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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9~220131] 마리&아탈란테 - 테베의 소년

플레이타임 : 5시간 반

 

 

 
3구역 경계선 부근, 지지 않는 태양 아래 열네 시간 동안 사막 뒤 매복하고 있던 소년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이미 반쯤 잃은 채로 생각했다.
 
어쩌다 이 세상은 이 지경이 됐을까?
 
속보입니다. I 지역에서 다시 대규모 내전이 발생,
 
현재까지 알려진 민간인 피해는 단일 기간 내전 피해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쿠데타 때문에?
 
250년 만에 전세계적으로 최악의 혹서와 더불어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작물은 물론, 인명에도 극심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니면?
 
J 국가에 100년 만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미 수십 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예상 피해 규모는........
 
가뭄, 홍수, 지진.
 
강력한 전염성으로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E 바이러스가 변종의 발생으로 치사율 34%에 육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세계보건기구 당국에서는 팬데믹보다 한 단계 더 격상된 위험 단계를 발표.......
 
전염병.
 
S 국가에서 대규모 시위와 폭동이 연일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경찰력을 총동원, 이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 밝히며.......
 
폭동.
 
A 국가와 C 국가의 무역 전쟁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양국의 얼어붙은 분위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C국의 대통령은 전시 상황을 선언, A국의 도발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며.......
 
미치광이.
 
며칠 전 전세계의 주가가 폭락한 데에 이어 A 국가의 주요 은행들이 파산했습니다.
 
현재 W 거리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며 자신들의 예금을 돌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경제 전문가들은.......
 
대공황.
 
소년은 똑, 똑, 뙤약볕 마지막 땀방울을 끝으로 발사 신호와 함께 방아쇠를 당기며 생각했다.
 
아니다. 그냥 그 멍청한 핵 전쟁 때문이라고.
 
긴급 속보입니다.
 
A 국가가 금일 오후 한 시 이십칠분 경 C 국가에 대한 미사일을 발포, 사실상의 무력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다시 한번 반복합니다.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금일 오후 한 시 이십칠분 경.......
 
탕! 탕! 발각되었습니다. 피하십시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총알만이 빗발치는 황무지에서 그 고함을 들었을 때 소년은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열네 시간 동안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천착한 건 전부 다 허사였다고.
 
그저 이 세계를 견딜 수 없어서 제 배를 찌르는 심정으로 회피했던 것뿐이라고.
 
오로지 중요한 건 총성으로 인해 이미 먹먹해진 제 고막뿐이라고.
 
귀 먹었어? 피하라고 했잖아, 젠장!
 
왜 재난이 닥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재난의 세계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인류는 재난을 막연히 직감하면서도 피하지 못했다.
 
폼페이에서도 그랬고, 흑사병 때도 그러했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도 그러했다.
 
그리하여 소년은 2048년 현재, 이 애굽의 땅 위에서 생각한다.
 
죽더라도 인간으로는 죽어야겠다고.
 
테베의 소년
 
w. 미증유
 
KPC 아탈란테
 
PC 마리 H. 발렌시아
 
.....어나. 일어나. 야, 마리! 귀 먹었어? 일어나라고!
 
―! 숨을 재난처럼 들이키는 동시에 침상에서 마리의 몸이 벌떡 튀어오릅니다.
 
꿈을 꾼 것 같았는데. 지금 몇 시죠?
 
귀에서 벼락에 가까운 소리가 이어집니다. 그제서야 소리의 근원을 파악합니다.
 
윤 소령:뭘 멀뚱멀뚱 쳐다봐. 일어났으면 경례 붙이지 않고?
 
윤 소령입니다.
 
마리 H. 발렌시아:넵, 충성!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선 비몽사몽간에도 각진 자세로 척 경례한다.)
 
윤 소령:(그제야 고개를 까닥이곤, 가볍게 손을 뻗어 무언가를 건넨다.) 받아.
 
윤 소령이 건넨 것은 접선지 좌표와 암구호입니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적혀 있는 좌표에서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일인가 봅니다.
 
짹, 짹, 짹.
 
마리가 쪽지를 들여다보는 와중에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들려 오는 빠듯한 새소리와 함께 윤 소령의 싸늘한 음성이 이어집니다.
 
윤 소령:답지 않다, 마리. 기척에도 잠이나 태평하게 자고. 나 아니고 정규군이었으면 어쩌려고 했어.
 
윤 소령 성격상 이제 폭언이 이어질 차례인데...... 그래도 당신은 정규군 시절부터 얼굴을 봐 왔으니 후다닥 변명을 하면 어찌저찌 넘어가줄지도요.
 
마리 H. 발렌시아:죄송합니다. 어젯밤에 새 전술을 고민하느라 늦게 잠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일상에 지장 안 가도록 조절해서 하겠습니다. (반쯤 잠긴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고선 후다닥 변명함...)
 
윤 소령:... 전술을 계획하는 건 좋지만 몸은 아껴가면서 해라. 네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이해하고 있지 않나?
 
윤 소령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원래 하던 말을 이어갑니다.
 
윤 소령:됐고, 한 번만 설명한다.
도착하면 새 정보원이 있을 거야. 정규군이 열세 번째 캠프를 새로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가서 내가 주는 봉투 전달하고 캠프 위치 받아 와.
지금 그 쪽지는 암기 후 폐기해. 먹든 태우든.
 
무슨 일인가 했더니, 또 정보원이군요.
 
저번 정보원이 발각되어 죽은 뒤로 한동안 잠잠하나 했더니 역시 정보전을 중시하는 윤 소령으로서는 또 다른 루트를 모색했나 봅니다.
 
윤 소령:당연한 말이지만 보안 철저히 유지해. 이 접선에 대해 아는 사람 너랑 나, 그리고 정보원 셋이야.
 
주의를 단단히 준 윤 소령은 밀봉된 봉투와 감자 한 덩이, 그리고 가방을 마리에게 던지듯 건넵니다.
 
접선 나가는 군인에게 감자 한 덩이가 뭐냐 싶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망한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요.
 
윤 소령:그리고 매번 말하지만, 죽지 말고.
알겠나?
 
마리 H. 발렌시아:물론입니다, 소령님. 걱정은 접어두시죠. 저는 그 누구보다도 오래 살 테니까요. (그제야 굳어 있던 입가에 약간 웃음기를 머금는다.)
 
윤 소령:너의 그 배포 하나는 참 마음에 든단 말이야. (그러나 끝까지 마주 웃음기를 띄우진 않은 채, 막사 천을 들어올리고 바깥으로 나선다.)
1소대 전원 무장한 채 집합!
 
윤 소령의 고함소리가 막사 밖에서 울려 퍼집니다.
 
지난 정보원이 발각되어 살해된 지 오늘로 한 달째. 새로운 명령입니다.
 
좌표는 371.524. 그렇다면 3구역 남서쪽 부근입니다.
 
3구역 동쪽 경계선에 있는 혁명군 제 1캠프에서는 대략 걸어서 다섯 시간.
 
비밀리에 접선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을 이용하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챙겨서 가야 할까요?
 
가방에는 네 개의 물품을 넣을 수 있을 것 같고, 막사 안에는 여느 때처럼 [군용침대], [책상], 그리고 [옷장]이 있습니다.
 
마리 H. 발렌시아:(군용침대를 살핍니다.)
 
마리가 항상 자고 일어나는 침대입니다.
 
딱딱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침낭이 아닌 침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방독면]과 [시계]가 베개 바로 옆에 놓여져 있습니다.
 
마리 H. 발렌시아:(흠... 일단 책상도 살펴봅니다.)
 
마리에게 배정되어 있는 작은 책상입니다.
 
위에는 [지도]가 펼쳐져 있고 그 옆에는 [탄환]이 놓여 있습니다.
 
마리 H. 발렌시아:(옷장도 살핍니다.)
 
마리에게 배정되어 있는 옷장입니다.
 
문을 열면 안에는 여벌의 군복과 [방탄조끼], 그리고 [상자]가 하나 있습니다.
 
마리 H. 발렌시아:(상자를 열어봅니다.)
 
상자를 열면 안에는 붕대(응급처치 판정 시 보너스 주사위 +1)와 에너지바(섭취 시 체력 혹은 이성 +1), 그리고 제임스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마리 H. 발렌시아:(일단 방독면과 지도는 필수... 접선 시간을 확인해야 하니 시계도 챙긴다. 그리고선 잠시 고민하다가... 방탄조끼를 챙긴다. 구질구질하게 사진 같은 건 무슨... 그냥 돌아와서 보면 되지.)
 
시계는 앞판 유리에 조금 금이 가기는 했지만 기능에는 이상이 없으며, 손목에 착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간은 아침 7시.
 
시계는 시간을 알려 주는 동시에 사용자의 위치를 좌표계로 표시해 줍니다.
 
침대에 <관찰력>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다시해볼까..?
 
마리 H. 발렌시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휴)
 
음? 원래 이런 게 있었나요?
 
조잡한 침대 매트리스와 철제 프레임 사이에 무언가 삐죽 끼워져 있습니다.
 
마리 H. 발렌시아:(뭐지? 살펴봅니다.)
 
꺼내어 보면 봉지에 든 진통 효과가 있는 약초입니다.
 
누군가 흘린 것이 마침 침대 틈에 들어갔나 보군요.
 
*부상 시 섭취할 경우 체력 +1 회복, 빈사 이하의 경우는 효과 없음
 
마리 H. 발렌시아:(고민하다가... 방탄조끼 입고 약초를 챙기기로 함.)
 
"준비 끝나셨습니까."
 
물품들을 다 챙겼을 쯤, 막사 입구가 걷히더니 누군가 들어오더니 각이 아주 꽉 잡힌 경례를 붙입니다.
 
이번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군요. 이름이 뭐였더라.
 
마리 H. 발렌시아:어, 루카. 무슨 용건이라도 있나?
 
루카 권터:옛, 저번 전투에서 망가지신 베레타 92 말입니다. 수리가 생각보다 복잡해서 제2 캠프로 보내지는 바람에 지금 그곳에 있다고 합니다.
 
저런, 아직 신입은 신입인가 봅니다. 아직 군기가 빳빳하게 잡혀서는 관절마다 삐걱 소리가 날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인즉슨 지금 마리가 있는 제1 캠프에 마리의 무기가 없다는 뜻인데 이대로 어떻게 하란 말이죠?
 
루카 권터:따라서 제가 제2 캠프까지 대위님을 호위하라는 명령입니다.
 
뭐라고요? 무기도 없이 제2 캠프까지 가라니.
 
물론 제2 캠프는 여기에서 걸어서 한 시간 정도고 가는 길도 목적지를 경유하긴 합니다만...
 
마리 H. 발렌시아:뭐? 제2 캠프까지 가는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여분의 무기는 없나?
 
루카 권터:오늘 특별 훈련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완전 무장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분 무기가 없지 말입니다.
 
마리 H. 발렌시아:하아... 한 시간 동안 무기 없이 이동하라니 제정신이 아니군. 거기 너, 싸움은 잘 하나? 참고로 난 아무나 안 믿는다. 내 목숨이 걸린 일에 있어서는 더더욱.
 
루카 권터:훈련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실전 경험은 처음이지만, 최선을 다해 엄호하겠습니다. (당신의 말에 그렇잖아도 가득찬 군기가 더 빠짝 들어선 또박또박 대답한다.)
 
마리 H. 발렌시아:좋아, 신입. 소령님이 별 싱거운 놈을 내 호위로 붙여주지는 않았겠지. 내 신뢰는 네가 아니라 널 지명한 소령님께 향해 있다는 소리다. 그러니 소령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날 실망시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싸늘하리만치 딱딱한 낯이었으나, 동시에 그 표정은 별다른 사감이나 불만이 들어 있지 않고 더없이 깔끔했다. 그는 그런 눈으로 루카를 바라보다가 이내 앞장서듯 먼저 걸음을 옮긴다.)
 
루카 권터:예, 옙!! 소령님을 위해서, 대위님을 위해서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과하게 오바하며 다시금 각 잡힌 경례를 올린다. 그리고는 당신의 뒤쪽을 조심스럽게 따라 걷습니다.) 엄호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위님.
 
어쩔 수 없군요. 제2 캠프까지는 권터와 동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이참에 신입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죠.
 
그닥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권터의 얼굴은 빳빳하고 앳되었으며, 또, 묘하게 상기되어 있습니다.
 
마리도 처음 혁명군에 들어왔을 때 저런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요?
 
정부군의 옷을 벗어던지고 스스로 개떼로 발을 들이며 당신은 어떤 신념을 가졌었던가요.
 
뭐가 됐든 좋습니다.
 
명령은 내려졌고, 마리는 완수해야 합니다.
 
...
 
8:00 AM. 본격적으로 3구역에 해가 내리쬐기 시작합니다. 슬슬 등이 뜨겁네요.
 
물론 이건 이곳의 열기가 최고조일 때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또한 제1 캠프에서 제2 캠프로 가는 길은 그나마 아주 사막 한가운데는 아니고 황량한 들판에 가깝기 때문에 풀이라도 몇 포기 있는 편이죠.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주위는 이따금 들리는 까마귀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권터는 꼭 목각인형처럼 마리의 반 걸음 뒤에서 열을 맞춰 걷고 있습니다.
 
루카 권터:대위님, 혹시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됩니까.
 
묘하게 어색한 정적을 먼저 깬 것은 권터입니다.
 
마리 H. 발렌시아:뭐지? (물음을 허락한다는 듯 가볍게 턱짓한다.)
 
루카 권터:(당신의 턱짓이 떨어지자 조심스럽게 묻는다.) 윤 소령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윤 소령이라. 궁금할 만도 합니다. 정규군 장교로 길러져 혁명군의 수장이 된 인물을 누가 궁금해하지 않겠어요.
 
다만 어떤 분이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그녀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나요, 마리?
 
루카 권터:이곳에 오기 전에는 굉장히 거친 분이라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무기고 정리 일이 늦게 끝나서 새벽에 신병 막사로 돌아가던 중에 언뜻 본 모습은 조금...... 의외였지 말입니다. 캠프 구석 나무에 기대서 울고 계셨습니다.
 
그 윤 소령이 한밤중에 울었다고요?
 
마리는 윤 소령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요?
 
마리 H. 발렌시아:(그런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한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우는 모습은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법이니까.) 상관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는것은 좋지 않다만... 이 정도는 말해주어도 괜찮겠지. 네가 들은 대로 싸늘하고 칼같은 분이기는 해. 보통은 나보다도 더 냉정하시지. 다만... 그분도 인간이니만큼 아주 그러기만 하시지는 않아. 그렇기에 주어진 출세의 길을 거부하고서 정규군에 반기를 든 것일 테고, 또한 내가 그분을 따르는 거다. ... 다른 데서는 그 이야기 꺼내지 마라, 루카. 그분이 괜히 혼자 몰래 구석에 숨어 그러고 계셨던 것이 아닐 테니까. 동료가 아닌 나무에 기대서 말이야.
 
루카 권터:...사실 조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처음 들어왔을 땐 저 빼고 모든 분들이 무서운 것도 슬픈 것도 없는 강철들로 느껴졌는데, 특히 그 중에서 윤 소령님이 그렇게 우시는 걸 보니까 말입니다. (당신의 당부에 고개를 주억인다.) 옙, 다른 곳에서는 절대 발설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신병다운 소감입니다. 하지만 혁명군에 사연 없이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곳은 수많은 사연들이 묻히는 무덤이니까요.
 
루카 권터:그럼... ... 대위님은 이곳에 어떻게 들어오시게 되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슬쩍 눈치 본다)
 
아니나다를까 결국 이 질문이군요.
 
마리 H. 발렌시아:나? 원래 1구역에서 태어나 정규군 간부가 되기 위해 자랐던 인간이지. 실제로 그렇게 되었었고. 그러다 윤 소령님, 소꿉친구였던 제임스 녀석 등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군 내부를 보기 좋게 뒤엎어주고선 그곳에서 뛰쳐나와 혁명군을 세웠다. (질문에 보기보다 선선히 대답해준다.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그러는 너는 왜 이곳에 들어왔지?
 
루카 권터:1구역 출신이셨군요...! 하긴 워낙 이전부터 엘리트 같으셔서, 다른 장병들 사이에서도 1구역 출신이 아니실까 하고 이야기가 돌았었습니다. 반란의 주역이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멋있다고 생각하는지 눈길에 선망이 어린다.)
 
두 켤레의 군화가 걷고 있는 들판은 이제 어느덧 본격적인 사막 구간으로 접어듭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제2 캠프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루카 권터:들으시면 웃기다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권터가 여전히 조금 수줍은 얼굴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끼이이이익―!
 
잠시만. 이게 무슨 소리죠. 타이어 소리?
 
아닙니다. 자동차 소리였다면 분명 정규군이었을 텐데 이건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마리에게 보여 주려는 듯 무언가를 품속에서 꺼내던 권터도 흠칫 놀라더니 이내 바로 총을 장전하고 엄호 자세를 취합니다.
 
끼에에에엑!
 
다시 그 소리. 인생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떤 모독적인 것이 다가오고 있는 듯한 이것은.
 
<듣기>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틀림없이 살아 있는 생명체의 울음소리입니다.
 
다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이라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루카 권터:대위님, 피하십시오!
 
그리고 그때, 탕―! 권터가 마리의 귀 옆으로 발포합니다.
 
갑작스러운 발포음이 스쳐간 고막은 웅웅거리며 모든 소리를 울렁이게 합니다.
 
권터가 총을 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끼이에에엑!
 
사람의 이목구비를 그대로 포를 떠 잘라 붙여 놓은 듯한 사자가 서 있습니다.
 
아니, 사자가 맞긴 한가요?
 
‘괴생’(怪生)들은 보통 괴이한 모습이긴 했으나 하나의 '종'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마리 앞에 있는 이 역겹고 모독적이며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변이종조차 아닙니다.
 
아무리 망한 세계라도 이런 것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분명 전체적인 형태는 사자에 가까웠으나 안면은 누가 사람의 이목구비만을 잘라서 납작하게 붙여 놓은 것 같습니다.
 
<관찰력>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다시해보자...
 
마리 H. 발렌시아:... (ok.)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보세요. 갈기 대신 빳빳하게 자라 있는 체모와 벌린 아가리 사이로 보이는 저 네모난 치아들 말입니다.
 
모독적인 생물을 본 마리, <이성> 판정 (0/1)
 
마리 H. 발렌시아: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권터의 안색은 이미 창백하게 질려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괴생에게서 끔찍한 건 단순히 외형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끼에에에엑! 일반적인 으르렁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울음입니다.
 
꼭 돼지와 뜸부기가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합쳐져 심장에까지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끼에에에엑. 괴생의 울음소리가 다시 한 번 권터와 마리의 발에 못질합니다.
 
루카 권터:대, 대위님. 어, 엄호하겠습니다.
 
권터가 겨우 입을 열어 신음처럼 낸 목소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음성만큼이나 떨리는 그의 두 손은 전혀 목표물을 맞추지 못할 것 같습니다.
 
탕! 권터의 첫 발사음이 들립니다.
 
전투에 돌입합니다.
 
순서는 권터-괴생-마리 순입니다.
 
루카 권터:(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방아쇠를 당긴다.) 조심하십시오, 대위님!
41' 리볼버
기준치: 35/17/7
굴림: 1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9
 
괴생 :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피해: 6
 
끼이에에에엑. 총알이 스핑크스에게 명중했으나, 괴생은 그에 흥분한 듯 곧장 머리를 들이밀어 공격합니다.
 
권터의 아찔한 비명과 함께, 그의 팔에서 시뻘건 피가 뚝뚝 흘러내립니다.
 
스핑크스 체력 9, 권터 체력 6 감소.
 
괴생의 턴.
 
괴생 : 스핑크스:께에에엑! (선제 발사를 했기 때문인지, 피를 봤기 때문인지 권터를 향해 앞발을 강하게 휘두른다.)
할퀴기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루카 권터: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크윽! (스핑크스에게 가슴팍을 얻어맞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다.)
 
루카 권터 체력 1 감소. (6/13)
 
마리의 턴.
 
마리 H. 발렌시아:환장하겠군... ... (하필이면 변변찮은 무기도 없을 때 이런... 스핑크스의 안면을 주먹으로 가격한다.)
근접전(격투)
기준치: 45/22/9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괴생 : 스핑크스:
할퀴기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가까이 다가간 것이 화근이었을까요, 스핑크스는 당신의 공격을 피하고는 곧장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릅니다.
 
당신의 왼쪽 허벅지가 깊게 긁혀나갑니다. 체력 5 감소.
 
루카 권터:대위님... 안 됩니다... 제 뒤쪽으로 오십시오! (겨우 일어나 악을 쓴다. 당신이 겨우 벗어나자마자 괴생을 향해 마구 발포한다.)
41' 리볼버
기준치: 35/17/7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괴생 :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
끼엑! 꾸에엑! (거죽이 두꺼운지, 총알을 연달아 맞아도 위세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욱 위협적으로 반격한다.)
 
괴생 체력 6, 루카 권터 체력 1 감소
 
괴생의 턴.
 
괴생 : 스핑크스:(몸집이 커다란데도 동작은 날렵하고 위협적이다. 앞발로 권터의 머리를 강하게 후린다.)
할퀴기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루카 권터: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커헉... (제때 피하지 못한 채 괴생의 공격에 직격으로 당하고 만다.)
 
괴생의 앞발이 다시 한번 권터를 내려치자 권터는 그 자리에서 목각인형처럼 털썩 쓰러집니다.
 
부릅뜬 눈과 벌어진 입 사이로 무어라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울부짖는 괴생의 끔찍한 목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습니다.
 
권터의 금발 아래로 사막의 모래알들이 붉게 엉켜 물들기 시작합니다.
 
마리의 턴.
 
마리 H. 발렌시아:하... ... 나름 쓸 만한 녀석인가 했더니. (권터의 무기를 주워 쓸 수 있나?)
 
가능합니다.
 
마리 H. 발렌시아:쓰러진 녀석의 원수를 대신 갚아주는 거야 익숙하니까... 걱정하지 마라, 신입. 최소한 가는 길이 외롭지는 않게 해 주마. (쓰러진 권터의 무기를 거두어 손에 쥡니다.)
... 내가 고작 이런 곳에서 죽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건 아닌데. (그 어느 때보다도 서늘하고 진지한 낯으로 조준 후 방아쇠를 당긴다.)
41' 리볼버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괴생 : 스핑크스:(빗겨나가는 총알을 피하고는 당신에게 달려들어 발을 휘두른다.)
할퀴기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익숙지 않은 무기이기 때문일까요? 당신의 총알은 괴생을 빗나가고 말았지만, 다행히 반사신경으로 괴생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냅니다.
 
끼에에에에엑. 괴생의 타깃은 이제 마리로 바뀌었습니다.
 
초현 (GM):
물어뜯기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마리, 반격 혹은 회피하세요.
 
마리 H. 발렌시아:
회피
기준치: 47/23/9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휴)
 
반란을 함께하며 지금껏 살아남은 대위 짬밥은 어디 가는 게 아니죠!
 
사납게 달려드는 괴생의 공격을 다시 한 번 피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마리의 턴.
 
마리 H. 발렌시아:정신 똑바로 차려라, 마리 발렌시아...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중얼이다 이를 까득, 갈면서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긴다.)
41' 리볼버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피해: 9
 
괴생 : 스핑크스:
할퀴기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괴생은 당신의 공격을 피하고 발을 휘둘렀지만, 거듭된 전투에서 총알을 다수 맞았기 때문인지 움직임이 다소 느렸습니다.
 
괴생의 턴.
 
괴생 : 스핑크스:께에에엑! (목구멍 아래서부터 울리는 끔찍한 소리를 토해내며 달려든다.)
물어뜯기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마리 H. 발렌시아:귀 아프다, 이 녀석아. (타박하듯 툭 내뱉고선 반격한다.)
41' 리볼버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피해: 9
 
마리의 턴!!
 
마리 H. 발렌시아:제발 한 방만 맞자, 한 방만 좀! (짜증 가득한 모습...)
41' 리볼버
기준치: 65/32/13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7
 
괴생 :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키에에엑!!!
 
당신의 총알이 마침내 스핑크스에게 명중합니다!
 
괴생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굽니다.
 
한 방 먹였다는 안도감도 잠시, 괴생이 그 질리는 비명소리를 뇌까리며 발을 내딛고 섭니다.
 
괴생의 충혈된 눈이 형형하게 당신을 노려봅니다.
 
괴생 :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마리, 반격 혹은 회피하세요.
 
마리 H. 발렌시아:노려보면 어쩔 건데? 이 자식아. (반격한다.)
41' 리볼버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서로의 공격은... 허망하게 빗겨나갑니다.
 
전투가 길어졌습니다. 지칠 법도 하죠.
 
마리, 마지막 탄약입니다.
 
마리 H. 발렌시아:미치겠군... ...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세를 최대한 가다듬고서 마지막 탄약을 발사한다.)
41' 리볼버
기준치: 65/32/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피해: 9
 
괴생 :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스핑크스는 당신의 마지막 탄약마저 피해내고, 권터에게 그랬듯 더러운 아가리를 벌리며 마리의 팔목을 물어뜯습니다.
 
네모난 치아라 출혈이 심하지는 않으나 손목이 강하게 욱신거리더니 마비되어 가는 기분이 듭니다!
 
딸깍, 딸깍. 젠장. 방아쇠가 망연히 딸깍입니다.
 
끼에에에에엑.
 
총알은 끝났고, 마리에게 더 이상 공격 수단이 없으며, 눈앞의 괴생은 여전히 그 끔찍한 아가리를 벌리며 마리에게 다시 한번 달려드려고 합니다.
 
게다가 아까 물린 마리의 손목은 저릿하게 마비되어 가고 있습니다. 눈앞이 캄캄합니다.
 
마리 H. 발렌시아:이... 대로... 쓰러질... 수는... ...
 
탕!
 
생의 끝자락에서 뒹구는 그 순간, 고막에 구원이 스칩니다.
 
마리에게 달려들던 괴생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욱 끔찍한 울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머리가 반쯤 날아간 채로 털썩 쓰러집니다.
 
쓰러진 괴생의 머리에서 피와 알 수 없는 끈적한 액체들이 섞여 흘러 나옵니다.
 
무기상:총 하나 살 테냐?
 
마리에게 구원을 발사한 주인공은 산탄총을 어깨에 진 채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이며 태연한 얼굴로 묻습니다.
 
무기상입니다.
 
방사능으로 뒤덮여 망한 세계. 그 중에서도 태양은 작열하고 죽은 두 시체만이 널어져 있는 사막 한가운데.
 
그런 곳에서 마침 산탄총을 든 무기상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걸까요.
 
만약 오아시스가 있다면 마리에겐 이 사람이 그럴 겁니다.
 
다만 타이밍이 수상하리만치 절묘하다는 것을 빼면요.
 
무기상:안 사? 아주 절실해 보이는데. 엉?
 
상인은 마리의 -정확히는 권터의- 빈 총을 턱짓하며 묻습니다.
 
<관찰력>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다시!!!
 
마리 H. 발렌시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핏빛보다 붉고 쨍한 머리칼과 뱀 같은 녹색 눈동자를 지닌 무기상은, 척 보기에도 위압감 있고 험악한 인상입니다.
 
이 매캐한 먼지구덩이 같은 3구역에서는 완만한 태도론 절대 살아남을 수 없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뒤로 여러 짐이 실린 바이크가 보입니다.
 
마리 H. 발렌시아:... 그래, 얼마지? (어찌되었건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그 답례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한숨을 푹 내쉰다.)
 
무기상:오~ 좋아, 좋아. (수월하게 거래가 성사되자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산탄총 하나를 건넨다.) 흠, 가격이 얼마였더라...
(그러다 문득 시선이 당신의 팔 부근으로 향한다.) ... 근데 너, 손목 꼬라지가 왜 이러냐?
 
상인은 눈썹을 치키더니 마리에게 다가와 손목을 낚아채고 유심히 살핍니다.
 
마리 H. 발렌시아:아까... 저 괴물 녀석에게 물렸어. 이빨에 독이라도 있었는지 마비된 기분인데.
 
무기상:쯧, 물렸군. (고개 까닥) 맞아, 안 빼내면 넌 한 시간 내로 죽을 거다.
총 쓰는 걸 보니 전투엔 일가견이 있어 보이던데, 그럼 좀 참아라. (그러더니 바지 뒷주머니에서 냅다 단도를 꺼내 손목에 가져다댄다.)
 
이리저리 상처를 살피던 상인은 마리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손목을 검지로 톡톡 두드리더니, 손에 든 단도로 상처 부근의 살갗을 도려냅니다.
 
마리 H. 발렌시아:... 윽! (생경한 고통에 신음을 참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악문다.)
 
그리곤 상처 부분이 바닥을 향하게 돌리고는 강하게 압박합니다.
 
독의 영향인지 검붉다 못해 새까만 피가 뚝뚝 흘러나옵니다.
 
한참 상처를 압박하던 상인은, 피의 색이 다시 맑은 붉은색으로 변하고 나서야 손을 놔줍니다.
 
무기상:목숨 한 번 더 빚졌네, 그렇지?
 
방금까지 저려오던 손목에 다시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무기상:자ㅡ 총값에 목숨값까지 해서, 총 740라겔 되시겠습니다.
 
상인은 잠시 셈을 하더니 바로 값을 내놓습니다.
 
740 라겔이라니. 그건 빵과 감자 열두 포대에 고기 한 덩이까지 얹을 수 있는 돈입니다.
 
총알이 식량보다 더 많은 이곳에선 순바가지가 아닐 수 없군요.
 
게다가 지금 당장 마리의 수중에 든 돈은 고작 50라겔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것도 당신이 참모인 덕에 챙길 수 있는 것이었죠.
 
마리 H. 발렌시아:하아... ... (총값으로 치자면 지독한 바가지였지만, 제 목숨값은 고작 돈 따위로 셈할 수 없는 것이었다.) 좋아, 하지만 당장 내 수중에는 그만한 돈이 없어. 솔직히 평소에 그만한 돈을 들고 다니는 인간은 거의 없잖나?
 
무기상:그러면 어쩌잔 거야? 뭐 주머니에 든 걸 다 내놔서라도 값을 바꿔야 할 거 아냐. 내가 네 목숨을 지금 몇 번이나 살려줬는데 말야, 여기서 더 자원봉사를 하란 건 아니겠지?! (삿대질을 한다.) 돈 받기 전까진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테다!
 
어쩔 수 없군요. 순바가지지만 어쨌든 상인이 마리의 목숨을 구한 것도 맞고, 제2 캠프까지라도 그가 파는 총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제2 캠프까지 동행하고 마리의 무기를 찾으면서 캠프에 있는 군비로 지급하는 수밖에요.
 
마리 H. 발렌시아:(삿대질을 하건 말건 눈 하나 깜짝 않고선 팔짱을 낀다.) 당장 주머니에 든 걸 다 내놔도 그만큼은 안 될걸. 돈을 받고 싶다면 여기서 버티며 꼼짝 않는 게 아니라 날 따라와야 할 거야. 캠프까지 동행한다면 그곳에서 값을 치르지.
 
무기상:허. 만만찮네? (눈살을 찡그리며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불량하게 선다.) 나 덕에 두 번이나 살았으면 좀 더 굽실거리고, 좀 공손하게 굴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엉?
 
마리 H. 발렌시아:목숨을 구해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하지. 그 사례도 섭섭치 않게 할 테고. 그렇지만, 나는 혁명군의 대위, 마리 헤스터 발렌시아다. 물론 나라는 개인으로서도 타인에게 굽실거릴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내 스스로가 본인의 위치를 자각하고 있는 한 네게 그럴 일은 더더욱 없어. 기왕 오는 김에 좀 더 일찍 왔다면 이런 뻣뻣한 나 대신 네게 그렇게 굴어줄만한 녀석의 목숨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유감스럽게 됐군.
 
무기상:혁명군...? 대위...? 어디서 이렇게 재수없고 딱딱-한 놈이 굴러왔나 했더니... (코웃음을 친다.) 여긴 눈 깜박하면 방금까지 곁에 있던 인간이 시체로 나뒹구는 곳이야. (일순 시선이 당신의 군복 왼쪽 가슴팍에 새겨진 문장에 박힌다.) 개떼인 네놈이라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당신이 개떼의 일원임을 확인하자, 상인의 얼굴에 순간 흥미로운 표정이 스칩니다.
 
무기상:확실히 제대로 지불할 수 있는 거지? 네가 방금 네 입으로 대위라는 직책까지 꺼냈으니, 이미지 실추시키지 않으려면 값은 똑똑히 쳐야 할 거다. 대위란 직책까지 달고서 왜 두 명이 총 하나로 싸우고 있었는지는 당최 모르겠지만.
(어깨를 으쓱하고는) 난 아탈란테라고 한다. 자, 이거 받고 안내해. 지도는 갖고 있겠지?
 
통성명과 함께 마리에 손에 쥐어지는 단단한 총신은 사막의 작열하는 햇빛만큼이나 뜨겁기 짝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제2 캠프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삼십 분 정도만 걸으면 될 겁니다. 아까와 같은 치명적인 방해물만 아니면 말이죠.
 
마리 H. 발렌시아:지도는 물론 갖고 있어. 그럼 가지. (그대로 걸음을 옮기려다가, 아탈란테의 바이크 빤히 봄...) 저걸 두고 갈 수는 없을 텐데, 어쩔 건가?
 
아탈란테:당연히 타고 가야지. 내 갈 길 먼데 어느 세월에 너 따라서 걸어가고 있냐? 이 땡볕에.
 
아탈란테는 자신의 사륜구동 바이크에 시동을 걸며 뒷좌석을 흘깃합니다.
 
아탈란테:타라. (간-지)
 
...... 뭐, 은밀하게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한 것입니다만, 제2 캠프까지는 괜찮을 겁니다.
 
마리 H. 발렌시아:어휴... (고개 절레절레 내젓고는 주섬주섬 뒷자석에 탄다.)
 
아탈란테:허리 제대로 잡아. 모래구덩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처박혀서 고인 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킥킥댄다. 나름 농담이라고 던진 것임)
 
마리 H. 발렌시아:조언 고맙군. (허리 꽈아악 붙잡음.)
 
시동이 걸리더니 이내 배기통의 진동과 함께 마리가 감싼 아탈란테의 허리가 드르륵 떨려 옵니다.
 
그래요, 마리. 권터의 엉겨붙은 머리칼 아래로 떨어지는 붉은 모래알들일랑 모른 척합시다. 당신에게는 완수해야 할 임무가 있으니까요.
 
아탈란테:(뒷자리에 실은 루카의 시체를 흘끗 본다.) 저놈은 총도 없이 싸우다 뒈진 거냐?
 
마리 H. 발렌시아:총은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 갖고 있었지. 그러다 먼저 죽어서 내가 그 총을 대신 주워 쓴 거니까. ... 이래서 총 없이 이동하기 싫었는데. 마침 여러모로 운이 나빠 여건이 안 됐지 뭐야. 내 무기는 지금 수리를 위해 저기 제2 캠프에 있거든. (따라 루카의 시체에 힐끗 시선을 주다가, 다시 앞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탈란테:쯧... 운도 더럽게 없었나 보네. 하긴 여기선 멀쩡히 살아남는 놈들이 오히려 신기한 축에 속하니까. (건조한 모랫바람이 확 불어온다. 한 손을 들어 안대로 가려지지 않은 눈 위에 가져다대 시야를 확보한다.) 근데 대위씩이나 되면서 이동수단도 없이 걸어서 이동하냐? 개떼 상황이 어지간히 어려운가 보네.
 
마리 H. 발렌시아:그래도 이리 겨우 살아남은 걸 보면 운이 아주 없는 건 아닌 모양이지. 이번에 치료조차 못 하도록 아주 망가진 데도 없고. (불어오는 모랫바람이 눈 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눈을 슬쩍 감는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이동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다면 애초에 뭘 타고 이동하는 편이 나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후회해봤자 한참 늦었지.
 
아탈란테:그게 다~ 여기 주변 괴생엔 빠삭한 이 몸 덕분이었다는 걸 기억하라고. (호탕한 목소리로 허세를 부린다.) 개떼를 구해주게 될 줄은 몰랐단 말이지. 하도 신출귀몰하게 숨어다닌다고 정평이 나 있잖냐? 얼마 전만 해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던 정규군을 봤었는데 말야. 아주 망가지기 싫으면 앞으로도 목숨 간수 잘 해야겠네. 근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안 쫄리냐?
 
마리 H. 발렌시아:흠, 내게 그런 질문을 하기에는 무기상들도 만만찮게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나? 인간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살건 언제 그 어떤 이유로 죽을지도 모르는 존재잖아.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죽음이라면, 그 전까지의 삶을 조금이나마 더 의미있고 나은 방식으로 사용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서 정규군 간부직도 미련 없이 때려치우고 나와선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아탈란테:돈 벌어먹기엔 이 직업이 최고라고. 너흰 군비가 쪼달려서 빌빌대는 처지 아니냐? 난 무기 갖다팔아서 돈도 많이 버는데다 그걸 다 내 사비로 쓸 수 있지만 너흰 아니잖아. 정규군한테 쫓겨다니는 건 매한가지라지만 상황이 다르다고, 상황이. (휘유, 휘파람을 분다.) 삶을 의미있게? 참 복잡하게도 사는구만... ... 아니, 잠깐, 간부였다고? 이거 완전 스스로 복을 걷어찬 셈 아니냐? 나 참... 그 의미라는 게 뭐길래 생고생을 하는 거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마리 H. 발렌시아:개인이 부유하게 살기는 크게 어렵지 않아도, 조직을 돈 걱정 없이 운용하기는 극히 어려운 편이니까. 그래도 혁명을 혼자서 하는 건 불가능하잖나. (그놈의 돈 걱정, 제발 그만 하고 싶었다만 쉽게 그럴 수 있었다면 진작 그랬을 테지. 이 무기상에게서 바가지 쓴 금액을 군비에서 차출해 줄 것을 생각하니 또 머리가 아팠다.) 그때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호의호식하고 살았다만... 그럼에도 이 길을 택했다는 것을 들으면 다들 이해를 못 하더라고. 그런 반응은 차고 넘치도록 익숙하단 소리야. 대강 내가 노력해서 얻어낸 이득보다는 그 노력할 기회마저 받지 못한 이들이 입은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정도로 설명해 두지. 여전히 이해는 못 할 것 같다만.
 
아탈란테:그러니까 혁명 같은 거 안 하고 살면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겠냐 이거지. 아니, 나한텐 안 좋은 건가... 내가 파는 무기 사줄 놈들이 필요하니까. (이어지는 말을 듣다가, 당신의 예상대로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야. 대위쯤이나 돼서 그런지 말빨이 좋기는 한데. (킬킬 웃으며 핸들을 이리저리 돌린다.) 나 한 명 잘 살면 그걸로 된 거지 뭘 남들까지 신경쓰며 살아. 혁명가들은 기본적으로 오지랖이 넓다니까.
 
제2 캠프는 보급과 수색을 위한 캠프이기 때문에 사구들 사이 움푹 파인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산에 둘러싸여 숨겨져 있는 분지와 같기에 위치를 모르는 이들은 찾기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마리의 안내에 따라 바이크를 끌던 아탈란테의 운전 솜씨는 어땠냐면......
 
아탈란테:
자동차 운전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멀미로 아탈란테 등에 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 지경입니다.
 
정말 형편없군요. 아니, 일부러 구리게 운전하는 걸까요? 웩.
 
마리 H. 발렌시아:운전 똑바로 안 해 임마?! (토 쏠리는 얼굴...)
 
아탈란테:즐겨라~ 이것도 인생이야. (헛소리로 되돌려준다)
 
마리 H. 발렌시아:내가 네 등짝에다 토해도 즐길 수 있을지 한번 보자... (머리가 배로 아파짐...)
 
아탈란테:토하면 니 동료 시체랑 같이 버리고 간다. (협박투로 말하다가 급 중얼거린다.) 아, 안 돼지. 내 740라겔...
 
끼이이익. 멀미를 견디고 견디다 보면... 마침내 바이크가 제2캠프를 둘러싼 언덕에 멈춰섭니다.
 
자, 언덕 아래로 내려가서 마리의 총과 아탈란테에게 줄 돈을 찾읍시다.
 
마리 H. 발렌시아:(바이크에 내려, 멀미로 어지러운 머리를 몇 번 주무르곤 저벅저벅 걸어선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아탈란테:여기에 돈이 있는 거, 확실하겠지? (시동을 끄곤 주머니에 익숙하게 손을 찔러넣는다.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당신을 뒤따른다.)
 
그러나 뒤따라 걸어오는 아탈란테의 목소리에 대꾸하기도 전에 마리의 발 아래에 펼쳐진 것은,
 
시체들과 붉은 피가 모독처럼 고여 있는 모래구덩이입니다.
 
말 그대로 이건...... 처참하기 그지없는 광경입니다.
 
둘러싸인 사구 안에 숨어 있던 제2 캠프는 이제 혈흔이 낭자한 채로 버려져 있는 혁명군들이 묻힐 무덤에 불과합니다.
 
이건 분명 전투가 벌어진 현장이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습격당하고, 또 일방적으로 학살당한 뒤의 장면입니다.
 
제2캠프의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마리, <이성> 판정 (1/1d3)
 
마리 H. 발렌시아: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
 
아탈란테:뭐야. 왜 대답이 없어? (껄렁거리는 목소리를 높이며 당신 곁에 선다. 그제야 발 아래 펼쳐진 풍경을 마주하고는 표정이 굳었다.) ... 뭐냐, 이 꼬라지는.
 
마리 H. 발렌시아:... ... 이게, 무슨. (답지 않게 떨림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가 입 밖으로 맥없이 흘러나온다.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저 혈흔이 낭자한 모래구덩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이 지옥의 구덩이에서 볼 수 있는 건 단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살해당한 채로 쌓여 있는 전우들의 [시체더미]와 찢겨진 채로 난장판이 된 [보급품 막사].
 
마리 H. 발렌시아:(시체더미를 살핍니다.)
 
제2캠프에는 백여명의 혁명군이 보급을 담당하며 주둔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모조리 말살당한 채로 피로 엉겨붙은 모래산을 쌓고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겹쳐진 팔다리 사이로 보이는 얼굴들은 각각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만은 분명합니다.
 
모두 총에 사살되었으며 눈을 감지 못한 채로 죽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건 스캐빈저들 따위가 해낼 수 있는 살상력이 아닙니다.
 
마리 H. 발렌시아:(보급품 막사를 확인합니다.)
 
제2캠프에서 취급하는 보급품은 군대를 지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루고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무기입니다.
 
하지만 막사 안은 빈 상자들과 나무판자들만이 굴러다닐 뿐, 그 어떠한 무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리의 무기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행운>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기준치: 60/30/1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젠장! 정말 단 하나의 어떤 것도 흘리지 않고 모조리 쓸어갔습니다!
 
마리 H. 발렌시아:젠장... ...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괜히 굴러다니는 빈 상자를 퍽 걷어찬다.)
 
태양은 작열하고 모래바람에서는 피비린내가 나는 이 구덩이에서 마리는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 단 하나의 물음만이 중요할 것입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그리고 답은 하나뿐입니다.
 
"쉿."
 
순간적으로 마리의 입을 누군가가 틀어막습니다. 깜짝 놀라 돌아보면 아탈란테입니다.
 
아탈란테는 입을 틀어막은 채로 갑자기 마리를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가려 합니다.
 
마리 H. 발렌시아:(무슨 짓이지? 혹시나 싶어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저를 잡은 손은 뿌리치려 시도한다.)
 
<근력> 대항 판정
 
아탈란테: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마리 H. 발렌시아: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방심하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인 탓일까요. 마리는 아탈란테의 손아귀를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잘 당신의 몸을 바닥에 납작 밀어붙입니다.
 
아탈란테:가만있어라. 위쪽에서 발소리를 들었어.
 
아탈란테가 이전과는 다르게 목소리를 간지러울 정도로 낮춘 채로 중얼입니다.
 
<듣기>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탈란테의 말이 맞습니다. 잠시 멈춰 귀를 기울이니 사구 쪽에서 사박이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그것도 두 사람의 것이요.
 
아탈란테:숨어야 해. 몇이나 더 있을지 모른다.
 
아탈란테는 마리가 발소리를 감지한 듯하자 다급하게 속닥이면서 바로 마리를 끌고 시체더미 속을 비집고 들어가려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은 아탈란테의 말이 맞습니다.
 
마리 H. 발렌시아:(어쩔 수 없지. 순순히 이끌려 시체 더미 속에 숨는다.)
 
젠장! 아까까지의 피비린내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시체더미 속으로 들어간 마리의 위아래로 무겁고, 축축하고, 빳빳하며, 차가운, 죽은 가죽들이 짓누릅니다.
 
"오셨습니까, 충성."
 
"뒤처리 다 한 거지? 타깃은?"
 
"네. 말씀하신 중위를 고문해 봤으나 그곳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따라서 캠프 내 인원 전부 사살했습니다."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립니다.
 
전혀 죄책감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응당 해야 할 임무를 완수했을 때 느껴지는 결연한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입니다.
 
그중에서도 똑똑히 들리는 말은 '중위를 고문했다'는 말입니다.
 
제2캠프의 중위는 군내에서 얼마 남지 않은 중년의 베테랑으로 이전 전투에서 중대한 부상을 입고 최전방에서 물러나 보급을 담당했습니다.
 
말이 많지는 않지만 진중하고 또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 역시 전략과 전술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에게 조언을 받기도 했었지요.
 
<관찰력>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늘어진 팔다리들이 마리의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누구인지 보기가 어렵습니다.
 
분노와 허탈함 때문에 뵈는 게 없는 것일지도요.
 
대위: 수고했어. 철수해.
 
병사: 아, 그런데 대위님, 이상한 걸 발견했지 말입니다.
 
대위: 뭐?
 
병사: 저쪽 언덕에 웬 바이크 한 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조사해 보니 가방에 무기와 약 등이 있는 걸로 봐서 주인이 무기상인 것 같습니다만.
 
대위: 주인은 어떻게 됐지?
 
병사: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죽은 것 같습니다.
 
대위: 복귀하면서 그것도 회수해.
 
병사: 라져.
 
젠장! 보나마나 아탈란테의 바이크와 물건들입니다.
 
아탈란테:저 xxxx들이 뒤질라고... xx, xxx해서 xxxx해버릴 놈들...!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중얼거린다.)
 
오래지 않아 다시 두 발소리가 사박사박 멀어집니다.
 
발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한참을 시체더미 속에 있던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기척이 들리지 않고서야 핏구덩이를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탈란테:어쩔 거냐, 개떼! (승질을 내며 모래바닥을 팍 걷어찬다.)
지금 상품값은 둘째치고 내 바이크랑 무기까지 싹 뺏겼잖아. 저게 다 얼마인 줄 알아? 내 밥줄이라고, 밥줄!
 
마리 H. 발렌시아:(한동안 대답은 없었다. 그는 기계적인 손길로 엉겨붙은 피와 모래로 엉망이 된 채 헝클어진, 하나로 묶여 있던 길다란 곱슬 연보랏빛 머리카락을 대강 풀어냈다가 다시 묶는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처음에는 눈에 띌 정도로 덜덜 떨리던 손의 떨림이 차차 멎어든다. 그 나름의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행위였던 듯.) ... 애초에 그런 걸 잠시라도 지키는 이 없이 사막 한복판에 놔두고 돌아다니면 안 되지. 일이 이렇게 된 건 굉장히 유감이다만, 별 생각 없이 날 따라 내려온 행위는 경솔했어.
다만, 내게 요구할 것이 있다면 내 여력이 닿는 한에서는 최대한 이행하지. 네가 입은 손해를 다 메꿀 만큼은 못 되겠다만 그 이상은 어차피 내게 요구한다 해도 이뤄줄 도리가 없으니 의미없잖아?
 
아탈란테:하, 저 그지같은 정규군 놈들이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여기서 나타날 줄 내가 알았겠냐? 너는 알았고? 이 캠프의 놈들도 아무도 몰랐겠지. (쇳덩이에 코를 박은 듯한 피비린내에도 이미 적응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이곳에서는 잠시만 경계를 늦추어도 순식간에 모래구덩이 속의 썩어가는 해골이 되어버리니까. 당신의 말대로 섣부른 행동이었다. 허세와 혈기로 똘똘 뭉친 성격이 곧이곧대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였지만.)
(삐딱하니 선 채 타인의 피가 엉겨붙은 머리칼을 다시금 묶는 모습을 응시한다. 제 자켓에 묻은 모래들도 좀 탈탈 털어내고는, 이마 아래로 내려온 잔머리들을 쓸어넘기며 몸을 모로 돌린다.) 됐다, 됐어. 이렇게 된 판에 뭘 더 얻을 순 있겠냐. 오늘 손님 하나 제대로 잘못 얻어걸린 셈 치고 특별히 그냥 보내주마. 다신 만나지 말자고.
 
마리 H. 발렌시아:몰랐으니까 이 꼴이 난 거긴 하지. 이들도, 너도, 나도. (지독한 피비린내에 울렁이던 속이 조금씩 가라앉고, 흔들리던 이성이 서서히 원 상태를 찾아간다. 날뛰던 분노는 어느새 한계까지 꽉꽉 눌러담아져 고요하고 서느렇게 정제된 채 심장에 깊게 찔러 박혔다. 그의 하늘빛 시선은 어느새 너를 향했다.) 그래도 이걸로 아주 빈털털이가 된 건 아닌가봐? 그 점은 다행으로 생각한다만... 그래. 네 바람이 부디 이루어지길 바라지.
 
아탈란테:흥. 이 정도로 쫄딱 굶어 뒤질 만큼 놀지는 않았거든. 언제나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예비용 물건을 꿍쳐둬야 하는 법이지.
넌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가? (흘끗 보곤 손 흔든다) 잘 가라, 손놈.
 
아탈란테는 툴툴대며 머리를 헝클이고는 이내 자신의 산탄총과 함께 저 사막 너머로 사라집니다.
 
뭐 어쨌든 저 재수 없는 무기상일랑 잊고 다시 길을 나섭시다.
 
그는 당신에게 주었던 무기도 굳이 회수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자기보호 정도는 할 수 있겠네요
 
맘 같아서는 당장 제1캠프로 복귀하고 싶겠지만, 마리에게는 아직 미완의 명령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명령은 그 어떤 일에도 선행합니다. 심지어 마리의 목숨보다도요.
 
마리 H. 발렌시아:(옷에 달라붙은 피와 섞여 굳은 모래들을 대강 툭툭 털어내고선, 임무를 위해 가던 길을 마저 떠난다.)
 
앞으로 접선지까지 남은 시간은 약 세 시간 정도.
 
현재 시간은 오전 10:44.
 
괴생과 정규군 때문에 예상보다 늦어졌습니다. 걸음을 재촉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마리는 다시금 걷기 시작했습니다.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달렸던 병사처럼 그렇게 묵묵히 나아갔습니다.
 
물론 마리는 밀봉된 봉투와 수많은 비보만을 들고 있을 뿐입니다.
 
태양빛은 작열하고 몸은 지쳐 가지만 마리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기묘한 여정은 다시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까아아아악.
 
마리가 사막지대를 넘어 다시 평야에 들어서 거대 까마귀 괴생을 마주쳤을 때였습니다.
 
한눈에 봐도 괴생인 그 까마귀가 눈을 빛내며 마리의 눈을 쪼아버릴 듯 달려들었었죠.
 
그리고 그때 마리는 어떻게 했었더라?
 
마리 H. 발렌시아:아, 젠장. (총을 들고 괴생을 쏴버립니다.)
 
그래요. 얼마 남지 않은 총알을 계산하며 까마귀에게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죠.
 
그러던 그때,
 
탕!
 
묘하게 익숙한 격발음이 들려왔고,
 
끔찍한 비명을 뱉으며 쓰러진 괴생 너머에는 데자뷰처럼 무기상이 서 있었습니다.
 
아탈란테:총 하나 살 테... ... 뭐야. 또 네놈이냐?
 
마리 H. 발렌시아:... 뭐야, 또 넌가? (다신 만나지 말자고 한 게 언제라고... 황당한 낯을 한다.)
 
아탈란테:허 참.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찬다.) 괴생 홀리는 가루라도 흘리고 다니냐? 큰 맘 먹고 총 안 줬으면 그 어리바리한 놈처럼 될 뻔했네. (루카를 말하는 듯)
아무튼, 이번에야말로 다신 보지 말자고.
 
산탄총을 어깨에 기댄 채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던 무기상은 금방 짜증을 내며 다시 무어라 잔소리인지 일갈인지를 하고는 떠났습니다.
 
대체 뭐 이런 우연이 있담.
 
그렇게 잠깐의 평원을 지나서 371.524를 향해 또 다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초점을 잃은 권터의 파란 눈과 수많은 시체에서 내린 붉은 피들로 물든 모래알, 고문으로 너덜너덜해진 중위의 손가락이 스쳐갔지만 마리는 그래도 걸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한 걸음만 더.
 
마리의 의지는 이윽고 약한 방사능이 흐르는 비안전 지대에까지 이어졌습니다.
 
가방에 챙겨온 물건을 쓸 때네요.
 
마리 H. 발렌시아:(가방에서 방독면을 꺼내 씁니다.)
 
방독면을 쓰고 나아가고 있자면 모래는 더욱 깊어져 어느덧 마리의 무릎 위까지 옵니다.
 
매 걸음마다 고역입니다.
 
그러던 중 마리의 발에 무언가 턱 걸리는 느낌이 들 때였습니다.
 
<민첩>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순간 휘청이며 중심을 잃을 위기였지요.
 
그때, 어떤 손길이 마리를 단단히 붙잡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돌아보자 역시나 방독면을 쓴 어떤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그는 괜찮냐는 수신호를 보내면서 검지로 마리의 발 아래를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방독면도 없이 하얗게 질린 낯빛의 시체가 모래들 사이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이내 금방 다시 깊은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리네요.
 
조금만 늦었다면 당신도 저 시체 신세가 될 뻔했어요.
 
마리 H. 발렌시아:십 년 감수했네... (붙잡아준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듯 가볍게 고갯짓한다.)
 
마리를 구해 준 이는 경로가 같았는지, 비안전 지대가 끝나는 지점까지 마리와 동행했습니다.
 
그렇게 긴 길은 아니었지만 혼자인 것보다 썩 나쁘진 않았을지도요.
 
안전 지대에 들어서자마자 방독면을 벗은 두 사람은.......
 
아탈란테:야, 너...
왜 자꾸 따라다녀?!
 
익숙한 서로의 얼굴을 보고 또 경악하고야 말았습니다.
 
대체 이 무기팔이는 뭐길래 자꾸 마리와 마주치는 걸까요?
 
돈을 주기 전까지는 떨어지지 않는 악귀 같은 것일까요?
 
마리 H. 발렌시아:그건 내가 해야 할 말 같은데? 두 번까지도 쉽지 않은데, 세 번은 우연으로는 불가능한 수준 아닌가.
 
아탈란테:야, 내가 널 따라다닌단 소리야?! (삿대질) 웃기지 마라 진짜!!
 
아탈란테는 이제 질린다는 얼굴로 더 이상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려 떠나 버립니다.
 
구세계에서는 그런 말이 있었다지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이 상황을 인연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그렇게 사막 넘고 방사능 건너 도착한 곳은 접선지 부근.
 
시계를 보니 오후 1:58. 다행히 시간은 맞춰서 도착했군요.
 
좌표 지점으로 예상되는 곳에는 낡은 석조 건물이 있습니다.
 
원래 구세계에서는 3층 정도 높이의 집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위층은 거의 반파된 상태군요.
 
마리 H. 발렌시아:(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리가 건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건물 옆에 무언가가 서 있습니다.
 
잠시 그쪽에 시선을 두면 그건 다름 아닌...... 아탈란테의 바이크입니다!
 
이건 분명히 아까 정규군이 탈취했을 텐데? 이 근처에 정규군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혹시 접선지를 알고 벌써 정보원을 죽였다면 어떡하죠?
 
마리 H. 발렌시아:(총을 꺼내들고, 장전한 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조심스레 건물 안을 들여다본다.)
 
장전된 총을 든 채 건물로 진입합니다. 건물 안쪽에서 별다른 소리도 낌새도 없습니다.
 
자, 마리, 셋을 세면 들어갑시다. 3, 2, 1......
 
달칵.
 
문을 열고 들어간 마리를 반기는 것은 장전 소리와 함께 겨누어지는 총구,
 
아탈란테:거기 그대-로 멈춰서.
 
그리고 매서운 표정의 아탈란테입니다.
 
그러나 마리의 얼굴을 확인한 아탈란테의 표정은 금세 멀뚱멀뚱하니 풀리고... 그는 맥없이 총구를 내립니다.
 
아탈란테:뭐야.
... ... 네놈이 설마, 개구리인 거냐?
 
마리 H. 발렌시아:... ... 발가락? (말문이 막혀 그저 눈만... 깜빡임.)
 
개구리-발가락. 쪽지에 적혀 있던 암구호입니다.
 
세상에, 마리, 그렇게 하루 종일 찾아다니던 정보원을 드디어 만났습니다.
 
아니지, 만난 건 사실 한참 전입니다만......
 
마리가 암구호를 대자 아탈란테는 허탈하게 웃다가 미간을 팍 찡그리며 당신에게 장전을 푼 총구를 들이댑니다.
 
아탈란테:아니. 이 생고생을 했는데, 개떼에서 보낸 게 다른 놈도 아닌 하필 너였냐???
 
명백한 자조의 웃음이고 그 심정은 아마 마리도 동일할 겁니다!
 
잠시만. 그러면 밖에 세워진 그 바이크는 뭐죠?
 
마리 H. 발렌시아:어쩐지 길이 지나치게 겹치더라니... (한숨 푹 쉬고는.) 그런데 저 바이크는 뭐지? 아까 전에 정규군이 빼앗아간 거 아니였나?
 
아탈란테:사막에서 만났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무튼 서로가 서로를 따라간 건 맞는 셈이 됐군. (한숨 쉬며 이번에야말로 총을 탁 내려놓는다.)
아, 바이크 말이냐? 걷다 보니까 정규군 놈들이 쉬고 있는 거 아니겠냐. 그 옆에 내 바이크가 떡하니 세워져 있길래 순간 눈이 돌아가서 싹 다 죽이고 되찾았다. 운 좋게도 세 놈밖에 없더군... 그러게 누가 감히 이 아탈란테 님의 바이크를 탈취해가래? 흥.
 
마리 H. 발렌시아:거 참... 화끈하고 간도 크군. 바이크를 되찾은 건 다행이다만. (실로 어이없는 녀석을 보는 듯한 눈.) 혁명 같은 것엔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이더니, 용케 정보원 같은 걸 하고 그러네? 무기상 일만 해도 너 하나 여유롭게 먹고사는 데엔 충분할 텐데.
 
아탈란테:내가 내 물건 빼앗기고 가만히 짜질 놈으로 보이냐? (헹, 하며 재수없게 씩 웃는다.) 뭐, 어디까지나 흥미다, 흥미... 아니, 근데 정보원끼리 그런 걸 왜 물어? 비밀을 지키라고, 비밀을. (정보원이라기엔 정말 신뢰 안 가게 생긴 외모와 말투로 따발거린다)
 
마리 H. 발렌시아:원수 지면 두고두고 제대로 귀찮을 것 같은 녀석이라는 인상이긴 하지. (그리고, 그 웃음을 보고선 역시 재수없다고 생각한다.) 뭐... 됐다. 애초에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고, 요즘 세상에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기도 하고. (심드렁한 낯으로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래서, 약속한 캠프 위치는?
 
아탈란테:어, 그니까 원수 지는 일 없게 알아서 착 기어라. 니 사연은 어쩌다가 묻게 됐지만. 그땐 정보원인 걸 알았나. (킬킬 웃으며 대답한다.) 524.
 
524. 5구역, 그것도 3구역 경계 부근입니다.
 
아탈란테:나머지는 봉투 받은 다음에. 가져왔지? (손 내민다.)
 
마리 H. 발렌시아:내 사연이야 정규군 놈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건데... 그놈들도 알고 있는 걸 그 외 인간들에게 못 알려줄 거야 없지. (봉투를 꺼내, 내민 손 위에 척 얹어준다.)
 
마리가 지도를 건네자 아탈란테는 이를 펼쳐서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엽니다.
 
아탈란테:983.
 
524. 983.
 
축하합니다, 마리. 임무를 완료했습니다.
 
아탈란테:그러냐. (봉투를 자켓 주머니 안에 쓱 넣는다.) 어쨌건... 다신 엮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잘하면 앞으로도 꽤 자주 보겠다?
그때까지 죽지 마라. 좀 재밌어졌으니까, 언제 한 번 술이라도 같이 마시고 싶어졌거든.
 
마리 H. 발렌시아:내가 너랑? 술을? (그런 네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딱 보기에도 술버릇이 고약할 것 같아 그닥 내키지는 않는데, 오래 보며 정이 붙으면 한번 생각해 보지. 그러니 너도 그때까지 죽지 마라.
 
아탈란테:내가 죽을 것 같아? 내가 이 사막 휘젓고 다니면서 구른 지가 벌써 몇 년인데. (말에 기본적으로 허세기가 가득하지만, 모래밭을 능숙하게 헤치고 괴생을 단번에 죽이는 것을 보아 이것만큼은 사실인 듯하다.) 넌 무려 대위님이라고 했으니 혁명군 아무나 잡고 물으면 대충 소재 파악은 되겠지.
그럼. 그 언젠가에 다시 만나자고. (총을 대충 걸머지고는 건물을 나선다. 바이크 시동을 거는 소리가 요란하다.)
 
마리 H. 발렌시아:그러지, 아탈란테. (고개를 슬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처음으로 부르는 네 이름과 함께.) 조심히 잘 가라, 괜히 방심했다가 그 바이크 또 뺏기지 말고?
 
아탈란테:다신 안 뺏길 테니까 쓸데없는 가정은 붙들어둬라~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린다.) 잘 가라, 마리!
 
바이크가 커다란 배기음을 내며 멀어져갑니다.
 
임무는 완료했으니, 이제 당신도 되돌아갈 시간입니다.
 
END. 개구리 발가락
 
아탈란테 생존, 마리 생존
 
.
 
.
 
.
 
[Epilogue] 318. 200 시체
 
제1캠프로 복귀하는 길은 몹시 쉬웠습니다.
 
언제 그 고생을 하며 왔냐는 듯, 괴생도 정규군도 내리쬐는 뙤약볕도 없었습니다.
 
폐건물 앞에서 헤어진 아탈란테도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았고요.
 
그렇게 제1캠프 근처 평야에까지 도달했을 때, 마리 앞에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땅 위에 널브러진 시체가 한 구 보입니다.
 
파리가 윙윙거리는 것을 보아 죽은지는 좀 된 것 같은데, 이곳은 안전 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방독면을 쓰고 죽어 있습니다.
 
특이하네요. 게다가 옷을 보아하니 군인이 아닙니다.
 
3구역은 민간인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곳입니다. 목숨을 무릅쓴 무기상이나 스캐빈저가 아닌 이상 말이죠.
 
게다가 근처에 휘말릴 만한 대규모 전투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리만치 시체가 들판 한가운데에 덜렁 있습니다.
 
대체 누구일까요? 설마?
 
마리 H. 발렌시아:(가까이 다가가 시체를 확인해봅니다.)
 
그냥 보기에는 눈에 띄는 점이 없습니다. 방독면을 벗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리 H. 발렌시아:(방독면을 벗겨봅니다.)
 
마리가 방독면을 벗기자 그곳에는 역시나 눈을 감지 못한 채 빳빳하게 굳어 죽어 있는 남자가 있습니다.
 
아는 얼굴은 아닙니다만.......
 
<관찰력>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다시!!
 
마리 H. 발렌시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심장 쪽에 총상을 입고 죽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 마리의 눈에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굳게 다물린 입술 사이로 무언가가 삐져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입을 벌려 꺼내어 봐야 할 것 같네요.
 
마리 H. 발렌시아:(그게 뭔지 입을 벌려 꺼내봅니다.)
 
<근력> 판정
 
마리 H. 발렌시아: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 다시.)
 
다시가자고
 
마리 H. 발렌시아: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좋아.
 
사후경직이 일어난 시체의 입을 벌리는 건 상당히 고생스러운 일이었습니다만, 겨우 입안에 든 것을 빼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굳게 다물린 시체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반쯤 부식되어 찢기고 없는 [종잇조각]입니다.
 
마리 H. 발렌시아:(종잇조각을 살핍니다.)
 
간신히 남은 종잇조각에 적혀 있는 것은 익숙한 필체의......
 
...
 
빌어먹을.
 
이 시체가 바로 마리가 만났어야 했던 정보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