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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240114] 아이린&헤이즐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

플레이타임 : 5시간

 

 

 
BGM : 0 ◁ Link
 
명심하세요.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당신은 영웅입니다.
 
KPC 헤이즐 레르
 
PC 아이린 테라코르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청색 네온사인.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아나운서:최강의 인류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 부대, AOC는…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촬영한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지능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동료들이 오늘 처형당합니다.
 
당신들의 죄목을 덮어쓴 채로,
 
갑작스럽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익숙한 비일상 감에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릅니다.
 
이성 (0/1)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자신에게 저지른 실험의 정체를 깨달았을 때부터 정부를 향한 얄팍한 믿음은 깨진 지 오래다. 우리를 잡지 못하자, 동료들을 대신 처형시킨다라. 차가운 공기 속 얼어붙을 것처럼 서늘한 낯으로 스크린을 노려봤다.)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점심을 조달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있던 빵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당신은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는 대신 페인트칠이나 주차 대행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습니다.
 
이놈의 월세는 어찌나 비싸던가요?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제야 평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은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어떻게 엮이든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고!
 
아이린 E. 테라코르:(데린이 죽고 군인으로 들어와, 월급을 받기만 하고 쓰지는 않는 탓에 계좌엔 꽤 상당한 돈이 쌓여 있었다. 그걸 쓰지 못하는 게 얼마나 짜증스럽던지. 부모에게는 의도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다. 크리쳐가 되기 전에도 인간관계는 굉장히 좁은 편이었으므로 자신의 생존을 알린 이는 한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퍽 힘겹게 버텨온 생활이었다. 그럼에도 이용당하던 시절보단 몇 배는 나았다고, 망설임없이 자신할 수 있었다.)
(우스운 일이지. 동의도 받지 못하고 끝없이 죽었다 살아나는 크리쳐로 이용당했는데, 끝끝내 도망쳤더니 동료들의 목숨으로 협박하는 꼴이라니.)
(크리쳐가 자신의 일터나 거처의 바로 근처에 나타났다면 싸움에 동참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나서지 않았다. 자신은 이미 할 만큼 해왔다. 사람들을 구하는 건 AOC의 몫이지, 더 이상 AOC 소속이 아닌 제 일이 아니다.)
 
BGM : - ◁ Link
 
그때,
 
당신은 '어떤 위협'을 느끼고 다섯 걸음 물러섭니다
 
민첩한 반사 신경은 어떤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철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 오릅니다.
 
당신의 옷에도 몇 방울이 묻어버렸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평범하게…
 
파스타 소스를 끼얹은 사람(기절 상태)입니다.
 
헤이즐 레르:아이린!
 
그리고 헤이즐이 등장합니다.
 
헤이즐은 근처 빵집에서 레토르트 파스타를 먹으며 속보를 보다 추격자에게 습격당했습니다.
 
포크와 먹던 파스타만을 사용해서 제압했으나,
 
상당히 배가 고팠기 때문에.
 
헤이즐 레르:... 음,
 
지금은 엎어진 파스타에 신경이 쏠려있을지도?
 
아이린 E. 테라코르:…… 배고프겠다. (감히 식사 시간을 방해해? 상도덕도 없는 추격자 놈들)
 
헤이즐 레르:밥 먹는데는 개도 안 건드리는데... 사람은 안 무는 줄 아나봐. 그래서 좀 물어버렸지.
... 아니,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린 너도 봤지?
토마스, 에보니, 니콜... 전부 우리 때문에 죽게 둘 수 없잖아.
... 알다시피, 그 사람들은 죄가 없는걸.
... ... ...
사실, 별로 안면은 없지만.
 
헤이즐 레르:식사는 커녕 인사도 해본 적 없지만…
한 명은 이름을 틀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진심으로 구할 생각이 있긴 한 걸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꼭 구해야 할까? (옷에 튄 파스타 소스 방울을 닦아내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딴 어줍잖은 협박으로 우릴 끌어내려고 한 것부터가 열받거든.
 
헤이즐 레르: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 알아. 우리를 겨냥한 함정일 확률이 높겠지.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최소한 내가 믿는 정의는 사람을 위한 정의니까, 잘못된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 ...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 없어.
... 아이린은, 아니야?
 
아이린 E. 테라코르:…… 헤이즐은 화도 안 나? (마음 한구석으로는 헤이즐에게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묻는다.) 그들은 나를 죽일 작정이겠지. 그리고 너는 또 어디다 써먹으려 들 테고. 제 발로 기어 들어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어떻게 아니.
 
헤이즐 레르:분명 무슨 속셈이 있어서 우릴 유인하려고 하는거겠지. 알고 있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사람들이 나 대신 죽기를 바라지 않아.
알면서도... 함정에 걸려줘야겠지.
나 혼자서는 힘들어. 그러니까, 무리한 부탁인건 알고 있지만... 힘을 빌려주지 않을래? 파트너.
 
아이린 E. 테라코르:하아. 정말 지긋지긋한 놈들이야. (한숨을 내쉬며 어깨 너머로 내려온 머리칼을 다시 뒤로 넘겼다.)
저들을 죽였는데도 오지 않으면 그 다음으론 보다 더 가까운 이를 노리겠지. 안타깝게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 별로 많지는 않지만…… 그만큼 놓치기 싫은 사람들뿐이라.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언제나 우린 함께였으니까.
 
헤이즐 레르:그렇게 말 할줄 알았어. 그리고, 무리시켜서 미안해. ... 하지만, 나 혼자 간다고 하면 아이린이 어떻게든 뜯어말리려고 따라왔겠지? (키득키득, 장난스럽게 웃는다.)
... 이목이 더 쏠리기 전에 준비하고 출발할까? (바닥에 널부러진 습격자의 겉옷 주머니에 빵집에서 가져온 티슈를 아무렇게나 구겨넣어주고는.)
 
아이린 E. 테라코르:당연하지. 내가 널 그 위험한 곳에 혼자 보낼 리 없잖니? (망설임 없이 답하고는) 그래…… 가자꾸나.
 
두 사람은 짐을 챙기고자 숙소로 돌아옵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장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침대를 올리면 나오는 여러 총기나 칼날 같은 것들…. (탄환은 없지만)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헤이즐은 옷장 한구석에서 방치된 AOC의 군복을 꺼냅니다.
 
AOC에 잠입할 예정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업복도 없겠죠.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11:30
 
BGM : 1 ◁ Link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안전지대의 치안은 AOC가 담당합니다.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정말이지, 끔찍하네.)
 
당신과 헤이즐은 이곳까지 어떻게 왔나요?
 
억울하게 누명을 쓴 동료들을 구하겠다고 다짐했나요,
 
아니면 자백하고자 하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찾아왔나요?
 
뭐가 되었더라도, 이제 돌아가지 못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동료들을 구하는 걸 최우선. 그리고 가능한 한 AOC 상부에 엿을 먹여주겠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선 로비에는 불이 꺼져 있습니다.
 
데스크를 담당하던 직원도 보이지 않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매트를 밟고 앞으로 나아가면,
 
곳곳에서 따가운 CCTV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텅 빈 로비의 끝에는 엘리베이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오길 줄곧 기다린 것처럼, 엘리베이터는 저절로 입을 벌리고 당신과 헤이즐을 맞이합니다.
 
범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범의 입안에 머리를 쑤셔 넣으며 그 말을 되뇌고 있는 건 아닌가요?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도망칠 수 있습니다.
 
맞서 싸우는 것만이 강함의 증명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는 두 사람을 삼키고 단숨에 위로 치솟습니다.
 
층수를 보이는 패널이 음산하게 깜빡이며 계속해서 높은 숫자를 나타냅니다.
 
위로,
 
더 위로,
 
이 건물의 최고층으로.
 
꼭 당신의 마지막 기억처럼.
 
BGM : - ◁ Link
 
아이린 E. 테라코르:(영 불쾌하다. 품안의 단도를 몇 번이나 곱씹어 쥐며 높아지는 층수를 노려보았다.)
 
당신과 헤이즐이 최상층에 도달하면,
 
헤이즐은 당신을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그저 돌입할 생각뿐이었는데,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당신과 헤이즐이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관찰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그야 당연히 최강의 인간이자 최강의 크리쳐를 포획하기 위해서겠지. 심드렁하게 그들을 응시한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심리학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쏴 버리고 싶네. 총만 있었어도.)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헤이즐 레르:(그런 너를 보고 조금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어 보인다.)
 
마이크를 잡은 그가 입을 엽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대원: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마이크로는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소강당의 문이 열리기 전,
 
헤이즐은 당신을 잡아당겨 잠시 몸을 숨겼다 빠져나오는 군복 무리들 틈에 섞입니다.
 
낯선 얼굴도, 낯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헤이즐은 당신에게 낮게 속삭입니다.
 
헤이즐 레르:아무래도, 설득하는건 어렵겠지?
 
아이린 E. 테라코르:의미없을걸. 군인이란 명령에 복종하는 족속들이니. (과거의 자신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는 자조가 피어오른다.)
 
헤이즐 레르:그렇다고... 누굴 죽인다고 해결 될 일은 아닌 것 같아. 여긴 어딘가 좀 미쳐있는 것 같거든.
그런 예감이 들어...
 
아이린 역시 이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야, 당신의 날카로운 감 역시 헤이즐의 말에 동의하고 있으니까요.
 
헤이즐 레르:인질을 찾아서 탈출하자.
 
명료한 목소리는 당신을 이끕니다.
 
헤이즐 레르:군복을 입고 온 게 답이었네. 이 건물 CCTV의 화질로는 우리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을 거야.
 
아이린 E. 테라코르:이미 미쳐있는 집단이나 다름없었지. (AOC를 향한 좋은 감정이라곤 일말도 없다. 게다가 발달된 저의 직감 또한 날카롭게 헤이즐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좋아. 최대한 빨리 인질을 데리고 나가는 걸 목표로 하자꾸나. 이곳엔 한시도 더 있기 싫거든.
 
당신이 응한다면,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당신과 헤이즐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당신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두 사람은 대원들의 대화 내용을 듣습니다.
 
회의적인 얼굴의 대원:상관의 명령이니 따르는 수밖에 없지만, 이런 정의를 따르기 위해서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요. 제가 지켜야 하는 건 무엇이죠? 저는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요?
 
그 말을 들은 어떤 대원은 넉넉한 봉급을 받으니 괜찮지 않냐고 말합니다.
 
심드렁한 얼굴의 대원:그리고, 과시하는 쪽은 나쁘지 않거든.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왔는데 겸손하게만 사는 게 옳다곤 생각 안 해.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대원이 말합니다.
 
정보에 밝은 대원:그거 아세요? 근래 들어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망하는 대원들이 늘었거든요.
전부 탈영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윗물이 고여 썩어가니 흘러내리는 걸 참을 수 없었던 걸까요
 
두 사람은 그런 대화 내용을 들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합니다ㅣ.
 
아이린 E. 테라코르:무너질 때가 됐네. (중얼거린다) 적기야. 아예 해체되어 버리라지. 이딴 집단.
 
헤이즐 레르:아주 그냥 폭삭 무너지면 좋겠는데... (작은 목소리로.)
 
14:45
 
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아이린, 어디로 향할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층수별 구조도…… 안내문…… 이런 거 있나요)
 
:없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럼 14층으로 갑니다)
 
14층
 
상관:뭐 하는 거야? 여태 무기도 안 챙기고 있다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에게 탄환이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두 사람에게는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AOC의 낌새가 이상하다, 말로 내뱉지 않아도 헤이즐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헤이즐 레르:... 뭔가, 이상한 것 같지?
 
아이린 E. 테라코르:AOC 내부에 크리쳐라도 풀어둔 건가? (눈살을 찡그린다.)
조심하는 게 좋겠구나.
 
당신과 헤이즐이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크리쳐와 마주칩니다.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입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 상급인가?
약식 대항 전투 공개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눈살을 찡그리며 총을 장전한다.) 설마 부대원들을 크리쳐로 만드는 건 아니겠지. (그자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하지만.) 준비하자꾸나, 헤이즐. 총은 꽤 오랜만에 써보겠어.
 
헤이즐 레르:그거 좀 끔찍한데... (라이플을 고쳐들며 자세를 잡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 아, 온다. 아이린 조심해.
23마리의 크리처와 조우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크리쳐와 싸우려고 온 건 아닌데. 어쩔 수 없지. 난관은 최대한 빨리 헤치고 나아갈 수밖에. 익숙하게 크리쳐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발포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피해: 15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탄환이 벽에 박힙니다.
이런, 아무래도 불발탄인가보네요. AOC 무기 관리가 엉망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마음에 안 드네)
 
헤이즐 레르:실환가...
 
아이린 E. 테라코르:미안해, 헤이즐. 부탁할게.
 
헤이즐 레르:뭐... 오랜만이라 감이 좀 안 잡히는데.
 
헤이즐 레르:... (호흡을 멈추고 집중한다. 적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6
 
:퍽, 순식간에 적들의 몸이 터져나갑니다.
그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쓰러집니다.
그럼에도, 마치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듯...
 
??? ?? ??:키이이익-!!
 
??? ?? ??:
비무장
기준치: 25/12/5
굴림: 32
판정결과: 실패
피해: 8
 
:우리에게 달려들지만, 그들의 무질서한 움직임에 두사람은 피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남은 건 내가 처리할게. (빠른 반사신경으로 크리쳐의 공격을 유려하게 피하고, 즉시 총구를 들어 그들을 향해 격발했다. 여기에 빼앗길 시간이 없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1
 
:죽음에 대한 공포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처럼 그것들은 아이린을 향해 달려오지만,
아이린의 탄환이 그들의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 더 빠릅니다.
 
헤이즐 레르:와아, 나이스 샷.
 
아이린 E. 테라코르:(이래야지. 총구 내린다.) 네가 많이 처리해준 덕분에 수월했어.
 
헤이즐 레르:자, 그럼 어서 다음 층으로 가볼까?
 
아이린 E. 테라코르:(끄덕) 이동하자꾸나. (13층으로 향합니다)
 
13층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우리뿐만 아니라 AOC 전 대원을 처리하려 작정이라도 한 건가? (인상을 찡그리며 망설임없이 에너미를 향해 총을 쐈다.) 본부가 이렇게 안전하지 못한 곳인 줄 처음 알았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42마리의 적들 사이로 탄환이 빠르게 날아갑니다.
그들 중 1/3의 적이 실 끊어진 인형마냥 움직임을 멈춥니다.
 
헤이즐 레르:이거...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 되겠는데...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5
 
:그리고, 아이린의 기세를 이어받은 듯 몰려드는 적들을 헤이즐의 탄환이 저지합니다.
그럼에도 남은 적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고...
 
???? ???:쉬이이익--!!
 
???? ???:
비무장
기준치: 25/12/5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피해: 5
 
:오합지졸마냥 달려드는 그것들은 저들끼리 얽히고, 서로를 깔아뭉개고, 그럼에도 이쪽을 향해 다가옵니다.
대실패 패널티 : 적 수 3 감소
 
아이린 E. 테라코르:매 층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한쪽 눈을 감고 적들을 시야에 담는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7
 
:발사된 탄환이 아직까지도 일어나지 못하는 적들을 향해 날아갑니다.
한 군데 뭉쳐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 알아차릴 수밖에 없겠네요.
 
곳곳에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대원들 역시 전투 중이라는 것을요.
 
헤이즐 레르:... 뭐랄까, 특이하게 생겼네.
 
아까 본 크리처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형태의 크리처입니다.
 
미끌거리는 비늘 피부를 가진 크리처는 단 한번도 본 적 없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새로운 실험의 결과물인가? 뭐가 문제인진 몰라도 그게 풀려나서 곳곳에서 날뛰고 있는 걸 수도 있겠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낸다.) …… 인질들이 AOC가 아니라 크리쳐한테 당했을지도 모르겠는데.
 
흉측한 물갈퀴를 지닌 괴물은 공허한 두 눈동자로 이쪽을 바라봅니다.
 
헤이즐 레르:... 그보다,
 
헤이즐은 바닥에 누워있던 대원에게 다가갑니다.
 
홀로 살아남은 대원 역시 그 사이에 숨이 끊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크리쳐가 아닌 이상 더욱 그렇겠죠.
 
헤이즐 레르:... 어쩔 수 없네. (쓰러진 대원의 허리춤에 손을 댄다.)
 
헤이즐은 살상탄을 챙겨듭니다.
 
크리쳐처럼 지성이 없지만, 크리쳐보다 강한 괴물들의 난데없는 습격에 AOC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헤이즐 레르:... 아이린, 어떻게 할래? 우리... 다시 돌아갈까?
 
아이린 E. 테라코르:(산 사람은 살아야지. 헤이즐이 살상탄을 챙기는 모습을 무감하게 바라본다.) 솔직히 이 상태로는 인질들을 처형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데. AOC의 위엄을 보인다는데, 그럴 대원들이 다 죽어나가면 무슨 수가 있겠어?
그러니 여기에서 마무리하고 돌아가면 좋긴 하겠지만, …… 뭔가 이상해. 저 새롭게 나타난 크리쳐, 아무래도 신경쓰이는구나. 원인은 알아내고 가야겠어. 또 멋모르고 당하고 싶지는 않거든.
 
헤이즐 레르:... 그러면 조금 더, 찾아보는걸로 할까?
괜히 내 고집으로 네가 위험해지는 것 같아... 미안해.
 
아이린 E. 테라코르:왜 네가 사과하니? 오기로 한 건 함께 내린 선택이야. 미안해할 필요 없어. (고개 끄덕이고는, 그들이 내려오기 전 이미 죽은 채였던 대원에게 다가가 여분의 살상탄을 챙겼다. 장갑 낀 손에 피가 묻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가자.
 
헤이즐 레르:... 응.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뒤를 돌아보다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는다.)
 
:어디로 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이번엔 36층으로 가봅니다.) 뭔가 숨겨뒀다면 위쪽일 가능성이 높아보여.
 
36층
 
해당 층에서는 전투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대신,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을 발견합니다.
 
당신과 헤이즐이 문양을 따라 주변을 순찰하다 중심부의 호실에 들어간다면,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을 발견합니다.
 
이성 (0/1)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본부에 이딴 게 있을 줄은 몰랐구나. 더 이상 호감이 내려갈 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바닥을 뚫고 들어가네. (주문진을 혐오스럽게 바라본다)
 
정신력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다른 공간보다 기이하게 온도가 낮습니다.
 
헤이즐 레르:... 여기, 조금 추운 것 같기도 하지...? 아니, 묘하게 서늘하네...
 
아이린 E. 테라코르:(인상을 찡그린다) 나도 그래. 하나같이 멀쩡해보이는 게 없구나. 대체 뭐지? (주변을 좀 자세히 볼 수 있을까요)
 
원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딱 봐도 굉장히 수상한 상잔데. 총구 끝으로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상자를 열어보면 주문이 흐트러지는 낌새가 보입니다.
 
그리고...
 
바닥이나 천장에서 촉수, 혹은 정체 모를 관절이 튀어나옵니다.
 
헤이즐 레르:... 어라...
... ... ... 아이린? 잠깐, 이게 뭐야?
 
아이린 E. 테라코르:이런.
미안.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나 봐. 조심해, 헤이즐!
 
헤이즐 레르:잠, 잠깐만.. 원래대로 돌려놓는건 어때?
 
아이린 E. 테라코르:돌려놓을 수 있을까? 상자를 닫는다고 저게……?
(일단 다시 상자 닫아본다)
 
상자를 제자리에 놓는다면 도로 사라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지? (황당하게 주변을 한 번 둘러본다.)
 
헤이즐 레르:... 뭐랄까, 엄청난게 지나간 기분이야...
 
이 진에서는 위화감이 가득합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진의 글씨는 전부 거꾸로 적혀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교육
기준치: 85/42/17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개인이 준비하기엔 사전 준비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AOC 측에서?
 
소환은 AOC가 저지른 짓이 아닌가요?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불러내는 게 아니라 쫓아내는 쪽이라고?) 역주문이구나, 이건……. 하지만, 영문을 모르겠어. 이 괴상한 것들은 분명 AOC가 불러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바깥의 도시도 망설임없이 파괴하는 놈들이라지만 도시 중심부에서 크리쳐 사태를 일으키는 멍청한 짓을 할 리는 없지.
 
헤이즐 레르:... 여기서 이 주문... 이랑, 상자 말고 볼 건 없나보네.
그렇다고 상자를 건드리기에는... 으, 조금 전의 그걸 다시 보고싶진 않아.
아무래도 정보를 더 얻어야 할 것 같아. 다른 곳으로이동할까?
 
아이린 E. 테라코르:그래. 여기 더 있어봤자 해결되는 건 없으니까. (인질을 찾는 것보다는, 이 괴이한 현상의 원인을 해결하는 게 우선일 듯하다.) 35층으로 가자꾸나.
 
35층
 
"이 층은 순찰할 필요 없다."
 
당신과 헤이즐이 진입하자,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헤이즐 레르:... 정말요? 순찰이 이미 끝난건가요?
혹시 모르니 다시 확인해보는게...
 
상관:아니, 그럴 필요 없다.
 
아이린 E. 테라코르:(우릴 못 알아본다고?) 왜죠?
 
상관:이 구역은 내가 이미 순찰을 끝냈기 때문이다. 돌아가도록.
 
아이린 E. 테라코르:(……흠.) 14층과 13층에 크리쳐가 침입하였던데 알고 계신가요? AOC 건물 내부에 크리쳐가 나타난 건 보통 큰일이 아닐 텐데.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상관:그래.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자네들이 어서 가서 순찰하는것이 임무 아닌가?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은 없다.
 
아이린 E. 테라코르:(이미 1년 전부터 수상했지만.)
미안한데 당신들한테 더 놀아나고 싶지 않네요. (총의 개머리판으로 상관의 뒷목을 가격해봅니다)
근접전(격투)
기준치: 25/12/5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헤이즐 도와줘 라는 눈)
 
헤이즐 레르:(아이린을 흘끔 보더니...)
근접전(격투)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이린 E. 테라코르:(헤이즐 최고.)
 
퍽-!!
 
상관:큭-!
 
아아린의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에 상관이 방심한 틈을 타, 헤이즐이 냅다 머리를 칩니다.
 
... 뒷목을 조준 할 생각이었겠죠?
 
이어서 남아있던 다른 군인 두 명도 헤이즐이 기절시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죽지만 않았으면 됐지. (무심하게 총을 고쳐든다) 고마워, 헤이즐. 난 힘은 영 모자라서.
 
헤이즐 레르:괜찮아~ 최강의 인류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잖아?
(그리고는 주섬주섬 상관의 주머니를 뒤진다.)
아, 찾았다.
(상관의 ID 카드를 챙긴다.)
안으로 들어갈까?
 
아이린 E. 테라코르:(헤이즐이 주머니 뒤지는 동안 군인들의 뒷목을 한번씩 더 갈겨줬다. 방해 말고 오래 누워계시길) 좋아. 뭘 숨기는지 알아보자꾸나.
 
헤이즐 레르:(확인사살도 아니고 그냥 화풀이같아보인다.)
 
아이린 E. 테라코르:(기분 탓일 거야)
 
두 사람은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고요.
 
구석구석에 주문의 흔적 역시 보입니다.
 
조금 전 들렀던 층과 같은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아요.
 
아이린 E. 테라코르:최상층의 그 주문진은 역주문이었지. 상자를 열었더니 촉수 같은 게 튀어나왔고. 추측상 그 괴상한 걸 쫓아내기 위한 주문 같은데.
대체 무슨 짓거리를 했길래 이런 사교도스러운 괴이한 일에 AOC 전체가 휘말렸는지 모르겠네. 애초에 인질극도 거짓이었던 거 아냐?
(관찰 판정 될까요)
 
지능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행운 깎겠습니다)
 
35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3504호 사무실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그렇다면 3504호 사무실로 곧장 향한다)
 
원래는 상관의 ID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헤이즐 레르:(ID카드 흔들흔들)
 
아이린 E. 테라코르:(헤이즐의 나이스 근접격투)
 
두 사람은 3504호실로 들어갑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제물들이라도 되나?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괴이한 점들만 늘어난다. 인상을 살풋 찡그리며 사람들에게 다가가 살폈다. 숨은 붙어있는 건지.)
 
쓰러진 사람들을 살펴본다면, 정신을 잃은 동료들입니다.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당신과 헤이즐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헤이즐 레르:... 이전 층에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방의 중심에 뭔가 있는걸까?
사람들의 위치를 옮겨볼까?
 
아이린 E. 테라코르:(끄덕) 주문진 중심에 있는 걸 보면, 뭔지는 몰라도 정말 제물로 쓰이고 있는 것 같아. 멀쩡하게 놔두지는 않았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가지가지하네.
(그들을 주문진 바깥으로 끌어낸다.)
 
그들을 중앙에서 끌어낸다면
 
또다시 벽이며 천장에서 기괴한 것들이 꿈틀거리며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정신을 차리고...
 
에보니 그린:... 아이린? 잠깐, 어째서 온거야?
이건 함정이라고!
 
잠깐,
 
적들이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전투가 발생하진 않았습니다.
 
전투 태세를 위해 헤이즐이 문을 등지고 라이플을 고쳐쥐는 순간,
 
그리고 에보니가 외치는 순간.
 
여러분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여러분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지원군이라도 온걸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함정이란 게 이런 뜻이었나.)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당신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오로지 헤이즐에게요.
 
헤이즐 레르:.... 어,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가슴을 꿰뚫린 헤이즐이 주저앉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35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당신은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갇혀버립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흠,
 
소장은 옆의 대원이 들고있던 라이플을 뺏어들더니
 
쓰러진 헤이즐의 머리에 다시 한 번 사격합니다.
 
... 확인사살이네요.
 
어차피 살아나겠지만요.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도로 헤이즐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헤, 이즐. (총구의 방향이 향하는 건 당연히 제 쪽일 거라고 생각했다. 무력하게 당하는가 싶었을 때, 쓰러지는 건 자신이 아닌 제 곁의 친구였다. 저들은 아직도 자신이 크리쳐라고 여기고 있는 것인가? 어차피 살아나리란 걸 알고 있지만 몸에 구멍이 뚫리고 낭자하게 선혈이 튀는 모습은 언제 보더라도 잊기 힘든 모습이다.)
(건물 내에 크리쳐가 들끓는 모든 상황이 다 이걸 위한 발판이었다고? 회선이 이리저리 꼬인 것처럼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라이플을 앗아든 소장이 확인사살을 하는 모습에 들불처럼 분노가 끓어오른 탓이다.) 이, 개자식.
 
그는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행동합니다.
 
당신이 말을 걸자 크게 겁먹은 기색을 보일 뿐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어, 어차피 크리쳐잖습니까? AOC의 소장이 크리쳐를 죽인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아이린 E. 테라코르:(크리쳐라는 걸 알고 있어.) 그걸 실험하고, 만들어낸 건 바로 당신이잖아. 뻔뻔함도 정도가 있지. 날 이용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크리쳐라며 죽이려 들어?
(단번에 총구를 들고 마구 난사했다. 철책만 없었더라면 정확히 소장에게 가 박혔을 탄환들이다.)
 
대 크리쳐 살상탄 방호용으로 제작된 철책인지 부서지지 않습니다.
 
당장 죽어버렸기 때문에 헤이즐의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겠네요.
 
그러나 소장은 당신의 행동에 크게 놀라며 몇 걸음 떨어집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저, 정말이지, 이래서 무식한 군인들은...
 
그 말을 남기고 소장은 황급히 자리를 떠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죽여버릴 거야.
(자리를 뜨는 소장의 뒷모습에 대고 살벌하게 말한다.)
 
19:15
 
소장이 떠난 뒤 헤이즐의 시체를 지키고 있으면,
 
의식을 되찾은 동료 중 하나가 자초지종을 털어놓습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에보니 그린입니다.
 
에보니 그린:... 나타샤는, 아. 여기에 있구나... (다른 동료 한 명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오랜만입니다, 아이린.
 
아이린 E. 테라코르:…… 그래. 오랜만이네. (보랏빛 홍채 안에서 차가운 불꽃이 넘실거린다. 헤이즐의 곁에 앉은 채 시선만 살짝 들었다.)
어쩌다 인질로 잡힌 거니?
 
에보니 그린:... 여러분이 떠날 무렵, 많은 크리쳐 대원들이 탈영을 시도했습니다.
AOC가 저지른 크리쳐 실험의 자세한 내막이 암암리에 밝혀졌거든요.
저 역시 제 파트너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 동료들과 함께 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했습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만요.
한순간이었어요, 순식간에 습격당해서 눈을 떠보니 이런 꼴이 되어버렸더라고요.
 
아이린 E. 테라코르:쓰레기 같은 자식들이 쓰레기 같은 짓을 했구나.
진작에 알고 돌아가지 않았던 건데, 나까지 이리 갇히게 만들다니. 그들이 한 짓이 알려지는 게 두렵긴 했었나 보지. (뱉듯이 중얼거린다.)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헤이즐은 너희를 구하고 싶어했어. 그게 이 꼴이네. (구하긴 무슨, 함께 갇혀서 언제 또 이용당하거나 죽을지 모르는 신세가 되어버렸잖아.)
(긴 숨을 내쉰다.) 그나저나 이 주문진 같은 건 뭐지? 36층에도 이런 게 있었어.
 
에보니 그린: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어요. 어쩌면 신을 부르기 위한 소환 의식과 연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그건 우리에게 신앙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을 느꼈기에 찾아올 뿐이죠. 존재만으로 안전지대만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요.
정부 측에서는 이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사흘 전에 알게 됐어요.
저지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란 것도 알았죠.
그러니 AOC 대원들이 필요했던 거예요.
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더라고요.
아마도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 우릴 방패로 쓰려는 게 아닐까요?
 
에보니 그린:일단, 역주문을 발동하는 아티팩트가 부족해 함정을 설치한 건 확실해요. 진상을 알아버린 저희를 포함해서, 탈주한 대원들을 이곳으로 소환해 마력을 바치도록 한 거죠.
이대로 여기 갇혀 있으면 마력을 전부 빼앗겨서 죽어버릴 거예요. 이런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도, 신을 쫓을 방법은 없으니까요.
 
대화를 나눈 뒤에도 헤이즐은 깨어나지 못합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헤이즐이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당신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헤이즐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모든 상황이 최악이다. AOC에 들어온 뒤로 휘말리고 이용당하고만 있지 않은가. 제 의지와 상관없이 통제당하는 일은 아이린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AOC는 자신들이 신이라도 된 듯 우리를 갖고 놀더니 이제는 우릴 제물로 바쳐 막을 수 없는 일을 막으려 든다.)
날 감히 장기말로 쓰려 들다니. (이를 아득 갈며 철책 너머를 바라본다. 저자도 정부의 일원인가?) 누구지, 당신은?
 
??: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요.
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아이린 E. 테라코르:너구나, 모든 일의 단초를 제공한 게. (벌떡 일어서 철책 앞으로 다가간다. 살벌한 눈빛을 불태우며 그를 노려보던 차, 이질적인 단어가 들린다.) 미고?
 
미고:예. 이름은 아니지만 우리의 발음으로는 당신들에게 이름을 알려주기가 어렵더군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아이린 E. 테라코르:(눈가를 찡그린다.) 그자가 네게 크리쳐를 만들라 부탁이라도 하던?
 
미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흔한 구조, 뻔한 전개,
 
미고: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미고: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당신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미고: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미고라고 하던 그는 몸을 일으켜 떠나갑니다.
 
차가운 물체를 손바닥에 쥐면,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열쇠를 사용하면 철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헤이즐 레르:... 으,
아프네...
 
헤이즐은 그제야 회복하고 정신을 차립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귀에는 들어와도 머리로는 다 이해하기 어렵다. 제 이야기만 주절주절 늘어놓는 미고 따위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기도 했고.)
(그래도 이 상황에 대해 그나마 설명해준 사람이니, 수정 목걸이를 주머니에 챙겨넣는다.)
헤이즐. 정신이 드니? (몸을 숙여 그의 상태를 살핀다.) 미안해. 막아주지 못해서.
 
헤이즐 레르:아니, 괜찮아. 나는 몇번이고 다시 살아나니까. 네가 맞은 것 보다는 괜찮은데... 아, 그렇지만 몸이 좀 아프네. 이상하다...
 
아이린 E. 테라코르:아파? ……내가 인간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할 때도 그랬어. 점점 회복이 느려졌지. 어쩌면 너도 다시 돌아오는 걸지도 몰라.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네.
 
헤이즐 레르:... 내가, 인간으로? ... 그래, 그렇구나.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에. ...
내가 쓰러져있는 동안 별 일 없었지? 아... 이제 여기서 어떻게 나간담. 힘으로 부숴볼까?
 
아이린 E. 테라코르:미고라는 게 와서 자기 얘기를 주절거리고 갔단다.
AOC가 저지른 짓이 엄청나긴 해. 자정에 무지성의 신이라는 게 소환되어 인류가 멸망한다잖니.
…… 실감이 나지도 않고, 그걸 막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받았단다. (철책의 자물쇠에 열쇠를 끼워맞추고 돌린다.)
 
헤이즐 레르:... 미고? 신? 뭐랄까... 엄청난 일에 휘말렸네.
... 아이린. 내가 여기 오자고 한 거. ... 그래서 따라온거 후회 되니?
 
아이린 E. 테라코르:…… 글쎄. 네가 쓰러질 때는 좀 후회했어.
하지만 결론적으론 여기 왔기 때문에 세상이 멸망하게 된다는 단서라도 알았으니 아주 잘못된 선택이라고만은 생각 안 해. 아무것도 모르고 죽었으면 억울하잖니.
그런 헤이즐 너는? 후회돼?
 
헤이즐 레르:... 아니. 하지만 네가 날 원망하게 된다면 후회가 될 것 같아.
그런데, 아니라면... 괜찮아. 신으로 인해 죽게 된다면 어디로 도망치더라도 피할 수 없을테니까.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본다.) 이제 다시 움직여볼까?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 음. 어디로 가야할지 생각나는 곳 있어?
 
아이린 E. 테라코르:원망하기는. 내가 어떻게 너한테 그래.
(주머니에 든 목걸이를 몇 번 힘주어 쥐어본다.) 뭔가 용도가 있을 것 같은데. 다시 36층으로 가봐야 하려나.
 
헤이즐 레르:... 가볼까? 여기가 함정이었다면... 36층은 왜 있는건지 아직 모르잖아.
 
아이린 E. 테라코르:그러자꾸나. (철책으로 나가기 전 에보니를 비롯한 동료들의 구속을 풀어준다.) 당신들도 나와. 어차피 당신들이 있건 없건 멸망하는 건 동일할 텐데.
 
에보니 그린:... 그래도 역시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 방법을 찾으면 우리에게도 알려줘요.
 
구출된 인질들은 다른 대원들에게 위기를 알리기 위해 흩어집니다.
 
22:55
 
36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었습니다.
 
두 사람은 수많은 크리처와의 전투를 진행하며 한 층을 올라갔습니다.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마침내 36층에 도달하면,
 
관찰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들어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하지만 단서가 없는 지금으로선 무엇이라도 붙잡아보아야만 할 터다. 설사 썩은 밧줄이라 할지라도.)
헤이즐, 가보자꾸나. (조심스럽게 이공간 안으로 들어가본다)
 
공간을 들어가기 위해선 마력 1을 지불하며, 마력 사용에 반응한 듯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군요.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닙니다.
 
당신과 헤이즐은 불청객이며,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뿐이니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발을 내딛는 순간...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존재 할 수 없는 공간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챕니다.
 
이성 (0/1)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것도 미고의 도움을 받은 건가……? (이미 있을 수 없는 현상 여럿을 접해보았으니 딱히 놀랍지도 않다. 고개 기울인다)
 
간신히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헤이즐 레르:... 도서관의 형태라니, 신기하네. (주변의 책장에서 책을 한 권 뽑아본다.)
...
무언가에 몰두하여 연구하는 행위는 기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대상이 신의 영역에 근접한 것이라면 더욱 비슷하다.
신앙과 탐구욕은 대상을 향한 욕심이며, 열망이다. 우리가 연구하는 크리쳐는 우주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중단하지 않으면 언젠가 큰 화를 부를 것이다.
 
헤이즐 레르:부름에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신의 성질이므로.
... 라고 적혀있네.
 
아이린 E. 테라코르:중단하지 않으면 큰 화를 부를 거라더니, 결국은 이 난리를 쳐뒀네. 방주를 만들어두면 뭐해? 다 멸망하고 나면 대체 누가 이걸 읽어보겠냐고.
(짜증스럽게 주변을 둘러본다. 또 읽을 만한 책은 없나? 멸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법한 거.)
 
아이린이 주변을 둘러보면,
 
책장 너머로 도서관의 중심이 보입니다.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관리자: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아아. 방주에 데이터만을 채운 건 아니었군. 그러나 비웃음이 절로 나오는 건 막을 수 없다.) 별로 탈 마음은 없어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지 찾고 있을 뿐이니까.
그나저나 당신도 정부 쪽 인원이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단 소린데. 인류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긴 한가요?
 
관리자: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방주의 관리자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익숙한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저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기술력은 상당하네. 크리쳐를 만드는 것 따위에 그 기술을 쓰지만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군요.
 
관리자:예. 저를 만든 존재가 '그'입니다.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아직 어려울테니까요.
여긴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통칭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이 세계의 중요 정보, 지식과 문화를 전부 문서화 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아이린 E. 테라코르:최후의 발악이란 셈이군. (중얼거린다) 신에 대한 정보는 없나요?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어서.
 
관리자:... 신이라.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어나갑니다.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앞으로 사흘이라니,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여태 이야기를 귀로 듣긴 들은 겁니까? 방법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이 사실을 아는 자들과 그 가족만큼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조치를,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용히!
 
우리는 어찌나 무지한 인간들이었습니까, 후회가 막심합니다. 명예도, 부도, 권력도 재해 앞에서는 다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남은 시간은 앞으로 사흘, 저는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게 저지른 대죄는 속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 인류와 함께 죽어주십시오. 적어도 수 천 년의 지식과 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우리의 아이들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그 말이 끝나자, 당신과 헤이즐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AOC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야. 나는…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를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합니다.
 
이성 1D3/1D5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3
 
(
1
 
)
 
 
=
1
 
관리자: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BGM : 메세지 ◁ Link
 
당신이 영웅이라면.
 
23:40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재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헤이즐 레르:... 아이린.
아까 후회하냐고 물어봤었지?
... 지금은 어때?
지금이라도 후회한다면, 그래서 살아남고싶다면...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할거야.
누구도 비난하지 않아.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거야.
누구든지... 죽고싶지 않을테니까.
 
헤이즐 레르:그야, 상대는 신이잖아. 사람이 어떻게 신을 이길 수 있겠어?
 
아이린 E. 테라코르:(스쳐지나가는 수도 없는 화면에 수도 없는 사람들이 스친다. 모두 그들의 삶의 한 장면이다.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멸망이 목전에 닥친지도 모른 채.)
(아이린은 용기가 넘치는 건 아니지만 겁쟁이는 아니다. 정의롭지 않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을 모른 척하지도 않는다. AOC는 괘씸하고, 그들과 관련된 이들은 전부 죽여버리고 싶은 분노가 굴뚝같지만 그들의 목숨과 죄없는 인류의 목숨을 저울에 올린다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명확한 일이었다.)
…… 영원을 손에 넣고 싶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의미없어.
너는 분명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하지만 헤이즐 넌 나에게 한 사람에게만 한정되는 애정 대신 땅 전체를 촉촉히 적실 수 있는 빗물같은 마음을 가르쳐줬어.
그러니까…… 너의 소중한 사람과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구하자.
죽음이 두려운 적은 없었으니, 난 후회하지 않아.
 
아이린 E. 테라코르:(영웅이라는 거창한 칭호는 필요없다. 부와 명예를 바라 달려온 것이 아니었다. 아이린은 언제나 곁에 있는 온기와 웃음을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손에 쥔 것을 놓치기 싫을 뿐이었다. 살 수 있는 명확한 길을 버리고 위험을 택한다. 클리셰 SF 영화 주인공의 한심해 보이는 선택이나 다름없지만, 그것이 저를 비참한 말로로 이끈다 할지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가치가 있으므로.)
 
헤이즐 레르:... 내가 바라던 정의도 결국 여기까지인거였지. 나는 너와 함께 도망가고싶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그렇게 말 하면 나는...
... 아이린,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결말이 행복한 결말이 아니더라도.
... 그럼에도, 아직도 나와... 이번에도 함께 뛰어내리고싶다고 생각해?
또다시, 그 겨울처럼?
 
아이린 E. 테라코르:어떤 결말이 오더라도, 난 너와 함께라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네가 나에게 봄의 따스함을 가르쳐줬잖아. 안 그래? (느리게 미소한다. 아이린의 낯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곁의 사람들에게만큼은 쉽게 녹아내릴 수 있었다.)
높은 곳을 두려워해본 적 한 번도 없었어.
그러니 기꺼이 뛰어내릴 수 있어. 네 손을 잡고서.
 
헤이즐 레르: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네 표정을 바라보며 마주 웃는다. 그리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 들었지? 우리는 탑승을 거부할게.
 
관리자:아이린, 헤이즐 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때, 승률은 0.000194%입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목숨이 중요했으면 애초에 AOC에 들어오지 않았겠지.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희생으로 끝나더라도 상관없어. 수호자는 되지 않을 거야.
 
관리자는 '수치'에 기대 판단을 내리는 기계일 뿐입니다.
 
그러나, 두사람의 의지가 그렇게 굳세다면.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만들어줍니다.
 
헤이즐 레르:... 갈까, 아이린?
 
아이린 E. 테라코르:응, 가자꾸나.
 
그 겨울, 하늘로 몸을 던지던 그 순간의 두근거림.
 
두 사람은 또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BGM : 처형 집행 ◁ Link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에보니 그린과 그 파트너, 나타샤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나타샤:저쪽으로 가려는 거죠?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아이린 E. 테라코르:구속 풀어주길 잘했네. (희미하게 웃으며 사다리를 잡고 올라탄다.)
 
에보니 그린: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오겠습니다.
 
나타샤:그때까지 이곳을 부탁해도 될까요?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과 헤이즐이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이성 (1/1D3)판정
 
아이린 E. 테라코르: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멸망해가는 풍경을 내려다보는 표정은 차갑다 해도 좋을 만큼 무감했다. 저 중에 나의 친구들이 있겠지. 그리 자각하고서야 가슴 한 구석이 찌릿 저려온다.) 대피시키는 건 좋지만 죽지 않도록 조심해. 기껏 구해줬더니 시체로 만나고 싶진 않거든.
 
나타샤:그건 제가 하고싶은 말인데요.
 
에보니 그린:아직 죽고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아이린 E. 테라코르:부상이 심해 보여서 하는 말이야. 응급처치 정도는 하고 가렴.
(이 중 죽을 확률이 가장 높은 건 자신이겠지. 알고 있지만서도.)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헤이즐이 당신을 붙잡습니다.
 
헤이즐 레르:가자.
 
라는 말이 떨어지면,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당신과 헤이즐은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당신과 헤이즐은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었던 서로가 등을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아이린 E. 테라코르:(탄을 장전한다.) 준비는 됐지, 헤이즐?
 
헤이즐 레르:물론이지. 내일의 계획을 잔뜩 세워놨는걸.
 
아자토스의 찌꺼기:
???
기준치: 100/50/20
굴림: 4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8
 
무지성의 신이 거대한 촉수를 휘두릅니다.
 
아이린의 몸을 감싸며 헤이즐이 그 앞을 가로막고,
 
단단한 콘크리트가 패입니다.
 
헤이즐 레르:... 아, 진짜. 더럽게 아프네...
 
아이린 E. 테라코르:헤이즐……. 미안해. 네게 맡길 수밖에 없어서.
조금만 참아줘. 어떻게든 이겨내자!
 
아이린 E. 테라코르:(아자토스의 핵은 어디에 있지? 일단은 촉수를 거둬내기 위해 탄을 장전하고, 곧장 발포한다. 최강의 인류이자 크리쳐로 불려왔던 세월은 1년이 지났더라도 여전히 아이린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4
 
거대한 신은 반격이라도 하는 것 처럼 촉수를 휘두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
기준치: 100/50/20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헤이즐 레르:아이린!
괜찮아?
 
아이린 E. 테라코르:(몸을 뒤로 젖히며 아슬아슬하게 촉수를 피한다.) 응, 다행히도. 조금이라도 유효타가 들어가고 있어야 할 텐데.
 
헤이즐 레르:괜찮을거야. 조금씩이지만 흠집은 나고 있는 것 같거든.
 
헤이즐 레르:자, 그럼...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9
짜증나는 신에게 한 방 먹여줘야겠지?
 
무지성의 신이 공격받은 촉수를 뒤로 물리고는 다른 촉수를 헤이즐에게 휘두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희미하게 웃는다. 인류의 패배가 코앞에 다가온 절망적인 상황인데도 웃음이 나는 건 네 덕분이겠지.)
 
아자토스의 찌꺼기:
???
기준치: 100/50/20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3
 
순식간에 휘둘러진 촉수를 맞고 헤이즐이 벽에 처박힙니다.
 
우드득,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헤이즐 레르:... 아, 진짜 아프네...
 
분명 죽었을터인 헤이즐은 두 다리로 버티고 일어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
기준치: 100/50/20
굴림: 9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0
 
헤이즐 레르:... 쉴 틈을 안 주네!
 
아이린 E. 테라코르:헤이즐!
 
신의 촉수가 간신히 일어난 헤이즐에게 다시금 내리꽂힙니다.
 
아프겠어요.
 
헤이즐은 잠시동안 일어나지 못 하는 듯 싶다가, 다시 일어납니다.
 
헤이즐 레르:... 장난아니게 아프네.
나 괜찮아...
 
아이린 E. 테라코르:많이 힘들지……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빠르게 신을 공격하는 것뿐이다. 총을 장전한다.) 잠깐이라도 쉬고 있어!
 
아이린 E. 테라코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8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8
 
무지성의 신이 반격해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
기준치: 100/50/20
굴림: 4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2
 
헤이즐 레르:... 큭, 젠장!
 
헤이즐이 아이린을 밀쳐내며 대신 공격을 받아냅니다.
 
잠시 뒤, 헤이즐이 멍한 표정으로 비척비척 일어납니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가로로 흔듭니다.
 
헤이즐 레르:... 탈영하면 이런 전투 앞으로는 안 할줄 알았는데...
 
헤이즐 레르:(흔들리는 시야로 조준한다. 하지만, 표적이 저렇게 크다면!)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17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헤이즐의 다리가 풀립니다.
 
탄환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역시 여파가 남아있는 거구나. 좀 더 잘해야 되는데. 급하게 헤이즐의 한쪽 팔을 잡아 부축해준다.) 괜찮니?
 
헤이즐 레르:... 괜찮아. 조금만 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자토스의 찌꺼기:
???
기준치: 100/50/20
굴림: 8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1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무지성의 신이 아이린을 향해 촉수를 휘두릅니다.
 
크리처인 헤이즐이 아니라, 당신이 가장 위협적인 적이라고 느끼는 듯 싶습니다.
 
헤이즐 레르:... 아이린, 피해!
 
아이린 E. 테라코르:(몸을 휙 굴린다)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내리쳐지는 촉수를 헤이즐이 대신해서 받아냅니다.
 
... 헤이즐이 일어나지 못합니다.
 
일어나기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적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헤이즐, 헤이즐? (곁눈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헤이즐을 애타게 부른다. 설마 크리쳐의 수명이 벌써 끝나가는 거라면. 안 돼. 안 돼.)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아자토스의 찌꺼기:
???
기준치: 100/50/20
굴림: 4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0
 
촉수가 하나 잘려나갑니다.
 
그러나, 촉수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린은 극심한 통증을 느낍니다.
 
크리처이던 시절에나 느껴봤던, 그런 고통.
 
죽음을 직감한 아이린이 느끼는 환상통일까요?
 
패배를 직감한 순간,
 
아이린에게 다가오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께 궤도를 틉니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에보니 그린이 고개를 내밉니다.
 
그 옆에서 나타샤가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협박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오, 저건 꼴좋은데.)
 
마이크로 웨이브:전원, 표적에 사격 개시!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에보니 그린: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잘 와줬어. 이번에야말로 죽는 줄 알았거든. (이 정도면 헤이즐도 잠깐이나마 쉴 시간을 벌 수 있겠지. 몸 굽혀 헤이즐의 상태를 살핀다. 회복이 되고는 있는 거겠지?)
 
BGM : 질문 ◁ Link
 
당신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1
 
아이린 E. 테라코르:(내 소중한 사람들이 멸망을 맞이하지 않기 위하여. 이유는 그것뿐이다. 내 스스로가 스러지는 건 어찌되든 좋아. 난 항상 나보다도 내 곁의 사람들이 더 중요했으니까.)
 
2
 
아이린 E. 테라코르:(아직 목숨이 붙어있으니, 당연히.)
 
3
 
아이린 E. 테라코르:(내가 망가지기라도 하는 걸까?)
(그래, 그렇더라도……)
(그들을 위해서라면.)
 
4
 
아이린 E. 테라코르:이런, 또 크리쳐가 되는 건 싫은데.
 
5
 
아이린 E. 테라코르:(내가 그들에게서 떠나는 거라면 괜찮아. 하지만 그들이 날 떠나게 된다면 싫어.)
 
6
 
아이린 E. 테라코르: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힘. 그들이 이 세상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며 웃을 수 있는 힘.
내가 더 이상 인간으로 존재하지 못하더라도…… (씁쓸함과 쓸쓸함이 그의 낯을 스친다.) 나를 가끔씩은 그리워할 수 있게.
 
도핑
 
대답한 순간, 수정은 철컥, 소리와 함께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그 바늘을 사용하세요.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영웅이니 뭐니, 아이린에게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이야기였다.) 난 허무맹랑한 개념은 믿지 않아. 정말 영웅이 있었다면 크리쳐가 내게서 데린을 앗아가게 놔두지 않았겠지.
그러니 지금도 난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사적인 이유를 위하여 나설 뿐이야.
헤이즐……. (가련히 쓰러진 제 친구를 내려다본다. 손을 뻗어 피로 젖은 그의 뺨을 느리게 쓸었다.) 이제는 네 뒤로 물러서지 않아도 되겠구나.
다시 돌아갈 시간이 왔나 봐.
(바늘을 제 목덜미에 찌른다. 그렇게도 혐오했던 모습으로 되돌아갈 시간이다.)
 
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당신은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광기가 치솟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가 치솟습니다.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근력, 정신력…?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BGM : 최강의 인류 ◁ Link
 
아이린 E. 테라코르:(힘의 대가로 온갖 감각들이 날뛴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부수어버리고 싶은 광기와 모든 걸 지키고 막아내고 싶은 결의가 격렬하게 부딪혔다. 어느 쪽으로 추가 쏠릴지는 자명하잖아. 몇 번이나 바위에 부딪혀 깨지고 연약해진 정신일지라도 내가 무얼 하고 싶었고무얼 해야 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있어.)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핏줄이 도드라지는 느낌이었고, 수백 개의 인터페이스가 정신 사납게 시야를 괴롭히지만, 아이린은 그래도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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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아갑니다.
 
이 힘은 분명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크리처의 몸으로도 감당 할 수 없는 힘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당신에게는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자정 이후의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아이린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서
 
무지성의 신에게 일격을 날립니다.
 
BGM : 자정 이후의 내일 ◁ Link
 
마지막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당신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헤이즐 레르:... 아이, 린...
 
헤이즐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탈력감이 몸을 휩쓴다. 세상을 삼키려던 신이 산산조각나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추락하고 또 추락할 뿐이었다. 그때 붙잡히는 손목. 크게 흔들리는 몸. 공허한 보랏빛 눈이 주인을 찾기 위해 굴러간다.)
헤이즐…… (내가 지키고 싶었던 사람.)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산산조각난 팔로 당신을 잡고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헤이즐의 팔을 타고 뺨에 핏방울이 뚝 하고 떨어집니다.
 
당신은 헤이즐이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죽어가는 나.
 
살아갈 당신.
 
당신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헤이즐이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도시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보지 못하는 봄은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아이린 E. 테라코르:…… 낫지 않았잖니. 손 놓으렴. 겨우 되돌아왔는데 바로 죽을 수는 없잖아? (또다시 눈이 온다. 지독한 겨울이다. 이 도시는 언제까지고 추울 것만 같다. 제 가슴에 오래도록 자리잡았던 한파처럼.)
(그래도 언젠가는 눈이 녹고 봄이 오겠지. 제 설원에서도 새싹이 피어났듯이.)
(몸이 사라져가는 게 느껴진다. 죽음이란 감각은 퍽 꿈과도 비슷하다.몽환 속에 잠겨 살았던 어린 나날이 문득 떠오른다. 주마등이라 부르는 것과도 비슷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위험이 동반될 것도 알았다. 모두 내 선택으로 말미암아 벌어졌으니 미련도 후회도 없다.)
(단 하나 전하고픈 유언이 있다면 역시 이거겠지.) 살아가, 헤이즐.
 
헤이즐이 당신을 놓은 게 먼저였을까요,
 
당신의 손끝까지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 먼저였을까요.
 
당신은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헤이즐의 모습을 봅니다.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는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
 
ED 3.
 
아이린 로스트
 
헤이즐 생환
 
...
 
...
 
...
 
BGM : 에필로그 ◁ Link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헤이즐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잠깐,
 
헤이즐의 얼굴이라고요?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당신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헤이즐은 낯선 모습입니다.
 
그는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헤이즐 레르:크리쳐 사태 종식 이후 100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마침내 선포합니다.
안심하십시오, 시민 여러분. 세계는 영원히 '안전'할 것입니다.
 
And
 
나를 두고 영웅이 된 너에게.
 
아이린 생환
 
헤이즐 생환
 
-CREA-GRRR!!! The Final Round 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