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 : 8시간 반
어느덧 가을이 지나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하는 시기.
편지는 꽤 절박한 내용으로, 임종을 앞둔 삼촌의 과거를 수소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매켄지 가와 에이든은 조금의 연도 없지만, 그저 누구라도 좋으니 한 명이라도 더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고 소피는 밝혔습니다.
편지 안에는 매켄지 저택의 주소와 함께 토론토에서 진행 중인 더글러스 매켄지의 전시회 티켓이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에이든은 형사인 에르드에게 이 사건을 함께 해결하자고 제안했죠.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에이든의 탐정 사무소. 에르드가 막 찾아온 참입니다.
에르드:그래서, 의뢰인한테 받은 편지가 이건가? (종이를 들어 대강 읽어내린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응. 그런 셈이지. (네가 편지를 읽을 동안 자리에 앉아 책상 위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린다.)
정말로 사람이 죽었다면 형사 사건일 테니 네가 사건 현장에 있는 게 편할 것 같아서. 어때? 괜찮겠어?
에르드:시간이 오래 지나서 매켄지가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고, 어차피 폐암으로 죽어가는 처지니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건가. 젊은 날이 정확히 몇 년 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망상일지 실제일지 확인해 보자고.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걸려있던 코트를 집어 든다.) 그럼 갈까? 티켓은 내게 있어.
에르드:전시회를 먼저 보고, 매켄지의 집으로 가면 되겠군. (겉옷을 벗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그대로 에이든과 함께 문가로 향한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불렀다는 두 사람은 그의 말을 증명해 줄 사람이겠지? 혹은 그 반대거나. 어느 쪽이든 재미있겠어. (편지를 안쪽 주머니에 고이 접어 넣는다.) 보통은 나랑 연이 있는 사람을 타고 오는데, 매켄지는 정말 누군지도 모르거든.
에르드:친구라고 했으니, 더글러스가 여자를 죽였다는 시기에도 함께 하지 않았을까 싶군. 알고 있는 게 있으면 좋겠는데 말야. (바지 주머니에 삐딱하게 양손을 꽂는다.) 네 유명세가 저 먼 곳까지 퍼져나간 건가?네가 사무소를 연 지도 벌써 5년쯤은 됐으니.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하하! 정말 마음 가득한 칭찬은 여전하군, 에르드. 유명세라…… 그렇다면 좋겠지만 진실은 어떨지. (쿡쿡 웃으며 출입문을 연다.) 늦기 전에 가자. 심문도 해야지.
에르드:딱히 엄청난 칭찬을 하려던 건 아니었어. (뚱하니 말했다. 본래도 아부 같은 건 일절 하지 않고, 보이고 느껴지는 대로만 말하는 솔직한 성격이기도 하다. 에이든과 함께 걸음을 옮긴다.)
두 사람은 전시회에 방문한 다음 더글러스 저택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높은 빌딩에 1층을 사용하고 있는 전시회장에 도착합니다.
입구로 들어가면 카운터를 보는 직원이 있고, 입간판엔 간단하게 전시회의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관객은 유명도와 비교해서도 꽤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더글러스가 죽기 직전이라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 관객을 끌어모은 것 같습니다.
티켓을 건네고 입장하면 입구에서 [리플렛]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실례합니다. 전시회에 입장하려고 하는데 부스가 이쪽인가요? (사람 좋은 얼굴로 티켓 두 장을 내민다.)
"티켓 확인했습니다. 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직원이 두 사람과 티켓을 번갈아보고 리플렛을 건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말없이 네 몫의 리플렛을 건네고 제가 든 리플렛을 펼쳐 내용을 살펴본다.)
흐음……. (한참을 읽어보다 옆에 우두커니 선 네게 속삭인다.) 에르드. 너는 녹색 하면 뭐가 떠올라?
에르드:(리플렛의 글을 건성으로 훑어내리곤 탁 접는다. 메마른 성격 탓에 전시회 등의 예술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리플렛이 말하는 캔버스에 녹색을 담았느니 뭐니 하는 말도 딱히 와닿지 않는다. 인생에 있어 그리 상징적인 색이 아니기도 했고.) ……풀잎? 내 집에는 화분이 많으니까. 솔직히 이런 말은 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니까.
그런 넌?
에이든 H. 스티미스트:나는 아쉽게도 며칠 전 내 와이프가 잘못 사 온 초록색 드레스가 생각이 나. 정말 끔찍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거든……. 둘러댈 수 없어서 사실대로 고하고 삐친 걸 달래느라 애를 먹었지. (지금도 생각하면 진절머리가 나는 듯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그래도 지금 와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커. 들어올 때부터 온통 녹색인 걸 보면 그런 걸 의도하고 설치하지 않았을까 싶고. 확실히 예술의 영역이라 나는 흥미롭지만, 너는 재미없지? 그래도 나가면 곤란해. 돌아다니다 보면 그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에르드:저런. (에이든의 와이프라면 저도 제법 잘 안다. 에이든이 이 정도로 진절머리를 칠 정도라면 아주 선명한 원색이었나? 상상하지 않는 쪽이 좋겠다.) 너도 빈말은 못하는구나.
안 나가. 할 일은 해야지. 온통 이해할 수 없는 말과 그림으로 가득찬 공간에 있는 기분을 즐겨 주겠다고. (심드렁하게 답했다.)
전시회장은 둘러보는 방향이 표시되어 있으며, 가벽을 세워 공간을 디귿자 모양으로 3분할 해두었습니다.
별개로, 사라 해밀턴에 대해 궁금하다면 <자료조사> 판정이 가능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네 반응이 즐거워 쿡쿡 웃으며 방향을 따라 걷는다. 자기 갤러리에 전시회를 열어 줄 정도면 작가와도 나름 아는 사이일 것 같은데 이 사람이 두 명 중 한 명은 아닐까?
궁금한데.)
자료조사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6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는 수익 대부분을 기부해 평판이 좋지만, 세간의 소문에 의하면 멕시코에서 밀수한 맥주를 즐긴다고 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확실히 예술가와 알코올은 떼어 놓기 힘든 존재다. 갤러리 마스터라는 건 본인도 예술을 보는 눈이 있다는 뜻이니 예술가라고 할 수 있지. 아쉽게도 지금은 술이 없어서 그를 만나도 상세한 이야기를 듣는 건 힘들겠다는 판단이 선다.
그림을 하나씩 감상하며 느릿하게 걷는다. 에르드가 예술을 이해 못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구역입니다.
학창 시절의 스케치나 작품 구상 등을 전시해둔 모양입니다.
이때에는 주제가 없으며 다소 두서없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스케치 1>, 15x10.5cm, 종이에 목탄, 1892. 정원에서 뛰어노는 강아지를 그린 듯합니다.
<스케치 2>, 13x7.5cm, 나무에 유화, 1893.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부들의 모습입니다.
<의문>, 21.5x29.5cm, 캔버스에 유화, 1895. 울창한 숲 사이의 아주 작은 틈새로 보이는 저택의 모습입니다.
더글러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아주 어릴 적부터로, 작품성이 없는 스케치까지 전시되어 있습니다.
송별전이라는 표현답게 어릴 적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전시해놓은 모양이네요.
약 25여 년 전부터 그의 터치에는
녹색이 섞여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녹색을 자유롭게 섞어가며 그의 작품들이 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에이든도 알아볼 법한 그림이 있습니다. ‘평화와 괴물, 그리고 질투.’
:<평화와 괴물, 그리고 질투>, 60x40cm, 캔버스에 아크릴, 1897. 캔버스를 세로로 좁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녹색이 가지는 세 가지 이미지를 표현해 두었습니다. 젊은 날에 완성되어 더글러스를 가장 유명하게 해준 작품 중 하나입니다.
<실종>, 21.5x29.5cm, 캔버스에 오일 파스텔, 1899. 연한 색상의 오일 파스텔을 직접 제작하여 눈밭을 표현해 두었습니다.
<주인이 없는 땅>, 35x24cm, 캔버스에 아크릴, 오일 파스텔. 1900.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집안을 비추는 풍경입니다. 관리되지 않은 집은 쓸쓸해 보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제법 흥미로운 진행 방식이다. 스토리텔링도 제대로 되어있고, 전시작도 그가 무엇을 그리고자 했는지 뚜렷하게 보인다. 좀 더 생각해야만 알 수 있는 그림도 있는 반면 이런 구체적인 화풍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이쪽이 좀 더 명쾌해서 좋을지도. 아무래도 그는 상당한
예술가인 것 같다.)
예술 Roll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실패 |
세 그림에서 묘한 공통점이 엿보이는 것도 같은데…… 알듯말듯한 기분만 듭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쉽게도 전혀 모르겠다. 이럴 땐 그냥 미래의 직감으로 내버려 두는 게 낫다.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자.)
근래 작으로 오며 작품을 발표하는 텀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의 분위기는 급격히 기울어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메랄드, 터키, 페리도트>, 116x80cm, 캔버스에 아크릴, 1908. 녹색 빛을 띠는 보석이 캔버스 안에서 두서없이 섞여 빛나는 그림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흐음……. (턱을 쓸며 그림을 유심히 관찰한다.)
교육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작품 제목에 실린 보석 말고도 지르콘, 서펜틴, 말라카이트 등 다양한 보석이 섞인 그림이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으로 전시용으로 잠시 빌려왔다고 합니다.
:<녹색 달>, 112x162cm, 캔버스에 유화, 혼합재료. 1917. 검은 하늘에 녹색 달 하나가 떠 있는 그림입니다.
다른 그림에 비해 단조롭지만 일순 여러분도 강렬한 끌림을 느낍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듣기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옆에서 나이가 지긋한 관람객이 동행인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술품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이 그림을 사겠다고 연락해왔지만 ‘이 그림에는 주인이 있다’라는 말로 거절했다는군요.
에르드:이 그림은 뭣도 모르는 내가 봐도 제법 볼만하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게 마음에 들어? 에르드도 이제
예술을 조금 깨닫기 시작했나. (농담조로 말하며 즐거이 웃는다.)
예술 Roll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예술 Roll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림은 화가의 심상을 엿볼 수 있는 통로나 수단이라고들 하지요.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녹색을 추억하면서 또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딘가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녹색’의 존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에르드:마음에 드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잘 그린 것 같다고. (고상한 표현은 쓸 줄도 모르고 어울리지도 않아서, 더없이 원초적인 감상만 내놓는다.) 돈을 준대도 안 판다니, 부자는 부자인가 보군.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술가는 다들 고집쟁이라서 말이야. 부자가 아니었더라도 자기가 거절하고 싶으면 거절하는 족속이지. 그래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 어차피 자기 그림이니까.
그래도 주인이 있다는 말은 조금 신경이 쓰이네…….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듭니다.
“그림이야 또 그릴 수 있으니 팔아버려도 그만일 텐데, 꽤 특이하네요.”
“저 같으면 가장 비싸게 부르는 사람에게 넘겼을 거예요.”
돌아보면 백금색 머리에 짙은 녹색의 눈동자를 가진 온화한 남성이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 녹색의 그림을 계속해서 보아온 탓인지는 몰라도, 유독 인상 깊게 느껴집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흐음……. 어떤 점에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예술가들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한 번 그린 그림은 다시 안 그리는 사람들도 많죠. 이 그림도 그런 그림이 아니었을까요. (자연스레 화답한다.)
관람객:하나같이 시선을 끌어모으는 멋진 그림들이라 말예요. 인기가 많은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죠. 하긴 이 정도로 혼을 담은 듯한 그림은 두 번 그리기도 쉽지 않으려나요?
('녹색 달'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당신은 이 그림에서 어떤 감정이 느껴지시나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감정이라……. 제가 그렇게까지 감성적이진 않아서 감정이 느껴지진 않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운을 띄운다.) 누군가를 찾는 것 같다는 감상은 드는군요. 이게 찾고 싶어 하는 건지, 누군가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는 선생님께서는 어떤 감정이 느껴지십니까?
관람객:호오. (제 턱을 매만진다.) 저도 그리 교양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라, 다른 분들의 감상이 궁금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게 느껴지네요.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마침 그림의 이름도 이름이니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두 분께 녹색이란 어떤 이미지인가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에르드에겐 원피스 이야기를 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짐짓 고민한다.) 편안하고 고요한 이미지일까요. 숲을 떠올리면 좀 더 이해가 가실 듯합니다.
에르드:비슷합니다. (낯선 이에겐 으레 그렇듯 딱딱한 톤으로 답했다.) 숲의 울창함과 편안함, 빨간색과 달리 눈을 쉬게 해주는 색이란 이미지도 있고.
다른 그림을 보러 갔네요. 예의가 없는 사람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어깨나 으쓱 하고 만다. 그럴 수도 있지.)
출구 벽면에는 패널이 붙어있습니다. 리플렛에서 소개한 대로 작가의 대답입니다.
저마다 실소하며 지나갑니다. 역시 예술가의 마음은 모르겠어.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무래도
녹색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 연결성이 너무 없군. 그보다 매켄지의 친구라는 두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걸까. 주변을 살펴본다.)
친구들은 매켄지의 저택에 초대해둔 것 같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군! 저택으로 가야겠다!)
에르드:예술이란 어렵군. (툭 내뱉고는) 다 돌아봤으니 우리도 이만 가자고.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래도 나름 좋은 경험이었지? 녹색이라 눈도 편안하고.
에르드:적어도 눈이 아프진 않았어. (픽 웃었다.)
두 사람도 전시회장을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경비를 서던 사람이 저지하고 나섭니다.
경비원은 대뜸 사람을 대기시켜 놓고는 스태프와 한참 이야기하고 돌아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형사가 와서 쫄았나? 생각한다.)
경비원:(한참 뒤에야 돌아왔다.) 전시회장에 걸려 있던 그림이 도난당했습니다. 반출 위험이 있으므로 경찰이 오기 전까지 나가실 수 없습니다.
에르드:(하지만. 내가 경찰이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하지만 경찰이 지금 옆에 있는데도.)
황당함에 돌아보니 방금까지 걸려있던 ‘녹색 달’이 사라졌습니다.
여러분은 그림이 사라진 줄도 몰랐습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게다가 그렇게 커다란 그림은 어딘가에 숨기기도 무리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관찰력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88 |
| 판정결과: |
실패 |
에르드:
관찰력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전시회장을 매의 눈으로 돌아본다. 그림을 대강대강 보고 넘기던 직전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아까 우리한테 말을 걸었던 남자. 그 사람이 안 보여.
에르드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백금색 머리의 남성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음? 확실히……. 그런 걸로 범인을 지목하기엔 증거가 부족하지만 우리가 관람하던 속도를 생각하면 그 사이에 나갔을 것 같진 않아. 왜 없는 거지?
에르드:그림을 보고 했던 말도 그렇고, 왠지 용의자일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일단 경비원한테 전달하자.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 참에 아예 신원을 밝히고 협조를 구하는 건?
에르드:좋아. (끄덕) 우린 가야 할 곳이 있으니 빨리 결백을 입증하고 나가자고.
에이든 H. 스티미스트:(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은 경비원에게 경찰증과 명함을 보여주고 신원을 밝힙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경찰들도 도착해 신원을 확인해줍니다.
두 사람에겐 그림을 훔칠 공간도 동기도 없기에, 무탈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며 경비원이 연락처와 이름 정도는 받아 가네요.
애매한 기분으로 전시회를 빠져나온 두 사람은 더글러스의 지인이 찾아온다는 일정에 맞춰 매켄지 저택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교통이 좋지는 않으나 가까워질수록 조용한 마을이 나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 차를 멈추자 사용인 한 명이 나옵니다.
시에타 헤이워드:어서 오세요. 소피 아가씨의 편지를 받고 오신 분들인가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네. 그렇습니다. 저는 탐정이고, 이쪽은 제가 협조를 구해 동행한 형사입니다.
시에타 헤이워드:(목례한다.) 잘 오셨군요. 저는 시에타 헤이워드라고 합니다.
시에타는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메이드로 더티블론드에 헤이즐넛 색의 눈을 가졌습니다.
시에타 헤이워드:들어오세요. 짐을 들어드릴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뇨. 전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에르드:저도 괜찮습니다. 들어가죠. (단출한 가방 하나를 들고 선다.)
시에타 헤이워드:네, 그럼. (문을 열고 두 사람을 맞이한다.)
이곳은 원래 더글러스 씨만 지내던 집이었지만, 건강이 나빠지신 후로는 소피 아가씨가 함께 지내고 계세요. 저는 오래 전부터 더글러스 씨를 모시고 있고요.
시에타가 두 사람을 2층 손님방으로 안내합니다.
손님방은 싱글 침대가 두 개, 원형 협탁이 하나 있으며 벽장이 있습니다.
시에타 헤이워드:소피 아가씨는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더글러스 씨는 몸이 좋지 않아 주인방에서만 머물고 계십니다. 편히 짐을 풀고 내려오세요. 저는 차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며 방 안을 살펴본다. 혼자 지낸다는 것치곤 제법 단장이 잘 되어있는 방인데.) 에르드. 좀 쉬다 내려갈래? 아니면 바로 갈까?
에르드:(가방을 내려두고 방을 가볍게 둘러봤다.) 괜찮아. 이쯤 별로 피곤하지도 않고. 바로 가지.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럼 그러자. (응접실로 향하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선다.)
응접실로 내려가자 소피가 앉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짙은 고동색 머리에 하늘색 눈을 가진 30대 중반의 여인입니다.
소피 매켄지:아, 어서 오세요. 흔쾌히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벌떡 일어나 감사인사를 한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닙니다. 저야말로 기별도 없이 손님을 데려와 난처하게 만든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가볍게 목례를 한다.) 형사인 에르드입니다. 실제 사건일 경우 협조가 필요할 듯하여 모셔왔습니다. 함께 자리하는 건 괜찮겠지요?
소피 매켄지:그런 말씀 마세요. (에르드에게도 인사한다.) 오히려 형사님까지 대동해주셔서 더 감사한걸요. 혹시 전시회는 다녀오셨나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네. 그럼요. 녹음이 짙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에르드:그림이 도난당한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소피 매켄지:아, <녹색 달> 말이죠. 당혹스럽긴 했지만, 우선은 경찰에 일임했어요. 지금은 이 사건이 더 시급하니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죠. 이것도 경찰에게 말해두긴 했지만, 전시회장에서 관람객 한 분을 만났었습니다. 백금발이 인상적이었던 것 말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그 분이 그림과 함께 사라지는 바람에……. 혹시 경찰에게서 전달 받으셨습니까?
소피 매켄지:유력한 용의자라고 들었어요. 저도 대략적인 외관은 전해들었지만, 감이 잡히진 않네요. 그렇잖아도 몸이 좋지 않은데 그림을 도난당했단 사실을 들었다간 건강이 더 악화될까 봐 아직 삼촌께는 미처 말씀을 드리지 못했어요. 탐정님도 조금 있다 삼촌을 뵐 때는 언급하지 않게끔 조심해 주세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하. 아직입니까. 그렇다면 저도 조용히 있도록 하죠.
그리고 하나 더 여쭙고자 하는 게 있습니다만…… 편지 말인데요.
편지는 여러 방면에서 흥미로웠기에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아차, 하나가 아니네요. 이거 죄송합니다. (가볍게 웃는다.)
먼저, 제게 편지를 보내신 사유가?
소피 매켄지:편지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아무래도 일반적인 내용은 아니잖아요. 무작정 여러 탐정 분들께 연락을 해봤지만, 단순히 망상일 뿐이라며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어떻게든 이 내용을 전하고 실마릴 풀고 싶어서 수소문한 끝에 스티미스트 씨의 탐정 사무소에 연락을 넣었어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외람된 말씀이지만 제 이름은 쉽게 알 수 있는 부류가 아니라서요. 편지를 받고 저 역시 주변을 수소문했습니다만 그 누구도 당신을 모르더군요. 혹시 제게 거짓말을 하시거나 의심할 여지를 주는 건 아니시겠지요?
소피 매켄지:이런 일로 어째서 거짓말을 하겠어요. 저는 삼촌이 죽음을 맞기 전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랄 뿐인걸요. 스티미스트 씨가 삼촌의 말이 망상인지 진실인지, 그 진상을 꼭 밝혀내 주셨으면 해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럼 하시는 말씀을 믿겠습니다. 신뢰라는 게 중요하거든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이제 편지의 내용에 대해 묻겠습니다만, 매켄지 씨도 삼촌의 살인 여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아니군요? 그냥 그랬다는 말을 들었을 뿐인가요?
소피 매켄지:네. 삼촌이 말하길, 자신이 열일곱 살 때 만났던 여성
'데이'를 죽였다더군요. 하지만 이 근처에 수소문해 봐도 25년 전에 데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살았던 흔적은 없었어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애칭이나 가명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이름을 제외한 다른 정보나 단서는요?
소피 매켄지:저는 이 이상은 모르겠어요. 애칭은 아닐 것 같은데. 좀 특이한 이름이긴 하죠?
탐정님께 말씀드린 것과 똑같은 내용을 삼촌의 친구 두 분께 전달했더니, 뭔가 짚이는 게 있으신지 삼촌을 보러 방문하신다고 했어요. 친구 분들이 오시면 함께 삼촌을 뵈러 가시는 게 어떠실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러는 게 좋겠군요. 친구 분들께선 언제 오시는지요?
소피 매켄지:저녁 즈음엔 도착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전까지 편히 집을 돌아보세요.
아 참, 웬만하면 전말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집에 머물러 주셨으면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저를 빼곤 삼촌과 시에타 두 사람만 머무르는 집이니 자유롭게 다니셔도 상관없어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말씀은 이해합니다만, 혹시 사정을 청취하는 데 하루 이상이 소요될 예정인가요? 단순히 여쭤 보는 겁니다. 하루 이상이라면 연락해야 할 사람이 있어서요.
소피 매켄지:확증드릴 순 없지만 하루 이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삼촌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조사도 어려우실 테니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알겠습니다. 실례지만 개인적인 전화를 할 만한 장소가 있을까요.
소피 매켄지:음, 어디에서든 편히 하셔도 되는데 1층은 좀 애매하긴 하네요. 여기랑 시에타의 방을 제외하면 창고와 차고뿐이라서. 제가 잠시 자리를 비켜드릴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닙니다. 그럼 제가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도록 하죠. 둘러보면 안 될 곳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싶습니다.
소피 매켄지:삼촌의 방을 제외하곤 괜찮아요. 가급적 외부인의 출입이 적은 게 좋다고 해서, 친구 분들이 오셨을 때 한 번에 함께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감사합니다. 그럼 천천히 둘러보고 있겠습니다. 손님들께서 마저 방문하시면 불러 주시지요.
:저녁 시간 전까지 한 곳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런 저택에서 구경할 게 가장 많은 장소라면 역시 서재일까. 책 사이에 뭔가가 있을 수도 있고, 몰래 숨겨둔 무언가를 발견할 가능성도 높다.) 에르드. 서재에 가 볼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에르드:네가 가잔 대로 가지. 엄밀히 의뢰를 받은 건 너니까. 나는 보조 역할 정도로 생각하라고.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래도 혼자 돌아다니는 것보다야 낫지. 잘 부탁해, 친구. (천천히 2층 계단을 올라
서재로 발걸음을 옮긴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상했던 대로다.
책장을 하나씩 살펴본다.)
그중에서도 색에 관해 분석하는 책이 많으며, 컬러 표본집도 쌓여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자료조사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에이든 H. 스티미스트:(역시 이런 데를 보면 뭐가 나오게 마련이지. 톡 튀어나온
메모를 꺼내본다.)
읽기 위해서는 <라틴어> 판정에 성공하거나 책장에 있는 라틴어 사전을 이용해야 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공교롭게도 라틴어는 읽을 줄 모르니 얌전히
책장에 있는 라틴어 사전을 사용하도록 하자.)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교육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8 |
| 판정결과: |
실패 |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자료조사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열심히 사전에 적힌 단어와 대조해보며 메모의 내용을 해석해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무슨 주문 같은데……. 구체적인 건 알 수 없어서 일단 상의 주머니 안에 넣는다. 그리고 책을 펼쳐 방금 전까지
메모가 끼어있었던 페이지를 찾는다. 뭐가 적혀있을까?)
해당 페이지를 열어보니, 이아고가 오셀로에게 녹색 눈의 악마인
질투를 조심하라고 이르는 장면입니다.
책의 내용을 확인하고 있을 즈음, 어두운 밤을 가르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더글러스의 친구들이 온 모양입니다. 당신도 이만 내려가 볼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꺼냈던 책을 다시 덮어 제자리에 꽂아두고는 조용히 서재를 나선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자 시에타가 현관으로 나가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라 해밀턴:안녕, 오랜만이네. (시에타와 소피에게 인사하곤 에이든에게도 눈짓한다.) 반가워, 난 사라 해밀턴. 이쪽은…
카일 리버:카일 리버라고 합니다. (에이든에게 악수를 청한다.) 오는 길에 마주쳐서 두 사람이 함께 왔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아, 그렇군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매켄지 씨의 의뢰를 받고 온 탐정, 에이든 스티미스트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요청으로 함께 동행한 형사 에르드고요. (카일의 악수를 받듯 손을 맞잡았다 떼어놓는다.)
사라 해밀턴:더글러스 이 녀석. 이렇게까지 속을 썩이다니 무슨 속셈이야?
카일 리버:형님 마음도 말이 아니겠죠. 지금은 몸만 생각하셔도 부족한 때인데….
소피 매켄지:아뇨, 뭐…. (작은 한숨.) 솔직히 조금은요.
사라 해밀턴:어때, 탐정님. 스티미스트 씨라고 했지? 뭔가 알아낸 건 있나?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 같고, 이 집이 친근해 보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정말 친한 사이인 모양이다. 이 일로 다툴 일은 없겠지.) 저도 편지를 받고 막 도착했을 뿐, 아직 저택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참입니다. 경찰에게 보고한 내용 말고는 따로 들은 게 없군요. 두 분이 오시면 제대로 확인해 볼 예정이었습니다.
사라 해밀턴:그랬구나. 우리도 최대한 열심히 도울게. 오랜 친구의 일이니 지나칠 수야 없지.
그때, 두 사람의 짐을 옮기고 온 시에타가 여러분을 부릅니다.
시에타 헤이워드:더글러스 씨가 일어나셨습니다. 친구 분들과 탐정님들을 보고 싶어하세요.
사라 해밀턴:아, 잘됐네! 어서 가보자고. (카일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걸치면서 웃는다.)
에이든, 사라에게 <관찰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관찰력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5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라의 목소리나 몸짓에서 약간의 취기가 느껴집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술을 마셨나……? 여기까지 오는데 술을 일부러 마실 이유가 있나? 술 냄새는 안 나는 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함께 더글러스의 방에 들어가면 여기저기 방치된 캔버스와 이젤이 보입니다.
이불 옆에는 스케치북과 연필이 있고, 상비약이 협탁 위에 놓여있습니다.
밥을 먹기 위한 책상용 탁자가 한쪽에 접혀있습니다.
시에타는 방을 이리저리 치우고 바쁘게 사람을 맞이합니다.
여러분이 안으로 들어와 의자를 끌고 침대 곁에 자리를 잡자, 시에타가 차를 한 잔씩 내어옵니다.
더글러스 매켄지:(손수건을 손에 쥐고 작게 기침한다. 한눈에 봐도 안색이 나쁘다.) 모두들……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마워.
에이든 H. 스티미스트:(가볍게 목례한다.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 막상 마주하니 매치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눈이…… 초록색인가?) 스티미스트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착각이었군. 음음.)
더글러스는 품에 있던 힙 플라스크를 꺼내 술을 한 모금 마십니다.
더글러스 매켄지:열여섯 혹은 열일곱 무렵에 한 저택 앞에서 데이란 여자애를 만났어.
내 또래로 검은색 머리에 짙은 녹색의 눈을 가지고 있었지. 매우 부끄럽지만 그 애를 보자마자 한눈에 빠져버렸어. 사라와 카일한테도 몇 번 상담했었지.
더글러스 매켄지:그리고 여기서부터는 기억이 모호한데…… (크게 기침했다. 손수건에 옅게 피가 비친다. 숨을 고르고 다시 한번 압생트를 마셨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의 음주를 신경 쓰지 않는 건가?)
이미 죽을 때가 된 사람이라 그런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두는 듯합니다.
하긴 지금의 그에게 법 따윈 딱히 신경쓰이지 않겠죠.
에이든 H. 스티미스트:(묵인하는 건 아니지만 술과 이 일이 관련은 없을 테니 그냥 묻어가도록 하자…….)
에르드:(이쪽도 심히 신경쓰이는 눈치지만, 그냥 넘어가준다…….)
더글러스 매켄지:(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계절이 두어 번 변해서 겨울날이었어. 그가 나를 불러냈지. 아마 데이는 이미 내 마음 같은 건 알고 있었을 거야. 나를 시험하듯 추운 겨울 속에서 몇 번이고 장난을 쳤어. 숲속에서 나무를 두고 술래잡기를 하며 자신을 위해 꽃을 꺾어 달라고 했지. 나는 장갑이 없어서 손이 다 얼어붙을 때까지 그가 말하는 꽃을 찾아다녔는데… 찾지 못했어. 그 숲엔 겨울에 꽃이 피지 않았거든.
나는 나를 비웃는 그 애의 손을 겨우 붙잡고…. 고백했어. 하지만 그는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고 차가운 말로 나를 거절했지. 너무 부끄럽고, 또 수치스러웠어. 내 마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데이를 밀쳐버린 건 정말 실수야. 데이가 쓰러진 자리에 누가 나무를 베고 남겨놓은 도끼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목이 잘린 데이의 피가 눈밭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는데… 나는 그대로 도망쳐 버리고 말았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더글러스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이들 사이에는 침묵이 감돕니다.
더글러스 매켄지:그 뒤로 데이는 시체도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어. 우리 세 사람 말곤 아무도 그 애를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런데도 난 도저히 진실을 밝힐 용기가 나질 않았어.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사라와 카일은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심리학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25년 만에 이루어진 친구의 고백을 듣고 놀랐다기보다는 ‘그럴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에 가까운 표정이란 걸 깨닫습니다.
더글러스 매켄지: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사실을 밝혀서 부끄럽지만, 데이의 유가족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목숨을 다해 사죄하려고 해. 남은 목숨도 별로 없지만 말야.
곧이어 더글러스가 한 차례 더 크게 기침합니다.
시에타 헤이워드:(침울하게 듣고 있다가, 급하게 더글러스에게 다가간다.) 소피 아가씨.
소피 매켄지:알겠어요. 모두들 이만 나갈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찝찝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더글러스의 이불을 바꾼 시에타가 곧 문간에 들어옵니다.
시에타 헤이워드:여러분, 저녁때가 되었으니 식사하러 오세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집에 두고 온 와이프의 저녁 식사 여부가 몹시 궁금하지만…… 일단 따라 들어간다. 차려준 식사를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저녁 식사는 호밀빵과 호박고구마 무스, 이베리코 돼지, 감자 파이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딱히 가리는 음식이 없어 뭐든 잘 먹는다. 이 상차림도 아주 맛있어 보인다!)
사라 해밀턴:시에타, '그것'도 하나 줬음 좋겠는데. 응? (웃으면서 채근한다.)
시에타 헤이워드:사라 씨도 참. 조금만 참으세요.
사라 해밀턴:아이, 그러지 말고. 시에타 요리 솜씨가 너무 맛있어서 자꾸 생각나는걸 어떡해? 완벽한 조합일 거야, 분명.
시에타 헤이워드:(에이든과 에르드의 눈치를 살짝 살피다가 셀러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준다. 변명처럼 덧붙였다.) 일전에 개인 보관용으로 사두었던 거예요, 탐정님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 탐문에 지장이 생길 정도만 아니라면 상관없습니다. 의뢰를 받고 온 몸이니 그 정도는 모른 척 넘어가드리죠. (에르드 쪽을 본다…….)
에르드:(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의뢰를 받은 건 에이든이고 엄밀히 말해 저는 조수 격으로 따라왔으니 멋대로 나서기도 어렵다.) 적어도 제 눈앞에선 이 한 병으로 끝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사라 해밀턴:고마워! 융통성이 있는 청년들이라니까. (웃으면서 잔에 와인을 따라 마신다.) 아, 이 맛이지.
에이든 H. 스티미스트:(와인을 맛있게 말아 넘기는 사라를 보면서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실례지만 해밀턴 씨. 저택에 들어오셨을 때부터 취하신 것처럼 보였는데 여기서 더 드셔도 괜찮으신 건가요?
사라 해밀턴:가볍게만 하는 거야, 가볍게만. 요즘 즐길 거리가 없어서 이걸로나마 삶의 낙 삼고 있는 거니까 한 번만 봐줘. 쉽게 구하지도 못한다구? 잘못하면 쇠고랑 차니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 말을 형사 앞에서 가리지 못할 정도로 취해있단 말이지……. 다시 옆의 에르드를 힐끔 보고는 식사를 이어간다. 왠지 미안한걸…….)
소피 매켄지:(술에 관한 언쟁엔 별로 관심이 없고, 돼지 고기를 자르면서 말했다.) 삼촌의 얘기는 벌써 두 번째 듣지만,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단 건 말이 안 되지 않아요?
전 여전히 추운 날 삼촌이 무언가 착오를 일으켜 착각한 뒤 헛된 망상을 덧붙인 걸로밖엔 생각되지 않네요. 죽을 날이 다가와서 마음이 약해진 게 아닐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 외에도 미심쩍은 부분은 또 있습니다.
데이라는 분 이야기를 할 때, 그의 존재를 세 분 밖에 모른다고 하셨습니다만 사람인데 어떻게 세 분 밖에 모를 수가 있는지도 좀 궁금하군요.
천애고아라고 해도 그를 아는 사람이 마을에 한 명은 더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사라 해밀턴:흠. 일단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데이 이야길 안 하긴 했어. 더글러스에게 소개받고선 셋이 종종 놀았었는데, 그 애와 어울리는 게 제법 즐거웠거든.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무척 신비스러운 애였기도 했고. 이제 돌아보니 좀 이상하긴 해.
소피 매켄지:엄마한테도 이 일을 상담한 적이 있어요. 데이에 관해선 모르셨지만, 삼촌이 어느 겨울날 숲을 헤매다가 동상이 걸린 채로 발견되었던 적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삼촌이 그 일에 관해선 잘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고요.
사라 해밀턴:데이랑 잘 놀던 더글러스가 어느 날 크게 앓고 나서부턴 그 애 이야길 안 하더라니. 앓았던 이유가 동상이었구나?
에이든 H. 스티미스트:동상에 걸렸었다고요? 아아, 분명 겨울에 숲에서 장난을 쳤다고 했던가요. 하지만 더글라스 씨는 장갑이 없어서
손이 얼어붙을 정도로 찾아다녔다고 했지 동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소피 매켄지:삼촌은 그 일을 기억 못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충격이 컸던 건지…….
카일 리버:(한 손으로 턱을 짚고 있다가 입을 연다.) 더글러스 형님이 그 애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우리끼리 데이에게 형님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티가 다 났겠군요.
데이를 죽였다니 도통 믿기질 않아요. 몸도 안 좋은 판에, 마음이라도 편하게 갔으면 좋겠습니다만.
에이든 H. 스티미스트:요는 여러분께선 더글라스 씨의 증언을
망상으로 치부하시는 듯한데, 제가 느끼는 게 맞을까요?
카일 리버:망상…… 표현이 좀 뭣하긴 하지만, 그렇습니다. 데이의 존재는 저희도 확실히 알고 있지만 그런 끝이라니 말도 안 돼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런 마무리가
아니었다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조금 염려스럽군요. 적어도 더글라스 씨는 사실이라 생각하여 털어놓으셨을 텐데요. (턱을 쓸며 생각에 잠긴다…….)
시에타 헤이워드:더글러스 씨의 말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저도 더글러스 씨가 그럴 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래도록 사용인으로서 모셔와서 잘 알아요.
카일 씨 말처럼, 차라리 비슷한 대역이라도 찾아서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건 어떨지. (조심스레 말했다.)
사라 해밀턴:솔직히 도끼에 목이 잘려 죽는 게 어디 쉽게 일어나는 일이야? 더글러스한테 고백을 받고 충격을 받아서 떠나던가 한 거겠지. 처음에도 갑작스럽게 나타났으니 이상하지도 않아.
시에타 헤이워드:네, 실은 데이라는 분이 죽지 않았다는 식으로요. 죄책감에 시달리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아서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관찰력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카일과 사라 두 사람이 서로를 계속 쳐다보며 눈빛을 주고받고 있네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뭔가 수상쩍은데 지금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잘못 물었다간 영원히 대화를 못 할 수도 있겠다 싶어 입을 다문다. 그 어느 쪽의 의견에도 찬성하지 않지만,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어지간히 사유가 있을 것이다. 한 명씩 대화를 시도해 볼까. 일단 식사가 끝나야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가 마무리됩니다.
사라는 카일과 어깨동무를 하고선 남은 술을 비우러 들어갑니다.
시에타는 남은 일을 하러 가고, 소피는 응접실에서 휴식을 취하겠다고 하네요.
:자유 조사 파트입니다. 진상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협조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여러분은 이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정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식당에 남아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한 번 더 살펴보자.)
식당은 조용합니다. 아직 다 빠지지 않은 음식 냄새가 희미하게 공기 중을 맴돕니다.
얼마간 돌아보고 있자니 계단을 내려온 카일이 식당에 들어오다 에이든과 마주칩니다.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있습니다.
카일 리버:아, 탐정님. (잔과 에이든을 흘끗 번갈아본다.) 여길 조사하고 계셨습니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안녕하세요. 또 뵙는군요, 리버 씨.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나 하여 한번 와 봤을 뿐인데 마침 마주쳐서 다행입니다. 시간 괜찮으시다면 담소라도 나누는 게 어떨까 합니다만.
카일 리버:(잠시 머뭇거렸다.) 저…… 그렇잖아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 그렇습니까. 그럼 잠시 앉으시죠. (앉아도 되겠거니.)
에이든과 에르드, 카일은 식당 의자에 다시 나란히 앉습니다.
카일은 남아 있는 와인을 원샷하고는 진지한 표정을 짓습니다.
카일 리버:계속 고민했지만, 진실을 털어놓겠으니 스티미스트 씨가 어떻게 할지 결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데이를 죽인 건 접니다.
저는 더글러스 형님의 어머니로부터 부탁받아 눈 오던 날 형님을 찾으러 같이 나갔습니다. 숲의 어귀에서 형님을 발견해 어른들의 손에 맡기고 돌아오려던 참이었어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그 뒤를 밟았는데, 그 끝에서 데이를 발견했습니다.
데이는 절묘한 곳에 숨어 형님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 얼어가는 걸 방치하고 있던 거죠. 저는 데이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거라 생각하고 말을 걸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보고 만 것입니다. (동요했는지 목소리 끝이 살짝 이지러진다.) 숲에 있던 모든 새가 떠나갈 듯 웃더니 인간의 껍질을 벗겨내고 짐승이 되어 울부짖는 모습을요.
그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세상에서 본 것 중에 가장 사악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본 것은 지옥에서 올라온 사탄이었습니다. 형님은 데이의 눈이 자신이 본 녹색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인간도 아닐뿐더러 처음부터 사람을 홀려 위험에 빠트릴 생각이었을 겁니다. 저희는 다 감쪽같이 속은 거고요!
카일 리버:이유 같은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악한 자들이란 그렇지 않습니까. 공포에 질린 저는 마침 옆에 있던 도끼를 들어 그를 내리찍었습니다.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땐 피에 젖은 온몸을 욕실에서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던 손을 덜덜 떨며 말을 이었다.) 너무 끔찍하고 두려운 기억이라 다시 떠올리긴 싫지만, 형님이 죄책감에 시달려 죽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가 혼자 사실을 전달하면 분명 거짓말이라 할 테니, 탐정님이 직접 증거를 찾아서 형님을 설득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갑작스런 고백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몇 가지 키워드를 되짚는다.) 일단 한 가지 묻겠습니다만, 그 상황이라면 차라리 자수하는 게 낫지 싶은데 하지 않은 사유라도 있으신지요?
더글라서 씨가 목이 잘려서 죽은 모양새를 기억하고 있다면 분명 사체가 남았을 텐데요.
카일 리버:형님은 그때 이미 형님을 찾아나선 어른들과 함께 집에 돌아가던 참이어서, 숲 속의 끔찍한 광경과 데이를 죽였을 때 근처에 있던 사람은 오직 저뿐입니다.
저도 분명 시체가 있으니 곧 경찰들이 저를 잡으러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사흘 뒤에 용기를 내서 그 자리에 가 보았더니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요.
꿈을 꿨나 싶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면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겠지, 그런 비겁한 마음에 자수하지 않았습니다. (제 머리를 싸맨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군요……. 사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리버 씨의 고백도 사실 여부가 불분명하여 쉽게 믿기는 어렵습니다만, 하나의 증언으로 여지를 남겨두겠습니다.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만, 온몸이 피에 젖을 정도라면 출혈량이 상당했을 겁니다. 지나가면서 혹은 욕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누군가와 마주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까? 어른들은 찾아나섰을지언정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을 텐데요.
카일 리버:예. 제가 돌아갔을 때는 늦은 밤이기도 했고, 다들 더글러스 형님의 동상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저희 집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빠르게 피를 씻어내고 옷을 태워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흐음……. 알리바이는 앞뒤가 맞지만 증언해 줄 사람도, 증인도 없다는 게 유감스럽군.) 데이를
사탄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가능할까요. 말씀하신 내용만으로는 아무래도 조금 사실성이 부족합니다.
카일 리버:(끔찍한 기억인 탓에 몇 차례나 심호흡을 한 뒤에야 다시 설명했다.아까 한 설명과 그리 크게 다르진 않다. 도저히 상식적으론 일어날 수 없는 괴이한 일이었음을 강조해 묘사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세 번 설명하게 했다간 사람이 미쳐버릴 것 같은 분위기다. 이 얘기는 넘어가는 게 좋겠다.) 그러면…… 리버 씨께서 생각하시기에는 제가 어디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카일 리버:그건, 그건……. 그 숲에 뭐라도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막상 제대로 고민해보진 못했는지 말을 더듬는다. 그야 그는 탐정이 아니라 일반인일 뿐이니까.) 전 그냥 더글러스 형님이 제 말을 믿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증거를 그럴듯하게 꾸며내도 좋으니, 제가 형님께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최대한 돕기는 할 테지만 제게 숨기는 게 없으셔야 할 겁니다. 하나라도 있다면 헛짚게 되는 경우가 보통이니까요. (잠시 뜸을 들인다.) 아까 식사 자리에서 해밀턴 씨와 계속 눈빛을 주고받으시던데, 이유가 있으실 테니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카일 리버:……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제가 데이를 죽였다고 알고 있는데, 더글러스 형님은 자기가 죽였다고 하니 당황해 제가 아는 과거가 맞는지 사라 누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참, 제가 지금 말씀드린 이야기는 사라 누님께는 비밀로 해주십시오. 누님은 성정이 불같아서 일을 키울 수도 있으니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해밀턴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거라면, 이 이야기는 해밀턴 씨도 알고 있다는 뜻이 되지 않나요? 혹시 전혀 모르고 계신 상태인 겁니까? 아니면
사탄에 대한 이야기라거나……?
카일 리버:그게 아니라, 데이의 끝에 대해서입니다. 아까 식사 중 우리는 데이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어렸던 당시에도 저희끼리 데이의 끝에 관해 그렇게 말했었고요. 누님이 그렇게 알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누님은 제가 데이를 죽였단 사실은 전혀 모르십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비밀 유지는 약속 드리죠. 제게 더 해야 할 말은 따로 없으십니까?
카일 리버:……예.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알겠습니다. 말을 꺼내느라 힘드셨을 텐데 들어가 쉬셔도 괜찮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카일 리버:전 여기에서 잠시 쉬려 합니다. (이마를 짚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가볍게 목례하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빠져나온다.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지만 이걸 황당하게 받아들여선 곤란하겠지. 둘 중 하나는 사실일 테고, 그게 아니라면 둘 다 거짓일 텐데 외지인을 불러들여서 거짓말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 같지는 않다. 생각이 많아진다…….) 에르드. 저 얘기, 어떻게 생각해?
에르드:도통 모르겠군. 더글러스가 죽였다더니, 갑자기 이번에는 저 남자가 죽였다고? 자기들이 죽였다고 나서는 사건은 드문데. 데이란 사람이 누구였는진 몰라도 상당히 이상한 일에 엮인 것 같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디까지 물어봐야 할지 영 모르겠단 말이야. (생각하며 걷다가
응접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인기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안에 누가 있던가?)
벽난로 위에는 [그림]과 [검]이 장식으로 걸려 있습니다. 차를 마시며 휴식하는 소피가 보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소피. 쉬시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잠깐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을까요.
소피 매켄지:아, 물론이에요. 어서 와 앉으세요. (소파 구석으로 이동하며 두 사람이 앉을 자리를 만든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가볍게 목례하며 자리에 앉는다.) 걸려있는 그림은 무슨 그림인가요?
캔버스에 아크릴화. 새하얀 눈밭 사이에 서 있는 검은 머리의 여인입니다.
소피 매켄지:삼촌의 그림이에요. 5년 전 작품이죠. 응접실이 영 허전해서 제가 걸어둔 건데, 이런 거라면 걸지 않는 게 나았겠어요. (한탄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지금까지의 대화로 추론했을 때 저 검은 머리의 여인이
데이겠지. 아니어도 한탄할 정도로 불쾌한 기억이 있는 그림이라면 왜 빨리 내리지 않았을까? 또 헛발질을 하며 생각한다…….) 그림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소피 매켄지:그림 속의 여자가 삼촌이 말씀한
데이 같거든요. 걸 때만 해도 전혀 몰랐어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하……. (그럼
초록색 눈을 하고 있는 건가?
그림을 자세히 본다.)
자세한 묘사는 되어 있지 않지만, 얼굴 부근에 초록빛 물감이 칠해져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당신은 삼촌의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여전히 그의
망상인 것 같나요? 아니면 사실 같지만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쪽에 가까우신지?
소피 매켄지:원래 아프면 헛것을 보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기도 하잖아요. 데이란 사람을 만났을 수는 있겠지만, 죽였다느니 뭐니 하는 얘긴 다 지어낸 것만 같네요. (어깨를 으쓱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쪽은 의견이 일관적이라 더 묻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신경 쓰이는 건 이쪽보단 다른 쪽이다……. 의견에 동의하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린다. 저
검은 뭘까?)
한 손으로 잡고 휘두를 수 있는 일반적인 아밍소드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럼 저 검도 장식인가요? 그림과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함께 장식되어 있는 게 신기해서요.
소피 매켄지:저건 제가 그림을 걸기 전부터 있던 거예요. 삼촌의 취향이겠거니 싶네요.
응접실이 참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죠? 식당이나 다른 방도 그렇고. (검을 일별하다가 찻잔을 입가에 기울였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 그런 것 같더군요. 규모가 상당한데 이렇게까지 정돈하려면 품이 많이 들겠어요.
소피 매켄지:다 시에타 덕분이죠. 가족들이 분가하면서 삼촌이 이 집에 혼자 남는 게 걱정되어서 사용인을 들였는데, 무척 잘 해주고 있어서 믿음이 가요. 다른 지원자가 없어서 혼자 일하게 됐지만 그만큼 월급을 신경써서 주고 있어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 저택을 혼자 관리하고 있다고요……? 어쩐지 다른 사용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은 했는데 정말 혼자 관리할 줄은. 그렇다면 종일 바쁘겠군요?
소피 매켄지:맞아요. 그런데도 이렇게나 잘해주니 매번 고맙죠.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다면 저택에 대해서는 이쪽보단 그쪽이 훨씬 더 잘 알 것 같다. 질문은 다른 쪽에 하는 게 나아 보인다.) 혹시 제가 더 알아야 할 정보는 없을까요? 아직 다른 분들을 만나 뵙지 못해서요.
소피 매켄지:일단 제가 아는 건 모두 말씀드렸어요. 삼촌과 그 친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게 어떨까요? 차나 커피가 필요하시면 시에타에게 언제든 말씀하시구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분들께 여쭤보러 이만 실례하죠. 뭔가 생각나거든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소피 매켄지:그럴게요. 잘 부탁드려요, 탐정님.
에이든 H. 스티미스트:(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목례하고는 자리를 빠져나온다. 돌아가는 길에
거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쪽엔 뭐가 없을까? 잠시 기웃거려 본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쉽다. 2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시에타의 방을 확인할 수 있을까?)
사용인의 방치고는 크고 가구도 잘 구비되어 있지만, 이 집에서 시에타가 하는 일을 생각하면 이상한 대우는 아닙니다.
침대 옆에 있는 [협탁]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주인이 없는 방을 뒤지는 건 살짝 미안하지만, 탐정은 뭐든 뒤지는 게 버릇이니 어쩔 수 없다.
협탁에 뭐라도 있을지 살펴본다.)
안을 열어보면 잡동사니가 가득 차 있습니다. 머리빗이나 반짇고리 같은 것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관찰력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3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에이든 H. 스티미스트:(플라스틱 케이스?
열리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손톱만 한 얇은 유리가 들어 있습니다. 둥글고 오목한 형태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게 뭐지? 보석 같은 건가? 왜 케이스에 따로 보관해 두는 건지 이유가 궁금하다. 찾아가서 물어볼 순 없겠고……. 맨손으로 만질 수도 없겠고. 일단 뚜껑을 닫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달리 살펴볼 건 없을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럼 주인이 오기 전에 조용히 나가도록 하자. 2층에
더글라스의 방이 있었던 것 같은데 들어갈 수 있나?)
퀸사이즈 침대 위에 더글러스가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있고, 시에타가 그 옆에서 정돈하다 여러분이 들어오면 인사를 하고 바깥으로 나갑니다.
큰 창이 나 있는 이곳은 더글러스가 작업실로도 사용하는 탓에 공기가 답답하고 난잡합니다.
[작업대]와 작업 중인 [캔버스], [침대], [협탁]을 살필 수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사용인이 이 규모의 저택을 혼자 관리하면서 집 주인까지 보살핀다니 보통 일이 아닐 텐데 묵묵히 일하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잠든 사람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레
작업대를 확인한다. 뭔가 있을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관찰력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7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다른 스케치와는 다른 숲의 일부 풍경을 그린 스케치북을 발견합니다.
숲-깊은 숲-숲 너머에 있는 절벽이 보이는 저택. 이렇게 세 장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절벽이 보이는 저택은 혹시
이 저택을 말하는 걸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흐음. 그렇다면 숲 어딘가에 저택이 또 있다는 소리인데, 거기가
데이의 집일까? 혹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일단 기억해 두도록 하자.
캔버스에는 뭐가 그려져 있을까?)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과 혼합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여러 녹색 빛이 어지럽게 섞인 이 그림 속에서 무엇을 찾으려 했는지 여러분은 이제 알고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렇게까지 거의 모든 그림에
데이를 상징하는 초록을 그려 넣으면서 막상 자신이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 그걸
사탄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좋아했어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을 곱씹으며
협탁을 확인한다. 여기엔 뭐가 있지?)
협탁에는 복용 약이 케이스에 맞춰 들어가 있습니다. 시에타의 사려깊은 성격이 엿보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실제로 복용해야 할 약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없다……. 아쉬워하며 케이스를 닫는다. 협탁에 다른 장치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래도 비밀이 많은 사람은 아닌가 보군…….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그가 누워있는
침대를 살펴본다.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방금까지 시에타가 정리하고 간 것인지 가지런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기껏 잠든 사람을 깨우는 것도 예의에 어긋날 테니 더 살펴볼 게 없다면 나가는 게 좋겠다. 그러고 보니 사라 해밀턴은
어디에 있는 거지? 지도를 보면 가 보지 않은 곳은 이제
정문 정도이다. 혹시 모르니 한 번 가 볼까.)
정문으로 가기 위해 더글러스의 방을 나선 에이든은 방 앞 복도에서 숲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시에타를 마주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관찰력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더글러스의 방에 있던 스케치가 건물 뒤편에 난 숲을 그려냈음을 알아차립니다. 나무 종류가 동일하네요.
시에타 헤이워드:(조금 머쓱해하며 인사한다.) 다 돌아보고 오신 모양이군요.
더글러스 씨의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그 사이에 기침을 하시거나 깨어나진 않으셨고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 더 살펴봤다간 깰 것 같아 조심히 나왔습니다. (같이 머쓱해하며 인사한다.)
그러고 보니 저택을 혼자 관리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시에타 헤이워드:아, 네에. 괜찮아요. 소피 아가씨도 더글러스 씨도 제게 잘 대해주시고, 두 분 다 집을 어지럽히는 성정도 아니니 생각만큼 할 일이 많진 않답니다.
좀 알아내신 게 있나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다고는 해도 규모를 생각하면 꽤 품이 많이 드는 것 같은데도……. 대단하시네요.
음, 아직까진 별다른 소득이 없습니다. 더글라스 씨는 대화하고 싶어도 주무시는 상태이니 어쩔 수 없고요. 헤이워드 씨는 또 어딘가 관리하러 가실 모양이죠?
시에타 헤이워드:그렇군요…… 네. 잠시 쉬었으니 이제 또 일을 하러 가야죠.
답하는 그의 뒤로 달빛이 비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시에타 헤이워드:저는 이만 가 볼게요, 탐정님. (가볍게 목례하고는 자리를 뜬다. 걸음걸이가 다소 급해 보이기도.)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 잠시만요. 하나만 물어볼 게 있는데요. 혹시 식사 후에 해밀턴 씨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시에타 헤이워드:(몸을 돌린다.) 사라 씨라면 서재에 계실 거예요. 술병을 들고 가시더군요. 책에는 흘리지 말라고 각별히 주의를 드렸습니다만…… 과연 어떠실지.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하하. 그건 저도 한 번 더 주의를 드리도록 하죠. 정보 고맙습니다. 들어가시길.
(얌전히 서재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재에 막 들어가려던 그때, 사라가 먼저 문을 열어 두 사람과 마주칩니다.
사라 해밀턴:오, 탐정님들이잖아. (술기운이 잔뜩 오른 목소리다.) 여길 돌아보려고?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해밀턴 씨. 음, 서재는 오시기 전에 이미 돌아본 참이라. 그보다 해밀턴 씨를 찾고 있었습니다.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는데 어딜 가도 보이지 않으시기에.
사라 해밀턴:나를? (주변을 한 번 살피더니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잘됐네. 마침 나도 할 말이 있었거든. 어서 들어와서 앉아.
에이든 H. 스티미스트:(문을 닫고 들어가 의자에 앉는다. 보는 사람들마다 할 말이 있다고 하니 이제 신기하기도 하다.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할까?)
두 사람을 안에 들인 것치곤, 사라는 한참 턱을 괴고 고민한 끝에야 겨우 입을 엽니다.
사라 해밀턴:사실은 말이야,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더글러스 그 녀석 꼴을 보니 입을 다물고는 나도 천국에 가지 못할 것 같아서 밝힐게.
데이를 죽인 건 나야.
사라 해밀턴:데이가 죽기 전날 밤에 날 찾아왔어. 당연히, 데이는 더글러스의 마음 같은 거 진작 알고 있었지. 아무래도 그 녀석이 곧 자신에게 고백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거야…. 난 어릴 때부터 성격이 나빠서 친구가 별로 없었어. 더글러스와 카일과도 사흘에 한 번씩은 싸웠지. 우리 사이가 좋아지기 시작한 건 데이가 들어왔을 때부터야.
난 데이에게 지금의 우정을 지키고 싶다면 더글러스를 거절하라고 했어. 우리의 관계와 더글러스와의 사랑을 놓고 무게를 재라고. 질투가 났던 걸지도 몰라. 그 말을 듣고 데이는 더글러스를 거절한 모양이야.
그때, 눈 내리던 날에 데이가 더글러스를 데려간 뒤로 보이지 않았단 말을 들었을 때, 나도 산어귀까지 올라갔어. 그리고 목에 도끼가 박힌 데이를 봤지. 데이는 그때까지 살아있었어. 난…. 겁에 질려 한참 그 자리에 있다가 숨이 멈추었을 때 그 시체를 절벽 아래로 던지고 왔어. 이젠 진실을 밝혀야겠어. 데이가 죽은 건 나 때문이야.
하지만 이걸 밝히는 게 옳을지 어떨지 도통 결정을 못하겠어. 탐정님이 좀 잘 정리해서 더글러스한테 전해줄 수 있을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사체 훼손을 하셨단 말씀이십니까……? (짐짓 놀란 듯 사라를 쳐다본다.) 하지만 더글라스 씨는
목이 잘렸다고 하셨는데요. 목에 도끼가 박혀도 살아있을 수 있다는 가정은 할 수 있지만 목이 잘리면 생명도 끊어지지 않나요.
사라 해밀턴:자기가 데이를 죽였단 사실에 정신이 나가서 잘못 본 거겠지! 내가 봤을 때 데이는 분명 살아 있었어.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고, 눈까지 마주쳤단 말야.
에이든 H. 스티미스트:눈이 마주쳤는데도 살리지 않은 건 어째서입니까? 당신이 더글라스 씨를 찾으러 간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불러왔다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사라 해밀턴:모, 몰라. 그냥…… 나도 다리가 굳어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어. 솔직히, 탐정님도 상상해 봐. 잘 알던 애가 갑자기 도끼에 박혀서 죽어가고 있는 광경을 보면 안 놀라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 내 행동이 상식적이지 않단 건 알아. 근데 어쩌겠어?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라고.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죽어가는 사람을 절벽에 내다 버릴 생각을 하진 않는다. 절벽……. 음?) 혹시 그 절벽 근처에 저택이 하나 있지 않았던가요?
사라 해밀턴:그것까진 기억 안 나. 저택…… 저택이 있었던가. 그때의 기억은 잊으려고 발버둥을 쳤어. 데이가 죽는 순간만큼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다면 죽는 순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괴롭다면 말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사라 해밀턴:아까 말했던 대로야. 하얀 눈 위에 새빨간 피가 번져가고 있었고,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어. 차라리 시끄러웠으면 그 소리가 묻히기라도 했을 텐데. 데이는 원망인지 기대인지 공포인지 모를 눈빛으로 날 바라봤고…… 그 눈을 마주하자니 난 미칠 것만 같아서…… (횡설수설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래서 지금까지 술을 드셨던 겁니까? 그 기억을 잊으려고?
사라 해밀턴:딱히 잊기 위해서는 아냐. 여기 오기 전부터도 쭉 마셨거든, 술은. (알콜 중독 같다. 금주법이 도입된 시기에도 알콜 중독자는 존재한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렇군요. (중독이라면 뭐라고 할 마음은 없지만…… 이래서야 셋의 증언이 엇갈리니 진짜를 구분할 방도가 없다. 누구는 데이를
죽였다고 하고, 누구는
살아있었다고 하며, 또 누구는
살아있었지만 죽을 때까지 내버려두었다고 하고. 어느 쪽이 맞는지를 판단하려면 그 저택이란 곳에 가 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오늘 제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털어 놓을 생각이셨습니까?
사라 해밀턴:글쎄. 탐정님을 보고서 말하겠다고 결심한 거라. 아니었음 지금까지도 더글러스한테 이걸 말할지 말지 계속 고민하고 있지 않았을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일단 알겠습니다. 당신의 말이 진짜인지를 확인하려면 아무래도 증거가 필요할 듯해서 정리하는 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 점은 미리 양해를 부탁드리죠.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사라 해밀턴:응, 이게 전부야. 잘 좀 부탁할게, 탐정님.
에이든 H. 스티미스트:(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더 이상 서재에 용건은 없을 것 같다. 문을 닫고 바깥으로 나온다.)
……에르드. 똑같은 질문을 하겠는데, 이 사건 어떻게 생각해?
에르드:흠. 단체로 마약이라도 한 건 아닌가 싶다. (아주 간단하게 정리했다. 그만큼 괴이한 진술들이란 의미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이상 물어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어 보이고, 오늘은 이만 할까? 너도 피곤할 텐데 쉬어야지.
에르드:내가 형사가 된 지 아주 오래된 건 아니지만, 이건 정말 손에 꼽을 만한 사건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자고. 시간이 늦었군.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에이든은 꿈을 꿉니다.
여름이 지난 계절, 나뭇잎은 색이 바래 바닥에 떨어져 쌓이고 있습니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는 시야가 트이며 절벽 앞에 세워진 한 채의 저택이 나옵니다.
닦이지 않은 창문은 불투명해서 내부가 보이지 않으며, 누구도 주변에 얼씬하지 않습니다.
철로 된 펜스를 넘지 않고 그저 저택을 바라보고 있으면 뒤에서 말이 걸려 옵니다.
뒤를 돌아보면 검은 머리를 어깨까지 내린 여성이 서 있습니다.
나이는 16, 17세쯤 되어 보이지만 깊은 아이홀 사이에서 빛나는 녹색의 눈은 위험할 정도의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눈을 홀린 듯 바라보다 금방 정신을 차린다.)
악마의 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대답하고 있자면, 당신은 언젠가 필히 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말리란 사실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참, 내 이름은 데이야.
몇 번이고 반복되는 술래잡기에 손도 발도 얼어붙었습니다.
눈으로 뒤덮여 엉망진창인 몸을 이끌고 눈앞에 보이는 데이의 팔을 힘겹게 붙잡습니다.
데이:나한테 할 이야기 없어? 준비한 말이 있잖아.
제대로 말한다면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게.
체온에 녹은 눈이 물이 되어 뚝뚝 떨어지더니 다시 얼어붙습니다.
에이든은 화들짝 튀어오르며 잠에서 깨어납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방 창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바로 옆을 돌아보면 자고 있었을 에르드가 없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에르드? (갑자기 말 없이 나갈 사람이 아닌데 무슨 일이지?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고 에르드가 남겨둔 쪽지 같은 게 있는지 찾아본다.)
당신의 생각처럼 언질도 없이 사라질 사람이 아닌데 무슨 일일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일단 밖으로 나가 상황 파악을 해야겠다. 옷을 갈아입고 방문을 열어 복도에 누가 있는지 살핀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큰 걸음으로 걸어 1층으로 내려가려다 말고 소피나 더글라스의 방에 인기척이 없는지를 확인한다. 가능할까?)
더글러스와 소피 모두 각자의 방에서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일단 더글라스는 상태가 안 좋으니 소피에게 먼저 물어봐야겠다.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걸어가 방문 앞에서 가만히 노크한다.) 소피. 이른 시간에 죄송합니다만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요.
몇 분 뒤에 소피가 졸음이 한가득 묻은 눈으로 문을 열고 나옵니다.
소피 매켄지:스티미스트 씨? (반쯤 비몽사몽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제 일행이 방에서 없어졌습니다. 혹시 주무시는 도중에 발소리나 정문이 열리는 소리 따위를 듣지 못하셨는지 여쭙고 싶고 싶어서요. 정문과 후문은 모두 닫혀있어도 안에서 열면 열리는 구조로 되어있습니까?
소피 매켄지:어…… 에르드 씨가요? 저는 아무런 소리도 못 들었어요. (눈을 비빈다.) 네. 바깥에선 열쇠를 사용해야 하지만 나갈 때는 잠금장치만 해제하면 안에서도 문제없이 열 수 있어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말씀 감사합니다. 사용인 분께서는 혹시 이 시간에도 일을 하고 계실까요?
소피 매켄지:시에타 말씀이시죠? 삼촌 상태를 확인하느라 밤에도 수시로 2층을 오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방에 찾아가시면 금방 일어날 거예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 주무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했습니다. 마저 쉬시지요. (가볍게 목례하고는 곧장 1층을 향해 걸어간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대체 어딜 간 거지. 곧장 시에타의 방 앞으로 가 조심스레 문을 두드린다.) 헤이워드 씨. 계십니까. 잠시 여쭤볼 게 있습니다.
소피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시에타가 나섭니다.
시에타 헤이워드:그럼요. 무얼 답해드릴까요? (소피에 비해 잠기운이 훨씬 덜하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제 일행이 방에서 사라졌습니다. 주무실 때 발소리를 듣지 못하셨을까요. 정문, 후문 모두 안쪽에서 열면 열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집안 사람이 사라졌을 때 저택 내에서 갈 만한 곳으로 짐작되는 곳이 있으신지도요.
시에타 헤이워드:글쎄요……? 저택에 따로 숨겨진 공간 같은 건 없는데. (고개를 갸웃한다.) 저도 발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같이 찾아드릴게요.
에이든은 시에타와 함께 저택 내부를 여기저기 돌아봅니다.
그때 1층의 뒷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숲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시에타 헤이워드:탐정님, 저기. 뒷문이 열려 있어요. (비슷한 타이밍에 같은 곳을 가리켠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저 숲에는……. (더글라스의 스케치북을 떠올린다.) 들어가면 저택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나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꿈에서 보았던 저택이 더글러스의 방에서 본 스케치와 동일하게 생겼음을 떠올려냅니다.
시에타 헤이워드:네, 낡은 저택이 있어요. 하지만 사는 사람도 없고 음침한 곳이라 다들 잘 왕래하지 않아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잘 하지 않는다는 건 자주는 아니지만
하긴 한다는 뜻입니까?
시에타 헤이워드:마을 아이들이나 종종 놀러 가지, 머리가 좀 큰 이들은 웬만해선 가질 않죠.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뒷문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저택 외엔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건 맞습니까?
시에타 헤이워드:숲 쪽으로 났으니 굳이 저택만 갈 필요는 없지만, 숲 속에 있는 건물은 저택뿐이에요. 저는 보통 청소할 때 환기를 위해 열어놓곤 해요. 좋은 공기가 들어오니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하지만 지금은 헤이워드 씨가 열어 놓은 게 아닐 테니……. 제 일행이 어딘가로 사라졌다면 저 길을 따라갔을 확률이 높겠군요. 잠시 다녀올 테니 저와 제 일행 몫의 식사는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시에타 헤이워드:네…… 아무래도 숲 속으로 들어가신 것 같네요. 부디 조심히 다녀오세요, 스티미스트 씨.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 그럼 이만. (가볍게 목례한 뒤 망설임 없이 저벅저벅 숲 안으로 들어간다.)
아무것도 없이 저택을 찾아내려면 <행운> 판정 어려운 성공 이상이나 <항법> 판정의 성공이 필요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운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89 |
| 판정결과: |
실패 |
항법
| 기준치: |
10/5/2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실패 |
모두 실패한 에이든은 한참 헤맨 끝에야 저택을 발견합니다.
와중에 나뭇가지에 손을 긁혔네요. HP 1 감소.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음. 이건 돌아가면 제니가 엄청 화를 내겠군. 돌아가기 전까진 나아야 할 텐데. 혀를 차며 옷자락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고 저택을 올려다 본다.)
숲이 트이는 곳에 낡은 저택이 하나 서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에르드! (잽싸게 뛰어가 어깨를 낚아챈다.) 너 왜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졌…….
에르드가 천연덕스럽게 돌아봅니다. 어두워 얼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한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번뜩인 장소가 문득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여기까지 무작정 왔어. 같이 오려고 했는데 아무리 깨워도 네가 일어나질 않았잖아.
에이든 H. 스티미스트:나를 깨웠다고? (금시초문이다.) 전혀 몰랐어. 너무 깊이 잠들었나…….
그런데 꿈이라니?
에르드:그래. 난 같이 오려고 했다? (어깨를 으쓱인다.)
어떤 저택이 나온 꿈이었어. 그 앞엔 웬 여자애가 있었고.
알아? 여긴 악마의 집이야.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악마의 집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어떻게 알아낸 건데?
에르드:그런 게 있어. 아무튼, 들어가볼 거지?
에이든 H. 스티미스트:(왜 얼버무리지?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에 뭔가 있을 것 같으면 확인해 봐야지. 가자.
내부로 들어서자, 계속해서 방치됐는지 창문이 다 깨져있으며 군데군데 거미줄이 쳐져 있습니다.
먼지가 두껍게 가라앉아 있어 기침을 유발합니다.
마침 들어오는 달빛이 입구 근처의 협탁을 밝히고, 그 위에 기름 램프가 놓여 있습니다.
기름은 아직 썩지 않았기 때문에 불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가볍게 기침을 하며 불을 붙일 만한 게 있는지 주변을 살펴본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성냥갑을 주워 성냥에 불을 붙인 뒤 기름 램프 위에 놓아둔다. 램프에는 잘 붙을까?)
다행히 잘 붙습니다. 이렇게 관리되지 않은 저택인데도 용케 기름이 썩지 않았네요.
정면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으며, 왼쪽으로 돌면 [거실]이 나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램프를 든다.) 최대한 느리게 걸을 테니까 잘 따라와. 알았지? (불빛으로
계단을 먼저 살펴본다. 올라갈 수 있는 상태인가?)
계단은 낡았지만 올라가는 데엔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일단
거실을 살펴본다. 저택이니 당연히 거실이 있겠지만 상태는 괜찮을까?)
커다란 당구대와 거실용 테이블과 소파가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거실에도 존재하며, 2층 난간 아래로 이어지는 문에 [식당]으로 향하는 길이 있습니다.
벽 쪽으로 커다란 가족의 [초상화]가 붙어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당구대 쪽을 슥 훑어보면서 벽에 붙은
초상화 쪽으로 램프를 가져가 본다. 이런 저택에
초상화가?)
당구대는 공이 몇 개 모자라지만 원한다면 야밤에 당구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ㅋ
부모는 없이 다섯 형제를 그려놓은 초상화입니다.
바래고 뜯어져 잘 보이지 않으나, 남자 같기도 하며 여자 같기도 한, 의복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다섯 형제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엉덩이 보여줄 와이프가 없어서 당구는 사양하겟따.)
한 사람은 녹색 눈을, 누군가는 검은 흰자위에 하얀 눈을 가졌으며, 누군가는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남은 두 명은 까맣고 하얗게 빛바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생각도 들지만 어쩐지 불쾌합니다. <이성> 판정. (0/1)
에이든 H. 스티미스트:
SAN Roll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에이든 H. 스티미스트:(녹색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 쪽으로 램프를 대어본다. 꿈에서도 녹색 눈을 가진 사람이 나왔었지. 그러고 보니 그쪽 이름을
데이라고 했었다. 그러면 그 사람이 모두가 말하는 데이일까. 생각하며 그림에 더 살펴볼 점은 없는지를 조사한다.)
녹색 눈을 가졌다는 사실 외에는 정확히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어쩐지 가는 곳마다
녹색이 관련되어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드문 색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자주 보이는 색이 아니기도 하고. 신경은 쓰이지만 더 볼 것이 없으니
식당 문을 열어보기로 한다.)
식탁 위에 피가 말라붙어 썩어가는 산짐승의 사체가 있습니다. <이성> 판정. (0/1d2).
에이든 H. 스티미스트:
SAN Roll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에이든 H. 스티미스트:(으. 왜 하필 이런 곳에 짐승 시체가. 손수건으로 코를 가린 채
식탁 쪽으로 램프를 옮겨 본다.)
다만 나와 있는 식기는 하나뿐입니다. 이것만 깔끔하게 닦여있어 위화감이 듭니다.
동물의 사체는 썩어있지만, 형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아주 오래 지난 것은 아닙니다. 구더기가 들끓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누가 이걸
먹은 건가……?) 에르드. 이 식탁 이상하지 않아? 이런 풍경에 멀쩡한 식기가 나와있다는 거 말이야.
에르드:이걸 먹은 것 같진 않은데.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이니 오만상을 찡그릴 법도 하지만, 제법 흥미로워하며 허리를 숙여 들여다본다.) 식기가 하나만 나와 있는 이유가 뭘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뭔가 먹을 게 있었는지도 몰라.
주방에 한번 가 볼까?
에르드:그러자고. (손끝으로 구더기를 건드렸다가 만다.)
주방엔 식자재도, 식자재가 있었던 흔적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으며, 찬장을 열면 지네가 손을 휘감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아무것도 없잖아. (손을 털어내어 지네를 떨궈낸다. 아무리 봐도 방치된 지 오래된 곳으로, 저택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식기는 여기에서 꺼내갔을 텐데, 꺼내간 흔적이……. (식기 쪽을 살펴본다. 흔적이 남았을까?)
식탁에 나오지 않은 네 명분의 식기가 먼지가 소복이 쌓인 채 찬장 안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여기서 꺼내간 건 맞나 보네. 그래도 저렇게까지 깨끗하게 닦여있으면 쓰려고 닦았을 텐데 정작 먹을 게 없잖아. 그럼 여기에 없다는 건가? (다른 쪽은 살펴볼 게 있는지 램프를 들이밀어 본다.)
에르드:초상화는 다섯인데 하나만 꺼낸 건…… 뭔가를 섭취할 수 있는 게 하나뿐이었단 건가?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하나만 있었다면 다섯 명이서 그릇을 꺼내 나누어 먹지 않았을까. 나는 하나만 꺼내져 있다는 게 좀 신경 쓰이네. (램프를 들고 근방을 살피다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비춰본다.) 올라가 볼 테니까 천천히 따라 와. (그리고는 계단을 천천히 올라간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크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엔 [사진]이 한 장 떨어져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웬
사진이지? 주워서 램프로 밝게 살펴본다.)
발로 밟히고 낡아빠진 흔적이 가득한 사진이지만, 빛에 잘 비춰보면 당신의 꿈에 나왔던 데이입니다.
어딘가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돌아보면 에르드 말곤 아무도 없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냥 헛것을 들었나 보다 생각한다. 별일 아니겠거니. 일단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계단을 마저 오른다.)
2층은 트여있는 형태라 1층이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난간이 난 복도 옆으로 방이 두 개 더 존재합니다. [첫 번째 방]과 [두 번째 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차례대로 가 보자.
첫 번째 방의 문을 열어본다.)
공간은 넓지만 있는 거라곤 [침대] 하나와 [책장]뿐입니다.
황량한 공간엔 박쥐가 터를 잡았었는지 두 사람이 들어오자 소리를 내며 위협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거의 폐허에 가까운 곳이다 보니 숲에 사는 동물들의 서식지가 된 것 같다. 굳이 자극하지 않으려 피하면서
침대를 살펴본다.)
여기서 누군가가 잠이 든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럼 사람이 저택을 사용하진 않는 모양이고……. 자리를 옮겨
책장을 살펴본다.)
규칙도 기준도 없이 각국의 언어로 쓰인 책들이 두서없이 꽂혀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관찰력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나마 멀쩡한 책을 하나 발견합니다. 독일어로 쓰인 파우스트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파우스트? 별 생각 없이 한 손으로 책을 펼쳐본다.)
펼쳐보자 책의 중간부터 본문의 글자와 겹쳐 낙서가 되어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이상한 느낌이 들어 책을
거꾸로 들어본다. 뭐가 다르려나?)
거꾸로 들고 낙서를 다시 읽어보니, 이것은 영어로 쓰인 일기입니다.
그러나 글자가 완전히 본문과 겹쳐 있어 읽기 어렵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나도 모르겠어. 일기 같은데……. 네가 한번 볼래?
에르드:글씨를 겹쳐서 써 뒀네.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받았다.) 그래, 줘 봐. 내가 읽어줄게.
아무래도 쉽게 해석하긴 어려울 것 같으니 일단 다른 곳을 계속 조사하자고. 읽힐 때마다 말해줄 테니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래. 고마워. 네가 있어서 든든하다. (다른 곳은 더 살펴볼 게 없는지 램프를 들고 둘러본다. 동물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에이든이 첫 번째 방을 조심히 둘러보는 동안 에르드가 해석을 마쳤는지 일기 일부분을 읽어내려갑니다.
에르드:[눈을 뜨자마자 깨달았다. 형제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나를 슬프게 하진 않았지만 막연함은 느끼게 했다. 이정표도 없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들은 어디를 향해 갈까? 세상에 불행을 구가하기 위해 눈을 떴는데 나는 인력을 필요로 했다. 한 가지 좋지 않은 소식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모호한 가운데에서도 내 욕망만은 정확히 깨닫고 있었다는 것이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까 그 초상화 같은 그림에 나온 사람들을
형제들 이라고 표현하는 건가? 그럼 일어나지 않는 형제들이 넷이고, 깨어난 건 하나고, 그래서 식기가 하나라면 설명은 되네.
그런데 내 욕망만은 정확히 깨닫고 있었다는 부분이 좀 걸려. 욕망이 뭐지?
에르드:글쎄. 뒷부분에 나와 있으려나. 계속 해석해볼 테니 다음 방으로 가보자고.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래. 부탁할게.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며
두 번째 방의 문을 열어본다.)
역시 큰 방이지만 커다란 창문이 나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방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옆 방과 지금 방 사이에 2m쯤 되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해당 방면으로 벽을 두드려보면 소리가 울리는 게, 얇은 가벽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벽을 톡톡 두드리고 귀를 기울인다.) 에르드. 내가 지금 이 벽을 부숴본다고 하면 어때?
에르드:좋지. 그 전에 잠깐. (내내 몰두하고 있던 일기를 들어올렸다.)
[더글러스는 바보 같은 남자였지만 나는 그 점이 싫지 않았다. 그는 목 앞까지 들어온 칼날에 기어코 목을 긋고야 마는 성질이 있는 것이다. 그 성질이 그가 나에게 끌린 이유이자 우리가 서로의 궤도에 머물게 된 이유라고 생각했다.]
일기의 주인을 알 것 같지 않아?
에이든 H. 스티미스트:어떻게 들어도
데이의 일기겠군……. 하지만
목 앞까지 들어온 칼날에 기어코 목을 긋고야 마는 성질이라는 건 뭐지? 에둘러 말한 건가? 사실 적시라면 더글라스의 증언과 인과관계가 반대인 것 같은데.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럴 때마다 글을 돌려 쓰는 사람들이 참 싫어진단 말이지……. (한숨을 쉬며 램프를 근처에 내려 놓는다.) 벽을 부술 만한 걸 찾아야겠어. 안에 뭐가 들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거실 입구 근처에 뭔가 구조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살펴보고 올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에르드. 잠시 거실 입구 쪽에 다녀올 테니 여길 좀 지켜봐 줄 수 있겠어?
에르드:혼자 다녀와도 괜찮겠어? 나야 상관없지.
에이든 H. 스티미스트:어차피 금방 올 건데, 뭐. 다녀올게. (램프를 들고
거실 입구 쪽으로 내려간다.)
거실 입구 양옆에 양철 갑옷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하나는 내가 들고 하나는 에르드한테 쥐어주면 되겠군. 그런데 둘 다 들고 갈 수 있을까? 일단
도끼를 꺼내본다.)
꽤 무겁습니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가긴 쉽지 않겠는데요.
<근력> 어려움 이상 성공한다면 둘 다 들고 가게 해드리겠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근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그래어림도업지.)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럼
도끼를 가지고 가기로 하자. 검보다는 도끼가 좀 더 쓸만 할 것 같다. 묵직한 것을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에르드:(멀뚱히 서 있다가 에이든을 돌아본다.) 쓸만한 건 찾았어?
에이든 H. 스티미스트:갑옷에 도끼랑 검이 있던데, 너무 무거워서 둘 다 들고 오진 못했어. (램프를 에르드에게 건네준다.) 멀리 서 있어 봐. 벽 좀 부숴보고 얘기하자고.
에르드:어디, 멋지게 부숴 봐. (약간 웃으면서 램프를 들고 몇 발짝 물러섰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양손으로 도끼를 잡고 땔감을 내려 찍듯 크게 휘둘러 벽을 찍어내린다!)
쾅! 도끼로 벽을 찍어내리자 어렵지 않게 허물어내립니다.
무너진 벽 너머로 지하로 가는 계단이 나타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하하. 뭔가 있을 줄 알았지. 울리는 소리만 봐도 가벽이었단 말이지. (바닥에 도끼를 쿵, 내려놓는다. 최대한 위험하지 않도록.)
에르드. 가자.
에르드:좋아, 잘했어. (끄덕이며 램프를 다시 건네고 일기를 읽어내리며 뒤를 따랐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은 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계단 옆으로 횃불을 꽂을 수 있는 걸이가 있으나 전부 비어있습니다.
두 사람은 등불 하나에 의지해 계단을 내려갑니다.
에르드:(발을 딛을 때마다 울리는 소리가 난다. 일기를 읽었다.)
[하지만 사라는 말했다. 잘 될 리 없다고. 나도 예감했다. 우리는 서로를 파멸시킬 것이다. 불안을 심고 싹을 틔워 그의 영혼을 뜯어간 다음,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걷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사라?
사라 해밀턴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이제 와서 갑자기 나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데. (일단 다시 걷는다.)
에르드:사라와 카일도 데이랑 친하게 지냈다고 했잖아. 더글러스 언급도 나온 판에 함께 나올 만 하지 않나?
에이든 H. 스티미스트:카일까지 나오면 이제 골치 아파지는 거지. 계속 읽어줄래?
에르드:이제 거의 다 끝나가는 것 같아. 네가 살펴보는 동안 계속 해독할게.
달빛조차 들어오지 않아 내부는 점점 짙은 어둠에 잠겨들어갑니다.
이윽고 계단이 끝납니다. 램프를 들어 주변을 비추면 벽면에 박혀있는 네 개의 [석상]이 보입니다.
그리고 한구석에는 커다란 [그림]이 걸려 있는데, 어둠이 짙어 그곳까지 빛이 닿지 않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일단 석상들을 보면서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첫 번째 석상에 빛을 비춘다.)
모든 석상을 돌아보자 한 자리가 비어있지만 이것이 오망성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각각은 검고 어두우며 석상 하나에만 날개가 달려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세상에 불행을 구가하기 위해 눈을 떴는데 나는 인력을 필요로 했다……. 데이가 사라와 카일을 인력으로 삼았다면 더글라스에게 뭔가를 했을지도 모르겠군.
오컬트
| 기준치: |
5/2/1 |
| 굴림: |
25 |
| 판정결과: |
실패 |
에이든 H. 스티미스트:(아쉬운 대로
그림 쪽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빛이 잘 들지는 않겠지만 뭐라도 보이겠지.)
가까이 다가가 램프의 빛을 비춰보니, 이 그림은 더글러스의 전시회에서 도둑맞은 <녹색 달>입니다. <이성> 판정 (0/1)
에이든 H. 스티미스트:
SAN Roll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8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아, 나의 친구들이여. 그럼 안녕히. 반드시 돌아올 테니 괴로워하는 동안은 나를 잊지 마.]
당신은 문득 목소리를 내는 에르드를 돌아봅니다.
램프의 불빛이 에르드에게까지 닿지 않아 그는 어둠 속에서 책을 짚으며 글을 읽고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완벽하게 읽어낼 수 있는 거지?
에이든 H. 스티미스트:……. (한참을 쳐다보다가 말을 건다. 제가 돌아본 것도, 쳐다보는 것도 알고 있을 텐데 왜 쳐다보지 않는 걸까.) 에르드. 일기, 그게 끝이야?
에이든 H. 스티미스트:……램프는 내가 들고 있잖아. 빛이 거기까지 닿지는 않을 텐데 네가 어둠 속에서
그렇게 눈이 밝았던가?
가까워질수록 불빛에 의해 얼굴이 점점 밝아집니다.
에르드의 두 눈은 이질적인 짙은 녹색빛을 띄고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SAN Roll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넌 내가 아는 에르드가 아니구나. 그런데 어떻게 목소리를 흉내냈지? 넌 누구야?
목소리는, 변장이라고 해둘까? 나에겐 이쯤 어렵지 않거든.
에이든 H. 스티미스트:잠시만 기다려. 내가 오컬트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꽤 오컬트적인 상황 같거든. 저택 앞에서 만났던 건
분명히 에르드 본인이었단 말이지. 그런데
어떻게 데이가 될 수 있지? 그보다 내가 아는 에르드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에르드:그래? 그렇게 생각해? (입꼬리를 올린다. 평소의 에르드는 결코 짓지 않을 종류의, 소름끼치게 밝은 웃음이다.) 하하. 아하하하……
넌 좋은 친구네. 이런 곳까지 방문해주다니.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건 내 의뢰고, 에르드는 내가 각별히 부탁해서 데려온 내 동행인이거든. 네 말대로 친구이기도 하고.
그러면 당연히 이런 곳이라도 방문해서 찾으러 와야지. 안 그래?
에르드:(그림을 애정 어린 손길로 쓸어내린다.) 난 마음에 드는데, 여기. 넌 어때?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저택을 묻는 거라면 나는 별로라고 대답해 주지. 이렇게 청소할 게 많은 곳은 손이 많이 가서 내키지 않네.
그보다 그 그림은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전시장에 있었는데 왜 여기에 걸려있는 거지?
에르드:가져왔어. 내 거잖아. (태연하게 말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황당하게 에르드를, 아니,
에르드의 모습을 한 데이를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너는 현장에 없었을…….
……설마.
그가 웃습니다. 웃음소리가 저택 전체에 울려 퍼지듯 울립니다.
일순 그의 몸이 형태를 잃더니 수많은 촉수가 되어 무너져내립니다.
바닥이 흔들리며 지면 곳곳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저택을 꿰고 흔들어댑니다.
흙먼지가 머리 위로 떨어지며 벽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소리는 지하부터 울려 당신을 이곳에 매몰시키려는 듯 강하게 쫓아옵니다.
이대로면 저택째로 파묻혀버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젠장, 그렇게 웃지만 말고 제대로 얘기를 하라고!
에르드는 어디에 있냐니까! (일단 급한 발걸음으로 바깥을 향해 달려 나간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회피
| 기준치: |
45/22/9 |
| 굴림: |
3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촉수가 에이든이 방금까지 발을 딛고 있던 자리를 강하게 내리칩니다.
<민첩> 판정을 해 2층에서 뛰어내리거나 1층 현관을 통해 벗어납시다.
1층의 현관으로 나간다면 <회피> 판정을 한 번 더 성공해야 합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자이제탐정답게민첩해져볼까)
민첩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7 |
| 판정결과: |
실패 |
(응그래알앗다)
에이든은 민첩하게 2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으나..!!
자세를 잘못 잡았는지 착지하면서 발목을 접질리고 맙니다. 아야야.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할 수 없지. 정면돌파로 승부한다!)
(촉수들을 피해가며 1층을 향해 달린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회피
| 기준치: |
45/22/9 |
| 굴림: |
75 |
| 판정결과: |
실패 |
1층으로 나가려 하지만, 아까보다 몇 배나 많은 촉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현관으로 나가던 에이든의 팔뚝을 촉수가 강하게 후려치고 지나갑니다. HP
1 감소.
통증을 끌어안고 황급하게 발을 저택 바깥으로 내딛는 순간, 닿아야 할 지반이 무너지면서 몸이 크게 휘청입니다.
찰나의 순간 촉수는 다시 집 안으로 거둬들여집니다.
추락하는 감각에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이성> 판정 (1/1d3)
에이든 H. 스티미스트:
SAN Roll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밟은 지면이 무너지며 그대로 절벽으로 낙하하려는 찰나,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낚아챕니다.
에르드:
민첩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7 |
| 판정결과: |
실패 |
에이든 H. 스티미스트:
민첩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에이든도 그 손을 재빠르게 붙잡으려 했으나, 불행하게도 에르드가 서 있던 지반까지 무너지며 두 사람은 손쓸 틈도 없이 절벽 아래로 낙하하고 맙니다.
에이든은 토사에 쓸려내려가는 정도였지만 에르드는 중간에 튀어나온 두꺼운 나뭇가지에 가슴팍을 크게 얻어맞습니다.
에르드:윽. (흉곽을 감싸고 고통스러워한다.) 괜, 찮아.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지는 않다.
(몸을 웅크리고 통증을 참다가, 마침내 어느 정도 가라앉자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한다.) 대체 밤중에 연락도 없이 어딜 갔던 거야?!
에이든 H. 스티미스트: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네가 갑자기 사라져서 찾으러 온 거잖아.
데이가 나타나서 네 흉내를 냈다고. 나는 네가 어디 갇혀있는 줄 알고 찾으려다가 저택이 무너지길래 빠져나오는 길이었고.
에르드:뭐? 데이? (눈살을 찌푸린다.) 난 방에서 멀쩡하게 자고 있었어. 오히려 네가 없어져서 저택 모두가 깨어나서 널 찾고 있었다고. (더글러스만 빼고, 덧붙이며 몸에 붙은 흙을 털어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난 네가 없어져서 매캔지한테도, 헤이워드한테도 네 소재를 물어보고 다녔어. 뒷문이 열려있는 걸 나와 헤이워드가 똑똑히 봤다고.
……잠시만. 저택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나를 찾았다면 헤이워드는 내가 숲으로 간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알려주지 않았나?
에르드:헤이워드랑 매켄지는 그런 적이 없다던데. (에이든을 귀신 보듯 본다.) 오히려 네가 사라진 뒤로 뒷문이 열려 있는 걸 발견해서, 헤이워드가 그 방면이면 숲으로 갔을 확률이 높다길래 숲속을 뒤지다가 겨우 저택까지 찾아온 거야. 뭐에 홀린 거 아냐?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잠시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한다. 자는 매캔지와 헤이워드를 깨워 물었을 텐데 어째서 그들은 다른 말을 하는 건지, 그래서 이 저택은 뭐고,
그 그림은 왜 저택에 있었으며,
데이는
왜 나타났고,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제대로 정리가 되는 일이 없어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 내가 마치 뭔가에 홀린 것만 같아.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군…….
에르드:다친 덴 없지? 널 구하려 온 건데 모양 빠지게 내가 얻어맞았군. (한숨을 쉬며 갖고 있는 손전등을 절벽 위로 크게 흔든다.)
이봐! 여기야!
카일 리버:거기 계셨군요! 다들 괜찮습니까?!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저는 괜찮습니다만 에르드가 다쳤습니다. 이 친구를 데리고 올라가고 싶은데 협조를 구해도 괜찮겠습니까?
에르드:그렇게 크게 다친 건 아니야. (아직도 뻐근한 통증에 가슴께를 부여잡고 있으면서 괜히 툴툴댔다.)
카일 리버:예, 물론이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사라 누님은 숙취 때문에 멀리 나오질 못해서, 제가 얼른 사다리를 갖고 오겠습니다.
그가 서둘러 저택에서 줄사다리를 가져와 내려줍니다.
카일의 부축을 받는 에르드와 함께 매켄지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저택 입구에 다다르자 숲 어귀에서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는 시에타가 보입니다.
시에타 헤이워드:탐정님! 무사하셨군요. (세 사람을 발견하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 보시다시피. (따져 물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변명의 여지는 있는 상황이니 무어라 꾸며서 대답하면 이쪽에서 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에. 일단 지금 생각할 건 아닌가. 친구가 다쳤으니 그쪽을 우선하는 게 좋겠다.) 저는 괜찮습니다만 에르드가 다쳐서요.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시에타 헤이워드:어머. (그제야 에르드의 옷에 묻은 흙자국과 비틀거리는 걸음을 발견한다.) 그럼요. 어서 저택으로 가요.
비명 소리가 날카롭게 울립니다. 소피의 목소리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소피 매켄지! (저절로 자리를 박차고 비명 소리가 난 곳까지 달린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시작부에 심장이 뽑혀 나간 채 죽어있는 사라를 맞닥뜨립니다. <이성> 판정 (1/1d3+1).
에이든 H. 스티미스트:
SAN Roll
| 기준치: |
74/37/14 |
| 굴림: |
1 |
| 판정결과: |
대성공 |
에이든 H. 스티미스트:……매켄지 씨. 일단 뒤로 물러나는 게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눈도 감으시고 고개도 돌리셔서 되도록 이쪽을 보려고 하지 마십시오.
에르드! 도와줄 일이 있어. 불편하겠지만 잠시 와 줘.
에르드:뭔데? (카일의 부축을 받으며 뒤늦게 들어섰다가 작게 탄식한다. 에이든의 곁으로 다가와 시체를 살핀다.) 젠장.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의료
| 기준치: |
1/0/0 |
| 굴림: |
21 |
| 판정결과: |
실패 |
<지능> 혹은 <응급처치> 판정으로 대신 시도할 수 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단 사실을 알아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지금 이 저택에 남아있던 건 사라 해밀턴과 더글라스 매켄지 뿐이잖아.
에르드:……애초에 같이 숲을 찾아보고 있었을 텐데, 왜 집 안에서 죽어 있는 거야?
주변을 살펴보니, 핏자국이 2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에타 헤이워드:(소피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탐정님. 소피 아가씨와 함께 더글러스 씨가 무사한지 살펴 주시겠어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 그러도록 하죠. 현장 보존이 필요하니 경찰에게 연락하시고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매켄지 씨. 일어날 수 있으시겠습니까?
소피 매켄지:네, 네…… (눈물범벅이 된 채 벽을 짚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제가 돕겠습니다. 제 팔을 잡으시고 천천히 움직이세요. 괜찮습니다.
시에타 헤이워드:저는 문단속을 다시 하고 창고에 있는 상비 무기도 가져올게요. (그의 손도 떨리고 있었으나 애써 감춘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예. 그럼 이쪽은 맡기겠습니다. 에르드, 부탁 좀 할게.
에르드:더글러스한테도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몰라. 저항도 못하는 상태잖아. 같이 가서 확인하고 오자고.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들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래. 그럼 너도 같이 가자. 다친 데 조심하고.
에르드:통증도 많이 가라앉아서 이제 움직일 만해. (숨을 한 차례 깊이 들이마시며 상태를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맨 앞에 서서 사주경계하며 2층 계단을 오른다.)
에이든은 에르드, 소피와 함께 2층으로 향합니다.
더글러스는 나쁜 꿈을 꾸는지 식은땀을 흘리는 것 빼고는 특이한 점이 없습니다.
에르드:(더글러스의 방과 복도, 다른 방 등을 면밀히 살핀다.) 침입한 흔적은 없어.
에이든 H. 스티미스트:내가 오늘 귀신에게 홀린 게 아니라면
데이는 이 근처에 있을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 모습이나 목소리를 바꿀 수도, 그렇게 연기할 수도 있지. 데이가 쓴 일기에선
나를 기억하는 동안 괴롭게 있어 달라고 말하던데, 그럼 해밀턴을 시작으로 관련된 사람을 죽여버리겠다는 건가?
에르드:해밀턴이 죽었으니 다음은 누구지? 리버? 더글러스 매켄지? 일단 이 집안도 안전하지 않단 건 명백하군.
에이든 H. 스티미스트:데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건 더글러스, 해밀턴, 리버였으니 다음 순서로 유력한 건 리버 아니겠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밀턴이 죽어버렸으니 진위 여부를 가릴 수도 없겠군……. 일이 복잡하게 됐어.
일단 리버의 신원부터 확보해 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에르드.
에르드:동의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더글러스가 무사한 걸 확인했으니 어서 내려가자.
에이든 H. 스티미스트:매켄지 씨. 괜찮으십니까? (상태를 살핀다.)
소피 매켄지:일단 삼촌이 무사하신 걸 봤으니까, 괘, 괜찮아요.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삼촌 곁에 있어도 되나요……? 아니면 같이 가는 게 좋을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지금 상황에선 혼자 있는 게 더 불안하니 같이 있어 주시면 좋겠군요. 소피 씨는 굳이 분류하자면
이 일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 위험해지진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대신 무슨 일이 있거든 큰소리로 외쳐 주십시오.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아시겠죠.
소피 매켄지:아, 알겠어요. (두려움에 어깨를 떨었다.) 문을 열어두고 계속 주변을 주시하고 있을게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소피의 어깨를 두어 번 위로하듯 두드려 주고는 에르드에게 눈짓한다.) 내려가자.
에르드:(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도 권총을 들고 앞장서서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으로 다시 내려오자 사라의 시체가 없어지고, 응접실로 이동시킨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현장 보존이 필요하다고 했을 텐데요. 어째서 치운 겁니까?
문이 열려있는 응접실 방향으로 들어가자, 방금까지 살아있는 모습을 보았던 카일이 사라와 같은 방식으로 죽어있습니다. <이성> 판정 (1/1d2).
에이든 H. 스티미스트:
SAN Roll
| 기준치: |
73/36/14 |
| 굴림: |
4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에르드:이미 늦었나. (작게 욕설을 짓씹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우리가 2층에 있을 때 1층에선 아무 소리도 안 나지 않았었나? 헤이워드 씨는 어디 있는 거지? 무기를 가져온다고 했을 텐데.
에르드:그래, 나도 듣지 못했어. 심상찮은 범행 수법인데 소리 하나 들리지 않다니. 헤이워드는 창고로 무기를 가지러 간다고 했었지. 찾으러 갈까? (창고 방향을 향해 눈짓한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래야겠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감을 못 잡겠군……. 가 보자고.
창고로 가자 구식 총과 낫을 챙기고 있는 시에타가 보입니다.
시에타 헤이워드:아, 탐정님. 더글러스 씨는 무사한가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헤이워드 씨. 여기서 아무 소리도 못 들으셨습니까?
시에타 헤이워드:네……?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그새 무슨 일이 있었나요?
에이든 H. 스티미스트:…….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으로 하관을 덮어 쓸어내리다가 한숨을 쉰다.) 리버 씨가 사망했습니다. 해밀턴 씨와 똑같은 방식으로요. 정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게 확실한가요.
시에타 헤이워드:네? 그게 무슨…… (당황해서 들고 있던 물건들을 떨어뜨리며 창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핏자국을 따라 응접실로 뛰어간 시에타가 카일의 시체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 순간, 고개를 숙인 시에타의 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떨어집니다.
바닥에 떨어져 파삭, 하고 부서지는 소리를 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관찰력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행운 6 소모하겠습니다.)
시에타의 방에서 봤던 둥근 모양의 노란 유리입니다.
시에타가 당혹스러워하며 한쪽 눈을 손으로 가리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손가락 사이로 짙은 녹색의 눈빛이 일렁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당신, 그 눈. 설마…….
늦었네요.
한 마디와 함께 매켄지 저택의 모든 유리창과 램프가 깨져버립니다.
내부는 삽시간에 완전히 어둠으로 잠겨 듭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등잔 위의 촛불 하나가 원형으로 빛을 냅니다.
시야가 돌아오자 주변의 어둠 속에서 검은 촉수가 스르르 모습을 감춥니다.
곁의 에르드가 긴장한 상태로 상황을 주시합니다.
유일한 불빛이 흔들리며 그의 얼굴을 비춥니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백금색 머리의 남성, 에르드, 끝에는 검은 머리의 데이입니다.
데이:(묶고 있던 머리를 풀어헤치자 풍성한 검은 머리칼이 물결쳐 흘러내린다.) 안타깝네. 알아차리기 전에 끝내줄 수 있었는데.
에이든 H. 스티미스트:……유감이군. 네 방에서 방금 떨어뜨린 렌즈와 똑같은 걸 봤거든. 그게 없었다면 나도 눈치채진 못했을 거야.
죽은 사람치곤 너무 멀쩡하게 돌아온 것 아닌가? 데이.
데이:후후. 기억은 간단하고 우습지. 사소한 착각만으로 이십 년이 넘도록 잊질 못하잖아.
그들의 영혼은 내가 키우고 내가 더럽힌 거야. 이젠 걷어낼 때가 됐어.
에이든 H. 스티미스트:미안하지만 나는 오컬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 발언에 대해선 설명이 필요하겠는걸. 인간 사회에서는 이런 식으로 사람이 죽으면 신문에 대서특필 된단 말이지.
데이:이보다 더 친절한 설명이 있을까? 넌 우리 틈에 있었던 이도 아니잖아. 그럼에도 과거를 엿보고 많은 걸 알아냈지.
그들에게 가짜 기억을 심고, 난 '떠났다가' 돌아왔어. 시에타 헤이워드라는 이름을 사용해서.
에이든 H. 스티미스트:유감이지만 너는 관계 없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관계가 있어. 소피 매켄지가 나를 이 일에 끌어들였으니
우리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 이거야.
방금 그 말로 해밀턴과 리버의 말이 가짜라는 건 알았으니 됐어. 그렇다면 더글러스의 기억은 어떻게 된 거지? 그것도 가짜인가?
데이:물론이야.
난 애초부터 죽은 적이 없어. 인간이 악마를 도끼 따위로 죽일 수 있겠어? 전부 거짓 기억이야. 그걸 20년이나 안고 살아가다니, 인간은 참 미련하면서도 사랑스럽지…….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봐. 더글러스는 그 가짜인지 거짓인지 하는 기억 때문에 지금껏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너를
그리워하면서 말이야. 네가 악마라고 쳐.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그게 사람을 가지고 노는 이유가 될 수는 없지 않겠어?
데이:악마인 나에게 인간의 이치나 도덕 따위를 들이밀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 (기이한 눈빛으로 에이든을 응시한다.)
데이가 손에서 등잔을 떨어트리자 바닥이 초록색 불길에 휩싸여 타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카일과 사라의 심장으로부터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불길 너머로 검은 머리의 데이가 몸을 돌립니다.
그때 계단에서 불안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잠에서 깬 더글러스가 내려온 것입니다.
데이는 표정 없는 얼굴로 더글러스를 내려다봅니다.
준비한 말이 있잖아. 제대로 말한다면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게.
그러나 더글러스는 그 말에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쳐다볼 뿐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더글러스 씨! 듣지 마십시오! 악마가 묻는 말에 대답해선 안 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꺼내는 말은 너는…. 이 고작.
이제 모든 정열도 마음도 과거에 둔 채로 그를 뒤덮은 것은 회한과 어둠뿐입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8 |
| 판정결과: |
실패 |
분명 그곳에서 당신은, 당신이 아닌 누군가는, 어떤 말을……
에이든 H. 스티미스트:너는 내가 생에서 발견해 낸 가장 아름다운 녹색이야.
그 말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에이든이 첫 마디를 내뱉자 더글러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에 생기가 돕니다.
불꽃에 일렁이는 그의 모습이 젊어지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더글러스 매켄지:에메랄드, 터키, 페리도트 그 어느 것도 너를 표현할 수 없어.
사랑해. 데이. 너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
비틀거리는 더글러스를 내려다보며 데이가 웃습니다.
거대한 불길을 이기지 못하고 응접실 천장의 조명이 떨어집니다.
시야가 환한 초록빛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새하얗게 변합니다.
세상의 소리가 전부 끊어진 뒤에 환영처럼 소리가 뒤섞입니다.
사라 해밀턴:더그는 안 돼. 왜냐면, 왜냐면 우리랑 너무 다른걸.
데이:달라서 안 된다는 거야? 정반대의 사람에게 끌린단 말도 있잖아.
사라 해밀턴:그것도 어느 정도까지지! 너무 다르면 말이야,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어.
특히 걘 위험한 데에 몸을 던지는 구석이 있어. 이러면 좋아하는 쪽이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아?
사라 해밀턴:내 영혼을 나누기에는 너무 불안한 존재인 거야.
그렇네.
그때 에르드가 거친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외칩니다.
바닥에 칼로 그어진 오망성 사이로 에르드가 칼을 꽂아 넣습니다.
에르드가 새빨간 피를 울컥, 울컥 내뱉습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눈만 깜빡인다.) 에르드?
기진맥진한 상태로 주변을 살피면 당신의 옷을 비롯해 여기저기 그을린 흔적이 있을 뿐, 두 사람은 멀쩡합니다.
심지어 소피까지 혼란스러운 낯으로 위쪽에서 뛰어내려오고 있습니다.
소피 매켄지:탐정님! 에르드 씨! 다들……? 이게 어떻게 된……?
에이든 H. 스티미스트:저도, 잘……. (주변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 방금 그건 뭐였지……?)
에르드:서재에 있었던 메모를 기억하나? 응접실에 검이 있어서 오망성을 그리고 그걸 꽂은 거야. (피로 앞섶이 흠뻑 젖었다. 입가에서 피를 닦아내며 쿨럭거렸다.)
창문을 통해 응접실에 햇빛이 들어옵니다. 해가 뜨고 있습니다.
그 앞에 보이는 건 머리에서부터 재가 되어 흩날리는 더글러스입니다.
피를 닦아내고 소피의 안부를 묻고 시체를 수습합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를 때쯤엔 모두가 저택을 나섰습니다.
데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로, 더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에르드:(소피에게 받은 새 옷으로 갈아입은 채다. 여러 부상이 겹쳐 썩 좋지 않은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별 일이 다 있군.
에이든 H. 스티미스트:이 사태를 여섯 글자로 압축하는 너도 너다……. 좀 괜찮아? 움직일 만은 하고?
에르드:뭐, 불행하다기에도 그렇고 행복한 끝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일은 맞았잖아.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조금 있다가 병원은 한 번 들러봐야겠지만. 너는?
에이든 H. 스티미스트:나야 뭐……. 뭐 있나. (쓰게 웃는다.) 객관적으로 보면 소피 매켄지만 휘말린 셈이군. 더글러스 매켄지가 털어놓지 않았다면 그들끼리 조용히 사라졌을는지도 모를 일이고.
데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왔다 갔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전시회장에서 사라진 <녹색 달>만큼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아까 지나가듯 말했지만 네가 나를 구하러 왔을 때 무너진 그 저택 안에서 그림을 봤거든. 그가 정말 자칭하던 대로 악마였다면…… 악마에게도 예술을 보는 눈은 있다고 해야 하려나.
에르드:더글러스가 데이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인 건가? 검은 바탕에 달 하나 떠있는 게 다였잖아. (일순 끌림을 느끼긴 했지만.) 악마의 예술 취향은 뭐가 좀 다른가.
그런데 너는 어떻게 알았지? 더글러스가 차마 떠올리지 못하고 있던 말 말이야.
에이든 H. 스티미스트:자고 일어나니 네가 없어서 찾으러 나갔다고 했었잖아. 그 일어나기 직전에 꾼 꿈이었어. 더글러스가 데이한테 그렇게 말하더군. 꿈인지 헛것인지 망상인지 헷갈렸는데 아까 말해 보니 셋 다 아니더라고. (어깨를 으쓱 한다.) 나도 왜 그런 꿈을 꿨는지는 모르겠다. 네 말대로 뭐에 씌인 것도 아니고.
에르드:네가 그 꿈을 꾸고 나서 날 찾아나왔던 거면, 이미 그 꿈부터가 데이한테 홀렸거나 술수 같은 거에 걸린 거 아닌가 싶군. 우연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셋 다 죽는 걸 막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더글러스는 마지막에라도 후련하게 떠난 것 같아.
에이든 H. 스티미스트:그래 보이더라. 남겨진 소피 매켄지만 안타까울 따름이지. 그 꼴을 다 보고도 살아있어야 하잖아. (한숨을 쉰다.) 그래도 마지막엔 좋게 간 걸 봤으니 그나마 좀 나으려나.
심장이 왜 두 개 필요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
에르드:삼촌과 그 친구들과 모두 가까워 보였는데, 한동안 상심이 크겠군. 그래도 어쩌겠어. 남은 사람은 살아가야지. (덤덤하게 말했다.)
자세한 사정은 우리도 알 수 없지. 어쨌거나 의뢰는…… 해결한 셈인가.
에이든 H. 스티미스트:해결이라고 하긴 좀 애매하지만, 일단 끝이 났으니 그렇게 말해야겠지. 너도 따라왔다가 봉변만 당해서 어쩌냐. (장난스레 웃는다.)
에르드:금주법을 어기는 이들을 눈앞에서 지켜만 봐야 하는 황당무계한 해프닝 정도겠거니 했는데, 악마가 얽혀 있는 사건인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지. (되돌아 봐도 어이가 없어서 픽 웃었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미안한데 난 오컬트가 질색이라 악마 얘기는 그냥 없었던 걸로 치고 싶다. 이 시대에 악마가 다 뭐야. (질색팔색하며 손을 내젓는다. 여전히 웃는 어투다.)
아무튼, 고생 많았어. 다음에 또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부를 테니 동행해 달라고.
에르드:오컬트를 안 믿는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눈앞에서 본 괴기스런 일들만 아니었어도 거짓으로 치부했을 거다. 앞으론 이런 거에 더는 엮이기 싫다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분위기는 가볍다. 우리는 금방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너도 고생했다. 다음에는 오컬트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로 불러.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에이든 H. 스티미스트:나도 의뢰인에게 악마 얘기인지 한 번 더 물어보고 의뢰를 받아야겠어. (웃으며 말한다.) 그래. 들어가라.
두 사람은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미스터리를 떠나보냅니다.
함께한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어디엔가 있습니다.
종래 이 사람의 삶을 내가 잡아먹고 말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
운명이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우리가 정말로 나약하다면, 열렬한 고백들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하지만 모든 운명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으니.
:사라진 <녹색의 달>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갤러리는 소피가 이어받으며, 가끔 안부가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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