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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19~251103] 아실헬리 - 대도시의 연인들

초현_c 2025. 11. 5.

* 세션카드 타이포 : 라이터님 배포 사용

플레이타임 : 27시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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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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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한가운데에 걸린 시계가 오후 2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아실링은 3시에 출발하는 파리행 기차 안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플랫폼은 여전히 분주합니다.
 
역무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손짓으로 사람들을 재촉합니다.
 
모자를 쓴 부인과 말쑥한 신사가 출입문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급하게 뛰어오는 승객이 보입니다.
 
아실링은 본디 영국에 거주하며 사서로 일하고 있지만,
 
휴가를 받은 겸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나 갤러리를 구경하기 위해 파리로 왔죠.
 
아실링은 역사 가판대에서 구매한 신문을 펼쳐듭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헤드라인을 장식합니다.
 
두 사람의 사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남자 쪽은 검은 머리에 주근깨. 꽤 통통하군요. 객관적으로 못생겼고요.
 
여자는 풍성한 주황색 곱슬머리에 맑은 벽안을 지녔습니다. 대단한 미인은 아니나 동그랗고 사랑스러운 인상이라 어쩐지 기억에 남습니다.
 
적힌 이름을 보면 이렇습니다. 미셸 르클레르와 헬레네 라세리온.
 
평범한 사서인 당신이 관심 가져봤자의 일입니다. 주식이라도 사뒀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기적이 울립니다.
 
신문을 다음 장으로 넘길 즈음의 일입니다.
 
기차가 서서히 출발하고, 맞은편 빈 좌석에 한 사람이 앉습니다.
 
벨벳 원피스에 비싼 구두, 양쪽으로 땋아 묶어내린 주황색 곱슬머리.
 
단정한 차림새와 달리 숨을 헐떡이며 초조하게 주위를 살피는데. 어딘가 낯익은 얼굴입니다.
 
잠시 바라보자면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방금 신문 속에서 본 그 사람인걸요.
 
그 때 그가 입을 엽니다.
 
등발의 여성:저…… 초면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실례인 걸 알지만, 저를 좀 도와주시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분명 값이 꽤나 나가는 벨벳 원피스에 구두라니. 보통 부자는 아니겠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의상의 주인을 확인했다가 그대로 몸이 굳는다. 그러다가 신문 속 사진을 힐끔.)
(사진이 실물을 못 담네.)
... 음, 제가 초면에 아무나 도움을 주는 사람은 아니긴 한데... 좋아요.
 
등발의 여성:죄송해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 눈썹이 처지면서도 계속 초조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저도 원래 모르는 분께 이렇게 덥석 부탁드리지 않는데, 워낙 곤란한 일이 생겨서요.
선뜻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승낙에 그제야 당신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제야 뭔가 잊었다는 듯 다급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아, 저는 헬레네 라세리온이라고 해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그렇게 알려주지 않아도 당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걸요? (아닌가? 사진이 실물은 못 담아서 못 알아볼지도... 같은 생각을 하다가 신문을 보여준다.) 여기 이 기사 속 정략혼의 주인공이죠?
아, 저는 아실링 펜들레엄이에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 제, 제가 이런 신문에도 나왔군요. 그 정도의 유명인은 아닌데…… (부끄러운 듯 볼을 살짝 붉힌다.)
반가워요, 아실링. (짧은 소개를 나누자마자 다시 불안한 기색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어떤 남자분이 자꾸 절 쫓아오셔서요. 도망치다 그만 여기까지 왔네요.
 
기차가 덜컹거립니다. 창 밖으로 풍경이 스쳐갑니다.
 
소개를 막 나누자마자 객실의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성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남자:당신, 계속 이럴 거야? 적당히 말 좀 듣지그래?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누, 누구신가요? (시선 피하며 모른 척 하지만 누가 봐도 연기라는 게 티난다.) 저는 이 여성 분과 함께 기차 여행을 가려던 참이었는데요……
그렇죠, 아실링?
 
아실링 펜들레엄:(일부러 모르는 척을 해줘야 하는 것인지 짧게 고민하다가 일단 헬레네 앞에 서서 남자를 가로막는다.)
그쪽은 누구신지..? (시선만 이동하며 남자를 살펴본다.)
 
남자:아실 것 없습니다. (귀찮다는 듯 손 휘휘 젓는다.) 나오시죠. 이 사람이 누군진 알고 도와주는 겁니까? 딱 봐도 초면인 게 뻔한데.
 
아실링 펜들레엄:그런 말을 듣고 잘도 그러겠네요. (눈 가늘어진다.) 헬레네 라세리온을 내가 모르겠나요? (알긴 하죠? 히죽)
 
헬레네 L. 라세리온:마, 맞아요. 저희는 무척! 잘 아는 사이(?)라구요……! (뒤에 숨어서 소심하게 말한다)
 
남자:속일 생각은 그만두고. 회장님이 직접 데려오라고 한 거라니까? 쉽게쉽게 갑시다 좀.
 
그때 검표원이 나타납니다.
 
검표원: 무슨 일 있으십니까?
 
남자:아니 글쎄 이 아가씨가……
 
헬레네 L. 라세리온:저!저는그냥이여성분과함께여행을가려던것뿐이었는데이크고험상궂고무섭게생긴남성분이자꾸따라오시지뭐예요??? (숨도 안 쉬고 말함)
 
아실링 펜들레엄:(...???)
그....마,맞아요!여기계신사랑스러운아가씨랑함께즐거운여행길에올랐는데저험상궂고무섭게생긴심지어성격도안좋아보이고애인도없을것같은남자가이애를따라온다잖아요!!! (분위기 휩쓸리며)
 
검표원은 두 사람이 숨도 안 쉬고 쏟아놓는 상황 설명을 건성으로 듣고 남자를 데려갑니다.
 
검표원: 아까 그 사람이잖아! 무임승차 해놓고 가지가지하는군. 나머지 하나는 어디 간 거야?
 
칸엔 둘만 남았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
그…… (뒤늦게 몰려오는 창피함) 감사해요.
 
아실링 펜들레엄:........
흠... (픽 웃고) 저 제법 잘했죠?
 
헬레네 L. 라세리온:네, 네에. (빨개진 뺨을 양손으로 감싼다.)
일단 고비는 넘긴 것 같으니…… 조금만 더 저를 도와주시겠어요? 저는 파리로 가려고 해요. 도와주시면 보수도 원하시는 만큼 드릴게요.
 
아실링 펜들레엄:도움에 이어서 동행까지요? (빤...)
(귀여우니까 괜찮나. 어차피 가던 길이기도 하고.)
파리에는 무슨 일로요? 대답 먼저 듣고 나서 결정할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사랑하는 분이 그곳에 계세요. 애인…… 이라고 부를 만한 관계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그분과 결혼하고 싶어서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애인. (다시 신문 힐끔. 무슨 소설 속 장면 하나를 직접 보는 기분이 들어서 놀라우면서도, 어쩐지 기분이 묘해져 대답이 늦어진다.)
음... 음... 사랑 쟁취를 위한 도주. 그런 거죠?
 
헬레네 L. 라세리온:쟁취…… 그렇게 표현해도 되려나요. 신문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지금의 정략혼 상대는 제 의지는 전혀 없이 부모님만의 의지로 결정된 거거든요. 아무런 교류도 없던 분과 덥석 결혼해서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말 개인적인 부탁이라 죄송하지만……! 저에겐 무척 중요한 일이어서요.
 
아실링 펜들레엄:확실히... 그쪽이랑은 안 어울려 보이더라고요. 그쪽은 사랑 때문에 도망가는 것 같지만, 저였으면 다른 이유로 도망갔을 것이라.
조용한 여행을 선호하지만. 그래요. 같이 다니죠, 헬레네. 잘 부탁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다른 이유……?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네! 정말 감사해요, 아실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최대한 조용히 있을게요.
 
대화하며 아실링은 [신문]과 [기차표]를 볼 수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괜찮아요. 그쪽이랑 대화가 싫었으면 아까 거절했을 테니까요. 편하게 이런저런 말씀하셔도 돼요. (신문 덜 읽은 부분이 있었나? 다시 힐끔 본다.)
 
타이틀 기사를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신문에 나온 사진은 실물보다는 영 못하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영 못하지. 저 얼굴을 어떻게 못 담을 수 있담.)
(귀여운 얼굴 빤히...빤히... 보다가 기차표 본다.)
 
헬레네 L. 라세리온:……? (고개 갸우뚱)
 
기차표에는 기본적인 정보와 경유지가 적혀있습니다.
 
5호차, 7번 객실, 2등석, 창가 좌석 3번. 파리 급행 열차. 총 다섯 개의 역을 경유합니다.
 
노선은 이렇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곁에서 표를 같이 들여다보다가) 그러고 보니 영어가 무척 자연스러우신데, 이름도 그렇고 프랑스인은 아니신 걸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네. 영국에서 쭉 지내다가 여행 삼아 파리에 들렸어요. 자연스러운 게 당연하죠.
그나저나. 프랑스는 처음이신가요? 정략혼 관련으로 몇 번 와보셨을 것 같기도 하고.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아실링도 영국인이셨군요? (반가움에 제 양손뼉을 가볍게 맞부딪힌다.) 저는 꽤 여러 번 와봤답니다. 이전에는 여행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정략혼 관련으로 오가기는 했었죠. (해외여행을 얼마나 많이 다니는 걸까? 재벌가 막내딸다운 발언;)
자, 잠깐. 그러면 혹시 제 부탁이 아실링의 일정에 차질이 되지는 않을까요……?! 저 때문에 비행기 일정 같은 데 변동이라도 생기면 꼭 몇 배로 배상해드릴 테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럼 저보다 파리 관련해서는 전문가일지도 모르겠네요. 프랑스어는 좀 하시나요? 여행 대비로 약간 배우긴 했지만, 발음이 꽤나 어려운 것 같아서요. (뭐라 프랑스어로 말하려다가 혀 꼬여서 바로 입 다문다.)
아마 차질은 없을걸요? 아주 가볍게 시작한 여행이거든요. 오페라 하우스랑, 근처 갤러리를 보는 게 목적이라서요. 아, 그러보니 당신 이야기를 제대로 안 들었네요. 만나러 가는 장소는 어딘가요?
 
헬레네 L. 라세리온:파리에 처음 오시는 거라면 제가 아실링보다 조금은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가벼운 회화 정도는 할 줄 안답니다. (희미하게 웃으며, 말과 달리 능숙한 프랑스어로 몇 문장 이야기한다.)
다행이에요. 마침 목적지도 일치하네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 제가 좋아하는 분은 파리에서 Grand Théâtre de Paris그랑 데아트르 데 파리라는 극장을 운영하시거든요. 이틀 뒤 멋진 공연이 있을 테니 꼭 와달라고 하셨는데, 아마 그곳에서 청혼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잘 됐네요. 그럼 회화 관련으로는 제가 헬레네 도움을 받으면 되겠어요. 서로 윈윈 하기로 하죠. 어떤가요?
(와~ 아가씨의 마음을 훔친 극장 주인~ 웃는 낯으로 상상하다가 그만둔다.) 그럼 이틀 뒤에 같이 보러 가기로 해요. 그럼... 그날 보고 헤어지는 것일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좋아요! (일방적인 부탁을 한지라 내내 미안했는데, 조금이나마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안색이 밝아졌다.)
같이 보러 가주기까지 하시는 건가요? 세상에…… (감동) 아마도 청혼을 받는다면 결혼 준비를 새로 해야 하니, 함께 하는 일정은 거기서 마무리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실링 펜들레엄:건물이 좀 궁금하기도 하고, 혼자 보내기에는 좀 걱정돼서요. (라고 혼자 타국으로 여행 온 사람이 말했다.) 바로 결혼 준비라니. 세기의 로맨스를 볼 수 있겠네요. 저, 무척이나 궁금하니까 그때까지 옆에 꼭 두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 마음이 넓으시군요.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걱정해주시구…… 아실링만 괜찮으시다면야 물론이죠! (연신 고개 끄덕이며 수줍게 웃는다. 사랑에 푹 빠져 발 동동 구르는 소녀 같은 천진함이 엿보인다.)
 
창 밖을 보면 기차의 속력이 서서히 줄어들어갑니다.
 
세 번째 역에 정차할 참입니다.
 
“이 사람이 맞다니까?”
 
소란이 있네요.
 
아까 보았던 검표원이 다시 객실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식은땀을 삐질거리는 남자 뒤에는 덩치가 크고 사나운 인상의 검표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가 불퉁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사나운 인상의 검표원: 실례지만, 표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아실링 펜들레엄:... (헬레네만 보이게 손으로 입 가리고 소곤거린다.) 표... 있으시죠?
 
헬레네 L. 라세리온:…….
………………………………………… (사색이 되어서 속삭인다) 없어요…… 도망치려고 아무데나 막 뛰어든 거라서……
 
……이 대책 없는 아가씨가!
 
헬레네 L. 라세리온:제제제제제 표는 아실링한테 맡겨뒀던 것 같은데요~? (얼굴이 하얘져서 아무말이나 내뱉음)
 
아실링 펜들레엄:그-그렇죠? (헬레네????) 어....... 표가 어디 있더라. 분명 제 것은 일단 스커트 주머니에 있고, (말하며 일단 제 표 하나 꺼내 보인다.) 그리고~ 헬레네 것은 가방에 뒀는데... (느리게 표 찾는 척....)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어쩌면 제가 그새 잊어버린 걸지도요? 제가 평소에 워낙 칠칠맞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요…… (식은땀 줄줄줄)
 
뒤에 있던 사나운 인상의 역무원이 묻습니다.
 
사나운 인상의 검표원: 당신들 뭐야? (두 사람을 번갈아본다.) 딱 봐도 무임승차잔데 감싸주는 꼴을 보니…… 둘이 한 패 아니야?
 
그러자 앞에 있던 검표원이 다급히 말합니다.
 
검표원: 죄송하지만, 이번 역에서 내려주셔야겠습니다.
 
아실링은 아까부터 들던, 그렇지만 애써 무시하고 있던 이 불길한 예감의 정체를 알아챕니다.
 
무언가에 지독하게 휘말릴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요.
 
걱정은 접어두세요.
 
지금은 낭만의 시대고, 이건 로맨틱 코미디니까요.
 
.
 
기차가 떠나고, 플랫폼에 남겨진 두 사람.
 
헬레네 L. 라세리온:……………………………… (죽음 같은 침묵)
저……
정말 죄송해요……………………
 
아실링 펜들레엄:(멍....)
.......................
(어휴... 그래도 이 정도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한숨은 좀 많이 나오지만.)
(암오케이.아마.)
 
헬레네 L. 라세리온:(이렇게 친절한 분에게 너무 큰 민폐를 끼쳤다. 매우 주눅들었다.) 무릎이라도 꿇을까요……? 나, 나중에 표 값까지 꼭 포함해서 변상해드릴 테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뭘 무릎을. 원피스 더러워지니 그러지 마세요. (어깨 꼬옥 잡고 도리도리) 일단 그런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다른 것부터 생각하기로 해요. 제시간 안에 도착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잖아요. 음... 기차표가 남아있을지?
 
헬레네 L. 라세리온:(어깨 꼬옥 잡힌 채 우울하게 끄덕였다) 파리에는 이틀 안에만 가면 되니 시간은 아직 넉넉하긴 해요. 그래도 일단은 어서 매표소로 가 볼까요. 표가 남아있어야 할 텐데요…….
 
아실링 펜들레엄:가능하다면 오늘 출발하는 기차표를 잡는 것이 좋을 텐데... (없으면 묵어갈 곳을 찾아야 하고 그럼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녀야 하고... 등등 이런저런 생각 하다가 매표소 쪽을 손으로 가리킨다.) 가죠! 두 좌석 빠르게 구매하는 거예요.
 
헬레네와 아실링은 걸어서 매표소로 이동합니다.
 
리옹 역보다야 한적하다지만 사람이 많긴 매한가지군요.
 
매표소에 도착하면 약간의 줄이 있습니다.
 
둘 앞에 39명 정도 서 있는 것 같네요.
 
개많네
 
헬레네 L. 라세리온:조금 기다려야겠네요. 그 사이에 표가 다 나가면 안 될 텐데요. (조마조마)
 
아실링 펜들레엄:조금..? (39명의 사람들 보다가 신발 뒤꿈치를 주먹으로 통통 친다. 발에 편한 구두 신고 올걸.) 이 상황에 좋은 좌석까지 희망하는 건 너무 과한 것일까요...? 기차다 보니 이왕이면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서요. (멍.....)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도 구두를 신고 계시군요. (그제야 시선을 발치로 내렸다.) 그러게요. 입석 대신 앉아갈 수 있는 좌석이 남아있기를 바라야겠어요.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니 심심한 듯 조심스레 묻는다.) 영국에서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소심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헬레네를 보고는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사서요.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서 일하기 딱이더군요. 헬레네는요?
 
헬레네 L. 라세리온:도서관이요? (눈이 반짝인다.)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저. 그래서 별장마다 커다란 서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었지요. 아, 저는…… 부모님은 가업인 제약 사업을 잇기를 바라시는 눈치지만 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요. 매주 자원봉사를 나가고 있답니다. 사회복지재단을 만들까 계획 중이기는 해요.
 
아실링 펜들레엄:(돈을 많이 벌다 보니 분명 서재도 엄청 크고 희귀한 책도 있겠거니- 하며 눈에 그리다가) 가업으로 제약사업을 하신다고 해서 책보다는 연구 일지 같은 것을 더 자주 보실 줄 알았는데. 취향은 제 쪽과 더 가깝군요? 이렇게 책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니 반갑네요.
어머. 근데 사회복지 재단이라니. 무척 좋은 일을 계획 중이시네요. 아주 조금... 제 안목이 나빴다는 생각을 들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좀 말괄량이 아가씨인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미안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나중에 아실링이 근무하는 도서관에 가 봐도 되나요? 크지 않은 도서관이라고 해도 궁금해요. 특별히 좋아하시거나 추천하시는 책이 있다면 저도 그 책을 빌려서 토론 같은 걸 나눠도 괜찮을 것 같구요. (상상만 해도 즐거운 듯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간다)
아니에요. 보통 재벌가의 막내딸이라고 하면 따라오는 일반적인 이미지잖아요. 어릴 땐 아실링의 말씀처럼 말괄량이…… 였을지도요? 그때의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으니 딱 정리하기가 어렵네요. (고개 기울인다)
 
아실링 펜들레엄:국립도서관 같은 곳이랑은 완전히 다른, 좀 초라하다 싶을 수 있는 곳이지만... 괜찮으시다면 한 번 연락 주세요. 화려하지 않을 뿐, 예쁜 구석구석이 있거든요.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아, 물론 좋아하는 책까지 포함해서요. 당신 취향의 책이 뭔지도 알고 싶고, 토론도 좋아하니까 약속 잊지 말아 주세요.
네? 어릴 때 그런 이미지였다고요? 지금은 조오오금 믿기 어려운걸요. 그때도 지금처럼 마냥 사랑스러워 보이는 아가씨였을 것 같아서요. 음... 아니면 다음에 만날 때 앨범 하나 챙겨와주세요. 사진 보면 어떤 아이였는지 바로 알 테니까요. 그렇죠?
 
헬레네 L. 라세리온:괜찮아요. 오히려 그런 도서관 특유의 정겨움이 있는 법인걸요. 어떤 구조일지 무척 궁금하네요. (끄덕끄덕!) 꼭 기억하고 있을게요.
후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앨범도 아마 집 어딘가에 잘 보관되어 있을 테니 한 번 챙겨와 볼게요. 그런데~ 저만 보여드리면 섭섭하죠? 아실링의 어릴 적도 궁금한걸요?
 
아실링 펜들레엄:제 어릴 적 모습이요? 음... (집에서 독립하면서 앨범을 들고나오지도 않았고, 제 사진이 앨범에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서 입 다문 상태로 웃는 모양 만들기만 한다.) 어떤 아이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책을 꾸준히 좋아했던 것은 기억나는군요. 만나는 날 맞춰 가족에게 앨범을 빌리러 갔다 올 테니, 헬레네도 꼭 가져와주세요. (고모 집에 사진 하나 정도는 있겠지~하는 생각)
 
헬레네 L. 라세리온: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셨군요. 그러다가 자라서 직업까지 사서가 되셨다니, 뭔가 어릴 적의 꿈이 그대로 이어진 것 같아서 무척 멋져요. 저희가 어릴 적에 만났더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눈앞의 은발 머리 여성에게 빠르게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괜히 더 아쉽게 느껴졌다.) 좋아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한 아이가 다가오더니 아실링의 다리를 냅다 끌어안습니다.
 
잿빛 머리칼의 색깔이 아실링과 꽤 닮았습니다.
 
엉엉 울고 있는 건 덤입니다.
 
아마 길을 잃은 것 같죠.
 
아이:엄마, 엄마아아아아아아~!~!!!!! 흐어어어엉어어엉!!!!
 
아실링 펜들레엄:(?????????)
(양손 어깨 위로 올려서 주변 두리번두리번)
얘-얘야??????????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헬레네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도와주세요...)
 
아이:엄마아아아!!! (콧물까지 흘리면서 운다) 왜 나 두고 갔어?
 
그러니까…… 오해받기 딱 좋은 문장입니다.
 
아마 역무원이 주변에 있지 싶은데.
 
앞에 있던 할머니가 이쪽을 돌아보며 말합니다.
 
할머니: 아니, 부모가 애를 이렇게 울게 놔두면 안 되지, 쯧쯧.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혼란스러운 눈으로 아이와 아실링을 번갈아본다.) 저, 혹시……? (도와달라는 눈빛을 뭔가 잘못 이해함)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 저기요??? (내 아이겠냐고요!!! 속으로 빼액 외치며 허둥지둥거리다가 급하게 핸드백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아이 입가에 가져간다. 단것 먹고 얌전해지면 좋을 텐데...)
(멈칫... 모르는 사람이 주는 것이라고 안 받아먹는 것은 아니겠지..?)
 
아이:(사탕이 입가에 닿자 흘끔 하고 봤다가 받아먹긴 한다. 그래도 여전히 울고 있다.) 흐어엉. 훌쩍, 힝! 어마, 어마아아아! (사탕 때문에 발음이 좀 새기 시작)
 
헬레네 L. 라세리온:그, 그러니까 아실링의 아이가 아닌 거죠?? (아직도 상황 파악 안 됨)
 
아실링 펜들레엄:울거나 먹거나 둘 중 하나만... 아니다. (가지고 있는 손수건으로 아이 얼굴 위 눈물 급하게 닦아주다가 마구 축축해졌다.)
... 헬레네가 방금 연애 한 번도 안 해본 저를 아이 있는 유부녀로 만드셨어요. (째릿.)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이런 실례를. 정말 죄송해요. 아실링이랑 닮은 아이가 갑자기 쫓아와서 안기기에 그만 오해를…… (몸을 숙여서 아이를 달래준다.) 그럼 이 아이의 부모님은 어디에 계실까요?
 
역무원을 찾으려면 <관찰>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역무원 씨!!!!!! 뭐 하세요??? 도와주세요!!!!)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가에 서 있는 역무원이 보이네요!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아실링 펜들레엄:(아이 달랑 안아들고 역무원 앞으로 간다.) 저기요. 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린 것 같네요. (애써 웃는 얼굴. 이어 역무원한테 아이 안겨준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저는 이만!
(헬레네 쪽으로 다시 튀어가서 모자 꾹꾹 눌러쓴다.)
(한숨 푸욱...)
 
역무원에게 아이를 안겨주고 쿨빠... 하려고 하는데!!!
 
아이가 아실링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아이:어마아아! 나 엄마랑 같이 갈래! (훌쩍)
 
역무원: (의심스럽게 본다.) 진짜 그쪽 아이 아니에요?
 
아실링 펜들레엄:... ...
 
헬레네 L. 라세리온:(얼른 도도도 달려와서 해명한다.) 이분은 저랑 쭉 같이 계셨는데요. 이 아이가 갑자기 나타난 게 맞아요. 외모가 비슷해서 헷갈린 모양이에요. 많이 겁먹은 것 같으니 어서 어머니를 찾아주시는 게 좋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 보다가 옆에 붙는다.) 머리색은 좀 비슷해 보이지만 정말 제 애가 아닙니다... (좀 울고 싶어짐. 그것도 매우. 크게.) 일단 안내방송을 틀어보는 것이 어떠실까요... 저는 저 줄에서 기다릴게요...
 
역무원: (영 미덥지 못한 듯 아이와 아실링을 바라보다 고개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일단은 제 쪽에서 보호하지요.
 
헬레네 L. 라세리온:…… 이런 일도 다 있네요. (아실링 어깨 토닥)
 
아실링 펜들레엄:(멍..........)
저 아까 저를 의심한 헬레네를 잊지 않았으니까요. (웽알웽알)
(흥!)
 
헬레네 L. 라세리온:아, 아니 그그그그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한 상황이었지 않나요?! (해명하다가 찔끔한다.) 죄송해요. 아이가 워낙 서럽게 울길래 그만 저도 정신이 혼미해졌나 봐요.
 
어찌저찌 아이를 보내고 나면 줄은 꽤 줄어들어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흥, 몰라요! (나토라졌어요빨리더달래세요)
(먼저 줄로 쌩 간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리이잉……. (졸졸 따라간다.) 오해해서 정말 죄송해요. 아실링은 나잇대는 저랑 비슷한 듯한데도 원숙하고 매력적이셔서 당연히 인기가 많으실 줄 알았어요. (연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실링 펜들레엄:(저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표정.)
(고의는 아닌 것 같아서 뭐라 더 말은 못 하다가 힘없이 구부정해진다.) 기차 안에 뭔가 팔면 좋겠네요. 좀 배고파졌어요. (힘도 없다...)
 
매표소 직원: 어디까지 가실까요?
 
아실링 펜들레엄:파리 북 역으로요. 두 사람인데 남은 자리가 있을까요? 이왕이면 등급이 좋은 자리면 좋겠네요.
(제발!!!)
 
매표소 직원: 3시간 후 출발하는 급행 열차와 일반 열차가 있습니다. 자리는 비슷해요. 어느 열차로 끊어드릴까요?
 
선택은 자유입니다. 급행 열차 선택시 <재력> 판정을 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음... 헬레네. 헬레네는 어떤 것이 좋나요. (흠흠) 그리고 결제... 부탁드려요. (힐끔....)
 
헬레네 L. 라세리온:아! 당연히 제가 사야죠. 여기서 시간을 예상치 못하게 뺏겼으니 급행으로 할까요? (얼른 지갑 꺼낸다.)
재력
기준치: 50/25/1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매표소 직원: 아…… 죄송한데 저희는 수표는 안 받아서요.
 
헬레네 L. 라세리온:…… 이거 아니면 돈이 없는데요……?
 
아실링 펜들레엄:(입 쩌억)
(!!!!!!!!!!!!!!!!?????????)
... ... 제가... 제가 결제할게요.
 
급행 열차 티켓을 산다면 <재력> 판정 ㅋㅋ
 
아실링 펜들레엄:
재력
기준치: 35/17/7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휴)
(기차 값 낼 돈은 있다.)
(딱 그것까지만)
 
헬레네 L. 라세리온:이것도 제가 나중에 꼭 드릴게요. 죄송해요, 아실링. 설마하니 매표소에서 수표를 안 받을 줄은……
 
우여곡절 끝에 급행 열차 표를 두 장 구매했습니다.
 
표를 사고 보니, 시간이 붕 뜨네요.
 
3시간이면 밥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기에도 충분한 시간입니다.
 
우선 이곳을 빠져나갑시다.
 
역 주변은 조용하지만 지나치게 한적하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석조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몇몇 카페와 상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군요.
 
따뜻한 날씨 탓인지 아이스크림 판매대에 사람이 줄을 서 있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이스크림 드실래요, 아실링? (이런 거리의 노점상이 수표를 받아줄 리 없는데도)
 
아실링 펜들레엄:(아이스크림이 드시고 싶으신가 보다..!)
(잘못 이해하고 제 지갑 본다. 빤...) 무슨 맛을 좋아하시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음, 저는 뭐든 좋아요. (조금 설레는 눈으로 판매대를 바라보다가 목소리 낮춰 속삭인다) 사실 거리에서 이렇게 뭔가를 사먹어보는 게 처음이거든요.
 
아실링 펜들레엄:(오... 우와. 좀 놀라지만 표정으로 너무 티 내지는 않는다.)
그래요? 그럼 이참에 길거리 음식들 잔뜩 도전해 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아이스크림 말고 다른 것도 더 먹기로 해요. 와플이라던가, 방금 가게에서 막 만든 크루아상이라던가~.
 
헬레네 L. 라세리온:거리에서 와플이나 크루아상도 파나요? (신기해하며 눈 반짝거린다) 네! 아실링은 어떤 맛 아이스크림을 드시겠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든다)
 
아실링 펜들레엄:(내 상상보다 더한 엄청난 아가씨의 삶을 살았구나~)
음, 저는... 어머? 이번에는 당신이 사는 건가요? 그럼 잘 얻어먹을게요..! 흠, 어디 보자. (아이스크림들은 전부 훑어보다가) 저는 피스타치오랑 티라미수 맛이요. 평범한 아이스크림 바로 나오지 않는 것들을 즐겨 먹곤 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네! 피스타치오랑 티라미수 맛이라니, 아이스크림으로는 먹어본 적 없는데 신기하네요. 그런 맛을 팔고 있으려나요~ 그런데…… 혹시나 해서 여쭙는 건데 길거리 노점에서는 수표를 받나요……? (매표소에서의 기억.)
 
아실링 펜들레엄: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지면 원래보다 더 맛있어진답니다. (그럼 평소에는 무슨 아이스크림을 먹은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제 입으로 물어보지는 않는다.) 안 먹어본 것 위주로 주문하는 것이 어떨지, 아니면 도전에 가까운 것이라거나? 칠리맛 같은 것은 고르지 말고요.
근데... 응? (잠시 입만 웃다가 제 지갑 연다.) 에잇 기분이다! 아이스크림은 제가 쏠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칠리맛 아이스크림도 존재하나요?? (그건 예술의 영역 같은데) 앗, 아까 기차표도 결국 아실이 사셨는데…… 다른 건 꼭 제가 살게요! (어차피 나중에 다 갚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두 사람의 차례가 오자 판매대에서 여러 가지 색색의 아이스크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밝은 청록빛을 가리켠다.) 저도 아실링이 즐겨 먹는다는 피스타치오 맛으로 골라 볼게요.
 
아실링 펜들레엄:괴상한 맛을 셀링 포인트로 잡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칠리맛... 어떤 맛일지 궁금하긴 하잖아요? 물론 저는 줘도 안 먹을 것이지만. (고개 도리도리) 그래봤자 아이스크림일 뿐인데, 당신도 참. (지갑에 손을 올려둔 상태로 맛을 고민하다가 활짝 웃는다.) 솔티 캐러멜 하나랑 피스타치오 맛 하나 주세요. 콘으로요. (빳빳한 현금 꺼내며 웃는다. 훗!)
 
빳빳한 지폐를 받아든 상인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스크림을 가득 퍼줍니다.
 
바삭한 콘에 올라간 아이스크림의 자태는 영롱할 지경이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솔티 캐러멜 맛도 있군요……? (무궁무진한 아이스크림의 세계에 감탄한다) 고마워요, 아실링. 잘 먹을게요. (감사인사를 하곤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조심스레 한 입 먹어본다. 입안에서 녹아드는 고소하면서도 오묘한 맛……! 동그래진 눈이 '맛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실링 펜들레엄:소금과 캐러멜의 조합이라니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은근히 조화가 있고 중독을 일으키는 맛이랍니다. (아이스크림을 받았음에도 먹지 않고 헬레네만 빤히 바라본다. 반응을 기대하듯 깜빡이지 않던 눈은 헬레네의 표정 변화를 본 이후 부드럽게 접어졌다.) 아이참. 그렇게 귀여운 반응을 보인다면 제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잖아요~.
흠... 솔티 캐러멜 한번 맛봐보실래요? 아, 피스타치오보다 자극적이라 뭔가 부드러운 맛을 해칠 것 같기도 하고...
 
헬레네 L. 라세리온:(귀여웠나? 눈 깜박거리며 고개 살짝 기울인다.) 아실링만 괜찮으시다면 맛보고 싶기는 해요……! 아이스크림 아닌 다른 음식으로도 몇 번 먹어보지 않은 맛이라서요. 사이좋게 한 입씩 나눠먹을까요?
 
아실링 펜들레엄:(기울이는 고개 보고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예측했는지 바로 고개 끄덕인다.) 아주 크게 맛보셔도 괜찮으니 한입 도전해 보세요. 응? 근데 저에게도 한 입 주신다니~. 좋아요, 그럼 저 먼저 실례할게요. (작게 작게 벌려 한입 맛본다. 고소하면서도 은은하게 나는 단 맛에 만족!) 자, 헬레네도 드세요. 이제 와서 거절은 마시고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런 아실링은 아주 조금 드셔놓구? (아실링을 가느다란 눈으로 바라봤다가 고개 숙여 마찬가지로 조금만 먹어본다. 달콤하면서도 오묘한 짠맛이 시원하게 입안을 감돈다.) 진짜 신기한 맛이네요! 왠지 자꾸 떠오를 것 같고…… 시원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왜 중독을 일으킨다고 하셨는지 알겠네요.
 
아실링 펜들레엄:(가느다란 눈 모른척하기 위해 눈 피했지만, 곧 이어진 반응 보기 위해 원래 다시 원래대로 시선 빙글 돌아간다.) 아하하, 당신도 참. 먹이는 재미가 있네요. 이렇게 신기해하니까 다른 반응도 더욱 보고 싶어져요. (이어 그렇죠, 그렇죠? 같은 말을 종알거리고는) 다음에 피스타치오랑 솔티 캐러멜 맛 아이스크림을 먹게 된다면 제 생각 해주세요. (말해놓고 멈칫. 갸우뚱.)
(왜 답지 않게 이런 말을 했지?)
(꽁.)
 
헬레네 L. 라세리온:헤헤……. (아실링이 웃으니 저도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웃다가, 문득 자기가 너무 세상 물정도 모르는 재수없는 철부지 아가씨로 보이는 건 아닌가? 싶어져서 멈칫했다. 안 돼…… 만회를 해야만……!!) 그럼요. 앞으로 그 단어를 듣기만 해도 아실링이 떠오를 것 같아요. (와중에 이어지는 말에는 자연스럽게 긍정했다. 근데 왜 꽁 하시는 거지?) 이제 저쪽으로 가봐요, 아실링.
 
역을 빠져나오자 작은 광장과 함께 오래된 분수가 보입니다.
 
물 안의 동전이 햇빛에 반사되며 반짝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이유 모를 기분에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다. 내가 왜 이런 기분을?)
(그러기를 몇 초. 분수 보자마자 바로 표정 환해진다. 지갑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어 그중 하나를 손으로 튕겨 잡는다.) 헬레네. 분수랑 동전 가지고 소원비는 건 해보셨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분수에…… 동전으로 소원을요? (안 들어도 답이 나올 듯한 어리둥절한 얼굴)
 
동전을 던지려면 <행운>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음... 그러니까~. 시범을 보이자면..! (쥐고 있는 동전을 분수에 던진다. 들어갔나?)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입 쩌억)
 
동전을 얼마나 세게 던졌는지,
 
물을 내뿜던 노즐 하나가 동전에 맞아 박살나고 맙니다.
 
다행... 다행히도 물이 나오는 노즐은 여러 개였으니까 티가 안 날 거예요
 
아마도? 아마도
 
헬레네 L. 라세리온:아하…… 분수대를 부수면서? 소원을 비는 거?군요? (이거 맞나요?)
 
아실링 펜들레엄:... ... 방금 저처럼 던지면 안 된다는 것을 예시로 보여드린 것이랍니다~아..? (민망..... 너무 민망하다)
(후... 가지고 있는 동전 헬레네한테 다 준다...) 흠... 분수에 동전을 던져 들어간 뒤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는데 저는 빌었다가는 저주를 받을 것 같네요. 헬레네는 꼭 성공하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렇군요?! 동전이 무척 많아서 저 분수대는 몇 번이나 보수를 한 걸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동전 받아든다.) 설마요~ 저도 일단 한 번 던져볼게요! 처음 해보는 거라 제대로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조심히 던져본다)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헬레네가 던진 동전은 무난하게 분수대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성공한 것을 보고 바로 박수 치며 제 일처럼 기뻐한다.)
(다행이다! 나처럼 이상하게 실패하지는 않았구나!)
 
헬레네 L. 라세리온:와! 들어갔어요, 아실링. (해맑게 웃으며 기뻐한다.) 이제 소원을 빌면 되는 걸까요? (눈을 감고 짧게 침묵했다가 남은 동전을 아실링에게 돌려준다.) 아실링도 한 번 더 해보세요. 제가 실수하더라도 저주는 내리지 말아주세요~ 하고 소원을 빌었거든요.
 
아실링 펜들레엄:(무슨 소원을 빌었을지 궁금해하며 제 쪽에서 두근거리다가 이어진 소원 발표에 찡~해진 표정이 된다.) 헬, 헬레네~.. (두 손으로 입가 가리고 한참 동안 감동받아있다가) 음, 그럴까요? 그렇다면 그 행운을 시험해 볼게요~.
(이번에는 살포시 던져본다.)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깔끔하게 들어갔습니다!
 
노즐에 스치지도 않았어요!! 부술 걱정따위 never
 
헬레네 L. 라세리온:효과가 있었나 봐요! 분수대의 신, 용하네요~. (박수친다)
 
동전 던지기에 성공했으므로, 시나리오 중 1회 원하는 판정에 보너스 다이스 한 개를 지급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얏호~)
어디 보자... 제 소원은... (진지하게 빌 생각은 없었지만, 어쩐지 계속 느껴지는 흐뭇함에 두 눈 꼭 감고 작게 소원을 중얼거린다.)
제게 행운을 준 헬레네에게 더한 행운을 주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아실링. (곁에서 듣고 감동받음) 저는 아실링이 더 많은 행운을 가져가셨으면 좋겠는데요. 저희 둘 다에게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렇게까지 이야기해 주신다니 아니라고 할 수 없네요. 네에, 그래요. 저희 둘 다에게 좋은 일로만 가득한 것으로.
(그러더니 은근슬쩍 헬레네 뒷머리 쓰담. 이후 모른 척.)
흠~ 다른 곳으로 놀러 가죠..! (총총)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쓰다듬어진 뒷머리를 손끝으로 살짝 더듬어보다가 방긋 미소하고 뒤따라간다.) 네에, 좋아요.
 
분위기 좋은 광장을 가로지릅니다.
 
그러다, 헬레네가 벤치에서 신문을 보는 노인과 부딪히고 맙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앗, 죄송해요. 다른 곳을 보다가 그만……
 
아이구, 짧은 소리를 내던 노인은 눈이 마주치거나 말을 걸면 안경을 들썩이며 헬레네를 빤히 바라봅니다.
 
노인: 자네, 라세리온의 후계자가 아닌가?
그럼 옆은 샤토 르클레르의……
(말을 잇다 말고 기우뚱하며 신문을 다시 들여다본다.) 아니, 약혼자는 남자 아니었던가?
 
기차에서 아실링이 들여다보던 신문과 같은 것입니다.
 
헤드라인에 헬레네와 그의 약혼자의 사진이 크게 장식되어 있군요.
 
헬레네 L. 라세리온:네, 네에에?? (갑자기 식은땀 줄줄)
 
대인 기능 판정으로 노인을 속여넘길 수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저기, 어르신? 그 무슨 말씀이세요?! 보세요!!!! 신문 사진보다 이 아가씨가 더 예쁘잖아요..!!! 다시! 보세요!!!
설득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헬레네 L. 라세리온:맞아요, 저는 그 사람이 아니…… ……?!! (일단 마구 변명하려다가 아실링의 말을 한 박자 늦게 알아듣고 귀가 빨개졌다.) 에?
 
노인: 으응? 그런가? (안경을 고쳐쓰며 다시 신문과 헬레네를 번갈아본다. 그리곤 다시 헬레네를 바라보며 고개 끄덕끄덕.) 흠. 이 아가씨가 이쁘장하긴 하구먼.
 
헬레네 L. 라세리온:그, 그리고 저는 애인이 따로 없어서요~ 아직 약혼을 하기에는 한참 이르답니다^^;;
 
노인은 아실링의 기세에 눌려서인지(ㅋㅋ) 금세 수긍하는 모습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같은 신문을 보는 사람이 꽤 많네요.
 
이목을 끌었다간 괜히 더 귀찮아질지도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그 고급스러운 옷이 눈에 띈다고요.
 
임시방편으로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게 좋겠습니다.
 
주변에는 낡은 노점부터 보세 옷가게와 모자가게Chapellerie 까지, 파는 곳이야 많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확실히 눈에 띄긴 하지. 물론 저 옷차림이 제일 귀엽긴 하지만...)
여행 느낌 나게 옷 새로 갈아입으시는 것은 어떤가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럴까요? (제 옷을 내려다본다.) 설마 누가 저를 알아보실 줄은 몰랐는데. 이미지를 좀 바꿀 필요가 있긴 하겠어요. 아실링처럼 모자도 쓰는 게 좋겠네요.
모자부터 사는 게 좋으려나요? (가게들을 돌아보며 고민한다)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제 스타일 보고 참고하신 건가요? 기쁘네요~. (배시시 웃다 말고 모자 가게 앞에 우뚝 선다.) 보통은 옷부터 고르지만, 모자 먼저 고르기로 하죠. 색다르고 좋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모자에 맞춰서 옷을 고르기로 해요. (보통 반대긴 하지만 이것도 재밌다. 가장 가까운 모자 가게로 들어간다.)
 
유리 진열장 안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모자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페도라, 클로슈, 중절모, 베레모, 밀짚모자 등이 크기와 색상별로 나뉘어 있으며, 일부는 벽면에 걸려 있기도 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와, 종류가 굉장히 많네요. 사실 저는 평소에 모자를 잘 쓰고 다니지는 않는 편인데…… (고민하다 짙은 녹색의 클로슈 햇 하나를 들어보인다.) 얼굴이 어느정도 가려질 만한 게 좋겠죠. 이건 어떨까요?
 
아실링 펜들레엄:평소에는 잘 착용하지 않으신다고요? 왜요? 분명 잘 어울... (조잘거리다 말고 클로슈를 들어 보이는 헬레네를 보고 말을 끊는다. 이어 부드럽게 미소 짓고는 헬레네 머리카락을 살살 정리해 준 데 예쁜 각도에 맞춰 모자 씌워줬다.) 응, 네. 어쩜 자기랑 제일 잘 어울리는 모자를 고르셨담. (후후)
 
헬레네 L. 라세리온:모자보다는 리본이나 머리핀 같은 악세사리를 더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제가 그렇게 꾸미는 걸 더 즐기기도 하구요. (아실링이 모자를 맞춰 씌워주는 동안 얌전한 자세로 거울을 바라본다.) 잘 어울리나요? 어쩐지 아실링은 제가 뭘 골랐더라도 잘 어울린다고 해주셨을 것 같은데요~?
 
아실링 펜들레엄:으응... 확실히 이렇게 예쁜 머리카락을 꾸미는 재미는 있겠네요. 제가 당신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면 분명 하루에 두 시간 이상씩 머리카락 관리에 시간을 썼을 거예요. (잘 어울리냐는 말에 바로 박수로 대답을 대신한다.) 뭘 골라 써도 잘 어울릴 당신이라는 것을 알아 두셨으면 해요. (헷)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도 차암. 이미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을 가지셨으면서요? 지금은 머리칼을 관리하는 데 얼마나 시간을 쓰시나요? (자연스럽게 묶은 당신의 은발을 응시한다)
 
아실링 펜들레엄:당신만 할까요? 결이 반지르르하고 예쁜 여우가 생각나는 색이에요. (손끝으로 머리카락 톡 건드렸다가) 사실 관리에 아주 힘쓰는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는 일하느라 질끈 묶고 다녀서. 그냥~.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헤어팩하기? 헬레네는요?
 
헬레네 L. 라세리온:후후, 그런가요? 여우는 세간에 다소 간사한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아주 애교가 많대요. (머리카락에 닿는 손길에 미소하다가) 아, 저는 헤어샵을 가는 편이라…… 딱히 제가 직접적으로 손대는 건 많지 않네요. (머쓱)
 
아실링 펜들레엄:그래요? 음... 당신도 애교가 많으려나..? (뒷말은 작게 중얼거리다가 계산을 위해 발걸음 옮긴다.) 남이 해주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죠. 편하기도 하고요. 부러운걸요~. (진짜 진짜)
 
모자에 붙은 가격은 200 프랑. (한화 약 40만원)
 
고급처럼 보이긴 하지만 가격 진짜 대단하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어?)
 
헬레네는 가방을 뒤적입니다. 이번에야말로 헬레네가 결제하려나 봐요!
 
아실링 펜들레엄:(어??????)
 
헬레네 L. 라세리온:그래도 이 가게는 수표를 받아주겠죠~!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세요, 아실? 제 옷과 모자를 사는 건데 당연히 제가 결제해야죠.
 
헬레네가 꺼낸 수표는 1200 프랑짜리입니다.
 
한화로 치면 대충 200만원어치입니다.
 
자그마치 아실링 월급만하군요.
 
지갑을 보니 몇 장 더 있는 것 같은데. 가게 주인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보더니 받아들긴 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이제 옷을 사러 갈까요, 아실링?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조금 더 당당해졌다)
 
아실링 펜들레엄:(내. 내 월급이 방금)
(과연 이번에는 얼마치 옷을 고르려나... 조금 흥미로워졌다.)
가죠! (빵긋!)
 
보세 옷가게의 문을 열면 작은 종이 경쾌하게 울립니다.
 
벽면과 중앙에 빼곡하게 옷걸이가 놓여 있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으음, 모자는 제가 골랐으니 옷은 아실링이 추천해주실래요? 아실링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떤 걸지 궁금해요.
 
아실링 펜들레엄:음... 어디 보자. (모자를 힐끔 보더니 옷걸이들을 거의 노려보듯이 눈에 담다가 한참 후에 옷 몇 벌을 들고 온다.) 모자와 같이 고급 지고 차분한 느낌을 주면 어떨까 싶네요. (빛 아래에서는 초록빛이 은은하게 나는 검은색 원피스와 하얀색 원피스를 하나씩 골라왔다. 둘 다 테일러드 원피스. 검은색 쪽은 벨트가 있는 것, 하얀색 쪽은 더블 진주 버튼이 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와, 둘 다 무척 우아하고 예쁜 옷이에요. 이런 스타일의 원피스는 잘 입어보지 않아서 저한테 어울릴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하얀색 원피스를 받아든다.) 이걸로 한번 갈아입고 와 볼게요.
(옷을 받아들고 피팅 룸에 들어간다. 원래 입고 있던 원피스가 벗기 좀 어려운 구조인지, 혹은 악세사리에 걸리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이느라 그런 건지 몰라도 꽤 시간이 흐르고서야 겨우 커튼을 걷고 나온다.) 어떤가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옷들을 구경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이 옷도 헬레네랑 잘 어울리겠네. 응, 이것들도.)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반갑게 고개를 돌렸고, 이어 줄곧 반쯤 접혀져 있던 두 눈이 동그래졌다.) ... ... 이것도, 꽤나. (길게 소리 없이 감탄하다가) 이런 스타일의 원피스는 잘 입어보지 않았다고 하셨죠. ... 앞으로 자주 입으시면 당신에게 설레는 사람이 몇 배로 더 늘어날게 분명해요. 응. 확실해.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요? 아실링은 제게 좋은 말만 해 주시니까 진위를 파악하기가 영 쉽지 않네요. (말은 그리 해도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이 옷을 입고 가면 제가 좋아하는 분도 저에게 한층 더 설레임을 느껴 주시려나요.
(거울에 옷을 비춰보다 말고 무수한 옷걸이를 향해 걷는다. 다양한 옷들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아실링은 어떤 스타일이 좋으세요? 화려한 것보단 무늬 없는 심플한 옷을 좋아하는 편이실까요? 지금 입으신 옷도 그렇구.
 
아실링 펜들레엄:음~... (뭔가 이런저런 감정이 몰려오는 바람에 대답이 늦어졌다. 영 기분이 별로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헬레네 앞이라 미소 짓는다.) 그럼요. 안 설레면 제가 혼내줄 거예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응? 제 옷이요? (헬레네 것 위주로만 구경하느라 미처 생각 못 했다.) 글쎄요... 화려한 것보다는 심플한 편이 좋긴 해요. 취향을 말하자면 안감 같은 것에 작게 무늬가 있는 편이나 작게 포인트가 있는 것을 좋아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알겠어요. (아실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열심히 옷걸이 사이를 걸어다닌다. 이런저런 옷을 들어 비교해보더니 마침내 원피스 하나를 아실링에게 내밀었다. 민소매에 가깝고, 백합이 그려진 은 단추가 붙어있는 푸른색의 쉬폰 원피스다.) 이런 옷은 어떠세요? 한 벌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가 지나가는 곳을 따라다니면서 몇 가지 옷들을 더 발견하며 표정이 밝아진다. 헬레네에게 어울리는 옷들이 많아 보여서 해피!) 저기, 헬레네 이거... ... 어? (이런 원피스 취향도 있구나~ 하면 건네준 것을 보다가 추천 원피스라는 말에 짧게 허둥지둥거린다.) 선물이라니. 확실히 제 취향이긴 해요. 디테일이라던가, 색감이 특히. (취향인 것을 딱 골라줘서 빤...) 정말 받아도 되는 건가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럼요! 절 많이 도와주신 데 대한 보답이다 여기시고 부담없이 받아주세요. 마음에 드신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아실링이 예쁜 푸른 눈을 지니셔서 그런지, 보자마자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더라구요.
 
아실링 펜들레엄:(고마운 마음을 알겠으나 이번 것은 거절하리라- 헸던 결심은 '예쁜 푸른 눈'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좀 전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이 무녀져내렸다.) ... ... 그, 그렇다면. 일단..! 입고 올게요!
(입기 어려운 옷은 아니었으나, 피팅룸에서 나오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가 조금 뒤에 쑥스러움 가득한 표정이 되어 방에서 빠져나온다.) 흠, 흐흠. 괜찮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기대 어린 낯으로 아실링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마침내 그가 모습을 보이자 제 양손을 겹쳐쥐며 연신 고개 끄덕인다.) 네! 세상에. 정말 잘 어울려요! 꼭 아실링을 위해 만든 옷 같네요. 지금보다 조금 더 더워진 계절에 바닷가에서 입는다면 더더욱 아름다울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의 반응을 본 이후로 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원피스 자락을 팔랑거리기만 한다. 쑥스럽지 안 칭찬과 선물에 대한 감사함은 꼭 해야 하는 것이겠지. 고맙다는 듯이 상체를 살짝 숙였다가 다시 세운다.) 너-너무 그렇게 칭찬하지 않으셔도 돼요... (뻘뻘뻘)
 
헬레네 L. 라세리온:전부 진심인걸요~. 정말 아름다우세요, 아실링. 사진사가 동행했다면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했을 텐데, 그럴 수 없어 아쉽네요. (진심으로 아쉬워한다) 또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신가요? (말만 하면 더 사줄 기세)
 
아실링 펜들레엄:당신도 참... 사진사 동행이라뇨. 농담... 도? (어쩐지 헬레네가 그리 말하자 진짜 그럴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표정이 묘해진다.) 사진사 동행이라면 당신 사진 먼저 찍게 해야죠~. (후후) ... 네? 두벌이나요? 저는~이 옷 하나면 정말 너무 충분하고 행복할 것 같은걸요.
 
헬레네 L. 라세리온:농담…… 아닌데요? (갸우뚱) 만약 찍는다면 같이 찍어야죠. (이거면 된다는 말에 아쉬움이 스쳤지만 고개 끄덕인다.) 그럼 두 벌만 계산할게요. 원래 옷으로 갈아입으시겠어요? 아니면 이 옷을 그대로 입고 나가시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농담이 아니었구나!) (방긋!)
아, 그런 방법이. 확실히 당신과 같이 사진을 찍어 남긴다면 그것도 무척이나 좋은 추억이 되겠네요. (중간에 사진관에 들려야 할지 짧게 고민하고는) 이대로 입고 나가고 싶어요. 당신도 그래주실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좋아요. 그러면 곧장 계산해야겠네요! (팔짱 낀다) 바로 가죠, 아실링~ 이번에도 제가 사 드릴게요. 가게는 수표를 받으니 참 편하고 좋네요. (^^)
 
아실링 펜들레엄:(이 아가씨랑 다니면서 평생 볼 수표를 다 보는 것 같다)
선물 고마워요, 헬레네. 누군가에게 옷을 선물받는 것은 아주 오랜만이라 감회 새롭네요. (이런 비싼 옷은 또 처음이기도 해서.)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요? 앞으로는 만날 때마다 사드릴까 봐요.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하며 계산대로 향한다)
 
두 사람이 고른 옷은 합쳐 150 프랑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관광지래도 그렇지 바가지가 대단하네요.
 
하지만 이번에도 헬레네는 자연스럽게 수표를 꺼내 건넵니다.
 
어쨌건 값은 치뤘으니 됐죠!
 
옷을 갈아입으니 왠지 기분전환도 되는 것 같습니다.
 
옷을 사고 바깥으로 나오니 어느덧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이네요.
 
근처에는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고급 코스요리 식당부터 비스트로, 패스트푸드점까지 다양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열심히 쇼핑했더니 배가 좀 고프네요 아실링~ 기차가 오기 전까지 식사를 할 시간은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아실링 펜들레엄:시간도 남고, 이대로 기차에 탔다가는 분명 도중에 배가 고플 테니 미리 식사해 두는 게 좋겠네요. (이번에는 어떤 레스토랑에서 뭘 먹으려나. 미리 상상해 보다가)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실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저는 큰 레스토랑이 익숙하기는 해요. (코스요리가 나올 법한 식당을 가리켠다) 그렇지만 이왕 이런 곳까지 왔으니 다른 곳에 가도 상관없답니다. 자그만 식당의 분위기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아실링 펜들레엄:(원래라면 가격이 좀 나가더라도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에 갈 생각이었으나, 작은 식당 분위기가 궁금하다는 헬레네의 대답을 듣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럼 작은 식당으로 가볼까요? 어디든 괜찮은 와인은 몇 벙 구비해뒀을 테니까요.(괜찮은 와인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아실링, 술을 좋아하시나 봐요. 프랑스가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긴 하죠. (고개 끄덕이고 비스트로로 향한다.)
 
아실링 펜들레엄:조금~.. 좋아해요. (많이 좋아하면서 일부러 내숭 부린다.) 여기까지 와서 평범한 것을 마시기는 좀 그렇죠. 다른 건 몰라도 와인만큼은 좋은 걸로 선택하죠~. (헬레네 따라 비스트로로 따라간다)
 
두 사람은 비스트로로 들어섭니다.
 
간단한 프랑스식 요리를 제공하는 소규모 레스토랑으로, 스테이크 프리츠와 오믈렛, 크로크무슈, 타르트 등의 간단한 메뉴가 특징입니다.
 
당연하지만 와인도 여러 종류 있네요! 작은 식당치고 꽤 좋은 와인들이 많아 보입니다.
 
가게 안에서는 분위기 좋은 재즈가 흘러나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혹시 프랑스에 오신 게 오페라 하우스나 갤러리를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와인을 드시기 위해서도 있는 것 아니에요~? (농조로 말하며 식당을 두리번거린다.) 어머,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언제나 제 중요 목표는 오페랑 하우스와 갤러리랍니다. 물론... 그 이후 중요도에 와인이 높게 있긴 하지만. (쑥스러운지 헛기침하다가 헬레네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가며 가게를 살펴본다.) 노래 선정이 좋네요. 음식이랑 와인 맛도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후후. 적당한 음주는 좋지만 너무 과음하시는 건 몸에 해가 될 수 있는 거 아시죠? (아실링이 술을 마시는 걸 본 적은 없지만 왜인지 술꾼일 것 같은 직감이 든다) 뭘 먹을까요? 다 맛있어 보이네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럼요~. 뭐든 적당히가 좋은 것이죠. 술에 취해 우리 여행에 방해가 될 일은 전혀 없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안 취하기 전까지만 마시면 되겠지.)
안 먹어본 것이 있나요? 아니면 가게에서 제일 잘나가는 것으로 고르죠?
 
헬레네 L. 라세리온:여행에 방해될까 봐 말한 건 절대 아니에요! 아실링의 건강을 걱정해서 드린 말이랍니다. (혹시나 싶어 손사래친다) 음, 크로크 무슈는 먹어본 적이 없네요. 오믈렛이랑 같이 시켜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어떨까요?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스테이크 프리츠 같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당신도 참. 저 역시 혹시 몰라서 한 말이니까요. (손으로 뒷머리를 쓱 쓰다듬어주다가 다시 손을 거둬 턱 끝에 얹힌다.) 전부 마음에 드네요. 프랑스 현지에서는 어떤 맛을 표현할지 정말 궁금해요. 특히 소스라던가~. 그럼 일단 음식은 저 세 가지로 시키죠?
 
헬레네 L. 라세리온:좋아요. 와인은 어떤 게 좋으세요? (와인 란을 쭈욱 훑어내려간다) 1917년산 와인이 있네요. 이게 가장 비싼 것 같은데요.
 
아실링 펜들레엄:(습관적으로 싼 가격대의 와인들 먼저 보다가 뒤늦게 비싼 것 위주의 메뉴를 본다.) ... ... ? (눈 비비적) 흠. 한 병 가격이죠? (한 잔 가격은 아니겠지...)
 
헬레네 L. 라세리온:병인 것 같네요! (비싼가? 아무 생각이 없음)
 
아실링 펜들레엄:(병이라는 소리에 방긋! 그러나 다시 가격대를 보고)
(얼마나 맛있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며 메뉴판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헬레네는 평소에 와인 즐기시나요? 뭔가 와인보다는 차를 즐기실 것 같아서요.
 
헬레네 L. 라세리온:고급 레스토랑에 갈 때 이따금씩 마시긴 하지만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것 같네요. 평소에는 말씀대로 홍차를 즐겨마신답니다. 영국에 있는 거의 모든 브랜드의 차를 마셔봤을걸요? (그는 과장하는 화술은 쓰지 않았으므로 아마 진짜일 것이다)
 
아실링 펜들레엄:(거짓말을 할 사람으론 안 보여서 거의 모든 브랜드의 차를 마셨다는 말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미소 짓는다.) 헬레네만큼은 아니지만, 차라면 저 역시 즐기는 편이에요. 차 메뉴판을 보면서 진지하게 고르는 일이 있으면 좋겠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요? 영국에서 다시 만났을 땐 찻집에 가지 않으시겠어요? 제가 자주 가는 찻집이 여럿 있거든요. 디저트도 아주 훌륭하답니다. (공통분모가 있다니! 벌써부터 후일의 만남을 기대하며 눈을 반짝거린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가 추천하는 찻집이고, 그곳에서 같이 만나자고 한다면 제가 거절할 이유가 없죠. 거기에다가 디저트까지 훌륭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약속을 잡자고 하고 싶은걸요. (진심 담아 농담을 하다가 헬레네의 말을 다시 되짚어본다.) 찻집이 여럿 있다면... 여러 곳을 가보는 것일까요? 며칠씩 나눠서?
 
헬레네 L. 라세리온:네! 하루에 다 방문하기에는 아까우니까요. 한 장소씩 천천히 음미하며 돌아다녀 보기로 해요. 찻집 말고 다른 장소도 함께 돌아보아도 괜찮겠네요. 근처의 맛있는 식당이라거나 관광지라거나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업원이 주문한 음식을 서빙합니다.
 
음식은 하나같이 먹음직스럽고 맛있는 냄새를 풀풀 풍깁니다.
 
고풍스런 라벨이 붙은 와인과 유리잔 두 개도 함께 내어져 옵니다. 종업원이 잔의 절반보다 조금 낮게 와인을 따라줍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식탁 위로 하나하나 올려지는 음식들을 보며 조용히 군침을 삼킨다. 뭐부터 먹을지 벌써 고민하며 음식들을 이리저리 보던 시선은 와인에서 멈췄다. 역시 처음은 와인이지.) 전부 먹음직스러워요. 이렇게 근사한 식사를 당신이랑 할 수 있다니. 저 역시 꽤나 행운이 있는 것 같네요.
식사 전에 짠할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진짜로요! 이곳으로 오길 잘했네요~ 음악도 식당의 인테리어도 참 고풍스럽고 예쁜데 음식도 맛있어 보여요. (잔을 들어올린다. 와인의 향을 맡아보고는 미소하며 아실링 쪽으로 내밀었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의 말 한마디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지금 이 상황이 데이트 같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어쩐지 감정이 묘해져 바로 와인으로 집중을 돌린다.) 음... 우리의 즐거운 여행을 기념하여~. (제 잔을 내밀며 잔끼리 가볍게 부딪힌 이후 바로 입으로 가져간다.) ... !!! 헬레네, 어서 마셔보세요. 첫맛부터 입넘김까지 아주 근사하네요..!
(근사한 와인 덕분에 근심 다 날아갔다)
 
헬레네 L. 라세리온:기념하며~ (짠! 부딪히고는 잔을 살짝만 기울인다. 거의 와인을 입에 대기만 하는 수준으로. 아실링의 솔직한 반응을 보니 정말로 술을 좋아하시는구나, 싶어 마냥 귀엽다.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맛이 깊고 근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실링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그렇네요, 아주 좋은 와인을 갖고 계셨나 봐요. 역시 프랑스다 싶네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렇죠~. 당신의 이목을 끌 정도의 가게면 분명 다른 관광객들도 많이 올만할 테니까요. 근사한 가게에서 맛이 떨어지는 와인을 비싸게 팔 일은 없기도 하고요. (다시 홀짝) 어떤 맛이기에 놀라운 가격인 걸까~하고 궁금해했는데. 제 궁금증이 완벽하게 풀렸어요. 그 가격일만하네요~. (맛있는 술 마신 게 그렇게나 좋은지 입을 열 때마다 한껏 즐거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헬레네 L. 라세리온:다음에 이 지역에 또 올 일이 생긴다면 다시 와도 좋겠어요. 기차에서 쫓겨났을 땐 아찔했는데,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미처 몰랐네요. (다음에 아실링이랑 만날 때는 꼭 좋은 와인을 파는 레스토랑에 가야겠다! 다짐)
 
보기만큼이나 맛도 좋은 음식들을 먹으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도 헬레네가 자연스럽게 계산을 하네요. 모자 가게에서 수표를 내밀고서 잔돈을 받았었죠.
 
참 만족스러운 식사였어요, 그런 대화를 하며 식당에서 나오는데……
 
경찰차가 역 근처 도로에 멈춰 섭니다.
 
두 명의 경찰이 차에서 내리고, 하나가 헬레네에게 다가가며 단호하게 말합니다.
 
“당신은 위조 수표 사용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같이 경찰서까지 가주셔야겠습니다.”
 
……네?
 
.
 
지금까지 있던 일을 돌이켜봅시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평화롭게 파리행 기차에 올라탄 아실링은 정말 우연히도 '표를 살 틈도 없이 기차에 뛰어들었다’고 말하는 웬 이상한 여자에게 휘말려 중간에 하차하게 되고,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한 건지 둘은 나란히 유치장에 임시 구금되어 있습니다.
 
경찰은 신원 확인을 요구했지만, 헬레네는 가명을 써 신원을 숨기고자 하기에 구금된 상태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 정말 죄송해요, 아실링. 본명을 그대로 말하면 부모님이 절 데리러 오실 것 같아서……
그렇지만! 전 정말로 위조 수표를 쓴 게 아니에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억울)
 
아실링 펜들레엄:(수표 위조라니 어떻게 된 일이지? 그나저나 우리 기차표는? 우리 여행은??? 이런저런 생각들까지 밀려들어오며 심란해하다가 애써 표정관리를 한다.) 저도 당신이 위조 수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하아)
 
헬레네 L. 라세리온:(바깥의 경찰관에게 말을 건다.) 제 수표는 위조가 아니에요! 대체 무엇 때문에 저를 의심하셔서 이곳까지 데려오신 건가요? 제가 길게 산 건 아니지만 경찰서 근처에는 갈 일도 없게끔 살아왔는데…….
 
경찰:아가씨, 아까 모자 가게에 들리셨죠? 그 가게 주인이 아가씨 지갑에 수표가 잔뜩 있다고 수상하다며 신고를 해 와서 말입니다. 여기가 아주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데 그만한 부자가 올 일은 드물잖아요?
그러니까, 위조가 아니라고 주장하실 거라면 일단 제대로 된 신원을 말해달라니까요. 그래야 아가씨가 수표를 가질 만한 위인인지 아닌지 파악할 것 아닙니까?
 
헬레네 L. 라세리온:(이럴 수가) 어쩌죠, 아실링? 괜히 저 때문에…….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다음날까지 유치장에 갇혀 있게 생겼습니다.
 
후폭풍은 감안하고서라도 일단은 솔직히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아실링 펜들레엄:... ... 헬레네. 괜찮으시다면 당신 상황에 대해 경찰 분에게 이야기해도 괜찮을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쁜 분은 아닌 것 같아서. 잘 설명한다면 이해해 주실지도 몰라요.
 
헬레네 L. 라세리온:…… 역시 털어놓는 게 좋을까요? 정말 죄송해요. 자꾸만 폐를 끼쳐서. 일단은 제가 말씀드려 볼게요.
(속삭이다 말고 경찰을 다시 바라본다.) 죄송해요.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제 진짜 이름은 네레이스가 아니라 헬레네 레테 라세리온이에요. 수표도 모두 진짜구요. 다만, 저희 회사에 연락을 하지 않아주셨으면 해요. 사정이 있어서요.
 
경찰:라세리온? 분명 들어본 이름인데. (반신반의하며 헬레네를 바라보다가, 마지막 말에 눈이 가늘어진다. 여전히 수상해하는 듯.) 왜 연락을 하지 말란 거죠? 사칭이라 그런 거 아닙니까?
 
아실링, <아이디어>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실링은 수표를 꺼낼 때 본 헬레네의 지갑에 다이너스 클럽 카드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부자들한테만 발급해주는 신용카드요.
 
아실링 펜들레엄:..!!! 헬레네, 지갑. 지갑에서 다이너스 클럽 카드 보여주세요! (자기도 살면서 그 카드는 처음 봤다)
 
헬레네 L. 라세리온:(울상이었다가 표정이 한층 밝아진다.) 지갑은 아까 다른 수사관 분이 가져가셨어요. 직접 확인해보시면 되겠네요!
 
경찰:다이너스 클럽 카드? 허어…… 알았습니다. 확인해보라고 하죠. (전화를 걸어 누군가에게 지시하고는, 이젠 의문 어린 눈빛으로 아실링을 바라본다.) 정말 라세리온 가 막내딸인가 본데. 당신은 왜 이 아가씨랑 같이 다니고 있습니까?
 
아실링 펜들레엄:(허? 지금 그게 중요해? 하는 눈으로 경찰 꼬나봄...) 여행 중에 만난 인연이라고 해두죠. (째릿...)
 
경찰:아니, 이 아가씨 약혼자가 따로 있잖아요. 곧 결혼한다지 않았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있나 싶어서. (약간 쫄았음)
 
아실링 펜들레엄:..? (한쪽 눈썹 위로 쭉 올라가며 기분 나쁜 티를 내다가) 경찰이 원래 남의 결혼 사정까지 신경 쓰던가요? 해외는 뭔가 다른 건지, 아니면 특이하신 건지. (괜히 더 날 세운 말투로 대꾸하다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실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하하…… (아실링과 경찰을 번갈아보며 쩔쩔매다 괜히 웃는다.) 신문을 보셨으면 궁금해하실 만도 하죠. 아실링과는 여기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동행하는 사이일 뿐이에요.
 
경찰:거 참 까칠하구만……
 
그때 전화가 옵니다. 경찰이 전화를 받곤 고개를 끄덕입니다.
 
경찰:다이너스 클럽 카드도 진짜라는군요. 그냥 부잣집 아가씨가 흥청망청 돈 쓰면서 돌아다닐 뿐이었군…… 한창 젊을 때입니다그려.
 
수사관이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수사관: (손에서 종잇장을 팔랑인다) 이 수표 진짜인데요?
 
아실링 펜들레엄:(거봐요!라고 말하듯 수사관이랑 경찰 째려본다. 그러기를 잠시 고개를 획 돌려 헬레네를 바라본다.) 고생 많으셨어요, 헬레네. 즐거운 여행 즐기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헬레네 L. 라세리온:휴……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하며 가슴 쓸어내린다.) 오해하실 만하기도 하다 싶지만 좀 당황하긴 했어요. 저는 한 번도 범법 행위에 어긋나는 짓을 해본 적 없거든요. 선하고 바르게 살자는 모토가 있어서.
 
경찰관은 한숨을 쉬고 말합니다.
 
경찰:미스 라세리온, 당신에게는 아무런 혐의도 없습니다. 조사는 끝났으니 이만 귀가하셔도 됩니다. 불편을 끼친 점을 사과드리죠.
 
지갑과 수표를 모두 안전히 돌려받았습니다.
 
떠나는 길에 경찰관은 장난스레 덧붙입니다.
 
경찰:그렇지만 되도록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겁니다. 도시에는 무서운 사람들이 많거든요.
 
아실링 펜들레엄:(죄 없는 사람 잡는 경찰보다는 덜 무서울 것 같아요. 그리 말하고 싶었지만 헬레네 앞이라 꾹 참는다.)
 
헬레네 L. 라세리온:걱정(맞겠지?) 감사해요. 혐의가 없다는 것도 입증되었으니 이만 갈까요, 아실링? (갑작스러운 경찰서 행에 놀라서인지 좀 낡았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러죠. 일단 나가도록 해요. (여기서 빨리 나가고 싶은지 먼저 문 열고 헬레네를 문 쪽으로 인도한다.)
(약하게 씩씩 거리다가) 당신은 너무 착한 것 같아요. 물론 저쪽에서는 그러는 게 시민을 위한 의무라고 쳐도 무례한 부분이 있었는데...
 
헬레네 L. 라세리온:아이, 아녜요. (경찰서 밖으로 나와서야 긴장이 풀린다.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가 제 양손을 감싸쥔다.) 작은 마을이니 수표를 턱턱 쓰는 사람이 오면 의심할 만도 하다 싶었거든요. 많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아실링이 함께 있어 주셔서 무척 의지가 됐어요. 정말 고마워요, 아실링.
 
바깥은 완전한 밤입니다.
 
역 근처 광장은 아직도 활기차군요.
 
가로등이 반짝이고 늦은 시각임에도 사람이 꽤 많습니다.
 
아실링은 문득 기차 표를 끊어둔 것이 생각납니다.
 
기억상 7시 30분 기차였는데, 떠나고도 남았겠군요.
 
기차역 출입구 근처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어갑니다.
 
막차가 떠난 지 한참 지났겠네요.
 
차라리 내일 일찍 일어나 기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노숙을 할 수는 없으니 숙소를 찾아봅시다.
 
헬레네 L. 라세리온:잠깐, 그러고 보니 바깥이 너무 어둡네요. 저희 기차가 몇 시였죠……? (어둑어둑한 하늘을 보곤 낯빛이 점점 새하얘진다.)
 
아실링 펜들레엄:사람을 이렇게까지 잡아두다니.... (어두워진 하늘과 시간을 보고 두 눈 질끈 감았다가 뜬다.) 기차는 내일 아침 일찍 잡아야 할 것 같네요... 이렇게 놓치게 될 줄이야. (오늘 있었던 많은 고생들을 생각하면 그대로 주저앉고 싶지만 분명 자신보다 헬레네가 더 피곤하리라 하는 생각이 들어 이성줄을 잡는다.) 어떡하죠..? 오늘 따로 묵어갈 장소를 구해야 할 것 같아요. 괜찮으시겠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죄, 죄송해요. 저 때문에 기차를 또 놓치다니……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른다.) 자꾸 아실링에게 폐만 끼치네요. 이곳에도 숙소는 있을 테니 전 괜찮지만……
 
아실링 펜들레엄:그게 왜 당신 때문인가요? 이상한 오해한 경찰들 때문이지. (안타깝게 된 일이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음에 다행으로 여긴다.) 저희 빨리 숙소 잡기로 해요. 뜨끈한 욕조에 몸 담그면 지금 같은 우울한 생각이 싹 사라질 거예요. 그렇죠?
 
헬레네 L. 라세리온:네에. (어깨가 축 처져선 숙소를 찾기 위해 터덜터덜 걷는다. 말은 친절히 해주시지만 역시 마음이 불편하시겠지. 어떻게 무마해야 할지 감도 안 온다.)
 
광장을 둘러보면 몇몇 호텔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은 역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저가 숙소들이었고, 멀리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도 보입니다.
 
헬레네와 아실링의 근처에는 ‘Auberge du Centre’라는 간판이 걸린 여관이 있습니다.
 
창문 너머 값싼 술집도 있는 듯합니다.
 
잔뜩 취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너무 허름한 곳은 피하는 게 좋겠죠. 또, 주점이 같이 있어서 시끄러울 수도 있겠군요.
 
반대쪽에는 ‘Hôtel de la Gare’ 라고 적힌 작은 호텔이 보였는데, 역 앞에 자리한 만큼 여행객을 위한 숙소일 듯 합니다.
 
이런 곳은 보통 시설에 비해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습니다.
 
더 찾아본다면 <관찰>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시무룩한 헬레네를 보다가 괜히 마음이 아파져 울상이 된다. 좋은 곳에서 잠이라도 재우면 기분이 괜찮아지려나?)
(눈 부릅뜨고 괜찮아 보이는 숙소 둘러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눈 벅벅 비빔)
 
헬레네 L. 라세리온: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주변에는 이 정도의 숙소뿐이네요. 좋은 곳을 가고 싶다면 좀 더 발품을 팔아야겠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Hôtel de la Gare’ 이라고 적힌 호텔을 본다. 룸서비스는 나오려나?)
(속 상)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헬레네... 저 더 돌아다녀 보고 싶어요! 같이 가주세요! (헬레네 손잡고 여기저기 더 돌아다녀 본다. 제발 괜찮은 숙소가 있기를!!!)
 
헬레네 L. 라세리온:네, 당연하죠. (자기 때문에 늦어졌으니 좋은 곳에서라도 아실링이 편하게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숙소 간판을 찾는다!)
 
다시 한 번 <관찰>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무조건 호화스러운 룸서비스되는 곳!! 거품 목욕도 가능한 곳으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멀리 보이는 좀 더 큰 호텔을 발견했습니다. 이름은 Hôtel Saint-Laurent.
 
저 정도의 규모라면 룸서비스 정도는 충분히 나올 것 같아요.
 
아실링 펜들레엄:(만족! 이 정도라면 마음 편하게 헬레네랑 쉴 수 있을 것 같다!) 헬레네~. 저긴 어떠실까요? 저어어기 있는 호텔이요. 제가 보기엔 괜찮아 보여서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디요? (아실링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 돌리다가 호텔을 발견하곤 고개 끄덕인다. 이 근방에 있는 숙소 중 가장 큰 호텔로 보인다. 저 정도라면 서비스도 괜찮겠지……!) 좋아 보이네요. 어서 갈까요. 설마 객실이 없지는 않겠지요?
 
아실링 펜들레엄:(... 객실 생각을 못 했다.) 이, 일단 가보죠...! 저 정도 호텔이라면 제일 좋은 곳은 아니어도 일반 호텔보다는 훨씬 괜찮은 퀄리티일 테니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좋아요. 객실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간절히 바라면서 호텔로 향한다.)
 
두 사람은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고 적당한 규모의 호텔에 발을 들입니다.
 
헬레네와 아실링이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 리셉션 데스크 뒤에 있던 중년의 남성이 고개를 들고 인사합니다.
 
머리가 약간 벗겨졌지만 단정한 복장을 하고 있고, 둥근 안경 너머로 두 사람을 훑어보는군요.
 
“안녕하세요, 저희 생 로랑 호텔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객실이 필요하신가요?”
 
아실링 펜들레엄:(왜 훑어보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남성의 말을 들어보니 쓸 수 있는 객실은 존재하는 것 같아서 안심한다.) 네, 최대한 좋은 객실이 있을까요? 두 명이서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앗, 아실링. 저랑 같은 방을 쓰셔도 괜찮겠나요? (귓가에 속닥인다)
 
아실링 펜들레엄:(생각해 보니 헬레네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네...) 저는 당신이랑 같은 방 쓰면 즐거울 것 같아요.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잠드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긴 한데. (흠) 헬레네도 혼자 쉬실 시간이 필요하시겠네요.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뭐든 좋다!)
 
헬레네 L. 라세리온:음…… 사실 저도 같은 방을 쓰고 싶기는 해요. 제가 이 나이 먹고 혼자 못 자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늘은 워낙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보니 혼자 낯선 호텔 방에 있으면 좀 무서울 것 같아서요. (부끄러운 말이라는 자각이 있는지 쭈뼛거린다.)
 
아실링 펜들레엄:(땡그래진 눈으로 헬레네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가 눈 접어 활짝 웃는다.) 정말요? 제가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안 그래도 이상한 사람이 따라붙었기도 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죠..! (꺄르르 웃다가 말고 중년의 남성을 돌아본다.) 두 명이 같이 쓸 수 있는 룸이 있을까요?
 
"네, 2인 1실 방 하나로 잡아드리겠습니다. 객실 요금은 400 프랑이고 조식은 따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현금으로 결제하시겠습니까?"
 
최고급 호텔 숙박비에 맞먹는 요금인데, 꽤 바가지가 심하군요.
 
하지만 헬레네는 기다렸다는 듯이 수표를 내밉니다.
 
“감사합니다. 방은 12호실 2층에 있고, 계단은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직원이 키를 건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생각했던 것보다 큰 가격을 듣고 입이 툭 벌어진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키는 손에 잘 챙겼다.) 가격이... ... (아무리 헬레네가 어마어마한 부자라지만, 이래도 괜찮은 걸까?)
 
헬레네 L. 라세리온:음? 문제가 있을까요? (가격엔 아무 생각 없이 가방만 챙겨들고 올라가려다가 아실링 바라본다.)
 
아실링 펜들레엄:응, 아니요! (아마도?)
(헤헤 웃으며 헬레네 가방 한 손에 들고 계단 오른다. 이런 거라도 해줘야 하는 것이겠지.)
 
헬레네 L. 라세리온:앗, 제가 들 수 있어요 아실링……! (허둥지둥 가방을 받아들려고 한다.)
 
아실링 펜들레엄:(양손에 가방 들고 한 번에 계단 세 개씩 오른다.) 저 먼저 갈게요~. (빵긋!)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 (울상으로 총총 따라올라간다.)
 
아실링은 헬레네의 가방을 쌔비지한 채로 객실로 들어옵니다.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싸구려 숙소처럼 지저분하지도 않은 방입니다.
 
그냥 하루 묵고 지나가기에는 무난한 장소군요.
 
그닥 좁지만은 않은 방에 깨끗한 1인용 침대 두 개와 테이블, 소파 등이 놓여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는 물건 배치들이 묘하게 흐트러져 보인다는 걸 느낍니다.
 
[책상]과 [옷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응? 왜 흐트러져있지? 책상 먼저 본다. 관리를 안 했나?)
 
전화기와 재떨이가 보입니다.
 
연락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이걸로 통화를 할 수 있겠네요.
 
그 옆에는 호텔 안내문과 몇 장의 빈 메모지가 놓여있군요.
 
책상 서랍을 열어보면 펜을 비롯한 사무용품과 레터 나이프가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흠... 생각해 보니 여자 단둘이서 있는 호텔 룸이라.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레터 나이프를 챙긴다.)
(이어 옷장 열어본다. 입을만한 것이 준비되어 있나? 목욕가운이라던가?)
 
철제 옷걸이 여러 개가 있네요. 겉옷을 걸어둘 수 있겠습니다.
 
그 옆에는 적당히 깨끗한 샤워가운이 두 벌 걸려있습니다.
 
화장실을 둘러보니 수건 상태는 다행히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음! 마음에 든다! 철제 옷걸이에 제 겉옷 먼저 걸어두고 빈 옷걸이를 들고 헬레네에게 다가간다.) 헬레네~. 겉옷 주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앗, 네에. (제 가방을 놓을 자리를 찾으며 방을 둘러보다가 얇은 겉옷을 벗어서 아실링에게 건네준다.) 방은 어떤가요? 마음에 드세요?
 
아실링 펜들레엄:(건네받은 겉옷을 옷걸이에 걸어 옷장에 잘 보관시킨 후, 샤워가운 두 개를 꺼낸다.) 저는 마음에 들어요. 헬레네는 어떤가요? 저야 어디든 잘 잠드는 쪽이지만, 당신은 아닐 것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저도 괜찮아요. 사실 이렇게 작은 호텔에서 자보는 건 처음이긴 하지만 침대에만 문제가 없으면 돼죠. (샤워가운이 보이자 잠깐 멈칫하더니 시계를 확인한다.) 다행히 나쁘지 않은 숙소를 잡았으니, 혹시 피곤하지 않으시다면 잠깐 밖에 나가지 않으실래요? 오는 길에 조용하고 분위기 좋아 보이는 바를 봤거든요. 어차피 여기에서 밤을 보내게 될 거라면 이 마을의 정취를 좀 더 즐기면 어떨까 싶어서.
 
아실링 펜들레엄:('이렇게 작은' 그 말을 듣자마자 더 돌아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빵긋 웃는다. 처음이나 두 번째 본 호텔에 안 가서 다행이다!) ...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가 샤워가운을 다시 옷장에 집어넣은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당신 안목에 괜찮다 싶은 곳이라면 분명 근사한 곳이겠죠. 좋아요! 짐은 나중에 정리하고 일단 가보죠~.
 
헬레네 L. 라세리온:응해주셔서 고마워요. 사실 저도 바는 별로 가보지 않았는데 아실링이랑 함께라면 왠지 용기가 날 것 같아서……! 같이 가보고 싶기도 했구요. (가방을 한켠에 올려두고 함께 객실을 나선다.)
 
두 사람은 호텔 반대편에 자리한 바에 도착합니다.
 
이름은 스트리트 616.
 
헬레네가 본 대로 세련된 분위기에 조용한 클래식 칵테일 바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두리번거리며 바를 둘러보다 적당히 사이드에 빠진 빈 자리를 찾아간다. 메뉴판을 보고는 조금 놀란다.) 저는 와인바인 줄 알았는데 칵테일 바였군요? 처음 보는 이름들이 많아요. 아실링은 칵테일 바에 자주 와 보셨나요?
 
아실링 펜들레엄:(같이 메뉴를 보며 놀란 기색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말이네요. 저도 메뉴를 보기 전까지는 와인 바인 줄 알았어요. (물론 와인바가 아니라서 실망하지는 않았다. 무엇이든 잘 마시고 좋아하니까.) 가끔..? (생각해 보니 자주인 것 같지만) 작지만 괜찮은 칵테일 바가 일하는 곳 근처에 있어서 어쩌다 보니 가게 되었네요. 여럿 마셔봤고요. 헬레네는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랬군요. 저는 두 달쯤 전에 와인 바를 처음 가봤어요. 그…… 좋아하는 분과 함께요. (부끄러워하며 시선을 떨군다.) 아실링이 좋아하시는 칵테일은 뭔가요? 혹은 추천해주시는 게 있다면 그걸로 고를게요. 저는 칵테일은 잘 모르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렇구나! 하는 단순한 감상이 이어지다가 말고 뭔가 기분이 묘해져 관련한 대답은 하지 못한다. 애써 메뉴판에다가 시선을 쏟고) 그럼 제가 추천을 해드려야겠네요. 샴페인 칵테일이나 다이키리 어떠신가요? 가볍게 마시기 좋다고 생각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이 추천해준 메뉴의 설명을 열심히 읽으며 고민한다.) 음, 그러면 샴페인 칵테일로 해 볼게요. 처음 마시기에도 부담없을 것 같아서요. 아실링은 어떤 걸로 고르시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좋네요. 도수도 제일 낮아서 편하게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제 눈에 헬레네는 술을 잘 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엇을 고를 거냐는 물음에 메뉴판 보다가 마르티니에 시선이 꽂힌다. 원래라면 헬레네와 같은 샴페인을 시켰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제일 도수 높은 칵테일이 필요해졌다.)
 
칵테일을 골랐다면 주문해 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손들어 웨이터와 눈 마주치고는) 여기 샴페인 칵테일이랑 마르티니 주세요. 샴페인에는 설탕 큐브 잘 녹는 거 확인해서 주시고요.
(술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지겠거니~...)
 
"알곘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가게에서는 고전적인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금빛으로 빛나는 샹들리에 조명이 옛 시대에 맞춘 인테리어에 우아함을 더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마르티니는 도수가 낮은 칵테일인가요? (아실링의 속내는 까맣게 모른 채로 여전히 설명 읽어보고 있다.)
 
아실링 펜들레엄:음, 여기서 있는 것 중에서는 제일 높아요. 빈속에 드셨다가는 속이 아플걸요? (빤) 맛이 궁금하신가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요? 그렇게 높은 걸 드셔도 괜찮으시겠나요……?! (놀람) 안주도 같이 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음, 그래도 어떤 맛인지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네요.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요.
 
아실링 펜들레엄:안주까지 먹었다가는 칵테일이 술술 들어가서 제가 해롱해롱해질지도 몰라요~. 물론 시킨다면 더 맛있게 먹을 순 있겠죠. (헬레네가 좋아할 만한 안주 뭐가 있지? 메뉴판 더 본다.)
그럼 안주 몇 개 먹고 제 칵테일 한번 드셔보세요. 한 번 정도 경험은 즐거우실 거예요.
 
안주에는 치즈 케이크, 머핀, 초코 브라우니, 아몬드와 통밀 쿠키, 치즈플레이트와 감자튀김 등이 있네요.
 
시원하고 상큼한 안주로는 아이스크림과 생과일 플레이트 등이 눈에 띕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전부 다 맛있어 보여서 곤란스러워졌다. 뭘 먹어도 칵테일이랑 잘 어울려서 한참 고민하다가) 칵테일이 좀 다니까 아몬드랑 통밀 쿠키랑, 치즈 플레이트를 시킬까요? 근데 아이스크림도 놓치기엔 아깝네요. (고민...!) 헬레네는 마음에 드는 것이 있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네요! 말씀하신 거 전부 먹어보고 싶은걸요. 그랬다가 아실링이 칵테일을 너무 많이 드시지 않게 제가 정신 차리고 있을게요. (빙그레 미소하면서 고심하듯 고개 살짝 기울인다) 일단은 쿠키와 치즈 플레이트만 시키고 나중에 입가심 겸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어떨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들켜버렸네요. 다 시켰다가는 헤롱헤롱해진 저를 감당하지 못하실 거예요. 근데 그랬다가는 헬레네에게 너무 폐를 끼치는 것이니~ 적당히 먹도록 봐주세요. (헬레네 따라 고개 기울이다가 답 듣고 두 손바닥을 모아 작게 짝 소리 낸다.) 어쩜! 입가심 겸 아이스크림이 딱이네요! 그럼 일단 쿠키와 치즈 플레이트만~.
 
한 박자 늦게 안주를 주문하자, 마침 술이 다 만들어졌는지 칵테일과 안주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올리브가 띄워진 마르티니, 길쭉한 잔에 담긴 밝은 노란빛의 샴페인 칵테일.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플레이트에 올려진 다양한 종류의 치즈들과 쿠키까지.
 
바의 분위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겠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준비된 메뉴를 보며 눈을 반짝인다.) 잔도 안주들도 하나같이 너무 예쁘네요.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저와 아실링의 칵테일은 잔이 달라 더 신기하고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머나..!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맛보기 좋은 구성이네요! 보기에도 아주 좋고요. 헬레네의 안목 덕분에 아주 즐거운 밤을 보내게 되었네요. 먼저 권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헬레네. (쿠키 하나를 집어 헬레네 입가에 가져간다.) 먼저 드셔보세요. 빈속에 술 마셨다가는 속 아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이 기꺼이 응해서 함께 나와주신 덕분이죠. ―어머. (입가에 쿠키가 닿자 부끄러운 듯 볼이 살짝 빨개졌지만 순순히 받아먹는다.) 바삭하고 맛있어요. 아실링도 드셔보세요! (아몬드 쿠키를 집어서 똑같이 입가에 대준다!)
 
아실링 펜들레엄:(잘 받아먹는 헬레네를 보며 다음에는 뭘 먹여주지~ 같은 고민을 하다가 제 입가에 닿은 감촉을 느끼고 히죽 웃는다.) 이렇게 손수 먹여주신다면 거절 못 하죠. 물론 거절할 생각 같은 건 없었지만~. (바로 입 열어 과자를 받아먹는다. 바삭한 쿠기 반죽 사이 다른 식감으로 씹히는 아몬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쿠키 하나를 금방 삼켰다.) 안 시켰으면 후회할 뻔했어요. 정말로 맛이 좋네요. 술이랑 같이 즐기면 얼마나 많이 들어갈지... (후후)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은 자연스럽게 받아먹는데 어째 제가 더 쑥스러워하는 듯하다. 이런 일에는 익숙하지 않은 천상 아가씨라서 그런지…… 지금 만나고 있는 이를 빼면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어쩐지 아실링 표정, 좀 음흉하지 않나……?) 그럼 쿠키도 먹었으니 이제 칵테일을 마셔볼까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제 잔을 집어든다. 아실링과 건배하려는 듯 잔을 살짝 기울였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좀 전의 묘한 감정은 다 잊어버린 채 안주 맛에 즐거워하고 있다. 머릿속은 이제 여기서 술까지 마시면 얼마나 맛있을지에 관한 것들뿐.) 그럼 오늘 밤의 즐거움을 장식하며 건배하죠. 우리의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자신 역시 글라스를 기울여 가볍게 닿았다가 떼고는 그대로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신다. 맛은 아주 훌륭해서 다른 말없이 말로 감정을 열심히 표현한다.)
 
헬레네 L. 라세리온: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아실링의 선창을 따라하고는 잔을 가볍게 맞대었다가 조심히 한 모금 마셔본다.) 아, 샴페인은 종종 마셔봤는데 크게 다르지 않네요! 그것보다 좀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긴 해요. 이 정도면 입문용으로 딱 적당한 샴페인이네요. (작고 얇게 잘라진 치즈도 포크로 찍어서 아실링 먹여준다)
 
아실링 펜들레엄:설탕이 딱 좋게 녹았나 보네요. 그것 하나 들어간다고 넘김이 달라지더라고요. 가끔가다가 생각나서 자주 찾게 되실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술보다는 차가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째 제 쪽에서 더 즐거워하며 다시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다가 헬레네가 주는 치즈를 쏙 받아먹는다.) 어째 당신이 먹여주는 것이라 더 맛이 좋은 것 같... ... ? (멈칫) 같네요! 와아 맛있어라~.
 
헬레네 L. 라세리온:후후. (잘 받아먹자 웃다가도 너무 가깝나? 싶기도 하다. 상대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건 좋아하는 이와도 해본 적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실링에겐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된다.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되었음에도 마음이 잘 맞는다고 느껴져서일까.) 아실링은 술에 굉장히 익숙해 보이시는데 보통 누구와 함께 칵테일바에 가곤 하셨나요? 꼭 칵테일바가 아니더라도요. (가까운 친구나 연인에 준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까 기차역에서 미아를 맞닥뜨렸을 땐 우왕좌왕했었지만, 이렇게 성격도 좋으시고 아름다우신데 인기가 많지 않으실까.)
 
아실링 펜들레엄:(거절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 상황이 즐겁다 보니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넙죽 받아먹는다. 좀 더 깊게 생각했다면 이 상황이 조금 이상할 만도 할 텐데. 평소에 아실링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아무렇지 않게 이어나간다.) 음... 칵테일바 포함해서 누군가랑 여기저기 가본 적은 있지만 그리 즐겁지는 못 했던 것 같아요. 혼자가 편해서요. 아, 서점은 제외하고는 거요. ... 어쩌다 보니 거절을 못 해서 가본 일들만 많았네요. 그래서 보통 제 파트너는 오직 술이나 차, 책등이었는데... ... 당신과 같은 사람을 일찍 만났다면 절대로 혼자 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하다가 문득 알아버렸다. 오늘 이후로 혼자 칵테일바에 갔다가는 조금... 쓸쓸함을 느낄 것 같다고.)
 
헬레네 L. 라세리온:그랬군요. 하긴 기차에서도 혼자이셨죠. (홀로 여기저길 돌아다니거나 여행하는 건 제 기준에서는 성숙하고 멋져 보이는 일이다. 다만, 말을 끝맺는 아실링의 표정이 어쩐지 외로워 보였다면 제 착각일까?) 저를 너무 좋게 봐 주시는 것 아닌가요? 그래도…… 저도 아실링과 함께 돌아다니는 시간이 무척 즐거워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제 샴페인을 몇 모금 더 홀짝였다. 목으로 넘어가는 따끔거리는 탄산의 느낌마저 즐겁게 느껴진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바에는 사람이 드문드문 들어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즐겁게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드는 생각에 순간 사로잡혀 술맛을 잊게 된다. 이 여행은 정말 너무나 즐겁게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날 때문에 그 어딜 가도 이보다 즐겁지는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이 어쩐지 마음을 조금 아프게 만들어버렸다.) 당신이야말로 저를 너무 좋게 봐주시는걸요. 당신에게 밉보이지 않고 즐거운 시간만을 경험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당신같이 좋은 사람에게 밉보였다가는 분명 잠자리가 편하지 못할 거니까요. 음... 예쁨 받으면 좋겠네요. 당신 눈에만 그렇게 보여도 상관없으니까.
 
헬레네 L. 라세리온:제가 좋은 사람이라면 아실링도 그만큼 좋으신 분이세요. 제가 오늘 여러모로 폐를 끼쳤는데도 화도 한 번 내지 않으시고 되려 절 챙겨 주셨잖아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저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인정하지 않으실 수 없을 거예요. 아실링의 아름다움을 말이에요. (내면과 외면을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진솔한 속내를 나누면 나눌수록 저의 세상에 당신이 한 발 더 가까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저도 모르게 귀에 열이 오른다. 술기운이 그새 올라오는 걸까? 화제를 돌린다.) 아, 맞다. 저도 아실링이 시킨 칵테일을 한 모금만 맛봐도 괜찮을까요? 역시 궁금해져서요.
 
아실링 펜들레엄:당신이 좋은 사람임을 알고, 오늘 있었던 일들 중에 당신 악의로 일어난 일은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곁에서 돕는 게 당연하죠. 제 쪽에서도 그러고 싶기도 하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눈을 못 뗄 것만 같은 감각을 뭐라 설명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린다. 단순한 보호심이라고 하기엔 어쩐지 제 욕심이 들어가 있고, 마냥 욕심 속에서 이어지는 관계라기엔 탁하지 않은 감정이라. 결국 이번에도 정의를 미루어버린다.) ... 아름다움이라면 어떤 거요? 좀 궁금하네요. (자신과 관련한 것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어째서인지 헬레네의 감상에는 흥미가 돋았다.)
(누가 보기엔 테이블 매너가 별로라고 할 수도 있을 만하게 턱을 괸 상태로 줄곧 헬레네를 보다가 제 잔을 넘긴다.) 크게 말고 조금만 마셔보세요. 너무 많이 마셨다가는 저는 감당 못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물론 제가 아실링의 상황이었더라도 기꺼이 당신을 도왔겠지만, 그래도 웬만해선 쉽지 않은 일인 걸 아니까요. (부드럽게 웃는다) 초면의 사람을 도와주시고 기꺼이 함께 어울리며 친분을 쌓게 해 주신 성품의 아름다움을 먼저 꼽을 수 있겠네요. 그 다음으로는 외관에 관한 건데…… 당신의 푸른 눈이요. (제 눈가를 가볍게 가리켠다) 옷가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볼 때마다 꼭 빠져들 것처럼 깊고 아름답다는 감상을 받고 있어서요. 물론 은빛 머리칼이나 스타일링도 굉장히 멋지시지만, 제가 가장 먼저 알아본 건 눈이었어요.
네, 아주 조금만 마셔볼게요……! (조심스럽게 아실링에게서 잔을 받아들어 입가에 살짝 기울인다. 거의 반 모금 정도의 적은 액체가 입안을 맴돌다 넘어간다. 처음 먹어보는 오묘한 맛에 제 입가를 가리며 고개를 기울인다.) 신기한 맛이네요. 허브 향도 나고 뒷맛이 무척 깔끔해요. 그래도 알콜의 향은 확 느껴지는 것 같기도……?
 
아실링 펜들레엄:그래요? 보통 다 저 같지 않으려나요? 만난 사람이 당신이라는 조건이 있어야 하겠지만. (부드러운 미소부터 말하나 하나가 사랑스럽기만 하고, 세상 물정을 조금 모르는 것까지 귀여워 보이니 안 도와줄 수가 있나?) ... 잠깐, 성품 말고도 다른게 있... 앗. 헤. 헬레네..! (성품 관련한 칭찬 하나만으로 이미 가슴께가 간질거리고 표정을 조절하기 어려웠던 상태였다. 이 상태로 외적인 칭찬까지 들으니 쑥스러움이 참을 수 없이 온 이성을 파고들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턱을 괴던 손으로 얼굴을 짚고 있다가 말고 옆머리를 배배 꼰다.) ... 사랑받고 자란 귀한 아가씨들은 다 당신 같은 걸까요? 아님 당신이 특별한 것인지... 너무 사랑스러움이 과한 것 같아요, 헬레네. (이어 화끈거리는 양 볼의 열감을 식히기 위해 열심히 손부채질한다.)
벌컥 마시면 어떡하나 했는데, 제 괜한 걱정이었네요. 그렇죠, 신기하죠? (제가 좋아하는 주제가 나오자 얼굴에 한껏 즐거움이 피어난다.) 알코올 향이 적은 편이 좋으실까요? 잘 드시는 것 보니 이런저런 것도 시켜보고 싶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저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걸요. 왜 그리 부끄러워하시나요? (진심만을 말한 것이었기에 배배 꼬며 부끄러워하는 아실링을 보고 오히려 제가 한층 의아한 반응이다.) 이건 제가 사랑받고 자랐기보다는…… 다른 분들도 아실링을 보면 비슷한 감상을 받으실 것 같은데. 그리고 아실링도 방금 저를 좋게 말씀해주셨잖아요. (만난 사람이 저라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 듯) 저희가 서로를 좋게 보고 있나 봐요. 참 긍정적인 일이죠! 이제는 더 가까워진 일만 남은 것 같아요. (아실링의 눈에 제가 정말 그렇게 보일까? 물론 귀엽다거나 하는 칭찬은 많이 들었지만 가족 아닌 이에게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듣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심지어 자신이 만나러 가는 이도 아직 제게 그런 말은 해주지 않았었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든다. 가슴 안쪽이 분홍빛으로 간질거리는 듯한…… 아주 깊게 이어질 인연을 운명처럼 만난 것 같다. 그 정도의 감상으로 정리한다.)
알콜 내음이 입안에 오래 남아있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렇지만 독한 술일수록 알코올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거겠죠? 또 관심있으신 게 있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저, 저도 그게 궁금해요. 왜 이렇게 쑥스러워하는 것인지... ... 그렇게까지 관찰해 주는 사람은 당신이 유일하다 싶어서 그런 걸까요? 그렇다고 쳐도 이건... 음, 좋게 봐줘서 고맙다는 이야기예요. 너무 좋은가 봐요. (말하면서도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용만 보자면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라 쉽게 넘어갈 수도 있을만한 내용인데. 왜 자꾸 헬레네의 그 말이 가슴속에 남는 것일까?) 그래요? 보통은 제 눈 마주치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던데. 물론 당신 본 듯 다른 사람들을 보지는 않았지만. (뒷말에는 반박 못하겠는지 웃음으로 마무리 짓는다.)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기만 하네요. 앞으로 얼마나 더 친해지고 알아갈 수 있을까요? 그 과정이 길면 좋겠어요. 활자 안의 대상이 아닌 진짜 사람에 관해 궁금해지는 일은 저에게는 드문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허락해 주셨으면 해요.
음... 개인적으로는 올드 패션드를 마시고 싶네요. 레시피를 조금 변형해서 설탕을 좀 더 추가한 것으로요. 당신은요? 알코올 향이 조금 별로다 싶으면 라임주스 같은 과일 즙을 더 함유해달라고 해볼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불쾌하신 게 아니라면 다행이에요. (안심해서 사르르 녹듯 미소한다.) 저도 아실링과 어울리는 게 참 즐겁답니다. 기차에서 우연히 찾아간 자리가 당신의 자리였다는 게 행운으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에요. (맑은 눈으로 아실링의 눈을 마주본다.) 그런가요? 왜 안 좋아하는 걸까요, 차가운 계열의 색이어서인가……? 이렇게나 청람한 색인걸요. (그리곤 제 양손을 맞잡고 그 위에 고개를 살짝 지탱한다. ) 그런 아실링이 제게 호기심을 갖게 되시다니 영광이네요! 당연히, 거절할 이유는 찾지 못했답니다. 저희가 함께 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으니 서로를 기탄없이 알아가기로 해요. 저를 기꺼이 내어드릴 테니까요. (파리까지 가려면 어느 정도 걸리더라? 아, 시간이 길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올드 패션드라면…… (메뉴판을 다시금 읽어내려간다.) 이것도 꽤 전통적인 칵테일인가 보군요. 음- 저는 그럼 다이키리를 마셔 볼게요. 여기에도 라임 주스가 들어간다고 하는 것 같아서요. 이건 독한 칵테일인 편인가요? 아까 말했던 아이스크림도 함께 시켜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불쾌할 리가요. 그런 따스한 칭찬을 받고 그런 생각을 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예요. (열심히 손부채질을 한 게 도움이 된 것인지 차분함을 겨우 되찾았다. 조금 여유가 생겨 짧은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정말 신기한 인연이긴 해요. 어떻게 딱 찾아와주신 것인지... 그 행운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어요. 이 여행 이후로도 이어지게요. (마냥 행운만 있었다기엔 하루 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확신이 피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당신과는 또 다른 색의 푸름을 띄고 있긴 하죠. 청람한 색이라... 다음부터 누가 별로인 기색을 보이거든 다시 보라고 말해볼까요? 당신이 특별하게 칭찬해 준 눈이다 보니, 저 역시 이제 이 색을 귀하게 여길까 해서요. (평소라면 하지 않을만한 말들을 하며 기분 좋은 티를 낸다. 술잔으로 손이 기우는 듯하다가 쿠키가 있는 접시를 헬레네 쪽으로 슬쩍 밀며 흥얼거린다.) 정말 여러 가지가 궁금해요. 당신이랑은 취향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당신 이야기라고 한다면 취향이 아닌 내용도 재밌게 들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이 접시에 쿠키를 잔뜩 쌓아놓고 마구 입에 담으며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내일이 피곤해질 테니 참을게요. 당신 말대로 시간은 아직 남아있으니까. 기탄 없이. (이 만남이 단 며칠간의 일이 아니라고 단단히 여기며 즐거운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도수로만 따지자면 메뉴에서 두 번째 정도려나요? 근데 이건 얼음이랑 설탕으로 희석되어서 갈수록 도수가 낮아지는 느낌을 받게 되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아, 마침 아이스크림이 필요했답니다. 견과류 같은 것이 있다면 토핑으로 얹어달라고 하죠. 그럼~ 여기 올드 패션드랑, 다이키리, 그리고 아이스크림까지 주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런 말들에서 아실링이 저를 긍정적으로 봐준다는 점만 더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야 듣기 좋았으니까.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고 힘이 나는데, 특히나 아실링이 해주는 말들은 하나같이 인상깊고 따스했다.) 저희 여행 이후로도 약속을 여럿 잡아 두었었잖아요? 그러니 분명 이어질 거예요. 마침 같은 영국에 거주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제 말이 아니었더라도 그 푸름을 귀하게 여겨 주셨더라면 좋았겠지만, 앞으로라도 그래주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제 쪽으로 밀어진 쿠키 접시를 바라보다가 쿠키 하나를 아실링의 입가에 재차 대어준다. 제가 아실링에게 명백한 호감을 느끼듯 아실링도 저에게 그러한 걸까?) 같은 걸 느끼고 있네요. 저도 아실링의 이야기라면 평소엔 전혀 관심 없던 분야였어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면 웨이터가 재차 주문한 칵테일과 안주를 가져다 줍니다.
 
마찬가지로 각자 예쁘고 우아한 잔에 담긴 칵테일 두 잔과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이게 올드 패션드인가 봐요, 아실링. (칵테일과 아이스크림 그릇 하나를 아실링 앞에 놓아준다)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제 앞에 놓인 칵테일과 아이스크림을 보고 군침을 삼킨다. 알코올과 아이스크림 조합 앞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두 눈에 얼핏 생기가 돈다.) 뭐부터 드실 건가요? 저는 우선 칵테일 먼저. 그다음에 아이스크림이요. 아이스크림 더 달 테니, 헬레네도 칵테일 먼저려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음……! (번갈아 보며 고심한다) 아이스크림은 자주 먹을 수 있는 맛이지만 칵테일은 그렇지 않으니, 혹시나 맛이 흐려지지 않게끔 칵테일 먼저 먹어볼게요. 이번에도 건배할까요? (잔 살짝 든다)
 
아실링 펜들레엄:(뭐 먼저 먹을지를 고심하는 헬레네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대답을 들은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잔을 든다.) 그 대답을 기다렸어요. 그럼 이것 마시고 바로 아이스크림 즐기기로~. (들어진 잔에 제 잔을 맞추고는 그대로 크게 한 모금 넘긴다. 좀 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클래식한 맛에 짧게 감탄 이어졌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의 잔과 건배하고는 조심스레 칵테일을 마셔본다.) 오……! 이건 아까와는 확실히 다른 맛이네요. 좀 더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에요. 제 취향에 조금 더 잘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아실링은 어때요, 만족스러우신가요?
 
아실링 펜들레엄:그쪽이 당신 취향에 잘 맞을 것 같았어요. 동시에 다른 칵테일도 무척이나 추천드리고 싶고요. (후후) 묵직한 맛이랑 향을 설탕이 부드럽게 감싸주다 보니 끝없이 들어갈 것 같아요. 특히 이 앙고스투라 비터스가 비율을 아주 좋게 잡아주는 것 같아서 감탄이 끝나지 않네요..! (누가 봐도 아주 즐거운 사람처럼 칵테일을 연이어 홀짝인다.)
 
헬레네 L. 라세리온:칵테일 바마다 파는 칵테일 종류가 다르다고 들었어요. 워낙 많기도 하구요. 이 스트리트 616의 메뉴판에는 없는 칵테일도 여럿이겠죠? (이제야 막 입문한 것에 가까워서 메뉴판에 기재된 것보다 몇 배는 많다는 것까진 짐작하지 못했다.) 나중에 영국에서 만났을 때, 낮에는 티타임을 갖고 저녁에는 칵테일 바에 가는 것도 꽤 근사한 일정일 것 같지 않나요? (조잘대면서 아이스크림도 떠먹는다. 시원하게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바닐라 맛이 근사하게 어울린다.)
 
아실링 펜들레엄:네에. 바텐더가 특별 레시피로 메뉴에 올려놓는 것들도 있죠. 여기에는 없는듯하지만? 여기에는 도전적인 것들보다는 클래식한 것들이 많이 있는듯해서, 다음 기회에는 아주 특이한 것들 위주인 곳으로 모실게요. (그리 말하며 머릿속에 기억해둔 맛집 리스트들은 이것저것 꾸리기 시작한다. 장소부터 분위기, 안주 구성까지 가장 좋은 곳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에 벌써부터 설렌다.) 낮에는 티타임, 저녁에는 칵테일바라니 당연히 좋죠..! 다과나 안주까지 즐길 생각을 하니 다른 날들이 기다려지는걸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는 순둥~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흔들거린다.)
 
헬레네 L. 라세리온:바텐더가 직접 개발하는 메뉴들도 있나 보군요……?! 대단해요. (칵테일의 세계란 신기하구나) 아실링이 어떤 가게들을 소개시켜 주실지 벌써부터 기대돼요. 제 계획도 괜찮죠? 잘 기억해두고 있을 테니 영국에 가면 지켜주시는 거예요. (어쩐지 표정이 아까보다 부드러워지신 것 같다. 귀여우셔라~ㅎㅎ)
 
둘이서 도란도란 즐겁게 대화를 하다보면 바텐더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바텐더: 저, 손님. 혹시 뒤에 남성 분 말인데. 아는 분이신가요?
마음에 드는지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서.
 
뒤돌아보면 말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하나 보입니다.
 
혼자 온 손님 같은데, 아무튼 아실링의 취향은 아닙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별로 안 궁금해서 그대로 무시하려다가 기차에서 만난 남자가 생각나서 뒤돌아본다. 그 사람은 아니겠지?)
 
기차에서 만났던 사람은 아닙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모르는 얼굴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잔을 손에 쥐었다가 행동 멈춘다. 헬레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구나! 어떡하지? 생각 흐름이 저런 쪽으로 이동해버렸다.)
... 헬레네. 오늘은 저랑 같이 시간 보내는 게 좋으시죠..?
 
헬레네 L. 라세리온:네에?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 기울인다) 그럼요, 지금도 아실링과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걸요? (아실링 아니면 누구와 어울리느냐는 듯한 얼굴이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렇죠~ (활짝 웃으며 다시 남은 칵테일을 홀짝인다.) 혹시라도 귀찮게 구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편하게 쳐내줄게요~. 안심하고 즐기시길!
 
헬레네 L. 라세리온:설마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고토 모름2) 저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실링에게도 즐거웠으면 좋겠네요.
아참, 혹시 아실링만 괜찮으시다면 애칭을 지어 불러도 괜찮을까요? 이제는 저희 꽤나 가까운 친구가 된 것 같아서요. (수줍게 제안한다)
 
아실링 펜들레엄:(몰라서 다행이다!) 저야 항상 즐겁죠. 즐겁지 않았다면 술만 빠르게 마시고 숙소로 돌아갔을 거예요.
(몇 개 남지 않은 비스킷에 손을 뻗다가 말고 뒷말에 움직이 멈춘다. 그대로 바로 손을 거두어 제 두 손을 모은다.) 정말요? 정말 애칭으로 불러주시게요?! 그, 그렇다면 저도 애칭으로 부르도록 허락해 주시겠나요..? 당신 말대로 저희는 꽤나 가까운 친구가 된 것 같으니까... (검지끼리 모아서 콕콕...)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물론이죠! 저도 편히 불러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덧붙이려 했었어요. 먼저 물어봐주시니 오히려 기쁘네요. (헤헤 웃는다) 저, 주로 '헬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곤 해요. 아실링은 자주 불리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애칭이 있으실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정말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제 쪽에서 먼저 애칭으로 불러도 괜찮냐고 더 빨리 물어볼 걸 그랬어요. 물론 지금이어도 늦지 않고 아주 좋다고 생각 든답니다. (헬리! 꼭 당신같이 귀여운 애칭이라고 생각하며 몇 번 중얼거린다.) 저희 고모는 저를 아실이라고 부르셨어요. 물론 그것과 별개로 당신이 부르고 싶은 애칭으로 부르셔도 된답니다, 헬...리! (나름 용기 내서 애칭을 덧붙여본다.)
 
헬레네 L. 라세리온:지금이라도 말씀드리길 무척 잘했어요. 아실…… 심플하면서도 이름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아 좋은 애칭이네요! (그가 발음하는 제 애칭이 마치 봄꽃처럼 부드럽고 화사하게 들린다.) 아실, 잔이 완전히 비기 전에 한 번 더 건배를 할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당신 애칭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무척 싱그러운 꽃이랑 환한 태양빛이 생각나는 애칭이에요. 부르기도 좋네요. (고작 애칭을 부르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즐거운 것인지. 애칭을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생기가 흐른다.) 이대로 잔을 비우면 조금 아쉬울 뻔했어요. 자, 그러면 오늘의 마지막 건배하죠. 헬리와 아실을 위하여~.
 
헬레네 L. 라세리온:과찬이세요. (그래도 칭찬을 들으니 기분은 무척 좋다) 아실과 헬리를 위하여- (순서를 바꿔서 제창하곤 아실링의 잔에 제 잔을 쨍하니 가볍게 부딪혔다.)
 
칵테일 두 잔을 비우고 나니 어느덧 제법 늦은 시간입니다.
 
내일의 일정을 위해서라도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네요.
 
두 사람은 다시 호텔에 돌아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음…… (문손잡이를 몇 번 철컹철컹하며 여닫아본다.)
 
아실링 펜들레엄:음..? 무슨 일 있나요, (자연스럽게 이름을 덧붙이려다가 고개 젓고 새롭게 부르기로 한 것을 입에 담는다.) 헬리..?
 
헬레네 L. 라세리온:잠금장치가 좀 헐거운가? 싶어서요. 근데 착각이었나 봐요. 잘 잠기네요! 얼른 들어가서 쉬어요, 아실. (이쪽도 잠깐 멈칫하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애칭을 부른다)
 
아실링 펜들레엄:잠금장치 확인은 중요하죠.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니라 다행이네요. (혹시 모르니 문가에 뭔가 추가적인 잠금장치라도 달아야 하나? 하고 고민했지만 곧 그만둔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하는 생각.)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욕실을 사용하고 각자의 침대에 눕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많은 장소를 돌아다닌데다 술까지 들어가서인지 금세 잠이 오네요.
 
아실링은 순식간에 잠에 빠져듭니다. 쿨쿨...
 
낯선 도시에서의 밤이 저뭅니다.
 
...
 
...
 
.
 
그러니까, 예상보다 늦게 일어난 게 변수였습니다.
 
매표소에 가보니 아주 늦은 밤 기차를 제외하고 남은 좌석이 없더라고요.
 
이런 사유로 헬레네와 아실링은 버스를 타고 이동 중입니다.
 
출발한 지 어느덧 3시간쯤 지난 것 같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예상치 못한 일이긴 하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즐겁네요, 아실. 그쵸?
 
버스는 덜컹이며 길을 달립니다.
 
거대한 평야와 구릉이 교차하는 전형적인 시골이 차창 너머로 펼쳐집니다.
 
자전거를 탄 농부가 버스 옆으로 가끔 지나가고 저 멀리 양 떼를 모는 개도 보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이런 버스는 일상에서 익숙하다 보니 큰 감흥은 없지만... 헬레네는 괜찮을까? 혹여 덜컹거리는 버스 때문에 멀미라도 생기는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여유롭게 버스 타는 것도 즐겁네요. 특히 기차랑 다르게 천천히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더~. ... 헬리는 괜찮으신가요? 속이 안 좋거나 한다면 언제든 이야기해 주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저는 괜찮아요! 기차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바깥을 자세히 보긴 어려운데, 버스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보니 시골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서 즐겁네요. (별로 안 타본 건 맞는 듯 꽤나 들떴다.) 참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정경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마침 날씨도 제법 괜찮은 편이니 느긋하게 구경이 가능할 것 같네요. 속도도 괜찮은 편 같으니 서로 뭘 봤는지 공유나 할까요? 저도 이런 양 떼가 보이는 시골 풍경은 오랜만에 봐서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다가 말고 주변을 돌아본다. 들뜬 헬레네를 위해 뭔가 재밌는 게 보이면 좋을 텐데.)
 
흠... 프랑스 밭엔 허수아비 말고 뭐가 있을까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답게 포도밭이 쭉 펼쳐져 있습니다.
 
오, 저쪽에서 까치가 날아오더니…… 포도를 따먹는군요.
 
근데 신 포도였는지 먹자마자 뱉으면서 부리를 잡고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습니다.
 
저런~
 
헬레네 L. 라세리온:좋아요! (아실링이 보는 쪽의 반대편 풍경을 열심히 살펴본다.) 저기 농부 분이 밭을 다듬고 계시는 게 보여요. 뭔가 가위 날이 잘 안 드는 것 같은데…… 앗, 부러졌다.
 
아실링 펜들레엄:(포도를 먹는 까치를 보며 작게 키득거리다가 헬레네가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린다. 그렇게 늦지 않게 부러지는 것까지 눈으로 확인하고는 같이 침묵...) 어머... 새것을 장만하셔야겠네요.
저는 좀 전에 신 포도를 먹고 펄쩍펄쩍 뛰는 까치를 봤답니다. 헬리도 봤다면 좋았을 텐데~.
 
헬레네 L. 라세리온:아직 익지 않은 포도를 먹었나 보네요. 안타까워라. (아실링이 보던 방향의 차창을 기웃거리며 까치를 찾아보려고 한다. 이미 날아갔지만……)
 
버스 안은 두 사람이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는 소리 외에는 조용합니다.
 
배기음과 덜컹이는 소리, 이따금 다른 승객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요.
 
그 때 가까이서 찰칵, 하는 소리가 작게 들립니다.
 
카메라 셔터음인데요.
 
아실링 펜들레엄:(창밖을 찍는 사람이겠지..?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 돌린다.)
 
<관찰>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뒤에 앉아있던 남자 쪽에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요.
 
그가 다급히 무릎에 덮은 재킷으로 무언가를 감추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딘가 익숙한가 했더니…… 어제 칵테일 바에서 봤던 그 남자 아니야?
 
물론 바깥 풍경을 찍은 걸 수도 있죠. 그런데 그런 것치곤 태도가 수상한걸요.
 
헬레네는 창 밖 풍경에서 까치를 찾느라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이 사실을 말해야 할까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리. 혹시 예전에 파파라치가 있었나요..? (귀한 집 자식이다 보니 이런 일에 얽힌 것은 아닌가 싶어 물어본다.)
 
헬레네 L. 라세리온:네에? (갸웃) 아뇨, 그런 사람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갑자기 파파라치는 왜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실링 펜들레엄:(남자 쪽을 다시 힐끔 바라보고는 소곤소곤) 사진을 찍고 수상하게 숨기는 남성을 봤어요. 그냥 풍경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어제 칵테일바에서 저희 쪽을 빤히 본 사람이어서요.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음……? 저희 사진을 찍은 걸까요? (들떠 있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한 번 여쭤봐야 하려나요.
 
두 사람이 고민하던 그때, 버스가 큰 소리를 내며 멈춥니다.
 
펑! 터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합니다.
 
운전사와 차장이 다급하게 버스에서 내리더니 차체를 확인합니다.
 
차장은 타이어 근처를 살피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곧 차장이 승객들을 향해 버스에 다시 올라와서 큰 소리로 말합니다.
 
차장: 죄송합니다,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서 수리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세 시간은 걸릴 것 같아요.
 
승객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오는군요.
 
"세 시간이나?"
 
"아니, 이 시골에서 뭘 하라는 거야?"
 
"근처에 뭐라도 있긴 한 건가?"
 
차장은 손을 내저으며 말합니다.
 
차장: 근처 마을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니까 거기서 기다리셔도 됩니다. 다만 너무 멀리는 가지 마세요. 버스가 수리되면 바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19시까지 이쪽으로 다시 모여주십시오.
 
내리는 승객도 있고, 눈 붙이고 한숨 자는 승객도 있습니다.
 
수상한 남자는 승객 사이에 섞여서 내리는군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와의 귀중한 여행을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 눈을 꾹 감았다가 뜬다.) 어떻게 하실래요? 근처를 돌아보는 것도 좋고, 마을은 보거나 미행 놀이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요. (마지막은 매우 수상한 대답이지만...)
 
헬레네 L. 라세리온:세 시간이나 안에서 기다리는 건 심심할 것 같으니 저희도 내릴까요. 저 남자 분께 뭘 여쭤보는 것, 아니, 미행 놀이도 괜찮아 보이네요. (아실링의 표현에 맞춰서 말을 바꾼다.)
 
아실링 펜들레엄:좋아요! 귀중품만 챙겨서 나갔다가 오는 것으로 하죠. (지갑이나 여권 등을 챙겨 헬레네 손을 잡고 버스에서 빠져나온다. 남자는 자리를 떠났나?)
 
헬레네와 손을 잡고 내리면 조용한 도로 한복판입니다.
 
버스 뒤에는 수풀이 우거진 작은 숲길이 있고, 앞에는 넓은 들판과 함께 이정표가 보입니다.
 
오른쪽으로 1km 거리에 마을이 있다네요.
 
저 멀리 작은 지붕이 모여있는 풍경이 보입니다.
 
수상한 남자는 다른 사람과 섞이나 싶더니 숲길 쪽으로 빠져나갑니다.
 
뒤를 밟아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마을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네요...?! 저희도 따라잡아보죠? (신발 끈을 단단히 조이고 남자가 빠져나간 곳을 향한다.)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 수상하네요. (따라서 신발 끈 묶…… 을 수가 없다 구두라서. 그냥 잘 고쳐신기만 했다.) 조심조심 따라가보죠……!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란 깊은 숲은 아니지만, 길 양옆으로 높은 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햇빛이 적당히 가려지는군요.
 
바닥에는 무성히 자란 풀과 함께 떨어진 낙엽들이 군데군데 쌓여 있습니다.
 
수상한 남자는 자취를 빠르게 감춥니다. 이쪽으로 간 건 분명한데요…….
 
아실링 <행운> 판정
 
아실링 펜들레엄: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열심히 따라가던 그때 발목에 나뭇가지가 턱 걸립니다.
 
아실링은 하마터면 흙바닥 위로 넘어질 뻔했으나, 겨우겨우 중심을 잡는 데 성공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아실, 괜찮으세요?! (후다닥 팔을 잡아준다)
 
아실링 펜들레엄:..! 고마워요, 헬리. 덕분에 넘어지지 않았네요. (그대로 중심을 잡다가 헬레네 쪽으로 몸 슬쩍 기울여 어깨끼리 닿게 한다.) 조심조심 걸어야겠네요. 잘못하면 옷도 상하고 몸도 상하겠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숲길이라 걷기가 편하지는 않네요. 조심하세요, 아실. (아실링의 어깨를 살짝 감싸주다가 왼쪽을 돌아본다.) 저쪽에서 풀 밟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아요.
 
아실링 펜들레엄:(어깨 감싸주는 손길에 배시시 웃으며 기분 좋음을 표현하다가 왼쪽을 향해 몸 돌린다.) 그래요? 헬리 덕분에 수고를 줄일 수 있겠네요. 그럼 가보죠!
 
왼쪽으로 향하자 물 흘러가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작은 개울이 있습니다. 건너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놓여있지만 허접한 수준입니다.
 
물은 깨끗하며 수심은 발목을 조금 넘기는 수준입니다.
 
돌은 젖어있고 이끼가 껴 있어 미끄러울 것 같습니다.
 
건너려면 <민첩> 판정
 
헬레네 L. 라세리온: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아실링 펜들레엄:??! (헬리!!!)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헬레네 L. 라세리온:꺅! (첫 발을 딛자마자 미끄러진다.)
 
아실링 펜들레엄:(급하게 양 팔 뻗어 한 손으로는 헬레네 손잡고 다른 쪽으로는 헬레네 허리에 팔 감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괜, 괜찮으신가요?! (심장 벌렁벌렁)
 
헬레네 L. 라세리온:(물로 엎어지기 직전에 아실링의 손에 잡힌다. 그대로 끌어당겨지면서 코가 맞닿을 만한 거리까지 단번에 가까워진다. 당황스러움과 쑥스러움에 뺨에 슬슬 열이 오른다.) 고, 고마워요, 아실…… 잡아주신 덕분에 저는 괜찮- 괜찮아요. (말까지 더듬는다. 어쩐지 묘해진 분위기)
 
아실링 펜들레엄:(잡은 이후로 그대로 몸이 긴장해 굳어버려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코끝을 툭 건드는 느낌에 다른 의미로 긴장해버렸다. 여전히 헬레네를 놓지 못하고 눈만 빙글거리다가 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뒤에야 잡은 몸을 놓아준다.) 흐, 흐흠..! 아, 아니에요. 당신이 다치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갑자기 허리에 감긴 팔이 무척 의식된다. 아실링은 그냥 미끄러진 저를 도와주시려던 것뿐인데……! 쓸데없는 생각이려니 하면서도 열기가 쉽게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곤란하다.) 구두를 신어서 발이 더 잘 미끄러졌나 봐요……! 다음에 또 징검다리를 건널 일이 있다면 조심할게요.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려서 눈을 마주보기가 힘들었다)
 
아실링 펜들레엄:이끼 낀 징검다리다 보니 뭘 신던 간에 쉽게 넘어질만했을 거예요. 그래도 다음에는 더 신경 써서 조심히 건널 수 있을 테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네요. (이쪽 역시 상대를 제대로 마주 보지 못하고 손으로 열심히 부채질만 한다. 이렇게까지 이상한 감정이 들만한 것이었나? 싶은 의문이 들지만 이번 역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해프닝이 있었지만 어찌저찌 개울을 건너고 조금 더 걷습니다.
 
사방으로 길이 뚫려있고, 남자는 왼쪽으로 사라집니다.
 
뒤를 쫓으려던 때입니다.
 
근처에서 시선이 느껴지는군요.
 
아실링 펜들레엄:(갑자기 시선이? 야생동물이어도 문제고 사람이어도 썩 좋을 것 같지가 않다... 시선을 향해 집중한다.)
 
시선의 출처를 찾아 둘러보면……!
 
개가 한 마리 있습니다. 작은 파피용입니다.
 
목걸이가 있는 걸 보니 들개는 아닌 것 같은데요.
 
파피용은 헬레네와 아실링을 보더니 짖어대기 시작합니다. 계속!
 
이대로면 남자가 눈치채겠어요.
 
<동물 다루기> 또는 <행운>, 기타 판정으로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안돼...! 최대한 몸을 낮추고 개를 향해 손을 조심스럽게 뻗는다. 여기서 짖으면 안 돼, 아기야!)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손을 내밀자 자기를 향한 위협으로 받아들였는지 개는 더 격렬하게 짖기 시작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제가 강아지는 잘 모르고 고양이만 키워보긴 했는데요. (눈을 일부러 보지 않고서 근처에서 나뭇가지를 가져와 살랑살랑 흔들어본다. 나름의 강아지 유혹 작전!)
기준치: 60/30/1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나뭇가지가 흔들어지자 강아지는 잠시 갸웃... 하면서 관심을 가지나? 싶다가 또다시 짖어댑니다.
 
이런, 그새 남자를 놓쳐 버렸어요.
 
어쩔 수 없네요. 강아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요.
 
상태도 깨끗한 걸 보면 근처에 마을이 있고,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남자를 놓친 것은 아쉽지만, 그건 그거고 열심히 강아지를 달랜다.) 이참에 친해져서 근처 마을로 데려가면 좋겠네요. 이 애 누가 봐도 관리받으며 자란 녀석 같아서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러게요. 아마도 길을 잃고 겁을 먹었나 봐요. (앞에 쭈그려앉아서 사근한 말투로 진정시켰다.) 괜찮아요, 착하죠~ 저희에겐 해칠 마음이 없답니다.
 
얼마간 더 달래자 강아지가 마침내 두 사람이 안심해도 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경계를 풉니다.
 
주인 잃은 개를 데리고 이동합시다.
 
아실링 펜들레엄:착한 애네요. 좀 전에는 그냥 긴장해서 짖었나 봐요. (강아지 머리를 열심히 쓰다듬어주다가 먼저 앞장서서 마을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그나저나 헬리! 고양이를 키웠으면 자랑해 주셨어야죠! 부러워라~.
 
헬레네 L. 라세리온:아, 미처 말씀드리는 걸 잊었군요. 하얀색 페르시안 고양이를 아기 때부터 키웠는데 어느덧 열 살이 되었답니다. 사실상 저랑 함께 자라난 또 하나의 가족이나 다름없지요. (이름은 '니키'라고 하구요~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어느 방향으로 걷나요? 아까 남자가 어디로 사라졌더라?
 
아실링 펜들레엄:하얀색 페르시안 고양이라니~. 분명 엄청 예쁜 아이일 것 같네요. 어쩜, 이름도 귀여워라..! (헬레네 이야기를 들으며 니키의 모습을 열심히 상상한다. 나중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면 좋을 텐데.)
(근데 남자는 어디로 사라졌지? 주변 두리번거린다.)
(남자가 향한 왼쪽으로 걸어가 본다. 길 헤매는 곳 없이 잘 도착해야 할 텐데..)
 
왼쪽으로 향하면 마을 방면입니다.
 
수풀을 헤치고 나오자 나무의 간격이 드문드문해지며 햇빛이 밝아지고, 바닥이 부드럽게 고른 흙으로 바뀝니다.
 
길가에는 돌담을 두른 작은 집들이 보입니다.
 
마을로 가는 지름길이었던 모양입니다.
 
작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마을은 한적합니다.
 
붉은 지붕이 겹겹이 모여 있고, 오래된 석조 건물들이 골목을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곳곳에 벽을 따라 덩굴식물이 자라나 있군요.
 
수상한 남자는 그새 사라져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마을 안에 있겠죠.
 
둘러보면 [잡화점]과 [우체국], [성당] 이 보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남자는 놓친 것 같네요... 물론 돌아다니다 보면 만나겠지만? 이참에 구경이나 할까요, 헬리?
 
헬레네 L. 라세리온:저희가 쫓던 걸 알아채셨으려나요. 아무튼, 좋아요. 세 시간이나 여유가 있으니 마을 구경이나 느긋이 할까요. 한적하고 예쁜 마을 같아요.
 
아실링 펜들레엄:좋아요. 음... 역시 여행하면 기념품이려나요? 잡화점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같이 가요~. (개 머리를 사심 담아 쓱 쓰다듬고 빈손을 헬레네에게 보인다. 같이 손잡고 가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 손을 착 잡는다!) 여길 추억할 수 있을 만한 기념품이 있음 좋겠네요. 작은 마을이라 특산물 같은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잡화점은 마을 중심부 광장의 한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 간판이 삐걱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작은 창문에는 손으로 쓴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갈색 머리에 셔츠를 입은 청년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음? 어쩐지 버스에서 본 수상한 남자 같은데?
 
아실링 펜들레엄:(눈 가늘어지는 것과 동시에 잡은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간다.) 제가 말이나 걸어보고 올까요...? 이번에 확 도망치는 건 아닌지 몰라...
 
헬레네 L. 라세리온:또 도망치지 않게 제가 문을 막고 있을까요……?! (비장해짐)
 
아실링 펜들레엄:문을 막고 있는 건 제가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기도 한데... 일단 그래주세요. 뭔가 일 수틀릴 것 같다 싶으면 제가 잘 발을 걸어볼게요! (방긋!)
 
헬레네 L. 라세리온:좋아요. (주먹을 꾹 쥐어보이고는 슬슬 문가를 향해 뒷걸음질쳐서 막아본다……!! 눈빛으로 아실링 화이팅! 이라고 외치면서)
 
아실링 펜들레엄:(안 좋은 일은 없길 바라면서 남자의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흠흠... 안녕하세요. 저희 버스에서 본 적 있죠..? (빤...)
 
갈색 머리 청년:네? (당황해서 아실링을 돌아본다.) 전 그쪽을 지금 처음 뵙는데요?
 
이런! 겉모습이 조금 닮긴 했지만 그 남자는 아닙니다. 생사람을 잡았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죄송해요.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네요. 닮은 분이셨을 줄이야... (민!망!)
(헬레네한테 후다닥 달려간다.) ... 그 사람이 아니었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앗. 저희가 잘못 봤나 보군요. (따라 민망해진다) 어, 어떡하죠? 죄송해서…… 물건이라도 여러 개 사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가끔가다가 이런 실수도 하는 것이겠죠..!?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식히다가 매장에 진열된 물건으로 시선 돌린다.) 몇 개 사죠... 버스에서 먹을만한 간식이라던가?
 
간단한 비스킷이나 크래커류, 음료 및 담배, 간단한 약품 및 의료용품, 양초, 성냥 등등 그야말로 잡다한 물건들이 많습니다.
 
아, 마을의 풍경을 찍어둔 엽서들도 몇 장 보이네요.
 
갈색 머리 청년:(청년은 아실링의 뜬금없는 취조(?)는 별 신경쓰지 않는 듯 쾌활하게 다가와 말을 건다.) 갑자기 마을에 외지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요. 다들 어디서 단체 관광이라도 왔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착한 사람이네~하고 생각하며 비스킷과 음료 몇 개, 혹시 모를 멀미약이나 엽서들을 바구니에 열심히 넣는다.) 어쩌다 보니 마을 근처에서 버스에 문제가 생겨서요. 덕분에 마을을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음... 혹시 외지 사람들 중에 갈색 머리 남자 못 보셨나요?
 
갈색 머리 청년:갈색 머리 가진 외지 사람이요? (머리 긁적이다가) 아, 좀 전에 한 명 지나갔어요. 되게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우체국 쪽으로 가는 것 같던데요?
(그러다가 아실링 뒤에 따라붙어있는 개를 발견하고 몸을 낮춘다.) 어, 벨이잖아?
 
아실링 펜들레엄:우체국 쪽이요? 감사해요. 안 그래도 그분한테 볼일이 있어서요. 근데... (남자랑 같이 개 쪽으로 몸을 낮춘다.) 이 애 이름이 벨인가요? 이 마을 개인가 보죠? 길을 잃은 듯해서 데리고 왔어요.
 
갈색 머리 청년:네. (팔을 쭉 뻗어 길 끝을 가리켰다) 저 모퉁이를 돌면 빨간 커튼을 친 집이 있는데, 그 집 아주머니네 개예요. 또 싸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었나 보네.
근데, 두분 다 참 미인이시네요. (두 사람 번갈아보며 씩 웃는다) 별로 닮지는 않은 것 같은데, 사촌 사이예요?
 
아실링 펜들레엄:평소에도 멀리 산책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애였나 보네요. 요 녀석~. 그래도 길은 잃어버리면 안 되지~. (장난스럽게 강아지 턱을 긁어주다가 무릎을 세워 일어난다.)
어머, 칭찬을 해주시다니. 보시다시피 자매는 아니고, 사촌도 아니랍니다. 친구예요. (근데 그건 왜 궁금해하지?)
 
갈색 머리 청년:그렇구나. 끼리끼리 어울린다더니 미인 두 분끼리 동행하시는군요? 그럼 두 분…… 혹시 애인은 있으신가요~?
 
괜히 자기 또래 여자가 있으니 치대보려는 것 같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나. (쑥스러워하면서도 난감해한다) 저, 저는 좋아하는 분이 있어서요~.
 
아실링 펜들레엄:아, 저도 좋아하는... ... (갸웃...)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 헬리! 저희 아까 무슨 비스킷 사기로 했죠? (말 돌리며...)
 
갈색 머리 청년:에엥, 정말요~? 아쉽다. 역시 미인들한테는 임자가 있는 법이군요. (나쁜 뜻은 없었는지, 짧게 푸념을 늘어놓곤 금세 다시 카운터로 되돌아간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 아실도 좋아하는 분이 계셨나요? (놀라서 비스킷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눈 똥그래져서 속삭인다)
 
아실링 펜들레엄:(별다른 대답 없이 입맛 웃다가셔 보이는 사탕을 까서 헬레네 입에 쏘옥 넣어준다. 이후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듯 빠르게 계산대 위에 장바구니를 올려놓는다.) 계산해 주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앗, (신 사탕이 물려지자 신맛에 절로 코가 찡해진다.) 제, 제가 할게요 아실……! (그리곤 황급히 지갑을 꺼내려다가 멈칫한다.) 어?
 
아실링 펜들레엄:... ... 헬리? (아니죠? 하는 눈으로 봄) 설마... 지갑이?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시일…… 지갑이 없어졌어요. (설마가 설마했다)
대체 언제 없어진 걸까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것 같은데. (울상)
 
아실링은 간밤 헬레네가 호텔의 잠금장치에 관해 언급했던 걸 떠올립니다.
 
그때는 별일 아닌 듯 가볍게 지나갔지만, 아무래도 도둑이 든 모양입니다. 지금 상황에선 찾기 힘들겠죠.
 
그걸 이제서야 발견한 헬레네도 헬레네입니다.
 
아실링의 돈으로 자잘한 물건들은 몇 개 살 수 있겠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제 지갑 상태 확인한다. 여행 마지막까지 괜찮겠지...?)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여권 같은 것은 남아있는 거죠..? (일단 급하게 가지고 있는 돈 몇 개로 약 하나, 사탕, 비스킷 값을 치른다.)
 
헬레네 L. 라세리온:네, 지갑 말고 중요한 물건은 그대로예요. 아실의 지갑까지 없어진 게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여행 내내 아실링에게 허술한 모습만 보이는 것 같다. 속상해라.)
 
아실링 펜들레엄:다른 것은 없어지지 않았다니 다행이죠. 자, 그럼 우울한 건 잊고 이 아이 주인에게 데려다주도록 할까요? 과자 나눠먹으면서요~. (우울감에 오래 빠져봤자 좋은 일 없다며 비스킷 하나를 헬레네 입에 넣어준다.)
 
헬레네 L. 라세리온:네에. 고마워요, 아실. (저를 달래주려는 마음이 보여 고마웠다. 비스킷을 얌전히 받아먹으며 고개 끄덕였다. 바삭거리는 비스킷이 꽤나 맛있어서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듯하다.)
 
아실링 펜들레엄:(오구 잘 먹는다. 흐뭇한 표정으로 비슷킷 하나 더 입에 넣어주고는 셋이서 가게를 빠져나온다. 벨을 주인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출발.)
 
헬레네와 아실링은 청년이 말해준 대로 빨간 커튼이 쳐진 집을 찾아갑니다.
 
길모퉁이를 돌자 예의 빨간 커튼이 금세 눈에 띄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여긴 가보네요. 돌려보내 주고 어딜 갈까요~? (흥얼거리고는 문에 노크를 몇 번 한다.) 계세요?
 
문을 두드리면 한 아주머니가 나오고, 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아주머니:오, 벨! 어디 갔다 왔니! (개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반가워한다.)
 
강아지는 꼬리를 마구 흔들며 아주머니에게 뛰어듭니다.
 
아주머니:(한 손으로 품에 안고 쓰다듬으며 연신 꾸중한다.) 이 망할 녀석, 또 어디서 굴러다닌 거야?
 
말은 그래도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하군요.
 
아주머니:찾고 있었는데 말이야, 이렇게 데려와 주다니 정말 고마워요! 가끔 길을 잃어 저 멀리까지 나가거든.
 
아주머니는 감격한 듯 헬레네와 아실링을 번갈아 보며 손짓합니다.
 
아주머니:뭐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이대로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와요!
 
아실링 펜들레엄:음... 일단 시간도 남았고 초대해 주셨으니 들어가 볼까요? (물론 헬리가 싫다 하면 바로 거절하겠지만!)
 
헬레네 L. 라세리온:저도 좋아요. 초대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닐뿐더러 어차피 그 수상하다는 분도 저희처럼 버스를 기다려야만 할 테니깐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선다)
 
아실링 펜들레엄:실례하겠습니다~. (밖에서 3시간보다 안에서 잠깐이라도 앉아있는 게 헬레네 체력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싶었는지 편한 마음으로 집 내부에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식탁이 있는 소박한 부엌이 보입니다.
 
창문 틈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와 가구를 비추고, 구석에는 장작 난로가 있어 은은한 나무 타는 냄새가 납니다.
 
아주머니는 개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재빨리 찬장을 뒤적입니다.
 
벽에 걸린 액자가 눈에 띕니다. 젊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양측의 부모.
 
이마 결혼 사진 같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사진을 보더니 흠칫 놀란다. 차마 소리는 내지 못하고 다급히 아실링의 팔을 살짝 두드린다)
 
아실링 펜들레엄:응? 헬리? 무슨 일 있으신가요? (헬레네를 토닥이다가 사진을 살펴본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주머니에게 들리지 않도록 자그맣게 속삭인다.) 저 사진 속의 남자분…… 제가 좋아하는 분인 쟝 씨와 굉장히 닮았어요. 설마 동일인은 아니겠죠……?
 
아실링 펜들레엄:... 어. (안절부절못하며 헬레네와 사진을 번갈아가보며 본다. 젊은 남녀와 양측 부모. 이것을 뜻하는 것은... ... 설마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헛기침을 한다.) 최근 사진인 건가요? 부부가 매우 사이좋아보네요.
 
아주머니:응? (두 사람을 돌아보더니 시선이 가 있는 액자를 발견하곤) 내 딸이랑 사위 결혼사진 말이지? 에이, 벌써 십 년은 됐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결혼사진이라고 확답을 듣자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다.)
 
아실링 펜들레엄:십 년이나요? 일찍 결혼하셨군요~. 아하하... (헬레네가 옆에 있어서 크게 미소 짓지는 못하고 삐질 거린다.) 좋게 이야기하시는 것 보니 사이가 좋은가 봐요? 마을에서 계시려나~?
 
아주머니:아뇨. 사위 따라 파리로 갔거든. 근데 좀처럼 연락이 안 되네. 잘 살고 있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파리에요? 마침 저희가 파리에 가는데. 이러다가 만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 근데 혹시 사위분이나 따님 이름이 어떻게 되실까요? 혹시 모르잖아요. 사람 인연이라는 게 이어질 수도..? (하하...)
 
아주머니:우리 딸은 벨리안느. 사위 이름은 쟝 르블랑이에요. 파리에서 극장을 한다던데, 일이 바빠서 연락할 틈도 없는 건가 몰라.
 
헬레네 L. 라세리온:…… 똑같아요……. (이제는 안색이 완전히 하얗게 질려서 아실링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인다.)
 
완 전 히 확인사살당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괜히 물어봤나... 그렇지만 안 물어봤다가는 파리에서 큰일 날뻔했겠지...)
(이 상황에 대놓고 위로를 표하지는 못하고 아주머니가 안 보이는 시각에서 헬레네를 토닥인다.) 그렇군요... 바쁘신가 봐요.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랄게요.
 
헬레네 L. 라세리온:(마찬가지로 차마 아주머니 앞에서 대놓고 사실을 말할 수는 없어서 그냥 따라 끄덕이기만 한다.)
 
아주머니:(아무것도 모른 채 주방을 뒤적거린다.) 뭘 좀 마실래요? 아침에 구운 빵이랑 잼이 있는데…….
 
그는 바구니에서 빵을 꺼내고, 잼 단지가 놓인 선반을 살핍니다.
 
아주머니:아니면 여기 시골에서 나는 꿀이 있는데, 차랑 같이 마시면 좋아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에게 작게 속삭인다. 반쯤 정신이 빠진 사람 같다.) 죄송하지만 저, 지금은 도저히 뭔가를 먹지 못하겠어요. 양해를 구하고 나가도 괜찮을까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를 보고 애써 미소 짓다가 손을 맞잡는다. 이어 아주머니를 향해 몸을 돌리고는 고개를 꾸벅인다.) 배려 감사하지만 저희가 일정상 식사가 힘들 것 같아서요. 지금 나가봐야 할 것 같네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주머니:아이고, 하긴 우리 벨을 데려와주는 길이었지.
그래도 빈손으로 보낼 순 없죠. 잠깐만 기다려 봐요, 뭐라도 챙겨줄 테니까.
 
그는 새 바구니를 꺼내더니 빵과 치즈, 그리고 주스가 담긴 작은 병까지 넣어 아실링에게 내밉니다.
 
한 끼 정도는 해결할 수 있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이런 것까지 챙겨주실 줄은... 감사합니다. 친구와 함께 맛있게 먹을게요. 그럼...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벨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에 헬레네와 함께 집을 빠져나간다. 이후로 집에서 좀 벗어난 곳까지 이동하고는 힘겹게 입 연다.) ... ... 헬리. 괜찮은지 물어보는 건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이겠죠...
 
헬레네 L. 라세리온:(감사 인사도 잊고 입을 다물고 있다가 아실링을 따라 집을 빠져나온다. 얼이 빠진 것도 같고 슬프거나 화나보이기도 하고, 여러 감정으로 복잡해 보인다.) …… 너무 당황스럽네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전, 저는…… 저는 진심으로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했는데. (허탈함에 어깨가 축 늘어진다.)
 
아실링 펜들레엄:... 정말 유감이에요, 헬리. (여러 가지 위로의 말을 떠올렸으나 그중에서 나온 말은 단 하나뿐이었다. 지금의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헬레네에게 빠른 위로가 되지 못할 것임을 알고 같이 시무룩해진다.) 당신이 속상해하는 것을 보니 저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네요. 어떻게 위로를 전해야 할지...
 
헬레네 L. 라세리온:아, 아니에요 아실. 오히려 제가 죄송스러운걸요. 저는 그 분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결혼을 앞두고 뛰쳐나왔고 무작정 기차에 올라서 당신께도 계속 폐를 끼쳤어요. 그런데 그 목적이 죄다 무의미해졌으니…… (바닥만을 내려다본다) 물론, 파리로 가긴 할 거지만요. 제대로 사정을 듣고 사과를 받고 싶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저에게는 미안해할 일이 아닌걸요. 저는 당신 덕분에 즐거웠어요. 그것도 무척이나. (속으로 쟝이라는 남자를 향한 원망과 욕을 쏟아내다가 이어지는 대답에 애매한 표정이 된다. 이 상황에 사정을 듣고 제대로 사과를 받고 싶어 하는 성정이 너무나도 착하면서도 안쓰러워서.) 같이 가요. 이미 제 파트너잖아요. (이후 잠시 망설이다가 헬레네를 끌아 안으며 괜찮다는 중얼거림과 함께 토닥이는 것을 이어나간다. 부디 이게 위로가 되길.)
 
헬레네 L. 라세리온: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서글프게 미소하다가, 끌어안기자 눈이 조금 커진다. 서슴없이 저를 파트너라 불러주는 다정함 때문일까. 답지 않게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 그 마음을 참으며 대신 아실링의 옷자락만 손안에 쥐었다.) 고마워요……
(한참을 그리 안겨 있다가 괜히 먼 바깥을 바라본다) 이젠 어디로 가볼까요? 마을에서 가보지 않은 곳이……
 
아실링 펜들레엄:(상심이 클 것을. 만약 자신이 헬레네의 상황이었다면 결코 이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안쓰러워하는 마음을 지워내지 못한다.)
(생각을 돌리기라도 한다면 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체국에 빨리 가보는 것이 좋긴 하겠지만, 어쩐지 성당의 분위기가 괜찮다면 헬레네의 기분 변화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성당 방향으로 몸을 튼다.) 성당은 어떠실까요? 가는 길에 주스도 좀 마시죠.
 
헬레네 L. 라세리온:좋아요. 아주머니는 참 착한 분이셨죠. 그분도 아마 자기 사위가 바람 같은 걸 피운다곤 생각도 못하셨을 거예요. (바람이라니, 책이나 드라마에서나 접하던 일의 당사자가 자신이 되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주스 병 두 개를 꺼내서 아실링에게 하나 건네고 저도 하나 마신다)
 
높은 첨탑과 석재 벽이 인상적입니다.
 
정문은 무거운 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문 위에는 색이 바랜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빛을 머금고 있습니다.
 
신부가 성당 바깥에 나와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성당의 외관이 인상적인지 한참을 이곳저곳 돌아본다. 혹시 그 수상한 남자는 안 보이나?)
(신부님이랑 닮지는 않았겠지? 좀 전 일이 생각나서 신부를 빤히...)
 
수상한 남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부님도 ㅋ 전혀 닮지 않았구요
 
나이 지긋한 신부님은 두 사람을 의아하단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부:이 자그마한 마을에 외지인이 오는 건 드문 일인데. 여러분들은 어디에서 온 분들이신지요?
 
아실링 펜들레엄:안녕하세요, 신부님. 여행 도중 들리게 되었습니다. 쉬던 차에 이렇게 아름다운 성당을 보게 되다니 운이 좋네요. 영국에서는 이런 성당 구조를 보기 어려워서, 저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가더군요. (은근 슬쩍 영국 출신 언급하며..)
혹시 저희 말고 다른 외지인도 보셨을까요?
 
신부:아, 감사합니다. 성심을 다해 가꾸고 있는데 알아봐주시니 기쁠 따름이군요. 영국이라니 제법 먼 곳에서 오셨습니다.
아니요, 두 분 외에는 뵌 적이 없는데. (그러더니 헬레네를 지그시 바라본다)
혹시, 불길한 말을 하거나 이상한 의식을 치르는 자들을 보지는 않았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믿음을 가장하여 다가오지만, 그 마음속에는 어둠이 깃들어 있지요.
 
주변 사람 중에 사이비가 있냐는 뜻 같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이상한 의식……?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지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아실링 펜들레엄:(신부가 하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자 가만히 듣다가 말고 움찔한다. 머릿속으로는 별별 생각을 다하고 있다. 라세리온에서 알아서 주변 위험인물을 다 관리를 하겠지만... 만약에..? 그것을 벗어난 사람이 있다면???)
 
신부:아까부터 이쪽 숙녀분께 묘하게 불길한 기운이 느껴져서 말입니다.
낯선 이가 친절을 베풀 때엔 그 이유를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답니다.
이걸 가져가세요. 아마도 도움이 될 겁니다.
 
신부는 아실링에게 작은 은 십자가 묵주를 내밉니다.
 
신부: 아무래도 당신에게 드리는 게 낫겠네요. 오랫동안 나와 함께해온 묵주인데, 지금은 당신에게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아실링 펜들레엄:(작지만 은을..? 진심인가 보구나...)
(손수건에 감싸 잘 챙겨 넣는다.) 감사합니다. 잘 쓰고 돌려드릴게요.
 
신부: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또한 신께서 안배한 만남인 것을요. (부드럽게 웃는다)
여러분의 앞길에 행운이 있기를.
 
신부는 친절히 두 사람을 배웅해줍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오늘 이것저것 많이 받게 되네요~. (빵 조각 잘라내어 헬레네 입에 쏙 넣어주고 제 몫도 입에 넣어 우물거린다. 뭘 먹어야 좀 편하게 움직이지!)
이제 남은 곳은... 우체국으로 가보죠. 거기서는 만날 수 있으려나.
 
헬레네 L. 라세리온:(얼떨결에 받아먹고 우물거린다) 좋아요. 한 버스에서 내려서 같은 마을로 왔는데 이렇게까지 못 만나는 것도 좀 신기할 정도네요.
 
작은 석조 건물로 된 우체국은 성당 근처에 위치해 있습니다.
 
창문에 달린 철제 덧문이 반쯤 열려 있고, 벽에는 최근 발행된 우편 요금표가 붙어 있습니다.
 
문으로 다가가던 두 사람은 우체국에서 나오는 수상한 남자와 딱 마주칩니다!
 
여기 있었구마.
 
아실링 펜들레엄:(여기 있었구마!)
 
헬레네 L. 라세리온:여기에서 만나네요! (작은 탄성)
 
수상한 남자는 두 사람을 보고 흠칫 놀라지만, 곧 뻔뻔하게 두 사람 곁을 지나가려 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곁을 지나가려는 남자를 힐끔 보려다가 그대로 남자 앞에 다리를 턱 거는 것과 동시에 팔을 잡는다.) 저희!!! 이야기할 것 있지 않나요!!? (사람들 다 들으라는 식으로 큰소리 꽥 내고는) 카메라! 보여주시죠!!
(아니라면 미안하게 되었지만)
 
수상한 남자:으악! (다리가 걸려서 넘어질 뻔했지만 동시에 아실링에게 팔이 잡힌 덕에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표정) 카메라라니, 뭔 소리예요? 좀 조용히 하죠 일단!
 
아실링 펜들레엄:협조!!! 한다고 말!!! 해요!!!! 빨리!!!!!
다 큰 처자가 남자 다리 붙잡는 꼴 보고 싶어요?????
 
수상한 남자:아니! 뭘 협조하냐니깐요? 카메라가 있긴 한데 그걸 당신들한테 왜 보여줘야 하냐고요? (우체국 직원들의 시선이 모이자 쩔쩔맨다)
 
아실링 펜들레엄:아까 사진!!! 도촬!!! 여기서 더 말해요?!!!! 우체국에는 왜 왔어요???
아, 거기 직원님! 이 남성분 뭘 보낸 거죠?? 혹시 필름 같은 것은 아니겠지요?!!! (빽!!!!!)
 
수상한 남자:그거야 사생활이죠!!
아 잠깐! 알겠어요. 카메라 뭐, 보여줄 테니까! 소란스럽게 굴지 좀 말아요. 진짜 미치겠네.
 
남자는 마지못해 제 카메라를 꺼내 보여줍니다.
 
하지만 필름은 하나도 없네요.
 
그냥 카메라 구경한 사람이 됐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필름은요?
드셨...을까요...?
그건 아니고.
숨기셨나..? 아니면 보내셨나?
(남자를 뒤져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우체국 직원을 빤히 보며...) 이 남성분께서... 뭔가 배송을 보내신 게 맞죠? 뭘 보냈는지는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직원은 남자와 아실링을 번갈아 보며 곤란해하다가, 손으로 x 표시를 그려보입니다.
 
아무래도 알려줄 수 없다는 의미 같네요.
 
나름의 개인정보니깐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럼요. 그게 직원의 일이죠. (착한 직원. 굿!)
(그러고 남자를 질질 끌고 사람이 드문 곳으로... 간다....)
 
수상한 남자:나 참. 보여줬으니 이제 된 거죠? 생사람은 그만 잡고 갈 길 갑시다. (카메라를 다시 가방에 넣는다)
아니, 왜, 왜요!!!! 보여줬는데!!!!!
 
아실링 펜들레엄:... 헬리~. 헬리는 구경하실래요? 아님 멀리서 쉬고 계실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저…… (뭔가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웃기기도 해서 우왕좌왕한다) 아실, 뭘 하시려고요……?
 
아실링 펜들레엄:에이. 그냥 대화로 잘 해결해야 하는데... 그래도... (부끄... 쑥스럽다...)
그럼, 잠깐만~ 저기서 한 2분만 쉬고 계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대화만 하실 거죠……????
 
아실링 펜들레엄:그럼요! 제가 어떻게 폭력을 쓰겠어요!? 정말 대화만 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폭력을 쓸 거냐고 물어보진 않았는데)
 
아실링 펜들레엄:(헷)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로 저희와는 관련이 없는 분일지도 모르니 살살(?) 해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넷~. 다녀올게요! (그렇게 남자를 데리고 다시 질질질...)
...
(남자를 벽 앞에 두고 한숨)
...
솔직히. 알 것 다 아시는 분이 이러시면 곤란해요. 왜 라세리온을 곤란하게 만드시는 건가 해서요. (누가 알면 라세리온 관계자인 줄)
어느 쪽 사람이세요? 제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대체 뭘 얼마나 받기로 하셨기에...
 
아실링 펜들레엄:허. 아닐 텐데? 라세리온보다 안 줄 텐데?
왜... 곤란하게 만들지...?
 
수상한 남자:다…… 당신 뭡니까??? 누가 보면 라세리온 관계자라도 되는 줄 알겠어요.
카메라 보여줬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했으면서 왜, 왜 이러십니까!! 그냥 곱게 보내주시죠??! 나 참, 사람을 무슨, 사주받아서 도촬이나 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만들고 말이야.
 
아실링 펜들레엄:좀... 전문가는 아닌가 봅니다? 내가 왜 저 아가씨 옆에서 계~ 속 있는지 정말 모르나.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수상한 남자:아니 이보세요. 계속 있긴 뭘 계속 있어. 갑자기 튀어나오는 걸 내가 다 봤는, 흡. (저도 모르게 말하다가 입을 틀어막는다.)
 
아실링 펜들레엄:네에?
(제 발)
위협
기준치: 15/7/3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뭐... 라세리온 아가씨 도촬할 정도의 사람이면 쉽게 일 열지 않겠지...)
저는 이미 기회를 드렸어요~. 난 몰라. 아, 난 이제 정말 몰라~.
 
수상한 남자:뭐라도 되는 사람처럼 굴기는! 이만큼 어울려드렸으면 이제 됐지요? (낯짝 두껍게 반문하곤 가방 주섬주섬 챙기고 일어선다) 진짜 갈 길 갑시다.
 
그리곤 아실링이 붙잡기도 전에 냅다 튀어버리네요.
 
아실링 펜들레엄:(힝구... 상태로 헬레네한테 걸어간다.) 실패했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 옷차림에 먼지라거나... 피(?) 같은 게 묻지는 않았는지 얼른 살펴본다) 괜찮아요. 정말 저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분이셨을지도 모르지요.
일단은 19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것 같으니 버스로 돌아가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 헬리..? 헬리. 지금 어딜 보고 계시는...? (멀뚱....)
저를... ... 아니에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니…… 혹시 아실이 그 분과 난투전 같은 걸 하고 오신 건 아닌가 해서. ……………………에?!!! (한 박자 뒤에 이해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그, 그, 그런 건 맹세코 절대로 아니에요!!!!!!
 
아실링 펜들레엄:그게 문제긴 해요... (조금 입 빼죽 내밀었다가)
흐흥. 일단 버스로 돌아가죠. (몸 돌려 걷다가 헬레네 손잡고 마저 걸어간다.)
 
헬레네 L. 라세리온:(여전히 얼굴에 열 오른 채로 손 잡고 간다……)
 
아실링은 헬레네와 버스로 돌아가던 도중, 뒤쪽에서 오던 자전거와 부딪히고 맙니다.
 
자전거에 타고있던 우체부가 넘어지고 바구니 안에 있던 편지들이 잔뜩 쏟아집니다.
 
날짜를 보니 오늘 마감된 우편물들입니다.
 
개중 유독 두꺼운 봉투가 있습니다.
 
그 봉투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발송인 마르셀 뒤몽, 수신인 쟝 르블랑, 익일 특급.
 
안에 편지 대신 다른 게 들어있는 것 같은데요.
 
<은밀행동> 판정 시 빼낼 수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뭐???)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괜찮으세요? (편지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얼른 우체부를 일으켜주러 간다.)
 
헬레네가 우체부를 도우러 가면서 의도치 않게 우체부와 아실링 사이를 가로막았습니다.
 
이 틈에 한 번 더 시도해볼까요? 재판정 가능.
 
아실링 펜들레엄:(다시 봉투를 향해 손 뻗는다!)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실링은 눈에 띄지 않고 자연스럽게 봉투를 빼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체부는 헬레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남은 우편물을 주섬주섬 모아 다시 출발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은 괜찮으세요? 저분이 넘어지셔서 먼저 일으켜드리고 오기는 했는데. (뒤늦게 걱정 어린 낯으로 다가온다)
 
아실링 펜들레엄:... 헬리. 너무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제가... 슬쩍했답니다. (봉투를 흔들어 보이며 발송인과 수신인을 보여준다.) ... 열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쟝 르블랑. 익숙한 이름을 보고 눈이 커진다.) 아실. 이게 뭔지도 모르는데 막 가져오는 건…… (조금 양심에 찔리는 듯했으나, 결국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실링 펜들레엄:(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열어본다.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것들이 부디 나오지 않기를...)
 
펼쳐보면 필름과 함께 인화된 사진 여러 장이 들어있습니다.
 
사진은 전부 헬레네와 아실링이 함께 있는 모습, 헬레네를 만나기 전의 아실링이 혼자 있는 모습입니다.
 
어디서부터 미행한 건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세상에.
…… 무고하신 분이 아니었군요.
 
아실링 펜들레엄:하... 이래놓고 거짓말을..! (말로만 넘길 게 아니었다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다.)
(자신이야 뭐 별일 있겠나 싶지만... 헬레네는..?)
 
헬레네 L. 라세리온:왜 저나 아실링을 미행한 걸까요? (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본다.) 저한테 마음이 있으신 것도 아니고 진짜 부인은 따로 있는데 왜……
(슬프거나 화난 건 아니고 그냥 정이 좀 더 떨어졌다.)
 
아실링 펜들레엄:... 제 사진을 찍은 것은 좀 의외네요. 저는 왜..? (손으로 턱을 감싸고 사진을 요리조리 보다가) ... 혹시 몰라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저랑은 정~말 상관없으니까요.
아무튼... 버스로 가시죠. 가는 길에는 그 사람 없을 테니 편하겠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럼요. 당연히 알고 있어요. (사진을 다시 봉투 안에 넣는다.) 이건 굳이 쟝 씨에게 보내지지 않는 게 좋겠네요. 저는 몰라도 아실 사진까지 찍다니, 아마도 좋은 목적은 아닐 것 같아요.
 
두 사람은 두둑한 편지 봉투를 든 채로 버스로 돌아갑니다.
 
.
 
마을과 도로를 잇는 다리 부근에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운전사와 차장이 여기까지 온 모양입니다.
 
운전사가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운전사: 엔진이 완전히 맛이 갔어요. 오늘 안에는 고칠 수 없고, 내일 아침에야 출발할 수 있을 겁니다.
 
곁에 서 있던 차장이 한 마디 덧붙입니다.
 
차장: 버스비는 빠른 시일 내에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분들은 내일 아침 7시 버스를 그대로 이용하실 수도 있고요.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오늘 어디서 자란 말이오?”
 
“이런 시골에서 어디 가서 묵으라고……!”
 
차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입니다.
 
차장: 죄송합니다만 저희도 당장 방법이 없습니다. 마을에 여관이 하나 있는 걸로 아는데, 거기서 묵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승객들은 한숨을 쉬더니 뿔뿔이 흩어집니다.
 
누군가 마을 버스가 있냐 물어보지만 하루에 한 대 뿐이고, 이미 정오에 출발했다는 정보 뿐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난감하네요. 돌아가면 버스에 탈 수 있으려니 했는데. (주먹으로 버스를 퉁퉁 치다가 몸 돌린다.) 일단 여관으로 빠르게 가보는 게 좋을까요? 저희 말고 다른 사람들도 몰릴듯해서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러게요…… 어째 쉽게 풀리는 일이 없네요. (버스 치는 아실링 옆에서 곤란한 미소만 짓는다) 음, 저녁 시간이라 여관 주인 분도 식사를 하러 가셨을 것 같은데. 저희도 일단 배를 좀 채우고 가는 건 어떨까요? 마침 아주머니가 주신 바구니도 아직 넉넉히 남아 있으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아, 확실히 시간이. 지금 가봤자 밖에서 기다리는 것 말고 할 게 없긴 하겠어요. (바구니 속 남은 음식을 본다. 소풍 느낌이 나서 좋긴 하겠다.) 챙겨주신 것 먹으며 시간 보내다가 들어가도록 하죠.
 
다리 옆에는 강가로 내려가는 길목이 있고, 부드러운 풀밭으로 덮여 있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이 마을, 오면서도 봤지만 자연 속에 있어서 그런지 경치가 무척 좋더라구요.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피크닉을 온 거라 생각해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릴 적 본 동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경치이긴 해요. 금방이라도 사슴 몇 마리가 돌아다닐 것 같은 무척 평화로운 곳이라, 피크닉으로 즐기기에는 딱이네요. (이어 몸 숙여 보드라운 풀밭을 쓸어보다가 혹시 몰라서 손수건 하나를 깔아 헬레네 자리를 만든다.) 앉으세요. 제 것은 몰라도 당신 것은 풀물이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이왕이면 함께 앉았으면 좋겠는걸요. 돗자리 같은 게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저도 손수건이 있으니 이건 아실의 몫으로 드릴게요. (아실링이 만들어준 옆자리에 손수건을 펼쳐서 한 자리를 더 만든다.) 자아, 이러면 아실의 옷도 풀물 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해가 기울며 강물 위로 붉은 빛이 반사됩니다.
 
바람은 선선해 강물이 은은히 찰랑거립니다. 갈대들이 부드럽게 흔들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빵 조작 위로 치즈를 올려 헬레네에게 먼저 건네주고 제 것을 입에 문다. 평범하다 싶은 한 끼일 뿐이지만,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사람과 함게이다 보니 다른 식사와 비교할 필요 없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례가 되는 게 아니라면 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요. 이번 여행 이후, 저랑 또다시 같이 여행 오지 않으실래요? 똑같이 기차를 타고, 여관에서 묵고, 여기서 피크닉을 하는 등... 최대한 비슷하게요.
그때는 제가 더 당신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서요. ... 역시 이번에 상황이 좀 그렇다 보니, 비슷한 장소는 좀 그럴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고마워요. (미소하며 받아들어 한 입 먹는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먹어서인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제안이요? (아실링의 말을 집중해 듣다가 크게 감동한다.) 세상에…… 듣기만 해도 너무 즐겁고 낭만적일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지금 아실과 함께 하는 여정도 무척 즐거웠지만, 순수하게 즐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걱정도 조바심도 없이 다시 같은 곳을 여행한다면 이전과는 또 다른 감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좋아요…… 꼭 그렇게 해요!
 
빵은 아직 따뜻하고 부드러워 먹음직스럽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잔뜩 긴장한 상태로 헬레네 입가만 힐끔거리다가 이어진 대답에 활짝 웃는다. 이어 헬레네 쪽으로 몸을 기울여 소매 쪽에 풀이 다 묻어버렸다.) 제가 생각한 것도 바로 그것이랍니다. 또 다른 감상을 얻는 것이요. 그리고 이번 여행을 바탕으로 그때는 더 쉽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겠지요. 그러다 보면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고요. 저는... 그걸 당신과 함께 느끼고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걸 허락해 주신다니 다행이네요. (헤실 웃으며 남은 빵조각을 입에 넣는다. 냠.)
저희 돌아가기 전에 강에 발이나 담그고 갈까요? 당연히 깊은 곳은 안되고. 얕은 곳에서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이 고개를 기울이자 햇빛이 그 위로 쏟아진다. 윤슬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 머리칼과 심해처럼 깊은 푸른 눈이, 활짝 어리는 웃음이 주변의 풍경보다도 몇 배는 더 아름답게 느껴져 순간 저도 모르게 숨이 멎었다. 귀끝에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아 주스를 찾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한다. 쿵쿵 뛰는 심장을 자각한다. 갑자기 왜 이러지?) 당연히 허락할 수밖에 없는걸요. 저 때문에 안 겪어도 될 해프닝을 연달아 겪고서도 이런 제안을 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에요.
아, 좋아요. (강에 발을 넣으면 이 열기도 좀 날아가겠지? 싶어서 얼른 끄덕인다.) 재미있을 것 같네요. 주스만 마시고 얼른 가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이쪽은 헬레네 마음도 모르고 벌써 다음 여행 계획을 짜고 있다. 다음 여행에는 미리미리 기차나 다른 교통편 일정들을 다 알고 와야겠다고. 호텔이나 주변 상권들 역시 다 알아내어 가보지 못한 곳까지 다 가보며 즐기다가 다음에는 제가 헬레네 옷을 사주리라 생각하며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다.) 보세요.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계시잖아요. 저는 정말로 상관이 없어요. 근데~. 당신은 그러지 않은 것 같으니까. 제가 욕심내어 부탁드리는 것이죠. 아무튼! 다음 여행으로 해프닝은 끝인 거예요. 끝.
(고개 끄덕이더니 제몫의 주스를 냉큼 마시고 신발과 스타킹을 벗어 손수건 옆에 가지런히 둔다.) 아, 간지러워. 맨발로 땅을 딛는 것은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겠네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먼저 강가로 성큼성큼 걸어가 발을 담근다. 차가움에 조금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고 그 이후에는 괜찮다 생각했는지 바로 손짓한다.) 오셔도 되겠어요. 미끄럽지도 않고 좋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무래도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어서요. 아실이 마음 넓게 이해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할 따름인지요. (그때 다시 여행을 오면 당신을 향한 저의 감정도 달라져 있을까? 이상하리만치 들뜨는 기분이, 빠른 박자로 뛰는 심장이 변화를 예고하는 듯하다. 같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우리의 관계나 여행에서 느낀 감상과 얻어가는 것은 사뭇 다르리라고.) 후후, 네. 저도 그때는 마음의 짐을 온전히 내려놓고 올게요.
(제 병의 남은 주스를 마저 마시고 아실링을 따라 신발과 스타킹을 벗는다.) 그러게요. 저도 맨발로 바깥을 걸어보는 건 거의 처음 같은데요. 앗, 아실! (성큼성큼 먼저 걸어가는 아실링의 뒤를 얼른 따라간다. 강가 앞에서 너무 차갑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잠시 기다리다가, 아실링이 손짓하자 조심스럽게 한쪽 발을 물 속으로 넣어본다. 발목을 타고 부딪히는 물살과 차가운 수온에 푸른 눈이 동그래진다.) 와앗. 생각보다 차갑네요. 그래도 얼음장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그것 역시 제가 듣고 싶은 말이었답니다. 마음의 짐은 전부 내려놓으시고 저와 함께 즐길 생각만 하고 오시면 돼요. 아, 그래도 준비라고 한다면? 즐기고 싶은 것이 있을 경우 그것만 몇 개 생각해와주세요. 상황 봐서 즐겨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얼음장 같았으면 부르지 않았을 거예요. 그랬다가 당신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잖아요?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저녁 하늘과 점점 그 색으로 물들어지는 강물을 바라보다가 슬쩍 물장구친다. 이어 수줍은 목소리가 스며나온다.) 근데 저... 아까 조금... 왈가닥인 모습은 보였는데... 정말 괜찮은가요? 당신이 실망한 게 아닌가 싶어서.
 
헬레네 L. 라세리온:좋아요. 지금까지 왔던 여정을 돌아보면서 미처 하지 못해 아쉬웠던 게 있는지 잘 생각해둘게요. 그리고 함께 하는 여행이니 아실도 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잘 고려해 두셨으면 해요. (미소한다)
그래도 물에 잠깐 발을 담그는 정도로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걸요……? (확신 없음) 강물이 참 예뻐요. 노을이 반사될 때는 이런 색이군요. 앗! (따라서 가볍게 물장구를 쳐본다. 꺄르르 웃는 소리가 천진하다. 치맛자락을 양손에 들어올린 채 커다란 돌 몇 개를 징검다리처럼 밟으며 건너보다가) 네에? 실망이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걸요? 오히려 아실이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다니, 해서 감동받았다면 모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아쉬웠던 것보다는 놀란 것이 많은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생각해 보도록 할게요. (여러 가지 일들이 있긴 했지. 어린아이랑 생긴 갑작스러운 일이라던가, 헬레네의 지갑이 사라진 일이라던가, 파파라치 같은...) 후후.
그렇지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발 조심하세요. 미끄러 넘어졌다가 푹 젖기라도 한다면... 그때 일은 모르니까요. (그런 말 하고는 제가 생각하기에도 좀 불길하다 싶었는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헬레네 옆에 가깝게 다가간다. 바로 옆에서 잡아줄 수 있게 완료! 치맛자락을 살살 묶어 정리까지 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요? 저 꽤나 유치한 짓을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저는 평소에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답니다. 급한 상황이라 그랬을 뿐이에요. 혹시 몰라서 하는 변명이지만... 당신이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힝...)
 
헬레네 L. 라세리온:여관에서 말리면 되고 여분의 옷도 있으니 괜찮지만, 아실이 골라 주신 옷을 젖게 만들 수는 없겠네요……! 조심할게요. (옷을 정리해주는 손길에 자연스레 멈춰선다. 아가씨 아니랄까 봐 챙김받는 데 익숙하다.) 저는 아실이 혹시나 남자분과 몸싸움 같은 거라도 할까 봐 걱정되었을 뿐 유치하다고 생각한 적 없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게다가 결국은 아실의 감이 맞았잖아요? 사진이 든 편지 봉투를 아실이 몰래 챙겨와주신 덕에 진상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정말로 저희를 미행한 분이셨다니……. 외려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걸요.
 
아실링 펜들레엄:(아직까지는 헬레네가 익숙하게 챙김 받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챙겨주니 잘 받아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중.) 에이. 몸싸움이라뇨. 그랬다면, 흠. 아녜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답니다. (몸 싸움할 것이었다면 그렇게 사람이 완전히 없는 곳으로 가지는 않았겠지- 이 말은 따로 전하지 않는다. 손으로 입 가리고 다시 호호 웃어넘기고는) 감이 정말 맞아서 다행이지. 생사람 잡은 것이었으면 정말 민망했지 뭐예요. 저야... 헬레네가 믿고 따라주셔서 감사하죠. 벌써 그렇게 신뢰를 얻었다니, 영광이에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 안 하는 게 맞을까……? 우체국 앞에서 발 거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이셨는데…… 그러나 아실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직감이란 말도 있으니까요. 대체 왜 저희의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진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지만. (옷이 잘 정돈되자 다시 차가운 물 속을 몇 발짝 걷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아주머니의 집에서 르블랑 씨가 이미 기혼자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만 해도 기분이 무척 우울했었는데요. 지금은 뭐 어때, 할 정도로 생각보다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었어요. 아실이 제 곁에서 많이 달래주시고 또 즐겁게 어울려 주신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아실을 많이 믿고 기대게 되었나 봐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가 넘어가 주는 것을 보고 휴~. 하고 한숨 쉬며 다시 미소. 의심 풀어줘서 다행이다!) 음... ... 이런 말 하면 당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하지 않은 것을 말해도 될까? 확실하다고 해도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인지라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지금 분위기도 좋은데!) 어쩐지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온 모양이라서요. 저랑 당신의 만남의 시작도 알고 있는듯하고. (너무 빨리 이야기했나. 그리 생각하는 순간 이어지는 뒷말에 표정이 더 묘해졌다. 나는 역시 헬레네가 속상해하는 것은 보기 싫나 보다.) 그렇게나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주시다니. 이러면 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고요, 헬리. (어쩐지 조금 수줍어져서 볼을 붉히고는) 이번 여행의 끝에 대해서... 좀 더 확고함이 생겼어요. 당신과 꼭 웃으며 마무리하겠다고요. 응, 그래야겠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쩌면…… 제가 결혼을 원치 않아 집에서 가출했을 때부터 쭉 행적을 쫓고 있으셨던 걸까요. (봉투의 사진 몇 장들을 보긴 했지만 그렇게 이른 시점부터 찍고 있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이미 상당히 정이 떨어져서인지 충격을 받진 않았으나 조금 더 씁쓸해졌다. 아실링의 목소리에서 걱정을 눈치채고는 일부러 미소해보였다.) 전 괜찮아요. 이제는 마음을 정리해나가야 하는 거겠죠. 저의 상태를 보면 이미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언제나 진심만을 말씀드린답니다. (아실링의 뺨이 붉어지자 한결 생동감 넘치는 자세로 다가와 팔짱을 낀다.) 좋아요. 저도 같은 마무리를 고대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또 새로운 시작도요.
그나저나 이제 발이 좀 시려운데…… 물에서 나갈까요? (읏추읏추)
 
아실링 펜들레엄:(세상 물정 모르는 연약한 아가씨처럼 보이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도 또 올곧음과 따뜻함을 잊지 않은 헬레네를 한껏 눈에 담는다. 그런 일이 있고도 새로운 시작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나보다 강하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 어머, 제가 그 생각을 못 하고! 그럼요. 추우면 안 되죠. (작게 첨벙거리며 물가 쪽에서 빠져나온 뒤 손 건넨다.) 마지막까지 조심하세요. 나오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 그것 나름대로 엉망이잖아요.
 
헬레네 L. 라세리온:고마워요, 아실. (헤헤 웃으면서 내밀어진 손을 붙잡고 조심조심 뭍으로 나온다. 손수건으로 젖은 발이며 종아리를 톡톡 닦고, 다시 스타킹을 신을까 하다가 그냥 그대로 구두에 발을 넣기로 했다.) 벌써 하늘이 제법 어두워졌네요. 이쯤이면 여관 주인분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셨으려나요?
 
그때, 헬레네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얼른 머물 곳을 찾는 게 좋겠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이럴 때는 아가씨도 급하게 신발 신는구나~이런 생각을 하며 후후 웃는다. 이쪽도 헬레네와 별다르지 않게 신발부터 넣었던지라. 묘하게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나?) 지금 정도면 돌아오셨을 거예요. 자, 그럼 빠르게 가죠! 비에 쫄딱 젖기는 싫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이런, 아까까진 날씨가 좋았는데 갑자기 비가 떨어지네요. 얼른 가봐요! (바구니에 텅 빈 병을 얼른 챙겨넣고 풀밭을 거슬러 여관으로 향한다.)
 
여관을 향해 걷다 보면 빗방울이 점차 거세집니다. 소나기인 모양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안돼!!! 이러다가 헬리 감기 걸릴라! 빠르게 뛰어가면서도 헬레네 손을 놓지는 않는다. 손놓고 뛰는 것이 더 빠를 텐데. 이것에 관한 생각은 나중에나 하게 되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소나기인가 봐요! 아실, 조심하세요! (바구니가 젖지 않게 감싸볼까 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아실링의 손을 잡고 뛴다. 둘이서 함께 빗속을 열심히 가로지르고 있자니 어쩐지 웃음이 난다.)
 
내리는 빗줄기는 차갑지만 맞잡은 손만큼은 무척 따뜻합니다.
 
여관을 찾아서 한참 헤매다 보면 사람들이 몰린 곳이 보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아, 사람들 몰린 곳으로 급하게 뛰어간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상황이면 둘 중 하나겠지. 여관 줄이거나, 우산을 사기 위한 줄이거나. 어느 쪽이든 환영이다!)
 
급하게 뛰어가보니 낡은 여관 앞입니다.
 
여관 주인이 곤란한 듯 손을 휘휘 젓고 있습니다.
 
여관 주인: 이 인원을 전부 받는 건 불가능해요. 방이 몇 개 없어서 1인 1실이 어렵거든요.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여관 주인: 우선적으로 부부나 가족부터 받겠습니다. 손을 들어주시겠어요?
 
여관 주인이 수를 셉니다. 하나, 둘…….
 
아실링 펜들레엄:(바로 손든다! 진짜냐고 하면 사촌이라고 거짓말 쳐야지.)
(헷)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아실…… (당황해서 이름을 속삭인다. 가족처럼 보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 혹시 부, 부부 쪽으로 밀고나가시려는 건가?! 귀가 빨개졌다.)
 
여관 주인: (바빠서인지 자세히 볼 여력도 없는 듯하다.) 그쪽 여성 두 분!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네에! (확인을 안 하고 넘어가 주니 더욱 좋기만 하다. 헬레네 손잡고 여관 안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여관 방은 랜덤 배정인가?)
 
어찌저찌 둘은 여관 안으로 들어섭니다.
 
여관 주인: (바쁜 듯 대강 키를 던진다) 저기 명부에 이름 쓰고, 번호 보고 방 찾아가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떻게든 들어와서 다행이긴 하네요……! 비까지 오는데 여관에도 못 들어왔으면 큰일날 뻔했어요. 음, 그, 그런데 가족이나 부부라고 한다면 성씨나 이름을 맞춰야 하려나요……?
 
아실링 펜들레엄:운이 좋았죠. 방 상태도 괜찮다면 더 좋을 텐데~. (자연스럽게 제 이름부터 적다가 이어진 물음에 멈칫. 마침 딱 성 부분을 쓰고 있었다.) ... 네, 그러죠. (헬레네 성은 유명하니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내 성으로 맞춰야겠다~. 그리 생각하면서 헬레네 이름을 쓰면서 제 성으로 바꿔 써놓는다.)
(어쩐지 두근두근...)
 
헬레네 L. 라세리온:고마워요. 부탁드릴게요……! (헬레네 펜들레엄. 제 이름 뒤에 붙으리라곤 전혀 상상도 못해본 성씨인데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여관까지 열심히 뛰어오느라 아직도 숨이 가빠서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는 거겠지……? 혼자 알아서 이유를 찾아내고는 키에 적힌 번호를 확인한다.) 저희 방은 201호라고 하네요, 아실.
 
아실링 펜들레엄:(자신의 글씨를, 정확하게는 헬레네 펜들레엄 부분을 한참 동안 보다가 헬레네가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내 정신 좀 봐.) 앗. 네에. 어서 올라가요~. 내부는 어떠려나. (괜히 딴소리나 하며 201호로 향한다.)
 
들어선 방은 아주 좁고 단출합니다.
 
전형적인 허름하고 낡은 여관 방입니다.
 
중앙에는 작은 침대 하나가 놓여 있는데, 철제 프레임이 다소 녹슬었고 스프링이 약간 내려앉아 있습니다.
 
조명은 천장에 걸린 작은 백열전구 하나뿐이군요.
 
오래되어 좀 깜빡이는 듯 싶지만 은은한 노란빛이 방 안을 채웁니다.
 
[테이블]과 [난로]가 눈에 띕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음... (그래. 바깥에서 자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괜찮지. 그리 생각하며 침대 시트를 꾹꾹 눌러보다가 테이블을 본다. 이건 멀쩡하겠지?)
 
침대 옆에 작고 낡은 나무 테이블과 의자 한 개가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낡은 석유 램프가 하나, 성냥 한 갑이 놓여 있으며, 벽에는 약간 녹이 슬어 있는 옷걸이가 몇 개 걸려있습니다.
 
비에 젖은 옷이 외풍에 맞닿으면 꽤 쌀쌀합니다.
 
겉옷이 특히 젖었을 테니 옷을 벗고 말립시다.
 
아실링 펜들레엄:(음, 좀 춥긴 하지. 제 옷을 먼저 벗으려다가 헬레네 뒤로 가서 겉옷 벗겨준다. 헬레네 것부터 먼저~.)
 
헬레네 L. 라세리온:(방을 둘러보고 있다가 또 자연스럽게 손길을 받아 겉옷을 벗었다.) 아, 감사해요. 강가에서 옷이 안 젖게 하려고 애를 썼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어졌네요~. 그보다 원래 여관의 방은 이렇게 낡고 좁은가요……? (호텔만 가던지라 여관은 처음이다)
 
아실링 펜들레엄:(겉옷 가져다가 옷걸이에 걸어두며 종알거린다.) 여기가 다른 곳보다 좀 더 낡고 좁은 편이에요. 시내에 있는 여관이라면 여기보다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제 옷까지 마저 걸어두고는 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밤새 따뜻하게 잘 켜져 있으려나?)
 
방 구석에 놓인 주철 난로는 오래되어 보이며, 표면은 검게 그을렸고 곳곳에 녹이 슨 흔적이 있습니다.
 
앞쪽에 작은 문이 있어 장작을 넣을 수 있으며, 문에는 작은 환기 구멍이 나 있습니다.
 
난로 문을 열면 내부에는 재와 타다 남은 장작이 보입니다.
 
난로 옆에는 장작 몇 개와 화로용 집게, 부삽이 놓여 있습니다.
 
부삽으로 재를 치운 뒤 성냥으로 불을 피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로 위에는 미지근한 물이 든 주전자, 컵 두 개가 올려져 있습니다. 불을 피우고 나면 금방 따뜻해질 것 같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이 여관의 방이 유독 작은 거군요? (약간 안심? 했다.) 하긴 작은 마을에 하나뿐인 여관이니 그럴 만도 하겠어요. (납득도 했다.) 아실이 사주신 옷이 젖어 버려서 어쩌죠. 잠옷은 따로 챙겨 오셨나요? 저는 일단 옷가게에 들리기 전에 원래 입고 있던 옷으로 갈아입고 자야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시내도 아니다 보니 조금 낡은 여관이라도 다들 들리고 보니까요. 그래서 더 내부 신경을 쓰지 않았나 보네요. (난로 옆에 놓인 부삽을 들어 재를 조심스레 걷어내어 재 속에서 아직 쓸 만한 장작 조각을 골라냈다. 새 장작 몇 개를 차곡차곡 쌓은 뒤 성냥을 켜 불씨를 옮기고 불이 퍼지길 멍하니 기다린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썩 좋은 잠자리는 아니지만, 옷이라도 편하게 입고 자는 것이 좋겠지. 하루 입고 잔 잠옷을 헬레네에게 주기는 좀 미안해서 깨끗한 셔츠와 장치마 하나를 꺼내줬다.) 입고 주무시기 불편하지는 않을 거예요.
 
헬레네 L. 라세리온:(난로에 같이 불을 피워볼까 싶었으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실링 곁에 멀거니 선 채로 지켜보기만 했다. 생활력이라곤 없는 아가씨) 따뜻하네요……! (결국 염치없게 불길만 쬐고 있다가 옷까지 받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아, 아녜요. 괜찮아요 아실. 원래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자도 되는걸요. 난로가 있으니 아실이 사주신 옷은 내일 또 입어도 되구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 마음도 모르고 이런 것을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 따뜻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더 뿌듯해져서 의기양양해져있다.) 아이참. 어서 갈아입으세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자야 잠도 푹 잔답니다. 갈아입고 따뜻하게 불 쬐다가 노곤노곤하게 잠들면 딱일걸요~.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멈칫. 혹시 이런 옷은 입고 잠들기 어려워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옷가게에서 잠옷도 살 걸 그랬어요. 아실 옷까지 빌려입는 게 죄송스러워서……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은 조심히 받아든다.) 이번 한 번만 실례할게요. 아실도 얼른 잠옷으로 갈아입으세요. 옷이 젖었으니 그대로 입고 있다간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요. 그럼……! (난로를 등지고 몸을 돌려서 옷의 단추며 지퍼를 푼다. 아실도 어련히 등을 돌리셨겠지 싶으면서도 괜히 의식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실링 펜들레엄:뭘 죄송할 것까지야. 그래봤자 옷인걸요. (망설이는 헬레네를 보고 덩달아 긴장했다가, 곧이어 받아드는 모습을 보고는 방긋.) 그럼요. 저도 편안하게 잠들고 싶답니다~. (자리를 피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등 돌려 옷을 갈아입으려 하는 헬레네를 보고 소리 없이 놀란다. 알아서 자리를 피해줘야 하나... 싶다가 등 돌려 허겁지겁 제 잠옷을 찾는다.)
 
헬레네 L. 라세리온:(옷을 내리기 전에 어깨 너머로 슬쩍 아실링을 바라본다. 뒷모습인 걸 실루엣으로나마 대강 파악하고는 안심해서 후다닥 옷을 갈아입었다. 젖은 옷을 벗고 깨끗하고 보송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다소 찝찝하던 기분이 금세 산뜻해진다. 난로 근처에 의자를 가져다두고 옷걸이에 옷을 걸어 의자에 고정해둔다.) 아실, 저는 다 입었어요. 잠옷은 찾으셨나요?
 
아실링 펜들레엄:(허겁지겁 파자마를 갈아입다가 단추를 하나씩 내려 끼웠다. 다 갈아입었다가 생각한 순간 그걸 발견하고 급하게 정갈한 모습을 되찾는다. 끝나고 나니 조금 숨이 가빠졌지만, 이 정도야 뭐 괜찮겠지.) 갈아입으셨군요. 저도 방금 다 갈아입었답니다. (갈아입는 것에만 집중하다가 널브러진 옷을 뒤늦게 발견한다. 헬레네와 비슷하게 의자에 옷을 걸쳐 놓으며 한숨 돌렸다.)
어... 차, 차 같이 드실래요? 몸이 따뜻해지는 것에는 차만큼 좋은 것이 없죠.
 
헬레네 L. 라세리온:(다 갈아입었다는 말을 듣고서야 아실링 쪽으로 다시 몸을 돌린다.) 새 옷을 주신 덕분에 아주 보송해졌어요. 다시 한 번 감사해요. 차도 좋죠! 마침 시간도 꽤 늦었으니 한 잔씩 마시고서 잠들면 딱이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기분 좋아하는 당신을 보니 제가 더 좋네요. 자, 어디 보자~. 헬레네는 무슨 차 드시겠어요? (영국인답게 미리 챙겨온 티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고는 헬레네가 고르기를 기다리며 난로 위에 든 주전자 속 물을 확인했다. 적당하게 끓은 것을 확인!)
 
헬레네 L. 라세리온:저는 얼그레이로 할게요. (영국인답게 홍차를 고른다.) 티백도 챙겨오시다니 참 꼼꼼하세요. 덕분에 이렇게 차도 마셔보네요. 낭만적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얼그레이요~. 그럼 저는.. 오랜만에 블랙티로 할게요. (찻잔의 청결도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우선. 완벽하게 확인하고 얼그레이 티 하나와 블랙티를 하나씩 우린다. 방 안에 은은한 온기와 함께 차 향이 퍼지는 것을 느끼며 두 손으로 찻잔 잡았다. 따뜻해라~.) 가끔 차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을 준비해 주는 곳들이 몇 곳 있더라고요.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면, 준비해 준 것이라도 기쁘게 마시겠지만. 저는 차만큼은 꼭 맛있게 마시고 싶어서. (헤헤)
 
헬레네 L. 라세리온:역시 영국인이라면 풍미 깊은 홍차를 마시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죠. (장작이 타닥타닥 타오르는 소리.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홍차의 향기, 딱 좋게 데워진 찻잔……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 있으니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마저도 음악 소리처럼 경쾌하게 들린다. 찻잔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조심히 한 모금 마신다. 절로 감탄사가 흐른다.) 음, 너무 맛이 좋아요. 아실이 직접 우려 주셔서 그런가봐요.
 
아실링 펜들레엄:(따뜻하게 손을 녹이며 노곤해져있다가 말고 작게 웃음소리를 낸다. 혼자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아늑한 느낌을 받지 못했겠지. 버스가 망가진 것에 이어 날씨, 그리고 좋다고 평가하긴 어려운 여관을 원망하며 툴툴거렸을 것이 뻔했다.) 당신이랑 함께여서 그런 걸까요? 지금 이 시간이 무척이나 즐거워요. 돌이켜보면 안 즐거운 순간이 없었던 것 같지만. (안 즐거웠던 순간들은 다 까먹은듯하다. 헬레네 앞이라고 이리 단순해질 줄이야.)
 
헬레네 L. 라세리온:저도요. 비를 맞으면서 뛰거나 작고 낡은 여관에 머무는 건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순간인데, 아실과 함께 하니 마냥 즐겁기만 하네요. 새삼 기차에서 아실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잘한 것 같아요. (여러모로 폐를 끼치긴 했지만, 매번 그런 말 말라며 저를 위로해준 것도 아실링이다. 따스한 차가 식어가는 게 아쉬워 연신 마시다 보니 어느덧 절반이나 줄어들어 있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래요? 사실 저도 그렇답니다. 그날 헬레네와 함께인 것을 선택한 것이 이렇게나 잘한 일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불길이 안정되는 것과 함께 방안이 은은한 붉은빛으로 물드는 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나무 타는 냄새가 이렇게 좋던가? 손끝에서부터 팔, 어깨, 그리고 온몸이 따뜻하게 풀려가다가,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내일 아침 7시 버스였던가요..? (작게 하품)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에게도 그런가요? 정말 다행이에요. (반색한다.) 네, 내일 일곱 시 버스예요. 시간이 벌써 열 시가 넘었네요. (시계를 확인하고는 아실링의 손에서 찻잔을 살짝 빼낸다.) 벌써 눈이 반쯤 감겨 계시네요, 아실. 얼른 주무셔요.
참, 그러고 보니 침대가 하나뿐이군요…… 소파도 없고. (차를 마시며 노곤하게 풀렸던 몸에 다시 긴장이 어리는 듯하다.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자각한다.) 어쩔 수 없이 한 침대를 써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나른한 온기 속에서 생각이 녹아내리듯 흐릿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가 헬레네가 찻잔을 빼주는 것을 느끼고 나서야 눈을 퍼뜩 뜬다. 물론 여전히 졸린 기운을 품고 있지만.) 아... 저도 모르게 그만. 고마워요, 헬리.
(여기서 안 자려고 버텼다가는 눈을 까뒤집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가 그대로 굳는다. 아... 침대가 하나였지..! 어쩐지 잠이 확 깨는듯하다.) 음. 흠흠... 저는 정말 잠자는 것에 상관이 없는데... 헬리는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저도 괜찮아요. 아실이 불편하실까 봐 그게 걱정이죠. (사실 누군가와 함께 자본 적이 없다시피 해서 잘 잠들 수 있을지 확신이 없지만. 그렇다고 바닥에서 잘 수는 없으니까……! 큰 용기를 내서 먼저 침대에 걸터앉는다.) 최대한 끝쪽에 붙어서 잘게요.
 
아실링 펜들레엄:불편하긴요.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바로 잠에 들어버릴걸요~. (최대한 침대 끝에 몸 눕혀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헬레네 보고 입이 툭 벌어진다. 그러다가 굴러떨어지면 어떡하려고..!) 편하게 누우세요. (늦기 전에 반대쪽 끝에 몸 눕히고 이불을 어깨 끝으로 끌어당겼다. 잠은... 들 수 있으려나? 두근거리는 것이 끝나지 않는다.)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런 아실도 끝에 누우셨으면서요.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누운 채로 고개만 돌려 아실을 바라보다가, 가운데로 찔끔 들어가본다. 그래봐야 몇 센티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꼴이지만…… 이불을 코 바로 아래까지 잡아당겨 얼굴을 반쯤 가린다. 오늘 잘 잠들 수 있을까?) 좋은 꿈 꾸세요, 아실. (떨리는 마음으로도 굿나잇 인사는 빼놓지 않았다.)
 
아실링 펜들레엄:(매트리스가 조금 움직인 것을 느끼고는 실눈 떴다가 픽 웃는다. 빨리 잠들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전보다는 몸에 들어간 긴장이 덜해짐을 느낀다. 고개만 살짝 돌려 헬레네를 바라보며 눈 감기 전 마지막으로 환한 미소 보인다.) 당신도요. 좋은 꿈 꾸세요, 헬리. 잘 자요.
 
헬레네 L. 라세리온:네에. (환한 미소에 심장이 더 빨리 뛴다. 더 의식된다! 아무래도 오늘 잠들기는 그른 걸지도……) 주무세요, 아실. (마주 미소를 지으려 하긴 했는데 긴장과 부끄러움에 떨려서 자기가 무슨 표정을 짓는지도 잘 모르겠다.)
 
.
 
4시간쯤 달렸을까요, 깜빡 잠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향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파리로 향하는 버스 안.
 
긴장한 나머지 잠을 설쳤지만, 어느 순간 까무룩 잠들었죠.
 
깨어났을 땐 서로를 끌어안고 있어서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아침부터 소란이었답니다.
 
우여곡절 끝에 탑승한 버스. 어느덧 창문 너머로 파리 북역의 모습이 선명해집니다.
 
건물들의 크고 웅장한 구조가 모습을 드러내며, 주변은 점차 번잡하고 복잡해집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대형 시계탑과 사람들로 가득 찬 플랫폼이 눈에 띄는군요.
 
버스의 속도가 줄어듭니다.
 
차장: 도착했습니다. 다들 내리세요!
 
헬레네는 당신처럼 잠을 설쳤는지, 도착한 줄도 모르고 꾸벅꾸벅 졸고 있기 바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좀 더 자게 두면 안 될까..? 졸고 있는 헬레네를 보며 은은한 미소 짓고만 있는다. 그러고는 차장 빤히. 최후의 최후까지 있다가 가야겠다 하는 못된 심보)
 
지루한 시간을 버티던 승객들이 바쁘게 하차합니다.
 
줄줄이 이어지던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어느덧 버스 맨 뒷칸의 승객까지 문가에 가까워지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더 재우고 싶은데... 아짐 잠에 빠져있는 헬레네를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손등을 톡톡 두들긴다.) 헬리. 도착했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혼곤한 눈을 떠올린다. 비몽사몽한 채로 주변 두리번거린다.) 아…… 벌써 다 왔군요……?! 정신없이 자 버렸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비몽사몽인 헬레네의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하며 손으로 입을 가린 상태로 웃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잘 주무셨다니 다행이에요. 자, 그럼 가볼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네에……! (잠을 깨려는 듯 고개를 몇 번 내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방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짐을 챙겨 가장 마지막으로 내린 헬레네와 아실링은 파리의 풍경을 둘러봅니다.
 
대도시는 오전에도 분주합니다.
 
여행객, 노동자, 신문을 든 남자들, 가방을 끌고 바삐 걷는 부인들까지.
 
역사 안쪽, 벽면 높은 곳에 걸린 행선판이 바뀌며 기차 도착 정보를 갱신하고 역무원들이 바삐 움직입니다.
 
길가에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고, 옆에서는 담배를 문 남자가 길거리에서 신문을 팔고 있군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당신이 파리에 온 본래 목적이 있지요.
 
이대로 헬레네와 헤어져도 상관은 없을 겁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헤어질 생각 같은 것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신문을 파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뭐 특별한 일이라도 있을까?) 신문 하나에 얼마죠?
 
"5프랑이요." 남자가 담배 연기를 뻑뻑 내뱉으며 말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어휴 담배 냄새. 5프랑 건네고 신문 받아낸다.)
(신문에는 별 내용 없겠지~. 헬레네 관련 내용만 실려있지 않다면야 안심일 텐데.)
 
신문을 쭉 읽어봐도 헬레네나 라세리온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프랑스까지는 대대적으로 소문이 퍼지진 않은 모양입니다.
 
헬레네와 동행하고 싶다면 다시 행선지를 물어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안심하고 신문을 곱게 접으며 헬레네 쪽으로 몸 돌린다.) 헬리. 행선지가 어디라고 했죠? 먼 거리면 택시를 타고 가면 될 것 같아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랑 테아트르 드 파리라는 극장이에요. 저쪽에 지도가 있는데 한번 찾아볼까요. (역사 한켠을 가리켰다.)
 
지도를 살펴보니, 극장은 역으로부터 북서쪽으로 대략 2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으음. 구두를 신고 걸어가기엔 거리가 좀 애매하겠죠? 역시 택시를 탈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역시 구두 신고 2km는 좀 그렇지. 후후) 택시 타고 가죠! 줄지어있는 택시 아무거나 타고 가요~.
 
헬레네 L. 라세리온:이제 한동안 버스는 그만 타고 싶네요. (농조로 말하며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택시에 탑승합니다.
 
차로 가니 금방이네요.
 
차에서 내려 조금 걷습니다.
 
인파가 몰리고, 경쾌한 음악 소리가 들려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공연이라도 하는 걸까요? (흥미가 생긴 듯 인파가 몰린 방향을 기웃거린다)
 
아실링 펜들레엄:(원래라면 저런 인파에 섞여들지 않지만, 헬리가 관심 있다면야!) 공연이라면 좋겠네요. 눈도 귀도 즐거울 테니. 어서 같이 가보죠~.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구경가면 오래된 건물 앞에서 악단이 연주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코디언 연주자가 경쾌한 박자로 시작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기타 연주자가 리듬을 더해 반주를 잡습니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멜로디를 더하자 한 남자가 기타를 튕기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샹송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모여들며 손뼉을 치거나 박자를 맞추며 흥얼거립니다.
 
연주자들 앞에 놓인 작은 모자로 몇몇 행인이 동전을 던집니다.
 
어느샌가 주변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있습니다.
 
한 여자가 아실링에게 다가와 춤을 추자는 듯 손을 내밉니다.
 
“춤 한 곡 어때요? 파리 처음 와봤어요? 샹송과 함께라면 모두 친구죠.”
 
아실링 펜들레엄:(모르는 사람하고 춤? 못 출 정도는 아니었으나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헬레네였던지라 고개 돌려 헬레네 반응 살핀다. 춤출 생각이 있으려나?)
 
헬레네 L. 라세리온:(맑은 푸른색의 눈 안에서 기대감이 반짝인다.) 와아. 아실, 너무 낭만적인 순간이네요! 어서 한 곡 추고 오지 그러세요? 전 여기서 구경하고 있을게요!
 
아실링 펜들레엄:(당신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면 별로 참여하고 싶지 않은걸요. 그리 말하려다가 짐가방을 꾹 잡는다.) 이 상황에 더 흥미가 있어 보이는 것은 헬레네인 것 같은데. 다녀오세요. 그렇게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잖아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렇지만 저는…… (부끄러운 듯 급격하게 시선을 떨군다) 춤을 못 추는걸요. 저, 몸치라서요. 그리고 저분도 아실에게 춤을 추자고 하셨구요.
 
아실링 펜들레엄:(앗. 부끄러워하는 헬레네도 귀엽다.) 춤 못 추는 게 어때서요. 다른 사람들 신경 쓸 필요 없이 추고 싶은 사람만 있으면 충분한 것 아니겠어요? (이어 춤 권한 사람 힐끔) 저 대신 이분이 춤 참여해도 괜찮죠? (안될 리가. 하는 눈으로 지긋...)
 
헬레네 L. 라세리온:자, 잠깐만요……! 정 그렇다면 아, 아실이 저와 함께 춤을 춰주시면 안 될까요? 아무래도 처음 보는 분에게까지 제 엉망인 실력을 보이는 건 너무 부끄러워서요. (간절하게 아실링 마주 바라본다)
 
아실링 펜들레엄:(이렇게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면... 절대로 거절 못 하지! 조금 곤란하긴 했으나 헬리가 권한 춤이라 얼굴 위로 기쁨이 번져나간다.) 그럴까요? 아, 참고로 제 실력도 그다지 좋진 않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피차 실력이 좋지 않으니 차라리 잘 되었네요. (긴장과 즐거움이 뒤섞인다.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냥 저희끼리 음악을 즐기며 놀기로 해요.
 
아실링 펜들레엄:(조금의 고민도 없이 내민 손을 바로 맞잡았다. 구두를 신고 춤이라. 구두코를 바닥에 콕콕 두들기며 상태를 확인하며 준비 완료.) 사서의 형편없는 춤을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너무 실망하지 마시기를.
 
헬레네 L. 라세리온:(헬레네는 춤에 있어선 항상 자신이 없었고 때로 위축되기까지 했으나, 아실링이 망설임없이 제 손을 맞잡는 순간 갑자기 어디에선가 샘처럼 자신감이 솟아난다. 어차피 이곳에서 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가씨다운 춤을 출 필요도 없다. 발 가는 대로, 리듬을 즐기기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후후, 그런 부탁을 드려야 하는 건 제 쪽인걸요?
 
아실링 펜들레엄:(주변 사람들의 춤을 보며 좀 따라 할까 했던 마음도 잠시. 좀 전의 위축된 모습은 어디 가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헬레네에게 한껏 시선을 뺏겼다. 그래. 다른 사람들에게 눈 돌릴 여유는 애초부터 없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과 즐기는 것만으로도 바쁜걸.) 절대로 실망 안 해요. 그럼... 이 곡이 끝나기 전까지 잘 부탁드려요, 헬리.
 
헬레네 L. 라세리온:(마음이 가는 대로 따른다.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경쾌한 리듬에 따라 무작정 발을 내딛었다. 몸을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젖히기도 하고, 한 손을 맞잡은 채 뱅그르르 턴을 돌기도 했다. 정말로 어설프고 뻣뻣한 움직임이지만 표정만큼은 한껏 밝아서 무대 위에 오른 댄서 같다.)
 
아실링 펜들레엄:(시작은 좀 어색하게 리듬을 따라간다. 손끝은 허공을 긁듯 흔들리고, 머리카락은 느리게 흔들리며 빛을 받아 반짝였다. 동작은 매끄럽지 않고, 간혹 박자를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음악의 박자가 점점 빨라질수록 몸짓이 점점 가벼워진다. 그렇게 손끝이 공기를 가르고, 불안했던 긴장이 흐트러지며 미소를 지을 여유까지 생겼다.) 아-. 즐거워요. 즐겁네요, 헬리.
 
헬레네 L. 라세리온:(가벼운 몸짓. 움직임에 따라 흩날리는 머리칼과 옷자락.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상대에게 집중해 추는 춤이 이토록 가뿐할 줄이야. 저도 모르게 맑은 웃음소리가 터져나온다.) 아실이 즐겁다고 하시니 저도 즐거워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서로를 바라보며 얼마간 춤을 추던 그때,
 
아실링은 인파 속에서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아, 실례!”
 
낡은 모자를 쓴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물러섭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음? 남자와 아실링을 몇 번 번갈아보다가 당황해서 급하게 속삭인다.) 아실, 겉옷 주머니!
 
아실링 펜들레엄:(즐겁게 즐기던 도중이었는데 대체 누구람? 헬레네가 시선을 돌린 사이 남자의 뒤통수를 흘겨보다가 뒤늦게 겉옷 주머니를 더듬거린다. 아니지? 아니지???)
 
아실링이 주머니를 더듬어보면, 정말 열받게도... 분명히 거기에 있어야 할 지갑이 없습니다.
 
남자의 등은 이미 저만치 멀어졌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안돼!!! 얼굴이 새하얘졌다가 슬금슬금 올라오는 분노로 얼굴빛이 분홍색으로 물든다. 구두는 저 멀리 내팽개치고 남자를 향해 뛰어갔다.) 도-도둑!! 도둑이야! 저 사람 좀 잡아주세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헬레네 L. 라세리온:아, 아실?! (맨발로 뛰어간 건가요 지금?? 놀라서 어버버하다가 아실 구두 주워들고 다급히 뒤따라간다.)
 
사람들이 응? 하면서 뒤돌아보고, 몇은 남자를 잡기 위해 함께 뛰기도 합니다.
 
구두까지 벗고 전력질주한 덕분에 아실링은 금세 남자를 아슬아슬하게 따라잡습니다.
 
아실링이 점차 가까워지자 남자는 혀를 차더니, 인근 야외 카페 앞에서 지갑을 바닥에 던지고 도망갑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대로 남자를 뒤쫓아가려다가 급정지하고 급하게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향해 손 뻗는다. 돈은 멀쩡한가? 돈 빼놓고 버린 것이기만 해봐라. 평생을 저주할 테다!)
 
지갑을 털 틈도 없이 아실링이 무섭게 추격해 와서인지, 다행히 털린 돈 한 푼 없이 무사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이 지갑의 내용물을 다 확인할 쯔음에야 헥헥대면서 겨우 도착한다.) 아, 아실! 헉… 헉헉…… 지, 지갑은 찾으셨나요?
 
아실링 펜들레엄:(돈은 안전하군.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자마자 두고 온 헬레네가 생각나서 바로 뒤돌았다. 맙소사. 지갑이 중요하다지만 헬레네보다 중요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을!)
헬리..! 아, 미안해요. 제가 말도 없이 뛰어가서... 어머, 바로 뛰어오신 건가요? (이마 위로 맺힌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지갑이라면 되찾았답니다. 음... 그 사람이 버리고 갔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지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니에요! 소매치기를 잡는 것도 중요하죠…… 제가 달리기를 할 일이 많지 않아서 느렸네요. (숨 고르면서 이마를 내어주다가 안심한다.) 다행이에요. 돈은 어떤가요? 지갑은 버렸어도 지폐만 챙겨 가는 경우도 있잖아요.
참! 아실은 얼른 구두 신으셔야죠! 발 다치지는 않으셨어요? (땀을 좀 닦자마자 얼른 아실링의 발부터 살핀다.)
 
아실링 펜들레엄:춤추던 곳에서 기다려도 되었을 텐데. (그런 말을 하다가 멈칫. 음. 만약에 헬레네가 오지 않고 내가 도둑을 잡았다면...? 그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다며 입꼬리만 살짝 올린다. 그 이후를 생각한다면 헬레네가 와줘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도망치느라 바빴는지 동전 하나 빼가지 않았어요. 저희 쪽에서는 다행인 이야기죠.
근데, 앗. (헬레네 언급 이후로 어쩐지 발바닥에서 쓰라린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와 아랫입술 꾹 깨문다. 어쩐지 발바닥을 봤다가는... 더 아플 것 같아 차마 확인하지 못하고.) 괜찮아요..! (아마)
 
헬레네 L. 라세리온:아, 그건 정말 잘된 일인데…… (아랫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주변을 돌아보다가 아실링의 팔을 살짝 붙잡는다.) 일단 벤치에 잠깐 앉으실래요?
 
아실링 펜들레엄:네에... (입 꾹 다문 상태로 고개만 꾸닥 거리다가 얌전히 벤치에 앉는다. 못 걸어 다닐 정도는 아니고, 딱 신경 쓰일 정도지만... 그래도 따가운 건 따가운 것이라!)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을 벤치에 앉히고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발을 살펴본다.) 발을 살짝 들어봐도 될까요, 아실? 유리조각이라도 박혔으면 얼른 빼내야 하니깐요.
 
아실링 펜들레엄:..!! 그렇게 볼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닌걸요..! (헬레네 행동에 허겁지겁 두 발을 모으더니 횡설수설한다.) 그, 제가 유리조각 박혀본 적이 있어서 아는데 진짜 그런 일이 있으면 제대로 걷기도 힘드니까요~! 아무튼 그 정도는 아니에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요? 그래도…… (전혀 개의치 않고 발을 조심히 들어 이곳저곳 꼼꼼히 살피다가) 아, 이 부분 살이 살짝 까졌네요.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제가 카페에서 물이라도 한 잔 얻어올게요. 감염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
(그리곤 벌떡 일어나서 카페로 총총 걸어들어간다. 춤을 추기 부끄러워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의 행동력이다. 곧 차가운 물이 가득 든 컵을 가져와서는 상처가 난 부분에 졸졸 흘려보냈다. 까맣게 묻어 있던 먼지와 옅게 번진 피가 닦여나간다.) 아프진 않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역시 까졌구나~. 예상대로인 결과에 입꼬리 한쪽이 뾰족 올라갔다가 곧이 어진 대답으로 인해 툭 벌어졌다. 걱정해 준다는 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워 표정이 묘해진 상태로 헬레네 기다린다.)
(까진 곳에 물이 닿아 조금 따가울 만도 할 텐데. 주황빛의 동그란 머리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면 자잘한 아픔을 까먹게 된다.) 으응. 전혀 아프지 않아요.
(난 역시 헬리가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니 좋아하는 게 당연하겠지..!)
 
헬레네 L. 라세리온:나중에 걷다가 약국이 보이면 연고를 사요. 지금은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네요. (상처 부근이 깨끗이 씻겨나간 게 확인되면 물기를 닦아주고, 새 손수건으로 상처 부분을 조심히 동여맸다.) 한 번 구두를 신어보시겠어요? 걸을 만하신가요?
 
아실링 펜들레엄:(좀 전에 쓰라림 때문에 표정 굳어졌던 것은 거짓말이어던 것처럼 생글 웃으며 헬레네 바라보기만 한다. 따끔한 것은 벌써 다 잊어버린 것처럼 구두 신구 몇 번 걸어보다가 손가락으로 브이 만들었다.) 무슨 마법이라도 부리셨나요? 하나도 따갑지 않고 걷는 것에 문제없답니다. 고마워요, 헬리.
 
헬레네 L. 라세리온:마법은요. 정작 정말로 도움되는 건 하나도 못 해드렸는데. 나중에 꼭 약을 바르셔야 해요. 아셨죠? (그래도 생글생글 웃는 아실링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마주 미소한다.)
 
그때, 어떤 남자가 아실링에게 아는 척을 합니다.
 
다미앵 르루:음? 펜들레엄 씨 아니야? 파리까진 어쩐 일이에요?
 
아, 이 사람…… 아실링의 옆집에 사는 남자네요.
 
신문기자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느낌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왜 여기서, 그것도 이 타이밍에 만나는 거람? 속으로 툴툴거리다가 손 흔들어 인사한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저는 여행으로 오게 되었어요. 르루 씨도 그런가요?
 
다미앵 르루:응, 그렇죠 뭐. 카페 가려는데 익숙한 모습이 보여서 와봤더니 진짜 펜들레엄 씨가 있지 뭐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점심이나 같이 먹지 않겠어요? 그쪽 숙녀 분도 함께!
 
아실링 펜들레엄:아~. (싫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웃는 낯으로 헬레네 힐끔. 이어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찼다. 만약 헬레네는 같이 식사하길 바란다면? 그렇다면 같이 식사해야겠지만... 앗. 저 남자 혹시 헬레네에게 관심이 생겨서 갑자기 저러는 것은 아니겠지? 그건 꽤나 곤란한데...) 헬리는 어떠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과 아는 분이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다미앵에게 웃으며 목례한다.) 저는 딱히 상관없어요. 저 카페에서 물을 기꺼이 내주셨으니 저도 보답을 드리고 싶네요. 마침 식사 시간이기도 하구요.
 
아실링 펜들레엄:(설마 했지만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지만 원망은 헬레네가 아닌 르루에게 향한다. 왜 거기서 말을 걸은 것이람. 저 남자는...) 좋아요. (헬리가) 그럼 가서 식사도 하며 잠시 쉬는 것으로 하죠.
 
헬레네 L. 라세리온:좋아요. 맛있는 걸 먹으면서 아실의 발도 쉬어 주기로 해요~ (팔짱 끼고 즐겁게 카페로 향한다.)
 
분위기 좋은 카페는 사람이 꽤 많지만, 다행히 세 사람이 앉을 만한 창가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면 점심으로 먹을 만한 간단한 식사메뉴, 그리고 음료수가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가 팔짱 껴줘서 약간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메뉴판을 본다.) 다 괜찮아 보이네요. 헬리, 잠봉 뵈르 어떠세요? 어머, 근데 오믈렛도 제법... (남자의 존재는 거의 까먹은 듯이 헬레네에게만 말 열심히 걸어본다)
 
헬레네 L. 라세리온:으음~ 정말로요.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네요! (한참 고민하다가 메뉴를 고른다.) 저는 크로크 무슈를 먹을게요. 르루 씨라고 하셨죠? 르루 씨는 무얼 드실 건가요? (다미앵까지 챙겨주는 -아실링의 마음에는 들지 않을- 친절함까지 보이며……)
 
다미앵 르루:전 뭐든지 가리지 않는 타입이라서요. 하핫, 카페 오레하고 샐러드 베르트나 먹죠 뭐!
 
아실링 펜들레엄:(남자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헬레네를 대하는 것은 따스하기만 한다. 역시 헬리. 처음 보는 상대도 잘 챙기시네~. 같은 생각을 하며 손을 들어 메뉴들을 주문했다.) 잠봉 뵈르 하나, 크로크 무슈 하나, 샐러드 베르트와 카페 오레 하나 주세요.
 
다미앵 르루:참! 결제는 내가 할 테니 원하는 만큼 잔~뜩 드셔도 좋아요. (사람 좋게 웃는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하지만!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후후. (입가를 살짝 가리며 웃는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르루 씨.
 
아실링 펜들레엄:(헬리가 예쁜 것은 알아가지고!!! 묘하게 견제하다가 입 연다.) 어머나. 전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참 신사적이시네요. (호호 웃음소리 내다가) 그런 신사적인 분이니 곤란한 물음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으실 분이죠. 그렇죠?
 
다미앵 르루:(부자연스럽게 웃는다) 아, 아하하. 펜들레엄 씨도 참. 나만한 신사가 어딨다고 그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주문한 음식이 나옵니다.
 
치즈가 아직도 녹아내리고 있는 크로크 무슈, 햄과 버터의 고소한 향기가 나는 잠봉 뵈르, 생그러운 티가 가득 나는 샐러드 베르트까지.
 
보기만 해도 끝내주네요.
 
카페오레와 물잔도 나왔습니다.
 
다미앵 르루:자자, 어서들 먹자고요! 이거 아주 맛있어 보이는구만.
 
아실링 펜들레엄:무척이나 맛있어 보이네요. 그럼 음식 식기 전에 즐겁게 식사 먼저 하죠. (원래는 식사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하필 지금은 저 남자가 껴있는 터라. 이후 별다른 말없이 잠봉 뵈르를 우물우물 먹는다.)
 
헬레네 L. 라세리온:(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문다. 맛을 음미하곤) 음, 너무 맛있네요! 웨이터분들만 친절하신 게 아니라 음식도 맛있는 곳이었어요. 아실은 어때요? (말이 없는 걸 보곤 조금 걱정됐는지 몸을 살짝 기울여 속닥인다) 별로인가요?
 
아실링 펜들레엄:제 것 역시 무척 맛있어요. 특히 바게트가 무척이나 제 취향이에요. 아, 그나저나 헬리. 머리카락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속닥거렸다.) 신문 기자라서요. 혹시 몰라서 말을 줄이고 있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 그렇군요. 하지만 파리엔 여행을 하러 오셨다고 했는걸요. 아실처럼 전시회 같은 걸 보러 오셨을지도 몰라요~. (편견을 갖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이면서 식사를 즐긴다. 그래도 주의해야 한다는 자각은 들었지만.)
 
아실링 펜들레엄:그렇죠~. 제 괜한 걱정이길 바랍니다. (역시 나랑은 다르게 착한 사람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헬레네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마저 식사한다. 정말 괜한 걱정이면 좋을 텐데.)
 
식사는 평탄하게 흘러갑니다.
 
다미앵이 주제를 내놓으면 헬레네가 받으며 스몰토크를 이어가는 식이죠.
 
그러다, 헬레네가 잠시 화장실에 갔을 때 다미앵이 아실링에게 말을 걸어 옵니다.
 
다미앵 르루:펜들레엄 씨. (주변 눈치를 보다가) 요새 신문사에서 도는 소문이 있어. 라세리온 가 막내딸이 집을 나갔다고…… 맞지?
 
아실링 펜들레엄:... (아직 먹다 말은 잠봉 뵈르 접시를 슬쩍 밀어내고 냅킨으로 입가를 톡톡 닦는다.) 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지... 기자 생활 오늘로 몇 년째였죠, 당신?
 
다미앵 르루:한 5년째 됐나. 요새 실적이 영 안 좋거든. 기사 좀 쓰게 해 줘요. 사진 한 장만 찍게, 응?
 
아실링 펜들레엄:5년이나 되었으면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고작 실적을 위해 헬레네 사진을 찍어 맘대로 기사를 적겠다고? 누구 마음대로.) 안 하는 게 좋을걸요? 그 유명한 라세리온 막내딸이잖아요. 라세리온 쪽에서 왜 마음대로 기사 내냐면서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당신만 손해일 텐데?
아, 됐다. 말하는 내 입만 아프지. 기다려봐요. 헬레네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마음이 편할 테니. (이어 화장실로 가려는 듯 장갑은 테이블에 올려둔 상태로 일어났다. 화장실로 가서 헬레네랑 같이 튀어야지.)
 
다미앵 르루:아이, 뭘 또 직접 물어본다고 그래. (깨갱해선 꼬리를 내린다) 안 할게, 안 할게요! 아직 식사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긴 아깝잖아요.
 
아실링 펜들레엄:네에? 가긴요? 저 지금 화장 좀 고치러 가는 것뿐인걸요. 무슨 그런 생각을. (웃는 낯으로 마주 봤지만 등 뒤에 손은 가운데 손가락 하나만 올라갔다.)
 
다미앵 르루:내 참. 알겠어요. 사진 안 찍을 테니깐 괜히 쓸데없는 말 말고!
 
아실링 펜들레엄:쓸데없는 이야기는 왜 하나요? 그랬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에게 충격 줄라. (괜히 과장에서 이야기하며 화장실로 향한다. 흥. 괜한 이야기는 이미 사전에 끝냈거든. 머저리.)
 
헬레네 L. 라세리온:(손을 씻고 있다가 아실링을 돌아본다) 음? 아실도 오셨군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 보고 다시 기분 좋아져서 스마일~했다가 표정 관리한다. 목소리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입 열더니) 저... 헬리. 우려한 일이 벌어져서요. ... ... 괜찮으세요? 아직 식사마저 못 끝내셨을 텐데. 아, 물론 제가 괜한 짓 말라고 말은 했지만... (우물쭈물...)
 
헬레네 L. 라세리온:우려한 일이요? (어리둥절하게 되묻다가 금세 이해한다.) 르루 씨가 저를 알아보셨나요? 으음…… 여기까지 와서 사진을 찍히면 곤란하기는 해요. 겨우 파리까지 왔는데.
아실은요? 저는 거의 다 먹어가던 참이라서 괜찮아요.
 
아실링 펜들레엄:역시 그렇죠? 저도 그리 반가운 사이는 아니어서요. 뒷문이 있다면 그쪽으로 슬쩍 빠져나갈까요? 어차피 식사값은 그 사람이 낸다고 했고. (헤헤)
 
헬레네 L. 라세리온: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는 게 예의 아닐까요? 아실과 아는 사이기도 하신데. 자주 보는 분은 아닌가요? (걱정)
 
아실링 펜들레엄:(굳이 인사 주고받지 않아도 되는 사이인걸요~. 하는 말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뻔했으나... 꾹 참고 미소 짓는다.) 에이. 괜찮아요, 괜찮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희 둘 사이라면야..!
 
헬레네 L. 라세리온:좋은 인연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네요. 하아, 라세리온이라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짧게 한숨을 쉰다) 좋아요. 가방도 가져 왔으니 뒷문으로 나가 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좋은 인연이라면 다른 곳에서 더 만나기로 하죠. (이어 다른 말도 덧붙이려고 했으나 그만둔다. 이번에 생긴 좋은 인연은 나 하나로는 부족한 걸까?) 준비도 철저하셔라(?) 좋아요. 나가서 대도시나 눈에 담아보기로 해요~.
 
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뒷문으로 살금살금 향합니다.
 
인파와 카페의 구조에 절묘하게 가려져 본래 앉아 있던 테이블에서는 이쪽이 보이지 않을 것 같네요.
 
괜히 기자에게 걸려 귀찮아지느니 미리 싹을 자르는 게 좋죠. 두 사람은 그 길로 카페를 빠져나옵니다.
 
파리의 길거리에는 대도시답게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향수 가게, 맞춤형 옷을 판매하는 의상실과 커다란 백화점부터 고급 제과점.
 
영화관과 쇼 극장 앞에는 사람이 아주 많더군요. 뭐라고 써있었더라, 미국에서 온 두 쇼걸?
 
헬레네 L. 라세리온:휴, 안 보였겠죠……? (갑자기 첩보 영화를 찍는 것 같은 느낌에 괜히 이마를 훔쳐 본다)
 
아실링 펜들레엄:보였다면 바로 뒤쫓아왔을 사람이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좀 전보다 표정이 풀려 대도시의 거리를 즐겁게 구경한다.) 그나저나 사람이 많네요. 대도시니 당연한 걸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러게요. 영국과는 또 다른 모습이라 새롭네요. (다미앵이 마음 한구석에 조금 걸리긴 하지만, 너무 신경쓰지 않으려 하며 거리를 느긋이 걸었다.)
쟝 씨가 운영하는 극장은…… 아마 이쪽으로 가야 할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드디어 그 남자를 만나는 건가. 얼굴이나 보자. 그 얼굴에 주먹이 날아갈지 아닐지는 차차 생각해 보고.)
(그러다가 헬레네 힐끗. 저번에 헬레네에게 대답을 받긴 했으나... 정말 괜찮은 걸까? 괜히 걱정이 들어 극장으로 향하면서 헬레네 상태를 확인한다.) 도움이 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헬레네가 행복하길 바라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극장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확인하고 제대로 방향을 잡은 뒤로부터는 동그란 얼굴에 옅은 긴장감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고마워요, 아실. …… 제대로 해명을 듣고, 대화를 나눈 뒤에 정리하는 게 좋겠지요. 어쩌면 서로에게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구요.
 
극장으로 가는 길에는 커다란 성당이 하나 있습니다.
 
언덕 위에 위치한 성당은 세밀하게 조각된 외벽이 인상적이고, 대성당의 순백색 돔이 또렷하게 빛나고 있네요.
 
계단 아래 광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몇몇 관광객들은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고 있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참 예쁜 성당이네요. (아름다운 외견에 감탄해, 잠시 긴장한 것도 잊어버린다.)
 
아실링 펜들레엄:(만약 오해가 있다고 한다면, 헬리에게 오해를 준 남자 잘못이다. 가만두지 않겠다. 남자에 대한 욕을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뒤늦게 성당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정말 그렇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면... 음. (결혼 장소로 많이들 원하겠는걸요. 하는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지금 헬레네에게 말하기는 썩 좋은 대화거리는 아닐 테니.) 다시 한번도 와서 보고 싶어질 거예요.
 
헬레네 L. 라세리온:만일 나중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식을 올린다면, 저런 곳이라면 좋겠어요. (마치 아실링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성당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였다.) 후후. 영국에도 아름다운 장소가 많겠지만요. 나중에 꼭 다시 와야겠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생각하는 게 똑같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면서 헬레네를 생각하니 안쓰러워 곧바로 대답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우물쭈물거리다가 헬레네 손을 잡고 마저 걸어나간다.) 다음에 꼭 같이 오죠. 와서 즐겁게 구경하기로 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네, 좋아요. (꼭 잡아준 손에서 아실링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상냥하고 따스한 위로가. 그래서일까, 한때 열렬한 불꽃을 틔웠던 이와 사실상 이별을 하러 가는 길임에도 그다지 두렵거나 떨리지 않는다.)
 
헬레네와 아실링은 커다란 아치형 입구 앞에 멈춰 섭니다.
 
양옆에는 조각상이 새겨진 기둥이 웅장하게 서 있고, 그랑 테아트르 드 파리라고 적혀있습니다.
 
안쪽의 샹들리에 불빛이 반짝이며 극장의 고풍스러운 내부를 비춥니다.
 
안에 들어가려면 티켓이 필요한 듯한데.
 
아실링 펜들레엄:(마음 편하게 구경만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주 익숙하게 지갑 꺼내서 계산할 준비 완료했다.) 티켓 두 장 주세요.
 
하지만, 티켓의 가격은 아실링이 가진 돈으론 택도 없네요!
 
수표가 든 헬레네의 지갑은 잃어버리고 말았구요.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도 그렇죠.
 
극장 직원이 한 눈을 판 사이 몰래 가거나 정면승부를 합시다.
 
<은밀행동> 판정이나 <대인기능> 판정.
 
헬레네 L. 라세리온:(침울해짐) 미안해요, 아실……. 다 왔는데 여기에서 막힐 줄은.
 
아실링 펜들레엄:모자란 제 지갑 액수가 나쁜 거예요...! (더 준비해올걸..!)
(극장 직원 쪽으로 가깝게 목 숙여서 헬레네는 듣지 못하도록 소곤소곤 거린다.) 저기.. 여기 관계자 중에 쟝 씨가 있지 않나요?
 
대인기능 판정 해봅시다!!
 
아실링 펜들레엄:쟝 씨가 바람을 피워서. 아무튼 그 사람한테 깽판 치러 왔거든요. 옆에서 같이 구경하실래요? 아, 들여만 보내주세요. (원래라면 쓰지 않을 단어들을 써가면서 어떻게든 설득해보려고 한다)
설득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헬레네 L. 라세리온:(다, 단어 선택이……!! 그러나 지금은 들어가는 게 더 중요하므로, 옆에서 표정으로나마 함께 어필을 해본다.)
 
직원: 에? 쟝 씨가 바람을 피웠다고요? 설마, 옆쪽에 계신 귀여운 숙녀분을 두고……?
 
아실링 펜들레엄:네에. 아무 나아아쁜 사람이죠. 어떠신가요. 흥미가 있으시다면... (티켓... 티켓 좀... 빤히 본다.)
 
직원: 아니, 그분 그렇게 안 봤는데 미친 인간이었네! (완전히 넘어가선 티켓을 척척 건넨다) 어서 가서 시원하게 뺨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와요. 그리고 아가씨! 너무 걱정 말고요. 더 잘 어울리는 인연을 만날 거예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하하…… 감사해요. (곤란해하면서도 웃는다) 저도 그러기를 바라요.
아실. 덕분에 티켓을 받았네요!
 
아실링 펜들레엄:(티켓을 받기는 했으나... 시무룩 해져서 헬리 눈치 본다.) 저어... 헬리. 혹시나 하지만... 저 원래 그런 말투 쓰는 사람 아니랍니다...? 정말. 정말이에요...
 
헬레네 L. 라세리온:(왜 눈치를 보시지? 의아해하다가 깨닫고는) 원래 그런 말투를 쓰신다 해도 상관없는걸요. 그 또한 아실의 매력이죠. 하지만 이미 며칠이나 아실을 봐 왔으니 아니라는 것도 잘 알구요. 걱정 마세요.
 
아실링 펜들레엄:..! ..!.!! (누가 봐도 꽤나 감동받은 사람처럼 찡해져있다가 헬레네 어깨에 제 어깨 툭 기대며 조금 치댄다.) 헬리이.. 역시 당신뿐이에요.
흠. 흠흠. 당신 뒤에는 제가 있을 거니까요. 아. 앞에서 지키는 것이 좋을까요? 아무튼. 당신 편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깨에 치대는 아실링을 토닥여 주다가도, 티켓을 받았음을 실감하자 다시 긴장이 역력해진다.) 네……! 곁에만 있어 주셔도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가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대답 대신 헬레네 손을 잡고 이끈다. 머릿속은 온통 헬레네와 그 남자 관련한 생각뿐이다. 헬레네에게 허튼소리 하기만 해봐라. 가만두지 않을 테다.)
 
크고 웅장한 극장의 내부는 붉은 융단과 황금 장식으로 가득합니다.
 
2층에 도착한 두 사람은 금세 지배인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손잡이에 손을 올린다. 한참을 망설였다.) …… 그냥 들어가도 되겠죠? (목소리 끝이 올라갔지만 아실링의 답을 구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에게 되뇌이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똑똑, 두어 번 노크하고는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연다.)
 
문을 열고 들어간 두 사람은 꽤 당혹스러운 장면을 마주합니다.
 
넓은 책상 옆, 커튼이 살짝 내려진 창가 쪽에서 쟝 르블랑과 모르는 한 여자가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쟝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는 자세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꼭 연인들이 키스하기 직전의 모습 같죠.
 
헬레네와 아실링의 기척을 느끼자마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울어져 있던 자세를 급히 바로잡습니다.
 
쟝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고, 여자는 한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살짝 눈을 흘기는군요.
 
쟝 르블랑이 놀라며 혼잣말을 합니다.
 
쟝 르블랑:마르셀에게 들은 게 없는데, 벌써…….
 
잠깐 동안 흐르는 정적.
 
정적을 깨고 쟝 옆의 여자가 말합니다.
 
카트린:자기야. 이게 다 무슨 상황이야?
 
헬레네 L. 라세리온:제…… 제가 묻고 싶은데요?! (너무 황당하고 놀라서 말을 더듬었지만 이내 결연함을 되찾고 거의 외치다시피 한다.)
 
쟝 르블랑:잠깐, 잠깐. (두 여자에게 손을 내젓는다.) 일단, 오해야.
 
아실링 펜들레엄:이참에 나도 바람 상대라고 해서 당황하게 만들어버릴까? 하는 것을 상상했다가 그만둔다.) 장 씨와 결혼한... 혹시 부인되시나요? (아니면 아닌 대로 아군이 되겠지.)
 
카트린:부인은 아니고, 애인인데요. 뭐가 오해란 건지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좋겠네? (껄렁하게 팔짱을 낀다.)
 
쟝 르블랑:저 여자랑 난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내가 워낙 인기가 많잖아? 또 어디서 내가 올린 공연을 보곤 좋다고 쳐들어온 모양이야.
 
아실링 펜들레엄:아하... 부인도 있으시고 애인 있으시겠다? 그리고 우리 헬리에게... ... 뭐?
 
헬레네 L. 라세리온:네, 네에??? (양 손 주먹을 꽉 쥔다.) 저, 저한테 사랑한다고 하셨잖아요. 저와 결혼도 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 못생긴 남자는 버리고 자기한테 오라고 그랬으면서……!
 
아실링 펜들레엄:사랑한다며!!! 결혼하고 싶다며!!!!
 
쟝 르블랑:내가 언제 그랬단 거야? 그리고 헬레네, 당신도 숨겨둔 애인 하나쯤은 있던 거 아닌가? 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여자 말야. (아실링을 빤히 바라본다)
 
아실링 펜들레엄:... ... 네? (멈칫. 그 말 듣고 왜인지 모르게 수줍어질 뻔했다가 정신 차린다.) 이 상황에 그런 말이 나와???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로 뻔뻔하시네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도리어 침착해지고 있다.) 아실과는 당신을 찾아오다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을 뿐이에요. 저는 당신이 양심이 있다면 제게 먼저 연락이라도 주실 줄 알았는데. 본래 결혼한 부인까지 숨겨 두고 제게 추파를 던지신 것도 모자라서 그 사이에 또 다른 애인을 두셨다니요!
 
카트린:뭐? 부인이 있다고? (전혀 몰랐는지, 날카로운 눈초리로 쟝을 노려보기 시작한다.) 미친 거 아니야?
 
아실링 펜들레엄:진짜 미친 거 아니야? (카트린 옆에서 똑같이 반복한다)
 
쟝 르블랑:하…… (완전히 세 여자에게 둘러싸인 꼴이다. 난감한 기색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계획이 너무 틀어졌군.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예상 못했는데.
뭐, 상관 없겠지. 제물이야 많을수록 좋고.
 
쟝이 손가락을 한번 튕깁니다.
 
그와 동시에 시야가 암전됩니다.
 
.
 
캄캄한 방 안에 아실링 혼자 눈을 뜹니다. 손이 밧줄로 묶여있습니다.
 
쟝 르블랑은 무언가를 찾는 듯 뒤돌아 있고, 헬레네는 아직 잠들어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방심한 사이에 기절시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손을 풀만한 날카로운 것이 주변에 있나? 일단 밧줄 먼저 만지작거려본다.)
 
<손재주> 또는 <근력> 판정으로 밧줄을 끊어낼 수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저 재수 없는 남자. 가만두지 않을 테다. 감히 헬레네같이 순수하고 착하고, 귀여운 여자를 농락해???)
(힘으로 밧줄 풀려고 해본다.)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낑낑 용써봤지만, 쉽게 풀리질 않습니다.
 
재판정 해볼까요? 다른 판정도 가능!
 
아실링 펜들레엄:(제발! 여기 잘 벗어나면 근력운동할 테니까! 제발! 속으로 싹싹 빌며 다시 시도해 본다!)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운동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한 번 더 힘을 주자...! 기적같이 밧줄 일부분이 끊어졌습니다.
 
이 틈을 타 매듭을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쟝에게 들키지 않는 선에서 헬레네도 깨워 볼까요.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 매듭부터 먼저 풀어줘야겠다. 정신 차리자마자 묶여진 것 알면 놀랄라...)
(거친 밧줄에 피부 쓸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매듭 풀어준 다음에 작은 목소리를 헬레네를 깨운다.) 헬리, 헬리. 일어나세요. 소리는 내지 마시고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의 숨죽인 목소리에 눈꺼풀이 움찔거리더니, 천천히 정신을 차린다. 컴컴한 주변을 둘러보는 푸른 눈에 황당함과 두려움, 의문 등이 뒤섞인다. 아실링의 당부대로 소리는 내지 않았으나, 입모양으로 '여긴 어디죠?' 라고 물었다.)
 
아실링 펜들레엄:(부탁대로 소리 내지 않고 깨어나준 헬레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뒤늦게 주위를 자세히 돌아본다. 여긴 어디지?)
 
위에서 약간의 빛줄기가 보이는데, 계단을 올라야 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낡은 나무 계단을 밟으면 소리가 나 분명 들킬 거고요.
 
아실링의 가방이 가까운 곳에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또한, 아실링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이 흘러나와 있습니다.
 
그 안에는 신부에게 받은 묵주를 넣어 두었었죠.
 
확인해보니, 묵주의 줄은 끊어졌고 십자가는 깨져 있습니다.
 
특정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은밀행동> 판정이 필요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깨진 묵주가 아깝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전에 챙겨둔 레터 나이프를 꺼내기 위해 조심조심 가방에 손을 넣는다. 무기를 챙겨 겨눈다니. 마음 여린 헬레네가 보기엔 충격적으로 보이겠지만... 헬레네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보니 그것에 관해서는 순위를 많이 미뤄뒀다.)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실링은 소리없이, 조용히 가방 문을 열어서 호텔에서 챙겼던 레터 나이프를 꺼내는 데 성공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그쯤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쟝을 발견했다. 경계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최대한 소리 없이 몸을 뒤로 빼다가 아실링이 나이프를 꺼내는 모습을 발견한다.) ! (놀라서 눈이 커지긴 했지만, 영문도 모를 공간에 갇혀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와중이니 자신의 몸을 지킬 만한 수단이 필요함을 금세 깨닫는다. 입모양으로 '조심하세요, 아실' 속삭였다.)
 
어둠에 눈이 슬 익을 쯤입니다.
 
저 멀리 여자 하나, 그러니까 카트린 또한 손에 밧줄이 묶인 채 잠들어 있습니다.
 
쟝과 한 패는 아니었던 모양인데. 쟝은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역시 한패는 아니었던 것이겠지? 두고 피하기에는 양심이 찔리다 보니 레터 나이프로 여자의 밧줄을 잘라내 본다. 이어 나이프는 뒤로 숨긴 상태로 어깨를 톡톡 치며 깨워본다. 탈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실링은 카트린의 밧줄도 풀어줍니다.
 
그러나 헬레네와 달리 카트린은 어깨를 두드려도 쉽게 깨어나지 않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저런. 이렇게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선 여자를 깨우는 것은 뒤로해야겠지. 일단 다른 탈출구가 있는지 보다가 남자의 뒤통수를 노려본다. ...역시 먼저 공격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혼자였다면 저 뒤통수를 갈겨버렸겠지만. 지금은 헬레네도 있다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당장 탈출구는 옆에 난 나무 계단뿐인 것 같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주변에 의자나 길쭉하고 둔탁해 보이는 것이 있을까? 레터 나이프는 짧고 단번에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니 사용하기 꺼렸으나... 그것을 구하다가 남자가 눈치채는 것은 아닌가 싶어 선택지를 바꾼다.)
헬리... 너무 놀라지 마세요. (물론 분명 놀라겠지만. 소곤거림 이후로 남자 뒤로 다가가서 레터 나이프로 다리를 찌른다. 이러면 도망칠 시간은 좀 벌 수 있겠지?)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아실링은 시간을 벌기 위해 쟝의 다리를 노리려 했으나, 그를 향해 걸어가다가 낡은 바닥에서 삐그덕, 하는 소리가 울리고 맙니다.
 
쟝이 곧장 뒤돌아보더니, 두 사람이 깨어난 것을 보고 당황합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총이 하나 들려 있습니다.
 
쟝 르블랑:뭐, 뭐야. 주술을 걸어뒀는데 어떻게 일어난 거지?
 
헬레네 L. 라세리온:당신! 지금 하실 말이 그것뿐인가요? (총을 들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얼른 아실링의 손목을 뒤쪽으로 잡아끈다.) 죄송해요, 아실. 이렇게 위험한 사람인 줄은 몰랐어요. 바람을 핀 것도 모자라서 사이비였다니.
 
아실링 펜들레엄:주술이라니. 지금 무슨 말을..? 아... 세상에. (헬리. 당신 사이비에게 잘못 걸린 거군요... 입이 툭 벌어져 끝내 그 말을 꺼내지는 못하였으나 이어진 헬레네 덕분에 정신을 차린다.) 조심하세요, 헬리. 저 남자 총을...
 
뭐라 받아치면 타이밍 좋게 총성이 들립니다.
 
쟝 르블랑:시끄러워! 무서운 줄 모르고 입을 놀려대긴!
 
헬레네의 옆 벽에서 연기가 피어올라요. 아슬하게 빗나갔군요.
 
전투를 시작합니다.
 
순서는 아실링-쟝-헬레네...입니다.
 
우선은 쟝의 총을 빼앗는 것을 목표로 합시다.
 
아실링 펜들레엄:(총만 없다면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겠지.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고 남자의 손을 향해 휘둘린다. 치명상까지 바란 것은 아니다. 남자가 총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텐데.)
레터 나이프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아실링은 쟝에게 쇄도하며 손을 향해 칼을 휘두릅니다.
 
당신의 민첩한 움직임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쟝이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총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쟝 르블랑 HP -3.
 
쟝 르블랑:크아악! (베인 손등을 반대쪽 손으로 감싸고 비명을 지른다. 그렇게까지 깊게 베인 것 같지도 않건만 다쳐본 적이 별로 없는 건지 난리를 친다.) 내, 내 손!
이게! 왜 헬레네 같은 여자 따윌 감싸는 거야?! 저 여자랑 사귀는 것도 아니라면서!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아실링의 어깨를 밀쳐내려 한다.)
 
아실링, 반격이 가능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 (이게 무슨 소리야? 하면서 남자의 손을 피하기 위해 몸 숙인다.) 사귀면 감싸도 돼요?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실링은 재빠르게 몸을 숙여 쟝의 손길을 피해냅니다.
 
덕분에 쟝은 허공을 밀치다가 몸의 중심을 잃어서 쿠당탕 넘어지고 맙니다.
 
쟝 르블랑:윽! 개같은 게, 진짜…… (욕설을 내뱉는다.) 사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귀찮게 구냐고! 난 내 이익을 위해 상대를 이용했을 뿐이야. 난 계시를 받았다고!
헬레네를 바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했어!
 
아실링 펜들레엄:이용?? 이요옹???? (손이 아니라 저 입부터 먼저 공격했어야 했나? 계시니 뭐니 하는 남자의 말은 헛소리 취급한다.) 헬리! 총! 총 주워서 사용하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해결된다니요? (눈살을 찌푸린다. 그게 무엇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르블랑 씨는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접근하신 거였군요. 저는 적어도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기는 한 줄은 알았는데…… 처음부터 절 속이신 거였어요.
저는 총을 다룰 줄은 몰라요. 함부로 쓰면 저도 다칠 수도 있다고 들었구요. (떨어지며 튕겨져나온 총을 주워들어 조심히 장전을 해제한다.) 이 위험한 물건을 제게 아무렇지도 않게 겨누시고. 정말로 너무하시네요, 당신.
 
헬레네는 전투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실링의 턴.
 
아실링 펜들레엄:(역시 헬리! 장전 해제하는 헬레네를 보며 뿌듯해하다가 다시 남자를 향해 나이프를 겨눈다.) 항복하고 죄를 뉘우친다면 적당히 때려준 다음에 경찰을 부를 생각이었는데. 헬레네를 꼭 해지겠다. 이 말이죠?
그 말을 들은 이상 당신을 멀쩡하게 보낼 수는 없겠네요.
레터 나이프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쟝 르블랑:당연하지. 뭣하러 여기까지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죽은 아내를 되살리려면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아실링의 팔을 거세게 쳐내려 한다)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47
판정결과: 실패
피해: 7
 
쟝이 아실링을 쳐내려 했으나 아실링이 좀 더 빨랐습니다.
 
아실링의 나이프가 쟝의 목덜미를 베고 지나갑니다.
 
흠뻑 흘러나오는 피가 그의 셔츠며 코트를 적시기 시작합니다.
 
쟝 르블랑 HP -4.
 
쟝 르블랑:(목에서 흘러나오는 뜨끈한 것을 손끝으로 더듬는다.) 미친…… 당신은 대체 뭐야?! 뭔데 다 잡은 덫에 이렇게까지 훼방을 놓는 거냐고!
(반쯤 발악을 하면서 아실링의 팔을 붙잡으려 한다)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정신을 반쯤 놓은 탓일까요, 쟝의 손길은 당신 옆쪽의 허공만을 휘젓습니다.
 
아실링, 반격이 가능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더 늦기 전에 헬레네에게 비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을. (끈질기고 멍청하구나. 뭐. 현명했다면 헬레네 같은 여자를 두고 한눈팔 생각 따위 못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남자의 다리를 향해 나이프를 휘두른다.) 무릎 꿇고 사과하세요.
레터 나이프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아실링은 칼을 휘둘러 쟝의 왼쪽 정강이를 베어냅니다.
 
칼이 작은 탓에 깊이 벨 수는 없었으나, 옷자락이 찢어지고 피가 배어나옵니다.
 
쟝 르블랑:(휘청거리며 무릎을 꿇을 뻔했다가 겨우겨우 벽을 붙잡고 선다. 눈에 핏발이 선다.) XX……!
 
쟝의 기세는 여전하나, 온몸이 상처로 가득하고 피를 줄줄 흘리는 탓에 더는 달려들지 못합니다.
 
전투를 종료합니다.
 
쟝 르블랑:개같은 X, 내가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것 같아?! (비틀거리더니, 엄청난 속도로 아실링의 뒤쪽에 물러나 있던 헬레네를 향해 쇄도한다.)
 
쟝은 순식간에 헬레네를 인질로 잡곤 목가에 칼을 들이댑니다.
 
최후의 발악인가 본데, 생각보다 악력이 강해 헬레네도 뿌리치질 못합니다.
 
쟝 르블랑:좋아, 이렇게 하자고. (가쁜 숨을 내쉬며 사악하게 웃는다.) 이 여자만 넘기면 당신은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지. 어때? 어차피 여행지에서 며칠 잠깐 만났을 뿐이지 아무런 사이도 아니잖아!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 목가에 칼을 들이미는 남자를 보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나이프를 잡느라 힘이 과하게 들어간 손이 덜덜 떨다가 날 부분이 바닥으로 향하게 뒀다.) 잠깐, 헬리. 헬리는 건들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들린 남자의 말이 왜 이렇게 아픈지. 울상으로 남자의 말을 되뇌다 다시 칼날을 남자를 향해 둔다.) 난... 싫어요.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말이 싫어요. 이 여행이, 헬리와 함께한 시간을 아무렇지 않은 시간으로 두기 싫어요. 그 이상의 사이가 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니까. 그러니...
방해꾼인 당신은 사라지세요.
 
쟝 르블랑:흐. 흐흐흐.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난 이 여자가 꼭 필요하다고. 나에겐 더 소중한 사람이 있어. 꺼져. 당장 꺼져! (헬레네를 칼 쥔 손으로 더 압박하려 할 뿐, 놓아줄 기미가 없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 (들이밀어진 칼날에 원초적인 공포가 차오르면서도, 아실링의 다정과 깊은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그렁거린다.) 저, 저 때문에 당신까지 다치시면 안 돼요. 물러나세요, 저는 어, 어떻게든 해 볼테니까……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가지가지 하고 있네.”
 
그 순간 누가 그리 말하며 쟝을 냅다 걷어찹니다.
 
반동으로 칼이 떨어지고 헬레네는 풀려납니다.
 
어느샌가 깨어난 카트린이 쟝을 내려다보며 서 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카트린과 남자는 뒤로한 상태로 풀려난 헬레네에게 곧장 뛰어가 어깨를 붙잡는다.) 헬리, 헬리. 괜찮으신가요? 아. 목은. 다친 곳은?? (혹시나 다친 곳이 있는 것은 아닌가? 잡힌 곳이며 목 부분을 살핀다.)
 
헬레네 L. 라세리온:(울먹거리면서 아실링의 품에 안긴다.) 저, 저, 저는 괜찮아요. (피가 묻어 있긴 하지만 전부 쟝의 피인 듯하다. 그보다는 크게 놀랐는지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무서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울먹거리는 헬레네를 보고 있자니 괜히 울컥하고 눈물이 차올랐다. 충격적인 사실을 몇 번이나 겪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상했을 텐데. 이번에는 살해당할 위기까지 겪다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떨리는 손으로 헬레네 등을 감싸고 진정시키듯 토닥인다.)
 
한편 카트린은 그의 재킷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아 아실링에게 던집니다.
 
카트린:나가요. 뒤처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당신들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끝내는 게 편하죠?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를 달래면서도 여자가 던져준 열쇠도 야무지게 잡는다. 이렇게 먼저 빠져나간다면 저 여자는...?) ... 감사합니다.
 
위쪽 문 너머에서 약하게 빛줄기가 새어 나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럼. (헬레네 손을 잡고 먼저 계단을 오른다.) 헬리. 뒤돌아보지 마세요. 당신이랑 그는 여기서 끝. 당신이 뒤돌아볼 만큼 추억할 만한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은... 저만. 저만 보고 와주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떨리는 손을 감싸주는 손길이 무척이나 따스하게 느껴진다. 저도 모르게 꾸욱 힘을 주게 될 만큼.) …… 네. 더는 돌아보지 않을게요. (한때 열렬히 좋아했다고 생각했으나 오로지 저만의 일방적인 마음이었다.한 번도 맞닿은 적 없었다. 그렇다면 더는 미련을 가질 필요 없을 테지. 헬레네는 무른 사람이었으나 저를 죽이려고까지 한 사람에게까지 정을 남길 정도는 되지 않았다. 눈가를 문질러 닦으며 아실링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헬레네와 아실링이 이동하기 시작하자 카트린은 다시 쟝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카트린:자기. 아까 자는 척하면서 다 들었는데. 얘기 좀 하지?
 
쟝 르블랑:자, 잠깐 달링. 이건 전부 오해……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 잠까아안!!!
 
한 커플의 역사적인 끝입니다.
 
불똥이 이쪽까지 튀기 전에 어서 갑시다.
 
낡은 나무 계단에선 삐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찝찝했지만 헬레네의 목적도 다 달성했고, 두 사람에게 남은 일정은 없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여행의 끝은 이걸로 마무리되는 건가? 이상한 남자에게 얽매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안심이 되지만. 이번 일에 대한 충격이 헬레네를 많이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 ... 일단 쉬는 게 좋겠군요.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렇죠?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로요. ……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부모님도 저를 계속 찾고 계실 테고, 앞으로의 계획도 좀 더 천천히 정리해 보고 싶네요. 정략혼을 순순히 받아들일 마음은 없지만 지금은 심적으로 너무 지쳤어요. 돌아가서 일단은 결혼을 미룰 수 있는지부터 여쭈어볼까 해요. (잠깐의 정적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아실은 본래 파리에 전시회를 보러 오셨다고 했죠. 아직 끝나지 않았어야 할 텐데요.
 
아실링 펜들레엄:아. (이상한 남자를 밀어내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정략결혼이 남아있었지. 그 일을 생각하자니 다시 걱정이 스믈스물 몰려왔으나 앞으로의 계획을 천천히 정리해 보고 싶다는 말에 다른 의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헬리라면 분명 자신을 위해 좋은 선택을 하겠지. 그리 믿어주는 것이 친구의 역할일 테니.) 음... 전시회는 나중에 볼게요. (돈이 없기도 하고, 지금은 구경할 정신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표가 생긴다고 해도 작품이 아닌 헬레네 생각만 줄곧 하겠지.)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에게 진 빚도 갚아야 하구요. 그렇잖아도 수표밖에 없어서 경찰서까지 다녀 왔는데 나중엔 지갑을 잃어버려서 더한 폐를 끼쳤네요. 정말이지 너무 죄송하고 또 감사했어요. (고개 숙여 인사하곤) 아, 혹시 저 때문에 일정을 미루신 걸까요……? 르블랑 씨가 저렇게 사이비에 빠져 있기까지 할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했네요. 그러고보니 아실은 다친 데 없으세요? 저도 도와드려야 했는데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아실링 펜들레엄:감사는 다음으로 미뤄둬요. 당신 덕분에 외롭지 않은 여행이었어요. (인사하는 헬레네 어깨를 잡고 말려본다. 이렇게 헤어졌다가는 어쩐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럴 리가요.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제가 꽤나 변덕스러워서요. 갑자기 제 침대가 그리워졌지 뭐예요. 따끈하고 무척이나 폭신하답니다. 너무 그리워져서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다치지 않았냐는 말에 제 몸을 살펴보지도 않고 고개 젓는다.) 다치지 않았어요. 저와 당신 둘 다 멀쩡하니 다행이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저도 아실과 함께 한 시간…… 정말 즐거웠어요. 이렇게까지 단시간에 가까워질 수 있다니 놀라울 정도로요. 처음에는 정말 예상치 못하게 만났는데 말이죠. 덕분에 아픈 기억을 행복했던 추억으로 모두 덮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창백하던 낯에 그제야 옅은 미소가 번진다.) 다치지 않으신 것도 정말 다행이구요. 연락처를 주실 수 있나요? 나누었던 약속들이 있으니 전부 지켜야지요.
 
아실링 펜들레엄:(혹여 이번 일 자체가 헬레네에게 끔찍하게 남아버려서, 같이 여행한 사람까지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나는 어떻게 너를 그리워해야 하나. 그리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생각이 많은 제 걱정일 뿐이었고, 가장 바라는 답변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생글 웃음 지어버렸다.) 당연히 드려야죠. 당신이라면 제 전화번호 악용해도 좋아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과 함께 키득거리더니 가방 안에 있는 메모지에 제 연락처를 적어 헬레네에게 건넸다.) 여기요. 아, 물론 부담 갖지는 마시고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악용이라뇨?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 걱정 마세요!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였다가 푸스스 웃으면서 연락처를 받아들었다.) 영국으로 돌아가면 금방 연락을 드릴게요.
 
문을 열면 붉은 커튼이 보입니다. 무대 뒷편이었던 모양입니다.
 
커튼 너머에 사람이 있는지 웅성거리는군요.
 
아실링 펜들레엄:(당연하게도 진담이었다. 헬레네 옆에서 같이 키득거리다가 조심조심 커튼을 겉어낸다. 사람들이 많나...?)
 
거대한 커튼을 걷자 매표소에 있던 직원과 경찰 여러 명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중 하나가 당신들에게 총을 겨누다 말고 얼굴을 찬찬히 살핍니다.
 
“꼼짝 마, 당신들은 체포…… 응? 이봐, 말한 것과 다르잖아. 저 사람이 극장 주인이야?”
 
“아, 다행이다! 무사하셨군요 두 분!”
 
“저분들이 구해야 할 분들이었다구요! 정말. 얼마나 걱정했는지.”
 
“응? 근데 잠깐만, 저 주황 머리 아가씨 어딘가 익숙한데…”
 
“아, 라세리온! 라세리온 가 막내딸 아니야?”
 
“뭐?”
 
“응? 그러면……”
 
“실종자를 찾았다!”
 
“어이, 자네! 내 발을 밟고 있잖아! 조심하라고.”
 
“잠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 중 누군가는 당황하고, 누군가는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듯 손을 내밉니다.
 
시끄러운 틈에서 붉은 커튼을 쥔 채 헬레네는 말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무래도 조용히 돌아가긴 글렀네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꼭 다시 만나요, 아실.
 
아실링 펜들레엄:(이렇게 들켜버린 이상 비밀로 남지는 않을 테지만, 헬레네에게 맞춰 자신 역시 목소리를 낮춘다.) 네에. 꼭 다시 봐요, 헬리.
 
.
 
그날 이후 몇 주가 흘렀습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간 헬레네와 아실링이 이상할 정도로 나오지 않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걱정한 직원이 경찰을 불렀다고 합니다.
 
이후 짧은 조사를 받았지만, 카트린이 헬레네와 당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증언한 덕분에 별일 없이 끝났습니다.
 
사건은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라세리온 가는 사과와 함께 아실링에게 확실한 보상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입니다.
 
동료 사서가 전화 연결 요청이 들어왔다며 당신을 다급히 부릅니다.
 
누군진 몰라도 급하다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무슨 일이지? 갑자기 어마 무시한 일이 생긴 것이라면 당분간 또 휴가 내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전화받는다.) 네. 아실링 펜들레엄입니다.
 
수화기를 드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 들리시나요?]
 
몰래 통화하고 있는지 목소리가 다급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헬, 헬리? 갑자기 무슨. 일단 저예요. 왜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 (긴급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덜컥 목소리가 커졌다.)
 
헬레네 L. 라세리온:[네, 저예요! 저희 극장에 가는 길에 보았던 그 언덕을 기억하시나요? 비행기 표를 보내드릴 테니, 지금 파리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시간이 없어요!]
[저, 오늘 결혼해요!]
 
주변에서 소란이 있더니 전화가 금방 끊어집니다.
 
아실링의 곁에서는 한창 바쁜지 서류가 날아다니며 이곳 저곳에서 아실링을 부릅니다.
 
아실링, 어떡할까요?
 
그 전에 기억하세요, 이건 그냥 로맨틱 코미디 속 시련입니다.
 
마침 날이 좋고…….
 
아실링 펜들레엄:(휘날리는 서류를 멍하니 보다가 급하게 겉옷을 챙겨 문밖을 나서다가 멈춘다.) 죄송해요. 저, 무척 급한 일이 생겨서요. 월급에서 일당 까거나 잘라버려도 긍정할 테니까요. 그럼! (그날 이후로 거금을 몸에 지니고 다닌 자신에게 칭찬을 하며 공항으로 급하게 향한다.)
(안돼요, 헬리. 그 남자랑은... 사실 그 남자가 아니더라도 나는 당신이..!)
 
출발 직전의 비행기에 겨우 몸을 실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객실의 창밖으로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숨을 고르는 동안에도 조바심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비행기는 거침없이 달려 파리에 도착합니다.
 
어디로 갈까요, 아실링?
 
아실링 펜들레엄:(헬레네와 함께 있었던, 기억 속의 그 언덕으로 달려간다. 아름답기만 하던 그 언덕.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으나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하지만 불평하기엔 그럴 여유는 없었으므로 숨이 가쁘게 언덕을 향해 뛰어간다. 중간에 신발 한쪽이 벗겨졌으나 신경 쓰지 않고 다른 한쪽까지 벗어던지고 장소를 향해 뛰었다.) 헬리!!
 
플랫폼에 내리자마자 아실링은 거리를 가로질러 뛰기 시작합니다.
 
신호를 무시하며 신발까지 벗어든 채로 거리와 계단을 가로지릅니다.
 
언덕으로 뛰어가자, 익숙한 성당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성당 앞에는 예식을 알리는 흰 꽃 장식과 단정한 복장을 한 하객들이 보입니다.
 
이미 결혼식이 시작된 걸까요?
 
주저 말고 문을 열어 젖힙시다.
 
아실링 펜들레엄:이... 이 결혼 반대야!!! (그럴 타이밍이 지났다고 해도 뭐 어떤가. 혼인신고한 게 아니라면! 만약 했다고 해도 헬레네랑 도망쳐버릴 테다! 소리를 꽥 지르며 문을 성큼 열어 젖혔다.)
 
쾅! 아주 큰 소리가 납니다.
 
문을 열면서 외친 아실링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성당 안의 소리가 잦아듭니다.
 
주례자의 목소리도, 신랑과 신부 앞에서 조용히 흐르던 음악도 한순간에 멎었군요.
 
모두의 시선이 문가에 선 아실링을 향합니다.
 
촛불이 반짝이는 화려한 성당 안, 웨딩드레스를 입은 헬레네가 끝에 서 있습니다.
 
그녀의 옆에는 샤토 르클레르 측의 신랑이 있군요.
 
단정하게 예복을 갖춰 입었지만, 어쩐지 신문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초라해 보입니다.
 
당신이 미처 숨을 다 고르기도 전에 어떤 목소리가 정적을 깹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
 
그는 망설임 없이 웨딩드레스 자락을 말아쥐고는 신랑 곁을 박차고 당신을 향해 달려옵니다.
 
동시에 식장이 술렁입니다.
 
헬레네가 한 손을 뻗어 당신의 손을 붙잡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와주셨군요!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가 당신을 이끌고 달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헬레네를 보고 숨이 멎은 사람처럼 굳어있었다. 전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헬레네는 참 아름답구나... 그 감상에 다른 감상이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자신의 손을 이끄는 헬레네에 의해 일단락되었다.)
(파리에 도착한 이후로 줄곧 뛰기만 해서 폐가 터질 것처럼 아파왔으나 얼굴에는 미소가 맴돌았다. 일단 헬레네랑 다시 만났으니 된 거겠지.)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저도요. (성당을 벗어나기 위해 정신없이 뛰는 와중에도 얼굴에 환한 웃음이 어린다. 역설적으로 결혼을 뒤로하고 떠나는 와중에서야 진정 행복한 신부 같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아실링은 얼떨결에 같이 도망치게 됩니다.
 
숨이 가쁘게 차올라도 멈출 수 없습니다.
 
문을 빠져나간 두 사람은 성당 밖을 향해 뛰기 시작합니다.
 
뒤에서는 하객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고, 다시 음악이 연주됩니다.
 
신랑이 무언가 소리쳤지만 헬레네는 개의치 않습니다.
 
긴 드레스가 계단을 스치고, 당신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리로 내달립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한참을 뛰어 성당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겨우 멈춰선다. 헉헉,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웃음이 가실 새가 없다.)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응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아실.
 
아실링 펜들레엄:(양 무릎에 손을 올리고 몸을 숙인 상태로 한참 동안 숨을 몰아쉬다가 겨우 고개 들었다. 시야 속의 헬레네는 여전히 아름다워서 방긋 웃기만 한다.) 무리한 부탁인걸요. 당신이 하는 부탁인걸요. 제가 뭘 못 들어드리겠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부모님을 설득해 보려고 했지만 도통 듣지 않으시더라구요. 가문간의 이득만을 위해 억지로 하는 결혼은 저에게도 상대 분에게도 모두 불행하기만 할 것 같았어요. 저를 도와주실 분은 아실뿐이라고 생각해서 전화를 드렸는데, 곧장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실링을 와락 끌어안는다) 당신과 기차에서 만났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런... ... 가족 이야기에 제가 말을 얹기는 참 그렇지만. 그건 부모님이 나쁘셨어요. 헬리, 당신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을. 아무튼... 선택하고 전화 주셔서 감사해요. 신문 같은 것으로 당신 결혼 소식을 접했다면 정말 슬펐을 거예요. (끌어안는 헬레네의 행동에 잠시 몸이 굳었다가 곧 제 팔을 뻗어 세게 포옹한다.) 이런 제가 당신의 또 다른 행운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헬리.
 
헬레네 L. 라세리온:연락을 이런 일로 드리게 된 건 조금 겸연쩍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났으니 된 게 아니겠나요. (끌어안은 채로 맑은 웃음소리를 낸다.) 그건 이미 이루어진 바람이네요! 아실과의 만남이 제 인생에 얼마나 큰 전환점을 찍었는지 모를 거예요.
이제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부모님의 결정에 대놓고 반대를 하고 결혼식까지 파토를 냈으니 더는 저를 지원해주지 않으실 것 같은데. 독립을 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자유롭게 살아 보고 싶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자꾸 그렇게 이야기해 주시면 저, 당신에게 모든 걸 내어 드릴 수밖에 없는걸요~. (말해놓고 나서야 방금 자신이 무슨 마음이었는지 알아차렸다. 아... 나는 이 사람을 위해 정말 다 내어줄 수 있겠구나.)
음... 이런저런 곳이 많이 생각나지만, 일단 옷집부터 먼저 가죠. 웨딩드레스는 눈에 많이 띄기도 하고 불편하니까요. 이후로는 천천히 생각해 볼까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나.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제 입가를 가린다. 가볍게 나온 듯한 말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아차리자 볼이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한다.) 놀랍고 황공한 말이네요. 하지만, 어쩌면…… 네. 저도 아실에게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아요. 그 뒤에 천천히 생각해보는 걸로 해요. 대신 이번에는 함께할 수 있는 걸로! (한 손을 내밀었다.)
 
아실링 펜들레엄:(당신 역시 나에게 그럴 수 있다니? 가볍게 나온 말인 걸까..? 아니면 나와 같은... ...)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에 마구 피어났으나 헬레네의 말대로 천천히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여행은 이제 겨우 다시 시작했을 뿐이었으니까.) 당연하죠. 당신하고 함께할 생각뿐이에요. (내밀어 준 손잡고 무작정 걸어간다. 아, 이 이후로는 또 어떠한 즐거움이 따라올까?)
 
두 사람의 여행은 이제 막 재시작의 막을 올렸을 뿐.
 
서로의 웃는 얼굴을 마주보며, 두 사람은 손을 맞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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