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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4~230701] 에르드&루시안 - 청춘편집부 여름호 1면

플레이타임 : 약 4시간 반

 

 
청춘편집부 여름호 1면
 
KPC: 루시안 발렌주엘라
 
PC: 에르드
 
2023. 06. 04
 
W. 세계
 
-
 
-\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바람이 느껴지는
 
오후 1시 30분의 자칭 문예부 공간.
 
얼마 있지도 않은 부원들은
 
대부분 실바 박사님께 칭찬을 받으려고 하거나,
 
미래를 위한 내용을 채워넣으려 온 사람들입니다.
 
그 얼마 안 되는 애들도 점심을 먹은 식곤증 때문에
 
거의 엎어져있다시피해서
 
오늘 열린 이번 계절지의 내용에 관한 회의는
 
부장의 독단이나 다름없습니다.
 
다들 할 일이 귀찮다는 점에
 
늘어져있는 시체가 되어있을 때,
 
부장은 입을 뗐습니다.
 
부장:"루시안 어때?"
 
부원1:"뭐야? 갠 문예부엔 관심도 없을껄?"
 
신입부원 모집 이야기로 잘못 알아들은 애가 거듭니다.
 
에르드:갑자기 걔 이름은 왜?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녕이나 파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부원2:"걔 인기 많으니깐 그러는 거 아냐?"
 
부원3:"걔 인기 많으니깐 좋기야 하겠지만 성격이 그래서…. 우리를 도와줄까?"
 
부장은 이러한 태도들을 원치 않았는지
 
고개를 흔듭니다.
 
부장:"이번 계절호 표지, 루시안으로 하자!"
 
...
 
..
 
... 정적.
 
다들 무슨 말을 하지 못하고 굳습니다.
 
에르드:…… 싫다만?!! (정적 깨고 외친다)
 
부장:"싫어도 어쩔 수 없어. 이번 호는 루시안으로 가자!"
 
에르드:아니 그러니까 왜!?!!?!
 
부장:"루시안이 인기남이니까!"
 
에르드의 반기에도 부장은 꿋꿋하기만 합니다.
 
이때,
 
에르드의 시선이 흘끔 옆에 있는 서가로 향합니다.
 
이때까지 나온 자칭 문예부의 계절호지가 쫙 꽂혀 있습니다.
 
그것들 중 모델 표지가 있는 표지는
 
하나도 없습니다.
 
...
 
그 때까진 몰랐습니다…
 
당연히 모두가 반대할 줄 알았는데.
 
당연하게도 그럴 거라 믿었는데.
 
금손의 특권이라며 제비뽑기를 통해
 
맨 앞에 특집으로 실릴 글을
 
에르드, 당신이 쓰게 됐단 사실에
 
자기 일이 아니라고 등돌려버릴줄은.
 
에르드:왜 내가!?!! 야 이것들이 지들 일 아니라고 지금 상관없다 이거지? 처음부터 내가 쓰게 만들 작정으로 짜고친 거 아냐 이거? (길길이 뛴다)
 
... 길길이 날뛰어보지만
 
이미 부원들은 전부 상관 없단 태도를 보입니다.
 
.
 
.
 
.
 
부원4:"힘내~ 금손!"
 
부원2:"괜찮아, 괜찮아! 이런 것도 경험이지~"
 
부원5:"우리 문예부 인기도 없는데, 이런 걸로 홍보라도 하는 게 좋지 않겠어?"
 
...
 
... 복도에 가만히 서 있으니
 
자신에게 취재 노트(?)를 쥐어주며
 
등을 떠밀어준 모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쩌다 떠밀려온 루시안의 교실 앞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개인 활동 시간인걸요.
 
루시안도 자기가 원하는 곳을 찾아 갔겠죠…
 
애초에 루시안,
 
무슨 부였죠?
 
부가 있긴 한가요?
 
문예부가 아닌 건 확실합니다.
 
에르드:(남의 동아리에 관심 따윈 없다)
 
만약 문예부였다면….
 
아니 문예부인데 이때껏 얼굴을 안 비췄으면
 
그 무슨 괘씸한 놈이에요.
 
아무리 관심이 없다지만요.
 
이런 모임 시간에 맨날
 
탱자탱자 놀고있기만 했단 거 아니에요.
 
에르드:(사실 이쪽도 문예부 활동에 그닥 성실한 편은 아니긴 하다……)
 
... 그래요.
 
어느 쪽이든 성실하지 않지만,
 
현재 에르드, 당신은 취재를 위해 나왔는 걸요?
 
에르드:(한숨 푹푹 쉰다. 그러니까 왜 하필 이걸 내가 해야 하냐고? 사람이랑 어울리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말도 해보지 않은 애랑.)
(하지만 어쩔 도리는 없으니 찾아나서기라도 해야겠지. 지능 판정으로 루시안이 어떤 부였는지 떠올릴 수 있을까요)
 
한숨 푹푹 쉬며 교실 창문 너머를 뚫어져라 바라봤습니다.
 
복도로 시선을 돌린다해도
 
지나가는 모브들이
 
너 나 아니?
 
같은 눈빛으로 이상하게 보고 지나갈 뿐이니깐요.
 
그런 애들이 그렇듯,
 
에르드:뭘 봐이씨. (주먹 드는 시늉하며 험궂게 군다)
 
루시안은 쉬는시간에 볼 때가 있을 때마다
 
늘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편인지라
 
어디가 본래 자리인 지 알 수 없는 놈이에요.
 
에르드가 모브에게 괜한 화풀이를 해봤자,
 
허공과 싸우는 꼴 밖에 되지 않네요.
 
... 하지만 그 중에 루시안의 책상이 뭐인진 딱 알겠습니다.
 
선물이 수십 개 쌓여있는 책상은
 
내가 바로 루시안의 책상이다!
 
라고 뽐내는 것 같습니다.
 
루시안 발렌주엘라:뭐야?
 
아 -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본능적으로 머리를 스치는 경고음.
 
뒤를 천천히 돌아 볼 필요도 없습니다.
 
교실 유리창에 이미 루시안의 얼굴이 비치니깐요.
 
루시안 발렌주엘라:누구냐고. 그리고 난 그딴 거 귀찮거든…? 돌아가라.
 
에르드:하?!?
나도 이딴 거 하기 싫었거든??!!!!!! 그리고 아직 뭐 할지 말도 안 했어! (진짜 개 노답 왕재수자식이잖아? 첫인상이 완전 단단히 안 좋게 박혀버린다)
 
루시안 발렌주엘라:말 안 했다기엔.. 그쪽 수첩에 써있거든? 내 인터뷰라고. (얼굴만 보면.. 그냥 협박하러 온 거 같다만, ... ...)
 
에르드:…… 그건 또 어느 틈에 본 거야? 눈썰미 한 번 드럽게 좋네. (투덜댄다) 아, 어차피 오래 걸리지도 않는데 그냥 해줘. 말 몇마디 한다고 입술이 닳길 해, 뭘 해?
 
루시안 발렌주엘라:누가 가만히 있으니까 훤히 보이지. ... 내가 왜 해줘야 하는데? (썩 좋지 않다는 듯 상대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술이 닳지 않아도 내 시간이 닳아. 그리고 귀찮아.
 
에르드:(왜 이딴 애가 아카데미의 인기인인 거지?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된다) 아니, 부장이 문예부 이번 호 표지를 너로 하고 싶다잖냐. 나도 딱히 이런 짓을 하고 싶진 않아. 근데 하필 담당이 내가 된 걸 어떡하라고? 잠깐만 시간 내달라니까! (듣기만 하면 협박 같긴 했다)
 
루시안 발렌주엘라:(어쩔 수 없는 세상의 순리 그런 거 아니겠나, ... 는 저도 잘 모른다) ...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굳이 왜 하는데. ... 시간을 낸다고 해서 그쪽이 나에 대해 안 좋게 쓸지도 모르잖아? (협박 아닌 협박에 제 미간만 더 찌푸려졌다 푼다)
 
에르드:안 하면 계속 귀찮게 들들 볶아댈 게 뻔하니까 그러지. 아, 안 좋게 쓰진 않을 테니까. 저 가득한 선물 상자만 봐도 네가 얼마나 인기 많은지 뻔히 알겠는데, 나쁘게 썼다가 얻어맞기라도 할 일 있냐? (성질을 최대한 낮추고 설득해보려 애쓴다)
 
루시안은 이상한 얘기 할 게 아니라면
 
조금은 괜찮다고 하고,
 
나쁘게 쓸 거면 때려치우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관심이 많다보니
 
평판을 깎아내리려는 별 놈들이 다 있었다고요.
 
둘이서 이야기해도 관심이 그닥 안 들어오는
 
조용한 장소를 안다며
 
루시안은 에르드를 데리고 어디론가로 향합니다.
 
.
 
.
 
.
 
루시안이 에르드를 데리고 온 곳은
 
잔잔한 개울이 흐르는 기숙사 뒤뜰입니다.
 
혹시나 에르드가 여기가 왜 조용한 장소냐 묻는다면
 
루시안은 구석진 곳이라서 햇빛이 잘 안 들고,
 
딱히 있어봤자 재밌는 일 하나 없어서
 
딱히 관심을 안 주거든
 
가끔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유령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더라고.
 
난 별로 신경 안 쓰지만. 이라 말합니다.
 
어딘가에 있는 그늘진 바위에 걸터앉은 루시안이
 
바위의 평평하게 깎인 면 중 하나를 가르키며
 
이 쪽에 앉으라 말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할 시간입니다.
 
에르드:유령이라니, 웃기네. 요즘도 그런 거 믿는 애들이 있나? (콧방귀 뀌면서 수첩에 적힌 질문들을 슥슥 읽어내려간다.) 어- 좋아하는 음식. 최근에 간 카페, 근래에 가장 끔찍했던 급식이 뭐냐? (교과서 읽듯 달달 읽었다)
 
루시안 발렌주엘라:... 아마 그쪽 빼고는 대부분 다 믿을 걸? (달달 떠는 녀석도 없지 않았던 거 같은데, 하고 심드렁하게 말한 뒤에는 상대가 제게 쏟아내는 질문을 가만히 듣는다) ... 누가 봐도 시키는 거 같은 문장들 뿐이네. (귀찮아, 하고 한 번 중얼거린 뒤에) ... 좋아하는 음식은 초코 쿠키. 최근 간 카페는 없어. 귀찮아.. ... 급식은 뭔 푸르딩딩한 야채 같은 거. (모두가 싫어할 법한 걸 얘기하며 중간 중간 한숨을 쉬어)
 
에르드:시키니까 하는 거지. 안 시켰으면 나도 할 일 없었어. (툴툴대면서 당신이 말하는 것들을 받아적는다.) 푸르딩딩한 야채는 나도 별로다. 저번에 나온 브로콜리 숙회? 그건 진심 최악이었어.
그럼 다음. 인기의 비결이 있냐? (뭐 이딴 질문이 다 있지……)
 
루시안 발렌주엘라:그럴 거 같긴 하다. (태도를 보아서는 썩 좋은 거 같지 않으니까, ...) 아. 그것도 별로야. 확실히.. 맛없는 걸 왜 자꾸 내놓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 뭔, 질문이. ... (한심하단 눈길로 상대를 잠시 보았다가) ... 몰라. 듣기로는 얼굴이 제일 낫다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얼굴 빼고는 썩 좋을 만한 구석이 없다, ...)
 
에르드:그니까. 영양 영양 하는데 그냥 고기나 실컷 줬으면 좋겠다. (시선 알아채고 미간 슬쩍 구긴다) 그렇게 보지 마라. 나도 뭔 이딴 질문이 있냐고 생각하는 중이었으니까. 내가 적은 거 아니라고. …… 얼굴? 그러냐? (상대의 낯을 위아래로 스으윽 훑어본다. 누군가를 미학적 기준으로 평가해본 적이 딱히 없었으므로 잘생겼는지 어떤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 너도 네가 잘생겼다고 생각하냐?
 
루시안 발렌주엘라:영양이고 뭐고 맛있는게 제일 중요하지. (...) 그쪽 문예부라며. ... 동의를 했으니까 가져온 질문 아냐? (이쪽에선 단단히 오해를 했다. 상대가 질문하고자 가져왔다는, ...) ... 그렇게 본다고 해서 내가 들은 건 변함이 없거든. (한숨, 이렇게 또 한숨을 쉰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미남형이지만 딱히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보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낄만 하다) .. 음, 그쪽보다는 나을지도. (괜히 도발한다. 별 생각 없는 심드렁한 말투로)
 
에르드:아니, 오해하지 마. 난 정말 너를 굳이 표지로 쓰고 싶지도 않았고 직접 인터뷰하는 건 더더욱 하기 싫었거든? 근데 운없이 제비뽑기에서 걸려서 이놈의 수첩 받아들고 온 것뿐이라고. (진심으로 억울했으므로 항변한다.) 뭐야? 흥. 난 거울 같은 거 안 보니까 내가 잘생겼든 못생겼든 상관없거든?! (도발의 내용에는 넘어가지 않았지만 도발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는 좀 발끈했다.)
하, 여기 있는 질문을 다 하란 건가……. (진짜 귀찮네. 중얼거리면서 성의없는 글씨로 받아적는다) 다음. 그 잘난 외모 때문에 귀찮은 일이 생겼던 적은?
 
루시안 발렌주엘라:흐음.. 그래, 그렇다고 치자. (네 항변을 제대로 듣기나 한 건지 모르겠지만 귀찮다는 듯이 손을 허공에 휘적거린다. 제비뽑기에 걸려버린 건 상대의 사정이라는 듯이) ... 거울 좀 보고 살아라. 얼굴 안 씻고 다니는 건... 뭐, .. 그런 건 아니냐? (거울을 안 본다는 사실에 혹시나 하는 눈길을 한다.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닐 텐데도.. 괜히 상대가 도발을 걸려서 그런지) ... 뭐, 또 남았냐..? (이쪽도 꽤나 귀찮다는 느낌이다) ... 음, 있어. 관심 받는 거. (그거랑 그냥 전부, 다 귀찮다고 말하며 고개를 젓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 듯)
 
에르드:야. 아니거든? 사람을 뭔 씻지도 않는 더러운 인간으로 만들어!! (버럭버럭 소리지른다. 도발에 쉽게도 걸려드는 다혈질적인 성격이었다) 아직 질문 더 남았어. 인터뷰하기 쉬운 몸도 아니신데 뽑아갈 수 있을 때 뽑아가야지. 흠. 그 선물 세례도 관심의 표현일 텐데. 왜 마음에 안 드는데? (하긴 볼 때마다 구석에 있긴 했지. 성격도 별로 안 좋은 걸 봐선 딱히 외향적인 애는 아닌 건가?)
 
루시안 발렌주엘라:... 말하는 것만 보면 그런 줄 알았지? .. 아님 말고. (쉽게 걸려드는 상대에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거린다. 자신은 순수한 질문을 했다는 것처럼) ... 오, 정말 귀찮은 발언이었어. (뽑히기 싫으니 조금은 도망갈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 그 선물 안에 뭐가 있는 줄 알고 좋다고 할 수 있겠냐. (구석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 점이 한 몫하고 있으며, .. 성격이 안 좋지만 외모가 좋다는 건 자신의 팬 몇몇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다) ... 아까 그쪽이 있던 것처럼. .. 그렇게 아무도 없을 때 찾아온단 말이지. (그 점이 정말 귀찮다며 말 사이에 한 숨을 깊게 담는다)
 
에르드:쿡 찔러놓고 빠져나가는 게 뱀 같다, 어? 얄미워 죽겠네. (투덜거린다.) 선물을 열어보기는 하냐? 그렇게 많으면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도 일이겠네. 그래도 너 좋아서 준 거면 좋은 물건들이 대부분이겠지. 맛있는 간식 같은 거라도 들어 있다던가. (대식가답게 선물의 예시로 먹을 것부터 떠올렸다) 아무도 없을 때 찾아오면 뭐가 어때서. 사람이랑 어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나 봐?
 
루시안 발렌주엘라:뱀이라니, 사람한테 무슨 헛소리야. (자신이 언제 찌른 적 있냐는 듯 구는 태도가 상대에게 있어 더 얄밉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 가끔은. 아주 가끔만 보고 나머지는... 그냥 쌓아두기만 하는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정작 열어본 적이 그리 많지 않았던 거 같아서 고개를 기울였다가 만다. 귀찮다는게 화근이었을 테고) ... 먹을 것보단 뭔 직접 만든 정성.. 어쩌고가 많았어. (...) 그곳에서 뭘 할지 예상이 가냐..? 그쪽이 좋아하는 음식이 사라지거나 할수도 있는 문제인데. (먹을 것을 얘기했으니 이에 맞추면 알아듣겠지 하는 목소리다)
 
에르드:네 태도가 뱀 같단 거다. 진짜 어이없는 놈일세 이거……. (대놓고 꼬라본다) 열어보지도 않았어? 기껏 받은 거 아깝게. 쓸모있는 게 있을 수도 있는데 보긴 해야지. (괜히 자기가 다 아까워하며 혀를 찼다) 직접 만든……. 뭐가 있지? (짐작이 잘 가지 않는 듯) 아무도 없을 때 와서 선물을 몰래 훔쳐가기라도 하는 거냐!?
 
루시안 발렌주엘라:아아, 난 모르겠거든~.. (모르쇠로 일관하여 넘어가기로 하며) ... 귀찮잖아. 하루이틀 쌓이는 것도 아니고. .. 언제 다 보냐. 그럴 시간이 아깝거든. (하나하나 열어보는 것도 노동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정성을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은데... 인성이 나쁜 사람 답다) ... 수제 머리끈이라든가, .. 수제 부적이었나. (뭐.. 갖고 있으면 자신이랑 이뤄진다는 내용이었던 거 같다고 기억을 더듬으며 말해보고는) .. 그런 식이지. 자신의 선물이 눈에 띄었으면 하니까. (쓰레기통에서 심심치 않게 봤다고, 이미 많이 겪은 일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 이정도면 됐냐?
 
에르드:이쯤이면 네가 왜 인기가 많은지 이해가 안 가는데. (한쪽 눈썹만 치켜올린다) 진짜 얼굴 하나 보고 그렇게 선물 주고 좋아죽는 거냐. 너랑 대화만 몇 번 해봐도 다 도망갈 것 같은데. (혀를 끌끌 차면서 수첩에 대강대강 요약해서 적어넣었다.) 와. 자기 선물 눈에 띄게 하려고 남의 선물 버리는 건 좀 소름돋네. 음침한 인간들 많다니까.
아, 아직 안 끝났어. 키우는 동물 있냐? 아니면 뭐, 길거리에서 따로 챙겨주는 동물이라던지?
 
루시안 발렌주엘라:나도 내가 인기 있어달라고 했겠냐...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냥 누군가 좋아해주니 인기가 있다는 식의 발언) ... 얼굴이 그만한 가치를 갖고 있나보지. .. 내가 알겠냐, 그쪽들 생각을. (길어진 제 뒷머리카락을 매만지며 고개를 한 번 더 젓고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 걸 알게 되면.. 굳이 선물을 열어볼 생각 안 들 거다. (...) ... 정말 귀찮네. 없어. ... 인간을 귀찮아하는데 동물은 다르겠냐. ... 아, 잘 따라주는 것들은 조금 챙겨줄만 할지도. (그나마 봐줄만한 것을 겨우 떠올려서 말해본다)
 
에르드:흠. 그래. 자기가 인기있는 데 별로 관심이 없음. 사람들이 주는 선물도 별로 안 열어봄. 인기가 귀찮기만 하다. (자기가 적은 내용-약간 왜곡됨-을 소리내어 읽는다) 인간은 귀찮아하지만 동물은 잘 따라주는 개체에 한해 챙겨준다.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은데? 너도 귀찮고 나도 귀찮고. 됐지?
 
... 서로에게 귀찮은 인터뷰가 얼추 끝나고나면,
 
문득 더 귀찮은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취재 노트를 덮고나니, 떠오르는 그것.
 
그래요, 에르드.
 
루시안은 표지 모델이었어요/
 
인터뷰가 본 목적이 아니었던 거죠.
 
자,
 
다음으로 넘어가봅시다.
 
에르드:(크윽…….!!)
 
.
 
.
 
.
 
표지 모델이면 그러고보니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당연한 사실인데 인터뷰에 잠시 정신이 팔려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찍는 게 좋을까요?
 
에르드, 지능 판정.
 
에르드: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 뭔가 잊은 것 같은데...
 
나중에 생각나겠죠!
 
에르드:야. 끝난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사진을 찍어야 했어. 일단 넌 표지 모델이 되어줘야 하니까.
어디 찍을 만한 데 있냐? (이걸 모델한테 묻는 노답 인터뷰어)
 
곤란해진 에르드를 위해
 
루머시기를 대신하여 알려드립니다.
 
교내에 사진을 찍을 만한 스폿은 다음과 같은 곳이 있습니다.
 
[ 복도 홀 / 개인 연구실 / 도서관 / 안내 방송실 / 운동장 / 교실 ]
 
에르드:(어디가 제일 좋지? 문예부 배경이라면 그래도 역시 도서관이 나으려나?) 야, 도서관으로 가자.
 
루시안 발렌주엘라:... ... (귀찮음에 말없이 있다가) 그래, .. 얼른 끝내. (하고 상대를 따라 도서관으로 간다)
 
...
 
책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입니다.
 
책의 보관상태를 위함인지
 
거의 채광이 들어오지 않아
 
서가 사이에서 찍는 사진은 역광을 받아 제법 멋지게 보입니다.
 
서가 거리가 좀 먼 책장으로 가면
 
옆에서 빛이 쫙 - 하고 들어오는
 
멋진... 루시안의 모습을 찍을 수 있습니다.
 
에르드:오, 이거 역광인데도 꽤 잘 나오는데. (서가를 한번 슥 본다)
 
도서관의 서가 한 켠엔
 
자칭 문예부의 계절지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어느 해나 4계절에 맞춰 낸 4묶음의 계절지들이네요.
 
표지들은 대부분
 
백과사전에나 등장할 법한 수채화 꽃들입니다.
 
이 수채화 꽃밭을 내버려두고
 
왜 굳이 이질적으로 루시안을 이번 표지에 쓰겠다 고집하는건지…
 
...
 
지난호,
 
그러니깐 올해 봄호부터 2년 전 호까지
 
서가에 꽂혀 있습니다.
 
이전의 계절지들은 창고에 들어간 모양이에요.
 
에르드:(설마…… 루시안이 꽃만큼 잘생겼다는 이유라거나……;;;;)
(계절지 펼쳐서 읽어보면 특별한 내용이 있을까요)
 
펼쳐서 보지 않아도,
 
표지를 자세히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에르드:(표지 자세히 본다. 무슨 수채화 꽃들이려나)
 
과연 루시안이 꽃만큼 잘생겼을까요...
 
아기 늑대 에르드가 자세히 보는 표지는 차례로 다음과 같습니다.
 
올해 봄호 - 벚꽃
 
지난해 봄, 여름, 가을, 겨울
 
- 개나리 , 팬지 , 흰동백 , 느티나무
 
2년 전 봄, 여름, 가을, 겨울
 
- 금낭화 , 목화, 수레국화, 고광나무
 
에르드:(뭔가 공통점이 있는 건가? 머리 굴려본다)
 
지금 머리를 굴려본들 제대로 나오는 것이.. 있을까요?
 
그저 저 얄미운 루머시기가 꽃보다 낫다.. 정도는 아닐까요?
 
우선 할 일을 하고 다음으로 가봅시다.
 
에르드:(떼잉~) 야. 서봐봐. 사진 찍는다.
(루시안은 무슨 포즈를 취해줄까?)
 
루시안 발렌주엘라:... 갑자기 서라고 한들 뭐가 되겠냐. (궁시렁궁시렁거리면서 자신이 잘나올만한 곳에 자리를 잡아 가볍게 걸터 앉는다. 그리고 상대를 흘깃 보다 말고 허공을 향해 무표정으로 있으며) .. 얼른 해라. (...)
 
에르드:아무렇게나 찍을 순 없잖냐. 너도 잔뜩 흔들린 사진이 표지에 나오면 기분 별로일 것 아냐, 안 그래? 협조해라, 협조해. (설렁설렁 손 흔들고는 루시안이 걸터앉자 카메라의 셔터를 찰칵 누른다.)
 
멋진.. 루시안의 사진을 한 장 찍고 나면
 
앞서 깜박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러고 보니 표지용 사진은
 
해상도 때문에 휴대폰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카메라로 찍어야 한다 들었어요.
 
자칭 사진부 같은 데 가면 빌려주려나..?
 
그러고 보니 사진부는 어디서 활동하곤 하죠?
 
일단 개들부터 찾아봅시다.
 
에르드:(나 카메라도 안 빌려왔던 거군)
 
아무래도.. 취재 노트와 함께 휴대폰만 덜렁 들려있던 거죠.
 
에르드:하. 사진부 혹시 어디 있을지 아냐? (루시안한테 물어보며 일단 복도 홀로 나간다)
 
루시안 발렌주엘라:음... 어디 있을만한지는 예상 가긴 하는데.. ... 귀찮아. (알아서 생각해보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고서 상대를 따라 복도 홀로 향한다)
 
...
 
.. 열받는 루머시기와 함께하는
 
평범한 복도 홀.
 
아이들이 오가고
 
중간중간 띄엄띄엄 놓여있는 책상에서
 
실바 박사님이 내준 과제를 해서 내거나
 
개인 행동을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 넓게 트여있는 공간.
 
햇빛이 벽면 창문 정면에서 쫙 들어오는 곳.
 
그야말로 화보 촬영하기엔 좋은 곳입니다.
 
우리끼리도 풍경 좋다고 입 모아 말하는 곳이니깐요.
 
에르드:(사진 찍기 좋을 만한 곳이 있음 뭐하냐. 카메라가 없는데)
 
에르드:(혹시나 남은 카메라가 놓여있진 않을까 싶어 선반의 위쪽부터 살펴본다)
 
실바 박사님 연구실 근처에 있는,
 
옛날 박사님의 연구 책장으로 사용되었을 야트막한 2단선반입니다.
 
지금은 쓰지 않는 서류나 옛날 출석부 따윌 임시로 정리해놓았습니다.
 
위를 보아도...
 
딱히 카메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네요.
 
에르드:(아래쪽은 어떨까)
 
아래 쪽을 봐도.. 전부 서류 뭉치들 뿐입니다.
 
대체 박사님은 뭔 연구를 이리 많이 했을까요?
 
에르드:(맨날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기만 하니……. 서류뭉치 들어서 읽어본다.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으려나)
 
서류뭉치를 본다고 한들...
 
뭔 필기체가 이리 많은지 읽기 힘듭니다.
 
에르드:(에휴, 이런 어려운 거 본다고 이해할 수 있을리도 없지. 개인 연구실로나 가본다)
 
박사님의 개인 연구실로 가려고 하는 그때,
 
.. 턱,
 
하고 발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걸 내려다보게 되면
 
무너져 뒤섞인 출석부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에르드:엥? 웬 출석부들이 여기 있어. (주워들어서 확인한다)
 
감사하게도 확인하게 되면
 
지난해, 지지난해, 지지지난해 등등..
 
한 5~6년치는 이 곳에 쌓인 것 같습니다.
 
에르드, 자료조사 판정.
 
에르드: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
 
귀찮겠지만 출결부들을 정리하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년도별로 정리하면
 
꼭 한 년도마다
 
4명의 결번이 있어요.
 
31번까지 있는 반에서 26번이 없다던가,
 
정원이 32명이라 적힌 반인데 30번까지밖에 없다던가…
 
더욱 더 이상한건,
 
결번마다 꽃 모양 스티커가 붙여져있단거에요.
 
에르드:허어? (꽃 모양 스티커를 살펴본다. 설마 아까 계절지에 있던 그 꽃들인가?)
 
...
 
지난해
 
출석부 결번에 붙은 꽃은
 
벚꽃, 팬지, 흰동백, 느티나무입니다.
 
지지난해
 
출석부 결번에 붙은 꽃은
 
...
 
혹시나 하는 예감이 스쳐 지나가듯
 
개나리, 목화, 수레국화, 고광나무입니다.
 
에르드:뭐야, 이게?
(인상 찡그린다. 개나리는 작년 봄의 표지에 있었던 꽃인데, 이것만 재작년의 출석부에 붙어있다. 벚꽃과 금낭화는 어떻게 된 거지? 빈자리에 꽃을 붙여둔 것도 이상하고 결번이 4명씩 생기는 것도 이상하네.)
야. 너 이거 뭔 의민지 알아? (루시안한테 냅다 출석부를 보여줬다)
 
루시안 발렌주엘라:.. (심드렁하게 가만히 있다가 상대가 저를 부르면 느릿하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 그냥 꽃이잖아. ... 장식으로 해두려고 했나보지. (하며 별 생각 없다는 듯이 하품을 한다) 아니면 실바 박사의 고약한 취미라든가... ...
 
에르드:그 사람, 믿기 어려운 유형이긴 한데. 설마 결번이 된 애들을 연구에 쓰고 있다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미심쩍은 낯으로 출석부를 내려보다가 일단 핸드폰 카메라로 출석부의 꽃 사진을 찰칵 찍어두었다.)
(그리고 다시 연구실로 향했다.)
 
그래요, 그 사람도 꽤나 의심스러운 존재였죠.
 
사진을 찍고나서 출석부를 제자리든 바닥이든 두고나면
 
개인 연구실로 발을 옮깁니다.
 
실바 박사님의 연구실은 잠겨있지만요.
 
...
 
아무래도 채광이 좋고 널따란 곳이라면
 
개인 연구실이죠!
 
앉기 좋은 낮은 돌책상,
 
연구를 위한 갖가지 소품들.
 
여기야말로 풍수지리(?)가 만들어낸 연구실입니다!
 
하지만…
 
부 활동을 하는 건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자칭 연구부 아이들 역시
 
연구실에 남아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에르드:(풍수지리 연구실)
 
알만한 사람으로 하면, 생명, 유리, 델링, ... 등등 일까요?
 
에르드:야. (가볍게 손 흔들고) 니네 사진부 애들 어디 있는지 아냐?
 
그리고 연구원의 정신 때문일까요?
 
에르드의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그 널따란 돌책상을 명당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촬영 때문에 잠시만 비켜달라 하면
 
한 쪽 책상에 연구 일지를 치우고
 
잠시 미뤄줄 수도 있어보이지만…
 
부탁을 해 볼까요?
 
에르드:안 들리냐, 엉?! (발로 바닥 쿵쿵 두드려서 시선을 끈다. 어차피 카메라가 없어서 촬영을 지금 하는 건 무리일 것 같으니) 사진부 애들 어디 있는지 아냐고.
설득
기준치: 30/15/6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
 
에르드가 시선을 끌어 질문을 하지만,
 
그 중 생명이 시끄럽다는 말만 할 뿐
 
각자 할 일 하느라 바쁩니다.
 
그냥 루시안에게 불라고 해볼까요?
 
뭔가 아는 눈치인지..
 
에르드를 한심하게 보고 있거든요.
 
에르드:너 아까도 아는데 귀찮다고 했지. (타겟을 돌린다) 슬슬 불어라?
 
루시안 발렌주엘라:... 뭐, 그렇게 나올 거 같긴 했는데. (정말 한심했다는 눈길을 하고서는) ... 꽤 설득하지 못하는 모습 보기 재밌었다야. (하품..) ... 걔네, 운동장에 있던가. (아마도.. 이제야 터놓는 말이다. 괘씸하기 짝 없으며)
 
에르드:아, 진짜 드럽게 얄미운 자식아! 왜 이걸 지금 말하냐고? 괜히 무시당하면서 헤집고 다녔잖아. (멱살이라도 쥘 것처럼 노려보다가 쿵쾅거리며 운동장으로 향했다.)
 
루시안 발렌주엘라:이렇게까지.. 못 찾을 줄은 몰랐지. (내 알 바도 아니었고, ... 당연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 무시 당한 건 그쪽이 그럴만해서.. ... 아니다, 됐다. (상대가 가는 길 그대로 운동장을 향한다)
 
...
 
귀찮다고 말을 안 한 루머시기 때문에 고생한 아기 늑대
 
에르드와 함께하는
 
운동장에는 몇몇 아이들이 약해진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 사이엔
 
어쩐지…
 
이질적인 무리가 하나 끼어 있습니다.
 
가장자리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 아이들은 -
 
자칭 사진부 애들입니다.
 
사진부 아이들은 땡볕에 앉아 있는다고
 
여간 고생이 아닙니다.
 
실바 박사님이 시켜서
 
운동하는 애들 사진을 찍고 기록해주기까지
 
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닌 듯합니다.
 
영 좋은 사진이 나오질 않는지
 
사진부 애들은 연신 카메라를 확인할 때마다
 
카메라를 내던질 기세입니다.
 
에르드:어이고. 아주 던져라 던져.
 
자, 이제 어떻게 할까요. 에르드?
 
에르드:야. 너네 사진 잘 나오지도 않는가 본데 그거 나 잠깐 빌려줘. 문예부 계절호 표지 사진 좀 찍어야 하니까. (가서 불량한 태도로 말한다)
 
사진부 부원1:"뭐야? 갑자기 와서 하는 소리가."
 
햇빛에 오래 앉아있었다보니 부원의 심기가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에르드:카메라 내던질 것 같던데. 흙먼지에 뒹굴면서 망가지는 것보단 나한테 주는 게 낫지 않겠냐? (대인기능 판정해도 될까요)
 
가능합니다. 편한 걸로 도전해봅시다.
 
에르드:
위협
기준치: 65/32/13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우리는 카메라가 있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걸ㅇ......
 
... 그래요, 우리 아기 늑대 다워요. (애써 침착)
 
에르드:내놔. (눈 번뜩)
 
애꿎은 협박을 받은, ...
 
부원2는 덜덜 떨면서도 공손하게 카메라를 에르드에게 줍니다.
 
이걸로.. 해피엔딩..? 인 거겠죠..?
 
에르드:(개꿀. 아무 생각도 없고 카메라를 겟했다는 사실에 그저 신났다. 운동장엔 뭐 볼 거 없나?) 근데 너넨 뭐 찍고 있었냐?
 
에르드는 아무 생각이 없지만,
 
자칭 사진부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뭐 찍고 있냐는 말에 아무도 쉽게 말을 못꺼낼 정도인 걸요.
 
겨우 입을 여는 사람이라고는...
 
루시안 발렌주엘라:그쪽 때문에 다 겁 먹었잖아. ... 쟤네끼리 찍는 거면 저기밖에 더 있냐? (하며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모브들을 가리킨다)
 
루머시기, 아니, 루시안 뿐입니다.
 
에르드:왜 굳이 운동하는 놈들을 찍는 거지? 얘네도 뭐 계절호라도 내는 건가?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특이점이 있을까)
 
실바 박사님의 개인 의뢰.. 인가 봅니다.
 
이전에 저희도 잡초를 뽑는 듯한 일도 있었잖아요?
 
운동하는 모브들을 바라보면,
 
정말 열심히 운동 중입니다.
 
자, 카메라도 얻었겠다.
 
다시 이동해볼까요?
 
[ 복도 홀 / 개인 연구실 / 도서관 / 안내 방송실 / 운동장 / 교실 ]
 
에르드:(다시 개인 연구실로 가서 사진이나 찍자)
 
자칭 사진부를 협박했던 에르드를 따라 개인 연구실로 가기로 합니다.
 
둘이 떠나면 자칭 사진부는 안도의 한숨을 쉬겠군요.
 
...
 
돌아온 개인 연구실 안에는...
 
아까 있었던 아이들이 언제 있긴 했냐는 듯
 
텅 비어있습니다. 사진 찍기에 좋겠어요.
 
에르드:(그새 다 어디로 갔대?) 야, 루시안. 가서 포즈 취해봐.
 
아마도 쉬어갈 때인 듯합니다.
 
루시안 발렌주엘라:... 진짜 귀찮네. (한숨 쉬면서 어디에 앉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생명의 연구 책상 위에 대충 걸터 앉는다) .. 대충하자. 뭐, 진심으로 할 것도 아니고...
 
에르드:어쩔 수 없지. 이제야 제대로 된 카메라를 얻었으니까. 솔직히 여기가 가장 사진찍기 딱 좋아 보이거든. (포즈 취하는 걸 기다렸다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찰칵 찍는다)
 
루시안 발렌주엘라:그래, .. 누가 바보같이 머리를 제대로 굴렸으면, ... 별 일 없었을 텐데. (자기가 말을 안 해주면서 괜히 상대 탓을 하며 사진 찍는 것을 가만히 기다렸다가) .. 이제 됐냐? 아니면 또.. 어디서 찍어야 한다 그런 소리가 있냐. (... 혹시나 하는 물음을 해본다)
 
에르드:니가 진작에 말해줬으면 헤맬 일 없었잖아! (발끈했다가 뭔가 사악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아- 사진 말이지, 여러 곳에서 찍어야 한다더라고. 후보가 여러 개 있어야 한다나. 그러니까 방송실도 가자. (나만 당할 순 없지)
 
루시안 발렌주엘라:아니, 누가 진작에 떠올렸으면 됐잖아. (또 상대 탓을 한 번 더 하며) ... ... 아, 정말 귀찮네. (중얼중얼거리게 된다) ... 남은 곳이 몇 곳인데. (방송실을 갈 생각하니 낯이 어두워지며)
 
에르드:내가 알지도 못하는 걸 어떻게 떠올릴 수 있는데? (어이없음) 방송실이랑 교실밖에 안 남았어. 자, 가자, 가자. (큭큭...)
 
-
 
귀찮지만 천천히 이동해서 도착한
 
???:"아 - 안돼! 촬영중이야! 들어가면 안돼!"
 
당신들이 근처로 와 문을 열려고 하면
 
관계자인 것 같은 모브가 자재를 들고 뛰어와 앞을 가로막습니다.
 
하는 얘기로는 자칭 연극부인지 예술부인지
 
애들이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것 같네요.
 
에르드:하? (또 씅질 나옴) 그놈의 촬영 언제까지 하는데? 나도 급하다고. (별로 안 급하지만 우기고 본다)
 
???:"그, 그건... 나도 몰라! 아무튼 안 돼!"
 
에르드:학교가 인기가 드럽게도 많네.
안 되겠다. 야, 루시안. 교실부터나 가자.
 
루시안 발렌주엘라:뭐... 그래라... (이젠 별 생각이 없어진 건지 체념한 눈으로 상대와 모브를 번갈아 보다 말았고)
 
두 사람이 교실로 향한다는 이야기에
 
모브는 작게 다행이라는 중얼거림을 뱉습니다.
 
에르드:쯧……. (불만스럽게 모브 한 번 돌아보고 교실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아기 늑대 에르드가 불만스럽게 모브를 쳐다보면..
 
움찔거리며 시선을 피했다가 멀어지는 것에 한숨 쉽니다.
 
그렇게 이상한 모브를 지나쳐
 
마지막 관찰 지역.
 
여름 - 이면 더위죠.
 
그러니깐 필연적으로 더위를 피해
 
그늘로 가거나 개인 활동에 매달리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조용히 아카데미 내 한 교실을 열자
 
햇살이 쓱 쏟아지는 교실 풍경이 나타납니다.
 
여기도 정석적인 교실 풍경은 표지 배경이 되기에 충분하죠!
 
조사 포인트 - 졸업앨범
 
에르드:심플 이즈 베스트라는 말도 있으니까.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멋들어진 척 중얼거리면서 졸업앨범 본다. 몇기생의 앨범이지?)
 
책상을 돌려 모둠책상으로 만들어 모여있던
 
모브들이 책상 중앙에 졸업앨범을 놔두고 갔습니다.
 
아마 이번에 찍을 졸업사진 포즈 따윌 상의하던 것 같아요.
 
졸업앨범들은 2년 전 것까지 나와 있습니다.
 
앨범을 넘기다 보면 다음과 같은 장들을 발견합니다.
 
에르드:엥? 이 벚꽃은. (아까 본 출석부에서 결번 자리에 붙어있던 꽃들 중에 하나였던 것 같은데.) 아니 그냥 건너뛰고 붙여두면 될 것이지 굳이 꽃을 붙여둔다고? 영 이상하네.
야, 넌 뭔지 좀 아냐? 아까 출석부도 그렇고 이 결번들 말야. (루시안한테 앨범 보여준다)
 
… 그래요, 마치 사진이 있어야 할 곳을 꽃이 파고든 듯한 기묘한 배치입니다.
 
루시안 발렌주엘라:내가.. 뭘 알겠냐. (관심 없다는 듯 심드렁하게 반응하며) 이런 거에 관심을 두고 다닐 거 같아?
 
에르드:하긴. (알만하단 듯 고개 끄덕인다. 다른 장들도 넘겨보며 꽃 사진이 붙은 곳이 있나 확인해본다)
(팬지랑 흰동백, 느티나무 꽃이 붙은 자리도 있나?)
 
확인할 시, 에르드 자료조사 판정
 
에르드: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혹시나 하는 촉이 제일 정확하다고 하던가요.
 
찬찬히 더 살펴본 3장은,
 
아기 늑대 에르드의 예상대로입니다.
 
팬지,
 
흰동백,
 
느티나무
 
꽃들이 붙어 있습니다.
 
에르드:진짜, 뭐지? 알 수가 없네.
떼잉. 뭐 어쩌겠냐. 이미 졸업한 사람들인데. 학교에서 뭐 사정이 있었겠지. (앨범 덮어 멀리 치워둔다) 자, 저 책상에 한 번 멋들어지게 앉아봐.
 
루시안 발렌주엘라:그야 사정은 있었겠지. ... 내 알 바는 없지만. ... 이거 하면 끝인 거지? (더는 협조하고 싶지 않다는 눈길을 상대에게 보내면서 천천히 책상 근처에 걸터 앉는다) 이런 걸 왜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 모양)
 
에르드:방송실에도 가서 찍어야지. 이쯤이면 걔네도 사진 찍고 사라지지 않았겠냐? 후보는 많을수록 좋을 거거든. (책상 걸터앉는 모습 기다렸다가, 각도를 이리저리 재보며 대강 사진 찍어본다.)
(루시안 외모판정 해주새요)
 
루시안 발렌주엘라:
외모
기준치: 85/42/17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에르드:(우효~)
 
달갑지는 않으나, 잘생겼음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사진입니다.
 
에르드:역시 얼굴 하나로 탑 인기인에 올라간 사람답구만. (휘파람 분다)
 
루시안 발렌주엘라:... 뭐래. (다 찍은 거 같으니 대충 책상에서 떨어지며 밖으로 나가자는 듯 손을 휘적거린다)
 
에르드:하하. (일부러 웃음소리 내며 이번엔 슬슬 방송실로 향한다)
 
... 방송실로 다시 향하기 전,
 
에르드 지능 판정
 
에르드: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지금까지 봐왔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니
 
자칭 문예부에서 발간한 년별 계절지 표지와 똑같습니다.
 
... 과연 정말 이게 우연일까요?
 
에르드:뭐지? 어째 영 꺼림칙한데.
흠. 같은 학교에 있는 거니까 졸업앨범 따라 맞춘 걸지도 모르지. (가볍게 넘긴다)
 
그래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
 
...
 
… 이상해요. 어딘가 너무 이상해요.
 
사진을 이미 찍었음에도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살짝 깃드는 기분입니다.
 
이 사진으로는 안 될 것 같단 기분도 들어요.
 
에르드:(우스갯소리지만, 설마 이전의 문예부 표지에서 모델로 나왔던 애들이 다 사라져서 결번이 됐다던가~)
(나도 참 실없는 생각을 하는군…….)
 
실없는 생각 도중 루시안이
 
루시안 발렌주엘라:… 이제 됐지? 아까 걔네, … 사진부 녀석들한테 카메라 주고 오게. 사진 알아서 빼달라고 할 테니까 -
 
하고 당신이 찍은 카메라를 들고 복도 끝으로 걸어갑니다.
 
에르드:그래, 그래. 대신 맡아주면 나야 고맙지.
그나저나 사진 혹시나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안 된다? 오늘 온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힘들게 찍었으니 말이야.
 
아기 늑대 에르드의 당부에 루시안은
 
내가 그쪽인 줄 아나, 하면서 가버립니다.
 
...
 
이제 홀로 남은 아기 늑대, 에르드.
 
에르드:(자꾸 앞에 아... 같은 수식어가 붙는 느낌인데)
 
현재까지 수집한 정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우리 아기 늑대♥
 
에르드:(크윽……)
흠. 그냥 별 생각 없이 넘기려고 했지만 좀 이상하긴 하단 말이지. 하필 절묘하게 꽃이 다 일치하는 것도 그렇고. 역시 실바 박사, 이 인간이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박사를 찾아야 뭐라도 물어볼 텐데. 어디 있는 거지?
 
실바 박사는 항상 자리를 비우곤 했기에,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지만... 자칭 문예부 부장은 어떤가요?
 
이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을까요?
 
에르드:얘가 설마 학교의 어두운 놈들이랑 손을 잡고 결탁해서 학생들을 어디 보내버렸다던가.
(사실무근 헛소리를 주절거리며 복도 끝 본다. 사진은 나중에 받아도 되려나?)
 
차원을 넘어버리는 생각을 하는 우리 아기 늑대...
 
사진은 루시안이 알아서 잘 뽑아오겠죠.
 
어딜 이동이라도 할 생각인가요?
 
부장과는 전화가 되지 않을까요. 같은 부잖아요!
 
에르드:(최근에 관련된 영화를 봐서)
 
아기 늑대는 영화를 좋아한다.. 메모
 
에르드:아. 전화라는 편리한 방식이 있었지. 현대 문물 놔두고 쓸데없는 짓거리 할 뻔했네. (핸드폰 꺼내서 부장 번호 찾아본다. 전화 버튼 꾹!)
 
편리한 방식을 놔두고 몸을 고생시킬 뻔했어요.
 
전화 버튼을 누르고 얼마 안 가 부장이 받습니다.
 
부장:"어어, 무슨 일이야? 사진 다 찍었나?"
 
에르드:어, 사진은 다 찍었어. 귀찮은 일 맡기고 탱자탱자 놀고 있으니까 좋냐? (시비부터 턴다)
 
부장:"깔깔, 탱자탱자 논다니~ 이게 다 금손을 위한 배려 아니겠어?"
 
에르드:하, 금손 이러네. 똥손이겠지. (투덜댄다)
 
부장:"에이~ 금손 대회였으니까 금손이지 금손!"
 
에르드:아무튼 물어볼 게 있어. 출석부를 우연히 봤는데 매해 결번이 있더라? 거기엔 꽃 스티커가 붙여져 있고. 근데, 우리 문예부 표지에 나온 꽃들이랑 연도가 일치하던데. 우연의 일치라기엔 좀 이상하지 않냐? 뭐 아는 거 없어?
 
부장:"... 음? 그게 무슨 소리야. 사진 찍으러 간게 아니라 어디 영화라도 보고 왔어?"
 
에르드:진짜라니까. 애초에 지금까진 다 수채화풍 꽃으로 표지를 했잖아. 왜 갑자기 사람을 모델로 하고 싶다고 한 건데?
 
부장:"... 그랬나? 기억 안 나는데. 깔깔, 뭐~ 하니까 좋은 거 아냐? 아니면 인기인 하나만 찍어서 싫다는 건가? 그럼 같이 찍지 그래~"
 
에르드:아니, 별로 안 좋았는데? 루시안 그놈 얼굴만 잘생겼지 인성은 영 꽝이라고. (뒷담깐다)
그리고, 졸업앨범에까지 그 빈자리가 있었다니까? 근데 그 빈자리를 꽃으로 다 채워뒀어. 출석부에 있는 거랑 똑같은 꽃 말야. 벚꽃이랑 팬지, 흰동백, 느티나무였나…… 뭐 아는 거 없어? 진짜?
 
부장:"깔깔~ 그래도 잘생겼다는 건 알아주는구만? 그럼 됐지. ... ... 자꾸 꿈꾼 이야기를 하면 사진 더 찍기나 하는 거 어떠냐? 피로 풀겸."
 
에르드:꿈 아니라니까!!! 너도 직접 와서 확인해보던가!!
(열받음)
 
도돌이표. 딱 그 수준인 걸 보니, 부장은 의외로 모르는 모양입니다.
 
표지 모델로 루시안을 뽑은 건, 자신이 원해서였고
 
그 외의 꿈 관련은 잘 모르겠다며
 
사진이 루시안 혼자인게 싫으면 같이 찍은 것도 가져오라는 소리를 하고
 
깔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끊어버립니다.
 
에르드:전혀 믿질 않는구만.
하, 짜증나. 됐다 됐어. 나도 이딴 부장 말 안 듣고 말지! (괜히 혼자 열낸다)
 
열을 내는 아기 늑대는 귀엽지만, 소득이란 건 사실상 없었네요.
 
굳이 꼽게 되면 루시안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정도?
 
에르드:절대 싫어!!!
걔랑 사진 찍는 것도 싫고 표지에 나오는 건 더 싫다. (주목받게 되잖아)
루시안 얜 왜이렇게 안 와?
 
싫음을 표현하고 있을 때에,
 
부장에게서 문자 하나가 날라옵니다.
 
생각해보니 둘도 괜찮은 거 같다. 같이 찍은 사진 가져와~
 
라는 강제성이 담긴 문자를요.
 
에르드:싫다니깐!!!!!!
 
... 이런 타이밍에
 
루시안 발렌주엘라:뭐야, 왜이래. 혼자 바보처럼. ... 자, 녀석들이 여기에 담아줬어. 내일 점심까지 다시 가져오래.
 
에르드:……
 
라며 언제 다가온지 모르겠는 루시안이 메모리칩을 건넵니다.
 
에르드:야, 나도 싫고 너도 싫고 우리 다 싫을 거 알지만 사진 같이 찍으랜다. (죽상)
 
루시안 발렌주엘라:... ... 뭐 했냐.
 
아기 늑대, 그래도 생각을 달리 하면
 
혼자 아닌 둘이니, 외롭지 않고 괜찮지 않을까요?
 
어차피 주목은 옆에 있는 루시안이 다 가져가지 않을까요?
 
에르드: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의아한 게 있어서 전화로 물어봤을 뿐인데 갑자기 나한테 불똥이 튀어서 같이 찍으라지 뭐냐. (여전히 죽상이다. 혼자 있는 것에 무척이나 익숙한데다 쓸데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하……. 사진 x같이 찍어서 표지로 못 쓰게 만들어야지.
(카메라에 타이머 기능 있나? 나한텐 삼각대……가 있나? 아니면 사진부 애들한테 부탁을 해야 하나)
 
루시안 발렌주엘라:... ... 그러니까 결국 혼자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거잖아. ... 귀찮게. (상대의 말에 정말 별로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사진을 찍었더니 또 찍어야 한다는 소식이 달갑지 않은 모양)
 
출석부에서 꽃이 피어난 건 한 페이지당 하나였으니,
 
둘은 괜찮지 않을까 하고 억지로 스스로를 달래봅시다.
 
에르드, 지능 판정
 
에르드: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문득,
 
가려고 했으나 가지 못했던
 
안내 방송실 캠코더가 떠오릅니다.
 
그거면 카메라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둘이 함께 티격태격하는 영상도 찍을 수 있겠죠.
 
에르드:이상한 행동이 아니라 그냥 질문이었거든? 나 진짜 억울해 죽겠네. (툴툴댄다) 방송실에나 가보자. 이쯤 됐으면 그 시끄럽던 애들도 사라졌겠지. 거기 있는 장비로 대충 찍고 가자고.
 
루시안 발렌주엘라:그래, 이상한 질문. (상대를 믿지 않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방송실로 먼저 발을 뗀다. 얼른 해치우고 멀어져야지 싶은 건지) ... 안 사라져있으면 더 귀찮은데. (깊은 한숨..)
 
에르드:그럼 운동장에서처럼 쫓아내지 뭐. (주머니에 껄렁하게 손 꽂아넣은 채로 방송실로 향했다)
 
루시안과 함께 안내 방송실로 향하면
 
아까까지 자리하던 모브들이 없습니다.
 
언제나 커다란 방송용 카메라가 자리하는 곳.
 
TV에도 꽉 찰 정도의 해상도니 잡지 표지 정도의 해상도 사진을
 
잠시 찍는 건 문제도 아닐거에요.
 
안내 방송실 안으로 들어가면 조명이 둘러싼 스튜디오와 방송 장비,
 
그리고 대기용 부스가 있습니다.
 
방송에 무지한 에르드도 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안내 방송실에 실바 박사님이 패널에 다닥다닥 붙여놓은
 
조명 1, 조명 2, 조명 3 따위의 스티커를 보고
 
쉽게 스튜디오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에르드:좋아, 조용해졌네. (두리번거리면서 안으로 들어선다.)
조명? 이런 거 굳이 켜야 하나……. (대놓고 귀찮은 표정 지으면서 조명 1 2 3 셋 다 대강 눌러버린다)
 
루시안 발렌주엘라:조용한 건 조용한 건데... ... (냅다 켜진 조명들에) 악, 야! (눈뽕을 당했으니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 쪽을 바라본다)
 
에르드:이번 잡지 제목은 반짝이는 킹카 루시안, 그리고 그 옆의 에르드 뭐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네. (히죽거린다)
자, 가서 대강 서자고. 타이머 맞춰두고 갈 테니까.
 
루시안 발렌주엘라:... 뭔, 헛소리를 또. (한숨 쉬며 상대를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니까.. 부장 녀석이 더 시킨 거 아닐까 싶은데. ... 아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한숨 크게 내쉬며 세게 나오는 조명들을 피해 구석 부분에 자리를 잡고 있는다)
 
에르드:나도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난 피해자야, 피해자. (주절거리면서 타이머 10초를 맞춰두고, 따라 구석 자리로 간다. 허세넘치게 굴긴 해도 이쪽 역시 빛 때문에 눈이 아프기는 했으므로……)
 
루시안 발렌주엘라:피해자는 무슨.. 사실 숨은 팬클럽 첩자.. 그런 거 아냐? (문득 피어오르는 의심에 상대를 흘끔 보다가 앞을 향해 쳐다본다. 이럴 거면 왜 조명을 저렇게 해놓은 건지 모르겠을 정도로, 구석에서 어색하게 찍힐 느낌만 들고)
 
에르드:야. 웃기지 마! 누군가의 팬이 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거든? (설전을 나누는 사이에 타이머가 3, 2, 1 하고 팍 터진다)
 
루시안 발렌주엘라:...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사진이 찍히고 난 뒤에는 얼른 벗어나고 싶다는 듯 발을 떼며) 나라고, .. 팬이란 것이 있을 줄 알았나. (지 얼굴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하며 캠코더에 사진이 잘 찍혔나 본다)
 
에르드:니 얼굴이 잘생긴 탓이니 원망하려면 외모를 원망해라. (마찬가지로 플래시가 터지자마자 3미터 정도 멀찍이 떨어져서 확인하러 간다)
(사진 찍을 때 일부러 몸을 좀 흔들긴 했는데 이상하게 나와줬으려나? 아무튼 표지로 찍히는 건 사양이라고!)
 
루시안 발렌주엘라:내 얼굴이 뭐, ... 그냥 사람이 사람답게 생기면 된 거지. (왜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투덜거림을 하며) ... 그래도 얼추 쓸만은 하겠네. 안 그러면 또 찍으라고 시킬 거잖아. (그쪽이 넘어가도 부장이란 쪽이, ... 더는 정말 싫다는 눈빛을 보내며 상대에게 캠코더를 넘겨준다)
 
...
 
어찌저찌 사진은 둘 다 잘 보이게 나왔습니다.
 
흔들림 보정이라도 있는 모양이에요.
 
이대로 부장에게 작은 메모리칩과 함께 넘겨주면,
 
에르드:(젠장할…….)
 
아기 늑대 임무는 완수! 겠네요.
 
에르드:(사진이 잘 나온 건 별로지만, 드디어 이 짓도 끝이다. 메모리칩 잘 챙긴다) 그럼 간다. 잘 가라.
 
마무리 인사에, 루시안은 황당해 하면서도
 
미련없이 발을 돌려 아기 늑대에게서 멀어져 갑니다.
 
이제 남은 건 표지에 담는 것뿐이네요!
 
...
 
...그로부터 며칠 후.
 
20XX년 플로레아카데미의 문예지 여름호는
 
연래없는 호황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매일같이 자칭 문예부실 복도 앞에 자리한 부스 앞에서
 
여름호를 팔고 있습니다.
 
개인이 와서 가족한테 줄 거라면서 사 가기도 하고,
 
루시안의 개인 팬들이 온갖 곳에 꽂아둘 요량으로 몇 묶음씩 사가기도 합니다…
 
거기에 자신의 얼굴이 찍혀있지만 않았다면 덜 부끄러웠을지도요.
 
표지에 찍힌 얼굴마담이자 특집 인터뷰 / 작문의 작가란 이유로
 
에르드는 매일같이 부스 앞의 판매원을 강제당하고 있습니다.
 
에르드:왜 나한테 계속 이런 일이?? (결국 내 얼굴도 같이 나온 사진으로 표지가 되질 않나. 별 인기 없을 줄 알았는데 전례없이 잘 팔리질 않나. 게다가 내가 판매원을 해야만 한다니!)
올해만 지나면 이 문예부 기필코 때려쳐야지.
 
가끔 지나가는 루시안과 눈이 마주칠때면…
 
죽도록 부끄러울지도,
 
어쩌면 잡지를 명분으로 더 친한 척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편이면 루시안이 귀찮아하고 어이없어 하는 리액션을 보일 지도 모르겠네요.
 
자기 얼굴이 찍힌 잡지를 팔고 있다니.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에르드:(웬만해선 부끄러움을 별로 느끼지 않는 편인데 지금은 쥐구멍이 있으면 바로 숨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나 루시안 저놈과 눈 마주칠 때면 더더욱!!)
 
슬슬 판매량이 종점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의 어느 날,
 
점심시간.
 
당신이 앉아있는 복도 저 멀리에서
 
루시안이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게 보입니다.
 
평소처럼 당신이 반응을 하려고 할 때 -
 
시간이 멈춥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
 
거의 판매 공간 가까이까지 온 루시안 근처로
 
사람들이 다가옵니다.
 
아카데미의 교복,
 
박사님이 입을 법한 복장을 입고 있지만
 
당신의 육감이 외칩니다.
 
수상할 정도로 아름답게 끌리는 사람들.
 
만약 지금 이 자리에 루시안이 없었다면,
 
그 사람들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었다면 그 끌림,
 
신비로움에 저절로 그들을 따라갈지도 모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것 처럼 주변이 천천히 느려지고
 
햇빛이 쏟아지고 보케(Boke) 빛망울이
 
눈 앞을 반짝반짝 가리는 광경.
 
마치 운명과도 같은 만남들이라 생각했을 지도 몰라요.
 
무엇을 근거로?
 
라고 스스로에게 묻더라도 거기에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육감이 멋대로 그들을 믿어도 된다.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
 
라고 외치는 느낌입니다.
 
이런 자신을 알아차린 에르드, SAN 1d2 / 1d4
 
에르드:뭐지? (어째서 이런 감각이 드는 거지?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그였으므로, 이렇게나 강렬한 끌림과 이끌림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2
 
(
1
 
)
 
 
=
1
 
이성 -1
 
에르드:(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멈춰있나?)
 
주위를 둘러보면 믿음이 가는 사람들, 루시안, 그리고 당신 뿐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때까지 사라진 모브들도 똑같은 걸 겪었을 거란 걸.
 
루시안 역시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걸.
 
...
 
그들은 루시안을 둘러싸고 무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눈빛이 흐려지는 게 보입니다.
 
그들이 서서히 루시안 앞에 무언가를 꺼냅니다.
 
나비 수국.
 
그 꽃을 루시안의 손에 쥐어줍니다.
 
루시안은 미소를 지으며 그걸 저항없이 받아들입니다.
 
...
 
...그들을 제지하나요, 에르드?
 
에르드:야. 뭘 웃고 있어! (그제야 깨달았다. 이전의 문예부 표지도 아마 사람을 모델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최 무슨 영문인진 몰라도 저 사람들이 모델이 된 학생들을 데려간 것 같고, 그 자리가 꽃으로 대체된 거야.)
(나비 수국이 꺼내어지는 순간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정신없이 달려가 루시안을 둘러싼 사람들을 온 힘을 다해 밀친다.) 야! 이 xx들아, 니네 뭐야? 뭐하는 작자들이길래 이딴 짓을 해?
 
...
 
멈춘 듯한 배경 너머로 힘겹게 한 발자국을 내딛습니다.
 
나비 수국을 든 그 손이 흔들립니다.
 
루시안을 에워싼 사람들의 뒤를 뛰어가듯 밟습니다.
 
걸어가고 있음에도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복도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빛나는 먼지들이
 
그 앞을 가로막는 것 같습니다.
 
닿을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이미 늦은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때 -
 
당신은 그들과 루시안 앞에 와 있습니다.
 
나비 수국을 든 뒷모습이 흔들립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돌아봅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신뢰가 드는 눈빛들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았습니다.
 
뭘 웃고 있어!
 
당신을 뒤돌아본 뒷모습에 그리 말했습니다.
 
팔을 뻗어 그를 붙잡았습니다.
 
어떻게 붙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그를 둘러싸고 있는 자들이 막고 있었을텐데
 
마치 유령을 통과한 것처럼 그의 팔뚝이 손에 잡혔습니다.
 
그리고,
 
빛방울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비눗방울이 처지는 것 처럼 빛방울들이 터지고
 
마침내 마지막 빛방울이 터지자
 
루시안이 손에 들고 있던 나비 수국 마저도 푸른빛 방울이 되어 사그라지듯 터졌습니다.
 
반짝거리는 빛도,
 
이상할리치만큼 신뢰되던 사람들도,
 
멈춘 듯한 시간도 -
 
모두 사라졌습니다.
 
바람 소리와 교실의 전경,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은 희미한 더위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 남은 건
 
어쩌다 팔짱을 잡은 듯한 당신과 루시안밖에 없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