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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4] 실비아&마리아 - 나의 작은 죽은 변호사

플레이타임 : 5시간 반

 

 

 
나의 작은 죽은 변호사
 
.
 
w. 미증유
 
KPC 마리아 L. 라크엠
 
PC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좋은 아침입니다, 실비아!
 
오늘은 아주 즐거운 날이죠. 바로 유산을 받는 날입니다!
 
어제부로 어머니의 장례식과 애도 기간이 끝났습니다.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읊으며 울컥 목이 메이는 척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뭐,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요.
 
우리의 실비아가 이제 드디어 자신의 몫을 받을 차례입니다.
 
사회초년생이 지원 없이 독립해서 살아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죠.
 
눈길도 주지 않는 차가운 어머니 탓에 얼마나 개고생을 하며 버텨왔나요.
 
지금 일어난 이 저택부터 시작해서 실비아를 기다리고 있는 막대한 재산을 생각해 보아요.
 
아, 바로 이것이 백만장자의 냄새로군요.
 
굿 바이, 마미! 헬로, 밀리언 달러스!
 
실비아 L. 아스트리드:(나... 이제 정말 부자인가? 이제 커다랗고 예쁜 저택 하나 사서 푹신한 침대 위에서 뒹굴다 잠만 실컷 자야지! 이게 사랑인가 싶을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려...)
 
사랑이 별 거 있습니까. 느긋하게 늘어져 마음껏 잘 수 있다는 상상에 들떠오는 이 가슴박동이야말로 사랑일 것입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1층으로 내려오면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아침을 먹을지 물어보네요.
 
흠, 어떻게 할까요.
 
지금 시각은 아침 7시. 변호사 마리아와의 약속은 그의 사무실에서 9시에 잡혀 있습니다.
 
마리아가 밀봉되어 있던 유언장을 공개하고 집행하기로 되어 있죠.
 
아침을 먹기에는 시간이 조금 빠듯할지도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으음... 아침은 생략할게요. 대신 이따가 점심을 든든하게 차려주세요. (그리고 오후 티 타임에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혼자 다 해치워야지!)
 
"알겠습니다. 아가씨."
 
집사가 깍듯이 고개를 숙입니다.
 
그래요,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는 늦을 수 없죠.
 
게다가 평소 마리아의 깐깐한 일처리를 생각해 보면 더욱.
 
하지만 그만큼 실력이 훌륭하니 마리아보다 곱절은 깐깐했던 어머니가 그렇게 곁에 오래 두셨겠죠?
 
물론 이제 이 집안의 주인은 실비아이니 오늘 이후로도 법적 대소사를 맡길지 어쩔지는 오로지 실비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자, 이제 나갈 준비를 해 볼까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중요한 자리니까... 독립한 이후 못 입었던 예쁜 옷들을 옷장에서 좌르륵 꺼내 늘어놓고선 잠시 고민한다. 흰색 원피스를 꺼내 입고, 아무리 애도 기간은 끝났다지만 유산 상속 절차 밟으러 가는데 너무 밝고 나풀나풀하게 입고만 가는 건 보기에 좀 그런가 싶어서... 그 위에 검은색 외투를 걸쳤다. 머리도 부스스하거나 지저분해 보이지 않게 적당히 단정한 복실복실함(?) 정도로 단장했다. 준비 끝!)
 
하얀 원피스 위에 나름대로 상복 패션의 검은 코트를 걸치면 준비 끝입니다.
 
이제 다 됐습니다. 백만장자가 될 만반의 준비가요.
 
지금 시각은 8시.
 
출발하면 엘레나 가에 있는 마리아의 사무실에 딱 맞춰 도착할 시간입니다.
 
쌔끈빠끈한 포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실비아의 운전기사도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지금 가면 딱 맞겠군요. 그럼 가죠. (꺄악-! 나 방금 너무 아가씨 같았어!! 아가씨 맞지만... 애매한 아가씨였다가 요새는 그것마저 안 해서 그만...)
 
도시테도시테 운전기사쨩 나 너무 아가씨같다구
 
마음속으로 방방 날뛰는 것과 다르게 일단 겉으로는 차분한 티를 유지하며... 실비아는 운전기사가 친히 열어주는 차 뒷좌석에 올라탑니다.
 
운전기사는 능숙하고 매끄러운 솜씨로 단숨에 차를 엘레나 가까지 몰아갑니다.
 
엘레나 가 23번지. 마리아의 사무실이 있는 곳입니다.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운전기사가 다시금 문을 열어줍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융단길에 첫 발걸음을 내딛읍시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수고했어요. (최대한 도도하게... 차에서 내려 또각또각 걸어간다. 마리아의 사무실로 들어갑시다! 역시 노크부터 해야 하나?)
 
차에서 내려 또각또각 걸어가는데,
 
어라? 뭔가 이상해요.
 
주변이 조금 어수선합니다.
 
원래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긴 하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이건.......
 
그때, 실비아의 눈에 마리아의 사무실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경찰들이 보입니다.
 
이 아침부터 대체 무슨 경찰들이란 말이죠?
 
게다가 굉장히 어수선한 이 분위기.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래요, 무언가 일이 단단히 잘못된, 아주 끈적한 재난의 예감이 실비아의 살갗을 기어오릅니다.
 
그리고 그때 실비아의 귓가에 신문팔이 소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호외요! 호외! 도시 한가운데서 살인사건!
 
피해자는 게다가 변호사! 한 변호사가 변사체로 발견됐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 (뭔가 X된 것 같은 강한 예감)
 
...... 그게 무슨 소리죠? 변호사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는 게?
 
실비아 L. 아스트리드:아, 아, 아니. 아니겠지... 이 세상에 변호사가 한둘도 아니고... ...
(경찰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볼 수 있을까?)
 
가능합니다.
 
실비아가 경찰들에게로 다가가자,
 
그 중 익히 아는 사이인 관할서 파월 경감이 보입니다.
 
좋게 말하면 온화하고, 나쁘게 말하면 소극적인 스타일인 경감은 올해로 46세입니다.
 
이따금 실비아의 가문에서 크고작은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편의를 봐주었었죠.
 
실비아 L. 아스트리드:저, 안녕하세요...? 파월 경감님 맞으시죠? 절 기억하시려나 모르겠는데... 저 실비아 아스트리드예요. 멜리사 아스트리드 님의 외동딸이요. (다가가서 슬쩍 말을 걸어본다.)
 
테리 파월:아... 예, 실비아 아가씨 아니십니까. 물론 기억하고말고요. (당신을 보자마자 시선을 급격히 피하며 헛기침을 한다.) 조... 좋은 아침입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네, 좋은 아침이네요. ... 그런데 왜 여기 경찰들이 이렇게 많죠? 전 마침 이 건물에서 봐야 할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 (태도가 수상하다... 심리학 판정 가능한가요?)
 
굳이 판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척 보기에도 경감은 무척 곤란해 보이거든요.
 
테리 파월:... 그게, 마리아 씨가 본인의 사무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어서 말입니다. 아마도 지난밤 강도가 든 것 같은데... (마리아가 멜리사의 변호사임을 알고 있는지라 말이 제대로 끝맺어지지 못하고 당신의 눈치만 살핀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 ... 네에?! 그게 무슨... 마리아 씨가요? 변사체요? 강도요?!?!! (유산도 유산이지만, 마리아가 그렇게 됐다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그럼 죽은 게... 확실한 건가요? 그러니까, 그 변사체의 신원이 확실히 마리아 씨라고 확인된 게 맞느냐는...
 
테리 파월:예, 예... 확실합니다. 확실해요. 일단 정확한 사태를 파악 중이지만... 마리아 씨가 사망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사무실 금고에 있던 현금과 몇 가지 서류가 사라졌다고 하던데... 혹시 아가씨의 중요한 일이란 게 마리아 씨와 관련된 것인지...
 
실비아 L. 아스트리드:... ... 네. 저 오늘이 유산 상속 절차를 밟는 날이였어서요. 혹시 사라졌다는 서류 중에... 그것도 있는지 알아봐주실 수 있을까요...? (사정없이 떨리는... 눈동자...)
 
테리 파월:유산... 이라면 유언장 말이십니까? 금고 안이며 사무실 안을 다 검토해 봤지만, 유언장은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점점 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아니, 이게 무슨 소리죠?
 
유언장이 사라졌다고? 누가 대체 변호사 사무실을 털어서 남의 유언장을 훔쳐 간단 말입니까? 게다가 변호사를 죽여 가면서까지.
 
믿기 어려운 말들이 이어지던 도중에 실비아의 머릿속에 문득 그 끈적하고 불길했던 예감의 실체가 스칩니다.
 
아버지의 가장 최근 유언장이 사라졌다면......
 
일전에 법원에서 검인되어 효력이 있는 유언장은ㅡ
 
내 모든 전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며 그 과정과 절차는 전부 변호사 마리아에게 위임한다
 
ㅡ라고 써 있던 그 전 유언장입니다.
 
그래요, 실비아.
 
이대로라면 은행에 가득히 쌓여 있는 수백만 달러가, 여러 사용인이 딸린 대저택이, 그리고 몇백 헥타르의 땅이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이거야말로 청천벽력입니다.
 
말해 보세요, 아가씨. 재난은 어떤 소리를 내던가요?
 
유산을 한푼도 못 받게 될 위기에 처한 사실을 깨달은 실비아, <이성> 판정 (1/1d3)
 
실비아 L. 아스트리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안 돼-!!!!!!!!!!)
 
1d3 굴려주세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3
 
실비아 이성 3 감소...
 
실비아 L. 아스트리드:... ...
그래서 그... 강도의 흔적은... ... 발견됐나요?
그 사람 잡을 수 있겠나요?!?!!
 
테리 파월:저, 아가씨, 일단 지, 진정하시고... (양 손 휘적거린다) 사건이 접수된 지 얼마 안 돼서 저희도 아직 아는 게 없습니다.
 
정말 유언장이 사라진 걸까요? 두 눈으로 확인해봐야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구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그럼 혹시... 제가 안을 좀 살펴봐도 괜찮을까요? 현장을 건드리거나 훼손하지 않고 눈으로만 볼게요. 지금 너무... 이 상황 자체가 납득이 안 돼서... ... (손등으로 이마를 짚고 현기증 나서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지음...)
 
테리 파월:아, 그, 아무리 아가씨라고 해도 사건 현장에 들어가시는 건 좀... 일단 외부인은 진입 불가능한 규칙이라는 게 있는지라. (엄청 곤란한 티 난다)
 
실비아, <대인관계> 판정으로 설득이 가능합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경감님, 잘 생각해 보세요.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날 중에서 오늘? 제 유산 상속일에 맞춰 이런 일이 벌어지고, 그 유언장마저 사라졌잖아요. 이건 분명 그걸 노린 범죄라구요. 저 역시 밀접한 사건 관련자란 말이에요. 그리고 혹시 아나요. 제가 사건 현장에서 아는 이의 흔적을 발견하고 수사에 도움이 될지... 잠깐이면 돼요. 네? 일이 잘 풀려서 제가 유산을 제대로 상속받으면 오늘 경감님의 도움을 반드시 잊지 않을게요.
말재주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행운 깎고 강행합니다...)
 
행운 4 감소, 성공으로 판정합니다.
 
테리 파월:그, 그렇긴 합니다만... (밀접한 관계자인데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제가 동행한다는 조건으로 딱 15분만 사무실 안에 들어갈 수 있게 허용해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도 제가 경감이라 가능한 겁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네에,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해요! 감사해요, 파월 경감님!! (고개 열렬히 끄덕임...)
 
테리 파월: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십시오. (폴리스 라인을 헤치고 사무실 안으로 걸어간다.)
 
빠드득. 파월 경감을 따라 걷는 실비아의 발 아래에 불안감이 웅덩이처럼 밟힙니다.
 
실비아가 1층 로비를 지나서 2층 사무실에 도착하면 보이는 풍경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살인 사건 현장' 그 자체입니다.
 
죽어 있는 시체, 난장판이 된 서류 더미들, 열려 있는 금고.......
 
누가 봐도 이곳에서 강도 살인이 일어났다고 외치고 있는 수준입니다.
 
직접 눈으로 이것들을 보고 나니 이제야 이 모든 것이 실감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성> 판정 (0/1)
 
실비아 L. 아스트리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테리 파월:딱 15분입니다. 시체나 현장을 만지거나 훼손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파월 경감의 주의사항이 잇따르고 나면 이제 사건 현장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리아의 시체], [사무실 바닥], [사무실 창문], [금고]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일단... 마리아의 시체를 살펴봅니다.)
 
사람의 시체를 보는 건 처음인가요, 아니면 익숙한가요, 실비아?
 
실비아 L. 아스트리드:(아마도... 처음...)
 
실비아는 아직... 곱게 자란 아갔시입니다.
 
그런 실비아의 눈앞에 있는 마리아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채로 고개가 뒤로 젖혀진 채 축 늘어져 있는 그는 완연히 창백한 동시에,
 
눈이 감겨 있는 모습이 얼핏 보면 잠든 사람처럼 보입니다.
 
목덜미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교살의 흔적만 없다면 말입니다.
 
<관찰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다시 하면 안될까요?)
 
가보자고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라췌
 
목덜미를 자세히 보니, 손으로 목을 졸라 죽였는지 멍과 울혈이 울긋불긋하게 나 있습니다.
 
또한 평소 칼같이 정갈하던 마리아의 수트가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는 걸 봐서 몸싸움이 제법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파월 경감에게 다가가 질문을 한다.) 경감님, 사망 시간은 언제쯤으로 추정되나요?
 
테리 파월:약 7-8시간 정도 전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저, 아가씨...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도 곱게 자라셨는데, 이런 광경을 봐도 될지 저는 걱정이 돼서..
 
실비아 L. 아스트리드:아... 괜찮아요. 생각보다는 시신의 상태가 온전해서... 대충 보기에는 그냥 잠든 것 같은걸요. (사무실 바닥을 살펴봅니다.)
 
간밤의 비극적 소란을 대변하는 듯 서류를 비롯한 종이와 물건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유언장으로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널려져 있는 종이들 사이로 핏자국들이 보입니다.
 
살짝 말랐지만 아직 변색이 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사건 흔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핏자국... 마리아에게 피를 흘린 흔적은 없지 않았나? 핏자국들의 양과 형태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관찰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다시해보자!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모르게따)
(창문이나... 보러 갑니다.)
 
피 같은 걸 자세히 봐서 좋을 게 없겠죠. 창문으로 총총 go
 
여닫을 수 있게 되어 있는 평범한 창문이지만 안쪽에서 잠글 수 있도록 단단한 걸쇠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걸쇠나 창이 부서지는 등의 밖에서 안으로 억지로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흐음... (금고를 보러 갑니다.)
 
보러가기 전에 <관찰력> 판정 해볼까용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아오오)
 
ㅠㅠ
 
다시!!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해냈다아아)
 
해냈다~~
 
별다른 이상은 확실히 없습니다만, 창틀 틈에 아주 미세하게 핏자국이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도로 경감에게 감...) 경감님, 창틀 틈에 미세한 핏자국이 남아 있는 건 알고 계시겠죠? 근데... 마리아 씨는 피를 안 흘리셨잖아요. 그럼 저건 범인이 흘린 걸까요?
 
테리 파월:음... 피를 아주 안 흘렸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피바다가 될 정도로 심각한 출혈은 아니었다지만 몸싸움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라서요.
창틀의 핏자국을 조사해두긴 했지만, 강도가 창문을 통해 나갔다고 보기엔 뭔가 이상합니다. 경찰이 처음 도착했을 때 창문은 걸쇠까지 걸린 채 닫혀 있었거든요. 만약 강도가 여길 통해 나갔다면 대체 누가 창문을 닫았겠습니까...? 이 방엔 저 시체뿐인데.
 
실비아 L. 아스트리드:흐음... 그렇군요. 감사해요. (금고를 보러 갑니다...)
 
마리아가 중요한 물건들과 금품을 보관해 두는 금고입니다.
 
원래였다면 바로 여기에 밀봉된 유언장이 들어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1달러짜리 두어 개만 남겨진 채 아무것도 없지만요.
 
금고 문에는 억지로 딴 흔적이 역력합니다.
 
실비아가 금고를 살피고 있던 그때, 근처에서 최초 목격자와 그를 조사 중이던 경찰관 사이의 대화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아오옥)
 
잘 들리진 않지만, 최초 목격자는 1층 로비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인 것 같네요.
 
직접 가서 물어볼까요?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경비원에게로 슬쩍 다가가 말을 겁니다.) 저... 안녕하세요? 이 일이 제 앞으로의 인생과 아주아주 큰 관련이 있어서 지금 살짝 조사 중인데... 혹시 최초 목격 정황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경비원:예? 뭐, 못할 건 없죠. (머리를 긁적인다.) 간밤에 여기 변호사님을 두 번 뵈었습니다. 첫 번째는 밤 열한 시 경에 사무실로 들어오시는 모습이었고, 두 번째는 자정 쯤에 바람을 쐰다며 나가시는 모습이었어요. 한 시간쯤 뒤에 다시 돌아오셨는데... 다음 날 아침 여덟 시 반쯤에 변호사님 앞으로 편지가 왔길래 전달하러 와 봤더니, 아니 세상에 이 참변이 벌어져 있지 뭡니까.
 
실비아 L. 아스트리드:흐음... 밤중에 별다른 소리나 기척을 느끼지는 못하셨고요?
 
경비원:변호사님이 맨 처음 들어가시고 얼마 후에 좀 부산스러운 소리가 나긴 했는데, 딱히 문제라고 느껴질 만한 소음은 아니었습니다. (고개 절레절레) 그리고 이후에 다시 산책을 나갔다 오셨으니 별 일 아니었겠죠. 그뒤론 더더욱 조용했고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흐음... 그럼 아침에 온 편지는 뭐였던가요? (눈 깜빡.)
 
경비원:아, 그건 경찰에 제출드렸는데요. 봉투에 '요그 소토스 클럽' 이라고 적혀 있는... 초대장 같았습니다.
 
요그 소토스 클럽이라면 이 도시의 유명한 사교 모임 중 하나입니다.
 
실비아 역시 그곳에 주최하는 모임에 참여한 적이 몇 번 있으며 당장 두 달 전 열렸던 파티에도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마리아와도 마주쳤었죠.
 
그때만 해도 다정하게 웃어주며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물어왔었는데... 인생이란 무상하네요.
 
초대장이라면 아마 내일 열릴 자선 파티에 대한 초대장일 겁니다. 실비아도 어제 받았으니까요.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창문에는 침입한 흔적이 없고 밤새 누군가 들어온 적도 없는데 변호사는 죽어 있고 유언장은 사라졌습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밀실 살인인가요?
 
세상에, 그런 건 추리 소설에서나 보는 건 줄 알았는데.
 
테리 파월:15분 지났습니다. 이제 나가시죠, 아가씨...
 
실비아가 채 골몰하기도 전에 경감이 다가와 말을 겁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네에, 알겠어요. 감사했습니다... (터덜터덜 나감...)
 
경감을 따라 사무실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나가려는 찰나, 실비아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어떤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었나요, 실비아?
 
이건 어떤 본능적인 직감입니다.
 
돈에 관해서라면, 적어도 자신이 받을 유산에 관해서라면,
 
그리고 그것이 송두리째 날아가게 생긴 위기 앞에서 발동하는 인간의 어떤 예리한 집착 같은 것 말입니다.
 
<지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마리아의 시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듭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경감님, 저 딱 한번, 딱 한번만 시신을 다시 봐도 괜찮을까요? 마리아 씨에게는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신세를 많이 졌는데... 워낙에 정신이 없어서 아까는 미처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이게 마지막으로 보는 게 될 테니까... 한 번만 더 제대로 눈에 담아두고 싶어서... (파월 경감에게 간절하게 애원합니다.)
 
테리 파월:시신을요? 아무리 그러셔도, 벌써 15분이 지났고 저희도 얼른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의례적인 절차를 언급하려다가, 당신의 간절한 애원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에 빠진다. 턱가에 손을 가져다대고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한다.) ... 딱 한 번만입니다. 아가씨니까 봐 드리는 거지, 다른 분이었으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을 거예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감사합니다, 경감님!! (후다닥 달려가선, 시체를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봅니다. 뭔가 이상한 점은 없나?)
 
경감의 허락을 받아 시체에 다시 접근하는 실비아의 오감은 점점 더 날카로워집니다.
 
약간의 울렁이는 느낌이 동반되고 있지만 무언가 중대한 것을 깨닫기 직전의 매서운 긴장감에 가깝습니다.
 
<관찰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실비아는 마리아의 시체를 눈으로 꼼꼼하게 훑습니다.
 
눈을 감은 채로 창백한 얼굴부터 얼룩덜룩한 목덜미, 흐트러진 수트,
 
이윽고 의자 팔걸이 아래로 축 늘어진 손...
 
그곳에 이르자 그제야 실비아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습니다.
 
마리아의 오른손 손가락 끝에 항상 단단히 박혀 있던 굳은 살이 보이지 않습니다.
 
매끈하기 그지없는 손가락입니다.
 
항상 펜대와 타자기를 붙잡고 있는 바쁜 변호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실비아는 알 수 있습니다.
 
실비아의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 마리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리아가 아니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말이 되지 않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얼굴도 옷도 키도 다 똑같은데 마리아가 아니라니요.
 
겨우 굳은 살 따위로 그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다니.
 
하지만 재난 앞에서 잔뜩 벼려진 실비아의 본능이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어요.
 
악수할 때마다 느껴지던 그 단단한 굳은 살을 떠올려 봅시다.
 
이 도시, 아니, 온 나라에서 손가락에 굳은 살이 없는 변호사란 없습니다.
 
특히 마리아처럼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라면 더더욱.
 
그건 일종의 직업병이요, 직업적 성실함의 증거이기도 하단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 기묘한 살인 사건의 현장 가운데에서 실비아는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건 마리아의 시체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더 복잡해졌죠.
 
이 시체가 마리아가 아니라면 대체 마리아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리고 유언장은 왜 사라진 걸까요?
 
모든 것이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쨌든 지금 실비아에게 중요한 건 사라진 유언장이고, 그것이 마리아와 관련이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그래도 마리아 언니가 살아있다면! 그것만으로 여러모로 희망이 있어...! 라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쥔다. 일단 좀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걸 어디 가서 찾지...? 라는 생각에 또다시 막막함이 몰려온다. 이런 건 싫어요. 저는 추리 소설이 아니라 독자 대리만족용 먼치킨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어요.)
 
테리 파월:이제 정말로 나가셔야 합니다, 아가씨. 유언장 관련해서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면 바로 연락을 드릴 테니까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네... 알겠어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진짜로 터덜터덜 나감...)
 
실비아를 건물 밖으로 내보낸 파월 경감은 그렇게 실비아와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이제 실비아는 뭘 어떻게 해야 하죠?
 
경찰이 유언장을 찾아 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유언장 검인을 위해 법원에 제출까지 남은 시간은 약 사흘에 불과합니다.
 
그때까지 마냥 가만히 기다리기에 실비아의 유산은 너무 막대한 재화가 아니던가요.
 
그리고 그때, 무언가 눈에 띕니다.
 
건물 바로 옆 골목에 있는 쓰레기장이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습니다.
 
평소에도 지저분한 골목이긴 했지만 저렇게 쓰레기들이 난장판이 되어 있는 것은 처음 보는군요.
 
꼭 마치...... 누군가 그 위로 뚝 떨어진 것처럼.
 
천천히 쓰레기더미들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2층 마리아 사무실의 창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더미들 아래 보이는 핏자국들은 골목 더 깊은 곳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 (핏자국을 따라, 골목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수상한 핏자국을 따라가려던 찰나, 실비아의 귀에 갑작스러운 비명이 들립니다.
 
도둑이야!
 
비명이 들리는 쪽을 보니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이 무언가를 들고 정신없이 달아나고 있고, 그 뒤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남자가 보입니다.
 
그리고 도둑으로 추정되는 그 사람은......
 
어? 기분 탓인가요? 어쩐지 마리아와 비슷한 체형인 것 같았는데.
 
실비아 L. 아스트리드:어... (어차피 자기는 따라갈 신체 능력이 안 되는 것 같다. 근처에 경찰들도 있고... 핏자국이나 마저 따라가 봅니다.)
 
도둑이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이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증거를 쫓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경찰들도 있으니 도둑 정도는 알아서 해결해주겠죠.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보자, 방금 본 것처럼 엉망으로 널려 있는 쓰레기들 사이를 지나가게 됩니다.
 
실비아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요.
 
분명 이건 혈흔입니다. 안쪽 깊고 어두운 골목으로 이어져 있어요.
 
뭔지는 몰라도 마리아의 사무실에서 누군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골목 안쪽으로 간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다시 그 창문이 닫히게 된 건지는 몰라도요.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과연 누구일까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누구일까... 혹시 그 강도면 어쩌지? 겁이 나긴 하지만 안쪽으로 더 들어가 봅니다...)
 
<관찰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안쪽으로 들어가며 찬찬히 이 난장판을 보고 있자니...... 어? 실비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고급 만년필.
 
은색의 매끄러운 바디와 유려한 촉을 가지고 있는 그것은 뚜껑 부분에 [M]이라 새겨져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어라... (만년필을 자세히 살펴본다. 내가 본 적 있는 것인가?)
 
이것은 분명히, 사무실에 몇 번 찾아갔을 때 마리아의 책상에 놓여 있었던 만년필입니다.
 
상태는 깨끗하네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눈 깜빡... 만년필을 챙기고선, 안쪽으로 더 들어가봅니다.)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이 좁은 골목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햇볕이 거의 들지 않아 몹시 어둡기 짝이 없습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다고 해도 아무래도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실비아가 한 발씩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아까 쓰레기장에서도 나지 않았던 악취가 슬슬 풍기기 시작합니다.
 
찍찍.
 
세상에, 방금 그 소리는 분명 쥐였던 것 같은......
 
지금 실비아의 발목에 뭔가 매끈한 꼬리 같은 것이 스치치 않았나요? 으악!
 
실비아 L. 아스트리드:꺅!!!!
 
<이성> 판정 (0/1)
 
실비아 L. 아스트리드: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흐아아... 쥐 싫어... ...
(훌쩍훌쩍... 쥐 말고는 아무것도 없나?)
 
이곳엔 실비아와 쥐뿐인 것 같습니다.
 
혈흔을 따라 한없이 구불구불하게 안쪽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더듬듯 따라가다 보면 새삼 이 도시의 이면을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거리마다 울리는 재즈와 멋을 부린 양복쟁이들과 플래퍼들이 포드를 몰며 돌아다니는 거리와 달리 이곳은 정말 축축하고 더럽고 음습하기 짝이 없습니다.
 
도시의 모든 쓰레기들은 보이지 않도록 이곳에 다 몰아 넣어 버린 것 같아요.
 
실비아가 유산을 받지 못한다면 어쩌면 이런 곳에서 월세방 하나 얻어 살아야 할지도요.
 
그렇게 실비아가 골목을 한참 헤매던 그때,
 
?: ... 거기 누구예요.
 
다소 가쁜 호흡과 함께 싸늘한 음성이 들려 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그런 미래는 싫어어어어) 그, 그쪽이야말로 누구세요...?
 
조심스럽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마리아 L. 라크엠:... 실비아?
 
악질적인 농담처럼 마리아가 서 있습니다.
 
피로 얼룩진 셔츠를 입고 실비아에게 총을 겨눈 채로.
 
실비아 L. 아스트리드:... 마리아 언니? (마주한 놀라운 광경에 멍하니 눈만 깜빡인다.)
아니, 이게 다 어떻게 된...
 
마리아 L. 라크엠:정말 실비아구나. (총을 내린다.) ... 복잡한 사정이 있었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야? (최근엔 독립해서 고생을 좀 했다지만 그래도 당신이 곱게 자라난 아가씨라는 걸 알기에 걱정스럽게 묻다가, 제 꼴을 내려다본다.) ... ... 설마 나 찾느라?
 
실비아 L. 아스트리드:네, 물론 언니를 찾느라고 그랬죠. ... 많이 걱정했어요. 처음에는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서... 그런데 남겨진 시신을 보니 진짜 언니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직접 보고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네 손을 힐끔 바라본다.) 손이 달랐으니까요, 그건.
 
마리아 L. 라크엠:... 나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모르겠어. 평범하게 야근 중이었는데, 갑자기 복면을 쓴 어떤 강도가 날 덮쳐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겨우겨우 창문으로 뛰어내려서 도망쳤지만, 하마터면 죽는 줄 알았지 뭐야. (깊은 한숨을 내쉰다.) 경찰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내 시신이 있대서, 미친 사람 취급받을까 봐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래도 너는 진실을 알아줬구나, 정말... 막막하지만, 그나마 다행이야.
 
실비아 L. 아스트리드:그렇게 된 거였군요... 저는 오늘 예정된 유산 상속 절차를 밟으러 갔다가 사건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강도가 금고 안의 유언장도 함께 털어간 것 같아서... 하아. (따라 깊은 한숨을 푹 내쉰다.) 그럼 언니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었겠네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겠어요... 많이 다치셨어요?
 
마리아 L. 라크엠:유언장까지 가져갔다고 들었는데, 역시 맞았구나. (입술을 앙다문다.) 일단 급한 대로 지혈해서 피는 멎었지만 몸상태가 완전하진 않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만한 상황도 아니고... 지금도 경찰들 눈에 띌까 봐 일부러 뒷골목으로만 다니고 있었거든.
범인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은 못했지만, 그래도 딱 하나 건진 게 있기는 해.
 
마리아는 무언가를 주머니 속에서 꺼내더니 실비아에게 내밉니다.
 
마리아 L. 라크엠:몸싸움 중에 강도의 옷자락이 찢어지면서 얼떨결에 같이 딸려온 것 같은데, 아까 살펴보니 이런 문양이 있더라고. ... 눈에 익지 않아?
 
마리아의 말을 들으며 내밀어진 것을 보자 정말 찢긴 천조각에 어떤 문양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지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아 왜갑자기또멍청해지는데)
(정신차려실비아 한번만더하게해주세요)
 
한번만 더해보자!!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신차렷다 정신차렸다
 
이건 요그 소토스 클럽의 문양입니다!
 
파티에 초대받아 갔을 때 파티장 곳곳에 걸려 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아까 요그 소토스 클럽의 초대장에도 실링으로 찍혀 있었죠.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이거 그, 요그 소토스 클럽의 문양 아니예요?! 그 사람들이 유언장을 노린 건가?
 
마리아 L. 라크엠:맞아. 어떻게 된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관련이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아. 그래서 뒷골목을 건너건너 요그소토스 하우스로 향하던 중이었거든. 실비아, 너도 같이 갈래? 물론 혼자 가도 상관은 없어. 유언장 찾자마자 바로 연락해줄게. 이게 너한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아니까.
 
그렇게 말하는 마리아의 얼굴은 자못 비장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절박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긴 그도 그럴 게, 실비아는 지금 유산이 도둑맞을 위기지만 마리아는 삶 자체가 도둑맞을 위기니까요.
 
어떻게 할까요, 실비아.
 
모르긴 몰라도 분명 쉽지는 않은 동행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실비아 L. 아스트리드:(고개 끄덕...) 좋아요, 같이 가도록 해요. 하나보단 둘이 확실히 낫겠죠.
 
마리아 L. 라크엠:... 고마워, 실비아. (하루 만에 험한 일들을 겪은 탓에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에 한결 안도감이 어린다. 혼자 행동하는 것이 무섭다거나 할 나이는 지났으나, 순식간에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변해 버린 저의 삶이 위태롭다는 것은 똑똑히 깨닫고 있었으므로.)
 
결국 실비아는 마리아와의 동행을 결심합니다.
 
변호사의 삶과 고객의 유언장을 훔쳐 간 그 자식을 잡기 위해서 말이죠.
 
유언장 제출 기간이 끝나기 전에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마리아 L. 라크엠:그때 요그 소토스 파티에서 마주친 이후론 처음 만나는 것 같네. 그치?
 
골목들 사이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걸음을 옮기던 중, 마리아가 나지막하게 물어 옵니다.
 
약 두 달 전 일이니 기억 못 할 리 없죠.
 
우연히 파티장에서 마주쳐서 잠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었습니다.
 
이것저것 편의사항을 살펴주었던 기억이 나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그러게요. 하필이면 가장 최근에 봤던 곳이 거기람... 언니는 평소에 굉장히 바쁜 사람이니까, 그렇게 잠시나마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요. (한 걸음 정도 더 가까이 붙어서 걸음...)
 
마리아 L. 라크엠:그 클럽 소속 회원들 중에 내 고객이 몇 분 계셨거든. 그래서 얼굴도 비칠 겸 업무 이야기도 나눌 겸 참석했던 거였지. 나도 오랜만에 널 만날 수 있어서 좋았는데...
혹시, 그때 그 파티에서 이상했던 점이나 수상한 걸 봤던 적 있었어?
 
수상한 것들이라.......
 
그때 실비아는 여느 때처럼 별다른 일 없이 보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기억을 한번 더듬어 봅시다.
 
<지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느 호화로운 파티장과 별다를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볼룸(ballroom, 무도회장)도 볼룸이었지만 따로 마련되어 있는 빌라드룸(billard room, 당구장)이 아주 멋졌던 기억이 납니다.
 
외국에서 수입해 온 목재로 만들고 조각한 당구대가 근사했었죠.
 
실비아 L. 아스트리드:흠... 별달리 생각나는 건 없지만, 빌라드룸이 아주 근사하고 멋졌던 게 기억나네요. 도움이 못 되어서 죄송해요.
 
마리아 L. 라크엠:빌라드룸? 당구장... 거기에 뭘 숨겨놨을까나. 이런 사교클럽에 비밀 장소가 하나도 없는 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그 정도로도 고마워, 실비아. 나는 전혀 기억이 안 나는걸.
 
서로 그렇게 한참 대화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두 사람은 드디어 지긋지긋한 뒷골목에서 빠져나옵니다.
 
눈앞에는 이 도시 최고의 사교 클럽, 요그 소토스 클럽의 연회장이 있군요.
 
나름 도시 명소 중 하나인지라 평소에도 관광객들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이상하군요.
 
원래라면 하우스 앞에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하는데 오늘은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관찰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찬찬히 살펴보니 출입문 앞에 표지판이 하나 세워져 있군요.
 
[내일 열리는 파티를 위해 오늘 하우스는 개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사람이 한 명 서 있어요.
 
마리아 L. 라크엠:(사람을 발견하자 얼른 고개를 숙인다.) 아무래도 난, 얼굴이 노출되면 안 될 것 같은데...
 
옆에 있던 마리아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젓습니다.
 
맞는 말이에요. 이미 도시에는 마리아가 죽었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을 거란 말입니다.
 
이걸 어떻게 할까요, 실비아?
 
실비아 L. 아스트리드:그럼... 저 혼자 가 볼게요. (옆에 선 사람에게 혼자 다가가 말을 걸어봅니다.) 저어, 혹시 오늘은 하우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까요?
 
클럽 경비원:(험상궂은 경비원은 딱딱하게 고개를 젓는다.) 안 됩니다. 안내문을 읽어보십쇼.
 
실비아 L. 아스트리드:제가 어제 하우스에 왔다가 두고 온 물건이 있는데요... 내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 오늘 꼭! 찾아야 하는 거라, 잠깐만 들여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 비서랑 같이 둘이서 빨리 찾고 도로 나올게요. (무해한 아가씨 포스 풀풀 풍기기...)
 
<대인관계> 판정이 필요합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
말재주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경비원은 당신의 무해한 아가씨 모드에 완전히 푹 녹아내렸습니다.
 
클럽 경비원:(험악한 낯에서 어쩌면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고 말랑하고 무해한 아가씨가 있을까~? 하는 사르르 녹은 눈빛 된다) 아가씨께서 꼭 필요한 물건을 찾아야 하신다니, 당연히 들여보내 드려야죠. 자, 어서 들어가시죠! 편안한 하루 되십시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앗, 정말 감사합니다! (주머니에서... 입 심심할 때 까먹으려고 넣어놨던 사탕이랑 카라멜 몇 개 꺼내서 경비원 손에 쥐여주며 배시시 웃는다.) 항상 수고 많으실 텐데, 힘내세요...! (마리아 데리고 후다닥 안으로 들어감)
 
클럽 경비원:아아, 정말 천사 같은 분이시군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무슨 신의 선물 받듯이 두 손으로 겸손하게 받는다)
 
마리아 L. 라크엠:(덕분에 수월하게 실비아 뒤를 따라 슥 들어온다.) 그 사이 사교술을 갈고닦았나 보구나, 실비아.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은 기술이니? (와중에)
 
실비아 L. 아스트리드:흠흠, 저도 할 때는 한다고요. ... 독립하니까 실컷 잠자기는커녕 먹고 살기도 빠듯해서... 강제로 열심히 살아졌네요... ... 유산 받으면 일단 잠부터 실컷 잘 거예요.
 
마리아 L. 라크엠:혼자 살아가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 돈 번다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인생 넋두리 한 문장 늘어놓곤 작게 미소한다) 너는 어릴 때부터 워낙 잠이 많았지. 얼른 유언장 찾고 푹 자자.
 
겨우 열린 문이 닫힐라 서둘러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던 중, 마리아가 잠시 우뚝 서서는 뒤를 잠시 돌아봅니다.
 
마리아 L. 라크엠:......?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왜 그러세요?
 
마리아 L. 라크엠:(찜찜하단 듯 시선을 쉽게 떼지 못하면서도 다시 걸음을 옮긴다.) 아냐. 뭔가 시선 같은 게 느껴졌는데... 기분 탓이었나 봐. 들어가자.
 
글쎄요. 마리아가 쳐다보던 곳을 보아도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데요.
 
두 사람은 함께 연회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경비원 말에 따르면 파티장 안에서 내일의 파티를 준비 중이던 직원들이 모두 지금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서 마침 아무도 없다고 하던데,
 
아니나 다를까 안에 들어서자 소품과 가구들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그래도 언제 누군가가 돌아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실비아의 유언장을 가져간 그 도둑놈 자식에 대한 단서를 어서 찾아야 할 텐데. 뭐부터 해야 할까요?
 
파티장은 파티가 열리면 춤을 출 수 있게 되어 있는 [볼룸],
 
당구대가 놓여져 있어 여흥을 즐길 수 있는 [빌라드룸],
 
그리고 본격적으로 술을 즐길 수 있는 [다이닝 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그 망할 도둑놈들! 빠드득 이를 갈며 볼룸부터 살펴봅니다.)
 
모든 것이 반짝이는 볼룸은 특히 위압감이 들 정도로 높은 천장과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인상적입니다.
 
입구에 걸린 '192X 요그 소토스 자선 모금 파티'가 내일 열릴 파티의 이름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이 자선 모금 파티는 요그 소토스가 여는 파티 중 가장 큰 행사라고 알려져 있죠.
 
자선 경매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할 돈을 모금하는 이 행사는 각계 유명인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전문 분야의 사람들도 모이는 날입니다.
 
지금은 파티 준비 중이라 조금 어수선하지만 대충 둘러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관찰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쪽 의자 하나 위에 서류뭉치 같은 것이 올려져 있습니다. 혹시 설마?
 
실비아 L. 아스트리드:(살펴봅니다!)
 
얼른 살펴보았지만... 유언장은 아니네요.
 
표지에는 <자선 모금 파티 초대 명단>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두 사람의 초대 명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류 중간 페이지 중 하나에 손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파티가 끝나고 관리자님이 '그곳'에 가신다고 하심.
 
따라서 반드시 포켓볼들이 1번부터 8번까지 당구대에 다 있는지 확인할 것!
 
직원용 체크 리스트인 것 같습니다. 그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흐으음... (빌라드룸에 가봅니다.)
 
저번에 보았던 인상적인 당구대가 설치되어 있는 곳입니다.
 
최고급 단풍나무를 이용해 만든 이 당구대는 미관도 미관이지만 일반적인 당구대와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각 모서리에 있는 네 개의 포켓 이외에도 당구대 중앙에 또 하나의 포켓이 뚫려 있기 때문이죠.
 
포켓볼도 스트라이프 볼은 쓰지 않고 1번부터 7번까지의 컬러볼, 그리고 검은색 8번 볼만을 사용합니다.
 
또한 네 개의 포켓 앞 모서리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고풍스러운 조각들과 가운데 포켓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지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음? 그러고 보니 이 조각들 모두 신화에 나오는 뱀들이군요.
 
왼쪽 상단 모서리에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 히드라가,
 
오른쪽 상단에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악신 아펩이,
 
왼쪽 하단에는 중국 신화의 생명과 파괴의 신 복희와 여의,
 
그리고 오른쪽 하단에는 다시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구대 중앙 포켓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뱀은 북유럽 신화의 요르문간드인 것 같아요.
 
모두 평범한 모습의 뱀들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파티 중에 대충 봐서 몰랐는데, 한참 보고 있자니 제법 으스스한 기분이 듭니다. <이성< 판정 (0/1)
 
실비아 L. 아스트리드: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난 이것보다 평생 빈털털이로 사는 게 더 무서워 지금은)
 
이성 감소 없음.
 
이런 것 따위 유산을 잃어버린 삶을 상상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다이닝 바도 보러 갑니다!)
 
볼룸 바로 옆 각종 위스키와 술이 진열된 찬장과 그 앞에 긴 카운터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다이닝 바입니다.
 
일반적인 술집에서는 잘 들여놓지 않는 고급 술들이 즐비합니다.
 
파티가 열리면 정장을 갖춰 입은 바텐더들이 술을 내주고는 했었죠.
 
<감정>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감정
기준치: 5/2/1
굴림: 9
판정결과: 실패
(모... 몰라! 감정같은거 할 줄... 근데 어쩌면 알 수도 있었을 것 같기두 해)
 
감정에 관해선 문외한이지만... 알 듯 모를 듯 합니다. 의외로 소질이 있었던 걸지도? 묵혀둔 원석 같은 걸지도?
 
어, 저 찬장 중앙에 놓여 있는 술. 낯이 익다 했더니 생전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던 술이었습니다.
 
실비아는 물론이고 손님이 오더라도 대접하지는 않는 유일한 술이었죠.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대충 여러 마리의 뱀 그림과 그 모습 위에 찍혀 있는 13이라는 숫자가 도드라져 보입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어... 마리아 언니, 아까 본 서류 있잖아요... 그 내용에 따르면, 당구대와 당구공을 이용하면 뭔가 숨겨진 비밀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곰곰...)
 
마리아 L. 라크엠:으음... ... 그러게. 당구대와 당구공... 뭔가 더 힌트가 있을 것 같은데.
 
그래요! 대체 이게 뭔지는 몰라도 뱀과 숫자가 서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마도 아까 체크 리스트에서 본 것처럼 '그곳'에 가기 위한 장치임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어서 이 으스스한 뱀들을 세어 봅시다.
 
대체 무엇이 실비아를 기다리고 있는지, 그것이 백만장자의 길인지 혹은 또 다른 지독한 재난일지 알 수 없습니다만, 뭐든 해야 하니까요.
 
이대로 길거리에 나앉을 수는 없으니까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절대 그것만은...! 당구대에 그려져 있는 뱀들의 숫자를 모서리마다 세어봅니다...)
 
각 뱀들의 숫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히드라: 다섯 개의 머리가 있습니다.
 
아펩: 길고 구불구불하지만 하나의 몸통과 머리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희와 여의: 하반신이 뱀인 두 신이 두 꼬리를 서로 얽고 있는 모양입니다.
 
메두사: 아름다운 얼굴 위로 일곱 마리의 뱀들이 머리카락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요르문간드: 머리가 꼬리를 물고 있어 끝없이 순환하는 원의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어... 각 모서리의 포켓에다 5번, 1번, 2번, 7번 당구공 넣어봄...)
중앙에는... 뭘 넣죠? 0번은 없는데.
 
실비아 <지능>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끝없이 순환하는 원이란... 곧 무한을 뜻하죠.
 
실비아 L. 아스트리드:무한... 어... 8? (8번 당구공 쏙 넣어봄...)
 
맞습니다! 천재똑똑이실비아
 
모든 공들이 차례대로 포켓에 들어가자,
 
구르던 소리가 뚝 멈추고, 얼마간의 짧은 정적이 지나갔던가요.
 
철컥.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술이 들어 있던 진열장 중 하나가 문처럼 조금 열려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 마리아 언니, 저기 좀 봐요. 저게 숨겨진 비밀 문이었을까요? (열린 진열장 가리킨다.)
 
마리아 L. 라크엠:네가 선택한 게 정답이었나 봐. (머리 한 번 쓰다듬해주고 조심스럽게 진열장을 문 열듯 당겨본다.)
 
마리아가 문을 열자, 돌계단들이 끝없이 아래에 펼쳐져 있고 벽에는 횃불들이 드문드문 꽂힌 안쪽이 드러납니다.
 
상당히 어두컴컴할 뿐만 아니라 굉장히 스산한 느낌이 듭니다.
 
여기를 정말 내려가 봐도 괜찮을까요?
 
마리아 L. 라크엠:... ... 실비아.
 
마리아가 조용히 실비아의 이름을 읊조립니다.
 
마리아의 얼굴은 어쩐지 묘합니다.
 
그 어떤 오기랄지 분노랄지 그런 것들을 넘어서 어떠한 당위성 따위까지 보이는.......
 
마리아 L. 라크엠:이걸 받아.
 
이어지는 말은 제안도 부탁도 아닙니다.
 
손목에 느껴지는 온기와 함께 손바닥에 놓이는 싸늘한 금속의 감촉.
 
다름 아닌 아까 마리아가 들고 있던 그 총입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유일한 자신의 무기를 감히 맡기다니요.
 
마리아 L. 라크엠:네가 이 총을 갖고 있어. 한 발밖에 남지 않았으니 신중하게 써야 해.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제가 가지고 있어도 괜찮은 거예요? (눈 깜빡.)
(손에 느껴지는 싸늘한 금속의 감촉이 생경하고, 선연했다.) 절... 믿으시나요, 마리아 언니?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일에 휘말리게 된 실비아에 대한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을 완수하지 못한 죄책감일지도 몰라요.
 
아니, 그저 자신이 다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일 가능성일지도요.
 
마리아 L. 라크엠:네가 갖고 있어. 피치 못한 일이 생긴다면, 살아나갈 사람은 내가 아닌 네가 되어야지.
... 솔직히 아직도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믿기질 않고, 얼떨결에 삶을 빼앗겼지만 당연하게도 이전처럼 살고 싶어. (어디 스스로 사지로 걸어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저는 인생 최전성기를 누리며 잘 나가던 변호사였는데.) 하지만... 이 아래에 평범한 게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는 않네.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알았어요. 이걸 쓰게 되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 모든 것을 건 최고의 한 방을 쏘고야 말겠어요.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되찾아야 하잖아요? 그걸 위해서라면 전 뭐든 할 수 있으니까...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마리아 L. 라크엠:응. 우리의 미래를 되찾기 위해서. 너를, 그리고 나 자신을 믿어. (당신의 어깨에 가볍게 한 손을 올려놓았다가 떼낸다. 삶을 잃을 위기에 처한 당신을 향한 위로이자 격려의 의미였다.) 위협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쏴.
 
두 사람 모두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이 아래에 있는 것들은 유쾌하지도 즐겁지도 않을 것임을.
 
아니, 오히려 또 하나의 끔찍한 불행의 웅덩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려가고자 합니다.
 
도둑맞은 유언장과 마리아의 삶이 이 아래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논리적인 설명 따위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인생은 항상 그 기이하고도 강렬한 충동에 의해서 나아갑니다.
 
본능이 이성에 선행합니다. 감정이 논리에 선행합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재난과 고통의 예감에 선행합니다.
 
바로 지금, 두 사람이 첫 번째 계단에 발을 내딛는 것처럼요.
 
마리아와 함께 한 발 한 발 더듬듯 한참을 내려가다 보면 두 사람은 어느 지하실에 도착하게 됩니다.
 
계단처럼 횃불만이 희미한 불빛을 드리우고 있어요.
 
그 빛을 통해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은 어쩐지 지상의 무도회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이건 연회장이라기보다는...... 그 어떤 실험실에 가까운 곳입니다.
 
[찬장]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액체들이 든 병들이 즐비하고,
 
그 옆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의 두꺼운 책들이 꽂혀 있는 [큰 책장]과 일반적인 소설, 교양서적들이 꽂힌 [작은 책장]이 세워져 있으며,
 
그리고 그 앞에는 드문드문 불길한 자국들이 남아 있는 녹슨 [실험대]가 있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연회장 아래에 이런 곳을 숨겨 뒀다니... 부자들의 취향인지 비밀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어.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쉰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엄청나게 수상한데요... 누가 봐도 음험한 계획을 꾸미고 있는 미친 과학자들의 실험실 같아요. (찬장을 살펴봅니다.)
 
실비아는 의학이나 화학에 관해 잘 알고 있나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의학 쪽은 아주 조금...)
 
의학에 조금 지식이 있는 실비아지만, 그럼에도 이 액체들의 정체는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어라 붙어 있는 라벨들도 영어가 아닙니다.
 
이 정체불명의 것들은 무엇이란 말이죠?
 
실비아 L. 아스트리드:이거 어어엄청 수상해요... 뭔지 전혀 알 수가 없겠어요. (한숨을 쉬고는, 큰 책장을 살펴봅니다.)
 
<관찰력> 판정
 
찬장에 관찰!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만 대부분 액체들이 반 이상 차 있는 다른 병들과 달리 하나가 유독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유독 비어 있는 것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뭔가 알 수 있는 건 없을까?)
 
유심히 살피자, 해골 그림과 함께 12h라고 적혀 있는 라벨이 붙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큰 책장에는 알 수 없는 말들로 적혀 있는 책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습니다.
 
중간중간 영어로 쓰여 있는 책들도 있습니다만, 그것들은 제목으로 미루어보아 의학 서적들인 것 같습니다.
 
<인체의 해부>, <인체의 형성과 발달> 등의 제목인 것을 봐서 말이지요.
 
<자료조사>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맹....)
 
수많은 책들 중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흠, 글쎄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그게 왜 궁금한 걸까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꺼내서 살펴봅니다...)
 
바로 톨스토이의 작품입니다.
 
왜 이 책이 이곳에 이렇게 이질적으로 있는 것일까요?
 
대충 손끝으로 페이지들을 넘기다 보면 가장 마지막 장에 아주 작은 글씨로 쓰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랑'
 
실비아 L. 아스트리드:흐으음... (작은 책장을 살펴봅니다.)
 
큰 책장과 달리 이곳에는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친숙한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시중 서점에 가면 볼 수 있는 소설, 교양 서적들이 대부분입니다.
 
<자료조사>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많은 책들 중에서 유독 손을 많이 탔는지 표지가 제법 너덜너덜해진 책이 두 권 눈에 띕니다.
 
한 권은 <인어공주>, 또 한 권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로군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두 책을 펼쳐서 살펴봅니다.)
 
책을 꺼내 보면 <인어공주>는 인어공주가 처음 왕자를 보고 반하게 되는 장면이,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줄리엣이 일정 시간 동안 가사(假死) 상태가 되는 비약을 먹게 되고 그로 인해 로미오가 그녀가 죽은 줄 알게 되는 장면에 책갈피가 꽂혀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왜 이런 장소에 이런 책들이... (실험대를 살펴봅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실험할 것 같기보단 오히려 고문하는 데 쓸 것 같은 실험대입니다.
 
여기저기 녹슨 자국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자국들이 그런 기운을 배가시킵니다.
 
그런데 그 위에 실험 일지가 하나 놓여 있군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실험 일지를 읽어봅니다.)
 
실험이라니? 게다가 일지를 읽어 보면 요그 소토스 클럽 관할 아래의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어쩐지 심상치 않아요.
 
워낙 정보가 생략되어 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건강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실비아, 그쪽은 어때. 뭐 좀 찾았어?
 
쾅-!
 
다른 쪽을 살피고 있던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린 그때,
 
별안간 굉음이 들리더니 순식간에 천장에서 무언가가 떨어져내립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천장에서 무엇이 떨어졌지?)
 
그런 것을 확인할 시간은 없습니다. 일단 몸을 피해야 해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재빨리 몸을 굴려 피합니다!)
 
실비아 <민첩>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민첩
기준치: 40/20/8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바닥에 몸이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떠 보면 아까는 없었던 철벽이 앞에 보입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게 이것이었던 건가요.
 
그렇다면 마리아는?
 
마리아 L. 라크엠:실비아, 실비아! 괜찮아? 무사해?
 
생각하기가 무섭게 철문 건너편에서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실비아 L. 아스트리드:저는 괜찮아요! 마리아 언니는 괜찮으세요!?
갑자기 왜 이런 게... 우리가 들어온 걸 눈치챈걸까요?
 
마리아 L. 라크엠:그런 것 같진 않아. 그냥 이 공간 자체에 설치된 장치 같은데... 침입자인 걸로 판단되면 자동으로 움직이게 설정해뒀을 거야. 클럽 아래에 만들어둔 장소이니만큼 호락호락할 것 같진 않았지만... 설마 정말 이런 위험한 장치를 설치해두다니.
 
평범한 사교클럽에 이런 장치가 있을 리가.
 
아니, 애초에 이 방부터 이상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물들과 책들, 그리고 실험일지까지.
 
잠시만. 여기 빠져나갈 수는 있는 걸까요?
 
빠르게 주변을 살펴보니 들어왔던 계단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열릴 수 없도록 정확히 철벽이 막고 있습니다.
 
마리아 L. 라크엠:저 벽 때문에 원래 들어왔던 입구가 막힌 것 같은데... 그쪽도 그래?
 
실비아 L. 아스트리드:네... 이쪽도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걸 여는 방법을 찾거나, 다른 출입구를 찾거나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마리아 L. 라크엠:응. 아무래도 다른 입구를 찾아봐야겠다. 출구를 하나만 만들어두진 않았을 거야. (부상을 입은 상태에 일행과 갈라지기까지... 침착하기 위해 손을 두어 번 쥐었다 편다.)
 
당신의 생각이 맞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꺼림칙한 곳에 계속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면 아마도 다른 곳으로 통하는 것 같은 문이 하나 있군요.
 
지금 이곳이 실비아가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되겠네요. 그럼, 우리 각자 흩어져서 출구를 찾고... 바깥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요. 조심하세요, 마리아 언니. ... 언니가 죽은 모습은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
 
마리아 L. 라크엠:(문을 찾았는지 끼익, 낡은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 그러게. 나도 그 죽어버린 내가 미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그러니까 실비아, 꼭 다시 만나자. 다치지 말고, 총은 언제든 장전해둬.
 
실비아 L. 아스트리드:쓸 일이 기왕이면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럴게요. 그럼, 이따가 봐요. (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어디론가 이어지는 복도 같은 것이 이어집니다.
 
다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횃불들이 다 꺼져 있어서 아무래도 켜져 있는 불을 들고 걸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횃불을 하나 빼들어봅니다...)
 
그제야 앞이 조금씩 비춰지네요.
 
횃불을 든 채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깁니다.
 
횃불로 언뜻 비춘 이 복도는 굉장히 길고 또 어두워서......
 
아무리 들어가도 끝이 안 보이는 것 같,
 
잠시만요. 이게 뭐죠?
 
아주 서늘하고 축축한 느낌이 드는 이곳은 단순히 복도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양옆 벽에 끝을 가늠할 수 없이 빼곡히 가득찬 이것은......
 
누군가 무엇을 세기라도 한 것처럼 네 개의 세로줄과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가로줄로 이어진 빗금들입니다.
 
이게 다 무엇이란 말이죠? 알 수 없습니다.
 
누가 대체 이 모든 빗금들을 새겼단 말이죠?
 
횃불 너머로 보이는 빗금의 수도 없는 반복들은 가슴 한켠을 서늘하게 하다 못해 소름까지 끼치게 합니다. <이성> 판정 (0/1)
 
실비아 L. 아스트리드:... ...?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빗금 갯수를 세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합니다. 너무 많으니까요.
 
천천히 실비아가 걸어 나가도 그 끝은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다섯 개로 된 묶음이 아닌 아직 두 개만 그어진 부분을 발견했을 때,
 
그 옆에는 무언가 다른 것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빛이 조금씩 번져 가면서 글자의 윤곽들이 보일 때 비로소 실비아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벽의 한 바닥을 거의 채울 듯 반복되는 이름.
 
구역질이 날 정도로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그것은 다름 아닌 나란히 쓰인 실비아와 마리아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 이어지는 말들은......
 
보아라, 나는 피와 살로 이루어져 있다. 명백하게도 인간이다.
 
오늘도 이 젖은 콘크리트 위에 우리의 이름을 쓴다.
 
약속할게.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실비아 L. 아스트리드:이, 이게 무슨. (광기에 가깝게 써진 마리아와 자신의 이름을 보고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실비아의 머릿속에 수많은 가능성들이 교차합니다.
 
벽면을 어지럽게 채우고 있는 마리아의 이름. 그리고 피와 살?
 
젠장, 대체 이게 뭐란 말이죠?
 
알 수 없습니다. 추측은 아무것도 증빙하지 못합니다.
 
다만 실비아의 눈앞에 펼쳐진 이 젖은 고통들은 대체 뭐란 말이죠.
 
툭. 실비아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던 걸까요.
 
문득 발끝에 무언가가 걸립니다.
 
눈동자만 굴려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곳에는 공책 같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덜덜 떨리는 손으로... 공책을 주워 읽어봅니다.)
 
떨리는 손길로 공책을 펼쳐들어 읽어나갑니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 불길하기 짝이 없는 콘크리트 벽,
 
그리고 축축하게 젖어 겨우 글자들을 더듬을 수 있는 종이들,
 
느릿하게 등줄기를 훑는 오싹함.
 
이성보다는 오로지 본능과 직감만이 날을 갈고 있는 그때에,
 
탕!
 
재난이 실비아의 고막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건강>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건강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분명 탄환이 뒤돌아 있는 실비아의 오른쪽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순식간에 고막이 먹먹해지고 공기가 웅웅대는 소리로 변질되어 중심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습니다.
 
무릎에 힘이 풀려 털썩 쓰러지고 맙니다.
 
도무지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상하좌우의 구분선들이 흔들립니다. 시야가 정처없이 헤멥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흔들리는 시야 사이에서, 벽을 손으로 짚어 어떻게든 일어나려 한다.) 거...기, 누군가요...? (흐릿한 푸른 눈에 경계심이 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비아는 이 재난을 쏜 사람을 알아야 합니다.
 
벽을 짚어 어떻게든 일어서려 하며, 실비아는 묻습니다. 뒤돌아 고개를 듭니다.
 
시선을 고정합니다. 초점을 맞춥니다.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처럼 펼쳐지는 것 같은 그 순간, 총구를 실비아 쪽으로 향하고 있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마리아 L. 라크엠?:안녕하세요, 스위티?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습니다.
 
마주하는 얼굴은 마리아입니다.
 
<이성> 판정 (1/1d3)
 
실비아 L. 아스트리드: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
 
실비아 L. 아스트리드:이, 이게 무슨... 마리아... 언니...? 아냐, 당신은 마리아 언니가 아니야. 나는 알아. 아까 당신이 쓴 듯한 공책을 봤거든. 그리고, 마리아 언니는 내게 총을 쏘지도 않고, 그런 식으로 말하지도 않아. (마주한 총구에 몸이 덜덜 떨려 오지만,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꿋꿋이 내뱉는다.)
 
무언가 잘못됐습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황과는 별개로 마리아의 얼굴은 너무나 침착합니다.
 
아직 비틀거리는 실비아를 보면서 오히려 안타까워하는 듯한 표정마저 지나가는군요.
 
마리아 L. 라크엠?:무서워요? (당신을 동정하듯, 걱정하기라도 하듯 다정한 물음이다. 그러나 당신이 알던 마리아와는 분명히 다른 티가 났다.) 그래도 총부터 꺼내야죠.
 
총을 꺼내라고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라고 하지 않나요?
 
총구를 들이밀고 있는 이가 할 말은 아닐 텐데.
 
실비아 L. 아스트리드:총...을요? (그렇지만,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맨손으로 대치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떨리는 손을 억누르며 간신히 총을 꺼내 쥔다.)
 
실비아에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한 발의 탄환이 들은 것을 잡아야 합니다.
 
마리아는 실비아가 간신히 총을 쥐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한 번 가볍게 끄덕입니다.
 
그러더니 실비아 쪽을 향하던 총구를 서서히 돌려 정확히 자신의 관자놀이에 갖다 댑니다.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전개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죠.
 
하지만 여전히 마리아의 표정은 침묵처럼 차분하고, 또,
 
<심리학> 판정
 
실비아 L. 아스트리드: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바다처럼 서럽습니다.
 
변호사가 저런 표정을 실비아 앞에서 지은 적이 있던가요?
 
그리고 실비아의 시선이 총을 스스로에게 겨누고 있는 마리아의 손에 향했을 때 당신의 직감은 확신이 됩니다.
 
마리아 L. 라크엠?:실비아.
나의 동생이 되어줘요. 내 가족이 되어줘요.
그러면, 유언장을 돌려드리죠.
 
방아쇠 위 그 손끝이 굳은 살 하나 없이 매끈하니까요.
 
가족이라니.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죠?
 
아니, 당장 저 매끈한 손을 가진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이에요.
 
그러나 실비아가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또 발걸음 소리가 뚜벅뚜벅 들리더니,
 
마리아 L. 라크엠:아, 실비아. 다행이다, 여기서 만났... ...
뭐... 뭐야, 이 사람은...?
 
두 사람의 대치 상황을 보고 당황한 표정의 마리아가 다른 쪽에서 걸어 나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 마리아 언니이이... ... (울고 싶다 진짜...)
 
마리아 L. 라크엠:어떻게 된 일이야? 이... 이 사람은, (아니, 사람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 ... 네가 내 행세를 하던 자야? 넌 누구지? (경계어린 눈빛으로 벽에 붙어 실비아에게 다가가려 한다.)
 
마리아 L. 라크엠?:움직이지 마세요! (차갑게 소리치며 마리아를 향해 총을 겨눈다.)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세요. 허튼 짓 할 생각 하지 마시고요.
 
마리아 L. 라크엠:... ... 무슨 생각인 거지. (이를 악물면서도 일단은 제 손에는 무기가 없고, 별다른 수도 없었기에 그 자리에 멈춰선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이 사람, 아무래도 아까 실험 일지에서 본... 여기서 만들어 낸 생명체 같아요. 어떤 모습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마리아 언니의 얼굴을 따오기라도 한 걸까... (극도의 긴장감에 손끝부터 피가 싹 빠져나간 듯이 차가워짐을 느낀다.) 그리고, 나보고 가족이 되어달라고... 했어요. 그러면 유언장을 돌려주겠다며.
 
마리아 L. 라크엠:만들어 낸 생명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으나, 이 클럽의 비밀과 위험성을 되새겨보면 아주 불가능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가족이 되어달라고?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인상을 작게 찌푸린다.)
 
마리아 L. 라크엠?:실비아. 나는 이곳에서 망할 사교도 놈들의 손에 멋대로 만들어져 멋대로 폐기당할 운명이었어. 이런 인생 따위, 행복한 적도 즐거웠던 적도 없었고 그저 인간으로 죽고 싶었을 뿐이었지.
그런데 두 달 전... 살짝 열린 문틈으로 너를 본 순간, 나는 책으로만 보던 사랑이란 것이 뭔지 이해했어. 가족이 되고 싶은 마음을, 친애라는 마음의 뜻을 이해한 거야.
... 널 위해서 살아가고 싶어. 오직 당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싶어요. (제멋대로 바뀌는 말투, 차갑게 굳었다가도 마치 눈 녹듯이 사르르 변하는 표정은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썼음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이고 어색하다.) 나,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테니까요... ... 네 어머니가 자연사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만든 독이라면 당신의 앞에 거슬리는 이들은 전부 치워버릴 수 있어요. 내 추진력과 끈질김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보일 수 있어요.
이 여자의 삶은 내가 가지겠어요. 피와 살을 가졌으니, 나야말로 완벽한 인간이잖아요?
이 자리에서 마리아를 쏘고 저의 동생이 되어준다고 약속하세요. 그럼 유언장을 돌려드리겠어요.
하지만 그를 쏘지 않는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제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겠어요. 실비아, 당신의 유언장은 공중분해되는 거죠.
 
마리아 L. 라크엠:무슨... ... 무슨 소리야. (내 삶을 이렇게 앗아가겠다고? 당황함과 혼란스러움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찾을 수가 없다. 실비아를 애타게 바라볼 뿐이다.) 실비아... ...
 
실비아 L. 아스트리드:(똑같은 두 얼굴 사이에서 굉장히 정신이 없고 혼란스럽다.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총을 쥔 손이 덜덜 떨려와, 이러다간 실수로라도 방아쇠를 당겨버릴까 무서워서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였다.) 날... 사랑한다고요? 날 위해서 그 사람을 죽인 거고요? (사랑하지는 않았으나, 사랑받기를 바랐던 사람. 애증의 대상. '어머니'라 불렀던 여자의 얼굴이 머릿속을 잠깐 스친다.) ... 당신은 '마리아'가 없어야만 온전한 당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건가요? 불쌍한 사람... (그 탄생을, 삶을 동정한다. 제가 누군가를 동정할만한 처지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실비아라는 한 인간으로 오롯이 존재해왔으니. 그러니 그를 사람이라 긍정한다.) 진짜 '마리아'는 당신의 존재와는 무관하게 이미 온전한 '마리아' 인데도.
당신이 날 협박하지 않았더라면, 온전한 호의와 다정과 사랑을 보여주었더라면... 난 진짜로 흔들렸을지도 몰라요. 당신의 그 애절하고 달콤한 말들에 말이에요. 나 역시 가족이 갖고 싶었으니까... ... 누군가가 내 언니가 된다면, 그건 '마리아'이기를 바랐으니까. (마리아와 같은 얼굴을 했으나, 마리아와 다른... 그 존재에게로 총구를 겨눈다.) 그렇지만 당신은 역시 날 몰라. 알았더라면 이렇게 굴 수 없었을 거예요. 날 제대로 알지도 모르면서 사랑은 무슨 사랑이라는 거죠?
내가 그 유산을 간절히 바랐던 이유는, 내가 '나'라는 하나의 존재로 자유롭게 자립하고 싶어서였어요. 누군가에게 매이고 속박당한 삶일지라도, 눈치보고 억압당하는 삶일지라도! 그럼에도 부를 더 원했다면 애초에... 맨몸으로 그 끔찍한 집구석을 뛰쳐나오지도 않았겠죠. 그대로 화려하지만 외로운 인형으로 살아갔을 거예요... ...
당신을 선택하는 건... 안타깝게도, 그 모든 걸 잃는 길이겠네요. 솔직히 아쉽게 됐어요. 장례 기간 동안 유산을 받으면 무얼 할지, 이런저런 행복한 상상들을 많이 했었거든요... ...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요. 기대와 기쁨에 젖어, 내가 원하는 완벽한 미래를 자유롭게 꿈꿀 수 있었던 것. (쓰게 미소짓는다. 손의 떨림은 여전히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었지만.) 내가 그것을 꿈꿀 수조차 없이 낡고 지치기 전에, 내게 그 시간을 준 것만은 고맙게 생각할게요. 잘 가요, '내가 모르는 인간'.
(방아쇠를 당깁니다. 날 사랑한다 말했던 이를 향해서.)
 
마리아 L. 라크엠?:아니야. 아니예요. 협박이 잘못된 거였나요? 호의와 다정을 원했어요? 그러면 할 수 있어. 전부 할 수 있어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전부, 전부 해낼 수 있는데... ...
(언제 제 관자놀이에 총구를 댔냐는 듯, 팔은 힘없이 떨어지고 표정은 무너진다.) 어차피 죽음은 각오하고 있었어요. 그런 건 무섭지 않아. 단지, 단지 난...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었어요. 피와 살을 지닌 인간으로서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미간이 찌푸려지고 눈가며 입매는 한껏 일그러진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은 표정이다. 그러나, 눈가는 버석하기만 하다. 아무것도 흐르지 않았다. 결국 당신 눈 앞의 존재가 얻은 것은 반쪽짜리의 생명일 뿐.)
(총이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난다. 입술이 당신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소리 없이 부르짖는 것을 끝으로, 탕, 저를 향해 방아쇠가 당겨진다.)
 
이 축축한 재난의 한 장면에서,
 
당신만을 바라보는 두 얼굴의 틈에서,
 
실비아는 마침내 선택합니다.
 
탕!
 
실비아의 손에서 나간 단발마의 총성이 지하실을 가로지릅니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실비아!
 
아, 좋은 아침이 아닌가?
 
뭐가 됐든 좋습니다. 오늘은 실비아가 첫 출근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죠.
 
출근이라니, 세상에. 어디 천하의 아스트리드 가문의 아가씨가 노동 따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한 달 전 유언장은 효력을 잃었고, 모든 재산은 변호사의 판단 하에 사회에 환원되었는데.
 
이제 실비아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려갈 1층도, 가정부 그레타도, 집사도, 에그 베네딕트도, 운전 기사도, 쌔끈한 포드도 없어요.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일자리는 있잖아요.
 
실비아 L. 아스트리드:... ... (난 침대만 있어도 괜찮았는데... 진짠데...)
 
그리고, 당신의 '진짜' 마리아가 나누어준 그의 재산의 반절도요.
 
그러니 서두릅시다, 늦기 전에.
 
실비아 L. 아스트리드:(아? 갑자기 좀 살만해짐 샥샥 출근 준비합니다.)
 
아가씨일 때와 유독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일상의 소리일 겁니다.
 
도시의 아침은 아주 시끄러워요.
 
일을 나서는 사람들, 자동차 경적 소리, 가게가 문을 여는 종소리 등.
 
그럼에도 놀랄 만큼 별일 하나 없는 일상입니다.
 
죽은 변호사도, 사라진 유언장도 없습니다.
 
아, 그 변호사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글쎄요. 사실 두 사람은 그날에 대해 그 뒤로 단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총성을 듣고 내려와 시체를 발견한 요그 소토스 사람들이 '그것'을 치울 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목격자와 경찰들이 사건을 정정하며 신원을 헷갈렸다고 발표했을 때도,
 
경찰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어느 순간 싹 사라져 버렸을 때도,
 
유언장은 영영 찾을 수 없었고 마리아의 사무실에 의뢰하는 발걸음은 뚝 끊겼을 때도.
 
이상하기 그지없는 일들의 연속에서 어쩌면 이 둘의 합의된 함구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이야기 들었어? 요그 소토스 클럽 알지? 거기 어제는......"
 
반면에 도시는 한 달째 그곳의 이야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카터 검사의 청구로 법원에서 요그 소토스 클럽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었고,
 
덕분에 지금 요그 소토스 하우스는 하루 종일 폴리스 라인이 쳐진 채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아직 그곳을 다 파헤쳤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클럽 회장이 인류의 진보니, 과학의 증명이니 하며 온몸으로 수색을 막으려 했다는 것을 보면,
 
수사가 진행될수록 분명 소기의 성과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현장에서 실비아는 제외되었습니다.
 
실비아가 원해서일 수도 혹은 이제 실비아의 의견은 이 도시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그날의 결정에 후회하고 있나요, 실비아?
 
이제 실비아에게는 모든 법률적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개인 변호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줄 가족과도 같은 가까운 이는 있습니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후회... 아예 안 해봤다면 거짓말일 텐데, 가끔 엄청나게 커다랗고 푹신해 보이는 침대를 볼 때, 그리고 우리 집은 그 침대를 놓기에는 너무 작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빼고는 그럭저럭 만족하고 사는 중.)
 
그래도 당신은 다시 또 살아 가게 될 겁니다.
 
유언장도, 유산도 없지만, 실비아는 그날 자신의 손으로 선택했고 결정했으며 행동했으니까요.
 
그리고 놀랍게도 인간은 그 모든 재난을 겪고도 다시 살아 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젖은 고통 속에서도 일상을 다시 영위할 원동력을 찾아내고야 말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터 검사가 마리아와 절친한 동창이라는 사실이나,
 
최근 익명의 거부가 지역사회를 위한 새로운 재단을 설립했다든가 하는 소식들이 실비아에게는 그리 불쾌한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실비아의 앞으로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무엇이 그 삶을 추동하게 될까요?
 
무엇이 실비아를 사람으로서 살게 할까요?
 
또 다른 죽음? 또 다른 고통? 또 다른 상실?
 
글쎄요, 실비아.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 어서 첫 직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 당신의 상사에게 인사합시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네요... 저,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게 된 실비아 아스트리드입니다... (쭈뼛쭈뼛)
 
들어간 사무실 안은 시체도 혈흔도 없지만 대신 산더미 같은 서류와 타자기만 잔뜩 쌓여 있는 곳입니다.
 
마리아 L. 라크엠:기다리고 있었어요, 실비아 씨.
... 오늘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나의 친애하는 동생. (눈 휘어 웃는다.)
 
실비아 L. 아스트리드: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마리아 언니! (할 수 있는 한 힘차게 대답하며, 한껏 미소지어 보인다. 가끔 후회하는 마음이 슬쩍 올라오더라도, 막상 내 눈 앞의 이 사람을 마주하면 금방 쏙 들어가니까, 괜찮아. 역시 진짜 마리아 언니가 최고야!)
 
마리아 L. 라크엠:(순식간에 송두리째 앗길 뻔하였던 저의 삶이 당신의 결정으로 인해 다시 숨을 얻었다. 그러니 이전의 삶과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손길에 힘입어 새로이 재구성된 제2의 삶을 살아간다 보아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당신이 얻을 수 있었던 막대한 유산을 포기하고 저의 숨을 트여준 만큼, 저 또한 할 수 있는 한 당신을 끝까지 책임지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곁에 남을 것이다. 당신의 마음에 보답하고, 또 저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미소와 함께 씩씩하게 대답을 하고,
 
그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마주 웃어주는 그 사람은,
 
END3. 나의 작은 살아있는 변호사
 
실비아 생환, 마리아 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