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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7~220809] 아실헬리 - 가장 투명한 거울 위에서

플레이타임 : 11시간 반

 

 

 
오늘 새벽, 소행성 파에톤의 유성우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아실링은 유성우 사진을 찍기 위해 헬레네와 함께 소금사막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실은 캠핑카,
 
아이스박스에 실린 맥주와,
 
포트에서 끓고 있는 드립커피의 향기.
 
모든 것을 비추는 광대한 거울 속,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GM:dd
 
오후 2시
 
GM:dd
 
“─두 사람이 함께! Two People, OK? One person, NOT OK!”
 
옆 차를 타고 온 가이드가 날이 선 소리로 관광객들에게 소리칩니다.
 
어느 관광객이 혼자 소금 사막의 한 복판으로 걸어들어간 모양입니다.
 
목에 카메라를 건 체크무늬의 셔츠의 남자는 머쓱한 표정을 하고 굽신굽신 고개를 숙이며 관광객의 무리 사이로 돌아옵니다.
 
둘이 함께 해야 한다는 건, 소금 사막의 규칙입니다.
 
이정표가 될 만한 것 하나없이 평평하고 넓은 이곳은,
 
사방을 둘러봐도 희고 흰 지평선 뿐입니다.
 
때문에 이 곳에 출입할 때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GPS 소지 역시 필수이며,
 
차 역시 한 대가 고장나면 그대로 고립되므로 이동 시 두 대가 한 쌍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 1박 2일을 지내기로 한 둘은,
 
가이드 차량을 따라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캠핑카 자체의 무게 때문에 이동 속도는 그닥 빠르지 않습니다.
 
가이드의 차량은 숙박을 하기 좋은 스팟을 향해 여행객을 따라가는 와중입니다.
 
가이드는 이 투어리스트들의 여행을 마치는 위치에서 캠핑을 해야 하며,
 
자기들도 현업이 있으니, 곧바로 그 곳으로 갈수는 없고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자신들을 따라와야 한다고 이야기 했었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뭔가.. 정신없네요. (소곤소곤..) 손 놓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곳에서 미아가 된다면.. 물론 사람 인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곳으로 갔다가 큰일 날 수도 있잖아요. (손 꼬옥 잡는다.)
 
헬레네 L. 라세리온:어떻게 이렇게 아무런 건물도 없이 사막만이 쭉 펼쳐져 있는 걸까요? 너무 신기해요! (쭉 뻗은 지평선과 희디흰 사막이 신기한지 연신 두리번거리느라 바쁘다. 그러다 손에서 느껴지는 촉감을 자각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깍지를 꼈다.) 네, 조심할게요! 그나저나... 오늘은 캠핑카에서 밤을 보내는 건가요? 정말이지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요.
 
아실링 펜들레엄:정말 근사해요. 무슨 마법이 일어난 것만 같아요. 물론 마법 같은 것은 없고 다 환경 변화 때문에 일어난 것이겠지만요. (매번 제대로 된 숙박시설에서만 있다가 캠핑카라니. 이쪽도 두근거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캠핑카에서 자는 것은 저도 처음이에요. 좋은 것을 구했으니 생활하는 것에는 큰 문제 없을 거예요.
아, 저기 가이드분 보세요. 엄청 바빠 보이시네요.. (나는 말 잘 들어야지...)
 
가이드는 아직 불안한 듯 한 투로, 혼자 빠져나간 관광객과 여행객들에게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스페인 어의 억양이 제법 섞인 영어가 빠르게 쏟아집니다.
 
차량의 소음이나 다른 차와 이 차 사이의 거리 때문에 말은 희미하게 들립니다.
 
[듣기] 판정
 
헬레네 L. 라세리온:저도 캠핑카에서 자보는 건 처음이에요. (매번 두꺼운 털과 솜을 가득 채운 고급 침대에서만 취침하며 곱게 자라온 헬레네인지라 모든 경험이 새롭기만 했다. 여전히 손을 맞잡은 채로 조금 더 한눈을 팔다가 가이드의 말에 집중한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스페인어 억양이라 좀 더 집중해서 들어야겠다! 귀 쫑긋)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언어의 장벽이란 높구나...)
 
가이드: ... ... 길을 잃고 소금 사막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앞에 내용은 잘 들리지 않네요.
 
주변은 시릴만큼 청명한 파랑과, 하양 뿐입니다.
 
하늘을 죄다 반사해 지평선의 경계조차 구분이 가지않는 흰 바닥이 끝을 모르고 펼쳐져 있습니다.
 
그 탓에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의 무리는 구름의 이 곳 저곳에 올라탄 것 처럼 보입니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바닥에 비친 구름이 한 쪽으로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관광객들이 왁자지껄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 동안,
 
여행 가이드는 그들을 양 떼 몰듯 통솔하며 가져온 공룡 피규어나 모형 같은 걸로 원근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사진을 찍어주고 있습니다.
 
소금의 흰 빛과 물의 반사광이 산란하는 탓에,
 
선글라스가 없다면 순백을 똑바로 바라보기조차 힘이 듭니다.
 
자칫하면 망막을 태울 만큼의 빛무리.
 
그리고 옆에는, 눈부신듯 미소를 짓는 동행인이 있습니다.
 
둘은 조금 뒤 쪽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소금 사막에서 노는 걸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막의 낮은 온난하기 그지 없습니다.
 
슬리퍼를 신은 발가락 사이로 소금물이 스치는 감각이 간질간질….
 
발 아래는 약 10cm 전후로 고인 물과 두꺼운 소금의 표층이라,
 
마치 물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물이 고여서 별이 반사될 만큼 비가 와야 하지만, 또 별을 가릴 만큼 구름이 끼어서는 안되거든요. 어제 비가왔고, 오늘은 맑으니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벌써부터 들떴는지 카메라를 손에서 떼지 않는다.)
 
헬레네 L. 라세리온:날씨도 저희를 도와주네요! 이렇게 맑고 파란 하늘이라니... (바닥에 반사되는 풍경을 관심깊게 내려다본다.) 마치 저희가 하늘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적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신기해서 높이높이 날아 잡아보고 싶어했었는데, 오늘 어릴 적 소망을 이루었네요. 더없이 특별한 곳이니 사진을 잔뜩 찍도록 해요, 아실. (먼저 양쪽으로 브이를 하며 포즈를 취해본다)
 
아실링 펜들레엄:날씨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사진도 정말 예쁘게 찍히겠죠? (이번 여행도 정말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잔뜩 신이 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어머, 직접 잡아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거예요? 아니면 하늘과 더 가까운 곳에 가보고 싶다거나. (스카이다이빙하는 헬리 상상하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이런 배경에서 같이 사진을 찍으면 정말 근사할 거예요. (즐거움이 한껏 담긴 목소리로 종알종알. 여행 시작부터 계속 이런 상태였다. 네 엽서 브이하고는 사진을 몇 장 찍는다.) 낮에는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찍고, 밤에는 별을 잔뜩 찍기로 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직접이요? 번지점프... 같은 걸 말하시는 걸까요. (어색하게 미소한다.) 엄청 높은 곳에서 날 수는 있겠지만...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혹시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할 것 같구요. 아실은 왠지 그런 거 좋아하실 것 같아요. (같이 브이를 한 채 렌즈를 바라보며 찰칵! 날씨도 최상인데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이라니 절로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다.) 좋죠. 이리 맑은 하늘에서 바라보는 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벌써부터 너무 기대돼요. 집에 돌아가서도 두고두고 앨범을 들춰볼 것 같으니, 사진을 잔뜩 찍어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번지점프보다 더 높은 곳이요..! 스카이다이빙이라고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거예요! (하늘에서 떠있는 거, 재밌을 것 같다며 어린아이 같은 웃음소리를 낸다.) 그런 것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더 좋아해요. (스카이다이빙은 나중에 혼자 해보기로. 다시 사진 찍는 것에 집중한다.) 제가 날씨를 이겨내고, 열심히 찍어볼게요. ... 밤에는 기온이 확 떨어진다고 해서, 조금 떨려요. 준비는 다 해와서 얼어 죽을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칭얼칭얼. 그러나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헬레네 L. 라세리온:스카이다이빙... 들어본 적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정말 번지점프보다 더 위험하고 무서워 보이네요. 스릴있을 것 같긴 하지만요. (연신 포즈를 취한다.) 그러게요. 지금은 이렇게 얇은 옷을 입는데, 밤에는 확 추워진다니... 주변에 따로 보온 시설이 없기 때문이겠죠.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겠네요. 하지만 어쨌거나 사진보단 건강이 우선이에요. 무리해서 찍으실 필요까진 없어요. 아셨죠?
 
아실링 펜들레엄:낮밤으로 날씨가 바뀌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에요. 헬리의 말대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거예요. 별도 도시에서 보는 별들과는 다른 아름다움일 테고요. (해는 언제 지려나. 급하게 시간을 확인한다.) 당연하죠. 몸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할게요. 감기 같은 거 걸리고 싶지 않아서 핫팩도 준비했답니다. (감기에 걸리.. 헬리한테 뽀뽀 못한다..!!) 어두워지고 나서, 카메라를 바깥에 오래 세워두는 방식으로 별의 일주를 찍고 싶어요. 아, 헬리 그거 아시나요? 오늘 새벽 5시부터, 유성우가 떨어진대요! 유성을 찍고 소원도 빌고 싶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맞아요. 가로등이나 건물의 등불 하나 없이 온전히 밤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다니, 정말 특별한 기회네요. 별의 일주가 얼마나 아름답게 담길지 기대하게 돼요. (평소에 별을 좋아하는지라 무척 들떴다.) 핫팩도 잘 챙겨오셨군요. 잘하셨어요. (꼼꼼한 아실 쓰담쓰담~) 유성우까지 떨어진다니... 저희가 여행 날짜를 아주 잘 잡았네요! 그럼 일찍 잠들어서 일찍 일어나야겠어요. 일단, 해가 더 지기 전에 아실의 사진도 찍어드릴게요. (카메라를 달라는 듯 손을 내민다.)
 
아실링 펜들레엄:빛의 궤적을 찍을 수 있는 방법으로 찍는 법도 알아왔답니다. 다시는 없을 예쁜 사진을 찍겠어요. 잔뜩 찍어서 앨범에는 여러 개 남기는 게 이번 여행의 최종 목표예요. (칭찬받고 빵긋! 나는 굿 아실~) 체력도 아낄 겸 오늘은 일찍 잠에 들으려고요. 내내 여행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여서 피곤도 좀 쌓인 것 같으니, 미리 자두는 것도 좋겠죠. (내내 놓고 있지 않던 카메라를 네게 넘긴다. 포즈는 일반적인 브이. 다른 포즈는 아직 잘 모른다.)
 
헬레네 L. 라세리온:분명 아주 소중한 앨범이 될 거예요. (일주 사진, 빛의 궤적...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오는 단어들이다.) 말씀하시는 걸 보니 사진에 관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오셨나 봐요, 아실. (각도를 여러 차례 바꿔가며 열심히 찍는다. 헬레네도 사진을 찍혀본 적만 있지 찍어준 적은 잘 없는지라 흔들린 사진도 많고 약간 어설프다. 그래도 연신 칭찬을 입에 담는다.) 너무 예쁘게 나오네요, 아실! 오늘 입으신 옷도 무척 잘 어울리시구요.
 
아실링 펜들레엄:전문가들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일반인 치고는 잘 하는 정도인 것 같아요..! (그동안 열심히 공부도 해왔겠다, 사진 찍는 것에 자신감 붙었다. 못하는 것은 개인 사진 포즈 하기뿐!) 저, 정말요? 포즈 이것만 해서 괜찮을까요? (한두 장 찍고 말 줄 알았는지 조금 당황한다. 열심히 찍는 네게 보답이라도 하듯 브이에서 손하트나 꽃받침 같은 포즈로 바꾸기도 한다. 물론 자세는 어색하다.) 몇 주 전 당신과 백화점 갔던 일, 기억하시죠? 헬리가 예쁘다고 했던 옷이랑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찾아서, 이게 제 운명의 옷인가 싶어 샀어요! (예쁘다고 칭찬 들어서 또 뿌듯해짐)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이 관심만 있으시다면 쭉 사진을 찍으시면서 실력을 늘려보는 건 어떠신가요. 그러면 충분히 전문가처럼 뛰어난 작품들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입버릇처럼 긍정적인 말들을 하며 셔터를 눌러댄다. 어색해 보이는 포즈에도 칭찬하며 찍기에 바쁘다.) 저는 아실만은 못하겠지만, 제가 찍은 사진들도 같이 인화해주세요. 아실을 찍은 사진들은 소중하니까요~ (옷에 관한 백스토리를 들으며 감동받는다) 와아. 사소한 말인데도 기억해주셨군요. 운명의 옷인 게 분명해요. 여기가 파티장이었다면 앞다투어 아실에게 파트너 신청이 왔을걸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래요? 이참에 전문가 자리를 노려볼까요? 사진 공부도 제법 재밌더라고요. (열심히 공부하면 헬리 사진도 더 잘 찍을 수 있겠지? 확실한 이유가 생기자 갑자기 학구열 불타오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포즈 공부를 더 해올 걸 그랬나 봐요. 정말 이런 포즈로도 괜찮은 거예요? (계속 찍다가 보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얼굴이 점점 빨개지더니 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린다. 이렇게 많이 찍힐 줄 알았으면 분명 이것 말고 다른 포즈를 연습해왔을 텐데.) 물론 당신이 찍은 사진은 다 인화할 거예요. 제 추억이면서 보물인걸요. (칭찬받고 헤실헤실 웃는다. 네게 예쁨 받으려고 챙겨 입은 것이 맞으니, 더욱 기분이 좋을 수밖에. 그러다가 갑자기 우뚝) 헬리가 저한테 파트너 신청해 준다는 말이죠? 다른 사람이면 싫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저는 아실이 하는 거라면 뭐든 다 응원해드릴 거예요! 사진가가 된 아실... (잠깐 상념에 잠긴다) 짧게 상상했는데도 무척 멋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포즈든 아실은 다 귀엽고 아름다우시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꺄르르 웃으며 셔터를 마음껏 누르고는 카메라를 돌려준다. 빨개진 뺨을 양손으로 살짝 감쌌다가 놓아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만큼 맵시있다는 말이었지만... 역시 아실의 파트너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인 거죠? (헤헤 웃으며 애교스럽게 팔짱을 껴온다.)
 
아실링 펜들레엄:멋있을 것 같다니 더 열심히 해봐야겠네요. 사진 잘 찍는 애인이면 멋짐 가산점이 더 붙겠죠. (좋아하거나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일은 많았으나,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일이 아직 없었다. 직업을 떠나 취미로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열심히 해보겠다 마음먹는다. 네게 이쁘게 보일 기회이기도 하니 놓칠 생각은 없었다.) 제 파트너는 당신뿐이라서요. 다른 사람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 오늘도 정말 요정같이 사랑스러워요. 제 파트너여서 감사해요, 헬리.
 
헬레네 L. 라세리온:가산점을 더 줄 것도 없이, 이미 제 안에서 아실은 최고의 연인인걸요! 혹여나 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때론 실수를 해도, 다투는 일이 있어도, 저는 여전히 아실을 존중하고 사랑할 테니까요.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웃는다) 저도 제 파트너로는 아실밖에 생각해본 적 없어요. 마법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저와 함께 여행을 와주셔서 감사해요, 아실.
 
아실링 펜들레엄:어머, 그러면 저는 거기서 더 가산점 받아서 최고의 최고가 될 거예요. 예전이라면 부담감을 가졌을 거예요. 제 연인이 모두한테 사랑받는 아름다운 사람이라서요.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요. 그냥.. 제 욕심?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거 없이 그저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예요. 당신한테 더 예쁨 받고 싶다는 그런 거요. 사람 욕심이 끝이 없지 뭐예요. 저는 욕심쟁이기도 하고요. (팔을 뻗어 어깨를 감싸 끌어안는다.) 저야말로 감사해요. 이렇게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끝까지 좋은 여행이 되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죠. 사진도 더 찍고요. (히죽 웃으며 카메라 든다. 이번에는 자신이 너를 찍을 차례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아까 가이드에게 핀잔을 들었던 사람과 가까이에 있게 됩니다.
 
그 사람은 늘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사람도 없는 사막의 이 곳 저곳을 찍고 있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까 주의를 받으셨던 분이구나. 무얼 중얼거리는 걸까 싶어 다가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본다.) 안녕하세요. 일행분은 없으신가요?
 
낯선 사람: 앗, 안녕하세요. 좋은 날씨죠.. (헬레네에게 말이 걸어지자 장황하고 알아듣기 어려운 말투로 대화를 이어간다.) 이 곳에 오는게 얼마나 소원이었는지, 이렇게 맑은 날씨에 오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물론 날씨가 맑더라도 제가 보고자 하는건 보지 못하겠지만. (중얼중얼)
 
헬레네 L. 라세리온:그렇죠. 날씨가 참 맑아요. 밤이 되면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더라구요. (듣다가 고개 갸웃) 보고자 하시는 게 뭔지 여쭤도 괜찮을까요?
 
낯선 사람: 네? 제 연구요? 아.. 그나저나 그거 아시나요? 그거 아시나요? 모든 소금사막은 아주 오래 전, 옛날에는 바다였어요. 원래는 태평양 아래에 잠겨있어야 할 땅이, 대륙과 대륙이 부딪히면서 밀려올라온거죠. 거대한 내해. 그리고 염호를 거쳐, 바닷물이 증발 되면 이렇게 거대한 소금사막을 만든답니다. 우리는 그러니까 지금은, 바다 아래를 걷는 것과 마찬가지네요. (횡설수설 말을 돌린다.)
 
헬레네 L. 라세리온:(말씨가 좀 장황하시네... 하지만 별다른 지적은 하지 않고 그냥 경청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사막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있는 거였군요. 바다 아래를 걷고 있다니, 참 낭만적인 말이네요! 지질학에 관한 연구를 하고 계신 걸까요?
 
낯선 사람: 지질학 연구일까요? 아앗 이럴 때가 아니지. 한 장이라도 더 많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저는 이미 동쪽과 서쪽의 사진을 찍었지만 해가 떠 있을 때 다른 방위도 찍어야 합니다. 그림자에 따른 변화도 촬영해야 하며, 특수한 사진 기법이~~(어쩌고저쩌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계속 이어간다.)
 
헬레네 L. 라세리온:그렇죠. 흔치 않은 곳에 왔으니 사진을 많이 찍는 게 중요하죠...! (우리 아실도 사진기를 열심히 들고 다녔지~) 좋은 사진을 많이 찍으시길 바랄게요. (이야기 들어주며 응원의 손짓하고 다시 아실에게 돌아간다.)
 
아실링 펜들레엄:(네가 찍은 사진을 확인하며 마구 웃다가, 자신에게 오는 너를 발견하고 옆으로 쫑쫑 다가간다. 얼굴은 너무 웃어서 새빨개진 상태) 무슨 얘기 하셨어요? 재밌는 이야기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아실. 얼굴이 왜 그리 붉으신가요? 어디 아프기라도 하신 건...? (아무것도 모르고 묻는다) 아, 아까 가이드님께 지적받았었던 여행객 한 분과 이야기를 하고 왔어요. 지질과 방위에 관해서 연구를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아실처럼 사진을 열심히 찍고 계셨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으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픈 건 절대로 아니고요. 힌트를 주자면... 그냥 당신이 귀여워서? (아 하향 웃고 말 돌린다.) 우와.. 뭔가 책이나 논문 같은 걸 준비하는 분일 수도 있겠네요. 무슨 연구인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당신이랑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팔 뻗어 찰싹 달라붙는다.)
 
헬레네 L. 라세리온:으음...? (잘 감이 잡히지 않는지 고개를 기웃거린다.) 아프신 게 아니라니 다행이지만요. (마찬가지로 마주 어깨 끌어안는다. 알콩달콩 커플~) 저두요. 좀 더 걸어볼까요? 둘이 같이 사진도 찍고요.
 
아실링 펜들레엄:아.. 아픈 곳은 딱 하나 있어요. 입꼬리가 좀. 계속 미소 짓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헬리가 뽀뽀해 주면 빨리 낫을 것 같은데. (찰싹 달라붙어있는 상태로 뽀뽀도 쪽쪽. 알콩달콩 꽁냥꽁냥 커플~) 그럴까요? 가이드분이 좀 있으면 이동한다고 했지만, 아직 시간도 남은 것 같으니 말이에요. 이렇게 예쁜, 파란 하늘 아래에서 시간 보내는 것도 좋고 말이에요.
 
헬레네 L. 라세리온:네에? (아프다는 말에 눈이 왕방울만해졌다가, 입꼬리라는 걸 듣고는 안도의 한숨 내쉰다. 그리곤 입가에 서슴없이 뽀뽀 쪽 해준다.) 우리 아실 아프시면 안 돼요. 뽀뽀 받고 얼른 나으셔요. (햇빛이 기분 좋게 머리칼을 비추고 옷깃으로 굴러떨어진다. 더없이 평화로운 기분에 도취되어 누가 봐도 잔뜩 행복한 여행객이다.)
 
아실링 펜들레엄:(못 받나? 뽀뽀 못 받나? 하며 긴장하고 있다가, 이어지는 쪽 소리에 빠르게 풀린다.) 아픈 거 싹 사라졌어요. 역시 아플 때는 뽀뽀죠. 헬리는 의사선생님이네요. (장난스러운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순간 바람에 네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고 빠르게 카메라를 꺼내 사진으로 남긴다.) 이따가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주황빛으로 하늘 아래 당신을 찍고 싶어요. 당신의 아름다운 색과 비슷한 색이겠죠. 별도 찍고 싶지만, 그건 밤에 할 일이니까.. 그전에는 당신을 열심히 찍을 거예요. 허락해 주실 거죠?
 
헬레네 L. 라세리온:(물기 어린 바람이 긴 주황빛 굽슬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시종일관 밝게 당신을 응시하다가, 렌즈를 향해 엷게 미소지어 보인다) 그럼요. 물론 허락해드릴 거예요. 밤에는 빛이 없어 아실을 찍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당신의 홍채 색과도 같은 밤하늘이 펼쳐질 텐데요.
 
아실링 펜들레엄:(순간 미소 지은 것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사진으로 남긴다. 빠르게 찍은 사진이기에 흔들림이 있었지만, 네 미소만큼은 선명하게 찍혔다. 이번 여행에서 건진 소중한 보물이라고 해도 거짓이 아닐 것이다.) 밤하늘 아래에서 제 색을 찍기란 좀 힘들죠.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뭐 하지만 캠핑카 안에서 마음대로 찍게 해드릴게요. 마음에 드시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찰칵 소리가 들린다. 저의 모습이 과연 잘 찍혔을까? 당신에게는 잘 보이고 싶었다. 소중한 추억이자 꺼낼 때마다 웃을 수 있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캠핑카 안이라면 빛이 켜져 있을 테니 잘 나오겠네요. 좋아요. 밤하늘이 비치는 창문을 뒤로하고 찍으면 되겠어요! (박수를 짝 친다.)
 
아실링 펜들레엄: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예쁘게 나왔어요. 물론 사진으로 당신의 아름다움을 다 담는 것은 힘들 일이지만요. (사진 기술이 좋아져도, 아직 못하는 것이 있다며 투덜거린다.) 좋아요. 사진 찍은 이후로 제시간은 다 당신 거예요. 사진 모델이라 하기에는 뭐 하지만, 열심히 포즈도 해보려고 할게요.
 
-
 
오후 6시
 
GM:dd
 
자동차는 한참 자리를 이동합니다.
 
바퀴가 가르는 물살이 배의 꼬리 처럼 긴 자국을 남기며 뒤로 이어집니다.
 
차로 이동하는데도 주변의 풍경은 바뀌지 않는 수평입니다.
 
원근이 무뎌지는 넓은 벌판 위에서, 우리는 아주 작은 점일 뿐입니다.
 
가이드는 어느 지점부터는 차를 멈춥니다.
 
그 곳은 아까보다 물이 조금 더 차 있는 곳입니다.
 
차를 세우고 아래로 내려가자
 
해는 어느새 서쪽 하늘 가까이에 내려와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통 청명하고 푸르르고,
 
순백이었던 풍경은 연한 주홍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발목이 잠길 정도로 찬 물이 일렁이며 길고 반짝이는 해의 길을 만듭니다.
 
사람들은 해를 배경으로 역광이 깃든 사진을 찍거나,
 
푸른색부터 붉은 색까지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의 색을 감상 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곧바로 카메라를 들어올린다. 물에 젖을 걸 우려해 자동차의 본네트에 앉은 채,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며 노을이 비친 광경을 찍는다.). 해 때문에 얼굴이 잘 안 보이네요. 앗, 이렇게 하면 그림자가 지고.. (눈에 띄게 속상해하며 다시 시도해 본다.)
 
헬레네 L. 라세리온:(확실히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기는 했구나, 하며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래도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세요, 아실. 역광이 져도 저라는 걸 알아볼 수 있으면 되는걸요. 저희의 기억 속엔 오래도록 남아있을 테고요. ...자아, 이쯤이면 잘 나오지 않을까요? (포즈를 취해본다.)
 
아실링 펜들레엄:제가 당신을 못 알아볼 리가 없죠. 어둠 속에서 당신을 알아보는걸요. 물론 역광이 져서 당신의 예쁜 색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건 좀 아쉬워요. (조금 남아있던 미련까지 털어내고 다시 너를 찍는 것에 집중한다.) 역광이 져도 아름답네요. ... 헬리, 그거 알고 계세요? 모든 사진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촬영자의 시선이 담겨있대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러면... (머리칼을 어깨 뒤로 넘기며 빛을 향해 고개를 살짝 돌린다. 긴 머리칼이 휘날리고, 가벼운 연녹색 원피스가 바람결을 따라 자락자락 들썩였다.) 아실이 찍어주신 저의 사진에는 아실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겠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네, 제 사랑이 가득 담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찍는 것 같고. 정말 넓은 곳이지만, 사진으로 찍는 건 일부분이니까, 가장 좋아 보이는 부분만을 찍게 되네요. (카메라를 들고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을 확인한다. 풍경 반, 네 사진 반.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같은 공간이지만, 사진 안에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본 어떤 새로운 세상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어요. ... 자꾸 당신을 찍는 걸 보니, 제 세상은 당신인 것 같고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렇네요. 저희의 두 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모습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문장 하나하나나 말투 하나에도 성격이나 가치관을 알아볼 수 있듯이, 카메라의 렌즈도 마찬가지인가 봐요. (빙그레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제한적인 대상-예를 들면 저 한 사람이라던지-을 세상으로 삼는다면, 혹여나 다치거나 잃게 되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괴로움에 다른 이들보다 더 슬퍼하게 될 텐데. 그러니 자신이 무사하고 건강하게 당신의 곁을 지켜야겠지.) 저의 세상에도 아실이 있답니다. 그러면 이번엔 저도 찍어드릴게요. 본네트에 앉아계신 모습이 무척 모델 같으시거든요. 화보의 한 장면이래도 믿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사진에서 전부다 드러나게 되네요. 숨기고 있는 것이나 속마음까지 다 들킬지도 몰라요. 움직이지도, 변하지도 않을 테니 눈에 더 잘 보일 테죠. (사진을 확인하다가 가장 잘 찍었다가 생각한 것 몇 개를 보여준다. 무슨 일인지 평소에 찍던 느낌과는 다른 분위기의 사진이었다. 다른 때보다 더 공들여서 찍었다며 만족스럽게 카메라를 내민다.) 제 세상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니, 너무나도 좋은 기회네요. 포즈에는 자신이 없지만.. 그냥 이렇게 있으면 될까요? (아까 사진을 찍던 자세 그대로 앉아 기다린다.)
 
헬레네 L. 라세리온:(보여준 사진들을 꼼꼼히 관찰한다. 이 분야에는 조예가 그다지 깊지 않은 그였지만, 퍽 다른 분위기임은 알 수 있었다.) 이 사진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찍으셨나요? 다른 사진들과는 조금 달라 보이네요. (자연스레 카메라를 받아들며 고개 끄덕인다.)
 
아실링 펜들레엄:다른 사진을 찍을 때와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배경과 당신을 같이 잡고 아름답게 찍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죠. 근데... 확실히 좀 전은 다른 때보다 좀 다른 느낌이기도 한 것 같네요. 제가 말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카메라로 예술을 담는 사진작가들이 이런 느낌일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제가 그들만큼 실력이 있다는 게 아니라, 뭔가 예민해졌다는 이야기예요. 뭔가에 집중하면서 예민해진 적은 없었는데... 당신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었나 보죠. (잘은 모르겠다며 설렁설렁 넘긴다.)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러니까 이 사진은... 아실의 프로의식이 들어간 사진인 거네요!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곤 웃는다) 제가 봐도 예술적으로 잘 찍힌 사진인 것 같아요. 어디 공모전 같은 곳에라도 출품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소금사막의 배경도 아름답고, 사진사의 실력도 뛰어나니 좋은 평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곤 몇 걸음 물러서서 황혼의 주홍빛 하늘 아래의 당신을 사진기에 담는다. 배경과 인물이 조화로이 배치된 구도다. 당신을 향한 맑은 사랑이 렌즈에 담길 수 있기를. 그리 바라며 셔터를 눌렀다.) 이번엔 숨도 참고 찍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나왔을지 모르겠네요. (다시 카메라를 건네주었다.)
 
아실링 펜들레엄:프로의식이라니 부끄럽지만 듣기에 좋네요. 칭찬해 주는 사람이 당신이라 더욱 영광이고요. (계속되는 칭찬에 생글거리던 표정이 점점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변해갔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네가 해주는 칭찬은 늘 자신에게 두근거리는 간지러움으로 남았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출품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 버킷리스트에서 하나가 지워지겠어요. (해가 지기 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짧은 시간 안에 네 사진으로 선명하게 남겨지고 싶었다. 긴장되어 굳어있는 몸에 힘을 천천히 빼고 시선을 네게 향한다. 전보다는 덜 굳어있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포즈다.) 끝났나요? 몸에 힘을 너무 뺀 게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 (당신이 힘들게 찍어준 사진인데!)
 
헬레네 L. 라세리온:버킷리스트에 있을 정도였군요. 제가 먼저 제안해드리길 잘한 것 같아요. (뿌듯해한다. 그에게 칭찬과 긍정적인 말은 숨쉬듯 자연스러운 요소들이었으므로, 당신이 부끄러워하는줄도 모르고 있다.) 어디 한 번 볼까요? (방금 찍은 사진을 띄워본다.) 제가 보기엔 흔들리지 않고 잘 찍힌 것 같아요! 포즈도 아주 자연스럽고 예뻐요, 아실. (볼에 뽀뽀함)
 
아실링 펜들레엄:너무 많이 적어서 제가 뭘 적었는지도 까먹고 있었어요. 당신이 먼저 얘기해 줘서 기억이 났네요. 마침 사진도 찍었겠다. 돌아가자마자 제출할 수 있겠어요. (부끄러움으로 열이 오른 볼을 조물거리며 정신 차린다. 부끄러움이 좀 지나간 얼굴로 사진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볼 뽀뽀로 꺅, 두 번 놀랐고.) 기습 뽀뽀라니.. 아, 제가 이렇게 찍힐 수도 있었군요. 제.. 제 입으로 말하기는 뭐 하지만... 당신 덕분에 예쁘게 찍힌 것 같아요. (네가 보는 자신은 이런 모습일까. 티 나게 기뻐하며 사진에 푹 빠진다. 기뻐하는 것과는 별개로, 일단 질 수 없다. 여기도 기습 뽀뽀 쪽)
 
헬레네 L. 라세리온:버킷리스트가 많으면 좋죠. 미래에 차근차근 해나가고픈 게 많다는 뜻이니까요. 저도 꽤 채웠었던 것 같은데... 그 중에 하나, 아실과 단둘이서 여행을 오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거든요. 오늘 이루게 되었네요! (당신 목덜미를 끌어안는다.) 그렇죠? 무척 잘 나왔죠. 역시 사진은 사진사의 시선과 감정이 담긴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생글생글 웃다가 뽀뽀받곤 어머, 하며 입 작게 벌린다.) 역시 이런 데에선 절대 안 져주시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오늘 사이좋게 하나씩 지우게 됐네요. 어쩌면 그것보다 더 지울지도 모르죠? 특별한 날이니 그만큼 더 특별한 일을 겪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네 허리를 끌어안고 제 무릎 위에 앉게 한다. 네 어깨에 기대고 있는 얼굴은 그림자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작게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로 지금 행복하게 웃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가 당신한테 약하고, 잘 지는 편이지만.. 이런 건 안져요. 자, 보세요. (그러고는 장난스럽게 볼에 몇 번 더 쪽쪽거린다.)
 
그렇게 행복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아까봤던 낯선 사람이 주기적으로 삐, 삐, 하는 감지기를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점점 아실링과 헬레네에게 가까이 갑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까부터 계속 눈에 띄시네...) 왠지 가까워지고 있지 않나요, 저분?
 
아실링 펜들레엄:...? ? ?
저희한테 오시네요? 차... 차에 뭔가 있나? (본네트에서 내려와 헬레네와 떨어진다.)
 
헬레네 L. 라세리온:저기... 뭔가 찾고 계시나요? (말 걸어본다)
 
낯선 사람: 아, 아니.. 여기서 소리가 나는.. 아. 달라졌다.
 
낯선 사람은 캠핑카에서 기계를 돌립니다.
 
어쩐지 아실링에게 가까이 갑니다.
 
아실링에게 가까이 갈 수록 기계에서 나는 삐, 삐, 소리는 제법 크고 시끄러워집니다.
 
아실링은 조금 당황한 듯이 낯선 사람을 쳐다보고선, 천천히 자리를 피합니다.
 
낯선 사람: (자리 피하는 아실링을 봤다가, 다시 헬레네를 본다.) 제, 제가 두분의 대화를 방해했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딱히 방해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건 대체 무슨 기계인가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아실링에게 가까워지는 게 다소 불안하여, 자연스럽게 아실링의 손을 잡으며 앞에 선다.)
 
낯선 사람: 위험한 것은 아니고. ... (아실링과 가깝게 있는 것을 보고 뭔가 말하려다가 망설인다.) 저분과 일행이신가요?
 
헬레네 L. 라세리온:네, 저의 연인이에요.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위험한 건 아니라지만 신경이 쓰인다... 아실링의 손을 꼭 잡았다.)
 
아실링 펜들레엄:... 제가 있어서 말하기 어려운 건가요? (뭐 얼마나 대단한 말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이 상황과 엮이기 싫은지 잡아진 손을 부드럽게 푼다.) 가이드분한테 물어볼게 생겼어요. 잠시 다녀올게요.
 
아실링이 가이드를 찾아 멀리 떠나는 것을 보자, 낯선 사람은 그제야 입을 엽니다.
 
낯선 사람: 이 기계는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의 흔적을 감지하기 위해 만든 기계예요. 흔적이 많이 묻어있는 곳에 가져다대면 반응하는데, 사람에게 이 기계가 반응한건, 또 이렇게 반응 정도가 큰건 처음이네요. (머쓱...)
 
헬레네 L. 라세리온:(멀어지는 아실을 걱정스럽게 응시하다가 기계로 시선을 돌린다.) 어떤 흔적이기에 그러신가요? 말씀하시는 걸 보면 보통 사람에게는 반응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낯선 사람: 기계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제 연구 분야부터 아셔야 하는데... 이건 설명해드리기 좀 길고 난처합니다만, 흥미 있으십니까?
 
헬레네 L. 라세리온:네, 흥미있어요. 저는 무엇이든 새로운 지식을 아는 걸 좋아하거든요. 특히 연구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더더욱이요. (게다가 아실링과 관련되어 보이니, 더더욱 들어두어야만 할 것 같았다.)
 
낯선 사람: 긴 이야기일 겁니다. 그러니까 고대의 도시에 대한거죠. 대륙 판이 나뉘기 전의 바다는, 지금과는 대륙의 모양 자체가 달랐습니다. 초대륙을 가진거죠. 그 위에 세워진 도시는 판의 이동 때문에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어요. 화산활동, 지진, 쓰나미… 원인은 다양하겠죠. 예를 들자면 폼페이라거나?
그게 전설속 도시가 아니라 실제했던 것 처럼, 어떠한 도시가 실존하고, 멸망했지만…. 또 거기서 엄청난 시간이 지나면 판의 이동으로 인해 도시였던 땅이 육지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거죠. 저는 그게 이 소금 사막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거구요. 물론 억대의 시간이 지났으니 도시의 잔해는 보이지 않겠지만, 미~세한 흔적은 남아있달까.
 
[인류학][역사][고고학][생물학], 혹은 [교육의 어려운 난이도] 판정
 
헬레네 L. 라세리온: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남자가 말하는 시대가 [페름기]이며, 이때는 지질시대로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 시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0/1d3의 이성을 차감]
 
헬레네 L. 라세리온:도시였던 땅이 육지로 올라와 소금 사막이 되었다구요? 흥미로운 가설이네요. (금세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실링에게 묻어 있다는 그 흔적은...?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낯선 사람: 저는 문자를 사용하고 도시를 건설하는, 인류가 아닌 다른 것이 건설하는 어떤 문명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인간이 아니라도 도시를 만드는 생물은 많지만요. 쉽게 예를 들어서 흰개미의 탑이라던가, 벌의 집이라던가…. 기계는 제가 말한 이 문명의 흔적이 가까이 있을 때 울립니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요. 물론.. 아까 일행분을 향해 반응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그 문명이 인간 아닌 다른 존재가 만들었다는 확증이 있나요? 수많은 흔적 중 특정 문명의 흔적에만 반응하는 기계라니,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특유의 지식욕이 발동해서 쏟아내듯 우다다 물어보다가, 문득 아실링에게 생각이 미친다. 그때는 인류조차 존재하지 않는 시기였는데, 페름기의 문명의 흔적이 아실링에게서 나타난다고? 그럴 순 없는데. 아실이 아주 오래 전 과거부터 살아왔던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면야... 하지만 그건 현대적 관점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낯선 사람: 궁금한 게 많으시군요. 어쩌면 저랑 비슷한 사람일지도? (동족 만난 것 같아서 뭔가 기분 들뜸) ... 자세한 것은 지금 바로 알려드리기 어렵습니다. 아, 금방 어두워지겠네요. 늦은 밤에 저랑 같이 있기에는 일행분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네요. 저는 이곳에 잠깐 들린 사람이라 이제 떠나야 하고요. 그냥 기계가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기계를 들고 그대로 떠나려다가 발걸음을 멈춘다.) 혹시 저분이 잠을 못 잔다거나 이상한 꿈을 꾸신다면, 이 번호로 꼭 전화해 주세요. 제가 관련 자료들을 보내드릴 테니까요. (자신의 명함을 헬레네에게 건네줍니다. 명함에는 미국계 대학의 고고학 박사라는 직함과 전화번호, 그리고 팩스 번호와 이메일 등이 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잠을... 이상한 꿈을요...? (잘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라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명함을 받는다. 교수의 말처럼, 그냥 기계가 이상한 것일 터다. 존재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문명의 흔적이 현대의 인간에게 묻어난다는 건 여러모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감사해요.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연락드릴게요.
 
낯선 사람과 떨어진지 얼마 후
 
아실링이 돌아옵니다.
 
-
 
오후 7시
 
GM:dd
 
짧은 시간이 지나면, 그 새 해는 바닥에 닿아 있습니다.
 
주홍색의 하늘은 어느덧 보라빛으로 변합니다.
 
수평선에 걸린 채 사람들에게 마지막 황금을 드리우고 있던 빛은 서서히 수면 아래로 사라집니다.
 
지평선의 경계가 거의 구분 되지 않는 탓에,
 
해는 마치 하늘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듯 합니다.
 
그리고 해가 지면,
 
사방에 가득 그 동안 하늘에 존재하고 있었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별무리들이 나타납니다.
 
별은 마치 하늘 전체를 반짝이는 천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별의 흐름이 강처럼 이어진 은하수.
 
사람들은 하나 둘 씩 가져온 손전등을 킵니다.
 
사방이 어두운 칠흑,
 
손전등은 마치 주변에 있는 유일한 등대처럼 직선의 곧은 빛을 하늘에 쏘아올립니다.
 
그 빛의 꼬리가, 마치 땅에서 부터 시작된 유성 같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 오셨군요. 저희도 손전등을 켤까요? (박사에게 들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반갑게 그를 맞이한다.)
 
아실링 펜들레엄:(밤하늘에 시선도 마음도 뺏겨 감탄만 하다가 네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꿈에서나 나올 것 같은 하늘이네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것인가 의심까지 들어요. (하나 둘 켜지는 빛을 보고 자신 역시 손전등을 킨다.) 아름답네요. 피곤했던 것을 다 잊을 것만 같아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러게요. (당신의 말을 듣고서야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다. 다소 착잡한 심경이 금세 씻겨내려갈 만큼 아름답고 장엄한 청천이었다. 그 위에 별가루가 마치 설탕마냥 곱게 흩뿌려진 광경은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할 장관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아실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더더욱 기쁘네요.
 
아실링 펜들레엄:저야말로 감사하죠.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을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있다가 말고, 문득 생각난 듯이 말을 꺼낸다.) 유성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그런 말 믿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아, 별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것...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왔던 미신이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봤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아니니 실제적인 효용은 없겠지만, 그래도 소원을 빌어보고 싶어요. 낭만적이잖아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래요? 그럼 잘 됐네요. 오늘 가장 아름다운 별을 보게 될 테니까요. 소원을 미리 정해 뒀나요? 보자마자 바로 빌려면 미리 생각해 둬야 할 것 같아서요. 아.. 물론 비밀로 해도 괜찮지만, 역시 저는 당신의 소원이 어떨지 좀 궁금해서요. 알려주시겠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으으음, 아직 미리 정해두지는 않았어요. 이제 고민해봐야겠네요. (침음성을 내며 고민에 잠긴다.) 소원을 입 밖으로 내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던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농담조) 물론 알려드릴 거지만요. 저는... 아실링과 저, 그리고 저희의 주변인물의 건강을, 그리고 저희의 인연이 아주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랄래요.
 
아실링 펜들레엄:아, 농담이었어요? 못 알게 되는 건가 싶어서 놀랐어요. (농담은 원래 내가 많이 하던 거였는데. 장난스레 헬리 볼 꾹.) ... 당신의 소원 안에 제가 있네요. 기뻐요, 헬리. (볼이 발그레해져서 환희에 가득 차 웃는다.) 근데, 소원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욕심 많다고 안 이루어지면 어떡해요~.. 하나만 고르자면요?
 
헬레네 L. 라세리온:(꾹 눌리면서 방글방글 웃는다) 아실이 궁금하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알려드리지 않을 수 있겠나요. 그리고 제 소원에 아실이 있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에요. 저에게 이 여행은 아실과 왔기에 더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그만큼 저에게 소중한 분이시니까요. ... ... 하나만요?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한참 고민한다) 그러면 건강을 고를게요. 저희의 인연은 굳이 소원의 형태로 바라지 않더라도 이미 단단하게 이어져 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아실의 소원도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좀 그렇다 싶으시면 말씀해주지 않으셔도 돼요.
 
아실링 펜들레엄:(이렇게 귀여운 여자! 누구 애인이야?! 하는 얼굴로 방글 웃는 헬리 얼굴 조물 거린다. 한번 보게 된다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아름다운 곳이었다. 자신이 없었어도 네 기억 속에 깊이 남을 곳이었지만, 그 안에 자신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지금 자신의 모습이 네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있기를 바란다.) 어머,, 저는 인연인 줄 알았는데. ... 당신 말이 맞네요. 당신과 저의 인연은 끊어질 일이 없으니까요. 함께할 인연, 건강하게 사는 것도 좋겠어요.
제가 당신에게 숨길 게 뭐가 있네요.. 단지.. 아직 소원 하나를 못 정해서 그래요.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원래 이런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 지루할 것 같지만, 괜찮으시다면 들어보시겠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혹시나 서운하신 건 아니죠? (곁에 앉아 애교스럽게 말한다.) 소원으로 바라지 않았다고 해서 아실과의 인연이 저에게 중요성이 떨어지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어릴 적부터 당신과 함께 한 시간이 한 치도 빠짐없이 소중했어요. 마치 저 하늘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처럼요.
전혀 지루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본네트에 앉은 채로 다리를 가볍게 흔든다.) 저처럼 아실도 여러 개의 소원이 떠오르셨군요. 하나하나 말씀해주실래요?
 
아실링 펜들레엄:서운하긴요. 제가 서운하다고 하는 즉시 하늘에서 벌을 내릴걸요.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요. 욕심 많으면 벌받는다잖아요. (장난스레 대답하며) 저와 당신의 소중한 시간들이, 하늘에 떠있는 별들처럼 많죠. 제 머리로 그 모든 시간들을 다 기억할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감정만큼은 제대로 남아있어요. 저와 당신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 감정은 절대로 잊지 않겠죠.
소원들이 너무 많아요. 평생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재밌는 것, 좋아하는 것 없이는 너무 지루할 것 같아서요. 뭔가를 하고, 성취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아버렸거든요. 당신의 도움이 컸죠.
다른 소원은 내 소원은 당신과 오래, 여러 가지를 함께하는 것이에요. 솔직히 말해서는, 당신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거예요. 예로 들면 이런 여행이요. 여행 전부터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그 아름다움 속에서 저라는 사람도 기억되고... 좋잖아요. 물론 여행을 하는 와중에 힘이 들 때도 있겠지요. 당신 말대로 나이가 들면서, 이런 여행이 힘들어질지도 모르고요. 아!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소원도 추가해야겠어요. 길고 지루한 운전을 할 때, 졸려서 꾸벅거릴 때도 옆 좌석에 당신이 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하고, 졸릴 때는 제 입에 간식도 넣어주는 이런 것이 진짜 행복이지 않을까요. 비유가 제대로 된 것일지 잘 모르겠네요. 저 혼자 신나게 얘기해버려서. (흠흠)
또 다른 것으로는.. 그냥 행복해지는 거예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여행 같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좋아요. 슬픈 일이 없었으면 해요. 이렇게 행복해져있다가, 갑자기 슬픈 일이 닥치면, 저는 정말 힘들 거예요.
마지막 것은.. 당신이 들으면 안 좋아할 이야기지만, 자꾸 마음에 남아서요. 당신과 동등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런 생각이 남다니. 저도 아직 덜 큰 것 같죠?
 
헬레네 L. 라세리온:그렇다고 해서 서운하단 감정을 아예 죽이려 드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아실이 저에게 느끼는 바를 솔직히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답니다. 제가 부족한 면이 있다면 고칠 수 있게요. 관계란 무릇 서로에게 맞춰나가면서 발전해나가는 게 아니겠나요.
(차분하게 당신의 말을 듣는다. 하나의 소원을 말할 때마다 그에 관련된 광경을 눈앞에 그려보았다. 사진을 찍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당신, 나이가 들면서도 이런저런 새로운 일들을 함께 하는 두 사람의 모습,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웃음짓는 당신의 모습... 하지만 마지막 소원에서만큼은 의아함이 고개를 쳐들었다. 동시에 아까 박사가 말하였던 페름기 시대의 문명에 생각이 미친다. 동등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원은 꼭 당신이 과거의 오래된 문명 속 하나라는 점을 증명해주는 것만 같았다. 가능할 리 없는 이야기인데도.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뿐이겠지? 추측이 뻗어나간다.)
정말 하나를 정하기 어려운 소원이네요. 그러면 저 별에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 또 옆의 별에는 저희가 함께 한다는 소원을 빌고... 그런 편법을 쓰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나 소망이 많은데, 별에 빌지 못한 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 사실 기분이 나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의문이 들기는 해요. 동등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아실은 이미 아주 어릴 적부터 저와 같이 지내오셨잖아요. 저는 저와 아실 사이에 어떠한 차등이 있다고 여겨본 적은 없었는데... 혹시 제가 아실을 불편하게 만든 점이 있었던가요? 그렇다면 고칠 수 있게 말씀해주세요.
 
아실링 펜들레엄:걱정 마세요. 서운했다면 당신을 붙자고 마구 괴롭혔을 거예요. 찡찡거리거나.. 옆구리 간지럽히기? 옆구리 찌르기 같은 걸 했겠죠. 행동으로 솔직한 것도 좋죠. (못 믿겠다면 장난으로 증명하겠다며 슬쩍 두 손을 들어 올린다.)
음.. 그래도 괜찮을 것 같네요. 오늘, 유성이 많이 떨어지도록 빌어야겠어요. 꼭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지만, 이왕이면 근사한 유성이 좋겠죠? 당신 말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슬프니까요. 편법을 제대로 써보기로 하죠. (손가락으로 브이)
저는 아직 아직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지는 않아요. 속도 좁고, 잘 삐지고, 누가 봐도 멋진 사람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당신에게 불편함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저.. 당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예요. 당신의 저의 롤 모델 같은 사람이에요. 봐온 세상이 좁지만, 당신은 분명 그 어느 세계에 가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모두에게 사랑받을 사람이에요. 그런 사랑을 받을 만큼 사랑스럽고, 멋진 사람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런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같이 발을 맞추면서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헬레네 L. 라세리온:꺅! 간지럽히는 건 봐주세요!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 지레 몸을 움츠린다) 서운해하지 않으셔서 다행이지만요.
그러게요. 아실의 소원과 저의 소원이 다 잘 가닿을 수 있도록 유성이 많이많이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아실과 함께 여행을 온 이곳에서 보는 유성에 의미가 있으니까요. 물론 다른 곳에서 보는 별똥별도 특별한 경험이겠지만요.
... ... 아아, 그런 뜻이었군요. (다행히 자신이 오해한 것 같아, 마음 속으로 몰래 안도한다. 그래, 그 기계가 반응한 건 단순한 우연일 뿐이겠지. 그나저나 아실의 칭찬을 계속 듣고 있자니, 칭찬에 익숙한 저인데도 불구하고 괜시리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듯했다.) 저는... 아실이 생각하시는 만큼 좋은 사람은 아닐지도 몰라요. 물론 저는 항상 더 나은 사람, 더 옳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선한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요. 제가 아실의 롤모델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저를 좋게 봐주셔서 무척 영광이네요. (당신의 두 손을 맞잡는다.) 하지만 스스로를 미성숙한 분이라고 여기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부끄러워하실 필요도 없구요! 아실이야말로 얼마나 멋진 분이신데요. 당신의 추진력과 시원시원한 성격을 저도 동경해 왔어요. 그리고 실제로 닮게 된 부분도 있구요.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던 거예요.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같이 걸어나가면 돼요.
 
아실링 펜들레엄:아까워라. 못 믿으셨다면 제가 이 넓은 곳은 당신의 웃음소리로 잔뜩 채웠을 텐데.. (씩 웃으며 손 내린다.)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뇨? 당신보다 더 좋은 사람... (곰곰이 생각하다 눈 동그래진다.) 요즘 세상에 성인(聖人)이 있나요? 당신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면 분명 역사에 이름을 남길 사람일 텐데.. (왜 모르고 있었지? 하며 진지하게 고민한다.) 세상 사람들이 당신의 반만큼만 따라 해도 세상이 행복해질걸요. 당신은, 스스로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꿍얼꿍얼 이야기를 더 늘어놓으려다가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도에 입 멈춘다.) 이렇게 잔뜩 칭찬받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갑작스러운 칭찬에 얼굴 벌게진다.) 당신이 그렇게 얘기해 준다면.. 좋아요. 앞에 말해주신 것들 잊지 않고, 항상 마음에 담아둘게요. 당신과 걸어나갈 때 더욱 좋겠죠.
 
헬레네 L. 라세리온:서, 성인이라뇨. (또다시 이어지는 무한 칭찬에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친다.) 아실께서 그리 칭찬해주시니 제가 지금껏 좋은 사람이 되고자 애써온 게 헛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그래도 알아주세요, 아실이 저를 좋게 봐주시는 만큼 저에게도 아실이 좋은 분이라는 것을요. (빨개지는 얼굴 보며 푸스스 웃는다) 네, 꼭 기억해주세요. (그리고는 어둑어둑한 하늘을 응시한다.) 이제 유성이 떨어지면 소원을 빌어봐요!
 
아실링 펜들레엄:알겠어요. 스스로 잊지 않도록 소리 내서 말해볼게요. 말이 행동으로 이어진다잖아요. (나는 좋은 사람. 하고 소리 내어 말한다.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셀프 칭찬하기.) 아, 캠핑카로 돌아가기 전에 할 일이 있어요. 관광객들이 돌아가기 전, 잠시 가이드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려고요. 금방 돌아오긴 할 텐데.. 같이 가실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잘하셨어요. 아실은 좋은 분! (그 모습 뿌듯하게 지켜보다가 꼬옥 안아준다.) 가이드분과요? 소금사막에 관한 이야기이려나요? 아실이 불편하지만 않으시다면 저도 같이 갈래요.
 
아실링 펜들레엄:이곳에서 숙박이 가능한지 물어보려고요. 늦은 시간에나 유성을 볼 수 있을 텐데, 그 시간이면 다들 이곳을 떠날 테니까요. 저희 혼자 이곳에 남을 테고요.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대비할 것이 있나 물어볼 거예요. (헬리 손잡고 가이드한테 가본다!)
 
이곳에서 숙박이 가능한지 가이드에게 물어보자,
 
어쩐지 불안해 보이는 표정과 함께 진지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가이드: 유성 때문에 이곳에서 하루 숙박하시겠다고요..? 정말요?
 
헬레네 L. 라세리온:(옆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끄덕!)
 
가이드: 여기서 숙박하시는 것 자체는 괜찮아요. 동쪽과 서쪽의 시야가 전부 비어있어서 별의 일주를 찍기도 좋고, 또 마침 그믐달이라 별도 잘 보일거구요. 그렇지만 절대로 여기서 멀리가지 말고 꼭 여기 있으셔야 해요..
그래야 선라이즈 투어를 할 때 찾으러 올 수 있어요. 소금사막은 너무 넓어서 여기서 길을 잃으면 큰일 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렇구나... 길을 잃지 않게 조심해야겠어요. 이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숙박 자체가 가능하다니 다행이네요! (그러다 고개를 갸웃하며) 아, 선라이즈 투어는 뭔지 여쭤도 괜찮을까요?
 
가이드: 그대로 있는다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숙박하시거나 여행오시는 분들 중에, 길을 잃거나 실종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여긴 지반이 안정적인 곳이지만, 아예 사막에 구멍이 있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들어가면 시체도 못 찾아요. 근방엔 생물도 없구요.
그러니까 꼭 GPS 켜시고요, 무조건 여기 계셔야 해요. 사막이라 밤에는 제법 추워지니까, 조심하시고요. 그때는 영하로 내려가니까 자동차나 전자기기가 쉽게 고장나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는 대비해서 꼭 둘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혼자 있으면 안돼요.
역시 궁금해시군요. 이 주변에 모래사막과 특이하게 생긴 암석이 있어요. 화산으로 생긴 암석들이 오랜 시간 풍화되어 버섯 모양으로 깎여져있죠. 그 모습이 마치 나무 같다고 해서 ‘돌나무’라고 부르기도 해요. 여행자들의 인증사진을 찍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돌나무와 함께 멋진 사진을 남길수있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헉...! 생각보다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군요. (손으로 입가 가린다. 시체도 찾지 못한다는 말에 왠지 정말로 이 사막의 아주 깊은 곳에는 옛 문명이 잠들어있는 게 아닐까? 하는 허황된 상념이 스치기도 했다.) 알겠어요. 꼭 같이 있을게요.
돌나무라니... 신기한 이름이 붙어있네요! 여기에서도 꼭 사진을 찍어봐야겠어요.
 
아실링 펜들레엄:체력도 남겨둬야 해요. 이곳보다 더 더울 테니 피로가 금방 쌓일 거예요. (그리고 유성을 보기 위해서라도 빨리 잠에 들어야 할 것이다.)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러면 이만 캠핑카로 자러 들어갈까요? GPS도 잘 확인하고요. (꼭 붙어서 밤하늘 보기 바쁘다)
 
아실링 펜들레엄:그럼 바깥 온도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돌아가요. 카메라 세팅도 해야 하고요. 돌아가서도 할 일이 많네요. (알콩달콩 붙어서 캠핑카로 돌아간다.)
 
가이드와 이야기를 끝낼 때가 되면, 사람들도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해가 질수록 기온이 빠르게 떨어져 내려,
 
이제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입김이 나오고, 수면도 금방 얼 듯 합니다.
 
여행객들은 길이 전부 얼어서 이동이 불가해지기 전, 돌아갑니다.
 
가이드: 꼭 이 곳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내일 선라이즈 투어를 진행하면서 데리러 올테니까요.
 
여행객들의 차량에서 나오는 불빛이 서서히 멀어지면
 
어느새 그 불빛은 하늘과 바닥에 떠 있는 별처럼 작아지고, 이내 사라집니다.
 
아실링은 별의 일주를 찍을 준비를 합니다.
 
별의 일주를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오래 바깥에 세워 둬야 하는데,
 
얼음이 얼기 전에 설치해야한다며 캠핑카 내부에 넣어두었던 삼각대와 핫팩,
 
여러 이름 모를 촬영 장비를 가져와 세팅합니다.
 
사람이 모두 사라진 깜깜한 벌판 속에서 별은 더 빛납니다.
 
촬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캠핑카 내부조차 조도가 낮은 조명만을 사용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꽁꽁 얼어 빨개진 손과 귀가 더 붉어졌다. 부들부들 떨며 캠핑카에 들어간다.) 계속 생각하는 것이지만... 날씨가 정말 미쳤어요!
 
헬레네 L. 라세리온:(캠핑카의 창문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아실링이 카메라를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안쪽으로 들어서자 얼른 챙겨온 핫팩을 손에 대준다.) 많이 추우시죠. 낮에만 해도 햇빛이 쨍쨍했는데, 일교차가 얼마나 심한지 새삼 실감이 나네요.
 
아실링 펜들레엄: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워요... 잘못하면 얼어 죽을 수도 있겠네요. (잠깐 사이에 감기라도 들었는지 에취. 하고 작게 소리가 난다.) 헬리는 어때요? 몸이 안 좋거나 으슬으슬하지는 않나요?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 날 것이라며 빠르게 캠핑카를 난방하고, 추위를 녹여줄 차를 끓입니다.)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에요. 물 끓는 소리도 색다르게 들리는 것 같아서 좋고요. 아, 차는 어떤 것으로 드시겠어요? 티백을 종류별로 가져왔긴 했는데.. (뒤적뒤적)
 
헬레네 L. 라세리온:(재채기 소리에 걱정스러워하며 겉옷을 어깨에 한 겹 더 둘러주고, 난로도 아실링의 앞에 놔둔다.) 저는 캠핑카 안에 들어와 있어서인지 괜찮아요. 옷을 더 두껍게 입혀드릴걸 그랬어요.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가 평온하다. 바깥의 날씨는 무척 춥지만 난로를 일찌감치 켜둔 캠핑카의 안은 적당하게 따스하였다. 이 세계에 단 둘만이 남은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이 든다.) 얼그레이 차의 티백도 있나요? 없다면 간단하게 홍차도 좋답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옷 한 겹 더 둘려져 포옥 감싸진다. 몸의 추위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행복해진다.) 당연히 가져왔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잖아요. (여행 중에 깨질 것을 대비해 유리잔 대신 종이컵에 물을 따라 차를 우린다. 평소 즐기던 티타임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좀 전까지 추위 속에서 덜덜 떨다 온 사람에게는 훌륭한 티타임으로 느껴진다.) 큰 캠핑카를 빌리기 잘했네요. 둘이 여행하기에는 딱인 것 같아요.
 
헬레네 L. 라세리온:감사해요. (컵을 받아들어 한 모금 홀짝인다. 따스한 온기가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실은 무얼 드실래요? 아실 몫의 차는 제가 타 드릴게요. (주전자에서 찰랑이는 물의 양을 확인해본다) 캠핑카에서 숙박을 해보는 건 처음이에요. 호텔이나 모텔 같은 숙소처럼 널찍하진 않아도 더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네요. 저희 단둘만이 남겨진 듯한 특별한 감각도 들고요! 별의 일주가 잘 찍혔으면 좋겠네요. 조금 있다가 유성도 볼 수 있겠죠?
 
아실링 펜들레엄:제가 마시고 싶은 것은.. 저는 다즐링 차요. (제 컵을 내밀고 얌전히 기다린다.) 저도 캠핑카는 처음이에요. 호텔과 캠핑카 둘 중에 하나만 고르자면, 원래라면 호텔을 골랐겠지만, 오늘은 이 캠핑카가 너무 좋네요. (헤헤) 저희 둘만 남겨져있죠. 다른 사람들은 지금 이곳을 떠났을 테니까요. 이 넓은 곳에, 캠핑카 안, 저와 당신 둘뿐이에요. (로맨틱한가요? 종알거리며 이야기를 하다가 별 이야기가 나오자 반짝 눈을 빛낸다.) 별을 잘 반사하려면 얼음이 매끈하게 얼어야 한대요. 조금만 세게 걸어도 얼음이 잘 부서진다고 하니, 그전까지는 캠핑카 밖을 나가면 안 될 것 같아요. 꼼짝없이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네요. (꿍얼..) 이따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하니까, 조금 일찍 잠드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당신은요?
 
헬레네 L. 라세리온:다즐링 차...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상자 안에서 다즐링 차 티백을 꺼내어 컵에 넣고, 주전자를 기울여 따끈하게 데워진 물을 붓는다.) 저희 말고는 다들 다른 곳에서 숙박하시는 것 같았죠. 이곳에도 모텔이 있으려나요? 아니면 시가지까지 다시 돌아가시는 걸까나요. (차를 한 모금 더 홀짝이며 로맨틱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렇군요! 단면이 매끈해야 빛을 더 깔끔하게 잘 반사할 수 있어서인 거겠죠? 그런 사실까지 알고 계시다니, 역시 아실은 박학다식하세요. 조금 답답하시더라도 좋은 사진을 위해서이니 참아보자구요. (어깨 가볍게 토닥여준다) 좋아요, 유성을 놓칠 수는 없으니 미리 수면을 취해두는 게 나을 듯하네요. 매트리스를 펴요. (선반 위쪽에서 매트리스를 꺼내와 바닥에 주섬주섬 펼친다.)
 
아실링 펜들레엄:dd
(따뜻한 차 받아들고 느긋하게 향 즐긴다.) 관광지이다 보니 주변에 모텔이 있을 것 같아요. 아주 좋은 곳은 아닐 테니, 잠자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시가지까지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우리처럼 이곳에서 남는 사람은 적은 편이라며 차를 홀짝인다. 따뜻한 차 덕분에 차가워졌던 기운이 내려가는 것 같아 몸 노곤해진다.) 박학다식이라니. 그렇게 칭찬 들으면 조금 부끄러워요. (그래도 기분 좋은지 입꼬리는 계속 올라가있다.) 두근거려서 잠이 안 올 것 같지만, 눈이라도 잠깐 감아두면 좋겠죠? 접이식 침대는 처음 만져봐서, 이게 한 번에 될지 모르겠네요.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여차저차 침대 내리기를 성공한다. 헬레네가 내려준 매트리스까지 올려서 침대 완성) 혼자 했으면 시간 엄청 걸렸겠어요. (침대 위에 짬푸!)
 
헬레네 L. 라세리온:저는 전혀 몰랐던 사실인걸요. 아실이 그만큼 별의 촬영이나 사진 기법에 관해 깊은 지식을 갖고 있으신 거예요.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넨다) 그러게요, 저도 이런 형태의 침대는 처음이라... 캠핑카라곤 해도 있을 건 다 있네요. 테이블이며 소파며 샤워실도 화장실과 분리되어 있고... (새삼 신기한지 캠핑카 내부의 구조를 돌아본다. 아실과 함께 침대 위에 매트리스를 평평하게 펴둔다. 침대 위로 다이빙하는 모습이 귀여워 쿡쿡 웃으며 자신은 비교적 얌전하게 곁에 눕는다.) 아실 말대로 설레어서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당신의 손을 꼭 찾아쥔다) 차까지 마셨으니 조금이라도 잠들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아실링 펜들레엄:당신이 별을 좋아하니까.. 당신이 좋아하는걸, 저도 같이 알고 싶어서 찾아봤어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물론 중간부터는 자신의 탐구욕으로 불타올라 그런 것이기도 했지만,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 비싼 값을 하는 것 같아요. 중간에 망가지는 일도 없었고요. (매트리스에 볼 붙인 상태로 너 보다가 눕자마자 옆구리를 간지럽힌다.) 왜에요. 헬리도 점프해 보지 그랬어요. 제법 푹신해요. 물론 집에 있는 침대 매트리스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요. (잡아진 손 끌어다가 손마디에 간지럽게 입 맞춘다.) 저는.. 조금 잠이 몰려오는 것 같아요. 몸이 갑자기 따뜻해져서 그런 것일까요? (하품~..)
 
헬레네 L. 라세리온:어머... (무척 감동받아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린다.) 너무나도 기쁘네요. 어쩜 이렇게 배려심이 깊으신가요, 아실. 저도 아실이 좋아하는 분야에 관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아실은 별에 관해 알아보셨으니 저는 사진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봐야겠네요. (간지럽히는 손길에 금세 비명 지르면서 몸을 뒤쪽으로 스윽 빼본다) 꺄악! 간지러워요-! (손에 와닿는 입맞춤조차 간질간질해서 어깨를 두어 번 움찔댄다.) 저는 이렇게 푹신한 매트리스에서 푹신한 이불을 덮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얼른 주무세요, 아실. (졸려하는 당신의 위로 이불을 소담스레 덮어주면서 손등을 토닥여준다.)
 
아실링 펜들레엄: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그보다 더 이해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저도 감동이에요. 사진 공부한 뒤에 각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을 생각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지네요. (몸을 뒤쪽으로 빼려는 것을 온몸으로 껴안아 막는다. 그러게 점프했으면 이런 일 없었지 않겠냐는 농담은 덤) 그래요..? 혹시라도 잠자리 불편하거나 무슨 일 있으면 저 꼭 깨워주셔야 해요.. 약속~.. (자꾸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이불을 꼬옥 잡은 채 잠에든다.)
 
-
 
저녁 11시
 
GM:dd
 
캠핑카 내부로 들어서면 조리대에서 끓는 커피포트의 열기가 제일 먼저 느껴집니다.
 
히터로 인해 건조할 법도 하지만,
 
실내는 포트의 끝에서 나오는 증기로 인해 적정량의 습도가 맞춰져 있습니다.
 
운전석을 돌려서 마주볼 수 있게 된 테이블이 놓인 공간을 지나면,
 
간단한 샤워실과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는 생활공간이 나옵니다.
 
생활 공간 쪽은 천장이 높고,
 
침대에 누우면 유리창 너머의 밤하늘이 곧바로 보입니다.
 
별을 찍어야 하는 카메라 촬영 특성 상,
 
내부의 조도는 낮습니다만,
 
침실과 화장실을 비롯한 이곳 저곳에 전부 창문이 달려 있어 실내는 그닥 어둡지 않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이 완전히 잠들 때까지 곁에서 계속 손등을 토닥여주다가, 푹 잠든 모습을 확인하고선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선반 1을 열어본다. 아직 잠이 오지 않았으니 캠핑카 내부를 좀 더 돌아볼 요량이었다.)
 
여벌 옷과 여행에 필요한 생필품이 가득 담겨있는 선반입니다.
 
위 쪽에는 충전 중인 [노트북]이 놓여 있습니다.
 
배터리는 짱짱하지만, 와이파이는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핸드폰을 테더링 하면 인터넷에 접속 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이런 멀고 먼 사막에서 인터넷이 연결된다는 게 신기하다. 노트북을 켜본다)
 
아실링이 여행을 하는 도중 찍은 사진을 옮겨놓은 것이 가득합니다.
 
낮에 찍었던 사막의 풍경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는 헬레네가 찍힌 것도 조금 있습니다.
 
헬레네가 여행 중 무엇을 했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사진을 찍고 구경하면서 풍경을 즐겼었다. 그런 게 여행이니까~)
일어나시면 아까 오후에 찍은 사진도 옮겨달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작게 혼잣말을 하며 반대쪽 선반도 살펴본다)
 
왼쪽 선반에는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
 
여권이나 가방 등 귀중품과 함께 여러개의 카메라 장비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여행에 꼭 필요한 중요 물품들이니 혹시나 건드렸다가 혼선이 일어나지 않게 주의해야겠지. 건드리지 않고 멀리서 지켜만 본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있을까?)
 
선반 끝에서 작은 뭔가가 보입니다.
 
아실링이 어릴 적 만들어 주었던 무엇이든 들어주는 소원 쿠폰을 발견합니다.
 
이런 것을 가지고 왔다니.
 
...
 
갑자기 침대 쪽에서 괴로운 듯한 신음소리가 들립니다.
 
가보면, 아실링이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뒤틀고 있습니다.
 
아주 괴롭거나 끔찍한 꿈을 꾸는 모양새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이걸 여기까지... (아주 어릴 적 받았던 것이라 처음에는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뒤늦게 상기하고서는, 아실링이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주는지 실감이 되어 감동받은 눈길로 쿠폰을 응시한다. 그러다 갑자기 뒤쪽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라 서둘러 아실링을 향해 몸을 숙이고 상태를 살핀다.) 아실, 아실? 왜 그러세요?
 
헬레네가 아실링을 깨우자
 
아실링은 크게 숨을 들이키며 눈을 뜹니다.
 
눈동자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매료감이 가득합니다.
 
[심리학] 판정
 
헬레네 L. 라세리온: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실링은 공포스러운 동시에 너무 아름다워 거부할 수 없는 것을 대하는 듯한 경외와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 (공포에 가득 찬 눈동자를 보곤 서둘러 달래주려다가 일순 멈칫한다. 단순히 악몽을 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엿보이는 저 경외심과 충만함은 대체 무엇일까? 일단은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내며 그의 손을 꼭 잡아준다.) 괜찮으세요? 악몽을 꾸신 걸까요?
 
아실링 펜들레엄:(꿈에서 벗어나 정신을 좀 차린 뒤, 놀란 너를 진정시킨다.) 괜찮아요. 가위에 눌린 것뿐인걸요.. (너를 안심시킨 뒤, 시간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아.. 시간이. 악몽 꾸길 잘했네요. 마침 지금 정도에 일어나야 했으니.
 
헬레네 L. 라세리온:너무 두려워하시는 것 같아서... ... (게다가 그 경외심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더 캐묻지는 않고 어깨를 가벼이 토닥여주었다.) 유성을 보는 것도 좋지만 아실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해요. 차를 한 잔 더 타드릴까요?
 
아실링 펜들레엄:악몽이라는 게 다 두려운 법이죠. 그래봤자 꿈이지만... ... (카메라를 확인하려는 것인지 옷을 빠르게 챙겨 입는다.) 차는 괜찮아요. 뭔가 차 마실만한 기분도 아니고... 아, 당신이 타주는 차가 싫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빨리 확인을 하고 싶어서 ... 저는 그러면 잠깐 잠 좀 깰 겸 카메라를 보고 올게요. 헬리는 추우니까 안에서 있으시고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니에요. 같이 가요, 아실. (왜인지 당신을 혼자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침대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입는다.) 옷도 두껍게 입으세요. 더 추워졌을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네? 저 혼자 가도 괜찮은데.. 바로 앞에 가는 것이잖아요. 걱정 안 해도 괜찮아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목에 목도리를 걸친다.) 여기서 더 두껍게 입었다가는 몸을 못 움직일 거예요. 당신이 보기에도 그렇죠? (뚠뚠)
 
얼음은 제법 얼었는지 아실링이 올라서도 문제 없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그래도요. 저도 사진이 얼마나 찍혔는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정 추우면 잠시만 바람을 쐬다가 금방 들어갈게요. (조마조마한 눈으로 아실링이 얼음을 밟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무렇지도 않자 그제야 안도한다.)
 
따라가는 것을, 아실링은 딱히 말리지 않습니다.
 
바깥은 영하 10도의 추위입니다.
 
아실링은 서리가 어는 카메라의 겉과 렌즈를 특수한 용액으로 잘 닦고,
 
핫팩을 감아주는 등 이런저런 준비로 부산하고, 사진을 찍는데 집중한 듯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전문가의 손길...! 두꺼운 겉옷을 다시 고쳐입으며 구경한다)
 
아실링 펜들레엄:(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의 이것저것을 만지다가 네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체 말을 건다.) ... 헬리. 괜찮으시다면 캠핑카 안으로 들어가주시겠어요? 집중이 조금 흐트려지는 것 같아서..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아직 시간도 한참 남기도 했고요.
 
헬레네 L. 라세리온:그, 그래요? 방해가 되었군요. 죄송해요. (작게 움찔했다가 뒷걸음질쳐 캠핑카 안으로 천천히 올라간다. 아무래도 아까 악몽을 꾼 것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으신 걸까.) 그럼 저는 들어가 있을 테니, 너무 오래 머물지 마시고 들어오세요.
 
아실링 펜들레엄:걱정 마세요. 몸 상하지 않도록 할게요. (시선은 카메라 너머에 향한 상태로 짧게 대답한다. 그 짧은 대답이 끝이라는 듯 그 이후로는 별다른 대답이 없다.)
 
헬레네 L. 라세리온:(평소엔 저런 태도를 본 적이 없다시피 했었던지라, 서운하기도 했지만 걱정이 더 컸다. 미련이 남아 문을 닫기 전에도 몇 번이고 카메라를 정비하는 모습을 뒤돌아보다가, 터덜터덜 안쪽으로 걸어들어간다.)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테이블 앞의 소파에 앉는다)
 
잡동사니들이 가득 얹혀진 테이블입니다.
 
[핸드폰]이나, 여분 배터리, 운전 중에 먹었던 간식 같은 것들이 올라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 공부를 했는지 빼곡하게 무언가가 적힌 [노트]가 보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핸드폰을 켜본다. 딱히 SNS를 할 마음은 없지만... 갤러리에서 이전에 아실과 찍은 사진이라도 볼까...)
 
배터리가 아슬아슬하게 남아있습니다.
 
화면을 키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전에 만났던 낯선 사람의 연락처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러고 보니 박사님의 연락처를 받았었지... 이상한 꿈을 꾸거나 잠을 못 자면 연락해 달라고 하셨었는데, 이 늦은 시간에 연락을 드려도 괜찮은 것일까?)
(고민하다가 일단 노트부터 펼쳐본다.)
 
이번에 떨어지는 유성에 관한 메모들이나,
 
카메라를 다루기 위해 적어둔 메모들이 가득 적혀 있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전문적인 내용들이다... 아실은 이런 방식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신 거겠지? 노트를 흥미롭게 읽어보다가 내려놓고,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배터리가 다 닳아버리기 전에 잠깐이라도 전화를 드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바깥에서의 반응도 그렇고, 왜인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저장해두었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본다.)
 
헬레네가 전화를 걸은 이후로 몇초 뒤
 
[여보세요.]
 
전에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안녕하세요. (예의바르게 인사부터 한다.) 고고학 박사님 맞으신가요? 아까 소금사막에서 명함을 받았던 사람이에요.
 
[아~! 네, 기억합니다. ...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헬레네 L. 라세리온:아까 제 연인에게 기계가 반응했었지요. 잠시 잠을 청했었는데, 박사님의 말대로 악몽을 꾸고 무척 두려워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단순히 공포뿐만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충만함과 경외심까지 읽을 수 있었어요. ... 이런 현상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신 게 있나요?
 
[예?? 악몽을 꾸었다고요? 어떤 꿈인지 얘기를 해줬나요? 몇시였나요? 뭔가 중얼거리는 것은 없었습니까?? ... 크흠흠.. 저도 모르게 흥분을 해버렸군요. ... 그것이... ]
 
[대인기능] 판정
 
헬레네 L. 라세리온:열두시쯤이었어요. 어떤 꿈인지는 정확히 말씀해주지 않으셔서 들은 바가 없네요. 하지만 일어나신 후에 묘하게 서늘해지셨어요. 원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저를 밀어내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하셨구요. (일단 진정하란 듯 조곤조곤하게 말 잇는다)
설득
기준치: 55/27/11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제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소리를 버럭 질르더니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그 사람이 생각해도 좀 이상한 행동이라고 느꼈던 것일까요.
 
[그.... 그 꿈은 아주 위대한 존재가 정신이 예민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입니다. 그 꿈에 잠식된 사람들은 어떠한 깨달음을 얻고,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온 정신을 바치고 미쳐버리기 마련이죠. 저는 그가 그렇게 영향을 받은 이유가, 그 소금 사막 때문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은 아주 오랜 옛날에는, 위대한 옛 것이라고 불리는 어떠한 고등 생물의 도시였으리라 추측되거든요.]
 
헬레네 L. 라세리온:'위대한 존재'라뇨...? ... 고등 생물...? (또다시 이질적인 단어의 등장에 의아하게 되묻는다. 정확히 어떠한 개념인지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그 말대로라면 언젠가는 아실이 미쳐버리게 된다는 게 아닌가? 절대로 그리 둘 수는 없었다.) 해결책은 없나요? 이대로 영향을 받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어요.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 그 일과 연관되어 있으니, 제가 특별히~! 관련된 문서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에헴!]
 
낯선 사람은 문자로 관련 자료를 헬레네에게 보내줍니다.
 
그것은 어떠한 고문서의 일부를 PDF로 정리해둔 것인듯 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정말 감사해요, 박사님. (감사인사를 하고는 파일을 확인한다. 읽어내려갈수록 황당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실종자와 사망자가 많은 이유를 연관지어 보자면 나름 그럴싸하기도 했다. 문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소금사막은 언젠가 검은 문의 입구가 드러나는 위험하고 불길한 장소가 되어버린다는 뜻인데... 이토록 아름답고 서정적인 곳 아래에 별과 별을 넘어다니고 죽음을 다루는 존재들의 문명이 있었다니. 믿기 어렵다. 믿기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 저, 이 내용에 해결책이 있나요? 소금사막을 떠나면 괜찮아질까요?
 
[부름은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애초에 본인은 부름을 받은 순간, 거부라는 선택지 없이 위대한 것이 원하는 바를 시행 하려고 할게 분명합니다.]
 
[지금 당장 떠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방해 때문에 불가능이라고 봅니 다. 지금 할 수 있는건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얼른 소금사막을 벗어나는 것 말고 없습니다.]
 
[하지만 소금사막을 그대로 나오는건 위험하니까, 일단은 해가 뜰 때까지만 버텨보시죠. 제가 내일 선라이즈 투어를 가는 가이드와 함께 그 곳으로 가겠습니다. 그 때까지 절대 두분이서 떨어지지 말고 같이 있어야 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 ...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는 일이다. 고대의 존재에게 금세라도 부름을 받고 광기에 어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가 아실의 코앞까지 닥쳐왔다니. 그저 여행을 떠나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 이런 일에 엮이게 된 것일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여행을 파하고 싶었지만, 가이드도 절대로 이 자리를 떠나지 말라고 하였으니 그럴 수도 없다. 유성을 보고픈 순수한 목적으로 시작된 캠핑카에서의 야영이 오히려 시한폭탄을 단 아슬아슬한 밤이 되어버렸다. 착잡하기 그지없다.) 네, 최대한 버텨볼게요. (아무래도 아실을 다시 불러와야겠다.)
 
배터리가 수명을 다 했는지 핸드폰이 뚝 꺼집니다.
 
그리고 돌연 운전석에서 삐, 하는 경고음이 울려퍼집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캠핑카에 문제라도 생겼나? 핸드폰을 내려두고 서둘러 운전석으로 다가간다.)
 
확인해보면, GPS의 연결 끊김 알림이 울린 것입니다.
 
아까까지도 분명 문제 없이 작동되던 GPS가 통신불가입니다.
 
네비게이션 역시 지직거리며,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됩니다.
 
네비게이션 역시 지직거리며, 핸드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됩니다.
 
자동차 역시 전자기기가 많이 사용되었으므로 제대로 운전이 되지 않습니다.
 
돌연 차에 부착된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알 수 없는 곳의 노래가 굉장히 큰 소리로 울려퍼지기 시작합니다.
 
모든 전자기기는 마음대로 끄거나 켤 수 없습니다.
 
장엄한 클래식이 무력한 귓가를 때리는 순간,
 
바깥에서 돌연 눈부신 청보라빛의 빛 줄기가 스쳐지나갑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갑자기 이게 왜 이러지...? (GPS며 온갖 전자기기들이 먹통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까 교수에게 받은 파일 때문인지 괜시리 더더욱 불안해졌다. 급작스럽게 울려퍼지는 클래식에 두려움은 더더욱 커진다.)
아실, 아실! (아무래도 어서 아실을 불러와야 할 것 같아 문을 열고 나서려다가 청보랏빛 빛줄기를 목격한다. 저건 또 무슨 의미일까. 이제는 더 이상 소금사막을 단순한 관광지로 보기가 두려워졌다.)
 
-
 
새벽 3시 30분
 
GM:dd
 
바깥은, 별의 윤무입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어두컴컴한 하늘과 얼음에 별이 점점히 박혀있었던 시야가,
 
사방에서 일주하는 별로 인해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입니다.
 
아실링이 사진을 찍고 있던 카메라의 전방,
 
앵글에 들어올 법한 드넓은 빙판과 하늘에서,
 
별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듯한 빛무리의 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더 이상 위와 아래, 과거와 미래는 구분 되지 않습니다.
 
별을 탄생하게 하고 매몰시키는 인력이나 중력조차 무색해 지는 곳입니다.
 
....
 
그리고 그런 별 빛의 궤적 사이를, 아실링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실링이 향하는 곳은, 원근감도 무색할 만한 거대한 검은 문입니다.
 
텅 비어있던 지평선 끝에, 아까는 보지 못했던 검은 문이 서 있습니다.
 
거리가 제법 되는데도 불구하고 산 만한 크기로 보이는 문은,
 
규모를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문에는 생전 본 적 없던 끔찍한 부조들이 지옥의 문 처럼 조각되어 있습니다.
 
헬레네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끔찍한 것이 저 안에 잠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문은 열어서는 안 되는 것, 손 대어서는 안 되는 불길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실링은 그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갑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캠핑카의 문을 열자마자 와락 들어오는 모습에, 일시적으로 넋을 잃고 자리에 멈추어섰다.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의 향연. 평소라면 절대 불가능할 속도로 빠르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희디흰 별빛들. 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광경이다.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아실링을 부르려던 찰나, 검게 펼쳐진 문으로 걸어가는 그를 발견하고는 가슴이 철렁한다. 문이 이토록 빠르게 열려버리다니. 적어도 다음날까지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를 향해 마구 뜀박질한다.) 아실, 아실! 가시면 안 돼요. 그곳으로 가시면 안 돼요!!
 
별의 굉음과 라디오에서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음악에 자신의 목소리조차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아실링은 대답없이 그저 검은 문을 향해 걸어갈 뿐입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제발... 아실!! 뒤를 돌아보세요. 가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라디오의 음악 소리와 일주하는 별의 음악이 시끄럽게 우리의 사이를 채운다. 찢겨지는 악보처럼 끝내 우리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요량일까.)
 
[건강] 판정
 
GM: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헬레네 L. 라세리온: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아실링 펜들레엄: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별에서 낯 모를 것이 타들어가는 원소의 냄새가,
 
그리고 에테르가 휘몰아치는 형상이, 불꽃이,
 
귀를 찢는 듯한 높은 소리가 가 단조의 관악기 같은 투로,
 
알레그로 콘 브리오의 세기로 울려퍼집니다.
 
태양 마차를 잘 못 몰아 지상에 불을 질렀다던 신화의 파에톤처럼,
 
행성 파에톤에서 떨어진 유성의 궤적이,
 
카메라에 담긴 지상에 재앙을 가져옵니다.
 
충격적인 광경에 [1/1d4의 이성을 차감]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4
 
(
1
 
)
 
 
=
1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인지라 아실링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이성 -1
 
헬레네 L. 라세리온:(그를 붙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힘껏 뒤를 따라 달린다.) (한 칸 전진합니다!)
 
헬레네 2번 위치, 아실링 4번 위치
 
[건강] 판정
 
헬레네 L. 라세리온: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아실링 펜들레엄: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시나요? 아실! (그를 무작정 쫓아간다. 바람이 차가운데, 너무 오래 나와있다가 감기에라도 걸리면 어쩌지...) (한 칸 전진합니다!)
 
별이 끔찍하리만치 아름다운 모습으로 일렁입니다.
 
시야가 흐려지고, 공간의 원근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실링도, 문도,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있다가도
 
눈을 깜빡이면 저 먼 곳에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만화경처럼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신기루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현기증으로 가득합니다.
 
[건강] 판정
 
헬레네 L. 라세리온:(현기증이 일고, 서서히 숨이 가빠온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이렇게 허무하게, 이대로 떠나보낼 수는 없다.)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실링 펜들레엄: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실링 5번 위치
 
헬레네는 뭘 하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달리다가 점점 더 숨이 가빠져서, 잠시 무릎을 짚은 채로 멈춰선다. 이대로 쫓아가보아도 금세 닿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 보니, 아실링이 말하기를 얼음이 매끈해야 별빛을 잘 반사할 수 있다고 했었다. 박사가 보내준 문서에서도 별들이 어긋나 있을 때는 존재할 수 없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고민에 잠겨 있다가 발을 높이 들고 얼음을 거세게 내리찍어본다. 넓은 범위로 뛰어다니며 얼음을 부수려 애쓴다.)
 
헬레네의 발이 닿는 곳 부터 얼음이 깨져나갑니다.
 
방사선 모양으로, 유리나 거울이 연쇄적으로 갈라지듯
 
발 아래에서 우주의 조각이 부서집니다.
 
그러면, 귀를 찢을듯 고막을 때리던 빛의 기류가 천천히 잦아듭니다.
 
웅웅 거리는 진동만은 여전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쳐도,
 
자신의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소음은 사라집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빛의 기류가 잦아들었다. 아실링은... 아실링의 걸음은 조금 느려졌을까?)
 
아실링이 드디어 뒤를 돌아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발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드디어 아실링에게 제 목소리가 닿았나 싶었는데, 연인의 발은 또다시 앞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참람한 절망감이 닥쳐왔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별의 소음이 잦아들 때까지 얼음을 깨고 또 깬다.)
 
헬레네가 연이어 발을 움직입니다.
 
그 발걸음에 흔들리는 공간과 시간, 일렁이는 시야가 마치 날씨가 개인 듯 한 번에 사그라듭니다.
 
원래대로 돌아온 원근감, 맑고 깨끗한 시야.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것 같지 않았던 아실링의 뒷모습도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위치합니다.
 
지금이라면, 아! 뛸 수 있어!
 
헬레네에게 이동행동을 추가로 1개 더 지급됩니다.
 
헬레네 L. 라세리온:(효과가 있다. 빛을 제대로 반사하지 못한 별들이 잦아들어간다. 영영 멀어질 것만 같던 아실링이 코앞에 있다. 다시 한 번 모든 힘을 짜내어 그를 향해 뛰어간다.) 제 손을 잡아주세요, 아실!
 
머리 위에서 거대한 별이 점멸합니다.
 
그리고 걸음을 걸을 때 마다 점멸하는 별이 밟힙니다.
 
우리는 마치 우주 속을 여행하는 여행자 같네요.
 
별과 별을 여행하기 위해 육체를 버려야 했던 어린왕자처럼,
 
어쩌면 우리는 시시각각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자리에 위치한 별에게서, 위대한 옛 것의 광기가 흘러나옵니다.
 
그 광기는, 아실링이 문 너머에서 보고 있는 시야를 깨달을 수 있는 통찰 역시 가져다 줍니다.
 
흘러나오는 위대한 옛 것의 사념이 헬레네에게도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헬레네는 아실링의 꿈, 바라는 소원 일부를 목격합니다.
 
넓고도 넓은 모형 정원 속에 있는 아실링과 헬레네가 보입니다.
 
아실링이 말한 소원 그대로 이루어진 세계.
 
그 안에서 둘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요.
 
헬레네 L. 라세리온:(아실링을 잡기 위해 뛰어갈수록 저 역시도 문에 가까워진다. 환영과도 비슷한 바람이 보인다. 아름다운 정원 속 웃음짓는 두 사람... 어째서일까, 코끝이 찡해져 오는 건.) 당신, 지금...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 계신가요? 그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예요. 저희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간다면 그저 소망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로 이끌어낼 수 있을 거예요!
 
아실링 펜들레엄:(잠에서 덜 깬 것같이 초점이 흐리던 눈에 천천히 빛이 들어온다. 모형 정원이 아닌, 진짜 세계가, 그리고 너를 눈에 담는다. 지금 제 눈에 보이는 것이 현실이 아닌 악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꿈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는 법. 자신을 깨운 너를 보더니 짧은 순간 안에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끝났다. 곧바로 울상이 된 얼굴은 다른 말은 꺼내지 못한 체 너만을 바라본다.) .. 미안해요.
 
-
 
GM:dd
 
별빛이 갈라집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걸음은 왜 매번 이렇게 힘이 드는걸까요?
 
이 과정은 언제나 서로에게 상흔을 입힙니다.
 
때로는 알지 못하는 낯선 사실을 깨달아버려,
 
이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해답을 알 수 없음에도,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혼자서는 거대한 두려움 앞에 무력하기에, 다시금 다가갑니다.
 
차갑고 단단한 것이 깨지는 소리가 발걸음마다 울려퍼집니다.
 
금은 얼음의 결을 따라, 원래 이 곳에 불어왔던 부드러운 순풍의 방향을 따라 발길이 닿지 않은 아주 먼 지평선까지 퍼져나갑니다.
 
자존심 강한 사람이 패배 할 때 처럼,
 
얼음은 깨어지는 순간 자신의 모든것을 부숩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가리지 않는 상대방의 본심을 마주하는 것은 껍질을 깨는 것 처럼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갈라짐이든 그 처음은 아주 작은 발걸음….
 
...
 
이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좋습니다.
 
어떤 거대한 일이던, 시작은 작은 발걸음이라는 것을,
 
자신의 의지로 증명합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이런 저도.. 괜찮으신 거죠? 정말 같이 가주실 거죠?
 
헬레네 L. 라세리온:그럼요, 아실! (팔을 뻗어 당신을 와락 끌어안는다. 얼음이 깨어지고 별은 다시금 제 속도를 찾아 느리디 느린 궤적을 그린다.)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아실이 일부러 저를 무시하고 걸어가신 것도 아니잖아요. 저희는 운 없게 얽혀든 것뿐이에요. (사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심장이 여전히 빠르게 맥동치고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당신을 붙잡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아실링의 소망 속에서 저를 향한 마음까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이 놀라셨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절대로 당신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요! 소금사막을 가로질러 뛰어가면서 당신의 소망을 엿볼 수 있었어요. 저와 함께 하고픈 모습을 보며 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무척이나 기뻤어요. 그 소망을 실체화할 수 있게끔 노력해봐요.
 
아실링 펜들레엄:그런 꼬임에 넘어간 것은, 제 마음이 아직 단단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당신을 못 믿어서 가 아닌, 저 자신을 믿지 못해서 두려웠던 것일 거예요. (현실에서 눈을 피해 도망가듯이 문을 향했던 자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진짜 너는 제 뒤에서 힘겹게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는데. 어떻게 너를 두고 한눈을 팔수 있었을까. 전부 스스로의 나약함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런 저라도 괜찮다고 말해주신다면.. 그 마음 실망하지 않도록 살아갈게요. ... 온 마음과 애정을 담아 당신에게 전해요. 사랑해요, 헬리.
 
쨍그랑!
 
그리고 그 발걸음이 쌓인 순간, 얼음은 무수한 조각으로 부서집니다.
 
얼음에 비치던 우주도, 별빛도, 매끄러운 표면과 같이 부스러집니다.
 
산란하는 별빛은 마치 우주의 파열을 보는 것 만 같습니다.
 
그러면, 어느덧 우리의 앞에 피할 수 없는 두려움 처럼 서 있던 문 역시,
 
가장 아래부터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원시의 위대한 것을 재림시키던 별의 위치가 사라지면
 
이 차원에 존재할 수 없는 것들도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습니다.
 
검은 문이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 안,
 
금이 낸 가늘고 얇은 틈으로 희미하고 밝은 청보라빛이 스쳐지나갑니다.
 
그 빛이 별의 윤무를 연상 시킵니다.
 
반사적으로 몸을 굳히는 순간….
 
발걸음에서부터 시작해 얼음을 지나, 문을 가르는 금이 번집니다.
 
금은 나무의 뿌리나, 가지가 뻗듯 끔찍한 부조와 문을 가릅니다.
 
조각난 공포들이 부서져 내립니다.
 
부조의 잔해들은 깜빡, 깜빡 흔들리고 일그러지면서 낙하합니다.
 
이 차원의 것이 아닌 것들은 얼음 아래로,
 
원래 자신이 존재했을 법한 르뤼에의 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몇천만년 뒤, 누군가 어떤 우연으로 별의 위치를 맞추어 갈 때를 깨어있는 잠으로 기다릴 것입니다.
 
그리고 부서진 문 너머로 빛나는 것은, 무수한 유성입니다.
 
차원의 틈바구니에서 서로를 괴롭히던,
 
고통 같은 빛과는 다릅니다.
 
자신의 몸을 부숴 흩어지는 혜성 파이톤의 잔해들이,
 
하늘을 청색과 보라빛으로 수놓습니다.
 
불타는 대기가 유성의 마지막을 화장합니다.
 
그 광경이 산산히 부서진 바닥에 수십,
 
수백개의 조각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빛납니다.
 
우리가 줄곧 찾아오던 별의 꼬리들이,
 
우리의 얼굴 위, 차체 위, 소금사막의 얇은 얼음 위를 무수히 뒤덮습니다.
 
문득 아실링이 입을 엽니다.
 
아실링 펜들레엄:이걸 사진으로 찍으려고 했었는데.
 
하지만 아실링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헬레네의 옆에 서서, 환상적인 별의 마지막을 목도합니다.
 
...
 
발 아래의 물은 이제 고요합니다.
 
가장 투명한 거울 위에서, 빛나는 별의 잔해 속에서.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필사적인 걸음 끝에 남은 속살입니다.
 
모든 것을 비추는 광대한 거울 속,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헬레네 L. 라세리온:인생은 언제나 시험의 연속이라고 하죠. 공부나 자격증에 관련된 시험도 있겠지만, 인간관계에서의 시험,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시험도 존재할 거예요. (아실링의 손을 꼭 잡고 흔들었다. 청보라색의 빛줄기가 두 사람을 선풍처럼 스치운다.)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지 못했더라도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개선해나가면 되는 거죠. 낮은 점수에 만족하고 살아갈 수도 있구요! 자기 자신을 너무 옥죌 필요는 없어요. 자책에 무너지지 않도록 새로운 희망과 소망을 찾아가요.
(거대한 옛것의 존재는 부서지는 별빛과 함께 사라지고, 검은 문 사이로 이곳으로 오게 된 목적인 유성들이 쏟아져내린다. 유성의 빛이 마치 그림자마냥 몸을 뒤덮고 빛자욱을 남기며 떨어진다. 굳이 사진기를 들지 않더라도 영영 잊을 수 없는 광경이 되리라.)
제 모든 시간을 당신과 함께할게요. 사랑하는 아실. (고개를 틀고 입을 맞춘다. 거울마냥 아름답고 투명하게 비쳐지는 별의 잔해들 속에서 저는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을 바친다.)
 
아실링 펜들레엄:저의 부족함을 좇다가, 당신을, 그리고 세상을 위험에 몰아넣을뻔했네요.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어요.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그것과 동시에 제 모습을 보는 것도 정말 힘든 것이었어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 모습은 생각보다 초라했어요. 그걸 느낄 때마다 항상 고통스러웠고. 누군가는 아니라고 할 테지만, 저 스스로 그렇게 여기는 것을 그만둘 수 없었죠. 모두가 다 그럴 텐데...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이런 과정이 힘들다는 것을 왜 잊고 살았을까요. (목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던 목도리가 바람에 휘날리더니 그대로 물 아래로 떨어진다. 머리카락이 휘날려 표정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으나, 그 아래의 얼굴은 분명 두려움이나 힘듦이 가득한 얼굴은 아닐 것이다. 가라앉은 것 위로 네가 알려준 희망과 소망이 생겨났으니 말이다.)
제 모든 시간을 함께할 당신. 사랑하는 헬리.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유성우가 수 놓는 하늘 너머,
 
검은 문이 자리하던 자리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시작됩니다. 일출입니다.
 
그러면 유성은 새벽 별이 뜨는 남색의 하늘 사이로 천천히 잦아 듭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 먼 지평선에서 깜빡깜빡, 헤드라이트를 비추는 무리가 있습니다.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량 위,
 
낯선 남자가 예의 그 이상한 통신 장비를 목에 건 채 이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는 것은, 그리고 별과 일그러진 잔상이 가득한 카메라에 가득 담긴 것은,
 
장대한 일출을 등 진 두 사람의 그림자,
 
그리고 투명하게 비쳐지는 별의 잔해 같은 표정….
 
-
 
[Ending 1. 가장 투명한 거울 위에서, 숨길 수 없는 자신을 마주하세요.]
 
아실링 생환, 헬레네 생환
 
둘은 헬레네가 아실링에게 다가간 잔상과,
 
마지막에 해를 등지고 있는 모습이 알아보기 힘들게 찍힌 필름 사진을 한 장 가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