성이 흘러 나옵니다.
 
틱,
 
그 문장을 끝으로 라디오는 배터리가 나간 듯 소리가 끊깁니다.
 
창문 밖으로는 날이 밝은 듯 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창문 바깥에는 시린 눈송이가 검푸른 빛을 받아 흩날리고 있습니다.
 
겨울이 끝났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 외진 시골 마을은 여즉 눈발로 그득합니다.
 
낡은 소파에 누워 있던 당신은 어젯밤 들었던 라디오에서 흐르는 당신과 단테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흑백전쟁,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쟁입니다.
 
이 전쟁에서 벌어지는 테러로 인해 많은 머글들 또한 피해를 입었으며,
 
최후 전선에서는 아르데오의 패배 이후, 관련자들은 아즈카반으로 수감되었죠.
 
그 속에서 당신은 옛 친구의 설득에 의해 겨우 도망쳐 나왔습니다.
 
당신의 친구 또한 영웅이라 불렸으나, 현재는 두 사람 다 수배지가 붙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말이 떠돌기도 했죠.
 
그 많은 말들을 피해, 우리는 머글들의 외진 시골마을로 몇 번이고 이사를 했습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우리는 이것이 몇 번째 이사였을까요.
 
아마 당신의 기억 속에서는 25번의 이사일 것입니다.
 
당신의 친구는, 우리는 타의로든 자의로든 세상을 구했던 영웅입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린 E. 테라코르:(앞으로 나아가야 할 날들? 지금의 제게 미래와 관련된 단어는 어떠한 가치도 느껴지지 않았다. 전쟁에서 진작에 사그라들었어야 할 목숨. 실날같이 가느다란 부탁 한 줄기에 얽매여 겨우 명맥 이어가는 게 고작이었으므로. 스무 번이 넘는 이사에도 별다른 말 없이 묵묵히 짐을 챙기고 따라나서길 반복했다. 꼭 깊은 바닷속에서 해류의 흐름에만 몸 맡겨 흔들리는 해초와도 같은 삶이었다.)
(다만 때때로, 의문이 들고는 했다. 어째서 나를 두려워할까. 이제 제 안에 남은 불씨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이미 오래 전부터 나는 차디차게 얼어붙은 설원이나 다름없었는데.)
 
하지만 우리는 현재를 이어 나가야 합니다.
 
이제 몸을 일으키고, 하루를 시작합시다.
 
낡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면 단테는 잠깐 자리를 비운 모양입니다.
 
며칠 전까지 내리 이사를 하느라 고생이었을텐데, 낮부터 참 바쁜 모양입니다.
 
이번에 이사를 온 시골 마을은 참으로도 고요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무기력하기 그지없다. 소파에서 몸을 반쯤 일으키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걸렸다. 느리게 낯을 쓸어내리며 친구를 찾아 몇 번 시야를 굴렸다.) 옛날부터 부지런한 아이기는 했었지...
 
창문 밖으로는 눈이 휘날리는 간간한 소리만이 만연합니다.
 
눈 앞에는 앞으로 당신이 익숙해져야 할 집안 풍경이 보입니다.
관찰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익숙해져봤자 또 금세 이사를 갈 텐데,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낡은 목조 건물입니다.
 
이번에는 급하게 이사를 하느라 서둘러 집을 구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숲과 가까워 야생동물들이 잦게 출현하면서 헐값에 내놓은 집처럼 보입니다.
 
이전에는 사냥꾼들의 안식처로 쓰였다고 했었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야생동물……. 거슬리면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단테는 이사를 하면서 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가구와 생필품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타닥, 타닥하며 불씨를 튀기는 벽난로가 보이고, 그 옆에는 종이를 끼울 수 있는 코르크 메모판이 있네요.
 
주방 쪽에는 전등이 켜져 있는지 노란 불빛이 보입니다.
[조사 가능 구역] 벽난로, 코르크 메모판, 주방
 
아이린 E. 테라코르:(느른한 몸을 끌고 나와 메모판으로 다가간다. 무어라 적어둔 게 있을까.)
 
낡은 메모판 위에 종이가 꽂혀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다니며 살아왔던 당신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사를 거듭하면 할수록, 그 목록들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단테가 당신을 위해서 이번에 이사온 곳에 대한 규칙을 적어놓은 모양이군요.
 
1. 보통의 사람들은 지팡이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아요. 지팡이 외의 도구들을 쓸 수 있도록 하세요.
 
2. 아이린은 특히 그렇지만, 민간인의 청각, 시각은 둘다 밝지 않아 기척을 빨리 알아챌 수 없어요. 묵인에 능해지세요.
 
3. 혹시 모르니까 외출할 때는 반드시 후드를 쓰고 나갈 것!
 
4. 마을 사람들과 어느 정도 교류를 하되, 너무 많은 것을 알리지 말 것.
 
5. 생필품과 식료품을 살 경우 자력으로 구하기 힘든 것은 구매할 것. 육류는 대부분 사냥으로 조달해야 할 것같아요. 많이 시골이니까요.
 
6. 만약 사냥을 한다면 되도록 지팡이 외의 도구를 사용하며, 사냥하는 모습은 민간인들에게 보이지 않을 것. 의심을 살 수 있어요.
 
7. 사냥 이후에는 주위를 적당히 정돈해주세요.
 
8. 정말 중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마법은 특히 사용하지 말 것.
 
※ 목숨이 위중한 상황이 올 경우, 위의 모든 사항을 무시하세요.
 
...
 
이 모든 것들은 이사를 거듭하면서 생겨난 약속들이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삶을 반복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냥 은신 마법을 쓰면 안 되는 거니?라고 주석을 달거나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반려됐다. 머글들 틈에서 사는 건 참 귀찮은 일이다. 뒷세계를 배회할 적에는 마법사들과 머글의 구분이 없었으나, 그때에는 은신 마법과 순간이동을 수시로 쓰며 다녔기에 더더욱이 받아들이기 힘든 규칙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반년쯤 지나면서 지팡이를 쓰지 않는 삶에도 나름대로 익숙해지기는 했다.)
그래. 지팡이 대신 총이라면 나을까... (중얼이며 벽난로로 다가간다)
 
벽난로는 마른 장작이 온기를 품고 타오르고 있습니다.
 
불티가 아롱 타들어 방 안을 훈훈하게 덥히는 주범입니다.
관찰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장작은 따뜻하게 타오르고만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불가엔 잘 가까이 가지 않는 천상 얼음인간이라 그런가 봄)
 
아마 단테가 나가기 전에 당신이 추울까 싶어 장작을 넣어둔 것같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배려심도 많다니까. (중얼이며 주방으로 향했다)
 
노란 그을음이 새어 나오는 주방으로 향합니다.
 
무언가를 만드려고 했던 흔적만이 남은 아일랜드식 조리대가 인상적입니다.
 
각종 야채들이 꺼내어져 있지만, 손질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아하면 꺼내 두고 나갔나 봅니다.
 
냉장고 표면에는 종이가 하나 붙어있습니다.
 
주방 뒤편으로는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이 자리하고 있군요.
[조사 가능 구역] 종이, 창문
 
아이린 E. 테라코르:(식사... 꼭 챙겨야 할까? 매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다. 벌써부터 질린 표정으로 종이를 집어 읽는다)
 
동그란 자석과 함께 종이가 하나 붙어있습니다.
 
글씨체를 보아하면 단테가 쓴 모양입니다.
 
1. 마을로 내려가 식료품과 생필품 사오기.
 
2. 육류 충당.
 
2번은 그새 해결이 된 모양인지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아마 오늘도 많이 바쁠 예정인가 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1번을 해결하러 가서 집에 없는 걸까. 종이는 식탁에 올려두고 창문으로 다가가 바깥이나 살펴본다)
 
주방에서 바깥을 볼 수 있게 난 창입니다.
 
여즉 눈이 내리고 있군요.
 
그 앞으로는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어마어마한 크기로 자란 나무들로 그득한 저 숲은 마을의 사냥꾼들이 아니면 잘 출입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종종 야생동물이 나온다고도 했죠.
관찰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숲 입구에서 어떤 형체가 보입니다.
 
아주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는 것같아요.
 
숲 그림자 덕택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린 E. 테라코르:... (곰이기라도 한가.)
 
어쩐지 온통 검붉습니다.
 
어느 하나 남김 없이 붉은 선혈을 뒤집어쓴 이는
 
느릿하고 비틀거리는 행색으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
 
아,
 
자세히 보니 단테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익숙한 이를 알아보자마자 눈이 크게 뜨인다. 적어도 다친 야생동물일 줄이나 알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바로 순간이동을 쓰면 훨씬 쉬웠을 테지만, 당신의 잔소리와 몸에 밴 시간 덕분인지 겉옷도 챙기지 않은 채 급히 문을 열고 나선다.) 이그리드! 대체 무슨 일이니?
 
긴 눈길을 밟고 천천히 다가오던 단테는 당신이 뛰쳐나오는 모습에 발길이 멎습니다.
 
제대로 챙겨 입지 않은 당신을 보고 걱정하는 듯, 미간을 찌푸리다가 이내 웃는 모습은 평소와 다름이 없네요.
 
차이점이 있다면 검붉은 몸과, 한 손에 들린 조총.
 
그리고 몸에 가려져 안 보였지만, 뒤로 멧돼지가 묶여 있습니다.
 
단테 이그리드:스튜를 만들어 드리려고 했는데 고기가 없어서요... 사격 연습도 할 겸 나와서 잡아봤는데, 제 쪽으로 기울어지는 걸 못 피해서 이 꼴이 됐네요.(그렇게 말하며 몸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아이린은 안 추우세요? 옷은 제대로 챙겨 입고 나오셔야죠!
 
아이린 E. 테라코르:……하아. (뒤쪽에 묶인 멧돼지를 발견하고서야 한숨 내쉰다. 안도와 착잡함이 뒤섞인 숨결이다.) 사격 연습 같은 걸 네가 할 필욘 없어. 차라리 나한테 맡기는 게 나을 텐데. (자기도 모르게 그리 말하고는, 시선 떨어뜨린다. 전쟁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한 기관사였지 않나. 스러져간 목숨에 크게 슬퍼하며 침체되었었지. 생명의 소중함을 알던 마음 약한 당신이, 사냥 같은 걸 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추위는 안 타. 알면서.
 
단테 이그리드:아이린은... ...지팡이를 안 쓴다면요? 여기는 그렇잖아도 사람도 많이 없는데 금방 말이 퍼져나가기 쉬우니까요. 그리고 뭔가 너무 숙련된 것처럼 굴어도 의심을 살 수 있으니 늘 적당히, 알겠죠?(혹시 네가 사냥한 동물을 박제라도 할까, 그래서 특이점이 잡힐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지만.) 추위는 안 타도, 그래도 안 돼요! 아이린은 늘 몸은 제대로 안 챙기고 식사도 자주 거르시고. 그러다가 골병 걸린다니까요~ 일단 들어갈까요? 저도 씻어야 할 것같고, 식사를 중간에 하다 말아서요. 괜찮으시면 재로를 미리 손질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창고에 고기도 좀 넣어둬야 할 것같거든요.
 
아이린 E. 테라코르:지팡이를 들고 나갈라치면 누가 득달같이 달려와 잔소리를 해대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 않겠니. (당신 손에서 총을 빼앗듯 받아들고는 이어지는 잔소리를 깔끔하게 무시하며 다시 집 안으로 향한다. 방금까지 추운 바깥에 다녀온 단테를 위해 벽난로에 장작 서너 개를 더 던져넣었다.) 그래, 씻고 있으렴. 저건 내가 해체해둘 테니. (멧돼지를 향해 가볍게 턱짓한다. 박제사로 일해 온 경험 덕인지 직접 사냥을 하고 손질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큰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눈 감고도 해낼 정도로 익숙한 수준이었다.)
(단테가 씻는 틈에 야채들을 손질하고 다시 눈밭에 나가 멧돼지의 가죽도 벗기고 해체하고 피 닦아내고 아무튼... 해낸다)
 
당신의 손에 의해 조총이 빼앗긴 단테는 잠깐 눈썹을 내려트렸습니다.
 
늘 있는 수순이었죠.
 
집안으로 다시 돌아오고, 단테가 씻으러 가면 준비하다 만 아까의 재료들이 주방에 올려져 있습니다.
 
아이린, 요리는 잘 하나요?
 
그간의 도피로 인해 실력이 녹슬지는 않았을까요.
 
단테가 뭘 더 만들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각종 야채들이 구비되어 있는 것을 보아하니 웬만한 것들은 만들 수 있을 것같습니다.
 
남은 야채들을 손질해볼까요?
 
:손놀림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홀로 오래 살면서 기본적인 요리쯤은 몇 개 할 줄 알지만, 대충 입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인드로 만들고 있다.)
손놀림
기준치: 75/37/15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손에서 야채들은 곱게 껍질이 깎여나가고 손질됩니다.
 
바로 옆에는 가스 위에 올려진 빈 냄비가 있군요.
 
여기에다 넣으면 되는 걸까요?
투척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투하ㅡ!)
투척
기준치: 20/10/4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안보고 냄비에 밀어넣었다. 결과는 뻔하겠지)
 
당신의 손에서 던져진 야채는 냄비가 아닌 벽으로 빠르게 날아가서
 
퍽, 소리를 내며 부스러집니다.
 
이거 단테가 보면 잔소리를 많이 하겠는걸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야채 따위가... 감히. (짜증)
 
혼나지 않으려면 몰래 치워야 할 것같습니다.
은밀행동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집안인데 상관없지 않을까? 지팡이 몰래 꺼내봄)
은밀행동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씨오 야채ㅡ 무언마법도 잘 쓴다)
 
마침 단테가 씻고 나오기 직전에 부스러진 재료들을 빠르게 치워냅니다.
 
단테 이그리드:(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다가 주방에서 네가 하는 것을 보며) 아이린, 아까 뭐가 부딪히는 소리 안 들렸나요? ... ...설마 뭘 던지거나 한 건 아니죠...?(약간 의심하는 눈초리다. 당연하다. 7학년 내내 사고를 안 친 적이 손에 꼽았으니까.)
 
아이린 E. 테라코르:(예술적인 마법이었어. 지팡이는 뒷주머니에 자연스럽게 꽂아넣으며 태연한 낯짝 해보인다.) 기분 탓이야. (간결한 한 마디로 당신의 의문을 축소해버리곤 냄비를 향해 몸 돌려 잘 익도록 저어준다)
 
단테 이그리드:기분 탓... 맞죠...?(네가 냄비의 내용물을 젓는 모습을 멀뚱히 보다가 옆으로 다가와 후추를 갈고 소금을 살짝 쳤다. 만들던 내용물은 야채가 잔뜩 든 크림스튜였던 모양이다. 뭔가 바스라진 것이 보이는 기분이지만...?) 마법을 썼다고 하더라도 집이니까 다행이지, 바깥이었으면 정말 잔소리를 했을 거예요. 어느 정도 완성이 된 것 같으니까 슬슬 식사를 할까요? 오늘은 해야할 일들이 무척이나 많아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야할 것같거든요.
 
아이린 E. 테라코르:바깥에서만 안 쓰면 되는 거잖니. 바깥이더라도, 안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고. (이렇게 또 당신의 규율에 은근슬쩍 반기를 제시한다. 어느덧 고소한 크림의 향기가 부엌에서부터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벌써 다음 이사를 고려해야겠다거나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 (정말 그렇다고 해도 군소릴 하진 않을 테지만. 식탁 위에 두 사람분의 수저와 물컵을 세팅한다.)
 
단테 이그리드:하지만 안 보이기만 하는 것도 불안해요. 아예 의심할 것이 없는 것이 가장 좋죠. 아이린이 그렇게 바깥에서 안 보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했다가 이사한 것들이 지금 몇 번째죠?(꼼수는 안 된다고 평소처럼 잔소리를 늘여놓고 깊이가 있는 접시에 각자 몫의 스튜를 덜어 하나는 너의 자리에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자신도 자리에 앉아 식기를 들며) 다음 이사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혹시 일어나셔서 메모지를 확인하셨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하아. 머글은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다니까. 그래도 오블리비아테 몇 번 쓰면 해결될 일일 텐데 말이지. (말처럼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으니 이사를 왔을 터인데도, 자신의 행적을 반성하는 기색은 없다. 스튜를 아주 조금 떠서 입안에 넣는다.) 냉장고에 붙어있던 종이? 아니면 메모판의 종이?
 
단테 이그리드:그 마법은 오남용하라고 있는 마법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니까 저희가 이렇게나 이사를 했잖아요?(당근과 스튜를 함께 입에 머금고 우물거리다가 목구멍으로 넘기고 나서야 다음 문장을 이어나갔다.) 냉장고에 붙어 있던 메모요. 오늘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비해야 하니까 마을로 내려가야 할 것같거든요. 오늘도 사실 마을의 눈치를 보고 사냥을 나간 거라서... 이것보다는 마을 사냥꾼들이 하는 방식을 좀 더 배우고 따라야 할 것같아요. 그러니까 내려간 김에 사냥꾼들이 살 만한 것들도 구입해야할 것같아요. 사냥용 산탄총이나, 덫같은 것들이요. 아까 잡은 멧돼지의 가죽을 팔면 그만한 비용은 충당할 수 있겠죠. 그런데 오늘 눈이 많이 내려서 밤에 많이 추울 것같으니까 장작도 좀 구해야 할 것같더라고요. 그러니까, 마을에 다녀오면 날이 저물테니까 내일 덫을 놓으러 갈 건지, 장작을 패러 갈 건지. 그에 대한 역할을 분담해야 할 것같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난 마법사야. 마법사가 마법을 쓰는 게 어째서 잘못됐다는 거니? (머리 한 가닥을 검지손가락 끄트머리에 걸고 빙빙 돌린다. 먹는 속도도 양도 워낙 느려, 당신이 다섯 숟갈 먹을 쯔음에 겨우 한 숟갈 넘기는 정도다.) 둘 다, 지팡이를 쓰면 10분도 안 돼서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총을 쓰는 정도면 충분히 머글답지 않았니? 이마저도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할 것만 같아? (순순히 따라주고야 있지만 마음에 썩 드는 생활은 아니다.) 난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지팡이를 쓸 수 없다면 덫을 놓는 게 좀 더 수월하긴 하겠구나.
 
단테 이그리드:머글세계에서 마법을 쓴다는 것이 가장 문제고, 무엇보다 쫓기는 입장에서 마법사라고 특정할 만한 것을 더 보이지 않는 것이 좋잖아요?(그리고 총을 쓰는 것마저도 눈치를 봐야 할 것같냐는 너의 말에는 눈을 굴렸다.) 저 분들에게는 저희가 외부인인데, 바깥에서 온 민간인이 총을 잘 쓴다는 것 자체도 의심을 살 수 있어요. 여기 오기 전에 뭘 하고 지냈냐는 질문이 들어올 수 있고요. 적당히 서투르고, 적당히 평범하게. 그렇게만 지내면 분명 괜찮을 걸요. 그럼 아이린은 내일 덫을 놓고, 제가 장작을 패는 걸로 갈까요? 그럼 식사가 끝나면 곧장 마을로 내려갈 준비를 하죠. 아, 늘 말하지만 얼굴을 가리는 후드를 쓰고 나가셔야 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아이린 E. 테라코르:참 의심 많기도 하지. 사람들이란. 하등 관심 끄고 살면 좋을 텐데, 꼭 쓸데없는 관심을 가진다니까. (사회성 떨어지는 사람다운 발언 내뱉으면서도, 차차 수긍한다.) 알겠어. 지팡이도 두고 가고 후드도 잘 쓸게. 이번에는 오자마자 이사를 가지 않을 수 있도록 조금 오래 버텨봐야겠구나. (입맛이 없는 듯 수저로 스튜를 휘젓기만 한다.)
…… 사람들은 왜 우리를 두려워하는 걸까.
 
단테 이그리드:그게 인간이잖아요. 아이린도 인간이면서, 그런 말을 하나요?(물론 그게 가장 너답다는 말이라고는 생각은 했다. 생각은. 그래도 지팡이도 두고 후드도 쓴다는 말에 만족했는지 방긋 웃었다. 어느덧 바닥을 드러낸 접시에 식기를 내려놓으며) 사람들이 저희를 두려워하는 것은... ...역시 다르기 때문이죠. 알 수 없는 힘은 늘 두려움을 사기 쉽잖아요? 그건 아이린도 잘 알고 있을테고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난 타인에게 관심 없어. (냉담하게 말하곤 비슷하게 식기를 내려두었다. 반도 다 비우지 않았지만, 여전히 식욕은 돌아오질 않았다.) 단순히 다르단 이유만으로 두려워하다니, 참 바보같지 않니. …… 역시 사람은 쉽게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못 돼. 그들도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두려워하는데,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겠지. (일어나 그릇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단테 이그리드:아이린은 타인에게 관심을 좀 주세요... 그리고 이왕이면 식사도 잘 챙기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이번에도 많이 안 드셨어요?(얼마 비우지 않은 접시에 한숨만 깊어졌다. 역시 졸업 전에 먹는 양을 좀 늘렸어야 했는데, 지금은 많이 늦었으려나 같은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노력을 하면 그에 대한 결실은 빠르나 늦으나 분명 오기 때문에, 일부러 못되게 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을 때 잘하는 것이 좋잖아요? 혹시 몰라요, 그렇게 해서 쌓아온 것들이 아이린에게 좋은 쪽으로 되돌아 올지도 몰라요.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될 것도 안 되고 만다고요~(그렇게 말하고는 네가 설거지를 하는 모습에 멧돼지 가죽을 곱게 접어 챙기고, 다른 손에는 너의 겉옷을 제대로 챙겼다.)
 
아이린 E. 테라코르:조금은 먹었어. (그 정도론 변명이 안 될 양이었지만 말은 잘 한다. 말만) 글쎄. 관심을 줘봤자 내가 귀찮아지는 일만 더 많아지는데 무엇하러 그래야겠니. 결실을 맺을 때까지 오랜 시간과 기력을 들이는 건 너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야. 차라리 전부 나를 위해 쓰는 게 낫지. (그리고 몇 안 되는 소중한 이들에게. 수많은 생명을 죽였고, 죽일까 봐 두려워 일부러 연을 맺지 않으려 했던 아이린이었지만 결국 그라고 해서 온전한 냉혈한은 될 수 없었다. 당신 역시도 저의 좁디좁은 울타리에 결국은 문을 비집고 들어왔으니까. 그다지 온정적인 언사를 건네지도, 살갑게 굴지도 않는 아이린이었다지만 단테 이그리드를 친구로 여기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수많은 이사와 삶을 함께하고 있지도 않았을 테다.)
 
단테 이그리드:그렇게 해서 온전히 아이린만을 위해서 썼더니, 지금의 아이린은 만족하셨나요? 행복하시고요? 제가 보기에는 아닌 것같은데요. ...그런 식으로 채우는 것은 오히려 더 속이 헛헛하기만 하다는 것을 언제 알 수 있게 되는 걸까요. 그리고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애초에 지금까지 저와 함께하지 않으실 거였잖아요~ 안 그런가요?(그러니 매정한 말은 그만 하라면서 너에게 겉옷을 쥐여주었다. 눈은 좀 괜찮은지 잠시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이 정도면... 20분 정도 걸으면 금방 마을 쪽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요? 눈이 정말 많이 내렸으면 가게들이 일찍 닫았을텐데 참 다행이죠. 그럼 가볼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 짜증나는 소리 하지 마렴. (정곡을 찔리고는 입술 꾹 다물었다.) 어차피 행복 같은 건 내게 허락된 가치도 아니었어. 언제쯤 웃었었는지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걸. 죽고 싶다 말한 나를 붙들어둔 건 너야. (일부러 더 차갑게 벼린 단어를 빚어내며 겉옷을 받아들어 두른다. 후드를 깊숙이 눌러썼다. 답도 없이 매정하게 먼저 문가로 향했지만, 당신이 나올 때까지 문을 붙잡고 기다려준다.)
 
단테 이그리드:행복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다만 그것을 만족했는지,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쉽게 알아채기 힘든 것일 뿐이죠. 어쩔 때는 아주 사소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일 때도 있다니까요?(너는 언젠가 죽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제 기분은 어떠했는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렇게 붙들어두는 것일테니.) 제가 아이린이 죽지 않도록 붙들어뒀으니,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고 싶도록 노력해야죠. 저 그런 거 잘 하잖아요. 노력이라든가 기다린다든가.(그렇게 말하고는 잡아주는 문을 통해 나와 후드를 푹 눌러썼다.) 솔직히 제가 안 변할 건 아이린이 가장 잘 알지 않나요? 그렇게 당했으면서...
 
아이린 E. 테라코르:잘 모르겠네. 사소한 것에서든 큰 것에서든, 행복이 무엇인지……. (중얼거린다) 그래. 넌 끈기 하나는 질릴 정도로 대단하지. 학생 때 그렇게나 당했는데, 결국 성인이 된 지금도 또 당해서 이렇게 죽지도 못하고 살아있구나. 과연 얼마나 바꿔둘 수 있을지 궁금하네. (기대감이라고는 일말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답하곤 문을 잠근다.)
 
단테는 그런 당신의 말에도 여전히 미소를 띄우고만 있습니다.
 
이 사람은 늘 이랬죠.
 
그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도저히 버리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마법사면 꽤 시간이 걸리는 거리는 순간이동으로 금방 갔을 것입니다.
 
아니면 빗자루를 타든가요.
 
아이린 E. 테라코르:(예나 지금이나 참 미련한 사람이라니까.)
 
하지만 당신과 단테는 마법사인 것을 숨기고 20분 정도 걸어 마을에 도착합니다.
 
도착한 마을은 소박하고 도심에서 떨어져 있지만, 안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만한 가게들이 모여 있습니다.
[조사 가능 구역] 섬유상, 식료품점, 철물점, 광장
 
아이린 E. 테라코르:(식료품과 생필품을 사야 한다고 했었지... 추운 날이라지만 미리 샀다간 혹시나 상할지도 모르니, 다른 곳부터 들리는 게 좋을 듯하다. 섬유상을 가리켠다) 저쪽부터 가는 건 어떻니.
 
단테 이그리드:그럴까요? 이것부터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그렇게 말하며 챙기고 나온 멧돼지 가죽으로 시선을 던졌다.)
 
아이린 E. 테라코르:(끄덕이며 문을 열고 들어선다.)
 
당신과 단테는 섬유상으로 먼저 들어섭니다.
 
각종 섬유를 취급하지만 안에 들어와서 보니 섬유 말고도 완성된 옷도 판매하는 것같습니다.
 
사냥꾼들이 자주 오가며 유해한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남은 가죽을 판매하는지,
 
한구석에는 잘 손질된 가죽과 털 섬유가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섬유상: 어서오세요, 새로운 이웃분들이신가 보네요.
뭘 구매하러 오셨나요? 아니면 가지고 오신 그 가죽을 팔러 오셨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고개만 까닥여 목례한다. 살가운 인사는 단테가 대신해주겠거니 하는 안일한 마음)
 
단테 이그리드: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시나요? 운좋게 멧돼지를 잡아서요. 이 가죽을 좀 팔 수 있을까요?(그러고는 아이린에게도 눈짓을 줬다. 직접 해보는 것도 경험이라는 입모양과 함께.)
 
아이린 E. 테라코르:(하라고 해도, 뭘 해야만 하는 건지... 어깨 으쓱인다.) 날이 차가우니, 네 옷이나 새로 사는 게 어떠니. 나는 딱히 상관없으니까.
 
섬유상: (아이린의 목소리에 잠시 고개가 기울어지더니) 아, 혹시 이 쪽과 흥정을 하면 되는 걸까요? 가죽을 들고 오신 것을 보면 이제 막 사냥을 시작한 사냥꾼들이신 모양인데... 얼마 정도 생각하고 오셨나요?(웃는 모습이 무척이나 너그러워 보인다.)
 
아이린 E. 테라코르:…… (의심받지 말아야 한다. 이곳에선 좀 더 오래 버텨야 한다……. 문장들을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없는 사회성 있는 사회성 다 끌어모아본다. 다행인 점이라면, 뒷세계를 돌아다닐 적 물건을 얻고자 흥정해본 적은 꽤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만나온 거래 상대가 대개 불친절하고 위협적이어서, 자연히 아이린의 태도도 차갑고 고압적이게 되었다는 점이 불행이 되리라.) 두꺼운 겉옷을 하나 살까 하는데... 가죽 값 정도면 되겠나요? 방금 막 잡아서 깔끔하게 벗겨내기까지 한 가죽이니, 이 정도면 대금은 충분히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섬유상: 겉옷 하나면 되실까요? 그럼 가죽의 상태를 좀 보도록 할게요.(그렇게 말하고는 멧돼지 가죽을 한참 살펴보고 손으로 쓸어보고 나서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며) 네, 이 정도면 두꺼운 겉옷 말고도 대금을 더 드릴 수 있을 것같네요! 그건 그렇고 정말 깔끔하게 손질이 잘 되어 있는 걸요? 혹시 전문직이라도 되시나요. 이렇게 잘 손질된 가죽은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두근거리네요. 사냥꾼들 중 몇은 성질이 급하다고 아무렇게나 뜯어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두꺼운 겉옷과 함께 꽤 묵직한 양의 돈을 넣은 주머니도 함께 놓으며)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지내실 건가요? 부디 이번 흥정을 봐서라도 다음에도 좋은 가죽을 가져다 주신다면 좋겠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전문직이란 걸 들키면…… 쓸데없는 의심을 사겠지? 아. 피곤해. 이런 것 하나하나 계산하는 삶, 이미 오래도록 겪어와 보았고, 그래서 더욱 피곤하기 그지없다……. 제 이마 짚으면서도, 목소리는 나름대로 친절을 가장한다.) 전문직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대금을 많이 받으려, 신중을 기해 손질했답니다. 좋게 봐 주시니 감사하군요.
그럼, 다음에도 또 뵙겠습니다. (표정은 여전히 딱딱하기 그지없지만 적어도 예의는 갖추어 말했다. 겉옷은 당신에게 건네주고, 주머니는 제가 챙겨 섬유상을 나선다.)
…… 이 정도면 되겠니?
 
단테 이그리드:(뒤에서 멀뚱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웃으며) 네, 그 정도면 될 것같네요! 전문직인 것을 들키면 조금 곤란해지겠지만... 아무래도 아이린의 실력이 좋으니 저 분도 더 신경쓰지 않고 기분좋게 받으신 모양이에요. 덕분에 덫이나 다른 것들을 사고도 조금 남을 정도로 대금을 받은 것같지만요. 이렇게 해서 마을 사람들 하고도 조금씩 친해지면 되는 거예요, 할 수 있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서 전문직이란 게 티나지 않으려 돌려말해 봤는데. 과연 저쪽한테 먹혔을지 모르겠구나. (한숨 내쉰다.) 아니, 친해지고 싶진 않아. (와중에도 단호하게 선 긋고는, 이번엔 철물점 쪽으로 향한다.)
 
당신이 선을 그어 말하면 뒤에서 따라오는 단테는 묘하게 어깨가 축 처졌습니다.
 
하지만 늘 보는 것이니 무시하죠.
 
아이린 E. 테라코르:(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저러네…….)
 
도착한 철물점은 기름내가 물씬 배어나옵니다.
 
생각보다 안은 각종 기구들이 잘 구비되어 있군요.
 
사냥꾼들이 오가는 곳이라 그런지, 사냥용 산탄총이나 서바이벌 용품들이 즐비합니다.
 
또한 각종 주방 기구나 가정에서 쓸 만한 것들도 제법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장작을 패야 할 테니, 도끼를 찾아보렴. (단테에게 말하고는 산탄총과 덫 쪽을 둘러본다. 쓸만한 게 있을까)
 
당신이 덫을 찾으려고 하면 철물점 주인이 그걸 찰떡같이 알았는지 바로 종류별로 덫이 진열된 가판대를 보여줍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곰곰이 보다가, 자신이 충분히 다룰 수 있을 만한 초보자용 덫을 산다. 지팡이만 쓸 수 있었다면 이런 초보자용 물건 따위 거들떠도 보지 않는 건데. 산탄총도 두 자루 산다)
 
산탄총 두 자루를 사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두 자루... 너무 많나?!)
 
두 자루를 구입한다면...
재력 판정 2회
 
아이린 E. 테라코르:(무기는 어디에서든 좋은 방어 수단이 되어줄 테니, 구비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테지... 우선은 질러본다)
재력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재력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이 산탄총 두 자루를 구입하려고 하면 다행히 돈은 사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히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됐다. 그대로 산다.) 단테, 쓸 만한 건 찾았니?
 
단테 이그리드:이거 보세요, 아이린.(그렇게 말하고 깊이가 꽤 되는 냄비를 들어 보이며) 이 정도면 야채가 많이 들어갈 것같지 않나요?(어딜 가든 먹일 생각이 잔뜩이다.)
 
아이린 E. 테라코르:도끼를 보라니깐 냄비를 보고 있었니? 어차피 난 많이 먹지도 않을 텐데. 차라리 식기를 좀 더 사렴. 망가지거나 더러워질지도 모르니 여분이 필요해.
 
단테 이그리드:(그 말에 시무룩해져서 식기가 있는 가판대를 보러 간다...)(추욱)
 
당신이 산탄총을 구매하려고 계산대로 가까이 가면 철물점 주인은 고개가 기울어집니다.
 
철물점 주인: 자네들은 저어 숲 입구 앞에 새로 이사를 왔다던 이웃들이 아니던가?
오자마자 바로 총부터 구매하는 건가? 하긴, 여기가 야생동물이 많이 다니긴 한다만... ...
 
아이린 E. 테라코르:…… 아무래도 동물이 많고, 사는 집이 숲과 가까워서요. 사냥을 위해서도 있지만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호신용으로 사려고요.
 
철물점 주인: 혹시 사냥꾼인가? 그렇다면 납득이 되는데.
호신용? ... ...호신용치고는 아주 요란한 것을 구매하는군 그래.(그러고는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이린 E. 테라코르:뭐어. 사냥꾼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잘된 게 잘 된 것 아닌가요.제가 많이 사는 만큼 그쪽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테니까요. (적당히 얼버무려 본다. 아, 성가셔.)
 
철물점 주인: 아, 사냥꾼~? 그럼 일리 있지, 응응. 호신용은 저기(단테 쪽을 고개로 까딱이더니) 저 남자가 쓸 모양인가 보지. 맥아리가 영~ 없는 것이 그 정도 호신용은 필요하겠어. 아가씨가 고생이 많구만.
 
아이린 E. 테라코르:(아)
(ㅋ...) …… 네, 맞아요. 아무래도 믿음직스럽지가 못하거든요. 그쪽이 보기에도 그런가 보네요. (못 듣는 틈을 타서 대차게 놀린다)
 
단테 이그리드:... ...(다 들리지만 반박할 수 없어서 입 꾹 다문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어머. 안 들릴 줄 알았는데)
 
철물점 주인: 그래, 이왕 사는 거 탄약도 좀 더 필요한가? 이거 기본적으로 두 개 정도만 들어 있어서 말이야.
 
아이린 E. 테라코르:단테. 도끼랑 식기 골랐으면 그것도 이쪽으로 가져오렴. (천연덕스럽게 그에게 말 걸다가 다시 주인에게로 시선 돌린다. 탄약, 많을수록 좋겠지.) 네. 두 개면 너무 적네요. 대여섯 개는 더 사야겠어요.
 
단테 이그리드:(튼튼해 보이는 도끼와 식기도 챙겨와서 계산대에 내려놓는다... 좀 많이 억울해졌지만 그냥 묵묵히 뒤에서 보고만 있는다.)
 
철물점 주인: 아가씨가 호탕해서 좋구만! 내 이것들은 그냥 서비스로 주지. 그 쪽이 워낙 험하니까 이 정도는 이웃의 정으로 쳐두게.
 
아이린 E. 테라코르:(의외의 친절이네. 눈 깜박이다가 고개 끄덕인다.) …… 감사해요. (제 입에서 흘러나온 감사 인사가 굉장히 낯간지럽게 들렸다.)
 
철물점 주인: 아, 그러고 보니 요새 숲 근처에 야생동물이 아닌 것들이 보인다는 소문이 있다더군. 아가씨는 몰라도 거기 청년은 좀 조심해서 다니도록.(일부러 콕 찝어 말한다.)
 
아이린 E. 테라코르:야생동물이 아닌 것? …… 동물이 아니라면 사람이기라도 한 걸까요. (지적받은 거 보면서도 변호해주긴커녕 재밌어하고 있다)
 
철물점 주인: 글쎄다. 사냥꾼들은 그건 동물이 아니라고는 하는데, 그냥 허풍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너무 늦게까지 숲에 다니지는 말아. 무슨 일이 생기면 큰 소리로 외치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보통은 아니니...
 
아이린 E. 테라코르:신경써야겠네요. 조언 감사해요. (골라온 물건들의 계산을 마치고는 잘 챙겨넣는다.) 그럼, 갈까. 맥아리 없는 단테.
 
단테 이그리드:네, 용감한 아이린 테라코르...(도끼랑 식기 등을 챙기고 털레털레 뒤를 따라 나온다...)
 
아이린 E. 테라코르:하지만 저분은 네가 오늘 멧돼지를 잡아왔단 건 미처 모르실걸. 왜, 살짝 자랑하지 그랬니?
 
단테 이그리드:만약 말했으면 그건 그것대로 아주 맥이 없는 건 아니라고 또 놀림받을 것같은 느낌이어서요... 그래도 덕분에 아이린이 다른 이웃 분들과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같아서 다행이네요.(자신을 놀리는 말에서 잘 통한 것같아서 그게 문제인 것같지만. 하지만 그건 안 말한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니? (언제 주인과 합심해서 놀렸냐는 듯 다시 찬바람이 쌩쌩 부는 평소의 태도로 돌아왔다.) 다음은 식료품점이나 가자꾸나.
 
신선 제품만을 취급한다고 적혀있는 팻말이 인상적인 식료품점입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기분 좋게 웃으며 당신들을 맞이하는 주인이 보입니다.
 
좋은 제품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둘러보라고 한내를 한 뒤에, 그는 계산대에 앉습니다.
 
앞쪽에는 각종 채소와 과일류가 놓여 있네요.
 
단테 이그리드:겨울이지만 채소류는 많이 사두면 금방 상할테니까 필요한 만큼만 사갈까요. 음... 아이린은 드시고 싶은 과일이 있으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과일……. 글쎄. 난 과일보단 차라리 채소가 더 나아. 대부분 단 것들이잖니? 네가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사렴.
 
단테 이그리드:(그럼 잠깐 고민을 하더니 사과와 자몽 정도만 몇 개 집어들었다.) 이거랑 채소 몇 가지를 같이 갈아서 야채 주스를 만들어 마시면 무척 맛있겠죠?(편식 안하는 사람은 맛있을 것이다.)
 
아이린 E. 테라코르:너 무슨 래번클로 기숙사를 상기시키는 주스를 만드려는 거니……. (그러다 살짝 아차한다. 래번클로라는 이름 정도는 괜찮겠지? 정확히 무얼 명명하는지는 알 수 없을 테니.)
 
당신들이 하는 대화를 귀담아 듣지 않았는지 식료품점 주인은 신문을 보고만 있습니다.
관찰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식료품점 주인이 보는 신문의 내용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갔습니다.
 
그 내용은...
 
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당신들의 사진이 찍힌 기사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저건. (우리잖아?)
 
아무래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과 함께 실명도 숨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갑자기 분위기가 차갑게 식는 듯해, 다시 한 번 후드를 깊이 쓴다. 아르데오였던 저는 그렇다 치더라도 칼리고인 이들은 머글세계를 구한 거나 다름없다. 왜 단테까지 쫓고 있는 것일까. 설마, 저와 함께 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팔뚝을 톡톡 쳐서 속삭였다.) 살 것만 빨리 사고 나가자. (긴장감 어린 목소리니, 당신도 여간해선 눈치챘겠지.)
 
단테 이그리드:(기사의 내용을 같이 확인한 모양인지 덩달아 후드를 더 깊게 눌러썼다. 혹시 말하는 것에도 무슨 문제가 있을까 고개만 끄덕거리고 계산대로 얼른 가서 계산하고 가자고 고개짓만 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고른 채소와 과일을 계산하고는, 최대한 의심받지 않을 만한 선에서 빠른 걸음걸이로 식료품점을 나선다.)
신문, 봤지?
 
단테 이그리드:네, 봤어요. 아무래도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많이 위험할테니 가명이라도 쓸까요... 설마 제 이름이나 사진도 같이 걸릴 줄은 몰랐지만요.(아주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이렇게 빨리 걸릴 줄은 몰랐던 것 뿐이다. 이래서 돌아다니는 것도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입 안이 써졌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야겠네. …… 가명까지 써야 한다니 정말 완벽한 수배자 인생이 되어버렸어. (비웃는 듯한 어조다. 제 처지가 자조스럽기 그지없다.) 대강, 세레나라고 부르렴.
 
단테 이그리드:저 살면서 처음으로 지명수배자 같은 삶을 사네요... ... ...이거 외할머니가 아시면 분명 배를 잡고 한참동안 웃으시겠어요. 그럼 저는 그냥 빈센트라고 불러주세요.(생각나는 이름이 아버지의 이름 밖에 없었다. 어쩐지 아버지의 이름을 팔아버린 기분이 드는지 속으로 사과부터 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아이린 E. 테라코르:널 걱정하는 게 아니라 웃으실 거라고? 네 할머니도 참 독특하신 분이라니까. 그래. 빈센트, 가자. (자연스레 광장으로 걸음 딛는다.)
 
단테 이그리드:외할머니는 늘 그런 분이시니까요. 네, 세레나... 이거 어째 이름이 잘 안 붙는 것같네요.(하지만 어쩌겠냐는 표정으로 광장으로 터덜터덜 따라간다.)
 
시장 거리 가운데에 위치한 광장입니다.
 
조경에 제법 힘을 썼는지 공원 같은 느낌이 물씬 납니다.
 
어쩐지 축제라도 준비하는 건지, 천막 같은 것을 올리고 있기도 하네요.
 
옆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어머니 이름이야. (어머니, 참 어색한 단어라고 홀로 생각했다.)
 
광장 거리 한 켠에는 각종 신문들이 끼워져 있네요.
[조사 가능 구역] 아이들, 각종 신문
 
아이린 E. 테라코르:(여기에도 우리 이야기가 또 나와 있으련지. 신문부터 집어들어 읽는다)
 
각종 일간지가 꽂혀있는 신문은 아마 도시에서 배달되는 모양입니다.
 
내용을 확인해 보면...
 
전부 당신들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이제 마법사의 존재를 숨길 의지도 없는가 보군. 혹은 숨길 수 있는 여력조차 되지 않을 만큼 전쟁의 여파가 컸던지.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으니까.) 혼란 그 자체구나.
네가 아르데오인 나와 함께 도망치지만 않았더라도, 너까지 이런 취급을 받진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후회 없니?
 
단테 이그리드:저는 제 행동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계시잖아요? 물론 고생이야 좀 하고 있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벌어진 일이고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그러는 세레나...는, 이런 것들을 보면 예전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저는 그 쪽이 더 궁금한걸요.
 
아이린 E. 테라코르:…… 그냥 당신이나 너, 라고 하렴. (이쪽도 어색하긴 어색한 모양) 머글을 해친 적은 없지만, 머글에게 적대적인 진영에서 싸웠던 건 맞으니 그들에게 할 말은 없네. 하지만 이리 반 년 가까이 조용히 살았으면 이제 그만 귀찮게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져.
아니면 그냥 이 귀찮은 삶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를 그만두던지. 이번엔 죽여달라며 무게를 전가하는 짓 같은 건 하지 않을 테니 말야……. (그 말이 지니는 함의는 명확할 테지. 당신의 녹색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단테 이그리드:원래 이런 건 피해를 받은 쪽이 더 오랫동안 기억하는 법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쪽? 도 만약 당했다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오래 갔을 거예요. 원래 상처란 것이 그렇잖아요.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오래 기억하는 법이죠.(그리고 너의 마지막 말에는 눈썹이 휘어졌다. 안타까운 듯, 걱정되는 듯.)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고. 그렇게 살아서 남들이 보기 부러울 정도로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런 생각은 없으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려나. …… 인과응보, 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너는 내 행동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말했었지. 도망치지 말라고 마주해야 한다며. 지금 이렇게 마주하고 있지만 그다지 내 행동을 돌이키고 참회하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아.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픈 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삶을 대체 누가 부러워하겠니? 제 이름조차 쓸 수 없을 정도로 쫓기고 있는데.
 
단테 이그리드:참회하는 것까지 한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지금 이렇게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걸요? 옛날이었으면 또 도망쳤을 거잖아요.(그렇게 말하고는 신문을 하나 펼쳐서 안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듯 읽다가 이내 반으로 접어 다시 집어 넣으며) 그럼 나중에 다시 이름을 써도 괜찮은 때가 오면, 그때는 어떨 것같나요. 적어도 지금보다, 예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요?
 
아이린 E. 테라코르:죽음으로 도망치려 들었겠지. 내가 저지른 일이 괴롭고, 내가 죽이게 될 목숨이 두려워서. (수도 없는 이사를 다니면서 보낸 수도 없는 밤, 악몽을 꾸지 않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일부러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잠을 청했는데도 눈을 뜨면 제 손이 당신의 목을 쥐고있을까 봐. 당신의 시체 곁에서 정신이 들까 봐. 실제로 새벽중에 지팡이를 쥐고 날뛴 적도 몇 있었다. 당신이 막아내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때마다 저의 자괴감과 죽음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해져만 갔다.) 내가 나아질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가망이 없게만 느껴지는구나.
 
단테 이그리드:그렇다면 저는 또 몇 번이고 예전처럼 막아내겠죠. 말했죠? 죗값은 죽음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닌,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고요.(이미 예전에도 몇 번씩이고 그런 너를 말린 적이 있으니 더 말하지 않아도 너도, 나도 서로가 가장 잘 알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고는 너의 마지막 말에 웃으며) 그렇다면 현상유지에 집중하는 것은 어떠세요? 나아지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예전처럼, 지금보다 더 나쁘게 되돌아가지만 않게 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손으로 가리키며) 이번에는 뺏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 교류를 하는 것도 그 일환이죠. 이미 몇 번이고 다른 가게 주인과도 얘기 잘 했잖아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 얼마나 더 마주해야만 사라지는 거니. (차가운 표정과 태도로 강한 척 냉기의 빙벽을 두르고는 있으나 한 꺼풀만 벗겨보면 그가 얼마나 유약한 인간인지가 쉽게 드러난다. 그간 저질러 온 죗값을 치루기엔 아직 한참이나 모자랄 시간이었는데도 힘들단 소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상유지? (단어를 입안에서 반복해 곱씹으며, 손끝이 가리켜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젠 아이들과도 이야길 해야 하는 거니. 저 아이들은 키가 작으니, 아래에서 올려본다면 우리의 모습이 드러날지도 몰라. (일단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나 들어본다)
 
광장을 뛰어다니며 꺄르르, 웃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곧 점심시간이라 소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무리들이 인상적입니다.
 
무어라 떠들어대며 각자 바빠보이는군요.
듣기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이들이 작게 나누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냥 사람들에게도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아이는 대체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막막하다. 제 신비로운 목소리가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기를 바라며, 툭 던져본다.) 정육점 아저씨가 어떤데 그러니?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면 아이들은 당신을 멀뚱히 바라봅니다.
 
무어라 더 말을 뗄 때 쯤, 그 자리에서 서둘러 해산해버리고 마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
………… 실패야.
 
아직 낯선 어른과 이야기를 나눌 마음이 준비가 안 된 모양입니다.
 
단테 이그리드:(등 토닥토닥...) 아니, 그럴 수 있죠... 처음 보는 어른이잖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다음엔 네가 말을 거는 게 훨씬 낫겠어. (토닥거리는 손길 스윽 치운다)
 
단테 이그리드:(손이 스윽 치워지면 시무룩해진다.) 제가 말을 걸어도 아이들이 도망을 안 칠지는 잘 모르겠네요...
일단 오늘 살 건 다 산 것같으니 슬슬 돌아갈까요? 벌써 날이 저물 것같으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몇 번이나 시무룩해지는 거야? 역시 넌 내 곁에 있으면……) 그래, 이만 돌아가자. 숲 속에 이상한 게 있다던 말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늦어질수록 위험해질 테니. 잰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날이 저물어가면 볕이 든 하늘 아래로 눈송이가 눈꺼풀에 내려앉습니다.
 
돌아가는 길 너머로 당신들이 들렀던 가게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이네요.
 
적어도 오늘은 당신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이 각인된 것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쉬기로 해요.
 
...
 
다음날, 방 안에서 분주하던 단테는 곧 두터운 후드를 가져와 당신의 어깨에 둘러줍니다.
 
오늘은 어제 서로 분담을 나눠 덫을 놓고 장작을 패기로 했으니까요.
 
잠깐 걱정하는 표정을 하지만 이내 괜찮다 생각했는지 당신에게 덫과 산탄총을 쥐어주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머리칼을 하나로 묶어 뒤쪽으로 넘기곤 후드를 깊게 눌러쓴다.) 장작 열심히 패. 못 미더운 빈센트. (착실히 놀리며 산탄총과 덫 쥔다.)
 
단테 이그리드:앞에 있는 그건 이제 별칭이라도 되는 건가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여긴 어두워지면 주위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해가 지기 전에 나오셔야 하고요. 제가 언제나 하는 말은 알고 계시죠? 무슨 일이 있어도 마법은 쓰지 말 것. 보통의 사람들처럼 행동할 것. ...그럼 다치지 말고 잘 다녀오셔야 해요. 전 숲 입구 근처에서 장작을 팰테니까 필요하면 소리치시고요.
 
아이린 E. 테라코르: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겠구나. 그리고 마지막 규칙을 기억하지? 목숨이 위중한 상황이 올 경우, 모든 사항을 무시할 것. (그러면서 지팡이를 챙겨넣는다.) 웬만해선 그런 상황 오지 않을 테지만. 다녀올게.
(숲으로 향한다.)
 
당신이 숲의 안쪽으로 향할 때에도 걱정 반, 잔소리 반이 가득한 단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늘상 하는 얘기일테니 무시하고 갑시다.
 
...
 
...
 
아이린 E. 테라코르:(걱정이 지나치게 많다니까.)
 
소복하게 쌓인 눈길을 즈려밟고 안쪽으로 향하면 사냥꾼들이 다닌 흔적이 바닥에 남아있습니다.
 
눈을 조금 쓸어낸 자국과 덫을 설치했던 모양으로 바닥이 눌려 있군요.
 
옆 쪽에는 채 회수하지 못한 덫 몇 개가 보입니다.
지능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밤새 눈이 쌓여서 아마 덫을 회수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는 말은, 이 눈 쌓인 바닥이 덫 밭일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다리 밑을 조심해야 하겠죠.
 
아이린 E. 테라코르:(흐음……. 긴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서 눈밭을 헤치며 덫이 없는지 확인하고 걷는다.)
(어느 정도 안쪽으로 들어왔다 싶으면 적절해 보이는 위치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당신은 나뭇가지를 이용해 덫이 없는지를 차근차근 확인해 갑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덫 밭을 이렇게 하고 다녔겠죠.
 
좋은 선택입니다.
 
어느 정도 안 쪽으로 들어오면 덫이 놓여 있지 않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눈을 얇게 걷어내고 그곳에 덫을 설치한 뒤 다시 눈을 덮는다. 걸려줘야 할 텐데.)
 
당신이 덫을 설치하면 어느 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마법을 쓰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수고로움을 견뎌야 하는 거겠죠.
 
주변을 정돈하고 길을 돌아서려고 하자 눈 앞에서 어떤 소리가 가까워져 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옛날이었다면 이 덫도 전부 마법으로 설치했겠지. 아니, 그전에 덫을 놓을 필요도 없이 마법을 사용해 잡으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삶의 방식은 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였다.)
…… (무슨 소리지? 경계의 날을 바짝 세운다)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눈 쌓인 바닥을 딛고 다가오는 짐승의 단단한 발은, 당신의 기척을 알아차리고 똑바로 행로를 정했습니다.
 
여기서 도망치기 위해 뛰게 된다면 분명 저것도 같이 뛸 것입니다.
 
사람은 짐승의 달리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
 
곰이 당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이린 E. 테라코르:하아……. (순간이동을 쓰면 그만. 아무도 없는 숲이니 알아차릴 수 있는 이가 있을 리 없다. 항상 편한 마법에 의지해 살아왔기 때문인지 곰이 자신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데도 그다지 위기감은 느껴지질 않는다.)
(그래도 한 번쯤은 규칙을 지키려는 시도 정도는 해봐야겠지. 산탄총을 들어 곰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당신은 곰을 향해 산탄총을 듭니다.
 
곰은 지금 흥분상태인지 피할 생각은 없는 것같습니다.
산탄총 사격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사격(라/산)
기준치: 25/12/5
굴림: 1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동물의 약점과 급소가 어딘지는 쉽게 파악 가능하다. 곰이라 해서 다를 건 없다. 정확히 심장을 노리고,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방아쇠에 올린 손가락에 힘을 준다.)
 
곰은 당신이 쏜 산탄총에 의해 5의 피해를 받습니다.
 
총알에 의한 고통때문인지 곰은 그 자리에서 주춤거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이 틈이다. 다시 한 번 더 심장을 노리고 쏜다.)
사격(라/산)
기준치: 25/12/5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산탄총은 딸깍, 소리를 내지만 총알이 나가지 않습니다.
 
총알을 다시 장전하기라도 해야하는 걸까요.
 
그 틈을 타, 곰이 당신을 향해 달려옵니다.
근접전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민첩 혹은 회피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총알이 몇 발 들어있지 않았지. 빠르게 탄창에 총알을 장전하며 옆으로 굴러 피한다.)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곰이 휘두르는 앞발에 의해 당신의 왼팔에 상처가 납니다.
2
 
그렇게 곰과 싸우고 있으면,
 
탕!
 
그 때, 당신의 뒤에서 매서운 총성이 울려 퍼집니다.
 
고개를 돌리면 어제 마을에서 지나가듯이 보았던 익숙한 얼굴들이 보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왼팔에서 뚝뚝 흐르는 피를 보며 짜증스럽게 인상 찡그린다. 고통 따윈 알 바 아니었지만 한 방에 처리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때 들려오는 총성에, 당황해 고개 돌린다.)
 
그 중에는 철물점 주인 또한 보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쪽은……
 
사냥용 산탄총을 곰에게 쏘아대던 이들은 당신을 알아보고 소리칩니다.
 
철물점 주인: 아니, 자네 괜찮나!?
 
사냥꾼2: 큰일날 뻔 했군 그래! 우리가 왔으니 안심하게!
 
아이린 E. 테라코르:…… 네, 저는 괜찮아요. 크게 다치지 않았어요. (팔을 반사적으로 뒤쪽으로 가리며 일어난다. 섣불리 지팡이를 들지 않기를 잘했다고 해야 하나.) 어쩌다 이곳에.
 
철물점 주인: 우리야 늘 그렇듯 덫을 확인하러 왔지! 그런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줄이야.
 
그들은 당신의 앞으로 나서서 커다란 곰이 쓰러질 때까지 총을 쏘아대기 시작합니다.
 
붉게 점멸하는 그 장면은 어쩐지 이전에도 몇 번씩이고 보았던 것만 같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전부 단테가 놓은 덫은 아니었구나. 하긴, 그리 많은 덫을 혼자 설치하긴 어려웠을 테니까.)
 
그래요, 당신이 전쟁에서 지팡이를 휘두른 것처럼.
 
당신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것처럼.
 
하지만 성질은 다릅니다.
 
이들은 당신을 지키기 위해 붉은 빛을 내고, 다시 쏩니다.
 
이런 그들에게서 당신은
 
자신의 이름 하나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채
 
그런 잡스런 생각이 머리를 훑고갈 때 쯤, 곰이 눈 위로 고꾸라집니다.
 
사람들은 곰이 쓰러지고 나서야 다친 당신에게 다가와 부축을 해줍니다.
 
남은 사냥꾼들은 눈더미에 깔린 덫들을 수거하고 있군요.
 
다섯 명 쯤 되어 보이는 그들은 주위를 정돈하고 난 후 가까이 다가옵니다.
 
사냥꾼: 자네, 며칠 전에 오두막에 이사온 자들 중 하나 아닌가. 이곳은 야생동물이 많이 다녀서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하네.
물론 그 총을 보아하니 기본적인 것은 할 줄 아는 것같네만 다치지 않게 조심하게.
 
사냥꾼2: 아이고, 이 양반아! 지금 그게 새로 온 사람한테 할 소리인가? 우리가 놓은 덫에 하마터면 다칠 수도 있었는데, 그러게 잘 확인하고 다니랬지!
 
사냥꾼들은 일상인 것처럼 투닥거리며 자기들이 알 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냥꾼3: 저런, 빌 자네 새로온 이웃을 곤란하게 만든 건가? 그렇다면 응당 그 값을 치뤄야하지 않겠나!
 
정육점 가게 주인: 뭘 이런 곰 하나 잡았다고 요란스럽게...
 
아이린 E. 테라코르:(발산하는 총신의 불빛이 전쟁터에서 쏘아지던 수많은 빛줄기를 연상시킨다. 저는 파괴하기 위해 내질렀던 불빛을, 이들은 구하기 위해 내쏜다. 비슷하나 상반되는 광경에,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부축까진 필요없어요. 하지만, 감사합니다. (망설이다 감사 인사를 입에 담는다.)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맞아요. 제가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무리였나 보네요. (일단은 적당히 스스로를 낮춰 말한다.)
 
당신이 지팡이를 썼다면 눈 깜빡할 사이에 모든 일들이 처리되었겠죠.
 
하지만 그렇게 됐다면 분명 의심을 샀을 것입니다.
 
지금도 보세요,
 
옆에 서 있는 정육점 가게 주인은 팔을 꼰 채로 뭔가 탐탁치 않은 눈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선도 얼마 가지 못하고 다른 사냥꾼들에 우악스러운 손에 이끌려 곰 손질에 가담하라며 끌려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아이들이 나누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저 사람이 혹시 곰의 출현에 뭔가 가담하기라도 한 건가. 아무튼, 고기나 가죽을 혼자 독점하게 둘 수야 없으니 함께 손질에 임한다. 너무 전문가다운 느낌이 나지 않도록 적당히 조절해가며)
 
사냥꾼1: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나, 우리 마을에 고기를 기가막히게 굽는 요리사 양반이 있다네. 어찌되었든, 이건 자네 사냥감이 아닌가. 그래도 우리도 도와줬는데... 고기를 맛볼 기회 정돈 줄 수 있겠나?
 
사냥꾼3: 뭘 그렇게 의견을 묻고 있나! 어차피 이곳에 살게 되었으니 모두 마을의 일원이 아닌가. 자네, 이렇게 된 거 우리가 술과 음식을 양껏 제공하겠네. 마침 내일 저녁 마을에서 야시장을 열게 되었다네! 함께 사는 사람도 있던 것 같은데, 그 자도 함께 데려오게.
 
철물점 주인: 아하! 그래, 그래. 이렇게 된 거 새로운 이웃들을 위한 축제도 겸해야겠구먼!
 
정육점 가게 주인: 우리 마을 먹을 것도 모자란데 뭐 다들 그러나!
 
다른 사냥꾼들은 정육점 주인이 무슨 말을 하든 호탕하게 당신으르 반길 뿐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야시장에 함께 식사까지 할 생각을 하니, 상상만 해도 정말 피곤하고 귀찮기 그지없다……. 하지만 발을 빼기엔 이미 완전히 분위기가 형성되었질 않나. 단테도 그렇게나 섞이라고 말했으니, 선심쓰는 척 응하기로 한다. 후드 너머로 정육점 주인을 쏘아보면서) 저를 구해주셨으니, 당연한 일이죠. 내일 저녁이라고 하셨죠. 빈센트와 함께 갈게요.
 
당신의 대답에 사냥꾼들은 환호를, 정육점 가게 주인은 죽상을 피웁니다.
 
하지만 알 게 뭡니까, 그게 당신의 선택인 걸요.
 
말을 마친 사냥꾼들은 자루를 짊어지고 사박 거리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바닥은 곰의 유해였던 것으로 엉망이군요.
 
사냥꾼들이 눈으로 조금 덮어두어 흔적이 흐려지긴 했지만,
 
어쩐지 그 피범벅의 자리가 익숙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단테 혼자 보낼까. 그런 생각이나 하며 한숨을 푹 쉬다가 눈밭에 얼룩진 핏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내, 몸을 돌렸다.)
 
사냥꾼들과 헤어지고 노을의 주홍빛으로 물든 설원을 가로질러 나오면,
 
단테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마당에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붉은 머리 끝에 싸락눈 결정이 들러붙은 것을 보아, 기다리고 있던 지 좀 됐나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마당에 서 있는 이를 발견하곤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잰걸음으로 다가간다.) 왜 나와있니? 날도 추운데.
 
단테 이그리드:들어가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숲 안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는 걸요. 혹시 아이린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걱정되어서 나와봤죠. 아까 마을의 사냥꾼 분들이 먼저 나오신 것을 봤는데...(그새 지나가면서 방울방울 곰의 피가 떨어진 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외에 다른 일은 없으셨나요? 먼저 나오신 분들이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셨거든요.
 
아이린 E. 테라코르:총소리 정도야, 숲 속에서 동물이라도 만났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걸. 다치긴 했지만 피투성이로 돌아온 어제의 너보단 훨씬 멀쩡해. (피가 멎은 왼팔을 가볍게 들어보인다.) 그래, 사냥꾼들 말이지……. 너, 내일 야시장에 좀 가야겠어.
 
단테 이그리드:아니, 그건 멧돼지의 피였다니까요...(그리고 피가 멎은 왼팔을 보고 깜짝 놀라 허둥지둥 하더니, 야시장이란 말에 멈칫했다.) 야시장이요? 그러고 보니 다들 돌아가시면서 언뜻 이야기 하셨던 것같은데... ...아이린도 혹시 야시장에 초대되신 건가요?
 
아이린 E. 테라코르:성가시기 그지없지만, 그래. (별것도 아냐.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 물로 상처를 씻어낸다.) 곰과 대치하던 와중에 왼팔이 스쳤는데 그들이 지나가던 참이었는지 도와줘서 함께 잡았거든. 고기도 나눠먹을 겸, 새로운 이웃들을 위한 축제라나 뭐라나. 같이 간다곤 했지만 나까지 굳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너만 다녀오렴.
 
단테 이그리드:하지만 그 분들은 아이린을 초대한 거잖아요. 오히려 제가 덤인 거죠. 음...(잠깐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을 해보다가) 이번 마을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호의적이시고 아직 저희를 의심하지 않는 것같으니, 오히려 아이린이 나오지 않으면 도리어 의심을 살지도 몰라요. 귀찮으시더라도 함께 나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번 기회에 조금 더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면 아이린에게도, 저에게도 아주 좋을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정말 귀찮구나. (감정을 숨길 생각이라곤 없이 드러내며 상처를 씻어낸 팔에 소독약을 바르고, 붕대를 둘렀다. 부상을 입은 경험이 많아 치료하는 손길이 능숙하다.) 그렇지만 네 말대로 이렇게 호의적인 이들은 드물기는 했지. (시끄러운 사람들 틈에 얽혀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절로 기운이 다 빠지는 듯하다. 하지만 괜히 의심을 사서 또 이사를 가느냐, 식사 한 번 참여하고 마느냐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는 게 편할 터다. 결국 불만스러운 낯으로도 고개 끄덕인다.)
 
단테 이그리드:귀찮더라도 사람들과 함께 지내셔야죠. 저희가 도망치는 중이란 것은 아이린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예전에 나무가 아닌 숲을 보란 말을 기억하시나요. 동시에, 나무를 숨기기에는 숲이 제격이죠. 오히려 저희를 호의적으로 생각해주시니 나중에 정체를 들키게 되더라도 적어도 적대하지 않고 어느 정도 옹호해줄 정도로 대해주는 것이 좋아요.(네가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기만 하다가 벽난로에 낮에 패놓은 장작들을 몇 개 더 집어넣었다. 나오기 전에 벽난로 위에 올려놓은 컵 두 개를 챙겨 하나를 너에게 내밀며) 꿀과 럼을 넣은 우유예요. 많이 추우셨죠? 오늘 무척 고생 많으셨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나무가 아니라 숲을. 정체를 들키더라도 감싸줄 거란 이야기를 무표정하게 들으며 붕대의 끝부분을 찢어 고정한다.) 래번클로 출신 아니랄까 봐, 너도 영악한 부분이 있구나. (영악하다는 표현에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지만, 아이린으로서는 오롯이 칭찬의 의미로 한 말이었다.) 논리가 훌륭하니 설득에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네. (야시장이니 무어니 전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합당한 논리와 이유가 붙자 그나마 기분이 나아진다. 컵을 받아들며 작게 고마워, 덧붙이고 한 모금 마셨다.) 나는 추위를 잘 타지 않는데다 계속 움직였지만, 너는 아까부터 바깥에 서 있었던 것 같은데…… 너야말로 괜찮은 거니?
 
단테 이그리드:영악... ... ...저 영악한가요...?(그 말을 흘려 듣지는 못한 성격이었기에 혼자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너와 지냈던 시간과, 성격을 생각하면 나름의 칭찬이라고 받아들이자는 긍정적인 사고를 거치고 나서야 웃으며) 제 설득이 좀 괜찮았나요? 아무리 도망치고 다녀도 사람을 설득하고 다니는 것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니까요~ 그래도 곰에게 다치기도 하고 꽤 오랫동안 바깥에 있으셨으니까요.(그리고 괜찮냐는 너의 물음에는 잠깐 목을 가다듬어 보다가)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콜록, 소리가 금방 나왔다. 약간 머쓱한 표정을 하며 제 몫의 우유를 한모금 마셨다.) 아무래도 전 추운 것에 많이 약하니까요... 그래도 오늘 밤새 벽난로의 불을 때우고 있으면 야시장에 방문할 쯤에는 제법 괜찮아지지 않을까요?(어디까지나 희망사항 뿐인 이야기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심각한 표정 보고선 그제야 성의없이 덧붙인다.) 좋은 뜻이야. 괜히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말고.
(기침 소리 듣고는 눈 치켜뜬다.) 너, 앞으로, 절대, 나와 있을 생각 하지 마. 알겠니?
야시장 가기 전까지 벽난로 앞에 붙어있어. 심해질 것 같으면 같이 안 가도 되니까.
 
단테 이그리드:하지만... 저도 나름 건강한 사람인데 이 정도로는 괜찮다니까요. 물론 저도 여기서 더 감기에 걸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얌전히 벽난로 앞에 앉아 있을게요...(그리고 정말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의자를 끌고 벽난로 앞에 앉아서 우유를 홀짝거렸다. 약간 억울한 표정이다.)
 
아이린 E. 테라코르:나름 건강해? 벌써 기침을 하는데 그런 말이 나오니? (한 번 더 째려보고는, 그제야 저 역시 벽난로 근처로 다가가 남은 우유를 마셨다.) 나보다도 더 허약한 것 같단 말이야. (이건 당신에겐 정말로 억울한 말이겠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감기 증상을 보이는 건 당신뿐인 것을)
 
단테 이그리드:그래도 건강한 축이긴 하다고요... 이번에는 그냥 오랫동안 바깥에 있어서 그런 거고요.(물론 호그와트 1학년 때도 한참 눈싸움을 하다가 가벼운 감기에 걸리기도 했으니, 이건 변명할 수 없었다. 어느덧 비워진 잔을 가만히 내려다 보다가) 그럼 내일을 위해서 자둘까요? 내일은 야시장에 내려가기 전에 장작을 조금 더 패놓고 가야할 것같으니까요. 우유는 다 마셨으면 저에게 주세요, 자기 전에 설거지는 하고 자야죠.
 
아이린 E. 테라코르:학생 시절에도 전적이 있어서인지 잘 못 믿겠구나. (물론, 그때는 저야말로 비 내리는 날 산책을 하는 깡을 부리다가 병동에 자주 누워있고는 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낯짝 두껍고 뻔뻔한 면은 여전하므로) 그래. 잘 자렴. (빈 컵을 당신에게 넘겨준다.) 중간에 더 아파지면 나 깨우고.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 때의 감정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호그와트의 복도, 타닥거리는 벽난로가 있던 래번클로 기숙사.
 
하지만 눈을 돌리면 차가운 현실만이 보일 뿐이군요.
 
내일을 위해서 일찍 자도록 할까요.
 
오늘 고생한 당신에게, 부디 악몽이 다가오지 않기를.
 
...
 
아이린 E. 테라코르:(침대에 누워 느리게 눈 감는다. 평소 불면증에 시달리느라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던 그였지만, 오늘은 숲 속에 다녀온데다 곰과 싸우기까지 해서인지 피로감이 몰려온다. 오랜만에 일찍 잠들 수 있을 듯했다.)
 
닫힌 눈꺼풀 아래로 추억으로 가득한 모습이 떠오르는 것같습니다.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따뜻한 햇살.
 
닫힌, 하지만 꿈에서만큼은 뜨고 있는 눈에 비치는 모습은 어떤 기분을 불러오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함 속에 단단히 넣어두고 이따금 괴로울 적마다 꺼내볼 보석 같은 추억.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간. 함께하던 이들 중 누군가와는 지팡이를 맞대었고, 누군가는 제 손으로 죽이기도 했다. 항상 설원 속에 잠긴 것 같은 자신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기억이었지만, 그와 같은 감정을 다시 느낄 나날은 결코 오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 가슴이 아려온다.)
 
그런 당신의 생각을 엿보듯,
 
장면은 전환되고 따스했던 호그와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쥐여진 것들은
 
무언가를 잃었다는 공허함
 
친구를 해치기 위해 들린 지팡이
 
그리고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게 된 친구들까지.
 
그곳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마을에 있다고 한다면, 몸은 이 곳에 있다면.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
 
눈을 뜨면 익숙한 낡은 천장입니다.
 
창문 밖으로는 햇빛이 들어오고, 벽난로는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오릅니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흘리지 못한 과거는 결국 미련이 될 테니까요.
 
오늘의 우리는, 그저 오늘만을 생각하도록 합시다.
 
아이린 E. 테라코르:(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타닥이는 벽난로엔 아직 온기가 남아있고, 몸에 덮여있는 이불은 체온을 담아 따스하지만, 따스하고 다정한 추억에서 깨어나 현실을 자각하자 꼭 얼음 속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 좋았던 순간은 이미 십 년도 더 넘은 과거 속으로 사그라들고, 제 손에는 수없는 피가 묻었다. 친구라 명명했던 이들도 스스로 밀어내어, 이제 곁에 남아있는 건 같은 기숙사에서 가족처럼 자라났던 단테뿐. 전부, 제가 자초한 일이나 다름없다……. 그 사실을 깨닫자 주제넘게도 코가 시큰해져 오는 것 같아,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가 몸을 일으킨다.)
 
단테 이그리드:(그새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고 오는 것인지, 문을 열고 다 팬 장작들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일어난 너를 보더니) 아이린, 이제 깨어나셨나요? 많이 피곤해 보여서 오늘은 일찍 안 깨웠는데... 무슨 꿈을 그렇게 꾸셨나요. 처음에는 좋아 보이셨는걸요?(그러면서 벽난로에 불을 잠깐 보다가 장작을 두어 개 더 넣고 불쏘시개로 잠깐 장작들을 뒤적였다.) 아까 오는 길에 섬유상 주인 분을 잠깐 만났는데 이번에 저희가 드린 가죽이 좋은 값에 팔렸다고 빵을 나눠주셨어요. 지금 배고프시다면 뭐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나... 오래 잠들었었니? 잠꼬대도 했고? 평소엔 그러지 않을 텐데. 어제 조금 피곤하긴 했나 봐. (이불을 덮은 채로 두 다리를 끌어와 웅크려 앉는다.) 아냐. 배는 별로 고프지 않구나. 아침은 거르고 싶으니 너만 먹으렴.
 
단테 이그리드:어제 곰하고 싸우고 그랬으면 많이 피곤했을테니까요. 그래도 어제 스튜도 있고 좀 드시면 좋을텐데... 그래도 나중에 배고프시다면 말씀하셔야 해요? 아, 장작이라든가 오늘 할 것들은 제가 다 끝내고 왔으니 야시장이 시작되기 전까지 쉬셔도 괜찮아요. 아니면 산책을 나갔다 오셔도 괜찮고요~(그렇게 말하고는 식사를 하기 위해 손을 씻고 제 몫의 아침을 조용히 챙겨 먹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내가 해도 되는데. 너야말로 더 쉬지 그랬니, 아침부터…… 몸은 좀 괜찮니? (알싸한 두통이 느껴지는 듯해, 이마를 짚으며 벽에 기댄다.)
 
단테 이그리드:아, 몸은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요! 벽난로 앞에 오랫동안 있기도 했고 생강차도 마셨으니까요. 지금은 기침같은 것도 안 나고 멀쩡하니까 괜찮아요~ 그러는 아이린은 괜찮으신가요? 혹시 감기라도 걸리신 건 아니죠...?(벽에 기대는 너의 모습이 걱정되는 듯 눈썹을 내려트리며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이린 E. 테라코르:다행이구나. 나도 괜찮아. (한동안 함묵했다가 조용히 입 연다.) ……옛날 꿈을 꾸었거든. 다신 돌아가지 못할 학생 시절의 꿈을. 악몽은 아니었지만, 악몽이라고 불러야 할지 헷갈리는구나. 너도 종종 과거의 꿈을 꾸곤 하니?
 
단테 이그리드:(너의 꿈 내용에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너에게는 과거란 정말 돌아오지 못할 일 중 하나가 되었을테니. 그런 생각을 하면 움직이던 손이 멈추는 것같았다.) 아이린이 느끼기에 슬프고 괴로웠다면, 좋은 추억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악몽이 되기도 하겠죠. 원래 그런 건 상대적이잖아요? 음... 저도 호그와트 때의 꿈을 종종 꾸긴 해요. 다른 분들과 다같이 놀았던 것들이나, 즐거운 기억이나... ...그래서 저에게 옛날의 꿈들은 대부분 다 좋은 것들 뿐이었네요. 악몽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서로에게 지팡이를 겨눴을 때 뿐이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행복한 과거를 붙잡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 했어. 내가 그리 오래 영원을 찾아 헤매었던 것도 더는 잃고 싶지 않아서였으니까.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서였으니까…….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별의 아픔이 끝내는 저를 미치게 만들었는데. 중한 이를 붙잡고자 제 손으로 죽이는 짓을 수도 없이 반복해왔는데.) 이제 그 애들 중 다신 만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어. 넌, 그때 많이 울었었지.
 
단테 이그리드: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많이 없었죠? 무언가를 해코지하면서 영원을 쫓아도... 남는 것은 결국 공허 뿐이에요.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은 흘러가게 둬야죠. 물이 흐르지 않고 한 자리에 고이면 결국 썩어가는 것처럼요.(전쟁 때도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죽음에 무척이나 괴로웠던 심정이 금방 떠올랐다. 그걸 반영하듯 표정이 잠시 씁쓸해졌다가 이내 웃으며) 그 때는 너무 슬펐으니까요. 아르데오든, 칼리고든 전부 제 친구들이었잖아요. 하지만 계속 슬퍼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런 모습을 친구들이 원하지는 않을테니, 계속 나아가려고 노력 중이고요. 저도 했으니까 아이린도 분명 할 수 있을 거예요. 전 아이린을 믿고 있는 걸요~
 
아이린 E. 테라코르:결국 내 곁에 남는 건 무수한 시체와 박제품들뿐. 그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었음을 너희를 마주하고서야 깨닫고 말았었지. (텅 빈 손을 내려다보았다가, 몇 번 쥐었다 풀었다.) 나아가려고 마음먹는다 해서 곧바로 나아갈 수 있다니 참 신기하네. 난 그런 마음을 갖는 것조차도 엄청난 기력이 필요해서, 쉽사리 담을 용기조차도 나지 않던데. 예전부터 난 그리핀도르에는 못 가겠구나, 싶었었지. (후플푸프나 슬리데린이라고 다를 것 있었던가?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네 믿음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리곤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어깨맡까지 올린다.) 조금 더 누워있을래. 잠들진 않을 테니 논의할 게 있다면 말하렴.
 
단테 이그리드:음... 그럼 지금 아이린의 옆에 남은 저는 시체인가요? 아니면 박제품? ...꼭 그런 것들이 곁에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아이린은 아이린만의 행복을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전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의 행복을 늘 바라고 있는 걸요.(그러니 정말 좋아질 것이라며, 어찌 들으면 너무 희망차기만 한 소리를 하며 멈춰있던 손을 다시 움직였다. 어느 정도 다 먹은 것같자 접시와 식기들을 치워 설거지를 하며) 아이린처럼 사고를 치는 것에도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단 건 알고 계시죠? 물론 아이린은 어디에 가서든 분명 잘 해낼 수 있었을테니까요. 더 논의할 것이라면... 이번 야시장에서 아이린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서는 어떠세요? 야시장이라니까 그 곳에서 재밌는 게임이나 맛있는 것도 있을테니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도 괜찮죠.
 
아이린 E. 테라코르:박제를 시도하려다 실패한 흔적, 정도라고 해야 할까. (비소가 걸렸다. 당신이 아닌 저 스스로를 향한 비웃음이었다. 무수한 새벽, 당신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던 저를 발견했을 때 얼마나 비참하였던지. 그러한 새벽이 반복될 때마다 삶의 의지보다는 죽음의 의지만이 한 겹씩 더 두터워져 갔더랬다.) 왜 나의 곁에 남아주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친구……. (친구라는 단어를 뱉는 것도 참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당신이 몇 번이고 망설임없이 우리의 관계를 정의해주지 않았더라면 차마 그 호칭조차 쉽게 쓰지 못했을 테지.) 사고를 치는 데 용기가 필요한 거니. 그건 새로운 시각이구나. (옆으로 돌아누운 채 시트 위에서 손가락을 의미없이 움직인다.) 게임이나 음식……. (하나같이 관심없는 주제들뿐이다.) 차라리 나비에 관한 게 무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겨울이니 그런 건 없겠지. 내가 사람들에게 성질이나 내지 않을 수 있도록 잘 말려보렴. (무책임하게 전가한다)
 
단테 이그리드:아, 저도 박제하시려고요? ... ...고통없이 끝내주신다면야...(물론 농담이라며 바로 웃었지만.) 애초에 정말 박제하고 싶으셨다면 예전에 저에게 지팡이를 겨누셨을 때, 벽이 아니라 제 목에 겨누셨어야죠. 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셨잖아요? 왜 남아주는지 이해하기 어려우시다면, 그냥 친구라서 그렇다고 넘기기에는 어려울까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니까 나쁜 길로 더 빠져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있는 거죠. 음... 이건 친구라기 보다는 아빠에 가까운 마음일까요?(깨끗하게 씻은 식기들을 뒤집어 놓고 손에 남은 물기는 수건으로 닦아내면서) 이미 충분히 용기를 가지고 사고치신 분들이 한두 분은 아니시잖아요~ 특히 칼리고는 유독 그런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 때 마시던 홧병약들을 세워두면 아마 제 키는 훨씬 넘고도 남을 걸요. 아, 또 그렇게 책임전가나 하시고. 나비에 관한 것은 몰라도... 나비모양의 장식품같은 것은 있지 않을까요? 원체 모양이 예쁘잖아요. 나중에 그런 것들이라도 있으면 살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 그러고 싶지 않아. 알면서. (이불은 시야를 차단하기에 좋은 용도다. 얼굴을 마주볼 수 있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중얼거린다.) 도저히 널 죽일 수는 없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난 누굴 죽이고 싶어 전쟁터에 온 건 아니었어. 죽임당하고 싶어 왔었지. (당신에게도 저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수도 없이 했었었다.) 모르겠네. 부모님의 마음 같은 건 받아본 적이 없어서. 아빠란 호칭도 어색하기 그지없어. 어쨌건 네가 날 그만큼이나 가깝게 여겨준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구나. 친구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넘어가줄 수 있는 걸까……. (확실히 문제아들이 많았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단테의 목소리를 들으며 상기하자니 그새 전쟁터에서의 일이 아득히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장식품. 있으면 좋겠네. 그런 걸 파는지, 물어볼게. 대화의 주제로 썩 나쁘지는 않겠지?
 
단테 이그리드:그리고 그 때의 전 아이린에게 이렇게 말했죠, 아이린에게 알맞는 벌은 죽음이 아닌 끝까지 살아서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고요. 그러니까 멋대로 죽으시면 안 돼요. ... ...정말 제대로 된 죗값은 아직 다 치르지 않으셨잖아요.(이불로 시야를 가린 너의 모습에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는지, 작은 소리로 웃다가 너의 머리를 토닥이며) 저는 아이린도 그렇고, 모든 분들을 거의 마음으로 키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여러분들은 제 가족이고, 자식이고, 형제고 친구죠. 그만큼 소중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잃기 싫고요. 어디까지 넘어가줄 수 있는지는...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요? 할 수 있나요?(그래도 네가 그나마 이웃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키워드가 얼추 생긴 것같자 활짝 웃으며) 네, 그런 주제라면 아주 좋죠! 아마 섬유상이나 식료품 주인 분이 그에 대해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이들도 아이린과 잘 지내준다면 좋을텐데... 그건 힘들까요? 좋은 아이들이에요, 그냥 낯선 어른이 조금 어려울 뿐이죠. 누구나 그럴 때가 있잖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서 지금 이렇게 살아 있잖니. 추억의 꿈에 괴로워하면서. 이리 보면 사실상 너는 내가 죗값을 잘 치르는지 지켜보는 재판장과도 비슷하구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다정하고 따스하다. 기꺼우면서도, 아직은 본능적으로 스킨십을 두려워하는 면이 있어 이번에도 스르륵 당신의 손을 치워낸다.) 결혼도 안 했으면서 자식은 무슨……. (쑥스러운 듯 중얼거리는 투가 꼭 사춘기 온 자식 같다는 건 모른 채로……) 이미 범죄는 수도 없이 저질러 왔는데. 여기서 더 저지르지만 않으면 되는 거니? 이제는 더 할 마음도 없지만.
(빠르게도 흩어져 사라지던 아이들을 떠올리며 잠깐 침묵했다가,) 정육점 주인과는 웬만해선 말 섞지 마렴. 내내 태도가 이상했어.
 
단테 이그리드:재판장이라니, 그건 너무 딱딱하잖아요~ 그냥 같은 기숙사 친구라고 하는 쪽이 조금 더 가볍고 가까워 보이지 않나요?(하지만 사실상 자신이 하는 짓이 죄인을 지켜보는 재판장과는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부정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손이 치워지면 아직 익숙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에이, 자식이 꼭 결혼을 해야만 가질 수 있는 건가요. 그러는 아이린은 지금 꼭 사춘기에 접어든 14살 딸같은 걸요? 네, 여기서 죄를 쌓지 않고 현상유지라도 하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해요. 옆에서 저도 아이린이 무슨 짓을 하지 않도록 잘 보고 있을 거고요.(그리고 정육점 주인 이야기에는 잠시 눈이 굴러갔다. 마을에 잠깐 혼자서 들렀지만 마을 내에서 유일하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고개가 기울어지고) 음... 어떻게 이상하셨나요? 확실히 저도 마주쳤을 때 무언가를 하지 않았는데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계신 것같아서요.
 
아이린 E. 테라코르:기숙사 친구였던 시절은 이제 거의 10년 전 이야기인걸. 네가 나를 지켜보는 구도가 재판장과 죄수 같단 거지. 그렇다고 정말 죄수처럼 굴 생각은 없으니 괘념치 마. (14살 딸같단 소리에 작게 짜증나... 중얼거린다. 그러니 더 사춘기 같다.) 숲에서 마주친 이후로 내내 탐탁찮은 눈이었어. 다른 사냥꾼들이 축제를 열자고 요란을 떠는데, 우리 마을 먹을 것도 모자라다며 태클을 걸고…… 아무튼 우릴 좋게 보진 않는 것 같더구나.
 
단테 이그리드:만약 아이린이 정말 죄수처럼 굴었으면 전 너무 죄송해서...(잠깐 주변을 보다가 벽난로 옆에 있는 가장 구석진 곳을 가리키며) 저기에 머리를 대고 일어나지도 못 했을 걸요. 너무 죄송해서요.(물론 진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아, 그러니까 진짜 더 사춘기 접어든 딸처럼 느끼는 거 아시죠? 음... ...숲에서부터 그랬다면 뭔가 의심되는 구석이라도 있는 걸까요. 일단 정육점 주인 분의 시야에 들어와 있을 때는 몸을 더 많이 사려야 할 것같네요. 잘못하다가는 일이 크게 번져나갈 수 있으니까요. 아이린도 우호적으로 다가가지 못할 것같다면, 차라리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알았죠?
 
아이린 E. 테라코르:왜 그런 짓을 하니. 흐음, 그럼 다음에 네가 미워지면 일부러 죄수처럼 굴어봐야겠구나. (놀리기나 한다. 과거의 장난스러운 면이 조금은 잔존해 있는 모양이다.) 어차피 그 누구에게든 가까이 다가가고픈 마음은 없었어. 나보단 네가 문제지. 넌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살갑게 대하니까. 후드도 더 깊게 눌러쓰고. 얼굴이든 이름이든 아직은 절대로 드러나선 안 돼. 하아.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 야시장이며 축제라니. 역시 신경에 거슬리는구나. 그래도 참아봐야겠지…….
 
단테 이그리드:... ...아이린이라면 정말 할 수도 있을 것같으니까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시겠어요...(약간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파들파들 떨었다. 설마 정말 그러겠냐는 믿음이 있긴 했지만, 설마... 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기에...) 그래도 아이린이 이렇게 야시장에도 나가주신다고 하시니 얼마나 좋아요~ 아이린도 저처럼 다른 분들께 조금 더 살갑게 대해주시면 금방 친구도 사귀시고 그러실텐데, 참 아쉬워요. 맞다, 야시장에 가기 전에 지팡이는 꼭 두고 나가셔야 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혹시 몸이 익어서 다른 걸 생각하기도 전에 지팡이를 겨눠버리면 들켜버리잖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 그래. 특별히 베풀어줄게. 난 자비로우니까. (그제야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린다. 안개마냥 금세 사라져 버리고 말았지만.) 친구 같은 거 더 만들어봤자 무엇하겠니. 이제 더 이상 소중한 존재 같은 건 만들지 않을 거야. (지팡이를 두고 가야 한단 말에 멈칫한다. 머리로는 합리적인 말이란 걸 알지만, 열한 살 이후로 평생 지팡이와 떨어져본 적 없이 살아왔으므로.) …… 꼭 그래야만 하니? 애초에 지팡이를 겨눌 일이 생기지 않으면 될 텐데.
 
단테 이그리드:소중한 존재란 것은 오히려 너무 제한적이지 않은 것이 좋지 않을까요? 한정적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그 존재가 사라지면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그렇기에 조그마한 것이 무너지면 이윽고 거대한 것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쉽게 말하자면 분산투자라고 할까요~(물론 마법사로서 지팡이를 몸에 떼어놓는 것이 어떤지, 이미 전쟁을 겪은 이들에게서 떼어놓는 것이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인지는 스스로 또한 알고 있었지만 단호했다.) 안 돼요, 만에 하나의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잖아요. 의심은 티끌같은 것이더라도 금세 부풀어오르기 마련이에요. ...그래도 싫으시다면 제 지팡이는 놓고, 제가 아이린의 지팡이를 맡도록 할게요. 이게 싫으시다면 둘 다 놓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아이린 E. 테라코르:다른 이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었지, 전쟁 때. 소중한 존재를 아주 많이 만들면 잃었을 때 빈자리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애정으로 금세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난 그게 안 되는걸. 애초에 많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주고 관계를 쌓을 만큼의 마음도, 의지도 나에겐 없어. 너희는 7년이나 가족처럼 보며 지내와서 내가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깊은 안쪽까지 들어와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 문을 쉽게 열어주지도 않을 테니. (당신의 마음은 넓고 깊을지 몰라도 아이린의 마음은 작디작은 옹달샘과도 비슷했다. 한 움큼씩 떠가면 그새 바닥을 드러내보이고 마는 자그마한 샘.) 알겠어. 내 지팡이를 네가 가져가렴. 그럼 섣불리 휘두를 일 없겠지. 어쨌건 한 명은 갖고 있었으면 해. 언제든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경계해야만 하니까. (낯선 이들을 경계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는 삶을 길게 보내왔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선 더더욱 쉬이 안심할 수 없다.)
 
단테 이그리드:아이린의 문은 무척 견고하고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열리기 어려운 모양이네요...(그에 비하면 자신은 무척 쉽고, 애초에 문이든 문턱이든 존재하지 않은 것같았지만.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듯 창문 밖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이린은... 만약 여기에 정착해서 살게 된다면, 여기 있는 마을 분들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으실 건가요? 무척 좋은 분들이에요. 저희같은 낯선 이들에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잖아요. 뭐, 이건 개인차라서 제가 뭐라고 말해도 큰 도움이 될 것같지는 않지만요~ ...마음을 열지는 않더라도, 갈등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요. 분명 잘 될 수 있을테니까요.(어쨌든 한 명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아직 몸이 전쟁에 익은 것인지, 위험한 상황에 익은 것인지는 분간할 수 없으나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억지를 부리지 않는 것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좋아요, 그럼 지팡이를 가져가되 맡는 것은 제가 하도록 하죠. 정말 지팡이를 쓸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긴 하겠네요~ 야시장에 나갈 때 입을 두꺼운 옷도 몇 개 미리 꺼내놓을까요. 벽난로 근처에 놓아두면 나중에 입을 때 무척이나 따뜻할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언제나 그랬지. 호그와트에 막 입학했던 1학년 때에도, 너희 모두에게 큰 관심이 없었으니까. 4학년 쯤에서야 내가 너랑 친구냐고 되묻지 않았었니? (이름이나 취미에 대한 걸 말해줘도 금세 잊어버리고, 굳이 기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었으니. 당신의 질문에 또다시 한동안 조용해진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이곳에 몇 년씩이나 살게 된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만도 벅차, 그만한 먼 미래를 꿈꾸어볼 여력조차 없구나. (느리게 몸을 일으켠다.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은 움직일 의욕이 생긴 듯.) 네 귀마개도 같이 꺼내두자. 목도리도. 겨우 나아졌다가 또 감기에 걸려선 안 되니까.
 
단테 이그리드:그 때는 진짜 서운했던 거 아세요? 그래도 같은 기숙사고 오래 지냈는데 친구냐고 물어보셨던 건 저도 꽤 상처 받았다고요...(네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면 손으로 간단하게 조금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고) 네, 그렇게 해요. 목도리나 귀마개도 다 꺼내놓고... 아, 장갑도 꺼내놔야겠네요~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입을 옷들이 벽난로의 열기에 데워질 때 쯤.
 
해는 서서히 떨어지고 노을 대신 검푸른 달이 눈 밭에 드리웁니다.
 
이제 슬슬 야시장이 시작될 때인 것같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밤이 왔구나. (어두운 하늘을 확인하고는 벽난로로 다가가 근처에 걸어둔 겉옷을 챙겨입는다. 당신에게 목도리도 건네주고 잘 두르는지 지켜본다)
 
단테 이그리드:그러게요~ 겨울이라서 그런지 해가 금방 떨어지는 것같네요.(데워진 옷을 입고 귀마개에 목도리까지 꼼꼼하게 잘 챙겨 입고는 지팡이를 맡겨달라는 듯 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지팡이를 당신에게 건넨다. 새로운 만남이나 축제란 아이린에게 기대되기보다는 귀찮고 신경쓰이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이미 약속한 바이니 맞이해야겠지. 문을 열고 나섰다.) 가자.
 
문을 열고 나서면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감쌉니다.
 
뼛 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바람 속에서, 단테는 추위에 떨면서도 어쩐지 후련한 낯이네요.
 
어쩌면, 이 곳이라면 이번에는 당신이 머물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타드는 노을은 산 너머로 추락하고, 검은 창공에 맺힌 별무리는 눈 밭에 쏟아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과연 그럴까. 언제나 가장 최악의 수를 먼저 상정하는 비관적인 사고를 가진 저로서는 당신의 표정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말갛게 빛나는 결정들은 보석 파편처럼 아스라져 눈 밭에 가득입니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당신들은 사람 향취로 가득한 마을 입구로 들어섭니다.
 
작은 소란이 이는 그곳은, 광장 가운데 제법 그럴싸한 캠프 파이어를 피워두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작은 부스에 놀이를 할만한 것들을 열어두었군요.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야시장 같은 느낌이 물씬 납니다.
 
가운데 커다랗게 피어오른 불씨를 중심으로 양 옆에 부스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습니다.
 
간단한 주전부리와 술, 놀 수 있을 만한 부스들이 일렬로 놓여 있습니다.
[조사 가능 구역] 꼬치 부스, 사격 부스, 점술 부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
 
아이린 E. 테라코르:(이러한 풍경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다. 문득, 어릴 적 마을 근처에서 열렸던 축제가 떠오른다. 제가 태어난 마을 역시 아주 조그마해서, 규모도 사람들의 수도 이와 엇비슷했던 것 같다. 그 축제에서 춤을 배운 적도 있었더랬지. 프롬 때의 모습까지 빠르게 기억을 스치도록 두고는, 주변을 가만 둘러본다.) 어디부터 가면 좋겠니? 나는 저 점술이란 데 흥미가 가는구나.
 
단테 이그리드:점술이라면 왠지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요... 그럼 저기부터 한 번 가볼까요? 이곳 사람들의 점술은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 배울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건 무리일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머글들의 점술은 과연 어떤 방식일지 나도 궁금하구나. …… 이런 거 배워봤자 뭐하게. 래번클로 아니랄까 봐 지식욕 하나는 왕성하다니깐. (그러면서 점술 부스로 다가간다)
 
점술 부스에 가까이 가보면...
 
라고 적혀 있습니다.
 
옆에는 아이들이 그렸는지 크레파스로 삐죽삐죽한 하트 모양과 별모양이 잔뜩 그려져 있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점술 하면 궁합이긴 한데……. 과연. 얼마나 신빙성 있는 결과가 나올지.)
 
점술 부스 주인: 어서오세요, 점을 보러 오셨나요?
 
검은 천을 걷으면 묘한 기운의 부스 주인이 수상한 후드를 쓴 채 카드 덱을 손으로 셔플하고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수상하게 후드 눌러쓴 건 이쪽도 마찬가지긴 하다) 네. 한번 봐주시겠나요.
 
점술 부스 주인: 그렇다면 두 분의 사이를 여쭤볼 수 있을까요? 누가봐도 가족은 아닌 것같으니 말이죠. 친구이신가요?
 
아이린 E. 테라코르: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가까운 친구죠. (고개 끄덕인다.)
 
점술 부스 주인: 그렇군요... 그럼 여기, 카드를 뽑아보도록 할까요?
 
그렇게 말하며 부스 주인은 카드 덱을 펼칩니다.
 
단테 이그리드:음... 그럼 전 이걸로요?(가장 왼쪽에 있는 카드를 뽑아본다.)
 
아이린 E. 테라코르:아무거나 뽑으면 되는 건가요? (카드는 몇 장이 있지? 적당히 중간쯤에 있는 걸로 고른다)
 
점술 부스 주인은 당신들이 뽑은 카드를 가져가 뒤집고, 천천히 살펴봅니다.
 
점술 부스 주인: 이건 참 흥미롭군요. 두 분은 친구라고 하셨지만... 언젠가 친구조차 되지 못한 시기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정반대였을 수도 있겠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 (친구조차 되지 못한 시기를 만든 장본인)
여러모로 반대였죠. 비슷한 면도 분명 있지만요.
 
점술 부스 주인: 비슷했다면, 그것은 절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두 분께서 가장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하필이면 닮은 것같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 (천장 봄. 단테 봄.)
 
단테 이그리드:... ... ... ...(땅 보고 아이린 보고 허공봄...)
어... ...그럼 사이가 좋아지는 방법은 없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머글의 점술이란 거 제법 정확하구나……. 그렇지? (속삭인다)
 
점술 부스 주인은 잠시 고개가 기울어지더니 카드 한 장을 뽑습니다.
 
점술 부스 주인: 아이러니하군요. 굳이 말하자면 동앗줄이라고 생각된답니다.
누군가는 끌어올리고자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놓아버리고 싶어하죠.
 
아이린 E. 테라코르:동앗줄……? (느리게 되풀이하다, 금세 납득한다.)
 
점술 부스 주인: 이 동앗줄의 주체는 잡아올리려는 사람이긴 하지만... ...끊어지지 않도록 부디 조심하시길.
 
아이린 E. 테라코르:…… 그렇다고 하는구나. (단테에게 눈짓하곤) 감사해요. (값을 대강 치른다)
 
점술 부스 주인: (값을 받고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그럼 이제부터는 서비스입니다. 두 분의 과거와 미래를 점 쳐 드리지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런 것도 볼 수 있나요? (제법 볼 수 있는 게 많네.)
 
점술 부스 주인은 눈웃음을 한 번 지으고 유리 구슬을 꺼내 무어라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마법을 쓸 줄 아는 당신들이 보기에는 정말 아무 말이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요.
 
그런 의심이 들 때 즈음, 유리 구슬에서 빛이 나기 시작합니다.
 
점술 부스 주인: 자아, 보이는 군요. 피로 물든 대지 위에 서 있는 당신들이 보여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이거 진짜 마법 아니야?)
 
점술 부스 주인: ...아주 무거운 업을 짊어지고 있군요.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당신들을 억누르고 말을 할 수 없게 봉쇄 당했네요.
너무 쉽게 말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마치 체스판에 올라가고 내려가는 검은 말과 흰 말과도 같군요.
지금은 고민하고 있네요. 도피처를 찾으며.
지금 어떻게 하길 바라나요?
더이상 어딘가를 떠돌지 않는 삶을 살길 바라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단순히 심심풀이 정도로 여겼는데, 예상보다도 더 정확하잖아? 새삼스럽게 놀라며, 이어지는 질문에 한동안 답을 하지 못한다. 떠도는 대신 안정적인 삶을 바라고는 있지만, 과연 그런 삶을 살 자격이 저에게 있는지 싶어져서.) 잘, 모르겠네요. 정착하고는 싶지만 잘 살아갈 수 있을지는요.
 
당신의 대답을 들으면 점술 부스 주인은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습니다.
 
점술 부스 주인: 정착하고 싶다는 그 말,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제 점은 여기까지 입니다. 부디 나갈 땐,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손을 깍지 낀 채 턱에 기댄 점술 부스 주인은 천막 바깥을 가르킵니다.
 
아마, 끝났다는 것 같죠.
 
아이린 E. 테라코르:…… 조언 고마워요. (고개 얕게 까닥이곤 뒤돌아 나선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저는 평생 뒤쪽에 남겨진 추억을 그리워해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당신이 돌아 나오려고 하면
 
눈꺼풀을 감았다 뜨는 순간 현기증이 듭니다.
정신력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검은 후드를 쓰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흐릿합니다.
 
갑충 같은 겉껍질을 덧씌운 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온연히 그 모습이 보이진 않아요.
 
...
 
다시 초점을 당겨내자, 시선에 맺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돌아보면, 점술 부스 같은 것은 없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우린 한 겨울의 꿈을 꾼 것일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 빈센트. 방금, 우리가 분명히 점술 부스에 들렸던 게 맞지?
 
단테 이그리드:네... ...분명 저희는 점술 부스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 ... ...설마 진짜 마법사였던 건...?(소근소근)
 
아이린 E. 테라코르:…… 진짜 그런 걸지도. 이런 변방에까지 마법사가 있다니, 요즘 같은 세상에 간도 한 번 크구나.
 
단테 이그리드:그러게요... ...그럼, 일단 다른 부스도 가볼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사격 부스 쪽 가리켠다) 저기선 뭘 하는지 궁금해졌어. (아이린다운 선택...)
 
단테 이그리드:아, 사격 부스도 좋죠~ ... ...가서 상품들을 전부 싹쓸어버리고 오면 안 돼요, 알겠죠...?(혹시 몰라 걱정되어서 말한다.)
 
아이린 E. 테라코르:.……적당히 조절해볼게.
 
단테 이그리드:... ...믿을게요...(그렇게 말하고 데리고 사격 부스 쪽으로 가본다...)
 
사격 부스에 도착하면 고무탄을 장전해서 쏠 수 있는 모조 총기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앞쪽에는 당신들에게 총을 판매했던 철물점 주인이 서 있네요.
 
앞쪽 팻말에는 거친 글씨로 큼지막한 홍보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철물점 주인: 오, 자네들 왔는가? 사냥꾼들에게 이야기는 들었네.
(아이린을 가리키더니) 이왕 온 김에 솜씨 한 번 보여주는 건 어떻나?
 
아이린 E. 테라코르:아. 안녕하세요. (고개만 가볍게 까닥인다.) ……솜씨라기엔, 아직 미숙하지만요. (총기에 고무탄 장전하는 손길이 꽤나 자연스럽다.)
 
당신이 잡은 총기는...
 
손에 쉽게 감기는 권총입니다.
 
철물점 주인은 당신이 권총을 집어든 것을 보고 곧장 사격판을 하나 내어줍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흐음. 총을 들어올려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사격(권총)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의 숙련된 솜씨에 사격판의 정중앙이 가볍게 뚫렸습니다.
 
주변에서 그 모습을 본 주민 몇 명이 박수를 치는 모습에 어깨가 으쓱할지도 모르겠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간 쌓아온 실력이 있으니 이 정도야 당연스럽다. 다만 신경쓰이는 쪽은... 단테 슬쩍 돌아봄) ……
 
철물점 주인: 아가씨가 역시 실력이 좋구만~ 그럼 거기 청년도 하나 해보지 그래? 총 말고도 다트도 있으니까 말이네.
 
단테 이그리드:총은 됐고, 그럼 전 다트를 던져볼까요...(솔직히 다트도 해본 적이 많이 없어서 불안불안하지만. 일단 다트를 쥐고 과녁판을 향해 던져본다.)
Throw Roll
기준치: 40/20/8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단테는 일단 최선을 다해 다트를 던졌지만... 과녁판을 빗나가 땅으로 추락해버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내가 아니라 네가 조절해버렸네. (약간 웃김)
 
단테 이그리드:이건 조절하고 싶지 않았는데요...(좀 억울해져서 꽁해졌다.)
 
철물점 주인은 그런 모습을 보고 크게 웃더니 상품이라며 아이린의 손에 키링을 쥐어줍니다.
 
흰 여우와 황금 말이 아기자기하게 걸린 키링이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 (키링에 걸린 장식에 시선이 앗긴 듯 한참 바라보다, 양손으로 조심히 잘 받아든다.) 예쁘네요.
이만하면 상품 독점은 아니니 괜찮겠지?
 
단테 이그리드:이 정도면 독점이 아니니까 좋네요~ 특히 키링들도 무척이나 귀엽고요. 마음에 드신 것같으니 다행이네요! 오두막 열쇠에라도 하나 달아둘까요?(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집 열쇠를 꺼내 보여준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럴까……. (장식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린다. 내내 야시장에 온 게 귀찮고 불만스러웠지만, 점술이며 키링 하나에 마음이 점차 눈 녹듯 풀려갔다.) 넌 한 번 더 해보지 그러니?
 
단테 이그리드:음... ...그럼 한번만 더 해볼까요?(약간 고민을 해보다가 다시 한 번 다트를 손에 쥐어보았다. 던지기 전에 성호를 한 번 긋더니, 이내 과녁판을 향해 다트를 던져본다.)
Throw Roll
기준치: 40/20/8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테의 바람을 들어준 모양인지, 이번에는 다트가 제대로 과녁판을 향해 날아가서 꽂힙니다.
 
철물점 주인 또한 그것을 보며 한 건 했다는 등, 놀리는 어투로 말을 하며 단테의 손에 키링을 쥐여줍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어머. (소리없이 두어 번 박수친다.) 다시해보길 잘했구나. 너도 나름 멧돼지를 잡을 정도의 실력은 되니까.
 
단테가 받은 키링은 붉은 여우와 검은 고슴도치가 달린 키링이네요.
 
단테 이그리드:어째 전 운이 좋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받으니까 기분이 무척 좋은 것같네요~(받은 키링이 귀여운 듯 손 안에서 몇 번 굴려보다가 이내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보고 싶으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나보다야 나쁘겠니? 운 나쁜 사람과 나쁜 사람의 조합이네. 이제 이것저것 해봤으니 뭐라도 먹자꾸나. (꼬치 부스 쪽으로 향한다)
 
운 나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이번에는 꼬치 부스를 향해 갑니다.
 
그러는 도중에...
행운 대항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기준치: 50/25/10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
기준치: 40/20/8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단테는 주변을 뛰어다니던 어린아이와 부딪혀 키링을 떨어트려 버립니다.
 
눈과 흙으로 축축하게 젖은 키링이 약간 불쌍해 보이네요.
 
단테 이그리드:... ...(떨어진 키링을 주워들고 시무룩...)
 
아이린 E. 테라코르:(서늘하고 차가운 낯으로 아이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린다.) 사과는?
 
아이는 우물쭈물하더니 당신의 말에 곧장 사과를 하고 다시 도망쳐버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쯧, 낮게 혀를 찬다.) 줘보렴. (제가 두른 목도리 끝자락으로 슥슥 닦아준다.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않는다. 웬만큼 깨끗해지자 다시 돌려주며) 주머니에 넣어두는 게 좋겠구나.
 
단테 이그리드:하하... 저 진짜 운이 없는 모양이네요...(네가 두른 목도리의 끝자락이 더러워지는 모습에 잠깐 눈썹을 내려트리다가) 나중에 돌아가면 제가 목도리는 잘 빨아놓을게요...(그러고는 키링을 다시 받아 주머니에 잘 넣어놓았다.)
 
아이린 E. 테라코르:신경쓰지 마, 목도리는. ……꼬치는 좋아하니? (저걸로 기분이 좀 풀리면 좋을 텐데.)
 
단테 이그리드:꼬치는 좋아하니까요. 먹으면 금방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그렇게 말하고 함께 꼬치 부스가 있는 쪽으로 마저 걸어갔다.)
 
꼬치 부스는 맛있는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습니다.
 
가판대에는 각종 구운 꼬치들과, 녹인 설탕을 묻힌 과일들이 꽂혀 있습니다.
 
식료품점 주인: 어머, 또 보네요. 두 분. 이야기는 들었어요. 마을 축제를 위해 고기를 조금 나누어줬다고요. 마을을 위해 양보해 줘서 고마워요.
철물점 주인 아저씨가 두 분께는 오늘 무료라고 단단히 일러두라고 하더군요.
 
아이린 E. 테라코르:…… 그게 거기까지 흘러들어갔나요? (확실히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소문이 빠르다. 식료품점 주인이 읽던 신문이 떠올라 반사적으로 후드를 좀 더 깊숙이 눌러썼다.)
그럼 전 이걸로 할게요. (고기 중간중간 파가 꽂힌 꼬치를 가리켠다. 과일 쪽은 쳐다도 안 본다. 그렇잖아도 단 과일에 설탕이라니.) 빈센트, 넌?
 
단테 이그리드:... ...아,(빈센트란 이름이 익숙치 않았는지 잠깐 멈칫하다가 너를 따라 똑같은 꼬치를 고르며) 저도 이거면 될 것같네요...(그리고 꼬치 끝에 붙어있는 오색테이프에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이건 대체 뭔가요? 무슨... 뽑기라도 있는 걸까요?
 
식료품점 주인: 아, 그건 간단한 게임같은 거예요.
뽑으시면 간단한 상품을 드리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여기에도 뽑기가 있나요? (단순히 먹을거리를 팔기만 하는 곳은 아니었나 보군. 하나씩 받아들어서 오색테이프를 떼어본다.) 어떻게 하면 되죠?
 
단테 이그리드:음... 진짜 뽑기처럼 뽑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아마 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지도요.(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고개가 기울이고 꼬치 막대를 슬쩍 뽑아본다. 그러고는 너에게도 뽑아보라며 눈짓을 한다.)
 
아이린 E. 테라코르:흐음……. (당신을 따라서 막대를 뽑아보았다. 요새 마을 축제에선 별 걸 다하는구나…… 란 생각도 함께 하며)
 
:행운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기준치: 50/25/10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테 이그리드:
기준치: 40/20/8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이린의 손에는...
 
당첨! 오렌지색 테이프가 둘러져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좋은 건가? 아방하게 서 있음)
 
고기와 야채가 맛스럽게 익어 바베큐 소스가 함뿍 뿌려진 꼬치를 주인이 건네줍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좋은 거네) 고마워요.
 
그리고 단테에게는 녹색 텡프가 둘러져 있습니다. 당첨!
 
주인은 가장 희귀한 것을 뽑았다면서 당신에게 양손 가득 고기 꼬치들을 안겨 줍니다.
 
단테 이그리드:(완전 놀란 표정으로 얼떨떨하게 고기 꼬치를 잔뜩 받아든다.) 감사합니다... ... ...이것도 좀 드실래요?(꼬치 하나 슬쩍...)
 
아이린 E. 테라코르:너무 많아. (냉담하게 자기 것만 먹는다) 너 많이 먹고 힘내렴. 아까 운없게 아이와 부딪히더니, 여기에서 그 보상을 받는 것 같구나.
 
단테 이그리드:아무래도 그런 것같네요. 어쩌면 아까 부딪힌 건 일종의 액땜같은 것일지도요...(거절당하면 시무룩한 표정으로 꼬치를 하나 입에 문다...)
 
아이린 E. 테라코르:많이 먹을 수 있으니 좋아해야지, 표정이 왜 그러니? (이해가 안 간단 듯 어깨 가볍게 으쓱이며 느릿느릿 먹는다. 우물거리며 사람들이 몰려있는 방향을 응시한다) 저쪽에선 뭘 하는 거지. 가보겠니?
 
단테 이그리드:그럴까요? 꼬치가 너무 많으니까 이왕 간 김에 다른 분들께 나눠주는 것도 좋을 것같네요.(그렇게 말하며 너의 뒤를 따라 설렁설렁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본다.)
 
광장 가운데 소란스럽게 모여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커다랗게 불을 피워 놓은 곳 근처에서 사람들에게 고기와 술을 나누어 주고 있네요.
 
아마, 당신이 어제 잡았던 고기인 것같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커다란 곰이었지. 무심히 상기하며 제 왼팔을 흘끗 내려다본다.)
 
단테 이그리드:(너를 따라 왼팔로 시선이 내려가더니) ... ...팔은 좀 괜찮으세요?(소근소근)
 
아이린 E. 테라코르:괜찮아. 이 정도 상처는 다친 축에도 못 끼니까. 우린 굳이 받을 필요는 없겠지? 집에 가져온 게 양이 꽤 되었던 것 같은데. (꼬치 우물)
 
단테 이그리드:그러게요... 꼬치가 많아서 나눌 생각이었는데, 이건 완전히 저희 몫이 된 기분이에요.(그렇게 말하면서 꼬치를 우물우물 먹는다... 묘하게 시무룩...)
 
사람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는 사람은 사냥꾼입니다.
 
사냥꾼: 아, 자네들 왔나!? 와 줘서 정말 고맙네. 덕분에 마을의 축제가 풍요로워졌어.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런가요. (그러면서 단테 옆구리를 팔로 톡 쳐본다. 먹을 건 많을수록 좋지 않겠냐는 눈빛) 마침 빈센트가 꼬치 부스에서 제일 좋은 테이프를 뽑아서 잔뜩 받았는데 말이죠.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냥꾼: 이야, 나눠주면 우리야 고맙지. 고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말이니까.
어제의 무례는 용서하게. 정육점 가게 그 양반도 진심은 그게 아닐 거야.
요새 무슨 일이라도 있는 지 너무 신경질적인 것 같구만.
 
아이린 E. 테라코르:제가 별로 마음에 안 드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요. (은근히 가시가 있는 말투로 답한다.) 그나저나 숲에서 보통 그런 곰이 나오기도 하나요. 곰을 잡으려 놓은 덫인 것 같진 않았는데요.
 
단테 이그리드:거기에도 그렇게 덫이 많았나요? 이 숲은... 곰이 그렇게도 많은 걸까요. 여기에 어린아이들도 많을텐데 다른 조치라도 있는 걸까요?(약간 궁금한 얼굴로 사냥꾼을 바라본다.)
 
아이린 E. 테라코르:네가 거길 가지 않길 잘했어. 눈밭에 덫이 많아서 뭣모르고 갔다간 꼼짝없이 다쳤을 거야.
 
사냥꾼: 아아, 곰들은 최근에 많이 내려와서 그래. 요즘에 자주 깔아놓는 편이거든.
 
아이린 E. 테라코르:최근에 곰들이 자주 내려올 정도면, 숲에 먹이가 부족한 걸까.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위험하겠네요. 계속 그런 일이 생긴다면.
 
단테 이그리드:음... ...저희가 지내는 동안 곰이 내려오지는 않을까요... 오늘 돌아가고 나면 문단속이랑 덫도 어떻게 설치라도 해놓는 것이 좋을까요? 돌아가기 전에 철물점도 잠깐 들러서 탄약도 채워놓는 것이 좋을까요. 빨래같은 것도 미리 걷어놓고...(혼자서 뭔가 걱정이 되는지 중얼중얼거리는 꼴이 불안한 사람처럼 보인다.)
 
아이린 E. 테라코르:(숲과 집이 가까우니 그런 걱정이 들 만도 하지. 결계나 방어 마법이라도 쳐둔다면 훨씬 편할 테지만…… 이건 일단 마을 사람들 앞에선 쉽사리 꺼낼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울타리 같은 걸 쳐두는 방법도 있겠네. 좀 높아야겠지만. (사냥꾼에게 묻는다) 지금까지 곰이 마을로 내려온 적은 없었나요?
 
단테 이그리드:(혹시 네가 마법을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옆구리를 손으로 쿡 찔렀다.) 아이린, 돌아가면 마법을 쓰거나 하면 안 되는 거 알죠? 잘못 들키면 저희가 제일 곤란해진다고요...(작게 소근소근거리다가 사냥꾼의 대답을 들으려는 듯 사냥꾼을 바라본다.)
 
사냥꾼: 음... 아직 마을까지 내려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군. 하지만 늘 주위를 기울이려고 하는 편이니까 말이네. 자네들 집은 특히 외곽이지 않나. 도움이 필요하면 우리를 꼭 부르고!
 
아이린 E. 테라코르:세레나라고 해야지……. (눈은 사냥꾼에게 둔 채로, 단테에게만 들릴 만한 크기로 중얼인다. 아무튼 눈치는 빨라서.) 그래요. 웬만해선 저희 힘으로 해결하려고 힘내 보겠지만요.
 
단테 이그리드:잘 안 붙는 걸 어떻게 해요...(소근소근) 맞아요, 세레나가 사격실력도 좋으니까 아마 다음에 또 곰을 잡아서 이런 야시장에 고기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네요... 그쵸, 세레나?
 
아이린 E. 테라코르:…… (또 이런 데에 와야 해? 반사적으로 미간 찡그리려다가, 그래도 썩 나쁘지만은 않았기에 침묵 끝에 얕게 고개 끄덕인다.) 곰을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다음엔 좀 더 잘 할 수 있겠죠.
 
단테 이그리드:음... 그래도 다음에 또 곰이 나온다면 그 때는 저도 세레나를 도와서 총이라도 들어볼게요. 물론 도움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 ...저, 총 그래도 나름 쏘지 않았나요? 멧돼지도 잡았는데...(칭찬해달라는 표정으로 봄)
 
아이린 E. 테라코르:네가? 멧돼지를 잡긴 했지만 피를 다 뒤집어써서 멧돼지를 잡은 건지 네가 잡힌 건지 분간이 어려웠는데도? (당신을 또 시무룩하게 만들 지나치게 현실적인 평가) 같이 가 준다면 두 명이서 잡는 거니 훨씬 든든하긴 하겠지만, …… 조심해야 해.
 
단테 이그리드:... ... ...(꽁해졌다.) 그래도 저 나름 멧돼지도 잘 잡았고 상처도 그리? 많지 않았다고요... 이 정도면 총 몇 번 안 잡아본 것 치고는 잘 한 거 아닌가요?(너무 현실적인 평가에 매우 꽁해졌다.) 그래도 역시 너무 위험하면 그 때는 최후의 수단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괜찮을 거예요.(그렇게 말하며 제 품에 넣어놓은 너의 지팡이를 아주 조금만 보여주었다. 어차피 우린 마법사니까...)
 
아이린 E. 테라코르:……삐졌니? 학생 때부터 널 놀리는 게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니까. (풀어줄 생각은 않고 못된 성격이나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막판에는 제 딴엔 칭찬을 덧붙이긴 했다.) 그래, 그래. 몇 년간 기관사로 얌전하게 일해온 것치곤 꽤 훌륭한 솜씨였지. (흘끗 익숙한 색과 모양의 지팡이를 바라보곤 고개 끄덕인다. 지팡이가 없으면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안정할 정도인 마법사. 26세.)
 
단테 이그리드:그걸 즐기는 세레나도 참 신기하단 말이죠... 저한테 이렇게까지 장난을 거는 사람은 몇 없을 걸요? 세레나나... 다른 기숙사 분들이나...(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지 약간 아련해진 표정이었다.) 이제는 기관사 일도 더 못하게 되었잖아요?(지팡이를 보고 끄덕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잠깐 무언가를 떠올렸다. 어린 아이들이 애착인형같은 것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그런 모습이... 아주 잠깐 머리 속을 스쳤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했다. 하면 분명 등짝을 맞거나 옆구리를 찔릴테니까. 응응.)
 
아이린 E. 테라코르:같은 기숙사고 7년이나 함께 붙어지냈으니까 이만한 거지. 나한테도 너처럼 친근하게 대해오는 사람은 드물어. 싸늘하고 무섭다며 대화할 엄두도 못 내는 이들이 태반인데. (기관사를 더 못하게 되었단 말에 표정이 어두워진다.) …… 돌아가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달리 넌, 범죄자도 패배자도 아니니까.
 
단테 이그리드:하지만 저는 세레나랑 친구가 아니었어도 아마 7년 내내 따라다니면서 친구하자고 했을 거라고요? 그럼 분명 귀찮다고 한 대 맞았을지도 모르죠... ...저한테도 싸늘하게 하실 거예요?(문득 생각이 났는지 그렇게 물어보며 너의 얼굴을 빤히 봤다. 빤히... 그리고 범죄자 소리에 목소리 줄이라며 쉿, 하다가) 그래도 저도 해온 일이 있으니까 돌아가기는 좀 그렇겠네요. 무엇보다 세레나가 불안하니까 옆에서 계속 보살펴야 하는 걸요~ 이게 바로 아빠의 마음이라든가, 그런 거죠?(비슷하다고 느끼는 중이다.)
 
아이린 E. 테라코르:너라면 아마 그랬겠지. (불빛이 후드에 가려진 하관을 비춘다. 붉게 물든 자신의 손을, 그리고 당신의 모습을 느리게 번갈아 바라보았다.) 쉽게 때리진 않아. 7학년 정도의 나였다면 또 모르지만. 네겐 싸늘하게 대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됐는걸. 친구잖니. …… 이미 한 번 관계를 무르려다가 네 덕분에 다시금 붙잡게 되었으니, 이 밧줄을 다시 끊어낼 수는 없겠지. (손을 한 번 쥐었다 폈다. 목소리는 이미 나직한 톤이었지만, 조금 더 작게 줄였다.) 보살필 필요 없어. 네가 하려던 일은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려던 것뿐이잖니. 지금이라도 나를 넘겨. 그러면 너는 참작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 말을 하면서도, 표정이나 목소리의 톤은 변화 없이 일정하고 침착했다.)
 
단테 이그리드:... ...네, 저희는 친구죠. 앞으로도 계속 사이 좋은 친구로 남아주실 거죠?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전 무척이나 슬플 거예요. 세레나가 아주 잠깐 소식이 끊겼던 것처럼 말이죠.(그 때 얼마나 슬펐다고요, 하고 농담처럼 가볍게 말했지만 정말 슬픈 어투가 묻어나왔다. 잠깐 말이 멈추고 먼 산을 보는 듯 싶다가 웃으며 너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그래도 이제 떠나지 않을 것같으니 다행이에요. 또 떠나게 된다면 그 때는 쪽지라도 꼭 남겨주셔야 해요. 알겠죠? 마음의 준비라도 좀 해야죠.(그리고 지금이라도 넘기라는 말에 미간을 조금 구기며) 제가 넘길리가 없잖아요. 설마 절 그런 사람으로 보셨나요? 그렇다면 아쉽지만, 평생 없을테니까요. 전 그런 것들로 참작받는 것이 제일 싫어요. ...절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으면서도 은근히 모르시는 것같네요.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시든가...
 
아이린 E. 테라코르:(아주 잠깐이란 말에 작게 코웃음을 친다.) 네가 날 놓지 않는 한, 여전할 거야. 우리의 관계는. 이제는 그때처럼 '잠깐' 소식을 끊을 생각은 없으니까. 떠날 힘도 남지 않았거든, 이젠. (그의 심장에 연료가 되어주던 불씨는 이미 다 타고 재만 남아버린 지 오래였다. 유일히 남아있던 불티는 자신의 죽음을 바라는 욕구로 타닥이고 있었을 뿐, 패배를 맞이하고 당신이 저를 끝끝내 붙잡으며 그 불티마저도 사그라들었다. 어떤 삶의 의욕도 없이 그저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물길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인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관계의 매듭을 지을 마음도, 매듭을 끊어낼 의지도 없을 수밖에.)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건 누구보다 잘 알지. 알면서도 한 번은 말해두고 싶었어. 네가 이렇게 도망다니는 삶에 부채감이나 회의감을 느낄 때, 죄책감 같은 것 없이 나를 넘겨도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 조금은 모른 척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 (순순히 인정한다.)
 
단테 이그리드:떠날 힘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가 기뻐야 할지, 슬퍼야 할지 모르겠네요. ...기뻐하는 쪽이 맞는 걸까요.(그만큼 네가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는 것과 동시에 그만큼 지쳤다는 것과 마찬가지일테니. 그런 생각이 들면 입안이 쓰게 느껴지기만 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닥친 현실들에 더 집중해야겠지. 네가 앞으로를 살아가고 싶어하도록.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도록.) 에이, 그거 또한 제가 넘길리가 없잖아요~ 이건 오롯이 저의 몫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세레나에게 이런 감정들을 넘겨버릴 일은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 부채감이나 회의감, 죄책감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들지도 않고요. 모른 척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용기를 가지고 마주하는 것도 해보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주하고, 나아가고. 지금의 저희는 뒤로 돌아갈 수 없으니 나아갈 길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걸요. 그래줄 수 있나요?
전 세레나가 행복해졌으면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위해서 몇 번, 몇십 번의 이사도 전부 감내할 수 있어요. 그렇게 감내하다 보면 언젠가는, 세레나가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겠죠. 어쩌면 이곳이 바로 그런 장소일지도 모르고요~ 저희 조금만 더 노력해보도록 해요, 네?
 
아이린 E. 테라코르:글쎄……. 기쁨이나 슬픔보단 질리거나 지친다는 감정이 더 옳을지도. (열심히 이끌고 다니는 당신의 의지에 초 치는 언행을 반 년 가까이 해오고 있으니, 이쯤 되면 굴하지 않는 당신이 대단할 뿐이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반대쪽 손을 불가 근처로 뻗어보았다. 불길의 열기가 차가운 공기를 밀어내고 튼 손을 덥힌다.) 지금은 그리 말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건 어느 새에 어떻게 피어오를지 모르는 거니까. 나 역시 보험처럼 말해둔 거니 언젠가 네가 힘들어지거든 그대로 하면 돼. (여전히 맥 빠지는 소리나 했다.) 너는 내가 계속 이런 소리만 하는데도 나와 함께 나아가고 싶은 거니? 이따금 네 희망이 얼마나 깊고 단단한 건지 짐작도 안 갈 때가 있어. (이제는 더 이상 뒤돌아갈 길조차 없도록 세상이 저희를 압박하고 있다. 뒤쪽에서 벽이 저를 계속 밀어낸다면, 저는 그대로 깔려죽는 것을 선택했겠으나…… 당신이 저의 손을 잡고 당기니, 앞으로 갈 수밖에.)
잘 모르겠구나, 지금으로선……. 행복해질 수 있을지 아닐지. 어쨌건 지금도 나는 네가 바라는 대로 숨을 쉬고, 음식의 맛을 느끼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어. 이 정도면 첫 디딤돌로는 나쁘지 않은 거겠지…….
 
단테 이그리드:세레나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한두 번은 아니잖아요. 이제는 익숙하기도 하고, 저도 나름 흘려듣는 요령이 생기기도 했거든요. 제 희망은 사실 그리 단단하지도 깊은 것도 아니에요. 그냥 발길에 채이는 돌멩이처럼, 그냥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희망일 뿐이죠. 자연스럽고, 그렇기에 멋진 것이 아닐까요~(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도 너의 귀에는 그저 이상만을 좇는 것처럼 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약간 있었다. 가운데에서 피어오르는 불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행복해질 수 있을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아가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세레나에게도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숨을 쉬고, 음식의 맛을 느끼고. 해가 뜨면 눈을 뜨고 달이 뜨면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잠이 드는, 그 모든 것이 행복의 첫걸음이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세레나가 느끼는 행복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요.
 
아이린, 당신의 주변을 한 번 돌아볼까요.
 
어쩌면 가장 추운 계절이 여전히 앞에 드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의 주변에는 따뜻한 불길과
 
행복한 웃음을 짓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근처에서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과, 노래하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노란 불씨를 뒤로 하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입니다.
 
이곳에서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당신도 조금은 행복하다고 느껴지시나요?
 
설령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앞에는 당신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든든한 아군이 있어줄테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전부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여겼는데. 제가 다시는 쥘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쩌면 나에게도 다시, 이 광경 속에 녹아들어갈 수 있는 나날이 오는 걸까. 그러한 기회가 주어진 걸까. 적어도 제 곁에 있는 단테 이그리드는 저에게 기회가 있다 말하며 선물 같은 손길을 내민다. 지금까지는 붙잡은 게 아니라 붙들려 이곳까지 왔지만, 언젠가는…… 언젠가는 저도.)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친구와 함께라면, 나도……..)
 
아마 앞으로도, 한 명이 눈을 감는 순간이 오더라도. 계속.
 
당신이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근처에서 다른 사냥꾼이 다가옵니다.
 
사냥꾼: 자네들도 손을 맞잡고 불을 쬐며 춤 춰보는 건 어떻나?
이제, 이 마을의 일원이니까.
우리는 자네들의 얼굴을 제대로 알지는 못해도, 마땅히 그럴만한 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네.
 
그렇게 말하곤 사냥꾼은 잔을 드높게 들고 허공에서 건배를 권합니다.
 
잔잔히 울리는 음률에 몸을 싣고 발을 움직이는 이들이 분주합니다.
 
설경에 영사되는 한 장면은 진정 평화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오랜 친구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시체를 밟고 서있는 그 때는 이제 없습니다.
 
단테 이그리드:음... 저렇게 말씀하시니, 춤이라도 출까요? 아, 바닥이 미끄러울테니 예전같이 탱고는 못 추겠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옷자락 안에 가려진 보랏빛 눈이 커진다. 이들에게 나는 이미, 이 마을의 일원이구나. 이미 나를 이 평온한 일상 속 한 모습으로 그려냈구나. 내가 모든 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홀로 부유하고 있다 느낄 적에 그들은 이미…….)
…… (머뭇거리다가, 웬일로 군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그 복잡한 춤은 기억도 잘 나질 않는구나.
그래도 박자가 느린 왈츠 정도라면, 어렴풋 떠올릴 수 있을 듯해.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망설임 어린 손길을 뻗는다. 당신을 향해 내밀어진 한 손에, 얼마나 많은 용기와 시간이 담겨 있었던지.)
 
단테 이그리드:(네가 머뭇거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까지 얼마나 많은 바람을 담았을까. 네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기를. 사소하지만 따뜻한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그런 바람을 가지고 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록 그 때처럼 화려한 홀도 아니고, 이 곳은 춥지만 지금 온기로는 이것으로 충분할 것이라며. 그런 생각을 하며 네가 내민 손을 조심히 잡아 예전처럼 자세를 고쳐 잡아주었다.) 제가 맞출테니, 편안하게 추셔도 괜찮아요. 전 이런 거 옛날부터 잘했잖아요~ 그러니 아마 세레나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한 손은 맞잡고, 한 손은 당신의 어깨에 올려둔다. 스킨십 자체가 어색해 올려둔 손길은 금세라도 떨어질 듯하고 맞잡은 손의 힘도 미약하지만, 장갑으로 한 겹이 막힌 덕인지 마냥 불안하지만은 않았다.) 그땐 멋진 정장과 드레스를 입었었지. 그 이후로 다신 이렇게 춤출 일 없을 거라 여겼는데. (화려한 옷이 없더라도 가운데에서 밝게 피어오르는 불길이 노란빛 색채를 따스하게 입혀준다. 오케스트라가 없더라도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사람들의 웃음과 이야기 소리가 공백을 채운다. 그 분위기에 아주 작은 점처럼 녹아들어가려는 첫 시도다. 박자에 맞추어 어색하게 발 내딛는다.)
 
오랜 친구의 손을 맞잡고, 우리는 찬란했던 과거를 떠올립니다.
 
세상을 구하고, 또 그 세상을 망가트리려 했던 자들이 군중에 섞여 든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평범함을 도살당한 자들이 손을 마주하고 춤을 추는 광경 말이에요.
 
휘청거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당신들은 이 대지에 살아 서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평범하기에 아름다운 것이 존재합니다.
 
물기 어린 공막을 얼어붙게 만드는 추위임에도 어쩐지 춥지 않았습니다.
 
수상한 이웃들이 손을 맞잡고 불을 쬐이며 춤을 추자, 웃음 소리가 드높아집니다.
 
옆에서는 박수를 치기도 하고 있어요.
 
어쩐지 모든 게 괜찮을 것만 같은 하루입니다.
 
...
 
광장 가운데의 불씨가 점점 사그라 들고, 밤이 더욱 기울어질 때 즈음 당신들은 돌아가기로 합니다.
 
아쉬움을 표시하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합니다.
 
곧 당신들이 숲 속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할 때,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옵니다.
 
아주머니: 저기, 숲 속의 이웃 분들... 가시기 전에 잠시만 시간 괜찮으실까요?
 
인자한 미소를 겸한 중년 여성은 말을 조금 머무르다가, 살짝 웃어내어 보입니다.
 
아주머니: 우리 마을에서는 이 축제가 있고 난 후 시일 내로 젊은이들이 약식 혼약을 하는 풍습이 있답니다.
그래서 곧 마을에서 젊은이들이 곧 혼약을 올리기로 되어 있거든요. 모든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축복을 해 주는 것이 관례랍니다.
혹시, 괜찮다면 함께 나와서 축복해줄 수 있을까요?
정식적인 건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의 건강과 사랑을 기리는 행사예요. 너무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도 이제 이웃이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불씨가 사그라들 때까지 단테와 느린 춤을 추었다. 비록 음률의 박자에 맞지 않을 때도 있었고 동작의 순서가 제멋대로 바뀌기도 하였지만, 추억을 솜옷으로 누벼 둘러싼 듯 즐겁다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새로운 추억이 될 수도 있으리라 믿고픈 시간이었다. 오래 불을 쬐어 불그스레하게 달아오른 뺨을 매만지다 여성에게로 시선 보낸다.) 혼약을요. (기쁨과 축복만이 가득해야 할 자리에 자신이 가도 되는 걸까. 가장 먼저 피어오르는 의문을 삼키고 단테를 바라본다.) 가고 싶니?
 
단테 이그리드:(아주머니가 건넨 말에 이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느껴서 그런지 표정이 환했다. 습관인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다가 너의 물음에 잠깐 생각을 해보더니) 음... 일단 저희도 마을의 주민이 되었잖아요?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무엇보다, 서로 기뻐하고 축복해주는 자리잖아요. 아마 그 분들도 분명히 세레나의 축복을 바라고 있을 거예요.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원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그러니 너의 행복과 선택에 맡기겠다는 듯 웃어 보였다.)
 
아이린 E. 테라코르:원한다면 어디든……? (생각해보면 전쟁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어느 곳이든 망설임없이 휘젓고 다녔다. 위험하고 불결한 곳이라 할지라도 정보나 사냥을 위해서라면 가릴 것 없었다. 다만 그때에는 불가능한 목적에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했고,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저를 쫓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기에 바빴다. 사실상 진정 자유로웠던 적은 데린의 죽음을 알기 직전까지가 고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유라는 말이 무척이나 새삼스레 들렸다. 몇 번이나 곱씹고 곱씹다가, 체하지 않고 삼킬 수 있을 것 같을 때에야 머뭇거리며 고개 주억였다.) 그럼, 저희도 갈게요.
 
아주머니: 어머, 고마워요. 아마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무척 고맙게 생각할 거예요. 그럼 혼약식 때 뵙도록 할게요.
 
그러고는 아주머니는 그대로 인사를 하고 돌아갑니다.
 
우리도 이제 우리들의 집으로 돌아가도록 합시다.
 
다시 사박거리는 눈을 밟고 오두막으로 향합니다.
 
등 뒤로 채 끝나지 않는 축제의 불빛이 아른거립니다.
 
나무 틈새에 빛여울들이 잔뜩 맺혀있네요.
 
오늘도 하루가 집니다.
 
당신들의 평범한 하루는 지속됐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당신들의 안위를 우려하기라도 하듯 관심을 기울이며 몇 번씩 숲 속의 오두막을 방문해서 이것저것 챙겨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마법사란 사실이 알려지면 여전히 이런 생활이 지속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아이린.
 
수많은 사람들을 직접 그 손으로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우리는 다시 또 혐오와 멸시, 공포를 띈 눈을 피해서 도망가야 될까요?
 
소란이 잦아든 새벽, 당신은 둔중한 기척에 눈을 뜹니다.
 
제대로 잠을 들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늘 주위를 예민하게 살피던 일전의 기억 때문일까요.
 
무언가 오두막으로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창문 바깥으로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그런지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오두막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해질수록 악몽을 꾸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언제 자신의 정체가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나 경계가 온전히 줄어든 건 아니었다. 자신은 사회에서 여전히 죄인으로 낙인찍혀 있었으니.)
(평소처럼 얕은 잠에 빠져있다가, 둔중한 기척을 알아채자마자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창가로 다가가 바깥을 살피려다, 눈보라 탓에 알아볼 수 없자 벽에 기대어둔 산탄총과 품 안의 지팡이를 한 손에 하나씩 집어든다.)
(단테를 깨워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우선은 홀로 바깥으로 나섰다. 위험할 정도의 총소리가 들리면 알아서 깨어나겠거니 하며.)
 
단테는 많이 피곤했는지 당신의 기척에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깥으로 나가면, 완연한 어둠으로 가득한 숲 입구가 보입니다.
 
그리고 저 안쪽에서
 
그림자로 덮여진 숲을 등진 그것은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이전에 보았던 곰과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커다랗습니다.
 
한 걸음을 딛을 때마다 산울림이 느껴집니다.
 
자연이 분노한 산물이 있다면 이런 행색일까요.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그것에 대해 두려움은 없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직감한다. 이건 산탄총 하나 가지곤 절대 잡을 수 없다.)
 
아이린 E. 테라코르: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이런 떨림에 익숙합니다.
 
발 끝에서부터 곱아드는 공포를 기억합니다.
 
앞이 분간이 가지 않는 전쟁터,
 
그 곳에 서 있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죠.
 
곰과 시선을 부딪히자, 걸음을 우뚝 멈춥니다.
 
누구에게도 밟히지 않은 설원의 한가운데
 
손짓 한 번으로 많은 것을 죽인 마법사가 서 있습니다.
 
곰은 그런 당신을 보고 뒷걸음질 칩니다.
 
지척에서 분노를 감은 채, 당신을 보던 짐승은 숲 속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것은 마치 보면 안 될 것을 봐버린, 그런 본능과도 같은 행동이었습니다.
 
야성스러운 울음은 공포에 질려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철물점 주인이 말했던 짐승이 저거였나.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에 위압감. 그러나 긴장 따위는 전혀 되지 않는다. 제 손에서 스러져갔던 생명이 몇이던가? 제 발치에서 스며들던 핏물의 양이 얼마던가. 총으로 잡을 수 없단 판단이 들자 곧바로 총신을 눈밭에 내던지고 지팡이를 잡아들어 겨눈다. 눈발처럼 희디흰 긴 머리칼이 바람결에 세차게 휘날리고, 지는 밤하늘의 색을 닮은 보랏빛의 홍채는 더없이 비정하고 차갑다.)
(그대로 잡아야 할까. 놓아주어야 할까. 숲과 오두막이 가깝다지만, 이곳까지 또 내려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당신의 옆으로 익숙한 무언가가 스친 듯 합니다.
 
형체는 가지지 않았으면서, 칼과도 같은.
 
우리들은 이걸 이렇게 부르죠.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로 들려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익숙한 주문이 스친다.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휙, 뒤돌았다.)
 
짐승의 비명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스러진 곰을 스친 시선이 뒤로 돌아가면
 
급하게 겉옷을 추린 단테가 지팡이를 들고 서 있습니다.
 
단테 이그리드:아이린, 괜찮으세요!? 총은 어디에 던져두시고...!!
 
아이린 E. 테라코르: ……이그리드?
난 당연히 괜찮아. 저깟 짐승 하나에 당할 사람이 아니란 거 알잖니. (손에 꾹 쥐고 있던 지팡이를 보여주곤, 눈밭에 던져둔 총을 주워들었다. 그것보단, 당신의 입에서 흐른 주문이 의외였다.)
마법은 쓰지 말라더니. 웬일이니. 걱정이라도 했어?
 
단테 이그리드:당연히 걱정되니까 그런 거죠... 뭐가 되었든, 몸을 잘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잖아요. 그래도 새벽이니 아마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보다 어서 들어가요. 시간이 많이 늦었잖아요? 더 오래 있다가는 동이 틀지도 몰라요.
 
아이린 E. 테라코르:눈이 마주치니 도망치려 하던걸. (문득 씁쓸한 기분이 들어, 비소를 띄며 시체를 바라본다.) 어떻게 변명할 생각이야? 총 한 발 정도는 쏴둬야 하지 않겠니.
 
단테 이그리드:음... 그것도 그렇네요. 이렇게 있는 모습은 많이 부자연스러울테니까요.(그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네가 던져놓은 총을 주워와서 네가 쏘라는 듯 손에 쥐여주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총알을 장전하고 곰의 심장을 겨눠 쏜다. 탕ㅡ 울림이 커다랗다.) 괜히 이 소릴 듣고 깨어나서 시끄럽게 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돌아가서 좀 더 자. 수습은 내가 해둘 테니.
 
단테 이그리드:그러시겠어요? 그래도 추우니까 너무 늦게까지 있지는 마시고요... 나중에 돌아오셔야 해요?(혹시 네가 춥기라도 할까봐 급하게 챙기고 온 겉옷을 어깨에 걸쳐주고 다시 오두막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몇십 걸음 걷다가 뒤를 돌아 몇 번이고 너를 보는 것이 무슨 물가에 애를 내놓은 부모같아 보인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돌아가지. 나도 계속 이런 눈밭에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사람도 없겠다, 마법으로 곰을 오두막 근처로 이동시킨다. 물론 부양시켜 들고 오면 의심을 살 테니 바닥에 시체가 질질 끌려오도록 잘 조절했다.) 누가 애인 줄 알아……. (자꾸만 돌아보는 모습에 어깨 으쓱인다. 가죽을 손질할 때 쓰는 칼을 가져와 절반 정도만 적당히 손질해두었다. 마음만 먹으면 금세 해낼 수 있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속도는 의심을 살 테니. 단테가 걸쳐준 겉옷에 피가 튀지 않게 신경쓰고는 다시 칼을 제자리에 가져다두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듣기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이 돌아가려고 할 때.
 
어떤 소리가 들려옵니다.
 
급하게 뛰어가면서 눈이 밟히는 소리, 거친 숨 소리.
 
당신이라면 익숙하게 들어온, 공포에 질린 누군가가 도망치는 소리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누가 또 있나? 지팡이를 쓰는 모습을 봤다면 곤란한데. 그 생각부터 먼저 들어, 지팡이를 품안에 숨기곤 다시 산탄총을 든다. 은밀한 걸음으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당신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면 그 사이 도망쳤는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명히 찍힌 발자국은 마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내리는 눈에 금방 흔적이 지워지겠죠.
 
쫓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같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누구지. 정육점 주인이라면 복잡해질 것 같은데. 그를 그다지 좋게 보고 있지 않았으므로, 인상을 찡그리며 발자국을 내려다본다.)
(하지만 순간이동이라도 쓰지 않는 한 일반인이 지금 당장 누구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한숨 내쉬며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간다.)
 
오두막으로 돌아오면 단테가 당신을 맞이해줍니다.
 
새벽에 깨서 그런지 단테의 눈이나 당신에게도 피로가 내리앉은 것만 같습니다.
 
일단 조금만 더 잠에 듭시다.
 
마을 사람들과 약속한 혼약식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자둬야죠.
 
아이린 E. 테라코르:(총을 있던 곳에 기대어둔다.) 누군가 근처에 있었던 것 같아. 도망치는 기척을 들었어. 너무 멀어서 누군지까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네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두렴.
 
단테 이그리드:...그건 조금 불안하네요... 부디 바람소리에 목소리나 모습이 조금이라도 묻히기를 바라는 것 밖에 없을까요.(긴장이 풀리니 다시 졸음이 쏟아지는지 하품을 길게 하다가) 아이린도 조금 더 주무세요... 나중에 마을 사람들을 만날 때 피곤해서 말에 날이 서 있으면 안 되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길 바라는 수밖에. (겉옷을 벗어 벽난로 근처에 걸어둔다.) 아니, 날 뭘로 보는 거니. 피곤하다고 해서 아무한테나 날서게 대하진 않아. (그냥 모두에게 평등하게 날선 채로 대하는 거면 몰라도)
(침대 안으로 들어간다. 한 번 깨서 잠이 올 것 같진 않았지만.) 잘 자.
 
당신들은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합니다.
 
부디 이 추위와 바람이 당신들의 모습을 감춰주길 바라며.
 
...
 
밤새 휘몰아치던 눈보라가 멎고 진눈깨비만을 지분거립니다.
 
눈을 뜨면 벌써 해가 높게도 떠올랐습니다.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같습니다.
 
이제 곧 봄이 오는 것일지도요.
 
혼약식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겨울이 끝나가는구나. 나에게 추위가 가실 날은 없을 줄 알았는데. 저에게 햇빛이 닿는 날이, 그 햇빛이 온기를 지니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 사실이 무척이나 새삼스러워서, 한참이나 일어나는 대신 제 몸에 비추어진 빛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끝으로 실날을 더듬어본다.)
단테. 일어났니? (조용히 묻는다)
 
단테 이그리드:(너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네, 일어나 있어요... 그럼 준비를 하고 나가볼까요? 다른 분들의 혼약을 축복하는 일이라니, 흔치 않은 기회잖아요. 비록 이번에도 저희는 얼굴을 가려야 할 것같지만요.(그렇게 말하며 이제 몸에 익은듯, 후드를 깊게 눌러 썼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왜 그리도 환영해주는지 몰라. 나였다면 의심하고 경계했을 것 같은데. 그래... 정육점 주인처럼.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처지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 되새겨보곤 일어나 옷을 걸쳐입는다.)
 
당신들이 평소처럼 후드를 쓰고 밖으로 나오면, 마중 나온 마을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그 중에는 이 혼약식 참가에 대한 제안을 했던 아주머니도 계시네요.
 
아주머니: 두 사람 다 참가해준다니 무척 고마워요. 아, 두 사람은 늘 얼굴을 가리고 다니시죠?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있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뭘 마중까지. 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소리로 나지 않도록 잘 참았다.) 무엇인가요?
 
당신의 질문에 아주머니는 당신들의 손에 어두운 빛깔의 미사보를 쥐여줍니다.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수상한 이웃들을 위한 선물이라니, 딱이긴 하겠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이런 걸……. (어색하게 받는다.) 고마워요.
 
단테 이그리드:덕분에 후드를 쓰고 다니지 않아도 되겠네요! 이런 부분까지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미사보를 받고는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후드를 벗고 미사보를 머리 위로 덮었다.) 세레나도 어서 쓰세요. 생각보다 앞이 잘 보여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뒤쪽으로 몸을 돌린 뒤 후드를 벗고 미사보를 덮는다. 촉감이 어색하여 천을 몇 번 매만지며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신경써서 가린 뒤에야 다시 그쪽을 향해 섰다.) 가죠.
 
마을 사람들과 그 뒤를 따르는 수상한 이웃.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무척이나 어색한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들은 이 마을의 일원으로서, 혼약식을 보러 갑니다.
 
수상한 당신들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이곳이 오늘, 당신들의 도피처이자 낙원이 되어줄 겁니다.
 
마을로 내려가자 녹은 서리 사이에 조화를 잔뜩 꽂아 놓은 길이 보입니다.
 
저마다 행복에 함뿍 젖은 성음으로 웃고 있습니다.
 
야시장의 여운은 지워졌는데도, 사랑의 향취로 가득한 광장은 향기가 없음에도 이른 봄으로 만개했습니다.
 
검은 면사포를 덮은 당신들에게로 시선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반가우듯 당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섬유상 주인: 와 주셨군요, 두 분. 정말 감사드려요.
마을 안 쪽에 작은 성당이 있어요. 조화로 만들어진 길을 쭉 따라오시면 돼요.
 
섬유상 주인은 함뿍 만개한 꽃을 한아름 안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얕게 목례한다.) 안녕하세요.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당신이 조화 사이를 살펴보려고 하면 눈보다 향이 먼저 들어옵니다.
 
이 많은 조화 사이에서 섬유상 주인이 들고 있는 꽃만은 생화인 것같네요.
 
곧 그녀는 하얀 리본 장식이 달려진 꽃을 당신에게 건넵니다.
 
섬유상 주인: 이건 부케예요. 작고 볼품 없지만, 이 추위를 견디고 피워진 꽃이랍니다.
원래는 제가 신부에게 전하는 일을 하지만... 오늘은 당신께서 신부에게 전해주시겠어요? 분명 기뻐할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 제가, 부케를요? (미사보를 받을 때보다도 더 눈에 띄게 망설인다. 마을의 일원으로 섞이기 위해 참석은 하였지만, 이들이 만약 제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가장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의 부케를 제게 맡긴 걸 후회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기뻐하실까요. (결국은 그런 의문조의 말이나 하면서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날씨는 따뜻해져가고 있었으나 제 심장 한구석은 여전히 시린 듯했다.)
 
단테 이그리드:...세레나, 축복받는 것을 싫어하는 이는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하잖아요? 그리고 오늘의 혼약식을 치르는 분들은 세레나의 축복도 분명 원할 거예요. 아마 섬유상 주인 분께서도 그걸 아주 잘 아시니까 부탁하는 것이 아닐까요~(그리고 너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오늘 혼약식을 하는 분들이 멧돼지 가죽을 사신, 그 분들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마움의 표시로 아이린이 전달해줬으면 하는 거 아닐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나의 축복 같은 건, 받아보았자 별 의미도 이득도 없을 것 같아 그러지. 대체 누가…… (입김이 길게 새어나간다. 검은 미사보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찬가지로 당신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나 같은 사람의 축복을 받고 싶어할까. 내가 세레나이기에 가능한 거겠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로 여기에 서 있다면, 당장 나에게 돌을 던지지나 않을지 궁금해지는구나.
 
단테 이그리드:하지만 지금의 아이린은 세레나잖아요? 아이린이 세레나고, 세레나도 아이린이에요. 결국 본질은 같으니까요.(그렇게 말하고 너의 등을 손으로 툭툭 두드려주었다. 어두운 미사보 건너편으로는 예전과 다름없이 웃는 얼굴로) 그러지 말고, 지금을 즐겨요. 오랜만에 평화로운 날이잖아요? 어서 성당으로 가봐요. 이러다가 꽃이 추위에 얼어붙어서 향도 같이 얼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에요~
 
아이린 E. 테라코르:본질이 같다고 볼 수 있을까. 도피를 위해 뒤집어쓴 껍데기가 아니고? (당신은 여전히 밝게 웃으며 희망을 말하지만, 역시 아직 저에겐 비관적인 면이 더 크게 남은 모양이다.) 애꿎은 꽃이 얼어버리면 안 되지. 가자……..
 
희망을 보는 눈과 비관을 바라보는 눈은 한 곳을 향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헤치고 성당으로 향하다 보면 진눈깨비는 어느 새 멎었네요.
 
눈보라로 서린 추위를 인고하던 마을에 볕이 가득 내리고 있어요.
 
아마, 곧 쌓인 눈들은 녹아내릴 겁니다.
 
그렇게 종이 울리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뒷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익숙한 얼굴입니다.
 
전부터 당신들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던 정육점 가게 주인이, 핏대를 높이며 소리치고 있습니다.
 
사냥꾼: 아이고, 자네 왜 그러나...
 
정육점 가게 주인: 저들은 우리를 죽여버릴 거야. 우리를 모두 죽일 거라고!!!
 
사냥꾼: 저리로 가서 나랑 얘기 좀 하게... 어휴, 다들 신경 쓰지 말게.
 
당신들에게 현란스럽게 손가락질 하던 이는 사냥꾼의 손에 이끌려 멀어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예상은 했다지만, 최악의 경우가 나왔군. 정말 정육점 주인이 목격자였다니.)
 
사력을 다해 목청 높히던 이의 소음이 점점 멀어집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것같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얼마 뒤에 또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멀어지는 이를 바라보다 성당 안으로 들어선다.)
 
그야, 최근에 그가 예민하고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것은 이방인인 당신들 마저 알고 있었잖아요.
 
단테 이그리드:그러게요, 어쩌면 또 이사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미안해요.
 
하지만 그런 말에도 당신들은 성당으로 향합니다.
 
우리에게는 오늘 축복할 일이 주어졌으니.
 
아이린 E. 테라코르:됐어. 사과하지 마. 걱정해서 그런 거잖니.
그리고 나도, 마법을 쓰려고 총을 버렸었으니까.
(역시, 이 부케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상념이 스쳤다 진다. 이 마을에서도 정착하지 못한 채 끝을 맞이한다 한들, 그게 지금 당장이 되진 않을 테니.)
 
길게 그어진 그림자가 당신의 발등에 맞닿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만연한 행복의 웃음소리가 음률처럼 파형칩니다.
 
그럼에도 그 곡에 변주될 수 없는 건 당신들이 마법사이기 때문일까요?
 
그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성당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아마, 이 시골 마을의 주민들이 대부분 나온 것같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즈음, 당신들에게 이 혼약식에 와달라고 부탁했던 아주머니가 가까워옵니다.
 
아주머니: 지금부터 제가 할 말에... 도망치지 않아주실 수 있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 (반사적으로 눈빛에 경계가 어린다. 품 안의 지팡이를 상기한다.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짚는다. 곁의 단테를 잠깐 바라보았다.)
 
단테 이그리드:...(아주머니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이 네 쪽으로 향했다. 자신은 괜찮다며. 네가 원하는 선택을 하라는 듯. 그저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말씀하세요. (짧은 순간 자신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려본다. 냉정을 찾고, 침착하게 말한다.)
 
당신의 말에 아주머니는 아주 조용히,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우리는... 당신들이 마법사인 것을 알고 있어요. 이방인에게는 예민한 마을이니까요.
여러 곳을 떠돌고, 얼마나 핍박 받고, 손가락질 받았는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듯,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당신들을 사랑하고 아낀답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함께 해 주실 수 없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 들킬 만한 짓을 했던가. 이들 앞에서 마법을 쓴 적은 없었을 텐데. 집에 불쑥불쑥 찾아왔을 적 지팡이를 봤던 걸까. 역시, 멋대로 찾아오는 이들을 진작에 거절했어야 했는데. 아랫입술에 핏발이 비치도록 깨물다가, 이어지는 말에 당황하여 멈칫한다.) ……네?
…… 저희가 누구인지 알고 계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도요. 진심이신가요?
 
아주머니: 그간 여러분들이 하는 모습들을 봤어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셨잖아요? ...마법사라는 것은 걸리지만, 그 노력까지 의심하고 싶지 않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이미 알고 있었다니. 그런데도 섬유상 주인은 저에게 부케를 줬단 걸까. 그런데도 저와 단테를 이 결혼식에 초대하고? 저로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분명……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혼란스럽기 그지없어, 시선을 떨군다.) 이 미사보도 이젠 의미가 없겠군요.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우리를 안심시킨 다음, 공권력에 신고하여 잡아들일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나와 가까운 이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그러니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하는 게 맞을 텐데.)
(하지만, 이들에게 저는 그만큼이나 거리가 좁아졌단 의미가 아닌가. 자신이 낯을 가리고 물러서려 했음에도 이들은 저를 가까운 이로 인지해준 바나 다름없다. 정말로 우리를 싫어했다면, 그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밀고하였을 테니까.)
믿어도 될까. (단테를 바라보았다.)
 
단테 이그리드:그럼 이제 이름을 바꿔 부를 필요가 없다는 점이 편하긴 하지만... ...저는 아이린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도 미움받지 않고, 핍박당하지 않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은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사소한 행복을 누렸으면 했거든요.(잠깐 고개를 떨어트리고 바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냈는지 제 머리 위에 덮었던 미사보를 걷어내며) 한 번 믿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사람은 늘 의심만 하면서 살아갈 수 없어요, 아이린. 어떨 때는 믿겠다는 의지만으로도 큰 힘과 결과가 따를 때도 있거든요. ...저도 노력할테니, 한 번 믿어주시는 것이 어떠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너는 쭉 나의 행복을 바랐지. (미사보를 걷어내는 손길을 저도 모르게 붙잡을 뻔하다가, 제 손을 다른 손으로 잡아 내린다. 처음으로 이 마을의 햇볕 아래에서 당신의 온전한 낯이 드러난다. 이리 스스로를 드러내더라도, 이 마을에서는 우리를 핍박하지 않으리라는 것처럼. 그게, 정말일까.)
내가…… 누군가를 믿어도 될지 모르겠어. (목소리가 조금씩 떨려왔다. 오랜 기간 저를 향한 악의와 두려움만을 보고 겪으며 도망쳐 다녔다. 그렇기에 저를 향한 호의와 따스한 마음이 더더욱 이질적으로만 느껴졌다. 그 감정과 저는 두꺼운 벽을 사이에 두고 유리되어 있는 것만 같아서.)
(제 손에 쥐여진 부케를 다시금 내려다본다. 꽃잎도, 리본도 순결하고 정결한 흰빛이었다.) 결혼식의 당사자들도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나요.
 
아주머니: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은요. 혼약식을 하는 신랑과 신부는 아직 모르시니... 혼약식이 끝날 때까지만 미사보를 써주시면 될까요? 도시에 있다가 온 사람들이라서 놀랄 수 있을테니까요.
걱정마세요, 그 분들도 분명 여러분들이 소문처럼 무서운 사람만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럼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아주머니는 꾸벅, 인사를 마치고 신랑 신부가 있는 쪽으로 향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역시 난. ……지금이라도……. (한참이나 예복을 입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머뭇거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구나, 나. 사람들이 내게 실망이나 두려움의 눈빛을 보내는 게 싫은 거구나. 떠나면 다시는 보지 않아도 되는 이들뿐인데.)
(이들에게 정이 들어 버린 거구나.)
(다시는 누구에게도 마음 주지 않겠다 다짐했으면서.)
(단테의 말대로, …… 다시 행복해지고 싶어져서. 다시 웃고 싶어서.)
(입술을 달싹거린다. 긴 침묵 끝에 속삭였다.) 우선은 남아볼게. 하지만 이들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어. 우리가 경계를 푼 틈에 밀고할지도 모르는 노릇이니까. 정육점 주인도 그렇고. 상황을 살펴보겠단 소리야.
 
단테 이그리드:...네, 그거면 됐어요.(아까 아주머니가 한 말도 있으니 다시 미사보를 머리 위로 잘 얹어놓고 웃으며) 그럼 일단 신부께 부케를 드리고 저희도 자리에 앉을까요? 이제 곧 시작할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바깥에서 제 얼굴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날이 올까. 얼떨떨하면서도 긴장감이 돈다. 신부에게 다가가 세심하게 부케를 건넸다. 무어라 축하한다는 식의 말을 할까 싶다가도, 이중적이라는 삿대질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 상상에 묻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당신이 부케를 건네주면 신부는 수줍게 웃으며 받아듭니다.
 
성당 의자에는 이제 다른 하객들로 들어섭니다.
 
우리도 하객석에 앉을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하객석의 뒤편에 앉는다. 언제든 쉬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입장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신부님: 혼약식을 진행하는 두 사람 입장하겠습니다.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옆 자리에 앉은 단테는 그들을 축복하기 위해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정결한 공간에서 수많은 시선들이 교차합니다.
 
그들의 축복과 사랑을 위해.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고 걷습니다.
 
그들은 화려한 드레스나 연미복은 아니었으나, 진정 행복으로 굳은 낯을 하고 있습니다.
 
바닥에 굽이 부딪기는 청량한 마찰음이 박수 갈채에 섞입니다.
 
긴 버진로드를 나란히 걸어 당도합니다.
 
엄숙한 그 가운데 침묵이 가라앉습니다.
 
신부님은 부드럽게 웃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신부님: 신랑, 신부. 성혼 선언을 하기 전 마주 보고 인사 하십시오.
신랑. 신부를 아내로 맞아 오늘부터 삶을 다하는 날까지 어떠한 경우라도 항시 사랑하고 존중하며, 그 도리를 다 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까?
 
신랑: 예.
 
신부님: 신부. 신랑을 남편으로 맞이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하거나 병들거나, 부요하게 되는 모든 경우에서 이 사람만을 사랑하고 존중히 여기며, 도와주고 보호하며 진실한 신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합니까?
 
신부: 네.
 
두 사람의 성음이 잔잔히 울립니다.
 
결의 찬 마지막 대답에 박수가 쏟아집니다.
 
화동들은 남은 꽃잎들을 흩뿌리고 그들을 축복합니다.
 
투미한 창 바깥으로 햇빛이 일자로 들이칩니다.
 
진정한 평화의 가운데 붉게 핀 사랑의 열기가 피어오릅니다.
 
마지막 겨울의 지척에서 두 젊은 남녀가 키스합니다.
 
얼굴 없는 하객인 당신들도 그들을 위한 진정한 축복을 하고 있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심경이 복잡해 신부의 축사가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키스를 할 즈음에는 사람들을 따라 함께 박수를 친다. 그들에게 이날이 온전히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었으면.)
 
당신의 손에 쥐여졌던 부케는, 그런 당신의 심정을 담았는지 향이 여기까지 타고 오는 것같습니다.
 
무척이나 행복해 보여요.
 
이런 모습을 마을 사람들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이곳에서는 당신 또한 마을의 일원이며, 평범한 사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평화와 사랑의 향취가 만연한 가운데,
 
누군가가 뛰어오는 게 느껴집니다.
 
경박스러운 발소리는 육중한 존재감을 피력하며 목소리를 드높힙니다.
 
문을 열고 뛰쳐들어오는 정육점 주인을 향해 수십개의 시선이 달겨붙습니다.
 
그리고 쉬이 옮겨간 눈동자들은 당신들에게로 다시 쏠립니다.
 
하지만 그 시선들은 어떠했나요.
 
의심과 공포 대신, 그들의 눈에는 신뢰가 새겨져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결국은 이렇게 되나. 처음부터 끝까지 거슬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스쳐온 수많은 마을에서 한 경험에 따르면 그의 반응이야말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대로 나는, 마법사였고, 괴물처럼 끔찍한 존재니까. 그러니 그를 비난할 수는 없겠지. 저에게 무엇보다 혼란을 가져다주는 건 이러한 상황에서도 신뢰를 담아주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다.)
(당신들은 나를…… 왜.)
(자리에서 느리게 일어난다. 고요한 성당에 정육점 주인의 거친 숨소리와, 저의 목소리만이 울린다.) 그의 말대로 저와 빈센트는 마법사입니다. 아니, 이 또한 가명. 저는 아이린 테라코르이고 제 친구는 단테 이그리드죠.
저희는 분명 전쟁에 참여했었고, 피를 묻히기도 했었어요. 그 사실을 부정할 마음은 없어. 그러나 전쟁은 끝났고 저와 단테는 더 이상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마법을 쓸 생각이 없습니다. 심지어 단테는 그때에도 당신들을 위해 싸운 것과 다름없어요. 처음부터 무고한 이들에게 지팡이를 겨눈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들이 저흴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것도 당연스러운 일이라 여겨요. 우리에게 달라붙은 소문이 그러하니까요. 우리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거라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이 마을을 떠나겠어요. 그러나 전, …… 적어도 단테만은 이곳에 남게 해주셨으면 좋겠군요. 그는 저를 보호하려다 휘말렸을 뿐 정말로 선한 사람이니.
 
단테 이그리드:(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하는 말들에, 끼어들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는 늘 도망쳤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 자리를 어서 벗어났으니. 하지만 지금 네가 이렇게 일어나 목소리를 내어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리라.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미사보를 걷고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린의 말처럼 저희는 마법사로서 전쟁에 참여하고 서로에게 지팡이를 겨누며 피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저나 아이린이나 둘다 동일합니다. 선했든 악했든, 저희가 했던 일들을 정당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으로 저희를 어떤 시선으로 볼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혹여나 그 지팡이의 끝이 자신이 향할지도 모른다 생각할 수 있겠죠. 저희가 서로에게 그렇듯, 이번에는 여러분들에게 향할지도 모른다고요. 하지만... 믿어주세요, 저희는 평범해지고 싶습니다. 마법사가 아닌 여러분들이 저희를 그저 두 명의 인간으로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불안하다면 전 지금 이 자리에서 제 지팡이를 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희를 믿어주세요... 저를, 그리고 제 소중한 친구인 아이린을 부디 믿어주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 (그를 따라 미사보를 벗어내린다. 길다란 흰 머리칼이 물결치고, 속눈썹을 깜박이면 천 너머로만 흐리게 보였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야 분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항상 가리고 숨기기만 하였던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보인다. 그럴 수 있는 순간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큰 걸음을 내딛은 듯했다.)
…… 사람을 믿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은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알아요. (정육점 주인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 잇는다.) 나를 해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기까지에는, 내 곁을 내주어도 되겠다 안심하기까지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죠. 저 역시 긴 시간을 도피하며 이 마을의 사람을 그 누구도 믿지 않고, 경계하고 방어적으로 나왔지만, …… 그새 당신들에게 일말의 정이 들어버린 것 같네요. 필요한 건 시간이에요. 시간을 내어준다면, 증명해보일 수 있겠죠.
당신들이 우릴 밀고한다고 한들, 우리는 이곳의 그 누구도 해치지 않을 거예요. (도망치는 삶이 어떻게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군말없이 단테를 따르기는 했어도 어딘가에 정착할 수 있기를 가만 바라고 있었다. 그건 단테 당신이라 하여 다르지 않겠지. 죄 많은 자신이 평온한 삶을 누려도 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스스로를 용서해주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나를 용서하겠는가?)
 
당신들이 하는 약속의 말에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일말의 공포, 불안 또한 그 약속들에 차차 지워져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은 당신의 마을입니다.
 
그리고 당신 또한, 이 마을의 일원이죠.
 
그렇게 말을 마치자, 갑작스럽게 그가 앞으로 고꾸라집니다.
 
퉁퉁한 살 표면에 부글거리며 무언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울룩불룩한 거품이 입니다.
 
사람들은 정육점 주인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칩니다.
 
아이린, 용서받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운 자는 어떠했나요.
 
혹은 유니콘의 피를 마신 자는?
 
마법적이고도 모독적이고 저주로 가득한 무언가를 마법사가 아닌 머글이 가진다면...
 
아이린 E. 테라코르: ……제 뒤로 오세요. (지팡이를 꺼내든다. 누군가를 해치는 것이 아닌, 지키기 위해 지팡이를 든 건 대체 얼마만이던가. 어쩌면,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괴물이 만들어질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흉측한 몸뚱이는 곧 머리가 녹아내려 없어집니다.
 
기이한 육질로 몸이 뒤덮힌 그것은 손바닥에서 이빨이 돋아나와 당신들을 향해 타액을 뚝, 뚝 흘립니다.
■■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인상 찡그린다. 평범한 사람이라기엔 지나치게 이상한 모습, 괴이한 발언. 꼭 유니콘의 피라도 마신 것처럼. 머글이 접할 수 없는 물건일 텐데.)
세상을 한 사람의 손에 맡기는 멍청한 발상을 용인할 것 같나요. (주민들이 있는 쪽에 프로테고로 방패를 만드는 동시에, 지팡이 휘젓는다.)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어서, 이성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마법사이자 살인자였던 당신에게 이런 것은 평범한 장면일 뿐입니다.
 
이제는 지긋지긋하네요.
 
이성 손실 없음.
 
끔찍한 흉 투성이인 그것은 손바닥에 난 입으로 들썩대며 당신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마을 사람들은 흉악한 모습에 도피를 하면서도, 당신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낯빛이 창백해진다. 아랫입술 깨문다.)
믿지 않는다면…… 또다시 도망칠 수밖에.
이미 오래전 스러지기로 결심한 목숨을, 내 친구가 붙들어줬으니까.
언젠가…… 이런 도망자라도, 행복해질 날이 오리라고 믿으면서.
이제, 나도 그 믿음에 마주 손을 내밀기로 결심했어.
현혹하는 말은 너무 쉽지.
너 같은 끔찍한 존재가 기생할 곳은 없어. (입을 지그시 밟는다.)
 
당신들을 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에 깃드는 것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포심, 경외심.
 
하지만 그럼에도 믿고자 하는 신뢰.
 
아이린.
 
당신의 내면에 깊게 새겨진 죽음의 피웅덩이가 발목을 붙듭니다.
 
마치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저것의 말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저것을 죽이고, 상황을 해결한다고 해도 당장 나아지는 것이 없을 수도 있겠죠.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니까요.
 
아이린,
 
시선들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단테! (새까만 연기가 흘러들며 저의 정신을 어지럽게 좀먹어온다. 악을 쓰듯, 그러나 전쟁 때에도 그러했듯 결코 커다랗지 못한 연약한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눈을 꾹 감았다 뜬다. 사람들의 시선이 저에게 쏠려있고, 발 아래의 입은 징그럽게 꿈틀거리며 저를 늪으로 끌고들어가려 한다. 그 모든 광경을 지우듯, 눈앞의 친구만을 깊이 응시했다.)
쭉, 나와 함께해줄 거지? 내가 언젠가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단테 이그리드:(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보다 사람이 우선이었는지, 서둘러 다른 마을 사람들부터 대피시켰다. 어린아이, 노약자, 여성, 그리고 모든 사람들. 그렇게 한참을 대피시키다 보면 네가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너의 이러한 질문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물론이죠, 전 계속 아이린의 곁에 있어요. 친구잖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나는 불안감이 많아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서, 쉽게 믿지 못하고 자꾸만 주변의 모든 걸 확인하고 재차 되물으려 들 거야.
그런 나에게도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단테 너와의 우정.
이제 나, 살아보려고 해. 네가 내 곁에 있어줄 거라 믿으니까. (그래. 너와 나는 친구니까. 우정은 쉽게 끊기지 않아. 한 번 마음을 준 대상에게 쉬이 질리는 법 없으니까.)
(지팡이를 휘두른다. 상대를 죽일 때 익숙히 쓰던 무언 마법이다. 그러나 이 마법이 쓰이는 건 이제 마지막이 될 것이다. 나를 받아들여주는 곳에 머물러 살아가기 위해서, 변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날이 될 테니까.)
 
아이린, 당신의 마법이 두터운 괴물의 살점을 꿰뚫습니다.
 
익숙하게도, 질리게도 당신이 해왔던 일 중 하나였죠.
 
근육질이 꿈틀거리며 비명을 게워내고, 손바닥에 붙은 이빨이 들썩대며 피를 구역질합니다.
 
고꾸라진 몸이 경련하고, 곧 불쾌한 향취를 게우며 커다란 몸이 가라앉습니다.
 
사랑과 축복으로 가득한 그곳은 형장과도 다름이 없습니다.
 
주위가 적요로 들어차 고요해집니다.
 
땅에 떨어져 피로 물든 부케를 단테가 집어듭니다.
 
이전에 사람들 앞에서 마법을 쓰고, 그렇게 해서 도망을 쳤던.
 
끝을 예견하고 탈력한 눈이 아닌, 당신을 믿고 있는 눈이 여기에도 하나 있었습니다.
 
아뇨,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죠.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이 한 두명씩 일어납니다.
 
아까 신랑과 신부를 축하해주던 소리보다 훨씬 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성당 내부를 울립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박수 소리 가운데 흐느낌이 섞입니다.
 
그 사이에서 당신들을 안내했던 아주머니가 앞으로 나와,
 
당신의 옷이나 머리카락에 튄 핏망울을 닦아줍니다.
 
아주머니: 우리들에게 영웅은 필요 없어요.
당신들은 그저 우리 마을의 일원 중 하나고
그저, 평범하게 숨 쉬고 말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하나니까요.
우리들은 당신들을 믿어요.*
떠나지 말아주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와닿는 손길에 저도 모르게 움찔했지만, 피하거나 떨쳐내지 않는다. 악의가 담기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 고마워요.
오히려, 부탁은 저희가 해야 하는 입장인걸요.
저흴 내치지 않아주신다면, …… 여기에 남을게요. 언젠가 저희를 온전히 믿으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종전을 맞이할 때만 해도 자신에게 이런 미래가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 내가 살고 싶다고 말하다니. 내가 타인에게 나를 믿어달라고 부탁하게 되다니. 인간은 변화하는 존재이며, 그 변화의 방향성은 결국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저주를 뒤집어쓴 그 괴물은 의심이 저를 갉아먹으리라 말했으나, 내가 단테를 친구로 믿고 의지하게 되었듯 언젠가는 나를 믿어준 이들을 나 또한…….)
(끊기리라 믿었던 미래의 길이 이어진다. 나를 이끌어준 온기와 다정의 손길로 하여금.)
 
그래,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대가 없이 기쁨을 말하는 삶 말이에요.
 
과거라는 그늘에 찍혀 그 무게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삶 말이에요.
 
단테는 얼룩진 부케를 내려다 보다가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목소리 내지 않은 입모양이 문장을 만듭니다.
 
수많은 눈물과 박수 속에서 단테는 당신의 행복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습니다.
 
소란이 일었던 가운데, 눈물을 닦고 일어난 주민들은 마법으로 망가진 잔해들을 바깥으로 치워버리고 행복을 바라는 이들의 한가운데 두 사람을 세웁니다.
 
진정한 감사와 경외를 담은 박수 속에
 
두 사람은 마법사와 도망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서 가운데 섭니다.
 
바라왔던 순간이었나요, 아이린?
 
아이린 E. 테라코르:(미소를 띈다. 봄날의 따스한 햇빛을 받고 제비꽃이 피어나듯이. 그 입모양에 답한다.)
(그래. 도망자도 괴물도 아닌 진실된 우리로서.)
 
이 순간이 도래하고 나서야, 폐부에 끼쳐 있던 부담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아이린.
 
당신의 도피처는 어디인가요?
 
당신을 위한 낙원은 존재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