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 : 약 10시간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바닷물이 일렁이는 해변 위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어린 시절의 아이린.
어째서인지 사무치도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손을 뻗으면……
그 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가며 루돌프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 상냥한 손길에 감겨 있던 눈꺼풀이 서서히 올라갑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 싱그러운 풀내음, 흩날리는 노란 꽃잎들.
아름다운 광경을 눈 앞에 두고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어쩐지 안타까운 느낌의 꿈을 꾸어서일까요?
분명 피부에 닿는 공기는 따뜻하지만 몸은 서늘한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나 어디서 자고 있었던 거야.)
그런 루돌프의 위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응~? (냉큼 반응.)
어떤 상황에서도 한결같은 그 목소리는 아이린의 것입니다.
당신은 아이린의 무릎 위에서 잠들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길고 긴 하얀 머리칼 몇 가닥이 당신의 뺨을 간지럽힙니다.
애정이 담긴 보랏빛 눈이 가만히 깜박이고, 옷에 묻은 꽃잎을 떼어주는 손길은 여느 때와 같이 다정합니다.
어째서인지 가장 최근의 기억이 흐릿합니다. SAN C (0/1)
루돌프 P. 펜더가스트:(뭐 내가 이런 사사로운 일을 까먹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까 괜찮긴 한데 어쩐지~ 뭐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 같다고 해야 되나 이거.)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루돌프 P. 펜더가스트:(흐릿한 계열도 그러려니~ 하고 납득하기로 합니다.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뭐 별 일이야 있었겠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일어났구나. 너무 곤히 잠들어서 깨우지 않고 기다렸어.
잘 잤니? (손끝으로 당신의 뺨을 간지럽힌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린~은 나 자는 모습 보는 걸 좋아하니까. (언제부터인지 모를 말이나 하며 순순히 간지럽혀져요.)
나, 얼마나 오래 잤어~?
아이린 E. 테라코르:으음…… 두 시간쯤? 긴 꿈이라도 꾼 거니? 아니면 꿈도 꾸지 않고 잔 걸까. (이제 손 옮겨서 앞머리 만지작거린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두 시간이면 그렇게 길지도 않잖아~ 뭐랄까,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은 있는데 무슨 꿈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는걸. 그래도 꿈자리가 별로인 느낌은 아니었어~
(눈동자만 데굴 굴려 제 앞머리로 반쯤 시선을 고정시켜 둔 채 종알댔다.) 설마 두 시간 동안 나 구경하기만 했어? (?)
아이린 E. 테라코르:꽃구경을 하기도 하고, 네 머리를 땋아주기도 하고, 저 언덕 너머의 바다 구경도 했지. (말대로인지 당신의 뺨이나 옷자락 위에 노란 꽃잎이 점점이 흩어져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제 옷자락 위에 흩어진 것들을 흘끔 내려다 보았다가, 이내 입술을 위로 하여 바람을 불어 앞머리를 멋대로 흩어 놓았다.) 우리 바다 보러 왔었나~? 잠을 너무 오래 자서 (당신의 말에 의하면 그렇게 오래 잠든 것도 아니지만.) 기억이 잘 안 나네~ 네 꿈을 꾼 것 같기도 한데.
아이린 E. 테라코르:응, 여긴 내가 한때 도피 생활을 할 때 머물렀던 집이야. 바닷가에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지. 처음엔 급하게 몸을 숨기기만 하려고 구했다가, 전쟁이 끝나서 조금씩 개보수를 해 왔었거든. 그리고 이번에 재단장이 다 끝난 겸 너와 함께 놀러왔었고. 기억 안 나?
내 꿈을 꿨니?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뺨이 살짝 불그스레해진다) 어떤 꿈이었을까…….
루돌프 P. 펜더가스트:네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인 셈이네~ 그리고 이번에 우리의 추억이 담긴 장소가 되기도 할 거고, 맞나. (말끝에 잔웃음을 섞어 내며 괜스레 어리광 비슷한 것이라도 피우는 양 당신 쪽으로 조금 더 파고들었다.) 응~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어린 시절의 공주님이 나왔던 것 같은 기분? 1학년 때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적 없다.)
더 어릴 때도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았다든가~ 한 적 있어?
아이린 E. 테라코르:맞아. 나 혼자 지냈을 때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지만, 너와 함께 다시 오니 벌써부터 이렇게나 즐겁고 행복하네. (희미하게 웃으며 파고드는 이의 어깨를 한 손길로 감싸듯 쓸어내린다. 옅은 온기가 담긴 손은 다정했다.) 어릴 때의 내가 보고 싶었나 봐, 루. 어릴 때의 루는 귀여웠지. 조그맣고…… 지금도 귀엽지만.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덧붙였다)
아니, 어릴 땐 근처에 숲이 있는 자그마한 시골 마을에 살았거든. 그곳에도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것 같은 언덕이 많았지. 매일 언덕에서 뒹굴거리며 놀다가, 꽃을 찾거나, 열매를 찾으러 숲 속에 가기도 했어. 그러다가 짐승을 만나서 얼른 나뭇가지 위로 도망친 기억도 나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그럼, 나는 지금도 귀엽지. 그 때만큼 조그맣진 않지만~ 대신 커진 만큼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귀여움은 갖췄으니까 아무튼 OK야. (당신이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예─전에 놀러갔던 거긴가? 춤을 알려주고 축제에 참가했던 날 말이야. (그러고 고작 며칠 뒤에 당신이 홀라당 사라져 버렸다는 말 같은 건 굳이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일 테니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동물 친구가 친하게 지내 주지 않았어~? 그 시절의 린-이라면 모르는 동물이랑도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걸. (동물 친구의 소견은 반영되지 않은 말들.)
아이린 E. 테라코르:꼭 조그만 체구여야 귀여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나보다 커진 지금도 귀여워. (사실 루돌프는 언제나 아이린보다 컸다) 맞아, 그곳. 기억하고 있구나. 그때의 축제, 재밌었지…… 잔뜩 춤을 추고. 풀밭에서 차를 마시던 것도 기억나. (잠시 그날의 추억에 젖는다. 결국 꿈결같던 추억의 끝은 모든 것을 놓고 도피해버린 끝으로 귀결되어 버렸지만. 이제는 어두웠던 과거와 그리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괴로운 마음을 어느 정도 놓아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
토끼나 사슴을 만났을 땐 조심조심 다가가서 친구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멧돼지하곤 친구가 되기 어렵더구나. (태연)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건 그래) 이것저것 잔뜩 주워 먹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고생했던 것도 기억나~? (반쯤 왜곡된 기억을 잔뜩 늘어놓으며 가벼이 종알댔다.) 아무리 동화 속 공주님이라도 나를 먹이로 보는 상대와는 친구가 되기 조금 곤란하다, …… 뭐 그런 걸까.
아이린 E. 테라코르:…… 그랬나? 술을 잔뜩 마시고 숙취에 괴로워했던 건 떠오르는데. 그때 네가 하루종일 내 침대 곁에서 있어줬었잖니. 그땐 말 못했지만 참 고마웠었어. 그러니까 나도 루가 잠든 두 시간 동안 계속 곁에 있었지. (말은 걸지 못했지만 말이야- 하면서 머리칼을 다시 한 번 더 쓸어내려준다) 아무래도 그렇지, 꽃으로 멧돼지를 길들이는 건 힘들더구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랬었지, 그랬었지. (대충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으로.) 에엥~ 나는 그 때처럼 힘들게 잠든 기억은 없는데, 혹시 내가 기억 못하는 사이에 네 옆에 앉아있다가 술이라도 진탕 마시고 쭉 뻗기라도 한 거야~? (그럼 큰일인데, 바로 잠들었으면 얼굴이 좀 부었을 거라고, 괜스레 과장된 톤으로 종알대며 양 손으로 제 뺨을 한 번 감쌌다.) 흐음, …… 멧돼지 씨는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의외네. 다른 거 좋아하는 건 없는지, 다음 기회가 있다면 (없겠지만) 물어보는 편이 좋을지도.
아이린 E. 테라코르:아니- 그건 아니야. (푸스스 웃는다) 그냥 낮잠을 오래 잔 것 뿐이니까. 아까까지 저 멀리 있는 마을도 돌아보고, 바닷가도 쭉 걷다가 왔으니 피곤할 법도 하지. 카메라로 네가 자는 모습도 다 찍어뒀어. 언제나처럼 잘생긴 왕자님이었으니 외모 걱정은 마렴. (곁에 놓인 카메라를 한 번 들어보인다) 이제는 토끼나 사슴을 만나더라도 나와 쉽게 친구가 되어주진 않을 것 같네. 너무 자라버렸는걸. 루는 순수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멧돼지는 안 돼. 위험하잖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물론 나는 언제나 미남이고, 린-은 언제나 나를 좋게 봐 주는 경향이 없지 않았으니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평소보다 더 잘 보여서 나쁠 건 없으니까. (눈만 도르륵 굴리며 카메라에 잠깐 시선을 두었다가, 보여달라는 듯 냉큼 양 손을 뻗었다.) 에엥, 그런 게 어디 있어~ 어린이일 적에는 선뜻 친구가 되어 줬으면서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어 주지 않는다니, 다들 그렇게까지 야박하진 않을걸. (토끼나 사슴 씨의 의견은 물론, 당연하게도 반영되지 않은 채다.) 걱정해 주는 거야~?
아이린 E. 테라코르:(순순히 카메라 건네준다) 왜냐면 동물들은 순수한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나는 물구나무 서서 봐도 순수한 쪽으론 거리가 멀걸. 게다가 옛날에는…… (실제로 많이 해치기도 했었고. 말을 끝맺지 못하고 흐지부지 입 다물었다.) 당연히 걱정하지, 그럼. 네가 다쳐오기라도 하면 나는 정말…… 쓰러질 것 같을 거야.
루돌프 P. 펜더가스트:(건네받은 카메라 켜서는 찍힌 사진 설렁설렁 넘겨봅니다. 잘 나왔나?)
외모
기준치: |
70/35/14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흔들리진 않은 듯)
입을 살짝 벌리고 잠든 모습이…… 신전에서 쉬는 태양신을 담은 한 폭의 명화 같습니다.
아이린이 뿌려준 노란 꽃잎이 엣지있는 귀여움을 더해 주네요.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이렇게까지 한다고?)
아이린 E. 테라코르:(제 귓가에 달려있는 보라색 리본 하나 떼어서 당신 귓가에 잘 장식해준다) 이 모습도 사진 찍어도 되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다쳐오는 건 나인데도~ 그래도 쓰러지진 마, 네가 홀랑 쓰러져 버리면 나도 엄─청나게 슬플걸~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니까 다쳐오지 않으면 되지? 위험한 데는 가지도 말고.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내가 린-없이 어디를 간다고 그래~ (근처에 지나가던 모르는 종업원이라도 있었다면 '엄마야~' 했을 말들.)
(사진 찍어도 되냐는 말에는 한 박자 늦게 손에 쥐었던 카메라를 건네 주며 무언의 긍정 표시를 한 것은 덤.)
아이린 E. 테라코르:어머. (붉어진 양 뺨 감싼다) 부끄럽게…… (그래도 좋음)
(얼른 얼굴에 손부채질해서 열기 식히고는 카메라 잘 잡아서 사진 찍는다. 어째 거리가 조금 가깝지 않나? 싶기는 한데……. 아니나다를까 사진을 찍고선 만면에 미소가 번진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무 생각 없이 느긋하게 표정 지어 보이다가 한 박자 늦게 거리감을 자각했다.) …… 방금 흔들렸지? 너무 가깝지 않았어~?
아이린 E. 테라코르:흔들리진 않았어. 대신 좀…… (말 고름) 귀엽게 나왔네. (웃기게 나왔음을 돌려 말한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귀여워? (돌려 말한 것이 무색하게도 홀랑 넘어감)
그렇게 나왔으면 됐지. (어쩐지 만족도 했다. 왜?)
아이린 E. 테라코르:응. 루는 언제나 귀엽대도. (신뢰를 배반한 기분에 왠지 가슴 한구석이 콕콕 찔려왔지만 뻔뻔하게 나간다)
그럼 이만 일어날까? 슬슬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유감인지 다행인지 당신의 마음을 읽어낼 만한 재주는 갖추지 못했으므로 뻔뻔하든 말든 그러려니 납득하는 중.) 그래 그래~ 일어나서 이만 집으로, ……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상반신만 쭈욱 일으켰다가.) 응? 집으로?
우리 집 이 근처였던가~?
아이린 E. 테라코르:우리가 놀러온 집 말이지. 아까 내가 재단장했다고 말한, 예전에 잠깐 거주했던 집. 아직 잠이 덜 깼구나? (볼 문댕문댕)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 (아~ 순순히 문질러짐) 순간 착각했어. 놀러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돌아가나~ 하고.
모처럼만의 (아닐지도.) 여행인데 벌써 돌아가 버리면 짧아서 서운해지잖아~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벌써 돌아갈 수는 없지. 하루이틀은 이곳에서 묵었다 가려고 짐도 챙겨왔는걸? 해안가 구석의 마을이라 작긴 해도 아직 네게 소개시켜주지 못한 곳이 많거든. 내가 예전에 갔던 식당이라던지, 카페라던지…….
루돌프 P. 펜더가스트:(노란 꽃잎이 너무 망그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완전히 일어섰다, …… 겸사겸사 조금 더 어른이 되며.) 전에 일본 갔을 때처럼 말이지~? 그 때도 린-이 이곳저곳 소개해 줬었잖아.
아이린 E. 테라코르:맞아. 그때처럼. …… 그때처럼 도망가진 않을 테니까 안심해.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꽃을 얼마나 만지고 놀았는지 옷에서 꽃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그런 걱정 같은 건 사서 하지 않는다구.
또 나를 그렇게 혼자 두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아닐지도) 약속했잖아. (뻔뻔하게도 날조하며 - 하지만 한 번쯤은 했을지도 모른다, 분명 - 씩 웃어 보였다.) 갈까~?
아이린 E. 테라코르:약속…… 했었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함) 그래, 가자꾸나. (묘하게 기가 죽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니 왜? 우리 공주 기 살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기다렸다는 듯 선선히 맞잡았다.)
두 사람은 드넓은 들판에서 몸을 일으켜 걷기 시작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주변의 풍경과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리는 산책로입니다.
함께 걷는 아이린도 산책이 기분 좋은지 서서히 기가 살아나 들뜬 낯이 됩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
관찰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 (침침)
(아무래도 공주의 작살 미모 덕에 하늘이 눈에 안 들어오는 것 같다.)
곁의 예……쁜? 아이린과 함께해서 더 기쁜 것 같습니다.
시원할 정도로 탁 트인 들판에 바람이 가볍게 불어옵니다.
들판 여기저기에는 노란 꽃들이 활짝 피어있습니다.
아까 아이린이 루돌프의 몸 위에 뿌려줬던 꽃일까요?
루돌프 P. 펜더가스트:(진짜? 전혀 모를 것 같은데 이거)
자연
기준치: |
10/5/2 |
굴림: |
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난 사실 세 살 때부터 식물도감을 봤어, …… 영재였지.)
루돌프는 이 꽃이 옛날에 식물도감에서 보았던 ‘복수초’라는 것을 생각해냅니다.
5252…… 천재 왕자가 기억해내지 못하는 건 없다구.
루돌프 P. 펜더가스트:(흠, …… 그래, 확실히 그런 이름이었지, …… 하고, 깨닫긴 했는데 딱히 소득은 없는 사람 얼굴 같은 걸로 고개만 여상히 끄덕여 봤다.)
아이린 E. 테라코르:(뭔가 잘 모르는 것 같은 표정이다) 네 머리색을 닮은 꽃이 이곳에도 있구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머리가 번뜩이긴 했는데 딱히 뭘 더 알게 된 것 같진 않은 느낌이랄까~) 노란색 좋지~
마침 머리색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 (지금부터 꽃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린-은 내 지금이 취향? 아니면 졸업 즈음에 했던 분홍색 머리 쪽이 더 좋았어? (?)
아이린 E. 테라코르:(정말 뜬금없는 주제구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나한텐 복수가 복수(revenge)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할걸 이거)
아이린 E. 테라코르:(복수(revenge))
글쎄, 그때의 분홍색 머리도 잘 어울렸지. 벚꽃 같고……. 그래도 나는 지금의 금발이 더 좋아. 역시 금발이 정석적인 왕자님- 이란 느낌이잖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역시 그렇지~? (홀라당 넘어갔다. 물론, 당신이 분홍색 쪽을 더 좋아했다고 말했다면 당장 미용실에 가야겠다 말해 버렸을지도.)
이 꽃, 예전에 식물도감에서 본 적 있어~ 복수초라는 이름이었는데, 어떤 뜻인지는 까먹었지만. (원래 굳이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는 편으로.)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반대로 나는 어때? 다른 머리색을 하면 좀 더 잘 어울리겠다- 싶은 거 있니? (치렁치렁하게 긴 제 머리칼을 한 움큼 잡아 들어보인다)
아마 긍정적인 의미였을 거야. 말 그대로의 복수는 아니었을걸. 꽃말이 기억나. 영원한 행복, 그리고 슬픈 추억이었거든. (제가 포커스를 맞추었을 쪽이야 뻔하겠지)
루돌프 P. 펜더가스트:무슨 색이든 다 잘 어울리지 않으려나~? 나랑 같은 금발인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이쯤 되면 이 사람은 그냥 노란색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영원한' 부분 못 들은 척 태평하게 넘기며.) 행복을 비는 의미로 심었다는 거지~? 이해했어, 이해했어.
아이린 E. 테라코르:나란히 금발을 하고 다녀도 좋았겠네. 나는 백금발이 더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고……? (머리칼 쥔 채로 고민하다가 이내 쥐었던 손을 푼다)
(못 들은 척했어) 그래, 슬픈 추억 같은 건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난 원래 듣고 싶은 것만 들으니까~) 슬픈 추억은 이미 충분하다구~ 린-은 아직도 옛날 친구를 보고 싶어하잖아.
(그 친구를 '슬픈 추억'이라 볼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간에.)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보고 싶지. (금세 하얀 낯이 애상함으로 젖는다. 즐겁고 행복했지만, 이제는 이별의 슬픔에 얼룩져 좋았던 감정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
그래도 이제는 네가 더 보고 싶어. (낯간지런 말을 할 때 으레 그렇듯이 시선을 슬쩍 피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원래 새로운 경험을 계속 공급할 수 있는 산 사람은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했다구. 나는 네가 계속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될 예정이니까, 앞으로도 꾸준히 오래오래 재미있게 살 생각이었는데. (낯간지런 말에 이어지는 뻔뻔한 태도.)
아이린 E. 테라코르:당연한가? 하긴, 지금은 내 마음속에서 데린과의 이별이 이전처럼 크나큰 아픔으로는 자리하지 않는 것 같아. 시간이 결국 희미하게나마 해결책이 되어주는 걸까……. (치료를 오래 받은 덕분도 있겠지만) 네 말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잡은 손을 가볍게 앞뒤로 흔들었다.) 그 말대로 꾸준히 오래 재밌게 살아야 해.
산책로를 어느 정도 걷다보면 길의 끝에 작고 아담한 파빌리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정취가 꽤 이국적인걸)
(티 파티라도 할 것 같은, …… 갑자기 이국적인 정취에서 옛날 옛적의 향취로 바뀐 듯한 느낌인걸.)
린, 아직 더 걸을만해~?
아이린 E. 테라코르:조금 쉬었다 갈까? (냅다)
걸을 만하긴 하지만, 아까 저곳에 겉옷을 갖다두고 왔었거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갈 겸 해서.
루돌프 P. 펜더가스트:기다렸다는 듯이, ……
시간은 많으니까 느긋하게 쉬어 가는 것도 좋지~ 두고 온 겉옷도 챙겨가고. (끄덕끄덕.)
안에는 이런 저런 잡다한 물건들이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꽤 최근까지도 누군가의 손길을 탄 것 같은 모양입니다.
나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통, 통 맑게 울립니다.
아담한 느낌의 파빌리온은 마치 두 사람을 위해 지어진 것 같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하긴 세상 모든 것이 왕자님과 공주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두 사람의 세계관이니까 그럴 만도.)
아이린 E. 테라코르:(아직도 이 세계관이 좀 창피하긴 한데-not 왕자때문, ok자기때문-그럴 만도)
루돌프 P. 펜더가스트:(슬슬 적응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바닥에는 폭신한 러그가 깔려 있으며 그 위에는 [겉옷]과 [작은 가방]이 놓여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공주님 겉옷부터 챙깁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나 이런 걸 입고 왔다고?)
(보라색 가디건 위에 형광색 자켓을?)
(스르륵 들어봅니다. 흠, …… 역시 나야, 잘 입고 왔구나 오늘도.) 이거 가져가면 되는 거지~?
루돌프 P. 펜더가스트:
관찰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루돌프는 겉옷의 소매부분이 왠지 모르게 헤진 것 같다고 느낍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네 옷이니까. 걸치지 그러니?
일어났을 때부터 느껴지던 이름모를 추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 날이 추워서 일부러 여러 겹을 입고 왔구나. 소매 부분 살짝 접어서 걸칩니다.) 나 이 옷~ 이렇게나 오래 입었던가? 아니면 자주 입었었나~
아이린 E. 테라코르:내가 예전에 생일선물로 줬던 옷이니까. 자주 입어서 그렇게 된 거 아닐까? (고개 기울인다) 세탁을 잘못 한 걸지도.
루돌프 P. 펜더가스트:(해진 소매 살짝 흔들흔들, …… 했다가 반대쪽 소매도 마저 조금 접었다. 생일선물로 받은 옷, …… 린-도 알게 모르게 안목이 많이 늘었구나, 겸사겸사 생각도 한 번 하고.) 그래? 아쉽네~ 마음에 드는 옷이었는데.
(옆에 있던 작은 가방도 집어듭니다.) 이것도?
아이린 E. 테라코르:돌아가면 수선을 해볼까? (시선 가벼이 옮기곤) 아, 그건 내 가방이야. 봐도 상관없어.
루돌프 P. 펜더가스트:(자그마한 가방인가? 조금 쉬다 가기로 했으니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앉아 가방 열어 봅니다.) 뭘 챙겨 왔어~? 내 사진? (응?)
가방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수첩], [사진], [손목시계], [보온병]이 들어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오. (예상 적중? 사진부터 냉큼 살펴봐요)
루돌프가 기억하기로는 이건 당신의 지갑에 넣어 다니던 사진이었는데……?
루돌프 P. 펜더가스트:(어디서 찍은 사진이지?) 이거, 내 지갑에 있던 거 아냐~?
이전의 마을축제에 놀러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지금보다 앳된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네요.
시간이 상당히 지나서인지 사진이 꽤 낡았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떨어뜨렸더구나. (마침 찾은 김에 가져가, 덧붙였다.) 관리 좀 잘 하고 다니렴. 잃어버렸으면 아쉬워했을 것 아니니?
그보다 그때 사진을 지금까지 갖고 있을 줄은 몰랐어. 십 년은 훌쩍 넘었을 텐데.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쉬웠겠지~ 음, 그치만 사진 같은 건 얼마든지 새로 찍으면 되니까 금방 괜찮아졌겠지만. (그래도 이 당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조금 더 소중히 하는 게 좋으려나~ 따위의 시답잖은 소리를 적당히 얹어 두며 손 안에 넣은 사진을 팔랑거렸다.)
기억하는 것도, 가지고 있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시간 같은 건 딱히 안 중요하니까~ 린-한테는 그런 거 없어? 우리 둘의 아주 오─래된 추억의 물건, 같은 거.
아이린 E. 테라코르:(노란색으로 맞춰입은 옷이 귀엽다…… 오늘은 보라색으로 맞춰입었지만) 왜 없겠니? 나, 아직도 네가 만들어준 아나스타샤 6세를 방에 잘 걸어두고 있는걸. 푸른 나비 귀걸이도 있지. (이건 목걸이랑은 다르게 나중에 가게에 가서 함께 고른 거지만)
루돌프 P. 펜더가스트:(보라 노랑이네~) 이 사진도 그런 것들 중 하나인 셈이지~ 아나스타샤 6세 얘기도 엄청 오랜만에 듣는다.
잘 있어? 먼지는 가끔씩 털어주고 있고~? (종알종알 떠들어 대며 수첩도 팔랑팔랑 넘겨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일주일에 한 번씩은 먼지도 털고 액자도 잘 닦아주는걸. 너랑 함께 한 것들은 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으니까…… 네가 준 편지들도 서랍에 잘 넣어뒀고 말이야. (그나저나 이쯤 되면 루의 글씨체는 좀 나아졌을까?)
다이어리 안의 달력에는 드문드문 날씨가 적혀 있으며, 가끔 짧게 그날 해야 할 일 정도가 적혀 있기도 합니다.
페이지를 계속 넘기면 최근의 달력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
관찰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요즘 눈이 좋은걸)
루돌프 P. 펜더가스트:(글씨는 참고로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루돌프는 맑음으로 적힌 날들 대부분이 아이린과 여행을 왔거나 특별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날짜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날씨가 진짜로 맑았던가?)
린, 여기 날씨 표시는 뭐야~? (생각하기 전에 물어보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 그냥 냅다 물어봤따.)
(다.)
아이린 E. 테라코르:너랑 새로운 추억을 쌓았던 날이지. 맑음이라는 글씨가 대다수일걸?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응~ 그래 보여서. (여기도 맑음, 이 때도 맑음, 저 때도 맑음, 하고 척척척 짚어냈다.) 그럼 맑지 않은 날은~?
아이린 E. 테라코르:맑지 않은 날은 별로 없을걸? 흐림은 너랑 조금 말다툼을 한 날 정도? 하지만 드무니까. (같이 수첩 들여다보곤, 봐- 별로 없지. 하고 손으로 짚어줬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러네~ (설렁설렁 눈으로 훑었다.) 말하자면 '오늘의 즐거웠던 일'을 린-의 방식대로 표현한 거지? 날씨처럼.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나다운 방식 같지 않니? 말이 나온 김에 오늘도 '맑음' 이라고 적어둬야겠네. (수첩 손에서 스윽 빼가서 오늘 날짜에 펜으로 슥슥 적어내렸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특이해서 좋아. 어딜 가든 진짜 오늘이랑 다른 날씨 표기가 있다면 네 방식이겠구나, 하고 바로 너를 떠올릴 수 있게 되겠는걸. (왜 이런 좋은 걸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 하고 실없는 소리나 하며 손목시계의 시간도 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이제 왕자님도 내 방식대로 달력에 적어보렴. (희미하게 웃으며 수첩 다시 가방 안에 잘 넣어둔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
관찰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한 번쯤 못 볼 때가 되긴 했어)
흘끔 보았을 때에는 별다른 것이 없어 보입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시간이라도 볼 수 있나요? 다른 건 관심이 없고)
시간을 살펴보려 하니, 시계침이 반대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명확한 시간을 알 수가 없네요. 고장이라도 난 걸까요?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라니,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SAN 0/1)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의외로 괜찮은 마법학교 출신.) 린, 이 시계 고장났어~?
이성 감소 없음. 뭐 그런 시계도 있을 수 있죠.
아이린 E. 테라코르:음? (시계 흘끗 본다) 저번까진 멀쩡한 것 같았는데…… 꽤 오래 쓰긴 했었지. 돌아가면 고쳐줘야겠구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이거, 시계바늘이 반대로 돌아간다~ 보통 고장이 나면 멈추는 식 아닌가? (신기하게 생겼는걸.)
녹턴 앨리 같은 데서 샀어?
아이린 E. 테라코르:음……………… (녹턴 앨리 이야기가 나오면 할 말이 없어지는지 시선만 데굴데굴 굴린다. 맞는 듯.)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응? (대답이 늘어지자 눈동자를 데굴 굴려 당신을 마주했다. 왜지? 설마 당신이 먼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좋지 않은 기억들은 대개 휘발시켜 버리는 사람.)
아이린 E. 테라코르:…… 맞아. (찰나의 침묵에 숨겨진 수많은 과거의 잔재를 애써 기억에서 잘라내고 답한다) 저주가 담긴 물건은 아니니까 걱정 말고……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응? 그런 걱정은 안 했어~ 이거, 오래된 거니까 담겨 있었다면 진작에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옆의 멀쩡하게 생긴 - 아마도 - 보온병도 집어들어 보였다.) 그럼 이것도?
보온병을 집어들자 안에서 뭔가 찰랑거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녹턴 앨리에서 산 물건을 다이애건 앨리에 가져가도 수리를 받아주려나? (잠깐 고민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시계공의 실력이 좋다면 수리는 가능하지 않으려나~? 나쁜 물건은 아니랬잖아. (애당초 녹턴 앨리가 무슨 느낌인지 이쪽이 잘 몰라서 가볍게 하는 말인 탓도 없지 않다.)
아이린 E. 테라코르:(불행 중 다행이다) 그렇긴 하지. 괜히 시비를 걸리진 않을까 싶어서.
아, 보온병은 멀쩡해. (정말로) 허브차를 좀 담아왔거든. 한 잔 마시겠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고장난 보온병을 들고 다닐 이유는 없을 테니까~ (이런 측면에서 납득도 했고.) 네가 준다면 사양 안 할래. (냉큼 들고 있던 보온병을 당신에게 내밀었다. 따라 달라는 양으로.)
아이린 E. 테라코르:내가 주는 거라면 나쁜 거라도 다 받을 것처럼 말하는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서도. (뚜껑을 열어서 따라 건네준다. 확실히 보온병은 제대로 된 건지 조금씩 훈김이 새어오른다.) 추워 보였으니까, 더 마시려면 말하렴.
루돌프 P. 펜더가스트:네 말대로, 네가 내게 나쁜 걸 줄 일은 없을 테니까~ 원래 사람의 호의는 거절하는 거 아니랬는걸. (애당초 '왕자'에게 호의가 아닌 악의를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자체를 본인이 인지나 하고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 태평한 소리나 늘어놓고서는 태연하게 한 모금 마셨다.) 더 춥게 입고 온 건 오히려 린-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넌 춥지 않아~?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도, 어떤 못된 목적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걸. 가까운 친구들 말고는 누가 주는 거 아무거나 덥석 받아먹으면 안 돼. 알겠지? (꼭 다섯 살 애 대하듯 걱정한다) 난 괜찮아. 바람이 좀 불어서 그렇지 많이 쌀쌀한 날씨도 아니고. 그리고 난 원래 추위 잘 안 타거든. 어릴 때…… (또 디즈니 공주처럼 여길 만한 일화를 이야기할 타이밍이 됨)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나 올해로 스물다섯은 넘었을걸~ (하지만 다섯 살이었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넘겼을 것이다. 그는 늘 이런 식으로 살아왔으므로.)
어릴 때? (그렇게 말하면 더 궁금해지는걸~ 안 듣고 넘어갈 수 없어지는걸~)
아이린 E. 테라코르:한겨울에 눈사람을 만든답시고 손발이 빨갛게 틀 때까지 놀았었거든. 그리고 얼어붙은 연못을 걷고 싶어서 발을 내디뎠다가 다리가 빠진 적도 있어. 그렇지만 그날도 해가 질 때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갔지. 뛰어다니다 보면 금방 열이 나서 추위도 가시더구나.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걸까)
루돌프 P. 펜더가스트:확실히 뛰어다니다 보면 금방 더워지긴 해~ (어쩐지 이쪽도 홀라당 납득하는 기색이다. 그야, 이쪽의 유년시절도 비범하다면 비범한 축에 꼈지 빈말로라도 썩 평범한 유년기를 보내진 않았던 탓에, ……)
빠졌다가 나오는 건 어떻게 나왔어? (이런 쪽이 더 궁금한 듯.)
아이린 E. 테라코르:연못 바로 옆에 나무가 자라 있어서, 그 가지를 잡고 낑낑대면서 나왔지. 그리고 내 나름대로 조심하려고 신경쓰고 있었어서 다리가 완전히 빠지기 전에 얼른 뺐지. 그거 말고도 내가 눈사람이 되고 싶어서 모래사장에서 하는 것처럼 내 몸 위에 눈을 한가득 덮어본 적도 있어. …… 그날은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었지만 왠지 그날 이후로 더 건강해진 것 같기도.
루돌프 P. 펜더가스트:…… 린, 진짜로 눈사람이 된 거 아냐~? (심각한 눈썹 해 보였다가 이내 순식간에 표정 풀며 간질거리는 시늉 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반쯤 눈사람이 됐다가 녹아서 사람으로 돌아왔나? (희미하게 웃으며 손 피해서 도망치는 척 한다)
걸친 겉옷과 따뜻한 차 때문인지 몸이 노곤해집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방이라도 잠들어버릴 듯한 느낌이군요.
루돌프 P. 펜더가스트:(손으로 입 반쯤 가리며 짧게 하품했다.) 눈사람이랑 같이 있다 보니 나까지 같이 녹아내리는 느낌인걸, …… (눈사람: ?) 지금 몇 시쯤 됐는지, 혹시 알아~?
아이린 E. 테라코르:네 시쯤 되었으려나. (하늘의 해 위치를 바라보며 시간을 가늠한다.) 얼마든지 녹아내려도 돼. 러그도 푹신하게 잘 깔려있는걸. (바닥을 손바닥으로 두어 번 툭툭 두드린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깜박 잠들어 버릴지도 모르는데도~? (느리게 눈만 끔벅였다가 바닥에 보다 편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 나, 일어난지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이린 E. 테라코르:누워도 돼, 루. (그리곤 제가 먼저 러그에 탈싹 누워버린다. 그런 채로 당신 올려다보며) 나도 졸린 것 같은데…… 설마 나만 두고 먼저 돌아가버릴 건 아니지?
루돌프 P. 펜더가스트:설마아, …… 그치만 이번에야말로 린-이 자는 모습을 1열에서 볼 생각이었는데도.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말끝에 섞어 두며 저도 따라 당신의 옆에 제법 단정한 자세로 - 그리 오래 유지되지는 못하겠지만 - 누웠다.)
아이린 E. 테라코르:내가 자는 모습은 평소에 집에서도 많이 보잖니. (손 뻗어 당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어차피 우리만의 여행이니, 낮잠 좀 잔다고 해서 차질이 갈 리는 없을 거야.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여기서 자는 네 모습은 이번이 처음인걸. (투정 부리듯 말하면서도 순순히 눈을 감았다.) 혹시 내가 너무 오래 잔다 싶으면 깨워 줘야 해~?
아이린 E. 테라코르:어쩌면 네가 나보다 먼저 일어날지도 모르지. (눈가를 가벼이 건드리는 손길.) 이번에는 아까보다는 좀 더 빨리 깨워줄게.
폭신한 러그 위로 몸을 누이면 참을 수 없이 졸음이 몰려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이건 아까운데 행깎 3 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득해지는 정신 너머로 언뜻 아이린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바닷물이 일렁이는 해변 위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어째서인지 사무치도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손을 뻗으면 아이린이 천천히 입을 엽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네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만……
그 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가며 루돌프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나? 누운 채로 하늘부터 봐요.)
눈을 뜨면, 서늘했던 몸에 약간의 온기가 도는 기분이 듭니다.
잠들기 전의 풍경과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
관찰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래 이제 볼 때 됐지.)
루돌프가 누워있던 정자의 풍경은 어스레하게 보이는 하늘에 약간 구름이 낀 것 빼고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아까까진 맑았는데 어느새 구름이 이만큼 끼었죠?
루돌프 P. 펜더가스트:(너무 쪽잠 잔 거 아니야 나?)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디선가 작게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뭔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커다란 눈과 둥그렇게 붙은 볼살, 때묻지 않고 순수해 보이는 표정……
적어도 데린의 죽음을 알기 전의 나이인 것 같습니다.
그때의 아이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루돌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SAN C (1/1d2)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내 나이의 반도 안 된다는 거잖아.)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린을 쳐다보면 아이린이 고개를 기울이며 의아하게 물어봅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나 별로 당황 안 한 것 같은데)
아이린 E. 테라코르:루, 맞지? 여긴 어디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냥 왕자님 표정으로) 응~? 맞긴 한데, ……
(아니 그보다 이거는, 그러니까, 내가 어린 린-을 보고 당황하는 게 아니라 어린 린-이 나를 보고 당황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 자랐잖아? 어른이 됐잖아?!)
(그 때보다 못 해도 한 뼘은 훌쩍 넘게 컸잖아?!) 나 뭔가 바뀐 거 없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이쪽이 더 중요한 루돌프 펜더가스트 군.)
아이린 E. 테라코르:응, 그렇잖아도 내 앞의 네가 어쩐지 엄-청 커졌단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는데……
마법? 이런 마법도 쓸 줄 아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커졌을 뿐만 아니라 뭐랄까, ……
어른이 된 것 같지 않아? (어필.)
아이린 E. 테라코르:키가 커지면 어른이 되는 거니?
아하, 왕자님은 어른이 되고 싶었구나? 그렇지만 갑자기 왜? 아까까지 나랑 꽃밭에서 놀고 있었잖니.
…… ? (?) 린, 혹시 내가 올해로 몇 살인지 알아?
이제 막 새학기가 시작되어서 같이 여름 꽃을 찾아보겠다고 했었잖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나 열네 살로 보여? (작살 동안?)
아이린 E. 테라코르:지금은 갑자기 나이가 들어 보여. (키도 커졌고- 시선이 너무 높아졌네. 종알거린다) 그래서 어른이 되는 마법을 쓰는 건가 했는데.
게다가 장소도 달라진 것 같은걸. 이게 말로만 듣던 순간이동이란 거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음─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순간이동은 법령 상 16세 이후에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니까 아마 아닐걸. 어른이 되는 마법 같은 것도 들어본 적 없고~ 있었다면 아마 열두 살 때쯤 유용하게 써먹지 않았으려나, 내가. (한껏 고개를 기울였다가.)
네가 보는 그대로 나는 어른이고, …… 말하자면 시간여행? 같은 거랄까. 내가 네 시간대로 시간여행을 한 건지, 네가 내 시간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타임 터너로도 이렇게 많이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는걸, 하고 뚱한 소리나 했다.)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아이린 E. 테라코르:시간여행? 누가 하게 된 거니? 내가, 네가? 나는 시간을 돌아가는 마법은 배운 적 없는데. (갑자기 바뀐 풍경을 돌아보다가 당신에게로 가까이 다가가서 양손으로 두 뺨을 찹! 하고 감싼다) 그럼 내 눈앞의 루는 모습만 바꾼 게 아니라 정말 어른이라는 소리니? 가까이서 보니까 아까 보던 얼굴이랑은 정말 느낌이 많이 다르네. 턱이 더 뾰족해졌어!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나도 시간을 돌아가는 마법은 배운 적 없어~ (설령 배웠다 해도 쓰지 않았겠지만, 열네 살이 알아야 할 만한 사안은 아닌 듯하여 굳이 언어로 옮기진 않기로 했다. 대신 순순히 찹! 감싸지며.) 그런 셈이지~ 턱만 뾰족해졌어? 좀 더 전체적으로 날렵해지지 않았어? (그런 적 없음) 보다 번듯하고 깔끔한 미남이 되었다거나 하는 감상은 들지 않아? (않을지도)
아이린 E. 테라코르:음…… (뺨 감싼 채로 고개 이리저리 기울여 살펴본다. 현 사태를 어느 정도 빠르게 파악한 것 같지만 놀라거나 당황한 기색은 없다. 눈앞의 광경에 마냥 호기심 어린 모습은 당신이 알던 과거의 아이린과 다를 바 없다.) 원래도 잘생겼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좀 더- 응, 네 말대로 더 반듯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지금의 루는 몇 살이야?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렇지~? 어른이 되면서 좀 더 멀끔한 미남이 되었으니까, 다음에 돌아가면 과거의 나한테도 전해 주라. 너는 미래에 더 멋진 왕자님이 될 거니까 쓸데없는 건 신경 쓰지 말고 네 미모를 가꾸는 데에만 정진하라고. (굳이 그런 말을 전해주지 않아도 과거의 저는 제 외모를 가꾸는 데에 전념할 수 있는 멋진 어린이겠지만, 괜스레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꼭 해 주고 싶은 말' 같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본인이 해 볼 법한 말이나 했다. 뭐,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반쯤 성사된 것 같으니 상관없잖아?)
지금의 나는, …… (흐음, ……)
열아홉 살이야. (뻥)
아이린 E. 테라코르:알겠어. 전해줄게. (고개 끄덕끄덕) 그런데 진지하게 받아들일진 모르겠구나. 내가 지어낸 장난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왜냐면 그때 나는 장난기가 엄청 많았으니까. 루라면 알고 있지? (뺨을 쭉쭉 늘려본다) 어릴 때보다 잘 안 늘어나…… (그야 당연히)
열아홉?! 정말? (자세하게 나이를 구별할 만큼 사람을 많이 만났다거나, 사람한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었으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리저리 살피다가도 수긍한다) 그럼 내가 있던 시간대에서 5년이 더 지난 건가? 열아홉의 루는 뭘 하고 있어?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그치만 '나'라면 아마 믿지 않을까? 너도 알겠지만,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 법 같은 건 잘 모르니까아아아. (볼이 늘어나는 대로 말꼬리도 일부러 길게 늘여 봤다.) 말하자면, 옛날의 물렁한 볼과 지금의 잘생김을 바꿔먹은 결과라고나 할까, …… 그러니까, 린-과 동갑내기 친구인 내 말랑함을 소중히 여겨 줘. (무슨 소리인지)
응~ 5년 정도 지났지? 열아홉의 나는, …… 음, 그러니까 지금의 나! 는, 퀴디치 선수를 하고 있어. (열아홉인 건 틀려먹은 소리지만, 그래도 그 즈음에 선수 생활을 했던 건 맞으니까.) 잘 어울리지~?
아이린 E. 테라코르:사람을 너무 잘 믿으니까, 매번 내 장난에 속아넘어가지. 그래도 화도 안 내구…… 루는 바보? (고개 살짝 기울인다) 소중히 여긴다는 건 뭐니? 일단 원래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 루랑 상의하고 고려는 해볼게.
퀴디치? 응, 꽤나 잘 어울리는구나. 나도 빗자루는 나름대로 잘 타는데. 그렇지만 퀴디치 선수는 매번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며. 그게 귀찮아서 신청 안 했어. 네가 경기장에서 날아다니는 거 봤었는데, 직업으로까지 가질 줄은 몰랐구나. 인기 많은 선수지? 실력도 뛰어날 것 같고.
루돌프 P. 펜더가스트:바보 왕자 소리도 꽤 많이 들었지~ (꼭 지금은 안 듣는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지금도 심상찮게 많이 듣고 있다.) 좀 덜 잡아당긴다는 거~? 뭐, 딱히 소중히 여기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그럼 그럼~ 국가대표까지 하고 있어. 인기도 엄청 많고, 왕자님 소리도 꾸준히 듣고 있다고~ (금방 그만둘 거지만, 하는 과거의 계획 같은 건 굳이 말하지 않았다. 뭐,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고.) 그러니까, 미래의 너도 한 번쯤 보러 와 줬으면 좋겠는걸. 어떻게 생각해?
아이린 E. 테라코르:지금은 많이 안 듣니? 바보 왕자라는 말. 열아홉 살 루는 열네 살 때보다 똑똑해졌을까? (꽤 궁금한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손은 놓아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 번 더 당긴 다음에 놔줬다)
국가대표가 될 정도였구나? 대단해. 열네 살 루한테 말해주면 어떻게 반응하려나? 아, 참. 미래의 이야기를 섣불리 말해주면 안 되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아까 과거의 루에게 전해달라 부탁받은 것도 있는데) 응, 궁금한걸. 꼭 보러 가고 싶어. 그렇지만 국가대표일 정도면 무척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루가 표를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어른이 됐으니까~ 아마 그 때보다는 지금의 내가 똑똑하지 않을까? 나이를 먹으면 공부는 안 하더라도 경험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쌓여서 어릴 적보다는 조금 더 현명해진다고들 하잖아. (순순히 놓아졌다.) 글쎄~ 법칙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 상대가 나라면 괜찮지 않을까. 내가 알고 있는 나라면,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 내가 그렇듯이, '미래에 네가 뭔가 되는 걸 보고 왔어~' 라고 해도 딱히 신경 안 쓰고 당장 하고 싶은 걸 하기에 바쁠걸. 오히려 퀴디치 선수를 한 번 해 봤으니까 자기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해 버릴지도 모르겠네. (실없는 소리나 하며 잘게 키득거렸다.) 표를 보내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지~ 그치만 네가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는걸. 그러니까, 나한테 주소 알려주는 것도 잊지 말구. (아마, 여기서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자신의 과거도 미래도 무엇 하나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즉, 자신이 무엇을 하든 간에
아무렴 상관없을 이야기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
아이린 E. 테라코르:공부는 별로 안 했니? 하지만 지금의 나도 공부는 별로 안 해. 귀찮잖니. 맨날 수업 시간 때 어떻게 몰래 바깥으로 빠져나갈지만 고민하고 있어. (배시시 미소하는 낯에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난다. 오래지 않아 겪게 될 아픔이나, 스스로 손에 쥐게 될 고통과 얼룩진 어둠을 전혀 모르기에 지을 수 있는 표정.) 그럼 내가 말을 전해줬다가 열넷의 루돌프가 퀴디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나는 퀴디치 표를 받을 수 없는 거잖니? 안 되겠구나, 지금의 이 일은 나만의 비밀로 해야겠어. 사실 아직도 눈앞에 벌어진 이 일이 마법인지 아니면 내가 낮잠에 들어 꿈을 꾸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열아홉의 나는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니? 싸웠던 걸까?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건 당연한 거지~ 수업 시간에 다른 걸 하면 훨씬 더 즐거운 일이 많은데, 교실에 앉아만 있는 것도 아깝잖아. (당당히도 동조하며 씩 웃어 보였다.) 네 좋을 대로 생각하면 돼, 나를 마법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네 꿈에 찾아온 방문자라 생각해도 좋지. 어쨌든, 꽤나 비현실적인 시간 여행이
진짜라고 믿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 (이것이 과연 당신에게 하는 말이 맞는지, 혹은 제게 하고 싶은 말을 그저 무의미하게 입 밖으로 꺼내고 있을 뿐임에 불과한 것인지는 그 자신으로서도 모를 일이나.)
응~ 좀 싸웠어, 얼마 전에. 지금은 냉전 중이고. 아마 내 생각보다 더 오래 가지 않으려나~ 싶기도 해. 어쩌면 네 생각보다도~?
아이린 E. 테라코르:역시 루야.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줄 줄 알았어. 다섯 살이나 나이가 더 들었어도 이런 점은 여전하구나? 네가 많이 바뀌지 않아서 좋아. 키는 한참 많이 커졌지만. (당신의 곁에 탈싹 앉아서 턱선이라던지 눈가 같은 모습을 이리저리 살핀다. 아직도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의 외관이 신기한 듯) 그렇게 할래. 그래도 꿈은 엄청 몽롱한데다, 일어나면 기억에서 금방 사라져 버리는데…… (나 꿈을 아주 많이 꾸거든, 덧붙였다) 지금의 루는 아주 생생해서 사라질 것 같지 않아.
싸웠니? 왜? 내가 잘못했어? 나, 웬만해선 화 내지 않을 텐데. 게다가 너한테는. 난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너랑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도 꽤 궁금했는데…… 싸웠으면, 물어보지 말까?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렇지~ 한결같은 게 내 장점이니까. 손도 엄─청 커졌다고, 대 볼래? ('손 크기 비교'는 흔히들 하는 수작질 중 하나라고 하지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는 열네 살 났을 적의 소꿉친구를 상대로 제 애인에게와 동등한 무게의 애정을 부여할 만큼 사리분별 못 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이것은 단지 신기해하는 당신에게 놀 거리를 하나라도 더 제공해 주기 위한 이쪽의 노력 중 하나에 가깝다.) 꿈이야 뭐어, 시간이 지나면 으레 잊히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좋은 꿈이었다면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도 분명 기억할 수 있게 될걸~
으음─ 글쎄, 네 잘못이기도 했고, 아마 내 잘못이기도 했을걸?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나는 내 잘못을 쉽게 시인하는 편은 못 되고, 너도 그런 편이니까. 누가 누구한테 화를 냈다기보다는, …… 서로 우선시하는 일이 달랐다고 하면 되려나. (이어지는 물음에는 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네가 궁금하다면 물어봐도 돼, 상관없어. 내가 열네 살의 린-이랑 의견 차이가 있었던 건 아니니까.
아이린 E. 테라코르:좋아. (손바닥 쭉 펼쳐서 대본다. 아마 당신 손의 절반을 넘을락말락할 크기쯤 될 것이다) 지금, 아 그러니까 열네 살의 루는, 나랑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진 않는데. 5년 만에 이렇게까지 자라는 거니? 시간과 세월이란 신기하구나. 이렇게 빤히 보고 있으면 내가 알고 있는 열네 살의 루가 얼핏 보이기도 해. 하지만 루는 나와 냉전 중이니까, 어른이 된 나랑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는 건 어려우려나? 내가 과연 무슨 일을 우선시했기에 편지도 못 보내게 할 만큼 너와 싸웠을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는걸. 내가 네 소중한 걸 망가뜨리기라도 한 거니? 아니면…… 딴짓을 하느라 너와 한 약속을 잊어버렸다던가? (어느 쪽이든 저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었기에 가정만이 무수하게 흐드러진다.) 그럼 열아홉의 나와 너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원래 아이들은 쑥쑥 커서 눈 깜박하는 사이에 어른이 되어 버린다구. (한쪽 눈썹만 살짝 치켜 올렸다가 이내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제 논리에 따르면 저는 올해로 열아홉인데, 열아홉이 열넷 앞에서 무어 대단한 어른이라도 되는 양 행세를 하는 것이 - 비록 진짜 자신은 열아홉이 아님에도 - 꽤나 우스워 보이긴 했던 모양.)
음~ 그런 거였으면 금방 화해했을걸, 지금 싸우고 있는 이유는 조금 달라.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고 해야 되나, …… 말하자면, 아주 거창한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있는 거야. 가볍게 무시하고 살아도 사실 아무 지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굳이 거기에 개입하고, 뜻이 다른 사람들을 끊임없이 설득해 보려고 하는, …… 우와, 이거 이렇게 말하니까 엄─청나게 스케일만 크고 무의미한 일처럼 들리겠는걸, …… (틀린 말은 아닌가, 하고 나직히 덧붙이며 잠시 문장과 문장 사이 정적을 주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네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친구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니까~ 한 번 친구는 앞으로도 쭉─ 친구니까,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사실이고. 어른이 된 내 친구 린-은, …… 보자, 키는 한 이 정도에, …… (적당히 당신의 머리 한 뼘 위를 손날로 짚으며 종알댔다.) 내가 그렇게 되었듯이, 너도 지금보다는 덜 말랑말랑해졌고, …… 웃는 게 지금보다 더 예뻐졌어~ 요즘은 웃는 걸 잘 못 보고 있으니까, 그건 아쉽지만.
아이린 E. 테라코르:(당신의 큰 손에 어찌저지 깍지를 껴 본다. 시간이 어떻게 돌아갔고 장소가 어떻게 변했건간에 일단은 노는 게 더 중요해보였다.) 그럼 나중에는 키도 여기에서 더 자라는 거겠지? 얼굴도 더 성숙해지려나……. 지금보다 거울을 좀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르겠어. 미래의 모습, 알지도 못하지만 말야.
거창한 무언가……? (그 또한 눈앞에 잘 그려지지 않았으므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다) 조금 어려운 말이구나. 난 래번클로지만 아직 배울 게 많이 남았나 봐. 잘 이해가 안 돼. 가볍게 무시하고 살아도 괜찮은데 굳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니…… 게다가 그걸 위해 싸우기까지 한다니. 나는 우리 단둘의 싸움인 줄 알았는데, 말만 들으면 그런 것도 아닌 듯한걸.
적어도, 열아홉의 나는 너와 내가 친구라는 걸 확실히 인정했구나. 하긴, 나도 지금은 친구가 되어도 썩 나쁘진 않겠다 싶기는 해. 그렇지만 먼저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나도 굳이 말하지 않고 있는 것뿐이야. 꼭 이름을 정하지 않더라도 같이 노는 건 할 수 있으니까. (어릴 적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제 흥미에만 관심있던 면이 이렇게 드러난다. 당신이 짚은 지점을 올려다보며 제 모습을 가늠해본다) 왜 잘 웃지 않게 되었을까. 그 싸움 때문이려나? 지금의 나도 소리내어 웃는 일은 잘 없지만, 그래도 즐거울 땐 곧잘 미소할 줄 아는데.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응~ 키도 더 자라고, 얼굴도 더 어른이 될 거야. 거울은 네가 얼마나 자주 보게 되든 간에, 내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자주 보고 있으니까 그 점만큼은 안심해도 돼. 장담할 수 있거든. (뭘.)
아하하, 좀 큰 이야기지~? 사실 어쩌면, 꼭 싸울 필요까지는 없었던 걸지도 몰라. 그치만 이야기는 원래 꼭 주인공들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니까, …… 소설이나 동화 같은 걸 읽다 보면 왕자님이나 공주님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정적의 미움을 잔뜩 사 버려서 곤란한 일이 일어난다거나 하게 되잖아~? 마녀의 저주를 받은 공주님이 물레바늘에 찔리지 않기 위해 성 안의 모든 물레를 없애 버렸지만 결국 우연찮게도 찾아온 노파의 물레에 찔려서 아주 긴 잠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같은 것도 어딘가엔 있었고, ……
응? 그럼 그럼, 나는 친구로 두기에 충분히 즐거운 사람이지 않아~? (?) 그랬나, …… 뭐, 네가 나랑 놀아주는 걸 그만둘 의향이 있는 게 아닌 이상에야 나도 딱히 상관없어. 네가 나를 친구라 불러주지 않아도 이미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한지 오래됐을걸. (말하고서는 가볍게 주변을 한 차례 훑었다. 그러고 보니, 저와 같이 왔던 린만 사라진 건가? 근처에 있던 물건은? 얼핏 봤을 때 풍경이 딱히 변한 건 없어 보였는데.)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만~ 너무 많은 걸 알려주면 네 미래가 재미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이번 건 비밀로 할래.
오로지 아이린만, 어려진 건지, 아니면 어린 때의 아이린이 나타난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루는 지금도 나보다 거울을 많이 보고 있는데. 그때에도 다를 바 없나 봐. 외모가 성숙해지고 키가 자란 것 말고는 바뀐 게 별로 없는 것 같구나. (작게 웃는다) 분명 친구로 두기에 나쁘진 않지. 같이 있으면 즐겁고, 항상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서 호기심을 충족하니까. 아, 하지만 같이 나비를 잡아주진 않았어. 돌아가면 한 번 제안해 봐야겠다. 루는 삼십분 넘게 한 자리에 가만히 있는 거 못 할 것 같지만.
아,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네. 기억나. (고개 가볍게 주억인다) 머글의 동화인데, 아델이나 록시가 네게 읽어주셨던 걸까. 그럼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휘말려 버리게 된 걸지도 모르겠네. 고작 열아홉 살인데 싸우게 되다니, 그건 좀 안타까운 일이구나. 책에서 전쟁에 관한 부분을 읽어보았을 땐 무척 어둡고 고된 시기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그런 시기를 겪으면서도 퀴디치 선수로 뛰고 있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하려나. 위험한 건 아니지?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해. 그렇잖아도 운동 선수는 다칠 만한 위험성이 많이 널려 있잖니.
(비밀이라니, 더 알고 싶은데. 입술을 내밀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가 당신의 시선을 따라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래서 여긴 어디니? 열아홉의 너는 여기서 살고 있는 거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말했잖아~? 한결같은 게 내 장점이니까. (마주 웃음을 터뜨렸다.) 흠, …… 그건 지금의 나도 자신없지만, 한 번 쯤은~? '나비가 나오면 깨워 주라~'라고 말하면서 옆에서 벌렁 누워 잠들어 버릴지도 모르겠네. (과연 그것을 '같이 나비를 잡는다'는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럼 그럼~ 내 몸은 내가 지킨다고, 행여나 왕자 얼굴이 상하기나 하면 곤란하니까 특별히 더 신경을 쓰고 있지. 그러니까 너는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그 때도, 지금도.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소리나 하고서는 록시가 읽어줬다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긴~ 아니, 좀 달라. 열아홉의 네가 살고 있던, (아차, 과거형이 아니라.) 살고 있는 곳 근처지. 나도 이렇게 놀러오는 건 처음이라 주변에 정확히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가방에 있던 것들을 대강 챙겨 몸을 일으켰다.) 조금 걸을까?
아이린 E. 테라코르:잠들 생각 말고 같이 집중해서 잡아줄 생각을 해야지. (옆구리를 살짝 간지럽혔다) 그래도 네가 그 정도면 많이 노력해준 거라고 생각은 해.
열아홉의 내가? 사이가 안 좋다고 했잖니. 그런데 놀러온 거야? 설마…… 연락도 안 하고 불쑥 찾아온 거니? 걷는 건 좋지만. (따라 몸 일으킨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에엥, 아무리 내가 린-을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순순히 간지럽혀지며.) 냉전 중이라고 해도 얼굴 한 번 못 볼 사이가 되는 건 아니거든~ 말하자면 일시적 휴전? 내내 싸우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그건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 될 테니까. 의외로 정식으로 연락도 넣었다구.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사실이 하나도 없지만 그럴싸하게 짜맞추며 - 급조된 것이니만큼 곳곳에 숭숭 뚫린 설정 구멍은 자연스럽게 방치되었다. -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주소 안 알려줬다며. 연락은 어떻게 넣었니? (설정구멍 -구멍이란 것도 모르고 있지만- 즉각 지적한다. 내밀어진 손을 곧장 붙잡고 신난다는 듯 앞뒤로 흔들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직감으로? 난 원래 좀 운이 좋거든. (뻥)
(그리고서는 천천히 기억하고 있는 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이쪽이 돌아가는 길이 맞나?)
들판에 난 작은 돌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저 멀리에 집 한 채가 보입니다.
아이린이 보여준 집의 사진이 분명 저 모습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응? 운이 좋다는 정도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야? (고개 갸웃) 그러면 이곳에 열아홉의 나를 만나러 오랜만에 오게 된 거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런 거지~ 행운은 때로 엄청난 방식으로 작동하거든. 예를 들자면, ……
운
기준치: |
67/33/13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그 예시는 지금은 보여줄 수 없지만, …… (뻔뻔)
바보 같았어.
역시 루는 아직도 훌륭한 바보 왕자구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 그럼, 나는 역시 아직도 훌륭한, ……
외모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하
왕자님이지. (아무튼 훌륭함)
아이린 E. 테라코르:
외모
기준치: |
50/25/10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루돌프 P. 펜더가스트:(뭐가 달라진 건지 알 수 있을까?)
아무튼 나도 공주님이지?
그럼~ 늘 그랬지.
그리고 저쪽이 네 집이야. 보여~? (사진과 비슷하게 생겨먹은 집 언저리를 가리켜 보였다.)
아이린 E. 테라코르:미래의 나는 저런 곳에서 사는구나?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조그맣게 보이는 집을 바라본다) 바닷가가 바로 보이는 집이네. 매일 풍경을 구경하다가 시간을 다 보낼지도 모르겠어.
루돌프 P. 펜더가스트:바다가 보이는 집을 좋아했으니까~ (끄덕.) 그래?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어봤는데, 나중에 미래의 네가 돌아오면 그 때 물어볼게. (언젠가 당신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이미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린지 오래다.)
아, 들어가기 전에, 노파심에 말하는 거지만, ……
모르는 사람이 미래의 너를 알고 있으니까 네 집에 가자고 해도 따라가면 안 돼. (혹시나 해서)
(하, …… 물론 이론적으로는 아는 루돌프도 안 될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간에.)
아이린 E. 테라코르:바다가 보이는 집을 좋아했단 것도 알고 있어? (역시 별로 안 싸운 것 같은데? 라고 혼자 생각만 했다.)
응? (땡그란 눈으로 당신의 말을 들었다.) 음…… 알겠어. 나이가 다섯 살 들어버린 루는 내 기준에서 모르는 사람은 아니니까 괜찮은 거지?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알고 있지 그럼~ (당신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재주는 없으므로 태연하게 넘겼다.)
응? 어엉, …… 뭐 그런 거지. 나는 괜찮, …… (나는 괜찮아? 나는 괜찮은가, ……)
이번만큼은 괜찮아. (타협.)
아이린 E. 테라코르:이번이 언제까지인데? 내가 만약에 시간이 되돌아가지 못해서 오랫동안 이대로 있으면? 루한테 또 도움을 청할 일이 생겨서 불러야 하면? (질문폭탄)
루돌프 P. 펜더가스트:또 나한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기면?
그럼 지금으로서 우리는 이미 '아는 사이'가 됐으니까 괜찮은 거 아닐까.
아이린 E. 테라코르:좋아-. (명쾌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루는 날 해치지 않을 테니까 괜찮아.
맞지?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응~ 그건 맞아, 확신할 수 있지.
아이린 E. 테라코르:그거면 됐어. (맑게 웃음짓는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맑은 웃음에 별안간 볼을 한 번 주욱 늘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생각 단계에서 멈춰 두기로 했다.)
내가 운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는~ 집에 들어가서 보여줄게. (금방 다시 채워지는 자신감.) 이만 들어갈까?
아이린 E. 테라코르:(모른 채로 신나게 걸음) 좋아, 들어가자꾸나.
손을 잡고 걷다보면 어느덧 아이린이 머물렀던 집 앞에 도착합니다.
현관문은 마치 두 사람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활짝 열려 있습니다.
당연스럽게도 함께 여행을 왔었던 기억마저도 없을 아이린은, 신기하단 듯 집의 모습을 둘러보기 바쁩니다.
시간을 들여 개보수를 했다더니, 꽤나 넓어 별장으로 써도 모자람이 없어 보이네요.
집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잘 정돈된 [거실]과 연결된 [부엌], [방1], [방2]와 [서재]가 보입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물론 이쪽도 발을 들이는 것은 처음이므로 둘러보기 바쁘다.) 린~ 어때, 어디부터 안내해 줄까? (?)
아이린 E. 테라코르:내 집이었다면서 루 네가 안내해주는 거니? (작게 웃음소리 낸다) 와본 적도 없다면서. 음…… 그럼 거실부터 안내해주렴, 왕자님.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야 지금 최적의 안내역은 모종의 사정으로 (무슨 사정인지는 이쪽도 모르지만.) 부재 중이니까~ 그 다음으로 안내역을 맡는 건 내 쪽이 되어야 절차에 맞지 않겠어? 왕자님이 도슨트를 자처하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이렇게 보여도. (아는 것 하나 없이 당당하게 조잘대며 당신과 함께 거실로 향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하긴 왕자님도 원래는 같이 소개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따로 해줄 만한 집사도 보이질 않으니까 말이야. (그럼 미래의 내가 집사라는 건가? 구체적인 사실은 대강대강 넘겨버리며 따라갔다)
현관문에서 꺾어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벽 한 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유리창문 너머의 테라스입니다.
테라스 너머로 저 아래쪽에 탁 트인 해변과 바다가 보입니다.
이렇게 보니 집이 꽤 높은 지형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파] 뒤편의 벽에는 [작은 액자]가 몇 개 걸려있으며,
가로로 긴 테이블에는 [달력]이 놓여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런 셈이지~ 집만 덩그라니 있고 말이야, 참, 이것도 곤란하다니까. 그래도 경치가 좋으니까 집사 씨의 일일 휴가 정도는 넘어가는 걸로 할까나~ (창밖으로 잠깐 시선 뒀다가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있지, 린, 안아들어 봐도 돼~? 위쪽에서 보이는 바다도 같이 보고 싶은데, 네 허락을 받는 게 우선일 것 같아서.
아이린 E. 테라코르:집의 한 면이 전부 유리구나.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일 것 같아. 미래의 나는 좋은 집에서 살았네. (펼쳐지는 정경에 눈을 크게 뜨며 신기해하다가, 고개 끄덕인다.) 응, 물론이지. 루는 키가 커져서 더 높이 있는 것도 볼 수 있고 좋겠구나. (팔 벌림) 나는 언제쯤 자라게 되려나? (자라더라도 루돌프만한 키는 되지 못하지만…….)
루돌프 P. 펜더가스트:(팔 벌리는 양을 기다렸다는 듯 냉큼 들어서는 비행기 - 음, 아니, 이맘때의 당신에게는 '빗자루'라는 표현이 확실히 더 와닿을 것이다 - 태우듯 한 번 회선 그리며 슈우웅, …… 하고 얌전히 자세 고쳐 안았다.) 열아홉의 너도 나보다는 작았는걸? (물론 지금의 자신은 열아홉이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간에, …… 적당적당한 소리나 하며 소파 뒤로 걸린 작은 액자를 곁눈질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꺄르르 웃는 소리 내며 시선이 높아졌어- 천진하게 감탄사를 뱉었다.) 그러니? 내 미래의 키를 스포일러당해 버렸네. 지금의 루돌프는 키가 정확히 얼마나 되니? (루돌프가 액자 보는 사이 안긴 채로 즐겁게 바다를 구경했다.)
작은 액자가 몇 개의 줄로 연결되어 걸려있는 형식입니다.
가장 왼쪽에 걸린 사진은 열한 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해 눈싸움을 했던 때의 사진입니다.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두 사람이 미소를 짓거나 환하게 웃으며 눈사람 옆에 서 있네요.
오른쪽으로 갈수록 두 사람이 점점 자라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린과 이런저런 사진들을 찍곤 했었죠.
일본에 갔었을 때 찍은 사진들도 알뜰하게 잘 걸려 있네요.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나? 2미터 조금 안 돼. (이론적으로 맞긴 한 소리나 하며, ……)
관찰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아이린 E. 테라코르:그건 나도 마찬가진데? 엉뚱하기는.
액자를 반짝이는 회색 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맨 마지막 사진 하나는 루돌프가 못 보던 사진입니다.
별장 근처의, 지금 창문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에서 찍은 사진.
날짜는 가장 최근의 루돌프의 생일이며, 분명 자신과 아이린의 모습이긴 한데 어째서 루돌프는 이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요?
루돌프 P. 펜더가스트:(생일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나니까 뭐 홀라당 까먹었을 수도 있지, …… 하지만 최근 린-이랑 같이 있었던 기억 중에 딱히 중요하지 않았던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시답잖은 생각이나 하며
소파로 가서는 당신을 무릎에 올려두고 앉았다.)
아이린 E. 테라코르:(바다를 구경하다가 따라서 액자를 바라봤다. 중간 즈음에 있는 사진을 가리켜며) 아, 저 사진. 호그스미드에 갔을 때 찍은 거네. 내겐 며칠 전 일인데…… 나 이만큼이나 자라는구나. 그나저나 맨 끝의 사진 속에 있는 나는 열아홉보다는 좀 더 나이가 많아보이지 않아? (밑에 있는 연도까지 읽어보려는 듯 시선 내려가……려다가 소파로 데려가졌다)
깨끗하게 정리된 소파 위에는 가지런히 개여진 옷이 한 벌 올려져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응? 아니 아니, 확실히 린=이 어른스러워 보이는 면은 있지만 나랑 동갑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걸. 나는 열아홉이라고 했잖아? (실없는 컨셉 새삼스레 한 번 더 확실히 잡으며, …… 연도가 있었나? 그럼 다시 사진 쪽으로는 안 가야지, …… 하고 적당히 딴청 피우다가 옷이나 괜스레 들춰 봤다. 아이린의 옷일까?)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니까, 상황으로 보면 내가 노안이거나 루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 같은데? (래번클로 아니랄까 봐 추측부터 늘어놓기 시작하지만 금세 관심사가 사진에서 옷으로 옮겨졌다)
들춰보니, 아이린에게 선물받았던 루돌프의 셔츠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이건 루의 옷인 거니? 무늬가 엄청 화려하구나. (휘황찬란한 체리 패턴 봄)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음~ 글쎄, 네가 보기엔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체리 패턴 물끄럼, …… 보다가.)
아니? 네 옷이야, 내가 네 생일선물로 사 줬는걸. 기억 안 나? (안 나겠지 당연히)
아이린 E. 테라코르:음, 잘 모르겠구나. 루가 나한테 거짓말을…… 할까? 내가 아는 열네 살의 루는 안 그럴 것 같은데 지금의 루는 또 모르니 말이야. (이리저리 뜯어본다.)
내 옷이라기에는 너무 큰걸? 그리고 내겐 미래의 일인데 어떻게 기억하니. (흘겨보며 옷을 들어서 당신의 가슴팍에 대어본다) 딱 맞는 것 같은데?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이리저리 뜯어보는 양에 초롱초롱한 눈이나 한 번 해 보고.) 글쎄~ 네가 알던 나와 한 점 변함 없이 자랐을지 아닐지는 모를 일이지. 그래도 한결같은 건 내 수많은 장점 중 하나긴 하니까. (이어, 옷을 들어 대어 보는 양엔 참았던 웃음을 한꺼번에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이 터뜨려 냈다.) 아하하, 그래, 이건 역시 거짓말로 두기엔 좀 무리수였지. 그건 내 옷이 맞아. 내 거짓말은 방금 봤다시피 이렇게 티가 잘 나니까~ 어때, 내가 열아홉이라는 문장에 대한 신빙성은 조금 더 올랐으려나? 그건 이렇게 허술하지 않았잖아.
아이린 E. 테라코르:뭐니? (눈 흘긴다.) 나이를 다섯 살이나 더 먹어도 여전히 바보라는 건 잘 알겠어. 그건 맞지. 너무 눈에 빤히 보이는 수였거든. 그리고 뭣보다 나는 이런 스타일은 안 입어. 무늬가 너무 화려하잖니. 이러면 사람 눈에 띌 거야.
으음, 그럼 역시 나는 나중에 노안이 되나 봐. (결론이 이렇게 나 버렸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린-은 눈에 띄는 걸 예전에도 지금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 하는 말은 생각으로만 남겨두었다.)
그거 알아? 원래 어릴 때 어른스러워 보이는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는 어려 보인대. ('젊었을 때 노안이면 나이 들어서 동안이래'를 길게도 풀어 말하며 테이블에서 달력 가져와 설렁설렁 넘겨 봤다.)
아이린 E. 테라코르:괜히 눈에 띄어봤자 귀찮은 일만 생기잖니.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좋단다. 수업 때 몰래 빠져나가서 나비를 찾는다던가 하는 거 말이야. (그래서 쌓인 벌점도 꽤 되었다. 아마 그리핀도르와의 합동 수업에서도 몰래 이탈한 전적이 있었지.)
그러면 나 지금은 어른스러워 보이니? (뺨을 양손으로 감싸본다)
얼마 전의 날짜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으며 [루돌프 생일!]이라고 크게 적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루돌프의 생일이 지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죠.
그 대답을 들려줄 ‘현재의 아이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SAN C (0/1)
루돌프 P. 펜더가스트: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런가~? 난 그럴 때마저도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는 게 즐거운걸. (이쪽도 뭐 기숙사 벌점이야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알뜰살뜰하게 받아 챙겼지만 졸업한 지 올해로, …… 얼마더라? 아무튼 당신의 생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기에 큰 의미 없이 설렁설렁 넘겨 버렸다.)
으음, …… (눈 가늘게 뜨고 이리저리 보는 척, ……)
글쎄, …… 잘 모르겠는데. 난 열아홉의 린-이랑 잘 아는 사이니까~?
아이린 E. 테라코르:너는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왕자님이니까. 실제로도 여러 모로 눈에 띄고 말이지. (이 반짝이는 머리카락이라던가? 하면서 금발을 쓸어내리다가 한 움큼 잡아서 짧게나마 땋아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네 살의 아이린도 거쳐왔잖니. 대답을 넘기기는, 얄미워. (새침하게 흘겨봤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내가 어른스럽다고 말하면 믿으려고~? 열아홉의 린-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직접 확인했으면서. 네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이상, 내가 '어른스럽다 아니다'로 판가름할 문제가 아니라 네가 생각한 게 곧 진실이 되는 걸 텐데. (그럴싸하지만 택도 없는 번지르르하고 속 없는 말이나 해 대며 당신을 안은 자세 그대로 일어서 부엌 쪽으로 향했다.) 배 고프진 않고~? (빤히 들여다 보이는 전형적인 화제 돌리기성 물음.)
아이린 E. 테라코르:백퍼센트 믿지는 않았을 테지만 고려는 해봤겠지. (이런다) 알겠어, 숙녀의 외모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뜻이지? (멋대로 해석한다.) 그럼 열아홉에서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대략적으로 어려 보이게 되려나. 어쨌건 예쁘기는 하더구나, 미래의 나.
(손 뻗어서 당신의 뺨을 쭈아압 늘렸다.) 뭔가 먹으면 좋을 것 같긴 하지만, 티나게 말 돌리려고 하는 건 얄밉구나. 루는 요리 잘 해?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누구 (여자)친구인데. (순순히 쭈아압 늘어났다.) 응? 내가 못하는 게 언제 하나 있기나 했던가. (얄미운 소리 1028번째)
아이린 E. 테라코르:음…… 얌전히 있는 거.
아이린 E. 테라코르: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거!
루돌프 P. 펜더가스트:…… 똑똑하네, 린. 역시 래번클로 수석 졸업생(인 적 없음)에 4개국어를 습득한(적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학년 대표(인 적 없음) 출신다워.
아이린 E. 테라코르:나 7학년쯤엔 수석이 되는 거니? 학생회장도?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는데! 안 될 수 있게 지금부터 노력해야겠구나. (이런 대답)
루돌프 P. 펜더가스트:왜~? 학생회장 뱃지 단 거 멋있었는데. (냉장고는 비어 있나? 뒤적여 본다.)
단정하게 정돈된 부엌이지만 마치 사람의 손길이 별로 닿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조리해 먹을 만한 음식 재료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주목받게 되잖니. 학생회장이면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귀찮을 것 같아.
오히려 루가 학생회장에는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사람들과 대화하고 어울리는 거 좋아하잖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건 그렇지만~ 학생회장을 하면 퀴디치 주장은 같이 못 하잖아? 난 기왕이면 주장이 하고 싶었거든. (결과적으로 학생회장도 주장도 아닌 기숙사 반장을 맡긴 했지만, 지금의 당신은 모를 미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되는 대로 말이나 해 봤다. 나중에 미래가 바뀐 것을 알면, …… 뭐 운명은 원래 스스로 개척하는 거라고 했으니 그런가 보다 해 주겠지, 어련히.)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은데. (없으면 어딜 가서든 용이하게 써먹을 수 있는 파스타를 만들 것이다.)
아이린 E. 테라코르:루, 퀴디치 좋아했었지. 나도 같이 비행했었는데, 기억나니? 5년 전 일이라고 잊어버린 건 아니지? 나도 소질이 꽤 뛰어나단 말을 들었었어. 선수 같은 건 안 했지만. 그래서 주장할 때 그리핀도르는 우승을 했니? 만약 그러면 내가 몰래 뒷공작을 펼쳐서 래번클로가 우승하게 바꿔둬야 하니까 얼른 말해보렴. (주장(이라고 말하는) 앞에서 대놓고 음모를 짰다)
음, 먹고 싶은 거라면…… 몽블랑 케이크? (디저트인데다 쉬운 것도 아니다) 녹차 쿠키도 좋아.
루돌프 P. 펜더가스트:했지, 했지. (으쓱으쓱.) 에엥~ 그치만 린-은 퀴디치 선수도 아니고, 꼭 래번클로가 우승해야만 할 만큼 퀴디치 경기를 좋아하지도 않잖아. 어릴 때는 너도 기억하듯이 나랑 퀴디치 연습도 왕왕 해 주긴 했지만, 안 해 준 지 천 년 정도 (과장되었다.) 됐고, ……
퀴디치 선수를 하던 내 경기도 한 번 보러 온 적 없고~ (은근슬쩍 말에 강세를 둔 건 덤이다.)
…… 몽블랑 케이크? (진짜?)
(여기서~ 문제! 냉장고에 밤이)
운
기준치: |
67/33/13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많네) 어어 되겠다.
아이린 E. 테라코르:루는 말에 과장이 심해. (밉지 않게 흘겨본다) 확실히 퀴디치를 직접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경기엔 나름대로 관심이 있는걸? 속도감이 있고 정신없어 보이는데 그 와중에 수색꾼은 혼자 스니치를 찾으러 다니는 게 특이하잖니. 훈련하는 게 귀찮아서 안 갔지만…… 미래의 일로 날 탓하는 거니? 치사해. (허리에 양 손 얹음) 몽블랑 케이크 다섯 개 만들어줘.
루돌프 P. 펜더가스트:미래의 일을 알고 있는 건 내 쪽이니까~ 이 정도 반칙은 허용 범위 내 아니야? (뻔뻔한 소리나 하며 냉장고를 뒤적여 재료를 하나둘 꺼냈다. 계란, 흰설탕, 박력분, 옥수수 전분, 무염 버터, 우유, 인스턴트 커피 파우더에 생크림, 밤 페이스트를 만들기 위해서 체와 주걱, …… 등등, ……)
(조리 과정을 하나하나 정성들여 하기에는 해 본 적 없는 요리기에(여러 의미로) 생략하고, ……)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과물만)
운
기준치: |
67/33/13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럴싸해 보이는 거 보라색 접시에 담음) 그럴듯하지~? (으쓱으쓱.)
아이린 E. 테라코르:일부러 어려워보이는 거 말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지……? (속내 오픈) 루는 못하는 게 없구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속내 들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그럼~ 아까도 이야기했잖아, 내가 못하는 건 없, …… 음, 아예 없진 않지만 아주 극소수니까. (정정.)
아이린 E. 테라코르:덕분에 원하는 거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구나. (생긋 미소지으며 몽블랑 포크로 크게 잘라서 입가에 대준다.) 그래도 본인이 만든 거 먼저 먹어봐야지 않겠니. 아~.
루돌프 P. 펜더가스트:네가 주는 음식은 사양 안 하는데, 나~ (아아- 하고 냉큼 받아먹었다. 그럼 그럼, 누가 만든 건데 맛도 있겠지. 당도는
30 정도 되지만, ……)
(의외로 건강식)
아이린 E. 테라코르:맛없는 걸 주면 사양해야 해. 새까맣게 타버린 거라던가. 알겠지? (심각한 척 잠깐 표정 굳혀본다. 금세 평소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신비스런 낯으로 되돌아왔지만) 어때? 네 솜씨는?
루돌프 P. 펜더가스트:새까맣게 탄 것도 주려고, ……? (?)
내 솜씨야 늘 그랬듯이 최고지~ 너도 먹어 봐. (이쪽도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당신의 입가에 대어 봤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음, 호기심이 생기면…… (시선을 슬쩍 피했다)
아-. (입 벌려 냠 받아먹는다) 너무 달지 않고 딱 좋구나. (단 걸 안 좋아함) 밤 맛도 깊이 배어있고……. 돌아가게 되어도 이 맛이 계속 떠오를 것 같아. 열네 살의 루한테 몽블랑 만들어달라고 조르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 것 같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슬쩍 피하는 시선 집요하게 따라가 보며.) 음~ 거절은 안 할 것 같지 않아? 그 때의 나도 나니까, 뭔가 있는 재료로 어떻게든 만들어 보려고 할 것 같은데~ 몇 시에 부엌으로 들어가면 좋을지 복도의 과일 접시 액자 앞에서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재료가 완벽하진 않을 테니 아마 네가 원하는 이 몽블랑 케이크의 맛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먹을 만한 다른 음식이 나오게 되겠지만.
아이린 E. 테라코르:(여전히 피함) 그런데 만약 기껏 만들어 왔는데, 내가 흥미를 잃어버려서 부탁한 사실을 기억도 못하고 있었으면? (실제로 4학년 때까지는 이런 식으로 약속을 까맣게 잊은 적이 몇 번 있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여전히 따라갈 생각만 만만으로.) 음~ 한 마디 정도는 투덜거리려나? 그치만 나도 기억력이 썩 좋은 건 아니니까, 금방 잊어버리고 전부 다 내가 먹어버릴지도. 맛있는 걸 먹다가, '이거 나눠 먹으면 맛있겠는걸~'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버려서 방금 거절당했다는 사실마저 홀랑 까먹고 너한테 한 입 권하러 갈지도 모르지, 또.
아이린 E. 테라코르:(결국 못 이기고 눈 맞췄다. 알겠어, 까맣게 탄 건 안 줄 테니까. 이어지는 목소리.) 그러면 나도 못 이긴 척 같이 먹어줘야겠구나. 그리고 다음엔 같이 재료를 공수해오자면서 주방에 침입할 약속을 잡을래. 루는 내가 그렇게 굴었어도 거절 안해줄 것 같거든. (여러모로 너무한 발언이지만 어릴 때나 커서나 인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만족스런 웃음이 덧붙었다.) 그럼 그럼~ 그걸로 해피 엔딩이지. 맛있는 걸 같이 먹었으니까 너도 좋고, 나는 다음 약속도 잡을 수 있고~ 더 즐거운 일도 생길 테니까 나도 좋은 거고. (접시 끄트머리의 크림을 포크 끄트머리로 훑어 모아 한 입에 넣고는 일어섰다.) 먹었으니 산책도 하자는 의미에서~ 방도 좀 구경할까 하는데, 같이 갈 거지? (답을 듣진 않았지만 이미 확신은 해 버린 듯)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돌아가면 오늘 얘기한 대로 부탁해 봐야겠구나. 그때의 루는 꽤 뜬금없어 할 것 같지만……. 어쨌건 들어준다는 거니까. 돌아보는 건 좋지만, 케이크만 먹어도 괜찮겠니? 나야 내가 먹고 싶은 거였지만 루는 배가 안 찼을지도 모르잖아.
루돌프 P. 펜더가스트:뜬금없는 일인 만큼 좋아하지 않을까~? 새로운 일이라는 건, 어떤 일이든 간에 구미가 조금이라도 더 당기기 마련이니까. (이어지는 물음엔 눈만 두어 차례 빠르게 깜박였다.) 응? 그럼, 물론이지. 왕자는 원래 이슬만 먹고 살아도 며칠 정도는 해결되거든. (그런 적 없다.)
아이린 E. 테라코르:내가 아는 왕자랑 루가 아는 왕자랑 조금 개념이 다른 것 같은데? 이슬만 먹고 살아도 상관없는 왕자님은 만약 백마 대신 흑마를 타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니? (포크 쇽쇽 정리해서 자연스럽게 싱크대에 가져다두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역시 어른스러운걸.) 응? 그건 안 되지, 안 돼. 백마는 왕자님의 전유물인걸, …… 라는 게 정석적인 답변이겠지만, 흑마에게도 한 번 정도는 왕자님의 선택을 받을 권리가 있을 테니까 거절하지 않고 올라탈지도 모르지~? 정해져 있는 규칙이라든가, 법도라든가, 그런 걸 깨는 건 유달리 더 즐겁잖아. (동의를 구하는 눈은 덤.)
아이린 E. 테라코르:마음에 드는 대답인걸. 역시 정석적인 것만 추구하는 건 재미가 없다니까. 지켜야만 한다는 당부를 받은 규칙을 몰래 어기고 즐기는 일탈이야말로 짜릿한 법인데다가, 타고 보니 백마보다 흑마가 훨씬 더 잘 어울렸을지도 몰라. 그러니 나는 금발 왕자님을 탈래. (목마를 태워 달라는 뜻?인 것 같다)
금빛 갈기를 가진 양은 들어 본 적 있어도 말은 들어 본 적 없는데~ (하지만 알아는 들었는지 순순히 당신이 목마를 타기 괜찮은 높이로 자세를 잡아 봤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지금 만들면 되지~. (폴짝 올라탔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떨어지지 않도록 균형 잘 잡고서는 첫 번째 방으로 걸음 옮겨 갔다.) 어때, 처음으로 금빛 갈기를 지닌 말을 타 본 공주님의 감상은?
아이린 E. 테라코르:시야가 엄청 높아졌어. 물건들이 굉장히 작게 보이고……. 천장에 닿는 줄 알았단다. (다행히 천장은 보다 더 높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금 큰 사이즈의 침대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침대 옆에는 꽤 큰 크기의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 다행이지~ 나 그렇게까지 크진 않거든. (좋은 일인지 무엇인지 통 모를 말이나 하며 상자를 열, …… 어 볼 수는 없겠고, 목마를 태운 입장에서 손을 섣불리 떼었다간 다칠 수도 있으니까.) 린- 나 저 상자 안에 든 게 궁금해져서, 어때, 공주님을 잠시 내려주면 네가 나를 대신해서 뚜껑을 열어주는 영광을 한 번쯤 베풀어 보는 건~?
아이린 E. 테라코르:내 눈엔 엄청 커 보이는데. (그야 열네 살 기준이니까) 즐거웠는데 금방 내려와야 한다니 아쉽구나. 그래도 좋아.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졌거든.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음? 아니 아니, 상자만 열고 다시 올려주긴 할 건데. 여기서 손을 섣불리 놓았다간 내가 공주님을 위험에 빠뜨리는 못된 왕자님이 되어 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허가를 구한 거야, 열네 살의 나와는 달리 열아홉 살의 나는 아주 조금 더 어른이 되었거든. (시답잖은 소리나 조잘대며 당신을 얌전히 내려주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니? 금색 말에 오래 탈 수 있다니 잘된 일이구나. 공주님을 향한 왕자님의 배려심은 잘 알았어. (사뿐히 내려서 상자를 여차저차 열어보았다.)
아이린이 연 상자에는 왠지 익숙한 잡동사니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여차저차 열어보는 공주님 옆에서 눈을 빛내 보는 말.)
관찰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오늘 뭔가 이상한데)
눈을 빛내며 그 물건들을 바라보니, 당신이 평소에 자주 쓰던 물건들, 아끼던 물건들이네요.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이 상자 안에는 평소에 자주 쓰던 지퍼 부분에 LED 꼬마 전구가 달린 반짝이 재킷과 100피트 밖에서 보아도 무지개색이 훤히 들여다 보일 법한 하트 선글라스도 잘 들어있단 말인가?)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런 반짝이 재킷과 무지개색 하트 선글라스도 잘 들어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성실하게 정리했구나)
루돌프는 상자에 정리된 자신의 물건들이 마치 자신의 존재를 정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SAN C (0/1)
루돌프 P. 펜더가스트: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럴 수도 있지 않나?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린~ (무지개색 선글라스 당당하게 써 보이며 다시 당신을 목마 태웠다.) 이 선글라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이린 E. 테라코르:음…… 나는 공짜로 줘도 안 쓸 것 같구나. (냉정한 평가)
루돌프 P. 펜더가스트:…… 진짜? (괜히 한 번 더 물어봄)
아이린 E. 테라코르:진짜. (얄짤없다) 설마 그거 돈 주고 샀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응. (당연하게도) 어쩔 수 없네~ 그럼 선글라스가 행여나 서운해하지 않도록 내가 더 열심히 쓰고 다니는 수밖에.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런 거 보면 좋아하는 선글라스인가 본데, 이게 왜 상자 안에 들어있는 걸까? 너, 이곳에 오는 건 처음이라며. 내가 이런 걸 샀을 리도 없고…… (또다시 의심 start)
루돌프 P. 펜더가스트:어어, 그야 당연히~ 내 거 사는 김에 네 것도 같이 샀거든. 아무래도 미래의 네 마음에도 썩 들어차지는 않은 모양인걸. (받을 때는 좋아했는데~ 하고 일어나지도 않았던 일 회상하는 시늉이나 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받을 땐 좋아했니? (정말……? 미래의 자신의 미감을 좀 걱정하게 됐다) 네가 이걸 줄 땐 아직 싸우기 전이었나 보구나. =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그 때는 사이 좋았지. 너랑 같이 프롬에서 춤도 췄는걸.
아이린 E. 테라코르:정말? 루는 춤도 잘 춰? 또 나는 어땠니? 저번에 마을 축제에 가서 춤을 배웠던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어디 보자, 린-은 어땠냐면, ……
(이쯤 두 번째 방으로 넘어가면서 열아홉 - 아님 - 의 루돌프가 기억하는 열일곱의 아이린에 대해서는 다음 이 시간에 계속)
손님용으로 사용하는 방인 듯 작은 사이즈의 침대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침대의 이불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으며 침대 옆 [수납장]에 올려진 스탠드의 빛이 은은하게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왕관을 떨어트리지 않고 춤을 출 수 있는지에 대해 내기 비슷한 걸 했었는데~ (만약 이 기억이 왜곡된 것이라면 루돌프 측의 100% 과실이다.) 아슬아슬하게 떨어트리지 않고 출 수 있을 정도로, 린-도 나도 춤에는 소질이 뛰어났지. 한 곡 다 못 마치고 떨어트리긴 했지만~ 그 정도면 선방한 거라고 봐도 괜찮으니까? (수납장 서랍이나 한가로이 열어보며 종알댔다.)
아이린 E. 테라코르:프롬 때 왕관을 쓰고 왔어? 왕자님 아니랄까 봐 제대로 챙겨입었구나. 왠지 나였다면…… 네가 떨어뜨릴지 아닐지에 대해 내기를 했을 것 같아. 하긴 나도 웬만해서는 못하는 건 없으니까. (자화자찬을 하며 같이 수납장 본다)
맨 밑칸부터 열어보자 무언가-아무래도 실험 결과로 추측되는-가 빽빽하게 쓰여내려간 노트, 친구들에게 받은 나비 모양 장식품이나 악세사리 등이 단정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학창 시절 때 하고 다녔던 래번클로의 푸른색 리본도 보이네요.
맨 윗칸을 열면 낯선 쪽지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우와~ 래번클로.) 그럼~ 왕자님다운 차림새조차 갖추지 못하면서 왕자라는 단어를 운운할 수야 없지, 걸맞는 인물이 되려면 걸맞는 구색도 어느 정도는 갖춰 줘야 하니까. (오오, 똑똑한걸, 역시 린-이야, 하는 말끝에 잔웃음을 섞어 냈다.) 음~ 린, 저 쪽지 뭐라고 쓰여 있는지 읽어 주라. 나, 이 거리에서는 잘 안 보이거든~ (당당하게 말하는 시력 1.0 1.0)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프롬 때 루는 엄청 인기가 많았겠는걸. 춤추자는 제안이 하도 많이 들어와서 바빴을 것 같은데? 난 프롬에 참가했다는 게 신기하구나. 원래라면 그런 이벤트 같은 건 귀찮아서 안 갔을 텐데. (데린을 잃고 난 후의 아이린은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던 이전과 다르게 동급생들을 점차 친구로 인지하였으나, 지금의 그로서는 알 수 없는 미래다. 가까이 있으려 하다가도 갑자기 밀쳐내는 등 그때마저도 변덕스러운 성정은 여전하였지만.) 알겠어, 잠시만.
(쪽지 집어서 읽어내려간다.) 『망각의 파도』.
술자가 원하는 지점을 강력한 파도가 덮치게 만드는 강력한 주문. 꽤 많은 마력의 소비를 필요로 하기에 혼자서 시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주문이다. 주문을 시전하는 술자가 대상을 볼 수 있어야 하지만 본인에게 사용할 수도 있다. 술자는 물에 발을 담그고 선 채로 주문을 시전해야 한다.
(신비스런 목소리로 쭉 읽어내려가다가 마지막 문장에서는 눈을 두어 번 굴린다.)
망각의 파도에 휩쓸린 사람은 영원히 물속으로 잠겨 사라지게 된다.
파도라는 단어에 왠지 불안한 기분이 엄습합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사람은 변하는 법이니까~ 린-이 그렇고, 나도 (티는 잘 안 나지만) 그랬듯이, …… 응? (응? 아무리 마법 세계와 오랜 기간 단절하고 살아 왔다 해도 이건, 뭐랄까, 학교에서 배우는 마법 주문의 성질을 띠고 있기보다는, …… 고개를 애매하게 기울였다가, 한쪽 눈썹만 슬쩍 치켰다. 또
영원인가? 마음에 안 드는걸~)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순간 루돌프의 머리 속으로 어떠한 장면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거친 물 소리와 함께 시야를 가득 채운 물, 물, 물.
몸을 움직이려 하나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습니다.
일렁이는 시야 너머로 놀란 표정의 아이린이 보입니다.
손을 뻗어보려 하지만 순식간에 몸이 뒤로 넘어갑니다.
답답한 느낌에 헉, 하고 숨을 들이쉬면 다시 방 안에 있습니다.
조금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SAN C (1/1d3)
루돌프 P. 펜더가스트: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루돌프 P. 펜더가스트:(뭔가 본 것 같은데, …… 다시금 한쪽 눈썹만 어중간하게 치켰다가 이내 인상을 풀었다. 서랍장 안에는 나비와 관련된, …… 흠, …… 목걸이? 도 있을까?)
아이린이 당신에게 선물했던 목걸이도 들어 있습니다.
이건 당신이 귀걸이 장식으로 바꿔서 착용하고 다녔을 텐데 말이죠……
루돌프 P. 펜더가스트:(어련히 똑같은 거겠지~ 하고 지레짐작하며 넘기고서는 흔쾌히 집어들어 제 눈 앞의 열네 살 아이린에게 쏙 걸어 두었다.) 이 목걸이 본 적 있어~?
(똑같은 거? 같은 디자인의 다른 물건.)
아이린 E. 테라코르:음? 아니. 하지만 나비 장식이라 마음에 드는구나. (장식 매만졌다.) 이건 네가 나에게 선물해준 거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니~ 조금 달라. 네가 나한테 선물해 준 거거든. 선물받았을 때가 2년 전이니까~ (뻥) 지금의 린-이 모르는 게 당연한가?
네 마음에 들면 이번엔 내가 너한테 주는 걸로 하자. (어차피 본인이 받은 것, …… 받을 예정인 것? 아무튼, 소유주는 이쪽이므로 제멋대로 한다고 해서 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린 E. 테라코르:열일곱 살에 받았다는 거지? 지금의 루가 나에게 이 목걸이를 선물해줘서, 내가 기억하고 있다가 열일곱에 선물해주게 되는 거려나. (타임 패러독스에 빠진다) 시간여행이라는 거 생각보다도 더 헷갈리는 거구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무래도~? 나도 타임 터너 같은 건 써 본 적 없고. (애초에 그 범주의 일도 아닌 것 같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린-은 똑똑하고 총명하고 완벽한 래번클로니까 돌아갈 즈음에는 모든 걸 이해하고 있지 않으려나. (자연스레 서재로 걸음을 옮겨 갔다.)
아이린 E. 테라코르:맞아, 나는 똑똑하니까. 이 목걸이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갖고 있을게. (당신 종종 따라가다가) 근데 내가 네게 선물해준 건데, 이 목걸이가 왜 나의 집에 있는 거니? (아마 당신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그것까지 짐작할 순 없었으므로.)
철컥, 철컥, 어라? 서재의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글쎄? 비슷하게 생긴 다른 목걸이일 수도 있고, 린-의 말대로 타임 패러독스라는 건 복잡하니까~ 모종의 사정으로 원래 내 것이어야 했을 게 도로 네게 돌아온 걸지도 몰라. 그러니까, 어느 쪽이든 간에 내가 네게 주면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도로 네 것이 되는 셈이니까. (크게 달라질 것도 없지 않나, 이러면. 시답잖은 생각을 하다가 문고리를 두어 번 더 돌려 봤다.) 린- 그거 쓸 줄 알아? 알, …… 알로, …… 아무튼 그거. (알로호모라를 말하고 싶었음.)
아이린 E. 테라코르:…… 정말 복잡하네, 시간여행이란 건. (두 번째 말함)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로에 빠져드는 기분이야. 내가 다시 원래 시간대로 돌아가서 루돌프에게 목걸이를 주면 이번에는 잃어버리거나 하지 않도록 잘 간직하고 있으렴. 나도 어느 정도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싸우지 않을 수도 있지 않으려나?
알로호모라 말하는 거지? (찰떡처럼 알아듣고 제 옷을 이리저리 뒤져본다.) …… 지팡이가 없구나.
루돌프 P. 펜더가스트:좋아, 난 열일곱 살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말해봐야 설정 상 2년이지만, 실제로는 십 몇 년이 지났다.) 한 번도 그 나비 목걸이는 (이제 귀걸이지만.) 잃어버린 적이 없거든, …… (그러고 보니 자신의 귀에는 잘 달려 있나 그거?)
그럼 어쩔 수 없나~ 왕자님의 정통파 마법을 보여줄게.
열쇠공
기준치: |
1/0/0 |
굴림: |
98 |
판정결과: |
대실패 |
(와 택도 없네)
(문고리 빼고 자연스럽게 옆 협탁에 올려둠) 문이 나랑 상성이 좀 안 좋아.
택도 없는 건 물론이고 귀걸이도 안 달려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진짜? 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짓말쟁이 된 기분인걸)
아이린 E. 테라코르:왕자님의 정통파 마법은 문고리를 작살내는 방식이구나……. (잘못된 지식 학습)
집을 돌아본 뒤에 문득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시간이 꽤 늦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런 셈이지. (잘못되었다.)
착한 어린이인 린-은 보통 몇 시에 잠자리에 드는 편이야?
아이린 E. 테라코르:그때마다 다른데…… 보통은 열 시? 많이 자면 그만큼 많은 꿈을 꿀 수 있거든.
(시간? 시각.)
9시 반 정도 되었네요. 잘 준비를 하고 누우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렇다면 마─침 딱 잠들기 좋을 시간이네. 갈까? 자고 일어나면~ 시간여행 같은 건 없던 일이 되어 있는 채로 감쪽같이 호그와트로 돌아가 있을 수도 있는 거고.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려나? 아직 미래의 일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는데, 벌써 돌아가게 되면 아쉬울 것 같기도 하구나.
루, 머리 잘 만지니? (대충 땋은 머리 풀어달라는 듯 고개 살짝 기울여본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미래의 일을 너무 혼자만 알고 있어도 재미없을걸~ 원래 그때그때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리는 맛이 있는 법이잖아.
그럼, 왕자님은 못하는 게 없다고. (뻔뻔한 소리나 하며 당신의 머리를 엉키지 않도록 천천히 풀어 내렸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응, 확실히 손길이 능숙하구나. 하긴 지금의 너도 머리를 많이 길렀었지. (계속 땋고 있었기 때문인지 머리를 다 풀자 직모였던 백색 머리칼에 굽슬굽슬한 웨이브가 졌다.) 어디서 잘 거니, 루는?
루돌프 P. 펜더가스트:글쎄~ 그건 일단 공주님을 침대로 안내드린 뒤에 정할까. 지금의 나는 린-에 비해 조금 더 어른이니까 (사실 많이 더 어른이지만.) 잠드는 것까지는 지켜볼 생각이었거든.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면 나는 이 방에서 잘래. (두 번째로 들어갔던 방을 가리켰다.) 맨 먼저 간 방의 침대가 조금 더 커 보였거든. 자다가 침대 밖으로 네 발목이 빠져나오기라도 하면 불편할 거 아니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랬나? (그랬나? 정말로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 모른다.) 그럼 적당히 돌아누워서 자면 되지~ 공주님은 걱정이 많구나. (행여나 이번에도 문고리를 망가트리는 일이 없게끔 손끝에 약간의 주의를 실어 이번엔 제대로 두 번째 방을 열어 당신을 침대에 앉혔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도, 원래는 열아홉의 내가 열아홉의 너를 이 집에 초대한 거였다며. 미래의 나였어도 손님이 불편한 데에서 자게 두지는 않았을 것 같아. 손님으로 초대할 정도면 꽤 친한 사이였을 것 같으니까. 루는 우리가 싸웠다고 했었지만, 그래도. (침대에 얌전히 앉아서 머리칼을 엉키지 않게 몇 번 잘 빗어내리곤 이불 안으로 꾸물거리며 들어갔다.) 루는 익숙지 않은 장소에서도 잘 자는 편이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랬지~ (음, 그러려나. 미래의 린-과 나라면 아마 한 침대를 쓰지 않았을까 싶지만, …… 따위의 실없는 말을 하려다 드물게도 얌전히 입을 다물고 당신의 이야기에 수긍했다. 그야, 서로 싸운 열아홉 살이 멀쩡한 침대 방 두 개를 놔두고 한 침대를 쓴다는 건 설정값에 안 맞으니까. 저가 오늘 하루 쌓아올린 거짓말의 대신이라 하기엔 무엇하지만, 이불 안으로 꾸물꾸물 잘 들어간 당신의 머리끝을 손끝으로 가벼이 쓰다듬었다.) 자고 싶어지면~? 원래 동화 속 왕자님들은 성 밖을 자주 나와서 쏘다니잖아, 나도 그런 왕자들 중 하나인 거지.
아이린 E. 테라코르:(이불을 가슴 즈음까지만 끌어올리곤, 양 팔을 이불 위로 올려두었다. 졸음기가 서서히 묻어나오는 눈으로 침대에 누워있자니 더욱 그 나잇대마냥 무해하고 순수해 보였다. 곁의 루돌프 쪽으로 돌아누워서 당신의 손등을 손가락 끝으로 간지럽혔다.) 그럼 호그와트에서도 통금 어기고 몰래 다녀본 적 있어? 지금은, 밤 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니지?
루돌프 P. 펜더가스트:(당신의 손끝에 시선을 적당히 고정해 두고선, 간지럽혀지지 않는 쪽 손으로 반쯤 턱을 괴었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잘 기억이 안 나는걸. (불리한 대답은 대충 얼버무리기 전략.) 오늘은 공주님이 자는 것만 보고 들어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돼, 나도 꽤 멀리까지 와서 그런지 막 잠이 오려는 참이거든~
아이린 E. 테라코르:고작 5년 전 일인데 기억 안 나는 척이니? (괜히 눈 흘기는 시늉 한다.) 오늘은 의외의 일로 가득한 하루였어. 미래의 너를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상상치도 못했는데, 너와 내가 싸우게 될 줄도 몰랐고 말이지. 나는 앞날을 미리 경험해보게 되어서 재밌긴 했지만, 루는 열아홉의 나랑 여행을 온 거니까…… 자고 일어나면, 원래대로 열아홉의 내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네.
루돌프 P. 펜더가스트:5년이면 꽤 길다구~ 린-은 열 살이 되기 전에 뭘 했는지 전부 기억나? (반박이랍시고.) 응? 나도 즐거웠어~ 확실히, 내가 만나러 온 건 지금의 네가 아니라 미래의 너이긴 했지만, 어쨌든 간에 그게 린-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열아홉의 린-을 만나는 것보다 지금의 린-을 만나는 게 나한테는 더 특별한 일일지도 모르고. (물론, 이쪽은 열아홉의 당신을 실제로 만나 본 적조차 없지만서도.)
굿나잇 키스, 필요해? (필요없다고 해도 할 거지만)
아이린 E. 테라코르:음…… (예상 외의 반박에 약간 더듬었지만 안 그런 척 뻔뻔하게 대답한다) 당연하지. 통금을 어길 만큼 스릴 넘치는 일이라면 다 기억하고 있는걸. 후후. 더 특별할지도 모르겠단 그 말, 열아홉의 내가 들었으면 괜히 토라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구나. 나라면 그 정도로 삐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앞일은 모르는 거라고들 하니까.
(이제 가물가물해지는 눈을 느리게 깜박이다가) 응……? 굿나잇 키스라는 것도 있니? (받아본 적 없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런가? 그럼 열아홉의 린- 앞에서는 이 말만 빼놓고 하면 되지 뭐, 우리끼리의 비밀이야. (약속해, 열아홉의 네게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하며 잘게 키득대다가 시트 위로 퍼진 당신의 머리카락을 한 손 가득 들어 끄트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나이를 허투루 먹은 건 아닌 모양인지, 제법 그럴싸한 정중함을 갖춘 태.) 잘 자, 공주님. 좋은 꿈 꾸고.
아이린 E. 테라코르:열아홉 즈음에는 잊어버릴 수 있도록 힘내 볼게. 나는 워낙 똑똑해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옅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답하며, 머리칼 끝에 입맞추는 이의 모습을 시야 가득이 담는다.) 왕자님도 잘 자. 좋은 꿈 꾸렴.
(이내 눈 감긴다. 숨소리가 점차로 느려졌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당신이 잠드는 모습을 가만 구경하다가 느즈막히 일어섰다. 그럼, 이쪽도 이만 하루를 마무리할 겸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까, …… 그러니까, 다른 침대가 있던 방으로 갑니다.)
생각보다 몸이 많이 피로한 느낌입니다. 당신도 이만 잠에 들까요?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이만 눈을 감고 잠에 들어봅니다~ 오늘 하루도 제법 길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잠이 살짝 깼는지, 무척 비몽사몽합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
관찰력
기준치: |
50/25/10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혼몽한 시야 사이로, 열린 문 너머로 아이린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당신이 뭔가 깊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다시 잠의 물결이 밀려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못 들을 때가 되긴 했어.)
희미한 시야 너머로 아이린이 입술을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바닷물이 일렁이는 해변 위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어째서인지 사무치도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손을 뻗으면 아이린이 천천히 입을 엽니다.
그 순간, 거대한 파도가 아이린을 잡아먹듯 집어삼킵니다.
미처 구할 새도 없이 다급한 숨을 짧게 들이쉬면─
그 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가며 루돌프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생생한 꿈에 저도 모르는 새 식은땀이 흘렀나 봅니다.
꿈은 단지 꿈일 뿐일 텐데……. 어쩐지, 불안합니다.
원래라면 해가 떠야 할 시간이지만 어두컴컴합니다.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이 거센 바람도 부는 것 같습니다.
루돌프가 잠들었던 방문이 열린 채로, 바깥은 고요합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오늘은 날씨가 영 좋지 않네~ (느리게 기지개 한 변 켜 주고, …… 문은 왜 열려 있었지? 아, 어제, …… 눈살만 가볍게 찌푸렸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어린 린-이 잠들었던 방으로 향했다. 돌아갔으려나? 아니면.)
루돌프는 아이린이 잠들었던 방으로 들어갑니다.
당신이 알던 원래 나잇대의 아이린으로 돌아왔을까요? 아니면 어제 모습 그대로 잠들어 있을까요.
하지만 그 모든 추측이 보기좋게 빗겨나갑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이린이 잠들어 있던 자리는 어딘지 모르게 서툴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오호, ……) 이건 예상 못 했는걸.
(서툴게 정리된 침대 도로 반듯하게 정리해 뒀다.)
구석에 올려진 아이린의 [가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이건 나와 동갑인 아이린의 가방인가? 잘 정리한 침대에 걸터앉아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나 구경이나 해 보기로 했다.)
어제 보았던 보온병과 수첩, 시계가 들어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가방 제일 안쪽에 어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주머니가 보입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주머니도 자연스럽게 열어 봅니다. 제 것인 마냥, ……)
주머니의 지퍼를 열어보면 그 안에는 작은 열쇠가 있습니다.
아~ 그러니까 이게, ……
서재 열쇠다. (늦었지만)
(진짜 늦었지만 이걸 고이 가방 안 깊은 곳에 모셔둔 자신과 동갑인 아이린의 정성을 봐서 열쇠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서재로 갑니다. 혹시 또 모르잖아요? 여긴 마법사의 집이니까 서재 문이 간밤에 어떤 수상한 마법적인 힘으로 인해 간단히 고쳐졌을 수도 있는 거고, …… 어? 저가 모르는 집요정이 홀연히 다녀가서는 고쳐 줬을지도 모를 일이고, ……)
문손잡이는... 여전히 떨어져나간 채로 근처에 놓여 있습니다.
마법적인 힘으로 인해 열쇠 없이도 문이 열린 것 같습니다 (굿)
루돌프 P. 펜더가스트:역시 마법은 신기하네~ (본인은 마법사였던 적 없는 것처럼 혼잣말이나 하며 서재 안으로 태연히 들어갑니다. 열쇠도 문손잡이 옆에 잘 놓고.)
서재의 문은 아주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밀려 열립니다.
수많은 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기장처럼 보이는 [노트]입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타인의 일기를 읽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일단 설렁설렁 넘겨나 봅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아이린이라면 분명 일기에 자신의 이야기도 써 두었을 거고, ……)
루의 생일까지 앞으로 3일. 올해에는 새 옷을 선물해줄 생각이다. 하루종일 패션 잡지를 뒤진 것 같다. 잘 어울리는 옷을 사주고 싶은데…
12월 23일
몇 시간이나 옷가게를 돌아다니며 어울릴 만한 선물을 골랐다. 내가 사주고 싶은 건 무늬 없는 단색의 깔끔한 옷이었지만, 생일선물이니 루의 취향대로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형광색 자켓을 골랐다. 마음에 들어해줄까?
12월 24일
생일 당일에는 같이 겨울바다를 구경하기로 했다. 전날 저녁에 바비큐 재료를 같이 준비했다. 생일까지 D-1.
1월 3일
…… 루가 세상을 떠난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나는 도저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아직도 이 별장에는, 내 기억에는 네가 한가득인데… 루돌프가 입고 있던 옷은 내 마지막 선물이 되었고, 함께 했던 여행은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내가, 내가 이곳으로 여행을 오자고 하지만 않았더라면... 전부 내 잘못이야. 미안해. 미안해. (글씨가 심히 이지러져 있다.)
그런 내 앞에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 찾아왔다. 그가 내게 루돌프를 살리고 싶지 않냐고 물어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쫓아냈지만, 그는 루돌프를 삼켰던 그 거대한 파도를 내 눈앞에서 다시 불러내었다.
신 같은 거, 존재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1월 7일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 기억에서 루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다시 살려낼 수만 있다면.
아마 이건 지금의 ‘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일기.
맑은 날씨, 무릎까지 오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아이린을 바라보던 루돌프.
그런 루돌프를 향해 옅게 미소짓고 있는 아이린.
그리고, 순식간에 루돌프를 덮친 거대한 파도까지. SAN C (1/1d4)
루돌프 P. 펜더가스트:
SAN Roll
기준치: |
68/34/13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3
(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나약한걸.)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음,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정리하는 건 적성에 안 맞는데, 하고 가볍게 미간을 좁혔다가 천천히 한 줄 한 줄 다시 읽어내렸다.) 나는 내 생일에 죽은 것 같고, …… 린-이 신 비슷한 누군가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나를 살린 거구나. 그 대가는 기억 속에서 나를 지우는 거였고, ……
그러니까 나는 살아서 공주님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라? 내 마음 속의 공주님만큼은 영원할 것이다, 뭐 그런 얘기? (저가 입 밖으로 내뱉어 놓고도 와~ 정말 하─나도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이네 이거~ 하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노트를 잘 덮어 뒀다.) 우리 공주님은 제멋대로네~ 늘 그랬지만.
(지금의 '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일기? 이게 말도 없이 도망쳤을 때와 무엇이 다른가? 앞머리를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대강 정돈하고는 - 왕자의 사전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이지, 일본에서도 그렇고 이 공주님은 늘 제게 간단히 예외를 만들어 버리곤 했다. - 집 밖으로 나섰다. 안에 없다면, 밖에는 있으리라.)
일기장을 다 읽은 후 내려두려 하면, 일기장 사이에서 작은 편지지가 하나 떨어집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편지지도 대강 펼쳐봅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 이제 작별 인사도 혼자만 하시겠다. 공주님다운 일이네, 이게 벌써 몇 번째더라, …… 올렸던 눈썹이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않는 걸 내버려둔 채 우산, …… 그런 건 마음에 쓸어내릴 것들이 없는 사람들이나 쓰는 거니 넘기고, …… 아무튼 바깥으로 나섭니다.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다 보면 보이겠지요, 늦지 않았다면. 푸른 들판 어딘가의 테라스라든가, 길 끝의 바다라든가 하는 곳에서. 그것이 저가 기억하는 저와 동갑인 당신인지 아닐런지는, 솔직히 자신 없지만, 자신 없는 일도 자신 있는 척 행할 수 있어야 왕자니까요.)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까무룩 잠들었던 파빌리온에도, 함께 누워 꽃잎을 만지고 사진을 찍던 언덕가에도 아이린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제 방의 수납장에서 보았던 주문이 적힌 쪽지가 떠오릅니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 그 어린 린-이 읽어줬던 거.)
(거기까지 가셨겠다? 그렇다면 이쪽도 바다로 쭉 나아가 봅니다.)
비바람에 온통 젖어가며 도착한 바다는 거센 비바람과 파도 소리만이 한없이 들려올 뿐입니다.
가장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의 어린 아이린이 해변에 발을 담그고 서서 루돌프를 바라보며 해사하게 웃습니다.
들판에서 깨어나던 순간부터 계속, 계속 꾸었던 꿈.
그때 네가 웃는 모습이 어째서 그렇게 안타까웠을까.
그건 아마도 아이린 당신이 정한 마지막 웃음이어서였겠지.
꼭 꿈에서 사는 것처럼 신비스레 굴었던 1학년의 그때처럼요.
그런 루돌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린은 루돌프를 바라보며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 입을 엽니다.
넌 누구니?
루돌프 P. 펜더가스트:(느린 숨을 뱉었다가, 깜박. 그래, 이번엔 열한 살인가, 뒤로 가도 너무 뒤로 가지 않았나, …… 짤막한 탄성을 뱉으며 저도 따라 발목께가 잠길 정도까지만 들어가 당신과 시선을 맞추고자 몸을 굽혔다.) 글쎄, …… 쉽게 답을 알려주는 건 흥미롭지 않으니까, 네가 맞춰보지 않겠어?
아이린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질라 치면 거친 파도가 그 앞으로 더 다가가는 것을 막아섭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고개 기울인다.) 질문을 한 사람은 나인걸. 하지만, 이상하구나…… 분명 처음 본 사람인데,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아린 걸까? 나비를 볼 때보다도 더 심장이 빠르게 뛰고, 애틋하고, 기쁘면서 슬프기도 해.
어쩌면 이 감정은…… 소중함인 걸까?
루돌프 P. 펜더가스트:…… 그럴지도 모르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네가 나에 대한 감정의 잔재를 요만큼이나마 가지고 있어서 기뻐? 그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 이름은 루돌프야, 그리고 난 널 알고 있지. 맞춰 볼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잖아. 음, 이건 너무 상투적인 자기소개고.
친애하는 공주님께서 나를 소중하게 여겨 주신다니 영광인걸, …… 흐음, 이것도 애매한데.)
실례지만, 이름을 모르는 당신,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 오늘은 썩 날이 좋지 않아서, 산책을 즐기기에 완벽한 날은 아닌 것 같거든.
아이린 E. 테라코르:나는 아이린, 아이린이라고 해. (제 가슴팍에 한 손 올리며 말하는 양이 퍽 천진하다.) 내가 왜 여기에 있냐면…… 나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내 시간을 주었거든. 마지막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해내려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대. 그래서 이곳에 왔어.
내가 살리려는 사람은 바로 너인 것 같아. 그렇지?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었거든.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래? 네 눈엔 내가 네 모든 걸 바쳐서 되살릴 만한 사람으로 보이는구나, 그건 정말이지, …… (
기쁜걸, 따위의 말이 이어졌다면 좋았겠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렇게까지 마음에도 없지만 입에만 발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므로 넘어가고.) …… 음. 그래, 정황 상 그런 것 같아. 내가 네게 어디까지 중요한 사람이었는가에 관해서 나는 확신할 수 없게 되었지만, 적어도 이 상황에서 '한 번 죽었다 살아날' 만한 사람은 나뿐인 것 같네. (한쪽 무릎을 완전히 백사장 위로 대고서는 당신을 올려다 보며 느리게 말을 이었다.) 부조리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느껴지진 않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
아이린 E. 테라코르:왜냐면, 난 누군갈 위해 그런 결정을 쉽게 내리지 않을 거거든. 나는 나비를 찾아 노는 게 제일 즐겁고, 숲 속에서 열매를 찾거나 동물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데 매일 시간을 쏟았었는데……. (제자리에서 작은 발걸음으로 빙글 원을 그리며 걸었다. 제 일임에도 두려움이나 꺼려짐 따윈 없단 듯 시종일관 꿈꾸는 듯한 목소리다.) 그 모든 일보다도 너와 어울리는 게 가장 즐거웠을 테니까, 잃고 싶지 않아 내린 선택인 게 아니겠니?
그래도 지금 막 궁금한 게 떠오르는구나. 너에게도 나는 소중한 사람이었을까?
루돌프 P. 펜더가스트:맞아, 너는 섣불리 남의 뜻에 휩쓸리지 않을 만큼 현명한 사람이지. 하지만 말이야, …… (열일곱의 너도 그러했던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의 너는 열한 살의 너니까, 이런 말을 해 봤자 아마 안 먹히겠지. 입장을 바꿔서, 자신이 열한 살이 되어 어른이 된 당신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해도 고집을 굽힐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도, 너도, 그런 사람이니까.)
질문을 조금 바꿔야겠는데, 그거. 소중한 사람이었지, 그리고 지금도 그래. 그러니까, 소중한 사람이었을까? 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일까? 쪽이 조금 더 맞는 질문이겠는걸.
아이린 E. 테라코르:정말? 기쁘구나. (선선히 미소한다.) 나는, 지금껏 나에게 소중하다 말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나비와 동물들은 내게 다가와주지만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마음이 보답받지 못해도 괜찮아. 내가 원하는 만큼 좋아하면 된 거니까. 그래도, 네가 지금도 나를 소중하다 여겨준다면…… 내가 의미없는 일을 하지는 않았구나 싶어져. (사랑을 받아본 적도 해본 적도 없는 이에게 그저 어렴풋이 내려진 감정의 잔재. 이제야 막 그 감정을 알아차렸으므로, 잃었을 때 얼마나 아픈지도 모를 테지.)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는 금방이라도 아이린을 집어삼킬 것 처럼 무섭게 일렁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표정은 아련할 정도로 평온합니다.
바다에 시선을 한참 두던 아이린은 천진한 목소리로 루돌프에게 말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나는 이제 바다로 갈 거야. 약속했어. 이렇게 해야 네가 돌아갈 수 있다고.
루돌프 P. 펜더가스트:…… 내가 네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 기쁜걸. (당신이 저를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면 '기쁘다'고 중얼대는 목소리에 일말의 환희도 느껴지지 않았음을 금세 알았겠으나, 무어, 이번만큼은 당신이 저를 모르는 상태의 당신이라 다행이라 해야 할지, 참. 그럼에도 당신이 선선히 미소해 오는 양에 저도 따라 마주 웃어 보였다. 그다지 웃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도 웃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어,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나는 너와 같은 열한 살이 아니니까, ……)
같이 가도 돼? (안 된다고 해도 갈 거지만. 물론, 일본에서의 일이 반복되는 것은 기적에 가깝고, 자신의 선택이 당신의 선택을 무용하게 만드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쯤 알고 있음에도, 애당초 그런 상식적인 논리로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를 설득할 수 없다. 자신은 늘 제 마음이 가는 대로, 아무런 근거조차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었으므로. 당신에게 당신만의 정의가 있어 왔듯이.)
아이린 E. 테라코르:의미있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 하지 않았을 테니까. (바다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 옮긴다. 불순물 하나 끼지 않은 맑은 보라색 눈이 눈 앞의 이를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웃고 있지만, 정말 웃고 싶어 지은 표정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내가, 이 선택을 하지 않는 게 좋았을까?
그러면 너는 돌아갈 수 없게 되는데도?
루돌프 P. 펜더가스트:네 선택을 감히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 으음, 아마도. 하지만 네 선택은 네가 원해서 한 거니까, 별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유의미하게 신경 쓰지는 않아도 좋아. 나도 내 멋대로 했을 테니까, 네 상황이었더라면. (퍽 잘게 키득거렸다. 이번엔 그러니까, 정말로 '아이린의 몸에 들어간 루돌프' 따위의 시답잖은 상상을 해 보고 웃은 것이기 때문에 진짜로.) 으음─ 그치만 역시 너랑 같이 가고 싶은걸. 혼자 들어가는 건 꽤 외로울걸, 내가 해 봐서 알아. (그 때는 둘이었지만.)
아이린 E. 테라코르:만약 너였다면 나와 같은 선택을 했을까? 자꾸만 눈에 밟히고, 기억에서 맴돌고, 심장이 반응하는 존재를 그냥 두고 떠난다는 거, 나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구나. (미래의 시간이, 안개처럼 희미해진 기억의 잔재가 자신에게 그리 속삭이고 있었다.) 같이 간다고 해서 한 번 준 시간을 다시 돌려줄 수는 없어. 더 이상 같이 지내면 안 된댔는걸. 내 시간은 모두, 네 것이 되었으니까…….
결국 아이린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내어줌으로써 루돌프의 멈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해준 것입니다.
마지막의 아이린에게 남은 것은 자신도 모르는 먼 미래의 애틋한 사람뿐.
어느새 두 사람의 추억이 담겨있던 주변의 배경은 모두 무너져 내리고,
아이린 E. 테라코르:외롭더라도 괜찮아. 난 항상 혼자였는걸.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붙잡고 가벼이 발장구를 친다.) 바닷물이 시원해. 발에 닿는 모래의 감각이 간지러워. 바다 너머에도 나비가 있을까? 알고 싶어졌어.
그렇지만 너까지 이걸 알 필욘 없어.
그러니, 안녕.
아이린이 치맛자락을 잡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이대로 아이린을 놓치면 루돌프는 아이린을 영영 보지 못하겠죠.
하지만 아이린을 잡는다면 여태까지 아이린이 루돌프를 살리기 위해 희생한 것들이 모두 의미 없는 것들이 될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아이린을 보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래? 의외네, …… 내가 아는 너는 늘 혼자가 아니었거든. (내가 같이 있었으니까, 하는 말은 구태여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당신이 알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 뭐 모르면 어떤가? 알게 될 텐데.)
(네 선택을 의미 없는 일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면 그건 미래의 내가 네게 직접 사과할 일이지, 내가 책임질 사안은 아니다. 게다가, 나는 너한테 받아야 할 사과가 남아있으니까, 결과적으로 이건 동등한 선택이야. 무릎을 펴다가 가볍게 휘청이는 몸에 중심을 잡고는, 당신을 따라가 봅니다. 한 번이 어려웠지, 두 번은 어렵지 않거든. 이건 그러니까, 네가 나를 잘못 길들인 거야. 아무래도 '신비한 동물 돌보기' 같은 거에는 영 재능 없었던 모양이지, 받아들여.)
무릎을 펴고, 중심을 잡고, 아이린을 따라갑니다.
가는 길 앞에 파도가 얼마나 몰아쳐도 상관 없습니다.
아이린도 당신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을 했으니, 당신 또한 동등하게 구는 것뿐이에요.
어느 이름 모를 신이 써내려간 이야기대로 미래가 정해지게 둘 리 없습니다.
그렇게 마음먹자 거센 파도가 잠잠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천천히 내딛다가 점점 빠르게 아이린에게 달려갑니다.
참방, 참방, 물에 튀기는 발소리가 점점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고,
아이린을 쳐다보면 어째서인지 평온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놀란 눈으로 루돌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이린과 시선이 점점 맞추어진다는 기분이 듭니다.
…보랏빛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아마도,
이윽고 아이린만큼 작아진 두 팔을 뻗어 아이린을 꽉 끌어안으면 거대한 파도가 두 사람을 덮칩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이 기분도 이젠 적응이 될 것 같네요.
이윽고 정신을 차리면, 잔잔하게 찰랑이는 바닷물이 발목을 시원하게 적십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루……! (여러 감정이 혼재된 눈을 깜박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당신을 와락 끌어안는다.) 이 바보야.
기적처럼 돌아온 현재의, 자신과 같은 시간을 걸어가는 나의 아이린.
루돌프 P. 펜더가스트:? ('바보'라는 칭호에 부합하듯 퍽 멍청한 낯짝으로 눈만 깜박이다가, 당신을 느리게 마주 안았다.) 그거, 내가 들어야 할 소리 맞아~?
아이린 E. 테라코르:…… (당신의 품에 고개 꾹 묻은 채로 한참 침묵한 끝에야, 여리게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미안해. 또, 내 멋대로 선택해 버려서.
역시 이번에도 이해는 받을 수 없는 거지?
루돌프 P. 펜더가스트:역시 동갑인 린-이야, 나를 잘 알고 있네. (살짝 몸을 수그려 당신의 목덜미에 고개를 반쯤 묻었다.) 이해는 할 수 없어도, …… 난 꽤나 관대한 왕자니까, 모른 척 넘어가 줄 순 있어. 그렇게 할까?
아이린 E. 테라코르:…… 응. (다신 놓지 않겠다는 듯 끌어안은 두 팔이 단단했다.) 이별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너를 잃으면 나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나 봐. 그래도 네가 나를 잃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버렸어. 미안해……. 일본 여행 때와 같은 일을 되풀이해서.
이제는 떠나지 말아줘, 응? (그건 그 누구도 제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일이건만, 알면서도 무리한 부탁을 한다.)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럼~ 내가 언제 너를 두고 갔다고 그래. (남겨지는 게 내 쪽이었다면 모를까, …… 같은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야, 자신의 입장에서는 제가 먼저 한 번 죽었던 현실 같은 건 없던 기억이기 때문에.)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너는 한 번도 날 두고 가려 한 적 없었지. (그날도 갑작스런 파도가 너를 삼켰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를 향한 자책과 죄책감이 너무 커서 제대로 된 판단이 안 됐었나 봐. 그러니 이번에도 또 그렇게 엇나가지 않게 네가 붙잡아주렴.
(한참 당신의 따스한 온기 느끼고서야 진정한 듯 고개 들어 시선 마주한다.) 오랜만에 어릴 때의 나를 만난 소감은 어땠니? 참고로, 난 다 기억하고 있단다. 시간여행 같은 게 아니라 그저 어려졌을 뿐이었거든.
루돌프 P. 펜더가스트:(습관적으로 시선을 마주했다가, 이어지는 말엔 한쪽 눈썹만 비스듬히 치켰다.) …… 그래? 잘 모르겠는걸~ 그 날 아침에 일어나기 전까지는 잘 기억이 안 나서. (비기: 얼버무리기)
아이린 E. 테라코르:하나도 기억 안 나니? 정말? (눈 빠아안히 봄) (주:드문 일)
루돌프 P. 펜더가스트:정말. (눈 빠아안히 마주하며 씩 웃어 보였다.) 기억 안 나는 편이 네게도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야~?
아이린 E. 테라코르:…… 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어지긴 하지만. 그럼 나만 기억해 둬야겠구나. (먼저 시선 슥 떨궜다. 언제나 눈싸움에서는 이겨본 적이 없으므로 이번에도 같은 결과다.)
루는 잘생겨서 30대에도 열아홉 같으니까, 괜찮아. (?)
루돌프 P. 펜더가스트:(그리고 이번에도 승리했다.) 그래~? 내 기억 상 린-은 열아홉의 나를 직접 만나 본 적이 없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
겉보기에만 그랬다구…… (소심해짐)
루돌프 P. 펜더가스트:(아) 농담이야~ 우리 제멋대로 공주님이 언제 이렇게 소극적인 사람이 다 됐담, ……
아이린 E. 테라코르:몰라……. 그때 얘기 꺼내면 내가 질 수밖에 없단 거 알잖니. (전적이 있는 자)
아무튼, 돌아가자꾸나. 이번에는 내가 제대로 마을을 소개시켜줄게. 브런치가 맛있는 카페가 있거든.
루돌프 P. 펜더가스트:음~ 그건 듣던 중 좋은 말이네. 마침 배가 엄─청나게 고프던 참이었거든~ 바다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더 그러더라. (그야 보통은 바다에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으니까.)
아이린 E. 테라코르:바닷속에서 뛰면 더 힘이 많이 들어가지. (그리곤 당신의 손 빠아안히 내려다본다. 시선으로 말한다…… 손잡아줘.)
루돌프 P. 펜더가스트:(직접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한 번 하려다가, …… 슬슬 장난은 이쯤 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 다행히 정도라는 걸 조금은 아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며 마주 손을 잡았다.) 그럼, 공주님께 안내 부탁할까~?
아이린 E. 테라코르:(안심하며 깍지를 낀다. 놀랄 만큼 빠르게 안정되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미소짓는다.) 헤매지 않는 능숙한 도슨트가 될 테니까. 가자, 루.
잔잔한 파도 소리가 두 사람을 반겨주는 것 같습니다.
해수면으로 복수초 한 송이가 춤추듯 흘러갑니다.
다시 돌려받은 두 사람의 시간은 다시금 행복하게 흘러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