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 : 약 9시간
메인
GM
열대의 달은, 한낱 인간 따위는 너무도 손쉽게 잡아먹으려 드는 것 같을 정도로─
무거운 배를 부풀린 채 거친 눈을 뜨고 있다.
열여덟의 9월, 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첫 달.
각성자들은 학교에 적응하고 제나름의 친분을 쌓아 가며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낼 무렵.
사관학교라 해도 결국 분류는 대학이자 지식의 보고다.
바쁘게 뛰어가는 선배들, 과제 탓에 골몰하며 늦은 시간까지 도서실 불을 환히 밝히는 학생들,
느슨한 자유와 적당히 용인되는 비행……
저 장벽 너머에서는 도무지 보기 어려운 녹음이 교정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세상이 다 이곳같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날이 좋아 하늘까지 맑다.
그것이 다 갖기 어려운 축복이라는 사실을, 이곳 카사블랑카의 시민들은 머리로나 알지 가슴으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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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가 반짝이며 알림을 울립니다.
홀로그램 패널이 온통 노란색이네요.
늦지 말라고 성화입니다.
오늘은 1학년 학생들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첫 가상 훈련이 있는 날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요!
운동장 두 개 크기만큼 널찍한 홀로그램 단련실에서 특수 렌즈를 착용하면,
바깥 사막과 동일한 환경을 구성해 둔 가상 VR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던가요.
첫 한 달 간 이론으로만 배운 전투를 어서 빨리 실전과 비슷한 공간에서 경험하고 싶다며 애가 달은 학생도,
몹시 긴장하여 창백하게 질려서는 서 있는 게 고작인 학생도 있습니다.
실은 더 궁금한 게 있지만요.
바로 자신과 맞는 구현자나 설계자가 누구인지, 이것 또한 장안의 화제가 따로 없습니다 요즘.
페어로 활동하는 각성자들은 70% 가량,
거기서 다시 15% 정도의 비율이 각인을 맺어 시너지를 내곤 하지요.
페어를 자율적으로 정하라 하면 보통 친한 친구들끼리 무턱대고 함께했다 도리어 전투 방식이 맞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니 1학년 때에는 하늘길 시스템이, 신체 데이터를 통해 서로 보조해 줄 수 있겠다고 판단한 후보 학생들과
여러 번 짝을 바꾸어 가며 누가 자신과 알맞는지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 관례입니다.
앗, 깐깐해 보이는 학생 부회장이 명단을 읽기 시작하네요.
학생 부회장
자, 첫 번째 임시 페어 부른다.
구현 A반의 스즈키 와타루, 설계 E반의 노노이 라가힛. 앞으로 서.
다음, 구현 B반의 시트라 볼크, 설계 D반의 이한영……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구석에서 팔짱 끼고 서 있는다. 예의 모든 것에 관심없는 표정으로…… 그래도 내 페어는 누굴지 좀 궁금하네.)
GM
각자 자신의 임시 페어를 찾느라 장내가 소란스럽네요.
모든 것에 심드렁한 낯인 당신의 이름은 한참 뒤에야 불립니다.
학생 부회장
설계 D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구현 D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너야? (그리고 뒤에서 와서는 불쑥 고개부터 들이밀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뭐? (루돌프라고? 주변인에게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는 아이린이었지만, 그런 그조차도 알고 있을 만큼 루돌프는 여러모로 눈에 띄는 이였다. 그리고 아이린은 그가 자신과는 전혀 맞지 않으리라고 스치듯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름이 하필 내 이름 옆에 불리다니. 어이없어하며 작게 의문을 표하려던 찰나, 예고도 없이 뒤에서 나타나는 밝은 목소리에 경계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돌린다.)
…… 아니? (?)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맞을 텐데?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디 동명이인이 있나 보지. (냉담하게 현실부정 중)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니, 동명이인을 기대하기엔 이름 너무 길지 않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할 말 없어짐.)
'임시' 인 거지? (대상도 없는 이에게 확인받듯 중얼거린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마음에 안 들어~? (그럴 리가? 싶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양 빤히…… 봤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넌…… (마치 '그럴 리가' 라고 말하는 듯한 이를 마찬가지로 빠안히 바라본다.) 나랑 안 맞을 것 같아. 너도 곧 그렇게 생각할걸.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진짜~? 하지만 원래 공주님이랑 왕자님은 잘 맞는 법이라고 했는데. (동화책에서, 하고 짧은 말이 덧붙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못 들을 말 들었단 표정 됨.) 네가 왕자야? …… 나는 공주고? (공주라는 두 글자를 심히 힘들게 발음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난 왕자니까, 내 페어인 너는 당연히 공주여야 맞는 거 아냐?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주 청산유수가 따로 없이 발음했다.)
'임시'라고 하긴 했지만 아무튼 페어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난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거. (첫만남부터 왕자 타령하는 걸 보니 아무리 봐도 나랑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반대일 것 같단 선입견이 강해지는데?)
임시라고 했으니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기도 하지. 가상 훈련도 너와 함께 하는 건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것은 비단 아이린의 선입견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일단은~? 오늘은 같이 할 거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몇 번 더 합을 맞출 수 있겠지? 봐, 저기. (하고선 앞의 대형 스크린 쪽을 눈짓하며 씩 웃어 보였다.)
GM
앞선 순서 팀이 훈련실로 들어가고,
그들이 바라보는 가상 환경과 전투 광경이 부속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기 시작합니다.
곳곳에선 손에 땀을 쥐는 스포츠라도 되는 양 중계를 관람하기 시작하네요.
가상 훈련인 만큼 부상을 입을 일은 없겠지만,
신체 부위마다 장착된 센서가 타격을 받으면 착용한 방어구가 고정되어 실제 부상처럼 움직임을 차단해 해당 부위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훈련 안에서는 진짜로 다친 것과 다를 바 없겠지요.
몇몇 팀은 훌륭한 성과를 냈으나……
대부분은 기본적인 타격 범위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제한 시간을 초과해 버립니다.
비난받을 일은 아니죠, 뭐, 당연한 거니까요. 모두가 처음이고.
교수들도 채점 기준을 너그럽게 두고 있는 것 같고요.
유리 모하에
저─기, 지금 C4 좌표에서 총 쏘고 있는 애 이름이 뭐더라?
요한 에를리히
아까 말했잖아? 입학 체력 평가 때 5등인가 했다던.
GM
불쑥 뒤에서 말을 건 것은 학생회장 유리 모아헤, 그리고 부회장 요한 에를리히입니다.
3학년 생도 중 우수한 이들은 1학년 생도들의 멘토가 되어 졸업 전까지 2년 간 상급생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제도가 있었지요.
구현 - 설계 D반의 멘토가 바로 이 페어입니다.
운이 좋다면 좋네요! 두 사람은 각각 학년 수석 및 차석을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고들 하니까요.
학기 첫 주에 유리가 구현자, 요한이 설계자라는 소개를 받았지요.
유리 모하에
쫄지 마~ (대추야자만 하나 쏠랑 집어먹었다.) 몇 번 하다 보면 이제 지루하고 졸려가지고 빨리 실전이나 하고 싶다고 빌게 될 걸.
GM
'입학 체력 평가 때 5등인가 했다던' 우리의 동급생은 화면 안에서 정확한 사격 실력을 보여 주고 있네요.
능력이 총과 관련된 학생이었던가요? 얼핏 떠오릅니다.
곁에서 그의 페어가 소리지르는 게 스피커를 통해 울립니다.
학생A
좀 더 위로 경로를 끌어올릴 테니 한 번에 쏘아 터뜨려! 마지막 한 방이다 생각하고 해치우자고!
GM
곧이어 설계자 쪽이 설계한 경로를 따라 미로를 뚫고 지나가듯 구현자의 총알이 궤적을 바꿉니다.
허공에서 몇 갈래로 갈라진 총알 파편이 굉장한 소리를 내며 크리처형 로봇의 머리에 적중!
지켜보던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오네요.
유리 모하에
오~ 저 두 사람은 합이 꽤나 잘 맞는 것 같네. 어때, 여기 둘은 서로 인사 나눴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제 막 인사 나누고 있는 참이었지~ (동의 구하는 낯짝으로 아이린 봐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한테 말 거는 거?) ……. (루돌프를 한 번 바라봤다 마는 걸로 대답 대신한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그렇다는데. 우리도 좋은 페어가 될 거라고 생각한대. (이렇게까진 말하지 않았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그렇게까진 말 안했어. (날조를 통해서 내 말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인가? 같은 생각이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좋지 않은 페어가 될 거라고 생각해? (물고 늘어지는 쪽.)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가 내게 잘 맞춰준다면 좋은 페어가 될 수도 있겠지. (가정형)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음, 그럼 역시 좋은 페어가 되겠는데? 나 그런 거 잘 하거든. (신빙성이 불분명한 말이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의심스럽게 본다) 내가 네게 맞춰야만 하는 일을 만들 것 같은데, 아니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건~ 해 보면 알겠지?
GM
두 사람의 순서가 왔습니다.
보급받은 특수 렌즈와 방어구를 착용하자 몸이 다소 무거워지는 느낌이네요.
유리와 요한도 통신 인이어를 끼며 조원들에게 손짓합니다.
유리 모하에
자, 자, 절대 긴장하지 말고. 엄청 현실적이긴 한데 실상은 그냥 거대한 훈련실이라는 걸 잊지 말 것.
요한 에를리히
그렇다고 실전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임해서도 안 된다. 그런 감각에 익숙해지면 장벽 너머로 나아가 진짜 적을 맞닥뜨려도 그 상황을 모의 훈련이나 게임처럼 느껴 버리고 마니까.
유리 모하에
우리가 앞뒤에서 너희를 엄호할 거고, 진짜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곧바로 시계 옆 S 버튼을 연달아 세 번 눌러.
다들 알겠지만, 원래 이 버튼 세 번 신호는 실제 위급 상황에서 연락처에 등록된 비상 번호 쪽으로 연락을 보내는 시스템이야.
이 훈련실 범위에 한정해서 그 비상 신호가 관리 교수님들께 도달하도록 시스템이 변경되어 있고.
게다가 저기 스크린으로 모두 보고 있을 테니까~ 알았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쫄지도 않았고 긴장도 안 했기에 방어구만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GM
주의사항이 몇 가지 더 이어진 뒤에야 훈련실 입실이 재가됩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긴장했어? (안 한 것 같지만 한 번 물어나 봤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런 너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난 언제나 이상 무인걸~ 왕자님이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왕자님은 긴장도 안 하니? (그거 정말 '이상적'인 왕자상이네……) 나도 마찬가지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상적인 왕자님은 그래야만 하니까? (시원스레 웃어 보였다.) 좋네~ 역시 너도 공주님이구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공주라서 그런 건 아니거든? (흘겨보곤 먼저 훈련실 안으로 쌩하니 들어가버린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맞는 것 같은데, 따위의 시답잖은 소리가 훈련실 문 바깥쪽에서 울리다가 이쪽도 곧 따라 들어왔다.)
GM
네 사람이 모두 입실하고 마침내 문이 닫힙니다.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는 모래바람이 불어닥칩니다.
근래의 방독 마스크는 기능이 좋아 쓴 것 같지도 않게끔 호흡하게 해 준다지만……
이런 기후 속에서는 그마저도 여의치만은 않네요.
인이어 안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립니다.
한 차례 먼지 폭풍이 가시면,
비로소 풍경이 보입니다.
'재앙의 날'을 기점으로 인류가 유사 이래 이룩한 빛나는 문명은 모두 사토 속에 묻혔습니다.
첫 몇 년 간은 식물조차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말라 죽어갔던 고로,
당대에 흔히들 '인류가 멸망하면 몇 년 안에 건물 벽면을 담쟁이덩굴이 뒤덮고, 동물이 활개를 치며……' 라며
상상하던 광경조차 제대로 전개되지 않았다고들 하죠.
가동을 중단한 원자력 발전소가 비상 전력마저 잃고 인간이 직조한 가장 큰 멸망을 세상에 내보내려 했을 무렵,
갓 개화한 각성자들이 그 위기를 막아 처음으로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사람을 징벌하려 드는 것 같은 함신,
인간의 오만을 꾸짖듯 흐려진 날씨,
찬란했던 문명에 바치는 추모비마냥 모래 속에 묻혀 쓸쓸히 늙어가는 빌딩 숲,
그리고 멀리 가장 거친 먹으로 그려낸 듯 일렁이는 바다.
장엄한 자연의 비난을 처음 보는 1학년은 으레 말을 잃기 마련인 광경이지요.
이 광경에 익숙한 멘토들은 앞장서 홀로그램 패널을 띄웁니다.
요한 에를리히
이 공간은 카사블랑카 북동쪽 게이트 바깥 구역과 일치하는 구조로 생성된 거야.
설계자들은 각자 지도에서 목적지까지의 최단 경로를 표시해 봐.
GM
설계자인 아이린, 항법 판정을 통해 목적지까지 다다르는 최적 경로를 파악해 봅시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온몸을 휩쓰는 모래 폭풍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뜬다. 과연 실제 공간과 흡사하다. 각성자로 활동하게 된다면 아마도 자주 보게 될 모습이겠지.)
cc<=70 항법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보통 성공
GM
올바른 경로가 표시되었는지 재차 체크한 요한이 이윽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 네 사람은 이 경로를 믿고 목적지까지 움직이며,
하나 이상의 크리처 로봇을 파괴하면 됩니다.
두 사람은 몇 가지 조언을 이어갑니다.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안전,
그 다음으로 이어진 조언은 엄폐물과 환경을 활용하는 방법이네요.
낡아가는 건축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접근했다가,
설계자의 경로 구현에 에너지를 실어 구현자가 한 방 터뜨리는 것이 기초적인 전투 방식이라고 합니다.
유리 모하에
흠~ 보자, 일단은 저쪽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가까운 폐건물의 옥상 언저리를 가리켰다.) 우리 어린 설계자 씨는 어떻게 생각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옛것이 되어버린 과거의 문명을 주의깊게 살핀다. 거리도 적절하고, 조언대로 엄폐물로 쓰기에도 괜찮아 보인다.) 그렇게 하죠.
유리 모하에
좋─아,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며 이번엔 루돌프 쪽으로 단추 정도 크기가 되는 정찰 드론을 건넸다.) 이걸 바깥으로 던질 건데, 너네가 할 거야.
서쪽으로 30미터 정도 위치에 크리처 로봇이 있거든.
설계자 씨는 왼쪽 창문으로 거리를 가늠하고 에너지 흐름을 느껴 봐.
구현자 씨는 이 드론에 네 에너지를 실어서 던지는데, 설계자의 경로에 얹어서 실어 보낸단 느낌으로 해야 해.
나중에 익숙해지면 이런 드론같은 유도 장치 없이도 두 사람의 에너지 운용이 손쉽게 합쳐지는 거지.
해 봐! 겁먹지 말고. 둘 다 그런 것 같진 않지만.
GM
루돌프는 드론을 던지며 본인의 이능력과 관련된 핵심 기능 판정을, 아이린은 항법 판정을 시행합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걸 던지면 되는 거야? 종이비행기처럼? (난간 밖으로 몸 훌쩍 내밀며 종알종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떨어지겠다. (지적하며 왼쪽 창문으로 다가가 에너지의 흐름을 관측해본다. 어떤 경로를 만들어야 페어가 효율적으로 드론을 던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cc<=70 항법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보통 성공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떨어져도 누구 한 명쯤 잡아주지 않을까? (꽉 맞춰 성공하는 거 봄)
cc<=90 손놀림 (그리고 드론도 겸사겸사 날려 봅니다.)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00 > 100 > 대실패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너 조심성이라곤 없구나?
(오)
GM
이래서 부주의하면 문제가 된다는 겁니다.
공중에 투명하게 고여 있던 에너지가 희미한 보라색으로 일렁이며 물들고,
제멋대로 엉겼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던 에너지 흐름은 점차 정렬되어 미로 지도같은 꼴을 이룹니다.
그러나 복잡하게 엉킨 에너지 사이에서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건 역시 쉽지 않군요.
미끄러지듯 창밖으로 던져진 드론은 얼마 날아가지 못하고 추락해,
폭파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폭파됐어.)
원래 이런 거예요?
유리 모하에
와…… 진짜 엉뚱한 데로 간다. (감탄!)
음? 아아, 처음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어.
될 때까지 다시 해 봐도 되니까, 여기서는. (한참 웃으며 드론을 하나 더 건넸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원래 폭발하기도 하냐구요. (루돌프 봄…….)
GM
두 사람 모두 성공할 때까지 재시도합니다. 제가 조작하는 거 아니고 시나리오에서 진짜 이래도 된다고 했습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보여짐……) 와~
요한 에를리히
……가끔 그래. (아주 가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들었지? 우리 특별하대. (긍정적 사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딱 봐도 드물겠군) 긍정적인 사고 하나는 대단하구나.
다시 갈 거야. 좀 더 집중하렴. (자신이 경로를 이상하게 짰을 수도 있으니, 좀 더 집중해본다. 보랏빛을 띈 나비들이 팔랑거리며 군집을 이루고 길을 표시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까도 집중은 했는데, 같은 소리나.) 으응. (하고선 손끝에 빛을 모아 드론 주변을 넓게 감쌌다.)
cc<=90 손놀림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보통 성공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70 항법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 > 5 > 대단한 성공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천재 아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무심하게) 드론을 끝까지 지켜봐야지.
GM
나의 천재 공주
그것은 몹시도 기이한 경험입니다.
전신의 감각이 단번에 확장되고 시야가 환하게 트입니다.
공중에 투명하게 고여 있던 에너지가 희미한 노란색으로 일렁이며 물들고,
제멋대로 엉겼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던 에너지 흐름은 점차 정렬되어 미로 지도같은 꼴을 이룹니다.
방향은 서쪽으로 30미터,
에너지의 흐름을 당신이 가지런히 한 가닥으로 이어 뽑아 경로를 설정합니다.
그 뒤로 루돌프가 길 위로 제 힘을 실어 드론을 날려 보냅니다.
미끄러지듯 경로를 타고 바깥을 떠 가던 드론은
이내 적절한 길을 찾아 크리처 로봇에게로 곧잘 향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드론은 네 사람의 홀로그램 패널에 30미터 너머의 크리처 로봇을 비춰 줍니다.
미끌거리는 피부, 구역질나는 주둥이 속에서 긴 송곳니 두 개가 번쩍이는 크리처가 그르릉거리네요.
예상보다 더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이성 판정.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70 이성체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실패
?
(실패했으니 1d3입니다)
1d3 (1D3) > 2
system
[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SAN : 70 → 68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죽일 듯 크리쳐를 노려본다. 저 존재가 데린을…….)
cc<=45 이성체크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9 > 59 > 실패
1d3 (1D3) > 3
system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SAN : 45 → 42
GM
침묵이 감돌던 것도 잠시,
유리의 지휘 하에 2:1 전투가 시작됩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네 능력은…… (대강 가늠해 보려는 듯 눈 가늘게 떴다가.) 아, 이게 아니라. 린-이라고 불러도 돼? (타이밍 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갑자기?) 안 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왜? (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뜬금없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지만 한 글자인 편이 더 부르기 편하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거 꼭 지금 정해야만 하는 거니? (약간 성가시기도 하고, 더 급한 게 있었기에 결국 얼레벌레 승낙한다.) 맘대로 하렴. 싸울 준비나 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만족스러운 답변에 홀랑 웃어 보였다.) 그거 말인데~ 린-의 능력을 감안했을 때 근접전보다는 여기서 원거리로 노리는 게 나을까? 해서.
어느 쪽이 좋아? (이 말 하려고 허락받은 호칭.)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러려고) 네 능력도 근접보다는 원거리에 적합하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걸. 왕자니까. (뒷말은 관계없지만 상관 없는 건 맞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쯤 되면 그냥 모든 것에 왕자라는 이유를 붙이고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나도 둘 다 상관없지만, 역시 근접보단 원거리가 안전하겠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어쩌면 기분 탓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 좀 멀리서 갈까? 처음이고, 우리도.
GM
두 사람의 부상은 가상 부상으로 처리되기에 실제 체력은 소진되지 않지만,
두 부위 이상 부상을 당할 경우 패널티 다이스 1개를 부여받게 됩니다.
크리처 로봇의 체력은 13. 전부 소진할 때까지 전투를 시작합니다!
전투 순서는…… 봅시다
아이린과 루돌프의 민첩이 모두 70이므로 아이린 -> 루돌프 -> 크리처 로봇 순서로 가겠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경로는 만들어져 있으니, 그 경로를 따라 제 힘을 쏟아부어 본다.)
2d4+0 피해(이능력) (2D4+0) > 4[1,3]+0 > 4
cc<=90 협채화(協彩和)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8 > 68 > 보통 성공
GM
경로를 따라 모여든 나비가 크리처 로봇의 허리춤 언저리에 타격을 입힙니다.
크리처 로봇, HP -4.
system
[ 교육용 크리처 로봇 ] HP : 13 → 9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렇다면 이쪽도 아까 드론을 날릴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빛무리를 모아 쏘아내 봅니다.)
cc<=90 스타더스트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 > 2 > 대단한 성공
(오.)
2d4+1d4 피해(이능력) (2D4+1D4) > 2[1,1]+3[3] > 5
GM
한 줄기로 모여든 빛이 연이어 크리처 로봇의 한구석을 꿰뚫습니다.
크리처 로봇, HP -5.
system
[ 교육용 크리처 로봇 ] HP : 9 → 4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까의 만회를 했구나)
교육용 크리처 로봇
choice[루돌프,아이린] (choice[루돌프,아이린]) > 아이린
(원거리에서의 위협을 감지하고선 경로 설계자인 아이린에게로…… 뭘 하지? 눈에서 빔을 쏩니다. 크리처 로봇은 원래 이런 것도 되니까요.)
CC<=60 사격(중화기)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3 > 43 > 보통 성공
1D8+0 중화기 대미지 (1D8+0) > 8[8]+0 > 8
GM
아이린, 회피 혹은 반격이 가능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척 봐도 예사롭지 않은 공격이지만 피할 마음은 없다. 어차피 실제로 다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건 진짜 크리쳐가 아닌, 그저 재현된 가상의 존재일 뿐임을 알지만, 처음으로 그 모습을 대면했기 때문인지 복수심과 호전성이 타올랐다. 로봇의 머리를 향해 모든 나비들을 불러모았다.)
cc<=90 협채화(協彩和)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 > 4 > 대단한 성공
2d4+0 피해(이능력) (2D4+0) > 3[2,1]+0 > 3
GM
그렇죠. 이건 어디까지나 연습 게임일 뿐이니까요.
요한은 이것을 튜토리얼 정도로 치부하는 사고에 주의하라 당부하긴 했지만,
특별히 주의를 더 기울인다고 해서 전장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일제히 불러모은 나비가 크리처 로봇의 눈알을 그대로 관통합니다.
크리처 로봇, HP -3.
system
[ 교육용 크리처 로봇 ] HP : 4 → 1
GM
다시 아이린의 턴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번에 끝낸다. 로봇의 머리를 부수거나 비틀 심산으로 나비들을 한 번 더 끌어모았다. 이제 운용가능한 수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힘을 짜내어 최대한 수를 보충하고, 손을 꾹 쥐었다.)
cc<=90 협채화(協彩和)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 > 4 > 대단한 성공
2d4+0 피해(이능력) (2D4+0) > 3[1,2]+0 > 3
GM
남은 나비들이 하나둘 로봇의 머리로 모여듭니다.
루돌프가 이어받을 새도 없이 화려하게 로봇의 머리 부분으로 추정되는 것이 터져나갑니다.
크리처 로봇, HP -3.
system
[ 교육용 크리처 로봇 ] HP : 1 → 0
GM
크리처 로봇의 HP가 0이 되었으므로 전투를 종료합니다.
유리 모하에
……와. 야, 방금 봤어? (요한 툭툭 치며 화면 패널 보여준다.) 이번에 처음 아니야?
요한 에를리히
……그러네. 최초 동조율이 60% 이상으로 계산이 됐어. 드물게 높은 수치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잘 모르겠지만) 우리 제법 잘 맞나 봐.
GM
이어지는 유리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의 협력 수준이 아주 좋아 평균보다 빠르게 크리처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고양감에 숨을 거세게 몰아쉰다.) ……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모르겠구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제 모자를 살짝 고쳐 썼다.) 좋은 소식 아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능력의 합은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지. 원거리 공격을 택할지, 제 능력에 맞추어 물어봐준 것도 괜찮았고.) 어땠니? 아까 전투. 나랑 잘 맞는 것 같았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야 좋았지? 실제로 잘 맞았고~ 조금 삐끗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괜찮잖아, 린-도 나도 처음이고. (빼당당.) 봐, 로봇도 단숨에 없어졌고.
GM
그 '단숨에 없어진' 크리처 로봇을 바라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린, 관찰력 혹은 지능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80 지능 (아이디어)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7 > 87 > 실패
GM
아까우니까 관찰도 굴려보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65 관찰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 > 1 > 대성공
(?)
GM
?
매의 눈으로 관찰합니다.
저것은 어떤 길짐승도, 날짐승도 닮지 않았습니다.
방사능 탓에 변이된 동식물이라기엔 조금 석연찮은 구석이 있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증오스러운 크리쳐의 잔해를 노려보다가 곁의 아무나에게 묻는다. 학생회장인지 수석인지, 둘 중 하나겠거니.) 크리쳐란 애초에 뭐죠? 갑자기 나타났잖아요.
요한 에를리히
…… 방사능에 변이된 동식물이라고 연구자들이 결론을 내렸지. 저 로봇은 밖에 돌아다니는 녀석들 중 하나를 본따 만든 거고.
유리 모하에
좀 안 닮긴 했지? 아무리 변이됐다 쳐도. 그런데 크리처라는 게 절반은 저래. 동식물이랑 비슷하게 생긴 녀석도 있지만 도무지 뭐 어쩌다 저렇게 생겨먹은 건지 모르겠는 놈들도 있거든. 원형이 뭔지는 몇 번 봐도 모르겠더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동식물과는 다른 존재일 가능성은요? 동식물과 다른 개체는 특별히 다른 힘을 쓴다거나 하는 차이점이 있나요?
유리 모하에
그런 차이점은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아직 연구 결과가 발표된 건 없을걸. 너 크리처에 대해 관심이 많구나? (복복복.)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각성자라면 다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약간 뾰족하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가라앉은 채였다.)
유리 모하에
모든 각성자가 다 그런 쪽으로 흥미를 가지는 건 아니니까~? 뭐, 시간은 많아.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봐도 좋고, 나중에 연구원을 만날 일이 있으면 그 때 물어봐도 늦지 않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진 마.
GM
그렇게 크리처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던 때,
동쪽 모래 폭풍 너머로 멀리 거대하게 솟은 첨탑이 어른거립니다.
아이린,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가상 공간이라지만, 정말 현실적이라니까.)
cc<=65 관찰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1 > 21 > 어려운 성공
GM
부드러운 모랫빛의 모스크입니다.
상단부에 발린 청록색 염료가 누렇게 바랬고, 아름다운 문양이 둘러쳐져 있네요.
아랫부분의 아치형 석벽에 파도가 들이칩니다.
저 모스크는 '재앙의 날' 이전 이 땅을 지배했던 모로코 왕국에서 건설한 '하산 2세 사원'의 모스크네요.
유리 모하에
저 모스크는……
GM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눈치였던 학생회장은 무언가 다른 것을 의식하는 모양새입니다.
곧 입을 꾹 다물고서는 몸을 돌리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사람을 화나게 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첫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유리 모하에
가자, 다른 애들이랑 합류하게. (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모스크는? (따라 걸으면서 집요하게 묻는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모스크는? (괜히 따라해 보며.)
GM
두 사람이 아기새마냥 종알종알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마치 그것이 한낮의 신기루라도 되었다는 양 말이죠.
.
.
첫 가상 훈련이 종료되고, 학교는 잠시 간 그 화제로 시끄러웠습니다.
저마다 제 임시 페어와의 동조율이 어땠는지, 자신이 크리처 로봇을 얼마나 멋지게 부수었는지 떠들어 댔지요.
저런 흥분도 반복된 훈련을 거치고 나면 결국 사그라든다는 것을 아는 멘토들만이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습니다.
이윽고 돌아온 토요일,
학생들은 간만에 찾아온 휴식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막 잠에서 깬 참입니다.
이제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방문을 열고 동급생 한 명이 굴러들어오듯 뛰어옵니다. 뭐야?
학생A
야, 야아, 너는 아니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뭐지?) 뭐니?
GM
뭐가?
학생A
지금 인자 다 뒤집어졌어! 아직 안 봤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말을 하려면 인과관계를 알아들을 수 있게 해. (꼽줌)
학생A
어우, 야아…… 직접 봐! 워치 켜서 접속하고, 얼른 얼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짜증스럽게 워치를 켜고 인자미나를 확인한다.)
GM
인자미나를 켜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이 눈에 들어옵니다.
1위: 스와콥문트
2위: 보츠와나
3위: 모로코 장벽
4위: 망명 정부
무슨 일일까요? 검색어 키워드가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데요.
학생A
봤냐? 그 '스와콥문트' 있잖아, 휴양지로 유명한.
그거 다 주작이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휴양지로 알려진 도시가 주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러 토요일 아침부터 내 방에 쳐들어오다니 참 고맙구나.
학생A
아니 야, 너 이거 못 봐서 그러는 거라고!
GM
어쩐지 억울해 보이기까지 한 익명의 학생이 제 워치 화면을 보여줍니다.
웬 동영상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와 있네요.
그러니까…… 글의 요지는 결국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사실 스와콥문트에는 무언가 조작된 구석이 있다'는 거네요.
학생A
나 새벽부터 잠이 안 와서 계속 새고하고 있었는데 야, 글이 진짜 네 번을 올라왔다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유토피아란 존재할 수 없는 법이긴 하지. 그래도 우습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과 힘을 손에 넣고 가장 안전하다는 저곳으로 가길 꿈꾸고 있을 텐데.)
그래서?
학생A
그러다가 세 번째 글이 삭제됐을 때 인자 서버가 잠깐 맛이 갔거든? 그 뒤로 저 네 번째 글이 오늘 동튼 직후에 올라온 거야.
이상하게 저건 삭제가 안 돼.
코딩 동아리 애들이 그러는데 사이트 자체를 해킹해서 글 작성한 아이디를 특수 등급으로 빼 둔 게 아니냐 하더라고. 관리자 권한이 있어도 글 삭제가 안 되게.
왜애…… (하고선 이쯤 목소리 낮춰 속닥였다.)
이런 반동분자같은 글은…… 애초에 AI가 맥락 검열해서 작성 자체가 안 되잖아. 글 쓴 애도 시스템을 뚫을 줄 아는 녀석이 아니냐는 거지……
서버나 해킹, 계산 관련 이능력 가진 애들 아침부터 싹 다 불려갔어.
GM
그제야 기숙사가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게 느껴집니다.
다들 숨을 죽이고 있는 거네요.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시민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딱히 근거는 없습니다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거야 어느 사회에서든 존재하는 이야기지. 재앙의 날 이전에도 판을 치던 음모론이니까. 마냥 음모론만은 아니겠지만.) 스와콥문트에 쳐들어가기라도 하겠다니? 무모하긴 무모했지.
학생A
얘는! 설마 그 정도의 배짱이 있으려구…… (하고선 잠시 고민하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나?' 싶어서.)
아무튼, 조심하라고! 너랑 나같은 경우엔 완전 관계없는 이능력이고 1학년이고 하니 아마 불려가진 않겠지만.
GM
뭐, 상황이 상황이긴 하죠. 남의 눈에 띄어 좋을 것 없는 계절입니다.
그렇다 해서 하루종일 기숙사 방에만 처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 정도 배짱 없음, 저런 글은 왜 올리니. 단순히 선동만 하기엔 심상치 않은 내용인데.
(난 하루 종일 있어도 좋긴 한데)
학생A
선동만 하고 지켜보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 앗,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라.
GM
(아 진짜요)
하지만 다가오는 중간고사와 과제가 있는데도요.
물론 당신은 어딘가의 세계선에서 총명한 독수리 날개의 비호 아래 자랐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 그럼 곤란하지)
GM
이 사건과는 별개로 개인 일정에 신경을 써도 좋고,
게시글에 의문을 느껴 소문을 좀 더 수집하러 나가도 좋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사관학교에도 중간고사가 있구나…… 학교니까 당연하지만)
GM
일단 급한 발등의 불부터 끄려면 과제용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라도 가 보는 게 좋긴 하겠네요.
책을 챙겨 학생회관 2층의 자습실로 가면 쾌적한 루트가 될 겁니다.
마침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고요, 분위기가 이래서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소문은 그 요란스럽던 자칭 왕자님이 잘 수집해줄 것 같으니, 저는 도서관이나 가기로 한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내가?)
GM
원거리의 자칭 왕자님이 갑자기 의문에 빠진 사이……
공주님은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고요한 도서관.
각성자 사관학교의 도서관은 카사블랑카에서도 독보적으로 장서 수가 많아 유명하죠.
다가온 중간고사 때문에 대부분 공부에 몰입해 있지만,
서가와 서가 사이로 두 학생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학생B
……그러니까, 몬로비아에서 시신 발견되었다는 거 구라 아니라니까. 아놀드 박사가 우리 사촌 언니 담당 교수였잖아……
GM
아무래도 아까 그 게시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네요.
책 너머로 흘끔 보니 2학년 선배들입니다.
대인 기능을 가진 당신이라면 다양한 판정을 통해 자연스레 대화에 끼어…… 끼고 싶지 않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온 학교가 이 얘기들뿐이구나)
GM
듣기 판정을 통해 내용을 엿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듣기로 엿들으면 안될까요? ㅋ 좋아)
cc<=55 듣기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7 > 97 > 실패
(...)
GM
(ㅋㅋ)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50 듣기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5 > 35 > 보통 성공
(흠 자연스럽게 나타나서 대신 같이 들어요) 여기서 뭐 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깜짝이야. (말과 달리 하나도 안 놀란 표정) 너는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특기가 있구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원래 왕자님은 뭐든지 잘하거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중간고사 때문에 책 빌리러 왔지. 그런 넌? 공부…… 하니? (무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중간고사……?
나야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지만! 곧 시험이구나~ (약간 수강신청 망했어, 하면 수강신청? 하고 되묻는 타입.)
GM
책장 건너편의 두 사람은 여전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느라 이쪽은 귀에 안 들어오는 것 같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안 하는구나)
GM
화학자였던 아놀드 박사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 낸 공로가 있어 스와콥문트 시민권을 획득했습니다.
이후 제자에게 본인의 연구 자료를 모두 넘기고 조용한 은퇴 생활을 즐긴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요.
최근에는 SNS를 통해 요리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는 근황을 업데이트한 바 있습니다.
연구실 제자 중 두어 사람은 아놀드 박사와 이따금 연락을 주고받는답니다. 화상이나 음성 통화도 이루어졌는데, 학생의 사촌 언니 말로는 글쎄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고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 새로운 물질이란 건 뭔지 떠올려볼 수 있을까)
GM
연구 제자와 아놀드 박사 사이에 있던 일이라 당연히 알아야 하는 주제에 대해 의례적인 답변이 돌아오거나……
떠올려볼 수는 있지만 아이린이 떠올린다면 저도 같이 떠올려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넘어가자...)
GM
그러자.
아무튼, 연구 주제에 관해 질문해도 정확한 대답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가 (바로 지금처럼) 종종 있다고요.
화상 통화도 음성 통화도 모두 조작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AI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이미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내는 게 무어 그리 어렵겠어요……
라는 것이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너. (루돌프 본다) 소문에 대해선 들었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소문? (깜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스와콥문트에 관해서 말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 그 조작되었다는 영상?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끄덕)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샌드위치 먹는데 누가 보여주길래 영상을 보긴 했지만~ 잘 모르겠던데. 나, 애초에 아델도 록시도 전부 스와콥문트에 있고. (보호자 이름 줄줄 부르며 TMI 방출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델…… 록시?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름에 눈가를 살짝 찌푸린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어엉. 우리 엄마들 이름! (당당.) 이름으로 부르지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 어머니들은 공적을 많이 세우셨나 봐. 두 분 다 스와콥문트에 계시다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그랬던가? 어떤 공적이었는지는 잘 기억 안 나, 하지만 둘 다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좋은 데로 간 거겠지, 싶어서. 원래 좋은 사람들은 어딜 가든 알아본다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얘길 자주 듣니? (조작된 영상인지 혹은 감추려는 정부의 음모인지는 몰라도, 진실과 아주 가까이 접해있는 이가 제 눈앞에 있다. 조금은 호기심을 느끼며 묻는다) 정말로 푸른 자연이 넘실거리고 바다를 볼 수 있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전에는 고무 오리 튜브 같은 것도 샀다던데, 발바닥에 젖은 모래 알갱이가 잔뜩 붙어서 집에 들어오기 전에 떼내는 데에 꽤나 애먹었다고도 들었어. (신나서는 종알종알 잘도 말을 늘어놓았다. 뭐, 이쪽이 들뜨지 않을 이유는 없다지만.) 파도는 밀려들어올 땐 시끄럽다가 한 번 부딪쳐서 나갈 때는 엄청 조용해진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 (발에 붙은 모래알갱이나, 파도 소리 등을 상상해보다가) 그럼, 그곳에는 나비도 많이 날아다니겠네. 꽃들이 많이 피어날 거 아냐.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으음~ 하얀 나비 얘기는 한 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희끄무레한 기억을 적당히 헤집어 보다가 관뒀다.) 나비 좋아해? 네 능력으로 피울 수 있잖아, 그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좋아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내가 좋아하는 게 내 능력에 반영된 걸지도 모르지. 내가 살던 곳은 풀이 거의 없어서 무척 보기 힘들었어. (그런데도 그 드문 나비를 찾아 함께 곳곳을 누벼주던 친구가 있었다. 이젠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를 무심코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젖는다.)
네 말대로라면 정말 낙원 같은 곳이네. (갖지 못해 질투하는 이들이 흩뿌리는 조작인가? 하지만 마냥 의심을 거둘 수만은 없다. 이 시대에 낙원이란 단어가 얼마나 이질적인지 알기에.) 너는 가본 적 없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몇 번 안 봤는데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거야? 왜? (순전히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맞다.) 아니~ 나는 아직. 가족이라고 해서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구. 그래도 언젠간 가게 되지 않을까나. (막연한 생각만 입 밖으로 끄집어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예쁘잖니. (한 마디로 정리한다.) 꽃 사이로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모습도, 날개의 빛깔도. 햇빛 아래에서 반짝이는 모습이 꼭 보석 같았어. (제가 살던 곳은 겨우 모인 일곱의 대도시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 변변찮은 생활이었다.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화려한 색채를 좇아다니는 것이 그나마의 유희거리였다.)
혹시 모르니 한 번 연락해보렴. 그 영상처럼,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했음 안 되잖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예쁘긴 하더라. (정리하는 양엔 깔끔하게 수긍했다. 아마 일전 보았던 당신의 손끝에서 피어난 나비를 회상하는 모양으로.) 다음에도 보여줘. (다른 얘기도 한 번 하고.)
그럴까~ 마침 연락해 볼까 생각하던 참이었어. 도서관에서 통화하는 건 좀 그러니까 나가서 해야겠네. (이미 도서관의 덕목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럼 나 먼저 간다?
GM
고요와 한참 멀어진 도서관…… 하지만 괜찮습니다. 사서도 이쪽에 신경 쓸 틈이 없을 만큼 바빠 보이긴 했으니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다음에 보여달라는 건…… 뭘 말하는 거니? 내 능력? (고개 살짝 기울인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가는 길에 소리쳐서 답했다.)
GM
이번엔 사서가 이쪽을 봅니다. 그래 이 정도는 들리겠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도서관에 소리 다 울렸겠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일행 아닌 척. 모르는 사람인 척. 자연스럽게 스윽 몸을 돌리고 책 고른다)
GM
모르는 척 몸을 돌리고 과제에 관한 책을 몇 권 고릅니다.
특별히 더 챙겨가고 싶은 책이 있나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스와콥문트에 관한 책도 있을까 뒤져봄)
GM
스와콥문트에 대해 기술한 책은 있습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정보를 빼곡하게 나열해 둔 것이 다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쯧~ 그럼 책은 이 정도로 하고 자습실로 갑니다)
GM
자습실로 향합니다.
학생회관 2층에는 자습실이 있지요.
자습실로 들어서려던 당신은 복도 끝의 학생회실에서 누군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유리 모하에
언제까지 …… 냐고!
요한 에를리히
입 좀 다물어, 밖에 다 들려!
GM
저 목소리는 아무래도 유리와 요한이네요. 말리는 쪽이 요한입니다.
말마따나 다 들렸어요. 화려하게도.
뭣 때문에 저렇게 싸우는 걸까요? 요한이 말리는 탓에 간신히 크기를 줄인 유리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누가 시끄럽게 굴건 지나가려고 했는데, 들려오는 목소리가 익숙해서 멈칫한다. 그러고보니 저 사람들 학교에서 좀 힘이 있었지? ㅡ정확히 뭔지는 기억 안 한다ㅡ 분명 일반 학생들은 모르는 뭔가를 알 것 같으니, 발소리를 죽이고 학생회실 문가로 다가가 엿듣기로 한다)
GM
학생회실로 접근하여 동태를 살피기로 합니다.
두 사람이 싸우는 내용이 차라리 대놓고 들리면 모르겠는데, 가까이 가 보니 방음 설계도 되어 있는지……
대강 서로 탓하는 것만 얼핏 들리고 정확한 내용은 도통 파악이 안 되네요.
어떻게든 엿들어 볼 경우 듣기 판정 어려움 이상 성공 시 가능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사이가 안 좋나? 뭐,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cc<=55 듣기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0 > 40 > 보통 성공
유리 모하에
…… 모르잖아! 우리가 …… 한다는 거! (정확히 중요한 부분만 빼고 들려주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에~라이)
GM
에~라이
뭐, 어쩔 수 없죠. 소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만 자습실로 돌아가려……
던 찰나,
유리가 갑작스레 학생회실 문을 박차고 나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오)
GM
화가 났는지 한참을 씩씩대던 유리는 당신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성큼성큼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걸 못 보네)
GM
열린 문 안에서 한숨을 쉬던 요한이 이윽고 학생회실을 나오다가 당신과 마주칩니다.
요한 에를리히
……
…… 다 들렸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뇨. 중요한 부분은 못 들었는데요. (당당) 두 분이 뭘 하신 거죠?
요한 에를리히
하아…… ('내가 늙는다'같은 표정 하며.)
…… 그건 유리 녀석한테 들어. (하고선, 당신에게 스마트워치 하나를 건넸다.) 이거 유리가 두고 갔으니까……
내가 가면 또 화밖에 안 낼 테니 네가 좀 전해 줘. 아마 학관 뒤뜰 정원에 있을 거다.
GM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만…… 좀 이상하지 않나요?
현대에 이르러 방수 기능까지 완벽해진 스마트워치는 정말 특이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좀처럼 풀지 않고 늘 착용하는 기기입니다.
어째서 스마트워치를 풀어낸 걸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워치에 석연찮은 점이라도 있는 건가? 게다가, 별로 숨기려 하지 않네.)
네, 그럼. (딱딱하게 인사하고 학관 뒤뜰로 가본다.)
GM
유리 모하에의 워치를 받아들고 뒤뜰로 향합니다.
.
.
요한의 예상대로, 유리는 학교 뒤뜰에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흡연 구역에 말이지요.
대기 오염 탓에 담배는 상당히 규제가 심한 기호품입니다, 이 시대에는요.
한 갑에 꼬박 네 시간어치 시급을 털어 넣어야 하는 것이죠.
그것을 유일하게, 좀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각성자들입니다.
세상이 한 차례 멸망했다 해도,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보급품은 담배와 초콜릿인 모양이에요.
유리 모하에
(가만 허공만 보고 있다가, 고개 돌려 당신과 시선 마주치기가 무섭게 기겁하듯 담배를 떨어트리고선 발로 짓이겨 껐다.) ……무, 무슨 일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왜요? 계속 펴세요. (담배에도 초콜릿에도 별 관심 없는 사람…… 기겁한 게 무안해질 만큼 무심하게 말하곤)
두고 가셔서. (스마트워치를 내민다)
유리 모하에
아. (급하게 옷자락도 잡아 털며 냄새도 털어 봤다.) 아니, 냄새 나잖냐 이거…… 내가 그걸 놓고 갔어? 고맙다, 야. (머쓱한 낯으로 헛기침이나 몇 번 하고선 워치 받아들었다.)
……요한 많이 화 났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딱히 배려심에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화난 건 그쪽 같던데요. 무슨 얘길 하고 계셨기에 복도까지 다 들릴 정도로 소리를 치셨나요? 덕분에 제 귀에도 들려서, 궁금해져 버렸거든요. 저번의 모스크도 그렇고…… 알고 계신 비밀이 많은가 봐요. (빨리 말해 달라는 무언의 압박)
유리 모하에
그것도 다 들렸어? 하아…… 의도한 건 아니야. 그냥. (가볍게 혀를 차고 스마트워치를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 너, 아까 기숙사에서 다른 애랑 스와콥문트 이야기 했었지? 인자미나 뒤집혔다고도 하고, 막. 그런 쪽 이능력 가진 녀석들 싹 다 불려갔다면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온 학교가 그 주제로 시끌벅적하던걸요. (자칭 왕자라는 임시 페어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유리 모하에
그래, 그리고 그 네 임시 페어 했던 애랑 도서관에서도 마주쳐서는 이것저것 얘기했잖아. 그 애 보호자가 스와콥문트에 있다든가, 오늘 중으로 연락을 해 보겠다든가, 하는 것들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굉장히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단번에 의구심이 어린다.)
유리 모하에
신기하지? 보통은 몰라야 마땅한 것들이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당신만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워치가 관련이 되어 있는 건가요.
유리 모하에
……올해 신입생은 꽤나 똑똑하네. (짤막하게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고서는 검지를 입가에 가져가 '쉿' 제스처를 취했다. 제 빈 손목께를 가리키고선 푸는 시늉을 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무래도 시계를 풀라고 종용하는 듯한 모양새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제 손목과 눈앞의 이를 번갈아 보다가, 워치를 풀어낸다. 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거의 항상 차고 다니던 물건인지라 빈 손목이 다소 허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보다도 불쾌감이 들었다. 이걸 학생들의 모든 대화를 수집하는 수단으로 썼다는 건가? 대체 누가, 왜?)
유리 모하에
(워치를 풀어내는 양에 손을 내밀었다. 이쪽으로 달라는 의사 표시…… 아직까지 입은 열지 않았지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뗀 것만으로는 안 돼? 일단 넘겨준다.)
유리 모하에
(워치를 넘겨받고선 옆면의 S버튼을 묘한 박자에 맞춰 여러 번 눌렀다.)
GM
그러자,
갑작스레 홀로그램 패널이 켜지더니 초록색 안내창이 송출됩니다.
【 음성 수집 기능이 해제되었습니다. 】
무슨 기능?
유리 모하에
이 학교에는 듣는 귀가 많거든…… 그런 주제는 조심하는 게 좋지.
GM
상황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하군요.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워치, 아무래도 학생들의 대화를 수집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불쾌하네요. (한몸이나 다름없이 차고 다니는 워치에 이런 기능을 넣어두다니. 목적을 알 수는 없으나 결코 긍정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인상을 작게 찡그린다.) 이걸로 학생들을 감시하는 건가요?
유리 모하에
비슷해.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도청되고, 그 기록은 학생회실 서버에 쌓이지. 학생회 소속 중에서도 임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지만, 대화 중에 특이한 단어가 수집되면 곧장 정보로 보고가 들어간다고 하더라. (라고 유리가 말했습니다)
나는 이 수집엔 반대하지만, 학생회장으로서 이런 도청을 당장 막을 권한은 없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대강 짐작은 갔다. 아까 다투던 것도 이 때문인가?) 이번의 경우에는, '스와콥문트' 가 키워드가 되어 있을 것 같네요. 안 그런가요?
유리 모하에
그런 셈이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불온한 내용들이 튀어나오니 그렇게 포위망에 걸리는 것도 있고……
이걸 굳이 너한테 말하는 건, 아직 학교 규정을 잘 모르는 네가 혹여나 검열 기준에 어긋나는 대화에 끼어 큰일을 당하지 않을지 염려해서야. 음성 수집 기능을 잠시 꺼 두는 건 또 그것대로 기록이 남긴 하지만…… 이 정도 기록은 내가 지울 수 있으니 돌아가서 지울 거야. 앞으로는 신경 써 둬.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 '큰일' 이라는 건 뭐죠? (눈살을 미묘하게 찡그린다. 어느 정도의 부정부패가 있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제 예상보다도 더 심각하고 깊은 문제인 것 같다.) 애초에 누가 무엇을 겁내어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가요? 켕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생각밖에 안 드는데.
유리 모하에
정확히는 모르지, 나도. 국가에서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글쎄. 하지만 정부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람들의 말로가 한 번이라도 좋았던 적 있어? 내 기억엔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이 '반동분자스러운' 말 몇 마디 지껄였다고 학교에서 사라졌던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이야. 나는 오래 전에 이미 한 번 친구를 잃었고…… 같은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학생회장이 됐어. 그래서 멘토 자리를 자원한 것이기도 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신입생들이…… 사라졌다고요. (원래도 모든 것을 쉽게 믿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이 몸담은 학교, 더 나아가 정부를 향한 적개심과 경계심이 더욱 두터워진다. 국가의 기관인 사관학교에서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학교 외의 공간에서도 다를 바 없겠지. 이러한 검열은 그들이 드러내서는 안 되는 비밀을 감추고 있단 사실만을 강하게 방증한다.) 아까의 다툼도 이것 때문이었나요.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다.)
유리 모하에
뭐, 비슷해. 이렇게 '감시하고' 사는 건 적성에도 안 맞고. 요한 녀석이라고 적성에 맞는 일은 아닐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스크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건 바보같은 일이고, 어쩌면 내가 이런 소리를 했답시고 네가 당장 어디 나를 고발할지도 모르지…… (말끝을 길게 늘이고서는 몸을 바르게 폈다.)
GM
그의 이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 나이의 각성자, 부모는 국가 기관 연구소에서 일하는 출신 성분이 확실한 가정의 외동딸.
별달리 억압당한 가족도, 잃어버리거나 빼앗긴 재산도 없지요.
사관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1학년부터 줄곧 학생회에 있었다던.
무엇이 옳은지를 설파하기에 그의 삶은 다소 유복합니다. 일견 기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유리 모하에
아무튼, 간다. 음성 인식 다시 켜려면 S버튼 길게 세 번, 짧게 세 번, 다시 길게 세 번 누르면 돼. 오늘 기록은 내가 한꺼번에 지워줄 테니까 자유를 좀 더 누리든가. (워치를 돌려주고선 자리를 떴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목소리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기에, 유리가 들었을지도 못 들었을지도 모르는 말이다.) 고발 같은 건 하지 않아요. 친구를 잃은 슬픔을, 나 또한 잘 아니까.
……. (돌려받은 워치를 가만 내려다봤다. 위험한 진실에 한 발자국 다가가게 되었다. 학생회에서 학생회장까지 된 유리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일 마음은 없지만, 이 사실은 제 호수에 분명한 파문을 일으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놀아나는 건 사양이다. 어떤 식으로든 진실에 접근할 방법을 찾겠어.)
GM
당신도 물론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친구를 잃은 슬픔, 부당하고 부조리하게 찾아드는 불행 같은 것들에 관해서요.
어쩌면 방금의 대화가 당신에게 어떠한 결심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발소리가 들려오네요. 어쩌면 익숙한 걸음걸이입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어? (어?) 오늘 자주 보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워치를 손 안에서 굴리다가, 고개를 돌린다. 그새 걸음걸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니,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만큼 눈앞의 자칭 왕자에겐 감각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있었다.) 너도 담배 피러 온 거니? (학생회장에 이어 너도? 라는 뜻이었지만, 제 궁금한 것만 담은 불친절한 물음에 다소 오해의 소지를 품은 말이 되어버렸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절찬리 어리둥절한 표정.) 내가?
아? (그제야 주변 한 번 에둘러 봤다.) 오, 여기 흡연 구역이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게 아니라면 여긴 어쩐 일이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냥~ 아까 도서관에서 나오고 아델이랑 연락을 좀 해 봤거든. 연락이 되긴 했는데 뭔가 묘─한 느낌이 들어서……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걷다가…… 여기까지 와 버렸지 뭐야~ 같은 느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직전 학생회장과 나눈 이야기 때문에 그렇잖아도 신경이 쓰이던 찰나였는데. 혹시 저와 스와콥문트에 관해 대화했다고, 불이익 같은 걸 받은 건 아니겠지? 시선을 그의 손목으로 옮기면서) …… 뭐라고 하셨는데?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손목에는 말끔한 워치가 잘 자리하고 있다.) 별 얘기 아니었긴 한데…… 아델의 미트볼 파스타 레시피에 대해 물어봤거든~ 파마산 치즈를 뿌리라고 하더라고. 아델이 해 주는 파스타에는 한 번도 빠짐없이 늘 체다 치즈가 들어갔었는데, 그새 입맛이 바뀐 걸까, 아니면~ 하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가늘게 뜬 눈으로 한동안 워치를 바라보았다. 한 번 인식하니 엄청 신경쓰이는구나. 게다가 저 얘기, 아까 도서관에서 들은 아놀드 박사와도 결이 비슷해. 둘만이 알던 이야기가 바뀌었다는 것 아닌가. 그들에게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조바심과 걱정이 차오른다. 하지만 차마 쉽게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언제부터 그런 묘한 느낌이 들었니? (자신의 물음이 '반동분자스럽지' 않기를 바라면서 조용히 물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건~ 잘 모르겠는걸. 평상시엔 묘하다는 생각, 안 해 봤으니까. 오늘 그런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잖아? 그걸 보고 나니까 좀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역시 명확히는 모르겠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파마산 치즈가 체다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하셨던 거겠지. (결국 음성 수집 기능을 넣은 이들의 의도대로 대답하고 만다. 의문을 가졌어도 없는 것처럼. 내 발언 하나하나가 통제당한다는 거, 거지같단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당하니까 더 거지같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런가~…… 음, 스와콥문트의 파마산 치즈는 밖에서 팔던 거랑 좀 다를 수도 있긴 하지. (별 생각 없이 납득한 기색이긴 했다. 일단은.)
록시가 떠나기 전에 잡지에 정부를 비판하는 논조의 칼럼을 한 번 실었던 적이 있는데, 그 잡지도 마침 이듬해에 폐간됐어. 이것도 우연일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입안이 마르는 것 같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네 어머니들은 실은 안전한 곳에 계신 것 같지 않아'?)
(어쩌면, 너도,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우연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석해야겠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글쎄, 이 묘─한 기분이 우연이 아니라면~ 내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록시가 자주 하던 게 있어. 말도 안 되지만, 「가설」을 하나 세워 보는 건데, 록시는 '최악의 가정을 먼저 해 두는 것이 좋다'고 했고 아델은 '애한테 그런 걸 왜 가르치느냐'고 해서 둘이 자주 의견이 갈렸거……
GM
든, 하고 문장을 미처 맺기 전에 두 사람의 스마트워치에 긴 진동이 느껴집니다.
서사의 판면을 강제로 집어벌리고 삽입되는 개정 기호처럼,
홀로그램 패널은 동의도 없이 방송 창을 띄웠습니다.
화면 너머에는 각성자사관학교의 학장이 무게감 있는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엽니다.
학장
사안이 중대해 전체방송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새벽, 익명 커뮤니티 '인자미나'에 게시된 글의 작성 IP가 교내인 것으로 추적되었습니다.
교수진은 불온한 선동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우리 학생 혹은 교원의 손에서 빚어졌다는 사실에 지극한 유감을 표합니다.
학생 여러분께서는 헛된 소문에 경도되지 말고,
우리 빛나는 오십 년 사학을 지킬 수 있도록 학업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각성자사관학교는 당 사안을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GM
정말로 헛된 소문이라면 이렇게 대응하는 것보다야 무시하는 것이 일을 덜 키우는 방식일 텐데요.
행간에서 윗선의 압력이 있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연설입니다.
지리한 말들이 이어진 후,
학장은 벌떡 일어서 허공을 응시합니다.
화면에는 이제 학장의 얼굴 대신 아프리카 연합공화국의 국기가 송출되고 있습니다.
국가 〈신이여, 아프리카를 굽어보소서〉
발자국 거친 사막으로부터 인간의 도약 다시 시작되리
조국은 참되어 거짓을 모르니 아프리카여,
영혼의 요람되어 새 외침을 빚으라
신은 어떤 침략보다도 위로부터 굽어보신다
물수리 나는 창공과 천 년의 녹음 우거진 여름 돌아올 때까지
마땅히 이 자리에서 각자의 구원을 위해 힘쓰겠노라
삶과 죽음은 한 선으로 가로놓여 있어, 동일한 권리 나누어 받은 시민들이여
여기 화합과 희망의 상징, 위대한 화음이 있으니
이 땅의 더 나은 미래를 우리 자녀들에게로 넘기자
GM
국가가 작사될 당시, 여러 종교들이 조사 하나까지 조금 더 서로의 종교에 알맞은 색을 담으려 다투는 광경을 보고
타지에서 건너온 초기 공화국 시민들은 퍽 당황했다고들 하지요.
그들이 생각하기로 아무튼 아프리카의 종교라 하면 젬베를 두드리며 토착신을 찾는 종류였지,
지극히 문명화된 메이저 종교를 믿을 리는 없었을 테니까요.
이 무례하고 순진한 오해를 지닌 산부의 산도를 열고,
새로운 공화국이 마침내 세상에 머리를 들이밀었을 때.
정부는 예민하다 싶을 만큼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출신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오직 재난 때문에 섞여 살게 되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어요.
교정에, 회사에, 길거리에, 카페에, 펍에 국가가 울려퍼질 때,
우리는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에나 설치된 공화국 국기를 향해 경례를 올려야 합니다.
나라 어디서나 국기는 휘날리고,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때는 하늘길의 시계가 국가를 자동 인식하여 홓로그램 패널로 국기 이미지를 띄워 줍니다.
검은 상단은 여러 국가를 뿌리로 둔 시민들이 화합되어야 할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대표 색상 역시 모든 색을 섞은 검은색이라는 의미이고,
흰 하단은 이 땅이 흐트러지기 전부터 오래 자리를 지켜 온 이 대륙의 사막을 오염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상징하지요.
가운데 노란 원이 태양을,
태양 안의 붉은 별 일곱 개가 일곱 도시를 나타냅니다.
연합 공화국의 어린이들은 국부로 추숭되는 초대 대통령의 위인전을 읽으며 자라나고,
*모든 사람은 동일한 권리를 타고난다*고 교육받으며,
험지를 헤치고 인간의 위대한 문명을 다시 이룩한 조국에 충성을 바치라는 가르침을 듣습니다.
학교는 고요하여 발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습니다.
적은 돈으로 빈 방을 모두 채우라는 요구에 초를 사 와 불을 밝혔다던 한 사람의 일화처럼,
이 광막한 공간에는 오로지 경건하고 엄숙한 국가 선율만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의 옆에 선 당신의 옛 임시 파트너는,
경례하지 않고 있습니다.
.
.
바람이 널리 드나들 수 있도록 지은 1층 회랑은 카사블랑카의 자부심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제 그런 통기성 좋은 건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니까요.
때로 함신은 굳건한 도시 장벽 너머로부터 날아와 외벽을 덮어 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비공식적 별명으로 *제1도시*라는 명칭을 가진 카사블랑카의 장벽만은,
공화국 시민들을 불편케 하는 모든 재난으로부터 사람을 지켜냅니다.
언제나 굳건하게요.
따사로운 햇살과 축복같은 적도편동풍이 뺨을 어루만지든 어쩌든,
학생들에게는 불행했던 중간고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입니다.
그 1층 회랑을 지나 2층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제 시험은 두 개가 남았네요!
〈군사전략 입문〉, 그리고 〈전략문화와 전쟁〉입니다.
〈전략문화와 전쟁〉 중간고사 시험 대체 조별 과제 에세이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진짜 취향 아니게 생긴 과목이다)
GM
첫 가상 훈련 때 맺어졌던 페어끼리 함께 작성하는 것이 규칙이지요.
어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과제의 주제는 이렇습니다.
【리델하트의 「전략론」을 통해 독일이 독소전쟁에서 패배한 사유를 분석하라.】
장난하는가? 1학년이 당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과제네요.
본래 이 강의 평가는 늘 심한 호불호 영역에 놓여 있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머리를 너무나도 쥐어뜯은 탓에,
그걸 다 치워야 하는 근로 장학생들의 스트레스로 갈수록 쌓여 갔지요.
그리고 지금,
당신과 루돌프는 도서관 구석 창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여러 자료를 읽어 내려가는 중이었습니다.
어쩌면 자료는 펼쳐만 두고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아무튼 긴 고난 끝에 레포트는 드디어 결론 부분에 다다랐네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한 글자 쓰고 스트레칭하고 한 글자 쓰고 창밖 5분 내다보고 반복 중.)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애초에 할 마음이 있긴 한 거니? (이쪽은 눈앞의 전 임시 페어가 뭘 하든 말든 주욱 써내려가고 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 정도 했으면 나도 최선을 다했지 않아~? (칭얼칭얼.)
우리 거의 끝나가잖아. (거의 뭐 레포트 구경 담당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우리'가 아니라 '내'가 거의 다 끝내가는 거지.
함께 쓰는 거니까 점수도 같이 받는 거잖니? 제대로 하렴. (눈앞에 가득 펼쳐진 자료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린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린-이 얼추 다 끝내줬으니까 내 고사리손은 안 보태도 되는 거 아냐? (아예 두툼한 자료에 턱까지 파묻고는 눈동자만 굴려 대충 활자만 몇 줄 읽다 말았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말없이 제 한 손을 내민다. 당신의 손도 달란 듯.)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의문 서린 얼굴을 하면서도 순순히 내밀어 잡았다.) 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잡으란 것까진 아니었는데. (손을 다시 펼쳐서 마주댄다. 이른바 크기 비교를 하려 했던 듯.) 누가 더 작니? 상대적 고사리손은 나겠지? (그리고 이제 그 손에 펜을 쥐여준다.) 나도 성적에 큰 관심은 없지만, 내가 써내려간 내용의 점수가 어떤지는 궁금하거든. 협조하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크기 비교 문제가 아니, (순식간에 펜까지 쥐여졌다. 덩그러니.) 진짜~? 이제 내가 조금 궁금해졌어? (순식간에 다른 부분에서 냉큼 핀트 잡았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왜 그게 그렇게 되는 거니? (황당해하면서 레포트에 있던 시선 든다.) 왜 그때의 페어가 중간고사까지 유지되어야 하는지는 좀 궁금하긴 하구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냥 이 과목 담당 교수님이 새로 조 짜는 걸 귀찮아하셨을 뿐인 거 아냐? (이런 말이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일리있어서 열받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럴싸하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펜과 종이가 있으니,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오른다. 마침 진전될 기미도 없겠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묻는다.) 정말 안 쓸 거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으음~…… (아예 펜을 입술 위로 얹어두고서는 생각에 빠진 눈썹 같은 걸 잠깐 해 보였다. 딱히 유의미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기다려 봐, 곧 좋은 생각이 날 것 같은 기분ㅇ……
동급생N
야, 우리 30분 남았어. 슬슬 준비하러 가야 할 것 같은데?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GM
그러고 보니,
남은 시험 중 다른 강의인 〈군사전략 입문〉 가상 훈련에서 루돌프와 또다른 임시 페어를 맺고 있는 사람이 있었지요.
다행히도 그 과목은 임시 페어를 새로 붙여줄 만큼의 정성은 선보였으니까요.
노노이 라가힛이 아무래도 제 페어를 찾으러 온 모양입니다.
그제서야 저는 가 봐야겠다며 슬그머니 펜을 내려놓고 일어선 루돌프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그때 왜 경ㄹ-'까지 쓰던 펜이 멈칫한다. 눈치없긴! 괜히 죄없는 노노이를 노려봤다.)
동급생N
(어쩐지 좀 억울해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건 제대로 안 하고, 군사전략 입문은 준비하러 가는 거니? (괜히 유치한 말이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다녀와서 하면 되잖아~? 실전은 금방 끝난다구.
GM
그렇게 홀라당 사라지는 당신의 도움 안 되는 파트너……
와 노노이 라가힛입니다.
그 뒤로는 익숙한 낯이 보이네요. 우리들의 학생회장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이지 도움이라곤 하나도 안 된다니까. (작게 중얼거리며 종이에 썼던 글씨를 박박 지웠다.)
유리 모하에
(루돌프랑 바톤터치하듯 자연스럽게 빈 자리에 앉으며.) 오, 〈전략문화와 전쟁〉레포트지 이거? 그 끔찍한 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왜 자연스럽게 앉는 거지?) 이 수업 들으신 적 있나 보네요.
유리 모하에
당연하지, 모든 고학년은 한때 신입생이었다고. 어떻게 매 해 이렇게 참신하게 엿을 먹이시는지 이쯤 되면 이것도 재능이라니까. 있어 봐……
(하고선 근처 서가에서 책을 한 권 뽑아들고 와서 다시 앉았다. 후루룩 몇 장을 넘기는가 싶더니 문단 하나를 짚었고.)
GM
「 …… 전쟁이란 냉병기를 쥔 영웅들이 대강 ‘와아아’ 하고 몰려왔다가 단신으로는 보일 수 없는 무위로 세상을 휩쓸어 ‘그리하여 여기서 역사의 지도는 변곡점을 맞았다’ 따위로 묘사되는 일이 아니다. 」
「 레마르크의 ‘이 책은 고발도 아니고 또 고백도 아니다. 비록 포탄은 피했다 할지라도 역시 전쟁에 의해서 파괴된 어느 시대를 보고하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문장이, 」
「 저 사막의 신체를 입은 재앙 속에서도 온전히 남아 우리 세대로 전해진 사실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 」
이건 〈전략문화와 전쟁〉 담당 교수가 집필한 도서가 분명하네요. 특유의 유려한 어조로 전쟁의 비극과 날것 같은 참호전의 참상을 묘사하는 습관이 있지요, 그 교수.
유리 모하에
이 교수님, 자기 책 인용하면 되─게 좋아하거든. 이런 거 참고해서 써 봐. 어디까지 했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럴 것 같네요. 조언 감사해요. (단조롭게 말하곤 그 부분을 펼쳐두고 자신이 지금까지 쓴 레포트를 대강 유리 쪽으로 밀어준다. 거의 완성되어 결말부만 남겨두고 있고, 객관적이고 냉정한 입장에서 써내려간 것이 썩 나쁘지 않은 레포트다.)
유리 모하에
오호. (한쪽 눈썹만 들썩이다가 레포트를 쭉 읽어내렸다.) ……나쁘지 않은데…… 아니, 정정. 꽤 좋은데 이거. 같이 썼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거의 제가 썼죠. (도움이라곤 안 되는 전 임시 페어를 잠깐 떠올렸다 지운다)
그 애 아세요? (글씨를 써내려가다 말고, 문득 떠오르는 물음을 필터링 없이 냅다 던진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유리 모하에
알지 그럼. (그리고 필터링 없는 물음 냅다 받으며.) 평균적으로 첫 임시 페어와의 동조율이 50%만 넘어가도 정식 페어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치는 거, 알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소문 정도로만 들어서 아는 거 말고, 개인적으로요. (한 박자 늦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붙이곤) 글쎄요, 그때 동조율이 얼마나 됐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정확히 기억한다. 그냥 회피하는 중임.)
유리 모하에
개인 사정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는 거냐면 글쎄, 거기까진 잘 몰라. 내가 모든 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방에 처박혀서 내내 그것만 듣고 자빠진 건 아니거든.
페어들은 보통 그 절반보다 낮은 동조율로 시작해서 합을 맞출수록 동조율이 높아져. 그리고 너희는…… 아니 이게 기억 안 날 리가 없는데? (잠시 의심의 시선이 스치며.) 시작부터 60%가 넘었잖아. 걔를 놓치는 건 너한테도 손해일걸.
걔는 좀, 타고나길 다른 애들과의 동조율 자체가 높긴 한 것 같더라. 아까 데려간 라가힛인가? 그 친구랑도 수치가 낮지는 않았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게 아니라, …… 아니에요. (의뭉스럽게 말을 꺼내놓고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화제를 종료해버린다. ㄹㅈㄷ 싸가지)
유리 모하에
(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저 말고도 동조율이 높은 애들이 있다면, 저와 그 애가 특별한 게 아니라 그 애의 특별함인 거겠죠. (매번 실실 웃기만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ㅡ 아니 생각을 하긴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환한 얼굴을 상기한다. 놓친다면 후회하게 될까?)
유리 모하에
누구의 특별함이든 뭐 어때? 기왕 눈에 보인 거 네 특별함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지 뭐.
둘이 별로 안 친해? (필터링 없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 별로 안 친해요. (마찬가지로 필터링 없이 대답함) 단지 그애만이 아니라 전 누구와도 친해지고 싶지 않아서요.
그런 …… …… 그쪽은요? (아직도 이름 안 외웠음) 두 분은 임시가 아니라 정식 페어가 되신 건가요?
유리 모하에
나랑 요한? 우리야 정식 페어가 됐지. 요한이랑 나도 너희처럼 입학하고 처음 임시 페어가 됐던 케이스인데, 그 때부터 동조율이 제법 괜찮았어. 합도 잘 맞고. 요한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그래.
아마 나랑 똑같이 생각할─
GM
걸, 하고 문장을 채 마치기도 전에,
도서관 내 정숙이라는 예절조차 신경쓰지 않고 정신없이 달려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누군지 채 확인하기도 전에 당신의 팔을 잡고서는 냅다 일으켜 세우네요.
뭐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뭐야?)
동급생A
야, 야, 너 가상훈련 때 루돌프랑 임시 페어 맺었던 애 맞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팔을 흔들어 잡힌 손을 팍 쳐낸다.) 그래. 뭔데 그러니?
동급생A
빨리 와! (팍 쳐내지며.) 설계 반동 터졌어! 지금 이럴 시간이─
핸드아웃
핸드아웃 【설계 반동】이 맵 상에 공개되었습니다.
GM
유리가 몸을 튕기듯 일어납니다.
유리 모하에
……얼른 따라와, 설계 반동이면 제2의무실로 실려 갔을 테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떻게 된 거지? 그 자칭 왕자, 덜렁대더라니. 아니면 노노이라는 애의 문제인가. 별로 친하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설계 반동이란 말을 듣자마자 두 발이 의무실로 향한다.)
GM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당신은 제2의무실로 달립니다.
.
.
의무실 바깥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상황이 생겼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노란 에너지가 문밖까지 일렁이고 있네요.
그 위로 검붉은 에너지가 얹혀 피처럼 뚝뚝 흘러내립니다.
유리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의료진 두 사람이 발작하듯 몸을 뒤트는 루돌프를 억누르고선 약을 주사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를 지경이고,
식은땀이 침대보를 적시고 있어요.
괴로운 듯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유리는 침대 곁으로 달려가 의료진까지 제치고선 화면에 표시되는 에너지 파동을 읽어내립니다.
유리 모하에
…… 안정도가 엉망이야. 선생님, 약물로 해결이 안 되는……!
의사
반동이 너무 심하게…… 같이 시험 치르던 학생이 심하게 긴장했던 모양입니다.
GM
그의 페어는 노노이 라가힛이었지요. 입학 시험 때 5등인가 했다던 그 동기.
이를 악문 유리의 시선이 허공에 머무릅니다.
정확히는 정체 모를 검붉은 에너지의 흐름을 따라서.
유리 모하에
(이를 악물고서는 고개를 돌려 당신에게 시선을 두었다.) 당장은 방법이 하나뿐인 것 같은데…… 설계 반동이 이 정도로 왔으면 너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이러다 얘 죽는다고.
의사
아니, 유리 학생. 설계 반동이 위험하긴 해도 죽는 정도까지는……
유리 모하에
죽어요!
GM
마치 어떤 확신이라도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피처럼 얽히는 에너지가 보인다. 누가 봐도 문제는 루돌프가 아니라 그 노노이라는 이 때문이었다. 침대에서 괴로이 가슴팍을 쥐어뜯는 루돌프를 봤을 때까지만 해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죽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호흡이 조금씩 가빠오기 시작한다. 3년 전의 악몽이 떠오르려 한다. 친구도 아닌데, 친구 따위 더는 만들지 않으려 했는데. 대체 왜……)
(워치에 대해서도 알고 있던 학생회장이다. 이 사람의 말이라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어느덧 차갑게 식은 제 손을 꾹 움켜쥐며 뱉듯이 말했다.) 제가 뭘 하면 되죠?
유리 모하에
……이거 에너지 주입 정도로는 안 돼. 언약해. 정식 페어 맺으라고.
정식 페어가 된 순간 에너지 유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니까…… 날뛰는 각성자를 안정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야, 지금으로서는. 어쩔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난…… (애초에 페어를 맺어야 한다는 게 싫었다. 언약이니, 동조율 99%니 하는 세간의 낭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가까워지고 소중해지는 순간, 잃는 것을 두려워하게 될 텐데. 결국은 이렇게 얽히게 되는구나. 복잡한 상념들이 재빠르게 머릿속을 휩쓴다.)
(루돌프는 노골적으로 까칠하게 구는 제게 불편한 기색 한 번 없이 웃어주었다. 바다에 관해 이야기해줬고, 제 나비 타령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그래, 어차피 누가 되었더라도 싫었을 것이다. 상대도 그런 저를 좋아하지 않겠지. 깨어난 네가 거절하고 싶어한대도 어쩔 수 없다. 나, 네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아졌어.)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제 심장에 자꾸만 칼날처럼 박힌다. 항상 웃는상이었는데…… 그러니까 더 심각하게만 느껴지잖아.)
(피가 나도록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루돌프의 곁으로 다가간다. 에너지가 꽂히는 경로를 설계했다. 지금 그의 상태로는 에너지가 제대로 얹힐지 알 수 없었지만…… 나비가 날아오르고, 두 사람의 심장을 잇는 경로가 그려진다.)
GM
당신이 동의의 의사를 내비치자, 유리는 의료진을 이끌고 의무실 바깥으로 나갑니다.
페어 언약 절차 시엔 근처에 다른 각성자가 있으면 안 됩니다. 에너지가 엉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루돌프는 몹시 괴로워하는 기색이지만 의식은 있어 보입니다.
루돌프는 본인의 이능력과 관련된 핵심 기능 판정을, 아이린은 항법 판정을 시행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언약을 맺을 거야. (최대한 침착하려 했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조금 떨려온다.) 싫으면 나중에 풀도록 해. 지금은 널 살리기 위해서니까, 받아들여.
cc<=70 항법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 > 2 > 대단한 성공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90 손놀림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보통 성공
GM
뜨겁고 전류같은 에너지가 심장까지 메다꽂힙니다.
무자비한 방식의 지배네요.
심장을 움켜쥐는 에너지의 흐름,
온전히 열어젖힌 정서, 경로,
녹은 금속처럼 무섭도록 달아오르는 두 사람의 체온,
세상을 묘사한 페이지가 불타 부스러지고 판정과 줄글로 이루어진 우주에 오로지 둘만이 온전한 것처럼.
.
.
잠시 후, 자연스레 피어오른 에너지가 보라색과 노란색이 뒤섞인 빛을 뿌리며 허공을 맴돌기 시작합니다.
고통으로 인해 미약한 눈물이 맺힌 루돌프의 시선이 당신에게로 닿은 것을 보아, 아마도 정신을 좀 차린 모양이네요.
에너지 유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전까지 되지 않던 것이 지금 이 순간부터는 수월하게 가능할 것 같네요.
몹시도 기이한 기분입니다.
상대가 아주 멀어지더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꼭 언젠가 아주 떠나 버릴 것을 예고하듯이.
열병에 들뜬 사람처럼 루돌프는 힘겹게도 숨을 쉬고 있습니다. 큰 추위에 시달리는 듯하네요.
에너지 유량은 급속도로 늘어났으나 반동으로 인해 고갈된 에너지가 도로 채워지질 않으니 그러는 걸 겁니다.
이것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사람의 체온, 그리고 접촉으로 건네주는 에너지 주입 뿐이지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벅찬 숨을 내쉰다. 쥐어짜이는 듯한 심장과 달뜨는 체온. 무섭게 느껴지는 당신의 존재감. 그와 동시에 이 존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이 아찔한, 아찔한 감각……)
(다신 잃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아…… 그 낯선 감정들로 인해 완전히 수세에 몰려서, 루돌프의 손을 제 양 손으로 꼭 쥐고 무어라 말하는지도 모른 채 지껄였다.) 가지 마. 가지 마, 루돌프.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제 안에 차올랐던 에너지를 거세게 주입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안 갈 거야. (가까스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속닥이듯 말하고서는 잡힌 손에 힘을 살짝 실었다가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지 이내 느슨하게 풀었다.) 이제 나, 가면 안 되는 거 아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제 좀 괜찮니? (손을 잡지 않은 반대쪽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느리게 쓸었다.) 금방 끝내고 올 거라더니…… 바보.
충분히 나아지고 나면 다시 생각해 봐. 지금은 널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어. (방금까지 가지 말라고 애절하게 말한 주제에 이러고 있음)
넌 언약까지 하고 싶진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제 뺨을 쓰는 손길에 괜스레 고개만 미약하게 흔들어 볼을 부볐다.) 그게~…… 가끔 예상대로 안 되는 일이 좀 있잖아……~? 오늘은 그런 거였지, 말하자면……
나 고백 절차도 없이 차인 건가 방금? (X)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따지면 나를 찰 권리를 너에게 주는 거야. (바보같아. 언약이 뭐라고, 이 모습 하나가 아까완 다르게 보이는 건지. 체온이 필요할 테니 그대로 뺨을 감싸주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진짜~……? 나 보고서도 안 썼는데 공주님을 찰 권리까지 받고 과분하네…… (입만 열면 헛소리하는 걸 보니 정신머리는 멀쩡한 듯.)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러니까 난 공주가 아니래도…….
(하지만 만약 정말로 루돌프가 언약을 풀게 된다면, 난 다른 이와 두 번 하지는 못할 것 같아. 이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지는 않아. 언젠가는 반드시 외로워지고 말 것만 같은, 이 감각을.)
넌 내가 싫지 않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내가 왜 널 싫어해야 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게 못되게 굴고 있으니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언제? (정말 언제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만나고서부터 쭉……?
알고는 있었지만 너 정말 눈치가 없구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래? 난 잘 모르겠는걸.
칭찬이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냐. (볼살 꼬집어본다. 말랑한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으응. (말랑하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다신 이런 위험한 짓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루돌프 탓으로 일어난 일도 아닌데 괜히 엄포를 놓는다) 조금 괜찮아졌으면 다시 선생님 불러올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니, 내 잘못이 아니었눈데도……~ 나랑 동조율도 나쁘지 않았잖아, 노노이는. 그냥 당황스러울 만큼 에너지 제어가 안 됐을 뿐이야, 이번에. 색깔도 원래 그러진 않았던 것 같은데…… (괜히 고개만 몇 번 더 비비다가 이내 선뜻 끄덕였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애초에, 왜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난 거니? 너는 나 말고도 모두와 동조율이 괜찮은 편이라고 했었지. 네 특성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 건가? (색도 원래 그렇지는 않았다고? 그러고 보면 원래 설계 반동으로 이 지경이 되지는 않는데, 학생회장은 죽을 거라고 말했었지.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한순간의 위기가 스쳐지나가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것도 잘 모르겠는데…… (나 때문인가? 묘한 표정 됐다가.) 원래 에너지 색이라는 건 연기같아서, 어느 정도 투명도가 있잖아~ 그런데 오늘 걔 거, 어쩐지 새카맣고 붉은 기가 짙어서는 앞이 잘 안 보이더라. 그러다 보니까 구현이 좀 가려졌다……고 해야 되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일단은 알겠어. (조금 있다 그 애를 만나러 가봐야겠네. 살벌한 낯으로 결심하곤 문을 열고 나간다.) 언약은 제대로 됐고, 루돌프도 진정한 것 같아요.
GM
에너지 흐름도 이제 얼추 안정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언약은 잘 마무리되었고, 어쨌든 오늘도 이렇게 한 건 해결했군요.
모든 미래에 오늘처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런지요.
.
.
모하메드 5세 광장에서 모하메드 알 한살리 거리를 따라 바다 쪽으로 십여 분 걸으면,
대형 선박들이 정박한 카사블랑카 항구가 나타납니다.
유럽 국가들과의 거의 유일한 교역 통로라 할 수 있는 곳이지요.
오전부터 카사블랑카 항구에서 짐을 잔뜩 실은 트럭 여러 대가 각성자사관학교로 들어옵니다.
새 나라가 만들어졌다고 한들,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새 벽돌을 올릴 까닭은 없잖아요?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도시들은 저마다 기존 건축 양식을 아직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모로코의 상징은 흰 벽에 녹색 지붕을 이은,
호화롭고 장대한 건물들이지요.
아라베스크 문양이 조각된 나무판이 벽면을 둘러싸고,
안뜰은 대리석으로 꾸미게 됩니다.
젤리즈 타일은 섬세하게 벽을 장식하고,
세밀한 조각과 촘촘한 문양은 사람을 황홀케 합니다.
종교 건축물처럼 웅장한 파사드를 지나 여러 개의 건물을 거쳐 이르는 중앙 정원은 안달루시아풍이네요.
오늘은 각성자사관학교의 명절이라 할 수 있지요,
'베로니카 주간'의 둘째날입니다.
본래 카사블랑카에는 없었던 명절이고,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래한 것도 아닌 절일.
학생들은 그럼에도 이 주간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초대 학장이 어릴 적, 동생의 생일이 되면 가정에서 하던 놀이를
시험 삼아 내놓았던 게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나요.
이제는 아예 축제 주간으로 확장된 것이지요.
학생들은 이미 손에 맥주 한 잔씩을 든 채 동아리들이 준비한 행사에 참여하거나
미로찾기 놀이에 끼는 등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출발할 때가 되었네요.
1학년은 메인 게임에 참여해야 하잖아요?
두 사람이 짝을 이뤄 한 조씩.
그러니까, 지금 기숙사 밑에서는 루돌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만 나갈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축제를 크게 즐기는 편은 아니라지만 복잡하고 따분한 수업을 듣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일임이 분명하다. 며칠 전이었더라면 왜 하필 루돌프와 또 같은 조가 되었냐는 불평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언약까지 맺었으니 다른 누군가는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애초에 따로 원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머리를 양쪽으로 땋아내리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기숙사 근처 화단에 적당히 기대 서서 워치나 몇 번 조작하다가 ─ 별 목적성을 가지고 한 건 아니었고 그냥 심심해서다 ─ 당신의 실루엣을 확인하자마자 냉큼 걸음 옮겨 왔다.) 린~ 바로 갈 거지? 정원.
GM
축제 둘째 날,
이 밤에는 베로니카 주간의 핵심 행사인 '당귀꽃 찾기'가 열리지요.
이 계절이면 흐벅지게 피어 투명하게 빛이 나는 꽃이 너른 정원과 온실에 가득합니다.
수십 송이가 바람을 받아 차르르 흔들리면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은 느낌이라지요.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면 더욱 장관이라고들 합니다.
야자수 아래의 흰 벽돌과 로코코식 낮은 울타리 안에 피어나 깨질 듯이 반짝이는 꽃들,
군데군데 켜 놓은 조명이 부드럽게 퍼지면서 만드는 야경,
속살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
낭만적이고도 뜨거운 열대의 밤.
종종 피어나는 돌연변이를 아예 품종으로 만든 은색 당귀꽃이 있는데, 이 꽃을 단 서른 송이만 숨겨 놓는다나요.
학급마다 정원을 돌며 은색 꽃을 가장 많이 찾아낸 사람이 상품을 받는 놀이입니다.
두 사람이 짝을 짓는데, 이번에도 둘은 한 팀이 되었지요.
설계 반동이라는 상황 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1학년이면서 벌써부터 정식 페어가 되었다는 것이 소문이 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 꽤 이목을 끄는 한 쌍이니까요. (당연하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좋은 의미려나 그거)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주인공이 우리인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우리 주인공이니? 주목받는 건 싫은데)
꽃은 좋아하니? 꽃가루 알레르기 같은 건 없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지만 왕자님과 공주님은 원래 주인공인 거 아냐~?
그럼~ 없지. 난 뭐든 좋아한다구.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 뭐든 좋아해? 아무리 그래도 싫어하는 것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데……. (고개 살짝 기울이면서도) 정원으로 가자꾸나. 카사블랑카에 오기 전엔 꽃을 자주 볼 수가 없었어서, 이런 날이 꽤 귀하거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꽃은 예쁘잖아, 싫어하는 건 굳이 지금 당장 떠올려야 하는 이유 같은 것도 없고. (마찬가지로 거울이라도 보는 양 고개 살짝 기울였다가 자연스럽게 손 내밀었다. 잡아달라는 양.) 사막 한복판에서는 꽃이라고 해 봐야 선인장 꽃 정도밖에 못 보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문득 그런 질문이 떠오른다. 바다와 나비가 있다던 스와콥문트에는 꽃도 가득히 넘실거릴까? 하지만 의심이 불거진 지금으로서는 스와콥문트의 존재 자체가 허상일 확률이 더 높으니 금세 사라지는 의문이다.) 그래, 꽃은 예쁘지. 그나저나 꼭 손을 잡고 가야 하는 거니? (물끄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그 특별한 꽃은 은색이라며. 손을 잡지 않은 채로 따로 다니다가 내가 깜박 찾고 있는 꽃이랑 린~이랑 색감도 느낌도 비슷하니 이쪽이 꽃인가보다, 하고 착각할 수도 있는걸. (특기: 실없는 소리 진지하게 하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실없는 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재능이 있구나. (눈을 흘기며 당신의 손등을 검지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 이후에야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 어떤 식으로 느낌이 비슷한 건지 짐작도 안 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역시 난 뭐든 잘하지~? (적당히 확대해석하고선 맞잡은 손 적당히 흔들어 보이며 정원 쪽으로 걸음을 옮겨 갔다.) 둘 다 예쁘다는 점일까나, 일단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 눈에도 내가 예쁘니? (스스로의 외모에 큰 관심은 없지만 자각은 있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당연한 거 아냐? (그리고 왕자로서의 미적 기준이 확고한 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너 나 말고 다른 애들한테도 이런 소리 쉽게 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아직 린~만큼 예쁜 애를 못 만나봐서 모르겠는데. (만나보면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만나면 하겠다는 소리네? (언약을 맺었을 뿐 연애 같은 걸 하는 게 아니니깐 당연히 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어째 가슴이 옹졸해지는 이유는 뭘까.)
그럼 나도 해야지. (특징 : 원래 이런 말 죽어도 안 함)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반대로 평생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걸.
응? 그래. 그리고 린~이 보기에 예쁜 사람 만나면 나도 소개해 주라. (특징: 그냥 미적 감각을 충족하는 모든 것들에 흥미가 있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소개해주면 어쩔 건데! (삐진 거 아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궁금하니까 나도 구경하려고 그러지~ 혼자만 볼 거야? (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너는…… (눈을 가늘게 뜬다.) 신뢰가 어려운 사람이야. (고개 휙 돌리고 성큼성큼 걸었다. 손을 놓진 않았기에 어차피 같이 가게 되겠지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건 나쁜 뜻이야~? (잡은 손 절대 놓치 않고 착실히 걸음 옮겨 따라붙었다.) 신뢰가 쉬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못 믿겠다는 뜻이 그럼 긍정적인 뜻이겠니? (다소 퉁명스러운 투로 말했다) 몰라, 나도.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믿고 믿지 못하고 하는 건 린~의 기준인걸. (뚱한 표정으로 잡은 손 살랑살랑 앞뒤로 흔들어 봤다.)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자신의 안에서 맴도는 감정의 이름을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다가 만다.) 내가 신뢰의 기준을 찾을 수 있게, 그리고 너를 믿을 수 있게 노력해 보렴. 무얼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도 네가 찾아봐. …… 벌이야. (뭐에 대한 벌인 거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 뭐 잘못했어~? (뭐에 대한 벌인 거지? 진실은 미궁 속으로……) 하지만, 음, 좋아. 나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건 잘하거든~ 아델이 그랬는데, 나는 여기서 성실하기까지 했으면 천재 수석 연구원 같은 걸로 사관학교가 아니라 이미 다른 데 가 있을 거랬어. (칭찬인가? 모를 일이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잘못까진 아닌데 내 마음에 안 들었어. (완전 제멋대로) 그럼 답을 찾을 때까지 내 앞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예쁘단 말은 하지 마. 내 뒤에선 해도 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린~의 뒤에서 해도 된다는 건 네가 뒤돌아 있을 때는 해도 된다는 뜻이야? (아닐 것이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눈치가 없는 거니, 알면서도 날 놀리려는 거니? (째릿)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앗,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일단 전자라고 대답하라고 했는데. (준비된 답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손을 놓고 싶은 충동을 느낌) 네 맘대로 하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충동적으로 놓았다 해도 다시 잡았을 것이다.) 응! (언제는 그러지 않은 적이 있기나 하겠냐마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바보같아!)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새삼~)
GM
어느덧 도착한 정원의 한가운데에는 분수가 있습니다. 다리가 아프면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거나 할 수 있겠군요.
아예 2층으로 올라가 발코니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되겠어요.
꽃을 찾는 데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관찰 판정으로 꽃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여기 온 목적이니, 꽃부터 찾아보기로 한다. 설전은 설전이고, 하얗고 자잘한 꽃들이 가득 피어난 광경이 아름다워 절로 시선이 팔렸다.)
cc<=65 관찰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 > 9 > 대단한 성공
GM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매의 눈)
GM
자잘하게 피어난 꽃들 사이로 영롱하게 빛나는 은빛 꽃이 단박에 들어옵니다.
역시 우리 공주는 천재라니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나도)
cc<=50 관찰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9 > 29 > 보통 성공
GM
루돌프도 하나 찾긴 찾았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서른 송이밖에 없다더니. 우리가 운이 좋은 건가? (은빛 꽃송이를 감상한다. 꺾어 쥐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럴지도~? 아니면 눈이 좋거나. (마찬가지로 고개만 불쑥 들이밀어 가까운 곳에서 꽃 구경했다.)
린~은 이거, 우승하고 싶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우승하면 뭘 받더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뭔가, 훈장? 같은 걸 준댔지~ 옷에 달 수 있는. (브로치인데 그거나 그거나 옷에 다는 건 똑같지, 싶어서 대충 뭉뚱그렸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런 건 관심없어. (대번에 식는 흥미) 그냥 구경만 하자꾸나. 꽃은 꺾은 순간부터 시들기 시작하니 아쉬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장신구 같은 건 관심 없어? (하지만 이쪽은 장신구에 대한 관심과 흥미보다 꽃을 꺾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이겼으니 결과적으로 비슷비슷하긴 하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반짝이는 건 좋긴 하지. 그래도 나비 장식이 아니라면야 굳이 욕심나진 않아. (꽃향기를 맡으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바람에 옅은 꽃향기가 묻어왔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나비 장식이었으면 우승했을 거야? (물론 이 사관학교와 나비는 그다지 큰 관계가 없으니 학교 축제에서 나비 장신구를 경품으로 내걸 일은 없겠지만, 가정 정도는 해 볼 수 있으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온 힘을 다해 노력했겠지. (쉽게 긍정한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니까. (능력이 발현해 사관학교에 들어오긴 했지만 가난한 형편은 그대로였으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렇구나. (괜스레 눈이나 몇 번 깜박이며 제 기억 속에 나비 장신구가 있었는지에 대해 되짚어 봤다. 없었던 것 같은데, 예쁜 게 있었다면 '마음 먹고 기억해서' 아직까지 제대로 머릿속에 남아있을 테니.)
언젠가 보게 되면 하나 가져올게, 나비 장식. 목걸이 같은 게 좋으려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 (꽃을 향하던 시선이 돌아간다. 보랏빛 눈에 이채가 반짝거렸다.) 목걸이든 귀걸이든 상관없어.
그런 너는? 장신구에 관심있니? 준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난 내가 보기에 예쁜 건 다 좋아하는걸~ 난 원래 뭐든 잘 어울리는 얼굴이잖아. (맞잡지 않은 손으로 반-꽃받침 같은 거 해 보이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미모이긴 하지) 그럼 뭐든지 상관없다는 뜻이지?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내 기준으로 생각할 거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더 좋은 거 아닌가? 원래 예쁜 사람들이 예쁜 거 더 잘 고르는 법이라고 했어. (출처 불분명, 아마 가족들로부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거지?) 아무튼, 꽃이 이렇게 많으니 기다리다 보면 나비도 날아오지 않을까? 나비와 벌이 없으면 꽃은 수정할 수 없댔으니까.
(기다릴 의지가 매우 충만해 보임)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여기 앉아서 나비가 날아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아마 그렇게 된다면 오늘의 인내심을 시험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끄덕끄덕) 나, 기다리는 거 잘 해. 여기 오기 전에도 세네 시간씩 기다려 봤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렇게 기다리다가 깜박 잠들거나 하진 않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가끔 그러기도 하지. 그러다 깜박 눈을 떴을 때 기다리던 나비가 보이면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 (루돌프가 어떨지는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자기 좋아하는 것만 늘어놓는 중)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으음~…… (잘 이해되진 않는지 뚱한 낯짝이긴 하나 나름대로 눈동자만 굴리며 상상해 보려고 노력은 했다. 잘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비 말고 다른 건 안 돼? (상상 실패)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다른 거라면 어떤 거? …… 벌? (상상의 한계)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예를 들면…… 나? (실례되는 대사)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으…… 응? (자기도 모르게 말을 좀 더듬었다.)
너를 기다리라구?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세네 시간씩 기다릴 필요는 없지만~ 내가 보이면 반가워해 주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오늘의 나는 너를 별로 반가워하는 것 같지 않았니? (엄청 반가운 것도 아니기는 했지만서도)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조금 더 극적으로 반가워해 줬으면 좋겠는걸~ (무리한 요구.)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떻게 해야 극적으로 반가워하는 거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가) 아무튼, 지금은 나비를 별로 기다리고 싶지 않단 의미지? 발코니로 잠깐 가보지 않겠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조금 더 우와악, 하는 느낌이라든가. (추상적인 말이나 하고 있다가 이어진 제안에는 선뜻 고개만 까딱해 보였다.) 2층이었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추상적이야) 응. 먼저 올라가 보렴. (뒤따라가겠다는 듯 눈짓한다)
GM
기다렸다는 양 냉큼 앞장서는 루돌프의 뒤를 따라 2층의 발코니로 향합니다.
정원 곳곳에서 꽃 찾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동기들의 모습이 작게 보이네요.
정원 전체를 흐드러지게 가득 채운 꽃밭의 정경이 아스라이 펼쳐집니다.
이따금 투명한 꽃잎이 받은 달빛을 고스란히 반사하여, 시인이 다음 천 년 간 내내 노래해도 부족할 것마냥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네요.
밝은 달빛 아래, 두 사람의 밤도 깊어갑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루돌프가 먼저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단을 천천히 올라 모습을 드러낸다.) 자, 이제 나를 반겨보렴. (그러니까 예시? 같은 걸 보고 싶었던 듯)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잠깐 의아한 낯이 되었다가, 이내 머리 위로 느낌표 하나 떠오른 듯한 낯짝을 하고선 냉큼 당신에게로 뛰어가더니 양 팔 벌려 곧잘 와락 끌어안았다.) 이─런 느낌으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뛰어올 때까지만 해도 설마? 하고 있다가 그대로 폭 안겼다. 얼굴이 조금 달아올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매번 이렇게 반겨줬으면 좋겠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매일매일,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하면 좋지 않아~? '돌아와야 할 곳에 제대로 돌아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내가…… (그건 정말로 묘한 기분이었다. 몸에 닿는 온기를 느끼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말을 한 번 끊었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내가 네 돌아와야 할 곳이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렇잖아~? 우리, 페어니까. (끌어안은 팔에 한 번 힘을 실었다가 잘 놓아주며 눈을 맞추고는 종알댔다.) 원래 파─트너라는 건 다 그런 거 아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제 얼굴이 바보처럼 빨개져 있을 것 같아 손으로 가리고 싶었지만, 시선이 맞닿자 어쩐지 꼼짝할 수가 없어졌다. 얼마간 눈을 마주보고 있다가 자연스레 고개를 묻으면서 팔을 들어 그를 미약하게 마주 끌어안았다.) 파트너가 생겨본 적 없어서 몰랐어. 그렇구나. (이게 있어야 할 곳에 돌아왔다는 느낌이구나. 오래도록 잊지 않기 위해 힘주어 이 순간을 감각했다.)
그럼, 나도 앞으로는 노력해볼게. 열렬히 반겨줄 수 있도록.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으응. (마주 한 번 더 끌어안고서는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나는 나비처럼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되고 좋지~? (이런 말이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품 안에서 고개를 살짝 들고) 언제나 곁에 있을 거야? 아님, 가더라도 멀리 떠나지 않을 거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우리 졸업할 때까지는 언제나 같이 있는 거 아냐~? (어쩌면 졸업 이후에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 뒤의 진로같은 건 잘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대사.)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졸업 후에는? (벌써부터 그때를 생각하는 건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보통 뭘 하지? (여기부터)
……우리가 파트너인 한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 거 아닐까? (막연하게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각성자로서 크리쳐랑 싸우겠지. 그걸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 아니겠니.
나중에 나한테 질려도 안 물러줄 거야. 그땐 이미 늦었으니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차마 쉽게 질리지 않는 사람이라고는 빈말로라도 못 하겠지만.) 그래! (일단 호기롭게 장담하고 본다.) 대신 그건 린~도 마찬가지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영원히 질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속단하는 건 너에게도 나에게도 좋지 않을 테니까.)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 거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우리는 파트너니까~ 좋아, 약속. (냉큼 손가락까지 걸며.)
GM
두 사람의 약속이 찬란한 달빛 아래에서 빛납니다.
그럼요, 두 사람은 어찌 되었든 파트너이고……
이 사실만큼은 변치 않을 테지요.
그것으로 충분할 겁니다.
.
.
베로니카 주간의 셋째 날.
늦게까지 잠들지 않았던 학생들이 오전 나절 내내 침대 위나 뒹굴며 쉬고 있었기에 학내는 고요했습니다.
그 평화를 깬 것은,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명이었지만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학생이 그 방향으로 뛰쳐나가는 기척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할까요?
창문을 통해 내다 봐도 좋고,
직접 나가 봐도 좋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무슨 일이지? 별 생각 없이 창문가로 다가가 바깥을 바라본다)
학생들
라가힛!
누가 응급콜 해! 빨리!
GM
쓰러져 발작하며 피를 토하는 학생을 둘러싸고 주변 이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네요.
그 틈을 뚫고 군홧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2주 전 들이닥쳐,
아직도 '불온 게시글 사건'을 수사 중인 헌병대원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헌병대 예장에는 기묘한 모자-가면-투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아프리카 도곤 족의 전통을 따른 사팀베 마스크가 그것이지요.
디자인 자체는 서아프리카 전통에서 따 온 것이니 이상하다 할 것은 없지만,
가면을 쓴 헌병대가 붉은 줄과 구슬을 관자놀이에 드리우고
표정을 감춘 채 사람들을 내려다보면 아무래도 조금 두렵기 마련입니다.
죽음의 사자가 내려다보는 광경 속인 것처럼,
노노이 라가힛은 바닥을 긁으며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손톱이 깨지고 피를 토하는 소년의 몸 위에서
검붉은 에너지가 마치 자아를 가진 듯 움직이며 그를 감싸죕니다.
요한 에를리히
무슨 일이야.
GM
라가힛의 꼴을 보고 놀란 요한이 달려와 몸을 굽힙니다.
엎드려 울부짖는 소년을 껴안아 달래고,
뒤집어 똑바로 눕히고,
눈에 품은 렌즈로 아주 오랜 노출을 주어 사진을 찍듯이 그 광경을 한동안 봅니다.
요한 에를리히
……의료진 아직 안 왔어? 누가 1학년 좀 불러! 그 애 있었잖아, 왜…… 펜더가스트? 그 애와의 동조율이 가장 높지 않았나, 라가힛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저 색의 에너지, 본 적이 있다. 루돌프에게 설계 반동을 일으킨 빛깔이잖아. 그때 저이에게 미처 상황을 묻지 못했었는데…… 왜 이제 와서?)
GM
부르지 않아도 소란을 듣고 이미 루돌프는 군중이 동그랗게 모여 선 한중간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가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려던 순간,
모여 있던 학생들은,
사람이 터지면 그런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아마 처음이자, 또한 강제로 알게 되었습니다.
안에서부터 폭탄 스위치라도 눌린 것처럼 노노이 라가힛이 말 그대로 터져나갑니다.
공중에 살점과 피가 흩날리는 광경을 굳이 무참히 눈에 담을 필요는 없겠지요.
이미 곁에 서 있던 이들은 피를 흠뻑 뒤집어썼으니까요.
이 끔찍한 참상을 목격한 당신,
이성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42 이성체크 (1D100<=42)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3 > 93 > 실패
GM
……1d4를 굴려봅시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1D4 (1D4) > 2
GM
아이린, SAN -2.
system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SAN : 42 → 40
GM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순간이라 비명은 뒤늦게 산발적으로 커집니다.
비틀거리며 도망치거나, 주저앉아 구토하는 학생도 있네요.
그 가운데에서 헌병대 한 사람이 노노이 라가힛의 *가장 큰 부분*을 집어듭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숨을 들이킨다. 그 끔찍한 광경보다도, 다가가던 루돌프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는 괜찮은 건가?)
GM
도곤족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많은 부족들이 가면을 자아 표현과 제식의 수단으로 썼지만,
장례식에서 쓰는 가면은 오로지 사팀베 마스크 하나뿐이지요.
이를 감안하면 저 표정 없는 얼굴은 더욱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겁니다.
어떤 사회 문화 연구자들은 이 예장을 두고,
인류의 기원 이후 아주 오랜만에 사람들을 지도하는 역을 맡을 수 있었던 이들이
'문명국'에서 넘어온 이들을 '비문명적인' 방식으로 위압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아니었냐며 논설한 적이 있습니다.
억압받지 않던 자가 억압받던 이들의 방식을 야만이라 규정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의 야만이 될까요.
어떤 역사의 신성한 전통을 압제에 사용하는 것은 야만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그 누구도 토론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꺼내던 이들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고,
이 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대부터 그러하였듯이 기록보다는 구전이어서,
말할 입이 없어진 목소리는 이내 사그라들었으니까요.
오래 내려앉은 그 침묵을 사르고 타는 불꽃처럼,
요한이 고함을 지르며 라가힛의 다리를 붙잡습니다.
요한 에를리히
……가만히 놔 둬!
GM
그러자,
라가힛을 집어들던 헌병대원이 빈 손으로 가면을 밀어 벗습니다.
안에서 드러난 것은 이런 상황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인상이 참 좋은 청년이라 평가했을 법한 남자의 얼굴.
관찰 판정, 혹은 지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내가 그때 루돌프와 언약을 맺지 않았더라면…… 루돌프도 노노이처럼 되었을까?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헌병대원을 쏘아본다. 애초에 왜 이곳에 타이밍 좋게 헌병대원이 나타난 거지?)
cc<=80 지능 (아이디어)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8 > 28 > 어려운 성공
GM
우연이라기에는 타이밍이 공교롭게도 들어맞지요.
그 청년, 거기에 요한 에를리히와 퍽 닮아 있습니다.
사관생도는 헌병대원에게 함부로 말을 놓아서도 안 될 텐데요.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일까요?
헌병대원
노노이 라가힛의 신병은 헌병대에서 인수하겠다…… 손을 놓기를 권유하지, 요한 에를리히.
요한 에를리히
이 애를 더는 훼손하지 마……! 살아있을 때 가지고 논 걸로 충분하잖아!
GM
그러자, 남자는 자비를 베풀겠다는 양 조심스럽게 라가힛의 *가장 큰 부분*을 다시 내려놓습니다
그러고선 한쪽 무릎을 굽혀 자신과 닮은 얼굴을 바라보네요.
헌병대원
사관생도 노노히 라가힛에게는 즉결 처분 가능한 혐의의 증거가 있다.
요한 에를리히
……웃기는 소리 마.
헌병대원
그가 불법적인 약물을 도핑해 그 부작용으로 발작을 일으켰다는 증언이 접수되었지.
수사 결과 여러 혐의를 확보했다.
이 폭사 역시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으니 부검이 필요하겠군.
수사가 종료된 후에는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여 유해를 화장하겠다.
불만 있나, 요한 에를리히? 그렇다면 정식으로 소를 제기하는 건 어때.
요한 에를리히
……XX, 닭이 시장 가는 걸 어떻게 거절한단 말이야……!
GM
이제 공화국 시민들은 다양한 옛 지역에서 유래된 속담을 다 섞어 씁니다.
닭은 시장 가는 것을 거절할 수 없다.
중부 아프리카에서 올라온 관용어구지요.
약자는 강자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이성적으로 구는 요한답지 않게 점점 격앙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헌병대에게 이런 식으로 반항하다가는 징계 감이네요.
어떻게 할까요?
끼어들어 요한을 말릴 수도 있고, 그들은 내버려두고 피를 뒤집어쓴 루돌프를 슬쩍 데려갈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든 판정이 동반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괜히 그를 말리려다 헌병대원의 눈에 띄어 좋을 것 없다. 카사블랑카에 대한 진실 한귀퉁이를 알게 된 지금에선 더더욱 그렇지. 요한은 본 척도 않고 사람들 틈으로 파고들어 루돌프의 팔을 잡아끈다.)
GM
은밀 행동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65 은밀행동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1 > 91 > 실패
GM
우리 엄청 눈에 띄네
루돌프의 팔을 잡아끌고 인파 밖으로 빠져나오는 길, 요한을 닮은 헌병대원과 눈이 정통으로 마주칩니다.
한순간 그 눈이 가늘게 휘어졌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노노이 라가힛의 시신은 결국 헌병대가 회수해 갔고,
오후 일정과 행사는 모조리 취소되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웃은 거야? 기분 나빠. 요한이 했던 욕을 되풀이하고 싶은 심정이네. 안 할 거지만.)
GM
학생들에게는 기숙사로 돌아가 경거망동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식의 공지가 내려옵니다.
그나마 기숙사 안에서는 자유로이 다닐 수 있었으니,
친구들의 방과 방을 건너다니며 몰래 저들만의 추측을 속삭이고 있는 듯 싶었지요……
과연 이곳에 *몰래* 라는 말이 존재할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날 밤,
유리 모하에의 사망 소식이 들려옵니다.
.
.
그 믿을 수 없는 소문은 학생회로 처음 전해져서,
기숙사 휴게실을 몇 개 거쳐 교정 전체로 퍼집니다.
독재에도 등급이 있지요.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지독하리만치 세련된 통치 방식은 사람들을 자기주도적으로 감화시켰습니다.
우리는 문명인이야.
한 번 스러진 인류를 복구해 빛나는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어.
나라가 잘 하고 있으니 박수를 치는 것은 시민의 지지이지 신민의 굴종 따위가 아니야.
사람들은 공화국 정부가 정상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니.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다.
전시도 아닌 교내에서 헌병대원의 손에 학생회장이 죽었다.
이 문명적인 나라에서는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고요.
그러나,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잔인한 억압을 보면 일단 공포에 질려 입을 닫는 법입니다.
하지만, 어째서.
그리고 정말로?
이곳은 당신의 방입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기숙사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정보 없이 가만히 숨어 있어서는 무슨 일에 휘말릴지 모르는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학생들이 많이 가는 장소라면…… 기숙사 1층 학생식당이나, 2층의 휴게실 정도가 있겠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노노이의 충격적인 사망에도 온 신경이 루돌프에게 향해 있었던 그였지만, 유리의 사망 소문은 그런 그마저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많은 대화를 한 건 아니었지만 의미가 깊은 순간이었다. 저와 마찬가지로 친구를 잃었다는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고. 그가 가려는 길을 마음속으로나마 지지하기도 했었다. …… 단순한 소문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분위기가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네.)
(일단 한 바퀴 돌고 나서 루돌프에게 가봐야겠어. 학생식당으로 향한다.)
GM
학생식당에는 헌병대원 두 사람이 경계를 서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사유는 어제 라가힛의 사건 탓에 교내에서 동요가 일어나는 것을 단속하기 위해서라나요.
감시가 있는 탓인지 학생식당은 영 조용합니다.
학생들 몇몇이 눈치를 보며 식사를 하고,
주방 직원들도 친근하던 평소와 달리 좀처럼 말을 걸지 못하고 허둥댑니다.
그 때, 직원 한 사람이 당신에게 손짓하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벌써 감시도 붙여뒀고. 스와콥문트에 관한 소식을 인자미나에 알렸기 때문인가? 노골적이네.)
(손짓하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식당 직원
학생, 요한 군이랑 그…… 뭐냐, 멘토인가 그거지? (속닥속닥,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요한 군이 어제부터 통 안 보이는데 큰일이네 싶어서.
괜찮으면 이것 좀 전해줄 수 있겠어요?
GM
라면서 직원이 건넨 것은 웬 달걀 두 개와 음료수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저도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요. (일단 받아들긴 했지만) 아는 사이인가 보네요.
식당 직원
아이구, 거 밖에 성당에서 부탁을 해가지고…… 헌데 통 보이질 않네, 원래 밥 시간대에는 그래도 꼬박꼬박 그 회장 학생이랑 같이 내려왔는데. 부탁 좀 할게요.
GM
받아든 달걀은 묘하게 가볍고,
안에서 달각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위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그 때, 그 광경을 유심히 보고 있던 학생 하나가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1학년 명찰을 달고는 있는데 영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그는 멀찍이 선 헌병대원들의 눈치를 잠시 보는가 싶더니,
식판을 돌려놓는 척 다가와 속닥입니다.
학생
……앙세네 지 수습기자예요. 우리 빨대가……
아니, 미안해요. 그러니까 우리 취재원이,
학교에서 어제 큰일이 있었다고 하길래 내용을 알고 싶어서 몰래 들어왔어요.
뭐 얘기해 줄 것 없나요?
GM
앙세네 지라면 풍자와 비판으로 유명한 대형 언론사네요.
식기를 완전히 반납한 그가 당신의 손에 명함 하나를 슬쩍 끼워넣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수습기자가 1학년으로 분장한 거? 이런 거에 태클 걸 때가 아니긴 한데)
학생?
(뭐 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턱짓한다) 기숙사로 가자.
학생?
…… (주변 한 번 둘러보고 잠깐 난처하단 표정이 스쳤다.) 생체 인증까지 등록한 건 아니라서, 기숙사 출입은 아마 안 될 거예요. 여기서가 곤란한 거라면……
나중에라도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으면 거기 번호로 연락 줘요. 부탁이에요.
…… 당신이 찾는 학생은 (그러니까, 요한 에를리히.) 아까 2층에서 봤답니다.
GM
하고선 자연스레 당신을 스쳐가는 가짜 1학년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언론사가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괜찮으려나.)
GM
앙세네 지는 원래 늘 벼랑 끝에서 글을 써내던 이들이었으니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일단 명함을 주머니에 넣고 2층으로 향한다. 헌병대한테 구금되어 있진 않으려나 싶었는데, 살아는 있나 보네.)
GM
2층으로 향하는 길, 이상하게도 식당을 제외하면 헌병대원이 전혀 없습니다.
수색이 학교와 전부 다 협의되지 않기라도 한 걸까요?
조용한 복도를 지나 휴게실로 향합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어디 가? (그리고 어김없이 불쑥 나타나는 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루돌프. (딱딱히 굳어있던 낯에 안도감과 반가움이 스친다. 당장 어제처럼 안아주지는 못했지만, 대신 가까이 다가가 당신의 얼굴을 쓸어본다.) 괜찮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으음~…… 완벽하게 괜찮진 않지만, 피부가 상하지 않을 정도는 돼. (반쯤은 농조다.) 휴게실 가려구?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마침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여기서 봤으니 다행이야. (충격도 크게 받지 않은 것 같고. 일단은.) 요한에게 전해줘야 할 게 있어서. 같이 가겠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같이 가겠니? 하는 물음에는 선뜻 고개 끄덕였다가, 이내 양 팔 냉큼 벌려 보였다.) 가기 전에 먼저 반겨 주라. 오늘은 처음이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더 일찍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상황이 그렇게 되었지. (벌린 팔 안으로 다가가 루돌프를 꼭 안아주었다. 그의 등줄기를 두어 번 쓸어내렸다.) 걱정했어. 많이 놀랐겠구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많이 놀란 건 린~도 마찬가지 아냐~? 다들 그럴 거야. 누구도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걸. (느릿하게 한 번 마주안았다.) ……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 누구도…… 예상 못했겠지. (한 번 더 등을 쓸어주고서 휴게실로 향한다.)
GM
휴게실은 각 층마다 두 개씩은 있고, 퍽 넓어서 작은 도서관처럼 여러 학생들이 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지만……
오늘은 인구 밀도가 어쩐지 좀 심하게 높지 않나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수십 개의 눈동자가 화들짝 놀라거나 경계하는 시선으로 돌아보다가,
같은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안도합니다.
학생 몇이 다가와 말을 걸기도 하네요.
학생
얘기 듣고 온 거야, 아니면 그냥 들른 거야?
우리, 그 소문이 맞는지 확인 좀 해 보려고 모였어. 진짜라면 학교를 다 뒤집어야 할 사안이잖아……
유리 선배 이야기 말이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학교 분위기가 개판이 됐네.) 신빙성 있는 소문인 거니?
학생
…… (그 말엔 입을 다물고서는 휴게실 가운데를 눈짓했다.)
GM
다들 밤을 샜는지 눈이 붉게 충혈된 채입니다.
씨근덕거리는 숨소리,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들,
어디론가 연락을 잔뜩 돌리는 학생들.
그 가운데에 요한이 앉아 있습니다.
태블릿 디바이스 조작에 한창이네요.
요즘엔 잘 쓰이지 않는 물리 키보드까지 두드리는 중입니다.
그 또한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는지 몰골이 영 말이 아니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꼴이 말이 아니네요. (덤덤하게 말하며 다가간다.) 뭐 하세요?
요한 에를리히
……아. (한 박자 늦게 고개 들었다.) 아, 너희…… 마침 잘 왔어. 나 좀 도와줄 수 있냐.
오늘 새벽 네 시를 기해 정부 지침으로 학교와 외부 통신이 완전히 차단됐어.
인자미나도 접속이 안 돼…… 학교가 정보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야.
내 설계로 이 차단 시스템을 잠시 들어내는 중이다.
유리 얘기가 사실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맞다면 다음 대응 방침으로 나아가려고 해.
GM
요한의 능력은 해킹이지요.
에너지를 섬세하게 다루어 서버 간 데이터 전자 신호에 간섭하는 용도로 활용하곤 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유리에 대한 얘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거죠? (앞에 앉는다.)
요한 에를리히
……모르지. (피곤한 낯을 한 번 쓸었다.) 학교 서버는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복잡해…… 보안도 아주 철저하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헌병대원들이 오질 않나, 이젠 정보까지 차단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단단히 잘못 보인 모양이죠.
일단 이거부터 받으세요. (식당에서 받았던 달걀과 음료수를 건넨다.) 성당에서 부탁했다던데요.
요한 에를리히
(짧게 웃었다.) 나도 유리도, 한 번도 '잘 보였던' 적은 없을걸…… 아. (예상치 못했단 양 잠깐 눈만 끔벅이다가 달걀과 음료수를 받아들었다.)
GM
부활절도 아닌데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달걀.
*성심성당*이라는 손글씨가 쓰여 있네요.
잠시 고민하던 요한이 달걀 껍질을 깨트리자,
안에서는 손톱만한 메모리 카드가 툭 떨어집니다.
요한 에를리히
애초에…… 유리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연락주신 것도 신부님이야. 만일을 위해 물리적인 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지.
서버에 무언갈 기록해 봤자 검열당하면 끝이니까.
GM
*성심성당*은 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성당이지요, 그러고 보니.
헌데 뭐 좋습니다. 요한의 능력으로 해킹이라니, 충분히 가능하긴 할 거예요.
이 번거로운 데이터 저장 및 전달 방식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닙니다.
여기에 두 사람의 도움이 왜 필요할까요?
요한 에를리히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어…… 내 설계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곧바로 추적될 거다. 그리고 너희는 이 학교의 유일한 정식 페어지. 이게 무얼 뜻하는지 알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성당과 뭔가 연결점이 있으신가 보네요.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모른다는 의미.)
요한 에를리히
신부님은 좋은 분이시니까. 믿을 만하고.
……동조율이 안정된 페어가 에너지를 뒷받침해 주면 안정적인 설계에 도움이 돼. 다시 말해, 내가 추적될 염려가 없어진단 이야기야.
다만…… 이 일에 손을 보탠다는 건 너희도 이 학교나 정부 지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동조자가 된다는 뜻이지.
나는 유리와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야 할 필요가 있고, 여기 모인 녀석들도 그 목표에 공감하는 애들이지만, 너희 생각이 어떨지는 몰라.
그러니 도움을 청하기 전에 먼저 의향을 묻고 있는 거야. 괜찮겠냐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침착하게 루돌프를 돌아본다. 이 대화도 모두 워치가 추적하여 서버에 기록되고 있을까? 나도 언젠가 쥐도새도 모르게 끌려가 '처분'되려나. 그럼, 처분되기 전에 이 세상을 바꿔버리면 되는 노릇이다. 원하지도 않는 대상에게 말 한 마디, 생각 하나까지 통제당하는 삶은 질색이다.)
나는 괜찮아. 루돌프, 너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손가락만 몇 번 까딱여 책상을 두드리다가 이내 눈을 접어 웃어 보였다.) 나도 괜찮아. 해야 하는 일이잖아.
GM
유리와의 돈독한 관계도,
정부가 학교를 침범한다는 것에 치미는 거부감도,
그리고 옳은 일을 무시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까지도.
그 무엇 하나 무시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선택합니다.
루돌프는 본인의 이능력과 관련된 핵심 기능 판정을, 아이린은 항법 판정을 시행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70 항법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1 > 81 > 실패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90 손놀림 (어)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 > 5 > 대단한 성공
GM
성공할 때까지 하면 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70 항법 (눈치챙겨 나...)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6 > 16 > 어려운 성공
GM
오오
두 사람의 에너지가 색색으로 넘실대는 가운데 요한은 조심스레 명령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친 후 옆 사람을 돌아봅니다.
요한 에를리히
인자미나 접속 돼?
학생
……돼! 잠시만, 성당으로 전화 걸어 볼게……
GM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는지,
학생들은 단계별로 차단이 해제되었는지 확인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요한 에를리히
……좋아. 이 휴게실 범위 내에서, 그러니까 내 태블릿 핫스팟으로 데이터가 연결된 범주 내에선 추적당하지 않고 기록 없이 자유롭게 웹에 접속할 수 있다.
우선 유리가 정말 헌병대에 끌려간 게 맞는지 확인해 보려고. 신부님이 목격하셨다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GM
요한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홀로그램 패널을 위로 끌어올려 크게 키웁니다.
화면이 여러 개로 분할되며 다양한 각도의 CCTV를 재생하기 시작합니다.
새벽 시간대를 계속해서 돌려 보며 유리를 찾아봅니다.
자료 조사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70 자료조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1 > 81 > 실패
(왜 이러는 거)
GM
CCTV 영상이 너무 많아 어지럽네요…… 에러. 목표치는 1 이상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곳의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근처의 선배가 하나의 CCTV 영상을 가리킵니다.
화면 구석의 16번 카메라에서 헌병대원 네 사람이 사람으로 추정되는 것을 어깨에 둘러메고 기숙사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이 찍힙니다.
시각은 오늘 새벽, 1시 24분.
학생
저기 멈춰 봐…… 1시 24분, 그래, 맞네. 사람 들고 가잖아……!
학생B
그런데 저게 유리 선배라고 어떻게 확신해?
학생
실종된 사람이 한 명 뿐이니까 당연하잖아! ……어, 차에 태운다. 어디로 데려가는지 봐.
학생B
미카엘 관 뒤쪽으로 나갔네. 저기로 가면…… 방위사령부 방향 아냐? 헌병대 본부가 거기잖아!
학생C
……하지만 저건 '끌려갔다'지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근거까진 안 돼.
GM
학생들이 웅성거립니다. 맞는 말이에요, 신중할 가치가 있으니.
요한 에를리히
……만일 방위사령부로 끌려갔고,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겼다면……
치료를 위해서든, 은폐를 위해서든 병원으로 연락이 갔을 거야.
군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겠지. 저 근방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병원은?
학생
하씬느. 그런데 거기 물어본다고 이렇다할 대답을 주겠어? 괜히 이쪽에서 들쑤셨다가는 더 큰일로 번질 수 있어, 요한.
학생B
정보 캐는 건 기자들이나 능숙한 일이잖아…… 차라리 어디다 제보를 하는 건 어때?
GM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네요. 마땅한 인물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주머니에 넣어둔 명함을 떠올린다. 즉시 그것을 꺼내보였다.) 제보할 만한 사람이 있어. 아까 학생식당에서 앙세네 지 수습기자를 만났거든.
학생
앙세네 지? 거긴…… 괜찮겠네. 그나마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많이 내 주잖아.
요한 에를리히
…… 그래, 앙세네 지도 폐간되기 전에 한 번 제보나 해 보자고. 그쪽에서 취재해 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가능한 많은 학생들을 모아 항의를 하는 거다.
유리가……
유리가 지금 어떤 상황이든, '사관학교 내에서 학생을 헌병대가 새벽에 몰래 끌고 갔다'는 사실 자체가 특종 감이잖아.
GM
명함 속 번호로 누군가 전화를 걸고, 상황을 전달합니다.
이쪽은 이쪽대로 알아보고 정황을 공유해 주겠다는 말이 돌아옵니다.
급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 번호든, 앙세네 지 공식 번호로든 연락하라고도요.
요한 에를리히
(한숨 돌렸단 표정으로 안경 한 번 벗어 닦았다가 다시 잘 착용했다.) ……어제 라가힛의 신병을 인수하겠다던 헌병대원은, 봐서 알겠지만 내 형이야.
난 집안과 절연했지만…… 그 녀석이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너희, 첫 가상 훈련 때를 기억하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첫 페어였지~ 하고, '마음 먹고'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이쪽도 끄덕끄덕.)
요한 에를리히
그 때 유리는 하산 2세 모스크를 보고 있었지. 우리는 북동 게이트 바깥을 묘사한 가상 세계에 있었고, 하늘길 시스템의 크로노미터 지도를 그대로 따른.
그 모스크는 그 방향에서는 절대로 보일 수 없어. 조금 더 서쪽에 있으니까.
유리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보는 지도마저 조작되고 있다고.
정부가 뭔가…… 말도 안 되는 걸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스와콥문트는 카사블랑카로부터 정확히 일만 km 떨어져 있어. 진실을 호도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거리감이지.
물론 카사블랑카의 지도가 스와콥문트 문제를 증거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의 의심이 그렇게 시작되었을 뿐.
보여서는 안 될 게 보이니까…… 그 때부터 유리와 내가 손을 잡고 스와콥문트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했어. 아놀드 박사와 관련된 소문이 그 무렵부터 돌았거든.
GM
아놀드 박사라면 그 사람입니다. 스와콥문트에 갔다가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끊겼다던.
요한 에를리히
…… 인자미나에 글을 쓴 건 유리야. 내가 그걸 도왔고.
설령 그 모든 소문이 거짓이라서 처벌을 받아야 하더라도 그 결과가 새벽에 남몰래 끌려가 종적을 감추는 형태여야만 하나? 나는 모르겠어.
GM
모든 사람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고,
그것을 막을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을 겁니다.
.
.
그날 밤, 학생회관.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앙세네 지에 한 제보는 상당한 유효타였습니다.
똘똘 뭉친 기자들이 병원과 군 양쪽에 *빨대를 꽂고* 소식을 물어왔지요.
오전 7시 4분,
유리 모하에의 시신이 하씬느 병원 응급실로 실려 들어왔습니다.
심폐소생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시신이 구급차에 실릴 때부터 이미 심정지 상태였노라고 증언했습니다.
헌병대는 참으로 교묘한 방식을 사용해 유리의 혐의와 라가힛의 죽음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노노이 라가힛이 금지 약물 혐의를 썼고,
그 공급책으로 유리 모하에를 지목했지요.
수사 과정 중 라가힛과 동일하게 약물을 과용한 유리가 쇼크사했다는 것이 군과 정부의 입장입니다.
공분한 학생들이 벌떼처럼 일어났습니다.
이 *평화로운* 나라에서, 고작해야 가끔 강성 노조의 시위 정도나 일어나던 도시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화염병을 던지는 기술은 재앙의 날을 거치며 실전되었지만,
화염병만 저항의 상징이겠나요?
무기는 많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누구도 공격하지 않은 채 학생회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한 번 폭력 사태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상황을 걷잡을 수 없으리라는 학생회의 판단이 들어맞았습니다.
4학년 학생들이 학생회관을 겹겹이 둘러 지키고,
아직 전투 역량이 모자란 저학년은 내부에 모여 앉아 손을 잡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 현장에 있습니다.
손을 굳건히 맞잡고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당신의 파트너와 함께.
시선은 건물과 옥상을 타고 흘러 모래바람에 실립니다.
날아가,
장벽 너머로,
닿고 싶은 곳까지.
학생회관 앞에는 오랜 연단이 있습니다.
뛰어오른 것은 요한.
그는 떨고 있습니다.
두려워서, 무서워서, 긴장되어서 따위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지펴진 격노가 그 부르짖음 안에 있습니다.
요한 에를리히
*높으신 분의 말 한 마디는 한 세기가 끝날 때까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눈썹 하나 까딱하면 날벼락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알아서 몸을 낮추고는 풍자시를 달콤한 아부의 시로 고쳐 버린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우리……
GM
차마 목이 메어서, 요한은 더 말을 잇지 못합니다. 그는 어떤 시 한 편을 읽고 있네요.
그것도 수첩에 메모한.
그 수첩이 앞으로 툭 떨어져 내립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역사의 기로에서 적극적이거나 방조적이거나 소극적일 수 있어요.
다음 구절은,
학생
*그러나 우리 노래의 선율이 서글픈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사는 사람은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니라.*
GM
그 문장이 누군가의 명료한 발음을 타고 터진 순간,
근처 반경에 있던 모든 스마트워치가 새빨갛게 진동하며 경고음을 내보냅니다.
-
금지 문장이 인식되었습니다.
검열된 문장이 인식되었습니다.
음성이 검열되었습니다.
GM
이를 악문 요한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이어나갑니다.
요한 에를리히
이 시를 아십니까?
세상에서 삭제된, 기록 말살형을 받은,
끝없이 무수한 텍스트를 아십니까?
러시아 땅이 절반쯤 황폐화되었다 하여 네크라소프의 시까지 사라져야 합니까?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던 우리는 어제 학우 두 사람을 잃었습니다.
GM
그렇게 마이크가 순서대로 돕니다.
울며 더듬더듬 준비한 말을 읽어나가는 학생도,
분노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학생도 있었으나 대체로는 평화로웠습니다.
그 때,
삐이익─!
지나치게 큰 호루라기 소리 같은 것이 들립니다.
이성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40 이성체크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6 > 36 > 보통 성공
GM
이성치 차감 없습니다.
?
각성자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알린다.
지금 즉시 학생회관 점거를 중단하고 해산하도록 한다.
00시 정각까지 해산하지 않을 시 헌병대는 강경 진압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반복한다, 각성자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알린다……
GM
자정까지는 이제 40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새하얘진 얼굴, 벌건 눈동자들이 요한과 학생회 임원들에게 향합니다.
요한 에를리히
……다들 어떻게 하고 싶어? 진압이란 단어까지 썼다면 학교 징계 따위로 끝나지는 않을 거다. 체포당했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빠져나갈 사람은 지금 나가도록.
학생
선배는요? 지금 제일 위험한 거 사실 선배예요……
학생B
1학년, 2학년부터 일단 내보내. 농성을 하더라도 우리가 해야지 전교생이 절반이 여기 몰려 있을 필요는 없어.
요한 에를리히
(이어,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려 눈을 마주했다.) …… 옳은 말은 거세되어서는 안 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살아서 이야기하는 거고.
그래야 다음 세대로 우리 말들이 전해질 수 있어…… 어떤 구전은 기록보다도 강력하니까.
내 말 이해하겠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맞잡은 손에 힘을 준다. 강경 진압이 진행된다면 저희 또한 유리 혹은 노노이와 같은 꼴이 될 수도 있겠지. 저는 그렇다 치더라도 루돌프가 당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 이만 나가자, 루돌프. (눈빛으로 말했다. 우린 여기에서 그만두어야 한다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다가 한 박자 늦게 수긍하듯 고개 끄덕였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어 요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요한 에를리히
(그런 루돌프 손에 수첩을 급하게 하나 들렸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금 주는 거다. 이건 네가 가져가. 가면서 빨리 읽어 보고. 너한테 필요한 거야…… 난 내용 다 외우고 있어.
(이어지는 말에는 다시금 짧게 웃었다.) ……그래야지.
GM
얼결에 수첩을 받아든 루돌프와, 이런 걸 가지고 실랑이할 시간이 없다며 두 사람을 떠미는 손길.
우선 함께 이 장소를 빠져나가야 하겠습니다.
.
.
두 사람은 아우성치는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빠져나옵니다.
겨우 인적 드문 길로 접어들게 되네요.
그제야 당신의 곁에 멈춰서 숨을 돌리던 루돌프는 수첩을 대강 훑어 보는가 싶더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하. (몇 장 더 넘겨보고는 묘하게 이해한 표정 되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잘 빠져나왔는지 몇 차례 주변을 둘러보며 확인하다가 루돌프의 곁에 붙어 수첩을 바라본다.) 뭐가 적혀 있니?
GM
수첩의 펼쳐진 페이지에는 '망명 정부'의 연락책과 위치가 쓰여 있습니다.
칼라하리 사막을 넘어, 보츠와나에.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수첩을 당신 쪽으로 기울여 보다 잘 보이게끔 했다.) 이거~…… 인자미나에, 전에 올라왔었잖아. 스와콥문트 쪽 이야기를 무슨 망명 정부가 수집하고 있다~ 하구. 그 망명 정부의 위치가 여기다,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 존재하는 거였구나. 유리와 요한이 올린 내용이니 신빙성이 당연히 있기야 하겠지만. 하지만, 새로이 등장한 존재보다는 의문이 더 컸다.) 그걸 왜 네게 주는 거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마~ 내 가족들이 여기 있다고 했으니까, 인 거 아닐까. ('여기' 대목에서 스와콥문트라는 단어를 손끝으로 짚었다.) '의문점의 단서를 얻고 싶으면 이쪽으로 가 보는 건 어때?' 하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아…… 그러고 보면, 이후로 아델이나 록시와 연락이 닿은 적 있니? 네가 저 학생들 사이에 있었던 게 알려지면 불이익이 가는 건 아닐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먼저 메신저를 보내긴 했는데~ (미간에 얕은 주름을 잡았다가 다시금 평소의 말짱한 낯으로 돌아왔다.) 답장이 늦게 돌아오거나 안 돌아오거나 하긴 했어. 이런 걸로 불이익이 간다면……
GM
그 때,
분명한 총성이 학생회관 방향에서 들려옵니다.
저편에서 이는 소란이 보입니다.
사이렌 소리,
확성기 소리가 뒤엉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아무래도 나, 나가 봐야 할 것 같아.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는 모르겠고, 가능한 아무 문제도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걸 제대로 알아보려면 여기서는 안 될 것 같거든. (깜박.) 린~은 기숙사로 가서, 오늘 일이랑 아무 연관도 없고, 나도 본 적 없는 걸로 하자. 린~한테도 불이익이 가는 건 곤란하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곳으로 가겠다고? (수첩에 적힌 글씨를 불안하게 바라보다, 루돌프와 시선을 맞췄다.) 지금……? (납득할 수는 있다. 루돌프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스와콥문트에 있고, 상황은 심각해져만 가니 그나마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혼자서? 너를 본 적 없는 사실로 만들고서?)
불이익 따위 상관없어, 같이 가면 안 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지금. 오늘은 전체적으로 소란스러웠으니까~ 한 명쯤 없어진다고 해서 그렇게 많이 주목을 받지는 않을 것 같거든. 실종 처리되는 것보다는 사망 처리되는 게 수색망을 피하는 데엔 더 좋을 테고, 휩쓸려 죽었다고 말만 맞춰 두면 그만이니까.
(이어진 말에는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찡긋했다가.) 하지만 그러면 내가 오늘 일로 죽어 없어진 거라고 증명해 줄 사람이 없어지는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사망 처리라고…… (그 단어를 발음해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기력이 썰물에 밀려 떠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소중해져 버린 이를 또 보내야만 한다고. 이번에는 내 손으로 직접.)
바깥엔 함신이 불어닥치는데 망명 정부까지는 어떻게 갈 셈이야. 혼자는 너무 위험하잖아, 혹시나 추격이라도 붙으면……. (자신이 무어라 말하는지도 모른 채 횡설수설했다. 상황을 인정하였지만 차마 납득할 수는 없는 자의 모습이었다. 이기적인 거 아는데, 너를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아득한 곳으로 보내기 싫어서.)
(창백해진 안색으로 몇 번이고 괴로이 숨을 삼켰다. 한참 후에야 꼴사나운 목소리가 흘렀다.) …… 너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면 어떡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추격이 붙지 않도록 린~한테 부탁하는 거야, 그러니까. 전에 레포트 쓰다가 봤는데, 언약을 끊으면 어떤 기억을 잃어버린대. 무슨 기억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하지만 상대가 죽어서 언약이 해제되면 기억 손상도 일으키지 않고, 에너지 색을 원래대로 돌이키지도 않으니까……
음.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나? 모를 일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취미는 없었으나 그것을 기꺼이 해낼 만큼의 재주는 갖췄으니까, 늘 그래 왔듯이.) ……내가 없어지기에는 지금이 너무 완벽한 조건이고…… 그걸 포기하는 건 조금 곤란한걸, 알잖아. 내가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허탈하게 양 손을 늘어뜨렸다. 루돌프의 말대로, 모든 조건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마련된 것처럼 완벽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페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고 귀환하는 것, 그뿐이다.) 하나도 주의깊게 들여다보는 것 같지 않았는데, 그래도 기억하는 게 하나는 있구나.
나는 내 가족보다도 소중했던 사람을 크리쳐 때문에 잃은 적이 있어. (이제 와 자신의 가장 큰 아픔을 고백한다.) 그래서 두려워. 너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상황은 언제나 내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격변하는 법이니까.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잖아.)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해줄 수 있어? (우린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스마트워치는 각성자들을 에너지 파동으로 구분하지. 우리는 언약했으니까~ 내가 이걸, (제 워치를 톡톡 두드렸다.) 풀어서 린~에게 주고, 린~이 이걸 학생회관에 던져 두면 위치 추적이 안 되니까 경로가 더 이상 그려지지 않아. 내가 떠났다는 걸 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이걸 맡기고 갈 사람은 린~뿐이니까. (이해해 준 거지, 하고 다정하게도 덧붙이며 웃어 보였다.)
……날 믿으라고는 안 할게, 그럼. 대신 약속은 얼마든지 해도 좋아. 내 파트너는 너뿐인걸. (손가락 걸까? 하고.) 돌아올 곳이 되어 주기로 했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잔인해. 너무해. 왜 너는 이 상황까지도 다정해서. 네겐 차마 하지 못할 날것의 진심들이 입안을 부유한다.) 그래…… 네가 말하는 대로 할게. (굳이 언약자의 죽음을 맞이한 자의 슬픔을 연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3년 전에 이어 또다시 덮쳐온 상실이 저를 지독한 비탄으로 떠밀 테니까.)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면…… (말하다가 잠시 멈춘다.) 아니, 아냐.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행동이 될 테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마렴. 그저, 네 돌아와야 할 곳을 잊지만 말아줘. (내가 네 돌아올 곳이라면, 너 또한 나의 돌아올 곳이다. 목적지를 향한 기약 없는 방랑이 시작될 것이다.)
(새기손가락을 내민다.) 당귀의 꽃말은 '반드시 돌아온다'라고 하더구나. 그 꽃, 한 송이쯤 꺾어 네 품에 안겨줄걸.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나 '마음 먹고 기억하는' 것들은 전부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돌아오면 우리 약속했던 대로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도 까먹지 마~ 나도 기억하고 있을 테니.
(내밀어진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어 잡고는 옆으로 작게 흔들었다.) 꽃은 금방 시들 텐데도~? 대신 마음으로 받은 셈 칠게.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시들지 않을 거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 무엇도 잊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렴. 나는 마음먹지 않더라도 너와 관련된 거라면 전부 기억할 자신이 있거든. (참담함이 드러나지 않게끔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잘 되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네가, ……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진짜~? 역시 린~은 똑똑하네. 똑똑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기숙사를 나눴다면 아마 앞의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괜스레 시답잖은 말이나 한 마디 얹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는 남의 안색을 읽어내지 못할 정도로 눈치 없는 사람까지는 아니었으나, 그렇다 하여 듣고 싶어하는 말만 쏙쏙 뽑아내서 들려주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할 수 있을 정도로 능글맞은 위인까지도 못 되었기에.)
우연이네…… 그건 나도 그럴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게도 그렇단 사실에 기뻐야 하는 건지 슬퍼야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동조율이 높은 페어는 상대가 느끼는 강렬한 감정을 전달받기도 한다지. 우리의 동조율이 첫 임시 페어 때보다 더 높아졌다면 좋겠어. 네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알 수 있을 테니까.)
(얽었던 새끼손가락을 천천히 풀었다. 생살을 뜯어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내, 손바닥을 위로 가게끔 펼쳐 내민다. 워치를 달라는 의미였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슬퍼하는 것보다는 기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순순히 워치를 풀고선 당신의 손을 한 번 감싸듯이 쥐었다가 떼어냈다. 손바닥 위에 워치만 얌전히 올려 둔 채로.) 너무 오래 슬퍼하는 건 좀 별로인걸~ 여기서 결말을 맞이할 것만 같잖아. 우린 여기서 끝나지 않을 텐데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가 내 곁에 없단 사실에 슬퍼하지 않을 자신이 없구나. 미안해. (노력은 해보겠단 듯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본다. 언약을 맺는 순간 느꼈던 아찔한 감각과 먼 곳으로 떠나버릴 것만 같던 아득함이 이 순간으로 현실화된다. 워치를 꾹 쥐었다. 저는 도무지,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법이라곤 터득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조심해야 돼. 네가 다치느니 다른 사람을 해쳐서라도…… 무슨 뜻인지 알겠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으음~…… 어려운걸. 나도 다치지 않고 다른 사람도 해치지 않는 건 안 돼? (알아먹긴 했으나 굳이 한 번 더 물어보는 편으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무슨 뜻인지 이해했으면서 왜 다시 물어보는 거니? (눈 흘긴다.) 그게 가장 최선이긴 하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이 온다면 말이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지만 확답을 듣고 싶었는걸~ 누군들 한 명이 행복하지 않게 되는 건 피하고 싶잖아. (그게 우리의 일이 아니라고 해도, 따위의 말이나 덧붙이며 웃어 보였다.)
……나중에 봐. 다시 보면 진─짜로 반겨줘야 해, 꼭이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난 너만 행복하면 돼. (중얼거리듯 대답하고는,)
내 최선을 다할게. 우리가 했던 약속들을 잊지 마렴.
GM
물론, 당연하지, 하고 짧게 긍정한 루돌프가 이내 손을 흔들며 돌아섭니다.
멀리 모래바람 소리.
돌아온다는 약속밖에는 할 수 없겠지요.
믿고 의지하던 대상을 놓고 떠나는 것은 이토록 피로한 일인지라.
추억이란 두려운 것입니다. 꺼내 보고 쓸어 만질 때마다 닳아 없어지니까요.
이윽고 그것으로조차 견딜 수 없을 때가 온다면,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는 텅 빈 구멍이 남을 테지요.
아, 우리의 사랑은 이다지도 겁이 많아서!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압니다.
멈추지도 망설이지도 말아야 할 순간이 이 앞에 있다는 것을요.
어쩌면 선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게 정말 선택일까요?
상황에 내몰려서, 그리할 수밖에 없어서,
죽기보다도 힘든 순간을 고르는 것을 감히 선택이라 칭할 수 있을까요.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는 이는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기에,
발뒤꿈치를 잘라 놓고 떠나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진실을 알고자 한 발짝 나아가는 행위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나 한 발짝, 옮겨 갑니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너머로, 끝내 자오선을 넘어……
어깨를 무언가 두드립니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다가,
끝내는 소나기로 길어져 키질되는 쌀처럼 땅바닥에 까불려지는 빗방울이 번져 갑니다.
어떤 빗줄기는 해풍의 구조를 이루는 방파제처럼 윤무의 일부에 이르러 춤을 춥니다.
세상의 모든 경로와 진실이,
구현이, 그리고 설계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만 같은 감각.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흐린 하늘을 올려다본다. 다행이야, 울더라도 티가 나지 않을 테니.)
GM
그러나 신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이라면 이 따위 이별은 겪지 않아도 될 테지요……
학생회관 쪽에서 울분에 찬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
삶과 죽음은 한 선으로 가로놓여 있어,
동일한 권리 나누어 받은 시민들이여
여기 화합과 희망의 상징,
위대한 화음이 있으니
이 땅의 더 나은 미래를 우리 자녀들에게로 넘기자……
GM
.
.
4년 뒤, 각성자사관학교.
계절에 맞지 않게 일부러 피워낸 당귀꽃이 지천을 뒤덮은 오늘은 각성자사관학교의 49기 졸업식입니다.
사 년 전의 소요는 학교에 짐승이 갈퀴고 간 듯한 총탄 자국 몇 개만 남겼을 뿐입니다.
죽은 사람은 몇 없었지요.
그마저도 오발에 의한 사고라 판단되어 몇 사람이 징계를 받고 군복을 벗었을 뿐입니다.
이 위대한 공화국에 악의적인 사고랄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도열한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태도로 바로 서 연단을 응시합니다.
학장의 지루한 축사가 끝나고,
귀빈들의 특별 축사가 이어질 예정이지요.
어떤 발걸음이 계단을 오릅니다.
사 년 전 학생회관에서의 일 이후,
학생들은 두 파로 갈려 서로를 물고 뜯었습니다.
순수한 운동이란 말, 그 시절쯤에는 농담밖에는 되지 않았죠!
분기마다 한 번씩은 누군가 밀고당하여 학교 밖으로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 체제에 반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변질은 사람을 이토록 지난하게 만들지요.
소리 없는 걸음.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나부끼는 분홍빛 머리카락.
진심 한 점 담기지 않은 것만 같음에도 여전히 맑은 눈이 학생들을 응시하고 섭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여기, 사랑했던 동기들을 길러낸 자랑스러운 나라의 요람에 돌아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해……
아, 아니지. (짧은 정정.)
기쁘게 생각합니다.
GM
.
.
『나는 살아서 말하리라』 1부: 스와콥문트를 동경하는 자들
끝.
『2부: 아무도 너에게 세계를 구하라 시키지 않았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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