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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1~241022] 에르리체 - 타르타로스의 프시케

 

플레이타임 : 약 14시간 30분

* 하단에 coc 시나리오 '시월의 템페스트' 초반부의 지문이 등장합니다. 개요에 해당하는 정도지만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 열람 시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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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리안
 
달그락- 마차가 어두운 산길을 달립니다.
 
분명 한낮인데도 가는 길이 이리 어두운 것은 필연 나무 그림자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북부에 있는 괴물의 제물로 바쳐지는 기분은 어떤가요?
 
하필 그 괴물이 당신을 콕 집어 지목할 줄이야.
 
베아트리체 힐:...멀구나. (마차 소리보다도 귀에 거슬리는, 두려움에 뛰는 심장 소리를 애써 지워보려 창 너머로 스치는 풍경을 가만 바라본다.)
 
마을의 제물로 바쳐지며 입혀진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와 면사포는 어색함과 두려움을 고조시킬 뿐입니다.
 
영원처럼 긴 시간 속에서 얼마나 달렸을까요? 이내 마차가 멈춰섭니다.
 
“이제 더 들어갈 수 없으니 혼자 가셔야 합니다.”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베아트리체 힐:(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고 내려선다.)
...다시 먼 길을 돌아가느라 고생이 많겠어요. (말을 건내고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문을 열고 앞을 보니, 검은색의 거대한 대문이 서 있습니다.
 
사람의 키를 까마득히 넘고 너댓사람 정도는 한번에 들어갈 수 있을 듯 거대합니다.
 
크기에 비해서는 작아보이는 문고리가 보입니다.
 
대문의 옆으로는 흑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이 이어집니다.
 
용감하게 괴물이 사는 성으로 들어갈 도둑은 존재하지 않겠지만서도,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고 사람의 키를 까마득히 넘습니다.
 
높은 벽으로 인해, 유일하게 보이는 것은 거대하게 솟아있는 검은 탑 하나뿐입니다.
 
"그럼, 저는 돌아가보겠습니다. 부디 행운이 있기를."
 
마부는 당신을 안타까워하는 듯한 어조로 작별 인사를 건네곤 급하게 말을 채찍질해 온 길로 되돌아갑니다.
 
베아트리체 힐:(...괜찮을 거야.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거대한 문을 올려보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이윽고 떨리는 손을 얹어 문을 두드린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두드리자, 낮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대문이 열립니다.
 
기이하게도 대문을 여는 장치도, 열어준 사람도 보이지 않네요.
 
베아트리체 힐:...아무도 없는데, 이상하네. (괜히 혼잣말로 자신을 달래본다. 스스로 열리는 문을 의아한 듯 유심히 바라보다 안으로 들어선다.)
 
베아트리체가 안쪽으로 완전히 들어온 순간 문은 다시 낮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더니 닫힙니다.
 
그리고 내부의 풍경이 보입니다.
 
숲으로 들어오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따스한 햇살에 눈이 부십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새하얗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성입니다.
 
괴물이 산다고 하는 성이라기에는… 밝고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당신의 주변에는 잘 정돈된 정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잘 깔아진 다갈색 벽돌길의 옆에는 화려한 꽃들이 한가득 피었고 수형이 잘 다듬어진 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심지어 시골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든 분수대도 저 멀리 보입니다.
 
단 한 가지 분위기를 깨는 것이라면 성 뒤로 솟아있는 거대한 탑 하나뿐입니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담장의 안쪽은 아까의 어두침침한 벽과 대문과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입니다.
 
베아트리체 힐:(또다시 스스로 움직이는 문을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커다란 소리에 움츠러든 어깨를 바르게 펴고 주변을 둘러본다.)
...아름답다. 정말 괴물이 사는 성이 맞는 걸까?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길을 따라 걷는다. 가까워질수록 펄떡이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면서.)
 
꽤 오랜 시간 다갈색의 벽돌길을 따라 걸으면 새하얀 성의 대문에 도착합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잘 몰랐지만 가까이서 보니 새하얀 대리석에 금으로 장식을 한 화려한 건물입니다.
 
새하얀 대문에도 아까의 투박한 문고리와는 달리 예술적이기 그지없는 양의 머리가 조각된 황금 문고리가 달려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문고리를 당겨 통통 두드린다.)
 
문고리를 두드리자 기다렸다는 듯 성의 문이 활짝 열립니다.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남색 머리칼과 레몬빛의 눈동자를 지닌 어린 소녀입니다.
 
시종:어서 오세요. 베아트리체 힐 님이 맞으신가요?
 
베아트리체 힐:(나타난 이를 보고 든 의아한 기색을 금세 지워내고 은은한 미소를 띄웠다.) 맞아.
 
시종: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응접실로 안내하겠습니다.
 
당신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시종은 앞장서 걸어갑니다.
 
어린 시종을 따라 복도를 걷습니다.
 
이곳 역시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바닥에는 푹신한 카펫이 깔렸고 벽에는 화려한 그림들이 걸려습니다.
 
콘솔 테이블 위에는 싱그럽기 그지없는 꽃들이 가득 꽂힌 꽃병이 놓였습니다.
 
앞서가던 시종이 오래잖아 거대한 문 앞에서 멈춰섭니다.
 
시종:주인님. (문을 두드린다)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안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음에도 시종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는 뒤쪽으로 한 발짝 물러섭니다.
 
시종: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베아트리체 힐:(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선다.)
 
시종의 정중한 말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은 응접실로 보이는 방입니다.
 
건물과 복도의 호화스러움이 단순한 착각은 아님을 증명하듯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가득합니다.
 
귀족가의 응접실에나 있을 법한 화려한 액자에 걸려있는 그림과 마호가니 테이블, 그에 어울리는 갈색 가죽 소파까지.
 
괴물이 사는 성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무엇보다 소파에 앉아있는 자는 분명하게 인간입니다.
 
비록 새카만 베일로 얼굴을 온통 가린데다 크고 건장한 체구를 지녔지만, 멀쩡한 인간의 정장을 갖춰 입었습니다.
 
슬쩍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고급인 옷을요.
 
에르드:(베아트리체를 한참이나 응시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입 연다.) …… 먼 곳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겠군.
우선 앉지. (맞은편 소파를 가리켠다.)
 
베아트리체 힐:(저 사람이 소문의 괴물이 맞는 걸까... 짧게 생각에 잠긴다. 이내 검은 베일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맞은편 소파에 조심스레 앉는다.)
 
맞은편 소파에 앉자, 어느새 아까의 시종이 차를 가져와 두 사람의 앞에 놓아주고는 사라집니다.
 
에르드:목마를 텐데 들어. (찻잔을 향해 살짝 고갯짓한다.)
 
베아트리체 힐:...고마워요. (단정하고 깔끔한 손놀림으로 찻잔을 들어 작게 한모금 넘긴다.)
 
에르드:(차를 마시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입을 연다.) 이곳에 내 신부로 있는 동안 무얼 해도 좋아. 단, 세 가지 사항만 지키도록 해.
첫 번째, 성 뒤편에 있는 탑과 잠긴 문 안으론 들어가지 말 것.
두 번째, 절대로 괴물의 얼굴을 궁금해하지 말 것.
마지막, 저녁 9시부터 3시 사이에 나는 소리엔 관심을 가지지도 그쪽으로 향하지도 말 것. 이외엔 당신이 뭘 하든 신경쓰지 않겠어.
필요한 게 있다면 아까의 시종을 부르도록 해. 종을 울리면 당신이 어디에 있든 금방 찾아서 도움을 줄 테니. 다만, 새벽 12시에서 3시 사이는 휴식 시간이라 제외다.
 
눈앞의 존재는 테이블에 작은 종 하나를 내려놓습니다.
 
에르드:더 궁금한 게 있나?
 
베아트리체 힐:(말없이 끄덕이고는 소리나지 않게 찻잔을 올려둔다.) ...뭐든 물어도 괜찮나요?
 
에르드:답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답해주지.
 
베아트리체 힐:... ...당신이 괴물이 맞으신가요?
 
에르드:그래. 생각한 모습이랑 달라서 놀랐나? (무뚝뚝한 음성이다.)
 
베아트리체 힐:... (잠시 고민하다가 조그맣게 끄덕인다.) 실례였다면 죄송해요. ...그렇다면 궁금한 것이 있어요. 어째서 저를 선택하셨나요?
 
에르드:생각보다 멀쩡해서 놀란 건지, 그 반대인 건지. (별로 신경쓰진 않는 듯 무심히 중얼이고) 이 성의 안주인이 필요했어. 마을의 처녀들 중 당신이 제일 나아 보였지. 딱히 당신에게 원한을 가진 건 아니다만, 원치 않았을 결혼을 시킨 건 미안하게 되었어.
 
베아트리체 힐:...인간의 모습은 아닐거라 생각했었거든요.
...미안해하실 것 없어요. 당신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정해진 이와 결혼을 했을테니까요. (검은 베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째서 당신의 얼굴을 궁금해하면 안되는 건가요?
 
에르드:괴물이란 말이 괜히 붙었겠어. 얼굴을 본 이들이 미쳐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더군. 당신의 예상처럼 인간의 모습은 아닐지도 모르지. 그러니 당신도 각별히 주의하도록 해.
 
베아트리체 힐:...유념해둘게요. (시선을 제 손 끝으로 옮겨간다.) 금지된 시간에는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에르드:새벽의 숲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에둘러 말한다.) 무슨 소리가 들리든 무시하는 게 좋아.
 
베아트리체 힐:(대답 대신 가만 끄덕인다.) 잠긴 곳에는 귀중한 것들이 있기 때문인가요? ... ...아니라면 위험한 것?
 
에르드:그건 알 필요 없어. (아까와 달리 딱 잘라 끊어낸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으나.)
 
베아트리체 힐:...그렇군요. (그 말에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 ...혹시 시종은 아까 본 그 아이 하나 뿐인가요? 너무 어려보여서요.
 
에르드:(고개를 작게 주억였다.) 외관만 그럴 뿐이야. 당신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군말없이 따를 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곧 그애가 성을 안내해줄 거야. 질문이 끝났다면 난 먼저 가보지.
 
베아트리체 힐:고마워요. 말이 너무 길어졌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에르드:아, 그리고…… (나가려다 말고 멈칫하며 잠시 베아트리체를 돌아본다.) 에르드. 내 이름이다.
그럼. (대답을 듣기도 전에 문 밖으로 성큼성큼 나간다)
 
곧 그림자처럼 시종이 조용히 걸어들어옵니다.
 
시종:아가씨. 차를 다 드셨으면 안내를 해드릴까요?
 
베아트리체 힐:(...에르드. 그의 이름을 되새기듯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래, 부탁해도 되겠니? (테이블에 있던 작은 종을 챙겨 들고 가볍게 웃어 보인다.)
 
시종:네, 일단 1층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계신 방이 응접실이고,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제가 사용하는 방이 있어요. 제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직접 오실 필요 없이 받으신 종을 울려주시면 돼요.
(문 바깥으로 나가 응접실의 반대편 방을 가리켠다) 저곳이 식당, 그 뒤에 있는 문은 식당과 연결된 부엌이에요.
 
1층을 소개해준 시종은 북쪽의 계단을 타고 2층으로 향합니다.
 
시종:사용하실 침실부터 안내드릴게요. 침실은 2층의 동쪽에 있어요. 그 옆의 방이 아가씨가 사용하실 드레스룸이에요. 일단 저희가 가능한 한 채워넣었지만, 무엇이든 부족한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침실의 반대편에 있는 방이 저택의 공용 서재랍니다. 독서나 공부를 하고 싶으시다면 그곳에서 하시면 됩니다.
오시느라 피곤하실 테니 우선은 방에서 좀 쉬세요.
 
시종은 침실 방문을 열어 베아트리체가 들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베아트리체 힐:고맙구나. (미소로 답한 후 침실 안으로 들어선다.)
 
침실 안은 전체적으로 흰색과 편안한 연보라색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침대입니다.
 
연보라색 캐노피가 드리워진 침대는 사람 너댓은 누워도 될 정도로 넓고, 깔려있는 새하얀 침구는 때나 먼지 자국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시종: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에는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내려와 주세요. 성의 지도를 두고 가겠습니다. 편히 쉬시길.
 
시종은 성의 약도가 그려진 [종이] 세 장을 침실 탁자 위에 두고 방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베아트리체 힐:(탁자 위에 놓인 종이를 차례로 살펴본다.)
 
침실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종이를 다시 가지런히 올려두고 침실을 돌아본다.)
 
아까 보았던 캐노피 [침대]가 가장 주가 되는 방입니다.
 
[화장대]와 의자 두 개가 딸린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의 반대편에는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도 하나 보입니다.
 
더 안쪽에는 씻을 수 있는 [욕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침대에 더 가까이 가 살펴본다.)
 
언뜻 봐도 값비싸 보이는 캐노피 침대입니다.
 
옆에 작은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는 협탁도 있습니다.
 
침대는 먼지 하나 없이 무결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이불도 마찬가지고, 침대의 어디에서도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을 위해 이 모든 걸 준비한 것일까요.
 
베아트리체 힐:...한번도 쓴 적이 없는 걸까? 침실은 하나뿐인데. (의아하게 손 끝으로 쓸어 보고는 화장대로 걸음을 옮긴다.)
 
베아트리체가 쓸 법한 화장품들이 잔뜩 있습니다.
 
생전 본 적 없는 화장품들도 가득한 것이… 조금 과하다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베아트리체 힐:(...혹시 이것들도 사용한 적 없는 것들일까? 하나를 집어 살펴본다.)
 
베아트리체의 예상대로, 포장만 벗겨낸 새것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제자리에 그대로 얹어둔다. 의아함만 가득한 얼굴로 시계를 돌아본다.)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거대한 괘종시계입니다.
 
내부의 침과 판은 전부 금으로 만들어졌고 시간을 가리키는 곳에 박힌 것들은 전부 보석입니다.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지만 이 방 자체가 이미 휘황찬란한 덕인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현재는 3시를 가리켜고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무엇 하나 화려하지 않은 게 없네. (시간을 확인하고 테이블도 살펴본다.)
 
의자 두 개와 세트로 보이는 원목 테이블입니다.
 
위에는 고급 찻잔과 주전자 그리고 찻잎이 담긴 작은 상자들이 너댓 개 쌓여있습니다.
 
이 도구와 찻잎들 모두 구하기도 쉽지 않은 최고급품이네요.
 
베아트리체 힐: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이렇게나... (한가득 쌓인 모습에 이리저리 둘러본다. ...그도 좋아하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품고 안쪽의 욕실도 둘러본다.)
 
어지간한 귀족가에서도 보기 힘든 개인 욕실입니다.
 
욕실 안에는 작은 세면대와 몸을 담그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란 욕탕이 있습니다.
 
아직 시종이 물을 넣지 않았는지 말라있으며 앞쪽에는 작은 레버 하나가 보입니다.
 
욕탕에 흔하게 생기는 물때조차 없는 것을 보니 침실과 마찬가지로 누구도 쓴 적이 없는 듯합니다.
 
:1일차 저택 조사가 가능합니다. 외부에서는 본채와 대문 제외 전부, 2층에서는 침실을 제외하고 조사할 수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욕탕 레버를 만지작거리다가 약도를 손에 들고 침실을 나선다.) ...아직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바로 옆 드레스 룸으로 향한다.)
 
침실과 연결된 드레스룸입니다.
 
어지간한 방 못지 않은 크기로, 옷과 장신구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크게 옷이 보관된 [옷장]과 장신구들이 보관된 [진열장]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옷장부터 느긋하게 둘러본다.)
 
기존에 생각하던 옷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들어있는 옷들의 가짓수도 많습니다.
 
2단 행거에는 수십을 넘어 수백 벌은 되어보이는 옷들이 걸려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행거 옆의 신발장에는 아마 평생 신어도 신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의 구두들이 들어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 ...세상에. 이런 옷장은 처음 봐. (동그란 눈으로 옷과 구두를 훑어보다 고개를 저었다. 진열장도 마저 살펴본다.)
 
평생 볼 보석을 여기서 전부 봤다고 해도 될 정도로 온통 보석들로 가득합니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부터 붉은색 물방울 세공이 인상적인 귀걸이까지, 없는 보석이 없습니다.
 
사실 가장 놀라운 것은 보석으로 된 장신구가 아닙니다.
 
최고급품으로 통하는 손목시계들이 장식장의 한 층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귀족이 손목시계를 하나 가지는 것도 어려운데 이렇게 많은 시계가 장식장에 보관되어 있다니요…
 
이 성의 주인이 정말 괴물이 맞을까요?
 
베아트리체 힐:(이건 아버님께도 없는 물건인데... 늘어선 손목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황제라고 해도 이만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드레스룸을 나서 서재로 향한다.)
 
침실의 맞은편에 있는 방으로, 방문을 열자 책 냄새가 훅 풍겨옵니다.
 
소파 하나와 책걸상 하나를 제외하고 방은 전부 책장과 책장을 채운 책들로 가득합니다.
 
방의 크기로 보건대 이 서재의 책들을 모두 읽기 위해서는 남은 일평생을 다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책장], [책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와. (이 곳에 온종일 있어도 지루할 틈은 없겠다. 드레스룸을 둘러볼 때보다 표정이 한결 밝고 환해진다. 책등을 손끝으로 스치며 책장을 둘러본다.)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 한 권이 책장에서 삐져나와 있습니다.
 
“보석에 관하여” 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베아트리체 힐:(빼꼼 빠져나온 책을 꺼내 들어 읽어본다.)
 
<자료조사> 판정
 
베아트리체 힐: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제목 그대로 보석에 관한 책입니다. 보석의 생산지나 역사, 값어치 등이 적혀있습니다.
 
책을 넘기다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석이 가지는 힘에 관한 내용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아주 흥미롭게 꼼꼼히 읽은 다음 제자리에 가지런히 꽂아둔다.)
(책들을 둘러보며 걸어가 책상을 살펴본다.)
 
책을 보관하는 서재라 그런지 양초가 아니라 램프가 놓여있습니다.
 
늦은 시간에 책을 찾을 때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정신력> 판정
 
베아트리체 힐: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순간 램프의 불빛이 불온하게 깜박거리는가 했지만, 다시 보니 아무렇지 않네요.
 
베아트리체 힐:...잘못 본 걸까? (갸우뚱 고개가 기울어졌다가 돌아온다. 나서는 길에 흥미로워 보이는 책들을 눈여겨보고는 아쉽게 걸음을 뗀다. ...지금부터 읽었다가는 저녁에 늦을테니까...)
(서재 옆 잠긴 방을 잠시 바라보다 1층으로 내려간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응접실로 향한다.)
 
응접실은 부엌의 반대편 동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종이 당신을 에르드에게 안내한 곳이기도 하지요.
 
처음 봤던 때처럼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차 있는 공간입니다.
 
귀족집 응접실에나 있을 법한 화려한 액자에 걸려있는 그림과 마호가니 테이블, 그에 어울리는 갈색 가죽 소파까지.
 
처음 봤을 때와 그리 변한 것은 없습니다.
 
변한 것이라면 괴물이라 일컬어지는 자와, 시종 그리고 차가 없다는 것일까요?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안쪽의 테이블에 뭔가 놓여 있는 것도 같았는데, 잘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면사포에 가려서 그런가...? 눈을 몇 번 깜빡여 물끄러미 바라보아도 잘 안보인다...)
 
응접실에 있는 시계를 보니 어느덧 여섯 시가 다 되어갑니다.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볼까요.
 
베아트리체 힐:...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식당이 바로 뒤쪽이었지. (걸음을 돌려 식당으로 향한다.)
 
베아트리체가 식당으로 내려가니, 분명 아까는 맡지 못했던 맛있는 냄새가 한가득 풍겨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식탁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엄청난 양의 음식들이 차려져있습니다.
 
에르드는 이미 도착해 상석에 앉아있고, 시종이 당신이 앉을 자리의 의자를 빼줍니다.
 
베아트리체 힐:이미 오셨네요.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시종은 당신의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고 물러납니다.
 
에르드:음식이 입에 맞아야 할 텐데. (익숙한 동작으로 베일 안쪽으로 잔을 기울여 와인을 마신다.)
 
베아트리체 힐:(가볍게 미소지어보였다가 음식을 물끄러미 내려본다. 익숙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손에 쥐고 가장 가까이 있는 음식을 잘게 잘라 입에 넣었다.)
 
지금껏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고급스러운 맛입니다.
 
귀족이니만큼 베아트리체도 꽤나 좋은 음식들만 먹으며 자라왔는데도, 무엇을 먹든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입니다.
 
엄청나게 고급 식재료들로만 요리한 모양입니다.
 
베아트리체 힐:(물을 한모금 마셔 넘기고는 끄덕인다.) ...정말 뛰어난 맛이에요. 주방장의 실력이 대단한가봐요.
 
에르드:다행이군. (베일을 쓴 탓에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퍽 부드러운 어조였다.)
성은 좀 돌아보았나? 불편하거나 필요한 건 없고?
 
베아트리체 힐:(한결 풀린 어조에 미소가 실린다. 그제야 자신이 아직도 긴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둘러보았어요. 불편한 점도 필요한 것도 없어요.
...참, 당신도 차를 좋아하시나요?
 
에르드:하긴 전부 돌아보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 (금세 수긍한다. 아마도, 얼마 안 가서 또 비슷한 질문을 할 것이다. 베아트리체의 맛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저 역시 조금씩 식사를 시작했다.)
차? 싫어하지는 않아. 그런 당신은? 침실에 찻잎을 준비해두라고 일렀던 것 같은데.
 
베아트리체 힐:(입이 짧은 탓인지, 긴장했던 탓인지 머지않아 커트러리를 나란히 내려둔다.)
...좋아해요. 죄 고급품들뿐이라 즐기시나 했어요. (온통 새것뿐이었던 화장품들도 이어 떠올린다.) ...혹시 저를 위해 준비하신 건가요?
 
에르드:(금세 알아채고는) 역시 입에 맞지 않는 건가? 다음부턴 다른 걸 준비하라고 할까.
나는 딱히 고급 입맛은 아니라서. (돌려말했지만 결국 긍정의 의미다) 당신은 귀족이었으니 그 정도쯤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베아트리체 힐:(가만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신경 써주어 고마워요. 하지만 음식은 정말 맛있으니 괜찮아요.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의문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든다.) ...옷과 보석도 마찬가지인가요?
 
에르드:원래 입이 짧은가? (퍽, 당신을 신경쓰는 것처럼 보인다. 찻잎도 옷이나 보석도 어지간한 정성으로는 준비하기 어려운 양과 질이었지. 그럼에도 당신의 물음에는 한동안 침묵했는데, 거짓으로 둘러대려는 이유는 아닌 듯하다.) …… 그래.
 
베아트리체 힐:다들 그런 편이라고 얘기하더군요. (제가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에 가만 떠오른 미소가 동그랗게 떠오른 눈과 함께 묻혔다. 결국 의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어째서요?
 
에르드:너무 마른 것 같군. (근육이 무척 탄탄한 거구의 소유자라 그런지…… 베아트리체를 무슨 젓가락 정도로 보는 듯하다. 어째서냐 묻는 말에는 또 한참 대답이 없었다. 할 말을 고르고 고른 끝에서야 다시금 낮은 목소리가 흘렀다.) 결혼할 사람에게 좋은 걸 주고 싶은 건 당연한 게 아닌가. 게다가 모습이 이런 괴물이기까지 하니 물질적으로나마 충족시켜 주고 싶었어.
 
베아트리체 힐:당신에게 비한다면 분명 그렇겠네요. (나지막한 웃음 소리가 흐른다. 베일 아래로 드러난 모습은 제가 여태 봐온 이들과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커다랗고 튼튼해보였으니까. 웃음이 사그라들어도 입가에는 미소가 남았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는 당신의 신부인걸요. 그런 것을 바라고 결정을 내린 것도 아니고요.
 
에르드:진심으로 신부가 되고 싶어 온 건 아니잖아. (냉담하게 말하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끌려온 거나 다름없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어할걸.
그래도 이곳에서 나가는 건 안 돼. 아까 말했던 세 가지 사항을 지키는 것도 잊지 말고. (기억하고 있냐는 듯 베일을 쓴 고개가 베아트리체 쪽으로 빤히 돌아간다)
 
베아트리체 힐:(웃는 낯은 여전했다.) ...다정하시군요. 지금은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굴도 모르는 가문의 공자와 결혼하는 것보다는 나을테죠.
(고개를 들어 베일을 쓴 그를 마주한다.) 유념하고 있어요. 걱정말아요, 에르드.
 
에르드:정말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잠깐 분위기가 바뀌는 듯했으나, 다시 처음 보았을 때의 어둡고 무심한 태도로 돌아간다.) 아직은 잘 몰라서 그렇지. 너무 섣부른 평가는 내리지 않는 게 좋아.
 
베아트리체 힐:(미묘한 분위기의 차이에 고개가 슬 기울었다가 돌아온다.) 그래요. 그렇다면- 지내다보면 더 좋아지게 될 수도 있는거겠죠? (어두운 태도와는 상반되게 외려 밝게 말을 얹는다.) ...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차를 들어요.
 
에르드:과연. (별로 신뢰하는 태도는 아니다. 그래도 곧잘 대답은 한다.) 그러지. 특별히 마음에 드는 차가 있다면 얼마든 더 준비할 테니 시종에게 말하고.
 
베아트리체 힐:(그런 모습에도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 지금도 충분한걸요. (고개를 젓다가 슬 멈춘다.) ...참, 침실이 혹시 하나 더 있나요? 한번도 쓰지 않은 것 같았는데.
 
에르드:(고개 젓는다) 하나뿐이야. 그간은 그냥 다른 방에서 적당히 자서, 당신을 맞이하면서 정식으로 준비했지.
 
베아트리체 힐:...그렇군요. (알면 알수록 궁금한 것들이 줄지어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 식사가 끝나면 무얼 하시나요?
 
에르드:당신이 몰라도 되는 일. (무뚝뚝하게 대답하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베아트리체 힐:..그래요. (순순히 대답하고는 이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오니 시종이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종:어서 오세요, 아가씨. 따로 하시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베아트리체 힐:옷을 갈아입고 싶은데, 괜찮을까?
 
시종:잠옷으로 말씀이신가요? 그럼 그전에 목욕을 하시는 건 어떠세요. 욕조에 물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베아트리체 힐:고마워, 그래주겠니?
 
시종:바로 준비해드릴게요.
 
시종은 욕실로 들어갑니다.
 
시종을 지켜보나요? 아니면 다른 걸 하며 기다릴까요?
 
베아트리체 힐:(졸졸 뒤따라가서 지켜본다...)
 
그가 레버를 돌리자 자동으로 뜨거운 물이 욕조에 차오릅니다.
 
<아이디어>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뭐든지 최고급품만 준비되어있는 성이니, 이 욕조도 분명 그렇겠죠.
 
시종은 물이 차기를 기다리는 듯 옆에 서 있다가, 꽃잎과 주머니를 욕조에 넣습니다.
 
그리고는 물에 젖은 손을 닦아내며 밖으로 나옵니다.
 
시종:목욕 준비가 끝났으니 바로 들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옷과 수건은 준비해서 욕실 앞에 두겠습니다.
 
찰랑이는 물 위에는 새빨간 장미꽃잎이 가득 뿌려져 있고 꽤 큰 크기의 주머니가 하나 들어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목욕 준비가 굉장히 빠르네, 하는 생각도 잠시. 욕조에 몸을 푹 담근다. 물 위에 떠있는 빨간 꽃잎을 손 끝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큰 주머니를 살펴본다.)
 
주머니 안에는 무언가 들어있는지 빵빵하네요.
 
물은 딱 맞을 정도로 따뜻하고, 내내 은은한 장미향과 허브향이 올라옵니다.
 
하루내 쌓여있었던 피로와 긴장이 절로 풀리는 것 같습니다.
 
베아트리체 힐:...허브가 들어있나..? (큰 주머니를 콕콕 찔러보다 나른하게 풀리는 느낌에 등을 뒤로 기대어 앉는다.)
 
절로 노곤노곤해지네요.
 
베아트리체 힐:(그 뒤로 눈을 감았다가 물에 더 깊이 잠긴다.) ....더 있다가는 여기서 잠들겠어. (긴 머리칼의 물기를 털어내며 욕조에서 나온다.)
 
잠들어도 좋을 뻔했지만, 그러면 안 되겠죠.
 
문 앞에 갈아입을 옷이 준비되어있습니다.
 
편안해보이는 새하얀 잠옷으로 베아트리체에게 딱 맞을 것 같은 크기입니다.
 
베아트리체 힐:...맞춘 것처럼 딱 맞네. (편한 잠옷 차림으로 금세 갈아입고 침실로 나온다.)
 
마찬가지로 침실 또한 베아트리체가 바로 잠들 수 있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침대 옆 협탁에는 은은한 아로마가 피워져 있고, 혹시 잠이 오지 않을 것을 걱정한 듯 따뜻한 차가 작은 도자기 주전자에 우려져 있습니다.
 
<듣기> 판정
 
베아트리체 힐: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대성공이 나왔으므로 다음 1번의 판정 실패를 성공으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아까의 맑았던 날씨와는 대비되게 바깥에는 굵은 소나기가 내리고 있습니다.
 
하늘이 어두컴컴하고 먹구름이 몰린 걸 보니 당장 천둥 번개가 쳐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날씨입니다.
 
그 순간 댕- 괘종시계의 종이 울립니다.
 
9시 정각입니다. 지금부터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관심을 가지지 말고 잠들라는 괴물의 협박이겠지요.
 
베아트리체 힐:...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침대에 걸터앉아서 시계를 올려본다. ...금세 잠이 오지는 않을 것 같지만. 느리게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본다.)
 
누워보니 침대는 무척이나 푹신합니다.
 
피곤하지 않았어도 이런 침대에 누워있으면 금세 잠이 오겠어요.
 
천장을 올려다보며 얼마나 시간이 지나갔을까요.
 
서서히 잠의 물결이 몰려오는 찰나,
 
<듣기> 판정
 
베아트리체 힐: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ㅋㅋㅋㅋㅋㅋ
 
대성공한걸 여기서 바로 써먹는군요
 
성공처리!!
 
방 밖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립니다.
 
아니, 비명이라기보다는 절규나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평범한 소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순간 방 창문이 번쩍이고 우르릉 쾅! 천둥 소리가 뒤따릅니다.
 
베아트리체 힐:(스르륵 감기던 눈이 번쩍 뜨인다. 몸을 일으켜 시간을 확인해본다.)
 
자정 즈음입니다.
 
베아트리체 힐:...... (....소리에 관심도 가지지 말라고 했었지. 누군가 위험한 건 아닐까, 걱정과 호기심에 몸이 들썩였으나 이내 몸을 다시 뉘어 눈을 감았다.)
 
그래요. 당신의 괴물이 재차 강조하지 않았나요. 세 가지 사항을 꼭 지키라고 말입니다.
 
다시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억지로 잠을 청한 지 얼마쯤 되었을까요.
 
누군가 당신의 침대에 걸터앉는 것이 느껴집니다.
 
침대에 들어온 이는 당신의 길다란 머리칼을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두어 차례 쓸어보다 그 옆에 눕습니다.
 
묵직한 무게감으로 시트가 짧게 출렁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조심스러운 손길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챘지만 아까의 불안감이 남아있던 탓에 어둠 속에 입을 열었다.) ...에르드, 당신인가요?
 
에르드:…… 아직 안 자고 있었나?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아니면 나 때문에 깬 건가.
 
베아트리체 힐:빗소리가 계속 들려서요. (느릿하게 눈꺼풀을 떠올린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이 많았네요.
 
에르드:비가 갑자기 오기는 했지. (그는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베일을 쓰고 있는 채다.) 같은 방에서 자는 게 불편하진 않은가?
 
베아트리체 힐:(여전히 쓰고 있구나.) ...괜찮아요. 결혼했으니.. 당연한 거겠죠..? (왜인지 목소리가 사그라들듯 조그맣고, 괜히 의식되는지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당신은 불편하지 않으세요?
 
에르드:나 또한…… 결혼했으니 한 방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듯, 베일이 사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불편하지 않아. 그래도 당신이 싫다면 다른 방으로 가려 했지.
 
베아트리체 힐:다행이군요. (희미한 소리에 마찬가지로 고개를 돌려 마주한다. 고개를 저으면 머리칼이 흔들리며 천에 닿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싫지 않아요.
(잠시 머뭇거리던 손이 그의 소매를 붙든다.) ...같이 있어주세요. 혼자 두지 말아요. (결혼한 사이라지만 처음 마주한 이를 다정히 붙잡다니,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그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이미 마음이 열린 탓일 지도 몰랐다.)
 
에르드:(소매에 닿아오는 손길에 조금 놀란 듯했다.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굳어있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괴물이라 알려진 자다. 베일 너머에 과연 어떤 흉측한 모습을 숨기고 있는지 모르지. 그런데도,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당신은 제게 마음을 연 듯이 다가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과 베일 너머로 그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마침내 긴 숨을 내쉬고 당신을 향해 돌아눕는다. 그 모든 동작은 아주 느리고 조심스럽다. 당신에게로 손을 뻗으려는 듯싶다가 다시 거둔다.) 그렇게 하지.
 
베아트리체 힐:(어둠, 그 아래 더 검은 베일 너머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제서야 못내 아쉬웠다. 그의 표정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자신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사소한 의문도 해결할 수 없었으니까. 그가 선뜻 제게 내보인 사소한 호의에 괴물에 대한 소문도, 두려움도 어느새 잊혀졌다.)
...고마워요,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그 끝에는 조용한 웃음이 걸린 것도 같다. 나란히 누워서도 그의 소매를 잡은 손은 여전했다. 그것이 제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마냥.)
 
에르드:다행이야.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에는 위압감이나 거친 투가 없다. 아주 다정하지만은 않았으나 따뜻하게도 들렸다. 그 역시 잡힌 손을 떨쳐내지 않았다. 여전히 장갑을 낀 반대쪽 손으로 베아트리체의 손을 가만히 감싸왔을 뿐. 온기는 전해지지 않으나 그가 당신에게 악의가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했을 터다.) 잘 자, 베아트리체. (그 입에 담는 이름이 아주 아득하게 들렸다…….)
 
베아트리체 힐:...잘 자요, 에르드. (그의 목소리가 낮고도 따뜻하게 울린다. 눈꺼풀이 절로 내려앉는다.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둠 속에 손 위로 얹어진 무게만이 온전히 자신의 위치를 말해준다. 물 먹은 듯 멀게만 느껴지는 목소리에 생각도 사라진다. 이런 이를 어떻게 괴물이라 할 수 있을까......)
 
그는 당신의 호흡에 천천히 속도를 맞춰 숨을 고릅니다.
 
따스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절로 잠이 쏟아져 옵니다.
 
안심이 되는 것만 같아서…….
 
...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살짝 뜬 실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온통 밝습니다.
 
밤 사이 내리던 소나기가 그쳤기 때문일까요?
 
시종:아가씨, 일어나셨나요? 들어가도 괜찮을지요.
 
베아트리체 힐:(멍한 눈을 깜빡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 ...응, 들어와도 좋아. (옆자리를 슬 내려본다.)
 
옆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그는 일찌감치 나간 것 같네요.
 
베아트리체 힐:(이미 온기도 사라진 빈자리를 보면 허한 기분이 들어 아쉬운 듯한 손길로 쓸어내리다가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 손을 거둔다. 괜히 변명처럼 끄덕거리며... ...아쉬운 게 아니라 서늘해서 그런걸거야.)
 
시종:(세숫물을 가져와 옆의 협탁에 내려둔다.) 아침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베아트리체 힐:고맙구나. (은은한 미소를 띄우다가 잠시 고민에 빠진다.) ...그이는 어떻게 하신다고 하시니?
 
시종:주인님께서는 생각이 없으시다며 드시지 않겠다 하셨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세숫물을 휘젓다가 웃으며 끄덕인다.) 그렇다면 나도 괜찮아. 마땅히 배가 고프지도 않으니.
 
시종:네에…… 주인님이 아가씨의 식사를 각별히 잘 챙기라고 분부하셨는데도요?
 
베아트리체 힐:(귀여워라... 쓰다듬는 건 실례겠지...? 간신히 참아본다.) ... ... ...그렇게 말하셨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끄덕인다.) ...아주 간단하게만 준비해줄 수 있을까? 방에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
 
시종:(희미하게 미소한다.) 네. 그럼 바로 내오겠습니다.
 
곧 시종이 쟁반에 접시들을 받쳐 들고 옵니다.
 
수란과 잘 구운 바게트, 소세지와 샐러드. 어제 먹은 저녁식사에 비하면 확실히 간소하긴 하네요.
 
베아트리체 힐:(미소로 간단히 답한 후, 샐러드에 수란... 바게트도 조그맣게 뜯어 입에 넣는다. 정갈한 움직임에 소리없는 식사. 오물오물.. 차마 다 먹지는 못하고 반쯤 남겼지만... 새삼 혼자 하는 식사는 역시 맛이 덜하다고 느꼈다.)
 
조금은 외로운 식사를 마쳤습니다.
 
:2일차 오전 저택 조사가 가능합니다.
 
시종:아가씨, 돌아보실 생각이라면 1시까지는 식당으로 내려와주세요. 어젯밤 번개가 갑자기 성의 북쪽에 내리쳐서 주변이 정리가 덜 되어 위험하니 그쪽으로는 가지 마시구요.
 
베아트리체 힐:그렇게 할게, 걱정해주어 고마워. (나갈 채비를 꼼꼼히 마치고 일어난다.)
...어딜 가볼까... (계단을 내려와 식당으로 향한다.)
 
1층 서쪽에 마련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벽에는 언뜻 보아도 값비싸 보이는 그림들이 걸려 있고 한가운데는 족히 여섯은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원목 식탁이 놓여있습니다.
 
그러나 존재하는 의자는 상석에 있는 화려하게 장식된 의자 두 개뿐입니다.
 
식탁 위에는 하얀 식탁보, 고운 자줏빛 천에 금사로 수를 놓은 테이블 러너가 놓여있습니다.
 
테이블 러너의 한가운데에는 새하얀 초와 금으로 된 금촛대가 자리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의자의 앞에는 테이블 러너와 색을 맞춘 테이블 매트가 깔려있습니다.
 
귀족가의 자제로 살아온 당신이 보기에도 하나같이 최고급품뿐입니다.
 
식당의 남쪽에는 부엌과 이어지는 문이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의자는 두 개 뿐이네.. 황실만큼이나 화려한 것 같아. (조용히 혼잣말로 식당을 둘러보다 부엌으로 향한다.)
 
음식을 요리하기 위한 공간으로, 식당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오븐, 화덕, 식칼부터 냄비와 프라이팬까지 없는 것이 없습니다.
 
찬장에는 온갖 종류의 향신료들이 들어있고 접시와 커틀러리들도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단순히 없는 것이 없는 수준이 아닙니다.
 
모든 주방용품들이 빛이 반사될 정도로 깨끗하고 반짝입니다.
 
이렇게까지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이 성의 주방장은 참 유능한가 봅니다.
 
<아이디어>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부엌이라면 마땅히 요리할 식재료들이 있어야 할 텐데요.
 
무엇보다, 식사를 준비하거나 먹은 식사를 정리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준비할 필요도 정리할 필요도 없다는 것처럼요.
 
이어 <정신력> 판정
 
베아트리체 힐: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바닥에 썩은 고기 덩어리가 굴러다닙니다.
 
구더기가 그 위를 기어다니고 파리가 그 주위를 날아다닙니다.
 
코를 찌르는 썩은 고기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워질 즈음, 퍼뜩 정신이 듭니다.
 
아까 본 모습 그대로입니다. 소금 알갱이 하나도 떨어져 있지 않은 그런 깨끗한 부엌이요.
 
베아트리체 힐:....이상하네. 잘못 본 건가...? (눈을 다시 몇 번이고 깜빡거리며 돌아본다. 방금 식사를 차렸을 텐데도 한번도 쓰인 적이 없는 것 같은 깨끗한 부엌에 의아함도 문득.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생각하며 돌아나온다.)
(고개를 갸웃거리다 시종의 말이 떠오른다. ...가지 말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 조심하면 괜찮지 않을까? (괜히 발소리를 죽여 성의 북쪽.. 탑으로 향한다.)
 
성의 북쪽 그 높은 벽 사이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탑입니다.
 
동시에 이렇게까지 잘 꾸며진 성에서 유일하게 검고 음침해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공간입니다.
 
이 성의 주인인 괴물이 반드시 지키라고 하였던 세 가지 약속 중 하나가 저 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호기심을 이기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하듯,
 
탑으로 다가가니, 보기보다 낡았는지 멀리서 볼 때보다 더욱 불길하고 음침한 기운을 내뿜고 있습니다.
 
하나 있는 문은 굳게 잠겨있지만, 어제 번개가 탑에 내리쳤다고 하던가요.
 
탑의 일부가 제법 크게 무너져내려 잔해를 남기고 있습니다.
 
잘하면 안쪽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내부는 캄캄하기 그지없습니다. 무언가 밝힐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요.
 
베아트리체 힐:(어둠 속을 들여다보다 뭔가 생각난 듯 슬그머니 성으로 돌아가 금촛대에 초를 밝혀 돌아온다. 종종 돌아오는 걸음과 호기심 가득한 얼굴에 내심 뿌듯함이 묻어난다.........)
 
귀엽
 
베아트리체 힐:...이거면 보이겠지? (깜깜한 내부를 불로 밝혀본다)
 
식당에서 가져온 금촛대에 불을 밝혀 비추니, 드문드문 안쪽의 모습이 보입니다.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재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처음에는 불빛이 조금 희미했지만, 안쪽으로 촛대를 좀 더 밀어넣자 내부가 보다 더 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 건물의 잔해뿐이지만...
 
섬뜩하게도, 그 잔해 속에 뼛조각들이 간간히 섞여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안을 들여보고는 저도 모르게 숨이 멎는다. ...이게 왜... 여기에...? 충격적인 장면에 눈빛이 한없이 흔들리다가 서서히 물러선다.)
 
어느덧 해가 드높게 떴습니다.
 
곧 점심시간이 다가올 것 같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시간이 언제 이렇게 되었지? (촛대의 불을 불어 끄고 성으로 돌아간다.)
 
성으로 돌아가니 어느덧 한 시가 가까워져 가네요.
 
베아트리체 힐:(...벌써 와있으실까? 촛대를 먼저 돌려놨어야 했는데... 조용히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으로 향하니 식탁을 가득 채운 만찬들과 의자에 앉아있는 에르드가 보입니다.
 
당신이 온 것을 본 시종은 의자를 꺼내 앉도록 돕습니다.
 
의외로 촛대에 관해서는 별 말이 없네요.
 
자리에 앉자 시종은 당신의 잔에 물과 와인을 따라주곤 물러납니다.
 
베아트리체 힐:(익숙하게 자리에 앉아 등 뒤에 숨기고 들어온 촛대를 조용히.... 티나지 않게 바닥에 슬그머니 내려둔다.) 와 계셨네요. 좋은 오후에요, 에르드.
 
시종:(식당에서 나가기 전에 촛대 잘 챙겨서 감…….)
 
에르드:(아무것도 못 본 듯이 무감하게 인사한다.) 좋은 오후. 무얼 하다 왔나?
 
베아트리체 힐:(안 들켰나보다. 뿌듯함을 겨우 감춘 미소로 답한다.) 오늘도 성을 잠깐 둘러봤어요. 다행히 비가 개었더라구요. 당신은요?
 
에르드:서재에 있었어. 성은…… 볼만한가? 나름대로 단장을 했는데.
 
베아트리체 힐:(서재를 가볼걸... 괜히 아쉽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다는거군요?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전해들은 황실만큼이나 화려한 것 같아요. 정말 많은 품이 드셨겠어요. (물잔을 들었다가 짧은 탄식과 함께 내려놓는다.)
참, 부엌에 사용인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는데... 만찬 준비가 빠르네요.
 
에르드:내 소유가 된 지는 얼마 안 되어서. (스테이크를 자른다.) 나도 황실의 성이 얼마나 화려한지는 모르지만, 당신이 보기에 괜찮다면 애쓴 보람이 있군.
당신이 나간 후에 들어간 거겠지. 애초에 사용인이 그리 많지 않아. 괴물의 성에 일하러 오는 이가 누가 있겠어. 그래도 소홀하게 대접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곤 어제 했던 질문을 다시금 입에 올린다.) 필요하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나?
 
베아트리체 힐:제게는 정말 과분할만큼 차고 넘치는걸요. ...그럼 이 성에 오시기 전까지는 어디에 계셨나요? (가만 웃으며 그를 따라 포크를 들었다.)
그런가요... (한번도 쓰지 않은 것 같은 도구들을 떠올리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없었어요. 필요한 것도 불편한 점도요.
...에르드, 제가 여기서 해야 할 것들은 없나요? 뭐든.
 
에르드:글쎄…… 괴물이 있을 법한 곳? (안개마냥 애매모호한 대답이다.) 좀 더 욕심을 부려도 되는데 말이야. 예를 들면 아까 그 촛대라던가. 백 개는 사줄 수 있으니까.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는 듯, 베일이 옆으로 살짝 기울어진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심심한가? 당신이 해야만 하는 일은 딱히 없는데. 성의 관리라도 하고 싶은 거야?
 
베아트리체 힐:(모호한 대답에 고개가 기울기도 잠시. 눈이 동그랗게 뜨이고 아차, 하고 입을 가렸다. 우왕좌왕하던 시선이 이내 접시로 꽂히고 귀 끝이 확 달았다가 가라앉는다.) ... ...다 보셨군요...? 괜찮아요, 정말로. 여기 있는 것들이면 충분해요... (자포자기한 듯 목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당신의 신부가 된다는 건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성의 안주인이 된다는 건 으레 그런 것이니까요. (기울어진 베일을 시선 끝으로 쫓다가 커트러리를 내려놓는다.) ...제가 너무 주제 넘은 말을 했나요?
 
에르드:(조금 웃었나? 베일이 살짝 들썩인다.) 부족한 것 없게 대우해주고 싶어.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사양 말고 말해도 돼. 당신은 물욕이라곤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러고 보면 귀족들은 대개 자신의 성을 갖고 있다지. 보통은 안주인이 그걸 관리하던가. 그런 예법과는 거리가 멀어서 몰랐군. 당신이 주제넘단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 (잠시 고민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당신에게 맡길 만한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부탁할 만한 게 없군. 그저 이곳에서 편하게 머무르면 돼. 내가 첫날에 말했던 것들만 지키면서.
 
베아트리체 힐:(...살짝 흔들린 베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본 이에게 이렇게 신경을 써주다니 과분한 일이지.) 하지만 부족할 게 전혀 없는걸요. 정말 뭐든 갖춰져 있으니까요. ...저를 생각해주시는 마음 그거 하나면 충분해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다시금 입에는 미소가 걸린다.) 그때가 되면 일러주세요. 제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다시금 그의 규칙들을 떠올려본다.) 식사가 끝나면 또 서재로 가시나요?
 
에르드:와준 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식사 후에는 아마도, 정리해야 할 책이 있어서 그럴 것 같은데…… (잠시 베아트리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 성에 오기 전에는 어떻게 지냈나?
 
베아트리체 힐:제가 이곳에 온 것만으로요? (의아하게 깜빡이던 눈이 떠올리는 잠시 감겼다가 떠오른다.) 영주이신 아버님을 도와드리는 일이 많았어요. 수확 시기가 되면 어머님과 마을 사람들을 도우러 나서기도 했고... 어렸을 때는 제 쌍둥이와 들판을 뛰어놀기도 했어요. (단란한 가족, 편안한 마을을 떠올리는 눈빛이 한결 따스하다.)
 
에르드:(옅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베아트리체가 해주는 이야기들을 묵묵히 들었다.) 가족과 사이가 좋은가 보군. 이곳에 오게 되면서 그들과 모두 헤어져야만 했을 텐데.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나?
 
베아트리체 힐:사이가 좋았죠. (떠나는 행렬에 차마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그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슬픈 일이지만, ...한번도 원망한 적은 없어요. 제가 당신의 신부가 되었으니 모두가 평화롭지 않나요.
게다가 제 앞에는 남들이 말하는 괴물이 아닌, 당신이 있으니까요.
 
에르드:솔직하게 말해도 될 텐데. (그러나 당신이 거짓말을 한다 여기지는 않는 듯했다. 일반적으로 보면 원망을 받아도 당연한 위치였다. 그렇지 않다 말하는 베아트리체가 특이한 경우겠지. 마지막으로 한 말도 그렇다. 베일로 얼굴을 가렸을 뿐 나는……) 내가 누군 줄 알고.
 
베아트리체 힐:당신을 거짓으로 대하고 싶지는 않아요. (웃음으로 답했다. 거짓 하나 보태지 않은 솔직한 마음이었으니, 당신 역시도 그를 알고 있을 듯 해서.) ...에르드, 당신이 스스로를 말하지 않으니 나는 명확히 알 수 없어요. 다만, 당신이 제게 말하는 것들과 행동하는 것들로 당신을 알 뿐이죠.
제게 당신은 그저 당신이에요.
 
에르드:(석고처럼 뻣뻣한 자세로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베아트리체의 웃음에 시선을 빼앗기는 한편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도 해서.) 내 행동이 적어도 당신을 두렵게 하거나 공포에 떨게 만들지 않았다면, 그걸로 다행이라 여겨.
그렇지만 나를 마냥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마. 그게 당신에게도 더 나을 테니.
 
베아트리체 힐:(의아하게 깜빡인다.) 여기에 온 이후로 늘 제게 다정하게 대해주셨는걸요. 지금도 그렇구요. 저를 해하려던 생각이셨다면 이런 경고는 하지 않으셨겠죠.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가 베일 너머를 바라본다.) ...당신은 언제부터 괴물로 불렸나요?
 
에르드:아무것도 모른 채로 산다면…… 마음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자신이 아닌 베아트리체를 의미하는 듯하다.) 경고라도 해주어야지, 당신이 내가 괴물이라는 걸 아주 잊어버리기 전에.
글쎄. 꽤 오래 되었지.
 
베아트리체 힐:염려는 새겨들을게요. ...걱정 말아요,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약하지는 않으니.
...그럼 처음부터는 아니었다는 얘기인가요?
 
에르드:나는 그저 존재해왔을 뿐. 괴물이란 이명은 타인이 붙인 것이지. 그런데 내가 듣기에도 나를 표현하기 썩 나쁘지는 않아 보여서.
 
베아트리체 힐:...그럼 당신의 이름은요? 누군가 지어준 이름인가요?
 
에르드:그래. 오래 전에.
 
베아트리체 힐:...참 다정한 이네요. (가만 미소 지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해온 건가요? ...외롭지는 않았어요?
 
에르드:그렇겠지.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사람이지만……. (잠시 회상에 젖어있다가) 혼자였던 시간이 길어지면 외로움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돼.
(다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만 올라가 보겠어.
(문가에 서 있는 시종을 부른다) 정리할 서적이 있으니 따라와.
 
베아트리체 힐:(급히 따라 일어난다.) 제가 같이 도울게요.
 
에르드:(고개 젓는다.) 시종과 함께 하면 되는 일이니 당신은 쉬고 있어.
 
시종은 에르드를 따라 함께 올라갑니다.
 
:2일차 오후 저택 조사가 가능합니다.
 
베아트리체 힐:(사라지는 방향을 한참 보다가 밖으로 나선다.) ...산책을 할까. (잔디밭 쪽으로 걸어간다.)
 
성의 서쪽에 있는 넓다란 잔디밭입니다.
 
여러 들꽃들도 틈틈히 피어있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원한다면 시종에게 부탁해 피크닉을 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러고 보니, 들꽃들이 대개 보랏빛과 노란빛입니다.
 
황매화 덤불의 바로 곁에 아가판서스가 무리지어 피어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곳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불어옵니다.
 
베아트리체 힐:(느긋한 걸음이 꽃 덤불 앞에서 멎는다.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꽃잎을 간질이다 이내 코 끝이 닿을만큼 고개를 숙인다.) ...예쁘다.
같이 피크닉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많이 바쁜 것 같았으니 다음에 권해봐야겠다.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퍼지고 한참을 거닐다 아쉬운 걸음을 장미정원으로 옮겨간다.)
 
잔디밭과는 반대인 성의 동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마 침실에서 잘 볼 수 있도록 동쪽에 이런 정원을 마련한 것이겠지요.
 
화단에는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장미들이 가득 피어 있습니다.
 
붉은색에서부터 흰색, 노란색까지…… 아마 세계의 모든 장미를 다 모아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비단 정원만은 아닙니다.
 
장미가 만발한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장미의 화려함에 조금도 묻히지 않고 위용을 뽐내는 분수대도 보입니다.
 
:[장미화단], [분수대]를 살필 수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관리하는 것만 해도 온종일이 걸리겠네... (장미 화단을 들여다본다.)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화려한 장미 아래 흙에 뭔가 하얀 것이 솟아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이게 뭘까? (흙을 털어내고 하얀 것을 잡아본다. 뽑히나...?)
 
조심스럽게 뽑아보니, 하얗게 변한 한 뼘보다 조금 긴 길이의 뼈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이게 왜... (깜짝 놀라 떨어트릴뻔 한 걸 겨우 참고 조심조심 그 자리에 내려둔다. 무덤은 아니겠지...? 혹시 그 주변도 살펴본다.)
 
주변을 살펴보자 비슷해보이는 하얀 뼛조각 몇 개가 보입니다.
 
수가 많지는 않지만…… 무덤 위에 정원을 만든 걸까요?
 
베아트리체 힐:(놀람과 소름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럼에도 죄송한 마음을 가득 담아 다시 흙을 파내고 뼈들을 가지런히 묻어두고야 일어난다.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자리를 뜬다...)
(왠지 조금 지친 걸음을 옮겨 분수대에 가만 걸터앉아 살펴본다.)
 
맑고 깨끗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분수입니다.
 
바로크 양식으로 꾸며져 장미들 사이에서도 시선을 앗아올 만큼 화려합니다.
 
지친 마음을 쉬어가기에 딱 좋아 보입니다.
 
그때, 저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베아트리체 힐:(한숨 돌리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다가간다.)
 
그쪽으로 가 보니, 에르드가 걸어오고 있네요.
 
손에는 바구니를 하나 들고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에르드! (조금 전까지 지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든다.)
 
에르드:(딱 마주치고는 영 어색한 듯 미적거리며 걸어온다.) 정원에 가는 걸 봤다고 해서…… 잠깐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
 
베아트리체 힐:당신에게는 마음을 읽는 능력도 있나봐요. 안 그래도 함께 피크닉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손을 내미려다 말고 조금 더러워진 손끝을 깨닫고 슥 감춘다.)
 
에르드:(손을 감추는 모습이 약간 의아한 듯했지만 별 신경은 쓰지 않고 곁으로 다가와 선다.) 공들여 꾸민 곳이지. 어디가 더 마음에 드나?
 
베아트리체 힐:손이 많이 간 티가 나요. 정말 아름다워요. (그를 올려보다 나란히 선다.) 잔디밭이 마음에 들어요. 들꽃도 꽃덤불도, 무리지어 피어난 꽃들도. 당신은 어때요?
 
에르드:흡족한 것 같으니 다행이야. (느리게 잔디밭으로 걷기 시작한다.) 나도 그쪽이 더 좋은 것 같군. 원래 화려한 것보단 소박한 게 더 취향이기도 하고.
 
에르드는 잔디밭에 도착해 자리에 양탄자를 깔고, 바구니에 챙겨 온 여러 음식들을 꺼냅니다.
 
타르트와 쿠키, 한 입에 넣기 좋은 포도, 딸기 등입니다.
 
베아트리체 힐:당신도 그렇다니 다행이에요. (사뿐 자리에 앉아 옆자리를 톡톡 두드린다.)
 
에르드:(고민하다가 베아트리체가 두드린 곳보다 딱 한 뼘만큼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리고 무리지어 핀 아가판서스를 가리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야.
 
베아트리체 힐:우연이네요. 저는 그 바로 곁에 있는 황매화를 가장 좋아해요.
 
에르드:그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을 골라 심었다니…… 정말 기막힌 우연이군. (포도 한 알을 집어 베아트리체의 입가에 대어준다.)
 
베아트리체 힐:좋아하는 색이거든요. (반짝 웃었다가 머뭇머뭇 앞에 내밀어진 포도를 받아먹는다. 오물오물, 한참을 씹어 넘기고는) ...고마워요. 저도 전해주고 싶은데... 아까 흙을 만져서.
 
에르드:안 만졌어도 안 돼. 얼굴이 보일지도 모르잖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흙은 어쩌다?
 
베아트리체 힐:...아. (끄덕) 장미 정원에 뭔가 튀어나와 있어서요. ...다시 묻어주느라. (두 손을 꼭 그러모은다.) ...혹시 예전에 이 부근이 무덤이었나요?
 
에르드:(긴 침묵 끝에 말했다.) …… 그래. 내가 주인이 되기 전에 이 성에선 좋지 않은 일이 여럿 일어났다고 하더군. 그 흔적일 거야. (물끄럼 내려다본다. 행간에서 베아트리체가 뭘 보았는지 대강 눈치챈 듯하다.) 많이 놀랐겠어.
 
베아트리체 힐:저는 괜찮아요. (새햐안 것을 집어들었을 때의 소름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지만 그의 말에 다시금 차분히 내려앉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당신은 아세요?
 
에르드:알지만 말해주진 않을 거야. 들어서 좋을 것 없는 내용이니. (이번엔 딸기를 먹여주고) 안 좋은 건 잊어버려. 그보다…… 잠깐 기다리고 있겠어? (자리에서 슥 일어난다)
 
베아트리체 힐:(딸기를 입에 물고는 갸우뚱 올려본다. ...어디 가시나요? 눈빛으로 질문하기)
 
에르드:(말없이 신발을 신고, 걸어가는 곳은 황매화 덤불 앞이다. 베아트리체를 등지고서 허리를 살짝 숙이고 무언가를 하는가 싶더니, 풀줄기가 길게 이어진 황매화 한 송이를 들고 온다.)
손. (그리곤 무뚝뚝하게 말하는 것이다.)
 
베아트리체 힐:(반대쪽으로 갸우뚱... 하지만 착실하게 나란히 양손을 내민다.)
 
에르드:한 손만 줘도 돼. (또 조금 웃는가 싶더니, 왼쪽 손의 약지 손가락에 줄기를 섬세하게 두르고 묶는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꽤 그럴듯한 꽃반지가 완성되어 있다.) 명색이 결혼을 했는데 반지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게 문득 생각나서. 지금은 고작 이런 거지만, 나중에는 꼭 제대로 된 반지를 맞추지.
 
베아트리체 힐:(...웃은걸까? 의아해하면서도 얌전히 한 손을 맡겨둔다. 약지에 자리한 황금빛의 꽃반지를 물끄러미 내려본다. 손을 들어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한참이나 말이 없다. 표정도 변화가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려울 쯔음, 맑은 웃음소리가 흐른다.) 고마워요, 예쁘다. 보석 반지보다 이 쪽이 더 좋아요. 꼭 어린애가 된 기분이야. (즐거운 듯한 웃음은 한참 흐른다.) 결혼 반지니까 당신에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에르드:(마음에 들까.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는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가, 낭랑하게 흐르는 웃음에 조금 안도한 듯했다. 베아트리체의 웃는 낯은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싶을 만큼 밝고 아름다웠다.) 예쁘다니 다행이지만. 나한테도? 만들 수 있나?
 
베아트리체 힐:어렸을 때 만들어본 기억이 있어요. 이만큼 아름답게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기다려달라는 말도 없이 아이같은 미소를 지었다. 신발도 신지 않고 잔디밭을 가로질러 황매화의 여린 가지를 길게 꺾어온다.) 손 내어줄래요?
 
에르드:신발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풀밭을 가로지르는 베아트리체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래도 즐거워 보이는 기색이다. 마찬가지로 왼손을 들었다가, 장갑을 착용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잠시 망설인다. 이내 천천히 장갑을 벗었다. 햇볕 아래 그을린 듯한 연갈색의 맨손이 드러난다. 피부는 거칠하고, 이곳저곳에 흉터가 져 있었다.)
 
베아트리체 힐:(처음 보는 에르드의 맨손. 말없이 가만 내려보다 엄지로 흉들을 가만 쓸어내린다. 상처도, 늘 끼고 있는 장갑도, 물어보고 싶은 것이 늘어난다.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조심스레 약지에 줄기를 감는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한참 그 손을 붙잡고 있었다. 거친 피부도, 흉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제 손에 감긴 것보다 허술하고 엉성하게 꼬인 꽃반지를 만들어내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다음엔 더 예쁘게 만들어줄게요.
 
에르드:(맨살갗에 닿는 누군가의 손길이 무척이나 어색하게 느껴지면서도, 전해져오는 온기가 봄의 햇살만큼 보드랍고 다정해 마냥 괜찮을 것처럼만 느껴진다. 손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 묵묵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 독촉하거나 빼내지는 않았다. 허술한 꽃반지였음에도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마냥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다음을 기약하는 목소리가 기껍게만 들렸다.) …… 그래.
(같은 꽃반지를 낀 베아트리체와 제 손을 비교해 보듯 나란히 두었다. 손의 전체적인 크기부터 마디의 두께까지 한참이나 차이가 난다. 마치 유리라도 다루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베아트리체의 가느다랗고 여린 손을 천천히 잡아올렸다. 베일을 쓴 그대로, 그 손등에 가만히 입술을 내리눌렀다.) 당신과 결혼할 수 있어 기뻐.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두 사람의 공간에 들어차기엔 충분했을 터다.)
 
베아트리체 힐:(베일 너머 표정은 드러나지 않으니, 에르드의 마음에 들었기를 바라는 수 밖에는 없었다. 나란히 놓인 두 사람의 손은 그 길이며, 두께 모든 부분에서 한참이나 차이가 나 조금은 웃음이 났다. 그의 단단한 손톱 끝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면, 서로 다른 손이 얽힌다. 얇은 한 겹 너머 닿은 온기가 손끝에서 발끝까지 타고 흘러 선연하게 퍼져간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 닿은 손 너머로 박동이 울리지는 않을까. 그럼에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저도요.
 
에르드:진심으로? (베일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어떤 눈빛, 어떤 표정으로 당신을 마주보고 있었을까. 적어도 그 목소리만큼은, 조심스러운 동시에 열망이 넘쳤으며, 사춘기를 맞이한 소년처럼 얼핏 풋풋하기도 했다.)
 
베아트리체 힐:(그의 목소리에서 보지 못한 그의 표정을, 감정을, 눈빛을 상상해본다. 그 무엇도 정답은 아닐 테지만. 잡은 손을 소중히도 제게 가까이 끌어온다. 그의 손등이 올라오도록, 그 위로 입술이 가볍게 내렸다가 떨어진다.) 진심으로.
 
에르드:(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이 분수대의 물길처럼 넘쳐흐른다. 잠시간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눈 앞의 사람에게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주변의 그 무엇도 들어오지 않았다. 꿈 같은 순간이었다. 영영 이어지기를 무심코 바랄 만큼…… 어떤 의심도 하지 않고 믿어버리게 될 만큼.)
(얼마나 한참이나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을까. 갑자기 감전이라도 된 듯 움찔하더니, 뒤쪽을 휙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봐야겠어. 책을 정리하던 중에 온 거라.
 
베아트리체 힐:...참, 바쁠 텐데 너무 오래 붙잡아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말과는 달리 잡은 손은 여전했다. 선뜻 놓아줘야지, 하면서도 마음처럼 쉽지는 않아서 손끝을 엄지로 간지럽히듯 쓸었다. 한참, 아쉬운 웃음을 띄우고야 겨우 손을 거둔다.)
같이 들어갈까요?
 
에르드:아니야. 당신은 원하는 만큼 더 있다 와도 돼. 이건 내가 나중에 치우도록 시킬 테니. (바구니와 양탄자를 가리키며 말하고는, 급하게 몸을 일으켜 성으로 향한다.)
 
에르드는 성으로 돌아가고, 다시 혼자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손에 아직도 흙이 묻어 있네요. 분수대에서 손을 씻고 가도 좋겠어요.
 
베아트리체 힐:...이런 손으로 잡고 있었네. (혼자 남아있기에 이곳은 너무 넓고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머지않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장미 정원에 분수대에서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서야 다시 일어난다.)
 
<정신력> 판정
 
베아트리체 힐: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을 깜빡이면 일순 장미 정원도, 분수대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터는 흙을 갈아엎은 듯 울퉁불퉁하고, 돌과 자갈들이 굴러다닙니다.
 
그러나 다시 눈을 깜빡인 순간, 풍경은 본래의 장미정원과 분수대로 변해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또 이러네. (눈가를 꾹 눌렀다가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이마도 짚어보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곤했나...?
(갸우뚱하며 성 안으로 돌아간다.)
 
성으로 돌아가던 베아트리체는 문득 낡아보이는 책 한 무더기를 들고 저택 뒤쪽으로 향하는 시종을 발견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책더미가 높건만, 시종의 걸음걸이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높다란 책더미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시종에게 다가간다.)
어디로 옮겨두면 되는 거니?
 
시종:아, 이 책들은 주인님께서 전부 태우라고 지시하신 것들이어서요. 저택 뒤쪽으로 가는 중이었어요.
 
베아트리체 힐:...이것들을 다 태우는 거니? (슬쩍 책을 하나둘 나눠 든다. 아쉬운 얼굴로 무슨 책이 있나 살펴본다.)
 
시종:앗, 제가 혼자 들 수 있는데요. (책을 살피려고 하자 망설인다.) 함부로 보면 안 되는 책이라고 하셨어요.
 
대인기능 판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조금쯤은 괜찮지 않을까?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시종:음. 안 될 것 같은데…… (슬쩍 눈치를 본다. 마음이 흔들리는 듯)
 
재판정이 가능합니다.
 
베아트리체 힐:...우리 둘만의 비밀로 한다면 어떨까...?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시종:주인님이 아시게 되면 혼날 거예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걸음을 옮긴다.)
 
전부 오래된 종이들입니다.
 
그중에는 바스라지기 직전의 가죽으로 된 책들부터 낱장으로 된 종이들까지 다양합니다.
 
다만 언뜻 봐도 제목을 쓰여진 언어조차 읽을 수 없는 언어이고,
 
책에 쓰인 가죽도 쉽게 보지 못한 낯선 가죽입니다.
 
시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몇 권을 나눠들자, 그저 책을 들었을 뿐인데도 등골이 서늘합니다.
 
보통 책의 표지를 만드는 가죽인 소가죽이나 양가죽의 감촉이 아닙니다.
 
어떤 것들은 그보다 조금 더 매끄럽고 어떤 것들은 그보다 거칠고 질깁니다.
 
시종:아가씨, 이쪽에 놓아주시겠어요? (한 켠에 책들을 내려놓고 베아트리체를 부른다.)
 
베아트리체 힐:(한껏 아쉬운 걸음으로 다가가 그 옆으로 가지런히 책을 내려놓는다.)
 
시종은 재빨리 책들을 모아 불을 붙입니다.
 
종이들이 빠르게 타오르더니 이내 큰 불길을 이룹니다.
 
이내 검은 연기가 퍼지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끔찍한 악취가 나기 시작합니다.
 
고작… 책을 태웠는데 이런 악취가 난다니 기이합니다. SANC (0/1D2)
 
베아트리체 힐: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2
 
)
 
 
=
2
 
이성 2 감소.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저택의 이층 창문에서 시선이 느껴집니다.
 
커튼 사이로 에르드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저를 봤다는 것을 알아챈 건지, 그는 이내 사라져버립니다.
 
베아트리체 힐:...아. (에르드가 사라진 창문을 올려보다 다시 불길로 시선을 돌린다. ...보통의 가죽이 이런 악취가 나던가...?)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마... 그건 아니겠지...?)
 
매끄러운 책들은, 인간의 피부와 비슷한 감촉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SAN C (1/1D3)
 
베아트리체 힐: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
 
그 사이 책에 붙었던 불은 잦아들고 재만 남아 바람에 흩날립니다.
 
검은 연기도, 끔찍한 악취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잦아듭니다.
 
시종은 옆에 있던 삽으로 땅을 파곤 재를 묻어버립니다.
 
시종:시간이 늦었네요. 어서 돌아가요. 아가씨.
 
베아트리체 힐:(울렁이는 속을 삼키고 금세 끄덕인다.) 그래, 돌아가자.
 
저택으로 돌아오면, 에르드가 내려와 있습니다.
 
에르드:…… (시종을 향해 다소 냉담하게 말한다.) 넌 내 방으로 올라와.
당신은 저녁 식사 전까지는 방에 가 있는 게 좋겠어. (베아트리체에게는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였다. 그러고 보면, 꽃반지를 끼워주었던 왼손은 여전히 장갑을 벗은 채다.)
 
베아트리체 힐:...아직 할 일이 남았나요? (냉한 목소리에 슬쩍 시종의 앞으로 가리고 섰다가 여전히 꽃반지가 자리한 왼손을 가만 바라본다. 그제야 울렁임이 차츰 잦아드는 듯하다.) 그렇게 할게요. 너무 무리말아요.
 
에르드:(고개를 희미하게 끄덕이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간다.)
 
시종은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 올라갑니다.
 
베아트리체 힐:(둘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돌아간다.)
 
한참을 침실에 있자니 누군가 방문을 똑똑똑 노크합니다.
 
베아트리체 힐:(누구려나,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네, 들어와요.
 
들어온 이는 시종입니다.
 
시종:저녁 식사 준비가 다 끝나 모시러 왔습니다, 아가씨.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눈만 깜빡)
 
아까와 다를 것 없는 시종의 모습입니다.
 
베아트리체 힐:(...갸우뚱하고는 자리에서 따라나선다.) 고마워, 내려갈까.
 
시종을 따라 1층의 식당으로 내려가니, 에르드가 앉아있는 식탁은 여느 때처럼 풍성합니다.
 
그에게 불려갔던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이렇게 호화로운 식사를 준비했다니, 존경을 넘어 기이할 정도입니다.
 
시종은 이번에도 당신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꺼내줍니다.
 
그리고는 당신의 잔에 와인과 물을 따라주고는 물러납니다.
 
에르드:…… 책을 태우는 곳에 따라갔던데.
 
베아트리체 힐:...아, 역시 보셨네요. 책이 너무 무거워 보여서 옮기는 것만 조금 도왔어요.
 
에르드:당신이 봐선 안 되는 책들이야. (여전히 평이한 목소리였지만 조금 딱딱하게도 들렸다.) 그 애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으니 다음부턴 불필요하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베아트리체 힐:(무어라 말하려다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는 책들이었어요. 재질도 그랬고. ..다행히 열어보지 않았으니 걱정 말아요. 그럼 일은 다 끝나신 건가요?
 
에르드:책을 정리하던 일은 일단락되었어. 열어보진 않았다니 다행이군. 당신이 갈 수 있는 서재에선 무엇이든 읽어도 돼.
 
베아트리체 힐:고생 많았어요. (포크를 든 손이 잠시 멈춘다.) ...제가 갈 수 있는 서재라 함은 제가 갈 수 없는 서재도 있다는 뜻인가요? 잠겨있는 방처럼.
 
에르드:내 응접실에 있는 책장.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것도 조만간 정리할 예정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편인가?
 
베아트리체 힐:그 얘기였군요. (포크로 샐러드 한쪽을 콕 집으며 가만 웃는다.) 네, 좋아해요. 무척. 읽어보지 못한 책들을 정리한다니 아쉽게 됐네요. ... 왜 정리하시는 건가요?
 
에르드:나나 당신이나 읽어선 좋을 게 없는 책이거든. (짧게 일단락해 대답한다.) 따라가봤다면 알겠지만 책 가죽부터가 일반적인 것관 다르지 않았어?
 
베아트리체 힐:...맞아요, 그랬었죠. (서늘한 감촉이 떠올라 제 손등을 진정하듯 쓸어내린다.) ...꼭 사람의 가죽 같았어요.
 
에르드: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말했듯, 내가 오기 전 이 성을 소유하던 이는 썩 정상적인 사람들은 아니었어. 그 책들도 죄다 그 산물이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전부 없애버리는 게 상책이야.
잠긴 방도 그것과 관련되어 있지. 책까지는 열어보지 않았다니 다행이었지만 방에는 절대로 접근하면 안 돼.
 
베아트리체 힐:(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한참을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조용히 끄덕인다.) 그래요. 잠긴 문의 안으로는 들어가지 말 것, 당신이 말한 조건이었으니까요.
 
에르드:어렵지 않은 조건이니, 잘 지킬 거라 믿겠어. (물을 마시며 식사를 마무리하고 일어선다.) 먼저 가 봐도 되겠지?
 
베아트리체 힐:(환히 웃으며 배웅한다.) 네, 곧 보아요.
 
에르드:(웃음에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식당을 나섰다.)
 
베아트리체 힐:(에르드가 뒤돌아서서 사라지는 때까지 얼굴에는 웃음이 여전했다. 혼자 남아 보는 이가 없을 때쯤 서서히 미소가 흐려진다. 머지않아 식사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만 방으로 올라갈까요?
 
베아트리체 힐:(느릿한 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간다.)
 
시종:아가씨, 목욕물을 준비해드릴까요?
 
베아트리체 힐:부탁할게, 늘 고맙구나. (조금의 미소와 함께 끄덕인다.)
 
시종은 욕실로 들어갑니다.
 
오늘도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나요?
 
베아트리체 힐:(어제와 같이 종종 뒤따라 들어간다.)
 
시종이 레버를 돌리자 뜨거운 물이 욕조에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이제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어떻게 이층에 있는 침실에 뜨거운 물이 레버만 돌린다고 해서 나올 수 있겠어요.
 
이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종은 어제처럼 향 주머니를 넣고 꽃잎을 뿌립니다.
 
시종:언제든 편하신 시간에 사용하시고 나오시면 제가 내일 정리하겠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웃음과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준비를 끝내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욕조에 몸을 담궜다. ...레버를 돌리기만 하는데, 금세 뜨거운 물이 나오는 건 역시 이상한 일이지... 괜히 레버를 만지작거리다 돌려본다.)
 
베아트리체가 레버를 돌리니,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베아트리체 힐:(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반대쪽으로도 이리저리 돌려본다. 틀어 올렸던 머리칼이 풀려 물에 흩어진다.)
 
아무리 조작해봐도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몸을 담근 따뜻한 물에서는 은은한 장미향이 납니다.
 
베아트리체 힐:(머리칼에 걸린 꽃잎을 떼어 빤히 들여다보다 물 위에 얌전히 놓아둔다. ...부엌도 정원도... 욕조도 이상한 것들 투성이네. 복잡해지는 생각을 풀어내듯 몸을 기울여 푹, 물 안에 잠겼다가 일어선다. 물에 젖은 길고 긴 머리를 한참 닦아내고야 욕실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욕실에서 나오니 침실의 괘종시계가 댕-하는 소리와 함께 9시를 알립니다.
 
<아이디어>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이 시간부터는 분명 에르드도 시종도 보이지 않았지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든 향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시 한 번 <아이디어>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오늘 가보았던 곳 중에 조금 심상찮은 곳이 있지 않았나요?
 
기억을 더듬어봅시다!
 
베아트리체 힐:(시계를 멍하니 들여다보다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린다. ...지금이라면 조금 더 살펴볼 수 있으려나. 침실에 놓인 작은 촛대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 성의 북쪽으로 향한다.)
 
무너졌던 탑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조심스럽게 촛대를 들고 복도로 나오면, 생각한 대로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성을 빠져나와 탑으로 향하자, 다행스럽게도 이곳에도 에르드와 시종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둡지만 촛대 덕에 그럭저럭 앞은 보이는 수준입니다.
 
번개로 넓어진 틈새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새카만 탑의 잔해들이 널려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발치에 돌조각이 아닌 다른 것들이 걸립니다.
 
베아트리체 힐:(촛불을 천천히 내려 발치를 비춰본다.)
 
촛불을 가까이 해 살펴보니 새하얗게 백골화된 뼛조각입니다.
 
인간의 뼈와 비슷한 모양새지만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굵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뼛조각은 점점 더 많아집니다.
 
단순하게 많아지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뱀의 척추뼈처럼 보이는 것, 뿔이 난 개과 동물처럼 보이는 것, 기괴하게 뒤틀린 것 등등……
 
하나에서 나온 것이 아님이 분명해보이는 괴물들의 뼈들이 한데 쌓여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SANC (1/1D4)
 
베아트리체 힐:.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감소.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떨리는 손으로 촛대를 겨우 움겨쥐고 주변을 살펴본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촛대를 든 채 주변을 살피다 보니, 인간의 손과 비슷한 모양새를 한 뼈 하나가 새카만 물체를 쥐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분명 살과 관절은 모두 썩어 무언가를 쥐고 있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쥐고 있는 모습은 퍽 기이하기 그지없습니다. SANC (0/1)
 
베아트리체 힐: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베아트리체 힐:(숨을 멈추고 불빛을 가까이 가져가 새카만 물체를 비춰본다.)
 
뼈마디에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움켜쥔 손길을 직접 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죄송해요... 속으로 사과하고 조심조심 손가락들을 펼친다.)
 
백골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보니, 그것이 쥐고 있는 건 새카만 열쇠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어디에 쓰는 열쇠일까. 열쇠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챙겨 넣는다.)
 
뼈의 무덤 뒤쪽으로는 나선형 계단의 시작이 보입니다.
 
난간이 없고 일부 무너진 부분들이 있지만 쭉 올라갈 수 있을 듯합니다.
 
베아트리체 힐:(...괜찮을 거야. 숨을 천천히 고르고 나서야 계단을 하나둘 올라간다.)
 
한참을 나선형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마침내 끝이 보입니다.
 
밖으로 통하는 문을 나서자 다리가 휘청일 정도로 높은 탑의 맨 꼭대기입니다.
 
바람에 휘청이며 주변을 살피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벽 바깥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숲.
 
끔찍한 광경은 발밑 바닥에 새겨진 기괴한 마법진입니다.
 
드문드문 검붉은 것들이 덩어리져 엉겨 붙어있으며 한가운데는 큰 덩어리진 형체가 하나 보입니다.
 
베아트리체 힐:(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고 아래를 유심히 바라본다. ... ...저게 대체 뭐지?)
 
멀리에서는 잘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조심조심 가운데의 것으로 다가가 불을 밝혀본다. ...괜히 마른침만 삼켰다.)
 
조심히 다가가 불을 밝혀보니, 온몸에 화상을 입고 웅크려 있는 사람입니다.
 
아직 살아있는 듯 느리게 숨을 쉬고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세상에. 괜찮으세요? (촛대를 내려놓기 무섭게 눈 앞의 사람을 살핀다.)
 
누운 이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치료할 만한 것들이 있을까. (걱정스러운 시선을 겨우 돌려 주변을 살펴본다.)
 
주변은 삭막합니다. 치료해줄 만한 약도 붕대도 전혀 보이지 않네요.
 
베아트리체 힐:...어쩜 좋아. 정신을 놓으시면 안돼요...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갈 곳 잃는 시선은 바닥의 마법진을 다시 유심히 들여다본다.)
 
바람이 무색하게도 그는 이미 의식을 잃은 듯합니다.
 
마법진은 무척 기이하게 생겨 알아볼 수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대로 두고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베아트리체 힐:... .... (주체없이 흔들리는 눈동자가 느리게 감긴다.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계단을 내려온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달이 꽤 낮아졌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새벽에 멋대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들킬지도 모르겠네요.
 
베아트리체 힐:(하늘을 한번 올려보고는 발걸음을 재촉해 방으로 조심스레 돌아간다.)
 
조심스럽게 방으로 돌아오니 시계는 2시를 가리켜고 있습니다.
 
아직 시종이 욕조의 물을 치우지 않았을 테니, 더러워진 곳이 있다면 서둘러 씻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듯합니다.
 
베아트리체 힐:(촛대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욕실에 들어가 손이며 더러워진 곳들 서둘러 씻는다. 손이 잘게 떨려 타월이 몇 번 떨어진다. 겨우 옷까지 갈아 입고서야 침대에 몸을 묻었다.)
 
빠르게 씻고 침대에 눕자, 얼마 지나지 않아 침실의 문이 열립니다.
 
이 시간에 침실에 들어올 이는 한 명밖에 없겠지요.
 
에르드는 어제처럼 당신의 옆에 걸터앉습니다.
 
에르드:내일은 바깥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자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나직하게 말했다.) 혼자 두고 가려니 미안하군.
 
이어 그의 손길이 베아트리체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립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입니다. 하물며 괴물이라 불릴 만큼 잔악한 이로 일컬어지기도 하였죠.
 
그는 왜 당신에게 이토록 다정한 것일까요?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어렴풋한 그의 목소리와 손길에 눈꺼풀을 느리게 뜬다. 몽롱하게 잠긴 눈과 반대로 입가에는 다정한 웃음.) ... ...조심해서 다녀와요. ...내 걱정은 말구요...
 
에르드:(조금 놀란 듯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난다.) 나 때문에 깬 건가?
 
베아트리체 힐:(느릿하게 저어진 고개를 따라 머리칼이 흩어진다.) ...괜찮아요. ... ...잠들기 전에 당신을 봐서 다행이야.
 
에르드:(침음한다.) 좀 더 작게 말할 걸 그랬군. 어서 자. (옆자리에 누워 어깨를 느리게 도닥인다.) 늦지 않게 돌아올게.
 
베아트리체 힐:(가만 미소만 지으며 끄덕인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얼른 돌아와요...... (점점 목소리가 사그라들고 규칙적인 숨소리만 남는다.)
 
에르드:(베아트리체가 완전히 잠에 빠질 때까지 어깨를 가만히 쓸어내려 주었다.) 그래……. (오래지 않아 그의 호흡도 차차 균일해진다.)
 
...
 
깨우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눈을 뜬 것은 창밖에서 햇빛이 가득 들어온 시간입니다.
 
에르드는 벌써 나간 건지 보이지 않고,
 
침대 옆 협탁에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잠이 덜 깬 탓에 흐린 눈을 깜빡이며 협탁에 놓인 쪽지를 천천히 읽는다.)
 
:[간밤 말했듯 시종과 바깥에 다녀올게. 저녁시간 전에는 들어올 거야. 식사는 시종이 부엌에 간단하게 준비해뒀을 테니 잊지 말고 챙겨.]
 
베아트리체 힐:(에르드의 글씨를 눈에 새기듯 여러 번 읽어내리다 침실 밖으로 나선다.)
 
침실 밖으로 나오니 성은 인기척 하나 없습니다.
 
정말 에르드와 시종이 바깥으로 일을 보러 떠났나 봅니다.
 
베아트리체 힐:...혼자 먹는 건 내키지 않는데. (괜히 더 넓게 느껴지는 성에서 홀로 중얼거리며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으로 가보면 간단한 샐러드와 바로 먹을 수 있는 햄 샌드위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조용히 의자에 앉아 샌드위치를 반듯하게 반으로 잘라 샐러드와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다.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ㅠㅠ
 
샌드위치를 반만 먹고 식사를 끝냈습니다.
 
너무나도 소식하는 공주...
 
:3일차 저택 조사가 가능합니다.
 
베아트리체 힐:(식당 앞에서 잠시 고민... ... 지금은 밖에 나가있으니 안에 없을텐데. 주인도 없는 방에 들어가는 건 실례고... 그래도.... 혹시나 하고 시종의 방문을 똑똑 두드려본다.)
 
처음 갔던 응접실 바로 위에 있는 방으로, 지도에는 시종이 사용하는 방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잠겨 있어 들어갈 수 없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다음에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잔디밭과 장미정원의 사이를 지나 산책 겸 담을 따라 쭉 걷는다.)
 
사람의 키를 까마득히 넘는 담입니다.
 
밖에서 보았을 때와 그 높이는 다르지 않지만,
 
바깥에서 보았을 땐 어둡고 침침하기 그지없는 벽이었던 것과 달리 안에서는 벽돌이 잘 쌓여져 꽤나 분위기있게 보입니다.
 
이렇게까지 분위기 차이가 나기도 어려울 텐데요… 조금 이상합니다.
 
<정신력> 판정
 
베아트리체 힐: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안에서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얼레벌레 넘어갑니다.
 
베아트리체 힐:(갸우뚱...? 다시 길을 따라 성 안으로 들어온다.)
(...남은 건 한 곳 뿐인 것 같네. 걸음은 다시금 계단을 올라 잠긴 방의 앞에 다다른다. 그 앞에서 고민하기를 한참... ...문고리를 살짝 돌려본다.)
 
2층 서재 위쪽에 있는 방입니다. 서재와 비슷한 재질의 나무 문으로 되어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해보이는 방이지만, 들어오는 것을 금지한 데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고민한 보람이 없이 문고리는 돌아가지 않네요.
 
<듣기> 판정
 
베아트리체 힐:.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대체 무엇이 있기에 문을 잠가둔 걸까요?
 
의문만 강해져 갑니다.
 
베아트리체, <아이디어>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제 탑에서 발견한 열쇠가 떠오릅니다.
 
어쩌면… 이 열쇠가 잠긴 방을 여는 열쇠가 아닐까요?
 
베아트리체 힐:(챙겨둔 열쇠를 손에 꺼내든다. ...어쩌면 이 방 열쇠일지도 몰라. ...쥐인 손에 힘을 꼭 주었다가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어 돌려본다.)
 
열쇠를 넣고 돌려보자,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서재와 연구실이 섞인 듯 책과 잡동사니로 가득 찬 방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문이 있는 벽과 바로 옆의 벽에는 [책장]이 있으며, 반대편 벽에는 창문 옆으로 [장식장]들이 일렬로 놓여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의 벽에는 거대한 [책상]이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그가 분명히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망설임보다 넘치는 호기심이 앞섰다. 누구도 없음에도 조용히 걸음을 옮겨 책장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꽤 큰 방의 벽면을 둘이나 채울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책장과 엄청난 양의 책들입니다.
 
펼쳐보아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쓰인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지능>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제 시종이 태운 책들에 적혀있던 문자들과 동일한 문자군요.
 
대부분의 책들에서는 어제의 책들처럼 괴물의 삽화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제보다 훨씬 더 많은 마법진과 주문으로 보이는 것들이 적혀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베아트리체 힐:(반짝이는 눈으로 책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을 집중해 살피던 베아트리체는 드물게 읽을 수 있는 문자로 쓰인 책을 발견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책입니다.
 
표지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지만 안에는 눈에 띄는 내용이 있습니다.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책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다른 곳을 볼 틈이 없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반짝이는 눈으로 책을 한참 훑어보다 만족스럽게 제자리에 꽂아둔다. ...마법이라... 어제 욕조도 참 마법같은 일이었는데. 나즈막히 중얼거리며 장식장을 살펴본다.)
 
창문을 제외한 벽 한 칸을 채울 만큼 많은 장식장이 일렬로 놓여있습니다.
 
막상 들어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쩐지 기괴하게 느껴지는 눈이 새겨진 금으로 된 [장식 접시],
 
은색의 액체가 출렁이는 작은 [유리구],
 
단검을 장식하는데 사용하는 [받침대] 하나,
 
그리고 보석 열한 개가 박혀있고 한 개가 빠져있는 [둥근 판]이 있습니다.
 
베아트리체 힐:...특이하게 생겼네. (장식 접시를 빤히 들여다본다. 장식품에는 관심이 없는지 이전의 반짝임은 줄었다.)
 
진짜 금으로 만든 것인지 꽤 무게가 나가고 무른 접시입니다.
 
그림이 꽤 기괴할 뿐, 들여다보기만 하면 별다를 건 없네요.
 
베아트리체 힐:무얼 나타낸걸까...? (접시를 들고 자세히 살펴본다.)
 
<정신력> 판정
 
베아트리체 힐: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들어서 자세히 보아도 달라지는 건 없네요.
 
베아트리체 힐:(조심히 제자리에 돌려놓고 이번에는 유리구를 들어본다.)
 
유리구의 크기에 비해 과할 정도로 묵직합니다.
 
<지능> 혹은 <과학>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안에 들어있는 액체는 수은으로 보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이런 게 왜 장식되어있을까...? (갸우뚱...과 동시에 돌려놓는다. 그 옆에 놓인 받침대로 시선을 돌린다.)
 
단검용 받침대입니다. 정작 단검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지만요.
 
베아트리체 힐:...이상하네. (기울어진 고개는 돌아올 생각이 없고... 둥근 판까지 살펴본다.)
 
보석이 하나 빠진 듯한 둥근 장식용 판입니다.
 
<지능>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원한다면 열어서 보석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원래는 12개였구나. 하나가 없네... 보석에는 별 흥미가 없는지 금세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가장 안쪽의 책상으로 다가가 둘러본다.)
 
아래 [서랍]이 하나 있는 거대한 책상입니다.
 
[책상 위]에는 온갖 책들을 포함한 잡동사니가 올려져 있습니다.
 
구석에 놓인 작은 열쇠 하나도 눈에 띕니다.
 
베아트리체 힐:(평소에는 무얼 하고 계셨을까...? 몰래 보는 건 실례지만.... ...책상 위를 천천히 살펴본다.)
 
온갖 책과 메모중인 종이와 필기구들이 꽤나 어지럽게 널려져있습니다.
 
적혀있는 대부분의 글자들은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지만, 메모 하나와 책 한 권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이건 읽을 수 있겠다. 책과 메모를 차례로 읽어본다.)
 
전부 손으로 쓴 글씨들로 빽빽한 책입니다.
 
책상 한 구석에 놓인, 급하게 휘갈겨 쓴 듯한 메모입니다.
 
버리려고 했는지 꾸깃꾸깃합니다.
 
협탁 위의 메모보다는 거칠지만, 유사한 필체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이게 다... ... (읽을 수 있는 글임에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한참을 붙들고 있었다. ...마법사.. 악마와 신... 그 혼자서 막아내려는 걸까. 책과 메모를 제자리에 내려두고는 잠시 망설이다 서랍을 열어본다.)
 
서랍은 잠겨있어 열쇠가 필요할 듯합니다.
 
베아트리체 힐:(구석에 놓인 열쇠로 서랍을 열어본다.)
 
책상 위의 열쇠로 서랍을 엽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작은 황갈색 토파즈.
 
둥근 판의 빈 곳과 크기가 동일한 것을 본다면 아마 그곳에서 빼낸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재판정해봅시다!
 
베아트리체 힐:(토파즈를 빤히 쳐다본다.... 뭔가 생각날 것 같은데.... ....)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서재에 관련된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베아트리체 힐:(도통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들여다보다 작은 탄성이 흐른다. ...저주로부터 보호하는 힘이 있다고 했으니 분명 쓰일거야. 토파즈를 소중히 챙겨든다.)
 
‘정신적인 건강을 지켜주며 저주로부터 보호해준다’.
 
분명 이런 내용이 있었죠.
 
베아트리체는 토파즈를 잘 챙겼습니다.
 
<지능> 판정
 
베아트리체 힐: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육감이 경고합니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고요.
 
언제 그 탑 위의 인간처럼 될지 모릅니다.
 
베아트리체 힐:(서랍을 다시 닫아 잘 잠궈두고 열쇠도 원래 있던 자리에 얹어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한숨이 낮게 내려앉는다.)
 
그때 먼발치에서 고요한 성의 문이 열리는 끼익- 소리가 납니다.
 
에르드가 돌아왔나 봅니다.
 
당신이 이 방에 들어왔다는 것을 들킨다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릅니다.
 
베아트리체 힐:(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지 한번 돌아보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온다. 조용히 소리를 죽여서... 문을 잠근다. 이내 에르드를 마중하러 1층으로 내려간다.)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가니, 조금은 피곤해보이는 에르드와 무언가를 든 시종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손바닥 두 개보다 조금 작은 상자네요.
 
에르드:베아트리체. (문가에 선 채 입 연다.) 별탈없이 잘 보냈나?
 
베아트리체 힐:그럼요, 별탈 없었어요. (2층에서 본 것들을 완전히 잊은듯 다가가 환한 웃음으로 맞이한다.) ...피곤해보여요, 오가는 길이 많이 힘드셨나요?
 
에르드:시종을 두고 가지 못해 신경쓰였는데, 별일 없었다니 다행이군. 난 괜찮아.
 
그는 놀랍도록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희미하게 피냄새가 풍겨옵니다.
 
베아트리체 힐:(흐릿한 냄새에 그를 올려본다. ...기묘함이 등골을 스쳐도 웃는 얼굴은 여전했다.) ...무얼 하고 오셨어요? 그 상자는요?
 
에르드:당신이 알 필요 없는 일이야. (스스로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건 여전하다. 그러나 말투만은 여전히 다정했다.) 시종이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잠깐 응접실에서 이야기라도 하겠어?
 
베아트리체 힐:...그래요, 그럴까요? (여전한 얼굴로 가만 고개를 끄덕인다.)
 
에르드는 흔쾌히 응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도록 돕습니다.
 
에르드:(베아트리체가 먼저 첫날의 의자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반대편 의자에 앉는다.) 이 성에서 지낸 지도 벌써 사흘째군. 불편하거나 원하는 점은 없나? (이미 없다는 대답을 들었음에도 여러 번 거듭되는 물음이다.)
 
베아트리체 힐:(의자에 앉아 맞은편의 에르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언제나처럼 가만 웃음을 지었고 고개를 저었다.) ...불편한 것도 원하는 것도 없어요. (한참 검은 베일을 바라보던 시선이 제 치마폭으로 내려간다.) ...한번, 가족이 보고 싶네요.
 
에르드:(한동안 말이 없었다. 마침내 입을 열어 흘러나오는 목소리엔 적개심이나 분노가 어려 있지는 않았으나 그 내용만은……) 가족을 영영 볼 수 없게 된다고 한다면, 더 이상 내게 웃어주지 않을 건가.
 
베아트리체 힐:...꼭 그렇게 되기라도 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다시금 들어올린 고개에는 겨우 흐려진 미소가 남았다. 그의 말에 목에 뭔가 걸린 것처럼 한동안 말이 없다.) ... ...나는 당신의 곁에서 언제나 웃고 싶어요.
 
에르드:너를 웃게 하려면, 네가 소중하게 대하는 것들이 곁에 남아있어야만 할 것 같아서. (문득 아주 친근한 호칭을 썼던 것도 같다. 그러나 곧바로 원래의 말투로 돌아왔다.) 괴물의 부인이 될 때 각오하지 않았나? 이전과 같은 삶은 살 수 없을 거라고.
 
베아트리체 힐:... 그럴테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두를 각오하고 당신과 결혼했으니까요. (미묘하게 바뀐 호칭을 되새긴다. 묘한 이질감.) ...에르드, 내가 웃는 것이 당신에게 중요한가요? ... 왜 내게 늘 그렇게 상냥해요?
 
에르드:사실 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지. 모든 건 내 아집이었어. (그래도 나는.) 당연히 중요해. 당신도 나에겐 다정하게 굴잖아? 본래 성격이 착한 것 같았지만.
 
베아트리체 힐:...그렇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아요. 당신에게 얘기했었죠. 당신과 결혼하게 되어 기쁘다고. ...그건 진심이었어요. (저 아래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 애써야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게다가 방금 저를 친근하게 부르셨죠. 처음 본 사이가 아닌 것처럼.
 
에르드:당신은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째서 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건지…… 나로선 잘 이해가 가지 않아. 물론, 싫다는 건 아니지만. (그는 베아트리체를 진심으로 아끼는 듯한 언행을 자주 보여 왔으니.)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을 신부로 골랐겠어? 당신의 인품이나 성격 정도는 대강 알고 있었어.
당신은 나더러 상냥하게 대한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의아한 건 나야. 내가 무엇을 함께하자 말하건 전부 들어줄 것 같아서.
 
베아트리체 힐:...늘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시잖아요.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에르드를 바라보는 눈은 올곧고 피함이 없었다.) 그러니 당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요. 당신이 궁금해요. 모든 것을 알게 되어도 당신의 곁에서 웃을 수 있을 만큼.
(잠시 말이 멎는다. ...정말 그의 말처럼 되어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아버린 듯이.) ... ...우리는 부부니까요.
 
에르드:(베일 너머로, 그는 치열하게 갈등하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은 수없이 쌓이고 쌓인 비밀에 하나를 더하듯 대답을 회피했다.) 언젠가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당분간은 아니야. 못미덥겠지. 나를 의심하게 된다 해도 이해해. (일반적이라면 절대 이해받지 못할 상황에서도 베아트리체는 순순히 저의 말에 수긍해준다. 그것이 기쁘면서도 마음을 복잡하게 휘저어놓는다. 폭풍을 일으키듯이.)
그래도 하나만은 숨기지 않겠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베아트리체 힐:(얼굴을 가린 베일처럼, 그를 가리고 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모든 것이 의구심을 들게 함에도 당신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절대 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저를 지키려든다는 말이 맞았다. ... 대체 왜일까, 처음 보았다는 자신을. 머릿 속에 하나 남은 질문에 기어코 답이 떨어진다. ......사랑, 사랑. ...아, 답은 멀지 않았구나. 그의 답은 제 안의 감정에게도 올바른 답이었다.)
...내가 당신께 다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도 같네요. (이윽고 떠오른 웃음은 울음과도 닮아있었다.)
 
에르드:(이미 몇 번이고 되풀이한 바지만, 그는 다시 한 번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스스로도 짐작이 가지 않아서. 베아트리체가 가진 의문은 저에게도 동일했다. 하물며 저는 괴물이라 불리는 사람. 그런데도 당신은 저에게 같은 마음을 가졌다고 서슴없이 고백해온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들은 환희와 기쁨, 동시에 아른한 고통이 섞여든 것…….)
당신의 마음이 끝의 끝까지 변함없기를 바랄 수밖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면 시종이 문을 노크합니다.
 
시종:주인님, 저녁 준비가 끝났습니다.
 
에르드:(먼저 일어나 한 손을 내밀었다.) 가지.
 
베아트리체 힐:(내밀어진 손을 기꺼이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요.
 
에르드는 퍽 자연스럽게 에스코트합니다.
 
평소 시종이 해줬던 의자를 꺼내는 일까지도 익숙하게 자신이 할 정도니까요.
 
에르드까지 자리에 앉으면 시종은 늘 그렇듯 잔에 와인을 따라줍니다.
 
에르드:한번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리 말하며 제 잔을 기울여 온다. 건배를 하자는 듯이.)
 
베아트리체 힐:(미소로 화답하며 가볍게 잔을 들어보인다.)
 
에르드:(잔을 가볍게 부딪히고 입가에 기울인다.)
 
베아트리체 힐:(맑은 소리와 함께 잔을 입으로 가져가 기울인다.)
 
짠- 하는 소리와 함께 건배를 하고 술을 입에 머금자, 어제와는 맛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자세히 살필 틈도 없이,
 
시야가 핑 돌기 시작합니다.
 
쨍그랑-
 
와인잔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에르드가 당신의 몸을 한 팔로 가볍게 받쳐옵니다.
 
그는 당신을 끌어안은 채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웁니다.
 
불온하기 그지없는 검은 기운이 당신에게서 에르드의 손으로 빨려들어가듯 흡수됩니다.
 
그대로 암전.
 
...
 
...
 
...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옵니다.
 
이마를 짚은 채 일어나면 당신이 며칠간 사용했던 침실입니다.
 
날카로운 두통 외에는 몸에 별 이상은 없습니다.
 
베아트리체 힐:(....머리가..... ...욱씬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주변을 살핀다.)
 
주변은 캄캄하고, 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때 당신의 주머니에서 새카맣게 변색되어 부서진 토파즈 조각이 굴려나옵니다.
 
토파즈가 에르드의 마법을 약간이나마 막아준 모양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아, 이 보석이 마법을 막아줬구나. 빛을 잃은 보석에게 감사의 말을 짧게 남기며 침대에서 일어선다. ...몇 시지?)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입니다.
 
베아트리체 힐:(꽤 오래 잠들어 있었네.... 천천히 침실 밖으로 나선다.)
 
방을 나서자, 성의 풍경은 기절하기 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호화스러운 성의 모습과 종종 환상으로만 보았던 다 무너져가는 성의 모습이 공존하며 바뀌길 반복합니다. SANC (1/1D3)
 
베아트리체 힐: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이성 2 감소.
 
이러한 기이한 모습에도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합니다.
 
풍경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2층 복도를 지나 1층으로 내려가면 그곳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층보다도 무너져가는 성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1층에서 문이 열린 장소는 단 한 곳입니다. 시종의 방.
 
베아트리체 힐:(기괴한 주변 풍경에 더욱 혼란스럽게 울리는 머리를 겨우 진정시키며 유일하게 열려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시종의 방으로 들어가자, 호화로웠던 가구들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있는 것이라고는 다 부서진 침대 위에 인형처럼 앉아있는 시종과 옷장이 있던 자리의 문뿐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조심스레 시종에게 다가간다.) ...괜찮니?
 
시종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눈을 깜박이지도, 심지어 숨을 쉬지도 않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어깨에 손을 얹고 흔들어본다)
 
손을 얹자, 느껴지는 것은 차갑고 딱딱한 도자기의 촉감.
 
시종의 반응은 역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저런. (안타까운 발걸음을 겨우 움직여 문으로 향한다.)
 
문은 바닥에 붙어있어,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 듯합니다.
 
베아트리체 힐:(문을 열어젖히고 그 아래로 내려간다.)
 
칠흑 같은 지하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피와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악취로 코가 마비될 지경이 되어서야 지하에 도착합니다.
 
지하는 왼쪽의 감옥과 정면의 긴 복도로 나뉩니다.
 
베아트리체 힐:(...설마. 조심스레 감옥을 들여다본다.)
 
어둡긴 하지만 안에 있는 것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차라리 밝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할 수준의 풍경입니다.
 
계단에서부터 풍겨오던 시취는 이곳에서 나던 것 같습니다.
 
감옥 안에 쌓인 것은 가슴이 뚫린 인간의 시체들입니다.
 
베아트리체 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체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감옥의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볼 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수십 명의 인간들이 전부 심장이 뽑힌 채 죽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
 
베아트리체 힐: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한 시체의 주머니에서 주문 하나를 발견합니다.
 
베아트리체 힐:...이것 때문에 잠들었던 거구나. (감옥에서 나가기 전,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수많은 이들의 명복을 간절히 빌고 나서야 걸음을 옮겼다. 눈앞이 물기로 일그러져도 긴 복도를 따라 걷는다.)
 
복도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홀에 도달합니다.
 
무채색의 장식 없는 벽과는 달리 홀의 바닥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습니다.
 
바닥을 파내 만든 광대하고 복잡한 마법진에는 붉은 빛을 내뿜는 끈적한 액체가 고여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의 한가운데에 누군가 서 있습니다.
 
손에서 새카만 기운을 뿜어내며 마법진을 조종하고 있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
 
약간의 곱슬기가 있는 짧은 흑발, 마치 짐승의 것마냥 안광을 거의 품지 않았음에도 번뜩이는 금빛 눈…….
 
베아트리체, <정신력> 판정
 
베아트리체 힐: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 당신의 머릿속으로 기억이 몰아쳐옵니다.
 
어떻게 저 얼굴을 잊을 수 있었을까요?
 
어릴 적부터 가까운 친구로 자라난 두 사람. 자연히 사랑이 싹텄고,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신분은 마치 하늘과 땅처럼 크나큰 벽이 되어 서로를 가로막았습니다.
 
평민이던 에르드가 귀족의 자제인 베아트리체와 결혼한다는 것이 좋게 비칠 리 만무했죠.
 
지독한 반발은 끝내 누명으로까지 이어져,
 
에르드는 마법사라는 오명을 쓰고 모두에게 심한 배척을 받았습니다.
 
당연스럽게 당신과의 결혼도 없던 것으로 바뀌어 버렸죠.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지기 전날,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고 저는 괜찮을 것이라 힘주어 말했던 순간이 이토록 선명한데.
 
대체 어떻게 이리 새까맣게 잊을 수 있었을까요.
 
시선이 겹친 순간 에르드의 얼굴이 당황과 경악으로 물듭니다.
 
그는 당신에게 달려와 어깨를 꾹 감싸쥡니다.
 
에르드:어떻게…… 어떻게 깨어난 거야. 분명 완벽했는데. 대체 어떻게…….
 
베아트리체 힐:... ...에르드. 에르드. (어떻게 당신의 이름을, 당신을 잊을 수 있었지. 손을 뻗어 그의 뺨에 가져간다.) ...어디에 있었던거야?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에르드:(무심코 제 얼굴을 쓸어내린다. 베일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곧 모든 걸 떠올려냈다는 의미. 절망 어린 낯으로 고개를 떨군다.) 더 철저하지 못했던 내 잘못이겠지.
(그러나 이내 다시 시선을 맞췄다. 그 금빛 눈에는 묘한 광기마저 섞여 있었다.) 이 세계는 곧 멸망할 거야. 나와 함께 떠나자, 베아트리체. 다른 세계로 가서 행복하게 살자. 이번에야말로 아무것에도 가로막히지 않고 서로를 사랑하면서……
 
베아트리체 힐:(이대로 그의 손을 잡고, 그 품에 안겨 모든 것을 잊고 새로이 시작하고 싶었다. 선명한 금빛 눈동자를 온전히 마주한다. 긴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 되찾은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벅찰만큼 부푼 마음에 한 줄 미련이 남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 세계는 어떻게 되는거야?
 
에르드:이곳은 틀렸어. 마법사 놈들이 신을 소환하는 의식을 치뤄서, 내일이면 그 신이라는 게 강림할 거야. 어떻게든 막으려고 해봤지만 나로서는 해낼 수가 없었어…… 내 마력으로는 이 세계를 벗어나는 것만 가능해. 혼자 떠나려 했지만, 너를 차마 포기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너만이라도 데려가려 모든 일을 벌였지. (쓰게 미소했다.) 너와 잠시나마 결혼 흉내를 낼 수 있어서 행복했어. 비록 이 일에 대해선 숨겼지만 그외의 모든 건 거짓말이 아니었어,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 힐:...나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날 찾아줘서 고마워. (가는 팔이 커다랗고 널찍한 등을 겨우 끌어안는다. 모두가 이기적이라 욕해도 좋았다. 사랑에 눈이 멀어 세상을 버리고, 소중한 것들을 버린 자라 손가락질해도 그를 놓을 수 없었으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머지않아 멸망할 하늘 아래, 자신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사람인데.) ...나야말로 행복했어, 고마워. 고마워...
(팔을 풀어내며 다시금 올려본다.) ... ...에르, 나는 언제고 네 곁에서 웃고 싶어.
 
에르드:네 잘못이 아니잖아. 우리를 갈라놓은 빌어먹을 신분제 탓이지. 난 한 번도 널 원망해본 적 없어. (가녀린 이를 마주 끌어안았다. 들판에 핀 봄꽃 같은 사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 내가 너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얼음 같은 고독 속에서 살아가던 저에게 당신이 봄볕을 비추어주었다. 배려를, 다정을, 애정을 알려주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말라죽는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만큼 매몰차고 냉정한 그였지만, 그 속에서 오로지 단 하나의 미련이 있다면 바로 베아트리체였다.) 네 기억을 지웠는데도 너는 다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더군. 그게 얼마나 기뻤는지, 넌 미처 모를 거야.
이곳에서의 일은 전부 잊고,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자. 다시 행복하게 내 곁에서 웃어줘…… 결코 널 떠나지 않을게.
 
에르드는 당신이 사랑했던 투박하면서도 풋풋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어쩐지 그 미소가 어릴 적과는 달리 광기에 물든 것 같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습니다.
 
베아트리체 힐:(어린 날, 풀꽃 같았던 소녀처럼 마주 웃는다. ...사랑했던, 여전히 사랑하는 너에게 다시금 그날의 미소를 전해줄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던, 들판을 거닐며 바람에 몸을 맡겼던 그때처럼. ... 고통이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은 아닐 테다. 그럼에도 너와 함께라면, 결국 그마저도 다 덮고 남을 만큼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 활짝 고개를 끄덕인다. 목소리는 그보다 환하며-) ... ...응.
(그래, 그거면 되었다. 기어이 손을 마주잡는다.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처럼.) ...사랑해.
 
에르드:(잊혀진 기억 너머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맺어져 온 신뢰가 있었다. 이계의 신을 불러내려는 마법사들에게 맞서싸우며 물들여진 광기도, 너와 함께라면 차차 씻겨져내려가겠지. 한 점 의심 없이 서로를 의지하고 믿고 사랑할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었으므로.)
(마주잡은 손을 들어올려 입술을 내리누른다. 황매화 반지를 만들어주었던 그때처럼.) 언제나 너만을 사랑할게.
 
당신은 에르드의 손을 잡습니다.
 
저 달이 조금 더 기운다면 하늘에서 이 세계를 파괴할 신이 강림할 테지요.
 
그때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텝니다.
 
에르드도 당신도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그저 이 세상에 실존하게 되어버린 인간일 뿐입니다.
 
나약한 인간은 손을 맞잡은 이 한 명만을 살리는 것도 힘든 게 당연하잖아요.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 홀로 보낼 수 있을까. 처음부터 그 손을 놓는 법 따위는 몰랐습니다.
 
에르드는 두 손으로 당신의 손을 꾹 맞잡습니다.
 
과하게 힘이 들어간 손이, 그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가볍게 미소를 지은 에르드가 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주문이 끝나면 마법진에서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져나옵니다.
 
평소라면 불안하기 그지없을 빛이 이번만은 조금은 포근하다는 기분이 듭니다.
 
에르드:내가 반드시 찾아갈게. 기다리고 있어줘.
 
빛이 너무나 밝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맞잡은 손에서 전해져오는 온기는 여전합니다.
 
그가 그 온도만큼이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합니다.
 
음성에 따라 눈을 감으면, 암전입니다.
 
END 1. 세계 유일의 마법사
 
에르드 생환, 베아트리체 생환
 
:보상: 이성치 +1D3, 에르드와 베아트리체는 무사히 멸망하는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도망쳤습니다.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별장에 도착한 지도 오늘로 벌써 한 달하고도 3주나 지났습니다.
 
본가에서는 아직도 이렇다 할 연락이 오질 않아요.
 
다들 수도의 매너 하우스가 그립지도 않은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간 폭풍우가 몰아쳐 바깥에는 단 한 걸음도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비가 그쳤다니, 그것 하나는 정말 다행이네요.
 
당신은 간만에 산책을 나가기로 하고, 외출복을 챙겨입고 후원으로 향했습니다.
 
좁게 이어진 오솔길은 자칫 정신을 팔았다간 방향을 잃어버리기 십상입니다.
 
평소에는 흙더미가 쌓인 방향대로, 나뭇가지가 꺾인 방향대로 길을 찾았지만 오늘은 폭풍 탓에 익숙한 표식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득 저 멀리 하얀 무언가가 보입니다.
 
금빛 무언가가 반짝이는 듯한데... 믿을 수 없게도 사람입니다.
 
반쯤 찢어진 하얀 코트 차림의 덩치 큰 남자입니다.
 
연갈색 피부와 곱슬기 있는 흑발,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키가 크고 우락부락한 인상입니다.
 
하지만 어째서, 그리고 어떻게 이런 곳에 쓰러져 있는 거죠? 살아있기는 한 건가요?
 
남자의 곁에는 긴 장검과 손바닥만한 총 한 정이 놓여있습니다.
 
에르드:으……. (비에 젖은 채 작게 신음한다.)
 
베아트리체 힐:(자그만 신음 소리에 그대로 무릎을 굽혀 앉아 숨소리를 확인한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 곳은요?
 
에르드:(힘겹게 눈을 떠 상대를 확인한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여긴 어디죠?
 
베아트리체 힐:(답하기 전에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의 등에 두른다.) 저는 베아트리체 힐이에요. ...이곳은 저희 별장 근처의 숲이에요. 우선 별장으로 옮겨서 치료부터 받으세요.
 
에르드:베아트리체 힐……. (그 이름을 한참이나 곱씹는다. 문득, 아주 그리운 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베아트리체를 응시했다. 미처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로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신세를 지게 되었군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우선 이 남자를 별장에 데려가기로 하고, 그를 부축해 함께 걷습니다.
 
당분간은 여기에서 천천히 회복하도록 돕는 편이 좋겠어요.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건만 어디에서 만난 적이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듭니다. 착각이겠죠?
 
그러나 당신의 어깨를 감싼 온기, 그것만큼은 선명하여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지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