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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6~200928] 루이스&비올라 - Thorn of Rose

초현_c 2020. 9. 29.

[200926~200928] 루이스&비올라 - Thorn of Rose

 

플레이타임 : 약 8시간 반

 

Thorn of rose
w. 해혼
KPC 비올라 카지안
PC 루이스 P. 레너드
덜컹-
울퉁불퉁한 길 위를 오가는 마차가 정처없이 흔들립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빗소리가 오늘따라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요, 루이스.
지금 당신은 레프틸 공작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당신은 공작가에 대한 소문을 하나 들었습니다.
저택에서 일하던 모 자작가의 영애가 정신병을 앓다가 자살을 택했다는 소문을요.
뒤숭숭한 생각을 떨쳐내려 창밖을 바라보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검붉은색의 장미들이 마차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루이스, SanC(0/1)
루이스 P. 레너드: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피를 머금은 것처럼 짙은 장미와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덜컹거리며 흔들리던 마차가 속도를 늦추더니 멈추었고,
마차의 문이 열리며 흑색의 장갑을 낀 마부가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루이스 P. 레너드:(내밀어진 손을 잠시 본다. 고개를 살짝 저어 혼자서 내릴 수 있다는 정중한 거절의 의사를 표하며 마차에서 내린다.)
마부의 손을 정중히 거절하고 마차에서 내리니,
눈에 담으려 고개를 꺾으면 목이 아릴 정도의 거대한 저택 한 채가 보입니다.
들어오라는 듯 열린 문이 꼭 굶주린 독사가 입을 크게 벌린 듯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이대로 그냥 들어가면 되는 거겠지. 뒤에 선 마부를 한 번 돌아보고, 다시 제 앞에 있는 거대한 저택과 그 풍경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저택으로 걸어 들어간다. 약간 불안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뭐, 다 괜찮을 것이다.)
저택의 안으로 발을 들이면,
운치 있는 조명이 고풍스러운 중앙홀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택의 화려한 내부를 둘러보고 있으면.
?: 환영합니다, 영식.
등 뒤에서 낮게 울리는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몸을 돌려보니, 그저 서있음에도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한 사내가 당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위에서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공작의 뒤에 서서 공작에게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다른 하인들을 보아하니,
이 대저택의 주인인 것 같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한 눈에 봐도 엄근진의 표본이란 걸 알겠군. 같은 다소 예의 없는 생각을 하며 예법에 딱 들어맞는 자세로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루이스 퍼시발 레너드 인사드립니다.
잭 레프틸:반갑네. 이 저택에선 하인으로서 머무르게 될테니 말은 편히 하도록 하지. 레프틸 공작가의 가주 잭이다. (눈을 유하게 접으며 입꼬리를 작게 올린다.)
이렇게 그대를 맞이하러 직접 나온 이유는, 요즘 내 딸이 작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기 위해서라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속썩이는 일 없이 심성 고운 아이였는데... (어딘가 슬픔이 묻어나오는 미소를 짓는다.)
혹시나 내 딸이 믿기 어려운 말이나 행동을 해도, 별 의미 없이 넘어가 줬으면 한다네.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든.
루이스 P. 레너드:(소문이 자자하더니, 그게 거짓말은 아니었나 보군. 하긴... 어떠한 소문이든 처음에는 사실에 기반하여 만들어지기 마련이지. 평소 같았으면 상대가 중요한 말을 할 때에는 집중하여 잘 들었을 것인데, 지금은 처음 보는 상대와 처음 보는 곳에서 낯선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쓸데없는 생각만 떠오른다. 귀를 쫑긋 세우고 나머지 이야기라도 경청하려 하자 딸이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기 어려워 한다는 부분이 딱 들렸다. 뭐...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는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잭 레프틸:타인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꽤 심하니 비올라가 그대에게 접근하면 꼭 다른 하인에게 알리도록. (당신이 제 말을 잘 이해할 만한 사람으로 보이는 듯 그쯤에서 그 이야기를 끝내고는)
아, 그리고 우리 저택에서 머무르는 모든 이들을 위해 간단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네. 걱정하지 말게나. 약간의 혈액만 채취하면 될 뿐이야. 루이스를 안내해라. (화려하고 두꺼운 반지가 자리잡은 손으로 위엄있게 손짓한다.)
곁에 있던 하인 중 하나가 따라오라는 듯 루이스를 바라봅니다.
루이스 P. 레너드:(하인을 따라가기 전 가주에게 다시 깍듯이 인사하고는 하인을 따라간다. 혈액 채취라고? 뭔가 미심쩍긴 한데...)
하인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고, 길게 이어진 복도를 지나치니 여러 방이 보입니다.
그중 방 하나의 문을 연 하인은 당신을 먼저 안으로 들여보내주었습니다.
당신이 탁자 앞 의자를 꺼내 앉는 것을 확인한 하인이 다가옵니다.
그러고선 준비해 두었던 주사기를 꺼내 당신의 팔을 걷어 길고 얇은 바늘을 느리게 꽂아 넣습니다.
팔을 타고 뻐근한 감각이 올라옵니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 지나자, 바늘이 관통했던 피부 위로 차갑고 축축한 솜이 닿습니다.
하인:(익숙하게 정리를 마치고) 탁자 위에 올려진 메뉴얼을 꼼꼼히 읽은 후 숙지해주십시오. 30분 뒤에 뵙겠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주삿바늘이 들어갔다 나온 팔을 살살 문지르며 탁자 위의 매뉴얼을 다른 한 손으로 집어든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다소 이상한 지시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여섯 번째 지시에 이르자 앞의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돼버렸다. 이게 뭐야? 다소 뜨악한 심정으로 잔뜩 뭉개진 글자들을 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망한 조짐이 느껴지는 것 같다. ...... 아가씨의 병이 남들에게 떠들썩하게 알릴 만한 것은 아니기에 이런 식으로 해 놓은 것이겠지, 그렇겠지... 스스로를 그렇게 위안하며 매뉴얼을 탁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30분이 지나려면 아직 좀 멀었는데, 잠시 방이나 둘러보고 있을까.)
(관찰 가능할까요!)
루이스가 읽은 메뉴얼은 탁자 위에 캔들과 함께 올려져 있었습니다.
메뉴얼을 읽고 있자니 어쩐지 한기가 느껴지네요.
비가 오기 때문이겠죠?
여섯번째 문항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뭉개져 있네요.
<관찰> 판정.
루이스 P. 레너드: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래에 작은 글씨로 무언가 적혀있습니다.
"저택 4층의 오른쪽, 첫번째 방으로 와줄래? 하인에겐 알리지 말아줘."
여섯번째 메뉴얼을 지운 사람의 짓일까요?
방을 둘러보자 굳게 닫힌 [벽장], 흐릿한 빛이 들어오는 큰 [창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루이스 P. 레너드:(벽장에 손을 대도 되는 건가? 그렇지만... 이왕 호기심이 생겼다면 하인이 들어오기 전에 빨리 열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자리에서 일어나 벽장 쪽으로 향한다.)
이곳은 루이스가 머무를 방이니, 살펴봐도 괜찮을 것입니다.
굳게 닫힌 벽장의 문을 여니,
주름진 곳 없이 말끔한 여러장의 빅토리아식 집사복이 옷걸이에 걸려있습니다.
그 옆엔 검은색 구두도 보이네요.
깔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디자인이 이 저택과 매우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벽장 안을 훑어보던 중 옷 아래 구겨진 하얀색 종이 뭉치가 보입니다.
살펴보려면 <관찰> 판정
루이스 P. 레너드:(저게 뭐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쪽지를 펼쳐보니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습니다.
그 내용을 읽으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저택은 미쳤어.
라고 적혀있네요.
이게 뭐죠...? 영 꺼림칙한 내용입니다.
루이스 P. 레너드:(아까보다 더한 한기가 몸을 싹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종이를 고이 접어 벽장 안에 깊숙하게 넣어 놓는다. 괜한 호기심이었나... 밖이라도 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싶어 벽장 문을 닫고 창가로 다가간다.)
엔틱한 디자인의 창틀이 이 저택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슬한 빗줄기가 땅을 적시고 있군요.
빗줄기를 가만히 보다 아래를 살펴보면,
붉은 장미꽃이 만개한 장미 정원이 보입니다.
그리고 장미의 일부를 가리고 있는 검은 우산이 하나 보입니다.
저택의 누군가가 산책이라도 나온 걸까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산이 젖혀지고 누군가와 눈이 마주칩니다.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초점을 조절하니,
곁에 서 있는 하인들과는 확연히 옷차림이 다릅니다.
아무래도 이 저택의 아가씨 비올라인 것 같습니다.
언뜻, 비올라가 당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 것 같기도 하네요.
루이스 P. 레너드:(저 분이 그... 아가씨인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던 무성한 소문의 근원지를 마주하고 나니 아까보다는 기분이 나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어렴풋이 받으며 비올라로 추정되는 인물을 눈으로 좇아본다. 그러다 모셔야 할 분을 관찰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에 창가에서 떨어져 아까 그 매뉴얼이 놓여 있던 탁자로 되돌아간다.)
탁자에는 별달리 더 볼 것이 없군요.
메뉴얼을 다시 확인해봐도, 내용은 그대로입니다.
그러고 보니, 메뉴얼에 이상이 있으면 하인에게 알리라고 했었죠.
하인에게 알릴 것인가요, 루이스?
루이스 P. 레너드:(잠시 고민을 해 본다. 아무래도... 미심쩍은 부분은 이상한 대답이라도 듣고 넘어가야겠지. 하인에게 알리기로 한다.)
문 밖을 나서 서성이고 있으면,
하인: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루이스 P. 레너드:(매뉴얼을 들고 가 6번 항목을 가리키며) 여기, 이 부분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질문 드리려고 합니다. 뒤에 지워진 부분이 뭔가요?
하인:(당신이 가리켜는 부분을 보곤 잠시 미간을 찌푸린다.) 메뉴얼이 잘못 전달된 것 같군요. 미안합니다. 원래 부분은 아가씨께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30분이 지났군요. 저택을 잠시 소개시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인은 루이스를 데리고 저택을 돌아다니며 간략하게 소개해줍니다.
1층엔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과 하인들의 방.
2층에도 역시 하인들의 방이 있습니다.
꽤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듯하네요.
3층엔 큰 서재가 눈에 띄어요.
4층의 왼쪽 복도엔 거대한 발코니가 자리해 있고,
오른쪽 복도의 첫번째 방은 화려하고 큰 문을 보아하니 아가씨의 방인 것 같습니다.
그 옆엔 평범한 무늬의 문을 가진 두번째 방이 있습니다.
5층엔 공작의 방 하나 뿐이라고 하네요.
오늘 일정 역시 안내받습니다.
하인:오늘은 계단의 창틀을 닦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걸레는 저쪽에 있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청소라면 내가 또 작살나게 하지 않는가. 기왕 닦는 거, 머리카락 한 올도 비칠 정도로 반짝반짝하게 닦기로 결심한다.) 창틀을 닦은 뒤에는 뭘 하면 되나요? 그때 가서 정해주시는 겁니까, 아니면 여기만 닦고 쉬면 됩니까?
하인:오늘은 그 정도만 하고 쉬시면 됩니다. 이미 오후가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그럼 이만. (제 일을 하러 떠난다.)
루이스 P. 레너드:흠. (떠나는 하인의 뒷모습을 보다 걸레를 찾으러 간다. 이런 대저택의 창틀이 지저분하단 것만 봐도 아직은 뭔가 수상한 구석이 많은 저택이지만 지금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창틀 구석구석을 아주 꼼꼼하게 집중해서 닦아낸다. 시간이 늦어지는 것도 모른 채로.)
머리카락 한 올까지 비치게 할 작정으로 계단의 창틀을 닦고 있으면,
다른 하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루이스 P. 레너드: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청소에 집중한 루이스는 아무도 말릴 수 없다)
청소에 집중한 탓인지 뭉개진 소리만 들려옵니다.
여성 하인: ... 말씀이 있었어.
남성 하인: 또 이상한 행동을 하신 건가.
여성 하인: 가엾으신 분이야...
누구를 가엾이 여기는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득 아까 전 공작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 저택의 아가씨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었죠.
루이스 P. 레너드:(백색소음 같은 말소리가 들리다 말다 한다. 누굴 보고 가엾다 하는 것이면... 그 아가씨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겠나. 가십에 굳이 끼어들고 싶진 않다. 무시하고 청소를 마무리한다.)
하인들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져 갑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연노란색이 섞인 하늘은 해가 저물어감을 알리고 있네요.
...
첫날이라 그런지 정신없이 하루가 훌쩍 지났습니다.
그래도 이 저택에서 일하는 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다들 조금 무뚝뚝하긴 해도 잘 챙겨주었는걸요.
청소를 마치고 아무도 없는 1층의 복도를 걸어갑니다.
복도의 가장 끝 계단을 오르려는 찰나,
...? 지하로 향하는 듯한 계단이 이어져 있습니다.
루이스, <지능> 판정.
루이스 P. 레너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낮에 메뉴얼에서 지하실과 관련된 문항을 보았습니다.
분명... 지하실은 없다고 나와있었는데.
층수를 착각했나 싶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면,
창밖으로 나무 기둥이 보이는 것이 틀림 없는 저택의 1층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계단을 살펴볼까요?
루이스 P. 레너드:(분명 아까 매뉴얼에서는...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한다면 즉시 그곳에서 멀어지라 충고했었다. 궁금하기야 하지만 굳이 리스크를 지고 싶진 않다. 살피지 않고 그냥 방에 올라간다.)
방으로 올라가기 전, 집사로서 저택 내부를 한 번 쭉 돌아보는 것이 좋겠지요.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문득 4층에서 발걸음이 멈춥니다.
4층의 왼쪽 복도 끝엔 거대한 발코니가,
오른쪽 복도엔 아가씨의 방,
그 옆에는 평범한 디자인의 문을 가진 방이 하나 있습니다.
발코니는 멀리서 봐도 꽤 큰 자물쇠가 채워진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굳이 살펴볼 필요는 없겠어요.
오른쪽 복도에 들어서니 묘한 비린내가 납니다.
그 비린내의 출처를 알 수가 없습니다.
아가씨의 방에서 나온 것인지... 그 옆의 방에서 나온 것인지.
루이스 P. 레너드:(매뉴얼을 다시 떠올려 본다. 비린내에 관한 설명이 있었는데... 그렇지만 그건 정원과 관련한 것이 아니었던가? 거기다 여기는 4층이다. 아무리 냄새가 강하더라도 이렇게 높이까지 올라올 리가... 관련해서 더 알아보고는 싶지만 이곳은 아가씨의 방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아직 첫 날이기도 하니 돌아가서 하인에게 4층에서 비린내가 난다는 사실만 전해주기로 한다.)
역시 루이스보다 오래 전부터 일하던 하인이라면 더 잘 알고 있겠지요.
전해주는 것은 내일 하기로 하고, 일단은 방으로 돌아갈까요?
곧 10시가 되어갑니다.
루이스 P. 레너드:(그렇게 하죠... 열나게 청소했더니 피곤도 합니다)
피곤한 몸을 쉬어주는 게 좋겠죠. 루이스는 방으로 돌아갑니다.
방으로 돌아온 후 피곤했던 몸을 따뜻한 물로 씻어내리고,
찌뿌둥한 몸을 풀고 있으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밤 10시마다 다과와 홍차를 준비해두었다고 했죠.
루이스 P. 레너드:(다과는 몰라도 홍차는 좀 기대된다는 표정)
하인이 홍차와 다과를 건네줍니다.
연분홍빛의 투명한 차네요.
장미잎을 우렸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차를 마시기 전 향을 맡는다.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향이 난다. 홍차를 몇 모금 마시고 과자를 한 입 베어문다. 역시 늦은 시간에 뭘 먹는 건 내키지 않아 과자는 그 이후로 손대지 않고 차만 홀짝인다. 피로를 풀며 앉아있자니 어느샌가 찻잔에 비어있다)
홍차를 한 모금 머금으면 약간의 달달함과 특유의 씁쓸함이 입 안을 채웁니다.
확실히 좋은 풍미입니다만,
어쩐지 약간의 비린맛이 느껴지는 것도 같습니다.
장미잎 말고 또 다른 재료가 들어간 것일까요?
따스한 홍차에 곁들여 달달한 과자도 한 입 베어물고 있자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네요.
바쁘게 움직였던 탓인지 눈꺼풀도 무겁습니다.
그만 잠에 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자기 전에 과자를 냠냠 했으니... 양치를 하고 자리에 눕기로 한다. 치아는 소중하니까.)
치아는 소중하지요.
양치를 하고 포근한 침대 위에 몸을 맡기자 눈 앞이 점점 흐려집니다.
잘 자요, 루이스.
...
눈부신 햇살에 눈을 뜹니다. 비는 그쳤나봐요.
깊은 잠에서 깨어난 후 맞이하는 따뜻한 아침 햇살은 오늘 하루가 순조로울 것이라 축복해주는 것 같습니다.
잠시 탁자 위로 눈을 돌리니 먹다 만 다과와 홍차를 품었던 찻잔이 없습니다.
다른 하인이 가져간 것일까요?
어쨌든, 이제 일어날 준비를 할까요.
곧 중앙홀에 모일 시간이에요.
루이스 P. 레너드:(몸이 찌뿌둥하여 기지개를 켠다. 찻잔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이래서야 하인으로 온 게 아니라 시중 받으러 온 것 같다, 그러니 다음 날부터는 스스로 치워야겠단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뭔갈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재빨리 움직여 중앙홀로 갈 채비를 한다.)
준비를 마치고 중앙홀로 내려가니,
어제 방을 안내해주었던 하인이 오늘 일정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오늘 루이스가 해야할 일은 3층에 위치한 큰 서재를 청소하는 것입니다.
그 척 보기에도 광활해 보이는 서재를요...?
그것도 혼자서...?
오늘은 무척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될 것 같네요.
루이스 P. 레너드:(아이고... 여긴 인력도 많으면서 왜? 혼자서 하려면 꽤나 힘들겠는데. 그렇지만 풀죽진 않는다. 나는 할 수 있다! 스스로 다짐을 하고 청소 도구를 챙겨 서재로 향한다.)
맞아요, 루이스는 할 수 있습니다!
청소 도구를 챙겨 서재로 향합니다.
BGM)
큰 창을 통해서 따뜻한 햇빛이 서재 안을 가득 채웁니다.
종이 특유의 우직한 향이 풍겨옵니다.
평소에도 관리를 하는 것인지 청소할 거리가 많아 보이진 않습니다.
책 위에 쌓인 먼지만 조금 털어도 괜찮을 것 같네요.
루이스 P. 레너드:(한 명한테 이 넓은 서재를 청소하라고 하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다행히 청소할 거리가 눈에 띄진 않는다. 약간은 아쉬운 마음으로 책장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낸다.)
먼지털이를 들고 키보다 훨씬 큰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던 중,
몇 권의 책들이 루이스의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어차피 청소거리도 얼마 없고, 서재엔 루이스뿐인데 잠깐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동화책, 소설책, 역사서, 두꺼운 책이 눈에 띕니다.
루이스 P. 레너드:(서재로 들어오는 문을 흘깃 본다. 나 혼자 배정받은 곳인데, 누가 또 들어오진 않겠지? 일하던 도중에 책 보다 걸리면 그거야 말로 불성실한 건데. 물론... 할 만한 청소는 다 했지만! 남들 보기에는 그냥 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 ... 와 같은 생각을 하며 역사서를 살짝 꺼내본다.)
레프틸 가라고 적혀 있는 표지를 보아하니,
이 가문의 역사를 담은 책인 것 같습니다.
루이스가 일하고 있는 가문의 역사서인데 읽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책을 펼쳐보니, 가문의 시작이 나옵니다.
가문의 역사가 꽤 깁니다.
아니... 꽤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아주 오래 전부터 레프틸 공작가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충 계산해보니 백 년은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레프틸 가문이 공작가로 부흥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레프틸 가문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지 약 30년 정도 되었던걸요.
페이지를 넘겨보면 30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만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이전의 이야기는 서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30년 전, 그러니까 레프틸 공작가가 부흥하기 전 레프틸 가문은 어떤 가문이었을까요.
어쩌다 갑자기 가문이 부흥하게 된 것일까요?
루이스 P. 레너드:(30년 전이면... 딱 지금 가주인 잭 레프틸이, 혹은 그의 아버지가 활동하기 시작했던 참이 아닐까? 가주의 나이를 모르니 추측하기도 힘들다. 그 이전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실려 있질 않으니. 역사서는 이 정도에서 덮고 그 옆의 정체불명의 두꺼운 책을 꺼내본다.)
제목 없는 두꺼운 책을 펼쳐보니...
어라? 내용이 뭔가 범상치 않습니다.
양손에 들기 꽤 묵직할 정도로 두꺼운 책을 펼치면,
괴이스러운 괴물의 삽화와 그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게 왜 저택의 서재에 있는 걸까요.
방대한 양의 내용을 모두 읽어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행운> 판정
루이스 P. 레너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장을 빠르게 넘기던 중 뜯겨있는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까요.
아마 뜯겨진 페이지에도 기괴하고 놀라운 내용이 적혀있지 않을까요.
루이스 P. 레너드:(뜯긴 페이지가 뭔지 궁금해 죽겠다. 다른 책에 꽂혀 있는 건 아닌가? 소설책을 펼쳐 봅니다.)
소설책을 펼쳐보니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제목이 적혀있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아, 이 소설. 분명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 소설이다. 책에 따라서 번역된 내용이 조금 다른 면도 있기야 하겠지만 전체적인 틀은 같으니 훅훅 넘기며 빠르게 읽어나간다. 역시 아까 그 뜯긴 종이가 다른 책에 꽂혀 있다거나 하는 행운은 없군.)
(혹시 여기서 행운 함 더 굴려봐도 되나요? ㅋㅋㅋㅋㅋ)
가능합니다만... 짧은 단편소설 안에 숨겨진 페이지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그렇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동화책이나 펼쳐봅니다)
동화책을 펼쳐보면 '늑대와 일곱마리의 아기염소'라는 제목이 적혀있습니다.
음... 욕심을 부리다가 화를 입은 늑대의 이야기인 듯 하네요.
어린아이들이 읽는 동화치곤 내용이 조금 잔혹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저택에 어린아이가 없으니 다행인 걸까요.
루이스 P. 레너드:(여긴 왜 다 이런 이야기밖에 없지? 정신건강에 심히 좋지 못한 책들만 가득... 그러한 생각을 하며 책을 다시 집어 넣고 먼지떨이를 손에 든다. 청소할 곳이 더 없나 찾아보면서.)
책을 집어넣고 먼지떨이를 잡으려는 순간, 누군가의 손이 당신의 어깨를 조심스레 건드립니다.
짧은 연보랏빛 머리, 숲색 눈, 순진해 보이는 미인.
어제 창가에서 바깥을 내다보다 짧게 마주했었지요.
이 저택의 아가씨, 비올라입니다.
비올라 레프틸:안녕, 네가 새로 들어온 하인이지? 이름이 뭐야? (조용조용 여리고 고운 목소리로 묻는다.)
루이스 P. 레너드:(흠칫 놀란 기색을 숨기고) 아, 루이스 레너드입니다, 아가씨. 편하게 루이라고 불러주세요. (설마 아까 책 보고 있던 걸 들킨 건... 아니겠지? 아, 세상에... 하필 들켜도 아가씨께 들키나. 운도 지지리 없다.)
비올라 레프틸:루이, 으응. 알겠어. 서재 청소 중이었나 보구나. (당신의 손에 들린 먼지떨이랑 방금 당신이 책을 꽂아넣은 서재를 번갈아 본다. 그다지 혼내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 듯 호기심 어린 눈빛.) 서재 엄청 크지. 책도 읽어봤어? 어떤 거 읽어봤어?
루이스 P. 레너드:(이걸... 곧이 곧대로 말해야 하나? 본인 가문의 역사서를 함부로 읽은 것을 알면 화를 내지 않으실까. 잠시 고민하다 변명 약간에 거짓말 약간을 섞어 말하기로 한다.) 주기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었던 건지 먼지 털어내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기에... 소설과 동화를 한 권씩 읽었습니다.
비올라 레프틸:아, 혹시 몰라서 말하지만 책은 마음대로 읽어도 괜찮아. (온화한 어조로 조곤조곤 말하는 데서 당신을 향한 배려심이 드러난다. 척 보기에도 날카롭거나 권위적인 성정은 아닌 모양.) 어차피 나랑 아버지 말고 다른 어른들은 서재에 잘 오시지도 않거든. 나도 요즘은 주로 약학에 관련된 책만 읽지만... 동화랑 소설? 어떤 책이었어?
루이스 P. 레너드:(그렇다면 다행이군. 굳이 거짓말하지 않아도 되겠어. 겉보기에도 그렇고, 말하는 어조를 들어도 그렇고 당신이 나를 책망하지는 않을 것 같아 안심하고 뒷말을 잇는다.) 동화는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소설은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였습니다. 아가씨께서는 약학 책을 주로 읽으신다니 흥미가 없으실 수도 있겠네요.
비올라 레프틸:(당신이 말해주는 이름을 듣고는 자기도 아는 내용이란 듯) 아, 나도 어렸을 적에 읽었던 기억이 있어. 늑대랑 염소 얘기는 조금 잔인해서 읽었던 날에 악몽을 꿨던 것 같기도 하고... (엷게 미소짓다가) 루이는 욕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나쁜 걸까?
루이스 P. 레너드:적당한 욕심은 사람의 원동력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욕구라 함은 곧 욕심과 같은 뜻을 공유하지 않겠습니까. 혹자는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은 독을 불러 온다고 하지만, 글쎄요... 결국 욕심도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니 품는 것이야 자유겠죠. ... 아, 그러니까 제 말은... 욕심은 그렇게 나쁘지 않단 소리입니다. 아가씨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의미인 듯하다.)
비올라 레프틸:(당신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으며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의 원동력... 맞아. 그럴 수도 있겠네. 너무 지나치면 넘쳐흐르고 말겠지만, 적당한 욕심이 있어야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울 수도 있을 테니까. 더 발전하기 위한 시작점이 될 수도 있겠고... 루이는 엄청 똑똑하구나. 여기 오기 전에 네 모습도 궁금한걸.
비올라와 대화를 나누다 문득 창밖을 보니,
높이 떠있던 태양은 지평선 끝에 걸쳐있고, 그림자는 기울어져 갑니다.
하인들이 나누었던 대화와 공작이 했던 말과는 다르게,
비올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는 그저 평범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비올라 레프틸:(당신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고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나는 이만 가볼게. 마저 청소 부탁해, 루이.
루이스 P. 레너드:(허리를 숙여 당신에게 인사를 한다.) 조심히 가세요, 아가씨. (당신이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방을 나서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먼지떨이로 책장 이곳저곳을 마지막으로 탁탁 털어본다. 아가씨... 생각보다 멀쩡해 보이지 않으셨던가? 병을 앓고 있다는 걸 믿기 힘든 수준인데. 상냥하고, 친절하시고...)
루이스는 마저 먼지털이로 이곳저곳을 털어냅니다.
남은 책장 청소를 끝낼 때쯤이면 하인이 일러주었던 시간까지 청소를 모두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
...
오늘도 어제와 같이 정신없는 하루가 흘러갔습니다.
잊고 있던 복도 청소도 아슬아슬 마쳤고요.
이제 방에서 쉬어도 좋을 것 같군요.
루이스 P. 레너드:(고된 하루였다... 방에 올라가서 씻을 생각부터 합니다)
루이스는 방에 올라가 지친 몸을 씻어냅니다.
몸을 씻고 잠들 채비를 하고 있으면,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어제 홍차를 건네주었던 그 하인일까요?
루이스 P. 레너드:(벌써 홍차 시간인가? 일단 문을 엽니다.)
문을 열어보니 루이스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하인이 아닌... 비올라입니다.
비올라 레프틸:안녕, 루이. (평복 차림으로 엷게 웃는다.)
루이스 P. 레너드:어, 아가씨? (의아함을 감추고 생각한다. 일단... 방 안에 들어오시라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문간에서 용건을 여쭤봐도 되나?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후자를 택하기로 한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나요?
비올라의 손엔 꽤나 고풍스러운 받침대가 들려있고,
그 위엔 찻잔 두 개와 다과가 담긴 그릇이 보입니다.
왜 하인이 아닌 아가씨가 직접 내려오신 걸까요.
비올라 레프틸:아무래도 혼자 차를 마시려니 적적해서. 오늘 루이랑 얘기해보니까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하기도 했고... 아직 안 잘 거면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루이스 P. 레너드:(문 앞에 서 있다가 이어지는 말을 듣고 몸을 살짝 비켜 당신이 방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준다.) 물론이죠, 아가씨. 일단 들어오세요. (이제 일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의자를 빼서 당신을 먼저 앉게하는 등 꽤나 집사다운 면모를 보인다. 마주 앉아서 당신에게 차를 따라준다.) 아까 읽은 책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으신 거죠?
비올라 레프틸:고마워. (당신이 빼 준 의자에 얌전히 앉고는 드레스 자락을 단정하게 정리한다. 그 또한 씻고 내려온 것인지 물기 머금은 머릿결이 달빛에 빛난다. 찻잔을 당신과 제 앞에 하나씩 내려놓고는) 아, 그 얘기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이번엔 좀 더 사적인 질문을 해볼까 하는데. 저택에서의 일이 힘들지는 않은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같은 거.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비올라와 마주보고 있으면 은은한 홍차향이 연하게 올라옵니다.
루이스 P. 레너드:(홍차를 따라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며 미소짓는다.) 네,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일하는 게 힘들지도 않고요.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는 아가씨 덕분입니다. (너무 아부식 발언인가? 싶지만 잘 보이는 게 중요하니까.)
오늘의 홍차는 어제와 다르게 비릿함이 느껴지는 것 같진 않습니다.
비올라 레프틸:정말? 사실 내가 별로 해준 건 없는데... 조금 관심 있게 지켜보기는 했지만...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찻잔을 내려놓는다.) 아무튼, 불편한 점이 없다니 다행이야. 다른 하인들도 다 잘 대해줘? 아무래도 집사장이 무뚝뚝한 편으로 알고 있거든. 조금... 무서울 때도 있고 그래. (어깨를 작게 움츠리다가) 여기에 오기 전엔 뭘 하면서 지냈어? 좋아하는 취미라던지.
루이스 P. 레너드:다른 하인들과는 많이 만나보질 못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쁘진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집사장께선... 조금 무뚝뚝하긴 하셨지만 원래 성격이 그러신 것 같아 크게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이 넓은 저택을 관리하려면 그런 성격이 어울린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말을 하며 찻잔을 탁탁 건드린다.) 음, 집에서는 주로 공부를 하며 지냈습니다. 책 읽는 걸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일하러 온 게 아니라면 아마 아까 그 서재에서 나올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취미는 청소하기입니다. 딱 맞는 것 같죠?
비올라 레프틸:나는 하인들이랑 많이 친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네 말대로 이 큰 저택을 관리하려면 그런 성격이 되는 게 어울리는 법일지도 모르겠네. (어쩐지 기운없어 보이는 목소리로 말하며 찻잔을 매만진다.) 역시 그랬구나. 아까 서재에서 책 열심히 읽는 것 같더라. 아까도 말했지만 앞으로도 맘대로 읽어도 돼. ...아, 그래도 아버지의 눈에는 안 띄는 게 좋겠지만. (뒤늦게 덧붙인다.) 정말 취미가 청소하기야? 그럼 정말 집사랑 딱 어울리는 성격이네.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순하게 웃었다.) 하긴, 청소는 중요하니까. 나는 이런저런 약을 만들어보길 좋아하는데, 그때마다 나도 모르는 새 책상이 더러워져 있어서 정리하는 데 꽤 애를 먹고 있어. 조만간 루이가 내 방을 청소하러 오게 될지도 모르겠는걸.
루이스 P. 레너드:네, 가주님께는 들키지 않게 가끔씩만 보겠습니다. (책을 읽어도 된다는 허락에 신이 나서 미소도 감추지 못한다. 아까 그 네 권 말고도 흥미로워 보이는 책이 꽤 있었지. 매일같이 서재 청소를 배정해달라고 하고 싶네.) 아까도 약학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었죠. 실제로 만들기까지 하시는 겁니까? 대단하시네요. (아무리 봐도, 이 아가씨는 내가 존경하는 인물상에 가까운 사람이지, 매뉴얼이나 가주가 충고한 것처럼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절대 아닌 것 같다.) 아가씨께서 말씀하신다면 언제든 깔끔하게 청소해드리겠습니다. 다른 것도 자신 있지만 청소는 더더욱이나 자신 있는 분야거든요. 보셨을런진 모르겠는데, 복도 창틀도 어제 제가 닦았습니다. 아주 반짝반짝해요.
비올라 레프틸:응, 나도 서재에는 꽤 자주 가는 편이니까 볼 만한 책이 있다면 네게도 알려줄게. (대단하다는 말에 쑥스러운 듯 볼을 붉힌다.) 그, 별거는 아니야... 엄청 대단하진 못해. 그냥 어디까지나 취미 수준이라서. 어릴 때부터 식물 분야에 관심이 많았었거든. 아, 복도 창틀 봤어. 유난히 반짝거린다 싶었더니 루이가 청소한 거였구나? 고생 많았어.
(벽시계로 잠시 시선을 돌리더니) 벌써 11시네. 이제 그만 방으로 가야겠어. (성냥을 꺼내어 탁자 위에 있는 캔들에 작은 불씨를 붙인다.)
작게 타오르는 불씨와 캔들이 녹아내리면서 달큰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그 향을 맡고 있자니 눈꺼풀이 무거워져 옵니다.
비올라 레프틸:먼저 누울래? 난 배웅해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당신이 잠드는 것까지 보고 가겠다는 듯 의자에 앉아 당신을 바라본다.)
루이스 P. 레너드:아니에요, 적어도 문 앞까지는 데려다 드려야죠. 아가씨께서 저를 부리는 입장이신데 주객을 전도시킬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러면서 의자에서 일어난다.)
비올라 레프틸:아, 정말 안 그래도 괜찮은데. (타고나길 성정이 강하지는 못한 모양인지 결국 당신에게 떠밀려 주춤주춤 의자에서 일어나 문가로 걸어간다.)
문가에 다다랐을 때, 비올라가 무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루이스 P. 레너드: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많이 피곤한 탓인지 비올라가 중얼거리는 말을 조금도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배웅만 해 드리고 어서 자러 가는 게 좋겠어요.
루이스 P. 레너드:(아가씨를 방문 앞까지 데려다 드리고 복도 저 너머로 걸어가시는 것을 보고 있자니 잠이 미칠듯이 쏟아져서 절로 하품이 나온다. 문을 닫고 돌아서서 소모임의 흔적을 정리한 다음 침대에 눕는다.)
잔잔한 파도처럼 몰려오는 잠에 느리게 잠식당합니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요?
잘 자요, 루이스.
...
아침이 밝았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다른 하인에게 오늘의 일정을 전달받아보니,
비올라의 곁에서 비올라를 모시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네요.
비올라의 방은 분명 4층에 있었지요.
루이스 P. 레너드:(아가씨랑 대화를 나눈 게 바로 어제인데, 이렇게나 빨리 다시 마주하게 되다니. 우연의 장난인지, 그냥 타이밍이 잘 들어 맞는 건지.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4층에 있는 당신의 방을 찾아간다. 문 앞에 서서 똑똑똑, 노크를 세 번 하고서 말한다.) 아가씨, 루이스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비올라의 방이 위치한 4층으로 올라가보니,
짙은 갈색의 화려한 방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조금 일찍 올라온 탓인지 아직 비올라가 준비를 덜 마친 것 같네요.
문득 오른쪽 복도 끝 위치한 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첫번째 날 밤에 보았을 땐 굳게 닫혀 있었는데,
오늘은 방문이 작게 열려있는 것 같습니다.
비올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듯한데, 살펴볼까요?
루이스 P. 레너드:(이렇게 자주 딴짓을 해도 되나...?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저 방에 들어갈 일이 있을 거고. 궁금은 하지만 들어가지 않는다.)
비올라가 언제 나올지 모르니 비올라의 방 앞에서 그를 좀 더 기다리는 것이 좋겠어요.
잠시 방 앞에 서 있으면,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루이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비올라 레프틸:좋은 아침이야, 루이. 일찍 왔구나.
루이스 P. 레너드: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오늘은 제가 옆에서 뭘 도우면 될까요?
비올라 레프틸:오늘은 장미 화원에서 산책을 할 생각이었어. 같이 가 줄래?
장미 화원.
그곳을 스쳐지나간 경험은 있지만 정원을 둘러보며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었지요
이번 기회에 구경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가씨. 혹 따로 챙길 물건이 있으시다면 얘기해주세요. 금방 준비해오겠습니다.
비올라 레프틸:아, 아냐. 준비는 다 끝마쳤으니 이대로 나가면 될 것 같아. 그럼 가자. (방문을 닫고 계단으로 걸음을 옮긴다.)
루이스 P. 레너드:(당신의 뒤를 천천히 따라간다. 이러고 있으니 이제 제법 집사답단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계단을 내려가 저택의 문을 열고 나가니 장미 화원이 보인다. 피처럼 붉은 장미를 저도 모르게 잠깐 넋을 놓고 보았던 것 같다.)
비올라의 뒤를 따라 저택의 밖으로 나서면,
붉은 장미가 만개한 화원이 주변을 감싸옵니다.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향긋한 장미 특유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좀 더 그 향을 느끼려 숨을 크게 들이키면- ...비린내가 납니다.
<지능> 판정
루이스 P. 레너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 냄새라기엔 비는 이틀 전에 내렸고, 어제와 지금은 화창한걸요.
곰곰이 생각하고 있으니 이 저택에 온 첫날 읽었던 메뉴얼이 생각납니다.
장미화원에서 비린내가 나면 이 사실을 정원사에 알리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아가씨가 곁에 있는데,
비올라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루이스 P. 레너드:(이게 무슨 냄새인지 아가씨가 아실까? 일단은 옆에 계시니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묻는다.) 아가씨, 여기 정원에는 원래 이런 향이 나나요?
비올라 레프틸:으, 응? (다른 생각에 잠겨있는 듯하다가, 당신의 질문에 한 박자 늦게 대답한다.) 무슨 향기?
루이스 P. 레너드: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요. 제 코가 이상한 건 아닌 것 같거든요.
비올라 레프틸:음... 그래? 나는 잘 모르겠는데... (말끝을 흐리다가 발을 다른 방향으로 튼다.) 그럼 다른 길로 가는 게 좋겠다.
몇 걸음 더 걷고 나니 비릿한 내음 대신 향기로운 장미 꽃향기가 다시금 밀려들어옵니다.
비올라 레프틸:어때? (조금은 급하게 대화 주제를 바꾸는 티가 나는 목소리.) 정원, 예쁘지? 정원사가 열심히 꾸며왔거든. 나도 맨 처음에 조경할 때 여러모로 조언해줬던 기억이 나.
루이스 P. 레너드:(아까 그 냄새에는 역시 뭔가 있나. 이따가 정원사에게 다시 비린내에 관해 묻는 게 좋겠단 생각을 하며 당신의 말에 동의한다.) 네, 굉장히 아름다운 정원이네요. 여러모로 박학다식하십니다. 약학, 조경... 또 흥미두는 건 없으신가요?
비올라 레프틸:(당신이 더 묻지 않자 안심한 듯도 하고 착잡한 듯도 한 모호한 표정이다. 그러다 아름답다는 말에 눈가를 부드럽게 휘어 웃었다.) 고마워. 그래봐야 어떤 꽃을 심을지 추천해주었던 것뿐이지만. 또 흥미두는 건... 아, 맞아. 운세를 봐 주는 걸 좋아해. 루이스도 간단히 봐 줄까? 저 장미꽃잎으로도 해줄 수 있어.
루이스 P. 레너드:운세요? (믿는다거나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뭐... 재미로 볼 순 있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네, 봐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꽃을 하나 따 올까요?
비올라 레프틸:응, 부탁할게. 이왕이면 잎이 많은... 만개한 꽃송이로. 꽃을 따오는 건 마음아프지만 그래도 뿌리가 살아있는 이상 계속 피어날 테니까.
루이스 P. 레너드:(어디 보자, 어느 게 잎이 많은가... 몇 송이를 관찰하다 가장 활짝 피어난 장미를 발견하고 다치지 않게 조심히 따 온다.) 찔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아가씨. 가시가 조금 남아 있네요.
비올라 레프틸:고마워. (당신에게서 조심조심 꽃줄기를 받아들고는 하나씩 꽃잎을 따서 손 위에 올려둔다. 두 손을 감싼 뒤 몇 차례 위아래를 뒤집었다가 다시 펼쳐 당신에게 내민다.) 후, 하고 불어줄래?
루이스 P. 레너드:(꽃잎을 흘리지 않게 잘 받아들고 가볍게 후, 하고 이파리를 날린다. 땅에 떨어진 잎의 수를 세서 점치는 방식인가?)
비올라 레프틸:(몸을 굽히고 앉아 바닥에 떨어진 꽃잎의 모양을 가만 바라보다가 허공에서 손끝으로 따라간다.) 으음... 음... 꽃잎의 끝부분이 전부 바깥쪽을 향하고 있고, 모양이 날카로운 걸 보니까 조만간 큰일이 닥칠 것 같아. 그다지 좋지 않은 의미로. (말해놓고는 당신의 눈치를 살짝 살핀다.) ...재미로 보는 건데 안 좋은 소리 해서 미안. 너무 귀담아듣지는 마. 어디까지나 가벼운 운세일 뿐이니까.
루이스 P. 레너드:(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습니다. 원래 운세를 잘 믿지는 않아요. 사람의 운명이 그렇게 쉽게 결정지어진다고도 생각 안 하고... 결국 미래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는 거니까요. (그보다 점을 치는 방식이 꽤나 신기했던 가보다.) 그나저나, 아가씨는 이런 걸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책? 아니면 실제 점쟁이에게서?
비올라 레프틸:으응, 루이 말이 맞아. 미래는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거니까. (부드러운 꽃잎을 손끝으로 살살 매만진다.) 아, 책에서 배웠어. 이런 거 되게 좋아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잖아. 지나치게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날그날 행운 아이템 정도는 신경써서 찾아보고는 있어. (문득 목소리를 낮춰 속삭인다.) 아버지한텐 혹시 모르니까 말씀드리지 말아줘.
루이스 P. 레너드:(가주께서 좀 엄하신 편인가? 어제 이야기 나눌 때도 그렇고,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시는 기분인데.) 걱정 마세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것을 물어도 되는 건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본다.) 아가씨께는... 아버님이 어려운 편이신가요? 아, 주제넘은 질문이었더라면 대답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올라 레프틸:어, 아, 아무래도... (눈에 띄게 말을 더듬으며 시선을 내리깐다. 어깨가 위축된다.) 잘 대해 주시지만,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아. 이것도 알게 되신다면 한심한 애들 장난을 하고 있다고 말하실지도... 비밀로 해준다니 안심이 되네. 역시 루이는 착해. (희미하게 웃었다.) 다른 하인들이었다면 바로 보고한다고 했을 텐데.
루이스 P. 레너드:(착하고, 섬세하시고, 그래서 그런지 여리시고... 정신병과 관련한 이야기는 아무리 봐도 아가씨에게 원인이 있는 게 아닐 것이라는 가능성이 생각 한 쪽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가정이 맞다면 이곳의 하인들은 철저히 가주의 편이겠고, 그럼 그 속에서 이 여린 아가씨가 숨 쉴 곳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보니 당신의 미소가 어딘가 안쓰러워졌다.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한다.) 제가 착해서가 아닙니다. 아가씨께서 저를 믿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걸 남에게, 아무리 아가씨의 아버지라 하더라도, 보고하는 것은 아가씨의 믿음을 배신하는 짓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저는 신의를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비올라 레프틸:(당신의 말에 크게 안심된 듯 금세 표정이 사르르 풀어져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고마워. 네가 만약 아버지께 말씀드린다고 해도 배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지만... 그렇게만 말해주는 걸로도 엄청 기뻐.
비올라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중,
잭 레프틸:비올라.
비올라를 부르는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비올라와 함께 뒤를 돌아보면 이 저택의 주인, 잭 공작이 서 있네요.
루이스를 두고 공작과 비올라는 대화를 나눕니다.
역시 공작가를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일까요.
비올라와 단조로운 대화를 나눔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위압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비올라를 대하는 공작의 말투는 꽤나 다정합니다.
그러던 중, 공작의 시선이 루이스를 향합니다.
잭 레프틸:루이스라고 했었지. 이 저택의 일은 어떻던가? 괜찮은가?
그의 말에 고개를 살짝 들어 그와 눈을 마주합니다.
<지능> 판정
루이스 P. 레너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루이스를 위 아래로 훑는 눈동자가 조금 불쾌하게 다가옵니다.
뭐, 공작가의 주인이니 아랫 사람에게 조금은 무례하게 대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 아닐까요?
루이스 P. 레너드:(공손한 어조로 말한다.) 괜찮습니다. 일하는 것이 힘들지도 않고, 아가씨께서도 잘 대해 주십니다.
잭 레프틸:그렇군. 레프틸 공작가에서 제공하는 홍차의 맛은 어떠한가? 그대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다만. (턱을 매만진다.)
루이스 P. 레너드:아, 향기롭고 좋았습니다. 밤마다 그런 차를 즐길 수 있다니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찻잎은... (말하다 보니 차에서 약하게 흘러나왔던 비린내와 정원에서 흘러나오던 비린내가 생각이 나 장미를 흘깃 보고선) 저택 내에서 만드는 것인가요?
잭 레프틸:저택 내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라네. 풍미에 맞다니 다행이군. 이 저택에서 머무르는 모든 이의 편안함과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으니 모쪼록 좋은 기억만 담아가길 바라네. 나는 잠시 저택 밖으로 다녀오겠다, 비올라.
비올라 레프틸:...네. (고개를 끄덕인다.)
미소를 지은 공작이 비올라와 루이스의 곁을 지나쳐 갑니다.
공작이 지나쳐 간 후 비올라를 올려다보니...
<관찰> 판정
루이스 P. 레너드: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비올라의 표정이 묘하게 어둡습니다.
아까 한 대화가 생각이 나는 지점이지요.
루이스 P. 레너드:(말을... 걸어도 되는 건가? 당신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한마디 해 본다.) 산책은... 이쯤 하고 마무리 하시겠어요?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비올라 레프틸:...아.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만 들어가는 게 좋겠다. (걸음을 옮긴다.)
루이스 P. 레너드:(당신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며 기분을 풀어드릴 일이 뭐 없나 고민을 해 본다. ... 조금 생각해봤지만 잘 모르겠다. 주제넘게 나서는 것일 수도 있으니. 결국 제일 무난하게 가기로 한다.) 다음은 뭘 하실 생각이신가요?
비올라 레프틸:으음~ 이제 방에서 좀 쉬려구. 루이스도 이제 가서 쉬어도 돼. 오늘 주어진 일, 나랑 같이 있는 거 말고 딱히 다른 거 없지?
루이스 P. 레너드:네, 오늘 업무는 아가씨 시중 드는 것이 다라... (말 끝을 흐리며 조심스레 말을 꺼내본다.) 그럼 방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다시 불러주세요.
비올라를 따라 루이스의 방에 도착하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야 할 비올라가 가지 않고 방문 앞에서 머뭇거립니다.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걸까요.
루이스 P. 레너드:(고개를 가볍게 갸웃하고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아가씨?
비올라 레프틸:(조금 망설이다가) 오늘 밤에도 찾아가도 돼? 홍차 들고서.
그 말에 첫째날 공작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비올라는 타인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꽤 심하다고 했었죠.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루이스?
루이스 P. 레너드:(분명 공작은 그렇게 말했었지. 그렇지만... 타인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심하다는 말은 즉 다시 풀어 생각하면 그만큼 의지할 인물이 없었다는 뜻 아닌가. 아가씨와 단둘이 있는 것을 피하라는 경고보다 할 수 있는 한에서 이 아가씨를 돕고 싶단 생각이 더 강하게 와닿는다. 그래서 미소지으며 말한다.) 네, 아가씨. 물론이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루이스가 긍정한다는 의사를 내비치니 미소를 짓는 비올라의 모습이 유독 기분 좋아보입니다.
비올라 레프틸:고마워. 그럼 이따 보자, 루이스. (제 방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비올라가 오기 전에 방을 좀 정리하는 게 좋겠네요.
루이스 P. 레너드:(아가씨가 오신다니 방에서 아주 그냥 광택이 나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청소도구를 잡아든다. 이 방은 아마 오늘 저택에서 가장 청결한 곳이 될 것이다.)
광택이 나도록 방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깊은 밤이 되었습니다.
가득 차오른 달을 보니 곧 보름이 올 것 같습니다.
창밖의 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똑똑- 하고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루이스 P. 레너드:(집사 미소를 장착하고 다가가 문을 연다.) 어서오세요, 아가씨.
문을 열어보니 비올라가 루이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손에 홍차와 다과를 들고 말이에요.
비올라 레프틸:좋은 밤이야, 루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청소가 취미라더니 정말로 방이 엄청 깨끗하네?
루이스 P. 레너드:아가씨가 들리신다 하셔서 더 깔끔하게 청소했죠. (당신에게 의자를 빼주며) 아마 지금은 제 방이 주방보다 더 깨끗할 거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어요. (어제처럼 마주 앉아 차를 따라준다.) 피로는 좀 풀리셨나요? 아까는 표정이 별로 좋지 못하신 것 같았는데.
비올라 레프틸:주방보다 더? (곧이곧대로 믿는 듯 눈이 잠깐 커지고는 새삼스레 다시 방 안을 두리번거린다.) 대단하다. 하긴, 나도 위생의 중요성은 책에서 읽어서 잘 알고 있어. 루이처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봐야겠어. (찻잔을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다.) 루, 루이가 보기에도 표정이 안 좋았어? 아버지한테도 보인 건 아니겠지... (조금 불안하게 제 뺨을 쓸어보다가) 방에서 조금 쉬었더니 괜찮아졌어. 이야기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졸린 정도?
루이스 P. 레너드:좋은 생각이에요, 청결은 중요하니까. 제가 있는 한 아가씨가 직접 청소하실 일은 없기야 하겠지만 청소 팁도 몇 가지 알려드릴게요. (걱정하는 당신을 안심시키며) 확실히 아까보단 나아지신 것 같네요. 아까는 제가 눈치가 빠른 편이라 아가씨 기분을 알아챈 거지, 공작께서는 모르셨을 겁니다. 설사 눈치채셨다 하더라도... 사람이 어떻게 하루 24시간 내내 기분이 좋을까요. 공작님도 이해하실 거에요. 너무 걱정 마세요.
비올라 레프틸:청소 팁? 좋아. 나중에는 메모장을 가져와야겠다. 받아적어가게. (당신이 안심시켜주자 그나마 가라앉는 듯하지만, 초록빛 눈은 여전히 미약한 불안감이 담겨 있다.)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정말로. (다과를 당신 쪽으로 밀어주며) 루이스의 가족은 어때? 네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어? 어... 예를 들면 약혼자라던지.
루이스 P. 레너드:제 가족은 그냥... (당신이 신경쓰이지 않을 단어를 고르며) 정말 평범한 가족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어디에나 있을 법하게 평범하게 좋으신 분입니다. 저는 아가씨처럼 형제 없이 외동으로 자랐고요. 약혼자 비슷한 사람이 있긴 한데,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진 잘...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소중한 사람이죠. 부모님과 약혼자 비슷한 그 사람.
오늘도 홍차는 풍미가 좋네요.
비올라 레프틸:루이도 외동으로 자랐구나. 너는 성격도 좋고 친절하고 성실하니까, 부모님도 되게 좋으신 분일 것 같아. 약혼자 비슷한 사람? (궁금한 듯 눈을 도록도록 굴린다. 얌전히 당신의 설명을 들으며 내내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있지, 루이. 만약 네 소중한 사람이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리고 네가 그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루이스 P. 레너드:씻을 수 없는, 잘못이라... (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찻잔 손잡이를 매만지며 고민에 빠진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 않다면 진정으로 옳은 것이 무엇인지 깨우쳐 주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 만약 진심으로 본인의 잘못을 후회하고 있다면 그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치르도록 해야겠죠. 아가씨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올라 레프틸:그렇구나... (깊은 고민에 빠진 듯 손잡이를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나였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을 것 같아. 그래서 루이스한테 조언을 구하고 싶었어. ...그런데, 책임이라는 건 어떤 걸까? 저지른 죄에 대한 동일한 처벌?
루이스 P. 레너드:원칙적으로는 죄를 저지른 만큼 처벌을 하는 것이 맞겠죠. 법도 그러하고요. 그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죄지은 자가 반성하는 척도에 따라 온정적으로 대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흠 소리를 내며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 뭐,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니 제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요. (다소 단도직입적인 말투로 지적하듯 묻는다.) 아가씨의 소중한 사람이 무엇을 했나요?
비올라 레프틸:원칙과 반성...이구나. (저와 색이 엇비슷한 당신의 눈이 마주해오자, 금세 시선을 내리깐다.) 그래도 너무 원칙만을 따지지 않고 그 안에서도 온정적으로 판단한다니 가장 이상적인 판결 방식 같아. (당신의 물음에 깜짝 놀라 움찔하고는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아니, 아니. 그런 일 없어. 그냥... 책에서 읽었는데, 궁금해서! (누가 봐도 수상하게 부인하다가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난다.) 나, 난 이제 들어가봐야겠다. 벌써 또 시간이 늦었네...
루이스 P. 레너드:(당신이 말을 돌리는 게 눈에 뻔히 보이긴 하다만... 몰아세우듯 말해서 뭐가 도움이 되겠는가. 모른 체 해주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 시간이 늦었네요. 일찍 주무셔야 내일 하루도 잘 보내죠. 오늘은 방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비올라 레프틸:으응, 그래... 아니, 방까지 안 데려다줘도 돼! 정말이야! (손사래치고는 품위도 잊은 채 드레스자락을 잡고 호다닥 방에서 뛰어나간다.)
루이스 P. 레너드:(뭘 하기도 전에 방에서 사라져 버리셨다... 벙찐 채로 서 있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아까 당신이 한 말을 떠올려본다. 소중한 사람의 큰 잘못... 굳이 약혼자라는 단어를 언급하신 걸 보면 아가씨의 약혼자가 무언가 큰 잘못을 한 것이겠지. 당신이 앉아있던 곳을 응시하며 턱을 괸다. 확실한 것은 아니니... 일단 두고 봐야겠지. 아가씨의 동태와 말을 주시하기로 결정하고는 다기를 정리한다.)
다기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오늘도 잘 자요, 루이스.
...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곳에 머무른지도 어느덧 사흘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오늘도 힘찬 하루를 보내도록 해요, 루이스.
다른 하인에게 받은 일정표를 보니,
오늘 당신이 해야하는 일은 아가씨의 방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루이스 P. 레너드:(어젯밤 아가씨가 그렇게 당황하고서 돌아가셨는데 과연... 날 반기실까? 조금 불안한 마음을 안고서 4층으로 올라간다. 어제처럼 세 번 노크를 하고 당신을 부른다.) 아가씨, 루이스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발걸음을 옮겨 비올라의 방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저택이 고요하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그저 조용하다기보단...
꼭 폭풍이 들이닥칠 것만 같은 느낌이군요.
똑똑- 비올라의 방문을 두드리면 문이 열립니다.
비올라 레프틸:어? 무슨 일이야, 루이? (조금 당황한 듯하지만 그게 어제의 일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비올라의 표정을 보아하니,
루이스가 오늘 비올라의 방 정리를 담당한 것을 모르는 눈치인 듯 합니다.
루이스 P. 레너드:아, 오늘 아가씨 방 정리를 담당받아 왔습니다. 지금 바로 정리를 시작해도 될까요?
비올라 레프틸:아아... (당신의 말을 듣고서야 이해한 듯 문을 좀 더 활짝 열어준다.) 응, 들어와.
비올라의 방에서는 은은한 들꽃의 향기가 풍깁니다.
루이스가 비올라의 방을 둘러보고 있자면,
비올라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루이스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비올라 레프틸:내 방에 온 김에 만든 약이라거나 식물도감 같은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오늘은 일정이 있어. 그래도... 최대한 금방 돌아올게.
루이스 P. 레너드:(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가씨. 깔끔히 정리해놓고 있을테니 천천히 일 보시고 돌아오세요. 다녀오신 다음에 보여주셔도 괜찮으니까요.
비올라 레프틸:고마워. 그럼 조금 이따 보자. (미소를 짓고는 방문을 나선다.)
고풍스러운 저택의 내관과는 달리 좀 더 모던한 느낌의 디자인은 비올라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살짝 어질러진 [침대], [드레스룸], [책상]이 보입니다.
책상엔 뭔가 많아 보이니 다른 것부터 치우는 게 좋겠어요.
루이스 P. 레너드:일단 가볍게 침대부터 정리해볼까.
비올라가 자고 일어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침대입니다.
살짝 흐트러진 침구를 정리하려 손을 뻗으면,
아주 미약한 온기가 느껴지네요.
루이스 P. 레너드:(익숙한 손길로 베개를 탁탁 건드려 원래의 형태로 되돌리고, 이불은 잘 침대 전체를 덮도록 잘 펼쳐놓기 전에 머리카락도 테이프로 떼낸다. 마지막으로 이불 끝자락을 잘 정리해주고 나니 침대는 정리가 얼추 끝난 모양새다.)
침대가 아주 깔끔해졌네요.
이제 무엇을 정리해볼까요?
루이스 P. 레너드:뭔가 잔뜩인 책상에 손을 먼저 대 보는 게 좋겠지. (혼잣말을 하며 책상으로 다가갑니다. 청소를 하기 전에는 뭐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하는 법.)
(*관찰 판정 가능한가요?)
책상은 뭔가 이것저것 정리할 것이 한가득으로 보입니다.
드레스룸을 먼저 정리하는 게 어떨까요?
루이스 P. 레너드:(그런가... 그렇다면 드레스룸부터 정리하고 오자.)
비올라의 옷가지들로 가득찬 방입니다.
이렇게 옷으로만 가득 찬 거대한 방은 살아생전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옷장 문을 열어 계절별로 옷을 분리합니다.
곧 여름이니 두꺼운 봄옷을 정리해야겠어요.
...어라, 저게 뭐죠?
<지능> 판정
루이스 P. 레너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어두운 계열의 스커트들 사이에서 살짝 밝은 스커트의 발목 부근에 작은 얼룩이 보입니다.
눈썰미가 좋지 않으면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어떤 얼룩인지 파악하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것은 혈흔 아닌가요?
루이스 P. 레너드:(이상하다는 듯 눈을 찌푸리며 스커트를 들어올린다. 이런 얼룩이 생기기가 쉽지 않은데... 설마 혈흔일리가... 있나? 약간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옷을 정리해 넣는다. 지금 뭘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오싹함을 뒤로 하고 세탁을 위해 최근 비올라가 입었던 옷가지들을 챙깁니다.
어제 비올라가 입었던 옷을 팔 위에 걸치려는 찰나,
툭 소리와 함께 주머니에서 작은 열쇠가 하나 굴러떨어집니다.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했네요.
꽤 중요해 보이니 비올라에게 전해주는 게 좋겠습니다.
루이스 P. 레너드:(책상 위에 두려고 보니 조금 있다 책상을 정리할 터였다. 굳이 올려놓기 보단 그냥 들고 있다가 직접 전해주는 것이 낫겠단 생각에 열쇠를 주머니에 넣는다.)
루이스는 열쇠를 주머니에 챙겼습니다.
이제 무엇을 할까요?
루이스 P. 레너드:남은 건 책상이 다인가? (드디어... 책상 쪽으로 걸어갑니다.)
서류들이 다소 난잡하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곧 공작의 뒤를 이을 비올라라 그런지 비올라가 하는 일도 꽤나 많아 보입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들었는데 업무를 처리하는데에 지장은 없나봐요.
이렇게 바쁜데도 왜, 밤마다 루이스를 찾아온 것일까요.
루이스 P. 레너드:(그러게나 말이다... 이렇게 바쁘신 분이 밤마다 시간을 내시고. 아가씨에 대해 자신이 추측하고 있는 바를 머리속으로 굴려보다 서류 정리나 하자며 책상을 본다. 그런데... 이거, 내가 마음대로 건드려도 되나? 여쭤보고 만져야 할 것 같은데.)
뭐... 중요한 게 있었다면 비올라가 미리 정리해두었겠지요.
서류 뭉텅이를 정리하고 있자니,
음...?
서류와는 조금 다른 재질의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종이... 익숙합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억이 나요.
그 아래엔 사냥개로 추측되는 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 모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합니다. SAN C(0/1)
루이스 P. 레너드: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분명히 이 종이의 출처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이틀 전 들렀던 서재에서 어떤 제목이 없는 두꺼운 책 한권을 보았었죠.
비올라는 왜 이런 것을 가지고 있을까요.
루이스 P. 레너드:(각종 신화에 관심이 많으신가? 개인 취향이겠거니 하고 종이를 서류 사이에 살며시 끼워 넣는다.)
비올라의 책상을 좀 더 정리하다 보면, 책상 아래쪽에 잠긴 서랍이 하나 보입니다.
열쇠 구멍을 보니, 드레스룸에서 주웠던 열쇠가 떠올라요.
어떻게 할까요, 루이스?
루이스 P. 레너드:(궁금이야 하지만 아가씨 방이고 아가씨 물건이다. 내가 함부로 만져도 되는 게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며 서랍에 손대지 않기로 결정한다.)
서랍에 손대지 않은 채 마저 정리를 하고 있으면,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 방의 주인, 비올라가 들어옵니다.
당신이 책상을 정리하는 것을 보곤 시선이 흔들리는 듯 싶더니, 곧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비올라 레프틸:... (닫혀있는 서랍을 가장 먼저 확인하곤 작은 숨을 내쉰다. 그리고서야 당신을 올려다본다. 무언가 고민하는 듯 망설이는 듯 입술을 달싹이더니,) ... 서랍 열쇠, 혹시 갖고 있어?
루이스 P. 레너드:(아, 설마 열어봤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두 손으로 당신에게 열쇠를 건네며 걱정 말라는 말투로 말한다.) 아까 정리하다 발견했습니다. 서랍은 열어보지 않았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올라 레프틸:응, 너라면 그럴 것 같았어. (열쇠를 받아들고는 천천히 서랍을 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낡은 노트 한 권을 꺼내, 책등을 잠시 매만지다 읽어보라는 듯 당신에게 건네준다.) ...나는 너를 믿어, 루이.
루이스 P. 레너드:(의아한 눈빛으로 이게 뭐냐는 무언의 질문을 날린다. 그러나 당신은 그저 저를 보고 있을 뿐이었고. 다 읽고 난 뒤 이와 관련해 이야기해주길 바라시는 걸까?) ... 오늘 밤에도 찾아 오실 건가요, 아가씨?
비올라 레프틸:(초록빛 눈에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담긴다.) 네가 그걸 읽고 나면 얘기해줄게.
이게 대체 뭔가요...?
왜 비올라의 서랍에 이런 끔찍한 내용이 담긴 노트가 들어 있는 걸까요.
그리고 그런 루이스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공작가의 매뉴얼.
피부를 뚫었던 날카로운 주삿바늘.
지난 밤 비올라와 함께 마셨던 투명한 선홍색의 홍차.
내일 밤 가득 차올라 저택의 위에 자리잡을 보름달.
이 모든 것은... 짜여진 각본이었을까요. 루이스, SANC (0/1)
루이스 P. 레너드: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손이 떨린다. 이게... 이게 무슨? 나는 처음부터 이걸 위해 이 곳에 오게 된 건가? 당황스러움과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음에도 사실을 숨긴 채 자신과 함께 차를 마셨던 당신에 대한 미약한 배신감에 평정심이 유지되지 않는다. 읽었던 구절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다 책을 탁 소리나게 덮고 흔들리는 눈빛을 한 채 당신을 바라본다.) 레프틸 가가 급속도로 성장한 이유는, 아가씨께서 지난 밤 그런 질문을 하신 이유는... 이 때문이었던 겁니까. 이제와서 제게... (입술을 꾹 깨물며) 곧, 사냥개로 변모할지도 모르는 제게... 이걸 보여주시는 건 진실도 모르고 사라질 제 이성에 대한 얄팍한 동정심 탓이십니까?
비올라 레프틸:(흔들리는 눈빛이 저를 향하자 아랫입술을 꾹 깨문다. 예상한 일이었음에도, 그새 호감을 가졌던 이가 제게 배신감 어린 표정을 짓자 마음이 아파와서. 최대한 침착해지려 노력하며 입을 연다.) 들어줘... 내 말을 들어줘, 루이. 서재에서 읽었던 책이 기억나지. 제 욕심에 결국 자멸하고 말았던 이들의 책... 우리 아버지는 가문을 불러일으키려는 욕심에 어떤 신과 계약을 했대. 그런데, 그런데 누가 봐도 잘못된 신이잖아. 매달 사람이 죽어나가. 나는 지난 1년간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기록해야만 했어. 이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고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했지만... 너도 들었다시피 내가 정신병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소문을 퍼뜨리셨지.
(눈앞에서 비명을 지르며 괴물에게 먹히던 하인의 광경이 다시금 상기된 듯,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억지로 가라앉히려 애쓴다. 어느새 눈가에 물기가 어린다.) 우리, 함께 티타임을 가졌었지? 첫날 마신 홍차 말고는 비린맛이 느껴지지 않았을 거야. 내가 서로의 찻잔을 바꿔뒀거든. 널 여기서 내보내고 싶었어. 널 죽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일부러 네게 접근했던 거야.
네가 사냥개의 먹이가 되게 두지 않아. 난 너를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울 거야, 루이. (절박하고 간절하게, 벼랑 끝 몰린 이의 위태로움을 안은 채 말한다.)
루이스 P. 레너드:(분명 아까 책을 봤을 당시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에 당신이 미웠었다. 그러나 천천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눈물어린 호소를 듣고 나자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한 건가 후회가 되었다. 그래, 내가 겪은 아가씨는 그런 분이 아니셨잖아. 누구보다 사려깊고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셨잖아.) 아, 가씨... 저는, 그것도 모르고...... (양손으로 당신의 손 하나를 힘주어 붙잡고)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해요. (약간 쓴 웃음을 지으며) 아가씨는 정말 용감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아가씨, 저는 당신이 저 하나만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면식도 없었던 하인 하나를 위해 당신의 가문과 아버지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는... 당신이 이 끔찍한 일을 끊어내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옆에서 당신을 돕겠습니다.
비올라 레프틸:(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에, 결국 참았던 눈물이 방울방울 뺨을 타고 떨어진다. 저를 용감하다 말해주는 당신이, 모든 진실을 알고서도 저를 도와주겠다 말하는 당신이 저보다 훨씬 대단하게 느껴지는걸.) ...나를 믿어주는 거야, 루이스?
루이스 P. 레너드:(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준다.) 저는 언제나 제가 경험한 일을 믿습니다. 제가 경험한 아가씨는 사려깊으신 분입니다. 아가씨의 아버지께서 아무리 잔인한 짓을 저지르셨다 하더라도 당신의 상냥함이 공작을 비껴나가지 못했기에 동조했던 것이겠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듯 말한다.) 저는 아가씨를 믿습니다.
비올라 레프틸:고마워, 루이스. (훌쩍이며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꾹 잡는다.) 나도 너를 믿어. 그렇지만 루이스, 이 모든 걸 끊어내는 건 내게도 아직 무리야. 그 신을 추종하는 건 아버지뿐만이 아니야. 이 저택의 대부분의 하인들이 전부 아버지의 뜻을 따라 그 신을 섬기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를 여기서 탈출시키는 것뿐이야. 잠시 뒤 밤 10시에 저택의 뒷문에서 만나자, 루이. (다시 몸을 굽혀,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 당신에게 건넨다.) 이것도... 혹시 모르니 갖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루이스 P. 레너드:(권총을 받아들고 설득을 더 할지 아니면 이대로 물러날지 고민한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당신을 설득해 아버지의 그릇된 행동과 싸우게 하고,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인들 대다수가 공작을 따른다면 이야기는 약간 달라진다. 이상하리만치 딱딱하던 그들의 태도가 약간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지만 지금처럼 시간도 사람도 안 따라주는 상황이라면... 하나라도 안전을 도모해야겠구나. 본인의 무력함에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네, 아가씨의 최선을 따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아가씨, 이곳을 나가고 난 뒤에도 이 일은 잊지 않고 이 외로운 저택에서 고군분투 할 당신을 도울 방법만을 생각하겠습니다. (뭐라 더 말을 하려다가 확실치도 않은 미래 일을 너무 길게 추측하듯 말하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한 일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을 갈무리한다.) 이따가... 뵙죠. 조심하세요, 아가씨.
비올라 레프틸:그 말만으로도 기뻐. (슬프게 웃는다.) 조금 이따 보자.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
비올라와 약속한 시간이 다가옵니다.
밤 10시가 지나고 다른 사용인들이 모습을 감춘 시간.
루이스, 움직일 때예요.
루이스 P. 레너드:(아가씨께서 주신 권총을 품 안에 잘 숨기고 방 문을 빠끔 열어 누가 있나 확인한다. 복도에는 정적이 가득하고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천천히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고 방을 빠져나와 저택 뒷문으로 향한다.)
루이스는 조심스레 저택의 뒷문으로 향합니다.
잠시 그를 기다리고 있으면, 멀리서 비올라가 말 한마리와 함께 다가옵니다.
비올라 레프틸:(당신에게 로브를 둘러주곤, 그와 이어진 후드까지 씌워준다.) 한동안 안전한 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어. 자작가에 별장이 있다면... 그쪽에 숨어있어도 좋을 것 같고. 아버지껜 네가 이 저택의 비밀을 알고 도망친 것 같으니 내가 수습하겠다고 말씀드릴게. 부디... 조심하길.
루이스 P. 레너드:(조심스레 말에 올라탄 채 당신의 말을 경청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인사를 위해 후드를 약간 젖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가씨를 모실 수 있어 정말,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나간 뒤 안전하다는 표시로, '레이븐'이라는 이름으로 아가씨께 편지 보내겠습니다. 부디 몸 조심히 잘 계시길 바라요. 힘드실 때면 언제나 제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말을 마친 뒤 다시 로브를 제대로 걸치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비올라 레프틸:(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사이에 정들어 버릴 정도로 당신이 다정하고 친절했기에.) 응. 편지가 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이제 만나는 건 어려워지겠지만, 종종 그렇게 편지라도 교환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잘 가.
비올라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말에 올라타려는 찰나,
잭 레프틸:지금 사용인이 계약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이 저택을 떠나려는 건가? 내 딸이 또 이상한 소리를 지껄인 모양이군.
어느 목소리가 당신의 발목을 잡습니다.
저 서늘한 눈빛을 보내는 이는 이 저택의 주인.
공작입니다.
잭 레프틸:흐음... 그대도 알고 있지 않은가? 비올라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공작가는 딸을 지키기 위해 늘 힘써 왔다. 허나... 딸의 '이상한 실험'에 지금껏 고용됐던 하인들이 하나둘씩 떠났지. 그렇잖아도 좋지 않은 소식이 퍼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그대까지 떠나면 비올라에 대한 소문이 더욱 안 좋아지지 않겠나? (자식을 진실로 걱정하는 부모처럼, 안타까운 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루이스 P. 레너드:(침착하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목을 두어번 큼큼 가다듬고 천연덕스럽게 되묻는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지금 단순히 아가씨의 심부름을 나가는 것 뿐입니다. 새로운 약을 실험해보고 싶으신데, 그게 지금 당장 구해와야 하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 시간에 나와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느닷없이 좋지 못한 소문이라뇨.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잭 레프틸:하하하... 심부름? 다른 하인에게 부탁해도 될 일을 굳이 신참 하인인 자네에게 시키는 것부터, 이 늦은 시간에 해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이 있단 말인가? (씨알도 안 먹히는 듯 여유롭게 웃는다.) 그렇다면 내가 딸 간수를 잘못한 게지.
합리적인 가설을 도출해볼 수 있지. 그대를 상대로 딸이 실험을 해보려는 거야. 그대도 알잖나, 이 아이가 약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신참 하인이니 크게 뒤탈 없을 틈을 노려 그대를 실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게야. 장담컨대 말에 오르고 도망치는 길은 죽음으로 달려가는 길이 될 것이네. 비올라와 접촉하는 일 없도록 전담을 바꿔줄 터이니, 이 저택에 더 남는 것은 어떠한가.
비올라 레프틸:루이, 전부 거짓말이야. (공포에 질려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도 않는 것을 겨우 쥐어짜낸다.) 아버지의 말을 믿으면 안 돼. 나를 믿는다고 했었지, 제발 이번에도 믿어줘.
당신은 여전히 비올라를 믿나요, 루이스?
루이스 P. 레너드:(처음부터 고민할 거리가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나와 내 경험을 믿는다. 그것이 틀리지 않은 길이란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올라를 향해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공작님, 몇 가지 질문을 해도 좋을까요? 하인들에게 제공하는 차는 이곳에서 만든 장미를 따서 만든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외부의 어느 요인도 장미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터인데, 차에서 강하게 풍겨왔던 비린내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아가씨께서 제게 따로 챙겨주신, 같은 장미로 만들었을 차에서는 비린내가 모습을 감춘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한 건강검진이라는 명목 하에 피를 뽑아가셨죠. 제가 이곳에 온 지 꼬박 나흘이 지났습니다. 앞선 것은 있는데 뒤의 것이 없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가씨는 제 의문에 대한 모든 답을 막힘없이 해 주셨습니다. 만일 아가씨께서 진정으로 정신 질환을 앓고 계시다면,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고 계신 공작께서 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으시겠지요.
당신이 비올라의 말을 믿기를 선택하자, 공작의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다가와 비올라의 팔을 낚아채 공작의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가요.
잭 레프틸:하하, 평범한 치들처럼 멍청한 녀석이라 생각했거늘, 꽤 재미있구나. (소름이 돋을 만치 게걸스러운 웃음을 흘린다.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둔 사냥개가 침을 뚝뚝 흘리듯이.)
네가 이 저택을 떠나면 비올라를 괴물로 만들겠다. 하나 네가 이곳에 남는다면 비올라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지.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선택하는 것뿐이다. 미련한 것.
공작의 제안은 끔찍합니다.
자신의 자식인 비올라를 인질로 삼다니요.
비올라 레프틸:(차마 공작의 팔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버린다. 온몸이 덜덜 경련하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다.) ... ... 나, 나를 쉽게 괴물로 만드시진 못할 거야. 그래도 아버지인걸. 그러니까 얼른 도망쳐. (그러나 그리 말하는 스스로도 신빙성 없는 말임을 안다. 결국 눈을 질끈 감는다.)
비올라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루이스.
곧 이 저택의 피고용인들이 몰려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비올라와 당신, 모두 무사하지 못합니다.
루이스,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저택에 남는 것과 벗어나는 것.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문득, 비올라의 방에서 비올라가 건낸 권총이 떠오릅니다.
지니고 있으라는 그의 말에 챙긴 권총이 망토로 가려진 허리춤에 있습니다.
공작의 말대로 당신은 그저 도망치는 것과 남는 것, 그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운명일까요?
혹은...
그 운명을 단 한발의 탄환으로 깨부술 용기를 지니고 있나요?
루이스 P. 레너드:(침착, 침착해야 한다. 아까 생각은 했지만 아가씨께 도움이 되는 일인지 몰라 감히 제안하지 못했던 것. 바로 아가씨와 함께 이 끔찍한 곳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공작은 내게 두 가지 길을 제시했지만 나는 선택지에 구애받지 않고 그 사이 어느 곳에 있는 최적해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이 상황에서의 최적해라고 생각한다. 기회는 많지 않으니 신중하게, 그의 말을 듣는 것처럼 고분고분하게... 그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에서 내려 당신과 공작에게 다가간다.) 제가... 남겠습니다. 남을 테니 아가씨는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그러고는 체념한 표정으로 한발, 한발. 다가서다 재빠르게 품에서 총을 꺼내 공작의 다리를 쏜다.)
잭 레프틸:크아악! (당신이 총을 갖고 있을 줄은 예상치 못한 듯, 그대로 총을 맞고 땅바닥에 넘어지고 만다. 눈이 분노로 형형하게 불타오른다.) 이, 이 망할 자식이...! 이대로 네가 멀쩡히 떠날 수 있을 것이냐? 공작가의 힘을 얕보지 마라! 반드시 네놈을 찾아내고 말 것이다, 이 응분을 갚고 말 것이야!
비올라 레프틸:(잭이 쓰러진 틈을 타 황급히 그의 팔에서 벗어난다. 입을 손으로 가린 채 그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다. 두려움, 망설임, 혼란... 그 모든 것들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한 채로 악을 쓰는 공작을 바라보다가, 흔들리는 눈망울로 당신을 바라본다.) ...루이스, 아버지의 부상이 낫고 나면... 반드시 네게 보복을 하실 거야. 그리고 아마 난, ...영원히 이 저택의 다락방에 갇히고 말겠지.
(윤리에 어긋나는 말을 스스로가 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얼굴이나, 그와 동시에 무언가를 결심한 듯도 하다.) ...나를 도와준다고 했었지? 신은 아버지와 계약한 것이니, 계약한 당사자가 죽고 나면 모든 게 끝날 거야. 이 끝없는 악순환이... 끝을 맺을 수 있을 거야. ... ... 미안해, 결국 또다시 네게 선택을 맡길 수밖에 없어서... 그래도 네가 나를 도와서, 이 잘못된 저택을 다시 바르게 재건하고 싶다면... (말끝이 흐려진다. 그러나 시선은 온전히 당신에게 꽂힌다.)
루이스 P. 레너드:(그대로 당신을 데리고 자리를 뜨려던 찰나 당신의 말에 행동을 멈춘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레프틸 공작은 본인의 죄를 뉘우칠 생각이 없고, 우리를 위협하기까지 한다. 한 개인의 잘못을 법이 아닌 개인이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원칙적으로는 맞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여기서 그를 단죄하지 않으면...) 아가씨. 제가 아가씨를 돕겠다고 하신 말 기억하시나요? 지금 제가 하는 행동이 당신을 돕는 일이길 바라며, (당신의 손을 귀에 갖다대 주어 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말 쪽으로 가까이 가게 하여 그가 죽는 장면을 보지 않게끔 한다.) 끝을 내겠습니다.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두 번째 탄환을 공작의 심장에 발사한다.)
방아쇠를 당기자 권총에서 단 한발의 탄환이 공작을 향해 날아가고,
공작의 가슴에선 붉은 장미가 피어오릅니다.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루이스를 바라보는 공작의 시선이 오싹하게 다가오는 것도 잠시,
공작이 피를 토하며 쓰러집니다.
루이스는 비올라를 말에 태우고 다급히 박차를 가했습니다.
다행히 비올라와 루이스 모두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를 피했습니다.
사특한 기운이 감돌던 저택이 점점 멀어집니다.
...
...
비올라는 한동안 몸을 피했다가, 정당한 후계자의 권리를 이어받고 레프틸 가의 새로운 가주가 되었습니다.
공작의 죽음과 동시에 ‘신’과의 계약도 끊어져,
더 이상 그전과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인들 대다수가 공작의 휘하에 있었기에,
비올라가 저택을 개혁해나가려면 얼마간 힘이 들겠지만요.
그는 분명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그를 함께 도울 테니까요.
...아, 창 밖으로 해가 뜹니다.
새로이 맞이하는 아침입니다.
End NEW. 새로운 아침
비올라 생환, 루이스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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