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 : 20시간 반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세 개 뿐이지.
사랑이거나, 제대로 미쳤거나, 혹은 둘 다거나.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환한 빛이 어째서인가 지나치게 낯섭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짙은 밤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렀을 줄은 몰랐습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이 결혼을 만인이 축하한다고…
슬프도록 찬란하던 히스 꽃밭에서 당신은 셀레온과 이별했습니다.
아직도 옅게 와닿던 입술의 촉감이 생생합니다.
이별의 이유는 명백히 당신의 결혼을 취소시키기 위한 그의 행동 때문이었을 텐데요.
의문을 추스르기도 전 사용인이 들어와 기쁜 낯으로 당신에게 의복을 건넵니다.
사용인: 출발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아가씨.
오늘 저녁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할 다른 준비가 모두 끝났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결혼이라고?) 갑자기 무슨 결혼식이야. 나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사용인:네에? (의아하게 되묻고는 이내 손뼉을 치며 활짝 웃는다.) 너무 들떠서 잠시 잊고 마신 거지요?
그 유명한 카르디안 가의 자제분과 약혼하셨잖아요?
비록 얼굴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왕가와 직결되어 있는 거대한 가문이니 분명 결혼이 성공한다면 이 저택의 위상이 엄청나질 거라 들었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아니, 잠깐만. 카르디안이라고? 그런 가문이 있었어? 애초에 그 성은..(레온의..)
사용인:후후, 그럼요. 왕족과도 연결되어 있는 가문인걸요. 혼담이 몇 개나 들어왔는데도 구태여 아가씨께 먼저 정략혼을 청하다니, 좋은 징조가 분명해요!
게다가 카르디안이 그런 가문이었다뇨? 이미 몰락하여 가문이랄 것도 없는 성씨가 아니었던가요?
발레리 C. 하인즈:(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결혼식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카르디안이라는 가문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어제 일이 꿈이었나? ..하지만 그렇게 생생했는데 꿈일리가...)
(세상이 나한테 단체로 거짓말 중인건가. 혹시 내가 미쳤나?)
혼란스러울 따름입니다.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거죠?
발레리 C. 하인즈:(어제 일이 정말 꿈이라면..) ...셀레온은, 어디있어?
사용인:셀레온이라뇨? 처음 듣는 이름인데. 그게 누구인가요?
발레리 C. 하인즈:그게 누구냐니, 어릴 때 부터 내 시중들던.. .. 몰라?
사용인:(여전히 전혀 모른다는 듯한 반응이다.) 그런 이름의 사용인이 하인즈 가에 있었다고요? 다른 사용인과 착각하신 게 아닐까요, 아가씨?
발레리 C. 하인즈:
심리학
기준치: |
60/30/1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발레리는 사용인의 목소리가 흐릿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셀레온을 모른다는 사실을 고하는 어투가 어쩐지 아주 자연스럽지만은 않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조금 의심스레 쳐다보다가 만다.) 내가 레온을 다른 사람과 착각할리가.. (중얼) 그럼, 린튼 가는? 나 린튼 가랑 약혼했었잖아.
사용인:아... (눈썹이 팔자 모양으로 내려간다.) 린튼 가... 전에 아가씨와 혼담이 한 차례 오갔던 집안이죠. 의문의 실종 사건으로 이젠 일원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했지만요.
린튼 가엔 왜 그러시나요? 신경쓰이는 일이라도 있으세요? (달래듯) 혼담이 한 번 오갔다지만, 그것도 이젠 한참 된 이야기이니 아가씨께서 마음 쓰실 필요는 없으셔요.
발레리 C. 하인즈:(이것만 들으면 현실이 맞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카르디안이라는 가문과 결혼하게 된 것도 그렇고..) ..그래, 알겠어. (가보면 알게 되겠지. 가만히 있어봤자 알 수 있는건 없을테니.. 하아, 또 누구랑 결혼하게 될지.)
사용인:네에, 아가씨. 그럼 이제 준비를 도와드려도 괜찮겠죠? (생글생글 웃으며 의복을 갈아입혀준다)
사용인은 당신의 머리를 빗으로 쓸어주고 옷매무새를 정돈합니다.
이 모든 일말의 정돈된 손길을 받다보면 묘한 인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린튼 가와의 결혼식 전 셀레온이 당신의 매무새를 정돈해주던 순간이 상기되지 않나요.
하지만 고개를 들면 그곳에 셀레온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이후 사용인은 짐을 챙겨 당신을 저택 입구에 대기한 마차로 데려갑니다.
마차는 오페라 하우스로 향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향할 오페라 하우스는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입니다.
오페라 하우스라기보단 거대한 궁전에 가깝다는군요.
1층에 준비된 거대한 홀에서는 연말마다 가장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들었습니다.
사용인:(곁에서 들뜬 목소리로 종알거린다.) 왕족과 고위 귀족들만 모이는 그 화려한 장소에서 아가씨의 결혼 축하 파티와 공연, 결혼식까지 올릴 거라고 하네요!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울지, 제가 다 기대돼서 가슴이 막 콩닥거려요.
발레리 C. 하인즈:그것보다, 내 결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니? 카르디안 가의 사람이라는 걸 제외하고. 적어도 이름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야? (오페라 하우스가 화려하든 말든, 발레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 따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그리 말한다. 레온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
사용인:(따분한 태도에 슬쩍 눈치를 보며 목소리 크기를 낮춘다) 죄송해요. 저도 카르디안의 장성한 자제분이라는 것 외엔 들은 바가 없네요.
마차 바퀴가 미약하게 덜컹이며 당신을 데리고 이동합니다.
도저히 이런 화려한 결혼식을 열 수 있을 만한 힘을 갖고 있진 않을 텐데요.
그의 이름 뒤에 그저 버릇처럼 붙어있던 성씨가 오늘은 유난스레 크게 다가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하아..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른하게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며) 약혼자에게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대단하신 분이 누구인지 참 기대되는구나. (혼잣말하듯 말한다. 아무래도.. 그 이름을 들으면 자꾸 레온과의 마지막이 떠올라서인지, 기분이 좋지 않은 듯 했다.)
갑작스레 다시금 들이닥친 정략 결혼도 그렇고,
결혼 축하 파티? 공연?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결혼식?
당신은 아직도 셀레온과 헤어지던 전날 밤의 한순간에 갇혀있는 것만 같은데.
그러나 눈앞의 풍경은 당신의 의지며 기분과 무관하게 바뀔 따름입니다.
오전에 출발한 마차는 오후가 지나 저녁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의 외곽을 마주합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해안가의 절벽 근처에 자리해 있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도시 외곽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댑니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는 들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습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산책로로 인기가 많은 해안가가 존재합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보입니다.
카르디안 가와의 결혼은 왕실에서도 직접 사람을 보내 축하한다던가요.
당신이 마차에서 내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향하자 떠들며 입구 안으로 들어가던 사람들이 잠시 행동을 멈춥니다.
짐을 들고 당신을 따라오던 시종들도 따라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당신을 향했다가, 아까까지의 소란스러움을 내려놓은 채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이동합니다.
누군가의 탄성과 같은 외침을 증명하듯 셀레온이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지막 기억 속에서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구태여 다른 점을 꼽으라면 조금 더 멀끔해졌다는 것?
린튼 가를 하나하나 살인해가며 얻었던 수많은 상처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꾸어진 머릿결은 단정하며 입은 옷에서는 귀태가 흐릅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모양새가 낯설지 몰라도 그는 셀레온입니다.
당신 이외 그 무엇에도 관심을 주지 않는 눈이.
셀레온 K. 카르디안:
(To GM)rolling 1d100<80
=
1 Success
셀레온 K. 카르디안:(정중하게 목례한다. 우아한 듯하면서도 절제된 품위가 배어나오는 몸짓이다.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고요하고 진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스 하인즈. 셀레온 나이트 카르디안이라고 합니다. 먼 길을 오심에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기이한 반응이다. 마치 당신을 처음 보는 이마냥 대하고 있지 않은가.)
발레리 C. 하인즈:(흔들리는 색 다른 두 눈동자가 당신을 향한다. 어쩌면, 카르디안이라는 성을 들었을 때부터 이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달빛 아래에서 사라진 당신이 마치 마법처럼 내 앞에 나타나기를.) ... (자신을 처음 본 것 처럼 행동해도, 기품이 배어나오는 몸짓을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당신, 진짜 레온 맞아요?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이 당신이기만 하면 되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흔들리던 눈동자가 젖어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
셀레온 K. 카르디안:(갑작스럽게 애칭이 불렸는데도 그다지 당황한 티는 나지 않는다. 다만 젖어드는 눈가를 주의깊게 응시한다. 닦아주고 싶은 것마냥 손이 작게 움찔거리다가, 이내 눈썹을 살짝 휘며 미소짓는다.) 저는 분명히 셀레온이 맞습니다. 혹 햇살이 많이 따가우십니까. 눈이 아프신 듯하여. (자켓의 주머니에서 희고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어 건네준다.)
발레리 C. 하인즈:(미소짓는 당신을 조금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흐르는 눈물을 차분히 닦아낸다. 당신이 나를 기억하는건지 아닌지도 모르고, 여전히 이게 현실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신과의 결혼이라면.. 싫지 않았다. 아니, 너무 기꺼운 나머지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미안해요 미스터 카르디안. 결례를 저질러버렸군요. (늘 그래왔듯 미소지어보이며) 혼자 닦아버려서 손수건은 괜찮겠네요. 호의를 의도치 않게 거절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군요..
셀레온 K. 카르디안:괜찮습니다. 잦아들은 것 같아 다행이군요. (다시 손수건을 꽂아넣으며) 비록 정략 결혼으로 맺어지게 된 인연이지만, 결혼식까지의 사흘 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결혼식의 일정에 관해서는 설명을 듣지 못하셨겠지요? (시종일관 차분한 투로 말을 잇는다.) 오늘 밤에는 가벼운 웰컴 파티가 준비되어 있고, 내일은 결혼식을 축하하러 오신 왕실의 귀족분들과 저희를 위한 오페라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모레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마지막 파티가 커다란 규모로 열린다고 하는군요.
결혼식은 3일 뒤에 이뤄질 것입니다. 꽤나 일정이 많은 만큼,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 설명을 잇는 모습은, 과거 당신을 보필할 적 그날그날의 수업 일정이나 파티 일정을 설명해주던 때와 겹쳐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하인의 신분이 아니다.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동일하고 동등한 귀족의 위치에 서서 혼인을 입에 담는다. 어찌된 일인지 영문 하나 알 수 없으나 그 사실만은 확실했다.)
발레리 C. 하인즈:(과거라고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제게 해주었던 모습들이 겹쳐보여 또다시 속이 울렁거렸다. 당신은 어떻게 다시금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인지, 카르디안이 어떻게 영향력이 큰 가문이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지만 발레리는 편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당신이 자신의 옆에 선다는데 다른게 무어 중요하겠는가..) 설명 고마워요. 그럼 오늘은 함께 파티를 즐겨야겠군요. (미소지으며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근사한 에스코트, 부탁드려도 될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예, 저희를 위해 많은 이들이 공을 들였다 하니 기대하셔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부드럽게 웃는 모습은 지난날의 고난과 상처라곤 일말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저 당신만을 오롯이 눈에 담고, 당신에게 온 신경을 집중한다. 공식적으로는 만난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고, 그저 형식적인 정략결혼의 상대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셀레온이 당신의 손을 맞잡으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이름을 크게 부릅니다.
카르디안 가문원: 셀레온! 인사는 그만하고 이쪽으로 오거라. 다른 귀족분들이 너를 기다리고 계신다.
셀레온 K. 카르디안:(난처한 낯이 된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듯도 했다.) ... 아무래도 저는 먼저 들어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직접 안내를 해드리지 못하여 죄송스럽습니다. 웰컴 파티에서 다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미스 하인즈?
발레리 C. 하인즈:.. (당신을 부른 카르디안 가문의 일원을 싸늘함이 맴도는 눈빛으로 쳐다봤다가 다시 당신을 보며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어보인다.) 물론, 제가 양해해 드려야죠. 급한 부름이신 것 같은데 가보세요. 이따 파티장에서 뵈어요 미스터 카르디안.
셀레온 K. 카르디안:무례를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잠시 미적거리더니, 당신의 손을 잡아와 그 위에 부드럽게 입술을 내리누른다.) ... 그럼, 이만. (그제서야 발을 돌려 가문원에게로 향했다.)
발레리도 이만 오페라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발레리 C. 하인즈:(제 손등에 느껴진 감각에 잠깐 벙쪄있다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나도, 들어가야지. (어쩐지 귓가가 뜨거웠다.)
들어서기 무섭게 궁전이라는 명색이 무색하지 않게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와 기둥, 황금 장식이 당신을 반깁니다.
삼삼오오 모인 귀족들이 곳곳에 포진된 상태입니다.
셀레온은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에 서 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을 보아 받고 있는 관심이 지대한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당신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며 인사를 건네는 참입니다.
귀족 1: 아, 발레리! 나 기억 나나? 사돈의 팔촌에 오촌의 친구의 아버지, 바튼 윌슨 말일세!
자네의 1세 생일 잔치에서 봤었는데, 이렇게 많이 컸군!
귀족 2: 결혼 축하드려요, 발레리 씨. 저는 일찍이 카르디안 가와 하인즈 가가 잘 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사돈의 팔촌의 오촌의 친구의 아버지이신 미스터 바튼, 정말 오랜만이네요. 비록 제가 유아기 망각을 겪어 가억나는 것은 아무도 없지만요. (웃고)
축하 감사해요. 저도 이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답니다. (어째서인지 린튼 가와의 결혼을 축하해주던 사람들에게 하던 것과 달리 친절한 목소리다.)
대강 대답을 해주다 보면 귀족들은 알아서 흩어져갑니다.
사람들에게서 빠져나오면 1층 조사가 가능합니다.
[입구], [휴게실 입구], [식당 입구], [홀],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볼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하아.. 기분은 좋아도 역시 지치긴 하네. (레온과의 결혼이라니.. 다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너무 미소지어서 경련이 올 지경인데도.) ..? 나 왜 여기로 왔지? (아무렇게나 걷다보니.. 입구 앞에 와있는 발레리다..! 이윽고 심심한지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데..)
셀레온과 결혼을 한다는 사실에 설레여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덧 당신이 들어온 입구입니다.
거대한 아치문의 양 기둥은 황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마저도 일부이며, 대부분이 명망 있는 귀족들입니다.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귀족들이 당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젠트리가 일부라니.. 새삼 카르디안 가의 위세를 실감하는 발레리다. 제가 기억하는 카르디안은.. 평민이었는데, 정말 어떻게 된거지. 의문이 불쑥 튀어나온다.)
(..불쑥)
그렇습니다. 꽤나 날고긴다 하는 하인즈도 이만큼의 위세를 지니진 못했는데 말이죠.
발레리 C. 하인즈:...아무튼, 계속 입구에 서있는 것도 민폐겠지. (발걸음을 옮겨 휴게실 입구로 향한다. 조금 쉬고 올 작정으로.)
이곳 오페라 하우스는 VIP 게스트를 위한 숙소를 따로 마련해두었는데,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이 휴게실 안에 자리해 있습니다.
숙소로 올라가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럼 좀 쉬어볼까? ..파티의 주인공이 자리를 오래 비우는 것도 좀 그러니까, 간단하게 짐만 놓고 와야지.) (사람들을 지나쳐 계단으로 향한다.)
신랑의 방과 신부의 방은 각각 복도의 끝에 나뉘어져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복도의 끝? 신부랑 신랑의 방인데 왜 저렇게 멀찍이 띄워놨담...) (약간 불만이 있지만 일단 방 안으로 들어간다!)
숙소 내부엔 깨끗한 침대며 향수들이 줄지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적당히 선반에 짐을 놓고 나오면 될 것 같네요.
발레리 C. 하인즈:(가벼운 발걸음으로 선반 위에 짐을 올려놓고 잠깐 침대 위로 풀썩 앉는다. 구두때문에 피곤한 발을 쉬게 해줄 모양.) 이러니까 좀 살겠네. ..내려가면.. 레온한테 춤신청 해야겠다. (..) 결혼할 사이니까 내가 먼저 해도 되겠지? (중얼거리며 다시 일어선다.)
(그러더니 다시 파티장으로 내려와 식당 입구로 향한다. 목을 축일만한 걸 찾고싶은 듯 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식사는 이곳에서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식사 때가 아니지만 가벼운 음료 정도는 마실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 있나보네. (샴페인 잔 하나를 들어 마신다. 달달한 걸 보니 도수가 낮은 것이겠지.) 하.. 이제 좀 살것 같다. (이윽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잘되어있네. 역시 유명한 곳은 다르긴 한가봐. (중얼)
(몇번을 둘러보던 발레리는 어떤 식사가 나올지.. 약간의 궁금증을 가지고 발걸음을 또 옮긴다. 이번에 향한 곳은 파티장의 홀.) 레온을 찾을 수 있을지..
바로 앞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1층 콘서트 홀 입구가 위치해 있습니다.
웰컴 파티를 준비하는 사용인들이 군데 군데 자리한 상태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곳 저곳에 명화가 많이 그려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연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의 손길이 아름답게 묘사됐음을 깨닫습니다.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자 한다면 <지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신의 형태가 어쩐지 익숙하고도 거북하게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신’으로 추앙받는 것의 존재를 일찍이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4/42/16 |
굴림: |
1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발레리 C. 하인즈:(묘한 이질감에 그림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홀에도 없고.. 2층에 있는건가?) (2층은 빤히 쳐다보더니 한숨쉬며 게단을 올라간다. 오늘따라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홀을 벗어나는 찰나에 셀레온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네요. 사적으로 말을 걸 만한 여유는 없어보입니다.
셀레온은 당신을 향해 부드럽게 눈길을 휘어 웃습니다.
그리곤 곧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계단은 콘서트 홀의 2층 좌석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사용인:아가씨, 웰컴 파티 준비를 해야 하니 함께 숙소로 가시겠어요?
발레리 C. 하인즈:..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레온을 흘긋 쳐다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사용인을 쳐다본다. 어차피 지금 말을 걸 수는 없으니까..) 그래, 가자. 늦지않게 준비해야지.
휴게실이 있는 옆 건물 2층에 위치한 숙소에는 당신과 셀레온만이 머무른다고 하네요.
방문객, 손님들은 모두 오페라 하우스 근처 호텔에서 묵는다나요.
숙소에서 할 일이야 뻔합니다. 웰컴 파티를 위해 가꾸는 거죠.
거의 처음으로 부부 될 사람들의 모습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내는 순간이니 몇 번이나 신경 써도 모자라겠지만…….
그런 것보다 셀레온이 더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완전한 저녁이 찾아오고, 홀은 아까보다 사람이 적습니다.
초청된 가수가 느릿한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게 들립니다.
웰컴 파티는 말 그대로 결혼식의 주인공들과 그 친인척, 초대받은 하객들이 이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한 것을 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되어 들리는 말마따나 왕가에서도 직접 축하하러 내려올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니 이렇게까지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게 분명합니다.
거의 모든 상황이 린튼 가와의 정략혼이 결정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꼭 이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3일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한 3일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 나중에 알게 되겠지.) (태평하게 생각하기엔 바로 어제 겪었던 일이 너무 생생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침울하게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고)
주위를 둘러보면 발레리의 가문 친인척이 몇 서있습니다.
척 봐도 고급진 옷, 고급진 장신구, 장인의 손을 타 정성껏 세공된 시계와 브로치 등을 단,
대놓고 ‘나는 대귀족이다’라고 선언 중인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저 자들이 카르디안 가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저 멀리 서 있는 카르디안 가 사람들을 향해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들 대다수의 눈빛이 흐리멍텅함을 발견합니다.
웃고 떠드는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위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왜이렇게 싸하지. 분명 레온과 같은 가문의 일원들인데도.. 게다가 보기만 해도 짜증이나는 게.. 아무래도 아까 레온을 채갔던 인간이 떠올라서 그런듯 했다. 가족이 될테니 친해져야하는데.) (..) 안녕하세요. 하인즈 가의 발레리 샬럿 하인즈라고 해요. 곧 가족이 될테니 인사를 드리러왔어요. (그린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카르디안 가문원: 오, 미스 하인즈 아닙니까. 파티는 즐겁게 보내고 계셨는지요.(무척이나 환대하며 친근하게 화답한다.) 이리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하인즈와 카르디안의 화합에 기뻐하고 있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물론, 즐기고 있었죠. 파트너를 아직 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요. (환대해주는 모습에 친근한 척, 밝은 목소리는 낸다.) 부족한 저라도 반겨주시는 것 같아 기쁜걸요.
카르디안 가문원: 무슨 소리입니까. 부족하다뇨. 모두가 미스 하인즈에 대한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하더군요. 지성도 인품도 모두 갖춘 영애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셀레온의 첫인상은 어떠셨습니까? 그래도 파트너를 찾으시는 걸 보니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이해해도 괜찮겠습니까? (웃는다)
발레리 C. 하인즈:아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조금 작위적인 목소리로 말하다가 레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에 영혼이 생겼다..) 아, 물론! ..물론이죠. 제 결례도 너그러이 넘어가주시고. 친절한 분인 것 같았답니다.
카르디안 가문원: 그거 다행이군요. 이번 결혼식에 엄청난 공을 들였는지라, 혹여나 벌써부터 미운털이 박히면 어쩌나 걱정했답니다. 왕족들까지 와주셨다는 소식을 미스 하인즈도 들으셨겠죠? 그런 만큼 이번 결혼식의 모든 행사들을 완벽히 성공시키고 싶답니다.
그나저나, 발레리 씨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싫어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것저것 부탁해서 말해놓도록 하죠... 아, 지금 들리는 음악은 취향에 맞으시는지?
이대로 붙잡혀 있다면 파티가 끝나도록 보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대인 기능(매혹, 말재주, 설득, 위협 중 택1) 판정이 필요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매혹
기준치: |
15/7/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실패 |
(...)
(...내 얼굴이 통하지 않다니.)
아, 말씀 도중에 죄송해요. 제가 오래 서있었더니 조금 피곤해서.. 잠깐 실례해도 될까요? 아무래도 조금 쉬어야 할 것 같거든요.. (눈썹을 늘어트리고 눈을 내리깔며 쳐연해보이는 표정을 만들고는.. 말한다..)
카르디안 가문원: 이런, 그러십니까. 가장 빛나야 할 신부이시니, 차라도 한 잔 드시고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하는 말을 하고는, 가벼이 인사한 뒤 자리를 뜬다.)
문득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화하던 셀레온이 발레리를 발견합니다.
셀레온은 당신을 보자마자 무리에 양해를 구하고는 금방 다가옵니다.
그의 반가운 기색 언저리에 미미한 애정의 자락이 자리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당신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좋은 저녁입니다, 미스 하인즈. 파티는 어떠신지요. 아까 저희 쪽 어른과 이야기하시는 걸 잠시 보았습니다. 워낙 바빠서 바로 에스코트하지 못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처음보는 사람 대하듯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조금 착잡하긴 하지만.. 당신을 영영 잃었다고 여겼을 때 보다야, 훨씬 낫지.) 아뇨, 괜찮아요. 카르디안이시니 많이 바쁘시겠죠. 아까도 대화하시는 것 같던데.. 이렇게 막 제게 와도 괜찮은건가요?
셀레온 K. 카르디안:그래도 곧 결혼할 사이인데, 웰컴 파티에서 대화 한 마디 나누지 못하는 건 아쉬울 것 같아 말입니다. (이리 귀족의 자격으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이 새삼스레 놀랍기만 하다.)
결혼식을 축하하는 피로연이 열릴 때, 저희가 대표로 춤을 추게 될 텐데... 혹, 춤에는 소질이 있으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그건 그래요. (웃더니) 그렇다면 곧 결혼할 사이인데, 이름으로 부르는 건 어떨까요? 발레리라고 불러주세요. 물론 괜찮으시다면 레리라고 하셔도 좋고요. (호의 가득한 눈빛이 당신을 향한다.)
세상에, 그런걸 물어보시는 건가요. 당연히 교육받았답니다. 발을 밟는 초보적인 실수는 하지 않으니 걱정마세요. 레.. 아니, 미스터 카르디안께서는 소질이 있으신가요?
셀레온 K. 카르디안:허락해주신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레리. (생긴 건 고지식해 보여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에 이름을 부를 순 없다며 예법을 꼬치꼬치 따질 것 같건만, 의외로 수월하게 받아들인다. 소중한 것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당신의 애칭을 발음하는 모습이 은근히 익숙하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당신의 눈앞에서 흩어져 꽃잎 틈으로 사라졌던 사람. 어떻게 다시 당신의 애칭을 부르고 살아숨쉬는 게 가능한 걸까?) 레리도 저를 편히 불러주십시오.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에서 처음 뵈었을 때 저를 레온- 비슷한 호칭으로 부르셨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군요.
역시, 처음 뵈었을 때부터 무엇이든 다 잘하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당신을 자연스럽게 높이며 칭찬한다.) 저는 레리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춤을 혼자 연습해 와서, 그다지 능한 편이 아니거든요.
발레리 C. 하인즈:...네, 고마워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발음해주는 당신의 모습이 익숙하기만 해서, 더더욱 그날의 일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때 느꼈던 상실감, 슬픔, 후회, 그리움 전부 다. 자꾸만 목이 메여오는 것 같아 에써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이런, 그걸 기억하고 계셨군요... 부끄럽지만 허락해 주셨으니 그리 부르도록할까요 레온? (기분 좋은 듯 밝게 미소짓고는) 과찬이세요. 절 너무 높게 평가하시는 것 같은데요?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내더니, 이어진 말에 멈칫한다.) ...혼자, 요. (정말 내가 아는 그 레온인걸까. 아니, 그 레온이 맞기는 하지만..... 그날 사라졌는데, 도대체 어떻게? 마음은 이 상황을 그냥 기쁘게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성적인 머리가 계속해서 의문을 내뱉는다.) (..) 하하, 카르디안의 자제 분께서 춤을 독학 하셨다니, 조금 특이하긴 하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그때 레리의 표정이 인상깊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픈 듯하면서도 무척 기뻐 보이셨거든요. (꼭 지금처럼 말이다. 파티 중에는 다 전할 수 없는 속마음에 어떤 감정들을 담고 있는지. 저의 애칭이 불리자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예, 그리 불러주시니 기쁩니다.
부끄럽게도 다른 학문들을 배우기에 바빠, 춤에는 큰 신경을 쏟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레리...
대화를 이어가다 문득 셀레온은 신중하게 말을 고릅니다.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데 감히 꺼내기 힘들다는 기색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딱 알아보셨네요. 조금 웃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보고싶었거든요. 무척이나. (밝게 웃으며 그리 말하고는, 애칭을 불러주자 밝아진 표정에 덩달아 입꼬리 올린다.) 기쁘시다니 다행이에요. 실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겸양의 말일 뿐이다. 발레리에겐 당신이 받아들여줄거라는 기이한 확신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과연, 그렇군요, 확실히 카르디안 가는 규모가 큰 가문이니, 배울 것도 많았겠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고르는 모습에 고개를 기울인다.) 왜그러세요 레온? 하고싶은 말이 있으시면 편하게 하세요.
셀레온 K. 카르디안:(보고팠다는 말에 시선이 작게 흔들린다. 마치 벅찬 감정을 숨기려는 듯 장갑 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작게 헛기침을 했다. 시선을 살짝 피하며 애써 적당한 무표정으로 표정관리를 한다.) 그만큼 저와의 결혼을 기다려주셨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무척 잘 된 일이겠지요.
(다시금 주변을 짧고 빠르게 훑는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켜선 안 되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목소리를 한층 낮추고 속삭인다.) 실은, 이 결혼...
그때 타이밍 좋게도 셀레온의 가문원이 등장합니다.
가문원은 셀레온의 어깨를 두드리며 호탕하게 웃습니다.
카르디안 가문원: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도 미스 하인즈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야? 아주 시선을 떼지 못하는군 그래!
하지만 이쪽에도 관심을 줘야지. 부모님께서 찾으신다. (호탕한 웃음과 달리 말끝이 꽤나 험악하게 갈무리된다.)
셀레온은 난처한 기색으로 가문원을 돌아보고는 마지못해 그에 응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알겠습니다.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당신에게 인사를 한다.) 장성한 아들이지만 결혼하여 떠난다는 사실이 아쉬우신 듯합니다. 이만 물러갈 테니, 남은 파티도 모쪼록 즐기시길 바랍니다.
발레리 C. 하인즈:(...) 그래요, 부모님이 부르신다는데, 가보셔야지 별 수 있나요. (또다시 카르디안 가문원을 싸늘하게 쳐다보곤 당신보며 웃는다) 이따가 마저 대화해요. (아까 하려던 말이 뭔지 궁금하니까.. 그리고 춤 신청하려고 했는데.)
그 말을 끝으로 셀레온은 가문원에게 끌려가듯 데려가집니다.
문득 그의 손길이 발레리의 손에 스쳤다가 거두어집니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에 마음이 영 심란합니다.
발레리와 셀레온의 방 가운데 방들은 모두 비어있는 모양입니다.
이 숙소에 머무르는 이는 둘 뿐이라니 당연하겠지만요.
주어진 방은 넓고 침대는 푹신하나, 영 잠이 올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분명히 한 번 겪었던 죽음과 총소리가 선명한데.
달빛 아래 지진할 정도로 지독한 꽃향기를 뿌린 에리카 꽃도 선명한데,
그 모든 일이 마치 물거품처럼 사라지다뇨…….
뒤척이던 발레리는, 문득 창밖에서부터 시선을 느낍니다.
인간의 눈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의 시선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지독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좇아 창밖을 보면 그곳엔 놀라우리만치 시커먼 밤이 깔려 있습니다.
시선은 창밖에서부터 온 사방으로 퍼져 피부를 따갑게 찔러댑니다.
생존에서부터 비롯된 선연한 공포감이 혈관을 타고 흐릅니다. SAN (1/1d2)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3/41/16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SAN Roll
기준치: |
83/41/16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발레리 C. 하인즈:(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감각에 심장이 조일 듯이 빠르게 뛰고, 식은땀이 절로 흐르며, 호흡이 불안정해진다.)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마비라도 걸린 듯, 가위에 눌린 듯 움직이지 않는 몸이 서서히 굳어갑니다.
가쁜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뇌가 둔해져가며 사고가 금세라도 멈출 것만 같습니다.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퍼뜩 당신의 이성을 붙듭니다.
식은땀이 뺨과 목덜미에 맺힘을 자각하고 나면 어느새 몸은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였지? (긴장이 풀리자 덜덜 떨리는 양 손을 겨우 맞잡는다. 일어서서 누구냐 묻고 문을 열어주고 싶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날 수 없었다.) (...) 누구세요?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 접니다. 셀레온입니다. (초조함이 읽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레온? (문 너머에서 들리는 당신의 목소리에 아직까지도 빠르게 뛰던 심장이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한다. ..겨우겨우 다리에 힘을 주어 문을 열어준 발레리는 당신을 올려다본다.) 왜 오셨어요?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신가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나 여전히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이렇게 타이밍 좋게 와주다니, 마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아는 사람처럼..)
셀레온은 대뜸 이 밤에 당신을 찾아온 것에 대한 사정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당신을 살피고 방 안을 살핍니다.
그리고 빠르게 방문과 창문을 모두 닫고 창밖을 내다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상황을 설명할 여력도 없는 듯 무척이나 급한 움직임이다. 긴장으로 인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채였다. 창문을 서둘러 닫고서도 바깥을 몇 번이나 내다보는 모습에 경계가 서려 있다.)
발레리 C. 하인즈:..저, 레온.. 아까...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듯 하더니, 무언가 알고있는 듯한 당신을 보며 겨우 입을 연다.) 창밖에.. 보이지는 않았았지만 뭔가가 있는 기분이었는데, 그게 뭔지 혹시 알아요?
(....않았았지만.. 아니고.. 않았지만..)
셀레온 K. 카르디안:(이번에도 대답은 없다. 대답을 할 사이도 없었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주변을 몇 번이나 둘러보곤 돌아서자마자 당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다. 그리곤 망설임없이 고개를 숙였다. 당신의 이마에 입맞춤이 내려앉는다.)
셀레온이 입을 맞추자마자 아까까지 공기 중에 서려 있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집니다.
공포심이 가시고 답답한 곳에서 탁 트인 바깥으로 나온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집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영원처럼 느꼈던 찰나 끝에 서서히 떨어져나간다. 영문모를 행동의 연속이었으나, 힘 하나 들어가지 않은 손길은 따스하기만 하다.)
시선을 올리면 그곳에는 당연하게도 셀레온이 있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러니까 당신만을 바라보는 셀레온입니다.
눈 한 번 깜박이는 것조차 아깝다는 듯, 그리움과 애정으로 뒤덮인 두 눈으로 가만 당신을 응시하다 간신히 고개를 돌립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저희가 아주 초면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전할 수 있는 건 그뿐입니다. (많은 것을 정제하고 삼켜 꾹 눌러낸 끝에 겨우 꺼낸 문장이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요? (당신이 입을 맞춰주었을 때 진정되기 시작한 숨이며, 심장이며.. 다시 뛰는 것 같았다.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말을 못하는 것 아닐까, 시간을 돌리는 것도 그랬으니까. 기다리는 건 자신 있었다. 자신을 떠나지 않는다고만 해주면, 그래주면 이유같은 거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번에는..저, 놓고가지 않을거죠? 그것만 말해줘요.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좋으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절대로 놓고 가지 않을 겁니다. 모든 행동의 목적은 레리, 당신과 함께하기 위함이기에. (망설임 하나 없이 확고한 대답이었다. 전부 털어놓을 수 없는 말들이 수없이 넘쳐났지만 그 중에서 당신을 원하고 그리는 해저와도 같은 애정만을 골라내어 실처럼 꿰어낸다.) ... 멋대로 입맞추어 죄송합니다. (허락만 있었다면 뜨겁게 키스하고도 부족할 터였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서까지 당신을 철저히 존중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확고함 서린 대답에 그제야 표정에 약하게 나마 남아있던 걱정이 사라지고 활짝 웃는다.) 그럼, 기다릴게요. 당신이 옆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난 그걸로 족해요. ..위험한 건, 아니죠? (..) 죄송할 필요 없어요, 난 좋았는 걸. (웃더니,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 목에 팔을 두른다. 미약하게 나마 남이있는 손의 떨림이 느껴질지도 모르지.) 우리, 어차피 곧 있으면 결혼하는데, 더 해도 상관없지 않아요?
셀레온 K. 카르디안:위험할지라도 헤쳐나가 보이겠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중얼인다. 활짝 웃는 모습이 마치 빛을 뚫고 내려온 여신마냥 아름다워 절로 홀릴 것만 같았다. 다시 이렇게 당신과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체온을 느낄 수 있다니.) 좋으셨다면 다행이지만... (당신의 허리를 자연스럽게 휘감는다. 이리 함께 살아남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곧 정식으로 부부가 되리란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벅찬 열기가 퍼져나간다.) 저희는 아직 예비 부부인 만큼, 혹여 불쾌하실까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허락해준다면 더 이상 참을 이유는 없다. 미약하게 느껴오는 떨림이 당신의 것인지 저의 것인지 알아채기 어려웠다. 마침내 찾아온 단 둘만의 시간, 당신을 향한 설레임에 심장이 마구 박동치고 있었으므로.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입술과 입술이 겹쳐질 수 있도록. 다감하고 부드럽게 몇 번이나 숨을 겹치고 온기를 나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요, 다치더라도 돌아오기만 해줘요.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당신을도와줄 수 없으니까.. 기다릴 수 밖에 없겠죠. 나 기다리는 거 잘해요. (조금은 힘없이 웃어보인다.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자신은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고, 힘이 되어줄 수도 없으니.. 무력감이 들었지만 티내지 않는다. 나를 위한 거라는데, 내가 어떻게 막겠어.) ... (당신이 제 허리를 휘감자, 살짝 어깨를 떨면서도 순순히 몸을 맡기고는 열감어린 눈동자로 당신 바라본다.) 설마, 내가 당신을 거부할 리 없잖아요. 난 뭐든 좋아요. (그리 말하고는 활짝 웃어보이더니, 이내 겹쳐지는 숨결에 눈을 느릿이 감고 당신과 나누는 숨에만 집중했다. 언젠가, 당신과 이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가까이 닿아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때가 있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어 다가오자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과거의 어느 순간처럼 속내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 하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웰컴 파티에서는 전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가로막히고 말았으니,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당신이 그 차이를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매번 이해만 강요하게 되어 얼마나 미안하고 안타까운지. 이 마음마저도 지금은 전할 수 없으니, 상자 안에 넣어두고 자물쇠로 굳게 걸어잠글 수밖에. 판도라의 상자마냥 전부 열려 퍼져나가는 나날을 고대하면서.) ...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미안해하지 말라던 당신의 말을 기억하니까. 이 또한 과거를 증빙하는 하나의 작은 속삭임이다.)
다만 기다려 주십시오. (자연스럽게 한 팔로는 당신의 뒷머리를 받치고, 한 팔은 당신의 허리를 굳건하게 지탱한 채 키스를 이어간다. 느릿하게 숨결이 섞여갈수록 갈증이 나듯 당신을 바라게 된다. 금방이라도 자제력을 잃을 것 같아 스스로에게 목줄을 동여매 잡아당겨야 했다. 그럼에도 결국 마지막에는 다소 격하게 당신을 탐하다가, 겨우 키스를 멈추었다. 젖어든 입가와 촉촉해진 목소리가 언뜻 유혹적이다.) 더이상 당신을 상처입히지 않을 테니.
발레리 C. 하인즈:(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당신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이 웃는다. 그 날이 꿈이 아니었구나, 우리가 보낸 시간은 거짓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당신이 죄송하다 말 할 때마다 오히려 미안했던 것은 자신이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언젠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진정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지 말자 생각하면서도 상상을 멈출 수 없었다.) 기억하고 계셨네요.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요. (..) 그리고 물론, 나는 기다릴 거예요. 늘 그래왔으니까. 이번에도. 나 참을성 많은거 알잖아요. 자신있어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당신과의 입맞춤을 이어간다. 점점 다급해지는 숨결에 버거움이 느껴졌으나,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더 붙어있고 싶었고, 더, 온기를 나누고 싶어져서.. 당신이 멈추고 나서도 잠시간 멍하게 당신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어진 말에 금방 정신을 차렸지만, 차마 당신을 바라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린다. 보면 더 하자고 할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을게요. 레온이 입히는 상처라면.. 싫지는 않지만.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내놓지 못하고 쌓여가는 또 하나의 문장. 그날의 꽃향기가 짙은 향수처럼 코끝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건만. 당신에게서 나는 옅은 체향이 그날의 괴로운 기억을 상기시키고, 동시에 잊히게 만든다. 새로운 행복과 기쁨으로 덮여지도록 안정을 선사한다.)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레리를 다치게 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당신에게 고난과 아픔은 없길 바란다. 단순히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예비 부부 사이에서도 가질 수 있는 감정이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깊이가 다를 테지. 굽슬거리는 당신의 머리칼을 가만히 어깨 너머로 넘겨주고, 팔을 서서히 풀었다.)
당신을 주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기를.
발레리 C. 하인즈:그렇게 말 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진짜 괜찮은걸요. 당신이잖아요. (과거, 둘 뿐이었던 밤하늘 아래에서 지었던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당신을 올곧게 바라본다. 당신이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만, 정말 상처를 입힌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당신이 떨어지는 것이 아쉬워 눈을 내리깔았지만, 더 붙지는 않는다. 오늘 피곤했을 테니까.) ..나를 주시하는 이들이요? 그들이 누구길래요?
셀레온 K. 카르디안:저를 그 정도로 믿어주시는 겁니까. ... 저는 행운아군요,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제 반려가 될 분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니.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젓는다.) ...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단지 그 사실이라도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늦었군요. 이만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발레리 C. 하인즈:(다시 처음보는 사람처럼 대하듯 돌아왔어도, 그저 웃어보일 뿐이었다.)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신사분이 너무 근사하셔서 어쩔 수 없었답니다. (..) 역시 그렇군요. 알겠어요. 조심할게요.
..벌써가나요? 조금 아쉬운데.. (..) 어쩔 수 없죠. 좋은 밤 보내요 레온. (웃으며 당신에게 살짝, 손 흔들어준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좋은 밤 보내십시오, 레리. (당신의 이마에 다시금 가벼운 버드키스를 남긴다. 상냥한 입맞춤의 흔적을 끝으로 방문을 여닫았다.)
그렇습니다. 이 3일은, 결혼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3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상황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죠?
의문과 불안감을 배제해보자면, 어쨌든 당신과 셀레온은 이곳에 살아 있습니다.
뜨거운 입맞춤의 순간이 하나하나 각인되듯 강렬합니다.
왕가를 위한, 귀족만을 위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왕가와 연결된 거대한 귀족 가문의 결혼식을 축하하여 새로이 제작된 극이라나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루어지지 못한 절절할 사랑 이야기… 라고만 들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극작가가 집필했다니 내용을 기대해봐도 좋겠는걸요.
하지만 하필이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그러나 의문을 곱씹기도 전 셀레온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좋은 아침입니다, 레리. (여상히 미소하며 고개를 살짝 숙인다) 간밤에는 편안히 주무셨는지요.
어젯밤 제 방에 들이닥친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태연한 태도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태연히게 미소를 짓는 당신을 바라보며 어제 일이 꿈이었나, 잠깐 생각하지만.. 생생한 감각은 여전했기에 실제라고 믿고 마주 미소짓는다.) 놀랍게도, 누구 덕분에 편히 잤네요. 레온이야 말로 잘 잤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불편함이 없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마냥 자연스레 웃어넘긴다. 그러나 당신을 응시하는 그의 눈길은 간밤의 순간마냥 따스했다.) 저 또한 별 탈 없이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오페라를 관람하는 일정임을 알고 계시겠지요?
발레리 C. 하인즈:별 탈 없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작게 웃더니) 그나저나, 오늘 오페라의 간략한 내용을 들었는데.. 결혼식 전에 관람하기엔 그닥 적절치 않은 이야기던데요? (레온과의 결혼식인데, 찝찝하게.....)
셀레온 K. 카르디안:아무래도 결혼식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미 올라오기로 한 극이 정해졌으니 극의 정취를 즐기며 관람하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잠시 가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가 목소리를 작게 낮춘다.) 오페라가 끝난 뒤, 함께 밤바다를 거닐지 않으시겠습니까? 오페라 하우스 자체의 화려함도 대단하지만, 이곳이 위치한 언덕과 바닷가의 풍경도 무척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러니까 말이에요. 물론 저도 이제와서 무언갈 바꾸자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레온과의 결혼식이니까, 좀 찝찝한걸요. (..물론, 다음날 기다리고 있는 것이 결혼식일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네? (당신의 제안에 잠깐 눈을 깜빡인다.) 지금.. 저한테.. 아니, 나한테 산책을 제안한거예요? (세상에, 당신과 밤바다에서의 산책이라니,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 있을까? 발레리의 입가에서 천천히.. 순수한 기쁨이 담긴 미소가 퍼져나갔다.) 물론 좋죠. 레온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좋아요. 오페라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걸요.
셀레온 K. 카르디안:저와의 결혼식에 의미를 크게 둬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군요. 물론 저에게도 레리와의 결혼식은 무척이나 기쁘고 감격적인 일입니다만... 아마 오페라의 내용에 더한 교훈이 있지 않겠습니까. (미소지었다가) ... ... 맞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오자, 자기가 제안한 것임에도 조금 쑥쓰러운 듯 입가를 가리고 헛기침을 한다.) 저 또한 밤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려는 듯 당신의 한 손을 쥐고는 손등에 정중하게 입술을 내리누른다.)
발레리 C. 하인즈:당연히 크게 둬야죠. 다른 누구도 아니고 레온이잖아요. (웃더니, 이어진 말에 작게 고개 끄덕인다.) 알겠어요. 레온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열심히 즐겨야죠. 유명 극작가의 오페라이니 볼만 할테고요. (..) 벌써 가는거에요? 되게 바쁘네..(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는 목소리로 말하더니) 알겠어요. 오늘 밤을 계속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때 봐요 레온.
셀레온 K. 카르디안:해가 진 후에는 좀 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또한 좀처럼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게 아쉬운 듯) ... 그럼 이후에 뵙겠습니다.
셀레온은 다시 카르디안 가의 사람들에게 돌아갑니다.
얼마나 바쁜 건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시간도 내기 어렵네요.
찰나 발레리에게 발레리의 집안 사람이 찾아옵니다.
친척:발레리. 여기 있었구나. 셀레온은 어때, 마음에 드나?
이 결혼이 성사된다면 분명 우리 가문의 위상은 더 높아질 테지. 좋은 기회를 물어왔구나, 발레리.
발레리 C. 하인즈:....(잠깐 얺짢은 표정이 스쳐지나갔지만, 익숙하게 미소지어보인다.) 물론, 마음에 들죠. 정말 상냥하고 좋은 분이세요. 저는 가주가 되지도 못하는데, 이렇게라도 가문에 힘을 보태야죠.
친척:그래... 무려 왕족과 연결된 가문이라니. 카르디안 쪽에서 혼담이 먼저 들어온 건 엄청난 행운이다. 절대로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 (엄정하게 말한다)
셀레온, 그 아이는 너를 어릴 적부터 굉장히 따랐었잖나. 예전부터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가족들보다도 더 난리였지. 그러니 분명 일사천리로 진행될... ... (청산유수로 말을 잇다가 문득 멈칫하더니 눈을 껌벅거린다) ... 응? 내가 방금 뭐라고 했었지?
발레리 C. 하인즈:저도 그 사실은 잘 알고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머리 좋은거 아시잖아요. (인위적인 미소를 짓더니, 이어진 말에 눈을 크게 뜬다.)
..잠깐만요, 방금.. 절 어릴적부터 따랐다고...(흔들리는 두 눈동자가 눈앞의 이에게로 향한다. 역시 이상해. 기억이 지워지기라도 한 것 처럼 행동하기나 하고..).. 다시 말씀해보세요. 레온이 저를 어쨌다고요?
친척:(전혀 짚이는 것이 없단 듯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레온? 미스터 카르디안의 애칭이기라도 한 거냐? 내가 그를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말했던가? 아무래도 유명한 가문의 자제인지라 이름을 많이 들었던 탓인 게지. 벌써 애칭을 부를 정도로 그와 그렇게 친해지다니, 혼인 관계가 쉽게 깨지진 않을 것 같아 안심이구나.
발레리 C. 하인즈:......그런가요. (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구석으로 밀어두았던 의문이 또다시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끊임없이 사고하게 만든다. 아예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가 완전히 사라진건가 싶었는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누가 무슨 수작을 부린거지? 의도가 뭔지도 모르겠어... 피곤해..) ..미스터 카르디안과의 사이는 걱정마세요. 무척 원만힌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친척:그래그래, 그 원만함을 쭉 유지하는 것이 네 할 일이니 명심하도록 하거라. (말을 대충 얼버무리곤 멀어진다) 공연이 시작할 때 다시 만나자꾸나.
셀레온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요. 머리가 아파오기만 합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오페라 하우스의 2층과 3층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관람하는 곳이 2층이라고 했나? 지금 들어갈 수 있겠지.. 한번 가볼까. (미간을 꾹꾹 누른 발레리는 이어 2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2층 관객석으로 이어지는 콘서트홀 입구가 존재하며, 군데 군데 공연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귀족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맞은편에는 그런 게스트를 위한 티 테이블이 존재합니다.
티 테이블 근처에는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네요.
발레리는 [티 테이블]을 살피거나, [손님들]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 초대객이 많아서 그런 거겠지만.. 가볍게 한숨을 내쉰 발레리는 티 테이블로 향한다. 사람들을 못본척 지나가는 것은 실례지만.. 나중에 말을 걸든가 해야지. 지금은 피곤했다.)
불면증을 치료하기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문득 근처에 앉은 귀부인의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귀부인 1: 듣기로 미스터 카르디안이 직접 온실에서 키운 걸 가져와 돌리고 있다던데. 그 집 가문원들에게도 모두 건넸대요. 특별한 레시피로 제작된 차라나요.
귀부인 2: 과연 맛이 달라요. 한 모금만 마셔도 기분이 아주 좋아지네요.
발레리 C. 하인즈:(..레온이 직접 만든거라고? 특별한 레시피라... 뭔가, 수상하다. 라는 직감이 강하게 든 발레리는 들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오페라를 보며 잠이라도 자라는 것인지, 라벤더는 좀 아니지.. 뭔가를 꾸미고 있는걸까.)
그러거나 말거나 귀족들은 즐거워하며 차를 마시고 있네요.
발레리 C. 하인즈:(즐거워하는 걸 보니... 어째서인지 기분이 나쁘다. 나는 머리가 이렇게 복잡한데... 그렇다고 다짜고짜 조용히 하라고 할 수도 없으니.. 발레리는 그냥 발걸음을 돌린다.)
(..저 사람들한테 말이나 걸어볼까 생각하면서.)
문화 생활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들은 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대화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면 일단 들어보기만 해도 괜찮겠죠.
발레리 C. 하인즈: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손님 1: 미스터 카르디안 쪽에서 직접 요청한 내용이라던데... 신화에 기반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지요. 멸망의 위기가 들이닥친 세상에서 죽음에 이르른 연인이 다시 부활함으로 시작되는 시놉시스라더군요.
손님 2: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부활 후 다시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한 고군분투… 라던가요. 젊은이들이 꽤나 열광하는 모양이던데, 그쪽 입맛에 맞는 내용인 것 같군요.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다, 문득 몇몇 손님들이 발레리를 보고는 저들끼리 속닥댑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해..행운을 깎아용)
주변에 발레리가 있다는 걸 알아챈 손님들이 말을 멈추네요.
손님 1: 아, 하하. 그렇게 듣기 좋은 내용은 아닌데... (눈치를 보며 뻘뻘댄다)
발레리 C. 하인즈:아뇨, 괜찮아요, 꽤 흥미로운 내용인 것 같던데.. 더 들려주시겠어요?
더 듣고자 한다면 <대인기능> 판정이 필요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매혹
기준치: |
15/7/3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위협
기준치: |
30/15/6 |
굴림: |
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손님 1: (위압적인 기운에 기가 눌려서 머뭇머뭇 대답한다) 그게... ... 실은, 미스터 카르디안이 미스 하인즈와의 결혼을 성사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듯한 소문이 돌고 있어 말입니다.
손님 2: 어,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겠죠! 하하. 이렇게 잘 어울리시는데 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웃는 표정인데도 어째서인지 한기가 흐르는 것 같다.) ..그래요? 소문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알아봐야겠네요. 아, 물론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고요. (이 소문.. 레온도 알고 있으려나. 이따 만나면 진짜냐고 물어봐야지. 혼자 끌어안고 있어 봤자니까.)
손님 1: 예, 저, 절대로 저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고... 아, 제 사용인이 저를 부르네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망치듯 멀어진다)
발레리 C. 하인즈:아 네, 가보세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하며 웃어보인다..)
2층은 다 살펴본 것 같네요. 3층으로 가볼까요?
(..3층으로 가는 계단을 빤히 쳐다보다가 터벅터벅 걸어간다.. 뭐가 나오려나..)
3층 객석으로 이어지는 입구와, 사람들의 짐을 맡기는 캐비닛이 존재하는 홀입니다.
3층 홀은 1층과 2층에 비해 지나치게 사람이 없고 텅 비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물어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닫혀있는 건 역시 열어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캐비닛의 문을 열어젖힌다. 거미그림 같은 거만 안 나오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며..)
(라고..)
대부분 개인용 열쇠로 잠겨 있으나, 자세히 보니 열려 있는 칸이 하나 존재합니다.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열어젖히자, 공연에 관련된 책자와 편지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편지랑.. 책자? (엄습하는 예전 기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일단, 열어보자.)
(책자부터)
책자는 평범한 공연 소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흠, 아까 그들이 말한게 더 자세하겠네. (중얼거리며 편지를 천천히 열어본다. ..뭐가 쓰여있을지. 평범한 연서같은 거 였으면 좋겠는데)
편지 봉투 겉면을 보니 셀레온의 가문원이 쓴 편지인 모양입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으나, 적혀 있는 주소가 묘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뭐야. 수수께끼라도 하는건가?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곰곰이 고민해보자 그 지역들은 아이호트의 교단이 활동하는 곳이라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 카르디안의 일원도 아이호트와 연관이 있었단 말인가요?
발레리 C. 하인즈:하아.. 뭐가 또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아직 남아있었나? 잠깐만, 분명 그들의 목적이..(나 아니었나?) 린튼 대신 카르디안인건가? 그럼 레온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모르겠다.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봉투를 열어 확인한 편지에는 ‘세뇌 주문’이 적혀 있습니다. SAN (0/1).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80/40/16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발레리 C. 하인즈:(..중얼중얼.. 세번 정독한다..)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인즈의 사람들이 셀레온에 대한 기억을 잊은 건 이 주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편지 발신자는 카르디안의 사람이니 이 가문에서 꾸민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뇌 주문이 있다면 '세뇌를 푸는 주문' 또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럼 그건 어디에 존재할까요. 이제부터 알 필요가 있을까요?
확실한 사실은 셀레온은 그 주문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일단 이건.. 익혔으니까 찢어버리자. (편지를 박박 찢어버리더니) 대충 어떻게 된지는 알겠는데.. 세뇌를 푸는 주문이 이 오페라 하우스 안에 있을까? 여기저기 뒤지다 보면 나올지도 몰라.
사용인: 아가씨, 곧 공연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자리는 2층 5번 박스석이고요, 셀레온 님도 동석하신다고 해요.
발레리 C. 하인즈:아, 벌써? (푸는 주문이라도 찾아볼까 했는데.. 그렇다고 불참하면 안 되겠지.) 알겠어, 지금 내려가. (하며 사용인에게 다가간다.)
(찾아볼까..)
오페라 글라스를 챙겨들고 박스석으로 향하는 길목, 이미 입구에서 셀레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오셨습니까. (미소하며 에스코트하겠다는 듯 한 손을 내민다)
발레리 C. 하인즈:기다리고 계셨네요. 오래 기다렸어요? (자연스레 당신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아닙니다. 저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바빠서 말입니다. (힘을 거의 주지 않고 손을 맞잡은 채 콘서트홀 안으로 들어선다.)
내부에서는 오케스트라단이 악기를 조율하는 듣기 좋은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공연 시작 전, 은은한 노래 소리가 콘서트 홀을 채웁니다.
왕가의 사람들은 맞은 편 박스석에 앉아있는 모양입니다.
호위병과 경찰이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짐작이 맞는 듯합니다.
5번 박스석 안에는 당신과 셀레온만이 있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카르디안의 다른 분들은 바로 옆 박스석에 앉아계십니다. (입술을 옅게 끌어올린다.)
셀레온 K. 카르디안:언제 어디서든 소중한 장자를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이겠죠.
아닌 게 아니라 과연 옆 박스석, 약간의 거리 너머에서 시선이 느껴집니다.
칸막이 건너편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챙긴 몇몇의 사람들이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립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래요? 정말.. 극성이신 분들이네요. (고개를 돌린 이들을 조금 싸늘하게 쳐보다가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그것보다, 이번 오페라 레온쪽에서 요청한 내용이라면서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거 들었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 ...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계십니다. (부러 옆 박스석을 쳐다보지 않으려 한다.) 들으셨군요. 예, 제가 요청드린 내용이 맞습니다. 하지만 불순한 목적은 아니라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날 고했었죠, 당신을 더 이상 상처입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옆을 쳐다보지 않으려는 당신의 행동을 보고 역시, 카르디안을 보면 기분 나쁜게 정상이었구나. 싶어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알아요. 당신이 그렇게 확답을 했는 걸. 멍청한 자들은 당신이 나와 결혼하지 않으려고 그런거라는 말을 떠들어대던데, 아니잖아요. (신뢰 가득한 미소로 당신을 쳐다본다. 상처입히지 않겠다는 말, 믿고 있으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저는 레리와 결혼하게 된 것을 무척이나 기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 마음에 거짓은 한 점도 없습니다. (진중하게 말한다.) 그러한 소문이 돌고 있는 줄은 몰랐으나...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곧,
모든 것을 알게 되실 테니.
발레리 C. 하인즈:그럼요, 그 마음이 거짓이었다면 어젯밤에 나와.. (장난스레 웃으며 목소리를 낮추더니) 키스했을 리도 없잖아요. 그렇죠? (뭐가 그리 좋은지.. 방실방실 미소짓는다.) ..정말요? 이제 나도 알아도 되는 거에요? (...) 나 안 놓고가겠다고 했으니까, 이번엔 모든 걸 알아도 같이 있을 수 있는 거 맞죠? (당신이 여려번 확답한 바 있으나, 그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듯 큰 손으로 얼굴을 두어 차례 쓸어내린다) ... ... 그렇습니다만... 목소리를 낮춰주셔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들렸다고 한들, 예비 부부가 무척이나 사이가 좋아 결혼 전부터 불이 붙은 줄로만 알겠지.) 지금 이곳에서는 설명을 드리기도, 확답을 드리기도 어렵습니다. (불안해하고 있음을 알아챘으나, 바로 안심시켜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제 상황이 불만스러운 듯 아랫입술을 작게 깨물었다가, 가만히 맞잡은 손을 힘주어 쥔다. 그 온기가 약속의 증표로서 전달되도록.)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이 하는 양을 생글생글 웃으며 쳐다보더니 여전히 목소리는 낮추곤 속살거린다.) 누구에게 들리게 말하기엔 좀, 저도 창피해서요. (약간 귀가 붉어진 것 같기도 하다.) .... (당신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레온에게도 사정이 있을테니. 카르디안의 사람들이 감시하는 듯 보이기도 했고. 발레리는 자꾸만 치밀어오르는 불안을 꾹꾸 누를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기대어서.)
셀레온 K. 카르디안:그렇다기엔 어젯밤엔 꽤나 대담하게 요구해오셨던 것 같지만 말입니다... (어둑어둑한 조명 속에서도 귀가 불그스레해진 걸 눈치채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나름대로 장난이다.) ...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시 큼큼 헛기침을 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는다.) 곧 시작할 것 같군요.
발레리 C. 하인즈:....그 말에 바로 키스했으면서. (당신을 샐쭉하게 흘겨보았다가, 이내 키득거린다.) 언제 이렇게 장난을 치게 된 거예요? (..) (헛기침하며 허리 피는 당신 보더니 똑같이 허리를 피며 웃어보인다. 괜찮을거야. 정말로. 여전히 당신의 손을 잡은 채다.) 기대되네요. 어떤 내용인지는 대충 들었지만요.
셀레온 K. 카르디안:... 저도 거의 처음입니다. 장난스럽게 굴어보는 건... 이런 저는 많이 어색하십니까? 혹시 싫으시다면 다음부턴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당신이 그러지 않더라도 자기가 자기 모습에 어색해서 안 할 거긴 하다)
발레리 C. 하인즈:좋아서 그런거죠. 이런 모습이 흔한 것도 아니고. (웃으며) 항상 나만 장난쳤잖아요~ 외로웠다고요.(농)
셀레온 K. 카르디안:결혼하여 부부가 되고 나면 외로울 일은 더 없으실 겁니다. (맞잡은 손길이 단단하다. 이 결속이 풀리지 않으리라 말하는 것 같았다.) ... 싫지 않으시다니 다행입니다.
대화를 하고 있으면 문득 극장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로 배우가 한 명 올라옵니다.
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가 될 이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위한 시 낭독이 있을 예정이라나요.
왕가의 손님을 위한 것이겠지만 맑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는 게 썩 듣기에는 좋습니다.
배우: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사랑의 시이니 부부가 될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겠죠.
시의 내용을 듣고 있던 셀레온이 문득 당신을 돌아봅니다.
백색의 두 눈에는 오직 당신만이 어려 있습니다.
마주보고 있는 사이 무대의 커튼이 올라갑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배우들이 나오고 무대 장치가 빛을 받아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극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둡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 하는 걸 지켜보던 주인공은 결혼 대상자의 집안이 이 세상에 재앙을 불러올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 제 목숨을 바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이와 춤을 추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결코 자신의 사랑과 닿지 못합니다.
그 와중에 세상을 좀먹는 재앙의 징조는 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사랑이 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끌어안고 그는 손에 피를 묻혀 이 세상을 지키려 합니다. 달빛이 비추는 꽃밭에서 주인공은 숨을 거두고, 그리고…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던
신이 개입한 것입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했던가요? 얼핏 보면 그 ‘신’은 꽤 너그러워 보입니다. 목숨을 바친 주인공을 살려준 것도 모자라 그가 사랑하는 이와 맺어질 수 있게끔 도왔으니까요.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게 된 두 사람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의 인도에 따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빛이 그들을 둘러싸고, 하객들은 일제히 나와 축복을 외치며 춤을 춥니다.
하객들의 눈에는 기쁨보다는 환희가, 행복보다는 맹목이 존재합니다.
주인공은 연신 하객들을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멈추지만 신은 정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완전히 ‘신’이 거주하는 곳으로 사라지고 나면 무대 위는 하객을 연기하는 무용수로 가득 찹니다.
현란한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무대 장치로 추정되는 눈이 내립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바닥에 묘지를 연상시키는 십자가 모양의 빛이 비춰지더니 극이 막을 내립니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해피 엔딩이라 치부한 거겠죠.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7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칸막이 너머의 셀레온의 가문원들은 커튼콜을 주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찰나, 맞잡고 있던 셀레온의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나지막히 속삭인다.) 지금입니다. 바깥으로.
발레리 C. 하인즈:...알겠어요. 가요. (기묘한 위화감에 주위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바다로 나오면 미묘하게 피부를 찌르던 시선 같은 감각이 사라집니다.
셀레온은 당신의 손을 잡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를 따라 도망치듯 달립니다.
바닷바람이 폭풍처럼 귓전을 때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소란스러움이 멀게 느껴질 정도로 오래 이동했다 싶을 무렵,
날카롭게 깎인 절벽 아래, 파도는 발치 근처에서 거품을 쏟고...
수면 위로 무수히 많은 별이 수놓은 이곳에서 드디어 셀레온은 유지해오던 가면을 내려놓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레리, 레리. 저의 아가씨, 저의 단 하나의 사랑... (마침내 일시적으로나마 모든 감시를 떨쳐낸 이의 목소리는 감격에 가득 젖어 파도보다도 짙게 발치를 물들인다.) ... ...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했던지 모릅니다. 뒤늦게 서로의 마음이 같았음을 알고, 다시금 시간을 돌려 단둘이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다고- 흩어지는 순간 마지막으로 상념을 피웠었습니다.
다시 당신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 이 모든 게 죽어버린 저의 한낱 꿈이라 하여도 좋으리라 여겼습니다. ... 부디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십시오. 제게 확언시켜주십시오, 사랑하는 레리.
발레리 C. 하인즈:...(세상에 이런 이야기는 두번다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레리는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다음날, 다시 살아돌아와 자신의 결혼 상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누가 믿겠는가. 발레리는 감격했다. 지금껏, 당신이 자신이 아는 당신임을 확답하는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레온, 정말. 정말 당신이었어. 내 하나뿐인 사랑.. 그동안 당신이 내가 아는 당신임을 짐작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나봐요. 이렇게까지 안심이 된다는게.... (서글프면서도, 환희에 찬 미소를 입가에 그려보이며 당신을 바라본다. 오로지 당신만을.) 꿈이 아니에요 레온. 이건 현실이에요 내 사랑.. 당신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진심으로. (하며 당신을 끌어안는다. 그날,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가..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는 상실감에 얼마나 괴로워했는가..)
셀레온 K. 카르디안:(그가 조금만 더 감성적인 사람이었더라면 뺨을 흠뻑 적실 정도로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우는 대신 당신의 어깨며 허리를 꼭 끌어안고 체온을 느낀다. 체향을 들이마시고 천사의 노래와도 같은 확신을 받아낸다. 비로소 진실된 안도감이 들었다. 이 모든 게 현실이다. 더 이상 신분의 벽 같은 건 우리를 가로막지 못한다. 당신은 저의 곁에, 저는 당신의 곁에 남을 것이다. 당신을 안심시켜주는 것에만 집중하려 했으나, 사실 그 또한 깊은 불안감에 잠식되어 있었다.) 바로 진실을 드러내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떻게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 모든 나날의 기억을... 함께 해 왔던 추억을 어찌 잊겠습니까. 모든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되었던 것을요.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이 자신을 마주 끌어안아주자, 깊은 안도와 만족을 느끼며 몸에서 약간 힘을 뺀다. 표정은 분명 편안한 미소겠지.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일지도 모르고, 이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으며, 오페라의 내용이 신경쓰였지만 그 모든 것은 억지로 한구석에 욱여넣었다. 지금 당신과 이렇게 있을 수 있는데, 다른 게 무어가 대수겠는가.) 죄송할 필요 없어요. 결국 내게 돌아왔잖아요. 그거면 됐어요. 저는 정말 그걸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어 기뻐요. 나만 기억하고 있었어도 나는 당신을 사랑했겠지만, 조금은 슬펐을테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를 슬프게 만들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날 울고 계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당신을 울게 만들고 싶지도, 다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는데... ... 두 번째 생에서나마 이룰 수 있겠군요. (밀빛 머리칼을 길게 쓸어내린다.) ... ... 제가 왜 오페라의 내용을 직접 골랐는지 이제는 짐작이 가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정말. 나는 두번다시 레온과 만나지 못하는 줄 알았다고요. 어떻게 당신이 돌아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 네, 정말로요. 우리 상황이었잖아요. ..근데, 그 이후의 내용은 뭐예요? 그것도..?
셀레온 K. 카르디안:저는 정상적으로 되돌아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노리던 '그것'이 다시 저를 부활시켰고, 저희 모두를 과거로 보낸 것입니다. 이 결혼식이 끝나는 동시에 당신을 그것의 본거지로 데려가려는 목적이죠.
제가 어떻게 당신을 구해냈는데, 다시 그것에게 끌려가도록 둘 순 없습니다. 여러 문헌을 찾아보며 결론적으로 떠올려낸 방법은... 이 결혼식이 끝나기 전 함께 도망치는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수마를 뻗기 전에요. 오페라를 보기 전 당신이 들었다던 소문이 사실상 들어맞게 되는 셈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오페라에 나왔던 신이 '그것'인건가.. 어쩌다가 자신이 표적이 된 것인지 잠깐 제 삶을 돌아보는 발레리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레온이 그렇게 힘들지 않아도 되었을테고, 한번 잃는 경험같은 것도 하지 않았을텐데. 그리 생각하니 그 망할 얼굴을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요. 그래서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졌던 거군요. 어젯밤 제 방애서 저를 지켜보는 것 같던 무언가가 그것이라면, 레온의 말대로 하루빨리 도망가는 게 낫겠어요. (그 위압은 버티기 힘들었으니까) 게다가 레온이 지켜준 목숨인걸요. 잃을 수 없죠.
셀레온 K. 카르디안:카르디안 가문들이며 하인즈의 가문 사람들까지 전부 그것의 세뇌에 걸려 있습니다. 저희를 감시하려 드는 것도 그것의 명령이죠. 지금도 가문 사람들의 감시에선 벗어났으나 완전히 자유롭진 않습니다.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가) ... 그래도, 보호 주문을 몇 번 더 덧입히고 나면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아, 보호 주문을 거는 방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맞춤의 형태입니다. 지난밤 갑자기 방에 들어와 당신의 이마에 입맞추었던 것도 급하게 보호주문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어쩐지, 어딘가 이상하더라니 그것 때문이었군요. 시도때도 없이 느껴지던 시선까지도. (불쾌하다는 듯,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가) ..입맞춤의 형태요? ..설마 다름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건 건가요? ..보호주문이 듣기는 하는 건지.. 오늘 제 친척분께서 잠깐 옛날 얘기를 하시긴 했는데.. (...입맞춤. ......남이랑. ...)
셀레온 K. 카르디안:...오해입니다, 레리. (당신 말 듣더니 다급하게) 제가 보호주문을 건 대상은 오로지 당신뿐입니다. 그것이 감시하는 대상은 저희 둘이니까요. 제가 당신 말고 누구에게 입맞춤을 하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아. (착각이었구나. 다행이다..) ..그렇죠? 나랑만 하는거죠? 앞으로도 쭉! 나랑만 해야돼요. 알겠죠? (질투.. 하면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르겠으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당연한 것입니다. (끄덕끄덕!) 앞으로도 제가 입맞춤을 할 사람은 오로지 레리뿐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 지금 보호주문을 걸어도 되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약간 필사적으로 보이는 끄덕임에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요. 믿어요. 레온이 나를 배신하는 짓을 할리가 없죠. (입맞춤이라는 말에 입꼬리 올리더니) 당연히 좋죠. 어디에 하려고요? (하며 눈웃음 짓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 ... 레리만 괜찮으시다면... (얼굴이 서서히 뜨거워진다) ... ... 입술에 하고 싶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대답을 듣더니 활짝 웃는다.) 네, 좋아요. 얼마든지 환영이죠. (하며 까치발 들고 당신 목 끌어안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반대쪽 손으론 당신의 턱을 조심스레 받쳐든다. 고개를 숙이며 느릿하고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진실을 알리고 해후를 나누었기 때문일까, 어제보다도 더 달콤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진솔한 고백이 흐른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과 나누는 입맞춤은 언제나 달콤해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불안감이 가셔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도, 사랑해요 레온. (어쩐지 열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계속.. 당신과 이렇게 함께 있고싶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저 역시 그렇습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잠시간 떨어졌던 입술이 다시 겹쳐진다. 숨이 섞이고 호흡이 가빠질수록 사랑을 향한 불길은 거세게만 타올라간다. 결혼식이라는 연극에 붙잡힌 인형 같은 신세였음에도 다시없이 행복했다.)
밤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와 두 사람을 스칩니다.
고즈넉한 파도 소리가 얽히고 밤하늘에는 별이 반짝입니다.
이 짧은 시간만큼은 온전히 해후를 누려도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만물이 당신을 축복하는 듯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답을 듣고 다시금 숨결을 나누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것은, 정말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행복에 겨워서 눈물이 나올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발레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우는 것보단 웃는 쪽이 훨씬 더 보기 좋을테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뺨이며 목덜미를 소중히 쓸어주며 긴 키스를 이어가다가, 한참 뒤에야 천천히 입술을 뗀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가슴이 더할 나위 없이 벅차올라 조금만 고삐를 놓으면 눈물이 툭 터질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당신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겠지. 오랫동안 당신의 오드아이를 응시하다가 운을 뗐다.) ... 이곳은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비록 결혼식을 끝까지 올릴 수는 없겠지만, 이리 운치 좋은 곳에서 당신과 머무를 수 있다니 기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이 떨어지자,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마주 웃어보인다. 서로 이렇게 행복하게 웃어보인 게 얼마만인지. 약간 벅찬 숨을 고르며, 당신을 바라보다가, 당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린다.) 당신의 말이 맞아요. 이런 곳에서 함께할 수 있다니 정말.. 좋네요. 당신과의 결혼은 나중에 해도 좋아요. 그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손을 내밀었다. 맞잡고 잠시 걷자는 듯이. 여전히 바람은 부드럽고 단 둘뿐인 바닷가는 낭만적이게도 고요하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부부가 될 수는 없더라도, 당신과 꼭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부부가 되어 여생을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진솔하게 말을 잇다가) ... 하인으로 일할 시절에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소설 속에나 나오는 꿈 같은 이야기라고 여겼건만... 현실로 다가오다니, 사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이 내민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는, 당신의 옆으로 다가가 선다. 기쁘다는 듯 활짝 웃어보이면서.) 동감이에요. 어디 한적한 곳이라도 가서 작게 식을 올려볼까요. 가볍게 입고서 말이에요. 단 둘뿐인 결혼식이더라도 분명 행복할거에요. (웃더니) 저 또한 마찬가지에요. 그때는 레온이 나와 같은 마음인지도 몰랐고.. 만약 같은 마음이더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까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셀레온 K. 카르디안:좋습니다. 모쪼록 레리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당신이 린튼과 결혼하던 때만 해도 코르셋이 들어간 드레스를 입으셨었죠. 아마 이곳에서도 입게 되실 테고요... 다시 식을 올릴 때에는 그런 것 없이 편안하고 가벼운 드레스를 입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든 저에겐 당신이 우선이고, 당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손가락을 얽어 깍지를 끼고는 느릿하게 발을 떼어 해안가를 걷는다. 모래가 자박거리는 소리를 내며 발밑에서 바스라진다. 이따금 파도가 발밑까지 몰아쳐왔다.)
발레리 C. 하인즈:그랬었죠. 되게 불편했는데 그거. 물론 어느정도 익숙하긴 하지만요. (어깨 으쓱이더니) ..이래서 당신이 좋아요 레온. 늘 나를 먼저 생각해줘서... 그래서 늘 좋았어요. 물론 당신 스스로도 좀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램이지만요. (편안하게 웃으며 당신과 발맞춰 걸음을 옮긴다.) 만약 무사히 도망가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면.. 함께 식사하고, 별도 보고, 지금처럼 함께 걷고.. 뭐든지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즐거울 것 같아.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는 저에게 무척이나 소중하신 분이니까요. 이전에는 당신이 저의 주인님이었기 때문이지만, 연심의 마음을 품고 나서부터는 '사랑하기 때문에' 라는 수식이 하나 더 붙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힘이란 얼마나 크고 강대한 것이던가. 그를 위해 몇 번이나 죽고 수십 번이나 상처를 입으면서도 다시 일어나 맞서 싸울 힘을 준다. 끝내 죽음을 맞이할 미래가 기다리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다시금 받게 된 목숨. 이번에는 당신과 함께 위험을 헤쳐나가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에 쓰고 싶었다.) 전부 원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식사도, 밤하늘을 구경하는 것도, 산책도. (자기를 생각하라는 말에는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레리 당신과 함께라면 전부 즐겁고 행복하겠죠.
그러니 이 결혼식은, 저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패해야 합니다. (결혼은 미래를 약속하는 일. 그것을 파괴해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제법 아이러니하다.) ... 꼭, 전부 이룰 수 있도록 합시다.
발레리 C. 하인즈:..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도대체 얼마만큼의 연심을 품은 건지, 어느정도의 세월이 쌓여야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수십번 반복할 수 있었던건지..) 내가 원하는 것만 하지 말고, 레온이 원하는 것도 해요. 뭘 원하는지 말해줘요 레온. 우린 나중에 부부가 될 거잖아요. 부부는 동등해야 하는 거라고요. 그걸 제하더라도, 내가 레온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말해줘요. 그리고 대답 좀 해주고. 진짜 소중히 여겨야 해요 레온. 당신이 아프면 나도 아파요. (약간 눈썹을 늘어트리고 웃으며 말한다.) ...그래요, 맞아요. 도망은.. 꼭 내일 쳐애 하는 거죠? 따로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건가요? 미리 말해줘요. 그래야 덜 놀라죠. (..) ..꼭, 이룰 수 있을거예요. 꼭.
셀레온 K. 카르디안: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4년에서 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이 연심이란 걸 깨달았을 때에는 숨기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들켜보아야 내쫓기기만 했을 테니까요. 어떻게든 마음을 추스리고 그저 저를 고용한 주인님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려 했지만, 한 번 품은 연심은 사라지질 않더군요. (과거를 회상하다가, 당신의 말에 한참 동안 고심한다. 그러나 그 시간에 비해 답한 내용은 짧았다.) 제가 바라는 건 별로 없습니다. 당신과 살아가는 것. 당신이 울거나 화내지 않도록 평온하고 웃음 어린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뿐입니다. ... 레리가 그리 말하신다면 응할 수밖에요. 저 자신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저에겐 언제나 당신이 우선일 것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으나, 웨딩로드를 걷는 중에 벗어나는 게 그나마 가장 감시가 덜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는 가문의 사람들도 전부 하객석에 앉아 있을 테니까요. 계속 문헌들을 찾아보면서 방법을 알아보고 있으니, 변경점이 있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꽤, 오래됐네요. (당신의 말을 들으며 조금 눈을 크게 뜬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는에. 얼마나 필사적으로 숨긴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오래도록 날 좋아해주었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많이 힘들었겠어요 레온.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장난이나 치고있었는데.. (조금 민망한지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그리고 이어진 당신의 대답을 들으며.. 점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전부 자신과 관련된, 자신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말들... 그 사실이 못내 기쁘면서도 서글폈다. 도금정도는 당신을 위해도 좋을텐데.. 나를 위해 그정도까지 희생했던 걸 보면, 저렇게 말은 해도 날 우성시 하겠지. 그렇다면 내가 레온을 위해야했다. 그러면 레온도 조금은 스스로를 위해주지 않을까.) 그래요, 내 말 꼭 들어줘야 해요. 반드시. 자기 먼저. 아겠죠?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말한다.) 하긴.. 그때쯤이면 다들 멀리 떨어져있겠군요. 그렇게 된다면 도망가기 쉽겠어요. 오페라 하우스가 너무 넓어서 어떻게 될까 싶긴 하지만요. (..) 알겠어요. 언제든지 편하게 말해줘요. 아니면 방에 깉이 있어도 되고요.
셀레온 K. 카르디안:괜찮습니다. 레리가 모르는 것도 당연하죠. 제가 숨겨 왔으니 말입니다. ... ... 그래서 전 레리가 저를 좋아하고 계셨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습니다. 같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언제부터였는지. (자신을 먼저 위하란 말에 곤란한 듯 눈만 끔벅인다.) 그건 당신의 말이지만 결국 저를 위한 일이지 않습니까.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백사장을 밟으며 걷다 보면 어느덧 해안선의 거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다.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지겠지.) ... 같이, 말입니까. 이대로 레리의 방에서 함께 잠들어도 괜찮은 것인지요?
발레리 C. 하인즈:(되돌아온 질문에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더니, 이내 시선을 모래사장으로 돌린다.) ..그건.. 그게. ..한, 2년 됐죠. 정말 아무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그냥 알게 됐어요,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는 구나 하고. 내 옆에 없으면.. 서운하고 슬퍼지겠구나 싶었달까요. (붉어진 귀를 머리카락으로 가리며 그리 말한다.) 당연히 노력 해야죠. 당신은 나한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걸요. (꼭 들어줘야 한다고 강요하는 눈빛으로 당신을 쳐다보더니, 해안선 끝자락에 다다른 것을 보고 아쉬움이 담긴 탄성을 내뱉는다. 이대로 더 있고 싶은데.) 네, 같이요. 레온만 좋다면 제 방에서 같이 자요. 레온 방에서 자도 좋고요.
셀레온 K. 카르디안:2년... ... (제 예상보다 긴 기간이었는지 되풀이하며 중얼거린다. 곁에 없으면 서운하고 슬퍼지겠다고, 그리 여겨왔는데 저는 당신의 눈앞에서 꽃잎과 함께 흩어지고 말았더랬다. 당신에게 얼마나 못할 짓을 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차라리 마지막 루프 때 당신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홀로 떠나는 게 나았을까, 가정해본다. 하지만 그랬다면 지금 이리 마음을 터놓은 두 사람의 모습은 없었을 테지.) 저 또한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만... 그럼, 차를 준비해서 레리의 방으로 가겠습니다. (발걸음은 다시 오페라 하우스로 향한다. 다시금 답답한 감시자들 속으로 섞여들어야겠지만, 이 짧은 시간이라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으니 운이 좋은 편이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이 다시금 중얼거리는 소리에 빤히 바라본다. 지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그래요, 이제 돌아가는 게 맞겠죠.. (아쉬운지 당신의 손을 잡은 채로 바다를 몇번 더 힐끔 바라보다가 당신의 발걸음에 맞춰 걷는다.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조금만 더 이렇게 있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레온이 우려준 차를 마시겠네요. 어떤 차인가요? 오늘 다른 이들이 마시던 라벤더 차? (자신도 차를 우려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차는 자신의 것보다 레온의 것이 더 맛이 좋았기에 얌전히 포기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예, 맞습니다. 라벤더 차에 대해서도 이미 들으셨군요. (미소한다) 단둘이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면에 도움이 되는 차를 만들었습니다. 가문원들이 아닌 귀족분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지만... 좋아하는 편이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물론 좋아하죠. 라벤더 차를 마시면 잠이 잘 오니까요. 레온이 주는 거면 뭐든 좋지만요. (웃으며) 라벤더 차를 마시면 잠이 잘 오니까요. 어쩐지, 아까 다른 사람들 표정이 조금 멍하더라니.. 졸려서 그런거였군요.
셀레온 K. 카르디안:차를 마신 상태에서 오페라의 연주까지 들으면 더 잠이 잘 오겠죠. 당신에게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이걸 위해서라도 일부러 잔잔한 분위기의 연극을 택했습니다.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희미하게 마주 웃는다) 너무 오래 나와 있으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이젠 돌아가죠.
발레리 C. 하인즈:좋은 작전이네요. 덕분에 이렇게 나와서 얘기도 하고 걷고.. 오랜만에 즐거웠어요 레온. (오페리 하우스로 고개를 돌리고는) 정말.. 성가시네요. 감시라는 거. 어쩐지 카르디안 가문 사람들만 보면 짜증이 나더라니..
셀레온 K. 카르디안:저도 이런 본격적인 감시는 처음 받아봐서 여러 의미로 놀랍습니다. 그만큼 당신을 향한 집요함이 느껴져서 섬뜩하기도 하고요. 아마 '그것'은 저에겐 깊은 악의를 품고 있겠죠. (골몰하다가) ... ... 사실, 부활했을 당시 저의 정신 또한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당신을 감시하는 가문원들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죠. 그러나 사랑의 마음 덕분인 걸까요, 마차에서 내려 오는 당신을 처음 마주한 순간 무언가 깨어지듯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것이고요. (그래보았자 하루가 겨우 넘는 시간이다. 그러니 많은 방법은 찾기 어려울 수밖에.)
발레리 C. 하인즈:그렇게까지.. (한숨 쉬고) 도대체 왜 나를 그렇게까지 노리는 건지 모르겠네요. 내가 뭐라고.. (한탄하듯 중얼거리다가, 이어진 말을 들으며 다시금 한숨을 쉰다.) 미안해요 레온. 나 때문에 고생이나 하고. .. 날 보고 세뇌가 풀렸다니 다행이지만요. (..) 하루만에 찾아낸 해결책 치고는 꽤 좋은 것 같은걸요. 이제 나도 도와줄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세뇌를 푸는 주문을 찾는 것이지만.. 오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셀레온 K. 카르디안:저에게 미안하단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었죠. 제가 드릴 말씀도 똑같습니다. 레리의 의지로 선택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운이 없게도 그것의 눈에 걸려들었을 뿐입니다. 그것과 맞서싸우기로 한 건 제가 결정한 일이고요.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준다) ... ... 찾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요원해 보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하하, 내 꾀에 내가 넘어간다는 게 이런걸까요? (작게 웃으며) 알겠어요.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할게요. 대신 감사를 전하는 것 정도는 괜찮죠? 날 지키려고 노력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감정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게 말이에요. 도망치기 전까지라도 찾을 수 있다면 좋을테지만, 결혼 준비로 바쁠 것 같죠..
셀레온 K. 카르디안:그럼요. 감사의 말은 무척 기쁩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가 입가에 어린다. 보상받으리란 기대라곤 전혀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당신이 지금처럼 고맙다는 말 한 마디만 해주었어도 기쁠 일인데, 저를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부부까지 되고자 한다. 분에 넘치도록 감격적인 삶이 저에게 부여되었다.
그것은 당신을 삼키기 위한 매개체로 저를 부활시켰을 테지만, 저는 이번에도 끝까지 저항하여 당신을, 그리고 스스로를 지켜내리라.) 우선은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습니다. 내일도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야 하니까요.
발레리 C. 하인즈:기쁘다니 다행인걸요. 나중에 더 해줄게요. 아니다. 매일매일 해줄게요. 우린 매일매일 얼굴을 볼테니까. 그쵸?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을 떠올리는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부정보다 긍정. 내일을 기대하기 위해서.. 내일을 헤쳐나갈 힘을 얻기 위해서.) 그래야죠. 제 방에서 같이 자는 거 맞죠? (미소하며) 잠옷으로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레온.
셀레온 K. 카르디안:예. 아침에 일어나 가장 처음 보는 얼굴도, 밤에 잠들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도 서로일 것입니다. (당신의 말에 담긴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상황은 어렵고, 떠올릴 수 있는 수는 제한적이지만 지레 무너질 필요는 없겠지. 당신을 꼭 끌어안았다가 놓아준다.) 곧 다녀오겠습니다.
오래잖아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셀레온이 당신의 방으로 들어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차를 타 왔습니다, 레리. (찻잔 하나를 당신에게로 건넨다.) 잠들 준비는 되셨는지요.
발레리 C. 하인즈:..뭔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 일부러 재우려고 주는 것 같은 거 알아요? (하며 찻잔을 받아든다.)
셀레온 K. 카르디안:... 평범하게 잠옷은 다 갈아입었냐는 뜻이었습니다만. (티 테이블 앞에 걸터앉아 찻잔을 홀짝인다.) 맛이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정말요? (의심스러운 척 빤히 바라보다가 함께 차를 홀짝이고는 웃는다.) 레온이 타준 차가 맛이 없을 리 없잖아요. 늘 그랬듯 맛있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조금이라도 푹 자두면 다음날에 도움이 되겠죠. 레리는 어릴 적부터 잠을 거의 주무시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이번 오페라 하우스 때는 혈색이 조금 좋아보이셔서 안심했습니다. 찻잎도 적절히 잘 우러나온 것 같아 다행이군요. (차를 다 비우곤 찻잔을 티테이블에 올려둔다. 침대가에 걸터앉아 당신의 머리칼을 빗어주듯 쓸어내린다.)
발레리 C. 하인즈:그러게요. 이상하게 점점 잠이 줄어들어서.. 키가 이만큼이라도 큰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당신을 바라보다가 제 머리를 빗어주기 시작하자 기분좋은 웃음으 지으며 눈을 내리깔고 차를 마저 마신다.) 오늘은 되게 잠이 잘 올 것 같네요. 레온도 같이 있어서 그런가?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가 숙면을 취하실 수 있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굽슬거리는 머리칼을 뒤쪽으로 깔끔하게 거둬내고, 결을 내어 빗어준다. 사용인 시절과 비슷하지만 좀 더 노골적인 애정이 묻어나는 손길이다.) 오늘 밤은 레리를 껴안고 잠들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레온이 뿌듯하도록 더 열심히 자봐야겠는데요? (다 마신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두고 눈을 감은 채 당신의 손길을 느낀다. 일정한 손짓에 느릿하게 눈이 감기는 것 같기도 했다. 이어진 말에 싹 달아났지만.) ..나, 나를요? 끌어안고.. (귓가가 옅게 붉어진다.) ..물론 되죠. 레온이 불편할까봐 조금 걱정되기는 하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체온이 전달되면... 레리도 좀 더 수월하게 잠들 수 있지 않으실까 해서... ... (먼저 말을 꺼내긴 했지만 부끄럽긴 한지 말이 조금씩 느려진다.) 실은 당신과 함께 잠드는 순간이 너무 좋아서 그렇기도 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나, 나도 당연히 좋죠. 같이 자는 게 처음이긴 하지만, 나중에 같이 살면 같이 자는 일도 많을 테니까.. (민망한지 조금 다급하게 말을 잇다가 심호흡을 하고 평소처럼 웃는다.) 하여간, 항상 말을 로맨틱하게 한다니까요. 저도 좋아요. 함께 잠들고 함께 일어나서 눈을 맞추는 순간같은 거.. 분명 낭만적일테니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맞습니다, 차후엔 거의 매일같이 함께 자게 되겠죠. (그랬다가 뒤늦게 덧붙인다.) 레리만 괜찮으시다면요. ... 꿈 속에서만 일어날 일이라고 여겼기에 더더욱 낭만적이고 행복한 순간일 것입니다. (이불을 들추고 자연스럽게 당신을 눕힌다. 그 옆에 누워 당신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숨소리와 온기가 바로 옆, 가까이에서 전해져온다. 편안하고 안정적이면서도, 괜시리 심장이 박자를 빨리해오기도 한다.)
발레리 C. 하인즈:당연히 괜찮죠. 레온이라면 뭐든지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거 진심이었다고요. (눈웃음 짓더니) 나도.. 이런 날이 올줄은 정말 몰랐는데, 당신과 이렇게 한침대에서 자는 거 말이에요. 나중엔 익숙해져서 이런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이렇게 행목하고 이렇게 설레는데.) (당신이 침대에 눕혀주자 가만히 눈만 깜빡이며 벙쪄있다가 제 허리에 줄러진 팔과, 가까운 곳에 서 보이는 당신의 얼굴에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푹 숙이고 당신의 허리에 마주 팔을 두른다.) ..좋은 꿈 꿔요 레온. 내일 아침에 봐요.
셀레온 K. 카르디안:(숙면을 위해서란 핑계로 당신을 이리 끌어안았지만, 정작 그런 자신이 밤새 잠을 못 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갈수록 빨리 뛰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진정시키려 애써 심호흡을 두어 번 하고는, 당신의 이마에 버드키스를 남긴다.) 좋은 꿈 꾸십시오, 레리. 차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어제와 같은 따가운 시선과 공포감이라곤 없는 편안한 밤입니다.
라벤더 차 덕분일까요? 혹은 다신 떨어질 일 없으리라 말하는 것처럼 당신을 꼭 끌어안은 셀레온 덕분일까요?
라벤더 티 덕분인가, 아니면 간밤에 바다 바람을 쐬어서인가.
당신은 평소보다 맑은 정신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네, 결코 멀쩡한 결혼식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당최 그 신은 누구며 누가 부활을 이루었고 과거에 당신과 셀레온을 데려다 놓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이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끝까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레리. (먼저 깨어 있었던 듯, 당신을 꼭 끌어안은 채 속삭인다)
발레리 C. 하인즈:좋은 아침이에요 레온. 나는 당신이 우려준 차 덕분에 잘잤답니다. 레온은요? (당신의 품 안에서 눈을 뜬 것이 기꺼운지 푸스스 웃으며 묻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저도 레리를 껴안은 덕분인지 푹 잤습니다. (심장박동이 너무 빨리 뛰어서 한동안 잠을 설치긴 했지만, 되살아난 직후 방법을 찾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밤을 새워서인지 어느 순간 의식이 끊기듯 잠에 들 수 있었다. 당신에게서 풍기는 여린 체향이 라벤더 티보다도 더 안정감을 주었더랬다.) 아마 브런치는 각자 방으로 전해질 겁니다. 사용인이 곧 올지도 모르니, 저는 이만 돌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내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에요. (진심이라는 듯, 웃으며 당신의 품을 더 깊게 파고들어 안고는 올려다보며 눈웃음 짓는다.) ..아, 벌써 가는 건가요? 같이 식사하는 건.. 안되는거죠? (어쩐지 시무룩해보이는 낯이다.)
셀레온 K. 카르디안:(조금 이르게 깨어나 잠든 당신의 낯을 한참이나 내려보았더랬다. 그리 입을 맞추고 끌어안았는데도 당신 앞에 제가 살아있음이 실감이 나지 않아서. 한참이나 당신의 고운 낯을 보며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는데, 해사한 눈웃음을 보자 또다시 심장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헛기침을 하면서) 점심 식사는 두 가문이 함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다시 뵙게 될 것입니다. ... ... 많이 아쉬우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점심식사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잖아요. 솔직히.. 난 레온이랑 계속 붙어있고 싶단 말이에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그리 말한다. 이런 말을 하는 스스로가 어리광쟁이 같이 느껴져 민망하긴 했지만.. 당신에겐 거짓없는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었다. 함께 있게 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으니,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정말 안돼요?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와 계속 함께 있고 싶은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약간은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좋은 마음을 숨기진 않는다. 어리광 부리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아가씨와 하인의 관계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을 접할 수 있음에 매 순간순간이 경이로울 만큼이나 감격적이었다. 평소의 고지식하고 원칙주의적인 그였다면 자리를 떴을 테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얼마나 단단한 바위라도 물러지는 법이다.) ... ... 레리가 원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곧 부부가 될 사이이니 자연스레 가까워졌다는 투로 둘러대면 괜찮겠죠. (이마에 촉 키스한다)
발레리 C. 하인즈:와, 정말요? (같이 있고싶다는 말만으로도 기뻤으나, 함께 있어주겠다는 말에 눈에띄게 반색하며 웃어보인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어디까지 물렁하게 만드는 것인지, 원래부터 당신에게는 무른 구석이 있고 친근하게 굴던 발레리이나, 사랑을 하니 이보다 더 물러질 수는 없을 정도로 물러져버린 것이다..) 네, 그러죠!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뻐요. (키스를 받은 이마를 잠깐 문지르다 당신의 볼에 키스를 해주곤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는 너무 귀여워서 탈입니다. (볼키스를 받고는 당신을 조금 더 꾹 끌어안는다.) 그럼 사용인에게 언질을 드리고 올 테니, 편히 계십시오.
두 사람은 방에서 사이좋게 브런치를 함께했습니다.
사용인에게 언질하는 셀레온을 하객 중 한 명이 본 것인지, 식사를 마치고 홀로 내려올 즈음엔 두 사람이 벌써부터 금슬이 좋다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습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저녁에 있을 피로연을 위해 분주합니다.
숙소에서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조리 당신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건네지 못해 안달이 나 있습니다.
이 결혼식은 어차피 파토가 나야만 하는 식이니, 이리 화려하게 준비하는 것이 조금은 아까울 수도 있겠네요.
조식은 방으로 배달된 브런치를 먹었다지만, 점심 식사는 셀레온 및 카르디안 가문과 함께 합니다.
셀레온의 집안 사람들과 대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요.
발레리 C. 하인즈:당연히 가야지! (기분좋게 웃으며 일어난다. 카르디안들과 함께인 것이 조금 걸렸지만.. 얼굴을 보는 게 어디겠는가.)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긴 테이블이 당신을 반깁니다.
벌써 자리에 앉아있는 셀레온이 당신에게 살짝 고개숙여 목례합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어서오십시오, 레... ... 미스 하인즈.
셀레온의 가문원들도 몇 보이고, 당신의 집안 사람들도 몇 착석한 상태네요.
발레리 C. 하인즈:(..) 환대 감사드려요. 좋은 오후네요 미스터 카르디안. (사교용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맞은편에 앉는다. 다른 가문 사람들만 없었어도..)
셀레온 K. 카르디안:좋은 오후입니다. 별일은 없으셨는지요. (말실수 안 한 사람처럼 무뚝뚝한 표정)
발레리 C. 하인즈:(애써 시치미 떼는 모습이 귀여워 절로 장난스러운 미소가 나올 것 같지만 최선을 다해 사무적인 미소를 지어보인다.) 이곳에서 무어 별 일이 있겠어요. 결혼식만을 고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미스터 카르디안께서도 그러셨나요?
셀레온 K. 카르디안:즐거이 보내고 계시다면 다행입니다. 저 또한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와주신 하객분들을 맞이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들 세기의 결혼식이라며 칭찬이 자자하시더군요.
가문원들 사이에서도 가벼운 스몰토크들이 오갑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식당 내부를 둘러봄이 가능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이 식당.. 꽤 큰데. 좀 둘러봐도 되겠지? (작게 중얼거리며 가문원들을 힐끔 쳐다본다. 다른 곳에 정신 팔려있는 것 같으니 귀족 영양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받을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창문쪽으로 다가간다. 밖에 바로 바다가 보이려나?)
창밖을 내다보면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바닷가 절벽 위에 핀 꽃이 보입니다.
한 데 모아 꽃다발이라도 만들면 예쁘겠는걸요.
꽃들의 너머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을 테죠. 첫날 밤 이 창밖의 바다에서부터 불쾌하고 집요한 시선이 달라붙었었습니다.
발레리는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첫날 밤부터 꾸준히 느껴지던 그 시선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거겠지? (기억 속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 날의 감각을 떠올리며 주먹을 꾹 말아쥔다. 보호 주문 덕분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안 느껴진다는 건 좋은 걸 테니.)
(그나저나 꽃이 예쁘게 피었네. 레온이 관리하던 것만 못하지만. ..부케는.. 나중가서 생각하지 뭐. 어차피 내일 결혼식은 망해야되니까.)
(바다도 안보이고, 텄네 텄어. 그리 생각하며 발걸음을 부엌으로 돌린다. 무슨 음식이 나올지 미리 봐두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창문에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창가를 기어가는 흰 거미를 발견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저거..그때 그?)
이제는 없던 일이 된 린튼과의 결혼식 날 보았던 거미가 떠오릅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 거미가 또 내 눈앞에 나타난다고? 불길하게..
(당장이라도 없애버리고픈 기분을 느끼며 꺼림직하게 바라본다)
부엌 입구로 향하다 보면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사람 1: 그러고보니 카르디안 가에서 이번 결혼에 공을 엄청나게 들이고 있다지?
사람 2: 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부부 된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에 간다 들었는데. 그래서 뒷풀이 파티는 하객들끼리 진행된다나.
사람 1: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들, 꽤 묘하단 말이야. 특히 신랑인 그 셀레온이란 사람, 난 한 번도 이름을 들은 기억이 없거든. 그리고 카르디안이… 원래부터 이렇게 대단한 가문이었나……?
사람 2: 원래는 린튼 가가 저 정도의 명성을 독차지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집안은 어쩌다 망한 건지…….
발레리 C. 하인즈:(..카르디안 사람들이 그것인지 뭔지한테로 데려가는 역할인가보네. 세뇌로는 부족한 개연성을 메우기엔 부족한 모양이고. ..내일 일이 잘 풀려야할텐데..)
발레리 C. 하인즈:(아차, 하며 언제 부엌에 왔냐는 듯 소리없이 빠르게 움직여 제자리에 착석한다.)
각종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 비프 웰링턴 등 결코 모자람 없는 화려한 식단이 테이블을 가득 채웁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음식이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군요. 조리사에게 미리 미스 하인즈의 취향을 전달해두기는 했습니다만...
(전속 사용인으로 일했던 짬밥)
발레리 C. 하인즈:어머, 센스 좋으시네요 미스터 카르디안. (입을 가리고 작게 웃더니) 제 취향은 지나가듯 말씀드린 걸로 아는데 어찌 그걸 다 기억하셨는지. (숨쉬듯 자연스럽게 거짓말한다.. ) 덕분에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게되었어요. 한데.. 미스터 카르디안의 입맛에는 맞으실까요? (너무 자신만 시경써준 거 아닌가.. 생각하며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을 내보인다.)
셀레온 K. 카르디안:자랑으로 들릴까 걱정되오나, 제가 기억력이 비교적 좋은 편이어서 말입니다. 웰컴 파티 때의 대화이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도 하고요. (마찬가지로 숨쉬듯 거짓말 함...) 제 입맛에도 무척 잘 맞습니다. (증명하듯 비프를 작게 한 조각 잘라 먹는다.)
발레리 C. 하인즈:절 그정도까지 생각해주시다니 정말 기쁜걸요. 제 예비 남편이 당신이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태연하게 웃으며 고기가 아닌 곁들여 나온 채소를 잘게 잘라 입에 넣더니..) 그거 다행이군요. 혹 미스터 카르디안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얼마 안 되는 채소를 잘라 먹는 모습 보더니 비프 웰링턴이 담긴 접시를 슬쩍 앞쪽으로 밀어준다.) 동감입니다. 미스 하인즈 같은 분과 결혼할 수 있게 되다니 무척이나 기쁜 일임에 분명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제 앞에 밀어진 비프 웰링턴 빤..히 바라보더니 얌전히 작게, 아주 작게 썰어서 입에 넣는다.) 그리 기뻐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결혼하게 된다면 앞으로 식사도 함께하게 되겠죠?
셀레온 K. 카르디안:물론입니다. 미스 하인즈의 식사 취향을 잘 맞출 수 있는 조리사를 여럿 고용해야겠군요. 아무래도 많이 드시는 편은 아니신 것 같아 말입니다. (걱정이 옅게 어린 시선으로 빤히 봄...)
발레리 C. 하인즈:친절은 감사하지만, 이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몸 유지도 되고요. (귀족여성들이 원하는 마른체형보다 더 마른 상태면서 말은 잘한다. 저도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은근 시선을 빗겨가며 깨작깨작 고기를 잘라 입에 넣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체형 유지보다 건강이 더 중요합니다. 제대로 드시지 못해 시름시름 앓게 되신다면 몸매 같은 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진심 가득 담긴 말이다) 혼인하게 되면 미스 하인즈의 건강을 자주 유념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전 지금도 건강한걸요. 엄청까지는 아니지만.. (말끝을 흐리다가 웃어보이기나 하더니 이어지는 걱정의 말에 스멀스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통제한다.) ..지금 절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고마워요 미스터 카르디안.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걸요. (그러면서 다시 채소를 입에 넣더니) 너무 걱정시키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미래의 남편이 저 때문에 근심걱정에 휩싸이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 아무래도 걱정이 됩니다. (가문원들에게 티가 나지는 않았을까 싶어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고기를 잘라 먹는다) 모쪼록 미스 하인즈의 말대로 된다면 좋겠군요. 아프신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식사 자리입니다.
묘한 점은, 전부터 만나기만 하면 발레리를 향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카르디안의 사람들이 이번에는 어쩐지 평범한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입니다.
가문원 1: (평범하게 격식 띤 말투로) 예비 부부가 서로를 걱정해주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다시금 이 결혼을 축복하게 되는군요. 카르디안의 일원이 되시는 걸 축하드립니다, 미스 하인즈.
가문원 2: 한가족이 되는 거지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발레리 C. 하인즈:(끼긱, 비프를 썰던 식기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었다가 이내 태연한 미소와 함께 멀쩡히 움직인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야죠.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절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기쁠 따름입니다. 카르디안 가의 안주인에 걸맞게 행동해 보이도록 하지요.
가문원 1: 셀레온이 무척 지혜롭고 현명한 영애를 안주인으로 맞게 되었군요. 미스 하인즈와 함께라면 카르디안 가문은 더더욱 번창할 겁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우아하면서도 기품 서린 태도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절로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짓는다.)
발레리 C. 하인즈:그리 말씀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여러분의 기대를 채울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겠어요. (작게 미소짓고는) 아마 실망시켜드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당당한 태도로 그리 말하다 당신의 미소를 발견하고 절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가, 흠칫하고는 다시금 사교용 미소를 짓는다.) 미스터 카르디안께서도 흡족하신 모양이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미스 하인즈와 결혼하게 된 건 말씀대로 크나큰 축복이기에 그러합니다. (급하게 표정을 바꾸자 자기도 모르게 웃을 뻔했다가,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며 표정관리를 한다.) 실망시키기는커녕 매일같이 기쁨과 평안함이 있는 나날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발레리 C. 하인즈:...어머, 그리 말씀해주시니.. 정말 기쁘네요..? (당신이 웃으려다가 표정관리한 것을 봤는지, 포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티나지 않게 당신에게 불만어린 눈빛을 보내며 입술을 삐죽인 것은 덤.)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일이 바쁘실지도 모르지만.. 늘 저와 함께 있어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는데, 들어주실건가요?
셀레온 K. 카르디안:(불만 어린 신호를 곧장 알아채고는 작게 큼큼, 헛기침을 한다. 나름대로의 사과의 표시다. 와중에도 입술을 삐죽이는 당신이 귀엽다고 생각하고 만다) 미스 하인즈가 바라신다면, 당연히 들어드려야겠죠. 제 언행이 거슬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작게 헛기침을 하는 당신을 보며 금세 풀어져서는 웃어보인다..) 후후, 저는 미스터 카르디안의 말투를 좋아하니 염려마세요. 게다가 다정하신 분이잖아요? 저는 제 바램을 들어주시는 것 만으로도 기쁘답니다. (이제 배가 좀 찬건지 푸딩을 조금 덜어 오물거린다.)
셀레온 K. 카르디안:좋아하고 계신다면 다행입니다. 그래도 혹여 부족한 점이 보이신다면 바로 언질을 주십시오. 부부란 무릇 나쁜 점이 있어도 고쳐나가면서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나가는 관계가 아니겠습니까. (부드럽게 말한다)
발레리 C. 하인즈:아마 그럴 일은 거의 없을테지만.. 미스터 카르디안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좋아요, 꼭 그리하도록 할게요. 미스터 카르디안께서도 혹여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고요. 왠지.. 건강에 관한 지적을 많이 하실 것 같지만요. (지레 찔려 그리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예, 저도 그리하겠습니다. (거의 없긴 하겠지만 대답은 순순히 한다. 아마 그는 당신을 바꾸기보단 저를 당신에게 맞추어 바꾸려 들 것이다) ... 정확히 맞추셨군요. 건강은 챙겨서 나쁠 것이 없으니까요.
한참 식사를 하던 가운데 발레리의 친척 되는 사람이 손뼉을 치며 말합니다.
친척: 두 사람이 이리도 사이가 좋으시니, 식사가 끝난 뒤에 오페라 하우스 근처 시내에 나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피로연이 곧이니 쇼핑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날씨도 이리 좋으니 분명 기분 좋은 외출이 될 거예요.
발레리 C. 하인즈:오페라 하우스 근처 시내요? (의아한듯 되묻지만 머릿속은 이미 나갈 생각으로 가득찼다.. 단 둘이 나가는거면, 데이트 아니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확실히..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으니, 이렇게라도 함께하면 좋겠네요. 저는 좋은데, 미스터 카르디안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셀레온 K. 카르디안:좋습니다. (수월하게 고개 끄덕인다. 나서서 둘만의 시간을 제안해주면 그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었기에.) 그럼 잠시 후 뵙겠습니다, 미스 하인즈.
발레리 C. 하인즈:네, 그럼 이따가 뵈어요 미스터 카르디안. (그리 말하며 얌전히 말을 끝맺는가 싶더니.. 이내 조금 짓궂게 웃어보이며 입을 연다) 예쁘게 하고 올테니까, 미스터꼐서도 멋지게 입고오셔야해요? 기대할게요.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장난기 어린 돌발스런 발언은 사용인으로 모시면서 자주 겪었던 일이긴 하지만 매번 당하고 만다.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이내 미소하며 화답한다) 알겠습니다. 미스 하인즈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발레리 C. 하인즈:(기대한다는 소리에 활짝 웃어보인다. 너무 눈에띄지 않으면서도 예쁘게 꾸며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네, 얼마든지 기대해주세요. 얼만큼 기대를 하시든.. 그 이상으로 하고 올테니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은 언제나 제 예상을 뛰어넘고는 한다.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는 사람. 다채로운 변화를 지닌 사람이 바로 당신이다. 새삼스럽게 그런 당신과 함께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운 좋은 것인지 자각한다.)
식사가 끝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준비를 할 시간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흠, 시내에 나가는 거니까.. 가벼우면서도 예쁘게 보여야하는데.. (고뇌한다)
(그러다 결국 늘 하던 반묶음을 하고,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를 걸친 후 하늘색 오프숄더 형태의 가벼운 원피스를 걸친다. 청순함이 돋보이는.. 그럼 차림.)
옷을 갈아입고 입구로 내려가자, 셀레온이 마차 옆에 서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금박 자수가 들어간 흰 셔츠와 흰 슬랙스는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옅은 연초록색 보타이를 매고 가슴팍엔 옅은 노란 장미 코사지까지 꽂아두었다. 당신의 말을 열심히 들었는지 한껏 꾸민 차림이다.) 미스 하인즈... 말씀대로 무척 아름답게 꾸미고 오셨군요. (하지만 꽃잎 위 맺힌 이슬마냥 청순하고 청초한 당신 앞에서야 그 무엇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 너무 아름다우셔서 시선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설마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수수하게 꾸미고 말았는걸요. (당신의 옷차림을 보며 자신도 가벼우면서도 우아한 느낌의 옷을 입었어야 했나.. 조금 후회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당신의 칭찬의 말에 얼굴이 화르륵 붉어졌고.. 제 볼을 손등으로 눌러 식히며 웅얼거린다.) 그러는 레온도 멋지게 입고 오셨는걸요. 정말 잘 어울려요. 진심으로요.
셀레온 K. 카르디안:수수한 차림인 줄도 몰랐습니다. 미스 하인즈... 레리의 용모가 너무 화려하고 수려하셔서요. (빙그레 웃으며 손 내민다) 마차에 오르시죠.
발레리 C. 하인즈:그, 그런.. 말을 하면 내가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으아..겨우 진정시킨 볼이 다시 불타오른다. 양 손등을 대고 다시 진정시키다가 당신이 내민 손을 붙잡는다.) ..그러죠. 그리고 레온도 되게 잘생겼어요. 다시 반해버릴 뻔 했잖아요. (하며 웃어보이곤 당신의 손을 잡은 것이 무색하게 먼저 마차로 쏙 들어간다.)
셀레온 K. 카르디안:기분이 좋아지면 좋은 게 아닙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멀뚱하게 되묻는다.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가 쏙 들어가는 모습 보며... 어리둥절하게 들어가 맞은편에 앉는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옷을 입는 센스가 뛰어나진 못해서 사용인에게 이리저리 물어보며 도움을 받았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거야 그렇지만요, 부끄럽잖아요! (당신의 칭찬이니 이리 반응하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마차에 들어가 얼굴 쏙 내밀고 대답하다 당신이 맞은편에 앉자 도로 자세를 바로한다.) 어쩐지.. 고급스럽더라고요. (고개 끄덕) 그 사용인 칭찬해줘야겠는걸요? 안그래도 멋진데 더 멋지게 만들어주었으니. 보너스라도 챙겨줘야하나.. (중얼거리다가 당신을 바라보고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고개만 빼꼼 내민 모습이 꼭 주변을 경계하는 토끼 같다는 생각 함) 그래도 고운 모습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칭찬은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인지라 딱히 이해가 되진 않는 듯하다. 딱뚝콱스럽게 말하고는) 레리의 눈에 잘생겨 보인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마차를 타고 시내로 나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어느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거리입니다.
광장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꽃나무가 곳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아하니, 어느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군요.
시내 내부에는 기념품 가게와 액세서리 가게, 꽃집이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예쁜 곳이네요. 딱히 쇼핑하러 다니지 않고 분수대에서 구경만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러게 말입니다. (꽃잎이 점점이 바람을 타고 흩날린다. 당신의 손을 자연스럽게 맞잡고 깍지를 낀다) 레리가 하고 싶은대로 하십시오. 급할 건 없으니 말입니다. (온전한 둘만의 시간이다.)
발레리 C. 하인즈:(깍지 낀 손을 맞잡으며 미소짓고는 당신의 볼에 짧게 키스한다.) 나느 레온이 원하는대로 하고싶은데~ 이제껏 내가 원하는대로 많이 했잖아요. (미소짓고) 뭐 하고싶어요? 나랑 산책할래요? 쇼핑할래요?
셀레온 K. 카르디안:그렇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레리가 원한 건 저도 원했던 것들이라서 말입니다. (입술이 닿았던 부근을 손끝으로 더듬어본다. 오래도록 그 촉감이 남기를 바라게 된다.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꽃집에 가시겠습니까. 제가 하퍼 린튼의 부모를 쏘았던 날, 정원에서 레리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걸 기억하시는지요.
발레리 C. 하인즈:(웃으며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기까지 얌전히 기다린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전부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 말했지만.. 그래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듣고 싶었으니까.) ..아, 그 때. (이후의 일 떄문에 반쯤 제정신이 아니어서 잊고있었다. ...정말 감쪽같이 잊고있었어.) 네, 기억해요. 드디어 내게 꽃 선물을 해주려고요? (어떤 꽃을 선물받을지 궁금한지, 기대를 담은 눈동자가 당신을 향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때엔 저희 둘 다 괴롭고 힘들 때였었죠. (씁쓸하게 말한다. 시간을 몇 번이고 돌리며 변치 않았던 건 당신을 향한 저의 사랑뿐이었다.) 받아주신다면...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정식으로 연인으로서, 예비 남편으로서 선물해드릴 수 있는 것이니 의미도 새롭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나보단, 당신이 더 힘들었겠죠. 오랫동안 고텅받았을테니. (잠시. 침잠한 낯을 했다가 다시 웃어보인다. 괜히 지난날의 얘기를 해서 슬퍼질 필요는 없지.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는걸..) 응, 좋아요. 어떤 꽃을 받을지 엄청 기대되는 걸요. 어서 가요! (그러더니 깍지를 풀고 당신의 팔에 팔짱을 끼고 걸음을 옮긴다. 조금 신난 것 같기도 했다.)
(고통..)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을 위한 일이었기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정하게 말한다. 결과적으로는 저와 당신의 결혼이라는 가장 최상의 결론이 났으니 다 잘 된 일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다. 몸이 아픈 것 정도야 고된 것도 아니었으니까. 신나 보이는 당신과 함께 발을 옮긴다. 그날따라 들뜬 듯 발걸음이 가볍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꽃집으로 향합니다.
꽃집에는 온갖 꽃들이 다 있습니다. 달콤한 향기가 풍겨오네요.
주인:어서오십시오. 찾으시는 꽃이라도 있으십니까?
오늘은 수국과 데이지, 에리카가 특별히 예쁘게 피었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에리카라는 말에 눈썹을 살짝 실룩였다가) 흰 장미와 노란 장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안개꽃을 섞어 꽃다발을 만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흰 장미와 노란 장미. 그날, 정원에서 셀레온이 약속했던 꽃과 동일합니다.
이내 주인이 셀레온이 말한 대로 두 종류의 장미와 안개꽃을 적절히 섞은 꽃다발을 만들어 발레리에게 건네줍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어떠십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이거, 되게...(당신에게서 건네받은 꽃다발을 빤히 바라보다가, 사르르 미소짓는다.) ..부케같네요. 정말 예쁜걸요. 나중에 우리가 진짜 결혼할때 이걸.. 들고 싶을정도에요. 정말 고마워요.
셀레온 K. 카르디안:바로 내일이 결혼식이니, 레리가 원하신다면 부케로 드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하루 정도로는 다 시들지 않을 겁니다. (좋아하는 반응에 저 역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언젠가 당신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청혼하는 상상을 하곤 했었죠.
발레리 C. 하인즈:내일 들기에는.. 아깝잖아요. 도망치다가 엉망이 될지도 모르는걸요. 저는 되도록 오래 이 꽃다발을 간직하고 싶단 말이에요. (작게 미소지었다가 청혼하고 싶었다는 말에 웃는다.) 그러고보니 우리 청혼도 건너뛰고 결혼하게 되었네요. 물론.. 망해야하는 결혼식이자만요.
셀레온 K. 카르디안:역시 사려깊으시군요. 하지만 꽃다발은 또 사면 그만입니다. 레리만 원하신다면 저는 몇 번이라도, 매일같이라도 꽃다발을 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을 향한 마음이 그렇게도 크고 깊었기에.) 정식으로 청혼을 했어야 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지요. ... ... 아쉬우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그건 그렇지만. 레온에게서 받은 첫 선물!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아니지만요. (옛날에도 자잘한 선물은 받았을테니..) 의미 있는 선물이잖아요 이건. (당신이 준 것이니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함부로 다루고 싶지도 않고) 아뇨, 그건 아니에요. 하고싶어지면 제가 하면 되는거고요. 귀족 영애답지 않은 행동일까요 이거? (웃고)
셀레온 K. 카르디안:마음을 확인한 뒤의 첫 선물이긴 합니다. 그래도 꽃다발에 의미를 깊게 가져주시니... ... 무척 기쁩니다. (이리 사려깊은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온화한 눈길이다.) 아뇨, 오히려 그런 면이 레리답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레리에게 청혼을 받는 날을 기대하고 있어야겠군요. (가게를 나와 천천히 걸어가면서) 따로 필요한 기념품은 없으십니까?
발레리 C. 하인즈:기쁘다니 다행이에요. 사실, 레온이 기뻐해줬으면 해서 더욱 소중히 여기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조금 장난스레 말히더니) 그리 말해줄줄 알았어요, 나는 레온이 늘 하인즈 영애가 아니라 나를 봐줘서 좋았거든요. (당신과 발맞춰 걸으며 그리 말한다.) 따로.. 아, 그래. 나도 당신에게 답례를 해야죠. (웃으며 당신 손을 잡고 액세서리 가게로 잡아끈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거로 선물해줄게요.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기 위해선 많은 표현을 해야겠군요. (농담조로 받아주다가 손을 잡힌다) 굳이 답례를 해주실 필요까지는 없지만... 당신이 선물해주신다면 무엇인들 감사히 받겠습니다.
액세서리 가게엔 휘황찬란한 장신구들이 가득합니다.
반지부터 시작해서 귀걸이와 목걸이, 초커나 머리핀까지 다양하네요.
고급스러운 만큼 가격대도 상당하지만, 최고의 가문 출신인 두 사람에게 가격 따위는 그다지 중요치 않겠죠.
발레리 C. 하인즈:음~ 역시 브로치가 평소에 하고다니기 딱 좋겠죠?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의 선물이라면 뭐든 하고 다닐 수 있습니다. (끔벅)
발레리 C. 하인즈:(눈 깜빡이다가 짓궂게 웃으며) 그러면 진짜 아무거나 사버릴거에요~? (농)
셀레온 K. 카르디안:... 그래도 이왕이면 보기 좋은 걸로 사주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아하하! 농담이었어요 걱정마요. 어련히 예쁜거로 고를테니까요.
(웃으며 브로치가 진열되있는 곳을 쭈욱 살펴보더니, 연한 에메랄드로 세공된 장미모양의 브로치를 발견하고 곧바로 구매한다.)
이거 볼 때마다 날 생각해줬으면 해서요. 내 눈동자색이랑 비슷한거로 골랐어요. 마음에 들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브로치를 한참 동안이나 내려다본다. 표정은 특유의 무심한 낯이었지만, 눈빛은 숨길 수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레리의 말대로,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옅은 녹색이 당신의 녹안을 닮아 더더욱.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고맙습니다.
직접 끼워주시겠습니까? (셔츠의 가슴팍 부분을 당신 쪽으로 살짝 당겨준다)
발레리 C. 하인즈:미음에 든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한듯 미소지으며 그리 말하더니. 직접 끼워달라 요청하자 잠깐 고민하는 듯 장난스레 음~ 소리를 내다가 이내 웃어보인다.)
당연히 내가 끼워줘야죠. 내가 주는 거니까. (당당하게 그리 말하고는 조심스레 브로치의 핀을 빼 셔츠에 꿰어내고, 다시 브로치에 건다. 당당한 말과는 다른 긴장과 부드러움이 섞인 손길이다.) 아, 됐어요. 잘 어울리네!
셀레온 K. 카르디안:제가 너무 당연한 걸 부탁드렸군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한다. 저보다 한 뼘은 넘게 작은 당신을 내려다보며 기다린다. 머리칼을 쓸어주고픈 충동이 들었지만 혹시나 당신이 놀라서 브로치에 손가락이 찔리거나 할까 봐 참는다) 다 됐습니까? (거울에 모습을 비춰본다) 셔츠 색과도 잘 어울립니다. 레리의 센스 덕분입니다. (그리곤 그제야 쓰다듬어준다)
발레리 C. 하인즈:그렇죠? 나 좀 잘 고른 것 같아요. (당신의 모습을 매우 흡족하게 바라본다. 자신이 선물한 자신의 색을 달고있는 것을 보니 묘한 충족감이 들었던 탓이다. 이어 당신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좋게 웃어보였지만.) 전부터 궁금했는데, 내 머리를 쓰다듬는게 좋아요? (갸웃) 자주 쓰다듬는 것 같아서요.
셀레온 K. 카르디안:(스르륵 손을 뗀다.) 그랬습니까? ... 저도 모르게 손길이 갔나 봅니다. 레리를 보고 있자면 왜인지 보호본능이 들어서요. 물론 레리는 제가 보호하지 않아도 홀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강인한 분이지만 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아, 떼지는 말고요! (당신 손 잡고 다시 제 머리로 가져온다.) 쓰다듬어주는 게 싫어서 말한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거란 말이에요. 그나저나 보호본능..이요.. 나한테요? (..) 하긴, 내가 좀.. 병약해보이긴 하죠.
셀레온 K. 카르디안:연모의 마음을 품으면 보호본능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좋아하는 게 있으시다면 먼 길을 가서라도 얻어오고 싶고, 혹여나 날이 덥거나 추울까 옷들을 챙겨가게 되고, 위험한 일에 처했을 땐 위험하더라도 앞에 나서서 구해내고 싶은... (손길이 붙잡히자 눈이 살짝 커졌다가, 이내 푸스스 미소하며 다시 쓰다듬어준다.) 실제로 병약해 보이기도 하시지만.
발레리 C. 하인즈:그건.. 확살히 그렇네요. 나도 그러니까요. 힘이 닿는 데까지 돕고싶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늘 행복했으면 하는.. 그런 거요. (당신의 뒷말은 이미 실제로 해낸 것이기에 더욱 와닿았다. ..) (당신이 다시 쓰다듬어주자 눈웃음 짓다가 이어진 말에 멋쩍게 웃어보인다.) 내가 원해서 그렇게 생긴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꽤 쓸모있는 생김새니까 싫지는 않지만.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의 외모에서 보이는 병약함이 실제로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것도 당신을 귀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겠죠. ... ... 그저 당신이 어려움도 고됨도 없이 평안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 삶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고요.
발레리 C. 하인즈:그렇지 않다는 건 당신이 가장 잘 알잖아요. 어릴때부터 계속 봤으면서. 나 잔병치레는.. 조금 있었지만 크게 아픈 적은 없었다고요. (..) 그것 역시 나도 마찬가지에요. 날 위한다고 당신이 괴로워지는 거, 더는 두고 볼 생각 없어요. 꼭 함께 행복해지고 말테니까요.
꽃다발을 들고, 브로치를 단 채 가게를 나와 시내의 거리를 걸으면 얼마나 고즈넉한지 모릅니다.
발레리와 셀레온은 감시 당하는 위치인데도, 결혼식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도...
이 평화로움에 취해 있자면 평범한 일상이 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꽃향기를 맡는 가운데 셀레온이 당신의 뺨을 가만히 감싸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이제 당신 없는 저의 삶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꼭,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애틋한 눈빛이다.) ... ... 보호 주문을 걸어도 괜찮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제 뺨을 감싼 손 위에 제 손을 올리며 말한다) 나도 노력할게요. 되려 당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아닌가 싶지만요. (..) 물론이에요 레온. 당신은, 내게 허락받을 필요 없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피해라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레리는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운 분이십니다. (희미하게 웃는다. 볼이 조금은 붉어졌을지도 모른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입술을 겹친다.)
발레리 C. 하인즈: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나야 좋지만요. (느릿하게 가까워지는 입술을 보며 눈을 천천히 감는다. 당신과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서, 정말 행복하다 생각하며.)
봄 기운이 한창인 꽃나무 아래에서 황홀한 입맞춤을 건넵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오페라 하우스로 돌아갑니다.
이 밤이 지나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무엇을 위한 결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식을 끝내서는 안 되지만,
어쨌든 이 웨딩 로드 위 당신의 곁에 있을 사람은 셀레온입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이 이 성대한 결혼식의 피로연이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이번 피로연의 컨셉은 가장 무도회라 했던가요?
가면을 쓴 사람들,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웃고 떠들며 잔뜩 들뜬 얼굴로 오페라 하우스에 입장합니다.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저마다 꾸민 옷차림의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거대한 홀은 완전한 축제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정숙함은 완벽하게 소거된 이 호화로운 파티 안에서,
당신은 1층 홀 계단에서 내려오는 단 한 사람을 목도합니다.
맨 얼굴의 셀레온은 피로연을 위한 연회복 차림으로 한껏 가꾼 채 당신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들끼리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주시합니다.
이 무수한 시선에는 감시의 목적이 섞여있음을 압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연히. 발레리는 당신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웃는다.) 저와 한 곡 추시겠어요? 레온. (작게 속삭인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공식적인 부부가 되는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겁니다.
황홀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모두가 결혼을 축하한다 말한다면-
꼭, 정말, 부부의 연을 맺게 될 듯한 착각이 들어서…….
아주 지독하게 얽힐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상황이 어떠하든, 지금 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 앞의 당신이며 당신의 낯에 띄워진 웃음이다. 성큼 다가가 부드럽게 손을 맞잡는다.) 물론입니다. 당신의 첫 춤을 함께할 영광을 제게 주십시오, 레리.
타인의 온기가 이토록 뜨겁게 느껴질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이미 내 춤은 가져간지 오래면서, 뭐.. 오늘의 첫 춤을 뜻하는 거겠지만요. (주위의 시선이 정말이지 불쾌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발레리의 시선은 오직 당신에게 고정되어있다. 당신에게만 집중하고 싶으니까.) 그럼 어디 한번 춰볼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비단 오늘의 춤뿐이 아니라, 여러 가지 첫 순간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온유하게 대답한다. 그의 백색 시선은 거울처럼 당신을 비춘다. 주변을 둘러싼 시선과 상황을 어찌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겠냐마는, 짧게나마 함께 춤추는 순간만큼은 잠시 잊어도 좋을 테다. 당신의 허리를 반대쪽 손으로 살포시 감싼 채 음악의 박자에 맞추어 발을 내딛는다.)
셀레온과 발레리는 홀 정가운데에서 춤을 춥니다.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면 이 세상에 두 사람만이 남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 게 아니라 홀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단 둘뿐인 걸요.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리드를 따라 익숙하게 스텝을 밟으며 작게 웃는다.) 그거 기대되네요. 우린 이미 서로의 처음을 꽤.. 많이 함께했다고 생각하지만요.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니 기쁜걸요. (..) 그나저나, 이런 넓은 곳에서 우리만 춤을 추니까 왠지 주인공이 된 기분이네요. 물론 맞긴 하지만.
셀레온 K. 카르디안:제가 하인의 신분일 적에도 레리와 함께 춤을 추었었지만... 그때는 당신의 결혼식 바로 전날이었죠. (그때의 씁쓸한 기억이 떠오른다.) 예비 부부로서 정식으로 함께 춤출 수 있는 이 순간이 저에게 얼마나 기쁘고 감격적인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실은 되살아난 이후론 당신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숨을 쉬는 것처럼 새삼스럽습니다. 저는 당신과 함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오래도록 스스로를 세뇌해 왔었으니까요. ... ... 그런 저도, 이 결혼식의 주인공이 될 수 있군요.
발레리 C. 하인즈:그건 그랬죠. 그때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듯 하다. 물론 당신과의 춤은 즐거웠지만, 전후 상황은 그다지..) 나도 그래요. 난 정말 그날 내 세상은 끝났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당신이 없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어요. (살짝 미소짓더니) 정말 기적이죠. 당신이 다시 살아나서, 내 옆에서 이렇게.. 함께 춤을 출 수 있다는게. 그래서인지 아직은 가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당신은 늘 내게 있어서 주인공이었으니 이제 그런 세뇌는 하지 말아요.
셀레온 K. 카르디안:같은 마음을 품고 계실 리 없다고 확신했었건만, 당신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을 때마다... (얼굴이 조금 붉어진 듯하면서도 착잡해 보이기도 한다) 과거의 제 독단적인 행동이 레리에게 무척이나 큰 상처였으리란 걸 깨닫게 됩니다. (삿된 존재는 당신을 조종하고 영혼을 앗아가기 위해 저를 되살렸겠지만, 외려 저희 둘에게 이것은 새로이 주어진 기회다. 새롭게 행복을 찾고 누릴 수 있는 기회. 놓칠 성 싶은가. 반드시 도망쳐보일 것이다.) ... 감사합니다. 그 말이 진심으로 기쁩니다. (사람들의 눈만 아니었다면 당신을 와락 끌어안았을지도 모른다. 퍽 유려한 춤이 물 흐르듯 이어지고, 턴할 수 있도록 당신의 한 팔을 높게 들어준다.)
발레리 C. 하인즈:들때마다, 왜요? 부끄러워요? (조금 얄궂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묻는다.) 상처가 아니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덕분에라고 하는 게 맞나?) 아무튼간에 당신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새로운 기회도 얻게 됐고. 그리고 레온도 많이 힘들었잖아요. 그 망할, (아차.) 아무튼 그것 때문에요. 진짜 최악이에요. 얼굴을 보게된다면 흠씬 두들..이 아니라 마사지 해주고 싶네요. (당신의 감사하다는 말에 눈웃음 지르며 당신이 이끄는대로 우아하게 빙글, 돌고는 다시 당신과 발맞춘다.) 앞으로 기쁜 일이 더 생길테니 기대해요. 함께하게 된 이상 절대 안 놔줄거니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 부끄럽기도 하고,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기도 합니다. (거친 표현을 쓰다가 말을 바꾸는 모습마저도 귀엽게만 보였다.) 힘들어도, 당신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고난이 닥쳐오겠지만... 그때마다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에는 모든 짐을 혼자 떠맡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오히려 더 아프게 만들 테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처럼 손을 맞잡은 채 함께한다면 얼마나 괴로운 길이든 우리는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기쁨이 가득할 하루하루가 상상이 되는군요.
어두운 오페라 하우스의 홀 정가운데, 빛을 받고 있는 이는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분명 음악이 흐르는데도 서로의 숨소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셀레온의 시선은 집요할 만큼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달밤의 정원에서 춤을 추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렇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남몰래 춤을 추어야 했던 그 때 말입니다.
세간의 주목을 온몸으로 받고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정말 그럴거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 마지막 고난을 뛰어넘어야겠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는 철없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분위기 때문인가? (스스로도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이대로만 있고싶다는 욕심도 들고요.
셀레온 K. 카르디안:(가면 아래 반쯤 얼굴을 가린 하객들과 달리, 샹들리에의 화려한 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당신은 마치 여신의 자태마냥 찬란하도록 아름답다. 모두가 시선을 앗길 수밖에 없을 만큼.)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는 그 말씀처럼, 저를 꼭 붙잡아 주십시오. 풍랑에 흔들리더라도 나아가는 배처럼... (희미하게 미소가 어린다.)
발레리 C. 하인즈:이번에는 제대로 붙잡을게요. 내 손 안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꼭 붙잡고 있을테니까. (당신과 맞잡은 손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준다.) 꼭, 내 옆에 있어줘요. 나도 항상 당신 옆에 있을테니까요. (당신이 옆에 없는 세상은 무의미하다는 걸 그날 깨달았으니.)
셀레온 K. 카르디안:저는 당신의 사람입니다, 레리. (짧디짧았지만 그의 진솔하고 깊은 마음이 전부 들어 있는 문장이다. 음악이 서서히 멎어간다. 두 손을 맞잡은 채, 당신의 고운 이마 위에 입맞추었다.)
셀레온이 입맞춰올 때마다 느껴지던 정신이 개운해지는 감각이 이번에는 들지 않습니다.
일종의 보호막이 덧입혀지는 듯한 안정적인 감각도, 들지 않습니다.
이건 그 어떤 이유나 명목이 붙은 입맞춤이 아닙니다.
셀레온의 눈동자 아래에 깔린 열렬한 욕망. 당신을 향한 애정. 그곳에서 파생된...
셀레온은 정중히 당신에게 인사를 한 뒤 가문원들의 부름에 이끌려 그 틈으로 사라집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 눈에는 온전히 당신만이 담겨 있습니다.
두 사람만의 춤이 끝나면, 새 음악이 흘러나오며 다른 사람들이 다시금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발레리도 홀 내에 구비된 음료와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두리번.. 셀레온이 보고 있지 않은지 한번 확인하고는 음료나 마신다. 배는 액체로 채우는 게 아닌데..)
음료를 홀짝이고 있자면, 게스트 중 한 명이 당신에게 아는 체를 하네요.
이번 결혼식에 초대된 발레리 집안의 친척입니다.
그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멀리에 있는 셀레온을 바라봅니다.
친척:우선,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미스터 카르디안이 당신에게 큰 호감을 표하고 있다지요?
발레리 C. 하인즈:축하 감사드려요. (음료를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사교용 미소를 입에 걸친다.) 감사하게도 그렇답니다. 좋으신 분 같으니, 결혼 생활도 분명 행복할테지요.
친척:그렇습니까. 그런 것치곤... 결혼식을 성사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가끔 보인다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더군요. 관리에 힘쓰셔야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설마, 그런 유언비어를 믿으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름은 가지지 못했다고 하나 하인즈의 피가 흐르는 것은 마찬가지 일텐데.. (짐짓 안쓰러워하는 척하며 바라본다.) 그런 말은 차차 사그라들테니 괜한 걱정은 하지 마시고, 피로연에 오셨으니 그저 축하만 해주시면 된답니다.
친척:그래요, 그래요. 걱정할 게 무어가 있겠습니까. (어깨를 으쓱한다.) 이 성대한 피로연도, 어제의 공연도, 3일간의 결혼식 축하 기간도 모두 카르디안 쪽에서 계획했다는데요. 이 규모를 보세요. 돈을 대체 얼마나 쓴 걸까요?
결혼식을 위한 웨딩복은 보셨습니까? 주문 제작을 했다는데 아주 어마어마해요.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
이건 단 세 경우에만 성립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혹은 둘 다거나.
발레리 C. 하인즈:(나도 못 본 웨딩드레스를, ....) 과연, 흥미로운 경우네요. 제 생각에는 후자가 맞는 것 같아요. 둘 다. (웃는다) 제가 좀 사랑스러워야 말이죠.
간단한 대화가 끝난 후 친척은 자리를 뜹니다.
그래요. 오페라 하우스에 올 때부터 느낀 그 집요한 시선입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석진 자리 어둠이 내리깔린 곳에서 누군가 눈을 형형히 빛내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대뜸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당신의 손목을 자국이 남을 만큼 강하게 쥐고 속삭이는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빨라,
???:나와 함께 지하 동굴로 가자. 나의 거래자가 되어라. 나의 강림을 맞이할 새로운 아이호트의 숙주가 되어라!
아, 그 빌어먹을 것이 내 눈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어. 도망치려 하고 있어.
그 빌어먹을 것이 너를 내게서 빼내가려 하고 있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소용 없다, 소용 없어!
눈을 희번뜩 뜨며 무어라무어라 속삭이던 가문원은 곧 인형처럼 그 자리에 정지해있다가 삐걱거리며 걸음을 옮깁니다. SAN (0/1)
발레리 C. 하인즈:
SAN Roll
기준치: |
79/39/15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오..)
발레리 C. 하인즈:이.. 미친.. (인상을 찌푸리고 손목을 만지작 거리더니 후다닥 따라간다!)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그 즉시, 사방에서 시선이 꽂힙니다.
어둠 속에 표정을 감춘 셀레온의 가문원들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
정신
기준치: |
85/42/17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음)
그들의 시선 뒤 창문 너머 바닷가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목소리는 소름끼치게 끔찍하면서도, 순간적으로 세이렌마냥 당신을 유혹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멍하니 창가로 다가가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뭘하는거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정신을 차린다.) ..뭐야, 이거 방금. ..(만약 계속 걸었다면,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올라온다.)
발레리가 저도 모르게 창가로 다가가는 사이, 가문원은 한 복도로 이어지는 코너를 돌아 사라집니다.
발레리 C. 하인즈:(! 따라갈 수 있구나! 따라간다!)
서둘러 쫓아가보자, 그는 어디로 증발했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
(눈?이 삐었네)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예스)
복도에 길게 늘어진 카펫 아래에 무언가 떨어져 깔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쪽지를 꾸물꾸물 펴본다)
발레리 C. 하인즈: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
(아까부터 자꾸)
(다이스가 시비를 거는 것 같은.)
세뇌 주문은 셀레온을 아는 집안 전체에 걸려 있다 했죠.
그들의 세뇌를 모두 풀기에 하나 하나 찾아가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어디 한군데에 전부 감금해놓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감금 이러네..)
모두가 모여 있는 결혼식장에서 이 주문을 사용한다면……
결혼식 당일에는 모든 손님들이 하객으로서 참석할 테니 말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럼..나는 결혼식장 한복판에서 데이지 바다 폭풍을 중얼거려야되는건가? (꽤... 수상해보일 것 같네.)
욱신거리는 손목의 통증을 느끼다보면 문득 피로가 내려앉아 옵니다.
휴게실이 눈에 띕니다.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발레리 C. 하인즈:(터덜터덜.. 휴게실에 들어간다.. 아무도 없으면 소파에 드러누울 생각)
한구석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틀어진 상태입니다.
[소파]와 [티 테이블], [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옵니다.
푹신한 소파입니다. 앞서 누군가 왔다 간 듯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휴..)
소파 틈새에 끼어 있는 종이 쪽지를 발견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또 쪽지..? (꺼내어 본다)
(짜게 식은 눈동자로 쪽지를 쳐다본다.)
(그러다가 구겨버리고..)
(티 테이블 살핀다!)
티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찻잔과 티포트가 놓여 있습니다.
옆에는 누군가 읽다 만 [동화책]이 펼쳐져 있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동화책? (고개 갸웃거리고 펼쳐본다)
그들은 숲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마녀의 마법으로 다시 살아나 죽기 전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과거의 삶은 조금 기묘했지만요. 존재하지 않던 것이 생겨나고,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도 변화가 드러났습니다. 마녀가 현실을 미약하게 조작한 것입니다.
2p.
두 사람 중 한 쪽을 망각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이 또한 마녀의 짓이었습니다. 마녀는 그들의 기억을 지우고 일부는 세뇌시켜 자신 대신 그들을 감시하게 만들었습니다.
3p.
: 그러나 지혜로운 ■■는, 죽기 전 얻었던 지식을 사용해 두 사람을 보호할 마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마법이 중첩되어 완전히 마녀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때 ■를 데리고 도망칠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지막 장은 어째서인가 찢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이 내용, 미묘하게 내 상황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마지막 장은 왜 없는거야..)
(잠시간 동화책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턴테이블을 바라본다. )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동화책에서 찢겨져 나온 듯한 종이가 턴 테이블 아래에 깔린 것을 발견합니다.
…계획은 마냥 완벽하진 못했습니다. 여전히 마녀의 마법으로 인해 망각에 사로잡힌 이와, 세뇌에 사로잡힌 이들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도망쳐도 그들을 쫓아올 사람들이.
때문에 ■은 마녀의 세뇌를 벗어날 주문을 외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영원히 ■■■■■■.
발레리 C. 하인즈:영원히.. (마지막 문장을 빤히 쳐다보다가 앞선 내용을 다시 훑는다.) 세뇌라..
황급히 문을 닫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이는 셀레온입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 괜찮으십니까. (걱정스러운 낯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저희 가문의 사람이 당신에게 다가가는 걸 봤습니다. 접촉이 있지 않았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아, 그거. (잠깐 손목에 시선을 두었다가 당신을 바라본다.) 좀 미친소리를 하긴 했지만 괜찮았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미친 소리...? (인상을 작게 찡그리며 당신의 손목을 조심스런 시선으로 살핀다.)
... 일단, 숙소에 가서 이야기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언제 우리의 대화를 엿들을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발레리 C. 하인즈:..아, 그래요. 그러는게 좋겠어요. (고개 끄덕인다.)
셀레온 K. 카르디안:(당신의 방에 함께 들어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넥타이를 끄른다.) 아무리 감시한다고 한들 직접적으로 접촉하진 않을 줄 알았는데, 안일했습니다. 아무래도 그것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넥타이 푸는 모습 빤히 바라보더니)그런 것 같더라고요. 뭐라더라, 마음대로 되지 않을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셀레온 K. 카르디안:(넥타이를 걸어두고 당신의 어깨에 손 얹어온다.) ... 우선 보호 주문을 걸어도 괜찮겠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물론이죠. 이런건 허락 안받아도 된다니까요. (하며 당신 바라보고 눈 감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그래도... (약간은 웃음기가 서린 듯한 목소리가 이어지더니, 이내 부드러운 숨결이 와닿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쓸어주며 속삭인다.) 이제 보호 주문을 다섯 번 걸었으니, 감시에선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지금까진 일부러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이호트의 술수에 관해서도 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발레리 C. 하인즈:벌써 다섯번이던가요? 빠르네.. (더 안해주려나? 잠깐 생각하더니) 아, 그러고보니 아까 세뇌를 푸는 주문을 알아냈어요. 내일 결혼식장에서 시도해볼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해요?
셀레온 K. 카르디안:세뇌를 푸는 주문을 말입니까? (상상도 하지 못했던 요소인지 두 눈이 커진다.) 계속 찾고자 했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어, 저는 아이호트가 저희를 완전히 망각할 때까지 다른 곳에 숨어 지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완전한 방법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인 줄 알았는데... 반가운 소식입니다. 어떤 주문입니까?
발레리 C. 하인즈:음, 좀 특이하긴 한데요. (기억을 더듬으며..) 작은 대가를 주고 데이지, 바다, 폭풍이라는 키워드를 차례대로 두번 외우면 된다더라고요.
셀레온 K. 카르디안:데이지와 바다, 폭풍... (입안에서 되풀이한다.) 기억해두겠습니다. (긴장이 한결 풀린다. 어깨를 작게 털며 힘을 빼고는, 그제야 옅게 미소한다.) 주문을 찾을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불안정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게 레리에겐 다소 힘들지 않을까 고민했었습니다. (아무래도 귀족 출신이었으니.)
발레리 C. 하인즈:그게 고민이었어요? (자신을 걱정해준 것이기에 솔직히 좀 기뻤다.) 확실히.. 내가 그런 생활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적응은 빠르니까 금방 잘 살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세뇌를 풀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숨어사는 건 아무래도 신경쓸게 많을테니까요.
셀레온 K. 카르디안:저야 하인으로 지내면서 험한 일도 많이 해보았고, 썩 좋지 못한 환경에서도 살아왔었으니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리에게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었습니다. ... 하지만 맞습니다, 레리는 금세 적응하시니까요. (쓰다듬)
이제 내일이면 정말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저희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겠죠. 사실... 말하면서도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얌전히 쓰다듬 받더니) 그러게요.. 아이호트한테 고마워해야하나 싶기도 하네요. 결국 당신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해줬으니까요. (..) 물론, 당신이 사라졌던 이유도 그 놈들 때문이지만.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가 핀다.) 벗어나면, 일단 집부터 구해봐요. 적당히 작고 예쁜 집으로요.
셀레온 K. 카르디안:어떤 면에서는 고맙기도 하지만, 역시 저희에겐 악의 존재로밖에 보일 수 없는 듯합니다. (자연스럽게 당신을 제 품안에 기대도록 당겨온다.) 좋습니다. 지붕의 색은 어떤 게 좋으십니까? 위치는... 도시와 붙어있는 쪽이 좋으십니까, 시골 쪽이 좋으십니까. 산이나 바닷가 근처에 구하는 것도 좋을까요.
발레리 C. 하인즈:역시 그렇죠. 빌어먹을,(아차.) 아무튼, 내일만 지나면 그것과의 연도 끝일테니까.. 좋네요. (당신 품에 얌전히 기대있나 싶더니, 당신 허리에 양 팔을 둘러 꼬옥 안는다.) 나는 시골이 좋아요. 한산한 곳이 편하더라고요. 이왕이면 바다였으면 좋겠고.. 지붕 색은 레온의 눈 색이요. (하며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이제야말로, 저희를 긴 시간 동안 괴롭혀왔던 아이호트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삿된 존재에게 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고군분투해왔던지. 오래도록 고생한 시간이 당신과의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그는 크나큰 행운아일 것이다. 당신을 살리면 그만이었던, 한 치 앞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삶은 이제 마무리다. 이제는 조금 더 먼 미래를 상정할 수 있다.) 그러면 시골의 바닷가 쪽에 집을 구해보도록 하죠. (제 눈 색으로 하자는 말에 얼굴에 또 열이 오른다. 이따금 치고들어오는 면이 있다, 당신은.) 하얀색은 레리의 왼쪽 눈 색이기도 하니, 더 좋겠습니다. (당신의 눈가를 손끝으로 쓸어준다.)
발레리 C. 하인즈:드디어 평화로워질 수 있겠네요. 나도, 당신도. (웃는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들은 모든게 끝나고 나서 하는 게 맞을테니 속에 넣어둔다.) 레온은 좋은가요? 시골의 바닷가 말이에요. 난 당신의 의견도 듣고싶어요. (..) 뭐, 당신이라면 레리가 원하시는거라면 저도 좋습니다~ 라고 할 것 같지만요. (목소리 낮추며 따라해본다.)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같은 색이라서 좋다. (눈가 쓰는 손길 느끼며 웃고) 꽃도 심고 싶네요. 당신이 선물해줬던 꽃으로.
셀레온 K. 카르디안:예, 저도 좋습니다. (정곡을 찔렸다는 듯 잠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사실 시골이건 도시건, 산이건 바닷가건 저는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성격이 원체 무난해서 어디서든 잘 지내니 말입니다. 그러면 집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고, 그 울타리를 따라 쭉 장미꽃을 심는 건 어떠십니까. 흰색과 노란색을 번갈아가며 심는 겁니다.
발레리 C. 하인즈:(그럴 줄 알았다는 듯 키득거리더니) 확실히 레온은 어딜 가서든 잘 지낼 것 같은 느낌이죠. 나도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요. (웃고) 흰색이랑 노란색.. 좋아요! 우리 둘의 색이 정원에 있는 걸 보면 분명 기분 좋아질거에요. 그리고 바닷가 근처에 살게 된다면 매일 둘이서 바닷가 산책을 하고싶어요. 상상만 했는데도 즐겁네요.
셀레온 K. 카르디안:(우리 둘의 색이라는 말이 괜히 마음에 들어 혼자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인다. 아직 말뿐임에도 광경들이 하나하나 눈앞에 그려지는 기분이었다.) 산책도 좋죠. (레리의 건강도 챙기고...) 바닷가를 걷고, 체력이 남으면 마을도 돌아보고... 레리만 괜찮다면 반려동물을 한두 마리 길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반려동물이요? (생각지도 못한 듯 눈을 크게 뜬다. 예전부터 꼭 키워보고 싶었는데..!) 좋아요, 너무 좋아요!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건 어떤가요? 둘 다도 좋고요!
셀레온 K. 카르디안:(예상보다도 더 열렬한 반응에 말을 꺼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 마음에 들어해주실지는 몰랐습니다. 둘 다 키워도 괜찮겠죠. 이 또한 예상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웃으며) 전부 레리가 바라는 대로 하십시오. 꼭 당신을 닮은 하얀 털의 강아지면 귀여울 것 같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동물은 귀엽잖아요.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니까요. (이어진 말에 키득거리며) 네, 정말이지 예상 내의 답이네요. 그나저나, 내가 강아지랑 닮았어요? 물론 하얀 털이면 레온 생각도 나고 좋을 것 같긴 하지만요.
셀레온 K. 카르디안:레리는 홍채도 한 쪽은 백색이고, 머리칼도 밝은 색이니 반려동물도 밝은 색이 어울린다고 여겼습니다. 사실 레리에겐 강아지도 어울리지만... (고심) 토끼가 더 연상됩니다. 귀엽고... 작고... (객관적으로 보자면 큰 편일 테지만 이 사람은 190cm가 넘는다)
발레리 C. 하인즈:토끼? (어째서인지 더 작아진 것 같은 느낌이..) 그나저나 작다니요. 레온에 비하면 보잘것 없긴 하지만 저도 꽤 큰 편이라고요. 레온이 거인인거에요! (하며 발꿈치 들어보인다. 본인에게 귀엽다고 하는 말은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본인이 귀엽다는 것을 알고있는듯.)
셀레온 K. 카르디안:그렇습니까? (발꿈치 들어보여도 이미 두 눈에 귀여움 필터가 단단히 껴서 그다지 변화가 없다... 꼭 안고 번쩍 들어올렸다가 놓아준다) 그래도 제겐 작게 보이니 저만의 토끼로 하는 건 어떨까요.
발레리 C. 하인즈:진짜라니까요- 으아? (번쩍 들렸다가 놓이는 바람에 멍하니 눈만 깜빡이다 당신 쳐다본다.) 확실히 높이가 남다르긴 하네요.. 아, 이게 아니지. 또 안아줘요. 시야 높아져서 좋아요. (이러네..) 흠, 레온이 원한다면 그럴까요? 이제부터 레온의 토끼인걸로~!
셀레온 K. 카르디안:좋으시다면 몇 번이라도 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또 번쩍 안아들어준다. 높이높이~) 윗공기는 어떠십니까. (나름대로 장난이랍시고 이런 말 하기) 저만의 토끼 레리... ... 정말 귀엽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오.. (꺄르륵? 거려야 될 것같은 이 느낌은 뭐지?) 윗공기가 아주 맑고 좋네요. 여태껏 혼자 이런 공기를 즐긴거예요? 치사해라! (당신의 드문 농담에 키득거린다.) 내가 좀 귀엽긴 하죠. (178센치가 과연 귀여울까 싶지만. 당신 눈에만 그렇게 보이면 되는거지!)
셀레온 K. 카르디안:이곳에서 도망쳐서 바닷가에 집을 짓게 되면, 산책할 때 제 어깨 위에 한번 올라타 보시겠습니까? 아주 높은 시야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무서워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라면 즐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발레리 C. 하인즈:어깨에요? (당신 어깨 빤히 쳐다보며 높이를 가늠하더니 활짝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좋아요! 되게 재미있을 것 같네요. (..) 내가 당신 어깨에 올라타서 커져도 여전히 토끼라고 할건가요?
셀레온 K. 카르디안:예, 레리는 키가 큰 제 위에 올라오신 거지 원래 키가 커지신 게 아니니 말입니다. (융통성 x) 만약 키가 커진다 하여도, 제 눈엔 당신이 여전히 귀여워보일 것 같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치,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얄밉네요. ( 장난스레 입술 삐죽이더니) 음, 아무래도 레온은 그럴 것 같네요. 어쩔 수 없이 난 영원히 레온의 토끼가 되는 걸로!
셀레온 K. 카르디안:(들었던 몸 자연스럽게 침대 위에 앉혀준다) 예, 영원히 저의 토끼입니다. (이마에 쪽 뽀뽀한다.) 이제 내일을 대비하여 주무셔야 할 때입니다. 너무 늦게 주무시면 식장에 지각할지도 모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자연스럽게 당신의 뽀뽀를 받으며 미소한다) 당신의 토끼는 잠이 없어서요. 아마 지각할 일은 없지 않을까요? (..) 그래도 내일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으니까 자려고 노력해볼게요.
셀레온 K. 카르디안:저의 토끼에게는 불면증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군요. (빨리 고쳐야 당신도 편해질 텐데... 어쨌건 당신을 끌어안고 침대 위로 스르르 눕는다.) 만일 제가 일어나지 못한다면 깨워주시길 바랍니다. (이쪽도 워낙 부지런한지라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발레리 C. 하인즈:(아, 같이 자는거였구나! 당신이 함께 침대에 눕자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간다. 같이 자면 정말로 푹 잘 수 있을지도 모른다.) 레온이 늦잠이요? (정말 안어울리는 조합..)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알겠어요. 꼭 깨워줄게요.
셀레온 K. 카르디안:단언해주시니 안심이 됩니다. (끌어안고선 눈을 내리감는다. 따뜻한 손길로 어깨를 토닥인다.) 부디 푹 주무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레온도요. 좋은 꿈꿔요. (당신을 마주 끌어안고는 품을 더 파고들어가 안긴다. 토닥임을 받으니 눈이 절로 감기는 기분이었다.) 이왕이면 내가 나오는 꿈으로요. (웃는다.)
셀레온 K. 카르디안:제 꿈에 찾아와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레리도 좋은 꿈을 꾸시길... (일정한 속도로 토닥이다가, 점차 손길이 느려진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깊어 갑니다.
무엇을 위한 결혼식인지는 정말 아무도 알지 못하나,
적어도 웨딩 로드의 곁에 서 있는 이는 당신과 셀레온일 테고…….
그 끝에 존재하는 건 완벽한 행복이 되지 못하리란 사실을 압니다.
차가운 바다는 가져올 봄을 안고, 절벽 위에 핀 꽃들은 달빛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방 안, 당신을 감싸안은 셀레온의 규칙적인 심장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은 그가 어떤 맹목을 갖고 있는지 압니다.
사용인들은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며 예식복을 가지고 옵니다.
장인의 손에 손수 주문 제작되었다는 드레스는 과연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립니다.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어제 성대한 피로연이 열렸던 오페라 하우스의 1층 홀은 어느새 결혼식이 진행될 식장으로 장식되었습니다.
대기실이 된 휴게실에서 사용인들의 돌봄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어젯밤 셀레온과 꿈꾸었던 미래를 이룰 수 있을까요.
발레리 C. 하인즈:(주먹을 꾹 쥔 손에는 떨림이 없었다. 둘이서 함께 행복해질 거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
그건, 그 약속이 이루어지리란 미래를 확고히 믿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사용인들이 휴게실을 나가고 나면 문득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누군가 내려옵니다.
원칙상 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만날 수 없으나, 부득이하게 당신을 찾아온 것 같습니다.
셀레온 K. 카르디안:... 레리. (드레스를 차려입은 당신의 차림은 눈부시기 그지없었으나, 곧 일어날 일로 인해 긴장한 탓인지 칭찬의 말은 아껴둔다.) 마음의 준비는 되셨습니까.
발레리 C. 하인즈:물론이에요. 우리의 결혼식을 망칠 준비는 다 되었어요. 주문도 제대로 익혔고요. (단단한 눈빛으로 당신 쳐다본다.) 할 수 있을거에요 우리.
셀레온 K. 카르디안:(결혼식을 망칠 준비. 누군가 들으면 미친 소리라 손가락질을 하겠으나, 우리는 안다. 그것이 우리의 자유를 열어내기 위한 첫 걸음임을. 당신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레리가 단단한 분이셔서 여러모로 안심이 됩니다. 저희는 분명 해낼 수 있을 겁니다.
... 그럼, 마지막으로 보호주문을 걸겠습니다. (당신의 뺨에 입술을 묻는다.)
발레리 C. 하인즈:(안심이 된다는 소리에 당신을 쳐다보고 웃는다. 이렇게라도 당신이 편안해진다면 무엇이든.) 네, 이제 정말 마지막이겠네요. (보호주문을 얌전히 받고, 자신은 사심 가득히 당신의 입술에 짧게 입맞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니까, 욕심부려봤어요.
셀레온 K. 카르디안:(기습뽀뽀를 받곤 푸스스 미소하며 머리칼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쓸어준다.) 이런 욕심이라면 얼마든 좋습니다. ... ... 그리고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드레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레리. 이미 당신을 사랑하지만 다시금 반해버린 것 같군요.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쓰다듬는 손길을 기분좋게 받아들이다가, 이어진 말에 볼이 붉어진다.) ..나도 알아요, 내가 예쁜거.난 언제나 예쁠테니까 매일매일 새로 반하겠네요. 그렇죠?
셀레온 K. 카르디안:예, 분명히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쑥스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누군가 레리를 탐내는 일 없도록 제가 곁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레온이 눈을 부릅뜨면 오려던 사람도 다 도망가겠네요, 좋은데요? (웃는다) 레온 옆에 꼭 붙어다녀야겠다. 항상 긴장해야해요? 당신의 토끼를 빼았기기 싫으면요. (농.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발레리가 당신을 떠날리가.)
셀레온 K. 카르디안:절대 빼앗기지 않을 겁니다. (결국 다시 꼭 안아주고 만다. 억만금을 준대도 거절할,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이. 한 차례의 죽음을 거쳐 이어진 인연인 만큼 더없이 소중했다. 계속 끌어안고만 있고 싶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마지못해 팔을 풀었다.) 곧 식이 시작되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발레리 C. 하인즈:응, 알겠어요. 이따가 봐요. (떨어져나가는 팔을 붙잡고 싶었지만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얌전히 고개 끄덕인다. 오늘의 끝이 새드 엔딩이 아니기를.)
보호 주문의 영향으로, 발레리 이성 1 감소.
문을 나서며 셀레온이 마지막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시선이 짧게 와닿고, 곧 스쳐지나가 사라졌습니다.
들러리가 다가와 곧 웨딩 로드를 걸어야 한다 속삭입니다.
축복과 환희와, 행복이 가득해야 할 결혼식…….
그렇게 웨딩 로드를 한 발자국 밟으면,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시선이 존재합니다.
발레리 C. 하인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셀레온의 가문원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모두 당신을 잡아먹을 듯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활짝 웃는 시동들이 당신의 앞길에 꽃잎을 수놓습니다.
계획이 틀어진다면, 탈출에 실패한다면 당신은 이곳이 아닌 전혀 다른 장소로 이끌릴 게 분명합니다.
오로지 당신만이 필요했다는 절절한 편지를 기억하나요,
발레리가 셀레온의 곁에 다가오면 주례가 시작됩니다.
평범한 결혼식의 절차에 따라 그가 당신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주례: …두 사람은 서로를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셀레온 K. 카르디안:맹세합니다. (한 치 망설임 없는 간결한 한 마디. 더없이 진중하고, 진심만이 담긴.)
발레리 C. 하인즈:맹세합니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보며, 더없이 진솔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 하나의 서약이 끝나면 셀레온이 입모양으로 속삭입니다.
주례: 이 시간부로 발레리 샬럿 하인즈와 셀레온 나이트 카르디안,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직후에 일어난 일은 이 모든 무대를 뒤집어버릴 사건입니다.
주례사의 문장이 끝나기 무섭게 셀레온이 당신을 이끌고 웨딩 로드를 달립니다.
허공에 부케가 흩날리고 방금까지 웃던 하객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표정을 짓습니다.
일련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객석 구석에 앉아 있던 셀레온의 집안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이들이 당신을 잡으려,
그 존재에게 당신과 셀레온을 바치려 움직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지금, 여기서 세뇌를 푸는 주문을 써야되는 거겠죠. (따라오는 이들을 바라보며 그리 말한다.)
셀레온 K. 카르디안:(거센 바람이 분다. 정장의 끝단이 휘날리고, 드레스자락이 흩날린다. 모두에게 쫓기는 일촉즉발의 상황인데도, 해방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예, 바로 지금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데이지, 바다, 폭풍, 데이지, 바다, 폭풍..!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똑바로 발음한다.)
발레리 C. 하인즈:
rolling 1d3
=
1
두 사람을 쫓아오던 무리는 두 사람이 오페라 하우스 입구를 통과하기 무섭게 행동을 멈춥니다.
동시에, 셀레온을 잊고 있던 발레리의 집안 사람들이 일제히 꿈에서 깨어난 표정을 짓습니다.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절벽을 거쳐 달립니다.
작열하는 태양빛을 등에 이고 당신은 그와 함께 들판을 가로지릅니다.
절벽 위에 핀 히스 꽃과 들풀이 바람에 휘날리고 꽃내음이 코끝을 지배합니다.
높은 하이힐을 벗어 던져도 괜찮습니다. 당신들은 자유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발레리 C. 하인즈:(바로 벗어던지고 뛴다. 갑갑한 구두를 벗어던져서 그런건지, 도망에 거의 성공해서 그런건지, 자유롭기 그지없었다.)
셀레온 K. 카르디안:저와 함께 도망쳐주시겠습니까. (자유의 내음이 가득히 풍겨온다. 그의 물음엔 바다의 짠내음이 묻어있고, 히스꽃의 서글픈 향내가 묻었으며, 두 색이 조화로이 섞인 장미의 달콤한 향내가 어린다. 실은 이 질문을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다. 가장 먼저 당신을 위해 죽고 시간을 돌렸을 때부터. 이제 저는 당신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저와 함께해주시겠습니까?
저는 당신이 필요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제 남은 평생.... 오로지, 당신만을 원하여 필요로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레리... (당신의 허리를 가볍게 끌어안는다.) 부디, 대답해 주십시오.
발레리 C. 하인즈:(긍정 외에 무엇을 내뱉을 수 있을까. 자신이 모르는 시간동안, 나를 위해 고통의 시간을 반복했을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릴적부터 늘 내 곁을 지켜주고, 언제나 당신 본인보다 나를 위해주던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느 것은 이제와서는 당연한 사실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진실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에 벅차서, 당신의 사랑 고백이 너무 행복해서. 그만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버리는 것이다.) 물론, 물론이에요. 당연하죠. 내 옆에 당신이 없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레온.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내가 당신의 필요가 될 수 있어서 기뻐요. 그러니 레온, 내게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줄래요?
셀레온 K. 카르디안:(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벅차오르는 감정이 가슴을 가득이 채운다. 심장이 거세게 뛰어오른다.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당신을 사랑한다는 증거다.) 이 심장이 멎는 순간까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우리의 맹세는 결코 지지 않는 별이 될 테고, 마르지 않는 파도가 되어 백사장을 적셔올 것입니다.
(뜨겁게 입을 맞춘다. 그 무엇도 더 이상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으리라.) 당신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저에게도 다시없을 축복이자 영광입니다. 그러니 승낙하겠습니다. (젖어드는 당신의 눈가에 버드키스를 몇 번이고 남기며, 무엇보다도 행복하고 달콤하게 고백한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레리.
발레리 C. 하인즈:(당신의 이어지는 사랑고백에 결국은 눈물이 흐른다. 오로지 기쁨과 행복이 뒤섞여 흐르는 눈물. 불과 며칠 전에는 슬픔 가득한 눈물을 흘렸던 것 같은데, 이렇게 바뀔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테지.) 나 또한 그럴게요.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에 후회가 없도록, 그렇게 함께할 거에요.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절대로 당신을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요. 영원히 곁에 있겠다고요. (비록 눈물에 젖었지만 단단한 눈빛으로 당신을 쳐다보다, 겹쳐진 숨결을 전보다 능숙하게 받아낸다.) 나를 받아줘서 고마워요 레온. (치맛자락을 살짝 들며 그리 말한다.) 이날은 정말.. 매년 기념해야 될 것 같은 날이에요. 정말..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행복해요. (눈가에 내려앉는 버드키스에 웃으며 그리 말하다가, 이어지는 고백에 다시 눈물을 뚝뚝 흘린다.) 나도 정말, 당신을 사랑해요 레온. 우리 이제 행복해져요.
셀레온 K. 카르디안:시골 바닷가에서 집을 찾고, 하얀색 페인트로 지붕을 칠하고, 장미를 심고... 그리고, 매년 이 일을 기념하도록 합시다. (눈물을 닦아준다. 비록 그의 눈가는 건조하였으나, 당신과 같은 감동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저희는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하니, 그저 언제고 이 행복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귓전을 때린다. 손에 얻은 자유란 이토록 통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기대하게 된다. 당신과 그려나갈 미래를 끝없이 꿈꿀 테다.)
죽음을 넘어 육지에 왔으니 우리는 저 수평선으로 향할 겁니다.
그 끝에 당신이 원하던 형태의 영원이 있기를 바랄까요.
그날 밤 세간에는 본인들의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두 연인의 이야기가 1면에 실렸습니다
일말의 소동이 있었으나 곧 약간의 해프닝이자 이벤트로 무마된 이 특별한 결혼식은,
셀레온의 가문원들의 ‘마치 누군가에게 세뇌 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는 발언과
발레리의 가문원들의 ‘셀레온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토대로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흰빛과 노란빛의 장미꽃이 가득 피어있는 정원,
달이 밝게 비추는 밤에 나가면 그곳에는 셀레온이 깨끗한 낯으로 당신을 맞이하며 웃고 있습니다.
지나간 모든 일들을 망각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못할 테지만, 셀레온은 맹세하였습니다.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END 4. In the middle of eternal
두 사람은 완전한 자유의 몸으로 다시금 생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