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 : 13시간 40분
저택 지붕은 원래 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얗게 물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요즈음 겨울나기를 준비하느라 부쩍 바쁩니다만, 반대로 아이들의 일상은 무척 평화롭습니다.
수업 대신 약간의 방학 숙제가 전부인 나날. 자유 시간을 보내거나 끼리끼리 놀면서 무료한 하루하루가 천천히 흘러갑니다.
아실링이 잠에서 깨어나면, 아래층 침대의 헬레네가 침대 위로 고개를 쏙 내밉니다.
꽤 이른 아침인데도 헬레네는 잠기운 하나 서리지 않은 채 분홍색 눈동자를 빛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하지만 헬레네의 낯에 서린 기대감은 단순히 그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헬레네:오늘, 딸기 타르트를 먹고 눈사람을 만들기로 했던 거 잊지 않으셨지요?! 정원에 눈이 가-득 쌓여서 너무 기대돼요!
아실링 펜들레엄:(눈 뜨자마자 새빨간 딸기 타르트 먹을 생각만 하다가 이어지는 네 뒷말에 정신 퍼뜩 차린다.) 기억하고 있어..요. 잘 만들 자신은 없지만. (하품~)
표정만 봐도 헬레네가 오늘을 얼마나 기대했고 또 들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헬레네:괜찮아요, 저도 처음 만들어 보는걸요! 모양은 어떻든, 저희 둘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데 의의가 있을 거예요. (침대 틀을 손으로 잡은 채 폴짝인다.) 어서 준비하고 나가도록 해요! 저는 세수도, 양치도, 옷도 다 갈아입었어요!
아실링 펜들레엄:(날씨가 좋아지면 흔적도 안 남고 사라질 텐데, 그게 그렇게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마냥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제 눈앞에서 폴짝거리는 친구와 함께라면 눈사람 만드는 것도 꽤나 즐거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 뭐예요.. 그런 거면 나도 깨워주지. 반칙이야. (후다닥 침대에서 내려와서 나갈 준비하려고 한다.)
헬레네:아실이 곤히 주무시고 계시기에 괜히 일찍 깨우기가 죄송스럽더라구요. 어차피 화장실은 한 명씩 쓰니까... 저 먼저 준비하고 천천히 깨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헤실헤실 웃으며 침대에 폴싹 걸터앉아 당신이 다 준비하기를 기다린다.)
아실링 펜들레엄:오늘따라 잠에 깊게 들어서 빨리 일어나지도 못했고.. 내일은 제가 더 일찍 일어날 거예요. (어린애 다운 유치한 말이나 꺼내며 나갈 준비한다. 헬리를 너무 기다리게 할 수 없다!)
헬레네:네에?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깊게 잠드셨다니 다행인걸요. (꺄르르 웃는다. 봄에서 겨울로 변해가는 시간을 함께하며 성격은 한층 더 밝아졌고, 웃음소리도 더욱 낭랑하고 맑아졌다. 당신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안심과 행복이 되었었는지.)
세수하고, 양치하고, (방학이지만) 교복으로 갈아입으면 준비 끝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아. 방금 생각난 건데.. 우리만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다른 애들이 눈을 다 써버렸으면 어떡하죠? (불안한 눈)
헬레네:헉... (뒤늦게 같이 불안해짐) 그, 그래도... 정원은 넓으니까 저희가 눈사람을 만들 만큼은 남아있을 거예요.
때마침 창문 밖으로 “으악!” 요란한 비명이 들립니다. 다들 나가 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나랑.. 헬리의 눈이..!)
(창문으로 가서 눈 남아있나 본다.)
창문으로 쇼쇽 가서 바깥을 내다보면... 눈은 아직 아주아주 많이 남았습니다!
헬레네의 말대로 정원이 워낙 넓은데다 눈도 많이 내렸으니까요.
안심하고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도 되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어휴 다행이다.) 바깥은 추우니까 밥 든든하게 먹기로 해요. (손잡고 총총 내려간다.)
16칸의 계단을 내려오면 거실이 제일 먼저 보입니다.
눈이 쌓이길 고대했던 아이들이 아침부터 달려나가리라 예상하고, 아침 식사는 거실 테이블에 차려졌습니다.
새알을 동동 띄운 팥죽입니다. 설탕을 잔뜩 넣어 달고 따끈따끈합니다.
선생님:아실링, 헬레네. 일어났군요. 좋은 꿈 꿨나요?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선생님이 두 사람을 발견하곤 종이컵에 팥죽을 따라 줍니다.
새알이 침몰하는 눈사람처럼 동그란 머리를 내놓고 있군요.
선생님은 뜨개질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털실이며 기다란 바늘이 늘어져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팥죽 보고 기분 좋아져서 말랑해지며) 뜨개질하시는 거죠..? 뭐 만드시려고요?
선생님:이제 겨울이니까, 모두 목도리며 장갑이 필요할 시기라서요. (웃으며 다시 뜨개질거리를 집어든다.)
아이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감기에 잘 걸리니까, 적어도……
아실링 펜들레엄: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멩..)
뒷말이 더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은 말꼬리를 흐리고 웃습니다.
선생님:한 명이 아프면 순식간에 전염병처럼 옮으니까, 미리 조심해야죠.
헬레네:네에,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할게요. 선생님!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웃으며 팥죽을 호호 불어 입안으로 떠넣는다.) 와아... 너무 맛있어요! 아실, 아실도 어서 드셔보세요.
아실링 펜들레엄:편식 안 하고 밥 잘 먹으면 감기 같은 거 안 걸려요. (팥죽이 좀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맛있게 먹는다. 아침부터 달달하고 따뜻한 거 먹어서 기분 더 좋아짐)
선생님:우리 아실링이 아주 잘 알고 있네요. (흐뭇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본다.) 맛있게 잘 되었다니 저도 기뻐요.
자, 다 먹었으면 이리 오세요.
선생님은 두 사람의 베레모를 똑바로 씌워주곤, 망토 단추도 목 끝까지 전부 여며줍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심리학
기준치: |
70/35/14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
심리학
기준치: |
70/35/14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방학 이후로 다들 잔뜩 들떴던 데다가, 특별한 사고 없이 평화로운 나날이었거든요.
아실링 펜들레엄:.. 선생님. (작은 어린애 손으로 선생님 팔 잡는다.) 무슨 일 있으세요? 어디 편찮으신 곳 있는 건 아니죠?
헬레네:(팥죽 냠냠 먹다가, 아실이 손을 내밀자 따라 걱정스럽게 올려다본다...)
선생님:음...? (옷깃을 단정히 여며주고는, 약간 의아한 표정이었다가 금세 빙그레 미소하며 아실링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런, 선생님을 걱정했나요? 조금 피곤해서 그래요. 별 일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실링은 착하기도 하지.
겨울나기 준비가 바쁜 걸까요? 아니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 걱정스러운 걸까요?
아이들이 방학에 할 일이란 실컷 뛰어놀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 아니겠어요?
선생님:자, 이제 선생님은 뜨개질에 집중해야겠어요. 두 사람도 바깥으로 놀러 나갈 거죠? 점심시간까지 실컷 놀되 다치지 않도록 유념하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나가서 놀다 올 거예요.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할게요. (모자도 쓰고, 장갑도 껴야지!)
헬레네:조심할게요! (옆에서 아실 마지막 말 따라하며 순서대로 장갑을 낀다.) 그럼, 아실... 저희도 이제 나갈까요? (벌써부터 완전 신나서 몸이 들썩거린다)
아실링 펜들레엄:(빨리 밖에 나가자며 고개 끄덕인다.) 처음부터 아주 예쁜 눈사람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아주 큰 눈사람은 만들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그걸 목표로 만들기로 해요.
헬레네:얼마나 큰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요? 너무 기대돼요! (신나서 손 잡고 총총 뛰어나간다)
모자를 눌러 쓰고, 망토까지 둘둘 두르면 출동 준비 완료입니다.
현관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리면 와아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나풀나풀, 하늘에서는 설탕 같은 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바닥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서 걸음걸음이 푹신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분수대 앞에 만들면 멋져 보일 것 같은데.. 거기로 갈까요? (헬리 봄)
헬레네:좋아요~! 분수대에도 만들고, 대문에도 만들고, 미로 정원에도 다 만들고 싶어요. (양 팔을 크게 벌려보인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렇게나 많이요? 뭐.. 방금 식사도 맛있게 했고, 힘도 넘치니까 가능할 것 같기는 하네요. (분수대부터 가본다!)
분수대에선 얌전히 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도 물은 얼지 않네요!
눈덩이에 물을 묻히면 더 예쁜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헬레네:어떤 모양으로 만들면 좋을까요? 으음... 여기서부터 이렇게 눈을 둥글게 굴리면 되는 걸까요? (포삭포삭 눈 밟는 게 즐거운지 한참 뛰어다니다가 양손에 눈을 가득 모아본다. 영 어정쩡한 손모양이다.)
아실링 펜들레엄:(눈 반죽하는 것 같은 손 모양을 보고 네게서 등 돌려 소리 없이 웃는다. 얼마 안 가 쪼그려앉아 눈을 뭉쳐 공 모양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뭉쳐야 할걸요. 쉬우니까 금방 할 수 있을 거예요.
헬레네:아하... 공처럼 만들면 되는 거군요! (열심히 눈을 모아서 두 손에 꽉 차게 둥그란 눈뭉치를 만든다.) ... 이 다음엔 어떻게 하죠? 계속 손에 모으고 모으다간 놓쳐버릴 것만 같은데...
아실링 펜들레엄:그걸 이제 눈밭에 살살 굴리면서 크기를 크게 만드는 거예요. (쭈그려 앉더니 시범 삼아 눈 크기 불리는 것을 보여준다.) 모양이 망가져봤자 그냥 눈이니까요. 걱정 말고 시도해도 좋을 거예요.
헬레네:(당신 곁에 같이 쭈그리고 앉아 손에 든 눈덩이를 바닥에 돌돌돌 굴린다.) 이런 식으로 점점 더 크게 만들어가는 거군요! 우와아. 상상한 것보다도 더 재밌어요, 아실! 이제 여기에 목도리도 씌워주고, 단추와 당근으로 눈과 코도 만들어주고, 나뭇가지로 팔도 만들어주는 거겠죠...? (신나서 막 굴려댄다. 금세 크기가 커진다.)
아실링 펜들레엄:눈사람을 그렇게 꾸며주기도 하죠. 헬리라면 근사한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앗. (네가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기만 하다가 어느새 자신의 것과 비교되게 커진 눈 크기를 보고 몸에 힘 바짝 들어간다.) 아, 그.. 만들고 있어봐요. 저도 빨리 만들어볼게요. (눈뭉치 열심히 돌돌 굴린다.)
헬레네:
손놀림
기준치: |
10/5/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
손놀림
기준치: |
10/5/2 |
굴림: |
23 |
판정결과: |
실패 |
헬레네는 처음 만들어보는 것이라 그런지,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모양도 동그라미보다는 타원에 가깝네요.
아실링의 눈덩이 역시 급히 만들어서 그런지 조금 엉성하지만, 그래도 헬레네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크기도 더 크네요!
이제 두 개를 잘 합쳐서 세우면 멋진 눈사람을 완성할 수 있겠습니다.
헬레네:제대로 잘 한 게 맞을까요? (눈이 우수수 떨어지는 자기 눈덩이 보며 고개 갸우뚱...)
아실링 펜들레엄:아.. 잘 만들고 있어요. (우수수 떨어지는 눈 보고 자신이 들고 있던 눈덩이를 꾹꾹 누른다.) 이렇게 눌러주면 더 괜찮아질 거예요.
헬레네:아실의 눈덩이가 제 것보다 더 동그랗네요. (당신이 눌러준 눈덩이로 울퉁불퉁한 부분을 땜질하듯이 팡팡 두드린다. 하얀 입김이 새어나오고 장갑 너머의 손이 시린데도 신경도 안 쓰일 만큼 즐거웠다.) 그으럼, 이제 눈덩이를 위쪽으로 올리면 눈사람이 하나 완성되는 거죠?
아실링 펜들레엄:(추운 줄도 모르고 열심히 만드는 모습에 자신이 대충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겨울바람에 귀가 빨개지는 줄도 모르고 눈사람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크고 단단해진 제 눈덩이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여기 위에다가 올려두면 눈사람 하나 완성이에요. 헬리한테는 첫 눈사람이네요.
헬레네:그럼... 올려볼게요! (어느덧 제 허리춤만큼 커진 눈덩이를 끙끙대며 아실링의 눈덩이 위로 올려놓는다.) 헉, 헉... (땀 스윽) 드디어 완성이네요! 우와아~!!! (함께 만든 첫 눈사람을 반짝이는 눈으로 훑고는 제자리에서 방방 뛴다.)
아실링 펜들레엄:(방방 뛰지도, 환호성을 지르지도 않았지만 속으로 아주 뿌듯해하고 있다. 딱 어린애 둘의 실력으로 만들어진 소박한 눈사람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사람이 만든 눈사람보다 근사해 보였다.) 잘 만든 것 같네요. (흠..) 능력으로 겉면을 단단하게 얼려볼까요? 그러면 쉽게 안 녹을 것 같은데.
헬레네:정말 너무 좋은 아이디어네요! (물개박수 짝짝 친다.) 아실만 괜찮으시다면, 그렇게 해주실래요? 머리가 아프실까 봐 걱정이 되지만... 내일도 모레도 녹지 않는 눈사람이라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좀 유치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얘가 녹으면 좀 속상할 것 같아서요. 헬리랑 제가 처음으로 만든 눈사람이잖아요. 좀 오래 보고 싶어서요. (말해놓고 뒤늦게 부끄러움이 밀려들어와 재빨리 눈사람에 손을 가져가댄다. 능력을 잘못 사용해서 모양새를 망가트리는 일이 없게 집중하더니 겉면에 작은 눈꽃 모양을 남기며 얼려버린다.) 이거면 충분하겠죠? (두통 꿍)
헬레네:유치하지 않은걸요, 저도 오래오래 보고 싶어요. 아실과 함께 만든 눈사람이니까 더더 의미가 깊기도 하고요! (헤헤 웃더니 당신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는다.) 같은 마음이었네요. (손길 아래에서 눈사람이 단단하게 얼어가고, 눈꽃 모양까지 피어나는 것을 보며 감탄사를 흘린다.) 와아아... 아실링! 정말 너무너무 멋져요! 이걸로 눈사람이 아주아주 오래 분수대에 서있겠어요. (기뻐하면서도 두통을 겪는 모습에 안타까워한다.) 괜찮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이제는 포옹 같은 것도 익숙해졌다며 팔로 네 어깨 살포시 끌어안는다. 하얀 입김이 피어나는 추운 날씨이지만 가슴 한편이 몽글몽글 따뜻해지는 게 좋다며 한참을 안고 있다가 놓아준다.)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고. .. 헬리가 한 번 더 안아주면 정말 하나도 안 아플 것 같아요. (뻔뻔)
헬레네:역시... 무리하셨던 거죠? 괜히 저 때문에... (걱정이 올망졸망 담긴 눈빛으로 당신을 올려보다가, 다시금 당신에게 딱 붙어 꼬오옥 끌어안아준다. 당신의 어깨에 뺨을 부빗거린다.) ...이젠 좀 괜찮아지셨나요?
아실링 펜들레엄:(걱정하게 만든 것에 양심이 콕콕 찔리지만 별다른 대답 없이 팔 벌려 허그 받는다. 이런 작은 거짓말이면 해도 괜찮을 것이라며 눈이나 데굴 굴린다.) 헬리가 안아줘서 이제 하~나도 안 아파요. 정말로.
헬레네:다행이에요.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끌어안은 채 가까이서 당신을 올려다본다.) 같이 눈사람을 만드니 너무 즐거워요! 다음에는 어디에 만들어 볼까요, 아실?
아실링 펜들레엄:(안긴 상태로 네 이마에 볼 비비며) 대문 옆에 만드는 것도 멋질 것 같아요. 함부로 나가거나 들어오기도 어려운 곳이니까 잘 안 망가질 것 같고요. 거기서도 예쁘게 만들기로 해요.
헬레네:그렇네요. 왕래가 없으니까 다른 분들의 발길도 잘 닿지 않을 테고요! 그곳에서는 눈덩이를 세 개 쌓아서 만들어볼까요? (신나게 손을 맞잡고 대문으로 향한다.)
대문 근처에서는 아리아가 요란하게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물을 얼리고 얼음을 화려하게 조각할 수 있는, 아실링의 능력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초능력을 지녔지요.
그만큼 겨울에 딱 어울리는 능력으로 이리저리 휘날리던 눈꽃들을 뭉치고 뭉쳐 커다란 얼음 성을 세웠습니다.
성의 중간에 세워진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미끄럼틀이 나옵니다. 아이들이 벌써부터 신나게 타고 내려오고 있네요!
헬레네:(눈이 땡그랗게 커진다.) 얼음 성이에요! 아리아가 능력을 쓰신 걸까요? 예뻐라...
아실링 펜들레엄:(비슷하면서도 다른 능력에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다가, 곧이어 예쁘다며 칭찬하는 네 말을 의식하고는 좀 시무룩해진다.) 저도 연습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 거예요. (?)
헬레네:앗. (뒤늦게 깨닫곤 얼른 양손으로 아실링의 뺨을 감싸며 달랜다.) 아리아의 능력도 아름답지만, 아실의 능력과는 또 다른걸요! 저는 아실의 초능력이 훨-씬 더 좋아요. 그리고, 패널티도 있으신걸요... 무리해서 연습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네?
아실링 펜들레엄:(마음에 안 든다는 듯 얼음성을 째려보다가 네 말 듣고 표정 다시 말랑해진다.) 정말로 제 능력이 더 좋아요? 어떤 부분이? 그 정도 페널티면 연습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요..
헬레네:잠깐 쓰신 것만으로도 절 안고 있으셔야 할 만큼 아프신데, 연습을 했다간 앓아누우실지도 모르잖아요. (약간 오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걱정하는 중) 아리아의 능력은 물과 눈을 뭉치는 것이지만 아실링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단숨에 얼릴 수 있잖아요. 예쁜 꽃 모양도 조각하실 수 있구요! ... 사실, 미끄럼틀이 타 보고 싶기는 해요... (손 꼼지락)
아실링 펜들레엄:앗 그건. (...) 능력을 많이 쓰다 보면 괜찮아진다는 말을 들어봤어요! 저를 위해서 능력 갈고닦는 것이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연습 안 하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는다. 왕고집) 그렇죠? 어떻게 보면 제 능력이 좀 더 좋... (우쭐해져서 신나는 목소리로 조잘거리다가 말이 뚝 끊어진다. 목덜미가 당겨지는 느낌이 들어 입술을 꾹 깨물다가 방긋 웃어 보인다.) 그럼 우리 타러 가봐요~! (얼마나 잘난 능력인지 제대로 봐주겠다며 앞장서서 걸어간다.)
헬레네:능력을 연습하는 건 좋지만, 그 과정에서 아실이 아프신 건 싫어서... 그래도 단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걸까요? (고집을 부리자 곧장 흔들림) 그, 그럼... 같이 가볼까요? (혹시나 말실수를 했을까 봐 조마조마하게 눈치를 보다가 방긋 웃는 표정에 곧이곧대로 고개를 끄덕인다. 막상 가까이 다가가자 점점 더 신나서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얼음성의 안은 텅 비어있고, 전부 얼음인 탓에 오스스 닭살이 돋습니다.
얼음성 가운데의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 미끄럼틀을 타려는데,
아리아가 두 팔을 척 벌리고 미끄럼틀의 입구를 막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애써 웃는 표정을 유지하다가 그대로 미간 사에 주름 하나가 팍 생긴다. 약간 건들 건들하게 아리아 앞으로 걸어가고는 팔짱을 팍 낀다.) 뭘 이런 거 갖고 돈을 받고 그래?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데. (자기도 모르게 반말 나옴.)
아리아:뭐ㅡ? (당신이 비슷한 능력이라는 걸 떠올렸는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차고서도, 이쪽도 한 성깔 하는지라 지지 않고 눈을 치켜뜬다.) 특별하지 않긴, 대체 뭐가 안 특별해? 여기 있는 람피온 중에 이런 예쁘고 큰 얼음 성 만들 수 있는 사람 있어? 있냐구!
아실링 펜들레엄:누가 알면 얼음성이 아주 특별한 줄 알겠다?? 이게 뭐라고 돈을 받겠다는 건지. (이쪽도 안 지겠다며 코웃음 치며 반박하다가 뒤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헬리가 생각났는지 최대한 부드럽게 목소리 가다듬는다.) 됐고.. 요. 얘 미끄럼틀이나 타게 해.. 주세요.
아리아:특별하다니까? 너, 지금 여기서 나랑 똑같은 성 만들 수 있어? 못하잖아! (앙칼지게 외친다. 그러다 당신의 말투가 급 바뀌자 어처구니가 없는 듯 코웃음을 친다.) 뭐 하는 거니? 웃기지도 않네... (한 손을 척 내민다.) 타려면 돈부터 내라니까!
아리아는 평소에도 돈을 밝히고 예쁜 물건을 좋아하기 때문에 세상엔 공짜란 없다고 자주 떠들어대곤 했었죠.
헬레네:저기, 아실... 아리아... (아실링 뒤에서 눈치만 봄)
아실링 펜들레엄:(쉽게 안 넘어갈 것 같다고 느꼈는지 입만 웃고 있는 상태로 주머니 뒤적인다. 제발 뭔가 나와라.)
... 나중에 내가 줄게..
아리아:나 참. 나중 같은 게 어디 있어? 지금 못 타면 이번 겨울엔 내내 못 타는 거지, 뭐ㅡ (얄밉)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필사적으로 방법을 떠올리던 아실링은 마침내... 아리아가 칭찬에 무척 약하다는 걸 떠올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간식으로 나오는 딸기 타르트 너 줄게. (부들부들부들)
아리아:어머... 그 말, 진심이니? (갑자기 흥미보임) 너. 거짓말 하면 국물도 없다? 알겠어?
(고개 끄덕) 헬리. 우리 어서 타러 가요. (흥)
(양쪽에서 엄청 눈치보다가 조심스럽게 아실 손 잡는다) 감사하고 죄송해요, 아실. 저 때문에 타르트까지 넘겨주시고... 점심 땐 제 타르트를 같이 먹어요!
아실링 펜들레엄:(딸기 타르트고 뭐고 밥맛이 뚝 떨어졌지만 천사 같은 한마디에 굳어있던 표정 사르르 녹는다.) 헬리가 먹여준다면요. (왕뻔뻔!)
헬레네:네! (표정이 풀리자 그제야 마음 놓고 활짝 웃는다. 타르트 정도가 뭐가 아까우랴) 아실 몫은 다- 먹여드릴게요.
아실링 펜들레엄:(눈앞에 아기 천사 끌어안은 상태로 펭귄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향한다.) 한입만 줘도 충분한걸요~.. 오늘 신나게 놀고 이따가 많이 드세요. (방긋)
헬레네:아니에요, 꼭 절반 나눠드릴게요. 딸기 타르트가 얼마나 맛있는데, 아실도 많이 드셔야죠. (당신의 품에 안긴 채로 조심조심 미끄럼틀에 앉아... 타고 내려간다. 슈웅~~)
기다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눈이 앞머리에 달라붙고 바람이 옷깃을 마구 흔듭니다.
끌어안은 서로의 체온이 느껴지고, 절로 웃음이 흐릅니다.
엉덩이가 얼얼한 것은 미끄럼틀이 스릴 넘칠 뿐만 아니라 꽁꽁 얼었기 때문이겠죠!
아실링 펜들레엄:(얼얼한 엉덩이 쓱 만졌다가 얼음성 노려본다. 기필코 저 얼음 성보다 잘난 것을 만들 것이다!!)
헬레네:(꺄르르 웃으며 내려와선 치마에 묻은 얼음조각을 탁탁 털어낸다.) 무척 신나네요, 아실! (또 한 박자 늦게 노려보는 아실 발견하고 아차함)
아실링 펜들레엄:(자기 보는 너 보고 순진한 표정 짓는다.) 무슨 일 있었나요? 아, 우리 다른 곳 가봐요. 미로정원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말 돌리기)
헬레네:앗, 아실링 기분이 잠깐 안 좋아 보여서... 착각이었나 봐요. (눈 부빗부빗) 좋아요! 이번엔 미로정원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간발의 차로 주먹만 한 눈덩이가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미로의 벽에 바짝 붙어 서 있던 제이가 두 사람을 마구 끌어당깁니다. 짐짓 심각한 얼굴입니다.
제이:여긴 전쟁터야! 빨리 방어벽 뒤로 숨어!
벽을 방공호 삼아 눈싸움을 하는 모양입니다. 휙, 휙, 눈송이가 꽤 날렵하게 날아다닙니다.
제이:야, 빨리 눈 안 뭉치고 뭐해? 적을 물리치고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가야지! (이미 눈덩이를 다섯 개 넘게 만들어서 옆쪽에 내려놓고 있음)
아실링 펜들레엄:(능력으로 눈 덩이 말고 얼음덩이 만들어서 던지면.. 큰일 나겠지? 같은 생각하다가 헬리 쓱 본다. 얌전히 헬리 것까지 눈 덩이 뭉친다.)
헬레네:전쟁터? 방어벽? 보물...?! 눈싸움에서 이기면 되는 건가요? 해 본 적이 없는데... 잘 할 수 있을까요?
제이:야, 걱정 마. 이 제이 님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헬레네에게 눈을 한 아름 퍼다가 푹 안겨준다.)
저 정원에 숨은 적은 둘이야. 리샤이랑 신! (손가락을 꼽아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걔네 머리를 맞추면 돼. 반대로 우리가 머릴 맞으면 탈락이니까 조심하고!
투척과 민첩 대항으로 겨루며, 아이들의 민첩 기능치는 30, 투척 기능치는 15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오른쪽에서 적을 찾아본다!)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오른쪽 기둥 뒤에 숨어있던 적, 리샤이를 발견합니다! 아실링의 선공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힘 안 들게 자신이 다 해치우겠다면서 눈덩이 야무지게 든다.)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리샤이:그 정도로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한참 부족하네. (스윽 피한다.)
이번엔 내 차례지? 야압ㅡ!! (아실링의 머리를 향해 눈덩이를 홱 던진다.)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45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은 리샤이가 던진 눈덩이를 가볍게 피해줍니다. 느려.
신:바보 리샤이. 소리쳐놓고 못 맞추면 체면이 없잖아, 체면이?
방심하지 말라고, 헬레네ㅡ 니가 제일 만만해! (휙)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헬레네:우와앗! (한 박자 느리게 몸을 숙인다. 하지만 굳이 숙이지 않아도 신의 명중력이 형편없어서 안 맞았을 것이다...)
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일단 아실링이 뭉쳐준 눈덩이 어물어물 들고 신을 향해 던져본다.) 이얏-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헬레네:아실, 저는 아무래도 뭔가를 던지는 것에는 소질이 없나 봐요...
아실링 펜들레엄:방금 것은 실수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제가 다 해치우고(?) 올게요.
만만해? 누가?? (너 잘 걸렸다. 씨익 화내며 신 쪽으로 꽉꽉 눌러 딱딱하게 만든 눈덩이 던진다.)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아 제발!)
신:잘 걸린 건 내가 아니라 니 옆에 애 같은데? 물론 너도 포함이고 말야!
(장난스럽게 웃으며 눈덩이 휙!)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아... 눈덩이는 그저 허공을 가를 뿐입니다.
이래서 싸움이 되겠어, 싸움이? 잘 좀 해보라고!
봐, 내가 본때를 보여줄 테니까. (자리 잡고 서서 신에게 휙 던진다)
민첩
기준치: |
40/20/8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아 여기서 웃으면 안 되는데..
제이:........ 방금은 내가 손에 힘을 안 줘서 그래. 내가 제대로만 하면 너네 다 끝장이야. 알아!?
넌 아군 맞냐?!
네 편 아니야.
헬레네:아시일... 정말 너무 든든해요. (반짝반짝)
하지만 난... 좋다고 봐. 사랑! 얼마나 멋있냐!
헬레네:사, 사랑?! (얼굴이 새빨개져선 팔 휘휘 젓는다.)
이- 이번에는 제가 나설게요! (무마하려는 듯 후다닥 나서서 리샤이를 향해 팔을 휘두른다.)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회피
기준치: |
15/7/3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이게 바로 사랑의 힘..?)
리샤이:(머리에 눈덩이를 제대로 직격당한다.) 으아앗!!!
이게 뭐야. 헬레네는 최약체라며!
제이:크하하핫! (옆구리에 양 손 짚고 호탕하게 웃는다.) 잘 봤냐? 이게 봐로 파워 업 러브야, 러브!
헬레네:제, 제가 맞추다니... (자기가 해놓고도 놀라서 양손으로 입가 가린다. 칭찬받으려는 듯 아실 쪽으로 고개 돌리며) 아실, 저 잘했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제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멋졌어요..! 제가 말했잖아요! 아까 것은 실수라고요. 이게 헬리의 원래 실력이에요~.. (박수 짝짝 짝짝)
헬레네:(칭찬받자 발갛게 달아오른 뺨으로 방실방실 웃는다.) 헤헤... 감사해요. 설마 제가 성공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신:한 명 맞췄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너네~? 아직 한 명 남았다고. (헬레네가 뒤돈 틈을 타 눈덩이를 휙 던진다.)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34 |
판정결과: |
실패 |
신이 던진 눈덩이는... 헬레네의 머리카락 옆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네요!
헬레네:꺅!!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튀어오름)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눈덩이를 마주 날려보지만 이번엔 하릴없이 빗겨나간다.) 노... 놀라서 그래요!
신은 다시 메롱 혀를 내밀고는 벽 뒤에 숨어버립니다. 눈덩이를 뭉치려는 것 같네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럼요 그럼요. 저런 것에는 놀라죠. (헬리 뽀담뽀담)
(저것을 오늘 가만두지 않겠다!)
(왕 큰 눈덩이 신한테 던진다.)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신:헐. 저게 뭐야?! (피하려고 몸 휙 움직인다)
회피
기준치: |
15/7/3 |
굴림: |
23 |
판정결과: |
실패 |
신은 왕 큰 눈덩이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마빡에 맞아버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봄. 저 잘했죠? 눈빛)
리샤이:한 명도 못 떨어뜨리다니 말이 돼, 신? (분개)
헬레네:와아아~! (물개박수 연달아 치면서 방방 뛴다.) 너무너무 멋있어요, 아실! 저 커다란 걸 던지시다니... 아실은 힘도 세시구나. (감탄)
아실링 펜들레엄:이게 바로. 파워 오브 러브..라는 것이에요. (볼 빨개진 상태로 허리에 양손 올리고 우쭐한 포즈 한다.)
헬레네:파워 업 러브! 오늘 확실히 배우게 된 단어네요! 정말 멋있어요. 못하는 게 없으신 아실... 천재세요, 천재!
두 사람이 서로를 한껏 칭찬하며 고양감에 달아올라 있을 때...
아실링 펜들레엄: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뒤에서 부스럭부스럭, 뭔가 심상찮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함께 전진하던 제이가 아실링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제이:보물은 한 명밖에 가질 수 없는 법이지! 파워 업 러브는 눈물겨웠지만 너희들과의 팀전도 여기까지다.
아실링 펜들레엄:...? (제이 보더니 옆에 있던 왕 큰 눈덩이 든다.) 해보자는 거?예요?
제이:어,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고! (그러더니 아실링이 눈덩이를 던지기 전 잽싸게 팔을 휘두른다.)
눈 뭉치는 아슬아슬하게 아실링을 스쳐서 헬레네의 이마를 명중합니다.
헬레네:꺅ㅡ! (이마에 퍽 맞고는 울상이 되어 팍 뒤로 넘어진다.)
아실링 펜들레엄:(이마 맞고 넘어진 헬리 보고 주위 두리번 거린다. 주위에 어른들 없어 보이고. 헬리 바라보며 다정한 목소리를 낸다.) 눈덩이 잡고 있는 주먹으로 쳐도 괜찮지 않을까요? (방긋)
헬레네:엣...? (잠깐 이해 못하고 눈만 껌벅거림)
그. 그래도 주먹다짐은 안 돼요, 아실! (한 박자 늦게 이해하고 얼른 말린다.) 정정당당하게 눈싸움으로 승부를 보는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표정 지으며 너 일으켜 세워준다.) 아프지는 않고요? 아플 것 같은데.. (...) 정정당당하게 이기고 올게요, 헬리.
헬레네:조금 얼얼하긴 하지만... 눈이고 작은 크기라 그런지 많이 아프지는 않아요. (이마 문질문질) 열심히 응원할게요, 아실! 저희 같이 보물을 쟁취해요!
아실링 펜들레엄:(자기 손으로 네 이마 살살 문질 거리다가 각오가 되었다는 듯 눈덩이 손으로 꽉 잡는다.) 이기고 올게요!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아아앗)
제이:나랑 승부를 겨루는 상대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란 말야?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주지! (허세란 허세는 다 부리면서 눈덩이를 던진다.)
민첩
기준치: |
40/20/8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실링 펜들레엄:(제발! 이렇게 질 수 없다!)
회피
기준치: |
30/15/6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실링의 머리칼에 사알짝 눈덩이가 스치는 듯도 했지만...
제이:큭, 완벽히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아실링 펜들레엄:맞춘 줄 알고 엄청 좋아했어? (메롱 하고는 눈덩이 획 던진다.)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제이:
회피
기준치: |
15/7/3 |
굴림: |
47 |
판정결과: |
실패 |
크흑...!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눈덩이에 맞고 만다.)
헬레네:꺅!! (너무 좋아서 마구 팔을 흔든다.) 아실~!!!! 아실이 이겼어요. 세상에!!
제이:젠장. 한 수 위인 건 내가 아니라 너였나 보군...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한다, 아실링 펜들레엄!
아실링 펜들레엄:(착하긴 한데.. 아니지, 착한가? 이상한 애야.)
(제이의 패배 선언 듣고 헬리 옆으로 조르르 달려가 안는다.) 다 헬리 덕분이에요. 헬리를 위해서 이기고 싶었거든요. (헤헤)
헬레네:너무너무 멋있어요, 아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당신을 올려다보곤 와락 껴안는다.) 어쩜 이리 무엇이든 잘하시는지...! 그럼, 보물은 저희의 것이네요!
아실링 펜들레엄:(꺄르르 웃으며 헬리 끌어안고 빙글빙글빙글 돈다.) 정말 기분 좋네요. 이기고, 보물도 저희 것이니까요! ... 근데 어떤 보물인지 모르네요. 대체 무슨 보물일까요?
제이:보물을 찾으려면 미로정원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봐. 아아... 보물... 널 원했다... (제 머리를 쓸고는 쓸쓸히 퇴장한다)
헬레네:아실이 대단하셔서 이길 수 있었어요! (행복하게 빙글빙글~) 마침 제이가 알려주셨으니 얼른 미로정원으로 들어가 봐요. 어떤 보물일지 무척 기대되네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빙글빙글해주다가 내려주며) 보물이라.. 뭔가 먹는 것이면 좋겠네요. 간식시간까지 좀 멀었잖아요.
보물을 찾기 위해 미로 정원의 가장 안쪽에 도착합니다.
파빌리온의 지붕에는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고, 테이블에 딸기가 잔뜩 담긴 바구니가 보입니다.
보물은 바로 겨울딸기였나 봅니다! 아실링의 바람이 적중했네요.
헬레네:겨울딸기군요. (가득한 바구니를 보곤 탄성을 지른다.) 아리아에게 딸기 타르트를 드리는 대신 더 많은 딸기들을 얻게 되었네요!
아실링 펜들레엄:(겨울딸기 바구니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우리 이거 가지고 아리아한테 가볼까요? 이걸로 약 올리는 거예요. (히죽히죽 웃다가 정신 차리고) 아.. 역시 그것보다는 나눠먹으면서 다른 곳 구경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다시 방긋)
헬레네:네에? 그래도... 아리아도 딸기를 좋아하시는데. 그랬다가는 또 싸우실 것 같아요. (정곡 찌르는 발언) 그보다는 함께 나눠먹는 건 어떨까요? 저희 둘이 먹기에는 양이 많아 보여요. 간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식사를 못 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아까운 타르트도 남길 수도 있으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아, 역시 헬리는 현명하고 다정하네요. 여기 있는 애들 중에서 헬리가 제일 똑똑하고 착해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한참을 네 칭찬을 하다가 영차 하고 바구니를 든다.) 그러면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애들한테 나눠주기로 해요.
헬레네:헤헤, 아실이 현명하고 다정하셔서 저도 보고 배운 거예요. (부끄러운지 볼을 붉히며 손사래를 친다. 곁에 꼬옥 붙어서 미로 정원을 나선다.)
대문에는 여전히 얼음성이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습니다.
아까 눈싸움을 하던 리샤이와 신, 제이도 이곳에서 놀고 있네요. 아리아가 난간에 지루한 듯 기대 서있습니다.
제이:앗, 승리자가 왔다. (딸기 바구니를 보곤 대놓고 부러운 티를 낸다.) 먹어봤지? 맛있어?
리샤이:당연한 걸 물어. 겨울딸기가 얼마나 새콤달콤한데.
아실링 펜들레엄:헬리가 같이 먹자고 해서요. (애들 앞에 바구니 내려놓고는 자기도 털썩 주저앉는다.) 같이 먹어요.
제이:뭐, 뭣? 같이 나눠먹겠다고? 실력에 인성까지 가졌다니... 너 보면 볼수록 괜찮은 애잖냐? 처음엔 워낙 말도 없고 인상도 차가워서 영 친해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냉큼 앞으로 와서 딸기를 하나 주워먹는다.) 야, 아리아. 너도 이리 와서 먹어!
아리아:(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손가락으로 제 반대편 손등을 톡톡 두드리다가 제이의 말을 듣고서야 시선을 내린다.) 뭐니? 웬 딸기 바구니야?
신:눈싸움 대결에서 이긴 사람들이 갖기로 한 보물이야. 아실링이랑 헬레네가 이겼거든.
리샤이:나눠준다니 속도 좋네. 나였음 내가 혼자 다 먹었어. (그러면서 딸기 두어 개 얼른 집어먹는다)
아실링 펜들레엄:이따가 내 딸기 타르트 먹을 텐데, 지금 이 딸기도 먹고 싶다고 하는 거야? (얄밉게 얘기한 뒤 잠시 시간차를 두고는 픽 웃는다.) 그냥 먹어. 딸기 양도 많겠다. 이런 걸로 치사하게 굴 생각은.. (있었는데) 없어.
아실링 펜들레엄:조용히햇(리샤이 입에 딸기 막 넣음)
아리아:둘 다 먹고 싶은 게 뭐가 문젠데? 아무튼 장본인이 괜찮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지. (머리칼을 찰랑이며 어깨 뒤쪽으로 넘기곤 도도하게 계단을 걸어내려온다.)
그럼, 잘 먹을게. (딸기 쏙 집어 먹는다. 그래도 맛있는지 표정이 사르르 풀린다)
헬레네:헤헤... 다같이 나눠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얌얌 먹으며 아실 입에도 하나 넣어준다)
아실링 펜들레엄:몸 잔뜩 움직이고 먹는 것이라 그런가 엄청 맛있네요. (헬리한테 한입 얻어먹고 자신도 헬리 입에 딸기 쏙 넣어준다.)
헬레네:(오물오물 받아먹는다) 그러고 보니 마틸다와 사라, 게일이 안 보이시네요. 사육장 쪽에 계신 걸까요?
아실링 펜들레엄:걔네도 이거 잘 먹을 것 같은데.. 좀 남겨뒀다가 걔네한테 주러 가요. 특히 게일 걔가 엄청 잘 먹을걸요. (상상하고 풋 웃는다. 다시 헬리 입에 쏘옥~)
헬레네:그쵸. 게일은 먹는 걸 좋아하시니까요. 조금 이따 점심 때도 타르트를 제일 반기실 것 같아요. (미소하며 또 냠냠 받아먹는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꽉 차 있던 딸기 바구니가 어느새 절반 넘게 동났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한 손에는 바구니, 다른 한 손에는 헬리 손잡고 사육장 쪽으로 걸어간다!)
사육장에서는 이미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눈사람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틸다가 눈으로 빚은 동그란 토끼들이 제법 그럴싸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겨울딸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제법 잘 만들었네요? 좀 귀엽기도 하고.. (토끼 눈 빤히 보다가) 먹을 딸기가 좀 있었나 봐요? 안 먹고 눈사람한테 쓰다니.. 이거 괜히 가져왔나? (바구니 든다.)
마틸다:잘 만들었지? 내가 한 솜씨 하지. (익살맞게 씩 웃는다. 참고로 람피온 중에 그림을 제일 못 그린다. 조각은 좀 하는 모양?) 딸기 말인데... 선생님한텐 비밀이다.
오, 맙소사……. 냉장고에서 훔쳐온 모양입니다. 와중에 조금 녹았는지 붉은 물이 흘러내립니다.
피눈물을 흘리는 토끼라니……. 조금 징그럽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우아악... (토끼 눈사람 보다가 고개 돌리며)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고요.. 딸기는 알아서 드세요. (바구니 내려놓는다)
마틸다:어, 딸기가 또 있었어? 훔쳐온 게 다인 줄 알았는데. (키득거리면서 바구니로 손 뻗는다.) 뭐 어때, 토끼는 눈이 빨갛잖아. 더 리얼해보이지 않아?
게일:와악, 딸기다! (예상대로 반색하며 열심히 딸기를 입안에 밀어넣는다.) 새콤... 달콤... 완전 최고네! 어떻게 이만한 걸 갖고왔어?
아실링 펜들레엄:눈싸움 대결에서 이긴 상? 같은 거죠. 다른 애들이랑도 나눠먹었고... (눈토끼 다시 보며) 근데 설마 먹는 걸로 장난칠 줄은 몰랐죠.
게일:그치... (입안에 가득 찬 딸기를 우물거린다) 만들 땐 재밌었는데, 녹고 있는 거 보니까 솔직히 무서워. 그냥 장식 같은 거 하지 말고 먹었으면 좋겠는데...
마틸다:넌 뭐 이렇게 겁이 많아? (게일의 등짝을 찰싹 때린다.) 고작 이 조그만 토끼가 뭐가 무섭다고!
게일:으엥. (찰싹 맞는다) 아야야, 아파...
헬레네:(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웃는다.) 때리는 건 좋지 않아요, 마틸다.
마틸다:뉘예 뉘예, 고지식한 헬레네 씨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입을 내밀며 이상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진심으로 비꼬는 것은 아니었다. 장난에 가깝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리는 착한 거고요. (애들 입에 딸기 다 넣어줌)
마틸다:(얌냠 잘도 받아먹음) 너무 착해서 문제지. 근데 니 곁에 있으니까 호구는 안 잡히겠다. 무슨 일 생기면 어디서든 나타나서 다 얼려버릴 것 같거든.
아실링 펜들레엄:아무래도 (냠) 그렇죠 (냠냠)
걸리기만 (냠냠냠) 해봐 (냠!)
마틸다:입가에 빨간 물이 잔뜩 들었다야. (놀리듯 킥킥거린다)
아실링 펜들레엄:쓸모없는 능력이어도 그런 쪽으로는 그럭저럭 쓸만하니까.. 다행이네요.
(우.. 입가 쓱쓱 닦는다.)
헬레네:쓸모없지 않아요, 아실. 아실의 능력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데요? 저는 볼 때마다 아름다움과 반짝이는 모습에 감탄하는걸요.
(입가 닦는 모습 귀엽게 바라봄)
아실링 펜들레엄:뭐.. 오늘 눈사람 만들고 나서 얼릴 때? 그때는 확실하게 쓸모 있었어요. (토끼 눈사람 계속 보다가 붉게 눈에 번진 부분을 떼어내고는 새 눈을 가져와 덮는다.) 제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이건 예쁘니까.. (능력 써서 겉면 얼린다.)
헬레네:(눈을 가져와 덮고 얼리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작게 박수를 친다.) 지금도요! 아주 유용하고 아름다운 능력이에요, 아실. 이렇게 해두면 녹아도 아까처럼 무서운 모습은 되지 않겠네요.
게일:쩝... ... 그냥 녹게 두지. (못 먹게 된 게 아쉬운지 입맛을 다신다.)
그러던 와중 근처를 지나가던 사라가 관심을 보입니다.
사라:뭐야? 눈토끼? 옆엔 눈사람도 있고... (머리칼에 묶인 보랏빛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근처로 다가온다.)
아실링 펜들레엄:(눈토끼 봄. 사라 봄)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귀여운건 좋아하나 봐요?
사라:귀여운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던가? (딸기엔 시선도 두지 않고 눈사람을 응시한다.)
조용한 눈으로 눈사람을 보던 사라는 히죽, 음산하게 웃습니다.
사라:그거 알아? 눈사람은 시체를 숨기기 위해 만들던 거래.
눈은 차가우니까 시체가 쉽게 썩지 않아서 냄새가 덜 나거든……
눈, 코, 입은 만들어주지 않는 게 좋아. 밤이 되면 쫓아온다니까.
게일:으아악-! (빽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는다.) 그런 얘기 좀 하지 말라니까, 진짜!!
(귀를 막고 저 멀리 도망쳐버린다.)
귀를 막은 손의 빨간 장갑이 유난히 도드라집니다. 게일의 얼굴이 무척 창백해졌거든요.
그 뒤통수에 대고 사라가 한 박자 늦게 해명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일까요? 눈사람이 조금 수상해 보이기도……
어라, 눈사람이 원래 이쪽을 보고 있었던가요?
아실링 펜들레엄:(눈사람에 코랑 입 있는지 본다..)
있습니다. 사육장에서 주워온 사료와 당근 조각 등으로 만들어져 있네요.
아실링 펜들레엄:... (헬리 옆에 찰싹 붙고는) 저 오늘 헬리랑 같이 잘게요. 물론 같은 방이니까 같이 자는 것이겠지만..
헬레네:... 저희 오늘은 같은 침대에서 잠들까요? (사라의 말에 제대로 겁먹었는지 같이 찰싹 붙는다.)
아실링 펜들레엄:(고개 끄덕끄덕..) 같이 자는 걸로. 따로 자기 없기예요..
사라:겁 많기도 하네...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픽 웃는다.) 그런걸 일일이 무서워하다간, 내 룸메이트였으면 맨날천날 나랑 같이 잠들고 싶다고 우는소리를 했겠어.
아실링 펜들레엄:맨날 이상한 얘기 하면 우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요.. 내 룸메이트는 헬리라서. (헬리랑 팔짱 낀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룸메이트 하기에요. 저는 자장가도 불러줄 수 있는 착한 사람이니까요!
헬레네:그럼요, 제 룸메이트는 앞으로도 쭉 아실일 거예요. (팔짱 끼고 무릎도 모아 앉는다.) 저는 굿나잇 키스도 해드릴 수 있어요.
사라:애도 아니고 굿나잇 키스는 무슨... (애 맞음)
아실링 펜들레엄:애 맞는데.. 헬리처럼 상냥하고 예쁘고 똑똑한 룸메이트가 없어서 질투하는 말로 이해할게요. (농담 툭 던지며 바구니에 남은 딸기 냠냠 먹는다.)
사라:누가 그런 걸 질투한대니? (몸을 홱 돌린다. 긴 롤머리가 바람결에 옅게 흔들린다.)
누군가 입김을 호 붑니다. 몽글몽글한 구름이 회색 하늘을 가르고 퍼져 나갑니다.
아이들은 하나 같이 귀 끝이며 콧잔등이 새빨갛습니다.
실컷 뛰어논 데다 날이 무척 춥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꽤 즐거워 보입니다. 함박웃음이 입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으니까요.
마틸다:여긴 여름에도 쌀쌀하던데, 겨울이 되니까 더 춥다.
때마침 겨울바람이 아실링의 모자를 훔쳐 갑니다.
모자를 막 주웠을 때, 선생님이 문가에서 아이들을 부릅니다.
선생님:여러분, 점심 먹어야죠. 손 씻고 식당으로 오세요!
아실링 펜들레엄:좀 전까지 딸기를 너무 먹어서.. 아무래도 전 점심 많이 못 먹을 것 같아요. (헬리 귀에 소곤소곤)
헬레네:그래도 타르트는 드실 수 있죠? (같이 소곤소곤)
아실링 펜들레엄:헬리가 먹여주는 거면 당연히 가능하죠..! (소곤소곤)
헬레네:헤헤. (헤실 웃는다) 저희도 어서 들어가서 손 씻고 식당으로 가요!
걸음걸음마다 털어내지 못한 눈이 소금처럼 떨어집니다. 나무 바닥에 작은 발자국이 수놓입니다.
아실링과 헬레네가 손을 씻고 오면 식당에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습니다.
선생님은 식사를 담은 쟁반을 하나씩 건네줍니다.
오늘의 메뉴는 따뜻한 소고기 크림 스튜와 마늘 바게트, 훈제 햄 3종류, 묽고 부드러운 달걀 리소토입니다. 후식으론 겨울딸기 타르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배식을 끝낸 선생님이 허리에 손을 얹고, 짐짓 엄하게 타이릅니다.
선생님:겨울딸기가 좀 모자라던데, 자꾸 냉장고에서 훔쳐 가면 잠가버릴 거예요.
하지만 선생님의 쟁반에는 딸기 타르트가 없네요. 모자란단 말이 정말인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딸기 얘기에 조용히 입 다물고 식사한다. 스튜만 몇 입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음.. 역시 아까 너무 먹었나 봐요. 헬리 혹시 먹고 싶은 거 있나요? 스튜 말고 다른 것은 손 안 댔는데.
헬레네:(스튜와 리소토를 떠 먹다가) 앗, 제 접시에도 양이 충분해서요. 나눠먹었는데도 딸기가 양이 너무 많았나 봐요. 선생님의 접시엔 타르트가 없는 게 죄송스럽네요...
그런데, 아실. 왠지 오늘따라 식당이 조금 휑하지 않나요?
헬레네의 말을 듣고 보니 식당에 몇 자리가 비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손을 씻는 중이거나, 낮잠을 자는 걸까요?
식사 시간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은 언제나 있었기 때문에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러고 보니 조용하네요. 약속은 약속이라 아리아한테 타르트를 줘야 하는데. (아리아 찾으면서 누가누가 없는지 살펴본다.)
게일과 올리버, 아리아, 사라, 그리고 마틸다의 자리가 비어있네요.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과 나름대로 가까워지긴 했으니...
게일은 식사 시간이면 제일 먼저 식탁에 앉아있던 녀석입니다.
요즘 성장기 같다며 허구한 날 배가 고프단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죠.
이렇게 늦게 온 적은 처음이네요. 아침잠이 많은데도 꾸역꾸역 일어났었거든요.
올리버는 모범생이기 때문에 식사 시간만이 아니라 기상, 수업 시간을 모두 칼 같이 지킵니다.
제일 먼저 식사를 마친 후 식물을 돌보거나 동물들을 챙기러 가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 식사 때도 못 본 것 같은데…….
사라는 평소에도 종종 끼니를 걸러서 선생님을 속썩이곤 했습니다.
워낙 입이 짧은 데다 먹는 것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이 몇 번이고 식사를 데우고, 쫓아다니곤 했었어요. 사라가 식사에 늦는 건 흔한 일입니다.
아실링이 생각에 잠긴 사이, 아리아와 마틸다가 나란히 손을 잡고 들어옵니다.
선생님:두 사람. 선생님이 식사시간에 늦으면 어떻게 한다고 했죠?
아리아:(시무룩) 간식을 주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마틸다:하지만 선생님. 어쩔 수 없었어요! 토끼들이 눈사람의 딸기를 뺏어 먹으려고 했단 말이에요.
선생님:(한숨을 쉰다.) 딸기를 훔쳐 간 게 마틸다와 아리아였군요?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말라고 잔소리하면서도 선생님은 순순히 식사를 내줍니다.
물론 쟁반 위에는 겨울딸기 타르트가 놓여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딸기 타르트 들고 아리아랑 마틸다한테 다가간다.) 자 이거요. 아, 혹시 게일이랑 올리버, 사라 못 봤어요?
아리아:기억하고 있었네? 잘 먹을게. (뻔뻔하게 받고는 다른 음식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타르트부터 잘라먹는다.) 음? 걔네? 못 봤는데. 같이 사육장에 있던 거 아니었어?
마틸다:토끼들 보느라 딴짓 좀 헀는데, 그 사이에 없어져 있던데. (어깨 으쓱한다.) 뭐, 사라가 늦는 게 한두번이냐. 먹는 거 좋아하는 그 게일이 없는 건 좀 이상하지만.
아실링 펜들레엄: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래도 헬리가 있는 자리로 돌아가 아리아와 마틸다가 해준 얘기를 전한다.) 이상한 일이죠. 우리 식사 끝내고 같이 애들 찾으러 가보지 않을래요?
헬레네:마틸다와 아리아도 다른 분들에 대해선 모르고 계시는 거죠...? (고개를 갸우뚱하며 타르트를 조금 잘라 아실의 입가에 대어준다.) 네, 좋아요. 별 일 아니어야 할 텐데요.
아실링 펜들레엄:(마음 같아서는 바로 찾으러 나가고 싶지만 헬리가 먹여주는 딸기 타르트는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얌전히 자리 앉아서 먹여진다.) 헬리가 먹여줘서 더 맛있어요~
헬레네:(걱정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식사 시간에 함부로 움직일 순 없을 것 같아, 일단 얼른 식사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타르트를 사이좋게 나눠먹으니 금방 접시가 동이 난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선생님.
(잰걸음으로 그릇을 주방에 가져다둔다.) 그럼... 이제 어서 나가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별일 없을 것이라고 믿지만.. 빨리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손에 깍지 껴잡고는 그대로 나간다.)
그릇을 가져다두고 서둘러 바깥으로 나가려는 차,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라와 마주칩니다.
사라:(리본을 팔랑이며 가볍게 불평한다.) 눈사람의 눈들을 전부 떼어내느라 늦었지 뭐야. 오늘 점심 메뉴 뭐였어?
아실링 펜들레엄:어라, 한 명은 돌아왔네요. 근데 눈을.. 뭐요? (멍..) 크림 스튜와 마늘 바게트, 훈제 햄, 리소토랑 딸기 타르트도 있어요. 근데, 혹시 다른 애들은 못 봤나요? 게일이랑 올리버요.
사라:눈사람의 눈 말이야. (자신의 금안에 손가락을 가져다댄다.) 시선이 마음에 안 들었거든. ... 게일이랑 올리버? 몰라. 게일은 아까 내 괴담 듣고 도망쳤고, 올리버는... 본 기억이 없네.
아, 오늘은 매운 게 먹고 싶은데. (당신을 지나쳐 식당으로 홀라당 들어간다.)
요란한 소리가 난 것은, 사라가 식당으로 들어간 직후였습니다.
서둘러 식당으로 돌아오자,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난 그릇이 보입니다.
래리가 접시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어물거립니다.
다 먹은 후, 주방에 가져다 놓으려다 떨어뜨린 모양입니다.
래리:네, 다치지는 않았어요. 그치만... 그릇이...
아이들도 놀랐는지 동그랗게 토끼 눈을 뜨고 있습니다.
여러 갈래로 깨진 그릇의 표면에 붉은 잼이 불길하게 쏟아져 있습니다.
딸기잼이 엎어진 흔적이지만…… 꼭 피를 흘린 것처럼 보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괜히 불안하네요.. 파편 튀어서 다친 애들은 없겠죠? (주위 둘러본다.)
헬레네:래리도 다른 분들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잼이 떨어진 모양이 불길하지만 굳이 티는 내지 않는다. 시선이 흔들렸다.)
요란한 소리가 들렸는데도, 게일과 올리버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당 안의 머릿수는 여전히 두 사람이 모자랍니다.
선생님이 래리를 도닥거리며 일은 일단락됩니다.
이제 남은 건 올리버와 게일이네요. 다시 찾으러 돌아다녀 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게일이랑 올리버 방부터 먼저 보러 간다. 부디 그곳에서 놀다가 지쳐 잠들어 있기를)
게일과 올리버가 곧바로 개인실에 들어간 건 아닐까요?
두 사람은 개인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갑니다.
게일의 방문도, 올리버의 방문도 단단히 잠겨 있습니다.
그야 개인실은 자신의 열쇠가 아니면 열 수 없는 구조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혹시 모르니 방문에 노크를 해본다.)
방문을 두드려 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헬레네:으음... ... 낮잠이라도 주무시는 걸까요? 그럴 것 같진 않은데... (문에 바짝 귀를 대 본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따라 문에 귀 대 본다!)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53 |
판정결과: |
실패 |
올리버의 방문도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려 하면, 때마침 마틸다가 계단을 올라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방 안에도 없는 것 같아요. 어디 갔을까요..
마틸다:사라는 돌아왔길래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게일은 식사가 다 끝날 때까지 안 오니까 걱정이 되잖아. (심기불편하게 미간을 구긴다.) 방엔 없는 거지? 놀이방이랑 도서관도 전부 뒤졌는데 안 보이더라고.
아실링 펜들레엄:먹는 걸 좋아하는 애가 식사를 거를 정도면 뭔가 걱정되긴 하죠. 이해해요. (걱정되는 것은 이쪽도 똑같은지 안색이 좋지 않다.) 혹시 올리버 본 적 있나요?
마틸다:어... 그러게. 그러고 보니 올리버도 안 보이네.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멩..)
헬레네: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곰곰이 떠올리다가)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 식사 때부터 보이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설마 그때부터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요...?! (걱정이 가득 낀다.)
아실링 펜들레엄:아, 다시 생각해 보니 아침에도 안 보였네요. 별거 아닌 일이면 좋겠는데 말이죠.. (곰곰..) 소리 지르고 도망간 게 게일의 마지막 모습인 걸로 기억하는데.. 대체 어디로 도망갔을까요?
헬레네:3층에는 수업할 때가 아니면 갈 일이 거의 없으니까, 그곳도 아닐 것 같구요. (걱정스럽게 방문만 응시한다) 일단 1층을 조금 더 찾아볼까요...?
마틸다:난 혹시 모르니까 3층도 올라갔다 와 볼게. 너네가 1층 살펴봐. 무려 딸기 타르트가 나왔는데 이걸 안 먹고 어디로 사라진 건지... (투덜거리며 계단을 올라간다.)
아실링 펜들레엄:(고맙다며 손 인사하고 거실로 가본다.)
널따란 거실에도 두 사람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아까 딸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화장실에 있는 건 아닐까요? (직접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남자화장실로 가본다)
게일은 눈사람을 한참 만들다가, 사라의 무서운 이야기에 질겁하곤 도망쳐 버렸었죠.
그 뒤로 꽤 시간이 지났지만…… 어쩌면 변기에 빠진 걸지도 모르잖아요?
화장실 입구에서 기웃거려도 별다른 인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게일, 올리버! 안에 없나요?? (빽)
헬레네:(화장실 밖에서 다른 람피온들 오나 안 오나 살펴보는 중)
안으로 들어가자, 안쪽의 창문이 열려 있는 탓에 겨울 특유의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가득합니다.
화장실 칸은 모두 텅 비어있습니다. 청소 도구함에도 게일은 없네요.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실링 펜들레엄:(장갑을 확인한다. 게일이나 올리버의 것인가?)
붉은색 털실이 폭신폭신하고, 손등에 머리글자가 수놓아져 있네요.
어쩌면 아실링은 그 장갑을, 이미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철창과 입구가 무척 가깝습니다.
문가에서 누군가 부른다면 쉬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람피온은 겨울에도 화려하게 흐드러졌습니다. 흰 눈과 붉은 장미, 암녹색 이파리까지.
창틀에 가둬두니 꼭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네요.
창문 아래를 살펴보면 하나의 발자국이 선명합니다.
발자국은 분명히 철창 가까이 걸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발자국을 따라 철장 쪽으로 가본다. 만나기만 해봐라. 꿀밤 한 대 아프게 때리고 꽉 안아버릴 것이다.)
창문을 통해 직접 나가보나요? 헬레네를 두고,,,?
아실링 펜들레엄:(헬리랑 같이 험하게 창문 타고 나갈 수는 없지. 손잡고 현관 통해서 걸어나간다.)
현관을 통해 다시 창가의 발자국 근처로 돌아옵니다.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보려 하지만... 정원에는 너무 많은 발자국이 분주하게 찍혀 있어, 어느 것이 게일의 발자국인지 구별할 수가 없네요.
철창의 둘레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사라를 만납니다.
사라는 장미 한 송이를 든 채, 철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사라:난 괴담은 믿지만, 저택의 소문은 안 믿어.
장미를 꺾는다고 저택이 무너진다는 건 너무 황당하잖아? 게다가……
아실링 펜들레엄:사라? (총총 다가가서) 뭐해요?
사라:(당신이 말을 걸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 아, 아실링이구나.
철창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람피온만 쏟아진 핏자국처럼 범람했을 뿐입니다.
다시 한번 철창 너머를 힐끔거린 사라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사라:(머리를 묶은 보랏빛 리본이 함께 팔락인다.) 꽃을 꺾으면 정말 저택이 무너지는지 궁금해서.
당연한 소리지만 무너지지 않네. 선생님한텐 비밀로 해주라.
심리학
기준치: |
70/35/14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붉어진 뺨은 추위 탓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꼬리가 들뜨고, 시선이 자꾸 뒤를 힐끔거립니다.
그러나 철창 너머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어... 혹시 게일이랑 올리버 본 적 없나요? 흔적이라던가.
사라:안 그래도 마틸다가 하도 난리를 치길래 찾아보러 나온 거였어. ... 여기엔 없는 것 같아.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재빨리 말을 끊고는 후다닥 자리를 피한다.)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눈 비벼봄)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사라의 구두굽 바닥에 장미 모양이 양각되어 있어, 발자국마다 모양이 희미하게 남고 있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장미 모양 굽이 남긴 발자국들 따라 걸어 다녀 본다!)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보면, 사라는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정원과 저택 어귀를 뒤지며 게일과 올리버를 찾고 있네요.
저택 안에는 영 보이지 않는 것 같으니... 두 사람도 정원에서 한 번 찾아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정말.. 어디간 걸까요. (정원 분수대로 가본다.) 헬리는 저 두고 없어지거나.. 그러지 마세요.
헬레네:제가 아실을 두고 어디로 가겠어요. (꼬옥 붙은 채 분수대로 향한다.) 저는 항상 아실의 곁에 있을 거예요.
저택의 [대문]은 여전히 위풍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정원의 중앙을 차지한 [분수대]를 기준으로 좌측에는 [미로 정원], 우측에는 [사육장]이 보입니다.
고래가 조각된 분수대는 끊임없이 등에서부터 물을 쏟아냅니다.
찰랑거리는 물 아래로 아이들이 떨어뜨린 겨울딸기라든가, 람피온, 동전들이 들어있습니다.
특별할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반듯하게 접힌 [쪽지]가 눈에 띄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대문부터 먼저 본다. 대문을 통해 나갔을 일은 없겠지만..)
철창에는 여전히 [람피온]이 흐드러졌고, [눈]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입구] 근처에 아리아가 세운 얼음 성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람피온을 관찰한다. 별 일 없었다면 헬리에게 얼음 장미를 만들어 줬을 텐데.)
때를 잊고 핀 장미. 여전히 붉고 탐스럽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꺾인 꽃이 있으나 어디에도 떨어진 꽃송이는 없다는 걸 눈치챕니다.
꺾인 자국을 보아하니 누군가 고의로 따간 것이 분명한데요.
……음, 심지어 한 송이가 아닙니다. 하나, 둘, 셋…… 세 송이네요.
지긋지긋할 정도로 오래 본 장미인데, 새삼스레 꺾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헬레네:저택이 무너지지 않는 걸 확인하기 위해 꺾은 걸까요?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만 기웃거린다)
아실링 펜들레엄:세 송이나 꺾은 걸 봐서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렇게 꺾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까 분수대에서 발견한 쪽지를 펴본다.)
쪽지는 이미 흠뻑 젖은 데다, 잉크가 번져 글씨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언어(모국어)
기준치: |
20/10/4 |
굴림: |
27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
언어(모국어)
기준치: |
20/10/4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문장은 다 어그러진 가운데, 익숙한 단어가 눈에 띕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친구... (헬리 보다가 손에 힘줘서 잡고 눈 살펴본다.)
흰 눈과 붉은 장미. 그 사이로 보라색으로 물든 눈이 보입니다.
장미와 눈, 철창뿐인 정원에는 있을 수 없는 색인데 말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보라색? (쭈그려 앉아서 자세히 관찰해 본다!)
쭈그려앉아 자세히 살펴보면, 눈 사이에 파묻힌 보라색 리본이 보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웃..)
(이 리본.. 사라의 것인가?)
맞습니다. 사라의 머리에서 흔들리던 리본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사라가 여기에 왔다가 갔나 봐요. (리본을 주머니에 넣고 입구로 가본다.)
헬레네:왜 머리칼에 있던 리본이 이곳에 있는 걸까요... (알쏭달쏭)
안쪽에 걸린 자물쇠가 풀려 있습니다. 강제로 부순 흔적 없이 부드럽게 열려 있어요.
아실링 펜들레엄:누가 밖으로 나간 것 같네요? (밖으로 나간 발자국 있나 확인해 본다.)
하지만 눈이 계속 내리고 있고, 바깥은 인적이 드무니 그새 새로 덮여 버렸다면 말짱 도루묵이겠죠.
빼곡한 나무와 어두운 숲속. 싸라기눈이 계속해서 내리고 있습니다.
콧잔등을 적시고 입술에 스며드는 물기가 짭조름합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네요.
게일은, 겁이 많아서 이런 날씨에 나가지 않을 텐데…….
올리버도 겨울의 숲을 헤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을 텐데 말이에요.
대문 안쪽, 그러니까 저택의 정원에는 무수히 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발자국? 발자국 중에 특이한 문양을 남긴 것이 있나 확인해 본다.)
아실링 펜들레엄:
추적
기준치: |
10/5/2 |
굴림: |
23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헬레네: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웅크리고 앉아 발자국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하도 발자국들이 겹쳐서 알아보긴 좀 힘들지만... 미로 정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아실링 펜들레엄:(굿헬리!) 그럼 미로 정원으로 가보죠. 도와줘서 고마워요, 헬리.
헬레네:함께 찾아보는 거니까요! 올리버와 게일 두 분 다 별 일 없으셔야 할 텐데요. (미로 정원으로 총총~)
내부가 빙글빙글 원형으로 제작된 미로 정원.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벽은 담쟁이덩굴로 얌전히 덮여 있습니다.
미로를 헤매지 않으려면 벽을 짚는 게 좋아요. 언젠가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던 것도 같습니다.
사라의 발자국은 안으로 이어집니다. 파빌리온이 나올 때까지!
미로 정원 안에는 아침에 눈싸움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눈이 여기저기 묻어 있고, 일부는 녹았다 다시 어는 바람에 바닥이 미끌미끌하네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이런. 아이들이 세워둔 눈사람이 길을 가로막습니다!
미로인 특성상 길은 하나뿐인데 말이에요. 어쩌면 좋죠?
아실링 펜들레엄:(이.. 이걸 부숴야 하나? 부술 생각 하니 마음이 안 좋아짐..)
(눈사람 톡톡 건든다.)
눈사람의 크기가 크지는 않네요. 잘하면 위쪽으로 점프해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아)
헬레네: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눈사람 위를 점프해서 지나가려고 했지만... 아이의 짧은 다리로는 역시 무리였습니다!
헬레네:아앗! 눈사람이... (시무룩해져선 무너진 눈사람을 다시 뭉쳐보려고 한다.)
아실링 펜들레엄:안 부서지게 하려고 했는데..! (헬레네 따라 무너진 눈사람 모양이라도 예전처럼 잡아두려고 한다..)
두 사람은 어찌저찌... 얼레벌레... 이케저케... 이전처럼 모양을 복원해봅니다.
아까보단 어정쩡하네요... 어쩔 수 없죠. 그러게 왜 이런 곳에 눈사람을 세워둬선!
아실링 펜들레엄:아.. 그래도 아까보다는 괜찮아 보이는 것 같죠..? (눈사람 고치느라 차가워진 손에 입김 불면서 미로 안으로 들어간다.)
헬레네:우웃... 저희가 망쳐버린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 다음에 또 같이 만들자고 해야겠어요. (몇 번이나 눈사람을 되돌아보며 안쪽으로 걸어간다)
그러나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도, 소리 높여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보아도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미로 정원도 아닌 걸까요? 사라진 아이들은 정말 어디로 간 걸까요?
한참 걸으면 다시 [파빌리온]이 나옵니다. 미로 정원의 중앙에 도착했습니다.
우거진 나무들이 가두리를 따라 드리우고, 발아래에는 푹신푹신한 잔디가 밟힙니다.
돌을 박아 넣은 산책로가 아기자기합니다. 겨울이라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파빌리온을 관찰한다. 뭔가 있나?)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설치한 차양. 높은 기둥 위에 올린 세모난 지붕이 무척 고풍스럽습니다.
파빌리온 아래에는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종종 야외 수업을 나오거나, 바비큐 파티를 할 때 사용하는 곳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테이블을 본다! 바비큐가 올려져 있지는 않겠지만..)
희고 네모난 테이블은 눈 한점 쌓이지 않고 지붕 아래 얌전히 서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야외 수업을 하지 않고, 바비큐 파티도 무리기 때문에 먼지가 조금 쌓인 것 빼곤 깨끗합니다.
담겨있던 겨울딸기는 아까 아이들과 함께 무섭게 먹어치운 탓에 무른 것만 몇 개 남아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나무들이 요란하게 흔들립니다.
날이 저무니 점점 기온이 떨어지는 모양이에요.
미로 정원에서 서성여 봐도 딱히 소득은 없습니다.
다만, 아실링은 바람 소리 때문에 두리번거리던 도중 의자 아래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의자를 치우고 반짝이는 것을 자세히 봅니다.)
검은색, 윤이 반지르르 나는, 장미가 양각된……
아실링 펜들레엄:이게 왜 여기에..?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열쇠를 손에 쥐고 있다가 주머니에 넣는다.) 사육장으로 가볼까요? (헬리랑 같이 총총 걸어간다.)
헬레네:이건...? (따라 의아함이 가득해진다.) 그때 문을 열어주셨던 열쇠는 아닐 텐데... 왜 여기에 있는 걸까요.
사육장에는 동물 특유의 털 냄새가 가득합니다.
문 안쪽에 [당번 표]가 걸려 있고, 안에는 [토끼장]과 [닭장], [개집]이 각각 분리되어있습니다.
저택에서 기르는 블랙 리트리버, 블랑이 가까이 다가와 맹렬하게 짖어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짖는 걸 보고 움찔하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갔다가 조심조심 당번 표를 가져와 본다.)
이번 주 당번은 올리버입니다. 올리버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적힌 것은 어제입니다.
사육장 당번이 된 람피온은 토끼와 닭, 병아리와 강아지의 밥을 챙겨주어야 합니다.
아침마다 달걀을 가져오는 것도 잊으면 안 되고요!
올리버는 동물을 돌보는 걸 특히 좋아해서 빼먹었을 리가 없습니다만……
아실링 펜들레엄:이상한 일이네요.. (걱정으로 가득 찬 얼굴로 당번 표를 제자리에 두고 토끼장을 본다.)
토끼들은 모두 눈을 끔벅이며 온순하게 누워있습니다. 바닥에 바짝 배를 붙이고 있네요.
동글동글한 토끼 똥이 바닥을 마구 굴러다니는 데다, 그릇의 당근은 몇 개 남지 않았고, 바짝 말랐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눈 반짝 빛내며 토끼를 관찰하다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보고 헉 소리를 낸다.) 청소랑 관리를 제대로 안 해준 것 같아요. 그렇지만 토끼는 귀여워요.. 쟤는 헬리 닮았고요. (주황색 토끼 보며 배시시 웃는다.)
헬레네:그러게요... 올리버는 원체 동물을 좋아하셔서 이러실 분이 아닌데. (마른 당근 쪼가리들을 보며 걱정하는 눈치다. 토끼들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므로 당신을 따라 토끼장 앞에 바짝 붙어선다.) 무척 귀엽죠. 저 하얀 아이는 아실을 꼭 닮았어요! 귀도 아래쪽으로 귀엽게 처져서...
헬레네가 토끼장 앞으로 다가가자, 토끼들이 잔뜩 겁을 먹었는지 귀를 뒤로 젖히고 구석으로 멀리멀리 달아납니다.
헬레네:앗... (총기 어렸던 눈이 시무룩해진다.) 아직 친해지긴 어려운가 봐요.
아실링 펜들레엄:토끼들은 원래 겁이 많잖아요. 쟤네도 곧 헬리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될 거예요. (시무룩해진 헬리 등 토닥이다가 닭장으로 가본다.)
헬레네:그러려나요...? 저도 다른 람피온 분들처럼 토끼한테 밥도 주고,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못내 아쉬운 듯 토끼장 앞에 한참이나 서 있다가 당신을 따라간다.)
네모난 닭장이 아파트처럼 다닥다닥 쌓아 올려져 있고, 닭과 병아리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흙 마당이 조그맣게 딸려 있습니다.
닭의 사료 그릇도 거의 비어있습니다. 게다가, 닭장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달걀이 쌓여 있습니다.
올리버가 오늘 아침 들리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마찬가지로 헬레네가 다가가자마자 닭들이 요란하게 울며 날개를 칩니다.
병아리들도 삐약삐약 우는 소리를 내며 지푸라기 사이로 고개를 파묻습니다.
헬레네:저는 동물이랑 잘 맞지 않는 걸지도요... (시무룩x2)
아실링 펜들레엄:괘, 괜찮아요! 저랑 다른 사람들이 헬리를 좋아하잖아요. 그리고 저는 그중에서 제일 헬리를 좋아하고. (헬리 꼭 끌어안으며) 제가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건가요..? (불쌍한 눈 해봄)
헬레네:(침울해졌다가, 꼭 안기자 그제야 시선을 아실링에게로 옮긴다. 불쌍한 눈빛에 화들짝 놀라서 얼른 손사래를 치며 당신을 마주 끌어안았다.) 그럴 리가요! 아실과 다른 분들의 마음도 너무너무 기쁘고, 분에 넘칠 정도로 크다고 생각해요. 그치만 역시 조금 아쉬워서... 모두와 친해지는 건 어려운 일이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모두와 다 친해지는 건 힘든 일이죠. 물론 헬리는 엄청 사랑스러운 사람이라 곧 다들 당신을 좋아하겠지만요. 그렇지만.. (토끼랑 닭 보다가 헬리 손잡고 조물조물 거린다.) 헬리가 아쉬워하지 않게 제가 다른 누구보다 더 잘해줄게요. 그걸로 헬리의 속상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면 좋겠어요.
헬레네:... 아실은 어떻게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시는 걸까요? (장갑 너머로도 당신의 따스한 마음이 체온과 함께 전해져온다. 감동받은 낯으로 배시시 웃었다.) 아실의 착하고 고운 마음을 받을 수 있다니, 저는 더없는 행운아네요. 그럼, 저도요. 저는 평소에도 모두에게 상처입히는 일 없이 예의바르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실에게는 더더욱 각별히 신경쓸게요! 그만큼 아실을 좋아하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말을 예쁘게 하는 건 헬리면서.. 저도 당신이 좋아요! 그리고.. 제가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에요. 어쩌면 제가 헬리보다 더한 행운아일지도 몰라요. (기분 좋게 웃다가 먼저 앞장서서 개집으로 가본다. 설마 헬리를 보고 짖나..?)
아실링과 헬레네가 개집으로 가까이 다가오면, 아니나 다를까 블랑이 계속해서 헬레네를 향해 짖습니다.
아이들이 다소 험궂은 장난을 쳐도 온순하게 웃던 녀석인데, 평소답지 않습니다.
헬레네:(손을 잡고 개집까지 왔다가, 잡은 손을 놓으며 뒤쪽으로 천천히 물러선다.) 블랑도 저를 반기지는 않네요. 아실만 가보시는 게 좋겠어요.
끈질기게 헬레네를 따라 다니며 짖다가, 막상 헬레네가 시선을 두자 후다닥 도망갑니다.
자기 집에 머리부터 쑤셔 넣은 것이 숨는다고 숨은 모양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왜 짖는 거니? 헬리는 무서운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개 앞에 가서 소곤소곤..)
밥그릇은 텅 비어, 사료 몇 알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물도 동이 났고요.
아실링 펜들레엄:(주위에 개 사료랑 물을 바꿀 수 있는 곳이 있나? 곰곰..)
사육장 한쪽에 사료 포대가 있네요! 급수대도 있으니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밥그릇에 사료 넣어주고, 물도 새로 떠다가 준다.) 다음에는 짖지 말고. (헬리 쪽으로 다시 걸어간다~)
밥그릇을 채워주자 허겁지겁 먹어치웁니다. 배가 고팠나 봐요.
블랑:(당신이 걸어가려 하자 얼른 따라와서 옷자락을 앙 물고 잡아당긴다.) 우웅. 왕!
아실링 펜들레엄:엉? (뒤돌아 보며) 왜..? (살짝 쓰다듬어 본다...)
발걸음을 막은 블랑은 후다닥 제집에서 책을 한 권 물어옵니다.
표지에는 <식물도감 –장미편->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똑똑한 강아지구나? (머리 몇 번 더 쓰다듬다가 책 가지고 헬리 옆으로 간다.) 이런 게 있더라고요. (책 펼쳐서 헬리랑 읽어본다!)
아실링 펜들레엄: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올리버가 대여해 온 책이었나 봐요. 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그때, 멀리서 아이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리샤이:아실링! (멀리서 당신을 부른다.) 게일이랑 올리버는 찾았어?
아실링 펜들레엄:아, 리샤이. 아니요. 아쉽게도 못 찾았어요. 걔네들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은 찾았지만요. (물건들 쓱 보여준다.)
교실에 없는데? 도서관에도 없어! 놀이방에도 없고~ 미술실이랑 음악실에도 없었어!
리샤이:저택에 없다면 정원을 찾아보는 게 좋겠지만, 정원에도 없다고 하니...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시선이 창고로 향합니다. 정확히는 그 안에 있는 다락방과 거울이 떠오릅니다.
거울이 답을 알려줬었잖아요. 어쩌면 이번에도 그럴지 몰라요.
아실링 펜들레엄:아.. 생각나는 곳이 있어요. 저랑 헬리는 어디 잠깐 다녀올게요! (다락방으로 향한다!)
아리아:뭐야? 또 무슨 둘만의 비밀을 만드려고 저런담?
헬레네:아실. 떠오르는 곳이 있으신가요? (영문도 모르고 일단 따라간다)
아실링 펜들레엄:갑자기 그 거울이 생각나서요. 예전에도 그 거울이 답을 알려줬으니, 어쩌면 이번에도 알려줄지 몰라서요.
헬레네:아, 다락방의 거울 말하시는 거죠? 저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아실은 역시 똑똑하세요. (표정이 한층 밝아진 채 따라간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낡은 다락방 위로 향합니다.
바짝 마른 람피온과 약간의 먼지, 창 너머로 보이는 눈의 풍경.
그리고 19조각으로 나뉜 거울이 아실링을 맞이합니다.
거울 속 아실링은 여전히 전혀 다른 행동을 합니다.
힐끔 아실링과 헬레네를 바라보곤…… 책을 읽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거기에는 헬리 없지?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거울 속 자신이 보는 책을 본다. 무슨 책을 읽나?)
아실링 펜들레엄:이건가? (아까 가져온 책 펼쳐서 읽는다.)
무작정 책을 읽어봐도... 어디를 봐야 할지 도통 모르겠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몇 페이지를 읽고 있는 거지?) 손가락으로 좀 표시해 봐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거울 속의 아실링은 고개를 슥 들더니... 피식, 비웃음을 짓습니다.
대인 관계 판정에 성공해야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자기 얼굴이 저렇게 재수 없었나 싶어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친구 둘이 사라졌단 말이야. 도와줘.
설득
기준치: |
70/35/1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친구가 사라졌다는 말에 거울 속 아실링은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무척 선심을 쓴다는 듯한 표정으로 양 손가락을 들어 4와 1을 표시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래 너 잘했다. (어휴. 책 41페이지 펴본다.)
거울 속 아실링은 어깨를 으쓱하곤 프레임 너머로 사라져 버리네요.
장미 품종을 하나씩 설명한 책인데, 41페이지는 미뉴에트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동명의 꽃이 있다고 했었죠.
꽃과 꽃의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라니, 우연이라기엔 흔치 않은 운명이었죠.
올리버는 어쩌면, 미뉴에트, 그러니까, 헬레네의 존재가 궁금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야, 식물을 다루는 람피온이니까 당연한 일이지만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리가 궁금했나..? 뭔가 기분이 이상해져서 책 탁 덮고 다시 거울 속 자신을 본다.) 이게 다야? (빤..)
아실링은 거울 프레임 너머로 사라져 버린 지 오래네요.
책을 다 읽어도 올리버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실링이 얻은 것은 올리버의 책갈피가 전부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선생님 목소리네요. 게일이나 올리버를 찾은 걸까요? (헬리랑 같이 선생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한다.)
헬레네:그랬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대답하고는 다시 다락방을 내려가 문을 나선다.)
숄을 두른 선생님은 저택의 대문에 서 있습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자 선생님이 이쪽을 돌아봅니다.
날이 슬금슬금 어두워진 탓에 선생님의 얼굴 위로 음영이 드리웁니다.
선생님:저택의 대문이 열려 있던데, 혹시 여러분 중 누군가가 열었나요?
아이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아닙니다.
한숨을 쉬고, 선생님이 눈으로 아이들의 수를 헤아립니다.
헬레네를 제외하고 원래 스물한 명이었으니, 결국 사라진 것은 세 명입니다.
선생님:혹시 저택 바깥에 나갔다가 길을 잃은 걸 수도 있으니, 찾으러 다녀올게요.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으니까, 다들 방으로 돌아가세요. 다시 대문을 잠가둘 테니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이탈하면 안 돼요.
모두, 서로서로 길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거예요. 알겠죠?
아실링 펜들레엄:잘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얌전히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옷차림을 추스른 선생님이 곧 저택을 벗어납니다.
덜커덩, 거친 소리와 함께 대문이 다시 잠기고……
검은 그림자가 노오란 등불을 꿀꺽 삼킬 때까지 아이들은 정원에 붙박힌 채 서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당부를 따라 아이들이 하나둘 저택 안으로 들어갑니다.
헬레네:... 아실, 저희도 이제 들어가요. (게일과 올리버를 찾은 줄 알았는데, 사라까지 사라졌다는 말에 안색이 어둡다.)
아실링 펜들레엄:오늘 많이 돌아다녀서 몸도 좀 피곤한 것 같기도 하네요. 좀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친구 셋이 사라졌다고 저택 안이 이렇게 조용해질 줄이야. 괜한 공허함에 표정이 어두워진다.)
끼익, 현관을 닫으면 추위가 한결 가십니다. 창밖으론 계속 눈이 내립니다.
제이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두리번거립니다. 불안한지 동의를 구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안 그래도 음울한 저택의 공기가 한층 아래로 처집니다.
아이들은 소파에 기대 눕거나 방으로 돌아갑니다. 다들 퍽 지친 기색입니다.
헬레네:저희도 이만 쉴까요? 선생님이 식당에 저녁 식사를 차려두신 것 같은데... (입맛은 없었지만, 예의상 말한다.)
아실링 펜들레엄:간단하게 식사라도 할까요? 먹어두면 힘이 날지도 모르죠. (입맛이 없는 것은 이쪽도 똑같았다.) 사라진 애들도 지금 배고플텐데..
헬레네:그러게요... 게일과 올리버는 점심 식사도 하지 않으셨는데... (터덜터덜 식당으로 향한다. 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바게트 햄 치즈 샌드위치와 아스파라거스 수프, 해쉬 브라운과 수란이 한 세트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수프만 몇 입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목구멍으로 내려가는 수프는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도저히 소화시킬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헬레네:(샌드위치를 무기질적으로 우물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똑같이 내려놓고 만다.) 입맛이 없네요. 아실도 그렇죠? ... 무사하셔야 할 텐데, 지금은 날도 추운 겨울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계신 걸까요. 모두가 아프지도, 다치지도 말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하는데...
선생님은 사라진 아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을까요?
만약 선생님이 범인이라면, 어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전혀 다른 범인이 우리 사이에 틈탄 것이라면,
선생님 없이 더 위험한 밤을 보내게 되는 건 아닐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나쁜 사람들 때문에 위험해진다고 해도 능력으로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헬리를 지켜줄게요.
헬레네:(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툭 기댄다.) 든든하네요.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요. 만일 그런 일이 닥친다면 저도 온 힘을 다해서 아실을 지켜낼래요. (당신처럼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지켜준다는 것인지, 주먹을 꾹 쥐었다.)
아실링 펜들레엄:(본인의 안전을 더 신경 쓰면 좋겠다는 말이 입앞까지 차올랐지만 방긋 웃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무런 능력이 없어서가 아닌, 자신을 지키다가 다치는 헬리를 보고 싶지 않았다.) 자고 일어났을 때.. 모든 게 다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애들도 돌아오고.. 선생님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네요.
헬레네:웃음이 넘치는 참 즐거운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끝마무리는 꼭 나쁜 꿈 속에 있는 것만 같아요. (옷자락을 만지작거린다.) ... 악몽이라면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어요. 게일, 올리버, 사라... ... 다음엔 또 누가 사라질지 두려워져요.
소곤거리는 동안, 벽난로의 불길은 한참 타오르고 거실의 아이들이 피곤했는지 순식간에 곯아떨어집니다.
불똥이 튀는 자그만 소리와 서로의 목소리만 거실을 가득 채웠을 때,
창밖을 내다보면 가지에 내려앉았던 울새가 미로 정원으로 날아갑니다.
눈이 마주치지 않았는데, 그것은 이쪽을 전혀 바라보지 않았고, 평소처럼 불길하게 울었을 뿐인데도……
……새의 기분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는데도요.
울새는 날갯짓 몇 번 만에 금세 미로 정원 담벼락 안으로 사라집니다.
먹을 곳이라곤 전혀 없는데 무엇을 그리 찾는 걸까요?
저 새는 분명, 여름에도 불길함의 징조였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저 새를 따라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여름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불길한 징조였으나, 지금 이렇다 저렇다 할 상황이 아님임을 알고 있다.)
헬레네:(일순 두려움이 눈망울에 스친다. 여름, 저의 저주 같은 숙명을 깨달았던 순간은 저 울새와 눈이 마주쳤을 때였으므로. 입술을 한 번 꾹 깨물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이들을 위해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 ... 밖이 어두우니 나가기 전에 등롱을 챙겨가요.
아실링 펜들레엄:(눈에 스친 두려움은 자신 역시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한 손에는 등롱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도록 네 손을 꼭 잡았다.) 저 혼자서 가도 괜찮은데.. 헬리는 저는 혼자 내버려 둘 사람은 아닌 것 같죠. 네, 같이 나가요.
헬레네:어떻게 아실을 이 어두운 밤에 혼자 보낼 수 있겠어요. (당신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함께예요.
묵직한 문을 밀자, 사정없이 온기를 빼앗는 겨울바람이 들이닥칩니다.
코와 뺨이 추위에 베이듯 따갑고, 바닥이 차가워 발걸음을 떼기 어렵네요.
늦은 밤의 저택은 온통 어둡고, 눈발이 거세 주변을 살피기 쉽지 않습니다.
아실링과 헬레네조차 거친 기후에 거동이 어려운데, 그 작은 새가 저택 근처를 벗어났을 리 없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차근차근 생각해봅시다. 뒤뜰이라기엔 날아간 방향이 다릅니다.
두 후보를 제외하면 울새가 갈 수 있는 곳은 미로 정원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등롱을 가져오기 잘했네요. 역시 헬리는 현명해요. (어두운 미로에서 길을 잃었다면 무서울 뻔했다며 긴장을 푸려는 듯 이런저런 얘기를 조잘거리며 미로로 향한다.)
빽빽한 덤불로 벽을 나눠 세운 미로 정원입니다.
내부는 두 사람에게 익숙한 구조로 평소와 다를 바 없지만…….
미로의 입구가 한껏 벌린 짐승의 아가리처럼 보이는 건, 분명 기분 탓이겠죠.
나뭇잎이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 괴물이 입맛을 다시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헬레네:선생님이 가르쳐주셨었죠. 이렇게 한 손으로 벽을 짚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출구로 나가게 된다구요. (당신의 의중을 이해하곤 자신도 부러 수업 시간 때 들었던 이야기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애쓴다.)
아실링 펜들레엄:(역시 헬리는 똑똑해!라는 눈으로 본다. 둘이서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져 긴장으로 굳어있던 몸에 힘이 살짝 풀어진다.) 조심해서 걸어야겠어요. 아, 저번처럼 눈사람이 있으면 좀 곤란할 텐데 말이죠. 없으면 좋겠어요...
헬레네:이번엔 다른 길로 돌아서 가면 되지 않을까요? 겨우 눈사람을 다시 세웠는데 또 밟고 지나가게 된다면, 눈사람이 아파할 것 같아요... 저희를 원망할지도. (무섭기도 했지만, 당신과 함께라는 사실이 몇 배나 큰 안도감이 되었다. 작게 웃으며 씩씩하게 발을 내딛는다.)
벽을 더듬어가며 미로 안으로, 또는 존재하지 않는 공포의 뱃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헬레네:
(To GM)rolling 1d100<60
=
0 Successes
벽을 짚으며 걷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막다른 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등롱을 들었다지만 앞이 명확히 보이진 않다 보니, 길을 잃고 말았나 봐요.
아실링 펜들레엄:잘 가는 줄 알았는데, 오다가 길을 잃었네요. (웃어넘기고 다시 길을 돌아간다. 이번에는 잘 도착하기를!)
헬레네:으음... 미로가 복잡할 때는 벽을 짚고 오는 방법도 쉽게 통하지 않나 봐요. (무섭지 않다, 무섭지 않다... 애써 어두운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바닥에는 아이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니며 찍힌 발자국들이 가득합니다.
이리저리 겹쳐진 발자국의 주인을 추적하긴 어렵습니다.
바스락, 나무의 잎사귀와 가지가 마찰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실링은 바람에 묻힐 만큼 작은 소리를 예리하게 잡아냅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오른편 덤불의 가지에 앉아있던 작은 울새와 눈이 마주칩니다.
울새는 아실링을 보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덤불의 [틈새]로 사라져버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여기에 원래 이런 게 있었나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틈새에 가까이 가서 관찰한다.)
틈새에 가까이 가보니, 빼곡하고 촘촘하게 얽혀있던 덤불이 훼손되어 있습니다.
마치 강한 악력을 가진 누군가가 힘을 주어 벌린 것처럼, 휘어진 줄기 사이로 미로 벽의 건너편이 보입니다.
어떤 통로나 블랙홀처럼 보이는 그것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차츰차츰 제 크기를 줄이고 있습니다.
통로의 내부엔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득한 어둠, 그저 인공적으로 검고 검은 공간만이 보입니다.
아실링이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언뜻 무언가 본 것 같은데, 시야가 좁아 자세한 확인이 어렵습니다.
더 자세히 보려면 아무래도 덤불을 벌려 틈새를 더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아실링 펜들레엄:(열심히 힘을 줘서 틈새를 키워본다! 뭔가 보이나?)
아실링 펜들레엄:
근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덤불을 옆으로 밀어내어 상반신을 밀어넣을 수 있을 만한 틈을 만들어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우와아.. 엄청 수상해 보여요. 그렇지만 못 보고 넘어갈 수는 없겠죠? (수상한 굴에 이끌려 그대로 상반신을 밀어 넣는다!)
헬레네:조, 조심하세요, 아실. (걱정되는 마음에 발 동동 구르다가 당신의 허리를 두 팔로 잡는다) 제가 뒤에서 꽉 잡고 있을게요!
허리가 조금 아프긴 하지만, 그럭저럭 틈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야를 확보하면 몇 가지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습니다.
[굴]은 여전히 불길한 어둠을 품은 채 나무뿌리 아래에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눈이 쌓인 [바닥] 위에 [발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고마워요, 헬리. 근데 이거... (점점 줄어드는 굴 보고 불안감을 느낀다. 이거 괜찮겠지..?)
굴은 줄어드는 와중에도 생생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훨씬 더 큰 크기였던 구멍은 어느새 어린아이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아직은 괜찮겠지? 눈이 쌓인 바닥을 본다.)
통로 근처의 나뭇가지는 군데군데 부러져 있으며, 잎사귀들은 한 방향으로 쓸려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발자국을 살펴본다. 혹시 무슨 문양을 남겼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야, 여태 내내 찾던 사라의 구두가 남긴 자국이잖아요.
불편한 자세를 지속하기 슬슬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쯤, 헬레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헬레네:아실, 안쪽은 어때요? 무언가 찾으셨나요? (불안함이 담긴 목소리로 묻는다)
아실링 펜들레엄:아, 헬리. 여긴 괜찮아요. 아마도...? 그리고 여기서 사라의 발자국을 봤어요. (불안해하는 목소리에 틈에서 몸을 뺀다.)
몸을 빼려던 그 순간, 아실링은 무수히 많은 손이 잡아당기는 듯한 강한 인력을 느낍니다.
정체 모를 힘은 몸을 반쯤 걸치고 있던 아실링을 굴 방향으로 끌어당깁니다.
이건…… 인력이라기보단 흡입력 같기도 합니다.
내가 아무리 작고 귀엽다지만 청소기 앞의 먼지처럼 하찮아질 필요 있나……!
앞으로 맥없이 굴러떨어진 아실링은 그대로 굴까지 끌려 들어갑니다.
눈이 쌓인 차가운 바닥을 구르고 굴러, 어둠 속으로…….
회전하는 세계 속에서 아실링이 기절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덩그러니 버려진 갈색 구두 한쪽이었습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사위가 몽롱해 마치 꿈에 갇힌 것 같습니다.
그보다, 아까부터 누군가가 같은 단어를 계속해서 외치고 있지 않나요?
당신이 잊지 못하게 속삭이는 것처럼, 익숙한 단어의 나열은 머릿속에서 메아리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정신
기준치: |
50/25/10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실링은 그것이 아실링 자신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헬레네:... ... 제 목소리 들리세요? 아실. 아실! (당신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애타게 외친다.)
아실링 펜들레엄:아... (짧은 한숨과 함께 눈을 뜬다.) 저 기절해 있었나요..?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창백한 헬레네의 얼굴, 그리고 그 뒤의 얼기설기 얽힌 나무 덩굴과 나뭇잎으로 뒤덮인 천장과 벽입니다.
그러고 보니 땅을 대차게 구르면서 굴 아래로 떨어진 것 같은데…….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지만, 몸 여기저기가 아픕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헬레네의 손등이 아실링의 이마를 걱정스레 스치고 지나갑니다.
헬레네:갑자기 굴 안으로 빨려들어가셔서, 저도 급하게 따라서 뛰어들었어요. 계속 기절해 계셔서... ... 혹시나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닐까 계속 걱정했어요. (울먹이며 손을 꼭 잡는다.)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맙소사.. 제가 나온 줄 알았는데. (위험한 일에 너를 끌어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전 괜찮아요. 걱정하게 만들 줄은 몰랐는데.. 죄송해요.
헬레네:나오려고 하셨는데, 굴에 그대로 끌려가 버렸어요. 점점 더 작아지고 있어서, 가만히 있다간 아실을 눈앞에서 놓칠 것 같아 그만... ... (당신의 상태를 계속 살피다가 고개를 든다.) 입구는 완전히 닫혀버렸지만, 정돈된 길이 있어요.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어서 문제지만요...
아실링 펜들레엄:조난이라니.. 곤란하네요. 이런 곳은 어른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잖아요. (하필 선생님도 없는 타이밍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며 계속 울리는 머리를 손바닥으로 짚는다.) 여기는 대체 어딜까요? (천장과 벽을 살펴본다.)
헬레네:그러게요. ... 일단은 길을 따라서 걸어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머리, 아직도 많이 아프세요...? 조금 더 쉬었다 움직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걱정스럽게 제 차가운 손이라도 이마에 대어준다.)
천장과 벽을 가득 채운 이것들은... 이걸 덩굴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나치게 굵은 식물 일부는, 뿌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합니다.
하나하나의 줄기에 개미처럼 작고 검은 글씨가 기어 다니고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우악 징그러워.. 전 저런거 싫어요... (글씨를 정확히 살펴 본다.)
글씨들을 자세히 바라보자, 알파벳들은 꿈틀거리며 하나의 단어를 조합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람피온의 저택을 졸업했다던……. 그러니까, 아실링의 선배뻘이라던 그 람피온의 이름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기억 속에 남은 그 이름을 보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대체 왜 이 이름이 여기에? 다른 글자들도 본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알파벳의 나열이 알고 모르는, 낯익고 낯선 이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소름 끼치는 현상과 마주한 아실링, 공포로 인해 <이성> 판정 (0/1D3)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
40/20/8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헬레네:에밀리... 이 이름은... (그렇잖아도 희었던 안색이 더더욱 창백해진다.) ... 전부 이름들이에요. 왜, 이런 곳에... (불길한 생각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절로 어깨가 떨려왔다.)
아실링 펜들레엄:이곳은 대체 뭘까요. 아. 아니에요. 다시 생각해 보니 알고 싶기보다는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네요. (이유 모를 불길함에 벽에서 좀 더 떨어져 있다가 혹시 게일과 올리버 이름이 있는지 살펴본다.)
아실링 펜들레엄:(둘에 이름이 보이지 않자 얼굴색이 좀 밝아진다.) 아.. 여기서 계속 있기엔 좀 그런데.. 벽을 따라 걸어볼까요? 미로라고 해도 그렇게 걷는다면 출구가 나올지도 모를 테니까요.
헬레네:일단은 길이 있으니, 따라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꾸닥) 막다른 곳이라면, 다시 돌아와서 입구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꽤 깊어 보이니까요.
굴의 입구가 막혀버렸기 때문에, 아실링과 헬레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두 가지입니다.
제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리거나, 길을 따라 걸어가거나.
하지만 이곳에서 무작정 구조를 기다리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게 낫겠죠.
아실링 펜들레엄:(어른도 없으니 구조당하긴 그른 것 같아서 헬리 손잡고 나아간다. 무서워도 둘이 있으니 괜찮다!)
황금빛 도보는 아니지만, 굴의 바닥은 어린아이도 걷기 좋게 평평합니다.
아실링은 길을 걸어가며 달콤한 향기를 맡습니다.
디저트와 차를 떠오르게 하는 부드러운 향기는 불안했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장식처럼 벽을 타고 자란 덩굴과 우글거리는 글씨들에 익숙해질 무렵, 두 사람은 갈림길과 마주합니다.
갈림길에는 OX 퀴즈가 적힌 팻말이 꽂혀 있습니다.
1. 저택의 32번째 계단을 밟으면 죽는다. (O/X)
아실링 펜들레엄:(흥. 이런 걸 못 맞추면 바보지. X 쪽으로 간다!)
분명, 소문 속에서 밟으면 죽는 것은 저택의 36번째 계단이었죠.
치사하게 숫자를 교묘하게 바꿔두었지만…… 속지 않았으니 다행입니다.
아실링과 헬레네는 무사히 다음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헬레네:전 조금 헷갈릴 뻔했어요. (안도의 한숨 폭) 그런데 만약 잘못된 길을 고르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2. 울새는 암수가 똑같이 생겼다. (O/X)
아실링 펜들레엄:어...? (순간 잘못 고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멈칫했다.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O 쪽으로 걸어간다.)
얼마 전, 울새는 암수 동형이라는 정보를 조류도감에서 본 것 같습니다.
아실링과 헬레네가 기억을 더듬어 O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자, 멀지 않은 곳에 다음 갈림길이 보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기억 속의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어른은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헬리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헬레네:왜... 이런 질문이 있는 걸까요? 선생님이 저희를 시험하려 만드신 걸까요? 하지만, 그럴 분이 아니신데... (혼란스러운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 저는 우리 편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맛있는 식사도 차려 주시고, 저희의 건강도 살펴 주시고, 자기 몫의 타르트도 아이들에게 주셨으니까요. ... 아실의 의견은 다른가요?
아실링 펜들레엄:잘 대해준다고 다 저희 편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고용된 사람이라고 해도 부모한테서 어린애들을 떨어뜨려놓는 집단의 사람이라는 점이 좋지 않게 보였다.) 뭐, 그래도.. 헬리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도 선생님을 믿을게요. (O 쪽으로 걸어간다!)
헬레네:그렇지만 만약 안 좋은 마음이 있으셨다면 진작에 저희를 해치지 않았을까요? 이곳엔 아무도 올 수 없으니까... 저는 선생님이 착한 분이라고 믿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쉽게 믿는 천성을 지녔다.)
잘 대해준다고 무조건 같은 편은 아닐 수도 있지요.
하지만 당신은 헬레네의 의견을 따라 O가 가리키는 갈림길로 향합니다.
들어선 길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덩굴이 자라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한 순간, 긴 채찍 같은 촉수가 아실링의 발목을 잡아챕니다.
헬레네 역시 덩굴에 거꾸로 들어 올려져 대롱대롱 매달립니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면 거대한 식충 식물과 닮은 것이 두 사람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성> 판정 (0/1)
헬레네: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
40/20/8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헬레네:꺄아악! (갑자기 몸이 잡혀올라가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눈 앞에 나타난 정체를 종잡을 수 없는 식물보다도,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었다. 선생님이 우리의 편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대체...?) 죄- 죄송해요. 저 때문에... 어, 어쩌면 좋죠?!
아실링 펜들레엄:(너무나도 놀라 비명도 못 지르고 패닉 상태에 있다가 제 귓가에 들리는 네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다. 이래서 어른은 믿을 수가 없어! 하고 속으로만 소리를 질러댔다.)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허공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벽에 손을 겨우 닿아 그대로 식물을 얼려버리려고 한다.)
초능력 Roll
기준치: |
30/15/6 |
굴림: |
1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대롱대롱 매달린 채 흔들리는 탓에 정신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기적처럼 뻗은 손이 겨우 벽에 닿았고, 당신은 지체없이 능력을 사용하였습니다.
벽을 타고 뻗어간 얼음줄기는 바닥으로, 바닥과 벽에 맞닿은 식물에게로 향하고, 식물의 몸체로 순식간에 새하얀 얼음이 퍼져나갑니다.
식물의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아실링과 헬레네를 잡고 있던 촉수에서도 힘이 빠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촉수에 힘이 빠진 틈을 타서 곧바로 내려온다. 땅에 발이 닫자마자 길을 따라 무작정 뛰어간다. 저 촉수와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헬레네:(머릿속이 전부 새하얗게 변해선 어찌할 줄 모르다가, 아실링의 손에서 뻗어나가는 빠직거리는 얼음 소리를 듣는다. 오래지 않아 저를 옭아맨 촉수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는, 자그만 몸을 비틀어 촉수에서 벗어난다. 비틀거리며 왔던 길을 향해 마구 뛰었다. 두려움에 절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다시 퀴즈의 푯말이 세워진 곳까지 와서야 거친 숨을 내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아실링 펜들레엄:(숨이 벅차게 마구 뛰다가 푯말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털썩 주저앉는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팍이 아파 숨을 헉헉 내쉬다가 너를 와락 껴안는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요. 그게 왜 헬리 탓인가요? 어른이 나쁜 거예요..!
헬레네:(당신의 품에 안기고 나서야 소리내어 엉엉 운다.) 무서웠어요. 무서웠어요...! 선생님은, 믿을 수 있는 분인 줄 알았는데... 당연하게 그럴 거라고 여겼는데...
아실링 펜들레엄:믿은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겠나요.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 사실은 현실이었다는 것은 꽤나 큰 충격이었다. 억울함에 씨익거리다 말고 눈에서 눈물을 툭 떨어뜨린다. 위험에서 벗어나 긴장한 것이 풀려서인지, 아님 위험에 처했던 것에 서러웠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훌쩍이는 소리를 줄이다가 눈가를 세게 닦는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죠. 이런 곳은 정말 있기 싫어요. 헬리랑 같이 저희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헬레네:(목덜미를 꼭 끌어안은 채 한참 울고 나서야 진정한다. 빨개진 눈을 문지르며 코를 훌쩍였다. 배신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기에는 아직 그는 어렸고, 또 순수했다. 그저 선생님을 향한 슬픔과, 이 상황의 두려움만이 파도처럼 발을 휩쓸었을 뿐이다.) 네... ... 어서 다른 길로 가 봐요.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진심이었다.)
두 사람은 놀랐던 마음을 애써 추스리고 다시 반대편 갈림길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걸렸을까요, 마침내 도달한 길의 끝은 막혀있습니다.
막다른 길은 검은 광택을 내는 끔찍한 생명체가 지키고 있습니다.
형형하게 빛나는 분홍색 눈동자가 쉼 없이 데굴데굴 굴러가며 아실링과 헬레네를 바라봅니다.
빠져나가기에는 아까 본 함정보다도 더 어려울 것만 같습니다. 아니, 분명합니다.
괴이와 마주한 아실링과 헬레네, <이성> 판정 (1D3/1D10)
헬레네: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
39/19/7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공격 순서는 아실링 1, 2, 3턴 > 괴이 1턴 > 아실링 4, 5, 6턴... 식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저렇게 징그럽고 무서운 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해치울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이 가득했다. 원래도 다신의 능력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오늘처럼 자신의 능력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멋지고 강한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깊은 원망을 하며 지면에 손을 대 괴물과 함께 얼리려고 한다.)
초능력 Roll
기준치: |
30/15/6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실링 펜들레엄:
rolling 3d6
=
15
(뒤늦게 두통이 왔지만 약간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능력 써본다!)
초능력
기준치: |
30/15/6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8 |
(쟈근 자신감 다시 사라지며.. 울적해져서 능력 다시 써본다.)
초능력
기준치: |
30/15/6 |
굴림: |
42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3 |
아실링 펜들레엄:(이 쓸모 없는 능력!!!!!!)
괴이의 몸 일부분이 차갑게 얼어붙습니다. 이후의 공격은 실패하였으나 괴이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괴이의 주사위에 패널티 다이스가 한 개 붙습니다.
... (헬레네를 향해 촉수를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
35/17/7 |
굴림: |
53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그러나 괴이의 촉수는 당신의 얼음 탓에 기능이 떨어졌는지 헬레네에게 닿지도 못하고 허공만을 가릅니다.
다시 아실링의 턴. 다이스 3번 연속으로 굴려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감히... 헬리를 공격해? (자기 능력에 주눅 들어있다가 말고 시퍼런 눈 크게 뜬다. 건드릴 사람을 잘못 골랐다. 닌 죽었다 이제.)
초능력
기준치: |
30/15/6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4 |
초능력
기준치: |
30/15/6 |
굴림: |
3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6 |
초능력
기준치: |
30/15/6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아실링의 초능력이 스치는 곳마다 괴이의 몸체가 차갑게 얼어가더니, 이내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절반 정도 태웠을까요, 불붙은 몸체가 분열하기 시작합니다.
꺼지지 않는 화염에 괴로워하던 괴이는 자신의 몸통 절반을 버렸습니다.
헬레네:아, 아실....! (저를 지키기 위해 막아선 뒷모습을 애타게 바라본다. 수월하게 얼려가는 듯 싶었는데, 척 봐도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실링이 채 반응할 틈도 없이, 불이 붙지 않은 쪽의 분열된 몸통이 단숨에 아실링을 집어삼킬 듯 몸을 던져옵니다.
그 순간, 헬레네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그 앞을 가로막습니다.
마치 아실링의 잔을 빼앗았을 때처럼, 어떤 의지로 가득한 보호였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내내 참을 수 없었던 것처럼,
헬레네는 아실링 앞을 막아서고는 팔을 뻗어 덮쳐오는 괴이를 막습니다.
아실링과 달리 헬레네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니까요.
게다가, 방금까지 식충식물의 모습에 놀라서 엉엉 울기까지 했던 아이가 아닌가요.
이러한 상황이 익숙한 이도 아니었고, 견뎌내기 쉬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 분홍색 눈동자는 맹렬한 투지를 띠고 달려드는 적에게서 꽂혀 듭니다.
찰나의 순간이 아주 느리게, 느리게 흘러갑니다.
작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과도 같은, 보이지 않는 날개를 틔우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 위해 약동하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소리는 어떤 존재의 탄생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앞을 향해 뻗은 손바닥의 끝에서부터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보호와 방어의 재능,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푸른 빙하의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나 두 사람을 감싸 안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헬레네의 눈동자를 닮은 분홍 꽃잎이었습니다...
아, 여태껏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첫 ■■■■의…….
헬레네는 지금, 이 순간부터 아실링의 능력을 빌려 쓸 수 있습니다.
헬레네:(열렬히 타오르는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강렬히 맴도는 단 하나의 의지,
당신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것. 아실링의 앞으로 뛰어든 채, 어떠한 확신도 없었던 주제에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팔을 휘둘렀다.)
헬레네의 손길을 따라 차가운, 그러나 따스한 얼음이 괴이의 몸을 따라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한 번도 다루어본 적 없는 능력일 터인데, 지금 이 순간 헬레네의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힘이 넘칩니다.
순식간에 쩌저정-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히 채웁니다.
활을 떠난 화살처럼 몸체를 꿰뚫는 날카로운 공격에 괴이는 맥없이 허공에 매달리듯 멈춥니다.
얼음으로 뒤덮인 부분에서부터 작은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역한 냄새를 내며 분열된 몸뚱이가 불타기 시작합니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그 거대한 몸체가 마침내 추락하며 사방에 체액을 내뱉습니다.
헬레네: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헬레네는 능력에 집중하였던 탓인지, 한 박자 늦게 움직여 떨어지는 몸뚱어리에 팔을 부딪히고 맙니다.
괴이의 체액을 뒤집어쓴 벽이 그대로 녹아내립니다.
새까맣고 역겨운 존재는 조금씩 가루로 변해 흩어집니다.
흩날리는 재와 흙먼지로 시야가 뿌옇게 가려집니다.
그제야 헬레네는 뒤를 돌아 당신을 마주합니다.
헬레네:(자신이 해낸 일에 놀라움과 격정의 감정이 뒤섞여 내쉬는 숨이 벅차다. 그러면서도 가장 먼저 시야에 두는 것은 당신이다. 가장 먼저 신경을 쏟는 이도 마찬가지였다.) 다친 데는 없으신가요?
아실링 펜들레엄:(자기가 본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시선이 마주치고 나서야 상황 파악을 한다. 좀 전에 위험했던 상황은 기억나지도 않는 것처럼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네 손을 끌어잡는다.) 당신도, 그 능력도 정말 아름답네요. 저는 그 능력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아, 지금 이렇게 말할 때가 아닌데. (부딪힌 팔을 살펴보며 네 건강을 살핀다.) 정말.. 죄송하고 감사해요. 제가 헬리를 지켜드렸어야 했는데. 물론 당신 저를, 그리고 우리를 멋지게 지켜냈네요. 정말 대단해요, 헬리.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웠어요.
헬레네:(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듯 두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 계속, 아실링의 뒤쪽에만 있는 게 너무 견디기 어려웠어요. 아실링도 저와 똑같이 무섭고 힘들셨을 텐데. 능력이 없어서 저만 보호받아야 한다는 게... ... 그래서인지, 순간 저도 모르게 이성을 놓아버렸던 것 같아요. 그저 아실을 지켜드리고 싶었어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약하게 미소했다.) 팔은 괜찮아요.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헬레네는 어떻게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걸까요?
아실링과 떨어진 헬레네에게선 아까의 기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아, 그게 당신에게 힘든 일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네요. 제가 당신이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네 네 심정이 단번에 이해가 됐다.) 그렇지만요..! 너무했어요. 만약 헬리가 능력을 못 썼다면 큰일 날뻔했잖아요. (자신 앞을 가로막는 헬레네를 봤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물론 그대로 자신이 공격당해 쓰러졌다면 헬레네 역시 무사하지는 못했겠지만. 자신이 쓰려져도 헬레네가 쓰러지는 모습은 다시는 보기 싫었다.) 제발.. 당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주세요. 당신이 쓰러지는 모습은 보기 싫단 말이에요. 물론 감사하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나빴어요! 그래도 멋지고 대단하고.. (웅얼..)
초능력은 어떻게 사용한 건가요...? (기웃..) 제 능력으로 당신이 좀 더 안전해진다면 좋을 텐데..
헬레네:멋지지만 동시에 너무하다고 하시니 어느 쪽에 맞추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이내 사르르 웃는다.) 농담이에요. 앞으론 무모하게 앞으로 나서지 않을게요. 하지만... ... 아까와 같은 상황이 또 있었다면, 참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제게 아실은 너무너무 소중한 분이신데 혹시나 다치거나, 그 이상의 안 좋은 일을 겪으시게 될까 봐 두려워서... (그러면서 당신을 꼭 끌어안았다.)
앞을 막아서면서, 대책이 없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무섭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그게 아주 자연스럽고 지극한 행동이라고 여겨졌어요. (맨 처음 당신을 해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으니 이제는 그 반대의 의식이 몸에 자리잡아 버린 것일까.) 어떻게 초능력을 쓸 수 있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아실에게서 잠시 빌려온 것이라는 느낌은 들었어요. 이젠 손을 흔들어 봐도 나오지 않네요. (휘적휘적)
아실링 펜들레엄:네, 부디 그래주세요. 심장이 반으로 갈라져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당신이 크게 다졌으면 열 갈래로 더 갈라졌을 거고요.. ... 당신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모르겠나요. (자신이 그 상황이었어도 그랬을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나중에 네가 제 앞을 또 막을까 봐. 그런 일은 다시는 있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도 의문이 가득했지만 일단 다행이라며 넘기기로 한다.) 아주 멋지게 사용했어요. 멋졌고요. 그렇지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쓸 수 있는지는 모르니까요! 맞아! 두통 같은 건 없는 건가요? 머리나 몸이 아프다던가. 설마 뒤늦게 아픈 게 밀려오는 걸까요?? 그러면 안 되는데...
헬레네:여, 열 갈래로요? (화들짝) 그만큼 아실에게도 제가 소중한 거지요...? (볼이 좀 붉어진다.) 기쁘지만, 역시 아실은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당신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이마를 꾹 눌러보고 눈도 한번 감았다 떠 본다.) 으음... 두통은 없네요! 패널티까지는 가져오지 않았나 봐요. 다행이라면 다행이에요.
아깐 아실과 맞닿아 있었으니까, 접촉하고 있으면 능력을 쓸 수 있는 걸까 싶었는데... (당신의 손을 잡고, 다른 손을 허공에 대고 움직여본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되지 않구요. 다음에도 또 쓸 수 있다면, 미리 아실에게 어떤 방식으로 능력을 다뤄야 하는지 배우는 게 좋으려나요?
아실링 펜들레엄:당장 아프지 않다니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뒤늦게 두통이나 다른 아픔 느끼시면 바로 얘기해 주셔야 해요! 어지럼증 같은 것도요. 당분간 저한테 하나하나 다 얘기해 주시고요. (걱정되는 것은 여전한지 조곤조곤 네 건강 걱정에 관한 말들을 늘어놓는다.)
(잡아진 손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어쩌면 긴급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1회용일 수도 있고.. 자세한 건 잘 모르겠네요. 일단 우리 둘이 무사하다는 것에 안심하고 감사하도록 해요. (팔 벌려 너 꽉 끌어안으며) 돌아가면 같이 연습하도록 해요. 이번 일로 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좀 느끼게 됐거든요.
헬레네:네, 바로 말씀드릴게요. (숨기기라도 했다간 아실에게 들켰을 때 엄청 상처받을 것 같다는 예상이 들었다. 순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아실도 식물과 싸울 때 능력을 꽤 많이 쓰셨던 것 같은데... 아실이야말로 괜찮으신 건가요? (역으로 걱정하기)
같이 연습할 수 있다니, 재밌을 것 같아요. (이렇게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게 또 하나 늘었다. 그 사실이 기쁨으로 찾아왔다. 매일같이 붙어있는데도 함께하는 것이 그토록 좋아서.)
아실링 펜들레엄:그게.. 괜찮아요. 하나도 안 아파요. (초반에는 자기 능력이 하찮아서, 그다음은 괴물이 너를 공격해서, 그다음은 네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자신의 능력으로 괴물을 이겨내서 아픈 것을 다 까먹었다.) 저는 걱정 마세요. 아주 멀쩡해요. (스트레칭하며 허공에 팔 붕붕 휘두른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둘이서 하는 게 좋죠. 아까 보니 헬리가 저보다 능력을 더 잘 쓰는 것 같기도 했고요. 헬리 보면서 저 힘내서 연습할게요.
헬레네:정말 안 아프신 거 맞죠...? (걱정스레 당신을 이리저리 살피며 재차 물었다. 허공에 팔 휘두르는 모습에 정말 괜찮겠거니 싶어 끄덕끄덕!) 아니에요. 저도 아실이 능력을 쓰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썼던 거였으니까요. 함께 노력해봐요!
그러나, 머릿속이 아득해질 정도로 짙은 향기가 밀려옴과 동시에, 무너지는 벽 너머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역겨운 향기가 단숨에 묻힐 만큼 짙고, 짙으며, 짙은 장미 향이 납니다.
무너진 벽 너머의 만발한 꽃밭, 서로 껴안고 있는 작은 아이들.
처음 보는 아이가 사라를 품에 껴안은 채, 소중하게 입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사라..? (다급하게 사라 쪽으로 다려가려다가 말고 뽀뽀당하는 사라 보고 멈칫) 다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오히려 이쁨을 받고 있네요..? 맞나요?
헬레네:(왜일까. 폭풍처럼 온몸을 엄습하는 이 불길함은. 벽이 무너져 길이 뚫렸는데도, 눈앞의 광경에 시선을 빼앗겨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툭, 안겨 있던 사라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이쪽을 향해 누운 사라의 뺨은 촛농처럼 창백합니다.
???: ... (고개를 든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홍채는 짙은 분홍색.)
분홍색 눈동자를 가진 아이는, 정확히 헬레네를 노려보며 뱉듯이 외칩니다.
그리곤, 천천히 일어섭니다. 두 눈에 담긴 분홍색 불꽃이 적개심과 분노로 일렁입니다.
당장이라도 두 사람에게 달려들 것처럼 노려보던 아이는... 등을 돌려 어딘가로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헬레네:(두 손으로 입가를 감싸며 흠칫한다. 저를 노려보는 홍채의 색이 화인마냥 너무도 선명했다.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단어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워, 일순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아실링 펜들레엄:(아이가 네게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싶어 네 앞을 막았다. 해볼 거면 해보자는 듯 금방이라도 능력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가 멀어지는 뒷모습에 약간 당황한다.) 쟤 도망친 건가요..? 우리 뒤에 뭐 있나? (불안한 눈으로 뒤 쳐다보며..)
뒤쪽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두 사람이 거쳐온 덩굴 가득한 길뿐입니다.
헬레네:(조각상마냥 하얗게 굳어있다가 겨우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 걸음 하나에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 우선... 사라를 살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요.
아실링 펜들레엄:(아이 때문에 너무 놀라 사라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을 알고 급하게 사라 쪽으로 뛰어가 상태를 본다.) 사라, 사라! 정신 차려봐요!
가냘픈 몸을 감싸자, 밀려오는 차가운 냉기에 가슴이 덜컥 떨어집니다.
코 밑에 손가락을 대보자 아주 미약하게나마 붙은 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라는 아직 살아있지만, 얼핏 보기에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정신을 못 차리네요.. (영차 하면서 사라를 등에 업는다. 헬리도 못 업어봤는데!)
헬레네:(마치 저의 체온마냥 차디찬 냉기. 자꾸만 하나의 가능성이 머리를 맴돈다. 가장 최악의 가능성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 아까 그 아이를 따라가봐요.
아실링 펜들레엄:네. 업고 있어서 빠르게 뛰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걸어볼게요. (아이가 간 쪽으로 조심조심 걸어간다.)
넓었던 길은 점점 좁아지고, 향기에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구불구불한 미로를 헤매듯 끊임없이 방향을 꺾으며 낯선 이가 남긴 자취를 찾아 따라갑니다.
그렇게 정체 모를 꽃을 짓밟고 멀어지는 아이를 얼마나 쫓았을까요.
마지막 코너를 돈 아실링과 헬레네는 목격합니다.
끝없이 얽히고 얽혀 하나의 거대한 군체를 이룬 장미,
미뉴에트 나무
를요.
가히 신성하다 여겨질 만큼 웅장한 나무는 아랫사람을 굽어보듯 굴의 가장 높은 천장까지 닿아있습니다.
두 사람을 여기까지 인도한 달콤한 향기는 이 거대한 군체에서 나던 걸까요?
이곳까지 이어진 꽃밭의 꽃송이들은 미뉴에트 나무의 양분이 되어 전부 시들어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닥을 기어 다니는 생명체들입니다.
사람과 괴물 사이의 생김새를 가진 것들이 납작 엎드려 군체에 기생하듯 붙어있습니다.
그들의 입에는
미뉴에트 꽃송이
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 괴이쩍은 존재들은 분홍빛 장미가 맛있는 식사라도 되는 것처럼 야금야금 먹어 치우면서, 조금씩 사람의 형태로 변화합니다.
헬레네:(말을 잃었다. 그렇잖아도 창백하던 안색이 백짓장마냥 완전히 희게 질려선,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뒷걸음질쳤다.)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주춤, 아실링 곁에 서 있던 헬레네가 물러섭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대체 이게 무슨... (계속 이어지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 어디에서도 저런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에 충격은 더하기만 했다.) .. 무서운 건 알겠지만, 지금은 우리 둘 다 정신을 차려야 해요. (어떻게든 나갈 방법을 찾겠다며 주위를 살펴본다.)
모든 것이 이질적이고 비이상적인 풍경 속에서, 익숙한 존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게일과 올리버가 눈을 감은 채 기대어 앉아있습니다.
몇몇 그럴싸한 형태를 갖춘 괴물들은 두 사람 곁에 달라붙은 채 꽃을 삼키고 있습니다.
흑, 흐흑…….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면 또다시 울새입니다.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울새는 람피온 세 송이를 물고 있습니다.
울음소리를 신호로 알아들은 것인지, 바닥을 기어 다니던 괴이쩍은 미뉴에트들이 일제히 아실링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몰려오는 것들이 두렵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이성> 판정 (1/1D3)
아실링 펜들레엄:
SAN Roll
기준치: |
39/19/7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저, 저 울새 놈이.. (짜증을 팍 내다가 말고 갑자기 자기를 향해 움직이는 것들을 보고 비명을 빽 지른다. 비현실적이고 두려운 상황이었지만 게일과 올리버를 봐버렸기에 도망칠 수도 없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는 틈을 타 공격할 생각에 바로 바닥에 손을 내린다.)
인간의 형태를 아슬아슬하게 흉내 내고 있는 미뉴에트들은 구강을 힘겹게 움직이며 울듯 소리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사라를 끌어안고 있던 아이를 포함해, 이들은 어딘가에 붙잡힌 것처럼 거동이 불편합니다.
분명 한 번에 퇴치할 약점이 있을 것 같은데...
헬레네:(아실링에게서 어느덧 세 발자국이나 멀어졌다. 차마, 더 이상 닿아선 안 될 것 같아서.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옥과도 같았다. 단검으로 몸을 관통하는 듯한 충격이 닥쳐온다. 이들의 입에서 흐르는 꽃송이가, 나무의 양분이 되는 꽃들이, 이 굴을 가득히 채우는 어지러운 향기가... ... 미뉴에트, 자신의 이름에 붙은 것과 동일해서.)
(저는 스스로의 출신을 알지 못했다. 기억이라곤 아실링의 능력을 앗아오라는 막연한 지시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가장 최악의 방식과 가장 생각하기 싫은 가능성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눈물도 흐를 수 없었다. 자신은 그렇게 태어난 존재조차 아니었다는 자각이 들어서.)
... ... (찰나에 흐른 상념들이 얼음조각이 되어 겨우 녹아내린 심장을 에워싸는 것 같다. 그래, 처음부터 저는 차가운 사람이었지. 괴이를 불꽃에 휩싸이게 한 것도... 결국은 당신의 힘이었다.) 아실링... (다가오는 미뉴에트들을 보고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람피온의 이름을 불렀다.) 발목을 보세요. 모두들, 나무뿌리가 연결되어 있어요. ... ... 중요한 건 저 나무예요.
본체는 가운데의 미뉴에트 군체로, 아실링은 이 나무를 없애야만 더는 이런 괴물들이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말이 없어진 네게 걱정되어 뒤를 돌아봤다가 깜짝 놀라 바닥에 대고 있던 손을 뗀다. 자신은 네가 아니기에 완벽히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자신 또한 수없이 겪었을 우울한 감정들에 잠겨있는 네 모습을 보는 것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파졌다. 자신에게 있어 가장 고마운 사람인 네가 감정에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감정을 잊을만한 뭔가가 없나 고민하다가 자신이 생각해도 좀 어이없는 생각이 들어 한숨 섞인 웃음을 짓고 네 이름을 부른다.) 헬리! 헬레네! (제대로 서서 네 볼에 쪽 하고 뽀뽀하고는 다시 바닥에 구부려 앉는다. 이것으로 놀라 네가 전에 받은 충격이 좀 사라지면 좋을 텐데.) 혹시 몰라서 말하지만.. 나쁘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악의 없어요. 정신 차려요, 헬리! 우리는 이곳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갈 거예요. 헬리랑 저, 그리고 다른 애들도 같이요. 그러니 지금은 다른 생각 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살아나갈 거예요. 반드시 나가서 보란 듯이 살 거예요! (나무뿌리가 이어진 곳을 향해 손을 뻗더니 그대로 자신이 쓸 수 있는 힘을 다 쏟아낸다. 이대로 몸이 부서지고 머리가 쪼개져도 상관없다는 듯 있는 대로 능력을 뽑아낸다.)
헬레네:(차가운 뺨에 따스한 입술이 닿자, 멍하니 굳어 있던 분홍빛 시선이 도르르 굴러간다.) ... ... 아... (한 박자 뒤에 의미를 깨닫고는, 뺨이 조금 붉어졌다. 제 손으로 입술이 닿았던 자리를 덧그린다. 몸이 차가워서인지 입맞춤의 온기는 참 오래도 잔존하였다.) ... 네, 아실링... (이미 다른 생각을 없애기에는 너무 커다란 진실을 마주하여 버렸지만,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이 모습을 보고서도 저를 이전과 같이 대해주실 수 있나요? 의문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지금은 여유있게 대화를 할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살아갈 수 있을까. 다시 멀쩡히 웃으며 다른 람피온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을까? 저택에서는 몇 달을 보냈고, 이 미로 속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몇 시간도 안 되었는데...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란 직감이 들었다. 다시는 그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할 수 없을 거라고.)
아실링은 한쪽 무릎을 꿇어앉은 채, 손을 바닥에 댄 그대로 거세게 능력을 사용합니다.
뿌리를 타고 빠르게 새하얀 얼음이 뒤덮여갑니다.
능력이 닿기 시작하자, 나무와 연결된 미뉴에트들이 삽시간에 불타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되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태어난 것들은 화염 속에서 맥없이 스러집니다.
꽃을 재료로 삼은 불길은 점점 더 거세집니다.
이 화염이 두 사람을 다치게 하진 않지만, 제 목표로 삼은 거대한 미뉴에트 군체를 집어삼킬 때까지 몸집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후두둑, 지탱하던 기둥을 잃은 굴의 천장에서부터 가루가 떨어집니다.
아실링과 헬레네까지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이곳에서 도망쳐야 하는데…….
아실링 펜들레엄: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결국, 불이 천장까지 옮겨붙었던 걸까요, 굴 내부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흙과 덩굴, 돌덩이들이 나무뿌리들이 바닥으로 쏟아집니다.
흐느껴 우는 소리와 함께 울새가 떨어지는 잔해 사이로 날아가 버립니다.
다행히 떨어지는 잔해들을 운 좋게 피해냅니다.
천장이 완전히 쏟아져 내려, 타지 않고 남아있던 미뉴에트까지 짓뭉갭니다.
흙에 파묻히기 직전, 가까스로 뿌리 근처에 있던 게일과 올리버를 발견해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내가 진짜! (못 산다 못 살아! 사라를 등에 업은 상태로 게일과 올리버를 잡아당긴다. 시간만 있었다면 볼이라도 쫘악 늘려 깨웠을 텐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린애 힘으로 최대한 애들을 데리고 빠져나가려고 한다.)
헬레네:(한 나무에서 피어나 같은 꽃을 먹고 자라난 동족들이 불타오른다. 눈을 가려도 변치 않을 저의 형제들이 소사되어간다. 비명소리가 나팔로 불어제끼듯 크게, 크게 울려퍼지는 것 같아서 질끈 눈을 감았다. 억지로 그 광경에서 눈을 돌렸다. 아실링과 함께 흙 속에서 두 사람의 몸을 잡고 무작정 끌어당겼다.)
게일과 올리버를 흙더미 속에서 간신히 끌어내자마자,
거대한 지하미로가 회전축을 잃고 완전히 무너집니다.
지상과 지하를 단절하던 거대한 벽이 사라지자, 곧 머리 위로 빛이 쏟아지고, 콧잔등 위로 눈송이가 떨어집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찢어질 듯 차가운 바람이 밀려 들어옵니다.
업혀있던 사라도, 가까스로 끌어당긴 게일과 올리버도 전부 눈을 뜨지 않습니다.
흙먼지로 교복이 온통 지저분해진 헬레네는 몇 번이고 휘청거리다가, 가까스로 먼저 일어나 당신의 손을 잡고 지탱해줍니다.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고개를 들자, 지상에서부터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발밑의 무너진 흙더미 사이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정신 없는 상황이지만 빠르게 손을 뻗어 흙더미 사이에서 뭔가를 꺼낸다!)
선생님:아실링! 헬레네! 괜찮나요!? (숄을 두른 채 급박히 뛰어온다.)
소란을 듣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와르르 몰려옵니다.
축 늘어진 사라와 게일, 올리버를 본 선생님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선생님. ... 이거 꿈은 아니죠..? (완전히 믿지는 못하지만, 지금 당장 자신과 애들을 내칠 것 같지는 않아서 조금 안심한다.) 도와주세요...
선생님: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있으니 괜찮아요. (축 처진 람피온들을 서둘러 품안에 끌어안으며, 다정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어른이 나타났으니, 아이들의 사건은 이걸로 끝입니다.
헬레네는 여전히 상처투성이가 된 손으로, 굳은 낯으로 아실링의 손을 꼭 붙잡고 있습니다.
마치 아실링이 제 미뉴에트 나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고 다음 날, 부상을 치료하고 충격을 달래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두 사람은 선생님과 면담 시간을 가집니다.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고, 깨끗한 방에서 마시는 차는 여름의 티타임에 마셨던 것과 다른 맛입니다.
마주 본 선생님은 평소의 상냥함과는 퍽 다른 분위기로 아실링과 헬레네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선생님: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어두운 표정의 헬레네는 입을 다물고 아실링에게 대답을 맡깁니다.
굴에서 목격한 것들, 이야기의 전말을 이야기할 경우 헬레네 또한 미뉴에트의 동족으로서 선생님과 어른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이번처럼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죠.
가까스로 살았지만, 다음에 위험해지는 것은 아실링일지 헬레네일지 알 수 없습니다.
두 사람만으로는 모든 위험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선생님. 죄송한데 저희에게 5분 정도 시간을 주실 수 있나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저희 충격이 아직 커서요.. (헬레네 손을 꾹 잡은 상태로 선생님을 바라봤다. 허락해 주지 않으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마음을 하고 선생님의 대답만을 기다린다.) 밖에서 잠깐 얘기하고 올게요. 그 정도는 괜찮죠..?
선생님:... 물론이죠. 천천히 이야기해줘도 좋아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 손을 잡고 방 밖에 나간다. 문에서도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는 네게만 들릴 수 있는 정도의 목소리로 말을 건다.) 저는 헬리의 선택을 따를게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나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당신을 위해서 행동하고 싶어요. 당신을 위한 행동이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제발.. 저와 당신만을 위해서 선택을 내려주시겠나요?
헬레네:... ... (미로에서 빠져나온 뒤로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다. 침묵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차마 당신의 깊푸른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맞닿은 손의 온기만을 한참 궁굴렸다.) 제가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아실링이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아실을 위하고 싶은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이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악몽 같았던 곳을 벗어났음에도 네 얼굴에는 그림자가 가득해 괜히 마음이 아팠다. 네 마음의 상처는 자신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상황이 더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요..? 그게 당신의 선택이라면. 알겠어요.
(방으로 돌아가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 사실은 연기인 표정을 짓는다.) 죄송해요. 다 말씀드리고 싶은데 몇몇 개 빼고 기억이 잘 안 나요. 식물 같은 이상한 것과 다른 애들을 봤고, 제가 능력을 많이 썼는데.. 그것 때문인지 머리가 아직도 많이 아프고 기억도 잘 안 나요. 혹시라도 제 기억이 잘못된 건가 싶어 헬레네한테도 물어봤는데, 헬레네도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어떡하죠...? (이렇게 큰 거짓말을 해본 적 없는데. 들키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하며 종알종알 거린다.)
헬레네:(앞머리에 눈이 다 가려지도록 고개를 숙인 채, 중간중간 아실링의 말에 작게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아실링이 연기를 곁들여 이야기를 마치자, 선생님은 아실링과 헬레네를 껴안습니다.
상냥하게 안아주는 어른의 품은 무척이나 따뜻합니다.
품에 안긴 아실링은 문득 헬레네를 돌아봅니다.
마찬가지로 안겨 있는 헬레네의 분홍색 눈동자도 아실링을 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우리 둘만의…….
이후로 찾아오는 것은 지독하게 평화로운 일상입니다.
반복되는 나날과 흐느끼는 울새, 음울한 장미 저택에 갇힌 가여운 아이.
수없이 찾아오는 공포와 위협 속에서도 우리의 삶만은 기적처럼 평화롭습니다.
그래요, 마치 폭풍우처럼, 길을 찾을 수 없게끔 끊임없이 회전하는 미로처럼.
쏟아 내리는 격정과 분노가 세계에 긴 손톱자국을 남기고 가도, 그 중심만은 고요하고 평온하게 제자리를 지킵니다.
이 세상은, 우리라는 회전축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END 2. 여름에는 람피온이 피고, 겨울에는 미뉴에트가 지는 곳.
Epilogue. 꽃을 쌓은 장례식으로 이어집니다.
헬레네가 한 아름 꽃을 안고 들어옵니다. 웬일로 람피온이 아니라 프리지아입니다.
부드러운 꽃내음이 작달만한 방을 샛노랗게 물들입니다.
사시사철 추운 저택 안에만 있으니 미처 실감하지 못했는데, 벌써 봄이 오시는 모양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맘때면 식재료가 도착했었죠.
부러 주문한 새로운 꽃이라니, 용도야 뻔합니다.
헬레네는 꽃다발을 추슬러 안곤 아실링에게 권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네. 같이 가요. 헬리랑 같이 가면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아요.
1층 끄트머리에는 선생님의 방과 나란히 빈방이 하나 있습니다.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보건실이 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라와 게일, 올리버가 나란히 누운 침대가 보입니다.
헬레네는 익숙하게 아이들의 머리맡에 꽃을 삼등분하여 꽂아둡니다.
사라도, 게일도, 올리버도,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체온이 무섭게 떨어져 당장이라도 얼어 죽을 것 같았건만,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두 물리고 빈방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습니다.
다시금 문이 열렸을 때, 선생님은 초췌한 얼굴로 뜨거운 물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문 틈새로 보이는 아이들은 아까보다 한결 나은 안색으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고요.
어린 눈으로도 고비를 넘겼다고, 알 수 있었습니다.
헬레네:(예쁜 모양으로 꽃을 정리해 꽂았다. 시선이 침대에 누운 아이들에게 한 명씩 차례로 스쳤다.) 선생님은 그때 뭘 하셨던 걸까요...?
헬레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그렇게 묻습니다.
사라의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는 손가락이 느릿느릿합니다. 손을 대도 좋을지 모르겠단 것처럼.
아실링 펜들레엄:제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에이 설마. 선생님이 람피온 인건 아니겠죠...?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중에 치료 관련한 능력은 없었고, 람피온의 씨앗만이 치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좀.. 이상하잖아요?
헬레네:람피온의 초능력은 생명력과 다름없다고 했었죠. (오래전 훔쳐 들은 수업 이야기를 꺼낸다.) 초능력의 씨앗을 통해서 생명력을 나눠줄 수 있다고 했었고... ...
그렇다면 정말, 선생님도 람피온이신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들의 상태가 그토록 빨리 호전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른이 된 람피온이란 건 듣도 보도 못했으니까요.
선생님이 정말 람피온이라면, 미로 정원은 왜 그런 답을 내놓았던 걸까요?
매 끼니를 정성스레 준비하고, 감기 걸릴세라 모든 아이의 장갑과 목도리를 손수 뜨개질하고, 자기 몫의 겨울딸기 타르트를 포기하고, 나아가선 목숨을 덜어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실링 펜들레엄:지금 제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네요. 선생님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믿지 말아야 할지.. (우울한 표정을 이어가다가 눈을 반짝 뜨더니 네 두 손을 자기 볼로 가져간다.) 확실한 건 저는 믿어도 되는 사람이에요! 알고 있죠? 제가 얼마나 헬리를 좋아하는지.. 제가 헬리를 믿고 좋아하는 만큼 당신이 저를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당신에게 도움받은 만큼 헬리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고요. ... 힘들 때마다 저한테 바로 기대주세요. 저는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당신의 힘듦도 같이 껴안고 싶고요. 물론 제가 그런 믿음직한 사람이 아니라서 기대지 못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요.. (시무룩)
헬레네:그럼요... (손에 와닿는 살갗을 아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힘없이 미소했다.) 당연히 알고 있어요. 아실은 흠잡을 곳 없이 좋은 분이라는 것을요. (그날, 한때나마 당신을 부르던 호칭이 다시 '아실링'으로 돌아갔었다. 제 주제에 차마 당신을 애칭으로 불러도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게 되었고, 원래대로 애칭을 부르는 것은 미로 속에서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서도 당신의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당신이 아닌 저에게 있었을 뿐이다.) 아실을 믿어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실을 좋아하고요.
아실링 펜들레엄:조오오금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생각하면 간지럼 30분이에요. (진짜로 할 것이라며 양손을 들어 금방이라도 간지럼 태울 것 같은 손 모양을 한다.)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아요. 그런 헬리도 좋아하지만요.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당신의 행복 옆에 제가 있기를 바라고요. 행복하셔야 해요.
헬레네:간지럼만은 봐주세요. (처진 눈썹 되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난다.) 저는 행복해요. 언제나, 아실 덕분에요. 아실도 항상 아프거나 힘든 일 없이 평안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 진심으로요.
아실링과 헬레네가 병문안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도, 눈을 감은 아이들은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곧 봄이 올 텐데, 영 늦잠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두 뺨은 이미 발그스름하지만, 눈꺼풀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미뉴에트 군체를 불사른 지도 벌써 석 달이 다 되어갑니다.
그때가 막 겨울의 초입이었는데, 이제는 꽃샘추위가 찾아온걸요.
그동안 헬레네와 아실링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병문안 삼아 수차례 다녀갔지만, 누구도 깨어난 아이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머리맡에 람피온을 꽂아둘 수는 없다는 듯, 강박적이기까지 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늘 꽃 심부름을 하는 것은 헬레네입니다.
선생님은 하고많은 아이 중 꼭 헬레네만을 부릅니다.
헬레네:... ... 전부 저 때문인 것만 같아요.
생각을 끊고, 헬레네가 읊조립니다. 시선은 게일의 뺨에 닿았습니다.
람피온의 저택은 밤이면 적적함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도 으스스한 이야기를 떠드는 사라가 없고, 이상한 비명을 지르는 게일이 없거든요.
올리버가 없으니, 선생님은 늘 새 꽃을 사야만 합니다.
블랑은 자주 올리버를 찾는 것처럼 정원을 어슬렁거립니다.
헬레네:제가 그날,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 모두, 이런 일 없이 안전하게 지냈을 텐데... (자기혐오가 꽃잎을 타고 날아와 뿌리를 내렸다.)
아실이 행복하셨으면 해요. 그런데, 그 곁에 제가 있어도 될지 모르겠어요. 만약 제가... ... 그 미뉴에트처럼 언젠가 이성을 잃어버려서, 또다시 아실의 능력을 가져가려 한다면...
저는... (눈물이 뺨을 타고 툭 떨어졌다.) 어쩌면 좋죠?
아실링 펜들레엄:... 석 달 전 이야기라고 다 까먹었나 봐요? (손 들어서 그대로 네 허리 잡고 간지럽힌다. 네 허리를 간지럽히는 손은 장난스러웠지만 표정을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인 당신이 왜 그렇게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적당히 너를 간지럽히고 나서 자기 나름 큰 목소리를 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입이 이 입인가요? 요 입술입니까? (전처럼 네가 딴 생각이 들도록 뽀뽀 확 해버리려다가 입술에는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잠시 멈췄다가 볼에 쪽 뽀뽀한다.)
어쩌면 좋기는요. 그런 걱정 하지 마세요. 제가 헬리보다 더 강해요. 그리고..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제가 헬리 혼내서 정신 차리게 만들게요. 뽀뽀 오백 번 간지럼 다섯 시간이면 정신 차리겠죠! (헹!) ... 그러니 걱정 마세요.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과 저는 같은 생명을 공유했잖아요. 당신이 있어서 제가 살아 있고, 제가 있어서 당신이 살아 있어요.
제 능력으로 당신을 지키고, 저의 행복을 지킬 거예요. 이런 말 하면 우습지만.. 히어로처럼요. 히어로는 안 죽는 거 알고 있죠? 제가 그런 사람이 될게요. 당신이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오. 그렇게 된다면 헬리는 편안하고, 행복해질 거예요.
헬레네:꺅! 아, 아실! 간지러워요, 앗! (마구 간지럽혀지며 허리를 비튼다. 눈물은 쏙 들어가고 끝무렵에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상념과 후회가 순간이나마 사라진다.)
(간지럽히지 못하도록 당신의 두 손을 얼른 맞잡는다. 뺨에 내려앉는 입맞춤은 미로 속에서 받았던 것처럼 따스하고, 그때보다도 더 다정하다.) 이, 입술에 하시는 줄 알았어요...
... ... 뽀뽀 오백 번 간지럼 다섯 시간...? 그럼, 확실히 정신은 차릴 수 있겠네요. (실없이 웃었다. 만일 그 정도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당신의 능력에 얼어붙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당신을 해하느니 당신의 손에 지는 것이 나았다. 입 밖으로 꺼냈다간 아실링이 얼마나 상처를 입을지 알았기에 가슴 속에만 간직하는 생각이다.) 꼭, 저를 말려주셔야 해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가 저는 두려워요.
제 미력한 생각으로서는 아실과 떨어지는 게 가장 좋은 해답일 것 같지만, 당신의 말대로 우리는 숨을 공유하고 있지요. 아실 덕분에 과분하게도 제가 살아있는 거예요... (사라의 능력을 훔쳐 달아난 미뉴에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아이도 무너지는 미로의 잔해에 묻혔거나 불타버렸겠지. 저택에서 같은 교복을 입고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사라의 능력만이라도 돌려줄 수 있다면. 그래서 친구들이 다시 눈을 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믿을게요. 아실을 언제나 믿어 왔으니까, 이번에도 변치 않을 거예요. (침대에 누울 때면 혹여나 잠에 든 틈에 제가 당신을 해할까 두려워 눈을 감는 것이 무섭고는 했다. 당연하다 여겼던 스스로의 몸 하나하나를 검열하게 되고, 말 하나도 걸음 하나도 조심스러워졌다. 옥죄이는 듯한 이 삶이 평안해질 수 있다면, 그 평안을 건네주는 이 또한 오로지 당신뿐이겠지. 저는 당신 덕분에 피어났으니까.)
아실링 펜들레엄:간지럽죠! 저한테 간지럼 당한지 오래 당해서 그때 제가 했던 말을 다 까먹은 게 분명해요! 앞으로는 자주 간지럽혀서 기억에 제대로 남게 해야겠어요. (짓궂은 표정을 한 채로 널 한참 간지럽혔던 손가락을 쭉 펴며 스트레칭하다가 입술에 하는 줄 알았다는 말에 딸꾹질한다.) 그.. (딸꾹) 입술은 나중에요... (딸꾹)
참 이상한 일이죠. 저는 당신과 함께해서 제 미래가 두렵지 않아졌는데.. 물론 저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 좀 두려운 일도 있어요! 당신은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이라 어느 이상한 놈이 헬리 좋다고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헬리가 그놈 좋다고 하는 게 아닐까? 같은 걱정은 해요! 그래요. 인간이라면 다 걱정을 하는 거예요. 그건 헬리도 똑같죠.
(기적처럼 나타나 자신의 불행과 우울함을 잊게 만들어준 사람. 하지만 자신의 그 불행과 우울함이 네게 간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니면 그날 차를 자신이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네가 들으면 너무나도 속상해할 말이었다.)
자꾸 막.. 과분하게 살아있다.. 그런 말 하면 저도 나쁜 말 할 거예요. 물론 욕을 한다거나 그런 말은 아니고.. 아무튼 그런 말도 하기 없기예요. 아, 설마~ 저한테 뽀뽀 받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일부러 화제를 돌리려고 하며 입술을 쭉 내민다.)
네, 믿어주세요. 당신이 안 믿어주면 저는 세상에 혼자가 된 기분일 거예요. (자신의 체온이 전해지도록 네 몸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저를 혼자로 만들지 마세요. 저에게 다른 삶을 줘놓고 혼자 내버려 두는 건 배신하는 거예요..
헬레네:누군가 저를 좋아해주신다면 참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아실이 저를 좋아해주시는 것보다 기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처음으로 마음을 드리고, 매일같이 함께하며 가장 가깝게 지내온 분은 아실뿐이니까요. ... 귀여운 걱정을 하셨군요, 아실. (저를 안심시켜주려 하는 태도가 느껴져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누구나 걱정을 하는 거겠죠? 그리고 그게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랄 테지요. 이왕이면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이,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는데... (움찔하며 두 손을 입가에 가져다댄다. 입술을 내민 모습에 뺨이 사과처럼 붉어지기 시작했다.) 여... 역시... 입술 뽀뽀는 나중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곤 아실링의 뺨에 쪽 입술 묻었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게요. (배신자! 저를 향해 외치던 동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했다. 당신의 체온이, 토닥여주는 손길이 나쁜 상념들을 녹여주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어떻게 아실을 혼자 둘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요.
아실링 펜들레엄: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 제가 아는 당신이라면 반드시요. (자신감 넘치게 웃다가 볼에 닿는 감촉에 귀 끝까지 빨개진다.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멈춘 줄도 모르고 있었다. 네 쪽에서 먼저 해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발만 동동 구른다.) 나중에 두고 봐요... (뭘?)
사실 헬리라면 좀 배신해도 괜찮기는 해요. 매일 뽀뽀 열 번씩은 받아야겠지만.. (당신의 어깨에 가득한 슬픔과 부담감을 저도 짊어주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것에서부터 뿌리쳐주고 싶었다. 네 위에 기쁨만을 뿌려주고 싶어요. 자신에게 상냥한 나날들은 선물해 준 당신이니까. 자신이 받은 상냥한 날들을 네게도 전해주고 싶은 것이 당연했다.) 네. 헬리를 믿어요. 그리고 많이 좋아하고요.
배신자! 외치던 목소리와 네 것도 내게 줘, 음습하게 속삭이던 괴이가 다시금 생각납니다.
그러나 아실링은 이 모든 게 헬레네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의 곁에는 헬레네가 있어야 하고, 헬레네의 곁에 있어야 하는 이 또한 당신이니까.
꽃병에서 흐드러진 프리지아 대신, 시든 수선화 다발을 헬레네가 끌어안습니다.
헬레네:뽀뽀 열 번과 등가교환하기엔, 아실을 배신하는 일은 제가 도저히 못하겠네요. (웃으며 수선화를 갈무리한다.) 시든 꽃을 버려야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아실링 펜들레엄:정확히는 매일 열 번씩이니까 헬리한테 큰일 난 거죠. 정말로 볼에 제 입술자국이 생길지도 몰라요. (수선화를 보고 문뜩 석 달 전에 본 것들이 생각났다. 프리지아와 비교하면 많이 시들었지만, 아직 버릴 정도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게 석 달 전 일 때문에 꽃만 보면 기분이 이상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어떻게 버리게요? 땅에 묻어주나? (그럼 꼭 장례식 같은데.)
헬레네:입술자국이요? (상상하곤 소리내어 웃는다. 그제야 조금 그 나잇대 아이 같아 보였다.) 안 되겠네요, 절대로 신뢰를 지켜야겠어요. (수선화는 아직 옅은 향을 풍겼다.) 소각장에서 태우려구요.
뒤뜰 구석에는 소각장이 있습니다. 주로 종이나 쓰레기를 태우는 용도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이러면 화장인가? 싶어 기분이 더 이상해졌다. 고작 시든 꽃을 태우는 것인데도 말이다.) 드라이플라워로 만들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겠죠..?
헬레네:아무래도 꽃잎 끝이 말려들어가서... (벌써 갈변 현상이 일어나 지저분해 보였다.) 꽃술도 뻣뻣하구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좀 시무룩해졌다.) 그럼 같이 넣어요.
헬레네:저도 꽃이 져 버린 게 아쉬워요. (왜 시무룩해하는지 잘 모르지만 나름 달래주겠답시고 말하곤 손을 잡는다.) 함께 가요.
헬레네는 소각장 한 편에 시든 수선화 다발을 내려놓습니다.
그곳에는 수선화 외에도 동백, 매화, 목련, 앵초……
이름을 알고 모르는 꽃들이 시든 채 버려져 있습니다.
동그랗게 쌓인 꽃무더기가 꼭 꽃무덤처럼 보입니다.
헬레네는 그 광경을 오래도록 지켜보다가 성냥을 꺼내 불을 지릅니다.
: 사라, 게일, 올리버는 3부까지 혼수상태입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집으로 편지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초능력을 사용할 수 없어 위험할 여지라곤 전혀 없지만, 그 아이들은 여전히 람피온의 저택에 갇혀있습니다.
어쩌면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