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실링 펜들레엄:이걸 꺾는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줄기에 가시가 적어 보이는 것으로 골라 조심스럽게 꺾어본다.)
소리 없이 한 송이의 목을 꺾자,
불타는 광경처럼, 떨어지는 노을처럼, 고인 피처럼 붉기만 하던 꽃송이 사이로 틈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철창의 틈새로... ...
아실링은 상대와 눈이 마주칩니다.
제멋대로 풀어헤쳐진 주황빛의 긴 굽슬머리가 바람결에 나부낍니다.
풍성한 속눈썹 아래에서 투명하게 비치는 분홍빛 눈동자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가만히 다물린 입술, 빚은 것처럼 매끈한 피부.
람피온의 저택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아이는 놀란 건지, 당황한 건지 눈만 깜빡이더니 천천히 철창 근처로 다가옵니다.
그리곤,
???:(마치 햇살을 찬란히 반사해내는 유리조각마냥 여리고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어딘지 공허한 음색이었다.) 이 저택에서 잃어버린 게 있어요.
속삭입니다.
철창을 거머쥐는 손가락은 무척 부드러워 보입니다.
때마침 아실링은 손가락 끝에서 따끔한 감각을 느낍니다.
장미 가시에 찔린 탓에 핏방울이 맺혔거든요.
상대는 잠깐 상처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아실링을 바라봅니다.
???:중요한 거예요. ... 꼭 찾아서 돌아가야 해요.
<지능>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근처에 민가가 있었던 걸까요? 어쩌면, 도망가거나 도움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마틸다:여기가 맞냐고, 어서 찾으러 가자고 그랬어!
마틸다의 목소리가 어렴풋 기억을 스칩니다.
이 아이의 이야기였던 걸까요?
???:... ... 문을 열어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내가 뭘 어떻게..? (놀라서 벌어진 입 사이로 생각하던 것이 말로 흘러 나왔다. 이걸? 철장을 본다. 어린애 힘으로 이것을 열 수 있을 리가 없다.)
철창으로 향했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방금 꺾은 람피온으로 떨어집니다.
눈길이 닿는 곳에는 아실링이 꺾은 람피온이 있습니다.
아니, 분명히 람피온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손아귀에 놓인 것은검은 열쇠입니다.
드문드문 녹색으로 빛나는 열쇠는 장미의 가지를 깎아 만든 듯 정교하고 날카롭습니다.
끝에 매달린 람피온의 꽃송이가, 이것이 원래 장미였음을 증명합니다.
<이성> 판정 (0/1)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아실링 펜들레엄:(열어도 괜찮은 것인가 하고 고민하던 것도 잠시. 들고 있던 키로 열쇠로 철장을 연다. 이상한 일투성이인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열쇠를 꽂아넣자 철창은 스르륵 열립니다.
철창을 열어주면 아이는 성큼 문안으로 들어옵니다.
한 손에는 등롱이 들렸고, 옷차림은 온통 흰색입니다.
아무리 봐도 람피온은 아닙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문을 열어주고 난 뒤,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힐끔힐끔 앞에 애를 쳐다보다가 손을 뻗어 다시 철장을 닫는다.) 유령은 아닐 테고.. (유령 아니지?)
???:(닫히는 철창을 흘끔 바라보았다가 무심히 시선을 돌려 눈 앞의 당신을 마주본다. 끔뻑, 끔뻑... 커다란 분홍빛 눈이 두어 번 감겼다 뜨이고, 느릿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감사해요. ... 제가 유령이냐고 물으시는 건가요?
저는미뉴에트예요. (그저 그렇게만 말한다.)
아실링 펜들레엄:미뉴에트? (뭐라고 더 말하려다가 포기한다. 유령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은 건지 긴장이 살짝 풀어졌다.) 뭘 잃어버렸다는 건지..
미뉴에트: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 가장 뜨겁고 강렬한 것. 가장 끔찍하고 흥미로운 것... (추상적이고 모호한 설명이 이어진다.) ... ... 그런 게 뭔지 알고 계세요?
아실링 펜들레엄:수수께끼 놀이도 아니고.. (뭘 말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눈썹 한쪽을 쓱 올린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는 기억하고..?
미뉴에트:모르겠어요.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제가 누구인지도, 이름이 무엇인지도, 그리고 어쩌다 잃어버리게 되었는지도...
... ... 철창을 열어주신 착한 분은 성함이 무엇인가요?
아실링 펜들레엄:잃어버렸다는 게 기억이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 가장 뜨겁고 강렬한 것. 가장 끔찍하고 흥미로운 것. 기억이랑 연관해서 생각해 보면 제법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다가 갑작스러운 네 질문에 생각하던 것이 끊긴다.) ... 아실링. 아실링 펜들레엄.
미뉴에트:기억은 아니예요.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요. (고개를 살래 저었다. 그리곤 당신이 들려준 이름을 작게 발음해본다.) 아실링, 펜들레엄... 참 예쁜 이름이네요.
이곳에 오면 저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 아마, 당신이었나 봐요.
아실링 펜들레엄:(잃어버린 게 기억이 아니라고 해서 다행이라는 얼굴. 그것은 자신이 찾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찾기 쉬워졌긴 한데.. 어? (예쁜 이름이라는 말에 1차로 놀라고, 뒤이어 네가 한 말에 2차로 놀란다. 자신을 부드럽게 대하는 말투며 목소리가 평소에 자주 들어본 것이 아니라 어색하기만 한다.) 이, 이상한 얘기는 하지 말고. ... 빨리 찾아야 해?
미뉴에트:(의아하단 듯한 반응에 따라 의문이 생겼는지 고개를 또 반대로 갸우뚱한다.) 예쁜 이름이라는 말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하지만 정말 그렇게 느꼈는데... 은색 머리칼도, 짙푸른 눈도, 옅은 피부도 다 예뻐요, 아실링.
음... 빨리 찾아야 하는지까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너무 오래 지체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등롱을 든 손으로 입가를 만지작거린다.) 제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어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실링은 금세 이상함을 눈치챌지도 모릅니다.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곳에선 잃어버릴 수 없습니다. 잃어버린 것의 이름을 모를 수도 없습니다.
미뉴에트는 자신도 모르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 잃어버린 것을 함께 찾아준다.
▶ 선생님에게 미뉴에트의 존재를 알린다.
아실링 펜들레엄:(선생님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다 말한 뒤 도움을 청하는 것보다는 둘이서 몰래 찾는 것이 더 쉽고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후자를 택한다.) 조용히 남한테 안 들키고 행동할 수 있지...? 아니면 같이 못 찾는데..
미뉴에트:(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갖다대며 쉿, 제스처를 취한다.) 잃어버린 걸 찾지 못하면 돌아갈 수 없으니까... 저, 열심히 조용할게요. (뭔가 말이 이상함) 아실링은 잘하시나요? 조용히 행동하는 것이요.
아실링 펜들레엄:(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지만. 일단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려는 것 같아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보통 사람 정도이지 않을까...? (사실 잘 모른다. 남하고 비교한 적이 없어서.)
미뉴에트: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시나요? 저도 물론 모르는 게 많지만... 음, 그래도 궁금한 것도 많은 것 같아요. 맨 처음에는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했고, 그 다음에는 문을 열어준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이 저택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제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을지도요. (하나씩 꼽아가며 말한다. 내내, 아이답지 않은 차분하고 느릿한 어조다.) 알고 계신 게 있다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실링.
아실링 펜들레엄:이곳에 들어온 적이 없다는 말로 들리네. (외부인을 안으로 들어오게 한 것에 뒤늦게 걱정을 해다가,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빠르게 생각 정리를 해버린다.) 이곳에 대해서는 대충 얘기해 줄 수는 있지만.. 아니지. 대충이라고 하기에는 나도 잘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머쓱한지 목덜미를 살짝 가리는 뒷머리를 만지작거린다. 자신을 향한 의문에 대해서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뭔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점점 말려드는 것 같다며 멩했던 얼굴에 힘을 줘본다.) 람피온이 뭔지는 알아? 능력같은건? 뭔가를 얼리는.. 그런거.
미뉴에트:이곳에는 처음 들어와보거든요. 그간 아무도 들어와도 된다며 허락해주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는 동작 하나에도 호기심이 어린 눈빛이 좇아다닌다.) 아는 게 별로 없으신가요?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셨어요? 그래도 저보다는 많이 알고 계신걸요. 람피온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능력도... 특별한 능력을 쓸 줄 아세요, 아실링? (꼭 보여줬으면 하는 것처럼 두 손을 입가에 모은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렇겠지. 아무도 열어주거나 들여보내주지 않았겠지. 근데 그걸 내가 들여보내줬네. 같은 생각들을 줄줄 이이어하다가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건지 기억이 되돌아본다. 기억을 집어본 끝에 이유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눈앞에 애의 얼굴이 너무 예뻐서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나갔다-라는 것. 자신이 낸 결론이지만 어딘가 허점이 많은 것 같다며 안 그래도 피곤 가득한 얼굴에 그림자가 더 졌다.) 람피온은.. 저 장미의 품종이기도 하고, 나 같은 능력을 쓰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해. (장미 한 송이에 손을 뻗더니 그대로 능력을 써 꽃 부분을 순식간에 얼려버린다.) 대충 이런 거.. (이어서 오는 찡한 두통에 잠시 인상 찌푸린다.)
미뉴에트:(아무 말도 없이 저를 빠안히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기는 것도 같고, 또 한순간에 그림자가 지기도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아실링은 생각이 많으시군요? 뭘 떠올리고 계신 건지 말로 해주지 않으셔서 잘 모르겠어요. 표정이 어두워지셔서 조금 걱정이 되는데... 제가 무언가 잘못한 걸까요? (눈치를 보듯 조심스레 물어봤다가) 장미를 부르는 동시에 아실링의 명칭이기도 한가요? 음... 제가 미뉴에트인 것과 비슷한 걸까요. (장미가 얼어버리자 그렇잖아도 큰 눈이 더더욱 휘둥그레진다. 차게 언 장미와 당신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와아, 너무 멋있어요...! 그런데, 어디 아프세요...? 표정이...
아실링 펜들레엄:아.. 원래 말이 없어서. (스스로는 지금 말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야 이곳에 와서 한 사람하고 이야기를 길게 얘기한 적이 없었으니까. 늘 자신이 먼저 피하거나, 상대가 말이 적은 자신을 피하곤 해 대화는 매우 짧았다.) 대화가 불편해도.. 어..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엄청 노력하는 거다.)
그럼 너도 원래 이름.. 같은 게 있어? (뭐일지 상상해 본다. 주위에서 들어본 예쁜 이름들을 한 번씩 붙여본다. 분명 이름도 엄청 예쁘겠지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자 두통이 좀 사라지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런 능력을 쓰면 약간.. 아파. 심한 건 아니고. 다들 이래.
미뉴에트:꼭 말이 많은 게 좋은 건 아니겠죠. 제가 혹시나 아실링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걸까 걱정이 되어 여쭤봤어요. (납득하듯이 고개 끄덕인다.) 불편하지는 않아요! 괜찮아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저는 미뉴에트지만 이게 이름은 아니거든요. 원래는 이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실링의 이름처럼 예쁜 이름이었을까요? 제가 원하는 걸 찾다 보면, 기억도 자연스럽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제 옷자락을 만지작거린다.) 그럼 저택에 있는 다른 람피온이라는 분들도 다들 능력을 쓸 줄 아시는 건가요? 멋지지만, 아픔이 따라온다니 힘드시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이상한 걱정을 했네. (아무렇지도 않게 툭 말을 던진다. 악의를 담은 말은 아니었으나 사람에 따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네 표정을 살핀다.) 그러니까 내 말은.. 너 때문에 불편해질 일은 없다고. (...)
그런 거면 빨리 찾아야겠네. 분명 예쁜 이름일 텐데, 기억 못 하면 아쉽잖아. (자신의 이름과 비교도 하지 못할 예쁜 이름일 것이 분명하다며 확신이 가득해졌다.) 개인마다 다 달라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아.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니야.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 어떻게 찾을 건지 더 고민해야 할걸..?
미뉴에트:(툭 던져지는 말에 당신의 예상대로 조금 놀란 티가 나다가, 금세 안심해서 배시시 웃는다.) 아무래도 익숙지 못한 공간인지라 절로 걱정이 늘었어요. 하지만 아실링은 정말 마음이 예쁘시군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저도 안심이 되어요. 아실링이 제 이름을 찾아주실 거라고 믿을게요.
그래도 아픈 건 좋은 게 아니니까요... (얼어붙은 장미 꽃잎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성에가 어린 모양이 예뻐서 여러 번 보고 싶었는데... 섣불리 말씀드리지 않기를 잘했어요. (등롱을 고쳐든다) 그러면, 일단은 저택 안쪽으로 들어가볼까요? 저 안쪽엔 무엇이 있을지 무척 궁금해요.
아실링 펜들레엄:(계속 이어지는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말투에 움찔거리다가 시선을 홱 피한다. 이렇게 구는 사람은 아직까지 상대하기 어려워 평소에 안 보이던 행동이 툭툭 나왔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같이 찾는 거니까.
(예쁘다고 말한 것에는 공감하지 못했는지 별다른 대답 없이 넘어갔다. 얼어봤자 거기서 거기, 관찰할 생각도 일도 없어서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럼 일단 안으로 들어가는 걸로.. (먼저 앞장서서 저택 쪽으로 걸어간다.)
미뉴에트:그렇지만 아실링이 친절하셔서 저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어요. (생글생글 웃으며 당신을 따라간다. 온갖 세상이 새로운 것들 천지라, 고개가 바삐 돌아간다.)
미뉴에트는 잃어버린 것을 찾지 못하면 돌아갈 수 없다고, 상당히 곤란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나 선생님에게 들키면 쫓겨날 수밖에 없겠죠.
<듣기> 판정으로 복도에 아이들이 없는지 알아봅시다.
아실링 펜들레엄: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제 막 수업에 들어가는 중인지, 계단으로 와르르 올라가는 소리가 나네요.
소리가 조금 잦아들면 당신도 계단을 통해 개인실로 돌아갑시다.
아실링 펜들레엄:(발소리를 최대한 줄여 천천히 이동해 개인실로 간다. 혼자 쓰는 방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숨 섞인 웃음을 픽 내뱉는다.)
미뉴에트:(당신을 따라 살금살금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두 사람은 무사히 아실링의 개인실 안으로 들어옵니다.
<지능>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미뉴에트의 흰옷이 눈에 띕니다. 아실링의 교복을 빌려주는 게 어떨까요?
다 비슷비슷한 또래이니 교복을 입히면 한동안은 눈속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옷장 문을 열더니 제 교복을 꺼내서 네게 건네준다.) 그.. 이거 입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아서. (편하게 입으라고 뒤돈다.)
미뉴에트:(뭔지도 모르고 일단 손 뻗어서 받는다.) 아, 이건... 아실링과 같은 옷이네요? 무언가 의미가 있나요? 이걸 입으면 좀 더 특별해지는 걸까요?
아실링 펜들레엄:특별..? (고개 절레절레 저으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속임이야. 여기 있는 애들은 다 이런 옷을 입고 있으니까.. 너도 여기 애들처럼 보일 수 있게.. 응.
미뉴에트:아하... 람피온들은 전부 같은 옷을 입는군요? 하나의 규칙인 걸까요? (당신의 뒷모습을 살짝 보더니 조심스레 흰 원피스를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체구가 비슷해 품이 딱 맞았다. 치마자락을 톡톡 펴 정리하고는) 다 됐어요, 아실링. 어떤가요?
아실링 펜들레엄:규칙이지..? 이 옷은 보통 애들이랑 구분할 수 있는 거니까. (다 입었다는 말에 천천히 몸 돌렸다가 고개 기울인다.) 내가 입던 옷이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이 입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난다며 뜬금없는 의심을 품는다.) 아, 깜빡하고 얘기를 안 했네.. ... 잘 어울려. 예쁘고. .. 완전히 여기 애처럼 보일 거야.
미뉴에트:저, 예쁜가요? (치맛자락을 손끝으로 살짝 들어보이며 배시시 웃는다.) 왜요? 아실링에게도 잘 어울리는데요. 이렇게 같은 옷을 입으니 기분이 좋아요.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요.
아실링 펜들레엄:... 예뻐. 엄청. (건성으로 대답한다는 오해를 생길 수도 있는 짧은 대답이었지만, 나름 힘들게 표현한 진심이었다. 남한테, 그것도 오늘 처음 본 애한테 예쁘고 잘 어울린다는 진심을 전하는 것이 묘하게 부끄러울 줄이야. 오늘 유독 이상한 일이 많은 건지, 아님 자신이 이상해진 건지 나중에 진지한 고민을 해야겠다며 좀 전의 생각을 머리 한쪽에 밀어둔다. 일단은 찾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뭐.. 마음대로 생각해. (조금 더 부끄러워졌다. 여전히 의문 가득.)
미뉴에트:정말요-? (꺄르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도 놀랐는지 손가락으로 제 입가를 만지작거린다.) 아실링이 예쁘다고 해주시니 신기한 감정이 들어요. 들뜨고, 가슴에 나비가 날아와 날갯짓을 하는 것 같고, 꽃잎이 막 흩뿌려지는 것 같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마치 그전에는 감정을 알지 못했던 사람마냥 말한다.) 아실링 덕분이에요. 감사해요. 그리고... 아실링도 아주아주 예쁘세요. 처음 봤을 때부터 아름다우시다고 생각했어요. 무뚝뚝하고 차가운 분위기셔서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었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르네요. 아실링이 제 요청을 들어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리 이야기를 나누지도, 옷을 빌려입지도 못했겠지요?
아실링 펜들레엄:(살면서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일이 있었나? 기분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좋아 죽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다 어색하고 간질거리는 것들 투성이라 어린 나이임에도 약간 거친 느낌이 있는 입술을 꾹 깨문다. 뭐 이렇게 말을 하는 애가 다 있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을 속으로만 열심히 외쳐댄 것이 수십 번째. 이 상황에 적절하게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입만 벌린 체 머뭇거리다가 옆에 있던 모자를 네 머리에 씌운다.) 그렇게 얘기해도 더 열심히 도와주지는 않으니까. ... 빨리 가자..! (얼굴 새빨개짐)
미뉴에트:으응~? 열심히 도와달라고 꺼낸 말은 아니었는데요. (순진하게 모자 씌워짐) 떠오르는 말들을 했을 뿐이에요. 솔직하게요. 아실링과 함께라면 왠지 앞으로도 계속 이런 감정이 느껴질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거든요. (당신의 곤란해하는 모습에 한 차례 더 꺄르르 웃는다.) 뺨이 새빨개졌어요, 아실링. 부끄러우신가요? (아직 뭘 몰라서 그런지 지나치게 솔직한 질문... 그러면서 함께 개인실을 나선다.)
람피온의 저택은 총 3층으로, 1층은 생활 공간, 2층은 개인 공간, 3층은 교육 공간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식당부터 가본다! 뭔가 남은 간식이 있으면 좀 먹어두고 기운을 차릴 셈)
식당은 아까 본 그대로네요! 식사가 끝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주방으로 이어지는 문은 꽁꽁 잠겨 있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한 걸까요? ㅠ_ㅠ
다른 곳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문고리 몇 번 잡아당겼다가 빠르게 포기하고는 아쉬워하는 발걸음으로 거실로 향한다.)
천장에는 낡은 샹들리에가 걸려있고, 푹 꺼진 [소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수업을 들으러 간 건지 보이지 않습니다. 테이블은 잔뜩 어질러졌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이것도 푹신푹신하려나? 소파 구경하면서 손가락으로 쿡쿡 눌러본다.)
짙은 청동색의 가죽 소파는 가로가 아주 길고 푹신푹신합니다. 4칸짜리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보는 눈도 오늘 처음 만난 사람 말고는 없겠다. 소파에 대자로 누웠다가 어질러진 테이블 살펴보러 일어난다. 누군가 깜빡하고 놓고 간 사탕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나 한다.)
(푹신했던 감촉이 좋은지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자리들을 손으로 꾹꾹 눌러본다.)
꾹꾹 눌러보면 푹 꺼진 생김새와 달리 꽤 푹신푹신합니다.
앉으니 한숨 자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장식장이 정면으로 보입니다. 아기자기한 장난감들이 들어있네요.
그런데... 세 번째 칸만은 왜인지 딱딱한 것이 걸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응? 딱딱하게 걸린 것을 꺼내본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종이 상자]입니다.
먼지를 뒤집어쓴 데다 소파에 깔려있던 탓에 형편없이 구겨졌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이런 걸 누가 숨겨둔 건지.. (보물 찾기 용인가 싶었는지 상자를 바로 열어본다.)
미뉴에트:많이 낡고 구겨졌네요. 보물상자 같은 걸까요~? (옆에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들여다본다)
상자의 안에는 [쪽지]와 [유리병]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보물 상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데.. (쪽지부터 펴본다.)
꼬깃꼬깃 딱지 모양으로 접어둔 쪽지. 누렇게 색이 바란데다 잉크가 번졌습니다.
<모국어>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언어(모국어)
기준치:
20/10/4
굴림:
30
판정결과:
실패
:‘에밀리, 엄마는 항상 네가 걱정이란다. ■이 많이 난다고 편지를 받았어. 병문■을 가고 싶었는데 ■ 된다는구나. Rose는 람■온의 ■■ 행사라며 ■■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역시 걱■이 돼. 부디 ■■■ ■■ 어서 나으렴.’
군데군데 번진 글씨가 읽기 어렵습니다.
미뉴에트:하지만 이 상자의 주인은 나름대로 소중히 보관해둔 것 같은데요. 이 유리병도 그렇구요. (병을 두 손으로 들어올린다.) 편지를 모아둔 것 같아요.
코르크 마개로 닫아둔 유리병은 양손으로 다 쥐기 힘들 정도입니다.
사탕 껍질과 예쁜 리본, 엄마에게서 온 편지가 몇 개 더 들어있습니다.
병에는 에밀리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직접 쓴 것인지 엄마의 글씨체와 달리 어린 티가 나는군요.
<자료조사>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한 번 더 해볼까?!
아실링 펜들레엄:(정신차리고! 볼 챱챱 해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편지는 대체로 에밀리를 걱정하거나, 그리워하는 글줄로 가득합니다.
19살, 에밀리가 졸업하기 직전까지 계속됩니다. 그 이후로는 뚝 끊겨 있습니다.
<지능>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편지를 날짜 순서대로 배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편지도 대화가 이어진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답장을 받지 못한 것처럼요.
이상하다. 분명히,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었는데…….
께름칙합니다.
에밀리는 분명히 부모와 사이가 좋았고, 사소한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둘 정도로 다정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것들을 전부 소파 아래에 숨겨두고 떠났을까요?
그저, 잊어버렸기 때문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께름칙하긴 하지만 전에 여기 있던 사람인가 보다~ 하면서 상자에 다시 넣어둔다.)
(테이블로 가서 위에 있는 것들 정리한다.)
낮은 나무 테이블에는 유리를 씌웠습니다.
사이에 [신문 스크랩] 따위가 얼기설기 끼워져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더미]가 쌓여있고, 색연필이 굴러다닙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신문 스크랩한 것을 본다. 이런 것을 어린애들이 할 것 같지는 않고. 선생님들이 한 건가?)
람피온의 기사를 스크랩한 것입니다. 1952년, 1957년, 그리고 1987년.
:1952년
능력자 인권 보호 단체(Rose, Under the rose) 설립을 알리는 짧은 기사와 인권문의 일부 내용이 발췌되어있습니다. 돌연변이를 능력자라고 명칭하고,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자는…… 그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단 내용입니다.
1954년
담장을 붉은 장미가 가득히 둘러싼 저택을 담은 사진과 함께 초능력자들을 위한 학원이 드디어 설립되었다는, 좋은 소식을 담은 글입니다. 람피온의 저택이 처음 공개된 기사기도 합니다. 흐릿한 흑백 사진 속 장미가 유난히 도드라집니다.
:1987년
일주일 전의 기사군요! 람피온의 저택의 입학식이 열렸다는 소식이 담겨 있습니다. 람피온이 저택에 분리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므로 이제 연례행사 취급을 받습니다.
이번 아이들은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아이들을 사지로 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저택이 과연 공존을 위한 것인가?
날카로운 의문이 적혀있습니다만, 아무도 해결하지 않을 문제입니다.
기사를 읽느라 테이블에 기대면, 유리가 조금 미끄러집니다.
그리고 다른 기사들 아래 묻혀있던 신문 조각이 밀려 나옵니다.
<손놀림>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조심조심, 종이를 빼내자 온전한 모양새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음, 퍽 오래된 모양입니다. 글씨가 휘발되어 온전히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1941년도의 신문입니다.릭 호수근처의 커다란 숲이 커다란 산불로 완전히 전소되었다는군요. 일주일 가까이 불이 꺼지지 않아 소방대원들이 퍽 고생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근처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고, 산짐승들과 수목의 피해도 천문학적인 수를 기록했던 대형 화재입니다. 인명 피해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숲이 흔적도 남지 않아 시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하거든요.
미뉴에트:릭 호수...? (마찬가지로 맹~ 하게 되풀이한다.) 잘 모르겠어요. 처음 들어보는 곳인걸요.
(작은 손으로 당신이 봤던 신문을 잡고 열심히 읽고 있었다. 돌연변이 등의 단어나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는 논조가 꽤 인상깊었던 모양이다.) 이 저택... 별로 좋은 곳이 아닌 걸까요? 하지만 이렇게 크고, 푹신푹신한 소파도 있고, 따뜻한 곳인데...?
아실링 펜들레엄:좋게 포장해 두는 것일 수도 있지. (자신 같은 상황도 아닌 일반적인 애들을 가족에게서 강제로 떨어뜨리는 곳이 좋은 곳일 리가 없다며 힘 빠지는 소리를 낸다.) 잡아먹기 위해서 키우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일단은 다행인가?
(릭 호수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 없나 머리 굴려본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릭 호수는 위스콘신주 북부 중앙에 있는 호수였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람피온의 저택과 릭 호수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는 모르겠네요.
미뉴에트:잡아먹는다니... 너무 무서운 말이에요! (어깨를 움츠린다.) 이 신문을 보면 생존권을 보장하고 교육을 가르치기 위한 곳 같은데... 생존권이 무슨 말일까요? 잘 모르겠지만요. (어려서 그런지 아직 어려운 단어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쁜 곳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아실링이 앞으로도 지낼 곳이잖아요.
아실링 펜들레엄:뭘 그런 거 가지고 무서워해. 유령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러고 보면 유령의 눈은 분홍색이라고 했어. 그것도 사람의 피를 머금은. (놀란 고양이처럼 어깨를 움츠리는 너를 보고 절대로 유령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는 픽 웃는다.) 의식주처럼 생활에 있어서 필요하고 당연하게 주어져야 하는 권리 같은 거야. .. 아마? (맹)
(종이 더미들 본다.)
미뉴에트:유령이 있다구요...? (눈이 커진다.) 사람의... 피를?! 하, 하지만 제 눈도 분홍색인데... 하지만 제 눈은 피를 머금거나, 그런 무서운 일을 하진 않았어요! (잔뜩 쫄아서 두 무릎을 둥글게 모은다.) 아실링은... 유령이라는 말이 전혀 무섭지 않으신가 봐요. 아무렇지 않아 보이세요.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것은 스케치북의 낱장입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실컷 그리다 간 모양입니다.
누군가는 울새를, 누군가는 사람을, 누군가는 유령을, 또 누군가는 선생님을 그렸습니다. 장미를 그린 아이는 없군요.
아실링 펜들레엄:응.. 절대로 유령처럼 안 보여.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최대한 부드러운 투로 얘기하다가 유령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는다.) 여기에도 유령 그림이 있네. 몽타주.. 같은 건가?
미뉴에트:이 저택, 실은 유령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요? 왜 여기도 저기도 다 유령인 거죠...? (안 보인다는 말에도 안심이 덜 됐는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종알거린다.)
<관찰력>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유령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곰곰..) 아니지.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같이 능력 쓰는 애들도 있는데, 유령이 없을 리가. 유령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애도 있을 것 같고. (유령 같은 거 하나도 안 무섭고 오히려 약간 궁금하다는 얼굴)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실링은 그림 중 유령을 그린 것이 마틸다라는 걸 눈치챕니다.
마틸다는 이번 해 람피온 중에서 가장 그림을 못 그리기로 유명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아까도 유령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몽타주일까요?
그림 속 유령은 희멀건 옷자락을 흩날리고 있습니다.
이건 눈인가? 아무튼, 분홍색 동그라미가 세 개 그려져 있습니다.
유령이라더니 별로 무섭지는…….
미뉴에트:정말 그럴 수도 있을까요... ... 만약 마주한다면, 저는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을 것만 같아요. 아실링은 용감하시네요. (당신을 대단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그림으로 시선이 다시금 떨어진다.)
... 이건 제가 찾는 게 아니에요.
미뉴에트가 눈을 깜빡입니다.
동그란 눈동자가 물끄러미 아실링을 바라봅니다.
투명한 분홍색 눈동자, 소곤소곤 떠드는 입술.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는 온통 유령처럼 새하얀 흰옷을 입고 있었었죠.
<심리학>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다시..해보자!
아실링 펜들레엄: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시무룩)
행깎...?
아실링 펜들레엄:(아실링 헹운 -1)
행운 1 감소, 성공으로 판정합니다.
문득, 그 얼굴에서 어떤 표정도 읽을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미뉴에트는 당신에게 웃음짓거나 무서움을 표출하거나, 칭찬하는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보였지만, 그것이 딱히 진심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이토록 자연스러운데 말이에요.
……그림 속 유령과 닮은 것 같다면, 실례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 유령을 무서워하는 유령 같은 건 없겠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네 볼 콕 찌르고는 그대로 거실에서 나가 바로 도서관으로 이동한다.)
미뉴에트:네에...? 유령을 무서워하는 유령도 있을까요?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무슨 의심을 품었는지 몰라 그냥 고개만 갸웃거리곤, 도서관으로 졸졸 따라간다.)
책장이 가득한 도서관은 저택에 딸린 것치곤 꽤 그럴싸합니다.
문 옆에는 [안내대]가 있습니다.
[책장]마다 분류 팻말이 붙어 있어 어렵지 않게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곳곳에 책상, 빈백, 소파 따위가 널려 있습니다.
책장 사이를 거닐자니 종이 냄새가 물씬 풍기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코끝을 스치는 종이 냄새에 긴장했던 것이 조금 풀어졌다. 안내대부터 본다.)
안내대에는 도서관 이용 수칙이 적혀있고, 책 수레가 옆에 세워져 있습니다.
책을 대출할 때는 도서 카드를 작성하세요. 다 읽은 책은 수레 위에 놓아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도서 카드 쓱 흝어보고는 자리 이동해서 책장을 살펴본다. 무슨 책들이 있을까?)
책들은 모두 분류에 맞춰서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문학], [종교], 역사, 과학.
어라? 초능력에 관한 책은 없군요. 명색이 초능력 학원이면서 말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생각한 것보다 평범한 것들뿐이라 좀 실망했다. 문학책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읽을 것들이 없나 찾아본다.)
소설, 시집 따위가 차곡차곡 꽂혀 있습니다.
10살이 읽기 딱 좋은 어린이 소설이 대부분입니다.
<자료조사>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미뉴에트:아실링, 책을 좋아하세요? (당신 곁에서 알짱거리다가, 눈에 띄는 책이 있는지 한 권을 뽑아든다. 《영웅 람피온》이라는 제목의 동화책이다.) 이거... 읽어주실래요?
아실링 펜들레엄:(자신의 취향으로 보이는 책을 가져다줘서 기분이 좀 좋아졌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대로 책을 펼쳐 작은 목소리로 읽는다.)
:《영웅 람피온》
먼 옛날,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번쩍번쩍 빛나고, 몸이 아주아주 뜨거웠기 때문에 그의 아버지는 아이의 이름을 람피온이라고 지었어요.
람피온은 아주아주 뜨거웠기 때문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이를 안아줄 수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람피온은 곧 죽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답니다.
그러나 람피온은 건강했어요. 일주일이 지난 아이는 훌쩍 자라 있었어요. 훌륭한 어른이 되고, 사냥꾼이 되었지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해치기만 했기 때문에 친구도 가족도, 이웃도 그를 멀리 했습니다. 람피온은 문득 외로워졌어요.
그래서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올렸죠. 홀로 살아갈지언정 홀로 죽지 않도록 해달라고. 신은 기도를 들었고, 람피온에게 응답했습니다.
“불타지 않는 나뭇가지를 준비하라. 기꺼이 네 소원을 이루어주겠노라.”
여행을 떠나는 람피온의 삽화를 마지막으로 1권이 끝납니다.
뒷이야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요. 누가 빌려간 걸까요?
미뉴에트:(완전히 몰입하여 듣다가, 이야기가 끊어지자 궁금한 듯 채근한다.) 다음 이야기는요...? 여기에서 끝나나요?
아실링 펜들레엄:1권이니까 아마 이걸로 끝은 아니겠지? (아까 본 도서 카드를 다시 확인한다. 누군가 빌려 갔나?)
도서 카드를 확인해보자, 선생님의 이름이 적혀 있네요.
미뉴에트:으음... 궁금한데... 저희가 한 번 미리 2권의 내용을 예상해볼까요? 아실링은 어떤 내용으로 이어질 것 같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불타지 않는 나뭇가지를 찾으러 모험을 떠나기? 뭔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불타지 않는 나뭇가지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지 전혀 모르겠다며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봤지만 힌트로 보이는 것이 없어 바로 책장을 덮는다.) 너는 어떤 내용으로 이어질 것 같아?
미뉴에트:그러게요,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그 나뭇가지를 찾아야 하겠지요? (손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곰곰이 침묵에 잠긴다.) 람피온은 아주 뜨거운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그 뜨거움을 받아내줄 만한 차가운 사람을 찾으라는 뜻이 아닐까요? 아니면 정말로 차가운 나뭇가지를 말하는 걸지도 몰라요. 아주 추운 지방에 있는 겨울나무요. 람피온은 훌륭한 사냥꾼이라고 했으니까 겨울나무의 가지도 조심스럽게 잘 꺾어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람피온도 행복해질 수 있겠지요...? 아무도 다가갈 수 없고, 다가오는 것들을 해치기만 했다니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요. 마음이 너무 아팠을 것 같아요.
아실링 펜들레엄:(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깊은 이야기를 하는 너를 보고 조금 놀랐다. 자신이 상상한 것들은 네가 말한 것과 다르게 좀 암울한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찾는 게 힘들어서 눈물을 터트리는 람피온 이라던가, 결국에는 찾지 못하고 혼자서 살게 된 람피온을 상상했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좋게 끝나니까.. 아마 괜찮겠지. (감수성이 풍부한 애라고 중얼거리며 종교쪽 책을 본다.)
미뉴에트:결말이 어떻게 끝날지도 상상해볼까요? 제 의견도 좋지만, 전 아실링의 의견도 듣고 싶은데... 게다가 아실링은 이 책에 나오는 것과 같은 람피온이란 명칭을 가지셨잖아요. 내용을 봤을 때 아마 불이나 온도에 관련된 능력을 가진 것 같고요. 이렇게 보면, 아실링과는 반대의 초능력이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자신이 원래 생각한 내용을 그대로 말했다가는 네 얼굴이 바로 침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최대한 노력해서 긍정적인 스토리를 생각해 본다.) 어.. 녹지 않는 얼음 가지를 가져와서 행복해졌을 것 같아. 중간에 좀 춥고 힘들어도 찾았을 때는 무척 기뻐했을 것 같네. 확실히 나랑은 반대인 능력이고 불에도 안 녹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 한 번에 많이 해서 헥헥..)
미뉴에트:람피온에게는 시원함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항상 뜨겁기만 했으니까요. 아실링의 말대로 그 얼음 가지가 람피온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었다면 좋겠네요...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인다.) 숨이 가빠 보여요, 아실링. 괜찮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네가 말한 것처럼 차가운 사람을 찾으라는 뜻일 수도 있지. 어.. 나 같은 사람인가? 체온은 멀쩡한데.. (기운 쪽 빠졌다. 아까 음식을 나눠주지 말아야 했다며 후회하다가 걱정하는듯한 네 말에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그냥.. 배고파서 그래. (?)
미뉴에트:배가 고프세요...? 아까 보니 식당이 있는 것 같던데... 다시 가봐야 할까요? 저 때문에 아실링이 힘드시다면 너무 죄송스러운걸요.
아실링 펜들레엄:(지금 정도면 상냥하게 대해지는 것이 익숙해질 만도 한 것을. 아직까지 어색하다는 티를 팍팍 내며 종교 쪽으로 가서 책으로 눈을 돌린다.) 다시 가도 못 들어갈 것 같은데.. 그리고 이 정도의 배고픔이면 괜찮아. 어차피 나중에 밥은 또 먹을 거고. (힘이 전보다 좀 떨어졌을 뿐 멀쩡~하다.)
미뉴에트:그래도 힘들면, 저기 소파랑 빈백도 있으니까 앉아서 쉬는 걸로 해요. 시간을 내서 도와주고 계시는데 괜시리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싶어져서... (두 손을 모아 꼼질거리다가, 당신을 따라 책장 사이를 누빈다. 넓디넓은 책장 사이를 찾아다니는 것은 똑같은데 이쪽은 그다지 힘들어 보이진 않는다. 그보다는 여전히 호기심이 큰 듯하다.)
성경, 불경부터 종교학까지, 각종 종교 서적이 꽂혀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가 약 스무 권에 걸쳐 정리돼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성경의 이적과 기사》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성경의 이적과 기사
예수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수많은 사람을 먹인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거나, 악귀 들린 자를 고친 이사, 눈먼 자를 일으킨 이야기 따위가 수록되어있습니다.
뒤표지에‘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라고 쓰여있습니다.
미뉴에트: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 ... 아까 영웅 람피온의 이야기랑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불이 람피온을 의미하는 거라면, 신이 내려준 축복이라는 뜻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불을 던진다니, 신이라는 건 위대한 존재 같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단순한 성경 이야기구나 싶어 다른 것을 보려 단 찰나 네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제법 그럴싸한지 공감 가득히 고개를 끄덕인다.) 원래 이런 얘기 좋아해? 말하는 거 보면 책도 많이 읽어봤을 것 같은데.
미뉴에트: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종알종알거리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개를 내젓는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가 아니라 물이 번져 지워져버린 책인 것일까.) 원래 좋아했던 걸까요? 으음... ... 모든 것에 흥미가 느껴지지만, 책은 특히나 더 재밌는 것 같기도 해요. 아실링은 어떠세요? 독서를 좋아하는 편이신가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런 거라면 책을 많이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 나는.. 좋아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해. 재미있는 책들을 여러 번 읽기도 하고. 어려워 보이는 내용인 것들도 계속 생각하면서 읽다 보면 이해도 되고, 이해하다 보면 재밌어지기도 하고. 근데 보통은 다 나 같지 않나? (자기 또래 애들이랑 많이 대화 안 해봐서 잘 모른다..)
미뉴에트:여러 번이나요? 어려운 내용도 계속 읽으시고 이해하신다니... 아실링은 굉장히 똑똑하시군요! (감탄사를 내뱉으며 작게 박수를 친다.) 글쎄요...? 보통의 기준이 어떤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서... 다른 또래 분들도 여기에 지내고 있다고 했었죠? 그분들과 친구시라면 여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순진하게 뼈 때리는 질문 하기)
아실링 펜들레엄:박수까지 받을 일은 아닌걸. 그런 걸로 똑똑해지는 것도 아니고. 책 많이 읽고 지식이 많아도 멍청한 사람들을 많이 봐와서, 그건 나한테 칭찬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몸을 획 돈다. 그래도 네가 칭찬에 준 것이 좋기는 한지 귀 끝이 살짝 빨개졌다. 몸은 여전히 돌린 상태로 네게 손 내밀려다가 뒤를 잇는 뼈 때리는 질문에 다시 앞으로 손 쑥 가져간다.) 걔네는.. 몰라. 나중에 생각할래. (흥. 하고 삐진 소리가 나더니 그대로 놀이방으로 향한다.)
미뉴에트:그럼... 어떤 말이 아실링에게 칭찬이 될까요? 저는 아실링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드리고 싶은데. (내밀어진 손을 헤실헤실 웃으며 잡으려다가, 쑥 사라지자 당황해서 작게 헉, 소리를 낸다.) 제... 제가 뭔가 말을 잘못했나요, 아실링? 아실링...? 저는 그저 다른 분들과 아실링이 어떻게 지내는지, 그런 얘기들도 듣고 싶어서... (히잉)
미뉴에트는 우는소리를 내면서도 이번에도 당신을 따라옵니다.
놀이방은 어린 람피온들이 놀 거리로 가득합니다.
바닥에는 두꺼운 매트가 깔려있어 발소리가 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빈백과 소파도 있네요.
벽을 따라 2층짜리 [수납장]이 설치되어 있고, 칸마다 다른 장난감이 들어있습니다.
이미 몇 명은 바닥에 앉아 놀고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대로 아무 말 없이 놀이방에서 노는 애들을 스쳐 지나가 수납장을 연다. 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평소 같으면 가볍게 넘기는 이야기에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자신이 뭐라고 왜 우는소리를 내는 것인지 등등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다.)
미뉴에트:아실리이잉... (바로 옆까지 다가와 칭얼거리는 소리를 낸다.)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시면 안 될까요...? 네에...?
나무를 깎아 만든 네모반듯한 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수납장의 표면에는 삐뚤빼뚤한 [낙서]가 새겨져 있고, 모서리도 약간 깨졌습니다.
남아있는 장난감들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트럼프 카드, 할리갈리, 악어 모형, 다트.
아실링 펜들레엄:잘못한 게 뭐 있다고 그렇게 말을 하는 건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들리는 칭얼거리는 목소리와 계속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마음이 콕콕 찔려지는 기분이 들지만 눈을 낙서에 집중한다.)
미뉴에트:하지마안, 아실링이 절 봐주지도 않으시고, 내밀어주셨던 손도 다시 거둬가셨는걸요. 제가 분명히 봤어요. 제 말이 아실링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거지요?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 못한다.) 용서해주시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단 한 줄의 낙서입니다.
거울 속엔 괴물이 살아!
이건 또 몇 번째 소문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짧은 한숨과 함께 대답 대신 손을 내 쪽으로 뻗는다. 민망한지 시선은 여전히 낙서 쪽. 이거면 충분하지? 라는 듯 계속 헛기침을 한다.) 우리 아무래도 거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미뉴에트:아실링...! (눈 반짝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내밀어진 손을 맞잡는다. 해맑은 미소가 차차 동그란 낯 위로 번진다.) 그럼, 화 풀어주신 거죠...? 그런데, 웬 거울인가요? 저 장난감들은 그냥 넘기구요? 뭔지는 모르지만, 재밌어 보이는데... (당신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할리갈리며 다트 등을 기웃거린다.)
아실링 펜들레엄:(작은 소리 하나 못 지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정말 유령이라고 해도 믿을법한 차가움이지만 뿌리치지는 못하고 잡은 손을 주물주물 거려본다.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건가 싶어 제 볼도 한번 잡아당겨본다.) 너.. 원래 이렇게 손이 차가워..?
미뉴에트:(주물주물당함) 제 손이 차가운가요...? 저는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는데... 아실링의 손은 따스하네요! (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
아실링 펜들레엄:불타지 않는 나뭇가지가 너인가 싶을 정도로 차가운데.. (자신이 예민하게 구는 것인가 싶어 더 하려던 말을 숨긴다.) 그래.. 네가 따뜻하면 뭐. (우물쭈물 차가운 손을 어정쩡하게 잡다가 장난감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놀면서 이야깃거리를 돌릴 셈)
미뉴에트:그럼 제가 람피온의 곁에 함께해줄 사람인 걸까요? 우와- 왠지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게다가, 외로움을 달래주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니 왠지 상상만 해도 설레이는 기분이에요. (아무것도 모르고 수납장의 장난감들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다들 신기하게 생겼네요! 어떻게 갖고 노는지 아시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응.. 엄청 왠지 설레는 기분이지. (장난으로 놀라는 네 모습을 본다면. 속으로는 네가 말한 것과 완전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다. 너와 함께 있으면서 장난기라도 생긴 것인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미소를 씩 짓는다.) 엄청 잘 알고 있지. 그러니까.. 여기 악어 이빨을 아무거나 눌러봐.
미뉴에트:와아, 아실링, 처음으로 웃어주셨네요! 웃는 모습도 너무 예쁘세요. (그 미소를 들여다보며 환하게 웃음짓는다. 설레는 기분이라며 제 말에 동참해주니 기분이 더더욱 들뜨기도 했다.) 이 악어 이빨을요? 여러 개 누르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하나를 누르면 되나요? (일단 한 개 쇽 눌러본다.)
운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콰악! 악어 모형이 큰 소리를 내더니 단숨에 입을 와악 닫아버립니다.
미뉴에트:꺄악!!!!!! (갑자기 들려오는 큰 소리와 손가락에 닿아오는 충격에 깜짝 놀라서 새된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펄쩍 뛴다.)
아, 아, 아시리이잉...!!! (놀라서 손을 뺄 생각도 못하고 울상이 된 채 당신을 올려다본다.)
아실링 펜들레엄:(시작하자마자 벌칙을 당할 줄은 몰랐다며 이쪽도 같이 놀랐다. 손을 허공에 띄운 체 너를 진정하는 것을 도와줘야 하나 아님 변명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펄쩍 뛴 네 모습이 다시 생각났는지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낸다.) .. 나 안 웃었어.
미뉴에트:우웃... 웃... 제... 제가 아실링을 웃게 했다면 기쁜 일이지만... (잔뜩 울상이 된 채 뒤늦게 모형에서 손가락을 빼낸다.) 원래 이렇게 자극적인(?) 놀이인 건가요...? 아실링은 여기서 지금껏 이런 놀이를 하면서 지내오신 거예요...? (커져가는 오해)
아실링 펜들레엄:(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거짓말인 게 티 나는 말이었기 때문에 화를 내도 어쩔 수 없다 싶었다가, 화 대신 이상한 쪽으로 오해를 받은 것을 보고 눈이 크게 떠진다.) 그.. 혹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뭔가 억울)
미뉴에트:이런 거칠고 야생적인 놀이 속에서 항상 모두를 1등으로 이기시곤 사늘한 바람을 풍기며 뒤돌아 저벅저벅 걸어가는... 범접할 수 없는 힘을 지닌 람피온?! (제법 진지함)
아실링 펜들레엄:뭐..? 대체? 어?? (뭔가 이상한 오해와 함께 자신을 생각하는 듯한 발언에 약간 정신이 아찔해진다. 자신이 그렇게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동그랗게 커진 눈은 원래대로 돌아갈 생각을 못 했다.) 그.. 나도 엄청 평범한 애야. 그냥 별거 아닌 능력이 있을 뿐인.. 자 봐봐. 넌 그냥 운이 없었을 뿐이야. (이빨 하나 쑥 누르며)
운
기준치:
59/29/11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쿠아악!!! 또다시 커다란 소리와 함께... 악어입이 아실링의 손을 덥석!!! 물어제낍니다.
미뉴에트:꺅!! (악어입이 또다시 큰 소리를 내며 덜걱 닫히자 지레 놀라서 비명을 지른다. 조심스럽게 모형을 향해 고개를 숙이곤 요리조리 살펴보고, 시선 올려서 당신 한 번 보고...) ... ... 정말요?!
아실링 펜들레엄:(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악어 입에서 빠르게 손가락을 빼더니 덜덜 떤다. 이 장난감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면서 속으로 바락바락 소리 지른다. 이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철썩 주저앉는다.) 나.. 나도 운이 없었고... 응. 정말 운이야.
미뉴에트:(철퍽, 주저앉는 소리가 나고서야 납득했는지 얼떨떨한 표정이다.) 그, 그런 거군요... 저는 아실링이 제게 말씀을 해주시자마자 악어가 저를 물길래, 능력이 하나 더 있나 오해할 뻔했어요...! 그런데 아실링도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이런 무서운 장난감으론 놀지 않는 걸로 해요! (심호흡을 하더니, 무서움에 여리게 떨리는 손으로 모형을 번쩍 집어들어서 후다닥 원래 있었던 자리에 가져다놓는다.) 시, 심장이 막 뛰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인형이 사람이 무는 능력 같은 거 있어봤자 별로 쓸모도 없을걸.. 지금 것도 쓸모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양 손바닥을 바닥에 짚고 고개를 숙여 혼이 나갈 것 같은 한숨을 쉰다. 일단은 오해가 풀어진 것 같아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이거 하다가 몇 명 쓰러진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 같긴 해. (몸에 슬슬 힘이 들어오는지 자리 털고 일어난다.) 심장 멀쩡히 뛰면 다행이네. 멈췄으면 큰일 난 거잖아.
미뉴에트:어째서 쓸모 없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아주 멋지다고 여겼는데. 얼어붙은 장미...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두통이 없으셨다면 몇 번 더 해달라고 부탁드렸을지도 몰라요. (악어모형에서 후다닥 멀어져 당신의 곁에 착 붙는다.) 물론 멈추면 큰일나겠지만, 평소보다 다섯 배는 더 빨리 뛰는 것 같아요...! 괘, 괜찮은 거겠죠...? 다른 놀이도 더 알려주세요, 아실링. 악어모형 같은 무서운 거 말구요.
아실링 펜들레엄:그거야 멋진 거랑 쓸모 있는 거랑은 다르니까? 난 애초에 내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바라본다. 이왕이면 더 멋진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고 속으로 늘 상상했다. 힘이 세지거나, 하늘을 나는 능력 같은 것. 딱 그 나이 때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능력들 투성이) 다섯 배로 빨리 뛰었으면 이미 죽었을걸. 응. 멀쩡하네. (남은 장난감들 보다가 다트를 든다.) 이거 어때?
미뉴에트:이곳에 들어오는 기준은 어떤 능력인지가 아니라 능력의 유무에 달린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전 진심으로 아실링의 능력이 예쁘다고 생각해요! 저도 무언가를 얼릴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할 만큼이요. 센 바람이 불어서 떨어져 버린 꽃을 주워서 얼리면 시들거나 바스라지기 전에 오래오래 보관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 누군가 열이 난다면 시원하게 얼린 수건을 올려줄 수도 있을 거구요!
(꼭 주먹을 쥔 채로 열심히 말을 이어가다가, 흥미롭게 다트를 바라본다.) 이건 어떻게 쓰는 장난감인가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래..? 줄 수만 있다면 너한테 줄 텐데. 물론 능력이 사라지면 여기서 주는 맛있는 밥 못 먹고 집으로 보내질 것 같지만..? 나보다는 네가 더 잘 쓸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큰 쓸모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계속 가지고 있어봤자 좋은 일이 있겠는가. 문뜩 자신의 능력을 전해줄 수 있는 람피온이 있었나 기억을 되돌아본다. 있었다면 정말로 네게 줬을 텐데. 얼음 장미를 들고 기뻐하는 네 모습을 상상하고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아.. 잘 봐. (내게 보여줄 생각에 약간 긴장한 상태로 다트를 들어 던진다.)
운
기준치:
59/29/11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미뉴에트:저에게 능력을요...? 헤헤, 받을 수 있다면 기뻤겠지만, 정말 그러시면 아실링은 돌아가셔야 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저는 이곳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집을 떠나오신 거니, 집이 그리우시려나요? 그래도, 빙결 능력은 아실링이 갖고 있으셔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 저처럼 다른 람피온들도 아실링의 능력을 좋아할 거예요.
(손을 꼭 쥐고 다트를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트판에 제대로 명중하자 기뻐하며 박수를 친다.) 와아~! 멋져요, 아실링! 이렇게 좁은 칸 안에 핀을 던져 맞추는 놀이군요? 더 큰 점수를 얻으면 이기는 걸까요?
저도 해 볼게요! (당신을 따라 어설프게 다트를 던진다.)
운
기준치:
50/25/10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다트핀이...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아주... 멀리...
미뉴에트:.............................
아실링 펜들레엄:.................
미뉴에트:......................
이러면...... 몇 점인가요? (실날같은 희망...?)
아실링 펜들레엄:(거짓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어색한 손짓하며) 그..... 우리 다시 해볼까..?
(흔들리는 두 눈)
미뉴에트:빵... 빵점이군요...
아실링 펜들레엄:아, 아니야..! 저렇게 멀리 날아가는 건 특별 점수야..! (?)
너가 이겼어. (?)
미뉴에트:네에...? 특별 점수요...?
아실링 펜들레엄:(끄덕...) 나 믿지..?
미뉴에트:특별 점수... 특별 점수...? (엄청나게 상심했다가, 당신의 말에 점차 표정이 펴진다.) 당연히 아실링을 믿어요! 제가 정말 이긴 거지요? 와아~! (신나서 꺄르르 웃는다)
아실링 펜들레엄:저렇게 멀리 날아가는 거 엄청 힘든데. 응. 잘했어. (시무룩한 얼굴 두 번은 못 보겠다며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한다. 다트 게임은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속으로 열 번은 넘게 중얼거린다.)
미뉴에트:저 정말 잘했어요? 헤헤, 아실링과 노는 거 너무 즐거워요! 덕분에 모르는 놀이들을 잔뜩잔뜩 알아가네요. (당신의 팔에 냉큼 팔짱을 끼고 헤실거린다.)
미뉴에트와 게임을 가르쳐주며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어떤 람피온이 묻습니다.
“너 왜 아까부터 혼자 놀아?”
“우리랑 같이 젠가 할래?”
아실링 펜들레엄:(팔짱 껴진 거 처음이라 이게 무슨 일이지? 하는 눈으로 보다가 다른 람피온들이 하는 얘기에 바로 몸이 굳어진다. 곧이어 팔짱 껴진 팔을 풀더니 네게서 잠시 떨어진다.) 방금 뭐라고 했어..? (제게 말 걸어준 람피온들을 보며 최대한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물어본다.)
"왜 혼자 놀고 있냐고! 허공에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재미없게 혼자 놀지 말고 같이 놀자~"
미뉴에트:(다른 람피온들의 말을 저도 들었는지, 풀어지는 팔을 다시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당황한 채 람피온들과 당신을 번갈아본다.) 저... 정말 제가 보이지 않으세요?
람피온들은 미뉴에트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습니다.
미뉴에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그를 쳐다보지도 않네요. 정말로 존재치 않는다는 것처럼.
아실링 펜들레엄:(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네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손을 잡고 그대로 놀이방에서 나간다. 쾅 소리를 내며 닫히는 문을 뒤로하고 빠른 걸음 걷다가 거실 앞 문에서 멈춰 선다.) ... 나는 내가 미쳐서 이상한 것을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그래..! 너도 뭔가 나처럼 능력이 있는 거야. 남들한테는 네 정체를 숨기고 나한테만 보여주는.. 그런 거지..?
미뉴에트:(놀이방에서 벗어나 거실까지 걸어가는 몇 걸음.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인데, 그간 쌓아왔던 웃음과 신뢰가 걸음마다 모래성처럼 버석하게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두려움이 휩쓸어온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당신이 멈출 때까지 따르기만 했다. 도서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자신이 심기를 거슬러버린 걸까. 하지만 아까와는 분위기의 무게 자체가 달랐다. 당신의 질문에 명쾌히 대답하며 사과를 받아달라 부탁할 수 있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것은 저조차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 아니에요, 아실링. 저는 능력이 없어요. ... 저는 미뉴에트, 사람이 아닌 걸까요? 하지만, 당신의 손에 잡히고, 물건을 만질 수 있는데... (그러면서 테이블에 놓여 있던 종이를 집어든다.) 봐요, 이렇게요...
아실링 펜들레엄:(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중에는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친구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친구를 원해서 상상의 친구를 만든 것인가를 시작해 끝도 없는 질문과 대답을 던졌다. 지금 자신이 내릴 수 있는, 가장 괜찮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네가 유령이라는 것. 첫 만남 때 갑자기 나타난 상황도,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웠던 몸도 네가 유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제법 그럴싸한 것들이었다. 그 애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이 저택에는 소문처럼 유령이 있었다.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그렇게밖에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나도 잘 몰라. 너도 잘 모르는 것 같고. ...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모르겠어. 사실 지금 내가 이렇게 네게 말을 걸고 있는 것도 잘하는 짓인지 잘 모르겠어. (미안해. 혼란스러움에 마지막 말은 전하지 못했다.)
미뉴에트:... ... 저를 이 저택 안으로 들인 걸 후회하시나요?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인 채 속삭인다.) 나쁜 짓을 하려고 아실링에게 문을 열어달라 부탁드린 건 아니었어요. 그저 제가 잃어버린 것이 이 저택에 있어서, 찾고 싶었을 뿐이에요. 저로 인해 아실링이 곤란해졌다면 죄송스러울 따름이에요.
하, 하지만 저는... ...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실링이 좋아져서... 믿고 싶어서... (손을 꼼지락거리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띄엄띄엄 말을 잇는다.) 저를 계속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잃어버린 것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요. 찾게 되면 이곳을 떠날게요. 그럴 테니까요... (어느새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아실링 펜들레엄:네가 나쁜 짓을 하려고 나에게 들여보내달라고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그러면 안 돼. 그러면 내가 멍청하게 속은 사람 같잖아. (말을 고르고 골라봐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결국에는 쌓인 것을 다 토해내는 사람처럼 주절주절 말을 늘여놓았다. 지금이 아니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르는 애매한 원망을 담아 계속해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 인정할게. 너를 만나서 즐거웠어. 너라는 애를 좀 좋아했어. 여기 있는 다른 애들이랑 비교하자면 좀 그렇긴 하지만.. 걔네보다 훨씬 더 네가 마음에 들었어. 친구도 될 수 있다고 싶을 정도로 네가 좋은 애라는 생각도 들었어. 이제 와서는 다 헛된 생각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 내가 싫다고 하면 넌 울어버릴 거지? 봐, 지금도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 네가 우는 게 싫어. 어차피 도와주겠다고 한 것도 있고 난 약속 무르는 것도 싫으니까.. 알겠어. 도와줄게. 그러니까 울지 마..
미뉴에트:... (함께한 시간은 따지고 보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상할 정도로 당신이 제 안으로 빠르게 스며들어왔다. 당신에게 닿고 싶었고, 당신의 아름답고 서늘한 낯에 웃음이 번지는 모습이 계속 보고 싶었고, 당신과 계속해서 어울리고 싶었다. 그래, 당신과 똑같았다.) 저도 그랬어요. 저도 아실링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그러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어요. 하지만, 제가 유령이어서... ... 친구가 될 수 없는 건가요? (손 안에 쥔 종이가 살풋 구겨진다.) 물건을 만질 수 있어요. 아실링, 당신에게도 닿을 수 있어요. 그런데도 왜 다른 사람은 저를 보지 못하는 걸까요? (이것만 아니었다면 저는 당신과 더더욱 가까워져서, 놀이방에서처럼 함께 웃으며 돌아다닐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슬픔이 밀려온다. 알지도 못하는 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우는 게 싫다는 말에 얼른 팔뚝으로 눈가를 문질러닦았다. 그렇잖아도 뒤틀려 버린 관계, 한 움큼 더 부정적으로 보이고 싶진 않았다.) 미안해요...
아실링 펜들레엄:유령이면 사라지는 거 아니야? 이야기 같은 곳에서는 다 그렇잖아. 네가 찾아야 되는 걸 얻게 되고 나서 이곳에 머무를 수 있어? (이 물음에 네가 정확한 대답을 해줄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너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자기는 자신이 싫어하는 유형의 유치하고 멍청한 사람이었고. 격해진 감정의 날이 죄 없는 네게 향한 것이, 그리고 말을 꺼내고 나서야 진정되는 머리가 한심스러웠다.) 나는 그냥..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면 좋겠어. 이상한 능력도 있으니 유령도 있을만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쏟아진 말이 주워 담기 어렵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게 되었다.) 네가, 네가 왜 미안하다고 해. 그냥 난 네가 안 울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랬어. 넌 그냥 웃었으면 좋겠어.
미뉴에트: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저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니까 어쩌면 유령들과도 다를지도 몰라요. 게다가, 제가 아실링을 떠나고 싶지 않은걸요. (등롱에 찾던 것을 담아 돌아오라고 누군가 말했었는데. 그 알지도 못하는 어렴풋한 누군가보다, 당신에게 더 끌렸다. 무심해 보이지만 외로워 보이는 당신의 곁에 머무르고 싶었다.)
아실링...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두 손을 뻗어, 당신의 두 손을 잡았다. 따스한 당신의 체온이 넘어온다. 아마 당신에게는 얼음장같은 냉기가 전달되겠지. 당신의 짙푸른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진심을 담뿍 담은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아실링은 이상하지 않아요. 정말 누군가 이상하다고 한다면 그건 저일 거예요. 하지만, 그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성질을 지녔을 뿐인 거예요. 제게 문도 열어주시고, 재밌는 놀이나 신기한 동화도 알려주시고, 웃는 법도 우는 법도 가르쳐주셨으니 아실링은 이상하긴커녕 좋은 분이 분명해요. (당신에게 미움받을까 두려웠는데, 이제는 당신이 오히려 저는 알지 못하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잃어버린 걸 찾아가는 동시에, 하나 더 찾아볼까요? 아실링과 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지에 대해서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래. 네 말처럼 그럴지도 모르지. 넌 보통 유령처럼 무섭게 생기지도, 나쁜 장난을 치지도 않으니까. ... 많이 다르고 이상하긴 해. 따뜻한 색을 가지고 있으면서 꼭 내가 만드는 얼음처럼 차갑잖아. 겉은 메리골드 같으면서. (기억을 더듬어 이런 유령에 관한 이야기는 집에 있던 그 사람들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가능하다면 넌 그런 유령이 아니길. 차가워도 괜찮으니 눈비처럼 사라지지 말고 그대로 있어주길 바란다.)
그런 건 내가 아니었어도 해줬을 거야. 널 처음 본 사람이면 다 그렇게 해줬을걸. (차가운 온도에 움찔했다가 그대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좋게 얘기해 준다고 쉽게 도와줄 생각은 없는데. 속으로만 열심히 꿍얼거렸다. 귀찮거나 피곤하다며 거절할 수도 있는 일인 것을, 왜인지 눈앞에 있는 아이의 올곧으면서도 자신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에 약해져 자꾸 마음이 한곳으로 기울어졌다.)
못 찾으면 어떡하려고 그런 말을 해..? (안 하겠다는 말은 뒤에 붙이지 않았다.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굳이 지금 그런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 일단 원래 찾으려고 했던 건 쉽게 찾을 수 있겠네. 일단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만 보일 테니까.
미뉴에트:앞으로도 무섭게 굴거나 나쁜 장난을 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따스한 색에 반해 차가운 온도. 할 말이 없어서 어물거린다.) 그렇지만, 모두가 당신처럼 제게 친절하게 대해주셨을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이렇게 손도 차갑고... 유령이라고 하고... 무엇보다 저택 바깥에서 왔으니까요. 당신의 착하고 다정한 성격 덕분에 제가 여기에 교복까지 입고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정작 다른 람피온들은 놀이방에서 소수를 잠깐 본 게 다였지만, 묘하게 확신이 들었다. 오직 당신에게만 이토록 특별한 이끌림을 느끼리라고. 그런 마음이 유령처럼 모두의 시야에서 저를 지워버린 것일까?)
그럼 찾을 때까지 저와 함께해주실래요? (당신이 받아주리라는 보장이 없어 조심스러운 물음이었다. 찾은 후의 가정은 쉽사리 할 수 없었다. 유령인 저와 쭉 함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테고, 당신이 저를 원하는지도 알 수 없었기에.) 아직 조금밖에 돌아보지 않았으니까요.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제게 장난을 치는 너를 상상하다가 빠르게 포기한다. 자신이 장난을 실컷 쳤으면 쳤지, 네 쪽에서 자신에게 못된 장난을 칠 것 같지는 않았다. 하나도 무섭지 않은 유령. 다른 사람에게도 보였다면 몸이 남들보다 차가운, 평범한 애처럼 보였을 텐데.) 너를 만나게 된 건 단순한 운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걸로 알고 있을게. 나중에 이상한 애라고 뒤늦게 후회만 하지 마.
일단은, 응.. 알겠어. (처음 보는 애에게 다가와 굳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같이 시간을 보낼 일은 없을 테니까. 또한 네게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담긴 목소리까지 있었으니 헛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잃어버린 게 이곳에 있고, 넌 이곳에 있다고 해서 왔으니까 분명 찾을 수 있겠지.
미뉴에트:저희가 만나게 된 건 운명이었던 게 아닐까요? 음, 무엇을 위한 운명인지, 긍정적인 것일지 부정적인 것일지는 알 수 없지만... ... 그래도, 저를 내치지 않아주셔서 고마워요, 아실링. 저도 제가 유령이라는 사실에 놀랐으니 당신은 더했을 텐데... (그제야 촉촉하던 눈가가 조금씩 말라가고,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어린다.) 아실링은 스스로가 이상한 아이라고 여기고 계세요?
아실링 펜들레엄:운명 같은 걸 믿지는 않지만, 이번 일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알아. 계속 이상하고 신기한 일들이 가득했으니까. 그게 너랑 만나는 과정이었다면 운명.. 그거 비슷한 것일 수도 있겠지. (네 말대로 그것이 긍정과 부정 그 어느 쪽일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안 무서운 유령이라 그래. 악어 장난감 때문에 소리 지르는 유령 같은 건 못 들어봤고, 무섭지도 않아. (다트도 이상하게 날리고, 거짓말인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귀신도 못 봤다. 이런 유령을 무서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나? 여기 있는 애들 몇 명도 나 이상하다고 생각할걸.
미뉴에트:아실링이 봐도 제가 보편적인 유령 같지는 않죠...? 저도 다른 람피온 분들이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제가 유령이란 걸 몰랐으니까요. 악어 장난감은 진짜로 깜짝 놀랐었다니까요! (그새 그 나잇대의 아이다운 성격으로 돌아와, 과장되게 겪은 일을 묘사한다.) 아실링에게 이상한 건, 좋지 않은 것이죠? 어째서 그렇게 여기시나요? 제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아실링 펜들레엄:절대로 유령으로는 안 보이지. 동화에서 나오는 몇몇에게만 보이는 요정이나 수호천사라면 모를까. (누가 봐도 그쪽이 더 잘 어울려 보일 것이라면서 네 모습 찬찬히 감상한다. 눈앞에 이 애를 유령으로 봐야 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빠르게 포기한다. 유령이라고 해서 메리골드 같은 이 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일을 없을 테니.) 나보고 좋고 착한 애라고 얘기해 준 사람은 너 포함해서 몇 명 없어. 물론 다른 사람의 평가로 내 성격 같은 것이 정해지거나 보증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
미뉴에트:요정, 수호천사... (유령과는 주는 느낌부터 다른 단어들이다. 당신이 저를 좋게 봐주고 있구나 싶어 숨길 새도 없이 보드란 웃음이 피어오른다.) 고마워요, 아실링. 아실링도 머리가 밝은 은빛이셔서 천사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시는걸요? 천사보다는 여신 느낌이려나요... (곰곰) 그리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봐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자기 자신부터 스스로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야 타인들도 점점 더 의견이 바뀌어가지 않을까요?
미뉴에트와 쭉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득 피로감이 엄습합니다.
도서관의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고, 놀이방에서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고, 유령이라는 데 감정소모까지 하면서 기운을 많이 썼나 봐요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잠깐 쉬면서 이야기를 마저 나누는 건 어떨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천사며 여신 같은 말 역시 처음 듣는 것들이라 어색한 듯 볼을 긁적인다. 동화에 있는 삽화에 있는 여신 같다니. 유령은 사람이랑 생각하는 게 다른가 보다라며 넘긴다.)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바뀌면 변하나..? 넌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질문을 한 뒤 갑자기 몰려온 피로감에 찌뿌둥한 몸을 주먹으로 통통 친다. 평소보다 활동이나 말을 많이 했으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몸을 기대어 편하게 앉는다.)
마침 커다란 창 너머로 빛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오가 가까운 이맘때가 저택이 가장 환할 시간이거든요.
빛이 내리쬐면 먼지가 빛의 입자처럼 나풀거립니다.
미뉴에트:(막상 당신이 되묻자 할 말이 없어진 듯 입술만 달싹인다. 여러 가지 보편적인 지식들은 차곡차곡 쌓여있어도, 자신에 관한 부분만은 지운 것처럼 텅 비어있었으니까.) 아실링이 제가 유령이란 사실 때문에 놀라고 화가 난 것처럼 보였을 때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미웠어요. 왜 이런 존재가 된 거지? 하구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 덕분에 제가 요정 같고, 수호천사 같고, 또 찬란한 메리골드라고 생각해요! (옆자리의 폭신한 소파에 앉아 발을 동당거린다.) 스스로를 좋게 여기면, 성격이나 생각하는 방식 같은 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게 될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궁금함 때문에 물어본 것이 네 약한 부분을 건드렸나 싶어 긴장한 낯으로 네 얼굴을 살핀다. 기억나지 않는 것이 많은 네게는 다르게 와닿은 것인가 해서 급하게 사과하려다가 곧이어 나온 대답에 손으로 제 입을 슬그머니 가린다. 이 입에서 나온 말들을 다 기억하고 그대로 얘기하다니!) 너랑 잘 어울리기는 해.. (소파 옆에 있는 쿠션을 집어다가 두 팔로 끌어안는다. 변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런 것에 노력을 할 시간에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네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거면 천천히 생각 바꾸는 걸로. 많이 느릴지도 모르지만..
미뉴에트:아실링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셨으니까 믿을게요. 다트를 던질 때도 아실링을 믿은 덕에 제가 이겼으니까요. (때가 묻지 않은 아이처럼 마냥 순수하게 웃는다. 기억을 잃어서일지, 혹은 천성적인 성격일지. 당신이 끌어안은 쿠션을 검지손가락으로 콕콕 눌러본다. 폭신폭신하게 들어가는 감촉이 부드러웠다.) 네, 급할 필요는 없으니 천천히 바꿔가요. 억지로 시도하면 더 악영향이 될 것 같으니까요.
(곧 쿠션에서 관심을 떼고, 빛 속에서 나풀거리는 먼지 입자에 손을 뻗는다. 손끝에 닿으면 금방 융화되는 먼지를 만지작거리다가) ... ... 놀이방과 도서관, 거실까지 봤지만 제가 찾는 건 여기에 없는 것 같아요.
아실링 펜들레엄:(제 거짓말을 순수하게 믿는 모습에 유령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저런 애가 유령일 리가 없다며 생각을 정리한다.) 빠르게 하라고 재촉할 일 없어서 좋긴 하네. 응. 바뀌겠지. 바뀔 수도 있겠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숨겨져있는 것도 아닌 그게 뭔지 궁금하긴 하네. (안고 있던 쿠션을 내려놓더니 손잡고 가자며 손 뻗는다.) 창고부터가 볼까?
미뉴에트:어느 정도여도, 사실 바뀌지 않더라도... 저는 아실링을 좋아할 거예요! (화색이 되어 얼른 손을 맞잡는다.) 네, 좋아요!
차디찬 냉기를 맞잡은 채 창고로 향합니다.
창고는 먼지 냄새가 자욱하고 어두컴컴합니다.
불을 켜도,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가 가시지 않네요!
안쪽으로 선반이 길게 서 있는데, 여러 가지 물건들이 쌓여있습니다. [위층]과 [아래층]으로 나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위층부터 먼저 본다!)
새 침구가 차곡차곡 접혀있습니다. 수건, 목욕용품을 비롯해 앞치마 따위가 함께 보입니다.
여분의 교복도 있는 것이, 잡다한 생필품을 정리해둔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생필품 같은 경우는 어른에게 요구하면 바로 챙겨주겠지만, 혹시 모르니 기억해둔다. 바로 아래층 본다.)
미뉴에트:아실링... 괜찮으세요? (기침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당신에게 다가온다. 제 체온이 더 해가 될까 손을 잡지는 않았다.)
아실링 펜들레엄:어... 감기? (기침소리에 자신이 더 놀랐다. 감기 같은 건 잘 걸리지 않는 몸 상태이기에 이런 상황이 황당하기만 하다.) 이따가 코코아 한잔 마시면 괜찮아질 거야. (마시멜로 동동 띄운 코코아 한잔 달라고 할 생각에 약간 행복해짐)
미뉴에트:코코아를 좋아하세요? (귀여워라... 하는 얼굴로 본다) 그럼 일단 내려가요. 거울 속 아실링도 사라져 버렸고... 다른 곳에 또 나타나준다면 좋을 텐데요.
아실링 펜들레엄:코코아 맛있잖아. 넌 코코아 별로 안 좋아해? (맛있는데.. 맹해진 얼굴로 보다가 네 손잡고 내려간다.) 운이 좋으면 또 볼 수 있겠지..?
미뉴에트:저도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코코아의 맛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손이 붙잡히자 움찔했다가 슬쩍 눈치를 본다.) 아실링, 감기에 걸리신 것 같은데 저와 닿아도 괜찮으시겠어요...? 저는 차갑잖아요.
아실링 펜들레엄:다시 먹어보고 기억하면 되겠지. ... 먹을 수 있나? (맹..) 어? 너무 걱정하는 거 아니야? 하루 잘 먹고 잘 자면 괜찮아지니까 괜찮아. 아님 이따가 밥 먹고 감기약 먹지 뭐. (감기약 시럽 생각하고는 한숨 푹)
미뉴에트:먹을 수 있을걸요? 아마도...? (따라 맹...) 그래도 저 때문에 더 심해질까 봐 걱정이 되는걸요. 아프면 고되고, 힘들구... (그래도 손 잡고 있는 게 좋기는 해서 그냥 따라서 내려간다)
아실링 펜들레엄:감기 같은 걸로 아파본 적 없어. 몇 번 기침하고 끝 아닌가? (그런 건 아픈 것도 아니라며 흥. 하고 코웃음치고 선생님 방으로 간다.)
선생님의 방과 빈방은 잠겨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1층은 다 살펴본 것 같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손 잡고 2층으로 올라간다!)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긴 복도를 끼고 양쪽으로 개인실이 쭉 늘어집니다.
개인실의 방문에는 작은 문패가 걸려있습니다.
복도의 끝에는 [액자] 몇 점이 걸려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저택에 떠도는 소문이 생각나 계단을 슬쩍 본다.)
한 층에 총 16개가 있습니다. 람피온의 저택에 36번째 계단 같은 건 없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어휴 다행이다. 전보다 약간 밝아진 표정으로 액자 관찰한다.)
작은 액자 안에는 [장미], [울새], [등롱]의 그림이 나란히 들어있습니다.
유화인 걸까요? 두껍고 거친 화풍이 두드러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장미 그림을 본다! 람피온인가?)
분홍색의 장미를 담은 그림.
꽃송이가 커다랗고 꽃잎이 두 장씩 겹쳐 피어있기 때문에 흡사 장미라기보단…… 화려한 모란 같습니다.
이름표에는미뉴에트라고 쓰여 있습니다.
장미의 품종 중 하나입니다. 분명히 람피온도 그랬죠.
미뉴에트:제 이름이 쓰여있네요.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어 한참이나 그림을 바라본다.) 꽃이 참 화려하고 예뻐요.
아실링 펜들레엄:화려하고 예쁘긴 한데.. (미뉴에트 힐끔) 람피온보다는 미뉴에트가 더 이쁘네. (바로 울새 그림을 본다.)
미뉴에트:람피온도 만만찮게 아름다워요. (말뜻을 금세 이해하곤 사르르 웃는다)
옅은 갈색의 깃털을 가진 작은 새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습니다.
가지 위로 눈이 쌓인 것을 보아 겨울인 모양입니다.
이름표에는 ‘Who killed cock robin?’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어.. 겨울이 죽였나? 그림으로 보면 안 죽은 것 같은데.. (멍하니 등롱 그림을 본다.)
미뉴에트: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생명은 소중하잖아요.
밤하늘을 별처럼 수놓은 등롱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붉고 노랗게 빛나며 어두운 하늘 위를 날아갑니다.
그러고 보니 동양의 어느 나라에서는 소원을 빌며 등롱을 띄운다더군요.
그림의 제목 또한 소원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붉고 노랗고, 아까 본 보석이 뜬금없이 생각났다.) 소원을 들어주는.. 그런 건가?
미뉴에트:등롱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걸까요? 어떤 방식인지는 잘 모르지만... 등롱들의 색이 하나같이 별빛처럼 아름답네요.
하지만 제가 찾는 건 좀 더... ... 생동감 넘치는 것들이에요. 그림은 움직이는 순간을 보고 그려졌겠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렇군. 저건 아니군..! 하고 단순하게 넘어간다.)
(손 꼬옥 잡은 상태로 3층으로 올라간다.)
전면 교육 공간으로 쓰이는 3층은 유난히 밝고 깨끗합니다.
가장 큰 문은 활동실의 것이고, 교실과 미술실, 음악실의 규모는 비슷비슷합니다.
이크, 교실의 조금 열린 문 틈새로 선생님의 목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수업이 시작한 지 한참 됐군요! 걸리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아실링 펜들레엄:(키즈룸으로 들어가 본다.)
‘초능력이란 정신력에 비례한다’라는 설이 있는 만큼 람피온의 저택에서는 생각과 고민, 문제 풀이와 토론 따위를 자주 권합니다.
퀴즈룸도 그중 하나입니다.
구조는 단출합니다. [테이블] 앞에 앉으면 벽면의 스크린 위로 문제가 지나가는 식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테이블에 앉아서 스크린을 본다.)
(테이블 앞에 앉는다!)
정답을 입력할 수 있는 장치(OX 버튼과 타자식 자판기)들이 놓여있습니다.
불편해 보이는 의자가 세트로 딸려 있습니다. 앉으면 화면이 깜빡깜빡 점멸합니다.
스크린이 걸린 벽면을 빤히 바라보면, 안면 인식 후 안내 문구가 떠오릅니다.
1인용으로 세팅되는 것이, 미뉴에트는 인식하지 못하나 봅니다.
미뉴에트:(웃)
아실링 펜들레엄:(웃..)
퀴즈 풀이를 시도하겠습니까?
▶예
▶아니오
아실링 펜들레엄:(미뉴에트 힐끔 보고 시도해본다.)
짧은 문장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사라집니다. 타이머의 시간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한 시간은 10분. 정답이랄 것은 없습니다.
없어진 것들은 어디로 갔는가?
아실링 펜들레엄:(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는 눈으로 보다가) 자연..?
퍼펙트!
요란한 팡파르가 울립니다.
차가운 것을 녹이는 것과 뜨거운 것을 얼리는 것 중 무엇이 더 어려운가?
아실링 펜들레엄:차가운 것을 녹이는 것..?
퍼펙트!
그냥 아무 대답이나 빨리 말하면 일단 퍼펙트라고 외쳐주는 모양입ㄴ디ㅏ.
신의 한계를 정한 것은 누구인가?
아실링 펜들레엄:신이라는 것이 있다고 정해놓은 인간?
퍼펙트!
미뉴에트:우와... 전부 퍼펙트예요! 아실링은 역시 똑똑하시군요...! (감탄함)
아실링 펜들레엄:(쬠 우쭐해짐..!)
초능력자란 돌연변이인가, 진화의 결과인가?
아실링 펜들레엄:진화라면 좋겠지만..? 돌연변이 쪽.
퍼펙트!
람피온 아래에 시체가 묻혀있는가?
아실링 펜들레엄:(내가 어떻게 알아?? 째릿 노려보고) 아니요.
째려보는 그 잠시간 망설였다고, '우우~' 원색적인 비난이 들려오네요!
그래도 대답을 제대로 말하자 다시 팡파르가 나옵니다.
문제 시리즈를 다 풀었는지 '참 잘했어요~' 소리가 들리며 스크린이 꺼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이런 걸.. 왜 하는 거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뉴에트:그래도 곧잘 대답하시던걸요, 아실링! 저는 질문들이 어려워서 한참 생각하고 있는데 벌써 다음으로 넘어가 계시구... (박수 짝짝짝 침)
아실링 펜들레엄:(스크린을 통해 잘 했다고 칭찬받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더니, 네게 칭찬받는 건 좋은지 입꼬리 씰룩 올라간다.) 하나도 안 어려웠으니까. (아니다 좀 고민하긴 했다.)
(트레이닝룸으로 이동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입구 옆에 붙어 있는 [액자]가 눈에 띕니다.
전등은 달랑 하나뿐인데도 불을 켜는 [스위치]는 3개나 달려 있군요.
가장 안쪽에 커다란 [허수아비]들이 줄지어 서 있고, 천장에는 사람 머리만 한 [장미 장식]이 매달려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입구 옆 액자부터 본다.)
트레이닝룸 사용 규칙이라는 제목과 함께 몇 줄의 내용이 쓰여있습니다.
:1. 허수아비와 장미는 인공지능을 탑재해 모든 능력에 반응합니다.
2. 모든 인형은 필요 이상으로 훼손하지 마세요.
3. 허수아비가 움직이기를 원한다면 두 번째 스위치를 누르세요.
4. 장미가 피어나기를 원한다면 세 번째 스위치를 누르세요.
5. 나갈 땐 모든 스위치를 끕시다.
아실링 펜들레엄:(규칙 꼼꼼하게 읽어보고는 스위치 다 눌러본다!)(헹!)
총 3칸으로 나뉘어 있는 스위치입니다.
첫 번째 버튼을 누르면 트레이닝룸의 불이 꺼집니다.
두 번째 버튼을 누르면 허수아비가 좌우로 마구 움직이네요. 정신 사나워라!
세 번째 버튼을 누르면 장미 인형이 외눈을 뜨더니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저, 정신 사나워..! (허수아비 노려본다. 스위치 끄기 전에 한번 관찰한다.)
머리 혹은 심장 같은 곳에 붉은 페인트가 칠해져 있습니다. 급소입니다.
능력 훈련을 하려면 저곳을 공격하면 될 것 같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능력 쓰면 머리 아픈데.. (빠르게 끄는 버튼 누르고 장미 인형 본다!)
외눈이 흉물스러운 붉은 장미. 뾰족뾰족한 플라스틱 가시가 재빠른 움직임을 제법 위협적이게 꾸밉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바로 끄는 버튼 누르려다가 인형 근처 바닥에 손대더니 바닥부터 줄기까지 얼려버린다.) 으~... (머리 끙!)
아실링이 능력을 사용하자, 사람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괴랄한 울음소리와 함께 솜이 터집니다.
미뉴에트:와아... (당신이 능력을 쓰는 모습을 보더니, 분홍빛 눈이 반짝 빛을 발한다. 정원에서 얼어붙은 장미를 봤을 때보다도 더 강렬한 반응이다. 두통을 걱정하면서도, 매료되듯 어느 틈엔가 당신의 바로 곁에 붙어섰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보여주시면 안 되겠죠, 아실링? 머리가 많이 아프실 테니까... 그렇지만, 향기가...
아실링 펜들레엄:(두통 때문에 눈을 질끈 감고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짧은 시간이 지난 뒤 눈을 뜨고는 제게 붙어서 있는 너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어.. 뭐? 향기? (그건 또 뭐지? 하고 혼란스러워하다가 남아있는 장미에 똑같이 능력을 써본다. 이번에는 꽃 부분까지 얼려버린다.)
미뉴에트:(표정이 확 밝아진다.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당신의 손끝을 따라 고개가 움직였다. 얼어붙은 줄기, 꽃에 가닿은 시선은, 곧 능력의 주체인 당신에게로 붙박인다.)
미뉴에트는 이 방안의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아실링만 쫓아다니고, 아실링만 원합니다. 마치, 잃어버린 것이…….
미뉴에트:딱 이런 향기가 났어요. (마치 절정 부분으로 치달아가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주 소중히 숨겨둔 비밀 아지트에 들어서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속삭인다.)
아실링이었던 양.
아실링 펜들레엄:그.. 그렇게 말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창백한 피부가 드물게 분홍빛을 냈다. 느리게 네게서 떨어져서 당황으로 가득한 머리로 생각 정리를 한다. 향기는 대체 뭐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 찾던 게 나야..?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일리가 없는데..?
미뉴에트:(짙푸른 눈에 빨려들어갈 것처럼, 혹은 빨아들일 것처럼 가까워졌다가, 순간 정신을 차리고 머쓱하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죄, 죄송해요. ... 향기롭고, 비슷하지만... 아실링은 아니에요. (시무룩하게 고개를 젓는다.) 머리, 많이 아프시죠? 제가 괜히 부탁을 드려서...
아실링 펜들레엄:아. (네 이야기를 듣고 왜인지 모르게 좀 시무룩해졌다. 스스로도 왜 시무룩해졌는지 계속 의문을 가진다. 왜지?) 많이 아픈 건 아니야. 별거 아닌 능력이라 쓰고 나서 심하게 아픈 것도 아니고. (약하게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가락으로 몇 번 꾹 누른다.)
미뉴에트:그래도... ... 저 때문에 아프신 거잖아요. (계속 신경이 쓰이는 듯, 당신의 손목을 조심스레 잡고 트레이닝룸을 나선다.) 아까 보니 리커버리룸이란 명패가 붙어있는 방이 있던데, 거기에 가서 쉬어요.
리커버리룸은 능력을 사용한 후 패널티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입니다.
사방의 벽이 온통 새하얗게 칠해져 있습니다.
정중앙에 놓인 것이라곤 커다란 [빈백]이 전부입니다.
입구 근처에 흰색 벽장이 보입니다.
조용하고, 이따금 느린 음악이 흐르기 때문에 누워 있다 보면 저절로 호흡이 느려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럼 잠깐만 쉴게.. (빈백에 털썩 눕고 눈 감는다.)
흰색의 커다란 빈백. 안기면 푹 둘러싸이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랗습니다.
털썩 누운 아실링이 빈백의 푹신푹신함을 만끽하기도 전에 사각사각,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종이? (빈백 안 볼 수 있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빈백 안에 든 것은 [종이학]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종이학으로 빈백을 채우다니.. 솜을 넣지. (종이학을 살펴본다.)
빈백의 충전재에 파묻힌 탓에 꼬깃꼬깃해진 종이학.
부리는 아예 너덜너덜하게 닳아버렸습니다. 누렇게 변색한 종이가 세월을 말해줍니다.
다이어리를 찢어 만든 건지 회색 줄이 균일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눈, 코, 입 대신 연도와 날짜가 마구잡이로 재배열되었군요.
펼쳐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펼쳐본다! 연도와 날짜도 확인한다!)
종이학을 펼쳐보면 한 문장이 쓰여있습니다.
엄마, 나는 돌아오는 여름에 죽어요. 더는 기다리지 마세요.
글씨체가 퍽 단정합니다.
글이 쓰여진 날짜는 1960년 5월 13일이라고 기재되어 있군요.
아실링 펜들레엄:(몸이 안 좋았나..? 거실에서 읽었던 편지가 생각났는지 찝찝한 표정으로 다시 빈백 안에 넣는다.입구 근처 흰색 벽장을 본다!)
벽장은 그냥 평범한 벽장입니다!
미뉴에트:이 글씨체... 익숙한 듯 싶더니, 아까 거실에서 본 '에밀리'라는 사람의 글씨체랑 똑같은 것 같아요. (내용의 무게감 탓에 표정이 가라앉았다.) ... 무사했으면 좋을 텐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아니었으면 했는데.. (역시 그 사람의 글이었나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손바닥을 쭉 폈다가 쥐었다가를 몇 번 반복한다.) 나는 이렇게 살아있는데.. 건강이 안 좋았나 봐.
미뉴에트:아실링은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해요. (당신의 두통이 걱정스러웠는지 이마로 손을 뻗는다. 차가운 체온이 당신의 이마를 살짝 덮는다.) 열이 나면 제가 식혀드릴 테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지금까지 건강했고, 앞으로도 건강할 거야. (차가운 느낌이 지금은 기분 좋게 느껴져 눈 스르륵 감는다.) 확실히 열 내리는 용으로는 딱이네. 금방 차가워지겠다.
미뉴에트:(담담한 문장에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밀어내지 않자 빙그레 미소하며 계속 이마를 덮어주었다.) 그렇다고 또 너무 차가워지면 좋지 않으니까요. 적당한 정도로만 이러고 있을게요. 이다음엔 어디로 가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눈 감은 상태로 느긋하게 가볼 만한 곳을 생각하다가 눈 팍 뜬다.) 교실...? 지금 수업 중이던가..? 가봐야 하긴 할 것 같은데.. (끙.. 소리 내고는 일어나서 교실 앞으로 간다.)
교실에선 한참 수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부를 염탐하려면 <은밀행동> 판정이 필요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제발 들키지 않기를..!)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몸 숙여봄!!!!)
몸을 숙이기 전 문 틈새로 아실링과 시선이 마주친 게일이 번쩍! 손을 듭니다.
땡땡이친 자신의 짝꿍을 이르려는 속셈이 분명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어이없어하는 눈으로 보다가 '입 다 물 어.' 하고 천천히 입모양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손가락으로 목 쓱 긋는 제츠셔도 한다.)
게일:(히이이익)
개 쫄아버린 게일이 후덜덜 떨면서 손을 슬그머니 내립니다.
선생님:무슨 일 있나요, 게일?
게일:아, 아니에요. 저기 벌레가 들어온 것 같아서 잡으려고...
선생님:수업에 집중해야죠. (주의를 준다) 자, 다시 칠판을 볼까요?
교실은 작달막합니다. 학생이라고 해봐야 람피온 스무 명이 좀 안 되는 인원이 전부니까요.
나란히 선 책상과 의자, 졸거나, 필기하거나, 딴짓하는 아이들.
선생님은 앞에 서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칠판에는 <초능력의 활용 방법>이라고 쓰여있네요.
선생님:람피온은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불, 물, 전기, 풀부터 정신 조작과 공간 이동……. 아직 발견되지 않은 능력도 가득할 테죠. 하지만, 절대 존재하지 않는 초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대답합니다.
시간과 관련된 능력이요!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능력이요! 사람을 해치는 능력이요!
아실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사람을 살리는 능력..? 그건 정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데. (끙)
대답을 한참 기다리던 선생님은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선생님:시간을 멈추거나, 역행하는 능력은 이미 발견됐어요. 생명체를 복제하거나, 인형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능력도 있었지요. 사람을 해치면 안 되지만, 초능력은 잘못 사용하면 타인을 위험하게 한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능력을 잘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거예요.
딱 하나,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실링이 정답을 맞추었네요!
교실 안에 있었다면 칭찬을 들었겠어요.
선생님은 곧이어 다음의 실험 사례를 들려줍니다.
:《초능력을 이용한 생명 연장 시스템》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거나, 목숨을 연명하는 초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초능력이란 말 그대로 초능력超能力이므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으리라 사료한다. Rose와 D 대학 병원은 람피온의 초능력으로 생명 연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고,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람피온은 초능력을 정제된 형태의 씨앗으로 배출할 수 있다. 공격성과 활동성이 배제된 그것은 무척 아름다운 형태를 갖춘 채, 어마어마한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심지어, 인간의 신체에 접촉하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 방법이 더할 나위 없이 간편했다.
환자에게 정제된 씨앗을 삽입하면 꺼져가던 목숨도 되살아나고, 메마른 피가 샘솟았으며, 가망이 없던 환부도 차차 아물었다. Rose와 D 대학 병원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당장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선생님:심각한 문제가 있었죠.
한참 영생도 가능할 것처럼 설명하던 선생님이 문득 숨을 멈춥니다.
선생님:첫 번째, 람피온의 생명을 대가 삼는 것이 아니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죽어가는 이를 살리자고 살아있는 이의 목숨을 사용하는 건 불합리하니까요.
두 번째, 일주일 후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됐어요. 람피온의 체온이 일반인보다 1℃가 높다는 건 모두 잘 알고 있죠?
원석을 이식받은 환자가 고열을 앓기 시작했어요. 결국, 상태가 나날이 나빠져 삽입했던 씨앗을 거두어야 했답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Rose는 초능력이 인간의 생명에 간섭할 수 없다고 못 박았어요.
누군가 손을 번쩍 들고 질문합니다.
“씨앗은 어떻게 만들어요?”
선생님:위험할 수도 있다는 선생님 이야기,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지요?
선생님은 웃으며 초능력을 활용하는 다른 방법을 이야기하자고 화제를 넘깁니다.
정제된 형태의 초능력, 씨앗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형태, 흑백 사진 속 흐릿하게 담긴 씨앗은...
눈물 혹은 보석과 쏙 닮았습니다.
네, 거울 속 아실링이 눈을 떨구고 손아래 흘리던 그것 말이에요.
……그렇다면 아실링도 만들 수 있단 걸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떻게 만들어내는 거지..? (화제를 돌리는 선생님을 보고 어깨에 힘 쭉 뺀다.) .. 나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개 돌려 너 쳐다본다.)
미뉴에트:(수업에 관심이 있는지 열심히 듣다가) 저 보석, 아까 거울 속에서 본 것과 닮았죠? 그 안의 아실링이 뭔가 방법을 가르쳐주시지 않았었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이.. 이게 무슨.. (갑자기 높아지는 시선에 입으로 손 가리고 있다가 빠르게 고개 숙인다. 그대로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상황 파악을 하다가 소리를 빼액 지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냐고!
... (작게 들리는 목소리에 눈 꿈뻑. 왕 커진 손가락을 네 얼굴 쪽으로 가져간다. 누르면 터질 것 같은지 닿지는 못하고 있다.)
미뉴에트:(자기 머리카락도 간수하기 힘든지 머리 탈탈 흔들고... 얼굴 앞의 손가락을 제 양팔로 꼬옥 끌어안고는 뺨을 부비작거린다.) 저 간시글 머거서 이러케 된 거까요...? 어엄텽 커진 아시링도 너무 미듬직스러워요...!
아실링 펜들레엄:(커진 손가락에 닿는 간지러운 감각에 픽, 곧이어 어눌해진 말투에 다시 한번 픽 웃는다.) 내 이름 다시 한 번만 말해보면 안 돼? (말하는 게 귀엽고 웃긴 듯)
미뉴에트:이르미요...? (갸웃거리면서 다시 입 연다) 아시링. 아시링...! 어라, 제 바름... 멍가 이사하지 안나요?! (뒤늦게 알아챔)
아실링 펜들레엄:아시링이 뭐야, 아시링이. (자기가 더 말해보라고 시켜놓고 보란 듯이 얄밉게 웃는다.) 멍가 이사하긴 하네. 내 이르미 머라고?
미뉴에트:우웃...!!! 이, 이르믄... 아시... 아시링...! (시도해도 똑같자 얼굴에 새빨간 홍조가 오른다. 조그만 몸으로 테이블 잉챠잉챠 올라가서 케이크를 한 입 냠 먹는다) 아시링도 다시 드셔보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방울토마토.. (토마토 같아진 볼을 조심스럽게 톡 건들며 한참을 웃는다.) 아시링? 걔가 누군지는 저엉마알 모르겠지만 일단 먹으라는 거지? ... 이렇게 보니까 엄청 작네. (뭉개지지 않게 조심조심 조각 케이를 잡아 입에 넣는다.)
두 사람 다시 1d6!
미뉴에트:
rolling 1d6
(
6
)
=
6
아실링 펜들레엄:
rolling 1d6
(
5
)
=
5
두 사람은 다들 폭신한 케이크를 한 입 먹었습니다...
어려진 미뉴에트의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아실링은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지만...
"아실링, 너무너무 멋있다!"
"너처럼 재치있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또 없을 거야."
당신을 마구마구 칭찬하고, 다정한 손길이 머리를 쓰다듬는 환청과 환각이 들리네요!
미뉴에트:우에?! 아시링은 도라왔눈데... 저눈 왜 그대로오...
아실링 펜들레엄:(눈앞에 펼쳐진 환각들에 눈만 데굴데굴 돌리다가 네 옆으로 가서 찰싹 달라붙는다. 이런 분위기는 어색하다며 작은 네 뒤에 숨듯이 그대로 등에 이마 콩 받는다.) 몽만 도라와서 모르겠능데.. (그 와중에 놀리며) 이상한 게 보이고 들려.
미뉴에트:우우웃... ... (그래도 찰싹 붙은 아실링 밀어내지 않고 애꿎은 자기 손만 내려다본다) 이사한 거요...? 어떵 것들이죠...?!
"한 떨기 푸른 장미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워! 어떻게 네게 빠지지 않을 수 없을까?"
"우린 모두 네 편이야. 너는 무엇을 하더라도 최고가 될 수 있어!"
"어쩌면 이렇게 하프물범처럼 귀여운 걸까..."
아실링 펜들레엄:(믿을 수 없다며 헛웃음 지으면 입 다문다. 보고 들은 것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마치 작은 인형 껴안듯이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너 슬며시 껴안는다. 따끈한 어린애 체온 대신 차가운 몸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며 구시렁거리다가 퍼뜩 정신이 들어 너 안고 있던 팔 푸른다.) 내가 지금 무슨..? ...... 어.. 그러니까. (화제 돌릴 생각에 빠르게 머리 굴리며) 네가 방울토마토 옷을 입고 동요에 맞춰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봤어. (....)
미뉴에트:(당신의 따스한 체온이 온몸을 감싸오자 당황스러웠던 기분도 그새 풀리고 슬슬 노곤노곤해진다. 자연스럽게 몸이 기울어져 당신의 품안에 폭 기대었다가, 팔이 떨어져나가자 아쉬워하며 다시 중심을 잡고 앉느라 끙끙댄다.) 방울토마토...? 동요에 마춰서 춤... 노래...? 그런 모스비 보고 시프셨덩 겅가요...? 그치만 어떠케 하는지 잘 모루눈데...
아실링 펜들레엄:(잘 속아넘어갔나 싶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려다가 뚝 멈춘다.) 난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네가 그런 걸 왜 보고 싶어.. 해..? (잠깐의 정적 후 네 양 팔 잡고 춤추듯이 이리저리 흔든다.) 멋쟁이 토마토~..라고 해봐.
미뉴에트:역시 보고 시프신 거 아니에요...?! (흔드는 대로 이리저리 나풀나풀 흔들림) 우우... 머... 머쨍이 토마토오... (발음을 똑바로 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실패하고 얼굴 더더 새빨개짐)
아실링 펜들레엄:(보고 싶냐는 물음에 대답 없이 바로 건너뛰고 실실 웃는다.) 아니 이.. 그게 아니라. 멋!쟁이! 토마토! 멋쟁이~토마토~라고 제대로. (히죽)
미뉴에트:머... 머엇... 멋... 째이! (또 실패함) 우... 우웃... 이제 말 안할래요오... ... 다릉 거 먹여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으응~.. 다릉 거 머겨 주께. (곰돌이 쿠키 잡아다가 네 손에 쥐여준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해. (히죽히죽)
미뉴에트:(반쪽으로 똑 잘라서 한쪽은 아실링의 입에 가져다대준다.) 우웃... 가, 같이 머거요! (그리고 나서야 오도독 쿠키 씹는다)
다시 1d6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rolling 1d6
(
1
)
=
1
미뉴에트:
rolling 1d6
(
5
)
=
5
아실링이 곰돌이 쿠키를 냠냠 부수어먹자...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지더니...
몸이 아주 조그만 크기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어려지는 게 아니에요. 열 살의 아실링 그대로 작고 작고 작아져서... 거의 20cm가 되어버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좀 전에 환청이랑 환각과 지금의 작아진 상태 둘 중에 뭐가 더 괜찮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뭔지 모를 말을 하고 있는 네게 다가가 작아진 손으로 콕콕 찌른다.) ... 뭐해?
미뉴에트:(조그만 손길이라 처음에는 찔리는 것을 눈치 못 채고 환상에 빠져있다가... 한 다섯 번쯤 찔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앗! 아. 아실링! 어... 그으... (말을 어물쩡 넘긴다) 이번엔 아실링이 조그맣게 변해 버리셨어요! 마치... 인형 같네요! (당신을 두 손에 소중하게 받쳐든다.) 발음은 똑바로 하실 수 있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열심히 너 찌르다가 지쳐서 바다에 누웠다. 작아져서 이게 무슨 일이라며 신세한탄하다가 갑자기 들어 율려 져서 작아진 목소리로 다시 빽 소리 지른다.) 나는 발음 멀쩡하거든! 아실링! 봐봐. 나는 제대로 발음할 수 있거든?? ... 그리고 왜 말 피해? 뭐 이상한거 봤구나. 그치.
아실링 펜들레엄:귀엽기는. 잘못 치면 팔다리 하나 툭 부러질 것 같은데. (맘에 안 든다는 듯 손으로 네 손바닥 팍팍 친다. 팍팍 쳐봤자 간지러운 수준.) ... 아마도 과자 먹고 보이는 환상은 일어나지 않는 걸 보여주나 봐. (진지하게 고개 끄덕)
미뉴에트:히잉... ... (시무룩해졌다... 손바닥 위에 올라온 아실링의 머리칼에 조심스럽게 뽀뽀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전, 아실링이 좋은데.. 아실링은 아니신가요...?
아실링 펜들레엄:.. 진짜 나를 인형으로 아는 거야? (얼굴이 새빨개져서 입술 닿은 곳을 팍팍 만진다.) 이런 건 언제 받아봤는지 기억 하나도 안 나는데.. 뽀뽀를 이렇게 받아보네. (힘 축 빠져 네 손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 착한 애라고 생각은 하고 있어. 거기다가 발음을 잘 못하는..
미뉴에트:아실링도 아까 어려진 제 팔을 잡고 춤추는 것처럼 흔드셨잖아요? (악의 없는 순진한 물음이다.) 혹시, 싫으셨나요...? 그렇다면 진심으로 죄송해요. 하지만 조그맣게 변하신 아실링이 원래보다 더 사랑스러우셔서... ... ... 저어, 이제는 발음 잘 한다구요!
아실링 펜들레엄:뽀뽀랑 그거랑은 다르지.. (아까 한 게 좀 찔려서인지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죄송할 것까지는 아닌데.. (마음 좀 약해졌다.) ... 그냥 다음부터는 허락받고 해. 언제 허락해 줄지는 모르지만.. ... 아닌 것 같은데? 아까랑 똑같은 것 같은데?
미뉴에트:정말요...? 그럼 다음에 뽀뽀하고 싶어질 때는 꼭 먼저 물어볼게요! (해맑게 웃으면서 좋아한다.) 아, 아니에요. 이제는 정말 잘하게 됐어요! 아실링. 아실링... (괜히 연습해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조그마해졌던 아실링의 몸이 퐁 하고 원래 크기로 돌아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효과가 사라지는 간식이었나 봐요.
아실링 펜들레엄:(어휴) .. 난 이렇게 잘 돌아왔는데. 너는 안 달라진 것 같다? 아직도 발음 그래로네. (돌아오고 나서도 열심히 놀리며 주전자를 살펴본다.)
미뉴에트:저. 정말 그대로예요...? (몇 번이나 놀림당하자 슬슬 진짜같았는지 구석에서 혼자 발음 연습함...)
하얀 도자기 몸체에 분홍색 물감과 금박으로 그려진 꽃들이 춤추고 있습니다.
뚜껑에는 ‘Drink Me!’라는 익숙한 태그가 매달려있습니다.
꼭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네요.
주전자의 살짝 열린 뚜껑 사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보니, 매우 뜨거운 물이 담겨 있나 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주전자를 들고 찻잔 앞으로 간다. 여기다가 부어서 마시라는 건가?)
두 사람분의 찻잔입니다. 도자기 찻잔은 만개한 꽃처럼 부드럽고도 화려한 형태를 갖췄습니다.
손잡이는 꼭 아실링의 손에 맞춰 제작한 것처럼 아기자기합니다.
찻잔을 받치는 접시 위에 개봉되지 않은 티백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습니다.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넣고 티백을 퐁당 빠뜨린 다음에 잠시 기다리다 보면 이 멋진 티 타임에 어울리는 차가 완성될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좀 수상한데.. (뜨거운 물을 찻잔에 붓고 바로 티백을 뜯어 넣는다 평범한 차인가?)
티백을 뜯어넣으면 차차 수색이 깊어지기 시작합니다.
아주 예쁜 색이네요. 평범한 차로 보여요.
다 우려지기까지 잠시 다과를 더 먹거나, 시계라도 보면서 기다려 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수상하다는 생각이 가득한지 마시더라도 좀 더 지켜보고 나서 결정하겠다며 시계를 먼저 본다.)
커다란 괘종시계는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시간은 오후 3시 15분 전.
어라? 고장이라도 난 걸까요? 이상하네요, 초침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어느 미친 동화 속 인물이 시간을 돌려놓기라도 한 걸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진짜 이상하네.. 손가락을 툭툭 쳐본다. 안 고쳐지려나.)
미뉴에트:음? 지금 시간이랑 다르게 표시되고 있네요. (고개 갸우뚱하더니 예쁜 찻잔이 보기 좋은지 옆면을 만지작거린다.) 아실링은 차를 좋아하세요?
아실링 펜들레엄:차는 별로.. (어린애 입맛에는 아직 밍밍하거나 쓰기만 하다.) 아, 차에 우유랑 꿀을 넣은 건 맛있었어. 밀크티? 맞나?
미친 모자 장수도, 주전자 안에서 잠자는 쥐도, 괴팍한 토끼도 없지만, 동화 속 한순간을 떼어온 것처럼 근사하고 환상적인 요소로 가득합니다.
문득, 찻잔에서 풍기는 향기가 짙어졌다고 느끼면, 시선이 저절로 떨어집니다.
람피온보다 붉은 찻물이 둥글게 찰랑거립니다.
아까의 희멀건 찻물과는 전혀 다른, 보암직도 마심직도 한 색깔입니다.
심지어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달콤한 내음이 치밉니다.
적당히 따뜻해, 당장 목구멍 너머로 쏟아붓고 싶습니다.
아아, 정말이지……
<정신력>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미의 극치에 가까운 향기입니다!
아실링은 찻잔에 담긴 것에 완전히 매료됩니다. 당장 이 차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이상하네. 차 중에서 이렇게 달콤한 향기가 나는 차가 있다고 들어본 적은 없는데. 맛도 달까? (달콤한 차 향기에 매료되어 없던 갈증까지 느껴 찻잔을 손에 쥔다.) 이래놓고 맛이 쓰면 별로일 것 같은데.
미뉴에트:(굳어있다가, 당신의 손이 찻잔을 쥐자 급하게 다가와 팔을 붙잡고 만류한다. 목소리도, 손도 떨리고 있었다.) 아, 아실링. ... 저희, 너무 오래 깨어있었죠? 피곤하실 것 같은데, 이만 들어갈까요? 선생님께 혹시 들키기라도 하면 아실링이 혼나게 되실지도 모르니까...
아실링 펜들레엄:아. (흔들리는 찻잔을 두 손으로 꽉 진다. 흘려버릴 뻔했다며 한숨 폭 쉬고 시계를 본다.) 시간이 늦긴.. 했나? 시계가 망가져서 잘 모르겠는데. (네 반응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리에서 떠나갈 생각은 하지 못한다. 여전히 찻잔을 손에 쥔 상태로 대화를 이어간다.) ... 그럼 차 한 잔만 마시고 갈까? 아까 먹은 간식 때문에 목도 좀 마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저 차 뭔가 달 것 같아.
미뉴에트:(차를 마신다는 말에 낯빛이 더더욱 새하얘져서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는다.) 차, 차에는... ... 카페인이 들어있대요. 이걸 마시면 오늘 밤엔 잠들지 못할 거예요. 그럼 내일 아침에 피곤해지니까... ... 그냥, 이제 들어가면 안 될까요...? 네? (찻잔을 놓기를 바라는 듯 당신의 팔을 끌어당긴다.)
아실링 펜들레엄:(평소 같으면 그냥 넘겨줄 것을, 이유 모를 탐욕에 찻잔을 꽉 잡은 상태로 네게서 뒷걸음친다.) 엄청 달콤한 차일 테니까 욕심이 나는 건 알겠지만.. 그냥 차 한 잔이잖아. (양보해달라는 듯 빤히 본다. 그냥 차 한 잔이니 네게 줄만도 한 것을.)
미뉴에트:욕심이 나서가 아니에요. 차는... 차는 내일도 마실 수 있잖아요. (애타게 고개를 젓는다.) 오늘은 그냥 들어가요. 이 찻잔은 놓구요... ... 제발요, 아실링. (이러던 아이가 아니었는데, 애원하다시피 간절한 말투를 쓰며 집요할 정도로 종용한다.)
아실링 펜들레엄:이 차가 뭐라고. 그냥 달콤한 차잖아. ... 너는 아무 말도 안 해주고,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고. 너 원래 안 그랬잖아. (평소와 다른 행동과 말투들이 제 눈에 색안경이라도 씌워진 듯 좋지 않게 보여 괜한 오기가 생겼다. 찻잔을 제 입가로 가져간다.)
아아,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충동을 이기지 못한 아실링이 찻잔의 끄트머리를 입가에 대는 순간,
미뉴에트:안 돼요!
미뉴에트의 새된 비명이 귀를 찢듯 울립니다.
아실링이 반사적으로 멈칫한 아주 찰나의 순간, 미뉴에트는 아실링이 들고 있던 찻잔을 빼앗습니다.
허공에 두 사람의 시선이 얽히고, 그리고…….
일순, 미뉴에트가 웃지 않았나요?
미뉴에트는 잔에 담긴 차를 그대로 들이켭니다.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남김없이.
미뉴에트:허, 억... ... (손에서 힘이 풀리고, 찻잔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추락한다.)
붉은 액체를 삼킨 미뉴에트는 찻잔과 함께 정원 바닥에 쓰러집니다.
즐거운 시간을 지탱하던 티 테이블이 힘없이 무너집니다.
둥근 원판이 기울어지며 그 위에 있던 찻잔과 주전자가 미끄러집니다.
추락한 다기가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집니다.
뭉개지는 케이크와 바닥으로 젖어 드는 비명.
읽던 책을 덮는 것처럼 가뿐하게, 또는 단순하게.
우리들의 티 타임은 끝났습니다.
미뉴에트:아, 아악... 흐, 윽... ... (옷깃을 쥐어뜯으며 경련한다.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입가로는 채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신음이 미약한 바람처럼 새어나온다.)
붉은 액체가 선명하게 가슴을 적십니다.
입에서 흘러내리는 것은 찻물인지, 핏방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숨을 내쉴 때마다 두 뺨은 창백해지고, 심장 박동은 미약해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흘러나오는 피를 보고 나서야 정신이 제대로 돌아온 것인지 짧은 비명을 지른다. 그 달콤해 보이던 차가 이런 차일 줄은 몰랐다며 좀 전까지 찻잔을 꽉 쥐고 있던 손을 덜덜 떨며 쓰러진 너를 바라본다.) 아.. 아아. 서, 선생님. 선생님을 부르면 다 괜찮아질 거야..! 선생님!! (네 몸을 붙잡고 거기 아무도 없냐며 온몸에 힘을 짜내어 어른을 부르기 시작한다. 어른이라면 분명 이런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 하다며 찢어지는듯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미뉴에트:(어찌할 도리 없는 고통에 몸을 둥글게 말고 덜덜 떤다. 귓전에 와닿는 당신의 목소리가 점점 흐릿해진다. 시야에 와닿는 당신의 은빛 머리칼도, 눈동자의 깊은 푸른빛 색채도. 애써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 아, 아실링... ... 선생님을 부르기엔 이미, 늦었어요. 그냥... ... 곁에 있어주세요... 제, 곁에...
아실링 펜들레엄:늦긴 뭐가 늦어?! 멍청한 소리 하지 마! 어른들이 다 치료해 줄 거라니까. 분명 뭔가 약이 있을 거란 말이야.. 치료하는 초능력은 없어도 분명 뭔가 있을 거란 말이야. (그런 말을 하지도 말라는 비명과도 같은 말을 내뱉는다. 왈칵 쏟아지기 시작해서 그칠 줄을 모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낸다.) 너.. 그게 뭔지 알고 있었지. 근데 왜 바보같이 그런 짓을 했어? 네가.. 네가 왜..?
미뉴에트:... ... 제가 여태 찾았던 것이 무엇인지, 울새를 보고서야 기억을 되찾고 깨달았어요. (갈라진 목소리가 곧 꺼질 것처럼 연약하다. 젖어드는 당신의 눈가를 닦아주고 싶건만 몸에서 힘이 빠져간다.) 제가 지금껏 찾았던 것은...당신의 능력이었어요, 아실링.
이 차는... ... 독이나 다름없어요. 체온을 억지로 끌어올리고 능력을 강제로 발화시켜서, 초능력을 전부 소진하게 되면 아실링 또한 죽고 말 거예요... ...
그럴 수는 없었어요. ... ... 그럴 순 없어요. 아실링을 좋아하게 되어 버렸는데... 고작 열 살밖에 안 됐는데, 당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기만 하라니, 그런 건... ...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차는 아무리 처분해도 식지 않고, 쏟아버리면 다시 샘솟아요. 죄송해요, 택할 수 있는 건 이 방법뿐이었어요. (어느덧 제 눈가에서도 투명한 눈물이 굴러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실링 펜들레엄:(갑작스러운 진실은 거칠게 눈물을 닦아내어 쓰라린 것조차 잊게 만들었다. 하찮고 하찮은 능력을, 그저 가져가기 위해 이런 일이 있었다니. 잔혹동화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방이라도 피가 배어 나올 것 같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그런 거면 가져가면 되는 거였잖아. 내가 저 차를 마시게 내버려 뒀으면 쉬운 일이었던 것 거잖아. 내가 죽든 말든 네가 뭔 상관인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임에도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그 날카로움이 향해야 할 곳이 네가 아님 자신임을 알았으면서.) 너도 어리면서.. 내가 뭐라고. 나는 네가 죽은 모습을 좋다고 볼 줄 알았어? 내가 지금 그렇게 보여? 나도.. 네가 죽는 모습 같은 건 보기 싫단 말이야. 나쁜 기억이란 말이야, 그건..
바야흐로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은 작은 손이 차갑게 식어갑니다.
미뉴에트:... 능력을 가져가면 당신이 죽어요. 싫어요, 그런 건... (항상 당신의 말에 좋다고 따르기만 했었다. 이것은 자신이 처음으로 가진 명백한 거부의 의지.)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요. 나쁜 기억으로 남게 되어 미안해요. 당신과 내일을 꿈꾸고 싶었는데. ... 친구가 되고,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찾고, 또 당신이 능력을 쓰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치고 싶었어요.
제가, 정말로 당신의 불타지 않는 나뭇가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붙잡은 손에서 점점 더 힘이 빠져간다.)
상상한 적이 있어요, 아실링. 제가 만약 같은 람피온으로 태어나서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 그러면, 분명히 즐거웠겠죠. 그렇죠...?
... 너무 늦었던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던 걸까요.
마지막 말을 내뱉고, 미뉴에트는 그대로 눈을 감습니다.
다시 그 입이 열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바람을 실은 바람이 잔디를 타고 흘러갑니다.
뚜껑이 열린 찻물은 언젠가 식기 마련입니다.
온기를 잃어가는 미뉴에트, 그 사랑스러웠던 존재를 눈앞에 둔 당신은, 고작 10살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또래 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아실링, <이성> 판정(1D3/1D5)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3
(
1
)
=
1
이성 1 감소.
아실링 펜들레엄:(세상이 멈춘 것처럼 자신 또한 차갑게 굳어져서 네 몸을 살핀다. 어깨를 잡고 잠에서 깨우듯이 조심스럽게 흔들기를 몇 번 후, 네 몸 위로 엎어져 목메어운다. 자신과 너를 스쳐간 바람이 야속했다. 꼭 네 숨을 가져간 것 같아서, 자신에게서 너를 영원히 가져간 것 같아서 원망만이 가득했다. 이곳은 모형 정원 같은 곳이라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겠지만 세상에는 네가 더 재밌어할 일들이 많았다. 네게 알려줄 이야기가 많았다. 네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이제는 목소리도 체온도, 그 무엇도 닿지 못하는 것에 무력함을 느꼈다.) 넌 꼭 달콤한 꿈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난 이제 계속 악몽을 꾸게 될 거야.
아실링, <지능>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당신에게 달콤한 꿈을 안겨다 줄 메리골드와 햇살을 닮았던 미뉴에트는 타들듯 시들어버리고...
오래잖아 직감합니다. 당신의 밤에 찾아오는 것은 악몽뿐일 것이라고.
그리고 동시에, 아실링은 떠올립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단 하나의 방법을.
람피온이 능력을 덜어, 새로운 씨앗을 심으면 생명을 연명할 수 있다고 했었죠.
다른 아이들은 그 방법을 알지 못하지만, 아실링은 거울 너머로 이미 훔쳐보았습니다.
눈을 감고, 간절하게 염원해. 눈물을 밀어내는 것처럼 뜨거운 것을 떨구는 거야.
손바닥 안에 고이던 눈물을 닮은 씨앗, 보석, 정제된 초능력의 형태.
그러나,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선생님:첫 번째, 람피온의 생명을 대가 삼는 것이 아니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죽어가는 이를 살리자고 살아있는 이의 목숨을 사용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니까요.
아실링은, 죽어가는 미뉴에트에게 자신의 수명을 내어줄 수 있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차가운 온도만이 맴도는 네 볼에 손바닥을 가져가댄다. 손바닥을 볼에서 위로, 더 위로 가져가면서 아직도 눈물이 맺혀있는 눈가를 스쳤다가 이마로 가져가며 말을 고르고 또 고른다.) 너랑 있었던 시간들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내 예전 시간들과 달랐어. 응, 분명 난 행복했어. 너랑 함께하는 게 즐거웠어. 결국에는 제대로 전하지 못했지만. 그러고 보면 나는 너 덕분에 행복했었지. 네가 나한테 행복한 시간을 준거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난.. 내 행복했던 시간들을 악몽으로 만들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바보 같은 짓 한 번만 해볼게.
...
선생님:두 번째, 일주일 후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됐어요. 씨앗을 이식받은 환자가 고열을 앓기 시작했어요. 결국, 상태가 나날이 나빠져……
만약, 내어주더라도 실패할 수 있어요. 하루, 이틀을 연명하고 결국엔 아실링의 손으로 미뉴에트를 떠나보내야 할지 모릅니다.
그럴 각오가 되었습니까?
아실링 펜들레엄:나는 아직 네게 말을.. 사과를 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거야. 혹시라도 네게 제대로 살아남지 못한다면 그때는 나를 원망해도 돼. 나 역시 나를 원망할 테니까.
그래요. 안온한 밤을 위해서라도, 차가운 몸을 갖고서도 햇살처럼 웃던 미뉴에트에게 다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시도해야만 합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던 당신이었건만, 미뉴에트는 단 하루 만에 당신의 삶에 훌쩍 들어와 꽃을 피웠습니다.
유난히 체온이 낮은 미뉴에트라면, 고열을 앓지 않고 딱 적정한 온도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하루, 이틀이라도 당장보다는 나은걸요.
아실링이 결심하면, 눈동자가황금색으로 물듭니다.
그토록 노력해보아도 소용없던 일이었는데…… 이번만큼은 아실링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꺼풀 아래로 달아오르는 감각을, 눈물 대신 떨어져 나가는 영혼의 일부를.
뚝. 손바닥에 떨어진 것은 일출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붉음과 황금.
섬세하게 가공된 단면으로 달빛이 떨어지면, 투명하게 관통하여 바닥으로 빛무리를 뿌립니다.
아, 그것은 씨앗이라기보단 눈물처럼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당장이라도 따뜻한 곳으로 파고들고 싶은 것처럼 손바닥 아래에서 박동합니다.
아실링, 그 씨앗을 어디에 묻고 싶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잠자듯이 눈을 감고 있는 자신의 친구에게 심는다. 부디 이것으로 네가 눈을 뜨길. 이 밤이 지나 네게 아침인사를 할 수 있기를.)
차게 식은 미뉴에트에게 씨앗을 심자, 그것은 녹아내리듯 미뉴에트의 일부가 되어 사라집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불안과 확신 사이에서 가냘프게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고 다잡으며 기다리던 그때…….
미뉴에트의 메마른 양 뺨에 생기가 돌아오고, 닫혀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열립니다.
우물처럼 깊은 분홍빛 눈동자에 아실링의 얼굴이 잠기듯 비칩니다.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요.
마법이 풀리고, 멈춰 있던 시간이 흘러가면, 저주에 걸린 아이는 꿈에서 깨어납니다.
미뉴에트:(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시야에 들어오는 오직 한 사람, 머릿속을 가득 채운 단 하나의 사람. 당신의 뺨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아실링.
미뉴에트가 가장 먼저 뱉는 이름은 당연히, 아실링의 것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뺨 위에 얹어진 손 위로 제 손을 가져간다. 꿈이 아닌 현실임을 확인하듯이 손들을 몇 번 더듬다가 눈물범벅인 얼굴에서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 이제 발음이 좀 괜찮아졌네. 응.. 그렇게 불러.
네가 아는 아실링이야. 나는 계속.. 네가 아는 아실링이야.
미뉴에트:아실링, ... 아실링... (젖어든 눈가에 천천히 당신을 닮은 미소가 번져간다.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몇 번이고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꽃과 같은 분홍빛 홍채에 각인된 오직 단 한 사람, 바로 당신의 이름만을.)
이제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았어요.
저는... 앞으로도 당신의 곁에 있고 싶어요.
같은 교복을 입지 않아도 좋으니까, 계속 남의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좋으니까... ... 아실링의 곁에 있을래요. 당신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요. 좋아해요, 아실링. (아무것도 모른 채 저택을 쏘다녔던 때처럼 맑은 웃음이 걸린다.)
아실링 펜들레엄:(네가 눈을 뜨면 여러 가지 말을 해줄 것이라고 결심했었다. 결심한 것을 행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한참 울어버린 탓에 숨이 가빠 어깨가 들썩였다. 드디어 네게 말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 기회를 내버릴 만큼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다가 힘들게 입을 연다.) 그게 뭐가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름대로 약속한 게 있어서 말이야. 나랑 같이 있는 것보다 더 재밌는 것들을 많이 알려줄게. 얼음 장미도 만들어달라는 대로 다 만들어줄게.
너는 내 생명의 반이잖아. 네 숨결은 내 것이잖아. 그러니까 같이 있자. (그것이면 충분하다며 네 위로 몸을 숙여 껴안는다.)
미뉴에트:시들어버렸던 제가 당신으로 인해 다시금 생명을 얻고 피어났으니, 저의 삶도 생명도 당신을 위해 바칠게요. (이제 눈물보다 웃음이 마구 피어올랐다. 팔을 뻗어 당신을 마주 와락 끌어안았다.)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것이 흥미로운 소설책을 읽는 것보다도 더 즐거울 거예요.
돌아온 삶을 찬미하고, 이어진 생을 음미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다 보면,
바스락, 잔디를 밟고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어둠이 물러나고, 인기척과 온기로 사위가 순식간에 어수선해집니다.
선생님:아실링! 무슨 일인가요?
수많은 등롱이 주변을 둘러쌉니다. 가장 큰 등롱이 흔들립니다.
어찌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파자마에 숄 하나만을 걸친 차림새의 선생님이 놀란 표정으로 아실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뒤로 잠에서 막 깨어난 듯 졸린 눈을 비비는 어린 람피온들이 옹기종기 서 있습니다.
아까 티 테이블이 넘어지는 소란에 모두 깨어난 모양입니다.
음, 이 야밤의 소꿉장난을 해명할 차례네요.
어차피 미뉴에트는 모두에게 보이지 않을 거고…….
그때, 선생님이 입을 뗍니다.
선생님:그 아이는 누구죠? (시선은 분명하게, 당신의 곁에 있는 미뉴에트를 향한 채였다.)
...
...
...
흑, 흑흑…….
교실 창가에서 익숙한 울음소리가 지저귑니다.
오늘도 음울하고 울적한 아침입니다.
앞문이 열리고, 누군가 걸어들어옵니다.
아, 분홍색 눈동자를 가진.
모두의 시선이 쏠립니다. 선생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소개합니다.
선생님:새 친구와 인사할까요? 오늘부터 함께 지낼 거예요.
“선생님, 쟤도 람피온이에요?” 누군가 손을 들고 묻습니다.
선생님:글쎄요. 비슷하지만 같지 않고, 같지 않지만, 완전히 다르지도 않답니다.
람피온의 저택에 흐드러진 것은 람피온 뿐이고, 자라나는 것 또한 람피온 뿐입니다.
람피온이 아닌, 초능력자가 아닌 새로운 친구라니. 이런 일은 그 어떤 소문도 들려준 바가 없는데 말이에요.
선생님은 마땅히 설명하기가 어려운지 난처하게 웃기만 합니다.
아는 듯, 모르는 듯 애매한 웃음입니다.
아무도 이 이례를 설명해주지 않았으나 우리는 차차 깨닫게 될 것입니다.
돌연변이 중에서도 돌연변이가 태어나기 마련이고, 산 것들은 대개 나와 다름을 아주 잘 알아보는 법이니까요.
선생님:이 아이에게는 나중에 더 물어볼 수도 있겠지요. 우선은 제가 돌보는 학생인 아실링의 시각에서 듣고 싶답니다. (마셔도 된다며 친절한 눈빛 보냄)
아실링 펜들레엄:(시선 애써 무시하며.. 당분간 물도 안 마실 것 같다며 고개 절레절레 저었다. 이걸 어떻게 다 얘기하냐며 한숨부터 쉬고는 만남부터 시작해 중요한 부분만 짧게 설명한다. 자세한 것은 언젠가, 정말로 저 선생님을 믿고 나서 하겠다며 남은 이야기들을 속에 눌러 담는다.)
선생님:...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하지만 아실링, 일단 선생님에게 먼저 말해주었어야 했어요. 통금 시간을 어기고 바깥에 나가는 건 교칙 위반이라는 것, 알고 있지요? 또 어떤 위험한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구요.
람피온의 씨앗을 심었단 말이지요? 혹시 모르니, 일주일간 미뉴에트의 경과를 지켜봐야겠네요. 아실링도 많이 놀랐을 테니 당분간은 식사를 잘 챙기면서 푹 쉬도록 하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들어올 때는 느린 걸음으로 들어오더니 지금은 벌떡 일어나 너랑 같이 문쪽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좋은 밤 되세요! 전 얘랑 같이 조용하고 얌전히 있을게요!
아실링이 미뉴에트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문 앞에 설 즈음,
선생님:아실링. (다정하게 그를 부른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런 목소리로 부르면 불안한데..) 네....?
돌아보면 선생님은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다 작게 웃습니다.
선생님:숙제가 있어요.
아실링이 데려온 친구이니…… 이름을 지어주세요.
계속해서 그 아이라던가, 너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
이유를 설명한 선생님이 손을 흔듭니다. 정말 돌아가도 좋다는 뜻입니다.
우유의 달짝지근한 향기, 밤의 서늘한 바람, 설탕이 조금 묻었는지 손가락은 끈적거립니다.
평소와 조금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광경인데도 어쩐지 가슴이 술렁인다면……
미뉴에트:아실링.
처음으로 내 것이 생겼기 때문일까요?
미뉴에트:어떤 이름을 지어주실 건가요?
미뉴에트는 이름이 내심 기대되는지 눈을 반짝이며 아실링을 바라봅니다.
졸린 기색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은근슬쩍 얽히는 손가락이 덩달아 끈적끈적합니다.
쉽게 놓을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런 건 시간을 좀 더 주셔야죠!라고 말은 하지 못하고.. 끙 소리를 내며 너를 찬찬히 관찰한다.) 아. 처음 봤을 때부터 그 머리카락이 계속 들어왔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 마냥 평화롭고 행복한 사람은 아니었으나 그 이름의 원형 뜻은 확실히 제 눈앞에 있는 아이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태양 아가씨, 빛의 여주인. 태양 같은 머리색을 가지고 있는 어여쁜 아이에게 이것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헬레네...는 어떨까.. 요..? 넌 어떻게 생각해...?
헬레네:헬레네...? 헬레네... (길게 내려온 제 주황빛 머리칼을 만지작거린다. 당신이 지어준 이름을 몇 번이나 곱씹어보다가 환하게 눈을 접어 웃는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아실링! 그럼... 저도 이제 이름이 생겼으니, 아실링을 애칭으로 불러도 될까요? 아실, 이라구요. 저희... 그 정도 사이는 되지요? (약간 눈치)
아실링 펜들레엄:(가슴 안이 간질간질한 이상한 느낌에 고개 획 돌렸다.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어떡하나 속으로 슬쩍 걱정했던 건 지난 일이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군다.) .. 맘대로 부르던가. ... 헬리? (이거 맞지? 하는 눈)
헬레네:네에, 아실! (꺄르르 웃으며 당신의 팔에 얼른 팔짱을 꼈다. 방으로 달음치는 걸음걸이가 종달새 노니는 것처럼 가볍고 경쾌했다.) 애칭도, 이름도 둘 다 생겼네요! 정말 기뻐요. 오늘은 무척이나 행복한 날로 기억에 남을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팔짱 껴진 상태로 너와 발맞춰 걸어간다. 방으로 돌아가는 일이 이렇게나 즐겁고 편한 일이었나 싶은 생각과 함께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 하품을 작게 한다. 정말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많은 일이 있었다며 피곤한 몸을 움직인다.) 아팠던 건 다 잊었지.. 나만 피곤하나 보네. (그러면서도 입가에 미소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행복한 날이라는 것은 다름이 없었다. 동시에 특별한 날이기도 했고. 이 행복하고 특별한 날을 완벽하게 장식하기 위해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 너 생일 같은 거 모르지? 그럼 그거 오늘로 해. .. 해피 버스데이.
헬레네:그때는 아팠지만, 괜찮아요. 그 아픔을 아실링이 받았을 거라 상상하는 게 더 마음이 안 좋은걸요? (당신의 어깨에 비비적거린다. 그러다 하품이 전염되었는지 당신과 함께 길게 하품을 했다.) 아무래도 오늘... 아침부터 밤까지 엄청 돌아다니긴 했죠. 얼른 방에 가서 푹 자야겠어요. 이제 저도 교복도 입을 수 있고 수업도 같이 들을 수 있는 걸까나요? (설레이는 감정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앞날을 즐거이 그려본다.) 생일...! 이름도 생일도 아무것도 몰랐던 저에게 생일까지 정해 주시다니... 아실링 덕에 제가 점점 더 이 세상에 많은 발자국을 남기고 있어요. (무척이나 감동받은 표정) 그럼 선물은 아실이겠네요! 꼭 붙어서 오래오래 함께할래요.
아실링 펜들레엄:아이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자겠네. 그렇지만 옷은 갈아입어야 해. 목욕도 좀 하는 게 좋을 텐데.. 지금은 나도 좀 졸리다. (하품..) 새로운 것들 투성이 일 거야. 네 기대를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한 발자국을 남길 텐데 뭘 벌써부터 좋아해. 조금 덜 좋아하고 덜 기대해. (이곳으로 처음 왔었던 날과 똑같은 방문을 본다. 아침과 달라지지 않았을 이 방이 또 다른 하루라는, 그리고 헬레네라는 특별함으로 새롭게 채울 것에 낯설지만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이곳에서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부디 행복하기를.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