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 : 약 12시간
메인
GM
꿈은, 언제나 그렇듯 바다에서 시작합니다.
바위 위에서 가볍게 뛰어내려온 그가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 거품처럼 부드럽게 감기는 파도를 느끼며 고개를 젖히고 있었지요.
그리고 넘쳐흐르는 햇빛을 마시듯 눈을 감은 채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습니다.
지는 햇살이 정면으로 쏟아졌고,
빛줄기가 눈가 위에 고이자 속눈썹이 황금빛으로 반짝였던가요.
그러다가,
뜨였습니다.
무슨 화제인지는 깨면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말들을 나누다,
악곡이 끝나면 바닷가로 이어진 무도회장을 따라 손을 잡고 달렸습니다.
다채로운 색상으로 구성된 해변을 밟으면서
발가락 사이를 간지르는 모래의 온도를 즐겼어요.
깍지를 끼면 본래 그리 태어난 것처럼 어찌나 서로 잘 맞물리던지!
오래 걷다가,
그가 당신을 돌아보고 웃으면,
참았던 말을 터뜨리려 입술을 벌리는 순간,
꿈에서 깹니다.
그리고 들려옵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안녕…… 살아 있으면, 손 들어 볼래?
GM
그 때 잠에서 깨어,
지는 해를 등에 건 탓에 온통 붉게 빛나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저무는 무역풍과 탄산 같은 폭발음이 세상을 수놓던 현장에서.
문장을 나누어 쓸 수밖에 없던 맹렬한 감정 속에서.
서로 알았을 겁니다.
너는 나를 완전히 죽이거나 살리게 될 거야……
쾅!
규칙 없는 난수처럼 일렁이던 에너지가 격자 모양을 그리다 하나의 직선으로 모아집니다.
곧이어 에너지 파형이 포물선을 그리며 위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그의 등 뒤로 곧잘 메다꽂힙니다.
어마어마한 유량이네요, 이거.
미로를 뚫는 경로처럼 에너지는 곧바른 쇠뇌같이,
사방 몇십 미터 안의 모든 것을 폭발시킵니다.
정신력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45 정신력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5 > 45 > 보통 성공
GM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지난 기억이 산발적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듭니다.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한 당신의 세 번째 전투였던가요,
건물 잔해와 부서진 폐허 속에 있던 당신.
장벽 바깥에서 크리처와 전투 중이었지요.
혼자서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던 당신이었으나,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군이 열세에 밀려 위기에 봉착했고,
그것을 막아 주려다가 크리처의 공격에 휘말렸고,
그 뒤에……
그리고 그 남자가 있었습니다. 아주 그리운 얼굴을 하고선.
다시 눈을 깜박한 것 같은 찰나에, 무슨 수를 썼던가요?
엉망이던 주변 풍경이 가지런히 정리되고,
부상자들을 의료 로봇들이 실어 가고,
당신을 일으켜 로봇의 들것에 실어 주는 손길이 이곳에 있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돌아가자.
GM
어디로?
다시 눈앞이 흐려집니다.
.
.
.
얼마 전의 전투에서 당신은 며칠쯤 입원해 안정을 충분히 취하고, 내상을 점검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지요.
정신은 오늘 아침에야 완전히 맑아졌습니다.
곁에 머무르는 의료 로봇이 멋대로 방송을 틀어 둔 것인지,
홀로그램 패널에서 시사 프로그램이 재생되고 있어요.
지긋지긋한 소식이네요.
언론은 각성자사관학교 졸업식 이후로부터 지난 몇 달 간,
지겨울 만큼 루돌프의 소식을 대서특필해대고 있었습니다.
타이틀은 대충 이런 식입니다.
괴뢰 정부 ─ 정부가 망명 정부를 지칭하는 어휘는 공식적으로 늘 이랬지요 ─ 에 납치되었으나 모진 가혹행위를 받고도 탈출해 돌아온,
국가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4년의 시간을 버틴,
아름답고 장한 청년.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루돌프의 행보는 대략 이런 식입니다.
사관학교에서 발생한 극렬 분자의 폭동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사실 망명 정부에 납치된 것이었으며,
각종 테러 혐의에 차출되었으나 의지를 잃지 않아 반항 끝에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그럼에도 결국에는 살아돌아와 카사블랑카 장벽의 문을 두드린 젊은이.
구조 당시의 꼬질한 모습은 시민들의 심금을 울리기 딱 좋았지요.
그 부모는 *공로를 인정받은* 스와콥문트 거주자,
거기에 본인은 각성자이기까지!
이보다 *선전하기* 좋은 이야기는 없을 겁니다.
그가 *붙잡혀 있던* 4년 간 장벽 바깥, 그리고 카사블랑카를 제외한 다른 도시에서는
종종 테러나 시위가 벌어져 왔습니다.
하위 정부 인사 몇몇이 실종되거나 도시 청사에 폭발물이 설치되는 사건,
갈수록 늘어났지요.
규모가 점점 커지니 정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외부의 저항 세력, 분명 존재하노라고.
결국 괴뢰 정부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제 3년 전 일이네요.
그런 마당에 난데없이 애국 프로파간다를 내세우기 딱 좋은 사람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굴러들어왔으니,
정부로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유명 MC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화면 속에서 바른 자세로 앉은 루돌프는 그가 겪었던 망명 정부의 끔찍한 실상을 비판하며 증언을 계속해 나갑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정부친화적 커뮤니티와 기사에서는 그를 구국지사로 추앙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립니다.
그 모든 것을 보아 온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시끄러워…….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며 패널의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베개에 고개를 묻으며 몸을 한껏 웅크렸다. 커뮤니티며 기사에서 그를 어떻게 묘사하건, 인터뷰에서 어떤 말을 하건, 아이린에게는 전부 거짓 혹은 기만으로만 느껴졌다. 그날, 4년 전의 그 급박하던 순간, 요한의 위험한 부탁에 '해야 하는 일이잖아' 라며 고개를 끄덕였었던 그였다. 죽은 걸로 처리되게 해달라며 망설임도 없이 장벽 바깥으로 향했던 그였다. 4년이 아무리 생존신고만 겨우 보낼 정도로 험난한 시간이었다 한들, 루돌프가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대로 *카사블랑카 정부의 개*가 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심장이 더 이상 조각도 남지 않을 때까지 갈라지고 부서져나가는 와중에도 그를 믿고 있었으니까. 분명 무슨 뜻이 있을 거라 여긴다. 하지만, 제대로 인사도 나눌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야……. 반겨 달라고 했으면서. 여전히 나는 네 돌아올 곳일까?)
GM
여전히 당신은 그의 귀환 지점일까요?
생각에 잠긴 사이, 화면은 훈장 수여식으로 전환됩니다.
지난 전투에서 대활약한 공로로 그는 또 하나의 약장을 군복에 달게 되었지요.
의례를 따라 한쪽 무릎을 굽혀 훈장을 받고,
조용히 일어서 화면 속 또다른 화면을 응시합니다.
대통령 로맹 바투타의 특별 축사.
그 자리에서 또 한 번 특진된 루돌프는 내달이면 참모총장 비서실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이 줄을 잇는군요.
비슷한 시기에 사관학교를 수료하고 또 졸업한 선후배들 중,
당시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대다수가 이 전향을 조롱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어쩌면 당신에게 그를 믿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었다면 당신 또한 그러했을지도 모르지요.
상황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는 개인의 영달을 좇아 정의를 저버린 배신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부모를 찾아 나서겠다며 사라진 이가 어떻게 이리 나타나 지금까지 연락 한 통 없는지,
당신조차 알지 못하니 당연한 평가입니다.
변절자들의 시대가 한 발짝 나아갈 때마다,
그 발자취에는 사라진 사람들의 눈물이 고입니다.
.
.
며칠 뒤, 퇴원하는 날의 아침.
당신이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입니다.
갑작스레 스마트워치가 빠르게 진동하네요.
연달아 홀로그램 패널이 출력됩니다.
지능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80 지능 (아이디어)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 > 3 > 대단한 성공
GM
우와 천재
위급 신호?
평소 잘 쓰지 않던 기능이,
그리운 얼굴과 함께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스마트워치 옆면의 S버튼을 연달아 세 번 누르면,
위급 상황 시 연락처에 미리 등록해 둔 비상 번호 쪽으로 연락이 가는 시스템이 있다고.
분명, 유리 모하에가 당신에게 알려 줬었지요.
신호 위치는 군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곳입니다.
방위사령부 주소니까요.
4년 전, 그 위치를 둘러싸고 새벽 내내 발을 굴렀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때마침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한영
여, 나야. 모시러 왔는데 몸은 좀 괜찮고?
GM
사관학교 동기이자,
지금은 방위사령부 정보통신단에서 근무 중인 이한영입니다.
당신과는 여러 가지로 의견이 갈리지 않아,
좁은 인간관계 풀 내에서도 그럭저럭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온 사이지요.
퇴원을 한다 하니 아무래도 안부 인사 차 살피러 온 모양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위급 신호. 나에게 이런 걸 보낼 만한 이는 없을 텐데. 워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든다.) 죽진 않았으니 된 거겠지.
GM
위급 신호가 온 곳도 방위사령부고, 루돌프가 근무하는 곳도 그곳이며, 마침 이한영의 근무처도 이곳이지요.
터놓고 이야기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한영
안 죽은 건 얘기 들어서 진작에 알고 있네요~ 다행이지? 초상집 안 오고 문병으로 끝내도 되니까. 늘 조심하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몸을 아끼지 않고 전투에 임한 지도 딱 4년이 되었다. 대신 제 할 말만 한다.) 방위사령부에 무슨 일 있니?
이한영
거기야 늘 무슨 일이 있다가도 없고 그러지. 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보여줘도 될까, 잠시 고민이 스쳤지만 일단은 꽤 오래 봐온 사이였다. 워치를 내밀어 위급 신호 표시를 보여준다.)
이한영
(위급 신호 발신 위치를 한 눈에 훑고선 한쪽 눈썹만 슬 치켰다.) 이거 그쪽 주소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쪽?
이한영
사령부 말이야.
보낸 사람 짐작은 가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네가 일하는 곳이지. (그리고 그 역시 그곳에 있다지. 그토록 돌아오길 기다리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모르던 사이로 돌아가버린 것처럼 멀어져 버렸다. 그러니, 그가 나에게 이런 걸 보낼 일 따윈 없을 텐데.)
(망설이다가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그 사람…… 일하다 자주 만나기도 해?
('그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미리 예상하듯이, 시선을 홀로그램 패널에 둔다. 여전히 루돌프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영
그래~ 하지만 난 여기에 있으니 내가 보낸 신호는 아닐 거 아냐.
그 사람이 누구…… (하고 예상된 질문 읊다가 패널로 시선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아.) 우리의 *친애하는 옛 사관학교 동기* 말하는 거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사족이 길어. (냉담하게 말한다. 대답만 하란 뜻이다. 입학 당시에도 별다르진 않았지만 해를 거듭하며 점점 차가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한영
다 확인 차원에서 묻는 거지. 정보 전달은 정확한 게 좋잖아? 너도, 나도. (그리고 익숙해진 이한영 씨.)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 나는 분명 동기인데 인사하는 것조차 제지되고, 말 섞는 것도 완전 금지야. 사무실도 혼자서만 다른 층을 쓰는 거 있지. 지위가 좀 이상하다고 해야 되나?
분명 어디서나 그 계급 이상의 의전을 받고는 있는데…… 묘~하게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걔를 보면. 희한하게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감시받지 않는 게 이상하지. 지금은 입속의 혀처럼 굴고 있다지만, 그 망명 정부 출신이잖니? 의심하지 않을 리가.
이한영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정식 페어였던 사이잖아, 둘이. 뭐, 내가 정보통신단이라 아는 거지만 만~약에 내가 감시당하는 처지고, 누군가와 *비밀 연락*을 하고 싶었으면 위급 신호 한 번쯤 보내 봤을지도 모르겠네. 나쁘지 않은 송신 수단이지, 그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건 과거일 뿐이야. (냉담하게 말했다. 마치 남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루돌프가 떠난 후 누구와도 페어를 맺지 않아 그를 애타게 기다린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떠돌았던 것도 모른다는 듯이. 왜 그토록 차갑게 말했는지는 아이린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다. 저를 전부 잊은 것처럼 구는 남자에게 서운함이라도 느끼는 건지.)
…… 아무튼 알겠어.
이한영
왜? 뭐 신호 온 김에 사령부에도 얼굴 좀 비춰 보려고?
거기 아무나 못 들어가는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아무나가 되던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던가 해야지. 네가 좀 도와줄 수 있으면 좋고. 괜히 방위사령부에서 일하는 게 아닐 거잖니. 안 그래? (인성도 못됐는데 뻔뻔하기까지)
이한영
딱히 친구처럼 살갑게 대해주지도 않으면서 뻔뻔하기까지…… (생각 그대로 내뱉는 편)
뭐~ 재미있어 보이니 상관없지만. 우리 언니가 오늘 저녁에 마침 나 보러 온다고 방문자 등록을 해 뒀는데, 조카애가 아파서 못 온댔거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눈썹 하나 안 깜박이고 당당하게 바라보고 있음)
이한영
그 출입증으로 들어오면 기록이 안 남아서~ 추적당할 일은 없을 수도 있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야겠구나. 아무나 듣는 말 아니니까 조금은 기뻐해도 돼. (달라는 듯 스윽 한 손 내미다)
이한영
그래? 그럼 좀 더 기뻐하도록 하고~ (내밀어진 손 자연스럽게 잡고 악수함. 방긋.)
설마 지금 간다는 건 아니지? 적어도 일반인다운 구색은 갖추고 오라고, 군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뒤늦게 자기 옷차림 내려다봄.)
이한영
오늘 아홉 시에 사령부 앞에서. 나를 보러 오는 거니까 나랑 같이 들어가는 모습도 보이는 게 좋을 거야.
동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동의. (간결하게 답한다. 이 신호가 정말로 루돌프가 보냈을 거란 보장은 없지만, 이 만약의 희망이란 게 무엇인지 나비처럼 사람을 홀리고 있으니 응해볼 수밖에.)
이한영
좋~아, 그럼 시간 맞춰 나갈 테니까 너도 늦지 않게 오라고.
일반인으로. (놀리듯 한 번 더 강조하고 손 휘적 흔들며 문을 나섰다.)
GM
위급 신호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위급해서 보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애초에, 오히려 큰일이 났다면 위급 신호를 보내진 못했겠지요.
사령부 지하에는 전파 차단기가 있으니까요.
퇴원 수속을 밟고, 채비를 해 봅시다.
뭘 입고 가나요? (그냥 GM이 궁금해서 묻는 것 O)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보통이라면 방위사령부 한가운데에서 위험에 빠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루돌프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으니 논외다. 그를 계속 선전용으로 써먹기 위해서라도 위해가 갈 만한 일을 대놓고 저지르진 않겠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별 일은 아니어야 할 텐데.)
(하긴, 애초에 그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걱정이나 하고 있는 건 우스을지도.)
(일반인스러운 복장이 뭔지 옷장 앞에서 고민하는 중…….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하지 않을 때 바깥에 자주 나다니는 것도 아니라서 옷이 별로 없다.)
GM
귀엽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냥 무난하게 하얀색 크롭티와 가디건에 연보라색 긴 치마를 입었다~ 이정도면 일반인 같겠지…….)
GM
엘르 표지모델같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ㅋ)
GM
좋습니다^^
간단하게 요기도 챙겨먹고 나섭니다.
.
.
밤 9시, 방위사령부 앞.
미리 약속해 둔 대로 한영과 합류하여 들어갑니다.
건물 바깥에는 별달리 인적이 없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CCTV며 보초병들이 근처를 감시하고 있을 겁니다.
이한영
와~ 그게 네가 생각하는 일반인 옷이야? (시비X)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시비거는 거니? (로 이해)
이한영
제가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님 왜 물어봐? (흘겨봄)
이한영
재미있어 보여서. (자연스럽게 뒷문 열어주고 연병장 지나 들어감)
데이트 룩? 뭐 그거같다. (칭찬)
(그리고 꼽먹기 전에 가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그럴 생각으로 온 건 아니야! (뭔가 외치려다가 묻힘)
GM
묻힌 소리를 뒤로하고 자연스레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출입 게이트는 별 문제 없이 통과합니다.
다만, 게이트 앞의 보초병들이 두 사람을 훑어보네요.
보초병
소속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한영
정보통신단 이한영 소위, 그리고 여기는 가족~ 오늘 방문하겠다고 등록해 뒀을 텐데?
GM
보초병의 미심쩍단 눈길이 당신을 스칩니다.
대인 기능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좀 안 닮긴 했지.) 출입증도 받았는데요.
잘 보세요, 닮았을 텐데.
cc<=70 매혹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7 > 57 > 보통 성공
이한영
(오호)
(옆에서 나름 *닮음 어필* 위해 도도한 표정도 해 봄 눈도 내리깔고)
보초병
(수상하단 얼굴…… 하다가 뭐…… 흠…… 뭐, 연예인의 친적이 연예인과 닮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하고 홀라당 넘어갔다.)
이한영
(뭐지? 방금 나만 좀 손해본 것 같지만) 된 것 같으니 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 그런 표정 새롭다. (고갯짓함)
이한영
차가운 도시 여자 표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게 뭐지? 란 얼굴) 도도하게 구는 거.
이한영
그게 그거 아니야? 너같은 거.
(그리고 냉큼 엘리베이터 타서 5층 눌러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별로 안 닮았어. (냉정한 평가 내리고 따라 탄다)
이한영
아니, 당연히 닮진 않았겠지. (어이없는 낯으로 수긍하며.) 여긴 7층짜리고, 2-3성 장군들도 즐비하니까 한낱 사령부 위관급 장교 따위가 단독 사무실을 쓸 일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맞긴 한데……
네 옛 파트너는 대위인데도 숙직실까지 딸린 사무실을 혼자 쓰더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5층. (불이 들어온 5층 버튼 옆을 톡톡 두드리며 설명했다.)
그리고 내 사무실은 3층이지.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 사무실이 2층 위에 있는 줄 알고 잘못 올라간 척 해야겠구나.
이한영
음, 그것도 일반인이 할 법한 발상이지. 접근은 좋았어.
하지만 우린 군인이니까, 자 봐, 내리면─
GM
엘리베이터가 5층에 멈춰서고 문이 열립니다.
5층부터는 별 달린 장성들이 주로 사용한다던가요.
5층부터 7층까지는 거의 플라네타리움이고, 이곳은 5층. 그렇다면 그것의 방위도……
분명 상당할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출입 카드를 인식해야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가 아주 모퉁이마다 달려 있네요.
이한영
이 복도 끝이 걔 사무실이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하아…… 높은 것들이란) 내 카드론 출입이 안 될 것 같은데.
이한영
원래 네 카드로는 당연히 출입이 안 되지. 내 카드로도 출입 기록이 남으면 안 돼.
(말과는 달리 본인 카드 리더기에 인식하고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서며 고갯짓했다.) 자,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대충 감이 잡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머, 실수.'?
이한영
실수를 앞으로 여섯 번 더 해야 하는데?
(모퉁이 돌아 카드 한 번 더 찍으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기록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니?
이한영
내가 어디 소속인지 기억해? (세 번째 출입증. 삑.)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가능할 것 같은데. (따라감)
이한영
못 하는구나. (네 번째 삑.)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보통신단이니까 접근이 수월하지 않니?
이한영
오, 하네. 웬일이래? (다섯 번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내가 바보는 아니라서. (카드 삑삑 찍는 모습 흘겨봄)
이한영
그렇다고 내게 관심이 있지도 않지. (여섯 번째 삑.)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누구에게나 똑같으니 서운해하진 마렴.
이한영
그거 알아? 네가 동기 애들 중에 몇 명이나 이름을 외우고 있는지 내기가 벌어졌던 적도 있다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대체 그런 내기는 왜 하는 거니? 다들 시간이 어지간히 많나 봐. (눈살 작게 찡그림)
이한영
그리고 이 상황에서 네가 해야 할 말은 '기록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은데?'가 아니라 '기록을 지우는 번거로움을 감수해 줘서 고마워'라는 감사 인사 한 마디였단다, 요 맹랑한 아가씨 같으니라구.
(일곱 번째 삑, 찍고서는 게이트 앞으로 당신을 슬쩍 밀었다.) 이 앞이야, 누구 오기 전에 후딱 들어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기록을 지우는 번거로움을 감수해 줘서…… 고마우니 다음에 또 부탁할게. (얄밉게 말하곤 안으로 스윽 들어간다. 그래도 손 흔들어 인사해준다. 놀랍게도 아이린에겐 이게 나름대로 애쓴 긍정적 표현이다.)
GM
애썼다 우리 공주
이한영은 물러났고, 눈앞에는 사무실 문이 보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닫힌 문을 뒤로하고 돌아서면 새로운 문이 보인다. 이 너머에 그가 있다. 자신이 알던 그일지는 모르겠으나 망설일 시간은 없다. 어렵게 얻은 기회이니.)
(그래서 그는 숨을 짧게 고르고 문을 두 번 노크했다.)
GM
노크를 해도 돌아오는 소리는 없이 조용합니다.
문이 잠겨 있진 않은 것 같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대답도 없어? 뛰쳐나와 반가이 맞아주는 건 기대도 안 했다지만.)
(그럼 그냥 들어간다. 한 손을 내밀어 문을 가볍게 미는 과정이 어째서인지 아주 길게 느껴졌다.)
GM
길고도 짧았던 시간을 들여 문을 엽니다.
안에는 아무도 없네요.
아니, 정확히 하자면 안쪽에서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샤워실을 쓰고 있는 중인가 보지요.
열린 문은 숙직실이고, 그 안에 또 욕실이 있는 모양이에요.
열려 있는 문 너머로는 벗어 둔 옷가지가 보입니다.
아무래도 *진짜 위급 상황*은 아닌 것 같죠? 보아하니.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하아. (텅 빈 숙직실, 들려오는 물소리를 듣고서야 자신이 긴장하였음을 깨닫고 한숨을 내쉰다. 이런 걸 보면 영락없는 그 사람이라니까. 사람을 불러놓고선 태평하게…… 신호를 보낸 지는 시간이 꽤 지났고 지금은 샤워할 만한 시간이라는 사실은 뻔뻔하게 지우기로 했다.)
GM
비어 있는 방을 대강 둘러보니,
소파 앞의 낮은 테이블 위에 꺼내둔 상자가 하나 보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혹시 모르니 욕실 문을 등지고서 상자를 열어본다.)
GM
상자 안에는 구겨지고 잉크가 번진 편지 뭉치들이 한가득 들어 있습니다.
어떤 것은 비교적 최근에 들어갔고, 또 어떤 것은 꽤나 오래된 것 같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쩐지 묘한 직감에 사로잡혀 편지를 들어 살펴본다.)
GM
그러나 당신은 분명 알고 있을 겁니다, 이 필체……
그냥 해독할 수는 없을 겁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의 글씨는 그 어떤 세계선에서도 개선된 적 없으니까요.
무슨판정하지
뭐할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뭐잇나 보는중
GM
자신 있는 걸로 해보세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자료조사가 더 높네요
GM
사유가 타당할 시 인정
자료조사 GO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4년이나 지났으면 필체가 바뀔 만한 시간 아닌가?)
cc<=70 자료조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7 > 47 > 보통 성공
GM
4년동안 좀 바뀌긴 했습니다. 다채롭게 더 못 쓰는 쪽으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GM
한결같고 좋지요?
편지에는 많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전부 알아볼 수 있던 것은 아니나……
예컨대 어느 날에는 보츠와나 망명 정부 산하, 스와콥문트 근처에 설립된 나미브 반군 기지에서 장교로 활동하며 후배들을 가르쳤던 일이라든가.
스와콥문트로 간 제 두 어머니의 말로만을 가까스로 전해들었다든가.
사고에 휘말려 죽었다고 발표된 자신이 어떻게 망명 정부로 도망쳤는지.
곧 *그곳*에 돌아갈 테니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정한 언사 따위가.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에는 그간의 시간이 꾹꾹 눌러 담겨져 있습니다.
좀 못 쓰긴 했지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편지의 내용을 숨가쁘게 읽어내려간다. 어쩔 수 없이 시선이 가는 건 받는 이의 이름이다.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지?)
GM
모든 편지의 초입에는 친애하는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미 말라버린 잉크가 가득 찍힌 편지지의 표면을 손끝으로 쓸어내려간다. 보내지 않은 게 아니라 보낼 수 없었던 거구나. 단편적이지만, 이것으로나마 그가 보냈던 시간을 그려볼 수 있었다. 글줄만으로도 험난한 과정이었음이 눈앞에 선했다.)
(편지를 이렇게 모아두고, 상자를 꺼내어두고 있었단 건…… 그래도 나를 잊지는 않았다는 거겠지? 꺼질 듯 말 듯 미약하던 희망의 불씨가 조금씩 크게 일렁여왔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바지만 대강 주워입은 채 머리에 남은 물기 흰 수건으로 탈탈 털며 나왔다. 말끔한 표정. 피를 씻어낸 일 같은 건 진짜로 없었고 없었다는 듯한 낯짝으로 무방비하게 나오다가……) 어?
음? (깜박. 그러니까 지금 눈앞에 있는 건 4년 전의 파트너고, 손에 들고 있는 건…… 상자? 아, 그래, 상자. 꺼내 뒀었지. 정말로 내 신호를 알아차리고 찾아와 줄 때를 대비해서 적당히 너무 부끄럽지 않은 것들만 선별해 두려고. 선별하기 전에 잠도 깰 겸 씻고 나온 거니까 저건 그렇다면 선별하기 전 날것 그대로의 상태이며……)
…… (성큼성큼 다가와 되는 대로 상자부터 양 손으로 꽉 붙잡았다.)
우리 처음부터 다시 할까? (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너, 너, 넌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나신-상체만-에 저도 모르게 바보처럼 말을 더듬는다) 4년 만에 만나서 가장 처음 하는 말이 그거니? (이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도청기나 녹음기가 작동하고 있진 않은지, 어디 아프거나 위험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그런 걸 물으려고 했는데…… 이게 다 4년간의 거리감이라곤 문장 하나로 줄여버리는 눈앞의 바보 왕자 탓이다. 갑자기 열받는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 아니, 너도 4년만에 지금 냅다 내 방에 들어와서는 상자 열어봤잖아. 물론 내가 부르긴 했는데, 아니…… (어쩐지 이쪽도 잠깐 말 더듬었다가.) ……아잇, 샤워하면서도 생각하고 준비해 둔 말이 다 있었는데 홀라당 까먹었잖아. 린~ 때문이야. (서로 남 탓)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가 불렀잖니! (부끄러움 때문인지 화가 나서인지ㅡ둘 다다ㅡ새빨개진 얼굴로 외쳤다.) 보란 듯이 꺼내뒀는데 어떻게 안 읽어? 바, 바보! 그간 편지 한 통 없었으면서…… 여기에 다 쌓아두고만 있었으면서. (보내지 못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성이 마비된지라 탓하듯이 말해버린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야심한 시각에 와 달라고까진 안 했는데도~ (와, 엄청 빨개졌다. 생각한 거 착실히 입 밖으로 내뱉고서는 상자 잡았던 손 떼고선 당신 양 볼에 방금 씻고 나와 차가운 제 손 냉큼 얹었다. 신기하다는 양.) 하지만 보낼 수 없었는걸. 알잖아~? 이것저것 준비하고 하는 데만 해도 꼬박 사 년이 들었다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대낮에 올 만큼 접근이 쉬운 곳이었음 그랬겠지. (그의 재회는 아주 그립고 또 원망스러울 거라고 수도 없이 상상했었건만 지금은 그가 얄밉기만 하다. 그 얄미움은 볼을 감싸는 손에 놀라울 만큼 빠르게 휘발되어 사라져 버린다. 제 스스로가 우스울 정도다. 차가운 온도가 닿자 조금은 머리가 식어서 숨을 고르다가, 이렇게 된 거 아예 작정한 듯이 그의 상반신을 이리저리 훑어본다. 상처나 흉터, 고문의 흔적 같은 건 없나? 물론 그러는 과정에서 기껏 대준 그의 손이 하나도 의미가 없이 다시 뺨에 열이 오르긴 했지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심야에 올 정도의 접근성은 되고? (그리고 보란듯이 멀끔하고 멀쩡한 상체다. 나름 공들여 관리한 태가 숨겨지지 않고…… 당연하지, 나신이니까…… 훑어보는 양에 무얼 보는 거지, 싶어서 눈만 끔벅이다가 약 8초 경과 후 자신이 미처 옷을 다 챙겨입고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한참 늦게 깨달았다.)
…… 있어 봐. 역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목에 걸었던 수건 빠르게 소파 등받이로 던지고 욕실로 가 옷에 머리 구겨넣고 나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바깥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부터 다시 할까? (제가 찾던 흔적들이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저지른 짓을 자각하니 머리에서 김이라도 날 것 같았지만, 이왕 저지른(?) 거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러게 누가 4년이나 사라지래. 그러게 누가 옷도 다 안 입고 나오래. 그러게 누가 편지를……. 사고의 흐름이 무한정으로 흐르는 걸 보니 장난 아니게 부끄러운 모양이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거 좋지. 하지만 밖에 누가 지나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문간에서 들어오는 것부터 다시 할래? 나 소파에 얌전히 앉아있을게. (그 사이에 대충 마른 머리 물기 고개 가로저어 털어내며 티셔츠 주름 펴고선 소파에 앉았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 소동을 겪으면서 아이린이 여기 들어오기 직전 느꼈던 긴장감과 거리감은 싹 사라져버렸다. 재능이라면 재능이라니까.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을 뻔했다. 웃음이 나오려는 상황을 겪어본 게 대체 몇 년만이었더라. 어쨌건 그는 정말로 다시 일어나서 문가로 갔다. 아까 그랬던 것처럼 문가에 두 번 노크하고ㅡ이번엔 안에서ㅡ팔짱을 끼며 문에 기대어 선다.) 미스터 펜더가스트?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살짝 부스스해진 머리 손으로 팟팟 매만지며 소파에 앉아 고개만 까딱했다.) 아, 왔네. 이쪽으로 좀 앉을까? (하고선 제 옆자리 손짓으로 톡톡 두드렸고.) 우리, 할 얘기, 아마 엄청 많을 텐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주, 무척, 매우 많지. 내 쪽에서 네게 물어야 할 말들이 태반일 테고? (그를 새침하게 노려보면서 다가가 바로 옆자리에 탈싹 앉는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어깨에 고개를 툭 기댔다. 그래, 사실 정말로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네가 험한 일을 겪고 있을까 봐 걱정했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도 린~한테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오늘 아침엔 무얼 먹었는지, 그 치마는 언제 산 건지, 이 가디건은 평소에도 자주 입는 건지, 여기는 누구랑 같이 들어왔는지, 친구는 많은지, 새 파트너가 생기진 않았는지, 정식으로 교제하는 사람은 있는지…… (시답잖은 소리 농도 100%나 채우며 저도 따라 고개를 기울여 당신의 머리에 제 머리를 기댔다.) 우연이네, 그건 나도인걸. 장벽 안이라고 해서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잖아. 우리 모두 그걸 알고 있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내가 더 먼저 물어볼거야. 대답은 나중에 들어. 더 애타게 기다린 쪽은 분명 나일 테니까. 마지막 질문만 대답하자면 교제하는 사람 같은 건 없어. 친구도 안 만들었는데 애인이 있을 리가. (제멋대로 굴면서 눈을 내리감았다. 비로소, 돌아올 곳에 도착했다는 안정감이 들었다. 비록 이게 유리처럼 얇고 위태로운 감각일지라도. 패널 화면 너머로만 보던 가면을 쓴 듯한 얼굴 대신 진짜와 고개를 맞붙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단 것만으로도 4년간의 고통이 조금은 사라지는 듯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진심.)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너도 그랬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우~ 치사하다. (농담.) 그건 꼭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야? 편지,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충은 읽었잖아. 그 모든 편지의 첫머리에 내가 분명 친애하는 나의 파트너라든가, 친애하는 린~이라든가 하는 말을 구구절절 써내렸던 것 같은데. (자신의 필체를 알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애초에 하지 않고 있으며.)
그래? 그럼 오늘부로 만들까, 교제하는 사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은데 눈앞의 누가 뺏어가서 다는 못 봤어. 네 글씨체는 독특해서 읽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상당한 콩깍지) 그리고 가끔은 입으로 직접 듣고 싶은 말도 있는 법이고…….
(그러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반짝 들어 루돌프의 눈을 바라본다. 평소엔 상대의 눈을 별로 보지 않는 아이린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폭탄이 떨어져도 이것보다 놀라진 않을 것이다. 입술을 몇 차례 달싹이다가 조심스레 묻는다.) …… 내가 이해하는 게 맞는 거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음, 내 글씨체가 확실히 독특하긴 하지. (그걸 또 홀라당 수긍하고 앉았다.) 어떤 진심은 말로 전하는 것보다 글로 전하는 게 더 와닿을 때가 있다고 배웠어. 그리고 내가 너를 얼마나 많이 보고 싶어했는지, 가 전형적인 그 예시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 낯부끄러운 편지 몇 개는 솎아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건 내 오산이니까 넘어가고……
(고개 반짝 드는 양에 얼결에 이쪽도 바른 자세가 되어서는 당신과 눈을 마주했다. 이어지는 습관적인 눈웃음.)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걸. 우리는 늘 비슷한 생각을 해 왔잖아. (언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 편지가 제대로 전달되었다면 네 진심을 잘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까. 나중에 다 읽어볼 테니까 솎아내지 마. 절-대- 안 돼. 알겠니? (그보다 루돌프도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어쩐지 엉뚱한 쪽으로 생각이 튄다. 하도 넉살 좋고 뭘 해도 웃는 사람이니 자신이 쓴 편지도 자랑스럽게 전부 읽어보라며 건네줄 줄 알았는데.)
늘 비슷한 생각……? (내가 느낀 건 네가 보고 싶다. 네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옆자리가 너무 공허해서 더는 아무것도 곁에 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이었는데. 찬찬히 되짚어 보자니, 놀라울 만큼 쉽게 명명할 수 있는 감정에서 기인한 생각들이었다. 루돌프가 콕 짚어 말한 관계에 꼭 알맞는 것. 그를 바라보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눈웃음을 볼 때면 가슴이 불길처럼 요동친다.)
(루돌프의 말로 인해 마침내 오래 헤매던 개념이 정의된다. 이토록 긴 시간 동안 몰랐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아직 한켠에 쌓인 걱정과 의문을 잠시 뒤로하고, 그는 감격과 환희에 차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 응. 그러자.
(그를 와락 끌어안고 고개를 묻었다. 이어지는 것은 연약하기 그지없는 물음이다.) 약속해줄 수 있어? 이번에는 정말 떠나지 않겠다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전부 읽으려구~? 그러면 잠깐의 여유로는 부족할 텐데. 물론, 앞으로 우리에게는 아주 많은 시간이 있긴 하겠지만…… (당장은 아니겠지, 하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이 순간에 꼭 필요한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꽤나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사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순간에 필수적인 언사와 그렇지 않은 것 정도는 구분할 줄 아는 어른이 됐다.)
그럼~ 봤잖아, 나, 약속은 잘 지키는걸. 이번에도 얼마가 걸리든 나의 '돌아올 곳'으로 돌아왔으니까, 린~이 떠나지 말라고 하면 떠나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라고 하면 좀 증명이 되려나? (하고선 느리게 팔을 움직여 당신을 마주 끌어안았다.)
나, 아마 린~이라면 믿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이 정부의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 마음까지 돌아온 건 아니거든. 말하자면 망명 정부의 지시를 따르고 있는 이중 스파이, 뭐 그런 거? 여기서 망명 정부를 위한 몇 가지 임무를 린~이랑 같이 하고, 그 뒤로는 이 도시를 다시 좀 떠나 있을 생각이었어.
이번에는, 그러니까, 같이 가자, 고 말하고 싶은데. (어때? 하는 뒷말은 굳이 덧붙지 않았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전부 읽을 거야. (그럴 만한 시간이 주어지리라는 확신이라도 한 듯이 재차 말했다. 미래를 알 수는 없는 법이지만, 루돌프가 저를 먼저 부른데다 무척이나 긍정적인 재회를 한 덕인지 반드시 여유로운 앞날이 오리라고 믿고 싶어졌다. 이렇게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으니, 그 정도의 보상은 욕심내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가 망설임없이 약속의 언사를 건넬 적에는 더더욱, 그 미래를 갖고 싶단 의지가 강해져간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에 비치는 모습은 거짓일 뿐이라는 그의 말이 더 안심이 되었다. 사실 아이린이야 그가 무엇을 하더라도 떠나지 않았겠지만, 이별하기 전 루돌프의 가치관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았기에.) 그렇잖아도 물으려 했었는데. 물론 믿고 있었어. 네가 그렇게 거짓말에 능숙한 줄은 몰라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역시, 위험한 거 아니니? 이 방은 안전한 거야? 도청 장치 같은 거라도 설치된 거 아니고? (불안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두 번 고갯짓을 하다가도 시선은 다시 눈앞의 연인에게로 향한다.) 4년 전에도 함께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얼마나 험난한 길이어도 괜찮으니까 네가 날 떠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또 바랐지. (회한이 잠시 묻어나는 듯했지만, 이내 미소한다.) 같이 갈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린~이 전부 읽고 싶다 하면 내가 말릴 권리는 없지만. 이건 원래 전부 네 것이 되어야 했던 게 맞으니까, 이미 네 손에 한 번 들어간 이상에야 나한테는 더 이상 소유권이 없을지도 모르고~ (물론 믿고 있었단 말에는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난 무엇이든 멋들어지게 해내는 천재 왕자니까 그 정도 연극에는 배우로 참석할 수 있었다구. (사실 슬슬 한계였지만, 하고 농담 한 스푼.)
그럼~ 몇 번이고 시험했고, 또 몇 번이고 확인했어. 이 방에서 일어난 일들은 그 어디의 기록에도 남지 않아, 요 문 바깥과는 달리. 최소한의 사생활 정도는 보장해 주겠다는 의도 정도는 있었을지도. (소파에 몸을 살짝 더 파묻으며 종알종알 잘도 말을 이어 나갔다.)
좋─아, 그럼 결정이네. 린~이 나를 꾸준히 믿어 줬으니까 설득하는 과정은 통째로 생략해도 되고 멋진걸. 아직 정확히 구체적으로 언제 떠나야겠다~ 하는 건 안 정해 뒀는데 괜찮아~? 내일은 잠깐 그 건으로 만나 봐야 할 사람도 있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네 말대로구나. 처음부터 내 것이었는데(표현의 수정) 왜 마음대로 골라내려고 했던 거니~? (루돌프의 볼을 양쪽으로 슬쩍 늘려본다.) 네가 연기에도 소질이 있는 줄 몰랐어. 사관학교에 오지 않았더라면 배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
(몸을 파묻는 그를 따라 힘을 빼면서 그의 어깨에 고개를 툭 기대고 아래에서부터 올려다보았다.) 한참 전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나를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게 도와준 건 정보통신단에서 일하는 사관학교 동기야. 그애가 말하길 너랑은 대화도 일절 금지에 사무실도 혼자 떨어져 있다기에 완전히 그들의 수중에 놓인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이구나. (이는 반대로 조그마한 방 안이 아니라면 내내 감시당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얼마나 기형적이고 억압적인 세상인가. 반드시 해체되어야만 하는 정부이다. 이제는 자신의 가장 큰 원동력인 루돌프와 재회하였으니 아이린의 안에 차갑게 잠들어 있던 불씨도 타오를 때가 되었다.)
그 정도는 당연히 괜찮지. 정확히 어떤 임무를 해야 하는 거니? 만나 봐야 할 사람은 누구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네가 오기 전까지는 이거, 일단 전부 내 거였으니까~? (슬쩍 주우욱 늘어나며.) 각성자가 군인 말고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치. 그럼 린~은 나비학자 같은 걸 하고 있었으려나.
정보통신단……~ 음, 누구지. 모르겠네. 그 친구 말대로 사무실이 한참 동떨어져 있다 보니 얼굴 보기도 쉬운 일은 아니거든. 괜히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를 멋모르는 친구를 끌어들였다가 잡음이 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니기도 하구.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조잘조잘.)
해야 하는 일은~ 일단, 이 정부에서 조금 (어쩌면 많이.) 수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알음알음 들어왔거든. 그 부분을 수색한 뒤에 괜찮은 결과물을 가지고 나미브 반군 기지로 돌아가는 게 이번의 목표야. 내가 지금 단계에서 알고 있는 건 이 정도의 큰 틀이고, 내일은 나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는데…… 같이 갈래? 린~도 아는 사람이야, 분명 기억하고 있을걸. 얼굴을 직접 보는 건 아마 어려웠겠지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한테 쓴 순간부터 내 거였던 거야. (억지) 그럴지도. 참, 나비 이야길 하니 떠오르는구나. 나비 장식은 찾았니? 언젠가 찾으면 가져오겠다고 했잖아. (벌써 4년 전의 이야기지만 그의 기억엔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만나지 못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되새기고 돌이켰던 추억이므로.)
(루돌프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이가 사방에서 감시를 당하며 말 한 마디 못 섞고 지내와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반군 기지에서 카사블랑카까지 오가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당신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있지만, 아이린은 못내 신경이 쓰였다.)
수상한 프로젝트……? (눈살을 작게 찡그렸다. 현재 정부의 꼴이라면 수상한 프로젝트를 대여섯 개는 진행하고 있대도 이상할 일이 없다. 애초에 루돌프와 헤어지게 된 직접적 계기의 발단도 노노이 라가힛의 영문 모를 사망 사건이었으니.) 내가 아는 사람은 얼마 안 되는데, 누군지 궁금하구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 때부터? (그 때부터?) 앗, 이야기하기 전에 깜짝 선물처럼 주려고 했는데, 먼저 이야기해 버리다니~ 물론 기억하고 있었지.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게 좋을 거라고 했었잖아. 목걸이는 까딱 끊어질 수도 있으니까 귀에 딱 붙는 쪽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고선 방에 두었으니 가져와도 되냐며 산뜻하게도 물었다. 당신이 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염려를 품고 있는지는 알아낼 도리 없었으나 아마 이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해도 제가 흘려보내 온 고독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답변을 내지 않았으리라. 그것은 그 외로움이 별 의미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홀로 지내는 모든 순간에서 완성된 고독 같은 것이 그의 천성에 영향을 끼칠 만큼 대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한~ 요한 에를리히. 나도 지난 4년 간 한두 번 정도 연락한 게 전부긴 하지만~ 그 사람, 아직 이 카사블랑카에 잘 숨어있거든. 직접 얼굴 보는 건 나도 내일이 4년만이네, 또. 같이 가 줄 거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잊지 않았구나. 사실 갖고 오지 않았더라도 괜찮았어. 마음에 드는 걸 함께 찾아보면 되니까. (고개를 끄덕이곤 아직도 안겨 있던 그의 품에서 벗어나 가져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묻고 싶은 게 엄청 많아. 너도 비슷하겠지.)
(드물게도 자신이 잘 아는 이름이었다. 눈을 두어 차례 깜박이며 느릿하게 강당에서의 폭풍 같던 시간을 회상한다.) 그 사람도 반군 정부에 속해 있니? 당시 행적을 생각해보면 아닌 게 이상하지만. 응, 같이 갈게.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같은 소속이기도 하고, 든든한 협력자이기도 해. 그럼 같이 가는 걸로 결정~이고…… (이쯤 몸을 일으켜 잠시 방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작은 상자 하나를 들고 돌아와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뚜껑을 딸깍여 열어 보이자 안에 있던 것은 작은 푸른 나비 장식이 달린 귀걸이 한 쌍.)
두 개를 구하고 싶었는데~ 마지막 남은 게 이거 하나뿐이래서. 귀걸이는 둘이서 한 세트니까, 하나씩 나눠 끼면 어떨까 싶었지.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요만큼도 없는 듯 똘망똘망한 눈동자는 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상자가 열리면 파란 나비 장식이 보인다. 그 푸른빛이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 같아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정말 예뻐. 구하기 어려웠을 텐데, 이렇게 에쁜 걸 가져와줄 줄은 몰랐어……. (그리고 거절할 생각은 한 톨만큼도 없다.) 좋은 생각이야. 끼워줄래? 이쪽. (제 왼쪽 귀를 톡 건드렸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확실히~ 바깥에는 이런 것들이 많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아. 새로운 것들도, 이 안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도. 거기도 분명 사람들이 살고 있거든. (왼쪽 귀를 톡 건드리는 양에 순순히 하나를 집어들어 당신의 왼쪽 귓볼에 잘 끼워넣었다. 손이 미끄러진다거나 하는 사소한 실수는 범하지 않고. 그는 어엿한 천재 왕자니까.) 그럼 나도 린~이 반대편에 끼워 주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궁금하구나. 내가 알지 못하는 바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모든 것들을 천천히 알아가고 싶었다. 지나가듯 한 말도 잊지 않고 저를 위해 귀걸이를 챙겨와준 이와 함께.)
(제 귀에 매달린 장식을 손끝으로 잠시 만져 보다가, 남은 귀걸이를 꺼내어 루돌프의 반대편 귓볼에 섬세한 손길로 끼워준다. 그의 귀를 빤히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했다.) 잘 어울리네.
참, 하나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이쪽에게는. 오른쪽 귀에 달린 귀걸이를 고개를 한 번 흔들어 달랑거리고서는 씩 웃어보였다.) 그럼~ 누구 안목인데. 린~한테도 나한테도 잘 어울리겠다 싶은 걸 냉큼 구했지.
하나 더? 뭔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며칠 전에 장벽 바깥에서 임무 중이었거든. 상황이 나빠져서 크리쳐를 미처 다 막아내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에 빠졌는데…… 그때, 네 에너지를 본 것 같아서. (찬란한 금빛, 반짝거리던 에너지의 엄청난 유량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네가 날 구해준 거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 그 때. (깜박, 눈을 한 번 깜박이다가 곧잘 휘어 웃어 보였다.) 음, 네 임무에 멋대로 개입하려던 건 아니었어. 하지만 위험해 보였고, 그냥 지나치고 싶지도 않았거든…… 네게로 돌아오겠다고 했었잖아. 그러니까, 너도 같이 돌아가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면 안 돼? (물론 여기서 '괜히 개입했다' 운운하는 답이 돌아온다 해도 이미 일어난 일이니 무를 수는 없고, 설령 무를 수 있다 해도 그렇게 하지 않을 테지만. 애초에 그런 답이 돌아올 것 같지도 않긴 했으나 혹시나 싶어 한 번 물어나 보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멋대로 개입했다 화내려고 물어본 것 같니? (황당해한다) 내가 그럴 리가 없잖니. 그냥, 내가 본 게 정말 현실이었는지 아니면 너를 그리워하다 못해 멋대로 환상을 투영한 건지 알고 싶었어. 그게 진짜 너였다니…… 오히려 기쁜걸.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그때 정신을 잃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같은 거지. 병문안을 와줬음 더 좋았겠지만 그럴 순 없는 상황이었던 거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갔었는데? (너 잘 때.)
……방금 건 얘기하지 않는 편이 더 괜찮았을까? (한 박자 늦게 덧붙이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응.
깨웠어야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자는 사람을 정 없이 어떻게 깨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너를 못 보는 게 더 정없는 일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 흘겨본다.) 오늘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때를 정말 두고두고 아쉬워했을 거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지만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까 봐 줘. (뻔뻔한 말이나.) 요 최근에 간단한 외출 정도는 가능해졌거든~ 그 전까지는 만나러 갈 수 없었지만, 병문안 정도는 이제 갈 수 있게 되었고. 요한한테 가는 것도 그래서 내일로 결정된 거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뻔뻔해. (하지만 그게 눈앞의 왕자님의 매력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정도로 넘어가주기로 한다.) 열심히 신뢰를 얻어냈구나.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어. 그럼, 나는 내일 어디로 가면 되겠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게 내 매력인걸. (그걸 자기 입으로 굳이 말하는 편.) 내일~…… 기억나? 우리 학교 근처에 성당 있던 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 (이걸 또 순순히 수긍해준다.) 아, 기억나. 4년 전에 그 성당에서 메모리 카드가 든 달걀을 받아왔었지. (요한에게 직접 전달해주었었기에 보다 더 명확한 기억이었다.) 아직 남아있었나 보구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영락없는 달걀인 줄로만 알았던 그거. (짤막하게 웃어 보였다.) 성심성당 (빵집과는 관련이 없는) 앞에서 보는 거 어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끄덕) 그러자꾸나. …… 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그래도 조심해. 혹시 나오지 못할 상황이 된다면 위급 신호를 한 번 더 보내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럴 일은 없으면 좋겠지만~ 응, 그렇게 할까 그럼.
GM
꼬박 사 년 만의 해후를 나눈 두 사람은 내일을 기약합니다.
돌아온 우리에게는 이제 함께하는 내일이 있을 테니까요.
분명.
.
.
지난 사 년 간, 요한과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졸업 후 자취를 감춘 그의 신원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선후배 사이에서는 소문만이 무성했지요.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던 추측은 그가 도시 바깥의 망명 정부로 귀순했다는 겁니다.
대체 어떻게 종적을 감춘 것인지!
예전의 루돌프처럼 사망을 가장한 것도 아닌데 완전히 사라진 그가,
학장실에 테러를 하고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주장하는 얼빠진 동기 녀석도 있었지요.
그러나 그는 이곳에 숨어있다 했습니다. 이 결벽적으로 관리되는 도시, 카사블랑카에서요.
뒷골목 따위가 없음에도. 그렇다면 그는 대체 어디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걸까요.
두 사람은 성심성당 앞에서 만났습니다.
각성자사관학교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그곳 말이에요.
가톨릭이 아직도 힘을 쓸 수 있는 데에는 여러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습니다.
재해 이후 여러 사이비 종교가 날뛰며 가톨릭의 자리를 대체하려 들었지만,
요행히 바티칸이 살아남은 덕분에 촘촘한 교구 간의 연락망을 복구할 수 있었어요.
성당을 중심으로 가지를 뻗어나간 공동체들이 세력을 형성하면서,
유럽 연합은 아예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뭉치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도 상황은 비슷했지요.
애당초 *재앙의 날* 이후 사회 재건에 중추적 역할을 해 온 것이 가톨릭입니다.
건국 초반만 해도 성당을 통해 제공되는 교육, 의료, 구호 활동 등은
공화국 정부조차 대체하기 어려운 중요한 자원이었어요.
공화국 건설 자체가 가톨릭에 어느 정도 기댄 면이 없지 않으니,
무뢰배 정부라 해도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게 된 셈이지요.
그런 까닭에 정부도 함부로 참소할 수 없는 성당 문을,
루돌프는 퍽 거침없이 두드립니다.
여기서 잠깐!
두 사람은 군복을 입고 왔을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 이거 고민된다)
(군복 위에 외투를 입어서 가렸을 듯!!)
신부
(그렇다면 노크 소리에 자연스럽게 나오다가…… 군복 비슷한 차림새 ─ 좀 가려짐 ─ 보고선 잠시 발 멈춥니다. 면면을 확인하고는 굳었던 표정도 다시 온화하게 풀렸지만요.) ……들어오시지요. 성당은 모두를 환영합니다.
GM
두 사람은 신부에 의해 1층 식당으로 안내받습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여기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나도 직접 오는 건 처음이라 모르겠네.
손 잡을까? (관계 없는 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옛날이 떠오르네. 그때는 꽤 망설였던 것 같지만, 이번에는 루돌프의 손을 찾아쥔다.) 그러자.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망설임 없이 잡힌 손에 시원스레 웃어보이고서는, 주방 끄트머리의 작은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GM
냉장고가 줄지어 선 창고는 평범한 식자재 창고로 보입니다.
정작 루돌프는 바닥을 가리켰지만요.
……바닥?
관찰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65 관찰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0 > 60 > 보통 성공
GM
바닥 타일 사이에 줄눈이 살짝 뜯겨 나간 자국이 보입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발끝으로 바닥을 통통 두드리고선, 쪼그려 앉아 목소리 낮추고 속닥였다.)
암구호가…… 보자, 분명,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냥 거기 계시옵소서……* 아, 이거 내 아이디어 아니고 망명 정부에서 종종 쓰이는 암호야. (변명은 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어깨 으쓱)
GM
이윽고 아주 작게 달칵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무래도 이 타일 바닥 아래에 뭔가 숨겨진 것 같은데요.
손재주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래에 비밀 공간을 만들어둔 모양이지? 마찬가지로 몸을 낮추고 앉아 손잡이나 뚜껑으로 보이는 것을 찾아본다.)
cc<=70 손놀림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5 > 35 > 어려운 성공
GM
타일 틈새를 들어올리자,
사람 하나가 간신히 통과할 것같이 좁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이 끝에 문이 하나 있어 보이네요.
내려갈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4년 만에 만나는 요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루돌프를 한 번 돌아보고는 내려간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같이 내려가서는 문을 정해진 박자에 맞춰 두드렸다. 짧게 세 번, 길게 세 번, 다시 짧게 세 번. 일전 유리 모하에가 당신에게 처음으로 알려주었던, 음성 인식을 끊는 방식과 유사한 리듬으로.)
GM
묘한 노크 소리가 끝나자 문이 열립니다.
방 안에는 천장에서 책더미가 자라고 있네요.
……천장에서 책더미가 자란다고?
어린아이들에게 미친 사회학자의 방을 그리라고 하면,
사회학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 것 같으니
방에 연구 일지와 책을 가득 채워 놓을 겁니다.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제멋대로 쌓여 있는 도서, 문서, 기기, 회로,
무얼 건드려도 툭 하고 쉽게 쓰러질 것만 같은 기물들 사이로 간신히 사람 하나가 걸어갈 만한 오솔길? 이 나 있네요.
그리고 책상에는 누군가 엎어져 자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더 자라고, 살이 조금 더 빠진,
4년 만의 요한 에를리히.
그 뒤로는 웬 콩나물이 수경재배되고 있네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깨울까? (소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렇게까지 전형적으로 '학자' 스러운 모습일 줄은 몰랐는데. (이거 제대로 걸어갈 수는 있는 거야? 오솔길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다 조심조심 걸어간다. 콩나물은 또 뭐지?)
그래야겠지. (망설임없이 그의 어깨를 살짝 흔든다.) 요한.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쪽은 아예 망설임도 없이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요한~ 일어나, 오늘 보기로 전달도 해 뒀다고 했는데?
요한 에를리히
…… …… (무력하게 흔들리다가 세 번 정도 머리를 책상에 처박을 뻔하고 나서야 부스스한 낯짝으로 눈을 떴다.) 뭐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음. 여전하시네요. (여러 의미)
요한 에를리히
…… 뭐지? (뭐지?) 시간여행?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만나기로 약속했다면서요? 저도 좀 동참했어요.
요한 에를리히
…… 여전하다는 건 무슨 뜻인데? (책상 더듬어 안경 잡아끼고는 긴 한숨을 뱉으며 헝클어진 머리를 대강 정돈했다.) 약속? 아, 그래, 망명 정부에서 믿을 만한 녀석 하나를 이쪽으로 보내겠다고 했지. 했는데……
믿을 만한 녀석? (어디가? 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 번갈아 봤다. 뭐 배신, 이런 게 의심된다는 건 아니고 그냥 꼬마가 이런 일 해도 돼? 같은 표정이 맞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난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의 구하는 표정으로 린 봐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린애라도 보는 듯한 눈이네요. (그럼그럼. 완전 믿을 만한 사람이지. 그의 시선에 고개를 연신 끄덕여 아낌없는 동의를 보낸다.) 루돌프 네가 오는 줄 몰랐나 봐.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우리도 참~ 바빠서 '누가 가는지' 같은 중요한 정보는 깜박깜박한다니까. (헐렁한 대사는 덤.) 감시가 조금 덜해지면 이쪽으로 찾아가라는 말을 들었거든, 나, 여기 들어올 때. 정부가 뭔 수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그 부분을 수색해서 나미브 반군 기지로 돌아와 달라고.
요한 에를리히
…… 그래, 그런 게 있었지. (두 사람 한 번 더 번갈아 보다가 그냥 고개만 가로저었다.) 나도 정확하게 캐낸 건 아냐. 해서 바깥에서 활동 가능한 요인의 도움이 필요했고…… 도움을 요청한 건 내가 맞는데 왜 잘못 요청한 기분이 들지? 아무튼.
정부가 비도덕적인 인체 실험을 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아마 한두 건이 아니겠지만 이렇게까지 윤곽이 잡힌 건 처음이고.
뉴스 보니까 참모총장 비서실로 이동했다던데, 너. (시선만 비스듬히 올려 루돌프 쪽 보고.) 의도적인 거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뭐~ 그런 셈이지. 그 실험에 대한 정보, 참모총장이 쥐고 있다고 보고한 건 요한이고. (선배라고도 안 함 이제…… 그러나 원래부터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린 참모총장 씨가 주로 지내는 공관에 가야 해. (앞뒤 대충 잘라먹고 요점만 아이린에게 전달하기.)
요한 에를리히
다 잘라먹고 말하지 마! 그래…… 그 총장 녀석이 자기 공관 서재에 그 프로젝트인지 실험인지에 대한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추측하기로는 그 정보가 알려지면 처지가 불리해지는 정적이 있는 것 같거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무얼 위한 인체 실험이지? (혼잣말을 중얼인다.)
음. 루돌프는 잘라먹고 말하는 게 매력이에요. (와중에)
요한 에를리히
라이벌 관계에 있는 인간을 언젠가 제거하기 위해 정보를 일부러 쥐는 것 정도는 높으신 분들 사이에선 비일비재한 일이지. 보안이 아주 철저해, 공관에 침입할 방법이 필요하고……
무얼 위한 실험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아. 뭐, 빈말로라도 좋은 건 아니겠지만. 그걸로 사람이 몇 명이나 희생되어 왔고 앞으로 몇 명이나 더 희생시킬 작정인지도 모르겠…… 뭐냐? 둘이 사귀냐? (와중에.)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렇게 됐어. (냉큼 말하며 잡은 손 들어 보이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얼굴이 약간 빨개졌지만 당당한 척 허리를 곧게 편다.)
아무튼, 그 침입할 방법이라는 건 찾은 거예요?
요한 에를리히
……그래. (긴 숨이나 내뱉고 말았다.) 다음주에 정재계 자선 파티가 열려. 거기에 참모총장이 참석하고, 호위 역으로 이쪽의 인사가 참석한다……는 안건이 올라와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었지. 파티 장소가 공관 바로 근처기도 하니 한 사람이 파티장에서 총장을 붙잡고 시간을 끌고 있으면 다른 한 사람이 공관에 침입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기왕이면 2인조로 움직이는 건을 고려 중이었는데.
고려 중이긴 했는데 마침 너희가 두 명이 됐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브이.) 괜찮은 2인조 아니야? 합을 맞춰 보는 건 오랜만이지만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잘 맞았다구. (이런 말이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처음엔 내 쪽에서 널 별로 탐탁치 않아했었지. 그래도 합은 잘 맞았었어. (또다시 짧은 회상에 젖으며 납득한다.)
(이내 요한의 말을 주의깊게 듣고는 말을 이었다.) 난 사람 대하는 건 자신 없는데……. 루돌프, 공관의 구조를 알고 있니? 알고 있다면 내가 어떻게든 파티장으로 가보려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공관의 구조는 우리 둘 다 비슷하게 몰라. (고개 가로저었다.) 얼굴이 알려져 있는 건 내 쪽이니까 파티장엔 내가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린~한테 처음 보는 사람이랑 할 만한 이야기는 날씨 얘기 정도가 다잖아. (이런 말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사실 날씨 얘기도 별로 못 할걸. (레전드 사회성) 나야 일개 소위지만 너는 비서실 소속이니, 네가 가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이긴 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렇다고 총장이랑 정치 얘기를 할 수는 없잖아. 그건 좋지 않은 화제니까. (그렇게 두 마디만에 끝나는 두 사람의 가상 시뮬레이션 속 대화.)
요한 에를리히
그래 그럼, 이 녀석이 총장을 상대하는 동안 네가 공관에 들어가는 걸로 해. (서랍을 대강 흔들어 열고선 인이어와 렌즈 두 세트를 꺼내 불쑥 내밀었다.) 파티 때는 나도 현장 보고 있을 거다. 렌즈 끼면 너희 시야가 나한테도 영상이 전달될 거고, 인이어는 소통용. 구조는 그 때 내부 스캔해서 파악하면 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기술이 많이 좋아졌네. (렌즈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확인했어요.
요한 에를리히
요즘 세상이니까. (고개만 가볍게 까딱했다.)
내가 전할 말은 이 정도야. 별 탈 없기를 바라고……
…… 멀쩡해 보이니까 됐다, 둘 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또 뭔가 하려던 말을 삼킨 건가요? 그때처럼. (모스크를 떠올린다.)
…… 유리는, 정말 죽은 건가요?
요한 에를리히
…… (그냥 낯부끄러운 말을 하는 데에 좀 로딩이 필요했을 뿐이지만 여기서 그 말을 꺼냈다가는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될 것 같아 넘어가기로 했다.)
…… 몰라. 하지만 하나는 알지. 이 뒤에서 키우고 있는 콩나물은 원래 유리 모하에가 키우던 거였고, 내가 그것들을 멋대로 전부 가져와 내 입맛에 맞게 기르고 있는데도 머리털 한 올 비추지 않았어.
이걸로 답이 되었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책만 가득한 이 공간에 뜬금없이 웬 콩나물인가 했는데. 잠시 침묵한다. 여전히 잊지 못했구나. 내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루돌프를 기다리고 기다렸던 것처럼.)
……4년이 지났는데도 잘 자라고 있네요. (그렇게만 대답했다.)
요한 에를리히
생명력이 좋은 녀석들이지. (누군가와는 다를지도 모르고, 같을 수도 있고. 사족은 너무 쓸데없어 보여서 구태여 붙이지 않았다.)
GM
수경재배되는 콩나물은 하나같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네요.
가꾸는 사람의 정성이 한움큼 들어갔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
.
일주일이 흐르는 동안,
루돌프는 두 사람이 페어로서 공식 활동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당신은 몇 가지 조사와 사상 검증성 면접 같은 인터뷰에 응했지만,
정식 페어라는 유용한 전력을 깨트릴 수 없으니 효용성 측면에서 어떻게든 넘어가려 하는 것 같았지요.
애초에 루돌프가 이쪽으로 넘어올 때 이야기를 마친 사안이기도 했고요.
돌아오는 주말에는 언급된 행사 자리가 있습니다.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자선 파티.
드레스와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테이블 사이를 미끄러지듯 누비고,
정중한 서버들이 샴페인 등을 가져다 주었지요.
두 사람은 멋지게 차려입긴 하였으나 사실상 참모총장 호위를 담당한 상태입니다.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며 호기롭게 자원하는 구국의 영웅을 말릴 수 있는 위인이 그 누가 있겠나요.
요한이 준 렌즈와 인이어를 착용한 채로 파트너로서 자선 파티장에 들어섭니다.
참모총장은 파티장 안쪽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네요.
멀리서 다가오는 두 사람을 보고 손을 번쩍 들어올립니다.
그 뒤로는 뭐,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요?
회식 자리에서 상사 비위를 맞추는 것과 비슷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참모총장이 꼰대같은 농담을 하고, 감수성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데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고,
같은 테이블에 앉거나 주변을 오가는 상관들과 인사를 하고……
그러던 중 옆 테이블에서 갑자기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참모총장과는 앙숙같은 사이인 정치인이네요.
정치인
글쎄, 대통령 각하께서 나를 얼마나 신임하시는데~!
GM
그 말을 들은 참모총장은 돌연 킬킬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숫제 껄껄대며 파안대소를 터뜨립니다.
저렇게까지 웃긴 말이었나요? 뭐, 아무튼 간에.
때맞춰 무대 쪽 스크린에 대통령의 축사가 재생되기 시작합니다.
*이 뜻깊은 환원에 감사를 보내며……*
그러고 보니, 로맹 바투타 대통령은 저런 특별 담화 등에 단독 촬영된 것 말고,
사람이 많은 자리에 직접 등장한 것을 본 적이 없네요.
한 번쯤은 얼굴을 비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10분도 아니고 5분도 아니고 3분만에 영혼이 빠져나간 동태눈이 되어선 루돌프에게 대부분의 대화를 맡기고 가끔씩 "네, 그렇죠." 정도의 대답만 한다. 애초에 정치라는 건 아이린과는 최악의 상성을 달리는 분야였다.)
(그나마 스크린이 켜져서 시선을 집중할 만한 게 생겼지만, 대통령도 매번 하는 똑같은 소리나 늘어놓으니 금세 다시 지루해졌다. 그 지루함을 비집고 의문이 든다. 루돌프의 등을 쿡 찌르곤, 그가 뒤돌아볼 필요 없게끔 뒤에서 소근거린다.) 대통령에 대해서 물어봐. 왜 보이질 않는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곧 테이블 게임을 하나 하자고 할 거니까, 그 때 물어볼게. (고개 까딱.) 돌을 여러 개 가지고 하는 게임이면 쥔 말에 지문이 남을 거고, 하나만 빼돌려서 워치로 스캔해 요한한테 보내면 지문을 딸 수 있을 거야. 그 동안 게임으로 시간을 끌 테니 그대로 린~은 공관으로 가서 서재를 살펴보면 돼. 괜찮겠어~? 한 시간 정도는 잡아둘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간결하게 속삭인다.) 확인했어. 총장이 움직일 기미가 보인다면 신호를 보내. 뭔지는 알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위급 신호' 말하는 거지? 네가 돌아오기 전에 움직일 것 같으면 그렇게 할게.
GM
근처를 지나가던 테이블 서버를 붙잡고 루돌프가 자연스레 속닥이자,
이윽고 테이블 위로 테이블 보드게임 도구가 깔립니다.
구경꾼들이 저마다 한 수씩 충고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꽤나 왁자지껄해졌군요.
참모총장이 돌 여러 개를 쥐고 통에 넣으면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린은…… 어떻게 훔칠까? 자유롭게 판정해 봅시다. 이거다 싶은 걸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구경꾼들이 훈수를 늘어놓으며 시끌시끌한 도중에, 판 위로 던져진 돌 근처로 와인잔을 슬쩍 쓰러트린다.) 죄송해요. 바로 닦겠습니다. (냅킨으로 와인을 닦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돌을 냅킨 아래에 숨겨 가져온다.)
cc<=70 손놀림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보통 성공
GM
자연스럽게 돌을 하나 잡아챘습니다. 천재 공주.
요한 에를리히
……두 사람 다 들리나? 아직 회장 한복판인 것 같으니 대답하지 말고 들어.
우선 테라코르한테는 공관까지의 최단 경로를 전송하고 있다. 생체 반응을 스캔해서 사람이 적은 경로만 골라 보여 줄 거야.
너희가 있는 전시장 지하에 차량을 마련해 뒀고, 타고 4분 정도만 달리면 바로 공관이야. 감시가 붙지는 않겠지만 조심하고. 지문은 지금 따는 중이니 공관 도착하기 전까지 보내 주마. 일단 출발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와인이 옷에도 튄 것 같아서, 매무새를 다듬고 오겠습니다. (이미 다들 게임에 열중해 저에겐 관심도 없는 것 같지만 의례적으로 말하고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옆에 앉은 루돌프의 어깨를 손으로 살짝 쓸어주고는, 곧바로 전시장 지하로 향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어깨를 살짝 쓸어주는 양에 가볍게 눈짓하며 눈웃음만 지어 보였다. 배웅이라기엔 간소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해도 괜찮겠지 싶어서.)
GM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는 사람을 두엇 마주치긴 했으나,
행사 참여자가 건물을 돌아다니는 게 수상한 일은 아니니 별 문제 없었습니다.
요한이 준비했다는 차량 번호를 확인해 차에 탑니다.
홀로그램 패널이 경로를 띄워 주기 시작하네요.
공관촌까지는 경로를 따라 가니 공언대로 딱 3분 55초가 걸렸습니다.
참모총장의 사택인 만큼 으리으리한 저택에 가까운 집이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집 꼬라지 한 번…….)
GM
대문은 지문 스캔 방식으로 열립니다. 마침 요한이 보낸 지문 스캔본도 타이밍 좋게 도착해 있군요.
꼬라지 죽이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개꼰대 총장처럼 꼰대스럽게 혀를 차면서 지문 스캔본을 가져다댄다.)
GM
꼰대 공주도 귀엽군
지문을 찍자 대문이 느리게 열립니다.
정원이 참…… 기묘하네요.
형형색색의 선인장과 특이한 식물들이 지척에 널려 있습니다.
저건…… 웰위치아 미라벨리스네요?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유명한 식물까지.
조심스레 정원을 통과해 안쪽 문으로 향합니다.
안쪽 문도 마찬가지로 지문으로 잘 열리네요.
현관으로 들어서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인체 실험을 한다더니. 정원수부터가 기분 나쁘네.)
요한 에를리히
내부 스캔을 좀 해야겠는데…… 보안이 꽤나 강력하네. 뭐 눈에 띄는 거 없냐?
GM
현관 앞에는 신발 여러 켤레, 우산, 발판 깔개, 그리고 로봇 청소기 정도가 보이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로봇 청소기가 있네요. 이걸로 집안을 돌아다니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요한 에를리히
집안을 돌아다니…… 아, 그래, 그거 괜찮네. 일단 켜 봐. 그 녀석이 스캔해 둔 집 구조를 내려받을 수 있겠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무릎을 굽혀 앉아 로봇청소기의 전원을 켠다.)
요한 에를리히
……신호 들어오네. 5초만 기다려. 다운로드……
됐다. 여기서 어디가 서재인 거야? 구조 한 번 더럽……
2층, 오른쪽 두 번째 방 같은데. 곧장 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구조가 더럽단 말이 꼭 집에 처음 도착했을 때 자신의 반응 같아서 좀 웃겼다.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망설임없이 요한이 말해준 방으로 움직였다. 한시도 낭비해서는 안 된다.)
GM
서재로 이동합니다. 특별히 보안 장치는 없어 보이네요.
여기도 마찬가지로 지문 인식 방식입니다.
손가락이라도 잘리면 어쩌려고 지문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둔 걸까요?
서재 안에는 【태블릿 PC 두 대, 수기 문서, 책상 서랍】, 그리고 책장이 보입니다.
요한 에를리히
잠깐…… 책장은 조심해. 뭔가 있는 것 같다.
특정 책을 뽑으면 경보가 울린다거나 하는 시스템인 것 같으니 일단 놓아두고 다른 것부터 봐. 다른 쪽에는 그런 거 안 보이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새삼 실력이 대단하네요. (건조한 투였지만 칭찬이다. 책장은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게끔 조심하며 태블릿 PC들을 차례로 확인한다.)
요한 에를리히
새삼스러운 말을.
GM
태블릿 한 대는 배경 화면이 가족 사진이고, 잠겨 있습니다.
평범한 아홉 칸짜리 패턴이네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인지 손때도 탔고,
가죽 케이스 안에는 '23일 9시 환경부 장관과 오찬' 따위의 메모도 남겨져 있습니다.
이 태블릿은 굳이 살필 필요가 없어 보이는군요.
다른 한 대는 조금 더 공적으로 사용하는 모양인지 국방부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익숙한 모양이네요, 이건.
방위사령부에 공식적인 경로로 출입할 때에는 카메라 렌즈에 늘 붙이는 스티커입니다.
이 태블릿은 지문 스캔 방식으로 잠금을 풀 수 있고,
바탕 화면에는 바로가기 문서 하나가 보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진짜 지문 스캔 방식으로 도배를 해뒀네. 스캔본으로 잠금을 해제하고 문서를 눌러 확인한다.)
문서
보안 해제: 프로젝트 아난시 자동화 계획
GM
그 다음부터는 군사 암호와 일반 문장이 섞여 있어 단번에 읽어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시간이 있다면 해독이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여유 부릴 처지는 못 되지요.
우선 블루투스로 파일을 스마트워치에 옮겨 두고 다른 걸 볼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난시'? 자동화 계획은 또 뭐지? 머릿속에 불쑥불쑥 떠오르는 의문을 뒤로하고 손을 기계적으로 움직여 파일을 옮긴다. 장갑을 착용하긴 했지만 혹시나 제 지문이 남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수기 문서를 살폈다.)
GM
수기 문서는 앞뒤가 잘려 있습니다. 일부러 자른 건 아닌 것 같고,
앞장이 더 있는데 그건 어디론가 사라지고 뒷장만 남은 것 같네요.
이 정도 내용이 들어있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청사와 관저를 스와콥문트로? 카사블랑카를 두고 여기에서 일만 km나 떨어진 곳에?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다.)
(일단 이 수기 문서도 스캔하여 워치로 옮겨두고, 서랍을 열어본다.)
GM
의도를 알 수 없는 정보만이 가득하네요, 여기는.
서랍은 간식을 보관하는 곳인지 믹스커피 등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별다른 건 없네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들려? 들릴 테니까 그냥 말할게. 다른 게 아니라 살짝 곤란해졌어~ 참모총장 씨가 자꾸 린~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네.
해서, 미리 협의했던 대로 소란을 일으켜서 주의를 돌리는 건 어떨까 싶은데. 괜찮겠어?
GM
협의된 소란이라 함은, 전시장에 전시된 크리처 로봇 중 하나를 폭주시켜 작은 소란을 만드는 방법이었지요.
당신이 한 시간이나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들키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다면서 추가적으로 이야기 나눴던 안건 중 하나였습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물론 인명 피해 같은 건 없게 할 거야. 요한이. (요한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거 요한이랑 합의된 거야?
왕자님의 매력으로 좀 더 붙잡아둘 수 있었음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아직 살피지 못한 게 남아있으니 그 방향으로 가자. 요한이 어떻게든 해주겠지. (무책임)
요한 에를리히
합의되긴 했는데 왜 합의 안 된 것 같지? 이거 묘하네.
곧잘 터뜨릴 거니까 너도 후딱 돌아와라.
GM
곧이어 인이어 너머가 소란스러워지는가 싶더니,
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퍼지기 시작합니다.
당신도 얼른 돌아가는 편이 좋겠어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책장이 마음에 걸리는데. 경보 시스템을 만들어둘 정도면 분명 저기에도 무언가 숨겨둔 게 있을 테고. 서랍도 그래…… 미련을 갖고 바닥을 쓸어본다. 서랍 아래의 비밀 공간 같은 건 없나?)
GM
서랍 아래의 비밀 공간 같은 건 없어 보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단념하고 서둘러 복귀한다.)
GM
급히 속도를 높여 복귀합니다.
차량은 건물 앞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쿵, 쿵, 건물 울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들립니다.
그 때,
쾅!
2층에서부터 하늘로, 직선으로 내쏘아지는 광선.
파티장에 들어오기 전 두 사람은 허벅지 가터에 에너지 운용 권총을 차긴 했지요.
그렇다 해도, 설계자 없는 구현자가 해도 뭘 얼마나 할 수 있다고 말이에요……
그러나, 다시, 쾅.
이번에는 미로 속에서 경로를 찾듯이 ㄷ자 형태로 꺾여 올라갔다가,
날카롭게 바닥으로 내리쳐지는 에너지.
유량이 얼마나 거대하고 풍부한지 각성자라면 도무지 모를 수가 없을 겁니다.
건물 전체가 그의 에너지에 감싸여 일렁거릴 지경입니다.
압도적이고, 무심하고, 또한 지나친 힘.
누구도 무시하거나 모른척할 수 없을.
2층 회랑 한쪽이 무너져 건물 바깥에서도 안이 잘 들여다보입니다.
벽을 짚고 달리며 뛰쳐나온 루돌프는 곧잘 담을 가뿐히 넘는가 싶더니,
부속지 같은 팔을 휘젓는 크리처 로봇에게 권총도 없이 손짓만으로 에너지를 갈겨 터뜨립니다.
홀로 온전한, 기적에 가까운 경로 구현.
공중에 떠 있듯 체공 중이었지만 실은 부서진 벽 조각을 밟고 교묘하게 올라타 있는 채로.
어쨌든, 하나만은 명백합니다.
기자들이 사진을 뽑기엔 더할 나위 없이 끝내주는 구도가 되었겠군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난 거지? 들킨 건가? 자신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커져가는 상황에 머리가 차갑게 식으면서도, 눈앞에 펼쳐지는 광대한 에너지의 양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년 새 이 정도로 강해졌다니. 설계 없이도 이만한 힘을 이렇게 정확하게 구현하다니……)
(차의 시동을 켜둔 채로 급히 달려간다.) 루돌프! 어떻게 된 거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 뭐가? (뭐가? 당당하게도 파편 위에 서 있다가 당신이 달려오는 것을 보자 순간 삐끗했다. 완벽하게 중심을 잡긴 했지만.) 현장 보수 중인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현장을 더 망가뜨리는 거 아니고? (다행이다. 들키진 않았나 보구나.) 벽이 박살났는데.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으건…… 기분 탓이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첫 가상 훈련 때, 네가 드론을 터뜨렸었지. (언제 급하게 뛰어왔냐는 듯 안정된 걸음걸이로 다가간다.) 그런데 너, 굳이 페어가 필요없을 것 같은걸. 4년 새 실력이 이만큼이나 늘어난 거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래서 페어 안 해 주려구~? 내 페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사람 뿐인데도. (순식간에 뚱한 표정 되며.) 음~ 조금 많이 성장하긴 했지. 어때, 멋있어 보여? 그 때보다 더 왕자님같고 그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물론 나야 그럴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지만, 너는 나 없이도 잘 해낼 것 같아서. (뚱한 표정에 희미하게 미소한다) 아니야? 내가 필요하니?
(멋있냐는 질문에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여기 기자가 분명 와 있겠지? 내일쯤이면 언론에 금발의 왕자님이라며 대서특필될지도 모르겠구나. 굉장했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난 항상 린~이 필요했는걸. (괜스레 제 머리칼이나 한 번 죽 잡아당기고 말았다.) 지금의 나는 금발이 아닌데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정말?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볼을 붉힌다.) 그렇지만 네 에너지는 금색이니까. 건물 전체를 감쌀 정도였는걸. 너무 인상적이어서 다들 그 색밖에 머리에 안 남았을 거야.
금발의 왕자님으로 알려지는 게 좋니, 분홍 머리의 왕자님으로 알려지는 게 좋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다시 금발로 만들어버리는 게 나을까, 그럼. (손에서 힘 풀고 머리칼 다시 삭삭 정돈했다.)
네 왕자님으로 알려지는 게 더 취향이야. (이런 말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는 어느 쪽이든 좋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까지 말하다가 이번엔 얼굴이 정말로 새빨개졌다.) 너, 너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주변에 기자가 있었을까? 제발 주워듣지 말았길. 이 말까지 신문에 나면 난 부끄러워서 죽을지도 몰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다음에 비슷한 말을 해야 할 땐 어떤 표정으로 하면 돼? (주변에 기자? 과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 아니. 표정을 바꾸라는 게 아니라…… 네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횡설수설한다)
(이런 류의 언행에는 면역이 없었기에 무척이나 부끄러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저를 향한 솔직한 표현이 싫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물거리다가 결국 쫓기듯이 뱉고 만다.)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뭔가 망한 것 같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지금처럼 하면 되는구나~ 좋아! 그렇게 할게. (냉큼 이런 말이나 하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결과물.)
GM
엉망이 된 현장을 보수하기 위해 이번엔 진짜로 보수 담당 인력이 속속들이 도착합니다.
참모총장도 (당연히) 무사한 것 같고, 두 사람도 무사하지요.
책장을 살펴보지 못한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의 임무는 그럭저럭 성공입니다. 유의미한 결과도 거뒀구요.
'프로젝트 아난시' 관련 문서 해독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테니 이만 일상으로 돌아갑시다.
우리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
.
당신이 빼내 온 '프로젝트 아난시' 관련 문서를 요한이 해독하는 동안,
다시 일주일 정도가 흘렀습니다.
그동안 두 사람은 각성자사관학교로부터 실습 강연 요청을 받게 되었지요.
실전에 나선 선배 페어들은 대부분 전장에 투입되어 있으니,
페어를 맺고도 두 사람이 카사블랑카에 머물고 있는 틈을 타 학생들을 교육시키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별달리 연설 같은 것을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기술 시연 정도야 뭐 보여주지 못할 것도 없지요.
애초에 상부 지시를 거절할 수 있다는 선택지 같은 거, 지금의 우리에겐 없기도 하고요.
두 사람은 그렇게 사관학교로 향합니다.
당신에게도 익숙한 훈련실이에요.
VR 가상훈련실과는 또 다른 곳인데,
순수하게 이능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강도가 드센 재질로 만든 교실입니다.
3교시짜리 수업에서 교수의 한 시간 강의가 끝나고,
남은 두 시간이 두 사람의 몫입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래서, 경로 계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시야를 깔끔하게 만드는 거야. 시력이 좋고 나쁘고를 의미하는 건 아니고~ 목표물을 겨냥하는 마음가짐에 흔들림 없이, 하나만을 생각해 집중해야 한다는, 뭐 그런 뜻으로.
잡념이 없을 때 에너지의 열기가 가진 순도는 가장 높아지니까~ 다들 아직 정식 페어는 없지만 임시 페어랑 합을 맞추면서 요령은 어느 정도 터득했지?
이 뒤로는~ 두 사람씩 짝을 지어서 줄을 서 보자. 저─쪽 끝에서 여기, (세워 둔 과녁에 기대 서서는 손끝으로 두드렸다.) 여기를 가장 정중앙에 가깝게 맞추는 페어가 점수를 가져가는 걸로.
(어때? 대본이지만 말 잘했지? 같은 표정으로 이쯤 아이린 봐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두 시간이나 내 몫이라고? 연설은 아니지만 강연 같은 거나 다름없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완전 싫은데. 평소의 냉담한 낯으로 루돌프의 한 발짝 뒤에 서서 그에게 맡긴 설명을 듣는다. 뒤돌아보는 루돌프를 향해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군 기지에서 후배들을 가르쳤다더니, 능숙한걸.) 왕자님은 교육에도 소질이 있구나.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원래 왕자님은 못하는 게 없는 법이라구. (마주 소곤소곤.)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가 시범을 보일 건데, 할 거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것 때문에 온 거니까. 나서서 가르치는 건 못해도 능력을 쓰는 것쯤은 얼마든 할 수 있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오랜만에, 길을 만들어 주라. (가볍게 고갯짓만 까딱해 보였다. 이거 진짜 오랜만이네, 우리.)
GM
판정해 봅시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제가 경로를 설계하고, 당신이 그 경로를 따라 광선 같은 능력을 구현했었지. 그때는 그게 아주 익숙하고 당연해질 줄 알았어. 이 순간을 기점으로 다시 합을 맞추는 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손끝에서 피어난 보랏빛 나비들이 한데 모여 날아오르며 복잡하면서도 섬세한 경로를 만들어낸다. 제 파트너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cc<=90 협채화(協彩和)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보통 성공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비를 잠시 눈으로 좇다가, 이내 손끝에 익숙한 감각을 불어넣었다. 한때는 둘이 아니면 절대로 안 될 것 같았던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사 년이나 꼬박 지나서는. 하지만 알아? 지금도 둘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아.)
cc<=90 스타더스트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3 > 43 > 어려운 성공
GM
두 사람이 멋들어진 시범을 보여 과녁 정중앙에 에너지를 명중시킵니다.
학생A
와……!
학생B
봤어, 방금? 난 제대로 못 봤어.
학생A
아니, 뭔 총알처럼 그냥 뚫던데?
GM
대부분의 학생들은 두 사람의 협력에 경탄의 언사를 뱉었습니다.
애당초 루돌프는 꽤나 유명인사기도 하고,
이 깔끔한 설계와 우아한 구현은 각성자라면 알아보지 못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아름다웠거든요.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죠.
여기 모인 학생들은 1학년이라, 학교를 일찍 떠난 루돌프는 물론이거니와
당신과도 재학 기간이 겹치지 않아 아는 얼굴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두 사람의 이야기고, 앉아 있는 후배들은 모두 둘을 알고 있겠지요.
4년 전 학내 시위 이후 두 분파로 갈라진 세력은 저마다 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가 없는 동아리를 형성해 각자의 세력을 내세웠습니다.
정부를 위시하는 축이 교지 편집부,
운동에 나섰던 학생들을 그대로 계승한 축이 전통 음악 동아리였지요.
자기 자리 옆에 작은 젬베를 내려 둔 학생 하나가 손을 들고 일어서더니 불쑥 말합니다.
학생M
외람되지만, 선배님께서는…… 4년 전 학내 시위 중 끌려가신 후 계속 *괴뢰 정부* (이 파트에서 꽤나 냉소적인 어조가 터져나왔다. 적대적이기도 한.) 에 붙잡혀 계셨던 것으로 아는데요.
이능력을 어떻게 그렇게까지 다듬으셨습니까?
GM
짧은 침묵.
그 가운데 건너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이 대들듯이 반박하고 나섭니다.
학생B
재, 재능의 영역이라는 것도 있잖아~! 너는 맨날 실습 점수 하위권이니까 질투라도 하는 거냐, 마르보?
학생M
(살짝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나는…… 나는 정보 차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충성하는* 자들에게 조금 더 능력을 개화하기 쉬운 방법을 알려 줘서 자기 사람으로 키운단 말도 있잖아.
GM
아무래도 학생은 돌고 돌아 결국 루돌프가 정부에 충성하는 것을 비꼬고 싶었던 것 같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감탄하는 학생들 틈에서 아이린의 눈도 경탄으로 빛나고 있었음을 루돌프 정도가 아니고서야 몰랐을 것이다. 오랜만에 합을 맞추는 것이었음에도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깔끔하고 우아했기에.)
(그러나 이어지는 학생들의 설전에 아주 잠깐 반짝였던 빛은 다시 차갑게 사그라든다. 저들은 보여진 모습만을 알 테니 망명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루돌프가 좋게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내 사람에게 저런 비꼬는 듯한 언행은, 달갑지 않네.) 우린 이곳에 초청되어 온 너희의 선배야. 할애된 시간이 길지 않은데, 이런 쓸데없는 설전으로 낭비해도 괜찮겠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두 시간이면 길지 않나? 하고 이 와중에도 생각하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물론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는 4년 동안 아주 조금은 더 어른이 됐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수업에 관련되지 않은 건 나중에 따로 해도 되잖아, 그렇지?
이론보다 실전이 능력 신장에는 더 도움이 되니까, 내 *파트너* 말대로 길지 않은 시간 안에서 충분히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고~
GM
하고선 마침 의문을 제기했던 학생의 페어부터 실습을 시작해 보기로 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약간 꼰대스러운 표정으로 팔짱 끼고 본다)
GM
어떤 페어는 헤매기도 하고, 또 어떤 페어는 정확한 명중률을 보이기도 하고.
의문을 제기했던 학생의 페어는…… 보자
학생M
cc<=60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 > 1 > 대성공
잘 하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엄청 잘하네)
GM
굉장히 잘 하네
차마 태클을 걸기 뭣할 정도로 화려한 기술 정확도를 자랑하는 페어……
너희들도 나중에 크게 되겠구나
아무튼, 그렇게 두 시간이 흐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꼰대자세를 해제했다. 실력 면에선 흠잡을 데 없네. 우리 루돌프에게만 좀 더 예쁘게 말하면 좋을 텐데.)
GM
학생들은 두 사람 (학생 페어가 갑자기 뛰어난 실력을 선보여 오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린과 루돌프 이야기입니다) 이 얼마나 이능력을 잘 운용하던지,
저마다 감탄하며 재잘재잘 강의실을 나섭니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쪽도 여전히 있긴 했고요.
강의가 끝나고, 루돌프는 1학년 때 지도교수님이 잠시 보자고 하셨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잠깐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 시간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루돌프가 사실은 어떤 진실을 갖고 있다 한들 지금으로서는 알려져선 안 되는 일이다. 학생들의 시선에는 신경을 끄고 자신이 해야 하는 기술 시연에만 충실했다. 원체 마이웨이 스타일이었으므로. 루돌프에게 잘 다녀오라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곤 로비로 향한다.)
GM
로비에 한가로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을 때쯤,
누군가 조심스레 다가오는 기척이 들립니다.
키가 작은 단발 여학생이네요.
명찰에는 '릴리안 웨즐리'라 쓰여 있습니다.
릴리안 웨즐리
저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아까 강의 들었던 릴리안 웨즐리라고 합니다……
GM
잔뜩 긴장한 태가 역력히 나는 자세로 대뜸 태블릿 패드를 내밉니다. 뭐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예의 차가운 낯으로 시선만 태블릿을 향해 움직였다.)
릴리안 웨즐리
저 사, 사, 사사, 사인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니까…… 패, 팬이어서요……! 제가! 서, 선배님이랑, 펜더가스트 선배님이랑…… 저, 저 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옆에도 자, 잠깐 앉아도 될까요……? (사람 하나는커녕 둘이 들어가도 괜찮을 만치 넉넉한 옆자리 힐끔대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이건 예상 밖인데. 나한테 팬…… 이라는 게 있다고? 그냥 군인일 뿐인데, 나. 아, 루돌프의 페어라는 사실이 밝혀져서 나까지 얼굴이 팔린 건가.)
(여기엔 내가 아니라 루돌프가 있어야 했다. 그애라면 기다렸단 듯이 활짝 웃으면서 응해줬을 텐데. 난 사인이랄 것도 없다고. 이런 식으로 접근해오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던지라,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한다.) 옆에는 왜?
릴리안 웨즐리
저어 사, 사, 상담을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요…… (태블릿 잡은 손 덜덜 떨며 필사적으로 말하는 중.) ……이, 인자미나 기억하시죠?! 선배님들 1학년이실 때 꽤 유명하셨어서…… 이,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자, 잘 모르는 사이에 겨우 사진 며, 몇 개만 보고도 이렇게 얘기하는 건 좀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요, 저, 저 굉장히 동경했거든요……
GM
루돌프야 그렇다 치더라도, 당신은 그렇게까지 유명인도 아닌데 동경할 이유가 있을까요?
난 물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나리오에서 이런 지문을 줬으니 일단 송출은 하마
대단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ㅋ)
GM
전 존재만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를? 아니면 루돌프를? (비맞은 강아지처럼 떨고 있는 게 안쓰러우니 일단 태블릿을 받아들기는 했다.) 우습다고 여기진 않아. 조금 궁금할 뿐. 그애는 몰라도 난 학생 때 그다지 눈에 띌 만한 일은 하지 않았거든.
릴리안 웨즐리
저, 저는 지금까지 임시 페어를 몇 번이고 거쳐 ㅂ, 봤거든요…… (태블릿 받아드는 모습에 눈 동그랗게 뜨고.) 그, 그런데 저는 동조율이 하나같이 엄청 낮아서…… 서, 선배님들께서는 오랜 기간 떨어져 계셨는데도, 각자 능력을 열심히 갈고 닦으신 것 같구…… 그래서, 오, 오늘 수업을 듣고 더 감탄하는 마음이 새, 생겼어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정확히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됐던 거지만. (나지막이 중얼인다. 그 때엔, 능력을 키우는 데 몰두하지 않으면 고독과 그리움에 질식해버릴 것만 같았다.)
동조율을 높이는 방법에 관해 상담하고 싶은 거니? (태블릿을 받아들고선 멀뚱히 릴리안을 바라보기만 한다. 의도치 않게 애태우는 중)
릴리안 웨즐리
그, 그것도 그렇구…… 저 시, 시간이 당장 없으신 게 아니라면 며, 몇 가지만 더 여쭙고 싶어서요……!
GM
릴리안이 그렇게 입을 떼던 순간,
난데없이 복도 저쪽 끝이 소란스러워집니다.
학생B
아, 또 연구동아리 미친 애들 짓이야?!
학생
으악!! 난 귀신은 괜찮아도 벌레는 질색이란 말이야~!!
GM
……
복도에서, 로비로, 거대하고 꿈틀거리는…… 다리와 더듬……이,
역겹게 번쩍거리는 갑주를 갖춘……
어디로 보나 보편타당하고 완전한 바…… 선생이 기어오고 있습니다.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의 크기가 4m쯤 되었다는 정도?
조금 이성을 갖춘 학생들은 그 안에서 키잉거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기에,
이것이 연습용 크리처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긴 했을 겁니다.
다만 본능적인 혐오감이라는 건 어찌할 수 있는 류의 것이 아니며……
이상한 실험으로 학내 사고의 주원인이 되곤 하는 연구부가 또 폭주 로봇을 만들어냈으리라는 추측……
그 폭주 로봇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걱정……
모든 사람을 소극적으로 만들기 딱이네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린~ 거기서 뭐…… 해…… 오. (오.)
GM
용건이 끝났는지 루돌프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순간,
바……선생이 돌아봅니다.
눈이 달린 것 같진 않았지만 크리처 로봇이니 뭐 감지 센서는 있겠죠?
폭주 직전이었던 바선생은 놀랍지 않게도……
갑작스레 입? 저걸 입이라고 해야 돼? 선생에게 입이 있나요? 잘 모릅니다.
아무튼, 입을 벌리고 몸을 구부려 뒤로 돌아 루돌프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누구도 크게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루돌프가 활약하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아 온 후배들이 대다수였지요.
한두 사람 나와 있던 교수들이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지니고 달려오긴 했습니다만,
루돌프가 손을 들어올렸으므로 그를 믿고 기다리는 기색입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습니다.
노란 에너지가 넘실거리지도, 놀라우리만치 정교한 구현이 손 안에서 피어나지도 않습니다.
입을 살짝 벌린 채로 굳어 있네요. '벌레를 무서워해서'? 설마요. 그런 적이 없는데.
크리처 로봇이 그에게 달려듭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 당신이 해결해 봅시다.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벌레는 익숙하고, 또 친숙한 편이었으므로 겉모습에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 크기를 보아 크리쳐 로봇이라는 것도 금세 추정했고. 곁의 겁 많아 보이는 학생이 기절하지는 않았는지 여유롭게 살피고 자신이 해결해낼 참이었다. 루돌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제가 없어도 될 만큼(물론 정말 없으면 안 되지만) 완벽한 능력을 구현해내던 그였으니 이번에도 그가 처리해낼 줄 알았는데…… 어쩐지, 이상하다. 왜 능력을 쓰지 않지?)
루돌프! (생각보다도 몸이 먼저 움직였다. 떼지어 날아오른 보랏빛 나비들이 순식간에 뻗어나가, 크리쳐 로봇을 둘러싸고 약점을 향해 광선을 쏘아댄다.)
cc<=90 협채화(協彩和)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0 > 60 > 보통 성공
GM
물론 정말 없으면 안 되지만
당신이 아름다운 조치를 취한 것과 더불어,
뒤에서 어쩔 줄을 모르던 릴리안이 기지를 발휘해 던진 사과에 맞은 바선생은 ─ 마치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속 등장인물마냥 ─ 뒤로 벌러덩 나자빠져 꿈틀……댑니다.
소름끼칠 정도로 잘…… 만든? 잘 만든? 형상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재현에 감탄할 때는 아니지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크리쳐가 쓰러지는 걸 보자마자 루돌프에게 달려간다.) 루돌프?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나 조금 사소한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살짝 얼빠진 표정 됐다가 부드러운 낯짝으로 돌아오며 속닥였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낯빛이 점차 창백해지기 시작한다. 벌써부터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어떤 문제?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이능력이 안 나오는 것 같아. (사소하진 않다. 짐작대로.)
GM
아무래도 영 좋지 않은 상황이네요.
의무실에라도 들러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때, 릴리안이 달려옵니다.
릴리안 웨즐리
서, 서, 선배님 괘, 괜찮으세요……?! 제, 제가 보, 보보건위원인데 지금 의무실이 잠깐 자, 잠겨 있을 거든요…… 여, 열어드릴 테니 가시겠어요……?
GM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은 제2의무실입니다.
두 사람이 언약을 했던 바로 그곳.
갈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전혀 사소한 게 아니잖니? (왜, 하필 지금 이능력에 문제가 생긴 거지? 잘 빚어진 얼굴이 점점 더 희게 질린다. 후배의 목소리에 겨우 고개를 돌렸다. 들은 걸까? 루돌프의 상태를 아는 사람이 많아져봤자 좋을 게 없는데. 그러나 입단속도 일단은 나중이다.) …… 부탁해.
GM
릴리안 쪽은 이능력 사용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 못한 기색입니다.
안내를 받아 제2의무실로 향합니다.
후배 아이가 자리를 비켜주고, 남은 것은 두 사람뿐이네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침대에 적당히 걸터앉아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일단 좀 앉을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공교롭게도 이곳은 저와 루돌프가 언약을 맺었던 곳이다. 이곳에 또다시 네 문제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때 느꼈던 초조함마저도 엇비슷했다. 제 아랫입술을 깨물며 루돌프의 곁에 앉는다.) ……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니. (여상히도 가벼운 어조.) 능력 자체가 사라진 기분은 아니야, 애초에. 에너지 흐름도 평범하게 느낄 수 있고. 그냥 나오지 않는 정도? 누가 의도적으로 차단해 둔 것처럼~
아마 얼마 전에 자선 파티 날 크게 능력을 한 번 썼잖아? 그렇게 화려하게 과시해 봤던 건 나도 처음이라, 그렇게까지 능력이 거대해진 것부터가 애초에 의도했던 결과가 아니라 조심스러웠거든. 그 때 너무 많이 써서 반동이 온 거 아닐까? 휴식기같은 느낌으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반동이 그런 식으로도 올 수 있던가. (언약을 맺게 된 계기가 설계 반동이었다.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는 주제다. 또다시 루돌프가 그런 일을 겪는 건 정말이지 사양이니까.) 정말 그것 때문일까? 네 추측대로 누가 일부러 관여라도 하고 있는 거라면…….
요한이 말하길 그들이 인체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잖아. 너조차 모르는 사이에 네가 이용이라도 당하고 있으면 어떡해? (한 번 차오른 불안은 계속해서 크기를 키워간다. 루돌프의 손에 제 손을 올렸다. 떨리고 있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비유로 들었을 뿐인 표현이 어째 눈덩이처럼 불어나 돌아온 기분이라 잠시 멍청한 표정이 됐다가.) 이용을 '당하고 있다'기보다는~…… (올려진 손을 꽉 마주잡았다.) 비슷하지만 좀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그 때 기억나? 노노이 라가힛, 이랑 마지막으로 봤을 때 있잖아. 그 애가 그렇게 되던 날 나랑 요한이 근처에 있다가 엄청나게 피를 뒤집어썼고…… 그 때부터 에너지 유량이 이상할 정도로 요동쳤었거든. 그 애가 무언가의 실험 대상이었다는 건 린~도 나랑 같이 있을 때 들은 이야기고.
그러니까, 아마 내가 직접적으로 실험을 당하고 있다~기보다는, 그 날 이후로 간접적인 영향이 계속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 아마 그쪽에서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경로에 의해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애가 뭔가 당하고 있었다는 건 나도 그날 알게 되었었지만, 그때의 일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계자 없이도 엄청났던 유량과 정확도는 그 때문이었구나. 하나의 이유를 알자 하나의 의문이 더 생긴다. 대체 무슨 실험이기에.)
요한의 형으로 추측되는 헌병대원과 눈이 마주쳤었어. (꽉 맞잡아주는 손길을 감각하며 눈을 반쯤 내리감았다.) 지금까지 너와 날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네 에너지 유량이 특이할 정도로 높다는 걸 정부 측에서 알면 좋지는 않을 것 같아서.
네게 문제가 있지는 않은 듯하니 다행이지만, 나중에라도 어디 이상한 점이 느껴지면 꼭 말해줘야 해. 알겠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글쎄~ 기억하지 않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우리, 꽤나 유명인사잖아. (맞잡은 손을 살살 가볍게 앞뒤로 흔들었다.) 아무튼, 그 때 이후로 늘어난 에너지를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아서 꽤나 고생했던 적도 있어. 어떻게 하면 잘 조절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 애랑 관련된 실험을 밖에서 추적했었고. 각성자의 능력을 강화시키는 무언가라는 것밖에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게 뭔가 나랑 요한한테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거든.
이게 안정된 건 비교적 최근에 있던 일이라서, 그 이후로 다시 린~한테 돌아올 수 있게 된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크게 힘을 써 본 건 파티에서가 처음이었는데…… 역시 좀 반동? 같은 게 온 걸까, 아닌가 싶고~ 아까 수업 때 시연했던 건 굉장히 작은 힘이었으니까. 비유하자면…… 흐음.
(이어 제 워치 언저리를 톡톡 두드렸다.) 배터리가 2% 정도밖에 안 남았던 워치를, 시연하면서 다 써 버렸다는 느낌? 방전된 전자기기랑 비슷하니까 충전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실험에 이용당하다가 단물을 다 빨아먹었다 싶었으니 버린 거구나. (헌신짝처럼. 그애에게도 소중한 친구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겠지. 그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거고. 어쩌면 더욱 진화했을 테고. (얼마 전 옮겨온 프로젝트 아난시, 조만간 확인해봐야겠는걸.)
(워치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충전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짐작이 되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중간에 그만두지 않았다면 아마 그렇겠지. (고개만 까딱해 보이며 맞잡은 손에 살짝 힘을 실었다.) 충전은 지금도 해 줄 수 있지 않아? 네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만두었을 것 같진 않구나. (그때에도 사람을 부품처럼 알던 이들이 지금이라고 바뀌진 않았을 것이다. 더욱 악해지면 악해졌겠지.)
아,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지. 페어가 없는 채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단 것조차 잊고 있었어.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루돌프의 손을 제 양손으로 붙잡는다. 천천히 눈을 내리감고 제 에너지의 절반 즈음을 주입했다. 4년 전 이곳에서 이 동작을 했을 때는 완전히 수세에 몰려 허덕였었지. 지금도 알 수 없는 앞날에 약한 불안감이 느껴지지만 그때보다는 훨씬 스스로가 안정되어 있음을 느낀다. 페어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날뛰던 바다가 잠잠해진 듯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페어가 없는 채로 오랜 시간을 보낸 건 나도 마찬가지인걸~ 하지만 앞으로 쭉 같이 있을 거니까 이제 괜찮겠지, 까먹을 일도 없을 거구. (에너지가 들어오는 것을 온전히 느끼고 나서야 몸에 미약하게 남아 있던 긴장마저 완연히 풀었다. 앉아 있던 자세가 느슨해지고, 이내 침대 뒤쪽으로 벌렁 드러누웠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그리운 감각은 언제나와 같이 따뜻하고 마냥 좋아서. 간만에 고향을 찾는 이들이 이러한 따스함을 느낀다 하지 않던가? 이제 제게 고향이라 부를 만한 장소도 사람도 당신밖엔 남지 않았으므로……)
GM
돌이켜 보면, 루돌프는 돌아온 날부터 그리 100% 만전의 컨디션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몇 주 간, 정확히는 당신과 다시 만난 날부터 조금씩 회복되었지요.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요?
안심한 건지, 그는 곧 풀어진 얼굴로 잠에 빠져듭니다.
당신이 생각에 빠져 있던 차, 조심스레 보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릴리안 웨즐리네요.
릴리안 웨즐리
저 서, 서, 선배님…… 아, 바, 방해하려는 건 아니고요……! 호, 혹시 회복제가 필요하실까 해서요. 서, 선배님께서 노, 노노놀라신 것 같아가지구……
GM
학생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농담 삼아 포션이라고들 부르는, 각성자들이 자주 마시는 체력 회복제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바보 같긴……. (애정이 어린 눈길로 잠든 루돌프를 응시한다. 항상 한 곳에 머무르고 있었어도 제 자리라곤 없는 듯 아득하기만 했다. 매일이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장벽을 넘어 돌아온 당신이 마침내 제 손을 잡아주면 저에게도 두 발을 딛고 설 곳이 생긴다. 내 삶을 완전히 채워주는 사람은 너뿐이야.)
(루돌프의 머리칼을 쓸어주다가 문가로 고개를 돌린다. 직전에 많이 놀라기는 했었지. 솔직히 좀 방해이긴 한데, 저를 생각해 가져와준 것이니 괜히 미운 소리는 하지 않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포션을 받아든다.) 고마워.
아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었지?
릴리안 웨즐리
네, 네에…… 그, 그 선배님 주, 주무시는데 방해될까봐 죄송, 죄송하지만 아, 아까 하던 이야기, 저한테는 되게 주, 중요하거든요…… 조, 조언을 듣고 싶은 게 있어서 실례를 저, 저질렀습니다아…… (힐끔 눈치를 보다가도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한 표정을 하며 말을 이었다.)
저, 저 사실 동조 장애……가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어서요……
그, 그런데 저는…… 저는 꼭 멋진 각성자가 되어야 해요. 그러니까, 어, 조금 TMI인데요…… 저, 저희 부모님께서 각인하신 각성자 부부였다고 하시는데, 스, 스와콥문트 시민, 이시거든요…… 저, 저랑 오빠가 아주 어릴 때 떠나 버리셨어요. 그 뒤로는 연락도 끄, 끊어 버리시구……
그래서 저랑 오빠는 오, 오랫동안 부모님이 저희를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직접 마, 만나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우연찮게 저도 각성자로 태어났으니까, 제, 제가 공적을 세워서 시, 시민권을 따려면 구현자로서 머, 멋진 행보를 보여줘야 가능성이 생기구요……
그런데 이, 이런 상황이니까요. 혼자서도 전투할 수 있는 노하우를 익혀야 해서…… 그, 그래서 선배님께 여쭤보는 거예요. 두 분의 동조율이 노, 높은 건 우연이나 어떤 조건 때문일 수 있지마안…… 선배님께서 페, 어가 사라진 상황에서도 이능력을 다루는 바, 방법을 터득하고 임관하신 건 또 선배님의 노력, 노력 때문이잖아요……?
(하고선 고개를 퍼뜩 들었다. 신뢰가, 동경이, 그리고 반짝거리는 경탄이 담긴 시선을 오롯이 당신에게로.) 저는 강해지고도 싶지만…… 이 능력으로 사, 사람들을 도와 주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도 싶거든요……! 뭐…… 누, 누가 뭐 세상을 냅다 구해라! 하고, 예수님처럼 시킨 건 아니지만요…… 오, 오빠도 각성자인데 지고 있을 수도 없구요……!
저는 선배님 덕분에 용기를 마, 많이 얻었거든요…… 저어, 예전에 사관학교 시위 있었을 때도 계셨다고 들었고…… 헤헤.
GM
우스운 일이네요.
당신이 루돌프 없이 졸업한 게 딱히 당신의 선택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한 일도 아니거니와 학내 시위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저 애는 거기서 느낀 것이 있는 모양이에요.
실로 일방적인 동경이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스와콥문트.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많은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제 어두워지는 표정이 릴리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일부러 무감한 낯을 유지했다. 너 또한, 홀로 많은 투쟁과 고뇌를 하고 있겠구나. 저와는 사뭇 다른 방향성이지만, 그렇다고 이 아이를 비웃거나 무시할 작정은 없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꼭 페어를 맺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 페어 없이 활동하는 각성자도 많아. 나도, 루돌프가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쭉 혼자였을 테니까. 혼자로도 페어에 딸리지 않게끔 부단히 노력했었어.
할 수 있는 한 알려줄게. 넌 나에게는 없는 것이 있으니까. (상대에겐 다소 알쏭달쏭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많은 이들을 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원하는 릴리안의 이상. 소중한 사람이 최우선인 저와는 분명 다른 점이었다. 내가 이 애를 도와준다면 언젠간 이 정부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겠지. 그 과정에서 접하는 진실은 때로 아프고 잔인하겠지만, 버텨낼 수 있기를.)
릴리안 웨즐리
……죄, 죄송해요, 제, 제가 너무 횡설수설했죠…… (눈동자만 도르륵 굴리다가, 이어지는 말에 쭈글쭈글해졌던 안색이 활짝 펴졌다.) 네, 네……! 이, 일단 선배님께서 어떻, 어떻게 구현 없이도 이능력을 바,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떤 훈련을 하셨는지 구, 궁금하고요, 또…… 저, 저 개인적인 질문을 해, 해도 되나요……? 두, 두 분, 시위에 나가셨을 때랑 지, 지금 마음가짐이 여전히 같으, 같으신지도 궁금하고요……! 너, 너무 사적이라면 답변해 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는, 되게 오, 오랫동안 두 분을 동경했거든요…… 헤헤, 그래서 아직, 아직도 같은 마음이시라면, 저도 부끄럽지 않도록…… 기, 기왕 힘을 가지고 태어난 거 더 나은 곳에 쓸 수 있게 최, 최선을 다하려고……! 마음을 구, 굳게 먹어 보려고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자신이 훈련했던 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설명해준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 소질이 있는 건 아닌지라 다소 미흡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딴에는 노력한 것이다.) 결국은 공격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해. 보통 설계자는 구현자가 능력을 강하고 정확하게 쓸 수 있게끔 정확한 경로를 그리는 데 집중하지만, 혼자 싸울 경우에는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니까. 내가 그린 경로에 내 힘을 새로이 실어 보낸다고 생각하렴.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에는, 느리게 손을 내밀어 릴리안의 한 손을 가져온다. 그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내려갔다. '여전해.' 짧은 한 마디를. 행동 하나하나가 주목받고 있는 지금, 불똥이 튈 만한 일은 최소화하는 게 좋을 테니.)
너는 여려 보이지만 굳세구나. …… 혼자가 되더라도 꺾이지 마렴.
릴리안 웨즐리
(손바닥에 써내려가는 글씨에 눈만 깜박이다가 이내 말갛게 웃어 보였다. '메모해도 되나요?' 하는 물음이 종알종알 덧붙은 것은 덤.) ㄴ, 네……! 제, 제가 뭐 대, 대단한 걸 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 하지만요……! 하지만 원래 여, 영웅담은 그런 데에서 시작되는 거잖아요…… 헤헤.
읏차, 시간을 너무 오, 오래 뺏어서 죄송해요……! (자리에서 일어나며 들고 왔던 태블릿 PC를 품에 소중히 끌어안았다.) 서, 선배님, 제가 그냥 두 분 오래오래 패, 팬이었으니까, 꼭 드리고 싶었던 말씀이…… 있는데요, 패, 팬이 연예인한테 말한다고 생각하고 드, 들어주세요……
앞으로 히, 힘든 일이 있으시더라도,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걸 하고 있나' 싶은 시, 시간이 오시더라도…… 그냥, 순간순간 으,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해서요…… 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많이많이 선배님들 조, 좋아하고 동경하거든요……! 그런 방식으로 선배님들께선 저희 하나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되어 주시고 계신 거니까……
……건강하셔야 해요! (하고선, 부끄러운지 고개만 꾸벅 숙이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어본 건 처음이다.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루돌프를 잃은 뒤 오로지 저 홀로만이 존재하는 듯한 공허와 외로움 속에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숨가쁘게 살아왔는데, 내 발자국이 이 세상에 남고 있었구나. 울컥할 만한 감동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멀어지는 후배의 뒷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했다.)
(문이 닫히고 다시 조용해지자, 루돌프의 곁에 탈싹 눕는다. 그를 향해 돌아누워 얼굴을 올려다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들었니? 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대. 당연한 일이지.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눈꺼풀 살짝 움직이는가 싶더니 한 박자 늦게 눈 뜨며 되물었다. 당연하게도 듣지는 못했고 그냥 방금 일어난 게 맞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무것도 아냐. (고개 살짝 내젓고 그의 품에 착 파고들었다.) 나도 졸린데, 조금만 더 자다 가는 건 어떻겠니? 라고 했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럴까 그럼? (홀라당 넘어감.) 어차피 아직 해야 할 이야기도 조금 남았구~
오늘 아침에 요한한테 연락을 받았거든. 카사블랑카를 떠나려면 린~한테는 준비 기간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어보던데. (이걸 지금 말하는 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졸린데 이런 얘기 하기야? (사실 별로 안 졸렸지만 괜히 투정부리듯 말해본다.) 얼마 안 걸릴 거야. 정리할 만한 관계도 가져갈 만한 것도 별로 없어서.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언젠가는 해야 하는 말이었는걸~ (잘게 키득거리며 몸을 반쯤 돌려 당신을 끌어안았다.) 그럼 조만간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할게. 요한이 참모총장 공관에서 가져왔던 프로젝트 아난시 관련 문서를 절반 정도 해독 성공했다 하더라구. 뒷부분은 아예 문서가 파쇄된 바람에 읽을 수 없었지만……
방위사령부 지하에서 뭔가, 부적절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나 봐. '아난시'는, 옥수수 한 알을 가지고 사람 백 명과 맞바꿨다던 도곤족 신화 속 신의 이름이라고 했으니 아마 이유 없는 작명은 아니겠지~ 싶다고 해서.
우리 학생 때 소문 돌았던 그 왜, 아놀드 박사님? 기억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당장 내일도 가능하니까, 너희의 일정엔 차질 없게 할게. (자연스럽게 안겨선 눈을 내리감는다. 편안한 어둠이다.)
응. 기억나. 아난시 프로젝트의 개요에는 그 박사가 경질되었다고 하던데.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맞아~ 역시 공주님은 똑똑하다니까. 말대로, 그 박사님이 실험의 총책임자였대. 뭔가 반발을 했다가 숙청당했다고는 하지만. 그 뒤로 프로젝트에는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 자동화 프로토콜을 도입했다나.
그래서 실험실엔 사람이 전혀 없겠지만~ 로봇은 조심하라고 하더라. 거기서 실험에 대해 알아낸 다음에, 증거물을 챙길 수 있으면 챙기고…… 그 길로 도시를 빠져나와 장벽 밖에서 망명 정부 사람들이랑 합류해서 나미브 사막에 가려고 해. 네가 동의한다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계획을 설명하는 루돌프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생뚱맞은 질문을 했다.) 사막에도 꽃이 피는 곳이 있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있겠지? (그리고 익숙하게 생뚱맞은 답변 하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사막의 나비는 어떤 빛깔을 지녔을지 궁금하구나. 그 꽃향기도.
난 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할 거야. (그를 마주 끌어안았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우연이네~ 나도 그런데.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사막에서 나비를 마주치면 사진을 찍을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고개 연신 끄덕이고) 루돌프 너도 같이 찍는 거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당연한 거 아니야? (?)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넌 나비를 기다리는 걸 지루해할 것 같으니까. 도망쳐버리는 건 아닌가- 하고.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음~ 그것도 그러네. (어쩐지 손쉽게 납득하며.) 하지만 괜찮아, 나비가 왔을 때 나도 돌아오면 되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 기다리는 건 내 몫으로 하자. 난 잘할 수 있으니까. (품에 고개를 묻은 채로 미소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나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니까. 늘 린~한테 돌아오기로 약속했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의심 안 해, 이제. (그 말을 끝으로 짧은 낮잠의 물결에 가만히 몸을 뉘인다. 비록 이 평온한 순간은 짧을지라도, 앞으로의 모든 순간에 둘이 함께라면 그걸로 다 괜찮았다.)
main
GM
.
.
얼마 뒤, 결행일이 되었습니다.
그간 두 사람은 현금을 조금씩 바꾸거나 짐을 싸는 등,
티나지 않게 준비를 마치고 중간중간 임무에도 얼굴을 비추느라 꽤나 바쁜 나날을 보냈지요.
결행 시각은 새벽 한 시.
보초를 서던 헌병대도 꾸벅일 시간입니다.
방위사령부 앞에서 루돌프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지하실 앞에는 사람이 없군요.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는 티를 내면 지하실의 존재가 들통날 테니,
아예 입구 안쪽에서 로봇들로 경비를 서는 것 같았단 것이 요한의 분석이었지요.
소통용 인이어를 타고 소리가 전해져 옵니다.
요한 에를리히
들리나?
입구에 경비 로봇이 있을 텐데.
그것들 상대만 조용히 좀 해 주면 걔네들 통해서 내부 설계도 다운로드를 할 테니까 부탁 좀 하마.
GM
두 사람은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합니다.
평상시에 이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요.
인이어 너머에서는 바쁘게 무언가 조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용히 문이 열립니다.
지하 출입 권한이 있는 참모총장의 지문을 인식시킨 모양이지요.
그 사람, 유용하다니까~
실험실로 향하는 주요 입구에는 푸르고 조도 낮은 조명이 밝혀져 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유용하네)
GM
다중 보안 시스템이 설치된 것이 감각만으로도 느껴지네요.
홍채 인식 장치는 요한이 무효화했댔으니,
남은 건 방 앞의 각성자 에너지 감지 장치겠네요.
이 레이저 선을 넘었을 때 등록되지 않은 각성자의 출입이 느껴지면
보안 로봇이 출동하는 구조라고 설명을 들었지요.
요한 에를리히
여긴 정면 돌파밖에 방법이 없으니까, 로봇이 튀어나오자마자 조용히 처리하면 돼.
설계도를 다운로드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시간을 좀 끌고.
너무 오래 끌 필요는 없고…… 한 14초 정도. (진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정말 정확한 시간이네요.
요한 에를리히
테라코르가 설계를 열면서 동시에 발을 내딛으면, 펜더가스트가 그 위로 에너지 구현을 얹어. 로봇은 부숴도 상관없으니 조금만 시간을 끌면 돼.
할 수 있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가, 요한과는 통신 중이라는 걸 깨닫고 목소리 내어 간결하게 대답했다.) 물론이에요.
루돌프, 네 능력은 눈에 띄는 편이니 최대한 출력을 낮출 수 있게끔 도울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화려하게 해서 좋을 건 없다는 거지~?
(적성엔 안 맞지만 일단은) OK야.
GM
아이린은 항법, 루돌프는 이능력 판정 진행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손을 앞으로 살짝 내밀면 보랏빛 나비들이 소리없이 날아올라 길을 만들어나간다. 루돌프가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실어도 되게끔, 제 힘의 비중을 늘려 경로를 설계했다.)
cc<=70 항법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5 > 15 > 어려운 성공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잠시 나비를 감상하는가 싶더니 ─ 아마 시간 끌기의 일환이었으리라 ─ 설계된 경로 위로 천천히 에너지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cc<=90 스타더스트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6 > 46 > 보통 성공
GM
두 사람의 설계와 구현이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마냥
정확히 맞아들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로봇을 경계합니다.
한 발짝 내딛은 순간,
굉장히 귀엽게 생긴!
고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흰 로봇 같은 비주얼의 보안 로봇이 튀어나와 전자기 파동을 퍼뜨립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오)
GM
미리 설계된 경로를 따라 구현이 쏘아지고,
바닥에 나동그라진 로봇은 얼마간 팔을 떨다 액정을 깜박거리며 이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요한 에를리히
……보안이 꽤 있네. 있어 봐…… 일부 구역은 아예 폐쇄되는 바람에 기록에 남아있지도 않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설계도는…… 이 정도.
GM
한편, 쓰러진 경비 로봇은 웅얼거립니다.
경비 로봇
……저는 제 할 일을 다 했어요! 공격하지 마세요!
GM
기술이 발전되면 인간과 닮은 로봇이 시장을 지배하리라는 과거의 예측이 있었던가요.
로봇들은 귀엽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점점 일원화되었지만 말이에요.
인간과 닮은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여러 윤리적 관념 상 굉장히 심한 규제를 받는 일 중 하나니까요.
경비 로봇은 액정에 T_T 표정을 띄웠다가,
경비 로봇
등록되지 않은 각성자예요! 어떤 목적으로 방문……
GM
하는 대사를 마지막으로 치지직 소리를 내며 꺼져 버립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데이터 분석실이랑, 실험실 A…… 중앙 실험실, 정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쓸데없는 대사를 넣어뒀구나, 라고 생각하는 냉혈인간) 데이터 분석실부터 가보자꾸나. 혹시라도 발각이 되기 전에 옮길 만한 데이터부터 살펴보는 게 좋겠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리고 그냥 귀엽다고 생각하는 MBTI F. 너 T야?) 정보 수집이 먼저라는 거지? 좋아~ 가자. (냉큼 손 내밀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매우 T인 편) 응. (망설임없이 손을 꼭 잡고 데이터 분석실로 향했다.)
GM
수집된 모든 실험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곳처럼 느껴지는 장소입니다.
대형 서버 룸과 여러 개의 분석 스테이션으로 구성되어 있네요.
로봇이 즐비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캐비넷 하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로봇은 케이스에 담겨 잠들어 있습니다.
에너지 변환기와 고성능 PC가 늘어서 있네요.
무언가 복잡한 스트림이 화면에 표시되고,
중앙 실험실을 도식화해 둔 듯한 원형 챔버도 모니터에 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메인 PC네요.
잠겨 있지만.
메인 PC
권한자의 생체 정보를 인식해 주세요.
SYSTEM SKYWAY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요한이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GM
지문을 인식시켜 해제하는 장치인 것 같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무책임함) 이것도 참모총장 지문으로 될까요?
요한 에를리히
…… 방금 그거 나한테 말 건 거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제가 여기서 존댓말 쓸 사람이 요한 말고 더 있겠나요.
요한 에를리히
그건 그런데.
……될 거야. 있어 봐.
GM
그 말대로 잠시 기다리자, 잠금이 금방 풀립니다.
인공지능 제어 시스템인지 화면에는 대화 창이 떠 있네요.
이전의 대화 내역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곳들을 둘러보며 단서를 획득한 후에 물어볼 내용을 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곳에서 메인 PC 말고 더 볼만한 건 없을까)
GM
없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쓸만한 데이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제어실에 가보는 게 어떻겠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제어실에 갔다가 중앙 실험실로 가는 거지, 그럼~? (일단 지도 상으로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끄덕) 그 다음에 저 인공지능한테 정보를 빼내는 게 낫겠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응, 린~이 그렇다면 그런 걸로 하자.
GM
제어실은 실험실의 모든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곳처럼 보이네요.
문은 딱 로봇이 드나들 만큼만 열려 있습니다.
두 사람, 크기 판정.
참고로 실패해야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로봇 크기가 얼만큼 되지? 일단 몸을 낑겨넣어본다)
cc<=50 크기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실패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너만하네)
cc<=65 크기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8 > 18 > 어려운 성공
GM
성공하면 낍니다.
자유로운 판정을 통해 빼 줍시다. (미안)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럴 수 있다 루돌프는 나보다 키도 덩치도 크니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도와줘. (눈 똘망똘망하게 떠 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갑자기 엄청난 사명감이 듦) 있어 봐. (문을 옆으로 최대한 낑낑대며 밀어본다)
cc<=40 근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실패
(ㅋ)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ㅋ)
나…… 나갈 수 있는 거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럼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든 나갈 수 있게 해줄게 (이번엔 루돌프 팔을 잡아당겨본다... 아프지 않기를...)
cc<=40 근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실패
(아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정말 어떻게든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거지? (어쩐지 쌓여가는 불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나 못 믿어? (아무리 그래도 3년간 소위로 굴러온 짬밥이 있지. 빠르고 날랜 동작으로 루돌프를 잘 구기고(?) 뭉쳐서(?) 문에 맞는 사이즈로 만들어준다)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2 > 62 > 보통 성공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잘 구기고 뭉쳐져서 동글동글하게 빠져나옴.)
GM
사고도 잠시……
두 사람이 들어서자마자 방 전체에 낭랑한 울림이 퍼집니다.
로봇의 음성
생체 스캔을 시작합니다. 각성자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현재 동조율 78%, 동조 효율 A.
GM
이후로도 음성은 두 사람의 신체 정보를 몇 가지 더 읊고 풀썩 꺼집니다.
요한 에를리히
……방금 뭐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영 불쾌한데. (중얼거린다) 제어실A에 들어오자마자 생체 스캔을 한다는데요.
우리가 들어왔단 기록이 남으면 안 되지 않아요? 부술까요, 이거?
GM
그 때,
구석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안내 로봇 하나가 팔을 흔듭니다.
안내 로봇
이리 오세요! 두 분의 신체 상태를 점검해 드릴게요, 각성자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부술 뻔햇다 진짜로)
요한 에를리히
(아)
……위해를 끼치는 종류는 아닌 것 같은데. 단순히 신체 상태를 점검할 뿐인 것 같으니까 내버려 둬.
GM
그러는 사이 로봇은 루돌프에게 달라붙어 팔 길이를 재고, 손을 내 보라고 하며 에너지 상태를 점검하는 등 소란스레 굴기 시작합니다.
안내 로봇
오래 떨어져 계셨군요! 아이 참, 두 분은 정식 페어신데도!
이러면 안 돼요~ 동조율이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페어 간 의존도가 강해진단 말이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얘, 너는 그걸 가만히 두고 있니. (물론 루돌프라면 가만히 둘 만한 성격이긴 한데)
(이 로봇은 뭔데 이리저리 참견해대는 거야?)
안내 로봇
지금까지 두 분이 페어인데도 떨어져 있으면서 버틸 수 있었던 건 루돌프 님의 에너지 유량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하지만~ 귀엽잖아. (좋은 말 해 주시잖아 톤)
안내 로봇
최근에 에너지 파동이 갑자기 일치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재회한지 얼마 되지 않으셨군요?
루돌프 님의 에너지 파동과 유량은 지금 굉장히 불안정하답니다.
안정시키려면 아이린 님이 반드시 필요해요! 떨어지지 마세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귀엽다고 아무거나 다 듣고 있으면 돼, 안 돼? 게다가 여기가 어딘데…… (잔소리를 하려다가 로봇에게 시선이 스륵 굴러간다. 그렇잖아도 조심해야 하는 공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게 시끄럽게 조잘대는 건 거슬리지만, 상황 파악은 정확히 하고 있는 것 같네. 내가 필요하단 말도 마음에 드는걸.) (매우 편파적인 감상 중)
…… 떨어지지 말래. (듣고 있지 말라고 한 사람은 어디로)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린~이 조금 이 로봇을 마음에 들어하게 된 것 같아. 기분 탓일까? (아니)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 그건 중요하지 않잖니! (말 조금 더듬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에엥~
GM
안에는 시끄러운 안내 로봇 말고도 잠든 로봇이 여러 개체 있습니다.
깨울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자동화되었다는 연구 프로토콜 탓인지 일지나 사람이 쓰던 물건은 거의 없네요.
로봇을 켤 수 있는 스위치도 각 개체마다 옆에 하나씩 보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나저나 동조율이 벌써 78퍼센트나 됐구나. 뿌듯하지만, 불안정하단 말에 괜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앞으론 계속 함께할 거니까. 이전처럼 멀리 떨어질 일은 없을 거니까…… 괜찮겠지.)
(페어에 대한 감상은 잠시 뒤로하고 로봇들을 물끄럼 바라본다. 프로젝트에 쓰이던 로봇이 어디 있을 만도 한데.)
(스위치를 하나씩 켜보았다)
GM
(하나씩?)
하나만 켜도 상관없었지만…… 많이 켜도 상관이 없긴 하다. 하나씩 켜 봅니다.
어떤 로봇은 '인간다운' 행동을 하며 하품을 하고 일어나 돌아다니기도 하고,
또 어떤 로봇은 눈을 깜박거리는 이모지를 화면에 내세우더니……
다시 잠들기도 하네요. 이건 뭐지? 아무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건 뭐지?)
GM
그 옆에서 자연스레 액정에 불이 들어온 로봇도 위로 팔 파츠를 쭉 뻗습니다.
AECE
연구원 님! AECE 기상했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이 나왔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확실히.
(로봇에게 답한다) 네가 최근 참여중인 프로젝트의 데이터가 필요해.
AECE
대부분의 연구 과정은 데이터 분석실의 메인 PC에 담겨 있답니다! 앗, 아니면 '프로젝트 아난시'의 개요에 대해 말씀드려야 할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 아난시에 대한 정보라면 뭐든.
AECE
'프로젝트 아난시'는 옥수수 한 알로 백 명의 사람을 먹여살렸다는 신 아난시에게서 이름을 부여받은 프로젝트예요!
한 명의 각성자로 'X각성자' 80명을 만들 수 있지요.
중앙 실험실에서 자세한 내용을 열람하시겠어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X각성자'? 단어부터가 느낌이 안 좋네.) 좋아.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실험실로 가는 거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이제야 좀 찾던 게 보이는 것 같아.
더 살펴보고 싶은 게 있니? 그 안내로봇한테 내 신체 상태라도 물어볼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린~은 무리한 적 없지 않아?
(물론 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간에.)
그것도 궁금하긴 하지만~ 오늘은 건강 검진이 아니라 정보 수집을 하러 온 거니까. (의젓한 말.)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음. (전장터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위험하게 싸워왔기에 무리를 했을 수도 있지만…… 능력 면에선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으니 애매모호하게 긍정한다.)
다 컸네. (머리 쓸어줌) 그럼 갈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우리 같은 나이 아니었어? (얌전히 쓰다듬받으며 고개 끄덕였다.)
GM
두 사람은 이어 중앙 실험실로 이동합니다.
복도 너머로 실험실처럼 보이는 공간 몇 군데를 지나치면,
대부분 결벽적일 정도로 완벽히 정리되어 있군요.
잠든 로봇들이 몇 개체 보입니다.
중앙으로 다가갈수록 여러 개의 에너지 챔버와 복잡한 기계 장치가 여러분을 마징합니다.
실험실 가운데에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에너지 코어가 존재합니다.
녹색으로 빛나는 유리관 안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액체가 가득 차 있네요.
주변을 둘러보면 벽감을 따라 비슷한 유리관이 늘어서 있습니다.
같은 용액이 들어찬 내부엔……
마치 배아를 닮은 모양으로 보관되어 있는 어떠한 '존재'들이 수십 개 있네요.
가운데의 에너지 코어를 더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설마 저게 X각성자인가? 눈살을 살짝 찡그렸다가 에너지 코어를 들여다본다)
GM
생명을 배아해내는 빛깔, 녹색.
용액 안에 푸르게 잠들어 있는 심장.
검붉게 바랜 색상 위로 밝고 인공적인 녹빛이 감돕니다.
심장은 아주 느린 박동을 지닌 채 떨듯이 뛰고 있었지만,
맥박을 전달해야 할 혈관은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네요.
대동맥에는 실험 장치의 일부같은 관이 붙어 있는데,
그것은 마치 탯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래에 네임 태그가 있습니다.
네임 태그
유리 모하에.
AECE
'프로젝트 아난시'의 핵심 에너지원을 보셨군요!
강력한 각성자였던 구현자 유리 모하에의 심장이랍니다.
이 심장에서 발산되는 혈액과 약품을 섞어 일반인에게 주사하면,
거기서 파생된 X각성자가 탄생하지요.
지금까지 실험 성공률은 43%로 목표 수치인 55%까지 순조롭게 도달해 나가고 있어요!
여기 대동맥에 연결된 건 엄빌리컬 케이블이에요.
이 케이블을 통해 전기 신호를 공급하면 뇌 없이도 심장이 혈액을 생성해 내는데,
신진대사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프로젝트 아난시' 초반의 가장 힘든 지점이었답니다.
아놀드 박사님께서 생명을 창조하신 거예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께서 이번에도 옳으셨던 거죠!
GM
알아갔던 시간은 고작해야 두어 달 남짓.
그러나 유리 모하에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구심점이 되어 저 홀로 머나먼 곳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기일마다 열리는 추모제에서 학생들은 사상과 정치 신념을 떠나,
적어도 교내에서 더는 이러한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에 뜻을 모아왔습니다.
누구도 그의 심장이 이런 모독적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텐데.
요한 에를리히
……두 사람 다 왜 말이 없어?
로봇이 뭐라 말하던데, 잘 안 들렸다. 뭐가 있는데 거기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 (분노와 충격으로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아주 조금은, 아주 조금은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갖고 있었는데. 다르게 보면 희망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그것이 지금 눈앞에서 완전히 박살난다. 우리의 위에 군림하는 정부가 얼마나 피도 눈물도 없는지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짧은 시간 얕게 알았던 저조차도 이 정도로 참담한데, 정식 페어를 맺고 지금껏 그를 잊지 않은 요한에게 대체 어떻게…….)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더 걸린 후였다.) 유리의 심장이 여기 있어요. …… 이걸 통해 X각성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는군요.
GM
요한에게 상황을 전달하자, 그는 통신이 끊겼는가 의심될 정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떨리는 숨소리만이 간신히 들려오네요.
그 올곧은 여자를 생각해 볼까요.
모든 것에 눈감고만 있었으면 이 풍족한 도시에서 아무 어려움 없이 살아갔을,
지금의 우리보다도 어렸던 청년.
아무도 그에게 세계를 더 나은 것을 만들라 시키지 않았는데도요.
그런데도 저 홀로 분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에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여러 비밀을 일러 주고,
불길처럼 삶을 태우며 분투하다 지금 여기 차가운 용액에 갇혀 비참한 꼴로 떠 있는.
세상은 악합니다.
모든 것이 헛된 것만 같고.
죽어가던 순간, 유리 모하에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오래도록 감정을 정돈하지 못하던 요한은 겨우 말 한 마디를 뱉어 냅니다.
요한 에를리히
유리가…… 유리의 심장이 그 실험의 핵심 재료라면, 전략적으로 당연히 파괴……
그래, 파괴해야 한다. 부술 수 있다면…… 그래도 경보 시스템 같은 것에 걸리지 않겠다고 판단되면, 그래.
GM
그건 두 사람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구태여 지시하는 행위는 오히려,
자신에게 상황을 들려주고 납득시키기 위한 일처럼 보이네요.
파손 없이 가지고 나올 수 있는 법이라든가, 없을까요?
AECE
그건 제 권한이 아니에요!
메인 PC의 아난시 전체 시스템 관리자에게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시선을 돌리지는 않았지만.) ……아까, 그 데이터 분석실을 말하는 걸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듯한 요한의 목소리를 들으며 곁에 있는 루돌프의 손을 꾹 쥔다. 그때, 일이 잘못됐더라면 저나 루돌프의 심장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데이터 분석실의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되겠구나. 회수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맞잡은 손에 힘이 실리는 걸 느끼고선 가볍게 앞뒤로 흔들어 보였다.) ……갈까, 그럼? 무턱대고 꺼내다가 걸리기라도 하는 게 지금은 오히려 더 곤란할 테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회수할 수 없더라도 어떻게든 멈춰야만 할 테니까. (녹색 빛 아래에서 어렴풋이 뛰고 있는 심장을 다시 바라본다. 저건 살아있는 게 아니다. 죽어서도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이용당하고 있을 뿐. 결코 그대로 둘 수는 없어.)
(다시 데이터 분석실의, 메인 PC로 향한다.)
GM
데이터 분석실로 돌아옵니다.
메인 PC의 대화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분노로 인한 떨림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채팅을 입력했다.) [프로젝트 아난시의 핵심 에너지원에 대해 설명해줘.]
메인 PC
'프로젝트 아난시'는 옥수수 한 알로 백 명의 사람을 먹여살렸다는 신 아난시에게서 이름을 부여받은 프로젝트입니다.
8년 전 처음 시작된 실험 계획으로, 각성자의 이능력은 혈액과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진 후
'그렇다면 수혈 등의 방식으로 비능력자를 각성자로 만들 수도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어 출발했습니다.
총책임자 아놀드 박사님께서 실험을 지휘하던 시기에는
각성자들에게 기증받은 수혈팩을 사용해 적은 양의 혈액으로 연구를 이끌어 나갔으나,
대부분 실패하거나 효율이 좋지 못해 다량의 혈액 내지는 장기를 의식하는 방향으로 노선이 변경되었습니다.
이것이 4년 전의 일로, 아놀드 박사님께서는 이 방침에 반발하였다 책임자 위치에서 경질되셨습니다.
이후로는 실험 전체가 자동화 프로토콜에 돌입했습니다.
현재는 4년 전 입수한 실험체 '유리 모하에'의 심장을 에너지 코어로 삼아, 한 명의 강력한 각성자로 'X각성자' 80명을 만들 수 있다는 결과가 산출되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중간점검을 위해 유리 모하에의 심장을 잠시 회수하고자 하니, 방법을 알려줘.]
메인 PC
권한이 없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짜증스럽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권한을 얻으려면 뭘 해야 하지? 하지만, 계속 심장 회수에 시간을 쏟을 수만도 없어.)
(하는 수 없지. 아까 AECE가 언급했던, 꺼림칙한 단어에 대해 물어보기로 한다.)
['아버지'란 무엇이지?]
메인 PC
'최초의 설계자'에 대해 모르는 당신은 누구죠?
…… 생체 정보 스캔 중 ……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경비 시스템을 개시합니다.
GM
문장이 완성됨과 동시에 에너지 코어가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발딛고 선 땅이 지진처럼 뒤흔들리고,
사방에서 방화문이 거대한 소리를 내며 내려가 퇴로를 차단합니다.
시야가 새하얘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요.
강력한 에너지의 흐름이 두 사람을 내던지는 느낌이 듭니다……
.
.
요한 에를리히
……정신 차려!
GM
인이어 너머에서 외치는 요한의 목소리에 눈을 뜹니다.
온몸이 얼얼하고 시야가 이상하네요.
정신을 차리니, 당신은 무너진 캐비넷 옆에 처박혀 쓰러진 채입니다.
요한 에를리히
들리나? 들리면 대답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머리가 지끈거려,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겨우 눈을 뜬다. 루돌프는, 루돌프는 어디 있지?) 들려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죠? 여긴……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이쪽도 들려. 보이는 건 없지만.
요한 에를리히
…… 아무래도 너희 둘, 방화문에 의해 격리된 모양이다. 실험실 내부 경비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출구가 봉쇄된 것 같은데.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를 악문다.) 미안해.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괜찮아, 루돌프? 다친 데 없어?
요한 에를리히
중앙 컨트롤 시스템이 전체 실험실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즉각 차단하고 비상 상황에 대비한 내부 보안 프로토콜이 활성화된…… 아, 이거 골 때리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함이겠지.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일단은~? 앞이 좀 어둡긴 한데, 어디 부러지거나 한 구석은 없는 것 같은걸. (통통 치는 소리 내 보며 무사함을 어필.) 린~은, 안 다쳤어?
요한 에를리히
경비 시스템을 해결할 수 있을지 살펴볼 테니…… (쯧, 하고 혀를 찼다.) 안부 인사가 끝나면 너희도 탈출 경로를 모색해 봐!
GM
상황이 상황인 탓일까요,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던 요한이 이를 악문 채 내뱉는 소리가 인이어 너머로 들려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디 떨어져서 부딪힌 것 같은데, 일단 못 움직이는 덴 없어. (몸을 겨우겨우 일으킨다. 들키게 된다면 끝장이다. 다음 '에너지 코어'가 되고 말겠지.)
(손끝으로 이마를 누르며 어질어질한 시야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최대한 빨리 벗어날 만한 길을 찾아야 해.)
GM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전력이 비상 시스템으로 전환되었는지 온통 캄캄하여,
비상등이나 일부 용도를 알 수 없는 버튼에만 옅은 불빛이 들어와 있습니다.
묘한 바람소리 같은 게 들리네요.
동시에 당황한 요한이 외치는 소리까지도요.
요한 에를리히
……추가 보안 시스템이 가동된 것 같아. 뭔가 달라진 것 있나?
GM
무색무취였지만, 분명 바람 같은 게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보안 시스템이 여기서 더요? (작정을 했네.) ……바람 소리 같은 게 들려요. 마취 가스 같은 걸지도.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마취 가스라기엔 잠이 오진 않지만~ 문제가 생기긴 생긴 것 같아, 이거.
이능력이 안 써지는데, 지금.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설마, 하면서도 제 능력을 발현해본다.)
cc<=0 협채화(協彩和) 에러. 목표치는 1 이상입니다.
GM
아무래도 이능력을 차단하는 가스같네요.
능력도 사용되지 않고,
사방은 방화문이나 기물로 고립되어 있는데 전력마저 끊긴.
두 사람이 탈출하려면 봉쇄된 출입로를 열 만한 전력이나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요……
아이린은 관찰 판정.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핏줄이 서도록 손을 말아쥐었다. 엉망이네. 내 실수로 루돌프까지 위험에 빠뜨렸어.)
(팔찌의 손전등을 켜고 벽의 버튼이나, 아무튼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살폈다.)
cc<=65 관찰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 > 8 > 대단한 성공
GM
벽에 설치된 배전함 같은 장치가 보입니다.
행운, 손놀림, 열쇠공, 기타 등등…… 자유로운 판정으로 배전함을 열어 스마트워치로 요한에게 내부 구조를 전송해 줄 수 있습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70 손놀림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2 > 82 > 실패
GM
(진짜요)
다른 거 해 봐도 됩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초조해서일까, 손이 자꾸 엇나간다. 저는 그렇다 쳐도 소중한 이의 안위가 걸리면 이성을 잡기가 힘들었다.)
(최대한 마음을 다잡고 날랜 손길로 배전함을 뒤져보자)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3 > 33 > 어려운 성공
GM
한참을 더듬어 보니 '비상 공급 장치'라 적힌 배전함이 툭, 하고 열립니다.
안의 구조를 보내주는 것이 좋겠어요.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뭐가 있어? 내 쪽에는 전력 공급함? 같은 게 있는데. (아마 같은 거겠지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배전함 안에 비상 공급 장치가 있어. 요한, 구조를 확인해주세요. (스마트워치로 정보를 전송한다.)
요한 에를리히
그래, 그 장치…… 음.
(짧은 침묵.) 아래쪽에…… 긴 플러그가 있을 거다. 끝이 날카롭고 굉장히 긴 모양으로. 맞나?
GM
확인해 보니 맞긴 하네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얼른 아래쪽을 들여다보곤) 네.
요한 에를리히
……그건,
……엄빌리컬 케이블의 일부야. 비상 에너지 공급 장치인데, 동력원이…… 각성자의 에너지다. 지금 너희 두 사람은 가스 때문에 이능력을 사용할 수 없으니……
그 실험실 전체의 봉쇄를 풀 정도로 큰 전력을 일으키려면 아까, 유리…… 처럼,
플러그에 직접적으로 각성자의 에너지원을 접촉시켜야 하는 것 같다. 혈액이나, 심장 같은 걸……
각성자가 침입했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 둔 것처럼 보여. 봉쇄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탈출이 불가능하고, 탈출하기 위해 전력을 공급하려면 동료나 자기 자신을 다치게끔 해야 하니까.
GM
그러니까, 이 공간에서 나가려면 누군가는 심장이든 어디든 날카로운 플러그 끄트머리를 찔러넣어 배전함에 혈액을 공급해야 한다는 소리일까요?
설마.
요한이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냉정한 목소리를 냅니다.
요한 에를리히
결과만 놓고 말하지. 두 사람의 에너지 유량으로 계산했을 때…… 한 사람 분의 에너지로는 실험실 봉쇄를 해제하는 정도가 가능하고,
두 사람 분의 에너지가 공급된다면 실험실 자체를 무너트리거나 코어를 손상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이 실험은 완전히 중단될 테고, 저 심장……이 다른 용도로 쓰이는 일도 더는…… 없겠지.
만일 지하가 무너진다면 방위사령부에서 큰 사건이 발생한 거니까 파급력도 클 거다. 각성자는 일반인보다 회복력이 강하니 치명상을 입는다 해도 당장 죽지는 않아……
하지만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 분명 크게 다칠 거고, 그것보다 더한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 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들려줬을 뿐, 너희들이 이런 선택……을 하길 결코 바라지 않는다.
내가…… 최대한, 다른 방법을 찾아볼 테니.
GM
하지만 요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네요.
다른 방법을 혼자서 찾는 건 아마 어렵겠지요.
제공된 상황만 놓고 보자면, 한 사람이 희생한다면 다른 사람은 안전하게 탈출이 가능하단 맥락이네요.
만일 두 사람 모두 여기서 꺾인다 해도 적어도 유리의 심장과 이 실험실 자체를 파괴할 수는 있을 테고요.
요한은 그 사실을 세상에 퍼뜨릴 역량을 갖춘 사람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오롯이 당신들의 몫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적어도 한 사람이 빠져나갈 방법은 있구나. 그러면 됐어.) 이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찾을 시간은 없겠죠.
이런 상황만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실험실을 망가뜨렸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네요. 우리가 깔리고 말 테니까. (훨씬 침착해진 음성이었다. 이내 루돌프에게 말한다.) 루돌프. 내가 플러그를 쓸 테니 너는 빠져나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네가 다치길 바라지 않아.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럼 나는 뭐 네가 다치기를 바라서 이러고 있는 것 같아? (다정하고 올곧은 음성으로 응수했다.) 네게 늘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 언제나 네 말을 듣겠다고 약속한 건 아니었어.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니? (이미 플러그를 몸 이곳저곳에 대며, 어디가 가장 에너지를 뽑아내기 효율적인 곳일지 재어 보고 있었다.) 같이 실험실 잔해에 깔리고 싶은 건 아니지? 봉쇄가 풀리면 나도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내 말 들어.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루돌프를 설득하기 위해 가능성이 있어 보이게끔 포장해 말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안 보여서 다행이네 이거 진짜로) 그 빠져나갈 방법은 누가 찾아주는데? 그건 네가 오롯이 내게 맡기는 나의 몫이야?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내가 찾을게. 요한이 찾을지도 모르고. 네게 책임을 지울 생각 없어. 나, 그렇게까지 네게 매정한 사람은 아니잖니?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알아. 하지만 네가 내게 매정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너 자신에게도 매정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건 아냐…… 그건 별개의 일이니까. (짧게 숨을 들이키며 문장을 끊었다가.) 내가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닌 거 알잖아.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너를 위해서라면 스스로에게 얼마나 박하게 굴든 상관없는데. 하지만 이 말은 부담을 지우는 것처럼 들릴 것 같으니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니? 네가 그걸 쓸 생각이야?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 혼자서 쓰는 건 린~도 원하지 않을 거잖아? 약속했잖아, 네가 내 돌아올 곳이 되어 주기로. 하지만 내가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서야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꼴이 돼.
…… 요한이, 아까 두 사람이 같이 행동하면 심장의 역할도 끊어낼 수 있다고 했던 거 기억나?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기억해. 하지만 고려하고 싶지 않아. 네가 돌아오지 못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는 건 이 선택지도 마찬가지잖니.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두근거리며 뛰는 심장의 박동을 감각했다.) 루돌프. 약속을 지키고 싶다면 내가 하게 해 줘. 나도 여기서 끝나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 동조율을 더 높여서, 네가 느끼는 감정을 나도 느끼고 싶단 말이야.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영원한 이별이 아니야…… 분명 그럴 거야. (어쩐지, 4년 전 네가 나를 설득하던 때와 닮은 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겨지는 이를 설득할 때는 으레 비슷해지는 법이구나. 이 상황에서 남겨지는 쪽은 나겠지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약속해, 그럼. (더 설득할 수는 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행동이라든가, 마트 바닥에 드러누워 장난감을 사 달라고 조르는 다섯 살 어린애처럼 떼를 쓰는 행동도 전부 전문 분야라면 전문이었다. 설령 당신이 당장 넘어가지 않는다 해도 시간만 충분히 들이면 보다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그에게도 있었다. 그래, 시간이 충분하다면. 그것이 부족하다는 점이 이 상황의 유일한 문제점으로 작용했겠지, 그러니까.) 바로 '돌아갈' 테니까, 가장 먼저 웃어 줘야 해. 잘 돌아왔다고 해 줘. 오래 기다렸다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약속할게. 네가 나에게 돌아와줘서 웃는 법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었거든. 그러니까 이번에도 기다릴게, 너와 재회할 수 있을 나날을.
…… 이번엔 새끼손가락을 걸 순 없겠네. 그래도 그땐 얼굴이라도 마주볼 수 있었는데. (벽에 몸을 기대었다. 이 너머에 루돌프가 있을까.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 다음에 만났을 때 걸면 되잖아? 곧 다시 보게 될 건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다시 갈라지는구나. 나와 붙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불안정하다는 루돌프의 에너지 유량이 뒤늦게 걱정된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게 될까? 4년은 아니었음 좋겠어.) 응, 그렇지.
무사히 빠져나가야 해, 루돌프. (플러그를 손에 쥔다.) 요한. 저는 준비됐어요.
GM
언제나 그랬습니다.
이것이 정말 선택일까요?
상황에 내몰려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서,
이토록 어리고 아름다운 날들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 맞는 선택지가 되는 세계라는 게 존속해도 되는 걸까요.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뒤꿈치를 잘라 놓고 떠나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진실을 알고자 한 발짝 나아가는 게 다 무슨 의미일까요.
릴리안 웨즐리
저도 부끄럽지 않도록…… 기, 기왕 힘을 가지고 태어난 거 더 나은 곳에 쓸 수 있게 최, 최선을 다하려고……! 마음을 구, 굳게 먹어 보려고요……!
GM
릴리안 웨즐리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우스운 일이에요.
누가 동경 같은 걸 하라고 영웅 행세라도 했었나요?
유리 모하에
뭐, 비슷해. 이렇게 '감시하고' 사는 건 적성에도 안 맞고. 요한 녀석이라고 적성에 맞는 일은 아닐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스크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건 바보같은 일이고, 어쩌면 내가 이런 소리를 했답시고 네가 당장 어디 나를 고발할지도 모르지……
정확히는 모르지, 나도. 국가에서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글쎄. 하지만 정부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람들의 말로가 한 번이라도 좋았던 적 있어? 내 기억엔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이 '반동분자스러운' 말 몇 마디 지껄였다고 학교에서 사라졌던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이야. 나는 오래 전에 이미 한 번 친구를 잃었고…… 같은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학생회장이 됐어.
GM
체제가, 사상이, 그리고 신념이 돈 한 푼이라도 주던가요?
루돌프라 해서 대단한 혁명 투사가 되려고 세상에 태어났겠습니까.
그는 그저 사라진 어머니들을 찾고 싶었고,
그것을 추적하다 망명 정부에 투신했을 뿐이지요.
아무도 우리에게 세계를 구하라 시키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이런 결말이 우리가 쌓아 온 선택의 결과라면,
이토록 악독한 세상이 존속해야 할 가치는 있을까요.
세상을 구성하는 어떤 언어가 분명 이리 말했던 것 같습니다.
아, 이는 또한 얼마나 기만적인가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아무도 저에게 세계를 구하라 등 떠민 적 없다. 험난하고 괴로운 가시밭길일 게 분명하므로. 편하게 눈 돌릴 수 있는 세상이 지척에 있으므로. 하지만 그건 결국 약자와 진실을 좇는 자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거짓 세상이다. 세계를 구할 필요는 없다. 없지만, 그 세계에 루돌프가 있기 때문에, 그와 함께 진실된 세상을 마주보고 싶어서라도 저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마이크를 입가에서 멀리 치운다. 최대한 소리를 참을 테지만 그래도 고통에 신음이 흘러나올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망설임없이 플러그를 팔뚝 안쪽에 깊게 꽂아넣었다.)
GM
끔찍한 통증과 함께 눈물같은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합니다.
눈앞은 눈물일지 무엇인지 모를 것으로 흐리고,
세상은 붉게 소용돌이칩니다.
우리에겐 아직도……
선뜩히 남아 가슴을 쾅쾅 두들겨 발기는 풍경이 있습니다.
세상에 찬란한 것들은 모두 그것의 모사품은 아니었을까 싶었던 때도.
불로 빚은 여름처럼 숨차게 아름다웠던 계절,
흐드러지는 당귀가 발끝을 적시던 나날들.
믿지 않는 하느님,
만약 정말 당신에게 의지나 사고가 있어 누군가를 구원해 줄 수 있었다면,
우리 시간은 왜 그날 그때로 고정되지 않았을까요.
그는 왜 떠날 수밖에 없었고,
당신은 왜 그걸 붙잡지 못했을까요.
서로 온전히 이해할 수도 함께할 수도 없고,
하나가 될 수도 없다면 이 사이에 머무는 감정은 사랑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요.
그러나 무언가 넘실거립니다.
치열하지 않게, 세차지 않게, 거센 소리가 나지 않게.
눈물처럼 품 안으로 번지는 온도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달군 찻잔처럼 가볍게 따스하다가,
급기야 절절 끓는 불꽃이 되어 심장을 가르고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눈을 뜹니다.
사방이 밝아요. 실험실에 전력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팔에 꽂힌 케이블에서부터 가장 뜨거운 불꽃이 보랏빛으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체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힘이 빠졌던 손끝에 감각이 돌아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지독하게 느리거나,
작거나,
너무나 연약하게도.
불현듯 강제로 고개가 돌아갑니다.
무언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것은 전부 치우면서, 콘크리트와 강철을 넘어,
죄와 같은 형상을 띤 케이블도 보석같은 피도 전부 흩어진 채로.
다가오는 것은 당신.
저것이 '나' 아닌 어떤 다른 자아일 수 있을 리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하나같겠나요?
이다지도 동질감이 느껴지는데,
심장 위로 불타는 빛깔이 이렇게나 한 사람의 것처럼 똑같이 선명한데.
어떤 증명도 판정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알 수 있었을 겁니다.
달이 기어코 지구를 벗어날 수 없듯이.
세상은 오로지 두 사람의 인력을 구성하기 위해 억겁의 세월을 버티고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 자명하리라.
도달합니다. 그가 여기에 있고, 당신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아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처럼 꿰뚫는 깨달음.
이게 *각인*이구나.
우리의 영혼이 섞이고 있구나.
지금까지의 삶은 다 어딘가 한 귀퉁이가 허물어져 비어 있었는데,
서로 같아지고서야 비로소 온전해졌구나.
피가 멎고 상처가 회복됩니다.
심장이, 서로 마주 안으면 같은 방향에서 뛰는 맥박이,
이제는 속도와 횟수마저 맞추어 작게 쿵쿵댑니다.
방화문이 쿵, 쿵, 소리를 내며 올라가고,
봉쇄된 통로가 다시 열립니다.
그런 것쯤 이제 와선 아무런 신경도 쓰이지 않을 테죠.
돌아왔습니다.
그가 당신에게, 혹은 당신이 그에게로.
어쩌면 이제는 결코 헤어질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조율 99%, 상대의 호흡부터 움직임까지 감정을 느끼는 매 순간이 이토록 생생히 전달되는데.
우리가 따로 떨어질 수 있을까요.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쿵, 심장이 뛴다. 온몸을 꿰뚫는 통증처럼 귀를 무겁게 울리는 심장 박동 너머로 인영이 보인다. 그 형체는 저를 너무도 닮아있어서, 흐린 시야로 제가 벌써 정신을 잃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잔해를 넘어 다가오는 존재감이 너무도 명확하다. 타오르는 보랏빛 불길처럼. 점점 더 가까워지는 '나'. 아니, 무엇보다도 갈망하고 사랑하는 '당신'.)
루돌프……? (존재가 뒤섞이고 영혼이 공명한다. 세계가 재구성된다. 텅 비어 도저히 채워지지 않을 것 같던 공허가 모두 당신으로 가득해진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벼락같이 깨달았다. 너는 나에게 기어코 돌아왔고, 마침내 우리는 서로의 존재와 감정마저 공유하게 되었다고.)
(언약을 맺었던 순간보다도 몇 배는 거센 고양감이 몰아닥친다. 그 물살에 잠겨 허우적댄다. 이성과 감정이 모조리 해체되었다가 재조립되고, 그 과정의 중심에선 단 한 사람만이 눈이 멀 것처럼 반짝인다. 흘러내리는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물어가는데도 호흡이 거칠었다. 언약을 할 때에도, 루돌프가 장벽 바깥으로 나갈 때에도 간절히 바란 바가 있었다. 나를 떠나지 마. 나의 곁에 있어줘. 아주 오래도록 이루어지기 힘들었던 바람이었으나, 이 순간 비로소 완전해진다. 나는 너에게 이끌리고 너는 나에게 향하게 될 테니, 이제 어떻게 우리가 서로를 떼어놓을 수 있을까?)
먼저 빠져나가라고 했는데, 왜 여기에…… (반사적인 걱정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걱정은 파도처럼 강렬한 각인의 후폭풍에 금세 삼켜져버린다. 아직도 도저히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을 뻗어 금빛으로 되돌아온 그의 머리칼과 온기 서린 뺨을 쓸어내렸다.) ……내가 꿈을 꾸는 게 아니라고 말해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금방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먼저잖아, 우리한테는. (내 말이 틀려? 하는 눈빛이 여실히 담긴 표정을 짓고서는 눈동자만 한 번 약하게 굴렸다가 이윽고 당신을 마주하고 섰다. 제 뺨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고개를 가벼이 움직여 제 볼을 부벼도 보고, 피부 끝에서 끝으로 전달되는 온기에 서로의 생이 오롯이 이곳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증명도 하고.
(그러니 이것은, 꿈이 아니라. 꿈일 리 없기 때문에.) 너도 나도 지금 여기에 있으니까, 응, 꿈이 아니겠네. 잠들지 않았는데 꿈을 꿀 수 있을 리도 없고~?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손끝에 닿는 온도는 익숙하고 분명해서 알아보지 못할 수 없다. 분명한 현실. 저의 희망과 바람이 만들어낸 환상 같은 것이 아니다. 분홍빛 머리칼이 원래 색을 되찾고, 그 빛깔은 저의 홍채에도 갈피를 남긴다. 파트너의 색을 담은 눈이 두어 번 깜박이다 희미하게 휜다. 네가 약속을 지켰으니 나 또한 가장 먼저 하기로 했던 말을 지켜야겠지.) 잘 돌아왔어.
(여전히 파도처럼 몰아치는 고양감 속에서 두 팔을 벌렸다. 떨어져 있던 시간은 따지자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포옹이 갈급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기억하고 있었네?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응, 워낙 경황이 없는 상황이니까, 지금은. 종알종알 뚫린 입을 잘도 놀리며 이쪽도 곧잘 양 팔을 벌려 꽉 안았다. 제 쪽으로 끌어당기기보다는 제가 한 걸음하고도 반을 더 다가가는 편을 택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는 타고나길 '무엇이든 잘한다'지만, 그렇다 하여 누군가를 기다리는 인내심에까지 재능을 갖춘 것은 아니었으므로.)
……오랜만이야. 잘 있었지? (그러니 이런 말이나 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뭐, 실제로 두 사람이 떨어지게 된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니, 농담 삼아서.)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어떻게 잊겠니? (품에 고개를 꾹 묻으며 간절하게 그를 껴안았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각오했었다. 실은 지금도 이 순간이 제 망상이 아니란 확신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만큼 루돌프가 소중하고, 그를 그리워했으며 연정한다. 농담조의 말에도 진심으로 대답해버릴 만큼.) 응. 계속, 계속 네가 보고 싶었어. 만날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야…….
왜 바깥으로 가지 않고 나한테로 왔어? (그러므로 이 물음엔 책망조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저를 찾아와준 데 대한 미약한 기쁨이 묻어있었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바깥으로 갔어야 해? (물음에 오히려 뚱한 표정이 된 것도 잠시.) 돌아오기로 했는걸. 거기에, 어─쩐지 모르게 지금이라면 린~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분도 들었고. 깊이 생각하진 않았어. 그냥, 너를 보러 와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나 오래오래 생각하는 건 잘 못 하거든~ 알잖아. (꽉 안았던 팔을 느슨히 풀어내며 상체만 뒤로 살짝 빼 당신과 시선을 마주했다.) 바꿔 생각해 보면, 린~이었어도 그러지 않았을까? 우린 비슷한 지점이 있는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애초에 너를 무사하게 내보내려고 내가 케이블을 썼다는 건 알고 있지? (검지손가락으로 그의 볼을 콕 눌러본다. 그의 말에 반박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루돌프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을 뿐, 자신이 그를 생각하는 마음과 루돌프가 저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는 걸 잘 아니까. 시선이 맞닿아 당신이 홍채에 온전히 담길 적엔 더더욱, 그와 떨어질 수 없다는 위기감과 결속력이 강하게 느껴졌다.) …… 동의하지만.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함께 빠져나가야만 하겠구나. 전력이 버텨줘야 할 텐데.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그리고 난 무사했잖아, 보다시피. 린~도 지금은 다친 곳이 없는 것 같으니 다행이지만. (순순히 콕 눌리며.) 전력은 충분해 보이던데, 얼핏 보아하니. 어째 에너지도 전보다 조금 (어쩌면 많이.) 안정되었다는 느낌도 들고, 지금이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은……
GM
더는 작별 같은 건 않아도 될 테지요.
서로가 없는 밤에도 바람은 불고 꽃은 피고 다시 봄이 오겠지만,
그래도 역시 안 될 겁니다.
두 사람이 입 속에 단단히 묶어둔 말들,
그 말들이 누구 마음대로 이곳에서 완결일 수 있겠나요?
손을 잡고 지옥으로 가자면 그럴 수도 있을 텐데요!
저들이 남기고 간 모든 불완전한 것들을 껴안고 *함께* 떠나자고……
당신이 없는 현실, 그리고 당신이 있어 악몽인 무저갱 중 하나를 고르라면 누군들 후자를 고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 순간 어려서 끔찍한 오늘과 참신할 것 없을 내일에 서로를 홀로 두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일어납시다.
우리는 잘못되지 않았어요.
아무도 우리에게 세계를 구하라 시키지 않았기로,
그저 서로를 구원하여 카사블랑카를 벗어나면 그만인데요.
그것만으로도 벅찹니다.
1만 km를 꼬박 달려, 저 사막을 넘어, 감미로운 볕이 피부를 적시고,
발목을 데우는 바닷물은 고요하고 우묵한 소음을 내면서 우리를 간지럽히던 여름으로 돌아가겠지요.
갈라진 상처는 완전히 아문 지 오래.
마지막 틈새에서, 두 사람의 에너지가 잉걸불마냥 뚝 떨어져 바닥을 구르다 잦아듭니다.
* 두 사람의 항법 및 이능력이 99로 상승하였습니다. 채팅 팔레트 반영 완료.
* 실험실을 부수든, 유리의 심장을 되찾고 자료를 챙기든,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지하를 헤집어 두고 나갑시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이 또한 각인의 효과일까? 꼭 붙은 상대의 존재감과 호흡과 감정이 선명하고, 잔잔한 물결처럼 안정된 에너지의 흐름을 감각한다. 홀로 외로이 펼치던 설계는 이제 오롯이 구현자에게 헌정될 테고, 그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복잡한 미로같은 길이라도 만들어보일 것이다. 아까까지는 막막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해낼 수 있는 게 많아진 것 같구나. 그럼, 심장을 굳이 이곳과 함께 파괴하지는 않아도 되겠어. 요한에게 유리의 마지막 흔적이나마 전해주고 싶어. 괜찮겠니? (눈을 깜박이며 동의를 구한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유리의 심장을 가져가자는 거지?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제안하려고 했던 거니까, 응, 좋아. 섣불리 손대서 망가트리는 것보다는, 담겨 있는 통째로 가져가는 게 나을지도. (선뜻 고개를 주억이며 주변을 가볍게 살폈다.) 저쪽이었지?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그 뒤에 이곳을 망가뜨려 버리자꾸나. 성과(라고 표현해주기에도 짜증나지만.)도 실험기록도 아예 남지 않게끔 부수는 게 마땅하겠지. (잔해들이 내려앉아 위치가 잘 가늠되지 않긴 했지만, 구조를 떠올리며 중앙 실험실의 에너지 코어로 다가간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누구도 다시 이곳에 발을 들여서 재건할 생각도 하지 못하도록? (그런 건 해 본 적 없는데, 하고 태평한 소리나 하며 당신을 따라 걸음을 딛었다.)
GM
중앙 실험실만큼은 일련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아직 건재한 모양새입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유리 모하에의 심장도 여전히 맥동하고 있군요.
연결된 케이블을 끊어내고 가져가는 건 *지금의 당신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일 겁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응. 우리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해야만 하고. 그렇지? (제 쪽에서 먼저 팔을 뻗어 손을 맞잡고 중앙 실험실에 발을 들였다. 녹색으로 빛나는 심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길지 않았다.) 경로를 설계할 테니 케이블을 끊어줘, 루돌프. (맞잡지 않은 반대쪽 손을 들어올리자 나비들이 떼지어 날아올라 우아하면서도 복잡한 길을 표시해나간다.)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해야만 하는 일을 해내는 건 자신 있지~ 우리 전문 분야같은 거잖아, 그거. (나비들이 각자의 날갯짓으로 만들어 나가는 경로에 익숙하게 손을 얹어 힘을 불어넣었다. 보랏빛 나비들 사이로 뒤섞이는 샛노란 유량. 한없이 낯익고도 또한 한없이 낯설어서 그리워하기까지 했던 일련의 감각.)
GM
두 사람 판정해 봅시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99 협채화(協彩和)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보통 성공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99 스타더스트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2 > 62 > 보통 성공
GM
설계된 경로대로 케이블이 부드럽게 잘려나갑니다.
이대로라면 아주 간단히 유리의 심장을 되찾을 수 있겠어요.
챙길 것들을 전부 챙기고 여유롭게 나갑시다.
무엇이 우리의 앞을 막아서든 간에, 온전히 막아설 수는 없을 겁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유리의 심장을 확보하고, 데이터 분석실에서 '프로젝트 아난시'에 관한 자료들을 스마트워치로 옮긴다. 이 소동이 알려지기 전 최대한 신속하게 과정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좋아. 이만하면 프로젝트의 증거까지 전부 챙겼으니 바깥으로 나가도 되겠구나.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이걸로 이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건 아마 당분간 무리겠지. (심장이 담긴 통을 가볍게 쓰다듬어도 보고, 스마트워치로 옮기는 장면을 느긋하게 한쪽 턱을 괸 채로 구경까지 했다. 신속한 처리와 여유로운 모양새는 다소 상반되어 보이긴 하나,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이만 갈까?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고개 가볍게 끄덕였다. 여유로운 왕자님과 반대로 얼마나 빠져나간 뒤에 지하실을 무너뜨려야 저희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지 머릿속으로 복잡한 계산 중이다. 사람마다 잘 어울리는 역할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GM
적당히 해도 괜찮지만 말이야 만사에 철저한 공주도 굿입니다
나가는 길, 깜찍한 경비 로봇이 길을 가로막고 섭니다.
가볍게 처리하고 갈까요?
공교롭게도 셋 다 민첩이 70이니 민첩 다이스로 순서를 정해봅시다.
경비 로봇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1 > 31 > 어려운 성공
잘하는걸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5 > 35 > 어려운 성공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2 > 52 > 보통 성공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로봇주제에 빠른걸(로봇이니까)
GM
그렇다면 경비 로봇 -> 아이린 -> 루돌프 순서입니다.
경비 로봇
choice[아이린,루돌프] (choice[아이린,루돌프]) > 아이린
저런
경비 로봇은 아이린에게로 도르륵 소리를 내며 달려듭니다.
cc<=70 사격(중화기)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6 > 86 > 실패
그러나 조준점이 빗겨나가는군요. 아이린의 턴입니다.
아이린 에바 테라코르
그래. 너도 부숴줄게. (이번엔 봐줄 필요 없겠지. 나비로 핵이 있을 법한 부분을 둘러싸고 공격을 가한다.)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9 > 49 > 어려운 성공
2d4+0 피해(이능력) (2D4+0) > 4[2,2]+0 > 4
경비 로봇
경비 로봇의 핵 근처로 나비들이 엉겨붙어 움직임을 일순 멈추게 합니다.
메인
system
[ 경비 로봇 ] HP : 8 → 4
main
루돌프 프린스턴 펜더가스트
(나비가 붙은 부분 쪽으로 손을 튕겨 제 에너지를 명중시켰다. 귀엽지만, 일단 지금은 방해되니까.)
cc<=99 스타더스트 (1D100<=9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6 > 96 > 보통 성공
2d4+1d4 피해(이능력) (2D4+1D4) > 5[1,4]+4[4] > 9
경비 로봇
두 사람의 협공에 경비 로봇이 순식간에 터져나갑니다.
메인
system
[ 경비 로봇 ] HP : 4 → 0
main
GM
체력을 소진한 경비 로봇은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폭파되었습니다.
내달려 지하를 벗어납니다.
박명이 떠오르고 있어요.
이슬이 반짝이는 당귀는, 마치 은가루를 뿌려 녹인 보석마냥 그리 흔들리고……
방위사령부를 그렇게나 헤집고 나타났으니 당연히 위협 사격과 추적이 있겠지요.
도시 전체에 사이렌이 울려, 시민들은 겁에 질린 채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유로이 도시 외곽으로 이동했지요.
저 바깥에 새로운 순간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찌 걸음을 멈출 수 있었을까요……
가자, 세상의 끝으로.
낙진처럼 쏟아지는 저 비를 뚫고 가자.
이보다 더한 암실로, 서글픈 화재 속으로,
마찰 없는 진공으로 뛰어들자.
끝내는 또 타오르자.
이토록 너를 정전시킨 세계에 파도같은 등불을 켜자.
그리하여 마침내 세상이 도로 눈을 뜨는 순간이 오면,
낙엽처럼, 이 끔찍한 나라도, 우리의 이기로 감전되기를.
거기엔 계급도 사회도 이데올로기도 없기를.
우리가 머나먼 자오선 너머로 사라져 버린 후의 우주 같은 건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을.
그렇게 살아지고, 또 살아가자.
조명은 없어도 좋겠지.
네 목소리 하나하나가 그늘에도 얼비칠 것이 분명하니까……
어떤 구전은 기록보다도 강력하기에,
누구도 이날의 사건을 무시하거나 묻어 버리지 못했습니다.
또다른 사라예보처럼 카사블랑카가 불안하게 몸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GM
『나는 살아서 말하리라』 2부: 아무도 너에게 세계를 구하라 시키지 않았다
끝.
『3부: 적도편동풍을 타고 영원으로 가자』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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