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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240115] 유진&아테나 - 23 : 02

 

플레이타임 : 약 15시간

 

 
20240103
 
신식 히터가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직원 휴게실.
 
곧 문이 열리고 흰 봉투를 든 직원이 한 명 들어옵니다.
 
히터 앞에서 담요를 두르고 도시락을 먹던 다른 직원이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듭니다.
 
“뭐에요, 선배? 광고지?”
 
“아니, 웬 카드가 덜렁 놓여 있길래 봤더니….”
 
그가 들고 있던 봉투에서 카드를 꺼내보입니다.
 
곧 콜록, 하고 맥빠진 작은 헛기침 소리.
 
“누가 장난 친 거 아니에요?”
 
“나도 몰라. 이거 버려도 되나?”
 
“혹시 모르니까 주임님한테 보고는 해 둬요. 아, 그러고보니….”
 
“이 빵 선배 거죠? 다 상했잖아요.”
 
“엥? 냉동실에 넣어뒀는데도 상해?”
 
“당연하죠! 얼려둔다고 다가 아니라고요! 빨리 버려요.”
 
23:02
 
.
 
.
 
어라, 유진?
 
낯익은 사람을 본 듯한 느낌에 당신은 무심코 그 쪽을 향합니다.
 
휴일, 인파로 가득한 도내 스카이 빌딩.
 
이 곳은 송전탑의 역할을 겸한 도시의 랜드마크로, 전망대와 각종 레저 시설, 쇼핑 센터들이 함께 자리잡은 유명 관광 시설입니다.
 
그러니 사람이 많은 거야 당연하지만…
 
한창 연말 시즌이라서일까?
 
오늘은 특히나 분위기가 더 들떠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걸어 알록달록한 장난감 가게 앞까지 도착하면, 유진을 닮은 듯한 인물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테나:(고개 옆으로 살짝 기울인다) 잘못 봤나? 그렇게 큰 사람을 잘못 볼리는 없을 것 같은데.
 
유진:(뒤에서 노크하듯 톡톡)
아테나?
 
아테나:(그럼 그렇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 홱 돌린다.) 내가 잘못 봤을 리 없지. 여기에서 보는구나?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거라도 준비하러 나왔니?
 
유진:(가만 바라보다 고개를 슬며시 옆으로 기울이더니) 그야 이제 막 만났으니까요? 연말 분위기를 즐겨보고 싶었거든요. 여기 야경이 예쁘다고 하더라.
당신이야말로 이런 곳에는 관심없을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인걸.
 
아테나:사실 나도 이렇게 사람 많은 데는 좀 질색이긴 한데. (스쳐지나가는 한 무리를 질린 눈으로 본다) 동생 선물을 사러 왔거든.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비서들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야경 구경하는 취미가 있었구나? 이 빌딩에 전망대라도 있던가?
 
유진:오늘 인파가 조금 많기는 하죠. 듣자하니 어디서 예고장 같은 게 도착했다던데 대부분이 구경꾼들이 아니려나.
야경이 아니더라도 나는 높은 곳이 좋아. 예쁘잖아요.
그리고 이 빌딩 자체가 커다란 전망대예요. 단순히 구경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네.
 
아테나:천문학자니 어련하시겠어. (건물을 올려다본다.) 단순 쇼핑 센터인 줄로만 알았는데 전망대도 있었나 보네. 바쁜 연말에 한가하게 경치 구경할 시간은 없었어서 말이지.
그나저나 웬 예고장?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아테나는 어디선가 날아온 예고장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12월 24일 밤,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을 받으러 가겠다.
 
―라는 예고장이 스카이빌딩에 도착했다고 했었지요.
 
최근 스카이 빌딩에서는 시즌맞이 크리스마스 빌리지라는 팝업 시설을 설치해, 중심에 세운 거대한 트리에 120캐럿짜리 핑크 다이아몬드를 장식해 두었다고 합니다.
 
그 크기와 전문가의 섬세한 세공 덕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보석이라며 유명해 이전부터도 화제였던 모양이지만…
 
최근 스카이 빌딩 측이 수수께끼의 예고장을 내세워 마케팅을 시작한 탓에 더욱 열광을 끌어모으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자작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건 크리스마스와 보석과 괴도란 마음을 들뜨게 하는 단어들이니까요.
 
오늘 이 곳에 특히 사람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소문의 괴도가 진짜일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은 거겠죠.\
 
겸사겸사 다이아몬드도 구경하고요.
 
유진:천문학자는 아니지만.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살짝 웃는다.) 아직 나를 천문학자로 봐주는 사람이 있다니 기쁘다고 해야하나? 이상한 기분이네요.
소문에 빠르지 않던가? 뭐, 예고장이 왔다던 소식은 들었을 거고 크리스마스 특별 마케팅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진실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지만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그래서 당신도 구경꾼 중 한 명인가 했었지.
 
아테나:천문학자는 그만뒀니 이제? 연락 제대로 못 한지도 꽤 되었지. (그제야 프로피온의 직원들이 소개장이니 뭐니 하며 떠들던 게 기억난다) 흠. 기억할 가치도 없는 가십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나 보네.
딱 봐도 사람 끌어모아서 매출 올리려는 마케팅이겠지 뭐. (고개 젓는다) 구경꾼으로 온 건 아냐. 내 것이 될 수도 없는 보석엔 관심없거든. 그치만 120캐럿짜리 핑크 다이아몬드는 한 번쯤 봐두고 싶긴 하네.
너도 그걸 보러 온 거니?
 
유진:연구실에만 앉아있기는 지루해서. (웃고는) 타라를 혼자둘 수도 없었고. 저널에 글 몇 편을 올리는 게 전부예요. (당신이 동물에 관심이 있던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다 너를 바라보고는)
나 역시 보석에는 관심이 없어요. 다이아몬드보다는 페리도트를 더 좋아하지. 말했다시피 그저 구경을 왔을 뿐인데―
아테나, 지금 시간 있어요?
 
아테나:(혼잣말에 그다지. 간결하게 답한다.) 너라면 하염없이 하늘 올려다보는 것 정돈 즐길 줄 알았는데 말야. (그리고 제 손에 들린 쇼핑백을 살짝 들어보인다) 선물은 다 샀으니 시간이야 남지. 왜?
 
유진:(그렇다면야. 알겠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쓲이고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건 사실이긴 해요. 별도 보고 타라를 산책시키기도 하니까.
잘됐네. 모처럼인데 나랑 데이트라도 할래요? 사실 여기서 한다는 전시전 티켓이 두 장 생겼었는데 같이 갈 상대가 없어서요.
 
유진은 주머니에서 티켓 두 장을 꺼내 보여줍니다.
 
『 ~과거에서 현재에게~ 세계의 선물 展 』
 
크리스마스 관련 전시일까?
 
티켓 뒤에는 전시장의 위치와 함께 스카이빌딩의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세계의 선물 전은 4층의 미니 홀에서 열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테나:호오. (데이트란 말에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티켓을 살폈다.) 마침 할 일도 없으니 상관없기는 한데…….
(쇼핑백 흔들) 이걸 계속 들고 다니기엔 내 팔이 아플 것 같아서 말이지. 기꺼이 짐꾼이 되어주겠다면 응해줄게.
 
유진:(표정 봐) 뭐, 그러죠. 동행을 먼저 구한 건 내 쪽이니 그 정도 요구 쯤이야 들어줘야지.
(손 내밀어보고는) 가실까요, 아가씨?
 
아테나:(손에 쇼핑백 턱 얹어줌) 그래, 가자꾸나.
 
유진:(덩그러니 놓여진 쇼핑백 잡아요...) 모처럼인데 가고 싶은 곳은 따로 없고? 나는 구경도 좋아해서요. (말을 하면서 아테나 신발을 한번 확인한다.)
 
아테나:흠. (발목 부근에 털이 달린 따뜻한 어그 부츠다) 왔으니 전망대도 한 번은 보고 가면 좋겠지. 1전망대가 있고 2전망대가 있다는구나. 낮은 곳부터 올라가보는 건 어떻니?
 
유진:(걷는데 문제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그럼 바로 전시전부터 가면 되겠네요. 구경이라도 즐기지는 않을까 했었는데 동생에게 줄 선물은 이미 샀으니 굳이 들릴 필요는 없었겠네.
 
두 사람은 망설임없이 4층 전시장으로 직행합니다.
 
아테나:넌 어떻고? 사고 싶은 게 있음 들려도 상관없어.
 
유진:형에게 선물이라도 사갈까 했는데 나도 버림받은 사람이라. (농조)
 
미니 홀에서 열리는 작은 전시전.
 
선물전이라는 이름 치고는 다소 무게있게 꾸며져 있습니다.
 
이곳만큼은 크리스마스 색채 또한 없네요.
 
덕분에 오가는 사람은 굉장히 적습니다.
 
전시장 구역으로 들어가면 벽에 그려진 커다란 불의 그림과 함께 ‘인류가 처음으로 받은 신의 선물, 불’ 이라는 글이 적힌 것이 보입니다.
 
그 뒤로 판도라의 상자나 헤파이스토스의 황금 의자 등 온갖 신화나 전설 속에서 묘사된 선물에 관련된 일화들이 정리되어 있네요.
 
신화 속 선물같은 타이틀이 더 정확할 것 같은데…
 
더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그림이나 물건이 전시되어 있는 것도 보입니다.
 
이 곳에 있는 것 또한 신화 속 선물에 관한 것으로, 거대한 캔버스나 직물에 판도라가 상자를 받는 장면과 풍요의 신 프레이르가 게르드에게 선물을 보내는 장면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안 쪽에 조금 특이한 물건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 쪽에는 접시가, 한 쪽에는 무게추가 달려있는 구조의 옛날식 저울인 모양입니다.
 
아래에 패찰과 함께 설명이 적혀있네요.
 
꽤나 거창한 설명이지만… 겉보기로는 평범한 낡은 저울처럼으로만 보입니다.
 
그런데 무엇일까요? 어쩐지 묘한 위화감이 듭니다.
 
아테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 저울만 유독 엄중히 관리되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중 유리 상자에 들어가 있음은 물론이고, 경비가 세 사람이나 근처에 서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네요.
 
그 사실을 깨닫고 전시장 안을 둘러보면, 경호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유독 예리하게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괴도가 온다는 것 때문일까? 어쩐지 불편하네요.
 
아테나:정말 신이 선물해준 물건이라도 되는 거야? 유난도 참. 내 눈엔 그냥 평범한 저울인데.
 
유진:평범한 저울치고는 관리가 철저하지 않나?
예로부터 신이 준 선물은 인간에게 유용한 삶을 제공하지만 무언가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잖아.
 
아테나:애초에 신 같은 게 존재할 리가 없잖니. 이것도 흥미를 불러일으켜서 어떤 돈 많은 수집가한테 값 비싸게 부르려는 속셈이겠지.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이고 현실적인 사고)
 
유진: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방식이네. (!)
당신이라면 저 저울을 얼마에 주고 사고 싶은데요?
 
아테나:난 안 살 건데? 신의 비위 맞추면서 진리를 알아봤자 어디다 쓰려고? 어차피 마법사는 수명이 긴 편이니 영생도 굳이 흥미없어. 지나치게 오래 살아봤자 아름다움은 퇴색하고 건강만 더 나빠지는 법이거든.
그런 넌. 저걸 네게 판다고 하면 살 거니?
 
유진:글쎄, 어딘가 쓸 데는 있지 않으려나. 나 역시 영생은 흥미 없어요. 굳이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인생이란 찰나의 순간을 빛내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별의 수명에 비하면 한없이 짧지. 안그래요? (웃으며 시선을 네게 향하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굳이? 내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네요.
 
아테나:래번클로 출신 아니랄까 봐 철학적인 말이네. 난 언제나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해나가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아무튼 별로 가치없어 보이는 물건인데, 왜 저렇게 열심히 지키고 있는 건지. (혹시 관찰력 판정 가능할까요)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유진:그야 당신에게 가치가 없다고 해서 모두에게 가치가 없는 물건은 아니잖아요?
 
아테나는 문득 경호원처럼 보이는 이들이 다른 스카이 빌딩의 직원과는 다르게 명찰을 착용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외 저울에는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테나:(눈썹 치켜올린다.) 난 이게 마법사의 소유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 거라면 어느 정도 눈속임을 할 만한 마법을 걸어둬서 머글을 현혹할 수 있겠지.
저 경호원들은 명찰이 없거든. 사적으로 고용된 게 아니겠어?
 
유진:(그 말에 경호원들을 흘깃 보더니) 일 리가 있네. 설령 마법사의 물건이라 한들 현혹되는 건 머글만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이 저울이 누군가의 소유는 아닌 것 같네요. 그랬다면 이 저울을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서 전시하고 있을 리 없잖아요.
자리를 옮기는 건 어때요? 그게 아니라면 저울을 조금 더 감상하고 싶은지?
 
아테나:그런 거라면 핑크 다이아몬드도 비슷한 걸지도? 그것도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장식해 뒀다면서.
됐어. 이만 올라가자. 5층에 플라네타리움이 있다던데?
 
유진:―듣고보니 그러네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작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핑크 다이아는 누군가의 소유이던가? 하고.)
마침 가고싶었던 곳이 거기였는데 내 생각이라도 해 준 거예요? 그런 거라면 조금 반해버릴지도 모르겠는걸. (농조)
 
아테나:그냥 위층에 플라네타리움이 있다고 하길래 사실을 말해준 것뿐이거든? (눈 흘기며 제 검은 머리칼을 찰랑인다) 멋대로 반하는 건 사양이야. 받아줄 수 없으니 말이야. 자, 가자꾸나.
 
두 사람은 갤러리를 나섭니다.
 
마찬가지로 갤러리를 둘러보고 나서는 몇 명의 손님들과 발걸음을 함께 합니다.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그들의 대화 소리가 가까이 들립니다.
 
“지난 주에 줬던 꽃 있잖아. 그거 프리저브드 플라워야?”
 
“응? 아닐 걸?”
 
“그래? 말려서 장식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도 완전 쌩쌩해서.”
 
“엑, 관리 안 하면 하루만에 쳐지니까 볕 잘 쬐라고 하던데?”
 
아테나:(진짜 마법사가 섞여 있나?)
 
많은 연인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플라네타리움.
 
단순히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별자리에 관련된 신화나 별과 관련된 사연 등을 엮어 라디오처럼 밤하늘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 인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 상영중인 프로그램은 『겨울의 밤하늘 ~폴라리스를 찾아서~』 라는 제목이네요.
 
아테나:(감성적인 이름이군)
(유진은 프로그램을 열정적으로 보고 있나? 돌아봄)
 
평범하게 안내를 바라보고 듣기만 하고 있네요.
 
아테나:(쫌 실망)
 
관심은 있어 보이는 듯 하지만…
 
플라네타리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입장료를 지불해야하는 모양입니다.
 
유진:(왜 실망을 하는 거야)
 
아테나:(전 천문학자인 만큼 좀 더 눈을 반짝이면서…… 빨려들어갈 듯이 볼 줄 알았달까……) 들어가볼 거지? 이쯤 푼돈이야 상관없으니.
 
유진:(겨울밤과 폴라리스가 무슨 연관인가 생각했을 뿐) 이쯤 푼돈이라니, 입장료를 낼까 고민하던 사람이 듣는다면 상처받겠는걸.
 
아테나:내가 부자인 걸 어쩌겠어. (입장료 내고 들어간다)
 
입장료를 보아하니 가격과 좌석의 종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6파운드의 일반 좌석과 12파운드의 잔디 좌석이 있는데 아테나는 어느 좌석을 선택했나요?
 
아테나:(아 아무거나 택해버려서 일반 샀을듯)
 
두 사람은 일반 좌석표를 끊고 플라네타리움에 입장합니다.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일반 좌석은 영화관과 비슷한 평범한 의자입니다.
 
잔디 좌석은 인조 잔디를 깔아둔 단상 위에 준비된 푹신한 매트와 베개를 2명이서 사용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소위 말하는 커플석이었네요.
 
아테나:(일반 사길 잘했다)
 
유진:(아테나 한번 봄...)
 
아테나:별 쓸데없는 걸 다 마련해뒀네~ 자 가서 앉자꾸나. (총총)
 
/desc 자리를 잡고 누우면 실내가 어두워지고, 동그란 돔 형의 천장에 밤하늘이 수놓아집니다.
 
최근 유행하는 듯한 노래와 함께 성우가 사연을 읊습니다.
 
“5년쯤 전에 있던 일이에요. 저는 소꿉친구와 싸우고 무작정 거리를 걷고 있었죠.”
 
“많은 일에 지쳐있었어요. 방금 그 싸움조차도 단순한 제 화풀이었고요. 친구의 걱정을 걱정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정말이지 제가 더더욱 싫어져서 견딜 수가 없었죠.”
 
“한참을 걸었어요. 시골 마을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이라곤 하나도 안 보이게 됐어요.”
 
“몇 시간이나 지났던 건지 몰랐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죠. 소꿉친구였어요. 너 어디야?”
 
“이유도 없이 서러워져서 울 뻔 했어요. 울음을 참느라 그냥, 나도 몰라, 라고만 했죠.”
 
“그랬더니 한참 서로 말이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애가 아, 하고 소리를 내는거에요.”
 
“그리고 너 지금 밖이면 하늘 좀 보라고.”
 
“그 말을 듣고서야 하늘을 봤어요. 거기에, 있었어요. 별이 하나.”
 
“그리고 걔가 말해요. 보여? 저기 저 가장 위에 있는 게 북극성이야.”
 
“어딘지 모르겠으면 저 별 보고 따라와.”
 
“북극성은 25000년 주기가 다 지나기 전까지는 쭉 같은 별이래.”
 
“엉뚱하죠? 저도 왜 그 애가 그 때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그냥 가끔.”
 
“또 저 자신에게 지쳐서,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 조차 믿을수가 없어질 때.”
 
“그런 기분이 들면 하늘을 봐요. 늘 같은 자리에 같은 별이 있다는 걸 보면 기분이 나아져요.”
 
“25000년이 지나면 변하는 거겠지만, 일단 제가 사는 동안에는 영원히 같은 별인거네요.”
 
*
 
프로그램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아테나:(요새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 낭만을 느끼는군…….)
 
유진:낭만적이던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 하나 추가)
(북극성은 2만 8천년이 주기인데...)
 
아테나:(심지어 틀렸어?)
뭐어. 듣다가 졸 정도는 아니었구나.
 
유진:(2-3만년 사이야 오차가 작은 편이니까…)
뭐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는 이야기였겠죠.
 
아테나:그래. 일단 그 소꿉친구란 사람이 틀린 정보를 알고 있단 사실은 확실히 인지했어. (좀 웃겼는지 키득거린다) 그럼 1전망대로 가볼까?
 
유진:주기라는 건 가끔 변하기는 해요. (웃는 모습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본다. 그러고는 생각났다는 듯 작게 소리내어) 아, 그렇지.
아테나, 이런 거에 관심 있어요?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 꺼내 아테나에게 보여줍니다.)
 
아테나:응? 뭐니? (고개 숙여 유진의 손에 든 걸 살핀다)
 
목걸이네요.
 
푸른빛이 영롱한 보석이 달린 목걸이입니다.
 
아테나:어머? 내 귀걸이랑 잘 어울릴 것 같은 목걸이네. 네가 어쩌다 이런 걸 갖고 있니? 미리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거야?
 
유진:대단한 건 아니지만 선물로 마련한 건 맞아요.
뭐, 크리스마스에 의의를 두는 건 아니지만 잘 지내보자는 의미에서?
 
아테나:네게 이걸 받을 줄 알았으면 나도 미리 선물을 준비해둘 걸 그랬네. 무척 마음에 드는걸, 고맙구나. (목걸이 받아들어 빛 반짝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건물 안에선 굳이 목도리를 안 해도 되니까 지금 바로 착용해볼까? (당신에게 걸어달란 듯 뻔뻔스럽게 넘겨주고 제 머리칼을 한쪽으로 정리해 넘긴다)
 
유진: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다른 건 의미 있어보일까봐 고민 좀 했거든요. (둘 다 의미를 두지 않을 성격이라는 걸 잘 알고있다.)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목도리부터 빼주고 목에 목걸이를 걸어줘요)
진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보석 사파이어래요.
불변을 의미한다나. 당신이랑 어울리지 않아요? (가볍게 웃어본다.)
 
아테나:의미있어 보이는 선물이어도 의미 두지 않을 거 다 아는데 뭘. 그래도 네 그런 세심한 면은 좋구나. (목도리 한 손에 받아들어 갠다. 목걸이가 잘 걸리면 보석을 손톱 끝으로 살짝 만져본다) 그래? 나랑 꼭 어울리는 걸로 사왔네. 나는 지금 내가 쥔 것들이 불변하기를 바라니까.
네겐 답례로 페리도트 귀걸이를 선물해주면 좋으려나?
 
유진:그럼요, 나도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고는) 변한다더라도 당신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을 거잖아?
그리고 나는 (미소 지으며 제 왼쪽 귓볼을 톡톡 건들이고는) 지금 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어서요. 이번에는 마음만 받을게요.
 
아테나:내게 변화가 온다면, 더 많은 걸 쥐는 방향으로여야만 하겠지. 잃는 건 용납 안 할 거거든.
그나저나 받기만 하는 건 거래의 예의가 아닌데…… 정말 괜찮겠니? 나중에 괜히 아쉽다고 딴소리 하면 안 된다?
 
유진:때로는 작은 실이 큰 득을 얻어온다는 말이 있죠. 무얼 선택하더라도 그건 오롯이 당신 몫이지만.
내게 선물을 주고싶다면 그건 차차 생각해봐요. 아직 오늘은 끝나지 않았잖아. 안 그래요?
 
아테나:좋아. 남은 시간 동안 네게 어울릴 만한 선물이 뭔지 잘 생각해볼게. (뭘 선물하더라도 마음에 들 것이라는 오만한 상념이 함께한다)
 
두 사람은 이제 전망대로 올라갈 준비를 합니다.
 
지금 위치는 5층, 제 1전망대로 이동하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위치한 탑승장.
 
1전망대의 입장은 무료인 것 같습니다.
 
한번에 50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나보네요.
 
사람은 많지만 차례는 빠르게 돌아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전망대로 향하다 보면, 유리창 너머로 바깥이 보입니다.
 
1전망대로 향하는 위치에서만도 이미 대부분의 건물을 전부 내려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높네요.
 
아테나:(50명이나 되는 사람이랑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어야 하는 거야? 최악.)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옵니다.
 
아테나:쯧…… (와글거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있는 상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작게 혀 참)
 
참고로 아테나는 구석에 자리잡기는 했지만 유진이 몸으로 사람들 속에 부딪히는 걸 막아줘서 나름 편하게 탑승했습니다.
 
아테나:네가 키 큰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구나. (거의 인간방패 아니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라?
 
바깥에 방금 지나간 게 뭔가요?
 
반딧불이?
 
도심에, 그것도 이 높이에서…?
 
아테나:(?)
 
딩동
 
그런 의문도 잠시, 곧바로 벨소리와 함께 1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유진:생각보다 빠르네. (힘겨웠던 엘리베이터)
 
아테나:너도 힘들었지? 그나저나 방금 봤어? 바깥에 반딧불이 같은 게 있었단다. 이 정도 높이에서 반딧불이가 돌아다닐 수 있었던가……?
 
유진:빗자루를 탄 지난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네요. 사람이 많은 건 버틸만 하니까.
반딧불이는 이 정도 높이까지 못 올라오지 않던가요?
 
1전망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반짝이는 조명, 그리고 마을의 모습입니다.
 
오두막처럼 꾸며진 매대들과 작은 집, 미니트리를 곳곳에 세워 마을같은 형태로 화려하게 꾸며두었네요.
 
셀 수도 없이 많은 조명이 야경보다도 화려하게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수놓고 있습니다.
 
마을 입구 쪽으로 들어가 ‘토끼네 공장’, ‘다람쥐 우체국’을 지나 중앙의 ‘산타의 집’ 에 도착하는 코스로, 다양한 가게들이 루트에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차례대로 이동해볼까요?
 
아테나:꽤 화려하게 꾸며뒀구나. 사람 끌어모으기 딱 좋겠어. 프로피온은 제약회사라 이런 이벤트를 할 일은 잘 없지만…… 병원과 협업할 때 써먹어도 되겠는걸. (사업적인 생각이나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유진:당신, 이런 곳에서까지 사업가처럼 굴지 말아요.
 
아테나:직업병이란다. (토끼네 공장으로 가본다)
 
유진:그러다 자선행사마저 자선사업이 되어버리는 수가 있어요.
 
토끼네 공장으로 가기 전에 두 사람은 마을 입구를 지나옵니다.
 
금발의 여자아이가 마을로 달려들어가는 등신대 인형이 서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네요.
 
이 아이가 메리인걸까?
 
아테나:(메리가 누군데. 아, '메리와 크리스마스 타운'이랬나)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답!)
 
“자기, 카메라 배터리 얼마나 남았어?”
 
“응? 아직 98%.”
 
“엥? 오늘 하루 종일 찍었는데?”
 
마을 입구를 지나 아테나가 가보고 싶어하던 토끼네 공장 앞입니다.
 
토끼들이 각종 디저트를 굽고 예쁘게 포장하는 그림이 벽에 가득 그려져 있습니다.
 
슈톨렌과 크리스마스 도넛, 파네토네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네요.
 
벽에 그려진 토끼들 중 아기토끼 한 마리는 리본을 손에서 놓고 무언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엄마 토끼가 옆에서 화를 내고 있고, 옆에 대사도 적혀있네요.
 
‘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만이 영원하대. 그러면 영원은 존재하는 거 아니야?’
 
‘미나! 그 슈톨렌, 빨리 포장해!’
 
다음은 다람쥐 우체국입니다.
 
세계에서 몰려든 아이들의 편지를 처리하는 다람쥐 인형이 가득한 오두막.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있어, 사람들이 앉아 엽서나 편지 등을 쓰고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우체통에 넣고 가면 몇 명을 추첨하여 스카이 빌딩에서 적힌 내용을 이뤄준다나.
 
유진:부엉이 우체국 같네.
 
아테나:스카이빌딩에서 적힌 내용을 읽어주는 게 무슨 메리트가 있는 거야? (이번에도 이해 못하는 중)
 
유진:간단하게 생각하자면 디메리트도 없지 않아요?
 
아테나:아니지, 있지. 나의 개인적인 사정을 수많은 사람들이 듣게 되는 거잖니? 무슨 이상하고 무례한 생각들을 할 줄 알고. (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그래서 넌 쓸 거니? 말리진 않을 건데.
 
유진:(생각보다 현실적인 반응에 의외라는 눈)
(고개를 젓고는) 다른 아이들의 기회를 빼앗고 싶지는 않아서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
 
아테나:(...)
고작 읽어주는 정도인데 뭘. 동심 지켜주려는 마음은 기특하네.
(다음은 산타의 집이던가)
 
유진:사업가들도 이득이 되는 걸 찾는 사람들이니까 이야기가 되지 않는 사연들은 (손으로 무언가를 치우는 시늉을 하고는) 과감히 제껴버리겠죠. 그렇지 않아?
 
다음은 산타의 집이네요.
 
커다란 오두막 안에서 분장한 산타가 벽난로 앞에 앉아 아이들에게 선물할 스웨터를 뜨고 있습니다.
 
그는 이따금 아이들을 쓰다듬어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합니다.
 
포토스팟인 것 같네요.
 
아테나:그건 그거대로 동심 파괴네.
(산타 봄) (유진 봄) 찍어줄까?
 
유진:?
(손으로 자기 가리키더니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왜, 혹시 찍고 싶었어요? 아가씨, 이런 분위기를 즐기시던 타입이던가?
 
아테나:아니. 안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이 사진 찍으면 조합이 재밌을 것 같아서. (못됨)
 
유진:못 된 사람이네. (솔직!)
 
아테나: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 (당당)
 
유진:그래서 내가 싫어한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웃음)
 
아테나:나를 향한 네 호감 여부는 전혀 내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단 것도? (마주 눈가 휘면서 답한다)
자자, 됐고 옆에 가서 서 봐. 너 머글의 그거 있니? 핸…… 핸드폰인가 하는 거.
 
유진:아테나, 당신이 잊고 있는 것 같아 하는 말이지만 나도 취향이라는 게 있어요.
(핸드폰을 내밀어주나…? 내밀어줍니다.)
 
아테나:(그래도 주긴 하는구나) 마침 코트도 빨간색이니 산타랑 아주 잘 어울리는데 뭐. 자~ 가서 서봐. (이미 좀 신났다)
 
유진:(즐기고 있군.)
 
아테나:(즐겁다)
 
유진:혼자보다는 둘이 나으니 같이 가죠. 내가 선물까지 드렸는데 이 정도도 못해주실까?
(마찬가지로 즐기고 있다.)
 
아테나:둘이 가면 사진은 누가 찍어주니?
 
유진:누군가에게 부탁하면 찍어주지 않겠어요? (웃으며 다시 핸드폰을 가져온다.)
뭐,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으니 우리는 이만 빠질까요. 아이들의 자리를 어른이 차지할 수는 없잖아요?
 
아테나:(뺏겼다. 눈 힘껏 흘기며 일단 옆으로 비켜난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겠다 이거니? 아쉽게 됐네.
 
유진:(내가 하늘 높이 들면 당신은 못 잡아)
빠져나간다니, 아이들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위한 어른의 배려라고 해둘까요.
 
이어 두 사람은 제 1전망대의 매표소로 자리를 옮깁니다.
 
제 2전망대로 이동하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위치한 탑승장.
 
2전망대의 입장권은 5파운드로, 한 번에 40명 정도 탑승 가능한 엘리베이터가 정해진 시간마다 20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
 
다만…
 
아테나:(다만?)
 
아무래도 오늘의 입장권은 전부 매진된 것 같습니다.
 
아테나:(뭐?!)
 
계속해서 사람들이 매표소에 몰려들고 있으나, 직원의 안내를 듣고 축 처진 채 돌아갑니다.
 
그러나,
 
아테나:(그러나……?)
 
“저 쪽에서 미니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게임에서 이기면 2전망대 입장권을 선물로 드리고 있어요. 참가 어떠세요?”
 
안내하는 직원의 손 끝을 쫓아가보면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탄성을 내지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유진:(팔짱 끼고 가만 보더니) 저거 사행성 아니야?
 
아테나:아무리 봐도 사행성 그 자체지. 이런 괘씸한 빌딩이 있나!
 
아테나는 게임에 참가할까요?
 
참가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선택해주세요.
 
아테나:그냥 안 가고 말지. 전망대 하나 가자고 무슨 게임이니? (그래도 어떤 게임인지는 본다)
 
유진:주사위 게임 같은데. (일단 보이는 사람)
 
게임 참가 말고도 관찰, 행운, 재력 중 하나 굴려도 됩니다.
 
아테나:(아 그럼 행운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테나: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머나
 
갑자기 누군가 아테나의 등을 툭툭 건드립니다.
 
아테나:(휙 뒤돈다)
 
패딩에 후드를 뒤집어 쓴 아주아주 수상해보이는 사람입니다...
 
아테나:(뭐지 이 사람……) 누구시죠?
 
그리고는 말없이 당신에게 티켓 두 장을 내밉니다.
 
그는 대답을 하지 않네요.
 
아테나:……? (무척 의심스럽게 티켓과 후드 쓴 사람을 번갈아본다.) 저 주시는 건가요?
 
수상한 사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테나:(왜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거지? 이해는 안 되지만 일단 티켓은 착실히 받는다.) 암표상…… 뭐 그런 거 아니죠? (설마 고작 전망대 따위에 암표상 같은 게 돌겠냐마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당신의 손에 티켓 두 장을 쥐어주고는 어디론가 서둘러 사라집니다.
 
정말 수상한 사람이네요.
 
아테나:진짜 수상하네. (멀어지는 모습 보다가 유진 부른다) 얘. 이거 보렴. 티켓이 생겼단다.
 
유진:(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돈을 받지도 않는 암표상인건가? 그게 아니라면 자선사업가?
(아테나 한번 보더니 고개를 한번 내저어요.)
 
아테나:돈을 안 받는 암표상이라는 게 있나? (흠.)
 
유진:대가 없는 선행은 없다던데. 당신이 했던 말이잖아요. 아닌가?
 
아테나:그러게 말이야. 이 표 가짜 같은 건 아니겠지?
어쨌건 표를 내밀어보긴 하자꾸나.
(직원한테 가서 티켓 보여준다)
 
다행히도 평범한 탑승 티켓입니다.
 
직원은 해당 티켓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잠시 대기해달라고 하네요.
 
아테나:(이런 행운이 있다니?) 운이 좋구나.
 
유진:별 일이네.
내가 야경을 보고싶다 했다고 이런 이벤트를 준비한 거는 아니죠? 그렇다면 조금 부담스러워서요. (농담)
 
아테나:이런 머글 세상에서 이벤트 준비할 만큼 네게 공들일 작정은 없거든? (마찬가지로 가볍게 눈 흘긴다)
 
유진:이런, 그 말은 조금 상처인데. (가볍게 웃었다.)
 
그때,
 
누군가 아테나의 팔을 잡습니다.
 
1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이입니다.
 
아테나:어머. (반사적으로 팔 빼려다가 아이인 걸 알아채고 일단은 한 번 참아준다.) 무슨 일이니?
 
아이의 시선이 아테나의 목에 건 목걸이를 향해 있습니다.
 
그러기도 잠시, 아이가 곧이어 입을 엽니다.
 
아이비:친구들이 없어졌어. 같이 찾아주면 안돼?
이 티켓도 줄게. 지금이 아니라 이 다다음 거지만….
(곧이어 유진을 바라보고는) 친구들이랑 사진을 찍으면서 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다들 없어졌어.
2전망대에 올라갔을까봐 티켓을 샀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래서 아래쪽에서 찾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도와주면 안돼?
 
아테나:오. 이런 데 쓸 시간은 없는데. (중얼거리곤) 얘, 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아이비:같이 안 왔어.
(이어 유진에게 다가가서 옷깃을 잡아본다.)
 
유진:(고양이에게 간택당한 기분이다)
 
아테나:…… 너 아이 좀 잘 다루는 편이니?
 
유진:…아니, 내가 제일 막내라서 나보다 어린 아이랑은 같이 있어 본 적이 없어.
 
아이비:……안돼?
 
아이가 유진의 옷깃을 꼭 잡습니다.
 
아테나:아아. 그래, 아이 다루는 건 너보다야 내가 훨씬 익숙하긴 하겠지. (아래로 나이차이 큰 동생만 3명 있는 장녀)
(하아. 정말 귀찮은 일에 휘말렸네. 이마를 한 번 짚었다가) 꼬마야. 친구는 몇 명이니? 인상착의와 외모를 말해보렴. 눈 색이나 머리 색 같은 거 말이야.
 
유진:아테나, 그냥 내가 같이 찾아주고 올게. 먼저 올라가 있어요.
오늘같은 날에 사람을 찾기도 쉽지는 않을테니까 그 편이 나을지도 몰라.
 
아테나:귀찮은 일을 대신해준다니 나야 고맙긴 한데, 네 말대로 여간 어려운 게 아닐걸? 충고하건대 안내센터로 곧장 직행하는 게 좋을 거야. 방송으로 찾는 게 훨씬 빠를 테니.
 
유진:(가만 이야기 듣다가 웃고는) 그러죠. 하지만 우리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 우리는 마법사다.)
 
아테나:(머글들이 차고 넘치는 빌딩 안이라는 게 문제지만. 바로 알아듣긴 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그럼 티켓은 그 애에게 받아서 따라오렴? 먼저 올라가 있을 테니까.
 
유진:내가 누구라고 생각해요? (웃는) 먼저 올라가 있어요. 나 없어서 힘들다고 울지 말고.
아, 당신 짐은 내가 들고 있을까요?
 
아테나:울긴 누가 우니?
응. 잊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야 돼? 안 그럼 너더러 다 물어내라고 할 거야. (못됨)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집니다.
 
뭐, 곧 다시 만날테니까요.
 
홀로 남은 아테나는 곧 2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합니다.
 
고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창 너머를 흰 빛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눈인가?
 
하지만 하늘에 구름은 끼어있지 않습니다.
 
“반딧불이다! 반딧불이야!”
 
“얘는, 그런게 어딨니?”
 
옆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경쾌한 벨소리와 함께 2전망대에 도착합니다.
 
2전망대에 도착하자 바로 중앙에 거대한 트리가 보입니다.
 
그 옆에 높은 굴뚝을 단 2층짜리 벽돌집이 세워져 있네요.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거대한 유리창 또한 보입니다만 인파는 대부분 트리 아래에만 몰려있습니다.
 
아테나는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싶나요?
 
아테나:하아. 인파 한 번 끝내주네. (곁의 유진도 없겠다 노골적으로 짜증스레 중얼거리며 유리창 쪽으로 다가간다. 트리보다야 예쁜 야경을 보는 게 그나마 기분전환엔 도움이 되겠지.)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창가.
 
원래 제일 인파가 몰려있어야 할 곳이지만…
 
오늘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리를 감상하기 위해 방문했으므로 한산합니다.
 
기둥에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아테나:(뭘 홍보하고 있나 봄)
(20층이나 차이가 날 정도면 마케팅으로 써먹기도 훌륭하고 이목을 끌어모으기에도 좋겠지. 돈 좀 쏟아부었겠네. 그나저나 크리스마스 이브 같은 사람 몰리는 날에 일루미네이션 쇼 취소라니, 이건 좀 감점인데?)
(또 지극히 직업병적인 생각을 하면서 야경을 구경한다.)
 
예정대로라면 일루미네이션 쇼가 진행될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도시의 아름다운 야경이 보일 뿐입니다.
 
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주는 이들은 분명 어딘가에서 근무하고 있을 근로자들이겠지요.
 
아테나:(그나저나 야경을 보러 온 쪽은 유진이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내가 보고 있네. 나야 좋지만)
티켓도 받는다 했으니 곧 올라오겠지. (야경을 눈에 담았다가 벽돌집 쪽으로 가본다)
 
아테나는 벽돌집으로 눈을 돌립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곁에 위치한 2층짜리 붉은 벽돌집입니다.
 
굴뚝이 집의 몇 배나 되는 높이로 길게 뻗어있습니다.
 
HERE SANTA! 라고 쓰인 전광판과 전구들이 굴뚝을 칭칭 감고 있네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모양입니다.
 
아테나:(흠…… 안에는 어떻게 꾸며뒀으려나? 한 번 가본다)
 
아테나가 벽돌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1층에는 작은 동물 인형들이 파티를 위해 거실을 꾸미는 모양으로 전시되어있습니다.
 
풍선을 달고 있는 생쥐나 크림 스튜를 내오는 여우,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고양이, 선물주머니를 주렁주렁 단 망아지 등.
 
저쪽 구석을 보니 계단이 놓여있네요.
 
2층으로도 올라갈 수 있는 모양입니다.
 
아테나:음. 헬레네(막내동생)가 좋아하겠어. (중얼거리며 계단 위로도 가본다.)
 
2층으로 올라가보면 누군가의 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작은 침대와 책상, 책장, 옷장, 엉망으로 뜨다 만 스웨터 등이 팽개쳐져 있어요.
 
앗, 혹시 여기가 메리의 집인걸까?
 
어라?
 
아테나:(흠?)
 
방 안에 어린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1전망대에서 도움을 요청했던 그 아이입니다.
 
아테나:(뭐 어린아이들을 위한 곳이니 그럴 법…… 엥?)
 
어쩐지 당연하다는 듯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아이비:(가만히 책을 읽다가 기척을 느끼고는) 뭘 그렇게 서있어? 못 볼 사람이라도 본 것처럼.
 
아테나:(심지어 반말을 해? 황당하기 그지없어서 짝다리를 짚으며 그닥 친절치 못한 투로 입 연다) 친구들을 잃어버렸다지 않았니? 우릴 귀찮게 만들던 건 언제고 여기에 혼자 있구나.
 
아이비:맞아, 잃어버렸어. 친구들을 찾으려고 그 사람이랑 2전망대에 올라왔거든. 근데 친구들은 찾지도 못하고 그 사람은 어디론가 가버렸지 뭐야.
(별 일 아니라는 듯 책장을 넘긴다.)
 
아테나:어머? 참 당돌하기도 하지. 유진이 널 두고 어디로 가버렸다고? 애초에 아래쪽에서 찾을 것처럼 하더니 2전망대에는 왜 올라온 거야?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 눈살을 찡그린다)
아래쪽을 돌아보고 오긴 한 거니?
 
아이비:아래에서 찾아봤지만 없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아테나:이 사람 많은 곳에서, 아래쪽을 다 돌아봤다기엔 굉장히 짧은 시간이 걸려서 말이지. (내가 말한 대로 방송을 적극 활용한 건가?)
네게 어디로 가는지 말도 안 해주고 갔니?
 
아이비:그런 걸 알려줬다면 나도 여기 있지는 않았어. 기다리라고만 하고 어디론가 사라지다니, 이상한 사람이잖아?
그리고 아이비야. 너라고 하지마.
 
아테나:맹랑하구나. (왜 두고 갔는지 알 것 같은데? 라는 어른답지 못한 생각 함)
그래, 그렇게 됐구나. 그럼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렴. (엮이기 싫어서 등돌리고 나가려 한다)
 
아이비:당신이라면 소원을 빌 수 있을 때 무엇을 빌 거야?
 
아테나:참 뜬금없는 질문이구나, 아이비? (억지로 미소 지으면서 돌아본다) 바란다면야 물론 나의 성공이지. 모두가 나를 찬양하고, 추켜세우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성공.
 
아이비: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성공?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원해?
(책을 덮고는) 사람들은 누구나 영원을 원해. 영원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그런 말과 함께 읽고 있던 책을 아테나에게 건네고는 집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아테나:(유진한테도 이런 질문을 해댔을까? 아무튼 아이는 대하기 귀찮은 존재라니까.)
어머. 영원은 싫단 말 듣기도 전에 가버렸네? (쟤 진짜 뭐지?)
(어린이용 책은 별로 관심이 없으므로 한 번 흘끗 훑어보기만 하고 대충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솔직히 컨셉으로 꾸며진 방이 제 보기에 더러워서, 지팡이 휘저어 단번에 정리해주고 싶은 걸 참고 있었다.)
그나저나 유진 얜 대체 어디로 간 거람? 길 엇갈려버린 거 아냐? (중얼이며 일단 벽돌집을 나와 트리 쪽으로 향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나 다름없겠지만, 그래도 찾아볼 수는 있겠지.)
 
벽돌집을 나오나요?
 
아테나:(나옵니다)
 
아테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메리의 집 내부가 겉보기보다 작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스태프 룸 같은게 있는걸까?
 
아테나:(근데 있어봤자…… 내가 들어갈 것도 아닌데)
 
이어 크리스마스 트리를 향해 이동합니다.
 
제 2 전망대 중앙에 위치한 약 9m 높이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온갖 조명과 붉은 오너먼트, 인형 등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한 발자국 뒤로 떨어지면 트리 꼭대기가 보입니다.
 
이 거리에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화려한 반짝임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연한 분홍빛을 띄는 다이아몬드는 은은한 색채를 두르면서도 투명하고 우아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테나: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응? 나 이 상태로 얼마나 있었던거지?
 
정신을 차려보면 저 쪽에서 새 사람들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벌써?
 
강한 편두통과 현기증이 몰려옵니다.
 
대체 뭐지?
 
아테나:……? (제 미간을 꾹 누른다. 다이아몬드가 구경할 가치가 있다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쓸 가치는 없는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테나, 이성 감소 없음.
 
그나저나 이상하네요.
 
2 전망대를 모두 둘러본 것 같은데도 유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간 걸까요?
 
별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아테나의 짐은 유진이 들고 있으니까요.
 
밤은 점점 깊어지고 인파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테나:(어엿하게 다 큰 19ncm 성인 남성이니 안부 같은 건 전혀 걱정 안 된다. 문제는 내 짐!! 내 짐 어쩔거야 이거)
 
그들은 모두 거대한 트리를 둘러싸고 괴도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대로 아무 일 안 일어났다간 오히려 큰일 나는 거 아닐까 싶어지면서도…
 
기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 때.
 
아이비가 나타납니다.
 
아이비는 천천히 걸어 트리에서 살짝 멀어집니다.
 
이어 아테나, 당신을 바라보고는―
 
아이비:영원하다는 건 그 자리에서 고정된다는 거야.
더는 흐르지 않고 변화하지 않아.
인류는 오랜 옛날부터 쭉 영원한 삶이나 영원한 사랑 같은 걸 그려온 모양이지만.
당신은 어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가지고 싶어?
 
아테나:(아테나는 직감한다. 저 애 평범한 아이가 아니구나. 외형을 바꾼 마법사인가? 내가 마법사인 걸 알아보지 못하고 사람을 골탕먹이려 장난을 치는 건가. 어느 쪽이든, 꽤 불쾌한 경우였다.)
얘, 나는 영원엔 관심이 없어. 오래 살 수 있다면야 좋긴 하겠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 영광을 누리면 그만이거든.
너는 영원에 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나 보구나? 무슨 수를 썼기에 이리 똑똑한 걸까?
 
아이비:(가만히 네 이야기를 듣고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한다.) 그렇구나.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슬슬 시간이네. 이제 시작될 거야.
 
아이비의 눈길이, 손가락이 어느 한 곳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아테나:뭘 잘못 본 게 아니었다는 거지? 시작은 뭘 의미하는 거고? (눈가를 작게 찌푸린다)
 
“저기 봐! 누군가 있어!”
 
팟,
 
2전망대의 모든 조명이 소등됩니다.
 
아니, 모두가 아니에요.
 
하이라이트 조명이 트리와 메리의 집을 비추고 있습니다.
 
트리의 허리까지 닿을 듯한 벽돌집의 긴 굴뚝 위에…
 
인영이 보입니다.
 
그는 후드가 달린 검은 망토로 온 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어? 뭐야?”
 
“이거 상황극이야?”
 
관람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인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양손을 들어올려 가볍게 박수를 칩니다.
 
탕!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트리 꼭대기가 흔들립니다.
 
저 위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던 별이 흔들리더니,
 
아래를 향해 추락하고…
 
망토를 뒤집어 쓴 인물의 손 위에 떨어집니다.
 
그는 그것을 당당히 들어보이고는 선언합니다.
 
“이 보석, 내가 받아가지.”
 
아테나:(이거 아무리 봐도 빌딩 측이랑 짜고 친 이벤튼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잠깐…
 
유진?
 
아테나의 머리 위로 불현듯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어쩐지 사소한 몸짓이라던가 체구가 닮은 것 같아요.
 
괴도의 화려한 선언에 2전망대가 환호성으로 가득 찹니다.
 
직원들은 당황해 패닉하고, 이곳저곳에 숨어있던 사복 경찰들은 밀어닥치는 인파를 통제하기 바쁩니다.
 
그 가운데, 수수께끼의 괴도는 여유롭게 신사처럼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팟―
 
2전망대의 조명이 다시 한 번 소등됩니다.
 
그리고 불이 다시 돌어왔을 때, 마법처럼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굴뚝 잘 막아둔 거 맞아!?”
 
“맞아요! 자물쇠를 세 개나 걸어뒀는데…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아테나:(아 진짜? 설마? 그럼 내 짐?은?) 유진 네바에 브리즈! (왁자지껄 난리가 난 인파 틈에서 목 터져라 유진을 부른다)
 
그렇게 외치며 직원들은 바쁘게 범인 찾기를 시작하지만,
 
관람객들은 그것까지 쇼라고 여기는 듯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환호성과 노성, 인파를 통제하려는 인원들까지 합쳐져 아수라장이 펼쳐집니다.
 
괜찮은 거 맞아?
 
아테나:(이벤트엔 별로 관심 없다. 아니, 짜고친 게 너무 뻔하잖아. 저걸 좋다고 환호해주는 사람들도 수준 참.)
 
슬슬 걱정이 들 때 쯤.
 
아테나:(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자식 어디로 튀었어)
 
팟.
 
다시 2전망대의 모든 조명이 꺼집니다.
 
웅성임이 잠시 사그라듭니다.
 
또 뭔가 시작하는걸까?
 
많은 이들의 기대감이 부풀어오르며 소리를 죽입니다.
 
그러나……
 
.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조명또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응? 이상하다…?
 
그 즈음 누군가 중얼거립니다.
 
“야, 저거 봐. 아래에.”
 
“스카이 빌딩 불이 다 꺼졌는데…?”
 
그 말에 이끌린 사람들이 창가로 몰려갑니다.
 
1전망대의 조명이 전부 소등되어 있습니다.
 
전망대들을 오가는 엘리베이터 또한 빛이 꺼져 멈췄네요.
 
그렇다는 건…
 
“어? … 그럼 우리 어떻게 내려가?”
 
.
 
..
 
……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주변에서는 핸드폰의 시계마저 먹통이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송전탑이 멈췄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벌써 30분이 넘는 시간이 지난 건 틀림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아테나:(난 순간이동 쓰면 그만인데.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머글들 틈에 섞여있다간 순간이동에 머글 한둘쯤 딸려오지 않는단 보장도 없다. 그러면 아주 매우 몹시 많이 귀찮아지겠지.)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아 부루퉁한 낯으로 대강 아무곳에나 기대 서있다.)
 
스카이 빌딩의 전력이 전부 나가,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자 숨어있던 사복 형사들이 신분을 드러내고 나서 관람객을 진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차분하게 직원들과 경찰의 지시에 따라 2전망대의 구석구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안내에 따르면 스카이 빌딩의 전력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며, 곧 비상 발전 장치를 통해 다시 전력이 공급될 거라고 하네요.
 
온통 어두워진 실내를 스카이 빌딩 측에서 나누어준 양초나 손전등 같은 것들이 밝혀주고 있습니다.
 
소란은 잦아들었지만 어쩐지 불온한 공기가 감돕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상공 300m 위에서 고립되었으니 당연할까요.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저 아래, 어떤 고층 빌딩 옥상에 장식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린 모양 그대로 멈춰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마치 영상을 중간에서 일시정지 해 둔 것 마냥.
 
먼 곳에서부터 건물의 조명이 하나하나 꺼져가기 시작한단 것을 발견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어둠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거지?
 
지역 전체에 정전이 난 걸까요?
 
저 방향에는 분명 대형 병원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분명…
 
저쪽 방향에는 프로피온도 위치해있지 않던가요?
 
이러다 주가가 떨어질 지도 몰라요.
 
아테나:잠깐. 이건 좀 문젠데? (중얼거린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안돼 내(?) 주가!!)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중요한 시설들에는 비상 발전 장치 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긴 하지만…
 
이 송전탑도 마비된 채 아직 복구가 안 되고 있으니까요.
 
창가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납니다.
 
주변은 온통 어둑어둑 합니다.
 
바닥을 희미하게 밝히는 양초도 하나하나 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테나.”
 
바로 곁에서 속삭이는 낯익은 목소리.
 
누군가가 있습니다.
 
익숙한 기척입니다.
 
아테나:(어둠이 무서운 아이 시절은 진작 지났다. ㅡ애초에 아테나는 어릴 때에도 어둠을 그다지 무서워한 적 없었지만ㅡ 문제는 이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다. 짜고 친 이벤트성 괴도 따위가 이런 일을 해냈을 리는 없으니 우연일 텐데. 이 우연이 프로피온까지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될 터. 초조함에 제 손을 꾹 말아쥐다가 낯익은 기척에 고개 휙 돌린다.)
 
익숙한 기척, 혹시…?
 
유진:따라와, 조용한 곳으로 가자. 여긴 곧 소란스러워지니까.
 
그 말과 함께 그는 아테나를 어딘가 구석으로 데리고 갑니다.
 
짙은 어둠 아래 도저히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테나:너, 맞지? 대체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니?
 
근처를 지키는 직원도 경찰도 없는 2전망대의 후미진 구석.
 
아테나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유진은 철컥거리며 무언가를 만지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뺨을 스치고 들어옵니다.
 
문 너머를 살펴보면, 위와 아래로 향하는 전망대 외부의 철골 계단이 보입니다.
 
유진은 위 쪽 계단을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테나:세상에나. 이젠 말도 없이 직원들이나 오가는 외부로 나가기까지? (아까 보았던 괴도를 떠올린다. 유진의 체형과 분명 흡사했었지.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신경질 90%와 호기심 10% 정도를 가지고서 그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간다.) 나 참, 목도리를 다시 두를 시간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니니?
 
유진:(위쪽에서 걸음을 멈추고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제멋대로인건 여전하네.
(난간에 끼익, 기대는 소리가 들리고는 잠깐 기다리는 듯 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연다.) 서둘러. 네가 가야 할 곳이 있어.
 
아테나:어머, 여기서 제멋대로인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니? 아이의 친구를 찾아준다더니 갑자기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전망대 밖으로 데려온 사람 아니려나?
(그래도 시간은 주는 거야? 어이가 없어 피식 웃으면서 목도리를 두른다) 어딘데 그러니? 나도 중요하게 물어볼게 있단다. 내 짐 어디다 뒀어?
 
유진:―어떤 일이든 방법은 있다더니. (진짜였네. 아테나에게 들리지 않을 만한 소리로 홀로 중얼거리고는 아래쪽에 있을 네게 전한다.) 올라가서 설명해줄게.
 
아테나가 목도리를 맨 것을 확인하기라도 했는지 유진은 다시금 위를 향해 올라갑니다.
 
아테나:어디까지 가려고? (목도리를 다 매고 유진을 따라간다.)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계속 계단을 걸어올라갑니다.
 
제 2전망대가 점점 멀어집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거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찰나,
 
곧 저 앞으로 철문이 하나 나타납니다.
 
앞서가던 유진은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먼저 들어갑니다.
 
뒤를 쫓아가면…
 
낯선 모니터나 기계 장치들이 가득한 방입니다.
 
아테나:다리가 얼어버리는 줄 알았단다? (투덜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알고 보니 네가 이 빌딩 관계자였니?
 
반딧불마냥 떠다니는 작은 빛의 구체가 내부를 희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안 쪽, 전력이 나간 작은 엘리베이터 옆에는 [Staff Only] 라는 팻말이 붙어있네요.
 
두 사람이 관제실 안으로 들어오면 어둠 속에서 아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이비입니다.
 
아이비:기다렸어. 갑작스럽지만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해.
 
아테나:너는 부탁할 때의 예의라는 걸 모르니? (짜증나서 일부러 이름으로 안 부른다.)
상황 설명을 하고 부탁해도 들어줄까 말까 고민하는 참인데, 응? 뭔진 몰라도 둘이 공모하는 건 알 것 같고. (유진을 째릿 바라본다) 아직도 입 닫고 있을 거야?
 
아이비:…당신,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데려온 거야?
 
유진:루모스.
 
익숙한 소리에 작은 빛이 나더니 유진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 순간, 앞서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습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유진이지만, 당신이 아는 그보다 비교적 나이 든 모습입니다.
 
유진:오랜만이야, 여전히 제멋대로인 아가씨.
 
아테나:여전하네…… 라던 말이 설마……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1
 
)
 
 
=
1
혼자 시간을 돌리는 모래시계라도 쓰다 온 거니? (인상을 작게 찡그리며 빛 아래에 드러난 당신의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아이비:(유진을 바라보고는) 그런 건 하지 않아도 되는데.
 
유진:나는 이 쪽이 좀 더 편해서요.
(아테나의 말에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한다.) 그럴리가. 뭐,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걸렸던 건 맞아.
 
아테나:혼자 이십 년은 더 먹은 것 같네? 그러고 보면 오늘내내 위화감이 있는 일들이 좀 있었지. (인상 작게 찡그린다) 도와달란 일이 이것과 관련된 일이니?
 
유진:오늘 많은 일들이 있었나봐요? (가볍게 웃고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아가씨가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해서 함께 왔어.
 
아테나:올라가서 설명해주겠다더니? (제 마음대로 돌아가지도 않고, 제가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아테나에겐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들뿐이었다.) 이애랑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내가 알던 너는 말이지, 이애가 친구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찾아주겠다며 날 먼저 2전망대로 올려보냈었거든.
 
아이비:이 사람은 내가 데려온 거야. 내가 당신을 찾아가자고 했어.
나를 도와줬으면 했거든. 이 세계에서 부른 건 아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나는 멜 록스의 저울을 깨뜨리고 싶어.
너희도 봤지?
그건 올린 물건의 가치를 가늠해서 자기가 인정한 물건과 그 주인에게 영원을 가져다 주는 물건이야.
영원하게… 그러니까 모든 시간과 차원에서 대상을 지금 그대로 고정시키는 거지.
 
아이비:아주 옛날에 나도 그걸 사용한 적이 있어.
하지만 이제는… (느리게 말을 끌고는 눈을 한번 깜빡인다.) 충분할까 싶어서.
(빛의 구체를 바라보고는) 이 탑에 살고 있는 이 아이들은 시간과 차원을 넘나들며 경계선을 지키는 아이들이야.
원래는 그다지 특이할 거 없는 장소였는데 이 아이들이 오래 머물면서 성질이 좀 바뀌었어.
이 장소에는 수많은 시간대와 다른 차원, 어떤 순간들이 교차하고 있지.
어떤 초월적인 일을 저지르기엔 좋은 장소라는 거야.
 
아테나:흐음. 그럼 이 유진은 다른 시간대 혹은 다른 세계선에서 불러왔다는 거지? 짐에 대해 물어봤자 소용이 없겠구나.
정말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네. 영원을 경험해보고 싶었니? (높은 곳에서 본 반딧불이라거나 트리 앞에서 지나치게 오래 멍해 있었던 게 이 장소의 영향이란 의미인가. 새로 들어온 정보들을 서류철처럼 정리하여 머릿속 어느 서랍의 칸에 꽂아넣고 정리한다.)
그러니까 저울을 깨뜨려서 영원을 해제하고 싶다? 그게 초월적인 물건이라서 이 초월적인 장소와 합이 잘 맞는 거고?
 
아이비:맞아. 당신에게도 가치는 있을거야.
그냥 두면 이 땅도 얼어붙을 테니까. 그 저울로 세상을 영원하게 만드려는 사람들이 있거든.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도 그 계획의 일환이야.
지금부터 3주 쯤 전이었나, 그 사람들이 그 다이아몬드로 여기에서 그 저울을 썼어.
트리에 장식되어있던 커다란 다이아몬드 봤지? 그게 영원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나.
세계를 이 상태로 영원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야.
 
아이비:뭐, 이대로 있으면 지구가 멸망할 것 같다거나, 죽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던가, 지금 이 마음이나 관계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던가… 그런 이유들로.
실제로 가능성은 있어. 앞으로 20년 쯤 더 연구가 지속된다면 성공할지도 몰라.
당장은 실패로 끝나겠지만, 오늘 이 실험을 밑거름으로 삼아서 말야.
 
아테나:이런. 쓸데없는 짓들을. (짜증스럽게 미간을 찡그린다.) 영원을 책에서 접한 달콤한 이상으로나 아니까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
 
유진:―…20년이면 금방이네. (덤덤하게 곁에서 얘기를 듣던 중)
 
아테나:결국은 너도 영원을 포기하고 그만두고 싶어하는데 말야. 그 사람들에게 네 선례라도 말해 주지 그랬니? (끝의 질문에는 일부러 다소간의 악의를 심었다. 어쨌거나,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고, 아이비는 어린 나잇대로 고정되었을 뿐 오랜 시간 살아왔으니 아이 취급을 해줄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를 찾는 건 잘 했네. 그런 건 필요없으니까. 그래서 저울을 어떻게 깨뜨리면 되는 거지?
 
아이비:저울이 존재하는 모든 차원과 모든 시간대에서 막아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지금 이 세계의 이 시간대 뿐이야.
오늘이 지나면 그들의 손에 숨겨져서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오늘 해야만 해.
저울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그 저울 위에 올릴 새로운 물건이 필요해.
그건 지금 이 시간의 당신이 가지고 있을거야.
 
아테나:새로운 물건?
 
아이비:맞아. (손으로 아테나의 목을 가리키고는)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물건 말이야.
 
아테나:(반사적으로 목을 매만진다.) 설마 이 목도리는 아닐 테고. (목도리를 천천히 풀면 드러나는, 귀걸이와 세트인 것처럼 잘 맞는 목걸이.) 이 목걸이 말하는 거니?
 
아이비:맞아, 그거. 그 목걸이가 저울을 깨뜨릴 수 있는, 저울 위에 올릴 수 있는 새로운 물건이야.
 
아테나:(고개를 기울인다) 이건 나와 함께 있던 유진이 선물해준 건데. (그리곤 나이가 든 유진을 바라보았다) 도와줬음 해서 유진을 불렀다고 했지? 그가 이 상황에 무언가 특별한 관련이 있는 거니?
 
유진:관계가 없지는 않지. 내가 당신에게 줬던 물건이니까.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이 시간대의 내가 말이야.
나는 조금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네.
 
아테나:그러니까, 꼭 '네'가 준 물건이어야 의미가 있냔 뜻이지. 아이비가 불러온 걸 보면 유진도 이 상황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나처럼 영원을 원치 않는다는 공통점이라도 있었나?
 
유진:(네게 시선을 맞추고는 시선을 내리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테나, 영원을 바라는 사람들은 없어. 특히나 영생을 경험할 수 있었던 이들은 더욱 더.
미래라는 건 말이야, 수많은 원인이 결과를 바라며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와 다르지 않아. 그런 미래를 위해서는 모든 시간이 중요한 법이지.
과거, 현재, 지금 이 순간 모두.
네가 앞으로 경험하게 될 미래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
아니, 좀 더 정확히는 내가 있던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이야.
정확히 오늘, 자정이 되기 한 시간 쯤 전에 도시에서 대정전이 일어났어. 비상 전력을 포함해서 도시에 있던 모든 전력이 멈췄고 약 30분 정도던가.
 
유진:우리가 살던 곳에 이상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여파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 (잠깐 생각하듯 시선을 옮기다 네게 눈을 맞추고는) 프로피온같은 곳 말이야.
당신과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아주 동일하지는 않을테지. 하지만―
당신이 존재하는 이 곳에서는 과연 어떤 미래가 당신을 찾아올까?
 
아테나:어머, 영원을 바랐던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듣는 애 섭섭하게. (비뚜름하게 미소한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원을 쉽게 언급할 수는 없을 테지.
내가 이 상황을 막지 않으면 네가 말한 미래가 닥쳐온다는 말이구나…… 프로피온에 관한 건 나도 걱정하던 차였어. 정확히 어떤 식으로 여파가 닥쳐오는지 묻고 싶지만, 괜히 부정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어봤자 좋을 건 없으니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게 좋겠지.
목걸이 하나 올려두는 일 정도라면야, 뭐 어렵겠니. 이 빌딩은 완전히 전력이 나간 채잖아? 설마 경비원이 이전처럼 철통같을까.
(어깨 으쓱인다) 그래, 그 저울 깨뜨려줄게. 난 영원은 필요없지만 내 이득이 깨지는 건 원치 않거든.
 
유진:타인의 감정을 멋대로 추측하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아테나를 향해 웃으며 몸을 옮겨 아이비와의 시선을 차단시킨다.)
 
아이비:됐어. 지금부터 바로 잡으면 돼.
할 수 있어.
아테나, 당신이 나, 아니 우리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할게.
 
아테나:그래. 나도 지키고 싶은 게 있으니, 상호간의 거래야.
 
아이비:좋아. 그럼 이걸 받아.
 
아이비가 카드봉투 하나를 건넵니다.
 
안에 든 것은 문제의 그 예고장입니다.
 
설마 내가 예고장의 주인공이었나?
 
아이비:지금으로부터 3주 전으로 당신을 보낼거야.
그 날은 행사가 있어서 보안이 느슨해. 직원들이 사용하는 마스터 비밀번호를 알아오면서 이 카드를 두고 와 줘.
인식 장애 주문을 걸어둘게. 아는 사람과 마주쳐도 시선만 피하면 네가 누구인지는 모를거야.
일을 마쳤다면 박수를 두 번 쳐. 다음 장소에서는 합류해서 같이 움직일 거야.
 
아테나:무슨 첩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구나. (카드 봉투를 바라본다.) 설마 내가 괴도 같은 예고장을 보내는 당사자가 될 줄이야.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나 보지? (이거 정말 시간의 모래시계 같네)
 
아이비:(유진을 가리키며) 참고로 그 괴도는 여기 있는 이 사람이야. 앞으로 우리가 해내야 하는 일이지.
 
유진:(가만히 듣다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거린다.)
뭐, 타임 터너같은 게 아닐까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더라. 나도 책에서만 보던 거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테나:괴도가 정말 너였구나? 어쩐지 멀리서 봤을 때 널 닮았다 생각하긴 했었어.
근데 지금 좀 궁금해지는 게. 그럼 원래 나와 있던 유진은 어디에 있는 거니?
 
유진:내가 아닐 수도 있지.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져.
인생이란 수많은 시간의 꼬여있는 법이라서.
 
아이비:맞아. 당신이 봤던 괴도는 당신이 나를 도와주기 때문에 나타난 거야.
 
아테나:꽤나 복잡하네. 그렇지만 난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서.
 
아이비:지금부터 당신이 카드를 제대로 놓고 온다면 오늘 당신이 경험한 그 일을 그대로 겪게 될 거야.
우리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그리고 그 사람은 걱정하지 마. 지금쯤이면 밑에 있을거야.
1전망대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아테나:아아. 네 친구를 찾으러 돌아다니다 그대로 1전망대에 남겨졌나 보구나…… (좀 웃김) 정전 좀 일어났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 멀쩡하겠지.
좋아. 난 준비가 되었단다.
 
아이비:참고할게. 고마워.
 
아이비는 천천히 손바닥을 펼쳐 앞으로 내밉니다.
 
그 위에 둥둥 떠다니는 빛의 구체 중 하나가 내려앉습니다.
 
아이비:데리고 가렴.
 
빛의 구체가 아테나를 향해 느릿하게 다가옵니다.
 
그것이 아테나의 가슴께에 와 닿으면……
 
반짝. 시야가 화이트아웃됩니다.
 
몸이 크게 휘청이며 어깨를 어딘가에 부딪힙니다.
 
덜컹!
 
무언가 흔들리는 소리.
 
머리가 어지럽고 귀가 멍멍합니다.
 
아테나:하아. 귀한 몸을 이렇게 다뤄도 돼? (짜증스레 제 어깨를 반대쪽 손으로 문지른다)
 
체력 -1, 이성 -3
 
천천히 시야가 바로잡힙니다.
 
여기는…
 
어딘가의 직원용 휴게실같네요.
 
벽에 스카이 빌딩의 지도나 근무 시간표, 자재 관리 표 같은 것이 붙어있습니다.
 
아테나:마스터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이 봉투를 놓고 오랬지. (어디에서 비밀번호를 찾을 수 있으려나? 근무 시간표 기웃거려본다)
 
아테나가 기웃기웃대던 찰나에 곧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섭니다.
 
스카이 빌딩의 직원 옷을 입고 있습니다.
 
직원:으앗, 깜짝이야. 너 누구… 아, 오늘부터 오기로 한 아르바이트생?
 
아테나:(인식 장애 마법이 걸려있다고 했으니, 적당히 고개 끄덕인다.) 네. (싸가지없게 답함)
 
직원:오, 좋아. 준비가 되었구만!
그럼 빨리 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2전망대로 와.
올 때는 직원용 엘리베이터 쓰고… 아, 오는 길에 그 상자도 4층 미니홀에 가져다 줄래?
거기 전시전 팜플렛이래. 그 쪽 담당자한테 가져다 주면 돼.
 
직원은 아테나에게 맞을만한 유니폼을 꺼내주곤 책상에 놓인 갈색 상자를 가리키며 나갑니다.
 
아테나는 유니폼으로 갈아입나요?
 
아테나:알겠습니다. (내 참, 내가 이런 옷도 다 입어보고. 주섬주섬 유니폼 갈아입고, 갈색 상자를 들고 그 자리에 카드를 놓는다.)
(직원용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어?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엘리베이터 찾아 탄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바깥쪽에 있나봅니다.
 
시키는대로 유니폼을 입고 나서면 스카이 빌딩의 2층입니다.
 
원래 있던 날에 비해서는 훨씬 한산하네요.
 
종이 상자를 끌어안고 아테나는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탄 후 4층의 미니홀로 향합니다.
 
분명 이곳에서 [세계의 선물전]이 열렸었죠. 하지만 아직은 개장 전인 것 같네요.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만 전시물을 조금씩 조정하거나 입구 쪽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테나:전시전 팜플렛을 가져왔는데요. 담당자 계세요? (이런 일은 해본 적이 없으므로, 불량한 태도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직원:아, 여기 그냥 두고 가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아테나:네네. (상자를 대충 내려놓는다. 그 다음은 2전망대였던가?)
 
2전망대는 분명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왔었죠.
 
하지만 전망대로 가기 위한 직원용 엘리베이터가 존재하기때문에 아테나는 사람이 많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시홀을 나서는 순간,
 
누군가 전시홀로 뛰어들어옵니다.
 
“성공했어요! 성공했다고요!”
 
아테나:마스터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아내지? (중얼거리다가 뛰어드는 이를 바라본다)
 
“저울이 움직였어요!”
 
그러자 의자에 앉아있던 이들이 모두 기쁨의 탄성을 지릅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드디어 영생을 손에 넣었다!”
 
“이제 우린 쭉 변치 않고 영원할거야… 사랑해.”
 
…저울을 사용한 이들이 저 사람들인가 봅니다.
 
아테나:(아하. 너희가 다이아몬드로 저울을 쓴 사람들이렷다?)
(이 인간들 때문에 이 난리를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엄청 열받는다.)
(어차피 알아보지도 못할 테니 입모양으로 험한 말을 잔뜩 중얼거린다.)
(너희 얼굴 내가 기억해뒀다 이 한심한 것들아)
 
아테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둡니다.
 
똑똑히 봤어요.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이제는 2 전망대로 올라갈 차례지요.
 
배운대로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2 전망대로 향합니다.
 
이제 보니 1 전망대와 2 전망대에 직원용 지하층인 엑스트라 플로어가 따로 존재하네요.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아래 층과 엑스트라 플로어들 사이를 연결해 오가는 것 같습니다.
 
2전망대의 엑스트라 플로어에 도착해 직원실로 향하면 아까 만났던 직원이 아테나를 맞이합니다.
 
직원:오늘은 첫날이니까 일단 옆에서 하는 걸 보고 배워.
 
그는 그렇게 말하며 2 전망대 안내소로 아테나를 데려갑니다.
 
.
 
아직 해가 다 저물지 않은 시간.
 
크리스마스 빌리지는 3주 전에는 다 세워지지 않아 2 전망대는 훨씬 넓어보입니다.
 
아테나는 무엇을 할까요?
 
아테나:(하는 걸 보고 배우랬으니 주머니에 양손 넣은 채로 뚱하니 직원 바라본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당신에게 무언가 질문합니다.
 
유진:―저기, 실례합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유진이네요.
 
아테나:(?)
(아니 니가 왜 여기에……) 무슨 일이시죠?
 
유진:일루미네이션 쇼는 몇 시부터 시작하나요?
(잠깐 네 얼굴을 보다 무언가 신경쓰인다는 듯 눈을 살짝 찌푸리며 살짝 앞으로 허리를 숙였다.) 혹시 우리 아는 사이인가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테나:기분 탓이지 않을까요. 저는 그쪽을 처음 뵙거든요. (눈을 얼른 피하며 선배 직원을 부른다. 오래 본 사이 아니랄까 봐 쓸데없이 촉 좋기는.) 일루미네이션 쇼 시작이 언제부터였죠?
 
직원:(지나가다 두 사람을 보고는 웃으며 다가온다.) 어머, 고객님! 대응 바꾸겠습니다. 일루미네이션 쇼는 저녁 10시 쯤부터 시작한답니다.
 
유진:(아테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더니 이내 직원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렇군요. 아, 혹시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하고 있을까요? 자세한 일정이 나와있지 않아서요.
 
직원: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올 연말까지는 진행 예정입니다.
 
아테나:(직원이 답하는 동안 필사적으로 고개 숙이고 시선 피하는 중)
 
유진:전망대에 올라갈 때는 티켓을 사야하는 것 같던데 혹시 미리 예약이 가능한가요? 일행이 있을 예정이라서요.
 
직원:1주일 전부터 어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 매표소에서 예약하실 수 있으세요.
 
유진:감사합니다. 아, 혹시 프로그램 팸플릿을 받을 수 있을까요? 비치된 건 다 떨어진 듯 해서요.
 
직원:아, 그런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은 그렇게 말하며 안내 데스크를 뒤지지만, 찾는 물건은 나오지 않습니다.
 
직원:죄송합니다, 손님. 5분 정도 후에 다시 와 주실 수 있나요?
 
유진:(잠깐 직원 뒤편을 보고는 작게 미소지었다.) 괜찮습니다. 근처에서 기다릴게요.
 
직원:(아테나에게 손짓하며) 이쪽으로 올래?
2전망대 엑스트라 플로어에 비품실 있거든.
비밀번호 3426 누르고 안에서 팜플렛 다발 좀 꺼내와줄래?
아, 이거 마스터 비밀번호니까 기억해 두고.
 
아테나:(오호. 마스터 비밀번호를 이렇게 알게 되는구나? 예상치 못한 만남이지만 결국 이 상황에 기여하네. 유진, 잘했어.)
네. 금방 다녀오겠어요. (고개 끄덕이곤 엑스트라 플로어로 향한다…… 그리고 향하는 길에 박수 두 번 친다. 카드도 놓았고 비밀번호도 알아냈으니 할 일은 여기서 마무리지?)
(유진은 뭐…… 알아서 팸플릿 받았겠거니……)
 
아테나는 팸플릿 보충을 하러가지 않고 박수를 두 번 짝짝 칩니다.
 
뭐, 다른 누군가가 대신 채워주겠죠. 별 수 있나요.
 
시야가 화이트아웃됩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두 권 드릴까요?”
 
“아뇨, 한 권이면 괜찮습니다. 겨울 일루미네이션이 예쁘다고 해서 궁금했거든요.”
 
“겨울 일루미네이션 쇼는 특히 예쁘게 구성되거든요. 야경까지 합쳐지면 환상적이랍니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일루미네이션 쇼, 괴도 소동 때문에 중단되었던 것 같은데….
 
아, 이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아테나:(아니 애초에, 일루미네이션 쇼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돌연 몸이 아래로 훅 꺼지는 기분이 듭니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 하는 것을 누군가 잡습니다.
 
아이비:마치고 왔어?
 
아이비입니다.
 
아이비:지금은 12월 24일 오후 3시 쯤이야.
당신이 이 스카이 빌딩에 방문했던 무렵인데 기억해? 이 시간대라면 아마 상점가 층에 있었던가.
다른 세계에서 부른 그 사람은 잠깐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갔어. 곧 올 거야.
비밀번호는 뭐였어?
 
아테나:내가 누구니. 맡은 일은 언제나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게 내 신조야.
 
그 말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면 주변에는 온갖 먼지 쌓인 상자가 놓여있습니다.
 
아테나:비밀번호는 3426. 그나저나, 이것들은 다 뭐니?
 
지금 있는 이 곳은 비품실 혹은 창고 언저리 같네요.
 
아이비:여기가 가장 적당할 것 같았거든. 사람도 잘 오지 않고 편한 곳이잖아.
 
아테나:여기에 저울이 있으려나? (두리번거린다) 그나저나 그러면 원래의 나는 원래의 유진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니?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걸까나.
 
아이비:저울은 여기에 없어. 아직 전시회가 한참인 시간이니까. 보석을 가져오기도 전에 저울부터 챙기는 순간 그 사람들한테 금방 들킬거야.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맞아. 여기 오기 전의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해?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어. 타임패러독스가 일어날만큼 큰일이 나지는 않을테니까.
 
아테나:흐음, 그러니까…… 다이아몬드를 훔치고 거기에 유진이 준 목걸이에 달린 보석을 올려야 한다고 했었지. 다이아몬드를 훔치기까진 아직 시간이 꽤 남았겠구나.
이 시간이면 내가 유진을 짐꾼으로 부려먹기 시작했을 즈음 같네. (정말 타임 터너 같네. 동시간대에 존재학고 있는 두 명의 '나'라. 한 번쯤 날 마주해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일이 매우 귀찮게 꼬이겠지. 눈앞에 나타난 또다른 자신을 바로 없애려 들지는 않겠지만, 귀찮게 따라다니며 뒤를 캐려 들 것이다. 아테나는 스스로를 잘 알았다.)
 
아이비:부려먹는다니, 당신은 그 사람이랑 친해?
나는 잘 모르지만 그 사람이 얘기해줬었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마법의 시계가 있다고 말이야. 이 탑에서 일어나는 일은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당신도 그 사람과 같은 마법사라고 했으니 익숙한 일일지도 모르겠네. (마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테나:흐음. 명색이 7년이나 한 학교에 다닌 동창이니까. 난 친구를 잘 만들지 않으니 아주 친하다고까진 못해도 어느 정도 맞는 구석이 있지. 그게 아니었음 같이 어울리지도 않았을걸.
그런데 말이야. 그 다이아몬드엔 어떤 힘이 있기에 저울 위에 올려뒀다고 영원을 얻어낸 거니? 설명에는 신이 마음에 들어할 만한 물건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은데, 다이아몬드에 뭔가 특별한 힘이라도 있는 거니?
 
아이비:그 사람은 그래도 당신을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당신에게는 아니었구나.
다이아몬드에 힘이 있는 게 아니야. 그 저울은 어떤 물건을 올려도 시간을 고정시켜줘. (눈을 깜빡이고는) ……내가 저울에 올린 건 동생이 남긴 스카프였거든.
 
아테나:어머, 그러니? (별로 미안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난 애초에 친구라는 걸 쉽게 만들지 않아서 말이야.
다이아몬드가 특별해서 그리 된 게 아니라는 거구나. 그런데, 어떤 물건을 올려도 고정시켜준다면서 이 목걸이의 보석을 올리면 저울을 깨뜨릴 수 있다는 거니?
 
아이비:듣던대로 친구에 대한 조건이 까다로운 사람이네. 왜 그 사람이 처음에 당신에게 가자고 했던 걸 반대했는지 알겠어.
목걸이의 보석을 올리는 게 아니야. 목걸이를 올리는 거지. 저울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 그 목걸이는 (아테나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보고는) 조건에 부합하는 얼마 안되는 물건 중 하나일거야.
 
아테나:후후, 그랬니? 유진은 내가 널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구나?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봐. 난 딱히 남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니까.
조건이라면 어떤 거? 지금 말해줄 수 있는 거니? (고개 살짝 기울인다)
 
아이비:목적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거든. 당신과 같은 시간을 살았던 사람인지는 모르겠어. 그 사람도 내게 많은 걸 이야기해주지는 않았으니까. 나도 필요한 정보는 아니었고.
그건…
 
갑자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테나:으음? (소리 나는 쪽을 홱 돌아본다)
 
문이 열리고는 다른 시간선에서 왔다는 유진이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들어옵니다.
 
아테나:왔나 보네. 필요한 물건이란 게 그거니?
 
유진:(두 사람을 보고는 멋쩍은 듯 웃는다.) 내가 좋은 시간 방해한건가?
조금 돌아와서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더 있다 올걸 그랬네. 아테나와 마주치지 않을까 해서 다른 길로 왔거든.
 
아테나:마침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려던 참이기는 했지. 그래서 '나'와 '너'는 잘 피해 돌아왔니?
 
유진:아마도? (웃는) 이쪽도 마침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데. 당신과 내가 이제 막 만난 참일걸요.
 
유진이 쇼핑백을 아테나와 아이비 앞에 내려놓습니다.
 
쇼핑백 안의 내용물을 살펴보면
 
스카이 빌딩의 직원 유니폼 두 벌과 후드가 달린 패딩, 망토가 한 벌 씩 들어있습니다.
 
어라? 이건…
 
아테나에게 티켓을 전해주고 간 수상한 사람이 입었던 패딩과 괴도가 입고 있었던 망토네요.
 
아테나:으응? 이 옷들 익숙한데.
망토는 아마 네가 입게 될 거고. 그럼 이 패딩은 설마……?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켜본다)
 
유진:(아이비에게) 부탁한대로 챙겨왔는데 이거면 돼요?
 
아이비:응, 이거면 돼.
그럼 지금부터 해야하는 일을 설명할게.
 
아이비가 벽에 붙어있는 스카이 빌딩의 지도를 가리킵니다.
 
아이비:멜 록스의 저울을 파괴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 돼.
아테나에게는 이미 한번 이야기를 했지만 저울을 파괴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다음과 같아. 저울 본체, 가장 최근에 올라갔던 축복받은 물건, 그리고 저울을 움직일 정도의 가치가 있을 새 물건.
마지막 건 아테나가 가지고 있어.
그러니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할 일은 저울과 보석 탈환.
보석은 2전망대 트리 꼭대기에 달려있어. 거기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무사히 도주하기 위해서는 사전 공작이 필요해.
메리의 집에 달린 굴뚝은 그 안에 있는 창고와 연결되어 있어. 그 창고에서는 2전망대의 직원층, 엑스트라 플로어로 바로 이동할 수 있고.
 
아이비:굴뚝을 미리 뚫어두고, 위로 올라가 요란하게 보석을 훔쳐내.
도망갈때는 다시 그 굴뚝을 통해 창고, 그리고 엑스트라 플로어로 빠져나와 직원인 척 이동하는거야.
엑스트라 플로어에는 모든 층으로 이동이 가능한 직원 엘리베이터가 있으니까.
괴도 소동이 끝나고 적당한 타이밍에 스카이 빌딩에 정전을 일으키겠어. 그 전에 5층까지 내려와.
나는 동시에 저울을 빼내올테니 플라네타리움 안에서 합류하는걸로.
 
아테나:정전도 네가 한 일이었니?
……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도시의 대정전도 네가 한 건 아니겠지.
 
아이비:맞아, 내가 했어. 하지만 도시에 일어난 대정전은 내가 아니야.
 
유진:도시의 대정전은 예정되어있던 거였어. 나도 그걸 겪었으니까.
 
아테나:대정전도 그 저울과 연관이 되어있던 걸까나. (고개 기울인다) 아무튼, 알아들었어. 괴도 연기자는 이쪽일 테고. (유진 바라봄) 굴뚝은 함께 뚫어두면 되려나.
 
아이비:맞아. (아테나를 따라 유진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부터 역할을 나눌거야. 괴도는 당신이 맡고 아테나, 당신은 아래에서 저 사람을 도와줘.
보석을 위에서 떨어뜨리려면 누군가는 보석을 맞춰야 하니까.
그러니까… 이걸로. (무언가 꺼내 아테나에게 던진다.)
 
이건… 권총? 상당히 고풍스럽게 생겼네요.
 
아이비:손에 한 번 쥐면 목표는 빗나가지 않아. 그런 장치가 되어있어. 뭐어, 당신들에게는 필요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굴뚝은… 유진이 잠금장치를 미리 풀어둬. 아테나는 따로 해야할 일이 있어.
이 시간대의 너에게 2전망대 티켓을 어떻게든 구해다 줘.
네가 2전망대에 있어야 나중에 관제실까지 올라올 수 있으니까.
패러독스를 줄이기 위한 일이야.
그리고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써서 2전망대의 엑스트라 플로어로 가.\
 
아이비:나는 그 전까지 스카이 빌딩을 정전시킬 준비를 해 둘게.
따로 질문은?
 
아테나:꽤 고풍스러운 디자인이네. 이게 머글의 지팡이 비슷한 물건이라지? (권총 들어 이리저리 만지작거린다.)
2전망대 티켓이라…… 패딩을 보면서 예상한 게 맞았네. 그 사람, 진짜 수상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나였을 줄이야. (헛웃음친다) 보석을 얻고, 엑스트라 플로어로 이동한 다음에 5층의 플라네타리움에서 합류하자는 거지? 이해했단다.
 
아이비:좋아. 그럼 시작하자.
 
두 사람은 창고에서 바로 직원용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수 있습니다.
 
그야 당연히 탈의실을 이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테나:자, 적당히 뒤돌도록 하렴. (목도리 주섬주섬 벗는다) 무슨 영화배우라도 된 기분이네.
 
괴도가 입을 예정이라는 망토는 유진이 따로 쇼핑백을 이용해 챙겨두는 모양입니다.
 
유진:네, 네. 보지 않을테니 다 갈아입으면 얘기하세요. (정말 신경 안쓰고 주섬주섬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중)
 
아테나:(대강 코트랑 목도리 벗어두고 유니폼 챙겨입었다.)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네.
(와중에 디자인 품평)
 
유진:다 입었어?
 
아테나:아직 뒤돌아있었니? 말 잘 들으니 좋구나.
 
유진:(어딘가에 널브러졌을 코트와 목도리 주섬주섬 챙겨서 쇼핑백에 정리해서 넣어준다.)
 
아테나:고맙단다. (그래도 인사는 함)
 
유진:까다롭게 구는 사람이 누군데 그러실까.
(가만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옷깃을 정리해준다.)
 
아테나:이 정도로 까다롭긴. 날 잘 알면서? (정리받음…… 왠지 묘한 기분이다) 이렇게 보니 나이 든 티가 나기는 하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테나는 문득 유진이 자신이 알던 모습과 다르게 겉보기에 특별한 액세서리를 하지 않은 것을 떠올립니다.
 
아테나:귀걸이가 없네. 하긴 이십 년이면 취향이 변할 만한 시간이긴 하지?
 
왼손에 무언가 반짝이는 게 보였는데 기분 탓이려나요?
 
아테나:결혼은 했니? (왼손 흘끗 봄)
 
유진:(질문에 그저 웃음만 내비친다.) 어떨 것 같아?
(아테나에게 패딩 건네줘요)
 
아테나:또 또, 네바에식 말돌리기는 이십 년이 지나도 여전하네. (눈 흘기며 패딩 받아 걸친다) 네가 약지를 보여주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유진:내 운명이 아니었나 보지. 당신이 모르는 내 시간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거든. (주섬주섬 패딩 지퍼 끝까지 올려주고는)
 
아테나가 직원용 유니폼 위에 패딩을 걸치면 일반 손님과 다름 없는 모습이 됩니다.
 
유진:(잠깐 바라보다가 제 안경을 벗어서 아테나에게 씌워준다.)
사람 눈을 피하기에는 이게 제격이거든.
 
아테나:(장녀인지라 이렇게 대해지는 게 좀 어색하다. 그래도 썩 나쁜 기분만은 아니네.) 어린애가 아니거든? 안경 정도는 혼자 쓸 수 있어. (안경대를 살짝 조절한다. 안 쓰던 걸 쓰려니 좀 이질적이긴 한데 어지럽진 않으니 다행이지.)
 
유진:내가 보는 당신은 한참 어린 아가씨인데 어쩌지.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살짝 웃고는) 즐겨봐요. 지금껏 잘 해왔잖아.
 
아테나:흥. (반박할 말이 없어서 괜히 새침한 소리만 내고) 내가 못하는 일이야 없으니 당연하지.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세 사람은 각자의 장소로 흩어지기로 합니다.
 
아이비:당신이 겪었던 일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삼가는 편이 좋을거야. 말했다시피 타임패러독스가 일어나니까. 음... 말 한두마디 정도는 괜찮겠지만.
 
아이비의 충고를 잘 기억해둡시다.
 
아테나:걱정 마렴. 일이 틀어지게 하진 않을 테니.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권총을 잘 챙겨넣는다)
 
아테나가 먼저 향할 곳은 1전망대의 이벤트 코너네요.
 
분명 이 시간대의 두 사람이 게임의 참가 여부를 고민하던 중이었죠.
 
인파에 섞여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1전망대로 향합니다.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풍경.
 
저 구석, 둥글게 몰린 인파 속에서 환호성이 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테나와 유진이 보입니다.
 
유진:저거 사행성 아니야?
 
아테나:아무리 봐도 사행성 그 자체지. 이런 괘씸한 빌딩이 있나!
그냥 안 가고 말지. 전망대 하나 가자고 무슨 게임이니?
 
유진:주사위 게임 같은데.
 
아테나:(음, 여기서 내가 어떻게 했었더라…… 기억 더듬음)
(그래, 분명 이거였지?)
(패딩의 후드를 수상하게 뒤집어쓰곤 아테나-자신-의 등을 툭툭 두드린다. 진짜 묘하고 신기한 기분이네. 타임 터너를 사용하고서 나를 합법적으로 마주하는 기분이랄까.)
 
아테나 (과거):(휙 뒤돈다)
(당신을 바라보고는 수상하다는 눈빛을 하며) 누구시죠?
 
아테나:(난…… 너야.)
(그렇지만 말할 수는 없지. 웃음을 참으면서 티켓 두 장을 내민다)
 
아테나 (과거):?
(무척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티켓과 당신을 바라본다.) 저 주시는 건가요?
 
아테나:(고개 끄덕끄덕. 이때는 정말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와 내가 짜고 치는 연극이었다니. 이렇게 우스운 일이 또 있을까? 특별히 최근 겪은 일 중 가장 재밌는 일로 선정해주도록 해야겠다.)
 
아테나 (과거):(의심하는 눈과 다르게 솔직하게 받는 손!)
암표상…… 뭐 그런 거 아니죠?
 
아테나:(퇴장 타이밍이군!)
(티켓 잘 쥐여주고 스르륵 사라진다. 의심스러워도 어쩔 수 없단다.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장땡이잖니?)
 
맞아요, 그렇습니다.
 
아무튼 주어진 일은 무사히 끝냈잖아요?
 
뒤이은 질문에도 답하지 않은 아테나는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옵니다.
 
이제 2전망대 엑스트라 플로어로 향하면 되겠네요.
 
아테나:(다음으로는 엑스트라 플로어였지. 머릿속에서 착실하게 과정을 되짚어보곤, 직원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여 2전망대로 향한다.)
 
아테나는 무사히 자리를 벗어나 패딩을 어딘가에 벗어두고 직원복이 됩니다.
 
안전하게... 유니폼 차림으로 이동해야하니까요.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 전망대의 엑스트라 플로어로 이동합니다.
 
아테나:(그렇지…… 난 지금 이 빌딩의 직원.)
 
이 곳은 제법 한산하네요.
 
대부분 위쪽에서 일하고 있겠죠.
 
아테나:(굴뚝은 잘 뚫어뒀으려나? 메리의 집으로 가본다)
 
아테나가 이동을 하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유진:테나, 이쪽이야.
 
구석 어딘가의 문에서 유진이 몸을 내밀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유진:(검지 손사락을 입가에 가져다대고는 곧이어 다가오라는 듯 손짓한다.)
 
아테나: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날 애칭으로 부르는데 20년쯤 뒤면 나도 애칭을 허락할 만큼은 물러지나 봐? (물론, 지금도 애칭을 허락한 이들이 있기는 하므로 이건 반쯤 농담이다.)
(주변 잘 둘러보고 유진에게 다가간다)
 
유진:(그 말에 가만 당신을 바라보더니 이내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이 아가씨 정말 못하는 말이 없네. 그래서 싫어?
 
아테나가 유진이 있는 곳으로 향하면,
 
텅 빈 창고 안입니다.
 
아테나:싫다곤 안 했단다? 별 말도 아닌데 뭐. (새침하게 말하곤 창고 안으로 들어서서 둘러본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하나 내려와 있습니다.
 
전부 풀린 자물쇠들이 바닥에 구르고 있네요.
 
유진:지금 당신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때 뜻이 맞았거든. 조금은 다른 의미였지만서도.
(검지를 입가에 대고 위층을 가리키며 손짓한다.) 이 위가 메리의 집 안쪽에 있는 창고야. 준비 되었어요?
 
아테나:한때? (고개 기울인다) 그거 궁금해지네. 좀 자세히 들어보고 싶긴 한데. 미래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니 안 되겠지. (영 아쉽다)
준비는 됐어. 가자꾸나. (먼저 사다리로 올라가란 듯 눈짓한다)
 
유진:(가기 전에 왼손으로 제 눈가를 톡톡 가리킨다. 안경부터 돌려줘요.)
글쎄, 지금 당신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걸.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확실해.
 
아테나:(안경 벗어서 유진 얼굴에 씌워준다. 키 차이 때문에 발돋움을 해야 하는 건 좀 짜증났지만!) 그럼 소상히 얘기해줄 마음은 있고?
 
유진:(안경 다시 정리해서 올려쓰고는 이어지는 질문에 웃어본다.) 못해줄 것도 없지. 원래 미래의 일은 함부로 입에 담는 게 아니지만 지금 당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니까.
(먼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
 
아테나:난 들을 의향이 충분히 있단다. (따라 올라간다)
 
아테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불이 꺼진 회색빛 창고에 새어들어온 조명 불빛이 여러 비품을 비추고 있습니다.
 
먼지 쌓인 뜨개 직물, 카페트, 손상된 흔들의자…
 
메리의 집을 꾸미고 남은 소품들이겠죠.
 
굴뚝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와 커튼이 쳐진 창문 하나도 보입니다.
 
유진:저기 창문 보여? 시간이 되면 나는 굴뚝으로 올라 갈 거야. 테나, 저 창문 쪽에서 기다리다 내가 신호하면 보석을 맞춰 줘. (망토를 챙겨입고는)
그래서, 우리 아가씨께서는 뭐가 궁금하실까?
 
아테나:좋아. 보석을 얻으면 다시 사다리를 타고 엑스트라 플로어로 내려가서 5층으로 가면 되는 거지. (다시금 계획을 중얼이고는)
나야 네가 말해줄 수 있는 선의 모든 게 궁금하지.
 
유진:내가 말해줄 수 있는 선의 모든 것이라.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는 답변을 나지막이 되풀이한다.) 반대로 질문할게. 내가 정말 모든 것을 말할 거라고 생각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을 당신이 겪지 않았다는 것만 알겠어.
짐작했겠지만 나는 당신이 살고 있는 미래 시간대에서 온 게 아니야. 다른 사건이 있었던 다른 차원의 시간대에서 온 거야. 물론, 이것도 내 짐작이지만. 그렇다고 밖에 할 수 없겠네.
 
아테나:질문은 내가 했어. (한쪽 눈썹 치켜올린다.) 말해주는 건 어디까지나 네 자유지. 그나저나…… 단순한 미래가 아니었구나. 뭐, 워낙 여러 차원과 시간이 꼬여 있었다고 아이비가 말했었으니 납득이 어려운 건 아니다만.
다른 사건이 뭔지는 말할 생각이 있고?
 
유진:당신이 생각하기에는 당신이 겪을 수 있는 미래에서 당신이 나와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농담이다.)
(이어지는 질문에 잠깐 생각하듯 당신을 바라보고는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테나, 신을 믿어?
 
아테나:어머? 발칙한 질문을. 관계가 발전을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 하지만 글쎄, 우리 둘 다 발전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 유진 너에 대해선 확신 못해도 나는 그렇거든. 무슨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듯한 표정이다) 아니, 전혀. 난 내 자신만 믿는단다.
 
유진:오, 나는 관계 발전에 적극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중 누가 청첩장을 내밀어도 기꺼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을 만큼의 가까운 사이는 되지 않았으려나.
(답변에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는 가만 웃는다.) 그래, 당신다운 대답이네.
당신이 이 이야기를 들어봤을 지는 모르겠어. 먼 옛날, 모든 인간은 평등했지.
신께서는 그 중 소수의 존재에게 어떠한 명령과 함께 특별한 힘을 하사했어. 자신의 명을 따른다면 대대손손 무궁한 영광을 남기게 한다 하였지.
그 특별한 힘이 마법이야.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그랬어.
어느 순간부터 수많은 마법사들이 잠에 빠지고 깨어나지 않았어. 하나 둘 잠들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나도록 영영 깨어나질 않더라.
 
유진:시간이 흐르고 흘러 모든 마법사들이 잠이 들었지만 단 몇 명만이 잠들지 않았어. 그 중 하나가 당신과 나야.
잠이 든 마법사들을 깨우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어. 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
신은 어질러진 세계를 바로잡기를 원하였고 그 일을 우리에게 행하라 이른 거지. 목적만 이루어진다면 잠이 든 마법사들은 깨어날테고, 그렇다면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신이 바라던 것은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는 당신을 향해 옅게 웃었다.) 인간을 향한 처벌.
하지만 그건 신이 바랐던 거고 언젠가는 자연적으로 치유될 일이었어. 다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었지. 어쩌면 영원이 될 지도 모르는 시간 말이야.
요컨대, 머글을 죽이지 않아도 잠 든 마법사들은 언젠가 깨어난다. 그걸 알게 된 거지. 그게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어.
 
유진:두 가지 방향이 나온 만큼 우리 의견도 갈렸어. 신의 명을 따르고 눈 앞의 행복을 되찾자는 사람들과 불필요한 희생없이 자연스레 기다림을 갖자는 사람들로 나뉘었지.
그 뒤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겠지만 두 의견이 공존할 수는 없으니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했고 어느 한 쪽을 따라야만 했어.
 
아테나:결혼식 정도의 중요한 행사면 지금도 참석할 수 있단다. 날 대체 뭘로 보는 거니? (약간 투덜거렸다)
(그것도 이내, 유진이 풀어내는 긴 이야기에 입을 다문 채로 가만 레몬빛 눈을 응시한다. 네가 이렇게까지 긴 거짓말을 꾸며낼 이유는 없어. 그러니 그건 어느 시간선에서는 분명히 일어났을 진실일 테다.) 내 세계에서 일어날 일만 아니라면야 상관은 없는 문제야, 그렇지만…… 과연 놀랍기는 하네. 신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했고 심지어 인간들 사이에 간섭하기까지 했다니.
몇 마법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잠들어버린 세상이라. 끔찍한걸. (짜증스럽단 듯이 피식 웃었다) 자연적으로 치유되길 기다리느냐, 머글을 죽여 빨리 잠을 깨우느냐…… 그렇게 나뉘었다는 거지?
그래서 네가 택했던 쪽은? (자신이 택했을 방향은 묻지 않는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으니까.)
 
유진:안 왔으니까 하는 얘기지. (과연?)
(이야기를 듣고는 가만 웃었다.) 어땠을 것 같아?
테나, 나는 지는 게임은 하지 않아.
 
아테나:(제 팔 겹쳐 팔짱을 끼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잘 모르겠네. 너는 나처럼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뭐든지 할 만한 타입 같으면서도 선은 지키는 것 같아서 말이지.
설마 내가 졌다는 거야? 나야말로 지는 선택 따위 하지 않는데.
 
유진:내가 당신과 같은 의견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은?
영원을 견딜 생각은 없었을 뿐더러, 그게 내 운명이라면 나는 따를 수 있어.
 
아테나:글쎄…… 너, 머글을 죽일 수 있어? 네 손에 피를 묻힐 수 있니? 망설임없이 저주를 쓸 자신은?
네가 겁이 많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왠지 네가 아바다 케다브라를 외치는 모습은 상상이 가질 않는구나.
 
유진:…―테나, 사람을 죽여봤어?
 
아테나:여기선, 아니? 그렇지만 내 목표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 (태연히 말한다.)
 
유진:세상에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어. 인간은 누구나 죽어. 비단 인간 뿐만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야.
사람을 죽이는데 마법을 써야만 했을까? 내 대답은― ‘아니’.
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고 했었지? 누구나 그랬어. 다른 사람들이 하루 빨리 깨어나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는 거야. 그리고 그들을 깨우는 게 목표라면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고 눈을 깜빡인다.) 못할 것도 없지.
당신이 한 모든 질문에 답을 해 줄게. 이 모든 건 당신이 볼 수 있는 미래에서는 일어나는 일이 아니야.
나는 내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신의 뜻에 따라 머글을 죽이는 쪽에 찬성을 했어. 그리고 우리가 이겼지.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무슨 뜻일까?
 
유진:나는 지금 당신이 겪을 일들을 모두 겪었어. 우리는 사람들을 죽였고 신께서는 원하는 것을 이루셨고 그 대가로 잠 든 사람들은 일어났어.
그게 당신의 앞날을 알고 있는 이유야. 나는 영원을 살지 않았으니까.
 
아테나:어머나, 네 말은 그럼ㅡ 넌 사람을 죽였다는 거구나. (유진의 깜박거리는 눈을 마주하다가, 이내 웃는다.) 흥미로운걸? 유진 네바에 브리즈, 네가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니. (네가 이전에 선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겠다느니, 좋은 일을 하겠다느니 같은 가식을 떤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자신이 들은 바는 신선하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러면 너와 내가 같은 패를 들었고 함께 승리를 거머쥐었단 뜻이구나. 마음에 드네. 내가 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실히 그래. (어떠한 시간선에서의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나 범죄에 대한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다. 애초부터 아테나 안에 뿌리내린 씨앗이 아니었으므로. 비정하고 냉담하며 야욕을 위해서라면 인간성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이, 그것이 바로 아테나 히페리데였으니.)
신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건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건 내 세상을 지켜냈으니 된 거겠지. (게다가 내가 겪은 일도 아니고 말이야. 꼭 영화라도 보는 듯 흥미진진했다.)
상세한 설명 고맙단다. 어딘가에선 그런 일도 겪었구나.
 
유진:내가 못할 것 같았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서 소리없이 쓴웃음 짓고는) 당신 세상을 지킨 만큼 세상이 무너진 사람도 있어.
(네게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맞추듯 허리를 숙이고는) 테나, 내게 결혼은 했냐고 물어봤지? 못했어. 그 사람이 죽었거든.
누군가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세상을 무너뜨린 거야.
 
아테나:안타깝구나. (눈썹 하나 까닥이지 않은 무표정으로 읊는다.) 하지만 내 자신보다 소중한 건 없어. 내 세상을 위해서 남의 세상이 몇 개나 무너지든 신경쓸 바 아니잖아? 남에게 신경쓸수록 내가 깎여나갈 뿐.
 
유진:그럴테지. 네가 맡은 환자들 중에서도 무연고 환자들이 죽어나갔었으니까. 뭐,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예상한 결과야.
 
아테나:한때 뜻이 맞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제 알겠네.
자, 한 번 더 뜻을 맞추게 되겠구나. (무거운 주제를 환기하듯 사다리를 바라본다) 멋들어진 괴도로 등장할 준비는 됐니?
 
유진:(느리게 눈을 깜빡이고는 좀처럼 웃지 않는 얼굴로 나지막이 읊는다.) 역시 제멋대로인 아가씨라니까.
이 모든 이야기의 교훈이 뭔지 알아요? (후드를 뒤집어 쓴다.)
 
아테나:교훈도 있니? (총을 꺼내어 장전한다)
 
유진:인생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것.
 
그 말과 함께 유진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면………
 
“저기 봐! 누군가 있어!”
 
익숙하지만 낯선 소리가 들려옵니다.
 
팟, 하고 조명이 꺼지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창고 안 쪽으로 새어 들어오던 빛이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바로 지금, 2전망대에 소문의 괴도가 나타났습니다.
 
아테나:(이쯤 저기 어디에선가 '나'도 당황하고 있겠지.)
 
아테나는 어둠 속에서 창문을 통해 몸을 기울입니다.
 
굴뚝 위에 서 있는 괴도;유진의 모습이 보입니다.
 
천천히, 그가 양손을 하늘높이 들어올리는 것을 보고는 당신 또한 총으로 보석을 겨눕니다.
 
마치 총이 팔을 이끄는 듯 기묘한 감각을 느끼며
 
정확하게 보석을 겨냥하면…
 
탕!
 
가느다란 박수소리를 뒤로 공포탄이 발포됩니다.
 
트리가 흔들리고 보석이 유진의 손에 떨어집니다.
 
성공했다!
 
다시 창고 안으로 들어오면 2전망대를 뒤흔드는 듯한 거대한 환호성이 들립니다.
 
모든 조명이 소등되고 유진이 굴뚝 위에서 안쪽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테나:(우습긴 우습네.) 어서 와, 괴도.
 
유진:그대로 내려갈테니까 거기서 떨어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래로 뛰어내린다.)
 
“유진 네바에 브리즈!!!”
 
…어디선가 아테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테나:(이거 설마 내 목소리?)
(ㅋ)
(그래, 내 짐을 찾으려고 유진을 불렀지. 하지만 정작 내가 아는 유진은 1전망대에나 있을 것이다)
 
유진:…나를 얼마나 못 믿었으면 저렇게 애타게 찾을까. (반 농담이다.)
 
아테나:넌 모르겠지만, 나는 이곳의 유진에게 내가 산 짐을 맡겨뒀거든. 동생들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란다. 괴도 행세를 한다고 비싼 선물을 잃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내 딴엔 당연한 거라구?
 
유진:오, 이런. 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매정한 사람으로 보여요? (작게 헛웃음치고는)
서두르자. 길은 기억하고 있지?
 
두 사람은 미리 정해둔 도주로를 이용해 단숨에 2전망대 엑스트라 플로어의 직원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합니다.
 
그런데…
 
아테나:뭐어, 아예 버리진 않았겠지만 어디 다른 곳에 둘 수는 있다고 생각했지. (침착하게 엑스트라 플로어로 향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어라?
 
엘리베이터가 예정되었던 층보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네요.
 
딩동.
 
여긴… 2층이잖아?
 
그러나 되돌아갈 새도 없이 덜컹, 하는 소리.
 
엘리베이터와 모든 층의 전기가 나갑니다.
 
어떻게 된 거지?
 
아테나:분명 5층으로 오라고 하지 않았었니?
 
유진:분명히 5층 버튼을 눌렀는데.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한번 살펴보다가 바깥을 바라본다.)
…계단을 통해서라도 이동해야겠는걸. 전기가 나갔어.
(마법사지만... 전기를 넣을 줄은 모르는 마법사들...)
 
아테나:우리 계획을 누가 알아챘을 리는 없고. (짜증스럽게 계단을 찾아간다.) 마법사나 되어서 계단을 직접 올라가야만 한다니.
 
유진:글쎄, 정말 알아챘을리 없다고 생각해? (지팡이 만지면서 빛을 비출까 잠깐 생각한다.) 내가 영원을 바라고 저울을 소중히 다루던 사람 중 하나라면 저울이 없어진 걸 깨닫고 바로 찾으러 다녔을걸.
 
아테나:흐음…… 알아챈 거라면 대응이 아주 빠르네. 짜증나게 말이야.
혹시라도 마주치지 않게 빨리 이동하자꾸나. (계단을 한번에 두세 개씩 올라간다)
 
두 사람은… 아직 계단에 도달해지 못했지만…
 
계단을 찾으러 이동하였습니다.
 
아테나:(아 아직 못햇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복도를 하나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눈부신 손전등 빛이 두 사람을 비춥니다.
 
“저기! 저 사람들이에요!”
 
“CCTV에 찍혔던!”
 
이런, 경호원입니다.
 
들켰다!
 
지금부터 경호원 세 명과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아테나:(속으로 욕을 내뱉는다) 빠르기도 하지.
 
경호원들이 두 사람을 쫓아옵니다.
 
눈 앞에 계단이 보입니다.
 
서둘러 이동할까요?
 
아테나:(명색이 마법사인데 머글 경호원 따위에게 시시하게 잡힐 순 없지.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 쥔다.) 무언마법 쓸 줄 아니?
 
이동은 민첩 판정을 통해 진행합니다.
 
타 기능치 사용도 가능합니다.
 
유진:(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다시금 꽉 쥐어본다.) 테나, 그거 알아? 당신은 가끔 너무 당연한 걸 물어봐.
 
아테나:못 쓰면 내가 다 처리하려고 했지. 그럼 기절시킬게. (지팡이를 뒤로 뻗어 경호원을 겨누고 무언으로 기절마법을 사용한다.)
마법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아테나는 허공에 지팡이를 흔들었습니다.
 
아테나:(뛰는 와중에 쓰는 건 무리였나? 그러니까 마법사는 뛰는 게 어색하다니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테나:비웃지 마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유진:
마법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경호원 하나를 향해 지팡이를 휘두른다.)
 
유진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경호원 하나가 반동으로 튕겨나갑니다.
 
경호원들은 순간 놀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그것도 잠시 몸을 움직입니다.
 
경호원: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경호투: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경호원 하나가 두 사람 중 하나를 공격합니다.
 
경호투:
Fightning(Brawl) Roll
기준치: 30/15/6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2
 
(
2
 
)
 
 
=
2
 
아테나:(근데 어케 공격하는 거죠? 손전등으로 때리나요 뭔가를 던지나요)
 
경호원 하나가 유진에게로 달려듭니다.
 
방금 사람 하나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주먹을 쥐고 달려드네요.
 
아테나:(쯧쯧) 저 정도는 네 선에서 처리할 수 있지?
 
유진:
마법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유진이 지팡이를 휘두릅니다.
 
유진에게 달려든 경호원 하나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날아가버립니다...
 
유진:당신보다 실전은 내가 더 많이 겪어봤어.
(잠깐 상황을 보고는 아테나의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고 다이아몬드를 집어넣는다.) 테나, 계획을 바꿔야겠어. 저 놈들은 내가 처리할테니까 먼저 가.
무언 마법 쓰기 힘들면 주문이라도 외우고.
 
아테나:무언 마법이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니거든?! (발끈)
 
유진:어련하시겠어, 아가씨. (웃으며 머리 한번 톡톡 건들이고는 계단을 향해 아테나의 등을 밀친다.)
 
아테나:(계속 애 취급 받는 것 같아 묘하게 열받는데, 진짜 나보다 오래 산 사람이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먼저 갈 테니 최대한 빨리 따라오렴.
 
유진:
마법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자장자장. 들으렴, 아가. 희디흰 사과꽃 망울질 적 태어난 우리 아가야.
아저씨가 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경호원들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는) 예언자 브리즈가 감히 말하건데 당신들은 절대 저 위로 못 올라가.
 
아테나는 2층에서 3층으로 이동합니다.
 
아래 쪽에서는 유진이 잘 처리해줄테지요.
 
아테나:쯧, 괜히 마법 빗나가는 일이나 없어야 할 텐데.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테나는 무사히 3층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3층까지는 평범한 상점가였었죠.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있습니다.
 
다시 움직여볼까요.
 
아테나:(그래도 유진이라면 잘 하겠지. 매양 웃고는 있어도 허술한 사람은 아니니.)
 
아테나:(서둘러 뛴다. 일을 망칠 순 없으니.)
민첩
기준치: 40/20/8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저런)
 
뒤에서 요란스런 소리가 들립니다.
 
아테나가 뒤를 바라보니 어느샌가 경호원 하나가 헉헉대며 쫓아오고 있습니다.
 
아테나:어머? 끈질기기도 하지.
 
경호원: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경호원이 헉헉대는 숨을 내몰아쉬면서 아테나를 향해 돌진합니다.
 
경호원:
Fightning(Brawl) Roll
기준치: 30/15/6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아테나:
마법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감히 어딜 오려고? (임페디멘타로 깔끔하게 넘어뜨려버린다)
 
비척비척 경호원의 솜주먹이 아테나를 빗나가고
 
아테나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경호원이 자리에서 넘어집니다.
 
아테나:피차 힘들게 굴지 말자꾸나. 여기 얌전히 있어주면 돼. (스투페파이로 마무리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아테나:
마법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하. 스투페파이랑 연이 없나)
 
아테나는 지팡이를 휘둘러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경호원이 지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타 얼른 이동합시다.
 
아테나:(쉽지 않네 진짜. 난 평생 마법사로 살면서 뛰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아무튼 열심히 뛴다)
 
아테나는 3층에서 4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계단을 오릅니다.
 
아테나: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아테나는 4층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당탕 쿵탕!
 
불안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아래층에서 왔던 경호원이 지치지도 않고 또 왔습니다.
 
아니, 이미 지쳐있지만요.
 
아테나:지독하네.
(나도 지쳤다...)
 
경호원: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테나:
마법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경호원:
Fightning(Brawl) Roll
기준치: 30/15/6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경호원이 비척비척 아테나를 향해 주먹을 날립니다.
 
아테나:쯧쯧. (혀 차면서 이번에야말로 스투페파이로 기절시켜버린다)
좀 쉬렴. 그러다 근육통 생기겠어.
 
경호원의 솜주먹이 아테나를 스치고...
 
아테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경호원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릅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이 기절했습니다.
 
참으로 끈질긴 녀석이었어요...
 
아테나:끈질긴 녀석.
 
자, 다시 이동합시다.
 
아테나:(이제 5층으로 갑니다)
 
이제 한 층만 더 올라가면 5층이에요.
 
아테나는 5층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아테나는 플라네타리움 안으로 발을 들입니다.
 
아테나:(꽤나 험난한 여정이었어…….)
(아이비는 잘 도착했나? 우리 상태를 보면 그애도 방해를 받았을 것 같은데.)
아이비. 왔니?
 
플라네타리움 안은 무척이나 어둡습니다.
 
발 앞조차도 보이지 않아 잠시 서 있으면 빛의 구체가 하나 떠오릅니다.
 
저 쪽 자리에서 하나, 조금 더 멀리에서 하나… 둘, 셋.
 
그들이 하나 둘 떠올라 길을 비춥니다.
 
플라네타리움 중앙, 천구 앞에 쇠저울을 든 아이비가 서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는 어두운 돔 천장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아이비:…이상하네.
이제 끝내는 편이 좋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 영원히 이대로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어.
그렇게 바랐던 시절이 고정된 결과니까, 어쩔 수 없는걸까.
다 설명하지 않았던 게 있어.
 
아테나:아직도 남은 게 있었니? (제 팔을 꼬아 팔짱을 끼며 선다.)
 
아이비:이 저울은 물건의 질량이 아니라 이 물건에 얽힌 마음을 측정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 그러니까.
다른 것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유일한 것.
그러니까 강렬한… 마음. 누군가의 기원이라거나.
당신이 받은 그 목걸이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는 몰라. 하지만 오늘 이 시간대의 그 사람이, 유진이 당신에게 전한 진심이 여기에 걸려 무게가 재어지는 거야.
내가 언젠가의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평범하게 이 저울을 사용하면 당신도 영원을 손에 넣을 수 있어.
 
아이비:당신이 원할 때, 가장 최고의 당신으로 스스로를 고정시키거나…
그 사람들처럼 연구한다면, 원하는 다른 무언가를 영영 변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겠지.
어쩌면 그건 그 가능성까지 포함한 선물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 모든 건 당신에게 주어진 거야. 그러니 당신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어.
어떻게 하고 싶어?
 
아테나,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나요?
 
아테나:흐으음. 네 말은 일견 유혹적이지. 그렇지만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에서의 '너'를 보렴. 너는 결국 영원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어. 질렸든 만족했든간에. 흔들리는 건 으레 오래도록 가졌던 것을 내려놓을 때 드는 내적 갈등이지.
그럼 내가 저울을 써서 영원을 거머쥐었다고 가정해보자. 언젠가는 반드시 너처럼 그만두고 싶어지는 때가 올걸.
간결하게 말하자면, 나는 성공한 나 자신에게 질리고 싶지 않단다.
내 성공이 오래도록 이어진다면 분명 좋기는 하겠지, 그렇지만 그건 오롯이 내 힘으로 얻어낸 것이어야만 해. 그때 느껴지는 희열과 기쁨, 충족감은 이런 저울 같은 물건에 의지해선 얻을 수 없거든.
(매력적으로 웃는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오래 보면 질리기 마련. 그런 식으로 나와 내 성과를 소모시키긴 싫단다.
 
아이비:…그게 당신의 대답이야?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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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대답에 아이비는 희미하게 웃습니다.
 
그는 낡은 저울을 들어올려 접시 반대 편에서 추를 빼내고 새 접시를 답니다.
 
이제 저울이라기보다 천칭같은 모습이네요.
 
아이비:한 쪽에 보석을, 다른 한 쪽에 당신의 물건을 올려.
 
아테나:(다이아몬드와 목걸이를 꺼내어 각각 저울의 접시 위에 올려둔다.)
 
아테나는 두 물건을 천칭 양 쪽에 올립니다.
 
한 쪽은 거대한 다이아몬드, 그리고 한 쪽은 당신이 오늘 유진에게 받은 목걸이입니다.
 
무게도, 크기도 너무나 차이가 나는 두 가지의 물건을 올려놓고도 천칭은 고정된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비:(천칭을 높이 들어올리고는 당신과 시선을 맞춘다.) 내가 하는 말을 따라해줘.
멜 록스여, 보라.
 
아테나:(호오. 신기하네.) 멜 록스여, 보라.
 
아이비:보다 더 밝은 빛에 축복을.
 
아테나:보다 더 밝은 빛에 축복을.
 
그러자 천칭이 천천히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다이아몬드가 허공에 떠오르고 목걸이가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더니…
 
툭.
 
천칭의 쇠막대가 반으로 깨져 부러집니다.
 
유진에게서 받은 목걸이가 당신의 손으로 떨어지고, 다이아몬드는 땅을 구릅니다.
 
아이비:... 끝났구나.
이제 다시 그 애를 떠올리면서 웃어도 되는거야.
 
아이비의 몸이 천천히 반투명해집니다.
 
그가 주변에서 날아다니던 빛의 구체 두 마리를 양 손에 모아, 당신에게 보내듯 밀어줍니다.
 
아이비:그 사람에게도, 유진에게도 고맙단 인사 전해줘. 그리고, 착각해서 미안했다고도.
이 둘을 따라 걸으면 두 사람 다 각자의 시간대로 돌아갈 거야.
당신도 저울을 손에 쥐었으니 조금 더 헤멜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마중 올 테니까.
그럼 이만 갈게.
 
그 말과 함께, 아이비는 빛과 함께 완전히 사라집니다.
 
아테나:…… 잘 가렴. (조금이라도 후련하려나?)
 
아테나의 주변으로 빛의 구체 두 개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끼이익.
 
무거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
 
유진:테나?
(너를 한번 보더니 숨을 고르게 내쉰다.) 다치진 않았구나.
 
아테나:이젠 네가 부르는 애칭이 적응될 지경이야. 왜 이리 늦었니?
 
유진:(그 말에 미묘하게 웃으며 입을 연다.) 다시 묻는 거지만 그래서 싫어?
그 경호원들은 전부 처리하기는 했는데… (왼쪽 어깨를 잡고 몸을 풀듯 고개를 옆으로 쭉 기울였다.) 아, 죽은 건 아니야. 갑자기 큰일난 것처럼 어딘가로 사라졌거든.
(주변을 잠깐 둘러보고는) ……아이비는?
 
아테나:싫다고 한 적은 없단다? (어깨 가볍게 으쓱인다.) 영원을 고정해두는 게 풀려서 사라졌나 보네. 저울에 다이아몬드랑 목걸이를 올려두고 아이비가 하는 말을 몇 마디 따라했더니 저울이 부서졌단다.
그애도 사라졌고. 네게 고맙단 말을 전해달라던데. 착각해서 미안했다는 건 누구한테 말하라는 건지 좀 헷갈리네.
(빛의 구체를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 이걸 따라 걸으면 각자의 시간대로 돌아갈 거라는구나.
 
유진:(어깨를 으쓱이고는 가볍게 대꾸한다. 그렇다면야.) 오, 나한테 하는 말일걸. 나도 갑자기 이 일에 연루가 된 사람이라서.
(아테나가 건드린 빛의 구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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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체가 하나 유진에게 이동해 빙빙 돌더니,
 
다른 한 쪽 구체와 함께 플라네타리움을 빠져나갑니다.
 
그 뒤를 천천히 걷습니다.
 
두 빛은 5층의 외부 계단으로 향합니다.
 
이 위는 1전망대로 이어진 것 같네요.
 
따라오라는 듯, 두 빛이 천천히 돌며 앞을 밝힙니다.
 
유진:그 애, 수많은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그 목걸이가 저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았대. 그래서 나한테 먼저 왔던 거야.
하지만 내가 조건에 맞지는 않았던 거지.
아이비가 말했었지? 그 저울은 마음을 재는 물건이라고 말이야.
 
아테나:아하. 목걸이를 준 유진이 아니라 다른 세계선의 유진을 찾아가버렸던 건가 보구나?
 
유진:맞아.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는 웃어본다.) 옛날의 나는 어렸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몰랐고, 바라는 게 있더라도 진짜 원하던 게 무엇이었는지 몰랐을 거야.
 
곧, 양 쪽으로 나뉘어지는 계단이 나타납니다.
 
유진과 함께 있던 구체는 왼쪽으로, 아테나와 함께 있던 구체는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아테나:그럼 지금은 아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자연스레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계단을 걸어올라갑니다.
 
반대편에서 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유진:글쎄, 모두 안다고는 못하겠네. 세상에 옳고 그른 건 주관적인 평가니까.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과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있고.
이제는 내가 당신을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지 못해.
이건 예측이 아니야, 확신이지.
 
다음 층계참에서, 두 계단이 다시 만납니다.
 
반대편에서 유진이 모습을 보입니다.
 
유진:―미스 히페리데.
이 오만하고 영악한 아가씨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예언자 브리즈가 당신에게 미래를 알려드리지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당신을 바라본다. 움직이는 시선이 아래를 향하다 이내 편한 얼굴로 당신에게 미소를 내보인다.)
테나, 당신의 시간을 살아. 당신에게 찾아오지 않을 미래라 하여도 그 수많은 시간 속에서 당신은 영원하였고 그 모든 시간을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시선을 올려다 본다. 조심스레 네 손을 잡고 미소진 얼굴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유진: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
(손등에 짧게 입맞춤하고는 가만히 일어나 뒤로 물러난다.)
 
유진이 다시 천천히 뒤로 물러나, 자신의 계단으로 돌아갑니다.
 
아테나:미래를 알려준다기에 조금 설렜는데…… 시시하잖니? (당신은 이 대답을 들으면 그래, 이거야말로 아테나다운 대답이겠지, 라고 생각하겠지. 언제나처럼의 자신만만한 미소를 띈다.)
하지만 그래. 나도 기억할게. 네가 여기 있었고, 우리가 어떠한 한 순간을 함께 공유했었단 것 말이야. 여기의 유진에게 해줄 이야기가 하나 늘었구나.
너는 꽤 나쁘지 않았어. 아마 다신 만나지 못하게 되겠지만 그곳에서도 잘 지내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덕담이란다. (손을 잡고 입맞춤을 하도록 가만 내어준다. 묘한 기분으로 눈앞의 중년을 내려다보았다. 네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듣는 예언이네.)
(이 일은 그에게도 꽤나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았다.)
 
아테나는 제 위치로 돌아간 유진과 마주합니다.
 
그는 대답 대신 눈을 깜빡이고는 미소만을 남긴 채 뒤돌아 계단을 걸어올라갑니다.
 
몇 번 철골 계단 위를 걷는 발소리가 들리고 나면 더는 위에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아테나가 가야 할 계단은 앞으로 조금 더 남아있습니다.
 
.
 
당신 눈 앞에 펼쳐진 계단에서 위를 향해 조금 더 걷습니다.
 
혼자가 되니 주변은 온통 조용합니다.
 
도시의 불빛은 전부 다 꺼져 아직 돌아오지 않네요.
 
지면이 한참이나 아득해지면, 빛의 구체가 자리에 멈춰 가까이 오라는 양 빙빙 돌기 시작합니다.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면…
 
덜컹.
 
위쪽, 1전망대의 외부 계단으로 이 시간대의 유진이 뛰쳐나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라라?
 
그 모습을 시선으로 다 쫓을 새도 없이 세계가 화이트아웃됩니다.
 
 
… 그리고, 눈을 뜨면 주변은 온통 새하얗습니다.
 
투명한 실루엣들이 주변을 오가고 있습니다.
 
어라, 여긴 어디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었더라.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면 문득 깨닫습니다.
 
사람이 투명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투명한 겁니다.
 
온갖 것이 무감하고, 아무것도 와닿지 않습니다.
 
그 무엇도 당신의 세계에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모든 세계를 바라보며 당신은 이 모든 일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한 순간 피어오르면, 곧 다시 꺼져 사라집니다.
 
모든 조각에서 제각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슬퍼하고, 기뻐하고,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사라져 갑니다.
 
“왜일까?”
 
문득 누군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아테나:인간은 영원할 수 없으니까.
찰나의 순간 자신을 가장 밝은 불꽃으로 태웠다가 흐드러지는 거겠지.
(진이 쭉 빠지는 듯한 탈력감이 들었지만 마냥 무의미한 일이라고만은 생각되지 않는다. 분명 자신에게도 슬퍼하거나 기뻐할 만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란 건 좀 바보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 사람’ 은 언젠가부터 투명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곧이어 그가 대답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당신의 손을 잡아당깁니다.
 
이끌려 한 발자국을 내딛으면, 세계에 금이 갑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동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집니다.
 
...
 
아테나,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두근, 하고 몸에서 고동이 크게 울립니다.
 
유진:아테나!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몸이 크게 기울어지고, 아득하게 멀고 어두운 지면이 보입니다.
 
막 떨어질 것처럼 층계참에 아슬히 몸을 빼둔 당신을 유진이 끼어들어 온 몸으로 막고 있습니다.
 
그의 왼손에는 지팡이가 쥐여 있습니다.
 
유진은 그대로 힘을 주고 아테나를 끌어안아 뒤로 밀어냅니다.
 
쿵,
 
아테나의 등이 벽에 닿고
 
서로 기댄 형태로 바닥에 주저 앉습니다.
 
떼구르르 굴러가는 지팡이 소리만이 층계참에 울려퍼집니다.
 
아테나:어머.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 곳은… 2전망대에서 관제실로 오르는 외부 계단의 층계참.
 
당신을 끌어안은 유진에게서 빠른 심장 소리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겨울인데도 난로처럼 몸이 뜨겁고,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만히 느끼고 있으면 당신이 원래 자신의 시간대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유진: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네게서 떨어지며 숨을 고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테나:꽤나 많은 일이 있었지……
내가 세상을 정상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만 알아두면 돼. (더 뜻모를 소리로 들릴 말이나 하며 지팡이를 줍는다. 그제야 이전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른다. 다소 헤맬지도 모른다더니 이게 그 의미였나 보네. 아무리 그래도 날 바깥에서 떨어뜨려 죽일 뻔하다니. 마지막까지 맹랑한 애라니까, 진짜.)
넌 뭘 하고 있었니? 어린애 친구는 찾아줬고?
(자연스럽게 지팡이 건네준다)
 
유진:(숨을 내몰아 쉬며 좀처럼 보기 힘든 표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너를 바라보았다.)
내가 묻고싶은 건 저 위에서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는 거예요. 당신이 이만한 거리를 걸어서 내려올만한 사람이 아니잖아, 안그래?
(자연스럽게 건네준 지팡이를 받았다.) 혹시나 싶어서 직원에게 길을 물어서 왔더니. (눈을 깜빡이며 숨을 내쉰다. 한껏 진정된 숨소리이다.)
내가 찾아주었다기보다는 아이도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두 사람을 찾느라고 힘들었지. 우리, 연락할 방법도 없었잖아요.
 
아테나:정전이 됐었잖니. (설마 이것도 없었던 일이 되진 않았겠지?) 혹시나 그 여파가 프로피온까지 미칠까 봐 좀 확인해보려고 바깥까지 나왔단다.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변명을 대본다)
그나저나 그애 사라졌니? 처음 봤을 때부터 재수가 없더라니.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험담함) 네가 고생이 많았겠구나.
(계속 반말 듣다가 존댓말 섞인 말투를 들으려니 어색하네)
 
유진:(가만 듣다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는 혼잣말처럼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당신이 그러지는 않았을텐데.
위험을 무릅쓰고 해가 될 일을 하지는 않잖아. 이건 득도 실도 아닌 비상사태였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흐뜨러진 옷을 정리하듯 재킷을 털어내린다.) 그리고 도움을 청했던 아이에게 그런 말은 좋지 않아요.
 
이제 완전히 암흑에 잠긴 도시 저 편에서, 빛이 하나 보입니다.
 
저 멀리에서부터 천천히, 하나하나 불이 돌어오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시선을 느낀 유진 또한 뒤를 돌아보고, 그것을 발견합니다.
 
마치 온 도시로 일루미네이션을 그려내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
 
아테나:나도 중심을 잃을 줄은 몰랐지. 네가 잡아줘서 다행이야. (제 나잇대 유진을 보니 이제야 익숙한데 한편으로는 어색하기도 하다. 타임터너보다 더한 일을 겪고 온 셈이니. 이걸 네게 이야기해준다면 어떤 반응이려나? 설마 미친 사람 취급을 하진 않을 것 같고.)
다행이네. 빛이 들어오잖아. 바깥까지 나와서 확인한 보람이 있어. 안 그러니?
 
유진:(빛이 들어오는 풍경을 바라보고는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정전이라서 오늘 안에는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저 멀리 전광판의 시계가 보입니다.
 
지금은…
 
23시 02분.
 
유진:내가 보고싶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요.
일루미네이션같지 않아요?
 
이 곳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두 사람만의 장소.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을텐데, 라고,
 
이 순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분명 바라고 있겠죠.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그 말과 마음이 얼마나 연약한지.
 
사실은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
 
그러니까 더욱, 일부러 소리를 내서.
 
유진:메리 크리스마스.
 
아테나:(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게 있는 법이니까.) 메리 크리스마스란다.
 
부디 이 마음만큼은, 하고.
 
ENDING 1 「and 59 seconds」
 
시나리오 보상입니다.
 
KPC, PC 생환
 
이성치 1D10 회복
 
아티팩트 획득
 
아티팩트 KPC의 선물 획득.
 
해당 시나리오 내에서 아테나가 유진에게 받은 목걸이로 이후 세션 내에서 입는 데미지를 1회 무효로 합니다.
 
아테나:3
 
해당 시나리오 GM과 상담해주시면 되시고 사용시 아티팩트의 효과가 사라질 뿐, 파괴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