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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6~240321] 에르리체 - 어둠을 몰아낼 찬란한 금빛으로

세션카드 : 엣또님

 

플레이타임 :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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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C. 베아트리체 힐
 
PC. 에르드 하이너스
 
2023. 0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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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력 84년 10월 22일
 
가을비가 쏟아지는 오후입니다. 장맛비처럼 무섭게 떨어지는 빗방울.
 
비는 9일째 그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우산 아래서 빗방울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나아갑니다.
 
에르드는 서류를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골목길의 안쪽, 작은 바의 문 앞에 도착합니다.
 
[Rendez-Vous]
 
랑데부라니, 술집의 이름으로 이것보다 더 걸맞는 단어가 어디 있을까요.
 
안 쪽에서는 가벼운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벼운 종소리와 함께 바텐더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립니다.
 
바텐더: 안녕하십니까 손님.
찾으시는 술이라도 있으십니까?
 
그 말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면-
 
작은 바 안에는 바텐더와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이 창문을 보고 있는게 눈에 들어옵니다.
 
에르드가 바텐더에게 다가가려고 할때,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진걸 봅니다.
 
반이 잘린 금색 단추입니다.
 
진짜 금인 것 같은데…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 옆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주인인걸까요.
 
< 관찰력 >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무심하게 시선을 둔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양각으로 가문의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반이나 훼손되어 어느 가문의 것인지 알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쓸데없는 짓을 해 봤자 시선만 쏠릴 뿐 좋을 건 없겠지. 금빛 시선이 단추에 잠깐 머물렀다가 다시 바텐더에게로 향한다.)
 
선입금을 크게 받았으니 한탕 해야한다고 중얼거리는 그 사람을 뒤로한 채 바텐더에게 향합니다.
 
에르드는 바텐더에게 말을 겁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릅니다.
 
부모님이 이 서류를 바텐더에게 건네줄 때 뭐라고 답을 하라 하셨었는데.
 
에르드 하이너스:(선입금? 예리한 청각은 작은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뭔가 꾸미고 있는 건가.)
(그러나 지금은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서류를 내밀며 간결하게 말했다.) 어둠을 몰아낼 찬란한 금빛으로.
 
바텐더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서류를 받아 바 테이블 아래에 정리를 해두고는 새로운 서류를 건네줍니다.
 
바텐더: “모든 것은 찬란한 금빛을 위해.“
 
새로운 서류는 양피지입니다.
 
바텐더: …계약서라고 하면 주인분께서 알아들으실겁니다.
 
에르드 하이너스:(고개를 짧게 끄덕이고 양피지를 챙겼다.) 알겠다. (그는 지금껏 부모님의 말을 거절해온 적이 몇 없었으니ㅡ결혼을 제외하고는ㅡ이번 일도 기꺼이 응했지만, 무슨 의미가 숨겨져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게 전부인 거겠지?
 
묵묵히 고개만 끄덕인 바텐더는 에르드에게 볼일이 끝났다는 듯 다른 손님에게로 향합니다.
 
양피지는 끈으로 단단히 밀봉이 되어있습니다.
 
실링왁스로 찍혀있기까지 해 함부로 열어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에르드는 서류를 내고 나면 곧바로 집에 들어오라고 했던 부모님의 말을 떠올립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양피지를 품안에 챙기고 몸을 돌린다. 곧장 문으로 나가려다,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 쪽을 흘끗 바라본다. 아무래도 아까 주워들었던 말이 신경이 쓰인다. 자연스러운 발놀림으로, 그의 근처에 떨어져 있던 단추를 문가 쪽으로 스르륵 차내 주워들었다. 반응이 있나?)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은 여전히 창 밖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일까요?
 
에르드 하이너스:(그럼, 단추를 챙기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딸랑거리는 맑은 종소리와 함께 품에 양피지를 넣고서 바에서 나왔습니다.
 
가게 앞에서 다시 우산을 펴는 순간, 목에 서늘한 것이 닿습니다.
 
베아트리체 힐:… …날 죽이려는 암살자가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에르드, …왜 네가 나오는거지?
(당혹스러운 표정은 어느새 망연하실하게 바뀌어간다.)
… ... ...혹시 네가 내 암살을 사주한 사람이었어?
(...아니야,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어. 떨리는 입술을 악 문 표정이 서글프게 일그러진다.)
 
당신의 목을 겨누는 건 다름 아닌 상처받은 표정을 한 베아트리체입니다.
 
이성판정(0/1)
 
에르드 하이너스:(서늘한 촉감에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찬 검집으로 손이 향한다. 경계심이 짐승의 털마냥 전신을 날카롭게 감싸왔다. 그러나, 눈앞의 상대를 확인하자마자 손에서는 힘이 빠진다.) …… 베아트리체?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가 칼을 들었다는 것도 믿기는 일은 아니었으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야말로 더더욱 귀를 의심하게끔 만든다.) 암살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한 달이나 당신을 보지 못했다. 편지랄 것을 써봐야 애초에 보낼 수도 없는 신세이니 그저 검이나 휘두르고 소일거리나 하며 시간을 보낸 게 한 달. 오랜만에 만나는 당신은 여전히 숨막히게 아름답고, 고아하고, …… 슬퍼 보인다.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든 게 다름 아닌 저란 말인가?) 오해입니다. 이곳엔 용건이 있어 잠깐 들렸을 뿐입니다. 암살을 사주하다니, (눈살을 작게 찌푸렸다. 내가 아니라면 누가 베아트리체를 위협하려는 거지?) 제가 그럴 리 없지 않습니까.
 
물론 에르드는 암살을 사주한 적이 없습니다. 사랑해 마지 않는 베아트리체를 어째서요!
 
베아트리체 힐:(...이토록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투.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이가 눈 앞에 있는데, 이보다 더 멀게 느껴질 수 있을까. 목을 겨눴던 손이 힘없이 떨어진다.) ...급하게 소식을 들었어. 나를 노리는 암살자가 이 가게에 있다고. ...그래, 당신이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몹시 불안해보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마주 잡은 양손이 가늘게 떨린다.)
 
에르드 하이너스:영애를 해칠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안심하십시오. (베아트리체, 언젠가는 친근하게 그 이름을 부른 적도 있었다. 이것 봐. 오늘 배운 검술인데 어때, 화려하지? 편안하고 가벼운 어투를 사용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카데미에서의 꿈같은 시절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고, 사랑을 깨달아보았자 사이에 놓인 강물이 천길보다 깊으니 건널 도리를 찾을 수 없다. 표현할 수도 이루어질 수도 없는 마음, 그러니 아예 멀어져야 함을 알고 있는데도…… 당신의 소식 하나 듣고 싶어 귀를 기울이고,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어 관심도 없던 사교계에 발을 들이고 만다. 그렇게나 소중하고 애틋한 사람이다. 그런데, 감히 누가? 누가 이렇게나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지?)
비슷한 일이라니, 자세히 말해보십시오. 협박장이 온 겁니까? 실제로 영애에게 위해를 가한 사건이 있었습니까. (살벌한 기운을 감추려 애쓰면서 말한다. 곁에 설 수는 없더라도 몇 발짝 뒤에서 바라볼 수만은 있다. 그렇다면 칼을 뻗어 지키는 것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겠지.)
 
베아트리체 힐:... ...그래, 믿어. (조용히 끄덕이며 눈을 감는다. 아직도 어린 웃음소리가 귀에 선하다. 어린 시절, 모두와 섞여 들어 누구의 눈도 신경쓰지 않고 서로를 마주했던 때가 있었다.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은 너무도 달콤하고 짧은 꿈이었다. ...졸업하고서야 제 마음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수많은 밤을 지새웠던가. 혹여나 만날 수 있을까,하고 사교계에 데뷔한 후로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작고 사소한 파티라도. 당신의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금은 어떤가. ' 잘 어울린다, 예뻐. ' 어린 자신이 만든 꽃 목걸이를 걸어주던 그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는 사실이 못내 미웠다.)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들었어. 다행히 금방 발각되었지만.
 
에르드 하이너스:(당신이 아직은 저를 믿어주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씁쓸한 일이다. 우리 사이의 두터운 신뢰가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자는 배후를 실토했습니까? 암살자가 있단 소식은 누구에게 들으셨…… (잠깐. 오랜만에 사랑하는 이를 만난 반가움과 놀라움에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가 번개처럼 떠오른다. 술집에 있던 후드를 뒤집어쓴 이. 선입금을 받았다던 게 설마 이거였나. 망설임없이 칼을 뽑아든다.) 술집에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자가 암살자일 겁니다.
 
베아트리체 힐:... ...아니. 잠깐만-
 
그 순간, 등이 화끈거리며 찢어질 듯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에르드 데미지 -3
 
점점 가물 가물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당신을 찌른 사람의 목소리가 먹먹히 들립니다.
 
이건, 독입니다.
 
아마 수면독이 발려진 단검이었던 것 같아요.
 
<듣기>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윽…… (눈앞이 아득해져간다. 독이다. 어떻게 된 거지? 상황을 종잡기가ㅡ)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네가 죽지 않는다면 네 주변인부터 천천히 죽여주겠어. 베아트리체.”
 
이 목소리는…
 
안 쪽에 앉아있던 그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베아트리체를 암살하려는 건 예상한 대로 그였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슬픔으로 일그러진 표정의 베아트리체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완전히 어둠에 시야가 물듭니다.
 
 
 
 
에르드가 깨어나면 본 적 없는 천장이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베아트리체의 방입니다.
 
어두운 나무 색의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좋아하는 책들이 무수히 꽂힌 책장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창가에 놓인 티 테이블 위 화병에는 만개한 죽단화 가지가 꽃혀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침대 옆 테이블 위에는 서류 알수없는 물건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작은 신음을 뱉으며 눈을 뜬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 설마…… 베아트리체의 방인 건가.) 베아트리체. (쉰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일으켰다. 찾아도 대답이 돌아오진 않는다. 이마를 짚고 있다가 손을 뻗어 서류를 잡았다.)
 
아무 문양도 그려지지 않은 밀랍은 멀쩡합니다. 열어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에르드 하이너스:(바텐더에게 받았던 것과는 다른 건가?)
 
바텐더에게서 건네받은 서류입니다. 옮기는 도중 떨어진 서류를 챙겨둔 것 같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밀봉을 열어봐서는 안 될 것 같았지만…… 힐 가문과 하이너스 가문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모님께는 어떻게든 둘러대면 되겠지. 서류의 밀랍을 뜯어 내용을 확인한다.)
하. (설마 했는데. 양피지를 읽어내려가다 분을 이기지 못하고 꾹 쥐어, 종이가 조금 구겨졌다. 하이너스, 선명한 자신의 가문명. 찬란한 금빛이란 말이 이거였나? 그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토록 착하고 다정한 이가 대체 무슨 밉보일 짓을 했다고 암살을 의뢰한 것인가. 끓어오르는 분노와 착잡한 마음에 양손에 고개를 묻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남아있던 신뢰마저 완전히 사라지겠지.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멀어지게 되겠지.)
(양피지를 다시 접어둘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물건들로 시선을 돌린다.)
 
알 수 없는 물건들을 살펴본다면 <교육>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교육
기준치: 50/25/10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무언가에 쓰이는 물건들 같은데..... 역시 처음 보는 것들입니다.
 
조용히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깨어난 에르드의 곁으로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베아트리체가 조용히 다가옵니다.
 
바라보는 눈에는 미안함, 그리고 …그리움과 애틋함이 묻어있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빠르게 양피지를 다시 접는다.) …… 영애. (당신의 눈에서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묻지만, 나는 이제 죄책감 탓에 고개를 똑바로 들고 볼 수가 없어.)
 
베아트리체 힐:(침대 끝에 걸터앉는다.) ... … …오해해서 정말 미안해. 많이 몰려있던 상황이라.
상처는..? 좀 괜찮아?
 
에르드 하이너스:아닙니다. (따지자면 오해도 아니지. 나 자신이 한 일이 아니었을 뿐.) 독의 면역 훈련도 받고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영애는요? 이후로 아무 일 없으셨습니까?
 
베아트리체 힐:...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내린 시선을 들어 서서히 높이를 맞춘다. 말과는 다르게 여전히 고스란히 걱정이 묻어난다.) ...난 괜찮아. 그 뒤로 바로 사라졌으니까. ...아마 협박하려든거겠지.
... ... ...에르드, 네가 나때문에 위험해진건 아닐까 걱정이 돼. (한동안 말이 없다가) … …아무래도 당분간은 함께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에르드 하이너스:(그러나 괜찮다는 말을 듣고서도 꼼꼼하게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가 주변인부터 죽이겠다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가족분들은 괜찮으십니까. 호위를 더 늘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말하면서도 우습다. 자신의 가문이 저지른 일을 막기 위해 원수 가문에게 호위를 늘리라 말하는 꼴이라니…… 애초에 힐과 하이너스는 언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던 것인가. 어쩌다, 암살을 사주할 정도로 미워하게 된 것인가.)
(그러다 마지막 말에는 아무리 그라도 놀라서 눈이 커진다.) 뭐?! (저도 모르게 날것의 의문이 튀어나간다. 황급하게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선 다시 정제된 귀족적인 어투로 입을 열었다.) 걱정하시는 건 알겠지만, 저는 하이너스의 사람입니다. 이 사실이 힐 가문에 알려진다면 영애께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
 
베아트리체 힐:....괜찮으셔. 돌아오자마자 확인했으니. 게다가 어머님께도 이 이야기가 들어가서, 곧 호위도 늘어날거야. (가만히 놓인 손을 두드리는 동안에도 걱정 어린 시선은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마른 기침 소리가 작게 들린다.) ... ...요즘 몸이 안 좋아져서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건지도 몰라.
(툭 튀어나온 날 것의 감정을 보면 잠시 옛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나 때문에 다친 사람을 무정하게 보낼 수는 없어. 대신해서 찔린 사람을 내쫒을만큼 각박한 가문은 아니니. ...신경쓰지 않아도 될거야.
...네가 또 나때문에 다친다면, 그때는 정말- (버티지 못할테니까. 뒷말은 삼켜버렸다.)
 
에르드 하이너스:감기에 걸리셨습니까? (기침 소리를 듣자마자 묻는다. 조금이라도 아픈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당신은 그저 행복하고 밝게 살았으면 해. 암살 위협이나 질병 같은 것들에 괴롭힘당하지 말고.)
영애 때문에 다친 게 아닙니다. 제가 미처 그자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베아트리체의 태도를 보니 아무래도 한동안은 여기 머물러야만 할 것 같다. 사랑하는 이를 암살하려 한 하이너스의 사람들은 꼴도 보기 싫으니 가족들을 피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 함께 지낸다니. 오래도록 짝사랑해온 이를 매일매일 봐야만 한다니. 좋으면서도 괴롭다. 새로운 종류의 고문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하이너스의 성을 달고 있는 이상 가문이 저지른 짓은 곧 저에게도 얹히는 것. 이 정도의 고문은 벌의 축에 속하지도 못하리라.)
영애야말로 한동안은 조심하십시오. 외출할 계획이 있으셨다면 미루거나 취소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베아트리체 힐:...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한 탓인가봐. 신경쓰지 않아도 돼. (늘 그랬던 것처럼 담담한 투였다. 당신을 걱정 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제 탓인데. 죄책감을 이루 말할 수 없어 가슴이 메인다.)
(혹여나 계속해서 거절하면 그때는 정말 어쩌지. 복잡하게 돌아가던 머리를 멈춘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당신의 얼굴 한번, 목소리 한번, 조그만 소식 한번 이 듣고 싶어 매일을 전전긍긍했는데. 그가 바로 자신의 앞에 있다. ...슬프게도 이 상황이 기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기적이라 내게 화를 내려나. 당신이 내 곁에 있는데, 대체 어딜 간다고.)
...그렇게 할게.
(목이 자꾸만 매여 숙인 고개를 서서히 든다.)
(닿으려는 듯 가까워지던 손이 멈추었다가 제 목을 매만진다. 죄책감 탓인지 닿지 못한 손은 꽤 오래 제 목에 머문다.)
 
에르드 하이너스:아픈 곳이 있다면 의사에게 보이고 치료를 받으셔야만 합니다. (당신을 치료해줄 수도, 안아줄 수도, 심지어 간호를 해줄 수도 없는 처지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지극히 기본적인 말뿐.)
(상황은 좋지 않다. 언제까지 이 양피지의 내용을 숨길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고, 가족은 돌아오지 않는 저를 찾아다닐 테지. 그러니 베아트리체의 방에서 요양을 취하는 잠시간의 시간은 사랑의 회오리에 휩쓸려 괴로우면서도 마지막으로나마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터다. 모든 게 알려지고 나면, 저는 하이너스의 저택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처단을 당할지도 모르지. 그러니 그 전까지만이라도, 사랑하는 당신의 모습을 두 눈에 오래도록 담고 싶다.)
(가까워지는 손을 가만히 바라본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면 꼭 착각을 하게 될 것만 같다. 당신도 나를 같은 마음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그런 과분한 착각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 마지막 시간마저 짧아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 다행입니다. 모쪼록 조심하시기를.
 
베아트리체 힐:정말 걱정 않아도 괜찮아. 괜히 신경 쓰이게 했네. ...다친 건 당신인데.
(담담하게 털어내려했지만 말 끝, 눈빛 그 어느 곳에도 당신을 향한 사랑과 그에 따른 걱정이 붙었다.)
(답에 끄덕이는 와중에도 목에 붙은 손이 자꾸만 같은 자리를 매만진다.)
 
에르드 하이너스:…… 기침도 그렇고, 목이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역시 그 암살자에게 당한 건가?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그쪽을 살펴보려 몸을 가까이 숙였다.)
 
<관찰력>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사랑에 눈이 먼 에르드 다시 한번 <관찰력>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베아트리체의 목에 얼룩덜룩한 검은 반점이 보입니다.
 
이런 반점이 있었던가요.
 
에르드 하이너스:영애! …… 어떻게 된 겁니까. (조금이나마 되찾았던 차분함이 삽시간에 사라진다. 차마 목덜미에 닿지는 못했으나 저도 모르게 그 부근으로 팔을 뻗었다.)
검은 반점이…… 대체 이건 뭐죠?
 
베아트리체 힐:(그제서야 목에 붙어있던 손이 떨어져나간다.)
...아. 별거 아니야, 한 10년 전부터 생긴거라.
몽고반점 같은 거라고 말씀하셨어. 화장으로 가리고 다닌데다, 머리카락에 가려서 잘 안 보였을거야.
 
에르드 하이너스:그간은 정말 전혀 몰랐습니다. 하지만 불편하신 것 같았는데…… 아프거나 거슬리는 건 아닙니까?
 
베아트리체 힐:...피곤할 때는 간혹 간지럽긴한데, 정말 별거 아니야. (제게 뻗어진 손을 내려본다.)
.... ....아, 당신이 찾았던 그 가게에 그 암살자도 같이 있었던 모양인 듯해. 혹시 인상착의 기억나? ... ....증거라던가, 힌트가 될 만 한 것.
(자신은 걱정 말라는 듯 내밀어진 손 위에 제 손을 얹어 부드럽게 내려둔다.)
 
에르드 하이너스:(영 신경이 쓰인다. 태어났을 때부터 있던 것도 아니고 10년 전부터 생긴데다 간지럽기도 하다니……. 그렇지만 별 것 아니라고 하니 무어라 더 첨언할 수도 없었다.)
(닿아오는 손길이 꼭 불꽃 같아 어깨를 작게 움찔한다. 아주 작은 접촉일 뿐인데도 그 부위로부터 열이 뻗어나가는 것 같다. 잠시간 맞닿은 지점을 바라보다가 느리게 손을 빼내고 제 코트 주머니를 뒤졌다.) 그의 주변에 이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반쪽이 잘린 금단추를 건넨다.)
 
베아트리체 힐:(포개둔 손을 가만히 토닥이다 단추를 보고는 아쉬운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베아트리체는 책장에서 책을 하나 꺼내 들고 옵니다.
 
책의 제목은 [귀족 가문의 역사]입니다.
 
넘겨지는 페이지 속 목차에는 눈에 띄는 익숙한 이름들과 그 가문의 문양들이 보입니다.
 
[힐 가문의 역사]
 
[하이너스 가문의 역사]
 
[헤일리 가문의 역사]
 
힐 가문의 파트가 펼쳐지면 베아트리체는 재빨리 페이지를 넘깁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저 단추의 문양이 하이너스의 것이라면 난……. 잠시 망설이다 <힐 가문의 역사>부터…… 응?)
 
베아트리체 힐:....아, 어디서부터 확인해볼까. (넘기던 페이지를 우뚝 멈춘다.)
 
에르드 하이너스:원치 않으신다면 하이너스부터 보겠습니다.
 
하이너스 가문의 페이지를 펼칩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지극히 잘 알고 있는 사실. 저 또한 어릴 적부터 검을 연마해 왔었지.)
(다음으로는 <헤일리 가문의 역사>를 본다.)
 
헤일리 가문의 페이지를 보면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듭니다.
 
<자료조사>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암살자 길드…… 어쩌면 그 암살자가 이 가문일지도. 마지막으로 힐 가문도 본다. 보기 전 베아트리체 기색도 슬쩍 살핀다)
 
다시금 힐 가문의 페이지가 펼쳐지만 베아트리체는 아무런 말도 없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저는 종교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힐 가문이 종교로 인해 시끌시끌하다고는 했었지.)
 
여러 가문들의 문장을 다 확인하고 나서야 그 주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반틈 잘린 단추와 꼭 들어맞는 문양.
 
바로 하이너스 가문의 가신. 헤일리 백작가입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역시. 그럴 것 같았어. 단추를 꾹 쥔다.)
 
베아트리체는 조용히 책을 덮습니다.
 
그 순간 귀족 가문의 역사 책의 틈새에서 사진 여러 장이 떨어집니다.
 
...베아트리체의 어린시절 사진들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다 여기 꽂혀있었구나.
 
에르드 하이너스:귀한 사진들이군요.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게 열 살 때였던가. 저도 모르게 몸을 기울여 사진들을 바라본다)
 
베아트리체는 떨어져 내리는 사진들을 줍습니다.
 
사진들의 연령대는 다양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최대 10년 전까지.
 
요람에서 잠든 사진부터 아카데미에 입학하던 날의 사진, 아카데미 졸업식 사진.
 
데뷔탕트 날의 사진까지.
 
여러가지 추억들이 담겨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 ...아카데미. 즐거웠는데.
 
이때 베아트리체가 마지막으로 주운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베아트리체가 검은색 네모난 돌에 앉아 카메라를 본 채 웃고 있는 사진입니다.
 
<관찰력>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다시 한번 <관찰력>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다른 사진들에 정신이 팔려서 눈에 잘 안 들어왔던 듯……)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여전히 정신팔린 듯)
 
베아트리체는 사진들을 정리해 테이블 위에 둡니다.
 
베아트리체 힐:아, 이 사진. 10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찍어주신건데. ...여기 있었구나.
 
에르드 하이너스:아카데미 땐 정말 즐거웠었죠. (자연히 추억이 상기된다.) …… 그나저나 이 네모난 돌은 무엇입니까?
 
베아트리체 힐:(조용히 끄덕인다.) ...할아버님이 아끼시던 거라고 들었어.
어디에 쓰려고 하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르드 하이너스:그렇군요. …… 지금도 남아 있습니까?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베아트리체 힐:...그 뒤로는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집안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어.
 
에르드 하이너스:(고개를 느리게 끄덕이곤, 다시 다른 사진들을 찬찬히 바라본다. 자신이 모르는 모습들도 꽤 여럿 있었다. 특히나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 때의 사진은, 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귀여워 절로 웃음이 날 것 같았다. 요람에 누워 자고 있는 사진을 온정적인 눈으로 내려다본다.)
 
베아트리체 힐:(어린 시절의 자신을 그대로 내보이는 건 조금 부끄러운지 손으로 사진을 슬 덮는다.)
.... ..... ....피곤할텐데. 그만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는 게 좋겠어.
 
에르드 하이너스:(아까까지 누워 있었던지라 그다지 졸리지는 않지만…… 부상을 입었으니 잠을 자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게 방을 내어주시면 영애는 어디서 주무십니까?
 
베아트리체 힐:...암살의 위험이 있으니 같은 방에서 자는 게 좋을거야.
 
말을 끝내자마자 몸이 피곤한 듯 베아트리체는 소파로 향합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자, 잠시만요. (같은 방에서 자는 걸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왜 자연스럽게 소파로 가는 거지?! 속으로 경악하면서 급하게 일어난다) 영애를 소파에서 주무시게 할 순 없습니다. 제가 소파에 누울 테니 어서 침대로 오십시오.
 
베아트리체 힐:....하지만 대신 다친 사람을 소파에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인데. (묘하게 단호한 투)
소파는 아무래도 불편할테니, 침대에서 쉬는 편이 좋을거야.
 
에르드 하이너스:제 부주의 탓이지 대신 다친 게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단호하게 말한다) 전 여러 훈련을 받으면서 험한 곳에서 자본 적이 많습니다. 그러니 소파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영애는 그곳에서 주무시면 분명 내일 허리가 결리실 겁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시죠. (침대에서 내려와 베아트리체에게 손을 뻗는다)
 
베아트리체 힐:...정말, 당신은 못 이기겠군요. (소파에서 단호한 얼굴로 앉아있다가 이내 못 이겨 손을 잡고 일어난다.)
... ...하지만, 나 혼자 편히 자는 게 더 불편하니. 같이 침대를 쓰자.
(두 사람이 눕고도 남을 커다란 침대를 가르킨다.)
 
에르드 하이너스:…………………………………… 예?
(잘못 들은 거겠지? 란 표정으로 멍청하게 자리에 서서 되묻는다.)
 
베아트리체 힐:......같은 침대를 쓰자고 말했어. (담담하게 말하는 듯 하지만 표정이 미묘하다. 귀 끝이 조금 달아오른 것 같기도 하고.)
 
에르드 하이너스:영애…… (내가 누군가를 지적하는 일이 올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그게 오랜 시간 짝사랑해온 사람일 줄은 더 몰랐는데. 내 마음을 알아서 일부러 이러는 건가? 날 놀리려고? 그런 성격은 아닌 걸 아는데. 그런데 왜 이러는 거지. 머릿속이 순식간에 전쟁터라도 난 것처럼 난잡해진다.) 저희는 혼인 적령기에 든 귀족가의 자녀들입니다. 혼인하지 않은 사이에 한 방에 단둘이 있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인데, 한 침대에 눕다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영애의 명예에 아주 큰 누가 될 겁니다.
 
베아트리체 힐:(눈을 천천히 깜빡인다. 당신에게 훈계를 듣는 것은 처음이라. 살아오면서 그럴 일이 없었을 뿐더러. 그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의 말이 맞다. 단 하나 틀린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자신을 위해 쉽게도 다치는 이를. ... ...이렇게 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에 걸려서.
.... .....내 명예는 내가 챙길테니. 우선 침대에 누워.
 
에르드 하이너스:마음에 걸려서, 라니……. (정확히 어떤 의미인 건지 짐작할 수가 없다. 말리고 말린 것도, 모두 제가 아니라 당신을 위한 일이었는데. 저의 명예 따위야 얼마든 추락해도 좋다. 귀족 영애의 추문을 만들었다며 결혼을 명한다면 오히려 제겐 기쁜 일일 테니까. 하지만 당신에겐 아니지 않은가.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텐데. 나와 같은 감정이 아닐 텐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을 텐데.)
(베아트리체를 위한 거절이었으니, 베아트리체가 한 침대를 쓰길 바란다면 들어주는 수밖에. 결국 처음부터 예정된 패배나 다름없다. 한 방에 있는 것도 어려운데 한 침대라니. 오늘 잠들긴 글렀다, 라고 생각하며 결국 침대로 다시 터덜터덜 돌아온다.)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베아트리체 힐:(그제서야 굳은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입가에 저도 모르게 가벼운 호선을 띄웠다. 그까짓 명예, 당신을 위해서라면 진작에 내버릴 수 있었다. 귀족들의 명예와 위신, 가문의 권위, 위치. 그런 것들에 얼마나 많이 자신을 잃고 살았던가. 이 순간 만큼은 내려놓고 싶어졌다. 벽을 허물고, 가까워지고 싶었다.)
... .... ...고마워. (당신이 침대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서야 반듯하게 눕는다. 혹시나 제가 방해될까봐 가장자리에 가깝게.)
 
에르드 하이너스:(그토록 멀어지려, 떼어내려 노력했던 마음이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처럼 쉽게 원상복귀된다. 가까이 있고 싶다. 베아트리체의 속눈썹이 눈을 깜박일 때마다 팔랑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 그의 길다란 머리칼을 쓸어내려보고 싶고, 가녀린 몸을 번쩍 안아들고 싶기도 했다. 스킨십과는 거리를 멀리하던 에르드였건만 당신에게는 자꾸만 다가가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솟는다. 저주처럼 심장을 조여매면서도, 축복처럼 달콤한 떨림을 주는 사랑. 이 밤은 사랑에게 실컷 농락당하게 될 것이다.)
편하게 누우십시오. 그리고…… 좋은 꿈 꾸시기를. (이쪽이야말로 최대한 침대의 끝자락에 붙어서, 몸을 모로 돌리고 눈을 내리감는다. 쿵, 쿵, 심장이 뛴다. 묵직하고 급박한 이 박동이 차분함을 찾는 날이 오기는 할지.)
 
정말 피곤했던 모양인지 베아트리체는 머리가 닿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요즘 몸이 안 좋다고 했던가요. 오늘 엄청난 일을 겪어서 인지도 모릅니다.
 
그에 반해 에르드는 무척이나 또랑또랑합니다.
 
애초에 기절을 하고 일어난 지 별로 안 되었으니까요.
 
고요한 방 안에 심장 소리만이 울립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고요한 방 안. 창문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섞여있습니다.
 
찬바람이 새어나오는 문틈. 무언가가 톡톡 부딪혀 점점 창문이 열려가고 있습니다.
 
밝은 달이 뜬 하늘이 금세 먹구름에 삼켜져 빛을 잃습니다
 
비가 흘러 흐리게 보이는 창문 밖을 보자, 커다란 나무가 제일 먼저 눈 안에 들어옵니다.
 
그와 동시에 나뭇가지 위에 앉은 누군가가 보입니다.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
 
손에는 작은 돌을 들고 있습니다.
 
아마 창문에 돌을 던진 듯 한데... 저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요?
 
<관찰력>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선잠이 들었었나? 번뜩 눈을 떠 몸을 일으켠다. 일단 옆자리부터 살펴본다. 베아트리체는 잘 자고 있나?)
 
베아트리체는 많이 피곤했던 모양인지 그대로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일정한 숨소리를 듣자하면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다행히 그 사이에 별일이 일어나진 않은 모양이군. 곤히 잠든 모습을 잠깐 내려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내가 힐 가문의 집에 몸을 의탁한단 걸 누군가 알아차린 건가?)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창문 틈으로 보이는 건 자신과 똑닮은 눈동자. 하이너스 공작입니다.
 
그가 어째서 이런 모습으로 온 걸까요?
 
에르드 하이너스:…… 아버지? (저도 모르게 당황한 목소리가 입술 밖으로 새어나간다. 설사 부모님의 귀에 제 위치가 들어갔다 하여도 직접 오시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고민할 시간은 없다. 원수 가문의 수장이 이곳까지 온 게 들킨다면 좋지 않을 것이다. 겉옷을 걸쳐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방문을 열기 전, 침대를 돌아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천천히 걸음을 내딛어 그곳으로 향했다. 고요히 잠든 베아트리체의 곁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천사처럼 무구하고 순진한 모습을 얼마간 바라보았을까. 이내 다시 일어서 뒤돌아보지 않고 문을 나선다.)
(복도에 하인은 없는지 확인하고 조용히 현관을 향해 내려갔다.)
 
조용한 복도를 지나 현관에 다다릅니다.
 
시간이 늦은 탓인지 다행히도 현관까지 오는 길에 사용인 하나 마주치치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이너스 공작의 표정 또한 평소와는 달랐습니다.
 
...손에 분명히 반짝이는 무언가 들려있었던 것 같은데.
 
<지능>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확실합니다. 그 빛과 형태. 그 손에 들려있던 것은 분명히 단검입니다.
 
에르드는 떠올립니다.
 
가게에서 받았던 서류에 무엇이 쓰여있었나요.
 
분명 베아트리체의 암살을 사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의뢰자는 하이너스.
 
그 순간, 위층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립니다.
 
...베아트리체의 방이 있는 곳입니다.
 
에르드 하이너스:(계단을 급히 내려오며 창문 너머 보았던 광경을 곱씹는다. 아버지는 손에 칼을 쥐고 계셨다. 그리고 베아트리체의 암살을 사주한 이는 하이너스 가문. 설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직접 이곳까지 찾아오신 건가? 불길함과 불안함이 연기처럼 몰려온다. 허리춤에 달린 검집을 괜히 꾹 쥐었다.)
(문을 열고 나서려던 그때 울리는 소리에 몸을 홱 돌린다. 설마, 그 찰나의 사이에 베아트리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어떤 사고를 하기도 전에 이미 두 다리는 다시금 베아트리체의 방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를 잃을 수는 없어. 그가 다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어.) 베아트리체! (문을 열어젖혔다.)
 
닫혀있던 방문이 열면 곤히 잠든 베아트리체의 너머로 하이너스 공작이 단검을 치켜 들고 있습니다.
 
깨친 창문으로 비바람이 휘날리고
 
바람을 등진 공작의 행동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근력>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칼날이 베아트리체를 향하고 있었다. 문을 열어젖히자마자 보인 그 광경이 칼날처럼 눈에 박혔다. 그나마 남아있던 모든 이성이 전부 흩어져 날아간다. 사랑하는 이를 공격하려는 자를 막아야만 한다는 본성이 짐승처럼 포효를 부르짖었다.)
안 돼! (번개처럼 칼집을 빼어들고 베아트리체에게 내리꽂히려는 단검을 막아내려 시도했다.)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하이너스 공작: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에르드의 칼집과 공작의 검이 부딪힙니다.
 
마음이 급했던 탓인지 칼집이 미끄러집니다.
 
공작의 검이 미끄러지며 에르드의 소맷자락을 끊어냅니다.
 
공작은 그제서야 목소리를 냅니다.
 
하이너스 공작: ...베아트리체를 죽여야만 한다.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저 아이가 죽지 않으면 다 끝장이다.
 
에르드 하이너스:(칼집과 검이 맞부딪힌다. 급하게 달려온 탓에 제대로 힘을 주지 못했을 뿐더러, 저보다 연륜 많은 이의 힘을 이기기에는 아직 무리였는지 부들부들 떨리던 칼집이 결국 미끄러진다. 소매가 베이는 섬뜩한 소리가 울렸으나, 온 신경은 베아트리체가 다치지 않았단 사실에만 쏠렸다.)
(침대와 공작 사이에 서서 베아트리체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외친다.) 아버지.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영애가 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죽어야만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베아트리체에겐 아무런 죄도 없습니다!
 
하이너스 공작: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나도 쫒기는 몸이다. 네가 날 이렇게 막는다면, …마지막 처리는 결국 네게 맡길 수 밖에.
 
어째서 죽여야 하냐는 에르드의 물음에 공작은 답하지 못했습니다.
 
창문 밖에서 소란을 눈치챈 사용인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베아트리체가 깨려는 듯이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거든요.
 
마음이 다급해진 하이너스 공작은 에르드에게 금빛 단검을 쥐어줍니다.
 
하이너스 공작: ... ... ...저 아이와 같이 있다 보면 어둠이 닥칠게다. 그때 저항이라도 해봐야지 않겠느냐. 이대로 끝낼 수는 없으니.
명심하거라. 새벽 5시까지라는 것을.
 
짧은 말을 전하고, 베아트리체를 흘끗 본 다음에 하이너스 공작은 떠나갑니다.
 
동시에 바깥에서 저쪽으로 갔다! 라며 큰 소리가 들리고, 철제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비바람 소리가 방안을 메웁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손에 쥐인 차가운 금빛 나이프. 하이너스 공작이 말한 몰려오는 어둠.
 
...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체 왜 베아트리체를 죽여야 한다고 했던걸까요?
 
그 생각도 잠시,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어둠이 닥친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금빛 단검을 받아든 채 잠시간 멍하니 서 있었다. 문득 시선이 베아트리체의 목덜미에 있던 반점으로 향한다. 베아트리체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했지만…… 지금으로선 떠올릴 수 있는 단서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너무도 혼란스럽다. 생각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떠돈다. 퍼뜩,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근간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다름 아닌 베아트리체입니다.
 
베아트리체의 몸이 떨립니다. ...아니, 발작하고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고, 숨이 막히는건지 컥컥대며 헐떡입니다.
 
시선 끝에 있던 목의 검은 반점이 뺨을 타고 오르고, 팔을 따라 내려와 손등에도 검은 자국을 냅니다.
 
목과 가슴 부분은 이미 시꺼멓게 변한 이후입니다.
 
에르드 하이너스:베아트리체!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랬는데. 어째서 불길한 직감은 반드시 들어맞고 마는 건지.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그를 제 품 안에 끌어안았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말하고 미소해주던 이가 점점 어둠에 물들어간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어떻게 해야만 하지?) 베아트리체. 정신 차려 봐! 제발, 제발……!
 
베아트리체 힐:(가슴이 불규칙적으로 오르내린다.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한 숨소리와 차게 식은 땀이 이마에 맺혔다. 입에서 흐르는 목소리는 잠기고 갈라진다.) ... …누군가가 날 부르고 있어...
 
당신의 걱정은 들리지 않는지 그 말 만을 중얼거리며 아픈 몸을 일으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부르고 있다니. 그게, 그게 무슨 소리지? (베아트리체의 숨이 너무도 가쁘고 격해서, 에르드는 금방이라도 그 여린 몸의 숨이 덜컥 넘어갈까 봐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어떤 강력한 무기도, 흉포한 짐승도 불러일으킬 수 없었던 두려움이란 감정이 마침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혹시나 하고 귀를 기울여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베아트리체 힐:... …누군가 날 부르고 있어.
 
베아트리체는 홀린 듯 바깥으로 걸어나갑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어디로 가려는 거야? 베아트리체! (위기감이 벼락같이 내리꽂힌다. 망연하게 뒷모습을 바라보던 것도 찰나, 곧장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저 상태로라면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져 굴러떨어질지도 모른다.)
 
베아트리체 힐:...난 가야만 해… 가야만 해…
 
베아트리체는 최면이라도 걸린 듯 단순한 말 만을 반복합니다.
 
그 외에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에르드 하이너스:(강제로 막아선들 그를 막을 수 있을까? 정신이 완전히 어딘가로 쏠린 것만 같잖아.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만 하지?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그는 베아트리체의 손을 아주 조심스럽게 잡았다. 끌어당기거나 힘을 주지 않았다. 단지, 그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저 역시 따라갈 수 있도록. 그 과정에 위험한 것이 있다면 물리치고 베어낼 수라도 있게끔.)
 
맞잡은 손을 끌어당깁니다.
 
에르드의 보호 아래, 어느새 두 사람은 지하의 와인 숙성실에 발길이 닿습니다.
 
어째서 이곳에 온걸까요?
 
조명 하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을 베아트리체는 겁도 없이 헤쳐나갑니다.
 
마치 이 어둠 속에서 우리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건지 아는 것처럼.
 
벽처럼 늘어선 수많은 와인. 그것들을 지나쳐 가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춥니다.
 
베아트리체는 멈춤과 동시에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맨손으로 바닥을 드득드득 긁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여긴……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장소다. 의아했지만, 베아트리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찾기 위해 베아트리체를 따라가면서도 열심히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보면 문득 걸음이 멈춘다.) 베아트리체? (손이 상하겠어. 한 손으로 그의 두 손목을 붙잡아 쳐들면서도, 얼른 그의 곁에 무릎을 굽히고 바닥을 주의깊게 바라본다. 문이나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나?)
 
<관찰력>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행운 깎겠습니다)
 
한참을 주시하면, 그 바닥에 손가락 하나쯤 들어갈만한 구멍을 발견합니다.
 
그 구멍에 손가락을 걸어 위로 들어 올리면 열릴 것 같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구멍을 발견하자마자, 얼른 손가락을 넣고 위쪽으로 당겨올렸다.)
 
그 아래로 지하실이 드러납니다.
 
관리가 잘된건지 습기 하나 없이 계단 또한 깨끗하고 정갈하게 청소 되어 있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청소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의미. 귀족가들이라면 재산을 숨기거나 도주를 위해 비밀 공간 몇 개쯤은 만들어두는 편이라지만…… 대체 베아트리체가 왜 여기로 이끌린 거지?)
여길 가려는 거지? (베아트리체를 내려다보며 그리 묻고는, 아예 그를 안아들었다.) 계단은 위험하니 내려가는 동안만 안을게. 조금만 참아.
(그리고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간다.)
 
...거대한 공동. 이곳은 음산하고, 서늘합니다.
 
무척이나 단순한 가구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요?
 
계단의 맞은 편에 놓여진 또 다른 문. 그 문의 옆에는 책장이 세워져있습니다.
 
그 책장 옆에는 책을 찢어 구겨 놓은 듯이 종이뭉치들이 한가득 쌓여있었습니다.
 
기이하게도 그 공동 한가운데에는 검붉은색의 동그란 러그가 펼쳐져 있고, 그 중앙에 검은색 상자같은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정신력>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이게 대체 무슨 광경이지? 눈살을 찌푸린다.)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자신도 모르게 아래에 깔린 기묘한 러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러그에 그려진 보라색 마법진이 음산히 빛을 내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것이 베아트리체를 이쪽으로 부른 것입을 본능적으로 눈치챕니다.
 
에르드 역시 이 마법진에 이끌리는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이성 판정 (0/1D3)
 
에르드 하이너스: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갑자기 종교를 바꾸었다더니. 설마 이게 그것과 관련된 물건들인가? 저도 모르게 러그 쪽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가, 고개를 가볍게 내저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이들은 베아트리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베아트리체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려던 거지? 불안하지만 그를 조심스럽게 내려주고, 다시금 손을 맞잡고서 책장으로 다가간다.)
 
베아트리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립니다.
 
어째서 이곳에 도착했는지 전혀 모르는 기색입니다.
 
<자료조사>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누렇게 변한 노트 기이한 책이 있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노트를 먼저 집어들어 살펴본다.)
 
누렇게 변한 노트를 꺼내자 안에서 종이들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종이들을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힐 가문이 갑작스럽게 종교를 바꾼 시점이 24년경 8월이라 하였지. …… 저 러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것을 쓴 이의 정신을 현혹한 건 확실해 보인다. 황제의 개들이 처리했다는 내용은 전대 장남을 말하는 거겠지. 황금 칼이 박혀있었다는 건, 그 역시 베아트리체와 같은 일을 겪었다는 것이겠고. 그러니까 베아트리체의 아버지로 모자라 이젠 베아트리체마저 '그분'이란 것을 위해 위험에 몰아넣은 것인가? 분노로 인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베아트리체. (그러다 곁의 이가 정신을 차렸음을 알고,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정신이 들어?
 
베아트리체 힐:(떨리는 숨과 떨리는 몸. 제대로 가누기 힘들어 어깨에 기대어 겨우 서있다.)
....여기가, ....어디야...?
(내쉬는 숨이 가늘게 떨린다.)
 
에르드 하이너스:(얼른 그의 허리를 받쳐주었다.) 너희 가문 저택의 와인 숙성실 지하야. 네 반점이 갑자기 너를 뒤덮더니, 꼭 뭐에 홀린 사람처럼 여기로 향하기에 뒤쫓아왔어. …… 괜찮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례허식 같은 존댓말은 집어치운 지 오래였다.)
 
베아트리체 힐:(떨리는 숨을 고르려 작은 등이 몇 번이고 들썩인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탓에 거친 숨을 들이키며 온전히 기댄다. 흐린 시야로 당신이 가깝다. ...당신만의 어투로 이렇게 마주한 것이 대체 얼마 만이지. 고통에 일그러지는 얼굴에도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내가, 그랬구나. ...걱정...했구나. 미안, 해.
 
에르드 하이너스:사과할 이윤 하나도 없어. 게다가…… (내가 막지 않았더라면 베아트리체는 그대로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했겠지. 밀서를 열어보았던 그때처럼 가슴이 죄책감으로 따끔거린다.) …… 이곳까지 내려오는 동안 위험할까 봐 너를 잠시 안고 있었어. 함부로 손을 댔으니 오히려 내가 사과해야지.
하지만 많이 힘들어 보여. …… 괜찮으면 좀 더 안겨 있어도 돼. 저기 의자가 있긴 하지만…… (러그 한가운데에 놓인 의자를 흘끗 바라본다. 마법진이 그려진 러그 가운데의 의자라니. 불길하기 그지없다.) 저기로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베아트리체 힐:(가누기에도 벅차 자꾸만 떨어지려는 고개를 간신히 들어 품에 기댄다. ...그리웠던, 안겨보고 싶었던 품에. 진정하려 내쉬는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불규칙해진다.)
(에르드, 왜 네가 미안해 하는걸까.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응, 잠시만, 잠시만 ...이렇게 있을게.
 
에르드 하이너스:(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그의 목덜미며 팔을 검게 뒤덮은 모습을 볼 때마다,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다. 되돌릴 방법을 찾을 수는 있을까? 베아트리체를 잃는 건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완전히 기대도 돼. 난 어떻게든 여기에서 네 상태를 고칠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그를 한 팔로 받쳐들다시피 안은 채로 기이한 책을 펼쳤다. 이렇게 마음껏 대화를 나누고 그를 끌어안을 수 있는 상황이 하필이면 그가 위험에 처해 있는 순간이라니.)
 
이성판정 (1/1D3)
 
에르드 하이너스: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이한 책]
 
그 책의 끝 부분은-
 
찢겨져 있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정말이지 불쾌한 내용이군. 누렇게 변색된 종이들에 잠시 시선을 둔다. 아마도 저것을 쓴 자가 늙은 인간에 해당되었겠지. 제물이고 숙주라니. 자신의 자식과 손주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주문을 풀 수 있는 방법만을 찾기 위해 금빛 눈이 재빠르게 글씨를 훑는다. 그러나 찢겨진 마지막 부분을 보자 맥이 빠진다. 왜 하필 이 부분만이.)
(어쩌면 여기에 그 찢겨진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종이뭉치들을 뒤져본다.)
 
<자료조사>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종이 뭉치 속에서 찢긴 종이 조각을 발견합니다.
 
간절히 찾던 기이한 책의 조각입니다.
 
에르드 하이너스:(종이뭉치를 얼마나 뒤지고 뒤졌을까. 마침내 찾아낸 종잇조각을 동앗줄이라도 돼듯 간절하게 붙잡고 읽어내려갔다.)
……. (황금으로 만들어진 검을 심장에 찔러넣고, 숨을 닮은 마력을 불어넣어? 결국 나는 베아트리체에게 검을 써야만 한단 말인가? 마력을 담는다면 되살아날 수는 있는 걸까? 저주만을 몰아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막막한 절망이 파도친다.)
(우선은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모아야 했다. 러그 쪽을 살펴본다.)
 
검붉은 러그에서는 여전히 보라색 빛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분명히 저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이한 책]에 적혀있던 보랏빛 그림이 그려진 러그입니다.
 
에르드 하이너스:(그래. 저기에 베아트리체의 할아버지라는 이의 피가 깃들어 있겠지. 사진 속의 베아트리체는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사진을 찍어주었을 이는 그를 제물로 바쳤다. 이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인지. 그리고 자신이 저지를 짓 또한 마찬가지일 터다. 주먹을 꾹 쥐었다 편다. 자신이 찾아낸 사실을 정리하여 말해주기까지는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을 굳게 다잡은 뒤 입을 열었다.) …… 베아트리체, 네게서 이 어둠을 몰아낼 방법을 알겠어. 이 칼로 너를 찔러야만 해. 그렇지만 네가 죽게 둘 생각은 추호도 없어. (종잇조각의 내용을 읽어주었다.) 마력을 불어넣으면 너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으로선 그 방법뿐이야. …… 괜찮겠어?
 
베아트리체 힐:(가물가물 흐려지는 시야와 의식 너머, 황금빛 눈동자만이 온전히 빛을 발했다. 겨우 손을 뻗어 당신의 뺨에 가져간다.) ....에르드.
 
그 순간, 계단 위쪽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에르드 하이너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누군가가 들어갔습니다.”
 
?: “제물 혼자겠지, 어차피 가두어 둘 생각이었으니 걱정 말도록.”
 
??: “아닙니다. 주인님. 발자국이 두 명 분입니다.”
 
?: “...뭐라고?”
 
의문을 끝으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도망쳐야 합니다.
 
어디로 도망쳐야 할까요.
 
에르드 하이너스:(반사적으로 베아트리체를 제 품 안에 끌어안았다. 내어줄 순 없다. 절대, 이곳에서 어둠에 삼켜지게 둘 수만은 없다. 어디로 가야만 하지? 미친 듯 공동을 둘러보다가, 책장 옆의 문을 기억해낸다. 지금으로선 그곳밖에 퇴로가 없다. 다급히 그 문을 열어젖혀 보았다.)
 
잠기지 않은 철문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밖으로 향하는 문입니다.
 
에르드 하이너스:…… 베아트리체. 바깥으로 빠져나갈 거야. 저들은 널 제물로 쓸 생각밖에 없어.
내가 너를 구할 수 있게 해줘. 응? (대답을 구하듯, 끌어안은 베아트리체를 가만 바라보았다.)
 
베아트리체 힐:(끊어질 듯한 숨에 섞여 잠기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흐른다.)
...에르드. 부디. ( ... ...네 손으로 나를 구해줘. 뒷말은 거친 숨에 잠겼다. 다만 꼭 잡은 손 너머로 전해졌기를 간절히 바랐다.)
 
에르드 하이너스:(소리로 전해지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참은 작고 가녀린, 사랑하는 이를 한 차례 꾹 끌어안았다. 이 연약한 온기가 부디 꺼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에르드는 문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에르드와 베아트리체는 철문을 벌컥 연 채로 멀리 도망갑니다.
 
이때, 따라 들어온 발자국이 두 사람을 찾습니다.
 
가문의 기사로 보이는 그가 던지는 칼이 날선 바람을 타고 무섭게 옆을 스칩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계속해서 도망갑니다.
 
...
 
어두운 통로가 끝나고 새벽의 찬 공기를 맞습니다.
 
두 사람은 무사히 밖으로 도망쳐 나왔습니다.
 
어두운 통로를 얼마나 걸어 왔을까요.
 
도시 한가운데 세워진 시계탑이 가리키는 시간은 새벽 4시.
 
책의 내용을 읽은 에르드와 베아트리체는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세계가 멸망하고, 베아트리체의 몸이 터지기까지 단 1시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에르드 하이너스:(거친 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본다. 더 이상 뒤따라오는 이들은 없다. 그래도 여남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거운 다리를 끌고 도시의 교외로 향했다. 뛰어가는 길에 바라본 시계탑의 바늘은 어느덧 네 시를 가리켜고 있었다.)
(민가도 드문드문한 한적한 곳까지 와서야, 베아트리체를 끌어안은 그대로 풀숲 위에 주저앉았다.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 쪽이더라도 베아트리체에게 위험할 수밖에 없다면, 한 가닥 남은 가능성만이라도 붙잡는 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찔러야 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베아트리체의 이마에 제 이마를 기대었다.) 베아트리체. …… 베아트리체. (조용히 그의 이름을 중얼였다.)
 
...선택을 해야합니다.
 
죽고 죽일지. 살고 죽을지.
 
…그것이 어둠의 운명이기에.
 
베아트리체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퍼져나갑니다.
 
연보랏빛 눈이 흰자와 홍채 구분없이 온통 까맣게 물들고 그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흐릅니다.
 
눈 앞은 보이지 않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끊어질 듯한 숨을 짧게 나마 들이마시고 내쉰다. 어둠에 온전히 물들어 당신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이렇게나 무서운 일이었구나. 완연한 어둠은 너무나 두렵다.)
(...눈가에 흐르는 것을 내버려둔다. 이마에 내려앉은 온기, 나지막이 들리는 당신의 목소리만이 그 두려움을 따스히 감싸주었다.)
... ... ...에, 르드. (부디 네 손으로. 이 어둠이 당신까지 삼켜버리기 전에.)
 
에르드 하이너스:(박꽃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가 검은 연기에 삼켜져간다.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며 커다란 손으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었다. 그가 얼마나 큰 괴로움을 겪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꺼질 듯한 목소리로 부르는 제 이름이 심장을 저리게 만든다.)
걱정하지 마. …… 내가 곁에 있을게. 끝까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약속은 이것뿐이었다. 화려한 수식어나 언변은 할 수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 단조롭고 투박한 어투로 진심만을 전했다.)
널 구해줄게. (사랑하는 너를, 내 손으로.)
(연보랏빛 머리칼을 길게 쓸어주면서 아버지에게 받은 칼을 꺼내들었다. 황금빛 칼날이 어스름 하늘 아래에서도 반짝인다. 부디 네가 너무 괴롭지 않기를. 마치 제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격통에 삼켜지면서, 칼을 베아트리체의 가슴 한가운데에 찔러넣었다. 그와 동시에 고개를 천천히 숙여 입술을 겹친다. 온힘을 다해 마력을 불어넣었다. 사랑해. 이 사랑이 너에게 닿지 못할지라도, 제발 살아남아 줘.)
 
당신의 손아귀에 쥐인 금빛의 검은 베아트리체의 살을 가르고, 안쪽으로 파고 듭니다.
 
맞닿은 입술과 숨.
 
베아트리체의 입에서 흐르는 숨결이 점점 사그라들고, 곧 그 몸은 힘을 잃게 되었습니다.
 
잠든 듯 죽은 그 입술에 닿아있는건, 당신의 숨입니다.
 
살아있자고, 함께하자고 외치듯 애절히 닿아있는건.
 
당신의 염원입니다.
 
어둠을 몰아내기 위한 찬란한 금빛입니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심장에 참혹하게 박힌 금색 나이프가 서서히 빛을 발합니다.
 
베아트리체의 몸에 흐르던 검은 연기는 미약했던 그 빛에 먹혀 종적을 감췄습니다.
 
뒤이어 심장께부터 어둠이 사그라듭니다. 바로 그 금빛 너울에 의해.
 
이곳은 신이 붓질한듯 너울거리는 금빛들로 가득합니다.
 
...그 빛은 꽃이 되고, 그 빛은 바람이 되고. 그 빛은 곧 온기가 되어서-
 
두 사람을 감싸고 다시금 베아트리체에게 숨을 불어넣습니다.
 
창백한 뺨에 스며드는 온기.
 
더 이상 뛰지 않던 심장에 작은 소리를 만들어내며,
 
그렇게 금빛은 몸을 물들였던 어둠을 몰아냅니다.
 
더 이상 어둡지 않고, 검지 않은 베아트리체의 몸과,
 
천천히 뜨이는 청명한 베아트리체의 눈.
 
어둠이 걷힌 그 눈을 마주보면 금빛 너울들은 마치 터져나가듯 그렇게 사라집니다.
 
...그 금빛 대신, 우리의 사랑이 빛날테지요.
 
END 1. 어둠을 몰아낸 찬란한 금빛처럼
 
KPC. 베아트리체 힐 생환
 
PC. 에르드 하이너스 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