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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4~230527] 로페임&아이린 - 리버사이드 러너

플레이타임 : 7시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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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사이드 러너
 
Writer Chito
 
“선배! 오늘 부장 결석이래요.”
 
“뭐? 지역 대회가 코앞인데 왜?”
 
“몸이 안 좋대요. 요즘 감기가 유행이잖아요.”
 
여름의 입구. 정신없던 중간고사도 어느새 끝이 났습니다.
 
학생들의 입에서는 온통 다가올 여름 축제나 동아리에 대한 얘기 뿐이라 이제 여름이라는 실감이 나죠.
 
막 짧아진 교복 소매가 한결 가볍습니다.
 
점심시간, 로페임은 운동복을 갖다두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합니다.
 
부드러운 여름 바람이 느껴지고 멀리서 함성이 오고갑니다.
 
곳곳에 도시락이나 매점에서 사온 빵 등을 펼쳐놓고 함께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이네요.
 
그런 것들을 뒤로 하고 구름다리로 향하는 길목을 걷습니다.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샛길입니다. 그 순간.
 
쨍그랑!
 
어라? 곁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파편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러고보니 어딘가의 복도 창문에 금이 가 위험하니 수리할 때까지 주의하라고 했던가요.
 
로페임 B. 테저:엉? (그랬구나...)
 
하지만 난 아무 것도 안 했는데…?
 
그때, 창 너머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같은 반 학생인 라이드입니다.
 
옆에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라이드의 여자친구였던 것 같은데… 진지한 얼굴입니다. 싸우는 걸까?
 
여자친구:알아들었어? 넌 진짜 개자식이야.
 
라이드:아니,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여자친구:웃기네.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간다.
 
라이드:야!
 
응? 이거 내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
 
곁의 여자친구가 몸을 돌리자, 라이드는 황급히 그를 붙잡으려 합니다.
 
그러다 멈칫, 깨진 창문에 눈길을 돌리고, 로페임을 한 번 쳐다보고,
 
깨진 창문을 한 번 더 보더니…
 
로페임 B. 테저:(어... 음... 눈 마주치면 뒤로 물러난다.) 난 아냐.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무슨 대화 내용은 안 들었거든.
 
라이드:알아. 내가 깼으니까.
…… 미안!
뒷일 좀 부탁해! 어쨌든 인생에서 한 번은 달려야 할 때가 있으니까!!!
 
로페임 B. 테저:......................?
 
같은 소리를 내뱉고는 곧장 튀어나가 버립니다.
 
엥?
 
로페임 B. 테저:(열받네? 어이없어서 사라지는 뒷모습 멍하니 본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잠시 자리에 서 있으면, 어느새 혼자가 된 로페임에게 다른 방향에서 발걸음 소리가 다가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거기 누구니?
 
하고 모습을 드러낸 건 하필… 운 나쁘게도 신임 교사인 아이린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창문이? (깨진 창문을 발견하곤 놀라 서둘러 당신에게 다가온다.) 테저. 다친 데는 없니?
 
로페임 B. 테저:(홀리... 증인이 되어줄 라이드의 여자친구를 찾아보다가 유리 조각에서 멀찍이 떨어진다.) 다친 곳은 없어요.어... 저도 소리를 듣고 온 거라...
 
아이린 E. 테라코르:다친 데는 없다니, 다행이긴 한데……
네가 깬 거지?
 
아이린이 확신에 찬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무슨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느낌…
 
로페임 B. 테저:아니... 그... 하.............................. (머리 지끈) 제가 창문을 몇번 깬적은 있지만 오늘은 정말 아닌데...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이미 들었단다. 테저 네가 창문을 여러 차례 깼다고 말이야. 변명해보려 해도 소용없어.
좀 얌전히 놀면 어디 덧나니? 차라리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어내리는 거라면 내가 이렇게 뭐라고 하진 않을 텐데.
 
로페임 B. 테저:...? (갸웃거린다. 뛰어내리는 쪽이 더 큰일인 거 아닌가? 어이없어서 또 말문 막힌다.)
 
아이린 E. 테라코르:(고개 절레절레 내젓고는) 앞으로 일주일 동안 수영장 청소야. 수업 끝나면 교무실로 오렴.
 
로페임 B. 테저:(어깨 축 내려가고 충격 받은 얼굴로 입 벙긋거리다가 앓는 소리 낸다.) 아........ 쌤... 여름인데 땡볕에 수영장 청소... 아... .... ... ... .. 네.... (기운 x)
(ic... 라이드 이 새x...)
 
아이린 E. 테라코르:엄살은. 수업 끝나고 하는 거니까 그렇게까지 햇살이 강하진 않을 거야.
다음부턴 행실 좀 바르게 하고 다니고, 수업 열심히 듣고.
 
아이린은 그리 말하곤 자리를 떠납니다.
 
발 밑으로 유리파편이 굴러다닙니다.
 
라이드 이 xxx...
 
오후에는 아이린이 담당하는 과학 수업이 있습니다.
 
교편을 든 아이린을 보자 점심에 있었던 황당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1주일이나 방과 후 청소를 하라니 장난이겠지…?
 
저 쪽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라이드와 눈이 마주치면 그는 뜨끔한듯 미안! 제스처를 취하곤 다시 고개를 숙입니다.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와 아직 화해를 못 했나…
 
로페임 B. 테저:(아오... 열받네 진짜... 교과서에 얼굴 박는다.)
 
교과서에 얼굴을 박고 있자니 옆 자리에서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옆 자리 학생이 잡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아이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네요.
 
그러고보니 최근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던 것 같기도…?
 
로페임 B. 테저:(소문..? 귀 쫑긋)
 
<듣기> 판정
 
로페임 B. 테저: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학생 A: 있잖아. 앞 반 사회선생님. 아이린 선생님한테 관심 있다는 거 알아?
 
학생 B: 응? 진짜?
 
학생 A: 진짜진짜. 나 교무실 청소할때 걔가 교감한테 우리 학교 사내결혼 되냐고 물어보는 거 들었다.
 
학생 C: 아하하. 벌써 거기까지 설레발을 쳐? 웃기네.
 
학생 A: 아, 그나저나, 진로상담할때 확실히 J대 나왔다고 했단 말야, 아이린 선생님. 그런데 우리 사촌 오빠가 그 선생님이랑 비슷한 나이에 같은 과 나왔는데, 그런 사람 없었다고 했는걸.
 
학생 C: 뭐 입학 년도가 다르거나 그런 거 아냐? 자기 학교 사람을 어떻게 다 기억해.
 
학생 A: 나도 궁금해져서 쭉 알아봤단 말야. 그 대학 안 나온건 확실하다던데.
 
학생 B: ... 앗. 혹시 학력위조…
 
학생 C: 그러고보니 지난 주말에 해피 산책시키러 공원에 갔었는데, 그 때 아이린 선생님을 봤거든. 누구랑 같이 있더라?
 
학생 A: 와, 애인?
 
학생 C: 그런데 싸우는 건지 심각한 분위기였어. 언제 올 거냐던가 좀 기다리라던가…
 
학생 B: 돌아가…? 혹시 학교 관두나…?
 
그때, 돌연 지척에서 아이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라이드, 핸드폰 이리 주렴.
 
학생들의 작은 웃음소리가 터집니다.
 
라이드는 봐달라는 애절한 시선을 보내지만 아이린은 가차없습니다.
 
라이드:아, 쌤. 진짜 한 번만...
 
로페임 B. 테저:(낄낄 쌤통이다)
 
아이린 E. 테라코르:안 되는 건 안 돼. 누구랑 그렇게 메시지를 열심히 하니?
 
라이드:어, 엄마요! 엄청 급한 일이었단 말이에요.
 
또 다시 학생들의 웃음소리.
 
그 때, 누군가가 짖궂게 묻습니다.
 
“선생님, 애인 있어요?”
 
교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일변해 “애인 이야기 해 주세요!” “첫사랑 이야기라도요~” 같은 함성이 오고갑니다.
 
그러나 아이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교탁을 한 번 탁! 두드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쓸데없는 이야기 할 시간은 없어. 자, 수업 시작한다.
 
에이~ 가벼운 야유 소리.
 
라이드의 핸드폰을 압수한 채 아이린은 수업으로 돌아갑니다.
 
<관찰> 판정
 
로페임 B. 테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이린이 귓가에서 반짝이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립니다.
 
물방울 모양의 초록색 귀걸이가 꽤 잘 어울리네요.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 있는 학생들은 각각의 부실로,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귀가 준비에 한창입니다.
 
그리고 로페임은… 아이린에게 명령받은 수영장 청소가 있었죠.
 
하 이거 정말 해야 할까…?
 
로페임 B. 테저:(아... 집가고싶다... 느적거리며 아이린 찾아간다.)
 
아이린이 있는 교무실로 느적느적 향합니다.
 
앞 반 사회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아이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로페임을 반깁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도망 안 치고 잘 왔구나? 잘했어.
 
로페임 B. 테저:도망치면 더 늘어날 수도 있잖아요. (불만 가득한 얼굴)
 
아이린 E. 테라코르:후후. 역시 이런 벌도 많이 받아 봐서인지 잘 알고 있구나. (말은 그래도 농조다.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열쇠를 빼들었다.) 가자꾸나.
 
로페임은 아이린과 함께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학교 수영장은 강당 건물의 옥상에 위치해 있습니다.
 
강당은 3층 정도의 높이로, 안에서 계단을 타고 위로 향합니다.
 
반 년 넘게 사용되지 않아 먼지가 쌓인 자물쇠를 가볍게 털어내고 문을 엽니다.
 
철문이 움직이는 묵직한 소리. 탁 트인 하늘과 옥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영장은 적당히 넓은 크기입니다.
 
한 가운데에 풀, 안 쪽으로는 탈의실 건물과 작은 휴게실, 구석에는 비트판 무더기가 비닐 커버로 덮여 있습니다.
 
작년 이 곳에서 수영 수업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로페임은 수영을 잘하는 편일까?
 
로페임 B. 테저:(그냥 그럭저럭이다.)
 
귀엽군...
 
풀은 5개의 라인이 들어가는 25M 길이로, 지금은 물이 빠져있습니다.
 
텁텁한 냄새가 납니다.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네요.
 
얼룩덜룩한 빗자국이 남은 푸른 타일 위로 먼지와 쓰레기들이 굴러다닙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풀장만 청소하면 돼. 자, 받으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 하나씩 건네준다.)
오늘 하루는 쓰레기를 걷어내고, 2, 3일차에 물걸레질. 4일차에는 마을 축제가 있으니 쉬고 마지막 5일차에 호스를 연결해 물청소를 하면 끝이야.
다른 날은 도와줄 수 있지만, 마지막 날은 어려울 수 있으니 친구를 데려와도 좋아.
 
로페임 B. 테저:쌤... 아니다.. 일정 정해져있는데 말해봤자 안되겠죠. (라이드 무조건 데려온다. 마음먹으며 청소도구를 받는다.)
 
아이린 E. 테라코르:끝나면 카페에서 뭐라도 사줄게. 어떤 음료수 좋아하니? (빗자루로 한켠의 쓰레기를 쓸기 시작한다.)
 
로페임 B. 테저:(아. 같이 하는 건가. 대충하고 도망갈 수도 없겠네...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하고 맛난 거 얻어먹어야지.)(...)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니까요. (다른쪽 쓰레기 치우며) 탄산이면 좋겠는데... 청포도 에이드?
 
아이린 E. 테라코르:학생 부려먹고 말 바꿀 만큼 이기적인 선생님은 아니란다. 내가 같이 청소해서 좀 놀랐지? (콕 짚어 말하며 쿡쿡 웃는다.) 청포도 에이드? 탄산을 좋아하나 보구나, 알겠어. 잘 기억해둘게.
 
로페임 B. 테저:좀 놀라기는 했죠. 보통은 시켜놓고 딴 일 하던데. (기억해둔다는 이야기에 웃으며) 앞으로 청소 끝날 때마다 사주시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수영장 청소를 괜히 시킨 건 아니란다. 실은 내가 물을 무서워하거든. 그래서 물청소는 도와주지 못한다는 거고. (어깨 으쓱인다.) 카페에서 한 잔씩 사주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니, 테저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까.
 
로페임 B. 테저:물이 무서워요? 빠진적이라도 있으신가... (쓰레기 모아서 쓰레기봉투에 잘 담아두며) 그럼 사주세요. (안그럼 억울해 죽을 것 같으니까... 짜증나는 그놈 얼굴 떠올리고는 입술 꾹 깨문다. 아오...)
 
아이린 E. 테라코르:비슷한 이유지. (어깨를 가벼이 으쓱인다) 알겠어. 청포도 에이드 말고도 먹고 싶은 게 있다면 편히 주문하렴.
 
청소가 끝나면 아이린이 빗자루를 받아갑니다.
 
한참 쓸고 닦은 보람이 있어 굴러다니던 쓰레기는 거의 다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꽉 찬 쓰레기 봉투를 묶는 아이린의 귀걸이가 노을빛에 반짝입니다.
 
로페임 B. 테저:(반짝이는 걸 무의식적으로 보다가 시선이 마주치면 솔직하게 의문을 드러낸다. 앞뒤 없이 쑥 꺼내어 당황케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었지만...) 귀걸이 애인한테 받은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으응? (예상대로 눈이 살짝 커져서 되묻다가, 손끝으로 제 귀걸이를 톡 건드린다.) 아, 이거 말하는 거니?
친구가 준 거야. 만난 지는 좀 됐지만…….
어때. 나랑 잘 어울리니?
 
로페임 B. 테저:아... 친구. (친구가 귀걸이 선물도 하나? 갸웃거리다가.) 수업시간에도 귀걸이 만지기도 하고 소중해 보이길래 그냥 궁금했어요. 네. 어울려요.
 
아이린 E. 테라코르:만나기가 꽤 어려워진 친구거든. 그런 애가 준 선물이니 잘 간직해야지. (어울린단 칭찬에 미소를 띈다.) 고마워.
 
그의 웃음이 고즈넉합니다.
 
선생님이 아닌 아이린 개인의 얼굴.
 
누군지 모를 사람을 향한 친애의 감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청소 뒷정리를 마친 후 카페로 향했습니다.
 
로페임 B. 테저:(청춘이구만...)(하고 18살이 생각했다. 카페에 도착하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살겠단 얼굴.)
쌤. 사주고 그냥 가는 거예요 아님 마시고 가요? 여기서 마시는 거면 자리 잡고 있을게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나는 잔업이 있어서 돌아가봐야 해. 넌 쉬다 가렴. 바깥은 꽤 덥잖니? (계산대로 다가간다.) 청포도 에이드랑, 또 먹고 싶은 거 있니?
 
로페임 B. 테저:(잔업있구나... 안쓰럽단 말을 얼굴로 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실 거만 있으면 돼요. 나중에 밥 먹어야 되고.
 
아이린 E. 테라코르:좋아. (청포도 에이드를 계산하고는 진동벨을 당신에게 건네준다.) 그럼 선생님은 가볼게. 집에 조심히 잘 들어가렴.
 
로페임 B. 테저:네~. (진동벨 받고 손 휘적거리며 인사한다. 소문에 대해서도 물어볼걸 그랬나... 이제와 드는 생각...)
 
곧 아이린은 카페 문을 열고 나섭니다.
 
아이린이 사준 청포도 에이드는 무척 시원하고 맛이 좋아서, 청소의 힘듦이 조금이나마 씻겨내려가는 듯합니다.
 
로페임 B. 테저:(효과 짱이네 무슨 녹즙인가)
 
ㅋ 녹즙
 
시원한 에이드와 함께라면 여름도 두렵지 않아
 
아무튼 이렇게 무더웠던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이상하네… 몸이 무거워.”
 
“너도 감기야? 요즘 다들 왜 이래.”
 
“... 오늘은 일찍 갈래. 가야겠어. 날 부르는 거 같아.”
 
다음 날. 평소보다 늦게까지 몸을 움직였던 탓인지 팔다리가 뻐근합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여름 감기가 유행이라던가…?
 
피로나 졸음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같아요.
 
날이 갑자기 더워지고 있으니 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 방과 후는 오고 청소 시간이 돌아옵니다.
 
오늘도 성실하게 청소를 하러 갈까요?
 
로페임 B. 테저:(건강해서 다행이다... 청소 뒤의 포상을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간다!)
 
로페임은 오늘도 청소 뒤 기다리고 있을 음료수를 생각하며 수영장으로 향했습니다.
 
...
 
정신 없이 청소를 마무리 한 오후.
 
처음 풀장에 들어섰을 때 나던 매캐한 악취는 어느새 많이 날아간 것 같습니다.
 
제법 뿌듯함이 느껴지네요.
 
오늘 아이린은 일이 바쁜지 중간까지만 청소를 도운 후 먼저 교무실로 내려갔습니다.
 
돌아갈 때는 열쇠를 반납해달라고 했었죠.
 
로페임 B. 테저:(몸을 움직여서 덥구만 땀뻘뻘 흘리며 열쇠 반납하러 간다. 교무실 문 열며) 쌤 청소 다했어요.
 
땀을 닦으며 교무실 안으로 들어섭니다.
 
교직원들은 대부분 이미 퇴근한 듯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만, 안 쪽 교사 휴게 공간에서 그림자 하나가 움직입니다.
 
아직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걸까요. 전화 통화를 하는 모양입니다.
 
희미한 말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로페임 B. 테저: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음...~ 잘 안들리네... 귓가에 아예 손까지 대보고 듣는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귓가에 손까지 댄 효과가 있었는지, 핸드폰 밖으로 흘러나오는 상대의 목소리까지 들려오네요.
 
아이린의 목소리는 전에 들어본 적 없이 매섭고 차갑습니다.
 
?: 거기에 너무 오래 남아있는 거 아니야?
 
아이린 E. 테라코르:일부러 그러는 게 아냐. 다 알고 있잖니.
 
?: 알아. 난 널 걱정하는 거야. 거긴… 너무 좋은 곳이잖아. 익숙해지면 돌아온 뒤 힘들 수밖에 없을 거야.
 
아이린 E. 테라코르:…… 그건 네가 신경쓸 바 아냐. 볼일만 마치면 여기를 바로 뜰 테니, 연락도 적당히 해. 거슬려.
 
?: 잊지 마. 넌 이방인이야. 거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고.
 
아이린 E. 테라코르:이제 그만 끊어. 앞으론 내가 전화 걸기 전에 먼저 연락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구나. 찾아오는 것도 그만두고. (차갑게 말하곤 끊어버린다.)
 
전화가 끊기는 소리가 난 이후, 아이린은 길게 한숨을 내쉽니다.
 
로페임 B. 테저:(귀에 대고 있던 손 내려 문 똑똑 두드리고 아이린 본다.) 쌤. 열쇠 반납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아, 테저 왔니. (곧 휴게실 문을 열고 나온다. 언제 싸늘하게 통화했냐는 듯 평소대로의 어투와 표정이다. 열쇠를 받아 벽면에 걸었다.) 오늘도 고생했어. 마침 나도 일이 끝났으니 같이 카페로 가자꾸나.
 
두 사람은 어제와 같은 카페로 향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오늘도 청포도 에이드?
 
로페임 B. 테저:음.... 오늘은 오렌지 주스요. (감기에 안걸리겠다는 굳은 의지)
 
아이린 E. 테라코르:좋아. (오렌지 주스와 함께 더블 샷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요새 여름감기에 걸리는 학생들이 많다던데. 테저 너는 괜찮니?
 
로페임 B. 테저:(아니 더블 샷 아메리카노... 로페임은 어쩐지 선생님이 측은해졌다... 이상한 사람한테 시달리기도 하지... 선생님도 힘든 직업이구나...) 저는 뭐... 원래 감기에 잘 안 걸려서... 괜찮을 걸요? 괜찮아요. 쌤은요?
 
아이린 E. 테라코르:(잘 보면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조금 내려와 있는 것도 같고? 빈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 말고 몸 잘 챙겨야 해. 창문 활짝 열고 잠들진 말고. 이불도 차지 말고 잘 덮고. (선생님다운 잔소리를 하며) 나도 비 맞고 산책할 때가 아니고서야 감기에 걸리지는 않아. 다만 다른 학생들이 걱정이구나.
 
로페임 B. 테저:...? 쌤 제 방에 CCTV라도 달았어요? (창문 열고 이불 차는 걸 어떻게 알았담...) 학생 걱정할 때 맞아요? 쌤도 좀 지쳐보이는데. 방금도 전화할 때 엄청...
(아차...)(아이린 흘깃...) 화난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아, 아무튼 무리하진 마시라고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음……? 아아, 통화 소리가 들렸나 보구나.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 그러다 진동벨이 울리자 카운터에서 잔을 받아와 당신에게 주스를 건네주었다.) 별거 아니야. 누구에게나 갈등 정도는 있는 법 아니겠니. 인간관계란 그런 거지.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로페임 너야말로- 친구들이랑 싸우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조금 장난기 어린 어조로)
 
로페임 B. 테저:싸우고 다니는 걸 쌤한테 말하겠냐고요~. (농담하듯 말하다가 잠깐 차분...해진다.) 안 싸워요. 싸우면 집에서도 엄청 뭐라 한단 말이에요. 차라리 연애를 하지 쌈박질 한다고...
쌤 근데요...
곧 학교 그만둬요?
 
아이린 E. 테라코르:어머, 그건 또 그렇구나. (웃는상이 된다.) 싸움보다야 연애가 낫긴 하겠지. 하지만 연애를 해도 싸움을 피할 수는 없단 사실. 사랑싸움이라는 말 들어는 봤니~?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로 이야기하다, 멈칫한다.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을 양손으로 매만진다) 그것까지 들어버렸구나. 글쎄, 고민 중이야. 아직 결정된 건 없단다. 그러니 혹여라도 다른 친구들에게 말하진 말아주렴. 알겠지?
 
로페임 B. 테저:아. 알죠. 모를 수가 없죠. (그 사랑싸움 때문에 청소를 하게 됐으니. 씁쓸해진 입에 주스를 털어넣는다.) 그래도 연애를 하는 편이 사고는 덜 칠거라고 생각하나봐요, 부모님은. ... 알겠어요. 말 안할게요.
 
아이린 E. 테라코르:고마워. (미소하고는 아메리카노를 몇 모금 홀짝인다.) 확실히 연애를 하면 학생들이 얌전해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 더 들떠서 어쩔 줄 모르는 학생들도 있지만 말야. 로페임은 연애해본 적 있니? (너무 사생활적인 질문인가? 대답 안 해도 돼, 장난스레 덧붙였다)
 
로페임 B. 테저:(당신의 질문에 움찔, 뭔가에 찔리기라도 한 듯 멈칫했다가.) 그, 그러는 쌤은요? 사회쌤이랑 뭔가 있다~. 이런 얘기가 있던데요. 쌤 먼저 말해주는 거 아니면 저도 말 안해요.
 
아이린 E. 테라코르:으응? 사회 선생님이랑? 그런 소문이 돌고 있었니? (전혀 몰랐단 듯 되묻는다.) 그분과는 같은 직장 동료일 뿐이지. 난 공적인 곳에서 사적인 감정을 갖고 싶지는 않거든.
 
로페임 B. 테저:헤... 그럼 애들한테 얘기할까요? 쌤 애인 없고 사회쌤이랑도 그런 거 아니란 얘기 들었다고. 말 안하면 계속 사회쌤 관련된 소문 돌걸요.
 
아이린 E. 테라코르:뭐어, 마음대로 하렴. 원래 힘든 학창 시절엔 그런 소문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거 아니겠니. 어차피 나는 그분께 별 감정이 없으니 소문이 어떻게 돌건 나와 신경쓸 바는 아니니까. (쿨)
 
로페임 B. 테저:그렇구나.... 그래도 좀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주스 홀짝이며 마신다.) 쌤 내일도 일 많으면 그냥 저혼자 청소 할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아니야. 미리 일을 해뒀으니 내일은 오늘처럼 바쁘지는 않을 거란다. 그리고 한 번 약속한 걸 깰 수야 없는 일이지. 청소를 혼자 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잖니. 많이 힘들었지?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렴.
 
로페임 B. 테저:(혼자 하지 않아도 된다니 내심 좋아서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 넓은 델 혼자서 하려면 힘들긴 하지. 심심하기도 할거고. 그런 생각이었지만 입밖에 내는 것은 농담이다.) 에이, 땡땡이 치지도 못하겠네~. 알겠어요. 푹 쉬고 또 열심히 하겠습니다. 쌤도 감기 조심하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땡땡이 치면 2주로 늘려버릴 거란다? (물론 농담이다. 웃으며 잔을 들고 일어선다.) 그럼, 건강 조심하고 내일 보자꾸나.
 
두 사람은 카페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갑니다.
 
...
 
이 청소 릴레이도 벌써 3일째입니다.
 
오늘도 청소를 하려면 교무실에 가서 열쇠를 빌려야겠네요.
 
로페임 B. 테저:(며칠 하고나니 이제 억울한 기분도 거의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교무실로 향했다.) 쌤, 열쇠주세요.
 
수영장 열쇠를 빌리기 위해 교무실로 찾아가면 아이린은 마침 잘 왔다는 표정으로 로페임을 맞이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어서 오렴, 테저. 청소 때문에 온 거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키를 챙긴다) 수영장에 가기 전에 잠시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은데 같이 가겠니? 오늘 낮에 학생들이 밀대를 그만 부러뜨렸지 뭐니. 비축분도 없어서 겸사겸사 다른 비품들도 살 겸 마트에 다녀오려고.
 
로페임 B. 테저:(동그란 눈 깜빡.) 어. 그럼 밀대 뿌순 애들도 청소해요? (꽤나 기대하는 듯한 목소리로 물어보고는 따라붙는다.) 짐들어 드리면 청소 좀 봐주실 거예요? (농담도 하고.)
 
아이린 E. 테라코르:그애들은 다른 곳 청소 담당이라서. 당연히 비품을 다 사서 돌아오면 청소를 시켜야겠지? 낮에 일어난 일이라 지금은 돌아갔겠지만. (웃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좋아, 특별히 좀 더 일찍 끝내주도록 할게.
 
로페임 B. 테저:아... 까비... 일손 좀 늘어나나 했는데... (혼잣말 중얼거리다가 일찍 끝내준다는 말에 히죽거린다.) 앗싸~. 제가 짐 다들어드릴게요. (방정맞게 계단 내려간다.)
 
아이린 E. 테라코르:속이 다 보인다 다 보여.
 
아이린은 자신의 차를 열고 조수석에 로페임을 태웁니다.
 
두 사람은 함께 근처의 마트로 향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오래지 않아 밀대나 손소독제 같은 물건들을 카트에 담는다.) 살 만한 거 있니? 과자라던가. 특별 기회니까 놓치지 말고 골라보렴.
 
로페임 B. 테저:어...? (진짜...? 진심이냔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음료와 젤리빈, 과자 몇개를 집는다.) 이거랑... 요거랑... 이건 쌤 거... (제가 사는 것도 아니면서 당신 몫으로 커피 골라 카트에 담았다.)
 
아이린 E. 테라코르:학생 때는 잘 먹어야 한다더라. 꼭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아니더라도 학교에 오래 앉아있으려면 에너지가 많이 들잖니. (이것저것 고르는 모습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머, 내 것도 골라주는 거니? 마침 내가 좋아하는 회사의 커피네.
그래, 더 고르진 않고?
 
로페임 B. 테저:아~ 그쵸그쵸. 도시락이라도 싸와서 따로 먹고 싶다니까요. (사실 간식 정도는 챙겨와서 먹고 있다. 운좋게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골랐다니 흐뭇+뿌듯한 얼굴로 있다가, 더 고르지 않냔 물음에 끄덕끄덕.) 이 정도면 돼요. 나중에 밥 먹어야 하고. 비품은 그걸로 다 된거예요? (아이린이 담은 물품 슥 본다.)
 
아이린 E. 테라코르:나중에 너희 반 학생들 중에 키가 제일 커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구나. 선생님도 이만하면 다 골랐어. (웃으며 카트를 밀고 계산대로 간다.) 포장하고 갈 테니, 차에 먼저 가 있으렴.
 
로페임 B. 테저:그럼 좋겠는데... (대충 우리반 제일 키큰 애 떠올리고 있다가) 네~ (밝게 대답하고 차로 간다!)
 
차 옆에서 아이린을 기다리고 있자니, 마트 옆을 가로지르는 강이 눈에 들어옵니다.
 
멍! 저 옆에서 떠돌이 개가 강가를 향해 짖고 있습니다.
 
미지근한 바람이 불고 초목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그런데… … …
 
<교육> or <지능> or <자연> 판정
 
로페임 B. 테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근처의 갈대밭이나 잡초 등이 이상하게 웃자라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길목인데 이상하네요.
 
푸른 빛을 띤 식물들은 마치 시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로페임의 발 옆으로 지네 한 마리가 기어갑니다.
 
아니… 자세히 보면 거미입니다.
 
그러나 몸이 이상하게 깁니다. 어쩐지 숨이 막힙니다. <이성> 판정 (0/1D4)
 
로페임 B. 테저:(으아아아악 이게 뭐야)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으아아아ㅏ악)
rolling 1d4
 
(
4
 
)
 
 
=
4
아악!!!! (육성으로 소리지름. 뭐야 저게!! 소름끼쳐!!!)
 
이성 4 감소.
 
<정신력> 대항 판정합니다.
 
색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로페임 B. 테저: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대성공으로 마력, 이성 추가 소모 없습니다.
 
대체 저 소름끼치는 생물은 뭐죠?
 
아지랑이 아래에서 가볍게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몸이 휘청이면, 뒤에서 아이린이 나타나 로페임의 등을 받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테저? 왜 그래, 괜찮니?
 
로페임 B. 테저:(가오 때문에 차마 벌레 보고 놀랐단 말은 못하고...) 아, 아니 그냥... 숙...제 노트를 두고 왔나 싶어서요...? (변명거리 찾기 실패!)
 
아이린 E. 테라코르:노트를……? (고개 기울인다. 그닥 믿음이 가진 않는 듯하지만, 숨기고 싶은 게 있겠거니 하고 넘겨준다) 어차피 다시 학교에 돌아갸아 하니까. 이만 탈까?
 
로페임 B. 테저:아, 하하... 집갈때 챙기면 되는 건데 왜 놀랐지? (기계적으로 웃으며 혼잣말하고는 차에 탄다.)
 
아이린의 차에 올라 마트를 떠납니다.
 
뒤를 돌아보면, 강가에서 짖던 개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이린은 아까 했던 말대로 오늘치 청소를 꽤 일찍 끝내주었습니다.
 
청소를 마무리하며 봉지를 정리할 때, 아이린이 입을 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고 보니 내일은 벌써 마을 축제가 있는 날이구나. 누구랑 같이 다닐 예정은 있니?
 
로페임 B. 테저:벌써 그렇게 됐던가요. 아뇨. 딱히... 그냥 혼자 둘러보다 들어갈까 싶었는데요. 그러고보니 쌤은 여기 축제 처음이겠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다른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녀도 좋을 텐데. (고개 끄덕인다.) 다른 선생님들과 근처에서 순찰을 돌기로 했단다. 사고치지 않게 조심하렴?
 
로페임 B. 테저:(사실 같이 다니고 싶은 애는 있는데 말을 못하겠달까... 눈만 데루룩 굴리다가) 사고치면 청소 늘어난다는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청소도 청소지만 걱정이 우선이지? 학교 내부도 아니고 바깥이니 더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잖니. 선생님의 마음을 몰라주다니 서운하구나. (농조)
 
로페임 B. 테저:에이, 사고가 나봤자 얼마나 큰 사고가 나겠어요. 몇번이나 갔던 축제인데. (같이 농조) 아무튼 조심할게요. (잘보이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까 또 사고쳤단 소문나면 곤란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좋아, 그 말을 잘 지킬 수 있을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야겠구나. 오늘 청소도 고생했어. 오늘은 마트에서 미리 간식을 사줬으니 카페는 안 가도 괜찮겠지? 선생님은 야근을 해야 한단다. 테저가 사준 커피 잘 마실게.
 
로페임 B. 테저:완전 잘 지킬 거예요~. 한다면 한다니까요. (제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나름 듬직?하게... 듬직한가...?) 아, 네. 잘먹겠습니다. (가방에 간식 잘 챙겨두고) 헐... 야근해요...? 쌤 힘내세요...~ (인사 꾸벅)
 
아이린 E. 테라코르:후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좀 초췌해 보임) 잘 가렴. 내일 축제도 재밌게 즐기고.
 
로페임은 청소를 일찍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과연 내일의 축제는 어떨지 기대감이 무럭무럭 솟아납니다.
 
“선배! 들었어요?”
 
“어? 또 뭘?”
 
“부장 말이에요, 어제부터 집에 안 들어왔대요.”
 
수영장 청소에 어울리게 된 지 어느새 4일째.
 
오늘은 마을에서 축제가 있는 날입니다.
 
오전 수업부터 점심시간, 오후까지 학교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누구와 함께 축제를 가네 마네 하는 이야기로 들썩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수업은 아이린이 담당하는 과학 수업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자, 다들 교과서 펼치렴. 저번에 어디까지 나갔었지?
 
라이드:아, 쌤- 오늘 축제인데 꼭 수업해야 돼요?
 
로페임 B. 테저:쌤 하루만 놀아요~ (말얹기)
 
다른 아이들도 맞아, 맞아 하며 동의의 목소리를 웅성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흐음……? (교실 한 번 쭉 시선으로 훑는다) 어째 이 교실의 아무도 공부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구나.
알겠어, 그럼 오늘만이야.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골라 보도록 하렴.
 
라이드:우와~ 쌤 최고!
 
몇 명의 아이들이 시끌벅적 떠들며 고른 영화는 수수께끼의 괴물이 지구를 침공한 뒤를 그린 아포칼립스 영화입니다.
 
완전히 무너진 문명과 질서, 타인의 안위를 걱정할 여유마저 닳아가는 세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매일같이 인간을 잡아먹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동생을 지키기 위해 쉘터를 만들려 합니다.
 
영화는 나쁘지 않은 완성도입니다만, 영화를 제대로 시청하는 학생들은 반 정도로 남은 반은 역시나 오늘 있을 축제에 대해 떠들고 있습니다.
 
제일 화면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은 학생들보다도 아이린 같네요.
 
어쩐지 애매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스크린을 보고 있습니다.
 
재밌긴 한데… 그렇게 재밌나?
 
로페임 B. 테저:(이런 영화가 취향인건가... 아이린 본다.)
(영화 본다. 또 아이린 본다... 아무래도 취향인가보군... 싸우는 장면은 재밌긴 하다.)
(그러고보니 라이드 그자식은 날 수영장에 처박아놓고 여친이랑 어떻게 된 건가... 라이드 엄청 째려본다...)
 
라이드는 영화엔 하나도 집중하지 않고 신나게 핸드폰이나 하고 있네요.
 
저자식, 아이린이 분위기 좀 풀어줬다고 아주 한없이 풀어지려나 봅니다.
 
여자친구인지는 몰라도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의 끝보다도 앞서 수업시간의 끝이 다가오면, 아이린은 영화를 끈 채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자, 시간이 다 되었구나. 다들 신난 건 알겠지만 축제라고 너무 사고치지는 마렴. 선생님들도 다들 순찰하며 돌아다닐 테니 나쁜 짓 해도 모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일 거야.
그리고 3학년의 베로니카 학생과 연락이 닿는 사람이 있다면 교무실로 와주렴. 이만. (교실 문을 열고 나선다.)
 
그러면,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구야?”
 
“우리 부 부장이야. 어제부터 안 들어왔대.”
 
“가출인가…?”
 
“입시 스트레스일지도…”
 
곧 방과 후가 옵니다. 오늘의 수영장 청소는 휴식이었죠.
 
축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집에 돌아가 휴식을 취하도록 할까요?
 
물론 친구들과 축제 시작 전까지 마음껏 놀아도 되겠죠.
 
로페임 B. 테저:(오랜만에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친구들과 놀기 위해 학교를 나서는 길, 주차장을 가로질러 걷고 있으면 “아이린 선생님!” 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앞 반의 사회과를 담당하는 선생님입니다.
 
쭈뼛거리며 아이린에게 말을 걸고 있네요.
 
사회 선생님: 오늘 순찰, 2인 1조로 돌아야 한다던데요. 괜찮으시다면 저랑……
 
아이린 E. 테라코르:아, 그랬던가요? 그럼……
 
로페임 B. 테저:(오...?)(흥미진진)
 
그러고보니 저 선생님, 아이린에게 관심이 있다고 요새 한창 소문이 돌고 있었죠.
 
잘 되어가는 걸까……?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섭니다.
 
어쩐지 공기가 물을 먹은 듯 무겁습니다. 하늘은 뿌옇습니다.
 
비가 오진 않을까 걱정이네요.
 
……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놀다 보면 어느덧 축제가 시작하는 오후 6시에 가까워집니다.
 
축제는 로페임의 집 근처에서 열리고 있어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슬슬 축제장으로 가볼까요?
 
로페임 B. 테저:(집에 짐 던져두고 축제장으로 슝 달려간다.)
 
슝~ 달려가면 해가 길어진 덕에 아직 날은 어둡지 않습니다.
 
여러 점포가 문을 열고 장사에 한창입니다.
 
이곳저곳에서 음식 냄새가 느껴지고, 미니 바이킹이나 회전컵이 돕니다.
 
아이들을 위한 에어바운스도 설치되어 있네요.
 
풍선 사격과 뽑기, 물풍선 건지기 등의 게임도 보입니다.
 
본 적이 있는 듯한 같은 학교 학생들도 저마다 무리지어 축제 회장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곁으로 지나다니는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 아까 수학 쌤 봤어.”
 
“으아, 안 마주치고 싶다.”
 
회장을 가로질러 조금 더 걷다 보면,
 
“학생.”
 
누군가 로페임을 부릅니다.
 
로페임 B. 테저:음? (누구지? 얼굴 확인한다.)
 
낡은 테이블에 카드나 큰 수정구슬을 놓아두고 로브를 쓴 사람 한 명이 앉아있습니다.
 
로브를 쓴 남자:당신의 앞날에 구름이 껴 있군요……. (앞자리에 앉으란 듯 손짓한다)
 
로페임 B. 테저:(구름은 하늘에 껴있는 것 같은데... 생각하며 일단 앉는다.) 왜요? 뭐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대요?
 
로브를 쓴 남자:학생 근처의 기운이 상당히 흐트러져 있어요. (신비스러운 건지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알 수 없는 톤이다.)
좋지 않아요. 이대로는 당신까지 휘말려 표적이 되어버립니다…….
 
로페임 B. 테저:(뭔 헛소리를 하는 건가... 보고 있다가 혹시 라이드가 또 뭔짓을 해서 내가 휘말리는 건가!?! 생각이 번뜩였다. 그런 일은 안된다! 혹시 모르니 충고라도 들어두는 편이...) 뭐... 뭔데요...? 표적은 되면 안되는데...
 
로브를 쓴 남자:이질적인 무언가가 당신의 선에 끼어들어 있어요. 어서 거리를 둬야 해요.
 
그는 검은 개가 그려진 타로카드를 한 장 보여줍니다.
 
로브를 쓴 남자:검은 개를 조심해요.
 
로페임 B. 테저:(호오... 역시 라이드가 뭔가 할 모양인가보군... 개가 나오는 걸 보니 분명하다...) 음... 일단 검은 개를 조심하란 거죠... (알겠다며 다시 일어선다.)
 
다시 축제 회장을 걷습니다. 멀리서 방송이 들려오네요.
 
:<이후 30분부터 광장에서 공연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또한, 현재 회장 내에 소매치기범이 출몰한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으므로 발견시 바로 신고해주세요. 장사 허가를 받지 않은 무단 점포 또한 운영위원회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안전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협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직장인들의 퇴근시간 또한 겹쳐오는 듯 사람이 점점 늘어납니다.
 
저 앞에서 걸어오는 학생 무리를 피하기 위해 생과일 주스를 파는 부스 옆에서 좌측으로 돌아가려 하면…
 
툭.
 
옷자락이 상자 하나에 걸리고, 동시에 안에 들어있던 오렌지가 우르르 쏟아집니다.
 
“꺄악!” “아니, 뭐 하는거야!”
 
바로 이런저런 소리가 날아듭니다.
 
로페임 B. 테저:악!! 뭐야 이거!!! 나도 놀랐다고! (오렌지에 퍽퍽 맞다가 도망친다.)
 
오렌지를 팍팍 맞으며 엉거주춤 도망치려는데,
 
응? 옆에 검은 장지갑이 떨어져 있습니다.
 
로페임 B. 테저:엉? (운영회에 가져다 줘야 하나. 지갑 주워든다.)
 
그것을 주워든 순간,
 
“앗! 내 지갑!”
 
지갑 주인:겨우 찾았다… 너 뭐야?! 네가 그 소매치기야?!
 
사나운 노성이 꽂힙니다. 지갑의 주인인 것 같아요.
 
지갑을 주워든 로페임을 소매치기범이라 착각하고 있습니다.
 
“뭐야?”
 
“소매치기? 누가?”
 
“잠깐만, 여기 밀치지 마세요!”
 
로페임 B. 테저:아니 난 위원회에 가져다 주려고 한거라고!!!!! (우렁찬 고함소리 그리고 옆은 오렌지 더미...)
 
지갑 주인:무슨 소리야? 네가 주워드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순식간에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류하던 사람들도 그의 완고한 태도에 이내 로페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대인 기능(말재주, 위협, 설득, 매혹 중 하나) 판정이 가능합니다.
 
로페임 B. 테저:
말재주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아니, 그러니까~ 지갑이 바닥에 있어서 주웠다는 거 아니야. 어? 그럼 이거 보고 그냥 가요? 아 알아서 바닥에 있는 지갑을 주인이 챙겨가겠지~ 하고 그냥 두고 가냐고요! 바닥에 떨어진 지갑은 주워서 경찰에 맡깁니다. 하고 유치원생도 배우는 판에 제가 두고 가야하냐고요!!! 도와주려고 해도 씅질이야! (화내면서 주인한테 지갑 던져줌)
 
지갑 주인:뭐, 뭐야?! 아니 보자보자하니까 이 어린 게 어른한테 성질을 내! (기세가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이젠 다른 걸로 딴지를 잡아 역정을 낸다. 여전히 의심을 완전히 거두진 않은 채였다) 그럼 지갑이 그냥 땅에 뚝 떨어졌다는 거냐? 훔쳐가려다가 손에서 빠진 걸지 어떻게 알아!
 
반복되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낄 무렵.
 
아이린 E. 테라코르:실례합니다. 무슨 일이죠?
 
익숙한 목소리가 날아듭니다. 아이린입니다.
 
로페임의 뒤에서 나타난 그는 로페임을 보호하려는 듯 화난 통행객을 가로막고 섭니다.
 
지갑 주인:당신 누구야? 지금 이놈이랑 말하고 있잖아.
 
로페임 B. 테저:쌤!!! 이 인간이 절 도둑으로 몰아가요!!!
(지갑주인 엄청 삿대질)
 
아이린 E. 테라코르:제 학생입니다. 일단 진정하고 상황을 말씀해주세요.
 
로페임 B. 테저:제가 지나가다가 오렌지에 맞고 바닥을 보니까 지갑이 있었어요. (?)
 
지갑 주인:이게 어디 삿대질을 해 삿대질을! (지지 않고 마찬가지로 손가락질을 한다) 내 바지주머니에서 지갑이 어느 순간 사라져 있어서 정신없이 찾고 있는데, 아 저놈이 지갑을 태연히 주워들고 있는 거 아뇨! 꺼내가려다가 북새통에 그만 떨어뜨린 거겠지.
 
아이린 E. 테라코르:자초지종이 그리 되었군요. 알겠습니다.
 
곧 아이린이 뒤를 돌아 로페임과 눈을 마주칩니다. 그 얼굴에서 의심의 빛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네가 한 짓이 아니지, 테저?
 
로페임 B. 테저:(오.... 선생님...)
네. 진짜 맹세코 안했어요. 지갑도 저 사람한테 바로 돌려줬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알겠어. (그리곤 다시 뒤돈다.) 저희 학생은 그런 짓을 저지를 만한 아이가 아닙니다. 정 의심스러우시다면 CCTV를 확인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잔뜩 흥분한 지갑 주인과 달리 시종일관 차분한 톤이다.)
 
이쯤 되면 주변의 분위기는 다시 일변해 대개 통행객을 향해 가벼운 힐난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로페임 B. 테저:(팔짱 끼고 아이린 옆에서 고개 끄덕끄덕)
 
지갑 주인:에잇, 그게…… 아니라고 말만 하면 다인가. 일단 없어진 건 없나 확인을 해야겠어!
 
주인이 지갑을 막 열어 확인해보려는 그때, 회장 내 방송이 다시 울립니다.
 
:<방금 회장 내 소매치기범을 경찰에 인도하였습니다. 도난품으로 파란색 동전 지갑과 갈색 핸드백이 들어와 있으며, 도주 중 분실한 도난품도 있다고 하니 분실물이 발견되는 경우 운영 본부로 신고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물건을 도난당하신 분들은 본부에 찾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주변은 이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자, 답은 나온 것 같죠? (목소리가 점차 싸늘해진다.)
 
지갑 주인:어이, 거, 참……. (지갑을 열어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선 더 머쓱하고 무안한 낯이 되어 어물거린다)
 
로페임 B. 테저:거 봐. 난 안했다니까요. (언제 그랬냐는 듯 존대하고) 조심해서 다니세요. (말하곤 자리를 뜨려한다.)
 
아이린 E. 테라코르:잠깐, 테저. (당신의 팔을 붙잡는다)
무고한 학생을 범죄자로 몰아가려 한 데에 사과의 말씀은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지갑 주인을 똑바로 바라본다)
 
로페임 B. 테저:(오... 멋있다... 아이린 봄...)
 
지갑 주인:나 참…… (주변에서 들려오는 힐난과 야유 소리에 어쩔 줄 모르고 머리를 긁적인다) 어이 학생. …… 오해해서 미, 미안하게 됐네!
 
로페임 B. 테저:(게슴츠레 지갑 주인 보다가 새침한 얼굴로 고개 끄덕였다.)
 
지갑 주인:에이, 다들 구경났어? 각자 갈 길이나 가쇼! (괜시리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질을 내며 인파 틈으로 사라진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로페임을 향해 뒤돈다.) 괜찮니? 많이 놀랐을 것 같은데.
 
로페임 B. 테저:(내내 뚱한 얼굴로 있다가 아이린이 뒤돌면 방긋 웃으며) 놀라긴 했는데 잘 해결됐잖아요. 것보다... 쌤 방금 쩔었어요. 멋있어... (쌍따봉)
 
아이린 E. 테라코르:학생이 곤경에 처해 있는데 선생님이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니. (가볍게 한숨 내쉰다) 축제는 잘 즐기고 있었니? 일행과는 떨어진 거야? 아님 정말로 혼자 다닌 걸까.
 
로페임 B. 테저:(그런 상황에 의심의 눈초리 한번을 안줬을 선생님이 몇이나 있었을지. 로페임의 안에서 당신에 대한 존경심이 마구 샘솟았다.) 조금만 둘러보다 집 갈 생각이라 혼자 다니고 있었죠. 쌤은요? (주변 휙휙 보다가) 사회쌤이랑 같이 순찰 도시는줄 알았는데.
 
아이린 E. 테라코르:그분이랑 같이 순찰 도는 중이었던 건 맞아. 인파에 휩쓸려서 어느 틈에 멀어졌지만…… 회장 어딘가에 잘 있으시겠지. 그나저나 어떻게 알았니? (의아)
 
로페임 B. 테저:아. (눈 굴리다가) 그... 몰래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지나가다가 들었다고 해야하나.... 그랬거든요. 사회쌤이 같이 다니자고 하는 거 들었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아하. 그나마 네가 봐서 다행이려나. 소문이 한층 더 커질 뻔했구나. (반쯤 농조로 말하며 미소한다) 그럼 집에 가기 전까지 잠깐 같이 다니겠니? 괜히 또 이런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되는구나. 선생님은 순찰을 도느라 아직 별로 축제를 즐기지 못하기도 했고. 조금 이따 중앙 광장에서 공연도 있다고 했잖니, 꽤 재밌을 것 같던데.
 
로페임 B. 테저:그쵸? 전 그런 얘기 안하고 다니니까.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그럼 그렇게 해요. 쌤이 도와주셨으니까 저도 뭐라도 해드리고 싶기도 하고.
 
아이린 E. 테라코르:좋아, 그럼 가자꾸나. (지갑 주인에게 싸늘하게 말하던 어조와는 정반대로 부드럽게 답하며 걸음 옮긴다.)
 
두 사람은 다시금 축제장의 한가운데로 걸음을 옮깁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축제는 먹으면서 즐겨야 한다지. 이것저것 많이 사먹었니, 테저?
 
로페임 B. 테저:(뭘 먹었더라... 손가락 하나씩 꼽으며) 타코야끼랑... (먹은 음식을 하나씩 읊는데 가만 들어보면 식사류에 디저트까지 아지 야무지게도 챙겨 먹었다.) 쌤은요? 순찰돈다고 잘 못챙겨먹은 거 아녜요?
*아지-아주
 
아이린 E. 테라코르:다행히 잘 챙겨 먹었네. 그 나이땐 역시 많이 먹고 놀아야겠지. (나열하는 음식 이름들 들으며 흐뭇하게 미소한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음료수 한 잔 마셨구나. 특별히 맛있었던 곳이 있다면 소개시켜주겠니? 참고로 너무 단 건 잘 못 먹는단다.
 
로페임 B. 테저:에엥? 밥도 안 먹었다고요? 그러다 쓰러져요, 쓰러져. 저기 저어쪽에, 야끼소바 맛있게 하는 데가 있거든요. 그건 괜찮아요? (호들갑떨며 말하다 한 가게를 가리킨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이런 데 보호자 자격으로 오면 한두 끼니쯤 건너뛰는 건 일상이라고 볼 수 있단다. (작게 미소하며 당신이 가리킨 가게를 바라봤다.) 좋아. 그럼 잠시 들릴까? 하지만 테저는 이미 배부를 텐데 또 가도 괜찮겠니? 앉아있기만 하려면 심심할 텐데.
 
로페임 B. 테저:으...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을 굶게 되다니... (질색하다가) 어... 괜찮아요. 더 먹을 수 있거든요. 원래 먹는 양이 좀 많아서. (싱긋 웃어보이고는 가게쪽으로 발을 내딛는다.)
 
야끼소바 가게에는 사람이 꽤 북적거리지만, 다행히 두 사람이 앉을 만한 자리는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앉아서 소바 한 그릇씩을 시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후후…… 어른이란 가끔씩 필연적인 상황에 몰리게 되는 법이야. (좀 피곤해 보임) 사회 선생님이 이곳저곳 보러 다니자면서 계속 움직여서 식사를 할 만한 시간을 못 낸 것도 있기는 했지.
 
로페임 B. 테저:그 쌤은 배도 안고픈가봐요. (어떻게 먹이지도 않고 사람을 끌고다니나.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밝은 가게 안에 있으니 당신의 얼굴이 더 잘 보이게 되어 피곤한 기색을 눈치챈다.) 쌤 오늘 일찍 들어가셔야겠다.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요?
 
아이린 E. 테라코르:많이 티가 났니? (학생을 괜히 신경쓰게 만들면 안 되는데. 제 눈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아직은 버틸 만하니 괜찮단다. 테저 네가 안전히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갈게.
 
대화를 나누자면 소바 두 그릇이 테이블 위로 올라옵니다.
 
두 사람 모두 <행운> 판정!
 
로페임 B. 테저:
기준치: 40/20/8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준치: 50/25/10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두 사람 모두 그릇이 꽉 찰 만큼 양이 한가득이네요!
 
한 젓가락 먹은 아이린의 눈이 크게 뜨이는 걸 보니, 맛도 대단히 좋은 모양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네 추천대로 오길 잘했구나, 테저. 가격은 저렴한데 양도 많고 이렇게나 맛이 좋다니…… 소바를 많이 먹어보진 않았는데, 앞으로는 자주 먹고 싶어질 것 같아. (음미함)
 
로페임 B. 테저:진짜요? 다행이다... 혹시 입에 안맞으면 어쩌나 했는데. (안심해서는 방실방실 웃으며 소바 와구와구 먹는다.) 외국 음식도 한번씩 먹고 하면 색달라서 좋더라고요.
 
아이린 E. 테라코르:평소에는 토스트나 샌드위치, 샐러드 같은 걸로 간단하게 때우는 편이니까. 이렇게 색다른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 테저 너도 잘 먹어서 다행이구나. (빙그레 웃는다) 계산은 선생님이 할 테니 이 다음에 또 먹고 싶은 게 있다면 고민해두렴.
 
로페임 B. 테저:그렇게 먹으면 배고파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리고) 음~ 다른게 또 뭐 있지. 쌤은 둘러보면서 가고 싶은 곳 없었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선생님에겐 커피가 있지. (카페인의 힘이란……) 중앙 광장에서 한다던 공연이 궁금하구나. 음료수 한 잔씩 사서 그걸 보러 가는 건 어떻겠니?
 
로페임 B. 테저:커피... (시럽을 타서 먹으면 확실히 힘은 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은 건가... 로페임은 아이린의 건강이 걱정됐다.) 좋아요. 적당한 자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두 사람은 배부르게 식사를 끝마치고 노점을 나섭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마시고 싶은 음료수는 있니? 선생님도 이번엔 커피 대신 다른 걸 마셔야겠구나.
 
로페임 B. 테저:오... 커피 말고 다른 거 뭐 마시려고요? (신기) 저는... (고민) ...사이다 마실래요.
 
아이린 E. 테라코르:오늘은…… (마찬가지로 고민) 카페라떼. (뭔 차이지)
 
로페임 B. 테저:그거 커피 아녜요? (뭔 차이람)
 
아이린 E. 테라코르:우유가 조금 더 들어갔으니 다른 거 아니니? (똑같이 커피다)
 
로페임 B. 테저:(하여튼간에 특이하다니까...) 네... 뭐... 다르긴 다르죠. 뭐든 맛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냐고요.
 
아이린 E. 테라코르:카라멜 마끼아또는 너무 달 것 같단 말이지. 카페라떼랑 사이다 한 잔씩 주세요. (결국 처음 정한 메뉴 그대로 결제했다)
 
로페임의 손에는 시원한 사이다가, 아이린에게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카페라떼가 한 잔씩 들립니다.
 
마침 중앙 광장 쪽에서 환호성이 들려옵니다.
 
곧 공연이 시작하려나 봐요!
 
로페임 B. 테저:(심지어 따뜻한 거야?)(충격 받은 눈으로 카페라떼 보다가 광장으로 향한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이 나이쯤 되면 몸이 시려서……)
 
로페임 B. 테저:(씁쓸....)
 
중앙광장에는 벌써 사람들이 가득해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입니다.
 
두 사람은 과연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요? <행운> 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로페임 B. 테저:
기준치: 40/20/8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로페임은 자리를 찾으려 하다가 발이 꾹 밟히고 맙니다. 아얏!
 
로페임 B. 테저:아!! (찡글)(다시 자리 찾아간다.)
 
아이린 E. 테라코르:괜찮니, 테저? 다행히 이쪽에 빈자리가 두 개 있구나. (이끌어준다)
 
로페임 B. 테저:아, 네. 괜찮아요. (아이린을 따라 빈자리에 가서 착석!) 다행히 자리가 있네요. 오늘 무슨 공연이라더라...(중얼)
 
화려한 퍼레이드 겸 단편 뮤지컬 공연인 것 같습니다.
 
번쩍거리는 조명들에 옷에 달린 장식들이 반사되며 눈부신 빛을 냅니다.
 
로페임 B. 테저:(오...)
 
흥겨운 음악과 함께 퍼레이드 옷을 차려입은 이들이 무대에 올라 축제를 기원하는 꽃장식을 던집니다.
 
로페임도 잡을 수 있을까요? <민첩> 판정
 
로페임 B. 테저: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로페임은 날렵하게 손을 뻗어 하늘하늘하게 떨어지는 꽃장식 하나를 잡아채는 데 성공합니다!
 
보라색 꽃잎에 금색과 은색 펄이 군데군데 묻어있어 예쁘게 반짝거립니다.
 
로페임 B. 테저:(뭔가 뿌듯하다. 흐뭇하게 웃으며 보고 있다가 아이린에게 내민다.) 쌤 이거 가지실래요?
 
아이린 E. 테라코르:어머. 선생님 주는 거니? 네가 애써 잡은 건데 선생님이 받아도 괜찮겠어?
 
로페임 B. 테저:(고개 끄덕) 오늘 도와줬잖아요. 그리고 저는 이런 장식은 잘 안쓰니까...
 
아이린 E. 테라코르:고마워. 그럼 기쁘게 받을게. (꽃장식을 받아들어 섬세한 손길로 꽃잎을 매만진다.) 반짝거리는 게 참 예쁘구나. 그러고 보면 테저 너와 나는 눈 색이 똑같이 보라색이지.
(제 귓가에 한 번 꽂아본다) 어떠니?
 
로페임 B. 테저:(가만히 당신을 바라보다가 씩 입꼬리 올리며 엄지를 세웠다.) 완전 어울려요. 여기 사회쌤 있었으면 홀라당 넘어갔을 걸요.
 
아이린 E. 테라코르:잘 어울린다니 다행이네. 사회 선생님은…… 그러고 보니 나를 찾고 계시려나.
 
로페임 B. 테저:그럴지도 모르죠...? 신경쓰여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아냐. 정 안 보이면 알아서 돌아가시겠지. 사실 사회 선생님이 내게 관심을 좀 덜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거든. (옅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건 비밀이란다. 알지?
 
로페임 B. 테저: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듣고나면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비죽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무덤까지 가져갈게요. (농담하곤 무대로 시선을 던진다.)
 
아이린 E. 테라코르:믿음직스럽네. (쿡쿡 웃으며 카페라떼를 마신다)
 
퍼레이드는 이 마을의 역사를 담은 내용의 뮤지컬로 이어집니다.
 
중간중간 로페임이 다니는 학교를 묘사하는 장면도 있네요.
 
흥겨운 노래와 화려한 연출에 절로 어깨가 들썩입니다.
 
극은 앞으로도 축제가 매년 무사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끝맺어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어땠니? 보기를 잘한 것 같은데, 선생님은.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나더구나.
 
로페임 B. 테저:그러게요. 연출도 엄청 화려하고. 재밌었어요.
이제 쌤은 그 뭐냐 순찰 끝난 보고? 하러 가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이제 슬슬 돌아가봐야 할 것 같구나. (핸드폰을 뒤적인다)
 
그때,
 
“아이린 선생님!”
 
저 멀리서 사회 선생님이 뻘뻘거리며 달려옵니다.
 
양 손에 과일 주스를 들고 있네요.
 
로페임 B. 테저:(오...)
 
아이린 E. 테라코르:아무래도 들킨 모양이야, 그렇지?
선생님은 이만 가볼게. 테저도 집에 조심히 잘 들어가렴.
 
로페임 B. 테저:네. 힘내세요 쌤. (손흔들~)
 
아이린은 마지막으로 로페임에게 눈인사를 한 번 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이제 무엇을 할까요?
 
로페임 B. 테저:(사회쌤이랑 아이린이 궁금한데 따라가볼 수 있으려나...?)
 
ㅋㅋ 뒤따라가봅시다
 
로페임 B. 테저:(ㅖ~~ 조심조심 뒤를 밟아가봅니다~!)
 
축제장을 걸어가는 내내, 사회 선생님은 아이린 곁에 딱 붙어있으려 하네요.
 
사회 선생님:아이린 선생님, 대체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얼마나 찾았다구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아, 죄송해요. 학생이 곤란해 보여서, 그걸 도와주려다가 연락을 하는 걸 잊었네요. (그러면서 옆쪽으로 한 걸음 슥 떨어짐)
 
사회 선생님:그렇구나…… 그럼 이 주스 좀 드시겠어요? 최대한 달고 상큼한 걸로 담아달라고 부탁했거든요. (설탕이 잔뜩 들어갔을 게 뻔한 딸기 주스컵을 내민다)
 
로페임 B. 테저:(아...)
 
아이린 E. 테라코르:……
정말 고맙습니다……. (억지로 미소하며 받는다……)
 
이게 어른의 사회생활?
 
아이린은 힘들어 보입니다...(ㅋㅋ)
 
로페임 B. 테저:(쌤... 안쓰럽다... 뭐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고...)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으니 집으로 돌아간다)
 
로페임은 두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을 만나 적당히 집에 돌아가라고 안전지도를 하는 것까지 보고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린과 헤어진 후로 어쩐지 공기는 쭉 무겁고 불쾌합니다.
 
축축한 공기와 습한 기운. 미지근한 바람…
 
그리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툭 떨어집니다.
 
툭, 툭, 툭, 쏴아…
 
빗방울은 점점 빠르게 떨어지더니 이내 거센 비가 됩니다.
 
축제 회장의 사람들은 빠르게 부스를 접고, 사람들은 인근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사거나 집으로 귀가합니다.
 
로페임도 우산이 없다면 얼른 하나 구매할까요?
 
로페임 B. 테저:(구매한다!)
 
로페임도 편의점에서 우산을 하나 get합니다.
 
우산을 쓴 채로 시민 공원 근처를 지나다 보면,
 
빗소리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저 사람 괜찮은거야? 쓰러질 거 같던데…”
 
“구급차 불러드릴 걸 그랬나…?”
 
소리를 듣고 자연스레 공원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람 하나가 등나무 벤치 아래에 앉아있습니다.
 
어쩐지 익숙한 뒷모습. 아이린입니다.
 
그는 멀리서도 알 수 있을 만큼 불안한 기색으로 혼자 앉아 등을 웅크리고 있습니다.
 
로페임 B. 테저:(????)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네요.
 
로페임 B. 테저:(헐 뭐야. 깜짝 놀라서 아이린에게 달려간다.) 쌤!!
여기서 뭐해요. 괜찮아요? (우산 씌워주고)
 
로페임은 황급히 아이린을 향해 뛰어갑니다.
 
그는 호흡이 힘든 듯 가쁘게 숨을 쉬고 있습니다.
 
몸이 빗물로 완전히 젖어있습니다.
 
상당히 불안해보입니다.
 
<지능> 판정
 
로페임 B. 테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수영장 청소를 하던 첫날 아이린의 말을 떠올려 볼까요?
 
로페임 B. 테저:(아!!!!!!!! 물을 무서워 한다고 했구나!!!! 뒤늦게 깨닫고 완전히 몸을 숙여 우산으로 아이린의 몸을 가린다. 죄대한 빗물이 닿지 않게끔.) 쌤. 괜찮아요. 저 봐봐요. 네?
 
아이린 E. 테라코르:(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면서 휘청거린다. 입가에선 채 말이 되지 못한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나오고, 눈은 초점을 잃은 채였다.) 싫어, 싫어, 더이상 물에 젖는 건……
…… 아……? (제 몸 위로 떨어지던 빗물이 멈추자 느리게 눈을 굴려 당신을 마주한다. 당신을 알아보는 건지 아닌지 불분명한 기색이다)
 
로페임 B. 테저:알아보겠어요? 테저요. 로페임 테저. 이제 물에 안 젖을 거예요. (우산 아이린 손에 쥐어주며 웃어보인다.) 쌤도 우산 안가져왔었나 보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손에 쥐여진 우산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이 상황을 곱씹는가 싶다가, 천천히 정신이 돌아오는 듯 당신과 우산을 번갈아보았다. 이내 손잡이를 꾹 힘주어 쥔다.)
너였구나. 미안,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고마워, 로페임.
 
… …
 
어라. 입에 담은 것은 분명 로페임의 이름인데 당신을 부른 것 같지가 않습니다.
 
평소보다도 훨씬 친근감과 온기가 깃든 목소리.
 
항상 성씨를 부르던 아이린이었는데 말이죠.
 
정말 부른건가?
 
로페임 B. 테저:(..?)
 
위화감에 아이린을 가만 바라보면 그 또한 자신이 뱉은 말에 깜짝 놀란 듯 로페임을 쳐다봅니다.
 
직후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는,
 
아이린 E. 테라코르:……아, 미안하구나, 테저.
순간……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
이 우산은 내가 가져가도 괜찮겠니? 네 몸이 젖고 말 텐데……. 비가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거든.
 
로페임 B. 테저:(동명이인이구나. 빠르게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요. 집도 가깝고, 감기에도 잘 안 걸리거든요. 내일 학교에서 돌려주세요. 근데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병원 안 가봐도 돼요?
 
아이린 E. 테라코르:으응, 괜찮아. 비가 올 줄 알았으면 진작 집에 돌아갔을 텐데, 갑자기 소나기를 맞았더니 순간 몸이 굳어버려서. 네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감기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네. 정말 고맙구나, 테저.
그럼 어서 돌아가렴. 비를 더 맞았다간 정말 아플지도 모르니까. 내일 보자꾸나.
 
로페임 B. 테저:(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우물쭈물 무엇이라도 말해보려 하다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미소짓기만 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손흔들고 뛰어서 집간다)
 
로페임은 빗속을 뚫고 빠르게 달려가 집으로 향합니다.
 
방금 느껴졌던 그 위화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단순히 동명이인이었을 뿐이겠지만, 어쩐지 신경이 쓰입니다.
 
...
 
축제가 끝난 다음 날. 학교의 공기는 불온합니다.
 
오전 1교시가 되어도 선생님은 교실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2교시가 되어서야 옆 반 담임선생님이 급하게 들어와 이번 수업은 자습이라 말하고 바쁘게 떠납니다.
 
학생들이 내내 소곤거리고 있습니다.
 
어제 축제가 끝난 뒤 사고가 있었다는 내용 같네요. 선생님 한 명이 크게 다쳤다고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담임 선생님이 반으로 들어섭니다.
 
교탁을 탁 치고 학생들이 전부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하면 다시 입을 엽니다.
 
담임 선생님: 오늘은 단축 수업이다.
얼마나 들었을진 모르겠지만, 앞 반 사회 선생님이 근처 강에서 빠진 채 발견되셨다.
아직 회복이 다 되진 않아서 당분간 병원에 입원해 계실 거야.
 
로페임 B. 테저:.............?
 
담임 선생님: 괜히 이곳저곳 들릴 생각 하지 말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도록. 이상.
 
바로, 수업이 종료됩니다.
 
평소보다 빠른 하교를 반가워하는 학생도, 불길한 소식에 무서워하는 학생도 보이네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은 부활동 또한 없는 것 같습니다.
 
로페임은 어떻게 할까요?
 
로페임 B. 테저:(아이린 또한 오늘 학교에 오지 않았나?)
 
아이린은 학교에 왔습니다. 복도에서 짧게 몇 번 스쳤었죠.
 
로페임 B. 테저:(그럼 아이린을 찾아간다!)
 
교무실로 찾아가자, 정신없어 보이는 아이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어머, 테저 아니니. 어제는 조심히 잘 들어갔니? (일이 바쁜지 무척 부산스러워 보이지만, 어젯저녁의 불안하던 모습은 없다)
 
로페임 B. 테저:네. 감기도 안 걸렸고요. 쌤도 멀쩡한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서서 안색을 살피다가 괜찮아 보이는 것 같아 마음 놓는다.) 오늘은 청소 안해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오늘 청소는 안 해도 돼. 담임 선생님이 전달하셨지? 바로 귀가하도록 하렴. 오늘은 다른 분들도 곧 다들 퇴근하실 거야.
…… 사회 선생님에 대해서도 들었지?
 
로페임 B. 테저:(찝찝한 얼굴로 있다가) 네. 들었어요. 어쩌다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아이린 E. 테라코르:어제 테저 너와 헤어지고 사회 선생님과 회장을 돌아다니던 중, 베로니카와 만났단다.
그 아이가 요 며칠 갑자기 등교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지?
상담을 하고 싶다기에 셋이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다른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해서 응대하는 틈에 베로니카랑 사회 선생님과 헤어져 버렸지 뭐니. 사회 선생님이 베로니카는 본인이 직접 바래다 주겠다고 연락하셔서 알겠다 대답하고 헤어졌었지. 그 무렵 갑자기 비가 내려서, 돌아가는 길에 너를 만났던 거고. (약간 어색하게 눈을 굴린다)
 
로페임 B. 테저: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런데 오늘 아침에 시민이 강가에 떠내려온 사회 선생님을 발견했다는 거 아니니. 저체온증으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시더구나. 당분간은 입원해 계셔야 할 거야.
그리고 베로니카와는 연락이 닿질 않는 상황이란다. (머리가 아픈 듯 잠시 이마를 짚는다) 사회 선생님이 잠시 의식을 회복하셨을 때 말씀하시기론 강가에서 베로니카한테 갑자기 큰 개가 달려들어서 그걸 막으려다가 그대로 다리 너머로 떨어져 버리셨대. 베로니카는 패닉한 채로 도망쳤다는데, 연락이 닿지 않으니 상태가 걱정이구나.
선생님은 곧 다른 교직원 분들과 강가 근처를 돌며 수색해볼 예정이야. 그러니 강가에는 가지 말고, 꼭 조심히 돌아가렴. 알겠지?
 
로페임 B. 테저:(그러고보니 전에도 강가에서 개가 짖고, 검은 개를 조심하라는 얘길 들었다가... 강가에서 개가 달려들어서 그런 일이... 묘한 느낌에 눈알만 굴리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쌤 물 무서워 하면서 강에 가도 괜찮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직접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보는 것 정도는 괜찮아. 혹여나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지. 게다가 학생을 찾는 일인걸.
 
로페임 B. 테저:음... 알겠어요. 조심하셔야 돼요. (걱정의 눈빛을 보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린 몰래 강가로 가볼까 생각하는 중...)
 
대화가 일단락되고 나면 아이린은 다시 바쁜 걸음으로 교무실로 돌아갑니다.
 
정신이 없어 보이니 붙잡지 않는 것이 좋겠죠.
 
자, 이제 무엇을 할까요?
 
로페임 B. 테저:(가지말라고는 했지만... 뭔가 가봐야 할 것 같은 기분. 강가로 가본다.)
 
평소보다 이른 하교길은 낯선 느낌입니다.
 
가벼운 일탈을 하는 것 같은 기분.
 
아이린의 당부를 모른 척 강가로 가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겠죠.
 
착실히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놀러가자며 떠드는 학생들 또한 보입니다.
 
멀찍이서 푸르게 흐르는 강줄기가 보입니다. 멀리서 보기엔 그다지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
 
좀 더 가까이 다가가나요?
 
로페임 B. 테저:(좀 더 가까이 가본다. 빠지지 않을 정도로만.)
 
강가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던 그때입니다.
 
돌연 누군가가 눈 앞으로 달려갑니다.
 
라이드입니다. 다급한 얼굴입니다.
 
그는 로페임을 발견하고 급박하게 외칩니다.
 
라이드:로페임!
저기야. 저기 누가 떠내려가는 걸 봤어!
 
로페임 B. 테저:음? 뭐?
 
라이드:도와줘야 해!!! 어서 따라와!
 
로페임 B. 테저:(얘는 왜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가. 어리둥절하여 따라간다.)
 
그는 정말로 필사적으로 외칩니다.
 
흐르는 물살을 따라 계속 달립니다.
 
달리고, 달려서, 주택가에서 벗어나 물이 고이는 지점으로 옵니다.
 
다리에 올라 아래를 살펴보면… 정말 저 멀리 누군가가 둥둥 떠 있습니다.
 
교복을 입고 있는 것도 같은데, 얼굴이 물 속에 잠겨있어 누구인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로페임을 끌고 온 그는 발을 동동거립니다.
 
로페임 B. 테저:(헉. 이대로 두면 죽을지도 모르잖아!!)
 
라이드:안 되겠어. 들어가서 꺼내 오자!
 
하지만 이 강가는 정말 깊다고 들었는데…?
 
사회 선생님까지도 빠져서 큰일날 뻔한 곳이 아닌가요.
 
라이드는 겉옷 셔츠를 벗어 던져버리고 발을 난간에 걸칩니다.
 
정말 금방이라도 뛰어들 기세입니다.
 
로페임 B. 테저:미치겠네 정말... (어디 밧줄이나 부레의 역할을 해줄만한 물건은 없나? 주변을 살펴본다.)
 
다리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라이드:로페임, 어서! 나 혼자선 어려워.
 
로페임 B. 테저:아, 알겠다고!! (같이 겉옷과 셔츠를 벗고 뛰어들 준비. 라이드도 준비가 되면 강으로 들어간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그는 로페임을 붙잡고 있습니다.
 
코 끝에 기묘한 악취가 스칩니다.
 
그의 검은 눈이 번들거리며 빛납니다.
 
로페임 B. 테저:...?
 
강으로 뛰어드나요?
 
로페임 B. 테저:(강으로 뛰어들기 전에 라이드 자세히 살펴본다.)
(얘 뭔가 평소랑 다른 것 같은데)
 
라이드:뭐해, 로페임?
도와줘, 빨리.
들어가서 구해오자.
물에 들어가자고.
 
당신을 당기는 힘이 심상치 않습니다.
 
로페임 B. 테저:(이런 미친... 뭐에 홀리기라도 한 건가? 벗어나려 힘쓴다.)
 
그의 손을 뿌리치려면 <근력> 판정
 
로페임 B. 테저: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로페임이 손을 뿌리치자, 그는 손을 놓치고 그대로 강에 빠집니다.
 
풍덩……
 
사람이 강에 빠지는 것을 목격했으므로 <이성> 판정 (0/1)
 
로페임 B. 테저:
SAN Roll
기준치: 51/25/10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그가 빠진 강가 주변으로 먹물이 퍼지듯 검은 무언가가 뻗어나갑니다.
 
수면이 검은 광택으로 일렁이고, 수많은 녹색 눈들이 생겨났다 사라집니다.
 
다시 <이성> 판정 (1D2/1D6)
 
로페임 B. 테저:(....................?)
SAN Roll
기준치: 51/25/10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2
 
(
1
 
)
 
 
=
1
 
이성 1 감소.
 
로페임 B. 테저:(이게 뭐야... 빨리 자리에서 벗어나온다. 어어떡하지 소방쪽에 연락 넣어야 하나?)
 
자리에서 빠져나오려는 그때,
 
아이린 E. 테라코르:테저!
 
다급한 아이린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아이린과 눈이 마주치고, 그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본 순간,
 
로페임 B. 테저:쌤...?
 
거짓말처럼 다리에서 힘이 빠집니다.
 
로페임은 그대로, 다리 아래로 낙하합니다.
 
풍덩!
 
수면과 전신이 부딪히는 강렬한 충격. (HP 2 감소)
 
몸이 수면 아래로 빠져듭니다.
 
물 속은 기묘할 정도로 어둡습니다. 주변이 가스로 뒤덮인 것만 같아요.
 
하늘처럼 흘러가는 색채는 마치 우주를 연상시키지만, 부유감도 자유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반투명한 물결이 로페임의 다리를 붙잡고 점점 안개 한가운데로 끌어당깁니다.
 
<민첩> 판정 혹은 <수영> 판정 (패널티 다이스 1개)
 
로페임 B. 테저: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48, 90, 21
+2: 어려운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실패
-2: 실패
 
물에 빠져 몸이 놀라버린 탓일까요? 마음처럼 움직여지지가 않습니다.
 
색채에게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로페임 B. 테저:(젠장!! 이거 놔!! 최선을 다해 바둥거린다.)
 
HP 4+1D3점 감소
 
로페임 B. 테저:
rolling 4+1d3
 
4+
(
1
 
)
 
 
=
5
 
HP 5 감소.
 
색채와 <정신력> 대항 판정
 
색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로페임 B. 테저: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신력 대항 실패. 마력 1D6과 이성 1D6점을 추가로 잃습니다.
 
로페임 B. 테저:
rolling 1d6
 
(
5
 
)
 
 
=
5
 
한번 더 굴려주세요!
 
로페임 B. 테저:
rolling 1d6
 
(
2
 
)
 
 
=
2
 
마력 5, 이성 2 감소.
 
색채에게 끌어당겨져 몸이 어딘가에 닿습니다.
 
숨이 턱턱 막혀오고 공포가 찔러오는 그때, 로페임의 시야에 빛나는 무언가가 보입니다.
 
보석입니다. 로페임의 손 근처에서 빙빙 돌고 있습니다.
 
로페임 B. 테저:(?? 손을 뻗어 잡아본다.)
 
보석을 손에 쥐는 순간- 순식간에 수 많은 시선이 로페임에게 꽂혀듭니다.
 
숨이 틀어막힐 만큼 집요하고 송곳처럼 날카로운 시선, 시선, 시선……
 
머릿속 깊은 곳까지 헤집는 것만 같은 그 눈길.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누군가의 손이 로페임의 눈을 가립니다.
 
그대로 로페임을 한 팔로 끌어당겨 시야를 돌리도록 합니다.
 
손틈새로 보이는 하얀 머리칼…… 아이린입니다.
 
그는 로페임을 부축해 단숨에 수면을 향해 도약합니다.
 
낮은 진동이 귓가에서 울립니다.
 
아이린은 로페임의 시야를 가리려는 듯 손으로 눈을 감싸고 있지만, 원한다면 눈을 뜰 수도 있습니다.
 
로페임 B. 테저:(슬쩍 눈을 떠 아이린만 본다.)
 
아이린은 오로지 수면만을 향해 박차고 나아갑니다.
 
그는 수면 바닥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당신을 구해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첨벙!
 
귓가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린과 로페임은 무사히 근처의 뭍까지 헤엄쳐 나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콜록콜록, 밭은 기침을 하며 물을 뱉어내면서 당신부터 챙긴다) 괜찮니, 테저?! 대체 어쩌자고 강가에 왔어. 내가 분명 이쪽엔 얼씬도 말라고 했었잖니?
 
로페임 B. 테저:(그간 참은 숨을 몰아쉬며 폐부에 들어간 물을 토해낸다. 라이드랑... 먼저 빠져있던 사람은... 어떻게 된 거지... 슬쩍 강의 수면에 시선을 던졌다가 아이린을 본다.) 죄송...합니다. (뭐라 변명하지도 못하고 입술만 잘근거렸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이제서야 제 온몸이 젖었단 것을 깨닫고는 급격히 몸을 떨기 시작한다. 다른 선생님들이 달려와 건네주는 수건을 받아들고 우선은 당신 어깨에부터 걸쳐주었다.) 아냐. 빠져나왔으니 그걸로 된 거지. 다친 곳은 없니?
 
로페임 B. 테저:(제 발을 끌었던 것이나 머리를 헤집는 시선 따위에 정신을 빼앗겨 제대로 사고하지 못하였다. 호흡이 점차 안정됨에 주변의 상황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신의 떨림 또한 그랬다. 분명 물을 무서워한다 했는데. 놀란 얼굴로 멍하니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네. 괜찮아요. 그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걸요? (조금씩 제 몸 움직여보나)
 
아이린 E. 테라코르:네가 눈 앞에서 강 아래로 떨어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수건으로 제 몸을 한가득 감싸고 심신을 진정시키면서 내려간 체온을 회복하려 한다.) 분명 이상한 것들이 있었지. 너보다 먼저 강에 빠진 건 라이드가 아니었을 거야.
 
말을 잇던 아이린이 문득 로페임의 손을 빤히 바라봅니다.
 
당신의 손에는 빛나는 돌이 쥐어져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건…… (한참 머뭇거리다가) 선생님이 쭉 찾던 거야.
괜찮다면 내게 주겠니?
 
로페임 B. 테저:라이드가... 아니라고요...? 그걸 쌤은 어떻게 알아요? (몸을 웅크리고 수건으로 물기 닦아낸다. 그러다 손에 든 것을 알아채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드려야죠. 목숨 걸고 구해준 사람이 쌤인데... 감사합니다. (빛나는 돌을 당신의 손에 쥐어준다.)
 
아이린 E. 테라코르:…… 물에 빠졌을 때 내 눈에 보인 학생은 로페임 너뿐이었으니까. 너도 그렇지 않았니? 물 속에서 라이드를 봤어? (그렇지 않았을 거란 듯 느리게 고개 젓다가, 돌을 조심히 받아든다.)
겨우 찾았구나……. (무척 안도한 모습으로 중얼이며 그 돌을 가만히 품에 안았다.)
 
로페임 B. 테저:아... (그러고보니 빠지고나서는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는 없었나.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되게 소중한 건가 봐요. (제 눈엔 그냥 특이한 돌덩인데. 신기한 듯 본다.)
 
아이린 E. 테라코르:오래 전부터 찾던 거거든. 그나저나 다른 분들이 오실 때가 됐는데.
 
기다렸단 듯 저 멀리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립니다.
 
외치는 소리. “아이린 선생님! 베로니카를 찾았어요! 지금 병원에… 어!?”
 
선생님과 경찰 몇이 달려옵니다.
 
순식간에 로페임은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병원으로 데려가집니다.
 
로페임 B. 테저:우어..? (어리둥절해서 이끌려간다)
 
아이린과 헤어지기 전, 그는 무언가 할 말이 남은 듯한 시선을 이 쪽에 보냅니다만,
 
아이린 E. 테라코르:……아니다. 다음에 학교에서 하는 게 좋겠구나.
많이 놀랐을 텐데, 푹 쉬렴.
 
정도로 말을 마칩니다.
 
그리고 헤어지는 길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린 E. 테라코르:테저.
오늘 일은 잊어.
 
작게 속삭입니다.
 
 
로페임 B. 테저:.....?
 
 
그리고 다음 날, 혹은 다음 등교일.
 
아침이 되어 눈을 뜹니다.
 
평소처럼 몸을 일으키려 하면… 어라?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침대를 짚은 팔이 쭉 미끄러져 아래로 구릅니다.
 
온 몸에서 열이 오르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서 제대로 진찰은 받았을 텐데 회복이 다 되지 않은 걸까요?
 
어쨌든 이런 상태로 오늘 학교에 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로페임이 구르는 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깜짝 놀라 방에 들어옵니다.
 
어머니:어머, 로페임! 어떻게 된 일이니?
 
로페임 B. 테저:(끄응...) 엄마... 나 열 나...
 
어머니:몸이 펄펄 끓는구나. (부축해서 다시 침대에 눕혀준다) 아무래도 오늘 학교는 쉬는 게 좋겠다.
물수건을 가져올 테니 눈 감고 쉬고 있으렴.
 
로페임 B. 테저:응... (아주 어릴 때가 아니면 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는데. 열나면 생각보다 힘들구나... 침대에 누워 눈 감는다.)
 
눈을 감은 로페임은, 오래지 않아 물에 잠기듯 수마에 빠져듭니다.
 
직후, 로페임은 꿈을 꿉니다.
 
당신에게 병문안을 온 아이린의 꿈입니다.
 
꿈에서도 당신은 여전히 아픈 탓에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합니다.
 
분명 한낮일텐데도 창밖은 어둡고 공기는 탁합니다.
 
얼마 전 교실에서 봤던 영화 속 풍경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로페임의 방 벽지 위로 갈라진 콘크리트 벽이 흐릿하게 겹쳐집니다.
 
당신이 잠든 침대 곁에 앉는 아이린은 어쩐지 로페임이 알던 것보다도 훨씬 앳된 인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도 로페임과 가깝고 손에 잡힐 듯한 거리.
 
아이린이 입을 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로페임. 전에 말했던 그 일 말이지, 가기로 했어.
사실 선택지가 없지. 이대로만 있으면 너도, 단테도, 다른 사람들도…… 나도 곧 죽을 테니까.
내가 죽는 건 두렵지 않아. 하지만 내 친구들이,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죽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여전히 몸은 무겁고, 입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린은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대화를 계속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하더구나 .
돌아올 때는 다시 이 시간대와 이 장소일 거라고 하긴 했지만……
과연 나는 얼마나 떠돌게 될까?
너무 오래 걸리지 않으면 좋을 텐데.
 
아이린은 잠든 당신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시선에 당신의 모습을 초상화마냥 오래도록 그려 남기려는 것처럼.
 
아이린 E. 테라코르:네 용기를 잠시 빌려주렴.
 
문득, 로페임에게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분명 지금 무언가 할 말이 있을텐데.
 
당신이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거나, 뒷일은 부탁한다든가, 하다못해 몸 건강히 돌아오라는 말이라도.
 
그러나 그 중 무엇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린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오래 자는구나.
잠꾸러기. 좋은 꿈을 꾸고 있었으면 좋겠네…….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가,)
이제 갈게. 안녕.
(병실을 떠나려는 듯 몸을 돌렸다.)
 
<건강> 판정이 가능합니다.
 
로페임 B. 테저: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물 속에 잠긴듯 몸이 무겁고 축 처지지만, 로페임이 원하는 단 한 마디를 건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페임 B. 테저:안, 돌... 아오기만 해봐... (죄 갈라지는 소리. 미약하고 한 없이 떨려 보잘 것 없는 음성이었으나 말투만큼은 평소와 같았다. 그 투박하고 못난 표현이 그의 애정이었으니. 당신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녹아들어 있었다.)
 
그러면 아이린은 발을 멈춰, 잠시 당신을 돌아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잘못 들었나? (그래도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곤 다시 병실 바깥으로 나섰다.)
 
당신의 시야 밖으로, 세계 밖으로.
 
당신이 잡을 수 없는 곳까지.
 
...
 
긴 꿈에서 깨면, 정말 오래도 잤는지 어느 새 아침입니다.
 
몸이 개운합니다. 체온을 재 보면 열은 전부 날아가 있습니다.
 
떨어진 HP를 전부 회복합니다.
 
몸이 전부 나았으니 이제 학교에 갈 준비를 할까요?
 
로페임 B. 테저:(박박 세수하고 밥먹고 양치하고 옷갈아입고 가방들면 준비 끝!)
 
박박 준비를 하고 교복을 입고, 익숙한 가방을 듭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평소와 같은 여름 하늘이 보입니다.
 
꿈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물감을 머금은 듯한 생생한 푸른색.
 
푸른 강가와 강에 뛰어들던 아이린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물이 두렵다고 했는데, 그 이후 아이린은 괜찮았던 걸까…
 
학교에 등교한 뒤로는 언제나와 같은 무료한 수업 시간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과학 수업.
 
수업 종이 쳤지만…… 아무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그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듯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수업중인데도 매점으로 향하는 학생 또한 보입니다.
 
로페임 B. 테저:(응...? 쌤 왜 안 와? 쟤들은 단체로 뭐해? 의문 가득한 얼굴로 일어나서 근처 학생에게 다가간다.) 야, 과학 수업 아니야? 쌤은 왜 안 와? 어디 아프대?
 
옆자리 학생:아, 너 어제 안 와서 모르지? 선생님 어제 학교 퇴직하셨대. 고향에 큰 일이 생겨서 바로 돌아가봐야 한다고 하셨다던데.
송별회도 못 하고 바로 인사하고 보내드렸지 뭐. 에휴, 아이린 쌤 수업 나름 재밌었는데 아쉽다~.
 
로페임 B. 테저:뭐어? 갔다고? 아니 나중에 말할 거 있다더니..!!! (어이 없어 진짜. 교무실에 가 연락처라도 받을까, 한발 내딛는 순간 꿈이 떠오른다. 이제는... 더이상 만날 수 없는 곳에 가버린 게 아닐까. 조금 답답하지만 가볍기도 한 마음. 묘한 기분을 느끼며 창가에 걸터 앉아 파란 하늘만 본다.) 청소도 아직 다 안끝났는데 가버리냐고요...
 
수영장 청소도 채 끝내지 못했는데 말이죠……
 
정말 묘한 기분입니다.
 
… … …
 
그 순간, 교복 주머니에서 희미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로페임 B. 테저:(응? 뭐지? 주머니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꺼내든다.)
 
아이린의 귀에 달려 있던 초록빛 귀걸이입니다.
 
이게 왜 여기에? 강에서 로페임을 끌어낼 때 휘말려 이 안에 들어가버린 걸까요?
 
귀걸이를 손에 쥐자, 머리에서 자연스레 어느 장소가 떠오릅니다.
 
어쩌면.
 
어쩌면 아직 거기에 있지 않을까?
 
지금 뛰어나가면 잡을 수 있는게 아닐까?
 
로페임 B. 테저:(강가?)
(수영장?)
(아 수영장은 아니겠지. 학교는 다 안끝났지만 알게 뭔가 나는 양아치다. 내팽개치고 냅다 강가로 뛰어간다.)
 
마음을 먹는다면, 바로 발을 움직입니다.
 
땅을 박차고 뛰어나옵니다. 복도를 달립니다.
 
계단을 몇 개 가볍게 뛰어내리면, <민첩> 판정
 
로페임 B. 테저: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가던 로페임은 바로 곁, 바꾸기 위해 근처에 기대어 세워둔 새 유리창에 몸을 부딪힙니다.
 
쨍그랑!
 
기시감이 느껴지는 경쾌한 파열음.
 
라이드:으악!
 
곁에서 지나가던 라이드가 놀라 로페임과 유리를 번갈아봅니다.
 
이거 어쩔 거냐는 표정.
 
로페임 B. 테저:어. 미안하다~!!!! (똑같이 되갚아주고 뛰어간다.)
(이거 기분 째지네)
 
바로 다시 발을 움직입니다!
 
라이드:잠깐!
어디로 가는 거야? 야! 이건 책임져야지?!
 
뒤에서 노성이 들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달립니다.
 
로페임 B. 테저:이번엔 네가 청소해라!!!! (소리지르며 웃는다)
 
“라이드! 너 이거 깼니!? 당장 이리 와!”
 
지나가던 선생님이 높이는 목소리 또한 들립니다.
 
그러나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의 말대로, 어쨌건 한 번은 달려야 할 때가 있는 겁니다.
 
“부장! 돌아왔군요!”
 
“정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대회가 곧인데.”
 
“아, 정말,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 왜 그랬는지 어째 나도 잘 기억이 안 나…”
 
로페임은 망설임 없이 강가를 향해 달려갑니다.
 
길거리에 스쳐 지나가는 것, 푸른 하늘,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
 
바람결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칼, 보라색 홍채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겠죠.
 
몸은 가볍고 머리는 상쾌합니다. 가벼운 전능감이 온 몸으로 뻗어나갑니다.
 
만약 지금 그를 잡는다 해도 아마 그는 떠납니다.
 
내일이면 이 곳에서 더 볼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달리고 달려, 강가에 도착합니다.
 
그 곳에는… 아이린이 있습니다.
 
그는 멀찍이 떨어진 강둑에 서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아직 로페임을 눈치채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
 
곁에는 작은 짐 가방.
 
로페임 B. 테저:쌤!!! (우렁차게 외치며 숨을 몰아쉰다.)
 
앉아있던 곳에 자신의 가방을 놓아두고, 가져갈 건 아무것도 없단 듯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던 아이린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테저……? 지금 수업 시간 아니니?!
 
로페임 B. 테저:그래도 인사는 해야죠!! 그냥 가려고 했어요? 섭섭하게 진짜.
 
아이린 E. 테라코르:그건 맞지만……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다가 순순히 사과한다.) 미안해. 어차피 이곳에서 떠나면 금방 날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했어. 내 손으로 기억을 지울 생각이기도 했고…….
 
로페임 B. 테저:(역시 그건 꿈이 아니었던 건가?) 너무하네 진짜... 전 평생 쌤 기억하고 싶거든요. 안 잊을 거라고요. 원래 있던 곳으로 가면 여기로 돌아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번씩 떠올리고, 그런 일도 있었다고. 저도 쌤을 생각하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인사도 안하고 돌려보내고 싶지도 않고, 기억이 지워지는 건 더 사양이거든요?
그리고 아직 그 말 못들었어요.
뭐 말하려고 했었잖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원래 있던 곳……? (눈이 커진다.) 내가 어디에서 온 건지 알게 된 거니?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접촉한 모든 사람들에게서 내 기억을 지우려 했었어. 하지만 너는 여기까지 나를 찾으러 와 줬고, 네 의사가 그렇다면 네게만은 남겨두어도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경험도 했는데, 괜찮겠니?
 
로페임 B. 테저:(단숨에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죠. 그것까지 전부 기억해둘거예요. 그리고... 이거. (아이린의 귀걸이를 꺼내든다.) 왜 두고 갔어요? 소중한 친구한테 받은 거 아니었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네가 그렇게 바란다면 기억은 그대로 남겨둬야겠구나. 아, 그리고 귀걸이…… 강에 뛰어들었을 때 얼결에 떨어진 듯해서 그대로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네 옷에 끼어들어갔나 보구나. (손 내민다)
네가 준 거야. (미소했다) 정확히는 내가 왔던 그 세계에서의 로페임 테저가.
 
로페임 B. 테저:(내가. 놀라 동그랗게 눈을 뜨다가 개구쟁이같은 얼굴로 웃었다.) 꽤 성가시죠? 표현을 안하겠지만... 쌤, 그러니까 아이린...을 항상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좀 봐줘. ...요. (내민 손에 귀걸이를 쥐어준다.) 그래도 회복할 때까진 얌전할 걸요.
 
아이린 E. 테라코르:어머. (웃어버린다) 그래. 그 세계를 떠나 수많은 차원을 넘나들며 벌써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지만…… 떠나오기 전 처음의 그곳에서 나와 로페임은 동갑이었으니까. 네가 그리 말해주니, 그 세계의 로페임도 나를 아직 좋은 친구로 생각해주고 있을까 궁금해지네. 그러면 좋을 텐데. (귀걸이를 받아들어 다시 귓가에 착용했다. 햇빛 한 줄기가 닿아 반짝거렸다.)
 
로페임 B. 테저:바뀔 리 없잖아요. 어떤 일을 하고 다녔는지 정확하겐 몰라도,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해낸 걸 나도 알고 있을 테니까. 아니라면 한대 쥐어박아버려요. 다른 세계의 내가 그러라고 했다고 하면서. (반짝이는 귀걸이를 보고 있다가 한발짝 물러섰다. 이제 진짜 당신을 보내줘야만 하겠지.)
 
아이린 E. 테라코르:그 세계로 되돌아간다고 해서, 이곳에서 보낸 세월마저도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나 혼자 열 살은 넘게 먹은 채로 가게 되면 어색해하지 않을까 싶었지.
하지만, …… 그래. 내가 아는 로페임이라면 그런 걸 신경쓸 사람이 아니지.
고마워, 네 덕분에 용기가 생겼어.
 
아이린은 마지막으로 로페임의 머리에 한 번 손을 올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건강히 잘 지내야 해.
 
로페임 B. 테저:쌤도요. 앞으로 할일이 많을 것 같은데. 힘내요.
 
아이린 E. 테라코르:네가 찾아준 수정 덕분에, 멸망이 코앞에 다다랐던 내 세계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마지막이니 비밀 하나 가르쳐줄까 해.
 
손이 떨어집니다. 그가 한 발자국 앞으로 걷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유리창 깬 사람, 네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었어.
미안해, …… 그리고 다시 한 번 고마워. 안녕.
 
그는 로페임을 바라봅니다.
 
선생님의 얼굴이 아닌 그 사람의 개인적인 얼굴. 시선 끝에는 당신이 담겨 있습니다.
 
로페임 B. 테저:열받는데... 짜증난다고도 못하겠다. 잘가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웃는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강한 바람에 한 번 눈을 깜빡이는 순간, 아이린은 사라져 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로페임이 마음 한 켠에서 예감했던 대로 아이린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모두에게서 잊혀집니다.
 
이제 그 누구도 이 학교에서 수업을 가르쳤던 아이린에 대해서 떠올려내지 못합니다.
 
오직 로페임만 빼고요.
 
아이린의 자리를 메꾸고 들어온 선생님은 완전히 낯선 다른 인물로, 학생 몇을 뽑아 마지막 남았던 수영장 물 청소를 부탁합니다.
 
<행운> 판정
 
로페임 B. 테저:
기준치: 40/20/8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로페임은 운 좋게도? 청소에 포함되었습니다.
 
아이린과 가장 많이 관련된 기억이기도 하니까요.
 
수영장 청소에 동원된 아이들은 저마다 야유를 보내거나 작은 소리로 불만을 내뱉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물청소만 하면 되는데 뭐가 불만이냐며 학생들의 머리에 가볍게 출석부를 가져다 댑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1주일, 앞서 수영장 청소를 했던 로페임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되어있는 걸까요?
 
로페임 B. 테저:(뭐야 자원봉사라도 한 걸로 되어 있는 건가?)
 
아무튼 같이 청소를 하다 보면……
 
“물 나온다!”
 
끼익, 수도를 돌리는 소리.
 
머지 않아 호스 끝에서 힘차게 물이 터져나옵니다.
 
호스를 쥔 아이들은 꺄악거리며 비어있는 풀장의 타일 위를 위험하게 달리거나 밀대를 밀기 시작합니다.
 
푸른 하늘로 깨끗한 물방울이 튀고, 작은 무지개가 그려집니다.
 
물을 보면 문득 강가에 낙하했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강 밑에서 목격했던 끔찍하고 기분나쁜 것들은 아직 남아있을까요?
 
그것들을 떠올리면 다시, 어쩐지 불안한 기분. 햇빛이 뜨겁습니다.
 
어딘가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로페임.”
 
바람과 함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뒤돌아도 그 곳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땅을 박차고 달려나가던 그 날. 크게 상대의 이름을 부르던 한순간.
 
낯익은 얼굴, 목소리. 웃음소리.
 
밝은 함성이 오고갑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리를 뒤로 하고., 로페임은 비품을 가져오기 위해 몸을 돌려 교사를 걷습니다.
 
탁, 탁, 탁.
 
발소리가 들립니다. 점점 가까워집니다.
 
스쳐 지나가나 했으나 정확히 당신의 뒤에서 멈춥니다.
 
누군가 당신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립니다.
 
다음 순간, 익숙한 머리칼, 귀에 익은 목소리.
 
당신에게 한결같이 달려오기 위해 거칠어진 호흡.
 
“저기!"
 
"이거, 떨어뜨렸어."
 
로페임 B. 테저:...?
 
흰 머리칼과 보라색 눈, 그러나 분명히도 앳된……
 
……시간은 물과 같아. 잡을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지.
 
서투르게 발을 떼면 순식간에 휩쓸려 흘러갈 뿐.
 
그러니 당신은 지면을 박차고, 자신의 길을 따라 달립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 남은 인생이 모조리 바뀌는 그 순간.
 
마치 운명처럼.
 
ENDING 3 「리버사이드에서 달려나가」
 
아이린, 로페임 생환
 
:다만 아이린은 본인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아이린이 고대종의 수정을 회수해 갔으므로 색채는 쇼고스에 대한 주도권을 잃고 쇼고스에게 잡아먹혔습니다. 따라서 엉망이 되었던 강가의 생태도 원래대로 돌아오며 생명력을 흡수당해 기운이 없었던 사람들도 점차 회복합니다.
지역에 남은 쇼고스는 아마 당분간 이 마을을 배회하겠지만, 운이 좋다면 마주치지 않겠죠.
후일담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린의 세계는 마침내 다 모인 고대종의 수정을 이용해 재건이 시작됩니다.
 
무사히 돌아온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살아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몸 어딘가가 기이하게 변질되었거나 혼자 나이를 너무나 많이 먹어버리거나 다양한 후유증을 앓는 등,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이린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이 일에 몸을 던졌던 수 많은 사람들은 후원을 받아, 얼마든지 원하는 식으로 신분을 바꾸거나 지원을 받아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린은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대로… 신분을 완전히 감춘 뒤 먼 곳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가져갈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는 지난 주 겨우 운행을 시작한 정기 선박을 타고 먼 대륙으로 떠날 것입니다.
 
그럴 예정이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면, 햇빛 한 줄기가 이 쪽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면 언젠가의 하늘이 떠오릅니다.
 
아이린은 밖으로 나섭니다. 이 시각이라면 이미 배가 출항했겠죠.
 
그렇다면… 가야 할 곳은 한 곳밖에 남지 않습니다.
 
아직 모든 것이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기술에 손을 댄 대가도, 분명 언젠가 돌아옵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만은 아닙니다.
 
저 멀리 로페임이 입원한 시민 병원의 간판이 보입니다.
 
하나, 둘, 걸음이 빨라집니다.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