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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230628] 소생명&에르드 - 샘을 보고 하늘을 본다.

플레이타임 : 7시간 20분

 

 
.
 
샘을 보고 하늘을 본다.
 
BGM
 
차르르, 잔잔한 바람이 불자 거대한 심연에 물의 파동이 퍼집니다.
 
작은 물결이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안 쪽으로 움직이네요.
 
주변의 풍경을 담은 심연이 일렁이는 것이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가고 나면, 심연은 잠잠해집니다.
 
파랗고 붉은 몽환적인 하늘을 담은 것이 꼭 거울처럼 보입니다.
 
물론 당신을 비춰내지 못해 거울이라는 역할은 못하지만요.
 
심연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연못 특유의 향이 당신의 폐부를 간지럽힙니다.
 
습기가 가득해 눅눅하지만, 깨끗한 안개의 향.
 
그 사이로는 약간의 짠 향이 나는 것 같습니다. 연못이 아니라 꼭 바다처럼.
 
하긴, 저 크기면 연못이 아니라 바다라고 해도 믿을 것 같네요.
 
저 큰 연못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빛이 들기는 할까요?
 
당신이 이끈 영혼은 모두 심연 속으로 가는데, 거대한 어둠에 삼켜져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당신 외에도 모두가 질문을 던지지만 대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발을 담가볼까요?
 
???:... (묵묵하게 일렁이는 물가를 바라보다가 발 끝으로 두 어번 건드리며 수면에 파동을 준다.)
 
발끝으로 수면가를 건드리니 닿은 부분부터 물결이 파동칩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이에요.
 
하지만 아마도 당신은 저 연못에 완전히 빠져들 수 없을 겁니다.
 
푸른 어둠이 발밑에 존재하지만 누군가가 당신이 어둠에 스며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아직 허락되지 않은 존재였죠.
 
당신은 '저승의 인도자' 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영혼을 인도하는 일을 했습니다.
 
망자를 데리러 인간계에 가고, 영혼을 안전하게 심연으로 데려오고.
 
벌써 1224개의 영혼을 쉴 새 없이 이 곳으로 인도했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안타깝게 죽은 영혼을 인도하기도 했고,
 
동시에 같이 죽은 연인들을 인도하기도 했고,
 
외롭게 몇십 년을 살다가 죽은 영혼을 인도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
 
당신을 만난 수많은 영혼들은 자신의 죗값에 따라 심연에 가라 앉았습니다.
 
오자마자 가라앉는 영혼도 있었고, 며칠이 지나서야 가라앉는 영혼도 있었죠.
 
당신에게 주어진 죗값이 얼마나 무겁길래, 다른 영혼들과 달리 이 심연 속으로 빠져들 수가 없는 걸까요.
 
마침 명부를 가지고 오던 동료가 당신을 발견하고 다가오네요.
 
동료:둘째야, 여기. 네 명부다.
축하해. 이제 곧 기회를 얻게 되겠네.
 
축하라니 무슨 의미일까요?
 
한 번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 수 있는 말을 해야지 원.. (손을 툭툭 털더니 명부를 흘깃 쳐다보고) 기회가 뭔데 그래. 자꾸 아무 말도 안 해주면 나도 내가 전생(?)에 나라 하나 멸망시키고 왔다고 이해 할 거야.. (.......)
 
동료:네 명부를 봐. 색이 빨간색이잖아. 원래는 다 나처럼 검은색 명부인데. (제 명부를 들어 툭툭 두드려보인다.)
 
???:(힐끔..) 그게 뭐가 어때서?
 
동료:빨간색 명부는 '마지막 망자'의 명부거든. 이제 너도 저 망자만 데려오고 나면 심연 속으로 갈 수 있겠네.
 
???:... 진심이야? (뒤를 돌아보고 다시 동료를 바라보며) 이걸 좋다고 해야하는지 안 좋다고 해야하는지...
아무리 해도 안 되길래 난 심연에 못 들어가는 몸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동료:죄가 사라져야 심연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나도 저 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마지막 망자까지 잘 인도해주고 와.
아, 나도 마침 망자를 데리러 갈 때가 됐네. 먼저 가볼게. 지금까지 수고 많았어.
 
???:가던지 말던지... 하, 이 짓도 마지막이라니 나도 오래 살았네. (팔자야.. 한숨 푹 쉬더니 인사도 없이 고개 돌려요)
 
작게 웃던 동료는 자신의 손목에 그려진 주문진을 지긋이 누르며 이동했습니다.
 
고개를 돌리기 전에 본 동료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부러움과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저 심연이 뭐라고...
 
당신의 손에는 빨간색 명부가 들려있습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망자입니다.
 
이 망자만 인도하면 당신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겁니다.
 
<관찰> 판정
 
???: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름, 생년월일, 특이 인적사항.
 
한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죽음은 너무 아득하게 길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손으로 이름을 훑으면 금가루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반짝거리는 듯합니다.
 
똑같은 명부일텐데... 이제 마지막 명부라 홀가분해야 하는데, 왜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까요.
 
???:아... 기분 진짜 이상해. 별로 느끼고 싶지 않은데, 이런 거.. (짜증짜증)
안 되겠다. 이번에 만나는 애한테 화풀이 해야겠어. (...?)
 
? ㅋ
 
좋아요... 기분도 이상하겠다 화풀이나 하자구요
 
이만 망자를 향해 가볼까요?
 
???:(명부에서 손을 떼고 손목에 손을 올려봅니다) 얘는 뭐.. 생전에 금가루라도 먹었나. (이런 말) 에휴.. 얼른 가자, 가.
 
늘 그랬듯이 당신의 손목에 낙인처럼 찍힌 두 개의 원으로 손가락 두 개를 올립니다.
 
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뱉으면...
 
바람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신체가 바스러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으.. 이것도 마지막이니까. (눈 질끈)
 
하나,
 
둘,
 
셋-
 
BGM
 
먼지가 공기의 사이를 유영합니다.
 
빠르게 찰나의 시간들을 붙잡아 시공을 푸르게 넘어섭니다.
 
두 발이 바닥에 닿습니다. 손과 팔이 이어지고...
 
폐부에 따뜻한 공기가 들어차는 것이 느껴집니다.
 
느리게 숨을 뱉으며 눈을 뜨면 익숙한 곳.
 
인간계입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부에 맑고 푸르른 숲의 공기가 들어찹니다.
 
멀리에서는 아련히 새소리가 들려오고, 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가 평화롭습니다.
 
저 너머에는 잘 조성된 공원과 깔끔히 정리된 돌길이 보입니다.
 
평화롭고 깨끗한 자연의 한복판.
 
당신이 데려갈 망자는 이곳에 있는 걸까요?
 
"뭐야. …… 또 꿈이냐?"
 
어디선가 헛웃음과 함께 지친 음성이 들립니다.
 
코트를 입은 이가 제 얼굴을 쓸어내리며 나무에 기대어섭니다.
 
그는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천천히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어둡게 가라앉은 낯이 시야에 들어찹니다.
 
이 사람입니다.
 
명부에 적힌 당신의 마지막 망자, 에르드.
 
마지막 명부임에도 기분을 이상하게 만든 이름의 주인공.
 
그가 당신의 앞에 있습니다.
 
에르드:정도껏 좀 하지, □□□. 이렇게 자꾸 꿈에 찾아오는 건 좀 너무하단 생각 안 드냐.
 
당신을 보며 부르는 한 단어, 지금 당신의 얼굴 주인 이름인가 봅니다.
 
무어라 발음하는 건지 명확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 아. (상황 파악을 5초 늦게 하다가 제 뺨, 머리칼을 툭툭 만져본다.) 뭐래, 오자마자. 내가 너한테 찾아와서 뭐 문제 있어? (냅다 시비)
 
에르드:아, 이 드러운 성격까지 진짜 똑같네.
 
???:너 뭐라했냐?
 
에르드:꿈 속에서면 좀 순해져도 되는 거 아니냐? 사람이 변하지를 않아 변하지를.
 
???:... 꿈에 나온다고..? 미안하지만 지금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 현실. (조금씩 식어가는 눈..)
 
에르드:꿈이 아니라고? 그럴 리가. (미간 찡그린다) 그런 거면 네가 내 눈 앞에 있을 이유가 없지.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하러 온 건데? 이전처럼 지긋지긋하게 굴 거면 차라리…….
 
???:지긋지긋하게 라니... (이 녀석 생전에 나? 랑 무슨 관계였던거야.. 생각하며 다시금 제 머리칼을 만져본다.) 내가 지긋지긋하게 무슨 말을 했는데 그래? 네 말대로 꿈이라면 꿈마다 리셋되니까 기억 하나도 안 나서 묻는거야. (쓸데없지만 그 꿈 내용이 좀 궁금해진다.....)
 
에르드:…… 됐어. 매일 자기가 반복한 말인데 기억도 못하냐? 평소엔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괘씸해서 말해주고 싶지 않아. (불퉁하게 팔짱 낀다.) 난 그냥 네가 꿈에 조금 덜 나왔으면 하는 거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말끝 흐리더니 괜히 제 머리칼만 휘저었다.)
 
???:(아니..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구현 되는 거 아닌가.. 얘 말하는 거 보면 날 엄청 싫어하는 거 같은데......) 이게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대드네... 근데 꿈인거면 나오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하도 생각해서 나오는 거거든? 생각을 좀 덜 하던지..
 
에르드:네가 누군데? 내가 아는 □□□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기라도 하단 거냐? (마지막 말엔 조금 찔렸는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금색 눈만 이리저리 굴렸다.)
 
???:...... (빠아안.... 네 금색 눈동자를 따라 한참을 지긋이 쳐다보다가) .. 아니, 같은 사람이야. 보면 알잖아. 똑같이 생긴 거. 잘 봐, 맞지? (뻔뻔하게 구라를 친다... 네가 혹시라도 도망가면 내 완벽한 심연 입수계획?에 차질이 생기니까......)
 
에르드:똑같이 생기기는 했는데. 말투도 성격도 완전 □□□ 그놈이랑 똑같기는 한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근데 오늘은 웬 이상한 검은색 옷이랑 모자를 쓰고 왔냐.
 
???:음... 네가 아마도 자다가 죽어버린 것 같은데 (?) 이번엔 널 데리러 와서 이렇게 입었어. 같이 좀 가줘야겠다. (냅다)
 
에르드:뭐? 죽었다고? ……. 내가? (어이없단 듯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켠다.)
 
죽을 때 기억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하던데 에르드가 그에 해당되나 봅니다.
 
???:음... 멍청한 사람들은 원래 잘 모르는데 이번거는 거짓말 아니야. (이번거)
너 그... 뭐하고 있었는데? 나 만나기 전에 말이야.
 
에르드:이번거 라고 했어.
 
???:(모르쇠.....)
 
에르드:솔직히 일이 쉬운 건 아니었고 삶도 많이 힘들었지만, 죽을 정돈 아니었다고.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미간을 찡그리며 직전의 일을 상기하려 한다. 어째서 잘 떠오르질 않는 거지?) 아, 의뢰가 들어와서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었던 것도 같아.
 
누가 보면 당신이 질 나쁜 장난이라도 한 줄 알겠네요.
 
???:... 일을 하고 있었다고? 과로사인가.. (흠..)
 
에르드:난 범인을 쫓아서 라딕스를 나와 이 숲까지 왔었고……. (끊긴 실날마냥 이어지지 않는 기억을 더듬거리며 과거를 훑다가, 순간 눈이 커진다. 무언가 떠오른 듯 황급히 뒤돌아 나무들 새로 뛰쳐갔다.)
 
에르드가 갑자기 어딘가로 뛰어갑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
 
<관찰> 판정
 
???: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나무들 틈 사이에서 영혼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가려진 수풀 사이로 힘없이 쓰러진 팔, 코 끝을 스치는 특유의 비린내.
 
아, 당신은 금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에르드는 수풀 사이에서 우뚝 멈춰선 채 아래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빠른 걸음으로 따라와서 네 뒤편에 선다.) ... 엄청난 냄새가 나는데. 그렇게 까지 충격 받지는 말라고.
 
덩치 큰 인영이 풀숲 새에 힘없이도 쓰러져 있습니다.
 
감겨든 두 눈, 입가를 타고 흐른 한 줄기 선혈.
 
그의 가슴팍에서부터 뻗어나온 짙고 붉은 핏물이 땅바닥을 적십니다.
 
옆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칼날이 떨어진 채입니다.
 
???:엄청나네... (몸체와 선혈 그리고 흉기까지 찬찬히 바라보면 영혼인 네게로 시선을 옮긴다.) 야, 너 괜찮아..?
 
에르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는 낯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금빛 눈을 깜박이지도 않은 채로 쓰러진 저의 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가, 정말 죽었다고……?
 
죽음을 인지한 영혼의 빛깔이 옅어집니다.
 
영혼의 끝자락이 흔들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상처를 입을 것만 같습니다.
 
???:... 아이.. 에라이. (영혼이..! 큰일났다... 이..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어차피 멍청한 거 (?) 대충 둘러대자.) 여기.... 까지가 꿈인거야. 대단하지? (.......................)
 
영혼이 상처입으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인도를 서두르는 게 좋겠네요.
 
마지막 망자 에르드를 보면 내키지 않은 기분이 듭니다. 왜인지... 데려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릴 순 없습니다.
 
이것은 당신에게 주어진 명이니까요.
 
에르드:난……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울거나, 화를 내거나, 주저앉아 절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눈앞의 상황 자체에 큰 충격을 받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상상해보지 못했던 죽음이, 이런 식으로.)
뒤늦게 꿈이라고 해 봤자다. 저렇게 생생한 모습이 꿈일 것 같진 않거든. 이제야 네 복장이 이해가 가네. 넌 저승사자? 뭐 그런거냐?
 
???:... 생각보다 멍청하지는 않네. (속이려고 했는데 안 되니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바닥에 흐른 선혈을 발 끝으로 지그시 밟으며) 네가 좋을대로 생각해. 어차피 난 너를 데리고 갈 거고 너랑 말 섞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니까 쓸데없는 대화는 필요 없어.
(누워있는 차가운 네 본체를 쳐다보고) ... 너무 걱정하지는 마. 네 소중한 사람들도 네 마지막 길이 행복하기를 바랄테니까.
 
에르드:이게. (평소라면 옆구리를 쳤거나 발을 밟기라도 했을 텐데, 충격 앞에서는 그럴 의지조차 들지 않았다. 한참이나 눈을 감은 채 쓰러진 제 모습을 내려다봤다. 저 눈꺼풀이 다시 떠오를 일은 영영 없겠지.)
…… 하. 그래. 이미 죽어버린 걸 어떻게 하겠냐.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고개를 잠깐 숙이고 있다가 느리게 들어올린다.)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거겠지.
 
생각보다 죽음을 빨리 받아들이는 망자네요.
 
길게 들이마셨다가 뱉는 숨결은 삶의 후회가 담겨있는 것처럼 무겁게 느껴집니다.
 
???:단순한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는건가.. (중얼거리며 받아들이는 너를 바라본다. 그래도 마음이 좋지는 않아..) 잘 생각했어. 그런 말도 있잖아. 다시 태어나면 소중한 사람의 곁에서 어떤 존재로든 다시 태어나게 된다고. 네가 살아 온 만큼의 죄를 갚고 나면 좋아하던 사람에게 보답할 때는 언제든지 오게 될 거야. (형식적인 위로만 하고 있다. 영혼에 상처를 입으면 안 되니까.)
 
에르드:과연 그렇게 되려나. 저승사자니 환생이니, 그런 허황된 소리 믿어본 적도 없었는데 이렇게 내 눈 앞에 찾아오게 될 줄은 몰랐네. 그것도 □□□의 얼굴로.
미련하게 굴던 내게 많은 가치를 일깨워준 사람들이 남아있는데. 그들을 두고 가야만 한다니 편치가 않군. (저 멀리 공원의 한 지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소중한 이들을 하나씩 떠올리는 듯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익숙하고 서글퍼 보여서 있지도 않은 심장이 아려오는 듯합니다.
 
???:... 짜증나. 그런식으로 말하지도 말고 그런 표정 짓지도 마. (서글퍼 보이는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이 몸뚱아리의 심장이 조여든다. 네가 뭐길래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쓸데없이 공감해 버리는 걸까.) 죽고 그냥 끝나면 재수없잖아. 재미도 없고. 인생은 인간의 생각보다도 한참 길어. .. 네게 소중한 사람들도 언젠가는 너를 만나러 올 테니까 네가 먼저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 (뒤를 돌아보고) 알았으면 이제 그만 가자. 시간이 되고 있거든.
 
에르드:나 참. 저승사자면 내가 뭔 말을 하고 뭔 표정을 짓든 그냥 용인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책에서 본 이미지랑 심히 다른데. (헛웃음을 친다) 죽음 뒤에도 또 다른 인생이 이어지고 있단 거냐? 그래, 언젠간 걔네들도 나를 만나러 오겠지. 그렇지만 최대한 늦게 왔으면 좋겠네. …… 내 소식을 알고 너무 슬퍼하지나 않았으면.
그래, 가자. (한 번 더 시신을 일별했다가 당신을 따라 몸을 돌린다)
 
푸르게 빛나는 손목을 바라보며 작게 주문을 외웁니다.
 
먼지처럼 일어난 빛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그 속으로 스며들면...
 
은은한 색깔의 빛이 당신과 에르드를 향해 쏟아집니다.
 
자, 이제 영혼의 인도를 시작할까요.
 
BGM
 
모든 공간의 분리인 '문'을 열어냅니다.
 
문 밖에서 서늘한 바람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흩뜨리며 지나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죽음으로 스며들어 가면...
 
환한 빛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차츰차츰 눈에 들어옵니다.
 
알록달록한 색채가 불분명하게 놓여 있는 모습입니다.
 
???:(눈을 꾹꾹 비빈다..)
 
당신을 따라 들어온 에르드가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면, 그 쪽으로 색채가 모입니다.
 
에르드의 무의식이 구체화 되는 중인가 보네요.
 
에르드:여긴 어디야? 죽음으로 가는 길이냐?
 
둘러볼 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지만... 살아있던 자에게는 신기한 곳이겠죠.
 
???:음... 뭐라고 할까. 너같이 멍청한 애한테 설명하기는 너무 어려워서. (끝까지 이런다...)
어떤 곳이면 좋겠는데?
 
에르드:몰라서 물어본 건데. (황당) 글쎄, 내가 생각한 끝의 순간보다는 좀 더 밝은 느낌이네. 설마 천국으로 가는 길인가? 나 딱히 착하게 살지만은 않았는데.
 
???:네 말대로야. 넌 지금부터 지옥으로 가는 중이거든. 인간들의 생각과 다르게 지옥은 밝고 예쁜 곳이니까. (진짜 끝까지 장난친다......)
네 죄를 알렸다. 생전에 잘못한 게 뭐가 있지? (그리고 은근 슬쩍 묻는다...)
 
에르드:뭐야? 그럼 더 이상 지옥이 아니잖아? (자신이 알던 지옥의 이미지완 너무 다른 모습에 혼란스러워한다)
천국이 어둡고 공포스러운 곳인 건가? (중얼) 내 잘못이라면 일단…… 어릴 때 약한 애들한테 돈 뺏고 다닌 거. 소매치기하고 다닌 거? 그리고 벽 타고 다니다가 남의 집 담을 넘어다닌 적도 있고. 그러다 화분 같은 거 부순 적도 있고……
성격이 썩 좋지는 않아서, 남이랑 싸운 적도 꽤 있지. 네 얼굴을 했던 놈이랑도 여러 번 투닥거렸었거든.
 
???:.................... 너 지옥 갈 만 하네. (진심)
 
에르드:이게 그냥.
 
???:... 근데 그럼 말이야. 나.. 라고 해야할까. 나랑은 무슨 관계였어? 투탁거렸다며. 근데도 이 모습으로 구현된 게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서 말이지.
 
에르드:(잠깐 답을 보류하며 발끝으로 땅을 툭툭 차기만 한다.) 친구였지.
처음엔 서로 성격이 안 맞아서 오해하고, 싸우고, 갈등을 빚어댔지만…… 15년이나 얼굴 보다 보니까 그놈 성격이 겉으론 밀어내는 것 같아 보여도 속은 따뜻하고 정 많다는 걸 알게 됐거든.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건 드럽게 못했지만 말이야.
그래서 내가 특별히 친구해주기로 했다. (당당)
 
???:...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다. 내가 사람들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거든. 그래서 도달한 결론이 있는데 말이야, 친구라는 건 꽤 닮아있어. 걔가 그랬던 만큼 너도 그럴 거라는 소리야. 바보. (아.. 왠지 나? 한테 말하는 걸 듣는 기분이다...)
... 소중한 만큼 걔도 슬퍼하겠네. 조만간 네 본체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말이야. (허공을 빤히 올려보고)
 
에르드:하. 인정하긴 싫지만 그래. 닮은 면이 없지 않았지. 나도 그놈처럼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 그래도 나는 걔보다는 꽉 막히진 않았어. 표현할 줄 알았다고. (딱히 표현을 잘했다고는 할 수 없었겠지만 증인을 해줄 만한 사람도 없겠다 뻔뻔하게 나간다.)
…… 알게 된다면 슬퍼하겠지. 그런데도 또 남한테는 티를 안 내려고 들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눈앞에 네가 있어서 잘 믿기지 않지만 말야. 그래도 네가 □□□이 아니란 건 확실히 알겠어. 걔였다면 나한테 끝내 멸종을 하고 말았느니 뭐니 하면서 구박부터 했을걸.
 
???:그래, 그렇겠지.. 항상 표현을 못 하는 사람이란 족속은 자기가 표현 잘 하는 줄 안다니까. (자기소개?) ..아니 누가 꽉 막혔다는 거야 너 멸ㅈ (.... 라고 하는데 네 말과 겹쳤기에 고개를 팽 돌려버린다.... 15년 인생 간 친구를 해준 네 안목은 정확했다.)
하... 뭔가 너랑 말하다 보니까 평소보다 배로 지치는 기분이야. 진짜 이게 마지막인데 끝까지 지치게 하네... (지끈)
 
에르드:음? 방금 멸…… 뭐라고 하려 들지 않았냐? (모습만 똑같은 줄 알았는데 성격도 닮게 되는 건가? 아니면 그냥 이 저승사자의 원래 성격이 더러운 건가.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마지막은 또 뭐야. 그냥 평범한 저승사자가 아닌 거냐?
 
???:... 너 생각이 다 들리는 것 같아. 이상한 생각 하지마라? (........어쩐지 네가 자신을 보고 더러운.... 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 네가 내 마지막 영혼이야. 이제 너까지 하면... 아마 나도 끝날 걸. 이 지옥같은 영혼 운반자의 삶이 말이지.
 
에르드:이야. 생각도 읽을 수 있는 거냐? 저승사자 힘 대-단하네. (태평하게 반응하며 걷기나 한다.)
영혼을 천국이나 지옥으로 데려다주는 운반자의 삶이 지옥 같다니, 뭔가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말인데. 어떤 식으로 철학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으므로 사고력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난 귀찮아. 그냥 안 하고 싶은데 하다보니 또 정확하게 해야할 것 같아서 못 끊고 있지만.. 그럼 너라면 어떨 것 같아? 이렇게 죽은 사람을 보고 매번 영혼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 거야.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게 말이지. (제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에르드:음. 지독하게 귀찮을 것 같긴 하네. 기한도 모르는데다 네 마음대로 끝낼 수도 없는 일인 거잖아? 보수 같은 건 받긴 하냐? 저승사자한테 보수가 의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보수 같은 걸 바라는 걸 보니 너도 인간이긴 인간이구나. 이런 일은 인간의 사상에 존재하는 물질이란 개념이 충족되지 않으니까 네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지. 확실한 건... 네 말대로 귀찮아. 엄청. 그리고 지금도 귀찮으니까 좀 빨리 걸어. (너를 툭툭 친다..)
 
에르드:이게. 어차피 마지막이라며? 직무유기하지말고 그냥 내 걸음에 맞춰서 걸어라. 그게 저승사자잖아. (저승사자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제 머릿속에 있는 대로 우겨대며 느리적느리적 걸었다.)
 
???:너 이제 아주 우위에 올라서 말한다? 미천한 인간이 저승사자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환장....)
그리고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거든. 친구라면서 얘가 그렇게 좋았어? 꿈에도 자주 나오질 않나 저세상 가는 길에도 나오질 않나. 너 솔직하지 못 하네.. (제 뺨을 톡톡 건드려 본다)
 
에르드:흥. 미천해봤자 어차피 죽은 목숨 다시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니가 뭘 어쩔 건데. (완전 배째란 식이다)
하? 뭐가 어때서 그래?! 저승사자가 꼭 사랑한 사람의 모습으로 나온단 보장이라도 있냐?! 그냥 좀 가까웠던 사람이나 인상깊은 사람으로 나올 수도 있지!
 
???:........ 있지 않아? 몰라, 인간의 미천한 감정같은 건 신경 안 썼어. (본인도 자세히 모른다.... 당연하다. 무급 막노동 2천회째를 달성한 불쌍한 저승사자는 그런 자세한 것까지 알고 싶지 않은 법이다. 게다가... 이쪽은 사랑과 좋아함의 차이도 모른다................)
아, 잠깐 그러고 보니 만나자마자 껴안는 사람은 있었다. 뭐더라, 사랑한다면서 말이야. (....;;;;)
 
에르드:바보는 아무래도 내가 아니라 너인 것 같은데. (빤히 보면서 걷는다)
네 인생도 꽤 고달팠겠다. (쯧쯧 혀참)
 
에르드와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흐렸던 색채들에 굵고 진한 윤곽이 생겼습니다.
 
정확하게 무엇인지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형태인 것 같아요.
 
크고 작은 형체들은 당신과 에르드를 스쳐 지나갑니다.
 
하늘에서는 작은 알갱이가 눈처럼 느리게 떨어집니다.
 
어쩐지 따뜻한 향이 코 끝을 맴도는 것 같아요.
 
흐릿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눈만 깜빡이고 있으면, 에르드가 옅은 웃음을 띄웁니다.
 
행복한 것 같기도, 슬퍼보이기도 하는 연분홍과 연파랑 그 중간의 미소입니다.
 
에르드:천국인지 지옥인지, 어딘진 몰라도 저승으로 가는 길은 꽤 아름답네.
 
에르드는 하얀 알갱이를 향해 손을 내밀어 잡아보려 하지만, 그의 손만 빗겨 떨어집니다.
 
에르드는 일렁이는 색채들 사이로 한 걸음 다가가, 스며듭니다.
 
당신의 눈 안에서 에르드가 흩어지며 사라집니다.
 
도대체 무얼 하려 저 안으로 들어간 걸까요.
 
금방 다시 나타날 것 같더니, 쉽사리 보이질 않습니다.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저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아니, ...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길 잃으면 어떻게 될지 나도 몰라. (따라 들어갑니다)
 
물감이 도화지에 퍼지듯, 그 안으로 몸을 맡겨 들어갑니다.
 
에르드는 하얀 알갱이가 붙어있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숨을 천천히 고르던 에르드는 당신을 돌아봅니다.
 
순간, 세게 부는 바람에 우수수 눈보라가 칩니다.
 
???:으, 진짜 멀리 가지 말라니까...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아니, 자세히 보니 꽃잎으로 이루어진 꽃보라였군요.
 
에르드:여긴 세계에 자연이 되돌아오고 계절이 생겨난 후의 첫 봄에, 나와 □□□이 갔던 곳이다.
옛날 책에는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었지. 그래서 여길 지나가면서 손을 휘저어봤던 기억이 나네. 결국 나는 한 번도 못 잡았지만.
 
???:그래.. 못 잡았다니 아쉽긴 하겠네. 무슨 소원이 그렇게 빌고 싶었는데? (나무를 올려다보며)
 
에르드:어릴 때 방황하던 날 붙잡아줬던 소중한 어른이 있었어. 그 분을 다시 만나고 싶단 소원을 빌고 싶었을 거다. 뭐, 운 좋게도 꽃잎을 잡지 않고서도 그분을 찾게 되긴 했지만.
□□□은 꽃잎 하나 잡았었는데 말이지. □이랑 □□한테 넘겨줘버렸어. 기껏 잡은 건데 아깝지도 않냐고 물었더니 이깟 꽃잎이 뭐가 아깝냐고 했었지. 그것마저도 진짜 걔답다니까.
 
???:안 잡았는데 이루어졌구나. 그럼 어차피 잡아도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거였네. 크게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어쩐지 그? 아이의 행동에 공감이 간다..)
... 그래서 그 분을 찾아서 어떻게 했어. 생전에 잘 지냈어? 마지막 인사는... 음, 못 했으려나. (눈치를 슬 보더니 꽃보라를 손으로 휘적인다)
 
에르드:내가 바보같이 굴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걸 사과드리고, 진심을 말씀드렸지. 하지만 만나뵌 지 그닥 오래되진 않았어. 한참 동안 찾질 못하다가 기적적으로 만나게 되어서 이제야 좀 잘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인생 알 수가 없네. (씁쓸하게 눈처럼 빛나는 흰 꽃잎을 매만진다.) 마지막 인사 같은 거 그 누구에게도 못 했지.
 
하얗게 쏟아지는 것들과 그 안의 에르드, 그것들을 응망하다 보면...
 
쏴아아 눈꽃처럼 부숴지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닿습니다.
 
아주 멀리서 바람을 타고 다가오다가...
 
물이 가라앉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당신을 덮칩니다.
 
???:... 그래, 네 말대로 인생은 알 수가 없네. 그래도 그만하면 나쁘진 않은 인생이었어. 인사를 못 한건 좀 아쉽게 됐... ?! (깜짝)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닿는 소리 사이의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그대로 파도 속에 묻힌 것처럼 숨이 막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면,
 
지나치게 선명해진 풍경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BGM
 
뿌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렸던 것들이 이제야 선명하게 보입니다.
 
???:(제 귀를 어루만지며) 하...
 
커다란 벚꽃나무가 바람에 흔들려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코 끝을 맴돌았던 따뜻한 향기는 벚꽃 향이었나 봅니다.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한 번 해볼까요. 인도자인 당신의 소원을 누가 들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행운> 판정
 
???:
기준치: 55/27/11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허우적...
 
당신의 팔은 허공만을 헛칩니다.
 
???:짜증나 진짜..... (허우적)
 
에르드:아하하. 역시 넌 얼굴만 똑같은가 보네.
자, 받아.
 
에르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당신의 손바닥에 벚꽃잎을 놔줍니다.
 
???:(손에 벚꽃잎 바라보며) 잡았어 이걸..?
 
에르드:난 날래니까. 보답으로 특별히 주도록 할게. 덕분에 과거의 추억이 하나 떠오르기도 했고.
 
꽃잎이 올라온 손바닥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그 사이를 스치는...
 
"이런 것도 못 잡냐? 역시 인간 같은 건 멸종해야 한다니까."
 
"야, 그런 너도 인간이잖아! 지는 □이랑 □□ 줬으면서."
 
"소원 빌어봐, 얘들아. 이왕이면 좋은 걸로 빌어."
 
단편의 기억이 있습니다.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목소리와 얼굴.
 
다소 소란스러운 주변의 사람들,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 바람에 손을 흔드는 이파리.
 
단정한 머리카락을 흩어내는 차가운 바람, 지금처럼 폭설 같이 내리는 봄의 눈 벚꽃.
 
나란히 걷는 커다란 두 사람과 자그마한 두 사람.
 
양손에 하나씩 잡힌 조그마한 손길…….
 
봄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마지막 망자라 이러는 것일까요, 이렇게 남의 추억에 물들어도 되는 것일까요.
 
???:저승사자도 할 일이 못 되네. 이제 끝낼 때가 됐어...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짜증스럽게 다가온다. 들어서 좋을 것 없는, 아마도 망자의 기억일 이것을 들으니 괜히 인간처럼 울적하게 공감된다.)
 
바래진 추억 속 에르드가 키득거리며 웃습니다.
 
정확히는 당신과 당신의 손을 잡고 있는 이들을 향해서, 밝고 호쾌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밀려오는 기억에 우두커니 서 있다 보면 힘있게 분 바람에 손바닥에 있던 꽃잎이 날아갑니다.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날아가게 두면 안 될 것 같은 직감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손에서 떠나게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만 하고 싶어. 이제 됐으니까... 근데 왜 이렇게, (날아가는 꽃잎을 쫓아 손을 다시 휘적인다.) 재수없는 기분이 드는거냐고..
 
<민첩> 판정
 
???: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손 끝을 스친 꽃잎은 더 멀리 날아갑니다.
 
목적지도 모르고 팔랑팔랑 날아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저 꽃잎이 뭐라고 이런 생각까지 들게 하는 건지.
 
그런 당신을 바라보던 에르드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에르드:그때 □□이랑 □이 빌었던 소원은 아마도…….
 
목소리가 안개마냥 흐려져 정확히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BGM
 
에르드의 말에 집중하려 한 발자국 다가가면 뺨에 무언가 닿습니다.
 
꽃잎이라기에는 차갑고 가벼운 느낌이 들었는데...
 
???:무슨 소리를... 앗, ... (눈을 질끈 감고 뺨을 손등으로 닦아본다.)
 
하늘을 바라보면, 톡톡톡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꽃잎을 간지럽히던 빗방울들은 하나 둘 굵어져, 벚꽃을 감싸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흐르는 물에는 떠오르는 사랑이 가득해서 손에 잡힐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어딘가 어둡고, 차갑고 습한 우울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애처로운 파랑이 흔들리며 당신의 머리, 목덜미, 어깨를 적셔드네요.
 
당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파랑 중 하나가 눈에 스며듭니다.
 
눈에 들어간 것은 깊숙하게 자리를 차지해 감정에 녹아듭니다.
 
파랑은 꼭 당신의 슬픔같이 뺨을 타고 흐르고, 따갑게 눈 앞을 흐리게 만듭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지자 옆에서 가만히 비를 맞던 에르드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에르드:계속 오잖아. 맞고만 있을 거냐?
 
???:... 아. (한참이나 떨어지는 벚꽃과 빗방울을 올려보다가 네 부름에 뒤늦게 반응한다.) 알고 있어 나도. ... 비가 도대체 왜 이렇게 갑자기 오는건지.
 
에르드:걷다 보면 비 피할 만한 곳이 나오던가 하겠지. 가자.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기 시작한다)
 
???:너 자꾸 멋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내가 인도해야 하는 입장이라니까..? (에휴.. 한숨 쉬고 따라간다)
 
에르드:그럼 얼간이마냥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인도를 해주시던가~ (얄밉)
 
쏟아지는 빗방울이 흐릿하게 흩어집니다.
 
젖은 에르드의 뒷모습, 찰박이며 다리에 닿는 빗방울, 여기저기 늘어진 웅덩이 속 모습.
 
지나치게 습한 공기가 코를 타고 들어 옵니다. 그렇게 여름의 한 장면이 됩니다.
 
???:진짜... 심연에 처박아 버릴까보다... (중얼거리며 참방참방 열심히 따라갑니다..)
 
몸을 건드리는 가벼운 빗방울에 익숙해질 즈음...
 
당신의 눈에 천막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갑니다.
 
<관찰> 판정
 
???: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단한 기둥, 둥글게 생긴 지붕, 크게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
 
커다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버스 정류장입니다.
 
역 이름에는 ‘(구) 플로레 아카데미’ 라고 쓰여 있습니다.
 
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들어가 볼까요?
 
???:여긴 무슨 폐교 근처인가..? 야, 이쪽으로 와. 영혼이라도 비 맞으면 감기 걸려. (바로 들어가본다)
 
에르드:오, 드디어 쓸만한 곳을 찾았냐. (정류장에 들어서기 전 역의 이름을 보곤 잠시 멈칫한다. 한 박자 늦게 안으로 따라들어갔다)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섭니다.
 
든든한 지붕 덕에 자잘하게 당신을 괴롭히던 빗방울이 닿지 않습니다.
 
에르드는 정류장의 의자에 앉아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옷을 짜냅니다.
 
???:아.. 내가 이래서 비가 싫어. 인간도 기계처럼 비 맞으면 고장난다니까. 하늘도 무심하지.. (뒷머리를 팍팍 턴다)
 
에르드:(옷자락에 이어서 젖은 머리칼을 손으로 탈탈 털어냈다.) 원래 저승 가는 길이 이런 거냐? 이렇게 젖은 생쥐 꼴로 저승에 가도 되는 거냐고. (킬킬댔다)
 
???:내가 하고 싶은 소리야. 여기 도대체 뭔데 이런 곳이 있나.. 기분 나쁘게 폐교 근처라니. (모자를 벗어서 쭈욱 물을 짠다...)
 
에르드:야, 폐교라니. □□□이랑 나랑 15년이나 다닌 아카데미라고. 우리가 졸업한 이후로도 □□□은 연구한답시고 쭉 남아있었는데.
몸에 잎사귀가 자라난 애들이 한가득이었지. 나중엔 꽃까지 피어나고 말이야. 다행히 지금은 다 제거했지만. 이거 없애는 데에도 □□□이 꽤 도움을 줬다고. 네가 그걸 알 리가 없겠지만.
 
???:... 너 지금 굉장히 내 약점이 이렇다는 건 사실 비밀이야 넌 절대 알 수 없겠지, 라고 말하는 멍청한 만화 속 악당 같았어. (..........)
뭔 학교가 15년을 다니게 하는데..? 어릴때부터 다녀도 15년이면 이미 어른이겠다. 제대로 제정신 아닌 학교네.
 
에르드:있더라고. 나도 무슨 학교가 15년이나 우릴 잡아두나 싶었는데. 열두 살에 입학해서 스물일곱에 졸업했거든. 그래서 그 선생님도 엄청나게 의심했고 말이야. 하지만 알고 보니 라딕스에 자연을 돌려주기 위해 제 몸에 싹까지 심으면서 엄청 고군분투를 했던 거였지.
아, 실바한테 사과를 하고 왔어야 했는데. 졸업한다는 기쁨과 자연이 복구되었다는 새로운 광경에 시선이 쏠려서 뭔 말도 못하고 와버렸네.
 
???:그러니까 열두 살에 입학해서 스물 일곱의 나이까지 실바라는 사람한테 묶여서 갇혀 살았다는 거구나.. 너네 무슨 실험체였어? 이 녀석도 그렇고. (제 뺨을 툭툭 건드리며 오해를 하고 만다...)
아... 잠시만. (너 빠안...) 근데 그러면 너 갇혀 살다가 나온지 얼마 안 되서 죽은거야? 와... 인생 별거 없다.... (........)
 
에르드:실험체…… 뭐,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어느 정돈 연구에 활용되었을 거고, 실제로. 하지만 그건 결론적으로 좋은 일로 이어졌고 우리한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건 전혀 없었으니까.
그래,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방심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입맛이 쓰다) 내 탓이지. (나직하게 욕을 중얼거렸다…….)
 
???:... 이제 와서 누구한테 마지막 인사를 못 했다고 한들 후회하지는 마. 소용없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마지막이 정해진 죽음이 훨씬 나은 법이야. 너처럼 갑작스럽게 죽으면 곤란한 게 한 두개가 아니지. (작은.. 나쁜말을 흘깃 들었지만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그래서, 여기가 너로 치자면 집.. 근처라는 의미지? 왜 저기 펫말에 구, 라고 써있는거야 그러면?
 
에르드:뭐, 그래.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로 따로 집을 구하기는 했지만, 어쨌건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저곳에서 보냈으니 집이었던 거나 다름없지. 왜 (구) 자가 붙었냐면 실바가 자연을 되돌려내는 방법을 알아내고 우리가 졸업한 뒤에는 더 이상 아카데미로 기능하지 않고 일반인들도 들어와서 볼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했거든. 원래 아카데미 자체가 잎이 돋아난 특이한 애들만을 가르치고 기르기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이었는데, 이젠 그런 애들이 더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 테니 말야.
 
???:하나의.. 전시관이 되어 버린거네. (펫말을 물끄럼.. 쳐다본다. 이런 곳에서 실험체로 살았는데도 행복했고 친구를 소중히 할 줄 알았다니 이 인간과 지금 내 모습의 그 사람 인생도 참 듣고 보니 특별한 것 같다.) 죽음은 초라했지만 삶의 무게는 누구도 초라하지 않으니까 너도 해야 할 일을 마쳤으니 가게 된 거 아니려나. 이 땅에 오게 된 것도 그 돌봐 준 어른에게 감사를 표하고 세상을 구하려고 그랬던 거 아니였을까 싶네.
한마디로 약간의 후회는 있어도 넌 이렇게 살아온 걸 만족한다는 소리잖아?
 
에르드:그런 셈이지. 전부 개방을 한 건 아니라서, □□□은 개방이 되고서도 여전히 거기에서 연구에 몰두했지만 말야. (삶의 무게는 초라하지 않았다는 말에 희미하게 미소를 띈다.) 이야. 해석이 좋은데. 그런 쪽으로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긴 하네.
만족하지. 솔직히 말해서, 아카데미에 입학해서 만난 애들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성격을 죽여서 어른으로 자라난 거나 다름없고 말이지.
그리고 말야. 자연이 되돌아와서 라딕스의 돔을 걷어냈을 때, 처음으로 여름비를 맞았었는데 그때도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 애들 다 의아해하면서 하늘을 한참이나 올려다봤다니까. 옷이 다 젖는 줄도 모르고.
 
???:내 몸인 녀석은 왜 일반인에게 전시되면서 까지 연구를 하는거야. 뭘 위해서 그랬대? 제정신이 아니네.. (자기에게? 제정신이 아니라 하고있다..) 아.. 그렇지. 여름을 처음으로 돌려받았으면 그만큼 색다르긴 하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장면이잖아. (옷 소매에 남은 물방울을 툭툭 털다가 손에 묻어버린 물기를 바라본다.) 그래도 잘 됐네. 여름비는 맞아보고 죽어서. (말이 좀 섬뜩...)
 
에르드:미개방된 곳도 있으니까 괜찮아. 걘 그렇잖아도 사람이 많은 곳을 별로 안 좋아했으니까 미개방된 건물에서만 지냈을걸. 개방된 곳에는 밤에만 가던지. 나도 잘은 몰라.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로 자주 가지는 않아서 말야. 사실은 15년이나 지냈으니 질려서 다신 안 가고 싶었는데, 걔가 제대로 말도 못 하면서 떠나면 아쉬울 것 같다는 표를 팍팍 내는 거 아니냐. 못 이긴 척 가주기로 했지.
이게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해요. (째려본다) 왜 하늘에서 물이 내리냐면서 받아마시다가 □□□한테 타박맞았던 것도 떠오르네.
 
???:... ... (시선을 옮겨 째려보는 너를 한참 쳐다본다. 그냥 들었으면 몰랐을 것 같지만 잘 들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 아이 이야기 뿐이다. 눈 앞에 자신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런걸까.) 너, 걔를 되게 아꼈나 보네. 그런 말만 하고... 네 나이에 대충 잡아도 인생 반 년을 같이 했으면 아닌 게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싸우면서도 옆에 있고 싶었던 거잖아.
........... 그리고 그런 걸 왜 마시는데. 뭐가 들어있을 줄 알고. 너 맞을 만 했어. (........)
 
에르드:눈 앞에 그놈이랑 똑같이 생긴 네가 있으니까, 너랑 있었던 추억이 떠오르는 거지 뭐. (정곡을 찔린 낯으로 변명해본다) 다른 놈들이랑도 함께했던 기억은 많아. 뭐, 내가 너랑 그만큼 친했었다는 거겠지. 에이, 역시 친구라고 대놓고 말하는 건 좀 낯간지럽네. 어차피 넌 얼굴만 똑같고 완전히 다른 사람일 뿐일 텐데.
그야 신기했으니까 그렇지, 그땐. 나 말고 다른 애들도 다 같이 입 벌리고 있었다니까?
 
에르드와 시선을 마주하면, 가슴 어딘가 데인 느낌이 듭니다.
 
뜨겁고 따끔한 것이... 저절로 손에 힘을 주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하... 힘드네. 한창일 때 죽은 애를 봐서 그런가. (힘이 들어가버린 주먹을 툭툭 털며) 아냐, 지금은 같은 애라고 생각하면서 그 애에 대해서도 말 해봐. 그게 마음에 편할거야. 어차피 마지막이고.. ...아니, 너네 말이야. 실험체 하면서 뭐가 좀 이상해졌냐? 그걸 왜 마시고 있냐고. 그때 안 죽은 게 용하다. (얼척)
 
에르드:비 좀 먹는다고 죽진 않거든? 그때 □□□이 질색을 하면서도 애들 걱정을 하긴 했는지 책에 있는 결과를 찾아왔었으니까. 아무튼 솔직하질 못한 사람이었지.
 
타닥타닥, 따끔하게 들리는 빗소리가 아득합니다.
 
수많은 모래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흐릿한 기억이 밀려옵니다.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는데? 시원하고 축축하고……."
 
"물 아니야? 식수 부족 해결되겠다. 야, 마셔, 마셔!"
 
"뭘 마셔! 야, 일단 마시지 마. 마시지 말라니까!"
 
"하…… 너네는 진짜 나 없음 진작에 멸종했다."
 
또다시, 에르드와의 추억의 필름이 재생됩니다.
 
왜 자꾸 당신이 그의 추억에 물드는 것일까요.
 
그날의 빗소리와, 그날의 온도, 그날의 커다란 웃음소리와 한숨이 왜 이렇게 생생할까요.
 
함부로 스며드는 추억에서 에르드는 왜 당신을 □□□라고 부르는 걸까요.
 
단순히 지금 당신이 그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을까요.
 
애초에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었죠, 당신의 얼굴은... 무엇이었죠.
 
???:마지막이라.. 우대해 준다는 건가. 아니면... (허공을 바라본다. 추억이 섞인 물방울이 지붕 끝자락에 맺혀 떨어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면 기억을 흐트리듯이 고개를 젓는다.)
 
당신을 마주하는 이의 모습이, 틱틱거리는 말투와 태도가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꼭 당신의 기억처럼, 섞여 들기 시작합니다.
 
왜 이렇게 가슴 한 쪽이 먹먹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꼭... 에르드가 말하는 □□□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당신은 그저 인도자일 뿐인데. 심연으로 갈 동안의 말동무일 뿐인데.
 
그래요, 말동무입니다 당신은. 이런 추억에 젖어들면 안 됩니다.
 
???:이딴 잡생각은 미천한 인간이 하는 짓이니까.. 안 되는데 말이지. 괜히 젊은 녀석의 이상한 죽음을 봐서... (한숨...)
 
BGM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점점 잦아듭니다.
 
바닥에 닿는 빗방울의 수가 줄어듭니다.
 
아무 말 없이 앞만 바라보던 에르드는 아주 옅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에르드:비도 그쳤으니 이만 가자. 어차피 죽은 거, 빨리 가서 나쁠 것 없겠지. …… 저승 말야.
 
???:(물끄럼.. 바라보며.) 좀 더 이승에 미련을 가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납득이 빠르네. 미련 가지라고 준 시간이니까 좀 더 즐기지 그래.
 
에르드:어쩐지 그놈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이 꿈에 나올 때 자주 그러더라. 마중 나오겠다나, 뭐라나. 걘 자기가 한 말은 틱틱대면서도 지키는 놈이니까.
 
그래요, 가야만 하죠. 당신은 그에게 시간을 주고 싶지만……
 
그를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 이런식으로 시간 주는 인도자도 나밖에 없을거야. (제 손을 꾹꾹 눌러 만지며 당신보다 조금 앞서서 걸어 나갑니다.) 너 말이야.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다. 이런 환상도 없어?
 
에르드:그래, 그래. 고맙다. (건성으로 대답하며 주머니에 양 손 삐딱하게 찔러넣고 당신을 뒤따라 걸었다.) 글쎄…… 아직 그런 거까지 생각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은데. 아직도 이번 삶의 기억이 선명하다고. 그리고, 애초에 내가 원한다고 해서 그 모습 그대로 태어날 수 있긴 한 거냐?
 
???:(따라오는 당신을 확인하더니 갓을 푹 눌러 쓰고.) ... 글쎄.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지. 지금 말하는대로 이루어질지 누가 알아. 내 말 못 믿겠어? 인도자인데. (힐끔 뒤돌아 본다. 자신도 아는 게 없지만 당신의 바램을 듣고 싶었기에 거짓말을 하며..)
 
에르드:흠. 딱히 믿음이 가는 인도자는 아닌데. (낮게 킬킬대면서 고민에 잠긴다. 으음, 같은 침음성을 내며 꽤나 시간을 오래 끌다가.) 다음엔…… 좀 강한 짐승으로 태어나면 좋겠네. 굳이 사람들 틈에 섞이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을 아예 이루지 않고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 소중한 건 지키면서 날 힘들게 하는 건 물어뜯어버릴 수 있을 거 아냐?
 
???:(시선을 돌려 앞만 보고 걷는다.) 음...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구의 가장 높은 서열인 거 알고 있지? 짐승들보다 인간이 더 강할텐데 말이야. 그냥.. 지금보다 강해져서 다음생에는 이리 쉽게 죽고 싶지 않다는 소리야? (잠시 멈췄다가 숨 한 번 내려놓고 다시 걷는다.) 그만큼 이승에서 못 지킨 소중한 사람도 지키고 싶은거고..?
 
에르드:내가 죽은 건 위험한 직업을 선택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테니까 그 이유만은 아니고. 아카데미에 들어와서는 나름대로 평탄했지만, 그 전에는 좀 많이 힘들게 살았거든. 작고 약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살았지. (과거를 회상하는 음성은 차분하고 무감하다.) 그러니 다음 생엔 아예 시작부터 강한 힘을 가진 짐승으로 태어나보고 싶다- 뭐 그런 거야. 소중한 사람들은…… (미간이 살짝 일그러진다) 지켜준다고 할 만큼 잘 대해주지도 못했네. 다음 생엔 좀 더 솔직해지는 법도 배워야겠어. 아, 이건 □□□이나 나나 다를 바가 없다니까.
 
???:너보다 솔직하지 못 한 사람이 존재는 하는구나... (자꾸 그 이름 좀 말하지 마. 왜 인지 모르겠지만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짜증 나.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지도 못 했다는 대답을 듣고도 그런 말을 할 인물은 아니었다. 그저 한숨만 푹 쉬고 긴 소매 자락을 괜히 정리하며.) 생명체들은 밸런스가 맞게 태어나잖아. 힘이 그렇게 강하게 태어나면 너는 힘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좇아서 인생을 살아가는 게 목적이 될 거야. 그러니까... (머뭇) 그냥.. 네가 살았던 그 인생도 나쁘지 않았으니 너무 후회하지는 말라고. 그 선생인지 뭔지랑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그, 딱히 걱정하는 게 아니라.. (중얼중얼...)
 
에르드:나도 몰랐는데 있더라고. (하필 네가 흉내낸 그 사람 말이지.) 오, 그런 거냐? 역시 저승사자라 그런가 생명의 이치에 관해 좀 알고 있는 모양이네. 흠…… 지금은 힘이 부족해서 힘을 원했지만, 정작 힘을 타고나면 또 다른 가치를 원할 거란 말이지. 짐승도 그렇게 욕심쟁이인 거냐? (엉뚱한 의문이나 가졌다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알아듣고는 호탕하게 웃으며 당신의 어깨를 툭 친다.) 아하하. 알겠다, 알겠어. 근데 아무리 봐도 걱정해주는 것 같은데, 아니냐?
 
???:(누군데? 하고 되물어보면 환장할 대답이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누군지 묻지는 않았다....) 짐승들이 인간보다 훨씬 욕심이 드러나지. 먹이를 잔뜩 주면 전부 가져가려고 입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데 물고 가는 모습을 보일 걸. (툭 치면 비틀거리다가 선다. 당신을 째릿하게 쳐다보며.) 너... 말 잘 생각하고 해라. 입에 지퍼 달기 전에... (괜히...)
 
에르드:하긴, 동물은 확실히 욕망에 더 충실하니까. 근데 어릴 때의 날 떠올려보면 짐승 새끼랑 다를 바가 없지도 않았다 싶기도 하고. (허탈하게 픽 웃는다) 그럴 힘도 없으면서 허세는.
 
앞을 향해 걷습니다.
 
어디가 앞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걷다 보면 심연이 나오겠죠.
 
늘 그랬으니까... 어떻게, 왜,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그랬으니까요.
 
저벅저벅, 당신의 발소리에 또 하나의 발소리가 얹어집니다.
 
나란히 움직이던 에르드는 발걸음을 조금 빨리해 당신을 돌아봅니다.
 
에르드:근데, 너무 내 얘기만 했네. 넌 어떻게 살아왔냐? 저승사자도 뭔가 인생이 있을 거 아냐.
 
???:(너무 익숙해서 길을 모르지만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고 저벅저벅 걷는다.) 너... 내가 정말로 인간이라고 생각해? (괜히 또 쎄한... 소리 하면서 슬쩍 고개만 돌려 뒤 돌아본다. 사실 본인도 자기가 뭔지 모르지만 놀리고 싶은 것 같다......)
 
에르드:…… 저승사자니까 인간이랑은 좀 다르려나? (하지만 간담이 큰 에르드. 눈만 멍청하게 끔벅거리면서 바라본다)
 
???:....... 너.. 다른 인간들이랑은 좀 다르네. (원래 이러면 좀 겁 먹는데 얘는... 뭐야? 싶었다......) 자꾸 묻는 건 이유가 있지. 첫번째는 잠깐이지만 어색한 건 싫어서. 그리고 두번째는... 너에게 말해 줄 게 많이 없어서야. (차마 또 자존심 때문에 자기도 모른다고는 안 말한다.)
 
에르드:망자들한테 꽤나 친절하게 구는 저승사자구만? 하긴 딱 봐도 여려 보인다 싶었어. 말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신경쓸 건 다 써주잖아? 근데 자기 이야긴 안 하네…… 그냥 남 얘기 듣는 게 재밌는 거야? 아님 할 이야기가 없는 거냐? (아무렇게나 찔러본다)
 
???:(앞만 바라보고 아무 대답도 않는 소생명의 표정은 지금 심연이 들어찼다. 저 녀석... 입에 당장 지퍼를.... 까지 생각하다가 말았다.........) 하.... 그게 아니라... 아니 됐다. 그래. 너랑은 좀 어색해 질 걸 그랬다.... (이런다..) 나는 별 죽음을 다 봤지만.. 네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색달라서 자꾸 물어보는 거야. 뭐랄까..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네가 말하는 그 □□□이 낯설지 않기도 하고 말야.)
... 네가 마지막이니까. 너 보내면 나도 뭔가를 좀 알 수 있겠지. 내 존재라던지.. 그런 거. 그래서 지금은 말해 줄 게 없네. 무슨 정보라도 듣고 싶었어?
 
에르드:이상한 기분? …… 너도 좀 특이한 저승사잔가 보네. 아니면 내가 특이한 망자던지. (이마로 내려온 검은 머리칼을 쓸어올린다.) 그냥, 저승사자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지. 저승사자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건지, 아님 누가 만들어내기라도 한 존재인지도 궁금했고. 근데 보아하니 너도 별로 아는 게 없나 봐.
 
???:... 그러게. 신이라는 존재가 있고 그 존재가 만든 거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 아닐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뭐, 연구도 해보려고 했는데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서 포기한 참이야. 이해해주고 싶진 않지만... 너도 모르고 저세상으로 넘어가는 건 좀 그렇겠지. (고개를 들어 슬슬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이쯤이면 도착했나?) 음...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그거라고 보면 돼. 더 위대한 존재는 얼마든지 있고 인간으로 이승에 태어난 생명체들은 사실 별게 아니었다는 것 정도. ... 대답이 됐어?
 
에르드:연구? 저승사자도 연구를 해? 좀 재밌네. (낮게 큭큭 웃는 소리를 냈다.) 넌 얼굴만 아니라 여러모로 □□□를 닮은 것 같다. 닮아서, 그 얼굴을 하고 있는 건가……. 흐음. 인간 위의 더 위대한 존재라, 잘 감이 잡히진 않지만.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고개를 들어 본 하늘에는 차츰 구름이 걷히고, 노을이 빼꼼 고개를 내밉니다.
 
황홀한 색을 하늘 가득 채운 해는 땅속으로 점점 잠겨듭니다.
 
빛이 너무 찬란하여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드네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있는 에르드를 바라보면 일순 쨍한 빛이 아프게 파고듭니다.
 
머릿속까지 들어왔는지 그 안을 헤집으며 움직입니다. 숨이 코 끝에 닿지 못하고 뱉어집니다.
 
에르드:뭐, 뭐야? 너 왜 그래. 괜찮냐? (당황한 듯 당신에게 한 걸음 성큼 다가온다.)
 
???:아... 짜증나 진짜. 이 몸은 왜 이렇게 약한거야? (당신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눈을 꾹 감고 소매로 비빈다.)
 
에르드:뭐 잘못 보기라도 한 거냐? (제 허리에 한 손 얹은 채로 당신의 앞에 서서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코끝으로 희미한 황매화의 향이 흘러들어옵니다.
 
영혼에도 향기가 있었던가요.
 
고아하고 기품이 어린 향, 숨을 몇 번 고르니 이내 통증이 사라져갑니다.
 
???:.. (어질... 이마를 붙잡고 고개를 툴툴 털어내니 그제서야 눈이 떠진다. 그대로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고.) 아니... 뭔가 강한 향이 나서. 영혼한테 이런 향이 났던가... (중얼..)
 
황금빛 눈에 담기는 당신의 얼굴이 어쩐지... 낯익습니다.
 
에르드:향? (제 몸을 내려다보다가) 이전에 몸에 꽃이 피어났긴 했었는데 말이지. 그건 다 제거했을 텐데…… 저승사자라서 과거에 남았던 향기도 느낄 수 있는 건가.
 
천천히 에르드가 몸을 뒤로 빼며 거리를 넓히면,
 
반짝반짝 빛나는 노을이 드러납니다.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에르드의 머리카락이 휘날립니다.
 
그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고,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합니다.
 
"바보 아냐. 그러니까 왜 뒤를 보면서 걸어?"
 
"한 번쯤 뒤로 걸어가면 어떨까 실험해보고 싶어서. 왜, 너도 실험은 좋아하잖냐?"
 
"그딴 걸 연구하겠냐? 아무튼 바보같긴. 바닥이 모래라 안 아플 것 같긴 한데. 눈에 들어갔어?"
 
"아, 몰라. 물이나 좀 줘봐."
 
가벼운 바람이 당신의 얼굴을 스치고, 에르드와 거리가 멀어집니다.
 
강에 비치는 윤슬처럼 반짝이는 햇빛이 에르드의 뺨에 드리웁니다.
 
온통 눈이 부신 장면입니다.
 
옅은 웃음에 휘어지는 눈꼬리, 올라가는 호쾌한 입매, 서늘한 바람에 흩어지는 흑빛 머리칼.
 
나직하게 울리는 그의 묵직하고 탁한 음성.
 
BGM
 
"아, 소생명. 이젠 괜찮은 것 같다."
 
쿵, 쿵, 쿵.
 
빠른 심장 소리가 적막을 채워냅니다.
 
이건 누구의 심장 소리일까요.
 
분명, 이곳에 살아있는 자는 없는데.
 
에르드:이젠 괜찮아 보이네. 너.
 
말소리가 겹쳐집니다.
 
익숙한 음절이 반복됩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는 소생명, 지금은 너.
 
소생명, 이는 누구의 이름일까요.
 
기억의 파도가 또다시 밀려옵니다.
 
잔잔하게 밀려오던 파도는 없습니다.
 
당신을 덮칠 듯이 몸을 키워 오는 파랑에 잠겨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깊은 곳에 갇혀 호흡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숨을 터뜨려냅니다.
 
이는 누구의 기억인가요.
 
에르드만의 기억이 맞나요.
 
당신의 마지막 망자의 기억을 함부로 훔쳐본 것이 맞나요.
 
왜 에르드가 당신을 향해... 생명이라 부르는 거죠.
 
당신은 어떻게 인도자가 된 것일까요.
 
당신의 죄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신은 누구죠?
 
<지능> 판정
 
???:... 아, 진짜... 뭔데.. 그만해... (스트레스를 받은 듯 눈을 꾹 감는다.)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나의 사실이 뒤늦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에르드는 가을과 관련한 추억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떠올린 이 추억은, 당신이 간직한 이 추억은,
 
오로지 당신의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당신의 존재는.
 
당신의 이름은...
 
상념에 빠져있다 보면, 시야가 하얗게 물듭니다.
 
가을의 주황빛으로 가득하던 색채들은 바람에 휘날려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바닥에 깔린 안개가 넘실거리며 위로 쏟아 오르는 것이 금방이라도 당신을 잡아먹을 것 같네요.
 
이제 심연에 거의 다 왔나 봅니다. 이 안개는 심연 주변에서 종종 보이던 것이었으니까요.
 
다른 안개와 달리 심연에서 보이는 물안개는 유난히 짙어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인도자가 존재하죠. 영혼들이 안전하고 평온한 마지막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잠시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찼지만, 당신이 할 일을 해야죠.
 
그게 당신의 운명이니까요. 운명을 따라야 합니다.
 
운명을 거스르는 것은 죄를 저지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된 건데.. (혼란 속에서 제 뺨을 손등으로 쓸어본다. 기분 나쁘게도 익숙한 피부의 촉감이었다.) 잠깐, 좀 기다려. 아무리 운명이라도 그렇지 마지막에 와서 이게 뭔데. (일단 당신을 찾아봅니다. 당신은 옆에 있나?)
 
에르드를 인도하려 찾아보면,
 
당신의 옆에 있어야 할 에르드가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옆에 있었는데, 그새 어디로 간 거죠?
 
주변을 둘러보지만 에르드의 머리칼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그, 에르드.. ... 에르? (당신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시선과 표정이 불안함에 들어찬다. 드물게 애칭을 부르는 그 말투까지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에르드를 놓쳐버리고 말았나 봅니다.
 
책임감이 마음을 짓눌러냅니다. 인도자가 사사로운 생각을 해서 일을 그르치다뇨.
 
쿵, 쿵...
 
그런데 아까 전부터 왜 이렇게 심장이 울려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너무 고요해서, 불안함에 떨려오는 당신의 심장소리가 너무 잘 들립니다.
 
부정할 수 없어요.
 
왜 불안해하는 걸까요, 왜 서운해 한 걸까요, 왜 애틋한 걸까요.
 
왜... 이렇게 절박하게 에르드를 찾게 되는 걸까요.
 
갑자기 떠밀려온 의문들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런데, 그때...
 
BGM
 
<관찰> 판정
 
???: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늘에서 눈이 내립니다.
 
아까 보았던, 봄의 눈과 다른 하얀 눈이 천천히 떨어집니다.
 
손을 뻗으면 하늘하늘 떨어지는 눈이 닿아 스며듭니다.
 
손 안쪽을 들여다보다가 내리면 당신이 찾던 에르드가 보입니다.
 
떨어지는 눈발이 거세져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지만,
 
에르드가 창백해진 낯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장면, 익숙합니다.
 
하얀 눈과 신호등, 횡단보도?
 
???:이봐, 에르드. 자꾸 도망가지 말라고 내가 말 했어 안 했어. 하... 근데 여기 뭐야? (뻗은 손을 쥐고 걸어간다. 한숨을 쉬면 입김이 뽀얗게 뿜어져 나왔다.)
 
에르드에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안개에 가려져 있던 것들이 점점 시야에 들어섭니다.
 
봄에 보았던 커다란 벚꽃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네요.
 
크고 푸르던 이파리는 사라지고 하얀 눈을 팔에 덮고 있습니다.
 
여름에 잠시 비를 피했던 정류장이 보입니다.
 
지붕에 수북이 쌓인 눈이 눈에 띕니다.
 
가을에 거닐었던 거리 보도블록에 눈이 짓눌린 것이 보입니다.
 
발을 헛디뎠다가는 넘어질 것 같네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도블록 끝에 에르드가 서 있습니다.
 
에르드의 시선은 빨간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를 향해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플로레 아카데미라고 쓰인 건물이 보이네요. 어쩐지 익숙한 곳입니다.
 
???:저기, 좀... 들려? (신호등과 건물의 표지판을 보고는 터벅터벅 걸어간다.)
 
이제 몇 발자국만 더 다가가면 에르드의 손을 잡아 이끌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발걸음을 떼면,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옵니다.
 
그와 동시에 에르드도 걸음을 옮깁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느릿하게 재생됩니다.
 
'어디쯤이야 나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어.'
 
'재촉하긴. 금방 간다. 뭐 좀 사느라 늦었어.'
 
'올라오는 길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서 올라와.'
 
'내가 애도 아니고 ㅋㅋㅋ 알겠다'
 
입을 벌리면 하얗게 김이 서리던 겨울.
 
아카데미의 정문에서 에르드에게 문자를 보내던 당신.
 
그날따라 눈이 펑펑 내렸고, 에르드는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서 있었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에르드가 당신에게 다가오던 그때...
 
빠앙-!
 
속까지 크게 울리던 트럭의 클락션 소리.
 
순간 모아졌던 기억들이 다시 흩어집니다.
 
지금도 또 똑같이, 클락션 소리가 귀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숨을 쉬는 것도 잊었는지 갑자기 들어차는 차가운 숨에 온몸이 떨려 놀랍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큰 트럭이 에르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에르드는 횡단보도 가운데에서 가만히 서있을 뿐입니다. 그 때처럼요.
 
???:이런 멍청한...!! (영혼이 치인다고 해서 죽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지금 당신을 어떻게 해야할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도 아는 것이 없다. 그저 아는 거라곤 당신을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글쎄, 멍청한 건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멍청한 인간처럼.. 당신을 향해 뛰고 말았다. 익숙하게도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민첩> 판정
 
???: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뛰어갑니다.
 
겨우 고른 숨이 다시 턱 끝까지 벅차오릅니다.
 
인간을 구하기 위해서라니, 이 얼마나 멍청한 인간 같은 짓인가요.
 
하지만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었습니다.
 
뛰고 뛰어 에르드의 앞에 도착합니다.
 
에르드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코앞까지 온 트럭을 보곤 당신은 에르드를 있는 힘껏 밀쳐냅니다.
 
저 멀리 떨어져서 놀란 눈을 한 에르드와 눈이 마주칩니다.
 
다행이야, 왜 그랬어, 어떤 반응을 뱉기도 전에 환한 빛이 당신을 감쌉니다.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너무 눈이 부십니다.
 
저 빛으로 에르드의 눈을 감싸면 좋을 텐데.
 
이런 걸 굳이 볼 필요는 없잖아요.
 
안 돼! 찢어지는 고함이 들립니다.
 
아, 당신은 이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천천히 눈을 감아내리면...
 
쿵, 커다랗고 둔탁한 감각이 당신을 스쳐 지나갑니다.
 
무섭게 달려오던 트럭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당신을 통과해서는 눈이 바람에 날리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그저 횡단보도 가운데에 주저앉은 에르드만이 보일 뿐입니다.
 
에르드:…… 그래.
원래의 난, 여기에서 죽었어야만 했었지.
 
갑자기 내려앉은 적막.
 
하나,
 
둘,
 
셋, ...
 
막혀있던 댐이 터지듯 흐릿한 기억이 당신에게 쏟아져내립니다.
 
BGM
 
이름 소생명, 나이 28세, 생일 4월 21일.
 
로봇을 좋아하는 무관심한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 로봇으로 저의 가족들을 만들어낸 사람.
 
몸에 돋아난 잎과 함께 얻어내게 된 능력은 생명 정의.
 
자신의 펫인 알과 지비에게 생명을 주었으나 그들을 차마 사랑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지내는 긴 기간 동안 수많은 연구를 도맡아하며 친구들을 여러모로 도와주었었죠.
 
에르드와의 첫 만남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당신은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에르드는 마음의 상처로 인해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15년의 세월이란 빗물이 고여들어 연못을 만들고 강이 되듯이 천천히 두 사람을 물들였습니다.
 
마침내 아카데미에서 졸업하고 과거의 자연을 되찾아,
 
라딕스를 감싸던 무거운 돔을 열어젖힐 수 있게 되기까지.
 
두 사람은 부정할 수 없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이제야 모든 기억이 휘몰아치듯 찾아듭니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하게 믿을 수 있나요. 과연 그것이 진정 당신의 전생일까요.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에르드:…… 나 때문에 소생명이 죽은 거야.
 
당신이, 아니 아마 당신의 전생이라고 추측되는 이가 자신의 목숨을 던져 에르드를 구한 것을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요.
 
운명을 거스르는 죄를 자처한 이유는 그것밖에 없을 테니까요.
 
에르드:그때, 내가 죽었어야만 했는데. (주먹을 꾹 쥐며 아스팔트 바닥을 내리친다. 몸을 옹송그린다.)
 
???:... ... 에르.. (허무하게 펼쳐진 두 손과 아스팔트를 치고있는 당신을 번갈아본다. 크게 뜨여진 쨍한 푸른빛의 눈동자가 어찌할바를 모르고 떨린다.)
 
에르드:(한참이나 절망하여 입술만을 잘근잘근 물어뜯는다. 그날 이후로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품고 지낼 수밖에 없었던 순간. 한겨울의 찬바람보다도 아프고 시린 기억.) …… 네가 어떻게 내 애칭을……?
 
???:이... 멍청아. 넌 정말.. 구제불능 멍청이야. 바보 에르드. (당신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죽어버렸으니 당신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이기적이게도 다행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두 손으로 눈가를 감싸쥐고 고개를 숙였다. 여린 마음에 제 죽음보다 큰 충격이 와닿아 손끝을 타고 눈물이 떨어졌다.) 그게 어떻게 너 때문인데...?
 
에르드:당연하지. 나만 아니었음 걔는 원래대로 잘 살아갔을 거라고. 알하고 지비랑 같이 어울리며 말이지. 언젠가는 이능력을 더 개발해서 그애들을 향한 진짜 마음을 용기있게 드러냈을지도 몰라. 그런데 나 하나 구한다고 죽어버렸잖냐.
웃기네. 꼭 네가 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넌 그냥 소생명을 닮은 저승사자일 뿐이잖냐. (그런데 왜, 나보다도 더 충격받은 표정을 하는지. 왜 나보다도 아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지.) 왜, 네가 우는 건데…….
 
???:(목숨의 무게가 어디 다를수가 있겠나. 내가 그 사람이다. 이렇게 무어라 반박을 해볼 법도 했다. 하지만 괴로운 마음에 한 알씩 맺히는 당신의 대답이 제 아무리 대단한 설교자라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 천천히 당신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푹, 당신을 끌어안았다. 사실은.. 그랬다. 당신의 결벽증이 낫는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당신의 다친 몸을 치료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솔직하지 못 한 자신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던 것이 없었다. 손이라도 잡아봤으면 조금 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최대한으로 당신과 닿았던 것은 당신을 밀쳤던 그 순간 뿐이었음에 후회했었다. 왜 이제서야 당신에게 솔직할 수 있게 된 것인지. 신이 참 잔인하기 짝이없다.) ... 있잖아. 네 잘못이.. 아냐. 너도 알고 있잖아, 에르. (다정하게 풀어진 목소리로 작게 속삭인다.)
 
에르드:(이제는 결벽증도 많이 완화되었는데. 15년이나 함께해온 친구인 너에게라면 사소한 스킨십 정도쯤 쉽게 허락해줄 수 있는데. 그저 얼굴을 닮았을 뿐인 저승사자가 저를 끌어안자 서러움이 북받쳐 폭포마냥 가슴을 타고 흐르는 것만 같다. 더 조심할걸. 왜 바보같이 몸이 굳어버렸는지. 재빠르게 반응해 피하지 못한 제 다리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이럴 줄 알았음 못되게 굴지 말걸. 좀 더 다정한 말이나 해줄걸. 자만하는 인간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잃고 나서야 절절하게 후회하는 법이다. 그건 에르드도 빗겨나가지 않았다.) 차라리 보고만 있는 게 훨씬 나았을 거야. 난 그런 광경은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었어. 나 때문에 누군가가 눈앞에서 죽는다는, 그런 일은…….
 
좀먹은 우울이 몸과 마음을 뒤덮어냅니다.
 
생명, 그의 부재로 절망한 에르드의 모습이 눈앞에 훤히 그려집니다.
 
그는 자연을 누비고 범인의 뒤를 좇으면서 꾸역꾸역 생을 이어나갔을 것입니다.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삶을 포기하지는 못했겠죠.
 
당신이 바라지 않았을 테니까.
 
만일 그러한다면 당신과의 추억이 전부 사라지게 되는 거니까.
 
남겨진 사람은 그래야만 하니까.
 
???:미안해. 너만 남겨서. 그런 걸 보게 해버려서. ...남은 삶은 그런식으로 살게 해버려서. (당신을 끌어안은 품이 인간처럼 따뜻했다. 당신이 준 선물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투가 답지 않게 울려퍼진다. 자책하는 당신을, 소중한 너를 뒤늦게라도 달래듯이 토닥거렸다. 이제서라도 늦은 대가를 치루려고 한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짧고, 비통하고, 어쩔 도리 없이 괴로워하는 소중한 친구에게 전하는 어려운 한마디. 저승사자가 아닌 당신의 친구가 전하는 한마디.) 난 말이지. 멍청한 사람들이나 하는 그런 후회는 안 해. 보잘 것 없는 내 기계 같은 삶보다 훨씬 좋은 삶을 살아줬잖아. 그러니까... 고마워.
 
참으로 가엾고, 애달픈 감정입니다. 참으로 위험하고, 전염성 있는 감정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에르드:이건, 네가 그냥 저승사자라서 모두에게 해주는 위로 같은 거냐……? 어색하네. 그래도, 싫지만은 않긴 하다. 갈 때가 다 돼서 그런가. 감정적이 됐다니까. (일부러 괜찮은 척을 하며 파도처럼 몰아닥치는 감정을 갈무리하려 했다. 저를 안은 이 품이 따뜻하게 느껴지잖아. 떨어져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웠다. 어차피 너는 정말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닐 텐데. 그 사람은 이미 죽은 지 한참인데. 이미 온몸이 파랑에 흠뻑 젖은 줄도 모르고.) 아, 아님 네가 소생명이 죽을 때도 저승으로 인도해줬던 건가? 그래서 그때의 걔 심정을 기억하고 대신 전해주는 건지. 정확히 알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가짜는 아니었음 좋겠네. 네 말대로 걔가 날 원망하거나 후회하지는 않았음 해. 이기적인 바람이지만, 그래. 후회라는 게 얼마나 나를 괴롭게 갉아먹는 건지 아니까.
 
???:... ... (후회라는 게 얼마나 자신을 갉아먹는지 알아버렸다는 바보같은 당신의 대답이 비수처럼 꽂힌다. 어차피 바보같은 당신은 평생 몰라도 좋았을 지식이었다. 자신이 그 사람이다. 당신의 은인이며 당신의 오랜 친구고 소중한 사람이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입은 굳게 닫혔다. 당신을 위해서 당신을 구했고 그때처럼 당신을 위해서 말하지 않기로 한다. 영원히 당신을 위해 지내왔고 당신을 위해 삶을 마무리했으며 그 끝까지도 당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 그가 푸름에 물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너의 금빛을 지키기 위해.) 네 말대로 나는 인도자니까 그 사람의 진심을 대신 전해줄 수 있는거야. 걔는 널 원망하지 않는대. (참 연약한 인간의 마음과 인간의 손이 연기도 제대로 못 하겠는지 당신의 옷깃을 꾹 부여잡는다.) 그리고 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고도.. 전해달라네.
 
에르드:정말로……? 정말로, 날 원망하지 않는 거지?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저보다도 한참 작은 당신의 품에 안겨 있자면 어째서 이렇게 코끝이 시큰해져 오는지. 그와 함께 했던 15년간의 추억이 스쳐간다. 끝을 맞이한 이들에게 보인다던 주마등일까.) 비록 이렇게 죽고 말았지만, 저승 가는 길에나마 널 만날 수 있어 다행이네. 걔가 남긴 마지막 뜻을 알 수 있었잖냐. 이마저도 내가 죄책감에 만들어낸 환영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 괜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지네. 나 때문에 죽었음 차라리 빨리 좋은 데로 가서 환생이나 하지. (중얼거리며 조금 불그스레한 눈가를 엄지로 대강 문질렀다.)
 
과연 신이 내린 벌답습니다. 그저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신에게 반항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랬다간 더 큰 운명에 휩쓸리게 될 겁니다.
 
바닥을 향했던 고개가 들리고 시선이 일직선으로 맞춰집니다.
 
눈에 일렁이는 파도에 잠겨 익사할 것만 같습니다.
 
에르드:지체하게 만들었군. ……이만 가자. 걜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지. (손 내민다.)
 
???:... 울지 마 바보. 걔가 바라지 않았을 테니까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했다면서 죄책감이나 갖고 말이야. (저승사자가 네 손을 붙잡는다. 조금 떨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태어나면 강해지고 싶다고 했지? 그런거면 지금부터 자책하지 마. 그래야... 강해져서 태어날 거 아냐. 걔도 네가 강해지면 그만큼 걱정을 덜어서 좋다고 생각할 걸.
 
에르드:네 말대로 나, 바보 맞는 것 같다. (허탈하게 대답했다. 죄책과 후회의 칼날로 가슴이 난도질당한 것마냥 욱신거렸다. 다시금 붙잡히는 손. 움직이는 다리. 나아가야만 하겠지.) 궁금한게 또 있는데. 걔도 인도해줬다고 했었지? 걔는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뭘로 태어나고 싶대?
 
???:이제 알았어? 자각이 늦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쉬었다가 내려놓고는 인도자처럼 당신을 이끌고 나아간다. 인생도 아닌것이 이리 급하게 굴어서 빼앗긴 목숨처럼 빨리 나아간다. 당신의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그 이끌림은 결심이라도 한 듯 망설임 없는 저승사자의 모습이었다.) 글쎄... 다음 생이라. (조금은 하늘을 올려본다. 숨이 끊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하늘이 이랬었지. 다음 생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기엔 너무 비효율적이고 비현실적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를지도 몰라. 네가 커다랗고 강한 짐승으로 태어나길 바란다면 자신이 바라는 작은 소원은,) ... 강한 짐승이라고 할 것 같은데. 너랑 같은 시간을 살아갈 동물이면 좋아하지 않을까.
 
에르드:마지막까지 얄밉게 굴기는. (그래도 무거웠던 감정의 실타래가 흐리게나마 풀려나가는 듯했다. 이제 저 역시 생명을 따라 죽음의 길로 왔으니, 네가 죽은 이후 한 번도 놓지 못했던 죄책감이란 돌덩이를 내려두어도 괜찮겠지.) 강한 짐승? 소생명 걔가? ……하하. 어째, 원래의 걔였다면 안 했을 만한 대답 같네. 멸종이면 멸종이지 뭔 환생을 하냐고 했을지도…….
나중에 강한 짐승으로 다시 태어나서 또 친구가 되면, 즐겁긴 하겠네. (중얼거리며 마찬가지로 하늘을 바라본다.)
 
손을 맞잡은 채 느리게 걷습니다.
 
마주 걷는 발소리가 천천히 옅어집니다.
 
<관찰> 판정
 
???: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옆에 있는 에르드의 영혼이 희미해지는 것이 보입니다.
 
점점 심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점점 영원한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인도가 끝나갑니다.
 
BGM
 
습하고 눅진한 향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심연의 끝자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둥근 선을 그리는 큰 연못 주변에 있는 물안개가 서서히 걷힙니다.
 
낮도 아닌 밤도 아닌 하늘이 연못에 비칩니다.
 
언제 보아도 찬연하고 황홀한 장면입니다.
 
풍경에 압도되어 홀린다는 건 다 여기에서 나온 말일 겁니다.
 
아무 말 없이 이곳을 둘러보던 에르드의 얼굴에 실망감이 피어오릅니다.
 
이 광경에 놀라거나 감탄할 줄 알았는데 왜일까요?
 
혹시 바라는 모습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 무슨 생각해? 왜 그런 표정이야. (당신을 흘깃 쳐다본다.)
 
에르드:내가 생각한 저승이랑은 좀 달라서. 좀 더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예쁘네.
그리고…… 소생명. 기다린다더니 아무데도 없잖아. 거짓말쟁이군.
 
에르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심연으로 다가섭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요.
 
당신도, 에르드도 영혼의 마지막 종점까지 왔습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리 걸으면 심연 속으로 빠져들 겁니다.
 
???:모르지. 심연에 빠지면 기다리고 있을지도. ...돌아보지 말고 계속 걸어가. 그래야 만날 수 있을거야. (끝까지 하는 말을 보니 당신은 오랜 세월 자신을 정확히 본 게 맞았던 것 같다. 정말이지 자신은 거짓말쟁이다.)
 
거울처럼 깨끗한 심연에 에르드의 얼굴이 비칩니다.
 
하나의 미련도 없는 것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습니다.
 
아니... 그래도 미련 하나 정도는 남은 것 같습니다.
 
주먹을 몇 차례 말아쥐던 에르드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짙은 금빛의 눈동자에는 수많은 감정이 섞여들어 읽어낼 수가 없습니다.
 
???:(결국 자신은 금빛을 지켜냈을까. 당신의 매화를 닮은 시선을 마주한다.) ... 있잖아. 다음에 만나면 말이야. 다음에 만나면... 내가 차갑게 굴어도 친구 해줘야 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걱정, 초조, 설렘, 행복, 우울, 사람의 생까지.
 
모든 공기가 날아가버린 듯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우주의 한 곳에 스며든 것 같은 착각에 들 때쯤, 묵묵한 음성이 떨어집니다.
 
에르드:소생명.
…… 소생명이라고, 한 번만 불러봐도 될까.
 
누군가는 남의 이름을 부르며 울어버릴 것 같다고 하는데,
 
에르드에게 이 이름이 불리니 울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 에르드에게 생명이라고 불리는 것이 너무 익숙합니다.
 
하긴... 원래 당신의 이름이었으니까요. 이상할 것도 없죠.
 
에르드:한 번만 너를 걔라고 생각해도 될까.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 근데, 기다리고 있질 않으니 해줄 수가 없네.
 
???:... 응, 에르드. 네가 원한다면. (늘상 심연과 같았던 그 표정이 당신의 부름에 살포시 웃음짓는다.)
 
에르드:네가 죽음을 맞이했을 당시에는 너에게 미안함만 가득했었어. 후회와 죄책감에 뒤덮여 하루하루 말라가는 것만 같았지. (당신의 푸른 눈을 똑바로 응시한 채 나직하게 속삭인다. 이미 수도 없이 속으로 되풀이했을 말을 꺼내어 풀어놓는 것처럼.)
하지만 너와 난 한때 몸에서 꽃을 피워내는 이들이었지. 물을 머금으면 꽃이 생생해지고 식물이 뿌리를 내리듯이, 함께했던 15년간의 추억이 물이 되어 오래도록 내 위로 흘러내리는 것 같더라. 그 덕에 완전히 메마르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어.
그러니까, 다시 태어나면…… 또 친구가 되어서, 재밌는 추억 많이 쌓자고.
언젠가 한 쪽이 또다시 먼저 떠나게 되더라도 버틸 수 있게 말이다.
…… 고마웠다. (마지막 인사는 사과보다는 감사로.)
 
???:... 그게 뭐야, 바보. (당신의 속마음을 가만 듣고 있으니 흔들리는 눈동자를 타고 또다시 눈물이 떨어진다. 이리도 쉽게 울어버릴 만큼 나약한 인간이라 다음생에는 그래, 당신보다 강한 짐승이라도 되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괴로운 울음과는 달랐다. 왜일지.. 당신의 마지막 인사를 듣는 모습에 웃음이 섞인다. 너는 정말이지 바보다. 이렇게나 이해할 수 없는 바보라고.) 약속할게.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찾아낼게. 그러니까.. 이제 바보처럼 힘들어하지 말고 가. ... 다음에는 말이야. (이렇게 기약할 수 없는 약속을 걸고, 조금은 어린아이처럼 답지않게 순수한 대답을 전했다.) 조금 더 재밌게 놀자, 에르.
 
에르드:(이제야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 후련한 기분이었다. 희미하게 웃음이 어리던 입매가 일순 경직한다. 금빛 눈이 커진다.) 왜 네가 또 울어. 너…… ……설마. (목소리 끝이 떨려왔다.) 네가 소생명이야……? 정말로?
 
???:(네가 알던 생명이답게 굴고 싶었으면 이 순간에 아니라고 투정이라도 부렸어야 했을까. 이제는 모르겠다. 무엇이 당신을 위한 일인지.) ... 눈치채는 거 느려. 그러니까 네가 바보라는거야. (픽 웃으며 소매로 눈가를 닦아내더니 고개를 든다. 푸르게 차오르는 눈동자가 당신의 꿈만큼 커다란 금빛과 섞인다.) ... 멍청이. 구하길 잘했네. 정말로.
 
에르드:왜…… 왜 진작 말 안 했어! (돌아가려다 말고 다시금 당신을 향해 달려온다. 당신의 어깨를 양손으로 감싸쥔다. 혹여나 부서지기라도 할까 힘도 제대로 주지 못한 채로. 눈망울이 흔들린다.) 난 그것도 모르고 계속 네가 그냥 모습을 흉내냈을 뿐이라고 생각했잖아……. 게다가, 네가 왜 저승사자가 되어 있었던 건데? 설마 그것도 나 때문에……?
 
???:... 아. (어깨가 쥐어지니 너보다 몇 배는 작은 몸이 반동에 흔들린다. 절박하게 구는 당신을 그리 바라보고 있으면 뭐랄까. 이제 정말 아무래도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차분히 숨을 내려놓으며 눈을 살포시 감았다가 뜨고.) 넌.. 그 자책하는 버릇을 다음생에는 고쳐야 돼. 이번생은 그른 것 같고 말야. (빠안히..) 그래서, 너 지금 낯간지럽게 내가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은거야? (아, 이걸 어떡하지. 너 다운 모습이 곧 마지막이 되는데도 너 답기 때문에 웃음이 났다.)
 
에르드:너 같음 자책 안 하겠냐? 내가 바보같이 달려오는 차를 못 봐서 네가 나 구하려다가 죽었는데. 자책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하, 진짜…… 나도 멍청하긴 하지만 너도 만만찮게 바보같은 짓이었다고. 아냐? (잦아들었다 여겼던 감정의 파도가 다시금 일어나 저를 향해 몰아친다. 감격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감정 탓에 목소리가 흔들렸다. 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를 그토록 바래왔는데, 막상 제 모든 진심을 털어놓은 이가 정말로 생명이었다고 하니 조금 창피스러워졌다. 솔직하지 못한 성정은 지금까지도 여전해서.) 아이씨, 몰라. …… 그래! 뭐, 어쩔 건데. 보고 싶었으면!
 
???:그래... 네가 뭐라고 했더라. 내가 너랑 뭘 어떻게 해? 같이 지냈더니 좋았다? 아.. 정말 하나도 기억 안 나네. (창피해하는 당신을 보더니 눈동자가 흐려지고 철벽같은 표정으로 고개가 비끔 돌아간다. 지금이 어떤 순간이라고 아주 끝까지 놀리고 있다...) 뭐... 그래. 멍청하다면 그럴 수 있지. 근데 네가 더 멍청해서 비교가 안 되는데 말이야. ... 난 네가 뭐라고 하든 다음에도 그럴거야. 후회 안 한다고 했잖아. (힐끔.. 시선을 돌려서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그렇게 치면 자신도 그리 울었는데 창피할 만도 하건만.. 그건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에르드:…… 그런 너는! 나 안아주고 질질 짜고 난리도 아니었으면서. (이쪽도 한 마디도 안 지려 한다. 서로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단번에 유치해지는 게 꼭 과거의 모습과 같다. 그걸 깨닫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역시 한 번 친구는 계속 친구란 거네. 오래 못 봤는데도 전혀 어색하질 않고 직전에 봤던 사이 같냐.
그럼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 말 진심인 걸로 알아들을게. 다른 누구에게 듣는 게 아니라 네 입으로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근데, 설마 죽고부터 계속 저승사자로 일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가고도 계속 있어야만 하는 거냐?
 
???:... 몰라. 네가 안아주고 싶게 생기질 말던가. 다음엔 토끼로 태어나던지 말던지. (이런 발언이나 하면서 모르쇠 한다. 정말 여느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아주 웃어버리는 네 모습을 쳐다보며 뚱한 표정을 짓는다.) 하... 마지막에 이런 말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나 거짓말은 안 했어. (차분히 네 뒷편의 심연을 바라본다.) 나도 내가 그런줄은 방금 전 까지도 몰랐어. 잘은 모르겠지만 네가 운명을 다할 때까지 이 일을 해야 할 숙명이었나보지. 그리고... 네가 마지막이야. 네가 떠나면 아마 나도 저기 들어가야 할 걸. 그런 운명이니까.
 
에르드:뭔 소리야 이게? (황당) 난 힘센 짐승으로 태어날 거라니까. 너도 그러고 싶다며. 늑대나 사자, 호랑이, 뭐 그런 거나 되겠지. (제 팔 꼬아 팔짱 낀 채로 당신의 말을 경청한다.) 너도 몰랐던 거군. 기억이 지워졌던 건가? 왜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그나마 잘된 일이네. 죽은 건 씁쓸하지만 마지막 마무리에서는 너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지. 꽤나 긴 시간이었을 텐데, 너도 고생 많았다.
그럼, 나는 저 심연이란 곳으로 간다.
 
당신은 마지막 망자, 당신의 죄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은 이제 가루가 되어 이세계에 흩어지겠죠.
 
그럼 당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심연을 바라봅니다.
 
거울처럼 두 명의 인영이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에르드뿐 아니라 당신의 모습도 심연에 떠오릅니다.
 
그 너머의 푸른 하늘이 시리게 마음을 파고들어 당신을 깨웁니다.
 
당신의 죄가, 모두 끝났습니다.
 
신이 당신에게 내준 의무는 없어요.
 
저 멀리 심연의 중앙부로 느리게 스며들어가는 에르드가 보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에르드와 함께 들어갈까요?
 
한 치 앞을 모르는 저 어둠을 향해 들어갈 수 있나요?
 
에르드와는 어차피 과거의 인연입니다. 그에게 얽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이곳에 남고 싶다면 남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당신의 손목에 그려진 마법진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이제 모든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당신.
 
???:(제 손목을 반댓손으로 쓸어담는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 자신이 늘상 있던 그 곳을 둘러보다가 넓은 갓을 벗어 자신의 이정표 마냥 바닥에 내려둔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어 긴장 된 호흡을 가다듬었다.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목숨까지 바쳤다. 더는 두려울 것이 없었으니.) 야, 토끼. 같이 가. (당신을 따라 걸음을 옮겨 심연으로 향했다. 올 때는 따로였으니 지금이라도 같이 세상을 떠나보자는 마음으로.) 마지막이라 하지 말고. 생명체의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야.
 
BGM
 
에르드:야, 나 토끼 아니랬지. (어이없어하며 당신을 향해 뒤돌았다. 무슨 일이냐는 듯 기다린다. 제 쪽을 향해 다가오는 걸음을 알아채고는 희미하게 눈가가 휘어진다.) 그러냐? 멸종하면 끝이 아니고? 너다운 말이라고 해야 할지, 원래의 너랑은 반대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네.
괜찮겠냐? 같이 가도.
 
???:... 나 그 말을 그렇게 많이 했어? 하... 너네가 묻히고 싶다고 광고하니까 그랬던 거지. 아 몰라. 다음엔 다정한 애로 태어나면 좋겠네... (끝말은 중얼거리며 당신의 손을 꼭 붙잡았다. 이제 낯이고 뭐고 없는건지. 마지막이라 괜히 그러는건지.)
 
에르드:아주 장난 아니게 많이 했지. (킬킬대면서 당신의 손을 좀 더 힘주어 맞잡는다.) 그거 네 스스로한테 하는 말 맞지? 나도 다음 생엔 좀 더 솔직하고 강한 존재로 태어나고 싶네. 짐승이면 더 좋겠지만 인간이더라도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다.
 
???:그래... 생명이라면 뭔들 귀하지. 그러면 넌... (아련하게.. 당신을 올려다본다.) 키 좀 작게 태어나라. (........ 이런 발언이나 하며 손을 꼬옥 맞잡았다. 사실 뭐든, 당신과 같은 시간을 살아갈 생명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다시 당신과 친구가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솔직한 마음을 듣는 건.. 뭐, 다음 생에 약속 된 일이다.)
 
에르드:참나. 그게 내 맘대로 되는 일이냐, 어디. 그냥 네가 크게 태어나. 그거면 되겠네. (마지막으로 짓는 웃음은 밝고 호탕했다. 그가 웃을 때면 그러했듯이. 또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신이 소생명이란 걸 알기 전 했던 말은 전부 진심이었으므로.) 그럼, 간다.
 
???:... 야. 나는 큰 편이라고. 네가 쓸데없이 다리가 긴 인간으로 태어나서 그렇다니까..? (어쩌면 이대로 기억이 전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은 당신이 어떤 모습이라도 찾을 수 있다 믿고 있었다. 안심이 되는 표정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그 호탕한 웃음을 지켜보며 살풋 웃었을까. 너를 데리고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그래,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게 될 수 있었던 건 지금이나 예전이나 어쩌면 미래 어느 날에도 당신이 옆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그래, 이제 가자.
 
우리는 손을 맞잡기로 했습니다.
 
저 끝없는 어둠에서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두 손을 얽어내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차오른 죽음은, 에르드와 당신의 심장까지 스며들어갑니다.
 
턱끝까지 차오른 어둠에도 눈을 마주합니다.
 
그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빛나는 것이 꼭 밤하늘의 별과 같습니다.
 
아마 그의 눈에 비치는 당신의 눈동자는 우리가 살아숨쉬던 지구를 닮았겠죠.
 
우주에 삼켜진 것처럼, 이세계에 흩어질 준비를 합니다.
 
흩어진 가루가 다시 모아 형태를 이룰 즈음엔, 우리 다시금 새로운 생을 맞이할 테고.
 
그 생에서도 우정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관계가 변치 않기를.
 
들이마실 숨이 부족해지고, 멍한 소리가 귀에 차오릅니다.
 
그리고 암전,
 
하나,
 
둘,
 
셋 -
 
END 1 『너와 함께 흩어져 날리고 싶어.』
 
에르드, 생명 환생(생존)
 
: 에르드와 생명은 함께 다음 생에서 태어나, 살아갑니다. 이번에는 해피엔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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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못웃음 (GM):정말 너무너무 수고많으셧어요!!!!!!!
 
못웃음:진짜ㅜㅜㅜㅜㅜㅜㅜㅜ수고많으셧서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너무 좋아요 엔딩
 
못웃음 (GM):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못웃음:환생했구나 아가들....
 
못웃음 (GM):정말 지문들이 아름답죠...
 
못웃음:아..진자너무..너무이뻐요....
하... 이제 다음생에 태어난에르드 주시는건가요? (ㅋ)
 
못웃음 (GM):마자요 함께 환생한다구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웃음:환생에르? ㅋ
 
못웃음 (GM):상..상상을좀
 
못웃음:환생에르 뉴썰.
 
못웃음 (GM):ㅋㅋㅌㅋㅌㅋㅋㅌㅋㅋㅋ
 
못웃음:ㅋㅋ
와.
ㅋㅋ
와......
 
못웃음:환생하면.... 우리 아가들 뭔가
다시 만나서 친구가 되면 좋겠어요 기억은 없겠지만
 
못웃음 (GM):그럼요
 
못웃음: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애틋하다
 
못웃음 (GM):기억이 잇어도재밌고 없어도 재밌겠지만..
없는데도 다시 친구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룽함의정석
 
못웃음:와......그게 진짜 룽하다
막.... 길에 지나가는데 만나서 우리 어디서 본적 있지 않아? 하면
그것도 ...ㄷㄷㄷ 룽해요
 
못웃음 (GM):ㄷㄷㄷㄷㄷㄷ
 
못웃음:아좋다......
 
못웃음 (GM):환생한 에르드는 좀더 인성이 착한걸로 ㅋㅌㅋㅌㅋㅌㅋㅌㅋㅋ
 
못웃음:?
지금보다 더 착해진 에르?
 
못웃음 (GM):그리고 태생적으로 힘세고 덩치좋게태어나서 이번에도 생명이가 많이올려다봐야할듯요
 
못웃음:천사인가..?
 
못웃음 (GM):
무슨소리세욬ㅌㅌㅋㅋㅋㅋㅋㅋㅋㅋ
 
못웃음:ㅋㅋ.ㅋㅋ.ㅋㅋ
 
못웃음 (GM):아창피해
 
못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명이..지금이랑 비슷하게 태어나지 않을까요 그래도 좀 다정할지도 (...)
ㅋㅋ웃기네 ㅋㅋ 또 ㅋㅋㅋ 기럭지로 태어나버린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릌ㅋㅋㅋ
 
못웃음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지금도 다정한데..
 
못웃음:또 올려보다 ㅜㅜ
 
못웃음 (GM):이번생은 츤데레라면 환생한 삶은 좀 더 대놓고 다정남이 되려나요
 
못웃음:헐 그렇겟죠? 좀더...
ㅜㅜㅜㅜㅜㅜㅜ 츤하지않고 솔직한 애가 됏으면 좋겠네요
좀더 에르랑 빨리 친해질수 있도록...
 
못웃음 (GM):ㅠㅠㅠㅠㅠ 좋아요...
이번에는 좀더 빠르게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자
삽질하지말고...
(전적으로ㅇㄹㄷ탓임)
 
못웃음:슬프다... 우리 에르.... 또다시 기럭지로 자라서 (...)
 
못웃음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ㅋ니
삽질...전적으로 소생명탓인데요 (ㅋㅋ)
 
못웃음 (GM):아닙니다..개노답 에르드탓이어요..
 
못웃음:아 ㅜㅜ 또 안아준게 너무 슬퍼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명이 러닝중에 안아주?다? 그런 사람 존재하지 않았는데
에르가 첨이네요
ㄷㄷ
 
못웃음 (GM):그니까요
ㄷㄷㄷㄷㄷㄷㄷㄷ
 
못웃음:ㄷㄷㄷㄷㄷㄷㄷㄷㄷ
 
못웃음 (GM):티알피지는정말짱이구나
 
못웃음:정말 짱이구나
 
못웃음 (GM):우시던건 좀 괜찬으신가요
물 만히드셔요
 
못웃음:어우 저 그쳣는데
허우 진짜 너무 재밋고...너무 .....초현님너무 갓키퍼고너무재밋엇고요너무
하 ㅜㅜ 언어가 나오지않다
너무... 오너권드리고싶어요
 
못웃음 (GM):하 정말다행입니다
이게
원래시날은 좀
 
못웃음:진짜너무즐거웟고담에도하고싶어요하좋다진짜감사합니다 네 네
 
못웃음 (GM):사랑하는 관계를 가정하고 쓰여진게 많아서 우정관으로 개변을 싸악 하면서
만개꽃 스토리도 우겨넣으려고 해보앗습니다
만족해주셧다면다행..
생명이 플필도 스윽 읽어봣다죠 ㅋ
 
못웃음:아진짜 만개꽃 스토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ㅋㅋㅋㅋㅋㅋㅋㅋ 넣으신게 레전드에요 특히 비오는장면
와.....명이 프필까지 읽어보셧구나 진짜 ㅜㅜㅜㅜㅜㅜ갓키퍼란 이런거군요
 
못웃음 (GM):헤헷...좋아해주셔서 넘 기뻐요
 
못웃음:어쩐지 완전 구체적이다 햇어요 ㄷㄷㄷㄷㄷ저도모르는 생일까지...ㄷㄷ
 
못웃음 (GM):루하님과의 시날 짱재밋다...
 
못웃음:아원래 사랑하는 관계를ㅋ?
 
못웃음 (GM):아니왜모르시냐고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웃음:가정햇던ㅋ?
거군요?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그랫던 거구나
 
못웃음 (GM):네 ㅋㅌㅌㅋㅌㅋㅋㅋㅋ
 
못웃음:개변 힘드셧겟다...
.ㅋㅋㅋㅋㅋ ㅋ ㅋ ㅋㅋ
 
못웃음 (GM):그래서 막 사랑한단이야기도 엄청나와요
하지만 즐거ㅝㅅ습니다
 
못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즐거웟어요진짜로
어케 이렇게 갓개변하시지ㅜㅜㅜ
저도 현님이랑 시날 넘재밋엇어요...
 
못웃음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갓개변은아니에요 거의 실시간 철길고치기임..
 
못웃음:?
이게.....실시간?
그럴리가없다
 
못웃음 (GM):미리 수정해둔 것도 잇지만
대사같은건 대부분 그자리에서 창작을 햇습니다
 
못웃음:아진짜 진상 나올때 ㅜ 너무슬펏어요
진상알려주세요
 
못웃음 (GM):진상. 잠시만요
 
못웃음:헣ㄹ허러러
 
못웃음 (GM):신화적 생물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평화롭고, 평범한 세계입니다. 다만 이 이야기에는 '죽음' 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올 뿐입니다. 모든 인간은 정해진 수명이 있고, 명을 다하면 세상을 뜹니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세상을 뜬 영혼은 어디로 갈까요? 어느 정도 감이 오시나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세상을 뜬 영혼입니다.
죽음을 겪은 영혼은 저승에 갑니다. 저승은 죽은 자들이 모여있는 이계입니다. 정확하게 말을 하면, 꿈을 꾸는 자들이 모여있는 이계죠. 우리가 알고 있는 저승은 노덴스(룰북 P313 참조)가 관리하는 꿈의 세계(중에서도 거대 심연)라는 이계입니다. 인간의 영혼은 몸과 분리되면 인도자의 인도에 따라 꿈의 세계로 차원 이동하게 됩니다. 이것은 짧게 잠을 잘 때도, 영원한 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돌아갈 신체가 있는 영혼은 심연에 빠지지 않지만... 더 이상 돌아갈 신체가 없는 영혼은 심연으로 깊숙하게 들어갑니다.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묻히고 온 영혼은 심연 속에서 다시 백색으로 정화합니다. 그것이 꼭 지키고 싶은 것들이라도 심연의 아득한 어둠에게 뺏기고 맙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심연에 머물다가 아래의 영혼이 빠지면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노덴스의 심연 바닥 가운데에는 차원의 문이 존재합니다. 차례대로 깨끗해진 영혼은 이차원의 문을 통해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가 새로운 신체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여기서 의문이 몇 가지 생기죠. 인도자는 누구인가, 영혼은 그렇게 무한하게 환생의 과정을 겪는가, 그리고 이야기와 이것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먼저 인도자가 누구인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인간 중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을 다하지 않고 먼저 세상을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노덴스는 탐탁지 않아 합니다. 자신을 따른다고는 하지만, 포악한 성질을 가진 나이트건트(룰북 P284 참조)를 이용하여 그들을 심연으로 데려와야 하기 때문이죠. (나이트건트는 인간계에만 가면 사고를 치고 돌아옵니다. 또한 꿈의 세계에서 나이트건트에게 생긴 상처는 영혼이 정화 되어도 남습니다. 상처 입은 영혼은 환생할 때 정화 과정에서 오염되어 광기에 휩쓸리게 됩니다. 간혹 위대한 것이나, 귀신을 보는 등 건강하지 못한 생을 살게 됩니다.) 쓸데없는 힘을 사용하게 한 그들에게 노덴스는 '인도자' 라는 벌을 내립니다. 그들은 자신이 왜 인도자가 되었고, 어떻게 해야 이 운명을 끝내는지 모릅니다. 그저 영혼들을 데려와야 하고, 그 수가 정해져 있다고 세뇌 되어 있을 뿐입니다. 또한 심연에서 정화되는 것도 모릅니다. 어찌 생각할지는 그들에게 달렸습니다. 심연 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지, 아니면 그렇게 영혼이 가라앉는지 저들끼리의 상상의 날개를 펼칠 뿐입니다. (왈가왈부할 것이 크니, 기억을 지웠습니다.)노덴스는 영혼을 무사히 데려와 정화하면 인도자의 죗값을 덜어줍니다. 그렇게 죄가 사라지면 그들은 심연 속으로 묻혀들어 갈 기회를 얻게 됩니다.
영혼은 무한하게 환생의 과정을 겪지 않습니다. 정화를 해도 계속 생의 찌꺼기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상처 입은 영혼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영혼이 너무 닳은 경우도 생깁니다. 노덴스는 이런 영혼을 폐기할 때 나이트건트를 이용합니다. 어차피 버릴 것 그들에게 주는 장난감인 것이죠. 나이트 건트는 폐기영혼을 겁주며 놀기도 하고, 어둠에 던져 방치하기도 하고, 또는 자신들이 먹기도 합니다. 하나의 영혼을 만드는 시간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덴스는 최대한 영혼을 폐기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못웃음 (GM):-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명은 인도자입니다. 노덴스가 만든 운명이라는 법을 어긴 자 입니다. 생명은 에르드를 향한 죽음을 대신 맞이했습니다. (에르드에게 달려오는 트럭에 대신 치였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고 몇 년의 기간 동안 열심히 죗값을 치렀습니다. 그런데도 죄의 무게가 여전히 무거워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수 없었습니다.(꿈의 세계 심연은 죄의 무게가 없을 수록 가라앉습니다.) 인도자의 마지막 죗값의 무게는 가장 사랑했던 이의 영혼을 인도해야만 덜어지는 무게입니다. 생명이 살아있는 동안 가장 사랑했던 이는 바로, 에르드 입니다.
그가 인도해야 하는 에르드는 생이 마감되기 몇 시간 전, 자의로 목숨을 끊어버렸습니다.(원래 에르드는 몇 시간 후, 모종의 사고로 명을 다할 영혼이었습니다. ) 이리되면, 에르드 또한 인도자가 될 운명이었으나... 마침 그의 영혼을 기다린 생명이 에르드를 꿈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명은 자신이 누구인지, 에르드가 누구인지, 어떤 사랑을 했고, 그래서 어떤 죄를 껴안게 되었는지 흐릿하게 기억나게 됩니다.
기억을 되찾은 생명은 무사히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을까요?
아진짜길어
 
못웃음 (GM):
 
못웃음:
 
못웃음 (GM):시날링크를 드릴테니 그걸로 읽으시는게
편하시지않을까 싶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웃음:아이고 트럭에 치엿 ㄷㄷㄷㄷㄷㄷ
아이고.... 대신 운명을 달리한게 죄였구나
 
못웃음 (GM):ㅁㅈ요..ㅠㅠ
흐에엥
 
못웃음:헐......... 가장 사랑햇던이래
 
못웃음 (GM):울 생명이는 착하게살앗을뿐인데..
사실 그리고
시날 원문에서 kpc는
욕조 안에서 자..살.을 한다고 묘사가 됩니다
 
못웃음: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못웃음 (GM):하지만 에르드가 아무리 봐도 자살할 성정은 아니므로
살해당하는 걸로 개변★
 
못웃음:
...
.진짜
다읽엇어요
 
못웃음:갓개변이다.....
진짜 에르라면....그쵸... 살아갈거같아요
 
못웃음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웃음:명이가 살려준 목숨..가지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못웃음 (GM):ㅠㅠ 네..
 
못웃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못웃음 (GM):걔는
자살은 아무리봐도
안할 성격이죠
사실 긜고
 
못웃음:와.........
 
못웃음 (GM):희생도 안할 성격이라
pc는 못했을 ㄷㅅ..
 
못웃음:헐 희생캐도 아니구나
ㅋㅋ?
ㅋㅋ
ㅋㅋ
ㅋㅋ
 
못웃음 (GM):ㅋ 네
 
못웃음:와.......
 
못웃음 (GM):사랑하는 상대를 향해서면 또 어케될지 모르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론 희생하지 않습니다
 
못웃음:헗ㅎㄹ하ㅓㅓ헣 ㅜㅜㅜㅜ'
ㅜㅜㅜㅜㅜ
 
못웃음 (GM):일단 자기자신이
 
못웃음:진짜 멋잇다
 
못웃음 (GM):가장 중요한애라...
이게왜멋잇는거지
 
못웃음:그치 그게중요하죠
 
못웃음 (GM):좀 희새해 좀
 
못웃음:근데
근데.....하...
.....
명이가
희생햇다고
슬퍼하고...
 
못웃음:.자책하는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맨날 꿈꾸는게 너무슬퍼요
하기야 눈앞에서 봣으면 (....)
 
못웃음 (GM):ㅠㅠㅠㅠㅠㅠㅠ
아무래도..
희생은 안해도
악몽은 꾸고..
 
못웃음:ㅇ...ㅏ....
 
못웃음 (GM):자책이랑 후회는 하죠
 
못웃음:악몽꾼대
아....
..................................................
... .. .근데진짜로
너무 그 장면이 생생하게 보여서 슬퍼요
 
못웃음 (GM):사실 전
 
못웃음:ㅜㅜ
 
못웃음 (GM):에르드는 자신의 죽음에는 담담한 캐라고 생각해요
 
못웃음:
그래서 에르가 자기 죽은거봣을때 살짝만 놀랏구나
 
못웃음 (GM):근데 약간... 자길 위해서 남이 죽는다면. (특히나 그게 친구같은 소중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멘붕이 오는듯
 
못웃음:아 어떡해
........
그래서 막 자책하잖아요
................................자기때문이라고
 
못웃음 (GM):ㅠㅠ
 
못웃음:아진짜 하필이면 그 치이는 순간에 슬로우모션마냥 눈 마주쳐버려서....
......
 
못웃음 (GM):그니간요.. . . .
 
못웃음:영원히 기억에남다
.....
....................................
 
못웃음 (GM):그리고
생명이죽어서
알지비까지죽는다는게
 
못웃음:아그쵸
 
못웃음 (GM):아너무가섬이찢어질거가타
 
못웃음:....
....................진짜
명이 딱 숨 떨어진 순간에
알지비도 시동꺼지듯이 탁 쓰러질거 생각하면
......
 
못웃음 (GM):으아아아아아ㅏㅏ
죽을래...
 
못웃음:..............................................
그게 그렇게되면
사물로 돌아가거든요
 
못웃음 (GM):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못웃음:다 부서진 고철덩어리로 돌아가버리지 않았을지...
 
못웃음 (GM):하..
진짜힘들다
 
못웃음:... .. . .. ...
와....
그렇게 주어진
목숨인데
당연히 살아야죠
저같아도 악착같이 산다
 
못웃음 (GM):
그쵸
그래서 자살은 안해
 
못웃음: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진짜 ㄹㅇ 인정합니다
 
못웃음 (GM):대신타의로죽다
 
못웃음:........
그래도.....
할일을 다 햇다....
에르는 할일을 다 햇어요
 
못웃음 (GM):다했다...
 
못웃음:다햇다....
 
못웃음 (GM):....
 
못웃음:.....
그럼
만개애들은
 
못웃음 (GM):할만큼했다
 
못웃음:.......애들을
둘다잃엇
.
 
못웃음 (GM):...
...
...
하~~~
 
못웃음:남는 애들어떡해
...
......................................................................
 
못웃음 (GM):내도힘들다
 
못웃음:.....아진짜
힘드네요
....
 
못웃음 (GM):....
 
못웃음:너무 재밋엇어요...하........
진짜 여운이
너무 남아요
어떡하지
 
못웃음 (GM):재밌으셨따니 정말 넘 다행이에요
저두요...
흑흑
루하님 지문 넘 좋아서...
 
못웃음:......진짜 힘들고 좋다
 
못웃음 (GM):저희 다른시날두
또가요 ㅠ
 
못웃음:ㅜㅜㅜㅜㅜ아니 안ㅇㄴㅁㅇㅁ진짜 현님 지문ㄴ어무
너무설레요.
그냥.
두근거림.
 
못웃음 (GM):절대 이대로 끝날수업더
 
못웃음:ㅇㅈ합니다 저희 츤츤즈 또가요
진짜 만개즈는
단체티알도 가야해요
배로 슬플거같애요
 
못웃음 (GM):ㅏㅇ 레알료ㅗ요
재밌겟다
 
못웃음:그쵸그쵸그쵸
재밋겟죠!!!!!
으아아아아
당장 만개를 데리고 단티를 가다
 
못웃음 (GM):당장#갈기자고
 
못웃음:당장 가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