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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240723] 루드베키아&아이린 - 리버사이드 러너

세션카드 : 렌님

플레이타임 : 약 9시간

 

 
.
 
Writer Chito
 
“선배! 오늘 부장 결석이래요.”
 
“뭐? 지역 대회가 코앞인데 왜?”
 
“몸이 안 좋대요. 요즘 감기가 유행이잖아요.”
 
여름의 입구. 정신없던 중간고사도 어느새 끝이 났습니다.
 
학생들의 입에서는 온통 다가올 여름 축제나 부활동에 대한 얘기 뿐이라 이제 여름이라는 실감이 나죠.
 
막 짧아진 교복 소매가 한결 가볍습니다.
 
루드베키아는 어느 부에서 활동하고 있을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부활동 필수인가요?)
 
그건 아니고 그냥 제가 궁금해서 물어봣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필수라면 원예부 ><)
 
아주 기엽
 
점심시간, 루드베키아는 빌렸던 책을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책은 읽죠? (시비아님)
 
루드베키아 L. 히르타:(읽습니다! 최근에는 친구 추천으로 판타지 소설을 읽었어요)
 
이 또한 귀엽군
 
부드러운 여름 바람이 느껴지고 멀리서 함성이 오고갑니다.
 
곳곳에 도시락이나 매점에서 사온 빵 등을 펼쳐놓고 함께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이네요.
 
그런 것들을 뒤로 하고 구름다리로 향하는 길목을 걷습니다.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샛길입니다. 그 순간.
 
쨍그랑!
 
어라? 곁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파편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러고보니 어딘가의 복도 창문에 금이 가 위험하니 수리할 때까지 주의하라고 했던가요.
 
하지만 난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루드베키아 L. 히르타:(저런, 누가 유리를 깼나보구나…)
 
창 너머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바라본다.)
 
같은 반 학생인 라이드입니다.
 
그 옆에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라이드의 여자친구였던 것 같은데… 진지한 얼굴입니다. 싸우는 걸까?
 
여자친구: 넌 진짜 개자식이야, 알아?
 
라이드:아니,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여자친구: 웃기고 있네.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간다.
 
라이드:야, 야!
 
응? 이거 내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
 
곁의 그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자, 라이드는 황급히 그를 붙잡으려 합니다.
 
그러나 멈칫, 깨진 창문에 눈길을 돌리고, 루드베키아를 한 번 쳐다보고,
 
깨진 창문을 한 번 더 보더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청춘이네.)
 
라이드:미안!
뒷일 좀 부탁해! 어쨌든 인생에서 한 번은 달릴 때가 있는 법 아니겠어?
 
같은 소리를 하며 튀어나갑니다.
 
엥?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
 
황당해져 잠시 자리에 서 있으면, 어느새 혼자가 된 루드베키아에게 다른 방향에서 발걸음 소리가 다가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음, 방금 생각은 철회해야겠다.)
 
아이린 E. 테라코르:거기 누구니?
 
하고 모습을 드러낸 건 하필… 운 나쁘게도 신임 교사인 아이린입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 하고 짧게 반응하는 듯 싶더니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그는 깨진 창문을 발견하더니 눈이 커져 달려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다치진 않았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네. 다치지도 않았고 유리창을 깨뜨린 학생이 도망갔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괜찮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다치지 않은 건 다행이다만…… (눈초리가 뾰족해지더니, 금세 의심으로 물든다.) 아무리 봐도 네가 깬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여긴 너밖에 없잖니?
 
보랏빛 눈이 확신으로 가득 차 있네요.
 
무슨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 잘못 걸렸네. 은은하게 웃으며 괜히 책을 품에 안아본다.)
제가 유리창을 깨뜨리고 거짓말 할 이유가 있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왜 없겠니? 혼나는 게 싫은 학생이라면 당연히 상황을 모면하고 싶겠지. 배상 문제는 그 다음이지만, 이건 내가 처리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히르타 너는 얌전해 보이는 학생이라, 이런 사고는 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 그런 거니? 이 유리창, 깨지기 쉽단 말을 들었어. 학생들에게도 안내가 나갔을 텐데.
 
루드베키아 L. 히르타:(무슨 말을 하더라도 내가 깨뜨렸다고 생각하겠구나. 스스로가 한 짓이 아니라고 하기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아마도 날씨 때문이겠죠. 요즘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인지 지나가는 길에도 유리창이 흔들리고는 하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흐으음. 그래. ('고작 바람 정도에 유리창이 깨지겠니?' 라고 하는 듯한 눈이다)
어쨌건 유리창은 깨졌고, 깨뜨린 사람이 누군지도 분명하니 책임을 지지 않고 넘어갈 순 없겠구나. 히르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수영장 청소야. 수업이 끝나면 교무실로 오렴.
멀쩡해보이지만 혹시나 다친 곳이 있을지도 모르니 잘 살펴보고. (그리곤 쌩하니 자리를 뜬다)
 
발 밑으로 유리파편이 굴러다닙니다.
 
억울하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oO(내 말을 들을 생각이 있기는 했을까?)
(억울한 건 사실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짧게 수긍하고는 도서실로 다시 총총 발을 옮깁니다. 연체는 안되니까.)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 일단은 눈앞의 책 반납부터 우선하는 걸로 해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도서관으로 가요~)
 
오후에는 아이린이 담당하는 과학 수업이 있습니다.
 
교편을 든 아이린을 보자 점심에 있었던 황당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1주일이나 방과 후 청소를 하라니 장난이겠지…?
 
하지만 벌써부터 얼음마녀라는 평을 듣는 저 냉랭한 낯을 보면 농담 같지 않습니다.
 
저 쪽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라이드와 눈이 마주치면 그는 뜨끔한듯 미안! 제스처를 취하곤 다시 고개를 숙입니다.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와 아직 화해를 못 했나…
 
루드베키아 L. 히르타:(교칙 위반 행위를 여기서 목격할 줄이야.)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지. 수업에 집중한다.)
(근데 묘하게 열받네? 라이드가 도망치지만 않았어도 나는 청소할 일이 없는건데. 사랑은 인지능력을 흐리가 만든다니까.)
 
사랑이란... 쯧쯧쯧
 
다시 고개를 돌리면 옆 자리에서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옆 자리 학생이 잡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오늘따라 주변 잡담이 많네~)
 
아이린에 대한 이야기네요.
 
그러고 보니 최근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던 것 같기도…?
 
<듣기>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학생 A: 있잖아. 앞 반 사회선생님. 아이린 선생님한테 관심 있다는 거 알아?
 
학생 B: 응? 진짜? 하긴 무지 예쁘긴 하지.
 
학생 A: 진짜진짜. 나 교무실 청소할 때 걔가 교감한테 우리 학교 사내결혼 되냐고 물어보는 거 들었다.
 
학생 C: 아하하. 벌써 거기까지 설레발을 쳐? 웃기네. 저 표정 보면 연예인이 와도 안 받아줄 것 같은데.
 
학생 A: 아, 참 그리고. 진로상담할때 확실히 J대 나왔다고 했단 말야, 아이린 선생님. 그런데 우리 사촌 오빠가 그 선생님이랑 비슷한 나이에 같은 과 나왔는데, 그런 사람 없었대.
 
학생 B: ... 진짜? 뭐 잘못 들은 거 아냐?
 
학생 C: 뭐 입학 년도가 다르거나 그런 거 아냐? 자기 학교 사람을 어떻게 다 기억해.
 
학생 A: 아니, 진짜로. 궁금해져서 쭉 알아봤단 말야. 그 대학 안 나온건 확실하다던데.
 
학생 B: ... 앗. 혹시 학력위조…?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머, 학력 위조)
 
학생 C: 난 지난 주말에 해피 산책시키러 공원에 갔었는데, 그 때 아이린 선생님 봤거든. 누구랑 같이 있더라?
 
학생 A: 와, 설마 애인?
 
학생 C: 그런데 싸우는 건지 심각한 분위기였어. 언제 올 거냐던가 좀 기다리라던가…
 
학생 B: 돌아가…? 혹시 학교 관두나…?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돌연 지척에서 아이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라이드. 핸드폰 이리 내.
 
학생들의 작은 웃음소리가 터집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핸드폰 뺏긴 라이드를 보고 작게 쿡, 한번 웃어주고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책을 바라본다.)
 
라이드는 봐달라는 애절한 시선을 보내지만 아이린은 가차없습니다.
 
라이드:아, 쌤. 진짜 한번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안 돼. (여전히 핸드폰을 달란 듯 손을 내밀고 있다.) 수업 시간에 누구랑 그렇게 열심히 연락을 하니?
 
라이드:어, 엄마요! 엄청 급한 일이었단 말예요. 진짜라니깐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걸 믿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지?
 
루드베키아 L. 히르타:(잘도 거짓말을)
 
아이린은 기어코 라이드의 핸드폰을 압수합니다.
 
또 다시 학생들의 웃음소리.
 
그 때, 누군가가 짖궂게 묻습니다.
 
“선생님ㅡ 애인 있어요?”
 
교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일변해 “애인 이야기 해 주세요!” “첫사랑 이야기라도요~” 같은 함성이 오고갑니다.
 
그러나 아이린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교탁을 한 번 탁! 두드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잡담할 시간 없어. 자, 수업으로 돌아가자꾸나.
 
에이~ 가벼운 야유 소리.
 
아이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을 이어갑니다.
 
<관찰>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아이린은 원래도 무표정 일색이긴 하지만, 어쩐지 지금은 유난히 더 읽기 어려운 표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흐응.)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부활동이 있는 학생들은 각각의 부실로,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귀가 준비에 한창입니다.
 
그리고 루드베키아는… 아이린에게 명령받은 수영장 청소가 있었죠.
 
정말 해야 할까…?
 
루드베키아 L. 히르타:(팔자려니…… 생각하며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청소하러 갑니다.)
(도망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서.)
 
루드베키아는 도망치는 대신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성실하게 교무실로 향했습니다.
 
앞 반 사회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아이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루드베키아를 반깁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왔구나. 너라면 도망치진 않을 것 같긴 했지만.
자, 가자.
 
그는 벽에 걸린 수영장 열쇠를 빼 들고 루드베키아와 함께 나옵니다.
 
학교 수영장은 강당 건물의 옥상에 위치해 있습니다.
 
강당은 3층 정도의 높이로, 안에서 계단을 타고 위로 향합니다.
 
반 년 넘게 사용되지 않아 먼지가 쌓인 자물쇠를 가볍게 털어내고 문을 엽니다.
 
철문이 움직이는 묵직한 소리. 탁 트인 하늘과 옥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영장은 적당히 넓은 크기입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우리 학교 수영장 관리 제대로 안했었구나……?)
 
한 가운데에 풀, 안 쪽으로는 탈의실 건물과 작은 휴게실, 구석에는 비트판 무더기가 비닐 커버로 덮여 있습니다.
 
작년 이 곳에서 수업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풀은 5개의 라인이 들어가는 25M 길이로, 지금은 물이 빠져있습니다.
 
얼룩덜룩한 빗자국이 남은 푸른 타일 위로 먼지와 쓰레기들이 굴러다닙니다.
 
텁텁한 냄새가 납니다.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풀장만 청소하면 돼.
 
아이린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 하나씩 루드베키아에게 건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오늘 하루는 쓰레기를 걷어내는 정도만 하고, 2~3일차에 물걸레질, 4일차엔 마을 축제가 있으니 쉬고 마지막 5일차에 호스를 연결해서 물청소를 하면 끝이란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받는다.)
 
아이린 E. 테라코르:다른 건 도와주겠지만 마지막 물청소 땐 돕기 어려울지도 모르니 친구를 데려와도 돼.
(그러면서 자기 몫의 빗자루와 쓰레받기도 꺼내온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마지막날에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실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일정이 생길 수도 있어서. (애매하게 말하고는 수영장 한켠을 쓸기 시작한다.) 나 없다고 도망치면 안 된단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학생의 애매한 말은 허용 범위 밖이고 본인의 애매한 말은 허용 범위 내인건가?)
그러지 않을테니 일정 중에도 괜한 걱정 하실 필요 없어요, 선생님.
(말없이 풀 내의 쓰레기를 빗자루로 쓴다.)
 
아이린 E. 테라코르:딱히 걱정하는 건 아니란다. 넌 이런 말 안 해도 잘 할 것 같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말해봤을 뿐이야.
(한동안 조용히 청소를 하다가) 더위는 많이 타는 편이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갑자기 들려오는 질문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조금요. 그래서 여름이 싫기도 하지만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아요. 여름에는 여름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게 좋아서요.
 
아이린 E. 테라코르:예를 들면 어떤 기분? 뜨거운 햇살을 받으면서 시원한 바닷가에 서 있는 느낌이려나.
 
루드베키아 L. 히르타:나무 그늘 아래에서 클로버를 찾는 기분이요.
한번 있을 행운보다 주변에 있는 행복에 집중하는 것이 가끔 마음 편할 때가 있잖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멋진 표현이네. 하긴 그렇지. 하나의 행운을 찾으려다가 주변의 행복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으니까. 히르타 너는 시야가 넓구나. 그건 분명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내일은 음료수라도 사 줄게. 뭐 좋아하니? 특별히 자주 가는 브랜드라도 있으면 말해보렴.
 
루드베키아 L. 히르타:무화과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가리지 않으니 추천하시는 게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른의 호의는 거절하지 않는 착한 루디)
 
아이린 E. 테라코르:무화과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추천해달라는 말에 흐음, 소리를 낸다) 나는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카페에 가도 매번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녹차 종류만 마신단다. 네 입맛에는 맞지 않을지도 몰라.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알레르기가 있어서요. (이어지는 말에 작게 웃었다. 정말 카페에서 파는 통상적인 음료의 이름이다.) 저도 단 건 좋아하지 않으니 같은 걸 마셔도 괜찮겠네요. 캐모마일 차는 좋아하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정말이니? 네 나이에 단 걸 안 좋아하는 학생도 드문데. 캐모마일 차도 내가 좋아하는 메뉴구나. 그걸로 하면 되겠어.
 
청소가 끝나면 함께 청소를 돕던 아이린이 빗자루를 받아갑니다.
 
한참 쓸고 닦은 보람이 있어 굴러다니던 쓰레기는 거의 다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꽉 찬 쓰레기 봉투를 묶는 아이린의 귀걸이가 노을빛에 반짝입니다.
 
푸른 나비 장식이 인상적인, 섬세한 세공의 귀걸이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이린의 귀걸이에 잠깐 시선을 둔다.)
 
잠시 시선을 두면 아이린 또한 그것을 알아차리고 귀걸이를 손끝으로 가벼이 건드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친구가 준 거야. 만난 지는 좀 됐지만.
예쁘지?
 
그리 물으며 아이린이 옅게 미소합니다.
 
웃는 표정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선생님이 아닌 아이린 개인의 얼굴.
 
누군지 모를 사람을 향한 친애의 감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왠지 그것뿐만이 아닌 것도 같아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루드베키아 L. 히르타:푸른 나비는 새로운 삶을 응원하기도 한다던데, 어디서라도 선생님께서 잘 지내시길 친구 분도 바라셨나봐요.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나지막이 혼잣말을 하듯 읊는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내 친구가 그런 뜻으로 나에게 이걸 준 거면 좋겠네. (이내 귀걸이에서 손을 뗀다.) 오늘 고생 많았어. 이만 돌아가도 돼.
 
루드베키아 L. 히르타:(벌써? 주변에 쓰레기를 다 치웠던가 확인해본다.)
 
깔끔해졌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다 치웠구나. 괜히 뿌듯한 얼굴.)
 
뿌듯.
 
루드베키아 L. 히르타: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고 장비를 정리하고 돌아갑니다.)
 
1일차의 청소는 이렇게 종료됩니다.
 
“이상하네… 몸이 무거워.”
 
“너도 감기야? 요즘 다들 왜 이래.”
 
“... 오늘은 일찍 갈래. 가야겠어. 날 부르는 거 같아.”
 
다음 날. 평소보다 늦게까지 몸을 움직였던 탓인지 몸이 뻐근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여름 감기가 유행이라던가요…?
 
피로나 졸음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같아요.
 
날이 갑자기 더워지고 있으니 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코X나가 유행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 방과 후는 오고 청소 시간이 돌아옵니다.
 
오늘도 청소를 하러 가볼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오늘도 간다!)
 
2일차의 청소도 성실하게 참여한 루드베키아.
 
정신없이 청소를 마무리하고 나면 시간이 꽤 지나있습니다.
 
처음 풀장에 들어섰을 때 나던 매캐한 악취는 어느새 많이 날아간 것 같습니다.
 
제법 보람이 느껴지네요.
 
오늘 아이린은 일이 바쁜지 중간까지 일을 도운 후 먼저 교무실로 내려갔습니다.
 
돌아갈 때는 열쇠를 반납하고 가 달라고 했었죠. 아직 남아있을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직 남아있으면 퇴근도 못했다는 건데… 한순간 측은해졌지만 남을 걱정하기에는 여유가 없으니 이내 생각을 접는다.)
(열쇠를 들고 교무실에 들립니다.)
 
교무실로 들어가 벽에 수영장 열쇠를 걸어둡니다.
 
교직원들은 대부분 이미 퇴근한 듯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만, 안 쪽 교사 휴게 공간에서 그림자 하나가 움직입니다.
 
아직 이 쪽의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요.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희미한 말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핸드폰 밖으로 흘러나오는 상대의 목소리까지 들려오네요.
 
?: 거기에 너무 오래 남아있는 거 아니야?
 
아이린 E. 테라코르: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 걸 알잖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머)
 
?: 알아. 난 널 걱정하는 거야. 거긴… 너무 좋은 곳이잖아. 익숙해지면 돌아온 뒤에 힘들어질 거야.
 
아이린 E. 테라코르:……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어차피 볼일만 마치면 바로 떠날 거니까. 그러니 너도 적당히 연락하렴.
 
?: 잊지 마. 넌 이방인이야. 거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고.
 
아이린 E. 테라코르:이만 끊자꾸나. 내가 먼저 걸 때까진 연락하지 마.
 
전화가 끊기고, 아이린은 길게 한숨을 내쉽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이방인이라.)
(열쇠만 두고 조용히 나갑니다.)
 
아무래도 오늘 같이 카페에 가는 건 어려울 것 같네요.
 
루드베키아는 자리를 비켜주기로 합니다. 내일도 있으니깐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맞아, 내일도 있으니까. 음료가 사실 중요하지 않아.)
 
이만 하교하기로 해요.
 
...
 
벌써 3일째입니다. 오늘도 청소를 하려면 교무실에 가서 열쇠를 빌려야겠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오늘도 교무실에 열쇠를 받으러 간다.)
 
수영장 열쇠를 빌리기 위해 교무실로 찾아가니 아이린이 루드베키아를 맞이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왔구나. 오늘은 청소를 하기 전에 잠깐 나갔다와야 할 것 같은데, 같이 가겠니? 낮에 학생들이 밀대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사와야 할 것 같아. 비축된 비품이 없더구나. 떨어진 다른 비품도 구비할 겸, 캐모마일도 사줄 겸 해서.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앞 이야기를 듣고는 일이 늘어났네, 하고 잠깐 생각하다 뒷이야기를 마저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요. 오늘은 빨리 마칠 줄 알았는데 그러지는 못하겠네요. (마지막은 흘려보내는 작은 농담이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미안하게 됐구나. 원래 이런 비품을 채워놓는 역할은 가장 신임인 교사가 맡게 마련이잖니. 어쩌다 네가 말려들게 됐지만.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곤 키를 챙긴다.) 차로 가자.
 
루드베키아 L. 히르타:(차가 있구나?)
(조용히 아이린을 따라갑니다.)
 
설마 걸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린의 차를 타고 마트로 향합니다.
 
바깥은 후끈해도 차 안과 마트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서 시원하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이왕 왔으니 비품 말고 네가 원하는 것도 사줄게. 간식도 좋고, 학용품 같은 것도 다 떨어져가는 게 있으면 골라보렴. (매대를 요리조리 둘러보며 걷는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갑자기?)
(잠깐 생각하다 어른의 호의는 거절하지 않지만 거절하기로 마음먹는다.)
아니, 괜찮아요. 큰 소비는 하고 싶지 않아서요.
(필요한 비품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요? 알고 있다면 매대에서 골라 담습니다.)
(깔끔하게 필요한 비품만!)
 
아이린 E. 테라코르:음? 몇 개 사주는 것 정도로 큰 소비는 안 될 텐데. 남이 사줄 때 기회를 잡아야 하는 법이야. (느긋하게 말하면서 밀대와 여분의 쓰레받이, A4용지 박스 등을 카트에 담았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이 지구를 아프게 하는 법이에요. (반은 진심이다.)
일전에 사둔 것들이 많이 남아서요. 아직 충분해요. 더 사고 싶지 않기도 했었고.
 
아이린 E. 테라코르:어른스럽구나. 그럼 내가 방금 제안한 기회는 날아가는 걸로 하고- 카페나 가자꾸나. (계산대로 가서 루드베키아와 자신이 깔끔하게 고른 비품들을 올려두고 계산까지 마친다.)
난 포장하고 갈 테니 너는 먼저 차에 가 있으렴.
 
루드베키아 L. 히르타:혼자서 괜찮으세요? (짐이 많지는 않나…?)
 
아이린 E. 테라코르:이 정도쯤 괜찮단다. (혼자 들 수 있을 수준!)
 
루드베키아 L. 히르타:(흠)
(어른의 호의는 거절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므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린의 차로 먼저 갑니다.)
 
차 옆에서 잠시 아이린을 기다리고 있으면 마트 옆을 가로지르는 강이 눈에 들어옵니다.
 
멍! 저 옆에서 떠돌이 개가 강가를 향해 짖고 있습니다.
 
미지근한 바람이 불고 초목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개가 짖는구나.)
 
그런데… … …
 
<교육> or <지능> or <자연>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
자연
기준치: 80/40/16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근처의 갈대밭이나 잡초 등이 이상하게 웃자라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길목인데 이상하네요.
 
푸른 빛을 띤 식물들은 마치 시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루드베키아의 발 옆으로 지네 한 마리가 기어갑니다.
 
아니… 자세히 보면 거미입니다.
 
그러나 몸이 이상하게 깁니다. 어쩐지 숨이 막힙니다. <이성> 판정 (0/1D4)
 
루드베키아 L. 히르타: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1
 
이성 1 감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지구가 많이 힘들구나… 돌연변이 거미도 다 나오고…)
 
<지능> 대항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거미?: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뭔데이게
 
루드베키아 L. 히르타:(뭐야)
(거미한테 졌어)
 
마력 1D6, 이성 1D6 감소
 
루드베키아 L. 히르타:마력 2 이성 2
 
마력 2, 이성 2 감소.
 
아지랑이 아래에서 가볍게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몸이 휘청이면, 뒤에서 아이린이 나타나 루드베키아의 등을 받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왜 그러니, 히르타? 괜찮아?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 아…
(중심을 잃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가만히 생각한다. 방금은 뭐였을까?)
괜찮아요, 잠깐… 더워서 어지러웠나봐요.
 
아이린 E. 테라코르: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나? 어서 차에 타렴.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켠다.) 카페에 갈 수 있겠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 나 이 짧은 시간에 더위라도 먹은건가?)
(차 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리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뒤이어 아, 하고 짧게 반응하다 농담처럼 담담히 한마디 덧붙인다. 아프다고 하면 오늘 청소는 빼주시는건가요? 하고.)
 
아이린 E. 테라코르:몸이 안 좋으면 청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하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니. (가벼운 목소리로 농담에 응한다.) 그래도 오늘 청소는 어제보단 빨리 끝내줄게.
 
두 사람은 카페로 들어섭니다.
 
인테리어가 단아하고,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아담한 카페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캐모마일 차, 뜨겁게 마실 거니? (카드를 꺼내면서 한 번 더 확인하려는 듯 묻는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창 밖을 한 번 바라보다가…) 시원한 걸로요.
(아무래도 내가 더위를 먹은 게 틀림없나봐.)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캐모마일 차 아이스로 두 잔이요. (이쪽도 시원한 거 시킴……) 나오는 동안 잠시 앉아 있자꾸나.
어떠니, 예쁘지 않니? 카페 말야.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이린의 말에 카페를 한번 둘러봅니다. 분위기 어떠려나~)
 
눈에 편안한 짙은 갈색의 원목 가구들이 많습니다.
 
귀여운 소품들이나 모조 꽃이 아기자기하게 장식되어 있어 보는 맛도 있네요.
 
손님은 적당한 편으로 지나치게 시끄럽지 않고 좋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여기도 자리 불편하게 만든 감성카페인가? 그런 카페는 좋아하지 않는데.)
 
 
등받이가 제대로 된 나무 의자와 높이가 맞는 테이블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만족)
(이럴 때만큼은 취향 확고한 루드베키아)
 
요즘의 갬성추구 카페와는 떨어진, 보편적인 편안함을 따른 카페네요.
 
아이린이 이곳에 데려왔단 건 아이린의 취향이기도 하단 소리겠죠.
 
두 사람, 의외로 취향이 잘 맞는지도~
 
루드베키아 L. 히르타:따뜻한 분위기네요. 자리도 불편하지 않고요.
(유럽풍인가봐~)
 
아이린 E. 테라코르:그렇지? 주말엔 여기 와서 쉬곤 한단다. 나도 나중에 선생님을 그만두면 카페나 하나 차릴까 싶어. 브런치 카페 같은 거 말이지. 히르타는 꿈이 있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교사가 학생 앞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나요? 벌써부터 끝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은 처음이라서요. (작게 웃고는) 없어요. 아직 찾지 못했거든요.
꿈을 꾸기에는 생각할 것이 아직 많아서요.
 
아이린 E. 테라코르:너는 다른 학생들이랑은 사뭇 다른 분위기라 그런지, 좀 편하게 이야기하게 되네. 너무 사적인 이야기라 싫니? (한 손으로 얼굴을 비스듬히 받친다.) 그것도 그렇지. 아직은 어린 나이니까. 그럼, 좋아하는 거라도 없어?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른과 농담을 주고받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농담이 맞나? 담담한 눈으로 너를 바라보고는 미소지었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있어요. 처음에는 꽃을 키울까 했었는데 다른 모종을 키우는 것도 괜찮겠더라고요.
이번 여름이 지나고도 잘 자라면 좋겠네요. 그러면 더 좋을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어머? 어느 부분을 농담이라고 생각한 건지 모르겠네. (결백하단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떠보인다.)
참, 그러고 보니 원예부라고 했었지. 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나비수국이라는 꽃이 있다던데…… 다른 모종을 고민중이라면 이건 어떻겠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진담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는지 그저 미소만을 내비친다.)
생각해보겠습니다. 무엇을 심을지 아직은 다들 고민하고 있어서요. 이럴 때일수록 의견을 맞춰 보아야죠.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나 역시 하나의 의견을 낸 것뿐이니까. (마침 주문한 음료가 나온다. 컵에 담긴 시원한 캐모마일 티 하나를 루드베키아에게 건넨다.) 그럼 이만 갈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잔을 건네받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린의 차에 올라 학교로 향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강가에서 짖던 개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개가 없네.)
 
아무튼 오늘도 열심히 청소를 합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오늘도 열심히 물걸레질을 합니다.)
 
아까의 말대로, 아이린은 비교적 금방 청소를 마무리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비품들을 정리하며 말한다.) 벌써 내일이 축제구나. 같이 가기로 약속한 사람 있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뇨. 이번 축제는 조용히 즐기고 싶어서요.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렇구나. 근처에서 선생님들이랑 순찰을 돌기로 했거든. 너무 사고치지 말고 즐기라는 조언…… 해도 되겠지? 히르타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작년에도 선생님들이 순찰을 돌았던가? 한번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미소진다.) 그럼요.
소란스러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되고 싶지 않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착한 학생이네. (무심하게 말하고는) 그럼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평범하고 평범한, 어느 이야기에나 나올 수 있을 그저 지나가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요.
이야기의 주인공을 꿈꾸는 게 아니에요,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걸요.
 
아이린 E. 테라코르:어느 이야기에든, 주인공이 있다면 그 뒤의 사람들도 존재하는 법이지.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주인공이 나올 수는 없으니까. (모든 사람에겐 각자의 삶이 있다. 얼마나 주목받는지에 따라 이야기의 출연 빈도가 달라질 뿐.) 잘 알아들었어. 나도 주인공처럼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건 부담스럽더라.
 
루드베키아 L. 히르타:무대 위의 이야기에서 가장 빛이 나는 건 주인공이지만 때로는 그 옆의 앙상블이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는 하잖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앙상블이 없으면 주인공의 빛도 흐려질 테고 말이지. (부드럽게 답하고는) 오늘도 수고했어, 히르타. 내일 축제도 재밌게 즐기렴.
 
루드베키아 L. 히르타:(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나지막이 인사한다.)
선생님께서도 내일은 즐기실 수 있으시면 좋겠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선생님은 축제보다 선생님이란 역할에 더 신경써야 할 것 같지만, 노력은 해볼게. (손을 작게 흔든다) 잘 가렴.
 
루드베키아 L. 히르타:(한번 더 꾸벅 인사하고는 자리를 떠난다.)
 
이렇게 3일차의 청소도 마무리됩니다.
 
과연 내일은 어떤 날을 보낼 수 있을까요?
 
...
 
“선배! 들었어요?”
 
“어? 또 뭘?”
 
“부장 말이에요, 어제부터 집에 안 들어왔대요.”
 
수영장 청소에 어울리게 된 지도 어느새 4일째.
 
오늘은 마을에서 축제가 있는 날입니다.
 
오전 수업부터 점심시간, 오후까지 학교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누구와 함께 축제를 가네 마네 하는 이야기로 들썩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수업은 아이린이 담당하는 과학 수업입니다.
 
그는 수업을 진행하려다가도, 아무도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선 오늘만이라며 영화를 틀어줍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시끌벅적 떠들며 고른 영화는 수수께끼의 괴물이 지구를 침공한 뒤를 그린 아포칼립스 영화입니다.
 
완전히 무너진 문명과 질서, 타인의 안위를 걱정할 여유마저 닳아가는 세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매일같이 인간을 잡아먹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동생을 지키기 위해 쉘터를 만들려 합니다.
 
영화는 나쁘지 않은 완성도입니다만,
 
영화를 제대로 시청하는 학생들은 반 정도로 남은 반은 역시나 오늘 있을 축제에 대해 떠들고 있습니다.
 
제일 화면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은 학생들보다도 아이린 같네요.
 
어쩐지 애매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스크린을 보고 있습니다.
 
재밌긴 한데… 그렇게 재밌나?
 
루드베키아 L. 히르타:(그렇게 재미있나?)
(왜 사람들은 허황되고 이루어지지 않을 일들을 꿈꾸는 걸까? 하긴, 그래서 꿈을 꾸는 거겠지만.)
 
루드베키아의 영화 취향에는 맞았을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흠, 미국의 어느 창작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에서 나올 법한 참신하지 못한 시나리오로 별 세 개 반 드리겠습니다.)
 
그럭저럭인 점수구만
 
루드베키아 L. 히르타:(후한 인심이죠? ^-^)
(아이린은 아직도 스크린을 바라보고만 있나?)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네요.
 
그와 비슷하게 수업시간의 끝이 다가오면, 아이린은 영화를 끈 채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축제라고 너무 사고치진 마렴. 선생님들이 다 순찰하면서 돌아다닐 테니까 모른다 생각하면 오산이야.
그리고, 3학년의 베로니카 학생과 연락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교무실로 오도록.
 
그러면,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구야?”
 
“우리 부 부장이야. 어제부터 안 들어왔대.”
 
“가출인가…?”
 
루드베키아 L. 히르타:(가출했나봐~)
 
“입시 스트레스일지도…”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머)
 
곧 방과 후가 옵니다. 오늘의 수영장 청소는 휴식이었죠.
 
루드베키아 L. 히르타:(갑자기 일정이 비게 되었으니 축제라도 가볼까~)
 
학교를 나서는 길, 주차장을 가로질러 걷고 있으면 “아이린 선생님!” 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앞 반의 사회과를 담당하는 선생님입니다.
 
쭈뼛거리며 아이린에게 말을 걸고 있네요.
 
사회 선생님: 오늘 순찰, 2인 1조로 돌아야 한다던데요. 괜찮으시다면 저랑…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런가요. 그럼…….
 
그러고 보니 저 선생님, 아이린에게 관심이 있다고 요새 한창 소문이 돌고 있었죠.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앗, 속 보인다.)
 
잘 되어가는 걸까? 좀 속보이긴 하네요.
 
어쩐지 공기가 물을 먹은 듯 무겁습니다. 하늘은 뿌옇습니다.
 
비가 오진 않을까 걱정이네요.
 
축제는 오후 6시 이후 시작되며, 루드베키아의 집 근처에서 열리고 있어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내가 우산을 가지고 왔던가? 가방 속을 뒤적거려봅니다.)
 
어차피 축제 시작 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갖고 오지 않았어도 집에 들려서 챙겨오면 됩니다.
 
그래도 일단 <행운> 판정 해볼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
기준치: 80/40/16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열
 
루드베키아 L. 히르타:(뿌듯)
 
준비성 좋은 루드베키아! 잘 챙겨왔네요.
 
그러면 시작하는 시간에 맞추어 축제장에 가볼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집에서 나온 순간 모든 것을 해결해야 만족하는 루드베키아)
(시간에 맞춰서 축제 장소로 갑니다.)
 
적절한 시간에 축제를 즐기러 가봅시다.
 
해가 길어진 덕에 아직 날은 어둡지 않습니다.
 
여러 점포가 문을 열고 장사에 한창입니다.
 
이곳저곳에서 음식 냄새가 느껴지고, 미니 바이킹이나 회전컵이 돕니다.
 
아이들을 위한 에어바운스도 설치되어 있네요.
 
풍선 사격과 뽑기, 물풍선 건지기 등의 게임도 보입니다.
 
본 적이 있는 듯한 같은 학교 학생들도 저마다 무리지어 축제 회장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곁으로 지나다니는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 아까 수학 쌤 봤어.”
 
“으아, 안 마주치고 싶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돈을 얼마나 가지고 나왔더라? 모처럼이니까 뭔가를 사먹고 싶은데.)
(원래 이런 축제 현장에서 파는 음식은 맛은 둘째치고 가격이 비싸지만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먹는 거니까. 응응.)
 
그럼 <재력> 판정 해봅시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
재력
기준치: 30/15/6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조용히 지갑 닫는다.)
 
이럴수가..
 
우산은 잘 챙겼지만 미처 축제때 쓸 돈은 생각하지 못했나 봐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예정에 없는 지출은 좋지 않지. (돌아다니면서 축제 구경이나 해야겠다.)
 
음 <행운> 판정 해볼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
기준치: 80/40/16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날이 더워서 눈 앞이 빨갛네~)
 
바로 앞에서 "싱싱하고 시원한 탕후루 서비스로 드립니다! 먹어보세요!" 라고 외치며 나눔하는 상인이 보이지만...
 
루드베키아의 바로 앞 사람이 마지막 탕후루를 가져가 버리네요! ㅜㅜ
 
<행운> 판정 한번만 더해보자!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앗, 나…민첩하지 못했네.)
기준치: 80/40/16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자! 시원한 아이스크림 팔아요! 요즘같이 더운 날엔 아이스크림이 딱이지."
 
"거기 지나가는 학생! 더워보이는데 이거 받아요. 내가 특별히 공짜로 줄게."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한 상인이 루드베키아가 좋아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을 담은 콘을 건네줍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 감사합니다.
 
무슨 맛일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른의 호의는 거절하지 않는 게 예의지.)
(바닐라요~)
 
맛있고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입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싸)
(한입 냠 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냠냠 먹으면서 회장을 가로지르며 조금 더 걷다 보면,
 
“학생.”
 
누군가 루드베키아를 부릅니다.
 
뒤를 돌아보자 낡은 테이블에 카드나 큰 수정구슬을 놓아두고 로브를 쓴 사람 한 명이 앉아있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나를 부른건가? 주변을 휙휙 둘러보다 확인을 위해 저를 가리킨다.) 저를 부르셨나요?
 
로브를 쓴 사람:예. 당신의 앞날에 구름이 끼어 있군요……. (이쪽으로 와 앉으라는 듯 손짓한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사이비인가)
 
충분히 그럴 오해를 살만한 차림새긴 하죠.
 
그의 옆쪽에 '타로/운세 봐드립니다' 라고 적힌 입간판이 놓여 있습니다.
 
나름 정식으로 허가받고 부스를 차린 사람 같아요. 좀 수상해보이긴 하지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의심의 눈초리)
(점쟁이들은 왜 하나같이 비슷한 패턴이지?)(부스 쪽으로 다가간다.)
 
로브를 쓴 사람:(저를 수상하게 보는 시선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태연하게 말을 잇는다.) 학생 근처의 기운이 상당히 흐트러져 있어요.
좋지 않아요. 이대로는 당신까지 휘말려 표적이 되어버립니다…….
이질적인 무언가가 당신의 선에 끼어들어 있어요. 어서 거리를 둬야 해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제가 원한다고 해서 거리를 둘 수 있나요?
 
그는 검은 개가 그려진 타로카드를 한 장 보여줍니다.
 
로브를 쓴 사람:검은 개를 조심해요.
 
그 말을 하곤 입을 다무네요. 할 말은 이게 끝?
 
루드베키아 L. 히르타:(불친절해.)
 
그래도 이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안 하는 거 보면 사이비는 아니었는지도?
 
루드베키아 L. 히르타:(불친절해!)
복채는 드려야하나요?
 
로브를 쓴 사람: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저 당신의 앞날을 신경쓰시길.
 
루드베키아 L. 히르타:(컨셉 꿋꿋한 거 봐… 꾸벅 인사하고는 나옵니다.)
 
다시 축제 회장을 걷습니다. 멀리서 방송이 들려오네요.
 
:<이후 30분부터 광장에서 공연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또한, 현재 회장 내에 소매치기범이 출몰한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으므로 발견 시 바로 신고해주세요. 장사 허가를 받지 않은 무단 점포 또한 운영위원회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안전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협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루드베키아 L. 히르타:(그렇구나. 소매치기 당하기 좋은 날이구나.)
(주변에 갈만한 곳 더 없을까? 풍선 사격 구경 가봐요.)
 
풍선 사격장에는 학생들이 주로 몰려 있습니다.
 
요란스럽게 장난감 총을 쏴대고 결과를 보며 꺄르르 웃어댑니다.
 
상품은 주로 인형이지만, 맞추기 어려운 곳에 있는 인형을 명중시키면 작은 화분이나 티슈 등의 생필품을 주기도 하는 모양이네요.
 
루드베키아의 지갑에도 한 번 정도 할 만한 돈은 있으니 원한다면 해봐도 좋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앗 저건 탐난다)
(해볼래요~)
 
ㄱㅂㅈㄱ
 
사격 기능치를 굴려주세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
사격(권총)
기준치: 20/10/4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총 박박 닦아본다)
 
총에서 쏘아진 다트는 아예 인형 매대 바깥으로 향해 버립니다.
 
"아이고, 이거 못 맞추기도 어려운데." 사장님이 안타까워하네요.
 
하지만 기회는 삼세판! 다시 가보자고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려운 걸 해내는 사람인가보다.)
(다시 준비해서 총을 겨눠본다.)
사격(권총)
기준치: 20/10/4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이번에는 아까웠어요.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고 맙니다.
 
한 번 더!!!
 
보너스 주사위로 굴려볼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
사격(권총)
기준치: 20/10/4
굴림: 78, 29, 11
+2: 보통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ㅠㅜ
 
루드베키아 L. 히르타:(제법 웃겨)
 
루드베키아는 사격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보다.)(깔끔하게 포기!)
 
사장님이 모두 빗나간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작은 키링을 건네줍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앗) 감사합니다.
 
귀여운 병아리 장식이 달린 키링이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병아리구나.)
(옆에 한적한 곳으로 가서 가방에다 꼼지락거리면서 달아둡니다.)
 
귀엽당
 
한층 더 귀여운 가방이 되었어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뿌듯)
 
한편,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이 겹쳐오는 듯 축제 회장에는 사람이 점점 늘어납니다.
 
저 앞에서 걸어오는 학생 무리를 피하기 위해 생과일 주스를 파는 부스 옆에서 좌측으로 돌아가려 하면…
 
툭.
 
옷자락이 상자 하나에 걸리고 안에 들어있던 오렌지가 우르르 쏟아집니다.
 
“꺄악!” “아니, 뭐 하는거야!”
 
바로 이런저런 소리가 날아듭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 오렌지 굴러간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루드베키아가 쏟은 거니 주울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주섬주섬 오렌지를 상자 안에 주워담는다.)
 
고개를 숙여 과일들을 주워담고 있자면… 응? 옆에 검은 장지갑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자,
 
“앗! 내 지갑!”
 
지갑 주인:겨우 찾았네. 너 뭐야!? 네가 그 소매치기야?!
 
냅다 사나운 노성이 꽂힙니다. 지갑의 주인인 것 같아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무슨 소리람)
 
루드베키아를 소매치기범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야?”
 
“소매치기? 누가?”
 
“잠깐만, 여기 밀치지 마세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여기 떨어져 있던데요. (지갑은 일단 돌려준다.)
 
지갑 주인:떨어져 있긴! 지금 내 눈에 띄었으니까 막 떨어뜨린 척 하는 거잖아. 내가 모를 것 같아? 요새 애들은 하여간 맹랑하기 그지없어선.
 
순식간에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를 만류하던 사람들도 그의 완고한 태도에 이내 루드베키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대인 기능(말재주, 위협, 설득, 매혹 중 하나) 판정이 가능합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음, 자기가 좋을대로 생각하는 전형적인 말이 안 통하는 사람 중 하나이구나.)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네요. 그럼 제가 아직 여기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어요?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타인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이 불리하고 조급하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에 있던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가는 것은 아니죠.
 
지갑 주인:그야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도망칠 틈을 못 찾은 거겠지! (여전히 목소리가 크지만, 루드베키아의 차분한 태도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단순히 곁에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충분히 의심스러우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루드베키아 L. 히르타:도망을 치려던 사람이라면 한가하게 오렌지를 줍고 있지는 않아요.
그렇게 소매치기범에게 당당해지실 거라면 그 자리에서 잡지 그러셨어요. 도와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하지는 못할 망정.
 
지갑 주인:이, 이런 맹랑한 애를 봤나! 오렌지를 줍고 있는 걸로 위장했을지 누가 알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다.)
 
지갑 주인은 좀처럼 의심을 거둘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반복되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낄 무렵.
 
루드베키아 L. 히르타:(말 안통하는 사람 피곤하다.)
 
아이린 E. 테라코르:실례합니다. 무슨 일이죠.
 
익숙한 목소리가 날아듭니다. 아이린입니다.
 
루드베키아의 뒤에서 나타난 아이린은 루드베키아를 보호하려는 듯 화난 통행객을 가로막고 섭니다.
 
지갑 주인:당신은 또 누구야? 지금 이 애랑 말하고 있잖아.
 
아이린 E. 테라코르:제 학생이라서요. (흥분한 주인과 다르게 냉막하리만치 침착하게 답하곤) 일단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시죠.
 
지갑 주인:무슨 일은 무슨 일. 저 애가 내 지갑을 훔쳐가놓곤 시치미 뚝 떼고 있다고. 회장 내에 소매치기범 돌아다닌단 얘기 들었지? 당신 학생이면 관리 좀 잘하라고!
 
아이린 E. 테라코르:일단 진정하세요. 이성을 좀 잃으신 것 같네요. (그를 짧게 진정시킨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이미 소매치기로 생각하고 있잖아.)(못마땅함)
 
곧 아이린이 뒤를 돌아 루드베키아와 눈을 마주칩니다.
 
그 무표정한 얼굴에서 의심의 빛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저 말이 사실이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니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저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런 거짓말을 하죠?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짧게 대답하곤 다시 지갑 주인을 향해 몸을 돌린다.)
저희 학생은 지갑을 훔치지 않았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애먼 사람을 붙잡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의심스러우시면 거리 CCTV라도 확인해 볼까요?
 
이쯤 되면 주변의 분위기는 다시 일변해 대개 통행객을 향해 가벼운 힐난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갑 주인:허. (주변의 시선을 느끼곤 헛기침을 하며 눈을 굴린다.) 그래. 확인해보자고. 어디 없어진 돈이나 신분증이라도 있으면…….
 
그때, 회장 내 방송이 다시 울립니다.
 
:<방금 회장 내 소매치기범을 경찰에 인도하였습니다. 도난품으로 파란색 동전 지갑과 갈색 핸드백이 들어와 있으며, 도주 중 분실한 도난품도 있다고 하니 분실물이 발견되는 경우 운영 본부로 신고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물건을 도난당하신 분들은 본부에 찾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주변은 이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무고한 사람을 잡으신 것 같네요. (차갑게 말한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몰아가기 전에 확인이나 할 것이지.)
 
지갑 주인:그, 크흠, 그게…… 오해를 할 만한 상황이었다 이거지요. (어느새 말투도 공손해짐)
아, 아무튼 소매치기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그럼 전 이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사과는 없으시네요? (솔직!)
 
아이린 E. 테라코르:(아예 냅다 손을 뻗어 어깨를 콱 잡았다.) 무고한 학생을 몰아갔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할 텐데. (어째 이쪽은 묘하게 말이 짧아짐)
 
루드베키아 L. 히르타:제가 지갑도 찾아드렸는데 범인으로 몰아가기나 하고. 재미있는 분이시네.
 
지갑 주인:으흠! 으흠흠. (어깨 콱 잡히고 고개 돌림. 식은땀 줄줄 흘리며) 그, 학생. 내가 오해해서 정말 미안하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좀처럼 웃지 않는 얼굴로 바라본다.) 말이 짧으시네.
제가 사과를 받아들일 이유도 없을 것 같네요. 타인을 얕잡아보는 사람은 저도 싫어해서요.
(옆에 있는 아이린에게 가자고 짧게 한마디 하고는 정리하던 오렌지 상자를 올려두고 자리에서 벗어납니다.)
 
얼빠진 표정이 된 지갑 주인을 두고 자리를 뜹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괜찮니? 놀랐겠구나.
 
루드베키아 L. 히르타:정말 바보같아요. 어쩜 그리 보는 것만 믿으려 하는지. (덤덤한 얼굴로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아이린 E. 테라코르:네가 나이가 어린 학생이라 더 만만하게 보고 무시한 것도 있겠지.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사람은 편향적으로 굴기 마련이고. 방송이 제때 나와 다행이구나.
놀랐을 텐데 진정시킬 겸 뭐라도 먹으러 가겠니? 축제는 좀 즐기고 있었고?
 
루드베키아 L. 히르타:(길 가다 어딘가에 새끼발가락이나 찧어버려라.)
선생님들은 순찰을 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이린 E. 테라코르:너와 함께 돌아다니는 것도 순찰이라면 순찰이니까. 선생님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정말 학생들 감시만 하란 건 아니지?
 
루드베키아 L. 히르타:(사회는 바람 맞은 거구나)
(잠깐 생각하다가 아까 못 사먹은 음식들을 떠올리고는) 문어꼬치 먹고 싶어요. 같이 드실래요?
 
아이린 E. 테라코르:좋지. 나랑 만나기 전엔 뭘 하면서 놀았니? (가득한 점포 사이들을 걸어가 문어꼬치를 파는 곳으로 향한다.) 소스가 여러 종류구나. 나는 좀 매운 걸 먹어봐야겠어.
 
루드베키아 L. 히르타:무언가 목적이 있던 건 아니라서 돌아다니기만 했어요. (총총 따라간다.)
저는 안 매운 걸로요.
 
아이린 E. 테라코르:(고개 끄덕이곤 일반 맛과 2단계 맵기 맛으로 꼬치를 주문한다. 루드베키아 몫은 넉넉히 시켜주고 한 입 베어문다) 난 사람이 많은 곳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그냥 구경만 했단다. 축제는 매해 오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system: 문어 꼬치를 획득했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받아들고는 한입 냠 베어먹는다.) 매해 오는 건 아니고 원할 때만요. 작년에는 안 왔어요. 해야할 일이 있었거든요.
 
아이린 E. 테라코르:해야할 일이라면 어떤 거? 물어도 되니? (매운 게 나름 입맛에 맞는지 쫌쫌따리 먹어감)
 
루드베키아 L. 히르타:집에서 당근을 심어서 돌보느라 바빴어요. 채소를 키워보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맛있다. 냠냠)
 
아이린 E. 테라코르:만족할 만한 수확이었니? (냠냠 먹으면서 시끌시끌한 길을 걷는다. 어쩌다 보니 손에 쥐어진 풍선을 멀뚱하니 보다가 가지겠냔 듯 내밀기도 하고)
 
루드베키아 L. 히르타:(만족할 만한 수확이었던가? 잠깐 고민하다 대답한다. 당근은 맛있었어요, 하고.)
(풍선을 보고는 고개를 내젓는다.) 기념이니까 선생님이 가지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맛있었으면 성공한 거지. 직접 채소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니.
(그리곤 풍선과 루드베키아를 번갈아본다.) 내가? (마치 이 나이에? 선생님인데? 라고 묻는 듯한 표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하지만 당근보다는 가볍게 돌볼 수 있는 텃밭이 좋을 것 같아요. (텃밭을 가볍다고 할 수? 있나?)
네. (문제 있나요? 하는 표정. 그저 웃고만 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가벼운 텃밭. 처음 듣는 조합의 영어다)
영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나랑은.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별로 마음에 안 드는 표정으로 풍선 바라보다가 일단은 계속 쥐고 다닌다) 또 하고 싶은 건 없니? 아까 듣자하니 광장에서 공연도 한다던데.
 
루드베키아 L. 히르타:(정원에 작은 텃밭을 마련한 자의 남다른 시선)
억측이에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공연 좋아하세요?
(무슨 공연이려나)
 
아이린 E. 테라코르: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아. (무심히 대답하더니, 몇 초 뒤 말을 바꾼다.) 아니. 나름대로 좋아하는 편일지도.
예전에는 연극 동아리에 들었어서, 소극장의 무대에 몇 번 올라본 적도 있었지.
광장에서의 공연은 퍼레이드에 가까운 것 같더구나. 가겠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 말 바꾼다.)
흐응. (소극장 무대에 올라간 선생님이라. 잠깐 생각해보고는 미소지었다.) 선생님이라면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네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게 대답한다.) 네, 좋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면서 붙잡던 사람이 있었거든. (기본적으로 차갑고 무감하던 표정이 잠시간 온화해진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 보니 즐겁더구나.
그래도 저런 화려한 퍼레이드는 무리겠지만 말야. (자리를 잡으러 간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그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아이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좋은 경험을 얻을 수만 있다면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인걸요.
 
아이린 E. 테라코르:맞는 말이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 사람은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지나가 광장의 한쪽에 자리를 잡습니다.
 
곧 퍼레이드가 시작되네요. 마을 전통 의상과 특산물을 상징하는 장식들을 가득 붙인 화려한 장신구들이 눈에 띕니다.
 
음악은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될 만큼 흥겹습니다.
 
퍼레이드의 막바지에는 아름다운 불꽃까지 하늘을 향해 쏘아지네요.
 
펑펑, 터지는 불꽃이 어둑해진 하늘을 수놓습니다.
 
불꽃놀이까지 끝나면 무대는 아쉬울 정도로 금세 마무리가 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이만하면 메인 볼거리는 다 본 것 같구나. (아직도 풍선 잡고 있는 중……) 더 할 게 남았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직 잡고 있었구나.)(고개를 내젓고는) 할 일이 있던 건 아니었는걸요. 하지만 올해 축제는 즐겁게 보낸 것 같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나도 덕분에 재밌게 보냈구나.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갈 거니?
 
루드베키아가 뭐라 답을 하기도 전에 저 멀리서 사회 선생님이 “아이린 선생님!” 하고 뻘뻘거리며 달려옵니다.
 
양 손에 과일 주스를 들고 있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 바람 맞은 사회다.)
 
아이린 E. 테라코르:갈 거라면 조심히 돌아가렴.
 
아이린은 마지막으로 루드베키아에게 눈인사를 한 번 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이린에게 인사 꾸벅하고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린과 헤어진 후로 어쩐지 공기는 쭉 무겁고 불쾌합니다.
 
축축한 공기와 습한 기운. 미지근한 바람…
 
그리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툭 떨어집니다.
 
툭, 툭, 툭, 쏴아…
 
빗방울은 점점 빠르게 떨어지더니 이내 거센 비가 됩니다.
 
축제 회장의 사람들은 빠르게 부스를 접고, 사람들은 인근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사거나 집으로 귀가합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우산 팡 펼친다.)
 
미리 챙겨온 우산이 빛을 발할 때네요.
 
우산을 잘 쓰고 시민 공원 근처를 지나가는데,
 
빗소리 사이로 행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저 사람 괜찮은거야? 쓰러질 거 같던데…”
 
“구급차 불러드릴 걸 그랬나…?”
 
루드베키아 L. 히르타:(사람들은 신경도 안 쓸 거면서 후회하더라.)
 
소리를 듣고 자연스레 공원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람 한 명이 등나무 벤치 아래에 앉아있습니다.
 
어쩐지 익숙한 뒷모습. 아이린입니다.
 
그는 멀리서도 알 수 있을 만큼 불안한 기색으로 혼자 앉아 등을 웅크리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네요.
 
조금 더 보고 있으면 그는 몸을 좀 더 휘청이는 듯 하더니, 옆으로 쓰러지듯 천천히 벤치에 몸을 눕힙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머)
(이렇게 비가 오는데?)
(고민하다가 다가가서 우산을 씌워줍니다. 문어꼬치 값을 갚겠어요.)
 
가까이 다가가니, 호흡이 힘든 듯 가쁘고 괴롭게 숨을 내쉬는 아이린이 보입니다.
 
우산도 없이, 몸이 비로 완전히 젖어 있습니다. 상당히 불안해보이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으으……. (두 팔로 제 몸을 감싸고 작게 신음하며 알아듣기 힘든 말을 뇌까린다.) 싫어, 물은 이제 싫어……. 어떻게 빠져나왔는데, 또 거기로 가게 되는 거야?
 
루드베키아 L. 히르타:(물?)
(가방 속에 뭔가 몸을 닦을 만한 게 있나 찾아볼 수 있을까요?)
 
찾아봅시다! <행운>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
기준치: 80/40/16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뒤적뒤적)
 
마침 새 수건이 있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조용히 우산을 씌워주고 새 수건을 아이린에게 건네준다.)
감기 걸려요.
 
아이린 E. 테라코르:(제 위로 쏟아지던 비가 그치자 몸의 떨림이 조금 잦아든다. 그제야 다가온 인영을 발견하고는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켰다. 망설이다 수건을 받아들고 푹 젖은 몸의 물기를 조금이라도 닦아내리기 시작했다.)
 
몸을 닦는 내내 아이린의 손은 수전증 환자마냥 떨리고 있었고 안색도 창백했지만,
 
일단 제 위로 떨어지는 비가 그치자 조금씩 진정해가는 듯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얼굴의 물기를 닦고는 한동안 수건에 고개를 묻었다가, 크게 한숨을 내쉰다.) …… 신세를 졌구나.
고마워, 루드베키아.
 
……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머)
 
어라. 입에 담은 것은 분명 루드베키아의 이름인데 당신을 부른 것 같지 않아요.
 
일관되게 성씨만을 부르던 평소보다 훨씬 친근감과 온기가 깃든 목소리.
 
정말 날 부른 건가? 일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또한 자신이 뱉은 말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곤 잠시 루드베키아를 바라봅니다.
 
직후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는,
 
아이린 E. 테라코르:미안해. …… 다른 사람인 줄 알고.
우산, 씌워줘서 고마워…… 이제 어서 돌아가보렴. 학교에서 보자꾸나. (그러면서 비틀비틀 일어나 자리를 피하려 한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흔한 이름은 아닐텐데.)
선생님. (가만 너를 불러세우고는 제가 쓰고 있는 우산을 건넸다.) 우산 가져가세요. 저는 근처라서 괜찮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평소와 다르게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황과 놀라움, 그 외의 감정 여럿이 뒤섞인 표정.)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니. 선생님은 이제 괜찮아졌으니, 어서 가.
 
루드베키아 L. 히르타:…―거짓말.
(말로 해서는 안 들을 것 같으니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는) 학교에서 돌려주세요.
(부르는 소리도 무시하고 그대로 가던 길을 뛰어갑니다.)
 
뒤쪽에서 "히르타!" 하고 당신을 부르는 여린 목소리가 들린 듯도 했지만,
 
루드베키아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집까지 달음박질합니다.
 
무슨 일이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축제의 마무리가 영 찝찝하게 되었네요.
 
우산은 내일 돌려받게 되겠죠.
 
시끌벅적하였던 축제의 날도 이렇게 지나갑니다.
 
...
 
축제가 끝난 다음 날. 학교의 공기는 불온합니다.
 
오전 1교시가 되어도 선생님은 교실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2교시가 되어서야 옆 반 담임선생님이 급하게 들어와 이번 수업은 자습이라 말하고 바쁘게 떠납니다.
 
학생들이 내내 소곤거리고 있습니다.
 
어제 축제가 끝난 뒤 사고가 있었다는 내용 같네요. 선생님 한 명이 크게 다쳤다고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담임 선생님이 반으로 들어섭니다.
 
교탁을 탁 치고 학생들이 전부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하면 다시 입을 엽니다.
 
담임 선생님: 오늘은 단축 수업이다.
얼마나 들었을진 모르겠지만, 앞 반 사회 선생님이 근처 강에서 빠진 채 발견되셨어.
아직 회복이 다 되진 않아서 당분간 병원에 입원해 계실 거야.
괜히 이곳저곳 들릴 생각 하지 말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도록. 이상.
 
바로, 수업이 종료됩니다.
 
평소보다 빠른 하교를 반가워하는 학생도, 불길한 소식에 무서워하는 학생도 보이네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은 부활동 또한 없는 것 같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오늘도 청소를 해야할텐데 가도 되는건가?)
(그보다 강가에는 왜 간 거지.)
 
이런 때까지 청소를 시키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뭣하면 아이린에게 가서 물어볼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혹시 모르니 교무실로 가봅니다. 성실한 학생이니까.)
 
성실하게 교무실로 간 루드베키아는 정신없어 보이는 아이린과 마주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아, 히르타구나. 바로 돌아가지 않고.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 하고 짧게 반응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남아서요. 수업과 청소는 별개인 걸요. 부 활동도 아니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성실하구나. 그렇지만 오늘 청소는 안 해도 돼. 담임 선생님이 공지하셨지?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학교도 곧 문을 닫을 거야.
 
루드베키아 L. 히르타:(흐응. 아이린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옆으로 슬 기울였다. 그러고보니 우산을 돌려받아야 했었지.) 어제 저녁에 사회 선생님과 함께 계시지 않으셨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은근슬쩍 눈을 굴려 시선을 피한다.) 널 보내고 같이 회장을 돌아다니다가 베로니카 학생을 만났단다. 사회 선생님이 그애를 바래다주기로 하고 헤어졌었지. (그러다가 갑자기 내린 비에 젖은 채로 루드베키아를 만났을 테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사회 선생님이 강가에 빠진 채로 발견된 거야.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 그 행방불명이라던 가출소년?)(아니다)
 
추측상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병원에서 회복 중이라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니 적어도 오늘 아침에 빠졌다는 거네.)
(눈을 피하는 아이린에게 심리학 사용이 가능할까요?)
 
원하신다면 해봅시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이린은 동료 선생님의 사고 소식에도 그다지 크게 놀란 것 같지는 않지만, 이건 그가 사고에 관련되어 있다기보단 기본적인 성격 때문인 듯합니다.
 
그보다는 루드베키아의 눈을 피하는 모습에서 어제 두 사람 간에 있었던 일을 굳이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기색이 읽히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헛짚었나봐.)
 
아이린 E. 테라코르:(이어 말한다.) 병원에서 사회 선생님이 말하기론, 강가에서 베로니카에게 갑자기 달려드는 큰 개를 막으려고 나섰다가 다리 너머로 떨어지셨다는구나. 그 학생은 놀라서 도망쳤다는데,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교직원들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강가 근처를 돌면서 수색할 예정이야.
 
루드베키아 L. 히르타:개?
(근데 교직원들이 동네 수색도 하는건가?)
 
베로니카를 찾기 위해 수색하는 것 같습니다!
 
학생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되니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하)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갑자기 큰 개가 나타났다고 하더구나. 히르타 너도 청소는 하지 말고 귀가하도록 해.
아, 참. (잰걸음으로 제 자리로 돌아가 어제 받은 루드베키아의 우산을 건네준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지난 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 (양손으로 우산을 받는다.)
가는 길은 괜찮으셨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덕분에. (짧게 축약하고는) 선생님은 바빠서 이만 가볼게. 조심히 돌아가렴.
 
대화가 일단락되고 나면 아이린은 다시 바쁜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갑니다.
 
정신이 없어 보이니 붙잡지 않는 것이 좋겠죠.
 
루드베키아 L. 히르타:(바쁜가보다.)
(잠깐 할 일이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역시 생각나는 건 없으므로 빠르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평소보다 이른 하교길은 낯선 느낌입니다.
 
가벼운 일탈을 하는 것 같은 기분.
 
착실히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놀러가자며 떠드는 학생들 또한 보입니다.
 
루드베키아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으므로 곧장 집을 향하기로 했죠.
 
어느덧 혼자가 된 하교길.
 
돌연 누군가가 눈 앞을 달려갑니다.
 
라이드입니다. 다급한 얼굴입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뭐지?)
 
그는 루드베키아를 발견하곤 서둘러 외칩니다.
 
라이드:저기! 저쪽으로 누가 떠내려가는 걸 봤어!
가보자, 루드베키아! 도와줘야 해!
 
정말이지 필사적인 외침입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왜 나한테?) 경찰에 신고하면 되지 않니?
 
라이드:일단 가면서 신고하면 되잖아!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직 신고도 안했구나.)
혼자서는 무리라는 거지? 어느 쪽이니? (갑작스러운 일이라 조금 떨떠름하지만 사람이 빠졌다니 일단 가봅니다.)
 
라이드:이쪽이야! 서둘러! (특정 방향을 가리켜며 다급하게 뛰어간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라이드를 따라서 달려간다.)
 
흐르는 물가를 계속 달립니다.
 
달리고, 달려서, 주택가에서 벗어나 물이 고이는 지점으로 옵니다.
 
다리에 올라 아래를 살펴보니, 정말 저 멀리 누군가가 둥둥 떠 있습니다.
 
교복을 입고 있는 것도 같은데, 얼굴이 물 속에 잠겨있어 누구인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루드베키아를 끌고 온 그는 발을 동동거립니다.
 
라이드:안 되겠어. 들어가서 꺼내오자!
 
하지만 이 강가는 정말 깊다고 들었는데…?
 
그는 정말 옷가지를 하나 강가에 던져버리고 발을 난간에 걸칩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옆에서 지켜보다 라이드를 끌어내린다.) 너까지 죽고싶니? 허튼 생각 하지 마.
(오는 길에 신고를 했던가? 경찰도 부르고 응급상황이니 구급차도 불러야겠다.)
 
루드베키아는 경찰을 부르려 하지만, 핸드폰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주변엔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보이질 않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 (왜 이러지?)
(…여기 이렇게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곳이던가?)
 
루드베키아가 끌어내려도 그는 다시 난간에 올라타고, 정신을 차려보면 오히려 루드베키아를 붙잡고 있습니다.
 
라이드:도와줘, 빨리.
들어가서 구해오자니까.
물에 들어와.
 
코 끝에 기묘한 악취가 스칩니다.
 
그의 검은 눈이 번들거리며 빛납니다.
 
그의 손을 뿌리치려면 <근력>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손을 뿌리친다.)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그러나 놀란 탓일까요, 뿌리치기엔 힘이 너무 약했습니다.
 
당신은 그대로 그의 손길에 잡혀 강에 빠지고 맙니다.
 
그 뒤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풍덩!
 
수면과 전신이 부딪히는 강렬한 충격. (HP 2 감소)
 
몸이 수면 아래로 빠져듭니다.
 
물 속은 기묘할 정도로 어둡습니다. 주변이 가스로 뒤덮인 것만 같아요.
 
하늘처럼 흘러가는 색채는 마치 우주를 연상시키지만, 부유감도 자유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반투명한 물결이 루드베키아의 다리를 붙잡고 점점 안개 한가운데로 끌어당깁니다.
 
<민첩> 판정 혹은 <수영> 판정 (패널티 다이스 1개)
 
루드베키아 L. 히르타:.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94, 44, 89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머리가 찌릿합니다. 정신이 순간 아득해져 옵니다.
 
HP 6 감소
 
<정신력> 대항 판정
 
?: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루드베키아 L. 히르타: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루드베키아, 마력 1D6, 이성 1D6 추가 감소합니다. 다이스 굴려주세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마력 2 이성 4
 
그것에게 끌어당겨져 몸이 어딘가에 닿습니다.
 
그때, 루드베키아의 시야에 빛나는 무언가가 보입니다.
 
보석입니다. 루드베키아의 손 근처에서 빙빙 돌고 있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손을 뻗을 수 있을까요?)
 
원한다면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보석을 잡아본다.)
 
보석을 붙잡는 순간, 순식간에 수 많은 시선이 루드베키아에게 꽂혀듭니다.
 
머리 깊숙한 곳을 찔러드는 시선.
 
압박감에 질식될 것만 같은 찰나였으나, 바로 다음 순간 누군가의 손이 루드베키아의 눈을 가립니다.
 
그대로 루드베키아를 끌어당겨 머리를 품에 안습니다.
 
물 속에서 휘날리는 길다란 백발…… 아이린입니다.
 
그는 루드베키아를 부축하고 단숨에 수면을 향해 도약합니다.
 
낮은 진동이 귓가에서 울립니다.
 
첨벙! 귓가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린과 루드베키아는 무사히 근처의 뭍까지 헤엄쳐 나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히르타! 너…… (입술은 새파랗게 질렸고, 몸은 바깥 공기를 맡고서야 압박이 풀린 듯 경련해온다. 그러나 제 몸보다는 당신의 상태가 더 중요하단 듯, 당신의 어깨를 감싸고 낯을 확인한다.) 괜찮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뭐지? 무슨 일이 있었더라? 말간 두 눈을 깜빡이며 너를 바라본다. 아, 이 사람 물을 싫어하는 것 같던데. 그런 생각에 다시금 눈이 감긴다.)
물, 싫어하지 않으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싫어해. 두렵지. 그렇지만, 그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으니까. (뒤늦게 엄습해 오는 공포에 강가로는 시선조차 두지 못하고, 어깨를 붙잡은 손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었는데…….
 
루드베키아 L. 히르타:(왜 신경쓰지 않았을까. 네 모습을 바라보다 물에 젖은 앞머리를 옆으로 넘긴다.) 이번에는 말하면 믿어주실 건가요?
 
아이린 E. 테라코르:내가 언제 안 믿은 적이…… (그러다 수영장 청소를 하게 된 계기를 떠올리고서는 허탈하게 고개 끄덕인다.) 그래. 믿을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정말? 의심의 눈초리로 너를 잠깐 바라보았다.) 라이드가 그랬어요. 그때도, 오늘도. 지나가던 길에 사람이 빠졌다면서 저를 데리고 오더라고요.
그리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바보같이.
 
아이린 E. 테라코르:…… 그건 아마, 라이드가 아니었을 거야.
봐. 빠졌다는 사람도, 라이드도 보이지 않지.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쩐지 지성이 있어 보이더라.)
 
아이린 E. 테라코르:어쨌건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짧은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린은 루드베키아의 손을 빤히 바라봅니다.
 
당신의 손에는 빛나는 돌이 쥐어져 있습니다.
 
그가 머뭇거리며 입을 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쭉 찾던 거야. 괜찮다면, 내게 주지 않겠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제 손에 쥐어진 돌을 바라본다. 이것때문에 내가 물에 빠졌던 건가? 진실은 알 수 없다.)
(너와 돌을 번갈아보다 짧게 고민하는 듯 하더니 다시금 시선을 네게 맞춘다. 이건 내게 중요하지 않아.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는 빛나는 돌을 네게 건넨다.)
 
아이린 E. 테라코르:고마워. (진심으로 안도한 낯이 되어 수정을 꾹 쥔다. 이내 작게 중얼이는 목소리.) …… 겨우 찾았구나.
 
루드베키아 L. 히르타:중요한 거예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내겐 무척이나 가치있는 거야. (수정을 몇 번이나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그쯤, 저 멀리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립니다.
 
외치는 소리. “아이린 선생님! 베로니카를 찾았어요! 지금 병원에… 어!?”
 
선생님과 경찰 몇이 달려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피고 부축합니다.
 
순식간에 루드베키아는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병원으로 데려가집니다.
 
아이린과 헤어지기 전, 그는 무언가 할 말이 남은 듯한 시선을 이 쪽에 보냅니다만,
 
아이린 E. 테라코르:…… 남은 이야긴 다음에 하는 게 좋겠구나.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고 푹 쉬렴.
 
라고만 합니다.
 
그리고 헤어지는 길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린 E. 테라코르:히르타.
오늘 일은 잊어.
 
희미하게 속삭입니다.
 
 
 
그리고 다음 등교일.
 
아침이 되어 눈을 뜹니다.
 
평소처럼 몸을 일으키려 하면… 어라?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침대를 짚은 팔이 쭉 미끄러져 아래로 구릅니다.
 
온 몸에서 열이 오르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서 제대로 진찰받았을 텐데, 회복이 다 되지 않은 걸까요?
 
어쨌든 이런 상태로 오늘 학교에 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루드베키아가 구르는 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깜짝 놀라며 방에 들어오네요.
 
당신을 부축해 침대에 눕히고, 물수건을 가져와 이마에 대어줍니다.
 
"학교는 쉬어야겠구나. 내가 학교에 전화할 테니 좀 자고 있어."
 
루드베키아 L. 히르타:(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맙니다. 아프니까 갑자기 서럽다.)
 
아프니까 슬프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건 다 거짓말이야.)
 
침대 위에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합시다.
 
곧 루드베키아는 물에 잠기듯 수마에 빠져듭니다.
 
직후, 루드베키아는 꿈을 꿉니다.
 
당신에게 병문안을 온 아이린의 꿈입니다.
 
꿈에서도 당신은 여전히 아픈 탓에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합니다.
 
분명 한낮일텐데도 창밖은 어둡고 공기는 탁합니다.
 
얼마 전 교실에서 봤던 영화 속 풍경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루드베키아의 방 벽지 위로 갈라진 콘크리트 벽이 흐릿하게 겹쳐집니다.
 
당신이 잠든 침대 곁에 앉는 아이린은 어쩐지 루드베키아가 알던 것보다도 훨씬 앳된 인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도 루드베키아와 가깝고 손에 잡힐 듯한 거리.
 
아이린이 입을 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전에 얘기했었던 그 일 말야. 가기로 했어.
별 수 없지. 이대로 있으면 너도, 티아도, 다른 내 친구들도…… 다 죽고 말 테니까.
 
여전히 몸은 무겁고, 입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린은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대화를 계속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고 하더구나. 어차피 돌아올 때는 지금의 여기일 거라곤 하던데.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선생님으로서의 아이린보다 훨씬 온기 있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루드베키아를 내려다본다.)
잘 기다리고 있어야 해.
 
문득, 루드베키아에게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분명 지금 무언가 할 말이 있을 텐데.
 
당신이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거나, 뒷일은 부탁한다든가, 하다못해 몸 건강히 돌아오라는 말이라도.
 
그러나 그 중 무엇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린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잠이 많아졌구나, 너도.
이제 갈게. 안녕.
 
<건강>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아이린은 그대로 몸을 돌려 병실에서 떠납니다.
 
당신의 시야 밖으로, 세계 밖으로.
 
당신이 잡을 수 없는 곳까지.
 
긴 꿈에서 깨면, 정말 오래도 잤는지 어느새 아침입니다.
 
몸이 개운합니다. 체온을 재 보면 열은 전부 날아가 있습니다.
 
마치 꿈 속 아이린이 떠나면서 열을 전부 가져간 것만 같아요.
 
몸이 전부 회복되었으니 이제 학교에 갈 준비를 할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학교 한번 빠졌다고 가고 싶지가 않다. 꾸물거리며 학교 갈 준비를 한다.)
 
교복을 입고, 익숙한 가방을 듭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평소와 같은 여름 하늘이 보입니다.
 
꿈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물감을 머금은 듯한 생생한 푸른색.
 
푸른 강가와 강에 뛰어들던 아이린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물이 두렵다고 했는데, 그 이후 아이린은 괜찮았던 걸까…
 
학교에 등교합니다. 뒤로는 언제나와 같은 무료한 수업 시간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과학 수업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아무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그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듯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수업중인데도 매점으로 향하는 학생 또한 보입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수업 중인데 매점을 가다니 배짱이 대단하구나.)
(하지만 저 역시 할 일이 없기는 매한가지였으므로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새로 대여한 책을 읽기로 합니다.)
 
하지만, 루드베키아가 새로 빌린 책을 한참이나 읽어내려갈 동안에도 선생님은 오지 않네요.
 
어떻게 된 거지? 옆 친구에게 물어볼까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이상하네.)
(옆에 있는 아이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선생님이 좀 늦으시지 않아?
 
옆자리 학생: 아, 너 어제 결석해서 모르는구나. (작게 탄식한다) 아이린 쌤, 어제 학교 퇴직하셨어. 고향에 큰일이 생겨서 바로 돌아가봐야 하신다고.
 
루드베키아 L. 히르타:(그래서 다들 대범하게 자기 할 일을 한 거구나.)
곧 있으면 방학일텐데, 애매하네.
 
… … …
 
그 순간, 교복 주머니에서 희미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뭐지? 교복 주머니에 손을 넣어본다.)
 
아이린의 나비 장식이 달린 귀걸이입니다.
 
이게 왜 여기에? 강에서 루드베키아를 끌어낼 때 휘말려 이 안에 들어가버린 걸까요?
 
귀걸이를 손에 쥡니다.
 
머리에서 자연스레 어느 장소가 떠오릅니다.
 
어쩌면.
 
어쩌면 아직 거기에 있지 않을까? 지금 뛰어나가면 잡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 어쩌면.)
(무언가 잊은 게 생각이라도 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뒷문으로 가 문을 열고 교실을 나선다.)
(한번 쯤은 달려야 할 때가 오잖아.)
 
마음을 먹는다면, 바로 발을 움직입니다.
 
땅을 박차고 뛰어나옵니다. 복도를 달립니다.
 
계단을 몇 개 가볍게 뛰어내리면, <민첩>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바로 곁, 바꾸기 위해 근처에 기대어 세워둔 새 유리창에 몸을 부딪힙니다.
 
쨍그랑!
 
기시감이 느껴지는 경쾌한 파열음.
 
라이드:으악!
 
곁에서 지나가던 라이드가 놀라 루드베키아와 유리를 번갈아봅니다.
 
이거 어쩔 거냐는 표정.
 
그러나, 신경쓸 틈이 있나요? 바로 다시 발을 움직입시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어느 교실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선생님, 라이드가 유리 깼어요!
(이제 내 알 바 아니야. 라이드를 향해 작게 메롱하고는 다시 가던 길을 그대로 달려갑니다. 복수다.)
 
라이드:야, 야! 뭐하잔 거야!!!
 
뒤에서 황당해하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달립니다.
 
“야! 라이드! 이걸 깼어!? 이리 와!”
 
루드베키아의 목소리를 듣고 온 선생님이 높이는 목소리 또한 들립니다.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어쨌건 한 번은 달려야 할 때가 있는 겁니다.
 
“부장! 돌아왔군요!”
 
“정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대회가 곧인데.”
 
“아, 정말,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 왜 그랬는지 어째 나도 잘 기억이 안 나…”
 
루드베키아는 어디로 달려가나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수영장으로!)
 
옥상에 있는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교실의 건물을 뛰어내려가, 강당 건물로 향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 푸른 하늘,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발 아래 깔리는 모래.
 
몸은 가볍고 머리는 상쾌합니다. 가벼운 전능감이 온 몸으로 뻗어나갑니다.
 
만약 지금 그를 잡는다 해도 아마 그는 떠납니다.
 
내일이면 이 곳에서 더 볼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단을 뛰고 또 뛰어올라 옥상 문을 발칵 열어젖히고 수영장에 도착합니다.
 
그곳에, 아이린이 있습니다.
 
그는 아직 루드베키아를 눈치채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곁에는 작은 짐 가방.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잠시 서 있던 그곳에 가방을 놓아두고,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단 듯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겨갑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앞으로 걸음걸음을 옮기는 너를 보며 뒤에서 큰소리로 불러본다.) 선생님!
 
아이린 E. 테라코르:(고개를 휙 돌린다. 조금 눈이 커지긴 했지만, 아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닌 듯하다. 아무래도 같은 학교 내니까.) 히르타, 너구나. 찾으러 왔니?
 
루드베키아 L. 히르타:(숨을 한번 몰아쉬었다. 이렇게 달려본 게 얼마만이더라? 갑자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말도 없이 학교도 그만두시고. 그런데도 아직 학교에 계셨네요?
 
아이린 E. 테라코르:미리 말할 수가 없었어. 그래도, 이곳은 너와 만난 곳이고, 네가 앞으로도 지낼 장소니까 이왕 떠난다면 여기에서 떠날까 하고. (알쏭달쏭한 표현이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여기서? (무슨 의미일까.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린의 발이 향하던 곳이 어느 쪽인가 흘끔 살펴본다.)
 
아이린의 발은 옥상 난간 쪽을 향하고 있었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니 왜?)
 
일단 난간에는 철조망이 쳐져있고, 떨어지면 큰일이 날 텐데 무슨 소리일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너도 어느 정도는 눈치챘겠지만 나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어. 여기에는 내게 꼭 필요한 걸 찾으러 온 거야. 네가 찾아준 그 수정 말이지. (수정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아, 그 빛나는 돌? 너와 수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뭔가 잊은 건 없나요? 잃어버린 거라던가.
 
아이린 E. 테라코르:응. 이것만 있으면 돼. (잠깐 묘한 표정으로 루드베키아를 바라본다.) 잊고 가는 건 내가 아니라 네가 될걸. 돌아가는 동시에 나에 관한 기억을 모두에게서 지우려 했거든. 그렇지만…… 너는 여기까지 날 찾으러 와줬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루드베키아 L. 히르타:(주머니에서 귀걸이를 꺼내 보여준다.) 전부 잊어버리면 마음 편할 줄 알았어요? 쪼잔해.
고민하는 척 하지 마세요. 어떻게 하고 싶은지 사실은 다 생각해두신 거 아니에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아, 그 귀걸이. 그거 하나만은 잃어버린 게 맞구나. (손을 내밀며, 쪼잔하단 말에 작게 피식한다.) 마음 편하려고 잊는 게 아니라, 괜히 네게 내 기억을 남겨봤자 좋을 게 없어서 그런 거란다. 네가 바라는 대로 할 테니 의향을 말해주렴.
 
루드베키아 L. 히르타:(귀걸이를 잡고 있는 손을 뒤로 뺀다.) 그건 제가 정할 거예요. 좋을 게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언젠가 잊혀지게 될 일이라면 저는 지금을 기억하겠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 텐데도 괜찮은 거니? (손이 허공만 휘젓는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그런 게 중요한가요? (전혀.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는 네게 귀걸이를 건네준다.)
 
아이린 E. 테라코르:다시는 재회할 수 없는 이와의 기억은 때로 아프게 남을 수 있거든. 경험에 의거한 말이란다. (고마워. 하며 귀걸이를 받아 다시 귀에 잘 매달았다.)
이곳에서는 학생과 선생님이지만, 내가 본래 있던 곳에서는 우리 둘은 친구였어. 이 귀걸이는 루드베키아가 내게 선물해준 거란다. 나비를 좋아하는 날 위해서.
만약 잃어버리고 돌아왔다면…… 너였다면 새 귀걸이를 다시 사줄 것 같니? 어때?
 
루드베키아 L. 히르타:그건 선생님의 경험이에요. 제 경험이 아니에요. (다시금 말간 두 눈을 깜빡인다.)
잃어버렸다고 한들 새로 사주지 않을 거예요. 그건 이미 하나 뿐인걸요. 완벽하게 똑같은 건 없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그럼 더더욱 네가 이걸 돌려주어 다행이네.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 사라지는 건 슬프니까.
기억 역시 네게만은 남기는 걸로 하자. 그리고, 하나 더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내가 알고 지내던 루드베키아는 병에 걸려서 너무 오래 잠들어 있었단다. 그 병을 고치려고 떠돌면서, 나는 그애와 나이 차가 많이 나게 되었어. 다시 돌아가 만나게 되면, 나를 이전처럼 대해줄까? 그애라면 나를 외관 하나로 달리 대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워낙 떠돈 시간이 길다 보니 조금 걱정이 되는구나.
 
루드베키아 L. 히르타: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인걸요. 그건 제가 아니에요. 두려워하지 말고 마주해보세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아이린 E. 테라코르:(희미하게 미소한다.) 너는 그애와 아주 비슷해서, 네게 조언을 듣고 싶었어. 네 말을 들으니 용기가 나네.
고마워. 나는 떠날 테지만, 계속 쓰여나갈 네 이야기를 기대할게.
 
루드베키아 L. 히르타:(가만 눈을 깜빡인다. 옅게 미소짓고는 조용히 네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잘 가요. 안녕.
 
아이린 E. 테라코르:건강하게 잘 지내야 해.
마지막이니, 비밀 하나 알려줄게.
 
루드베키아 L. 히르타:(비밀?)
 
그가 한 발자국 앞으로 걷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유리창 깬 사람 네가 아니란 거 알고 있었어. 너랑 이야기를 나눌 구실을 찾으려 한 거야.
미안했어.
 
그는 루드베키아를 바라봅니다.
 
선생님의 얼굴이 아닌 그 사람의 개인적인 얼굴. 시선 끝에는 당신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아이린은 바람에 나부끼듯 사라집니다.
 
루드베키아 L. 히르타:(날 속였어)
 
그로부터 며칠 뒤. 루드베키아가 마음 한 켠에서 예감했던 대로 아이린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모두에게서 잊혀집니다.
 
당신 말고는 그 누구도 이 학교에서 수업을 가르쳤던 아이린에 대해서 떠올려내지 못합니다.
 
아이린의 자리를 메꾸고 들어온 선생님은 완전히 낯선 다른 인물로, 학생 몇을 뽑아 마지막 남았던 수영장 물 청소를 부탁합니다.
 
<행운> 판정
 
루드베키아 L. 히르타:
기준치: 80/40/16
굴림: 3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다행히 루드베키아는 포함되지 않았네요.
 
루드베키아 L. 히르타:(뿌듯)
 
수영장 청소에 동원된 아이들은 저마다 야유를 보내거나 작은 소리로 불만을 내뱉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물청소만 하면 되는데 뭐가 불만이냐며 학생들의 머리에 가볍게 출석부를 가져다 댑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1주일, 앞서 수영장 청소를 했던 루드베키아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되어있는 걸까요?
 
“물 나온다!”
 
끼익, 수도를 돌리는 소리.
 
루드베키아 L. 히르타:(자진해서 혼자 청소한 게 되었나? 봉사 점수 챙겨받아야지.)
 
머지 않아 호스 끝에서 힘차게 물이 터져나옵니다.
 
호스를 쥔 아이들은 꺄악거리며 비어있는 풀장의 타일 위를 위험하게 달리거나 밀대를 밀기 시작합니다.
 
푸른 하늘로 깨끗한 물방울이 튀고, 작은 무지개가 그려집니다.
 
물을 보면 문득 강가에 낙하했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강 밑에서 목격했던 끔찍하고 기분나쁜 것들은 아직 남아있을까요?
 
그것들을 떠올리면 다시, 어쩐지 불안한 기분. 햇빛이 뜨겁습니다.
 
어딘가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히르타."
 
바람과 함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봅니다.
 
그러나 그 곳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기억합니다.
 
땅을 박차고 달려나가던 그 날. 소리 높여 상대를 부른 한 순간.
 
낯익은 얼굴, 목소리. 옅은 웃음소리.
 
밝은 함성이 오고갑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리를 뒤로 하고 루드베키아는 하교를 위해 교사를 걷습니다.
 
탁, 탁, 탁. 발소리가 들립니다. 점점 가까워집니다.
 
스쳐 지나가나 했으나 정확히 당신의 뒤에서 멈춥니다.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톡 건드립니다.
 
다음 순간, 익숙한 머리칼, 귀에 익은 목소리.
 
당신에게 한결같이 달려오기 위해 거칠어진 호흡.
 
“저기."
 
"이거 떨어뜨렸어."
 
시간은 물과 같아. 잡을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지.
 
서투르게 발을 떼면 순식간에 휩쓸려 흘러갈 뿐.
 
그러니 당신은 지면을 박차고, 자신의 길을 따라 달립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 남은 인생이 모조리 바뀌는 그 순간. 마치 운명처럼.
 
ENDING 3 「리버사이드에서 달려나가」
 
아이린, 루드베키아 생환
 
:다만 아이린은 본인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아이린이 고대종의 수정을 회수해 갔으므로 색채는 쇼고스에 대한 주도권을 잃고 쇼고스에게 잡아먹혔습니다. 따라서 엉망이 되었던 강가의 생태도 원래대로 돌아오며 생명력을 흡수당해 기운이 없었던 사람들도 점차 회복합니다.
지역에 남은 쇼고스는 아마 당분안 이 마을을 배회하겠지만, 운이 좋다면 마주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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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의 세계는 마침내 다 모인 고대종의 수정을 이용해 재건이 시작됩니다.
 
무사히 돌아온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살아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몸 어딘가가 기이하게 변질되었거나 혼자 나이를 너무나 많이 먹어버리거나 다양한 후유증을 앓는 등,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이린 또한 예외가 아니었죠.
 
이 일에 몸을 던졌던 수많은 사람들은 후원을 받아, 얼마든지 원하는 식으로 신분을 바꾸거나 지원을 받아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린은 오래 전부터 이야기 했던 대로… 신분을 완전히 감춘 뒤 먼 곳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가져갈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는 지난 주 겨우 운행을 시작한 정기 선박을 타고 먼 대륙으로 떠날 것입니다. 그럴 예정이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면, 햇빛 한 줄기가 이 쪽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면 언젠가의 하늘이 떠오릅니다.
 
아이린은 밖으로 나섭니다. 이 시각이라면 이미 배가 출항했겠죠.
 
그렇다면 가야 할 곳은 한 곳밖에 남지 않습니다.
 
아직 모든 것이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기술에 손을 댄 대가도, 분명 언젠가 돌아옵니다.
 
그러나 그때가 지금은 아닙니다.
 
저 멀리 루드베키아가 입원한 시민 병원의 간판이 보입니다.
 
하나, 둘, 걸음이 빨라집니다. 달립니다.
 
에필로그 完.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