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유능하면서도 친절한 직장 동료는 없다시피 하다지만. 적어도 둘 중의 하나는 들어맞아야 해요.
...
...
도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도쿄의 교통체증을 감당하는 틈에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는 게 불운이군요.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을뿐더러 휴대전화를 꺼내는 것도, 여러모로 좀 그렇죠.
경찰이 교통법규에 무지하다면 이상한 일이잖아요.
속도위반으로 카메라에 찍혔다가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할 겁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마련한 것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어요.
...
:당신은 교통체증이 가득한 거리에서 자차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볼까요?
에르드:(경찰로서의 출근 첫날. 목끝까지 채운 셔츠의 단추와 조여맨 넥타이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뭇 사람들처럼 기대감에 설레거나, 떨린다거나 하는 풋풋한 감정은 별로 없다. 지금껏 반복적으로 훈련해오던 걸 이제는 정식으로 할 수 있게 된 것뿐. 일단 파트너가 정상적인 사람이어야 할 텐데. 많은 걸 바라진 않으니 자기를 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놈의 도쿄는 길이 끝도 없이 막히는군…… 네비게이션을 적당히 조작해서 빠르게 갈 수 있는 경로를 찾아본다. 첫날부터 지각하는 건 본인이 용납 불가능하다.)
도움을 주기 위한 정황이었으니 주변의 차량도 이해할 겁니다. 교통에 큰 방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
다만, 나 자신을 향한 영향만 따지고 보면 쉽지 않습니다. 곧 돌아오는 초록 불을 넘겨버리게 된다면 꼼짝없이 지각하게 될 테니까요.
물론 지나간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걸요. 심지어 저 사람도 당신의 존재를 모르고 있어요.
선택도, 고뇌도.
오로지 당신의 몫입니다.
에르드:(원래 제 성격이었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일단 명색이 경찰이고, 특히 오늘은 정식 경찰로 출근하는 첫날이니 마음이 좀 흔들린다.)
(흠. 좀 늦는다고 해도 많이 뭐라고 하겠어? 자기의 건장한 체격 앞에선 많은 사람들이 공손해진다는 걸 알기에 직장에선 적당히 뻗대기로 마음먹고 갓길에 차를 댄다.)
(그에게로 다가갔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당신의 건장한 체격 앞에선 사람들이 왜인지 공손해졌죠. 물리라는 건 인간 사회에서 이렇게 중요한 법입니다.
제 성질이 아니지만 명색이 경찰이고 첫 출근인데 이걸 무시할 수가 있었겠나요.
뭐, 지각 정도야 어떻게든 되겠지요.
차량은 순식간에 인도와 가까운 가장자리에 멈춥니다.
차에서 내린 당신은 아직도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향했습니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 때문일까요. 무수한 발소리가 뒤섞인 도쿄인데도. 운전석에 있는 사람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갈색 머리카락에 단정해 보이는 생김새가 눈에 띄네요.
갈색머리의 여성:아, 저기, 감사합니다. 친절한 분이시네요... (수줍게 말하더니 두터운 차 문을 제대로 열고 나서려 한다. 자세히 보면 발에 깁스를 감고 있어서 트렁크에 있는 휠체어를 내리지 못 하는 것 같다.)
에르드: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트렁크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한 뒤 휠체어를 내려 운전석 옆에 잘 세워준다. 휠체어에 앉을 수 있도록 그의 손을 잡고 받쳐주었다)
한쪽으로 땋아 내린 갈색 머리카락에 단정한 생김새.
손을 잡아보면 170 언저리 쯤 되는 키가 큰 여성이네요.
갈색머리의 여성:그, 정말 감사합니다. 바쁜 아침에 이런 걸 도와주셔도 되는 걸지... (손을 잡고 휠체어에 받쳐앉았다. 미묘하게 안정감 없이 걷기 불편해보이는 모습이다.)
당신은 정말 다정한 분이시네요. 인도의 벽돌이 다른 곳보다 높아서 조금 당황해버렸어요. 원래라면 혼자서도 휠체어 쯤은 내릴 수 있을텐데... (멋쩍게 웃음짓는다.)
에르드:(입에 발린 말은 굳이 하지 않는다. 다정함도 저와는 거리가 먼 표현이다.) 경찰이라서요. (그 짧은 한 마디로 제 행동의 이유를 대신하고는) 가시는 곳까지 혼자 가실 순 있겠습니까?
갈색머리의 여성:휠체어를 움직이는 것 정도는 여러번 배워서 괜찮아요. 바로 앞이기도 하고요. (경찰이라는 말에 당신의 옷을 올려본다.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다시금 눈가를 휘어접고 웃으며.)
오늘만큼은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포장주문을 했거든요. 괜한 욕심이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누구나 그런 날이 있잖아요? (스몰토크 시도하는 모습... 이 사람, 사교성이 있어보인다!)
에르드:다행입니다. (스몰토크가 시작되는 것 같자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제 할 일은 다 했으니 여기까지 어울려줄 이유는 없다.) 얼른 직장에 가봐야 해서 이만. 맛있게 드시길.
갈색머리의 여성:(당신이 돌아가려 하니 아쉬운 듯 쳐다보다가도 받은 감사함에 만족한 듯 휠체어를 굴리기 시작한다. 동작이 조금 어정쩡하다만.) ...경찰이라. 그런 직업도 참 멋있네요. 그런 사람에게는 분명히 행운이 올 거예요.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한 분.
아, 이거 이제는 정말 지각입니다.
첫날부터 지각해버리는 희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야 눈치껏 자리에 앉았을 테지만. 이런 상황에는 어쩌면 좋죠.
간이 배 밖에 나와버린 꼴입니다.
아... 몰라요. 어쨌든 머리가 행하는 대로 경찰답게! 도와줬으니까요.
우선은 어서 차 안에 올라타도록 해요. 도쿄 경시청을 향해서 출발합시다!
에르드:(깨지면 깨지는 거지 뭐. 와중에 여성이 휠체어 굴리는 모습이 애매해보여서 마음이 좀더 흔들렸지만, 여기서 더 늦을 순 없으므로 다시 운전석에 타 시동을 건다.)
그래요. 작은 도움을 통해 누군가 작은 희망을 갖게 된다면 좋은 일이죠.
깨지면 깨지는거죠 뭐!
어떤가요, 당신은 이 짧은 순간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나요?
에르드:(좋은 일보단 그냥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감상 정도다.)
경찰다운 일. 이것이 당신이 해야하는 일입니다.
당장의 지각보다 조금 더 중요했던 일일 뿐이에요.
곤란해하는 누군가를 돕는다.
다른 누구를 찾기보다 내가 먼저 나선다.
흐음! 뭔가, 제대로 경찰답지 않나요?
...
물론, 선의는 중요합니다. 사람이 누군가를 돕는다는 행동 하나로 세상은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어떤 식으로든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게 현대사회입니다.
경찰이라는 건 아예 선행을 하는 직업이죠.
당신은 지금 생각에 따른 결정을 내렸을 뿐이에요.
...
...
그렇게 차량 사이를 지나며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도쿄 경시청. 이 나라의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요충지.
앞으로 당신의 직장이 될 곳.
이곳에 들어섰다는 사실에 감격하기 전에······. 빨리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주차장에 들어섰으니 적당한 곳에 차를 대도록 해요. 기수와 그들이 사용하는 본부는경시청 4층에 있습니다.
에르드:(남은 자리를 찾아 차를 대고, 빠른 걸음으로 경시청의 엘리베이터를 잡는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은 자리가 꽤 많았어요. 다행스럽게도 차를 댈 수 있었구요!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잡아봅니다.
우오어엇...!!!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고 있어요!
에르드:(긴 다리길이를 이용해 후다닥 뛰어서 열림 버튼을 누른다.) 죄송합니다. 같이 좀.
? 뭐죠 방금 다리걸기 어떻게 한거죠
민첩... 이 필요 없었습니다. 당신은 다리가 길엇어요........!!
황당해하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느껴집니다만....
어쨌든 무사히 사이에 손을 끼워 넣었습니다.
에르드:(얼굴에 철판깔고 탐)
오히려 철판인 모습을 보니 사람들이 더 황당해합니다만...
어떻게든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미 지각인 건 뻔하지만 더 늦는 것 보단 나으니까요.
...
띵~
이거야... 이른 아침부터 고생을 한 기분입니다. 고작 도착했을 뿐인데도 말이죠.
어쨌거나 도착했습니다.
에르드:(사과까지 했으면 됐잖아. 뭘 꼴아?)
(같은 마인드로 4층에서 내린다)
뭔가 숙덕이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사무실을 바라봅니다.
사방에 있는 책상과 바빠보이는 사람들.
통유리 너머로는 수많은 화면을 보고 있는 직원.
그리고······
못마땅한 얼굴로 팔짱을 낀 남자.
이중에서 가장 늙어보이는 것만 보아도 감이 올 겁니다.
직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려주듯이 남자는 다짜고짜 말합니다.
혼도 타나카:4기수 대장, 혼도 타나카다. 자네의 소속은?
에르드:4기수 소속, 에르드입니다. 오늘부터 경시청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첫날부터 지각해 죄송합니다. (굳이 변명은 않고 사과만 한다. 늦은 건 사실이니)
혼도 타나카:(못마땅한 듯 한참이나 깊은 안색으로 쳐다보며 헛기침을 두어번 한다. 이미 당신의 인적 사항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각에 대해 한마디 하려고 물어본 듯 싶다.) ... 그래. 첫날부터 크게 일을 벌리는 사람이 새로 들어왔구만. 어쨌든 나도 일을 나가야하니 설명부터 해주도록 하지.
아무래도 앞으로 대장님이라 불러야 할 사람은, 좀······. 아날로그 할지도 모릅니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현대사회에서 삐삐라거나. 묵직한 벽돌 휴대전화의 느낌을 받는 것도 드물 텐데요.
에르드:헛소리하는 건 여전하군……. 팀 바꿔달라고 하던가. 상사놈은 2기수 도와주러 나갔고 4기수 선배들도 자리에 붙어있는 사람이 없어 보이니 좀 걸리겠지만. (일단 본인은 반쯤 포기했다. 부탁한다고 해도 안 들어줄 거란 직감이 든 탓이다.)
소생명:... ... (갑자기 급 말이 없어진다. 묵묵히 땅 쳐다보고 의자나 드륵거리며 만지고... 그리고 인이어는 네 옆에 떨어져있다.)
... 안 돼. 나 아까 상사라는 그 녀석 한 대 쳤어. (???) (폭탄발언)
에르드:(????)
소생명:아, 아니 짜증나게 하잖아. 50년 전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하냐고. 귀찮게. (................)
에르드:(인이어 주우려다가 멈칫하고 생명이 바라봤다……. 그리고 납득했는지 다시 손 뻗어 집어들고 내밀었다.) 그럼 그 자식은 이미 너한테 했던 50년 전 얘기를 나한테 또 늘어놨단 말이냐? 여러모로 대단한 꼰대군.
한 놈은 상사를 패, 한 놈은 첫날부터 지각해……. 이거 완전히 문제아 팀으로 찍혀도 할 말이 없겠어.
소생명:... 정확히 말하자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할 때 쳤어. 짜증나는 소리가 나오는 부분을 한 대 치면 안 나올까 싶어서. 원래 기계도 한 대 치면 고쳐지니까. (입.... 을 쳤다는 소리다.)
흥, 누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대? 너도 충분히 문제아거든...!? (내밀어준 인이어를 빼앗듯이 낚아채서 꼬물꼬물 착용한다.)
에르드:듣지도 않고 쳤냐? 너도 만만치 않은 놈이다 진짜. (고개 절레절레 젓고 제 몫의 인이어도 착용한다.) 상사가 말하길 무슨 일이 생기면 너와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군.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싶지만, (게다가 하필 소생명과 함께라니, 험한 앞날이 훤하다) 어쩔 수 없겠지. 잘 협조해라? 인성짓 하지 말고.
소생명:(인이어 꼽는 모습 보더니 에휴, 한숨 쉰다. 팔자가 왜 이러나... 대체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수가 있지.) 나, 나는 그렇게 잘못된 짓은 안 하거든? 첫날부터 지각한 게 더 문제야. 경찰 주제에 약속도 제대로 안 지키고. (아니다... 솔직히 이쪽이 더 문제인 것 같다...)
에르드:왜 늦었는지는 이미 말했을 텐데? 그리고 상사 친 게 잘못된 짓이 아니냐? 나참. 이게 국가직 아니었음 너 첫날부터 잘렸어.
소생명:... 안 잘려. 상사 녀석 한 대 친 거 가지고 되게 뭐라하네. (당연히 뭐라 할 이야기다.) 말 나와서 하는건데 넌 사람 돕는 게 지각하는 것 보다 중요해? 나 같으면 안 그랬어. (아니... 그랬을거다... 이거 자존심 세우는 발언이다.)
에르드:뭐라 한 건 한 번뿐이다만. (황당해하며 쳐다본다.) 나도 경찰 제복 벗고 있었으면 그냥 지나쳤겠지. 근데 명색이 경찰이라서. 지각 한 번쯤 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뭐, 넌 사람들이 어떻든간에 정시출근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경찰이 되던가. (생명이 평소 성격을 잘 알기에 일부러 자존심 긁는 발언 한다)
소생명:뭐...!?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경찰로서 가장 중요한 게 규칙 규율인데 그것부터 안 지키면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건데. 넌 기초부터가 글러먹었어. 제복을 입었다는 게 경찰로서 의무를 다 할거라는 뜻인거야. 알겠어? (네가 일부러 그런줄도 모르고 아주 쉽게 긁혀버렸다. 팔짱 끼고 째려보며...)
에르드:경찰로서 가장 중요한 게 규율인가? 그 규율은 결론적으론 사람을 위해 생긴 걸로 안다만. (피식 웃었다. 기초부터 글러먹었다느니 같은 말을 들어도 생명의 평소 언행을 잘 알고 있기에 타격 0이다) 그러다가 급박한 상황에서도 원리원칙 따지려고 하는 꼰대 경찰 된다.
소생명:그래, 그러니까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규율을 지키는 게 맞는거라고. 아니 그러니까 상사가 너한테 할 잔소리를 나한테 다 한 거 아니야! 이 바보같고 독버섯같은 지각쟁이... (네가 아는 만큼 이쪽도 너를 잘 알고 있을텐데 영 싸움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 꼰대 경찰 된다는 말에 잔뜩 타격받고 볼이 부풀었다.)
에르드:나도 이미 잔소리 실컷 듣다 왔거든? 너만 꼰대 주절거림 들은 줄 알아? 심지어 넌 듣기도 전에 입 때렸다며. 그럼 들은 것도 아니고만. (투닥투닥거리는 게 경찰학교 다니던 때랑 아주 또옥같다. 그 사실 자각하고선 급 현타와서 천장 본다. 여기서도 이러고 있다니)
소생명:너... 너어 자꾸 반박하고 그럴래?! 학교 다닐때도 짜증나게 굴더니 졸업하고 나서도 초심을 안 잃고..!! (네가 천장을 보기에 제 시선도 따라 올라갔지만 왜 그러는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투덜대는 낯으로 고개 기울이며.) 뭐... 뭐 또, 뭐! 어차피 파트너 바꿔 달라고도 못 하는데 이제 인정하지 그래? (인정을 못 한 건 본인이다.)
에르드:짜증나게 굴었던 건 너도 다를 바 없어. 이제 겁나면 뒤에 숨는 버릇은 좀 고쳤냐? (서로 상극이지만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두 사람이다. 한 명은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고 한 명은 머리가 좋으니 겉보기에는 딱 좋은 조합의 파트너로 보이지만, 본인들이 그걸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귀찮게 굴면 버리고 갈 거다.
소생명:무, 뭐, 무슨 소리야...!! 뒤에 숨거나.. 그런 거 안 했거든? (했다. 확실히 기억난다. 찌.. 찔린다. 그치만 자존심 때문에 인정 못 하겠다!) 귀찮게 구는 건 네 쪽이겠지. 너야말로 멍청하게 굴고 몸이 생각보다 먼저 나가고 그러면 정말 버리고 갈 거야..! (겉보기에 좋아보여서 상부에서 파트너로 지정해 준 게 아닐까 싶은데.. 이 모습을 상사가 본다면 당장 찢어버릴 것 같긴 하다.)
에르드:본인이 한 일을 기억 못하는 걸 보니 그나마 장점이던 좋은 머리도 나빠졌나? (생명의 뻔뻔함에 어처구니가 없다) 누가 누굴 버리는지 어디 두고 보자고.
소생명:뭐라했냐..? 야 너 진짜 한 대 맞을래...!?!! (벅.저.벅.저 다가가더니 냅다 네 옷깃을 잡았다. 뭔가... 협박 하려고 잡은 것 같은데 일단 너에게 만큼은 효력이 있어보이진... 않을테다.)
에르드:첫날부터 동료 경찰을 때리는 것도 네가 지켜야 할 규율인가? (예상대로 전혀 개의치 않는 낯으로 생명을 빠안히 내려다본다.)
소생명:... ... ... (잔뜩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뭐라 반박하려 하는데 맞는 말이라 쉬이 말이 안 나온다. 그냥 마음이 제대로 안 풀려서 더 열이 올라 냅다 앞뒤로 흔들어대기만 한다. 흔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에르드:할 말 없음 의미없는 설전은 여기서 끝내고 일이나 하자고. (목석처럼 꿋꿋하게 서 있음)
소생명:(쯧.. 혀 차며 동작은 멈췄지만 옷 잡은 건 안 놔주고 있다...) 어차피 다른 거 없으면 너랑 사무일이나 봐야하잖아. 이렇게 조용하고 첫 출근인데 아무것도 안 한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고 가르쳐 준 것도 없고. 여기서 시간 보내다가 돌아가는 게 전부거든?
하아아아아............ 너랑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 (갑자기 급 열받은 표정)
에르드:그럼 사무 일이라도 봐야지. 무슨 직장이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이 알아서 하라는 건진 모르겠다만…… 야, 나도 너랑 같이 있기 싫어. 근데 이제 와서 찢어질 수 없단 건 너나 나나 잘 알잖아? 그냥 적응하자고.
소생명:그래..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너를 찢고 싶은데 내가 봐주는 거야. (?)
가르쳐 준 일이 없으니까 알아서 일을 찾으라는 뜻이겠지. 학생도 아니고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지... (손까지 놓고 물러난다.)
소생명:............... 내가 원래도 너를 안 믿었지만 지금은 널 더 못 믿겠어. 알아? (...)
에르드:처음 운전해보는 차라 그래. (변명;)
소생명:하나 묻겠는데 너 면허 언제 땄어?
에르드:스무 살 되자마자 땄거든?
소생명:... 너 몇 살인데? (응?)
에르드:스물셋이야. 나이도 모르냐?
소생명:........... (갑자기 빤히 쳐다보는 시선. 엄청나게 빤히 보는 시선.)
... 어려. (????)
에르드:한 살 많은 주제에 나이부심까지 부리냐?
소생명:... 아니 그건 아니야. (진심으로 아니긴 하다. 네 나이를.. 몰랐...으니...까...)
그냥 그렇게 생긴 주제에 어려가지고 놀란거야. (??????????)
에르드:하? 이거 뭔 뜻인데?
소생명:뭐.... 그런... 뭐. 사탕 먹을래? (박하사탕 내밈.)
아니 갑자기 애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이러고 있음) (놀리는거다...)
에르드:너 혹시 죽고 싶어? 운전대 잡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잊어버린 것 같은데.
소생명:... 내가 죽을 정도면 너도 죽는다. (짜게 식은 눈)
엑셀을 다시 한 번 밟아볼까요?
에르드:그러니까 입 좀 적당히 놀리라고. (엑셀 다시한번 유려하게 밟아봅시다)
다시 엑셀을 밟으면 다른 문제없이 유려하게 바퀴가 구릅니다.
후진과 전진. 지하 주차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갑니다.
도쿄의 교통체증을 매번 상대한 보람이 있군요.
출근하는 시간대를 벗어나니 도로는 덜 막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좀 더 조심히 달리는 기분도 드네요.
내 차가 아니라 순찰차를 운전하는 건데도.
나란히 운전석과 조수석을 차지한 채로 두 사람은 앞 유리창을 바라봅니다.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멀었으니 짧은 대화를 나누기라도 할까요.
소생명:...................... (그러나.... 먼저 말을 시작하지 못 하는 유난히 내성적인 1인. 가만 앉아서 창 밖만 보며 아무말이 없다.........)
에르드:(애초에 말수가 없는 1인. 묵묵하게 운전만 함……)
....
................ 조용합....니다......
두 사람, 이 정적을 버틸 수 있나요?
에르드:(애초에 정적이 편안한 사람. 시끄러운 걸 안 좋아한다)
소생명:(근데 이쪽은 정적을 좋아하지도 않고 깨지도 못 하면서 정적을 못 버티는 편이다. 아주 성가심!) (계속... 눈치만 보고 있다. 흘끔 흘끔.)
.............. 너 짜증나. (그의 생각 회로, 그러니까... 뭐라 말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묵묵하게 그것도 편안한 시몬스 침대마냥 가고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투덜거리고 싶다는 소리다.)
에르드:넌 시비를 안 걸면 말을 못 하냐?
소생명:... 그, 그럼 뭐라고 해야하는데...!? (속상....)
에르드:(냅다 시비조로 말해놓고서 왜 속상해하는 거지? 에르드의 사고회로로는 이해가 안 된다) 너 짜증나 대신 쓸 수 있는 표현이 아주 많을 텐데?
소생명:그... .... ..... 무슨 표현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그러니까 이쪽의 입장으로는 평범하게 말을 걸었을 뿐인거다.. 아주 잘못된 방식! 이지만!)
에르드:(얘랑 있으면 상식이 비틀리는 기분이라니까) 내가 진짜로 짜증나서 그런 말을 한 거면, 뭐 때문에 짜증이 난 건데? 인과관계를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던지, 아니면 진심을 말하던지.
소생명:... 그게 아니라.. (말문이 막혔다. 너는 하나도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도 은연중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 급 소심 모드on 되어버린다....)
... 자연스러운 대화같은 거 몰라. 너도 잘 못 하면서.. (중얼중얼)
에르드:그래서 난 안 하잖아. (명쾌~)
소생명:아, 아니 안 한다고 되는거야? 그거... 되는거야..? (오히려 너를 더 이해할 수가 없어졌다...!)
... 너 친구 없지. (?)
에르드:친구가 굳이 필요한가? 그런 거 없이도 인생 사는 데 아무런 문제 없어. (사회성으로는 생명이 못지않게 떨어진다)
소생명:(.......... 친구가 필요 없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쪽은 못 만드는 거고 너는 안 만드는 거다.) 야, 그래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거 아냐. (좀 굽혀봄...)
너 그럼 졸업하고도 혼자 지냈어?
에르드: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면 혼자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지. 그래도 안 되면 그때에만 대강 도움을 청하던가.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어, 그랬는데? 넌 친구 많았나 보다?
소생명:내가 이래서 네가 바보라고 하는거야. 앞뒤가 없고 계획도 없고 뭐 이런 생각을 하지... 네 머리를 좀 열어보고 싶다. (흐린눈)
(.......푹! 찔림!) 그, 그럼 당연히 많았지. 내가 친구같은 거 없을까 봐? (.....)
에르드:친구 없단 걸로 바보 소리까지 들어야 하나? 그리고 친구 만드려고 다가갔다가 너 같은 애 만나서 열받느니 그냥 혼자 사는 게 백 배는 나아.
흠. 내가 아는 너는 딱히 친구 많을 타입이 아니었는데. 거짓말이 워낙 습관 같은 애라서 믿기지가 않는군……
소생명:(푹!!!찔림!!!) 누, 누가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했다는거야...!? (너는 눈치의 천재가 분명하다.)
그, 그리고 날 만난 게 뭐 어때서. 그야 그것도 뭐... 좀 짜증나긴 하지만. 혼자 사는 게 백 배 낫다는 말에는 나도 동의를 하지만. 그치만.. 그, 뭐... 그렇게까지. (내심 이쪽은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다....)
에르드:너랑 경찰학교 동기라는 걸 잊은 거냐? 몇 년이나 봐왔는데, 네 성격이 어떤지는 대강 안다고. (코웃음친다.)
소생명:그러니까 동기랑 친구랑 다른 게 뭐냐고. 짜증나지만 이젠 동료인건데... (은근 친구에 집착하는 중...)
에르드:(이쪽은 딱히 인간관계에 큰 관심이 없기에, 확실히 말해주지 않으면 내재된 의미 같은 걸 전혀 모른다.) 너랑 겁나 싸우고 투닥댔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까. 너도 나 별로 안 좋아하잖아?
동기랑 친구랑은 당연히 다르거든? 한 조직에 같은 년도에 들어오기만 했으면 다 동기고, 친구는 비밀이나 고민도 공유할 수 있는 가까운 사이지.
소생명:... 너, 너 비밀이랑 고민도 있어...? (그러니까 이 쪽에 집착하고 있음.)
아니 안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 싫은 거라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바보야. 황화수소나트륨같이 생긴게... (이래서 너와 제가 맞지 않는 것이다. 안 좋아하냐는 말에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못 한다. 무!척!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에르드:있던 말던 너랑 뭔 상관이야? (아무런 생각이 없음. 생명이 저에게 명확한 호감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에르드는 당연히 그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저 좋다는 사람도 밀어낼 만큼 붙임성 없고 사회성 떨어지는 이가 에르드였다. 하물며 저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오죽할까. 그에게는 생명에게 무뚝뚝하게 대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점이었다.)
싫어할 거면 확실하게 싫어해라 그냥. (핸들 꺾어 들어선다)
소생명:(너는 왜 제 마음을 알아주지 못 하는 걸까. 역시 멍청해서... 아니 됐다. 사실은 제대로 말하지 않는 제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한들 좋다고, 친구라고 어떻게 쉬이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제대로 된 방법은 모르겠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행동도 상대에게 이상하게 전달 될 수 있는 법이니 사교가 이리 어려운 것이지. 너의 직구는 제게 충격으로 다가왔으니... 싫어하라는 그 직설적인 말에 조금은 노력해보기로 한다.) ... 그렇게까지 싫은 건 아냐.. 그냥 그저 그렇단 거라고. (완전 노력했음!)
에르드:어느 정도는 싫다는 거군…… 나도 너 별로 안 좋아하니까 걱정 마라. (인간관계에 관심이 없는 만큼, 누가 저를 어떻게 여기든간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 또한 생명과는 반대의 면이었다. 쿨하게 말하면서 운전이나 한다)
소생명:... 너 말이야. 사람한테 관심 없는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비관적이야. (본인은?) 그거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 거잖아. 그런 뜻이 아닌데... 하... 모르겠다. (오늘자 기력을 소진하였습니다.)
그렇게 핸들을 꺾다보면 어느새 도착했을까요.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노란 폴리스라인의 너머에서는 다 우그러진 자동차가 보이는군요.
교차로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크기가 막혔으니 도로 두 개의 통행이 막혔는데도. 주변 운전자들에게서 반발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인도에 선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습니다.
트위터에 올리기라도 한 걸까요. 순경들이 밀어내며 호루라기를 연신 불어대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소생명:(네 뒤에 숨어있다... 엄청나게 숨어있다. 엄청.) (흘끔 사고 현장을 쳐다보더니 역겹다는 표정 한다...)
에르드:(운전자의 신체 문제일 수도 있고…….) 야, 숨어있을 거면 왜 따라왔어? (황당) 못 보겠으면 저 사진찍는 사람들이라도 좀 통제하고 있어.
소생명:...사진을 찍겠다는데 굳이 통제를 해야 해? (이 아이가 경찰의 위치라는 걸 알까요)
에르드:너 어떻게 경찰 된 거냐? (진심 어이가 가출함)
소생명:..찍던지 말던지 내 알바가 아니잖아. (이 아이가 정말 안 짤릴 수 있을까요)
에르드:네 알 바는 아니겠지만 수사에 지장이 가잖아. 일단, 거슬린다고. (이쪽도 그닥 정상적인 마인드는 아님)
하기 싫으면 정신 차리고 제대로 같이 살펴보던가. 선택은 네 몫이야.
소생명:.... 싫어. 통제하는 거. 사람들... 상대해야 하잖아. (네 옷깃 꽈아악 잡았다. 정말 진심으로 사람이 많은 이 상황 자체가 완전 싫어보인다....)
그냥 너랑 있을래. (눈치... 눈치...)
에르드:우리 일이 시체를 보거나, 피 낭자한 사건 현장 보거나, 사람들 통제하는 일인데 너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냐. (경찰학교 때도 어쩌다 얘가 여기 왔나 싶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이 변치가 않는다)
알겠으니까 옷 놔. 구겨진다. (툴툴대면서 번호판 봤다)
소생명:난... 딱히 경찰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었어. 그냥 내가... 이 세상에 사는 경찰들보다 똑똑하니까 한 번 해준거지. (와 발언) (아니다... 첫 번째는 소극적은 성격을 고쳐보려고. 두 번째는 어쩌다 어린 아이에게 베풀어 본 친절에 꼭 경찰 같다는 답을 들은 뒤로 오게 된 것이다...)
소생명:... 그러게. 이 주변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말이야. 위쪽 길로 우회전 할 거면 우회전 차선으로 들어가야지. 차선 변경 실수였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꺾을 이유가 없어.
에르드:CCTV가 더더욱 있었어야 하는데. (이마 친다.) 범인이 존재하는 사건이 되어버렸잖아.
(타이어 자국에 다른 특별한 점은 없을까? 대형 차의 타이어 같다거나)
소생명:(이마 치는 모습보고 네게서 살짝 떨어졌다. 심각성을 눈치챈 듯.) 근데... 쳤다고 보기에도 그렇지 않나. 친거면 트렁크가 고장났거나 가해 차량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잖아.
서로 다른 타이어 자국이라는 점, 그리고 한쪽 타이어 자국은 사고 차량의 타이어와 비슷하다는 점 정도만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크기를 보아하면 대형 차는 아닌 것 같네요.
에르드:그럼 친 게 아니라, 이 차가 겁나서 알아서 나가떨어지도록 위협만 한 건가?
일단 또 다른 차량이 급커브를 한 건 확실해 보이고.
소생명:...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게 가능해? 겁나서 나가 떨어지는... (고개 기울이며)
에르드:차가 바로 옆까지 바짝 붙으면 부딪히기 싫어서라도 피하려고 하지 않겠어? 그러다가 전봇대에 갖다박은 거 아닌가, 싶은 거지.
음, 한쪽만 있는 걸 보면 사륜차가 아니라 오토바이인가.
소생명:... 피하려다가 전봇대에 부딪쳤다는 소리지. (부서진 전봇대를 쳐다보며.) 네 말대로라면 같은 규격의 차량인데 스키드가 하나만 남았을 수도 있지. 왜냐하면.. 나 같으면 오토바이가 쫓아온다 한들 별로 무섭진 않을 것 같은데. 쳐버리면 그 사람이 죽으니까. (????)
에르드:…… 너는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사람이라, 가정을 들어도 신뢰가 안 간다. (……)
소생명:내가 상식이라는 단어에서 나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은데. 황화수소나트륨으로 만든 인덕션에 녹 냄비로 인황 3.2g 끓여서 굳힌 것 같이 생긴게. (???????)
에르드:욕도 진짜 참신하게 한다. (어이없음)
소생명:흥, 애초에 네 말이 웃기긴 해. 누가 쫓아오고 그걸 겁나서 피하다가 부딪쳤다는 소리잖아. 가해 차량은 도망간거고. (........ 근데 생각해보니 은근 일리있긴 함.) ... 하.. 복잡해. 네가 저기 애들한테 가서 좀 물어봐. (사람들 가리킴.)
에르드:사람이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떠날 기미가 안 보이니 저 사람들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주변부터 살핀다.)
현장을 방문했음에도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결론. 오히려 발이 잠기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까요.
발치에 감겨드는 게 있다면 털어버려야 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액셀을 밟는 게 더 이롭습니다.
괜한 생각에 잠겨 들기보다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보는 게 좋겠군요. 경로를 동시에 확인해볼까요.
운전대를 잡았으니 어디 한 번 살펴봅시다.
기왕이면 가장 빠르게 도착하는 게 좋을 테니까.
지문으로 화면을 두드리도록 해요.
소생명:(조수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매고 서랍에서 사탕을 꺼낸다.) ...사탕 먹을래? 지금 상황엔 뭐... 먹다가 목에 걸릴 순 있겠지만.
에르드:그런 것도 들어있어? (흠) 하나만 줘.
…… 아니 잠깐. 무슨 맛인지부터 말해.
소생명:.... ? 무슨 맛이냐니. (사탕 주다 말고 쳐다본다. 이건.. 백색 봉투에 쌓여있는 알사탕.) 박하사탕인데 왜.. 너 설마 지금 날 의심한거야? (......)
에르드:응. (에르드의 장점은 솔직하다는 것이고 단점도 솔직하다는 것이다)
소생명:.................... 내가 뭘 할거라고 의심했는데? (너무 솔직해서 어이가 탈탈 털렸는지 일단 침착하게 물어본다...)
에르드:내가 그냥 받기만 해야 한다는 상황을 이용해서 가장 뭣같은 맛으로 골라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나친 솔직함)
박하사탕이라니 다행이군. 줘. (한 손 옆으로 뻗음)
소생명:.... .... 난 그런 쪽으로 머리 안 써. 내가 넌 줄 알아? (대체 얼마나 지능?적이어야 저런 생각이 되는거지..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사탕 봉투를 까서 손에 올려준다. ... 그냥 박하사탕이라고 했지 그게 얼마나 쎈 박하인지는 안 말했다. . . .)
에르드:나야말로 그런 짓 안 하거든? 너라서 물어본 거야, 너라서. (박하사탕이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고 한 알 입에 던져넣는다)
소생명:... ... (옆에서 에너지바 오물오물 씹어먹으며 제대로 눈도 못 뜬 ? 네비게이션? 과 괜찮지 않은 널 번갈아본다. 짜게 식은 눈으로... 아무 태클도 걸지 않고....)
에르드:(아무런 태클을 안 거니까 기분이 더 이상하네)
그냥 큰 길로 간다. 지름길 몰라. (우직하게 운전 시작)
소생명:(우직 당함) (안전띠 꼬옥 잡음.) ... 하나만 물을게.
내가 지금 제대로 된 지름길을 알려준다고 네가 들을거냐?
에르드:일부러 잘못 알려주면 너까지 같이 망하는 거니까 그런 바보같은 짓은 안 하겠지. 말해봐.
소생명:저기 있잖아
일부러 잘못 알려줄 생각은 안 했어.
야. 내가 그런 이미지로 보이냐....????????
이런 개인주의 이득주의 이기주의 육식 독버섯 짐승을 봤나....
에르드:잘못 알려줄 작정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단 정도? 그나저나 너 내 욕에 붙이는 수식어가 점점 더 늘어간다?
소생명:(스윽 고개 돌려서 앞을 본다. 눈 피했다.) 그런... 짓은 안 한다고. 너 내가 그런 쪽으로 머리를 쓸 거라고 생각한거야? 하여간 멍청이들은 이래서...
저기, 오른쪽 커브길에서 돌고 바로 나오는 왼쪽 길로 들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직진이야. 굳이 큰 길로 안 들어가도 돼. (제대로 알려줍니다! 정말 제대로 알려줍니다!)
에르드:못 쓸 건 뭐 있나 싶어. 네 평소 성격이랑 언행을 좀 돌아봐라. (이쪽이야말로 절대로 인성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생명이 가르쳐준 대로 운전해갑니다)
소생명:... 뭐라는거야. 내가 너보단 현명하고 침착해. (서랍에서 에너지바 하나 더 꺼내더니 좍 뜯어서 냅다 네 입에 물려버리려고 ....한다.....) 시끄럽고 이거나 먹어. 우리 밥 먹을 시간도 없었잖아.
명이가 가르쳐 준대로 운전하면... 정말 지름길이 나옵니다.
조금 더 빨리 도착할 수 있겠어요. 달립시다!
에르드:(기준 속도를 넘지 않는 한에서 엑셀 밟고 달린다~)
아주 경찰다워요~
에르드:(그러다가 에너지바 물려짐) 우웁 웁 (뭔데 아)
소생명:(꾸아악 눌러버림! 그렇다. 이것이 네가 말했던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한다는 그것이다. 너는 정확하게 제 행동패턴을 맞춘 것이다...) 수사도 힘 쓰는건데 먹어야 기운이 나지 바보야. 잔말말고 삼켜.
에르드:(먹다 보니 맛있어서 군소리없이 처묵음)
소생명:...? 왜 잘먹냐. (뭐지.. 잘 먹으니 괜히 열받음.) (?)
에르드:먹으라고 줘놓고서 난리야. (아침밥도 든든하게 잘 챙겨먹고 오긴 했지만 역시 중간중간 열량을 보충할 필요가 있지)
소생명:그래 내가 줬지. 근데... 이거 뭐지. 언제부터 들어있던 걸까. (??? 빈 에너지바 봉투를 가져와서 바라본다. 빤히.. 저기요 유통기한은요)
뭐, 아무튼 곧 도착할 것 같네. 일단 도착하면 뭐부터 해야하려나. (?????? 가볍게 넘겼다....)
에르드:(?) 배탈나면 네 탓이다. 병원비 너한테 청구할 거야. (엄포 놓으면서 운전한다.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소생명:... 넌 배탈 가지고 병원까지 가? (쫄? 을 시전해버리는 인성짓을 보여준다.......)
에르드:네가 나한테 정확히 언제적 걸 줬는지 알 수 없으니, 단순 배탈일지 식중독일지 어떻게 알아. (하 그냥 앞으로 얘가 주는 건 안 먹어야겠다 다짐함)
소생명:그래. 너 이럴때만 형사같네. 바보 주제에 말은 정갈하게 하고 말야... (은은하게 넘기며 봉투에 쓰래기를 담는다. 유통기한이 언제였다는 것 조차.. 말하지 않고....)
에르드:넌 경찰 같지도 않다. 어른 같지도 않고. (짜증남) 이런 게 나보다 연상이라니…… 한국 나이 체계랑 일본 나이 체계랑 달라서 이렇게 된 거 아냐? 너 알고 보면 나랑 동갑이라거나.
소생명:(서랍을 또 뒤적거리더니 굉장히 아기자기한 모양의 ... 막대 사탕 꺼낸다. 그리고 망설임도 없이 먹기 시작한다. 이러는 모습을 보아하니 네게 준 에너지바도 유통기한은 괜찮았던 모양...이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지? 동갑이면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어디로 보나 너보다 어른스러워. 난 너보다 똑똑하니까. (....)
에르드:머리 좋다는 게 어른스럽다는 말과 같다는 뜻은 절대로 아닐 텐데? (고른 사탕 수준까지 진짜 스물넷이 아니라 네 살이라고 해도 믿겠다. 혀를 끌끌 차며 주차장으로 진입한다.) 동갑 내지 연하였으면 네가 나보다 어려서 생각이 다 자라지 못한 거라고 이해해볼 여지라도 있지. 안 믿겨서 그런다 안 믿겨서.
소생명:(왜 저렇게 혀를 차는거지. 내가 그렇게 어른같지 않나? 헛소리 하기는... 운전중인 너를 빠안히 쳐다보며 사탕 오물거리더니 입에서 슥 빼내며.) 그래? 그럼 뭐 어차피 안 믿는 겸 형이라고 불러보던지. (? 냅다 요구 시전)
소생명:(쫄랑쫄랑.. 고개 까지 숙이고 따라가고만 있다. 사람들이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
몇 층을 눌러볼까요?
에르드:(속으로 혀 차면서 14층 누르다)
14층으로 올라갑니다.
한 명 두 명... 올라가는 도중 내리는 사람들도 있네요.
정적이 흐릅니다.
소생명:(조용... 차에서는 그렇게 말을 잘 하더니 지금은 말도 안 걸고 시비도 안 걸고 네 옷을 꼭 잡아버린다. .. .. ..)
에르드:(하…… 내 옷 남아나질 않겠네. 빳빳하게 다림질한 제복이건만)
(그래도 조용한 건 좋다. 옷 좀 내어주고 조용한 분위기 만들 수 있다면야……)
소생명:(네 생각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눈치 슬 보더니 손을 스윽 놓았다. 네가 싫어하는 걸 알기는 하는 모양..)
...
띵.
14층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환자 침대를 가로로 밀어도 될 정도로 넓은 복도. 어쩐지 쓸데없을 만큼 현대적인 인테리어.
그 흔한 CCTV조차 없이 말끔한 내부.
가야할 곳은 어디라고 했던가요.
에르드:(알긴 아는 건가) 1402호는 이쪽인가. (이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으니 말문 좀 트였나?)
소생명:벽에 가야 할 방향이 써있으니까 그런 것 같네. 2호면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 근데... 부자들이 쓰는 곳이라 그런지 넓기도 하고cctv도 없고 별 말끔한 장식은 다 해놨네. (그렇다. 엄.청 눈에띄게 트였다.....)
에르드:부자들이 쓰는 병실이라 그런가, 복도에도 CCTV 없는 건 좀 이상해. (주변 한 번 두리번두리번 살펴본다. 돈 있는 놈들 중에 썩어빠진 놈이 워낙 많아야지.)
주변을 살펴보면 정말 CCTV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부자들의 마인드란 알다가도 모르는 법이죠.
소생명:일단.. 왔으니까 가보자. 제정신이 있으면 물어보고 아니면 보호자한테 말해야지. (1402호가 있는 쪽으로 이동한다.)
두 번째 병실에 멈춰 서면 1402호입니다.
홋치 무네히로라는 이름의 환자명이 붙어있군요.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에르드:(두 번 정도 노크함) 실례합니다. 서에서 나왔습니다.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따위의 예의는 없다…… 그냥 드르륵 문 열고 들어감)
소생명:?
아니 잠시만 왜 그냥 열고 들어가는거야...?! (허망하게 쳐다봄...)
문을 열면 사과를 깎고 있던 남성과 눈이 마주칩니다.
조용한 병실. 얼굴에 거즈가 붙어있는 환자는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사과를 깎던 남성은 조금 당황하나 싶더니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보호자 남성:앗, 안녕하세요. 서에서 도련님께는 무슨 일로...
에르드:(도련님?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하…… 진짜 프롤레타리아 혁명적 사고를 하고 싶어지네)
(하지만 난 경찰이니까 일에 집중하자) 금일 일어난 사고에 관해 자세한 상황을 듣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대화가 가능하실지요.
보호자 남성:... 도련님께서는 많이 다치진 않으셨습니다. 사고 후의 충격이 크니 자극하지 말아주세요. 오신 것 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하실겁니다. (좋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소생명:(에르 뒤에 숨어서 고개만 살짝 내밀고 가만... 쳐다보고 있다. 도련님이라니 역시 부잣집이 맞구나..)
에르드:저희는 이 일을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개입한사건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넘어간다면 그저 단순한 교통사고로 기록되고 말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이 또 다시 홋치 씨를 노릴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일부러 진중한 낯으로 심각한 분위기를 잡고 말한다.)
보호자 남성:(사고가 아닌 사건이라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더니 날선 음성으로 말한다.) 헛소리하지 말아주세요. 어떤 증거가 있어서 그러시는거죠? 아무리 경찰이라고 한들 저희 쪽에서 거부하는데 계속 이러실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그렇지 않아도 도련님의 안위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합니다. 그쪽에서 헛짚지 말아주셨으면 하네요.
어쩐지 예의 바르지만 밀어내는 듯한 태도입니다.
사건 수사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군요.
에르드:(의외네. 본인이 당할 뻔한 일인데도 이렇게까지 거부한다고? 이 정도라면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거지. 홋치가 피해자가 아니라 반대로 가해자일 수도 있겠고.)
현장에서 타 차량의 스키드 마크를 발견했습니다. 명색이 경찰인데 없는 사건을 만들어서 올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홋치 씨를 다치게 한 범인을 잡으려는 건데, 마치 본인이 잡혀들어가시는 것처럼 반응하시네요.
안위를 위한다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하셨잖습니까? (와중에 레전드 싸가지)
보호자 남성:(스키드라는 증거를 제시하니 입을 한 번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 없는 표정이니 부잣집 도련님을 보필하는 굳건한 사람다운 모습이었다.) 경찰들이 하는 말은 믿을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제대로 된 경찰인지는 모르겠지만 명백히 사고인데도 사건이라고 하시지를 않나 도련님께서 쉬고 계신데 다짜고짜 다가오시지를 않나. 저희 입장에서 좋다고 볼 수 없어요. 게다가 지금 협박을 하시는 겁니까...? 하... (이마를 짚더니) 죄송하지만 나가주시면 좋겠습니다.
에르드:협박이라뇨. 그저 수사에 협조를 요청드렸을 뿐입니다만…… (시치미를 떼곤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금으로선 도리가 없군. 대신 명함을 옆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마음이 바뀌신다면 연락을 주십시오.
가자. (생명에게 말하곤 뒤돌아 성큼성큼 나간다)
소생명:... 아, 응.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말도 없이 지켜보다가 네가 가자는 말에 망설이더니.. 뒤를 따른다. 여전히 상대가 신경쓰이는지 계속 뒤를 돌아보기도 하며.)
보호자 남성:(당신이 돌아서니 자리에 다시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며 짜증스럽게 깎던 과일을 집어든다.)
병실에서 내쫓기듯 나와버리고 맙니다.
시작했던 다짐이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나요?
협조하지 않는 게 답답했을까요.
세상에는 이런 식으로 사장되어버린 사건이 얼마나 존재할까요. 생각처럼 되는 일이 없습니다.
소생명:(문을 드르륵 닫고 복도 너머로 나와서 선다.) 저기, 아무리 그래도 쟤가 싫다는데 계속 물어볼 수는 없는거겠지.
에르드:의심스럽군. 본인이 저지른 일이 아니고서야, 운전하다가 냅다 뺑소니를 당했는데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느니 헛소리라느니 지껄일 이유가 있나.
소생명:맞아, 의심은 되지만 물증도 뭐도 없는 건 맞으니까. 현장에서 스키드 사진을 발견했다고 해도 다른 지나가던 차량이라고 잡아떼면 소용이 없기도 하고.
... 왜 믿을 수 없다고 한 걸까. 자기가 뭘 알고 말이야.
에르드:멈추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었지? 어쩌면 스키드 마크를 남긴 차한테 홋치의 차가 들이받은 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
하, CCTV만 있었어도. (머리칼을 짜증스럽게 헤집는다. 드라마처럼 술술 풀려나가는 수사라는 건 역시 없는 법이구나.)
소생명:역으로 들이받았다라. 어쨌든 두 차량의 간섭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사고가 난 상황이라면 가해자가 존재할 게 분명해. (복도 천장을 쳐다보며) 그러고보니 CCTV... 현장에도 없었지. 증거물이 이렇게 없을 수도 있는건가. 짜고 친 것 처럼. (턱을 짚고 곰곰히 생각한다.)
에르드:난 없는 집 출신이라 그런지, 이런 '있는 집' 놈들 보면 의심부터 하게 되더라.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잖냐? 그 도로 CCTV가 가짜라는 걸 알고 일부러 거길 범행 장소로 노렸을 수도 있어.
소생명:(네 이야기를 듣더니 닫힌 병실 문을 바라본다.) 그럼 피해자의 루트를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 장소 선정까지 했다는 소린데. 네 말대로라면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일 가능성이 있겠어. 게다가 치밀하게 계획 된 계획 범죄일 가능성도.
... 근데 그런식이면 저 보호자라는 사람도 수상하기 짝이없네. 어쩐지 다 알면서 저렇게 구는 것 같고.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라며. 뒤에서 뭐가 있었는지는 모르는 거지.
에르드:당연하지. 나한테 대하는 태도부터가 이상했잖아. 그만치 잘 사는 녀석인데,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감싸줄 놈들이 얼마나 많겠어? 도련님 어쩌고 하는 걸 보니 어릴 때부터 돌봐온 것 같은데. 사람을 죽였대도 눈감아줄걸. (특유의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사고관이다.)
이거 문제네. CCTV도 없고 홋치는 수사를 거부하고. 그 스키드 마크에 맞는 차가 뭔지 하나하나 찾아보기라도 해야 하나.
소생명:... 그 사람은 처음엔 피해자로 지목했었잖아. 근데 가해자일 가능성도 있다는 소리지? (냉소적인 네 말투를 보면서도 짚지 않고 유연하게 넘어간다. 네가 말은 좀 험해도 틀린 말을 하진 않았다는 듯이.) 그래, 돈 있는 사람들이 뭘 못 하겠어. 우리도 접근을 조심해서 해야할 것 같아. 까딱 잘못하면 피해가 우리한테 올 수도 있으니까.
증거물을 대조해본다라... (땅을 보며 열심히 고민하는듯.)
한참을 고민하다보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저기요.
에르드:(나 부른 건가? 고개 돌림)
소생명:(같이 고개 돌려본다) ...?
고개를 돌려보면 뺨에 생채기가 난 여자가 있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채로도 마스카라를 칠한 게 인상적이네요.
한 손으로 목발을 움켜쥔 사람은 말합니다.
환자 여성:밖에서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 미친 짓거리.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내 말이 틀리지 않다면 따라와요. 복도에서 얘기할 수도 없으니까.
말을 마치고는 절뚝거리며 앞장서네요.
어떻게 할까요?
에르드:(단서를 아는 사람인가? 수사의 앞날이 흐릿해진 상황에 무엇이든 붙잡지 않을 턱이 없지. 생명에게 턱짓한다.) 한번 들어보자.
소생명:... 괜찮은걸까. 일단은 알겠어. (지끈거리는 표정으로 한숨 한 번 쉬더니 네 뒤를 따르려 한다.)
지금 당장은 다른 수가 없으니까요.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확히 네 개의 병실을 더 지나친 1406호에 도착했을 때. 여자는 목발을 쥐지 않은 손으로 미닫이문을 열었습니다.
오렌지색의 소파와 벽걸이 TV. 테이블과 양쪽으로 여는 냉장고.
좀 전에 홋치 무네히로의 병실에 갔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VIP 병실의 내부를 마주합니다.
여자는 소파 위로 주저앉으며 맞은편에 앉으라는 듯 자리를 권하네요.
츠네자와 나미에:(앉아서 이쪽을 바라본다.) 난, 츠네자와 나미에라고 해요.
소생명:(쭈뼛쭈뼛 들어오더니 구석진 곳에 슥 앉았다...)
에르드: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도쿄 경시청 소속 경찰입니다. (간단하게 소개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아시는 점이 있으신 겁니까?
소생명:(에르를 한 번 쳐다보더니 자기소개 대신 고개만 끄덕거린다.)
츠네자와는 덜덜 떨리는 입술을 엄지로 눌렀습니다.
두려움을 어떻게든 참고 싶다는 것처럼.
아예 손톱을 물어뜯는 줄도 모르나 봅니다.
수치심이 어린 얼굴로 츠네자와는 말합니다.
이런 행동이 튀어나오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느껴지네요.
츠네자와 나미에:... 당신들 츠네자와 제과를 알아요? 우리 집 거예요. 전문 경영인도 두지 않은 채 굴리고 있죠.
에르드:자식들이 똑같은 짓을……? (눈을 찡그린다. 같은 차에 타 있었던 건가? 조수석은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었는데.)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이건 중요한 사안입니다.
츠네자와 나미에:그래요. 아버지끼리 친한데 자기 자식들이 이 꼴을 당해도 덮어주고 있단 말이에요. 나라던지, 훗치라던지. 아무렴 아버지끼리 친하고 우리끼리도 친했던 다른 애들도.
소생명:(나미에의 발을 쳐다보며 드문드문.. 어설프게 말을 꺼낸다.) ...그, 너 다리도 그러면..
에르드:(잠시 침묵하다가) 츠네자와 씨도 비슷한 사고를 당하신 겁니까?
츠네자와 나미에:맞아요. 그러니 이 꼴이 됐죠. 나는 3달 전 도쿄를 벗어나서 카루이자와로 여행을 갈 생각이었어요. 별장에서 지낼 생각으로 SNS에 샴페인 사진도 올렸고. 기분 좋았죠. 지금 생각하면 웃기네.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중얼중얼... 하다가 침울해진다.)
아주미친 듯이 쫓아왔어요.금방이라도 도로에서 밀어버릴 것처럼. 이를 악물고 피해 봐도 다시 따라오고······.도망치다가 어디로든 들이박은 거예요.기분 탓 아니냐는 말이라면 꺼내지도 마요.다 같은 걸 겪었으니까.망할. 근데 말이에요 차종이나 색깔도 기억 안 나요. 도망치느라 뒤를 볼 겨를도 없었어. 우리는 사냥을 당한 거예요. 과속이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에르드:친한 정치인들의 자식이 전부 동일한 방식의 교통사고를 겪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츠네자와 나미에:그래요, 정확히 이해했어요. 완전히 우리들을 노린 사냥 아니야 이거?
에르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작게 중얼거린다. 온갖 사건사고들이 다 있다지만, 희한하기 그지없네.)
모두가 CCTV가 없는, 혹은 있더라도 모양뿐인 지역에서 당한 걸 테고요.
츠네자와 나미에:내 말이 그거예요. 경찰들이 와봤자 이쪽으로 오기도 전에 되돌아가서 능력 없다고 생각했다고요. 여기까지 온 경찰은 당신들이 처음이니까 데리고 온 거예요. 솔직히 난 당신들이 사기꾼이라도 좋아요. 이런 짓거리를 한 녀석만 찾아내고 싶을 뿐이야... (빠득.)
... 그것도 그런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CCTV 같은 명확한 증거가 있었으면 경찰들이 그렇게 무능하지 않았겠지.
에르드:겉보기에는 그저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처럼 보였으니까요. (마치 범인이라도 된 것마냥 수사를 아득바득 거절하던 남자도 이해가 가는군.)
아버지들이나 피해를 입은 분들이 누군가에게 개인적으로 원한을 산 적은 없습니까? 이런 사건은 대개 이해관계가 원인이니까요.
츠네자와 나미에:뭐, 원한?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나 자신도 모르겠고 훗치를 포함해서 다른 애들도 원한 살 짓은 한 적 없다고요. 정말이지 누군지 가늠도 안 가... (고개를 젓는다.)
에르드:흐음…… 아버지 분들은 대체 왜 이 사건을 덮으려는 겁니까? 이 정도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데. (돈 많고 권력 높은 사람이 되면 자기 자식도 별로 안 사랑하게 되나? 같은 이상한 생각이나 함)
츠네자와 나미에:그거야 당연하죠. 죽지도 않았는데 수사를 해봤자 아버지들 한테는 도움이 안 되니까. 아무리 자식이라도 돈 앞에서 장사 없어요. 소문이 나면 아버지들의 회사가 끝나버리는데 당연하지. (한숨)
그러니까 더 짜증이 나는거야. 봐요, 난 발목이 으스러졌어요. 원래하던 일은 할 수도 없게 되었고요.걸을 수는 있긴 하겠지만.... 아, 난전통무용을 했었어요. 그럴듯하고 고풍스러운 교양이나 갖고 살라고 해서 했던 짓이고······. 지금은 다 지난 일이지만. 무튼간에.
에르드:아무리 그래도 자식이 원하는 일을 못 하게 되었다는데.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거 진짜 가족 맞아? 하긴, 나도 입양오기 전에는 가족만도 못한 새끼랑 살았었지. 가족에게 한없이 비정해질 수 있는 건 빈곤하든 부유하든 다를 바가 없군.)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혹시 다른 피해자분들을 알고 계십니까?
츠네자와 나미에:내가 뭘 알겠어요. 아버지들의 사정 따위. 원하는 일을 못 하는 자식 쯤이야 몇 번이고 갈아치울 수 있는 일이잖아. (허공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물어오는 질문에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흠, 다른 애들이라면 일단은.. 이미 말했지만 아버지들끼리 친하고. 그 이전에는 우리끼리 친한 것부터 시작했어요.같은 학교를 나왔거든요. 그사이 좋던 그룹이 죄다 이 모양이니······. 아, 그래도홋치는 살만 찢어졌다면서요.재수도 좋아.
그러니까 훗치 말고는 두 명 더 있어요. 나베시마 나나세. 마토야 슈마.한쪽은 팔을 못 쓰게 되었고. 한 쪽은 손가락이 부서졌고.이제 만나서 술잔 집어 드는 일도 없으려나? 하...
에르드:(살만 찢어져? 그러고 보니 홋치가 어디를 다쳤는지 정확히 확인을 못 했다. 혹시 부상을 입은 부위마저 직업별로 노리고 있는 거라면 너무 복잡해지는데.)
(하나같이 심각한 부상인데, 아버지란 작자들이란 돈에 미쳐서 수사도 못 하게끔 한다라……. 원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세상이 갑자기 더 혐오스럽게 느껴진다. 인간들이란.)
츠네자와 나미에:(헛웃음) 원한 살 짓은 한 적 없지만 말야. 내가 착하게 살지는 않았거든. 날 이렇게 만든 녀석이 그중에 누구인지 몰라서 얌전히 처박혀있잖아. 콱 죽여버리지도 못하고... (중얼거리며)
소생명:(너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자인 사람들은 돈에 무엇이 있길래 그렇게까지 인간답지 못 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근데 다른 사람들은 부상이 심각한데 이번 피해자는 부상이 가볍네. 꼭 큰 부상이나 목숨을 노리고 한 짓은 아닌걸까..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에르드:(하긴, 이른바 '당할 만한 짓'을 하고 다녔을지도 모르지……. 경찰이라면 사적 재제 대신 법으로 해결하는 게 옳다고 말해야겠지만, 에르드는 그닥 윤리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애초에 정의를 추구해서 경찰이 된 게 아니었으니까.)
조금이라도 추측가는 사람이라도 없습니까? 게다가 들어보면 네 명이나 다쳤는데, 그 중 한 명도 자신을 쫓아오는 차를 기억하지 못하나요?
츠네자와 나미에:아직 훗치 처럼 병실에 누워있는 애들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기억은 못 해. 당연하지. 그 상황에서 차량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겠어. (고개를 젓는다.)
하나같이 그 유명한오에도 사립 고등학교 예술이나 스포츠 특기생인데 안 됐지. 쯧...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짜증나게 정말.
에르드:(흐음?) 스포츠 특기생 출신이셨군요. 그럼 같은 동문 중에 범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직업이 다 그쪽일 텐데, 이건 안타깝게 됐군. 하지만 돈 많은 집안이니 어련히 새 길 찾아나서겠지.)
츠네자와 나미에:동문 중에요? 아 진짜로 짜증나. 그렇게 말하니까 더 누군지 모르겠다고요. (머리를 헤집으며.) 알고 있나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게 무슨 뜻인지. 나로서의 가치를 잃은 기분이라고요. 걔네 중에서 나는 뭐, 그럴듯하게 살려고 했던거라 크게 와닿진 않지만. 암튼 그렇대.
에르드:많이 슬프시겠습니다. (위로에는 소질이 없는지라 더없이 덤덤한 말투와 표정이다.) 저희가 최대한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소생명:... 동문 중에 있다는 거라면 그 학교에 실마리가 있으려나. (턱을 짚고 고민.)
에르드:나도 그 생각 중이었다. 일단 츠네자와 씨와 홋치 씨가 재학했던 당시의 학생 명단부터 봐야겠어.
소생명:역시... 그런 걸 보려면 오에도 사립고로 가야겠네. 학교에는 예전 졸업 엘범이 있을테니까.
에르드:거기에서 의심가는 사람들을 추려봐야겠어.
목이 뻑뻑하다는 듯 두어번 기침을 한 츠네자와는 말했습니다.
츠네자와 나미에:(큼큼) 아, 이제 곧 간병인이 돌아올 거라서요. 이만 가봐요. 큰 기대를 하는 건 아니라도 잡으면 뭐라도 보답할게요. 돈은 넘치도록 많으니까요.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일단 다 얻었습니다.
단순한 교통사고가 고위층 자녀들을 노린 테러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군요.
어찌 되었든 이동하는 게 좋겠습니다. 괜히 들킬 필요는 없잖아요.
에르드:보답을 받으려고 하는 일은 아닙니다. 저희의 일일 뿐이니까요. (겸손떠는 게 아니라 진심인 듯, 무미건조하게 말하곤 명함을 한 장 건넸다.) 진척이 있으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반대로 연락하실 일이 있어도 이쪽으로.
츠네자와 나미에:...흐음, 처음엔 좋은 사람이 아닌 줄 알았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완전히 믿는 건 아니지만 제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새침하게 명함을 받더니 한번 슥 훑어보고 주머니에 넣었다. 이내 당신과 생명이를 번갈아보며) 그렇게 하세요. 제가 연락도 하기 전에 해결이 됐으면 좋겠네요. 그쪽들이 제대로 된 경찰이라면요.
참, 여긴 VIP 병동이니까 부자들한테 들킨다고 좋을 건 없을걸요. CCTV도 없으니 조심히 나가는 게 좋을거야.
에르드: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례적인 말 하고는 가볍게 목례한다.) 그럼 이만.
밖에 지나가는 사람 없나 한 번 봐봐. (뒤에 빠져있을 생명이한테 말한다.)
소생명:(뒤에서 묵묵하게 서있다가 네 말 듣고 슬금슬금 문 쪽으로 빠진다. 문을 살짝 열어서 틈 사이로 보더니) 지금은 없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도 들켜서 좋을 건 없어. 남들 눈에 병동에 경찰복까지 입고 온 우리는 엄청 수상해 보일 걸...
에르드:특히나 경찰과 엮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더욱 말이지. (스슥 다가간다.) 사람 없을 때 빨리 빠져나가자.
소생명:아까 그 화냈던 보호자 같은 사람 말하는거지? 그래. 그런 사람들 눈에 들면 돈으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네가 오는 것을 확인하며 한 걸음씩 나간다. ,,,,,,, 근데 뒤로 백스탭 밟고 네 뒤에 숨었다. 이게 더 안정적임.)
에르드:(왜 자꾸 내 뒤에 숨는 거지)
소생명:(그게 안정적이라서..........)
에르드:(진짜 모르겠네…… 아무튼 복도가 텅 비어있는 틈을 타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소생명:.... .... 무, 뭐. 농담이잖아 바보야. 이런 것도 못 알아먹어. 멍청해가지고... (장난이었다! 그렇다. 농담을 제대로 못 하는 편이다......)
에르드:뭐 안드로이드, 그런 건 줄 알았어. 농담 진짜 못 하네. (에르드야말로 잘하기는커녕 아예 농담 자체를 안 하는 성격이긴 하다만)
(그럼 더더욱 왜 화낸 건데?)
소생명:... 뭐, 아예 아닌 건 아니지. 부모는 안드로이드니까. (이번엔 농담이 아니다. 이거 진담이다. 그래서 화냈나보오...)
에르드:부모가 안드로이든데 네가 어떻게 사람인 거지? 기계가 임신을 할 순 없잖아? (점점더 오리무중이다)
소생명:아... 그건 이제 CI2 셀로이드 기법이라고 기계한테 사람의 마음을 이식한 AI 기술을 이용해서 인간으로 치면 상상임신이랑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 놓고 유전자 조직 배합기술로
............................. 그냥 태어났어. (갑자기 모든 설명을 포기함)
에르드:(CI2? 셀로이드? 기계가 어떻게 상상임신을 하지? 정말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멍청한 낯) 어, 그래.
소생명:너 하나도 이해 못 했지. (빠안히 쳐다본다. 빠안히.... 빤히. 눈 동그랗게 뜨고.)
....바보.(매우 굵게 말함.)
에르드:그딴 지식은 이해 안 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 없어. (타격 0)
소생명:이해하는 게 좋을텐데. 이제 기계가 세상을 지배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거야. 네 옆에 있는 사람도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아니라 기계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이건 농담이다. 매우 진담처럼 말하고 있지만...)
에르드:하. 기계도 사람이 안 만져주면 결국 녹슬고 말 창조물이야. 무슨 SF 아포칼립스 영화도 아니고……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야 있다지만 네가 말한 일은 안 일어날걸. (태평하게 말하면서 운전한다)
소생명:그건... 틀린 말은 아니지. 사람이 만든거니까 사람이 만져줘야 살아남을테고. (맞말이라 순순히 인정함.) 근데 생각해보면 사람도 사람이 만져줘야 사는거잖아. 인간도 혼자서는 못 살지 않냐?
에르드:구동 자체가 멈출지도 모르는 기계와 달리 인간은 의식주만 받쳐주면 살아는 가겠지. 왜, 야생에 묻혀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잖아? 나도 딱히 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잘 살 것 같은데. 난 기본적으로 인간이 싫어. (인간불신자, 인간혐오자, 아무튼 독립적임)
소생명:(인간불신자. 인간혐오자. 라는 기운을 풍기는 널 본다. 아주 본다....) 외톨이 짐승.. (뭔가 말함)
근데 그냥 살아간다고 되는 게 맞아? 이번 사건도 그래. 사람은 사람에게 타격을 입고 누군가를 상처입게 만들면서도 사람이랑 살아가려고 하잖아 바보처럼. 그냥 다 너처럼 혼자 살아갈 수 있으면 괜찮겠지만 보통은 안 그런다고.
에르드:외톨이는 외로움을 느끼겠지만 나는 그런 거 모른다. (목석같음)
소생명:목석 의인화. (진짜 뭔가 말함)
에르드:그러니까 인간이 싫은 거다. 대부분은 사람이 없으면 못 살아가는 주제에, 남들을 괴롭히고 죽이려 드니…… 이만큼 모순적이면서 악의적인 집단도 없어.
소생명:그래, 그렇게 끊임없는 악순환이 되는거지. (숨 한번 내쉬더니 닫아 둔 창문 밖을 바라본다. 차가 지나가며 가로수와 나무가 지나가는 모습을 가만.) 그럼 말이야. 그런 상황이라면 결국 잘못을 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해? 최초로 악행을 시도한 사람이 잘못일까, 마지막으로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잘못일까.
에르드:어렵게 생각할 거 있냐? 둘 다 잘못이지. 평화롭게 살아갈 수도 있었는데도 처음으로 악행을 드러내서 선례를 만든 새끼도, 고칠 생각은 안 하고 그걸 그대로 답습해서 남한테 피해 끼치는 새끼도.
소생명:(힐끗, 시선만 돌려서 운전중인 너를 본다.) 동참한 사람이라면 처음이든 끝이든 전부 잘못했다는 말이지. 그럼 동참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 사람은? 사람들이 말하기론... 방관자라고 하는 거.
에르드:글쎄. 난 방관자에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서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 웬만한 용기가 없으면, 상황을 바꾸려 직접 뛰어들기는 보통 힘든 게 아니니까.
소생명:뭐... 나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적어도 경찰같이 제대로 된 책임이 없는 이상 나설 일은 없을테니까. (시선 돌려서 다시 창 밖을 쳐다본다.) 네 말대로라면 선의로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죄를 지을 수도 있는 노릇인데 넌 왜 방관자로 살아가지 않고 경찰을 하려고 했어? 굳이 말이야.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에르드:선의가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일도 있기는 하지. 그래서 법원이 있는 거 아니겠냐. 그런 걸 감안해서 어떤 형벌을 내릴지 정하잖아. 하지만 내가 확신하는 게 있다면, 선의가 의도치 않게 악한 결과를 가져온 사람과 처음부터 악의를 지니고 행동한 사람 사이엔 명확한 차이가 있단 거야.
(경찰을 하게 된 이유. 그러고 보니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었지. 굳이 터놓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개인적인 이유. 거기에 더해서, 거지같은 새끼들 내 손으로 족치려고.
소생명:단순하게 생각하는 줄만 알았는데 너 그렇게까지 멍청하진 않나보네. (고개 완전히 반대편으로 돌리고 대답중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만 바보한테 바보가 아니라 하는 건 좀 부끄러웠던 듯...) 선의가 의도치 않게 악한 결과로 이어지는 꼴을 너무 많이 봐서 이젠 뭐가 선의인지 어디까지가 악행인지 분간이 어려워. 경찰이라는 건 일이 커지기 전에 막는 역할이잖아. 우리가 실패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텐데... (한숨..)
... 그, 참고로 네가 친다고 해결되는 거 아닌 거 알지? (왜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지 이쪽으로선 네 개인적인 사정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에르드:내가 단순한 성격이긴 하다만 머리를 아예 안 쓰고 사는 건 아니라서. 애초에 그 정도 바보였으면 경찰 시험도 통과 못 했겠지. 네가 좀 똑똑하다고 남을 막 무시하고 그러지 마라.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상상해봤자 내 정신만 힘들어진다. 이미 피해자가 넷이나 되지만 그 고등학교에 다닌 학생은 더 많을 테니, 여기서 더 늘어나는 걸 막겠단 일념으로 해.
아, 나도 사적 제재를 할 생각은 없어. 단지조금과격한 진압 과정이 될 뿐이지. (그리곤 저와 시선을 맞출 기미가 없어 보이는 이를 흘끗 본다) 그런 너는 왜 경찰 됐는데.
소생명:흥. 그렇다고 네가 똑똑하다는 소리는 아니었어. 네가 백날 기어봤자 나보다 똑똑할까. (발언) 이게 시간이 늦을수록 점점 더 일이 커지고 있는 기분인데 그래도 우리가 수사하기로 했으니 이 정도 까지 온 걸거야. 여기서 더 피해자가 생기면 큰일이라고. 그러니까... 너 진압 과격하게 하지마라? (방금 '조금' 에서 진정성이 1도 보이지 않았는데?)
(다시금 힐끗 봤다가 너와 눈이 마주치자 놀래서 다시 고개를 휙! 돌린다. 마주칠 생각까진 없었던 듯..) 난 원래 미천한 인간들을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면 뭐든 하려고 했어. 의사나 과학자 같은 거. (발언...) 근데 그런 건 사건이 끝나고 수습하는 역할이잖아. 기왕이면 사건이 커지기 전에 막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거든.
에르드:그래, 똑똑해서 잘났다. (뭔가 잔소리 더 할까 싶다가도,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 같아서 그냥 말을 말기로 했다.) 범인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달려있지. 반항하면 나도 제압해야 하는데 어쩌겠어? (불량한 태도로 어깨 으쓱인다.)
(성격 한 번 희한하네. 남을 하대하는 듯한 뾰족한 말투는 잘만 쓰면서 사람들이 조금만 많아지면 바로 입 다무는 것도 그렇고.) 발판으로 삼아서 뭘 할 건데? 그들 위에 군림하기라도 할 거야? 너 정치인 같은 거랑은 전혀 안 맞아 보이는데.
소생명:정치인들이 사람 위에 군림을 해? 아까 피해자네 부모 녀석들 생각나네... 걔네들 정말 짜증나게 굴고 있어. (착용한 안전벨트를 꼼지락거리며 만진다. 그럴 마음이 전혀 아닌데도 말하는 꼴은 이런식인 게 제 성향이었달까.) 아니, 군림을 한다기 보단... ... 내가 그렇게 말했어? (? 본인이 말한것을 기억을 못 함.)
그니까 내 말은 학습을 많이 해야하는 일이라면 내가 맡아서 하고 싶었단 소리야. 알아들었어? (?? 이렇게 곱고 예쁜 말을 그렇게 했던 것이다.)
에르드:네가 방금 한 말도 기억 못 하냐? (얼척없음) 넌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깔아보는 것처럼 말을 해.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진 모르겠다만. (원래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을수록 자의식이 비대해지는 법이긴 하지)
뭐, 아무튼 무슨 의민지는 알겠다. 넌 머리가 좋고 나는 신체적 능력이 좋으니, 능력만 놓고 보면 우리는 나름대로 잘 맞는 팀이야. 팀장이 우리를 파트너로 붙여준 것도 아주 말이 안되는 일은 아니었단 뜻이지. 그러니까 좀 협조적으로 굴어라.
소생명:그, ... ...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네 이야기가 놀라웠다. 제가 그렇게까지 습관적으로 심한말을 한다는 건 처음 안 사실이었지. 자신은 말문이 막히고 있는데도 잘 맞는 팀이라고 말해주는 모습을 보고 순간 의지되는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미안해지기도 하고.) 흥. 몰라. 내가 말했잖아 부모가 기계라고. 난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법 안 배웠어. 너라면 정상적인 삶을 살았을지 몰라도 말이야. (부끄러운 나머지 괜시리 둘러대는 것이다. 그런데... 네 삶에 대해서는 들어본적이 없지 않던가. 넌 정상적인 삶을 살았다곤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너는 근데, 왜 그렇게 거칠게 굴어? 과잉진압을 한다고 하질 않나.. 꼭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처럼.
에르드:그럼 배워라. 평생 기계하고만 산 것도 아니잖아? 경찰학교는 어떻게 다녔는데. (핸들을 돌려 왼쪽으로 꺾어진다.) 거칠게 살아와서 그런가 보지. 나라고 해서 폭력적으로 구는 것만 머릿속에 박혀있는 건 아니거든? 그냥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일 뿐이라고.
소생명:떠오로는 대로 행동하는 게 문제라고 이 근육질 바보..... (식은 눈) 그리고 그건 네... 네가 있으니까 다닌 거잖아 멍청아...!! 이 아크릴아미드아크릴오일옥시에킬다이메틸벤질염화암모늄및아크릴오일옥시에틸트라이메틸염화암모늄의중합체주제에 앗..! (괜히 또 열불내다가 핸들 꺾자 중심 못 잡고 유리창에 이마 부딪쳤다. 꿍....!) .......................
:벽에 대문짝 만하게 붙은 지도를 보면 중앙 현관을 지나면 2층에 교무실이 있는 것 같아요.
에르드:아, 시끄러운 거 싫은데. (그새 눈에 띄었네. 툴툴대면서 곧장 교무실로 간다.)
소생명:(여기 더더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1인이 존재한다. 사람들 소리 들리자마자 네 뒤에 숨어서 이동 중...)
중앙 현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게 되면 나이가 든 교사가 다가와서 묻습니다.
교사:엇... (경찰?) 혹시 학부형이십니까? 아니면 무슨 일로 와주셨을까요.
에르드:(경찰수첩을 보여준다.) 경찰입니다. 여쭤볼 것이 있어서.
교사:(경찰 수첩을 보더니 조금 쫄아?버린 모습이다.) 아앗... (정말 경찰이군...) 네에. 경찰선생님. 무, 무슨 일이신지...
에르드:(아니 경찰선생님이라고 하니까 좀 웃기네. 그렇잖아도 체구가 주는 위압감이 있는데, 기분까지 꿀꿀해서 나도 모르게 더 무섭게 말했나?) 별일 아닙니다. 우선 안쪽에서 이야기하시죠.
교사:앗, 네에. 그럼 이쪽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우리 학교에 정말 무슨 일이지? 이런 긴장한 표정이다. 아무래도 너에겐 체구가 있었기에...)
그, 뒤에 계신 분도 경찰선생님... 이실까요? (생명이 쳐다봄)
소생명:(에르드 꽈아아아아아악 잡았다. 꽈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나게 숨었음.)
에르드:옷 구겨진다고 했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림…….) 예.
소생명:(살짝 놓았다가 다시 꼭 쥔다. 무서운 것 같다......)
교사:(저게 경찰... 앞에 있는 사람이랑 너무 대조되는데. 이 말이 표정에 쓰여있음.) 아, 네... 방은 빈 방이니 편하게 들어오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걸어가서 교무실 문을 열어줍니다.)
에르드:(학생들 눈에 띄지 않게끔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 일련의 사건을 설명한다.) …… 홋치 무네히로 학생과 츠나자와 나미에, 그 외 다른 둘이 재학했던 시기에 관해 묻고 싶어서요. 당시 학교에 특별한 사건이나 문제아는 없었습니까?
교사:(들어가서 문을 꼭 닫으며 마주보고 앉은 소파 한 쪽을 가리키며 앉으라는 듯 손짓한다.) ... 아, 이런. 그런 일을 말씀이십니까... 문제아를 물으신다면 저보다 잘 아시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무언가 아는 듯 보이는 표정. 탄식 어린 숨을 내뱉더니 본인이 앉지 않고 이어진 옆방, 방문 옆으로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부른다.) 나카노 선생님.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그 당시 녀석들을 맡아주셨지 않습니까?담임으로.
건너편에서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안경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썩 좋은 표정이 아닙니다.
부정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사실이군요.
엄지와 검지로 눈가를 문지르더니 말합니다.
나카노:(터벅터벅 걸어오더니 가벼운 인사 끝에 소파 옆 캐비넷을 열어젖힌다.) 네... 제가 나카노라고 합니다. 그 학생들이라면 1학년이었을 당시 모두 제 반이었어요.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에르드:(츠네자와와 이야기할 때도 '당할 만했기 때문에' 라는 가설을 떠올린 적 있던 저였다.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집안 배경이 빵빵하니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도 않았겠지. 그걸 등에 업고 더 기세등등했을 테고. 이런 놈들은 살면서 수도 없이 봐 왔다. 가해자였던 이들이 아닌, 이들에게 당했을 피해자의 입장을 떠올리게 된다.)
소생명:... 내가 말한 상황이 딱 들어맞네.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악순환이 계속되고. 인간들의 사회가 그렇지. (너와 얼핏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좋지만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츠네자와와 이야기를 할 때도 추측했던 일입니다.
집안은 여유롭고 배후에 그런 부모를 둔 아이들은 기세가 등등했을테죠.
무엇이든 못 하는 일이란 없었을 겁니다.
그것이 어떤 일을 만들든 치기 어린 아이들의 실수라고 넘어갔을테죠.
경찰인 당신은 피해자의 입장을 더욱 생각해야 할까요.
...
그런데, 넘기다보면 위화감을 느낍니다.
잉크가 말라붙어서 들러붙어 있던 걸까요.
두 장이 하나로 겹친 것을 발견합니다.
소생명:...? (빤히 기록부를 쳐다본다.)
에르드:(일부러 붙여둔 건가? 떼어보면서 나카노의 반응을 슬쩍 살핀다)
나카노:(두 경찰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서도 말릴 생각을 않고 있다. 무언가를 받아들인 것 마냥.)
나카노:다 보셨을까요. 그 정도로 이해는 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릴 것도 그것 이상은 없습니다. (작은 한숨을 쉬며.) 언젠가 이렇게 될 줄은 알았습니다만...
에르드:(학교폭력의 피해자인가. 그런데, 왜 얼굴이 익숙하지? 만난 적이 있는 건가. 기억을 곰곰이 더듬어보다 나카노에게 답한다.) 대강은 알겠습니다. 교내 상담실에 한 번 가볼까 하는데 안내해주시겠습니까.
나카노:교내 상담실은 언제나 문이 열려있습니다. 1층 중앙현관 주변에 바로 있으니 금방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제가 따라가는 것 보단... 선생님들께서 확인하시는 게 좋다고 봅니다. (경찰 대하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같았다. 기록부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차라도 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 해서 죄송하네요. 수업을 들어갈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말입니다.
소생명:갑자기 인간들끼리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난 이제 따라가기도 지쳤어. 일이 너무 커지고 있잖아...
에르드:괜찮습니다. (차 같은 허례허식은 필요없다. 나카노에게 간결하게 대답한 후 상담실로 가기 위해 계단참으로 향한다.) 예상 못 했어? 한 학교의 학생들만 노린 테러인데다가 저 학생기록부까지 보니 바로 알겠던데. 원래 있는 것들이 더 재수없는 법이거든.
나카노는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나서자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여느 선생님들과 다름없게 말이에요.
소생명:(널 따라 나서며 이번엔 옆에 서서 걷는다.) 그런 걸 예상을 한 사람이 더 이상하거든.. 넌 어떻게 예상을 한 거야. 지능이랑 이런 건 관계가 없는건가. (?)
... 그게 정말이라면 바보같은 일이야. 어울리면서도 어떻게 저런 일에 속해질 수가 있지. 난 고등학교 같은 거 안 나와서 모르겠지만..
에르드:못 떠올린 쪽이 바보지. 아니면 그런 일들과는 연관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학창생활을 했거나. 말하는 거 보면 너 학교도 안 다닌 모양이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다녔냐?
소생명:... 학교생활은 대학교 때 처음 해. 어린시절엔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었지. 공부를 할 필요가 없잖아. 난 이미 6살 때 대학 수준의 성적을 떼었다고. (재수없음)
넌... 대학교 이전엔 어디에서 학교 다녔었는데?
에르드:아, 그러셔……. (재수없다.) 평범하게 초등학교랑 중학교 다녔지. 초등학교는 좀 늦게 전학오긴 했다만.
소생명:어릴 때 전학을 왔다고? 그런 경로라면 학교 다니기도 힘들었을텐데... 친구들도 처음 보는 애들이었을 거 아니야. (고개 들어서 널 올려본다.) 근데 그러고보니.. 너 고향은 어디야?
에르드:…… (왜 여기까지 얘기가 샜지?) 지금 그런 거 말할 때가 아니다. (상담실 문 열고 들어감)
소생명:....너 제대로 말 안해주는 거 보니까 친구도 없었지? (얘기가 새는 수준이 천리만리다....)
에르드:그건 너고.
소생명:네가 더 그래. (반박)
에르드:나나 너나.
소생명:그거 넌 그렇다고 인정한거야?
에르드:굳이 친구를 만드려고 해본 적 없으니까. (어깨 으쓱) 애들 같은 철없는 소리 좀 그만하고 일이나 하자.
소생명:흥,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잘난 척 하기는. (애들 같은 철없는 소리 999번 하는중)
에르드:하. 빨리 파트너 바꿔달라고 해야지.
나무로 된 문을 밀어내고서 상담실로 향합니다.
이따금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 교복을 입고 있는 그들.
애석하게도 이건 상담 일지가 아닙니다. 교내 학생들에게 나누어줄 통신문 초안인 것 같아요.
고뇌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털어놓고 싶다면, 홀로 머무르지 않고서 이곳으로 와달라는 외침.
이게 누군가의 순간을 한 번이라도 바꿀 수 있을까요.
황폐하기만 했던 마음에 한 방울의 빗물이 되어줆까요.
그건 미지수의 일입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 할 것입니다.
어쩌면 헛수고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비웃지 않을 거예요. 그렇죠?
소생명:상담이랑 관련 된 내용이 많이 들어있네. 아무래도 상담실이라 그렇겠지만... 기분나빠. (고개 젓고)
에르드:(그때엔 이런 건 다 의미없는 짓이라고 여겼지. 지금의 학생들이라고 크게 다를까. 이 학교의 상담사는 제법 진심이었던 것 같다만, 아이의 마음을 정말로 보듬어주려 하는 좋은 상담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상담실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근데 내가 찾는 건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문 열었다)
소생명:... 아무 힌트도 없이 찾으려고 하니까 그런거겠지. 뭐.. 그렇다고 힌트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 방법밖에 없겠지만. (뒤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쳐다보기만 한다. 네 행동을 전적으로 믿는 모양...)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 SNS를 하는 시대. 지금으로서는 구세대의 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걸 쓸 일이 있기는 할까요.
소생명:... 네가 찾는 거 나왔네.
난 별로 듣고 싶진 않은데... 들어야겠지.
에르드:(아날로그가 주는 낭만이라는 것도 있다지…… 에르드는 별 생각 없다만.) 들어야 단서를 잡을 수 있으니까. 나도 딱히 기껍진 않아. 솔직히 안 듣고 싶거든? (순탄치 못한 유년기를 보내왔다. 폭력의 피해자가 얼마나 처절해지고 비참해질 수 있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괴로움이 그대로 녹아 있을 테이프는 자연스레 그의 과거를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별수 없지. 수사를 하기로 결정했으면 끝장을 봐야 하니까. 라디오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는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다.)
소생명:(쯧..) 너야 괜찮겠지만 말야. 나 왜 경찰같은 걸 하려고 했더라. 하....... 정말 싫은 걸. 기분 나빠... (저도 별 수가 없었다. 들을 수 밖에. 사람들 사이에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게 파트너인 네가 행하는 일이라면 글쎄. 너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던 간에 따르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에르드:(역시 듣기 좋은 기록은 아니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으나 기분은 녹음 파일에 기록된 목소리마냥 가라앉아간다. 그러면서도 한구석에서는 계속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 목소리. 헤엄칠 수 없게 되었다던 말. 그리고……)
(오늘 아침에 만난, 다리가 불편하던 사람. 휠체어에 타는 걸 도와줬던 기억이 난다. 설마?)
소생명:(인간들의 행동에 간섭하고 싶지 않다느니 듣고 싶지 않다느니 별 기계 같은 소리를 다 했지만 지금은 너처럼 입을 꾹 닫고 꺼진 라디오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라디오 속,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는 표정. 여린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눈빛. 분명히 상대방을 이해하고 있는 모습.)
네 사람을 노리고서 성공하였으니 만족할까요. 어린 나이에 들이닥치고 말았던 불운을 흘려내게 될까요. 어쩐지 복잡한 속일지도 모릅니다.
사건의 전말을 추리해냈는데도 후련하지 않을 거예요.
인생은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와는 다르다. 산타클로스가 세상에 없다는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알게 되는 사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너무 입이 쓰지 않나요.
...
정적을 보내다보면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보면 생명이가 벌떡 일어나서 당신을 바라보네요.
소생명:... 아니야. 복수는 끝나지 않았어. 너도 알잖아.
에르드:깜짝이야.
소생명:홋치 무네히로는 피만 흘렸을 뿐이라고.
...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가만 너를 바라보고 있다.)
에르드:…… 살만 찢어졌다고 했지. 그래. 기억해. (하지만, 정말 그 사람이 범인일까?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긴 하지만 확증은 없지 않은가. 우선은 그 차부터 찾아야 해. 스키드 마크와 대조를 해 봐야…… 아. 머리가 아프다.)
골프선수라고 했으니, 팔을 완전히 못 쓰게 만드려 할 거야. 홋치가 퇴원하는 틈을 노릴 수도 있겠군.
소생명:(끝내 도출해낸 상대의 답을 듣고 무거운 마음을 누르듯 눈을 한 번 지그시 감았다가 뜬다.) 그래. 팔을 못 쓰게만 만든다면 모를까. 이런 일을 겪고서 작정한 사람은 그 이상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야.
에르드:(경찰으로서의 윤리와 에르드 개인으로서의 자아가 강렬하게 충돌한다. 범인이 정말로 키타시라카와라고 가정할 경우에, 그가 할 수 있는 복수란 이 방법밖에 없음을 안다. 그것을 차마 옳지 않은 일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부잣집 집안이다. 고소하려 한들 그 뒷배를 이용하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 어렵겠지. 이미 학교에서 한 번 겪어본 것처럼. 그러니 사적인 복수를 택할 수밖에 없었을 터다. 제가 몸담고 있다지만 경찰처럼 권력과 돈에 좌지우지되는 직업도 없을 것이다. 공권력을 향한 불신과 그의 좌절을 너무도 잘 읽어낼 수 있었다. 너무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범인을 잡는다면 무엇이 달라지나. 약자는 영원히 고통받고 강자는 제 힘을 동원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을 즈려밟겠지. 갑자기 수사를 향한 모든 의욕이 사라진다.) 난 모르겠다.
그 사람을 우리가 꼭 잡아들여야 할지…….
소생명:(이런 충격적인, 어쩌면 긴박하기도 할 상황에 의욕을 상실한 너를 바라본다. 모르겠다며 멍청하게 구는 건 흔히 아는 네 모습이었지. 그러나 이렇게 모든것을 내려놓는 모습은 너 답지 않았다. 동시에 네가 왜 이런식으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으니. 분명히 선택할 수 없는 기로에 놓인것이지. 우리는 약자를 지켜주기 위한 경찰이지만 어쩌면 약자를 즈려밟을 수 밖에 없는 경찰이었다. ... 그래, 역시 너는 바보같아. 여린 제 동공이 어느때처럼 떨려오다 한곳에 굳게 멈춰선다. 이런 너를 보고만 있을 순 없었나. 내가 정말로 똑똑하다면 네게 줄 수 있는 건 '정답'이었다. 나는 너의 친구이자 파트너였으니까.) 잡아야지. 그 사람이 범행을 한다면 막아야 해. 우린 경찰이니까. 그리고... (고개를 들어 네 금빛 눈을 정확히 바라보았다.) 내 말 들어. 인간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잖아. 목숨이 붙어 있어야 가해자들이 죄값을 치루고 피해자들이 사과를 받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거 아니었어? 너도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에르드:(푸른 눈이 저를 직시한다. 하늘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하며, 모두 닮지 않은 듯하기도 한 그 색채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생명이 저에게 하는 말을 되새기고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과연 우리가 그들을 잡아넣을 수 있을까?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을까. (이제 발 아래에서 밟히던 약자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저의 마음 한 갈래는 아직도 그 시절에 남아 있었다. 더없이 익숙한 무력감이다.)
당연히 목숨은 소중하지. 하지만, 때로는 내 목숨을 불태워서라도 이루고 싶은 것도 있는 법이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리 같은 신참 경찰이 유력 정치인의 자식들을 수사한다고 한들 뭐가 바뀌겠냐고. 키타시라카와의 정체가 그들에게 밝혀진다면 애꿎은 보복이나 당할지도 모르지. (한 번 중심을 잃으니, 끝도 없이 땅속으로 빠져드는 듯 아득하다. 비관적인 사고만이 이어지는 건, 이 세상이 실제로 비관적이기 때문일 테지.)
그래도 막아야 할까? (항상 확신을 갖고 살아왔는데 이번만큼은 안갯속에 갇힌 듯 뿌옇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곁에 서 있는 이에게 물었다. 헤매는 저에게 길을 찾아 이끌어줄,파트너에게.)
소생명:(금빛 두 눈동자가 뿌옇게 보이는 건 착각이었을까.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신참 경찰이었고 돈 많은 녀석들을 애써 수사한다고 무엇하나 바뀌지 않을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 나는 네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지. 이 모든 말이 내가 매번 입 밖에 올렸던 비관적인 대사였으니까. 그러나 이 상황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건 나 뿐이어야 했다. 너는 제 손으로 악인을 무찌른다는 멋진 대사도 치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생각도 않고 몸이 먼저 나서 세상을 건너밟고 나아가는 인간이 아니던가. 저는 헤매어 걸음을 멈춘 주인공에게 등불을 쥐어주기로 했다. 서버린 네가 나아갈 방향일지라도 믿고 있었던 걸지. 단조롭게 굳은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세상에 생명들은 다양해. 네 말대로 존재하는 이유도 다양하고. 목숨을 걸던 목숨을 버리던 그 녀석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네가 정해 줄 필요는 없지. 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막지 마. 경찰이고 뭐고 네가 그럴 필요 없잖아. (잠시 입을 닫고 숨을 내려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보다 풀어진 목소리였지.) 그치만 네가 그게 필요하다면, 여태까지 필요해서 이 삶을 살아왔다면 그건 너에게 있어 중요한 일이야. 아직 잡지 못 했다면 나서서 잡아보라고. ... 넌 그런 사람이잖아.
에르드:…… 솔직히 그런 새끼들, 팔이나 다릴 못 쓰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뒤져버렸음 좋겠어. 남을 괴롭게 한 놈들은 두 배로 되돌려받아야 해. 그래야 상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깨닫지. (하지만 그런 인과응보는 소설 혹은 드라마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현실은 냉정하고 각박한 법이라. 적대감 어린 목소리가 이내 끊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정식 경찰이 된 지 하루밖에 안 되었다던가 선택에 따라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던가 하는 가능성은 일말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순수하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를.)
(그는 부모를 석연치 않은 사고로 잃고서 수도 없이 많은 절망을 맛보았다. 그의 단단한 인간불신과 꽉 막힌 독선적인 성격, 거친 태도는 모두 그 시기에 빚어진 결과였다. 그래서 그는 경찰이 되었다. 혹시라도 국제수사라도 요청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저와 똑같은 일을 겪는 아이들은 더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키타시라카와를 잡아야 한다면, 그게경찰의 의무인 거라면, 적어도 그에게 약속하고 싶다.
또 다른 당신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우리가 그렇게 만들겠다고. (흐려졌던 금빛 눈에 다시 조용한 불길이 타오른다.) 나는 언제나 억울한 약자들의 편이 될 거야. 너도 그럴 거냐?
소생명:(적대감 어린 목소리. 네게서 언제나 들었던 솔직한 이야기. 그 사이에서도 피해자에게 순수하게 공감해주는 다정한 마음씨. 나는 너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 했다. 그럼에도 익숙해질 수 있었던 건 네가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주었던 의지 때문이었을까. 마치 기계에게 프로그램을 익히듯, 너는 단순하면서도 일정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애시당초 생부를 알 수 없고 발전 된 과학 기술만으로 기계에게 보살핌 받아 자랐던 제게 인간으로 다가와 준 사람. 에르드는 생명에게 인간의 정의를 알려주었지. 그러니 더욱 너의 불씨가 꺼져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내가 주장하고 설득하는 것은 네가 인간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이야. 그러니 너처럼 인간다운 미래를 선택해줄래.) 사람은 멍청해서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해. 그렇게 나쁜 감정이 극대화 되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막아주는 거라 생각해. 자신이 그들과 같은 일을 저지른다면 분명히 괴로워지는 건 자기 자신이 될 거야. (이도 너와 같았다. 경찰로서의 의무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으로 생각하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인간다운 면모. 드디어 장작을 정리해주면 정갈하게 타오른다. 이것 봐, 그게 너라는 사람이잖아.) ... 그래, 약속할게. 또 다른 사람이 나오면 안 되지. 그게 네가 다짐한 거잖아?
에르드:뭐야. 내가 다짐한 거니까 들어주는 거란 것처럼…… (그제야 굳은 낯이 펴진다. 피식, 작게 웃었다. 이상한 일이지. 넌 내내 나에게 쌀쌀맞게 굴었으면서 왜 지금은 날 단단하게 지지해주는 것 같은지.) 차를 타고 가해자를 공격하러 갈 때마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봐야만 하겠지. 그건 스스로에게도 결코 긍정적인 일이 될 수 없어. (얼마나 괴로웠어도 언젠가는 두고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 과거다. 지나가버린 일은 시간의 허물일 뿐이니까.)
좋아. 그럼 해야 할 일은 명확하군. 일단 홋치의 퇴원 시기를 알아내야겠어.
소생명:... 내가 그렇게 말했던가. (평소답지 않게 웃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기울인다. 풀어진 미간과 동그랗게 뜨인 눈은 꼭 인간을 처음 본 바보같은 기계 같던가. 그것은 일순간이었고 네가 기운을 차린 듯 보이니 다시 평소같은 표정이 되었다. 네가 괜찮아져서 다행이라는 듯, 안심하는 모양이지.) 맞아. 항상 최선이 있을 순 없어. 경찰은 최악을 이겨내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그리고... 네 말대로 약자를 챙기려면 그게 가장 괜찮은 방법이고.
복잡했던 감정, 복잡하던 생각.
당신답지 않았던 순간을 보내며 무슨 다짐을 했던가요.
다시금 해야할 일을 찾기 위해 땅을 짚고 일어서봅니다.
경찰로서 해야하는 일. 그것이 당신의 의무잖아요.
...
턱을 짚고 고민하는 생명이를 앞에 두고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홋치 무네히로는 대량의 혈액을 흘렸죠.
다른 세 사람이 저마다 불편을 새긴 것과 달라요.
그의 말에 긍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차이점이 있다면 자동차 안에서의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다고 하여서 멈출까요.
아닙니다.
분명 아닐 거예요.
한 번 저질렀다면 두 번은 쉬운 일입니다. 더 많은 횟수도 어렵지 않아요.
새로운 교복을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벗어야만 했던 키타리사카와 아사. 꿈이 망가졌는데도 홀로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던 소녀.
완벽한 동기는 그만큼 악의를 완전하게 만듭니다.
시작과 끝은 하나의 실과 같으니.
도로 위의 과실치사로 끝낼 수 있었을 복수극은 한 발을 더 나아가는 겁니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부상' 으로 멈출 수 있기는 할까요.
영영 다치게 한다고 해서 만족할까요.
과연, 지금을 행운으로 여기지는 않을까요······.
과거의 피해자는 손을 더럽히게 될 거예요.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너머로.
...
창밖으로는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소생명:(고민하다가 저물어가는 창 밖을 보고 무언가 떠오른 듯 넌지시 말한다.) 훗치가 있었던 병실엔 CCTV가 없었어. 언제라도 범행은 쉬울거야. 그게... 설령 지금 당장이라도.
에르드:굳이 차를 사용한 범행이 아닐 수도 있단 건가. (하긴, 이미 몇 번이나 각오하고 차를 들이받아 왔을 터다. 이제 와 선을 더 넘지 못할 것도 없겠지.) 우선 병원으로 되돌아가야겠군.
소생명:그래, 퇴원을 해서 다시 차를 써본다고 한들 또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이번에는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할 수도 있어. 정말 당장부터 범행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불안한 걸... (고개 끄덕이며)
기억하던가요, 에르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했던 말을 말이죠.
'오늘 만큼은 좋은 음식을 먹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
여기에서 결정할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유일한 파트너. 오래도록 함께 할 형사.
바로 당신이에요.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확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을 따를 것이에요.
무슨 결정을 내려볼까요?
에르드:(이미 마음은 정했다. 비록 깊은 고뇌가 있었지만, 에르드는 경찰로서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게다가 그에게 해줄 말도 있어. 그건 제 직업이 아니라면 근거를 갖기 어려운 말이겠지. 그러니까.) 어서 움직이자. (해야 하는 건 발을 내딛는 일뿐.)
당신은 그에게 전해야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던가요.
경찰로서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뿌옇던 안개를 걷어냅니다.
지금은... 에르드, 당신으로서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은거예요.
소생명:그래, 이렇게 불안한 게 이유가 있겠지. 일이 이렇게 됐으면 한시라도 빨리 가는 게 좋겠어. 목숨은 아주 순식간이야. 도착이 늦는다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잖아. (너를 닮아 굳건해진 눈빛을 들고 발을 내딛는다. 너보다 한 발 뒤에서, 너를 믿는 조력자 처럼.)
키타시라카와 아사:... ... (동공이 흔들리는 초췌하며 기이한 모습으로 이쪽을 쳐다봅니다.)
기껏해야 8M의 거리.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봅니다.
똑같은 기시감을 느끼는 듯하더니 자조어린 웃음을 지어버렸어요.
그걸 정말 웃음이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자기혐오의 일부일 뿐.
키타시라카와 아사:... 역시 당신이군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도움을 받지 않는 건데.
그곳에서 음식을 주문하지 말 걸 그랬어요. 그게 내 불운이었다니.
에르드:(칼이 깨끗하다. 아직 범행을 저지르진 않은 건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는 무감한 낯으로 키타시라카와를 응시한다.) 당신의 말대로, 저에게는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불운은 아닐 겁니다.
칼을 내려요. 당신의 속사정은 알아보고 왔습니다. 더 큰 파멸에 휩쓸리기 전에, 스스로를 몰아치는 짓을 멈추십시오.
키타시라카와 아사:... 여기까지 그런 차림과 그런 행색으로 찾아왔다는 건 역시 그러시겠지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신 같은 다정한 사람은 제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무감한 낯의 당신을 보더니 모든것을 포기한 듯 체념한 표정이 비추어진다.)
키타시라카와는 손을 들어 보입니다.
회칼을 잡지 않은 손은 희미하게 떨립니다.
손가락을 말아쥐어 보네요. 무언가를 쥐는 듯한 동작.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핸들.
여태껏 그녀의 무기가 되어주었던 것을 되새김질하듯 허공을 움켜쥡니다.
키타시라카와 아사:... 저는 이미 세 사람의 삶을 변하게 했어요. 아시잖아요.
소생명:(한참동안 에르드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더니 한 발 나서 덧붙인다.) 지금까지 저지른 건 단순한 교통법 위반이야. 과속과 차량에서의 상습적인 위협. 죄목을 따진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날 수 있었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다고 해도 조서에는 그것만 남을 수 있었고. .... 너. 지금 그 문을 연다면 달라지는 거야. 얘 말 들어.
수사(搜査)란, 범죄의 혐의 유무를 알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여 범인을 찾고자 하는 일.
그러므로 짧은 시간 내로 누구보다 상대를 파고들어야 합니다.
해묵은 일기장을 펼쳐내듯이. 오래된 인형의 가슴팍을 눌러보듯이. 실밥 하나의 근원까지도 파헤치지요.
어쩌면 이 행동은 알아간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건 곧 이해를 끌어올립니다.
눈앞에 있는 범죄자는 세 사람의 신체적인 결손을 이루어냈습니다.
심지어 살인미수로 현행범 체포를 하더라도 될 상황입니다.
범죄 사실만 보면 그렇지만, 그럴 테지만······.
알아버렸죠.
이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고 있잖아요.
키타시라카와 아사:내게 사과도 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지도 않은 사람들. 어째서 나만 멈춰야 하는 거죠? 내 꿈을 빼앗은 대가를 나라도 줘야 하잖아. 나라도, 그렇게라도······ (손을 꾸욱 말아쥔다.)
에르드:그의 말대로입니다. 당신이 공격한 이들의 부모는 정치에 영향이 갈까 싶어 제대로 된 수사도 하지 않고 유야무야 덮으려고 하고 있죠. 여기에서 멈춘다면 큰 처벌은 받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저는 그들을 걱정해서 당신을 막는 게 아닙니다. 당신을 걱정하기 때문에 여기에 이렇게 서 있는 거예요. 당신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얼마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쥐었다. 짧게 들이키는 숨,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린다.)그들을 단죄하는 건 우리가 대신하겠습니다.공권력을 믿기 어렵다는 건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권력 앞에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을 가해했던 이들이 적절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이상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일은 그만둬요.
소생명:(그녀가 손을 말아쥘 때 이미 테이저건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이 다음 행동이 무모하게 나온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인간은 그 정도로 단순했으니까. 그런데... 그들을 단죄하는 것은 우리가 대신하겠다는 네 묵직한 한 마디가 들려왔지. 주저앉아 불투명한 세상을 바라본 것이 조금 전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진 마음이 느껴진다. 너는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거구나. 약자를 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그 말을 말이야. 저는 제 파트너의 굳은 의지를 듣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뜬다. 그리고 들어올렸던 무기를 서서히 내린다. 너라는 변수로 이루어질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될 줄은 모르겠다. 인간은 그 정도로 복잡했으니까. 그런데도 제 파트너를 신뢰하기로 한다.)
키타시라카와 아사:(이쪽을 무시하고 이동하려는 몸짓도 잠시, 그에게 대신 단죄를 맡겨달라는 말이 들려온다. 의지할 곳 하나 없던 이에게 의지를 알려주는 사람. 무엇도 내보일 것이 없는 초짜 경찰인데도 어째서 마음을 짓누르게 만드는 걸까. 이는 이미 먼 강을 건너왔음에도 의지를 알려주는 사람에게 힘을 잃는 것이었다. 일순간, 칼을 쥔 손에 힘이 빠지고 오갈 곳을 잃은 시선이 방황하다가 땅으로 내려선다.) 나를... 나를 괴롭게 만드는 일. 대신... 약속해주는 건가요. 어째서 그런. 이렇게....
이유 모를 적의에도 오해를 풀고 싶다던 아이.
물 밖에 있는 게 힘들다고 말하던 고등학생.
청춘이라는 단어조차 괴롭게 물든 사람.
스스로의 이름마저 미워하게 된,
키타시라카와 아사.
여전히 품에는 경찰수첩이 들어있습니다. 뒷주머니에는 수갑이 들어있을 거예요.
부피와 면적이 달라진 건 없을 텐데.
유난히 무거웠을까요. 혹은 여전히 같은 무게일까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을 거예요.
고객과 점원. 동전과 자판기. 달걀과 팬케이크.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들이 그러하듯이 범죄자와 경찰도 같을 것입니다.
두 역할 사이에도 순서라는 게 있습니다.
범행으로 물꼬를 트는 게 범인이라면 마무리를 짓는 건 언제나 경찰이지 않습니까.
모든 드라마나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에서 그러하듯이.
당신은 체포하기를 바라나요. 혹은, 책임이 버거워서 포기하기를 원하나요.
무엇이든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파트너와 함께 맞이하는 첫 번째 사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끝은······.
과연 어떤 풍경일까요.
에르드:강자와 약자가 있다면, 약자의 입장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저라는 사람이라서. (입안에 씁쓸함이 감돈다. 당신이 이런 짓을 저지른 데에는 먼저 일어난 가해 때문인데, 그들이 아니라 당신에게 먼저 수갑을 채우고 죄명을 물어야 한다니. 하지만, 이것이 더 큰 처벌과 무너져갈 정신에서 키타시라카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겠지만, 적어도 당신과 비슷한 일을 겪는 아이들이 더 나오지 않게 막을 수는 있겠죠. 권력을 등에 업은 자들에게 반격하는 '옳은' 경찰이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경찰수첩을 던져버리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신분을 최대한 이용하고 활용해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방패막이로 쓰는 범죄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릴 것이다.)
키타시라카와 아사:... 그렇군요. 당신은.. 경찰로서 저를 만나러 온 게 아닌가보네요. 알 수 있어요. 나를 해치러 오는 사람인지 아닌지 정도는. (솔직한 당신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 자체만으로 이에게 진심으로 와닿았다.) 당신은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하셨죠. 그런데도 나는.. 이런식으로 나오는 건 결국 또다른 사람을 망치는 꼴인데도.. 나는. (한참동안 땅을 내려보며 자책에 빠지더니 입을 꾹 물고 고개를 들었다.) 옳은 사람도 있었는데. 세상에는 이렇게 옳은 사람도 존재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바보같이 그걸 모르고 있었죠. 그래, 그래요. 그렇구나. 결국... (혼잣말을 한참이나 주절거리더니...)
지금이라면 이 신분을 이용하여 불평등한 사회를 고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그것이 가해자들보다 우선 피해자를 끌고가는 꼴이 된다고 해도.
그것이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거, 알고 있잖아요.
이제는 파트너의 말대로 자신을 한치도 의심하지 말아요.
왜냐하면... 저것 보세요.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를 내며 그녀가 들고 있던 회칼이 떨어집니다.
그래요. 그녀의 비극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당신이었을 겁니다.
자, 뒷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수갑을 꺼내 듭시다.
미란다 원칙을 말해보아요.
두 손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겁니다. 언제나 바랐던 꿈처럼.
에르드:(저였더래도 직접 복수를 꿈꿨을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법과 기형적인 사회 구조가 불법이라며 막아서서 그렇지, 키타시라카와의 복수는 정당했다. 그런데도 스스로가 깨닫지 못한 점을 자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에르드는 다시금 그의 본성을 상기한다. 모든 인간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으나, 키타시라카와처럼 선한 사람도 아직은 남아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과 범인은 대칭되는 관계일 수밖에 없겠으나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긍정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천천히 수갑을 꺼내어 키타시라카와의 손목에 채운다. 미란다 원칙을 읊는 목소리는 거칠고 투박한 대신 진중하고 부드럽다.) 키타시라카와 아사, 당신을 교통법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또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당신의 곁에 있을 겁니다.)
그녀의 복수는 정당했습니다. 그런일을 겪었음에도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선한 모습을 보였죠.
경찰과 범인. 이 관계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롭던가요.
그녀 또한 당신과 같은 마음이 들었는지, 일순간 당신을 닮은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곁에 있을거라고. 분명 아침해는 밝아오는 중이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키타시라카와 아사는 두 손목을 내어준 채로 고개를 틀었습니다.
저 멀리 떠오르는 해를 봅니다.
주홍빛이 얼굴 위로 번지고 있어요.
선연한 색이 비추었을 때 말했습니다. 여린 음성이 가까운 거리에서 울립니다.
키타시라카와 아사:... 상담실의 소파에서 나란히 잠들었다가 깬 적이 있어요. 상담 선생님이 잠든 사이에 저 혼자 이른 새벽의 창밖을 보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