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션카드 : 렌님
플레이타임 : 약 19시간 반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보니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가 보입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유진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 (0/1d2)
유진 N. 브리즈:
정신
기준치: |
65/32/13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진 N. 브리즈:(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조금 전까지 제가 누워있던 자리를 바라본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다 깊게 숨을 내쉬며 한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고는 머리를 쓸어올린다.) 살아있는 게 용하군…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진 N. 브리즈:(팔이 잘 움직이는지 어깨를 한번 돌려보고는 곁에 떨어진 총을 줍는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유진 N. 브리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유진을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조심스레 다가가서 상대를 살펴봅니다.)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저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온기, 식량,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으려나요?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해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유진 N. 브리즈: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어느덧 낯선 사람이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올라간 눈매 안에 갇힌 하늘보다도 새파란 홍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발,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유진은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이성> 판정 (0/1D3)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가물가물한 유진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일시적인 기억 상실, 전투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일단 한 번 리셋했으며,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보니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유진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 (0/1d2)
유진 N. 브리즈: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유진이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총을 고쳐잡은 아테나가 근처에 다가와 묻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당장이라도 한 발 더 갈길 기세입니다.
유진 N. 브리즈:(누워있는 채로 깊게 숨을 토해내고는 제 시야를 가린다. 작게 헛웃음치고는 그대로 얼굴을 쓰러내린다.)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하면 한발 더 쏴줄 생각인가?
(이내 상체를 일으키고는 너를 노려보듯 눈을 맞추더니 일으켜세워달라는 마냥 손을 내민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정신 못 차린 너한테 내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인류의 대단한 손실이잖니? (특유의 고고함이 밴 재수없는 말투로 답하고는 내민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말이 통하는 걸 보니 이번엔 멀쩡한가 보네.
너무 노려보진 마. (비스듬히 입꼬리 올린다) 널 죽이는 것도 힘든 일이거든? 가끔 한눈판 사이에 까마귀가 물고 가기라도 하면 얼마나 귀찮아지는지 몰라,
유진 N. 브리즈:거 대단한 인물 납셨습니다. 예? (네 힘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옷을 툭툭 털어낸다.) 귀찮아지기 싫으면 제대로 지켜보지 그래? (가벼운 농을 던지듯 작게 웃으며 홀로 중얼거렸다.) 죽이는 만큼 죽는 게 힘들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
아테나 K. 히페리데:최강의 인류니 대단한 인물이지 그럼. (한 마디도 안 지고 받아치며 유진의 피가 묻은 장갑을 유진의 군복에 슥 문질러 닦는다.) 내가 지켜본다고 해서 네 엇나간 정신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어쩌겠니? 마찬가지로 내가 너를 죽이는 것도 아니고. 불평하고 싶으면 몰려드는 크리쳐한테나 쏟아내렴.
아테나는 유진을 처참하게 살해한 뒤에도 위로나 사과는커녕 뻔뻔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어쨌거나 당신과 1년 가까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유진이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아테나가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유진 N. 브리즈:(네가 제 군복에 피를 문질러 닦자 한번 바라보고는 자연스레 그 자리를 손으로 툭툭 털어낸다.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다시금 깊게 숨을 내쉬더니) 그래, 어련하시겠어. 죽고 후회할 일을 만들지나 마.
(혹시 지금도 주변에 크리쳐가 있나요?)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아테나는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유진이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럼. 후회할 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임무의 완벽한 완수는 당연한 몫이고.
우리의 직전 임무도 성공적으로 끝내긴 했지만, 넌 과다출혈로 죽었어. (어깨 으쓱한다) 원래 네 자가소생에 드는 시간이 랜덤인 건 알지만, 이번 소생은 유독 느리더라. 그래서 식사라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지.
여기서 두 번이나 죽는 바람에 시간이 꽤 지체됐어. 다음 임무로 갈 시간이 부족하니 바로 돌입할 거야. 준비는 됐지? 안 됐어도 가야 하지만.
유진 N. 브리즈:대답이 필요해? (옷깃으로 입을 가리고는 근처에 떨어졌을 총을 잡는다.)
아테나 K. 히페리데:깔끔해서 좋네. 자. 지도와 임무 내용.
대피를 좀 제때제때 하면 얼마나 좋아? 꼭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만든다니까. (인성 나쁨)
유진 N. 브리즈:AOC에서 인성 면접은 하지 않나 봐? 세상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최강의 인류가 이런 사람인 걸 알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아테나 K. 히페리데:어쩌겠어? 좋은 인성은 크리쳐를 막는 덴 쓸모가 없는걸. (한쪽 입꼬리만 끌어올린다)
설사 방금 한 발언이 알려진다고 해도 저들이 날 내칠 순 없을걸. (확신한다.)
유진 N. 브리즈:흐음. (왼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네 머리에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한다.) 당당해서 좋네. 누누이 말하지만 너는 그 자신감이 독이 되어서 너를 끌어내릴 거야.
아테나 K. 히페리데:누가 누구한테 총을 겨누는 거니. (이래봤자 실제로 죽임당하는 쪽은 너인걸, 이라는 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낯으로 당신의 손을 잡아내린다.) 난 끌려내려가지 않아. 최강의 인류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한심한 바보가 먼저 추락하고야 말겠지.
유진 N. 브리즈:내 말을 이해하기는 했어? 그 한심한 바보가 당신이 될 지도 모른다는 소리야.
그리고 조금 전까지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하신 게 누구더라?
아테나 K. 히페리데: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누구고? (고개 절레절레 젓고 총을 살피며 점검한다.) 굳이 말다툼하고 싶지 않으니 여기까지 하자꾸나.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아테나 K. 히페리데:(유진에게 고개 까닥하고는 헬기에 척척 걸어가 탑승한다)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감상에 젖어들 수는 없습니다.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허공을 한 바퀴 돈 유진이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아테나를 받아볼까요.
유진 N. 브리즈:
민첩
기준치: |
99/49/19 |
굴림: |
1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턱, 소리와 함께 유진은 아테나를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유진 N. 브리즈:(자연스럽게 바닥에 너를 내려주고는 시선을 건물 끝 너머의 도시로 옮긴다.)
아테나 K. 히페리데:(마찬가지로 익숙하게 내려서고는, 바람에 마구 날린 머리카락 정리한다)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미처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은 긴급 대피 구역에 뭉쳐있을 거야. 살려면 그래야지. (손끝으로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는다.)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입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자, 어디부터 가면 좋겠니? 크리쳐의 감 같은 거 좀 발휘해보렴.
유진 N. 브리즈:내 감을 믿어서 되나? 틀리면 내 탓이라고 할 게 뻔한데. 안그래? (작게 웃으며 반사적으로 병원을 가리킨다.)
위험해 보이는 곳부터 가지.
아테나 K. 히페리데:이런 거 보면 감이 좋긴 하네.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 하나? (맞췄다는 뜻...)
그래, 대피 못한 환자라도 있음 곤란하니까. 가자꾸나.
병원으로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러고 보면 너는 오래 아파본 적이 없겠구나.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아!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유진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으'니까요.
물론 유진이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유진 N. 브리즈:오래 아파할 기회를 준 적은 있고? (순수한 질문이다.)
아테나 K. 히페리데:음. 확실히 없지. 그런데 준다면 받아들고 싶니?
유진 N. 브리즈:그때 가서 생각해보지. 죽지 않는다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거든.
통각이란 일종의 방어 수단이야. 그런 게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일종의 경고와 다름없어.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겨본 적 있나? (작게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없겠지, 하고.)
아테나 K. 히페리데:오래 아파서 좋을 것도 없어. 너를 만나기 이전에 갈비뼈가 부러져서 꽤 오래 입원실 신세를 져야 했었는데, 얼마나 지루했는지!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 자리에만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했거든.
뭐어, 난 최강의 인류니 다른 사람들보다야 적겠지만, 죽음의 위기를 아주 겪어보지 않은 건 아니란다. (당신을 돌아보며 씩 미소한다) 널 만난 이후엔 없지만. 네 덕분이야. 인정할 건 인정할게.
유진 N. 브리즈:(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눈썹을 치켜 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인간인 걸 다행인 줄 알아. 고통을 느낀다는 건 축복받은 거니까. 축복이 아니라면 저주가 되기 마련이라서.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아테나 역시 인간입니다.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으니 말입니다.
당신이 여러 위협을 몸으로 막아준 덕분에 그 정도에서 그친 거였지만요.
유진 N. 브리즈:
지능
기준치: |
85/42/17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팠던 기억을 더듬던 중,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유진 N. 브리즈:(이상한 기억에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 표정을 기민하게 알아채고는) 왜 그러니? 이상한 거라도 봤어?
유진 N. 브리즈:―아니, 아무것도. …기시감이 들어서. (잠깐 생각하는 듯 네게 질문하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인간 이외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가 있던가?
아테나 K. 히페리데:동물에게도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경우는 많지. (고개 기울인다) 뜬금없는 질문이구나.
유진 N. 브리즈:뜬금없지. 아주 자연스럽고 뜬금없어. 지금 우리의 상황처럼 말이야. 이상하지 않아? 내가 당신을 만난 이후에 감기에 걸렸던 적이 있던가? 기억이라는 건 경험의 일종임에 분명한데도.
아테나 K. 히페리데:……? 크리쳐가 감기에 걸린단 얘기는 듣도보도 못했어. 애초에 인간형 크리쳐는 너밖에 없기도 하고.
어디에서 접한 이야기를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 아니니?
유진 N. 브리즈:내가 당신말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어디있겠어?
아테나 K. 히페리데:왜, 연구실 사람들도 있잖니. 너라고 나랑 항상 붙어다니는 것도 아닌데.
나 말고 다른 군인들이랑은 말도 안 붙여본 거니? 너한테 관심있는 사람들도 꽤 있어 보이던데.
유진 N. 브리즈:그런 관심은 이쪽에서 사양인데. (보기 드물게 싫은 투였다.)
나는 take는 좋아하지만 give는 싫어하거든. (일방적인 방향일 때 말이야.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아테나 K. 히페리데:까다롭기도 하지. (그들과 당신이 군인과 크리쳐라는 입장임을 고려했을 때 그들과의 접촉이 결코 당신에게 긍정적이기만 할 수는 없을 터다. 아테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저렇게 말하는 건 그냥 인성이 글러먹어서다.)
유진 N. 브리즈:(힐끔, 너를 바라보고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AOC는 보는 눈이 없다니까. (그렇다. 인성 이야기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거 내 얘기니? (봄)
유진 N. 브리즈:내가 매번 당신 이야기만 할 거라는 생각은 그만두었으면 하는데. (모르는 척)
아테나 K. 히페리데:…… 매번 내 얘기만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 생각이 짜증나!
유진 N. 브리즈:(가볍게 픽 웃고는) 왜, 정곡이라도 찔리셨나 봐?
아테나 K. 히페리데:아까도 AOC 어쩌고 했으니 그렇지! (노려보고는 홱 뒤돈다) 대기실 문이나 열어봐.
유진 N. 브리즈:(고개를 옆으로 한번 까딱거리고는 왼손에 총을 쥔 채로 문을 열었다.)
사람은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습니다.
유진 N. 브리즈: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대기실 한켠에 놓인 새 음료수를 발견합니다. (사용시 이성 1D3 회복)
아테나 K. 히페리데:아무도 없잖아? 어떻게 된 거지?
유진 N. 브리즈:(대기실 한 켠에 놓인 음료수 바라봄…)
(다가가서 음료수를 집어 올리고는 짧게 너를 부르고는 네게로 음료수를 넘겨 던졌다.)
여기가 아니었던 모양이지. 다른 곳으로 가야겠군.
아테나 K. 히페리데:흐음. 대피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병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좋아. 그럼 다음은 어디? (음료수 가볍게 받으며)
가장 안전한 곳이라… 백화점이 이곳 근처던가?
아테나 K. 히페리데:(지도 펼쳐 본다) 그렇게까지 멀진 않네. 백화점으로 가볼까?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아테나가 회전문을 유려하게 통과하며 말합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러고 보니 곧 크리스마스였지. 선물 세트가 사방천지에 널려있겠구나.
뭐, 우리에겐 연휴니 뭐니 다 먼 얘기지만.
유진 N. 브리즈:당신이 그런 걸 챙기는 편이던가?
(아니었군)
아테나 K. 히페리데:딱히 낭만은 없지만, 동생들에게 줄 선물 정도는 사는 편이란다.
백화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아테나의 예상대로 구석구석 트리가 놓여있고 화려한 선물 세트들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기뻐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절로 눈에 그려집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런 너는? 크리스마스가 뭐 하는 날인지는 알 테지.
유진 N. 브리즈:누군지도 모르는 타인이 태어난 날을 자기들끼리 축복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
아테나 K. 히페리데:나도 나지만 너도 낭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구나.
유진 N. 브리즈:설마하니 나한테서 낭만을 기대했던 건가?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지금 보니 당신도 농담에 소질이 있어.
아테나 K. 히페리데:하긴, 낭만을 보유한 크리쳐…… 라고 하면 좀 우스운 소리긴 하지?
그래도 지적 능력도 있고 말도 하니까 인간이랑 크게 다를 바는 없잖니.
받고 싶은 선물 같은 것도 없니? 평소에 갖고 싶었던 거라던가.
유진 N. 브리즈:―…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있었을까. 오히려 내가 물어보고 싶군. 당신들이 내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말이야.
평범한 인류의 생각을 (부러 말을 늘어뜨리며 너를 바라보고는) 나같은 게 알 수 있을 리 없잖아?
아테나 K. 히페리데:미안하지만 나는 AOC에 속한 군인이지, 연구원이 아니거든?
그래도 그들이 네게 바라는 거야 당연하지. 크리쳐의 속성을 지니고서 크리쳐들을 몰아내는 강력한 병기. 모순된 단어기는 하지만……. 실제로 너는 도움이 되고 있잖니.
유진 N. 브리즈:내 의견을 물어는 봤고? 도움이 되는 건 중요하지 않아. 당신 말마따나 그런 ‘목적’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강력한 생체 병기를 만들고 싶었던 거라면 나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시선을 옮겨 트리 앞의 선물을 바라본다.) 그거 아나? 세상에 완벽이라는 건 없어.
어딘가 결함은 있기 마련이야. 당신을 내게 붙여둔 것도 일종의 제어 장치가 아닌가?
아테나 K. 히페리데:그렇겠지. 완벽을 추구하기는 해도 실제로 손에 쥐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테고. (매대에 올려진 반짝이는 선물들을 보다가 유진을 향해 반쯤 고개를 돌린다.) 제어장치로 나를 선택한 것도 맞을 거야.
브리즈, 네 신세가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거 알아. 그래도 어쩌겠니? 나에게도 너에게도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 같은 건 없는데.
그러니까 불평인지 푸념인지는 그만두고 받고 싶은 거나 말해봐. 단순하게.
유진 N. 브리즈:(눈을 감고 생각하듯 수 초간 미동없이 있다 이내 시선을 위로 올린다. 손을 올리고는 마스크를 내리고 버릇처럼 숨을 내뱉는다. 자연스레 올라간 손이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아래로 힘없이 툭 떨어진다.)
없어, 그런 거. 당신이 내게 줄 게 아니라면 질문 자체를 삼가.
아테나 K. 히페리데:어머. 브리즈 너도 눈치가 없구나. (착잡한 건지,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는 당신의 동작을 전부 눈치챘지만 일부러 한 톤 더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왜 굳이 물어보겠니? 너무 비싼 것만 아니라면야 동생들 선물 살 때 네 것도 하나 사려고 묻는 거지. 나도 나름대로 생사를 함께한 파트너에 대한 예의라는 건 있거든?
유진 N. 브리즈:하, 웃기는군. (헛웃음치고는) 그리 눈치 있는 당신은 세상이 모두 돈으로 해결되는 줄 아시나 보지? 지금까지 대체 뭘 들었나? 내 말을 이해할 수는 있나? 나도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살아! (노려보듯 당신에게 시선을 보내며 강한 어투를 내비친다. 쓴웃음을 짓고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잇는다.)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고.
(마주한 시선 속에서 질문의 답을 찾듯 가빠지던 호흡이 점차 제자리로 돌아온다.) ―…내게 영원한 죽음을 주거나 자유를 줄 게 아니라면 조용히 해. 그게 당신이 내게 해줄 수 있는 일이니까.
아테나 K. 히페리데: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거니? (눈썹이 꿈틀한다. 내내 가볍던 투가 그제야 차갑게 가라앉는다. 당신은 차라리 이걸 바랐겠지. 다만 아테나는 그런 것까지 일일이 눈치를 보고 배려해줄 만큼 성격이 좋지 못했다. 애초 그 정도의 배려심이 있었다면 선물이니 무어니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겠지. 지금도 제 말실수를 자각하기보다는 당신이 화내는 모습에 발끈하고 있질 않은가. 백화점 내부엔 따뜻한 조명이 켜져 있건만 두 사람 사이에서는 겨울의 냉풍이 부는 듯하다.)
(무어라 쏘아붙여주고 싶은 말은 차고 넘쳤지만, 아테나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구기며 한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는 걸로 감정을 갈무리했다. 지금은 어쨌거나 임무 중. 언성이 높아지고 관계가 갈라져봤자 좋을 건 없다.) 내가 악의라도 갖고 너를 긁었다고 오해는 마렴. 너도 잘 알 테지. 네 부자유와 끝없는 생명에 내 책임은 없어.
유진 N. 브리즈:(못마땅한 눈으로 말없이 당신을 내려다본다. 그래, 지금은 임무 중이 아니던가. 그래도 저를 이해해 줄 줄 알았던 유일한 상대였건만 그조차 쓸 데 없는 일이지 않았나. 바라는 걸 이루어주지 못할 것이라면 빛을 보여주지 말았어야지. 그런 생각과 함께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는 무덤덤한 투로 말을 내뱉는다.) 내가 말했던가? 당신은 그 오만한 자신감이 당신을 저 바닥 아래로 끌어내릴 거야.
더 이상 일 없으면 이동하지. 여기서는 더 볼 것도 없겠군.
아테나 K. 히페리데:아까부터 날 저주하지 못해서 안달이라도 난 것 같네. 미안하지만 그럴 일 없을 거니까 넌 계속 아쉬워하기나 해. (신경질적으로 말하곤) 이곳의 긴급대피 구역은 주차장이니 따라와.
연휴나 명절은 평범한 사람에게나 즐거운 일이지, 유진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잖아요?
선물을 받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AOC에 목줄로 매여있는 신세는 똑같을 텐데.
두 사람은 아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부정적)로 함께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주차된 차의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유진 N. 브리즈: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진은 열려있는 차의 운전석에서 과자를 발견합니다.
음, 이 정도면 비상식량으로 적당하겠어요. (섭취 시 HP 1D3 회복)
유진 N. 브리즈:(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반사적으로 혀를 찼다.)
(운전석의 과자는 챙기고는 너를 부른다. 반응을 하든 말든 너를 향해 과자를 던졌다.)
당신이 챙겨 둬. 먹고 죽지나 말고.
아테나 K. 히페리데:아. (머리에 맞기 전 아슬아슬하게 잡아채고선 눈 부라린다) 죽을래?!
(뱉고 나서야, 당신에겐 별로 협박이 될 말이 아니란 걸 깨달았지만)
크리쳐도 배는 고플 거 아니니. 배고프면 나중에 같이 먹어. 참고로 이건 너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 임무를 위해 하는 말이란다? (치졸)
유진 N. 브리즈:유치하기 짝이 없군. (솔직!)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겨.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럼 굶어죽든지 말든지! (짜증내며 과자 챙긴다)
유진 N. 브리즈:(어디로 갈지 수 초간 생각하고는) ―걸을 수는 있나?
(시비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며 온전히 네 체력이 괜찮은지를 물어보는 순수한 질문이다.)
아테나 K. 히페리데:네가 좀 싸우더니 아주 날 무시하기로 작정했구나?!! (완전 시비로 알아들음)
전투한 것도 아닌데 못 걷긴 왜 못 걸어? 내 체력이 그렇게 우습니?
유진 N. 브리즈:걸을 힘조차 없으시다면 업어 모실까 했지. 화낼 힘이 남아있는 걸 보면 멀쩡하군.
지하로 가보지. 역에도 사람이 없다면 다른 곳도 둘러보는 수 밖에.
아테나 K. 히페리데:너한테 업히는 건 절대로, 기필코, 무조건 싫거든? (과거 전투 때 다쳐서 업힌 적 있음)
(짜증스럽게 흥, 소리 내곤) 가자!
두 사람은 긴급대피 구역으로 지정된 A역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고 진입합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럼 넌 당연히 지하철도 타본 적 없겠구나. (시비 걸 목적 X 그냥 무감한 중얼거림 O)
크리쳐보다 더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 아니? (구라)
그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컴컴한 역 내부로 떨어집니다.
유진 N. 브리즈:거짓말도 정성스럽게 해라. (무덤덤)
아테나 K. 히페리데:왜 안 속는 거지? 타본 적 없을 거 아니니.
유진 N. 브리즈:그게 만약 진실이라면 이런 곳에 대피소가 있을 리 없잖아. 당신, 정말 생각이라는 걸 하기는 하나? (시비 XX)
아테나 K. 히페리데:…… 쓸데없이 머리를 굴리고 말이지. (결국 돌아본다) 너 왜 자꾸 시비조로 구는 거니? 마음에 안 들게.
유진 N. 브리즈:당신 마음이 곱지는 못한가 보지. 언제는 마음에 들었던가. (악의 없는 솔직함!)
아테나 K. 히페리데:……. (유진 발 한번 꾹 밟고 내려감)
유진 N. 브리즈:―! (아프지만 차마 소리치지는 못하고 이 악물고 뒤통수 째려보고는 따라 내려간다.)
지하철을 직접 타본 적은 없지만, 어떤 것인지는 유진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안전 구역 내라면 면허가 없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수단이죠.
유진 N. 브리즈:
지능
기준치: |
85/42/17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탁 트인 밤하늘, 조그맣게 변해 내려다보이는 발아래의 광경들.
몸을 헤치는 시원한 바람과 하늘에 콕 박힌 수많은 별들...
높은 곳에 올라가볼 기회는 많았지만 딱히 별을 구경하는 취미는 없었는데, 어째서 이것이 떠올랐을까요?
유진 N. 브리즈:(또다. 이상한 기시감.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한번 저었다.)
내가 드디어 미쳤나. (혼잣말로 홀로 작게 중얼거린다.)
아테나 K. 히페리데:
듣기
기준치: |
55/27/11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미쳤는지도 모르지. (불퉁하게 답한다)
유진 N. 브리즈:……. (침착하게 근처에 있는 벽 가까이 다가가 벽에 머리를 쾅 박아버린다.)
아테나 K. 히페리데:진짜 미친 거 맞네! 뭐하니? (깜짝 놀라서 뒷목 근처 옷자락 잡고 휙 당긴다)
유진 N. 브리즈:그래, 미쳤나 봐. (부딪힌 곳이 빨갛게 조금 부어있다.) 나한테 기억이 존재하기는 했었나?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테나가 아닌 특정 대상이 아닌 누군가에게 건네는 혼잣말이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얘가 왜 이래. 좀 싸우더니 자아에 문제가 생겼나……? (황당과 걱정-물론 임무에 대한 걱정이다-이 반쯤 섞인 낯으로 유진을 살핀다.) 넌 힘이 세니까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갖다박으면 뇌진탕이 올 수도 있어. 머리 괜찮니?
유진 N. 브리즈:하. (짧게 헛웃음치고는) 당신, 나를 걱정하는 거야, 임무를 걱정하는 거야? (다소 혼란스러운 기색을 내비치듯 눈을 찌푸리며 입이 웃는다.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깊게 토해낸다. 기억이란 경험의 일부이지 않았던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알 수 없는 말을 빠르게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심호흡한다. 그러기를 잠시, 마른세수를 하듯 그대로 파묻은 얼굴을 양손으로 쓸어내린다.)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다시금 숨을 토해내며 안에서 요동치는 혼란을 잠재워본다.)
진정했어, 가지.
아테나 K. 히페리데:당연히 임무를 걱정하는 거지. 왜, 너도 걱정해주길 바라니? 상태 보니 진짜 안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아주 차분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지만 이렇게 감정적인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정말 진정한 거 맞니? 갑자기 왜 그러는데?
유진 N. 브리즈:(당신에게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하고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이야기를 들으면 비웃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나?
아테나 K. 히페리데:네 멋대로 기대해두고선. (유진을 물끄럼 바라보다) …… 그래. 약속해줄게. 이제 조금씩 진짜로 걱정되기 시작했으니까.
유진 N. 브리즈:(노려보듯 시선을 쏘아붙이고는 눈을 깜빡이며 알 수 없는 기억 속으로 시선을 옮긴다.) 있을 수 없는 기억들이 떠올라. 아팠던 것도 그렇고 내가―, 내가 별을 본 적이 있던가? 그런 여유따위는 없었을 텐데도.
(왼쪽 눈가를 꾹 누르며 다시금 혼란스러워지는 머릿 속을 정리한다. 지금은 이런 생각도 감상도 하고 있을 여유가 없지 않던가.)
아테나 K. 히페리데:(시선에는 마주 뭐? 왜? 라는 눈빛으로 되갚아줬지만 이야기는 진지하게 듣는다. 찬찬히 과거를 되짚는다.) 적어도 너와 내가 파트너가 된 이후로 네가 전투 외에 감기 같은 병으로 아픈 건 본 적이 없어. 별도 그렇지, 이 번쩍거리는 도시에서 별을 볼 만한 여유가 어디 있겠니? 불빛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걸.
누군가의 기억을 이식하는 실험이라도 당한 거 아니니? 지금으로서는 그나마 그게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유진 N. 브리즈:나한테 대체 왜 뭐 때문에! (반사적으로 소리치며 너를 노려본다. 뒤늦게서야 아차, 하고 갈 곳 잃은 시선이 이를 악물며 너를 피한다. 이 혼란이 너와 관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인간이란 알 수 없는 족속들이야.
아테나 K. 히페리데:(눈가를 살짝 찡그렸지만, 당신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었기에 적당히 참아주기로 한다.) 이득을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짓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게 인간이지.
아무튼, 지금은 그 생각들에 너무 매몰되지 마렴. 해야 할 일이 있잖니?
유진 N. 브리즈:한번 더 내가 이런 이상한 생각에 매몰된다면 그 때는 내 머리를 후려쳐 버려. (진심이다.)
아테나 K. 히페리데:사심 듬뿍 담아서 때려 줄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주변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가히 동물적인 예감을 발휘해 성큼 물러섬과 동시에,
유진이 딛고 있던 바닥이 내리쳐오는 원뿔에 의해 반파됩니다.
두 사람은 날렵하게 몸을 굴려 피했으나, 그곳에는…….
어느새 유진과 아테나를 포위한 크리쳐
21마리가 몸을 둥글게 말며 뾰족한 돌기를 세웁니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금속 모형처럼 보이는 이 크리쳐는, 분명 금속형 크리쳐입니다.
순서는 유진-아테나-크리쳐 순이며, 공격 데미지가 곧 처리한 크리쳐의 숫자입니다.
유진 N. 브리즈:(신경질적으로 험한 말을 내뱉고는 아테나와 등을 맞댄 채 크리처들을 향해 총을 겨눈다.) 죽지 마라, 방해되니까.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75/37/15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0 |
아테나 K. 히페리데:조용하더라니 여기서 사달이 나네. (짜증스럽게 말하면서도, 숙달되고 유려한 동작으로 총을 들어 겨눈다.) 죽긴 누가 죽어? 난 악착같이 살아남을 거거든.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5/42/17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9 |
두 사람은 등을 맞대고 동시에 방아쇠를 당깁니다.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탄환이 크리쳐를 정확하게 맞추고, 수십 갈래로 갈라져 그 근처의 크리쳐들까지 섬멸합니다.
단 몇 발만에 두 사람은 주변의 크리쳐를 모두 사살하는 데 성공합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간단하네. 이 정도쯤. (부서진 크리쳐에게 확인사살을 하며 남은 적은 없는지 돌아본다.)
이제 남은 곳은 하나뿐이구나. 소득이 좀 있어야 할 텐데.
유진 N. 브리즈:지체할 시간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서두르지. (크리처였던 것들을 바라보고는 미련없이 자리를 옮긴다.)
두 사람은 마지막 긴급대피 구역인 C고등학교로 향합니다.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유진이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흐음. 지도가 어디 있을 텐데. (학교 구조를 나타낸 지도를 찾으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운동장을 걷는다.)
학교 오니 옛날 생각이 나네. 난 그린 듯한 모범생이었지.
유진 N. 브리즈:어련하시겠어. (관심 없음)
(지도를 찾아본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착한 건물의 문 옆에 지도가 부착되어 있네요. 강당은 조금 더 떨어져 있습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듣지? 하긴, 네게 말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유진 N. 브리즈:죽고싶다는 말을 다른 방식으로도 할 줄은 몰랐는데.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삐뚤게 받아들였다.)
아테나 K. 히페리데:왜 이렇게 꼬였니? 난 아까 지하철역에서 네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해도 다 들어줬는데.
됐어. 학생 일은 학생 때고 지금은 졸업한 지도 한참이나 지났으니. 잠깐이나마 추억 떠올렸으면 됐지.
문득 이야기를 듣던 당신의 눈에 학교의 꼭대기가 들어옵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유진 N. 브리즈:
지능
기준치: |
85/42/17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목구멍 아래서부터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과분하다 못해 이질적인 감정이네요.
유진 N. 브리즈:(낯선 감정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이 제 마음이라도 된 마냥 복잡한 감정이 밀려 들어온다. 이 기분은 뭐지? 뜨겁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눈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 하고 짧은 탄식과 함께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샌가 붉어진 눈가로부터 흘러내린 눈물이 뺨을 적신다.)
(우습다. 아니, 우스운가? 터져 나오는 헛웃음에 손을 올려 눈 앞을 가려버린다. 눈가를 꾹 누르고 이를 악물며 동시에 새어 나오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리하려 애를 쓴다. 그러기를 잠시.)
―대체 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게 무슨 짓을 했나?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억지로 집어삼키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아테나 K. 히페리데:(왜 이렇게 조용하지? 원래라면 제 말에 곧바로 재수없게 받아쳐야 하는데. 무심코 옆을 돌아본다. 유진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발견하곤, 그가 지하철역에 머리를 갖다박았던 때보다도 더 놀란다.) 너, 우니? (그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여긴 건 아니다.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만 해도 여러 번 봐 왔으니.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광경은 정말이지 상상도 해본 적 없었으므로.)
왜 그래? 또 아까 지하철역에서처럼 뭔가 떠오른 거니?
유진 N. 브리즈:(너의 목소리에 눈가에서 손을 떼고 너를 바라본다. 떨어지는 손이 둥글게 말리며 가볍게 주먹이 쥐이더니 네 손을 붙잡고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다.) 주먹 쥐어. 빨리. 제발. (자기를 치라는 마냥 너의 손을 제 얼굴 가까이에 갖다 대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과연, 미친 것 같단 말이 이해가 간다.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감정적인 모습을 연달아 비추더니 이젠 저를 제발 때려달라고 비는 크리쳐라니. 보통 사람이었어도 정상이라고 볼 순 없을 것이다.)
(손이 붙잡히자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고민하더니, 결국 당신의 따귀를 한 대 갈긴다.)
근력
기준치: |
45/22/9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의 고개가 홱 돌아갈 만큼, 군인다운 힘을 제대로 담은 한 대였다) 좀 어떠니?
유진 N. 브리즈:(소리를 따라 제껴진 고개가 점차 제 위치로 돌아온다. 그래도 제법 매서운 손길이 아닌가. 따가운 감각이 남은 뺨을 한손으로 감싸고는 답을 찾는 시선이 눈꺼풀 아래로 사라진다.)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숨을 들이쉬고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아테나 K. 히페리데:(워낙 재수가 없어서 한 번쯤 때려주고 싶단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제대로 뺨을 때려주고 나서도 속이 시원하기보단 괜히 제 마음까지 복잡해지는 듯하다. 이건 역시, 당신이 너무 사람과 닮아서야.)
적어도 지금 우리가 임하고 있는 임무만큼은 진실이야. 머리가 복잡하다면 생각을 멈춰.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집중하면 돼.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네가 의문을 갖는 무언가에도 닿을 때가 오겠지. 그렇게 믿어. 알겠니?
유진 N. 브리즈: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나아가겠어.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자신없이 흐려지는 말꼬리에 이를 악물고 고개를 아래로 내린다. 네 말이 맞다. 불필요한 생각은 접어두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금 네게 시선을 맞춘다.)
……그래. 가지. ……가자.
아테나 K. 히페리데:(막상 시비를 걸지도 않고 비아냥대지도 않는, 침체되다 못해 침잠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영 불편하다. 당신에게 큰 호감을 느끼지는 않았어도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전장을 누비며 전우애라는 감정이 우러났기 때문일까.)
(한 손을 뻗어 당신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끔 한다. 비웃음도 거만도 아닌, 진지하면서도 흔들림없는 푸른 홍채가 레몬빛 눈동자를 마주한다.) 당장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숙이면 안 돼. 더 빳빳하게 들어. 잡을 수 있는 것도 놓쳐버리지 않게.
(턱을 놓아준다) …… 강당은 저쪽이라고 하는구나.
유진 N. 브리즈:(제 의지와는 관계없이 마주하는 눈이 무얼 말하고 있지?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할 때마다 붙잡힌 얼굴 아래에 압력이 느껴진다. 그토록 굽히라던-애초에 그럴 의도로 들리지 않았을테지만- 오만함과 다르지 않을 자신감이 저를 일으켜세우리라고 생각이라도 했을까?)
(너의 손길에서 벗어나고는 반사적으로 턱을 매만졌다. 이어 네 손과 몸이 향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을 내려두자. 그런 생각으로 공허한 감정을 채우고는 강당으로 발을 옮긴다.)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동물적인 직감이 당신의 뇌리를 스쳐갑니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퇴로를 막아선 생체형 크리쳐
25마리와 조우합니다.
전투를 시작합니다. 순서는 이전과 동일합니다.
유진 N. 브리즈:(크리처를 노려보고는 반사적으로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눈다.) 다시 말하지만 죽지 마라. 그 뒤는 알아서 해볼테니.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1 |
수도 없이 전투를 거쳐왔고, 수도 없이 탄환을 격발했습니다.
당신은 어느 곳을 겨냥하고, 어느 순간 방아쇠를 당겨야 할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것은 본능에 새겨진 직감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유진이 총을 쏘자 크리쳐들이 순식간에 쓸려나갑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날 죽지 않게 해주려는 네 실력이 가상한데? 죽을래도 못 죽겠어. (가볍게 말하며 남은 크리쳐들을 향해 총을 발포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5/42/17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0 |
긴장의 끈을 놓는 초보적인 실수를 한 걸까요?
아테나의 탄환은 남은 크리쳐들을 미처 맞히지 못하고 빗나갑니다.
깔끔하지 못하게! (제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이를 악물었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쳐들은 꾸물거리더니, 뒤로 물러섭니다.
크리쳐:
민첩
기준치: |
30/15/6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유진 N. 브리즈:뒤로 빠져. (다시 총을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75/37/15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3 |
그러나 유진의 총알도 궤도가 완전히 빗나가고 맙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빠지긴 누가? 안 되겠는데, 아무래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5/42/17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8 |
이번에는 아테나의 탄환이 그들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거센 발포음과 뿌옇게 이는 먼지가 잦아들고 나면, 바닥에는 크리쳐의 흔적만이 남아있습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이래야지. (그제야 신경질적으로 장전을 해제한다.) 그나저나, 생존자가 아무도 없다니.
유진 N. 브리즈:(쓰러진 크리처를 바라보고는 마찬가지로 장전을 해제하였다.) 지도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없나?
그는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의문을 꺼냅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역시 이상하네. 이 정도면 뭔가 놓친 게 확실해.
긴급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렵고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정했을 텐데, 왜 사람은 없고 크리쳐만 만난 거지?
이상한 점이 너무 많네. 크리쳐가 이렇게 한 장소에 많이 모여 있는 것부터 처음 봐. 애초에 안전지대가 생기고 나서는 크리쳐들이 도시를 통째로 장악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적은 없었지. 녀석들에게는 안전지대를 뚫고 들어올 만한 지능이 없으니까…….
무리를 이끄는 통솔력 있는 리더가 있다면 몰라도.
유진 N. 브리즈:(지금 지능 있는 크리쳐가 당신 눈 앞에 있는데…)
필시 대피하지 못한 인원이 남아있을텐데……. (말 끝을 흐리고는 짧게 생각한다. 무언가 놓친 게 있던가?) 애초에 이들에게 도시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킬 만한 능력이 있던가?
아테나 K. 히페리데:한두 명 정도면 우릴 파견하지도 않았을 거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상당수였으니 보낸 거겠지. 그런데 생존자를 전혀 만나지 못하다니. (골똘히 고민하며 제 턱을 매만진다.) 함정이기라도 한 건가?
이미 그들에게 함락당한 안전지대가 숱하기야 하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저렇게 많은 수가 몰려오는 건 본 적이 없는데 말이지.
유진 N. 브리즈:지금 둘러본 곳 이외에 시민들이 대피할 만한 구역은 더 없나?
당신 말 대로라면 이 파견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목적 없이 허투루 인원을 보내지는 않을 거란 말이지.
(말없이 네게 손을 내민다. 네가 꺼낸 지도를 확인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아테나 K. 히페리데: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와 나인데. 파견의 목적이야 명확해,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 (지도를 건네준다.)
유진 N. 브리즈:(지도를 건네받고 곧바로 다른 장소는 없는지 확인한다. 요리조리…)
두 사람이 지금까지 둘러본 네 구역 외의 다른 긴급 대피 구역은 없습니다.
지도에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은데, 대체 뭘까요?
유진 N. 브리즈:크리쳐에게 점령당한 게 일주일이랬던가? 일주일이나 되는 시간 동안 모든 대피 구역이 비지는 않을텐데.
아테나 K. 히페리데:그래. 일주일쯤 되었다고 했었지. (고개를 느리게 기울인다.) 내가 볼 땐 돌연변이가 나타난 것 같아. 지휘할 정도의 지능이 있단 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걸.
유진 N. 브리즈:
듣기
기준치: |
20/10/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실패 |
아테나 K. 히페리데:잠깐. 무슨 소리 못 들었니?
지도에 집중하던 그때, 아테나가 의심쩍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아, 그제야 유진은 웅웅거리는 듯한 미약한 소리를 듣습니다.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도 있겠네요.
유진 N. 브리즈:……가볼까. (어느 쪽에서 소리가 들리지?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틉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이젠 좀 임무를 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신중하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한다.)
유진 N. 브리즈:(누구야 장난전화 한 사람)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아테나가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흐음. 이 짧은 사이에 신호를 보내는 사람한테 문제가 생겼을 것 같진 않고. 역시 함정인가.
아테나 K. 히페리데?:세상에. 여태껏 찾아다녔는데 여기에 있었구나.
또 다른 아테나가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유진 N. 브리즈:? (조금 놀란 눈으로 옆에 있는 아테나를 바라봅니다.)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아테나를 보더니 표정을 차갑게 굳히며 경고조로 말합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브리즈, 당장 내 곁으로 도망쳐.
저건 가짜야!
그 말을 들은 아테나 (여태까지 당신 곁에 있었음)의 표정이 해괴해집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지금…… 저게…… 대체 무슨 소리를 내뱉는 거니? (너무 황당한 나머지 말소리가 중간중간 끊겼다.)
아테나 K. 히페리데?:저게 내 장비를 훔쳐 달아났어. 상당히 지능이 높은 상급 크리쳐야. 빨리 이리로 와, 브리즈.
아테나 K. 히페리데: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거니? 지능이 높은 크리쳐는 네 쪽이겠지. 게다가, 감히 나를 흉내내? 어디서 이런 애도 안 속을 거짓말을…….
아테나 K. 히페리데?:속이고 있는 건 너잖니! 뻔뻔하기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가락질을 한다) 저렇게 완벽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뻔하지. 널 외진 곳으로 데려가 살해할 속셈인 거야.
아테나 K. 히페리데:웃기는 소리 하지 마렴. 듣자 듣자하니 도저히 못 참아주겠구나!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좋은 볼거리네요.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유진 N. 브리즈:(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 허?
유진 N. 브리즈:
지능
기준치: |
85/42/17 |
굴림: |
8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98%의 하급 크리처들을 처리하는 게 당신들의 일이지만,
간혹 특수한 능력을 갖춘 상급 크리쳐와 조우하기도 했죠.
본능적으로 둘 중 하나는 상급 크리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유진 N. 브리즈:(쯧, 하고 얼굴이 똑같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지금 저 자가 나를 뭐라고 불렀었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앞으로 한 발 내딛고 총을 장전하여 새롭게 나타난 아테나를 향해 겨눈다.) 너 뭐야.
우리끼리 있을 때 테나는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아.
(앞으로는 총을 겨눈 채 곁눈질로 주변 반응을 살펴 본다.)
아테나 K. 히페리데?:…… 아아, 그랬지.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니 어쩔 수 없었단다, 유진. 총을 겨눌 곳은 내가 아니라 네 옆이야.
아테나 K. 히페리데:테나? 테에에나?? (이쪽은 황당해하며 또다른 자신을 경계하는 것도 잊고 유진 돌아본다)
누구야 그거?!
유진 N. 브리즈:(옆에 있는 아테나 무시하고 총을 내리는 듯 싶더니 자세를 고쳐잡고 다시 앞에 있는 아테나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내뱉은 말이었건만 다행히도 걸려들지 않았나. 작게 웃는듯 하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총을 겨눈 상대를 노려본다.)
다시 묻겠다. 너 뭐야.
아테나 K. 히페리데:무시하는 거니?! (짜증)
다른 누구도 아닌 아테나를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그가 당신을 얼마나 괴롭게 하든 귀찮게 하든간에, 긴 시간 함께 싸운 동료인걸요.
진짜 아테나를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테나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아테나가 반쯤 날아갑니다.
유진이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고치던 그때, 크리쳐가 유진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유진 N. 브리즈:―!! (놀라서 날아간 아테나에게 일순간 시선이 가다가 다시 앞에 있는 크리쳐를 조준하며 노려본다.)
그는 천천히 팔(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크리쳐?: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유진,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쪽이 크리쳐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쳐잖아, 부탁이 있어. 제발, 나 좀 살려줘.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유진 N. 브리즈:
SAN Roll
기준치: |
62/31/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유진 N. 브리즈:(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혼란스럽고 불쾌한 나머지 차마 공격하지는 못하고 얼굴만 잔뜩 구긴다.)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아테나가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이마에서 콧날로 줄줄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리며 이를 빠득 간다.) 거지같네, 진짜. 뭘 들어주고 있니?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유진 N. 브리즈:(크리쳐와 너를 번갈아보고는 저도 모르게 숨을 토해내었다. 대체 이 찜찜한 기분은 뭐지?)
아테나 K. 히페리데:괜찮냔 말도 없니? 피가 이렇게 나는데. (정말 심각한 부상이었으면 이런 꼬장도 못 부렸겠지만, 방금의 일로 신경질이 나서인지 부러 밉살맞게 군다.)
유진 N. 브리즈:(편치않은 기분으로 크리쳐를 한번 노려보고는) 말하는 걸 보니 멀쩡해 보이는데 내 걱정이 필요했나? 당신을 믿은 것만으로도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다고 보는데.
아테나 K. 히페리데:언제는 죽지 말라고 하더니. (이마 근처를 소매 끝으로 조심히 쓸어본다.) 하. 얼굴에 상처를 내? 상급인 것도 열받아 죽겠는데.
아테나 K. 히페리데:그보다 이쪽으로 와보렴. (손짓한다)
아테나가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유진 N. 브리즈:안 죽을 거잖아. (다가가서 가리킨 곳을 바라본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아테나가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걷어내 봐. 난 힘들어서 잠깐 쉬어야겠으니까. 뼈 안 부러졌나 모르겠네. (투덜거린다)
유진 N. 브리즈:대단한 공주님 납셨구만. (코웃음치더니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린다. 자세를 고쳐잡고 재질이 다른 타일을 걷어내 본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아테나입니다.
유진과 아테나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유진과 아테나를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다들 무사하신 거죠? 안전한 곳에서 대기해야 하니 얌전히 계세요. 사진 촬영은 불가합니다. (사무적인 투로 말하며 익숙하게 사람들을 통솔한다. 게다가 지금 이마도 찢어졌는데 사진은 무슨 사진!)
유진 N. 브리즈:(지금 이 사람들… 군인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건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내비치나 아무렇지 않게 시민들에게 전달한다.) 임무 수행 중입니다. 사진 촬영은 불가하니 안전을 위해 잠시 대기 바랍니다.
(이마 찢어졌다는 아테나 힐끔)
아테나 K. 히페리데:예, 당연히 사인도 불가능합니다. 본부와 연락을 취해야 하니 저쪽으로 이동 부탁드립니다. (매달리는 시민들에게 표면적으로는 정중한 투로 거절하고 있지만, 유진이라면 아테나가 짜증과 귀찮음을 꾹 눌러담는 중임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유진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울컥, 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유진은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간신히 고개를 돌린 유진은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유진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유진이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유진을 아테나가 받아냅니다.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유진은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유진은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성> 판정 (0/1d2)
유진 N. 브리즈:
SAN Roll
기준치: |
61/30/12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진 N. 브리즈:…윽, (가슴 부근의 상처를 꾹 누르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밀려오는 통증에 숨을 토해내며 양손으로 제 몸을 더듬는다.)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어?
억지로 몸을 일으켜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유진이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 인형이 아테나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유진 N. 브리즈:(나도 몰랐던 내 파트너의 취향…)
(곰인형을 한번 노려보듯 시선을 두고는 옅게 숨을 내뱉으며 주변을 살핀다.) 그냥 둘 때는 언제고, 까마귀에 물려가는 게 어지간히도 싫었나보지?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유진은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테나가 죽은 유진을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유진 N. 브리즈:(창 밖의 상황을 볼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만 특별한 광경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지는 않은 건지 여전히 도시에는 전력이 가동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진 N. 브리즈:(내 파트너의 곰인형을 들고… 방 밖으로 나가봅니다.)
거실로 나가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아테나가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습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인기척에 고개 든다. 당신을 보고는 눈을 크게 뜨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온다.) 드디어 깼구나, 브리즈.
유진 N. 브리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평소의 그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네요.
단순히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기엔 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진 N. 브리즈:(네가 받든 안 받든 곰인형을 네게 억지로 건네 쥐어 주었다.) 안색이 안 좋은데?
아테나 K. 히페리데:뭐니, 이건? (황당하게 내려다보다가 받자마자 옆으로 던져 버린다.)
네가 무려 3일이나 잠들어 있었어서 말이지. 그동안 크리쳐들한테서 널 지키려고 싸우다가 이 꼴이 됐어. (어깨 으쓱인다) 잠자는 숲속의 왕자님이라도 된 줄 알았다니까?
유진 N. 브리즈:(팔짱을 끼고 네 이야기를 듣는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 느껴지는 통증을 누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3일이나 깨어나지 않았다고? 3일이나 깨어나지 않았는데도 몸이 성치 않다니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집어삼키며 눈을 깜빡인다.) 그래, 공주님께서 지켜주신 덕에 잘 일어났네. 나는 내가 까마귀 밥이라도 된 줄 알았지. (뒤끝)
아테나 K. 히페리데:여기에서 까마귀한테 물려 갔다간 정말로 네 재수없는 낯짝을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눈썹 치켜올리며 대꾸한다.) 왜 그렇게까지 오래 걸렸는지 감 잡히는 건 없니? 소생이 제대로 되긴 한 거지?
유진 N. 브리즈:거 까마귀가 재빨랐어야 했을텐데 아쉽네.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이어지는 말에 눈을 데구르르 굴리다 팔짱을 낀 채로 어깨를 한번 으쓱거린다. 상처는 드러내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아테나 K. 히페리데:…… 똑바로 말해. (으르렁거리듯 살벌하게 말한다.) 네 전력을 정확히 알아야 이 상황에서 대처를 어떻게 할지 정할 수 있으니까.
유진 N. 브리즈:……전투에는 지장 없어.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 계획은 있나? 얘기부터 들어보지.
아테나 K. 히페리데:완전하지 않단 뜻으로 이해하겠어. 이건 심각한 문제네. 무려 3일을 누워있었는데도 몸상태가 완전하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니. (하나같이 아귀가 들어맞는 게 없다. 모든 상황은 퍼즐을 끼워맞추듯 제 발밑에서 원하는 대로 딱딱 맞아 돌아가야 했건만. 짜증스럽게 혀를 찬다.)
일단 3일간의 상황 브리핑부터. 생존자들은 헬기에 태워보냈고, 2순위 사항인 크리쳐 제거로 임무가 넘어갔어. 하지만 사흘 사이에 우리만으론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크리쳐가 증식했지.
상부에서 내린 결정은 A시를 포기한다는 것. 안전지대의 크리쳐 진입을 막기 위해 크리쳐와 함께 A시를 폭파한대. 그쪽에서 헬기를 보낼 테니 그걸 타고 조속히 빠져나오라는 전언을 받았어,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게도 방금 막 구조요청 신호가 들어왔단다. 위치는 X 제약회사야.
아테나는 특수한 신호가 뜨는 무전기의 화면을 유진에게 보여줍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기상 악화 때문에 더 이상의 무전은 어려워. 헬기에 폭격 지연 요청도 어려울 것 같고. 너도 정신을 못 차려서 구조는 포기하려 했는데, 이게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몸상태도 안 좋은 널 데리고 갈 순 없지. 넌 헬기를 타고 먼저 빠져나가. 혼자 가서 구해올 테니.
유진 N. 브리즈:…크리쳐가 늘어났다고? 단 사흘 만에? (말도 안되는 소리. 인상을 찌푸리고는 무전기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어지는 말에 마음에 들지 않기라도 하였는지 눈을 치켜뜨고는 너를 노려보듯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허튼 소리를 하는군. 누가 누구 걱정을 하지? 당신도 지금 멀쩡한 상태는 아니잖아. 죽기 싫으면 내 뒤로 빠져 있어. 당신이 오지 마라고 해도 나는 갈 테니까.
아테나 K. 히페리데:증식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어쩌겠어? 그게 현실인걸.
하아……. (긴 한숨 내쉰다. 그러자면 가슴께가 쿡쿡 쑤셔온다.) 그래. 말다툼할 여유도 시간도 없으니, 네 하고 싶은 대로 하렴. 하지만 너도 이번엔 각별히 조심해야 할 거야. 실수로 죽기라도 했다가 이번엔 소생이 일주일은 걸릴지 어떻게 아니?
유진 N. 브리즈:그때는 일주일이나 기다려주시려고 했나? 다시 눈을 뜨면 심심하지는 않겠어. (잠시 너를 살피더니 팔짱을 풀고 왼손으로 주먹을 쥐어 네 가슴 위를 가볍게 톡 건들였다.) ―이번에는 죽지 않을 거다. 걱정하지 마.
아테나 K. 히페리데:글쎄? 헬기에 네 몸을 싣고 갈 수만 있다면야. 깨어났을 때 내가 아니라 연구원들을 가장 먼저 만날 것 같지만. 뭔가 이상이 생긴 게 확실해 보이거든. (가볍게 와닿는 손길에, 유진을 빤히 바라본다. 이내 고개 돌리며 정없는 소리 내뱉는다) 누가 걱정했다고.
그럼 준비해. 이만 출발하자.
유진 N. 브리즈:(느리게 눈을 깜빡이고는 그러지, 라고 짧게 반응하고는 몸을 틀었다. 너를 등지고서 다시금 올라오는 통증을 누르며 이동에 필요한 준비를 끝마친다.)
두 사람은 건물 바깥으로 나가, 본격적으로 제약회사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이 휴식을 취하던 건물과 제약회사까지는 약 세 블록이 떨어져 있습니다.
건물의 입구를 나서 몇 걸음이나 내디뎠을까요?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순식간에 골목길 틈에서 크리쳐들이 쏟아져나와 당신들을 에워쌉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혀를 찬다.) 내가 말했지. 지나치게 증식했어.
유진 N. 브리즈:어딘가 이상한데…. (인상을 찌푸리며 앞을 노려보면서도 자연스레 총을 장전한다.) 방해 되니 비켜. (크리쳐들을 향해 총을 겨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75/37/15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5 |
목표물을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무거운 몸은 고작 한 발의 반동에도 흔들립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계측은 빗나가지 않고 크리쳐들의 틈으로 파고들어 절반에 가까운 수를 쓸어냅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목표물을 향해 총구를 고정시킨다. 평소라면 휴식을 맛본 몸뚱이는 바람처럼 가볍고 날래야 하건만, 피로에 붙잡힌 직장인마냥 몸이 축축 늘어진다. 총이 이토록 무거웠던가. 그러나 이 정도로 아이처럼 징징댈 수야 없지.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남은 크리쳐들에게 발포했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5/42/17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6 |
긴 시간 합을 맞춰 온 파트너답게, 유진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여남은 크리쳐들이 전부 소탕됩니다.
점액질의 몸이 역겨운 소리를 내며 축 늘어집니다.
유진 N. 브리즈:이봐, (조용히 너를 부르고는 시선을 마주하기도 전에 어깨를 가볍게 한번 툭 치고 지나간다.) 힘들면 뒤로 빠져.
아테나 K. 히페리데:(장전을 해제하고 총구를 내린다.) 무시하지 말아줄래?
그런 넌. 총 쏘는 데 이상은 없고?
유진 N. 브리즈:당장은 없어. 멀쩡해. (익숙해지지 않을 통증은 애써 무시하기로 했으니 상관없는 일이었다. 죽어버린 크리쳐들을 바라보다 시선을 다시 돌린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럼 이동하자꾸나. 지체할 시간이 없어. (다시금 제약회사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한 걸음 뛸 때마다 진흙탕에 푹푹 파묻힌 발을 억지로 뽑아 내딛는 기분이다. 고통이야 참아넘기면 그만이나 고작 부상 정도로 처지는 제 몸상태에 자존심이 상한다.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니 유진의 눈에 띄는 건 더더욱 싫다.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이 도시 전체가 당신들을 끌어당기는 늪지대라도 될 모양입니다.
고작 한 블록을 뛰어갔을 뿐인데, 당신의 코에 다시금 악취가 느껴지는 것을 보면요.
유진 N. 브리즈:(험한 말을 내뱉고는 이를 악물고 총을 장전하였다. 크리쳐들이 이렇게까지 한 곳에 많이 나타난 적이 있었던가? 확실히 어딘가 이상하다. 상처 부위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눈 앞이 흐려지는 기분이다. 지금은 눈 앞에 집중하자. 방해되지 마라던 이가 방해가 될 수는 없지 않던가. 수없이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뒤로 하고 단시간에 목표물 너머로 초점을 맞춘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75/37/15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0 |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한번 유진이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탄환은 단번에 열 마리에 달하는 크리쳐의 핵을 꿰뚫고,
단숨에 사살당한 크리쳐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내립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러니 내가 얼마나 힘들었겠니? (탄식과 욕설을 숨기고자 유려한 말을 혀 위에 빼들면서, 겨우 장전을 해제했던 총을 다시 쥐어든다. 두 팔에 전해지는 무게감이 지나치게 묵직하다. 방금까지 뜀박질을 하던 탓에 가쁜 호흡을 최대한 조절하려 애쓴다. 거칠게 오르내리던 어깨가 차차 진정을 찾아가면, 일순간 숨을 멈춘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5/42/17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20 |
#
불쾌한 무게감과 고통에 사로잡히더라도 최강의 인류는 최강의 인류.
그가 호흡을 멈추고 최대로 집중력을 발휘했을 때의 위력은 가히 최강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습니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눈앞의 거리가 깨끗해집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목표물의 완전파괴를 보고서야 멈추었던 숨을 다시 들이마신다. 총을 내리다 그 무게감에 팔이 휘꺽 제쳐졌다.) …… 후.
유진 N. 브리즈:(총을 내리고 호흡을 고른다. 제약회사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하나, 앞으로 몇 마리가 더 남은거지? 호흡을 가다듬으며 네게 잠깐 시선을 던졌다. 깨어났을 때부터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건만 지금 이대로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허나 갈 수 밖에 없을 터이다. 쓰러지더라도 할 일은 해야할테니.)
(옷깃을 올려 입을 가린다.) 가지. 그리고 말을 아껴. 기운 빠지니까.
아테나 K. 히페리데:(반박하고 싶지도 않았고, 반박할 만한 힘도 없었다. 짧게 고개 끄덕이고 제약회사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속도는 점차 느려지고, 호흡은 가면 갈수록 더욱 가빠온다. 평소에는 한몸같던 군장과 무기의 무게가 새삼스럽게도 체감이 되었다. 결코 멈추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정상이라 할 순 없을 법한 안색이었다.)
유진 N. 브리즈:(너를 앞서 가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본다. 눈에 띄게 느려진 속도와 가빠진 호흡에 반사적으로 스스로에게 들릴 만큼의 작은 소리로 험한 말을 내뱉는다. 성큼성큼 네게로 다가가 너를 부축하듯 제 어깨에 네 팔을 두르고는 다시금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 전부터 쑤시던 상처가 더욱 아픈 기분이다.)
이런 상태로 혼자 가겠다? 잘도 그런 소리를 지껄였군.
아테나 K. 히페리데:뭐, 뭐하는 거니? (유진이 다가오는 모습에 뒤늦게 허리를 펴고 표정관리를 시도한다.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이 무게가 타인에게 나누어진다. 반사적으로 그를 밀어내려는 듯 발을 뒤로 빼려 했지만, 불필요한 동작은 기력을 더욱 빠지게 할 뿐임을 이미 잘 안다. 하지만 역시 남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건 끔찍하게 싫다. 그건 곧 제 약한 모습이 드러나고 말았다는 의미니까.)
…… 입 다물지? 기운 빠지니까 말 아끼라고 한 건 어느 누구였더라? (결국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렇잖아도 짓눌리는 자존심이 건드려지는 탓에 짜증스럽게 받아쳤다.)
유진 N. 브리즈:왜, 마음에 안 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말해. 원한다면 당신을 친히 안아 들어 목적지까지 모실 테니까. (평소와 다르게 느리게 돌아오는 반박에 신경질적으로 쏘아 붙인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통증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말했지, 당신은 오만한 자신감이 저 아래로 떨어뜨릴 거라고. 알량한 자존심을 챙기다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때는 누구를 원망할 거지? (아마도 함께 있던 나일테지. 낮은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시끄러워. 내가 못 따라가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지나친 참견이란 생각은 안 하니? (역시 고맙다는 말은 없다. 너와 내 사이에 입에 발린 언사 같은 거 해봤자 우습기만 하잖아?) 정작 죽을 위기는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누구 덕분에 말로만 몇 번을 죽었는지 몰라. 이렇게 보면 내 죽음은 나보다도 네가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니?
유진 N. 브리즈:하, 그 참견이 당신을 살린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 (네게 속도를 맞추어 발을 옮긴다. 이어지는 말에 잠자코 있다 힘없이 웃으며 제 어깨 위에 올라온 너의 손을 잡은 채 그대로 힘을 싣는다.) 단 한 번 뿐인 죽음 뒤에 찾아오는 공허를 나는 누구처럼 기다릴 수 없거든.
아테나 K. 히페리데:살리긴 누가 누구를 살린다고. (불퉁하게 중얼거린다. 그래도 유진이 부축해준 덕분에 한결 몸이 가벼워졌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킨십을 썩 좋아하지 않는 아테나지만, 맞잡히는 손길은 그냥 그대로 두기로 한다.) 의외로 마음이 약한 크리쳐였네.
유진 N. 브리즈:―…그렇다면 나를 이렇게 만들지 말았어야지. (비단 당신 뿐만이 아닌, 모두를 향한 말이었으리라.)
유진은 아테나를 부축하고 회사를 향해 걷고 또 걷습니다.
세 블록밖에 안 되는 거리가 어째서 이리도 멀기만 한 걸까요.
험준한 산맥을 오르기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장애물이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섭니다.
유진 N. 브리즈:(차마 바로 옆에 사람이 있어서 험한 말을 내뱉지는 못하고 거칠게 숨을 토해내고 이를 악물었다. 제 목에 둘렀던 네 손을 내리며 자연스레 너와 다시 거리를 두고 총을 장전한다.) 다치기라도 하면 그때는 들쳐메고 갈 테니 알아서 하도록. (눈 앞에 있는 크리쳐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75/37/15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5 |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유진의 총구 끝에서 세차게 튀어나온 탄환이 자비없이 크리쳐들에게 가 박힙니다.
계산된 궤도에 탄환을 박아넣은 뒤 또다시 찰칵.
탄환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므로 찾아오는 것은 적의 죽음뿐입니다.
두 사람의 앞에는 단번에 소수의 크리쳐만이 남습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그러기 싫어서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는걸. (유진의 부축 덕분에 조금이나마 체력이 돌아왔다. 침착하게 조준경으로 목표를 겨누고 정교한 계산을 얹는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5/42/17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4 |
과연 최강이라 불리는 페어답게, 비록 말로는 투닥투닥할지언정 두 사람의 호흡은 완벽합니다.
유진이 크게 휩쓸고 간 자리를 아테나가 깔끔하고 예리하게 정리해냅니다.
방대한 화력과 뛰어난 사격수 둘 앞에서 크리쳐들은 손쓸 틈도 없이 무너집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총구 끝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가 바람에 흩어지도록 둔다.) 이 정도면 됐겠지. 이제 코앞이란다.
유진 N. 브리즈:(옷깃을 내려 숨을 내몰아쉬고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가슴께의 상처 부위를 꾹 눌러보더니 이를 악물고는 크리쳐 더미를 무시한 채 목적지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다.)
(다시 옷깃을 올리고는) 가지.
아테나 K. 히페리데:(크리쳐의 잔해를 흘끗 내려봤다가, 미련없이 걸음 내디딘다.) 이젠 네가 부축이 필요한 거 아니니?
유진 N. 브리즈:당신이 이렇게 농담에 소질이 있을 줄 몰랐다고 내가 얘기했던가? (솔직하지 못한 거절)
아테나 K. 히페리데:하. 솔직하지 못하긴. (피식 웃는다. 하긴 이쪽도 아주 잠깐의 여유가 생겼을 뿐 상태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건 아니었으니.)
힘겹고 긴 여정 끝에, 두 사람은 마침내 제약회사의 건물에 도달합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아테나 K. 히페리데:깊게 숨겨져 있진 않을 거야. (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벽에 손을 짚는다.) 좌측부터 보겠어. 넌 저쪽으로 가렴.
유진 N. 브리즈:(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네 어깨에 손을 올리고 벽에서 떼어내고 중심을 잡도록 지탱해주었다. 어쩌면 필요없을 행동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쓰러지지 말고. (그리고는 네가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돌려 이동한다.)
아테나 K. 히페리데:불필요한 짓을. (눈 흘긴다.)
너나 픽 쓰러지지 마렴. (좌측을 훑어나가기 시작한다)
유진 역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유진 N. 브리즈:(뭔가 있나? 책상에 기대어 컴퓨터를 살펴본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유진 N. 브리즈: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득, 유진은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유진이 죽어버린 곳입니다.
(감시카메라 확인이 가능한가요?)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유진 N. 브리즈:(사흘 전의 날짜를 검색해서 해당 장소의 영상을 틀어본다.)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진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유진은 3일 전 날짜를 입력하고 영상을 확인합니다.
아테나가 쓰러지는 유진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이를 악문다. 제 스스로를 향해 뱉듯이 중얼거린다.) 이딴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아테나는 유진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 잠깐만 쉬고 있으렴.
분명 죽었을 터인 유진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아테나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유진을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아테나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브리즈? 너…… 어떻게 벌써?
시민1: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시민2: 저거 분명 되살아난 거죠? 말도 안 돼.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유진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아테나는 유진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아테나가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윽! (퍽- 온몸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몇 바퀴나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다.)
유진은 아테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아테나 K. 히페리데:(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이를 악물고 유진에게 뛰어든다) 정신 차려, 브리즈!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성> 판정 (1/1D3)
유진 N. 브리즈:
SAN Roll
기준치: |
61/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아테나 K. 히페리데:(커서가 잠깐 화면을 배회한다.) …… 하필 이게 다 찍히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유진 N. 브리즈:(화면을 향해 있던 시선이 너에게로 향한다. 천천히 현재의 시간을 달리는 화면 속의 영상을 바라보다 가만히 웃었다. 어이없이 터져나오는 웃음. 괜히 아물지 않은 상처가 아프게 다가온다.)
나야? 공격을 막았다던 크리쳐가 나였나?
(책상에 무게를 지탱하던 몸을 일으키고 시선을 아래로, 너를 바라본다.) 왜 이야기 하지 않았지?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웠나? (나는 당신을 믿었는데. 이를 악물고 차마 나오지 못한 말을 집어 삼킨다.)
아테나 K. 히페리데:네가 못 미더워서 사실을 숨겼겠니? (코웃음을 친다.) 그런 넌? 왜 내게 네 정확한 몸상태를 털어놓지 않았니?
이건 못미더운 게 아니라 배려라고 부르는 거란다. 네가 이 사실을 알아봤자 무슨 도움이 되지?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데. (당신의 어깨를 손가락 끝으로 쿡 찌른다.) 우린 아직 해야 할 임무가 남아 있고.
임무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택했을 뿐이란다. 설마 서운하기라도 해? 네 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유진 N. 브리즈:이딴 게 배려였다면 세상 사람들은 지금쯤 다 죽었어. (제 어깨를 찌르는 네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제는 노려보다시피 한 금빛 눈동자 주위로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래서 혼자 간다고 했었나? 내가 언제 다시 당신을 공격할 지 모르니까. 임무에 도움이 아니라 당신의 안전을 생각한 건 아니고?
(네 손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적어도 내게는 진실을 알려줬어야지. 그게 뭐든 진실은 알려줬어야지.
나는 당신에게 내 목숨을 맡겼는데 당신이 나를 믿지 않는다면 나는 이제 무얼 해야 하지?
아테나 K. 히페리데:하! 꼬아 듣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갈비뼈가 부러지고서도 아무런 말도 않고 넘겼더니 왜 배려를 해줬냐고 되려 큰소리를 치는구나. 혼자 가겠다는 결정을 내린 건 네가 소생이 완전히 되지 않았단 사실을 알고 나서였어. 당연하지. 불완전한 전력은 방해만 돼! 발목이 잡힐 뿐이고. 그런 당연한 판단도 내리지 말았어야 한다는 거니?
정말 내 안전을 생각했더라면 네가 내 파트너가 된 첫날에 어떻게든 수를 써서 거절을 했겠지. 어떻게 크리쳐와 한 팀을 이루냐면서 말이야.
때로는 전하는 게 불필요한 진실도 있어.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말하지 않은 거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으니까. (싸늘하게 당신을 노려보다가 붙잡는 손길을 거세게 쳐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멋대로 날 비난하고 멋대로 불신한다고 떠드는구나.
유진 N. 브리즈:(일그러지는 표정 너머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밀어넣어본다. 붙잡은 손을 제쪽으로 잡아당기고 발을 걸어 너를 넘어뜨린다. 온전한 상태였다면 필시 어떻게든 막았을 터, 쓰러뜨린 너를 바닥 아래서 압박하고 내려다 본다.) 불완전한 전력? 지금 당신이 할 소리인가? 죽으면 되살아나지도 않는 당신이? 단 한번이라도 나를 생각했다면 나를 배제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AOC가 그러라고 나를 만들었잖아. 그게 아니라면 나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당신은 전하는 게 불필요한 진실을 감춘 게 아니야, 불필요한 배려를 한 거지. (터져나오는 웃음에 뒤이이 들려오는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럼에도 아주 분명하고 확실한 어투로.) 그래, 당신 생각대로 그렇게 효율을 따지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나를 죽여. 이대로 깨어나지 않게 죽여버려. 그럼 당신이 처음부터 생각한 대로 당신은 혼자 움직일 수 있고 나는 전력에서 배제 돼. 그리고 그게 나를 위한 배려야.
아테나 K. 히페리데:윽! (회사까지 오는 과정에서 힘이 많이 빠져있었기에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넘어진다. 바닥에 몸이 쿵 부딪히며 충격이 전해져온다. 다 낫지 못한 갈비뼈의 통증이 극심하다. 절로 눈앞이 아득해지는 통각이었다. 이번만큼은 신음을 참지 못한다. 그리고 고통의 물결이 한 차례 지나가면 죽일 듯 당신을 노려보았다.)
난 대체 네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모르겠구나. 네가 그렇게 바라는 솔직한 심정으로 말해볼까? 불완전한 너를 끌고 갔다가 네가 또 폭주라도 하면? 사흘 전에는 내가 어떻게든 막았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지. 네가 민간인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죽이기라도 했다면? 차라리 죽이면 다행이지. 다친 민간인이 안전지대에서 너에 대해 떠들기라도 하면 넌 그날로 끝장이야!
그렇게 되도록 둘 걸 그랬네. 그럼 방금 네가 말한 것처럼 깨어나지 않게 죽임당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린다.) 비켜, 유진 네바에 브리즈. 같잖은 말싸움을 하느니 나한테 사과나 하는 게 어때? 네 헛짓거리 때문에 소중한 '전력'에 또 흠집이 났잖니.
유진 N. 브리즈:(하, 하고 헛웃음 치고는) 그런다 한들 뭐가 달라지나? 당신들이 원하는 도구는 변함 없을텐데.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번 표정이 일그러진다. 괜스레 너를 포박하였던 손에 힘을 주어 강하게 압박하고는 혀를 차고 그대로 놓아버린다. 그럼에도 네가 당당히 요구하는 사과는 하지 않는다. 자신이 깨어난 직후부터 스스로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아테나 K. 히페리데:차라리 날 걱정한 거라고 솔직하게 말하지 그러니? (포박한 힘이 풀리면 바닥을 짚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제 뼈를 가늠해보듯 가슴팍을 몇 번 쓸어보다가 아랫입술을 깨문다. 시간을 지체시킨 것도 모자라서 아픈 몸을 밀어붙이기까지 해?) 나중에 돌아가면 따귀 한 대 때려줄 테니 기다리고 있으렴.
유진 N. 브리즈:(한번 쏘아붙이듯 노려보고는 대꾸 없이 개폐 장치나 찾는다.)
안쪽의 벽에 개폐 버튼이 붙어있는 게 보입니다.
유진 N. 브리즈:(안쪽으로 다가가 신경질적으로 주먹으로 개폐 버튼을 누른다. 좀처럼 그러지 않는 편이었건만 지금은 아테나가 곁에 있었기 때문일까, 어쩐지 기분이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개폐 버튼을 주먹으로 콱 누르자, 뒤에서 아테나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네요.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유진 N. 브리즈:(신호를 보낸 곳이 여기인가? 문이 열리자마자 내부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테이블/벽면의 서랍]을 볼 수 있습니다.
유진 N. 브리즈:(황량…… 테이블 위에 엎어진 남자부터 확인한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엎어진 남자를 옆으로 밀어 얼굴을 확인하고는) 하. 죽었어?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면서 왔는데.
유진 N. 브리즈:(아테나 말을 뒤로 넘기며 남자가 손에 쥔 핸드폰을 확인한다.)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아테나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어쩐지 미심쩍은데…… 핸드폰을 좀 더 뒤져볼까요?
유진 N. 브리즈:……. (핸드폰을 조작해서 구조 신호 보낸 것 이외에 가장 최근 실행된 앱은 없나 살펴봅니다.)
최근 실행된 앱들 중에서는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없습니다.
유진 N. 브리즈:(재미없는 인간이다! 핸드폰 내 파일 목록 중에 특별히 눈에 띌 만한 것은 없나 뒤적여 봅니다.)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 라는 이름의 메모가 있네요. 뭘까요?
유진 N. 브리즈:……알파? (파일을 실행시켜 확인한다.)
(알파형 크리쳐라……. 버릇처럼 핸드폰을 쥔 손으로 핸드폰 베젤을 톡톡 건들이다 더 확인할 것은 없는지 살펴본다.)
(뭔가 없나?)
유진 N. 브리즈:(핸드폰 내려놓고 쓰러진 남자를 살펴봅니다.)
(잠깐 보다가 남자가 입은 가운에는 뭔가 없나 주섬주섬 찾아봅니다.)
가운을 뒤지던 유진은 주머니 안에서 열쇠를 발견합니다.
유진 N. 브리즈:…열쇠 보관을 이렇게 부실하게 해도 돼? (어이없어 터져버린 혼잣말)
아테나 K. 히페리데:(연구실을 둘러보며) 이 사람 개인의 연구실 같아. 그러니 가장 손이 닿기 편한 곳에 둔 거겠지.
유진 N. 브리즈:(듣고 보니 일리있다. 문 앞에 놓인 화분이 아닌 게 다행인가…)
(테이블 위에는 뭔가 없나 살펴봅니다.)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유진 N. 브리즈:(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리고는 일지를 들어 확인한다.)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맑고 깨끗한 밤하늘에서 별을 올려다보던 일.
유진 N. 브리즈: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유진 N. 브리즈:……하. (조용히 눈으로 연구 일지를 읽다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고 만다. 그랬던건가, 그랬던 거였어. 모든 것이 떠올랐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헛웃음에, 연구 일지를 쥔 손에는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간다. 어느샌가 구겨진 종이 뭉치를 쥔 채, 테이블을 강하게 힘껏 내리친다.)
(이건 분노인가? 그래, 필시 분노일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된 이상 떠오르는 감정이란 그것 뿐이었으니. 이런 감정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심호흡하며 나즈막하게 혼잣말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본다.) 정신차려, 니브, 넌 지성인이야. 넌 지성인이야.
아테나 K. 히페리데:왜 그러니, 갑자기? (차오르는 의문에, 눈살을 미묘하게 찌푸린다.) 이런 제약회사 연구실에 널 화나게 할 만한 게 뭐가 있다고.
유진 N. 브리즈:(홀로 분노를 삭혀보던 중 돌아오는 너의 물음에 네게 눈길을 보내고는 무시하는 듯 싶더니 신경질적으로 구겨진 종이 뭉치를 내밀었다. 내밀었다기보다는 억지로 건네 쥐어준 격에 가까웠지만.)
아테나 K. 히페리데:뭐니? 대체…… (신경질적인 반응에 의아해하면서도 구겨진 일지를 다시 펼쳐 읽어내려간다. 한 글자, 한 문단 읽을 때마다 눈이 커져간다.)
…… 이 내용대로라면, 크리쳐가 어느 날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졌단 말이니? (입술 깨문다) 게다가 이 마지막 문장은 또 뭐고. (인간에게 C.V를, 군사력 증대를 위해…… 빠르게 치닫는 사고의 흐름은 곧 어떤 결말에 닿는다. 믿을 수 없단 듯 고개를 든다.) 설마 너?
(지나치게 인간다운 크리쳐가 아니라, 인간이었다고?)
유진 N. 브리즈:(아직도 분노를 삭히는 중이다.) 윗대가리 다 쓸어버리고 탈영할까? (진심을 담은 농담)
(시선은 다시 테이블을 향한다. 빈 테이블 위로 잊혀진 기억들이 떠오른다.) 보기 좋게 이용 당했어. 이럴거면 날 만들지 말았어야지. 이럴거면 나를, (그들이 나를 만들었나? 아니다, 나는 창조된 것이 아니다. 되려 그들에게 죽임을 당한 거지. 잠들어있던 화산도 때로는 폭발한다던가. 제 버릇처럼 내뱉던 말들이 어느샌가 누군가를 향한 분노로 바뀌고 만다.) 나한테 이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아테나 K. 히페리데:(종이를 꾹 쥔다. 판의 장기말이 아니라, 판 위에서 장기말을 지켜보는 위치가 되고 싶었다. 평생을 그리 살아왔고, AOC도 물론 자신이 갖고 놀 장기판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게 뭐야. 인간을 크리쳐화하는 것을 정확히 누가 승인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정부는 물론 AOC도 개입되어 있음이 확실하다. 그들에게 내가 이용해먹기 좋은 일개 힘이었을 뿐이라고? 유진처럼 드러내놓고 반응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안에서도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꾸깃꾸깃해진 종이를 테이블에 던지듯 내려뒀다.) 만약 이게 진짜라면, 이 연구실에는 C.V와 관련된 자료가 또 있을 게 분명해. 알 수 있는 건 최대한 알아가야 돼.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니?
유진 N. 브리즈:(오랫동안 묵혀둔 감정을 토해내자 귓가에 너의 말이 들려온다. C.V와 관련된 자료 이전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자신이 만약 시작 단계였다면 필시 다음이 있지 않던가. 상대는 AOC다. 휴가를 핑계로 멀쩡히 존재하던 저를 세상에서 지워버린 작자들. 복잡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감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네게로 다가가 왼손으로 네 얼굴을 붙잡고 눈을 맞추어 질문한다.) 당신 뭐 알고 있는 거 없어?
AOC가 목적 없이 나를 당신에게 보내지는 않았을 거야. 내가 처음이라면 분명 다음이 있을 거라고. 정말 알고 있는 게 없어? (알고 있지 않던가. 네가 저에게 해줄 말이 없다는 것 쯤은. 그러지 않았다면 자신과 함께 이 곳으로 올 일도 없었을 터이니. 허나 그럼에도 너에게 확인을 구하는 것은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진실을 믿기 싫은 현실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테나 K. 히페리데:(노란빛 눈을 마주하는 시선이 문득 떨렸던가? 손바닥에 놓고 내려다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로 인해. 얼굴에 닿은 손을 느리게 밀어내면서 이를 으득 간다.) 없어…… 분할 정도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고.
알았더라면 이따위 상황에 동의했을 리 없잖아.
유진 N. 브리즈:동의는 무슨, 이 빌어먹을 놈들은 나한테 그딴 동의조차 구하지 않았단 말이야!
(밀려난 손이 주먹을 꽉 쥐고 허공을 내리친다.) 뭔가 더 찾아야 해. 당신 말이 맞아, 연구실에 고작 이것만 있을 리가 없어.
(주변을 둘러보다 곧바로 벽면의 서랍을 확인한다.)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유진 N. 브리즈:(험한말 내뱉고는 남자의 가운 주머니에서 찾은 열쇠로 서랍을 열어본다.)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유진 N. 브리즈:이 ■■■■?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험한말)
(날짜가 1년 반 전, 제정신인가? 아니다, 제정신이면 내가 실험체가 되지는 않았겠지.)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이제껏 안전지대가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은 없었습니다.
유진 N. 브리즈:
지능
기준치: |
85/42/17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유진 N. 브리즈:
SAN Roll
기준치: |
58/29/11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유진 N. 브리즈:(불안감이 뇌리를 스치자마자 반사적으로 몸이 아테나를 향한다. 다급한 마음이 표출된 것일까, 거칠게 한손으로 아테나의 얼굴을 붙잡고 상처 부위를 확인한다. 부러졌다는 갈비뼈는 어떻지? 비어있는 빈손으로는 심장 아래 쪽 갈비뼈가 만져지는 위치에 손을 올렸다.)
아니, 오히려 아테나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조금만 움직여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던 갈비뼈에 손길이 닿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 모든 상처가 회복되었다는 사실이, 이토록 절망적일 줄이야. 유진이 본디 군인이었다가 그들에게 이용당해 크리쳐가 된 거라면, 최강의 인류라 불렸던 나는? 그 수순은 당연한 것이었는데.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다.)
싫어. 설마, 설마 이건……. (마찬가지로 제 갈비뼈 즈음을 짚어보는 손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유진 N. 브리즈:이럴 리 없어. 이럴 리 없다고. 당신 지금 대체…! (현실을 외면하듯 떨리는 목소리가 어느 순간 확고해진다. 여기서 무얼 더 말해야 하지? 서로가 잘 알고 있지 않나. 지금 누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말이다.)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아테나의 안색은 꼭 시체처럼 창백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아테나일 게 뻔합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아테나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뿐이고요.
유진 N. 브리즈:
SAN Roll
기준치: |
55/27/11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유진이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아테나가 유진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유진은 대응할 틈도 없이 아테나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유진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아테나의 얼굴이 비칩니다.
유진 N. 브리즈:(상처가 아물지 않은 가슴팍을 걷어차이자 잊혀진 통증이 밀려온다. 폐부에서 막힌 숨이 올라오고 거친 소리와 함께 고통을 토해낸다. 머리를 부딪히고 어지러움이 찾오기를 잠시 곧이어 바닥에 곤두박질쳐진다.)
(그간 잠든 인간의 본능이 말한다. 숨을 쉬어. 살아 남아.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는 것도 잠시 제 목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빠져나갈 구멍조차 막혀버리고 말았다. 제 안에 남은 마지막 숨을 들이마시며 더듬더듬 너를 불러본다.) 히, 페리데……, 아테나.……
(정신 차려. 나오지 않는 목소리가 너를 향해 그리 말한다.)
아테나 K. 히페리데:(처음으로 당신의 입에서 아테나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원래라면 답지 않게 왜 그러냐느니, 마음을 고쳐먹었냐느니 카랑카랑하고 고압적으로 답했겠지만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귀에 들어오긴 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그의 푸른 홍채에서는 이미 안광이 꺼졌고 유진을 바라보는 표정은 기이할 정도로 무감했기에. 그의 모든 정신과 본능이 '크리쳐'의 것에 잡아먹혀간다. 인간으로 쌓아왔던 시간과 노력이 지워져간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에서 이명이 메아리치며 유진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아테나의 모습을 눈으로 좇지만…….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유진 N. 브리즈:(젠장, 어지럽다.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중심을 잡았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기합으로 억지로 눌려본다. 흐르는 피를 훔칠 새도 없이, 생각할 새도 없이 몸을 틀고 있는 힘껏 달린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아테나, 네가 있는 곳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는 유진이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아테나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유진은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아테나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을 존중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분명히 자신과는 다른 크리쳐라고 여겨 왔었죠.
처리해야만 할 대상. 죽어도 몇 번이나 되살아나는 저주같은 생명을 지닌 존재.
이제는 아테나 자신이 그러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아테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유진뿐일 테지요.
유진 N. 브리즈:(너를 발견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오자 헐떡이던 숨을 정리한다. 지금이 분명 제가 알던 원래의 상태이건만 익숙치 않은 무게가 느껴진다. 이 땅의 중력이 마치 저를 누르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럼에도 너에게로 가는 길은 멈추지 않는다. 네게로 가까이 다가가서 뒤에서 어깨를 잡고 제 쪽으로 네 몸을 돌렸다.) 우리 얘기 좀 해.
아테나 K. 히페리데:(온몸에서 폭력성과 전투욕이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제 의지와는 어떤 상관도 없이 온몸을 일깨우고, 충동질하고, 부채질해댄다. 스스로에 관한 어떤 것도 통제해낼 수가 없다. 아아, 이토록 끔찍할 수가! 세상을 장난감처럼 여기던 자신이 세상의 장난감이 되어 제 손끝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신세라니!)
(눈물이 흐르지 않은 건 온몸에서 끓어오르는 열기에 말라붙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맛보는 온전한 절망이란, 타르타로스에 내던져진 것처럼 씁쓸했고 비참했다. 주먹을 꾹 쥔 채로 끓어오르는 충동을 참기 위해 애쓴다. 과민해진 신경은 당신이 옥상에 들어설 때부터 다가오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잡아낸다. 손길이 어깨에 닿자 그것을 확 쳐냈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한 힘이다.) 건드리지 마! 죽고 싶은 게 아니면.
섣불리 다가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인조 인간마냥 무감하던 낯 대신, 지금껏 유진이 한 번도 본 적 없을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표정이 드러난다. 뒤집어썼던 완벽한 가면이 조각나고 깨어져 추락하는 순간이다.) 지금도 널 죽여버리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거든…….
유진 N. 브리즈:(아, 익숙하고 낯선 상황이지 않은가. 흔들리는 눈동자 너머로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네 모든 온기를 뺏어버린 듯 푸르게 빛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다가오지 마라는 너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양손이 너에게로 향한다. 왼손으로 네 얼굴을 잡고 오른손으로 너의 눈 앞을 가린다. 네가 이전에 제게 그래주었듯.) 아무것도 보지 마. 아무 생각도 하지 마. (네가 살아있다는 것만을 느껴. 속삭이듯 내뱉는 말은 흔들리지 않았으며 알 수 없는 확신이 가득하였다.)
아테나 K. 히페리데:(눈이 감기면 지난날 유진과 함께 보냈던 1년이 떠오른다. 그는 수도 없이 위험한 순간에 몸을 내던졌고, 죽었고, 되살아났다. 때로 폭주할 때면 자신의 손으로 그를 '리셋' 시켜왔다. 더는 AOC에게 농락당해줄 마음 따위는 없었지만 죽고 죽어도 되살아난다는 저주받은 생을 받은 것만은 똑같다. 전장에서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야 않았지만, 죽음을 영원히 회피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는데도.)
내가 정말 살아있는 게 맞아? 살아있다고 볼 수 있는 거니? (연필을 엉망으로 쥐고 종이에 마구잡이로 난사하는 것마냥, 낭랑하던 목소리가 이지러졌다.)
살아도 산 게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게 아닌데. 이 끔찍한 욕구에 계속해서 부추김을 당해야만 할 텐데…… 대체 이게 어떻게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거야!
유진 N. 브리즈: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니까. 다시는 눈 뜨지 않을 순간을 기다리면서 평범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으니까.
죽지않는 몸으로 고통을 느낀다는 건 축복이 아니야. 저주지. 하지만 그 고통이 당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려 줘. 고통이란, 통증이란 살아있는 생명체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니까.
(지난 시간 살아온 삶 속에서 무얼 원했던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제 네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원한 것은 자유였노라, 하고. 허나 그게 다 무언가. 그는 알고 있다. 자유를 바란 것 역시 살아있다고 느끼기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천천히 네게서 손을 뗀다. 눈을 감고 있는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그 안에 있는 너의 눈동자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을까. 가려두었던 너의 시선이 어디를 향할 지는 이제 온전히 너의 선택에 달렸으리라.)
아테나 K. 히페리데: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은 아무것도 바꾸어주지 않아! 너도 알잖아. 우리가 여기에 오지 않았더라면, 너는 계속 그대로 크리쳐인 줄 알고 살아갔을 거야. 네가 애초에 크리쳐로 태어난 줄 알고서. (숨이 가쁘다. 항상 맑고 명징했던 머리가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차 흐렸다. 끔찍해. 싫어. 모든 게 싫어.)
그러니 내가 이딴 꼴이 되어버린 이상, 기적적인 운이라도 작용하지 않고서야 나는 평생…… (목이 메여와 말을 잇지 못했다. 평생? 내 삶에 끝은 정해져 있던가?)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몸이 떨려온다.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아테나였건만,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 소나기처럼 자비없이 우르르 내리꽂힌다. 두려움도, 비참함도, 영생이라는 운명도.)
(온갖 어둡고 불쾌한 감정들이 한데 모여 소용돌이친다. 막 크리쳐가 된, 폭주가 잦아들지 않은 몸은 비대해져 버린 정신을 붙들 힘이 없다. 이성이 멀어진다. 어느 순간이더라도 놓고 싶지 않았던 마지막 끈이, 제 손안에서 찢겨나간다.)
살려면 쏴야 할 거야.
폭주를 이기지 못한 아테나가 기어코 유진에게 달려듭니다.
아테나 K. 히페리데:
비무장
기준치: |
60/30/12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2 |
(유진에게로 달려들어 다시금 그를 넘어뜨리려 한다.)
유진 N. 브리즈:그래서 결론은? 정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나? 설령 이루어지지 않기에 바라는 꿈이라 하여도 그게 심장을 뛰게 만들어. (달려드는 너를 보고 빠르게 생각한다. 지금 몸으로는 너의 반사 신경을 이길 수 없다. 과거의 너는 내게 어떻게 했더라? 총을 쏴서 물리적인 리셋을 시도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하자. 반드시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그 자의 핸드폰 속에 있던 자장가라던가.)
웃기지 마, 내가 당신을 어떻게 쏴?
지능
기준치: |
85/42/17 |
굴림: |
1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테나의 힘에 떠밀린 유진은 그대로 넘어지고 맙니다.
유진 N. 브리즈:큭! (앞뒤로 밀려오는 통증에 저도 모르게 큰소리를 낸다. 부상당한 곳이 아닌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테나 K. 히페리데:또 이번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이런 기막힌 우연이? C.V가 빠져나갔단 걸 정부 측에서 알아차렸으니 더욱 철저하게 유출을 막겠지. 설사 다시금 유출이 된다 한들 내가 그 장소를 어떻게 알고 갈 수 있겠니? (절망이 서리처럼 내린다. 온몸이 얼어붙어가는 기분이다.)
이제 와서 같잖은 착한 척이니? 아니면 동정이라도 하는 거야? 나는 널 수도 없이 쐈어. 널 몇 번이고 죽였다고. 그런데 너는 왜 못해? (발악하듯 외쳤다.) 이딴 꼴이 되어버린 거, 나 스스로도 끔찍하단 말이야!
네가 날 좀…… (본능에만 이끌리는 몸은 이 와중에도 당신의 복부를 걷어차려 든다.)
멈춰줘, 유진. (순간적으로 간절하게까지 들리는 음성.)
비무장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 |
아슬아슬하게 아테나의 공격이 당신을 비껴나갑니다.
유진 N. 브리즈:우연이 아니야. 운명이지. (내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이어지는 말을 올리며 심호흡한다. 귀를 찌르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다소 무심한 투로 대꾸한다.) 그거 아나? 나도 이런 상황은 예상조차 못했거든. 당신이 보고 싶어서 급히 서두르느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어.
하늘에게 빌어 봐. 혹시 알까, 하늘이 네 간절한 원을 들어줄지.
정신
기준치: |
65/32/13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아테나 K. 히페리데:이런 상황에 운명을 들먹이다니. 우습구나. 넌 인간으로 돌아왔으니 어찌되어도 상관없겠지. 그 이질적인 기억들도 전부 네 것이었던 기억들이잖니? 그러니 '원래의' 유진 브리즈대로 살아가면 그만일 거야. 하지만 난……. (설원의 냉기에 심장마저 굳어가는 듯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모든 게 막막하기만 해. 난 무엇을 해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포기하고 떠나. 사라져 버려! (끊겨버린 이성으로, 나오는 대로 아무런 말이나 지껄이며 그에게 주먹질을 했다.)
비무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 |
유진 N. 브리즈: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있어서 내가 알려주건데 하나,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고 둘, ‘당신은 모르나 세상이 알던’ 유진 네바에는 이미 죽었어.
정말 그러기를 원해? 웃기지 마!
정신
기준치: |
65/32/13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이 바라고 있잖아. 어린 양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으니 그가 말하기를, (제게로 주먹 휘두르며 달려드는 너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는다.) 허하노라.
유진 N. 브리즈:
rolling 1d6
=
4
유진, 마력을 4 소모하여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를 사용합니다.
자장가를 쓰자 아테나의 불안정하고 격렬한 폭주의 기운이 급격히 진정되더니, 그가 쓰러지듯 유진의 품속으로 넘어집니다.
유진 N. 브리즈:(쓰러지는 아테나를 안정적으로 받아내고 상태를 살폈다.)
아테나 K. 히페리데:(폭주의 기운이 잦아들고, 힘없이 유진의 품에 기댄 채 숨결을 고른다.) 바보같구나……. 폭탄을 실은 헬기가 오고 있어, A시를 전부 없앨 정도의 폭탄이라면 나도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유진 N. 브리즈:바보같은 게 옮았나 보지. 나는 누구처럼 효율을 따지는 게 아니라서. (잠자코 너의 이야기를 듣다가 조용히 입을 연다.) 안 죽을 거잖아.
아테나 K. 히페리데:…… (밑바닥의 밑바닥까지 보여준 이상, 이제 속내를 숨겨봤자 무슨 소용인가. 체념하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영원히 살고 싶지 않아. 하지만, 죽고 싶지도 않지.
날 포기하지 않을 거라면, 적어도 복수까지는 함께할 수 있겠구나. 너도 네게 그런 짓을 한 AOC를 가만히 둘 건 아니지?
유진 N. 브리즈:(안 죽을 거잖아. 며칠 전 제 걱정을 하지 않느냐 화내던 너에게 했던 말이다. 그 때의 너는 어떤 답을 건네었지?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너의 대답을 기다린다. 아무렴 어떤가. 지금의 너도 변함없이 ‘아테나 히페리데’이지 않은가.)
…당신이 사람을 죽이는데 소질이 있던가?
복수를 하고 싶다면 때를 기다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AOC는 절대 만만한 놈들이 아니니까.
무엇보다 나는 머리부터 썩어 문드러진 그놈들 아래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 이대로 돌아가면 뭐가 남지? 나는 물론이고 당신도 이제 연구실에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려. 그 뒤는 뻔하잖아.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는 작게 코웃음친다.)
모순적이게도 세상은 AOC를 필요로 해. 세상을 말라 비틀게 한 원인이 세상을 지키고 있으니까.
나는―,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짧은 생을 돌이켜본다. 그간의 삶은 길었으나 다시 되찾은 삶은 짧기 그지 없다.) 아테나, 나는 당신이 인간으로 살았으면 해. 당신이 인간임을 나는 과거에도 지금도 알고 있으니까.
유진 N. 브리즈:그러니까 다시 함께할 생각 없나, 파트너?
아테나 K. 히페리데:왜 못하겠니?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야. 무엇보다, 당위성을 딱히 찾고 싶지는 않지만, 이미 수많은 산목숨을 크리쳐로 만들어버린 그들의 목숨을 내가 왜 아까워해야 하지?
(하지만 차차 진정을 찾아가면서 유진의 말을 다시 곱씹어보면, 그의 말이 맞다. 지금 당장 단둘이서 AOC로 쳐들어가 상부를 전부 처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죽지 않을 뿐 상처를 입지 않는 건 아니니까. 고통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니까. 유진 그에게서도 이미 숱하게 들어온 사실이었다. 폭주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탓에 성급하게 복수심을 앞세웠지만, 아테나는 본디 철저한 그물을 짜고 완전한 확신이 생겼을 때에야 추를 당기는 이가 아니었던가.)
…… 역겹네. 세상을 좁아지게 만든 장본인들이 세상을 지키고 있다니. 그 역설에 내가 지금껏 일조해왔다는 것조차 마음에 안 들어. (차라리 자신이 그리 세상을 갖고 노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모를까.) 그렇지만 네 말대로야. 지금 당장의 복수는 참겠어. 하지만 아주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야. 난 나를 이 꼴로 만든 인간들을 절대로 용서할 생각이 없거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자근자근 밟아주고야 말겠어.
(더 이상 '인간다운'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순 없겠지. 크리쳐의 몸에 적응하는 건 어렵고 불편할 것이다. 많이 짜증내고 툴툴대겠지, 제 성격이 그러하니. '인간' 유진 네바에 브리즈로서의 모든 기록이 지워진 당신처럼 저도 곧 그리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인간이었음을 내가 알고, 내가 인간임을 당신이 안다―)
네가 그런 제안을 해줄 줄은 몰랐는데. (눈을 잠깐 크게 떴다가도, 이내 옅게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당신에게 가장 듣고 싶은 제안이었으므로.)
…… 좋아, 받아들여줄게. 감당 못 하겠다고 도망칠 생각이나 마렴.
유진 N. 브리즈:누가 용서한댔나? (잠자코 있다 들려오는 너의 말에 반사적으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최고의 복수가 용서라는 건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다.)
감당하지 못할 거였다면 당신과 여기까지 오지 않았어.
아테나 K. 히페리데:다행이네. 복수하러 가는 내 발목 잡을 일은 없을 것 같아서. (피식 웃는다.)
(리모컨을 꺼내어 당신의 목줄을 조작한다. 오래도록 걸려 있던 그 목걸이를 떼내어 옥상 아래로 던져버렸다.) 자유의 몸이 된 걸 축하해.
유진 N. 브리즈:사냥꾼은 웅크릴 줄도 알아야지. (너를 따라하듯 저도 작게 웃었다.)
(목을 감싸던 목줄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지금까지 얼마나 바라왔던가. 빈자리를 매만지며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옥상 아래로 날아간 과거의 속박을 바라보며 저걸 그놈들 머리에 채우고 터뜨렸어야 했는데, 하고 감추지 않는 속마음이 터져나온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아스라이 펼쳐진 하늘 아래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였단 말인가. 뺨을 쓸던 찬바람이 마음 한 켠을 간지럽히고는 저 너머로 향한다.) 좋은 바람이네.
아테나 K. 히페리데:(따라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도시의 유령 같은 푸른빛 사이에서도 하늘의 빛깔과 아스라해져 가는 새벽별이 분명하다. 그동안 바쁘게 달려왔지. 지금은 잠깐 쉬어가는 기간으로 정할까. 또 다음 발을 내딛기 위해서.)
아테나는 유진을 안아 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립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푸른 빛이 일직선을 그립니다.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갑니다.
밝아오는 새벽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아테나와 유진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감겼다 내려앉습니다.
유진의 목줄이 풀린 뒤 처음으로 깊게 삼킨 겨울 도시의 공기가 폐를 콕콕 찌릅니다.
빛이 돌아온 눈동자에 고스란히 당신이 담깁니다.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로를 눈에 담고,
ED 1. 클리셰 SF 세계관의 인간도 계속계속 살아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